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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체전 통해 본 서울 체육의 오늘

    전국체전 통해 본 서울 체육의 오늘

    곧 90회를 맞는 전국체육대회는 몇해 전까지만 해도 나라의 잔치였다. 줄임말로 ‘체전’이라 부르게 된 언저리에는 ‘체력은 국력’이라던 시절의 개인보다도 국가 명예를 최고로 치던 잔영이 남아 있다. 군화발이 득세할 무렵인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전후로 체육이 도색영화, 성(性)산업과 더불어 3S(Screen·Sports·Sex) 정책으로 국민들을 도취시키기도 했다. 스포츠에 매력이 숨었다는 얘기도 된다. 그러다 프로스포츠가 인기를 누리는 등 격변기를 맞아 체전은 물론 아마추어 대회는 시들해져만 갔다. 어떤 이들은 전국체전을 두고 ‘그들만의 잔치’라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체전은 누구에게든 아련한 추억을 안겨주고 있다. 고향의 마을 어귀엔 아무개 아들이나 딸이 체전 대표로 뽑혔다느니, 무슨 메달을 땄다느니, 몇등을 했다느니 하는 빨간 글씨가 적힌 큼직한 현수막이 오가는 길손들을 맞이하고 있을지 모른다. 복잡하기 그지없는 거대도시 서울에서 전국체전이라고 해봐야 귓전으로 흘려 들을 정도로 더 싸늘해졌다. 하지만 역시 골목 골목에서는 ‘우리 동네 아무개, 우리 학교 아무개가 몇등을 먹었다.’는 식의 입소문이 환영 플래카드와 함께 들리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 동안 ‘신화의 도시’로 불리는 울산에서 제86회 전국체전이 펼쳐졌다.1792명이 뛴 서울시 선수단은 총점수로 순위를 가름하는 대회 방식에 따라 경기도의 장벽을 넘지 못한 채 2위로 돌아왔지만 금메달 숫자는 114개로 가장 많이 따왔다. 서울 체육을 보면 한국 스포츠가 보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만큼 스타들도 많이 몰린 곳이 바로 서울이다. 인구 1000만이 사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스포츠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짝 들여다본다. ■ 장대높이뛰기 1인자 김유석 “내 아버지가 백만장자라 해도 내 삶은 장대 높이뛰기에 걸었다.” 세살 때 엄마 아빠의 손에 이끌려 태평양을 건너갔던 한 꼬마가 어엿한 청년으로 되돌아와 체육계를 들뜨게 만들고 있다. 그 보물단지는 다름아닌 서울시 체육회 소속, 그것도 한국 스포츠에서 황무지라 할 육상 종목에 있다. 지난 8월초 시청에 입단했다. 더욱이 지위의 높고 낮음을 떠나 이민을 가거나 원정 출산까지 감행하는 게 한국의 요즈음 세태다. ●“날아가는 멋에 살죠.” 김유석(23). 서울시 육상단 선수로 뛰고 있는 그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자연을 이용해 가장 멀리 날아가는 사람으로 불린다. 현재 장대 높이뛰기 최고기록 보유자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흔히 버거운 살림살이에 쫓겨 아들 딸에게 책을 쥐어주기는 고사하고 운동으로 ‘계층 상승’을 겨냥하기 쉬운 우리 현실과는 다르다. 최소한 학업과 경제사정을 따지면 아쉬울 게 도무지 없는 편이라 그를 바라보는 체육계의 눈은 ‘기대 반, 부러움 반’이라고 할 만하다.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UCLA(캘리포니아 주립대학) 경제학과 출신이다. 고등학교도 미국의 5대 명문 사립재단인 디어필드 아카데미(Deerfield Academy)를 나왔다. 고교를 졸업한 뒤에는 역시 명문 중에서도 명문인 UPEN(University of Pensylvania)에 스카우트될 정도로 뛰어난 학업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장대높이뛰기 종목을 육성하는 UCLA를 선택하기 위해 1년을 기다리는 고집까지 보였다. 한국 육상을 말하자면 몇몇 굵직굵직한 스타들을 낳은 마라톤 정도가 전부라 하겠기에 더욱 그렇다. 김씨는 전국체전을 다녀온 뒤 약간은 실망스러운 가운데 다음 기회를 벼르며 다시 각오를 되새기고 있다. 올 4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MPSF(Mountain Pacific Sports Federation) 육상대회에서 5m61㎝로 한국 최고기록을 일궈낸 그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기는 했지만 대회 신기록에 머물고 말았다. 그가 한국 기록을 갈아치운 것은 세번째였다.2003년 5월 미국 PAC-10 선수권대회에서 세운 5m55㎝, 지난해 6월 전미 대학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세운 한국기록 5m60㎝를 1㎝,5㎝씩 끌어올렸다. 지난 15일 남자 일반부에 출전,5m36㎝를 뛰어올랐다. 웬만한 이들 같으면 대회신만 해도 기쁘기 이를 데 없는 성적일 수 있는 것이다. ●마이 웨이 UCLA 2학년 때인 2002년 국가대표에 발탁돼 줄곧 육상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실력에 못잖게 조국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지금까지 20여년을 이국에서 지내오면서도 단 한번도 국적을 바꿔보지 않은 그의 가족들이다. 세 글자가 뚜렷한 이름도 마찬가지다.3년 전 아버지가 한국을 위해 뛰어야 한다며 대한육상경기연맹에 아들 실력을 봐달라고 연락해온 데서도 알아볼 만하다. 이같은 사실을 보란 듯 증명해주는 사례는 또 있다. 육상연맹 홍순모(46) 이사는 이렇게 말한다. “2000년 칠레에서 세계 주니어 선수권대회가 열렸는데, 이 때 유석이를 처음 만났지요. 시드니올림픽을 치러낸 나라라는 거드름에 들뜬 오스트레일리아 육상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을 ‘미개인’ 운운하며 놀려댔지 뭡니까.” 오징어에 고추장, 된장 등 냄새를 풍기는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시비를 걸어온 것이란다. 그런데 김씨가 한발짝도 망설이지 않고 나섰다.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이 그러면 못쓴다며 무례하게 군 점에 대해 사과하는 뜻으로 무릎을 꿇으라고 해 항복(?)을 받아냈다고 홍 이사는 덧붙였다. 고교 때 동급생들 사이에 최고의 실력을 뽐내던 김씨는 한국 국가대표로 나선 2002 대구 유니버시아드와 지난해 그리스 아테네올림픽에선 뜻밖의 부진을 보였다. 대회참가 직전에 훈련하다가 봉이 부러지는 바람에 손목 부상을 입고도 끈질긴 투혼을 보였다는 대목은 그가 장대 높이뛰기라는 운동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잘 말해준다. 디어필드 아카데미 2학년에 올라가면서 뉴잉글랜드 사립고등학교대회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내리 3년간 챔피언이 되었을 정도의 실력이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한수 아래였던 친구들이 요즈음 들어 (5m)70∼90㎝대까지 기록하는 데 대해 자존심이 상한 상태라고 한다. 이를 바꾸어 말하자면 장래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라고 육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머잖아 해내고 만다.” “장대 높이뛰기에서만 경험하는 하늘을 나는 그 기분, 그 환희. 그보다 좋은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지요. 저는 장대 높이뛰기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김씨는 고교 동창생이기도 한 형이 의무학점인 스포츠 종목으로 장대높이뛰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뒤따라 배우다 푹 빠지게 됐다. 형은 하버드를 나와 미국에서 사업가로 주목받고 있는 반면, 성적이 더 뛰어나다던 동생은 아예 직업으로 바꿔버린 셈이다. 운동이냐, 전공을 살리느냐를 놓고 고민에 휩싸였을 때 “네 길을 걸어가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은 이들도 그의 가족이다. 선수이면서 학생회 임원, 학년 대표를 지낼 정도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고 선수라 해서 수업이나 과제, 시험에서 예외일 수 없는 환경에서 한치도 모라람이 없는 재목이었다.191㎝ 84㎏의 건장한 한국청년은 외모도 빼어나 영화에 출연하고 모델 제의도 받은 적 있다. “더 좋은 대학교를 마다하고 운동을 한다고 덤볐을 때 부모님이 하신 말씀은 삶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운동 선수에게는 UCLA보다 더 좋은 대학은 없다, 좌우명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는 사람의 행복 이상은 없다.’며 어깨를 두드려줬다는 것이다. 김씨는 27일 미국으로 떠났다.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육상 대회에 차례로 나가며 힘을 기르기 위해서다. 대한민국과 서울을 대표하는 ‘장대높이뛰기 사절’인 셈이다. 세계기록 보유자인 우크라이나의 부브카를 지도한 얼 벨 코치와 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마이클 톨리 코치가 그를 주목해 단련시키고 있다는 점은 미래를 밝혀주는 사실이다. 독일인 매니저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한국 출신의 월드스타 탄생을 예감케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핏줄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언젠가 큰 일을 벌일 것이라고 육상인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방학만 되면 모국으로 건너와 한국어를 배운 정신과 스포츠맨으로 제1 덕목인 반듯하고 절제할 줄 아는 태도 때문입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땀으로 일군 ‘스포츠 서울’ ‘아우 먼저, 형 먼저’ 하는 쌍둥이 메달리스트에서부터 방망이 든 프로배구 감독의 아들, 야구 감독의 핏줄을 이어받은 다이아몬드 유망주까지…. 수도 서울의 명예를 걸고 땀을 흘린 전국체전 선수단에는 여러가지 사연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 마지막 금메달의 주인공도 서울시 여자축구단이었으니 “막판에 웃는 자가 진짜 승자”라는 자부심에 들뜰 만하다. 이들 가운데 레슬링에 출전, 메달을 따낸 쌍둥이 형제가 남들의 부러움을 샀다. 쌍둥이 아니랄까봐 군에도 나란히 입대한 국군체육부대 김종대·종태(25)형제가 그 주인공이다. 둘은 일란성 쌍둥이로 10분 먼저 태어난 김종대가 형이다. 형제는 중랑중 1학년 때 나란히 레슬링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형은 이듬해 손을 뗐다. 두명 모두 운동을 시킬 수는 없다는 부모님 반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레슬링을 잊지 못하던 차에 3학년 때 다시 매트에 올랐다. 이 때 생긴 공백 탓일까. 동생이 그레코로만 1위를 한 반면 형은 자유형 3위로 동메달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몸무게가 55㎏으로 같지만 서로 매트에서 다투는 일만은 피할 수밖에 없어 세부종목만 나눴다. ‘상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국군체육부대에 뽑힌 것만으로도 실력을 알아줄 만한데 당당하게 메달까지 따냈으니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차세대 황영조로 불리는 육상 꿈나무 전은회(17·배문고)는 남고부 5000m와 10㎞에서 우승해 장거리 유망주로서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전은회는 지난 5월 전국 고교대회 10㎞에서 29분 27초로 황영조(35·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가 강원도 명륜고 시절인 89년 세운 기록 29분 31초를 4초나 앞당겼다. 이어 지난 6월엔 5000m 레이스에서도 허장규(22·삼성전자)가 갖고 있던 고교 최고기록 14분 17초 93을 12초나 앞당긴 14분 05초 44를 기록해 제2의 황영조라는 별명을 얻었다. 고교부 야구에서 우승한 신일고엔 왕년의 배구스타 아들이 눈길을 끌었다.2학년 강성호(16)군은 아버지 강만수(50) 전 현대캐피탈 감독의 뒤를 이어 중3 때까지 배구를 하다가 야구로 전향(?)한 사례다. 프로야구 LG트윈스 2군 사령탑을 맡고 있는 김인식(52) 감독의 아들 김준(20·고려대 2년)군도 서울시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이밖에 대학부 검도에서는 허동찬(21·성균관대 3년), 동진(19·성균관대 1년) 형제가 5명씩 겨룬 단체전에서 금메달 못지않은 은메달을 따내 ‘칼 솜씨’를 뽐냈다. 서울 대표팀은 신기록도 쏟아냈다. 한국신기록 42개 가운데 5개, 대회신기록 165개 가운데 28개를 낚았으니 체면을 구기지 않은 셈이다. 특히 4관왕에 오른 6명 가운데 수영의 박태환(16·경기고 1년)은 대회 마지막날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아 서울을 빛냈다. 여자축구 결승전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올해의 선수 후보에 뽑힌 ‘여자 박주영’ 박은선(19)을 앞세워 경남대교를 2대0으로 물리쳐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동작구청 씨름단 주현섭(27), 강남구청 체조단 박경아(19)와 최미선(25), 성북구청 펜싱팀 남현희(24) 등 서울시 기초자치단체 선수들이 따낸 메달 28개도 색깔을 떠나 어려운 여건에서 건져낸 것들이어서 박수를 받을 만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외동자녀 명문대로”…6~7세부터 집중 과외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외동자녀 명문대로”…6~7세부터 집중 과외

    날로 뜨거워지는 사교육 열풍에 중국의 부모들도 허리가 휘어진다.1979년부터 시작된 ‘1가정 1자녀 갖기 운동’으로 소위 샤오황디(小皇帝·외동자녀)들에게 아낌없이 교육비를 투자하는 사회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명문대 입학이 곧 출세로 이어진다는 ‘일류병’과 ‘학력 제일주의’도 주요한 이유다. 이 때문에 중국의 샤오황디들은 어릴 때부터 부모들의 극성에 못이겨 학원을 전전하고 각종 과외에 시달리고 있다.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양우(楊武·12)는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다. 베이징(北京) 자오양취(朝陽區) 야윈촌(亞運村)에 사는 그는 내년 7월 치러지는 중학교 입학시험에 대비해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중학교 입학부터 시험을 본다. 무역업자인 아버지는 홍콩과 미국·캐나다와 교역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다.60평 규모의 아파트와 자가용을 소유한 전형적인 ‘중산층’이다. ●초등생 14시간 넘게 공부 시달려 양우의 목표는 베이징에서 명문 중학교로 꼽히는 런민(人民大)대 부속 중학교 입학이다. 부모들은 양우가 칭화(淸華)대나 베이징대 등 명문대를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양우의 하루는 대입 수험생 이상으로 정신없이 바쁘다. 새벽 6시30분에 일어나 7시30분에 등교, 오후 4시반까지 학교 수업을 듣는다. 국어(중국어)와 수학, 영어는 물론 컴퓨터와 음악, 미술, 체육, 사회, 도덕 등 대략 12개 과목을 소화해야 한다. 방과 후에는 야윈춘 근처의 학원에서 하루 2시간씩 영어를 배우고 저녁 8시에 집에 도착,1시간씩 수학 ‘푸다오(輔導·과외)’를 한다. 수학이 당락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학교 숙제를 끝내면 밤 10시가 넘기 일쑤여서 늘 잠이 부족하다. 주말이라고 쉴 틈이 없다. 오히려 더 바쁘다. 입시 과목인 국어(중국어)와 과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회사에 다니는 어머니 리쥐안(李絹·40)은 “좋은 중학교에 입학해야만 명문 대학교까지 술술 풀리는 것이 중국의 교육 상황”이라며 “아이가 불쌍하지만 다른 학부모들도 나처럼 자식들을 공부시키고 있다.”며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중국의 어린이들은 6,7세때부터 영어나 피아노, 수영 등 온갖 과외를 받는다. 사교육비 부담이 만만찮지만 하나밖에 없는 자식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려는 부모들의 애뜻한 ‘사랑’을 막을 길이 없다.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상황은 더욱 가혹하다.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기 때문이다. 베이징대 부속중학교 가오중(高中·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인슝(銀雄·17)은 “대졸 실업자들이 넘쳐나고 있어 명문대를 나오지 못하면 사회적으로 낙오될 것이란 불안감이 있다.”며 “비밀리에 과외를 하는 친구들이 많고 일부는 상당한 고액 과외도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하이뎬(海淀)구에 위치한 신둥팡(新東方)학원 등 입시학원들은 수험생들로 일년내내 초만원이다. 지난 여름방학에는 무려 2000위안(26만원)이나 하는 고액의 10일짜리 합숙 영어 프로그램에 수백명이 몰려 중국의 교육열을 실감케 했다. ●1년 유치원비 1인평균소득 넘어 높은 사교육열은 가정 경제의 ‘주름’으로 직결된다. 초등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지만 빚을 내서라도 자식을 좋은 학교에 보내겠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베이징의 경우 1년 교육비가 무려 3만위안(약 390만원) 하는 최고급 유치원들도 적지 않다. 베이징의 1인당 연평균 소득이 2만 8000위안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금액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영어와 컴퓨터는 기본이고 피아노와 미술, 수영 등 예체능학원까지 다녀야 한다. 대략 300∼500위안(3만 9000∼6만 5000원) 정도를 내면 희망자에 한해 학교에서 보충수업도 받을 수 있다. 이것도 일종의 과외 수업이다. 하지만 부모들은 학교에서 실시하는 방과후 수업보다 비싸더라도 질이 높은 가정교사나 학원을 찾는다. 대부분 맞벌이인 가정들은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자식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상하이(上海)시 교육위원회가 최근 3027명의 초·중학생 부모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93.1%가 과외나 학원 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실제 학원을 보내거나 가정교사를 둔 경우는 초등학생이 19.2%, 중학생 27.5% 등 모두 46.7%로 조사됐다. 상하이 사회과학원은 보고서를 통해 1∼16세까지 자녀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은 25만위안(약 3250만원)이며 대학 졸업후 취업까지는 총 49만위안(6300만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상하이 시민들은 연간 평균소득이 중국 전체 평균보다 5배 많은 5000달러(500만원)이며 사교육비로 아낌없이 투자한다. 때문에 중국내 최대 사교육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칭다오(淸島)대 멍톈윈(孟天運)교수(사회학)는 “학교성적 올리는 데에만 급급해 인성교육을 소홀히 하는 현재의 사교육은 학생들을 공부기계로 만들 위험이 높다.”고 일침을 놓는다. ●교사 박봉…학원강의 등 부업 높은 교육열과는 반대로 교사들의 처우수준은 상대적으로 낮다. 지난해 전국 전문대 이상 대학 교수의 연봉은 평균 4만위안(520만원)이 안되고 초·중·고교 교사의 평균 연봉 역시 2만위안(260만원) 안팎이다. 월급 이외에 제공되는 주택이나 각종 사회보장 혜택은 제외된 금액이다. 언론에 소개된 리밍(李明·29) 교사의 사례를 보자. 그는 지난 2000년부터 난징(南京)의 한 고교에서 영어 선생으로 재직 중이다.2개반의 담임을 맡고 있으며 매주 14시간을 강의한다. 월급은 기본급 1200위안에 수당을 합쳐 2000위안. 각종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을 빼면 손에 들어오는 돈은 1500위안(약 20만원)이다. 때문에 박봉에 시달리는 교사들이 과외나 학원강사 등 부업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다. 한국인들이 모여 사는 왕징(望京)지역의 경우 교사직을 그만두고 전문 과외교사로 변신, 현직 때보다 2∼3배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청소년 1000만명 정신건강 심각 과외 형태도 각양각색이다. 중국 청년보는 중국의 과외가 ▲보모형 ▲입주형 ▲수험형 등으로 분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모형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생에게 영어·수학의 기초와 그림·노래·무용 등 예체능 분야을 직접 챙기는 형식이다. 입주형은 부유한 가정에 대학생들이 함께 살면서 학습 전반과 교육·생활태도까지 지도하는 신형 과외다. 전·현직 교사나 대학교수들까지 가세하는 수험형 과외비는 보통 시간당 100(1만 3000원)∼200위안(2만 6000원) 선이다. 과도한 교육열 때문에 후유증도 적지 않다. 특히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에는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 베이징 완바오(北京晩報)는 베이징시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우울증 환자가 60만명을 넘어섰다고 최근 보도했다. 중국 전역에서는 1000만명 이상이 각종 심리적 이상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때부터 시작되는 입시에 대한 중압감과 치열한 성적 경쟁 속에서 중국의 청소년들이 시름시름 병들어 가고 있다. oilman@seoul.co.kr ■ 현직교사 눈에 비친 교육열 |베이징 오일만특파원|“학교에서 잘 가르친다고 소문이 나면 학부모들이 줄을 서서 과외 교습을 요청할 정도로 교육열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25년 넘게 교사생활을 해온 왕밍(王明·가명·55)은 중국의 교육열이 최근 하나뿐인 샤오황디(小皇帝·외동자녀)에 대한 기대감과 학력 제일주의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현직 교사로서 가정교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과외나 학원강사 등의 부업으로 버는 돈이 학교에서 받는 월급보다 많다.”며 “박봉에 시달리는 중국 교사들이 과외 등 부업의 유혹을 떨치기는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과외비는 교사들마다 다르지만 자신의 경우 중3과 고3 수험생들의 경우 시간당 100위안이고 ‘일반 학생’은 50위안씩을 받는다고 했다. 대학생들은 대부분 시간당 20∼30위안 정도를 받는다. 현재 중국에서는 교사들의 과외 교습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교사들이 부업으로 과외 교습을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고 적발되더라도 퇴직이나 감봉 등의 벌칙은 없다. 승진에만 영향을 받을 뿐이다. 왕 교사는 “한 학교에서 대략 20∼30%가 가정교사나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지만 워낙 박봉에 시달리고 있어 학교에서도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자신의 월급을 밝히길 거부했지만 베이징의 경우 대학졸업 후 교사의 초봉은 대략 1500위안이고 10년 정도 지나도 2000위안이 조금 넘는다는 설명이다. 농촌이나 중소도시의 경우 교사들의 월급은 대도시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교직에 대한 젊은이들의 선호도를 묻자 왕 교사는 고개를 흔들며 “젊은이들 사이에는 인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졸 실업자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청년들이 호구지책으로 교사를 선택하지만 좋은 직장을 찾으면 미련없이 교직을 던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중국 교육의 문제점을 물어보자, 왕 교사는 한참 뜸을 들이다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면서 교육비는 갈수록 높아지고 이 때문에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가난한 학생들도 적지 않다.”며 교육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oilm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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