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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 회사로 갈아타세요” 알려줄까요?

    “타 회사로 갈아타세요” 알려줄까요?

    최근 직장인 김모(29·여)씨는 3년 전 가입한 개인연금신탁 상품을 갈아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분통을 터뜨렸다. 직장에 들어가자마자 노후를 위해 가입한 상품을 1만 5000원의 이전 수수료만 내면 수익률이 더 좋은 상품이나 다른 보험, 펀드로 갈아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러한 사실을 듣지 못했다면 수익률이 낮은 상품에 계속해서 투자하고 있었을 것 아니냐.”면서 “왜 처음부터 설명해 주지 않았는지 화가 난다.”고 말했다. 15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말쯤 ‘연금저축 비교공시’ 제도가 시행된다. 은행, 보험, 증권 등 권역별로 흩어져 있는 상품 정보를 한데 모아 공시함으로써 소비자가 손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되면) 소비자들이 일일이 은행이나 보험 사이트 등을 찾아다니며 수익률을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이 없어진다.”면서 “권역별로 들쭉날쭉한 공시 양식을 통일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선도 있다. 상품 판매를 담당하는 금융사들이 정작 ‘갈아타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고객에게 잘 알려주지 않고 있어서다. 직장인 조모(26)씨도 얼마 전 개인연금신탁에 가입했지만 상담 받은 은행 3곳 중 그 어느 곳에서도 갈아타기가 가능하다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 조씨가 “상품을 갈아탈 수 있느냐.”고 묻자 창구 직원은 머뭇거리며 “갈아탈 수는 있지만 별로 추천할 만하지 않다.”고 둘러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물어보면 알려주겠지만 판매직원이 먼저 갈아타기 정보를 알려주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고객이 다른 회사 상품으로 옮겨가 버리면 실적이 깎이는데 누가 대놓고 말해 주겠느냐는 반문이다. 따라서 비교공시 홈페이지에라도 이 같은 정보를 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금융소비자단체는 지적했다. 노후 대비 수단으로 요즘 인기가 많은 연금저축은 만 18세 이상이면 가입이 가능하다. 10년 이상 납입해 만 55세부터 5년 이상 자신이 필요한 기간을 설정해 받을 수 있다. 소득 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문제는 납입 기간이 길다는 데 있다. 중도 해지하면 기타소득세 22%(지방소득세 포함)를 물어야 한다. 게다가 5년 안에 해지하면 가산세 2.2%가 더 붙는다. 따라서 자신이 가입한 상품의 수익률 등을 따져 중도해지하기보다는 갈아타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개인연금저축 적립금은 2007년 41조 6936억원에서 2011년 68조 1587억원으로 증가했다. 판매사에 따라 신탁(은행), 보험(보험사), 펀드(증권사 등)로 나뉜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ETF’ 펀드 안정성+주식 편리성… 2020년엔 100조원 시장

    ‘ETF’ 펀드 안정성+주식 편리성… 2020년엔 100조원 시장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35)씨는 몇 달 전 ‘경기 방어주’가 인기라는 얘기를 들었다. 은행에 목돈을 넣어봤자 이자가 쥐꼬리만 해 귀가 솔깃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게 경기 방어주이고, 여러 방어주 중에 어떤 종목에 투자해야 할지 막막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같은 경기 방어주라도 종목에 따라 수익률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회사 일도 바쁜데 일일이 기업 정보를 알아보기도 힘들었다. 고민 끝에 내린 김씨의 선택은 ‘상장지수펀드’(ETF)였다. 한 증권사의 경기 방어주 ETF에 투자해 연 18%의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14일이면 우리나라에 ETF가 도입된 지 꼭 10년이 된다. 한국거래소는 2002년 10월 14일 4개 종목으로 출범한 ETF가 10년 새 130개로 늘었다고 12일 밝혔다. 자산 규모도 같은 기간 3444억원에서 13조 2095조원(11일 기준)으로 39배 가까이 불었다. 연평균 순자산 성장률은 44%에 이른다. 하루 평균 거래 규모도 출범 첫해엔 327억원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5400억원으로 17배 증가했다. 투자자 계좌 수는 1만개에서 38만개로 급증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운용사도 4곳에서 15곳으로 늘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제 청년기에 접어든 단계”라고 진단했다. 아직도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얘기다. ETF 시장 자체는 급격히 커졌으나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미미(9월 말 기준 1.2%)하다는 점에서다. 금융권은 국내 ETF 시장 규모가 2020년에는 100조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TF의 인기 비결 핵심은 거래의 편의성과 분산투자에 있다. ETF는 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주식처럼 언제든지 사고팔 수 있다. 또 인덱스 펀드(펀드 수익률이 주가지수를 따라가도록 만든 상품)처럼 특정 종목이 아닌 특정 산업 전반에 분산 투자를 한다. 상대적으로 위험 부담이 덜한 셈이다. 다시 말해 펀드의 안정성과 주식의 편리성을 합쳐놓은 것이다. 주식 투자 경험이 없는 초보자도 ETF에 눈길을 주는 이유다. 일반 펀드에 비해 저렴한 운용비용도 ETF의 강점이다. 주식형 인덱스 펀드의 운용 수수료는 2.1~2.5%다. 주식형 ETF는 6분의1 수준인 0.4%다. 두 펀드에 각각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인덱스펀드에서는 연간 25만원, ETF에서는 4만원만 드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0.32%), 싱가포르(0.35%) 등 선진국 ETF 운용 수수료와 비교하면 25%가량 높아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게다가 사고팔 때마다 거래 수수료도 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 간의 ETF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거래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경우도 많다.”고 항변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이르면 연말쯤 ETF 운용 수수료를 추가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TF 101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이날 현재 3.93%다. 1년짜리 은행 정기예금 금리(5일 기준 9개 은행 평균)보다 높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ETF에 투자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원금 보장형이 아니기 때문이다. ETF 114개의 6개월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2.93%였다. 주식보다는 변동성이 크지 않지만 얼마든지 원금을 까먹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1년 기준으로 봤을 때 ETF 101개 중 30개는 원금이 손실났다. ‘KODEX 조선’(-13.46%), ‘TIGER 은행’(-11.32%)이 대표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에 ETF가 안정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묻지마 투자’는 위험하다.”면서 “산업이나 증시 업황을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용어 클릭] ●ETF(Exchange Traded Fund) 코스피200과 같은 특정 지수나 특정 자산 가격의 움직임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펀드. 예컨대 코스피200이 올라가면 ETF 수익률도 올라간다. 거꾸로 지수가 내려가면 수익률도 떨어진다.
  • [경제프리즘] 금융권 ‘정보 보안 불감증’ 여전

    [경제프리즘] 금융권 ‘정보 보안 불감증’ 여전

    개인정보 유출 등 금융회사의 정보기술(IT) 관련 보안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손해보험사들의 IT 전담 인력이 턱없이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직원 대비 IT 인력 비율이 0%대인 곳도 두 곳이나 됐다. 손보사보다는 낫지만 IT 인력 비율이 기준치에 못 미치기는 은행권도 마찬가지였다. ‘정보 보안 불감증’이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금융회사별 IT 인력 비율 현황’(올 7월 기준)에 따르면 손보사 17곳의 평균 IT 인력 비율은 직원 전체의 2.8%에 그쳤다. 심지어 A손보사는 0.7%, B손보사는 0.9%였다. 은행(17곳)은 평균 4.9%, 생명보험사(24곳)는 5.7%, 증권사(41곳)는 6.5%로 각각 조사됐다. IT 예산에서 정보보호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손보사가 평균 10.1%로 금융회사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어 생보사 11.7%, 은행 11.2%, 증권사 10.2% 순서였다. 지난해 11월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에 따른 정보보호 강화 시책으로 금융회사는 전체 직원수 대비 5% 이상 자체 IT 인력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또 IT 예산의 7% 이상을 정보보호에 투자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손보사와 은행은 IT 인력 기준에 미달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이어서 별다른 제재나 불이익이 없다. 금감원 측은 “연말까지 인력을 확충하지 못할 경우 자체 홈페이지에 공지만 하면 된다.”면서 “실질적인 제재가 따르지 않다 보니 개선이 잘 안 되는 측면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외주 인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탓도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만 36건의 전산장애가 발생한 데다 4건의 디도스 및 해킹 공격이 일어난 점을 감안하면 안일한 대처라는 목소리가 높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
  • 대기업 곳간 현금 313兆… 과세 싸고 찬·반 논란

    대기업 곳간 현금 313兆… 과세 싸고 찬·반 논란

    기업들이 회사 안에 쌓아놓고 있는 돈을 둘러싸고 논쟁이 일고 있다. 과잉 유보금에 대해 세금을 매겨 법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과, ‘과잉’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유보금 확대는 세계적 추세라는 반론이 맞선다. 정부는 일단 법적 제재에 부정적이다. 7일 기획재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사내 유보금 제재 논란에 다시 불을 댕긴 곳은 정치권이다. 민주통합당 등 야권 진영은 313조원이 넘는 국내 재벌들의 사내 유보금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법안 마련을 추진 중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국내 63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올해 1분기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 45개 집단의 사내 유보금 총액은 313조 326억원이다. 삼성(101조 6512억원), 현대차(33조 6579억원) 등 10대 그룹의 사내 유보금이 183조원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올해 국내 183개 주요 상장사의 잉여현금흐름에 대한 국내 증권사들의 전망치도 8조 3658억원에 이른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사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흐름에서 세금과 영업비용·설비투자 등을 뺀 수치로, 기업의 실제 자금 사정을 보여주는 지표다. 국내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의 잉여현금흐름은 지난해 1조 8053억원에서 올해 10조 103억원으로 6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이 돈이 너무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기업이 돈을 쌓아 놓고 투자를 안 하니까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면서 “사내 유보금 한도를 정해 이 한도를 넘으면 세금을 거두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전 세계적으로 사내 유보금 과세는 표준으로 정립되지 않아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은 조만간 사내 유보금 과세 입법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사내 유보금 제재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내 유보금 논쟁은 현 정부의 감세 정책에 대한 평가와도 연결돼 있다. 대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각종 감세 및 면세를 뺀 실제 세율)은 2007년 17.8%에서 2010년 14.9%로 떨어졌다. 정치권은 대기업들이 이런 감세 혜택을 투자 확대나 일자리 창출에 쓰지 않고, 자신들의 곳간 채우는 데만 열중했다고 비판한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10년 말 55조 4807억원에서 올해 6월 말 66조 2542억원으로 10조 7735억원(19.4%)이나 늘었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팽팽히 맞선다. 황인태 중앙대 경영대 교수는 “사내 유보금 확대는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면서 “국내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 비율은 독일, 일본, 미국 등 주요국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이나 업종 특성이 모두 달라 사내 유보금의 적정 기준을 정의하기 어렵다.”면서 “게다가 유보금 안에는 설비투자 등 기존 투자분이 포함돼 있고 현금성 자산은 일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2002년까지 비상장법인의 과다한 현금 축적을 막기 위해 ‘적정유보초과소득세’를 부과한 전례가 있는 만큼 사내 유보금 과세를 통해 기업들이 적절한 투자처를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도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에 유보금 비중을 연계하는 등 사내 유보금을 투자로 끌어내 일자리 확대를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유찬 홍익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필요하지만 유보금 중 지나친 현금 보유나 비업무용 부동산 등 비생산적인 용도를 가려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용어 클릭] ●사내 유보금 기업이 사업 지속을위해 필요 비용을 축적해 둔 돈.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회사 밖으로 유출되지 않은 이익잉여금과 자본거래로 발생한 자본잉여금을 합친 개념이다.
  • [경제 블로그] 콧대 낮춘 증권사, 고객과 스킨십

    [경제 블로그] 콧대 낮춘 증권사, 고객과 스킨십

    증권사들이 ‘콧대’를 낮추고 고객과의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불황 탓에 투자자들이 주식거래를 줄이자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투자 세미나를 늘린 것이다. 과거 투자 세미나가 고액 자산가 중심으로 소규모로 진행됐다면 요즘은 다수의 보통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아리를 찾아가는 증권사도 있다. 딱딱하던 특강이 요즘 화두인 ‘인문학’의 옷을 입고 ‘힐링’을 얘기한다. 최근 투자자들이 채권 위주의 안전자산에서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조금씩 눈을 돌리는 추세여서 고객 유치 경쟁은 더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본사와 104개 지점에서 지금까지 한달 평균 200차례 세미나를 열었다. 8월부터 절세 전략과 채권 투자 문의가 늘면서 월 300회까지 횟수가 늘었다. 미래에셋증권은 본사 특강만 올들어 벌써 110회를 넘어섰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3월부터 서울시립대 등 대학 동아리에 ‘찾아가는 방문 재테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증권사들이 투자 교육을 늘리는 이유는 단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특강을 들으러 왔다가 고객이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최근 주식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어 고객 유치전이 더욱 치열하다.”고 전했다. 지난달 코스피시장 거래대금은 104조원을 기록, 3월 이후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채권은 5개월 만에 거래 실적이 감소했다. 강의 내용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투자 설명회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관심을 갖는 은퇴 설계가 대세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늘면서 ‘시황’이 바뀐 셈이다. 강사들도 종목과 업종에 정통한 ‘족집게 애널리스트’에서 은퇴연구소 소장들로 인기순위가 옮겨가고 있다. 이색 특강도 눈에 띈다. 삼성증권은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라는 주제로 투자 세미나를 열었다. 힐링 붐을 타고 큰 인기를 끌었다. 예전엔 찾아보기 어렵던 의사, 시인, 사진작가 등이 강사진으로 포진한 경우도 적지 않다. 취미 생활로 유인해 투자 고객으로 만들겠다는 콜라보레이션(결합) 전략이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삼성전자 최대 실적 4분기가 ‘고비’

    삼성전자 최대 실적 4분기가 ‘고비’

    삼성전자가 3분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대하면서도 4분기 이후 실적 악화를 우려해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10월부터는 영업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새해 경영계획에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 ●내부에선 “4분기부터 실적 급락 가능성” 삼성전자 관계자는 4일 “3분기를 정점으로 영업이익 등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 이런 상황을 새해 경영계획에 반영하려 한다.”면서 “증권업계 등 외부에서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장밋빛 전망과 우리 내부의 평가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외 증권사 26곳이 전망한 삼성전자의 3분기 추정 실적은 매출 51조 5700억원, 영업이익 7조 560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7.8%, 24.9% 증가한 사상 최대 실적이다.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지난 2분기(매출 47조 6000억원, 영업이익 6조 7200억원)의 성과를 뛰어넘는 대기록이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판매 호조에 이어 반도체 부문에서도 영업이익이 개선돼 3분기 이후에도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증권은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올해 4조 6000억원에 불과하지만 내년에는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7조 6000억원으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폰 성과가 다른 부진을 가려” 하지만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4분기부터 세계 주요 시장들이 모두 어려움에 빠져 본격적인 위기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로존과 중국의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데다, 미국에서도 정부의 재정 지출 감소로 사회 전역에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이는 등 실적 개선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과 나머지 부문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고, 스마트폰의 성과가 나머지 사업들의 실적 악화를 덮어버리는 ‘착시현상’도 내부의 위기를 가중시킨다는 게 삼성전자의 판단이다. 실제로 2분기 실적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정보기술·모바일(IM) 부문(매출 20조 5200억원, 영업이익 4조 190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 43%, 영업이익 64%에 달한다. 하지만 그간 삼성전자를 먹여살려 왔던 반도체 부문은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나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애플의 ‘아이폰5’가 출시 3일 만에 500만대를 판매하며 사상 최대 성적을 거두는 등 경쟁 제품들의 성장도 거세지고 있어, IM 부문 역시 4분기 이후 전망을 낙관할 수 없다는 게 삼성의 냉정한 진단이다. ●“반도체사업에 발목 잡힐 수도”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현재 반도체 분야는 삼성전자 전체 투자의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올 하반기 D램과 낸드플래시 제품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각각 5% 수준에 그칠 전망”이라면서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해질 경우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반도체 사업은 오히려 삼성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감사원 출신 ‘도 넘은’ 금융권 재취업

    감사원 출신 ‘도 넘은’ 금융권 재취업

    감사원 출신 인사들이 지난해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후 노골적으로 금융권 민간기업 감사 자리로 재취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이런 추세가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어 고위공무원 출신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이상직 의원이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분석한 결과 감사원 출신 인사가 금융기관 감사 또는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긴 사례는 지난해 3월 이후 현재까지 11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공공기관 감사국장이나 공직감찰본부장 등은 금융기관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직위라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5월 금감원은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금감원 쇄신방안’을 통해 임직원의 감사 재취업 관행을 완전 철폐하기로 했다. 이후 금감원 출신 감사의 빈자리를 역시 공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감사원 출신들이 꿰차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감사원은 금감원 감사를 진행하면서 우리투자, 동양종금, 한국투자, 삼성, 현대,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 하나대투, 대신, 한화 등 10개 증권사 임직원들에 대한 ‘금융거래정보동의서’를 요청해 파문이 일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 자리를 노리고 금융권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았다. 당시 감사원은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었지만, 이런 우려는 감사원 인사들의 금융권 재취업 사례를 통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 의원은 “금감원이 쇄신 방안을 마련한 것은 저축은행 부실 사태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기 때문이지 감사원 등 다른 정부기관의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 “그 틈새를 비집고 금융기관으로 진출하는 감사원 출신의 행태는 국가 최고 감찰기관 고위직으로서의 자존심을 버린 처사”라고 지적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롯데·신세계, 인천터미널서 ‘불편한 동거’?

    롯데·신세계, 인천터미널서 ‘불편한 동거’?

    롯데쇼핑이 인천종합터미널의 새 주인이 될 전망이다. 이 터미널은 신세계가 2017년까지 장기 임대 계약을 맺고 백화점을 운영 중인 곳으로 매각이 성사될 경우 ‘유통 맞수’ 간 갈등이 예상된다. 인천시는 27일 재정난 타개를 위해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및 건물을 롯데쇼핑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매각 가격은 8751억원으로, 롯데쇼핑은 오는 12월 본계약을 맺고 내년 1월 31일까지 대금을 완납하기로 했다. 매물은 인천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일대 땅 7만 7815㎡와 건물(연면적) 16만 1750㎡가 포함된다. 롯데쇼핑은 이 일대를 백화점과 마트, 디지털파크, 영화관 등이 결합된 복합단지로 개발, 롯데타운화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지난 8월부터 증권사, 신탁사, 자산운용사, 유통사 등 159개 업체에 매수의사를 타진, 이 중 6개 업체가 참여 의사를 밝혔고, 최종적으로 롯데쇼핑이 매수자로 낙점됐다. 문제는 이곳에 신세계백화점 점포 가운데 매출 3위를 자랑하는 인천점이 있다는 것. 신세계백화점은 인천시와 2017년 11월까지 20년 장기 임대 계약을 맺고 인천점을 15년째 운영 중이다. 게다가 기존 점포 옆에 새로 증축한 매장(연면적 1만 6500㎡)은 2031년 3월까지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롯데에 허를 찔렸다고 분석한다. 만약 롯데가 예정대로 인천종합터미널을 인수하고, 신세계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영업을 할 경우 롯데타운 내 노른자위 지역에 신세계 백화점이 영업을 하는 ‘불편한 동거’가 이뤄지게 된다. 신세계 관계자는 “임대계약 종료일까지 영업권이 유효하기 때문에 롯데가 터미널을 인수하더라도 롯데의 백화점 영업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는 “사업 조건이 맞아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일 뿐”이라며 “인천시에서 신세계와도 협상을 진행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터미널 전체가 아닌 인천점 부지만 사길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대한통운 인수 때도 신세계 광주점이 있는 광주터미널이 매각 대상에서 제외되자 롯데가 인수전에서 빠졌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전혀 예상치 못했다. 상도의에 어긋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신세계는 일단 본계약 성사 단계까지 가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한다는 입장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경제프리즘] 웅진 ‘해체’ 위기에 직무유기 한몫

    웅진그룹이 ‘해체’ 위기에 내몰리도록 국내 증권사와 신용평가사의 경고음은 없었다. 투자자들이 알기 어려운 위험을 미리 알려야 하는데도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웅진그룹 계열사들의 전망에 대해 하나같이 ‘좋아요’를 외쳤다. 신평사들은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 신청에 들어가자 그제서야 뒤늦게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지난달 17일 현대증권은 MBK파트너스와 1조 2000억원에 매각 계약을 맺은 웅진코웨이에 대해 “재평가 계기가 마련됐다.”며 주가 상승 여력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며칠 뒤 대신증권은 “MBK파트너스 인수는 기존 주주에게 가장 긍정적인 방식의 매각”이라며 “이제 도약하는 일만 남았다.”고 치켜세웠다. 아울러 웅진코웨이 목표 주가를 3만 8400원에서 5만 1000원으로 올렸다. IBK투자증권도 “웅진코웨이의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10% 증가한 67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27일 웅진케미칼 탐방 보고서에서 “신사업의 성장성이 부각되는 내년 이후 실적이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매수’ 의견을 냈다. 이날 웅진그룹 계열사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하루새 날아간 시가총액만 약 8000억원에 육박했다. 신평사들의 ‘뒷북’도 만만치 않다. 웅진그룹 계열사인 극동건설이 부도를 맞고 지주사인 웅진홀딩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뒤에야 신용등급을 내렸다. 한국기업평가는 웅진홀딩스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D’로 강등했다. D는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를 의미한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웅진홀딩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D’로 강등했다. 위험을 사전에 알려야 하는 신평사의 기능이 실종된 것이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고객 정보 무방비 노출] “정보 열람목적 등 명기 의무화 책임 소재·통제 장치 강화해야”

    [고객 정보 무방비 노출] “정보 열람목적 등 명기 의무화 책임 소재·통제 장치 강화해야”

    “개인 정보 열람에 동의한 고객이라 할지라도 증권사 직원이 자신의 계좌 내역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겁니다. 계좌를 개설할 때 어느 선까지 보겠다고 얘기해 주는 증권사는 없으니까요.”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23일 “약관 어디에도 고객정보 활용 범위에 대한 언급이 없다.”면서 “약관을 명확히 하고 이를 고객에게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구나 쉽게 고객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돼 있는 일부 증권사의 내부 시스템도 시급히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다. 강 국장은 “(증권사에 아예 거래를 맡기는) 일임매매 때는 모든 정보 제공에 동의하는지 반드시 고객에게 묻고, 일임매매가 아닌 경우에는 정보 열람 때마다 고객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보 열람 때는 내부 접속 기록을 남기고 열람목적 등도 의무적으로 명기하도록 해 정보 유출 위험 등에 따른 책임 소재와 통제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 관리 직원이 고객 계좌를 열람한 뒤 특정 상품을 사도록 부추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서 “관련 민원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정보 접근 폭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투자를 종용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고객 정보 무방비 노출] 비밀번호 있으나 마나… 고객 증권 계좌내역 ‘손바닥 보듯’

    [고객 정보 무방비 노출] 비밀번호 있으나 마나… 고객 증권 계좌내역 ‘손바닥 보듯’

    50대 주부 A씨는 최근 증권사 직원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남편의 퇴직금을 자신의 증권 계좌에 일부 넣었는데 증권사 직원이 “여유 자금이 있을 때 관심 분야에 투자하라.”며 계좌 내역을 줄줄 읊었기 때문이다. 당황한 A씨는 “비밀번호도 안 가르쳐 줬는데 어떻게 보유주식 현황과 잔고까지 상세히 꿰뚫고 있느냐.”고 다그쳐 물었다. 그랬더니 “처음에 계좌를 개설할 때 개인 정보 활용에 동의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A씨는 “동의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생활을 침범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기초 정보에 국한된 것일 뿐 계좌 내역 전부를 들여다봐도 괜찮다고 동의한 적은 없다.”고 항의했다. 직원에게 따질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A씨는 본사에 재차 전화를 걸어 “애초 동의를 구할 때 내 정보가 어떻게 어디까지 활용될 것인지 설명해 주고 약관에도 명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증권사는 “현행법에 관련 조항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며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것이 아닌 만큼 크게 문제 될 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투자자 B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B씨는 “정 필요하다면 연락처와 보유주식, 매수 날짜 정도만 알아도 되지 않느냐.”면서 “어떤 주식을 사고팔았는지 거래 내역과 잔고, 나아가 내 재산 정보가 전부 공개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거래 증권사에) 따졌더니 다른 증권사들도 모두 그렇게 한다는 어이없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채권 투자로 정평이 난 유명 증권사에서 이렇게 고객 정보를 허술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 놀란 B씨는 “고객의 의지와 상관없이 금융계좌 열람이 허용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B씨는 민원서에서 “고객별로 지정돼 있는 전담직원(관리자)은 물론 관리자가 아닌 직원도 손쉽게 고객의 개인 정보를 볼 수 있는 관행은 개인 정보 보호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정부의 시책에 위배된다.”고 의견을 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직원은 “고객 관리나 영업에 필요한 정보 범위는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관리 편의를 위해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증권사의 관리 직원들은 자신이 관리하는 고객이 주식이나 금융상품을 사고팔면 거래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기 때문에 거래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사 세 곳에 계좌가 있는 직장인 최모씨는 “증권사 직원이 내 거래 내역과 투자성향을 상세히 짚어가며 투자를 권유해 와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어떤 증권사는 개인 정보 보호 차원에서 일일이 (정보 열람 때) 내 허락을 구하는가 하면, 어떤 증권사는 멋대로 재산 정보를 본 뒤 투자를 권유해 와 한편으론 불쾌하고 찜찜했다.”고 말했다. 김병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약관이 모호하면 개인 정보 유출이나 투자 손실이 일어났을 경우 상당한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개인정보보호법에 기초해 정보 열람의 세부 기준과 수집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약관에 명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개인 정보도 유형마다 등급이 있는 만큼 (증권사 내부에) 정보 접근 권한을 따로 둬야 하며 그에 걸맞은 정보기술(IT) 보안 시스템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고객 정보 무방비 노출] 10곳중 6곳 창구 직원도 마구 열람 “투자조언 위한 것”… 보안의식 실종

    증권사의 개인 정보 안전 불감증이 도를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서울신문이 10개 증권사를 무작위로 추출해 개인 정보 열람 실태를 직접 확인해 본 결과 6곳이 고객의 계좌 잔액과 거래내역 등을 무방비로 노출하고 있었다. 고객의 동의나 비밀번호 없이도 창구 직원 누구나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이 중에는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고개를 숙이는 곳이 있는가 하면, “투자 정보를 조언하기 위해서인데 뭐가 문제냐.”며 되레 역정을 내는 곳도 있었다. ●창구 직원도 고객계좌 손쉽게 열람 증권사에는 ‘관리자’라는 호칭이 있다. 1대1로 고객에게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직원을 말한다. 은행으로 치면 프라이빗뱅커(PB)에 해당한다. 통상 관리자 한 명이 30~100명의 고객을 전담한다. 증권 계좌를 개설할 때 관리자 지정 여부를 묻는데, 지정을 원하지 않으면 비(非)관리 고객이 된다. 대기업 계열의 S사를 비롯해 6곳의 증권사는 고객 정보 접근에 따로 제한을 두지 않고 있었다. 관리 직원은 물론 일반 창구 직원도 고객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S사 측은 “미수가 발생하면 창구 직원이 계좌 정보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비관리 고객의 정보도 열람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합병이나 감자 등 고객이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을 곧바로 확인, 고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후발 주자로 수탁고 1위를 달리는 M증권사의 시스템은 달랐다. 관리자만 개인 정보를 볼 수 있었다. 창구 직원은 고객이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아예 조회할 수 없도록 차단해 놓았다. 비관리 고객의 정보도 비밀번호 없이는 조회할 수 없게 돼 있다. 합병 등 반드시 고객에게 알려야 할 사안이 있을 때는 본사에서 해당 주식을 갖고 있는 고객 명단을 작성, 각 지점에 내려보낸다. 규모가 크고 역사도 오래된 H증권사는 관리직원과 창구직원 모두 별다른 절차 없이 고객 정보를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비관리 고객에 대해서는 합병 등 중요 정보를 아예 제공하지 않았다. 이들 고객의 수수료가 싸다는 이유에서였다. M사를 포함한 4곳의 증권사는 고객 정보 접근 대상만 관리자로 제한하고 있을 뿐 계좌 잔액, 과거 거래 내역, 보유주식 수 등 접근 가능 정보에는 따로 제한을 두지 않고 있었다. 관리자라는 명분 아래 사실상 개인 정보를 모두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정보이용 특정상품 거래 권유 또 다른 문제는 이런 고객 정보가 언제든 빼돌려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증권사들은 펄쩍 뛰지만 고객 정보 접근이 증권사보다 훨씬 엄격한 은행권에서조차 얼마 전 이런 일이 적발돼 논란이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9년 7월 이후 고객 계좌를 무단 열람하다 적발된 은행원은 신한, 국민, 하나, 외환, 스탠다드차타드(SC) 등 5개 은행에서만 124명이다. 이들의 무단 조회 횟수는 9295차례나 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실명제법 시행 이후 관리감독이 강화돼 은행에서는 창구직원이라고 하더라도 고객의 동의나 비밀번호 없이는 상세 계좌내역을 볼 수 없다.”면서 “무단 열람 사실이 적발되면 (은행은) 금융당국의 엄격한 제재가 따른다.”고 전했다. ●정보유출 위험·관리 허술도 문제 금융 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도 문제다. 현행법상 정보 열람 대상과 범위 등을 증권사별로 자체 규정을 통해 명시하도록 돼 있지만 명시하지 않거나 명시만 해놓고 제대로 지키지 않는 곳이 적지 않다. 약관에 대한 고객 동의를 구할 때도 구체적인 설명은 따르지 않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객 정보 수집 등에 관한 관리감독 규정은 있으나 증권사마다 자의적으로 해석해 (정보관리 실태가) 천차만별인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번 실태 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시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백민경·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금감원, 증권사 고객정보 무분별 열람 전방위 실태조사 착수

    금융 당국이 증권사들의 개인 정보 열람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주식 거래 내역, 계좌 잔액 등 민감한 정보까지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서다. 서울신문이 증권사 10곳의 개인 정보 관리 실태를 직접 확인한 결과 6곳이 이렇다 할 제한 없이 고객 정보를 모든 직원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나머지 4곳도 보안 의식은 천차만별이었다. 고객 정보의 대량 유출 위험은 물론 자칫 고객의 투자 손실을 야기할 수 있는데도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감독원은 23일 “증권사들이 고객 정보를 무분별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민원이 잇따라 제기돼 지난 20일 모든 증권사에 고객 정보 열람 실태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고객에게 증권 투자 정보를 조언해 주는 관리자뿐 아니라 창구 직원 등 비(非)관리자의 정보 접근 실태와 내부 기준 등을 자세히 들여다볼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창구 직원의 정보 열람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개인 정보 보호 차원에서 정부가 주민번호 사용까지 제한하고 있지만, 고객도 모르는 사이에 고객 정보가 ‘공유’될 경우 정보가 빼돌려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서다. 증권사들은 허술한 정보 관리의 문제점을 시인하면서도 계좌 개설 때 정보 열람에 관한 고객 동의를 구했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어디까지 열람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뭉뚱그려 동의를 구하는 방식이라 논란의 소지가 크다. 고객 정보 열람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은행과 달리 증권사는 현행법(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상 고객 정보 수집 범위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일부 증권사 직원들이 정보 열람을 통해 고객의 여유 자금 실태를 소상히 파악, 특정 상품 투자 등을 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민경·이성원기자 white@seoul.co.kr
  • [장기 불황 2題] ‘한탕주의’ 유사 투자자문사 증가

    금융당국이 유사 투자자문업 제도 폐지 방침을 밝혔음에도 유사 투자자문사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경기 불황에 대박을 좇는 ‘개미 투자자’들의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사 투자자문사 수는 7월 말 현재 538개다. 지난해 12월 말(513개)에 비해 25개가 새로 생겼다. 국내 62개 증권사의 지점 수가 1744개(6월 말 기준)로 작년 동기(1799개)에 비해 55개나 감소한 것과 뚜렷히 대조된다. 유사 투자자문사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간행물이나 출판물, 방송 등을 통해 투자 조언을 해주는 곳을 말한다. 인터넷 등을 통해 고객을 끌어모은 뒤 한달에 50만원가량의 회비를 받고 투자 대상을 문자로 일러주는 자문사도 있다. 일정한 자격 조건이 없어 금융위원회에 신고만 하면 영업이 가능하다. 당국의 감독도 따로 받지 않는다. 한 유사 투자자문사는 포털 사이트의 카페와 연동해 운영된다. 이 카페는 가입자만 57만여명으로 하루 방문자 수가 3만명을 넘어선다.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한 애매한 규정도 유사 투자자문사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특정 고객을 상대로 특정 종목을 추천하면 규정 위반이다. 하지만 회원들에게 문자로 투자자문을 할 경우, 어디까지가 특정 고객인지 분간하기 쉽지 않다. 또 회비가 50만원 수준이면 규정 위반이 아니지만 150만원가량을 넘어서면 규정 위반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불법행위를 한 유사 투자자문사 71곳을 적발해 검찰에 넘겼다. 전년(53건)에 비해 20%가량 늘어난 수치다. 개인 투자자들이 시세 조작 등의 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유사 투자자문업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투자자문업 자격 조건을 자본금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사 투자자문사를 투자자문사로 흡수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경제프리즘] 슈퍼리치 “단기차익·절세” 30년 국채 싹쓸이… 금융사 함구령

    지난 11일 처음 발행된 국채 30년물에 대한 ‘슈퍼 리치’(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이 뜨겁다. 물량을 배정받은 6개 금융회사들이 판매에 들어가자마자 거의 ‘완판’(전량 판매)됐다. 어떤 사람이 얼마만큼 샀는지 시장의 관심이 뜨겁지만 판매사들은 구매고객에 관한 정보 공개를 극도로 꺼리고 있다. 부자 고객들이 자금 흐름 노출을 꺼리는 데다, 만에 하나 손실을 입을 경우 금융사 이미지도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6개 금융사로 구성된 국채 인수단(삼성증권·동양증권·대우증권·SK증권·하나은행·BNP파리바은행)은 정부에서 배정받은 국채 30년물 4060억원어치를 사실상 전량 판매했다. 가장 많은 물량(1200억원)을 배정받은 삼성증권은 대부분을 개인에게 넘기는 소매(리테일) 판매분으로 정했다. 이틀 새 이미 1000억원어치가 팔렸다. 나머지 200억원어치도 이미 예약 판매는 끝났지만 워낙 고액으로 사가는 개인투자자가 많아 입금이 지연된 탓에 결제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KDB대우증권도 800억원을 배정받아 완판했다. 이 가운데 개인에게 팔린 물량은 300억원가량이다. 810억원을 배정받은 동양증권은 30억원어치만 개인에게 팔았다. SK증권과 하나은행은 각각 500억원씩 배당받아 대부분 기관에 팔았다. BNP파리바은행도 배정받은 200억원어치를 거의 다 팔았다. 이렇듯 슈퍼 리치들이 경쟁적으로 국채 30년물을 사들이는 까닭은 절세와 단기차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채 30년물은 30년 만기 예금을 드는 것과 같다. 이날 금리가 3.02%에 마감했으니 만기까지 기다린다면 연 3%의 이자를 받게 된다. 하지만 채권은 예금과 달리 중간에 팔 수 있기 때문에 시장금리에 따라 언제든지 채권가격도 달라질 수 있다. 1억원에 산 채권이라도 1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시장 금리가 더 내려가게 되면 1억 1000만원에 팔 수 있다는 얘기다. 채권값과 금리는 반비례한다. 삼성증권은 30년 만기 국채를 2년 동안 보유한 뒤 팔 때 시장금리가 0.5% 포인트 내렸다면 투자 수익률은 연 8%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절세 효과는 덤이다. 10년 이상의 장기채라 분리과세를 신청할 수 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이 현행 4000만원에서 내년부터는 3000만원으로 낮아지는 만큼 분리과세 상품이 더욱 매력적이다. 표면금리는 3.0%여서 4%대인 20년물에 비해 세금 부담도 적다. 부자 고객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금융사의 보안 수위도 높아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구입 고객 수와 개인별 판매금액을 절대 밝히지 말라는 함구령이 떨어졌다.”면서 “이런 정보가 나가는 것을 슈퍼 리치들이 워낙 싫어하는 데다 회사마다 개인들에게 열심히 파는 회사가 있고 그렇지 않은 회사가 있는 등 전략을 노출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길섶에서] 담뱃값 인상/오승호 논설위원

    미국에서는 담배를 사기 위해 차를 몰고 몇 ㎞를 오가곤 한다. 담뱃값이 상대적으로 싼 동네를 찾아서다. 가격 부담 때문에 값이 싼 국산을 애용하는 한국인 유학생들도 많다. ‘담뱃값 인상’이 보건복지부의 단골 메뉴가 된 듯하다. 금연 확대를 위해 가격정책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한다. 지난 10일 입법예고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는 인상 방안이 빠져 있지만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단다. 2004년 12월 500원 올린 것이 마지막인데, 이번에는 2500원짜리를 5000원으로 올릴 기세다. 지난 주말 한 증권사는 ‘인내의 결실을 보게 될까?’라는 보고서에서 “담뱃값을 100원 인상할 경우 KT&G의 내년 추정 순이익을 17.6% 상향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값을 올려서 흡연율을 낮춘다는 복지부의 정책 목표를 적용하면 그렇지 않을 텐데, 왜 그럴까? 가격탄력성과 상관이 있다. 가격이 오른 만큼 수요가 줄지 않는 ‘비탄력적’ 상품이어서다. 값을 왕창 올렸는데 가시적 효과는 없고 서민생활에 부담만 주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100세시대 연금저축 대항마 ‘IRP’

    100세시대 연금저축 대항마 ‘IRP’

    퇴직연금제도에 낯선 이름이 등장했다. 7월 26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모습을 드러낸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다. 바뀐 법에 따라 회사를 옮기거나 55세 이전에 퇴직하면 퇴직금이 자동으로 IRP에 옮겨가게 된다. 개인의 성향에 맞게 IRP에 들어간 돈을 예금, 펀드 등에 넣어 다양하게 굴릴 수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노후 소득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직장인에게 IRP 공부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IRP는 개인퇴직계좌(IRA·Individual Retirement Account)의 진화된 형태이다. IRA는 퇴직일시금이나 중간정산금을 적립하고 운용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만드는 저축계좌다. 이직이나 중간정산으로 받은 목돈을 노후자금으로 모을 수 있도록 도입됐지만,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계좌를 만들고 직접 돈을 입금해야 했다. 이런 번거로움 때문에 이용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하지만 IRP가 도입되면서 퇴직금 수령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전 직장의 퇴직금이 IRP로 들어가게 됐다. 퇴직금을 받으려면 IRP 계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금융권은 앞으로 IRP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지난 5월 말 4조 8000억원으로 전체 퇴직연금 규모의 9%에 불과한 IRP 시장이 2015년 말 27조 9000억원, 2020년에는 80조 7000억원(전체의 42%)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年 1200만원까지 추가 납입 가능 IRP 가입은 쉽다. 은행, 증권, 보험사 등에서 계좌만 만들면 된다. 퇴직금 외에 별도로 연 1200만원까지 더 납입할 수 있다. 퇴직자뿐만 아니라 직장에 다니는 사람도 연 최대 1200만원을 IRP에 적립해 돈을 굴릴 수 있다. 2017년 7월부터는 자영업자도 IRP 가입이 가능해진다. IRP는 여러 금융상품이 들어 있는 큰 바구니와 같다. 예금, 펀드, 보험, 주가연계증권(ELS), 채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퇴직금을 나누어 담아 안정적인 수익을 노릴 수 있다. IRP의 가장 큰 장점은 세제 혜택이다. 보통 퇴직금을 한꺼번에 타면 퇴직소득세(6~38%)를 제하고 난 나머지만 받게 된다. 하지만 IRP에 넣어 55세까지 보존하면, 연금 수령 시점까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를 ‘과세이연’이라고 한다. 세금으로 나갈 돈도 원금에 포함돼 장기간 굴리기 때문에 최종 수익이 커지는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소득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다른 개인연금과 IRP 합산액을 기준으로 400만원까지만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모든 퇴직금이 IRP로 자동 이전되지는 않는다. 55세 이후에 퇴직할 경우 일시금으로 탈 수 있다. 또 급여를 담보로 대출받은 돈을 갚아야 하거나, 퇴직금이 150만원 이하의 소액일 경우 IRP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IRP는 특정 시점까지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강제성은 없다.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부만 찾을 순 없다. IRP를 해지한 뒤 필요한 돈을 쓰고 남은 돈은 즉시연금 등의 개인연금 상품에 가입해 노후자금을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IRP에 넣어둔 퇴직금은 55세 이후 연금 형태로 매달 일정액을 받거나 일시금으로 탈 수 있으므로 개인의 사정을 고려해 수령방법을 정하면 된다. ●55세 이후엔 연금·일시금 중 선택 IRP 자금을 여러 상품에 분산 투자할 수 있으므로 본인의 투자성향과 연령대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정기예금처럼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품과 실적에 따라 배당을 받는 상품을 적절히 섞을 필요가 있다. 박준범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부장은 “20~30대라면 펀드나 ELS 편입 비중을 키워 수익성을 추구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퇴직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40~50대는 예금과 채권 등 안정적 상품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IRP는 노후준비 성격의 자금이므로 변동성이 큰 주식의 편입비율이 40%로 제한된 채권형 펀드에만 투자하도록 설계됐다. 증권사와 은행들은 IRP 마케팅으로 고객 유치에 나섰다. 우리투자증권의 ‘100세시대 IRP’는 분할매수 기능을 지원하는 오토바이(auto-buy)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단 안전자산으로 목돈을 굴리면서 매달 일정금액을 펀드 등에 투자해 분산투자 효과를 노리는 기능이다. 기간과 금액을 다양하게 정하는 맞춤형 연금지급 서비스도 제공한다. 미래에셋증권은 투자성향에 따라 안정추구형부터 고수익형에 이르는 4가지 형태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준다. 삼성증권은 업계 절반 수준인 연 0.35%의 저렴한 운용 수수료를 내세우고, 교육 프로그램인 ‘찾아가는 은퇴학교’를 운영 중이다. 농협은행은 이달 말까지 IRP 가입고객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한다. 가입금액이 많은 고객 10명과 추가적립금 IRP 가입고객 10명(선착순)을 매일 선정해 모두 520명에게 영화관람권을 준다. 이 은행은 만기일을 자유롭게 정하고 중도해지할 때도 1년 기본금리를 주는 IRP 특화 정기예금을 출시해 고객 모으기에 한창이다. 산업은행도 IRP 가입상담을 받거나 계좌를 개설하고 퇴직금을 납입한 고객에게 스타벅스 커피 쿠폰과 주유할인권 등을 나눠준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증권사 대출 허용땐 안전장치 있어야”

    정부가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을 통해 추진 중인 증권사의 대출업무 허용은 추가 자본 규제를 수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금으로서는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송상진 한국은행 금융제도팀 과장은 22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금융 겸업 논의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금융 겸업은 지나친 리스크(위험) 추구, 상호간 연계성 확대 등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금융 겸업은 우리나라처럼 금융지주사에 속한 자회사가 증권·보험 등 각각의 업무를 하면 외부 겸업, 보험사가 은행의 대출업무를 하는 것처럼 한 회사 안에서 다른 금융서비스도 하면 내부 겸업 두 가지로 분류된다. 국회에 상정된 우리나라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금융투자업자(증권사)에게 기업대출 업무를 허용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 경우 비은행 금융사인 증권사가 은행과 유사한 여·수신 업무를 하는 ‘그림자은행’(Shadow banking)이 탄생하게 된다. 그림자은행은 예금보호 등 공적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 위기 때 위험해질 수 있다. 송 과장은 “예금수신 기능이 없는 증권사에 대출업무를 허용하면 환매조건부채권(RP) 등과 같은 단기시장성 자금조달을 통해 대출을 늘릴 수 있다.”며 “결국 내부 겸업을 통한 그림자은행이 늘어나게 되는 만큼 추가 자본 규제 부과 등의 안전장치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거래소 직원 자살’로 본 기업 공시정보 관리 허점

    코스닥 공시 정보 사전 유출 파문으로 한국거래소가 발칵 뒤집혔다. 연루된 거래소 직원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 충격은 더 크다. 당연히 그동안 공시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했는지가 도마 위에 올랐다. 거래소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문제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아니다. 21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경기 김포시의 한강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코스닥 시장운영팀 소속 직원 이모(51)씨는 미공개 코스닥 공시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그동안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를 받아 왔다. 그는 이 정보를 이용해 해당 종목을 직접 차명 거래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공시를 접수한 뒤 실제 공시를 하기까지 생기는 10분간의 시차를 이용했다. 공시 자료가 거래소 전산망에 접수되면 공시업무팀 직원들이 규정 준수 여부를 검토한 뒤 부서장이 결재한다. 공시업무팀 20여명 외에 시장운영팀 5명도 이 정보를 미리 본다. 유상증자, 합병 등 중대한 사안일 경우 필요한 조치를 미리 해놓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 통상 10분이 소요된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거의 같다. 코스닥 시장운영팀 소속인 이씨는 미공개 공시 정보를 모두 볼 수 있었다. 그동안 거래소 내부에서도 허술한 보안 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사건이 터지기 한 해 전 거래소 감사위원회는 “공시 정보 접근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공시 시스템 운영 담당자에게만 접근 권한을 부여하고 업무상 불필요한 사람은 제외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파문이 일자 거래소는 ‘즉각 공시’를 골자로 한 대책을 마련했다. 모든 공시의 85%가량을 사전 검토 없이 바로 공개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현재 시장조치가 필요한 공시는 평균 15%가량이라는 점이 감안됐다. 최홍식 코스닥시장본부장은 “시장조치가 필요한 공시 사항을 사전에 보지 않을 수는 없지만 이 외의 공시 내용은 검토 절차 없이 바로 등록하도록 바꾸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공시업무팀 외 시장운영팀 직원은 공시 내용을 보지 못하게 할 방침이다. 코스닥과 코스피 모두에 적용한다. 다만 관련 규정 및 시스템 개발 기간을 고려해 일단은 공시 우수 법인과 우량 기업 중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법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뒤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불성실 공시법인이나 관리, 투자 주의 환기 종목으로 지정될 경우 공시 사전 확인 절차 면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수시 공시 모니터링 체계도 구축한다. 한국거래소 측은 사망한 이씨가 공시 정보를 사전에 유출했다는 제보를 받은 뒤 공시 시스템에 접근 가능한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내부 조사를 실시했으며 전체 거래소 직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하다. 공시업무팀 인력은 정보를 사전에 알 수 있어 유출 가능성이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개별 기업이 공시 시스템에 자율적으로 기업 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공시돼 거래소 직원의 개입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공시 내용에 문제가 있을 때 기업에 책임을 묻지만 우리는 거래소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피고발인이 사망하면 보통 수사를 종결하지만 이번 건이 개인만의 문제인지 거래소나 증권사까지 수사할 사안인지 따져봐야 한다.”면서 “추가 조사 후 수사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대근·신진호·이성원기자 dynamic@seoul.co.kr
  • [불황 덮친 한국 경제 두 모습] 몸집 줄이는 증권사 1년새 55곳 폐점 중대형사 사라진 셈

    극심한 불황 탓에 증권사들이 지점 수를 줄이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1년 남짓한 기간에 70곳 이상의 지점이 문을 닫았다. 웬만한 중대형 증권사 1곳이 사라진 셈이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6월 말 현재 협회에 등록된 증권사 지점은 총 62개사 1744곳으로 집계됐다. 1년 전(1799곳)과 비교하면 55곳이 없어졌다. 증권사 지점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감소했다가 2009년 6월 말(1726곳)을 기점으로 늘기 시작해 지난해 3월 말에는 1820곳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이후 계속 감소 추세다. 동양증권이 지난해 3월 말 165곳에서 올해 6월 말 128곳으로 22.4%나 줄였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은 19곳을 줄였고, 대우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각각 3곳씩 없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세계 금융시장 불안으로 증시 거래량이 급감하자 증권사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된 요인이 크다. 올 2분기 62개 증권사의 순이익은 21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7% 급감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점이 사라지면서 직원 수도 줄었다. 증권사 직원 수는 지난 6월 말 4만 2081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601명 감소했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온라인 거래 확산과 증시 영업환경 변화 등도 지점 수 감소의 요인”이라면서 “앞으로 업황이 회복돼도 지점 수가 예전처럼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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