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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존 직구족 김대리, 아마존 주식도 10분 만에 ‘직구’

    아마존 직구족 김대리, 아마존 주식도 10분 만에 ‘직구’

    美·中 무역전쟁에 국내증시 냉각 핀테크로 해외 주식 접근성 용이 매매차익 250만원 초과 시 세금직장인 김모(30)씨는 최근 아마존 주식을 ‘직구’했다. 평소 이용하던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앱) ‘토스’를 이용하니, 계좌 개설부터 투자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김씨는 “국내 주식시장이 해외에 비해 불안정해 해외 주식 비중을 높이려던 차에 ‘직구’도 쉬워졌다”며 “펀드는 환매에 시간이 걸려 대응이 느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대형 종목을 중심으로 직접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국내 증시가 얼어붙으면서 선진국 등 해외 주식을 직접 사고파는 ‘주식 직구족’이 늘어나고 있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0일까지 올해 해외주식 매수 금액은 99억 663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반년 남짓 동안 지난해 매수금액(120억 8086만 달러)의 82.5%에 달했고, 2016년 매수금액은 이미 넘어섰다. 국내 증시는 전 세계 시가총액에서 2%를 차지하는 데 불과해 나머지 98% 시장을 노리는 것이 자산분배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해외 주식 직구족을 겨냥해 증권사를 비롯해 핀테크 업체들이 관련 이벤트와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국내 주식보다 세금 부담이 크고 수수료가 복잡하다는 점은 주의가 필요하다. 주식 매매로 투자수익을 내더라도 환율 변동에 따라 손에 쥐는 실제 수익이 바뀔 수 있다. 증권사 지점을 직접 방문해야 했던 시절과 달리 해외주식 온라인 매매가 쉬워지고 있다.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등 주요 증권사들은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바로 거래할 수 있다. 주식 거래가 가능한 국가들이 늘어남에 따라 국가별 거래 시간과 거래 단위 등 거래제도를 먼저 숙지해야 한다. 유럽이나 미국 등은 서머타임 때 거래시간이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앞당겨진다. 중국, 홍콩, 일본 등은 점심에 휴장 시간이 있다. 같은 주식이더라도 중국시장에서는 최소 거래 단위가 100주이지만, 홍콩 주식 시장은 종목별로 최소주문 수량이 다르다. ‘주식 직구족’을 위한 이벤트도 눈여겨볼 만하다. 환전도 일반적으로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에만 가능했지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통합증거금 서비스를 도입한 증권사가 늘어나면서 원화로 먼저 거래한 이후 환전해도 된다. 교보증권과 NH투자증권 등은 다른 증권사에서 해외주식을 옮기는 일부 투자자에게 상품권 등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할 때는 기업 분석뿐만 아니라 환율 변동 전망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미국 주식 A주 가격이 1주당 100만원으로 똑같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10% 수익을 낼 수 있고, 거꾸로 10% 떨어지면 10%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일반 투자자는 환율 예측이 어려운 만큼 신흥국보다는 환율 변동이 적은 선진국에 투자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세금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 주식은 대주주가 아닌 일반 투자자는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지만 해외 주식은 250만원을 넘는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 22%(주민세 포함)를 내야 한다. 250만원이 기본공제되는 만큼 장기 투자하더라도 매년 250만원 수익을 실현하는 것도 세금을 줄이는 방법이다. 양도소득세는 자진 신고해야 하는데 대형 증권사들의 신고대행서비스를 이용하면 품이 덜 든다. 배당소득에는 약 14% 이상 세금을 낸다. 다른 금융소득과 더해 연간 2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다. 국내는 주식 거래 수수료가 사실상 없지만 해외는 거래 수수료와 환전 수수료도 더해져 복잡하다. 온라인에서는 매매금액의 0.2~0.25%가, 오프라인에서는 0.5%가 붙는다. 증권사와 시장별로 주문 건당 최소 수수료나 유관기관 수수료가 추가될 수 있어 수수료가 가장 낮은 증권사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해외 주식은 국내에 비해 투자 정보 접근이 어려운 만큼 초보자는 초우량기업이나 지수, 섹터별 상장지수펀드(ETF)부터 투자하는 방법도 좋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박서준x박민영 애틋+달달 백허그 포착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박서준x박민영 애틋+달달 백허그 포착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투박 커플 박서준과 박민영의 애틋하고 달달한 모습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0화에서는 24년 전 유괴사건 기억을 찾고 그 충격에 정신을 잃은 김미소(박민영 분)와 이에 목놓아 미소의 이름을 부르며 애타는 마음을 드러낸 이영준(박서준 분)의 모습이 그려져 애틋한 로맨스를 예고했다. 이 가운데 11일 방송에서 앞서 스틸 사진이 공개, 극과 극 분위기의 두 사람 모습이 담겨 궁금증을 높이고 있다. 환자복을 입은 미소와 그런 미소의 곁을 붙박이처럼 지키고 있는 영준의 모습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특히 미소는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모습으로, 커다란 눈에 담긴 눈물과 영준을 향한 애타는 시선이 슬픔을 배가시킨다. 이에 영준은 슬픔에 찬 미소의 손을 두 손으로 꼭 감싸 쥐고 그윽한 눈빛으로 미소를 바라본다. 서로를 향한 애틋하고 절절한 감정이 눈빛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 먹먹함을 자아낸다. 또 다른 사진에서 두 사람은 ‘달달 그 자체’로,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만든다. 영준과 미소의 병실 백허그가 공개된 것. 미소를 품 안에 가둔 영준과 사랑스런 미소를 짓는 미소의 모습이 엄마 미소를 유발하며 한층 더 달달해진 두 사람의 로맨스를 기대케 한다. 한편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이날(11일) 오후 9시 30분 방송된다. 사진=tvN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서울광장] “그대들 나라 아니다”/송한수 부국장 겸 사회 2부장

    [서울광장] “그대들 나라 아니다”/송한수 부국장 겸 사회 2부장

    한갓 어둠이 두렵겠는가. 7월 11일 밤이 대한제국을 짓누른다. ‘일본 제국주의’가 무서운 일을 꾸민다. 경찰을 앞세운다. 한국, 한국인을 겨냥해서다. 목표는 양기탁(1871~1938)이다. 시간이 잔잔히 흐른다. 긴장이 차갑게 감돈다. 새벽녘 오랏줄이 선생을 옥죈다. 그러나 서릿발과도 같은 순간 두 눈은 꽤 날카롭다. 그득히 빛을 뿜는다. 내로라하는 떳떳함이다.꼭 110년 전 일이다. 조선 마지막 황제 순종(1874~1926ㆍ재위 1907~1910) 2년에 해당한다. 한반도의 불행한 제국이 막바지로 치달을 무렵이다. 선생은 덩달아 이렇게 고난을 치른다. ‘편집감독’ 자리에서 대한매일신보(大韓每日申報)를 이끌던 그다. 한반도 점령 전위대 노릇을 한 일제 통감부는 선생에게 공금 횡령이란 혐의를 덧씌운다. 국채보상운동을 도우려 신문사 안에 조직을 꾸리고 총무를 맡던 때다. 가뜩이나 일제에 맞서 글발을 세우니, 고집을 꺾으려 억지를 쓴 결과다. 일제가 나서서 우리 땅에 온갖 시설을 끌어들여 상당한 국가 빚을 짊어진 터다. 얼른 갚지 않으면 나라 자존심을 크게 구길 것이라고 국민들은 내다봤다. 코흘리개부터 꼬깃꼬깃 숨기던 코 묻은 돈을 내놓는다. 일제에 진짜 먹잇감은 신문이었다. 선생을 가두면 신문도 끝장이라는 계산이 깔렸다. 선생에게 더할 수 없는 보람인 대한매일은 그들에겐 도통 지나치지 못할 눈엣가시였다. 1904년 7월 18일 첫발을 뗀 대한매일은 영국인 창업자 어니스트 베델(1872~1909)을 내세워 일제 검열을 피하며 언론으로 가야 할 길을 제대로 밟았다. 일제가 무력으로 눌러 외교권을 훔치자 사뭇 거칠게 대들었다. 조선 26대 왕 고종(1852~1919ㆍ재위 1863∼1907)과 신하들을 겁박한 끝에 1905년 11월 17일 강제로 맺은 제2차 한·일 협약(을사보호조약)을 가리킨다. 앞서 일제는 1904년 8월 22일 내정 개선을 뒷받침한다며 제1차 협약(한·일 의정서)을 으름장으로 체결했다. 결국 일제는 우리 정부를 돕는다는 희한한 구실로 재정고문과 군사고문, 외교고문을 1명씩 앉혔다. 대한매일은 조약 파기를 대놓고 요구했다. 더불어 시일야방성대곡(時日也放聲大哭)이란 제목으로 논설을 큼지막하게 실었다. 말 그대로 “이토록 원통한 처지에 목놓아 통곡한다”는 줄거리다. 대한매일은 나아가 용기 백배해 황성신문 주필 장지연(1864~1921)의 글을 오롯이 옮겼다. ‘남의 것’이라며 낮잡지 않고 널리 생각한 마음 씀씀이다. 아무튼 선생은 법정 증언대에 올라 무혐의를 증명한 베델에 힘입어 감옥을 벗어난다. 이렇게 대한매일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자세에서 빛났다. 위에 알린다는 ‘신보’(申報) 뜻에 충실했다. 독립운동에 얽힌 보도도 빼놓지 않았다. 일제 앞잡이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1841~1909) 통감이 “우리의 악정에 확증을 갖고 한국인들을 줄곧 선동하니, 결국 내 책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후 일제는 신문사 매수 작전에 들어간다. 대한매일은 ‘대한’을 떼고 다른 길로 접어들게 된다. 1945년 8월 광복 뒤엔 서울신문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제 곧 창간 114년이다. 긴 터널을 지났다. 서울신문이라는 철마(鐵馬)는 여전히 달리고 있다. ‘공공 이익과 민족 화합에 앞장선다’는 슬로건에 발을 맞춘다. 그런데 선조들 귀에 거슬릴 소식이 자꾸 들린다. 누가 대통령을 쥐고 뒤흔들었다는 국정 농단에 이어 터진 계엄령 발동설이다. 국군 기무사령부에서 지난해 3월 서울 광화문광장에 탱크, 장갑차를 동원할 계획을 짰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로부터 대통령 탄핵 결정을 앞둔 터였다. 참 무서운 생각이다. 만약을 가정한 사례라고 치더라도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다. 탄핵 기각으로 결정됐거나 근소한 차이로 인용됐다면 실행에 옮겼을 법하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대답하는 삐뚠 행태’(指鹿爲馬·지록위마)로 대통령을 받드는 쪽이 위세를 부리던 시절이니 그렇다. 우리 땅이 대통령의 나라도, 국정을 가름하는 사람들의 나라도 아니지 않은가. 조상들이 피땀을 쏟아 일군 나라이니 저들의 얕은 속셈에 더욱 원통하다. 아무리 쥐고 뒤흔든들 신문(대한매일신보)이 누구의 소유일 수 없듯이 말이다. onekor@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中 항모굴기 발목잡는 ‘짝퉁 리스크’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中 항모굴기 발목잡는 ‘짝퉁 리스크’

    미국이 글로벌 헤게모니를 쥐고 팍스 아메리카나를 구가하고 있는 원동력은 강력한 경제력과 군사력이다. 그 군사력의 핵심은 누가뭐라해도 항공모함 전단이다. 10만 톤에 달하는 거대한 덩치의 군함에 60~80여 대에 달하는 고성능 전투기가 가득 실려있고, 이러한 항모를 최첨단 이지스함 4~6척과 핵잠수함이 호위한다. 그야말로 천하무적이다. 항모전단이 갖는 절대적 위력 때문에 중국도 항모굴기에 한창이다. 미국에게 패권 경쟁 도전장을 낸 중국은 태평양 지역에서의 미 해군력을 따라잡기 위해 항모전단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제 고철 항모를 개조한 랴오닝함에 이어 자체 개발한 Type 001A형 항공모함을 최근 진수시켰고, 현재 건조 중인 Type 002와 Type 003 항모는 미국 최신 항모와 동일한 전자식 항공기 사출장치(EMALS : Electromagnetic Aircraft Launch System)를 탑재한 85,000톤급 이상의 대형 항모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오는 2025년까지 적어도 4척의 항모를 건조한다는 계획이다. 호위세력도 착착 준비되고 있다. ‘중국판 이지스함’이라 불리는 Type 052D 구축함은 불과 5년 사이에 13척이나 진수됐고, 13,000톤이 넘는 차세대 대형 구축함 Type 055는 2년만에 4척이 진수됐다. 이보다 작은 4,000~5,000톤급 호위함은 현재까지 30척이 넘는 수량이 취역했거나 진수됐고 앞으로 몇 척이 건조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건조되고 있다. 항모와 호위전력은 착실히 준비되고 있지만 문제는 함재기다. 항공모함의 전투력은 대부분 함재기에서 나온다. 함재기 없는 항모는 단지 떠다니는 비행장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는 별 가치가 없다. 지금 중국 항모들이 그렇게 될 위기에 처했다. 중국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항모 탑재용 전투기 J-15가 심각한 결함으로 인해 양산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지난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는 중국인민해방군 공군 부사령원 장홍허(张洪贺) 중장의 발언을 인용, 중국해군이 J-15 프로그램을 사실상 중단하고 대체기로 FC-31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J-15 사업을 중단한 것은 이 전투기가 사실상 실패작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까지 중국 관영매체를 통해 보도된 J-15 전투기 추락 사고는 2건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4대 이상 추락했으며, 이는 현재까지 생산된 J-15의 20%에 달하는 수량이다. 시험평가 기체가 아닌 양산형 기체의 사고 손실율이 이 정도라면 사업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 놀라운 것은 J-15가 신규 개발된 중국 고유의 모델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은 항모 취역을 준비하면서 러시아제 Su-33 도입을 추진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구소련 시절 Su-33을 설계했던 우크라이나 소재 연구소에 접근해 Su-33의 프로토타입 T-10K-3 설계도를 빼돌렸다. T-10K-3 설계에 중국이 Su-27SK를 불법복제하면서 만들어낸 부품을 조합해 개발한 것이 바로 J-15였다. 중국은 J-15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다. 뼈대가 된 Su-33은 항공모함용 공중전 전투기 가운데 최강으로 평가받는 기종이었고, 항공전자장비는 마찬가지로 최강의 공중전 전투기 중 하나인 Su-27의 시스템을 모방했기 때문이었다. 미 해군의 F/A-18을 능가하는 최강의 함재 전투기를 기대했던 중국해군의 꿈은 얼마 안가 깨졌다. J-15는 배치 초기 단계부터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엔진이었다. 러시아제 엔진을 베낀 중국산 엔진은 추력 자체도 오리지널의 70% 수준에 불과했을뿐더러 신뢰성이 형편없었다. 비행 중 심한 진동이 발생했고 수시로 시동이 꺼지기도 했다. 중국은 실전배치된 기체의 엔진을 중국산 대신 러시아제 오리지널인 AL-31 계열로 바꿨다. 그러나 사고는 계속됐다. 지난 2016년 4월 또 한 대의 J-15가 추락했고, 이 전투기를 몰았던 젊은 비행장교 장차오(张超) 상위가 사망하고, 연이어 베테랑 조종사 차오시엔지엔(曹先建) 상교(上校·대령급)가 중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차오 상교는 두 차례의 대수술을 이겨내고 419일만에 퇴원해 부대로 복귀한뒤 불과 70일 만에 J-15 조종간을 다시 잡고 사고 원인 분석에 나섰다. 얼마 뒤 차오 상교는 J-15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차오 상교는 카나드(Canard)가 있는 Su-33과 그렇지 않은 Su-27의 조종계통은 완전히 다른데 J-15는 Su-33의 설계를 가지고 만든 기체에 Su-27을 모방한 J-11B의 비행제어 시스템을 결합하는 오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즉, 애초에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 지적에 따라 중국은 J-15 추가 양산을 중단하고 대체기 개발에 나섰다. 결함투성이 J-15를 대체할 차세대 함재기는 센양항공기제작공사(沈飛航空博覽園)가 개발한 FC-31의 함재형으로 결정됐다. 중국해군은 J-15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기존 FC-31의 설계를 완전히 변경해 항공모함 운용에 최적화된 기체로 함재형 FC-31을 개발하고 있다. 함재형 FC-31은 원형에 비해 주익과 수직미익이 더 커졌고, 이에 따라 기체 크기도 1m 이상 확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식 사출장치를 이용한 이함과 강제착함장치를 이용한 착함을 위해 랜딩기어와 어레스팅 후크 등도 갖춰질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이미 진수시킨 2척의 항공모함은 전자식 사출장치가 아닌 스키점프대를 이용하므로 이 방식으로 운용될 수 있는 파생형도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완성기 판매 및 기술이전 거부로 개발 전 과정에서 상당한 난항을 겪다가 결국 실패로 끝난 J-15와 달리 FC-31 함재형의 미래는 상대적으로 밝은 편이다. 전투기 개발에 있어 중국이 가장 취약한 엔진 문제를 러시아가 해결해 주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FC-31 탑재용으로 RD-93 엔진을 중국에 공급하고 있으며, 이를 그대로 카피한 WS-13 엔진의 개발도 직·간접적으로 돕고 있다. 향후 대량 수출이 예상되는 FC-31의 부품 일부를 공급해 이익을 챙기겠다는 심산이다. FC-31의 함재형이 이른 시일 내에 성공적으로 개발되어 조기 전력화된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J-15가 Su-33을 잘못 베꼈다가 실패했듯 FC-31 역시 미국 기술을 빼돌려 개발한 뒤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의 기술·부품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어 개발이 성공할지 여부도 불투명할뿐더러, 이미 비행 중인 시제기에서 몇 가지 심각한 결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항공전문가 루벤 F. 존슨(Reuben F. Johnson)은 FC-31의 데모 비행 영상을 분석해 이 기체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존슨은 “FC-31은 기체 설계 결함으로 추력 손실이 심각해 고도를 유지하며 수평비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기체 내부에 연료와 무장을 싣게 되면 이 같은 문제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이 함재형 전투기로 FC-31을 사실상 재설계해 완전히 새로운 형상으로 만들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시간이다. 중국은 이미 2척의 항모를 바다에 띄웠고, 2척을 더 건조 중이다. 과거 중국 전투기 개발 사례를 보면 개조개발에 3~5년 이상, 신규 개발에 10~15년 이상이 소요됐다. FC-31 함재형은 빨라도 2020년대 초반, 늦으면 2020년대 후반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4척이 등장할 중국 항모들은 함재기 없는 종이호랑이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외국 기술을 베껴 개발한 함재기들은 온갖 결함에 시달리며 양산과 개발이 지연되고 있고, 외국 항모를 고철로 사다가 개조한 항모와 이를 개량해 건조한 항모는 설계 오류와 자재 불량 등의 문제로 배치 초기부터 내구성과 안전성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과연 중국은 이러한 ‘짝퉁 리스크’를 극복하고 미국에 대적할 항모굴기를 완성할 수 있을까? 이일우 군사 (자주국방네트워크 ) finmil@nate.com
  • 강연재 “‘곰’ ‘재기해’ 표현, 아주 귀여운 수준 아닌가”

    강연재 “‘곰’ ‘재기해’ 표현, 아주 귀여운 수준 아닌가”

    여성집회에서 ‘재기해’, ‘곰’ 등 고인을 능욕하는 혐오발언이 구호로 쓰여 논란이 되고 있는 데 대해 강연재 변호사가 “아주 귀여운 수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강연재 변호사는 9일 오후 방송된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그 단어들이 방송에서 하면 안 되는 말인가요”라고 반문하며 “곰은 왜 그게 혐오발언인지 모르겠고 아주 귀여운 수준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옛날에 우리나라 대통령은 다 쥐 아니면 닭 이런 것들로 표현됐었다”고 덧붙였다. ‘곰’은 문재인 대통령의 성인 ‘문’ 글자를 뒤집은 것을 가리킨다. 문제점은 글자를 뒤집은 의도에 숨어 있다. 글자를 뒤집은 것은 사람을 거꾸로 뒤집은 것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을 ‘곰’이라고 칭할 때 사진의 위아래를 뒤집어놓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을 거꾸로 뒤집은 것은 누군가 높은 곳에서 떨어진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며 이는 곧 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희화화한 것과 연결된다. 따라서 단순히 정치인의 외모나 성격을 조롱하는 수준이 아닌 고인을 능욕하는 수준의 발언이기 때문에 혐오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 ‘재기해’는 한강에서 투신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다 숨진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죽음을 희화화한 표현으로 ‘자살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강연재 변호사는 ‘재기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딱 보자마자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면서 “굉장히 은유적인 표현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강연재 변호사는 “(이러한 표현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 또는 혐오했다고 보기보다는 권력의 1인자인 대통령을 향해 (여성들이 처한 문제들을) 빨리 해결해 달라는 취지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진행자 정관용 교수가 “언론이 과잉 보도해서 집회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냐”라고 묻자 강연재 변호사는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고, 문재인 대통령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층들이 싫어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볼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이번에 전환점으로 꼭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남성으로부터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성이 형태만 변화했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법률과 정책, 그리고 강력한 처벌 등으로 신경을 쓰고 실제 대책을 마련해가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된다”고 말했다. 또 “남성과 여성의 문제는 자꾸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든지 내가 불행한데 너는 왜 행복하려고 해, 이런 시각에서 보면 끝도 없고 둘 다 행복해야 된다”면서 “남성들이 부당하게 고통을 받는 게 있으면 그것도 시정돼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친딸처럼 키우고 싶었다”…대낮에 3세 여아 납치한 中 남성

    “친딸처럼 키우고 싶었다”…대낮에 3세 여아 납치한 中 남성

    대낮에 3살짜리 여자아이를 유인해 납치한 남성이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중국 장시성 간저우시 경찰은 7일 인신매매 혐의로 장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6일 오후 간저우시의 한 거리에서 3살 여자아이를 과자로 유인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약간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자 장씨는 아이를 들어올려 자신의 오토바이에 태운 후, 황급히 그곳을 떠났다. 이 모습을 목격한 아이의 아빠는 “도로 반대쪽으로 길을 건너는 사이 한 남성이 내 딸의 손을 잡고 있었다. 음식을 손에 꼭 쥐고 망설이던 딸을 태워 달아났다”며 당혹스러웠던 당시 상황을 경찰에 설명했다. 아빠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근처 폐쇄회로(CC)TV등을 확보해 장씨의 신원을 확인했다. 그리고 18시간 동안 장씨를 추적한 끝에 자택에서 검거할 수 있었다. 장씨는 경찰조사에서 “아이를 납치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단지 집으로 데려와 딸처럼 키우고 싶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장씨의 집에서 아이를 발견했다. 다행히 별 다른 부상 없이 무사했다”면서 “다른 범죄를 저지르려 했을 가능성에 대해 추가 수사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사진=유튜브캡쳐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6850만명… 2초당 1명씩 죽음의 땅에서 탈출하다

    [글로벌 인사이트] 6850만명… 2초당 1명씩 죽음의 땅에서 탈출하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 내 난민(難民) 수가 지난해 3만 3000명으로 급감했다. 2016년 9만 7000명에서 66% 줄어든 수치다. 유엔난민기구(UNHCR)와 미 국무부 데이터를 이용해 지난 7일(현지시간) 이같이 밝힌 퓨리서치센터는 “미국 내 난민 수가 나머지 전 세계 국가에 정착한 난민 수보다 적어진 것은 40여년 만에 처음”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들이 입국을 허용한 난민 수는 미국의 2배 수준인 6만 9000명이다.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회계연도가 시작된 지난해 10월 1일부터 ‘난민 쿼터’(4만 5000명)제를 시행한 데 따른 결과라고 미 ABC방송은 전했다. 난민법이 시행된 1980년 이래 미국이 입국을 허용한 난민의 수는 매년 평균 9만 4000명인데, 지난 1년간 반 토막 수준으로 제한한 것이다. ‘반(反)난민’ 기조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을 파고들고 있다. 이른바 ‘난민 수상’으로 불릴 정도로 ‘난민포용책 옹호론자’였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마저도 최근 연정 붕괴 위기에 놓이자 “모든 이민엔 질서가 따라야 한다”면서 일보 후퇴를 시사했다. 유럽은 ‘난민 문제를 해결 못하면 유럽연합(EU) 분열을 막지 못한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먼 나라 얘기인 줄로만 알았던 난민 문제가 지난 5월 우리에게도 현실로 다가왔다.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제주도로 500명이 넘는 예멘인이 몰려오자, 국내에서는 난민법 폐지를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60만여명이 참여하며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전 세계적으로 난민 이슈가 이토록 불거진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봤다.UNHCR이 집계한 난민, 국내 피란민, 무국적자 등 보호 대상자는 지난해 말 기준 약 6850만명에 이른다. 2차 세계대전 때의 난민 수인 5000만명을 웃돈다. 전 세계 인구 110명당 1명이 불가피하게 삶의 터전에서 내몰린 것이다. 하루에 4만 4500명, 2초당 1명꼴로 난민과 국내 피란민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2540만명은 유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하 난민조약) 제1조에 따른 난민으로 볼 수 있다. 인종, 종교, 민족,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모국에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사람들로 정의된다. ●전쟁·재난 피란민은 난민 인정 안 돼 전쟁이나 내전, 재난으로 인해 발생한 피란민은 엄격하게 따지면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조약에서 규정한 5가지 이유로 박해받아 모국을 떠난 것이 아니라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이스라엘 등 난민신청 승인률이 낮은 국가들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전 세계 난민 3분의2를 배출하는 나라는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미얀마, 소말리아 5곳이다. 수단, 콩고민주공화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에리트레아, 부룬디 등이 그 뒤를 잇는다. 팔레스타인 난민 약 500만명을 제외한 통계다. 이들 국가들은 분쟁과 극단주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2011년 발발해 8년째 계속되는 내전으로 시리아는 최다 난민 배출국이 됐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가파르게 난민의 수가 늘었다. 630만명이 전쟁을 피해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 난민이 됐고, 620만명은 국내에서 피란민이 됐다. 반군을 지원하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권과 알아사드 대통령을 돕는 러시아,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 시리아 내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이란 등이 개입되면서 대리전의 양상으로 상황이 치닫고 있다. 난민이 끊이지 않는 원인이다. 수단의 서쪽 끝 분쟁지인 다르푸르를 보면 2003년부터 아랍인들로 구성된 중앙정부에 저항하는 부족들의 무장봉기로 약 270만명이 고향을 떠났다. 난민의 폭발적 증가는 심각한 국제분쟁이나 내전 등이 일어날 때마다 반복된 현상이다. 1999년 코소보 사태 때는 86만 7000명이 알바니아·보스니아 등으로 대거 빠져나갔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1979년 소련 침공 이후 난민이 대량 발생했다. 탈레반 정권 집권과 내전으로 인해 1990년대에는 무려 630만명이 조국을 떠났다. UNHCR은 지난달 발간한 올해 ‘2018 글로벌 트렌즈’ 보고서에서 “적어도 몇 개 나라만이라도 분쟁을 해결한다면 난민 수는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빈곤 탈출을 꿈꾸며 조국을 등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유엔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00만명의 베네수엘라인들이 기아와 실업, 유행병 확산 등을 못 이겨 모국을 떠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의 추산치는 160만명이다.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 국가 출신은 주로 정부의 부패, 빈곤과 범죄 위협 등 사회적인 이유로 고국을 등졌다. 이들 숫자는 2011년 1만 8000명에서 지난해 29만 4000명으로 6년 새 16배나 늘었다. 소말리아, 케냐, 남수단 등에서는 식량 위기를 부르는 가뭄 등 환경 재난도 탈출 행렬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세계은행(WP)은 지난 3월 물 부족, 흉작,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한 기후난민이 2050년까지 1억 4000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주현상이 발행하는 지역은 주로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과 남아시아, 중남미 등 3개 지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레바논 전체 인구 20%가 난민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국가들에만 난민들이 더 몰리는 건 아니다. 전체 난민의 85%는 개발도상국으로 유입된다. 80%는 그중에서도 출신국 근처 나라에 체류한다. 터키나 레바논이 대표적인 난민 수용국이란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레바논의 난민 비율은 전체 주민의 20%에 육박한다. 100만여명의 난민을 받아들여서다. EU와 난민 협정을 맺은 터키는 350만명을 수용했다. ‘터키가 유럽의 목줄을 쥐고 있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유럽과 미국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난민으로 위장해 잠입하거나, 남미의 마약 조직이 가족으로 위장해 도피하는 경우를 우려한다. 난민·이민자 출신이 테러나 범죄에 연루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경의 빗장을 더 굳게 걸어 잠그려는 경향이 나타났다. 실제로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정세 불안으로 중동, 북아프리카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유럽 정계는 상당한 지각변동을 겪었다. 난민을 둘러싼 부정적 여론은 난민 유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복지 ‘무임승차’ 등을 주장한다. 정치 변방에 있던 극우·포퓰리즘 정당들이 이 같은 논리를 펼치며, ‘반(反)난민’ 정책을 내걸고 득세했다. 유로존 3위의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에 “이탈리아는 유럽의 ‘난민캠프’가 될 수 없다”고 외치는 마테오 살비니 정권이 들어섰다. 2013년 이래 현재까지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입국한 난민 수는 70만명에 이른다.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에서는 지난해 10월과 지난해 4월 각각 반난민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포퓰리즘 세력이 주류 정치를 장악했다.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3국은 다음주 내무장관 회담을 열고 아예 남부 난민의 이동 루트를 폐쇄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반기 EU 순회의장국인 오스트리아는 EU 안에서 난민지위 신청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유럽 국가로의 난민 신청을 유럽 밖에서 한 뒤 승인된 경우에만 입국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견고한 장벽을 세우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상과 동일한 것이다. 극단으로 치닫는 난민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구촌 공동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UNHCR에 따르면 지난달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한 난민 7명 중 1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38명당 1명이던 지난해보다 사망률이 크게 뛴 배경에는 난민 길목을 걸어 잠그는 유럽 국가들의 반난민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고 UNHCR은 지적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특파원 칼럼] 중국 시장 상인이 보여준 4차 산업혁명/윤창수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중국 시장 상인이 보여준 4차 산업혁명/윤창수 베이징 특파원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이동형 에어컨을 사주려고 인터넷 구매를 시도했다가 낭패를 만났다. 미국 최대 온라인 구매 사이트 아마존은 신용카드 번호만으로 가능했고, 중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에서는 휴대전화 번호만으로 이뤄졌던 물건 구매가 한국의 모든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서는 불가능했다.본인 명의 신용카드와 공인인증서 또는 본인 인증용 문자 메시지를 받을 수 있는 휴대전화 번호란 삼위일체가 갖춰져야만 한국에서는 온라인 쇼핑이 가능한 듯했다. 중국에서는 접속이 불가능한 구글 앱스토어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야만 결제가 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중국에서도 한국 휴대전화 유심 칩을 휴대하고 다니며 필요할 때 문자 메시지를 받아 사용하는 한국인들이 있을 정도다. 중국에서 메가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여주인공이 입은 천송이 코트를 정작 중국인들은 못 산다며 규제의 대못을 없애야 한다고 전 정권에서 목소리를 높이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바뀐 게 하나도 없다니 한탄이 나왔다. 저절로 얼마 전 중국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중국 관영언론에서 홍보차 외신기자들을 데려갔던 광시좡족자치구에서 만난 시장 상인이 보여 준 4차 산업혁명 기술인 핀테크가 떠올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부터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중국에는 더위에 웃통을 벗거나 배만 내놓고 다니는 남성들이 많다. 광방쯔(光膀子)라 불리는 웃통 패션의 남성들과 전혀 다를 것 없는 인상의 과일 도매시장 상인은 15명의 외신기자들이 베이징, 광저우, 선전 등 각자의 집으로 보내는 망고 배달을 놀랄 만큼 깔끔한 솜씨로 처리했다. QR 코드를 휴대전화로 스캔하는 것만으로 결제는 끝났고, 결제 뒤 약 한 시간 만에 대량 주문의 양과 주소, 이름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엑셀 파일이 휴대전화로 전송됐다. 거리에 따라 1~3일 만에 망고 상자는 모든 외신기자들의 집 문 앞에 도착했다. 우리가 흔히 배달의 민족, 인터넷 강국이라고 스스로 부르는 것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중국의 인터넷 쇼핑과 핀테크(금융+기술)에 대해 놀란 것이 이번만은 아니다. 선풍기를 조립하다 고객센터에 문의하면 조립 과정을 상세하게 담은 동영상을 보내 줬고, 잘못된 주문은 직접 문자 메시지로 소비자에게 문의한 다음 환불 요구는 즉시 처리해 줬다. 중국은 신용사회란 단계를 건너뛰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4차 산업혁명을 앞서서 해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중국이 미국을 압도할 역사적 기회란 것이 중국 학자들의 분석이자 주장이다. 모바일 결제가 세계 최고 수준인 데다 일부 4차 산업혁명 분야를 선도하는 바탕에는 중국에서만 가능한 이유가 있다. 가짜 돈이 많고 신용사회가 구축되지 못했기에 휴대전화 결제가 빨리 정착했다. 민감한 개인정보 수집도 정부가 통제하지 않기에 손쉽게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AI) 개발이 가능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중국이 AI, 가상현실(VR), 드론 등의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는 앞서 고지에 올랐다는 것이다. 미국의 중국 전문가 마이클 필스버리는 저서 ‘백년의 마라톤’에서 중국 공산당이 정권 수립 100년이 되는 2049년에 미국을 무너뜨리고 세계 패권을 장악한다는 장기 계획을 실천 중이라고 다양한 근거를 통해 주장한다. 언론의 자유와 투표권 없는 사회주의 국가가 패권을 쥐었을 때의 세상은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geo@seoul.co.kr
  • 첨단산업 패권 지키려는 트럼프… ‘反美동맹’ 확장 나선 시진핑

    첨단산업 패권 지키려는 트럼프… ‘反美동맹’ 확장 나선 시진핑

    미국과 중국이 지난 6일부터 상대국 수출제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하며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 규모의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미국과 중국의 전면적인 무역 충돌의 본질은 패권 다툼이다. 기존 패권국가와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 간의 충돌을 설명하는 용어인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현재 미·중 상황을 지목하는 표현으로 오르내린다. 고대 스파르타가 아테네를 꺾기 위해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일으킨 것처럼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해 무역전쟁을 일으켰다는 시각이다. 세계 패권을 쥐고 주도적 역할을 해 온 미국은 냉전 승리를 통해 소련을 해체했고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일본 엔화의 위협을 눌렀다.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10년’을 잉태한 플라자 합의의 주역 가운데 한 명이 지금 무역전쟁을 이끄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다. 미·중 그리고 유럽연합(EU)까지 맞물린 무역전쟁의 여파가 세계 경제를 어디로 이끌고 갈지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에서 한국 경제도 패권 충돌의 파고에 고스란히 노출된 상황이다.트럼프에겐 결국 득보다 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 예고대로 중국에 ‘관세 폭탄’을 무차별 투하했다. 이로써 미·중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전면적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중국의 ‘첨단산업 굴기’를 막음으로써 미국의 ‘미래 먹거리’를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미·중 모두 치명상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0시 1분(미 동부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확정한 340억 달러(약 38조원) 규모의 중국 산업부품, 기계설비, 차량, 화학제품 등 818개 품목에 대한 25% 관세부과 조치를 발효했다. 또 관세부과 방침이 정해진 500억 달러(약 56조원) 가운데 나머지 160억 달러(약 17조원) 규모의 284개 품목에 대해서는 2주 이내에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340억 달러어치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160억 달러 규모에 대해선 2주 이내에 관세가 매겨질 것”이라며 대중 관세 폭탄 강행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미국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500억 달러 규모의 고율 관세 부과 시 내년 말까지 미국 내 일자리 14만 5000개가 사라질 수 있고 미 국내총생산(GDP)은 내년 말까지 0.34% 줄어들 것으로 경고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카운티 가운데 약 20%, 총 800만명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중국의 보복관세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인 일명 ‘팜 벨트’(중서부 농업지대)와 ‘러스트 벨트’(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를 정조준했기 때문이다. 무디스 측은 중부 대초원 지대의 대두(콩), 다코타·텍사스주의 석유, 어퍼 미드웨스트의 자동차 등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CNN은 “자동차와 과일, 맥주 등 1300여개 제품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매업연맹의 데이비드 프렌치 선임부회장은 “(대중 관세 폭탄으로) 높아진 소매가격이 결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게 하고 대형마트의 매장을 텅텅 비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영화 수입을 정부가 통제하는 중국이 관세 폭탄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할리우드 영화 수입을 금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 영화계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국 영화시장은 지난해 입장권 판매 총액이 86억 달러(약 9조 6000억원)를 기록해 북미 박스오피스(영화 흥행수입) 규모를 추월하며 세계 최대 영화시장으로 떠올랐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관세폭탄은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를 줄인다는 ‘명분’은 있지만 미국의 피해를 고려한다면 큰 ‘이득’은 없을 것”이라면서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더이상 확전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시진핑에겐 위기이자 기회 미국은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바로 다음날인 7일 대만해협에 군함 두 척을 보내 무력도발에 나섰다. 이지스 구축함인 머스틴과 벤폴드가 중국의 앞바다인 대만해협을 통과했다고 8일 대만 국방부가 밝혔다. 이는 미국의 대만에 대한 지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중국에 대한 모든 압박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무역전쟁과 대만 문제는 지난달 14일 중국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신중한 처리를 당부한 두 가지 사안이다. 시 주석의 집권 2기가 시작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대중 압박의 강화를 방증하는 대표적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적으로는 대중 무역적자 축소를 내세우고 있지만 무역전쟁의 본질은 미국이 중국의 굴기를 막아 세계 패권을 유지하려는 것이란 게 적지 않은 전문가의 분석이다. 특히 세 차례 이뤄진 미·중 무역협상에서 미국 대표단이 중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정책인 ‘중국제조 2025’에 대한 보조금 중단을 요구한 것이 양국 무역전쟁의 본질을 잘 보여 준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품과 에너지 수입을 늘려 대미 무역흑자는 줄이겠지만, ‘중국제조 2025’는 포기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미국에 맞서는 시 주석의 응전 방침은 ‘무역 전쟁을 원치는 않는다. 그러나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로 압축된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헌법의 국가 주석직 연임 제한 규정 철폐로 장기집권의 포석을 다진 시 주석에게 무역전쟁은 도전이자 기회다. 미국의 관세에 6%대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기 어려운 도전을 맞게 됐지만, 공산당 1당 독재에 대한 내·외부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미국의 무역 패권주의는 전 세계에 피해를 줬고 중국의 반격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관세 폭탄에 똑같은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며 반격에 나섬과 동시에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중국은 유럽 등과 반미 연대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중국과 동유럽(CEEC) 16개국 모임인 ‘16+1’에 참석한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7일 “무역전쟁은 결코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중국 시장의 개방을 강조했다. 대두를 비롯한 미국산 수입품의 통관작업이 항구에서 늦춰지면서 중국이 비관세 보복 수단을 동원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미국산 수입물품 가운데 보잉 여객기 다음으로 액수가 큰 대두는 관세 조치로 미국의 대중 수출이 50% 감소하고, 중국 내 가격도 5.9% 상승할 전망이라 장기적으로 양국의 물가가 모두 오를 수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미국의 500억 달러 관세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0.2% 포인트 둔화할 것이라며 무역전쟁의 영향이 과도하게 해석됐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황성기의 시시콜콜] 구매냐 임차냐, 그것이 골치인 전용기

    [황성기의 시시콜콜] 구매냐 임차냐, 그것이 골치인 전용기

    영국의 역사학자 데이비드 레이놀즈는 20세기 발명품인 정상회담이 대량 살상무기(WMD)와 매스미디어, 비행기라는 3종 세트의 출현에 의해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비행기가 없었다면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열린 북한과 미국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가능했겠는가. 싱가포르는 평양에서 5000㎞, 워싱턴이라면 5600㎞ 떨어져 있다. 산 넘고 바다 건너 가려면 몇 날, 몇 일이 걸릴지 모른다. 시속 40㎞인 여객선을 탄다면 6일 정도 걸리는 거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별 피곤한 기색도 없이 만나 세기의 악수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시속 1000㎞에 육박하는 비행기 덕택이다.  세워 두는 시간 더 많은 ‘돈 먹는 하마’, 전용기 대통령 전용기라는 게 정상회담, 혹은 다자간 정상회의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띄울 일이 없는 ‘돈 먹는 하마’이다.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은 국토가 넓어 국내 이동에도 전용기를 쓰고 있지만, 고속전철로 일일생활권에 있는 한국, 일본과는 사정이 다르긴 하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이 쓰고 있는 보잉 747-400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대한항공과 1421억원을 들여 5년간 임차 계약을 맺어 전세기 형식으로 쓰고 있다. 한 해 280억원의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다. 대통령의 정상회담 때 드는 항공유 등은 별개다. 대통령 전용기의 운영 주체가 공군이란 점에서 ‘공군 1호기’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대한민국에 공군 2호기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대통령이 타면 호출부호인 콜사인(call Sign)을 대한민국 에어포스원(Republic of Korea Air Force One)이라 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선진8개국(G8)은 대체로 전용기 구입해 운용 어느 나라나 할 것 없이 정상의 전용기를 둘러싼 논란은 예외 없이 빌려 탈 것이냐, 국가가 사들여 운용할 것인가에 집중돼 있다. 국방부는 2020년 3월 임차 계약이 끝나는 대통령 전용기를 신형으로 교체해 임차하는 방안을 청와대에 건의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때 구입을 검토했지만 야당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는데 비행보다 주기장에 세워두는 시간이 더 많은 전용기를 구입해 운영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한 대에 수천억원씩 하는 비행기를 구입해 한 해 수백억원의 유지관리비를 쓰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 8개국(G8)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G8 외에는 브루네이, 카타르 등 손꼽을 정도다. 우리도 세계 11위의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구입 운용이 맞지만, 정쟁의 불씨가 되기 때문에 여간해서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이다.  한국, 미국, 일본이 동시에 전용기 교체 미국은 지금의 대통령 전용기인 VC-25(747-200B 개조형)가 수명을 다해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다. 1990년에 조지 부시 대통령을 태우고 첫 비행을 했는데, 후속 기종을 보잉 747-8로 결정하고 기존 2기에서 3기로 늘려 발주도 해놓은 상태다. 올해 1호기를 미 공군이 넘겨 받아 시험비행을 거쳐 2023년부터 대통령을 태운다는 계획이다.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겨 재선에 성공하면 트럼프는 새로운 에어포스원에 탈 수 있게 된다.일본은 1991년 대미 무역흑자를 줄일 셈으로 정부전용기(보잉 747-400) 2대를 360억엔에 사들였는데, 1993년 운용을 시작한 것이라 내년 퇴역을 앞두고 있다. 후속 기종으로는 보잉 777-300ER을 주문해 올해 중으로 인도를 받아 2019년부터 운항한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미국 국무부처럼 외무상 전용기로 세계를 누비며 외교를 해야 한다며 구입해 달라고 주장하지만, 예산을 쥐고 있는 재무성에서 눈 하나 꿈적하지 않는다. 세금 낭비했다는 비난을 받기 싫어서이다.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교육개혁 리포트-대한민국 중3] 4년 3개월마다 춤췄던 대입… 20년짜리 교육 비전 세워라

    [교육개혁 리포트-대한민국 중3] 4년 3개월마다 춤췄던 대입… 20년짜리 교육 비전 세워라

    ‘4년 3개월’. 한국의 대학입시 제도가 모습을 바꿔 온 주기다. 학부모나 학생들은 “체감적으로만 보면 마치 매년 대입제도가 바뀌는 것 같다”고 말한다. 초·중·고교 교과서에서 다룰 내용이나 수업 방식 등을 담은 국가교육과정도 최근 10년간 15번이나 크고 작게 뜯어고쳐졌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서어서문학)는 “교육 정책은 자주 바뀌지만 정작 시간이 지나고 보면 현실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10~20년 뒤 사회·산업 등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 토대 위에서 멈춤 없는 교육 개혁을 하지 못한 채 겉모습만 조금씩 고쳐 생색을 냈다는 얘기다. 정부는 현재 중학교 3학년(2003년생)을 대상으로 고입·대입 방식 등 새로운 교육 정책을 적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중3을 실험용 쥐로 보는가”라는 반발이 터져 나온다. 잦은 개편이 정작 아이들의 재능을 계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했음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교육 개혁을 위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전문가들이 진단한 국내 현실과 일본,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선진국의 사례를 토대로 답을 찾아봤다.“대통령이 아니라 장관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정책이 흔들렸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 초대 원장을 지낸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교육학)는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역대 정부들은 나름대로 중요한 교육 계획을 만들었지만 새 정권이 들어서면 앞선 정부 계획을 부정하는 게 첫 업무였으며, 교육부 장관만 바뀌어도 늘 개편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교육부 장관(교육과학기술부 포함)은 평균 1년 6개월마다 바뀌었다. 그는 “교육과정을 포함해 어떤 정책이든 최소 10년은 지속돼야 예측 가능하고 힘이 실린다”고 말했다. 우리 교육사를 관찰해 온 전문가의 증언을 들어보면 박 교수의 회고와 다르지 않다. 김 교수는 “돈이나 힘이 가장 덜 들면서 국민에게 생색내기 좋은 교육 정책이 대학입시”라면서 “매 정부가 자신만의 수능 체계를 만들었던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수능은 1994학년도에 처음 실행된 뒤 모두 19번 개편됐다. 조상식 동국대 교수(교육학)는 “우리 사회는 혁신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어 개별 교과의 수업 방법론 등에 대한 최신 이론이 등장하면 정부와 친한 전문가들이 매번 이를 교과서에 담으려 한다”고 말했다. ●‘퍼즐’ 조각만 잡고 있는 국가교육회의 정권의 입맛에 따라 5년 단위로 교육 정책이 바뀌는 현실을 탈피하고자 지난해 12월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가 출범했다. 하지만 7개월 새 교육계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교육 등 다방면의 전문가가 모여 중·장기 교육 개편 방안 등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원래 계획은 사라지고 대입 정시·수시 비율 같은 작은 ‘퍼즐’만 붙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시·수시 비율 등을 공론조사에 부친 데 대해 “국민들에게 직접 묻기에는 너무 사소한 질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인적 구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우선 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의장, 김진경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위원 다수가 진보 성향으로 구분됐다. 국민 전체를 대표한다기엔 균형에 문제가 있다. 또 교육 정책은 전체 산업지형 등의 변화상을 분석, 전망해 짜야 하는데 이 분야 전문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이런 점에서는 싱가포르 사례를 살펴볼 만하다. 신디 크후 싱가포르 교육부 계획과장은 “경제부처나 국방부 등과 협력해 디지털 경제, 의료, 도시문제 해결, 물류 등 유망 영역의 인력 수요를 예측해 교육 정책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정호진 싱가포르난양공과대학 국립교대 교수는 “예컨대 싱가포르 금융감독원에서는 개별 은행 인사부서에 연락해 기업에서 어떤 분야가 취약하고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 파악한 뒤 이를 반영해 대학 학과 등을 개설하는 식”이라고 했다.●“바꿀 수 없는 계획만 세워도 성공” 국가교육회의가 10~20년 뒤를 내다본 정책·비전을 제시할 수 있으려면 지금이라도 업무 방식이나 조직 구조를 크게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국민들이 아이 교육에 있어 어떤 가치관을 가졌는지 파악하는 게 시급하다. 교육계 한 원로는 “국가교육회의가 공론화할 주제는 정시·수시 비율 등이 아니라 우리 교육에서 다양성과 평등성 중 어느 쪽에 힘을 실어 줄 것인지, 학문 교육과 직업 교육을 두고 어떻게 판을 짤 것인지 같은 것”이라면서 “이런 가치를 우선 합의한 뒤 이를 토대로 입시 규칙 등을 짜면 오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장기 교육 방향을 세울 때 여론 수렴을 2~3개월 만에 속도전 하듯 끝내지 말고 긴 호흡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일본이 힌트를 준다. 김 교수는 “일본은 학력 위주 교육과 유토리 교육(수업 시간을 줄이는 등 아이에게 여유를 줘 창의성을 길러 주려는 방식)을 두고 1990년대 중반부터 사회적 논쟁을 계속해 왔다”면서 “이 과정에서 토론, 실습 등 학생 참여형 수업을 통해 ‘살아가는 힘을 키워 주는 교육’을 하자고 합의해 최근 교육 개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국가교육회의와 비슷한 역할인 일본 중앙교육심의회는 교육 개혁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 국민에게 향후 10년간 어떤 개편 작업을 할지 상세한 일정을 공개한다. 궁극적으로 어떤 교육 목표 속에서 해마다 무슨 제도가 시작되는지 알려주니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줄고 개혁에도 탄력이 붙었다. 유호선 도쿄 한국교육원장은 “일본은 네마와시(물밑작업) 문화가 있어 정책 결정 이전 각계 의견을 치밀하게 듣고 여론 조성 작업을 마친 뒤 정책을 세워 발표한다”고 말했다. 크후 과장은 “싱가포르에서도 정책 수립 전 학생과 학부모, 교육 전문가, 산업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수년간 의견을 듣지만 일단 정책이 수립되면 요식행위식 공청회는 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적 구성도 손볼 필요가 있다. 조 교수는 “미래를 대비한 교육 개혁의 핵심은 대학교육과 노동시장을 어떻게 연동시킬 것인가가 핵심인데 노동경제학자 등이 참여하지 않는 현재 국가교육회의 구성으로는 논의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 문제를 풀 실마리는 경제·복지·여성 등 교육이 아닌 다른 분야 전문가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만큼 참여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현 정부에서 어떤 식으로든 교육 정책의 성과를 보려고 무리하기보다는 (국가교육회의 등에서) 장기 발전 방향을 세워 정권 말기에 ‘우리 이제 이런 걸 시작합니다’라고 밝히기만 해도 괜찮다”면서 “최고 전문가들이 의견 수렴 과정 등을 거쳐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버릴 수 없는 교육 비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쿄·싱가포르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마른 잎 다시 살아나 - 신촌 이한열 기념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마른 잎 다시 살아나 - 신촌 이한열 기념관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 영화 ‘1987’에서 87학번 신입생 역의 연희(김태리 분)의 대사다. 1987년은 대한민국 현대사 중에서 가장 뜨거웠던 한 해였으리라. 박종철, 이한열 열사의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6월 항쟁과 더불어 민주화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열망과 냉혹한 좌절이 공존하였던 1987년. 바로 이 해에 일어난 6월 항쟁과 함께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 낸 6·29 선언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대학생, 이한열 열사를 추모하는 공간인 이한열 기념관으로 가 보자. 1979년 10·26사건으로 기존의 유신체제는 붕괴의 압박을 받게 된다. 같은 해 12.12 사태를 일으키며 권력을 장악한 신군부의 전두환은 유신헌법에 따라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결국 대통령 자리마저 차지한다. 이후 5.18 광주민주화항쟁마저 거쳐 결국 1980년에 개정된 제8차 헌법개정은 역사의 시간을 거꾸로 돌려 놓는다. 간접 선거로 선출된 7년 단임제의 대통령이 국가 원수와 정부 수반의 위치를 동시에 가질 뿐만 아니라 국회 해산권마저 쥐게 한 것이다. 마치 황야의 무법자같은 무소불위 대통령제가 만들어졌다. 드디어 1987년이 되었다. 6월 10일에 전두환 정권은 제5공화국 헌법에 따라 간접 선거로 치르게 될 다음 대통령 선거의 후보로 친구 노태우를 지명하고자 하였다. 이에 맞서 수많은 대학생들과 시민들은 이 날에 맞추어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대대적인 시위를 계획한다. 바로 ‘박종철군 고문살인 은폐조작 규탄 및 민주헌법쟁취 국민대회’를 하루 앞두고 열린 ‘6·10 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에서 1966년생으로 당시 만 20세였던 이한열 열사는 1987년 6월 9일 전경이 쏜 최루탄을 머리에 맞고 27일 후인 7월 5일 숨을 거둔다. 이에 전국의 대학생들 및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게 되고, 급기야 6월 10일 전국적인 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난다. 넥타이부대라고 불리는 직장인들은 물론 생업에 종사하던 평범한 일반인들마저 어린 대학생의 죽음을 외면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1987년 7월 9일 '민주국민장'(民主國民葬) 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에는 서울 100만, 광주 50만 등 전국적으로 총 160만 명의 추모 인파가 운집한다. 장례식 이후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연일 뜨겁게 이어지자 결국 6월 29일, 대통령 후보 지명자 노태우는 6·29 선언을 통해 직선제 개헌 요구를 수용한다고 발표하였다. 이한열 열사로 인하여 한국의 민주주의는 또 한 번 눈부신 비약을 하게 된다. 서울 마포구 신촌에 위치한 이한열 기념관은 한국 민주주의 근간이 되었던 1987년 뜨거웠던 항쟁의 기록을 보존, 연구하며, 전시를 통해 민주주의의 역사를 교육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처음에는 열사의 어머니인 배은심 여사가 국가로부터 받은 배상금과 시민 성금으로 2004년에 세워졌으며, 이후 2014년 사립박물관으로 새롭게 개관하였다. 현재 기념관에는 최루탄을 맞았을 때 입고 있었던 연세대 경영학과 셔츠와 바지, 신발, 안경테, 필통, 원고지 등이 보존 처리를 거쳐 전시되고 있다. 이와 아울러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하여 수많은 민주 인사들의 추모글도 벽면에 타일로 만날 수 있다. 이한열 기념관을 둘러본 관람객들이라면 영화 ‘1987’의 연희를 만난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그래서 세상은 바뀌었고, 바뀌고 있다.”라고. <이한열 기념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공간이야? - 20대 청춘이라면, 이한열 열사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이라면. 2. 누구와 함께? - 혼자든, 가족이든 3. 가는 방법은? - 지하철 2호선 신촌역 8번 출구, 동교동 방향으로 70m 정도 직진, 신촌 한의원에서 좌회전, 70m 정도 직진, 신촌갈비굼터에서 우회전, 70m 정도 직진, 왼쪽 하얀 건물 - 서울특별시 마포구 신촌로 12나길 26 4. 감명받는 점은? - 현재 우리의 민주주의가 결코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생각보다 방문객들이 많지 않다. 6. 꼭 봐야할 유품은? - 최루탄을 맞았을 당시 입고 있었던 티셔츠. 친필 원고지.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글. 7. 기념관을 가기 전 준비할 것은? - 1980년대에 대한 기본적인 역사적인 사실을 알고 가면 기념관 방문이 뜻 깊다. 특히 1987년의 역사를.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leememorial.or.kr/ 9. 주변에 가 볼만한 곳은? - 근현대 디자인 박물관, 홍대 거리, 신촌 거리. 10. 총평 및 당부사항 - 한국의 현대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이한열 열사다. 열사의 고귀한 희생으로 인하여 한국의 민주주의는 더욱 더 발전을 하게 되었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뱀 사냥하는 배고픈 쥐…승자는?

    뱀 사냥하는 배고픈 쥐…승자는?

    배고픈 쥐 한 마리가 뱀을 사냥하는 순간이 포착됐다.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2일 중국 광둥성 푸닝의 한 마을주민들은 쥐 한 마리가 뱀의 몸통을 물어뜯는 모습을 발견하고, 이 기이한 싸움을 영상에 담았다. 영상 속 쥐는 뱀의 몸을 이빨로 물고 열심히 공격한다. 뱀은 지쳤는지 꿈틀댈 뿐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한다. 계속되는 쥐의 공격에 뱀은 피까지 흘리며 크게 상처를 입은 모습이다. 뱀은 마지막 힘을 모아 쥐를 물려고 시도하지만, 쥐는 뱀의 머리를 물고 덤불 속으로 끌고 가버리며 영상은 마무리된다. 영상을 본 누리꾼은 “쥐가 무서운 생물체로 변했다”, “뱀이 저렇게 쉽게 죽을 수 있나”, “보통 뱀이 쥐를 먹지 않나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사진·영상=moon lite/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이호준의 시간여행] 오일장에서 만나는 추억

    [이호준의 시간여행] 오일장에서 만나는 추억

    지방에 갈 때마다 날짜만 맞으면 무조건 5일장에 들른다. 내게 5일장은 여전히 고향을 상징하는 깃발이고 잃어버린 보물창고다. 그곳에서는 상품만 파는 게 아니라 추억도 판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오래 잊고 있었던 것들을 발견할 땐 반가운 마음에 괜스레 울컥하기도 한다. 대체 저런 걸 누가 살까 싶은데도, 노인들은 신문지만 한 전을 펴놓고 앉아 손님을 기다린다.그 노인을 만난 건 경기도 어느 읍의 오일장에서였다. 자료를 구할 만한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는데 영 마음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읍내 구경이나 하자는 심사로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운이 좋았던지 마침 장날이었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구경하다 튀김도 사 먹고 싸구려 옷도 한 벌 샀다. 그렇게 흘러간 시간을 뒤지고 다니던 끝에, 길가에 작은 전을 펼쳐 놓은 노인을 보았다. 장터에도 진입하지 못하는 ‘잡상인’인 셈이었다. 전을 폈으니 파는 물건들인 게 분명한데 상품이 너무 초라하여 가격을 묻기도 민망했다. 잡곡 몇 가지에서부터 오그라든 시금치까지 그날 아침 집에서 동원할 수 있는 건 모두 이고 나온 모양인데도 그리 볼품이 없었다. 정작 내 눈길을 잡은 건 잡곡이나 채소가 아니었다. 볏짚으로 엮은 달걀 꾸러미에 시선을 온통 빼앗기고 말았다. 아! 대체 얼마 만에 보는 달걀 꾸러미인지…. 시골에서야 아직 드물지 않은 물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래전 도시에 편입된 나로서는 뜻밖의 물건을 만난 셈이었다. 노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얼마냐고 물었더니 반색하며 3000원이라고 대답했다. 놓아 먹인 토종닭이 낳은 알이니 몸에도 좋다고 입에 침이 말랐다. 손님은 꾸러미에 반하고 파는 사람은 달걀을 자랑하는 ‘동상이몽’이 이루어진 셈이었다. 한 꾸러미에 3000원이면 하나에 300원인 셈이다. 달걀 값이 폭락했다는 뉴스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비싸다고 손사래를 칠지 모르지만, 내게는 조금도 비싸 보이지 않았다. 누가 뺏을세라 얼른 돈을 치렀다. 운도 좋지, 우연히 들른 장터에서 달걀 꾸러미를 만나다니. 튼튼한 계란판이 넘치는 세상에 아직도 이런 게 있다니…. 초등학교 2, 3학년쯤이었을 것이다. 반 아이 하나가 학교 우물에 빠진 적이 있었는데, 담임 선생님이 깊은 곳까지 들어가 건져 올렸다. 다음날 그 아이의 어머니가 선생님께 고맙다고 가져온 선물이 달걀 한 꾸러미였다. 지금으로 보면 좀 생뚱맞아 보일지 몰라도 가난한 집에서 달걀 10개는 그리 쉽게 내놓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때만 해도 달걀은 현금 대우를 받았다. 아이들이 학용품을 사야 하거나 미술 준비가 필요할 때 어머니는 돈 대신 달걀을 쥐여주었다. 평소에 쌀독 깊은 곳에 하나 둘씩 모았다가 열 개, 스무 개가 차면 꾸러미로 만들어 돈을 사거나 필요한 물건으로 바꾸었다. 우물에 빠진 아이의 집에서 가져온 것도 그렇게 아끼고 아껴 모았던 달걀이었을 것이다. 집에서 가장 귀중한 것을 자식의 목숨을 구해준 선생님께 드리고 싶었을 것이다. 5일장에서 만난 노인과 달걀 꾸러미 위에 반백 년 전의 교실 풍경이 겹쳐졌다. 별 일도 아닌데 참 이상했다. 시야가 자꾸 흐려졌다. 그 시간 이후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이 모두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조금도 자라지 않은 아이 하나가 거기 서 있었다. 노인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선 뒤에도 마음은 내내 장터로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 사법농단 세력, 국회까지 쥐고 흔들었나

    사법농단 세력, 국회까지 쥐고 흔들었나

    변협에 국회 인맥·영향력 과시 “세무사법 처리해 주겠다” 제안 국회의원들도 변협에 직접 전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벌어진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중심에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퇴임 이후 자신의 정치권 인맥과 영향력을 무기로 변호사 등록 신청을 위해 대한변호사협회를 압박·회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일부 국회의원들은 변협 고위 관계자들에게 임 전 차장이 변호사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하라고 압박하면서 그 대가로 세무사법 개정안을 변협이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하겠다고 제의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된 지 한 달 만에 법복을 벗은 임 전 차장은 지난해 5월 말 변협에 변호사 등록 신청을 앞두고 변협 최고위 임원에게 모바일 메신저로 자신의 변호사 등록 신청을 신속하게 처리해 달라는 내용의 청탁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는 ‘사법농단’ 사건의 단초가 된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확산되면서 변협이 임 전 차장의 변호사 등록 처리를 놓고 고심하던 때다. 이 같은 기류를 파악한 임 전 차장은 변협 관계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변호사) 등록 신청을 신속하게 처리해 주시면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차장으로 쌓은 인맥과 입법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미력이지만 최선을 다해 입법 지원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무사법 개정에 대해선 이미 A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며 자신의 인맥과 영향력이 국회에 닿고 있음을 과시했다. 당시 국회에선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부여되던 세무사 자격을 더는 부여하지 않도록 하는 세무사법 개정안 심의가 진행되고 있었고, 변협은 이를 막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변호사들의 밥그릇 문제라 변협 집행부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사안”이라면서 “임 전 차장이 이를 알고 변협 수뇌부에 이런 제안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임 전 차장은 지난해 6월 20일 변협 변호사등록심사위원회가 자신의 변호사 등록 결정을 내렸는데도, 여론을 의식한 변협이 변호사 등록을 주저하자 국회 법사위 소속 의원들을 통해 변협을 압박해 그달 26일 변호사 등록을 받아냈다. 법조계 관계자는 “야당 의원 몇몇이 직접 전화를 했고, 임 전 차장의 주선으로 의원들과 변협 수뇌부가 만난 것으로 안다”면서 “변협 입장에선 압박으로 느끼면서도 상당히 매력적인 제안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전 차장이 변호사 등록을 위해 입법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밝혀지면서 검찰의 사법농단 의혹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재판 거래’ 의혹 관련 수사를 위해 검찰이 임 전 차장의 동선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입법 로비 정황이 추가로 드러날 수도 있다. 임 전 차장의 입법 로비 의혹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범위를 한정해 놓고, 이거 넘어가면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대법원과 사법농단 관련 자료 임의제출 범위와 방법에 대한 협의를 마무리 짓고 이번 주 안에 넘겨받을 계획이다. 특히 관심을 모았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주요 혐의자들의 하드디스크가 실물 혹은 이미징(복제) 방식으로 검찰에 전달될 전망이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이제는 ‘LA브론’

    이제는 ‘LA브론’

    ‘이제는 LA브론이다.’2일 르브론 제임스(34)가 에이전트를 통해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로 이적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현지 언론은 이런 별명을 붙이며 대서특필했다. 제임스는 레이커스와 4년 동안 총액 1억 5400만 달러(약 1721억원) 계약에 합의했다. 카리브해의 영국령 앵귈라 제도에서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다 전용기를 타고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온 지 하루 만이다. 이로써 2010년에 이미 한번 클리블랜드를 떠났던 제임스는 고향에 복귀한 뒤 네 시즌 만에 두 번째 작별을 감행했다. 클리블랜드에 계속 남았다면 향후 5년 동안 2억달러(2236억원) 이상을 손에 쥐겠지만 제임스는 이별을 택했다. 캘리포니아주 브렌튼우드에 집 두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쉬워진다. 근처 버뱅크에는 동업자와 함께 운영하는 미디어 프로덕션인 스프링힐 엔터테인먼트도 있다. 클리블랜드와 필라델피아를 비롯한 팀들이 끈질긴 구애를 펼쳤지만 제임스는 은퇴 후 캘리포니아주에서 인생 2막을 보낼 것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 2003년 NBA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데뷔해 15시즌 동안 올스타 출전 14회, 정규시즌 MVP(최우수선수상) 4회, 챔프전 MVP 3회에 빛나는 제임스가 팀을 옮기자 레이커스 팬들은 희망에 부풀었다. 지난 시즌에 35승 47패(승률 .427)로 서부 콘퍼런스 11위에 그쳤지만 2013~14시즌 이후 오랜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출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유망주들도 많기 때문에 베테랑인 제임스가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강팀으로 거듭날 가능성도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코비 브라이언트(40)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가족이 된 것을 환영한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카림 압둘 자바(71) 역시 “제임스를 잡았다는 것은 이미 경쟁자들보다 앞서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20년 전 세리 ‘맨발샷’ 보듯… 16번홀 위기서 빛났다

    20년 전 세리 ‘맨발샷’ 보듯… 16번홀 위기서 빛났다

    워터 해저드서 양말 안 벗었지만 클럽에 풀 감기는 어려운 샷 성공 두 번째 연장전서는 버디 ‘마침표’ 유소연·하타오카 꺾고 값진 우승 메이저 2승·LPGA 4승 달성박성현(25)이 개인 통산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신고하면서 ‘올해의 샷’에 선정될 장면을 만들어냈다. 마치 20년 전 US오픈 마지막 18번홀에서 박세리의 ‘맨발샷’을 보는 듯 했다. 박성현은 2일 미국 일리노이주 킬디어 켐퍼 레이크스 골프클럽(파72·6741야드)에서 끝난 미여자프로골프(LPGA)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두 번째 연장 끝에 우승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 유소연(28)에게 4타나 뒤져 있었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깔끔하게 3타를 줄여 10언더파 278타로 유소연, 하타오카 나사(일본)와 동타를 만든 뒤 치른 두 번째 연장에서 천금같은 버디를 잡아내 값진 우승을 차지했다. 상금은 54만 7500 달러(약 6억 1000만원)다.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버디로 연결한 ‘챔피언퍼트’로 마지막 방점을 찍었지만 16번홀(파4)의 기가 막힌 샷이 없었다면 연장 합류가 어려울 뻔했다. 박성현은 16번홀까지 하타오카와 공동 2위를 달리고 있었다. 선두 유소연에는 1타 뒤져 있었다. 이 홀에서 박성현의 두 번째 샷은 그린에 미치지 못하고 워터 해저드 쪽으로 향했다. 놀란 갤러리의 비명이 TV 중계에 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다행히 공은 물에 빠지지 않고 턱에 걸린 채로 매달려 있었다. 유소연이 약 7m 버디 기회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박성현으로선 반드시 파를 지켜야 남은 홀에서 추격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 결과적으로 승부처나 다름없았다. 그러나 캐디 데이비드 존스가 공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신발을 신은 채 물에 들어갈 만큼 공의 위치가 좋지 않았다. 결국 박성현은 불안한 자세로 발을 거의 워터 해저드 바로 앞까지 내디딘 가운데 샷을 했다. 공을 잘 꺼내기만 해도 다행이었다. 하지만 박성현의 샷이 그린에 떨어진 뒤 갤러리는 탄성을 터뜨렸고, 박성현도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공이 홀 거의 바로 옆에 가서 붙은 것이다. LPGA 투어는 “박세리의 1998년 US오픈 때의 샷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맨발 샷’은 한국 전체에 큰 영감을 줬다”고 묘사했다. 박성현은 양말은 벗지 않았지만 샷을 하고 난 뒤 클럽 페이스에 긴 풀이 둘둘 감길 정도로 어려운 위치에서 최고의 샷을 해냈다.결국 이 홀에서 파를 지킨 박성현은 버디로 한 타를 줄인 선두와 2타 차를 유지했고, 유소연이 다음홀인 17번홀(파3)에서 티샷 실수로 더블보기를 한 틈을 타 연장 승부를 끌어낼 수 있었다. 지난해 7월 US여자오픈 이후 메이저 2승이자 LPGA 투어 네 번째 정상에 오른 박성현은 “올해 한 차례 우승은 있었지만 컷 탈락을 다섯 번이나 하는 등 힘들었다. 힘든 것을 보상받는 것 같아 울컥했다”면서 “기다림 속에 얻은 우승이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우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11m 잔혹극의 날… 두 야신, 영웅 되다

    11m 잔혹극의 날… 두 야신, 영웅 되다

    승부차기에는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다는 격언을 실감하게 했다. 2일(한국시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 덴마크의 러시아월드컵 16강전 얘기다. 연장까지 1-1로 맞선 120분 접전은 지루한 편이었다. 하지만 두 수문장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 승부차기 대결을 만들어 냈다.크로아티아의 다니옐 수바시치는 킥오프 58초 만에, 덴마크의 카스페르 슈마이켈은 4분 만에 골을 허용했다. 그 뒤 116분 동안 두 문지기는 철통 같았다. 두 팀 합쳐 37개의 슈팅이 나왔지만 추가 골은 어느 쪽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특히 슈마이켈은 연장 후반 11분 페널티킥 상황에 루카 모드리치의 슛 방향을 정확하게 읽어내고 공을 막아내 승부차기로 승부를 끌고 갔다. 골키퍼로 1992년 유럽축구선수권 우승 주역이었던 아버지 페테르가 관중석에서 격하게 환호했다. 그런데 승부차기에서는 둘의 선방쇼가 불꽃처럼 이어졌다. 선축한 덴마크의 첫 키커로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나왔지만 수바시치가 막아내자 크로아티아의 첫 키커 밀란 바델의 슈팅을 슈마이켈이 보란 듯이 막아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키커들이 모두 성공한 데 이어 네 번째 키커에서 다시 두 팀 골키퍼의 선방이 빛났다. 덴마크의 네 번째 키커 라세 쇠네의 슈팅을 수바시치가 몸을 날려 막으며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했지만 슈마이켈 역시 요시프 피바리치의 슈팅을 막아내 그대로 점수 차를 유지했다. 결국 마지막 키커에서 승부가 갈렸다. 수바시치가 니콜라이 예르겐센이 주저한 끝에 가운데로 찬 공을 침착하게 막아낸 반면 슈마이켈은 이반 라키티치의 슛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몸을 던져 결국 2-3 패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수바시치가 다섯 차례 킥 가운데 세 차례를 막아내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슈마이켈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하는 맨오브더매치(MOM)로 뽑혀 노고를 보상받았다. 앞서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와 스페인의 16강전에서는 대회 첫 승부차기가 진행돼 러시아의 이고리 아킨페예프(32) 골키퍼가 영웅으로 떠올랐다. 아킨페예프는 4년 전 브라질월드컵 한국과의 조별리그 1차전 때 이근호의 슈팅을 놓친 데 이어 지난해 10월 7일 한국과의 평가전 때도 지동원의 강하지 않은 슈팅을 흘려 ‘기름손’ 오명을 얻었다. 연장까지 1-1로 맞서 들어간 승부차기에서 상대 세 번째 키커 코케의 슛을 두 손으로 막아낸 데 이어 다섯 번째 키커 이아고 아스파스의 슛을 왼발로 걷어내 일등 공신이 되며 공식 MOM에 선정됐다. 러시아에서는 전설적인 골키퍼 레프 야신이 재림했다고 떠받들고 있다.최정상 골키퍼로 꼽히던 스페인 수문장 다비드 데헤아는 한 번도 승부차기를 막지 못해 명성을 구겼다. 나란히 승부차기로 16강전을 통과한 크로아티아와 러시아는 8일 준준결승에서 맞붙는다. 한편 16강전이 시작하기 전 영국 BBC는 축구 통계업체 Opta 자료 등을 인용해 월드컵 승부차기의 모든것을 다뤄 눈길을 끌었다. 승부차기는 19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 때 처음 도입됐지만 다음 대회인 1982년 스페인월드컵에서 처음 시행됐다. 이후 4년 전 브라질대회까지 26차례 승부차기에서 240차례 킥이 시도돼 170개가 성공했다. 28명의 골키퍼가 49차례 세이브를 해냈다. 쪽으로 높이 찬 킥은 24차례, 오른쪽 높이 찬 킥은 25차례 막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거침없는 필력의 문장가… 20대에 주몽 노래한 ‘동명왕편’ 남겨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거침없는 필력의 문장가… 20대에 주몽 노래한 ‘동명왕편’ 남겨

    “시문(詩文)을 지을 때에는 옛사람의 격식을 따르지 않고 거침없이 종횡으로 치달려서 그 기세가 끝도 없이 크게 펼쳐졌으며, 당시 조정의 중요한 문서는 모두 그의 손에서 나왔다.”(‘고려사’ 이규보열전)고려사에 실린 이규보(李奎報·1168~1241)의 문장에 대한 평가다. 짤막하지만 시와 문장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고, 벼슬을 그만둔 후에도 외교 문서 작성을 도맡은 이에게 걸맞은 찬사라 할 만하다. 그러나 이규보가 살다 간 시기 고려는 무신 정권과 대몽 항쟁으로 점철된 그야말로 내우외환이 겹친 상황이었다. #긴 기다림 끝 명예 얻었으나… 그의 인생 역시 거침없는 글처럼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일찍부터 문재를 드러냈지만 과거에 몇 차례 낙방했다. 23세에 급제한 후 주변의 추천과 자신의 구직 노력에도 불구하고 10년 동안 임용되지 못했다. 32세인 1199년 6월 비로소 전주목 사록으로 벼슬살이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듬해 12월 모함을 받아 파직당하고 개경으로 돌아왔다. 1202년 경주에서 민란이 일어나자 병부 녹사 겸 수제원으로 종군해 1204년 3월 개선하는 군대와 함께 개경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논공행상에서 제외됐다. 이후 해마다 첫 번째로 추천을 받고 칭찬하는 이도 많았으나 관직을 얻지 못했다. 1207년 한림이 된 이후에야 중앙 여러 관직을 거치며 오랫동안 국가의 문장을 담당했다. 재상의 반열인 종1품까지 승진해 1237년 70세로 치사했다. 63세에 잠시 부안의 위도로 귀양 간 일을 제외하면 비교적 평탄한 관직 생활을 했다고 할 만하다. 이규보의 관직 진출과 승진에는 당대의 권력자인 최충헌의 영향력이 작용했다. 한림이 되기 전 최충헌이 모정(茅亭)을 짓자 이인로 등과 함께 불려가 ‘모정기’를 지었다. 이보다 앞서 1199년 첫 관직에 임용되기 전에도 최충헌의 집에 불려가 시를 지었다. ‘동사강목’에서는 최충헌과 관련된 이규보의 이러한 행적에 관해 “최씨에게 아첨해 사론의 죄를 얻었다”고 평가한다. 이규보 생전에 ‘권력자에게 아부했다’는 비방과 조소가 뒤따르는 계기가 됐다.#천마산의 백운거사 이규보는 18세 때 53세의 오세재와 망년지우가 돼 이인로, 오세재, 임춘 등과 ‘칠현’(七賢)이라 자칭하며 모인 죽림고회에 동참해 시와 술에 침잠했다. 과거에 급제했지만 곧바로 관직에 나가지 못한 이규보는 부친상을 계기로 천마산에 은거해 ‘백운거사’(白雲居士)라 스스로 호를 지었다. ‘백운거사어록’에서는 “거문고와 술, 시 세 가지를 매우 좋아해 ‘삼혹호선생’(三酷好先生)이라 하고 싶지만, 좋아하기만 하고 잘하지 못하므로 백운의 장점을 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규보는 운(韻)을 부르자마자 나는 듯이 붓을 달려 시를 짓는 것으로 유명했다. 술에 취하면 시는 더욱 거침없어져 ‘만취한 채 한 식경도 되지 않아 지은 장편 율시에 한 글자도 고칠 것이 없다’는 제목의 시를 남기기도 했다. 이는 남다른 재능과 축적된 지식이 없으면 불가능한 솜씨로, 한림별곡에 ‘이정언 진한림 쌍운주필’(李正言 陳翰林 雙韻走筆)로 남아 있다. 훗날 술 마시고 하는 시 짓기 내기는 쓸모없는 일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하고, 젊은 날에 지은 시 300수를 불태우기도 했다. 그러나 시인의 시와 술에 대한 감출 수 없는 사랑은 곳곳에 드러나 있다. 술이 없으면 시도 내키지 않고 시가 없으면 술도 시들해 시와 술이 모두 좋으니 서로 걸맞고 서로 있어야 하네 손가는 대로 시 한 구 짓고 입 당기는 대로 술 한 잔 마셨지 -‘우연히 읊다’ 나이 벌써 일흔을 넘었으며 벼슬 또한 삼공에 올랐으니 이제는 시 짓기를 버릴 만도 하건만 어찌하여 아직도 그만두지 못하는가 아침에는 귀뚜라미처럼 노래하고 밤에도 부엉이처럼 읊노라 -‘시벽’#주변에 미친 세밀한 눈길 이규보의 시 가운데에는 가족과 주변 사물을 노래한 것이 많다. 대상에 대한 애정과 세밀한 관찰 결과가 담뿍 담겼다. 그의 시선은 사랑하는 가족은 물론 무거운 짐을 지고 매를 맞는 소, 거미줄에 걸린 매미, 고양이, 쥐 같은 동물이나 밤이나 햅쌀 같은 식물 그리고 몽당붓이나 깨진 벼루에도 고루 향했다. 이는 아무래도 오랜 기간 은거하며 유유자적하는 시인의 시선이 가까운 곳에 미친 결과가 아닐까. 밤을 노래한 시에서 ‘밤은 사람에게 유익한 과일인데 밤을 노래한 시가 적어서 짓는다’고 창작 동기를 밝혀 놓기도 했다. 잎은 여름철에 돋고 열매는 가을철에 익네 방울 틈처럼 쩍 벌어지면 윤기나는 알밤 감싸고 있네 제사상에 대추와 함께 올라가고 신부의 폐백에 개암과 함께 놓였네 오는 손님 대접만 하는가 우는 아이도 그치게 하지 -율시 사람은 하늘이 만든 물건 훔치는데 너는 사람이 훔친 것을 훔치누나 다 같이 먹고살려 하는 일이니 어찌 너만 나무라랴 - 쥐를 놓아주다#역사로 남은 시 천마산에 은거하던 20대의 이규보는 주몽의 사적을 노래한 ‘동명왕편’ 등 장편 시를 남겼다. 동명왕편 서문에서 이규보는 “더구나 동명왕의 일은/중략/실로 나라를 창시한 신기한 사적이니 이것을 기술하지 않으면 후인들이 장차 어떻게 볼 것인가? 그러므로 시를 지어 기록하여…”라고 구체적인 창작 동기를 언급했다. 또 ‘구삼국사’의 ‘동명왕본기’를 주석으로 밝혀 지금은 전하지 않는 구삼국사의 존재를 확인하고 일부나마 내용을 볼 수 있는 것도 그의 역사의식 덕분이다. ‘명종실록’ 편찬에도 참여했다. 살 때보다 팔 때 더 받은 집값을 돌려준 노극청의 이야기를 기록한 ‘노극청전’이나 나룻배를 타면서 겪은 일을 적은 ‘주뢰설’은 청렴과 탐욕으로 대비되는 당대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 경종을 울리려는 생각의 발로다. 산문뿐만 아니라 보고 들은 일을 소재로 지은 시들도 이규보가 살았던 시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우리에게 전해 준다. 화계에서 찻잎 따던 때를 이야기하세 관리들 집집마다 늙은이 어린이 되는 대로 찾아내어 높은 봉우리 깊은 골짜기 아슬아슬 손을 뻗어 멀고 먼 서울까지 등짐 지고 날랐다네 이것이 바로 만백성의 고혈이라 수많은 사람 피땀 흘려 예까지 이르렀네 … 그대 훗날 간원에 들어가거든 부디 내 시의 은미한 뜻 기억하게나 산과 들 불살라 차 공납 금지한다면 남녘 백성 편히 쉼이 이로부터 시작되리 -손한장이 다시 화답하기에 차운하여 기증하다 정영미 한국고전번역원 출판콘텐츠 실장■ 동국이상국집은 현전 본은 日서 구해 영조때 간행… 2000여 수의 시·표전·교서 수록 1241년 완성돼 그해 8월에 간행에 착수했지만, 이규보는 9월 74세로 세상을 떠났다. 아들 이함이 시문을 추가하고 ‘연보’, ‘묘지명’ 등을 더해 12월 53권 14책으로 간행됐다. 1251년 손자 이익배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중간했다. 조선 시대에도 몇 차례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전하는 본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잃어버린 것을 일본에서 구해 와 지금 다시 간행했다’는 내용이 ‘성호사설’에 기록됐다. 영조 때 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2000여수의 시와 왕명을 받아 지은 표전, 교서 등 다양한 문체의 작품이 수록됐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서사시 ‘동명왕편’, 가전체의 ‘국선생전’과 ‘청강사자현부전’, 시화 ‘백운소설’ 등이 있다. 또 재조대장경 판각 경위를 밝힌 ‘대장각판군신기고문’과 금속활자로 ‘상정고금예문’을 간행했다는 사실을 전하는 ‘신서상정예문발미’ 등 중요한 사실을 전하는 글도 포함됐다. 한국고전종합DB에서 원문 이미지와 텍스트, 번역문을 이용할 수 있다.
  • ‘이별이 떠났다’ 채시라-이성재, 균열 가득한 부부의 행보

    ‘이별이 떠났다’ 채시라-이성재, 균열 가득한 부부의 행보

    ‘이별이 떠났다’ 채시라와 이성재가 ‘밀수’라는 어마어마한 사건 앞에서 ‘폭풍 오열’과 ‘애처로운 눈빛’을 발사, 안방극장을 ‘짠함’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이별이 떠났다’에서는 채시라와 이성재에게 ‘밀수 발각’이라는 커다란 사건이 닥치면서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들었다. 극중 서영희(채시라 분)는 혼전 임신해 오갈 데 없는 예비 며느리 정효(조보아 분)를 보살피는 가운데, 한상진(이성재 분)과 이혼을 시키겠다며 무작정 집으로 쳐들어온 김세영(정혜영)의 엄마 김옥자(양희경 분)까지 합세한 아슬아슬한 ‘3인 동거’를 시작한 상황. 영희는 옥자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식탁 앞에서 따뜻한 연대를 경험하기도 하면서, 무엇보다 정효의 태교에 최선을 다하는 일상을 보냈다. 그런가 하면 한상진은 영희의 아픔도, 세영의 생활고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었던 터. 이에 암암리에 행해지던 항공사 일가의 ‘밀수’를 도맡아 하기로 결정, 영희에게는 해외 비행을 하느라 수당이 더 들어온다고 거짓말을 해서, 가외로 챙길 수 있는 ‘밀수 비용’으로 세영과 딸 한유연(신비 분)을 챙겨주고자 했다. 하지만 상진의 밀수는 덜미가 잡혔고, 뉴스에 등장할 정도로 언론의 질타를 받으며 발각되고 말았다. 결국 상진은 이 일로 2년 치 연봉을 줄 테니 쉬었다 오라는, ‘강제 휴가’ 권고를 받고 직장에서 쫓겨나게 됐다. 그 시각 영희는 또 다시 ‘상진과 이혼하라’며 우기는 옥자에게 경제권을 쥐기 위해서 끝까지 상진을 놓지 않겠다고 싸우고 있었다. 심지어 일촉즉발의 육탄전 직전까지 갔던 것. 그런데 그 때 뉴스에 밀수가 발각돼 연행되고 있는 상진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뛰쳐나갔다. 영희는 수소문한 끝에 상진이 후배 문종원(김산호 분)의 집에 있다는 것을 알았고, 거침없이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절망해 있던 상진이 겨우 문을 열어준 순간, 영희는 상진의 가슴을 퍽퍽 치며 들어와 “버티란 말이야!”라고 소리를 지르다 오열했다. 그리고는 상진이 입은 파일럿 제복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이 제복이 바로 나였단 말이야···”라고 중얼거리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엔딩, 안방극장의 몰입을 불러일으켰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밀린 대금을 받으러 갔다가 오해를 사 경찰서에 수감된 정수철(정웅인 분)에게 딸 정효가 찾아와 ‘아빠가 사채업자였던 과거를 알고 있다’는 고백을 해 안방극장에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한편, MBC ‘이별이 떠났다’는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45분에 방송된다. 사진=MBC 연예팀 seoul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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