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락증시… 투자자·기업의 손익계산서(경제초점)
◎89년 4월 주식매입후 처분안한 경우/투자액 60% 고스란히 날린 셈/4만5천원하던 증권주 1만4천원으로/대한화섬주 산 사람 주당 7만여원 벌어/89년 4월비/기업 직업금융비율 27%에 불과… 엄청난 이자부담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짐에 따라 투자자들의 손해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일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린 종합주가지수 5백선이 무너진 이후 지난 21일에는 이동통신사업자선정과 관련,정국이 더욱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는데다 증시대책에 대한 실망감까지 겹쳐 주가는 8·63포인트가 떨어진 4백59.07을 기록,지난 87년 11월27일(4백56.58)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증시사상 최고기록인 지난 89년 4월1일의 1천7.77에 비해서는 54.4%,올초인 6백24.13보다도 26.5%나 폭락한 셈이다.
○60조원 물거품 돼
주가가 이처럼 최고치에 비해 반토막으로 폭락함에 따라 상장주식의 시가총액도 크게 떨어졌다.21일의 시가총액은 56조7천9백79억원으로 88년 12월이후 가장 낮았으며 증시사상 시가총액 최고기록인 지난 89년 12월22일의 97조6천8백18억원보다 무려 40조8천8백39억원이나 줄었다.21일 현재 상장된 주식수는 53억3천4백79만주로 지난 89년 12월22일의 42억3천4백92만주보다 10억주이상이나 많은 것을 고려하면 무려 2년 8개월만에 60조원에 이르는 투자자들의 돈이 증시에서 날아가버린 셈이다.
주가 폭락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손해는 종목별 종가를 종목수로 나눈 단순주가평균과 시가총액을 총주식수로 나눈 가중주가평균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증시 최고기록인 지난 89년 4월1일의 단순및 가중주가평균은 각각 주당 2만7천4백35원과 2만7천8백60원이었다.그러나 6공 최저였던 지난 21일의 단순및 가중주가평균은 각각 1만2천75원과 1만6백46원에 불과하다.
89년 4월에 주식을 산 투자자가 지금까지 주식을 갖고 있을 경우 유·무상증자를 고려하지 않으면 3년4개월만에 무려 평균 60%내외를 까먹은 결과가 된다.
주식대신 채권이나 다른 금융상품에 돈을 맡겨 이자를 받았을 경우를 생각한다면 손해는 더욱 늘어난다.
89년 4월1일과 지난 21일의 종목별 단순주가(유무상증자를 고려하지 않은것)변화를 보면 이해가 더 쉽다.대표적인 대형 제조업체인 현대자동차는 3만5천2백원에서 1만5천4백원,삼성전자는 4만9백원에서 2만5천8백원,김성사는 2만6천원에서 8천3백50원으로 폭락했다.또 포철은 3만6천5백원에서 1만6천5백원,선경은 3만1천3백원에서 1만8천3백원,삼성물산은 3만1천원에서 1만2천5백원으로 떨어졌다.현대건설은 3만2천원에서 8천4백40원으로 폭락했다.
○4백61종목 하락
증시 활황시절 건설,무역주와 함께 트로이카주로 불린 금융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증권주중 가장 비쌌던 대우증권은 4만5천5백원에서 1만3천8백원으로 떨어졌으며 대신증권은 4만4천9백원에서 1만1천9백원으로 폭락했다.서울신탁은행은 2만5백원에서 7천6백40원으로 떨어졌다.
럭키증권이 89년 4월1일 당시 상장되어 있던 종목의 주가와 그동안의 유·무상증자를 고려한 지난 21일의 수정주가를 비교한 것에 따르면 4백98개의 종목중 오른것은 37개에 불과한 반면,4백61개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단순주가를 비교할 경우 오른 종목은 23개에 불과하다.
수정주가의 경우 중원전자가 99%떨어진 것을 비롯,최근 부도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종목등 「당연히」폭락한 것을 제외하더라도,부도가 나지않은 종목중 삼양은 84%,세일중공업은 83%,대우중공업은 63%가 폭락하는등 모두 2백72개 종목이 50%이상 떨어졌다.
전체적인 폭락장세속에서도 올들어 크게 오른 종목들도 있다.주가가 오른 종목은 대부분 올해 증시개방에 따라 외국인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한화섬을 비롯한 PER(주가수익비율)가 낮은 종목들이다.대한화섬은 2만9천9백원에서 9만9천원으로 2백31% 올라 수익률 1위를 기록했으며,백량·남영나이론은 각각 1백31%와 1백12%가 폭등한 것을 비롯,모두 9개종목이 수정주가로 볼때 50%이상 오른것으로 나타났다.
○9종목 50% 급등
주가폭락으로 투자자는 물론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주가가 떨어진데 따른 손해 이외에도 증시침체로 증시를 통해 직접 금융을 조달하는 것이 어렵게 됐다.기업공개나 유상증자 회사채발행 등 기업들의 직접금융조달비중은 증시가 활황이던 88·89년에는 56%를 넘어섰으나 90년이후에는 27%선으로 낮아졌다.그만큼 기업들은 부족한 자금을 비싼 이자를 주고 사채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얘기다.증시침체에 따라 올들어 지난 3월 대한해운 1개사만 공개됐을 뿐이다.지난해 7월말까지는 18개사가 공개됐었다.공개를 추진하는 기업도 주가하락으로 공모가가 낮아짐에 따라 공개추진을 꺼리고 있다.증권감독원 역시 지난 87∼89년의 무더기공개에 따른 무더기 부도파문으로 비난을 받아 공개에 소극적이다.
증권전문가들은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는 반기실적이 좋은 종목을 중심으로 선택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또 주가폭락에 따른 실망매물을 내놓기보다는 냉정을 찾고 기다리는 것이 좋을 수 있다는 충고를 하고 있다.동서증권의 양호철부사장은 『정치적인 변수가 악재로 작용했다』면서 『물론 주가가 더 떨어질 수도 있지만 요즘 처분하는것 보다는 회복을 기다리는 게 나을수 있다』고 말했다.투신사의 한 임원도 『현재가 주가 바닥권으로 볼수 있다』면서 『냉정을 찾고 중장기적으로 투자를 하는 자세를 갖는게 좋을 것』이라고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