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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르디의 ‘레퀴엠’ 전곡을 들어볼 시간

    베르디의 ‘레퀴엠’ 전곡을 들어볼 시간

    레퀴엠(죽은 이의 명복을 빌기 위한 미사곡)만큼 작곡가의 개성을 드러내는 곡도 드물다. 교황령 일부였던 이탈리아 파르마 출신인 탓에 태생적으로 반(反)교권주의자였지만, 신앙심은 누구보다 깊었던 주세페 베르디(1813~1901)의 ‘레퀴엠’에는 그의 재능과 종교적 진실함이 오롯이 담겨 있다. 동시대에 살았던 독일 지휘자 한스 폰 뷜로가 ‘교회 복장을 한 오페라’라고 빈정댄 건 베르디의 레퀴엠이 형식적으로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 테너, 베이스에게 마치 아리아를 부르듯 독립적 역할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에서 네 파트가 일종의 콰르텟(사중창)처럼 구성된 것과는 사뭇 다르다. ‘레퀴엠’이 오페라 ‘돈 카를로’, ‘아이다’ 등과 더불어 베르디의 걸작으로 꼽히는 까닭은 특별한 작곡 동기도 한몫했다. 베르디가 존경하던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1792~1868)와 문호 알렉산드로 만초니(1785~1873)의 죽음을 추모하려고 만들었기 때문. ‘레퀴엠’ 중 마지막 곡 ‘리베라 메’(나를 구원하소서)는 애초 로시니를 위한 레퀴엠이었다. 책장 속에 잠들어 있던 ‘리베라 메’는 만초니의 죽음을 계기로 빛을 본다. 1874년 5월 만초니의 사망 일주기를 기념, 밀라노의 산마르코 성당에서 완성된 ‘레퀴엠’을 초연했다. 어떤 레퀴엠보다도 강렬한 ‘진노의 날’(Dies Irae) 대목은 한 번쯤 들어봤겠지만, 베르디의 ‘레퀴엠’ 전곡을 들어볼 기회는 많지 않았을 것. 새달 2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서울시향의 플래티넘시리즈Ⅱ는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지휘하고 마리아 루이자 보르시(소프라노), 미쉘 드 영(메조소프라노), 그레고리 쿤드(테너), 그리고 사무엘 윤(바리톤)이 나선다. 특히, 지난해 7월 바그너만 공연하는 유럽의 대표적 음악축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동양인 최초로 주역(‘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맡았던 사무엘 윤에게 눈길이 쏠린다. 애초 캐스팅됐던 러시아의 바리톤 예브게니 니키틴이 가슴에 새긴 나치문양(卍) 문신 탓에 출연이 취소되면서 공연 당일 6시간 전에 ‘대타’로 투입돼 스타덤에 올랐던 그다. 1만~12만원. 1588-1210.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유럽 무대에 ‘한국 출신 천상의 목소리’ 알린 지 15년… 소프라노 이원신

    [김문이 만난사람] 유럽 무대에 ‘한국 출신 천상의 목소리’ 알린 지 15년… 소프라노 이원신

    흔히 천상의 목소리라고 한다. 지친 귀를 즐겁게 해준다. 가슴 속까지 후벼파는 전율과 벅찬 감동이 있다. 뿐만 아니다. 여성(女聲)의 최고 성역이라는 소프라노의 음성은 잠자는 사물도 깨운다. 그래서 최상의 악기라고 한다. 이 봄에 잠시 한 곡 감상해 본다. ‘물망초 꿈꾸는 강가를 돌아, 달빛 먼길 임이 오시는가, 갈숲에 이는 바람 그대 발자췰까, 흐르는 물소리 임의 노래인가’ 김규환 작곡의 가곡 ‘임이 오시는지’의 한 대목이다. 피아노 앞에 앉은 한 여인, 소프라노는 그렇게 소리내어 읊었다. 천상의 목소리여서 그런지 꽃향기를 헤치며 금방이라도 임이 오실 것만 같다. 이 가곡은 소프라노 바버라 보니가 내한 공연 때 정확한 한국 발음으로 불러 청중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소프라노 이원신(42)씨는 국내보다 유럽 무대에서 더 알려진 성악가이다. 오스트리아와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프랑스, 스페인 등 그동안 수많은 가곡과 오페라를 포함해 100여 차례의 공연무대를 가질 만큼 왕성한 활동으로 현지 청중들에게 명성을 얻고 있다. 특히 2011년 새해 체코 드보르자크 홀 가곡공연 때에는 한복을 입고 무대에 올라 한국 출신 천상의 목소리로 ‘원더풀’이라는 탄성과 함께 기립박수를 받아 현지 언론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또 지난해 6월 체코의 올로모츠 광장 야외 특설무대에서 모라비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열린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 테너 호세 쿠라와의 갈라 콘서트 때에도 그랬다. 호세 쿠라와 듀엣으로 푸치니 나비부인의 사랑의 이중창 ‘저녁이여 오라’를 불러 청중들을 매료시켰던 것. 그는 드보르자크의 ‘집시의 노래’ 7곡 전곡을 체코어로 소화하는 몇 안 되는 국내 성악가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2006년 이탈리아 페스카라 극장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나비부인역 이후 유럽 무대에서 수차례 주역을 맡았고 2010년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에서 주연인 비올레타역(프라하 오페라하우스) 등 가곡 무대뿐만 아니라 오페라 무대에서도 뛰어난 가창력을 인정받고 있다. 1995년 예술의전당 오페라 심청의 귀덕역, 이듬해 세종문화회관 신인음악회 등을 통해 국내무대에 첫선을 보인 뒤 1997년 유럽으로 건너갔으니 올해로 15년 음악인생이 되는 셈이다. 오는 26일에는 모처럼 유럽이 아닌 중국 광저우에서 오페라 무대를 가진 뒤 6월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공연을 앞둔 이씨를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만났다. 먼저 다가올 공연 얘기부터 나눴다. 광저우 옥란대극원 무대에 오를 오페라는 ‘시집가는 날’이다. 여기에서 무녀역으로 출연한다. 공연 취지는 한·중 민간 교류의 새로운 장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선전 오케스트라, 한국의 김승일 무용단, 한·중합창단 등 150여명이 출연하는 비교적 큰 규모의 무대라고 이씨는 설명한다. 이어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라갈 작품은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3대 오페라 중 하나인 ‘피가로의 결혼’이다. 사단법인 뉴서울오페라단이 주최하는 무대로 여기에서 이씨는 주역인 ‘백작부인’ 역할을 맡는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모차르트가 가장 사랑한 작품입니다. 대부분의 오페라는 비극으로 끝나지만 ‘피가로의 결혼’은 유쾌하고 흥미롭게 진행되면서 행복한 결말을 지어내는 작품으로 감동을 선사하지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이기도 합니다.” 가곡 독창회 및 협연 등의 무대를 자주 갖지만 그동안 이들 오페라 외에도 베르디 ‘리골레토’의 주역 질다와 푸치니의 ‘라보엠’ 주역인 미미역 등 소프라노의 주요 배역을 두루 섭렵했다. 이어 유럽 활동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세종대학교 음악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부설 오페라연구소 및 서양아카데미를 수료한 후 유학길에 오른다. “그때가 추운 1월이었지요. 로마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의 저녁은 정말 스산한 바람이 불더군요. 산더미같이 큰 배낭을 혼자 들고 가는데 앞길이 막막했습니다. 외롭기도 하고 말도 잘 안 통하고, 왜 여기에 왔나 싶기도 하더군요. 생각해 보면 제가 유학생활을 잘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스승 안젤로 델 이노첸티(라퀼라 국립음악원) 교수를 만난 덕입니다. 지치고 힘들 때마다 스승님은 제게 항상 ‘잘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 격려가 제게는 큰 힘이 됐습니다.” 낯선 타향의 설움을 이기는 것은 열심히 공부하는 것밖에 없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다. 어느 정도 언어가 극복되자 이탈리아와 독일 등을 오가며 오페라와 가곡 분야의 전문코스를 마쳤다. 또한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테움 오페라 가곡 코스를 수료했다. 이어 이탈리아 라퀼라 국립음악원을 수석 졸업하면서 그의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는다. 내친김에 스위스 뉴사텔 국립음악원 전문연주자 과정까지 마쳐 성악가로서의 자질을 한층 쌓았다. 그러는 가운데 1997년 이탈리아 포르토 산 조르조 시립극장을 시작으로 매년 수차례씩 음악회 무대에 올라 동양에서 온 천상의 목소리를 알렸다. 또한 각종 콩쿠르에 출전, 매년 입상하다시피 하면서 더욱 자신감을 얻었다. 1999년 이탈리아 국제가곡 콩쿠르에서 3위 및 신인상을 수상했을 때에는 관객들로부터 이탈리아의 유명한 소프라노 카티아 리차렐리의 목소리를 빼닮았다며 최고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유학 초기에 섰던 국제적 대회여서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이씨는 회고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탈리아 등 유럽무대에서 폭넓은 음악활동을 하는 계기가 됐다. 15년 동안 유럽 무대에 서면서 또 하나의 큰 감동이 있다. “2010년 8월 ‘벨리아 페스티벌’ 야외 공연 때였습니다. 여기에서 거슈윈의 오페라 ‘포기와 베스’에 나오는 여주인공 클라라가 부르는 아리아 ‘서머타임’을 영어로 불렀지요. 야외공연의 특성상 공연 중간중간 관객들이 무대 뒤로 와서 간단한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1부가 끝났을 때였어요. 한 이탈리아 소녀가 다섯 살 정도의 여동생을 데리고 와서는 하는 말이 ‘선생님의 노래가 끝났을 때 내 동생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브라바! 라고 했다’며 사인을 부탁했어요. 브라바는 우리 식으로 해석하면 브라보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여성들에게는 브라바, 남성들에게는 브라보를 외칩니다.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였어요. 오래도록 가슴 뭉클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그는 이탈리아 유학시절 체코 음악과 인연을 맺는다.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의 아리아 ‘달에게 바치는 노래’를 연습하면서 작곡가의 나라인 체코 언어를 별도로 배웠다. 드보르자크 연가곡도 터득했고 체코 무대에서 화려하게 공연을 하게 된다. 그는 성악을 그림에다 비유한다. 목소리가 화려한 색채처럼 펼쳐질 때가 있고 뭔가 소홀히 하면 붓놀림이 약한 것처럼 그림이 잘 안 될 수도 있단다. “최상의 그림을 뿜어내야 청중들에게 감동을 던져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노래 해석의 깊이와 성숙함을 위해 문학과 철학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제 음악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지요. 아울러 제 음악에 대한 책임감이기도 합니다. 노래 역시 감동과 여운을 남기는 한편의 시라고 생각합니다. 공연이 끝날 때마다 화면을 통해 세심하게 모니터하는 까닭도 바로 한편의 시를 잘 쓰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성악가는 소프라노 홍혜경씨라고 했다. 유학시절 이탈리아에서 TV를 시청하다가 ‘라보엠’ 무제타 역할을 맡아 열연하는 것을 보고 같은 한국인으로 너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어쩌면 그가 유럽 무대에서 역경을 딛고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활동하는 것도 이러한 감동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그래서 기회가 되는 대로 외국 무대에서 우리의 가곡을 널리 알리겠다고 말한다. 성악을 전공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일단 언어 문제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야 합니다. 저는 이탈리아로 떠나기 전 1년동안 언어공부를 했는데도 많이 힘들더군요. 하지만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부딪치고 깨지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바라는 것을)얻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꿈이 있느냐는 질문에 “제자들이 훌륭하게 잘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라며 웃는다. 인터뷰를 끝내면서 이 봄에 어떤 가곡을 감상하면 좋으냐고 했더니 “봄처녀, 목련화 등 훌륭한 곡들이 많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헝가리안 무곡(舞曲)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이원신씨는 伊 라퀼라 국립음악원 수석 졸업 등 국내보다 유럽서 더 유명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덕성여고와 세종대 음악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부설 오페라연구소와 서양 아카데미를 수료했다. 1995년 예술의전당 오페라 심청의 귀덕역으로 국내 무대 첫선을 보인 뒤 1997년 이탈리아로 건너갔다. 그해부터 이탈리아 포르토 산 조르조 오페라코스 등을 비롯,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에서 오페라와 가곡 코스 전문과정을 수료했다. 1999년 이탈리아 국제 가곡 콩쿠르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매년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2000년 이탈리아 라퀼라 국립음악원에서 수석 졸업했으며 스위스 뉴샤텔 국립음악원 전문 연주자 과정을 수료했다. 2010년 세계적인 오페라 무대 프라하 스메타나 홀에서 테너 호세 쿠라와 협연을 가졌다. 비테르보, 라퀼라, 로마, 시칠리아, 코센차 등지를 비롯해 유럽 여러 도시에서 그동안 100여 차례 가곡 및 오페라 무대에 섰다. 라보엠, 리골레토, 라트라비아타, 나비부인 등 주요 오페라 무대에서 주역으로 출연했다. 2008년부터 5년 동안 한국종합예술학교에 출강했고 현재는 단국대와 세종대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 ‘연복사탑중창비’ 문화재 지정 예정

    ‘연복사탑중창비’ 문화재 지정 예정

    서울시는 21일 그동안 학계에 소재 불명으로 알려졌던 연복사탑중창비(演福寺塔重創碑)를 용산구 철도회관 화단에서 발견해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494년 세워진 연복사탑중창비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공덕으로 다시 세워진 연복사 오층불탑(목탑)의 건립 내력을 담은 비석이다. 중국식 석비 양식을 수용해 새로운 조형의 석비 예술을 예고하는 조선 초기의 대표적인 자료로 평가받는다고 시는 전했다. 이 비석은 일제의 국권침탈이 본격화하던 100여년 전 서울 용산으로 옮겨진 것으로 추정됐으나 최근까지도 학계에서 정확한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탑은 일제강점기에 흩어진 우리 문화재 찾기에 힘을 써온 이순우씨가 이 비의 소재지와 관련해 인터넷 카페 ‘일그러진 근대 역사의 흔적’이라는 글을 올렸고, 같은 카페 회원인 김석중씨가 우연히 길을 가다가 발견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 [영화 프리뷰] ‘콰르텟’

    [영화 프리뷰] ‘콰르텟’

    은퇴한 음악가들을 위한 요양원 비첨하우스에 새 식구가 찾아온다. 자존심 센 왕년의 스타들을 웅성거리게 한 주인공은 세계 최고의 소프라노로 군림했던 진 호튼. 딱 한 명의 얼굴이 굳어진다. 호튼과 부부의 연을 맺었던 왕년의 명 테너 레지널드다. 외도로 부부관계를 깨뜨렸던 호튼은 사과하지만, 레지널드의 얼어붙은 마음은 녹지 않는다. 비첨하우스는 해마다 갈라 콘서트를 열어 운영경비를 모금한다. 예술감독 격인 시드릭은 한때 오페라 드림팀이던 레지널드와 호튼, 씨씨, 윌프를 함께 무대에 세우려 한다. 문제는 “커튼콜을 열두 번 이하로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할 만큼 자존심 센 호튼이 대중 앞에서 노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명배우 더스틴 호프먼(76)의 감독 데뷔작 ‘콰르텟’(사중창)은 황혼의 예술가들을 통해 나이 듦을 이야기한다. 늙고 쇠약해진다는 건 서글프다. 그러나 사그라지지 않는 삶과 예술에 대한 열정, 사랑만 있다면 인생의 또 다른 막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일흔 다섯 살에 시나리오를 읽고 눈물을 흘렸다는 호프먼은 “누군가 나이를 먹는다는 건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다. 몸이 늙어갈수록 마음도 연약해진다. 하지만, 인간의 영혼과 정신은 더 확장될 수 있다. 작품에 담긴 삶에 대한 관대한 시선과 나이 듦에 대한 낙관적인 자세는 영화를 연출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50여년을 현장에서 보낸 호프먼에게 첫 연출작이란 건 무의미해 보인다. 촘촘하게 직조된 캐릭터, 삶에 대한 혜안, 명배우들의 호연, 맥락에 꼭 들어맞는 음악까지 ‘콰르텟’을 엮어낸 건 호프만의 능력이다. 로만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 줄리앙 슈나벨의 ‘잠수종과 나비’를 각색한 로널드 하우드(79)는 자신의 연극극본 ‘콰르텟’을 각색, 호프먼에게 제공했다. 감독 만큼이나 오래된 배우들의 관록은 몸짓 하나로도 대사 이상을 표현한다. 호튼 역의 매기 스미스(79)나 레지널드 역의 톰 커트니(76)는 물론, 바람둥이 윌프 역의 빌리 코놀리(71), 치매에 걸렸지만 소녀 같은 씨씨 역의 폴린 콜리스(73), ‘해리포터’의 덤블도어 교장으로 익숙한 마이클 갬본(73) 등 70대 배우들의 연기 궁합은 스크린을 꽉 채운다. 제목 ‘콰르텟’은 4명의 노배우가 비첨하우스의 갈라 공연에서 부르는 베르디의 오페라 아리아다. ‘리골레토’ 중 3막에 등장하는 사중창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처녀여’는 바람둥이 만토바 공작(테너)이 막달레나(알토)에게 치근대는 모습을 질다(소프라노)와 그의 아버지인 꼽추 리골레토(바리톤)가 훔쳐보는 대목에서 나온다. 각본가 하우드는 “인간의 목소리를 위해 쓰인 곡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극찬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만토바 공작)와 조안 서덜랜드(질다) 등이 함께 부르는 데카 앨범이 가장 유명하다(데카는 이 영화의 공동제작사). 28일 개봉.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2013 구정을 말하다] 김성환 노원구청장

    [2013 구정을 말하다] 김성환 노원구청장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휴대전화를 꺼내 독일 프라이부르크 주택단지에서 직접 찍었던 사진 수십장을 보여 줬다. 페인트칠도 없이 원목 그대로 만든 어린이 놀이터의 모습은 투박해 보이면서도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 줬다. 김 구청장은 “화려하진 않지만 자연 그 자체를 느끼면서 놀 수 있도록 한 놀이시설을 보면서 자연 속에 어우러지는 인간의 삶을 되새겼다”고 소개했다. 김 구청장은 9일부터 17일까지 희망제작소 목민관클럽이 주관한 해외연수에 참여해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다녀왔다. 18일 시차적응도 채 안 돼 피곤한 상태에서도 김 구청장은 유럽 연수에서 느낀 점을 열정적으로 들려줬다. 특히 “환경 투자가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생태적 근대화’ 개념을 독일 학자한테 들었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면서 “노원구가 지향하는 생태와 복지 역시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해 꼭 선행해야 할 디딤돌이란 생각을 새삼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월계동 도로에서 2011년 11월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아스팔트 460t이 발견되면서 홍역을 치렀던 김 구청장으로서는 오스트리아 츠벤덴도르프 원자력발전소를 둘러싼 국민투표가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김 구청장에 따르면 당시 오스트리아 정부는 1978년 원전을 완공한 뒤 본격 가동을 앞두고 주민반대가 커지자 국민투표를 제안했는데, 부결될 줄은 정부에서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김 구청장은 “당장엔 경제적 손실이 만만치 않았지만 장기적으로는 원자력이 아닌 재생에너지가 오스트리아의 전체 에너지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3%나 되는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김 구청장은 “에너지 정책은 국가 차원에서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자치단체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정부정책만 바라볼 수는 없지 않겠느냐”면서 “3중창 설치나 열이 빠져나가지 않는 환기시스템을 더 많이 도입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내 아이들에게도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배우란 직업, 인생을 걸만하다고…”

    “내 아이들에게도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배우란 직업, 인생을 걸만하다고…”

    나지막하고 안정된 말투, 상대방을 무장 해제시키는 편안한 미소. 국민 배우 한석규(49)가 자신의 이미지에 딱 맞는 옷을 입고 돌아왔다. 새 영화 ‘파파로티’(오는 14일 개봉)에서 한석규는 건달인 성악 천재 장호(이제훈)를 가르치는 까다로운 음악 선생 상진 역을 맡아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만난 한석규에게 모처럼 따뜻한 영화에 출연한 소감부터 물었다. “좋은 선생님, 멘토가 되는 스승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에서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 큰형님도 존경하는 두 분의 선생님 덕분에 본인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부럽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인 데다 캐릭터의 진폭이 큰 인물이라서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한석규와 극 중 배역 상진은 비슷한 구석이 많다. 학창 시절 중창단에서 노래하며 성악가를 꿈꿨던 한석규는 ‘차선책’으로 배우가 됐고, 한때 이탈리아 유학까지 다녀온 촉망받는 성악가였던 영화 속 상진도 자신의 꿈을 접고 지방 예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둘 다 음악을 좋아하는데 꿈을 접었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하지만 제 꿈은 잘 접힌 것 같아요(웃음). 상진은 참 복잡다단한 캐릭터죠. 꿈을 잃어버리고 실패했다는 좌절감에 아무 생각 없이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는 그의 앞에 질투가 날 만큼 뛰어난 제자가 나타납니다. 제자를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는 이야기는 꽤 괜찮지 않나요?” 스승과 제자의 평범한 이야기처럼 보이던 영화는 한석규와 이제훈의 실감나는 연기로 생명력을 발휘한다. 처음에는 장호가 건달이라는 이유만으로 노래도 시켜 보지 않았던 상진이 장호의 노래를 듣고 감명받는 장면, 고아로 자라 가정 환경이 불우한 장호를 아들처럼 돌보고 제자의 능력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영화는 요즘은 잊힌 사제지간의 정이나 각박해진 사회에서 멘토를 갈구하는 대중의 심리를 관통한다. “평소 교육방송(EBS)의 청소년 대담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데 10대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문제점은 물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시스템도 다 알고 있더군요. 그걸 보며 참 답답했고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마음 같아서는 온 국민이 교육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요즘 시대는 제가 청소년기를 겪었을 때와는 또 다른 상황인 것 같아요. 이번 영화가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세종 역을 맡아 “이런 우라질…” 등의 욕을 했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제자에게 “이놈의 XX” 같은 친근한(?) 욕을 상당히 자주 퍼붓는다. “평소에 욕을 거의 안 하는 편인데 이번에 주변에서 잘한다고 부추겨 좀 과하게 선을 넘은 것 같아요. 제가 분위기에 취해 욕을 너무 많이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평상시 촬영 현장에서 후배들과 편해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빨리 친해지고 싶을 때 가끔 욕을 합니다. 그런데 제가 욕을 하면 다들 놀라요. 우스운가 봐요.” 그는 이번 영화에 함께 출연한 후배 이제훈에 대해 ‘진솔한 배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석규가 출연한 영화 ‘초록물고기’를 초등학교 5학년 때 보고 자란 이제훈은 대선배에게 밀리지 않는 호연을 펼쳤다. “후배로서 제훈이는 정말 최고죠(웃음). 저를 어려워하면서도 좋아해 주는 것이 느껴졌어요. 제훈이의 가장 큰 매력은 연기에 진솔하게 접근한다는 점이죠. 그런 마음은 꼭 분석하지 않아도 관객들에게 읽히거든요. 30~40대가 되면 연기 테크닉은 늘고 싶지 않아도 늘어요. 더 중요한 건 연기에 어떻게 접근하느냐죠. 같은 장면을 찍고 또 찍을 정도로 욕심도 많은 제훈이는 가능성이 많은 배우입니다.” 화두는 자연스럽게 연기 이야기로 이어졌다. ‘접속’ ‘쉬리’ ‘8월의 크리스마스’로 1990년대 충무로를 주름잡았던 1세대 국민 배우 한석규. 하지만 늘 최고였던 그에게 2000년대 접어들어 공백기와 침체기가 찾아왔다. 그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배우 생활 초반이던 30대부터 그런 시기가 올 거라고 예상했어요. 연기가 제게 큰 기쁨을 주는 만큼 언젠가는 깊은 좌절감을 안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죠. 그것은 선배도, 후배도, 누구도 피해 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막상 위기가 닥쳐오니까 힘들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순간에도 나를 끄집어내 주는 것은 결국 연기라고 생각했어요. .” 그가 오랫동안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던 것도 그의 이런 연기관과 관련이 있다. 한석규는 그를 재발견하게 한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가 흥행한 이후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도 모두 거절했다. “시간이 지나서 인터뷰 때 한 말을 돌아보면 후회되기도 하고 덧없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배우는 말로 하기보다는 몸으로 하는 직업이고 연기를 꾸준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관객은 그냥 제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저를 읽어 냅니다.” 두 차례의 허리 수술 이후 건강상의 문제로 65㎏의 체중을 유지해야 하는 덕에 동안 외모를 간직하고 있다는 한석규. 네 명의 자녀 중에 대를 이어 연기자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저는 누군가 (연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하)정우나 많은 연기자 2세를 보면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어렸을 때부터 당연히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에게 배우는 인생을 걸어 볼 만한 직업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배우는 사람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는 직업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언젠가 한 단어로 규정지을 수 없는 사람을 연기해 보고 싶고요. 저는 아직도 그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길섶에서] ‘감동’ 출판기념회/최광숙 논설위원

    얼마 전 한 출판기념회에 다녀왔다. 주인공은 고향 친구다. 그는 몇 년전 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마친 후 지금 직장에 다닌다. 암 때문에 고통스럽지도 불행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행복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이런 내용의 투병기를 ‘나는 암이 고맙다’라는 책으로 엮어 낼 정도로 새 삶을 일구고 있다. 그 소식을 전해 들은 고등학교 동창생들이 출판기념회를 마련했다. 본인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친구들이 출판기념회 비용부터 프로그램 짜는 일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이날 행사는 암을 극복한 친구의 ‘귀환’을 진정으로 축하하는 따뜻한 격려와 사랑이 넘치는 자리였다. 평소 노래를 잘하는 친구들로 구성된 중창단의 멋진 축하 공연등도 곁들어졌다. 그러니 정치인들의 속 보이는 ‘목적성’ 출판기념회와는 확연히 다를 수밖에. 그의 회사 동료로 이날 같이 간 남편은 “근래 보기 드문 좋은 자리”라고 평했다. 대부분 모르는 이였지만 공감하는 마음이 느껴져 전혀 낯설지 않았다는 것이다. 온기가 가득 전해진 이날 행사의 또 다른 주인공은 ‘빛나는 우정’이 아닐까.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향토기업 특선] (3)부산 ㈜트렉스타를 가다

    [향토기업 특선] (3)부산 ㈜트렉스타를 가다

    부산의 대표적 향토 기업인 ㈜트렉스타는 1988년 설립된 동호실업이 전신이다. 당시 주문자 상표 부착(OEM) 방식으로 신발 제품을 생산하는 소규모 하도급업체였다. 25년이 지난 지금 이 회사는 세계 4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종업원이 수천명에 달하는 아웃도어 중견기업으로 번듯하게 성장했다. 신발 산업이 호황기를 누렸던 1980년대 트렉스타는 해외 바이어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바이어들이 주문한 제품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반영한 획기적인 제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물량 수주가 늘어나면서 회사 규모도 성장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1994년부터는 트렉스타란 자사 브랜드를 단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트렉스타로 회사명을 바꿨다. 트렉스타는 국내 신발 판매 1위, 의류 판매는 10위권에 드는 기업이다. 2004년부터는 등산복 등의 의류제품도 생산하면서 명실상부한 아웃도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신발 100여 종류 등 모두 400여종의 제품을 만들고 있다. 전국 130개 전문 매장을 비롯해 자사 제품이 팔리는 멀티숍 매장이 500여개에 이른다. 미국, 캐나다, 스페인, 체코, 스웨덴 등 세계 40여 개국에 신발 제품을 수출하고 있고 60여 개국에서 신발이 팔리고 있다. 트렉스타의 대표 제품은 ‘코브라 630 고어텍스’로 첨단 기술과 감각적인 디자인이 결합된 트레킹화다. 트렉스타라는 브랜드 이름이 트레킹(Trekking)하는 길을 밝혀주는 별(Star)인 것처럼 트레킹화에 대한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신발 끈 대신 강한 와이어가 연결된 동그란 버튼으로 구성된 보아 시스템을 적용, 다이얼을 한 손으로 돌려 간편하게 신발을 신고 벗을 수 있도록 했다. 보아 시스템은 스노보드화에 쓰이기 시작했던 것으로, 트렉스타가 2007년에 세계 최초로 신발에 적용했다. 권동칠 대표는 “기존의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다른 눈으로 본 노력의 결과였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 기술력의 신발 회사, 최고 수준의 복지 회사’가 기업 철학인 트렉스타는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거듭하며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첨단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1994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경등산화는 통가죽에 무겁고 딱딱한 재료 일색이었던 기존의 등산화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으며 등산화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가볍고 부드러우면서 통풍까지 잘되는 경등산화는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다. 신발의 디자인이 중요시되던 2000년 자동차 현가장치 기능을 신발창에 접목시킨 ‘독립현가기술’(IST·Independent Suspension Technology)을 개발, 불규칙한 지면에서도 균형을 맞춰주는 제품을 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10년 뒤인 2010년에는 세계 신발업계로부터 혁신적인 기술로 인정받은 ‘네스핏 기술’을 내놓아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네스핏 기술은 발 외형에 정확하게 맞도록 실제 발 관절 모양과 똑같이 제작된 신발 틀과 안창, 중창, 밑창을 일체화하는 특허 제조 공법이다. 트렉스타는 네스핏 기술 덕택에 2010년 아웃도어의 본고장인 유럽의 스페인, 포르투갈 등으로 수출을 시작하는 개가를 올렸다. 또 그해 중국에서 열린 ‘세계 스포츠용품 박람회’에서 노스페이스, 밀레 등 세계 유수 브랜드들을 제치고 신발과 의류, 스포츠용품 등 전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2009년에는 국방부로부터 기능전투화 납품업체로 선정됐다. 트렉스타는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와 함께 브랜드 론칭 초기부터 국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왔다. 1994년 트렉스타 브랜드 론칭 이후 해마다 세계적인 아웃도어 전시회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트렉스타 제품들은 한국을 넘어 세계 등산화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면서 신발 시장의 트렌드를 바꾸어 왔고, 탄탄한 기술력과 브랜드 경쟁력으로 국내 신발산업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한국 아웃도어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 환원에도 적극적이다. 2004년부터는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함께 전국 국립공원에서 그린캠페인 활동을 펴고 있다. 공원 내 쓰레기 수거 활동에 직접 참여하거나 자신의 쓰레기를 되가져 가면 그 양에 따라 일정한 포인트를 지급해 시설물 이용 혜택 및 상품 등을 제공하고 있다. 권 대표는 “부산본사의 연구 개발 인원 30명과 중국 톈진공장에 50명 등 80명이 지금도 신제품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연 매출액의 2% 정도를 연구비에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15일 TV 하이라이트]

    ■즐거운 책 읽기(KBS1 밤 12시 40분) MC 정용실 아나운서가 주한 대사와 만난다. 대사들의 책 읽기 그 세 번째 주인공은 37여년간 17개국에서 외교활동을 하고, 한국에 부임한 지 올해로 3년째 접어든 주한 스페인대사 루이스 아리아스 로메로이다. 그는 청년기까지 읽은 많은 도서들이 자신의 60여 년 인생을 이룬 큰 자양분이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1 대 100(KBS2 밤 8시 50분) 꽃중년 배우 전노민, 2013학년도 수능만점자 이민홍이 각각 1인에 도전한다. 100인 군단으로는 연예인 퀴즈군단, 2012년 연세대 행정고시 합격생 모임, 한양대 신재생 에너지 연구실 ‘SEED lab’, 전주교대 남성중창단 ‘울림촌’, 연극 ‘작업의 정석’팀, 오지레이서들, 그리고 69인의 예심통과자들이 함께한다. ■창사 51주년 특별기획 마의(MBC 밤 9시 55분) 조선의료단 책임자로 청국에 도착한 이명환(손창민). 황제의 애첩 우희를 직접 확인하고 그 병증에 크게 놀란다. 한편 조선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광현(조승우). 사암(주진모)은 조선으로 돌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황제의 애첩 우희를 치료하는 데에 지원해 보라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오후 5시 35분) 배가 부풀어 오른 7살 은준이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 바로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몸에서 단백질이 빠져나가는 신증후군이라는 병이다. 때문에 소변이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못해 늘 물이 차고 부어 있다. 게다가 먹기만 해도 토를 할 만큼 역하고, 독한 약은 은준이를 더욱 힘겹게 한다. ■희망풍경(EBS 밤 12시 5분) 순수함과 섹시함의 양면성을 가진 마력의 여인 김희영. 그녀는 2012 슈퍼모델 선발대회 본선에 진출하며 어릴 적 꿈이던 모델이 된다. 청각장애를 가진 그녀는 부끄럽거나 불행하지는 않다. 그녀는 스스로 극복의 의지와 자신감을 더한 노력이 있다면 그 어떤 장애도 뛰어넘을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가족(OBS 밤 11시 5분) 산골의 겨울은 비교적 한가롭다지만 남정인·엄지숙씨 부부에게 겨울은 분주하기만 하다. 일 년 내내 먹을 된장과 간장을 직접 옛 방식 그대로 만들어야 하고, 또 얼마 전 태어난 젖염소 새끼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산골남’과 ‘산골댁’을 만나러 깊은 산골 경북 청도로 떠나본다.
  • 北, 새해 통일 바람몰이 “박근혜정부에 유화 메시지”

    북한이 새해 들어 여러 매체를 통해 통일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모습을 보여 박근혜 차기 정부에 남북관계 정상화 등을 압박하는 동시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5일 ‘백두산 위인들의 필생의 염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통일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간곡한 유훈”이라며 “북과 남, 해외의 온 겨레는 위대한 대원수님들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민족 최대의 숙원인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4일에도 “조국을 통일하는 것은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다시 잇고 민족의 고통과 불행을 하루빨리 가시기 위한 사활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대표적 악단 모란봉악단의 공연에도 통일이 새로운 소재로 등장했다. 노동신문은 4일 “모란봉 악단의 신년 경축공연 ‘당을 따라 끝까지’가 연일 진행되고 있다”면서 “온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삼천리 강토 위에 통일되고 번영되는 강성 국가를 기어이 일으켜 세울 겨레의 의지를 반영한 여성 중창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 ‘우리의 소원은 통일’, ‘통일 6·15’, ‘통일은 우리 민족끼리’는 공연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고 밝혔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간 각종 행사에서 자주 불리면서 민족 화해를 염원하는 상징적 노래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조선중앙TV가 방송한 지난 1일 모란봉악단 공연에서는 남북정상회담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무대 뒤쪽의 대형스크린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각각 2000년과 2007년 방북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손을 맞잡은 사진이 여러 차례 나온다. 이 같은 북한의 움직임은 지난 1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지속적으로 차기 정부에 6·15 공동선언과 통일 등을 강조하며 유화적 메시지를 보내고 현 정부와 다른 대북정책을 펼 것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로켓 발사 성공의 자신감으로 내부적으로 인민생활 향상에 집중하고 화해협력과 대화를 강조해 통일의 기반을 조성하는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뮤지컬 리뷰]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리뷰] ‘오페라의 유령’

    “날 잊어. 이 일을 모두 잊어. 네가 본 걸 모두 잊어. 당장 가. 날 떠나.”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내며 팬텀은 절규한다. 하지만 팬텀을 본 관객들은 결코 그 모든 것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첫선을 보인 것이 1986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공연한 것은 1988년이다. 무려 20여년 전이지만, 이 작품은 지금까지 꾸준히 전 세계인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개막한 공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는 쓰지 않는 파리오페라극장 안. 사방이 천으로 둘러 쳐진 이곳에서 진행되는 경매 장면으로 공연이 시작된다. 오페라극장에 남은 물건들이 하나둘 경매에 나오면서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기억 속으로 다가간다. 경매물품 번호 666번이 붙은 거대한 샹들리에가 등장한 순간, 장중한 서곡이 흐르면서 모든 천들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무대는 1911년 오페라극장의 전성기로 옮겨 간다. 20만개 유리구슬로 장식한 샹들리에가 극장 위로 올라가는 이 장면은 몇 번을 봐도 가슴이 벅차오르며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기대로 들뜨게 한다. ‘오페라의 유령’은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의 동명 소설이 바탕이다.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흉측한 얼굴 때문에 숨어 사는 오페라의 유령(팬텀), 그의 사랑을 받는 가수 크리스틴, 그녀의 어릴 적 친구이자 연인 라울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삼각관계는 팽팽하지만, 노래와 무대는 신비롭고 환상적이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수많은 촛불 사이로 팬텀과 크리스틴이 탄 나룻배가 유유히 흘러가는 장면(1막)은 지하 미궁이지만 로맨틱한 분위기다. 2막을 시작하는 가면무도회 장면은 객석의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화려하고, 중간중간에 나오는 오페라 장면은 유쾌하다. “오페라 못지않게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겠다.”고 한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공언처럼, 음악은 한곡 한곡이 이미 명곡으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에서 팬텀 역할을 2000회 이상 한 배우 4명 중 한명인, 미국 브로드웨이의 브래드 리틀은 이미 그 자체가 팬텀이다. 객석 끝까지 꽂아버리는 성량뿐 아니라 손가락 하나하나 움직임까지 위압적이면서도 우아하다. 극 막바지에 이르러 그가 사랑을 잃고 분노와 절망을 담아 노래할 때는 객석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 브래드 리틀만큼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배우는 크리스틴 역의 클레어 라이언이 될 듯하다. 어릴 때 발레를 했다는 그는 1막 발레 장면에서 멋진 춤 실력을 보여준 뒤 모두가 기대하는 그 목소리를 뿜어냈다. 1막 중반, 팬텀과 부르는 환상적인 이중창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에서 그는 팬텀의 “날 위해 노래하라.”는 주문에 이끌러 하이 E음으로 끝을 맺는 부분을 소름 끼치게 소화하면서 박수를 이끌어냈다. 그는 목소리뿐 아니라 아름다운 외모와 연기력으로 존재감을 확인시켰다. 내년 2월 28일까지. 1577-3363.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클래식부터 ‘톱’ 퍼포먼스까지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을 맞아 서울 노원구는 4일 오후 7시 30분 중계본동 노원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구립여성합창단 정기 음악회를 연다. 올해로 21회를 맞는 이번 음악회는 클래식 음악 여행곡을 비롯해 고전음악, 탱고 등 폭넓은 장르 음악을 선보인다. 1부에서는 헨델과 멘델스존 등이 작곡한 명곡을 비롯해 지난 9월 경남 거제 전국합창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목련꽃 피면’과 ‘입맞춤’, ‘모든 것은 사라지기에’(Puisque tout passe)를 부른다. 이어 2부에서는 독일 작곡가 슈만의 4중창곡 ‘유랑의 무리’와 빌보드 차트 1위까지 오른 블루탱고를 노래한다. 또한 톱연주가인 유선덕씨가 나와 ‘톱’을 가지고 음악을 연주하는 퍼포먼스도 선사한다. 이번 공연은 예약 없이 당일 지역 주민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안갑성 “테너도 바리톤도 아니라구요? 둘 다 가능한 매력적인 ‘박쥐’죠”

    안갑성 “테너도 바리톤도 아니라구요? 둘 다 가능한 매력적인 ‘박쥐’죠”

    오페레타는 대사와 춤이 더해진 작은 오페라를 뜻한다. TV 연속극처럼 예습 없이 봐도 이해하기 쉽다. 유럽 큰 극장들의 인기 송년 레퍼토리 ‘박쥐’가 대표적이다. 1920년대 경제 공황기 오스트리아 빈 상류사회의 위선과 허영, 속물 근성을 풍자한 코미디다. ‘왈츠의 황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신나는 왈츠와 폴카가 곁들여져 연말 분위기에는 딱이다. 국립오페라단이 ‘박쥐’를 전막 공연하기로 한 건 꽤 오래전. 문제는 주인공 아이젠슈타인의 캐스팅이었다. ‘박쥐’는 언어유희가 도드라진 작품이다. 독일어 대사를 속사포 랩처럼 뱉어내는 성악가가 필요하다. 테너가 하기엔 낮고, 바리톤이 부르기엔 높은 음역이란 점도 걸림돌이다. 바그너 가극 전문 베테랑 테너 리처드 버클리 스틸이 먼저 낙점됐다. 하지만 4회 공연 중 나머지 2회를 책임질 한국가수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지난 2월 독일 베를린에 출장을 간 국립오페라단 관계자들은 오디션을 보러 온 바리톤 안갑성(31)을 만나고 깜짝 놀랐다. 2006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뒤 유학을 떠난 터라 국내에서 인지도가 없는 것이 위험요인. 하지만 바리톤 중 가장 높은 음역을 소화하는 하이 바리톤인 데다 베를린 국립음대에서 5년을 공부한 덕에 독일어가 입에 붙었다. 그와 일했던 슈타츠오퍼 극장 관계자도 추천했다. 신예 바리톤 안갑성이 2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박쥐’ 주인공으로 한국무대에 전격 데뷔하는 사연이다. 안갑성은 “아이젠슈타인은 테너가 부르기엔 낮고 바리톤이 부르기엔 높아 경계에 걸친 사람이 필요하다. 우리끼리 ‘테리톤’(테너+바리톤)이라고 부른다. 국립오페라단이 무명인 날 믿어준 덕에 까마득한 미래에 설 것으로 생각했던 예당(예술의전당)에서 데뷔를 하게 됐다. 떨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라며 웃었다. 이어 “‘박쥐’는 ‘무한도전’ 같다. 볼거리가 많고, 캐릭터 사이의 해프닝이 꼬리를 문다. 관객이 출연자와 같이 노는 느낌이다. 대학 때 처음 출연한 작품이 ‘박쥐’(당시는 조역 프랑크 역)였으니 각별한 인연”이라고 덧붙였다. 테너 버클리 스틸-소프라노 파멜라 암스트롱(로잘린데 역) 캐스팅과 비교할 때 안갑성-박은주(부산대 교수) 조합의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는 “알프레드와 블린트란 테너 배역이 두 개가 더 있다. 소프라노와 삼중창을 할 때에도 테너가 아닌 바리톤이 아이젠슈타인을 맡아야 앙상블의 매력이 살아난다.”고 설명했다. 또 “아내로 나오는 박은주 선생님이 연상이다. 딴에는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의 고현정-천정명 커플이 결혼한 뒤 벌어진 해프닝이란 설정으로 접근했다.”면서 “팀워크가 워낙 끈끈하다. 내가 아이디어를 늘어놓으면 박 선생님이 ‘나이 어린 남자랑 몬 살겠다’고 농담한다. 그럼 나는 ‘샤치’(schatzi·자기야)라고 부른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나이답지 않은 입담, 성악가답지 않은 끼와 유머감각은 남다른 이력에서 비롯됐다. 성악을 시작한 건 인천 광성고 2학년 때다. 고1 때부터 중창단 활동을 하면서 노래를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했다. 10개월 동안 벼락치기 레슨을 받았다. 입시곡 두 개를 달달 외웠다. 한예종에 덜컥 합격했다. 그때는 베이스였다. 하지만 대학에 적응하지 못 했다. “예고 출신이랑 게임이 안 됐다. 한 학기 동안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지내다가 해병대에 입대했다.”고 말했다. 보통 성악가들이 군악대에서 복무하는 것과는 동떨어진 선택. 하지만 그는 “공기 좋은 백령도에서 성대가 건강해져 돌아왔다.”며 웃었다. 복학 이후 바리톤으로 전향했다. 그동안 억지로 성대를 눌러서 저음을 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권투선수로 치면 체급을 올린 것과 마찬가지다. 처음엔 괴로웠다. 바리톤으로 옮기면서부터 유명 성악가의 목소리를 흉내낼 게 아니라 나만의 목소리를 내려고 올인했다.”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 대신 독일로 유학을 간 까닭은 뭘까. 간단했다. “학비가 공짜”라고 했다. 이어 “독일만큼 졸업 후 극장에서 일할 기회가 많은 나라도 없다. 이탈리아에선 졸업생 100명 중 1~2명쯤 기회가 있다면, 독일은 50~60명은 기회가 있다.”고 덧붙였다. 베를린 국립음대 성악과 최고연주자 과정을 수석졸업한 그는 2010년 엠머리히 즈몰라상 수상 등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고 있다. 아직 유명극장 전속가수는 아니다. 하이 바리톤 배역이 드문 탓에 한 시즌 십수 편을 무대에 올리는 대형극장들이 그를 전속가수로 둘 이유는 없다. 그래도 그는 낙관적이다. 그는 “쉽게 말하면 비정규직”이라면서도 “내 목소리가 가진 장점을 어떤 분들은 (테너와 바리톤의 중간 의미로) 박쥐라고도 한다. 테너로 올릴 수도 바리톤으로 내릴 수도 있지만, 나만의 장점을 살리고 싶다.”며 웃었다. ‘박쥐’는 28일부터 새달 1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개그맨 김병만이 술취한 교도관 프로쉬 역할로 깜짝 출연한다. 1만~15만원.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동대문 휘경1구역, 2015년 친환경 건물로 재탄생

    동대문 휘경1구역, 2015년 친환경 건물로 재탄생

    동대문구 주택 재개발 지역인 휘경1구역이 ‘친환경 녹색 건축물’로 거듭난다. 휘경동 243 일대에서 내년 12월 착공해 2015년 10월 마무리 짓는 아파트 단지는 녹색건물 인증 부문을 모두 충족하게 된다. 동대문구는 건축위원회를 열어 1만 2915㎡에 지하 2층, 지상 20층 규모의 공동주택 299가구를 신축하는 계획안에 대한 사업 시행 인가와 함께 고시를 했다고 12일 밝혔다. 친환경 건축물 인증과 에너지 효율 2등급, 범죄 예방·무장애 시스템을 적용한다. ●자전거 보관소 90대분 이상 설치 먼저 친환경 부문에서는 자전거 보관소를 90대 이상 설치한다. 유효 자원 재활용 제품 실내 9종 및 실외 9종에 적용하고 최종 마감재, 접착제, 내장재, 가구재에 환경표지 인증제품을 사용한다. 에너지 인증도 눈에 띈다. 창호 성능을 높이기 위해 이중창에 이중창을 덧댄 사중 플라스틱 창틀을 도입하기로 했다. 외벽 단열은 물론이다. 벽면율이 면별 50%를 웃돌게 설계한다. 무엇보다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에도 유해구역에 할당된 총점수의 80% 이상을 적용한다. 주출입구, 부출입구마다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주출입구 차량 출입 차단기와 출입 차량 자동 인식·감시·관리 시스템을 연계해 효율을 높인다. 부출입구 부분에 주민 이용성이 높은 운동시설과 투시형 또는 조경 담장을 설치하고 경비실에 방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한다. 복도 창문에 방범창과 장금장치를 설치하고 복도에 안전, 피난, 경고 안내판도 들여놓을 계획이다. 외벽 도시가스 배관은 침입자가 배관을 타고 건물로 침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바늘형, 가시형 등의 특수 덮개를 설치한다. 장애물이 없는 생활 환경 인증도 도입했다. 일반등급 총점수의 70% 이상을 적용한다. 차도와 완전히 분리된 접근로의 전체 구간 기울기를 5도 이하로 하고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의 보행 통로를 너비 1.2m 이상으로 조성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모든 출입문에 장애인 유효 폭 80㎝를 꼭 지키도록 명시했다. ●범죄예방 설계에도 힘써 단지에는 건폐율 25.67%, 용적률 261.52%가 적용된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녹색건축물 아파트 인증을 받은 단지가 완성되면 이 일대 도시 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노래에 나의 신학적 여정 담고 싶어”

    “노래에 나의 신학적 여정 담고 싶어”

    “별 게 아닌데 너무 많이 관심들을 갖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11일 오후 7시 30분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한 여성신학자의 삶과 노래’라는 타이틀로 독창회를 여는 최영실(63·여성신학) 성공회대 교수. 정년 퇴임을 1년 4개월 앞두고 단단히 벼른 은퇴 세리머니 준비 탓일까, 9일 이른 아침 서울신문 인터뷰에서도 쉰 목소리가 역력했다. “신학을 가르치는 대학 교수가 독창회를 연다니 의아해하는 분이 많겠지요. 그것도 은퇴기념 세리머니니까. 나이를 더 먹기 전에 하고 싶었어요.” 보통 대학교수라면 정년 퇴임을 앞두곤 기념논문집이며 출판기념 쪽에 더 힘을 쏟을 터. “애써 만들어 선사해 봐야 읽지도 않는 논문집을 내느니 저의 신학적 여정을 노래로 담아보고 싶었다.”며 웃었다. 어릴 적부터 노래를 좋아했고 학창시절 줄곧 솔로며 교회 성가대에 빠지지 않았다는 최 교수. 기독교 신자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모태신앙에 더해 이화여고 시절 교목이었던 변선환(1995년 별세) 전 감리교신학대학장으로부터 받은 종교적 감화가 컸단다. 그토록 신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의사였던 아버지의 반대에 막혀 신학이 아닌 심리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결국 대학원에서 기독교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유니언신학대에서 신학공부를 이어간 여성 신학자다. “독창회를 준비하다 보니 제가 겪었던 신학적 여정이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신학을 하게 된 개인 사정 말고도 크고 작은 영향을 받은 선생님들, 그리고 숱하게 만난 보수·진보 쪽 인사들….” 책 한 권을 엮어도 되겠다 싶은 욕심도 들었지만 평소 취향따라 그냥 노래로 풀기로 했단다. 이런저런 모임 자리에서 틀에 박힌 설교며 대화보다 노래로 이야기하기를 좋아해 개신교계에선 독특한 신학자로 소문 난 최 교수. 60세 때 성공회대에서 취미로 성악을 공부하기 시작한 아마추어 성악가이지만 신학으로 연결해 노래에 쏟는 열정이 만만치 않다. 독창회에서는 모두 12곡을 부를 예정. 1·2부로 나누어 각각 ‘그리움’과 ‘사랑’의 테마를 담은 가곡과 성가곡, 오페라 아리아로 솜씨를 발휘한다. 신학적 궤적이 물씬 묻어나는 노래들에 얹어 동생인 최영애 인권위 전 상임위원이 그의 지나온 삶을 내레이션으로 풀며, 대한성공회 사제중창단도 세리머니에 동참한다. 1990년부터 성공회대 신약학·여성신학 교수로 재직해 왔고 한국여성신학회 회장을 지낸 뒤 지금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화해통일위원으로 활동 중인 최 교수. “제 독창회가 보수·진보 쪽 인사들이 함께 모이는 모임의 단초가 됐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말미에 웃음 섞어 불쑥 던진 말이 예사롭지가 않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부고] ‘문 리버’ 美가수 앤디 윌리엄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문 리버’를 부른 미국의 원로 팝스타 앤디 윌리엄스가 지난 25일(현지시간) 별세했다. 84세. 그의 가족들은 홍보 담당자인 폴 셰프린을 통해 윌리엄스가 지난 1년간 방광암으로 투병한 끝에 미주리주 브랜슨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소년시절 3명의 형제들과 함께 사중창단을 만들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윌리엄스는 1956년 ‘캐나다의 석양’이라는 곡을 불러 당대 최고의 가수인 엘비스 프레슬리와 함께 인기가수 대열에 올랐다. 이후 1961년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주제곡인 ‘문 리버’를 불러 아카데미 주제가상, 그래미상 등을 수상했고, 이 인기를 바탕으로 1962년 NBC방송의 ‘앤디 윌리엄스 쇼’를 맡아 1971년까지 진행했다. ‘앤디 윌리엄스 쇼’는 에미상을 세 차례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1992년 이후 미주리주 브랜슨에 ‘문리버 극장’을 세워 운영해 온 그는 지난해 11월 이곳에서 열린 공연에서 방광암 때문에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데뷔 75주년이 되는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복귀하겠다고 약속한 그는 끝내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조희선기자 hsncho@seoul.co.kr
  • 전기료 폭탄, 우리 아파트엔 없어요

    지난달부터 주택용 전기요금이 평균 2.7% 인상됐다. 징벌적 성격의 누진제가 강화되면서 여기저기서 전기요금 폭탄을 맞았다는 사람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주상복합형태의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경우에는 다른 아파트에 비해 전기요금이 많이 나와 집 고르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전기요금 폭탄을 피하기 위한 집 고르기 비법을 알아보자. 일단 오피스텔이 아파트보다 전기료가 더 나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오피스텔에 따라서도 전기요금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먼저 벽면을 잘 살펴야 한다. 벽면 전체가 특수유리로 되어 있는 경우 멋은 있을지 모르지만 에너지 효율은 떨어진다. 또 공용부에 사용되는 전기량을 줄이기 위해 LED조명을 설치하거나 태양광 설비가 되어 있다면 에너지 소비를 줄 일 수 있다. 지역냉방시스템을 갖췄다면 여름철 전기요금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최근 분양하는 오피스텔은 다양한 에너지 절감 시설을 갖추고 있다. 대우가 분양하는 ‘정자동 3차 푸르지오 시티’는 그린통합스위치로 대기전력을 한번에 차단할 수 있게 설계됐고 SK건설의 ‘판교역 SK허브’는 지역냉방시설을 갖춰 여름철 관리비 절감에 신경을 썼다. 아파트는 비교적 전기요금 부담에서 자유롭다. 가장 기본은 이중창 등 기본적인 에너지 절감 시설이 설치됐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또 해당 아파트가 지역냉·난방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면 전기요금의 부담은 한결 가벼워진다. 겨울철 난방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성능의 단열재가 사용됐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단열재의 성능에 따라 30~50%까지 난방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최근 분양되는 아파트에는 대기전력 차단장치와 단지내 LED조명 설치 등 에너지 절감형으로 설계된 아파트들이 많다. 지난 6월 입주를 시작한 ‘화명 롯데캐슬 카이저’에는 스위치 하나로 모든 전기와 가스가 차단되는 일괄소등 스위치가 설치됐다. GS건설은 고성능 단열재와 고효율 전열교환 환기시스템을 이용해 최대 50%까지 난방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위례신도시 송파 푸르지오’도 2009년 표준주택 대비 냉·난방에너지 절감률 70%를 자랑한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동탄2 신도시 동시분양 ‘후끈’…아파트 어디가 좋을까

    동탄2 신도시 동시분양 ‘후끈’…아파트 어디가 좋을까

    가을 분양시장이 크게 열렸다. GS건설, 모아종합건설, KCC건설, 우남건설, 호반건설 5개사가 수도권 최대규모 자급형 신도시 동탄2지구 A-10블럭 위치에 동시분양한다. 분양가는 인근 1기 신도시 시범단지 시세대비 저렴한 3.3㎡당 1030만~1,040만원대선 안팎으로 비슷하며 침체에 빠진 수도권 분양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5개사의 첫 분양은 총 4103세대, 85㎡이하의 분양성이 양호한 중소형 아파트로서 지난 5.10대책으로 전매제한기간이 1년으로 단축돼 실수요자 및 투자자의 청약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첫 동시분양 아파트 중 눈에 띄는 단지로는 최고의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 GS건설의 ‘동탄센트럴자이’다. GS건설은 ‘동탄센트럴자이’가 동탄신도시에서 첫선을 보이는 프로젝트인 만큼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자이의 이미지에 맞는 차별화된 아파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동탄2신도시 A10블록에 위치한 ‘동탄센트럴자이’는 1F~25F 10개동, 총 559세대 규모로 고객 선호도가 높은 전용 72㎡형과 84㎡형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GS건설은 최근 2년여간 중소형 평면개발에 주력한 모든 노하우를 ‘동탄센트럴자이’에 도입해 맞춤형 신평면 설계를 선보인다. 4Bay 위주 평면으로 전용 72㎡형에는 실내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수납공간을 제공하고, 전용면적 84㎡형에는 가족실, 서재, Mom’s office(주부 오피스 공간)와 같은 다양한 공간연출이 가능한 알파스페이스(α-SPACE, 일부 제공)와 넓은 서비스 면적을 제공한다. 장애인과 노약자의 안전을 위해 장벽을 없앤 ‘Barrier Free 설계(2등급 예비인증완료)’도 적용했다. 여기에 기준층 천정고가 2.4m로 일반아파트보다 10cm 높아 개방감을 극대화했으며, 선호도가 낮은 1층 세대의 천정고를 2.6m로 제공키로 했다. 또 전용 84㎡형 복층형 4세대에는 테라스까지 제공 예정으로 금회 동시분양 중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과 가점 커트라인이 기대된다. 이밖에 스타일옵션 적용으로 고객취향에 맞춰 마감재의 종류 및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이 단지는 교통과 주거 환경면에서도 최고의 입지를 자랑한다. KTX와 광역급행버스 등이 정차하는 광역환승시설과 중심상업시설이 도보로 이용가능하며, 단지 남측과 서측으로 치동천과 선납제천이 흘러 뛰어난 조망권과 주거 쾌적성을 자랑한다. 또한 하천 교차부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조성하는 근린공원이 들어설 계획으로 운동과 산책 등 여유있는 주거생활이 가능해 생활환경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상에는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녹지공간이 마련되고 단지 내외부가 하나의 녹지축으로 연계되는 그린네트워크 단지로 조성된다. 동탄역 도보이용이 가능한 입지환경에 근린공원과 하천을 끼고 있어 최근 자연과 치유의 합성어로‘자연을 통한 치료’를 뜻하는 에코힐링 개념을 도입한 아파트로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 절감에도 자이만의 특색을 살렸다. ‘동탄센트럴자이’는 각 가구에 고성능 단열재와 로이 이중창(발코니 확장세대 한함), 고효율 전열교환 환기시스템을 적용해 난방비를 절감키로 했다. 이밖에 공동시설에는 태양광 발전시스템, 우수 재활용시스템을 도입해 자연에너지 활용을 통해 공동관리비를 절감할 계획이다. 또한, 장애인과 노약자의 안전을 위해 장벽을 없앤‘Barrier Free 설계(2등급 인증)’, 아이들을 위한 ‘School Bus Zone’, ‘타이머형 가스차단 자동식 소화기’, ‘디지털도어락’과 외출시 현관에서 조명, 가스, 승강기 호출이 가능한 ‘일괄소등스위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제어기능 등 똑똑하고 안전한 스마트하우스 설계를 선보인다. 게다가 자이만의 고품격 커뮤니티시설인 자이안센터가 단지 전면부에 배치돼 외부공간을 조망하며 레저와 문화공간을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운동기구를 갖춘 피트니스센터와 GX룸, 실내골프연습장, 독서실, 어린이문고 등 편의시설이 제공될 계획이다. 단지내에는 입주민을 위한 텃밭, 잔디광장, 산책로, 티테이블이 있는 쉼터 등 집에서 멀리 떠나지 않고도 주변 자연을 느끼며 휴식과 여가를 취할 수 있도록 감성의 휴식까지 설계했다. 동탄센트럴자이의 모델하우스는 동시분양 합동모델하우스 부지에 위치하며, 주소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영천리 205-1번지다. 인터넷뉴스팀
  • 제주 ‘용연야범’ 재현 음악회

    제주의 절경으로 손꼽히는 제주시 용연계곡에서 옛 선비들의 풍류인 용연야범을 재현한 선상음악회가 16일 열린다. 용연야범은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펼쳐진 한천 하류와 속칭 한두기 포구 사이에서 옛 선비들이 배를 띄워 풍류를 즐기던 밤 놀이 풍광을 일컫는다. 제주시가 주최하고 제주문화원이 주관하는 이 행사는 오후 6시 30분 함덕고 취타대와 용담1·2동 민속예술보존회 풍물패 등 6개 단체, 200여명이 관덕정∼용연 구간에서 펼치는 거리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막을 연다. 본 행사인 음악회는 오후 8시부터 용연 기우제 재현, 국악 실내악단 ‘예성’의 시나위 합주, 대금 연주자 이생강(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예능보유자)의 연주 순으로 진행된다. 김진옥의 하프 독주, 소프라노 현인애와 테너 현행복이 독창과 이중창, 도립 제주·서귀포합창단, 제주시청합창단, 제주문화원실버합창단, KBS 어린이합창단, 우담바라어린이합창단 등 6개 합창단의 합창으로 막을 내린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김문이 만난 사람] ‘음악 인생 60주년’ 대중가요 작곡계의 살아있는 전설 김희갑

    [김문이 만난 사람] ‘음악 인생 60주년’ 대중가요 작곡계의 살아있는 전설 김희갑

    ‘사랑아 내 사랑아’ ‘진정 난 몰랐네’ 등으로 존재를 처음 알렸다. 추억의 노랫말을 잠시 음미해본다. ‘그토록 사랑하던 그 사람/잃어버리고/타오르는 내 마음만/흐느껴 우네/예전에는 몰랐었네/진정 난 몰랐네’에 이어 세월이 지나 ‘그 겨울의 찻집’으로 옮겼다. ‘바람 속으로 걸어갔어요/이른 아침의 그 찻집/마른 꽃 걸린 창가에 앉아/외로움을 마셔요/아름다운 죄 사랑 때문에’…. 이번에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으로 변신했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적 있는가/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어디 이뿐이랴. ‘사랑의 미로’와 ‘향수’ 등 수많은 히트곡마다 한국의 대표적 정서를 담아냈다. 하여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대중가요 3000여곡, 영화음악 300여편, 뮤지컬 3곡 등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에 커다란 획을 ‘쫘악’ 긋는다. 그래서 대중 가요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자 불후의 명품 작곡가라고 한다. 김희갑(76)씨. 중학교를 졸업하고 미8군에서 기타 연주를 시작했으니 올해로 음악 인생 60년을 맞는다. 또 1967년 ‘사랑아 내 사랑아’로 작곡 앨범을 처음 낸 지 45년이다. 그는 올해 새로운 대중음악의 한 장르를 준비하고 있다. 어떤 것일까. 지난 21일 오전 경기도 용인 자택에서 김씨를 만났다. 확 트인 창가를 배경으로 부인 양인자씨가 커피 한 잔을 권한다. 양씨에게 ‘그 겨울의 찻집’의 가사는 아무리 들어도 감미롭다고 했더니 남편 김씨가 “요즘에는 그런 찻집이 없어요.”라고 대신 대답을 한다. 김씨는 여전히 모자를 쓰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미8군 부대에서 연주할 때 빡빡머리를 감추기 위해 모자를 쓰기 시작한 것이 습관이 돼 60년 동안 거의 벗어본 적이 없다. 김씨는 칠순인데도 얼굴 피부색은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둘은 잉꼬부부로 소문나 있기도 하지만 작사·작곡계의 명콤비로 알려져 있다. 둘은 1985년에 만나 2년 뒤에 결혼했다. 마침 부부의 날이었다. 양씨는 “안 그래도 다음 달 결혼 25주년을 맞아 기차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며 웃는다. 김씨는 “알 만한 사람 부부 여섯쌍이 함께 간다.”며 즐거운 듯 활짝 웃는다. 김씨 부부는 원래 경기도 분당에 살았다. 그래서 언제 이사 왔는지부터 먼저 물었다. “한 4년 됐나요. 원래는 여기보다 더 조용한 곳인 강원도 문막 정도로 가려고 했어요. 그랬더니 우리 집사람 친구들이 멀리 이사 가면 아예 인연을 끊겠다고 협박(?)을 하더군요. 그 바람에 여기에 머물렀습니다(웃음). 사실 내년이면 다시 판교 쪽으로 이사를 갈 겁니다. 그곳에 아파트를 하나 장만했거든요.” 양씨가 주방에서 떡과 차 한 잔을 꺼내오며 권한다. 김씨는 “고맙습니다.”라고 깍듯이 인사한다. 늘 반말이 아닌 존대어를 쓰는 모양이다. 김씨에게 올해가 작곡가로 데뷔한 지 45년째라고 했더니 “(가요사 등) 일부 기록에는 1967년으로 나와 있는데 레코드사에 알아봤더니 1965년이라고 하더군요. 그거나 이거나 그렇게 세월이 흘렀네요.” 기타 연주는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했다. 그렇다면 그의 음악적 환경은 어떠했을까. 평양에서 태어난 김씨는 의사 집안에서 자랐다. 할아버지는 한의사, 아버지는 의사였다. “아버지는 독자였고 저는 맏아들로 태어나 할아버지한테 귀여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보약을 자주 먹었던 기억이 지금도 선합니다. 아마 12살까지 매일 먹었지요(웃음). 아버지는 의사였지만 음악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제가 6살 때 평양에서 40여리 떨어진 평남 강동에서 아버지가 병원장을 맡았습니다. 사택이 있었는데 아버지는 시간 날 때마다 대학 때 음악 활동을 같이 했던 친구들을 불러 음악 연주를 자주 했습니다. 나중에는 악단을 조직해 시골 여러 곳에 다니면서 공연을 하곤 했지요. 8·15 광복 이후에는 의사라는 신분을 감추고 국가 지정 음악당, 그러니까 남한으로 치면 예술의전당 같은 곳을 맡아 운영을 했습니다. 아버지는 아코디언 같은 것을 잘 연주했습니다.” 김씨는 원래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 했다. 초등학교 때 레프트윙 포지션으로 학급 대표로 출전했을 만큼 축구 실력이 남달랐다. 내친김에 학교 대표로 출전하고 싶었다. 그 무렵 음악 활동을 하는 아버지를 보고 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6·25전쟁이 발발했고 1·4후퇴 때 김씨 집안 식구들은 임진강을 거쳐 대구까지 월남하게 된다. 먹고사는 것이 어려워졌다. 대구에 있던 미 25야전병원에 취직하려고 했으나 아버지가 갖고 있던 의사면허는 인정이 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아버지는 미군부대 장교 식당에서 접시닦이로, 아들 김씨는 친구와 함께 하우스보이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오후 2시 30분쯤이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때마다 같이 일을 하는 친구가 주머니에서 작은 하모니카를 꺼내 연주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좋아 아버지한테 음악을 배우겠다고 했지요. 흔쾌히 허락을 하신 아버지한테 악보 읽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때 처음 만진 악기가 만돌린이었습니다. 중고품이었는데 선이 끊어지면 미군들이 사용하는 전화선을 연결해 사용하곤 했지요. 6개월 정도 하니 웬만한 연주가 가능해지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한테 김영순(김트리오 부친)씨가 놀러 왔는데 트럼펫과 기타 연주를 기가 막히게 했습니다.” 이후 김씨는 ‘바로 기타야, 기타!’라고 생각하며 기타에 푹 빠지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가르쳐 주는 대로 가사를 적고 노래를 배웠다. 말 그대로 밥숟가락만 놓으면 새벽 4시까지 기타를 배웠다. 또한 작곡가 박시춘 선생과의 만남 등을 통해 장차 훌륭한 음악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중학교를 졸업한 지 2년 세월이 지나서야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때마침 고등학교에 악단이 하나 생겼는데 김씨는 곧바로 악단장을 맡았다. 웬만한 편곡은 그의 손을 거칠 정도로 음악 실력을 인정받았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미 공군 클럽에서 기타 연주를 했다. 사실상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것.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대구에서 ‘음악 연주자 베스트 7’에 뽑혀 서울로 올라와 ‘록쇼’ 악단에 합류했다. “그때 오산에 있는 미군부대에서 주로 활동하면서 전국 곳곳을 다녔습니다. 그러던 1년 뒤에는 제가 직접 악단장을 맡게 됐지요. 악단 명칭도 록쇼에서 ‘A1쇼’로 바꿔 활동 무대를 넓히게 됩니다. 운 좋게도 미8군 클럽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연주자로 소문이 나기도 했지요. 이후 7년 동안 A1쇼 악단을 이끌었습니다.” 그가 미군부대와의 인연을 접은 것은 1962년이었다. 다시 음악 공부를 하고 싶은 열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당시 해군 군악단 단장을 지냈고 작곡가로도 유명한 이교숙 선생을 찾아가 작곡과 편곡 등을 강도 높게 배웠다. 그렇게 2년 정도 시간이 흘렀을 무렵 작곡가 박춘석씨를 만나게 됐다. 박씨의 곡을 녹음할 때 기타 연주를 해주고 박씨에게 편곡을 더 배우게 됐다. 아울러 작곡가 김영광씨의 부탁으로 편곡을 해주면서 이 방면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섬세한 작곡 솜씨가 일품이라는 소문까지 자자했다. “하루는 오아시스레코드 손진석 사장이 찾아와 작곡 앨범을 내자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건성으로 대답했는데 거의 매일같이 집요하게 부탁을 했습니다. 특히 대중가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작곡의 명분론으로 설득하더군요. 그래서 ‘사랑아 내 사랑아’(태원), ‘불타는 연가’(남진), ‘진정 난 몰랐네’(김상희), ‘모래 위를 맨발로’(이시스터즈) 등 12곡을 4명이 3곡씩 나눠 부른 이른바 ‘김희갑 작곡 제1집’이 탄생하게 됩니다.” 이후 본격적인 작곡 활동을 하면서도 ‘김희갑 악단’을 계속 이끌어오다 드라마 주제가를 작곡하면서 크게 히트를 친다. 1983년 KBS 주말드라마 ‘청춘행진곡’에서 노주현과 정윤희의 ‘러브송’을 하나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최진희를 발탁, ‘그대는 나의 인생’을 작곡했던 것이다. 이 노래는 가수 최진희를 탄생시키고 우리나라 최초의 뮤직비디오 음악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어 ‘사랑의 미로’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 등이 담긴 제2집 작곡 앨범이 나오면서 악단을 해체하고 작곡과 연주 등 솔로로 활동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가 지금까지 작곡한 노래만 무려 3000곡이 넘는다. 이 가운데 부인 양씨와 함께 작사·작곡을 한 것은 400여곡에 이른다. 예를 들어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 겨울의 찻집’ ‘서울 서울 서울’ 등 조용필의 히트곡을 포함해 ‘타타타’ ‘우리도 접시를 깨트리자’ ‘립스틱 짙게 바르고’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대는 나의 인생’ ‘하얀 목련’ 등이 대표적인 부부 합작 국민 애창곡이다. 얼마 전에는 TV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서 젊은 가수들에 의해 불려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요즘 대중가요계의 흐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음악적으로 재능이 대단한 가수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그룹 쪽으로 치우친 것이 아쉽습니다. 재즈, 댄스,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듣는 사람이 좋아하는 음악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앞으로는 ‘대중음악을 감상하는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김씨는 요즘 모종의 작업을 하고 있다. 발성의 기본기를 확실히 갖춘 남자 3명, 여자 1명으로 이뤄진 중창단을 만들어 대중음악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일이다. 40대 중후반 한 팀, 20~30대 젊은 성악가 한 팀 등 두 팀을 만들어 실내악 분위기의 대중음악을 올가을쯤 선보일 예정이다. 필생의 역작이나 다름없다. 새로운 꿈과 희망, 식지 않은 열정으로 그 일에 집중하고 있다. km@seoul.co.kr ●김희갑은 고교 졸업 후 ‘록쇼’ 멤버 활동… 대중가요 3000여곡 작곡 1936년 평양에서 태어났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의사인 아버지에게 음악을 배웠다. 대구에서 대성고등학교에 다닐 때 학교 악단장을 맡아 발군의 음악 실력을 발휘했다. 아울러 미8군 부대에서 프로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서울에 있는 ‘록쇼’ 악단 멤버로 활동했다. 이후 ‘A1쇼’ 악단장으로 7년 동안 활동했다. 1962년 미군부대 위주의 활동 무대를 접고 본격적으로 작곡 공부를 시작했다. 5년 뒤 오아시스레코드사에서 ‘김희갑 작곡 제1집’ 앨범을 냈다. 1983년 KBS 주말드라마 ‘청춘행진곡’ 주제가를 작곡해 크게 히트쳤다. 1985년 이후에는 김희갑 악단을 해체하고 솔로 활동에 전념했다. 지금까지 3000여곡을 작곡했으며 1987년에 양인자씨와 결혼한 뒤 함께 400여곡을 작사·작곡했으며 300여편의 영화음악과 뮤지컬 ‘명성황후’ 작곡 등으로도 유명하다. 취미는 골프와 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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