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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연금에 미래의 성장동력이 있는데…/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연금에 미래의 성장동력이 있는데…/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세상은 천연색인데 흑백논리로 재단하려는 경우가 많다. 연금과 복지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렇다. 그리스 국가부도 위기의 주범을 복지, 특히 관대한 연금 급여라고 몰아붙이는 현실이 대표적 사례이다. 복지와 연금을 “나라 망친 흉물”로 보는 시각이 안타깝다. 문제가 있다면 복지와 연금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운용하는 사람들인데도 말이다. 복지와 연금 그 이면에 “나라 살릴 비법”이 있는데도 이것은 아예 무시한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아우르는 노령연금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하나는 노후보장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상품이다. 이 두 기능을 조화롭게 연결시키면 연금이 바로 성장동력이 된다. 국가예산은 비교가 안 될 정도의 기금 조성과 운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두 기능의 균형이 일그러지면 그리스처럼 재정위기의 주범으로 전락할 수도 있고, 아르헨티나처럼 노인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국가비상사태 선포라는 사회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2011년 현재 국민연금으로 조성한 기금 총액은 409조원이다. 이중에서 연금보험료로 조성된 액수가 259조원이고, 기금의 운용수익으로 조성된 액수가 전체의 36.7%에 이르는 150조원이다. 409조원 중에서 66조원은 수급자들의 연금급여로 제공되고, 현재 나머지 343조원을 운용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투자를 하여 연금급여를 제공하고, 여분이 있으면 여러 가지 노인복지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연금은 복지뿐 아니라 생산적으로도 활용된다. 국가예산보다 덩치가 큰 기금을 운용하여 안정적 이윤을 창출함으로써 국가경제에 기여한다. 기업은 연기금투자풀의 주간운용사로 선정될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연금급여를 받은 노인들은 그만큼의 구매력이 높아져 실버 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하기도 한다. 이 같은 선순환 구조를 갖도록 끊임없이 정책을 조율하면 연금과 복지는 사회의 효자일 수밖에 없다. 잘 되는 나라는 연기금 투자수익이 안정적일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에 문제가 있는 나라의 투자수익은 마이너스이다.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연기금 평균수익률은 3.5%였다. 네덜란드가 가장 높아 13.5%였으며, 그리스는 -7.4%였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10.4%로서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였다. 수익만이 능사가 아니지만 이 같은 긍정적인 사례를 두고 연금과 복지가 문제의 근원이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 다양한 연금장치를 구비하여 노령연금으로 활용하고, 한편으로는 연기금을 성장동력으로 활용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제도 구비 자체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도 복지 선진국이다. 제도개선의 여지는 많지만 노령에 대비한 보편적 제도장치로서 국민연금이 있고, 생활이 어려운 빈곤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노령연금이 있다. 형편이 좀 나은 사람도 국민연금만으로 노후생활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직장인에게 연금을 제공하는 퇴직연금 장치도 있다. 사회구성원의 노후보장을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에만 의존하지 않고, 임금근로자를 위한 사적연금으로서 퇴직연금제도와 같은 장치를 씌운 연금제도를 세계은행은 중층구조연금(multi-pillar pension)이라고 명명하고, 세계 각국이 고령사회에 대비하여 이 제도를 도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유럽이나 남미 등에서는 오래전에 이 제도를 갖추었고, 한국도 형식적으로나마 기초노령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으로 연결된 중층구조를 따르고 있다. 중층구조연금제도에 의하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에 추가할 연금계층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자영업자를 위한 개인계좌연금(Individual savings account)이다. 자영업자도 국민연금 급여만으로는 노후 생계비가 부족하다. 개인계좌연금까지 도입되어 바람직한 방식으로 연기금이 운용되면 명실공히 금융강국이 될 수도 있다. 국경을 초월한 무한경쟁 시대에는 유동성이 높은 금융자본의 힘이 국력일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비롯한 연금이 바로 금융자본 조성의 중심에 있고, 그래서 연금이 미래의 성장동력이다.
  • 만추 그윽한 ‘新부여 8景’ 찾아 떠나볼까요

    만추 그윽한 ‘新부여 8景’ 찾아 떠나볼까요

    책 한 권 들고 떠난 여정입니다. ‘윤재환의 신부여팔경’입니다. 세월이 흘렀으니, 백제의 옛 도읍지 부여에도 그에 걸맞은 새 ‘부여 8경’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책을 따라 부여를 돌아봤습니다. 패자의 역사가 퀴퀴하고 낡은 유물 위에 덧씌워져 있을 거란 선입견도 함께 가지고 갔지요. 그런데 옛것들을 되짚어 가는 길에서 뜻밖에 놀랍고 아름다운 풍경들과 만났습니다.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고, 검소하되 결코 누추하지 않은’, 백제의 향기 오롯한 그런 풍경 말입니다. ●꽃이 진다고 역사를 탓하랴 잊혀진 왕도(王都)는 처연하다. 육당 최남선은 1948년 ‘조선의 고적’을 통해 부여를 이렇게 묘사했다. “평양은 적막한 중에 번화가 드러나고, 경주는 번화한 중에 적막이 숨어 있는데, 백제의 부여는 실시(失時)한 미인같이, 그악스러운 운명에 부대끼다 못한 천재같이, 대하면 딱하고 섧고 눈물조차 그렁거리”는 곳이라고. 부여를 설명하는 데 이보다 적확한 표현은 없지 싶다. 고을마다 대표적인 여덟 경치는 있게 마련이다. 부여 또한 마찬가지. 1경은 백제탑의 저녁 노을, 2경 저녁 무렵 부소산에 내리는 부슬비, 3경 고란사의 새벽 종소리, 4경 낙화암에서 망국의 한을 우짖는 소쩍새, 5경 구룡평야에 내려앉는 기러기떼, 6경 백마강에 고요히 감겨드는 달빛, 7경 수북정에서 바라보는 백마강 아지랑이, 그리고 8경 규암나루로 들어오는 돛단배 등이다. 그러나 세상은 바뀐다. 사라진 것도 있고, 보탤 것도 있다. ‘신(新) 부여 8경’은 부여 읍내를 기준으로 내 4경과 외 4경으로 나눴다. 그중 제1경은 금성산 조망이다. 2경은 부소산 산책, 그리고 3경 백제탑 석조와 4경 궁남지 연꽃, 5경 무량사 매월당, 6경 장하리 삼층석탑, 7경 대조사 미륵보살, 8경 주암리 은행나무가 뒤를 잇는다. 으뜸가는 경치를 ‘금성산 조망’으로 꼽은 것은 부여와 백제를 바로 보자는 뜻에서다. 금성산에 오르면 부여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그에 견줘 2경 ‘부소산 산책’은 옛것의 향기를 좇자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외지인들에겐 부소산이 사실상 1경이다. 널리 알려진 부여의 아이콘들은 죄다 부소산에 몰려 있다. 낙화암, 고란사, 백마강 등 귀에 익은 관광지는 물론, ‘삼천 궁녀’의 원혼을 위로하는 궁녀사 등 덜 알려진 유적지도 빼곡하다. 부소산은 낮다. 높이 106m에 불과하다. 남쪽 기슭은 성왕 16년(538년) 이후 123년 동안 백제의 왕궁지였던 것으로 추정되고, 북쪽 사면은 낙화암을 통해 백마강과 접해 있다. 산책로는 부소산 전체를 에둘러 조성돼 있다. 오르막 내리막은 있지만, 험하지 않아 2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부소산의 핵심은 낙화암이다. 패망한 백제의 궁녀 3000명이 꽃처럼 몸을 날려 자결했다는 곳. 부소산 들머리에서 채 20분이 안 걸린다. 낙화암 정상엔 육각형의 정자 ‘백화정’이 세워져 있다. 궁녀들의 원혼을 추모하기 위해 1929년에 지어졌다. 백화정 아래로 백마강이 흐른다. 멀리 신무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공주에 이르러 금강이 되고, 부여에 닿으면 백마강이라 불린다. 호암리 천정대 앞에서 세도면 반조원리까지, 약 16㎞ 정도를 흐르는 ‘금강’이 바로 백마강이다.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의 흔적 가득한 무량사 국보 제9호 백제탑(정림사지오층석탑)과 궁남지까지 살피면 내 4경은 모두 돌아본 셈. 이제 외 4경을 돌아볼 차례다. 그 첫걸음은 무량사다. 고란사와 마찬가지로 개창 시기는 불분명하다. 다만, 9세기말 통일신라시대 때 처음 지어졌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견해다. 100년 넘은 싸리나무를 깎아 만든 일주문과 사천왕문을 지나면 절의 중심 건물인 극락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보물 제356호. 그런데 이 건물, 문외한이 보기에도 범상치 않다. 단풍 든 나무 아래 떠억하니 버티고 섰는데,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고,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자태로 단박에 이방인의 눈을 사로잡는다. 극락전은 중층 불전으로 지어졌다. 겉으로는 2층인데 내부는 트여 있는 형태다. 배흘림 기둥이 든든하게 건물을 받들고, 네 모서리마다 활주를 세워 균형감을 더했다. 단청은 있는 듯 없는 듯 벗겨졌다. 하나, 색이 바랬다고 본연의 아름다움이 사라지지는 않을 터. 세월의 깊이는 외려 더 무겁게 전해 온다. 무량사는 조선 세조 때 생육신의 한 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이 최후를 마친 곳이기도 하다.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에 항거하며 비승비속의 몸으로 떠돌던 그의 영정이 우화당 뒤편 전각에 봉안돼 있다. 그의 절개처럼 곧은 부도탑은 일주문 오른편에 세워져 있다. 여기서 순서를 바꿔 8경 주암리 은행나무를 먼저 찾는다. 무량사와 가깝기 때문이다. 녹간마을 은행나무는 백제 성왕 16년(538)에 심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천연기념물 제320호. 풍파를 딛고 살아낸 세월이 1000년을 넘는데, 전해오는 이야기 한자락 없으랴. 나무는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마다 이를 알렸다고 한다. 백제와 신라, 그리고 고려와 조선이 망할 때마다 칡넝쿨이 은행나무를 감아 나라의 망조를 예언했다. 제 몸은 물론, 마을 사람들을 돌보는 데도 신묘한 재주를 펼쳤다. 전염병이 창궐해도 이 마을만은 화를 입지 않았고, 1910년 구제역 같은 괴질이 이웃 마을 소들을 삼켰을 때도 이 마을 소들은 끄떡없었다. 고려시대 때 인근 절집 주지가 암자 중수를 위해 자신의 가지를 베자, 급사시켜 응징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현재 나무는 부분적으로 노랗게 물들었다. 11월 초면 1158㎡에 달하는 몸피 전체가 노란 옷으로 갈아 입는다. ●너른 부여 뜨락 품은 가림산성 6경 장하리 삼층석탑과 7경 대조사 미륵보살도 인접해 있다. 장하리 삼층석탑은 고려시대 때 제작된 것으로, 백제탑과 많이 닮았다. 백제 불교의 향기가 고려시대까지 이어진 셈. 대조사는 황금빛 큰새(大鳥)가 현신한 자리에 세워졌다는 전설을 안고 있다. 높이 10m의 미륵보살은 절집 위쪽에 세워져 있다. 미래 세계에 나타나 중생을 구제한다는, 바로 그 보살이다. 인체비례를 무시한 게 특징. 얼굴은 각진 데다, 귀는 크고 눈은 작다. 신체 비율도 4등신에 가깝다. 어느 모로 봐도 낙제점을 면하기 어려운 외모다. 하지만 백제 멸망 이후 신라에, 후백제 멸망 이후엔 고려의 지배를 받아야 했던 부여 사람들에게 미륵 보살은 일종의 메시아와 같은 존재였을 게다. 신 부여 8경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대조사를 품고 있는 가림산성(옛 성흥산성)은 반드시 오르는 게 좋다. 백제시대의 대표적인 산성으로, 확인된 것만 1500m 정도 된다. 가림산성의 자랑은 시원한 조망이다. 백제 도성을 따라 흐르는 금강 하류 일대의 드넓은 뜨락이 한눈에 담긴다. 가까운 논산과 강경은 물론, 익산의 미륵산과 멀리 장항까지 굽어볼 수 있다. 글 사진 부여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41) ▲가는 길 서울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 간 고속도로→공주~서천 간 고속도로→부여 나들목 순으로 간다. 서해안고속도로→대전~당진 간 고속도로→공주~서천 간 고속도로→부여 나들목 순으로 갈 수도 있다. 고속버스는 서울 남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여까지 4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맛집 구드래 선착장 주변에 맛집들이 몰려 있다. 구드래돌쌈밥(836-9259)은 다양한 종류의 쌈밥이 주 메뉴다. 향우정(835-0085)은 한정식, 장원 막국수(835-6561)는 충청도 특유의 막국수로 입소문이 났다. ▲잘 곳 부소산성 맞은편에 깔끔한 숙박업소들이 많다. 숙박료도 3만~4만원으로 싼 편.
  • 정부 “리모델링 수직증축 불허”… 총선 앞둔 정치권 ‘허용’법안 발의

    정부 “리모델링 수직증축 불허”… 총선 앞둔 정치권 ‘허용’법안 발의

    분당신도시 구미동의 소형 아파트(공급면적 49㎡)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여전히 리모델링 수직증축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 정부가 최근 재건축과의 형평성과 안전성 등을 이유로 불허한다는 최종 입장을 내놨으나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이를 내버려둘 리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박씨는 “지난 총선 때 정치권에선 뉴타운이 화두였고 경합지역에선 당락을 갈랐다.”면서 “지금 국회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리모델링의) 수직증축과 일반분양 허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해 놓고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정부가 아파트 리모델링의 수직증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으나 시장은 동요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공이 정치권으로 넘어가면서 주민들의 관심은 온통 국회에 쏠려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아파트는 32개 단지, 1만 8577가구(부동산114 통계)에 달한다. 경기 분당, 평촌, 일산 등 1기 신도시가 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서울 강남구와 강동구, 광진구 등에도 리모델링 추진단지가 몰려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준공된지 15년이 지나 리모델링이 가능한 수도권 아파트는 156만 5800여 가구로, 수도권 전체 아파트 406만 6800여 가구의 40%에 달하는 수치다. ●수도권 32개 단지·1만 8577가구 리모델링 앞둬 지난 재·보선 때 리모델링이 ‘핫이슈’가 됐던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판교 제외)의 경우 전체 14만 1700여 가구의 공동주택 가운데 90%가량이 리모델링 대상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정치권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현재 리모델링 관련 주택법 개정안은 한나라당 백성운·고흥길 의원, 민주당 조정식·최규성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상태다. 수직증축과 일반분양 허용을 담고 있다. 배경에는 아파트 소유자들의 리모델링 사업비 부담이 작용한다. 박씨의 경우 1억원 가까운 리모델링 분담금을 물어야 한다. 그동안 수직증축이 허용되면 늘어난 가구수만큼 일반분양해 분담금을 30~40%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박씨는 “현행 수평 증축으로는 면적이 10㎡가량만 늘어 시부모, 고등학생 자녀와 함께 살기가 여전히 벅차다.”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정치권의 행보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수직증축 허용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더라도 일반분양 허용 범위, 유사 재건축 규정, 안전진단 강화 등을 놓고 서로 의견이 엇갈려 내년 총선 전까지 개정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함 실장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별로 이슈가 되면 그때쯤 관련 단지들의 집값도 (상승)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총선 전까지 개정 가능성 낮을 듯 현재 서울 강남과 분당 등의 대표적인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도 정부 발표 뒤 집값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건축심의를 받는 서울 개포동 대청아파트는 70㎡(공급면적)형이 4억 9000만~5억 4000만원으로 지난 한 주간 집값 변동이 거의 없었다. G공인 관계자는 “집값 하락의 징후는 없고 언젠가는 수직증축이 허용될 것이란 기대감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추진위가 구성된 경기 분당의 하얀마을주공5단지도 49~54㎡(공급면적)형의 집값이 1억 8000만~1억 9000만원으로 그대로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정부의 입장이 확고했고 재건축으로 전환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려 당장 실망매물이 쏟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침체된 시장에서 호재가 될 뻔했는데 안 된 것일 뿐”이라며 “앞으로도 (작은) 악재는 되지만 시장을 크게 위축시킬 정도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재테크에 초점이 맞춰진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 대상 주택에는 대부분 집주인이 거주해 악재가 있더라도 (집값) 하락 압력은 크지 않다.”면서 “현행법으로도 30%가량 리모델링 주택의 수평증축이 가능해 33~66㎡의 수도권 아파트와 서울 강남의 100㎡ 이하 아파트 리모델링은 어느 정도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서울 강남의 12층 안팎 중층 재건축 단지는 저층단지와 달리 재건축을 빠르게 진행하기 어려워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떠오른 상태였다.”며 “(이번 결정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7.5m짜리 ‘괴물 오징어’ 美 플로리다서 발견

    ‘괴물’ 오징어가 미 플로리다주 인근 바다에서 죽은 채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28일 미국 UPI통신 등 외신은 “7.5m로 추정되는 대왕 오징어 사체가 지난 27일 젠슨 비치 해안에서 약 19km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서 발견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튜어트의 어부들인 로비 벤츠와 폴 페로우락키스, 조 아사로가 어업을 하던 이날 오전 11시30분께 오징어 사체를 발견한 뒤, 포트 살레르노의 한 선착장으로 운반했다. 로비 벤츠는 “물속에 떠다니는 커다란 물체를 발견하고 접근했다. 거기에 오징어 사체가 있어 보트에 실었다. 무게는 약 90kg 정도로 추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근처에서 이런 오징어를 실제로 본 적이 없다.”면서 “지인 중 하나가 봤었다는 말이 생각나 그 선착장으로 오징어를 운반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벤츠 일행이 가져온 이 대왕오징어에 많은 어부가 놀랐으며, 그들은 이 오징어의 처분을 위해 플로리다 야생동물 보호위원회에 연락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위원회 대변인 칼리 시겔슨은 대왕오징어 사체에 대해 “간단한 검사 뒤 추가적인 검사를 위해 플로리다대학 연구팀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대왕오징어의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달 일부 과학자들이 대왕오징어 같은 심해 생물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해저 소음과 관련있다고 주장한 바 있어 연관이 있지 않을까란 의심도 제기됐다. 한편 대왕오징어는 무척추동물 중 최대 크기로, 온대 해역의 중층역에서 주로 서식하며, 심해에서 활동하는데 향유고래가 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6년 동해안에서 가끔 출몰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박범신 “난 강력한 표창을 든 청년 작가”

    박범신 “난 강력한 표창을 든 청년 작가”

    “작가가 늙고 안 늙고는 서사 구조가 아니라 문장의 날에 있습니다. 나는 여전히 예민한 감수성을 지녔고 원한 것이 아니기에 고통스럽기도 합니다.” 39번째 장편소설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문예중앙 펴냄)를 내놓은 작가 박범신(65)은 ‘영원한 청년 작가’임을 강조했다. 다음 달 말에 막내아들이 결혼하고, 대학 교수직도 정년을 맞아 인생의 역할 3분의2가 끝난다고 말하는 작가의 모습이 허허로웠다. 미국 시인의 시구에서 제목을 따온 ‘나의 손은’에는 자본주의의 폭력성에 대해 강력히 발언하고 싶다는 작가의 주제 의식이 담겼다. 소설이 발화된 계기는 한 재벌 회장이 사람을 패고 돈을 준 사건이었다. 작가는 “실내 야구장처럼 돈만 내면 사람을 팰 수 있는 세상 구조가 굉장히 나를 괴롭혔다.”고 말했다. 소설의 주인공 ‘나’는 방화범으로 몰려 4년간 갇혔던 교도소에서 출옥하고 노숙자로 10여년을 떠돌다 고향으로 돌아온다. 개를 잡는 일을 했던 아버지와 살았던 무허가 판자촌 자리에는 원룸빌딩 ‘샹그리라’가 들어서 있다. 우연히 집주인 이사장에게 관리인으로 고용된 ‘나’는 잔혹한 자본주의의 표본과 같은 이사장의 잔인성을 볼 때마다 손바닥에 생겨난 말굽이 단단해진다. ‘나’는 폭력의 화신인 말굽이 날뛸 때마다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희대의 연쇄살인마 또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보고서로 읽힐 수도 있는 ‘나의 손은’은 여러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시골 마을에서 악의 화신이 각종 이권을 누리며 군림한다는 설정은 만화 ‘이끼’와 비슷하고, 사이비종교에 대한 묘사에서는 소설 ‘1Q84’가 생각난다. 주인공 ‘나’의 개장수 아버지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수취인불명’의 등장인물 같기도 하다. 작가는 어디선가 본 듯한 대중적인 이야기라는 의견에 “문장이 함유한 다양한 중층 이미지가 있기에 똑같은 이야기를 써도 똑같은 평가가 나오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 역시 ‘촐라체’처럼 인터넷에 연재됐다. 작가는 컴퓨터로 6개월간 소설을 쓰는 동안 실제로 손바닥에 말굽과 같은 굳은살이 생기는 느낌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60대 작가인 황석영, 최인호에 이어 박범신의 신작까지 가세하면서 한국 문학계는 최근 남성 독자의 유입으로 활기를 얻고 있다. 특히 박범신의 ‘나의 손은’은 25년간 문학 청년을 지도한 작가의 흡입력 있는 문장과 섬뜩한 하드 고어 영화 같은 분위기 등으로 ‘읽을 만한 소설이 없다’는 갈증에 시달렸던 남성 독자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만하다. 게다가 악의 화신 이사장에게 바쳐진 아기보살이 ‘소녀시대’ 춤을 추는 장면의 묘사는 노래 가사처럼 반짝반짝 눈이 부시다. 작가는 그 비결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제자들과 노래방에 가는데 모두 연예인처럼 춤을 춘다. 춤 동작에 대한 묘사를 해오라고 했더니 문학도답게 잘 해오더라.”고 털어놓았다. 1973년 등단해서 39년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온 그는 최근 1년 반 동안 ‘은교’ ‘비즈니스’ 등 세 권의 장편소설을 내는 무서운 생산성을 과시했다. 하지만 “양으로는 도스토옙스키만큼 못 썼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술을 먹어도 심심하고, 일을 해도 심심하다. 글을 쓸 때만 완벽한 구원의 느낌을 받는다.”는 박범신은 뭘 쓸지 모르겠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여름이 지나면 고향인 충남 강경에 거처를 마련해 내려갈 계획이라는 작가는 “강력한 표창을 든 청년 작가로 진군해볼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앞으로 10년간 열심히 써보려고 한다는 박범신이 있기에 한국 문학은 더 흥미진진할 것 같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백약이 무효… 날개 꺾인 재건축 시장

    백약이 무효… 날개 꺾인 재건축 시장

    “지구단위계획 통과의 약발이 열흘을 채 못 가고 주저앉았어요. 2년 전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서울 개포동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 건설경기와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5·1 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이 됐지만 시장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부활과 5차 보금자리지구 지정의 여파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다만, 한나라당 정진섭 정책위 부의장이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이들 지역에 한해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민간택지 내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골자로 이미 국회에 제출된 주택법 개정안을 이 같은 내용으로 수정한 뒤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이는 당초 안보다 상한제 적용 대상을 최소화한 것이어서 여야가 합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평가다. 통과될 경우 재건축 시장이 다소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5·1대책 발표 한 달을 맞아 강남권 주택시장을 점검해 봤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개포주공과 강동구 고덕시영 등의 집값이 지구단위계획 통과와 사업시행인가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택시장의 ‘바로미터’인 재건축 시장의 대세하락 조짐은 정부 정책의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취득·등록세 한시 감면(3·22대책), 양도세 거주 요건 폐지와 2종 일반주거지 층수제한 완화(5·1대책) 등 웬만한 대책은 다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번지 조사에 따르면 최근 정부의 3·22대책 발표 이후 두 달 만에 서울 재건축아파트의 시가총액이 1조원가량 빠졌다. 개포주공 1단지의 경우 49㎡가 최근 8억 8000만원대까지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3월 매매가가 11억원까지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2억원 이상 빠진 셈이다. 개포지구는 지난 3월 택지개발지구 재정비안이 통과되면서 하루 만에 3000만원가량 집값이 오르는 등 들썩였다. 하지만 약발은 열흘을 넘지 못했다. 고덕시영 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고덕동 J공인 관계자는 “지난달 고덕시영 사업시행인가 뒤 오히려 집값이 2000만원가량 떨어졌다.”면서 “최근 국세청 직원이 현장점검을 나왔다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다.”라고 전했다. 인근 고덕주공 1단지는 2006년 사업시행인가와 함께 아파트값이 최고 1억원까지 급등했으나 이번 고덕시영 인가 뒤에는 상황이 다르다. 고덕시영은 하반기 이주가 예정된 데다, 사업도 무리 없이 진행되는 알짜단지로 분류되고 있다. 이 밖에 송파구 가락시영 1단지도 연초 대비 4000만원가량 하락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단지별 거래량도 개포주공 1단지(5040가구)가 지난달 단 1건에 그쳤다. 가락시영 1차(3600가구)는 2건, 잠실주공 5단지(3930가구)도 3건에 불과했다. 원인은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다. 잠실동 D중개업소 관계자는 “조합원 추가분담금, 초과이익환수 부담금 등이 수억원에 달한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익성 측면에서 재건축이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된 영향도 크다. 베이비부머 세대 등 은퇴자들이 10억원 이상의 목돈을 장기간 재건축 단지에 묵혀 두느니 상가점포 등을 매입해 금리보다 높은 월 임대료(5~6%)를 챙기겠다는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최근 발표된 5차 보금자리지구가 강동·과천 일대에 몰리면서 강동구, 과천 등지의 재건축단지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재건축 아파트의 재테크와 실수요 충족이란 두 가지 이점이 약화된 데다 중층단지의 경우 리모델링 허용 여부, 세제와 전용률 혜택 등을 놓고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노력하면 사회·경제적 지위 높아진다” 아버지세대 37% - 청소년 51%

    아버지 세대보다 자녀 세대가 일생 동안 노력하면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 세대보다 자녀 세대가 긍정적인 것이다. ●20대보다 10대가 더 긍정적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1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일생 동안 노력하면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에 대해 아버지는 37.0%가 긍정적(매우 높다와 비교적 높다)으로 답한 반면 자녀(15~24세)는 51.3%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소득·교육·재산 등을 고려한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대해 아버지는 중층이 61.6%, 하층이 34.6%였으나 자녀는 중층이 67.8%, 하층이 30.0%로 높게 나왔다. 자녀 세대에서도 15~19세가 20~24세보다는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진학 목적에 대한 인식도 달랐다. 아버지는 좋은 직장(48.4%)과 인격 및 교양(29.3%)을 위해 자녀를 대학 이상 교육시키려 하지만 자녀는 좋은 직업(50.2%)과 자신의 능력 및 소질개발(32.7%)을 위해 대학에 가길 원했다. 직업을 고를 때 아버지는 수입(39.9%)이 가장 중요하지만 자녀는 적성과 흥미(26.7%)를 골랐다. 세대 간 차이는 대화의 부재에서 일부 기인한다. 중학생의 50.1%는 아버지와 대화를 (매우) 자주한다고 답했으나 고등학생은 37.8%에 불과했다. 특히 중·고등학생의 성적이 좋을수록 아버지와의 대화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 좋을수록 대화 많아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하루에 1회 이상 인터넷을 이용하는 10대 청소년은 97.3%로 2009년 96.7%보다 0.6%포인트 증가했다. 중학생은 블로그(95.5%), 고등학생은 미니홈피(95.6%)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고등학생 중 성인용 간행물을 보거나 온라인 음란물을 이용하는 비율이 각각 38.3%로 2009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김해을 與野캠프 탐방

    김해을 與野캠프 탐방

    ■한나라 김태호 후보 캠프, 낮고 조용하게 ‘바닥 민심’ 파고든다 ‘걱정만 끼쳐드렸습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4·27 재·보궐 선거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14일. 경남 김해시 장유면 대청리 대암월드피아 건물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의 캠프에는 이런 파란색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었다. 집권여당 후보의 선거 캠프 같지 않았다. 30여명의 젊은 자원봉사단들이 찾아오는 손님들을 안내하거나 묵묵히 청소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캠프는 ‘낮게, 조용하게, 겸손하게’를 구현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이유갑 선거대책본부장은 “국무총리 낙마 과정을 거치면서 후보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반성하는 마음으로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대규모 조직이나 화려한 이벤트 대신 ‘스며드는’ 행보를 택했다고 했다. 캠프의 내부 배치도 후보의 의지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사무실 앞마당을 자원봉사자들에게 내줬다. 상황실, 정책·홍보, 사이버, 조직 등 선거대책본부 실무진들의 방은 뒤쪽에 몰려 있었다.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은 박정수 전 김해시장 후보와 정용상 경남도의회 부의장, 김혜진 4·27 재·보선 예비후보가 맡았다. 이 선대본부장은 상황실장을 겸하고 있다. 도의원을 거쳐 인제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안상근 전 경남 정무부지사가 특보를 맡았고, 고문단이 있다. 전 시장과 거창 지역 관계자, 도지사 시절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직능별, 지역별로 바닥 조직을 훑는 데 치중한다. 전날 진해를 지역구로 둔 김학송 의원이 캠프를 찾았지만 실무자들에게 잠깐 인사만 하고 금방 자리를 떴다. 캠프 관계자는 “명망가나 국회의원 등이 결합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후보가 원치 않는다.”고 귀띔했다. 김 후보의 동선도 큰 행사장보다는 삼겹살집, 통닭집, 호프집 등을 주로 찾는 편이다. 김 후보는 지난 12일 선대본부 발족식에서 눈물을 비쳤다고 한다. 이 선대본부장은 “그 큰 키의 김 후보가 방사능비를 맞은 채 시민들에게 90도 각도로 인사하는 걸 보면서 고통을 새기면서 더 성숙해졌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지역방송의 후보자 토론회 준비를 위해 김 후보는 오후 일정을 비웠다. 잠깐이라도 인사를 나누겠다는 기자의 요청에 최기봉 비서실장은 “다음에 보자.”며 정중히 거절했다. 언론의 플래시조차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김 후보 측은 이번 재·보선은 ‘지역발전 적임자’를 뽑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해 인구가 50만명을 넘어섰지만 내적 인프라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창원 제2터널과 각종 산업·문화적 기반을 확충하는 정책을 내걸었다. 김민수 보좌관은 “김 후보가 어느 때보다 가장 어려운 선거를 치르고 있다. 아직 열세지만 진정성 있게 다가서서 시민들의 마음을 얻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무실에는 ‘단디(단단히) 하겠습니다’라는 슬로건도 함께 걸려 있었다. 김해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참여당 이봉수 후보 캠프, 초호화 진영 ‘단일화 바람’ 일으킨다 ‘야 4당이 총집결한 대선주자급 캠프’ 김해을 야권 단일후보인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의 캠프는 초호화 진영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 선거운동 첫날인 14일 오전 6시 첫 회의를 시작으로 오후 10시 총괄회의까지 숨 쉴 틈 없는 일정이 쏟아졌다. 대규모 캠프로 전환되면서 캠프 관계자들은 “오후가 되면 휴대전화 배터리 2개가 바닥 난다.”며 혀를 내둘렀다. 선거대책위원장은 유시민 대표를 비롯, 민주당 김영춘 최고위원과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가 끌고 간다. 야권 단일후보 선정 과정에서 막후 조정 역할을 했던 노무현재단 문재인 이사장이 상임고문직을 수락했다. 선대본부장은 민주당 곽진업·민노당 김근태·진보신당 이영철 예비후보와 야 4당의 지역 도당위원장, 박민웅 전농 부산경남지역 의장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맡았다. 참여당 권태홍·오옥만 최고위원은 각각 선대위 상임본부장과 총괄상황본부장이다.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이 캠프 총괄 대변인을, 임찬규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 행정관이 대외협력국장을 수행한다. 경남 함안에서 중학교를 나온 민주당 장영달 전 의원이 고문 자격으로 캠프에 합류했다. 이 후보 측은 이날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 캠프 맞은편 건물 4층 사무실에 ‘야 4당 단일후보, 김해 사람 이봉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로 내려와 이웃들과 막걸리를 마시는 사진이 눈에 띈다. 풍경 자체가 이번 선거를 관통하는 캠프의 기조를 말해준다. ‘김해 토박이·야권 단일후보·노무현 정신 계승자’로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12일에는 ‘노무현 대통령 추모 2주기 부산 경남지역 준비위’ 창립식 행사에서 야권 단일후보를 놓고 한때 경쟁했던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과도 만났다. 권 본부장은 “살인적인 집값 상승, 난개발 등 지역경제 파탄에 대해 현 정권의 책임을 묻고 56년간 김해를 떠나지 않은 토박이 후보, 노 전 대통령의 농업특보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과 중앙정치가 결합된 중층 전선인 셈이다. 전날 이 후보는 지역방송 후보자 토론회를 앞두고 동의대 석종득 교수팀과 함께 밤새 예행연습을 했다. 노란 점퍼 차림의 이 후보는 “김해에서도 가장 낙후된 오지 상동면 대감마을에서 태어나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 왔다. 농심을 일구기 위해 고향을 찾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노 전 대통령의 꿈을 반드시 되찾겠다.”고 다짐했다. 캠프는 15일 ‘귀한’ 손님맞이 준비로 분주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문재인 이사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 친노(親) 핵심 인사들이 선대위 발족식을 축하하기 위해 캠프를 찾는다. 임찬규 국장은 “그동안 친노 진영이 분열됐다는 시선이 많았지만 이 후보 출마가 단합의 기운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해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7일 한반도 남서풍 + 비…日방사성물질 유입될 듯”

    “7일 한반도 남서풍 + 비…日방사성물질 유입될 듯”

    7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성물질이 남서풍을 타고 한반도에 올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측은 남서풍을 타고 오는 방사성물질의 양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무리 미량이라도 방사성물질이 있는 만큼 비를 직접 맞는 것은 좋지 않다고 덧붙였했다. ●빗물에서도 방사성 요오드 검출 윤철호 KINS 원장은 4일 브리핑에서 “7일쯤 방사성물질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한반도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양은 여전히 인체에 영향이 없을 정도로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도 “7일 오전 일본 지역을 중심으로 고기압이 발달함에 따라 지상 1~3㎞ 높이의 중층 기류가 일본 동쪽에서 동중국해를 거쳐 시계방향으로 돌아 우리나라에 남서풍 형태로 유입되고 상당한 양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방사성물질이 온다고 해도 지금까지처럼 극미량이라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우리나라 쪽으로 부는 흐름이 있다고 해도 후쿠시마에서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방사성물질은 주변 지역에서도 농도가 점점 옅어지고 있는 만큼 역시 우리나라에 들어오더라도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2호기 원자로 내부 물질의 상당량이 유출돼 곧장 우리나라를 향해 날아와도 우리 국민이 받는 영향은 연간 허용 방사선량(1m㏜)의 3분의1 수준인 0.3m㏜에 불과하다는 분석 결과를 다시 강조했다. 윤 원장은 “바람으로 인한 방사성물질보다는 일본 후쿠시마 현지에서 바다 쪽으로 나간 방사성물질이 더 많다.”면서 “이에 따라 한반도 연근해의 해수와 해양생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 결과도 실시해 10일쯤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평소에는 흙먼지나 대기오염 물질 등 때문이라도 당연히 비는 굳이 맞지 않는 것이 좋다.”면서 “이번에는 여기에 극미량의 방사성물질이 더해져 비를 맞는 것은 더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군산 등 7곳 세슘 나와 한편 이날 전국 23개 수돗물에서는 인공 방사성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KINS는 매주 2회 수돗물을 채취, 방사성물질 검사를 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기 중 방사성물질 검사 결과에서는 12개 지방측정소 모두에서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 방사선량은 0.121~0.636m㏃/㎥로 최고 농도를 연간 피폭 방사선량으로 환산하면 0.0000613m㏜ 수준이다. X선 촬영 때 받는 양(약 0.1m㏜)의 1600분의1 수준이다. 3일 부산 등 전국 7개 지역에서 채취한 빗물에서도 0.106~1.06㏃/ℓ의 방사성 요오드가 나왔다. 방사성 세슘도 서울·춘천·대전·군산·대구·수원·청주 등 7곳에서 발견됐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일본 방사성 물질, 7일 남서풍 타고 한반도 유입될 듯

     7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성 물질이 남서풍을 타고 한반도에 올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측은 남서풍을 타고 오는 방사성 물질의 양도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무리 미량이라도 방사성 물질이 있는 만큼 비를 직접 맞는 것은 좋지 않다고 덧붙였했다.  윤철호 KINS 원장은 4일 브리핑을 통해 “7일쯤 방사성 물질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한반도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그 양은 여전히 인체에 영향 없을 정도로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도 “7일 오전 일본 지역을 중심으로 고기압이 발달함에 따라 지상 1~3㎞ 높이의 중층 기류는 일본 동쪽에서 동중국해를 거쳐 시계방향으로 돌아 우리나라에 남서풍 형태로 유입되고 상당한 양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방사성 물질이 온다고 해도 지금까지처럼 극미량이라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우리나라 쪽으로 부는 흐름이 있다고 해도, 후쿠시마에서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은 주변 지역에서도 그 농도가 점점 옅어지고 있는 만큼, 역시 우리나라에 들어오더라도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2호기의 원자로 내부 물질의 상당량이 유출돼 곧장 우리나라를 향해 날아와도 우리 국민이 받는 영향은 연간 허용 방사선량(1m㏜)의 3분의 1 수준인 0.3m㏜에 불과하다는 분석 결과를 다시 강조했다. 윤 원장은 “바람으로 인한 방사성 물질 보다는 일본 후쿠시마 현지에서 바다쪽으로 나간 방사선 물질이 더 많다.”면서 “이에 따라 한반도 연근해의 해수와 해양생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 결과도 실시해 10일쯤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평소에는 흙먼지나 대기오염 물질 등 때문이라도 당연히 비는 굳이 맞지 않는 것이 좋다.”면서 “이번에는 여기에 극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더해져 비를 맞는 것은 더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전국 23개 수돗물에서는 인공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KINS는 매 주 2회 수돗물을 채취, 방사성 물질 검사를 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기 중 방사성 물질 검사 결과에서는 12개 지방측정소 모두에서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 방사선량은 0.121~0.636m㏃/㎥로 최고 농도를 연간 피폭 방사선량으로 환산하면 0.0000613m㏜수준이다. X-선 촬영 때 받는 양(약 0.1m㏜)의 1600분의 1수준이다. 3일 부산 등 전국 7개 지역에서 채취한 빗물에서도 0.106~1.06㏃/ℓ의 방사성 요오드가 나왔다. 방사성 세슘도 서울·춘천·대전·군산·대구·수원·청주 등 7곳에서 발견됐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서울·신도시 매매·전셋값 상승… 수도권은 ‘꽁꽁’

    서울·신도시 매매·전셋값 상승… 수도권은 ‘꽁꽁’

    새해 첫주에도 전셋값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전세물량을 찾는 세입자들이 늘면서 서울과 신도시에선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전세시장 오름세는 서울과 신도시의 매매시장까지 끌어올렸다. 다만 수도권 매매시장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9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주 아파트 전셋값은 서울과 신도시, 수도권에서 모두 올랐다. 신학기를 앞두고 학군 수요가 많은 한강 이남 지역에선 매물 부족 등 품귀 현상이 두드러졌다. 전셋값은 서울에서 관악, 송파, 양천지역이 많이 올랐고, 경기에서는 의왕, 군포, 용인 지역이 강세였다. 신도시는 분당, 평촌, 중동 등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평촌은 소형 아파트 전세물량은 물론 대형아파트까지 무섭게 거래가 이뤄졌다. 일선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매물이 나오면 몇 시간 안에 계약이 끝난다.”고 전했다. 인천에선 세입자들이 입주를 앞둔 새 아파트의 전세매물을 기다리면서 분위기가 다소 조용했다. 매매시장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단지의 숨 고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대치동 등 중층단지의 가격이 올랐다. 재건축 아파트의 연말 반짝 오름세는 주춤한 모습이다. 서울과 신도시는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수도권은 대규모 신규 아파트 단지 입주를 앞두고 매매가가 하락했다. 서울 성북, 용산 지역에선 수요층이 되살아나며 거래가 늘었다. 시세도 1000만원가량 올랐다. 신도시는 산본, 중동, 평촌 등이 매매가 상승을 이끌었다. 다만 김포 한강신도시는 전매제한 기한 만료를 앞두고 매매가가 1000만원 안팎씩 하락했다. 분양권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씨줄날줄] 복지 삼국지/우득정 수석논설위원

    연초부터 정치권이 복지 논쟁에 휩싸였다. 차기 대권의 유력한 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사실상 본격적인 대권 행보로 지난해 말 ‘한국형 복지’라는 포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겠다며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건 ‘맞춤형 복지’에서 ‘생애주기별’이라는 소프트웨어가 덧붙었다.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에서 포퓰리즘적인 요소를 배제하려는 의도로 이해된다. 지난해 지방 및 교육감 선거 당시의 무상급식 논란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사회가 선진화할수록 복지 논쟁은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는 핵심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복지 논쟁은 필연적으로 포퓰리즘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지난해 선거를 앞두고 김문수 경기지사 등 여권 일각에서 “이건희 삼성회장의 손자도 무상으로 밥을 먹이자는 얘기냐.”는 반론도 따지고 보면 논리보다는 정서에 기댄 포풀리즘적인 접근방식이다. 중학교까지 무상으로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밥은 그저 주지 않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손자에게 무상으로 점심을 주지 않겠다면 10만원짜리 호텔 도시락을 시켜 먹을 자유는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맞춤형’이든 ‘생애주기형’이든 ‘보편형’이든 정작 중요한 것은 누구의 지갑에서 돈이 나오느냐는 것이다. 선진국들이 겪고 있는 세대 간의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현 세대의 복지비용은 수혜자인 현 세대가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현 세대는 연금 수급구조에서 확인되듯 자기 몫을 늘리려고 많은 부담을 미래 세대로 떠넘겼다. 게다가 정치권의 복지 논쟁이 가열될수록 미래 세대의 어깨 짐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미래 세대가 현 세대 정치인에 대한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가장 바람직한 복지 패러다임은 3층·4층 중층구조로 복지 그물망을 촘촘히 짜는 것이다.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최소한의 기본 복지를 정부가 보장하고, 노약자 등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사회적 약자와 극빈층 등은 재정이 감당하되 3층·4층 보호망은 연금이나 저축 등 개인에게 맡기는 방식이다. 선진국의 복지병을 연구해온 학자들이 내린 결론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치권은 말로만 서민을 떠벌릴 것이 아니라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분담금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저출산으로 맞서고 있는 미래 세대의 반란은 국가 지속성에 경종을 울릴지도 모를 일이다. 우득정 수석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40) 마르셀 프루스트 ‘스완네 집 쪽으로’

    [고전 톡톡 다시 읽기](40) 마르셀 프루스트 ‘스완네 집 쪽으로’

    1913년 말의 파리. 프랑스 문학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화자가 불분명하고, 중심 사건이 뭔지 도통 알 수 없는 전대미문의 소설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어린 마마보이 마르셀이 겪는, 인과가 불분명한 사건들의 연속에, 끝도 없이 이어지는 긴 문장! 문단의 신인 마르셀 프루스트는 이 작품 ‘스완네 집 쪽으로’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연작의 첫 부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프루스트는 어떤 혹평과 칭찬에도 흔들림 없이 차근차근 작품을 발표해 나갔다. 그리하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꽃피는 아가씨들 그늘에’(1919), ‘게르망트 쪽’(1920~1921), ‘소돔과 고모라’(1921~1922), ‘갇힌 여인’(1922), ‘사라진 알베르틴’(1925), ‘되찾은 시간’(1927) 이렇게 7개의 부분으로 구성된 대작이 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연작 첫 부분 프루스트가 작품을 처음으로 구상하게 된 것이 1909년 무렵부터라고 하니 구상에서 완성까지 무려 19년이나 걸린 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이 작품의 완간을 보지 못한 채 1922년 11월 18일 파리 자택에서 숨을 거두었다. 봄에 밭을 바라보는 사람은 농부가 어떤 씨앗을 뿌려놓았는지 알 수가 없다. 가을이 되고 열매를 맺고 나서야 ‘아 지난봄에 바로 이것이 싹트고 있었구나.’ 알게 된다. 프루스트는 ‘스완네 집 쪽으로’ 안에 농부가 씨를 뿌리듯 이야기의 씨앗을 뿌려놓았다. 그래서 ‘스완네 집 쪽으로’의 진정한 맛을 느끼려면 독자는 제7권 ‘되찾은 시간’을 읽고 나서 돌아와 다시 읽어야 한다. 이렇게 두 번 읽어야 하는 책. ‘스완네 집 쪽으로’는 프루스트가 숨겨놓은 8번째 책이 된다. ●콩브레-시간 여행의 출발지 ‘스완네 집 쪽으로’는 다시 제1부 ‘콩브레’, 제2부 ‘스완의 사랑’, 제3부 ‘고장의 이름’으로 나뉜다. 사실 제1권의 배경은 스완네 집만이 아니라 마르셀네 집 안, 마을의 시냇가, 들판, 성당 등이다. 게다가 스완네 집이 있는 콩브레에는 대부르주아인 스완네 집보다 훨씬 더 멋지고 화려한 대귀족 게르망트네의 영지가 있다. 프루스트가 ‘스완네 집 쪽으로’를 강조한 것은 스완이라는 인물의 사랑과 예술적 취향이 어린 마르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체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주인공 마르셀의 가족은 지방 부르주아에 불과하다. 마르셀 식구들은 언제나 스완네 집 쪽과 게르망트 쪽 중 어느 쪽으로 산책할 것이 좋은지 고민한다. 한쪽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평야”가, 다른 쪽에는 “전형적인 강가 풍경”이 펼쳐지고 있어 전혀 다른 풍경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제1권에서 스완과 게르망트라는 이름은 이렇게 뒤섞일 수 없는 사회의 두 계급을 상징한다.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해 전혀 다른 이 두 세계가 만나서 섞이고 뒤바뀌는 이야기를 만들려고 했다. 마르셀은 여기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는 스완의 딸 질베르트를 만나면서 부르주아 세계로 곧장 진입하게 되며, 게르망트 대공 부인을 쫓아다니면서 귀족 사회의 이면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두 가문의 문지방을 넘나들면서 평범한 시골 소년에서 파리의 모던 보이로 성장한다. 마르셀은 두 가문 사람들과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그들의 배신과 죽음을 겪은 후 고향에 돌아와 안착한다. 그리고 우연히 산책하다가 스완네 집 쪽으로 난 길이 결국 게르망트네 쪽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전혀 달라 보이던 두 풍경이 실은 맞닿아 있었으며, 함께 콩브레의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해, 겉으로 달라 보이는 세계의 이면에는 다른 세계로 향하는 또 다른 길들이 있음을 말하고자 했다. 결국 ‘스완네 집 쪽으로’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 모든 장소는 낯선 인생의 진리를 보여주게 될 길의 입구가 된다. ●시간 여행자여, 마들렌 과자 타임머신을 타라 어떻게 잃어버린 시간을 찾을 수 있을까? ‘스완네 집 쪽으로’에서 우리는 프루스트가 설명해주는 시간 여행 방법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마들렌 과자 먹기 장면은 이 소설에서 가장 감각적이고 신비롭다. 추운 날 밖에서 귀가한 마르셀에게 어머니가 몸을 녹이라며 홍차와 마들렌 과자를 준다. 아무 생각 없이 한 입 맛보았을 뿐인데 감미로운 행복감이 엄습한다. ‘이건 무슨 느낌일까? 과자 안에 어떤 비밀이 있는 거지?’ 그러다 마르셀은 자신이 느낀 만족감이 과자 때문이 아니라 유년의 기억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콩브레 시절, 일요일 아침마다 침상에 누워만 계시던 레오니 고모가 늘 홍차와 함께 마들렌 과자를 주던 기억을 끄집어낸 것이다. 마르셀의 머릿속으로 유년의 고향 콩브레 마을 전체가 서서히 펼쳐졌다. 레오니 고모네 정원에 핀 꽃, 스완 아저씨네 넓은 뜰의 온갖 꽃들, 대귀족 게르망트네 영지 옆을 흐르던 비본느 강의 연꽃…. 놀랍게도 마들렌 과자 한 모금의 맛이 이 모든 추억을 되살려낸 것이다. 타임머신 마들렌! 마르셀은 과자 맛을 음미하며 자신의 유년과 청년 시절을 왕복하고, 갖가지 사건 사고들을 생생하게 다시 체험하게 된다. 그렇다면 프루스트는 왜 이런 시간 체험에, 잊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불러내어 미지 세계의 진리를 찾아가는 것에 매달렸던가. 프루스트는 우리가 현재 놓치고 있는 세계에 관심이 있었다. 스완의 사랑을 간직한 콩브레의 들판, 마들렌 과자를 좋아했던 고모의 개성, 해질녘 콩브레 성당이 보여주는 멋진 뒤태! 그는 우리가 각자의 삶에서 이런 것들을 생생한 현재로 떠올릴 수 있다면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프루스트는 마들렌 과자가 촉발한 상상 작용을 일본 종이꽃 놀이에 비유한다. 물이 담긴 사기 그릇에 형체 없는 종이꽃을 넣으면, 윤곽이 생기고 색깔이 선명해지면서 집이며 물건이며 감춰진 부분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런 종이꽃 놀이처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들의 다양한 측면들이 드러나고 의미가 분기한다. 그러나 프루스트가 집중하는 것은 종이꽃이 다 펼쳐진 상태가 아니다. 종이꽃 놀이를 진정 즐기려면 종이가 퍼지면서 형체를 갖추는 ‘순간’에 집중해야 하듯이, 프루스트에게 중요한 것은 사건의 시작과 끝이 아니라 사건의 ‘중간’이었다. 그는 타임머신을 타고 어디로 갈 것인가가 아니라, 타임머신을 타고 있는 그 순간에 무엇을 보고 겪게 되는지를 쓰려고 했다. ‘스완네 집 쪽으로’ 이후 사건은 더욱 일관성 없이 확장되고, 시간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두서없이 공존하는 중층적 구조로 전개된다. 하지만 독자들이여, 당황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들은 지금 보이지 않는 법. 그저 최선을 다해 지금을 살아내듯이, 종이꽃 놀이를 즐기듯이, 천천히 한 장면 한장면을 음미하며 풍요롭게 증식하는 이야기를 읽으면 된다. 오선민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서울신문 · 수유너머 공동기획
  • 예산국회 돌입…‘4대강 전운’ 고조

    예산국회 돌입…‘4대강 전운’ 고조

    여야가 국정감사를 마무리짓고 새해 예산안 처리를 위한 대장정에 돌입했다. 후반기 국회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4대강 예산과 개헌, 사정 정국과 예산 국회 개원이 맞물리면서 여야 대치는 물론 야당 대 청와대, 전 정권 대 현 정권이 직접 충돌하는 중층적 대결 국면이 펼쳐져 정국 불가측성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관측된다. 예산 국회의 핵심은 ‘4대강’이다. 4대강 사업이 올해 말이면 주요 공정의 약 60%가 끝나고, 내년 상반기쯤 보 건설이 완료되는 등 마무리 국면을 치닫고 있어 여야 모두 이번 하반기 국회를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다. 한나라당은 4대강 사업 때문에 복지 예산이 줄어든다는 야당의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 각 상임위에서 예산심의를 벌일 때 선심성 예산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대폭 축소해 서민·복지예산으로 돌릴 방침이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24일 “내년도 예산에서 복지 예산의 비율은 28%로 역대 최대이다. 4대강 사업 때문에 복지 예산이 줄어든다는 야당의 논리는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집회·시위법(집시법) 개정안 처리 유보,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 법안을 분리 처리키로 야당과 합의한 만큼 4대강 예산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4대강 사업 예산 22조 2000억원 중 8조 6000억원을 교육과 복지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 안에서는 예산심의를, 국회 밖에서는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국민투표를 진행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4대강 문제에 대처하기로 했다.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부 여당이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외면한 채 독주한다면 국민과 함께 저지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정감사에서 ‘4대강 저격수’로 나섰던 김부겸·김영록·김진애 의원과 당내 예산 전문가인 강봉균·김진표·이용섭 의원을 대정부 질문자로 배치해 4대강 공세에 화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후반기 국회는 개헌과 사정 정국 전면화 등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청와대는 올 하반기에 국정 강경드라이브를 강화할 태세다. 이명박 정권의 미래를 결정짓는 절대적 시기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두 사안이 전면화되면 정국 경색은 물론 여야의 정국 주도력과 권력 견제 기능도 동시에 위축될 수 있다. 한나라당은 ‘검찰발 사정’을 기업의 비리 문제로 한정했다. 야당이 사정 정국을 예산 국회와 연결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기획 사정’이 야권을 위축시킨다며 “공정사회가 사정 사회로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개헌의 경우 한나라당은 G20 정상회의 개최 이후 당내 의견수렴 절차를 밟기로 했다. 민주당은 아직 공식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구혜영·김정은기자 koohy@seoul.co.kr
  • “국내 초고층 건물 기준 50→37층으로 낮춰야”

    “국내 초고층 건물 기준 50→37층으로 낮춰야”

    “부산 우신골든스위트 화재를 반면교사 삼아 현재 50층 이상으로 돼 있는 초고층 빌딩 기준을 37층으로 낮춰 초고층보다는 낮고, 중층보다는 높은 15~49층 건물에 대한 소방안전대책도 수립해야 합니다.”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은 1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초고층 건물 방재대책의 강화 필요성에 대해 이같이 강조한 뒤 이번 주중 초고층 건물에 대한 긴급소방관리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박 청장은 “기후온난화로 2100년 동·남해안 해수면이 3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돼 장기적 대비책을 세우기 시작할 때”라며 이상기온과 이에 대한 대비책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다음은 박 청장과의 일문일답. →우신 골든스위트 화재를 계기로 초고층건물 화재에 대한 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번 주 중 민관합동점검단이 서울, 경기, 경남지역 11층 이상 주요 건물 30곳을 대상으로 긴급 소방관리 점검에 들어간다. 현재 50층 이하 건물의 소방대책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 고층 건물의 소방안전 문제를 다룬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법사위 계류 중인데 이 법은 50층 이상 건물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 →건축·소방관련법상 초고층빌딩 기준이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닌가. -현재 우리 고가사다리차는 15층까지만 진화가 가능하다. 도입예정인 초고가 사다리차도 37층까지가 한계다. 특별법이 통과돼도 전국 15~49층 건물 5216곳은 화재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고층빌딩은 비상대피층, 자체 스크링클러 등을 갖춰야 한다. 50층 이하 건물에 대한 건물 소방시설 규제 강화 방안이 국회 차원에서 따로 마련되길 바란다. →특별법이 통과되면 달라지는 점은. -건축물 관리자는 119상황실과 연계되는 종합방재실을 설치하고 재난대피 등을 총괄할 총괄재난관리자도 지정, 운영해야 한다. →소방방재청이 방재 기준 재설정에 관심이 많은데. -한반도가 온난화에 취약한 점을 감안, 소방방재청 산하 국립방재연구소가 기후환경 변화 예측 및 방재기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용역연구를 수행 중이다. 내년 11월 최종결과가 나오는데 향후 기후변화를 고려한 방재기준 가이드라인 형태로 제시될 예정이다. →가장 우려되는 기후변화는 무엇인가. -해수면 상승은 향후 100년간 한반도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방재연구소에 따르면 2100년이면 동해안이 약 3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대비책은. -앞으로 소방방재청은 현재와 비교한 해안침범도를 작성하고 방재대책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영화 해운대와 같은 쓰나미가 한반도를 강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수면 상승은 풍랑·해일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해수면이 10㎝ 상승한다고 해도 바다 전체적으로는 풍랑·해일을 수m에서 수십m까지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영향을 명확히 분석해야 한다. 국토해양부 등과 함께 해안선 생활권 이동, 고층건물 신축 제한 등 장기적 대비책을 면밀히 세울 때가 됐다. 강풍분야는 올해 태풍 곤파스 피해가 컸던 만큼 태풍 영향을 함께 고려해 순간풍속 산정 모형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내집앞 제설 안 하는 주민 과태료 100만원’ 방안이 다시 논란이 됐다. -쉽게 할 수 있는 데도 안 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걸 막자는 차원이다.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자는 게 아니다. 이는 국격제고와도 직결된다. 국민 여러분의 이해를 바란다. →오는 25~28일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제4차 UN 재해경감 아시아각료회의에 우리나라가 의장국으로 참가하는데. -우리나라가 재난방지 부문 아시아 주도국으로 떠오를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세계 자연재해의 38%가 아시아에 몰려 있지만 피해자 수는 90%에 육박하는데다 우리 방재기술에 후진국들이 목을 매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선언을 통해 아시아가 공동으로 자연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국제협력 플랫폼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한국의 지진재해예측 시스템, 일본 인공위성 활용법 등 재난방지 기술을 아시아 각국이 무상공유하게 된다. 특히 몰디브, 베트남 등 자연재해 후진국이 재난 구조기술이 독보적인 한국의 지원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연극리뷰]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연극리뷰]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다음 달 12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 오르는 연극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윤호진 연출)는 괴팍한 노친네 데이지와 흑인 운전기사 호크의 우정을 그려내고 있다. 알프레드 유리의 원작소설은 퓰리처 상을 탔고, 영화는 아카데미와 베를린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으니 우리 시대 고전이라 할 만하다. 한국에서는 처음 무대에 올랐다. 배경은 1940~1970년대 미국 남부 조지아주. 흑백 인종차별의 시대다. 때문에 흑인 호크에 대한 차별이 주로 깔려 있지만, 데이지 여사에 대한 차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데이지 여사는 유대인. 미국의 돈을 싹싹 다 긁어갔다는 유의 음모론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인종이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평판에 지나칠 정도로 신경을 쓰고, 부자이면서도 부자로 보이지 않으려 하고, 자신의 소유물에 대해서는 병적으로 집착하고, 기독교도인 며느리와 불편한 관계지만 성탄절 행사에는 마지 못해 참석하는 데이지 여사. 별스럽지 않게 툭툭 던져지는 설정들이지만 차별에 민감한 유대인의 심성을 드러내는 듯 보인다(그럼에도 극 중에서 유대인 교회는 결국 KKK단에게 폭탄공격을 당한다). 차별은 언제나 중층적이다. 차별적 사회에서 내가 차별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남을 차별해야 한다. “난 저들 편이 아니에요, 난 당신들 편에 속해 있어요.”라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야 하는 것.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이게 파시즘의 심리학이다. 처음부터 호크에게 냉담하기 이를 데 없을 뿐 아니라 흑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도둑으로 몰거나 바보 같은 어린애로 취급해 버리고야 마는 데이지 여사의 심리란, 주류 백인 사회에 편입하지도 못하면서 비주류계층에 ‘난 너희들과 달라.’라고 말하고 싶은 심리와 비슷하다. 극은 호크의 인간적이고 성실한 모습에 데이지 여사가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는 과정을 비춘다. 점차 처져가는 고개와 허리 각도, 조심조심 내딛는 발걸음, 약간씩 흔들리는 손, 가늘어져 가는 목소리와 힘이 빠져가는 안광 같은 것으로 20여년에 걸친 세월의 흐름을 섬세하게 잡아내는 신구(오른쪽)와 손숙(왼쪽)의 연기력은 높이 살 만하다. 특히 호크 역을 위해 수염을 직접 기르고 ‘검정칠’까지 마다하지 않은 신구는 데이지 여사 아들과 연봉 협상하는 장면, 1주일 만에 데이지 여사를 차에 태우는 데 성공한 뒤 “하나님도 세상을 만드는데 1주일은 걸렸다.”고 너스레를 떠는 장면 등에서는 무척 귀엽다. 잔잔하고도 훈훈한 힘이 넘치는 작품이다. 다만, 영화와 별 차이가 없는 내용 때문에 에피소드 나열 식으로 진행돼 영화 편집본 같은 느낌이 강하다. 미국에선 연극이 먼저였으나 한국에서는 영화가 먼저였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시론] 광화문, 이제 광장으로 역할하게 하라/김홍식 명지대 교수·한국건축문화연구소장

    [시론] 광화문, 이제 광장으로 역할하게 하라/김홍식 명지대 교수·한국건축문화연구소장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3궐(闕)의 석축 홍예문을 가진 중층 누마루 집이 서울의 복판에 복원되었다. 그 규모는 중국의 천안문보다 조금 작지만 백악산을 배경으로 앉아 있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일제의 길에 맞춰 틀어 두었던 건물을 굳이 헐어내고 제자리를 찾아 복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의 상징물로서, 일제의 조선총독부 청사가 버티고 서 있는 것보다는 훨씬 우아하지 않은가? 광화문이란 무슨 뜻인가? 제갈량이 선조의 남긴 덕을 빛낸다는 말에서 나온(光以先帝之遺德) 바 훌륭한 말이다. 올해는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이 되고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데, 그에 앞서 광복절에 광화문을 공개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비록 나무가 덜 말라서 단청을 다시 해야 하는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비용이 조금 더 추가될 따름이다. 고종 때도 1867년 5월17일에 착공하여 9월18일에는 문루의 입주(立柱)를 하고, 같은 해 10월11일에는 상루(上樓)하여 완공했다고 하니, 무서운 속도가 아닌가? 일제도 총독부 앞에 눈엣가시 같은 조선의 상징물을 철거해서 건춘문 북쪽으로 옮기는 데 2년 이상을 소요하면서, 우리의 기록과 비교해 보고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고 있다. 그나마 우리는 2007년 5월에 기존 건물을 철거해서, 비록 발굴조사를 한다고 많은 시간을 허비했지만, 2009년 11월27일에는 상량식을 했으며 이후 9개월 만에 완공한 것이 아닌가! 더구나 비지정문화재이므로 3개월 정도 앞당겨도 별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다. 사람만 좀 늘렸을 뿐 야간작업도 하지 않고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또 다른 상징물인 숭례문(남대문)이 수리공사를 하고 있는데, 지정문화재 국보 1호이고 보물 1호는 흥인지문(동대문)이다. 만일 비지정문화재에 등록번호가 주어진다면 1호는 틀림없이 광화문일 것이다.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육축(석축) 이상은 파괴되어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고, 복원도 콘크리트로 외형만 본떴기 때문에 지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문화재가 아닌 것은 아니다. 지정이 되지 않아서 문화재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할 따름이다. 한편, 광화문 앞에 설치되어 있던 월대(기단 아래 있는 축대)를 복원하지 못한 점이 광화문을 왜소하게 보이게 하는 다른 원인일 것이다. 교통의 흐름을 막는다는 이유로 복원하지 못했는데, 원래는 길이가 52m이고 그 앞 35m 지점에 해태상이 있었다. 이를 길이 10m로 줄이고 그 끝에 해태 상을 놓겠다니, 높은 건물들 사이에서 조그맣게 보일 수밖에…. 더구나 월대의 높이는 원래 75㎝ 정도였는데 지금은 광화문 광장 높이가 이것보다 높게 되었다. 얼마 전 광화문 광장을 발굴해 봤는데 조선 초기 지반은 지금보다 2.5m 정도 아래 있었고 매년 조금씩 토사가 쌓여서 고종 때 지반은 대략 80㎝ 아래에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시각상 광화문을 받쳐주고 있던 육조거리, 곧 광화문광장이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오세훈 서울시장은 광화문 광장을 만든다고 차선을 과감히 줄이고 우리나라 최고의 조경설계사를 부르는 등 야단법석을 떨었는데도 결론은 겨우 이 정도다. 광장(마당)이란 무엇인가? 정말 비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노자의 말처럼, 비어 있음으로 해서 필요하다면 무엇이라도 담는 마당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국민이 국가의 심장부를 거닐어 보기도 하고 중요한 행사가 있으면 대중 집회를 열기도 하며, 어떤 때는 최익현 같은 분이 도끼를 베고 앉아 나라님께 직소하기도 하고 억울한 일이 있으면 신문고를 울리던 곳이지 않던가? 촛불집회를 하면 무엇이 두려운가? 어울리지도 않은 세종대왕도 앉아 계시고 이순신장군도 노려보고 있으며, 분수·화분 등 너저분한 것이 많아서 진정한 광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시민들은 넓지도 않은 시청 앞 광장을 개방해 달라고 안달을 할까?
  • [8·15 65주년] ‘빛의 문’ 공사 4년만에 위용… 미래를 비춘다

    [8·15 65주년] ‘빛의 문’ 공사 4년만에 위용… 미래를 비춘다

    광화문(光化門)이 다시 열린다. 광복절인 15일 현판 제막식과 함께 145년 전 고종 중건(重建) 당시의 모습을 되찾아 우리 곁에 돌아온다. 1395년 조선 왕조 법궁(法宮·임금이 사는 궁궐) 경복궁의 정문으로 우뚝 선 이래 600년 영욕의 세월을 묵묵히 온몸으로 견뎌냈던 광화문. 이제 그 문이 미래를 향한 새로운 빛을 만방에 퍼트릴 채비를 마쳤다. 복원되는 광화문은 육축 240㎡에 문루가 들어서는 형태다. 중층인 문루는 아래층 174.1㎡, 위층 110.7㎡ 규모로 정면 3칸, 측면 2칸 형식이다. 처마를 받치는 장식 구조가 기둥 윗부분뿐 아니라 기둥 사이에도 짜여 있는 다포식 공포에, 옆에서 보면 경사가 완만한 사다리꼴 모양의 우진각 지붕을 갖췄다. 겹처마이며 금모로 단청을 입혔다. 박정희 정권이 1968년 복원하면서 철근 콘크리트로 지었던 문루는 금강송 목재로 바뀌었다. 복원공사를 총지휘한 신응수 대목장이 “(좋은 나무 찾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던 그 금강송이다. 중앙청(옛 조선총독부) 청사에 맞춰 비뚤어졌던 중심축과 위치도 바로잡았다. 고종 중건 당시 경복궁 중심축에 맞췄던 원래 위치를 찾아 남쪽으로 11.2m, 서쪽으로 13.5m 이동하고, 시계 방향으로 3.75도 각도를 틀었다. 광화문 정문 앞의 월대(月臺·궁전 앞에 있는 섬돌)도 8m 길이로 복원했다. 원래는 53m이지만 교통 혼란을 고려했다. 해치상 2기도 제자리에 갖다 놨다. 광화문 외에 용성문, 협생문, 동·서수문장청, 영군직소 등 부속 건물 5동을 함께 복원했다. 광화문 양 옆의 궁장(宮墻·궁궐 담장) 330m와 광화문에서 흥례문으로 연결되는 어도(御道) 100m도 되살렸다. 2006년 12월4일 ‘광화문 제모습 찾기사업’ 선포식과 함께 본격적인 광화문 철거에 들어갔다. 이듬해 9월 철거 이후 진행된 발굴조사 결과에서 원래 광화문 위치가 파악됐다. 광화문이 근정전~근정문~흥례문으로 이어지는 남북방향 직선 축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7m 높이의 기단부 석축 공사는 고종 때와 같이 화강석을 사용했다. 당시 썼던 인왕산 돌과 석질이 가장 유사한 경기 포천산 돌을 공수했다. 석축공사는 2009년에 마무리됐고, 이어 목조 누각 공사가 시작됐다. 2009년 초 강원 삼척 등지에서 벌채한 금강송으로 나무 기둥을 세우고 보를 얹었다. 같은 해 11월26일 여기에 마룻대를 올리는 상량식이 진행됐다. 올 들어 추녀와 서까래를 설치하고 지붕 기와를 잇는 작업과 단청 등이 이어졌다. 지난 7월부터 광화문 현판 각자(刻字)와 단청 작업에 들어가는 등 마무리를 해 왔다. 아직 복원이 끝나지 않은 동십자각 주변의 궁장 설치와 하수암거 이설 등은 연말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日총리 사죄담화] 간총리 8·15 담화 전문

    올해는 한·일관계에 있어서 커다란 전환점이 되는 해입니다. 정확히 100년 전 8월 한·일 병합조약이 체결돼, 이후 36년에 걸친 식민지 지배가 시작됐습니다. 3·1 독립운동 등의 격렬한 저항에도 나타났듯이, 정치적·군사적 배경 아래, 당시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하여 이뤄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저는 역사에 대해 성실하게 임하고자 합니다. 역사의 사실을 직시하는 용기와 이를 인정하는 겸허함을 갖고, 스스로의 과오를 되돌아보는 것에 솔직하게 임하고자 합니다. 아픔을 준 쪽은 잊기 쉽고, 받은 쪽은 이를 쉽게 잊지 못하는 법입니다. 이러한 식민지 지배가 가져다 준 많은 손해와 고통에 대해 여기에 다시 한 번 뼈져린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심정을 표명합니다. 이러한 인식에 따라, 앞으로의 100년을 바라보면서,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구축해 갈 것입니다. 또한 지금까지 실시해 온 재(在)사할린 한국인 지원, 한반도 출신자의 유골반환 지원이라는 인도적 협력을 앞으로도 성실히 실시해 갈 것입니다. 또한 일본이 통치하던 기간에 조선총독부를 거쳐 반출돼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조선왕실의궤 등 한반도에서 유래한 귀중한 도서에 대해, 한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여 가까운 시일에 이를 인도하고자 합니다. 일본과 한국은 2000년에 걸친 활발한 문화 교류나 인적 왕래를 통해 세계에 자랑할 만한 훌륭한 문화와 전통을 깊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늘날 양국의 교류는 매우 중층적이고, 광범위하며 다방면에 걸쳐 있고, 양국 국민이 서로에게 느끼는 친근감과 우정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강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양국의 경제관계나 인적 교류의 규모는 국교정상화 이래 비약적으로 확대됐고, 서로 절차탁마하면서 그 결합은 아주 공고해졌습니다. 한·일 두나라는 이제 21세기에 있어서 민주주의나 자유,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중요하고 긴밀한 이웃 국가가 됐습니다. 이는 양국관계에 그치지 않고, 장래 동아시아공동체 구축을 염두에 둔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 세계경제 성장과 발전, 그리고 핵 군축이나 기후변화, 빈곤이나 평화구축이라는 지구 규모의 과제까지, 폭넓게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여 지도력을 발휘하는 파트너 관계입니다. 저는 이러한 커다란 역사의 전환점에, 한·일 양국의 유대가 더욱 깊고, 더욱 확고해지는 것을 강하게 희망하는 동시에 양국 간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합니다.
  • 보금자리, 맞춤형 주거단지로

    보금자리, 맞춤형 주거단지로

    수도권 보금자리주택의 인기가 잠시 시들해진 가운데 쾌적하고 맞춤형의 주거환경을 강조한 ‘보금자리지구 기준안’이 나온다. 국토해양부는 공공디자인과 도시특화, ‘소셜믹스(social mix)’ 개념을 아우르는 보금자리주택지구 계획기준안을 곧 마련하겠다고 8일 밝혔다. 다양한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중층 블록형 및 고층 타워형 등 단지 형태를 차별화한 압축도시가 발전 모델이다. 특히 주택을 유형·규모별로 혼합해 다양한 계층이 어울려 살도록 한 소셜믹스 개념 적용은 지구 여건에 따라 추진될 예정이다. 또 입주 전 주민들이 선호하는 부대시설 유형을 조사해 도서관, 피트니스센터 등 주민들이 원하는 시설을 적극 설치하도록 했다. 고령자 입주자의 유형이 결정되면 노인케어센터 등 수요자에 맞는 시설 유치도 권장하도록 했다. 녹색도시라는 발전 목표에 따라 주변 환경과 조화된 쾌적한 도시건설도 추진된다. 보행자 우선구역을 등을 지정, 보행자나 대중교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집단 녹지공간 확충을 위해 노력하도록 했다. 경사도가 큰 지역은 구릉지형사업구역으로 설정, 테라하우스 등 적합한 주거공간 설치가 가능하게 했다. 도시 디자인도 강화돼 지구내 밀도를 차등화한 다양한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도록 했다. 아울러 국토부는 보금자리주택지구의 계획단계뿐만 아니라 실시설계, 공사 중에도 전문가가 참여하는 설계조정회의를 열도록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범·2차지구 계획 수립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이와 같은 발전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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