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2026-07-2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8,051
  • 女기자, 육군 부사관학교 유격훈련 가다①

    女기자, 육군 부사관학교 유격훈련 가다①

    남자 둘만 모이면 대화의 소재가 되는 것이 군대다. “여자도 알게끔 설명해주세요.”라고 쏘아붙이면 대체로 “가보지 않고는 절대로 모르는 곳이 군대”라는 알듯 말 듯한 대답이 돌아온다. 대체 군대가 어떤 곳이기에 남자들이 이렇게 추억하는 것일까. 단순한 궁금증과 엉뚱한 오기로 군대 체험이라는 무모한 도전을 계획했다. 국군의 날을 맞아 지난달 29일 전라북도 완주에 있는 부사관훈련 학교에서 이뤄진 유격훈련 및 분대공격훈련에 참가했다. 부족한 체력으로 민폐만 끼친 여기자를 너그러이 받아준 부사관 후보생과 관계자들에게 지면을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한다. ◆ 여기자, 군복을 입다 <오전 8:30> 동이 채 뜨기도 전인 새벽 5시부터 쉼 없이 내달려 8시께 완주에 있는 부사관학교 유격훈련장에 도착했다. 고백하건데, 군대에 들어가 본 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 흔한 면회 한 번 못 가본 터다. 훈련장을 한 폭에 안은 대부산과 거울처럼 빛나는 대야 저수지의 수려한 풍경이 가장 먼저 기자를 반겼다. 9시부터 시작하는 빡빡한 훈련 일정에 자연경치를 감상할 틈이 없었다. 곧장 군복으로 갈아입었다. 당연히 군복 역시 처음이었다. 가슴팍에는 ‘손바로크’(손바느질이란 군대 용어)로 박은 명찰이, 군모에는 ‘5-89’라는 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오늘 하루 내 이름은 없다. ‘89번 후보생으로, 제대로 굴러보자.’며 주먹을 꽉 쥐었다. ◆ 죽음의 PT체조를 하다 <오전 9:00> 벌써 올라간 후보생들을 따라잡으려 바쁘게 군화를 움직였다. 훈련은 산 정상에서 진행되는 중이었다. 마음은 바쁜데 군화가 말을 듣지 않았다. 세 치수나 더 큰 군화를 신은 터라 자꾸만 미끄러졌다. 낑낑대며 30분을 부지런히 걸은 뒤에야 정상에 당도할 수 있었다. 여기서 떠오른 부끄러운 질문 하나. 그래도 여잔데 군인들이 반겨주진 않을 까였다.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갔다. PT 체조에 벌써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후보생들은 기자를 본체 만 체였다. ‘악플’보다 더한 ‘무플’에 괜한 민망함을 느끼듯 89번 후보생은 조에 합류했다. 100m 17초, 체력장 특급…. 고등학교 3년 내내 ‘체육소녀’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체력에는 자신 있었으나, PT 체조를 10분 정도 했을 때 그 생각은 뒤바뀌었다. “여자라도 다른 후보생과 똑같이 해주세요.”라고 부탁한 게 원망스러웠다. 구호에 맞춰 쪼그려 뛰기, 팔벌려 뛰기 등을 연달아 훈련을 받자 얼굴에는 땀이 범벅이 되고 정수리가 후끈댈 정도로 몸이 뜨거워졌다. 무릎이 후들거리고 허벅지는 터질듯이 아파왔다. “거기 뭐합니까. 89번 훈련생, 지금 웃습니까.” 빨간 모자를 쓴 교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민망해서 웃었다가 혼만 더 났다. 무표정에서 흘러나오는 공포감에 “아, 아닙니다.”를 외치고 다시 PT 체조를 시작했다. 어쭙잖게 요령을 부리다가는 귀신 보다 더 무서운 교관에게 더 혼나겠다는 불안한 예감은 적중했다. 군기 빠진 기자, 제대로 걸렸다 싶었다. ◆ 레펠 훈련, 고소공포증을 극복하다 <10:00> “복명복창 안합니까.”, “골반 뒤로 안 뺍니까.” 교관의 말이 날카롭게 들렸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10m 절벽에 섰다. 몸은 부들부들 떨리는데 정신은 이상하게 또렷해 졌다. 미리 털어놓건대, 기자는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놀이기구를 한번 못 타봤을 정도로 높은 곳에서는 힘이 쭉 빠진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었다. 회사에 큰소리 치고 여기까지 왔는데 레펠 훈련도 못 받고 그냥 왔다고 할 순 없었다. 교관의 설명에 따라 줄을 꽉 잡았다. 조금씩 풀면서 내려가야 하는데 손이 말을 안 들었다. 손이 말을 들으면 그 때는 다리가 말을 안 들었다. 답답했다. “나는 할 수 있다.”를 외치고 조금씩 줄을 풀었다. 끝까지 내려왔을 때 고소공포증을 이겨냈다는 성취감이 든 것도 잠시, 다음 코스로 이동해야 했다. 그 다음도 비슷한 훈련이었다. 이번에는 절벽에서 땅을 바라보고 내려오는 전면 레펠 훈련이다. 사고를 예방하려고 조교가 생명 줄을 잡고 있는데도 발이 여간해서 떨어지지 않았다. 몸을 꼿꼿하게 펴고 하체보다 상체를 더 앞으로 내미는 게 관건이었다. 절벽을 내려오다 중간에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89번 훈련생 안내려옵니까.” 교관이 소리를 질렀다. “바, 발이 안 떨어집니다.”고 대답하자 곳곳에서는 큭큭 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발이 땅에 닿고 나서야 “살았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 누가 이 밥을 ‘짬밥’이라고 했나 <12:00> 세 시간에 달하는 거친 훈련을 받고 산에 내려오니 이미 정오였다. 입술에서는 짠맛이 났고 냉수 한잔이 애절하게 그리웠다. 문득 이곳에 안 왔으면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고 있진 않았을까. 복잡한 생각을 뒤로 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꼬리곰탕에 김치, 싱싱한 야채와 오징어 젓갈 등 반찬은 훌륭했다. 맛이 궁금했다. 회사 앞에서 7000원에 사먹는 곰탕에 견줄 정도로 맛있었다. 혹시 취재진 때문에 나온 특식이 아니냐고 물으니 후보생들은 고개를 저었다. 전승필 공훈 보좌관은 “조리병 3명이 솜씨가 좋아요. 260명분을 뚝딱 만들죠.”라고 대답했다. 군대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짬밥’이란 말을 자주 들었다. 괜히 식당에서 밥이 맘에 안 들면 “차라리 짬밥을 먹겠다.”는 남자 동료들의 투정에 짬밥은 ‘맛없는 음식’이라고 단단히 오해해왔다. 고된 훈련 때문일까, 곰탕에 밥을 말아 맛있게 먹었다. ②편에 계속 전북익산=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사진=최영진 군사전문기자 zerojin2@seoul.co.kr 동영상=김상인VJ bowwow@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씨줄날줄]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오일만 논설위원

    “300만명의 목숨으로 중국 혁명을 빼앗아 가라.” 1989년 6월 톈안먼 사태 당시 리루이환(李瑞環) 정치국 상무위원의 발언이다. 신중국은 300만 공산당원의 목숨과 바꾼 역사이며 자본주의가 중국 혁명을 뒤엎으려면 이 정도의 희생은 각오해야 한다는 경고였다. 1949년 10월1일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문패를 단 신중국의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항미원조(抗美爰朝·한국동란)를 비롯해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 톈안먼 사태 등 격동의 세월 그 자체였다. 이 과정에서 삼국지나 수호지보다 더 많은 영웅들이 등장했지만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만 한 걸출한 존재는 없다. 마오가 신중국의 기초를 닦은 ‘건국의 아버지’라면 덩은 중화부흥의 기틀을 만든 주인공이다. 마오쩌둥은 중국에서도 성격 급하기로 소문난 후난(湖南) 출신이다. 먹고사는 것보다 이념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후난성은 건국 과정에서 가장 많은 혁명가를 배출했다. 그는 1920∼1930년대 코민테른(국제 공산당)의 지시로 도시 폭동에 주력했다가 파탄난 중국 공산당을 재건한다. ‘농민혁명’이란 새로운 지도 이념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혁명을 성공시켰다. 30년 가까이 신중국을 지도한 ‘마지막 황제’였다. 마오가 3000만명이 굶어죽은 대약진 운동의 실패나 문화대혁명의 과오에도 아직까지 중국인의 사랑을 받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덩샤오핑은 생활력이 강한 쓰촨(四川) 출신답게 실사구시의 대명사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이 압권이다. 1992년 보수파들의 반격으로 개혁·개방 정책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하자 89세의 노구를 이끌고 남순강화(南巡講話)를 단행,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개혁 개방의 설계사로 머물지 않고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발탁하는 등 30년 미래의 중국까지 내다본 것도 그의 공이다. 신중국 60년, 잠자는 용이 욱일승천하는 기세다. 미국과 더불어 G2의 대열에 합세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한다. ‘강하고 통일된 중국 대륙’이 ‘고난의 한반도’로 귀결됐던 지난 역사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의 고민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한달 만에 8만 마리 ‘찍’ 쥐잡기 달인

    40대 방글라데시 농부가 한 달에 들쥐 8만 마리를 잡아 ‘2009년 들쥐잡기 대회’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 다카에 사는 모카이룰 이슬람(40)은 들쥐 8만 3450마리를 죽여 경쟁자 500여 명을 물리쳤으며 부상으로 컬러 TV를 받았다고 영국 BBC 방송이 전했다. 농장을 경영하는 이슬람은 자체 개발한 쥐약으로 쥐를 잡아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바이노이쿠버 카메이카(40)가 세운 기록을 두 배 이상 뛰어 넘었다. 그는 “쥐잡기 대회에서 상을 받아 정말 영광”이라면서 “들쥐는 농부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다. 쥐잡기를 적극적으로 해 돈을 많이 절약했다.”고 자랑했다. 한편 한 해 들쥐 수백만 마리가 방글라데시에서 생산되는 농작물 10%를 황폐화 시킨다. 2007년 남동부 치타공 논은 들쥐의 습격을 받아 농작물이 싹쓸이 당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영등포의 매력’ 책 한권에 담았다

    ‘영등포의 매력’ 책 한권에 담았다

    최근 과로로 심신이 지친 직장인 김모씨. 주말을 맞아 하루쯤 영혼까지 쉴 수 있는 뭔가를 찾다 무턱대고 김씨가 사는 영등포구의 관광안내소에 들어섰다. 그가 쥐고 나온 것은 구가 새로 발간한 관광가이드북 ‘나우, 영등포’. 구에서 찾을 수 있는 모든 관광자원이 총 망라돼 하루를 즐길 수 있도록 짜여져 있다. 김씨는 한강에 새로 지어진 사계절 테마파크인 ‘수피아’와 선유도공원에 다녀온 뒤 책자에서 소개한 구의 맛집에서 볏짚삼겹살을 구워먹었다. 김씨는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모두 풀린 기분”이라며 즐거워했다. 구는 영등포 일대의 관광자원을 총망라한 관광가이드북 ‘나우, 영등포’를 최근 출간했다고 30일 밝혔다. 글로벌 관광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영등포의 여러 매력을 잘 담아냈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한강·유흥·예술 등 8개 부문 소개 이 책은 모두 80페이지 분량으로, 영등포의 주요 관광지역을 지역별로 ▲한강(Riverside) ▲유흥(Exciting) ▲예술(Art) ▲세계(Global) ▲체험(Experience) ▲쇼핑(Shopping) ▲여가(Leisure) ▲축제(Festival) 등 8개 부문으로 나눠 소개한다. 책의 도입부는 ‘Must Do 아이템’(영등포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것들)으로 최근 개장한 타임스퀘어와 선유도 공원, 길거리 미술관 등을 꼽고 있다. 지역별 관광 안내지도와 교통편, 추천식당 등도 모아 이 책 한 권만 있으면 영등포의 모든 관광지를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고 구는 설명했다. 각 키워드의 첫머리에는 이곳을 직접 찾은 방문객들과 ‘영등포의 어떤 점이 매력적인지’에 대해 묻고 답하는 코너가 마련돼 있다. 삽화 또한 풍부해 종전의 나열식 관광가이드북의 한계를 뛰어넘은 점도 돋보인다. 가이드북의 마지막에는 ‘영등포 하루여행 추천코스’도 실어 가족과 연인, 친구, 혹은 외국인과 함께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구는 이번 가이드북을 한국어 및 영어로 제작해 구청 각 부서와 동 주민센터, 관련기관 등에 배부했다. 지역 내 관광안내소와 여행사, 여의도 금융업계에도 나눠 줘 구를 찾는 내·외국인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구청 홈페이지에 PDF 파일 형태로 게재돼 있어 인터넷을 통해 어디서나 볼 수 있다. ●타임스퀘어 등 서울 최고 관광지로 현재 영등포구는 정부의 여의도 국제금융중심지구 사업과 서울시의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등을 통해 서울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타임스퀘어, 밤섬, 선유도공원, 문래동 예술창작단지, 과학문화거리, 수피아(한강의 사계절테마파크) 등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관광지들이 잇따라 지어지면서 서울 최고의 관광지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번 가이드북은 글로벌도시로 거듭나려는 영등포의 노력을 담은 첫번째 작품이라고 한권직 문화체육과장은 덧붙였다. 김형수 구청장은 “이번 가이드북은 믿을 수 있는 관광 정보를 제공해 우리 지역을 찾는 내·외국인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국제금융지구인 여의도에서 일하는 글로벌 인재들에게 구의 좋은 관광자원을 소개해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역사가 요구하는 긴장 먹고 살아야 발전”

    백기완(76)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자서전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한겨레출판 펴냄)를 내놓았다. 일제강점기 배고픔과 싸웠던 어린 시절부터 6·25전쟁 때 피란살이, 독재 정권에 맞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젊은 시절, 통일운동과 노동 운동을 계속하는 현재까지를 담았다. 29일 자서전 출간에 맞춰 기자들과 만난 백 소장은 자신의 인생을 한마디로 “ ‘아리아리’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리랑’의 ‘아리아리’는 ‘길을 낸다’는 말이에요. 길이 없으면 길을 내려고 손끝으로 발끝으로 끊임없이 몸부림치며 살아왔지요.”라면서 “역사가 요구하는 긴장을 먹을거리로 삼는 사람은 발전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키가 안 커요. 젊은이들에게 역사가 요구하는 긴장을 먹고 살라고 말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달동네’, ‘새내기’, ‘동아리’ 등 우리말 낱말을 만들어 널리 퍼뜨렸던 백 소장은 자서전에서도 우리말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는 “그늘에 가리고 땅에 묻힌 무지랭이(무지렁이)들의 말이 많아요. 사전에 모아놓은 것도 모래밭에서 한줌 쥐는 것만큼 얼마 안 되지. 그런 낱말들을 끄집어내기도 하고 일그러진 것을 모으기도 했어요.”라고 했다. 백 소장은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글을 쓰면서 ‘민중해방 사상’의 뿌리와 우리 옛이야기를 정리하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美, 이란 경제제재 강화한다

    이란이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서구 국가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란은 주권 국가로서 충분히 핵개발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란과 서방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거센 제재 요구 이에 따라 이란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서구 국가들은 이란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며 즉각 핵개발을 멈출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단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안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은 29일 “이란이 핵 폐기를 거부할 경우 미국이 에너지, 금융, 교통·통신부문에 대한 제재에 나설 수 있다.”면서 “이는 지금까지의 제재가 대량살상무기를 사거나 팔 가능성이 있는 개인과 기업에 한해서만 이뤄졌던 것과는 달리 일반기업에까지 범위가 확장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날 뉴욕타임스도 “이란에 대한 경제재제에 대한 방법으로 유전 사업에 대한 투자 규제를 비롯, 현재 제재를 하고 있는 이란 은행의 범위를 확대시키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새달 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하는 P5+1(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 핵협상에서 서방 국가들은 이란 측에 우라늄 농축 중단을 강하게 요구할 방침이다. 또 이란의 자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제재안의 구체적인 밑그림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러시아의 선택은?관건은 러시아가 쥐고 있다. 물론 러시아는 이란의 미사일 발사에 즉시 유감을 표명하긴 했지만 경제 제재에 얼마나 동조할지는 미지수다. AP통신은 세르게이 카라가노프 러시아 외교국방정책위원장의 말을 인용, “우리는 서구, 특히 유럽의 실수로 이란이 핵보유국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란이 적이 되길 원치 않는다.”면서 “러시아는 실리를 희생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경제적 제재를 희망하지 않는다.”고 말해 강경 제재가 그리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사실 국경선을 인접하고 있는 러시아와 이란은 지정학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란은 전통적으로 러시아 서남부 안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러시아 내 코카서스 지역이나 중앙아시아와 같이 이슬람 분리주의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지역에 맞서 이란이 방파제 역할을 해온 까닭이다. AP통신은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가 수년간 러시아의 이슬람 분리주의자들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해 왔다고 확신하고 있다.”면서 “이란이 그 사이에서 차단막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러시아에게 이란은 매우 중요한 국가”라고 분석했다. 더욱이 이란은 러시아의 주요 무역국이기 때문에 경제 재제가 실행되면 러시아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이란의 경제 재제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러시아는 이란과 지리적으로 다른 서방국가들보다 복잡하게 얽혀 있어 유엔안보리가 한 국가를 제재하는 것에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덤벼라! 고양이”…진짜 ‘톰과 제리’ 포착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만화 ‘톰과 제리’가 현실로 재현됐다. ‘톰과 제리’는 평소 앙숙인 고양이와 쥐가 엎치락뒤치락 싸움을 하다, 결국 쥐의 지략으로 고양이를 골탕먹이는 이야기다. 영국 케임브리지셔에 사는 웬디 로스월(45)은 마당에 나갔다가 우연히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작은 쥐가 앞발을 곧게 세운 채 반항적인 눈빛으로 고양이를 노려보고 있었던 것. 로스월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이 쥐가 눈앞의 고양이를 ‘도리어’ 잡아먹으려는 듯, 큰 소리로 찍찍 울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놀란 고양이는 쥐에게 위협을 가하기는커녕 도리어 살금살금 냄새를 맡으며 눈치를 살폈다. 이 고양이와 쥐가 코를 맞댄 채 서로를 탐색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만화 속 한 장면을 연상하게 했다. 이를 포착한 로스월은 “쥐가 고양이로부터 자신의 보금자리를 지키려고 ‘반항’을 한 것 같다.”면서 “고양이는 쥐보다 몇 배 더 컸고, 마음만 있다면 죽일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놀라운 장면을 담은 사진은 해외 언론에 소개돼 네티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전봇대보다 뽑기 힘든 신호등

    일선 시·군·구 기초자치단체들이 주민 안전을 위해 사고가 잦은 지역의 교통신호체계를 개선하려 해도 거쳐야 하는 행정기관과 절차가 너무 많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심지어 신호등 하나 옮기는 데도 몇 년이 걸려 해당 공무원들은 “전봇대 뽑기보다 신호등 옮기기가 더 힘들다.”는 말을 한다.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에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돼 행정적 비효율을 낳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의·설계·용역 등 절차 복잡 28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공덕동 만리재길의 횡단보도에서 한 초등학생이 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횡단보도가 초등학교 정문과 맞닿아 있어 어린이들이 학교 안에서 뛰어나와 횡단보도를 건너는 게 문제라고 판단한 마포구는 신호등을 교문에서 4m가량 옮겨 설치해줄 것을 경찰에 요청했다. 하지만 구청장의 간곡한 부탁에도 실제 횡단보도를 이전하는 데는 4개월이나 걸렸다. 관할 마포경찰서와 서울경찰청의 심의, 서울시와 서부도로교통사업소 등의 설계를 거친 뒤에야 업체에 사업용역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영섭 마포구청장은 “인명과 직결된 시급한 사안인데도 여러 행정기관을 거치다 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돼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지하철 석수역 인근 교차로의 경우 불공평한 신호 체계로 주민 불만이 크지만 신호등이 다른 자치구에 속해 있어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이곳 교차로에서 안양→서울 방향으로 가는 차량은 U턴이 가능하지만 반대의 경우 오직 좌회전만 할 수 있다. 지난 6월 이곳에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생기면서 신호 체계가 잘못 적용된 탓이다. 주민들은 안양 방향으로 2㎞ 정도 더 직진해 삼막 삼거리에서 되돌아오는 불편을 겪고 있다. 불법 U턴도 일상화돼 주민과 경찰 간 ‘함정단속’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금천구 관계자는 “좌회전 신호에 U턴 신호만 추가하면 되는 간단한 것인데도 신호등이 불과 몇십m 차이로 경기 안양시에 있다 보니 경기도 및 경기경찰청의 협조까지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주민위한 행정효율화 시급 전문가들은 “기초자치단체가 그 지역의 사정을 잘 아는데, 도로의 신호등조차 스스로 옮길 수 없을 만큼 기본적인 권한조차 갖지 못한 현재의 행정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금천구의 사례처럼 신호등이 다른 자치단체와 연계돼 있을 경우 그 일정조차 가늠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를 개선하려면 지방자치법, 도로교통법 등 여러 법률에 대한 전반적인 손질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양대 강경우 교통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도로교통체계 개편은 안전과 직결돼 있어 보수적으로 운용해야 하지만, 중앙정부가 너무 많은 권한을 쥐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각 지자체가 신분이 보장된 도로교통 전문가를 육성한다는 전제 아래 도로체계 운영 권한 정도는 기초 자치단체에 이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구조조정 실종… ‘여신회수’ 카드 뽑을까

    구조조정 실종… ‘여신회수’ 카드 뽑을까

    구조조정이 실종됐다. 금융당국은 속도를 내라고 거듭 압박하지만 경기회복 분위기가 완연해 기업들이 급하지 않은 데다 서둘러 매각할 경우 제 값을 받기 어렵다는 채권단의 우려까지 겹쳐져서다. ‘채권단 중심의 자율적 구조조정’,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시적 구조조정’을 내건 금융당국으로서는 속이 탄다. 구조조정이 부진한 기업에 대해서는 기존 여신을 회수하고 신규 여신을 중단하겠다거나, 구조조정을 엄격히 못하는 채권은행은 제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직접적인 개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크지 않다는 게 고민거리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구조조정에 따른 계열사 정리 차원에서 대형 매물들이 잇따라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거래는 원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매물 홍수에도 거래 부진 대우건설과 금호생명 매각을 추진 중인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대표적이다. 팔겠다고 내놓은 지 한참 지났지만 손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대우건설은 29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받을 예정이지만 외국계 자금 외에는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생명도 마찬가지다. 칸서스자산운용이 나설 때만 해도 잘 풀릴 것 같더니 칸서스자산운용이 자금 수혈에 실패함에 따라 어찌될는지 확답하기 어렵다. 최근 매물로 나온 하이닉스도 대표적 사례다. 그나마 효성이 나서서 체면치레는 했지만, 효성이 감당할 수 있을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하다.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까닭은 불확실성 때문이다. 아직까지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데다 인수합병을 잘못했다가는 탈이 날 수도 있다는 ‘승자의 저주’에 대한 공포도 일정 부분 작용하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큰 점도 구조조정을 흐지부지하게 하는 요인이다.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시가총액 상위 100개사의 영업이익은 15조 4413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에 비해 21.28%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추정치를 토대로 한 예상치라지만 지난해 가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증가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내년 영업이익에 대한 전망치 역시 62조 9530억원으로 올해에 비해 37.1% 늘었다. ●경기 회복 기대감도 한몫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가장 매력적인 매물은 당장 눈에 띄게 그룹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현금을 많이 쥔 회사이거나, 경기 사이클을 덜 타면서 적더라도 꾸준히 수익을 내주는 회사들인데 지금 나온 매물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결국 인수 뒤 꾸준한 투자가 필요한 회사들인데 지난해 금융위기로 유동성 위기에 한 번 크게 덴 기업들이 쉽게 나서긴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구조조정이 쉽게 안 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파는 측에서 ‘안 팔리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높은 가격을 고수하기 때문”이라면서 “경기가 살아나는 와중에 팔기 아깝다고 쥐고 있다가는 나중에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희망 UP 현장을 가다] 한화석유화학

    [희망 UP 현장을 가다] 한화석유화학

    한화석유화학이 ‘굴뚝 기업’ 이미지를 지우고 바이오 제약과 태양광 사업으로 미래 희망을 키우고 있다. 2015년이면 바이오 신약과 태양광 사업이 기존의 석유화학을 대신해 주축 브랜드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를 위해 기업매출의 3분의1 수준인 1조원가량을 순차적으로 투자한다. 27일 대전 신성동에 위치한 한화석유화학 중앙연구소. 이곳 바이오연구센터 연구원 42명은 주말에도 출근해 항체의약품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항체의약품은 기존의 화학합성 의약품과 달리 원하는 부위만 공격하도록 만들어진 의약품이다. 현재 전 세계 항체의약품 시장은 무려 300억달러를 웃돌고 있다. 바이오센터가 주력하는 것은 오리지널 신약과 특허가 만료될 예정인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다. 현재 개발 중인 신약항체는 천식치료제와 항암치료제 등으로 후보항체를 도출하는 단계다. 박상경 바이오센터장은 “대장암과 폐암 등 항암치료제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면서 “신약 개발엔 많은 투자와 시간이 걸리지만 성공만 하면 수조원대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은 신약항체 개발보다 한 발 앞서 있다.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와 유방암 치료제는 ‘전임상 시험’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에 있다. 전임상 시험은 쥐나 원숭이 등을 대상으로 독성이나 효능시험을 하는 단계다.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는 2012년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가고, 유방암 치료제는 2013년부터 생산한다. 박 센터장은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할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 개발로 기초 체력과 기술 역량을 쌓을 계획”이라면서 “2020년엔 오리지널 신약으로 승부해 바이오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 충북 청원군 오송생명과학단지 생산공장에서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할 계획이다. 마케팅과 판매를 위해 그룹계열사인 드림파마를 자회사로 최근에 편입했다. 신성장 동력의 양대 축인 태양광 사업은 이보다 빨리 본궤도에 오른다. 다음달부터 울산공장에서 태양광발전의 핵심 소재인 태양전지의 셀(Cell) 생산에 들어간다. 올해 30MW를 시작으로 2012년엔 생산 규모를 330㎿까지 늘린다. 2015년엔 모두 1GW의 설비를 구축해 세계시장을 5% 이상 점유할 계획이다. 또 태양전지 셀 생산과 함께 태양전지의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 제조에도 나선다. 폴리실리콘부터 셀까지 수직 생산체제를 갖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한화석화 관계자는 “2015년까지 태양광사업에 총 8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2조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Healthy Life] (43) 심근경색

    [Healthy Life] (43) 심근경색

    심장마비라는 급성 심장질환은 원인이 다양하다. 따라서 심장마비 자체가 사인은 될 수 있어도 정확한 병명은 아니다. 심장마비는 일단 발병하면 손을 쓰기가 쉽지 않다. 흉통이 나타나면 지체없이 응급실을 찾으라고 경고하지만 적잖은 사람들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 전에 심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어 생명을 잃거나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런 심장마비의 가장 흔한 원인이 바로 심근경색이다. 심장 근육이 괴사해 심장이 기능을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소리없이 심장을 노리는 치명적인 심근경색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심혈관센터장(순환기내과 교수)인 권현철 교수를 통해 듣는다. ●심근경색이란 어떤 상태를 말하는가. 심장은 관상동맥이라는 3개의 심장혈관에 의해 산소와 영양을 공급 받아 기능을 유지한다. 그런데 혈전 등에 의해 이 혈관 중 한 가닥이라도 막히면 심장 근육 전체나 일부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끊기면서 수 분 혹은 수십 분 내에 심장근육 세포가 괴사하는데 이를 심근경색증이라고 한다. ●심근경색의 중증도를 단계별로 구분해 설명해 달라. 응급실에서는 ‘킬립 클래스(Killip class)’라고 하여 폐부종의 범위와 혈압에 따라 중증도를 4단계로 나눈다. 폐부종이란 심장 기능 저하로 폐에 물이 차는 상황인데, 이런 폐부종이 전혀 없으면 1단계, 폐의 반 이하가 폐부종이면 2단계, 반 이상이면 3단계, 그리고 혈압이 떨어지는 심장 쇼크 단계를 4단계로 본다. 입원 중 사망률은 1단계가 5% 이하지만 4단계는 90%로 매우 높다. 그러나 최근에는 4단계라도 50%까지 사망률을 낮췄다. 문제는 사망 환자의 약 50%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숨진다는 점이다. 이처럼 심근경색 사망의 대부분이 처음 24시간 내에 일어나므로 심근경색이 의심되면 가능한한 빨리 병원 응급실로 옮겨야 한다. ●각 단계별로 나타나는 특이 증상은 무엇인가? 심근경색의 시작은 대부분 갑자기 발생하는 가슴 통증이다. 가슴을 쥐어 짜거나 짓누르거나 조이는 느낌으로, 주로 가슴의 정중앙 또는 약간 좌측에서 나타나며 왼쪽 어깨나 왼쪽 팔 안쪽으로 퍼지기도 한다. 흉통은 대개 30분 이상 지속되며 니트로글리세린 설하정을 혀 밑에 투여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 이후 심장마비가 나타나면 실신 및 급사로 이어진다. ●심근경색의 원인과 특히 한국인이 경계해야할 요인을 짚어달라. 심근경색은 대부분 관상동맥의 동맥경화가 원인이다. 이런 동맥경화의 4대 위험 인자는 흡연·당뇨·고혈압·고콜레스테롤혈증이며, 이 밖에 고령·비만·가족력·경쟁적인 성격·스트레스 등도 중요한 위험인자다. 특히 40, 50대 심근경색 환자는 흡연이 치명적 위험인자다. 흡연을 하는 심근경색 환자는 재발도 훨씬 많다. 따라서 심근경색을 예방하려면 금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별이나 특정 연령대 등 호발 계층이 따로 있는가? 환자는 60대가 가장 많다. 심근경색의 원인인 동맥경화가 진행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40, 50대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비만과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본다. 성별로는 여성보다 남성에게 많은데, 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이 혈관 보호작용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동맥경화의 진행을 막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여성은 남성보다 심근경색이 평균 10세가량 늦게 생기는 특성도 보인다. ●진단 검사는 어떻게 하는가? 심전도검사가 우선이다. 심전도상 특이한 변화가 동반되는 경우 심근경색증을 바로 진단할 수 있어서다. 이어 혈액검사를 통해 심장 근육이 손상될 때 분비되는 심근 효소의 수치를 파악하면 확진이 가능하다. 제일 중요한 검사로 꼽히는 관상동맥 조영술은 경색된 혈관을 찾아 협착 정도와 부위를 파악하는 데 이용되며, 관상동맥 중재술(스텐트 삽입술) 같은 치료를 바로 시행할 수 있어 최근들어 선호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서둘러 막힌 혈관을 뚫어주지 않으면 1∼2시간 내에 사망할 확률이 높으며, 특히 증상 발생 후 5∼6시간이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심장 근육이 영구적으로 괴사하게 된다. 심근경색증의 치료는 막힌 심장 혈관을 열어 심근에 피가 통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 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을 약물로 녹이거나(혈전 용해요법) 관상동맥 중재술을 적용하기도 한다. 심근경색 발생 후 12시간 내에 이런 치료법을 적용한 경우 상태가 크게 호전되고, 재발율도 낮아져 결과적으로 생존률을 크게 증가시킨다. 결과의 확실성 때문에 최근에는 관상동맥 중재술의 선호도가 확실히 높다. ●치료 방법의 임상적 한계와 문제점은?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혈전 용해요법과 관상동맥 중재술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가슴 통증 발생 후 12시간 이내에 시행해야 효과가 있다. 관상동맥이 막히면 30분 후부터 심장 근육세포가 죽기 시작해 12시간이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이후에는 혈관을 뚫어 혈액을 공급해도 별 의미가 없다. 대응이 늦어 심장 근육이 광범위하게 손상된 경우에는 심장 기능이 약해져 심부전이나 심인성 쇼크로 사망하기도 하는데, 특히 심인성 쇼크는 사망률이 매우 높아 굴지의 병원에서도 사망률이 50%에 이른다. 쇼크 치료를 위해 심장 보조펌프 등 신기술이 많이 개발됐지만 국내에서 이런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병원은 불과 몇 곳뿐이다. 이런 치료가 먹히지 않으면 심장을 이식해야 하는데 심장은 공여자가 드물어 기다리다가 결국 사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ML 슬러거로 본 ‘홈런왕과 삼진왕’의 관계

    ML 슬러거로 본 ‘홈런왕과 삼진왕’의 관계

    홈런타자에게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삼진’은 타격이 지닌 본질적 어려움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덕목 중 하나다. 정통적으로 ‘슬러거’라고 불리는 타자들을 보면 홈런수와 삼진이 정비례 하는걸 볼수 있는데 마크 레이놀즈(애리조나)와 라이언 하워드(필라델피아)가 그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본능적인 스윙, 홈런과 삼진이 가진 특성. 2006, 2008 시즌 홈런왕을 차지할 당시의 하워드가 기록한 삼진숫자는 그가 쳐낸 홈런숫자 만큼이나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하워드는 팀에서 본격적인 4번타자 수업을 시작했던 지난 2005년을 시작으로 이후 올시즌까지 매년마다 세자리수 삼진을 기록 중이다. 2007년(47홈런)과 2008년(48홈런), 하워드는 200개에서 한개가 모자른 정확히 199개의 삼진을 기록했다. 2007년과 2008년 각각 142개와 153개의 안타를 치는데 들었던 삼진 비용이 무려 199개다. 하워드는 올시즌 역시 현재(25일)까지, 42홈런-177삼진을 기록중이라 시즌이 종료될쯤엔 최근 2년동안 자신이 기록했던 홈런수와 삼진이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레이놀즈 역시 마찬가지다. 레이놀즈는 하워드 이름으로 올려놓은 한시즌 최다 삼진기록을 작년에 204개의 삼진을 기록하면서 무참히(?) 깨버렸다. 그리고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는 올시즌 현재 208개의 삼진을 기록중이다. 1년만에 자신의 손으로 세운 불명예스런 기록을 올시즌 다시 돌파했다. 그럼 왜 이런 선수들은 삼진수를 줄이는데 신경을 쓰지 않는걸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삼진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 이 선수들이 지닌 타격폼을 전면으로 수정해야 한다. 자칫 이것도 저것도 아닌 타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홈런타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간결한 스윙이 아닌 스윙의 도움닫기, 즉 백스윙이 아주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보편적으로 스윙을 함에 있어 백스윙의 행태는 크게 4가지 종류로 나눌수 있다. 첫째는 스트라이드시 배트를 쥐고 있는 그립이 위로 치켜들었다가 나오는 경우, 두번째는 타자자신의 오른쪽 뒤쪽까지 극심하게 당겼다가 나오는 경우, 세번째는 밑으로 쳐져서 나오는 경우, 그리고 마지막은 처음 위치 그대로에서 바로 스윙이 시작되는 형태다. 그럼 많은 홈런에 비해 삼진수도 극심한 하워드와 레이놀즈는 어떤 유형의 백스윙을 할까? 하워드는 처음 그립위치에서 스트라이드시 뒷쪽 팔꿈치를 위로 한번 치켜들었다가 나온다. 이런 스윙은 파워배팅의 도움닫기란 측면에선 분명히 도움은 된다. 하지만 자신의 배팅타이밍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빠른공과 제구력이 동반된 투수를 상대로해선 삼진이 많아질수 밖에 없다. 만약 하워드의 스윙중 배트가 출발하기 직전 팔꿈치를 위로 드는 동작을 제외한 후 타격을 한다면, 지금과 같은 홈런수는 기대하기 힘들것이다. 하워드의 홈런과 삼진의 정비례는 운명처럼 따라다니는 그림자와 같은 것이다. 레이놀즈 역시 하워드에 비해 그 차이점만 있을 뿐, 본질적인 부분만 놓고 보자면 백스윙이 크다. 하워드가 스윙을 시작하기전 뒷팔꿈치를 위로 올려졌다 출발을 한다면 레이놀즈는 스트라이드시 배트를 쥐고 있는 그립부분이 극심할 정도로 자신의 뒤쪽까지 당겨짐은 물론 그렇게 됨으로 인해 배트가 출발을 하는 과정에서의 그립부분이 아래쪽으로 쳐져서 나온다. 타자의 타격모습을 커다란 동그라미 모양의 가상의 형태로 그려보면 타원형 형태의 스윙궤적이 가장 이상적인데, 하워드와 레이놀즈는 좌우가 불룩한 동그라미 형태가 되어버린다. 하워드와 마찬가지로 만약 레이놀즈가 이러한 백스윙을 수정해서 타격을 한다면 지금과 같은 홈런포를 터뜨리긴 힘들다고 예상할수 있는 이유인 것이다. 타격에서 가장 좋지 않은 결과는 삼진이다. 내야땅볼은 비록 범타의 확률이 높긴 하지만 그래도 상대의 실책에 따른 이익을 기대할 순 있지만 삼진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공짜로 날려버리는 무의미한 것이기 때문이다. 슬러거의 대명사가 된지 오래인 라이언 하워드의 삼진, 그리고 작년시즌 하워드의 메이저리그 삼진 기록을 돌파하며 올시즌엔 홈런타자로 거듭나고 있는 마크 레이놀즈. 홈런왕과 삼진을 떨어뜨려 놓기엔 타격이 지닌 어려움이 바로 이점에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야구통신원 윤석구 rock7304@hanmail.net@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24일 TV 하이라이트]

    ●생로병사의 비밀(KBS1 오후 10시) 삶의 의지마저 빼앗아 버리는 무서운 불면증. 우리가 잠들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본다. 또 수면부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고대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 연구팀과 함께 쥐를 대상으로 수면박탈 실험을 진행해 보고,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2차성 불면증의 정체에 대해 알아본다. ●30분 다큐(KBS2 오후 8시30분) “내 밥상은 내가 자급한다!”를 외치며 자급자족에 나선 도시 농민들이 늘고 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귀농 대신 지금 살고 있는 도심, 텃밭, 옥상을 활용해 채소는 물론 과일, 곡물, 계란 등을 자급자족하는 도시농민. 그들이 도시농민이 된 이유와 농산물 자급자족에 성공한 도시농민 생활의 기쁨과 가치를 들어본다. ●사주후愛(MBC 오후 6시50분) 가정에는 신경 쓰지 않고 밖으로만 도는 남편과 그런 남편을 대신해 일과 육아, 살림 모두를 책임져야만 하는 아내. 술 마시고 늦게 귀가하는 날이 잦아진 남편 때문에 지쳤다는 아내는 <4주후愛>에 도움을 요청했다.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채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두 사람. 부부에게는 어떤 갈등이 있는 것일까. ●두 아내(SBS 오후 7시15분) 한별은 자신에게 달려와 준 지호에게 예전처럼 지호를 따르며 좋아한다. 민 여사는 혜란의 계속되는 거짓말에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혜란 역시 민 여사의 태도에 왠지 불안하고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영민은 황여사의 비겁한 방법과 포기가 안 되는 지숙에 대한 마음으로 괴로워하다 지숙을 찾아간다. ●개러스 합창단(EBS 오후 1시45분) 합창 경험이 전혀 없는 학생들로 구성되어 세계 합창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 낸 개러스 선생님과 피닉스 합창단.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후, 이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처음으로 클래식 음악을 접하고, 함께 노래했던 경험들이 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합창단의 뒷이야기가 펼쳐진다. ●글로벌 코리안(YTN 오전 10시35분) 한국의 전통 약제인 홍삼을 가미한 치킨이 호주에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최근 유행하고 있는 신종플루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매출이 부쩍 늘고 있다.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치킨에 홍삼을 가미한 홍삼 치킨, 새로운 웰빙음식으로 틈새시장을 파고 들어 한식의 세계화를 앞당기고 있다.
  • 표고버섯, 자루 길면 국산 짧으면 중국산

    표고버섯, 자루 길면 국산 짧으면 중국산

    산림청은 23일 수입산 임산물이 국산으로 둔갑, 판매되는 부정유통 행위 근절을 위한 ‘임산물 구별법’을 내놨다. 건표고버섯(동고)의 경우 국산은 자루가 길고 굵은 반면 중국산은 짧고 가늘다. 중국산에 비해 무겁고 독특한 향기가 강하다. 국산 고사리는 줄기 윗부분에 잎이 많이 붙어 있고 아랫부분 단면이 불규칙하게 잘려 있다. 중국산은 칼로 잘라 단면이 매끄럽고 향기가 약하다. 곶감은 과육이 탄력있고 꼭지가 동그란 모양으로 깍여 있지만 중국산은 원래 모양 그대로 붙어 있다. 국산 대추는 한움큼 쥐고 흔들어도 소리가 나지 않는데 반해 중국산은 씨가 움직이는 소리가 난다. 꼭지가 거의 붙어 있지 않으면 중국산으로 의심해야 한다. 도라지는 중국산이 국산에 비해 길이가 길고 동그랗게 말리는 성질이 강하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신안서 철새 국제학술토론회 개최

    1004개 섬으로 된 전남 신안에서 철새 국제학술토론회가 25일 열린다. 23일 신안군에 따르면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함께 이날 목포 신안비치호텔에서 ‘외래 동식물 유입으로 생존에 위협받는 조류 생태계 보전’이라는 큰 틀에서 발표와 토론을 벌인다. 이번 학술토론회에서는 ‘위기에 처한 바닷새-외래종과 도서생태계의 보전’이라는 주제로 7개국 11명의 국내외 학자가 발표에 나선다. 올해 미국 대통령 과학기술상 수상자인 미국 산림청의 딘 피어슨 박사는 섬 생태계의 고유성과 취약성을 강조하고 외래 동식물을 관리하기 위한 지구적인 필요성을 강조한다. 아울러 외래종 관리에 경험이 많은 뉴질랜드·호주·일본·스페인 등에서 참가한 전문가들은 국제자연보전연맹이 선정한 ‘세계 최악의 100대 외래 침입종’에 해당하는 쥐·토끼·고양이·염소 등 외래 동식물의 관리 방안에 대한 사례를 발표한다. 신안군에는 칠발도와 구굴도 등 바닷새가 집단으로 번식하는 무인도가 산재해 있으나 이들 중 일부는 외래동물인 쥐와 염소, 외래식물인 쇠무릎 등에 의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와 신안군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바다제비의 집단번식지인 신안군 구굴도와 개린도 등은 매년 전체 새 알의 5~20%가 쥐에 의해 사라지는 것으로 관찰됐다. 채희영 국립공원 철새연구센터장은 “이번 학술토론회는 국내 섬과 해상국립공원에 유입된 외래동식물의 유해성을 이해하고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데스탱 전 佛대통령, 다이애나와 연인?

    데스탱 전 佛대통령, 다이애나와 연인?

    “그녀의 왕세자 남편은 결혼식 열흘 전 자신이 정부를 두고 있으며 그 관계를 결혼 뒤에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비운의 삶을 살다간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83) 전 대통령이 연인 관계였음을 암시하는 소설이 나와 벌써부터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공주와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데스탱 전 대통령이 1인칭 시점으로 손수 쓴 소설이라 더 의혹을 사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소설이 다이애나비와 데스탱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것이 분명하다며 “전직 대통령만이 이 논란 많은 이야기를 풀 열쇠를 쥐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새달 1일 프랑스에서 출간될 이 책은 ‘지켜진 약속’이라는 표제로 시작해 “당신은 당신의 이야기에 (내 얘기를 써도 되느냐고) 내게 허락을 구했다. 나는 허락한다. 그러나 나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로 끝나 호기심을 더욱 부추긴다고 영국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영국 카디프의 공주 패트리샤와 프랑스 대통령 자크 앙리 랑베르티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폐막식 만찬장에서 만나 사랑에 빠져든다. 패트리샤는 마침 남편인 왕세자가 오랜 연인과 불륜을 저질러 미디어의 집중공격을 받으면서 괴로워하던 참이다. 실제 옛 연인이었다가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이혼 뒤 재혼한 찰스 왕세자와 카밀라 파커 볼스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소설은 배경과 인물 묘사가 뛰어나 알렉상드르 뒤마의 연애소설 같은 작품성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디펜던트는 다이애나비와 데스탱 전 대통령은 로맨틱한 관계로 연결된 적은 없었지만 연회장 등에서 만난 적이 있다고 전했다. 1997년 다이애나비가 파리에서 자동차사고로 숨졌을 당시 그녀가 치료받던 병원에 처음 위로의 꽃다발을 보낸 것도 데스탱 전 대통령 부부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지방시대] 농업기술 실용화가 미래농업의 열쇠다/전운성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사장

    [지방시대] 농업기술 실용화가 미래농업의 열쇠다/전운성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사장

    얼마 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 코리아 2009’ 전시회에 다녀왔다. 수많은 민간기업, 대학의 연구소, 정부 및 각 지자체의 연구기관 등이 그간 연구개발한 성과물들을 상용화하기 위한 많은 제품을 선보였다. 농·수·임·축산물 등의 바이오를 이용한 신약이나 기능성 식품, 의약품, 바이오 에너지 등과 편리한 기능이 가미된 다양한 실험기구 등이 서로 경쟁하듯 안간힘을 다하고 있었다. 이처럼 최근에는 연구 개발한 성과물을 신속히 소비자에게 확산시켜 실용화의 수익을 최대로 살리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정부도 이와 같은 각 연구개발 주체가 이뤄낸 성과물이 실용화되도록 지원을 늘려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2008년도 우리나라의 총예산 약 257조원 가운데 연구와 개발비로 쓰여진 예산은 약 6%에 이르렀고, 향후 10% 이상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한 우리농업의 중추적 연구기능을 맡고 있는 농촌진흥청의 경우에도 총 예산의 60%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쓰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나오는 성과물 가운데 특허활용률이 연간 27%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는 사장되다시피 하고 있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비농업부문의 실용화율도 농업부문에 비해 그렇게 높다고는 할 수 없다. 이는 연구 결과물을 실용화로 연결시키는 데 소홀한 결과이지만 그만큼 실용화가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우 연구개발한 하나의 성과물을 실용화하는 데에는 연구개발비의 10배에서 100배까지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연구개발의 결과를 실용화까지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연구개발 이상의 관심과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함을 말해주고 있다. 나는 방글라데시의 농촌을 답사하던 중 간단하면서도 효율적인 농업기계 실용화의 사례를 보고 감명을 받은 적이 있었다. 논두렁에서 러닝머신 운동기구와 흡사한 참대로 만든 수평 작대기를 손에 쥐고 두 개의 긴 장대에 설치된 목판을 아래 위로 번갈아 밟으며 지하 약 6m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광경이었다. 이런 목판페달 펌프는 1대에 70달러 정도 하는 가볍고 휴대가능한 창조적이고 저가의 효율적인 펌프였다. 인도에 600만개, 방글라데시에 300만개, 다른 아프리카나 아시아 지역에 100만개 등 모두 1000만개에 달하는 펌프가 보급되어 농촌지역의 수익을 올려 가난을 벗어나게 하는 데 한몫하고 있음을 현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농민들은 이를 ‘돈 버는 기계(money maker)’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아 시장전술에 성공한 실용화의 대명사로 불릴 만한 일이다. 이처럼 농업기술의 실용화는 우리가 안고 있는 절실한 농업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새로운 향도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뿐만 아니라, 강원도 등을 비롯한 지자체의 성장동력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산업의 발전에도 견인차 역할을 다해 줄 것임을 알고 있다. 지난 9월 초 이러한 실용화의 체계화를 위하여 국회는 물론 범정부 차원에서, 특히 농촌진흥청의 미래를 건 노력의 결실로 우리 농업의 메카인 경기 수원에서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출범했다. 이는 농업기술의 신속한 확산, 신경영 마케팅에 의한 농업기술 마케팅과 기술사업화, 우수한 우리 종자종묘의 증식보급, 그리고 우리 농산물의 기호를 지키기 위한 인증 및 검정사업을 통한 농식품의 고부가가치 창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전운성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사장
  • 만화로 보는 산악인 이야기

    만화로 보는 산악인 이야기

    역사의 기록은 이렇다. “1953년 5월29일, 뉴질랜드 출신 에드문드 힐러리(1919~2008년)와 네팔 세르파 텐징 노르가이(1914~1986년)가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라고. 하지만 에베레스트 최초 등정 하면 기억해야 할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영국 출신 산악인 ‘조지 맬러리’(1886~1924년)다. 그 이름은 익숙지 않아도 “왜 산에 오르느냐.”는 질문에 그가 남긴 “거기 산이 있으니까.(Because it is there.)”라는 대답을 처음 듣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오은선 대장의 14좌 완등 도전으로 히말라야로 시선이 쏠리는 가운데, 조지 맬러리를 소재로 한 산악만화가 출간됐다. 일본 소설가 유메마쿠라 바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다니구치 지로의 ‘신들의 봉우리’(홍구희 옮김, 애니북스 펴냄)는 조지 맬러리의 흔적을 추적하는 산악인의 이야기다. 맬러리는 1924년 영국 히말라야 원정대에 참가해 정상 근처에서 실종됐다. 이후 75년이 지난 1999년 정상 아래 200m 지점에서 그의 시신은 발견됐지만, 그가 정상을 밟았는지 여부는 지금까지도 베일에 싸여 있다. 이야기는 1993년 사진작가 ‘후카마치 마코토’가 조지 맬러리가 원정 때 가지고 간 것과 같은 기종의 카메라를 입수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카메라와 함께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전설적 산악인 ‘하부 조지’를 만나 에베레스트 최초 등정의 미스터리를 풀어 나간다. 작품은 하부 조지가 등반에 입문하게 된 계기부터, 성장과정, 산악계의 전설이 되는 과정 등을 중심으로 맬러리의 이야기를 섞어 간다. 극중 배경 대부분을 차지하는 세계의 명산들은 작가 특유의 세밀한 펜터치로 되살아나 있다. 고산 특유의 고도감과 웅장함이 잘 살아나는 작화 구도, 또 보기 좋게 연출된 등반 과정에서의 긴박감은 극한 상황 속에 갇힌 인간 심리와 자연의 위대함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전 5권 중 1~2권만 출간된 상태. 새달 3권이, 그 다음달 4권이 나와 내년 초쯤 완간될 예정이다. 2001년 일본 문화청 미디어예술제 만화부문 최우수상, 2005년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최우수작화상 등을 받은 작품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잘 가, 은고양이/이상교

    [엄마와 읽는 동화] 잘 가, 은고양이/이상교

    보름달이 아파트 뒤꼍을 환하게 비추었다. 부드러운 바람이 솔솔 불어와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엄마가 보고 있으면 어쩌지?’ 10층 베란다 창문을 열고 엄마가 내다볼 것이 걱정되었다. 고개를 쳐들어 위쪽을 올려다보았다. 내다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나는 줄넘기의 나무 손잡이를 두 손에 나눠 잡았다가 나무의자 위에 슬그머니 놓았다. 줄넘기는 정말이지 싫다. 나무 의자에 앉은 채 몸을 앞뒤로 흔들었다. 구름이 조금 떠 있긴 해도 달빛은 더없이 환했다. 한참을 자세히 올려보자 구름 사이로 별이 또렷또렷 보였다. 바람이 불어와 귀 앞머리카락을 쓸었다. ‘뭐, 줄넘기 백번 넘었다고 하면 그만이지.’ 백번 다 넘었다고 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것으로 해야 옳을는지 걱정이긴 했다. ‘어, 뭐지?’ 의자 아래로 내려뜨린 발에 무언가 닿았다. 털이 달린 말캉한 무엇. ‘강아진가.’ 주인을 따라 산책 나온 강아지가 다리를 건드렸나 했다. 궁금해진 나는 고개를 수그리고 나무의자 밑을 들여다보았다. “어, 고양이잖아.” 고양이는 아직 어린 새끼에 가까웠다. 온 몸이 흰 털로 덮인, 귀가 조뼛하고 눈이 동그란 고양이였다. 고양이는 늘어뜨려져 있는 줄넘기 줄을 앞발로 톡톡 건드렸다. “넌, 어디서 왔니? 줄넘기 하고 싶어서 그래? 너, 할 수 있어?” 나는 길쑴한 다리와 꼬리까지 온통 하얀 고양이에게 물었다. 고양이는 달아날 생각을 않고 줄을 주욱 당겨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그리 밤이 깊은 시간도 아닌데 다른 날에 비해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안 띄었다. “넌 줄넘기 못할 거야. 내가 한번 시범을 보여줄게. 참, 이름을 지어줄게. 은고양이, 어때?” 나는 줄넘기 줄을 주워들고 줄넘기를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스무번을 넘자 헉헉 숨이 찼다. “봐, 은고양이야, 이렇게 숨이 찬다니까.” 말을 마치고 돌아보았을 때 흰 고양이는 간 곳이 없었다. 내게 줄넘기를 하게 해놓고 슬그머니 가버린 듯했다. 달은 여전히 밝았다. 달빛을 받은 나뭇잎들이 초록 빛깔이 아닌 흰빛으로 보일 지경으로 희게 빛났다. 은고양이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금요일이었다.? “야, 땡이!” 학교 가는데 정욱이가 뒤에서 불렀다. “왜애?” 화가 나서 소리를 꽥 질렀다. 아이들은 김동엽 이름을 두고 땡이 별명을 불렀다. 땡이는 그래도 낫다. 어떤 애들은 뚱땡이 아니면 뚠띠라고도 했다. 정욱이는 앞서 걷고 있는 내 가까이로 다가왔다.? “너, 숙제 했어?” 정욱이는 숙제 얘기부터 꺼냈다. “숙제? 아니.” “안 했어?” 정욱이는 가느다란 눈을 더 가늘게 뜨고 물었다. “저녁밥 먹은 다음 하려고 했는데 너무 졸려워서 그냥 잤어.” 너무 잠이 쏟아지는 바람에 내 방으로 가지도 못하고 거실 카펫에 누워, 엄마가 아침에 깨울 때까지 계속 잤다. “선생님한테 혼날걸.” “할 수 없지, 뭐.” 혼날 때 혼나더라도 혼날 일을 나는 미리 걱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뭐든 먹고 금세 자면 땡이 되는 거 몰라?” 나는 주먹에 힘을 주었다가 스르르 풀었다. 말라깽이인 정욱이가 등에 멘 가방을 촐싹이며 앞장서 걸어갔다. 정욱이를 볼 때면 동생 세엽이가 생각난다.? 세엽이는 한 살이 아래인데 깽이, 깽이, 말라깽이다. 어디 특별히 아픈 데가 없는데도?아픈 아이처럼 바싹 마른 하얀 세엽이, 뭐든지 안 먹는 세엽이…. 나는 학교 공부 세 시간을 마치자마자 집으로 달음박질쳤다. 수요일은 엄마가 간식을 만들어 주는 날이다. 엄마가 만들어 주는 간식은 뭐든 다 맛있다. 피자, 김밥, 오징어튀김, 잡채, 어묵탕…. 아파트 정문 뒷길로 해서 집 쪽인 102동 입구로 들어가려는데 아파트 101동 쪽에서 뭔가 휘익 달아나는 것이 보였다. ‘뭐지?’?? 까망에 하양이 섞인 고양이 한 마리가 키 작은 쥐똥나무 밑으로 재빠르게 달아났다. 몸이 작은 걸 보니 새끼 같았다. ‘얼룩이 고양이네. 먹을 걸 찾나 본데…. ’ 그렇게 생각하자 배가 갑자기 많이 고파왔다. ‘저런 길고양이들은 뭘 먹고 살까?’ 언뜻 보았지만 얼룩이 고양이의 배는 훌쭉했다. 하루를 꼬박 굶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틀…. 땅바닥에 비친 그림자가 더 말라 보였었다. ‘저번에 본 흰 고양이는 어디 있을까?’ 내 그림자는 내가 보기에도 뚱뚱하다. 어깨도 뚱뚱, 목도 배도 허벅지도 발목도 뚱뚱, 어디든지 다 뚱뚱…. “에이!” 조금 걸었는데도 땀이 많이 나서 짜증은 더 났다. 424, 424, 99 현관 번호키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도 세엽이도 집에 없었다. 냉장고 문을 홱 열었다. 현관 번호 424, 424, 99를 누를 그때 침은 벌써 꼴까닥 넘어갔다. 424는 사이다, 99는 치킨!?냉장고에는 사이다도 없고 치킨도 없었다. 그래서 사이다 대신 요구르트 다섯 개, 치킨 대신 언제 먹다 두었는지 모를 탕수육을 레인지에 돌려 먹었다. 정신없이 먹고 났을 때 전화벨이 따르르릉 울렸다. “동엽이니?” 엄마였다. “응.” “너, 또 뭐 먹었구나.” 엄마는 뭘 먹었는지부터 따졌다. “아니.” “뭐가 아니니? 뭘 먹은 목소리인데.” 엄마는 내가 뭘 먹었는지, 먹지 않았는지 목소리만 들어도 안다고 했다. 목소리가 텁텁하게 들리고 먹은 음식의 냄새까지 난다고 했다. “탕수육 남은 거 하고 요구르트.” 하는 수 없이 사실대로 말했다. “세엽이 자면 조용히 해라. 세엽이 깨지 않게.” 엄마는 자나 깨나 세엽이 걱정이다. 깽이, 깽이 말라갱이 세엽이. 세엽이는 유치원에 다니지 않고 그림 그리기, 만들기 같은 것을 가르치는 ‘푸른교실’에 다닌다. 세엽이네 선생님은 머리를 길게 기른 대학생 누나다. 엄마가 일이 있어 엄마 대신 세엽이를 푸른교실에 데려다 준 적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나는 엄마가 시킨 대로 대학생 선생님에게 꼬박 인사를 했다. 그러자 대학생 선생님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았다. “어머나, 세엽이 형이니? 맞아?” 대학생 누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네.” 그러자 대학생 선생님은 말했다. “어머나, 동생 먹을 걸 다 뺏어 먹었나 보네!” 그렇지 않아도 뚱뚱한 것에 대해 한마디 할 것 같았는데 단번에 말했다. 나는 기분이 나빠졌다. “그건 아닌데요.” 나는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뭐가 아냐? 뻔해.” 대학생 선생님은 놀리듯 빙글빙글 웃기까지 했다.? “나는 뭐든지 다 잘 먹고, 세엽이는 뭐든지 다 안 먹어서예요.” 억울하게 당할 수만은 없었다. 절대! “그건 그래. 여기서도 간식을 입에도 대지 않으니.” 나는 간신히 누명을 벗었다. 억울한 건 풀렸지만 다음부터 푸른교실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고 엄마에게 말해 놓았다. 그 뒤 정말로 한 번도 안 갔다. “목욕들 안 하니?” 저녁 먹고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데 엄마가 불렀다. 세엽이가 쪼르르 밖으로 나왔다. “…난 조금 있다가.” 엄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돌아보았다. 엄마가 눈을 갑자기 동그랗게 뜨고 바라볼 때면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곤 했다.? “그래, 잘됐네.” 엄마는 다른 날과 달리 순순히 대답했다. “뭐가 잘됐는데, 엄마?” 나는 엄마 눈을 피해 소파에서 일어났다. “줄넘기 하고 들어와서 씻으면 되겠다.” “누가?” 모르는 척 물었다. “누군 누구야? 너지.” “싫어.” “싫긴 뭐가 싫어. 줄넘기하고 들어와서 씻으면 두번 씻지 않아 좋잖아. 서늘할지 모르니 웃옷 하나 더 걸치고.” 엄마는 마치 미리 준비해 놓은 것처럼 얇은 점퍼와 줄넘기를 내다주었다. “내기 제일 싫어하는 게 줄넘기인 거 엄마도 알잖아!”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 “줄넘기 백번 넘기 싫으면 아파트를 세 바퀴 달리고 오든지.” “달리기도 싫어하는 거 엄마도 알잖아!” “줄넘기도 싫고, 달리기도 싫고… 그럼, 팔굽혀 펴기 서른 번 할 테야?” 엄마는 쉽게 물러설 것 같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세엽이는 옷을 홀랑 벗고 욕실로 들어갔다. 세엽이의 벗은 궁둥이는 내 궁등이의 반도 안 되었다. “거실에서 하면 안돼?” 안 된다고 할 것이 뻔한데도 물었다. “네가 뛰면 102동 아파트 전체가 쿵쿵 울릴 걸 아마.” 엄마는 말하면서 현관문을 열고 점퍼와 줄넘기를 손에 쥐어주며 신도 제대로 못 신은 내 등을 떼밀었다. “왜 미는 거야?” 나는 밀리지 않으려 두 발바닥에 힘을 주었다. 아파트 뒤꼍으로 나온 나는 나무 의자에 앉아 줄넘기 줄을 무릎에 올려놓았다. ‘…엄마는 만날 나만 갖고 그래!’ ? 목욕탕에서 나온 세엽이는 요플레를 먹을 것이다. 나는 냉장고에 딸기 요플레와 키위 요플레가 있는 걸 보아 두었다. 냉장고 오른쪽 둘째 칸에. ‘보름달이 아파트 뒤꼍을 환하게 비추었다. 부드러운 바람이 솔솔 불어와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엄마가 보고 있으면 어쩌지?’ 10층 베란다 창문을 열고 엄마가 내다볼 것이 걱정되었다. 고개를 쳐들어 윗쪽을 올려다보았다. 내다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나는 줄넘기의 나무 손잡이를 두 손에 나눠 잡았다가 나무 의자 위에 슬그머니 놓았다.?줄넘기는 정말이지 싫다. 나무 의자에 앉은 채 몸을 앞뒤로 흔들었다. ‘어, 지난번에도 지금과 꼭 같았는데….’ 보름달이 환하게 떠올라 있었다. 나는 놀라 둘레를 두리번거렸다. ‘은고양이가 오지 않을까?’ 줄넘기 줄을 나무의자 아래로 늘어뜨려 놓고 삼십 분이 넘도록 기다렸다. “하나, 둘, 셋, 넷… 스물 하나….” 나는 하나 둘을 세며 타닥타닥 줄넘기를 넘기 시작했다. 어느새 달빛을 받아 털이 더 새하얀 은고양이가 나와 함께 줄넘기를 넘었다. “… 여든 하나, 여든 둘….” 백까지 다 세고 돌아보았을 때 은고양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은고양이야, 잘가!” 언젠가 한번은 세엽을 데리고 나와 은고양이를 보여주어야 할 것 같다. 달빛을 받아 온통 새하얀 은고양이…. ● 작가의 말 몹시 배가 고파 보이는 길고양를 보았다. 길고양이에게 무엇이든 먹이려 슈퍼에서 참치 한 캔을 사 뚜껑을 따 주었다. 길고양이는 내가 멀리 떨어져 앉자 다가와 허겁지겁 먹었다. ‘잘가, 은고양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몸이 뚱뚱한 동엽이와 보름달밤 은고양이가 만난 이야기이다. 우리가 살을 빼야 한다든지, 숙제를 열심히 해야 한다든지 그런 자질구레한 일로 분주해 있을 때에도 ‘꿈결 같은 은고양이’는 우리 가까이에 와 있다. ● 작가 약력 서울에서 태어나 강화에서 성장했다. 1973년 소년 잡지에 동시가 추천 완료되었고, 197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부문 입선, 1977년 조선일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부문 입선 및 당선됐다. 지금은 한국동시문학회 회장과 한국아동문학인협회 부회장을 겸하고 있다.
  • [열린세상] 개헌논의의 셈법/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개헌논의의 셈법/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세계적으로 대통령제나 의원내각제 또는 이원집정제 등 정부 형태를 규정하는 헌법을 처음 만들거나 새로 고칠 때는 정치인이나 정당의 합리적인 계산이 작동한다. 자신이 권력을 획득할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대신 상대방이 승리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정부 형태나 제도를 선택하게 마련이다. 헌법의 제정이나 개헌은 날카롭게 대립하는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 주고받는 타협과 절충의 결과로 이루어진다. 민주주의나 고상한 대의는 오히려 뒷전이다. 현재 한국의 개헌논의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개헌논의는 피하고 싶은 주제이다. 자신의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과업이 그늘에 가릴 수 있고 정권 초기부터 임기말 현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엊그제 4년 중임제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입장을 밝혔다. 정말 환영할 만하다. 지금 국회의 과반수를 장악하고 여러 가지로 다음 전국선거(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한나라당은 개헌에 그나마 적극적이다. 다음 집권에 더욱 유리한 정부 형태로 개헌을 추진할 수 있는 칼날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민주당은 개헌에 대하여 다분히 미온적이다. 민주당은 현재 개헌을 통과시킬 국회 안에서 소수파에 불과하고 다음 전국선거의 승리를 이끌 인물도 많지 않다. 현재 시작된 개헌논의에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은 속된 말로 독박을 쓸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사정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다른 야당에도 마찬가지이다.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선뜻 개헌논의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한발 더 나아가면 차기 주자에 따라 선호하는 정부 형태가 각기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선두주자인 박근혜 의원은 줄곧 4년 연임의 정부통령제를 대안으로 꼽아 왔다. 잘만 하면 2012년부터 8년간 청와대에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최고 기록이 된다. 이에 비해 대통령제를 제외한 정부 형태를 선호하고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제를 개헌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국회의원들은 대체로 유력한 대선 후보로 물망에 오르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민주당 차기 주자들은 현재 개헌의 대안에 대해서는 섣불리 입을 열지 않는다. 개헌 논의와 거의 같이 따라다니는 결선투표제의 도입도 비슷하다. 정부통령제는 득표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러닝메이트 사이에 지역적인 안배를 유도하고 이에 따라 지역주의도 완화시킬 수 있다. 이에 비하여 결선투표제는 적어도 이념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인접한 정당끼리 선거연합을 촉진시킨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제2차 투표에서 표를 몰아주고 선거 뒤에 자리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구가 점차 감소하는 전라도 지역에 기초한 민주당이나 지지기반이 상대적으로 좁은 이념정당에는 결선투표제가 더욱 매력적이다. 예를 들면 대선에서 아무도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가 없어 최고 득표자 2명을 대상으로 결선투표에 가는 상황이 있다. 결선투표에서 이념정당은 2위 안에 든 민주당에 표를 몰아주고 그 대신 노동부나 보건복지부 등 관심 있는 장관 자리를 요구할 수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그러나 어떠한 정치제도이든 특별히 자기에게만 유리하게 작동하는 법은 없게 마련이다. 결선투표를 앞두고 한나라당도 집권하기 위해 다른 정당들과 선거연합을 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치인이나 정당의 이해를 극대화하려는 각자의 셈법에 따라 한국의 개헌논의가 너무 좌지우지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 결과 이번에 개헌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진단이 점차 설득력을 얻는 중이다. 선거가 너무 빈번해 정치가 매우 불안정한 한국으로서는 20년 만에 돌아온 선거의 동시화를 꾀할 절호의 기회를 놓칠 여유가 없는데 정말 걱정이 태산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