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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잼 사이언스] 혀 밑에 녹여 먹는 코로나 19 백신 나올까? (연구)

    [핵잼 사이언스] 혀 밑에 녹여 먹는 코로나 19 백신 나올까? (연구)

    설하정 (sublingual table)은 혀 밑에 녹여 먹는 알약으로 일반적인 알약보다 복용이 편하고 효과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갑자기 흉통이 발생한 협심증 환자에서 빠른 효과를 발휘하는 니트로글리세린 설하정이 대표적이다. 설하정은 소화기관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위산이나 소화액에 약한 약물도 투여가 가능하고 연하장애가 있거나 구역질이 심해 알약을 삼키기 힘든 환자에게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모든 약물이 혀 밑의 점막을 통해 잘 흡수되진 않기 때문에 일부 약물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백신에 사용되는 항원 단백질이나 바이러스 벡터는 쉽게 흡수되지 않는다. 미네소타 대학의 연구팀은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단백질을 쉽게 투여할 수 있는 설하정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 연구팀이 개발한 설하정은 카르복시메틸 셀루로스 (carboxymethyl cellulose, CMC) 소재와 해조류에서 추출한 물질인 알지네이트 (alginate)라는 두 가지 물질로 되어 있다. CMC는 식품 첨가제로도 사용되며 점성이 있어 혀 밑 점막에 달라붙을 수 있다. 약물이나 단백질이 혀 밑 점막에 흡수되기 위해서는 우선 점막에 달라붙어야 하는 데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알지네이트는 상온에서 단백질을 안정적으로 보호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설하정은 단순한 구조이지만, 쥐를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 점막에 단단히 달라붙어 효과적으로 단백질을 전달했다. 이번 연구에 사용한 바이러스 단백질은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 (HIV)의 파편이지만, 연구팀은 코로나 19를 일으키는 SARS-CoV-2의 항원 단백질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참고로 현재 승인된 백신 가운데 노바백스 코로나 19 백신이 단백질 재조합 방식을 사용한다. 연구팀은 단백질 이외에 RNA/DNA 같은 다른 물질도 투여할 수 있는지 연구할 계획이다.  현재 나와 있는 코로나 19 백신은 대부분은 주사제 형태로 내장 및 냉동 보관이 필요하다.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선진국에서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일부 개도국에서는 접종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만약 설하정 형태의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면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국가에서도 쉽게 접종률을 높일 수 있다.  다만 혀 밑에 녹여 먹는 백신이 개발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단백질은 위산과 소화효소에 약하기 때문에 설하정 형태가 더 이상적이긴 하나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데 충분한 항원이 흡수될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물론 생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개발이 가능하다면 개도국에서 백신 접종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어 앞으로 연구 결과가 주목된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호주에 쥐가 얼마나 많으면…민물고기 입속에서 쥐 대거 나와

    호주에 쥐가 얼마나 많으면…민물고기 입속에서 쥐 대거 나와

    호주 남동부 지역에서 낚시로 잡은 커다란 민물고기 입속에 방금 전 집어삼킨 것으로 보이는 쥐가 열 마리나 들어있는 모습이 공개돼 현재 이곳에 쥐가 얼마나 많은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데일리메일 호주판 2일자 보도에 따르면, 뉴사우스웨일스주 더보에 사는 낚시꾼 애런 그레이엄은 얼마 전 지역 매쿼리강에서 낚시를 하다가 몸길이 80㎝에 달하는 민물 대구인 머리 코드(Murray cod·학명 Maccullochella peelii)를 낚았다.그레이엄은 “기존에 잡히던 머리 코드의 몸길이는 보통 40~55㎝이지만, 최근 호주 남동부에서 쥐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이들 물고기의 크기 역시 2배로 커졌다”고 말했다. 이는 물고기가 한번에 몇백 마리의 쥐가 먹이를 찾기 위해 강을 헤엄쳐 건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레이엄은 물에 빠져 죽는 쥐들로부터 나는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낚시에 성공하자마자 물고기 속에 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고 말했다. 그레이엄에 따르면, 올해 머리 코드의 평균 몸길이는 65~70㎝로 기존보다 더 크고 뚱뚱하다. 그는 자신이 물에서 낚는 머리 코드의 수 역시 급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하루 평균 20마리를 잡고 있는데 이전에는 하루 5~10마리가 정상이었다”면서 “어떤 날에는 42마리를 잡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평생 이 강에서 낚시를 해왔지만 이렇게 잘잡히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쥐들이 강을 헤엄쳐 건너는 현상이 워낙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어 쥐들이 물을 건너는 움직임을 흉내내 물고기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머리 코드는 쥐 때문에 멸종할 우려가 있다. 왜냐하면 쥐를 잡기 위한 대책으로 쥐약을 살포했을 때 그 영향이 쥐를 잡아먹는 이들 물고기에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한편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는 지난 8개월간 지역 사회로부터 쥐떼 창궐을 종식시키기 위한 압박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고독성 쥐약인 브로마디올론을 5000ℓ 정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이 쥐약은 현재 호주에서 농업용 사용이 금지돼 있지만, 호주 작물보호제∙동물약품관리청(APVMA)이 사용을 승인하면 주정부는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호주 농무부는 이번 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5000만 호주달러 규모의 정부 대책 일부분으로 이런 조치를 발표하면서도 이 쥐약은 피해 전역에 쥐를 살상하기 위해 네이팜탄을 쏘는 것과 맞먹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독극물은 주거 환경에서 사용을 승인한 퍼스 전역의 올빼미와 뱀 같은 포식자들로부터 높은 수준으로 검출됐다고 에디스코완대 연구진은 지적한 바 있다. 연구를 이끈 에디스코완대의 로버트 데이비스 박사는 “브로마디올론의 승인은 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다. 잠재적으로는 먹이사슬 전체까지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면서 “이 쥐약을 도입하면 다음 번 쥐떼 창궐에는 피해가 훨씬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빼미와 솔개, 뱀 그리고 큰도마뱀과 같은 상위 포식자가 사라지면 자연의 유해조수 구제 능력 역시 모두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지 농부들은 현재 브로마디올론의 대체 쥐약인 인산아연을 사용해 쥐를 박멸하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주 정부에 재정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스 박사 역시 “두 쥐약 중에서는 인산아연이 더 낫다는 데 동의한다. 브로마디올론 사용을 승인하는 나라는 서방 세계에는 아마 없을 것”이라면서 “만일 APVMA의 승인이 떨어지면 호주에서 브로마디올론 사용이 허가되는 사례는 2016년 이후 처음이 된다”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2030 세대] 별점 테러와 평가라는 권력을 쥔 사람들/김영준 작가

    [2030 세대] 별점 테러와 평가라는 권력을 쥔 사람들/김영준 작가

    별점 테러가 이슈다. 배달앱 등에서 업체에 과도한 요구를 하고선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별점을 최하점으로 주는 행위다. 이것뿐만 아니라 귀책 사유가 본인에게 있음에도 그 책임을 본인이 져야 한다는 이유로 별점 테러를 하는 경우도 있고, 없는 문제를 만들어 뒤집어씌우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가 매우 흔하다는 게 진짜 문제다. 별점 평가란 게 무엇일까? 음식점이라면 가격과 맛 등을 고려해 그 가게의 가치를 별점이라는 지표로 매기는 것이고 영화 또한 연출, 시나리오, 메시지 등을 고려해 그 영화의 가치를 별점으로 따지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별점 평가는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도 매우 유용한 도움을 주는 좋은 점이 존재한다. 사람들이 이를 악용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는 말이다. 내가 내리는 별점 평가가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평가자는 그 자체로 권력을 쥐게 된다. 사람들 또한 자신이 이 알량한 권력을 쥐고 남을 흔들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이 점이 문제가 된다. 평점을 무기 삼아 사익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많으니 말이다. ‘서비스 잘 주면 별점 잘 드릴게요’는 평점이란 권력으로 횡포를 부리는 대표적인 사례다. 평점 잘 받고 싶으면 내 요구를 수용하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이건 갑질이 아니라 소비자의 정당한 요구이며, 나는 남들보다 똑똑한 소비자일 뿐이다’라는 사고 논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여지없이 악평과 함께 평점으로 보복이 가해진다는 점에서 별점 평가를 권력으로 악용했다는 것이 명확해질 뿐이다. 별점 평가는 더 나아가 상대방이 나의 기분과 비위를 맞추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나쁘게 변하고 있다. 내 잘못이 있지만 기분이 나쁘니까 1점, 나를 기분 나쁘게 만들었으니까 1점. 이는 더 나아가 내 생각과 다르고 내 기분을 나쁘게 만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이 별점 테러를 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 되게 했다. 즉 내 생각과 기분에 반하는 행위자를 응징하기 위한 ‘정당한’ 권력 행위로 변질된 것이다. 별점 테러는 책임감 없는 인간에게 아주 작은 권력이라도 쥐어지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잘 보여 준다.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은 소비자에게 이러한 권력을 쥐여 준 플랫폼들이 이런 문제를 거의 방관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별점 평가가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손쉬운 시스템이고 장점이 많다는 것도 알지만 이를 악용하는 블랙컨슈머를 방치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크다. 현재 서비스 산업 종사자의 비율은 70%를 넘긴 지 오래다. 평점이란 권력의 악용이 늘어날수록 70%가 넘는 사람들이 더 큰 고통에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해악도 더욱 커질 것이다. 평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무기가 된 평가를 과연 평가라 할 수 있는가?
  • “전투 지휘하게, 장수에 총칼 쥐여주자”

    “전투 지휘하게, 장수에 총칼 쥐여주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4대그룹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특별사면 요구에 “고충을 이해한다”며 다소 변화된 입장을 보이자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보조를 맞춘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앞서 일부 의원들이 주장한 사면 요구가 ‘개인 의견’으로 여겨졌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긍정적” “그게 법치냐” 대권주자 입장 차 지난달 4일 가장 먼저 사면론을 꺼냈던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3일 페이스북에 “장수가 전투의 한복판에서 현장 지휘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총과 칼을 쥐여 주자”며 이 부회장의 사면을 재차 촉구했다. 친문(친문재인) 의원들도 일제히 문 대통령의 고심에 힘을 실었다. 전재수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 70%가 찬성하는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보이며, 대통령이 전적으로 결정할 문제로 말씀해 온 그런 ‘뉘앙스’대로 진행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윤건영 의원도 “충분히 고심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宋 “대통령 권한… 종합 의견 물밑 교환” 대권 주자들의 입장은 엇갈린다. 이광재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002년 삼성의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을 사과한 뒤 “삼성이 사회적 책임과 과거와의 단절이라는 자기 책임을 다하는 것을 전제로 사면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박용진 의원은 “돈과 ‘빽’, 힘 있는 사람들은 맨날 사면 대상 1순위에 오른다”며 “그게 법치주의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이 부회장이 그간 두 차례 수감됐을 때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지거나 필요한 투자를 못 했냐”며 “대선에서 손해 봐도 어쩔 수 없다. 동의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송영길 대표와 지도부는 민심 변화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송 대표 측은 “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 당이 따로 논의할 문제는 아니지만, 종합적 의견을 물밑에서 교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서울광장] 586 아재 권력, ‘이준석의 맛’ 어떠신가/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586 아재 권력, ‘이준석의 맛’ 어떠신가/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이준석을 놓고 누구는 돌풍이라 하고 누구는 현상이라 한다. 돌풍이 지나가면 깨진 장독이나 수습하면 그만이다. 현상은 다르다. 달라지지 않을 것 같던 사회 인식의 토양에 변화 기제로 작동한다. 서른여섯 살의 보수당 대표가 나올지 모르는 한국 정당사의 이변. 지금 누구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야 할까. 아들뻘, 조카뻘한테 밀리는 주호영, 나경원 같은 야당 중진? 재등판 타이밍을 찾던 아스팔트 보수? 천만에. 뒤통수 뜨끔할 쪽은 여당의 586 핵심부다. 보수 판갈이나 하라고 이준석 신드롬이 만들어진 게 아니다. 청년층의 분노와 각성의 결과만은 더더욱 아니다. 보수에 환멸을 느꼈던 사람들은 이준석이 누군지 그동안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의 신상을 역주행하면서 관심을 몰아주는 이유는 간단하다. 낡고 늙어 병든 보수판의 물갈이는 지렛대일 뿐. 최종 목표는 정책 능력과 비전에 낙제점을 받은 집권당의 기득권을 꺾어 보라는 것. 이준석의 용도는 당구의 스리쿠션 같은 것이다. 재보궐선거가 끝나고 이준석은 20대 남성 표심을 놓고 페미 논쟁을 벌였다. 신문 지상에서 투고 형식의 공개 논쟁을 주고받은 상대는 파워 논객 진중권. 어느 주장이 합당한지 이 대목에선 중요치 않다. 진중권과의 논리전을 감당하는 맷집만으로도 사람들 눈에는 진풍경. 윤희숙 의원이 나섰다. 지적 콘텐츠가 내장된 ‘희귀종’ 초선인 그가 “논쟁이 더 구체적이고 건설적이었으면 좋겠다”는 페이스북 글로 중재했다. 그게 뭐라고, 고작 그 정도의 풍경에도 사람들 마음이 흔들린다. 어쩌다 이 지경일까. 진영 이익이나 프레임 논리와 무관한 상식선의 가치 논쟁을 정치권에서 못 본 지 백만 년이다. 집권당 주변에서는 근원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됐다. 원팀의 강요 아래 한목소리를 내지 않는 내부자는 무슨 수를 써서든 도태시키면 그만이다. 외부자라면 좌표를 찍어 벌떼 공격으로 입을 막는다. 비판과 비난을 분간할 생각이 없는 이들에게 논쟁은 의미가 없다. 토론하고 설득할 일이 없으니 사고의 근력을 키울 필요가 없다. 사고의 근력이 없으니 논쟁 능력은 점점 퇴화한다. 여당의 정책 논의에서 지적 자극을 받아 볼 수 없는 이유다. 셀프 특혜 논란을 일으킨 민주유공자예우법을 보자. 범여권 의원 73명의 공동발의를 대표했던 설훈 의원은 운동권 좌장이다. 법안 추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비판이 거세자 사흘도 안 돼 자진 철회했다. 반박은커녕 해명 한마디 못 했다. 왜 그 법안이 필요했는지 기본 논거조차 못 밝히고 자신들의 상징 자본을 조롱거리로 추락시켰다. 내부 쓴소리에 논리정연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보인 적은 물론 없다. 조국 사태 이후 권력 독주를 지적해 온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급기야 “한국 민주주의 위기는 촛불 ‘시위’에서 시작됐다”고 진단한다. 민주주의가 퇴보한 결과론으로 볼 때 촛불이 ‘혁명’이라는 정권의 규정은 틀렸다는 것이다. 반박 근거를 찾기도 어렵겠거니와 “노”라고 공개 강변할 수 있을 지적 담지자가 보이지 않는다. “제대로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실제로 돈 버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도 모르는 민주건달”(진보 지식인 홍세화)이라는 비판에도 마찬가지. 강성 문파들의 대리 공격이 거셌을 뿐 정작 당사자들은 입을 닫았다. 여권 운동권이 무능해 보이는 것은 잇따른 정책 실패 때문만이 아니다. 진보 철학자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가 최근의 저술에서 짚었다. “불행하게도 그들은 공부를 하지 않았고, 1980년대 초반 논리에서 진화하지 않았다. 이념에 갇히면 사고력이 현저히 떨어지는데, 사고력 저하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것 같다.” 여당이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주택담보대출 70%를 적용하겠다는 방안을 또 내놨다. 대출 가능한 액수는 최대 4억원.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이 11억원이 넘는데, 현금 7억원은 쥐고 있어야 무주택자가 서울 집을 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제 손으로 땀 흘려 한푼 두푼 모아 본 적 없는”(댓글의 단골 비판) 여권 핵심 세력의 현실감 부족은 이런 식으로 민심을 실망시킨다. 이준석 현상은 ‘단독자 이준석’의 품질에 주목한 것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전문 분야의 정책 논쟁이 가능한 윤희숙, 편가르기 퇴행 언어 없이도 대화가 될 법한 70년대생 김웅·김은혜 의원 같은 이들이 화학작용한 결과다. 최진석 교수는 “민주화 다음 단계는 질문하는 능력이 필수”라고 썼다. 586 권력이 “할 일이 남았다”며 버텨 봤자 밀려오는 이준석들을 감당할 수 없다. 이준석은 지금 민주당의 문제다. sjh@seoul.co.kr
  •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케이트 윈즐릿은 왜 자동차 트렁크에 들어갔을까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케이트 윈즐릿은 왜 자동차 트렁크에 들어갔을까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서 거대한 작품의 설치를 두고 주민들 사이에 논란이 일었다. 이 작품은 20세기 중반 최고 인기를 누렸던 배우 매릴린 먼로가 1955년에 출연한 영화 ‘7년 만의 외출’에 등장한 장면을 7m가 훌쩍 넘는 조각으로 묘사한 것으로, 팜스프링스미술관 앞 도로변에 설치될 예정이다. 여주인공이 치마를 입고 지하철 환기구 위에 서 있다가 올라오는 바람에 치마가 들리는 이 모습은 매릴린 먼로의 영화를 본 적이 없는 세대도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한 20세기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적 이미지 중 하나다. 그런데 이 장면을 묘사한 매릴린 먼로의 동상은 이게 처음은 아니다. 시카고를 비롯해 다른 장소에도 이미 존재하는 이 동상이 이번에 논란이 된 이유는 “지금은 2021년이기 때문”이다. 성폭력적 행동, 여성 비하적 묘사, 인종차별적 표현 등 과거에는 당연시되던 많은 것이 더는 용인되지 않는 거대한 문화적 변동의 한가운데 있는데, 그 밑을 지나는 관객들이 여성의 치마 속을 훔쳐보는 소위 ‘업스커트’를 유발하도록 고안된 동상을 2021년에 더 만들어야 하느냐는 것이 이 동상 설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이 동상 때문에 ‘매릴린도 피해자’라는 ‘#MeTooMarilyn’(미투 매릴린)이라는 해시태그도 생겨났다.●영화계, 여배우에 대한 차별·폭력 여전 매릴린 먼로의 동상 논란은 단순히 한 작품의 적절성 문제를 넘어 영화사에서 여배우들이 겪어 온 성적 대상화와 주체성과 자기 결정권을 상실한 객체화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흔히 듣게 되는 말이 “영화란 게 원래 관객의 성적 욕망에 의존하는 산업 아니냐”거나, “여자 배우들이 그걸 모르고 영화를 하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 논리는 20세기 중반 이후 여성들이 가정주부라는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직업을 갖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왔다. 심지어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넉넉한 집안의 “정숙한 여성”은 직업을 갖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 취직한 여성들은 남성들의 ‘가벼운’ 성추행 대상이 되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요즘 남자 직원이 직장의 동료를 성추행한 후에 “여자들이 그걸 모르고 회사에 다니겠냐”고 반문한다면 어떻게 들리겠는가. 그런데 똑같은 말을 여배우들에게는 해도 될까. 영화계에서 일하는 여배우를 보는 사회의 시선이 이런 식이기 때문에 여배우들이 받는 차별과 폭력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올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은 수상 소감에서 자신을 영화계에 입문시켜 준 고(故) 김기영 감독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런데 윤여정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 감독과 ‘열심히 싸웠던’ 일을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영화) ‘충녀’ 때 저만 빼고 감독님과 모든 스태프가 미리 계획을 짰더군요. 처음엔 그냥 침대에 누워 있는 장면이라고만 했어요. 그런데 조금 뒤 시트 밖으로 옷이 비치니 벗고 누우라는 거예요. 그 뒤에 느닷없이 쥐떼가 떨어진 거죠. 몸에 쥐가 달라붙는데 벗고 있다는 게 생각이 났겠어요? 정신을 놓고 난리가 났죠. 감독님이 귀여운 데가 있으세요. 집에 그 필름을 들고 오셔서 미스 윤 마음대로 하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그게 병 주고 약 주는 것 같아 또 싸웠죠(웃음).” 옷 벗기를 원치 않는 어린 여배우의 노출 장면을 찍고자 50대 남자 감독과 남성 스태프들이 짜고 거짓말을 했고, 여배우에게는 알리지 않은 쥐를 떨어뜨려서 나체를 찍었다는 얘기다. 김 감독은 일단 그렇게 여배우의 몸을 도둑 촬영한 후에 “미스 윤 마음대로 하라”고 했단다. 많은 돈이 투자된 영화의 성공이 달려 있는 상황에서 어린 여배우에게 “마음대로 하라”는 말은 한마디로 영화를 위해 네가 희생하라는 압력임을 모르는 사람은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감독과 스태프가 짜고 여배우 속이기도 하지만 이건 1970년대 한국 영화계의 상황만이 아니다. 1992년에 나온 할리우드 영화 ‘원초적 본능’(Basic Instinct)은 여주인공 샤론 스톤의 성기가 드러나는 충격적인 노출신으로 큰 화제가 됐다. 영화를 감독한 파울 페르후번은 주인공이 그 장면에서 속옷을 입지 않았다는 설정에 맞게 찍어야 하는데 샤론 스톤이 입은 속옷이 흰옷 밖으로 비치기 때문에 그냥 벗고 찍는 게 좋겠다는 (김기영 감독과 똑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샤론 스톤은 카메라에는 민감한 부위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감독의 말만 듣고 촬영에 임했는데, 편집이 끝난 뒤 시사회를 보다가 자신의 성기가 정면으로 화면에 등장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분노한 샤론 스톤은 페르후번에게 항의했지만 결국 그 장면을 영화에 포함시키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여배우를 속여서 원하지 않는 장면을 촬영한 후 윽박과 설득으로 뒷수습을 하는 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대를 막론하고 당연시됐던 거다. 샤론 스톤은 회고록에서 가슴 성형을 했을 때 이야기도 했다. 마취에서 깨어 보니 자신이 원했던 크기보다 더 크게 됐길래 의사에게 따졌다. 그랬더니 “내 생각에는 좀더 큰 게 좋을 것 같아 그렇게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여배우는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도 없는 것이다. 이런 예는 얼마든지 있다. 역시 충격적인 노출신과 성행위 묘사로 유명한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김 감독이 윤여정을 속여 노출신을 찍은 ‘충녀’와 같은 해인 1972년에 나온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여주인공을 맡았던 마리아 슈나이더는 당시 19세였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남주인공 말런 브랜도가 슈나이더를 힘으로 제압하고 강제로 성행위를 하는 장면에서 30대의 남자 감독과 40대의 남자 배우는 대본에 없던 버터를 이용해 배우가 놀라는 표정을 찍기로 몰래 계획을 세웠다. 어린 여성이 정말로 수치심을 느끼고 우는 장면을 건지자는 것이었다. 김 감독이 윤여정 모르게 스태프들과 짜고 쥐를 준비한 것과 똑같은 상황이었다. 여배우는 자신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노출 장면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원하는 경우에만, 그리고 원하는 수준까지만 해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의 영화 문화에서 여배우들은 대개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상태로 노출신 촬영에 들어간다. 경험 많은 남자 감독과 스태프들이 공모해 현장에서 대본에 없는 요구를 하는 식으로 압력을 넣고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면 대부분의 여배우는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여배우가 너밖에 없는 줄 아느냐”는 말은 페르후번 감독만 사용한 말이 아니다. ●케이트 윈즐릿, 18세 데뷔 때 똑같은 경험 미투운동의 직격탄을 맞은 할리우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촬영장에 여배우를 위한 성행위 코치를 두기 시작했다. 어린 여성이 직접 항의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영화판을 잘 아는 (대개는 나이가 더 많은) 여성이 민감한 촬영을 할 때 배우 곁을 떠나지 않고, 감독이 요구하는 내용이 대본과 다르면 배우 대신 거부하고, 촬영 중간중간에 배우가 보이지 않는 압력과 불편함을 겪지 않는지 살펴 주는 ‘힘 있는 큰 언니’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영화 스튜디오가 그런 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명 배우 케이트 윈즐릿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같은 영화에 출연한 18세의 여배우가 한밤중에 차 안에서 성행위 장면을 촬영하게 되자 자신의 촬영이 끝났음에도 어린 여배우 옆에 남기로 했다는 거다. 촬영기사와 감독 모두 훌륭하고 믿을 만한 사람들이었지만, 그래도 그들은 남자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메라에 잡히지 않고 여배우 옆에 머물기 위해 차의 트렁크에 들어가서 촬영하는 내내 “혹시 불편하지 않으냐”는 말을 계속 건네며 ‘너의 편이 여기 있다’는 걸 상기시켰다고 한다. 그런데 윈즐릿은 왜 그렇게 자주 말을 건넸을까. 이 상황은 힘 있는 남성들이 많은 환경에서 여성이 겪는 아주 전형적인 상황이다. 미투운동에 불만을 가진 남자들이 흔히 “왜 싫으면 싫다고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지만, 여성이 겪는 사회적 압력은 너무나 미묘해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먼저 “나는 이거 싫다”고 말하기 힘들다. 하지만 누가 옆에서 “너 혹시 이거 싫지 않아?”라고 물어봐 주면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훨씬 쉬워진다. 윈즐릿이 이렇게 나서서 어린 여배우들을 보호하는 이유는 자기도 18세에 영화에 처음 출연하면서 똑같은 일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자 감독과 스태프들 사이에서 압력을 받으면서 누군가 도와줬으면 했던 경험이 지금의 ‘힘 있는 큰 언니’ 역할을 자임하게 만든 것이다. 나는 윤여정이 김 감독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1972년에 윤여정이 겪은 일은 미화돼서도, 반복돼서도 안 된다. 영화판이 아니라 그 어디에서도 여성이 무언의 압력 때문에 ‘노’를 하지 못했다고 항의할 자격을 의심받아서도 안 된다. 여성이 자신의 장래를 쥐고 있는 남성들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줘야 하고, 그러고도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불평등한 구도는 우리가 끝내야 한다. 코드미디어 디렉터
  • 파국 알리는 벨소리… 무대 위 더 실감나네

    파국 알리는 벨소리… 무대 위 더 실감나네

    동명 영화를 무대로… 110분 웃음폭탄부부 동반 모임서 휴대전화 공개 게임인물들 얽히고설킨 감정 한눈에 보여불편한 진실이 하나씩 벗겨질 때마다폭소 터졌다가도 복잡한 심리전 공감“그럼, 우리 게임 한 번 해 볼까?” 이 제안이 어떤 파국을 불러오는지, 이미 사람들은 알고 있다. 휴대전화 속 비밀들이 밖으로 나오는 순간 어떤 민망한 참사가 일어나는지. 아니, 어쩌면 알고 있기에 등골이 더 서늘해진다. 연극 ‘완벽한 타인’은 이미 본 장면이라도 다시 손에 땀을 쥐게 되는 영화처럼 여전히 스릴 있고, 무대에서 어떻게 그려내는지를 기대하는 재미까지 더해 110분을 웃음으로 가득 채운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완벽한 타인’은 이탈리아 출신 파올로 제노베제 감독의 동명 영화(2016)를 무대로 옮겼다. 이탈리아 박스오피스에서 흥행한 것은 물론 이탈리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다비드 디 도나텔로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개봉 3년 만에 전 세계 18개국에서 다시 만들어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영화’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2018년 리메이크 영화로 개봉해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연극은 원작 영화대로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했지만, 내용은 국내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신과 의사인 에바와 성형외과 의사인 로코 부부가 절친한 친구 커플들을 집에 초대한 뒤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서로의 휴대전화 속 내용을 모두 공유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대로 무대에서 펼친다. 에바와 로코의 집으로 꾸민 무대는 세련되면서도 긴장감을 유발한다. 7명이 무대 앞에 놓인 긴 탁자에 일렬로 앉아 객석과 마주하며 쉴 새 없이 티키타카를 주고받는 자체도 큰 재미다. 문자나 전화가 올 때 벽면 스크린에 알림음과 메시지가 뜨는 것도 이색적이다. 특히 현관, 발코니, 화장실 등 분리된 공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인물별로 클로즈업을 해 보여 주는 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쾌감이 있다. 상황별로 다른 공간에 흩어진 모든 인물의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으로 얽히고설킨 감정을 한자리에서 읽을 수 있는 건 무대라서 가능하다. 남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가면과 나만 알고 싶은 진짜 모습이 하나씩 벗겨질 때마다 이어지는 무대 위 웃픈 상황에 한껏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복잡한 심리전에 공감하고야 만다. 엄청난 비밀을 숨기는 건 아니어도, 누구나 공간에 따라 달라지는 페르소나를 지닌 만큼 배우들의 표정과 대사 하나도 내 것처럼 함께 웃고 안타까워하며 빠져든다. 인터미션 없는 110분이 그야말로 순식간에 지나간다. 연극 ‘생쥐와 인간’, ‘뜨거운 여름’,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등으로 따뜻하고도 유쾌한 작품을 선보인 민준호 연출이 섬세하고 짜임새 있게 꾸린 극에 이시언, 양경원, 유연, 장희진, 박소진, 임세미, 정연, 김재범, 임철수, 김설진, 박은석 등 스타배우 15인이 총출동해 재치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남혐 논란’ GS리테일 관련 직원 징계… 조윤성 편의점 사업부장은 겸직 해제

    ‘남혐 논란’ GS리테일 관련 직원 징계… 조윤성 편의점 사업부장은 겸직 해제

    GS25 홍보 ‘집게손 포스터’ 파장 책임조 사장 7월부터 플랫폼 BU장만 맡기로업계 “과도한 징계성 인사조치” 지적도GS리테일이 ‘남성 혐오’ 논란이 불거진 홍보 포스터 디자이너를 결국 징계했다. 31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은 포스터를 제작한 디자이너를 징계하고 담당 마케팅 팀장을 보직에서 해임했다. 조윤성 GS리테일 사장은 오는 7월 1일 정기 인사를 통해 편의점 사업부장에서 물러나고 겸직하던 GS리테일의 오프라인 사업을 총괄하는 플랫폼BU장만 맡는다. 새로운 편의점 사업부장으로는 오진석 부사장이 선임됐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정기 인사의 일부”라고 설명했지만 조 사장은 남성 혐오 논란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논란의 발단이 된 홍보 포스터에는 소시지를 잡는 ‘집게손’이 등장한다. 이 모양이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사용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당 디자이너가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저는 어떤 사상도 지지하지 않는,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을 둔 워킹맘이다. ‘남혐’을 의도한 게 아니다”고 해명했음에도 일부 남성 네티즌들 사이에서 불매운동 움직임이 사그라지지 않자 이 같은 인사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당시 조 사장은 “저를 포함한 관련자 모두 철저한 경위를 조사하고 사규에 따라 합당한 조치를 받도록 하겠다”고 사과하고 해당 포스터를 삭제했다.GS리테일 남혐 논란 이후 유통가에는 ‘집게손 금지령’이 떨어졌다. 원래 의도와 무관하게 집게손 이미지가 홍보물에 있으면 남혐 기업으로 몰려 불매운동의 타깃이 될 수 있어서다.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비비큐(BBQ)도 자사 홍보물에 비슷한 이미지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자 빠르게 삭제하고 사과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홍보물 모델이나 캐릭터는 전부 논란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주먹을 쥐고 있어야겠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GS리테일의 이번 징계성 인사를 두고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악의적 의도를 갖고 포스터를 디자인했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논란 수습에 급급해 관련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징계로 GS리테일은 스스로 남혐의 의도가 있었음을 인정한 꼴이 됐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이준석 테마주 상한가 기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이준석 테마주 상한가 기록

    국민의힘 당 대표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 관련주로 알려진 주식이 31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넥스트아이와 삼보산업은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되거나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 예고됐다. 두 회사 모두 이 후보의 아버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넥스트아이는 이 후보의 아버지가 2016~2019년 감사위원에 선임된 것으로 전해졌는데 현재는 중국 회사가 최대 주주다. 삼보산업 역시 이 후보의 아버지가 삼보산업에 편입됐던 회사의 법정관리인으로 참여했던 이력이 있다. 넥스트아이는 이날 주가가 30.00%, 삼보산업은 29.87% 상승했다. 이 외에도 이 후보가 졸업한 하버드대 출신 기업인이 대표로 일하고 있는 YBM넷, 대성창투, 태영그룹 등의 주가가 뛰었다. 이 후보는 “오늘은 히틀러 소리까지 들었다”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비판에 반발했다.박진영 민주당 전 부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중진 단일화 없으면 이준석이 되겠다”면서 “보수의 급진화는 자칫하면 극우가 된다. 이준석의 논리를 보면 사회적 약자나 소수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한국판 스킨헤드가 나올 수 있다”고 이 후보의 부상을 우려했다. 이어 “뉴라이트가 태극기라는 아스팔트 극우를 만든 것처럼 페미니즘과의 사회갈등도 최고조에 오를 거다. 전형적인 히틀러의 수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히틀러같은 파시스트는 권력을 한손에 움켜 쥐려고 한다”면서 “보통 그런 사람은 공정한 경쟁같은 것 언급 안한다. 자신이 가진 임명권이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할 생각을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또 “젊은 사람이 정치하려면 부모님 화교설은 기본이고 히틀러 소리까지 겪어야 한다”면서 “그리고 그걸 뚫고 나면 ‘장유유서’에 ‘동방예의지국’, ‘벼는 고개를 숙인다’까지 있다”고 한탄했다. 장유유서는 정세균 전 총리가 이 후보의 부상을 견제하면서 한 발언이다. 이 후보는 그걸 다 뚫어도 끝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결국 기득권의 타워를 깨야한다고 했다. 한편 이 후보는 지난 28일 예비경선에서 당 대표 지지율 41%를 받으며 1위를 차지했다. 1만원씩만 받겠다고 했던 후원금 모금도 이틀만에 한도인 1억 5000만원에 도달해 앞으로는 중앙당 후원회 쪽이나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보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리뷰] 휴대전화 울릴 때마다…알아도 재미있고 무대라 더 쫄깃한 ‘완벽한 타인’

    [리뷰] 휴대전화 울릴 때마다…알아도 재미있고 무대라 더 쫄깃한 ‘완벽한 타인’

    “그럼, 우리 게임 한 번 해 볼까?” 이 제안이 어떤 파국을 불러오는지, 이미 사람들은 알고 있다. 휴대전화 속 비밀들이 밖으로 꺼내어지는 순간 어떤 민망한 참사가 일어나는지. 아니, 어쩌면 알고 있기에 등골이 더 서늘해진다. 연극 ‘완벽한 타인’은 이미 본 장면이라도 다시 손에 땀을 쥐게 되는 영화처럼 여전히 스릴 있고, 무대에서 어떻게 그려내는지를 기대하는 재미까지 더해 110분을 웃음으로 가득 채운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완벽한 타인’은 이탈리아 출신 파올로 제노베제 감독의 동명의 영화(2016)를 무대로 옮겼다. 이탈리아 박스오피스에서 흥행한 것은 물론 이탈리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다비드 디 도나텔로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개봉 3년 만에 전 세계 18개국에서 다시 만들어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영화’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2018년 리메이크 영화로 개봉해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연극은 원작 영화대로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했지만, 내용은 국내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신과 의사인 에바와 성형외과 의사인 로코 부부가 절친한 친구 커플들을 집에 초대한 뒤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서로의 휴대전화 속 내용을 모두 공유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대로 무대에서 펼친다.에바와 로코의 집으로 꾸며진 무대는 세련되면서도 긴장감을 유발한다. 7명이 무대 앞에 놓인 긴 탁자에 일렬로 앉아 객석과 마주하며 쉴 새 없이 티키타카를 주고받는 자체도 큰 재미다. 문자나 전화가 올 때 벽면 스크린에 알림음과 메시지가 뜨는 것도 이색적이다. 특히 현관, 발코니, 화장실 등 분리된 공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인물별로 클로즈업을 해 보여 주는 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쾌감이 있다. 상황별로 다른 공간에 흩어진 모든 인물의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으로 얽히고설킨 감정을 한자리에서 읽을 수 있는 건 무대라서 가능하다. 남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가면과 나만 알고 싶은 진짜 모습이 하나씩 벗겨질 때마다 이어지는 무대 위 웃픈 상황에 한껏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복잡한 심리전에 공감하고야 만다. 엄청난 비밀을 숨기는 건 아니어도, 누구나 공간에 따라 달라지는 페르소나를 지닌 만큼 배우들의 표정과 대사 하나도 내 것처럼 함께 웃고 안타까워하며 빠져든다. 인터미션 없는 110분이 그야말로 순식간에 지나간다. 연극 ‘생쥐와 인간’, ‘뜨거운 여름’,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등으로 따뜻하고도 유쾌한 작품을 선보인 민준호 연출이 섬세하고 짜임새 있게 꾸린 극에 이시언, 양경원, 유연, 장희진, 박소진, 임세미, 정연, 김재범, 임철수, 김설진, 박은석 등 최근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며 인기를 얻은 스타배우 15인이 총출동해 재치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스라엘이 열하루 공습 퍼붓고도 못 잡은 ‘목숨이 아홉 달린 고양이’

    이스라엘이 열하루 공습 퍼붓고도 못 잡은 ‘목숨이 아홉 달린 고양이’

    목숨이 아홉 개나 달려 있는 고양이는 이번에도 살아남았다. 가자지구를 장악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가장 끈질기고 용감무쌍한 전사로 여겨지는 무함마드 데이프(56) 얘기다. 지난 7년 동안 쥐죽은 듯 숨어 있던 그는 이달초 이스라엘 당국이 하마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는 음성 메시지를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10일부터 21일까지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의 무력 충돌 포연 속에 스크래치 소음이 잔뜩 묻어나는 그의 메시지는 묻히고 말았다. 무력충돌의 와중에 가자지구에서 숨진 이만 242명인데 유엔은 129명이 민간인이라고 집계했다. 이스라엘은 200명이 무장전사들이라고 주장한 반면, 하마스는 지도자 야햐 신와르를 비롯해 80명 정도만 희생됐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입장에서 반드시 제거했어야 할 데이프는 건재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 대변인 히다이 질버만은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에 “작전 내내 우리는 무함마드 데이프를 암살하려고 노력했다”고 인정했다. 다른 간부는 이번 충돌 와중에 두 차례 데이프를 살해하려 했으나 지난 20년 동안 일곱 차례 시도와 마찬가지로 실패했음을 확인했다고 영국 BBC가 31일 전했다. 중동 안보 전문가인 매튜 레빗은 이스라엘이 꼭 제거하려 했던 첫 번째 인물이 데이프였을텐데 적잖이 낙담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1965년 이집트가 점령하던 가자지구의 칸 유니스 난민수용소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무함마드 디압 이브라힘 알마스리였는데 아라비아어로 ‘손님’을 뜻하는 데이프가 더 익숙한 이름이 됐다. 어떤 성장과정을 거쳤는지는 전혀 알려진 것이 없다. 1980년대 후반 하마스가 출범할 때 가장 어린 대원으로 가입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마스의 주력 부대인 이제딘 알카삼 연대에서 군사 지도자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미국 국무부의 테러 분야 고문으로 활약했던 레빗은 데이프가 ‘엔지니어’로 통했던 폭탄 제조 전문가 예햐 아이야시와 아주 가깝게 지냈다고 말했다. 아이야시는 1990년대 초반 이스라엘의 자살폭탄 테러를 주도했다. 1996년 그가 이스라엘에 암살당하자 더 많은 버스 자폭테러가 이어졌는데 데이프가 다른 여러 인물들과 함께 지휘한 것으로 분석됐다. 데이프는 승진을 거듭해 2002년 살라 세하데의 암살 이후 하마스 군사조직 지휘권을 물려받았다. 그가 개발한 것이 하마스가 이번에 예루살렘 등의 상공에 쏘아올린 카삼 로켓이다. 주로 가자지구의 터널 속에서 발사됐는데 데이프가 생애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곳으로 추정된다. 그는 2000년대 네 차례 이스라엘의 암살 시도를 가까스로 피했다. 눈 한쪽과 팔다리 중 하나를 잃었다. 정확히 팔다리 가운데 어느 것을 잃었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2006년 하마스 조직원 집에 숨어 있다가 이스라엘 공습을 받고 중상을 입었지만 목숨을 건졌다. 퇴역한 이스라엘 장성은 그가 하마스를 이끌지 못할 것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했는데 그는 기적적으로 회복했다고 아쉬워했다. 그저 눈 하나를 잃었으니 그만이란 식으로 돌아왔다. 해서 맨앞의 별명을 얻게 됐다.2014년 이스라엘 군의 가자 작전 도중에 다섯 번째 암살 시도가 있었다. 가자 외곽 셰이크 라드완의 한 주택에 공습을 퍼부었는데 데이프의 아내 위다드와 갓난 아들의 목숨만 빼앗았다. 당시도 이스라엘은 그를 제거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건물 안에 없었다. 얼마 뒤 하마스는 데이프가 “여전히 살아 군사작전을 지휘하고 있다”고 천명했다. 이렇게 그의 목숨 줄이 긴 것은 현대 통신 수단들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덕분이라고 레빗 등은 분석했다. 그 흔한 휴대폰도 컴퓨터도 쓰지 않고 마치 아라비아 유목민처럼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번에 휴전이 선언되기 전에 고위 하마스 간부는 AP 통신에 데이프가 가자의 작전을 지휘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휴전 이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가자의 거리를 그가 지나가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며 이스라엘의 거듭된 암살 시도가 오히려 그의 가치를 높이고 가자 사람들의 존경을 사게 했다. 일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폐허가 되다시피 한 가자에서 오늘도 데이프의 이름을 연호하며 “영혼과 피를 바쳐 당신을 지켜낸다. 데이프”라고 노래를 부른다고 방송은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원주민 기숙학교 땅 밑에 어린이 시신 215구… 캐나다의 부끄러운 과거사

    원주민 기숙학교 땅 밑에 어린이 시신 215구… 캐나다의 부끄러운 과거사

    청산 대상 ‘과거사’는 주로 전범국이나 독재정권의 전유물 같지만, 신대륙 국가인 캐나다에서도 과거사 청산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나라에선 원주민 박해의 역사가 주요 청산 대상이다. 이를테면 지난 2015년 출범해 지난해 활동을 마무리 한 캐나다 진실과화해위원회(TRC)는 1870년부터 190년까지 120년 동안 약 15만명의 원주민(인디언) 자녀들이 가족과 함께 살지 못하고 기독교 운영 기숙학교로 보내졌으며 이 기숙학교에서 신체적, 성적, 정신적 학대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TRC의 최종보고서가 나온 뒤에도 인디언들을 상대로 자행한 반인륜적인 행위들이 적발되고 있다. 캐나다 전역에서 운영되던 기숙학교 중 브리티시컬럼비아에 있는 캠룹스 인디안 거주지 기숙학교 부지에서 최근 215명의 어린이 시신이 매장된 사실이 발견됐다고 CNN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세기 후반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운영된 이 기숙학교 건물 주변에 매장된 어린이들은 강제기숙생활을 하던 학생들로 추정되는데, 시신 중에는 3살짜리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학교 건물이 박물관 등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가운데 시신 매장 상황은 레이더 조사로 파악됐으며, 아직 발굴은 이뤄지지 않았다.이 학교 출신 졸업생들은 이번 발견 소식에 경악했다. 어떤 이는 “친구들이 죽고, 아무도 모르게 매장당했을 수 있다는 루머가 있었는데 그것이 진짜였다”는 반응을 보였고, 또 다른 졸업생은 “친구가 사라졌을 때마다 (가혹한 기숙학교 생활을 피해) 도망쳤다고 생각하고 기뻐했는데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 역사의 어둡고 수치스러운 장을 상기시키는 고통스러운 일이다. 이 고통스러운 소식에 관련된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피해자들을 위해) 여기에 있다”고 애도를 표시했다. 트뤼도는 앞서 지난 2019년 캠룹스 인디안 기숙학교에서 자행된 학살에 관한 조사를 수용한 뒤 “정부는 진행중인 비극을 끝내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겠다”며 살아남은 피해자 수천명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지은희도 8강에서 쓴 잔…LPGA 매치플레이 한국 모두 탈락

    지은희도 8강에서 쓴 잔…LPGA 매치플레이 한국 모두 탈락

    4년 만에 부활한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매치플레이 대회에서 한국 골퍼들이 모두 탈락의 쓴잔을 들이켰다. 지은희(35)는 30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 크리크 골프코스(파72·6804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뱅크 오브 호프 매치플레이(총상금 150만 달러) 8강전에서 중국의 펑산산에게 연장 승부 끝에 패했다. 이번 대회 출전한 한국 선수 13명 중 유일하게 8강까지 살아남았던 지은희는 이로써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지은희는 7번홀(파5)까지 1홀 차로 앞섰지만 8번홀(파3), 9번홀(파4), 11번홀(파4)을 내주며 2홀차로 끌려갔다. 12번홀(파4)과 15번홀(파4)을 따내며 균형을 맞춘 지은희는 18번홀(파5)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해 연장에 돌입했다. 연장 첫 홀(파4)에서 지은희는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린 반면 펑산산은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더니 장거리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탄성을 자아냈다. 지은희의 어프로치샷은 홀을 멀찌감치 지나가 4강 티켓은 펑산산이 쥐었다. 펑산산은 이날 8강에서 패티 타와타나낏(태국)을 제압한 조피아 포포프(독일)와 31일 4강전을 치른다. 나머지 4강 대결은 에리야 쭈타누깐(태국)과 앨리 유잉(미국)이 벌인다. 앞서 한국 선수는 지은희와 박인비(33), 신지은(29)이 조별예선을 통과해 16강에 올랐다. 지은희는 16강전에서는 신지은을 연장 끝에 이겼지만 8강에서는 연장에서 고배를 마셨다. 박인비 또한 16강전 마지막 18번홀에서 이글을 잡은 포포프에게 따라잡혀 연장에 돌입했다가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덜미를 잡혔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나도 중산층 될 수 있다…자본주의의 교활한 속임수

    나도 중산층 될 수 있다…자본주의의 교활한 속임수

    중산층은 없다/하다스 바이스 지음/문혜림·고민지 옮김/산지니/272쪽/2만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 코인에 너도나도 불나방처럼 뛰어든다. 나는 땀 흘려 일하고 겨우 월급을 손에 쥐는 데 반해 누군가는 그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손가락 몇 번만 놀려 우습게 내 연봉이 넘는 돈을 거둬 간다. 그러다 보면 마치 “당신은 그냥 지켜보고 있다가 ‘벼락거지’ 될 거냐”고 조롱받는 기분마저 든다. 좀더 여유롭게 살고 싶은 지극히 인간적인 욕망은 결국 ‘나도 열심히 투자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헛된 희망으로 이어진다. 직장 다니면서 아끼고 모은 돈으로 번듯한 아파트 한 채 사들이기 힘든 시대다. 그렇다면 종잣돈을 마련해 투자에 성공하면 나도 부유한 중산층이 될 수 있을까. 인류학자 하다스 바이스는 신간 ‘중산층은 없다’에서 “중산층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만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이 이데올로기의 핵심으로 지목한 것은 투자다. 투자만 잘하면 달콤한 보상이 올 것이라는 이런 믿음이 계층 상승이라는 희망을 키우는 원동력이란 이야기다. 저자는 그러면서 당신이 하는 투자가 사회적으로 강요된 것인지, 아니면 자기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하는 것인지 묻는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우리 생각과 달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자산의 가치를 끊임없이 불안정하게 만드는 시스템이 작동한다. 예전처럼 열심히 일해 정기적금에 넣어 두면 따박따박 15%에 이르는 이자를 더는 주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으로 저축 이자가 낮아졌으니 은행에 돈을 넣어 손해 보지 말고 금융 자본에 투자해 이윤을 챙기라고 종용한다. 그러나 부동산은 이미 천정부지로 올랐고, 그나마 남들 따라 허겁지겁 들어간 코인은 대폭락해 투자한 이들의 피눈물을 짜낸다. 이어지는 투자로 사람들은 지속적 불안정과 부채, 강박적 과로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투자에서 손을 뗄 수 없다. 큰 손실을 보더라도 내가 선택한 것이어서, 내가 지나치게 욕심을 부려 생긴 문제라고 생각하도록 만든다. 저자는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인다. 내 자녀가 사회에 나가서도 뒤처지지 않도록 하려면 어려서부터 투자에 동참해야 한다. 누군가는 교육도 자본이라 할 수 있느냐고 물을 법하다. 저자는 여기에 이렇게 반박한다. “사회적 관계, 기술, 취향, 역량을 표준화된 측정 가능한 단위로 바꿔서 이를 자본이라는 물질적 표현으로 나타낼 뿐만 아니라 여타의 물질들과 비교되고 대체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 역학”이라고. 적절한 통계 분석, 친절한 사례 등은 부족하고 피상적인 표현이 다분하다. 분량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쭉쭉 읽어 나가기 어렵다. 그러나 저자가 날카롭게 파헤치는 자본주의의 속성, 모든 것을 물질로 환원하는 자본주의식 셈법, 그리고 이면에 감춰진 이데올로기의 실체를 곱씹으며 읽어봄 직하다. 저자의 모국인 이스라엘과 한국은 높은 생활비, 주택가격 상승 등 일련의 상황이 비슷하다. 피로사회 속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살아가며, 우리는 사회의 중요한 가치를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또 공동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에 더 치중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자연스레 고민하게 될 터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뭘 해도 함께라서 좋은 ‘아빠와 딸’

    [그 책속 이미지] 뭘 해도 함께라서 좋은 ‘아빠와 딸’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이석구 지음/문학동네/200쪽/1만 5000원 딸이 소파에 누워 발로 아빠의 볼을 지그시 누른다. 그래도 아빠는 즐겁다. 그림을 함께 그리고, 놀이터에서 스프링 말을 함께 타고, 일요일이면 함께 널브러져 있다. 아빠는 흥미진진하게 책을 읽어 주는 사람이고, 연기력이 좋아 인형놀이 상대로 최고다. 번쩍 들어 목말도 태워 준다. 무엇보다 조막만 한 손을 두터운 손으로 감싸 쥐고 걸어가는 든든한 존재다. 그림책 작가 이석구가 짧은 그림 이야기 90여편을 묶어 냈다. 딸이 태어난 순간부터 세면대 위로 얼굴이 보이기 시작할 때, 학교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하는 엄마 아빠의 질문을 살짝 귀찮아하는 나이까지. 딸이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순간을 그려 낸 그림들을 넘기다 보면 입가에 자연스레 미소가 든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임대사업 혜택 전면 폐지… “손바닥 뒤집듯 주택 정책 갈아치워”

    임대사업 혜택 전면 폐지… “손바닥 뒤집듯 주택 정책 갈아치워”

    더불어민주당이 등록임대사업자 제도에서 ‘매입 임대사업’을 폐지하기로 했다. 신규 사업자 등록을 중단하고, 기존 사업자는 임대 기간이 끝나면 사업자 등록이 자동으로 말소된다. 하지만 정책만 믿고 따랐던 임대사업자들은 “정부가 장려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투기꾼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주택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갈아 치웠다는 것이다. 매입 임대는 기존 주택을 사들여 임대사업을 벌이는 사업자로 임대료 인상 5% 제한과 임대 기간(4년, 8년) 유지 등 공적 의무를 져야 한다. 대신 정부는 이들에게 다주택 보유에 따른 양도세 중과 배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산정 때 주택 보유 합산 배제 등의 혜택을 줬다. 드러나지 않던 민간 임대시장을 제도권으로 흡수해 임대차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자는 취지에서 현 정부가 도입했다. 민주당이 매입 임대사업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사업자에게 집값 상승에 따른 양도 차익, 종부세 부과 시 주택 수 합산 배제 같은 과도한 혜택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 데다 사업자들이 집을 팔지 않아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7월 말 ‘임대차 3법’ 통과로 굳이 매입 임대사업자의 지위를 부여하지 않고도 전·월세 거래 현황을 파악하고 시장 안정을 꾀할 수 있는 수단이 확보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민주당은 매입 임대사업자가 갖고 있는 주택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도록 유도하기 위해 현행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임대주택 등록이 말소된 뒤 6개월간만 인정하고, 이후에는 정상 과세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미 자동·자진 말소된 주택이 46만 8000가구에 이르지만 실제 시장 매물로 나와 거래된 주택은 1만 1000가구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했다. 세제 혜택이 사라지면 사업자들이 쥐고 있는 65만 가구 가운데 20%(13만 가구) 정도가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추정했다. 종부세 합산배제 혜택도 잔여 의무임대사업 기간에만 적용하고, 의무임대 기간이 끝나면 추가 연장 없이 정상 과세로 돌아간다. 다만 부영 같은 건설사가 임대 목적으로 집을 지어 임대사업을 펼치는 ‘건설 임대’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오락가락했던 양도세 완화안도 방침을 정했다.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기준금액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인 건 물가와 주택가격 상승률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행 기준인 9억원은 2008년부터 13년째 유지되고 있다. 또 공시가격 급등으로 1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새 집 갈아타기조차 힘들어지는 등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장기보유특별공제에 대해선 차익 규모별로 상한을 설정하기로 했다. 현행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양도 차익에 상관없이 거주 기간과 보유 기간에 따라 40%씩 최대 80%를 공제해 준다. 양도 차익에 따라 상한을 두면 과세 형평성을 제고하고,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세종 류찬희 선임·임주형 기자 chani@seoul.co.kr
  • 백신 확보 늦은 이유…강경화 “정부, 국제사회 백신 공급 협력하느라”

    백신 확보 늦은 이유…강경화 “정부, 국제사회 백신 공급 협력하느라”

    “‘국제사회서 책임 있는 나라’하려 협력했는데어느덧 보니 다른 나라들이 다 백신 선점”코백스 협력하느라 초반 쟁탈전 안 뛰어든 듯지난 2월 퇴임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27일 장관 퇴임 후 첫 강연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확보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정부가 처음부터 다른 나라와 경쟁하기보다 국제사회의 공평한 백신 공급 노력에 협력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강 전 장관은 이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여성평화회의에서 “백신에 있어서는 우리가 좀 늦었다”면서 “늦었던 것은 우리가 ‘국제사회에 협력하면서 이것을 하자. 정말 성숙한, 국제사회의 한 책임 있는 나라의 역할을 하자’고 해서 그 논의에 적극 참여했다”고 밝혔다. 강 전 장관은 “(코백스 퍼실리티) 논의의 시작에 저희도 적극 참여했는데 어느덧 보니까 다른 나라들이 다 먼저 선점한 상황이 됐다”면서 “우리 스스로 개발하겠다는 우리 백신 개발도 늦어진 상황에서”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마련한 코백스 퍼실리티라는, 모든 나라 인구의 20%가 다 백신을 공평하게 맞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게 지금 굉장히 흔들리고 있다”면서 “백신을 생산하는 나라들이 그걸 다 쥐어 잡고 안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가 모든 나라에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백신 공급을 보장하는 WHO 주도의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에 협력하느라 초반부터 백신 ‘쟁탈전’에 뛰어들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강 전 장관은 “그렇지만 정부의 일차적 책임은 뭐니 뭐니 해도 국민의 생명 보호”라면서 “백신이 나오고 다른 나라 동향을 보면서 우리도 적극 확보해야 된다는 노력을 정부가 제가 있을 때도 많이 했고 지금도 했다”고 말했다.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동력 상실에 “북한은 미국하고만 얘기하자는 입장”“톱다운, 국민 공감대 형성 부족 인정” 강 전 장관은 지난 2년간 중단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그는 “북한은 코로나바이러스를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하며 다른 나라와 모든 교류 및 접촉을 전면 중단한 것으로 보이며 그 와중에도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계속 고도화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평화롭고 외교적 관여만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의 핵능력 증대는 글로벌 안보 체제의 근본 틀인 핵 비확산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이를 되돌리기 위한 노력은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등 관련 국제규범을 준수하면서 계속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70여년간 불신과 적대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기 위한 협상에 무거운 짐이 될 것”이라면서 “한편 남북한은 상반된 방향으로 발전해오면서 외교에 있어서나 국내적 지지를 다지는 방법도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한반도의 모든 사람을 위한 항구적 평화를 위해 작으나마 한 걸음이라도 만들어나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노력을 아낌없이 투자할만한 가치가 충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동력 상실 이유가 국민과 소통 없이 큰 결정과 이벤트 중심으로 한 톱다운 방식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핵 문제 관련해서 북한은 미국하고만 이야기하겠다는 입장이었다”면서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톱다운, 국민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다는 점에서는 공감한다”고 답했다.“가짜뉴스, 세계 평화 최대 장애”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는 “대등한 위치가 아닌 상황에서 시작된 동맹이 우리가 큼으로써 대등한 포괄적 동맹으로 나가고 있는 결과가 나와서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강 전 장관은 이날 강연에서 세계 평화를 이루려는 노력에 대한 최대 장애로 가짜뉴스를 지목했다. 그는 “가짜뉴스와 진짜뉴스,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없다면, 논쟁의 당사자가 자기에게 거슬리는 정보를 접수할 여지가 없는 상반된 우주에 갇혀있다면, 분쟁의 평화적 해결은 위태로운 토대 위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속보] 강경화 “정부, 국제사회 백신 공급 협력하느라 백신 확보 늦어”

    [속보] 강경화 “정부, 국제사회 백신 공급 협력하느라 백신 확보 늦어”

    지난 2월 퇴임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27일 장관 퇴임 후 첫 강연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확보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정부가 처음부터 다른 나라와 경쟁하기보다 국제사회의 공평한 백신 공급 노력에 협력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강 전 장관은 이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여성평화회의에서 “백신에 있어서는 우리가 좀 늦었다”면서 “늦었던 것은 우리가 ‘국제사회에 협력하면서 이것을 하자. 정말 성숙한, 국제사회의 한 책임 있는 나라의 역할을 하자’고 해서 그 논의에 적극 참여했다”고 밝혔다. 강 전 장관은 “(코백스 퍼실리티) 논의의 시작에 저희도 적극 참여했는데 어느덧 보니까 다른 나라들이 다 먼저 선점한 상황이 됐다”면서 “우리 스스로 개발하겠다는 우리 백신 개발도 늦어진 상황에서”라고 말했다. 그는 “WHO(세계보건기구)가 마련한 코백스 퍼실리티라는, 모든 나라 인구의 20%가 다 백신을 공평하게 맞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게 지금 굉장히 흔들리고 있다”면서 “백신을 생산하는 나라들이 그걸 다 쥐어 잡고 안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가 모든 나라에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백신 공급을 보장하는 WHO 주도의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에 협력하느라 초반부터 백신 ‘쟁탈전’에 뛰어들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강 전 장관은 “그렇지만 정부의 일차적 책임은 뭐니 뭐니 해도 국민의 생명 보호”라면서 “백신이 나오고 다른 나라 동향을 보면서 우리도 적극 확보해야 된다는 노력을 정부가 제가 있을 때도 많이 했고 지금도 했다”고 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최강 심장’ 아마존 부족, 뇌 건강도 월등…항노화 비밀 지녔나 (연구)

    ‘최강 심장’ 아마존 부족, 뇌 건강도 월등…항노화 비밀 지녔나 (연구)

    지금까지 연구한 사례 중 가장 건강한 심장을 지닌 한 아마존 부족이 인류의 노화를 늦추는 열쇠를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과학자들이 주장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등 국제연구진은 새로운 연구를 통해 볼리비아의 아마존 부족 ‘치마네이’(Tsimané) 원주민은 나이가 들어도 미국인이나 유럽인보다 뇌 위축이 덜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는 의자나 소파에 앉아서 생활하는 방식과 고지방·고당분 식사를 하는 선진국 사람들이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질환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이와 달리 1만6000명 정도의 치마네이족 사람들은 매우 활동적이고 전통적으로 자신이 먹을 음식을 사냥하거나 채집하는데 섬유질이 많은 채소와 생선 그리고 지방이 적은 고기를 먹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 공동저자 중 한 명인 안드레이 일리미아 USC 조교수(노년학·신경과학·생체공학)는 “치마네이족은 오늘날 생활 방식이 건강에 미치는 잠재적 악영향에 대해 놀라운 자연 실험을 우리에게 제공했다”면서 “이번 발견은 심장질환 위험을 낮추는 것과 관계가 있는 생활 방식에 의해 뇌 위축 역시 실질적으로 늦출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서 연구진은 중년과 노년의 뇌 용적 차이가 서양인에서보다 치마네이족에서 70% 더 작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는 치마네이족의 뇌는 나이가 들어도 서양인보다 뇌 위축을 겪을 가능성이 훨씬 더 낮다는 점을 시사한다.이 연구에는 치마네니족의 40~94세 성인남녀 700여 명이 참가했다. 연구진은 또 치마네이족 구성원들의 염증 수치가 높지만, 서양인의 경우와 달리 뇌 위축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치마네이족의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낮은 것이 염증에 의한 위험을 상쇄한다고 보고 치매 원인에 관한 새로운 의문을 제기했다.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서양인의 경우 염증은 비만과 신진대사의 원인과 관계가 있지만 치마네이족에서는 호흡기와 위장 기관 그리고 기생충 감염에 의해 염증 수치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감염에 의한 전염병은 이 부족에서 가장 큰 사망 원인이기도 하다. 거의 20년간 치마네이족을 연구해 왔으며 이번 연구에도 동참한 힐러드 캐플런 미 채프먼대 보건경제학·인류학과 교수는 “우리가 의자나 소파에 앉아서 생활하는 방식과 지방이 많은 식사를 하는 것은 나이가 들수록 뇌 조직의 상실을 가속화해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질병에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 “치마네이족은 건강한 뇌 노화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과거 치마네이족은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을 뿐만 아니라 비만과 제2형 당뇨병 비율도 낮아 건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들의 활동적인 생활 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2017년 미 뉴멕시코대 연구진이 수행한 한 연구에서는 치마네이족이 지금껏 연구된 다른 어떤 인구 집단보다 심혈관계 상태가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연구진은 참가자의 거의 90%가 심장질환 위험이 전무한 깨끗한 동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특히 75세 이상 인구의 거의 3분의 2는 위험이 거의 없었고 단 8%만이 중간에서 높은 위험 수준을 갖고 있었다. 끝으로 캐플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치마네이족의 경우 심장이 건강할 뿐만 아니라 뇌도 현저하게 건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이런 결과는 비록 염증 수치가 높은 사람이라도 뇌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개입 기회가 아직 충분히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미국노년학회(GSA)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노년학회지: 시리즈 A’(Journals of Gerontology: Series A) 최신호(5월 26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방역 손실액보다 지원금 2배라니…” 개점휴업 상인들 ‘부글’

    정부가 국회에 ‘(방역 조치로 인한) 손실보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지원이 더 많았다’는 취지의 자료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추정치’일 뿐 실제 손실 규모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기업위원회에 제출한 ‘소상공인 손실 추정 및 기(旣) 지원금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6일부터 올 2월 14일까지 집합 금지·제한 업종 67만 7914개의 영업이익 감소분과 임대료·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추산한 결과 총손실액은 3조 3000억원으로 추정됐다. 반면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정부 지원금은 6조 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자료는 손실액보다 지원액이 더 많다는 근거로 제시됐다. 특히 증인으로 출석한 최상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소급하면 정산이 필요하고, 정산하면 환수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접한 소상공인들은 26일 ‘말도 안 되는 계산’이라며 불만을 토해 냈다.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상황에서 재난지원금이 과다 지급돼 오히려 환수해야 한다는 발언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다른 소상공인 B씨도 “1년 넘게 손해가 이어지고 있는데, 몇 달치 손해에 해당하는 돈을 쥐여 주고 ‘지원이 많았다’는 건 너무 현실을 모르는 얘기”라고 했다. 이날 소상공인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선 중기부 측에 면담을 요청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반발이 커지자 중기부는 “가용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정한 수치”라며 “방역 조치 이후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의 실제 손실을 전수조사해 산출한 결과치가 아니다. 실제 손실 규모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특히 “환수를 위해 이번 자료를 작성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환수 가능성’ 카드까지 꺼낸 것은 손실보상의 소급 적용을 절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클 수 있지만, 정치권에서도 재정건전성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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