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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플러스] 머리 쓸수록 좋아지는 구조 규명

    |도쿄 이춘규특파원|머리를 쓸수록 기억력이 향상되는 뇌 구조가 도쿄대 연구팀에 의해 규명됐다. 일본 언론들은 15일 도쿄대 연구팀은 공부를 하거나 문제를 푸느라 두뇌를 쓰면 시터파라는 뇌파가 나와 기억력을 좌우하는 뇌의 해마 신경세포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쥐 실험에서 확인했다. 연구팀은 흥분·진정제 성분 등의 약물을 통해 인위적으로 신경세포를 늘리면 쇠퇴한 기억력을 회복시키거나 우울증 치료에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울증은 물론 치매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뇌에 입력된 정보는 해마를 거쳐 기억된다. 학습 등으로 해마의 활동이 활발해지면 신경세포가 증가하는 사실은 알려져 있으나 증가 구조는 밝혀지지 않았다.
  • 추석에 씨름 못본다

    이번 한가위에는 ‘단골손님’ 민속씨름의 샅바싸움을 보며 손에 땀을 쥐는 일은 없겠다. 방송 중계 중단과 씨름계의 분열로 83년 출범한 민속씨름 사상 최초로 명절 대회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한가위장사씨름대회 무산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다. 지난달 17일부터 기장군에서 열릴 예정이던 기장장사씨름대회가 KBS의 중계 취소로 무산된 뒤 진전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씨름을 살리기 위해 지난달 말 문화관광부까지 중재에 나섰지만 씨름연맹과 아마추어 씨름을 주관하는 대한씨름협회, 연맹에 반기를 든 프로구단 신창건설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논의는 원점만 맴돌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지난달 31일 씨름연맹과 대한씨름협회 관계자들을 불러 중재 회의를 열고 씨름연맹이 신창건설에 내린 징계를 풀고 대한씨름협회가 지난달 6월 김천대회처럼 지자체 팀들을 계속 출전시키면 KBS의 중계를 주선하겠다는 합의안을 맺었다. 하지만 씨름연맹이 신창측에 징계해제를 전제로 지난 7일까지 한가위대회 참가 의사를 타진했지만 신창측은 씨름연맹이 주최하는 대회는 모두 보이콧하겠다는 입장만 재확인했다. 대한씨름협회측이 연맹을 제치고 신창건설의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자신들의 단독 주최로 대회를 열려다 무산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고 KBS측은 ‘씨름계 내분이 해결되지 않는 한 중계는 불가’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상태다. 씨름계의 골깊은 내분에 소중한 명절 추억 하나를 즐기지 못하게 된 팬들만 피해자가 됐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부산신항이냐 진해신항이냐 ‘팔짱’ 낀 해양부

    ‘부산신항이냐 진해신항이냐.’ 부산 강서구와 경남 진해시 일원에 건설 중인 신항의 명칭을 놓고 불거진 부산시와 경남도의 갈등이 치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부산시는 부산항의 브랜드 가치를 위해 신항의 명칭을 ‘부산신항’으로 고집하고 있으며, 경남도는 진해땅에 건설되는 항만이므로 ‘진행신항’이 마땅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부산에서는 ‘부산신항 명칭 사수를 위한 범시민 궐기대회’가 열렸으며, 이보다 앞선 4월에는 진해시 제덕동 신항만 공사현장에서 ‘진해신항 명칭쟁취 경남도민 총궐기대회가 열리는 등 한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 ●북항부지 178만평 소유권 차지 속셈 양측이 신항의 명칭에 집착하는 것은 항만개발공사가 완공된 이후 조성되는 북항부지 178만평의 소유권을 차지하려는 속내를 갖고 있다. 즉 배후부지를 누가 많이 차지하느냐에 따라 지방세 수입 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14일 오후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국무총리 산하 행정협의조정위원회도 해양수산부가 상정한 신항 명칭 결정사항은 심의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이번 각하결정은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가 신항 명칭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논평한 뒤 “부산항은 오랫동안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만큼 국익차원에서 ‘부산신항’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남도는 “해양부는 최소한의 법률적 판단도 못하는 무능함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비난한 뒤 “이 문제는 부처 장관의 지휘감독권을 쥐고 있는 국무총리가 합리적으로 판단,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 북항3선석 개장도 차질 예상 이에 따라 양 시·도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해양부가 추진중인 내년 1월 북항 3선석 조기 개장도 차질이 예상된다. 부산시와 경남도의 해묵은 갈등은 해양부의 무원칙적인 독단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97년 평택항개발 1단계공사가 준공되면서 불거진 경기도 평택시와 충남 당진군의 분쟁을 해결한 사례를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 평택시와 당진군은 공유수면 매립으로 조성된 부지를 서로 자기 땅이라고 등록하는 등 갈등을 빚었다. 평택시가 98년 매립지를 편입시키자 당진군도 99년 항계를 분리,‘당진항’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매립지를 편입했다. 이어 다음해에는 매립토지 이중등록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에 대해 해양부는 2003년 전문가에게 용역을 의뢰, 연구결과에 따라 항만법 시행령을 개정, 항만명칭을 ‘평택·당진항’으로 결정했었다. 해양부는 이같은 사례를 놔둔 채 명칭결정을 행조위에 상정, 귀중한 시간만 허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오늘의 눈] 구미혁신클러스터 무산 유감/한찬규 지방자치뉴스부 차장

    경북 구미시 신평동 옛 금오공대 부지 2만 7650평. 금오공대가 연초 새 캠퍼스로 이전하면서 이 부지의 용처에 구미지역 시민들의 눈이 쏠렸다. 경부고속도로 구미IC 인근에 위치해 구미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부지는 개발방향에 따라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다. 열쇠를 쥐고 있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당초 방침은 제값을 받고 매각하는 것. 그 대금으로 금오공대 이전비용을 충당한다는 계산이었다. 이에 대해 지역주민과 시민단체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일반에 매각하면 건설업체들이 달려들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 뻔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렇게 되면 구미의 관문부터 경관이 엉망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부지를 지난 7월27일 산업단지관리공단과 경북도, 구미시, 영남대 등 4개 기관이 매입키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들 기관은 이곳에 구미혁신클러스터 거점지원센터를 건립키로 했다. 구미지역 시민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12일 산업단지관리공단이 돌연 “부지 매입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또다시 구미지역이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구미산업단지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 추진했던 부지 활용계획이 지역갈등만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 시민들의 볼멘 이유였다. 이튿날인 13일에는 ‘옛 금오공대 부지 활용대책범시민위원회’가 “산업단지관리공단은 부지매입 포기를 철회하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또한 구미경실련이 “산업단지관리공단의 MOU 파기 발표는 구미시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 데 이어 시민단체들도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나아가 양해각서 체결당사자인 영남대조차 “산업단지관리공단의 일방적 결정”이라며 당황해 했을 정도다. 산업단지공단도 할 말은 있다. 관계자는 “이 지역 4개 대학이 다른 지역에 있는 영남대의 참여를 문제삼아 집단시위 등 반발해 사업을 계속 진행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항변했다. 이어 “대학의 이기주의에 지역발전이 희생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공기업이 석연찮은 이유로 양해각서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행태가 ‘자사 이기주의’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하지는 못했다. 한찬규 지방자치뉴스부 차장 cghan@seoul.co.kr
  • [길섶에서] 벌 초/심재억 문화부 차장

    벼린 낫 몇자루 챙겨 지고, 송진내 자욱한 산길로 살 한바탕쯤 걸어 선산에 듭니다. 소싯적, 아버지 따라 벌초 나선 날. 낫질이야 손에 익어 어렵지 않지만 복숭아털 같은 가을볕 아래 증조, 고조 묘까지 죄다 벌초하기가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한나절을 넘긴 낫질에 손에는 쥐가 나고, 낫날까지 무뎌져 벌초도 곱게 되지 않습니다. 그럴 때면 아버지 쉬어가잔 듯 한마디 하십니다.“벌초도 정성인데, 네 자리는 꼭 처삼촌 묏등 벌초한 듯하구나.” 뜨악한 마음에 돌아보니 풀벤 자리가 마치 까치집처럼 들쑥날쑥합니다.“그러고도 복을 받겠느냐.”는 아버지 핀잔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닙니다. 되짚어 풀벤 자리를 다시 손보고서야 벌초를 마칩니다. 요새 벌초 대행이 유행이랍니다. 아무리 공을 들여봐야 죽은 조상이 흔한 복권 하나 당첨시켜주지 못한다는 걸 영악한 현대인들이 모를 리 없고, 그러니 애터지게 먼 길 찾아 나서 벌초를 할 리가 없지요. 문득 ‘조상은 정성으로 모신다.’는 아버지 말씀이 떠올라 가슴이 저려 옵니다. 올해도 제 손으로 아버지 묘소를 벌초하지 못했습니다.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친일파 손녀 ‘돈벼락’

    친일파인 ‘공주갑부’ 김갑순(1872∼1960)의 손녀가 충남도의 ‘조상땅 찾아주기 사업’을 통해 땅을 찾아 거액의 재산을 손에 쥐게 됐다. 14일 도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김갑순의 손녀 김모(59)씨는 도가 운영 중인 조상땅 찾아주기 사업을 통해 최근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 주변인 공주와 연기·부여 등 3개 지역에 할아버지와 아버지 명의로 등록된 99필지 6273평의 토지를 찾았다. 이곳은 행정도시 건설계획 영향으로 땅값이 평당 25만∼30만원대를 호가해 실제 땅값은 수십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1980년대 초 TV드라마 ‘거부실록’에서 ‘민나 도로보데스(모두가 도둑놈들)’라는 말을 뱉어 유행시킨 김갑순은 충남의 대표적 친일파. 공주 출신으로 1902년 부여군수 등 10여년간 충남 6곳의 군수를 지내고 1921년 조선총독부 자문기구인 중추원 참의를 3차례나 역임하면서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역대 조선총독 열전각’을 지어 일제에 헌납하기도 했다. 김갑순은 당시 공주·대전지역에 1011만평의 땅을 갖고 있었고 대전지역 땅의 40%는 그의 것이었다고 한다. 한편 민족문제연구소 백동현 연구원은 “정기국회에 상정된 ‘재산환수법’이 통과돼 친일행위를 통해 재산을 쌓은 이들의 후손이 조상땅을 찾아가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박은영의 DVD 레서피]

    ■ 신작 대박 ‘빅3’이 전작들 ● ’형사’의 이명세 감독/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년작) 강동원과 하지원이 함께 추는 탱고 같은 ‘형사’의 액션에 매료되었다면 이명세에게 한국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라는 찬사를 안겨 준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두말할 것도 없는 필수 감상 타이틀이다. 변장술의 대가인 범인과 그를 쫓는 형사와의 끈질긴 추격전을 그리고 있는데, 안성기, 박중훈, 장동건, 최지우 등 지금이라면 쉽지 않았을 막강한 캐스팅을 자랑한다.1988년 ‘개그맨’으로 데뷔한 이명세의 감독 이력이 17년이지만 그의 DVD는 이것 하나뿐이다. 그나마도 1디스크의 조악한 화질로 먼저 출시되었다가 영화광들의 열광적인 요구로 지난해 2디스크로 재출시되었는데,1999년작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화질과 음질도 좋은 편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에도 불구하고 제작과정과 배우들과 감독들의 인터뷰 등 당시 자료가 수록되었다. ● ’친절한 금자씨’의 박찬욱 감독/복수는 나의 것(2002년작)·올드 보이(2003년작) 박찬욱 복수 연작의 마지막은 ‘친절한 금자씨’였다. 그러나 앞서 2개의 복수영화가 있었으니 ‘복수는 나의 것’과 ‘올드 보이’다.‘복수는 나의 것’은 ‘친절한 금자씨’와 마찬가지로 유괴사건이 소재다. 자신의 딸을 죽인 유괴범들을 처단하는 중년 남자의 광기 어린 복수극이 전개되는데, 용서받지 못할 범죄를 저지른 언어장애자와 그의 여자친구도 동정하지 않을 수 없다.15년 동안 사설 감옥에 갇혔던 오대수의 비극적인 이야기인 ‘올드 보이’ 역시 박찬욱이 선사하는 뼛속까지 시린 냉정함과 냉소적인 유머, 인간에 대한 연민이 어우러졌다. 복수 3연작은 공공연하게 알려졌지만 이 DVD들에 대해서는 비교적 덜 알려진 편이다. 우선 ‘올드 보이’는 한국영화로는 이례적으로 3가지 버전의 DVD가 출시되었다. 극장에서의 어둡고 거친 화면을 그대로 담은 일반판과 색 보정을 거쳐 한결 밝아진 UE(Ultimate Edition)와 FE(Final Edition)다. 이들 DVD에는 대한민국에서 찾을 수 있는 ‘올드 보이’에 대한 자료가 모조리 수록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복수는 나의 것’은 극장에서 신통치 않은 흥행성적을 거뒀지만 DVD는 마니아들에게 영화 이상으로 각광받았다. ● ‘박수칠 때 떠나라’의 장진감독/아는 여자(2004년작) 장진은 요즘 가장 주가 높은 감독 중 하나다.‘웰컴 투 동막골’의 시나리오를 쓰고 ‘박수칠 때 떠나라’를 연출했으니, 최근 연이어 개봉한 두 영화가 900만 이상의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모은 셈이다.‘아는 여자’는 그의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로맨틱 코미디다. 암 말기 선고를 받은 한물 간 야구선수와 그를 지고지순하게 짝사랑하는 순진한 스물네 살 여자의 이 연애이야기에는 장진식의 엉뚱한 유머와 순수함이 녹아 있다. 말랑하고 낯간지러운 로맨스와는 차원이 다른 경쾌함과 예상치 못한 반전도 있다. 이 DVD의 관람 포인트는 대사다. 맛깔스러운 대사는 역시 연극으로 다져진 장진표 시나리오의 정점을 보여 준다. 감독이 직접 진행한 두 배우의 인터뷰는 편하고 영화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온다. ■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 고양이의 보은(2000년작) 이케와키 치즈루·하카마다 요시히코 주연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만든 또 한 편의 팬터지 어드벤처다. 첫사랑을 느끼기 시작한 열일곱 살 여고생 하나가 트럭에 치일 뻔한 고양이를 구해주면서 환상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은혜를 갚겠다는 고양이들은 하나의 사물함에 쥐를 가득 넣어 놓거나 집 마당에 고양이풀을 잔뜩 심어 놓는다. 그러더니 급기야 하나를 고양이 왕국으로 데려가 고양이 왕자와 결혼을 시키겠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동물에게 온정을 베풀었던 것이 오히려 고양이가 될 위기 상황을 만들게 된 것이다. 그러나 멋진 고양이 백작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 ● 아이언 자이언트(1997년작) 제니퍼 애니스톤·헤리코닉주니어 주연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영화평론가들이 격찬해 마지않는 애니메이션이 있으니 바로 ‘아이언 자이언트’다.1950년대 미국의 한 시골 마을에 떨어진 24미터의 거대 로봇과 소년의 감동적인 우정을 그렸다. 로봇은 소년과의 교감 속에 점차 인간의 감정을 갖게 되지만 살상무기로 제조된 것이라는 미 정부의 판단으로 제거될 위기에 놓인다. 소년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로봇을 제거하기 위한 미사일이 마을로 발사되고, 마을을 구하기 위해 아이언 자이언트는 자신의 몸을 희생한다.
  • 대한항공-탑항공 ‘할인 항공권’ 감정싸움

    “단순한 업무 실수를 확대 해석한 것인가.” 대한항공과 할인 항공권 판매대행사인 탑항공간의 ‘항공권 장애인 할인판매’를 둔 감정싸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이 최근 할인 항공권 판매회사인 탑항공에 “탑항공이 발권한 항공권에서 장애인 할인조건으로 부적절하게 발권된 항공권이 발견됐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탑항공측은 “(20년간의 관계를 믿지 못하고) 단순 업무 실수를 확대 해석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내비쳤다. ●투서로 촉발된 항공사와 여행사의 감정 싸움 대한항공은 지난달 한 여행사 관계자로부터 투서를 받았다. 국내 최대 할인 항공권 판매 회사인 탑항공이 그동안 상습적으로 항공권 판매 요청 시 일반인을 장애인처럼 속여 할인 혜택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대한항공은 지난 5월 모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대한항공 기내식에 유통기한이 지난 생선이 사용됐다.’는 내용이 보도된 이후 도덕성에 상처가 나 있는 상태에서 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대한항공은 탑항공의 발권분에 대한 감사에서 전체 발권 분 16만건 중 140여건이 장애인 할인을 오용했다며 ‘관련 직원의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탑항공측은 “직원들이 업무 착오를 일으킨 것을 대한항공이 지나친 인사 경영권 침해를 하고 있다.”며 대한항공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유봉국(61) 사장이 지난 3월 성실 납세자에게 주는 석탑산업훈장을 받을 정도로 도덕성을 갖춰 그동안의 ‘업계 관행’을 심하게 전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의 여행사 길들이기 대한항공은 탑항공이 한 달 넘게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계약해지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이를 두고 여행업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A여행사 대표는 “탑항공이 잘못한게 분명하므로 대한항공의 조치는 정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B여행사 임원은 “항공사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지만 일개 여행사의 인사권까지 관여한 것은 도가 지나쳤다.”면서 “경쟁 여행사의 투서만 가지고 20여년 동안 대리점으로 기여해 온 여행사와의 계약을 해지한 대한항공의 처사는 상당히 감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C항공여행사 직원은 “탑항공과 항공사를 이간질시키려는 다른 여행사의 농간에 대한항공이 이렇게 쉽게 놀아날 경우 항공사를 상대로 한 여행업계의 투서전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이에 대해 탑항공측은 “노 코멘트”라며 언급을 회피했다. 다만 유 사장이 조만간 종로경찰서에 자진 출두,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만 보였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안동환기자의 현장+] 집행관 통해 본 ‘압류 인생들’

    [안동환기자의 현장+] 집행관 통해 본 ‘압류 인생들’

    빨간 딱지를 붙이는 사람들. 민사법원의 집행관을 이르는 말이다. 삶의 애환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목격하는 이들이다. 악질적인 채무자도 있지만 궁지에 몰린 남의 집 세간을 압류하는 그들의 업무는 공무이더라도 썩 내키지 않는 일이다. 사업 실패로 하루아침에 쫓기는 신세가 된 사람들, 몇푼 안 되는 전셋집을 내놓고 거리로 나앉아야 하는 사람들. 그들이 마주치는 ‘악밖에 남지 않은 인생’이다. 지난 5∼6일 서울중앙지법 집행관실의 집행2부와 5부의 압류와 경매, 명도 등 강제집행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6일 오전 서울 신당동의 한 다세대주택 지하. 아기를 업은 30대 주부는 “법원에서 명도집행을 나왔다.”는 말에 털썩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돈 벌러 나간 남편은 연락조차 되지 않고 있다.“보증금 6000만원이 경매로 넘어갔다고 하루아침에 800만원만 받고 나가라니…갈 데가 없어요.” 눈물을 글썽인다. 집행5부 최성배 집행관이 달랜다.“오늘은 예고차 왔으니 빨리 갈 곳을 마련하세요. 어쩌겠어요.” 팀원들의 표정도 어둡다.20년 베테랑인 서창민 과장은 “넋 나간 표정으로 자포자기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한다. 이날 집행5부는 80대 노인의 단칸방부터 장애인의 임대 아파트 살림살이까지 들어내는, 정말 하기 싫은 일을 했다. 집행관실에서 가장 기피하는 업무는 명도와 철거. 그렇지 않아도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거리로 쫓아내려면 손발이 움직이지 않는다. 병으로 누운 채무자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애들을 보고 몇 만원을 되레 쥐어주고 온 일도 있다. 최 집행관이 지난해 12월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 명도 집행을 하기 위해 갔을 때다. 채무자는 팔순 노모와 50대 장애인 아들. 모자가 갈 수 있는 보호시설조차 없었다.“날이라도 풀리는 봄에 하자.”고 채권자를 설득했다.“사람부터 살려야지 무슨 수로 집행을 하랴.” 집행관들의 딜레마다. ●빚진 사회…무너지는 자영업자들 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초동의 한정식집. 집행2부 팀원들의 첫 목적지이다. 채권자와 열쇠기술자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 채권자의 입회하에 굳게 닫힌 현관 열쇠를 따고 들어가자 30대 남성 1명이 “누구냐.”며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묻는다. 법원에서 나왔다고 하자, 사내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순간 몸싸움이라도 벌어질까 긴장했지만 그도 밀린 월급을 받지 못한 채권자였다. 사내는 닫힌 식당 안에서 홀로 숙식을 하며 주인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신왕식 집행관의 지시로 대형 냉장고부터 TV, 에어컨까지 돈이 될 만한 물품에 빨간딱지가 붙는다. 이 식당은 약속어음 600만원을 갚지 못해 유체동산이 압류됐다. 다음 행선지는 3600만원을 갚지 못한 대치동의 한 요가 학원. 카운터에 놓인 컴퓨터와 팩스, 전화기에 빨간딱지가 붙자 채권자가 불만을 토해낸다.“더 압류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이거 팔아봐야 돈이나 되겠느냐는 항변이다. 사방 벽면이 거울로 덮인 수련실 안을 둘러본 신 집행관이 “뭐 있어야 압류를 하죠. 채권자가 한번 보세요.”라고 말한다. 채권자는 기대에 못 미치는지 긴 한숨을 내쉰다. 집행2부의 관할구역은 강남구. 요즘은 압류와 명도(건물이나 토지를 넘겨주는 업무) 집행 대상 대부분이 자영업자라고 한다.‘강남 경기’도 옛말이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9개 집행팀의 하루 평균 압류 건수는 180여건. 집행2부,5부와 동행한 이틀 동안 다방, 보습 학원부터 벤처 및 영세기업 사무실까지 10여곳이 압류됐다. ●추락에는 날개가 없다?대통령 인척, 변호사까지 삼성동의 한 원룸 건물 앞. 채권자인 카드사 직원이 “며칠째 사람이 없다.”며 탐문 결과를 전한다. 건물주의 동의를 받아 문을 따고 들어가자 12평 원룸은 쓰레기장이나 다름없다. 곰팡이 핀 라면 국물부터 온갖 잡동사니가 널려 있다. 채무자는 청담동의 63평짜리 고급빌라에 살다가 쫓겨 왔다는 부도난 중소기업 사장. 이날 온 이유는 그의 카드빚 200만원 때문이라고 한다. 타워팰리스에 살던 전직 대통령의 인척부터 전직 장관, 변호사, 의사, 세무사까지 압류 대상은 다양하다. 신 집행관의 경험.“압류를 하러 갔는데 낯익은 사람이 문을 열더라고요. 이름만 대면 알 중견 연기자가 잠옷바람으로 서 있더군요.”신 집행관은 “서민들이야 카드빚이 대부분이고 재산도 뻔하지만 ‘있는 사람들’은 압류 전에 명의를 바꿔 놓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도시의 최첨단 요새, 압류도 피해간다 부촌일수록 압류 집행이 쉽지 않다. 집행관들이 가장 어렵다고 털어놓는 곳은 타워팰리스와 평창동의 고급 주택가.‘요새’라고 표현한다. 타워팰리스는 접근 자체가 어렵다.1층에서 신원 확인을 하고 인터폰으로 채무자와 대화를 나누지만 대개 “협조할 수 없다.”는 대답이나 욕설만 돌아온다. 지문 인식 열쇠나 암호화된 디지털 열쇠는 여는 것이 불가능하다. 집행관들은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온 압류 장면에 불만이 많다. 검은 양복을 입고 구둣발로 집에 들어가거나 아이들 앞에서 아무데나 빨간딱지를 붙이는 것은 실제와 다르다는 것이다. 압류 물품은 채권자 앞에서 모두 목록에 기재된다. 빨간딱지를, 그것도 보이는 곳에 붙이지는 않는다. 아이들만 있는 집은 더욱 조심스럽다. 혹 상처로 남을까봐 집 밖으로 내보내거나 데리고 나가 과자를 사주며 못보게 한다. ●돈 앞에서 전쟁! 곳간에도 인심은 없더라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을수록 집행관들은 곤혹스럽다. 명도나 철거 집행을 갔다가 양손에 식칼을 들고 휘두르는 채무자의 위협을 받기도 하고 심지어 똥벼락을 맞는 일도 심심치 않게 경험한다. 추석에는 채무자를 압박하기 위한 압류가 급증한다. 일명 ‘보따리 싸기’. 남대문과 동대문 등 시장 상인들의 물품을 압류하는 것을 가리키는 직원들의 은어이다. 추석 2주전부터 몰려든다. 채권자들이 추석 직전에 압류를 하면 물건을 팔기 위해서라도 상인들이 빚을 갚는 것을 노린다는 설명이다. 지난달에는 모 시중은행의 행장실이 압류됐다. 채권자가 19억원을 돌려주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는 은행을 상대로 마지막 히든카드를 던진 것. 은행장실에 빨간딱지가 붙었다. 은행측은 외부에 알려질까봐 사흘 만에 돈을 갚았다. 보복성 압류도 있다.‘축의금 압류’ 같은 것이다. 결혼식이나 회갑연을 겨냥해 채권자가 법원에 압류 집행을 신청한다. 인륜지대사인 결혼식이나 잔칫집에 가서 돈봉투를 수거하는 일은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축의금은 그 자리에서 누구에게 낸 것인지 판별해 수거한다. 6일 오후 방배동의 한 고급빌라 단지. 빌라에서 압류된 동산의 경매가 열렸다. 압류 대상자는 시가 30억원이 넘는 빌라 건물의 주인. 건축법 위반으로 선고된 벌금 50만원을 내지 않자 검찰청이 압류를 신청했다. 결정문의 메모지에는 ‘납부 의사가 전혀 없으며 욕설로 일관하는 고의적인 벌금 미납자’라는 검찰 의견이 기재돼 있다. 경매 물품인 냉장고는 이날도 유찰돼 최저가는 벌금에도 못 미치는 34만 3000원으로 떨어졌다. 팀원들의 쓴소리.“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은 순 거짓말입니다. 단돈 29만원밖에 없다는 전직 대통령처럼 있는 사람들이 더 뻔뻔해요.” sunstory@seoul.co.kr
  • [씨줄날줄] 무정자 수정/육철수 논설위원

    로마 가톨릭 교회의 교리에는 무염시태(無染始胎)라는 게 있다. 동정녀 마리아는 예수를 잉태한 순간부터 아담의 원죄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이른바 무원죄잉태설(無原罪孕胎說)이다. 이 문제는 5세기 이후 수세기동안 논란이 거듭됐으나 1854년 교황 피우스 9세가 대칙서를 통해 “이 교리는 하느님이 계시하신 것이므로 모든 가톨릭 신자들은 이것을 확실하게 믿어야 한다.”고 선언함으로써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종교를 벗어나면 처녀가 아이를 가진 사실은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일이다.‘아빠 없는 아이’는 손가락질받기 십상인 게 세상 인심이다. 그런데 종교의 영역에서나 욕을 피할 수 있는 ‘처녀임신’에 첨단 생명과학이 근접해 세상을 또 놀라게 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영국 에든버러대학의 연구팀이 인간의 난자만으로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것과 똑같이 세포분열을 시켜 초기 배아(胚芽)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서울대 의대 서정선 교수팀이 ‘아빠 없는 쥐’를 만든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 여성 또는 여성끼리 자식을 갖게 하는 생명공학기술은 이제 그 정점을 향해 빠른 속도로 치닫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포유류의 경우, 암컷과 수컷의 유전자들이 후대에 교차 전달되는 특이성 때문에 파충류나 양서류처럼 단성생식(單性生殖)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었다. 그러나 난자에 전기자극이나 약물처리만으로 난자와 정자가 결합하듯 DNA를 2배수(2n)로 만들 수 있고, 이것을 줄기세포로 진전시켜 자궁에 착상시키면 아이가 태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난자임신’은 여아만 낳아 세상은 자칫 남자가 필요 없는 ‘아마조네스’가 될지도 모를 판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란다. 인간은 쥐같은 동물과 달리 DNA 리프로그래밍(Reprogramming)이 하도 복잡해서 난자만으로 후세를 보기가 쉽지 않다는 게 학계의 견해다. 따라서 독신녀나 레즈비언은 자력으로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아직은 접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나저나 남녀의 결혼이 자식만 갖는 게 목표는 아닐텐데,‘골치 아픈´ 생명공학 때문에 남성은 점점 쓸모없어지고 삶의 원초적 재미도 끝내 사라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자객부대 ‘칼날’에 반란파 ‘추풍낙엽’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자객’들이 ‘반란파’진영을 허물어뜨렸다. 우정민영화 법안에 반대한 자민당 출신의 ‘반란파’ 의원들이 고이즈미 총리가 대항마로 내세운 ‘자객 후보’들에 의해 대거 낙선해 버린 것이다. 12일 개표 결과, 총선에 나선 반대파의원 33명 가운데 절반에 못미치는 15명만이 지역구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다. 비례대표로 구제된 2명을 포함,‘생존자’는 17명에 그쳤다. 반란파의 선봉장인 고바야시 고키 전 재무상은 자신의 텃밭 도쿄 10구에서 ‘미녀 자객’ 고이케 유리코 환경상에 일격을 당해 주저앉았다. 후지이 다카오 전 운수상, 야시로 에이타 전 우정상 등 거물들도 자객들의 일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추풍낙엽이 돼 버렸다. 반란파의 대표주자인 자민당 전 가메이파 회장 가메이 시즈카 후보는 신흥 인터넷재벌 라이브도어의 호리에 다카부미 사장에게 개표 내내 진땀을 쥐게하는 시소게임 끝에 신승을 거뒀다. 반대파 진영은 정치 신인인 자객 후보들에 의해 ‘주력부대’가 괴멸되는 등 타격을 입어 진로를 고민 중이다. 우선 당선된 반대파들은 국회 대응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처지다. 교섭단체에 소속되지 않을 경우 국회에서 질문 시간이나 위원회 활동에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서슬퍼런 고이즈미 총리의 임기 안에 자민당의 품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없는 상태다. 고이즈미에 반기를 든 반대파 현역 의원들은 37명이었고 33명만이 총선에 나섰었다. 고이즈미 타도를 외치며 국민신당을 결성해 총선에 나섰던 와타누키 다미스케 대표는 “이만큼 당선되면 됐다.(국회가)예스 맨만으로 구성되면 독재국가가 된다.”고 한마디 했다.고이즈미가 내세운 자객후보는 14명이 당선됐고, 양측의 격전 속에 어부지리로 민주당 4명이 금배지를 달았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서울광장] 드골방정식으로 풀어본 연정론/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드골방정식으로 풀어본 연정론/진경호 논설위원

    1946년1월 프랑스 해방의 영웅 드골은 대통령직을 박차고 시골로 내려간다. 의회가 권한을 다 쥐고 있어서 대통령을 못 해먹겠다는 게 이유다. 취임한 지 불과 두 달여 만의 일이다. 사실 당시 프랑스 정국은 대통령을 선출한 하원이 권력을 쥐고 있었다. 마지막 각의에서 드골은 “정당들이 독점하는 정부 형태가 되살아났다. 나는 이런 정부를 인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강압적 독재를 펼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내가 물러나고자 한다.”고 말했다.(딕 모리스,‘파워게임의 법칙’) 어디서 들어본 듯하지 않은가.‘여소야대 정국에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던 노무현 대통령의 말과 흡사하지 않은가 말이다. 연정(聯政)논란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노 대통령이 어제 “당분간 연정 얘기를 않겠다.”고 했지만 이미 연정 제의는 선거제도 개편 논란으로 탈바꿈해 정치권을 달구기 시작했다. 자신을 탄핵한 한나라당에 권력을 통째로라도 줄 테니 연정을 하자며 정국을 흔든 노 대통령은 지금 어디를 보고 있을까. 노무현식 정치의 ‘현란함’에 국민들은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다. 여기서 잠시 드골에게로 눈을 돌려본다.‘드골 방정식’으로 노 대통령과 연정의 함수관계를 한번 풀어보자는 얘기다. 노 대통령이 존경한다는 그에게 답이 있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사실 드골과 노 대통령은 흡사한 점이 아주 많다. 타협보다 승부를, 휘느니 부러지길 좋아하는 정치적 기질이 닮았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연세대 특강에서 드골을 이렇게 소개했다.“독일 괴뢰정부의 통치를 많은 프랑스인들이 수용했을 때 드골은 수용하지 않았다. 삶의 태도로써 대단히 중요하다.(중략)확고한 지지기반을 갖고도 결국 과반수를 못하고 불과 6개월이 안 돼 정권을 내놓았다.” 시류에 맞서는 소신과 승부사의 기질이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국민을 직접 상대하며 기존 정치질서에 도전하는 정치행태도 서로 못지 않다. 드골은 주요 고비 때마다 국민투표를 승부수로 삼았고, 이를 통해 대통령에 오르고 또 물러났다. 홈페이지와 메일로 국민을 직접 상대하고, 신행정수도 이전을 국민투표에 부치려 했고, 지금의 정치로는 나라의 발전을 생각할 수 없다고 호소하는 노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 드골의 대표적 업적인 과거사 청산이나 미테랑 대통령이 이어받은 지방분권 추진 역시 참여정부의 대표적 국정과제다.“할 소리 하겠다.”며 미국과의 대등한 동맹관계를 강조하고, 국방개혁을 프랑스로부터 벤치마킹한 것을 보면 알게 모르게 드골과 프랑스는 참여정부의 우리 정치에 아주 깊숙이 스며들어와 있는 셈이다. 노심(盧心)을 잘 안다는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이 “노 대통령은 지금 역사와 대화하고 있다.”고 했다지만 적어도 드골과 대화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대화가 어떻게 끝날지, 그래서 노 대통령이 ‘지역대결구도로 오염된 정치구조’를 어떻게 뜯어고치려 할지 지금으로선 알 길이 없다. 정가에 떠도는 탈당설, 한나라당을 제외한 연정 추진설, 대통령직 사퇴와 대선·총선 조기실시설 등등 그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질지 모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작년 여대야소 때는 뭘하다 이제 국회가 발목 잡는다고 하느냐.”“연정 얘기 그만하고 민생이나 잘 챙기라.” 라는 등등의 비난은 노 대통령에게 있어서 격이 다른 한가한 소리라는 것이다.“박근혜 대표가 할 소리 했다.”“대통령도 연정 얘기 않겠다고 하지 않느냐.”며 한나라당이 흡족해 한다면 정말 실수하는 것이다. 국민이 원튼 원하지 않든 노 대통령은 승부사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폭신폭신 부드러운 비결은 공기구멍

    폭신폭신 부드러운 비결은 공기구멍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몸매에 신경이 쓰이지만 음식을 향한 욕구는 날로 커진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길 수밖에. 특히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요즘, 빵 속에 들어있는 과학적 원리를 알면 직접 빵을 굽더라도 일류 파티시에(제과제빵 전문가)의 맛을 낼 수 있다. ●‘1일 파티시에’ 되기 빵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알아보자. 밀가루(강력분) 100g, 달걀 5g, 생효모 3g, 설탕 8∼10g, 소금 1.5g, 분유 5g, 우유 20g, 물 35∼40g, 버터 약간, 반죽그릇, 나무주걱, 거품기, 프라이팬 혹은 전자레인지. 이 중 생효모는 제과점에 주문하면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우선 반죽을 만든다. 큼지막한 반죽 그릇에 설탕과 소금을 넣은 다음, 물을 부어 완전히 녹인다. 여기에 달걀, 생효모, 강력분, 분유를 넣은 뒤 거품기로 재료들이 골고루 섞이도록 저어준다. 반죽에 우유를 조금씩 따르며 농도를 조절한다. 반죽이 뭉칠 경우 버터가 효과적이다. 반죽은 손가락으로 쥐고 잡아당기듯 들어올려 얇은 막이 생길 때까지 계속한다. 두번째 작업은 발효시키기. 반죽이 담긴 그릇에 뚜껑을 닫고 섭씨 27∼29도 정도의 따뜻한 곳에 80∼90분간 둔다. 반죽은 그릇의 3분의1 이하로 넣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빵 굽기. 프라이팬에 식용유나 버터를 바른 뒤 적당한 크기로 반죽을 떼어내 뚜껑을 닫고 약한 불로 가열한다. 굽는 시간은 반죽의 양에 따라 다르므로 반죽의 상태 변화를 관찰해 덜 익거나 너무 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빵속 공기구멍은 어떻게 생기나 여기서 잠깐. 효모 빵을 만드는 데에도 어김없이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빵은 과학적으로 만들어야 더욱 맛이 있고, 따라서 그 원리를 알면 누구나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다. 특히 빵은 촉촉하면서 부드러워야 맛이 있다. 빵을 잘라 보면 무수히 많은 공기 구멍이 있는데, 이 공기 구멍들이 빵을 푹신하고 부드럽게 만든다. 그렇다면 공기 구멍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첫째, 효모가 설탕을 이용해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들기 때문이다. 반죽을 하면 효모가 밀가루와 섞이게 되고, 발효 과정에서 효모는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반죽에 기포가 생겨 빵에 구멍을 내는 것이다. 알코올은 빵을 굽는 과정에서 증발되어 없어지는데, 빵에서 나는 향긋한 냄새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둘째, 밀가루가 물과 섞이면서 탄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반죽을 잡아당기면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것은 밀가루 속 단백질에 의한 것으로 반죽을 오래 할수록 탄성은 더욱 커진다. 이 단백질은 효모에 의해 생성된 이산화탄소를 붙잡고 있도록 도와준다. ●발효 온도로 27∼29도가 적당한 이유는? 이처럼 빵에 들어가는 재료의 특성을 알면 그 양을 조절해 자신이 좋아하는 ‘나만의 빵’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효모는 생명을 가진 미생물이므로 온도 등을 적절히 맞춰야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효모는 섭씨 24∼32도에서 활동하며, 최적 온도는 27∼29도이다. 온도가 60도 이상으로 오르거나 24도 이하로 떨어지면 효모 활동은 정지된다. 효모의 양은 밀가루 양의 1∼3%면 적당하다. 지방은 빵을 부드럽게 해준다. 지방을 잘 저어주면 공기가 들어가서 다공성으로 되기 때문에 가루가 더 잘 섞이고 빵도 부드러워진다. 또한 빵의 결을 곱게하며 표면을 갈색으로 하는 작용도 한다. 설탕도 빵에 단맛을 주고 질감에 변화를 주며, 빵의 색을 먹음직스러운 갈색으로 만들어준다. 설탕의 양이 많으면 결이 거칠고 칼칼한 빵이 된다. 설탕과 밀가루의 배합 비율은 1대2 정도가 알맞다. 또 달걀은 단백질 성분이 열을 받아 응고되면서 빵을 굳게 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너무 많이 사용하면 빵 조직이 빳빳해질 수 있다. 우유를 넣은 빵은 물을 넣고 반죽한 빵보다 천천히 부풀어 오르고, 부푸는 정도도 약하다. 소금은 특유의 맛을 내고 발효를 돕는 역할을 한다. 홍준의 한성과학고 교사
  • 한가위 ‘마음은 풍년’

    한가위 ‘마음은 풍년’

    가을 밤이 깊어가고, 보름달이 익어간다. 추석이 다가오는 까닭이다.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옛말이 무색할 만큼 먹을 것, 입을 것이 넘쳐난다. 그래도 민족 최대의 명절은 흥겹다. 어머니와 마주 앉아 송편을 빚고, 아버지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으니 …. 백화점과 할인점, 재래시장은 모처럼 맞은 풍년에 싱글벙글이다. 오색 찬란한 빛으로 포장한 선물 세트가 넘실대고, 차례상에 오를 햇과일과 야채가 풍성하다. 아이들 손을 잡고, 가까운 시장을 찾아보자. 엿장수가 춤을 추며 흥을 돋우고, 각설이·풍물패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중추가절을 앞두고 백화점과 할인점, 재래시장을 뛰어다니며 알뜰쇼핑 정보를 담았다. 고향 특산물을 안방에서 구입해 선물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글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추석 준비 주부 4명 발품 팔아봤더니… 추석이다. 선물 꾸러미를 한아름 안은 가족들이 함박웃음으로 고향을 찾는다. 맛있는 음식이 끊임없이 부엌에서 나온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은 밤새 이야기 꽃을 피운다. 한가위다. 차례상에 오를 쇠고기, 생선, 과일, 야채를 싸게 사려고 시장과 할인마트를 수없이 오간다. 온종일 송편을 빚고, 생선전을 부치느라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 하루에도 상을 수십번 차리고, 치운다. 밥상, 과일상, 술상…. 추석은 두 얼굴을 지녔다. 그리고 주부에겐 잔인한 명절이다. 산더미 같은 일거리의 시작은 장보기. 싸고 좋은 물건을 찾아 하루종일 돌아다니기 일쑤다.‘할인점이 좋을까, 재래시장이 나을까.’ 추석 상차림을 준비하는 독자들을 위해 서울인이 대신 발품을 팔았다. 아줌마 4명이 기꺼이 ‘전문가’로 나섰다. 주부 박애자(62), 정경자(49), 민한순(49), 박외숙(42)씨가 주인공이다. 지난 2일 서울 중랑구 망우동 할인점 이마트와 재래시장인 우림시장을 찾아 장·단점을 비교했다. 할인점에선 추석 선물세트가 알록달록한 수를 놓고, 재래시장에는 나물 향기가 가득했다. ■ 선물세트는 할인점 과일·야채 재래시장 ●무료 배달에 반품 쉽고 포장도 깔끔 “추석 선물이 쫙 깔렸네.” 할인점에 들어서자마자 박외숙씨가 말했다.‘한가위, 정을 나누세요.’란 현수막을 붙인 중앙홀에 생활용품, 참기름, 꿀, 한과 등이 든 선물세트가 쌓여 있었다. 개량한복을 입은 직원들은 상품을 소개하느라 목소리를 높였다. 정경자씨가 홍삼액을 고르며 “당뇨병이 있어도 괜찮나요? 세트별로 왜 가격이 다르죠?”라고 쉼없이 묻는다. 직원은 웃음 띤 모습으로 차근차근 설명한다. 정씨는 직원이 친절해 할인점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맘껏 물어도, 그러다 그냥 돌아서도 짜증내지 않죠.” 정육코너 앞에 다다르자 박애자씨가 산적용·국거리용 한우를 유심히 살펴본다.“맛은 엄청 다르지만 눈으론 국산인지, 수입산인지 구별하기 힘들어요. 국은 반드시 한우로 끓여야 노린내가 없는데…. 그래서 쇠고기는 반품이 쉬운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 사죠.” 민한순씨는 의견이 달랐다. 재래시장에서 단골 정육점을 만들면 더 좋은 쇠고기를 살 수 있다고 했다.“한우도 등급이 다양한데, 할인점은 많이 팔리는 것만 갖다 놓거든요. 시장이 오히려 아주 싼 것, 비싼 것을 몽땅 팔아요.”정육코너 앞에선 굴비를 엮어 팔고 있었다. 박애자씨는 “크기가 작아 상차림용으론 적당치 않다.”고 했다. 야채코너로 발길을 돌리던 주부들은 얼굴을 찌푸렸다. 추석상에 오를 도라지, 고사리, 숙주가 턱없이 적었기 때문.“나물류는 추석 하루, 이틀 전에 사기에 아직 나오지 않았나 보네요.” 햇과일은 이미 풍성했다. 추석이 예년보다 열흘 정도 빨라 사과, 배가 덜 영글었다는 데도 맛이 괜찮았다. 햇사과 3개 4480원, 햇배 3개 2980원. 배를 시식하던 박외숙씨는 “냉장고에서 금방 꺼낸 것처럼 시원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경자씨는 “덜 익은 과일은 자연상태로 보관해야 숙성된다.”면서 “냉장고보단 베란다에 내놓는 게 좋다.”고 알려줬다. 할인점은 선물용 사과, 배를 등급별로 나눠 박스 포장해 팔고 있었다. 박스 크기는 7.5㎏,13㎏ 두 가지. 그러나 나주배인지, 상주배인지 표시가 없었다. 다만 할인점이 엄선한 맛좋은 과일이라고만 적혀 있다. 민한순씨는 “할인점은 추석 선물을 구입하기 편리하다.”고 결론냈다.5만원 이상이면 무료로 배달해주고, 맘에 들지 않으면 쉽게 되돌려보낼 수 있기 때문이란다. ●가짓수 많고 덤 얻는 재미도 쏠쏠 할인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우림시장도 추석 대목이라 분주했다. 즉석복권 추첨과 경품행사가 펼쳐지는데다 호박엿 장사꾼이 장단에 맞춰 춤을 추며 흥을 돋우었다. 그러나 추석 선물세트는 눈에 띄지 않았다. 주부들은 시장입구에 놓인 쇼핑카트를 반겼다. 박외숙씨는 “재래시장 물건이 싸지만,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기가 버거웠다.”고 털어놨다. 시장은 쇼핑카트 150대와 더불어 차량 70대가 주차할 공간을 갖추고 있었다. 요청하면 택배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다른 장점은 천막을 덮고 있어 비가 와도 쇼핑이 가능하다는 점. 노점상을 규격화해 오가기도 편하다. 다만 오토바이나 자전거가 가끔 지나 다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민한순씨는 야채가게에서 멈춰섰다.1평 남짓한 손수레에 20여가지 나물이 빼곡히 올려져 있었다. 가게 안에 진열한 야채까지 합치면 70∼80가지. 대부분 깔끔히 손질한데다 일부는 살짝 데쳐놓기까지 했다.1근(400g)에 2000원 안팎.“어머 저 열무 좀봐. 연해서 맛있겠다.” “대파값이 마트의 절반이네.” “데친 취나물이 어쩜 저렇게 새파랗지.” 탄성이 터져나왔다. 과일가게로 옮기자 갓난아이 머리 만한 배가 기다리고 있다.1개 2000원. 박애자씨는 “할인점 사과와 배는 차례상에 올리기엔 크기가 너무 작다.”면서 “이 정도가 보기도, 먹기도 좋다.”고 했다. 정경자씨는 “재래시장에선 시식할 수 없고, 신용카드를 받는 곳이 많지 않아 선물용으로 구입하긴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우림시장 상점의 30∼40%만 신용카드를 취급한다. 생선가게에 들어서자 아저씨들이 운율에 맞춰 “갈치·오징어·고등어가 떨이요.”라고 힘차게 소리친다. 어른 손보다 큰 조기도 놓여 있다.“국내산이에요.”라고 민한순씨가 묻자 “요즘 국내산 찾기 힘들어요.”라고 답한다. 그는 “자꾸 묻지 않도록 원산지를 표시하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박외숙씨는 “요즘은 시골 마을시장에도 중국산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주부들은 어느새 꿀떡과 찐빵을 사먹으며 시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민한순씨는 “한가롭게 구경하며, 맘에 드는 물건을 부담없이 사는 게 시장의 매력”이라면서 “덤이라고 한움큼씩 집어주면 마음까지 흐뭇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야채와 과일은 재래시장이 신선하고 싸다고 입을 모았다. 글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수입·국산 구별 이렇게 수입 농수산물이 급증, 재래시장은 물론 할인점, 백화점에서 쉽게 만난다. 그래서 추석을 앞두고 중국산 제품이 국산으로 둔갑하는 일도 종종 생긴다. 국산과 수입산을 구별, 신토불이 차례상을 차려보자. ●조기, 노란 빛에 두툼하다 명절 차례상에 오르는 조기는 수입산으로 둔갑하기 가장 쉬운 품목이다. 최근 중국산 수산물에서 암을 유발한다는 유해물질(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돼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산 조기는 노란빛이 돌고, 몸 전체가 두툼하며 길이가 짧다. 반면 중국산은 회색이나 흰색이며 비늘이 거칠다. 꼬리는 길면서 넓은 편이다. 옆구리 줄도 선명치 않다. ●고사리, 연한 갈색에 털이 적다 국산 고사리는 옅은 갈색에 줄기가 짧고 가늘다. 윗부분에 잎이 많이 붙어 있고 줄기 아랫부분 단면이 불규칙하게 잘려 진액이 응고돼 있다. 물에 담그면 빨리 풀리고, 옅은 검은색을 띤다. 수입산은 길고 굵으며 물에 담그면 부푸는 속도가 느리다. 짙은 은색이 난다. 껍질을 벗겨 파는 깐 도라지는 대부분 중국산이라 보면 된다. 손질을 거치지 않아 표면에 흙이 많은 것이 대부분 국산이다. 깐도라지라도 길이가 짧고, 깨물면 부드럽고, 쓴 맛이 적으면 국산이다. 대추는 표면에 마모 흔적이 없고, 꼭지가 붙어 있는 것이 국산이다. 대추를 한 움큼 쥐고 흔들어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먹어 봤을 때 과육과 씨가 쉽게 분리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수입산은 흔들면 속씨가 움직이는 소리가 난다. ●정육, 칼자국이 많다 한우와 수입 쇠고기를 눈으로 식별하기란 불가능하다. 다만 한우는 생고기 상태로 뼈를 발라내기에 형태가 다양하고, 겉부분에 칼자국이 많이 남아 있다. 그러나 수입 쇠고기는 냉동 상태에서 뼈를 골라, 고기의 겉부분이 고르다는 점이 다르다. ■ 도움말 우체국쇼핑사업팀 이주미 과장
  • [일하고 싶은 장애인(상)] 의무고용 기피하는 대기업

    9월은 법이 정한 장애인고용촉진 강조기간이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상 50인 이상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근로자의 2% 이상을 장애인으로 채워야 한다. 따라서 장애인 고용의 열쇠는 기업, 특히 대기업이 쥐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장애인고용과 관련, 대기업들의 태도는 냉랭하다. 장애인고용에 대한 대기업의 실태와 우수사례, 대안 등을 3차례에 나눠 싣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사회정책팀 L씨는 “같은 사무실에 장애인이 있으면 불편하고 거부감이 드는 것이 장애인고용을 꺼리는 진짜 이유일 것”이라며 “사회적 의식이 개선되지 않고는 아무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헌’을 외쳐도 장애인고용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기업들은 장애인을 고용하느니 차라리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내는 쪽을 택하고 있다. ●거부감 커 고용보다 부담금 내 장애인고용을 늘리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반응은 싸늘하다. 지난해 말 현재 30대 기업의 장애인고용률은 0.97%로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5대 기업의 장애인고용률은 장애인에 대한 대기업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초일류 기업인 삼성의 경우 장애인의무고용률은 지난해 말 현재 0.28%로 5대 기업 중 꼴찌다. 전년도 0.26%와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다. 다음으로는 LG(0.49%),SK(0.50%), 롯데(0.60%) 등의 순이다.5대 기업 가운데 현대자동차만 2.02%로 장애인의무고용률 2%를 겨우 넘겼다. ●삼성 장애인 고용 겨우 0.28% 이 같은 대기업의 저조한 장애인고용률은 정부기관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인다. 5일 노동부에 따르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 87개 정부기관의 지난해 말 장애인고용률(공무원)은 평균 2.04%를 기록했다. 의무고용률 달성 기관도 전년도 39개 기관에서 54개 기관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힘’있는 기관의 장애인고용률은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0.44%, 대검찰청은 0.75%였다. ●장애인 직업훈련등 여건 형성돼야 지난해 300인 이상 기업이 장애인의무고용을 지키지 않아 정부에 낸 부담금은 총 1184억원이다. 부담금 총액은 2001년 717억원,2002년 888억원,2003년 1039억원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이는 대기업이 장애인고용을 기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와 관련, 경총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못지않게 장애인에 대한 직업훈련 등 직접고용을 위한 여건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며 “장애인고용 데이터베이스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법만 강화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스포츠 포커스] 여자농구 4강 PO… 첫판서 氣 꺾어라

    [스포츠 포커스] 여자농구 4강 PO… 첫판서 氣 꺾어라

    ‘우승반지는 내 것.’2005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에서 살아남은 네 팀이 7일부터 열리는 플레이오프에서 ‘절대반지’를 두고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정규리그 2연패를 달성한 최강 우리은행(15승5패)은 라이벌 삼성생명(10승10패)과 맞대결을 펼친다. 두 팀은 최근 벌어진 4번의 챔프결정전에서 3차례나 마주친 앙숙. 이번 여름리그에서 4번 모두 우리은행이 이겼지만 항상 불꽃튀는 접전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해왔다. ●우리銀 ‘센터´ vs 삼성 ‘포워드´ 객관적인 전력면에선 우리은행이 앞선다. 백코트에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김영옥(평균 13.0점 4.2어시스트)이 버틴 우리은행이 주전 포인트가드 이미선이 부상으로 빠진 삼성생명보다 월등하다. 또 실비아 크롤리(196㎝)-김계령(190㎝)-이종애(186㎝) 등 장신 센터들이 포진한 포스트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득점(20.85점)과 스틸(2.20개) 부문 1위를 차지한 여름리그 최고의 외국인선수 아이시스 틸리스와 최강 포워드 변연하(15.4점)-박정은(15.0점) 트리오가 반전에 앞장 선다. 이미선의 공백 역시 변연하와 박정은이 번갈아가며 훌륭히 메우고 있다. 단기전을 감안하면 ‘반란’ 가능성은 충분하다. 정미라 MBC해설위원은 “틸리스가 크롤리에게 유독 약하고 키가 큰 이종애가 변연하나 박정은 중 한 명을 맡을 경우 나머지 선수가 어떤 역할을 해주느냐가 관건”이라면서 “단기전이라 예측이 어렵지만 우리은행에 더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국민銀 정선민 vs 신한銀 전주원 맞장 2위 국민은행(12승8패)과 3위 신한은행(12승8패)의 경기는 ‘보물센터’ 정선민(17.2점 5.3리바운드)과 ‘천재가드’ 전주원(13.2점 8.1어시스트)의 ‘에이스 맞장’으로 압축된다. 두 선수의 자존심만큼이나 두 팀은 정규리그에서 2승2패로 호각세다. 국민은행은 포스트가 강하다. 정선민(185㎝)-신정자(184㎝)에 리바운드왕(16.35개) 아드리안 윌리엄스(193㎝)까지 버틴 골밑은 신한은행에 큰 위협. 게다가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정선민이 고비에서 결정적인 몫을 해낼 능력을 지녀 다소 우세가 점쳐진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젊은 선수들의 투지와 트라베사 겐트(15.8점)의 득점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전주원의 ‘마술’에 기대를 건다. 게다가 지난 겨울리그 꼴찌에서 이번 시즌 3위까지 뛰어올라 호성적을 거둔 만큼 부담없이 플레이오프에 뛴다는 점도 강점이다. 정 위원은 “골밑이 강한 국민은행이 일단 우세하기 때문에 신한은행은 단기전의 승부처인 첫 경기에 모든 것을 걸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이런 결혼식은 어떻습니까

      세상에는 보통 결혼식 같은 것은 도무지 싱거워서 재미가 있어야지- 이렇게 생각하는 남녀가 언제 어느 곳에서나 있는 법. 그래서 공중결혼식에서 수중결혼식까지 벌어지는가 하면 신랑신부가 알몸으로 식을 올리는 등 기발한 취향의 결혼식「언·퍼레이드」가 펼쳐진다. 곡예사 신랑 신부는 로프 위에 무릎 꿇고 주례는 소방차(消防車) 사다리서 ★ 공중곡예 결혼식 「프랑스」의「뜨루즈」시에 있는 널따란 공원에서 가장「드릴」있는 결혼식이 베풀어졌다. 지상 18m의 공중에 둥실 떠올라서 곡예사인 신랑 신부가 식을 올리는 동안 이 가관을 구경하려고 도시락을 싸 들고 모여든 관중 2만명도 숨을 죽인 채 하늘을 응시했다. 신랑 신부는 두 사람이 모두 대담무쌍한 공중 그네타기 곡예사였다. 신랑은 정식 예복차림이고 신부는 펄럭이는「가운」을 걸쳤었다. 두 삶은 그 옷차림으로 두 줄기의 강철제「로프」에 무릎을 꿇고 엄숙한 선서를 했다. 주례도 함께 허공에 올라갔었다. 그는 소방차의 사닥다리를 하늘 높이 뽑아 올려서 그 꼭대기에서 두 남녀의 앞날을 축하해 주었다. 이 주례는「파리」에서 용명을 떨친 목사였다. 그는 일찍이「파리」의 교회부흥기금모금에 도움이 되도록 사람을 모으기 위해「세느」강에 뛰어든 빛나는 경력의 소유자. ★ 알몸 결혼식 「플로리다」의「마이애미비치」근방에 있는「누디스트」촌에서 결혼식이 있었다. 신랑 신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2백명의 하객 앞에 섰었다. 옷을 입은 사람이 한 사람 있긴 있었다. 주례를 맡은 변호사. ★ 수중 결혼식 자연주의자들이 일부러 햇빛 찬란한 태양 아래서 자연상태 그대로의 모습으로 식을 올렸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물속에서 지낸 신랑 신부도 나타났다. 그러고 보니 수중결혼식은 한국의 어느 남녀의 독점물은 아니었다. 미국「필라델피아」수심 5m의「풀」속에서 식을 올린 것이다. 신랑 신부는 주례를 보는 목사에게 접속된「마이크로폰」을 단 잠수모자를 쓰고 풍덩 뛰어 들어갔다. 점잖은 목사는 차마 그렇게 할 수는 없어서「풀」의 조약대에서 십자를 긋고 의식을 거행했었다. 목사까지 물속으로 끌어들인 열성적인「커플」도 없는 것은 아니다.「로스앤질리스」의 한「커플」의 경우. 수영광인 목사를 설득해서「풀」밑바닥에서 주례를 맡아보게 하는데 성공했다. 세 사람은 해수욕복에 잠수모자를 쓰고「이어폰」에 접속된 긴 선을 쥐고 결혼 행진곡의「리듬」에 맞추어 사이 좋게「풀」속으로 뛰어들어 갔었다. 이때 신부의 해수욕복은 물론 초(超)「비키니·스타일」. ★「파라슈트」결혼식 미국사람 중에는 비행기상에서 하늘을 날면서 결혼식을 올린「커플」도 있다. 이전에「뉴요크」의 한 신랑 신부는 비행기가 꼭 고도 640m에 이르렀을 때 선서를 하고「파라슈트」로 나란히 뛰어내렸는데… 흥분한 신부는 3백m나 내려와서「파라슈트」를 여는 끈을 잡아당겼단다. 기구(氣球)결혼식 올리다가 무서웠는지 뛰어내린 신부도 죽을 뻔 그런가 하면 기구 결혼식을 올린 남녀도 있었다. 이때는 매력적이면서도 흥분하기 쉬웠던 신부가 불과 152m 상공에서 식을 끝내자 말자 갑자기 무서웠는지「테네시」강에 뛰어내려 한때 소란을 피웠다. 다행히 신부는 지나가던 배에 구조되는 아슬아슬한 장면도 있었다. 신랑쪽은 조금도 걱정하지 않고 예정대로 유유히 457m 상공까지 올라갔다가 무사히 내려와서 응급치료를 받은 신부를 데리고 갔다. ★「제트·코스터」결혼식 「뉴요크」유원지의「제트·코스터」를 타는 동안에 사랑에 빠진「힐다」라는「브론드」의 처녀와「데이비드」라는 청년은 숨막히는 결혼식을 거행했다. 「제트·코스터」가 맹렬한「스피드」로 급상승하고 혹은 급강하하면서 선로를 달리는 사이에「데이비드」군과「힐다」양은 무사히 식을 올렸다. 주례를 맡은 목사의 머리카락과「가운」은「제트·코스터」가 일으키는 바람 때문에 크게 뒤로 휘날리고 사진사는 문자 그대로 눈알이 뱅뱅도는 의식을「카메라」에 담아야 했다. ★ 회전통 결혼식 「제트·코스터」만이 멋이냐.「포·터라이드」라는 시속 72km의「스피드」로 회전하는 회전통 속에서 결혼식을 올린「커플」도 출연하는 판이다. 1956년 1월 미국「아이오와」주「데모인」시에서「아이오와」주 축산물경진대회가 열렸을 때의 경사다. 회전통 속에서 원심력 하나로 벽쪽에 붙어 서 있을 수 있는「커플」은 선서의 말을 큰 소리로 마치 싸움하듯 외쳐야 했다. 더욱이 놀란 것은 이 결혼식의 중매와 주례를 맡은 사람은「아이오와」주지사. ★ 전화 결혼식 1933년 대서양을 횡단하는 세계 최초의 국제전화 결혼식이 있었을 때 세계는 정말 놀랐었다. 미국「디트로이트」에 사는 신랑과「스톡홀름」에 사는 신부의 목소리는「뉴요크」「메인」해안,「그라스고」「런던」경유로 상대방에게 전달되었다. 전화 결혼식이었기 때문에 신부는「웨덴든」에서 남편이 사는 미국으로 향해 출항하기 전에 일찌감치 미국시민의 아내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전화 결혼식은 7분간이 걸렸지만 그 중 3분간은 신랑이 전화가 멀어져 들리지 않는다고 신부에게 소리소리 지르는데 쓰여 신랑은 4분간의 통화료(당시 돈으로 9「파운드」10「실링」)만 냈다. 평소에 원수 진 사람들만 골라 화해(和解)겸 식(式)올린 괴짜도 ★ 박애(博愛) 결혼식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그리스도」의 가르침을 곱게 실천한 신랑 신부가 있다. 미국에서 있었던 일. 신랑의 들러리는 신랑을「스피드」위반으로 잡아 무거운 벌금을 빼앗아 간 교통순경이었고 신부의 들러리는 신부와 재판 중인 여성복 양재사. 또 주례를 맡은 목사는 신랑의 새 사업인「나이트·클럽」개점에 반대해서「데모」까지 한 목사였다. 귀한 손님으로는 이「나이트·클럽」논쟁에서 목사쪽을 두둔하는 기사를 쓴 신문기자까지 끼여 있어 실로 다양스러웠다. 식이 끝난 뒤 이들이 모두 다정한 친구가 된 것은 물론이다. <KHS합동 = 본지독점> [ 선데이서울 69년 1/26 제2권 제4호 통권18호 ]
  • 儒林(425)-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1)

    儒林(425)-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1)

    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1) BC 311년. 맹자는 마침내 고향인 추나라로 돌아온다. 이때 맹자의 나이는 61세.(맹자의 생년월일은 분명치 않다.BC 373년 4월 2일생이라는 설도 있고,BC 385년이라는 설도 있고,BC 372년이라는 설도 있다. 여기서는 가장 보편적으로 인용되는 372년으로 통일하려 한다.) 38세 무렵에 주유천하를 시작하였으므로 맹자는 거의 23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이후 BC289년 83세에 숨을 거둘 때까지 맹자는 또다시 고향을 떠난 적이 없었다. 오직 고향에서 제자들과 더불어 책을 저술하고 학문에만 정진하였다. 사기에도 이 무렵의 맹자를 ‘물러와서 제자만장들과 시경, 서경 등을 강술하고 공자의 뜻한 바를 펴서 맹자7편을 저술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후한 때의 학자 조기(趙岐)는 맹자보다 400여년 후대의 유학자인데, 그는 ‘맹자제사(孟子題辭)’에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물러나 평소에 제자들과 논의한 것을 모아 공손추, 만장 등의 뛰어난 제자들에게 주고 잘못된 것은 비판하고, 의문이 나는 것은 질문하게 하였으며, 법도의 말을 스스로 골라 7편을 저술하였다.” 이상의 기록을 종합해 보면 맹자는 20여년에 걸친 주유열국에서 돌아와 고향에서 죽을 때까지 책을 저술했으며, 그 일에는 맹자의 뛰어난 제자인 만장과 공손추가 참여했음이 밝혀진다. 특히 ‘맹자’는 문체의 기백이 호탕하고, 문맥이 일관되며, 사상의 전후가 일치되는 것으로 이는 선진(先秦)시기의 문헌으로는 거의 유일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청대의 고증학자 최술(崔述)이 ‘맹자사실록(孟子事實錄)’에서 ‘맹자는 맹자의 제자 만장, 공손추 등이 과거의 것을 기억하여 저술한 것이다. 그래서 두 제자의 문답이 7편 중에 유독 많으며, 두 제자는 이 책에서 자(子)라는 호칭을 쓰지 않았다.’라고 서술함으로써 뛰어난 제자 만장과 공손추의 영향에 힘입은 바 크다고 설명하고 있다. 맹자는 주유열국에서 돌아온 후 세상을 버리고 은둔하였다. 마치 스승 공자가 68세 때 13년간의 천하주유를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와 6년 동안 학문에만 정진하였던 것처럼. 공자와 맹자는 이처럼 비슷한 생애를 보냈지만 어떤 면에서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공자의 말년은 제자들의 교육에 힘쓰는 한편 만인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시(詩), 서(書), 역(易), 예(禮), 악(樂), 춘추(春秋) 등 육경의 경서를 편찬하였다. 공자는 실제로 정치를 통하여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킬 수 없는 현실상황을 직시하며 그 이상의 실현을 후대에 기대하기 위해서 교육과 만인의 교과서인 경전에 몰두하였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자는 ‘위대한 교육자’라고 부를 만하다. ‘이상의 실현을 후대에 기대’한 공자의 예감대로 유가를 계승한 맹자는 공자의 왕도정치를 현실에 접목시키려고 천하를 주유한다. ‘원하는 것은 오직 공자를 배우는 것(願則學孔子也)’이라고 선언한 자신의 말처럼 맹자는 공자의 뒤를 좇아 유가의 바통을 쥐고 계주(繼走)를 벌였던 릴레이 주자였던 것이다.
  • 세계화 이후의 부의 지배/현대경제연구원 옮김

    ‘세계화란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을 쌓는 것과 같다. 이 경제 바벨탑은 그러나 아무 계획도 없이 무모하게 건축되는 중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경제는 하나의 경제권으로 가고 있으며, 이 세계화 흐름에 동참하지 않는 것은 곧 빈곤의 선택과 다름없다.’ 일찍이 ‘제로섬 사회’를 주창한 레스터 C 서로 MIT대 경제경영학부 교수의 세계화에 대한 진단은 이처럼 확고부동하다. 수많은 세력이 세계화를 비판하고 있음에도 이제 국가경제, 지역경제의 자리는 글로벌 경제가 차지할 것이며, 세계화를 대담하게 이끌어가는 사람 또는 기업이 부를 거머쥘 것이라고 단언한다. ‘세계화 이후의 부의 지배’(현대경제연구원 옮김, 청림출판 펴냄)는 레스터 서로 교수가 글로벌 경제에서 변화하는 부의 흐름을 진단하고, 그 흐름을 이끌어갈 수 있는 미래전략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먼저 세계화에 대한 비판 근거의 오류를 잡는 데서 논의를 시작한다. 제1세계와 제3세계간 경제적 불평등 심화라든가, 제3세계의 금융 위기 빈발, 시민 저항과 테러리즘의 증대 등 반세계화 운동을 벌이는 이들이 내세우는 이유들은 세계화 때문이 아니라, 자본주의에 태생적으로 내재된 문제점이라는 논리를 편다. 또 제3세계 국가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세계화 자체가 아니라 세계화에 드는 비용과, 세계화로 인한 지배라는 것을 바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의 글로벌 경제는 지리적 공간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세계화는 다양한 모습으로 추진될 수 있으며, 어떻게 진행시키느냐에 따라 그 폐단도 줄여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로는 미국, 유럽, 일본 경제를 비롯해 위협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성공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한국, 그리고 제3세계 국가까지, 각 지역의 경제 이면 현상들을 분석하는 한편, 날카로운 경고와 제안을 서슴지 않는다. 그는 우선 글로벌 경제는 엄청난 무역적자를 감당해낼 수 있는 미국, 일본, 유럽에 의해서 진행될 것이라고 본다. 또 제1세계가 번영해나가야만 제3세계의 경제 역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은 비효율적인 정치제도와 문화 때문에 90년대 이후 계속된 장기불황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유럽은 세계화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결국 미국이 세계화의 주도권을 쥐고 세계를 통제해나감에 따라 ‘세계화=미국화’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로우가 주목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하지만 그는 중국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국에 대한 두려움과 위협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고 말한다. 각종 통계를 바탕으로 아무리 중국의 성장을 후하게 쳐준다해도 금세기 안, 즉 100년 안에는 미국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예측한다. 한국에 대해서 그는 지금까지 활용해온 수출주도 성장전략이 곧 종말을 맞이할 것이며, 새로운 성장전략을 세우라고 경고한다. 중국이 수출 주도형 전략을 채택하는 한 한국이 같은 전략으로 버텨낼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히려 미국이 한 때 채택했던 내향적 성장전략에서 가능성을 찾는다. 내향적 성장모델이라고 해서 실패한 준사회주의 모델이나 1960년대 선진국 대부분에서 시도했던 수입 대체전략으로 돌아가라는건 아니다. 외국인들의 시장진입은 독려하면서 국내 사업체들과의 내부적 경쟁을 통해 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Fortune Favours The Bold’ 즉,‘운명의 여신은 용기있는 자를 선택한다’는 속담에서 따왔다. 대담하고 용기있는 사람들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세계화를 기회로 보지만 소심한 사람들은 위협으로만 여긴다는 것이다. 전체적 내용이 미국적 시각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 듦에도, 글로벌 경제하에서 혼란을 겪는 기업과 개인들에게 적지않은 참고가 될 것 같다.1만 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스포츠 라운지] 한국농구의 ‘제리 맥과이어’ 김학수 에이전트

    [스포츠 라운지] 한국농구의 ‘제리 맥과이어’ 김학수 에이전트

    |반다르세리베가완(브루나이) 이재훈 특파원|그는 주로 어두운 색깔 옷을 입고 다닌다.1년에 200일 가량 전세계로 출장다니며 어느덧 몸에 밴 버릇이다. 미국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필리핀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등 농구판이 벌어지는 곳이라면 어디든 불쑥 나타나 자기보다 두뼘 가량 큰 농구선수들과 반갑게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모습이 얼핏 오랜 친구 사이처럼 보인다. 쉴새없이 울리는 휴대전화 탓에 정신없는 그에게 전화비는 얼마나 나오냐며 농을 걸었더니 “세계 곳곳에 있는 선수들에게 안부 묻는 전화비용만 한달에 100만원 정도 들어간다.”며 미소 짓는다. 프로농구 SK가 전지훈련을 겸해 참가한 셸리뮬라컵 국제초청대회가 열린 브루나이 반다르세리베가완에서 만난 그는 이번 대회에서 SK와 주최측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CCI매니지먼트의 김학수(39) 사장이다. ●쥐었던 건 야구공, 키워준 건 농구공 김 사장은 촉망받던 야구 선수였다. 초등학교 5학년때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이민간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 작지만 100m를 12초에 주파하는 빠른 발과 영리한 플레이로 유격수와 2∼3루수 등 내야수 겸 클린업 트리오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그냥 야구가 좋았을 뿐, 굳이 메이저리그까지 꿈꾸진 않았다. 절반 장학금을 받고 남부 유타대학에 스카우트됐지만 벤치만 지키자 미련없이 글러브를 벗어 던졌다. 오늘의 그를 만들어준 건 오히려 농구공이었다. 그는 집 근처에 있는 한 대학 농구 감독의 아들과 함께 자주 연습장을 찾아 선수들의 슛 연습을 도와주고, 먼지가 쌓인 마루를 닦는 등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아 감독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그 감독은 미국대학스포츠연맹(NCAA)에서 네바다주립대(UNLV)를 매년 ‘톱10’에 올려놨고 미국프로농구(NBA)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감독까지 지낸 명장 제리 태케니언이었다. 때문에 지난 91년 늦깎이로 대학을 졸업한 햇병아리 에이전트인 그에게 태케니언 감독은 아끼던 선수들을 무조건 넘겨줬다. 한국프로농구 원년 득점왕 칼 래이 해리스(나래), 토드 버나드(현대), 캔드릭 브룩스(KCC) 등이 그들이다. ●한국프로농구 원년 드래프트 상위권 휩쓸어 김 사장은 일본 농구팀에 선수를 소개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우연히 에이전트의 길에 들어섰지만 대충 하고 싶진 않았다.94년 인도네시아 코바타마 프로리그에 보낸 선수가 리그 득점과 리바운드 1위를 휩쓸며 명성을 얻기 시작해 96년 멕시칸 리그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36명 가운데 소속 선수를 12명이나 계약시켰다. 때문에 그 뒤 4년 동안 그가 세운 매니지먼트사인 CCI가 멕시칸리그 드래프트를 주관하기도 했다. 97년 출범한 한국프로농구(KBL) 첫 드래프트에서는 1순위 클리프 리드(기아)와 2순위 해리스,3순위 제랄드 워커(SBS)에다 5순위 버나드,6순위 맥길버리(현대) 등 상위권을 휩쓸었다. 최근 KBL을 누빈 로데릭 하니발(SK)과 자밀 왓킨스, 처드니 그레이(이상 TG) 등 한국 시장에 데려온 선수만 스무명이 넘는다. ●“에이전트의 최고 덕목은 선수와의 믿음” 그는 에이전트가 가장 신경써야할 부분으로 주저없이 ‘선수와의 믿음’을 꼽는다. 김 사장은 “선수를 구단에 소개하고 소개비만 챙기면 끝나는 게 아니라 선수와 친구처럼 신뢰를 쌓는 것이 최우선”이라면서 “리드나 워커 같은 선수들은 내가 이사할 때 도와주려고 직접 찾아올 정도”라고 말했다. 끝없이 발품을 팔며 소속 선수가 뛰는 경기는 빠짐없이 찾아 컨디션을 챙기고 구단과 마찰은 없는지 등을 꼼꼼히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의 꿈은 소박하다. 한국의 프로농구 관계자들에게 10년쯤 뒤 ‘김학수란 사람이 참 괜찮았다.’는 말을 듣는 걸로 족하단다. 때문에 사업을 확장하면 더 많은 선수를 확보해 수입을 늘릴 수 있지만 그는 “일을 크게 벌여서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보다 지금 맡고 있는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농구 선수 운동화가 코트에 끌리며 나는 ‘삑삑’ 소리가 지겨워지면 일을 그만두겠지만 그런 날이 쉽게 올 것 같지는 않다.”며 활짝 웃었다. nomad@seoul.co.kr ■ 김학수 사장은 ●생년월일 - 1966년 8월16일 인천 출생 ●체격 - 173㎝ 80㎏ ●출신학교 - 인천 숭의초교-미국 시에이치 데커 초교-케니 귄 중학교-클락 고교-UNLV(University Nevada Las vegas) 커뮤니케이션 전공 ●가족 - 부인 이지미(35)씨와 딸 지수(3) ●경력 - 79∼85년 중·고교 야구 주전 내야수.85∼87년 미 해병대 의무병 복무.93년 CCI매니지먼트사 설립.96∼99년 멕시코 프로농구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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