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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원순 성추행 의혹을 마주한 ‘권력’의 네 가지 오류 [아무이슈]

    박원순 성추행 의혹을 마주한 ‘권력’의 네 가지 오류 [아무이슈]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비서 성추행 의혹은 우리 사회에 작동 중인 ‘권력’의 힘이 얼마나 공고한지를 다시금 실감하게 했다. 180석의 거대 여당은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 ‘피해 고소인’으로 불러 논란을 샀으며, ‘피해자 중심주의’를 외쳤던 여권 인사들은 일제히 침묵했다.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의혹이 정치적 용도로 기획됐다는 ‘공작설’까지 제기 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박 시장의 사례를 언급하며 업무나 회식 등에서 적극적으로 여성을 배제하자는 ‘펜스 룰’이 화제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위가 “앞으로 이어질 고발을 ‘입막음’하려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권력형 성범죄를 마주한 권력이 어떤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각종 논란을 종합했다.하나, 언어의 함정… 2차 가해 ‘피해 호소인’ 더불어민주당은 피해 여성을 꾸준히 ‘피해 호소인’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서울시의 입장 발표 자리에서도 ‘피해 호소 직원’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여성가족부와 이낙연 의원 등은 ‘고소인’이라는 단어를 썼다. 민주당 송갑석 최고 위원은 이러한 용어 사용에 대해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말했지만 ‘호소인’에는 피해자의 ‘일방적 주장’이라는 판단이 내포된 용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자체를 ‘2차 가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과거 학교나 여성운동 등에서 피해 호소인 이라는 용어가 쓰인 적은 있지만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 되면서 피해자를 호소인 등으로 언급한 경우는 거의 없다. 피해 호소인은 가해자 측에서 주로 사용했던 단어다. 법무법인 현백의 김보람 변호사는 “법률적으로 피해호소인 등의 표현은 생소한 단어”라면서 “수사단계에서도 피고소인 혹은 피해자라고 지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2018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 역시 당시 고소인 김지은씨를 ‘피해자’로 불렀다. 청와대는 논란이 일자 ‘피해 호소인’ 호칭을 ‘피해자’로 바로잡았다. 둘, 선택적 분노… 내 편 가르기로 입막음 ‘선택적 분노’가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검찰·연극계 등의 미투 운동에 지지를 보냈던 여권 인사들의 미온적인 반응 때문이다. 성범죄 기준도 진영 논리에 따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의 고인 감싸기가 ‘연대’를 기반으로 힘을 얻었던 미투 운동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판이 쏟아지자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14일, 당 대표는 15일에서야 조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며 입장을 밝혔다. 당 대표의 사과는 사태 발생 후 5일 만이다. 2018년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의 폭로 당시 기자회견을 열고 기민하게 움직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더 많은 말하기가 필요하며, 고백과 증언 그리고 폭로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행동과 움직임에 연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서지현 검사법무부 양성평등 정책 특별자문관 검사 역시 ‘공황장애’를 이유로 이번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대학 교수는 “진보의 가치는 존중돼야 하는데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들이 도덕적 신뢰성을 상실해 가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면서 “위기와 충격을 다루는 과정에서 비합리적인 행동을 보인 민주당이 앞으로 지지층을 모으기위해 무리수를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셋, 펜스 룰… 피해자에게 책임 떠넘기는 혐오 “기관장의 비서진 중 여성 인력을 모두 배제하자”다는 식의 ‘펜스 룰’도 고개를 들고 있다. 펜스 룰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인터뷰에서 유래한 용어로 성추문을 피하기위해 적극적으로 여성과의 교류를 끊는다는 의미다. 펜스 룰은 범죄의 책임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전제로 할 뿐 아니라, 여성의 자유로운 사회진출을 가로막는 핑계로 작용할 수 있다. 펜스 룰이 언급 되는 것 자체가 여성 혐오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국회 여성 근로자들이 만든 페미니스트 조직 ‘국회페미’는 지난 12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국회 내부에서 여성 보좌진 채용을 앞으로 고심하겠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오가고 있다”면서 “성별을 이유로 업무를 제한해 여성을 조직에서 더 낮은 지위에 가둔다면, 위력에 의한 성폭력은 사라지기는커녕 더 음성적이고 악질적으로 퍼져 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변호사는 “펜스 룰의 함정은 성범죄의 피해자가 늘 여성이라는 편견에 기초한다는 것”이라면서 “성범죄는 사회적 지위의 차이를 악용해 약자를 착취하는 범죄의 한 형태라는 점에서 남성도 얼마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여성만 배제하는 것은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넷, 공작설… 합리적 의심이라 믿는 가짜뉴스 SNS에서는 “박 시장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사람이 나경원 전 의원 비서. A일보 문모씨가 알려준 내용”이라는 글이 퍼지기도 했다. 가짜 뉴스였다. 이번 사건이 여권 대선 주자를 제거하기 위한 보수진영의 기획이라는 ‘꽃뱀 설’도 유튜브,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확대·재생산 되고 있다. “고소인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거나 “4년간 침묵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식의 2차 가해에 해당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합리적 의심’이라는 말로 포장되어 있지만, 이는 절실함으로 고발에 나선 성폭력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따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학 교수는 “이러한 행위는 피해자에 대해 사회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나올 여러 고발에 입마개를 씌우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아무 : [관형사]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를 특별히 정하지 않고 이를 때 쓰는 말. 아무이슈는 서울신문 기자들이 분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 전반의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취재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공간입니다.
  • ‘피해자’ 대체한 ‘피해 호소인’… ‘용어 프레임’ 논란

    ‘피해자’ 대체한 ‘피해 호소인’… ‘용어 프레임’ 논란

    민주당, 박원순 성추행 고소인에 ‘피해 호소인’정의당도 같은 표현… 서울시는 ‘피해호소직원’새 용어 아니지만 박 전 시장 사망 후 본격 사용 로스쿨 교수 “영미권 표현… 국내 사용 드물어”진중권 “민주당, 사회방언 만들어 조직적 사용”‘피해 호소인’이라는 다소 낯선 용어가 언론 전면에 등장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후 여권에서 ‘고소인’을 ‘피해자’가 아닌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5일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해 직접 사과하면서 “피해 호소인이 겪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대표로 다시 한 번 통렬한 사과를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이날 진상규명에 나서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피해 호소 직원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실효적이고 충분한,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여권에서는 줄곧 ‘피해 호소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사건이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인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고, 의혹과 관련한 명확한 피해사실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라는 용어가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 뒷받침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도 14일 뒤늦은 입장문을 내면서 “피해 호소 여성이 느꼈을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마음은 전한다”며 “피해 호소인에 대한 신상털기와 비방, 모욕과 위협이 있었던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당 소속 일부 의원들의 박 전 시장 조문 거부가 당원 탈당으로 이어지자 “류호정, 장혜영 두 의원은 피해 호소인을 향한 2차 가해를 우려해 피해 호소인 측에 굳건한 연대 의사를 밝히는 쪽이 무게중심을 둔 것”이라며 역시 ‘피해 호소인’이란 말을 썼다. ‘피해 호소인’이 이번 사건으로 새롭게 등장한 용어는 아니다.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법조계·학계·언론계에서 최근 들어 드물게 사용되곤 했다. 하지만 사건의 확정 판결 전부터 일반적으로 흔히 쓰이던 ‘피해자’를 대체해 ‘피해 호소인’이 전면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로스쿨 교수는 “영미권에서는 재판을 통해 피해자라는 사실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 ‘얼리지드 빅팀’(alleged victim·피해자로 추정되는 사람)이라는 용어를 많이 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형사소송법 등에서도 (피해 사실이 확정되지 않은) 절차 초기부터 ‘피해자’라고 사용해오긴 했다. 하지만 그에 대응하는 용어를 찾으려는 시도도 예전부터 있었는데 이 기회에 본격적으로 사용해보려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런 용어 사용이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에 한해 적용되자 성추행 사건을 정치적 사건으로 변질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그간 ‘미투 정국’ 등에서 ‘피해자 중심주의’를 외치며 증언만으로도 ‘피해자’임을 강조해온 진영에서 적극적으로 쓰이고 있어서다. 아울러 이런 용어 사용은 그 자체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피해 호소인’이라는 사회방언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 저 사람들 사과할 생각 없다”면서 “민주당에서 한 사과의 진정성은 다가올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성추행 사고를 친 세 곳의 지자체(서울·부산·충남)에 후보를 내느냐 안 내느냐를 지켜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래통합당 김미애 의원은 통화에서 “느닷없이 피해 호소인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며 “그 많은 미투 사건과 법률에 온통 피해자라고 돼 있고 확정 전에 다 쓰는 말인데, 유독 박 전 시장 사건에 있어서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야권은 대변인 논평과 소속 의원 발언 등에서 ‘피해자’ 사용을 지속하며 여권과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무려 4년 동안 시장 집무실에서, 그리고 퇴근 후에도 상사에게 끔찍한 일을 당했던 피해자의 절규는 절절했다”며 “‘성인지 감수성’을 운운했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2차 가해는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도 “거대한 권력 앞에서 수년 동안 이유 없이 고통받아야 했던 피해자는 그저 인간답게 살고 싶은 간절함에 용기를 냈다”며 ‘피해자’를 사용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글로벌 In&Out] 격랑 예고된 한일 관계를 보는 눈/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글로벌 In&Out] 격랑 예고된 한일 관계를 보는 눈/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를 서울과 도쿄에서 몇 번 만난 적이 있다. 인권 변호사, 참여연대 창설,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 주도, 희망제작소라는 새 시민운동 시도 그리고 서울시장으로서 시민운동을 통한 민주주의를 다지는 데 참으로 중요한 역사적 역할을 했다. 한일 역사 문제에서는 일본에 엄격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일본의 시민운동과 민주주의에 경의를 표하고 열정적으로 배우려는 자세를 보였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2019년 7월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가 나온 지 1년이 지났다. 일본은 한국의 수출 관리가 허술해 안전보장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를 내걸었지만 누가 봐도 2018년 10월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에 대해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기 위한 압력 수단으로 취한 게 분명하다. 한국 정부는 이에 맞서 대일 강경 자세를 강화했다. 한국을 안보상 믿을 수 없다는 일본과 맺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은 연장하기 어렵다며 파기를 카드로 내세웠다. 결국 지난해 11월 협정 기한에 임박해 보류했지만 파기라는 선택은 남겨 두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한때의 한일 휴전도 일단락돼 판결 집행을 위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수출 규제 철회를 요구했으나 일본의 반응이 없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한국이 차기 WTO 사무총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도 WTO 내에서의 한일 대립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과거사 문제가 터졌다. 일본 정부가 도쿄에 만든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전시에서 “한반도 출신자가 군함도 등에서 차별적 대우를 받은 적이 없다”는 섬 주민의 증언을 강조한 것이다. 일본은 군함도를 비롯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조건으로 ‘의사에 반해 일부 시설에 끌려와 어려운 환경에서 일한 한반도 출신 노동자들을 기억하기 위한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유네스코 산하 세계유산위원회에 약속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약속 위반이라며 세계유산 등재 취소 검토를 요청했다. 게다가 일본은 주요 7개국(G7)에 한국 등을 초청하는 미국의 G11 구상에도 반대했다. 이처럼 지난 1년간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현금화가 실시되면 일본 정부가 보복하고 한국이 응수하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일 일각에선 상대국의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 관계가 개선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다. 일본에서는 한국 정권이 진보에서 보수로 바뀌고, 한국에서는 일본 총리가 아베 신조에서 다른 정치인으로 교체되면 새로운 한일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가 존재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양국의 국내 정치 사정을 보면 그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1년간의 한일 관계를 뒤돌아보면 정부뿐만 아니라 양국 사회까지 한일 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거나 개선하려는 명확한 의사나 동기를 갖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래서는 한일 갈등이 확대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한일 관계를 둘러싼 국제 관계는 특히 코로나19 위기로 더 심각해지고 있다. 불투명하고 내향적으로 바뀔 것 같은 미국. 난폭하다고 할 수 있는 중국의 대외 행동. 그리고 비핵화와 관련해 언제 긴장 고조로 방향을 틀지 모르는 북한이 있다. 한일 모두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어떤 선택이 가능한가. 선택의 폭이 좁아져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면 일본의 한반도 연구자로서, 국제정치 연구자로서 암담해진다. 다만 이런 고민을 가장 많이 공유해 주는 것은 역시 한국의 연구자들이다. 이런 한국인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다.
  • 처벌 못하는 갑질… 을은 오늘도 웁니다

    “실수를 하면 팀장이 고함을 치며 ‘XX, 일 못 해 먹겠네’ 등 욕설을 합니다. 사용자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지만, 오히려 팀장을 두둔하고 갑질을 방관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재 방법 없어 현행법 한계 지적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갑질 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을 맞지만, 각종 폭행과 폭언, 성희롱, 모욕 등 직장 내 갑질은 여전하다. 특히 심각한 수준의 갑질이 상습적으로 이어져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현행법의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직장갑질119는 14일 국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1년 평가 및 법·제도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제보와 증언 등에 따르면 가족회사, 중소기업은 물론 모범적이어야 할 공공기관에서도 갑질은 여전했다.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A씨는 직장 상사가 ‘팔을 다쳐 운전하기 어렵다’며 출퇴근 시 픽업을 해 달라고 하고, 개인 논문까지 수정하게 하는 등 갖가지 갑질을 당해야 했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물론 역류성 식도염, 위염 등 질병까지 얻었다. ●전 사업장 적용·예방 의무교육 등 필요 갑질은 법 시행 이후에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법이 있지만, 실효성이 부족해서다. 직장갑질119는 “현행법은 조직 내 가해자나 사용자의 갑질에 대한 불이행 처벌 조항이 없어, 일단 집은 지었는데 가구나 가전제품은 없는 상태”이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지만, 가해자가 상습적으로 갑질해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으니 노동자들이 계속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5인 미만 사업장과 특수관계인(친인척, 원청 등)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 갑질 예방 교육이 의무가 아닌 선택인 것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갑질 경험 45%… 참거나 모른 척 63%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45.4%였다. 사후 대응은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가 62.9%로 가장 많았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갑질금지법 1년 “처벌 못하는 갑질에 을은 웁니다”

    갑질금지법 1년 “처벌 못하는 갑질에 을은 웁니다”

    “실수를 하면 팀장이 고함을 치며 ‘XX, 일 못 해 먹겠네’ 등 욕설을 합니다. 사용자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지만, 오히려 팀장을 두둔하고 갑질을 방관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갑질 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을 맞지만, 각종 폭행과 폭언, 성희롱, 모욕 등 직장 내 갑질은 여전하다. 특히 심각한 수준의 갑질이 상습적으로 이어져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현행법의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직장갑질119는 14일 국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1년 평가 및 법·제도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제보와 증언 등에 따르면 가족회사, 중소기업은 물론 모범적이어야 할 공공기관에서도 갑질은 여전했다.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A씨는 직장 상사가 ‘팔을 다쳐 운전하기 어렵다’며 출퇴근 시 픽업을 해 달라고 하고, 개인 논문까지 수정하게 하는 등 갖가지 갑질을 당해야 했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물론 역류성 식도염, 위염 등 질병까지 얻었다. 갑질은 법 시행 이후에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법이 있지만, 실효성이 부족해서다. 직장갑질119는 “현행법은 조직 내 가해자나 사용자의 갑질에 대한 불이행 처벌 조항이 없어, 일단 집은 지었는데 가구나 가전제품은 없는 상태”이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지만, 가해자가 상습적으로 갑질해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으니 노동자들이 계속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5인 미만 사업장과 특수관계인(친인척, 원청 등)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 갑질 예방 교육이 의무가 아닌 선택인 것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45.4%였다. 사후 대응은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가 62.9%로 가장 많았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故박원순 의혹 파장…“끝까지 가겠다”는 여성계(종합)

    故박원순 의혹 파장…“끝까지 가겠다”는 여성계(종합)

    “진상규명 필요”…여성계, 적극 목소리“경찰 수사 밝혀야…서울시 차원 조사”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가 끝나고 그의 생전 성추행 의혹이 공론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공식적 입장을 내지 않고 있던 여성계가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4일 여성계 등에 따르면 박 시장 전직 비서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와 여성계 인사들은 전날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혹의 내용을 알리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박 시장에 의한 비서 성추행 등 의혹이 약 4년간 이어졌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다. 기자회견에서 김 변호사는 박 시장이 텔레그램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음란문자와 속옷사진을 보내며 성적 괴롭힘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앞서 박 시장 전 비서 측은 지난 8일 오후 4시28분쯤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고, 당일부터 다음날인 9일 오전 2시30분까지 밤샘 조사를 받았다. 이 가운데 박 시장은 9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13일 발인과 화장이 이뤄졌다. 고소내용은 박 시장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 이용 음란행위,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혐의가 있다는 내용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장례 기간을 기다리고 발인 마치고 오후에 기자회견을 연 것. 최대한 예우했다고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이들은 경찰에 관련 수사 내용을 밝히고 서울시 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 박 시장 사망으로 인해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피해자에 대한 비난이 만연한 상황에서 피해자의 인권 회복을 위한 첫걸음은 사건의 실체를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라며 “경찰은 조사내용을 토대로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또 “서울시는 피해자가 성추행 피해를 입은 직장”이라며“규정에 의해 서울시는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도록 제대로 된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밝혀야한다”고 주장했다. “진상규명 필요”…여성계, 적극 목소리 박 시장 전 비서는 대독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다. 그러나 5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게 했고, 숨이 막힌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여성계는 기자회견에서 고소 이후 수사 관련 내용이 유출됐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까지 주장한 상태다. 향후 박 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문제는 당분간 사회적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에서 고 대표는 “정부와 국회, 정당은 인간이기를 원했던 피해자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고 책임 있는 행보를 위한 계획을 밝혀 달라”며 “피해자가 원하는 바대로 사건에 대한 진실 밝혀지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계 등 연대 일정에 관해서는 “다음 주쯤 모든 단체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진중권, 민주당 女의원들 향해 “여성 팔아먹고 사는 여성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박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침묵하는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을 향해 “여성 팔아먹고 사는 여성들”이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12일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지난 2018년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 당시 민주당 여성 국회의원들이 “우리는 더 말하기가 필요하며, 고백과 증언 그리고 폭로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행동과 움직임에 연대할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던 것을 거론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고발했을 당시,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여성 의원 일동’ 명의의 성명문을 발표했다. 서 검사의 성폭력 피해 폭로를 응원하고, 용기 있는 고백을 한 성범죄 피해자에게 2·3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겼다.진 교수는 “이러더니 지금의 입장은, ‘우리까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으며, 고백과 증언 그리고 폭로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행동과 움직임이 많이 우려된다?’라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당시 조직 내 성폭력을 폭로한 서 검사를 지지하며 “피해 여성과 연대할 것”이라고 했던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같은 당 소속이었던 박 시장에 제기된 성폭력 의혹에 관해서는 침묵하는 이중적 행태를 꼬집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워터게이트 때도 없던 측근 사면… “트럼프 권력남용 선 넘었다”

    워터게이트 때도 없던 측근 사면… “트럼프 권력남용 선 넘었다”

    네거티브 주도한 ‘트럼프의 40년지기’40개월형 선고… 감옥행 직전 풀려나백악관 내부도 “큰 실수” 반대 목소리사법 개입 논란… 대선서 새 뇌관 될 듯‘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자신의 비선 정치참모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로 미국 정가가 다시 한번 발칵 뒤집혔다. 미 정치사 최악의 스캔들인 ‘워터게이트’ 사건에서조차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하지는 않았다는 비판과 함께 백악관 내부에서도 정치적 자멸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법과 질서의 대통령’을 자임해 놓고 사법 개입을 통해 그 근간을 뒤흔들었다는 논란은 대선 국면에서 새로운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 스캔들 관련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이 예정돼 있던 정치컨설턴트 로저 스톤을 전날 감형 조치한 것에 대해 “스톤은 마녀사냥의 피해자”라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금요일이었던 전날 밤 전격 발표된 트럼프의 ‘측근 구하기’로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허위 증언 및 증인 매수 등 7개 혐의로 기소돼 40개월 형을 선고받았던 스톤은 감옥행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워싱턴 정가와 현지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에 대해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조차 지켰던 선을 넘은 권력남용이라고 강력 비판하고 있다. 비록 유죄 기록이 삭제되는 사면은 아니지만 형이 집행되기도 전에 감형이 이뤄졌다는 점과 자신의 충복을 위한 ‘보은성 사면’이라는 점에서 역대 어느 행정부에서도 찾을 수 없는 ‘법치주의 훼손’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프리 토빈 CNN 수석 법률분석가는 “심지어 워터게이트 이후 닉슨도 게이트에 연루된 측근들의 형을 감형하거나 사면하지는 않았다”고 질타했다. 실제 닉슨 전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 등에게 사면을 약속했지만 여론을 의식해 결국 사면권을 행사하지는 않았다.민주당은 즉각 반발했고, 공화당과 백악관 내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NBC뉴스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과 마크 메도스 비서실장 등 백악관 고위 참모들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실수를 하는 것”이라며 감형 조치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앞서 스톤에 대한 검찰의 구형을 낮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검찰 안팎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바 있는 바 법무장관의 항의성 사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인 밋 롬니 상원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전대미문의 역사적인 부패”라고 일갈했다. ‘정치 공작의 달인’으로 불리는 스톤은 1972년 닉슨 전 대통령의 재선 캠프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다. 비자금 수수 혐의로 당시 최연소(19세) 나이에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기도 하다. 이후 보수진영의 대표적인 정치 컨설턴트로 성장했고, 2016년 대선에서도 온갖 네거티브 캠페인을 기획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돼 반세기 정치 인생의 마지막을 감옥에서 보낼 처지였던 스톤은 자신의 첫 ‘주군’인 닉슨 전 대통령을 능가하는 초법적 권력자이자 ‘40년 지기’인 트럼프 덕분에 사실상의 면죄부를 받고 기사회생하게 됐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한국인은 야생동물” 직원에 혐한 강요 日기업 충격실태

    “한국인은 야생동물” 직원에 혐한 강요 日기업 충격실태

    사내 임직원들에게 혐한론을 강제로 주입해 온 일본의 한 중견기업의 왜곡·날조 행태가 법원 판결문을 통해 상세히 드러났다. 이 기업은 2013∼2015년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혐오발언)는 물론이고 과거사를 부정하는 글 등을 임직원 교육용 자료로 배포했다. 앞서 지난 2일 오사카 지방법원은 50대 재일교포 여성이 민족 차별적 문서로 고통을 받았다며 후지주택과 이 회사 이마이 미쓰오(75) 회장을 상대로 3300만엔의 배상을 요구한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 110만엔을 배상하라며 원고 부분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국의 목적은 배상금” 문서 인터넷에 배포 12일 판결문에 따르면 후지주택은 “한국인은 야생동물과 같다”, “한국의 교활함이나 비열함, 거짓말 행태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것” 등 주장을 담은 악의적 인터넷 게시물들을 문서 형태로 배포했다.후지주택은 “한국의 목적은 배상금인 것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역사를 날조하면서까지 상대가 사죄하게 함으로써 항상 입장의 우위를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민족이다”, “우리들은 부모로부터 ‘거짓말하면 안 된다’고 교육을 받지만 중국이나 한국은 ‘속은 쪽이 나쁘다’, ‘거짓말도 100번 말하면 진짜가 된다’고 믿고 있다”, ”일본과는 반대로 한국·북한은 뇌물을 당연시하는 민족성이 있다. 뇌물을 주고 보답을 받는 것이 전통이다” 등 얼토당토 않은 내용들을 늘어놓고 이것이 ‘경영 이념과 결부된 인격 면에 관한 종업원 교육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위안부 생활 사치스러울 정도” 모욕 일본군 위안부 만행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증언이나 국제기구가 인정한 사실을 부정하는 내용을 임직원에게 주입시켰다. “일본은 강제적으로 위안부를 납치해 그런 직업에 종사하겠다고 비판받고 있지만 틀린 것은 틀렸다고 말해야 한다”, “위안부들은 통상 독실이 있는 대규모 2층 가옥에서 숙박하고 생활하면서 일을 했다. 그녀들의 생활 모습은 사치스럽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등 주장을 폈다. 재판부는 이런 글들이 “한국 국적이나 민족적 뿌리를 가진 자의 입장에서는 보면 현저하게 모욕을 느끼게 하고 명예 감정을 해치는 것”이라며 “현저한 혐오 감정을 가지고 있는 피고로부터 차별적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현실적인 두려움을 느끼게 할만한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여기는 호주] 서핑하던 15세 소년 상어에 물려 사망..올해만 5번째

    [여기는 호주] 서핑하던 15세 소년 상어에 물려 사망..올해만 5번째

    호주에서 서핑을 하던 15세 고등학생 소년이 상어에 물려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호주 ABC뉴스의 보도에 의하면 이번 사고는 지난 11일 (이하 현지시간) 오후 2시 30분경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 북동부 항구도시인 그래프톤 인근 울리 해변에서 발생했다. 희생자는 마니 하트-드빌이라는 그래프톤 고등학교 10학년에 재학중인 15세 소년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길이 2.5m 정도 되는 백상아리가 서핑을 하던 소년을 수차례에 걸쳐 공격했다. 부근에서 서핑을 하던 다른 서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소년을 공격하는 상어를 쫓아냈고, 해변에 있던 가족과 친구들이 바다로 뛰어 들어가 소년을 끌고 나왔다. 응급구조대가 도착하여 응급소생술을 하였으나 이미 두발이 상어에 물린 소년은 현장에서 안타깝게 사망했다. 지역 주민인 헬렌 도브라는 "상어가 연속해서 소년을 공격했고, 다른 서퍼들이 상어를 쫓아내 소년을 해변으로 끌고 나왔다"고 증언했다. 현장에서 경찰이 수거한 소년의 서핑보드에는 상어가 물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피터 스위트먼 해양 구조대원은 "상어는 백상아리로 길이 2.5m 정도 된 것으로 보였다"며 "상어는 소년을 공격한 후에도 주변을 맴돌았다"고 말했다.이번 소년의 사고는 가족과 지역주민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딸이 소년의 친구라고 알린 한 주민은 "소년은 매우 독립적이고, 장래에 멋진 인생을 살 그런 소년이었다"고 추모했다. 경찰은 이번 사고가 난 울리 해변을 비롯해 주변 해변을 봉쇄했으며 정확한 사고 정황을 위해 조사중이다. 한편 호주에서 상어에 의한 사망은 한해에 한두건 일어날까 말까한데 올해는 벌써 5건이 발생해 상어공격 최악의 해로 남을 듯하다. 지난 4일에는 퀸즈랜드 주 프레저 아일랜드에서 34세 남성이 작살 낚시를 하던 중 백상아리에 다리를 물려 사망했고, 지난달 7일에는 60대 남성이 뉴사우스웨일스 주 킹스클리프 부근 솔트 해변에서 3m 크기의 상어에 목숨을 잃었으며, 지난 4월에는 퀸즈랜드 주에서 23세 남성이 사망했고, 지난 1월에는 서호주에서 잠수를 즐기던 57세 남성이 상어에 목숨을 잃었다. 김경태 시드니(호주)통신원 tvbodaga@gmail.com
  • ‘6·25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 별세…향년 100세

    ‘6·25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 별세…향년 100세

    ‘6·25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이 10일 오후 11시 4분쯤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100세. 11일 육군 등에 따르면 1920년 평남 강서에서 출생한 백 장군은 일제강점기 만주군 소위로 임관하면서 군문에 들어온 뒤 6·25전쟁 때 1사단장, 1군단장, 육군참모총장, 휴전회담 한국 대표, 주중한국대사, 교통부 장관 등을 지냈다. 6·25 전쟁 당시 낙동강 전투와 38선 돌파 작전 등 결정적인 전투를 지휘했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53년 한국군 최초로 대장으로 진급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3세였다. 백 장군은 6ㆍ25 전쟁 초반인 1950년 8월 대구에 진출하려던 북한군을 다부동 전투에서 물리쳤다. 이 전투의 승리로 한국군과 유엔군은 낙동강에 교두보를 마련했고, 나중에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반격할 수 있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계급장을 달아주면서 옛날에는 임금만이 대장이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공화국이라서 신하도 대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6·25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다부동 전투 때 도망치는 장병들을 모아놓고 “내가 앞장서 싸우겠다. 만약 내가 후퇴하면 나를 먼저 쏘라”며 배수의 진을 쳐 후퇴를 막았던 일화가 유명하다. 백 장군이 이끄는 1사단은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가 뒤집히자 평양 진군의 선봉에 섰다. 1951년 중공군의 춘계 공세를 막아내 동부 전선 붕괴를 막아내기도 했다. 1952년 7월 백 장군은 육군참모총장에 임명되었고, 1953년 1월 전공을 인정받아 한국군 최초의 4성 장군이 되었다. 정전 회담 때는 한국군 대표로 참가했다. 백 장군은 1959년 합참의장을 지낸 뒤 1960년 5월31일 예편했다. 태극무공훈장을 두 차례나 받았다.백 장군은 자신이 겪은 가장 치열했던 전투는 1950년 여름 1사단장으로 낙동강 전선을 사수한 다부동 전투라고 밝힌 바 있다. 두 달 가까이 부하 장병들과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고, 전투 현장은 그야말로 생지옥과 같았다고 증언했다. 전세가 역전돼 국군과 유엔군이 북진할 때는 “나라의 자존심이 걸렸다”며 행군을 강행해 미군보다 먼저 평양에 입성해 태극기를 꽂았다. 백장군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평양에 입성했을 때가 내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 평생 잊을 수 없었다”며 “1사단장으로 한미 장병 1만5000 여명을 지휘하며 고향(평남 강서)을 탈환했다”고 말했다. 1952년 12월 아이젠하워 대통령 당선인의 방한 때 한국군 증강 필요성을 브리핑해 참모총장 재임 당시 육군 10개 사단을 20개 사단으로 확대한 일화도 있다. 백 장군은 1960년 대장으로 전역한 뒤 외교관과 교통부 장관 등을 지냈으며 장관 재직 시절 서울 지하철 1호선 건설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일제 간도특설대에 복무한 탓에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명단에 이름이 오르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백 장군은 국방대학교 사상 첫 명예군사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 8군사령부는 전쟁 당시 한국 방어에 있어 탁월한 업적을 달성했다는 공로로 2013년 명예사령관으로 임명했다. 좋아하는 고사성어는 ‘상선약수’(上善若水·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인데 이는 ‘기동력 있게, 겸손하게 살고 싶다는 뜻’이라고 백 장군은 설명한 바 있다. 2010년 6·25전쟁 60주년을 기념해 ‘명예원수(元帥·5성 장군)’로 추대하는 방안이 검토됐다가 불발됐다. 백 장군이 6·25전쟁 당시 겪은 일화 등은 미국 국립보병박물관에 육성 보관되어 있다. 태극무공훈장(2회), 을지무공훈장, 충무무공훈장, 미국 은성무공훈장, 캐나다 무공훈장 등을 비롯해 미국 코리아소사이어티 ‘2010 밴 플리트 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한국전쟁一千日’(1988), ‘軍과 나’(1989), ‘실록 지리산’(1992), ‘한국전쟁Ⅰ,Ⅱ,Ⅲ’(2000), 회고록 ‘조국이 없으면 나도 없다’(2010), ‘노병은 사라지지 않는다’(2012) 등이 있다. 백 장군은 최근 지병으로 건강이 많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장군 측 관계자는 “최근엔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했고, 6·25 70주년도 잘 모르시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노인숙씨, 아들 백남혁·백남흥씨, 딸 백남희·백남순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 발인은 15일 오전 7시다. 장지는 국립대전현충원.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이종락의 시시콜콜] 아사히신문의 용기

    일본은 전 세계에서 아직도 종이신문이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다. 세계신문협회가 지난 2016년 공개한 ‘유료 일간지 발행부수 상위 10위’엔 일본신문 4개가 올랐다. 1위는 910만부를 찍는 요미우리신문이었다. 2위 아사히신문(660만부), 6위 마이니치신문(316만부), 10위 니혼게이자이신문(270만부) 등이다. 2018년 12월 자료에는 요리우리신문 851만부, 아사히신문 595만부로 신문부수가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세계 최다 발행부수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부수는 요미우리신문이 많지만 영향력은 아사히신문이 더 앞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뛰어난 마케팅 능력을 발휘해 1위 신문에 올랐지만 바른 주장을 펴고 사실을 그대로 전하는 ‘정론직필’을 거론할 때는 단연 아사히신문을 꼽는다. 진보세력을 대표하는 아사히신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청산의 시각차 때문에 아베 정권의 표적이 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수시로 아사히신문을 공격하고 우파 언론과 우익들은 대놓고 아사히신문을 매국지로 몰아붙인다. 국회의원, 학자, 언론인 등이 포함된 일본인 8700여 명은 지난 2015년 아사히신문의 위안부 기사를 문제삼아 위자료 지급과 사죄 광고 게시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보도한 우에무라 다카시에 대한 테러 위협은 물론 이 전직 기자가 홋카이도의 호쿠세이학원대에 초빙교수로 가려고 하자 대학측에 항의해 이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이런 아사히신문이 23일자 ‘관계개선의 계기로 삼자’는 제목의 사설에서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이라고 규정하며 일본 정부가 이를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신문은 “지금의 양국 사이에 가로놓인 문제의 본질은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한국 대법원 판결 대응이다”면서 “시도 때도 없이 싹튼 양국 정부 간의 위기관리 대화를 발전시켜 징용공 문제를 타개할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수정권과 우익세력들의 엄청난 압력에도 불구하고 아사히신문은 민족주의를 배격하고 보편적 국제적 양심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언론의 사명을 잊지 않고 있다. 과거사 난독증에 빠진 일본 사회를 일깨우는데 앞장서는 아사히신문은 가히 ‘일본의 양심’이라는 칭송을 들을만 하다. 이종락 논설위원 jrlee@seoul.co.kr
  • [여기는 중국] “무거워서”…대형 소파 베란다 밖으로 무단 투기한 부부

    [여기는 중국] “무거워서”…대형 소파 베란다 밖으로 무단 투기한 부부

    3인용 패브릭 소파를 베란다 밖으로 던진 부부가 적발됐다. 비상구 계단으로 이동할 시 무게가 상당하다는 이유로 베란다 밖으로 무단 투기한 혐의다. 중국 항저우(杭州) 궁수구(拱墅区)에 소재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현지 언론과 SNS 등에 부부의 무단 투기 영상이 공유되며 논란이 확산됐다. 이웃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관할 파출소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7시 경 해당 아파트에 거주자 양 모씨 부인과 모의 후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 씨는 사건 당일 출근을 앞두고 헌 소파를 아파트 주변 쓰레기장에 버리려고 하던 중 베란다 밖으로 무단 투기했다. 이들 부부는 사건 당일 소파 크기가 엘리베이터에 실리지 않을 정도로 크다는 것을 확인, 비상구 계단을 이용해 이동하려던 것을 포기하고 베란다 창문 밖으로 투기했다. 30대 부부로 알려진 이들이 베란다 밖으로 투기한 대형 소파의 크기는 무려 가로 2m 가 넘는 대형 폐기물이었다. 이 과정에서 남편 양 씨는 아내 구 씨에게 1층으로 이동, 행인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토록 지시한 후 양 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소파를 투기했다. 행인이 없는 틈을 타 구 씨가 사인을 주자 집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남편 양 씨가 베란다 밖으로 던진 것이다. 이들 부부의 거주지는 항저우 시 궁수구에 소재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 중 3층으로 확인됐다. 다만, 1~2층은 주차장 등 시설이 완비된 건물로, 이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높이는 사실상 일반 아파트의 7층 높이와 유사한 곳이었다. 이날 두 사람의 쇼파 무단 투기 사건은 아파트 현관 입구에 설치된 CCTV에 촬영됐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대형 폐기물이 베란다 밖으로 떨어지는 것을 확인한 인근 주민들의 신고로 이번 사건은 외부로 알려졌다. 다만, 관할 파출소는 이들 부부에 대해 처벌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관할 파출소 측은 인명 및 재산 사이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고 및 훈방 조치했다고 밝혔다. 파출소 관계자는 “소파를 던져 인명이나 재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향후 이 같은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당사자들은 깊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뒤 훈방 조치됐다”고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아파트 등 고층 건물 밖으로 쓰레길 무단 투기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고층 아파트 주민들의 쓰레기 무단 투기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16일 헤이룽장성 자무쓰 시의 33층짜리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여성은 자신의 아파트 야외 주차장에 놓았던 자동차 앞 유리가 깨지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의 제보에 따르면 자신이 주차한 자동차 앞 유리에 흰 색 물질이 떨어져 있었고, 확인해보니 고층 아파트 거주민이 무단으로 투기한 음식물 쓰레기였다고 증언한 바 있다. 당시 이 여성은 관할 파출소에 신고, “문제의 음식물 쓰레기는 두부였다”면서 “자동차 앞 유리가 파손될 정도로 높은 층 거주민이 쓰레기를 투척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에 앞서 지난 2017년 충칭 시에 소재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는 지나가던 여성이 아파트 베란다 밖으로 떨어진 금속 물체에 맞아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이 여성은 해당 아파트 고층 거주민 28명을 상대로 피해 소송을 제기, 가해자로 주목된 고층 거주민 28명은 피해 여성의 치료비와 소송비 등을 분할해 배송토록 판결받은 바 있다. 한편, 이 같은 문제가 지속되자 중국 정부는 고층 아파트에서의 쓰레기 무단 투기에 대해 엄중하게 관리, 감독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개최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아파트 주민들이 쓰레기를 창밖으로 던지는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법이 제정됐을 정도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관가 블로그] 출범부터 불만·우려 목소리 터진 2기 자치분권위원회

    [관가 블로그] 출범부터 불만·우려 목소리 터진 2기 자치분권위원회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는 핵심 국정목표 중 하나인 자치분권 추진을 총괄하는 기구인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지난 7일 출범식을 열고 제2기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2기 위원회는 민간 위촉위원 24명과 정부 측 당연직 위원 3명 등 모두 27명으로 구성됩니다. 민간 위원들 중 1기에 이어 연임하는 김순은 위원장을 포함해 6명을 뺀 18명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습니다. 자치분권위는 정부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결코 작지 않습니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해 설치된 대통령 소속 자문위원회입니다. 위원장은 장관급이고 민간 위원들은 공식적으로 문 대통령이 위촉합니다. 2기 자치분권위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자치경찰제 도입, 기초연금·기초생활보장 등 국가최소보장적 복지사업의 국가책임 강화, 국고보조사업 정비 등 만만치 않은 국가적 의제를 다뤄야 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과제를 수행하려면 위원들의 자질과 철학, 의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새 위원 중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과거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아 본 이들 가운데 유 원장을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유 원장은 과거 경찰대 공안문제연구소 연구관으로 국가보안법 관련 재판에 전문가 증언을 도맡아 하던 자칭 “빨갱이 감별사”였습니다. 유 원장은 2014년 자유민주연구원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유동열의 안보전선’이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입니다. 특정인을 근거 없이 명예훼손하는 것이 아니라면 “한국 사회 곳곳에 북한에 동조하는 간첩들이 활약하고 있다”며 “적화통일 위기”를 주장하더라도 본인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본인이 그토록 비판하는 남북화해협력정책을 지휘하는 문 대통령의 직인이 찍힌 위촉장을 받은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수십년간 줄곧 “빨갱이 감별”만 해 온 분이 자치분권위원이 된 것에 갸우뚱하는 반응이 적지 않습니다. 자치분권위는 법에 따라 민간 위원 중 10명을 국회가 추천하게 돼 있습니다. 황교안 당대표 시절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이 추천한 4명 중 한 명이 바로 유 원장입니다. 그의 이력이 알려지면서 위원회 안팎에서는 불만과 우려가 터져 나옵니다. 한 자치분권위 관계자는 9일 “자치분권 문제에 관심이나 있을지, 회의 참석이라도 제대로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치분권위원은 “법적인 하자는 없다. 하지만 위원 추천권이 있는 정당에서 좀더 책임감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고 꼬집었습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성과 낸 지도자라서”… 하키 채로 수차례 때려도 관대한 법원

    “성과 낸 지도자라서”… 하키 채로 수차례 때려도 관대한 법원

    업적따라 양형 바뀌면 은폐 등 2차 피해피해자의 ‘처벌 원치 않는다’ 의사표시도위계적 관계 등 종합적 고려·판단 필요해충북 청주의 한 중학교 태권도부 코치였던 A씨는 2018년 학생들을 수차례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2년 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훈련 중에 13~15세의 학생 7명을 바닥에 엎드리게 한 다음 허벅지를 하키 채와 걸레 자루로 마구 때렸기 때문이다. 법원은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형을 선고했다. “오랜 기간 태권도 교육자로 아이들을 성실하게 지도해 왔다고 보이는 점” 등이 양형에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됐다. 고 최숙현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선수의 사망 사건으로 우리나라 체육계의 폭력적 환경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선수들을 향한 폭력과 성폭력, 폭언, 욕설, 괴롭힘 등의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했지만 이런 행위는 ‘훈련’과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됐다. 엄정해야 할 법원마저 체육계 지도자들의 폭행을 ‘훈육’으로 판단하거나 가해자의 공로를 인정하며 형량을 줄여준다. 전문가들은 “피고인의 평소 직무 태도가 훌륭하다고 해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법원을 비판했다. 지난해 스포츠 분야 성폭력·폭력 사건 판례 분석 연구를 진행한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도자로서 책임감 있게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면서 “체육계에 만연한 성폭력·폭력 문제가 성과주의, 메달 지상주의 아래 은폐되는 현실에서 가해자의 오랜 지도 경력을 양형 사유로 고려하는 것은 ‘성과가 있으면 폭력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심석희 등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상습 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재범 전 코치에게 2018년 9월 징역 10개월형을 선고한 1심 재판부도 “폭력 행사를 제외한 피고인의 지도 노력 등에 따라 피해자들이 나름의 성과를 거두기도 한 점”을 양형 사유로 고려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아직도 피고인처럼 폭력을 선수 지도의 한 방식으로 삼는 체육계 지도자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엄중히 경고하고, 이를 통해 선수 인권을 보호하고 향후 폭력 사태의 재발을 근원적으로 방지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면서 지난해 1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조 전 코치에게 징역 1년 6개월형을 선고했다. 판례 분석 연구에 참여한 김현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가해자가 체육계에서 이룩한 기존 업적에 따라 처벌의 정도가 달라지는 것을 피해자는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체육계 폭력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양형 사유는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피고인이 체육계에서 영향력이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에 대한 처벌이 피해자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사건 은폐, 피고인에게 유리한 진술과 증언 등으로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피해자의 의사 표시 역시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체육계 폭력이 위계적 관계에서 발생한다는 점, 피해자가 체육계를 떠나기 어려운 현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면서 “필요한 경우에는 법원조사관의 양형 조사를 통해 피해자 상황과 진심이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 된 자칭 “빨갱이 감별사”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 된 자칭 “빨갱이 감별사”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는 핵심 국정목표 중 하나인 자치분권 추진을 총괄하는 기구인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지난 7일 출범식을 열고 제2기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2기 위원회는 민간 위촉위원 24명과 정부 측 당연직 위원 3명 등 모두 27명으로 구성됩니다. 민간 위원들 중 1기에 이어 연임하는 김순은 위원장을 포함해 6명을 뺀 18명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습니다. 자치분권위는 정부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결코 작지 않습니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해 설치된 대통령 소속 자문위원회입니다. 위원장은 장관급이고 민간 위원들은 공식적으로 문 대통령이 위촉합니다. 2기 자치분권위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자치경찰제 도입, 기초연금·기초생활보장 등 국가최소보장적 복지사업의 국가책임 강화, 국고보조사업 정비 등 만만치 않은 국가적 의제를 다뤄야 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과제를 수행하려면 위원들의 자질과 철학, 의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새 위원 중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과거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아 본 이들 가운데 유 원장을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유 원장은 과거 경찰대 공안문제연구소 연구관으로 국가보안법 관련 재판에 전문가 증언을 도맡아 하던 자칭 “빨갱이 감별사”였습니다. 유 원장은 2014년 자유민주연구원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유동열의 안보전선’이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습니다.대한민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입니다. 특정인을 근거 없이 명예훼손하는 것이 아니라면 “한국 사회 곳곳에 북한에 동조하는 간첩들이 활약하고 있다”며 “적화통일 위기”를 주장하더라도 본인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본인이 그토록 비판하는 남북화해협력정책을 지휘하는 문 대통령의 직인이 찍힌 위촉장을 받은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수십년간 줄곧 “빨갱이 감별”만 해 온 분이 자치분권위원이 된 것에 갸우뚱하는 반응이 적지 않습니다. 자치분권위는 법에 따라 민간 위원 중 10명을 국회가 추천하게 돼 있습니다. 황교안 당대표 시절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이 추천한 4명 중 한 명이 바로 유 원장입니다. 그의 이력이 알려지면서 위원회 안팎에서는 불만과 우려가 터져 나옵니다. 한 자치분권위 관계자는 9일 “자치분권 문제에 관심이나 있을지, 회의 참석이라도 제대로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치분권위원은 “법적인 하자는 없다. 하지만 위원 추천권이 있는 정당에서 좀더 책임감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고 꼬집었습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선수 폭행했는데 “성실한 교육자”라며 정상 참작하는 법원

    선수 폭행했는데 “성실한 교육자”라며 정상 참작하는 법원

    충북 청주의 한 중학교 태권도부 코치를 지낸 A씨는 2012년 2월~2016년 12월 훈련 중에 13~15세의 태권도부 학생 7명이 힘없이 밀려나자 학생들을 바닥에 엎드리게 한 다음 학생들의 허벅지를 하키채와 걸레자루로 수차례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데 법원은 2018년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형을 선고했다. A씨가 “오랜 기간 태권도 교육자로 아이들을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지도해 왔다고 보이는 점” 등이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됐다. 이 사건 판결문에는 A씨에게 유리한 사정만 적혀 있었다. 고 최숙현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선수의 사망 사건으로 우리나라 체육계의 폭력적 환경·구조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 체육계는 ‘무한 경쟁’과 ‘승리 지상주의’라는 가치만을 강조했고, 그 과정에서 폭력과 성폭력, 폭언, 욕설, 괴롭힘 등의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해 왔다. 하지만 이런 인권침해는 지도자들의 훈육 차원의 행동으로 합리화됐고, 성공과 국위선양을 위해 선수들이 치러야 할 대가로 여겨졌다. 그런데 법원마저 체육계 지도자들의 폭행을 ‘훈육 목적에서 비롯됐다’고 보거나 가해자가 ‘범행 전까지 성실한 지도자였다’는 식으로 판단해 형을 정할 때 이를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 “피고인의 평소 직무 태도가 훌륭하다고 해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법원이 양형 사유 참작에 신중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스포츠 분야 성폭력·폭력 사건 판례 분석 연구를 진행한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도자로서 책임감 있게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책무”라면서 “체육계에 만연한 성폭력·폭력 문제가 성과주의, 메달 지상주의 아래 은폐되는 현실에서 가해자의 오랜 지도 경력을 양형 사유로 고려하는 것은 ‘성과가 있으면 폭력은 부차적인 문제’라는 것을 선언하는 것과 같다. 이러면 체육계 폭력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오랜 경력’, ‘뛰어난 성과’가 감형 사유라니 다른 사례를 보면, 경남 밀양의 한 고교 체육교사 B씨는 이 학교 배드민턴부 감독으로 근무하던 중 2018년 2월 피해 학생이 훈련을 성실히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가 나 줄이 없는 배드민턴 채를 피해 학생 목에 걸어 잡아당기고, 배드민턴 공 보관상자로 피해 학생의 허리와 허벅지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2018년 11월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이전에는 아무런 처벌 전력 없이 30년 간 성실히 교직에 종사해 온 점”을 양형 사유로 참작해 지난해 6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심석희 등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상습 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재범 전 코치에게 2018년 9월 징역 10개월형을 선고한 1심 재판부도 “폭력 행사를 제외한 피고인의 지도 노력 등에 따라 피해자들이 나름의 성과를 거두기도 한 점”을 양형 사유로 참작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아직도 피고인처럼 폭력을 선수 지도의 한 방식으로 삼고 있는 체육계의 지도자들이 있다면 그런 지도자들에게 엄중히 경고하고, 이를 통해 선수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향후 폭력 사태의 재발을 근원적으로 방지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면서 지난해 1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조 전 코치에게 징역 1년 6개월형을 선고했다. 판례 분석 연구에 참여한 김현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폭력 가해자가 그 체육 분야에서 이룩한 기존 업적에 따라 처벌의 정도가 달라지는 것이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고, 체육계 폭력을 억제하고자 하는 측면에서 이런 양형 사유를 고려하는 것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면서 “피고인이 체육계에서 영향력이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에 대한 처벌이 피해자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 의한 사건 은폐, 피고인에게 유리한 진술과 증언 등으로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도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도 종목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낸 C씨는 2017년 10월~2018년 5월 자세를 교정해준다는 명목 등으로 피해 선수 10명을 상습적으로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월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고려해 지난해 6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 8개월로 형을 감형했다. C씨는 2017년부터 대한체육회 소속 대한검도회 경기력강화위원장을 지내면서 국가대표 선수를 추천하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 김 인권이사는 “체육 분야에서 피해자가 운동을 계속하기 위해서, 또는 함께 운동하던 동료들이 운동을 계속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는 주위 상황 때문에 처벌 불원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결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법원조사관의 양형조사를 통해 진실한 피해자의 피해 상황과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처벌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는 진실일까 고교 야구부 감독이었던 D씨는 2016년 9월 야구부원 학생 3명이 식사를 하면서 큰소리로 떠들었다는 이유로 피해 학생들을 운동장에 집합시켜 바닥에 머리를 박게 하고, 부러진 야구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 피해 학생들의 머리를 때린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17년 12월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피해 학생 3명 중 2명과 그 부모는 사건 발생 직후인 2016년 11월 ‘시간이 흘러 지금 생각을 돌이켜 보건대 감독님의 훈계를 폭행이라고 했다’면서 ‘본의 아니게 일이 커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감독님은 아무 잘못이 없다. 아울러 사법부의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여러 양형 조건들을 종합해 2018년 8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면서도 항소심 재판부는 “위 각 사실확인서는 그 제목이나 본문 어디에도 피해자들이 피고인과 합의를 했다거나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언이 명확하게 기재돼 있지 않다”면서 “사실확인서가 제출된 것만으로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진실한 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체육계 폭력이 엄격한 위계 관계에서 발생한다는 점, 피해자가 체육계를 떠나기 어려운 현실, 피해자의 피해 회복이 어렵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범행을 저지른 체육 지도자의 선처를 탄원하는 것은 스포츠계 생태계에서는 자연스러울 수 있다. 팀에 균열이 생기면 ‘우리 아이의 장래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질 수밖에 없고, 주위의 압력도 크게 작용할 것”이라면서 “스포츠 폭력·성폭력 사건에서 탄원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하기 위해서는 스포츠계 생태계에 대한 지식에 기초해서 탄원의 진실성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우리 딸 때린 피겨코치, 자격정지 3년 받고도 같은 공간서 훈련 ”

    “우리 딸 때린 피겨코치, 자격정지 3년 받고도 같은 공간서 훈련 ”

    어느 초등 피겨스케이팅 선수 엄마의 고백“코치 무서워 하루 8시간 화장실도 못 가탄원·진정서 넣어봤지만 도와주는 곳 없어스포츠공정위는 레슨 못 막는다는 답변만”6번의 SOS를 외쳤지만 그 어떤 곳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했던 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선수 사건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하는 국회 토론회에서 초등학생 피겨 선수의 어머니 최모 씨가 “딸이 최 선수와 유사한 피해를 당했지만 여전히 가해자와 같은 아이스링크장에서 훈련하고 있다”는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최 씨는 이날 “저도 지난해 피겨 선수를 꿈꾸는 딸 아이를 위해 서울에서 수원으로 가 옆에서 딸아이 꿈을 응원했다”며 “하지만 아이가 피겨 코치의 폭행·폭언을 당할까 무서워서 하루 8시간씩 화장실도 한번 못갔다. 저는 옆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딸아이 훈련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딸아이보다 더 어린 2차 피해자들이 나온 걸 보고 더이상은 묵인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며 “탄원서, 진정서 안넣어본 것이 없을 정도였지만 어느 한 곳 발 벗고 도와주는 곳이 없었다”고 했다. 최 씨는 딸에게 폭행과 폭언을 가한 코치와 여전히 같은 공간에서 훈련 받고 있는 현실을 전했다. 최 씨는 “코치가 1년 자격 정지를 받았는데도 아이가 다니는 아이스링크장에서 버젓이 레슨을 했다. 올해 5월 스포츠 공정위가 다시 3년 자격 정지하는 가중 처벌을 내렸는데도 딸과 같은 공간에서 레슨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공간에서 운동을 한다는 게 말이나 되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도 제기했다. 최 씨는 “공공연한 장소에서 딸아이를 때리는 것을 직접 목격한 뒤 관할 경찰서를 찾았지만 수사관으로부터 벌금 2~30만원에 그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故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 2명도 지난 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경주경찰서 참고인 조사에서 수사관이 ‘폭행은 벌금 20~30만원에 그칠 것’이라며 ‘고소하지 않을 거면 말하지 말라’고 했다”며 경찰의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두 선수는 이날 경주시청 철인3종 감독과 무자격 팀닥터 등 4인방에 대한 고소장을 대구지검에 접수했다. 최 선수 사건을 비롯해 두 선수의 사건은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수사팀(양선순 부장검사)이 맡고 있지만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이날 수사팀이 서울서부지검으로 와서 두 선수의 참고인 겸 고소인 조사를 했다. 검찰이 피해자 인권 보호를 위해 조사 장소를 옮기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오후 2시쯤 두 선수와 함께 서울서부지검에 온 박지훈 변호사는 “먼저 최숙현 선수의 피해를 목격한 사람으로서 참고인 조사를 받고 고소 사건과 관련한 고소인 진술이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日아사히 “일본정부, ‘군함도’ 어두운 역사 겸허히 직시하라”

    日아사히 “일본정부, ‘군함도’ 어두운 역사 겸허히 직시하라”

    일본 정부의 약속 파기에 따라 한국 정부가 메이지 시대 산업 유산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 취소를 추진 중인 가운데 아사히신문이 9일 ‘세계유산대립, 부(負)의 역사 직시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자국 정부에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아사히신문은 “5년 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에 관한 전시를 놓고 일본과 한국 사이에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며 그 원인에 대해 “태평양전쟁 당시 징용공에 대해 일본 측이 충분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조선인 강제노역 시설 7곳을 포함한 23개 장소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한 것과 관련해 이를 소개하는 ‘산업유산정보센터’(도쿄도 신주쿠구)를 지어 지난달 15일부터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약속했던 것과 달리 군함도 등에서 있었던 착취와 억압 등 실상은 숨긴 채 강제노역이 없었다는 일부 증언을 부각시키는 등 외려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세계유산 등재 취소를 포함한 대응을 요구하는 서신을 유네스코에 보냈다. 아사히는 문화유산 등재 당시 일본 정부는 ‘(군함도 등에서의) 희생자를 기억으로 남기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나 하시마에서 한반도 출신자에 대한 차별이 없었다는 증언 등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전시 내용이 한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사설은 “한반도 출신자의 노무 동원에 폭력이 수반되는 경우가 있었다거나 가혹한 노동을 강요한 것은 당시 (일본) 정부의 공문서 등에서 드러났고, 일본 내 재판에서도 피해 사실이 인정됐다”며 “그런 사실도 충분히 설명하면서 당시 일본 국가정책의 전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올바른 전시의 형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어느 나라든 그동안 걸어온 길에 빛과 그림자가 있고, 이웃나라와의 관계도 복잡하기 마련”이라며 “좋고나쁨에 상관없이 역사적 사실에 겸허하게 마주하며 미래를 생각하는 책임이 있는 것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사히는 “메이지 이후의 일본은 많은 노력과 희생 위에 눈부신 공업화를 이뤘다”면서 그러나 “어두운 측면으로부터 눈을 돌린다면 유산은 빛이 바랠 것”이라고 사설을 맺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단독] 일기장 훔쳐본 동료 원망하듯… 故최숙현 “제발 그만 일러”

    [단독] 일기장 훔쳐본 동료 원망하듯… 故최숙현 “제발 그만 일러”

    “왜 우리 방 들어와서 뒤져봐? 너무해”“○○야 그만 일러바쳐, 숨 막혀” 기록감독 “독방 쓰게 해줬다” 입장과 반대폭행 부인했던 金 “때린 거 인정” 선회감독·주장 폭행장면 목격 사실도 밝혀“선배 잘못 들출 수 없었다… 미안하다”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경기) 선수가 합숙 과정에서 사생활을 침해당한 흔적들이 그가 남긴 일기장 곳곳에 남아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가해 의혹을 받고 있는 경주시청팀 김모 감독 측은 “막내인데도 독방을 쓰게 해 줬다”며 사생활을 충분히 보호해 줬다고 했지만 최 선수의 입장은 정반대였다. 8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일기장에는 누군가 자신의 방에 몰래 들어와 일기장을 훔쳐 본다고 느낀 최 선수가 일부러 보란듯 쓴 대목이 적지 않았다.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인 지난해 3월 25일 그는 “너무하네. 방도 뒤지고 왜 우리방 들어와서 뒤져봐? 너 너무한 거 아니야? 그만해 제발”이라며 “그리고 왜 일러? ○○(선수 이름)야. 내가 몰래 밖을 본다고? 아냐. 밖에 보면 니가 있는 거야. 그만 일러바쳐. 숨막혀”라고 썼다. 앞서 같은 달 1일에는 “우리 운동 나간 사이 니가 내 일지 읽었다면 나 건들지 말아줘. 일년 쉬고 니가 생각한 것보다 더 성장했고 변했으니까 나도 당하고만 있지 않아”라고 썼다. 그해 2월 28일에도 “물 먹고 700g 쪘다고 욕 ○먹는 것도 지치고 내 일지 ○보면 솔직히 니가 인간은 아니지”라며 “방 ○뒤질 생각도 말고 니가 내 일지 보면 어쩔 건데 나한테 왜 이렇게 뒤에서 욕하냐고 ○○하게? 내 마음인데 니가 ○본 게 잘못이지”라고 호소했다.일기에는 경주시청팀 주장 장모 선수의 폭언 정황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최 선수는 “대놓고 욕하는 건 기본이고 사람을 어떻게 저렇게 무시하지. 나 죄지은 게 뭔지 모르겠다”, “욕 좀 그만해 입 안 아프냐”라고도 썼다. 한편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최 선수 폭행 의혹을 받는 경주시청 김모 선수는 이날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최 선수를 폭행한 것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 선수가 가해자로 지목한 4명 중 한 명이다. 그동안 의혹을 부인한 이유에 대해 김 선수는 “도저히 말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용기가 나질 않았다. 선배의 잘못을 들추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배 선수들이 국회까지 가서 증언하는 모습을 보며 부끄러움을 느껴 용기를 냈다. 최숙현 선수에게 미안하다”면서 “앞으로 모든 조사에서 관련 사실을 성실히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김 선수는 또 감독과 장 선수의 폭행 장면을 본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 선수가 훈련장 등에서 최 선수를 폭행하는 것도 적어도 한 달에 3, 4번은 봤다”면서 “선후배 관계가 빡빡했고, 선배가 후배를 때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단독] 故 최숙현 선수 몰래 방에 들어와 일기장까지 훔쳐본 ‘그 사람들’

    [단독] 故 최숙현 선수 몰래 방에 들어와 일기장까지 훔쳐본 ‘그 사람들’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고 최숙현 선수가 집단 합숙 과정에서 사생활을 침해당한 흔적들이 그가 남긴 일기장 곳곳에 남아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앞서 가해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소속팀 김모 감독 측은 “막내인데도 독방을 쓰게 해줬다”며 사생활을 충분히 보호해줬다고 했지만 최 선수의 입장은 정반대였다. 8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일기장에는 누군가 자신의 방에 몰래 들어와 일기장을 훔쳐본다고 느낀 최 선수가 일부러 보란듯 쓴 대목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인 3월 25일 최 선수는 “너무하네. 방도 뒤지고 왜 우리방 들어와서 뒤져봐? 너 너무한 거아니야? 그만해 제발”이라며 “그리고 왜 일러? OO(선수 이름)야. 내가 몰래 밖을 본다고? 아냐. 밖에 보면 니가 있는 거야. 그만 일러 바쳐. 숨막혀”라고 썼다. 앞서 같은 달 1일에는 “우리 운동 나간 사이 니가 내 일지 읽었다면 나 건들지 말아줘. 일년 쉬고 니가 생각한 것보다 더 성장했고 변했으니까 나도 당하고만 있지 않아”라고 썼다. 그해 2월 28일에도 “물 먹고 700g 쪘다고 욕 먹는 것도 지치고 내 일지 보면 솔직히 니가 인간은 아니지 ㅎㅎ”라며 “나이 먹고 그 짓은 하지 마라! 방 쳐뒤질 생각도 말고 니가 내 일지 보면 어쩔 건데 나한테 왜 이렇게 뒤에서 욕하냐고 하게? 내 마음인데ㅎ 니가 본게 잘못이지. ㅎㅎ”라고 호소했다. 최 선수 유족들이 공개하고 있는 녹취록과 동료 증언을 통해 최 선수의 마지막 나날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어 주변을 더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최 선수는 경찰 조사 통화에서 가해자들이 폭행 혐의를 부인한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는 “빵 먹인 것도 부인하나요”라고 되묻는다. 최 선수는 앞서 감독과 팀 닥터가 체중 증가를 이유로 자신과 동료들에게 20만원어치 빵을 사오게 해 억지로 먹을 것을 강요했다고 진정한 바 있다. 또 경찰이 “폭행 정도가 아주 심각하지 않게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 벌금으로 끝날 수도 있다. (혐의자 중 일부의) 폭행이 한 차례라면 벌금도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자 최 선수의 목소리는 더 작아졌다. 최 선수는 지난달 사망 하루 전날 오후 현재 소속팀에서 담담하게 훈련을 소화했다. 팀 동료 일부는 최 선수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말도 했다”거나 “(훈련 때) 평소보다 밝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함께 저녁 식사를 한 동료에게는 ‘강아지를 부탁한다’는 연락을 남긴 채 세상을 떴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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