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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내겐 너무 특별한 계모임…종류도 애환도 가지가지

    [20&30]내겐 너무 특별한 계모임…종류도 애환도 가지가지

    돈도 불리고 친목도 쌓는 계모임이 불황기 각박한 인심을 파고들었다.주식,펀드 수익률이 고전을 면치 못하자 남녀를 불문하고 계를 통한 돈불리기가 유행이다.재테크,맛집 탐방,공동구매에서 해외여행까지 계를 하는 이유도 가지가지.하지만 곗돈을 먼저 타려고 눈치작전을 펴는 건 여전한 풍경이다.계주가 돈을 들고 튀거나 곗돈을 펀드에 넣었다가 수익률이 급락해 인간관계가 헝클어지는 경우도 많다.요즘 젊은 남녀들의 계모임을 들여다봤다. ●‘취미계’ 기쁨 두 배  영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김모(27)씨는 졸업논문 때문에 눈코뜰새 없지만 취미생활인 발레는 절대 빼먹지 않는다.일주일에 두 번 집에서 한시간 거리인 압구정동까지 꼬박꼬박 출석한다.어렸을 때부터 발레 한 번 배워보는 게 소원이었던 김씨는 1년 전 학원에 등록하며 ‘로망’을 풀었다. 성인발레 전문인 학원에는 김씨같은 여성들이 많았다.깡마른 몸매를 선녀날개같은 발레복으로 감싸고 날렵하게 점프하는 발레공연에 빠져 김씨는 ‘발레계’를 조직했다.괜찮은 콘서트홀에서 발레공연을 보려면 20만원을 훌쩍 넘기 때문이다.“학생신분에 20만원이면 버겁죠.한 달에 5만원씩 넣으면 주요 공연은 다 관람할 수 있어요.”발레리나 강수진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은 9월 티켓 오픈 때 인터넷 예매로 사수했다.  학원 강사 박모(26)씨는 다음달이면 명품 C브랜드의 ‘2.55백(55년 2월 출시)’을 손에 넣을 꿈에 부풀어 있다.박씨는 졸업과 동시에 대학 동기들과 ‘명품계’를 조직했다.명품가방을 구매하기 위해서다.박씨는 대학생 때부터 밥값,차값을 몇달씩 살뜰히 모아 가방 한 점을 장만했던 가방마니아.시즌마다 나오는 ‘신상’을 살 수 있다면 몇 정류장을 걸어다니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뜻맞는 친구들을 물색해 만든 가방계는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모임이었다.  박씨 일행이 첫 번째 대상으로 택한 가방은 300만원이 훌쩍 넘었다.전세계에서 3초에 한개씩 팔려나간다는 L브랜드의 ‘스피디백’같은 흔한 백은 질렸다.“가격이 비쌌지만 곗돈으로는 과감히 지를 수 있겠더라고요.”누가 가장 먼저 가방을 갖느냐를 두고 친구들끼리 신경전도 일었다.“저는 6명 중에 네 번째예요.다음엔 제가 좋아하는 다른 브랜드로 구매할 거예요.”  중학교 체육교사 최모(27)씨는 해외여행 한번 못 가본 한을 뒤늦게 풀고 있다.최씨는 학생 시절 겨울방학 때마다 스키강사 아르바이트를 하고 2005년 졸업 직후 스물 넷 어린 나이에 교사로 임용됐다.  쉼표없이 달려온 최씨 인생에서 ‘여행계’는 숨통 한 자락과 같았다.여행계 멤버는 같은 학교에 발령받은 새내기 교사 권모(29)·이모(27)씨였다.셋은 ‘SES’란 별명까지 얻으면서 학교에서 겪는 고단함부터 남자친구,집안얘기로 끈끈하게 뭉쳤다.3총사의 동료애는 맏언니격인 영어교사 권씨의 주도로 여행계로 거듭났다.일본,유럽,동남아 배낭여행으로 다져진 권씨의 주도로 2006년 3월부터 매달 20만원씩 부었다.여섯달 만인 2006년 8월,각자 120만원씩 쥐고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최씨는 “한 번에 120만원을 쓰는 것은 부담스러웠지만 ‘한 번 가는 일본’이란 생각으로 끼니때마다 맛집을 찾아다녔어요.덕분에 모처럼 호사를 누렸죠.”라고 했다.그녀는 “차곡차곡 모은 덕분에 큰 부담없이 첫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며 흡족해했다.  최씨는 또 다음 시즌 여행 계획에 한껏 들떠 있다.“안 가봤을 땐 잘 몰랐는데 한 번 다녀오니까 또 가고 싶어지더라고요. 돈을 모으면서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갈까?’하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설레요.”  혼자 돈을 모으면 의지가 약해질 법한데 여럿이 모으니 여행계획도 함께 짜는 가외의 장점도 있었다.두번째부턴 방학 때마다 한 사람에게 360만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바꿨다.최씨는 이 돈으로 2007년 1월 겨울방학 때 호주로 나홀로 여행을 갔다.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물론,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 경기도 관람했다.  하지만 2년 6개월여간 꾸려온 계는 내년 1월 끝날 예정이다. 맏언니인 권씨가 이번 달 결혼하기 때문이다.최씨는 부부·애인 동반으로 강원도 여행을 다녀온 뒤 계를 청산하려고 한다.“여행계획 세우면서 깔깔거릴 수 있었는데 끝내려니 아쉽네요.” ●쌓이는 곗돈만큼 돈독해지는 우정  회사원 이모(26)씨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친구들과 맛난 것 먹으며 수다떨기다.대학교 4학년 때 미드(미국드라마) ‘섹스앤더시티’를 보면서 브런치의 세계에 눈떴다.이씨는 친구 네 명과 당장 ‘브런치계’를 시작했다.‘계’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민망할 정도로 소박한 계였다.매주 금요일마다 3시간을 할애해 서울 시내 맛집을 찾아다녔다.“비싸고 우아한 식사를 한 건 아니었어요.학생이라 주머니 사정이 얄팍하잖아요.하지만 50년 된 김치찌개집에도 가봤고 장충동 족발집,용두동 주꾸미 거리,청진동 해장국 등 유명한 밥집을 두루 다녔죠.”  졸업 후 취직한 다음부터 모임은 한 달에 한 번,매월 마지막 일요일로 정해졌다.주메뉴도 드라마에 나오는 브런치로 바뀌었다.“업무에 치이다 보면 만나기가 힘들더라고요.그래도 한 달에 한 번 만나 맛있는 것 먹으며 회사 얘기를 하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요.”이씨는 “자주 찾는 삼청동은 이제 번잡해 조용한 우리들만의 아지트를 찾고 있다.”고 했다.  공기업 직원 이모(31)씨는 “잘 키운 계모임,열 친구 안 부럽다.”고 말한다.그는 지난해 1월 같은 교회에 다니는 신도 7명과 함께 ‘결혼계’를 시작했다.매월 3만원씩 모아 웨딩마치를 울리는 계원에게 현금 100만원씩 주는 계다. 지난달 결혼한 이씨는 계원들이 해준 특별 이벤트가 아직도 생생하다.계원들은 교회에서 결혼한 이씨에게 어린이 합창단을 섭외해 축가를 선사했다.곗돈을 보태 신혼여행으로 프랑스를 찍고 왔다.이씨는 파리 에펠탑 전망대에서 계원들에게 사진엽서를 보냈다.신혼집 첫 집들이 손님은 당연히 계원들이었다.회사 동료들이 서운해 했지만 양해를 구했다.이씨는 “언젠가 모두 결혼하게 되면 계는 끝나겠지만 그 땐 또다른 계를 만들어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며 만족해했다.  홍보대행사에 근무하는 이모(27)씨는 1년 전 적금을 해약하던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돈을 모아 해외여행을 갈 요량으로 남자친구,친구 커플과 함께 매달 5만원씩 적금에 넣는 계를 시작했다.통장에 꼬박꼬박 불어나는 숫자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남자친구가 1년간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가 있는 동안엔 그의 몫까지 두 배로 적금했다.2년 뒤 목돈을 손에 쥔 이씨,남자친구와 여름휴가 날짜를 맞출 생각에 부풀었다. 하지만 바로 그 즈음 이씨는 남자친구와 결별했다.헤어지고 나니 둘 앞에 남은 건 적금통장뿐.이씨는 적금을 해약하고 남자친구와 친구 커플이 냈던 돈을 돌려보냈다.남자친구 몫까지 대신 냈던 자신에겐 200만원 넘게 돌아왔다.“열심히 모았던 돈을 찾는 보람을 느껴야 할 순간,말할 수 없이 씁쓸했습니다.”  주부 강모(32)씨는 매월 곗날이 되면 기분이 나빠진다.다름아닌 자신의 운 때문이다.2년 전 친구 6명과 모여 친목계를 시작하면서 재미를 더하려고 뽑기식으로 했다.곗날 돈받을 사람을 제비뽑기로 정해 이번 달에 받았으면 다음 달엔 제외하는 방식이었다.그런데 강씨는 번번이 뽑기에서 기회를 놓쳤다.강씨는 2년간 2번이나 꼴찌로 곗돈을 탔다.“평소에는 경품 응모하면 작은 거라도 꼭 당첨되는데 하필 곗돈 순번은 꼭 밀리더라고요.다른 계처럼 순번대로 타면 목돈쓸 때 미리 준비할 수 있을 텐데요.”그녀는 이제 와서 방식을 바꾸자고 하기도 난감하다고 했다.  직장인 최모(28)씨도 계라면 손사래를 친다.종종 계에 가입하라는 권유를 받아도 “잘못하면 친구만 잃는다.”며 한사코 거절한다.  최씨에겐 10여년 전 계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다.당시 고3이었던 최씨는 친구 6명과 휴대전화를 사기 위한 계를 만들었다.수능이 끝나면 곗돈으로 다함께 구입하기로 했다.단짝친구인 계주에게 매일 1000원씩 냈고 1년 가까이 모인 돈은 어느새 200만원에 달했다.그런데 수능 뒤 계주는 곗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어느날 갑자기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담임 선생님은 친구가 다른 도시로 전학을 갔다고 했다.그는 전화 연락 한 통 없었고 집으로 찾아가도 절대 나오지 않았다.최씨는 몇 년 전 그 친구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쳤다.친구는 “당시 곗돈을 여자친구와 놀다 마음대로 써버렸다.”면서 “면목이 없다.”고 사과했다.최씨는 “어린 마음에 상처가 커서 그 이후로 계모임엔 절대로 가입하지 않는다.”고 했다.   ●곗돈 펀드로 날리자 우정도 날아가 곗돈을 펀드에 넣다가 우애가 틀어진 경우도 있다.회사원 고모(32)씨는 요즈음 출근하기가 고역이다.지난해 초 입사동기 4명이 모여 ‘펀드계’를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20만원씩 갹출해 차이나펀드에 ‘몰빵’했다.올해 초까지만 해도 증권사에선 ‘조정기를 거친 뒤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면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최근 주가폭락으로 돈을 뺄 시점을 놓쳐버렸다.가입한 펀드 수익률은 -60%까지 내려갔다.아내에게도 비밀로 하고 용돈,차량지원비를 아껴서 모은 피같은 돈이었다.이달 초 술자리에서 격해진 나머지 고씨는 동기들과 주먹다짐까지 했다.급기야 술집 주인이 지구대 경찰을 불렀다.고씨는 “다 함께 돈을 잃었는데 나한테 따지다니 억울하다.회사에서 얼굴도 마주치고 싶지 않다.”고 분개했다.  대구에서 액세서리 상점을 하는 최모(32)씨는 최근 1년간 부은 곗돈을 타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지난해 말 주변 상인들과 함께 계를 들 때만 해도 가족들에게 ‘계를 왜 하느냐.’는 핀잔을 들었다.너도나도 주식,펀드로 대박이 터지던 시기였던 탓이다.하지만 올해 들어 세계경기가 급속히 악화되고 주가,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치자 상황이 역전됐다.이자까지 받으려고 곗돈 타는 순서를 맨 뒤로 미룬 최씨는 은근히 들떴다.  하지만 기대도 잠시 강남의 다복회 계주가 돈을 떼먹었다는 뉴스가 나오자 마음이 급해졌다.“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계원들한테 전화도 돌리고 괜히 옆가게만 오락가락했죠.”좌불안석 열흘이 지나 결국 곗돈을 손에 쥔 최씨는 비로소 두 발을 뻗고 잘 수 있었다.최씨는 “역시 쉽게 돈 버는 일은 없더라.”며 그간 마음 졸였던 소회를 드러냈다. 이재연 김민희 장형우기자 oscal@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가기] ☞강남 귀족계 다복회 피해액 최소 386억원  ☞곗돈 미지급=배임,무능력 계주=사기 ☞상계동판 ‘돈을 갖고 튀어라’… 150여명 100억 챙겨 잠적 ☞[20 & 30] 나의 취업 도전기 ☞[20 & 30]당신의 직장내 라이벌은 누구?   
  • 구조조정 지지부진 ‘팔짱 낀’ 정부

    구조조정 지지부진 ‘팔짱 낀’ 정부

    “정책 제안서를 정부 쪽에 벌써 몇 번이나 갖다 줬습니다.그러나 그 쪽에선 ‘우리 담당이 아니니 저리로 가져가라.’ 거나 ‘우리도 다 알고 있다.그러나 결정은 우리가 한다.’는 반응밖에 없습니다.”(한 증권사 임원) 실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이미 목까지 차오른 위기가 언제 터져 나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팽팽하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다.시장 자율을 내세우다 이명박 대통령이 은행을 압박하는 발언을 연일 쏟어내자 그제서야 시장 개입 방안을 마련하느라 부산하다.이 때문에 매도에 가까운 관치 비난과 기업 프렌들리(친기업 정책)를 내세운 정권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시장선 ˝정부가 직접 개입해야”  시장에선 이미 관치를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전체 기업의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 내자는 ‘세탁기론’이 처음 나왔을 때 지나치게 과격하다는 반응도 있었다.전면적인 구조조정 자체는 좋다해도 시장이 받을 충격을 감안해야 한다는 반론이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점차 강력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실물경기 침체로 인해 기업에서 금융권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부실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3일 ‘금융위기 확산 방지 대책-금융기관 건전성 실상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아예 구조조정의 총대를 멜 기구를 정부 내에서 정하라.”고 주문했다.또 한화증권은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은행이 감당해야 할 부실채권이 32조원에서 69조 8000억원으로 두배 이상 껑충 뛸 것”이라는 예상치를 공개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사안별로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하기보다 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국내 산업을 구조조정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산업구조 경쟁력 강화단’을 내세워 국내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태도는 어정쩡하다.금융감독원에 ‘기업금융지원개선단’을 설치하고도 굳이 “일시적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위한 것으로,외환 위기 때 구조조정을 진행했던 구조개혁기획단과는 다르다.”고 토를 달아두는 식이다.MOU 체결과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을 통해 은행권과 한국은행까지 기업의 유동성 지원에 동원하면서 정작 결정적인 타이밍(시기)에서는 ‘업계 자율’이나 ‘시장 논리’를 내세워 물러서고 있다.  이에 대해 애초부터 경제 철학이 정립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거세다.지난 3월 민간인 출신인 전광우 금융위원장을 발탁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 금융 산업의 낙후 원인으로 관치를 지목했다.이에 전 위원장은 “금융위에 물들지 않겠다.”고 화답했다.그러나 미국발 금융 위기가 불어닥치면서 상황은 뒤바뀌었다.이 대통령이나 전 위원장 모두 은행권 압박의 제1선에서 뛰고 있는 상황이다.  정승일 국민대 교수는 “기획재정부나 금융위는 그 역할과 기능으로 볼 때 사실상 관치의 심장부”라면서 “그럼에도 그들 스스로 관치가 무조건 나쁘다고 매도하는 흐름에 동참하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부정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2003년 카드 사태가 터지자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면서 시장에 개입하던 배짱은 어디 갔느냐는 얘기다.드러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물 밑에서 조율 작업을 하는 관치는 아무리 시장경제가 만개한 사회에서도 꼭 필요한 요소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종태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의 구조조정을 촉구하는 폴 크루그먼 교수가 교범으로 삼고 있는 것이 바로 외환 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구조조정 방안”이라면서 “미리 마련된 교본만 따라가도 별 문제 없다.”고 말했다. ●‘이헌재 쇼크’에 발목 잡혔다? 업계에서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변양호 리포트’를 꼽는다.‘변양호 리포트’란 외환 위기 이후 대우그룹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대우그룹 계열사와 여기에 돈을 물린 금융권의 부실을 털어 내는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던 변양호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이 남긴 보고서를 뜻한다.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외환 위기 때야 처음 당하는 것이어서 어느 누구도 뭘해야 할지 몰라서 문제였지만 지금은 변양호 리포트에서 구조조정의 시기와 방법,주의점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서 “이런 자료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업계는 ‘이헌재 쇼크’를 꼽는다.구조 조정 당시에서는 ‘저승사자’니 ‘해결사’니 ‘Mr.구조 조정’이니 하는 화려한 닉네임이 붙으면서 조명을 받았지만 그 뒤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구조 조정에 일조했던 인물들이 줄줄이 수사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뒤끝이 안 좋았던데다가 당시 주요 인물들이 고리타분한 관료로 시장 경제에 걸맞지 않다고 배제되어 버린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휘청대는 실물경제] 韓銀, 채권안정펀드 4조~5조 지원할 듯

     한국은행이 채권시장안정펀드에 4조∼5조원가량을 수혈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재원으로 10조원을 조성하기 위해 한은과 은행,연기금 등과 접촉하고 있다.한은은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채권시장펀드에 지원할 금액을 확정할 계획이다.  한은은 연기금과 은행·보험이 어느 정도 부담할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급 액수를 결정하는 것에 대해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으나 4조∼5조원 정도 공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은 내부에서는 펀드 조성액의 절반 이상을 중앙은행이 부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다.한은 관계자는 “각 분야의 십시일반으로 조성하는 펀드인데,중앙은행이 전체 금액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기는 부담스럽다는 내부 분위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최종 방침은 금통위원들의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채권시장 안정펀드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은 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국공채나 통안채를 환매조건부(RP) 방식으로 사들이거나 단순 매입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위는 은행과 보험사,증권사,연기금 등이 출자해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를 만든 뒤 회사채와 은행채,할부금융채,카드채,프라이머리 채권담보보증권(CBO) 등을 인수할 계획이다.금융위는 이 펀드를 통해 신용등급 BBB+ 이상의 우량 채권뿐 아니라 그 이하 등급의 채권,건설사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도 선별적으로 사들일 예정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盧의 사람들’에 사정 칼끝 겨눈 檢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 정치인 및 기업인들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벌이면서 참여정부 실세들에 대한 사정(司正)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인물들은 부산상고 동창인 정화삼(61) 전 제피로스 골프장 대표와 동생 광용(45)씨,박연차(63) 태광실업 회장,’우리들병원’ 경영진,참여정부 당시 실세로 불렸던 이강철(61) 청와대 정무특보 등이다.  농협의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매각·인수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용석 검사장)는 23일 정화삼 전 대표와 동생 광용씨에 대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검찰에 따르면 정씨 형제는 지난 2006년 2월쯤 홍기옥(59) 세종캐피탈 사장으로부터 약 30억원을 받았다.검찰은 이 돈이 세종증권 매각 과정에서 청탁·로비 용도로 쓰였을 것으로 판단하고 자금의 흐름을 쫒고 있다.앞서 검찰은 정대근(64) 전 농협 회장에게 2005년 12월과 2006년 2월 50억원의 돈을 건넨 홍 사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했다.검찰은 정씨 형제와 정대근 전 농협회장이 홍 사장에게 건네받은 80억원이 노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들에게 건네졌는지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상고를 나온 정 전 대표와 부산공고 출신인 정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과의 친분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았다.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입’인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정 전 대표가 대선을 도운 것은 맞지만, 그 정도의 인연을 가지고 측근으로 보도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 회장도 세종증권 주식을 차명거래해 100억원대 이상 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박 회장은 세종증권 인수설이 나돌던 지난 2005년 무렵 김해 S모 증권사 지점에서 직원들 명의의 차명계좌로 주식을 거래해 시세차익을 거둔 사실을 시인했다.하지만 박 회장은 차명거래 혐의를 시인하면서도 미리 매각정보를 알고 주식을 거래한 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검찰은 일단 박 회장을 차명거래에 따른 조세 포탈 혐의로 사법처리한 뒤 다른 혐의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세종증권 인수비리 외에도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탈세 등의 혐의로 이강철 전 정무특보와 ㈜우리들생명과학 김수경 대표를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검 중수부는 지난달 사업가 조모씨로부터 “이 전 특보에게 2004년 총선과 2005년 보궐선거 출마시 선거자금으로 2억원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당시 열린우리당 당원이던 조 씨가 이 전 특보에게 선거자금으로 써달라며 1억 5000만원과 5000만원씩을 2차례에 걸쳐 돈을 전달했다는 것.  조씨는 이 돈을 이 전 특보의 자금관리인 역할을 했던 K건설시행사 대표 노모(49)씨를 통해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그러나 노씨는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 전 특보의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서울중앙지검은 중수부 수사와 별개로 이 전 특보가 대구지역의 수억원대 KTF 옥외광고권을 자신의 조카에게 주도록 청탁했는지 여부 등을 캐고 있다.   우리들병원 이상호 이사장의 부인인 ㈜우리들생명과학 김수경 대표도 검찰의 수사망에 올라와 있는 것은 서울신문의 단독 보도로 알려졌다.서울중앙지검은 최근 김 대표가 계열사들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10억여원의 세금을 포탈했다는 국세청 고발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대표가 조성한 비자금과 탈세액을 확정하는 한편 비자금이 참여정부 실세에 전달됐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우리들생명과학은 전체 주식의 15.59%를 보유한 김 대표와 14.43%를 보유한 남편 이 원장이 각자 제 1·2주주다.이 원장은 노 전 대통령의 주치의로서 허리디스크 수술을 맡기도 한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측근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함에 따라 이번 측근비리가 ‘게이트’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정치권 일각에서도 참여정부와 관련한 대형 비리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참여정부 실세들을 둘러싼 의혹이 얼마나 실체를 드러낼지 주목된다.  하지만 참여정부 인사들을 겨냥한 ‘표적사정’,‘노무현 죽이기’란 친노세력의 반발과 맞물려 향후 검찰 수사가 얼마나 속도를 낼지도 관심거리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檢, 우리들생명과학 김수경대표 ‘10억탈세’ 수사 盧측근 박연차 회장 세종증권 주식 차명거래 100억 이상 차익 남겼다 검찰, 정화삼씨 전격 체포 김민석과 검찰 동행 송영길 “최선 다하겠지만…”  
  • 검찰, 정화삼씨 전격 체포

    대검 중수부(부장 박용석 검사장)는 21일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이 농협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세종증권의 대주주인 세종캐피탈 사장 홍모(59)씨가 정대근(64) 전 농협 회장에게 50억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정황을 포착하고 이에 연루된 혐의로 정화삼(61) 전 제피로스 골프장 대표를 전격 체포했다. 앞서 검찰은 정 전 회장 측근 등에게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넨 혐의로 홍씨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창으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등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꼽힌다. 지난 2003년 7월 양길승 청와대 부속실장의 청주 나이트클럽 향응사건 때 술자리에 동석해 이듬해 노 전 대통령 측근 비리 특별검사 수사 때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2005년 농협이 증권사 인수를 추진하자 홍 사장이 당시 농협 회장이던 정 전 회장 쪽에 “세종증권이 인수 대상이 되게 힘써 주고 가격도 높게 쳐 달라.”는 청탁을 했고,2006년 1월 계약 체결 직후 거금을 건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돈의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홍 사장 쪽에서 나간 돈이 정 전 대표 쪽을 거쳐 정 전 회장에게 흘러간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검찰은 정 전 대표가 중간 전달자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로비 과정에 관여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또 정 전 회장에게 흘러간 돈이 다른 쪽에 건네졌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정 전 대표는 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 7월 구속된 제피로스 골프장의 실소유주인 정홍희(53)씨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수사 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검찰은 건네진 금품의 규모가 커 뇌물 수수 대상이 여럿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또 세종증권 매각 과정에 정·관계 등 외부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상장법인 H사 주식에 대한 시세조종 혐의 등으로 체포했던 김형진(50) 세종캐피탈 회장은 수사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일단 풀어 줬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금융위기에 스러진 ‘벤처 대부’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내 금융업계의 대표가 지난 19일 “투자자들에게 미안하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주가·펀드의 폭락으로 개미군단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펀드 등을 직접 운영하는 업체 대표가 자살한 사건은 또다른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심상찮은 조짐으로 여겨진다. 일각에서는 주가 폭락에 이어 부동산 버블 붕괴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증권가에는 이날 ‘벤처캐피털의 대부’로 불렸던 금융 부티크(비제도권 사설 투자자문사) 새빛에셋의 최성국(55) 대표의 갑작스러운 자살 소식에 흉흉한 분위기였다. 한 증권사 직원은 “열심히 살았고, 선행도 남달리 많이 했던 분이라 더욱 고개가 숙여진다.”면서 “도대체 얼마나 이런 일이 벌어질지 무섭다.”고 당혹스러워했다.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 증권가 충격 최씨는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모 호텔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객실에는 양주병과 20여명의 투자자들에게 일일이 쓴 편지가 있었다. 유서에는 ‘투자자들에게 원금이라도 건져 주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해 평소 존경하고 아끼는 지인들에게 미안하다. 죽음으로써 빚을 갚겠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최씨는 인하대 전자공학과 73학번으로 1981년 졸업해 건설·금융계에 종사한 뒤 97년 현대훼미리타운·리조트 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그는 벤처기업 1호를 비롯해 3000여개의 벤처기업을 탄생시킨 모교를 위해 2000년 새빛에셋을 설립했다. 설립비용은 동문들이 모아준 67억원으로 충당했다. 이듬해 새빛에셋은 금융 부티크로 거듭나면서 선물·옵션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왔다. 최씨의 공격적인 투자는 많은 성과를 거뒀다.2001년 미국에서 9·11테러가 있었던 날에도 1시간 만에 100%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수익의 절반 가까이 기부해온 것으로 알려진 최씨는 고수익을 올리면서 모교 벤처기업 대부로서 역할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인하대에 따르면 최씨가 2000년 이후 모교에 기부한 금액만 12억 2400만원이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 최씨는 80%가 모교동문인 새빛에셋 투자자들의 원금조차 돌려 주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락했고 결국 자살을 선택한 것이다. ●주식폭락에 최악선택… 사회불안 고조 금융위기에 의한 자살은 브레이크를 잃은 형국이다. 지난달 9일에는 서울 모 증권사 서초지점 직원 유모(32)씨가 신림동 한 모텔에서 목을 매 숨졌고,22일에는 충남 공주시 한 야산에서 주가연계보험상품을 취급하던 서울 모 보험회사 지점장 유모(42)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달 25일 광주광역시에서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아 주식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황모(47)씨도 목을 매 숨졌고,31일에는 대기업에 다니던 이모(38)씨가 ‘친구에게 투자를 권유해 미안하다.’며 한강에 뛰어들어 숨졌다. H증권 직원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청구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양반이다. 회사에 못 다니게 하겠다고 협박하는 고객이 부지기수”라고 힘없이 말했다. 그는 “실적 올리려고 가족, 친지, 친구 돈 끌어다 차명으로 투자한 직원들도 많다. 자기 손해와 고객의 항의 속에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고객에게 추천한 펀드 안에 부도난 채권들이 편입돼 있어 매일 한건씩 사고가 터진다.”면서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경주 이재연기자 kdlrudwn@seoul.co.kr
  • 대주단 협약 가입 ‘치킨게임’ 양상

     “내년부터 지방에 정부발주 공사가 늘어나고 한반도 대운하가 재추진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이렇게 먹을거리가 생길 것이란 기대감이 높은 상태에서 과연 어느 회사가 은행 간섭을 받는 대주단 협약에 들어가겠습니까.”(A건설사 임원)  정부가 건설업 구조조정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주단(貸主團) 협약 가입이 일종의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이대로 가다가는 모두가 공멸하리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먼저 뛰어내리려고 하지는 않는다.시장도 이런 불안한 상태가 계속될 것을 각오하고 있다.  이종우 HMC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9일 “모두가 버티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여기에는 건설을 통한 경기부양 가능성을 흘리고 있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한 예가 정부가 이달 초 공개한 내년도 수정 예산안이다.정부는 수정안에서 지방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4조 6000억원을 쏟아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예산 증가율로만 따져도 26.7%다.건설의 고용효과가 크기 때문이다.10억원 투입당 고용 창출효과를 보면 전체 산업은 16.9명인 반면,건설업은 18.7명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잊혀질 만하면 대운하 재추진 가능성이 나도는 것도 이런 정부의 태도 때문이다.9,10월에는 대운하 테마주가 형성돼 급등락을 반복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운하 재추진설의 근거 여부를 떠나 ‘7-4-7 공약’을 내건 정부가 성장률이 2~3%대로 떨어지면 분명히 큰 것 한방을 내놓을 수밖에 없고 이것이 결국 건설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고 전했다.더구나 이런 자금들은 경기부양이라는 목표 아래 조기집행될 가능성이 높다.지금은 건설을 통한 경기부양이 적당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도 그래서 나온다.그래야 건설사들도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주단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위험도 높은 정밀수술을 앞둔 환자는 일단 마취부터 시켜놓고 봐야 한다는 논리다.  조복현 한밭대 교수는 “경기가 워낙 어려워서 건설 경기까지 경착륙시킬 수는 없다는 고충은 알겠지만 그동안의 난개발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이나 SOC 공급은 충분하다.”면서 “차라리 솔직하게 몇년 참고 견디자고 하거나 연구개발(R&D) 투자 등 장기성장 대책을 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대주단 협약에 가입하지 않는 건설업체에는 별도의 지원을 하지 않기로 하는 등 대주단 가입을 압박하고 나섰다.이에 따라 그동안 관망하던 상당수 건설업체가 속속 대주단 가입으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  국토해양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경기 부양을 위한 SOC 예산 확대 등은 부처간 협의를 통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추진될 수 있지만 대주단 협약 미가입 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은 마련할 계획이 없다.”면서 건설업체들의 대주단 가입을 촉구했다.  국토부 다른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협약에 가입하더라도 경영권 간섭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면서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업체로서는 다른 방법은 없고 가입하는 게 해법”이라고 밝혔다.그는 이어 “(대주단 협약 가입은) 금융기관과 건설업체간 자율적인 계약이어서 정부가 강제할 방법이 없다.”면서 “가입을 신청하면 몇 개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가 가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3월 결산법인도 상반기 순익 42.8% 감소

     3월 결산 상장기업들의 상반기(4~9월) 순이익도 반토막이다.3월 결산 법인에는 증권·보험 등 금융회사가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금융 위기로 인한 피해가 실질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19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3월 결산법인 51개사 상반기 매출액은 34조 32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08% 늘었지만 순이익은 1조 2726억원으로 42.80%나 줄었다.  금융업종 34개사의 매출액은 33조 246억원으로 18.37% 늘었지만 순이익은 1조 2143억원으로 42.70% 줄었다.특히 시황산업의 대표주인 증권사들의 순이익은 큰 폭으로 내려앉아 감소율이 71.07%에 달했다.NH투자증권(-136억원),HMC투자증권(-104억원) 등 5개 증권사는 적자를 냈다.  코스피시장 상장사들은 매출이라도 늘었지만 코스닥에 상장된 20개사는 순이익뿐 아니라 매출액마저도 줄었다.20개사의 매출액은 68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0%,순이익은 537억원으로 43.59% 줄었다.  저축은행들이 포진한 6월 결산법인들의 1·4분기(7~9월) 실적도 마찬가지였다.코스피시장에 상장된 5개 저축은행들은 매출액은 2768억원으로 12.11% 늘었지만 3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4개 저축은행 모두 순손실을 기록한 데다 지난해 가장 많은 170억원대의 순이익을 냈던 진흥상호저축은행의 순이익 규모가 96%나 줄어든 5억 9000만원에 그친 영향이 컸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휘청대는 실물경제] 美·英 소비자물가 큰 폭↓ 디플레이션 위기감 확산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들의 소비자물가 하락 추세가 심상치 않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가면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지속적인 물가 하락)이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집값 등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확산될 조짐이다. 때맞춰 일본 증권사인 노무라홀딩스의 와타나베 겐이치 사장은 “유동성 위기는 진정되고 있다.”며 “이제 다음 단계는 실물경제를 어떻게 재건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노동부는 지난달 미국 소비자 물가가 전달에 비해 1%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고 19일(현지시간) AP통신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당초 0.5%포인트 하락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실제 하락 폭은 두 배가 됐다. 이같은 소비자 물가 하락률은 1947년 이후 가장 큰 폭이다. 물가 하락은 원자재값 상승을 주도해온 석유값이 급락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타깃, 월마트 등 대형 할인업체들이 소비심리 회복을 위해 대규모 세일에 나선 것도 물가 하락에 힘을 실어줬다. 리서치기관인 IHS글로벌인사이트의 니켈 골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불과 몇달만에 디플레이션 위기감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세계경제가 급속히 침체에 빠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영국의 소비자 물가도 급속히 하락 반전했다. 영국 국가통계청은 소비자물가 지수가 9월의 5.2%에서 10월에 4.5%로 0.7%포인트 하락했다고 18일 밝혔다. 이같은 월간 하락 폭은 16년만의 최대치이다. 주택가격을 포함하는 소매물가지수도 2003년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며 9월의 5%에서 4.2%로 떨어졌다. 한편 노무라홀딩스의 와타나베 사장은 19일 일본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위기의 중심이 실물경제로 옮겨가고 있다.”고 국제 금융위기의 현 상황을 진단했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7조~8조원 한은이 책임진다

    7조~8조원 한은이 책임진다

     금융당국과 시장이 ‘해바라기’처럼 쳐다보는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세부안 발표가 임박했다.이르면 이번 주말,늦어도 다음주 초에는 세부 밑그림이 나올 예정이다.온갖 설(說)과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조금씩 윤곽이 나오고 있다.연기금과 금융회사의 순수 출자분을 빼면 사실상 10조원 펀드기금 가운데 7조~8조원은 한국은행이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안 끌어들인다 ‘믿었던’ 국민연금이 채안펀드 참여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자 금융당국이 그나마 현금 여력이 있는 삼성·LG 등 대기업을 끌어들이려 한다는 얘기가 잠깐 돌았다.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9일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아무리 급해도 (당국이)그렇게 비상식적이진 않다.”고 일축했다. ●한은 구원등판 확정 초미의 관심사는 그렇다면 누가 돈을 대느냐이다.결국은 한은이 구원투수로 투입되는 양상이다.이주열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16일과 18일 잇따라 금융위원회측과 협상을 가졌다.한은 고위관계자는 “시장이 고장났는데 중앙은행이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지 않으냐.”며 “채안펀드에 참여해달라는 금융위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구체적인 참여방법과 참여금액을 놓고 마무리 조율을 진행 중이다.늦어도 20일에는 한은 방안을 금융위에 전달할 방침이다. ●산금채·국고채 다 사준다 현재 거론되는 가장 유력한 방법은 한은이 금융회사들이 갖고 있는 국고채를 직접 사주는 방식이다.통화안정증권 중도상환,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를 통한 금융채 매입,RP방식이 아닌 유통시장에서의 금융채 단순매입 등도 동원 가능한 방안들이다.이렇게 되면 은행,보험,증권사에 돈이 수혈돼 이 돈을 채안펀드에 출자할 수 있게 된다. 산업은행 몫으로 할당된 2조원도 한은이 산업금융채(산은이 발행하는 채권)를 사줘 조달하기로 했다.표면적으로는 금융회사들이 돈을 내는 모양새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대부분 한은 주머니에서 나오는 셈이다.물론 연기금과 금융회사들이 순수하게 얼마를 내놓느냐에 따라 한은 부담은 가변적이다.연기금과 금융회사들이 최소한 1조~2조원을 낸다고 쳐도 7조~8조원은 한은 몫으로 돌아온다.한은과 금융위측은 “언론마다 3조,5조,8조원 등 숫자가 제각각”이라며 “아직 미정”이라고 해명했다. ●시중은행 갹출 시작 시중은행들은 18일 첫 회동을 갖고 채안펀드 분담금 등을 논의했다.신상훈 신한은행장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에 도움이 된다는데 (채안펀드에) 안 들어갈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채안펀드 출자액은 일반대출보다 위험가중치가 낮아 BIS비율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게 금융위측의 주장이다. ●10조 조성 성공하면 증액 이창용 부위원장은 “수익성과 안전성이 보장되도록 상품을 잘 설계하면 연기금과 금융회사들이 (채안펀드에)들어오게 돼있다.”며 “어떤 설계도를 내놓는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주문했다.채안펀드에 투자할 종잣돈은 한은이 지원하고,이 펀드가 투자하는 상품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을 통해 안전장치를 걸어놓는다는 구상이다.이렇게 되면 투자매력이 충분해 10조원 조성은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행간에 녹아 있다.일단 10조원으로 시장을 치유해 보고 부족하면 더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외환위기 직후 조성됐던 채권시장안정기금(채안펀드와 사실상 동일) 규모가 30조원이 넘었다는 점에서 증액(추가 조성)은 불가피하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 견해다. ●기업어음 매입은 최후 비상카드 당초 채안펀드가 사들 일 상품은 BBB+등급 이상의 채권과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CBO)이었다.그러나 대상이 확대됐다.국고채는 물론 건설사들이 많이 갖고 있는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도 편입하기로 했다. 기·신보의 신용보강을 통해 신용등급이 BBB+ 미만인 채권도 사준다.기업어음(CP) 매입은 최후카드로 검토 중이다.10년 전 채안기금은 CP도 사들였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휘청대는 실물경제] 세계 금융가 연말 감원·감봉 칼바람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당장 짐 싸서 떠나시오.” 연말을 앞두고 세계 금융가에 감원과 감봉 칼바람이 매섭다. 미국 2위의 은행인 씨티그룹이 17일(현지시간) 실적악화로 내년 초까지 전체 인력의 15%에 해당하는 5만 3000여명을 추가로 줄이겠다고 발표, 월가에 해고 바람이 이어지고 있다. 씨티그룹은 올해 들어 이미 9월까지 2만 2000명을 줄였다. 이에 따라 씨티그룹의 인력수는 이번 추가 감원으로 2007년말보다 20%나 줄어들게 된다. 씨티그룹 이외에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32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고, 모건스탠리도 인력의 10%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용카드회사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도 최근 7000명을 감원키로 했으며 JP모건체이스도 수천명을 감원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영국의 HSBC(홍콩상하이은행)는 홍콩 사업부 직원 450명을 포함, 직원 500명을 줄이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전세계 주요 은행과 증권사들은 지난해 신용위기 이후 20만명 이상을 감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그런가 하면 연말을 앞두고 금융가 임원들의 보너스도 쉽게 찾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위기로 실적이 악화된 데다 최고경영진들이 챙겨온 천문학적인 규모의 보너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6일 올해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7명의 최고 경영진에 대해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1999년 상장 이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는 골드만삭스는 감원에 이어 이번에는 경영진의 보너스 삭감에 나선 것이다. 보너스 미지급 대열에는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도 동참하기로 했다.UBS는 이날 핵심 임원 12명에 대해 올해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kmkim@seoul.co.kr
  • 미네르바 “내년 3월 이전 파국 올수도”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온다.” “일본계 자본을 주의해야 한다.”  절필을 선언했던 인터넷 경제대통령 ‘미네르바’가 한국 경제의 위기에 대해 경고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붓을 들었다.미네르바는 최근 신동아 12월호에 200자 원고지 100매에 이르는 장문의 글을 투고했다.  이에 따르면 그는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물가급등과 경기침체가 함께 나타나는 경제현상)이 온다. 일본계 환투기 세력인 ‘노란 토끼’의 공격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미네르바는 지난 10월 글을 올리면서 ‘노란 토끼’가 시작됐으니 유념해야 한다고 전해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낸 바 있다. 그는 이번 신동아에 투고한 글에서 노란 토끼를 환투기 세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란 토끼는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 환율을 끌어올렸던 그 세력으로, 미국 헤지펀드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배후에는 일본 엔캐리 자본이 버티고 있다.”며 “이들은 원화 약세와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을 틈타 상대적으로 강세인 달러를 빼내가기 위해 한국을 주 타깃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미네르바의 일본 자본 경계령은 계속됐다.  그는 “스테그플레이션 국면을 맞이하는 정부 대응이 현재같이 이어진다면 내년 3월 이전에 파국이 올 수 있다.”며 특히 “일본의 IMF 외환보유고 제공 등 일본계 자본의 저의를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일본은 G20(주요 20개국) 정상 회담 등을 통해 IMF의 신흥국가에 대한 긴급 대출 지원에 10조엔 규모의 외환 보유고를 제공할 뜻을 밝혔다. 일본은 총 100조엔 정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이같은 막강한 외환 보유고를 바탕으로 미국에 이은 세계 경제 리더 자리를 노리고 있다. 미네르바는 이런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네르바는 경제에 대한 자신의 예측이 정확히 맞아떨어질 수 있었던 근거로 “국내외 수많은 경제지표와 사례집, 외신보도 자료를 수집해 통계수치를 규합한 것을 토대로 내 자신의 경험과 판단으로 예측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과거 경제위기 당시 외국 사례와 현재 정부 정책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경제를 아는 사람은 누구든 쉽게 알아낼 수 있는 사항”이라며 “개인적인 채널은 있지만, 그 정보를 그대로 믿고 글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자신의 신원에 대해 “증권사에 근무한 적이 있고, 해외 체류 경험도 있다.”면서도 “유명세를 타고 싶다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글을 써온 게 아니기 때문에 굳이 내 신원이나 얼굴을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미네르바는 과거 인터넷 포털 다음의 논쟁 사이트 아고라에 경제 위기 관련 글을 올린 뒤 살해 위협도 당한 적이 있다고 말한 뒤, “이제는 타인의 입에 오르내리고 싶지 않다.”며 절필을 재차 선언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건설사·저축銀 구조조정 본격화

    건설사에 이어 상호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구조조정이 본격화된다. 특히 건설사들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으로 금융권과 연계돼 있어 도미노 구조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고강도 자구 노력을 전제로 살릴 기업은 살리고 퇴출시킬 기업은 과감히 잘라낸다는 방침이다. 본격적인 감원 한파도 예상된다. 16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경제 불안의 ‘뇌관’격인 저축은행 옥석 가리기에 착수했다. 저축은행이 제2금융권 구조조정 핵으로 등장한 것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PF를 가장 경쟁적으로 취급했기 때문이다.6월 말 현재 저축은행의 PF 잔액은 12조 2000억원이다. 연체율은 은행권 PF대출 연체율의 21배인 14.3%이다. 정부는 저축은행들이 물려있는 899개 PF 사업장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여 이르면 이달 안에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정상, 부실우려, 부실 등 3~4개 등급으로 분류 작업을 진행 중이다. 회생 가능성이 낮다고 판정된 부실채권은 자산관리공사(캠코)가 10~20% 헐값에 되사들이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지만 ‘재원(돈)’이 관건이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대금이 캠코에 들어올 예정이지만 입금 시기가 내년 3월 말인 데다 금액도 충분치 않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저축은행권 공동펀드 조성 방안도 저축은행의 자금 여력이 크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실채권 직매입은 현실적 한계가 있어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부실 PF채권은 저축은행뿐 아니라 은행, 보험, 증권사 등도 갖고 있어 종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인수·합병(M&A) 유도 등 106개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도 가속화된다. ‘건설사 살생부’도 이르면 17일 저녁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은행연합회가 접수 중인 100대 건설사의 대주단(貸主團·채권단) 협약 가입 신청이 이날 마감된다. 퇴출 결정이 내려질 건설사 숫자는 한 자릿수에 그칠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부활시킨 구조조정 전담기구(구조개혁기획단)도 이달 안에 현판식을 갖고 공식 활동에 들어간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관련기사 17면
  • 펀드 배상결정후 금감원 민원 4배↑

    펀드 배상결정후 금감원 민원 4배↑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이 우리파워인컴펀드의 판매사에 대해 50% 배상 결정을 내리면서 반토막 펀드에 대한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집단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런 불만에 조용히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ELS도 분쟁 대상으로 떠올라 16일 업계에 따르면 파생상품 펀드, 선물환 펀드,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에 이어 ELS 투자자들 가운데서도 집단 행동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인기 펀드 카페인 ‘펀드스쿨’에 자신을 세무사라고 밝힌 이모(62)씨는 ELS투자로 50~80%의 손실을 봤다면서 만기 연장을 요구하고 피해자들을 모아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ELS는 특정 기업이나 업종 혹은 시장 전체를 기초자산으로 해서 운영되는 것으로, 주가가 일정 정도 하락해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주식형 펀드에 비해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설정된 범위 이상으로 주가가 오르면 조기 환매되어서 수익이 제한적이지만 설정 범위 아래로 떨어질 경우 주식형보다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ELS가 주식형 펀드보다 안정적이라고만 선전했느냐가 불완전판매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는 피할 수 없다. 하루에 24건 정도였던 금감원 펀드민원 접수 건수가 지난 12일 96건에서 13일에는 97건으로 4배나 늘었다. ●“반토막 펀드 원금 회복 최소 2~3년” 여기에는 반토막 수익률을 회복할 길이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카페 ‘펀드스쿨’이 반토막펀드의 원금 회복 기간과 관련한 설문조사에서 2~3년이라고 답한 사람이 49%를 차지했다.5~6년도 26%나 됐다. 그러나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반토막이란 펀드가 투자한 주가가 -50%라는 얘긴데, 이것이 반등해 원금을 회복할 수준이 되려면 앞으로 주가 상승률이 100%를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릴 땐 반이지만 오를땐 두배가 올라야 한다. 이럴 경우 매년 +10%의 이득을 얻는다 해도 10년이 걸리고 수익률을 복리로 계산해도 7년이나 걸린다. 그나마 매년 꾸준히 수익을 낸다는 가정을 해야 한다. 또 손실이 커지면서 펀드들은 주식 편입 비율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었기 때문에 주가가 원래 수준으로 되돌아가도 수익률은 여기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박미경 한국투자증권 PB본부장은 “현재 손실난 펀드 가운데 회복이 늦어질 것 같은 펀드는 적절하게 재조정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펀드수수료 인하, 생색내기? 수익률 악화 때문에 거론된 수수료 인하 문제도 여전히 논란 거리다. 자산운용협회는 매년 판매 수수료의 10%는 낮추는 펀드표준약관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판매보수 업계 평균이 1.28%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해에는 1.152%, 그 다음 해에는 1.037%가 된다. 또 펀드업계 대표주자인 미래에셋은 펀드별로 운용보수를 차등화한 뒤 투자 기간에 따라 자동적으로 옮겨가는 방식으로 수수료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A펀드 클래스1에 가입하면 2~3년 단위로 보수가 좀 더 적은 클래스2, 클래스3으로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형식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협회의 판매보수 차감률 10%는 너무 작고, 미래에셋의 운용보수 인하안은 전체 보수 가운데 운용 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제한적이다. 여은정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예 수익을 못 냈을 때는 운용보수를 없애자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 시장에 갓 진입한 소규모 신생사 아니면 그런 모험을 감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보자면 수수료를 내리는 방향뿐 아니라 수수료를 받은 만큼 제값을 하도록 강제하는 방향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뒤숭숭한 증권사

    요즘 증권사는 폭탄 맞은 분위기다. 어디나 어렵다는 말이 돌지 않는 곳은 없지만 시장의 최전선에 있는 증권사들은 찬바람을 제일 강하게 맞고 있다. 이러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13일 증권가 메신저에서는 증권사 영업 직원의 고충을 담은 얘기가 급속히 퍼졌다.A증권사의 투자 권유 때문에 손실을 본 고객이 구두닦이로 분장한 뒤 지점에 들어와 구두를 모아가서는 모두 내다버렸다는 무용담이었다. 이 귀여운(?) 복수극에 대한 얘기가 급속히 번지자 A증권사측은 “직원 한 명이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구두닦이 아저씨마저도 조심해야 할 판이라며 던진 농담이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다. A증권사 관계자는 “요즘 장(주식시장)이 안 좋아 고객 항의에 시달리는 영업 직원들이 죽을 맛”이라면서 “이런 상황 때문에 농담마저도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영업 직원을 자극하지 않는 십계명이 돌아다니기도 한다. 아침 저녁 살아있는지, 확인 전화를 해야 한다는 씁쓸한 내용들이다. 명예퇴직 등 칼바람은 이미 불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100여명 규모로 희망 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점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강제로 직원들을 휴가보내고 있다. 외국계도 마찬가지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사는 10% 감원을 했다. 메릴린치도 10여명을 내보냈다. 피델리티운용은 본사로부터 전세계적으로 직원 3%를 감원할 것이라는 계획을 통보받았다. 특히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업무를 맡았던 직원들은 앞이 캄캄하다. 매일매일 벌여야 하는 부도 공포와의 사투도 그렇지만 앞으로 먹고살 거리가 막막하기 때문이다. 원래 부동산 PF는 초기에는 ‘한국형 IB’의 선봉군으로 대우받았다. 거래 수수료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투자를 유치하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금융 위기의 원흉으로 낙인찍혔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앞으로 반년 정도 뒤치다꺼리를 열심히 하고 나면 그 뒤에 먹고살 거리가 없다.”면서 “위험 투자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해질 게 뻔한데 이를 뚫을 수 있는 새로운 투자 영역을 개척하지 못하면 관련 업무를 했던 사람은 모두 길거리로 나앉을 판”이라고 걱정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씨줄날줄] 미네르바/박정현 논설위원

    한 블로거가 2005년 8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8 반대시위 장면을 동영상으로 생생히 찍었다. 비디오는 TV방송으로 보도됐다. 연방수사국(FBI)은 비디오 제출을 요구했고 거절당하자 블로거를 기소했다. 법정에서는 개인 블로거가 언론사 소속 기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느냐를 놓고 치열한 법리공방이 벌어졌다. 하지만 미국 전문기자협회가 이 블로거에게 ‘올해의 기자상’을 수상하면서 개인 블로거가 언론인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했다.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는 블로거를 언론인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언론사 소속 기자와 마찬가지로 면책을 받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우리나라에서 사이버 논객 ‘미네르바’를 놓고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미네르바라는 인터넷 필명을 사용하는 네티즌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의 불똥이 한국에 튈 것이라고 7월에 일찌감치 예고했는가 하면,8월에는 환율 급등을 예상했다. 그는 거침 없는 독설과 함께 정부 정책을 비판했고, 그의 경제예측이 상당부분 들어맞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온라인 경제대통령’ ‘미네르바 교주’라는 표현이 나왔을 정도다. 이같은 미네르바 신드롬은 온라인에서 그치지 않고 국회와 정부로 옮겨갔다. 정부는 미네르바와 끝장토론을 벌이고 싶다고 했고,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요건이 되면 미네르바에 대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국회에서 답변했다. 민주당은 “경제적 식견을 갖고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예견하고 한국경제에 대한 날카로운 전망을 했다는 것이 죄가 될 수 있다는 세상이 됐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사정당국의 수사가 개시되자 미네르바는 “병원간다.”는 지난 4일 글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스스로를 ‘고구마 파는 할아버지’라고 밝혔을 뿐 그가 어떤 인물인지는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그러나 미네르바가 50대 초반의 나이에 증권사를 다녔고, 해외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남성으로 드러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보당국도 그의 신원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미네르바 신드롬은 이제 미네르바의 처벌 여부와 함께 블로거가 언론인이냐는 논란으로 확산될 듯하다.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피치, 국내 금융사 신용전망도 하향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11일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무더기로 낮췄다. 피치는 전날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한 데 이어 이날 수출입, 산업, 기업, 신한, 우리, 하나, 외환, 부산, 경남, 광주은행과 농협, 우리금융지주 등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우캐피탈, 현대카드 등 제2금융권의 등급 전망도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국민은행에 대해서는 기존 ‘부정적’ 전망을 유지했다. 피치는 “금융사들의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은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데 따른 후속조치”라면서 “상업은행의 경우 경기 둔화 여파 등에 따른 신용비용 증가 우려를, 증권사의 경우 비즈니스 모델의 높아진 위험성을 각각 반영한 것”이라고 하향조정 배경을 설명했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미분양아파트 펀드 없던일로?

    미분양아파트 펀드 없던일로?

    “지금으로선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수익성에서 큰 이익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H증권사 관계자) 금융경색의 뇌관격인 미분양 아파트 문제를 풀 대안으로 정부가 내놨던 ‘미분양 아파트 펀드’가 전혀 시장의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분양 펀드 정책은 “폭탄을 제거하려다 새 폭탄을 만드는 격”이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11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펀드화를 언급한 지난달 21일 건설산업 대책 이후 지금까지 시장에 출시된 관련 미분양 아파트 펀드 상품은 ‘0개’다. 상품 출시를 겨냥해 내부적으로 조사작업을 벌이고 있는 회사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내놓은 미분양 펀드는 금융회사가 출자해 펀드를 구성, 따로 유동화법인을 세운 뒤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여서 매각한다는 방안이다. 유동화법인은 대한주택보증의 보증을 받은 채권을 발행해 개인투자자들에게 팔게 된다. 이 펀드가 냉대받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 문제다. 이상엽 KB자산운용 국내부동산팀장은 “정부 방안에 따르면 미분양 펀드 수익률이 9~10% 수준인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리스크가 높은 점을 감안하면 수익률이 극히 낮다.”고 말했다. 특히 “미분양 펀드의 특성상 개인보다는 기관투자자 같은 큰 손의 역할이 중요한데 지금 회사채 수익률만 해도 7~8%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어느 기관이 나서겠느냐.”고 지적했다. 더구나 취득세 등 거래비용만도 4~5% 정도는 차지할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2~3년 미분양 펀드를 잘 운용해 9~10% 수익률을 내봤자 4~5% 비용에다 그 동안 오를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남는 게 없는 장사다. 한나라당에서는 이 세금이라도 줄여 주겠다지만 그래도 수익률이 낮은 건 매한가지다. 그렇다고 업계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수익률을 무한정 늘려줄 수도 없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금 제1·2 금융권 모두 8%대에 이르는 높은 이자율로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는데 이 자금을 굴려서 운용수익을 낸다면 미분양 펀드 수익률이 20% 정도는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정도의 수익률이라면 미분양 펀드가 아파트를 사들일 때 가격을 후려쳐서 싸게 사들여야 한다.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는 “수익률이 보장된다면 정부 대책 이전에 시장논리에 따라 이미 관련 펀드가 나왔을 것”이라면서 “그 동안 고분양가로 누린 혜택을 뱉어 내고 수요 예측을 잘못한 실책을 반성하도록 하는 정공법을 정부가 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가입 서명했어도 과장 판매 안된다”

    “가입 서명했어도 과장 판매 안된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가 ‘우리파워인컴 펀드’의 손실에 대해 배상 결정을 함에 따라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증시 폭락으로 반토막난 펀드가 즐비한 상황에서 조정신청이나 손해배상 소송 등 법적 대응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회사들의 허술한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판매 관행을 재정비하는 것도 불가피할 것 같다. ●투자자 대상 설명의무 확대 적용 금감원의 이번 결정은 ‘적합성 원칙’을 처음 적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펀드 손실에 대한 논란은 투자설명서를 받았고 펀드가입서류에 자필서명했다면 판매사에는 책임이 없다는 쪽으로 정리됐었다. 투자에는 높은 수익만큼 손실 가능성도 있다는 투자자 책임 원칙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금감원 결정에서 이런 관행은 뒤집혔다. 이번 분쟁 사건에서 중요한 점은 분쟁 신청을 한 사람이 ‘58세 가정주부’라는 사실이다. 창구 직원의 과대 선전에 넘어갔다지만 신청인 역시 분명히 가입고객확인서에 자필서명을 했고, 거래 통장에는 ‘파생상품형’ 펀드라는 사실이 적혀 있었다. 이럴 경우 대부분은 투자자 책임으로 돌려졌으나 이번에는 배상 결정이 내려졌다. “6년 만기에 분기별로 ‘5년 만기 국고채+1.2%’를 이자로 지급하고 설정 기준 대비 65% 이상의 하락이 없으면 원금 손실이 없다.”는 내용을 자필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고령의 가정주부가 잘 이해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투자자의 지적 능력이나 학력, 투자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투자자들이 이번 조정결정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일단 수용하기 어렵다는 부정적 반응이 대체적이다.160명의 투자자를 모아 우리파워인컴펀드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법무법인 한누리의 전영준 변호사는 “원금 손실액의 50%를 배상하라고 결정했지만 실제론 원금손실액의 30% 정도만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린 것과 같다.”며 “분쟁신청인의 원금손실액은 가입금액에서 해지환급금을 제외한 것이어야 하는데 분쟁조정위는 여기에 가입기간 받은 이자까지 제했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 “수용 어렵다” 인터넷 카페 ‘우리파워인컴피해자모임’ 대표 이모씨는 “손실금액 산정에 그동안 받은 연 6% 이자까지 포함시킨 것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금감원의 결정이 늦었다는 비판도 강하게 일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계 내부에서도 같은 날 출시된 같은 이름의 펀드도 1호냐 2호냐에 따라 운용 전략이나 환헤지 전략이 천차만별인 예가 다반사라 어느 투자자가 이해하겠느냐는 비판이 많았다.”면서 “펀드 시장 차원에서 보자면 금감원 결정은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육성이나 펀드시장 활성화라는 목표 때문에 금융 당국이 투자자 보호에 상대적으로 인색했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손실이 났다고 배상해 주면 펀드 상품의 기초가 흔들릴 것”이라던 업계의 불만도 들어설 자리가 없어졌다. 당장 파생 전략을 이용해 수익을 얻는 펀드나 그 구조를 이해하기 힘든 주가연계펀드(ELF), 환율 급등으로 투자손실액뿐 아니라 환차손까지 부담하라고 요구받고 있는 선물환 계약의 역외펀드 등이 모두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여기에다 ‘중국 몰빵’ 투자로 비난을 받았던 인사이트펀드도 분쟁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확대 해석에 대해 금감원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펀드 판매 당시의 상황은 직원마다 투자자마다 천차만별인 게 현실”이라면서 “개별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한다는 원칙론밖에 밝힐 것이 없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인사이트펀드가 불완전 판매?

    금융당국이 펀드 불완전 판매 판단 기준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을 언급해 파장이 예상된다. 투자자가 펀드 계약서에 자필서명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판매사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자필서명만으로 충분하다던 기존 입장을 뒤집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자산배분’을 내세우고는 사실상 자산의 60% 이상을 중국에 투자했던 미래에셋의 인사이트 펀드가 불완전 판매 조사대상에 오를지 주목하고 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10일 임원회의에서 “펀드 등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에 대해 엄중히 조사하고, 앞으로 검사 때도 중점적인 착안 사항으로 삼으라.”고 지시했다. 또 “고령자 등 금융지식이 부족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불완전 판매를 한 경우 엄중히 조치하라.”고 말했다. 투자자가 투자위험 등을 고지받고 자필로 서명했더라도 실질적으로 투자자들이 펀드 정보를 충분히 알고 있었느냐를 확인하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입장 변화는 불어나는 펀드 관련 불만을 더 이상 무마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 역시 “3~4년 전부터 펀드시장이 활성화된 뒤 불완전 판매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장 큰 관심은 인사이트 펀드의 불완전 판매 여부에 쏠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라고 광고한 뒤 중국에 60% 이상 투자한 것은 다른 중국·브릭스펀드와 차별성이 없다는 점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인사이트 펀드는 투자 대상을 세세하게 밝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종의 ‘블라인드 펀드(blind fund)’인데 이는 헤지펀드 같은 사모펀드에서나 쓰는 방법으로 인사이트 펀드 같은 공모펀드에는 사실상 없다.”면서 “불완전 판매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반면 다른 관계자는 “블라인드 펀드가 문제라고 한다면 애당초 이를 허가해 준 금감원의 책임론도 불거지기 때문에 쉽게 불완전 판매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인사이트 펀드가 불완전 판매 대상에 오른다면 파장은 크게 번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소송까지 제기된 ‘우리파워인컴펀드’는 증권가 사람들조차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파생상품 관련 펀드지만 인사이트 펀드는 정통 주식형 펀드이기 때문이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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