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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검찰, 국민 감동시킬 용의는 없는가/김성곤 논설위원

    [서울광장] 검찰, 국민 감동시킬 용의는 없는가/김성곤 논설위원

    얼마 전 영국 재규어 랜드로버 코벤트리공장을 소개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그 공장은 직원 가운데 친인척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 직원은 “작업 내용을 공유하고 기술을 전수해 스스로 공정을 개선하기도 하는 등 이점이 많다”고 자부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직장이나 밥상머리에서 일 처리는 물론 작업 안전과 관련된 노하우가 아버지에서 아들에게, 형에서 동생에게 자연스럽게 전해진다는 것이다. “아, 그래. 그런 이점도 있구나” 하고 공감했다.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비리 의혹’이 장성한 자식들의 일자리 문제로 가슴앓이를 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뒤집어 놓았다.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3월 1일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1285명 가운데 108명이 임직원의 친인척이라는 것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무기계약직을 정규직화할 것이라는 소문이 사내에 돌면서 임직원이나 노조 관계자들의 친인척이 무기계약직으로 들어왔다가 정규직이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1만 7000여명의 교통공사 직원 가운데 1912명이 사내에 친인척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러나 이 조사도 제대로 이뤄진 것이 아니어서 실제 친인척 직원의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맨 처음 문제를 제기한 자유한국당의 주장이다. 재규어 랜드로버의 얘기는 훈훈한데 서울교통공사의 얘기는 음습하고 반칙의 냄새가 나 안타깝다. 9월 기준 전국에 실업자가 113만명에 달하고, 청년실업률은 10%를 오르내린다. 몇 집 건너 청년 백수의 가정이다. 모임에 가면 관심사는 온통 자식들 취직이다. 우리는 ‘자식을 취직시킨다’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자식의 취업은 스스로 하는 것이지만, 무의식으로는 부모가 시켜야 하는 책무처럼 인식된 탓이다. 그래서 서울교통공사에서 고용세습이 일어났다고 하니 자식 가진 부모들은 “내 자식 일자리를 도둑맞은 것”처럼 분노한다. 고용세습 문제는 서울교통공사에서 인천공항공사로, 지방으로 번져 가고 있다.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 정권 때 강원랜드에서 취업비리로 부정 합격자 226명 전원이 직권면직된 게 엊그제다. 금융기관 고위 임원들이 줄줄이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고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 4명이 기소된 것도 지난 6월의 일이다. 기업마다 취업에 드는 돈이 매겨져 있다는 소문도 나돈다. 민간 기업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블라인드 채용이니 뭐니 하지만, 편법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여러 루트들이 있는 셈이다. 이러니 얼굴 누렇게 뜬 채 밤잠 안 자고 공부를 해도 서울 신림동과 노량진 고시촌을 벗어나지 못하는 청춘들이 늘어 가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어제 국회에서는 고용세습 국정조사를 놓고 갑론을박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평화당 등 야 3당이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고, 정의당도 국정조사에 동의를 표했지만, 들여다보면 ‘3당3색’이다. 서울교통공사에다가 강원랜드 포함을 놓고도 다른 생각들이다.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는 것이다. 국정감사장이 눈에 그려진다. 증인을 불러 놓고 호통을 치는 국회의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다. 정치공세도 난무할 것이다. 물론 진상을 국민에게 리얼하게 보여 주는 국정조사의 순기능을 깎아내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답답하다. 여야가 합의하고, 증인 채택을 하고, 조사를 하기까지 부지하세월이다. 기획재정부가 모든 공기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고, 서울교통공사는 감사원이 감사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수사 얘기는 아직 없다. 검찰에 인력이 없단다. 아직 고소고발도 없고, 인지 수사를 할 만큼 딱 떨어지지 않는단다. 맞는 말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적폐청산에 굵직굵직한 수사를 많이 담당해 검사 인력에 과부하가 걸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굳이 이를 서울중앙지검에 국한할 필요가 있을까. 강원랜드나 금융기관 채용비리도 마무리돼 간다고 한다. 엊그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도 `적폐청산 수사는 언제 마무리되는가’란 질문에 “어느 정도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과 그에 대한 법원의 대처 방식 때문에 상대적으로 검찰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지만, 검찰이나 법원이나 ‘오십보백보’다. 특별수사본부를 꾸려서라도 채용비리를 발본색원하는 데 검찰이 나서야 한다. 이번 기회에 채용비리를 파헤쳐 국민의 막힌 가슴을 ‘뻥’ 뚫어 주고, 검찰의 명예도 회복하고, 민생검찰로 거듭나는 것은 어떤가. sunggone@seoul.co.kr
  • 정운찬 “TV로 선수 선발, 선동열 발언은 불찰”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23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불거진 병역특례 논란과 관련해서 선동열 국가대표팀 감독이 집에서 TV로 야구를 보고 선수를 뽑은 건 불찰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선 감독이 국감 증인으로 나온 데 이어 병역특례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정 총재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집에서 TV를 보고 선수를 뽑은 것이 옳으냐’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질의에 “선 감독의 불찰”이라고 선을 그었다. 선 감독은 지난 10일 국감에서 선수를 파악하고자 TV로 야구를 관전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정 총재는 “마치 경제학자가 현장에 가지 않고 지표만 갖고 분석하고 대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구 국가대표팀이 지난 8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군 면제 혜택을 얻자 선수 선발 과정 청탁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선 감독은 “소신 있게 뽑았다”는 입장이다. 정 총재는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사과한 이유에 대해 “당시 팬뿐 아니라 국민 전체가 분노했다”며 “다독거릴 필요가 있어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론을) 고려해서 선발했다면 오늘날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선수 선발은 감독이 전적으로 해야 한다”고 원론을 고수했다. 병무청은 이날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예술·체육인에 대한 병역 특례제도와 관련 “필요하다면 폐지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찬수 병무청장은 “시대적 상황에 맞게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군 병력 이행의 형평성을 따져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아시안게임에서 병역을 면제받으려고 마지막 1분 교체 선수로 들어가 병역 혜택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종류별로 불균형 문제도 있으니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KBO는 포스트시즌이 마무리되는 대로 경영 비리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넥센 히어로즈 이장석 구단주의 영구실격 처분에 대해 발표한다. 정 총재는 “상벌위원회에서 영구실격을 제안했고 그 결정을 받아들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전명규 녹취록’ “정신병원 갈 정도”···‘조재범 옥중 편지’ “심석희 못하면 각오해”

    ‘전명규 녹취록’ “정신병원 갈 정도”···‘조재범 옥중 편지’ “심석희 못하면 각오해”

    전명규 “그런 사실 없다···나로 인해 상처받았던 부분에 송구”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조재범 전 국가대표 쇼트트랙 코치에게 성적 압박을 가하면서 폭행한 적도 있고, 심석희의 기자회견도 막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23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명규 전 부회장의 육성이 담긴 녹취파일과 조재범 전 코치의 옥중 편지를 공개했다.손혜원 의원이 공개한 조 전 코치의 편지 내용 일부다. “전명규 교수님이 한국체대가 무조건 (다른 학교보다) 더 잘 나가야한다면서 시합 때마다 저를 매우 압박하였다. 한국체대 빙상장 교수 연구실에 불러서 분이 풀리실 때까지 몇 시간이고 세워 놓고 ‘개××야, 저 ××야, 이 ××야. 이번에 심석희 1등 못하면 각오해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또는 승부를 조작해서라도 1등 시켜라’는 등, 아니면 ‘너는 대표팀에서 짐 싸서 나가 개××야, 대표팀에 있을 자격이 없다. 너 같은 놈은 도움이 안돼’ 라고 압박하시고 욕을 하셨다” 조재범 전 코치는 또 “체벌 문제만큼은 제가 너무나도 잘못했다”며 “윗사람의 압박에 직업도 잃고 설 자리가 없어질까봐 무섭고 두려운 마음에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하게 되었다”고 돌이켰다. 조 전 코치는 전 교수가 자신을 폭행한 적도 있다고 편지에 적었다.이와함께 손혜원 의원이 공개한 녹취 파일에는 전명규 교수의 음성이 들어 있었다. “쟤 머리 더 아파야 해. 얘는 지금 정신병원에 갈 정도로 힘들어져야 ‘나 이거 못하겠어, 석희야’라고 할 수 있을 때까지 그 압박은 가야 된다는 거야.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라는 전명규 교수의 목소리가 들어있었다. 또다른 녹취에서 전 교수는 “그전에 (심석희가)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었어. 맞자마자…. 그 다음날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었어”라며 “내가 그거 막은 거야. 새벽 1시까지 얘기를 하면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선 전명규 전 부회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 뒤 “더이상 연맹의 직을 맡지 않기로 했다. 나로 인해 상처 받았던 부분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한편 조재범 전 코치는 지난 1월 심석희를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려 전치 3주의 상해를 가하는 등 2011년부터 4명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9월에 징역 10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상태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서울포토]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운찬 KBO 총재

    [서울포토]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운찬 KBO 총재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체육산업개발, 태권도진흥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 [서울포토] 선서하는 정운찬 KBO 총재

    [서울포토] 선서하는 정운찬 KBO 총재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체육산업개발, 태권도진흥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친절 판사·덤덤 검사·호소 변호사…‘죄 없는 유죄’ 만들 수도”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친절 판사·덤덤 검사·호소 변호사…‘죄 없는 유죄’ 만들 수도”

    필수 증거도 없이 기소한 검찰에 증명할 시간을 주느라 6년 넘게 1심 형사재판을 지연시키는 법원, 검찰이 제시한 혐의를 부인하는 피고인을 괴롭히려는 듯한 ‘쪼개기 기소’,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재판에 내지 않고 이것이 문제가 되자 ‘고의가 아닌 과실’이라며 어물쩍 넘기는 검찰….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연재를 통해 드러난 검찰의 민낯이다. 피고인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형사사법 체계가 가동되는 이유를 2회에 걸쳐 방담 형식으로 짚는다. 첫 번째로 진행된 대학생 법정모니터단 방담에선 공소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어도 재판이 진행되는 관행이 핵심 문제로 지적됐다. 법조계에서 흔히 ‘뜨내기 손님인 의뢰인보다 단골손님인 검찰에 잘 보이려는 형사재판’이라고 회자되는 관행이다.‘친절하게 안내하는 판사, 무덤덤하게 구형하는 검사, 선처를 호소하는 변호사….’ 민사·형사·행정재판을 각각 3개 이상 방청한 대학생 눈으로 본 한국 법정의 요즘 풍경이다. 재판 ‘직관’ 전 영화·드라마를 보며 상상했던 풍경과 비슷할 때도 있었지만, 다른 점이 많았다고 이들은 회상했다. 대학생들보다 재판을 자주 방청하는 기자가 보기에도 영화 속 ‘진실을 탐구하는 검사, 검사와 다투는 변호사, 경우의 수 전부를 헤아리려 하는 판사’는 현실 재판과 괴리감을 보였다. 윤소라(48) 법률소비자연맹 대외협력부장과 지난해와 올해 대학생 법정모니터단 활동을 한 안태민(20·연세대)·지승윤(22·서울대) 대학생, 한세희(24·성균관대) 대학원생에게 그 괴리감의 이유를 물었다. ●진실 탐구·치밀한 사법부? 영화와 괴리 큰 법정 ‘2008년 법정 모니터 조사’에선 “재판 중 졸거나, 지각하거나, 반말하는 판사”가 지적 대상이 됐다. 10년이 지난 지금 모니터단은 “판사들이 정말 친절했다”고 극찬했다. 다만, 그 친절함의 이면에 ‘교묘한 불친절’이 감춰져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안태민(이하 안) 법정에서 본 판사는 ‘친절한 공무원’ 같았다. “이 나라는 유전무죄”라며 10여분 동안 횡설수설하던 음주운전 전과 4범의 얘기를 다 들어 준 뒤 “서민이라서가 아니라 음주운전이란 혐의에 합당한 처벌을 정하기 위해 열린 재판”이라고 차분하게 피고인을 설득하던 판사가 기억에 남는다. 한세희(이하 한) 연로한 피고인이 나와 어려운 법률용어를 버거워하자 일일이 다 설명해 주던 판사도 있었다. 윤소라(이하 윤) 판사나 법원이 주는 중압감 때문에 판사가 조금만 친절해도 모니터단이 감동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행정적 의무’에 대해서만 교육받고 ‘재판받을 권리’에 대해선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과거에 비해 권위적 재판 운영이 줄었지만, 이면을 보면 좀더 교묘하게 판·검사의 재판 초기 선입견대로 재판을 진행하며 친절함을 무기로 법률에 무지한 피고인을 설득할 때가 있다고 느낀다. ●“일반인 재판, 검사 내용도 잘 모르고 형식적” 영화 속 법정과 현실 법정을 괴리시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쪽으로 검사가 꼽혔다. 특히 수사 검사가 공판까지 맡는 유력인사 재판과 공판검사가 수사 과정의 세부 내용을 잘 모르는 일반 형사재판의 분위기가 다르다고 한다. 윤 사실 검사는 공소장으로 혐의를 전부 얘기해야 하기 때문에 재판 중 역할이 별로 없다. 오히려 검사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도 제시할 객관의무를 진다. 그런데 피고인이 법정에서 혐의나 수사 중 진술을 부인하면 검사의 태도가 (피고인을 압박하는 쪽으로) 달라지고, 판사는 방관한다. 판·검사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 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을 방청했다. 변호인이 정곡을 잘 찔렀고, 수사·재판을 계속한 검사들도 빠르게 반박하니 법정에서 치열한 다툼이 가능했다. 재판 시스템 지원이 이른바 주요 사건에 편중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 일반 형사재판 검사들은 써 온 공소 내용을 읽고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만일 제가 피고인인데, 검사와 변호사가 모두 의욕 없이 재판을 한다면 너무 불안할 것 같았다. 물론, 휠체어를 끌고 나와 열정적으로 증인신문을 하던 검사도 있었다. ●“절차 어긴 공소… 판사 묵인·변호사는 설득” 모니터단은 민사 재판을 은행·관공서 업무에 비교했다. 변호사나 당사자들끼리 제출해야 할 서류 순서를 확인하고, 다음 기일을 협의할 뿐 대부분의 주장은 법정에서 말 대신 서류로 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구두 변론이 활발한 형사재판에서도 이들은 ‘혐의 인정 뒤 선처’를 설득하는 변호인의 모습을 포착했다. 검사가 절차를 어겨 공소를 해도 판사가 이를 묵인하는 재판에서 변호인이 무죄를 다툴 공간이 좁아진다고 윤 부장은 비판을 가했다. 지승윤 열심히 국선변호를 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하지만 빨리 일처리를 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주는 변호인도 있었다. 윤 국민의 재판권을 보장하려면 법원이 ‘형식과 절차의 중요성’을 더 중시해야 한다고 본다. 검사의 객관의무 위반,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검찰의 증인 회유 같은 일을 변호인이 주장하면 법원은 이를 따져 사실일 경우 더 볼 것 없이 공소기각을 해야 옳다. ‘미란다 원칙’ 계기를 만든 미란다는 흉악범이다. 하지만 체포 과정에서 위법성이 드러나자 미국 연방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공소기각 결정을 했다. 한국에선 검찰이 절차적 위법을 저지른 게 드러나도 일단 재판을 끝까지 한 뒤 피고인 혐의가 유죄라고 판단되면, 절차적 위법을 용서·방관하는 내용을 담아 유죄 판결문을 쓴다. 이런 시스템은 열 명의 범인을 잡겠으나, 죄 없이 처벌되는 여러 사람을 만들 수도 있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산은, 한국GM 법인분리 계획 알고도 6개월간 손놓았다

    국감 참석 이동걸 회장 “4월 협상 때 인지” 노조 파업 무산…산은 “주주권 침해 소송” 한국GM의 연구개발(R&D) 법인 분리를 둘러싸고 노동조합의 파업이 무산됐다. 그러나 한국GM의 ‘일방통행’ 속에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하면서 사태는 장기화 국면으로 진입하게 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날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가 제기한 쟁의조정신청에 대해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다. 중노위는 “한국GM은 노동쟁의 상태가 아니다”라면서 “법인 분리 문제는 조정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파업권을 포함한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노조가 파업을 벌일 경우 불법 파업이 된다. 경영정상화 5개월 만의 파업이라는 최악의 사태에는 일단 제동이 걸렸지만 법인 분리 문제는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게 됐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법인 분할에) 가처분 (소송을) 내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GM은 지난 19일 산업은행 관계자들이 참석하지 못한 상황에서 단독으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법인 분리를 의결했다. 이 회장은 “법인 분할이 강행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법인 분리가 주주권 침해가 있는지 판단하고 관련 내용을 확실하게 끌어내기 위해 소송을 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GM의 일방통행 속에 산업은행이 2대 주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날 이 회장은 “지난 4월 한국 정부와 GM의 협상 마지막날 GM이 (한국법인 분리 계획을) 제기했다”면서 “논의 사항이 아니라고 거절해서 경영정상화 방안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인 분리 계획을 4월에 인지했으면서도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추궁하지 않았다가 법인 분리를 강행하자 손도 쓰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회장은 이날 한국GM에 출자하기로 한 8000억원 중 아직 집행하지 않은 4000억원을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법인 분리를) 철수로 단정할 수 없다”는 등의 답변으로 여야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한국GM은 법인 분할의 뜻을 분명히 했다. 최종 한국GM 부사장은 “(법인 분리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것”이라면서 “산업은행의 거부권 대상이 아니라고 이해한다”고 선을 그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오는 29일 열리는 종합감사에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법인 분리 문제를 추궁하기로 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한유총 비대위원장, “국정감사장 나가겠다”…박용진과 공방 예상

    한유총 비대위원장, “국정감사장 나가겠다”…박용진과 공방 예상

    29일 국회 종합감사 출석 예정박용진, “국정감사 때 엄중하게 책임 물을 것”국내 최대 규모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이덕선 비상대책위원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국감장에서 ‘회계 부정 유치원 실명 공개’에 대한 유치원 측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취지다. 이 단체는 4200여곳인 전국 사립유치원의 70% 이상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리 유치원 저격수’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공방 예상된다. 이 비대위원장은 22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국회에서 보낸) 29일 국회 교육위원회 종합감사 증인 출석요구서를 받았다”면서 “출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교육위는 지난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비대위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증인의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국감에 불출석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이 비대위원장이 국감장에 출석하기로 하면서 박 의원의 날선 질의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한유총 측은 박 의원을 통해 입수한 유치원 감사 결과를 실명보도한 MBC를 상대로 공개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고, 박 의원에 대해서도 명예훼손 여부를 법률 검토하겠다고 밝혀왔다. 이에 박 의원은 “소송 위협에 굴하지 않고 유치원 비리 해결의 끝을 보겠다”면서 “학부모를 속이고 국회를 능멸한 행위에 대해 종합 국정감사 때 이 비대위원장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이 비대위원장이 국감장에 출석하는 등 공개 행보를 보이는 건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취지로 보인다. 그는 “추가적인 법정 소송을 하는 대신 소통하고 설득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적) 지탄을 받는 상황에서 우리가 억울하다고 해봤자 국민들은 분노할 것”이라면서 “최대한 설명해 잘못된 진실을 바로 잡으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공개된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 중 대부분은 단순 경고 등 가벼운 잘못인데 모든 사립유치원이 ‘비리 유치원’인 것처럼 꼬리표가 붙었다”는 게 한유총의 입장이다. 한유총 측은 앞서 낸 입장문을 통해 “공금횡령 등 범죄를 저지른 교육 공무원도 실명 공개해야 한다”거나 “국공립 초·중·고등학교의 감사 결과도 실명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물귀신 작전’을 펴왔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그린 국감’ 과방위, 국회-세종 영상국감으로 1.8톤 탄소 절약

    ‘그린 국감’ 과방위, 국회-세종 영상국감으로 1.8톤 탄소 절약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2일 본청 6층 전체회의실이 아닌 220호 회의실에서 국감을 진행했다. 회의장 정면과 좌우 벽면에 각각 2개씩 설치된 스크린이 220호 국감장과 정부세종청사를 동시에 비췄다. 메인 스크린에는 영상국감을 받고자 세종청사에 대기 중인 18개 기관 증인들의 모습이 잡혔다. 지난 2014년 문을 연 영상회의실은 평소 비상설 특위 회의장으로 쓰이지만, 전국 33개 기관·지방자치단체의 66개 회의실과 연결된 영상회의실이다. 과방위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등 26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을 진행했다. 지방에 있는 18개 기관은 세종청사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서울 소재 기관 8개는 국회 220호 영상회의실에 출석하도록 했다. 올해 국감 중 유일한 영상국감이다. 영상국감을 위해 과방위 수석전문위원과 행정실 관계자들이 이달 초 세종청사를 찾아 2번의 리허설도 거쳤다. 노웅래 위원장은 개의 선언과 함께 “과방위가 감사해야 할 기관이 무려 80개, 그 중 46개 기관이 지방에 있어 우리 위원회는 다른 위원회보다 영상회의 필요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감사 대상 기관의 연구원들이 조금이라도 시간을 절약해 연구에 집중하도록 하려는 것이니 각 분야의 핵심 원천기술 개발에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민의 혈세로 국책연구를 수행하는 연구기관의 연구시간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18개 기관이 세종청사에 출석해 거둔 의외의 성과도 있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영상국감으로 절약된 탄소배출량을 직접 계산해와 눈길을 끌었다. 산림청에서 제공하는 탄소배출계산기를 이용한 송 의원은 “오늘 세종에서 국감에 참여하는 기관이 18개인데 평균적으로 각 기관마다 차량 3대가 144㎞ 거리를 왕복 2회 한다”고 했다. 이어 “탄소배출 1.8톤을 절약했고, 어린 잣나무 1812그루를 심은 효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완전한 ‘그린미팅’”이라며 “국가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긴장감이 떨어진다. (기관장을) 불러다 앉혀놓고 해야 하는데…”라며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 오전 10시 개의 시간에 맞춰 국감장에 나온 의원은 노 위원장, 김성수 민주당 의원,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 김종훈 민중당 의원뿐이었다. 의원들의 무더기 지각으로 세종청사 출석 증인들은 10여 분간 국회 국감장의 빈 좌석만 쳐다보고 있어야 했다. 신기술을 활용한 국회의 원격지 감사 역사는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옛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는 국감 기간 독일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한 한국전산원 증인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질의했다. 세종청사와 국회를 연결한 영상국감은 2015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미래창조과학부 감사가 최초다. 이후 정무위원회가 2016년과 2017년 연속으로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인사연) 국감을 일부 기관은 국회로, 나머지는 세종청사로 출석시켜 영상국감을 진행했다. 이날 과방위 국감에선 추후 보완이 필요한 기술적 문제도 확인됐다. 국회와 세종청사를 연결한 화상의 화질이 좋지 않고, 질의 과정에서 1~2초씩 지연(delay) 현상이 발생했다. 과방위의 한 보좌진은 “1초 차이가 일상생활에선 짧은 시간일지 몰라도 7분이라는 제한 시간 내에 질의 해야 하는 국회의원에게는 1초가 반복돼 쌓이는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세종에서 국감에 출석하는 기관이라도 국회에 따로 관계자를 보내는 이중 인력 배치도 개선 과제로 꼽힌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성폭력 가해자에 내 주민번호와 주소가…’ 민사소송법 개정 청원 19만 앞둬

    ‘성폭력 가해자에 내 주민번호와 주소가…’ 민사소송법 개정 청원 19만 앞둬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몰라 유서도 미리 써놨습니다. 도대체 왜 피해자가 두려움에 떨어야 할까요.” 성폭력 가해자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가 자신의 정보가 그대로 노출돼 보복범죄의 두려움을 안고 있다는 피해자가 많은 공감을 얻으면서 민사소송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신을 23세 여성이라고 소개한 A씨는 지난 4일 ‘성범죄 피해자의 집 주소와 주민등록번호 등을 가해자에게 보내는 법원을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을 올렸다.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청원마감일이 가까워지면서 동의가 급증했고 22일 오후 18만 6000여명이 해당 게시글에 동의했다. A씨는 지난 2015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동료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가해자는 준강간치상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라고 전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뒤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제기해 승소했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A씨는 “판결문에 제 휴대전화 번호, 집주소 등의 인적사항이 그대로 기재된 채 가해자에게 송달됐고, 더구나 결정문에는 주민등록번호 13자리가 빼곡히 기입된 상태였다”면서 “민사소송은 돈이 오고 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원·피고의 인적사항이 정확해야 한다는 이유였고 법원에서는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형사소송에서는 피해자 인적사항이 보호됐기에 민사소송도 제기했지만, 저의 안일한 착각이었다. 알았다면 (소송 제기를) 안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가해자가 내년 8월 초 출소할 예정이라면서 “무서운 마음에 휴대전화 번호도 열 번 넘게 바꾸고 이름도 바꿨다. 그런데 이사를 갈 형편이 안 된다”면서 “혹시 언제, 어디서 제가 죽을지 몰라 지난해 유서도 미리 써놨다”며 두려움을 호소했다. A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2019년 8월 5일 보복살해 당할 예정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가해자의 출소를 앞두고 불안한 심정을 토로했다. A씨와 같이 성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을 고소해 유죄 판결을 받고도 정작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데는 주저하게 된다는 지적은 법조계 안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올해 초 활발해진 ‘미투(me too) 운동’으로 성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폭로와 고발이 늘면서 더욱 두드러졌다. 김재희 변호사는 “고소장을 가명으로 제출하고 재판 과정까지 인적사항을 보호받는 형사재판과 달리 민사소송은 피해자가 소송 당사자가 되기 때문에 인적사항을 모두 기입해야만 소장을 접수할 수 있게 돼 있다”면서 “판결문이나 집행 과정에서 피해자의 주소 등의 신상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돼 정작 가해자가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도 민사소송을 꺼리는 피해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를 검찰에 고발할 때는 가명으로 고소장을 작성할 수 있고,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도 가명으로 조서를 남길 수 있다. 검찰 내부의 범죄 피해자에 대한 매뉴얼에 따른 것으로 자체 관리대장에 피해자의 신원이 확인되기만 하면 이후 수사 과정에서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가해자에 대한 형사재판에서도 가명으로 공소장에 기재되고, 재판 과정에서도 법원의 증인보호프로그램에 따라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법정에 출석해 가해자와 마주하지 않고 증인신문을 할 수 있다. 지난 19일 단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이윤택 전 예술감독의 재판에서도 9명의 피해자가 모두 가명을 사용했고, 이 가운데 7명이 비공개로 법정에 나와 증언했다. 재판 과정에는 피해자 변호사들도 함께해 사건기록 등을 피해자 변호사 사무실에서 송달받았다. 자신을 성추행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며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도 증인보호를 신청해 법원 직원들이 법정까지 동행했고, 안 전 국장과 차폐막을 사이에 두고 증인신문을 했다. 그러나 민사소송은 특히 전자소송이 이뤄지면서 원고의 이름과 주소를 반드시 적도록 돼 있다. 이 전 감독 사건의 피해자들은 민사소송의 소장을 일단 가명으로 접수했다. 민사소송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점을 더욱 강조하기 위한 의미도 담겼다. 간혹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 등 대리인을 통해 기록을 송달받는 것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손해배상이 인정될 경우 판결문이나 손해배상 집행 과정에서는 당사자의 인적사항을 정확히 해야 하고 이 정보가 가해자에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법원에서는 “각 법원과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가능해 실무적으로 송달장소를 소송대리인 사무실로 지정하거나 조서를 가명으로 작성하는 게 가능하기는 하다”는 설명이 나온다. 다만 명확한 규정이 없는 만큼 그야말로 ‘재량’에 맡겨야 하고, 이 마저도 현장에서 피해자들이 겪는 불안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명숙 변호사는 “현행 법과 규정대로라면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 없다”면서 “소송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을 가해자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도 “형사소송 과정에서 이미 피해자의 신원이 확인이 된 뒤에 가명으로 재판이 진행된 만큼 유죄 판결이 나온 사건에 한해서라도 민사소송에까지 원고(피해자)의 신원이 가려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면서 “법원과 재판부의 결정이 아니라 명확한 시스템이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소송기록 열람 및 복사, 송달 과정에서 피해자(원고)의 인적사항 일부 또는 전부를 가릴 수 있도록 하고 원고의 인적사항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청원글을 올린 A씨는 “민사집행 과정에서 판결문이나 결정문에 원고의 인적사항이 노출돼 있어 민사집행법도 함께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돼 있다. 그러나 국회 법사위의 검토보고서에서는 이 개정안에 대해 “소송 제기부터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보호가 가능할지 몰라도 당사자의 동일성을 확인하고 강제집행 등을 위해 반드시 당사자의 성명·주소 등 인적사항을 기재하도록 한 민사소송법 208조에 따라 궁극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전자소송 시스템에 등재된 서류는 법원에서 피고에게 송달하기 전에 피고가 확인할 수 있고, 범죄피해구상 외의 청구를 병합한 경우까지 보호조치를 하게 될 경우 피고의 방어권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시판 수도꼭지 31% 발암물질 검출

    시판 수도꼭지 31% 발암물질 검출

    시판 중인 수도꼭지의 3분의1에 가까운 제품에서 발암물질과 중금속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국회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은 22일 수자원공사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2016년 시판 중인 수도꼭지의 62.5%에서 발암물질과 중금속이 검출돼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다. 이것을 계기로 2017년 수도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수도꼭지 규제를 강화하도록 했다. 그러나 2017년 기준 시판중인 수도꼭지를 무작위로 조사한 결과 54개 제품 중 16개(31%) 제품에서 발암물질과 중금속이 발견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제품 중에는 납이 기준치보다 63.5배 높게 나온 제품과 세계보건기구가 2급 발암성물질로 규정한 유독물질인 디클로로메탄이 기준치의 11.5배를 초과한 제품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디클로로메탄에 장시간 노출되면 허혈성심질환과 피부자극, 어지럼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일부 제품에서는 문제가 발견돼 통합 인증인 국가통합인증마크(KC인증)가 취소됐음에도 친환경 상품임을 공인하는 ‘환경마크 인증’이 일정 기간 유효하게 유지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KC인증이 취소된 상황에서도 올해 평균 48일(1.5개월) 환경마크 인증이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문제는 환경마크를 인증하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환경마크 인증 취소 청문회가 열리기 전까지 해당 제품의 환경마크 인증을 유효하게 두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환경마크는 KC인증서를 제출하면 별도의 용출시험을 하지 않고 있어, KC인증서가 취소되면 자격 요건이 상실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환경마크 인증을 즉시 취소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제38회 영평상 최우수작품상 ‘1987’...남녀주연상 이성민·한지민

    제38회 영평상 최우수작품상 ‘1987’...남녀주연상 이성민·한지민

    제38회 영평상 최우수작품상에 영화 ‘1987’이 선정됐다. 배우 이성민과 한지민이 각각 남녀주연상을 받는다. 22일 사단법인 한국영화평론가협회는 제38회 영화평론가협회상(이하 영평상) 수상자(작)를 발표했다. 이날 영평상 최우수작품상은 장준환 감독 작품인 ‘1987’이 선정됐다. 영화 ‘공작’ 윤종빈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했고, 신인감독상 영예는 영화 ‘소공녀’ 전고운 감독에게 돌아갔다. 여우주연상은 ‘미쓰백’ 배우 한지민이, 남우주연상은 ‘공작’ 이성민 차지였다. 신인여우상은 ‘박화영’ 김가희가, 신인남우상은 ‘안시성’ 남주혁이 수상했다. 공로영화인상은 한국 영화사 산 증인이자 영화 ‘시’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던 배우 윤정희가 받았다. 한편 제38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시상식은 오는 11월 13일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다. 이하 2018년 제38회 영평상 수상자 명단 최우수작품상: <1987> 공로영화인상: 윤정희 배우 감독상: 윤종빈 <공작> 여우주연상: 한지민 <미쓰백> 남우주연상: 이성민 <공작> 여우조연상: 권소현 <미쓰백> 남우조연상: 주지훈 <공작> 국제비평가연맹 한국본부상: 이창동 <버닝> 각본상: 곽경택, 김태균 <암수살인> 촬영상: 홍경표 <버닝> 음악상: 김태성 <1987> 기술상: 진종현 (시각효과) <신과 함께-죄와 벌> 특별상: (故)홍기선 감독 신인감독상: 전고운 <소공녀> 신인여우상: 김가희 <박화영> 신인남우상: 남주혁 <안시성> 독립영화지원상: 김일란, 이혁상 감독/ 전고운 감독 신인평론상: 조한기 김혜민 기자 khm@seoul.co.kr
  • 동아방송예술대학교, DIMA 드론 비행교육장 개소

    동아방송예술대학교, DIMA 드론 비행교육장 개소

    동아방송예술대학교가 드론 비행교육장을 개소했다. 인공지능과 함께 4차 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할 핵심 기술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드론 촬영기술교육을 위해 마련된 DIMA 드론 비행교육장은 드론 운용에 아무런 장애가 없도록 탁 트인 공간의 넓은 평지에 1,600여 평의 규모로 조성되었다. 교육장이 들어선 알바트로스 랜드에는 동아방송예술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종합촬영소의 야외촬영장과 휴게 공간이 함께 마련되어 있어 교육과 휴식을 위한 쾌적한 공간을 제공한다. 19일에 개최된 개소식에는 최용혁 총장을 비롯한 교직원, 학생대표와 대한상공회의소 무인항공교육원 유윤종 교수부장(에어픽쳐 대표), JY무인항공 하태웅 대표, JY무인항공 김영순 촬영감독, 무인멀티콥터 지도조종사 남홍석 교관(대한상공회의소 충남인력개발원) 등이 참석했다. 드론 비행교육장은 동 대학 부속기관인 평생교육원에서 운영하며 재학생을 대상으로 드론 촬영 교육과 국가자격증인 드론조종사자격증 취득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권준원 평생교육원장(엔터테인먼트경영과 교수)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블루칩으로 각광받고 있는 드론 교육을 통해 드론을 활용한 다양한 융합콘텐츠 제작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며, 향후 교육 대상을 지역민으로 확대해 지역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50년 근무 비결? 자신에게 치열하고 남에겐 베푸세요”

    “50년 근무 비결? 자신에게 치열하고 남에겐 베푸세요”

    41년 일한 특허청에 재취업해 9년째 현직서 역량 키워야 퇴직 후 기회 많아 아픈 동료·장애인 후원에도 노력해와“현직에 있을 때 실력을 쌓으면 퇴직 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철밥통’이라고 안이하게 생활하면 시간 낭비뿐 아니라 자신의 역량마저 떨어뜨리게 만듭니다.” 특허청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한국특허정보원 특허고객상담센터 백옥분(69) 상담관은 21일 직장인들을 위한 미래 준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백 상담관은 1968년 4월 15일 상공부 특허국 출원등록과에서 일본어를 번역하는 ‘고용직’(단순 노무에 종사하는 업무)으로 공직을 시작했다. 1977년 상공부 외청으로 특허청이 설립돼 별정직으로 전환된 뒤 2004년 개청 후 고용직 출신 최초로 5급(사무관)으로 승진했다. 2009년 4월 30일 대외협력고객지원국 고객협력총괄과에서 퇴직할 때까지 한 직장에서만 41년을 근무했다. 퇴직 후 3개월 만에 특허고객상담센터에 재취업해 만 9년을 재직하면서 ‘100세 시대’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그는 특허청에서 10년 넘게 민원 부서에서 근무한 베테랑이다. 고객서비스팀과 출원과, 등록과 등을 두루 경험하면서 실무에 밝은 데다 현직 때부터 민원 처리의 ‘달인’으로 평가받았다. 2002년 설립된 특허고객상담센터가 정착하는 과정에서 교육강사 겸 전문상담가로 채용됐다. 그는 “취업 제안이 많이 있었다”면서 “급여나 신분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조직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 업무를 선택했다”고 소개했다. 강사 업무는 중단했지만 여전히 고질 민원 상담은 그의 몫이다. 오랜 실무 경험을 통해 쌓인 내공으로 고객이 원하는 내용을 쉽게 파악해 해결하고 있다. 50년간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그만의 노하우는 ‘인과 연’, ‘안분지족’(安分知足)이다. “자신에겐 치열하지만, 남에게는 항상 베풀고 배려하라”고 조언한다. 1998년 대전청사로 이전하면서 갈망했던 대학과 대학원까지 마쳐 ‘만학의 꿈’도 이뤘다. 대전청사 여성공무원모임 회장을 지냈고, 질병으로 쓰러진 동료와 장애인을 후원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했다. 정부부처 가운데 최고의 스펙을 자랑하는 특허청에서 별정직 공무원으로 ‘2003년을 빛낸 인물’, ‘2006년 대한민국을 빛낸 사람’에 선정되기도 했다. 퇴직 후 회고록 ‘내가 살아온 길(특허청과 나의 41년)’을 출간했다. 자비로 800권을 구입해 특허청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자랑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특허의 역사, 조직의 뿌리를 알았으면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센터 재취업 후에는 걸어서 출퇴근하며 건강을 관리한다. 손녀뻘인 직원들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주문한다. 민원인들이 많이 알고, 적극적으로 질의하기에 긴장하고 항상 공부하라는 자기 암시이기도 하다. 백 상담관은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니 생활이 재밌다”며 “동료들이 모르는 것을 가르쳐 줄 때, ‘살아 있네’를 외치며 스스로를 격려한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증인 채택·일자리 공수 바뀐 정쟁… 국민 잊은 ‘내로남불’ 국감

    드루킹 등 증인 채택 국정농단때와 같아 ‘가짜일자리’ 확대 지적… 與 “정치공세” 국회 국정감사가 반환점을 돌면서 야당에서 여당으로, 여당에서 야당으로 처지가 바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식의 감사 태도가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 16일 드루킹, 김경수 경남지사 등의 증인 채택이 무산되자 무기한 보이콧을 선언했다가 하루 만에 복귀했다. 한국당은 관련자가 직접 국감장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수감자가 국감장에 나온 전례가 없다고 맞섰다. 이는 국정농단 파문 당시 미르재단·K스포츠 관련 2016년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도 논란이 됐던 문제다.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고,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당시 새누리당(현 한국당)은 민주당의 반발을 수용하지 않았다. 심재철 한국당 의원의 비인가 행정정보 유출 논란도 마찬가지다. 지난 18일 한국재정정보원 대상 기획재정위 국감에서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기재부와 고소·피고소인이 된 심 의원이 증인석에 서야 한다고 주장한 김경협 민주당 의원에게 “정말 싸가지가 없네요”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권 의원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국정조사특위 당시 관련 사건으로 고발을 당한 진선미·김현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의원을 제척하라고 강하게 주장했었다. 여당이 된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가 고용지표에 반영될 단기 성과의 ‘가짜 일자리’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민주당은 한국당의 지적을 정치 공세로만 치부했다. 하지만 2015년 10월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감에서도 재정지원 공공부문 일자리의 질과 고용의 지속성이 낮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지적이 있었다. 당시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각 부처의 최저임금 수준 일자리를 열거하며 “잘못하면 정부가 앞장서서 나쁜 일자리 창출의 과정으로 고착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비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의 21대 총선 출마 문제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전형이다. 2014~2015년 민주당 의원들은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출마 여부를 ‘단골 질문’으로 묻곤 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공수 바뀐 국감, 내로남불 백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공수 바뀐 국감, 내로남불 백태

    국회 국정감사가 반환점을 돌면서 야당에서 여당으로, 야당에서 여당으로 처지가 바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식의 감사 태도가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 18일 드루킹, 김경수 경남지사 등의 증인 채택이 무산되자 무기한 보이콧을 선언했다가 하루 만에 복귀했다. 한국당은 관련자가 직접 국감장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수감자가 국감장에 나온 전례가 없다고 맞섰다. 이는 국정농단 파문 당시 미르재단·K스포츠 관련 2016년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도 논란이 됐던 문제다.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고,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당시 새누리당(현 한국당)은 민주당의 반발을 수용하지 않았다. 심재철 한국당 의원의 비인가 행정정보 유출 논란도 마찬가지다. 지난 16일 한국재정정보원 대상 기획재정위 국감에서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기재부와 고소·피고소인이 된 심 의원이 증인석에 서야 한다고 주장한 김경협 민주당 의원에게 “정말 싸가지가 없네요”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권 의원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국정조사특위 당시 관련 사건으로 고발을 당한 진선미·김현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의원을 제척하라고 강하게 주장했었다. 여당이 된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가 고용지표에 반영될 단기 성과의 ‘가짜일자리’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민주당은 한국당의 지적을 정치공세로만 치부했다. 하지만 2015년 10월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감에서도 재정지원 공공부문 일자리의 질과 고용의 지속성이 낮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지적이 있었다. 당시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각 부처의 최저임금 수준 일자리를 열거하며 “잘못하면 정부가 앞장서서 나쁜 일자리 창출의 과정으로 고착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비판했다. 유은혜 교육부총리의 21대 총선 출마 문제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전형이다. 2014~2015년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출마 여부를 ‘단골 질문’으로 묻곤 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반환점 돈 국감 관전포인트 셋…유치원비리, 공기업 채용 비리, 심재철 비인가 자료유출

    올해 국정감사도 20일 현재 반환점을 돌고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째 국감이지만 지난해 국감이 현 정부 출범 5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열려 사실상 박근혜 정부 국감이었다는 점에서 올해 국감이 문재인 정부로서는 실질적인 첫 국감이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전동물원 퓨마 사살 사건과 관련해 질의하겠다며 벵갈고양이를 데려와 비판을 받고 선동열 야구국가대표팀 감독,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가 출석해 주목받은 것 외에 초반 국감은 별다른 화제 없이 한 방 없는 야당, 정부 방어하기에 급급한 여당에 그쳤다. 그러나 국감 중반에 접어들어 사립 유치원 비리,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등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국감 본연의 역할이 살아났다. 사립유치원 비리 이번에 끝장 볼까 이번 국감 최고의 화제 인물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초선으로 전반기 국회에서 정무위 소속이었던 박 의원은 후반기 국회에서 교육위에 소속된 지 얼마 안 돼 정치권에서 모두가 알고 있지만 섣불리 건드리지 못했던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를 이번 국감에서 공개했다. 파문이 커지자 당·정도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21일 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 협의가 예정됐고 이르면 24일 대책 발표를 할 계획이다. 국가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29일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대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이때 유치원 비리 관련 여야 의원들의 거센 질의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공기업 전체 조사로 확산하나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6일 최초 공개한 서울교통공사 직원 친·인척의 정규직 전환 등 채용 비리 의혹은 공기업 전반의 채용 비리 의혹으로까지 확산하려 하고 있다. 한국당은 물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까지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면서 야 3당이 이번 일을 계기로 연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낙하산 공기업들에 대한 즉각적인 전수 조사를 개시해 문재인 정권에서 자행되는 고용세습의 뿌리깊은 관행을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야당의 국정조사 추진에 대해 정치공세라며 공세 차단에 나섰다. 특히 서울교통공사를 시작으로 다른 공기업에서도 이 같은 채용비리가 터져 나오게 되면 문재인 정부를 흔들 수도 있는 악재가 될 수 있는 만큼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남인순 민주당 최고위원은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친·인척들이 대거 정규직이 된 게 어떤 사정이었는지 파악 후에 따져야 하는데 한국당은 막무가내로 권력형 게이트로 몰아가려 한다”며 “채용비리는 무관용으로 대처한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원칙”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야 공방으로만 그친 심재철 비인가 자료 유출 이번 국감은 심재철 한국당 의원의 비인가 재정정보 무단 유출 사건에 대한 국감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치열한 논쟁은커녕 고성과 삿대질 국감에 그쳤다.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재정정보원에 대한 국감은 피고발인 신분인 심 의원의 국감 배제 문제를 놓고 파행을 거듭했다. 앞서 기획재정부와 한국재정정보원은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에 심 의원과 그의 보좌진을 정보통신망법 등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심 의원도 무고 혐의로 맞고발했다. 민주당에서는 심 의원이 재정정보를 내려받은 것 자체가 불법인데다 유출 경위도 계획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당에서는 내려받은 자료가 기밀이 아닌 공개 대상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한국재정정보원에 대한 국감은 여야 간 공방으로 끝났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29일 기재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심 의원의 비인가 자료 유출에 대해 여야가 또다시 부딪힐 전망이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박용진 “가짜뉴스 주장하는 한유총, 이덕선 비대위원장에게 책임 묻겠다”

    박용진 “가짜뉴스 주장하는 한유총, 이덕선 비대위원장에게 책임 묻겠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비리 사립 유치원 명단 공개에 대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가짜뉴스라고 선동하는 데 대해 국정감사 자리를 빌려 분명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날 경남도교육청에서 열린 부산시교육청, 광주시교육청 등에 대한 교육위원회의 국정감사 자리에서 “부산시교육청에서 행정처분이 완료되고 해당 유치원이 행정처분을 수용한 것만 공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비리 사립 유치원 명단 공개에 앞장 선 박 의원은 한유총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으며 소송당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학부모들로부터는 응원을 받고 있다. 박 의원은 “(공개된 사립 유치원 명단 중 행정처분에 대해) 불복해서 소송 등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한 건도 없다”며 “수용한 것만 공개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유총이 아직 사법적 판단도 끝나지 않았는데 왜 우리를 비리집단으로 매도하냐면서 박용진의 비리 유치원 주장은 가짜뉴스라고 선동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경고하는데 한유총이야말로 가짜뉴스를 만들지 마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시·도교육청이 열심히 비리를 적발하고 국회에서 정당하게 지적한 문제를 가지고 가짜뉴스라고 주장을 하고 학부모들을 속이고 국회를 능멸하는 행위에 대해 종합감사 때 증인으로 채택된 이덕선 한유총 비대위원장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울산에서 사립 유치원 원장이 업무추진비를 개인적인 용도로 쓴 일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울산은 교사회의를 유치원 선생님들이 노래방에서 하는 모양이며 회의할 때는 술도 마신 걸로 나와있다”며 “유치원 원장들이 회의 명목으로 노래방 가고 맥주 마시고 심지어 껌도 사고 커피도 사고 담배도 사고 숙취해소제도 업무추진비로 사는 게 적절한가”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교육감들에게 말씀드리는데 지역 유치원연합회라든지 교육이익단체에서 압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면서 “여러분이 잘못된 것을 확인하지 못하면 누가 확인하겠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언제까지 감사 때마다 국회의원들이 들고 나와서 이거 가지고 떠들고 해야 하나”라며 “여러분이 할 일을 하지 않으니 학부모들이 속고 국민이 속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불온(不·On)한 회의] 국감장 사립유치원 비리 폭로는 ‘한방’…야당 활약은 ‘비리비리’

    [불온(不·On)한 회의] 국감장 사립유치원 비리 폭로는 ‘한방’…야당 활약은 ‘비리비리’

    해마다 이맘때 느끼는 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가을이 점점 짧아지는구나’, 또 하나는 ‘올해 국정감사도 뻔하구나’. 정책국감, 민생국감은 희미하고, ‘이미지쇼’만 남는 모습입니다. 그래도 이번 국감에 ‘한방’은 있었습니다. ‘사립유치원 비리’ 폭로는 고질적인 문제를 공론화했을 뿐만 아니라 선출직이 ‘표밭’에 대항한 용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빛을 발합니다. 국감은 이래서 필요한 겁니다. 이번 ‘불온(不·on)한 회의’에선 중반을 넘어선 국감의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부장:올해 국감 키워드는 ‘비리’로 꼽을까 하는데.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 공개’는 폭발력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비리비리’…. 세진:보통 국감에선 여당보다는 야당이 돋보이는데, 활약이 눈에 잘 안 띄어요. 국감 시작 전 정부 업무추진비 논란으로 포문을 열었던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도 정보 무단 유출 논란으로 자기 변호하기에 바빴던 것 같고. 달란:가장 뜨거웠던 사립유치원 이슈를 짚고 넘어갈까요.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곳에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감사가 당연한데 그게 적용되지 않았던 분야가 있었고, 그걸 발굴해서 드러냈다는 데 의미가 있었습니다. ‘사립’이라면 민간 분야인데, 세금이 들어간다는 것에 의아할 수 있는데요. 2013년 누리과정이 확대되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모두 국가 지원을 받게 됐습니다. 사립유치원도 포함됐죠. 그런데 정부 지원금에 대한 감사를 사립유치원만 거부해왔어요. 집단이기주의가 행정력을 제압하고 있던 거죠. 부장:사립유치원 비리는 매년 불거지지만, 강력한 처벌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영향력을 에둘러 보여준다고 할까. 달란:명단 공개를 주도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페이스북을 보니 댓글 중에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았다’는 평이 인상적이었어요. 다만 박용진 의원도 명단 공개에 대해 전제를 달았어요. ▲전수조사가 아니다 ▲규정 위반 심각성이 사안마다 다르다 ▲사안의 경중을 의원실이 판단하진 않았다 ▲시·도 교육청마다 기준이 다르다. 정보가 정제되지 않다보니 도매금이 된 곳도 있고, 혼란을 일으킨 측면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사립유치원을 제대로 감독할 명분을 얻는 계기가 됐다는 긍정적인 면이 크죠. 부장:11월 원아 모집 시기에 앞서 학부모들에게 어떤 부분을 꼼꼼히 따져야 할지 알려준 것도 긍정적인 부분. 커뮤니티 카페에선 유치원이 적극적으로 상황 설명을 해주니 안심이 된다는 반응도 있고. 달란:자녀 둘을 모두 사립유치원에 보내면서 매달 60만원 이상 지출하고 있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그 돈이 명품가방 사는 데 쓰인다고 하면 당연히 화가 나죠. ‘혹시 우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도?’라고 의심할 수 있지만, 문제는 유치원 수가 한정적이라는 거예요. 비리 유치원조차 경쟁률이 10대1을 넘어가니 안 보낼 수는 없어요. 학부모로선 ‘한번 적발됐으니 이제는 괜찮겠지’ 하고 ‘정신 승리’ 하는 수밖에요. 학부모는 어떻게 되든 을이에요. 세진:그러니까 한유총도 당당히 나오는 거죠. 달란:국가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도입하든지 철저하게 감시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고, 궁극적으로는 공립유치원을 전면 확대해야 합니다. 세진:2017년 기준으로 국립이 3곳, 공립 4744곳, 사립이 4282곳이에요. 원아 수를 보면 사립유치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에요. 국립 249명, 공립 17만 2722명인데, 사립에 다니는 원아 수가 52만 2110명이에요. 4명 중 3명이 사립을 다니고 있는 거예요. 달란:사립유치원에서는 월마다 교비를 실제로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어요. 학부모운영위원회를 조직해서 회계감사를 받고 보고받는 유치원도 있지만, 모든 유치원이 의무적으로 하진 않더라고요. 투명한 회계시스템 도입이 필수인데, 한유총은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를 하면서도 단서를 달았어요. 사립유치원에 적합한 시스템을 따로 개발해줘야 한다는 거예요. 지금 당장 비난의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것처럼 보여요. 진호:넓게 보면 학부모까지 포함되는 교육계는 선출직에게는 엄청난 ‘표밭’입니다. 표심을 자극하면 당선은 멀어지니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는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당장 앞둔 선거가 없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가 사립유치원 관리·감독 정책을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봅니다. 부장: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건 사립유치원 일부의 비리가 전체의 이미지로 확대해석될 수 있다는 점인데. 달란:개인물품을 혼용해서 구입하거나 1억원이 넘는 입학금·교재비를 세입처리하지 않는 등 치졸한 곳도 눈에 띄지만, 단순히 생활기록부에 학부모 생년월일 기재 누락했다고 지적받은 곳도 있었어요.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할 때 횡령 금액이나 비리 유형별로 기준을 마련해서 구분해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입니다. 세진:유치원의 부당한 요구를 받았거나 회계가 의심스러운 정황을 알게 됐을 때 학부모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반대로 유치원에서 국가지원금을 투명하게 처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매뉴얼을 마련해줘야 하겠어요. 부장:이제 중반을 넘긴 국감을 평가해보자면. 달란:여러 장면이 있지만, 최악을 꼽으라면 역시 김진태 한국당 의원의 벵골고양이죠. ‘퓨마 사살’과 관련해서 동물권을 주장하기 위해 데리고 나왔다는데 오히려 철창 안에서 떨고 있는 벵골고양이가 부각되면서 동물 학대라는 비판을 받았죠. 세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박대출 한국당 의원이 ‘손잡이가 없는 맷돌’을 들고 나왔지만, 정작 질의와는 큰 관련이 없었어요. 진호:정부의 단기 일자리 정책을 비판하면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현을 하기 위해서였다고 했습니다. 일단 어처구니의 어원이 맷돌 손잡이를 가리킨다는 설은 확실한 정설이 아니고요. 질의 내용과 관계없이 자신의 발언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수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봅니다. 부장:반대로 굉장히 좋은 내용인데도 조용히 묻혀버린 이슈는 없었을까. 달란:지난달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이산화탄소 누출 사망 사고의 문제를 지적한 국감이 기억나요. 이 사고로 협력사 직원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습니다. 당시 회사 측이 119에 신고하지 않고 자체 소방대에서 해결하려 했던 게 문제가 됐는데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이렇게 지적했어요. 회사가 사고를 즉각 대처하기 위한 게 아니라 사고를 은폐할 목적으로 자체 소방대를 운용하는 게 아니냐고. 세진:국감 전에는 항상 대기업 총수들을 증인으로 채택하네 마네 말이 많고, 국감에 나온 기업인이나 고위 관료들에게 의원들이 호통만 치는 게 눈에 띄죠. 그런 면에서 이번 국감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증인으로 나온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의원들이 백종원씨 앞에선 마치 외식 컨설팅을 받으려는 식당 주인 같은 느낌. 달란:백종원씨는 확실히 외식자영업자의 현실을 차근차근 잘 설명했어요. 특히 우리나라는 식당을 여는 게 너무 쉬워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준비되지 않으면 뛰어들지 말라고 조언하더라고요. 어떤 의원은 백종원씨의 가맹점 출점이 과도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가 골목상권과 먹자골목에 대한 차이점을 ‘강의’받기도 했어요. 국감 무용론이 나오고, 극단적으로는 폐지를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런 점에서 국감이 필요한 부분은 있는 거죠. 국감이 정부를 견제할 좋은 수단이고 실제로 공무원들이 무척 긴장하면서 일해요.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국감에서 지적된 사항에 대한 조치를 국회가 사후에 또 보고받기 때문에 행정 현장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는 과정입니다. 진호:과거 사례를 봐도 분명 국감은 필요합니다.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구치소 수용자들의 열악한 현실과 박근혜 전 대통령 독거실 상황을 비교하기 위해 신문지를 깔고 누웠던 것이 떠오르네요.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이 세상에 드러나기 전인 2014년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정유라씨 승마 논란을 처음 지적했던 것도 국감이었어요. 부장:그렇게 국회가 제대로 된 국감을 할 수 있도록 옥석을 가려 보도하는 언론의 역할도 필요하지. 정리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광복 73년…서울 한복판 ‘일제 명의 건물들’ 말이 됩니까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광복 73년…서울 한복판 ‘일제 명의 건물들’ 말이 됩니까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은 지 올해로 73년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일제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과 일본기관이 소유했던 동산과 부동산을 광복된 이후 사람들은 ‘적산’(敵産)이라고 불렀다. 적산은 적의 재산이라는 뜻이다. 적산은 미군정법령 제33호에 따라 조선 군정청으로 귀속되기 시작했다.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대한민국 정부로 귀속 주체가 이관됐다. 한마디로 적산은 모두 국가로 귀속되는 게 대원칙이었다. 하지만 광복 이후에도 친일파의 득세가 이어지면서, 친일파 재산은 물론 적산 환수도 난항을 겪었다. 한국전쟁까지 발발하자 토지대장 상당수가 소실됐고, 일본인 명의의 토지 ‘적산’ 가운데 상당수의 땅은 소유권이 묘연해졌다. 아직도 등기 말소 등 행정절차를 밟지 않아 일본인 이름으로 된 건축물과 토지들이 전국 곳곳에 산재한다. 일본인이 소유했던 재산의 소유주를 명확히 바로잡는 것은 일제강점의 흔적을 지우는 것은 물론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일이다. 일제의 흔적을 지우는 작업에 앞장선 두 명의 공무원을 만났다.●사대문 안 일제 잔재 없애라 김영균(53) 서울시 중구청 지적행정팀장은 건축물대장이나 등기부상에 일본인 명의로 기재돼 있는 건축물에 대해 주인을 찾아 주는 작업을 한다. 1989년 서울시에 입사한 김 팀장은 2015년 중구로 발령이 나자 이 일을 시작했다. 그는 “건물 소유주도 모르게 일본인이 이중 등기되어 있어서 건물을 처분하지 못한다는 사연과 등기말소를 하려고 해도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주저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알고 일본인 재산 등기말소 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제는 1912년 한반도 지배·수탈을 위해 들여온 기존 등기와 연계해 건축물대장 기초자료를 구축했다. 해방 후 ‘가옥대장’으로 불렸던 건축물대장은 1962년 건축법 시행과 함께 도입됐다. 때문에 건축법 시행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소유권 변동, 철거 등의 변화가 있어도 건축물대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고 일본강점기 때 자료가 그대로 남았다. 예를 들어 서울 충무로에 있는 한 단층 건물은 1979년에 지어져 공장과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건축물대장에는 1933년 사용 승인이 난 일본인 소유 목조주택과 함께 등재돼 있다. 목조주택은 사라진 지 오래지만, 건축물대장에는 고스란히 남아 있는 셈이다. 건축물의 실소유주는 소유권 이전, 금융권 대출, 신축 등의 경우가 아니면 말소 절차도 번거롭고 비용도 들어 이를 정리하기보다는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사정들 탓에 ‘일본인 소유 건축물’이라는 기록이 현재까지 살아남은 것이다. 2015년 이후 소유자 신청에 따라 일본인 명의 건축물대장과 등기를 말소한 것은 101건에 불과했다. 김 팀장은 “특히 중구는 서울 사대문 안에 있기 때문에 이런 사례가 많다”면서 “일제 흔적을 지우고 행정정보의 신뢰도를 높이고자 전국 최초로 일제청산 작업을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적행정팀원들과 함께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4월부터 건축물대장에 올라 있는 관내 건물 11만 3509곳에서 일본인 명의 건물 627곳을 찾아냈다. 건축물대장 97건과 등기부 530건이다. 이런 건물은 을지로와 충무로에 198곳이 집중돼 있다. 오장동 84곳, 묵정동 41곳으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도 예관동, 남대문로, 남창동 등 대부분 사대문 안에 모여 있다. 김 팀장은 직원들과 함께 일본인 명의 건물이 있는 627곳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육안 확인을 비롯해 항공사진 판독, 재산세 납부 여부 등으로 건축물 존재 여부를 가려내는 등 청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건물이 없는 경우 직권으로 건축물대장을 정리하고 법원에 등기말소를 의뢰할 예정”이라면서 “등기에만 존재하는 건물은 소유자가 법원에 등기말소 신청을 하도록 안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는 말소 신청을 한 소유자를 대상으로 촉탁의뢰 등 이후 절차를 무료로 대행할 계획이다. 김 팀장은 “구 방침이 알려지자 민원인 한 분이 26건을 신청하기도 했다”면서 “하나의 지번에 없어져야 할 건물등기가 26건이나 있었던 셈인데 법무사에게 위임했으면 건당 10만원 정도로 최소 260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인 명의의 건축물이 지금까지 존재하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면서 “부동산 공적장부 일원화를 통해 일제 흔적을 지우고 행정정보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이라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숨겨진 일본인 재산 찾아라 일본인 명의 토지 즉 ‘적산’에 대한 관리와 환수는 1945년 광복 이후 오랜 기간 부실했다. 정부가 적산 청산을 제대로 못 해 여전히 토지대장상 땅 주인이 일본인으로 돼 있거나, 전쟁으로 인해 토지대장이 없어졌거나, 시스템 미비 탓에 소유권이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토지 소유권을 정리하고자 3차례에 걸쳐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특별조치법)을 실시했다. 하지만 1·2차 특별조치법 시행 당시 정부는 이·동별로 보증인 3~6명을 위촉한 뒤, 보증인들이 토지 소유주에 대한 보증만 해 주면 토지의 소유권을 인정해 주는 방식을 취했다. 대부분 현장 조사조차도 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정체가 모호한 ‘적산’들이 국고로 귀속되지 않고 정체가 불분명한 사람들에게 넘어갔다. 조달청이 2015년 일본인 명의 은닉재산, 즉 ‘적산 의심 토지’의 환수작업에 착수한 이유다. 주 담당자로 송명근(50) 국유재산기획과 사무관이 뽑혔다. 동국대 전산통계학과 출신인 송 사무관은 정보통신 자격증을 소유한 정보통신 사무관이어서 ‘친일파 재산 환수’ 등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대형국책사업 업무를 맡아 국무조정실에 1년간 파견됐다는 이유로 2016년 조달청에 돌아오자마자 국유재산 환수 작업에 투입됐다. 송 사무관은 업무를 맡자 6개월간 자료 분석에 매달리는 한편 관련 서적 읽기에 몰두했다. ‘친일인명사전’ 3권을 여러 번 숙독한 것을 비롯해 ‘한국근대사 산책’과 ‘친일파와 일제시대 토지’, ‘일제의 한반도측량 침략사’, ‘창씨개명’, ‘창씨개명 법제연구’ 등 일본인 토지와 재산과 관련한 서적 20여권을 탐독했다. 환수 작업을 원활히 하려면 역사적 맥락을 알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제는 아예 충남대 대학원 북한통일학과에 진학해 일제강점기는 물론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학구열을 불태울 정도로 적산 환수작업에 진력하고 있다. 송 사무관은 팀원들과 함께 지난 7월 말까지 귀속재산과 부당하게 사유화된 일제강점기 일본인 명의 재산(은닉재산) 3373필지, 228만 9805㎡(토지 가액 848억원 상당)를 국유화했다. 여의도와 거의 맞먹는 면적이다. 이 중에는 조선총독부(310필지), 동양척식주식회사(26필지), 일본법인(88필지) 및 일본인 개인(1201필지) 소유지 등 일본 정부 및 법인 명의 재산도 포함됐다. 이들 재산 중 특별조치법 시행과정에서 불법으로 취득한 무단 점유자가 자진 반환을 거부하면 소송까지 불사해야 한다. 실제로 70필지가 소송을 통해 국가 소유가 됐다. 현재도 1만 필지에 대해 조사나 소송이 진행 중이다. 환수작업은 쉽지 않았다. 송 사무관은 “일부 적산에 대한 조사와 환수가 광복 이후 70년이나 지나 너무 늦게 진행된 탓이었다”면서 “토지 조사는 매매 계약서 존재 여부, 주변인 진술에 좌우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닉재산 국가환수는 일본인 명의 재산을 불법으로 취득한 개인 소유의 재산을 국유화하는 과정으로, 재산을 빼앗기는 상대를 조사해야만 한다”면서 “재산소유자가 면담에 불응하거나 불만을 강하게 표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힘이 들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조사과정에서 “‘몇십년 동안 땅을 가지고 있었는데, 왜 이제 와서 땅을 환수하느냐’는 협박에도 시달려야 했다. 송 사무관은 “저를 비롯해 여성 직원들은 ‘밤길 조심하라’거나 ‘앞으로 가족을 제대로 챙겨야 할 것”이라는 등의 협박을 들었다. 여성 직원들이 눈물을 흘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jr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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