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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샤부샤부 냄비 속 죽어있는 쥐 ‘경악’

    中 샤부샤부 냄비 속 죽어있는 쥐 ‘경악’

    중국의 한 샤부샤부 음식점 냄비에서 죽은 쥐가 나와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더선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를 인용, 중국 산동성 웨이팡시 쿠이원구의 유명 샤부샤부 체인점 샤부샤부(Xiabu Xiabu)의 한 지점에서 죽은 쥐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6일 남편 마씨는 임신한 아내와 함께 샤부샤부 음식점을 찾았고 그의 아내는 식사 중 탕 속에서 쥐의 사체를 발견했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킨 마씨 부부는 이 모습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했으며, 이후 식당의 위생 상태를 문제 삼아 언론에 공개했다. 마씨는 “해당 음식점 매니저가 ‘만약 뱃속 아기가 걱정된다면, 우리는 낙태비용으로 2만 위안(한화 약 327만 원)을 보상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한 “합의금으로 5천 위안(한화 약 82만 원)을 별도로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웨이팡시 쿠이원구 시장감독국은 탕에서 나온 죽은 쥐에 대한 민원이 접수됐으며 해당 식당의 조리과정 개선을 위해 일시적인 영업 정지를 내렸다. 샤부샤부 측은 지난 7일 공식 성명을 통해 “식품 안전을 위해 필요한 모든 개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샤부샤부는 1998년 대만인 기업가 허광치(賀光啟)가 당시 대만과 동남아 지역에서 유행했던 ‘훠궈 바’를 중국 본토에 도입, ‘샤부샤부’라는 이름으로 탄생했으며 현재 중국 내 759개 지점을 갖고 있다. 사진·영상= Ma / South China Morning Post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400년 전통 日 최대 어시장, 쥐 수 만마리 피해 이전 결정

    400년 전통 日 최대 어시장, 쥐 수 만마리 피해 이전 결정

    4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 최대의 어시장이 쥐를 피해 결국 이전을 결정했다. 에도시대 당시 왕궁에 어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쿄의 쓰키지 어시장은 일본 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매일 새벽 전 세계에서 잡혀온 어류의 경매가 진행돼 판매업자부터 관광객까지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AFP 등 해외 매체의 12일 보도에 따르면 쓰키지 어시장은 현재의 위치로 이전한 지 83년 만에 2.3㎞ 떨어진 지역으로 이전을 결정했다. 오랫동안 문젯거리로 지목돼 온 쥐를 박멸하기 위해서다. 도쿄의 쥐 박멸 전문가인 야쓰 타츠오에 따르면 미로처럼 이어진 어시장 안팎과 해당 지역의 하수구에는 수 만 마리의 쥐가 서식하고 있으며, 어시장의 상인들이 빠져나간 뒤 쥐들도 인근 지역으로 빠져나갈 것을 대비해 만발의 준비에 여념이 없다. 타츠오와 전문가들은 쥐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어시장 주변에 3m 높이의 강철 벽을 세우고 쥐들을 한쪽으로 몰아 박멸할 계획을 세웠다. 4만 장에 달하는 끈적끈적한 시트 및 쥐덫, 그리고 독(毒) 300㎏도 준비했다. 됴쿄 시정부 관계자는 “오는 10월 10일, 시장이 완전히 문을 닫으면 쥐들이 평소와 달라진 환경을 눈치 채고 대규모로 이동하려 할 것이다. 이때가 되면 (쥐들과의) 큰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도쿄시와 쓰키지 어시장 측은 2016년부터 쥐와 벌레, 어시장 내부로 날아드는 새의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전을 계획했었지만 새 시장의 위치와 관련한 이견 탓에 몇 차례 이전이 미뤄졌다. 새롭게 자리 잡을 쓰키지 어시장에는 문과 셔터 등에 첨단 센서가 장착돼, 사람이 출입하기 위해 문이 열리면 곧바로 천장에서 강한 바람이 쏟아져 일종의 ‘바람 장막’이 쳐진다. 어시장 이전위원회 측은 “첨단 에어커튼은 상인과 손님이 원치 않은 벌레나 먼지뿐만 아니라 쥐를 막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오늘도 허탕, 지난달 딱 7일 일했습니다”

    “오늘도 허탕, 지난달 딱 7일 일했습니다”

    새벽부터 일 찾는 일용직 노동자 장사진 “내내 놀았어요” 서로 인사 대신 한숨만 중국인만 1000여명… 추석 대목도 없어 “일거리 70% 줄어… 임금은 10년째 동결”“지난달에 딱 7일 일했습니다.” 12일 새벽 4시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5번 출구 인근 골목에서 만난 김모(60)씨는 ‘요즘 건설경기가 좀 어떠냐’는 질문에 나지막이 답했다. 철근 일을 30년간 했다는 김씨는 “잠이 안 와서 일찍 나왔다”며 한숨을 쉬었다. “올해는 일이 없어도 너무 없다”고 말하는 그의 입에서 담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부쩍 서늘해진 새벽 공기 탓인지 10여명의 노동자들은 얇은 점퍼를 입은 채 배낭을 메고 서성거렸다. 30분쯤 지나자 5번 출구 앞으로 한국인 일용직들이 모여들었다. 왼손에 담배를 쥐고 “오랜만이야”라고 오른손으로 악수를 건네던 노동자에게 돌아온 말은 “내(계속) 놀았어”였다. “잘 지냈느냐”, “내내 놀았어요. 죽겠어요. 형님”, “나도 그래. 커피나 한 잔 먹자”로 연결되는 짧은 문답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인력사무소 앞에서 서성이던 이모(40)씨는 “어제도 나왔다가 공쳤다”면서 “며칠 전부터 식당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남구로역 인근 4차선 도로 양쪽 끝에는 하루 일감을 찾는 노동자들을 싣고 갈 승합차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5번 출구 맞은편인 하나은행 앞에는 1000여명의 중국인 노동자들로 붐볐다. 인도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고, 횡단보도와 도로 일부도 사람으로 넘쳐났다. 인파를 뚫고 지나가는 사이에 보이는 것은 중국인이요, 들리는 것은 중국말이었다. 추석을 앞둔 지금이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에겐 대목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추석 대목은커녕 건설 경기가 더 악화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 하얼빈에서 5년 전에 온 이모(47)씨는 “원래 중추절(추석)을 앞두고 일이 쏟아지는데 요즘은 (일이) 정말 없다”면서 “한국인들 못지않게 우리도 힘들다”고 말했다. 남구로역 인력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조선족 동포들과 한족 등 중국에서 건너온 이주노동자들도 일자리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듯했다. 1992년 하얼빈에서 한국으로 와 철근 일을 하는 권모(68)씨는 건물 앞에 쪼그려 앉은 채 “이번 달에는 겨우 4일 일했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권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 달에 20일 정도 일을 했다”면서 “일거리가 70%는 줄어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자리가 사라지니 일거리를 찾는 사람들은 더 늘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10명의 일용직과 이곳에서 만나 남양주 현장으로 간다는 강정석(56) 팀장은 “날씨가 선선해진 열흘 전쯤부터 나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면서 “적게 잡아도 1500명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자들과 인력사무소 등에 따르면 기능공(철근 등)들은 하루에 17만~20만원의 임금을 받는다. ‘잡부’로 표현되는 일반공들의 하루 임금은 10만 3000~15만원 사이로 형성돼 있다. 일의 숙련도, 중국인이냐 한국인이냐에 따라 임금이 결정된다. 일반공인 유모(37)씨는 “집값 오른다고 온통 난리인데 우리 임금은 10년째 12만원”이라면서 “건설사들이 죽는소리를 하고 있어 받던 임금도 줄어들 판”이라고 호소했다. 횡단보도를 건넌 뒤 승합차에 오른 두 노동자의 표정이 의기양양했다. 오전 5시 45분 팀장의 마지막 부름을 받은 이들이다. 오전 5시 50분까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하나둘 자리를 떴다. 그래도 하나은행 앞에는 300여명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오늘 처음 남구로역에 나왔다는 박모(64)씨는 맞은편 횡단보도에서 “저 사람들이 다 일자리를 못 구한 것이냐”고 물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남구로역 인근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 건설 등 대형 공사를 주로 하던 삼성, 대림 같은 1군 업체들까지 작은 상가 건물을 지을 정도”라면서 “예전에는 하루 300여명을 송출했는데 지금은 200명 수준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웬만한 곳은 다 개발해서 지금 서울에는 새 건물을 지을 땅도 없지 않으냐”면서 “내년에는 더 힘들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고 덧붙였다. 하나은행 앞에 있던 20여명의 중국인들은 오전 7시에도 떠나지 않았다. 인력사무소 직원은 “혹시라도 급하게 사람을 구하러 오는 팀장이 올까 봐 기다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내 승합차는 오지 않았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손 더 게스트’ 리얼 엑소시즘, 김동욱X김재욱X정은채 “장르물 최적화”

    ‘손 더 게스트’ 리얼 엑소시즘, 김동욱X김재욱X정은채 “장르물 최적화”

    ‘손 더 게스트’가 한국형 리얼 엑소시즘’의 서막을 연다. 12일 ‘손 더 게스트’(극본 권소라 서재원, 연출 김홍선,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측이 이날 첫 방송을 앞두고 관전 포인트를 공개했다. ‘손 더 게스트’는 한국 사회 곳곳에서 기이한 힘에 의해 벌어지는 범죄에 맞서는 영매와 사제, 형사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으로 분노로 가득 찬 사람들의 일그러진 마음속 어둠에 깃든 악령을 쫓는 한국형 리얼 엑소시즘 드라마다. ◆김동욱X김재욱X정은채, 장르물 최적화 퍼펙트 조합 탄생 악령을 알아보는 영매 윤화평으로 분하는 김동욱의 안방 컴백은 그 자체만으로도 설렌다.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로 천만 관객을 사로잡은 폭발적인 에너지와 흡인력으로 능청스러운 겉모습과 달리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어둠을 지닌 윤화평의 극단을 드라마틱하게 풀어낸다. 어떤 캐릭터도 자신만의 색으로 소화하는 대체불가 배우 김재욱은 악령을 쫓는 구마사제 최윤 역을 맡았다. ‘보이스1’에서 연쇄살인마 모태구 역으로 이미 입증한 김홍선 감독과의 시너지가 인생캐 경신을 기대케 한다. 유니크한 매력으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사로잡은 정은채는 악령을 믿지 않는 형사 강길영을 연기한다. 특유의 섬세한 연기에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더해 파격 변신을 선보인다. 세 배우가 가진 아우라가 절묘한 시너지를 일으키며 ‘한국형 리얼 엑소시즘’의 매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여기에 이원종, 박호산, 안내상 등 곳곳에 포진한 내공 탄탄한 연기 고수들의 열연은 극의 리얼리티를 더하며 완성도를 높인다. ◆샤머니즘X엑소시즘의 강렬한 결합 ‘손 더 게스트’는 악령을 쫓는 엑소시즘과 초자연적인 존재와 직접 소통하는 ‘샤머니즘’의 결합이라는 독창적인 세계관으로 가장 한국적이고 사실적인 공포를 선사한다. 빈부격차, 혐오문화, 직장 내 왕따 등 한국 사회의 분노 범죄를 다루며 악령에 휘둘리는 인간의 나약함을 넘어 한국 사회 어두운 이면에 담긴 현실적인 공포로 심장까지 조인다. 김홍선 감독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범죄와 사건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사실적인 공포가 시작된다. 그런 면에서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드라마”라고 설명하며 완벽하게 새로운 장르물의 탄생을 예고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 매 작품 새로운 시도와 감각적인 연출로 장르물의 퀄리티를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홍선 감독의 독보적 연출세계가 집약된 ‘손 더 게스트’가 차원이 다른 완성도로 안방을 매혹한다. 감각적인 영상미를 바탕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격전 등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완벽한 흡인력을 선사한다. 권소라, 서재원 작가가 구축한 ‘손 더 게스트’만의 세계관 역시 ‘한국형 리얼 엑소시즘’에 기대가 쏠리는 이유다. 또한 영화 ‘미스터 고’의 고릴라, ‘창궐’의 좀비 등 모션 디렉터로 활약하고 있는 김흥래 안무가는 부마자의 리얼한 움직임을 담당하며 디테일을 살렸다. 여기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장면을 만들어낸 강승기 촬영감독은 ‘보이스1’에서 김홍선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장르물의 진화를 이끈 바 있어 ‘손 더 게스트’에서 선보일 독보적인 비주얼에 기대감을 끌어올린다. ‘믿고 보는’ 드림팀이 빚어낸 이제껏 본 적 없는 장르물의 서막이 드디어 열린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푸틴 심복, 푸틴 정적 ‘저민 고기’로 만들겠다 위협

    푸틴 심복, 푸틴 정적 ‘저민 고기’로 만들겠다 위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빅토르 졸로토프 러시아 국가근위대 대장이 푸틴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에게 공개적으로 결투를 신청하고 ‘저민 고기’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다. 졸로토프는 11일(현지시간) 국가근위대 유튜브 채널에 나발니를 비난하고 윽박지르는 영상을 올렸다. 약 7분짜리 영상 속에서 졸로토프는 “당신은 나를 모욕하고 중상했다. 장교 사회에서는 그런 행동을 용서하지 않는다”면서 “미스터 나발니, 당신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당신을 몇 분 안에 (저민 고기 요리인) 커틀릿으로 만들어 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흥분한 듯 주먹을 쥐고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졸로토프는 13년동안 푸틴 대통령의 경호수장을 역임한 측근 중의 측근이다. 졸로토프의 공개 결투 신청은 지난달 나발니가 운영하는 반(反)부패재단이 국가근위대의 식료품 조달 부정부패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한 반응이다. 당시 나발니 측은 조달업체가 질 낮은 식료품을 높은 가격에 근위대에 납품하고 있다면서 업체와 근위대 지도부 간 유착이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반부패재단은 또 지난 2016년 졸로토프 가족의 재산 내역을 공개하고 부정 축재 의혹도 제기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법을 어기는 비양심적인 중상의 경우 그것을 뿌리부터 자를 필요가 있다. 몇몇 특별한 경우에는 모든 수단을 사용해 싸울 수 있다”면서도 “졸로토프가 자신의 동영상에 대해 크렘린과 상의하지는 않았다”며 거리를 뒀다. 나발니는 지난달 말 불법 시위를 조직한 혐의로 30일 구류를 선고받고 수감 돼 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라이프’ 종영, 묵직한 메시지 “당신 영혼은 누구 겁니까?”

    ‘라이프’ 종영, 묵직한 메시지 “당신 영혼은 누구 겁니까?”

    결이 다른 의학드라마 ‘라이프’가 마지막까지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시청률 역시 자체 최고 시청률인 6.8%까지 치솟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지난 11일 방송된 JTBC 월화특별기획드라마 ‘라이프(Life)’(연출 홍종찬 임현욱, 극본 이수연, 제작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 AM 스튜디오) 최종회 시청률이 전국 기준 5.6%, 수도권 기준 6.8%(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뜨거운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이날 방송에서 상국대학병원 의료진이 화정그룹에 맞서 영리화를 막아냈다. 손발이 묶인 상황에 답답해하던 예진우(이동욱 분)는 구승효(조승우 분)에게 절박한 질문을 던졌다. 구승효는 “사장님 영혼은 누구 겁니까? 그것마저 재벌 회장이 쥐고 있습니까?”라는 예진우의 물음을 외면했다. 그러나 화정그룹 조남형(정문성 분) 회장을 찾아간 구승효는 민영화의 뜻을 꺾으려 설득에 나섰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조남형은 구승효를 총괄사장직에서 직위 해제했다. 구승효의 해고는 상국대학병원과 의료진의 목숨줄도 화정이 쥐고 있다는 일종의 경고였다. 걷잡을 수 없는 파문 속 강경아(염혜란 분) 팀장은 화정과 환경부 장관의 관계를 이노을(원진아 분)에게 전했다. “조회장을 누를 수 있는 사람한테 가져가죠”라는 예진우의 의견에 따라 오세화(문소리 분)와 주경문(유재명 분)은 환경부 장관을 찾아가 조남형이 병원 행정에서 손을 떼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위기에 몰린 조남형은 상국대학병원으로 달려왔다. 조남형과의 협상은 구승효의 몫이었다. 구승효는 조남형에게 송탄 부지에 국유지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는 명분과 국유지와 환경부 장관 부모와의 관계를 패로 내밀었다. 이어 병원을 조각내지 말아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민영화 계획을 멈춘 조남형의 “상국대병원? 10년, 아니 5년만 두고 봐”라는 말은 예언이자 확신이었다. 상국대학병원에서의 마지막 날, 의료진의 앞에 다시 선 구승효는 “(병원이) 얼마나 버틸 것인가? 기본이 변질되는 걸 얼마나 저지시킬 수 있을 것인가? 여러분들 손에 달린 거겠죠 이제. 저는 제가 잠시나마 몸담았던 상국대학병원 지켜볼 겁니다”라는 당부를 남겼다. 구승효가 떠났어도 화정의 지배력은 여전했다. 후임 총괄사장으로 조회장의 동생이자 의사인 조남정(이준혁 분)이 취임했다. 화정에 끊임없이 대항해야 하는 숙제가 의료진에게 남았다. 그러나 구승효라는 강력한 항원이 지나간 자리에는 병원에 남아 신념을 지키기로 한 예진우 등 더 강력해진 항체가 병원을 지키고 있었다. ‘라이프’는 마지막까지 입체적인 갈등으로 차원이 다른 긴장감을 선사했다. 각자의 위치에서 상국대학병원의 최전선을 지키려던 의료진의 결정적인 수와 구승효의 협상력은 가까스로 민영화의 바람을 막아냈다. 끝내 화정의 지배력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독립재단이라는 대안을 두고 또다시 대립하는 의료진의 모습조차 현실적이었다. 완벽하지도,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도 있지 않은 사람들이 현실적인 방법으로 일궈낸 현실적인 결과는 차원이 다른 의학드라마의 포문을 열었던 ‘라이프’다운 품격있는 결말이었다. 단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국대학병원 나아가 사회를 향해 던진 질문과 메시지는 ‘라이프’의 존재가치를 증명했다. 의료계가 직면한 문제를 극 안에 충실하게 녹여냈고 결말까지 날카로운 시선으로 현실을 환기했다. 중요한 본질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 ‘라이프’의 마침표는 짙은 여운과 깊은 울림을 남겼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공직엔 장애 없다”… 장애인 눈높이로 맞춤형 정책 구현

    “공직엔 장애 없다”… 장애인 눈높이로 맞춤형 정책 구현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고 그만큼 다양한 공무원도 필요하다. 행정서비스의 질은 국민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는 공무원이 얼마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몸이 불편한 주민을 맞춤형으로 도와줄 장애인공무원이 더욱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장애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좌절하기엔 이르다. 장애인이 활약할 수 있는 공직이 곳곳에 있다. 때마침 인사혁신처도 장애인 공무원 채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11일 현직에서 활약 중인 장애인 공무원을 만나 채용제도 전반을 들여다봤다.●“시각장애인, 점자자료 필요 국민에 유익” 서울 서초구 국립장애인도서관의 한 사무실. ‘점자정보단말기’를 만지는 이선호(47) 주무관의 손길이 바빠진다. 이날까지 검수를 마쳐야 하는 점자자료가 쌓여 있어서다. 해당 자료는 영어로 수백 쪽에 이르는 ‘음운론의 이해’. 이 주무관은 이 자료에만 꼬박 며칠을 매달린 끝에 어렵사리 검수를 마칠 수 있었다. 원문을 점자로 처리한 것에 문제가 있는지 검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그의 일이다. 손을 바삐 움직이며 작업을 이어 가다가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시각장애인이 도서관에 있는 자료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묻는 민원이다. 자신도 시각장애 1급인 이 주무관은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점자자료 출력서비스’나 ‘국가대체자료 공유시스템’ 등 시각장애인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이 주무관이 처음부터 공직을 원했던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한 그는 점역교정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근무했다. 그러다 2013년 국립장애인도서관이 처음 생길 때 대체자료 전문요원을 채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돼 전문성을 살려 지원했다. 시쳇말로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된 그에게 공직에 임하는 태도를 물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제가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가 있는 국민이 필요한 것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점자로 된 자료를 요구하는 시각장애인에게 제가 좀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겠죠.”●“좀 안 들려도 전문성 발휘엔 장애 전혀 안 돼” 경북 김천혁신도시에 자리잡은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만난 유재영(46) 수의연구사는 ‘마이크로피펫’(액체를 옮기는 실험도구)을 쥐고 시료 분석이 한창이었다. 공직에 입문한 지 3년밖에 안 된 ‘새내기’지만 축산학으로 박사학위를 따고 이화여대에서 ‘박사후연구원’(포스트닥터)까지 지낸 인재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원인 모를 이유로 청각장애가 시작돼 급속도로 악화했다. 현재는 청각장애 2급 판정을 받고 ‘인공달팽이관’에 의지하고 있다. 일반인처럼 완벽하게 들리진 않지만 그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데엔 아무 지장이 없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바이러스과에서 일하는 유 연구사는 ‘수의유전자원은행’(KVCC)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병원성 미생물로부터 추출한 유전정보를 수집·관리한다. 연구자로서 몇 달을 공들인 연구결과가 나왔을 때 가장 보람이 크다는 그는 지난해 동료와 함께 국내 너구리에서 ‘스타필로코코스’라는 세균을 분리·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매년 2~3편 정도의 논문을 써내는 그도 연구직 공무원이 되기 위해 수차례 도전했다가 낙방한 경험이 있다. 우여곡절 끝에 중증장애인 경력 채용으로 이곳에서 일하게 된 유 연구사는 “장애인에겐 공직에 입문하는 길이 생각보다 넓게 열려 있다”면서 “자신 있게 제대로 준비한다면 일반 공채보다 훨씬 수월하게 공무원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인사담당 73% “장애인 근태·대인관계 만족” 공무원 채용에서 장애인을 배려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공개채용 장애인 구분 모집이다. 정부는 장애인의 공직 입문을 유도하고자 1989년부터 국가공무원 9급 공채에서 장애인 구분 모집을 실시했고 1996년 7급에도 도입했다. 지방직에도 구분 모집이 있지만 지역별로 채용 규모가 다르고 매해 구분 모집을 하지 않는 곳들도 있다. 지난 6월 최종합격자가 발표된 9급 공채에서 장애인 선발예정 인원은 255명으로 전체(4953명)의 5.1%였다. 오는 11월 최종합격자 발표가 예정된 7급에서는 전체 인원 770명 중 장애인은 43명(5.6%)이다. 인사혁신처는 내년 7·9급 공채에서 장애인 구분 모집 비율을 6.8%까지 늘릴 계획이다. 필기시험에서 장애로 어려움이 있으면 확대 문제지나 별도 시험실 배정, 시험시간 연장, 휠체어 전용 책상 등의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다. 장애인 구분 모집에 응시하려면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조에 따른 장애인이거나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4조 3항에 의한 상이등급 기준에 해당해야 한다. 장애인 구분 모집에선 장애인끼리 경쟁하기 때문에 일반 공채보다 경쟁률이 낮다. 시험을 치르는 데 큰 무리가 없는 경증 장애인이 합격하는 사례가 많다. 장애 정도가 심한 중증 장애인도 공직에 입문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제도가 바로 2008년부터 시행된 ‘중증장애인 경력채용제도’다. 중증장애인 경채는 별도의 필기시험 없이 서류 전형과 면접 시험을 통과하면 임용된다. 대신 기관별 수요에 따라 선발예정 인원이 해마다 달라진다. 채용 분야에 따라 기관이 요구하는 학위나 경력 또는 자격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올해 실시된 중증장애인 경채에선 지난 7월 21명이 선발돼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합격 뒤에도 업무수행을 돕는 보조공학기를 지원하거나 근로 지원인을 붙여준다. 장애인 채용에 대한 공직 사회의 인식도 서서히 변하고 있다. 최근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장애인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통령경호처를 제외한 49개 중앙행정기관 인사담당자의 65.3%가 “장애인 채용에 적극적”이라고 답했다. 채용된 장애인의 ‘근무 태도’나 ‘대인 관계’에 만족한다고 답한 응답자도 각각 73.5%로 높았다. 이들의 생산성·업무능력에 대해서는 46.9%가 ‘만족한다’고 답했다.●기관 61% 차별 상담창구 없어… 69% “필요” 다만 장애인 공무원의 업무 적응을 위한 전담 인력이 없는 곳이 69.4%나 됐다. 하지만 전담 인력이 필요하다고 답한 기관은 그보다 적은 57.1%였다. 전담 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비장애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인사 고충을 상담할 수 있다”, “별도로 관리하면 오히려 불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한편 장애인 공무원 차별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창구가 없는 기관이 61.2%였는데, 이에 대해 필요하다는 응답이 69.4%로 많았다. 중증장애인 경력채용자를 대상으로 자체교육을 시행하는 기관은 총 6곳으로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 국무조정실, 외교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대통령비서실 등이었다. 글 사진 김천·서울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공공서비스 업그레이드 1.0] 1초에 20㎝씩 퍼지는 담배 연기…층간 소음만큼 괴로운 ‘층간 흡연’

    [공공서비스 업그레이드 1.0] 1초에 20㎝씩 퍼지는 담배 연기…층간 소음만큼 괴로운 ‘층간 흡연’

    실내 간접흡연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 내부 흡연을 막는 정책을 잇따라 도입했지만 실효성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오히려 간접흡연 민원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인 규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9월부터 전국에서 ‘금연아파트’ 제도를 시행한 이후 지난해 말까지 단속 건수는 단 3건에 불과하다. 금연아파트 제도는 입주민 절반 이상이 동의하면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의 복도, 계단, 승강기, 지하주차장 등 공용 공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전국 금연아파트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442곳에 이르는 반면 실제 과태료 부과 건수는 미미한 수준이다. 서울에만 금연구역 26만곳이 있지만 단속요원은 구청 소속 119명, 서울시 소속 15명에 불과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표를 쥐고 있는 주민과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아파트 흡연 단속을 강력하게 시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심지어 금연아파트의 흡연 과태료는 5만원으로 일반 공공장소 흡연 과태료(10만원)의 절반이다. 정부가 ‘자율 규제’ 가능성을 들어 처벌 규정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금연아파트 제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월 경비원, 아파트 관리소를 포함한 공동주택 관리주체가 입주자 신고를 받으면 실내 흡연이 의심되는 가구에 들어가 계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을’(乙)인 경비원에게 되레 짐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흡연 고통을 주장하는 주민과 “문제없다”고 버티는 주민 사이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 것을 염려하는 경비원들에게 적극적인 계도를 기대하긴 어렵다. 아무리 심하게 흡연해도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복지부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WHO)도 공용 공간에 대한 규제만 언급하고 있을 뿐 사적 공간을 규제할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그러나 우리나라의 아파트 거주 비율이 유독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대로 비흡연자의 고통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주택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60.6%로 단독주택(23.1%)보다 훨씬 높다. 아파트 거주 비율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층간흡연 분쟁도 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간접흡연 피해 민원을 분석한 결과 2014년 337건에서 2015년 260건으로 줄었다가 2016년에는 265건, 지난해 353건으로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임민경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 교수는 “아무리 음악 전공자가 들려주는 연주라고 해도 다른 주민에게 피해를 주면 규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으냐”며 “다른 주민에게 피해를 준다면 규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는 2016년 기준으로 비흡연자의 간접흡연 경험률은 직장이 17.4%, 가정이 6.4%다. 2011~2016년 권익위 분석에서 매년 3분기(7~9월)에 민원이 가장 많이 제기되는 특징이 있었다. 권익위는 “여름철에 더위를 피하기 위해 창문을 열고 생활하는 가구가 많기 때문에 피해 민원이 집중적으로 제기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아파트 주민 이연수(32·여)씨는 “올여름에는 특히 폭염이 심해 창문을 제대로 열지도 못했는데 밤마다 화장실 배기구를 통해서 담배연기가 밀려 들어와 고통이 심했다”고 토로했다.건강에 해로운 물질이 지속적으로 유입된다는 점에서 사적 공간이라도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4년 국립환경과학원이 분석한 결과 아랫집에서 흡연하면 니코틴 등의 오염 물질은 5분 이내에 윗집과 아랫집으로 퍼진다. 담배 연기는 최대 1초에 20㎝씩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특히 담배 2개비를 피우면 미세먼지가 20시간 뒤에 가라앉지만 10개비를 피우면 하루가 지나도 가라앉지 않아 흡연량이 많을수록 비흡연자의 고통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담배에서는 비소, 크롬, 카드뮴 등 각종 유해물질이 나온다. 닫힌 방(24㎥)에서 담배를 2개비만 피워도 지하철 승강장 수준으로 공기가 오염됐다. 간접흡연을 경험한 국민 10명 중 6명은 아파트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여긴다. 2016년 권익위가 토론사이트 ‘국민생각함’을 통해 조사한 결과 간접흡연을 경험한 민원인의 63.6%가 ‘실내 금연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웃 간 배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응답은 25.5%에 그쳤다. 아파트 간접흡연은 저소득층이나 신혼부부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간접흡연을 막을 수 있는 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2015년 9월부터 사업계획 승인 신청을 통해 새로 짓는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냄새가 다른 가구로 역류해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배기구에 ‘자동 역류방지 댐퍼’를 설치하거나 ‘단위 가구별 전용 배기덕트’를 설치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런 규제 이전에 지은 아파트는 간접흡연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아파트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설정하는 방안이 수차례 시도됐지만 사적 공간을 규제하는 데 부담을 느낀 국회와 정부의 소극적 대처로 입법은 이뤄지지 않았다. 2015년 3월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주민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단지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법 개정은 결국 무산됐다. 당시 개정안은 과태료를 10만원으로 정했다. 현재는 경비원 등 공동주택 관리주체가 계도할 수 있도록 한 규정 외에 ‘공동주택의 입주자는 발코니, 화장실 등 가구 내에서의 흡연으로 인해 다른 입주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선언적 문구만 법에 담겼을 뿐이다. 해외에서도 실내 흡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1970년부터 이미 버스, 영화관 등 공공장소 흡연을 금지한 싱가포르는 2009년 모든 실내 금연을 금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이런 추세에 역행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의 등장으로 빠른 속도로 감소했던 공공장소 실내 흡연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빌딩 계단이나 화장실 등에서 몰래 흡연하는 사례도 많다. 그러나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도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유해 성분인 니코틴, 타르와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벤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인체 유해성을 떠나 공공장소 실내 흡연 자체가 과태료 대상이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흡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런 행태는 아파트까지 이어져 주민들에게 고통을 안기고 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인 서홍관 국립암센터 금연지원센터장은 “주민 본인 피해도 피해이지만 소중한 아이들 때문에 담배 연기가 스며들어 오는 것을 더 참을 수 없는 것”이라며 “흡연권과 혐연권이 충돌하면 우리나라는 언제나 혐연권에 우위를 둔 만큼 서둘러 공동주택도 실내 금연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北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드러난 신형 무기들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北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드러난 신형 무기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장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북한의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결국 ICBM은 등장하지 않았다. 문재인정부의 특사단 파견에 북한은 처음으로 전략무기를 뺀 열병식이라는 카드로 화답했고,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SNS를 통해 북한의 이러한 조치가 매우 긍정적인 성명(statement)이라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간 북한은 열병식 때마다 최신 전략무기를 공개하며 한미 양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압박 메시지를 던져왔지만, 이번 열병식에서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으로 상당수의 전략무기를 뺀 열병식을 거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었으며, 열병식을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던졌다고 해석하고 있으나, 열병식에 등장한 ‘재래식’ 무기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북한이 던진 메시지는 국제사회에게는 ‘평화’, 대한민국에게는 ‘압박’이라고 해석하는 쪽이 더 적절할 듯 하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자신들의 재래식 군사력이 빠른 속도로 현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군종과 부대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전투복과 개인화기, 방탄복과 광학장비 등을 착용하고 등장했으며, 기계화부대와 포병부대 역시 기존의 낙후된 북한군과는 거리가 먼 신형 장비들로 무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열병 제대의 선두에 선 장비는 북한군의 신형 전차 선군호였다. 선군호 전차는 북한이 2005년부터 약 900여대를 생산했다고 알려진 두 종류의 신형 전차 중 하나로 한국군의 K-1 전차를 근거리에서 격파할 수 있는 신형 125mm 주포와 대전차미사일, 지대공 미사일까지 갖춘 북한군 최강의 전차다. 장갑차 제대에서는 우리 군의 최신형 K151 소형전술차량과 흡사한 신형 전술차량은 물론, 신형 차륜형 장갑차와 여기에 신형 대전차 미사일을 탑재한 화력지원차량, 122mm 방사포를 탑재한 자행방사포도 등장했다. 지난 2012년 열병식에서 처음 등장한 이 차륜형 장갑차는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10여 대를 입수해 이를 역설계한 M2010 장갑차로 기존의 노후 장갑차들을 대체해 병력수송용, 지휘용, 화력지원용 등 다양한 파생형이 제작되고 있는데, 이번 열병식에는 신형 대전차 미사일 8발을 탑재한 화력지원용 장갑차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의 HJ-10 미사일 8연장 발사기를 얹은 ZBD-04A 화력지원차량과 유사한 형상을 가지고 있는 이 차량에는 차체 외부에 미사일 조준 및 유도를 위한 별도의 광학장비가 달려있지 않은데, 이는 우리 해병대의 스파이크 NLOS(Non Line Of Sight) 미사일처럼 발사 전 사전에 표적 좌표를 입력하거나 특수부대가 휴대하는 레이저 표적지시기 등의 수단을 통해 미사일을 조준 및 유도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실제 HJ-10 미사일 또는 그 모방형일 경우 북한군은 한국군보다 더 긴 사거리의 대전차 미사일을 보유한 셈이 된다. 포병 전력 역시 현대화된 장비들이 대거 등장했다. 지난 2월 열병식에 이어 이번에도 모습을 드러낸 신형 240mm 24연장 방사포는 기존의 M1991 240mm 방사포를 개량한 무기로, 최대 120km의 사거리를 가지고 있어 수도권 전역에 대한 타격이 가능하다. 생물탄두와 화학탄두도 탑재 가능하며, 동시에 대량의 로켓탄을 투사하기 때문에 요격도 어려워 수도권 전역을 아비규환으로 만들 수 있는 강력한 전략무기다. 240mm 방사포의 능력을 더욱 보강하기 위해 개발된 KN-09 300mm 방사포는 최대 200km의 사거리를 가지고 있어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240mm 방사포와 마찬가지로 화학탄두와 생물탄두를 탑재할 수 있으며, 개량형인 KN-16의 경우 중국판 GPS인 베이더우(北斗) 위성항법시스템을 이용한 정밀 타격도 가능하다. 유사시 한국군의 주요 전쟁지휘소와 대부분의 공군기지에 대규모 화력을 투사할 수 있고, 현존 한국군 전력으로는 방어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ICBM보다 더 위협적인 전략무기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이러한 로켓무기 외에도 신형 자주포 2종도 선보였다. 우리나라의 K-9 자주포와 닮아 북한판 K-9이라는 의미의 ‘NK-9’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신형 152mm 자주포와 기존 자주포를 개량해 만든 122mm 자주포가 그것이다. 신형 152mm 자주포는 기존 자주포보다 포신이 더 길어졌으며, 완충기도 기존 152mm 자주포의 2개에서 4개로 늘어났다. 즉, 포구압력과 반동이 크게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사거리 연장도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차체와 포탑은 기존의 북한군 자주포들보다 크게 대형화되어 마치 한국이나 서방 선진국들의 신형 자주포와 같은 외형을 취하고 있다.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은 보병 장비들 역시 상당한 개선이 이루어졌다. 특수부대는 98식 개량형 카빈 소총, 신형 복합소총과 개량형 백두산 권총을 들고 나왔다. 98식 개량형 카빈 소총은 북한군의 주력 화기인 88식 보총(AK-74)에 접이식 개머리판과 대용량 헬리컬 탄창 개량이 이루어졌으며, 휴대가 간편하도록 총열을 짧게 만든 카빈소총 구조를 취하고 있다. 지난 2월 열병식에서부터 북한군 특수작전군 병사들이 휴대하고 등장한 신형 복합소총은 98식 보총에 유탄발사기, 사격통제장치와 조준경을 결합한 물건이다. 한국군의 K-11 복합소총과 구조가 매우 흡사해 한때 기무사령부(現 안보지원사령부)에서 K-11 기술유출에 대한 조사까지 진행했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실물이 아닌 위력 과시용 목업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문제는 대북 제재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북한이 도대체 무슨 돈과 기술로 이러한 신형 무기들을 확보했느냐 하는 것이다. 북한은 6차 핵실험과 연이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로부터 고강도 제재를 받고 있다. 이러한 제재에는 모든 유형의 무기뿐만 아니라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전자장비나 동력기관도 포함되는데 북한은 보란 듯이 외국산 기술과 부품을 얹은 신형 군사장비들을 선보이고 있다. 전차나 장갑차 등 군사용 장비에 들어가는 고출력 디젤엔진과 변속기는 세계 정상급 기술을 보유한 한국조차도 개발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기술이기 때문에 북한은 거의 모든 기갑차량과 선박용 엔진을 수입에 의존해 왔다. 국제제재로 이러한 수입 루트가 막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신형 전차와 장갑차, 자주포는 물론 신형 전투함까지 선보이고 있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북한은 UN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가 가해지기 시작한 2006년부터 다양한 유형의 신형 무기체계들을 보란 듯이 내놓고 있다. 신형 디젤엔진과 변속기, 고성능 서스펜션과 완충기, 대형 포탑 구동용 유압장비 등 북한의 공업기술 수준에서 제조가 어려운 부품과 기술이 적용된 신형 전차와 장갑차, 화포들이 끊임없이 공개되고 있는데, 북한이 내놓는 신형 무기체계 대부분은 중국제 장비의 판박이거나 중국의 기술·부품을 이용해 제조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즉, 북한군 현대화의 배후에는 중국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수 차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성실히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면서도 뒤로는 북한과 이란 등 불량국가에 대량살상무기 부품을 비롯한 UN 금수품목을 대량으로 공급해온 무기상 리팡웨이(李方偉)의 신변을 보호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해왔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리팡웨이가 중국 랴오닝성 다롄 소재 자신의 사업장에서 아직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국무부 외교 라인을 통해 그의 신병을 인도해 줄 것을 중극 측에 요구하고 있으나, 중국은 수 년째 이를 거부하며 노골적으로 리팡웨이를 보호해 왔다. FBI가 공고한 현상수배 사유에 따르면 리팡웨이는 북한에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와 핵연료봉 제조에 쓰이는 특수합금과 알루미늄 등을 제공해 왔을뿐만 아니라, ICBM 이동식 발사사량(TEL)도 공급하는 등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제조와 재래식 군사력 현대화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즉, 북한은 중국을 통해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부품을 조달하고, 재래식 군사력 현대화도 추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ICBM 등 미국을 겨냥한 전략무기를 빼는 로우키 전략을 취하면서도 UN 등 국제사회의 제재가 자신들의 군사력 강화의 발목을 잡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결국 중국이 있는 한 북한에 대한 고사(枯死) 정책은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북한은 미·중 패권경쟁 구도를 이용해 특사 및 친서교환, 정상회담 등의 정치적 이벤트를 통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도모하는 영리한 외교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판의 주도권을 북한이 쥐고 있는 지금, 한반도 운전자론을 강조했던 우리 정부에게는 운전대를 되찾아올 수 있는 묘책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과학 이슈돋보기] 韓-美 뜨거운 감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과학 이슈돋보기] 韓-美 뜨거운 감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제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 ‘크리스퍼-캐스9’. 최첨단 생물학 기술인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해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동부와 서부의 명문대라고 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버클리)와 하버드대와 MIT 공동 설립한 브로드연구소 사이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의 특허권을 둘러싼 세기의 재판이 지난 10일 일단락 됐다. 한국에서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대표연구자인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의 특허권 빼돌리기 논란이 때문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크리스퍼-캐스9 유전자 가위의 특허권을 둘러싼 UC버클리와 브로드연구소간 분쟁에서 브로드연구소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2월 미국 특허청의 1심 판결에서 패배한 UC버클리가 한 판 뒤집기를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번 항소심 판결에 대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개발한 제니퍼 다우나드 교수가 포함된 UC버클리가 연방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지만 미국 법조계에서도 대법원이 상고신청을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항소심을 맡은 킴벌리 무어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브로드연구소는 상당한 증거로 뒷받침되는 사실들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며 UC버클리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2012년 5월 UC버클리 제니퍼 다우나드 교수팀이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바이러스DNA 특정부분을 편집하는데 성공한 뒤 낸 특허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기술을 이용한 최초 특허이다. 다우나드 교수팀은 DNA를 선택적으로 자를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크리스퍼-캐스9의 주요기능을 밝히는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같은해 12월 MIT 펑 장 교수팀이 속한 브로드연구소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인간이나 쥐 같은 포유류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특허를 출원했다. 2014년 4월 브로드연구소는 일정 요건을 만족하는 출원에 대해서는 심사청구 순서에 상관 없이 다른 출원보다 먼저 심사할 수 있도록 한 우선심사제도를 이용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한 미국 내 특허권을 취득했다. 이에 대해 UC버클리에서는 선발명주의 원칙에 따라 미국 특허청 심판위원회에 저촉심사를 신청했다.2017년 2월 미국 특허청은 “브로드연구소의 발명과 UC버클리의 발명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브로드연구소의 특허는 유효하다”며 “특히 인간과 쥐 등 진핵세포에 활용가능성을 입증한 브로드연구소 특허권을 인정한 것이지 UC버클리가 낸 특허출원이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UC버클리는 “우리의 특허권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세포 종류에 상관없이 하나의 세포에서 사용되는 모든 과정을 담고 있다”며 항소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미국 과학계에서는 유전자 가위 기술의 발전속도가 무척 빠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양측에서 중요하겠지만 새로운 기술이 또 등장한다는 가정하에 미래에는 쓸모 없을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 법조계에서도 “두 연구팀이 특허권을 놓고 이번처럼 사생결단하듯 싸운 것은 20세기 초 에디슨과 웨스팅하우스간 전구 전쟁 이후 처음아닌가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신기술 개발에 대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국회의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진수 단장의 특허권을 둘러싸고 ‘빼돌리기 논란’이 불거졌다. 김 단장이 국가 연구개발비로 개발한 기술을 자신이 창업한 바이오벤처기업 특허로 둔갑시켰다는 것이다. 서울 소재 한 대학 교수는 이 같은 논란과 관련해서 “유전자가위 기술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첨단기술이기 때문에 특히 관심을 끄는 것 같다”면서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고 명확한 증거 없이 빼돌리기라고 비판한다면 어떤 연구자가 기술사업화나 직무발명에 관심을 갖겠나”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교수도 “이번 사건으로 황우석 박사 논문조작 사건 때처럼 첨단기술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과 함께 연구자들의 활동이 위축되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일본 도쿄 쓰키지 시장 “고양이는 보호하고 쥐는 제거하라”

    일본 도쿄 쓰키지 시장 “고양이는 보호하고 쥐는 제거하라”

    80년 이상 된 수산물 시장으로, 한국을 비롯한 각국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일본 도쿄 쓰키지 시장(주오구)이 다음달 인근 도요스(고토구) 지역으로 이전하는 가운데 도쿄도청 등 당국은 이곳에 서식해 온 길고양이와 쥐의 처리를 놓고 고민을 계속해 왔다. 길고양이들은 시장 내부시설 철거와 이사 등 과정에서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이 동물보호단체 등으로부터 제기됐다. 생선 부산물 등 풍부한 먹이를 바탕으로 번식해 온 쥐들은 인근 상가나 주택가 등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졌다.결국 당국은 길고양이에 대해서는 한국 돈으로 5억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보호를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11일 요미우리신문은 쓰키지 시장을 관할하는 주오구청이 이곳에 정착해 살던 길고양이들을 위해 5626만엔(약 5억 7000만원)의 예산을 투입, 내년 4월까지 수용시설을 건설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시설에는 냉난방과 상하수도까지 갖춰진다. 당국은 이곳을 길고양이를 보호해 온 민간 동물보호단체에 무상으로 대여하고 사육 및 입양자 확보의 거점으로 활용키로 했다.쓰키지 시장에는 수십 마리의 길고양이가 서식하고 있다. 시장 철거공사 등 과정에서 고양이가 죽는다든지 주변지역으로 퍼져 나간다든지 하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동안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보호 움직임이 일었다. 반면 쥐들은 주변 상가 등 지역으로 달아나지 않도록 차단하거나 제거하기 위해 당국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는 11월 중순까지 4차례에 걸쳐 대규모 쥐 박멸작전이 실시된다. 4만장의 끈끈이 시트와 쥐약, 포획용 바구니 등이 동원된다. 1935년 문을 연 쓰키지 시장은 23만㎡의 공간에 1000여곳의 도·소매상이 입주해 있다. 2015년 5월 도쿄도는 500마리 정도의 쥐가 쓰키지 시장에 살고 있다고 공식집계 결과를 발표했지만, 시장 상인들은 실제보다 너무 적어서 전혀 의미없는 수치라고 말한다. 이는 올 5월과 8월에 펼쳐진 퇴치작전에서 1400마리의 쥐가 포획된 데서도 쉽게 알수 있다.쓰키지 시장은 긴자 등 도쿄의 주요 번화가와 인접해 있는 데다 2020년 도쿄올림픽 선수촌이 들어서는 지역과도 가깝다. 쓰키지 시장을 거점으로 했던 쥐들이 통제불능 상태가 돼 곳곳에 퍼지는 것은 사상 최대 규모의 관광 호황을 누리고 있는 도쿄도의 입장에서는 악몽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빠르게 이동하고 달아나는 쥐의 특성을 감안할 때 확산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삿짐에 실려가 도요스 시장에 새로 터전을 마련하는 쥐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젊은 피 수혈로 노인병 막는다…현대의학 유망사업 떠올라

    젊은 피 수혈로 노인병 막는다…현대의학 유망사업 떠올라

    암과 치매, 그리고 심장질환 같은 노인병을 치료하기 위해 전 세계 수십 개의 신생기업이 연구용으로 젊은 성인들에게서 피를 얻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유전학자 데임 린다 파트리지 교수는 이런 실험은 장난이 아니며 현대 의학에서는 가장 유망한 사업 중 하나로 손꼽힌다고 주장했다. 7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5일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 자료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파트리지 교수는 이런 연구가 젊은 피가 암과 치매, 그리고 심장질환과 같은 질병이 없는 삶을 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트리지 교수의 연구는 젊은 피를 수혈받은 나이든 쥐들은 노화수반병이 생기지 않았고 날카로운 인지 기능을 유지했지만, 나이든 피를 수혈받은 젊은 쥐들은 역효과를 일으키는 것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파트리지 교수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신체적 건강을 지켜주는 분자를 확인하려면 동물 시험을 통해 혈액을 더 면밀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파트리지 교수와 그녀의 연구진은 “혈액은 실질적으로 가장 접근하기 쉬워 흔히 조사되는 (신체의) 조직이지만, 동물 시험에서는 흔히 이용되지 않는다”면서 “건강 위험에 관한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와 노화 특징 등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트리지 교수의 연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신생기업 ‘암브로시아’의 연구와 시험 중 일부다. 이 기업은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의 후원을 받고 있으며 참가자들에게 연구 비용의 일환으로 8000달러(약 900만 원)를 받고 젊은 피를 수혈해주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암브로시아의 임상시험에는 지금까지 약 70명이 참가했으며, 최연소 참가자의 나이는 만 30세로 알려졌다. 이들은 만 16~25세 사이의 자원봉사자들에게서 나온 혈액의 주성분인 혈장을 투여받았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특정 질병에 관한 지표로도 알려진 여러 주요 질병의 바이오마커가 개선됐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10% 감소한 것도 포함된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심장질환이 생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효과는 태아성암항원(CEA·carcinoembryonic antigen)으로 불리는 단백질이 20%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는 암 종양이 증식하면서 만들어져 이 수치가 높으면 위암이나 대장암, 췌장암 또는 폐암을 의심할 수 있다. 이밖에도 젊은 피는 치매 환자의 뇌에서 형성되는 독성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의 수치를 5분의 1까지 낮추는 데 도움을 줬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초기 증상을 보이던 만 55세 환자는 단 한 번의 수혈 이후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이보다 증세가 심하고 나이가 좀 더 많은 여성 환자 역시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고 암브로시아는 보고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젊은 피가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왔고 다양한 결과를 얻었다.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연구진은 수혈 치료로 근육 조직을 복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 연구자는 수혈 뒤 뇌와 간 모두에 이점이 있다는 것 또한 알아냈다. 같은 달 미국의 연구회사 알카헤스트는 나이든 쥐에게 젊은 사람의 혈액을 투여하는 시험에서 유사한 발견을 했다고 보고했다. 젊은 피를 투여받은 나이든 쥐들은 인지 능력이 높아져 젊은 쥐들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이미 3년 전 같은 연구에서 같은 발견을 했지만, 대신 어린 쥐의 피를 사용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7월 캐나다 오타와병원 연구진은 상반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연구자는 혈액 기증자가 젊은 여성인 경우 환자의 생존율이 떨어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dolgachov / 123RF 스톡 콘텐츠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길 잃은 소년에게 택시비 주며 무사귀가 도운 남학생들

    길 잃은 소년에게 택시비 주며 무사귀가 도운 남학생들

    세 명의 남학생이 합심해 길 잃은 소년에게 선뜻 차비를 건네고 그가 집까지 무사히 돌아갈 수 있게 도왔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미러는 잉글랜드 랭커셔주 손턴에 있는 홀리 패밀리 가톨릭 고등학교 학생 톰 오브라이언(15)과 동급생 해리 캠벨, 딜런 롭슨(11)이 선행을 베풀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사연에 따르면, 지난 5일 상급생 톰은 귀가 길에 버스 안에서 만난 후배들에게 등교 첫날 소감을 물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혼자 앉아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어린 학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톰은 어린 학생에게 다가가 괜찮은지 물었고, 당황한 학생은 “버스를 잘못 탔다. 집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입학 첫 날이라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데다 돈도 휴대전화도 없다”고 흐느껴 울었다. 어린 학생 혼자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단 생각에, 톰은 “바로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야 한다”며, 10파운드(약 1만 5000원)를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리고 함께 있던 후배 해리와 딜런은 택시를 불러 택시가 올 때까지 함께 서서 기다려 주었다. 택시가 그를 집까지 무사히 바래다 준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세 아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들의 배려에 감동한 택시 운전사는 무료로 그 학생을 데려다 주었고, 마음을 진정시킨 학생은 “도와줘서 고맙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편 버스에서 이를 목격한 학부모 루스 펄롱은 “정말 사랑스러운 세 아이의 선행이 인간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게 해주었다”며 페이스 북에 글을 올렸고, 해당 글은 2만 5000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뒤늦게 그 이야기가 화제가 된 것을 알게 된 톰은 “소년이 안전하게 귀가해서 다행이다. 불안해하는 어린 친구를 도왔을 뿐”이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학교 교장 매유 사임은 “우리 학생들의 행동은 다른 친구들에게 귀감이 됐다”며 “새 학년이 되는 것에 대해 일부 학생들이 불안과 걱정을 가지기 쉬운데, 특히 톰은 사려 깊게 보살펴 고학년으로써 훌륭한 본보기가 됐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사진=미러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숨바꼭질’ 송창의, 결혼식날 신부 아닌 이유리와 키스 “충격 엔딩”

    ‘숨바꼭질’ 송창의, 결혼식날 신부 아닌 이유리와 키스 “충격 엔딩”

    ‘숨바꼭질’이 이유리와 송창의의 파격 키스신 엔딩으로 안방극장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지난 25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배우들의 완벽한 캐릭터 싱크로율과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최강의 몰입도, 그리고 상상을 뛰어넘는 폭풍 전개로 안방극장의 시선을 단 번에 사로잡은 MBC 주말특별기획 ‘숨바꼭질’(극본 설경은, 연출 신용휘, 제작 네오엔터테인먼트)이 방송 2주 만에 역대급 레전드 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했다. 본격적인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캐릭터와 더욱 완벽하게 동화된 배우들의 존재감과 몰입감을 높이는 파격 전개가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 그 가운데 지난 8일(토)에 방송된 ‘숨바꼭질’은 드라마 역사상 길이 남을 역대급 파격 키스신 엔딩이 안방극장을 초토화시켰다. 결혼식 당일, 송창의가 신부인 엄현경이 아닌 이유리와 거침없는 키스신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렸기 때문. 회사를 지키기 위해 태산그룹의 후계자 문재상(김영민)과 어쩔 수 없이 정략결혼을 해야만 했던 민채린(이유리)에게는 고난과 시련의 결혼생활이 시작됐다. 시아버지인 태산그룹의 회장 문태산은 계속해서 메이크퍼시픽을 인수하기 위해 은밀하게 음모를 세워 압박했고, 요리클래스에서는 자신을 따돌리며 막말을 퍼붓는 다른 재벌 며느리들과 격렬한 육탄전을 벌였다. 게다가 나해금(정혜선)은 진짜 손녀딸 수아가 돌아오기만을 바라며 채린의 모든 물건을 태운 것도 모자라 문전박대까지 하기도. 이 모든 것을 곁에서 지켜보고 그녀가 대용품에 불과하다는 것까지 알게 된 차은혁(송창의)은 채린이 위험에 빠진 순간마다 기지를 발휘해 구해냈고, 서로의 약점을 쥐고 있던 두 사람의 관계에서는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한편 하연주(엄현경)는 우연히 가게 된 해란(조미령)의 집에서 왠지 모를 익숙함을 느끼고, 해란 역시 연주에게 왠지 모를 친밀한 감정을 갖게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호기심은 최고조에 달했다. 여기에 은혁과의 결혼을 손수 준비하면서 설렘에 들떠있던 연주는 결혼식 당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신부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누군가의 손을 잡아 끌고 비상구로 향하던 은혁을 발견하고 쫓아간 그곳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고 만다. 바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한 남자 은혁이 누군가에게 키스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 것. 이처럼 채린과 은혁의 예상치 못한 파격 키스신과 이를 발견한 연주의 충격과 절망에 가득 찬 표정으로 끝난 ‘숨바꼭질’은 역대급 엔딩 장면을 완성해내며 다음 주 방송에 대한 기대감과 궁금증을 수직 상승시켰다. 무엇보다 한 시라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스피디한 전개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예측불가 스토리는 안방극장을 점령하기에 충분했다. 방송 시작 단 2주 만에 2번의 결혼식 장면에 이어 엇갈린 러브라인의 시작과 함께 등장한 박력 넘치는 키스신은 역대급 레전드 드라마의 탄생을 알리며 많은 시청자들을 ‘숨바꼭질’의 매력에 단 숨에 빠지게 만들었다. 때문에 이제 막 출발점을 지난 ‘숨바꼭질’이 앞으로는 또 어떤 스토리로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할지, 이유리와 송창의, 엄현경, 그리고 김영민까지 이들에게는 또 어떤 앞날이 펼쳐지게 될지 벌써부터 그 결말에 귀추가 주목된다. 방송 단 2주 만에 안방극장에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MBC 주말특별기획 ‘숨바꼭질’은 지난 방송에서 3.9%, 7.0%, 6.8%, 8.7%로 첫 방송보다 상승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률 퀸 이유리의 흥행 마법에 시동을 걸었다. 매주 토요일 밤 8시 45분부터 4회가 연속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고종 빼돌려 을사늑약 체결 막아라” 7

    “고종 빼돌려 을사늑약 체결 막아라” 7

    서울신문은 일제 침략 당시 독립운동가의 활약을 소재로 한 해외소설 두 편을 발굴했습니다. 글쓴이는 미국의 시나리오 작가 로버트 웰스 리치(1879~1942)이고, 두 소설의 주인공은 모두 대한매일신보와 코리아데일리뉴스(KDN)를 창간해 우리 민족 항일의식을 고취한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한국명 배설)입니다. 100여년 전 발간된 이 소설에는 베델뿐 아니라 ‘고종의 밀사’로 잘 알려진 호머 허버트(1863~1949), 노골적 친일 행보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살된 더럼 화이트 스티븐슨(1851-1908),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1841~1909), 을사늑약 직후 자결한 충신 민영환(1861~1905) 등 역사적 인물이 모두 등장합니다. 최근에야 국내외에 알려진 고종의 연해주 망명 시도 등 극비 내용도 담겨 있어 학계에 관심을 모읍니다. 서울신문은 이 소설 가운데 하나인 ‘황제납치 프로젝트’(1912년 12월 출간, 원제 : The cat and the king, 부제 : Billy and Bethell)를 번역해 연재 형태로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7회>사실 황제에게 있어 그녀의 요청은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자신의 모습을 서양식 캔버스에 담을 경우 아프거나 죽는 것 아닌가 걱정이 컸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녀에게 초상화를 그릴 기회를 주려는 것은 그만큼 소녀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왕은 점쟁이에게 이 일을 어떻게 해야할 지 조언도 구했다. 결국 그녀가 중국 황후(서태후)의 초상화를 그렸음에도 별다른 변고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해 이 아름다운 미국 여성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면서도 황제는 소녀에게 “내일 결정 내용을 알려주겠다”고 전했다. 그는 즉석에서 답을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소녀를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어린 아이처럼 뭔가 그럴듯한 구실을 찾은 것이다. 나는 황제가 이 곰팡이내 가득한 음모가 판치는 경운궁(덕수궁)에서 소녀가 가져온 햇살을 조금이라도 오래 간직하려는 것에 대해 비난하고 싶지는 않았다. 소녀는 미인계를 쓰는 첩보원답게 자신에게 빠져든 남성을 어떻게 다루는 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제가 어찌 감히 천손의 자손이신 황제폐하에게 고민거리를 안겨드릴 수 있겠습니까. 아직 초상화를 그리실 확신이 없으시다면 그만 떠나고자 합니다”라며 우아하게 서운함을 밝혔다. 왕이 깜짝 놀랐는지 신하들에게 “저 미국인 화가에게 내 사슴 공원과 여름 휴양지를 보여주라”고 지시했다. 그녀의 상한 마음을 달래주려는 의도였다. 그러고는 그녀에게 다음날 궁궐에 들어올 수 있도록 채비를 갖추라고 명했다. 소녀는 조선 황제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우리는 궁에서 나와 뒤쪽에 잘 가꿔진 숲으로 향했다. 뭔가 의욕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신하들은 우리에게 양쪽으로 멋드러지게 경사진 박공 지붕이나 해태의 기이한 아름다움 등에 대해 설명해줄 마음이 없었다. 그저 왕이 시켜서 따라 나왔을 뿐...그러자 하기와라(훗날 2대 조선총독이 되는 하기와라 슈이치)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이 작고 왜소한 일본인은 곧바로 소녀 옆으로 다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나란히 걸어갔다. 나는 신하들 뒤에서 멀찌감치 거리를 유지하며 동태를 살폈다. 하기와라는 중간음을 생략한 채 세련되지 못한 영어로 그녀와 대화를 나눴다. 소녀의 거침없는 웃음 소리가 그의 조악한 영어 발음을 덮어버려 그나마 좀 나았다. 하기와라는 이 소녀에게 완전히 빠져 있었다. 숲 속에서 사슴을 본 뒤 소녀가 마차에 타고 호텔로 돌아가려 할 때였다. 하기와라가 붉어진 얼굴로 “다음주에 일본 공사관에서 열리는 정원 파티에 꼭 와달라”고 청했다. 일본 왕의 생일을 기념하는 행사가 있단다. 일왕 생일은 핑계일 뿐 실은 소녀가 보고 싶어서겠지...”하기와라, 요 작고 비열한 쥐새끼 같은 놈“ 그녀가 남대문을 지나 애스터하우스 호텔(현 서대문역 농협중앙회 터)으로 나오며 비웃듯 내뱉었다. ”맞아. 이 교활한 쥐 한마리가 이 나라 전체를 갉아먹고 있어” 나도 맞장구를 쳤다. “그놈은 우리에게 스파이를 보내고도 전혀 용서를 구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나중에 분명 내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무릎을 꿇게 될 겁니다. 내가 그를 가만 두지 않을 테니까...” 호텔에 도착하자 미국 공사 부인이 그녀와 점심식사를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부인은 그녀를 미국 대사관저로 데려갔다. 시간이 남자 나는 광화문 가구거리(지금의 태평로) 뒤편에 있는 베델의 낡고 작은 인쇄소(대한매일신보사)로 갔다. 그녀가 없는 시간동안 그와 머리를 맞대고 고종 망명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베델은 외부에서 경운궁에 몰래 들어갈 수 있는 비밀 통로를 알고 있었다. 조선인과 은밀하게 접촉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도 갖고 있었다. 베델은 곧바로 왕을 호위하는 시종무관장인 민영환에게 전갈을 보냈다. 모든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오늘 밤 그의 집에서 꼭 만나 나눌 얘기가 있다고.(편집자주:덕수궁과 러시아 공사관까지 이어지는 비밀통로가 2003년에 발견됐습니다. 고종이 유사시 일본군을 피해 궁 바깥으로 나가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고종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조만간 일반에 개방될 예정입니다. 이 소설에서 언급한 비밀통로는 이 길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작가가 최근에야 알려진 이 길의 실체를 알고서 쓴 것인지 매우 흥미롭습니다.) 어둠이 깔리자 우리는 각자 다른 길로 민영환의 집(현 견지동 조계사 터)에 찾아갔다. 그가 충신이라는 것은 조선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든 일본의 음모를 저지하려 한다는 것 역시 새로울 게 없었다. 이 때문에 하기와라는 늘 그의 집 주변에 첩자를 심어두고 24시간 감시하게 했다. 결국 우리는 낮지 않은 그의 집 뒷담을 몰래 타고 넘어 가야만 했다. 8회로 이어집니다. 번역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신혜선♥양세종, 사랑하면 닮는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신혜선♥양세종, 사랑하면 닮는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속 ‘복붙’(복사-붙여넣기) 장면들이 꿀잼을 유발하고 있다. 비슷한 상황 속 같은 말-행동을 하는 ‘꽁설커플’ 신혜선-양세종의 모습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 매회 시청률 고공행진을 펼치는 하반기 주중 드라마 최고 흥행작 SBS 월화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극본 조성희/연출 조수원/제작 본팩토리)(이하 ‘서른이지만’) 지난 방송에서는 우서리(신혜선 분)와 공우진(양세종 분)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더욱이 풋풋하고 달콤한 3단 입맞춤을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심장을 콩닥거리게 했다. 이 가운데 서로에 대한 마음이 깊어질수록 닮아가는 ‘꽁설커플’ 서리-우진의 말과 행동이 포착돼 설렘을 배가시키고 있다. 이에 자체 복습을 유발하는 ‘서른이지만’ 속 복붙 장면들을 짚어본다. 복붙 장면#1. 전화 끊어버린 찬 보며 말잇못! “내가 언제 끊..!” 말 더듬기 작렬! 첫 번째 복붙 장면은 서리-우진이 전화를 끊어버린 찬의 행동에 당황감을 감추지 못하는 신이다. 7회, 우진과 갈등을 빚은 서리는 그에게 사과할 방법을 강구하며 머리를 쥐어 뜯던 중 우진과 통화중인 찬(안효섭 분)을 발견하고 서둘러 다가가 전화를 바꿔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이를 오해하고 “나 끊어야 겠다. 아줌마가 끊으래”라며 해맑게 전화를 끊어버린 찬. 이에 서리는 “아니 언제 내가 끊..! 나는 아저씨 미안해서 사과.. 근데 끊..! 아 찬이 학생 정말.. 됐어요”라며 말을 더듬는가 하면, 뒤돌아가려다 다시 돌아와서 “진짜 내 말은 그 말이 아닌데.. 아 됐어요..”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그런가 하면 18회에서는 서리와 비슷한 언행을 보이는 우진의 모습이 담겨 폭소를 유발했다. 섬으로 출장을 간 서리가 풍랑주의보로 인해 돌아오지 못하자 걱정에 휩싸인 채 귀가하던 우진은 서리와 통화중인 찬을 발견하고 다급하게 뛰어들어갔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미스터 공이 끊으래요”라며 전화를 끊어버린 찬. 이때 우진은 “야 찬아, 내가 너 언제 끊..! 너 진짜 그렇게 끊..! 올라간다”라더니, 다시금 “너..!”라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이는 7회 서리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며 시청자들을 배꼽 쥐게 했다. 복붙 장면 #2. 파출소 방문부터 현수막 문의까지! 서리 외삼촌 부부 찾아 삼만리! 두 번째 복붙 장면은 서리 외삼촌 부부의 행방을 찾기 위한 서리-우진의 데칼코마니 같은 여정이다. 3회, 13년간의 코마상태에서 깨어난 서리는 집을 팔고 행적을 감춘 자신의 보호자외삼촌 부부를 찾기 위해 파출소를 찾았다. 하지만 서리는 개인정보를 쉽게 조회할 수 없다며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경찰의 말에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이어 10회에서 서리는 여전히 행방이 묘연한 외삼촌을 찾기 위해 ‘사람을 찾습니다’ 현수막을 달고 있는 인부를 발견하고 현수막을 어떻게 하면 달 수 있는지 문의하는 모습으로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후 21회에서는 서리와 같은 코스를 밟는 우진의 모습이 그려져 눈길을 끌었다. 서리를 위해 외삼촌 부부의 행방을 찾기로 한 우진은 서리가 찾았던 파출소와 현수막 게시대를 찾아 서리와 똑같은 물음을 던졌다. 하지만 우진에게 돌아오는 말은 서리가 들었던 말과 동일한 말이었고, 이를 말하던 경찰과 인부 또한 “잠깐만 내가 왜 얼마 전에 누구한테 똑같은 얘길 한 거 같지?”라고 말해 깨알 웃음을 선사했다. 복붙 장면 #3. 서로에게 시선 고정 후 “예뻐서요” 담백한 칭찬 투척! 심쿵사 유발! 세 번째 복붙 장면은 서리-우진이 서로에게 “예뻐서요”라며 담백한 칭찬을 내뱉는 신이다. 20회, 우진은 바이올린 연습으로 인해 턱에 자리잡은 멍을 자랑하며 좋아하는 서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특히 이때 우진은 “예뻐서요”라며 진심을 투척, 미소 짓는 모습으로 심쿵을 유발했다. 이에 21회에서 서리는 덕구와 닮은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해맑은 웃음을 짓는 우진에게 자신이 들었던 것과 똑같이 “예뻐서요”라며 칭찬을 이어가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더욱 설레게 했다. 이같이 ‘꽁설커플’ 서리-우진은 ‘사랑하면 닮아간다’는 말처럼 꼭 닮은 언행을 이어가며 안방극장을 핑크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이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에서는“서리-우진 닮아가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잘 어울려”, “서로 ‘예뻐서요’ 하는데 내가 다 심쿵”, “꽁설커플 보면서 힐링하는 요즘~ 폭풍 꽁냥거림을 기대합니다”, “서리-우진 보면서 연애하고 싶어 졌어.. 어디 우진이 같은 남자 없나요?”, “서리-우진 둘 다 너무 귀여워”, “꽁설커플 때문에 매주 월, 화가 너무 기다려져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어, 연인으로 발전한 ‘꽁설커플’ 서리-우진이 앞으로 또 얼마나 달달한 면모로 연애 세포를 꿈틀거리게 만들지 기대감이 고조된다. SBS 월화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열일곱에 코마에 빠져 서른이 돼 깨어난 ‘멘탈 피지컬 부조화女’와 세상을 차단하고 살아온 ‘차단男’, 이들의 서른이지만 열일곱 같은 애틋하면서도 코믹한 로코로 ‘믿보작감’ 조수원PD와 조성희 작가의 야심작. 오는 10일 월요일 밤 10시에 25-26회가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이종락의 재계인맥 대해부](12) 위기탈출 선봉에 나선 현대기아차 CEO들

    [이종락의 재계인맥 대해부](12) 위기탈출 선봉에 나선 현대기아차 CEO들

    양웅철-권문식 부회장, 기술개발 ‘쌍두마차’김용환 부회장, 정몽구 회장 ‘그림자 보좌’박한우 기아차 사장, 부회장 없는 대표맡아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글로벌 판매실적이 725만대에 그쳤다. 이는 2013년의 755만대에 미치지 못하고 2011년 712만대를 조금 넘겨 6년 전 수준으로 후퇴한 것이어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위기상황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해 신차 출시지연으로 인한 미국시장의 부진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등의 영향으로 인한 중국시장의 부진이 뼈아팠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불황도 한몫했다. 현대차그룹은 도요타, GM, 폭스바겐, 르노·닛산에 이어 글로벌 완성차 가운데 5번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올해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다. 반등의 기회를 맞지 못하면 ‘글로벌 메이커 빅3’의 꿈은 영원히 좌절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의 운명은 전문경영인들이 쥐고 있는 셈이다.  윤여철(66) 현대기아차 부회장은 서울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자동차 판매영업 직원 출신인 윤 부회장은 운영지원실장, 경영지원본부장, 노무관리지원담당, 울산공장장 등을 거쳐 현대차와 기아차의 노무관리와 국내생산 부문을 총괄하는 부회장에 올랐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라는 전례없는 노사협상을 이끈 장본인으로 그룹내 최고의 노무관리 전문가로 불린다. 또한 윤 부회장은 그룹을 대표해 대외 활동을 하는 등 선임 부회장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양웅철(64) 현대기아차 부회장은 광주고-서울대 기계설계학-미 텍사스대 기계설비학 석사-미 UC 데이비스대 기계설계학 박사학위를 딴 ‘학구형’이다. 현대기아차의 연구개발 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1987년부터 미국 포드자동차 연구·개발(R&D)센터에 근무하다, 2004년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로 합류했다. 하이브리드카 개발실장, 전자개발센터장 등을 맡았고, 연구개발본부 본부장, 사장 등을 거쳐 2011년 4월 현대차 연구개발총괄본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양 부회장은 그동안 현대기아차의 친환경차와 전장기술 개발에 주도적이 역할을 해왔다. 친환경차 시장 본격 진입을 위한 초기 하이브리드카 개발부터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전기차에 이르기까지 현대기아차의 친환경차 포트폴리오 확장에 남다른 리더십을 발휘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으로 대표되는 스마트카 부문에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한 기술 협력 등에 있어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권문식(64) 현대기아차 부회장은 경복고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나왔다. 독일 아헨공대 생산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양 부회장이 ‘미국파’라면 권 부회장은 ‘독일파’인 셈이다. 1991년 현대정공에 입사한 권 부회장은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에서 선행개발실장, 선행개발센터장, 연구개발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치며 엔지니어의 길을 걸었다. 현대제철 제철사업관리본부장과 제철사업총괄 사장에 올라 현대차그룹의 숙원 사업이었던 일관제철소 건설을 진두 지휘했다. 이후 자동차 전장부품 계열사 케피코 대표, 차량용 반도체 개발을 맡은 신생 계열사 현대오트론을 맡았다. 2012년 현대기아차로 복귀해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을 맡았고, 2015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공학부문 최고 영예인 공학한림원 정회원이자, 2016년부터 제29대 한국자동차공학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용환(62) 현대기아차 부회장은 인창고, 동국대 무역학과,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유럽사무소장 등을 거쳐 2003년에는 기아차 해외영업본부장을 맡았다. 2008년에는 현대차로 복귀해 해외영업본부 사장, 기획조정실 사장을 지낸 후 2010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 부회장은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기획조정실을 맡아 현대건설 인수, 신사옥 건립 등 그룹의 굵직한 주요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특히 2010년 현대건설을 놓고 현대그룹과의 인수 경쟁에서 승리한 것은 가장 큰 공적 중 하나로 회자된다. 정몽구 회장의 해외 출장이나 중요 행사 때는 대부분 수행하는 등 정회장의 신임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회장 아래 ‘실세라인’으로 알려진 현대정공 출신이 아닌데도 능력을 인정받아 최고경영진 반열까지 올랐다. 이원희(58) 현대자동차 사장은 대광고, 성균관대 경영학과, 웨스턴일리노이대 회계학 석사 출신이다. 현대차 재정팀장, 국제금융팀장, 미국판매법인 재경담당 상무, 재경본부장 전무, 부사장,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재무통’으로 통한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재무담당으로 일하면서 공격적 마케팅으로 실적을 개선해 미국 금융위기 상황을 극복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2010년 재경본부장을 맡은 이후에는 현대차가 글로벌 완성차 회사로 입지를 다지고 재무건전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진일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2010년부터 5년 여간 10% 안팎의 높은 영업이익율을 기록하고 글로벌 신용등급이 상향되는 등 높은 외형성장을 달성했다. 박한우(60) 기아차 사장도 현대차그룹 내 손꼽히는 재무관리 분야 전문가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부회장이 없는 기아차 대표를 맡고 있다. 중앙상고와 단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박 사장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현대차 인도법인에서 재경담당으로 이사, 상무, 전무를 거친후 법인장(부사장)까지 역임했다. 법인장 시절 i10, i20 등 현지전략 차종들을 성공적으로 히트시키며 인도시장에서 현대차가 2위 업체로 입지를 다지는데 큰 역할을 했다. 2012년 기아차 재경본부장(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2014년에는 기아차 사장으로 승진했다.   피터 슈라이어(65) 사장은 현대기아차의 디자인 변천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슈라이어 사장은 독일 뮌헨의 산업디자인 전문학교와 영국 런던의 왕립예술학교에서 자동차디자인을 전공했다. 1994년부터 2002년까지 아우디 디자인 총괄 책임자로 근무하며 TT, A6 등 아우디 디자인의 변혁을 주도했으며, 2002년부터 2006년까지는 폭스바겐의 디자인 총괄 책임자로 근무했다. 2006년 기아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되며 현대기아차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피터 슈라이어의 영입에 각별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BMW의 크리스 뱅글, 아우디의 월터 드 실바와 함께 유럽 3대 자동차 디자이너에 꼽힌다. 그는 기아차의 디자인 방향성을 ‘직선의 간결함’으로 제시하고, 호랑이 코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로 상징되는 패밀리룩을 정립시켰다. 이러한 디자인 혁신을 바탕으로 기아차는 2008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0년 출시된 K5는 현재까지도 슈라이어 사장이 탄생시킨 역대급 명작으로 남아 있다. 슈라이어 사장은 최근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알버트 비어만(61) 사장은 현대기아차의 차량성능 시험과 고성능차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독일 출신인 비어만 사장은 독일 아헨공대에서 기계공학 석사를 전공했다. 1983년 BMW에 입사해 고성능차 주행성능, 서스펜션, 구동, 공조시스템 등의 개발을 담당했으며, BMW M 연구소장직을 맡아 고성능차 개발을 총괄했다. BMW의 모터스포츠 참가 차량 개발 주역으로, 30여년간 고성능차 개발에 매진해온 세계 최고의 전문가다. 2015년 현대기아차에 부사장으로 영입된 비어만 사장은 남양연구소에서 출시전 차량의 안전성, 내구성, 소음진동 등 성능시험과 함께 현대차 N으로 대표되는 고성능차의 개발 총괄을 담당해오고 있다.   이종락 논설위원 jrlee@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유럽 사람들은 왜 밥을 오랫동안 먹을까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유럽 사람들은 왜 밥을 오랫동안 먹을까

    유럽에 다녀온 사람들과 음식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끔씩 툭 튀어나오는 주제가 있다. 유럽 사람들은 왜 그렇게 오랫동안 식사를 하느냐는 것이다. 주문한 식사가 빨리 나와야 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뚝배기가 부글부글 끓고 있어도 거기에 숟가락을 들이밀어 한 수저 떠 입안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 문화와는 사뭇 다른 경험을 했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식당의 성격에 따라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도 이어지는 유럽의 식사 시간을 두고 몇몇은 여유롭고 좋았다는 반면 어떤 이들은 지루하고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실제로 3시간 동안 밥을 먹는 일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대개 이런 경우는 여러 개의 요리가 순차적으로 나오는 고급 식당에서다. 유학 시절 초, 이탈리아 내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식당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전식과 본식, 그리고 후식을 포함해 무려 17개의 요리가 차례로 나왔다. 정오에 시작한 식사는 오후 4시가 돼서야 비로소 끝이 났다. 배가 불러온다고 느낀 건 불과 다섯 번째 접시를 먹고 난 후였다. 그날처럼 있는 힘을 다해 음식을 먹었던 경험은 이후로 몇 번 더 있었지만 언제나 첫 경험이 기억에 강하게 남는 법. 마치 한 편의 긴 오페라를 감상한 것만 같은 식사였다. 이런 고급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는 특별한 경우에 속한다. 기념할 만한 일이 있거나 정말 중요한 날에 찾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의 식사는 일종의 공연이다. 단지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운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름난 셰프가 음식을 통해 선보이는 독특한 경험을 누리기 위해 손님들은 기꺼이 값비싼 식사값을 치른다. 맛도 맛이지만 셰프가 준비한 아이디어와 분위기를 먹는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식사 내내 다음은 어떤 요리가 나올지 기대하는 재미가 쏠쏠하긴 했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종종 지루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옆 테이블을 힐끗거렸다. 우리는 접시가 놓이면 포크와 나이프를 쥐고 달려들어 눈앞에 놓인 음식을 해치우기 바빴다. 옆 테이블은 음식은 목적이 아니라는 듯 대화를 이어 나가며 천천히 접시를 비웠다. 다음 요리를 기다리는 동안 어색한 적막이 감도는 우리 쪽과는 달리 그 테이블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대화가 끊임없었다. 그날 음식의 맛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지만 왠지 모를 허전한 기분에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반면 시끌벅적했던 테이블의 손님들은 너무나 환한 표정으로 매니저, 셰프와 인사를 나누고 감사를 표했다. 얼핏 생애 최고의 식사였다는 찬사도 들렸다. 그때는 그저 그들이 유난스럽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야 알게 됐다. 그날 같은 음식을 먹어 놓고 다른 만족감을 느낀 이유를 말이다. 식사의 목적은 무엇일까. 먹기란 기본적으로 배를 채우고 살아갈 힘을 얻는 행위다. 이것은 먹는다는 행위가 갖고 있는 여러 의미 중 하나일 뿐이다. 배를 채우는 일은 전적으로 개인 차원의 일이지만 이것이 다른 사람과 함께하면 사회적인 의미를 갖는다. 함께 먹는다는 행위를 통해 개인과 개인 간의 유대감을 높일 수도, 심리적인 안정감을 누릴 수도 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밥 한번 먹자’는 말은 단순히 혼자 먹기 싫으니 같이 먹자는 것보다는 관계를 지속하자는 의미를 더 담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 포함된다. 밥상머리에서 잠자코 밥을 먹어야 한다고 배운 이에게 식사란 그저 하루를 위한 영양분을 채우는 시간에 불과하겠지만, 유럽인들에게 있어 식사란 관계를 위한 시간이다. 유럽에서 외식을 한다는 것은 적어도 둘 이상 모여 밥을 먹으며 대화를 한다는 것과 같다. 식사에 빠지지 않고 곁들이는 가벼운 알코올 음료는 유쾌한 대화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술과 음식, 그리고 대화가 한자리에서 모두 해결될 수 있으니 굳이 2차, 3차를 하러 갈 필요가 없다. 이렇듯 이야기를 하기 위해 밥을 먹다 보니 식사시간은 자연히 길어질 수밖에. 유럽도 미국이나 우리처럼 점점 혼밥족이 늘어나고 시간에 쫓기는 라이프스타일로 변해 가는 추세지만 함께하는 식사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그날의 고급 식당에는 다른 일행과 함께였지만 식사의 목적은 따로 있었다. 요리사들끼리 모여 ‘얼마나 음식을 잘하나 보자’라는 생각으로 방문했던 터라 오로지 음식 맛에만 몰두했다. 그렇다 보니 마주 앉은, 옆에 앉은 이는 보이지 않았다. 좋은 음식과 좋은 술이 있었지만 좋은 대화가 빠져 있었던 그날 식사는 결국 반쪽짜리였던 셈이다.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장애 아들 돌본 40여년, 살아도 산 게 아니었어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장애 아들 돌본 40여년, 살아도 산 게 아니었어

    발달장애 아들 둔 허강원씨의 삶그날 힘없이 무너져 내린 건 아들의 몸뚱이만이 아니었다. 허강원(73·가명)씨의 실낱같은 희망도 함께였다. 발달장애(지적장애 1급·다운증후군)로 불혹의 나이에 키가 150㎝에서 멈춰버린 큰 아들은 질뚝거렸지만 걸어는 다녔다. 아들이 혼자 걷는다는 건 그 이상의 의미였다. 대소변을 혼자서 가리고, 밥이 있는 곳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노부부가 감당할 수 있는 돌봄의 한계치이기도 했다. 허씨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밥 먹자”고 큰아들을 불렀다. 큰아들은 기우뚱하더니 서지 못하고 엎드렸다. 식탁으로 기어 오기 시작했다. 역설적이게도 그 순간 밤잠 못 이루며 끙끙댔던 고민들이 명쾌해졌다. ‘그래 같이 죽자’. 한씨는 2015년 4월 15일 집 안방에서 자던 큰아들(당시 41)의 머리를 망치로 내리쳤다.“지나고 보니 사는 게 그늘이 많았어. 안 해 본 사람은 몰라. 간병이라는 게 매스컴에 나오는 그런 것과는 많이 달라.” 유난히 태양이 뜨겁던 지난 7월 31일, 허씨를 서울 그의 집 앞에서 마주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3년이 흘렀지만, 세상과 등진 그의 삶이 달라진 건 크게 없어 보였다. “이젠 눈에 보이지 않잖아. 노력도 많이 했고…. 지나간 일이니까”라며 애써 태연했다. 긴 설득 끝에 그의 집 앞에서 지난 삶에 대해 들었다. 아내는 강남구의 한 빌딩에 청소일을 하러 갔고, 작은아들은 결혼 후 따로 살고 있어 때마침 그는 혼자였다. 허씨는 이미 끝난 일이라며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한편으로 여지는 남겼다. 노인의 얼굴에 쓴웃음이 내려앉았다. “그래. 그때 예감했어. 차라리 죽었어야 했어.” 큰아들은 아내가 임신한 지 9개월째 되는 날 태어났다. 수술할 돈이 없어 산파에게 부탁했다. 어렵사리 아이는 엄마의 자궁 밖으로 나왔지만, 한동안 숨을 쉬지 못했다. 산파는 도망갔고, 아내가 급한 맘에 아이의 발을 잡고 들어 올려 엉덩이를 때렸다. 기적처럼 큰아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어렵게 살아났지만 아이는 약했다. 갑자기 숨을 쉬지 않는 등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겼다. 다섯 살이 됐지만 서지 못했다. 다운증후군, 지적장애 1급이라고 했다. “요즘 눈으로 생각해 보면 장애를 둔 아이를 키우는 게 짜증 날 일도 아니잖아. 근데 사는 재미가 없었어.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지.” 허씨는 강원도 대관령에서 나고 자랐다. 25살 경기 동두천 내 미군부대에서 군생활을 했고, 전역하고 서울에 정착했다. 28살 아내와 혼인해 다음해 큰아들을 가졌다. 찢어지게 가난했다. 서울 중랑구 근처 면도칼 공장에서 일했는데, 벌이가 시원치 않았다. 가진 기술이 없으니 막노동이나 다름없었다. 없이 살았지만 큰아들의 장애가 나을 거라는 희망은 버리지 않았다. 집 근처에 장애인 특수학교가 없어 수소문 끝에 인천 부평에 있는 학교에 보냈다. 그때만 해도 먹고살기 어렵다는 이유로 적지 않은 부모들이 발달장애 아동의 교육을 포기하던 때다. 10개월쯤 지나서였을까. 특수학교를 찾아가 선생님에게 밥을 대접했다.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게 있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야속했다. “나아지는 것 없다”는 말에 작은 희망조차 사라졌다. 없는 살림에 매달 쌀 한 가마니 값을 치러 가며 학교를 보냈지만, 그럴 이유도 사라졌다. ‘발달장애는 질병과 달리 낫지 않는다’, 이 사실을 모르는 부모는 없다. 머리는 알지만, 가슴은 이해할 수 없었다. 첫 겨울방학을 기점으로 아이는 집으로 돌아왔다. 첫째가 잘하는 건 집에서 텔레비전 보기였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텔레비전을 틀어 주면 온종일 봤다. 말은 대충 알아들었고, 간신히 걸어 똥오줌은 가렸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아이가 흘린 김칫국물을 닦고, 국물이 묻은 옷을 벗기고, 발버둥 치는 몸을 씻기는 일은 40여년을 해도 즐겁지 않았다. 큰아들을 돌보느라 나들이 한 번 제대로 가 본 적 없었다. 아이를 돌봐야 하니 일을 마치고 퇴근해도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다. 큰아들이 어렸을 땐 집에 놀러 오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이가 성인이 되고 나선 이웃도, 친구도 모두 사라졌다. “또래들이 태권도복 입고 태권도장 가는 모습을 보잖아요. 우리 아이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찔찔찔 하는데, 사람 눈 뒤집히지. 행복할 수가 있나.” 우울증이 찾아왔다. 술만 마시면 눈물을 흘리며 비관했다. 남들한테 추한 꼴을 보이기 싫어 술도 담배도 끊었다. 이게 벌써 수십년 전이다. 언제나 단정하게 보이려고 했지만, 남들은 늘 추하게만 보는 것 같았다. 사실 큰아들 밥 차려 주고 거두는 건 힘들지 않았다. 그냥 큰아들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공원에 가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얘기의 끝은 늘 아들, 딸, 며느리 얘기였다. 그럴 때마다 할 얘기가 없어서 소심해졌다. 5살 터울인 작은아들에게도 형은 굴레였다. 장애를 둔 형 때문에 파혼을 당하기도 했다. 부모가 죽고 없으면 형을 돌볼 수 있는 가족은 동생뿐이지 않냐며 상대편 부모가 반대했다. 부모의 마음은 미어졌다. “부모들 모임도 여유 있는 사람들이나 가는 거야.” 그는 인터뷰 도중 자주 엄지와 검지를 말아 쥐었다. 돈을 뜻하는 손짓이었다. 결국 돌보는 노동에서 벗어나고자 아이를 센터에 보내는 것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경제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허씨 내외는 경제적으로 늘 허덕였다. 맞벌이를 해 봐야 시원치 않았다. 아내는 아이를 낳고 빌딩 청소일을 해 왔고, 허씨는 여러 공장을 전전하다가 60세에 환경미화원을 끝으로 은퇴했다. 이후 빌딩 경비 일도 했지만, 2교대 근무 탓에 큰아들을 돌봐 줄 사람이 없어 금방 그만뒀다. “밥 먹다가 숟가락을 딱 떨어뜨렸어.” 그 사건이 발생하기 약 1년 전 허씨는 뇌출혈 선고를 받았다. 식사를 하다가 손에 힘이 없어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었더니 뇌경색이 발견됐다. 이미 고혈압과 협심증, 류머티즘 관절염, 척추 디스크, 수면장애 등을 앓고 있었지만 뇌출혈은 느낌이 달랐다. 곧 죽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큰아들은 누가 돌봐야 할지 걱정부터 앞섰다. 잘못된 생각이 들었다. 큰아들과 함께 죽는 게 모두를 위해 최선이 아닐까 하는 믿음도 생겼다. 고민이 깊어질 무렵, 걷지 못하는 아들의 모습을 봤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팽팽하던 긴장의 사슬은 톡 끊어졌다. “아들을 망치로 내리쳤소. 규남이는 내가 데리고 갑니다. 정선희 당신을 만나 한평생 잘 지냈소. 규남이에겐 입이 열개여도 할 말이 없소이다.”(유서 전문) 2015년 4월 15일 새벽 6시쯤, 아내가 일을 나간 것을 확인하고 망치로 아들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회한이 몰아치기 전에 유서를 썼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수면제 수십알을 들이켰다. 정신을 잃기 전에 아파트 복도 밖으로 뛰어내리려고 했다. 중간쯤 갔을까. 허씨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렇게 질긴 목숨은 끝나지 않았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가 남편을 발견했고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다. 허씨는 3일간 혼수상태를 오갔지만, 끝내 깨어났다.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다만 5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법원은 허씨가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을 수십년간 정성 들여 보살펴 온 점을 인정했다. 고령이고 지병이 있고, 남은 가족을 생각해 맏아들을 살해했다는 점 등도 참작했다. 그는 돈 때문에 큰아들을 마음껏 못 가르친 게 한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많지 않지만 월 1만~2만원씩 발달장애 아동 단체에 기부금을 낸다. “내가 어려움을 겪어 봤으니까. 그런 애들 불쌍하잖아…. 집사람이 일을 그만두면 이나마 못 하겠죠.”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불혹의 장애아들 돌보던 뇌경색 부친 “가자, 같이”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불혹의 장애아들 돌보던 뇌경색 부친 “가자, 같이”

    ●발달장애 자식에게 둔기 든 애끊는 父情 그날 힘없이 무너져 내린 건 아들의 몸뚱이만이 아니었다. 허강원(73·가명)씨의 실낱같은 희망도 함께였다. 발달장애(지적장애 1급·다운증후군)로 불혹의 나이에 키가 150㎝에서 멈춰버린 큰 아들은 질뚝거렸지만 걸어는 다녔다. 아들이 혼자 걷는다는 건 그 이상의 의미였다. 대소변을 혼자서 가리고, 밥이 있는 곳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노부부가 감당할 수 있는 돌봄의 한계치이기도 했다. 허씨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밥 먹자”고 큰아들을 불렀다. 큰아들은 기우뚱하더니 서지 못하고 엎드렸다. 식탁으로 기어 오기 시작했다. 역설적이게도 그 순간 밤잠 못 이루며 끙끙댔던 고민들이 명쾌해졌다. ‘그래 같이 죽자’. 한씨는 2015년 4월 15일 집 안방에서 자던 큰아들(당시 41)의 머리를 망치로 내리쳤다. “지나고 보니 사는 게 그늘이 많았어. 안 해 본 사람은 몰라. 간병이라는 게 매스컴에 나오는 그런 것과는 많이 달라.” 유난히 태양이 뜨겁던 지난 7월 31일, 허씨를 서울 그의 집 앞에서 마주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3년이 흘렀지만, 세상과 등진 그의 삶이 달라진 건 크게 없어 보였다. “이젠 눈에 보이지 않잖아. 노력도 많이 했고…. 지나간 일이니까”라며 애써 태연했다. 긴 설득 끝에 그의 집 앞에서 지난 삶에 대해 들었다. 아내는 강남구의 한 빌딩에 청소일을 하러 갔고, 작은아들은 결혼 후 따로 살고 있어 때마침 그는 혼자였다. 허씨는 이미 끝난 일이라며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한편으로 여지는 남겼다. 노인의 얼굴에 쓴웃음이 내려앉았다. “그래. 그때 예감했어. 차라리 죽었어야 했어.” 큰아들은 아내가 임신한 지 9개월째 되는 날 태어났다. 수술할 돈이 없어 산파에게 부탁했다. 어렵사리 아이는 엄마의 자궁 밖으로 나왔지만, 한동안 숨을 쉬지 못했다. 산파는 도망갔고, 아내가 급한 맘에 아이의 발을 잡고 들어 올려 엉덩이를 때렸다. 기적처럼 큰아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어렵게 살아났지만 아이는 약했다. 갑자기 숨을 쉬지 않는 등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겼다. 다섯 살이 됐지만 서지 못했다. 다운증후군, 지적장애 1급이라고 했다. “요즘 눈으로 생각해 보면 장애를 둔 아이를 키우는 게 짜증 날 일도 아니잖아. 근데 사는 재미가 없었어.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지.” ●장애 아들 돌본 40여년, 살아도 산 게 아니었어허씨는 강원도 대관령에서 나고 자랐다. 25살 경기 동두천 내 미군부대에서 군생활을 했고, 전역하고 서울에 정착했다. 28살 아내와 혼인해 다음해 큰아들을 가졌다. 찢어지게 가난했다. 서울 중랑구 근처 면도칼 공장에서 일했는데, 벌이가 시원치 않았다. 가진 기술이 없으니 막노동이나 다름없었다. 없이 살았지만 큰아들의 장애가 나을 거라는 희망은 버리지 않았다. 집 근처에 장애인 특수학교가 없어 수소문 끝에 인천 부평에 있는 학교에 보냈다. 그때만 해도 먹고살기 어렵다는 이유로 적지 않은 부모들이 발달장애 아동의 교육을 포기하던 때다. 10개월쯤 지나서였을까. 특수학교를 찾아가 선생님에게 밥을 대접했다.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게 있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야속했다. “나아지는 것 없다”는 말에 작은 희망조차 사라졌다. 없는 살림에 매달 쌀 한 가마니 값을 치러 가며 학교를 보냈지만, 그럴 이유도 사라졌다. ‘발달장애는 질병과 달리 낫지 않는다’, 이 사실을 모르는 부모는 없다. 머리는 알지만, 가슴은 이해할 수 없었다. 첫 겨울방학을 기점으로 아이는 집으로 돌아왔다. 첫째가 잘하는 건 집에서 텔레비전 보기였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텔레비전을 틀어 주면 온종일 봤다. 말은 대충 알아들었고, 간신히 걸어 똥오줌은 가렸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아이가 흘린 김칫국물을 닦고, 국물이 묻은 옷을 벗기고, 발버둥 치는 몸을 씻기는 일은 40여년을 해도 즐겁지 않았다. 큰아들을 돌보느라 나들이 한 번 제대로 가 본 적 없었다. 아이를 돌봐야 하니 일을 마치고 퇴근해도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다. 큰아들이 어렸을 땐 집에 놀러 오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이가 성인이 되고 나선 이웃도, 친구도 모두 사라졌다. “또래들이 태권도복 입고 태권도장 가는 모습을 보잖아요. 우리 아이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찔찔찔 하는데, 사람 눈 뒤집히지. 행복할 수가 있나.” 우울증이 찾아왔다. 술만 마시면 눈물을 흘리며 비관했다. 남들한테 추한 꼴을 보이기 싫어 술도 담배도 끊었다. 이게 벌써 수십년 전이다. 언제나 단정하게 보이려고 했지만, 남들은 늘 추하게만 보는 것 같았다. 사실 큰아들 밥 차려 주고 거두는 건 힘들지 않았다. 그냥 큰아들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공원에 가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얘기의 끝은 늘 아들, 딸, 며느리 얘기였다. 그럴 때마다 할 얘기가 없어서 소심해졌다. 5살 터울인 작은아들에게도 형은 굴레였다. 장애를 둔 형 때문에 파혼을 당하기도 했다. 부모가 죽고 없으면 형을 돌볼 수 있는 가족은 동생뿐이지 않냐며 상대편 부모가 반대했다. 부모의 마음은 미어졌다. “부모들 모임도 여유 있는 사람들이나 가는 거야.” 그는 인터뷰 도중 자주 엄지와 검지를 말아 쥐었다. 돈을 뜻하는 손짓이었다. 결국 돌보는 노동에서 벗어나고자 아이를 센터에 보내는 것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경제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허씨 내외는 경제적으로 늘 허덕였다. 맞벌이를 해 봐야 시원치 않았다. 아내는 아이를 낳고 빌딩 청소일을 해 왔고, 허씨는 여러 공장을 전전하다가 60세에 환경미화원을 끝으로 은퇴했다. 이후 빌딩 경비 일도 했지만, 2교대 근무 탓에 큰아들을 돌봐 줄 사람이 없어 금방 그만뒀다. “밥 먹다가 숟가락을 딱 떨어뜨렸어.” 그 사건이 발생하기 약 1년 전 허씨는 뇌출혈 선고를 받았다. 식사를 하다가 손에 힘이 없어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었더니 뇌경색이 발견됐다. 이미 고혈압과 협심증, 류머티즘 관절염, 척추 디스크, 수면장애 등을 앓고 있었지만 뇌출혈은 느낌이 달랐다. 곧 죽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큰아들은 누가 돌봐야 할지 걱정부터 앞섰다. 잘못된 생각이 들었다. 큰아들과 함께 죽는 게 모두를 위해 최선이 아닐까 하는 믿음도 생겼다. 고민이 깊어질 무렵, 걷지 못하는 아들의 모습을 봤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팽팽하던 긴장의 사슬은 톡 끊어졌다. “아들을 망치로 내리쳤소. 규남이는 내가 데리고 갑니다. 정선희 당신을 만나 한평생 잘 지냈소. 규남이에겐 입이 열개여도 할 말이 없소이다.”(유서 전문) 2015년 4월 15일 새벽 6시쯤, 아내가 일을 나간 것을 확인하고 망치로 아들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회한이 몰아치기 전에 유서를 썼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수면제 수십알을 들이켰다. 정신을 잃기 전에 아파트 복도 밖으로 뛰어내리려고 했다. 중간쯤 갔을까. 허씨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렇게 질긴 목숨은 끝나지 않았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가 남편을 발견했고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다. 허씨는 3일간 혼수상태를 오갔지만, 끝내 깨어났다.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다만 5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법원은 허씨가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을 수십년간 정성 들여 보살펴 온 점을 인정했다. 고령이고 지병이 있고, 남은 가족을 생각해 맏아들을 살해했다는 점 등도 참작했다. 그는 돈 때문에 큰아들을 마음껏 못 가르친 게 한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많지 않지만 월 1만~2만원씩 발달장애 아동 단체에 기부금을 낸다. “내가 어려움을 겪어 봤으니까. 그런 애들 불쌍하잖아…. 집사람이 일을 그만두면 이나마 못 하겠죠.”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탐사기획부 유영규 부장, 임주형·이성원·신융아·이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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