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2026-07-25
    검색기록 지우기
  • 조달
    2026-07-25
    검색기록 지우기
  • 2026-07-25
    검색기록 지우기
  • 다리
    2026-07-2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8,051
  • 편혜영 두번째 소설집 ‘사육장 쪽으로’

    인간을 벗기고 벗기고 벗기면, 세상을 까발리고 까발리고 까발리면, 결국 어떤 모습일까. 모든 삶의 편린을 긁어모아 불구덩이에 던져 녹여내면 어떤 결정체가 남을까. 사랑·온기·희망 따위가 아닌 냉담·참혹·절망이 아닐까. 작가 편혜영(36)은 그렇게 말하는 듯하다. 엄마에게 버려진 아이가 쥐의 배를 가르고, 역병 퍼진 도시에서 개구리를 낳은 임신한 누이. 동면중인 뱀을 잡아 가랑이에 집어넣거나, 올챙이가 든 줄 모르고 샘물을 마셔 구역질을 하는 상상. 전작 ‘아오이가든’을 온통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직조했던 편혜영이 두 번째 소설집 ‘사육장 쪽으로’(문학동네 펴냄)를 냈다. ‘아오이가든’만큼 선혈이 뚝뚝 떨어지진 않으나, 익숙지 않은 이야기이긴 마찬가지다.“참신하지 않을 바에야 비유를 쓰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었다.”는 단편 ‘소풍’의 주인공 여자 말이 작가의 의중을 대변하는 듯하다.‘참신하고 섣부르지 않은’ 이번 비유에도, 역시 온기라곤 한 움큼도 없다. ●죽어서도 갚을 수 없는 빚 소설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가까스로 버티며 살아간다. 표제작 ‘사육장 쪽으로’의 ‘그’는 ‘죽어서도 갚을 수 없는 빚’을 진 채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압류 집행인을 두려워하며 살아가고,‘소풍’의 ‘여자’는 수강생 수를 늘리기 위해 ‘주어와 서술어가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의 글짓기대회 출품작을 써주며 한심해한다. ‘분실물’의 ‘박’은 생활에 쪼들려 남의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아내를 보며 스스로를 수치스러워하고,‘동물원의 탄생’의 ‘사내’는 엉덩이뼈에 금이 간 노모에게 월급 대부분을 보내며 ‘검고 푸른 곰팡이가 잔뜩 낀 집’에서 생활한다. 가까스로 버텨야 하는 일상은 그 자체로 공포다. 더 큰 공포는 일상에서 탈출하려는 노력이 가까스로 버텨온 일상마저 조각낸다는 깨달음이다. 기분전환을 위해 전원주택으로 이사한 ‘사육장 쪽으로’의 ‘그’는 아이가 사나운 개에게 물어뜯긴 뒤 어쩔 줄 모르고, 애인과 여행을 떠난 ‘소풍’의 ‘여자’는 두 번의 교통사고 끝에 홀로 낯선 곳에 남겨진다. 승진을 위해 상사의 부정한 부탁을 대신해주던 ‘분실물’의 ‘박’은 사람 얼굴을 못 알아보는 이상한 증상에 빠지고, 늑대 사냥에 나선 ‘동물원의 탄생’의 ‘사내’는 한 남자를 늑대로 오인해 총으로 쏴 죽인다. 새로운 변화를 꿈꿀 수 없는 삶. 뚜렷한 삶의 목적도, 분노할 대상도 딱히 없이 그저 버틸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적 일상. 새로운 변화를 위한 시도가 상황만 더 악화시킨다는 작가의 시각은 어떤 기괴하고 엽기적인 묘사보다 훨씬 공포스럽다.‘사육장’ ‘동물원’ ‘도시’는 벗어날 수 없는 감옥과도 같다. 개에게 물린 아이를 살릴 병원조차 개 사육장 쪽에 있다(‘사육장 쪽으로’). 직업을 바꾼 후에도 동물원 시절 퍼레이드를 되풀이하는 이들에겐 동물원 밖도 여전히 동물원이다(‘퍼레이드’). ●‘끝장´을 웅변하는 듯 편혜영의 소설은 ‘끝장’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비유에서건 메시지에서건 ‘끝장의 끝’까지 내디딘 후에야 작가는 꽁꽁 숨겨둔 희망의 싹을 틔워 올릴지 모르겠다.‘조금 덜 참신하더라도 조금 덜 기괴한 비유’와 ‘조급한 희망’을 애써 작가에게 기대할 필요는 없다. 편혜영 소설 속 세계가 거짓 이미지로 뒤범벅된, 실상과 허상의 경계가 무너진 오늘의 세계보다 훨씬 더 진실에 가깝다. 부대 효과도 있다. 소설의 섬뜩함에 놀란 가슴, 현실의 끔찍함엔 무뎌질 테니!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숙여야 열릴 것이다

    “수그려야 열린다.” 최근 이해찬 전 총리 캠프에 합류한 정치권 인사는 이 전 총리가 여전히 총리 시절의 ‘뻣뻣한’ 스타일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손학규 전 지사처럼 낮은 곳으로 임하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인사는 “캠프 내부에 직언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 분위기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지지율 답보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전 총리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열린우리당 핵심 당직자가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 운영과 정책 성과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올렸지만, 국민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것에는 실패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 점은 이 전 총리에게도 시사적이다. 노 대통령의 ‘실패’가 이 전 총리에게는 극복해야 할 과제일 것이기 때문이다. 오는 8월5일로 예정된 대통합신당 창당을 앞두고 범여권과 대선 주자들의 마음이 급하다. 창당 일정을 계획대로 맞추려면 이번주 중반까지는 열린우리당과 대통합신당 창당준비위원위, 통합민주당 등 3개 세력이 창당의 형식과 내용을 둘러싼 이견을 조율해야 한다. 여의치 않으면 창당 과정에서부터 정파간 파열음이 날 수 있다. 무엇보다 ‘조순형 변수’가 만만찮다. 아직까지는 범여권 주자의 지지율이 고만고만하고, 대통합신당의 명분과 파괴력이 떨어지다 보니 조 의원의 등장이 ‘뜻하지 않은 일격’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통합민주당을 지키고 싶어하고, 통합민주당의 틀로 총선을 준비하려는 호남 중심의 당내 강경 사수파에게는 ‘조순형 카드’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구원군인 셈이다. ‘조순형 카드’가 범여권의 대선 행보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까. 해답은 대통합신당이 쥐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경선 국면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도 대통합신당 주자의 지지율이 계속 답보 상태에 머문다면, 조 의원은 ‘통합민주당 독자후보론’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04년 대통령 탄핵사태 당시의 ‘한-민 공조(한나라당-민주당 공조)’시나리오를 떠올릴 수도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헌태 소장은 “조 의원이 의미 있는 흐름을 만든다면 후보단일화의 모멘텀을 높이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컨설팅업체인 폴컴 이경헌 이사는 “열린우리당이 2002년 대선 당시 분당(分黨)을 공식 사과하고 통합민주당이 참여정부의 공과를 인정한다면 범여권의 분열을 막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범여권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손 전 지사도 시험대에 올랐다. 한나라당 출신인 손 전 지사로서는 조직과 명분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대통합신당의 전국 순회 시·도당 창당대회에서 다른 주자들로부터 “짝퉁 한나라당 후보”라며 집중 공격과 견제를 받고 있는 것은 ‘위기의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굴러온 돌’의 한계를 탈색하기 위해 ‘박힌 돌’과의 연대를 가정해 볼 수도 있겠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질적 변화 없이 물리적 결합만으로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서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범여권 주자도 제각각 약점과 한계에 시달리긴 마찬가지다. 공통점이라면 다양한 정치세력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하나의 지향점으로 이끌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파간 통합도 이루지 못하면서 국민 통합을 외쳐야 하는 머쓱한 형국이다. ckpark@seoul.co.kr
  • [아프간 협상 중대국면] 임현주씨 육성공개 왜

    지난 26일 밤 탈레반이 미국 CBS방송을 통해 피랍된 임현주씨의 육성을 공개한 것은 한국 정부를 협상 테이블로 직접 끌어들이고 탈레반 포로 석방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 정부를 동반 압박하기 위한 협상 전략인 동시에 지지부진한 협상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영길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교수는 27일 “인질 육성 공개는 고차원적인 전략인 동시에 한국과 아프간 정부, 미국 정부에 ‘추가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육성 공개는 한국의 한 방송사와 미국 CBS에 동시에 제의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누구보다 절실한 한국 정부와 탈레반 포로 석방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 정부를 전방위로 압박하겠다는 의도”라면서 “아프간 정부는 이번 사건 해결과 관련해 아무런 힘이 없다. 탈레반으로선 마치 노사 협상에서 중간 관리자가 아닌 사장과 직접 얘기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라고 덧붙였다. 박원탁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탈레반이 갑자기 인질의 육성을 공개한 것은 한국 정부가 협상 테이블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면서 “정부 협상단이 지금까지 탈레반과 직접 협상하지 않고 아프간 정부를 대리인으로 내세웠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프간 정부를 대화 상대로 간주하지 않는 탈레반에겐 아무 소용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는 “작은 것에서 시작해 범위와 한계를 점점 확대해나가는 전형적인 협상 전략”이라면서 “아프간에서의 한국인 피랍이라는 지엽적인 문제를 전세계적으로 이슈메이킹하겠다는 의도다. 알 자지라가 아닌 미국 CBS를 택한 것 역시 이를 위한 최적의 수단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피랍 9일째를 맞아 22명의 인질들이 극도의 공황 상태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아시안컵 2007] 내일 베어벡 운명의 날?

    ‘마지막 시험대’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이라크에 져 결승 진출이 좌절된 핌 베어벡 축구대표팀 감독이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의 강도를 누그러뜨리거나, 아니면 되레 부글부글 끓게 만들 수 있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 또다른 준결승에서 일본이 사우디아라비아에 2-3으로 지는 바람에 한국이 28일 오후 9시35분 인도네시아 팔렘방에서 ‘영원한 라이벌’ 일본과 3,4위전을 치르게 된 것. 베어벡 감독으로선 ‘생지옥’이냐, 견딜 만한 구덩이로 떨어지느냐가 한·일전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베어벡 감독은 선수들과 저녁식사 자리에서 “오늘의 패배는 잊자.3,4위전도 중요하다.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살리자.”고 강조했다. 두 경기 연속 120분 연장혈투를 치른 것을 감안해 26일에는 회복훈련도 생략한 채 오전엔 휴식을 취한 뒤, 오후에 인도네시아 팔렘방으로 떠났다. 바닥난 체력 탓에 베어벡 감독은 기존 베스트11을 크게 흔들지 않으면서 옆구리를 다친 최성국 대신 이근호를 내보내는 등 ‘백업요원’에게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 옛 유고 출신 이비차 오심 일본 감독 역시 지금까지 뛰지 못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A매치는 2005년 8월 동아시아대회에서 한국이 0-1로 진 이후 처음. 역대 전적에선 38승18무12패로 월등히 앞서 있지만 일본이 남미축구를 본격 접목한 1990년대 중반 이후엔 승패를 주고받았다. 베어벡 감독은 올림픽대표팀 사령탑으로 두번 맞부딪쳐 모두 1-1로 비겼지만 A매치 맞대결은 처음이다. 한국축구에 몸담은 지 7년이나 돼 한·일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베어벡 감독이라 엄청난 압박감을 느낄 것이다. 더욱이 이번 대회 3위까지만 2011년 대회 본선 자동출전권이 쥐어져 두 감독은 물러설 수 없는 벼랑끝 승부를 펼친다. 아울러 8강전에서 나란히 승부차기 선방으로 팀을 구해낸 이운재와 가와구치 요시카쓰의 거미손 대결도 관심을 끈다. 그러나 사우디가 결승골을 뽑아낸 후반 12분 이후, 일본 선수들의 투혼과 날카롭고도 정확한 패스, 기회포착 능력은 실로 가공할 수준이었다. 한국과는 스피드에서 현격한 격차가 있었고 창의적이고도 효율적인 공격루트의 창출은 마치 브라질 축구를 보는 듯했다. 베어벡호로선 J리그에서 뛴 조재진과 김정우의 경험을 십분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국내외 전문가가 제시하는 해법] “美 등과 협력… 탈레반에 명분줘야”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22명의 인질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선 탈레반 내부의 강경파를 만족시키는 카드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리를 추구하는 온건파는 금전 제공 등 물밑 거래로 설득이 가능하고, 우리 정부의 힘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탈레반 수감자 석방을 지상 과제로 삼은 강경파에게 명분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두 번 다시 인질과 포로를 교환하는 일은 없다.’는 아프간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카르자이 정권을 쥐고 흔드는 미국을 설득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진태 한국테러리즘연구소장은 “표면적으로는 아프간 정부가 당사자이지만 키를 쥐고 있는 것은 미국이다.‘테러범과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는 미국을 설득하는 데 외교력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소장은 또한 아프간 정부에 대해서도 “‘이런 식이면 향후 경제적 지원은 기대하지 말라.’는 협박에 준하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종택 명지대 인문대학장(아랍지역학과) 역시 “미국에 대한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다.”면서 “테러범들과 협상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원칙이 확고하지만, 탈레반 역시 명분을 중요시하는 집단이다. 한 명의 탈레반 포로도 풀어주지 않으면서 해결을 보려고 하는 것은 안이한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탈레반에 영향력을 지닌 유일한 국가인 파키스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도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이종화 경찰대 교수는 “아무리 뛰어난 협상가가 가더라도 현재 한국 정부가 내놓을 카드는 돈밖에 없다.”면서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파키스탄의 힘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탈레반에 대한 파키스탄 정보국의 정보력과 공작능력은 세계 최고수준이며 유착관계 역시 공공연한 비밀”이라면서 “파키스탄 정부에 적극적인 협조와 정보를 요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질 1명이 숨진 상황이지만,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탈레반을 협상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설득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장준희 한양대 세계지역문화연구소 연구원은 “정부는 사건발생 초기에 탈레반을 테러단체쯤으로 보고 직접 접촉을 하지 않아 두 번 정도 시기를 놓친 감이 있다. 미국이나 아프간 정부의 협조를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탈레반을 협상의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연구원은 또한 “탈레반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피랍된 한국인들을 분산 수용한 것처럼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부족 원로회의와 접촉해 지역 경제 원조 등을 명분으로 탈레반들을 직접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병하 조선대 아랍어과 교수는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인질을 납치한 세력이 탈레반 무장 세력이라면 오래 끌지 않을 텐데, 현재 정황에 비춰 보면 각기 다른 부족 단위의 세력이 다른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납치를 당한 입장에서 초조할 수밖에 없지만 이러한 심리를 너무 드러내면 정부가 협상과정에서 역이용당할 수 있다.”면서 “아랍쪽 관행을 보면 사고 자체가 급한 게 없고 느긋한 면이 많다. 이들의 생활양식을 이해하고 문제를 차분히 풀 수 있는 지혜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임일영 서재희 이경주기자 argus@seoul.co.kr
  • ‘석호필’ 젖은 눈빛에 쏙 빠진다

    한 사람을 사랑하면 그의 모든 것이 궁금해진다. 마찬가지로 어느 배우를 좋아하게 되면 그의 프로필과 전작 등을 모두 섭렵하고 싶어진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에 나온 ‘석호필(웬트워스 밀러)’의 팬이라면 좋아할 희소식이 있다. 바로 그의 단편영화 출연작을 만날 기회가 온 것. EBS는 27일 밤 12시35분 ‘독립영화극장-해외우수단편시리즈 4’에서 웬트워스 밀러가 출연한 단편영화 ‘고백’을 방영한다. 애시 바론 코엔 감독의 ‘고백’에서 웬트워스 밀러는 전쟁의 상처로 고통받는 주인공으로 출연해 섬세한 내면 연기를 선보였다. 이야기는 한 여자가 군대 교도소로 남편을 면회하러 가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녀는 곧 남편을 만나지만, 남편 톰은 이미 예전의 사랑스런 그가 아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다그쳐 묻는 여자에게 톰은 이라크 파병 시절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사건을 말해 준다. 한정된 공간에서 대사와 표정만으로 진행하는 이 영화는 묵직하고 깊은 울림이 있다. 웬트워스 밀러는 탁월한 연기로 인물의 감정선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외우수단편시리즈4’에서는 이 밖에도 프랑스 세실 베르낭 감독의 ‘만찬’, 보실카 시모노비치 감독의 ‘쥐’도 감상할 수 있다.‘만찬’은 그리스 라리사 영화제, 로마 국제 영화제 등에서 작품상을 수상했고,‘쥐’도 각종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피랍 한국인 1명 피살] 탈레반, 피랍 한국인 살해 왜

    피랍 한국인 23명 가운데 배형규 목사가 살해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이슬람권 전문가들은 탈레반 무장단체가 실리와 명분을 동시에 취하려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간인을 납치한 탈레반으로선 한국 정부와의 거래를 통해 투쟁 자금을 얻어내는 것도 중요했지만, 조직 내부의 강경파들을 설득할 만한 구실이 필요했다는 의미다. 대테러 전문가인 이종화 경찰대 교수는 “탈레반은 가장 극단적이면서 보수적인 원리주의자들이다. 그들 내부에서도 이번 납치사건을 일으키고 협상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마무리지을 명분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여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지닌 탈레반으로선 남자 인질 가운데 희생양을 찾아야 했고, 인질 가운데 유일한 목사인 배 목사를 선택하는 것이 일종의 종교적 본보기로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중동학회장 겸 한국외대 중동연구소장인 장병옥 교수는 “탈레반이 협상 시한을 세 차례나 미루면서 성의를 보인 데 대해 우리 쪽에서도 명분을 줬어야 한다. 탈레반으로선 협상 조건으로 내건 동료들을 한 명도 구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을 것”이라면서 “명분을 줄 수 없다면 몸값을 올려줘서라도 현지 부족 원로와 탈레반 수뇌부에 물밑 작업을 했어야 하는데 이것이 안 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결국 피랍사건 석방 협상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아프간 정부에 절대적 영향력을 지닌 미국이었는데, 단 한 명의 탈레반 수감자도 석방시키지 못한 것은 정부의 외교력이 못 미쳤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장 교수는 이어 “배 목사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형제, 자매를 안전하게 귀가시키고 나를 희생시키라.’는 식으로 탈레반을 설득하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 교수는 “이슬람원리주의자들의 문화적 배경보다는 협상 전략이나 불가피한 차원에서 생겼을 것”이라며 “미국이나 나토군에 의해 매일매일 생사 기로에 서 있는 탈레반에게 합리적인 선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또한 “일부를 풀어준 것은 대규모 인질에게 먹을 것을 주면서 장기간 데리고 있을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거나 협상 테이블에서 더 큰 반대 급부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면서 “탈레반이 배 목사를 본보기 격으로 죽였는지 (건강이 악화돼)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신을 처리할 수 없어 내버렸는지는 단정짓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임일영 서재희기자 argus@seoul.co.kr
  • [피랍 한국인 1명 피살] 탈레반 진의파악 급선무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을 상대로 한 협상이 배형규(42) 목사의 살해 소식으로 막다른 골목에 처하게 됐다. 그동안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다.”며 신중한 자세를 일관했던 정부로서는 끝내 피랍자 1명이 살해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협상에 ‘빨간불’이 켜질 수 밖에 없음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촉박한 협상 시한 탈레반이 마지막 협상 시한을 현지시각 26일 오전 1시(한국시간 26일 오전 5시30분)로 제시함으로써 정부는 극도의 효율적인 협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배 목사가 살해됐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진 시각이 25일 밤 9시40분쯤이니까 마지막 협상시한까지는 불과 8시간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탈레반은 지난 21일 처음으로 협상시한을 제시한 이후 22일,23일,24일 매일 밤 한국시간으로 11시30분으로 협상시한을 연장하다가 돌연 24일 밤 11시30분 이후에는 새로운 협상 시한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에 새로운 협상 시간을 제시하고 나선 것은 탈레반의 고도의 심리전’이라는 지적이다. 탈레반측이 한편으로는 수감자 8명 석방설을 흘리면서 한편으로는 배 목사를 살해한 것으로 이중 플레이를 취함으로써 향후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죄수를 인질과 맞교환하지 않는다.”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보면서 더 이상 끌려 다녀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 상황 분석·정보력 한계 그동안 교착상태에 있던 협상이 24일 밤부터 수감자와 탈레반 포로 맞교환설, 거액의 몸값 지불설등이 흘러나오면서 사실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때보다 높았다. 그러나 25일 오후 들어 탈레반이 돌연 인질 살해 위협을 재차 들고 나오며 위기감이 다시 고조됐다. 탈레반 대변인으로 알려진 유수프 아마디는 AFP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협상시한은 이미 만료됐다.”면서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오늘(현지시간으로 25일 오후 2시)한국인 인질 중 일부를 살해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정부 내부에서는 설마하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하지만 결국 아마디의 발언이 배 목사의 살해 소식으로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정부의 상황 분석과 정보력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탈레반이 계속 수감자와 포로의 맞교환을 요구할 경우 정부는 수감자의 선별적 석방에 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피랍된 23명을 한꺼번에 석방시키겠다는 ‘일괄 타결방식’의 협상 원칙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탈레반이 앞으로 찔끔찔끔 몇명 단위로 석방시키는 식의 협상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나머지 수감자들을 무사히 석방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피랍 한국인 석방협상] 美 “피랍한국인 즉각 석방“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한국인 피랍사건에 침묵하던 미국이 사건 발생 닷새 만에 입을 열었다. 비록 원론 차원이긴 하지만 미 행정부가 조속한 한국인 석방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탈레반 죄수들에 대한 석방권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국제안보지원군(ISAF)이 쥐고 있고,ISAF의 최대 파병국이 미국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향후 협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아프간에서 납치된 한국인들은 그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는 무고한 시민들“이라며 “그들은 즉각 석방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매코맥 대변인은 이어 “미국은 이 문제에 긴밀히 대처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이날 브리핑에서 아프간에서 납치된 한국인 23명은 즉각 석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힐 차관보는 “한국인 납치사태가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도 큰 우려사항이 되고 있다.”면서 “우리는 한국 정부와 (사태 해결을 위해)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 당국자는 “우방국으로서 미국이 우리와 협조한다는 입장은 변함 없으며, 미국과의 협력채널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죄수·인질 맞교환이나 탈레반측에 금전적인 보상 등이 이뤄지려면 미국의 ‘암묵적인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탈레반과의 대치 전선에서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아프간 정부로서는 미국의 동의 없이 탈레반 죄수를 풀어주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한국 및 아프간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여 죄수 석방이나 대규모 현물 지원 등을 얼마나 묵인하느냐에 협상 성패가 달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피랍 한국인 석방협상] 탈레반 결국 ‘돈요구 포석’?

    [피랍 한국인 석방협상] 탈레반 결국 ‘돈요구 포석’?

    탈레반측은 자신들이 설정한 시한이 임박할 때마다 시한을 재연장하고 요구조건을 조금씩 바꾸는 등 목표를 최대한 관철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4일 저녁 탈레반측과의 협상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탈레반 죄수 석방은 어렵다고 보고 대신 인질 23명의 석방조건으로 수백만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인질과 직접 통화하려면 10만달러를 내라고 요구한 탈레반측으로선 경제적 실리를 챙기려는 의도도 보인 셈이다. 협상 시한인 24일 저녁 7시(한국시간 오후 11시 30분)가 지나도 인질을 살해하지 않겠다고 함으로써 거래를 계속할 의사가 있음도 내비쳤다. 철군, 수감자 석방 등 서방세계와 투쟁을 위한 명분을 요구 조건으로 내세우다 금전적 보상도 추가되면서 탈레반측의 본심이 드러나는 양상이다. 애초 탈레반 무장세력이 지난 19일 한국인 23명을 인질로 붙잡은 이후 처음 내건 석방조건은 아프간 주둔 한국군의 즉각적인 철수였다. 동의, 다산부대 요원 200명의 조건없는 즉각 철군을 내세웠다. 그리고 하루 뒤 철군 시한인 21일 낮 12시(한국시간 오후 4시 30분)가 임박하자 한국정부의 태도가 적극적이라면서 시한을 오후 7시(한국시간 오후 11시 30분)로 늦췄다. 한국정부가 올 12월로 예정된 철군이 이미 예정대로 작업 중이라며 적극 대응한 데 대한 응답이었다. 가슴을 쓸어내린 한국 정부에 “한국인 인질의 운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숨통을 트여줌으로써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노림수였다. 이후 한국 정부와 아프간 정부, 미국 등의 반응을 살펴가며 협상의 완급을 조절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탈레반측은 한국 정부와 직접 교감함으로써 아프간 정부에 탈레반 수감자들의 석방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기로 방향을 선회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프간의 가즈니주 탈레반 최고위급 사령관의 석방을 추가로 요구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피랍 한국인 석방협상] “部族 경제지원하면 협상 도움될것”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국방부 이슬람 자문위원인 이원삼 선문대 국제학부 교수는 24일 “탈레반이 요구하는 포로 맞교환은 미국 등의 거센 반대로 성사되기 어렵다.”며 “결국 경제적 지원을 우리 정부가 약속하는 쪽으로 협상의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통치기반이 취약한 카르자이 정권을 통한 협상은 타결 가능성이 전무하다.”고 단언하고 “결국 탈레반에 큰 영향력을 지닌 아프간 내 부족장들을 설득해 내느냐에 한국인 구출의 성패가 달렸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와의 문답. ▶탈레반측이 협상 시한을 하루씩 연장하며 한국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하는 의도가 뭔가. -탈레반도 아프간 정부가 포로 맞교환에 응하리라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4월 이탈리아 기자와 탈레반 포로의 맞교환 때 카르자이 대통령이 “이번 한번뿐”이라고 선을 그은 데다, 미국도 맞교환을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안다고 봐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맞교환을 성사시키려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안으로는 다른 목표를 두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다른 목표라면. -결국 돈이다. 탈레반이 인질 면담조건으로 10만달러를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포로 맞교환이 어려운 만큼 금전적 보상은 우리 정부도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테러집단을 직접 지원할 수는 없는 만큼 탈레반 거점지역의 부족에게 경제 지원을 하는 방안으로 협상을 타결짓는 것이 가장 수월한 길이라고 본다. ▶부족 지원으로 탈레반 설득이 가능한가. -카르자이 대통령은 카불시장에 불과하다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장악력이 없다. 실권은 아프간 부족장들이 쥐고 있다. 탈레반도 그들의 도움 없이는 지역에 정착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 의견은 존중한다. 경제 지원도 결국 부족장을 지원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 하루에도 많은 사람이 약이 없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대규모 민생 지원은 충분히 부족장들을 설득할 수 있다. 관건은 동의·다산부대가 파견된 뒤로 우리 정부가 얼마나 부족장들과 긴밀한 유대를 맺어왔느냐다. 그동안 국내 중동전문가들이 누누이 강조한 사항인데, 과연 정부가 이런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모르겠다. ▶협상 장기화 전망이 나온다. -가능성이 있다. 다만 희망적인 것은 인질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탈레반들이 관리하기가 힘들다. 어느 지역에 가둬두었는지 인공위성으로 빤히 보이는데 이들을 오래 잡아두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래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상당수 여성들을 풀어주고 일부만 붙잡아 둘 가능성이 높다. ▶협상 타결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는 견해가 많다. -그렇다고 본다. 지난 4월 이탈리아 기자 맞교환도 미국의 묵인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겉으로는 미국이 맹비난했지만 뒤로는 묵인했다고 봐야 한다. 결국 국력과 국제 여론의 문제다. ▶탈레반의 집권 가능성도 점쳐진다는데. -재집권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2∼3년전부터 이미 남부는 탈레반의 거점이 됐다.‘뉴탈레반’ 소리를 들을 정도로 탈레반이 변했고, 민심이 변했다. 탈레반이 마약 재배를 통해 소득 증대를 가져왔고, 많은 난민을 굶주림에서 구해내고 있다. 미국이 손을 떼는 순간 탈레반이 집권할 공산이 크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20&30] 비정규직의 애환과 희망

    [20&30] 비정규직의 애환과 희망

    외환위기를 거치며 확산된 ‘비정규직’은 20대와 30대에게는 미래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달 초 비정규직보호법안 시행과 이랜드 파업 사태 등을 거치면서 비정규직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장밋빛 꿈’을 안고 살아야 할 ‘2030’ 젊은 세대에게 비정규직이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삶의 최일선에서 현재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고 있는 20∼30대들의 애환과 희망을 함께 들어봤다. ●차별과 냉대라는 보이지 않는 벽 회사원 황모(28·여)씨는 비정규직이다. 취업난이 한창이던 2004년 겨우 지금 회사에 ‘업무 보조’라는 이름으로 입사해 일을 해오고 있다. 정규직 업무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그는 심한 ‘차별’을 실감하고 있다. 노조 가입도 하지 못하고, 정규직들이 다 받는 상여금 한 번 받은 적도 없다. 최근 회사가 큰 폭의 흑자를 내면서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그씨에게는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상여금은 회사 이익 창출에 기여한 사원들에게 이익의 일부를 배분하는 거잖아요. 비정규직은 회사를 위해 기여한 게 아무것도 없어서 성과급이나 상여금에서 배제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소속감을 못 느끼는 건 당연한 거죠.” 2005년부터 올해 1월까지 계약직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직업전문학원에 다니는 권모(24·여)씨는 계약종료 한 달 전부터 ‘매년 재계약을 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지는 경험을 되풀이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9월부터 회사 사정이 많이 안 좋아졌어요. 한 번은 밀린 월급 일부를 지급한다고 해서 좋아했는데 정규직한테만 급여를 주더라고요. 항의를 했더니 업무처리 과정에서 일어난 단순한 실수 때문이라고 해명하면서 바로 입금해 주기는 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정말 불쾌해요. 차별받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죠. 솔직히 항의를 안 했으면 안 줬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나마 그 회사는 ‘양반’이었다. 이전 회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급날도 달랐다고 한다.“정규직이야 노조가 있다 보니 회사 사정이 어려워도 월급날을 어긴 적이 없어요. 하지만 비정규직에게는 ‘회사에 돈이 없다.’는 이유로 1∼2주씩 지나서 월급을 주는 일이 다반사예요.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져요.” ●정규직이 꺼리는 ‘3D 업무´ 떠맡아 수많은 차별은 물론 비정규직들은 오히려 정규직 업무에 ‘플러스 알파’의 업무도 떠맡는다. 정규직들이 하기 싫어하는 3D(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업무도 비정규직들의 몫이다. 한 대기업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사보 교열업무를 보던 박모(37)씨는 지난해 회사를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처음에 그가 맡기로 한 일은 교열업무뿐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일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통신사 뉴스의 재가공과 취재 기자의 초벌기사 정리는 물론 나중에는 사보의 한 섹션을 맡기며 직접 취재에 나설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취재에 교열까지 하다 보니 사내 취재기자들보다 하는 일이 더 많아지더라고요. 나한테는 취재비도 안 주면서 취재하라는데 정말 참기 힘들었어요. 정규직 직원의 절반도 안 되는 급여를 받으며 내 돈 써가며 취재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많이 비참했어요.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제 상관이 ‘조금만 더 성실한 모습을 보였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줄 수도 있었는데 자네 복이 여기까진가 보다.’라며 오히려 저를 힐난하더군요. 전 속으로 ‘사람 마음속에 피멍 들게 한 당신은 얼마나 오래 회사에 남아있나 두고 보겠다.’고 생각했죠. 근데 진짜 그 상관도 저 그만두고 3개월 뒤에 실적부진을 이유로 ‘잘리고’말더라고요.” 비정규직 김모(32·여)씨는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한다. 그럼에도 회사 간부들은 김씨에게 바닥 청소를 시키기도 한다. 정규직에게는 커피 심부름을 시키지 않는다. 정모(30·여)씨는 1년 계약 후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한 공연기획사에 들어갔다. 입사하고 11개월이 되자 회사는 자신의 본업인 디자인 업무 대신 티켓 관리 업무를 맡겼다.‘그만두라.’는 무언의 압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정씨는 꾹 참고 두 달을 버텼지만 결국 제 발로 회사를 그만뒀다. 기초자치단체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는 신모(30)씨는 “사무실 앞에 붙여놓는 직원명단은 보통 이름과 직급을 쓰는데 유독 내 이름 옆에는 ‘계약직’이라고 써 놨다.”면서 “정규직 공무원들은 그런 식의 표현이 기분 나쁠 거라는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계약직은 연말에 연봉재협상을 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내부게시판에 연봉협상이라는 제목으로 이름과 액수가 올라왔어요. 개인정보 유출도 그렇지만 연봉협상을 한 적도 없는데 결정이 다 돼버린 거예요. 담당 계장은 고의가 아니라 실수였다며 사과를 했습니다만 기분은 정말 씁쓸했지요.” ●“직장이동 자유로워… 다양한 경험 쌓아 좋기도” 비록 소수이기는 해도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을 오히려 ‘인생의 기회’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현재 사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 황모(27)씨는 용산전자상가, 반도체 수입업체, 홍보대행사, 영업사원 등 다양한 ‘비정규직’을 해왔다. 황씨는 지금껏 일궈온 경험을 밑천삼아 대학 졸업 뒤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 한다.“만약 정규직 직원이 10년 동안 직장을 10번 넘게 옮겼다면 다들 그를 ‘사회 부적응자’로 보겠지만 비정규직에게는 그런 통념에서 자유로운 면이 있거든요.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비정규직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비정규직이 각 기업의 노하우를 단기간에 배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편의점 운영노하우를 알고 싶어 편의점 ‘알바’도 3개월가량 해봤다고 한다. “예전에 일본의 한 맥주회사 사장이 맥주맛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유럽의 한 맥주회사에 청소부로 취직해 결국 맥주제조 기밀을 훔쳐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우리 사회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많은 사회로 알고 있어요. 즉 대부분은 원치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에서 일해야 한다는 뜻이잖아요.‘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도 있듯 현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할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미래에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경험을 쌓는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적극적으로 회사의 노하우와 핵심역량을 배워 두면 결국 내 자산이 되잖아요.” 강국진 류지영기자 betulo@seoul.co.kr ■ 민노총 비정규직 활동가 박종민씨 “노동계의 양대 산맥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자신들의 기득권에 안주해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큰 죄를 짓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들이 외면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곳이 사실상 노총밖에 없는데 이마저 두 개로 쪼개져 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득권 보호에 안주하는 단체로 전락해 버렸어요. 양대 노총이 진정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지금이라도 조직과 이념을 넘어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적극 협력해야 합니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뉴코아 강남점 앞에서 지난 20일 공권력에 의해 강제 연행된 뉴코아·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지하기 위한 ‘매출타격투쟁’을 마치고 돌아가는 박종민(32·민주노총 비정규실 활동가)씨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바람이 가득 차 있었다. 2001년 중앙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박씨가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대졸자의 절반가량이 비정규직으로 평생 고용불안과 불평등 계약 속에 힘들게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후배들이 학교를 졸업 뒤 비정규직의 설움과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현실을 눈감아야 한다는 사실을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더라고요.” 지난해 민주노총에서 전업 활동가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비정규직 문제에 매달려온 박씨. 그동안 뉴코아 강남점에서 점거농성 조합원들의 지지 시위를 벌여온 그는 최근 공권력 투입을 통한 정부의 사태 해결을 바라보며 착잡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고 토로한다. “전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고 제 예비 장인도 목사님이십니다.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볼 때도 ‘기독교기업’을 자처하는 이랜드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전 교회에서 늘 기독교인은 약하고 가난한 자의 편에 서라고 배워 왔는데 왜 이랜드는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의 희생을 통한 성장을 당연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어떤 때는 ‘약자에 대한 위선적 태도를 취하는 게 기독교의 본질이 아닐까.’라는 회의론이 들기도 해요.” 끝으로 박씨는 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양대노총의 대승적 협력과 정부의 적극적 참여를 촉구했다. “비정규직은 ‘밥줄’을 지키기 위해 자기의 ‘밥줄’을 걸고 싸워야 합니다. 이번 사태에서도 알 수 있지만 점거농성 등 극단적인 방법을 쓰기 전에는 들은 척도 않는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가 비정규직을 더욱 극단으로 내몰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2002년 대선 당시 인간 노무현을 대통령 노무현으로 만든 시대적 사명은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라.´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뿐 아니라 양대 노총도 손을 맞잡고 나서야 합니다. 지금도 눈물 흘리고 있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안 보이시나요.”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단식 18일째’ 한혜주 KTX승무원 “비정규직 하면 ‘서글프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라요. 다른 사람들 보기에 별난 사람처럼 보일까봐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가끔 ‘나는 비정규직이 아니라 계약직이다.’라면서 자기 일이 아니니 귀찮게 하지 말라는 사람도 있어요. 어떤 사람은 ‘그래도 나는 월급 잘 받고 있다. 데모할 생각 말고 성실하게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말하죠. 그런 말을 들을 때는 정말 마음이 아파요.” 지난 20일 오전 서울역광장 농성장에서 만난 한혜주(26·여)씨는 인터뷰 내내 물병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단식 18일째라고 했다. 노조 홍보차량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에 목소리가 묻힐 정도로 기운이 없어 보였지만 한씨는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털어놨다. 그는 “신문에 얼굴사진이 최대한 예쁘게 나오게 ‘뽀샵질’을 해야 한다.”는 농담을 건넬 정도로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2004년 KTX가 개통하면서 승무원으로 입사할 때만 해도 한씨는 ‘준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다.“채용 공고도 공무원 분야로 돼 있었고요. 회사에선 ‘자회사이긴 하지만 철도청이 공사로 바뀌면 직접 고용과 정규직화가 될 것’이라고 얘기해 우리도 그렇게 믿었죠.” 한씨에겐 대학을 졸업한 뒤 첫 직장이었다. 하지만 환상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2005년에 공사로 바뀌었지만 승무원들은 여전히 저임금에 시달리며 1년 단위로 계약서를 새로 써야 했다. 한씨는 “병가 때문에 일을 쉬거나 하면 사측에서는 ‘이런 식으로 나가면 내년 계약에서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협박하곤 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준공무원 대우라는 말이 말짱 거짓이었음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입사 초기에 가졌던 자부심은 속았다는 분노로 바뀌었다. 노조라고 다 같은 노조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노조가 자신들을 보호해 주지 않자 승무원들은 철도노조 KTX승무지부로 노조를 옮겼다. “처음엔 노조가 뭔지도 잘 몰랐죠. 어려운 일이 생기니까 자연스레 노조에 가입하게 됐죠.” ‘투쟁’을 시작한 지 500일이 넘었다. 한씨는 부모님께 가장 미안하다.“부모님이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처음엔 반대도 많이 하셨죠. 지금은 기왕 하는 거 맘 편하게 하라고 하셔요. 부모님이 저보다 더 속상하시겠죠.” 남자친구 얘길 꺼내자 한씨 표정에 미소가 번진다.“처음에는 소신을 갖고 하는 거니까 잘될 거라고 했어요. 나중에는 몸과 마음이 힘드니까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하더라고요. 지금은 제발 단식만은 말아 달라고 하죠.” 한씨는 인터뷰 말미에 “이철 철도공사 사장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했다.“칼자루는 사장이 쥐고 있습니다.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그 칼자루를 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원칙을 그렇게 따지시는데, 철도를 이용하는 시민과 노동자를 위한 원칙도 세워 보시기 바랍니다.‘한때’ 민주화 투사라고 하던데 그런 열정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네요.”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열린세상] 시골쥐와 서울쥐의 운전법/성석제 소설가

    [열린세상] 시골쥐와 서울쥐의 운전법/성석제 소설가

    지방의 농어촌이나 중소도시에서 차를 운전해서 온 사람들(시골쥐라고 하자)은 서울 같은 대도시에 들어갈 때 무척 긴장하게 된다. 대도시에는 신호등이 많고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지 말라는 규제가 많다. 시골에서는 보기 힘든 교통경찰도 많으니 교통법규를 지켜야 적발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저런 제약에 따르다 보면 도저히 빨리 갈 수 없다. 그렇지만 다른 차들과 비슷하게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고 그렇게 못 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대도시의 차간거리는 시골의 그것보다 훨씬 짧다. 어물어물 하고 있으면 금방 끼어드는 게 대도시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운전자들(서울쥐라고 하자)의 생리이다. 아니 세계 최고 수준의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하고도 좁아터진 대도시에 도로라고 넉넉할 리 없으니 차와 차 사이에 한두 대가 들어갈 공간이 남아 있다는 게 비윤리적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시골쥐가 놀라 급정거를 하고 도대체 이 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노라면 다시 앞차와 거리가 생기게 되는데 이 틈 역시 가차없이 메우는 게 서울쥐들이다. 반면에 시골쥐는 끼어들어야 할 상황에서도 서울쥐들이 양보를 안 해주면 어떻게 하나 하는 마음에 마냥 기다리고 있거나 미적거리다가 자신의 차선 뒤에 있는 서울쥐들로부터 쏟아지는 비난과 비웃음을 감당해야 한다. 헤드라이트를 번쩍거리는 건 기본이고 경적 울리기, 지나가며 쏘아보기, 차창을 내리고 욕하기, 해당 차 앞에 자신의 차를 확 밀어 넣고 서 있거나 진로 방해하기, 멋모르고 차에서 내린 시골쥐와 본격적으로 시비하기…. 서울쥐의 차처럼 행태 역시 다종, 다양하다. 시골쥐가 산 좋고 물 맑은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다 해서 마음이 모두 천사 같은 건 아니기 때문에 이럴 경우 화가 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 화 때문에 머리가 뜨겁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증상이 서울에서 치르는 시골쥐들의 입장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골쥐만 이러한 화와 비웃음, 진로방해의 피해를 입는 게 아니다. 예컨대 경적을 울리면 앞에 가던 차뿐만 아니라 옆 차나 앞의 앞의 차, 지나가는 보행자도 모두 듣게 되고 그에 반응하게 된다. 대표적인 게 ‘나도 경적 하나는 좋은 거 달고 있다.’고 하듯이 자신의 경적을 더욱 힘차고 길게 누르는 행동이다. 이런 식으로 비슷한 경우에 비슷하게 반응하는 것이 전염되어 대도시의 도로에서는 온종일 서로를 쏘아보고 서로에게 욕하고 서로를 비난하는 풍경이 연출된다. 그런데 서울쥐들이 유념할 것이 있다. 시골쥐는 거리감각이나 반응속도가 서울쥐와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게다가 시골쥐들은 앞 차의 운전 방식이 마음에 안 든다고 그 차 앞에 제 엉덩이를 확 집어넣는 차를 본 경험이 별로 없다. 결과적으로 원치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 일이지만 시골쥐가 서울쥐의 엉덩이를 들이받는 경우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시골쥐가 피해를 보상해 주게 되겠지만 원인을 제공한 서울쥐 역시 책임을 완전히 면하기는 어렵다. 어차피 보험회사끼리의 문제라고 쳐도 최소한 시간과 감정의 낭비를 피할 수 없다. 요즘처럼 대도시 도심, 한여름 뜨거운 햇볕 아래라면 더더욱 힘들다. 서울쥐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대도시에 온 시골쥐가 느리게 행동하는 것을 보고는 살아온 환경이 달라 그럴 수밖에 없구나, 할 수는 없을까. 지하철에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듯,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고 양보를 해주면 기분이 좋아진다. 종교적으로 말한다면 선업(善業)을 쌓기 때문이지만, 사실은 자신의 품위와 가치를 높이는 행동이라서 그렇다. 성석제 소설가
  • [동영상] 이운재 ‘신들린 선방’ 네티즌 화제

    [동영상] 이운재 ‘신들린 선방’ 네티즌 화제

    ‘거미손’ 이운재(34)의 신들린 선방이 47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을 4강에 올려놓았다. D조 2위로 8강에 턱걸이한 한국은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부키트자릴 국립경기장에서 중동의 강호 이란을 맞아 연장전까지 120분 혈투를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이운재의 두차례 선방에 힘입어 4-2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이란과 대회 8강에서만 네번 마주친 한국은 1996년 2-6 참패와 2004년 3-4로 진 빚을 깨끗이 되갚았다. 베어벡호는 전날 베트남을 2-0으로 누르고 4강에 먼저 오른 이라크와 25일 오후 7시20분 같은 경기장에서 결승 진출을 다툰다. 지난달 평가전에서 이라크를 3-0으로 꺾어 결승행이 기대된다. 이날 승부차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한편의 드라마. 연장후반 종료 후 이운재는 생수 한통을 머리에 들이부으며 정신력을 가다듬었다. 이천수에 이어 김상식이 성공한 뒤 이운재가 왼쪽으로 넘어지면서 상대 두번째 키커 메디 마다비키아의 슛을 발로 걷어냈지만, 세번째 키커 김두현이 실패하는 바람에 한국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조재진이 킥을 성공시킨 뒤 이운재가 상대 네번째 키커 라술 카티비의 킥을 넘어지면서 발로 걷어냈고, 김정우가 침착히 밀어넣으면서 대혈투를 끝냈다. 이운재의 활약은 한·일월드컵 8강에서 스페인을 승부차기로 격침시킬 때를 연상시켰다. 독일월드컵 이후 잔부상과 체중조절 실패로 아시안컵 예선 엔트리에서 제외된 설움을 갚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는 “현재의 (들뜬) 기분에 머무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라크와 4강전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오늘의 기쁨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자카르타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자카르타는 한국이 결승에 올라갈 경우 경기를 치르는 곳. 경기를 앞두고 대낮부터 빗줄기가 퍼부어 잔디는 미끄러웠고 주심마저 킥오프 6시간 전 중립지역이 아닌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심판으로 교체되는 등 꺼림칙한 느낌을 줬지만 47년 만의 우승을 위해 똘똘 뭉친 태극전사들 앞에선 부질없는 걱정이었다. 한국은 이동국-염기훈-이천수를 최전방에 내세우고 김정우에게 중원 지휘를 맡겨 알리 카리미 등 유럽파를 중용한 이란에 맞서 살얼음 승부를 이어갔다. 미드필더들은 중원부터 강력한 압박을 펼쳐 이란의 스피드를 누그러뜨렸고 8차례나 오프사이드 함정에 빠뜨리는 등 수비 조직력도 살아났다. 그러나 한국은 여러 차례 세트피스 상황에서 이란의 수비벽을 무너뜨릴 비책을 보여주지 못했다. 측면 돌파에 의한 원톱 공격을 고집하는 것도 여전했다. 한편 호주를 승부차기 끝에 4-3으로 누르고 준결승에 오른 일본은 사우디아라비아와 2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결승행을 다툰다. 사우디는 이날 밤 8강전에서 야세르 알 카타니와 아메드 알무사의 두 골을 엮어 파벨 솔로민의 추격골로 따라붙은 우즈베키스탄을 2-1로 따돌렸다. ☞ [관련기사] 이란 언론 “한국전 패배, 질만한 팀에게 졌다” 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나우뉴스팀@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이운재 4강 잡았다…이란과 승부차기 4-2 선방

    이운재 4강 잡았다…이란과 승부차기 4-2 선방

    ‘거미손’ 이운재(34)의 신들린 선방이 47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을 4강에 올려놓았다. D조 2위로 8강에 턱걸이한 한국은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부키트자릴 국립경기장에서 중동의 강호 이란을 맞아 연장전까지 120분 혈투를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이운재의 두차례 선방에 힘입어 4-2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이란과 대회 8강에서만 네번 마주친 한국은 1996년 2-6 참패와 2004년 3-4로 진 빚을 깨끗이 되갚았다. 베어벡호는 전날 베트남을 2-0으로 누르고 4강에 먼저 오른 이라크와 25일 오후 7시20분 같은 경기장에서 결승 진출을 다툰다. 지난달 평가전에서 이라크를 3-0으로 꺾어 결승행이 기대된다. 이날 승부차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한편의 드라마. 연장후반 종료 후 이운재는 생수 한통을 머리에 들이부으며 정신력을 가다듬었다. 이천수에 이어 김상식이 성공한 뒤 이운재가 왼쪽으로 넘어지면서 상대 두번째 키커 메디 마다비키아의 슛을 발로 걷어냈지만, 세번째 키커 김두현이 실패하는 바람에 한국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조재진이 킥을 성공시킨 뒤 이운재가 상대 네번째 키커 라술 카티비의 킥을 넘어지면서 발로 걷어냈고, 김정우가 침착히 밀어넣으면서 대혈투를 끝냈다. 이운재의 활약은 한·일월드컵 8강에서 스페인을 승부차기로 격침시킬 때를 연상시켰다. 독일월드컵 이후 잔부상과 체중조절 실패로 아시안컵 예선 엔트리에서 제외된 설움을 갚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는 “현재의 (들뜬) 기분에 머무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라크와 4강전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오늘의 기쁨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자카르타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자카르타는 한국이 결승에 올라갈 경우 경기를 치르는 곳. 경기를 앞두고 대낮부터 빗줄기가 퍼부어 잔디는 미끄러웠고 주심마저 킥오프 6시간 전 중립지역이 아닌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심판으로 교체되는 등 꺼림칙한 느낌을 줬지만 47년 만의 우승을 위해 똘똘 뭉친 태극전사들 앞에선 부질없는 걱정이었다. 한국은 이동국-염기훈-이천수를 최전방에 내세우고 김정우에게 중원 지휘를 맡겨 알리 카리미 등 유럽파를 중용한 이란에 맞서 살얼음 승부를 이어갔다. 미드필더들은 중원부터 강력한 압박을 펼쳐 이란의 스피드를 누그러뜨렸고 8차례나 오프사이드 함정에 빠뜨리는 등 수비 조직력도 살아났다. 그러나 한국은 여러 차례 세트피스 상황에서 이란의 수비벽을 무너뜨릴 비책을 보여주지 못했다. 측면 돌파에 의한 원톱 공격을 고집하는 것도 여전했다. 한편 호주를 승부차기 끝에 4-3으로 누르고 준결승에 오른 일본은 사우디아라비아와 2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결승행을 다툰다. 사우디는 이날 밤 8강전에서 야세르 알 카타니와 아메드 알무사의 두 골을 엮어 파벨 솔로민의 추격골로 따라붙은 우즈베키스탄을 2-1로 따돌렸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대장금’ 생쥐의 꿈

    절대미각과 후각의 소유자. 빠른 손놀림. 모든 레서피를 섭렵하고 독창적인 음식을 만들어내는 응용력과 최고의 요리사를 향한 불타는 열정. 이런 모든 것을 갖췄다면 세계 최고의 요리사가 되고도 남을 법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가진 그(?)에게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쥐라는 것. 쥐가 요리사라고? 생각만해도 비위가 상할 법하지만 이런 발칙한 상상력을 맛깔나게 담아낸 영화가 있으니 바로 디즈니·픽사의 3D애니메이션 ‘라따뚜이’다. 제목 ‘라따뚜이’는 쥐를 뜻하는 ‘랫(rat)’과 ‘휘젓다(touille)’를 합친 프랑스어. 주인공 생쥐 레미를 가리킨다. 또한 프랑스 남부의 전통 요리로, 레미가 진정한 요리사로 인정받게 되는 음식을 뜻하는 이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윤기나는 회색털을 가진 생쥐 레미는 쥐의 관점에서 볼 때 완전 ‘개념상실’이다. 쓰레기나 먹고 사는 쥐떼들 사이에서 항상 음식의 신선도를 따지며 음식 먹는 손은 더럽히는 게 아니라며 두 발로 걷는다.TV 요리프로그램 보기가 취미인 레미의 우상은 유명 요리사 구스토.‘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구스토의 모토에 자극받아 자신의 태생적 한계를 잊고 요리사가 되고 싶어 하는 당돌한 생쥐다. 어느날 급류에 떠밀려 우연히 도착한 파리의 하수구. 운명처럼 구스토의 레스토랑에 들어가 견습생 링귀니를 만나게 된다. 링귀니는 요리엔 젬병. 그를 실직 위기에서 구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레미는 링귀니와 한팀이 돼 숨겨진 솜씨를 뽐내기 시작한다. ‘토이 스토리’‘인크레더블’‘니모를 찾아서’‘카’등 전작에서 기발한 주인공을 내세워 인간의 소중한 가치를 전파해온 디즈니·픽사. 이번엔 생쥐를 주인공으로 편견은 깨뜨리는 것이며 그런 자에게 능치 못할 꿈은 없다는 교훈적 이야기를 풍부한 영상과 재치있는 유머로 버무려 풍성한 상을 차렸다. 영화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생생한 묘사. 얼굴만 봐도 성격이 보이는 정확한 캐릭터 표현, 실사 영화 뺨칠 정도로 정밀하게 담아낸 낭만적인 파리의 풍경과 분주한 주방의 모습, 여기에 김이 모락모락 코 끝에 향긋한 냄새가 느껴질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먹음직스럽게 그려낸 갖가지 요리들이 영화의 풍미를 한껏 돋운다. 갓 구워낸 식빵의 바삭거리는 소리를 들려주는 장면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레미가 링귀니의 머리카락을 운전대처럼 잡고 링귀니를 조종해 요리를 완성하는 설정 또한 기발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쥐떼들이 주방을 점령해 걸리버 여행기의 난쟁이들처럼 합심해 음식을 만들어내는 장면은 정말이지 애니메이션이 아니면 볼 수 없을 장면이다. 한마리도 아니고 우글우글대는 쥐떼들을 이 때말고 언제 또 귀엽게 봐주겠는가.26일 개봉, 전체 관람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아~ 졸려” 지구온난화에 지구촌동물 시름시름

    전세계의 동물들이 시름시름 졸고있다. 날로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로 동물들이 일사병에 걸려 무력감에 빠져든 것. 특히 이상 고온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유럽에서는 사람은 물론 동물까지도 한낮의 더위를 피해 수면을 취하고 있다. 그리스와 같은 남부유럽권은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7~46도까지 치솟아 지친 표정이 역력한 동물들이 동물원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유럽의 각 동물원들은 동물들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물을 뿌리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급기야 물부족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많은 우려를 낳고 있는 동물은 주로 고지대에서 서식하는 토끼과의 ‘쥐토끼’이다. 서늘한 고지대에 서식하는 쥐토끼들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멸종위기에 처했기 때문. 동물학자 크리스 레이(Chris Ray)는 “날로 더워지는 공기가 고지대까지 올라와 고온에 약한 쥐토끼들이 죽어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런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면 향후 100년 안에 쥐토끼들의 모습을 더 이상 찾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日연구팀 “‘육식’이 지구 온난화를 앞당긴다”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단국대 ‘이사 대작전’

    대학 캠퍼스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단국대의 이사가 지난 16일 시작됐다. 한남동 서울캠퍼스의 공학관·과학관 등 강의동을 비롯해 중앙도서관, 교수회관 등 캠퍼스 내 모든 건물의 기자재와 설비를 새로 지은 경기도 용인 죽전캠퍼스로 옮기는 초대형 포장이사다. 5t트럭 300대 규모다. 이사는 대한통운이 맡았다. 대형 크레인 등 장비 외에 값비싼 공대 실험장비와 화공약품, 통신 서버장비, 건축용 관측장비, 실험용 쥐, 음대 피아노·파이프오르간 등을 운송하기 위해 전문인력과 온·습도 조절이 가능한 무진동 차량 등이 총동원됐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산말의 혀뽑아 술안주로 “홀짝 커~”

    산말의 혀뽑아 술안주로 “홀짝 커~”

    하고많은 세상의 술안주감을 마다하고 살아있는 말의 혓바닥을 싹독 잘라내「니나노」를 부르고 줄행랑친 고약한 사내가 있다. 충남(忠南) 논산(論山)군 연무(鍊武)읍「마(馬)」산(山)리에서「마」를 부리던「마」부(夫)「마」성도(成道) (37)라는 사람의 마자(字)타령-. 눈깜짝할 새 뽑아 들고 “좋은 술안주감 생겼다”고 이 해괴망측한 식도락가(?)는 충남 논산군 연무읍 마산리 최형대씨(61·가명)의 말을 부리던 마부 마성도씨(37). 성도 말마(馬)자 마가인 그는 11월 3일 하오5시쯤 이웃의 이삿짐을 싣고 약 6km나 먼 논산군 恩津(은진)면 토양리에 나갔다가 갑자기 쉬고있던 말의 입을 벌리고 억센 손가락을 집어넣어 눈깜짝할 사이에 선혈이 뚝뚝 떨어지는 정든 말의 혀를 뽑아냈다는 것. 현장을 목격했다는 인근 중앙국민학교 이(李)모군(11) 등은 마씨가 몸부림치는 말의 혀를 뽑아 바지 뒷「포키트」에 찌르고『좋은 술안주 거리가 내게 있다』면서 친구 김인주씨(29·가명)를 데리고 대폿집 골목으로 사라졌다고 말한다. 말 두필을 가지고 생계를 이어가는 주인 최씨는 한필은 자기가, 또 한필을 마부 마씨를 두고 몰아왔다. 이날따라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말이 걱정이 돼 현장을 찾아왔을땐 마부 마씨는 간곳이 없고 마차를 몸에 매어단채 혀를 잃고 입에서 피를 흘리는 가여운 말만이 서있었다. 다칠까봐 살금살금 주인 최씨가 접근하자 사납게 날뛰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실랑이하다가 말을 달래어 가까스로 혀가 없어진 것을 확인한 최씨는『그놈이 기어코 일을 저지르고 말았구나!』고 울화통을 터뜨리며 이미 마씨의 해괴한 행동을 예견했다면서 이 끔찍한 사건의 안팎 얘기를 털어 놓는다. 주인 최씨가 말하는 마부 마씨의「괴짜인생」적 생김새는 대략 다음과 같다. 전에도 말의 혀뽑다 들켜 주인과 대판 싸운 모주꾼 마씨가 최씨를 알게되어 고용된 것은 15개월전인 69년 8월. 그 당시만해도 마씨는 여러곳을 정처없이 방랑하면서 닥치는 대로 날품팔이로 먹고 자는 떠돌이 사나이. 그에게는 집도 친척도 없었고 아무런 증명서도 가진게 없었다는 것. 다만 체격이 남이 부러워할만큼 건강했고 비록 떠돌이 생활은 해도 누구에게도 굽히려 들지않는 강한 뚝심을 가진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랄까? 반면에 세끼 밥은 굶어도 막걸리는 마셔야 살아갈 수 있는 모주꾼. 마씨는 빈 뱃속에 보통 한되의 막걸리를 단숨에 들이키는 대주객. 이 끔찍한 일이 생긴 그날도 고간 짐을 내려놓고 그는 예외없이 막걸리로 목을 적셨을 것으로 주인 최씨는 짐작했다. 최씨는 마씨를 한가족으로 먹이고 재우고 한달에 삼천원의 급료를 주면서 고용해왔다. 두필의 말이 벌어들이는 월수입은 평균 4만원정도. 새로 들어온 마부 마씨를 합쳐 최씨의 가족 5식구가 농토없이도 그런대로 살림을 꾸려올 수 있는 수입이었다. 주인 최씨는 마부 마씨가『가끔 보통사람으로선 이해가 안가는 묘한 짓을 해왔다』고 비치며 언제인가는 사고를 빚을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타이프」의 인물이었다고 말한다. 마씨가 말의 혀를 뽑아 안주감으로 한 짓은 이번이 처음의 일은 아니다. 지난 4월에도 어느날 마씨는 마을 앞에서 쉬는 말의 고삐를 쥐고 혀를 뽑아내려다가 말이 몸부림치면서 저항을 하는 바람에 실패, 이 사실이 주인 최씨에게 알려져 크게 다툰적이 있다. 『산 짐승의 혀를 뽑으려들다니, 너의 혀좀 뽑아보자』고 최씨와 마씨는 이웃이 떠들썩하게 싸웠다. 마씨가 저지른 사고는 그뿐이 아니다. 마씨가 고용되고 5개월만인 69년 12월 마씨가 부리는 말이 아무 탈없이 일을 잘하다가 갑자기 죽었다. 약 4km 떨어진 냇가로 모래를 실으러간 마씨와 말이 날이 어두워도 돌아오지 않아 찾아 가보니 마부 마씨는 말을 들에 세워둔채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최씨는 마씨를 술집에 놓아두고 말만끌고 집에 돌아왔는데 그말이 밤새 죽고말아 묻어버리고 말았었다. 그때 그말이 왜 갑자기 죽었는지를 알지못했던 최씨는 당시 죽은 말의 혀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주의깊게 조사해보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 말은 미음으로 겨우 연명 병신자식 둔 심정이라고 마부 마씨를 고용한 후 불과 몇 달이 못돼 멀쩡한 말을 죽여 13만원의 피해를 입었고 그 뒤 넉달만인 지난 4월 짐을 실으러 나갔던 마씨가 논산군 연무읍 동산리 네거리에서 술에 취해 말에 매질을 심하게 하는바람에 말이 뛰어 지나가던「코로나·택시」의 차체에 흠을 만들어 주인 최씨는 1만원의 손해배상을 했다. 이 일이 있은뒤 최씨와 마씨의 사이는 더욱 악화됐고 최씨는 물어준 배상금 대신 매달 마씨의 월급 3천원에서 절반인 1천5백원을 떼어 내기로 타협이 됐으나 그동안 채 빚도 갚기전에 마씨는 부리던 말의 혀를 뽑아먹고 줄행랑을 친 것이다. 믿었던 마부에게 혀를 뽑혀 제대로 먹이도 못먹고 마치 젖먹이 아기처럼 최씨의 가족들이 목구멍에 넘겨주는 미음 따위를 받아먹고 목숨만을 유지하고 있는 말은 죽을날만 기다리고 있다. 『꼭 병신자식을 둔 심정』이라고 말하는 최씨는 혀가 있을 때는 하루 1백원이면 충분하던 먹이값이 살죽 따위의 영양가 많은 미음을 만들어 먹이는 바람에 하루에 5백원 이상의 먹이값을 들이고 치료를 해주고 있지만 현재로선 혀의 재생이 불가능하다. 15만원을 홋가하는 말의 혀를 뽑아 한자리 막걸리 안주로 먹어버린 비정의 마부 마씨에 대한 주민들의 웃지못할 억측도 갖가지. 『제 조상(祖上)이 혀를 뽑아먹은 패륜아』라고 마씨성을 가졌다해서 비난을 하고 있는가 하면 익살을 좋아하는 일부층에선『살아있는 말의 혀를 뽑는 명수, 세계적인 식도락가』로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어쨌든 말의 혀를 먹은 마- 자신이 아니고선 아무도 그 동기를 알 수 없는 일이고, 말하자면 이 기괴한 사내는 그의 생계의 밑천을 몽땅 술안주로 먹어버린 셈. 사건과 함께 홀연히 자취를 감춰버린 마씨를 수배한 경찰은 마씨의 행위는 법률상으로 우선 절도가 구성되고 말이 죽는 경우 재물손괴도 적용될 것이라는게 담당자들의 소견이다. <논산-배기찬(裵基燦) 기자> [선데이서울 70년 11월 22일호 제3권 47호 통권 제 112호]
  • 한국, 印尼에 1-0 진땀승…22일 이란과 8강전

    한국, 印尼에 1-0 진땀승…22일 이란과 8강전

    전대미문의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몰렸던 한국 축구대표팀이 아시안컵 8강에 극적으로 합류했다. 한국은 18일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카르노 경기장에서 열린 홈팀 인도네시아와의 D조 3차전에서 김정우의 통렬한 중거리포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 1-0으로 간신히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1승1무1패로 승점 4를 챙겼지만 같은 시간 팔렘방의 자카 바링 경기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바레인에 4-0 대승을 거둔 데 힘입어 인도네시아, 바레인(이상 1승2패·승점 3)을 제치고 조 2위로 8강에 합류했다. 베어벡호는 이어 C조 1위를 확정한 이란과 22일 오후 7시20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립경기장에서 준결 진출을 다툰다. 한국과 이란은 4개 대회 연속 8강전에서 만나는 악연을 이어갔다. 이란은 조 최종전에서 말레이시아를 2-0으로 누른 반면, 중국은 우즈베키스탄에 0-3으로 무릎을 꿇어 막판 탈락했다. 베어벡호가 2점차 이상 승부를 별렀던 것과 달리 1점 승부에 그친 것만 다를 뿐 모든 것이 생각대로 풀린 경기였다. 승리의 견인차는 얄궂게도 한국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며 바레인전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한 김정우였다. 당시 김정우는 후반 40분 상대 공격수에 잘리는 어이없는 백패스로 패배의 원흉으로 몰렸다. 그러나 이날 김정우는 살얼음 승부가 이어지던 전반 34분 이천수가 수비수 3명을 제치고 밀어준 크로스를 페널티지역 바로 앞에서 오른발 강슛, 상대 수비수 몸에 맞고 네트에 꽂히는 결승골을 터뜨렸다. 8강행의 미소는 사우디가 전반 18분 아메드 알무사의 첫번째 골로 번졌다. 약 16분 뒤 김정우의 첫 골 이후 사우디는 내리 세 골을 따내며 한국의 8강 진출에 조역이 됐다. 따라서 일방적 공세를 퍼부은 한국의 1-0 신승은 쑥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베어벡 감독은 상대의 밀집수비에 대비해 앞선 두 경기에서 선발로 나섰던 염기훈 대신 최성국을 왼쪽 윙포워드로, 이천수에게 오른쪽 측면을 맡기는 승부수를 띄웠고 이천수는 결승골 물꼬를 트는 등 믿음에 부응했다. 원톱 조재진은 집중견제를 뚫고 여러 차례 기회를 만들어냈고, 중원을 책임진 김상식과 손대호는 상대 역습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그러나 후반전 수비 위주의 경기운영은 지켜보는 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베어벡 감독은 측면에서 중앙으로 연결하는 종전 경기와 다를 바 없는 패턴을 고집해 8강전 이상에서 더 강한 상대와 만났을 때 먹혀들지 의문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