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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당했을 수도”… 트라우마 앓는 용균씨 동료들

    “내가 당했을 수도”… 트라우마 앓는 용균씨 동료들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에서 사고로 숨진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동료들이 심각한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양선희 대구근로자건강센터 부센터장은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사고 발생 사업장에서 근무 중인 한국발전 직원과 하청업체 직원 등 155명을 대상으로 사건충격척도 검사를 해보니 57.4%인 89명이 ‘부분외상’ 또는 ‘완전외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들은 개별 심리 상담을 받았다. 또 추가 상담 결과 직원 4명은 심한 트라우마 증상을 호소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게 됐다. 트라우마 증상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한 직원도 있었다. 직원들은 심리 상담에서 주로 자신도 사고를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동료는 죽고 자신만 살아 있다는 죄의식, 우울증 등을 드러냈다. 또 불면증을 비롯한 수면장애, 섭식장애, 주의집중장애 등 트라우마로 인한 신체적 반응도 호소했다. 양 부센터장은 “산업재해 트라우마는 근무 과정에서 사고현장에 끊임없이 재노출되고 회사 낙인을 우려해 치료를 피하는 등의 특성이 있다”며 “그럼에도 트라우마센터는 현재 전국에 한 곳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7일 충남도청에서 양승조 충남지사를 만나 “아들이 숨진 이후에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사망사고가 났고 태안화력에서 또 끼임 사고가 발생했는데 아무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양 지사는 “지방정부에도 조사 등 권한을 위임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건의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함께 가요” 영정 품은 노부부는 마지막 잠에 들었다

    “함께 가요” 영정 품은 노부부는 마지막 잠에 들었다

    2016년 6월 19일 저녁 부산 금정구의 한 빌라. 노부부는 인생의 황혼기를 함께한 낡은 빌라에서 작은 잔치를 열었다. 할머니의 여든 두 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근처에 사는 둘째 아들이 고기를 사들고 왔다. 할머니가 호호 불어가며 할아버지(당시 85) 입에 고기를 넣어주었다. 식사를 마칠 때까지 삼킬 수 있는 건 단 두 점이었지만 할아버지는 “맛나다”며 환하게 웃었다. 할아버지는 많이 아팠다. 위암 4기였다. 2011년 이 몹쓸 병이 덮쳤다. 수술을 받고 나은 줄 알았는데 재발했고, 식도와 십이지장까지 번졌다. 의사는 위 전체를 들어내고 식도와 장을 직접 연결해야 하는데,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그렇게까지 하면서 살고 싶지 않다”며 수술을 거부했다. 두 달 만에 15㎏이 빠졌다. 낮에는 걸을 힘이 없어, 밤에는 배를 찢는 고통에 바닥을 기었다. 64년간 해로한 할머니에게 할아버지는 “이제 그만 헤어질 시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 가요. 당신 없이 혼자 남겨지기 싫어요.” 잔칫상을 물리고 아들마저 돌아간 밤 10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안방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둘 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손을 잡고, 각자 영정을 팔에 낀 채, 마지막 잠에 들었다. 노부부는 한날한시에 떠났다. 어느덧 석 달 뒤면 탈상(脫喪)이지만 늙은 아들은 아픈 기억을 털어내지 못했다. 같은 동네에 살며 매일 문안을 왔던 둘째 아들 김영성(59·가명)씨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이미 숨을 거둔 부모를 처음 발견해 신고한 이도 그였다. “처음 위암이 발병했을 때는 바로 수술도 받고, 억지로라도 음식 삼키게 하는 약까지 먹어가며 밥 드셨어요. 암이 재발했다는 말을 하니까 두 분 다 충격 많이 받았죠. 그때 그 표정은 평생 못 잊습니다.” 할아버지의 병은 점점 깊어졌다. 가장 큰 고통은 먹지 못하는 괴로움이었다. 새 모이처럼 잘게 썬 것만 간신히 넘길 수 있었다. 죽이 아니면 씹다가 내뱉는 게 대부분이었다. 협심증까지 덮쳤고, 종종 심근경색 증상이 왔다. 1931년생인 할아버지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용사였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누구보다 건강하다고 믿었지만, 병에는 장사가 없었다. 결국 스스로 백기를 들었다. 자식에게 가장 하기 어려운 말을 건냈다. “이제 그만 내를 놔도….” 침묵이 흘렀다. “근데 걸리는 건 느그 엄마다. 자꾸 같이 가자고 안 카나…. 만다꼬 그래쌌는지 모르긋다. 니가 쫌 어뜨케 해봐라.”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아들 내외와 좀 더 살며 남을 생을 누려주길 바랐다. 두 사람은 전쟁 통에 백년가약을 맺었다. 할아버지는 전쟁 후 공무원으로 일하며 남 부럽지 않은 가정을 꾸렸다. 할머니는 걱정이 많고 쉽게 우울해지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젊은 시절부터 ‘와 이리 쓸쓸하노’를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듬직한 남편인 할아버지를 의지하며 정성껏 세 아들을 길렀다. “내 나이가 인제 팔십인데 느그 아부지까지 없으면 내가 무슨 낙으로 살겠노. 내 친구 중에 살아 있는 아는 아무도 없다. 이 정도면 천수 누린거다. 그카고 맨날 토하는 이 병, 니는 안 겪어봐서 모른다. 하루종일 뱅기(변기) 붙들고 토악질해봐라. 딱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읍따.” 할머니도 아팠다. 젊어서부터 메니에르병을 앓았다. 귓속 달팽이관이 부어 갑자기 어지럽고 구토가 이어졌다. 처음엔 단순히 체한 것인 줄 알았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게 이상해 병원에 가보니 치료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건강할 때는 그래도 버틸만 했지만, 나이가 드니 병은 마치 달거리처럼 어김없이 찾아왔다. 사흘 내내 지속했고, 후유증으로 열흘은 누워 있어야 했다. 아들은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가자고 권했다. 노부부 모두 고개를 저었다. “병원에 있는 건 딱 하루도 싫다. 고마 마음 편히 내 집에 있다 때 되면 갈 꺼니까 걱정하지 말그라. 몬 참아가 모르핀(마약성 진통제) 맞아야 하믄 때가 온 기다.” 노부부는 하나둘 작별할 준비를 했다. 가장 좋아하는 옷 한 벌씩을 꺼내 입고 사진관을 찾았다. 할아버지는 베이지색 남방, 할머니는 분홍색 재킷을 골랐다. 입체(3D) 사진을 찍고서 두 사람의 모습을 20㎝가량의 작은 인형으로 만들었다. 인형 속 두 사람은 죽음을 결심한 사람답지 않게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적금도 해지해 아들들에게 나눠줬다. 마지막 목욕을 하고 하얀 종이에 글을 적었다.할머니의 생일잔치가 열렸던 그날, 노부부는 이미 마음을 굳혔다. 고기를 들고 온 아들에게 숯불로 구워먹고 싶다며 번개탄을 사오라고 했다. 아들이 자리에서 일어난 건 오후 8시쯤이었다. “제가 종종 어무이 곁에서 자거든요. 얼마나 더 사실지 모르니까 조금이라도 품을 더 느껴보고 싶어가…그날도 그랄라고 했는데, 자꾸 집에 가라고 하더라고요.” 노부부가 숨을 거둔 건 아들이 떠나고 2시간쯤 뒤로 추정된다. 지난 2년간 조금씩 모아왔던 수면제를 함께 입에 넣었다. 고기를 굽다 남은 번개탄에 불을 붙였다. 메스꺼운 연기가 시커멓게 방 안을 가득 메웠다. 고통 없이 떠나는 방법으로 번개탄을 선택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 듯했다. 몸부림친 흔적이 짙게 남아있었다. 자식들에게 부담 주지 않고 싶었던 노부부 바람과 달리 아들은 곤욕을 치렀다. 부모의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번개탄을 사다 놓은 게 문제가 됐다. 당시 아들은 집에 가지 않고 노부부 집 옥상에 있는 의자에 3시간 반가량 앉아 있었다. 오후 11시 30분쯤 노부부가 잠이 들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조용히 함께 자려는 생각으로 내려갔다가 참사의 현장을 발견했다. 검찰은 이게 아들이 노부부의 자살을 예견했던 정황증거라고 판단했다. 아들은 “평소에도 자주 옥상에 있다가 내려갔고, 부모님이 이렇게 돌아가실지는 상상도 못했어요”라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아들의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적 공방에 지친 아들은 항소하지 않았고, 검찰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모든 일이 마무리 되고서 아들은 아내와 함께 노부부의 집으로 이사했다. 노부부가 숨을 거둔 방을 침실로 사용한다. “저한테는 이 집이 슬프면서도 추억이 어린 장소예요. 맨날 이 문을 열면 두 분이 웃는 얼굴로 앉아 계셨는데…. 텅 빈 방을 보고 있으면 제가 꿈을 꾸는 것 같아요. ‘내한테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셨던가…’ 이런 생각도 들고요.” 안락사가 허용됐다면 노부부는 좀 더 편히 떠날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에선 지난해 2월 연명의료결정법(일명 존엄사법)이 시행됐다. 임종이 임박한 환자가 원할 경우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등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죽음을 맞을 수 있게 한 것이다. 환자가 의식이 없을 땐 가족 동의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환자의 죽음을 앞당기기 위해 영양 공급을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나 치명적인 약을 주입하는 ‘적극적 안락사’는 여전히 허용되지 않는다. 노부부가 세상을 떠났던 2016년엔 존엄사법도 시행되지 않았던 때였고,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아들은 우리 사회가 안락사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할 때라고 했다. “제가 (부모 죽음을 바랐던) 패륜아처럼 보입니까? 제 심정은 당사자가 아니면 절대로 알 수 없습니다. 그때는 ‘더 사셔야 한다’고 말하는 거 자체가 두 분께 또 다른 괴로움을 주는 거였어요. ‘죽기 전까지 고통을 더 참으라’는 말과 같은 거니까. 죽음을 보는 사회 인식도 이제 많이 바뀌었잖아요. 공포나 두려움, 소멸 이런 게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보기도 하잖아요. 저는 몹쓸 병에 걸린다면 주저 없이 아버지와 같은 길을 선택할 겁니다. 본인의 죽음을 과연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인지, 공론의 장이 열렸으면 합니다.” 부산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부산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 4년 더 살 수 있었던 女환자, 의사 제안에 스스로 치료중단 사망

    4년 더 살 수 있었던 女환자, 의사 제안에 스스로 치료중단 사망

    일본에서 40대 여성 환자가 담당의사의 ‘사실상의 권유’에 의해 치료를 중단했다가 1주일 만에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의사는 불필요한 연명치료보다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환자 상태가 극도로 위중한 상태는 아니었다는 점에서 ‘자살 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당국은 연명치료 중단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났다고 보고 병원과 의사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7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8월 9일 신장병을 앓고 있던 여성 환자(당시 44세)가 도쿄도 훗사시에 있는 공립훗사병원 신장병 종합의료센터를 찾아왔다. 이 여성은 훗사병원에 오기 5년 전부터 집에서 가까운 진료소에서 인공투석 치료를 받아 왔다. 그러나 체내 혈관이 일부 막히는 증상이 나타나 더 큰 병원을 찾게 됐다.훗사병원 의사 A(55)씨는 여성에게 삽관 치료를 하면서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제 하에 인공투석을 그만두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말을 들은 여성은 “나도 이제 투석이 싫다”며 치료 중지를 원한다고 말했다. 의사는 간호사를 동석시킨 가운데 여성의 남편(51)에게도 치료 중단에 대해 설명하고 다짐을 받았다. 여성은 최종적으로 치료 중단 확인서에 서명했다. 그때부터 인공투석은 중단됐다. 여성은 그로부터 5일 후인 14일 “숨이 차다”며 훗사병원에 다시 찾아왔다. 괴로움을 못 이긴 여성은 다음날 “인공투석 중단 의사를 철회한다”고 번복했고, 남편은 병원에 치료 재개를 요구했다. 여성은 “이렇게 괴롭다면 다시 투석을 받는게 낫지 않을까”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료진은 여성이 서명했던 확인서에 따라 인공투석 대신 고통을 완화해 주는 정도의 조치만 한 것으로 전해했다. 결국 여성은 16일 오후 사망했다. A씨는 여성의 마지막 순간에 인공투석을 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환자가 정신이 온전할 때 갖고 있던 확고한 치료중단 의지에 무게를 뒀다”고 말했다. 그는 “충분한 본인 의사 확인 없이 투석 치료가 도입돼 무익한 연명 조치에 환자가 시달리고 있다”며 “치료를 받지 않을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인공투석을 중단하지 않았더라면 4년 정도는 더 살 가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투석의학회가 2014년 마련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투석 치료 중단은 ‘환자의 전신 상태가 극히 불량한 경우”, ‘투석이 환자의 생명을 해치는 경우’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일본투석의학회 관계자는 A씨에 대해 “환자의 자살을 유도한 것으로 의사의 윤리에 반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도쿄도는 A씨의 조치가 의료법에 부합하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실시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폐경 진단 뒤 임신…美서 50세 여성, 무사히 출산한 사연

    폐경 진단 뒤 임신…美서 50세 여성, 무사히 출산한 사연

    미국에서 여러 의사에게 폐경을 진단받았던 한 여성이 뒤늦게 임신 사실을 알았지만 무사히 출산한 사연이 세상에 공개됐다. 4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등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미 네 자녀와 두 손녀를 둔 이 여성은 만 50세에 이르러 태어난 ‘늦둥이’ 아들을 돌보느라 남편과 함께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플로리다주(州) 골든게이트에스테이트에 사는 미셸 홀(50). 그녀는 전남편과의 사이에 34세 아들과 28세 딸 그리고 24세 아들을 두고 있으며 이 중 28세 딸은 6세와 6세가 된 딸이 있다. 따라서 그녀는 할머니이기도 하다.현 남편 제리(47)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오브리(14)와 세 사람이 함께 몇 년 전 출신지 펜실베이니아주(州)를 떠나 이곳으로 이사 와 평범하지만 행복한 나날을 보내왔다는 그녀에게 지난해 뜻밖의 ‘선물’이 찾아왔던 것이다. 미셸은 “2017년 펜실베이니아에 살 때 의사에게 폐경을 진단받았으며 이곳 플로리다에서도 역시 같은 진단을 받았었다”면서 “심지어 의사들은 내게 임신할 가능성이 ‘제로’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1년 넘게 생리를 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다섯 번째 아이가 생기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던 지난해 10월 신체 곳곳에서 통증을 느낀 미셸은 폐경 증세나 10년간 앓아온 염증성 자가면역질환 전신홍반루푸스 탓이라고 처음에 생각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달 8일 임신 테스트기를 사서 검사한 결과 임신으로 나온 것이었다. 그녀는 물론 그녀에게 임신 소식을 접한 남편도 당연히 깜짝 놀랐다. 입덧이나 체중 증가 같은 증상이 없었기에 그녀가 임신을 알았을 때는 임신 26주차로 확인됐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충격에 더해 이때까지 임신 사실을 몰라 산전 관리를 충분히 할 수 없었다는 점과 노산이라는 점, 그리고 지병 탓에 고혈압 증상이 있다는 점이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물론 의사들 역시 이런 점을 고려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미셸이 발작을 일으키거나 심장에 부담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기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 날짜를 앞당기자고 제안했다. 미셸을 담당한 산부인과 전문의 토머스 베킷 박사도 자신의 30년 경력 중 그녀는 최고령 임신부라고 말했다. 베킷 박사는 “임신 가능성은 아주 적었지만, 미셸의 경우 배란한 하나의 난자가 운 좋게 수정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임신할 줄 모르고 지내다가 출산하는 여성들이 있다는 것을 늘 신기하게 생각했던 미셸은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내게 일어나고 말았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지난해 12월 27일 예정했던 수술로 미셸은 남자아이 그레이슨을 낳았다. 의사들은 처음에 임신 37주차로 계산했었지만, 실제로는 임신 34주 또는 35주차 출산이었다고 한다. 그레이슨은 12일 동안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에서 지내야만 했다. 왜냐하면 심박수가 낮고 수면 시 무호흡 증상과 일시적인 호흡기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건강 상태가 양호해져 그레이슨은 지난 1월 7일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현재 미셸과 제리 홀 부부는 늦둥이 아들을 키우는데 온정신을 쏟고 있다. 끝으로 그녀는 웃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자아이라면 그레이스라고 이름 붙이고 싶었지만 남아라서 그레이슨이라고 지었다. 임신해서 놀라지 않을 수는 없었지만 아이는 신의 은총을 받고 태어났다. 하지만 이제 마지막이다. 제왕절개 수술 뒤 난관절제수술을 받았으므로 이제는 절대 임신하지 않을 것이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동맥경화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는 기술 나왔다

    동맥경화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는 기술 나왔다

    고지혈증, 당뇨, 흡연 등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는 동맥경화는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각종 심장질환과 뇌혈관 질환의 원인이 된다. 동맥경화는 전형적인 노화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생활습관 변화로 인해 젊은 나이에 발생하거나 평소 증상이 없어 자각하지 못하다가 갑자기 뇌혈관 동맥경화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정확하고 빠른 진단이 필요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복잡계자기조립연구단 장영태(포스텍 화학과 교수) 부연구단장과 유전체교정연구단 김진수 수석연구위원, 싱가포르 과학기술처 국제공동연구팀은 체내 염증발생시 나타나는 활성화대식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염색할 수 있는 형광물질을 개발해 동맥경화 증상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게 됐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7일자에 실렸다. 체내 면역을 담당하는 대식세포는 외부에서 병원균이나 이상물질이 감지됐을 때 활성화대식세포로 분화하며 항원을 만들면서 염증반응을 유발시킨다. 이 때문에 알츠하이머나 간염, 암 같은 염증성 질환을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활성화대식세포를 빠르고 정확하게 검출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에도 활성화대식세포를 염색할 수 있는 물질이 있었지만 생체 내 활용이 어려워 활성화대식세포만을 선별해 내는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자체개발한 8200여 종류의 형광유기분자 라이브러리를 탐색해 활성화대식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염색하는 화합물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이번에 발견한 ‘CDg16’은 활성화대식세포 내 리소좀이라는 세포내소기관을 염색시키고 세포독성도 거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동맥경화를 유발시킨 생쥐에게 CDg16를 주입한 결과 동맥경화가 발생한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낸다는 것을 알아냈다. 장영태 부연구단장은 “활성화대식세포는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염증부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데 가장 좋은 타겟”이라며 “이번에 개발한 활성화대식세포 선택적 염색형광물질은 다양한 염증성 질환의 진단 및 약물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건강하게 살 빼려면 ‘ㅇㅇ’ 식단 짜라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건강하게 살 빼려면 ‘ㅇㅇ’ 식단 짜라

    “어차피 어차피/3월은 오는구나/오고야 마는구나/2월을 이기고/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넓은 마음이 돌아오는구나”(나태주 ‘3월의 시’ 중에서) 사람들은 무더운 여름에는 겨울을 기다리고 겨울이 되면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봄날을 생각합니다. 계속될 것만 같았던 매서운 추위는 어느새 사라지고 평년보다 포근한 날씨와 함께 3월이 찾아왔습니다. 물론 맑고 화창한 봄이 아니라 하늘을 온통 뿌옇게 만들어 버린 미세먼지와 함께 왔지만 말입니다. 겨울 옷들이 장롱 속으로 들어가는 봄이 되면 사람들은 그동안 두터운 옷 속에 숨겨 놓은 ‘그것’ 때문에 고민에 빠집니다. 많은 이들이 봄의 시작과 함께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한번이라도 시도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보통 결심과 의지로는 다이어트 성공은 희박합니다. 그럼에도 연예인들이 성공했다는 이런저런 다이어트 비법들을 흉내내 보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건강보조식품들을 구입하기도 합니다. 사실 살 빼는 데는 안 먹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지만 무턱대고 굶었다가는 피부 탄력이 떨어지면서 제 나이보다 많아 보이는 노안이 되거나 요요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노인학부, 인문사회학부, 재생의학 및 줄기세포연구센터, 이탈리아 분자종양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동물성 식품을 엄격히 금지하고 식물성 음식만을 섭취하는 채식주의자 ‘비건’들처럼 식사를 한다면 체중 감소는 물론 염증성 장(腸)질환(IBD)을 예방하고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증상을 완화시켜 주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리포츠’ 3월 6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생쥐에게 덱스트린황산나트륨(DSS)을 먹여 궤양성대장염을 유발한 다음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게는 식물성 음식만 섭취하는 단식모방식단(FMD)을 제공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물만 먹는 진짜 단식을 시키고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FMD는 동물성 식품은 단 한 종류도 없이 토마토, 오이, 호두, 브로콜리, 양상추, 고구마 같은 식물성 음식으로만 구성된 식단입니다. 이렇게 저열량 식물성 음식만 섭취하는 경우 몸은 단식하는 것과 비슷한 상태로 인식하기 때문에 단식모방 다이어트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FMD를 제공받은 생쥐들은 장내 염증이 감소하고 혈변이 줄면서 장내 줄기세포 숫자도 늘어난 것이 확인됐습니다. 그렇지만 물만 마신 단식 생쥐들에게서는 장내 염증을 포함한 건강상 변화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61명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매주 나흘씩 3주간 FMD를 제공한 뒤 건강검진을 했습니다. 그 결과 FMD 생쥐와 똑같은 변화가 발견됐으며 면역세포도 활성화되는 것이 관찰됐다고 합니다. FMD를 끝낸 뒤에는 유산균을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사실 이전에도 외국의 유명한 의사나 연구자들이 제안한 다이어트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지만 효과를 봤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것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저명한 생물학 분야 학술지에 실렸다고는 하지만 FMD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가장 좋은 다이어트는 좋은 사람들과 만나 맛있게 먹고 열심히 움직이는 것 아닐까요. 물론 미세먼지 없는 맑은 날씨까지 더해진다면 더 좋겠지요. edmondy@seoul.co.kr
  • 부산 첫 홍역 환자 발생…베트남 유학생

    부산에서 올해 처음으로 홍역 환자가 발생했다. 부산시는 지난 5일 발진 증상을 보인 베트남 유학생 1명이 홍역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6일 밝혔다. 이 학생은 지난 1월 24일부터 베트남에 체류하다가 지난달 17일 입국했다. 부산시 보건당국은 보건환경연구원 확진 판정 이후 해당 유학생을 부산의료원 음압병실에 격리했다. 또 해당 유학생과 접촉 가능성이 있는 병원 내원객 명단을 확보하고 3주간 모니터링에 들어가는 한편,유학생 전용 기숙사에 머물렀던 350명에 대해서도 감시를 강화한다. 홍역 환자가 5일부터 발진 증상을 보였기 때문에 잠복기를 고려하면 지난 1일부터 나흘간 주변 사람에게 전파했을 가능성이 있다. 홍역에 걸리면 발열,기침,콧물,결막염,피부발진 등 증상이 나타난다. 전염성이 높아 2군 법정 감염병으로 분류돼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로부터 홍역 퇴치국으로 인증받았지만 최근 유럽,중국,태국,필리핀,베트남 등 외국에서 유입되는 사례가 꾸준히 보고된다. 홍역 유행 국가를 방문할 때는 출국 2주일 전에 최소 1번이라도 예방접종을 할 것을 권유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추가 환자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감시체계를 다시 점검하고 있다”며 예방접종 수칙을 준수하고 기침 예절 등 개인 위생관리에 유의 할것을 당부했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정신건강연구소, 현대인 정신적 고통 평가 척도 개발 및 ‘MHSQ 프로그램’ 출시

    정신건강연구소, 현대인 정신적 고통 평가 척도 개발 및 ‘MHSQ 프로그램’ 출시

    정신의학신문 정신건강연구소가 현대인의 정신적 고통을 평가할 수 있는 척도를 자체 개발해 이를 적용한 ‘Mental Health Screening Questionnaire(이하, MHSQ) 프로그램’을 출시했다고 5일 밝혔다. 현재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사용되고 있는 정신증상 검사 대부분은 90년대 이전에 만들어져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나 카페인 중독을 포함한 각종 중독 질환 같은 현대인의 고통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이 아니라 길게는 30분까지 걸리는 검사 결과가 단순히 점수로만 나와 환자들에게는 검사 결과를 아는 것이 큰 의미가 없었다. 이런 이유로 많은 환자들이 정신과 진료를 받을 때 설문 검사를 하는 것 자체를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구성된 정신의학신문 정신건강연구소 연구진이 현대인의 정신적 고통을 평가할 수 있는 척도를 개발했다. 또한 척도 검사 결과에 대해 정신의학신문 필진이 직접 기획하고, 작성한 결과지가 평균 A4 20장 분량의 보고서 형태로 제공될 예정이다. ‘MHSQ 프로그램’는 크게 정신건강검진 설문검사(MHSQ)와 결과 보고서, 그리고 결과에 따른 개별화 된 정신건강 컨텐츠 제공으로 구성된다. 정신건강검진 설문검사(MHSQ)는 정신 구조 36문항(단축형 스키마 척도, BSQ), 정신 증상 59문항 그리고 스트레스 12문항(정신 건강 척도, MHQ)으로 구성되어, 한 사람의 정신 구조와 스트레스 그리고 현재 겪고 있는 정신 증상을 동시에 평가할 수 있다. 정신 구조, 스트레스, 증상을 동시에 평가하면, 현재 개인이 겪고 있는 정신적 고통의 원인과 결과를 비교적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즉, 정신 구조의 취약한 부분에 스트레스가 가해져 정신 증상이 발생하게 되는 흐름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전의 검사들이 현재 발생한 정신 증상만 파악 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이 부분이 MHSQ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쉽게 알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MHSQ 프로그램은 결과 보고서를 통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신적 고통의 구조와 심하기를 상세하게 알 수 있게 한다. 과거에는 검사 결과를 간단히 주치의를 통해 전해들을 수밖에 없었다. 치료와 상담만으로도 진료 시간은 늘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진료 현실을 보완하기 위해, 주치의 설명이 없이도 피검자 자기 자신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결과 보고서를 제공한다. 이 보고서를 통해 자기 자신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진료실에서는 더 중요하고 심도 깊은 상담을 할 수 있다. 실제로 결과지를 받은 환자가 아닌, 일반인 대상자 천 여 명을 기준으로, 40%에 해당하는 인원이 상담을 받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을 방문했다. 이들 중에서는 즉각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한 대상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경증의 정신증상을 가지고 있는 정도였다. 또 그 중에는 연구진이 설정한 정신질환의 조기발견에 해당하는, 아직 정신 증상이 전혀 없는 단계에서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도 있었으며, 이들은 자기 자신을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 방문했으며, 결과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이 척도를 통해 우울, 불안, 공황, 특정공포, 강박, PTSD, 신체화 장애, 불면, 조증, 편집증, 정신증, 자살사고를 평가할 수 있으며 카페인, 알코올, 담배, 도박에 관한 중독장애도 평가할 수 있다. 여기에 의료진의 판단을 보조할 수 있는 비일관성과 긍정/부정 왜곡 평가 문항이 더해져 있으며, 스키마 기반의 정신구조 문항과 스트레스 평가 문항도 포함되어져 있다. 척도의 신뢰도와 타당도에 관한 논문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지 2019년 2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척도와 보고서의 강점 이외에도, 집이나 병원 대기실에서 온라인으로 검사를 스스로 하고, 결과 보고서를 온라인으로도 확인 할 수 있어 편리성도 강화되었다. 또한, MHSQ 결과 보고서에 연동해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작성한 정신의학신문의 컨텐츠들이 맞춤식으로 제공될 예정으로 확장성을 갖췄다. 현대적인 MHSQ 프로그램을 통해서 검사부터 결과, 결과 이후의 생활까지, 자신의 정신 건강을 더 효과적으로 지켜나갈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컨트롤타워 부재·공공의료 미비… 사회적 재난 키웠다

    컨트롤타워 부재·공공의료 미비… 사회적 재난 키웠다

    확진자 186명, 사망자 39명. 2015년 느닷없이 닥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한국 사회를 아비규환에 빠뜨렸다. 몸이 아파 병원을 찾았던 이들은 구멍난 방역체계 속에서 메르스의 소용돌이에 휩쓸렸다. 살을 맞대고 살아온 가족들은 음압병실과 두꺼운 방진복에 가로막혀 손도 잡아보지 못한 채 작별을 고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했던 정부가 우왕좌왕하면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 메르스 감염자와 가족, 이들을 돌보는 의료진까지 ‘바이러스’ 취급을 받으며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메르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정부는 그해 9월 국가방역체계 개편 방안을 내놓았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높여 위상을 강화하는 한편 감염병에 대해 24시간 감시를 하는 ‘긴급상황실’ 설립, 질병관리본부 방역관을 팀장으로 하는 ‘즉각대응팀’ 출동 등의 초기 즉각 대응체계 구축, 음압격리병상 확대와 권역별 감염병 전문치료병원 지정과 같은 전문치료체계 구축 등이 골자다. 역학조사관 확충과 역량 강화, 응급실에서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응급실 개편, 국민의 불신을 최소화하기 위한 위기관리 소통 강화 등도 포함됐다.2018년 9월 국내에 다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지만 3년 전의 실수는 반복되지 않았다. 공항 검역 단계에서 의심환자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한계로 남았지만, 의심환자가 입국 직후 병원으로 향했고 보건당국의 방역체계가 즉시 가동돼 추가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내년 1월부터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감염병 대응 이원화가 이뤄진다. 위험도가 큰 신종 및 변종 감염병은 질병관리본부가 대응하고,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감염병은 지자체가 현장 대응하며 질병관리본부는 지원한다. 전국 시군구의 보건소에 감염병 전담팀이 설치되는 등 지자체의 감염병 대응 역량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제2의 메르스 사태’는 없었지만 언제, 어디에서 또 다른 신종 감염병이 닥쳐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서울신문은 감염병 분야 전문가인 김병권 동아대 기업재난관리학과 교수와 김도형 미국 텍사스대 공공정책학과 교수의 자문을 통해 2015년 메르스 사태를 되돌아봤다. 우리나라의 감염병 대응체계 변화와 나아가야 할 방향도 짚어봤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피해가 커졌던 이유는. 김병권 교수 국가의 방역체계 자체가 부실했다. 초기 대응부터 늦었다. 질병관리본부가 감염병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한 2015년 5월 20일은 첫 번째 환자의 증상이 발현된 지 열흘 가까이 지나 여러 병원을 거치며 2차 감염자가 발생한 뒤였다. 초기 역학조사에 따른 격리와 방역 조치도 실패했다. 초기 격리 대상이 된 밀접접촉자의 범위는 당시 대응지침에 제시된 ‘2m 이내 1시간 이상’이었지만 이 기준에서 벗어난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평택성모병원에서는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있지 않았던 환자들에게도 메르스가 전파됐다. 일부 밀접접촉자는 격리되지 않고 출국했다 외국에서 격리되기도 했다. 14번째 환자는 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밀집된 환경에서 많은 사람들과 접촉해 2차 감염자가 대량으로 발생했다. 김도형 교수 메르스와 신종플루 등 2015년 당시 국외에서 유행하고 있던 신종 감염병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구체적이고 선제적인 준비가 부족했다. 이러한 예방적 차원의 대비 부족은 첫 환자 발생 이후 총체적인 부실을 야기했다. 초기 역학조사와 검역, 격리 대상 및 범위의 선정에서 안일하고 비전문적으로 대응했으며 지휘체계와 정보전달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의심 및 확진 환자에 대한 공공의료적 지원도 미비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음압병원과 격리병상 등이 부족해 의심환자의 이송과 격리가 지연됐고 질병의 빠른 확산을 막지 못했다.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환자 및 접촉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사회적 불안이 극대화한 것은 한국 사회의 대형병원 선호 문화, 간병 및 병문안 문화, 정부 및 전문가에 대한 신뢰 부족 등 사회문화적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컨트롤타워로서 정부의 역할은 어땠나. 김병권 교수 컨트롤타워가 계속 바뀌면서 혼선이 초래됐다. 5월 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세워진 뒤 28일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로 확대 개편됐고 5일 뒤 본부장이 차관에서 장관으로 격상됐다. 그러나 이후 민관합동대책반, 민관종합대응 태스크포스(TF), 대통령 지시로 세워진 즉각대응팀, 범정부메르스대책지원본부, 범정부 대책회의 등이 연이어 꾸려졌다. 메르스 대응 수준에 따라 조직이 확대·개편됐지만 컨트롤타워가 복잡하고 지휘·권한 체계가 명확하지 않았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투입된 정부 관계자들의 경험 부족도 드러났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병원 간에 정보 공유와 업무 협조도 순조롭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역학조사 결과 공유와 접촉자 관리 등의 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것도 감염자를 양산한 원인 중 하나다. 김도형 교수 메르스 확산을 신속하게 방어해야 할 정부 당국은 컨트롤타워의 부재와 책임 공방, 비능률적인 보고체계 등으로 골든타임을 놓쳤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물론 청와대와 국민안전처,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두고 불필요한 공방이 난무했다. 첫 확진 환자가 나온 게 5월 20일이었는데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즉각대응팀이 꾸려진 게 6월 8일임을 감안하면 2주 이상을 허비한 것이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의 정보 공개 등 정책 소통의 기회도 놓쳐 국민들에게 불신의 빌미를 제공했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괴담이 급속도로 유포되면서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초래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변화한 감염병 대응체계에 대한 평가는. 김도형 교수 정부가 내놓은 감염병 대응체계 강화 방안은 방대하고 다양한 내용을 포괄하고 있어 그 자체로는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을 확대하고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한 응급실 대응체계 개선 등의 노력은 2018년 메르스 환자가 다시 발생했을 때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었던 기반이 됐다. 김병권 교수 음압병실 등 감염병 치료시설 확충은 감염병 관리에서 매우 기초적인 시설이다. 그러나 의료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민간 병원에서 모두 갖추어 운영하기에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공 분야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 내년부터 실시되는 감염병 대응 이원화에 맞춰 감염병 대응 및 지원 분야 관련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각 지자체 인력을 중심으로 수행된다면 질병관리본부 자체의 자율성과 전문성 강화로 보기 어렵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감염병 대응체계 이원화는 현재의 중앙집권적 시스템 아래에서 지자체가 대응체계를 지속적으로 운영함에 있어 예산 등의 문제에 부닥칠 수 있다. 이동이 자유로운 시대에 한 지자체 단독으로 감염병에 대응한다는 것도 무리가 될 수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상호 협력이 보다 원활히 이뤄지도록 역할과 인력의 재배치가 필요하다. -국외의 감염병 대응체계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는가. 김도형 교수 2014년 에볼라, 2016년 지카바이러스 등 신종 해외 유입 감염병으로 인한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해온 미국을 참고할 만하다. 미국에서는 2014년 라이베리아에서 입국한 첫 번째 에볼라 환자가 사망하면서 2015년 우리나라의 메르스 사태 당시처럼 우려와 공포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CDC)의 에볼라대응팀(CERTs), 시설평가지원팀(FAST) 등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부여받은 강한 권한과 막대한 예산 및 전문성을 기반으로 대응해 추가 확산 없이 사태를 마무리했다.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당시 오바마 정부는 18억달러를 CDC에 투입해 감염병 차단을 위한 검역체계 개선과 국제공조 강화 등을 지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질병관리본부를 독립적인 인사와 재정권을 쥔 질병관리청으로 개편하고 보건복지부에서 보건 영역을 분리해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논의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여전히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김병권 교수 미국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과 A형 간염,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감염 등의 경험을 통해 사전 대비의 필요성을 깨닫고 ‘공중보건위기대응준비모델’을 구축했다. 이후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A(H1N1)를 경험하면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지방정부 차원의 대응 표준화를 위해 ‘공중보건위기대비역량’이 필요함을 제시했다. 사전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지역사회의 역량 강화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앙정부 중심의 대응체계를 운영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측면의 접근방식을 보여 준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신종 감염병 재난을 막기 위해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김도형 교수 감염병 대응에 대한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비전 수립과 예산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역학조사관과 공공병원, 음압격리실 등 공공의료 분야 시설 및 인력 확충도 절실하다. 특히 공공의료 부문이 서구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전(全) 정부 차원의 장기적·체계적인 감염병 대응계획과 재정 확보 노력이 위원회 등 책임있는 상설 기구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향후 어떤 방식으로 유입·확산될지 모를 신종 감염병의 유행을 막을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김병권 교수 감염병은 ‘사회적 재난’으로 분류되고 재난 상황으로 판단해 대응해야 한다. 풍수해와 같은 자연재난에 대한 대비는 대응 조직이 방대하게 구성돼 있다. 정부의 감염병 대응이 보건의 측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질병관리본부가 재난관리의 측면에서 감염병에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의 역할은 미래에 점차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공중보건 위기 분석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방안, 일상적 감염병 관리와 공중보건 위기 시 급증하는 방역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갖추기 위한 방안 등이 적극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감염병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 놓칠 수 있는 환자의 인권과 보호자의 심리에 대한 배려도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환자에 대한 지원과 가족의 심리 상담 지원을 실질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재난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진다.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정부의 몫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남편 앗아간 건 메르스가 아니라 정부의 책임회피였다”

    “남편 앗아간 건 메르스가 아니라 정부의 책임회피였다”

    “엄마, 아빠 이야기가 왜 책에 나왔어?” “아빠가 훌륭한 사람이라서 그래.” 지난해 11월 일곱 살 아들은 납골당에 잠들어 있는 아빠 곁에 두꺼운 소설책 한 권을 가져다 놓았다. 아들은 네 살 때 떠나간 아빠가 ‘하늘나라’라는 곳으로 갔다는 걸 어렴풋이 안다. 하지만 왜 아빠를 만나러 갈 수 없는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 ‘김석주’.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종식’과 동시에 세상에서 지워져버린 아빠는 새 이름으로 다시 세상에 호명됐다. 김탁환 작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소설 ‘살아야겠다’(북스피어)를 통해서다. 메르스라는 병마와, 정부의 무능과 싸우다 쓰러져 간 이들을 기리는 소설에서 ‘김석주’의 이야기는 감히 헤아리기조차 힘든 무게감으로 읽는 이들의 가슴을 후벼 판다. 172일 동안 격리된 채 사투를 벌이다 눈을 감은 마지막 사망자. ‘메르스 80번 환자’라 불렸던 그의 진짜 이름은 ‘김병훈’(사망 당시 35세)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의 감염자와 유족들은 다른 여느 재난 피해자와는 달리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숨어버렸다. 구멍 난 방역체계의 피해자임에도 ‘바이러스 덩어리’라는 낙인이 찍힌 탓이다. 김씨의 아내 배윤희(40)씨는 지금까지 목소리를 내고 있는 몇 안 되는 유족이다. “망망대해에 돌멩이라도 던지는 심정으로”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에 응했고, 메르스 피해자와 유족을 수소문하던 김탁환 작가의 손을 잡았다. 소설이 출간된 뒤 반향이랄 게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죽고 없어져도 이 이야기를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제 남편은 메르스에 감염됐다는 이유로 가해자 취급을 받았습니다. 아파서,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을 찾았을 뿐인데….” 배씨는 메르스 감염자들이 ‘전파자’로 매도당했던 기억에 가슴을 쳤다. 김씨가 폐렴 증상으로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던 2015년 5월 27일. 응급실에 머무르던 사흘 동안 ‘메르스 슈퍼 전파자’라 불렸던 ‘14번 환자’도 같은 곳에 있었다. 14번 환자는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됐지만, ‘2m, 1시간’이라는 지침상의 밀접접촉자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격리되지 않았다. 배씨는 14번 환자를 탓하지 않았다. “‘슈퍼 전파자’라 손가락질을 받으셨어요. 그분이 받았을 상처가 어느 정도였을지….”김씨는 6월 7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배씨는 “폐렴 증상이 계속돼 병원에 메르스 검사를 요청했지만 1주일이 지나서야 검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김씨에게는 1년 전 완치됐던 림프종까지도 다시 찾아왔다. 삼성서울병원에 1인실에서 메르스 대증(對症)치료를 받다 7월 3일 서울대병원 음압병실로 옮겨진 뒤 림프종마저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 면역력이 떨어져 메르스가 악화되고, 당장 메르스부터 잡으려니 항암 치료가 미뤄지는 상황이었다. 김씨의 투병 과정은 172일이라는 ‘세계 최장 투병기간’뿐 아니라 양성과 음성을 여러 차례 오갔다는 점에서 특수한 사례였다. 질병관리본부는 10월 1일 김씨가 PCR(환자의 침이나 가래 등에서 극소량의 유전자를 검출, 증폭시켜 바이러스를 검사하는 방법) 검사에서 ‘24시간 간격으로 2회 연속 음성’이 나와 최종 음성으로 판정돼 퇴원했다고 밝혔다. 배씨는 “8월에 이미 2회 연속 음성이 나와 격리해제가 이뤄졌어야 했지만 정부와 병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사이 다시 양성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질본과 서울대병원으로부터 더이상 PCR 검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9일 만에 고열로 걷기 힘든 상태가 돼 삼성서울병원을 다시 찾았고, 삼성서울병원의 PCR 검사에서 다시 양성이 나와 서울대병원 음압병실에 격리됐다. 김씨가 퇴원 뒤 다시 양성 판정을 받았을 때 질본은 “감염 또는 재발이 아닌, 환자 체내에 잠복해 있던 극소량의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감염력은 0%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림프종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사실상 죽은 바이러스 조각이 남아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김씨가 10월 초 퇴원해 집에 머무르는 동안 배씨와 아들을 포함해 김씨와 접촉했던 사람들 129명 어느 누구에게서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의 방침은 모호했다. ‘24시간 간격으로 2회 연속 음성’이라는 기준을 여러 차례 충족했는 데도 정부는 김씨에 대한 격리를 해제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김씨가 음압병실 안에서 메르스 치료를 받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에 대해 질본은 11월 16일 해명자료를 통해 “10월 초 음성 판정을 받았을 때와 동일하게 감염력은 여전히 낮다”면서도 “양성과 음성을 반복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가 환자에 대한 감염관리 철저를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질본이 근거로 든 한국·WHO 간 메르스 상황점검회의(10월 26일 개최)에서 WHO는 김씨에 대해 “감염력이 현저히 낮다(extremely low)”고 해석하며 메르스의 “전파 가능성 해소(the end of transmission)”라는 표현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질본 10월 29일 보도자료). 정부 스스로 앞뒤 안 맞는 해명을 내놓은 셈이다.배씨는 “남편은 음압병실에 있다는 이유로 림프종 치료를 제한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질본은 당시 “받아야 할 항암치료를 못 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배씨는 “검사실로 이동해 받아야 하는 MRI와 CT 검사,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을 위한 유전자 검사, 백혈구 수혈을 위해 주사를 꽂는 일 등을 가족들이 항의하고 언론에 제보해서야 이뤄진 적이 많았다”면서 “병원은 환자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에 하나 남아 있을지 모를 감염력이라도 차단하는 게 정부의 역할일 것이라고 배씨는 믿었다. 다만 림프종 치료가 한시라도 급했기에 언제 격리가 해제될지에 대한 확답이 절실했다. 배씨는 정부에 “남편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격리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병원은 “결정권은 정부에 있다”고 했고, 질본은 연락조차 닿지 않았다. 배씨가 계속해서 항의 메시지를 보냈던 질본의 한 관계자는 배씨의 전화번호를 수신 차단했다. 골수이식에 희망을 걸었던 김씨의 건강은 하루가 다르게 악화됐다. 급기야 병원에서 연명치료 중단을 제안해 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배씨가 격리 해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던 11월 25일 새벽 3시 6분 김씨는 결국 눈을 감았다. 사인은 메르스가 아닌 악성 림프종이었다. 김씨는 족쇄 같았던 소변줄과 콧줄을 치렁치렁 단 채로 관에 담겼다. 차가운 비닐팩이 김씨의 몸을 이중으로 감쌌다. 관에 탕탕 못을 박는 소리가 마치 “다시는 이 땅에 발을 내딛지 말라”는 마지막 경고처럼 배씨의 가슴에 박혔다. 관이 음압병실을 나와 화장터로 향하는 길에 노란 줄이 쳐졌다. “몇 미터 밖으로 떨어지라”며 밀치는 통에 배씨는 남편의 관을 따뜻하게 안아주지도 못했다. “이게 남편과의 이별 방식이어야 했을까요. 병원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였나요.” 배씨가 서울대병원의 차가운 바닥 위에서 절규하던 그날 아침, 포털사이트는 “메르스 제로” “메르스 종식” 이라는 헤드라인으로 뒤덮였다. 배씨는 보건복지부와 질본으로부터 위로의 전화나 문자메시지 한 통조차 받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공중 보건과 환자 개인 사이에서 최선의 노력을 한 것이었다면 마음이 덜 아팠을 겁니다.” 감염력이 사실상 0%였고 더이상 메르스 치료를 받지도 않는 김씨를 계속 음압병실에 가둬놓았던 건 정부와 병원의 책임 회피가 아니었냐고 배씨는 되묻고 있다. 배씨는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도움으로 정부와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의 생명을 앗아간 게 메르스가 아닌 정부와 병원의 무능과 무책임이 아니었는지를 따져 물으려 한다. 소송은 아직 1심도 열리지 않았다. 소송의 첫 단추인 의료감정을 해줄 기관을 찾는 데서부터 난관이었다. “이기기 힘들 것”이라는 회의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남편의 죽음에 애도가 아닌 안도를 한 세상과도 싸우고 있는 것 같다”고 배씨는 말했다.정부로부터 사과를 받는 게 끝이 아니다. 배씨는 ‘감염병 환자의 인권’에 대한 목소리도 낼 생각이다.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바깥 공기 한 번 쐬지 못한 채 눈을 감아야 했던 남편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서다. “남편이 음압병실에 갇혀있는 동안 그리워한 건 특별한 게 아니었습니다. 자동차들이 지나다니는 소음, 사람들의 말소리를 듣고 싶어했어요.” 김씨는 음압병실에 갇혀 있는 동안 아들의 얼굴을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했다. 24시간 돌아가는 카메라 앞에서 침대 위에 누운 채 용변을 해결해야 했다. 극심한 우울증이 김씨의 몸과 마음을 파고드는 동안 어느 누구도 살펴보지 않았다고 배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남편이 죽은 뒤에도 소변줄과 콧줄을 빼내주지 못한 게 가슴에 사무친다”는 배씨는 대학원에 진학해 환자의 인권에 대한 고민을 박사논문으로 풀어낼 계획이다. 비행기를 타고, 로켓을 타고 아빠를 만나러 가겠다던 아들은 이제 떨어진 속눈썹을 후 불며 소원을 빈다. “아빠를 돌려달라고 빌었는데 이뤄지지 않아… 엄마, 다음엔 우리 같이 소원 빌자.”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이 언젠가 장편소설 한 권을 읽을 나이가 될 때까지 배씨는 해야 할 일이 많다. “남편의 이야기가 세상에서 잊혀지고 없었던 일이 되는 게 제일 두렵습니다. 불씨가 꺼지지 않게 계속 목소리를 낼 겁니다. 이렇게라도 사랑했던 남편을 추모하려고 합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여기는 중국] 8살 소녀 배에서 나온 1.8㎏ 머리카락…라푼젤 증후군

    [여기는 중국] 8살 소녀 배에서 나온 1.8㎏ 머리카락…라푼젤 증후군

    8살짜리 어린이 위장에서 1.8㎏에 달하는 ‘헤어볼’이 나왔다.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는 페이페이(菲菲)라는 이름의 한 소녀가 지난달 초 심한 복통과 구토, 식욕부진에 시달리다 병원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소녀의 어머니는 아파하는 딸의 배를 쓰다듬어주다 위 자리가 볼록한 것을 발견하고 병원을 찾았다. 단순히 체기가 오래가는 줄로만 알았던 소녀의 어머니는 며칠이 지나도 딸의 증세가 나아지지 않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의료진 역시 과식으로 인한 복통으로 여기고 치료를 이어갔지만 차도가 없자 의문을 가졌다. 해당 병원의 의사는 남방도시보와의 인터뷰에서 “과식에 의한 복통으로 여기고 관을 삽입해 위세척을 했다. 3일간 보수적 치료 후에도 증세가 악화돼 CT검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소녀의 위장 CT 사진에서 정체불명의 커다란 덩어리를 발견하고 긴급 수술에 들어갔다. 수술 결과 소녀의 위장에 자리잡고 있던 건 다름 아닌 ‘머리카락 덩어리’였다. 담당의는 소녀의 위장에서 1.8㎏에 달하는 머리카락 덩어리가 나왔으며, 크기로 볼 때 소녀가 오래 전부터 머리카락을 먹어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소녀의 어머니는 딸이 2살 때부터 머리카락을 먹는 나쁜 습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딸이 5살이던 해 여름을 할머니댁에서 보냈다. 방학이 끝나고 찾아가보니 머리카락이 반이나 빠져 있어 깜짝 놀라 딸에게 자초지종을 물으니 머리카락을 먹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페이페이는 심심할 때마다 머리카락을 뽑아 입에 물고 놀다 먹었다고 털어놨다. 소녀는 이식증(異食症)이 식모벽(食毛癖)으로 발전한 케이스였다. 이식증은 모래나 자갈, 곤충, 머리카락 등 음식이 아닌 것을 먹는 증상으로 만 1세에서 2세 사이에 나타난다. 초기 아동기에 이식증을 보인 아동은 9~18세 사이 아동청소년기에 식모벽, 폭식증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다. 페이페이가 가지고 있던 식모벽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아 먹는 증상으로 ‘라푼젤 증후군’이라고도 하며 아직 정확한 원인과 치료법은 밝혀지지 않았다. 1779년에는 이 증상을 가지고 있던 여성이 소화기관에 쌓인 머리카락 덩어리 때문에 사망하기도 했다. 의료진은 “수술 후 다행히 페이페이의 상태는 안정됐으나 나쁜 습관을 교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페이페이의 어머니는 딸의 나쁜 버릇을 발견하고부터 딸 옆에 붙어 머리카락 먹는 것을 막았지만 과거에 먹은 머리카락이 쌓여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계속해서 딸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전염 안 되는데…피부병 때문에 여객기서 쫓겨난 모자

    전염 안 되는데…피부병 때문에 여객기서 쫓겨난 모자

    희소 유전 피부 질환을 앓고 있는 모자가 비행기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텍사스에서 달라스로 가는 아메리칸에어라인 비행기에 탑승한 여성과 그의 아들이 여객기에서 강제로 내려야만 했다고 전했다. 조던 플레이크라는 이름의 미국 여성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목요일 남편 크리스를 만나기 위해 오른 비행기에서 굴욕적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한살배기 아들 잭슨을 데리고 달라스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조던은 남편을 만날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다행히 잭슨도 울지 않았고 옆자리 승객에게 사랑스러운 미소를 띄우며 인사를 나눴다. 그러나 이륙 직전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마주했다. 그녀에게 다가온 승무원은 옆 좌석 남성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고, 조던에게 피부 질환 유무에 대해 물었다. 조던과 그녀의 아들 잭슨은 유전 피부 질환인 ‘어린선’을 앓고 있었다. 비늘증이라고도 불리는 어린선은 마치 물고기 비늘처럼 피부 각질이 일어나는 증상으로, 다양한 유전 방식을 보이며 250명당 1명 정도의 비율로 발생한다. 어린선은 보통염색체 우성 유전으로 아토피 피부염이 동반되기도 한다. 유전 질환으로 예방법은 없으나 전염되지 않는다.  조던은 자신이 어린선을 앓고 있으며 전염성이 없어 의사에게 비행기 탑승 허가도 받았다고 아메리칸에어라인 승무원에게 설명했다. 조던과 잭슨의 상태를 두고 승무원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으나 결국 그들은 최종적으로 비행기 하차 통보를 받았다. 조던은 “승무원은 기장과 우리 상태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았다. 기장은 오히려 괜찮다는 입장이었지만 승무원은 무례한 태도를 유지하며 비행기에서 나와 아들을 내쫓았다”고 밝혔다. 이어 “살면서 이런 굴욕은 처음”이라고 분노했다.  결국 한살배기 아들을 안고 비행기에서 내린 조던은 수하물을 찾지 못해 텍사스에 발이 묶였다. 항공사 측은 조던에게 호텔과 다른 항공사의 항공편을 제공했지만 군입대를 앞둔 남편과의 짧은 만남은 촉박해지고 말았다. 조던은 “나는 전염성 없는 내 피부 문제로 차별을 받았다. 성별, 피부색 등을 기준을 넘어 이제는 피부가 좋은지 나쁜지로 사람을 차별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항의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아메리칸에어라인은 폭스뉴스 측에 보낸 성명서에서 “우리의 목표는 모든 고객을 환영하는 것”이라면서 “조던과 그녀의 아들이 겪은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또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이미 조사에 착수했으며 조던과도 직접 접촉해 항공편 업그레이드를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환각’ 대마초로 만든 쿠키·사탕, 日반입 급증…인터넷 주문까지

    ‘환각’ 대마초로 만든 쿠키·사탕, 日반입 급증…인터넷 주문까지

    대마의 환각 성분이 들어간 스낵, 사탕, 케이크 등 과자류의 외국으로부터 밀반입이 급증하면서 일본 보건·사법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상당수가 미국 캘리포니아 등 대마를 합법화한 국가 및 지역에서 반입되고 있으며, 인터넷으로 직접 주문하거나 지인에게 부탁해 몰래 들여오는 경우가 많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전역의 세관에서 압수한 대마가 156㎏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하며 최근 10년간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대마 성분이 함유된 과자나 전자담배용 액체류 등 형태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건조된 잎을 들여오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최근 들어 젊은이들을 겨냥해 대마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대마 성분 함유 과자는 스낵류를 비롯해 쿠키, 사탕, 케이크 등 형태도 다양하다. 지난 1월에는 대마 성분이 들어간 스낵과자 등 920g을 미국에서 몰래 들여오려던 요코하마시 남성 회사원(58)이 대마단속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 남성은 지난해 9월 인터넷을 통해 스낵을 주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자 자체는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팔리는 상품이지만, 세관 직원이 과자가 담긴 박스를 수상하게 여겨 적발해냈다. 지난해 12월에도 도쿄 하네다공항 세관이 대마 성분이 함유된 스낵 과자를 적발햇다. 같은 달 나라에서도 대마 스낵 과자를 미국에서 반입하던 20대 남성 회사원이 체포됐다. 일본세관 수사 관계자는 “개인들의 마리화나 소지가 합법인 캘리포니아 등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대마 성분이 들어있다고 포장에 명시된 과자도 판매되고 있다”며 “인터넷에서 주문하거나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일본에 들여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에 말했다. 교토대 약학대학원 가네코 슈지 교수는 “과자 등을 통해 대마를 섭취하더라도 환각 등 증상은 나타난다”며 “오히려 연기로 빨아들이는 것보다 마약이라는 저항감이 약해져 문제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젊은층을 중심으로 섣불리 손을 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겨울철에 찬 음료만 마신다면 빈혈을 의심해라?

    겨울철에 찬 음료만 마신다면 빈혈을 의심해라?

    겨울철에도 얼음과 찬 음료만 고집한다면 빈혈을 의심해봐야 한다. 최근 방송된 KBS 2TV ‘생생정보’에서는 겨울철 찬 음료만 고집하는 것이 빈혈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내용이 공개됐다. 이에 대해 심경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한겨울에 찬 음료를 찾게 되면 빈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진짜”라고 말했다. 심 전문의는 “한겨울에 따뜻한 커피나 차 대신 얼음이라든지 차가운 음료만을 고집하는 것을 ‘빙섭취증’ 또는 ‘냉식증’이라고 한다. 이러한 증성이 있는 경우 빈혈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본인이 평소 얼음과 찬 음료를 좋아한다고 밝힌 한 사례자는 채혈 검사를 통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알아보기로 했다. 그 결과 철분이 많이 부족한 빈혈로 진단됐다. 심 전문의는 “철분이 부족하게 되면 적혈구가 제기능을 못하게 되고 뇌로 가는 산소가 부족하게 된다. 이 경우 체온 조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입 안 온도가 올라가면서 무의식적으로 찬 음료를 찾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빈혈이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차가운 얼음이나 음료를 계속 찾게 되는 것은 철 결핍성 빈혈 증상의 한 가지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KBS2 ‘2TV 생생정보’ 방송 캡처 연예부 seoulen@seoul.co.kr
  • [건강을 부탁해] ‘하얀 피’ 가진 남성 사연 … ‘이것’ 때문이었다

    [건강을 부탁해] ‘하얀 피’ 가진 남성 사연 … ‘이것’ 때문이었다

    검사를 위해 채취한 혈액이 불과 2시간 만에 하얗게 변한 사례가 국제학술지에 소개됐다고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가 지난달 26일 보도했다. 사례에 따르면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39세 독일 남성은 메스꺼움과 구토, 두통 등을 호소하다 의식을 점차 잃어가는 상태에서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 환자는 당뇨병을 앓고 있었으며, 의료진은 증상 완화를 위해 다양한 약물을 사용해봤지만 효과가 없었고, 결국 응급실에서 의식을 잃었다. 혈액검사 결과 이 환자는 혈액 내 트리글리세리드(triglyceride) 수치가 매우 높았다. 트리글리세리드는 콜레스테롤과 함께 동맥 경화를 일으키는 혈중 지방 성분이다. 일반적으로 150mg/dL(콜레스테롤이나 혈당의 단위) 이하가 '정상', 500mg/dL까지는 ‘매우 높음’으로 간주되는데, 사례 속 환자의 수치는 무려 1만 4000mg/dL로 정상 수치의 약 94배에 달했다. 의료진이 혈액검사를 위해 채취한 환자의 혈액은 2시간이 지난 뒤 뿌연 흰색으로 변했는데, 이 역시 지나치게 높은 트리글리세리드 수치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환자에게서는 당뇨병성 케톤산혈증(diabetic ketoacidosis)도 확인됐다. 이는 당뇨병의 급성합병증 중 하나로,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때 당보다 지방을 사용함으로써 야기되는 신대사물 축적 및 수분과 당의 손실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결국 의료진은 당뇨병성 케톤산혈증 및 높은 트리글리세리드 탓에 의식을 잃고 호흡이 어려운 환자를 위해 혈장반출(혈장 내 유해물질을 체외순환에 의해 기계적으로 제거하는 치료법)을 시도했다. 하지만 최초시도 당시 환자 혈액 내 지방비율이 너무 높아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두 차례 더 시도했으나 체외순환을 위한 기계가 여전히 지방에 막혀 작동하지 않았고, 결국 의료진은 직접 혈액을 체외로 제거하는 사혈(瀉血)을 통해 환자의 트리글리세리드 지방을 제거해야 했다. 이틀 뒤에야 환자의 혈액 내 지방 수치가 체외순환 기기를 이용할 정도까지 낮아졌고, 5일 후에는 원활하게 호흡할 수 있었다. 당시 의료진은 라이브사이언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런 사례를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혈액 내 지방 수치가 극도로 높았고, 이 때문에 혈액을 체외에서 걸러주는 기기조차 사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현상은 환자의 적절하지 못한 식습관과 당뇨병의 그릇된 대처, 그리고 인슐린 저항 및 비만 등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례는 미국에서 발간되는 국제학술지인 ‘내과학 저널 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 journal) 2월 25일자 최신호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왜 거기서 나와?’…후각 마비된 남성, 코 속에서 ‘치아’ 발견

    ‘왜 거기서 나와?’…후각 마비된 남성, 코 속에서 ‘치아’ 발견

    호흡이 어려워졌다고 호소하는 50대 남성의 코 안에서 치아가 발견된 사례가 의학지에 소개됐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등 과학전문매체가 27일 보도했다. 지난 21일 ‘영국의학저널 사례보고‘(BMJ Case Reports) 최신호에 소개된 이 사례의 주인공은 덴마크의 59세 남성으로, 무려 2년 간 심한 코막힘과 콧물 등으로 호흡이 어렵고 후각조차 마비 될 지경에 이르렀다며 병원을 찾았다. 오후스대학의 이비인후과 의료진이 CT 검사를 시행했고, 그 결과 코가 한쪽으로 휘어졌으며 비강(코안)에는 낭종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의료진은 곧바로 종양 덩어리를 제거하기 위한 수술에 들어갔다가, 환자의 비강에서 자라는 것이 종양이 아닌 치아라는 것을 알게 됐다. 환자의 코에서 자라고 있던 치아는 코 내부의 세포 조직과 염증에 둘러싸여 있어 언뜻 보기에는 치아라는 것을 전혀 인지할 수 없었다. 의료진은 “환자의 비강에서 치아가 자라게 된 이유를 밝혀내진 못했으며, 유사한 사례가 있긴 하나 비강 내 치아를 가진 사람은 전체 인구의 0.1~1%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보다는 남성에게서 나타나는 확률이 높으며, 외상이나 세균 오염에 따른 결과일 가능성도 있다”며 “입술이나 입천장이 갈라져 있을 경우 치아가 비강에서 자랄 확률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례로 소개된 환자의 경우 어린 시절 턱과 코의 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적이 있지만, 이 경험과 비강 내 치아 사이에는 큰 연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이미 오래전부터 환자의 비강 내에 치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에 들어서야 염증으로 인한 증상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남성 환자는 비강 내에서 자라던 치아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뒤 후각 마비 또는 코막힘 등의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는 등 건강을 되찾았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하얗게 변해버린 혈액…정상보다 94배 많은 지방 때문이었다

    하얗게 변해버린 혈액…정상보다 94배 많은 지방 때문이었다

    검사를 위해 채취한 혈액이 불과 2시간 만에 하얗게 변한 사례가 국제학술지에 소개됐다고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가 26일 보도했다. 사례에 따르면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39세 독일 남성은 메스꺼움과 구토, 두통 등을 호소하다 의식을 점차 잃어가는 상태에서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 환자는 당뇨병을 앓고 있었으며, 의료진은 증상 완화를 위해 다양한 약물을 사용해봤지만 효과가 없었고, 결국 응급실에서 의식을 잃었다. 혈액검사 결과 이 환자는 혈액 내 트리글리세리드(triglyceride) 수치가 매우 높았다. 트리글리세리드는 콜레스테롤과 함께 동맥 경화를 일으키는 혈중 지방 성분이다. 일반적으로 150mg/dL(콜레스테롤이나 혈당의 단위) 이하가 '정상', 500mg/dL까지는 ‘매우 높음’으로 간주되는데, 사례 속 환자의 수치는 무려 1만 4000mg/dL로 정상 수치의 약 94배에 달했다. 의료진이 혈액검사를 위해 채취한 환자의 혈액은 2시간이 지난 뒤 뿌연 흰색으로 변했는데, 이 역시 지나치게 높은 트리글리세리드 수치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환자에게서는 당뇨병성 케톤산혈증(diabetic ketoacidosis)도 확인됐다. 이는 당뇨병의 급성합병증 중 하나로,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때 당보다 지방을 사용함으로써 야기되는 신대사물 축적 및 수분과 당의 손실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결국 의료진은 당뇨병성 케톤산혈증 및 높은 트리글리세리드 탓에 의식을 잃고 호흡이 어려운 환자를 위해 혈장반출(혈장 내 유해물질을 체외순환에 의해 기계적으로 제거하는 치료법)을 시도했다. 하지만 최초시도 당시 환자 혈액 내 지방비율이 너무 높아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두 차례 더 시도했으나 체외순환을 위한 기계가 여전히 지방에 막혀 작동하지 않았고, 결국 의료진은 직접 혈액을 체외로 제거하는 사혈(瀉血)을 통해 환자의 트리글리세리드 지방을 제거해야 했다. 이틀 뒤에야 환자의 혈액 내 지방 수치가 체외순환 기기를 이용할 정도까지 낮아졌고, 5일 후에는 원활하게 호흡할 수 있었다. 당시 의료진은 라이브사이언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런 사례를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혈액 내 지방 수치가 극도로 높았고, 이 때문에 혈액을 체외에서 걸러주는 기기조차 사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현상은 환자의 적절하지 못한 식습관과 당뇨병의 그릇된 대처, 그리고 인슐린 저항 및 비만 등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례는 미국에서 발간되는 국제학술지인 ‘내과학 저널 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 journal) 25일자 최신호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근무시간 긴 직장 여성, 우울증 위험 커진다…남성은? (연구)

    근무시간 긴 직장 여성, 우울증 위험 커진다…남성은? (연구)

    직장에서 오랜 시간 일하는 여성은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길 웨스턴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이 2009년 이후로 추적된 영국 성인남녀 2만3000여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위와같은 결과를 영국의학회지(BMJ) 그룹이 발행하는 학술지 ‘역학·공동체 건강저널’(Journal of Epidemiology and Community Health)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주 55시간 이상 일하는 여성들은 주 35~40시간 일하는 여성들보다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더 컸다. 그 차이는 평균 7.3%로, 우울증에 걸린 여성들은 자신이 가치가 없거나 무능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남성들의 경우 전반적으로 오랜 시간 일해도 우울증을 겪을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반면 주말 근무는 남녀 모두 우울증 위험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 내내 또는 대부분 시간을 일한 여성들은 평일에만 일하는 여성들보다 평균 4.6% 더 우울증을 겪었다. 남성들의 경우 이 수치는 3.4%였다. 이런 남녀 격차에 대해 연구진은 여성들은 퇴근하더라도 집안일을 해야한다는 부담감을 떠안게 되는 경우가 많은 데 그 점이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웨스턴 박사는 “이번 연구만으로 정확한 원인을 규명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많은 여성은 남성들보다 더 많은 가사노동을 해야하는 추가적인 부담감을 안고 있으며 이 때문에 총 노동 시간이 늘어나고 시간 압박감을 받으며 엄청난 책임감을 떠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우리는 이번 결과가 고용주들과 정책결정자들로 하여금 오래 일하거나 시간이 불규칙하게 일하는 여성들의 부담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이들 여성이 원하는 때에 일할 수 있도록 능력을 제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더 공감이 가는 근로 관행은 근로자와 고용주는 물론 더 나아가 남녀 모두에게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또 집에 자녀가 있는 기혼 여성들은 미혼인 여성들보다 오랜 시간 일하는 경향이 있지만, 기혼 남성들은 미혼인 남성들보다 사무실에서 야근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여성의 경우 4명 중 1명도 안 됐지만, 남성의 경우 거의 절반이 일주일에 40시간 이상 일하는 경향이 있었다. 다만 여성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성은 거의 절반이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남성은 7명 중 1명만이 파트타임 근로자였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오랜 시간 일하는 여성들 사이에서 우울 증상이 나타난다는 이번 결과는 장시간 유급 노동이 가사 노동에 더해질 때 여성이 겪을 수 있는 잠재적인 이중 부담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기존 연구들은 일단 무급 가사노동과 육아가 설명되면 여성들은 평균적으로 남성들보다 더 오래 일하며 이 때문에 더 나쁜 신체 건강과 관련이 있다고 봤다”면서 “이번 결과는 고용주와 정책입안자들이 노동력에 관한 여성의 완전한 참여를 제한하지 않고, 정신적인 근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개입을 고려하도록 장려한다”고 말했다. 사진=123r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여기는 중국] 호텔 숙박 하루 만에 심각한 탈모…여성 고객 논란

    [여기는 중국] 호텔 숙박 하루 만에 심각한 탈모…여성 고객 논란

    호텔 투숙 후 갑작스러운 탈모 증상을 겪는 여성의 사연이 공개돼 화제다. 지난 16일 중국 구이저우성(贵州省) 구이양시(贵阳市) 난밍취(南明区) 위광루(玉厂路) 거리에 소재한 ‘7데이즈인(7 days Inn)’ 호텔에 투숙했던 샤오후 씨. 그는 중저가 프랜차이즈 호텔 ‘7데이즈인’에서 1박 후 자신의 정수리 부분에 심각한 탈모 증상이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사건이 있었던 당일 샤오후 씨는 호텔 투숙 후 자신의 정수리 가르마 부분에 가로 세로 각각 3cm, 5cm가량의 탈모 증상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의 증언이 따르면, 호텔 입실 직전에는 탈모 증상을 경험 바 없었으나 체크아웃 직후 자신의 가르마 부분에 심각한 탈모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는 것. 샤오후 씨는 해당 호텔에 투숙할 당시 누군가 자신의 방을 열고 들어와 본인이 모르는 사이 머리카락을 강제로 뽑아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호텔 방에서 하루 밤 잠을 자고 났더니 머리가 많이 빠져 있었다”면서 “머리카락이 이렇게 흉측하게 벗겨진 것은 생전 처음 겪는 현상이다. 아무래도 입실 당시 카운터를 지켰던 직원이 몰래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사건 직후 샤오후 씨는 담당 지역 공안국에 사건을 신고 조치, 담당 공안과 함께 문제의 호텔을 재방문했다. 특히 공안국 관계자는 사건 발생 당시 담당 직원에게 샤오후 씨가 투숙했던 객실과 연결된 호텔 내부의 모든 CCTV를 확인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호텔 측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해 기이하게 여겼다는 점에서 샤오후 씨와 공안국 관계자 등과 공동으로 당시 문제의 객실과 연결된 모든 CCTV를 현장에서 즉시 확인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오후 씨의 예측과 달리, 그가 호텔에 투숙했던 지난 16~17일 당시 객실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간 사람을 찾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객실로 이어진 복도와 승강기에 설치된 CCTV에도 당시 문제가 될 만한 사람을 확인하지 못했던 셈이다. 다만, 객실 내부의 경우에는 객실 고객의 개인 사생활 침해 우려로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해 샤오후 씨는 “호텔 객실에서 발생한 사건인 만큼 그 이유를 막론하고 호텔 측이 경제적인 보상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호텔 측은 “샤오후 씨가 당한 일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심정이기는 마찬가지다”면서도 “그녀의 탈모 현상이 어떤 이유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등 양측이 팽팽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다만, 이에 대해 호텔 측은 샤오후 씨와 공동으로 인근에 소재한 두피 관리 전문 센터를 찾아 탈모의 원인과 치료 방법, 치료비 등을 정산한 후 이에 대해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궁민남편’ 권오중, 아들 발달장애 언급에 오열 “나을 줄 알았어”

    ‘궁민남편’ 권오중, 아들 발달장애 언급에 오열 “나을 줄 알았어”

    배우 권오중이 발달장애를 앓는 아들을 언급하면서 눈물을 쏟았다. 24일 방송된 MBC ‘일밤-궁민남편’(이하 궁민남편)에서 출연진들은 권오중을 위해 ‘갱년기 파티’를 열었다. 이날 권오중은 “갱년기 검사를 위해 한 달 반 전 병원을 찾아갔다. 주말에는 나갈 힘도 없었다”면서 “병원에서 갱년기가 있다고 했다. 갑자기 욱하는 증상이 있었고 감정조절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심리전문가 김영한 소장은 ‘이중자아기법’ 치료를 통해 권오중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차인표와 김용만은 상황극에 나섰다. 차인표는 권오중에 “나는 너를 지난 48년간 쭉 봐왔는데 넌 잘하고 있어. 최고의 아빠야”라며 “아빠 금메달 딴 사람 같아. 더 잘하지 않아도 돼. 슬프면 울면 돼”라고 말했다. 이어 차인표는 권오중의 아들을 언급하며 “더 나이가 들면 아들 혁준이가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하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중요한건 너가 잘해내고 있다는 것. 그냥 그날을 열심히 살아온 거다”라며 “최고의 아빠이자 최고의 남편, 최고의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용만도 권오중에게 “내가 아는 권오중은 굉장히 밝은 아이다”라며 “그런데 힘든 일 때문에 타협을 보려는 것 같다. 가끔 희망을 잊고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권오중은 “나는 우리 애가 나을 줄 알았어”라면서 “우리 애가 가끔씩 ‘나 언제 나아?’라고 물어보는데 내가 뭐라고 이야기해야 하니”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에 김용만은 “이런 이야기를 네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아질 수 없다고 해서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라고 위로했다. 과거 한 방송에서 권오중은 “아들이 평범하게 태어나지 않았다. 굉장히 특별한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한다”며 아들의 발달장애를 고백한 바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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