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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37회]노골적인 헌재 견제·무력화 검토···문건 쓴 판사 “크게 후회”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37회]노골적인 헌재 견제·무력화 검토···문건 쓴 판사 “크게 후회”

    ‘노골적 비하·좋지 않은 소문 활용 헌재 견제 ‘비상적 대처’ 검토‘헌재 무력화’ 각종 문건 쓴 현직 법관 “크게 후회하고 있다” 진술남부지법 ‘한정위헌’ 제청, 행정처 ‘직권취소“ “대법원장 지시일 것”통진당 행정소송 “행정처, 일선 재판부와 연락하는 것 알게 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들 가운데 한 축에는 헌법재판소를 견제한 부분이 있다. 헌재는 사법부와는 독립된 기관이었지만 ‘양승태 사법부’는 법률에 대해 위헌심판을 할 수 있는 헌재가 대법원의 판단과 비슷한 역할을 하거나 특히 대법원의 판단과 배치되는 결정을 할 경우 법원의 위상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다. 법원이 최고의 사법기관이 될 수 있도록 헌재를 견제하고 위상을 떨어뜨리자는 것이 당시 사법부의 중요 과제였다고 당시 법원행정처 심의관을 지낸 판사들은 말한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36차 공판에는 2015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행정처 사법정책실 심의관을 지낸 문성호 서울중앙지법 판사가 증인으로 나왔다. 문 판사는 당시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지시를 받아 헌법과 헌재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확인 행정소송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관련 여러 문건을 작성하고 보고한 의혹으로 지난해 견책 처분을 받기도 했다.문 판사는 이날 재판에서 행정처가 헌재를 견제하기 위해 계획하거나 실제 실행한 일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2014년 출범한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자문위원회에서 사법부의 권한과 관할을 대폭 축소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의견서가 채택된 상황이어서 행정처에서 고위 법관들은 헌재와 관련된 사안들을 중요하게 보고 있었다는 게 문 판사의 설명이다. ●‘노골적 비하·좋지 않은 소문 활용’…헌재 견제 위해 ‘비상적 대처’ 검토한 행정처 문 판사는 이 전 상임위원으로부터 2015년 7월 ‘헌재 관련 비상적 대처 방안 검토(대외비)’ 문건을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대법)원장님 지시사항”이라는 말과 함께 헌재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여러 방안을 불러줬다고 한다. 석 달이 지나 완성된 문건에는 ‘헌재 재판소원 관련 민감한 현안이 다수 계류 중이고 상고법원 국회 심사 등 주요 국면에서 법원의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임’, ‘헌재 역량을 악화시키고 노골적 비하전략을 세워서 헌재의 위상을 하락시키면 헌재의 결정에 대한 권위가 하락될 것으로 예상’, ‘(헌재 관련) 좋지 않은 소문 확인 활용’, ‘통진당 행정소송 재판 적절히 활용’ 등의 내용들이 담겼다. 대부분 이 전 상임위원이 불러준 방안들을 토대로 적은 방안들이었다고 문 판사가 말했다. “이 전 상임위원이 한 번도 ‘톤 다운’(표현의 수위를 낮추라는) 하라고 말한 적이 없고 점점 (수정 지시에서 요구한 표현의) 강도가 세졌나”라고 검찰이 묻자 문 판사는 “그런 기억은 안 나고 저로서도 어떤 것이 비상적인지 잘 떠오르진 않고 여러 방안에 대해 구두로 말씀해 주셔서 제가 가져간 메모지에 적어왔고 9월 중하순 무렵쯤부터 (문건 작성에) 착수했을 땐 메모에 있는 내용을 주로 활용해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만 말했다. 톤 다운 지시를 받지 않았는지, 수정 지시를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풀려지거나 양이 많아지지 않았는지 검찰이 거듭 묻자 “어느 부분을 누가 수정했는지 몰라도 ‘노골적 비하’ 이런 표현은 저로선 좀 생경하고 혼란스러웠다”고 답했다. 노골적인 표현들에 검찰은 “부당한 지시라고 생각했으면 작성을 거절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문 판사에게 질문했다. 그러자 문 판사는 “그 점에 대해선 크게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다.앞서 그해 3월쯤 문 판사는 이 전 상임위원에게 헌재 내부 정보를 수집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지시에 따라 헌재 내부의 정보를 수집할 계획을 세웠다가 당시 헌재에 파견된 최모 부장판사가 헌재 내부 정보를 전달한 이후 직접 정보를 수집하진 않았다. 문 판사는 “사법정책심의관으로 부임한 초기였는데 이 전 상임위원장의 지시를 받고 헌재 내부정보를 수집할 계획을 세운 것에 대해 마음의 부담이나 걱정이 없었는가“라는 검찰 질문에 “완전 과거의 일이기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데 사실 나중에는 (최 부장판사를 통해) 보고서도 오고 평의 내용도 받고 해서 당시엔 그 정도까지는 생각 못했다”고 답했다. 문 판사는 “부연하자면 2015년 4월 정도로 기억하는데 어느날 갑자기 이 전 상임위원이 업무방해 사건에 관한 헌재 보고서를 저에게 보내주셔서 헌재 내부 보고서를 어떻게 입수해서 보내시나 놀란 것도 사실”이라면서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최 부장판사로부터 다른 자료까지 오게 돼 (헌재가) 보안이 매우 취약한 조직인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해도 되는가 생각도 했지만, 제가 소극적으로… 나서서 저지하거나 뭐 반대의사를 명확히 하진 못했는데… 다만 마음의 부담은 있었고 지금도 후회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 전 상임위원이 누구의 지시로 문 판사에게 헌재 정보수집 지시를 했는지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덧붙였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의 공소장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임 전 차장 등은 이 전 상임위원으로부터 ‘현대자동차 비정규 노조 업무방해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관들의 평의에서 한정위헌 의견이 다수였다는 보고를 받았다. 앞서 현대차 전주공장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조 간부들은 2010년 3월 정리해고를 이유로 정식 쟁의절차 없이 잔업과 휴일특근을 거부해 사업장에 약 3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업무방해죄로 재판에 넘겨져 2012년 7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그런데 노조 간부들은 형법상 업무방해죄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만약 헌재에서 노조 간부들이 조합원들로 하여금 집단적 휴일 특근을 거부하도록 한 업무방해죄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반하는 한정위헌 결정을 하는 경우 대법원의 위상에 타격을 입게 될 것을 우려해 이를 막으려 했다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이다. ●‘헌재 무력화’ 각종 문건 쓴 현직 법관 “크게 후회하고 있다” 이 전 상임위원이 보고한 업무방해 사건 관련 헌재 내부 보고서에는 헌법재판연구관들의 1·2차 토론 결과와 헌법재판관들의 1차 평의 결과 한정위헌 의견이 다수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행정처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그해 4월 17일자 ‘업무방해죄 헌법소원 사건 대책 보고(대외비)’ 문건이 만들어졌는데 헌재의 평의 결과를 담은 뒤 대처방안으로 ‘헌법재판관들을 개별 접촉해 설득’, ‘법원 내 유사사례를 발굴해 선제적으로 무죄 취지 판결을 선고’ 등이 검토됐다. 특히 ‘대법원 재판연구관실의 협조를 받아 현재 대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 중 업무방해 관련 유사사건을 발굴해서 헌재 결정 이전에 조속히 무죄 취지의 대법원 판결을 선고하고 친(親)법원 헌법재판관들로 하여금 헌재 결정 일자를 최대한 늦추게 하는 방안’도 문건에 포함됐다. 한정위헌은 여러 해석이 가능한 법률 조항에 대한 법원의 해석을 두고 위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라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혀 법률 자체의 효력을 없애는 위헌과는 구분되고, 헌재가 특정한 해석 기준을 제시하며 법원 해석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헌재와 사법부의 권한과 위상에 민감했던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당시 사법부 고위 법관들에게는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이 대법원의 위상을 더욱 떨어뜨린다고 봤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에 계류된 관련 사건을 대법원이 먼저 헌재의 결정과 정반대의 판결을 선고해 헌재의 결정에 힘이 빠지도록 해야한다는 게 앞서 문건에 담겼고 검토가 됐다. 심리를 서두르게 하거나 선고를 앞당기는 것 역시 엄연히 재판 개입에 해당한다. 이처럼 노골적으로 헌재를 견제하는 방안들이 검토되던 상황에서 특히 일선 법원에서 한정위헌 취지로 위헌법률심판을 해달라고 결정하는 행정처 윗선의 ‘우려’와 정면으로 부딪혔을 것이다. 2015년 4월 8일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부에서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법률심판제청 결정을 내렸다. 그 다음날 결정문을 받아본 문 판사는 고민 끝에 상부에 이를 보고했다. “보고하지 않고 곧바로 헌재에 보낼까도 잠깐 생각했지만 (나중에 알려졌을 때) 책임을 추궁당할 것 같기도 하고 보고하는 것이 원칙이라 동료들과 상의해 보고하는 게 맞겠다고 결론냈다”고 한다. 다만 문 판사는 보고서에 ‘논리상 한정위헌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없어 그대로 헌재에 송부해도 문제없다’는 문구를 담아 4월 10일 한승 당시 사법정책실장과 이 전 상임위원에게 보고했다. “법률의 해석에 대한 위헌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법률 자체의 위헌성 문제인데 재판부가 착오해서 한정위헌 취지의 결정을 해서 실제로 한정위헌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는 판단에서 그렇게 보고했다”고 문 판사는 설명했다. ●남부지법 ‘한정위헌’ 제청 결정, 행정처가 ‘직권취소’… “대법원장 지시일 것” 문 판사의 표현을 빌리면 상부에 보고를 하자 “갑자기 일이 커졌다”. 한 전 실장은 “이 건이 발생한 자체는 법원행정처 차장, 처장이 아니라 대법원장에게도 보고돼야 하는 사안”이라면서 “정책결정이 필요한 사안이고 보고서를 작성할 때 향후 유사사안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까지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고 문 판사는 전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보고를 듣자마자 “그대로 보내면 안 되겠네요”라고 말했다고 했다. 보고를 올린 그날 오후 이 전 상임위원이 문 판사를 불러 ‘정리’라는 제목의 문건을 주며 “직권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보고서를 준비해달라”고 지시했다. 문 판사는 “상급자의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를 했거나 보고가 됐다고 듣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로 직권취소 방향이 잡힐 정도면 대법원장에게도 충분히 보고가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이미 제가 보고를 드리고 나서 불과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일이 커져버린 셈이어서 이럴 바엔 그냥 (헌재에) 보낼 걸 그랬나 생각이 들었고, 당일 오후에 이 전 상임위원이 저를 불렀을 때는 이미 남부지법 재판장과 통화까지 마친 상태였다. 최초 보고할 때 일말의 불안감은 있었지만 너무 짧은 사이에 일이 커져서 마음이 많이 안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문 판사는 이 전 상임위원의 지시에 따라 다시 작성한 보고서에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법률심판제청 결정을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신청대리인인 제청법원과 행정처 뿐’이라는 기재를 더했다. 그리고 법원 내부 전산망에 등록된 위헌법률심판제청 결정문이 보이지 않도록 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 정보화심의관과 연락해 삭제 조치를 하기도 했다.위헌심판제청 결정을 한 재판장에게 삭제를 위한 공문까지 받았다. 이렇게 흔적까지 모두 지워낸 이유에 대해 “위헌제청결정의 직권취소가 법률적·윤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문 판사는 “제가 이해하는 법률지식으로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고, 윤리적으로도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선 “일선 재판에 개입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통진당 행정소송 과정서 “행정처, 일선 재판부와 연락하고 있다는 것 알게 돼” 행정처의 헌재 견제는 통진당 의원들이 낸 지위확인 행정소송에도 이어졌다. 행정처에서 통진당 소송 관련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어 소송 진행상황 등을 검토한 문건을 전임자로부터 인수인계 받은 문 판사는 “간담이 서늘했다”고 표현했다. “상당히 많은 양이 있었고 거북했던 것은 인용, 기각 시 설시 등이 다 적혀있어서 ‘뭐 이렇게까지 다 검토해봤나’ 하는 인상을 가졌던 것이고 이후 하나 둘씩 읽으면서 내용이 지나친 것이 있어 간담이 서늘한 감정까지 갖게 됐다”는 것이다. 2015년 11월 서울행정법원에서 행정처의 의견과 달리 소송을 각하하는 판결이 나오자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크게 화를 냈다고도 증언했다. 문 판사는 “이 전 상임위원이 절 불렀을 때 얼굴이 상기된 상태로 ‘처장이 뭐라고 한다’며 말끝을 흐리면서 ‘내가 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에게도 말을 했는데 (각하를) 했다’고 말했다”면서 “이러한 얘기를 듣고 어떤 식으로든 재판부에 의사를 전달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통진당 지방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사건이 심리 중이던 전주지법에서는 2015년 11월 25일자로 행정처에서 작성된 ‘통진당 지방의원 행정소송 결과보고’라는 제목의 내부 문건이 전주지법 공보판사를 통해 기자단에 배포된 이른바 ‘전주 공보사태’가 일어나자 박 전 대법관 등이 크게 당황하며 양 전 대법원장에게 달려갔다고도 말했다. 문건에는 ‘헌재가 통진당 소속 비례대표의 국회의원직 상실을 결정한 것은 삼권분립을 위반한 월권행위’라는 행정처의 판단과 함께 소송에 행정처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담겼다. 이런 문건이 11월 26일자 신문에 보도되자 당시 행정처 간부들은 행정처 공식입장이 아닌 심의관의 개인 생각이라고 언론에 대응하기도 했다. 언론보도가 나온 직후 상황에 대해 문 판사는 “상황을 보고받은 처장이 놀라서 급히 가는 장면을 목격했다. 부속실 여직원은 11층에 전화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는데 대법원 11층은 대법원장 집무실이 있는 층이다. 문 판사는 지난해 대법원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대법관들이 공동으로 입장을 내고 “재판 거래나 재판 개입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한 데 대해 “행정처 간부들이나 심의관들은 그렇게 말할 수 없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에 대해 검찰이 이날 법정에서 묻자 문 판사는 통진당 행정소송과 관련해서 이미 재판부랑 연락했다는 사정을 전해듣기도 했고 그래서 그 형태나 빈도는 잘 모르겠지만 간부들 중에 일부는···일선 재판부와 연락을 하는 것을 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서울포토] 증인선서를 하고 있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

    [서울포토] 증인선서를 하고 있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2019.10.17.김명국선임기자 daunso@seoul.co.kr
  • “줄리아니는 수류탄”… 볼턴, 우크라 의혹 ‘핵폭탄’ 되나

    줄리아니 “원자폭탄” 하원소환에 불응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촉발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 조사가 한창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진흙탕 싸움에 나섰다. 피오나 힐 전 백악관 고문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비공개 청문회에서 7월 줄리아니의 측근들이 우크라이나 관리들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수사에 대해 논의했다고 증언했다. 이 과정에서 볼턴 당시 보좌관은 이를 반대하며 “줄리아니는 모든 사람을 날릴 수류탄”이라면서 줄리아니의 우크라이나 수사 압력을 ‘마약 거래’라고 비난했다고 힐 전 고문은 덧붙였다. 볼턴 전 보좌관의 수류탄 발언이 나오자 줄리아니가 반격에 나섰다. 줄리아니는 15일 “그(볼턴 전 보좌관)가 누군가를 수류탄으로 부른다는 게 역설적”이라면서 “존이야말로 많은 사람이 원자폭탄으로 묘사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줄리아니는 또 “하원의 탄핵 조사는 불법”이라며 소환에 불응했고 “하원이 너무 광범위하며 합법적 선을 넘는 자료를 요구한다”며 자료 제출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줄리아니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그의 묘사는 맞는 말일 수 있다”면서 “볼턴 전 보좌관이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증언할 경우 파장이 클 수 있다”고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탄핵 조사와 관련해 어떤 소환장도 받지 않았지만 만약 의회 증언이 이뤄질 경우 그의 말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뒤흔드는 ‘핵폭탄’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더힐은 “탄핵 조사를 주도하는 민주당이 볼턴 전 보좌관을 ‘스타 증인’, 즉 탄핵 조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증인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민주당은 탄핵 조사를 위한 공식적인 찬반 투표는 실시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의회에서 기자들에게 “(탄핵 조사를 위한 찬반) 투표가 필요조건이 아니며 따라서 이 시점에서는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하원에서 진행하는 탄핵 조사가 공식 투표를 거치지 않았다는 절차적인 문제점을 들어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웅동학원 채용비리’ 조국 동생에 돈 전달한 2명 구속기소

    ‘웅동학원 채용비리’ 조국 동생에 돈 전달한 2명 구속기소

    검찰 신중히 조국 동생 영장 재청구 검토한국, ‘영장기각’ 명재권 판사 국감증인 요청장제원 “曺, ‘기각 확률 0.0114%’ 남자”민주 “재판 개입 말라…원칙적 기각 사유”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가 운영해 온 학교법인 웅동학원 교사 채용비리 의혹에서 조 전 장관 동생인 조모 전 웅동학원 사무국장에게 돈 전달 역할을 한 2명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 전 국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앞서 기각됐지만 검찰은 웅동학원 채용비리 ‘주범’으로 조씨를 지목하고 구속영장 재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돈 전달책’들이 잇따라 구속기소된 상황에서 이들로부터 돈을 받은 조 전 국장의 운신의 폭도 한층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15일 웅동학원 교사 채용비리 사건 수사와 관련해 조 전 국장의 공범 박모씨를 배임수재와 업무방해, 범인도피죄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공범 조모씨를 배임수재와 업무방해죄로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교사 채용 지원자 측으로부터 돈을 받아 조 전 장관 동생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웅동학원 채용 비리 2건에 모두 관여해 채용 대가로 2억 1000만원을 받아 일부 수수료를 챙기고 조 전 장관 동생에게 전달한 혐의(배임수재)를 받는다. 박씨는 채용 비리 과정에서 교사 채용 필기시험 문제지를 유출한 혐의(업무방해)와 조 전 장관 동생과 공모해 또 다른 공범 조씨를 필리핀으로 도피시킨(범인도피) 혐의도 받는다.또 다른 공범 조씨는 채용비리 1건에 관여해 8000만원을 받아 마찬가지로 수수료를 떼고 조 전 장관 동생에게 건넨 혐의를 받는다. 조씨가 조 전 장관 동생에게 전달한 8000만원은 앞서 박씨가 조 장관 동생에게 건넨 2억 1000만원에 포함된 금액이다. 앞서 검찰은 2건의 채용비리에서 대부분의 이득을 취한 조 장관 동생 조 전 국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배임수재,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미 종범 2명이 구속된 상태에서 조 전 국장이 핵심 혐의를 인정하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포기하면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법원은 지난 9일 “범죄 혐의 가운데 ‘배임’ 성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검찰은 조 전 국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 전 국장의 영장 기각 이후 “조씨는 채용비리 관련 범행을 전체적으로 기획하고 이미 구속된 종범 2명에게 역할을 분담시키는 등 이들과는 책임 정도가 비교될 정도로 무겁다”고 말했다. 조 전 국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과 관련해 조 전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지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은 조 전 국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2014년부터 서울중앙지법의 영장 재판 1만 7000여건 가운데 단 2건만이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는데도 기각됐다”면서 “명 부장판사가 직접 나와 조씨가 ‘0.0114%의 남자’가 될 수 있는지 보여 줘야 한다”고 증인 출석을 요구했다. 김도읍 한국당 의원은 “영장 기각 사유의 문구 하나하나가 다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의 ‘재판 개입’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영장심사도 재판인데 국감을 빌미로 판결 내용에 대해 개입하고자 하는 시도가 진행되는 것 자체가 참담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종민 의원은 “조씨의 경우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어 원칙적으로 영장 기각 사유가 되고 사안의 중대성에도 발부하지 않은 것은 검찰의 별건 수사 관행에 쐐기를 박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아들 어딨나” “업무와 무관”… 野·박원순 고성 설전

    이언주·조원진, 병역비리 의혹 재가열 “정치공세… 질문 못하게 해달라” 방어 “박주신씨 어디에 있나?”VS “이건 정치 공세다.” 14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박원순 시장의 아들 이름이 뜬금없이 이슈가 되며 고성이 오가는 공방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 이언주 무소속 의원은 첫 질의에 앞서 박 시장에게 아들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박 시장이 “아들 얘기가 왜 (나오냐)”라고 반문하자 이 의원은 “그냥 궁금해서요. 제가 (소재를) 알아서 물어보는 것이다. 저는 참 이해가 안 간다. 그냥 나타나서 증인 나오시면 될 텐데 나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 시장은 “서울시 업무와 아무 상관이 없고 이미 공공기관이 아무 문제 없다고 답했다”며 “저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2016년 2월 법원은 박 시장 낙선을 위해 주신씨의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기소된 양모 박사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이후에도 일각에서는 주신씨의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오후 재개된 국감에서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이 다시 이 문제를 끄집어냈다. 조 의원은 “박주신 재산이 868만원, 박 시장 따님 재산이 29만원이다. 박주신씨 어디 있느냐”며 “박주신 (병역 관련) 소견이 가짜라는 얘기가 있지 않나. 떳떳하게 나와 ‘엑스레이 찍으니 이렇다’라고 하는 게 5분도 안 걸린다. 그걸 왜 (안 하고) 5년간 방랑자를 만드느냐”고 했다. 이에 박 시장은 “국감이 개인 문제 따지는 곳이냐. 완전히 정치적 공세다. 이건 국감 관련 법률 위반인 거 같다”며 위원장에게 해당 질문을 못 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분위기가 격앙되자 전혜숙 위원장은 조 의원에게 “대선 후보 청문회도 아니고 장관 청문회도 아니다.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고, 박 시장에게 답변하지 말라고 하며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 그러나 조 의원은 목소리를 높이며 물러서지 않았고, 이에 여당 의원들이 “쓸데없는 질문하고 있다. 여기가 검찰이냐”고 비난하면서 한동안 소란이 이어졌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조국, 검찰개혁 적임자였다” 사퇴 아쉬워한 박원순

    “서울교통공사, 조직적 채용비리 없었다” 아들 증인 출석·광화문광장 두고 입씨름 14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아들 문제와 관련해 이언주 무소속 의원과, 우리공화당의 광화문광장 천막 당사와 관련해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과 설전을 벌이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와 관련, 서울시가 재의를 요청한 것이 논란이 됐다. 정인화 무소속 의원이 박 시장에게 “감사 결과 공사 정규직 전환자 중 192명이 재직자와 친인척으로 확인됐는데 이들을 일반직으로 채용하기 위해 기간제 채용이 사다리로 사용됐다는 감사원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핵심은 조직적인 채용비리는 없었다는 것이 확인됐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박 시장은 이 의원과 아들 문제를 놓고 입씨름을 벌이기도 했다. 이 의원이 박 시장에게 “아드님 박주신씨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라고 묻자 박 시장은 “아들 얘기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얼굴을 붉혔다. 이 의원은 재차 “아니, 저는 참 이해가 안 간다. 그냥 나타나서 증인으로 나오시면 될 텐데 왜 나타나지 않느냐”고 날을 세웠다. 이에 박 시장은 “왜 아무 상관없는 것을 국감장에서 언급하느냐”며 “이 문제(아들 병역기피 의혹)는 오래전에 다 정리가 됐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정리가 안 됐다”고 재반박했다. 또한 조 의원은 서울시가 시행한 광화문광장에 무단 설치된 우리공화당 천막 당사 행정대집행에 대해 “용역 깡패 회사를 동원해 쇠망치를 휘두르고 시민을 내동댕이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오히려 공무원이 많이 다쳤다”면서 “상호 폭력은 경찰의 책임”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했는데 여전히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보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조 장관을 오랫동안 알고 있는 입장에서 검찰개혁을 확실히 해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한국당 “조국 동생 영장기각 판사 증인 채택을” 민주당 “국감 빌미로 판결 내용 개입 시도 참담”

    한국당 “조국 동생 영장기각 판사 증인 채택을” 민주당 “국감 빌미로 판결 내용 개입 시도 참담”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 과정에서 법원이 처리한 각종 영장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이 펼쳐졌다. 특히 조 장관의 동생인 전 웅동학원 사무국장 조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영장전담 법관의 증인 채택을 놓고 국감이 잠시 중단되는 파행을 빚었다. 조 장관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뒤 열린 오후 국감에서도 영장전담 법관의 판단 기준 등을 놓고 신경전이 이어졌다.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서울고법 관내 법원들에 대한 국감이 시작되자마자 자유한국당은 지난 9일 새벽 조 전 국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명 부장판사가 단순히 법관의 영장재판에 관한 재량권 내지 법관이 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초과했다”면서 “여야 간사가 협의해 명 부장판사를 현장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제원 의원도 “2014년부터 서울중앙지법의 영장 재판 1만 7000여건 중 단 2건만이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는데도 기각됐다”면서 “명 부장판사가 직접 나와 조씨가 ‘0.0114%의 남자’가 될 수 있는지 보여 줘야 한다”고 거들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의 ‘재판 개입’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표창원 의원은 “영장심사도 재판인데 국감을 빌미로 판결 내용에 대해 개입하고자 하는 시도가 진행되는 것 자체가 참담하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무소속 의원 역시 “판결에 대해 이해관계에 따라 신상털이를 하거나 국회의원들이 사법부에 찾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특정 판사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지만, 증인으로 채택해 나와서 묻게 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명 부장판사의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 간사 간 협의를 위해 45분가량 정회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조 장관이 전격 사의를 표명한 뒤에도 영장 관련 공방은 끊이질 않았다. 김도읍 한국당 의원은 “영장 기각 사유의 문구 하나하나가 다 모순”이라고 비판한 반면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조씨의 경우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어 원칙적으로 영장 기각 사유가 되고 사안의 중대성에도 발부하지 않은 것은 검찰의 별건 수사 관행에 쐐기를 박은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의 거듭된 질의에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수사가 진행되는 사항에 대해 영장 판사의 구체적인 기각 사유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명 부장판사를 포함해 대부분 판사는 법관으로서의 사명감과 소신을 갖고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법의학자 고유정 오른손 상처 공격 하다 생긴듯

    법의학자 고유정 오른손 상처 공격 하다 생긴듯

    전 남편 살인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이 범행 당시 입은 상처의 원인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이 공방을 벌였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제201호 법정에서 살인 및 사체손괴, 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을 상대로 5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고유정 몸에 난 상처를 감정했던 법의학자와 고유정을 치료한 의사가 각각 검찰과 고유정측이 신청한 증인으로 출석했다. 고유정은 재판을 앞두고 손과 복부, 허벅지 등 자신의 몸에 난 상처들을 증거보전 신청했다.전 남편 강모씨(36)가 흉기를 들고 위협하며 성폭행하려해 살해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검찰은 고유정이 피해자 강씨를 공격하다 생긴 공격흔이거나 자해한 상처로 판단했다. 법의학자 A씨는 이날 법정에서 고유정 몸에 난 상처 대부분이 공격당했거나 공격을 피하려다 다친 상처로는 보기 어렵다고 진술했다. 피해자가 먼저 흉기로 고유정을 찌르며 위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방어흔이 아니라 고유정이 피해자를 공격하다 생겼거나 스스로 낸 상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A씨는 “오른손에 평행으로 생긴 3개의 상처는 동일한 힘과 방향으로 찌르지 않으면 생길 수 없는 상처”라며 방어흔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또 “방어흔이라면 공격을 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쉼표나 곡선 형태를 보이지만 피고인 몸에는 그런 흔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고유정 변호인은 오른손 상처가 피해자가 들고 있는 흉기를 고유정이 뺏으려다 생긴 방어흔이라고 주장했다. 또 “(법의학자인)증인은 사건 당시 고유정의 아들이 현장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은 아들에게 전 남편과의 다툼을 알리고 싶지 않아 공격을 피하지 못했고 상처 형태도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다”고 주잔했다. 고유정의 상처 난 손을 치료했던 외과의사는 “싸우다 다친 상처라고 하는데 사연이 있는 것 같아 추가적으로 다친 이유를 물어보지는 않았다”며 “상처를 보고 어떻게 생긴 것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누가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는 생각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6차 공판은 11월4일 열리며 피해자 유족이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할 예정이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조국 블랙홀’에 정책 실종 최악의 국감…이번 주 절정

    ‘조국 블랙홀’에 정책 실종 최악의 국감…이번 주 절정

    정쟁 얼룩진 20대 마지막 국감 반환점조국 나오는 15일 법무부 국감 이어17일 대검 감사에는 윤석열도 출석14일 중앙지법 감사는 조국 국감 예고충북대,부산대, KBS 감사도 ‘지뢰밭’ 20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 일정이 반환점을 돈 가운데 소위 ‘조국 블랙홀’로 정책이 실종된 최악의 국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야 모두 산적한 민생 현안을 외면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여야는 앞으로 남은 ‘후반전 국감’도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을 둘러싼 정쟁으로 치를 전망이다. 법제사법위원회는 15일 법무부를, 이틀 뒤인 오는 17일에는 대검찰청을 감사한다. 두 자리 모두 조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국감장에 나서기 때문에 공방은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대정부질문에 선 적은 있지만 국감에 나서는 건 처음이다. 특히 대검 국감에서 야당은 윤 총장을 두둔하고 여당은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여당의 지원으로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통과했지만 이번에는 여당의 공격을 받는 ‘반대 상황’이 됐다. 출퇴근길에도 언론 접촉을 극도로 삼갔던 윤 총장이 여야 의원들을 처음 마주하고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윤 총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에 국감 증인으로 나와 국가정보원의 수사 외압을 폭로한 바 있다. 14일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국감에서는 조 장관 5촌 조카의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야당의 비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여당은 수사 과정에서 조 장관 일가에 대한 각종 압수수색 영장이 ‘남발’됐다고 맞설 가능성이 높다. 이 외 국감장 곳곳이 지뢰밭이다. 교육위원회는 14일 충북대, 15일 부산대 감사에서 조 장관 자녀의 입시 의혹을 다룬다. 14일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감사에서는 서초동·광화문 집회와 관련한 인원수 논란이 예상된다. 17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BS 국감에서는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인인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차장과 관련한 KBS 보도에 대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감 본연의 기능이 상실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2015년에 열린 19대 국회의 마지막 국감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노동·공공·금융·교육 4대 개혁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안정민생·경제회생·노사상생·민족공생 등 ‘4생(生)’을 발표하며 경쟁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국 이슈가 크니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피로감이 너무 크고 결과물 없이 정쟁적·소모적”이라며 “정치 실종, 대의제 무력화에 여야 모두 공동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야 모두 여러 출구를 모색하는 단계로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36회] 행정처 의견 재판부에 전달 못하겠다는 법원장에 “그 양반은 항상 그런 식”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36회] 행정처 의견 재판부에 전달 못하겠다는 법원장에 “그 양반은 항상 그런 식”

    “당시에는 사실…부끄러운 말씀이지만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 결정을 내렸다. 이후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지방의원들이 “의원 지위를 돌려달라”며 행정소송을 냈는데 당시 법원행정처는 이 소송이 헌재와 대법원의 관계에서 대법원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다. 일부 법률에 대해 판단을 하는 역할에서 충돌하는 부분이 있어 대법원과 헌재의 관계는 당시 사법부에게선 중요한 과제였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위상을 확고하게 할 기회를 놓칠 수 없던 법원행정처는 통진당 소속 의원들의 소송이 진행되던 일선 법원 재판부에 ‘전략’을 보낸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35회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심준보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당시 헌재와의 관계 문제는 (양 전 대법원장 등 윗선의) 최우선 관심사”였다고 밝혔다. 2016년 2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을 지낸 심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행정처에선 헌재와 권한이 겹치는 사건들을 두고 대법원이 권한을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있었고 “(이러한 분위기를) 행정처 실장 등 모두가 받아들이는 행정처의 공식 입장으로 이해했다”고 말한 것으로 이날 법정에서 알려졌다. “(이런 입장이) 너무 확고해서 누구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확인하는 것도 의미없다”면서 “대법원장도 같은 입장”이라고 설명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박한철 당시 헌재소장을 비판하는 내용의 칼럼을 심의관에게 대필하도록 지시해 법률신문에 게재했다는 것도 직권남용죄의 한 혐의로 돼있다. 심 부장판사가 설명한 당시 행정처의 입장은 실행으로도 옮겨졌다. 행정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책을 논의했고 통진당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의 행정소송이 진행된 서울행정법원과 전주지법, 광주지법 등에 판단 논리를 정리해 전달했다. “통진당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상실 여부 판단 권한은 헌재가 아닌 법원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혀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통진당 의원들의 지위확인을 청구하는 소송을 기각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행정처의 입장이라는 의견도 전달하려 했다. 검찰은 2016년 2월 행정처가 통진당 지방의원 사건 재판부에 각하는 부적절하다며 청구를 기각해 달라는 요구를 담은 ‘행정처가 수립한 판단방법’ 문건을 전달했다고 지적했다. 양 전 대법원장과 고 전 대법관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이민걸 전 기획조정실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공모해 2014년 12월~2016년 3월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일선 재판부에까지 행정처의 검토 의견 문건을 전달하는 것부터 쉽지만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임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크게 화를 냈다는 증언도 나왔다. 심 부장판사는 이날 “임 전 차장이 김광태 당시 광주지법 법원장이 재판부인 행정1부 재판장인 박길성 부장판사에게 행정처 검토 의견을 전달하지 못하겠다고 한 것을 알고 역정을 냈다”면서 “‘그 양반은 항상 그런식’이라고 짜증도 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 전 상임위원이 ‘박 부장판사는 내가 잘 아는 사람인데’라고 말한 장면이 기억난다”고도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2016년 2월 김 전 법원장은 이민걸 전 기조실장으로부터 행정처 문건을 재판부에 전달해 줄 수 있겠냐는 전화를 받았지만 “재판부에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며 거절했다. 그 뒤 이 전 상임위원이 박 부장판사에게 직접 전화해 “행정처는 청구 기각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지만 박 부장판사도 행정처의 의견을 따르지 않았다. 앞서 2015년 11월 서울행정법원에서 “헌재의 결정은 법원에서 심리할 수 없다”며 소송을 각하한 반정우 부장판사에게도 조한창 당시 서울행정법원장을 통해 행정처의 의견이 전달됐다. 그러나 반 부장판사는 그에 따르지 않았다. 2015년 12월 당시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부장판사였던 노정희 대법관에게도 ‘행정처가 수립한 판단방법’이 전달됐다. 심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1시 30분에 열린 재판이 끝나갈 무렵인 오후 8시쯤 검찰이 재주신문 과정에서 “이민걸 전 실장이 김광태 법원장에게 행정처 의견 전달을 요구하며 재판부에 접촉하려 했던 경험을 했는데, 당시에는 재판 개입이라거나 부적절하다는 인식을 안 가졌나”라는 질문에 “당시에는 사실 (사법정책실장이 된) 초기이기도 하고, 부끄러운 말씀이지만 별 생각이 없었다”면서 “지금 생각은 적절하지 않지 않을까…. 다만 그런 생각이랄까 입장이 좀 더 양지에서 공식화된 방법으로 적절히 표현되고 전달되는 제도가 있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검찰이 “당시 법원장을 접촉한다든지 하는 내부 논의를 접했을 때 어떤 관점으로 정당하다고 판단했느냐”고 다시 물었지만 심 부장판사는 “다시 말하지만 사실 그 당시에 별 생각이 없었다. 제 일도 아니고”라고 말했다. 검찰은 “행정처 문건을 재판부에 전달하는 논의와 관련해 부당한 재판 개입이니 당장 그만두라고 대법원장 등이 질책하거나 본 적이 있느냐”고 질문했고 심 부장판사는 “없다”고 답했다. 그는 “당시에는 극히 초기라서 나도 바쁘고 업무 파악이 안 돼서 그 생각을 깊이 해보지 않았지만 외부에서 알아서 적절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일선 재판부에 행정처가 구체적인 사건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재판 개입으로 비춰져서 사법부로서는 예민한 행위가 맞는가“라고 검찰이 심 부장판사의 답변 취지를 확인하자 심 부장판사는 “그렇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앞서 일선 재판부에 행정처의 판단 논리를 전달하는 것이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장의 뜻에 배치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한 게 맞느냐는 물음에도 심 부장판사는 “특별히 그 당시 그 문제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짧게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법서라] 대법원에 ‘영장 결과’ 불만 쏟아내는 의원들… ‘재판개입’ 하라는 건 아니시죠?

    [법서라] 대법원에 ‘영장 결과’ 불만 쏟아내는 의원들… ‘재판개입’ 하라는 건 아니시죠?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오늘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날(나경원 원내대표)”, “영장이 기각된 날은 대한민국 사법부 치욕의 날이자 사법부 통탄의 날(주호영 의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검은 상복을 입고 11일 대법원 앞에서 국정감사대책회의를 열었습니다. 이른바 ‘문재인 정권 사법농단 규탄’을 주제로 한 현장 회의로 발언대에는 ‘조국의 사법농단’, ‘사법부 치욕의 날’이라는 팻말에 붙었습니다. 판사를 지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한때 법복을 입고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사법부 출신으로 이 자리에 오고 싶지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자유·평등·정의가 짓밟혔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난 9일 새벽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조국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모 전 웅동학원 사무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자유한국당은 ‘사법농단’이라는 단어를 붙여 법원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역시 판사 출신인 주호영 의원은 ‘문재인 정권 사법 장악 저지 및 사법부 독립 수호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이날 연단에 섰습니다. 주 의원은 “영장이 기각된 날은 대한민국 사법부 치욕의 날이자 통탄의 날, 통곡의 날”이라면서 “영장을 기각한 법원 내부 기준이 어떤 것이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주 의원은 이후 조재연 법원행정처장과 약 15분간 면담하며 조씨에 대한 영장 기각을 항의했습니다. 주 의원의 항의에 조 처장은 “사법행정에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 주 의원은 전했습니다. ●한국당 ‘조국 동생 구속영장 기각’ 항의…열흘 전 민주당은 ‘압수수색 영장 남발’ 질타 조 처장은 열흘 전에도 국회의원들에게 질타를 받았는데요. 그때도 영장때문이었는데 분위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지난 2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청구한 각종 압수수색 영장이 너무 많이 발부됐다며 조 처장에게 항의를 했습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사법농단 사건에서는 75일 동안 압수수색이 23건이었지만 조 장관과 관련해서는 37일간 70곳 이상의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됐다는 게 언론보도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 기준이 고무줄 잣대”라고 지적했습니다. “조 장관 자녀가 지원한 모든 학교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이 남발되는 것은 법원에서 어느 정도 제어를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도 했습니다. 같은 당 이철희 의원은 “조 장관 자택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나) 바꿀 정도로 판사가 이렇게 허술했는지 성찰해야 할 대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압수수색 영장에 대한 불만이 나오자 조 처장은 “법관의 자세와 사법부 독립에 관한 말씀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다수로부터 소수를 보호하는 사법부의 사명에 대해 깊이 새기도록 하겠다”, “압수수색영장이나 구속영장 등 강제수사에 있어서 법원에 제 몫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의원들의 법원을 향한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는데 거기에는 특히 사법부가 정치적인 판단을 했다거나 정치권과의 유착관계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많았습니다. 국감에서 화제가 된 ‘전화 공방’이 있었는데요. 주광덕 한국당 의원이 조 처장에게 갑자기 “조 장관과 통화했느냐”는 질문을 한 것입니다.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조 장관에게 자택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 있던 검사와 통화를 했느냐고 물어 조 장관이 압수수색 중인 검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논란의 불씨를 키웠습니다. ●국감서 법원행정처장에 “청와대와 통화했냐”, “정치 처장” 지적도 그러다 이번에는 대법관이자 법원행정처장인 조 처장에게 조 장관과 전화를 한 적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조 처장이 “전화한 적 없다”고 답하자 주 의원은 “몇 번 통화했느냐”고 계속 물었고 조 처장은 “통화한 사실이 밝혀지면 책임지겠다. 대법관으로서 명예를 걸겠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이후 주 의원은 조 장관 외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인사들과 통화한 적 있느냐고도 물었습니다. 같은 당 이은재 의원은 최근 주말마다 서초동에서 열린 검찰개혁 관련 집회를 거론하며 조 처장에게 “사법부도 언제든 특정 정파의 시위 대상이 될 수 있다. 겨우 임기 2개월 지난 검찰총장을 집권 여당이 그만두라고도 하는데 적절한가“ 물었습니다. 조 처장이 대답을 못하자 이 의원은 “정치 처장님이시다”면서 “왜 소신껏 처장이 답을 못하느냐”고 화를 냈습니다. 국감 때는 압수수색 영장이 너무 남발된다고 여당이 항의를 한 데 이어 민주정책연구원은 영장 남발을 지적하는 내용을 포함해 법원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자료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나오자 집권 여당이 법원을 압박한다고 한국당이 지적하기도 했죠. 그러나 한국당은 다음날 조 장관의 동생 조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곧바로 “청와대 맞춤형 기각”이라며 법원을 맹비난했습니다. 민주당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고요. 누구든지 법원 판결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고 그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헌법의 가치에 따라 법관이 독립된 존재라고 해서 판결이 성역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법원에서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든 어느 한 쪽은 꼭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기 마련이라 모두가 만족할 만한 판결이 나오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간혹 일부 판결을 두고 논란이 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이나 포털사이트에 해당 법관들의 이름이 여러 차례 오르내린 것도 그런 불만의 표시입니다. 영장 재판의 결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몇 년만 되돌아봐도 국정농단 사건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 지난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수사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줄줄이 기각됐을 때 해당 영장을 심사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법관들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로 뜨기도 했습니다. 판결은 물론 판사들에 대한 비판과 공격이 갈수록 즉각적이고 또 파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영장심사도 재판…윗선이 ‘조언’해도 재판개입 가능성 그런데 정치권에서 나오는 비판들은 조금 더 신중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실시간 검색어나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반영된 여론을 전달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판결 자체가 아닌 판사 개인의 성향이나 이력을 공격하는 것, 특히 대법원을 상대로 이러한 비판을 하는 것은 과연 적절한가 의문이 듭니다. 지난해 검찰 수사를 통해 전직 사법부 수장을 비롯한 고위 법관들이 줄줄이 피고인이 되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른바 청와대와 사법부가 ‘재판 거래‘를 했고, 그러기 위해 일선 법원의 재판 과정에 개입을 했다는 것이 핵심 혐의입니다. 헌법으로 법관의 독립이 보장된 가운데 재판 거래나 개입은 어떤 경우에서도 있어선 안 된다는 법원 안팎의 공감대가 수사의 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을 포함해 모두 14명의 전·현직 법관들이 재판을 받고 있고, 8명이 징계가 의결됐고 또 다른 10명에 대해 징계가 청구된 상황입니다. 민주당에서는 징계범위가 너무 미흡하다고 꾸준히 지적을 했고 정의당 등과 함께 사건에 연루된 현직 법관들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대법원의 진상조사 결과에 이어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의혹과 피의사실만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사법행정권 남용을 법관들이 자행했다는 지적은 이제는 관심이 약간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계속되는 지적사항입니다. 그런데 벌써 반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관련 재판에서 피고인이나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전·현직 법관들이 자주 하는 나름의 ‘변명’이 있습니다. 왜 일선 재판부에 사건의 경과를 물었는지, 왜 윗선으로부터 이러한 지시를 받아 보고했는지(또는 왜 이런 지시를 해 보고받았는지). 그에 대해 많은 판사들이 “국회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을 지내면서 일선 재판부에 사건 관련 ‘조언’을 전달하고 또 이를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지난 2일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서울중앙지법은 언론에 보도되는 중요 형사사건이 많고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질문이 들어오면 답변을 해야하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했습니다. 사법행정상 필요에 따라 확인한 것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외부에서 관심갖는 사건들에 대해 사법부가 원할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알아보고 정리했다는 겁니다.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심준보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행정처가 특정 사건의 구체적인 경과와 관련돼 일선 법원에 질문하는 것에 대해 “행정처는 국회에 대응하기 때문에 그런 내용을 파악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라면서 “실제로 의원들은 특정 사건을 묻고도 정파적 이해에 따라 엄청 괴롭히거든요”라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각종 재판 거래 및 재판 개입의 핵심 실행자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사법부의 최대 과제였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청와대와 국회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각종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의 혐의 중에는 상고법원에 부정적인 의사를 표시한 의원들의 각종 ‘민원’을 들어줬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자신이나 주변 인사들이 연루된 재판을 언급하며 도움을 청한 것이 민원의 내용인데 실제 재판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자체로도 심각한 문제로 치부됐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임 전 차장 등의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들을 최종 지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죠. 당시 사법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는 재판들은 주로 당시 청와대와 국회가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들이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이었고 재판지연의 피해는 고스란히 강제징용 피해자였던 할아버지들이 받으시게 되었습니다. 대법원을 상대로 ‘제어’나 ‘절제’를 주문하는 것이 실제로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장이 또는 일선 법원장이 영장전담 법관을 불러 “적당히 발부를 하라”거나 “너무 발부를 남발하는 것 아니냐”, 또는 “왜 그 사람만 기각을 한 것이냐”고 따져 묻는 것을 요구하는 것일까요? 진짜로 그러길 바라는 건 아닐 것으로 믿어봅니다. 그것이 곧 사법행정권 남용이고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재판 개입이라는 게 지난해 사법부로 온갖 질타가 쏟아졌던 이유였기 때문입니다. 법원장에게조차 해당 법원에서 어떤 사건이 접수돼 어떤 판결이 나왔는지 보고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여겨져 대법원은 중요사건 접수 및 종국보고 예규까지 없앴습니다. 실제로 징계를 받게 됐거나 징계절차에 넘겨진 판사들의 수가 매우 적다고도 평가되지만 지난해 100여명에 달하는 전·현직 법관들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법행정권을 남용해선 안 되고 법관의 독립은 존중돼야 한다고 매섭게 지적한 것은 바로 국회였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동백꽃 필 무렵’ 그래서 까불이는 누구? [종합]

    ‘동백꽃 필 무렵’ 그래서 까불이는 누구? [종합]

    ‘동백꽃 필 무렵’ 까불이 정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청자들의 1호 궁금증인 까불이는 누구일지, 강하늘이 만난 용의자들을 살펴봤다. 지난 10일 방영된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 연출 차영훈, 강민경, 제작 팬엔터테인먼트)에서 용식(강하늘)은 까불이를 찾아내기 위해 까멜리아에 CCTV를 설치했던 그날을 되짚었다. 까불이가 까멜리아에 위협적인 메시지를 남긴 그날, 교묘하게 CCTV의 사각지대로만 이동했단 사실을 근거로, 철물점에서 CCTV를 사던 순간부터 설치를 끝낸 시점까지 만났던 모든 사람들 중에 까불이가 반드시 있다고 추측했기 때문. 그날따라 유독 “느닷없는 일의 연속”이었던 용식이 만난 다채로운 용의자 중에 정말 까불이가 있을까. #1. 옹산 게장골목 사람들 흥식(이규성)의 철물점에서 CCTV를 구매한 것으로 시작된 용식의 여정은 우연의 연속이었다. 최신형 CCTV를 품에 고이 안고 나오는 길에 제대로 포스를 풍기는 ‘백두할매 게장’ 곽덕순(고두심), ‘3대째 며느리게장집’ 박찬숙(김선영), ‘떡집’ 김재영(김미화), ‘백반집’ 정귀련(이선희), 승엽누나(김모아)와 마주한 것. 레이저를 쏠 것만 같은 따가운 시선에 기가 다 빨린 용식은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고, 이내 튀어나온 말은 “CCTV가 자영업자 필수품 아니겠느냐고”였다. 동백(공효진)을 만날 구박하는 게장골목식구들과, 자기 집 CCTV는 새똥으로 칠갑이 돼도 바꿔주지 않더니 동백에게는 냅다 달아준다며 분개한 덕순. 현재 동백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이들 중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있을까. #2. 까멜리아 식구들 까멜리아 알바 향미(손담비)와 동백의 엄마 조정숙(이정은) 또한 그날 용식과 마주한 용의자들이다. 향미는 맹한 겉모습과 달리 속내를 파악하기 어려운 인물. 까멜리아에서 몰래 숙식하지를 않나, 뜬금없이 코펜하겐을 간다며 여러 사람 ‘호구 잡아’ 돈을 뜯어내려 하지를 않나, 의뭉스러운 구석 투성이다. “얼굴이야 다들 착하지. 사람 조심해라”라는 동백의 엄마 정숙에게도 무언가 감춰진 속내가 있는 듯했다. “그 냥반이 오고 나서 이런 일이 생기기는 한다”라는 변소장(전배수)의 말처럼 정숙은 까불이와 연관이 있는 것일까. 치매인 그녀가 이상하게도 아무 사고를 안쳐 “치매가 맞기는 맞는 거지”라며 의구심을 자아내는 가운데, 정숙이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3. 사(士)짜 부부 노규태(오정세)는 용식의 가장 짙은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까불이의 마지막 사건이 발생한 건물을 거저 사고 금전적 이득을 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철물점에서 만난 그는 까멜리아에 못 박는 것을 불평하며, 날카로운 공구를 휘두르고 와이어를 돌리는 등 다소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 의구심이 배로 증가했다. 용식이 만난 용의자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까멜리아 앞에서 기웃거리고 있는 홍자영(염혜란)을 발견한 것. 며칠 전만해도 남편 규태와 동백과의 사이를 의심해 까멜리아를 빼라며 엄포를 놨던 그녀였기에 예상치 못한 등장이 의심스러운 상황. 자영의 까멜리아 방문은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일까. 이렇게 다채로운 용의자들 중 과연 까불이가 있을지, 그렇다면 누구일지 날로 궁금증이 증폭되는 ‘동백꽃 필 무렵’은 매주 수, 목 밤 10시 KBS 2TV에서 방송된다. 사진 = ‘동백꽃 필 무렵’ 방송화면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태풍에 국감장 떠난 도로공사 사장, 상황실 안 가고 귀가 논란

    태풍에 국감장 떠난 도로공사 사장, 상황실 안 가고 귀가 논란

    野 “현장지휘 않고 귀가”…與 “상황 효율적 대처”이강래 “점거농성 때문…재난방송 보며 재택근무”민경욱 의원에 “뭐가 잘못됐나” 소리쳤다가 사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10일 한국도로공사 국정감사에서는 태풍 ‘미탁’ 상륙 당시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의 행적을 놓고 공방이 오갔다. 이강래 사장은 지난 2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장에서 기관증인으로 출석했지만, 태풍 ‘미탁’ 상륙 상황을 지휘하기 위해 국토위 허락 하에 자리를 떴다. 재난 상황이 발생한 만큼 이강래 사장의 현장 지휘가 필요하다는 게 국토위원들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강래 사장은 국정감사장에서 빠져나온 뒤 상황실에서 현장 지휘를 하지 않고 귀가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불거졌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의 배려에도 이강래 사장은 태풍 상륙이 임박한 시점에 역내에 비상대기하지 않고 불분명한 행적을 보였다”면서 “심각한 국회 무시이자 국민 기만이며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민경욱 의원은 “귀가해서도 국토부의 연락도 제때 받지 않았다”면서 “당시 이강래 사장은 ‘정위치’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덕흠 의원도 “이낙연 국무총리가 그날 각 부처와 기관에 비상대기해달라고 당부했는데, 이강래 사장은 행적이 묘연했다. 처신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강래 사장은 “당연히 본사로 복귀하는 게 마땅한 상황이었지만 민주노총 소속 톨게이트 수납원 250명 정도가 상황실 입구에서 연좌 농성을 하고 있어 상황실에 들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래서 교통센터 인근에서 센터장을 불러 상황 보고를 받고 간단히 식사한 후에 귀가했다”면서 “귀가해서도 재택근무를 한다는 자세로 들어가자마자 재난방송을 보면서 필요한 상황이 있으면 연락을 취했다”고 말했다. 민경욱 의원은 “센터장 보고를 받고 설렁탕을 먹는 데 40분이 걸렸다. 그냥 집에 가는 길에 배고파서 밥 먹은 것 아니냐”고 비판하자 이강래 사장은 “(집 말고) 갈 데가 없었다. 가라고 하지 않았느냐. 제가 간 게 뭐가 잘못됐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에 민경욱 의원은 “갈 데가 없었으면 국감장에 있었어야 했다. 왜 큰 소리를 치느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강래 사장은 “그 부분은 (국감장에 남겠다고 하지 않은 것은) 제 불찰이었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송석준 한국당 의원은 “다른 집무실이 없어서 집에 갔다고 하는데 하남에 수도권 본부가 있다. 말이 안 되는 변명”이라고 꼬집었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상황실에는 못 가더라도 적어도 사장실에는 들어갈 수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이강래 사장의 당일 행적은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며 엄호에 주력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강래 사장이 당시 상황실에 가기에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면서 “그리고 귀가해서도 시간대별 지휘 내용을 보면 적절히 지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강래 사장은 당시 상황을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귀가한 것이고 정해진 매뉴얼을 봐도 크게 어긋난 점은 없던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백악관 “트럼프 탄핵 조사 협력 않겠다”

    민주당에 선전포고… “근거 없고 위헌적” 워싱턴 정가 “탄핵 정국 대선까지 갈 것” ‘우크라이나 의혹’으로 탄핵의 궁지에 몰린 미국 백악관이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조사 ‘비협조’라는 초강수로 민주당에 선전포고를 했다. 민주당은 ‘권력 남용, 조사 방해’라며 강하게 반발해 미 정가가 탄핵 갈등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팻 시펄론 백악관 법률고문은 이날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에게 보낸 8쪽짜리 서한에서 “하원의 탄핵 조사가 근거가 없고 위헌적”이라고 주장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조사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국무부도 이날 핵심 증인 중 한 명인 고든 선덜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대사에게 의회 증언을 거부하도록 지시했다. CNN은 “백악관의 이날 서한은 탄핵 조사를 주도하는 민주당에 정치적인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면서 “탄핵을 둘러싼 백악관과 민주당의 갈등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백악관의 탄핵 조사 비협조 선언에 강하게 반발했다. 펠로시 의장은 성명에서 시펄론 고문이 보낸 서한을 “외국 권력에 압력을 행사해 2020년 대선에 개입하도록 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뻔뻔한 노력을 숨기려는 또 다른 불법적 시도”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의 권력 남용 사실을 국민에게 숨기려는 노력이야말로 조사 방해의 추가 증거가 될 것”이라면서 “대통령, 당신은 법 위에 있지 않다.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 정가는 백악관이 탄핵 조사 비협조 방침을 밝힘에 따라 당분간 민주당 조사는 실질적 진전 없이 정치적 공방만 가열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백악관의 탄핵 조사 비협조 방침 선언으로 민주당의 조기 탄핵소추안 의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탄핵 정국이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백악관, 민주당에 서한 “근거없고 반헌법적 탄핵 조사에 협력 않겠다”

    백악관, 민주당에 서한 “근거없고 반헌법적 탄핵 조사에 협력 않겠다”

    미국 백악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 조사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백악관은 8일(현지시간) 민주당 지도자들에게 보낸 공개 서한을 통해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의 세 위원회가 벌이는 탄핵 조사가 “근거 없고 헌법 상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백악관 고문 팻 시폴로네가 작성해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과 민주당 조사위원회의 세 위원장에게 보낼 서한을 통해 조사를 시작하기 위한 표결도 생략하는 등 “근본적인 공정성과 헌법에 의무화된 적절한 절차를 위반하며” 탄핵 조사를 꾸몄다고 비난했다. 또 민주당이 지난 2016년 대선 결과를 바꾸려 하고 있다고 성토한 뒤 “미국 국민에 대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는 이런 여건이라면 민주당의 당파적이며 비헌법적인 조사에 참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몇 시간 전 미 국무부는 탄핵 조사의 핵심 증인 중 한 명인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에게 의회 증언을 하지 말도록 명령했다. 선들랜드의 변호인 로버트 러스킨은 성명을 내고 국무부가 의회 증언을 허락하지 않은 것에 대해 선들랜드 대사가 “깊이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들랜드가 증언을 위해 브뤼셀에서 워싱턴DC로 왔지만 현직 대사로서 국무부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부연했다. 변호인은 또 “선들랜드는 자신이 항상 미국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했다고 강하게 믿고 있으며 위원회의 질문에 완전하고 진실하게 답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선들랜드 대사를 증인으로 보내고 싶지만, 불행히도 그는 공화당의 권리를 빼앗긴, 완전히 위태로운 캥거루 법정 앞에서 증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캥거루 법정’이란 인정된 법적 기준을 따르지 않고 인민재판식 또는 불법·비공식적 사법절차를 진행하는 것을 비아냥대는 용어다. 선들랜드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민주당 대선경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를 압박하는 방안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미국 관료 중 한 명이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 정보위·외교위·정부감독개혁위 등 3개 상임위는 선들랜드가 왜 EU 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 문제에 관여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증언을 추진해왔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역시 세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국무부 관료들을 출석시키라는 의회의 요구는 전문가들에 대한 협박이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들랜드의 증언 불발과 관련,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선들랜드의 메시지들은 탄핵 조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며 “증언을 가로막는 것은 하원의 탄핵 조사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한국당 이종구, 국감서 참고인에게 “지X, 또XX 같은…” 욕설

    한국당 이종구, 국감서 참고인에게 “지X, 또XX 같은…” 욕설

    자유한국당 국회 상임위원장들의 욕설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엔 이종구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국회의원이 아닌 참고인에게 혼잣말로 욕설을 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종구 의원은 8일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회장의 발언이 끝난 직후 욕설을 했다. 이종구 의원은 증인과 참고인 신문 절차를 마무리하며 “증인들은 돌아가셔도 좋다”고 말한 뒤 혼자 웃음을 터뜨리며 “검찰개혁까지 나왔어. 지X, 또XX 같은 XX들”이라고 중얼거렸다. 이는 이정식 회장이 “처음 유통산업발전법 문제로 이마트를 고발했는데 검찰이 조사하지 않아 지방권력과 결탁한 부분이 아닌가 강한 의심이 든다”면서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데 따른 것이다. 국정감사 현장에 있던 의원들은 이종구 의원의 욕설을 듣지 못했지만 국회방송 마이크에는 고스란히 담겨 중계됐다. 이정식 회장을 참고인으로 신청했던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가 끝나기 전에 이종구 의원에게 유감 표명을 촉구했다. 이종구 의원은 “마지막에 검찰개혁에 대해서 말을 하니, 여기는 정치의 장이 아니니까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과하지 않느냐는 표현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욕설을 한 것은 기억이 잘 안 나고 들으신 분도 없다”고 덧붙였다.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여상규 의원은 전날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패스트트랙 수사’를 놓고 “순수한 정치 문제이지 검찰이 손댈 사건이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을 초래했다. 여상규 의원은 패스트트랙 사태와 관련해 고발된 자유한국당 의원 60명 중 한 명이다. 이에 김종민 의원을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항의가 쏟아지자 여상규 의원은 김종민 의원을 향해 “웃기고 앉았네 정말. X신 같은 게”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생중계를 통해 그대로 방송됐다. 이후 여상규 의원은 “김종민 의원 말에 흥분해서 정확한 표현은 기억나지 않지만 (욕설한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하고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영화 소품과 50년… “한국 영화사 담긴 40만점, 새 터전 찾길”

    영화 소품과 50년… “한국 영화사 담긴 40만점, 새 터전 찾길”

    16일 남양주종합촬영소 문 닫아···부지 찾지 못해50년간 모은 소품만 40만점···규모 1600평 달해영화 200여편 참여···임권택 감독 작품만 40편‘실미도’, ‘광해’, ‘국제시장’ 등에 그의 손길 닿아지난 20여년간 한국영화의 산실 역할을 한 남양주종합촬영소가 부산 이전으로 오는 16일 문을 닫는 가운데, 반세기 한국 영화사를 간직한 소품들이 폐기 위기에 처했다. 소품 40만점을 보유한 ‘서울영화장식센터’(이하 센터)가 새 보금자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전 계획이 확정되지 않으면 영화 수백편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소품들은 ‘공중 분해’ 되거나 버려질 수 밖에 없다. 50년 넘게 소품들을 모아 온 김호길(78) 대표는 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양주만한 소품 보관 장소가 없다. 마음 같아서는 여기서 계속 하고 싶지만, 이곳을 닫으면 나도 은퇴를 해야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소품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정말 슬프다”면서 “새 부지에서 누군가는 이 일을 이어가길 바라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김 대표는 한국 영화 소품업계의 산증인이다. 영화감독을 꿈꾸며 충무로에 들어와 연출부와 조명부 등을 거쳐 1963년 소품계에 입문했다. 임권택 감독의 작품 ‘돌아온 왼손잡이’를 시작으로 영화 200편에 참여했다. 천만 영화 ‘실미도’, ‘광해, 왕이 된 남자’, ‘국제시장’ 등 굵직굵직한 작품에 그의 손길이 닿았다. 그는 “임 감독과는 작품 40편을 같이 했는데 너무 깐깐하셔서 일이 힘들었다”면서 “그래도 임 감독과 일하고 나면 능력을 인정받아 주가가 올랐다”고 회고했다. 지금도 장르를 불문하고 가장 많은 영화소품을 보유해 영화, 드라마, 광고, 지역 축제들에서 소품 대여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영화 ‘기생충’ 속 지하 공간과 TV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속 옛날식 찬장 등에도 센터의 소품이 쓰였다. 창고가 세 번 불타는 등 고비도 많았지만 김 대표는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지금까지 버텨왔다. 소품을 찾으려고 버려진 이삿짐을 뒤지고, 없으면 직접 만들었다. 큰 작품에서 남는 이윤은 새로운 소품을 구하고 제작하는데 투자했다. 그는 “버리면 고물이고 쓰레기지만 영화에 쓰이면 특별한 가치를 얻는다. 그 가치를 알기 때문에 구닥다리 물건이라도 버리지 못한다”고 했다.1600평(5290㎡) 규모의 소품 창고는 그동안 촬영소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박물관 역할을 했다. 주말이면 2000명이 넘었던 관광객들 중에는 “소품 창고가 사라지기 전 다시 한번 구경하고 싶다”는 연락을 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에는 ‘서울영화장식센터의 철거를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그는 “남양주 촬영소와 소품 창고가 사라지면 영화의 역사를 담은 공간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부산으로 모두 옮긴다는 게 영화 발전을 위해 꼭 좋은 일인지 아직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16일 이후 센터가 강제 철거가 된다고 해도 법적으로는 방법이 없다. 센터 입주 계약은 지난 6월 만료됐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철거를 위해 센터를 상대로 명도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필요한 부지가 워낙 커 이전할 곳을 찾지 못한 상태다. 이사에만 최소 한달이 걸릴 정도로 소품 규모도 방대하고, 2억 8000만원에 달하는 이사 비용도 부담이다. 센터의 최영규 실장은 “지방자치단체 몇 군데와 상의해 봤지만 예산 문제로 진전이 되지 않았다”면서 “다른 소품 업체들과도 논의 중이지만 규모가 워낙 커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박물관처럼 시민들이 찾아와 하나의 문화로 즐기고, 동시에 물건도 유지할 수 있는 곳에서 센터를 이어가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인보사 대처’ 신뢰 힘든 식약처… 투여 환자 762명 방치

    검사 단 2명… 검진 병원 선정도 1곳뿐 장기추적조사 안내도 없어 환자들 분노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를 맞은 환자 상당수가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장기추적조사를 해야 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보사 사건이 터진 지 6개월이 지나도록 투여 환자를 파악하지 못한 것은 물론 환자의 검사를 담당할 병원도 1곳밖에 선정하지 못했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식약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선 ‘제2의 황우석 사태’로 불리는 인보사 사태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대처가 도마에 올랐다. 식약처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인보사를 처방받은 환자 3170명 가운데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2408명(76%)만이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의 ‘약물역학 웹기반 조사시스템’에 등록됐다. 나머지 762명(24%)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식약처는 10월 안에 환자 등록을 완료하겠다고 했지만 등록률이 거의 정체 상태”라며 “이대로라면 인보사를 처방받은 환자들에 대한 특별관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현재까지 검사를 받은 인보사 투여 환자는 2명뿐이라고 밝혔다. 환자 검진 거점 병원도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1곳밖에 선정하지 못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15개 병원은 사실상 합의했고 나머지 10개 병원은 추가로 해야 하는데 각 병원의 행정 절차상 늦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미 등록한 환자들도 장기추적조사와 관련해 정부로부터 어떤 안내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오킴스의 엄태섭 변호사는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환자들이 받은 것은 정부 명의의 안내문이 아니라 코오롱생명과학 명의의 안내문이었다”며 “그 내용도 ‘인보사는 종양 발생 우려가 없다. 안전하다’라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엄 변호사는 “그 안내문을 받고 환자들이 분노를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환자들은 지금 식약처도, 코오롱도 신뢰할 수 없다고 한다”며 “개인정보이용동의서를 제출한 뒤로 검사 병원과 일정에 대한 공지가 없어 답답해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 관리가 매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인보사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라 병원이 협조해야 환자 정보를 파악할 수 있고 상당수가 고령층이어서 추적이 쉽지 않은 데다 해외 환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인보사 투여 환자 86명 대상 역학조사에 따르면 주사를 맞을 때 ‘연골 재생 효과가 있다’는 설명을 들은 환자가 57명(66.3%)에 달했다. 인의협은 “이는 명백한 과장이며 의료법 위반 행위”라고 지적했다. 23명(26.7%)은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거나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설명만을 들었다고 응답했다. 환자들은 부기(59명), 불안(52명), 열감(47명) 등의 부작용을 호소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조국 의혹 증인 불러야” “나경원 딸 증인도 와야”… 문체위, 1시간만에 파행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또다시 공방을 벌이면서 정회하는 소동을 벌였다. 지난 1일 같은 문제로 자유한국당의 불참 속에서 국감계획서를 채택한 뒤 1주일째 갈등이 지속되는 것이다. 문체위는 7일 문화재청과 소관 공공기관 및 유관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오전 10시 의원들이 질의를 시작한 지 1시간 10분 만에 정회했다. ●민주·한국당, 증인 문제로 1주일째 기싸움 이날은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이 “(한국당이 원하는 대로) 문경란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장을 증인으로 부를 테니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관련자들도 같이 불러세워 함께 진실을 심문하면 된다”고 제안한 것이 발단이 됐다. 문 위원장은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이 인턴 활동을 했던 당시 서울대 법대 산하 공익인권법센터장이었던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부인으로 한국당이 지속적으로 증인 채택을 요구했던 인물이다. 반면 SOK는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의 스포츠·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하는 비영리 국제조직으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5년간 회장직을 지냈다. 회장 재임 기간을 포함해 나 원내대표의 딸이 스페셜올림픽 글로벌 메신저로 활동했는데, 신 의원은 나 원내대표의 영향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바른미래 “양 극단 너무 싸워… 창피” 이날 신 의원의 제안에 한국당 간사인 박인숙 의원은 “SOK 관계자들은 (문 위원장과) 맞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동의할 수 없다”며 “이의가 있으며 (민주당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바른미래당 간사인 이동섭 의원은 “3당 간사가 누차 만나 조정하려 했지만 양 극단이 너무 싸운다. 창피한 줄 알라”고 했다. 결국 문체위는 이날 오전 11시 10분쯤 정회한 후 오후 2시쯤부터 다시 속개했다. 문체위는 지난 2일 첫 국감에서 문 위원장에 대한 증인 채택 무산으로 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하며 소위 ‘반쪽 국감’을 진행했고 이틀 뒤인 4일 한국당 의원들이 복귀했지만 증인 채택을 두고 여전히 공방 중이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한국 영화 수십년 숨결 담긴 소품들 새 보금자리 찾았으면”

    “한국 영화 수십년 숨결 담긴 소품들 새 보금자리 찾았으면”

    16일 남양주종합촬영소 문 닫아···센터 이주 부지 찾지 못해 50년간 모은 소품만 40만점···창고 규모만 1600평에 달해영화 200여편 참여···임권택 감독하고만 40편 함께 해 천만 영화 ‘실미도’, ‘광해’, ‘국제시장’ 등에 그의 손길 닿아지난 20여년간 한국영화의 산실 역할을 한 남양주종합촬영소가 부산 이전으로 오는 16일 문을 닫는 가운데, 반세기 한국 영화사를 간직한 소품들이 폐기 위기에 처했다. 소품 40만점을 보유한 ‘서울영화장식센터’(이하 센터)가 새 보금자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전 계획이 확정되지 않으면 영화 수백편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소품들은 ‘공중 분해’ 되거나 버려질 수 밖에 없다. 50년 넘게 소품들을 모아 온 김호길(78) 대표는 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양주만한 소품 보관 장소가 없다. 마음 같아서는 여기서 계속 하고 싶지만, 이곳을 닫으면 나도 은퇴를 해야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소품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정말 슬프다”면서 “새 부지에서 누군가는 이 일을 이어가길 바라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국 영화 소품업계의 산증인이다. 영화감독을 꿈꾸며 충무로에 들어와 연출부와 조명부 등을 거쳐 1963년 소품계에 입문했다. 임권택 감독의 작품 ‘돌아온 왼손잡이’를 시작으로 영화 200편에 참여했다. 천만 영화 ‘실미도’, ‘광해, 왕이 된 남자’, ‘국제시장’ 등 굵직굵직한 작품에 그의 손길이 닿았다. 그는 “임 감독과는 작품 40편을 같이 했는데 너무 깐깐하셔서 일이 힘들었다”면서 “그래도 임 감독과 일하고 나면 능력을 인정받아 주가가 올랐다”고 회고했다. 지금도 장르를 불문하고 가장 많은 영화소품을 보유해 영화, 드라마, 광고, 지역 축제들에서 소품 대여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영화 ‘기생충’ 속 지하 공간과 TV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속 옛날식 찬장 등에도 센터의 소품이 쓰였다.창고가 세 번 불타는 등 고비도 많았지만 김 대표는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지금까지 버텨왔다. 소품을 찾으려고 버려진 이삿짐을 뒤지고, 없으면 직접 만들었다. 큰 작품에서 남는 이윤은 새로운 소품을 구하고 제작하는데 투자했다. 그는 “버리면 고물이고 쓰레기지만 영화에 쓰이면 특별한 가치를 얻는다. 그 가치를 알기 때문에 구닥다리 물건이라도 버리지 못한다”고 했다. 1600평(5290㎡) 규모의 소품 창고는 그동안 촬영소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박물관 역할을 했다. 주말이면 2000명이 넘었던 관광객들 중에는 “소품 창고가 사라지기 전 다시 한번 구경하고 싶다”는 연락을 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에는 ‘서울영화장식센터의 철거를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그는 “남양주 촬영소와 소품 창고가 사라지면 영화의 역사를 담은 공간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부산으로 모두 옮긴다는 게 영화 발전을 위해 꼭 좋은 일인지 아직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16일 이후 센터가 강제 철거가 된다고 해도 법적으로는 방법이 없다. 센터 입주 계약은 지난 6월 만료됐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철거를 위해 센터를 상대로 명도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필요한 부지가 워낙 커 이전할 곳을 찾지 못한 상태다. 이사에만 최소 한달이 걸릴 정도로 소품 규모도 방대하고, 2억 8000만원에 달하는 이사 비용도 부담이다. 센터의 최영규 실장은 “지방자치단체 몇 군데와 상의해 봤지만 예산 문제로 진전이 되지 않았다”면서 “다른 소품 업체들과도 논의 중이지만 규모가 워낙 커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박물관처럼 시민들이 찾아와 하나의 문화로 즐기고, 동시에 물건도 유지할 수 있는 곳에서 센터를 이어가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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