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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유정 피해자 모친 “살인마, 거짓말로 내 아들 더럽혀”

    고유정 피해자 모친 “살인마, 거짓말로 내 아들 더럽혀”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의 피해자 유족이 법정에서 고유정의 계획 범행을 주장하며 그에게 법정 최고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 정봉기)는 4일 고유정(36)에 대한 여섯 번째 공판을 열었다. 고씨는 이날도 머리를 풀어헤친 채 연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섰다. 이날 공판에서는 피해자 유족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측의 증인신문이 이뤘졌다. 전남편 강모(36)씨의 어머니와 동생이 피해자 유족으로 나왔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지금 이 순간 내 아들을 죽인 살인마와 한 공간에 있다는 게 참담하고 가슴이 끊어질 것 같다”며 “저 아이에게 다가가 꼭 그렇게 했어야만 했냐고, 또 살려내라고 소리치고 싶다”고 울먹였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자식 조차 먼저 앞세우고 시신조차 없이 장례를 치른 부모의 애끓는 마음을 누가 알겠느냐”며 “저 살인마는 속죄하기는 커녕 내 아들을 온갖 거짓말로 더럽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아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명예를 더럽힌 저 살인마에게 법정 최고형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법정에 호소했다.피해자의 동생도 연이어 증언했다. 동생은 “지난 4차 공판에서 고유정이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고 모든 책임을 피해자에게 넘기는 모습에 화가 났다”며 “이 사건의 진실은 아들을 그리워했던 한 아버지가 고유정의 사전계획으로 인해 비참하게 살해돼 비참하게 버려졌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의 형은 변태 성욕자가 아니며, 위력을 행사해 성폭행을 저지르지도 또 고유정의 재혼에 충격을 받거나 집착한 사실도 없다”고 강조했다. 고씨는 유족들의 증언이 진행되는 내내 고개를 푹 숙인채 재판에 임했다. 고씨는 지난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고씨는 앞서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청주지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제주지검은 고씨가 지난 3월 1일 의붓아들 A(5)군이 잠을 자는 사이 몸을 눌러 숨지게 했다고 보고 이번 주 내에 고씨를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한국전 전후 무차별적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 8부 능선 넘어”

    “한국전 전후 무차별적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 8부 능선 넘어”

    1948년 한반도 남쪽에 이승만 정권이 들어선 뒤 한국전쟁 발발 전후로 정치적 반대 세력, 소위 ‘빨갱이’를 소탕한다며 무차별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다. 우익 청년단체 등 지방 토착세력도 군경의 협조 또는 묵인 아래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했다. 이유도 모른 채 끌려가 잔혹하게 총살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민간인 학살 피해자가 100만명이 넘는다는 자료도 있다. 하지만 분단 체제에서 피해자 유족들은 빨갱이 가족으로 매도당하며, 연좌제의 사슬에 묶인 채 침묵을 강요당했다.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진상 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비극적인 현대사를 바로잡고 피해자와 유족들의 명예회복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과거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진상규명위원회의 중립성 유지 등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아직도 계류 중이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라면 얼마 전 특별법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극적으로 통과했다는 것이다. 20대 국회 회기가 반년도 남지 않은 게 변수지만 지난달 30일 서울신문과 만난 김하종(86) 한국전쟁유족회 특별법추진위원장(경주유족회장)은 “8부 능선은 넘었다”며 가장 어려운 관문을 통과했다고 말했다. -상임위 통과에도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야당 의원들의 반대가 극심했는데. “국회 행안위 회의가 열리는 날이면 아침 일찍 열차를 타고 서울로 와 회의실 앞을 지켰다. 한국당 의원을 만나면 ‘지난번에 협조해 준다고 해 놓고 자꾸 반대하면 어떡하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우는 아이 젖 준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지난 5월 행안위 회의장에도 들어갔는데. “당시 회의장이 난장판이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발언권을 준다고 하더라. 80세를 전후한 우리 유족들이 또 얼마나 세월을 기다려야 할지, 그때까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했다. 유족들의 통한의 눈물을 닦아 줄 과거사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과거사법 개정안은 노무현 정부 때 설립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를 다시 가동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국전쟁 전후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뤄진 민간인 집단 사망·상해·실종 사건도 다루게 된다. 20대 국회 들어 관련 법안만 7개나 발의됐지만 여야 대치 속에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자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유족회 회원들과 함께 학살 피해자 유해 40여구를 들고 국회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6월 들어 속도가 나는 듯했지만 한국당이 상임위 의결 직전 이 법안을 안건조정위에 회부하겠다고 하면서 넉 달이 더 지체됐다. 그래도 김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되자 “얼마나 기쁜지 눈물이 다 났다”고 말했다. -그 오랜 세월 체력이 부치지는 않았는지. “1960년 10월 전국유족회가 결성될 당시 총회가 열렸는데 그때 참석한 33명 중 유일한 생존자다. 끝을 내겠다는 심정이다.” 김 위원장은 경북 경주시 내남면 출신으로 경주유족회장도 맡고 있다. 한국전쟁 전후 시기에 내남면에서만 140명이 넘게 희생됐다고 한다. 그의 일가친척 22명도 빨갱이에 협조하는 ‘용공분자’(공산주의에 동조하는 사람)로 몰려 1949년 8월 1일 우익 청년단체인 민보단 단원들과 순경 등에 의해 총살됐다. 김 위원장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내남면 민보단장은 이후 3선 의원을 지낸 이모씨였다. 김 위원장 부친도 몰살당한 친척들을 매장하기 위해 현장에 갔다가 민보단원에게 두들겨 맞고 9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 시절을 어떻게 견뎠나. “당시 국민학교 담임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신사적 복수’를 하라고. 이씨보다 더 높은 지위에 오르라는 얘기였다. 등록금을 낼 형편도 안 됐지만 모친을 설득해 뒤늦게 공부를 했다. 경주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닌 뒤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졸업 후에는 시험을 쳐서 법무부 형정국(현 교정본부)에 들어갔다.”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형정국을 그만둔 까닭은. “1960년 4·19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무너졌다. 부친과 집안 사람이 억울하게 돌아가셨는데 명예를 회복시켜 드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중에 복직시켜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사표를 냈다. 경주로 내려와 이씨를 살인, 방화, 약탈 혐의로 고발했다. 이씨가 구속되자 상황이 달라지더라. 학살 피해자 유족 860여명이 모여들었다. 그렇게 경주유족회가 만들어졌고 젊은 나이에 회장직을 맡게 됐다. 그해 11월 4000여명(경찰 추산 2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주 지역 양민피학살자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그런데 1년 만에 상황이 바뀌었다. “1961년 5·16쿠데타로 박정희 정권이 들어선 뒤 유족회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혁명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았다. 당시 검사는 소급 입법인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을 적용해 “사형에 해당하는 중죄이나 청춘이 아까워 무기징역을 구형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7년을 선고했고, 중간에 사면을 받아 실제 복역한 기간은 2년이 좀 넘는다. 유족회 총무를 했던 쌍둥이 동생도 6개월을 복역했다. 반면 사형선고를 받았던 이씨는 증거불충분으로 나중에 무죄로 풀려났다.” -사면이 됐어도 요주의 인물로 분류돼 제약이 많았을 것 같다. “전담 경찰이 매일 집으로 왔다. 앞으로 취직은 못 하니까 장사를 하든지, 농사를 짓든지 양자택일하라고 하더라. ‘개천에서 용이 났다고 했는데 네가 어찌 이렇게 됐느냐’며 모친이 대성통곡했다.” -나라가 원망스러웠을 것 같다. “걱정하는 모친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위로했다. 당시 개간 붐이 일었는데 약 6600㎡(약 2000평)를 직접 개간했다. 젊은 사람이 개간을 했다는 소문이 퍼졌는지 경주시장이 찾아왔다. 시장한테 유족회 회장이라고 소개하고 “직장 생활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얼마 안 돼 취업을 해도 좋다는 통보를 받았고, 지인이 운영하던 동방고등공민학교를 인수했다. 이후 불국사실업중학교, 경주여상 교장 등을 지냈다. 하지만 1989년 사회안전법이 폐지될 때까지 정보경찰도 교장실을 안방 드나들듯 찾아와 감시했다.” 경찰의 감시 속에 유족회와 멀어지는 듯했지만 김 위원장은 유족들의 부탁을 뿌리칠 수 없었다. 2010년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확정받고 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까지 끝낸 뒤 2015년 다시 경주유족회장을 맡았다. 55년 만이다.-어려운 길을 또 택했다. “해마다 위령제를 지내는데 장소가 여의치 않아 경주역, 예식장, 식당 등을 전전했다. 유족회장을 맡고 나서는 위령탑 건립을 추진했다. 경주시가 조례를 제정하고 1억 5000만원을 지원해 줬다. 2016년 경주 황성공원에 위령탑을 세우고 740여명의 희생자 이름을 새겼다. 당시 두려워서 신청을 못 한 희생자 가족들도 연락이 오고 있다. 추가로 이름을 새겨 나갈 예정이다.” -가족들은 걱정이 클 것 같다. “자녀들을 위해 다시는 유족회 활동을 하지 말라는 게 어머니와 아내의 유언이었다. 딸만 다섯인데 걱정하는 건 마찬가지다. 지난 추석 때도 가족들이 모였을 때 많이 설득을 했다. 아직 명예회복을 못 한 피해자 유족을 위해서라도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글 사진 대구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中 “통제권 강화” 후 홍콩의 첫 주말 “괴한이 시의원 귀 일부를”

    中 “통제권 강화” 후 홍콩의 첫 주말 “괴한이 시의원 귀 일부를”

    중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권 강화 방침을 천명한 뒤 첫 휴일이었던 3일 적어도 4명의 시민이 괴한의 흉기 공격을 받고 다쳤다. 현지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저녁 홍콩 섬의 타이 쿠 지구에 있는 시티 플라자 몰에서 만다린어를 쓰며 친중국 성향으로 의심되는 이 남성의 흉기 공격이 있었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용의자는 몰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붙들려 두들겨 맞았으며 아직 신원이 공개되지는 않았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부상자 중에는 앤드루 추 카인시의원이 있으며 괴한이 달려들어 귀 일부를 물어뜯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성은 누이, 남편과 언쟁을 하던 이 괴한이 갑자기 흉기를 품에서 꺼내 휘둘러 자신을 포함해 셋 모두 다쳤다고 증언했다. 시티 플라자는 최근 민주화운동 세력이 자주 집회 및 시위를 열던 곳이었으며 범행 순간에 진압 경찰도 근처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도심 곳곳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크게 충돌해 시위대 수백명이 체포되고 부상자도 속출했다. SCMP 등에 따르면 경찰은 센트럴 등 도심에서 동시다발로 벌어진 전날 시위와 관련해 불법 시위 등 혐의로 20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이날 새벽 발표했다. 54명은 부상으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한 남성은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화 운동 진영은 당초 전날 코즈웨이베이의 빅토리아 공원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경찰은 이를 불허했고, 시위대는 코즈웨이베이, 완차이, 센트럴, 몽콕, 침사추이 등에서 동시다발로 도로를 점거하고 게릴라식 시위를 벌였다. 22주째 이어진 주말 시위에 참여한 홍콩 시민 일부는 경찰에 화염병과 벽돌 등을 던졌고 곤봉 등으로 무장한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까지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 경찰은 최근에는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면 우선 경찰관들을 일렬로 배치해 저지선을 형성하고 해산 경고를 한 뒤 진압에 나섰다. 하지만 전날에는 시위대가 도로를 차지하자 곧바로 해산 작전에 돌입하는 등 적극적인 진압 전술로 선회했다. 일부 과격한 시위대는 베스트마트360, 스타벅스 등 중국 기업이나 친중국 성향의 기업으로 간주되는 상업 시설들을 공격해 파괴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신화통신의 홍콩 사무실 건물을 습격해 1층 유리창을 깨고 로비 시설들을 부쉈다. 건물 안에 회사 관계자들이 있는데도 시위대가 로비에 화염병을 던져 불이 붙기도 했지만 빨리 진화해 인명 피해로 번지지는 않았다. 이런 가운데 중국 최고 지도부의 일원인 한정(韓正) 정치국 상무위원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6월 홍콩 사태 시작 이후 처음으로 공식 회동한다. 홍콩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람 장관이 5일 밤 베이징으로 이동해 6일 한 상무위원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상무위원은 홍콩·마카오 업무를 관장하는 최고 책임자이고 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홍콩 통제권 강화 방침을 안팎에 천명한 가운데 이뤄지는 람 장관과의 첫 회동이란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배가본드’ 법정씬 공개 “이승기X배수지, 선배 배우들에 깍듯”

    ‘배가본드’ 법정씬 공개 “이승기X배수지, 선배 배우들에 깍듯”

    ‘배가본드’ 이승기, 배수지, 신성록, 이경영, 김정현, 윤다훈 등이 팽팽한 기 싸움을 펼쳐낸, 긴장 백배 ‘테러사건 법정 판결’ 장면이 포착됐다.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VAGABOND)’(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유인식, 제작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대표 박재삼)는 민항 여객기 추락 사고에 연루된 한 남자가 은폐된 진실 속에 숨겨진 거대한 국가 비리를 파헤쳐가는 첩보 액션 멜로다. 극중 차달건(이승기 분)과 고해리(배수지 분)가 김우기(장혁진 분)를 법정까지 끌고 오게 되면서, 사고와 관련한 ‘진실 찾기’를 두고 치열하고 치밀한 법적 공방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승기, 배수지, 신성록, 이경영, 김정현, 윤다훈 등이 함께한 고성, 야유, 탄식, 절규가 오가는 단체 법정씬이 공개돼 긴박감을 배가시키고 있다. 극 중 B357기 유가족들이 다이나믹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공판이 열린 장면, 재판장 석수일(윤다훈 분)을 위시로 원고 측 변호인 홍승범(김정현 분)과 피고 측 변호인 에드워드박(이경영 분)이 각자의 입장을 든 채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증인 김우기(장혁진 분)와 수감복을 입은 오상미(강경헌 분) 역시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뗀다. 하지만 방청석에 앉아 이를 지켜보던 차달건과 고해리가 순간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짓는데 이어, 기태웅(신성록 분)과 김세훈(신승환 분) 역시 불만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는 것. 급기야 차달건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가 하면, 에드워드박이 차달건, 고해리 그리고 유가족들을 향해 몸을 돌린 뒤 정중한 90도 인사를 하는 모습으로 의아함을 돋운다. 지난 방송 석수일은 제시카리(문정희 분)의 사주를 받은 대법원장의 외압에도 아랑곳없이 김우기의 증인 출석을 기다리는 뚝심을 보였던 상황. 하지만 김우기가 어떤 내용의 증언을 내뱉었고, 석수일이 어떤 판결을 내렸기에 모두가 하나같이 무거운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일 지, 에드워드박은 왜 모두를 향해 사과를 하고 있는 것인지 그 이유와 내용에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이승기, 배수지, 신성록, 이경영, 김정현, 윤다훈 등이 함께한 ‘테러사건 법정 판결’ 장면은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위치한 법정세트에서 촬영됐다. 배우들은 실제 법정 분위기를 완벽히 구현해 낸 정교한 세트장 분위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배가본드’ 속 최고의 긴장감을 드리울 법정씬을 위해 실제 법조인, 증인, 방청객이 된 듯 경건한 마음을 갖고 꼼꼼하게 대본을 체크했다. 특히 이승기, 배수지는 선배 배우들에게 먼저 다가가 깍듯하게 인사를 건네며 안부를 묻는 모습으로 훈훈함을 더했다고. 그런가하면 제작진은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 변호사, 검사, 형사 등으로 활약하며 법정씬에 뼈가 굵은 이경영, 정만식에게 다가가 도리어 자문을 구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안겼다. 이들 역시 능청스럽게 화답하며 나름의 노하우를 전파하는 유쾌함으로 현장의 긴장된 분위기를 잠시나마 누그러트리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제작사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측은 “법정신을 통해 ‘배가본드’ 명품 배우 군단이 한데 모인 진풍경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라며 “모두를 멘붕에 빠트린 판결의 내용이 본 방송을 통해 공개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배가본드’ 13회는 2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윤지오가 경찰과 주고받은 이메일의 의미

    윤지오가 경찰과 주고받은 이메일의 의미

    배우 윤지오가 자신의 SNS를 통해 경찰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공개했다. 윤지오는 1일 오전 자신의 SNS에 2장의 경찰청과 주고받았다는 이메일 캡처본 2장을 올렸다. 윤지오가 공개한 경찰청발 이메일은 ‘국내로 돌아와 출석조사에 응할 것’을 완곡히 요청하는 내용. 아울러 경찰은 이메일에서 윤지오 건강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이와 관련된 내용이 적힌 것으로 추정되는 ‘소견서’ 또한 전달받았음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이메일에 대해 윤지오가 공개한 답장의 내용은 ‘(한국을)안가는 게 아니라 못 가는 것’이란 게 요지였다. 구체적으로 윤지오는 앞서 경찰 측이 거론한 소견서를 지칭하는 듯 자신의 “의지로 한국을 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전문가의 의견을 보내드렸다”고 이메일에 언급하며, 덧붙여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다면 억울해서라도 당장 한국에 갔을 것”이라는 심경 또한 전해 이목을 집중시켰다.2장의 이메일 공개와 함께 윤지오는 이에 관련된 자신의 ’심경 글‘ 또한 별도로 게재했다. 윤지오는 ”출장, 서면, 화상 조사를 (직접) 요청하고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했음에도, 경찰은 국내소환만을 압박하고 있다. 그 부당함을 알리고자 한다“고 밝히며 “수사에 협조 안 한다고 한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 (다만) 건강상 1시간 이상 이동이 불가한 상태일 뿐”이라는 억울함 또한 호소했다. 한편 윤지오는 올해 초 고(故) 장자연 사건의 유력한 증언자로 대중 앞에 나서며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윤지오는 해당 사건 연루 의심 인물들에 대한 명예 훼손 및 후원금 관련 의혹 등에 휘말렸다. 지난 4월 거주 중이던 캐나다로 출국한 윤지오에 대해 경찰은 3차례 출석 요구서를 전달했으며, 결국 체포 영장을 신청 10월 29일 법원으로부터 이를 발부받았다. 사진 = 서울신문DB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1회] “도대체 어떤 일에 엮인 건지”… ‘통진당 재산 가압류’ 검토 문건의 배경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1회] “도대체 어떤 일에 엮인 건지”… ‘통진당 재산 가압류’ 검토 문건의 배경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을 ‘위헌정당’으로 판단하고 해산 결정을 했다. 당장 통진당 소송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의 의원직 상실 여부가 쟁점이 됐고, 서울행정법원과 광주·전주지법에 의원직 지위확인을 청구하는 행정소송이 제기됐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행정소송을 맡은 일선 재판부에 소송과 관련된 행정처의 입장을 전달한 것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가운데 대표적인 재판 개입 의혹으로 꼽히고 있다. 헌재의 결정으로 의원직만 잃은 것이 아니다. 정부는 정당 해산의 후속 조치로 통진당 재산을 국고에 귀속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통진당 중앙당 및 각 시·도당을 관할하는 법원에 통진당이 보유한 예금채권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했다.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이인복 대법관이었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40회 재판에서는 2013년 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사법지원실 심의관을 지낸 최우진 수원지법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해 통진당 재산 가압류 신청사건과 관련해 행정처의 입장이 일선 법원에 전달된 과정을 설명했다. 가압류 신청사건이 접수된 뒤 통진당 각 시·도당에 당사자 적격이 있는지, 보전처분(권리를 보전하기 위해 소송이 확정되거나 집행되기 전 법원이 하는 잠정적인 처분), 가압류와 가처분 중 어느 것이 가능하고 적정한지 등 여러 법률적 쟁점이 문제가 됐다. 이 사건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청와대가 법원의 의견을 받아보기로 하면서 당시 김종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당시 기획조정실장)에게 연락해 “통진당 잔여재산을 환수하기 위해 가압류나 가처분 중 어느 것이 적정한지에 대한 검토자료를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따라 법원행정처장이던 박 전 대법관과 임 전 차장이 사법지원실을 통해 검토자료를 만들고 일선 재판부에 전달하게 했다는 게 박 전 대법관의 공소사실이다. 2014년 12월 22일 최 부장판사는 대전지법 기획법관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국에 통진당 재산 가압류 사건이 많은데 검토를 해보니 가압류 신청이 부적절하고 여러 쟁점이 있으니 행정처 차원에서 검토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요청이 이어졌다. 전국 다수의 법원에 가압류 사건이 신청됐는데 각 법원별로 결론이 달라지면 혼선이 빚어질 수 있으니 행정처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고 쟁점을 검토해서 일종의 기준을 마련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는 당황해서 ‘조치’ 이야기하는데 무슨 조치인지 어려워 통화의 세부적 내용은 생각을 못했다”고 최 부장판사는 기억했다. 그는 “전화와서 말한 내용 자체가 당황스러워서 뭐를 해야할지 막막했고 말 그대로 무슨 조치를 해야하는지 생각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해당 사건의 쟁점이 문제인 것 같고 해서 일단 행정처 차원에서 조치를 하기 보다는 연구회 등에서 개별적으로 쟁점을 올려서 토의하는 방법을 활용해 보면 어떻겠냐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헌재 통진당 해산 결정 후 잔여재산 환수 착수…일선 법원 “혼란” 그런데 같은 날 대전지법 천안지원의 판사에게서도 일선 재판부가 혼란스러워한다는 내용의 전화가 왔다고 한다. 최 부장판사는 “(대전지법의) 전화를 끊고 나니 각급 법원에서 재판에 혼란을 느끼는 부분에 대해 (행정처의 검토를) 요청한 건데 내가 그대로 묵살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면서 “사건이 뭔지 파악하기 위해 검색을 해 실제로 전국 법원에 가압류 사건이 들어왔다는 것을 알게 됐고 (잔여재산에 대한) 보전 처분 사례가 없어서 고민을 한 시간 정도 한 걸로 기억한다. 그 때 천안지원의 다른 판사가 같은 취지의 건의를 해왔다”고 말했다. 최 부장판사는 사법지원실 총괄심의관인 전지원 대전고법 부장판사에게 전국 법원에 통진당 재산 가압류 신청사건이 접수됐고 일선 법원에서 혼선을 겪고 있으니 행정처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전 부장판사는 “일단 사건 내용을 파악해보라”고 한 뒤 윤성원 당시 사법지원실장(전 인천지방법원장)에게 보고를 하러 자리를 떠났고 최 부장판사는 자신에게 연락을 한 대전지법과 천안지원 판사들에게 해당 사건의 검토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그날 저녁 무렵 최 부장판사는 전 부장판사에게 “부장판사 재판연구관들에게 사건 검토를 부탁했으니 쟁점을 보내주고, 부장들의 의견을 구한 뒤 각 쟁점 검토 내역을 일선 법원에 알려주는 게 어떻겠느냐”는 지시를 받았고, 다음날 부장 연구관들에게 의견을 받아 검토문건을 최종 정리했다. 부장판사인 재판연구관들이 검토한 내용은 통진당 예금 보전처분은 가압류가 아닌 가처분으로 신청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론이었고, 이는 최 부장판사가 작성한 ‘통진당 예금계좌에 대한 채권 가압류 신청사건에 관한 검토’ 보고서에 담겼다. ‘징수위탁은 유효한 집행방법이 될 수 없으므로 민사집행법에 따른 보전처분에 의할 수밖에 없고, 국고귀속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시·도당이 당사자 능력과 적격을 모두 갖추었다고 보는 견해를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이며, 국가의 해산정당에 대한 권리는 특정물에 대한 권리라고 할 것이어서 그 보전처분은 가압류가 아닌 가처분이 되어야 할 것’.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의 다양한 쟁점들에 대해 충분히 검토되거나 논의된 전례가 없었고 참고할 수 있는 판결례 등도 없었으며, 각 쟁점과 관련, 예상되는 상반된 견해들도 각각 충분한 논리적 근거가 있었기 때문에 특정한 결론이 가장 적합하다는 식의 판단이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행정처 보고양식 뺀 일반 문서 양식으로 “자연스럽게 공유된 것처럼” 최 부장판사가 일선 법원들에 보낸 보고서는 기존의 행정처 내부 보고서와는 양식이 달랐다. ‘대외비’ 등의 단어가 빠졌고 제목을 표기하는 방식 등이 달랐다. 또 전달 방식도 조금 독특해 보였다. 최 부장판사는 자신에게 요청을 한 대전지법과 천안지원 판사들에겐 직접 메일로 이 보고서를 전달했고, 나머지 법원에는 신청 사건을 맡은 단독 판사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가장 먼저 서울중앙지법에서 신청 사건을 맡고 있던 김모 부장판사에게 일선 법원의 신청 단독을 맡은 판사들에게 배포해달라고 부탁했다가 거절을 당했다. 이러한 전달 방식에 대해 최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판사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공유되는 것으로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최 부장판사는 보고서를 보내면서 “권위있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양식도, 전달 방식도 남달랐던 데 대해 최 부장판사는 “행정처 표시가 나는 보고서를 보낼 경우 행정처에서 검토한 걸로 오해가 될 수 있어서 (기존 양식을) 지우고 보냈다”고 말했다. “우리(행정처)가 검토한 게 아니고 쟁점도 대전이나 천안지원 판사들이 검토한 것을 정리하기만 했을 뿐”이기 때문에 행정처가 공식적으로 내려보낸 보고서는 아니라는 것이다. 행정처의 조치를 요청한 해당 판사들이 분석한 쟁점 정리를 토대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세 명의 결론 정리가 이뤄졌고 자신은 이 모든 내용을 취합해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행정처 공식입장이 담긴 문건은 아니고 판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공유되는 내용이 되길 바랐다. “증인은 당시에 법원행정처가 일정한 방향으로 정리한 검토 자료를 일률적으로 배포하지 않았다면 1심 재판의 결론이 다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검찰의 이 물음을 시작으로 검찰과 최 부장판사 사이의 약간의 신경전이 법정에서 오갔다. 최 부장판사가 “그 부분은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고 답하자 검찰은 “검찰에서의 진술과 다르다”며 최 부장판사가 검찰 조사에서 같은 질문에 “저 역시 통진당 잔여재산 1심 재판의 결론은 다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결정 내용의 법리 오류가 있을 때도 비난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최 부장판사는 “그 조서를 작성할 때 검사와 오래 이야기를 했고, 그렇게 단언하게 진술한 것은 아닌데 최종적으로 검사가 저렇게 말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취지로 말한 거였다”면서 “판사들이 어떻게 검토할지는 내가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다양한 결론이 나왔을 때 어떤 비난을 받을지 우려는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몇몇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아주 다양하게 결론이 나온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행정처 문건 일선 판사들에 배포한 판사… “그 상황에선 괜찮은 방안” 이어 검찰이 “증인은 당시 윤 실장이나 전 부장판사로부터 검토 자료를 일선 담당 판사들에게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고 거절하거나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는가?“ 물었다. 최 부장판사는 “네. 행정처 내 외부 전문지식이 있는 부장판사들로부터 검토 의견을 받아서 결과를 취합해 담당 판사들에게 전달해주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제가 생각할 수 있었던 막연한 생각으로는 행정처에서 할 수 있는 여러 조치들 중에선 그 상황에서는 가장 괜찮을 수 있겠다, 문제가 안 되겠다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 같은 문건을 검토해서 배포하는 게 가장 적절한 조치였다고 생각했다는 건가?” (검사) “가장 적절했다는 취지가 아니고 당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중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는 거다.” (최 부장판사) “검토 자료 작성 및 배포 지시에 대해 재판에 공정성과 독립을 침해할 수 있어 부적절한 지시라고 생각한 적은 없나?” (검사)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 안 했다.” (최 부장판사) “전혀 하지 않았나?” (검사) “네.” (최 부장판사) “검찰 조사에서의 진술과 다르다”며 검찰의 지적이 이어졌다. “조사 당시에도 (지시의) 부적절한 부분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진술을 해서 다시 물었다. ‘(앞선 조사에서) 윤 실장이나 전 부장판사로부터 자료를 담당 판사에게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 부적절하고 부담스럽다고 생각하고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데 이유가 뭔가‘ 물으니 ‘일단 재판 기록을 특정한 방향으로 검토한 자료를 심의관인 제가 전달하는 것 자체가 아무리 재판을 지원한다는 순수한 의도를 설명해도 자료를 받는 판사들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낄 거고 행정처가 부당하게 관여한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전달 자체가 부적절하다. 제가 (그런 일을) 한다는 게 부담스럽다’고 진술했다.” (검사) “저것도 마찬가지로 오랜시간 검사와 이야기를 하다가 처음에는 지금 (법정에서)한 것처럼 말했는데 검사가 ‘청와대가 개입됐다’고 말하고, 나는 전체 상황은 모르는 가운데 어쨌든 검사가 ‘재판에서 문제되는 쟁점에 대해 행정처 문건을 주는 것이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추궁을 이어갔고 그에 대해 반박했지만 검사가 보는 입장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니까, 최종적으로는 저렇게 조서에 정리되는 것을 확인하고 날인했다.” (최 부장판사) “부담스럽다는 진술을 한 적이 있나, 없나.” (검사) “그 멘트는 검사가 한 멘트이고 내가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부담스럽다고 내가 이야기했더라도 그 상황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거지, 지시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것은 아니었다.” (최 부장판사) 최 부장판사는 자신이 쓴 보고서가 청와대로 전달된다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도 강조했다. 지시를 받을 때는 물론이고 자신이 일선 판사들에게 보고서를 배포할 때에도 청와대로 건네질 것이라는 사실은 전혀 알지도,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고서가 작성되는 무렵, 전 부장판사는 선관위를 통해 ‘채권 가압류 신청 제기 상황’ 자료를 받아 최 부장판사에게 건넸다. 가압류·가처분과 같은 신청 사건은 밀행성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 법원의 규정 때문에 어떤 재판부의 누구 판사가 맡는지 행정처에서는 파악할 수 없도록 돼있기 때문이었다. 이 자료는 윤 전 실장이 선관위원장인 이 전 대법관에게 문의해 확보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신청 사건 당사자인 선관위에 자료 요청…재판부 ”이상하지 않았나?“ 증인신문이 끝날 무렵 좌배석 판사가 최 부장판사에게 “윤 전 실장이 이 전 대법관을 찾아가 사건 전체 현황과 내부검토 자료를 요청하면서 사법지원실에서 검토가 완료되면 보고하겠다고 한 것을 증인은 자세하게는 몰랐다고 했는데 눈치는 챘던 건가?” 물었다. 최 부장판사는 “그 무렵 전 부장판사가 ‘누구에게 보고해야 하니까’라며 변경된 내용을 보고서에 반영해서 보내달라고 했다”면서 “그래서 처장님이나 차장님께 보고하거나 아니면 선관위에 보고될 수 있겠다고는 생각했다”고 답했다. 다만 최 부장판사는 “그러나 이 전 대법관에게 직접 보고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선관위가 신청사건의 당사자인데 보고한다는 게 이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최 부장판사는 “깊이있게 생각하지 못해서… 최근에는 규칙이 개정돼서 안 되지만 (이전에는) 가처분 신청할 때 직접 당사자와 연락해서…(할 수 있어서) 그런 식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 당시 문제의식을 갖진 않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이 가장 마지막 질문을 보탰다. “네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분위기가 어땠는가?” 앞선 증인신문 과정에서 최 부장판사가 검찰에서의 진술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설명한 부분을 꼬집은 것이다. 최 부장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추궁이라면 추궁이고요. 일단은 처음에 소환됐을 때 이 건 관련이라고 들었고 이 건이 외부에 행정처 문건으로 알려지면 문제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행정처에서 가장 고민하면서 처리했던 문제입니다. 다만 (행정처 문건을 일선 재판부에 보낸 것의) 범죄성립 여부 관련해서 간단하게 이 사건은 제가 경험한 것은 크게 문제 없이 받아들여 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길래 제 얘기를 들어봐달라고 하면서 기억나는 이야길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무나 조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스탠드 잘 잡으라’(※최 부장판사는 이 말을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받아들였다고 이어진 고 전 대법관 변호인의 질문에 설명했다) 하고 청와대 얘길 했습니다. 그 때는 (청와대 얘기는) 거기서 처음 듣는 거라 제가 어떤 일에 끼어서 한 건지 가늠이 안 가고 위축되는 게 없지 않았습니다. 물론 검사님은 그 외 부분에서는 친절하게 했지만 그런 과정에서 의견을 물을 때는 저도 초반에 적극적으로 했는데 잘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일정도 있고 서울에서 잘 곳도 없어서 가급적 빨리 끝내는 것으로 조사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해서 했고 완전히 제가 얘기한 것과 다른 취지의 기재된 것만 수정했고 다 반영했습니다.” 자신이 취합해서 정리한 보고서가 과연 어디까지 전달됐는지, 대체 자신이 어떤 사건에 엮였는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그는 강조하며 증언을 마쳤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스페인 법원, 14세 소녀 성폭행 남성 5명에 무죄 선고한 기막힌 이유

    스페인 법원, 14세 소녀 성폭행 남성 5명에 무죄 선고한 기막힌 이유

    스페인 법원이 14세 소녀를 집단 성폭행한 5명의 남성을 무죄라고 판결했다. 소녀가 의식을 잃은 상태였기 때문에 굳이 완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됐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피고인들은 2016년 10월 북동부 카탈루냐의 만레사에 있는 버려진 공장 안에서 ‘보떼욘(Botellon)’이란 술마시기 관습을 행하던 중 만취해 쓰러진 소녀를 범했다. 같은 해 일어난 ‘늑대떼’ 사건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만레사의 늑대떼’ 사건으로 불렸다. 늑대떼 사건이란 팜플로나에서 역시 5명의 남성이 18세 소녀를 집단 성폭행한 사건인데 피해 소녀가 “수동적이었으며 격렬하게 저항하지 않았다”는 경찰 수사 결과를 받아들여 나바라 법원은 훨씬 가벼운 폭행 등을 유죄라고 판단해 9년형을 선고해 여성단체들을 중심으로 격렬한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지난 6월 대법원은 성폭행이 분명하다고 판결해 징역 15년형씩으로 높였다. 이미 지난해 스페인 총리는 가해자가 완력을 행사하거나 위협하지 않으면 강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규정한 법에 문제가 많다는 여론을 받아들여 개정을 위한 연구위원회를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바르셀로나 법원은 31일 기소된 6명 가운데 한 명은 완전 무죄이며 5명의 폭행죄만 유죄라고 판시, 10~12년형을 선고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성폭행 혐의가 인정됐더라면 15~20년형으로 상향될 상황이었다. 검찰은 피고들이 소녀에게 술과 약물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차례로 범했으며 한 피고인이 친구들에게 “이제 너희 차례야. 일인당 15분씩이야. 시간 끌면 안돼”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피해 소녀는 당시에 일어난 일에 대해 기억하는 것이 많지 않지만 한 남자가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던 사실은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모두 강간죄 혐의를 부인했다. 한 명의 DNA가 소녀의 속옷에서 검출됐는데도 그랬다. 판결문은 “원고는 자신이 한 일과 하지 않은 일도 구분하지 못한다. 그 결과로 피고인들과 성관계에 동의하는지 거부하는지를 결정할 수 없었다. 피고인들은 어떤 형태의 폭력이나 위협을 행사하지 않고도 성행위를 할 수 있었다”고 적혀 있다고 엘 파이스는 보도했다. 다만 법원은 가해자들이 “대단히 심각한 공격과 함께 헐뜯었다”며 피해 소녀에게 1만 2000 유로(약 1562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KT 채용청탁 혐의 김성태 의원 “이석채 업무방해 판결과 내 재판 별개”

    KT 채용청탁 혐의 김성태 의원 “이석채 업무방해 판결과 내 재판 별개”

    1일 남부지법 출석하며 취재진에 “무혐의” 주장“검찰 각본대로 한 KT 전 사장 허위진술 안타까워”KT에 딸의 부정채용을 청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태(61)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석채 전 KT 회장에 대한 업무방해를 인정한 판결과 내 재판은 별개”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1일 오전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신혁재) 심리로 열리는 뇌물수수 혐의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면서 취재진을 만나 “이 전 회장의 업무방해 판결은 KT 내부의 부정한 채용절차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법원에서 판결한 것이며 이를 존중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국회 내 일상적인 국정감사 증인 채택 논의가 대가인지, 또 청탁이 있었는지 등의 문제는 법정에서 진실이 잘 가려지리라 본다”면서 “다만 검찰이 짜놓은 각본대로 충실한 연기를 한 서유열 전 사장의 허위진술과 거짓증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 여전히 무죄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201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이 전 회장의 증인채택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딸의 KT 정규직 채용이라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앞선 재판에서는 KT가 김 의원 딸의 계약직 채용부터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특정해 채용했다거나 정규직 채용 때에도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는 등의 증언이 잇따라 나왔다. 특히 서유열 전 KT 홈고객부문 사장이 이 전 회장, 김 의원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채용 청탁 내용이 오갔다는 등의 증언을 했다. 김 의원 측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의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는 이 전 회장은 지난달 30일 김 의원의 딸 등 유력 인사의 친인척 등을 부정채용한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中의 속살 ‘후통’서 건져 올린 망각의 역사

    中의 속살 ‘후통’서 건져 올린 망각의 역사

    자금성을 중심으로 3000여개가 실핏줄처럼 뻗어 있는 중국 베이징의 전통 뒷골목 후통(胡同). 1980년대부터 추진된 개혁개방 정책으로 재개발되면서 옛 모습을 대부분 잃었지만 원(元)대 이후 800년간 이어져 온 중국 역사의 수장고이자 삶의 터전이다. 자금성이며 만리장성, 천안문 같은 걸출한 명소에 가려져 건성건성 보고 지나치는 관광지쯤으로 여겨지는 곳. ‘베이징 후통의 중국사’는 그 먼지에 뒤덮인 수장고를 열어젖혀 역사 속에 숨었던 공간과 인물들을 생생하게 복원해 놓은 노작(勞作)이다. 저자는 2015년부터 3년 6개월간 베이징 특파원을 지냈던 현 서울신문 사회부장 이창구씨. ‘유서 깊은 후통에서 중국의 다른 면을 보게 될 것’이라는 지인의 권유로 매주 토요일 자전거를 타고 후통 곳곳을 누볐다. 그 발굴 작업(?)을 통해 건져 올린 망각과 방치의 역사며 인물들의 면면이 방대하고 흥미롭다. 맨 앞에 배치한 ‘독립운동가의 거리’에선 우리 독립운동사의 숨은 명장면이 숱하다. 이육사 선생이 순국한 둥창 후통 28호, 김원봉의 의열단이 암약했던 와이자오부제 후통, 신채호 선생의 활동상이 혁혁한 난뤄구샹과 진스팡제…. 특히 허우구러우위안 후통의 이회영 선생 집이 독립투사의 아지트였음이 밝혀져 놀랍다. 매일 적게는 10명, 많게는 40명이 찾아왔다는 증언을 보면 이회영의 집은 독립운동가들의 집합처이자 망명객들의 사랑방, 독립운동 본부였음에 틀림없다. 발굴 작업은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깃든 이색적인 거리로 이어진다. 전통 담뱃대 가게며 골동품 가게, 고서점, 표구방이 즐비한 옌다이셰제, 공묘와 국자감이 있는 궈쯔젠제…. 역시 가장 눈길을 끄는 후통은 중국 근현대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들의 공간이다. 타 후통에선 늘 근엄하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는 루쉰의 연민과 동심 가득한 얼굴을 찾아내고, 화 후통에서는 청을 멸망시킨 장군 차이어가 위안스카이에 의해 가택 연금당했던 고통을 읽는다. 신문기자답게 순례의 자전거 페달은 베이징의 진보 신문 징바오를 창간해 ‘중국 기자정신의 상징’으로 추앙받는 사오피아오핑(邵萍)의 혼이 깃든 웨이란 후통 30호에서 멈춘다. 5·4운동의 발기인이었던 사오피아오핑은 결국 총살당했다고 한다. 흉물스럽게 방치된 징바오의 옛 건물 앞에서 저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 “언론의 감시를 받지 않는 권력은 내부 모순과 부패에 스스로 쓰러질 가능성이 크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볼턴 ‘판도라의 입’ 열리나… 떨고 있는 줄리아니

    볼턴 ‘판도라의 입’ 열리나… 떨고 있는 줄리아니

    미국 하원의 탄핵 조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토사구팽당했던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운명이 엇갈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0일(현지시간) “하원 위원회가 볼턴 전 보좌관에게 오는 7일 출석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 변호사인 찰스 쿠퍼는 “소환장이 온다면 언제든지 받을 것”이라며 증언 가능성을 시사했다. 볼턴 전 보좌관이 하원 출석에 응하면 탄핵 조사에 응한 전현직 당국자 중 최고위직인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 경질에 대한 반격성 폭탄선언 가능성도 점쳐진다.특히 줄리아니 전 시장이 볼턴 전 보좌관의 증언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전 보좌관이 줄리아니 전 시장을 ‘수류탄’에 빗대 비난한 것도 백악관 전현직 관계자들의 증언으로 이미 전해졌다. 따라서 볼턴 전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화살을 줄리아니에게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줄리아니 전 시장은 전현직 백악관과 국무부 당국자들에게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몸통’으로 지목당한 데 이어 볼턴 전 보좌관의 비판을 받는다면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비공개 증언에서 “줄리아니 전 시장이 미 정부의 우크라이나 압박에 관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협상특보였던 크리스토퍼 앤더슨과 캐서린 크로프트 전 외교관도 이날 의회에서 “볼턴 전 보좌관이 줄리아니의 우크라 개입을 우려했다”는 등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조선의 심장서 만난 고려 영웅·미당의 삶… 가슴 시린 ‘천년 역사’

    조선의 심장서 만난 고려 영웅·미당의 삶… 가슴 시린 ‘천년 역사’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9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27차 관악산 아랫마을’ 편이 지난 26일 관악구 남현동과 인헌동, 봉천동 일대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참석자 4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 사당역 6번 출구 앞 관악 예술인마을에서 집결했다. 남현동이라는 지명에서 남태령을 떠올리긴 쉽지 않지만 이곳은 서울에서 과천으로 넘어가는 해발고도 183m, 길이 6㎞에 이르는 남태령고개의 시발점이다. 일행은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으로 변신한 옛 벨기에영사관~서울 유일의 백제 도자기 가마터~효민공 이경직 묘역을 둘러봤다. 미당 서정주의 삶이 오롯이 담긴 봉산산방과 서울에 남아 있는 고려의 영웅 강감찬(948~1031) 장군이 태어나고 자란 생가터, 사당(안국사)이 있는 낙성대공원을 탐방한 뒤 일정을 마무리했다. 관악산 아랫마을은 2시간의 짧은 여정 동안 백제~고려~조선~근대~현대의 흔적을 두루 느낄 수 있는 함축적 역사공간이었다. 이날의 서울미래유산은 미당 서정주의 집 봉산산방이 유일했다. 해설을 맡은 황미선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깊어 가는 가을의 정취와 역사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도록 푸짐한 코스와 꼼꼼한 해설을 참가자들에게 선물했다.서울을 세계의 여느 다른 도시와 차별화하는 자연환경적 특징은 산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다는 점이다. 서울은 인문지리학적으로 4개의 내사산(백악산-낙산-남산-인왕산)과 4개의 외사산(삼각산-용마산-관악산-덕양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세계 유일의 역사도시다. 이는 정치지리학적 관점에서 서울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특징이기도 하다. 남산(262m)이 옛 서울(한양)의 남쪽 경계라면 한강 너머 관악산(629m)은 강남을 품은 현대 서울의 남쪽 경계를 이루고 있다. 관악산이야말로 서울의 진정한 앞산(남산)이라고 할 수 있다. 관악산은 서울 관악구 및 금천구와 경기 과천시 및 안양시에 걸쳐 검붉은 바위기둥이 타오르는 불길을 닮은 형상으로 우뚝 솟아 있다. 옛 선비들이 갖춘 의관의 관처럼 생겼다고 해서 말할 때는 ‘갓뫼’(갓산)라고 하고, 글로 쓸 때는 관악이라고 썼다. 산세가 험하고 경관이 뛰어나 개성의 송악, 가평의 화악, 파주의 감악, 포천의 운악과 함께 ‘경기 5악’에 꼽혔다.관악산 주봉 ‘연주대’라는 지명은 망한 고려왕조에 지조를 지킨 ‘두문동 72현’ 가운데 태조비 신덕왕후 강씨의 오라비 강득용이 은거, 개경을 바라보며 왕을 그리워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동생 세종에게 왕위를 넘겨준 효령대군이 기거하면서 연주대라는 글씨를 새겼다. 그 덕분에 연주암 효령각에 효령대군의 영정이 모셔졌다. 강득용의 묘역은 정부과천청사 뒤, 양녕대군의 사당 지덕사와 묘역은 동작구 상도동 사자산 아래, 효령대군의 사당 청권사와 묘역 또한 서초구 우면산 북서쪽 기슭에 각각 자리를 잡아 죽어서도 관악산과의 연을 놓지 않았다. 관악산 주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사당역~관음사, 낙성대길, 서울대입구~도림천길, 삼성산길, 시흥동 호압산길, 과천 자하동길, 안양 석수역 유원지길 등 여러 갈래다. 관악산 자락 삼성산은 신라 때 고승 원효·의상·윤필이, 고려 때 지공·나옹·무학이 각각 수도했고, 삼막사는 조선 때 무학·서산·사명대사가 도를 닦은 유서 깊은 도량이다. 전국 어디에 가도 이만한 내력을 품은 산이나 사찰은 보기 드물다. 삼각산이 서울의 조상산이라면 관악산은 아침마다 알현하는 신하산이다.고려의 명신 강감찬 장군의 탄생지는 봉천동 218-14에 있다. 북두칠성 중 네 번째 별이자 문운을 관장하는 문곡성이 떨어진 곳, 낙성대다. 빌라와 단독주택이 빽빽하게 둘러싼 주택가 한가운데에 손바닥만 한 소나무공원이 남아 있다. 유허비와 향나무 한 그루가 땅의 역사를 말하고 있다. 장군과 함께 자랐고 이후 1000년 동안 집을 지킨 ‘강감찬 향나무’는 1969년 고사했다. 높이 17m에 둘레 4.2m의 향나무는 살아생전 서울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 중 하나였다. 생가터의 주인이 바뀌면서 잘려 나갔으나 2004년 수소문 끝에 두 갈래 밑동 중 하나를 찾아 낙성대공원 안 강감찬전시관에 전시 중이다. 현재의 향나무는 170년 묵은 후계목이다. ‘진짜 낙성대’는 서울시기념물 제3호로 지정돼 있다. 서울시기념물 제4호 ‘낙성대 삼층석탑’이 있던 자리에는 ‘강감찬장군낙성대유허비’ 한 점이 달랑 놓여 있다. 생가터인 낙성대와 안국사 사당이 있는 낙성대공원을 헛갈리면 안 된다. 인위적으로 성역화한 낙성대공원은 생가터에서 약 400m 떨어진 봉천동 228에 있다. 1974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영정을 모신 사당을 현재의 낙성대공원에 지었다. 이때 낙성대공원으로 옮겨진 삼층석탑은 절이 아닌 사람의 집에 세워진 탑이라는 점에서 매우 희귀하다. 불탑을 닮은 이 석탑 때문에 더러 안국사를 사찰로 착각하곤 한다. 13세기에 높이 4.5m의 화강암으로 지어진 삼층석탑은 임진왜란 때 탑 꼭대기 장식이 훼손됐다.왜 비석이 아닌 탑을 세웠을까. 두 가지 추측이 가능하다. 첫째, 현재의 봉천동과 금천구 시흥동 일대는 고려시대 금주(금천)지역에 뿌리내린 금천 강씨의 지배지역이었다. 태조 왕건을 도와 후삼국 통일에 공을 세운 개국공신이었던 부친(강궁진)에 이어 나라를 구한 안국공신을 기리는 가문의 기념물로 탑을 세웠다는 것이다. 둘째는 불교 왕국답게 비석이 아닌 석탑을 세웠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강감찬은 신라의 김유신, 고려의 윤관·최영, 조선의 남이·임경업 장군과 함께 탄생설화와 전설, 전기소설 등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을지문덕의 살수대첩, 이순신의 한산대첩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대첩 중 하나인 귀주대첩의 주인공이다. 35세 늦깎이로 과거에 장원급제, 최고관직 문하시중에 오른 고려의 명재상이었다. 또 금천 호족 출신답게 남경(고려시대의 서울)을 다스리면서 호환을 일으키는 호랑이를 쫓아내는 등 전국에 걸쳐 화려한 설화를 남기고 있다. 올해는 귀주대첩 1000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 현재 낙성대공원 안국사에 모셔진 공의 영정은 모사화다. 1974년 월전 장우성 화백이 그린 표준영정은 1998년 1월 10일 도난당한 뒤 행방이 묘연하다. 문화재청은 도난당한 가로 110㎝, 세로 200㎝ 규격의 영정을 도난문화재로 공시 중이다. 낙성대는 인헌초등학교 후문 쪽에 있고, 낙성대공원은 인헌초등학교 정문 쪽에 있다. 관악구에서는 인헌초·중·고교를 비롯해 인헌동, 인헌시장 등 공의 호를 딴 지명과 은천동, 은천로 등 공의 아명을 딴 지명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빌라 이름 등 상호에도 ‘강감찬 마케팅’이 활용되고 있다. 조선의 심장 서울에서 만나는 고려의 전설, 강감찬 장군의 유적은 감흥을 준다. 낙성대 생가터가 서울시기념물 3호이고, 낙성대공원 안 삼층석탑이 서울시기념물 4호인 것만 봐도 그 존재감을 알 만하다. 강감찬 장군 탄생지인 ‘낙성대’는 볼품이 없지만 서울 2000년사의 절반인 서울 1000년을 증언하는 대단한 역사 현장이다. 으리으리하지만 혼이 없는 ‘낙성대공원’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원장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 : 제28차 서울의 대중가요3(단장의 미아리고개) ■집결 장소 : 11월 2일(토) 오전 10시 우이신설선 솔샘역 1번 출구 ■신청(무료)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http://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이석채, 대가 바라고 KT 부정채용”…‘김성태 딸 의혹’ 재판 영향 불가피

    “이석채, 대가 바라고 KT 부정채용”…‘김성태 딸 의혹’ 재판 영향 불가피

    재판부 “수많은 지원자에 깊은 좌절감 이 전 회장 지시가 부정채용의 시발점” 같은 재판부가 김 의원 딸 의혹도 맡아 ‘부정채용=뇌물’ 성립 여부 최대 쟁점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 등 유력 인사의 친인척을 부정채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석채 전 KT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가 이 전 회장이 유력 인사의 ‘혜택’을 바라고 채용에 개입한 것을 인정한 만큼 별도로 진행되는 김 의원의 재판에서는 부정 채용을 ‘뇌물’로 볼 수 있을 것인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 신혁재)는 30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전 회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서유열 전 홈고객부문 사장과 김상효 전 인재경영실장에 대한 혐의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이들에겐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김기택 전 인사담당 상무는 벌금 700만원이 나왔다. 재판부는 “부정 채용 행위는 공정 경쟁을 가로막는 것”이라며 “신입사원 공채에 응시한 수많은 지원자에게 깊은 좌절감을 안겨준 것이 자명하다”고 판시했다. 특히 이 전 회장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지시가 부정채용의 시발점이 됐고, 그가 다른 피고인에게 책임 전가하는 모습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법원의 판단은 김 의원의 뇌물 혐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은 ‘딸 부정채용’이라는 방식으로 김 의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김 의원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이 전 회장 등의 혐의에 대해 “특정 지원자를 채용하며 가족이나 추천자의 영향력을 통해 영업 실적을 올리거나 혜택을 받을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일종의 ‘대가’를 바라고 유력 인사에게 ‘채용 특혜’를 제공했다는 판단이라 뇌물죄 구성에 필요한 공여 행위의 실체는 인정된 셈이다. 이에 따라 ‘부정채용’ 행위를 뇌물로 판단할 지도 주목된다. 김 의원의 재판은 같은 재판부인 형사13부에서 맡고 있다. 김 의원은 201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여당 측 간사로 활동하면서 이 전 회장의 증인 채택 요구를 무마한 대가로 딸이 특혜 채용됐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KT 관계자들의 재판에서는 “김 의원이 직접 채용 서류가 담긴 하얀 봉투를 건넸다”는 등 청탁 과정에 관한 구체적인 증언들이 나오기도 했다. 김 의원은 딸 채용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 전 회장의 채용 개입 등 이후 과정은 몰랐다는 취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2012년 국감 당시 이 전 회장뿐만 아니라 다른 증인도 여럿 채택되지 않은 만큼 대가성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진퇴양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안팎의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미 하원이 초당적으로 쿠르드족에 군사 공격을 감행한 터키를 제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급물살을 타고 있는 탄핵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공화, 대거 반란표… “시리아 철군 실망” 미 하원은 29일(현지시간) 터키 제재 법안을 찬성 403표, 반대 16표의 압도적 차이로 가결했다. 민주당 235석, 공화당 198석, 무소속 1석, 공석 1석인 하원의 정당 분포를 감안한다면 트럼프 대통령 친정인 공화당 의원들이 대거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제재 법안은 터키에 대한 미국산 무기 대부분의 수출 금지뿐 아니라 터키에 군사 장비 판매를 시도하는 외국인 또는 외국 기업에 대해서도 제재를 부과하도록 했다. 또 터키 고위관리들의 미국 내 자산을 압류하고 이들의 미 방문도 금지했다. 이번 터키 제재안은 수주 내로 발효되고 쿠르드족을 공격한 터키군이 철수할 때까지 지속할 예정이다. AP통신은 “터키가 시리아 북부를 침공한 것을 응징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이 지역 철군에 대한 실망감을 보여 주는 초당적 법안이 하원을 손쉽게 통과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 통화 들은 군인 “美 안보 우려” 하원의 탄핵조사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7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문제의 통화 당시 현장에 배석했던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은 이날 하원 청문회에서 “문제의 통화를 듣고 국가안보회의 법률팀에 우려를 전달했다”면서 “외국 정부에 미국민 조사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미 정부가 우크라를 지원함으로써 초래될 영향을 걱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또 이날 하원 정보위원회의 공개 청문회, 증인의 증언 공개 등 탄핵조사 절차를 공식화한 결의안을 공개했다. 결의안은 그동안 비공개로 이뤄졌던 탄핵조사를 공개 증언으로 바꾸고 분산됐던 증인 신문과 관련된 광범위한 권한을 하원 정보위로 집중했다. 민주당은 31일 하원 표결로 결의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민주당은 결의안의 하원 통과로 탄핵조사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가속도를 낼 방침이지만 백악관과 공화당이 반발하면서 공방이 더욱 가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日 반성커녕 한일관계 파탄 내…기약 없는 기다림은 더 큰 아픔”

    “日 반성커녕 한일관계 파탄 내…기약 없는 기다림은 더 큰 아픔”

    “동물 취급한 생각만 하면 이가 갈려 사죄 않으면 눈 감을 수 없다” 눈시울 “할아버지, 자책하지 마시고 행복하세요” 초등생 편지 등 국민 지지에 감사 전해 유엔 인권이사회에 진정… 추가 손배소 “한국 사람을 동물 취급한 생각만 하면 이가 갈려.” 일제강점기 여자근로정신대로 강제동원됐던 양금덕(90) 할머니가 울분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1년 전 우리 대법원이 강제징용 손해배상 재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내렸을 때만 해도 양 할머니를 비롯한 징용 피해자들은 “이젠 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년 동안 일본 정부와 기업은 사과와 배상의 뜻을 내비치기는커녕 한일 관계 파탄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또 다른 보복을 가했다. 피해자들이 “오히려 우리 때문에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된 것 같다”며 자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법원 판결 1년을 맞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이 30일 주최한 기자회견에는 양 할머니와 이춘식(95) 할아버지가 직접 참여해 지난 1년의 소회를 밝혔다. 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들의 아픔은 지난 1년 동안 오히려 커졌다. 이 할아버지는 신일철주금(옛 일본제철)을 상대로, 양 할머니는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인당 1억~1억 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받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양 할머니의 목소리에는 또렷한 기억이 묻어 있었다. “44년에 여수에서 배를 타고 138명이 동원돼 나고야로 갔어. ‘학교를 보내준다’는 교장의 회유에 배를 탔는데, 밥알 두 쪽 먹고 동물 취급당했어.” 양 할머니는 “나고야 미쓰비시는 물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우리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면서 “사죄하지 않으면 눈을 감을 수 없다”고 외쳤다. 양 할머니의 증언을 듣던 이 할아버지는 그 시절이 기억나는 듯 눈물을 훔쳤다. 마이크를 쥔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 할아버지는 “할 말이 아주 많은데 목이 막혀 다 못 하겠다”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나를 도와줘서 고맙다”고 했다. “할아버지, 이제 자책하지 말고 행복하세요”라는 초등학생의 응원 편지에 또 눈시울을 붉혔다. 이 할아버지는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승소한 원고 4명 중 유일한 생존자다. 할아버지는 1943년 신일철주금의 가마이시 제철소로 강제동원돼 석탄을 탄차에 퍼올리고 용광로에 쏟아 넣는 일을 했다. 피해자들은 대법 판결 이후 일본기업의 국내 압류자산을 매각 신청하는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민변은 유엔 인권이사회에 진정을 넣고, 일본 기업 쿠마가이 구미, 니시마쓰 등을 상대로 추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민주노총과 함께 국제노동기구(ILO)에 일본 정부와 기업을 제소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제 배상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는 일본 기업은 10곳이 넘는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명예훼손·후원금 사기 혐의 윤지오 체포영장 발부

    명예훼손·후원금 사기 혐의 윤지오 체포영장 발부

    후원금 사기 의혹 등에 휩싸인 장자연 사건의 증언자 윤지오씨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지난 29일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윤씨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30일 밝혔다. 윤씨는 지난 4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후원금 사기 등 여러 혐의로 고소·고발됐으나 캐나다로 출국한 뒤 현재까지 귀국하고 있지 않다. 앞서 경찰은 지난 7월부터 윤씨에게 3차례 출석요구서를 전달했으나 윤씨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번 체포영장은 검찰에서 한 번 반려돼 두 번째 신청 끝에 발부된 것이다. 지난 6월에는 윤씨가 현재 머무르고 있는 캐나다 현지 수사당국에 형사사법 공조 요청을 하기도 했다. 윤씨는 그간 SNS를 통해 건강 문제로 한국에 돌아갈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해왔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동성애자 내색 하지 말라니까” 미주리주 경관에 233억원 지급하라

    “동성애자 내색 하지 말라니까” 미주리주 경관에 233억원 지급하라

    미국 미주리주 법원이 상사 등으로부터 진급하고 싶으면 동성애자임을 내색하지 말라는 말을 들은 경찰관에게 2000만 달러(약 233억 6200만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경찰서에 근무하던 키스 와일드하버는 2014년 진급 심사에서 23번째로 미끄러지자 그 이유를 물었는데 경찰위원회 멤버였던 존 사라치노가 “동성애자임을 내색하지 말라”며 “진급하고 싶으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답하더라며 2017년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마지막 진급 심사 때 그는 26명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성적었고 9명의 최종 후보자에 포함됐지만 7명의 승진 명단에서 제외됐다. 다른 누락자는 징계 전력이 있었지만 그는 징계를 받은 적도 없었다. 또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다음날 저녁 근무에서 갑자기 집에서 48㎞ 떨어진 시골 파출소에 가서 철야 근무를 하라는 보복을 당했다며 별도의 소송을 제기했다.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법원의 배심원단은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차별 금지 소송과 관련해 경찰서에게 190만 달러의 손해배상에다 1000만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합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별도의 보복 소송과 관련해 99만 9000 달러의 손해배상에 700만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허핑턴 포스트는 29일 배상 총액이 1997만 달러라고 조금 다르게 보도했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에 따르면 와일드하버는 지난주 법정 진술을 통해 “이 때문에 상처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사라치노는 “2014년에 이런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며 “듣기 참 거북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법정에서 아예 와일드하버와 그런 얘기를 나눈 기억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도나 우들랜드는 법정에 나와 가이 민스 팀장이 와일드하버가 “너무 지나치게 (동성애자) 내색을 한다. 승진해 흰셔츠를 입고 싶으면 내색하는 것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또 민스 팀장이 자신에게 “당신도 그에 대해 잘 알고 있지, 그렇지? 그 녀석은 동성애자야”라고 말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배심원단 대표는 취재진에게 “우리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만약 차별을 가하면 커다란 대가를 치러야 하며 제대로 변호할 수도 없는 노릇인란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與 백혜련·박용진, 유시민 ‘조국 내사’ 주장에 “근거 약하다”

    與 백혜련·박용진, 유시민 ‘조국 내사’ 주장에 “근거 약하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명을 전후해 검찰이 조 전 장관 일가를 내사했다’며 제시한 근거에 대해 “근거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내사를 했다고 볼 수 있는 명백한 증거라고 보기엔 좀 어려운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유 이사장 입장에서는 그 발언 내용을 내사가 있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추측일 수도 있는 것”이라며 “내사라는 개념 자체가 법적인 개념이 아니고 범위가 고무줄 잣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탐문을 한다든지 내부 기획 회의도 했다든지 이런 것도 내사라고 볼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며 “그 단계까지 어떻게 된 것인지, 안 된 것인지, 그것은 저희가 지금 알 수는 없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박용진 의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미 수사가 진행돼 곧 조 전 장관을 소환할 것이라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검찰 수사 과정 전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려고 하는 것 같지만, 근거가 좀 약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녹취가 나오거나 결정적으로 들은 사람이 나와서 증언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전해 들은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전달한 것”이라며 “불법적인 내사에 대한 근거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논쟁 자체가 우리 사회 공익에 도움이 될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 이사장이 정치 영역에 있지 않다고 얘기를 하지만 그분은 여전히 국가 대표로는 안 나가겠지만 K리그에서 뛰고 계신 분”이라며 “이번 사건도 조금은 사회적 공익을 중심으로 고민해서 이야기가 좀 전개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 22일 유튜브 방송에서 “검찰총장이 조 전 장관 지명 전 청와대에 부적격 의견을 개진하고 면담 요청을 했으며, 지명 전인 8월 초부터 조국 일가를 내사했다”고 주장했다. 대검은 다음 날인 23일 “허위사실”이라며 “어떤 근거로 허위주장을 계속하는지 명확히 밝혀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29일 유튜브 방송에서 주장의 근거로 윤 총장이 문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면서 한 것으로 알려진 발언을 공개했고, 대검은 방송 직후 “근거 없는 추측성 주장을 반복했을 뿐 기존 주장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김성태 의원 딸 부정채용’ 이석채 전 KT 회장 1심서 징역 1년

    ‘김성태 의원 딸 부정채용’ 이석채 전 KT 회장 1심서 징역 1년

    재판부, “이 전 회장 청탁이 부정채용 시발점된 경우 적지 않아”별도 심리 중인 김 의원 뇌물수수 사건 재판도 영향 전망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 등 유력 인사의 친인척을 부정 채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석채 전 KT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과 관련해 별도로 진행 중인 김 의원의 재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 신혁재)는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전 회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서유열 전 홈고객부문 사장과 김상효 전 인재경영실장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기택 전 인사담당 상무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한 청탁이 부정채용의 시발점이 된 경우가 적지 않다. 채용담당 직원에게 이를 전달해 다른 지원자와 달리 특별 관리했고, 합격으로 지시하기도 했다”며 “다른 피고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 등도 감안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2012년 상·하반기 KT 신입사원 공개채용 등에서 유력인사의 친인척·지인 등 모두 12명을 부정한 방식으로 뽑아 회사의 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회장은 이 가운데 김 의원의 딸을 비롯한 11명을 부정 채용하도록 지시·승인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회장 측은 재판과정에서 일부 지원자 명단을 부하직원들에게 전달했을 뿐 부정 채용을 지시한 적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의 최측근이던 서 전 사장은 부하직원이던 김 전 전무 등에게 부정 채용을 지시했으며, 이는 모두 이 전 회장 지시였다고 수 차례 증언했다. 한편 이 전 회장은 ‘딸 부정채용’이라는 방식으로 김 의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김 의원은 뇌물을 받은 혐의로 별도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도 같은 재판부에서 심리한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부정채용’ 이석채 전 KT 회장 오늘 1심 선고…김성태 판결도 영향

    ‘부정채용’ 이석채 전 KT 회장 오늘 1심 선고…김성태 판결도 영향

    서유열 전 사장 등 ‘부정채용’ 가담자들도 선고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 등 유력 인사의 가족이나 지인을 부정 채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이석채 전 KT 회장에 대해 30일 1심 판결이 나온다. 이석채 전 회장에 대한 이날 판결 내용은 김성태 의원에 대한 판결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신혁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이석채 전 회장의 업무방해 혐의 선고기일을 연다. 앞서 검찰은 이석채 전 회장에 대해 징역 4년을 구형하며 “이석채 전 회장은 객관적인 증거를 부인하고, 공범들과 접촉해 사실관계를 왜곡할 뿐만 아니라 하급자들에게 자신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서유열 전 KT홈고객부문 사장, 김상효 전 KT인재경영실장, 김기택 전 KT인사담당상무보도 이날 선고가 예정돼 있다. 검찰은 서 전 사장과 김 전 실장에게는 징역 2년을, 김 전 상무보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이석채 전 회장 등은 2012년 KT의 상·하반기 신입사원 공식 채용과 홈고객 부문 공채에서 유력 인사들의 청탁을 받아 총 12명을 부정하게 채용하는 데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특히 김성태 의원을 비롯해 정영태 동반성장위원회 전 사무총장, 김종선 KTDS 부사장, 성시철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과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허범도 전 의원, 권익환 전 남부지검장의 장인 손모씨도 부정채용을 청탁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지난 7월부터 진행된 재판에서는 KT 비서실에서 이석채 전 회장의 ‘지인리스트’를 관리해왔으며 공채 당시 이석채 전 회장이 직접 ‘관심지원자’의 당락을 결정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특히 서 전 사장을 비롯한 3명은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상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석채 전 회장 측은 일부 지원자 명단을 부하 직원들에게 전달했을 뿐 부정채용을 지시한 적은 없다고 항변해왔다. 또한 사기업이 공식채용 시험 결과를 완벽하게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부정’이라 볼 수 없고, 이로 인해 KT와 면접위원들에 대한 ‘업무방해’가 이뤄졌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이석채 전 회장의 KT 부정채용 혐의를 두고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는, 별도로 진행 중인 김성태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 공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같은 재판부에서 이석채 전 회장과 김성태 의원을 각각 뇌물 공여, 수수 혐의로 심리하고 있다. 김성태 의원의 딸은 지난 2011년 4월 KT스포츠단에 파견계약직으로 채용돼 근무하다가 2012년 하반기 대졸 공개채용을 통해 정규직이 됐다. 정규직 채용 당시 김성태 의원의 딸은 서류 전형과 인적성검사가 모두 끝난 시점에서야 이력서를 제출했고, 심지어 온라인 인성검사에서도 불합격했는데도 최종 합격 처리됐다. 검찰은 김성태 의원이 201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이석채 전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되는 것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딸의 정규직 채용을 ‘뇌물’로 받았다고 보고 있다. 재판부가 이석채 전 회장이 김성태 의원 딸의 KT 채용을 직접 지시했거나 가담했다고 판단하게 되면, 김성태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도 상당 부분 인정될 가능성이 커진다. 김성태 의원은 현재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검찰이 증인들과 말을 맞추는 등 증언을 교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김학의 “부인도 안 믿어” 눈물… 檢, 징역 12년 구형

    김학의 “부인도 안 믿어” 눈물… 檢, 징역 12년 구형

    억대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검찰이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 심리로 열린 김 전 차관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범죄의 중대성이 공소사실만 봐도 충분히 인정된다”며 징역 12년과 벌금 7억원, 추징금 3억 3760여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다지만 혐의 전체를 부인한다”면서 “피고인의 범행은 법정에 제출된 사진과 관여자들의 증언으로 사실상 모두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 전 차관 측은 “범행의 일시·장소가 특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공소시효 문제를 해결하려 작위적으로 사실을 구성해 법을 적용하는 등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했다”고 맞섰다. 김 전 차관도 이날 피고인 신문에서 “(성접대를 받은 의혹이 있는) 원주 별장에 가지 않은 것이냐”는 검찰의 물음에 “기억에 없다는데 아무도 나를 안 믿는다. 집사람조차 나보고 괜찮으니 그냥 갔다고 하라고 하더라”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건설업자 윤중천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윤씨를 알지 못한다”면서 “수차례 질문을 받았는데 그런 사실 없다고 계속 답했고 너무 그러시는 것 아닌가”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 전 차관은 최후 변론에서 “공직자로서의 잘못된 처신에 대해 뼈저리게 자책하며 반성 또 반성, 그리고 참회하고 있다”면서 “나를 믿고 성원해주는 가족들이 없었다면 목숨을 끊었을 것이고, 살아 있다는 게 신통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람이 있다면 죽어서 부모님을 뵐 낯은 있었으면 한다”면서 “이 공소사실은 (사실이) 아니다. 희귀성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병약한 아내를 보살피며 조용히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게 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호소했다. 김 전 차관은 2007년 1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윤씨에게 3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비롯해 총 1억 3000만원과 성접대를 뇌물로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다른 사업가 최모씨에게서 2003년 8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약 5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선고 공판은 다음달 22일 열린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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