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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두로 본 2004 정치] 수도이전 위헌에 “관습헌법이 뭐야”

    [화두로 본 2004 정치] 수도이전 위헌에 “관습헌법이 뭐야”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4·15총선 물갈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신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 국가보안법 폐지안 개혁입법 처리 논란….2004년 정국은 충격적이고 드라마틱한 사건들로 점철됐다. 올해만큼 정치가 ‘청룡열차’를 타고 오르락내리락한 적도 없었다는 평가가 많다. 말 그대로 넘치는 말잔치 속에 올해 정국의 다사다난했던 변화를 조망해보기 위해 화두를 주제로 한 정치 캘린더를 꾸며본다. ●1월, 오세훈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물갈이 열풍 여야 중진 의원들이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줄줄이 구속됐다.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자 한나라당의 초선 오세훈 의원은 6일 “정치가 아니라 전쟁을 하듯 늘 갈등만 했던 게 부끄럽다.”며 4·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는 정치권 ‘물갈이 열풍’으로 번져 자진 사퇴 의원들이 잇따랐다. 그는 ‘돈 안드는 정치’를 위한 정치자금법, 선거법 등을 만드는 데 일조해 이들 법안은 ‘오세훈법’으로 통했다. ●2월,與 ‘총선 올인’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과 유인태 정무수석은 13일 “총선에 출마한다.”고 선언했다. 공직자 사퇴시한 15일을 이틀 앞둔 때였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총선 출마 압력을 견디다 못해 12일 사퇴해버렸다. 참여정부는 총선용으로 징발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김진표 경제부총리, 이영탁 국무조정실장, 한명숙 환경부 장관, 변재일 정통부 차관 등을 총선 출마에 합류시켰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저지선까지 무너지면 그 어떤 일이 생길지….”라는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3월, 노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노 대통령은 2월24일 방송클럽 토론회에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압도적 지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월4일 “선거법 9조의 공무원 선거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밝혔고, 의견서를 청와대로 보냈다. 이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9일 대통령 탄핵을 추진했다. 노 대통령은 11일 사과를 거부하고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 뜻에 따라 정치적 결단을 하겠다.”며 재신임과 연계시켰다. 야당은 12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고, 이날 오후 5시15분 대통령의 권한은 공식 정지됐다. 한나라당은 23일 여의도 천막당사 시대를 열었다. ●4월, 정동영 의장 ‘노인폄하 발언’ 파문 열린우리당 정 의장의 3월26일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해도 괜찮다. 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발언이 인터넷에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탄핵 ‘후폭풍’으로 총선에서 299석 중 3분의2석을 싹쓸이 할 것이라는 전망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정 의장은 12일 선대위원장·비례대표 후보에서 사퇴했다. 열린우리당은 초선 108명(108번뇌)을 포함해 151석,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의 선전 속에 121석을 차지했다. 민주노동당은 10석으로 첫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5월, 탄핵소추안 기각 헌법재판소는 14일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이 아니다.”고 노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윤영철 헌재 소장은 최종 기각 주문을 내리기 전에 “대통령의 권한과 정치적 권위는 헌법에 부여받은 것이며, 헌법을 경시하는 대통령은 스스로 권한과 권위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것”이라며 ‘충고’의 메시지도 전달했다. 고건 국무총리는 대통령 직무대행직을 그만두게 됐고,24일 사표를 제출했다. ●6월, 책임총리제 도입 노 대통령은 8일 5선 중진인 열린우리당 이해찬 의원을 새 총리 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앞서 경남지사 출신의 김혁규 의원을 총리후보로 내정했으나, 당 안팎의 반발로 관철되지 못했다. 노 대통령의 정치특보였던 문희상 의원은 노심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다가 내부 반발이 일자 “나는 총독이 아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원내대표는 14일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해 “계급장 떼고 논쟁하자.”고 발언했다가 파문을 일으켰고,30일 정 전 의장과 함께 보건복지부 및 통일부 장관에 각각 임명됐다. ●7월, 박근혜 대표 ‘국가 정체성 전면전’ 한나라당 박 대표는 19일 전당대회에서 재선출됐고,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돌아가신 분과 싸우자는 것이냐.”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킨 열린우리당의 ‘친일진상규명법’에 반발했다. 박 대표는 21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간첩과 빨치산을 민주화 인사로 판정했는데 대통령이 경고 한번 하지 않았다.”면서 “정부가 국가 정체성을 흔드는 상황이 계속되면 야당이 전면전을 선포해야 할 시기가 올 것으로 본다.”고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강금실 법무장관은 28일 사퇴하면서 “너무 즐거워 죄송하다.”는 어록을 남겼다. ●8월,與 지도부 친일행적 논란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은 논란이 돼 온 부친의 친일 행적이 사실로 확인되자 19일 의장직을 사퇴했다. 열리우리당에선 과도체제 주장 등이 제기됐으나 당헌 당규에 따라 이부영 의장이 승계했다. 친일과 관련한 시련은 광복절이 끼어 있는 8월 계속 열린우리당 지도부을 괴롭혔다. 친일진상규명법을 추진하던 김희선 의원은 ‘할아버지 김학규 장군’ 혈통 논란에 시달렸다. 이미경 상임중앙위원도 아버지가 일제시기에 일본에서 헌병을 지낸 전력이 드러나 곤혹을 치렀다. ●9월 노 대통령,‘국보법 박물관으로 보내야’ 노 대통령은 5일 MBC ‘시사매거진2580’과의 대담프로에서 “국가보안법은 한국의 부끄러운 역사의 일부분이고 지금은 쓸 수도 없는 독재시대의 낡은 유물”이라며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발언은 국보법과 관련해 열린우리당에서 사분오열되고 있던 의견을 ‘폐지’로 확고하게 이끌어내는 계기가 됐고, 한나라당 박 대표는 “법치국가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10월, 관습헌법으로 수도이전 위헌 열린우리당은 국보법 등 4대 입법을 당론을 확정짓고 연내 관철을 선언했다. 헌재는 21일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에 대해 재판관 8대 1로 ‘관습헌법론’을 토대로 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 7월12일 서울시 의원 50여명과 공무원 대학생 등 169명의 청구인단이 헌법소원을 했을 당시 언론들도 거의 주목하지 않았던 사건이 위헌판결이 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처음 들어보는 이론”이라고 불만을 표시했고, 한나라당은 환호했다. ●11월, 이 총리 ‘차떼기 당’발언 논란 이 총리는 10월28일 정치분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한나라당은 지하실서 차떼기하고 고속도로에서 수백억 받은 당”이라고 발언한 것을 놓고 한나라당이 반발하면서 국회 파행으로 이어졌다. 이 총리가 한나라당 폄하 발언과 함께 “조선·동아일보는 역사의 반역자”라고 했다가 설화를 입었다. 한나라당은 이 총리가 사과할 것을 요구하며, 대정부 질의를 거부해 국회는 2주일이 넘도록 공전됐다. 이 총리는 9일 ‘사의’라는 이름으로 사과했다. ●12월, 이철우 의원 北 노동당원 논란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8일 국회 본회의 5분 발언에서 “열린우리당 포천·연천의 이철우 의원이 지난 92년 노동당원으로 현지 입당하고 당원번호까지 받았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열린우리당은 ‘수구 냉전세력의 백색테러’로 규정하며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로 하는 등 강력히 대응했다. 주 의원은 “간첩으로 암약하고 있다.”는 주장도 곁들였다가 오히려 ‘색깔론’,‘정형근 의원 고문 논란’ 등 역풍으로 확대 재생산됐다. 문소영 박지연기자 symun@seoul.co.kr
  • ‘盧직계’가 움직인다

    문희상·유인태·염동연 의원과 이기명·안희정씨. 열린우리당의 내년 4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노(親盧)직계’로 분류되는 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특히 22일 대선승리 및 우리당 창당주역 중 한 명인 이상수 전 의원도 귀국할 예정이어서 친노그룹의 향후 행보가 더욱 예사롭지 않은 형국이다. ‘친노’라는 딱지가 붙어 있어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왔던 이들은 12월 들어 외견상으로는 각기 다른 방향이지만, 활발히 움직임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의 행보를 한꺼풀 벗겨보면 공통점도 적지 않다. 특히 구호성 개혁보다는 실현가능한 정책과 국민통합에 비중을 둔 듯한 이들의 공통적 움직임에서 내년도 참여정부의 국정운용의 변화가 가늠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권 도전, 입당, 출소 등 지난 2일 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은 당의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참여정부의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과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의원은 당의장이나 원내대표에 출마하라는 요청을 당 안팎에서 받고 있다. 14일에는 이기명 전 노무현대통령후보 후원회장이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은 지난 9일에는 인터넷 매체에 올린 기고문에서 당 지도부를 향해 말뿐인 개혁에 대해 쏜소리를 했다.“그럴 거면 차라리 당의 간판을 내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노 대통령의 ‘왼팔’인 안희정씨가 출소한 다음날인 11일 노 대통령은 안씨 부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위로했다. 출소 직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던 안씨는 국내로 체류키로 했다. 더욱이 대선자금 비리 혐의로 사법처리된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내년 초 사면·복권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안씨와 이상수 전의원 등의 향후 역할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적 쇄신이 절실 이들 친노직계 인사에겐 공통점이 있다.‘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이들은, 자신들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라도 노 대통령의 성공을 절대적으로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친노직계의 움직임은 원칙적으로 현재 ‘이부영 당의장-천정배 원내대표’로 표현되는 당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됐다는 평가가 없지 않다. 열린우리당의 한 중진의원은 “현 당지도부가 개혁과 민생현안 사이에서 중심을 제대로 못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150명 과반수 여당의 수장이라면 좀더 통합적인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4월 총선 이후 고위급 당·정·청회의가 진행됐지만, 서로 이견조정이 잘 안되는 등 갈등을 빚어온 것도 친노 직계의 움직임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개혁보다 통합이 필요하다 이같은 분석과 평가에 대해 친노직계 당사자들은 겉으론 손사래를 치며 부인하고 있다. 염 의원은 “호남쪽의 관심사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단순화시켰고, 문 의원은 “당의장이나 원내대표는 아직 때가 아니다.”고 부인하고 있다. 이 전 회장도 ‘근로감독관으로 오는 것이냐.’는 등 질문에 “평당원이 제일 좋다.”고 짐짓 발을 빼고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 3기가 시작되는 2005년의 국정운영의 기조변화가 전망되는 가운데, 친노 직계의 전진배치를 통해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권 안팎에서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與 “23일이 협상 마지노선”

    與 “23일이 협상 마지노선”

    국보법 폐지안 등 4대 법안을 놓고 여야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 정상화 시기를 놓고 여야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19일 “오는 23일까지 당내 의견을 계속 수렴하고, 대야 접촉도 계속할 것”이라고 협상의 ‘마지노선’을 설정했다. 이어 여당은 이날 밤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 임채정 기획자문위원장 등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회의를 갖고 이번주 원내 전략을 숙의했다. 한 핵심 중진의원은 “한나라당이 합의처리만을 주장하며 등원을 하지 않을 경우 23일 파병연장동의안과 예산안을 처리한 뒤 30일 국보법 폐지안 등 쟁점 법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했다.”고 회의 결과를 전했다. 회의에서는 사회권을 거부하고 있는 김원기 국회의장을 설득할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나라당은 ‘합의 처리’를 전제삼아 등원하겠다는 박근혜 대표의 제의를 수용할 것을 거듭 촉구하며 한발짝도 물러설 기색이 아니다. 이와 관련, 박 대표가 연내에 비교섭단체 3당 대표들과 연쇄적으로 개별단독 회동을 가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야권연대를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측은 이같은 내용을 갖고 20일 오전 의총에서 의원들과 구체적으로 논의한 뒤 당의 최종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열린우리당 천정배,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가 주말 비공식 회동을 가진 데 이어 이 의장과 김 원내대표도 19일 오후 단독으로 만나 협상을 계속했으나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양측은 이라크파병 연장동의안과 새해 예산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으나 4대 법안 처리방식을 놓고 각각 ‘협의 처리’와 ‘합의 처리’를 요구하면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천 원내대표는 “야당이 요구하는 4대 법안 합의 처리 및 연내 처리 유보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나라당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모든 현안에 대해 양당 입장이 강경하게 맞서 있어 타협의 여지가 별로 없다.”고 전했다. 이 의장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도부에 협상을 위임키로 한 지난 17일 40여명의 의원들이 ‘4대 입법 연내처리’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면서 “당내에서는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한 흐름이 존재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여당의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손바닥 상정’시킨 열린우리당 법사위 최재천 간사는 “여야 지도부의 협상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23일 본회의가 열리지 않는 게 확실해지면 장소를 변경해서라도 법사위에서 밀고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법사위 농성이 12일째인 만큼 직무대행의 권한문제도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의 제안에 대해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 예결특위 소속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일요일인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계속했다. 문소영 김준석기자 symun@seoul.co.kr
  • 럼즈펠드 사면초가에

    |워싱턴 이도운특파원|한때 조지 부시 행정부의 ‘록스타’로 추앙받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미운 오리새끼’ 신세가 돼버렸다. 위기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로부터 촉발됐다. 네오콘의 기관지 위클리 스탠더드는 지난달 말 발행본에서 “부시 대통령은 오만한 럼즈펠드를 버리라.”고 촉구했다. 그 당시만 해도 네오콘의 핵심인사인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을 장관으로 올리려는 시도 정도로 보였었다. 하지만 최근 심상찮은 분위기가 흐른다. 그에 대한 공격이 보수진영의 본류로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중진으로 대중적인 영향력도 있는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이 지난 13일 AP통신과의 회견에서 “럼즈펠드 장관이 이라크에 더 많은 병력을 보내지 않은 것은 실수”라고 지적하면서 “그를 신임하지 않는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일단 일이 꼬이기 시작하자 럼즈펠드 장관도 실수를 연발하고 있다. 그는 “이라크에 더 많은 병력을 보내지 않은 것은 나와 무관한 결정”이라면서 토미 프랭크스, 존 아비자이드 전·현직 이라크 주둔군사령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발언을 해 보수진영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또 지난 8일 쿠웨이트 주둔 미군을 방문했을 때 한 병사가 장갑차량이 부족하다고 호소하자 “갖고 있는 군대로 전쟁을 하는 것이지, 갖기를 원하는 군대로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이 질문에 럼즈펠드 장관이 좀 더 병사들의 마음에 다가가는 답변과 위로를 했다면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상원 공화당 대표를 지낸 트렌트 로트(미시시피) 의원은 16일 “럼즈펠드가 군복을 입은 장병들의 말을 충분히 듣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현 상황에서 럼즈펠드가 기댈 언덕은 임명권자인 부시 대통령뿐이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부시 대통령은 럼즈펠드 장관이 매우 일을 잘하고 있다고 믿는다.”면서 “그래서 계속 일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도 다음달 말 이라크에서 총선이 예정대로 실시되면 럼즈펠드 장관을 교체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dawn@seoul.co.kr
  • 金의장 “더 지둘러” 與 “너무해”

    “의장님에게 이럴 권한이 없습니다.(강창일 의원)” “의장님, 너무하십니다.(김희선 의원)” 16일 김원기 국회의장이 임시국회 본회의 개회를 선포한 뒤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의 표결 처리를 할 수 없다는 자신의 입장만 밝히고 13분 만에 산회를 선포하자 열린우리당 의원석에서는 곧바로 고함이 터져나왔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 등이 등원을 거부한 탓에 개원 정족수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날 오후 2시부터 다섯 시간째 국회 본회의장을 지켰던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은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렸다. 이날은 특히 이해찬 국무총리와 정동영 통일부·김근태 보건복지부·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등 의원직을 보유하고 있는 국무위원에다 병원에 입원한 조일현 의원까지 150명 전원이 참석했다. 이날 본회의 개의에 앞서 천정배 원내대표 등 대표단과 문희상·한명숙 의원 등 중진들이 여러 차례 의장실을 찾아가 간곡하게 사회를 볼 것을 요청했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지역구인 전북 정읍을 돌아보는 등 계속 ‘딴전’만 피우다가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이에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김 의장의 표결 거부에 대해 열린우리당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가 5분 발언을 통해 “한나라는 적법하게 소집된 임시국회에 불참했다.”며 “입으로만 외교와 안보를 외치는 한나라당의 저의가 드러났다.”고 비난한 뒤 김 의장의 사회를 거듭 요청했지만 그는 곧바로 산회를 선포했다. 산회 직후 가진 긴급의총에서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소수 정파의 국익을 팽개친 정략에 (김 의장이)결과적으로 동조한 셈이다.”면서 천 원내대표답지 않은 ‘강성 발언’까지 했다. 의원들 대부분은 본회의장을 나서면서도 분을 삭히지 못한 듯 의장에 대한 서운함을 나타냈다. 강창일 의원은 “국회의장이 이렇게 지나치게 막강한 권한이 있는지 몰랐다.”면서 “의원 과반수가 하자는데 사회를 거부할 수가 있나.”라고 의장을 비판했다. 이상민 의원은 “의장으로서 권한 남용이다.”면서 “적법하게 소집되고 적법하게 안건 상정을 했는데 본인의 이미지만 살리려고 대의를 잃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임종인 의원은 “우리가 과반수 점한 것의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김 의장이 하반기 의장도 꿈꾸는 것 같다.”면서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일부 의원들은 김 의장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김부겸 의원은 “국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 상태로 사회를 보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면서 “한나라당 입장에서 국회의장은 자신들의 마지막 보루인데 그러한 바람을 거부하면 국회는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고 의장을 감쌌다. 김형주 의원 역시 “김 의장이 아직까지 명분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탈하기는 열린우리당 소속 국무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본회의장을 빠져 나가며 따라붙는 취재진들에게 “다섯 시간을 기다렸다.”면서 허탈한 심경을 넌지시 밝혔다. 이 총리는 산회 직후 아무 말도 없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박록삼 김준석기자 youngtan@seoul.co.kr
  • 이민우 前신민당 총재 별세

    이민우 전 신민당 총재가 9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89세. 1958년 4대 민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6선(4·5·7·9·10·12대)을 거쳤고,78년엔 국회부의장도 역임했다. 비록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등 이른바 ‘3김’의 그늘에 가려 대권 도전 기회까지는 잡지 못했지만,40여년 동안 야당의 외길을 걸어왔다.‘전두환 정권’ 말기인 1986년 12월 직선제 개헌논의의 와중에서 내각제 개헌과 선(先) 민주화론을 주장한 이른바 ‘이민우 구상’을 발표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양김씨, 즉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이 탈당하고 신민당이 와해되자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정계 은퇴 후에는 정치와는 일절 인연을 끊었다. 특히 야당 중진 때는 물론 야당 총재 시절과 정계은퇴 후에도 1999년 태릉의 한 아파트로 거처를 옮길 때까지 강북의 삼양동 구옥에서 기거, 양계장을 꾸려나가면서 ‘삼양동 거사’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어진 돌’이라는 뜻을 지닌 인석(仁石)이라는 호에 걸맞게 후덕하고 서민적인 풍모로 여야 정치인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원칙에 충실한 정치인으로 한번도 계보를 바꾸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일제치하인 1915년 9월5일 청주에서 태어나 41년 일본 메이지대학 법학과를 중퇴한 뒤 46년 충북신보 영업국장을 거쳐 48년 고향인 청주에서 시의회 부의장으로 정계에 입문했다.4·19 이후 장면 총리의 인준 문제를 둘러싸고 민주당 신·구파가 갈등을 빚을 때 구파가 민주당에서 갈라져 나와 신민당을 창당하자 이에 가담했다. 이후 야당의 거목이었던 유진산 선생이 이끄는 ‘진산계’의 오른팔 역할을 해왔다. 진산이 작고한 이후에는 유치송 전 민한당 총재와 함께 ‘견지동 동우회’를 이끌었다.9대 국회 후반 신민당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강경파와 이철승 전 신민당 총재의 온건파로 대립할 때 김 전 대통령편에 서서 정치적인 동지관계를 형성했다. 이 인연으로 5·17 이후 김 전 대통령이 정계은퇴 성명을 냈을 때 3개월 가량 총재권한대행직을 맡았으며, 정치규제 중에는 민주산악회의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與대권후보 ‘고건, 정운찬, 진대제‘ 3주자론

    與대권후보 ‘고건, 정운찬, 진대제‘ 3주자론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여권의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로 의외의 ‘다크호스’가 급부상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돌고 있어 주목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등 기존의 대선주자군(群)이 아니라, 뜻밖의 ‘제3의 후보’가 여당 후보 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추측들이다. 여기엔 노무현 대통령의 ‘성공 사례’에 따른 학습효과가 바탕에 깔려 있다. 노 대통령은 ‘국민의 정부’ 시절 줄곧 ‘무명’(無名) 신세를 면치 못하다가 대선이 불과 1년도 안남은 시점에 국민경선을 통해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었다. 특히 고건 전 국무총리의 ‘강세’도 ‘제3 후보설’ 확산에 결정적으로 한몫하고 있다. 고 전 총리는 지난 5월 총리직 사퇴 이후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는 데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호감이 가는 차기 대권주자’로 잇따라 선정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MBC의 대선주자 호감도 여론조사에서 26%의 지지를 얻어 한창 활동 중인 한나라당 박근혜(22.9%) 대표와 정동영(15.7%) 장관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앞서 9월 이후 다른 3차례 여론조사에서도 그는 1위를 달려왔다. 정치권에서는 고 전 총리의 인기를 거품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은 “무작정 과거에 대한 동경과 안정성을 고려한 측면이 있다.”며 “우리의 개혁정책이 제대로 방향을 잡고 진전돼 나가면 백지처럼 바뀔 것이다.”고 일축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도 “현 정권이 386정권이라고 하고 사회전체가 불안하니까 대통령 탄핵시 권한대행으로서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한 고 전 총리의 인기가 올라간 것”이라며 “그러나 자신은 물론 두 아들이 병역면제를 받았다는 점에서 검증 대상에 오르면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3후보설은 이미 고 전 총리의 범주를 벗어나고 있다. 최근엔 서울대 폐지 반대 등 ‘쓴소리’를 마다 하지 않아 주목받은 정운찬 서울대 총장도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정 총장은 ▲본고사 폐지 ▲고교 등급제 ▲기여입학제 등을 금지한 교육부의 이른바 3불(不) 정책을 신랄히 비판해 이목을 끌었었다. 또 여권 핵심부에서는 한때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을 차기 후보로 진지하게 검토했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주 기자에게 “노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386 그룹에서 최근 정 총장이나 진 장관 등 비(非)정치인 전문가를 차기 대선 주자로 옹립할 계획을 검토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콘텐츠가 부족한 기성 정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참신한 이미지와 전문성으로 차별화를 꾀한다는 컨셉트인 셈이다. 심지어 제3후보설은 여권이라는 범주에서만 머물지 않고 야권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의 손학규 경기도지사 영입설까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거론되는 사례만 해도 그렇다. 손 지사 영입설은 여권 내에서 검토되고 있는 여러 카드 중 8번째 정도라는 소문도 있다. 여당 모 중진의원의 한 측근은 5일 “정치지형에 따라서는 운동권 출신인 손 지사까지 여당 후보로 영입해 판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내부적으로 오가는 상황”이라며 “그만큼 여권 차기 대선주자군의 범주가 넓고 유동적이라는 얘기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손 지사측은 이에 대해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를 흠집내려는 여권의 음모”라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될 것”이라고 펄쩍 뛰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與·한나라 ‘국보법’ 충돌

    與·한나라 ‘국보법’ 충돌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3일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 상정할 것을 검토하고 한나라당이 이에 맞서 ‘총력 저지’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정기 국회에서 이른바 4대법안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1일 한나라당의 반대로 법사위에 계류 중인 국보법 폐지안을 상정하는 것을 비롯해 사립학교법 개정안, 과거사 관련법, 언론관계법 등 나머지 3대 법안도 연내 처리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확대간부회의에서 “일부에서 여당이 여론이 좋지 않은 개혁법안을 무리하게 끌고 가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지만 사실과 다르다.”면서 “최근 여론조사 결과 국보법 폐지안은 찬성과 반대가 49대 51로 오차 범위 내이고 나머지 3개 법안은 70% 안팎이 지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새해 예산안은 정기국회 회기인 9일 이내 처리에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이지만 여당의 4대 입법 밀어붙이기에는 총력을 다해 저지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박근혜 대표는 최고·중진연석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여당이 시한을 정해 놓고 법안 통과를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야당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실력으로 저지할 수밖에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도 “국회법상 정기국회에서는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만 처리토록 규정돼 있다.”면서 “국보법 등 4대 입법은 시급한 민생관련 법안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법제사법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가 제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가결하고 본회의로 넘겼다. 여야는 표결에 앞서 법안심사소위 활동기간 연장 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였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표결에 들어갔다. 한나라당 소속인 최연희 위원장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을 제외한 야당 의원 전원이 퇴장한 가운데 실시한 표결에서는 열린우리당 의원 8명 전원이 찬성, 최 위원장이 반대, 노회찬 의원 기권 등으로 가결 처리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처리함으로써 여당이 추진중인 ‘4대 입법’을 둘러싼 대치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의 골자는 출자총액제도를 유지하고 재벌금융사 의결권 제한을 30%에서 오는 2008년까지 15%로 단계 축소, 기업의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위한 금융거래정보요구권(계좌추적권)을 3년 시한으로 재도입하는 것이다. 또 신문사 등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신고포상금 지급 근거를 마련했다. 이종수 김준석기자 vielee@seoul.co.kr
  • 與 당의장후보 “선거 못할판”

    내년 3월 열린우리당의 당 의장 선출 전당대회를 앞두고 겉으로는 계파간 세력판도가 화제가 되고 있지만, 정작 출마를 준비중인 후보 예상자들은 거액의 기탁금 마련 때문에 남모를 고민에 싸여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른바 ‘오세훈 법’으로 불리는 새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등에 대한 불만이 배어 있는 셈이다. 고민은 올 3월부터 정치자금법이 ‘빡빡하게’ 바뀐 데서 비롯된다. 집회 형태의 후원회가 금지되고 온라인 송금을 통한 소액 후원만 허용됨에 따라, 대다수 후보 예상자들은 저마다 “기탁금 마련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하고 있다. A후보 예상자측은 “아직 대가없는 기부 문화가 일천해서 그런지 후원금이 잘 들어오지 않고 있다.”면서 “그나마 젊은 의원들은 몰라도 당 의장에 출마할 중진급의 경우 온라인 모금이 더욱 어려운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지난 1월 열린우리당의 의장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기탁금만 1인당 7500만원씩을 냈다. 내년 3월에도 기탁금 규모가 이 정도로 정해질 경우, 웬만한 후보들은 자칫하면 사재를 터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돈다. 또 재주가 ‘걸출한’ 의원이 연간 모금 한도(1억 5000만원)까지 후원금을 모은다 하더라도, 그 돈으로는 기탁금 내고, 선거운동 비용 하고, 평소 의정활동 비용으로 쓰기도 넉넉하지 상황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가면 경선 자금을 옛날처럼 편법 조달하고픈 유혹을 받는 후보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을 것”이라고 푸념을 늘어 놓았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한나라 ‘물과 기름’ 한자리에

    한나라당의 강경 보수파인 ‘자유포럼’과 소장 개혁파인 ‘새정치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이 1일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만찬 모임을 가졌다. 두 그룹은 한 집에 살면서도 물과 기름처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며 틈만 나면 으르렁대던 사이다. 당의 진로와 ‘4대 입법’ 등 정치 현안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서로 이해의 폭을 넓혀보자는 취지에서 자리가 마련됐다. 만찬 시작과 함께 자리를 섞어 앉은 뒤 폭탄주가 돌아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졌지만 간간이 가시돋친 말도 건네는 등 ‘기선 제압’도 시도됐다고 한다. 자유포럼의 안택수 의원이 식사 전 “요즘 초·재선은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같이 논다. 전부 제 잘났다고 하니….”라며 ‘선공’에 나서자, 수요모임의 김희정 의원은 “내 딸, 내 동생 세대에 대한민국이 어떻게 가야 할지를 생각한다면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의 얘기들도 좀 들어달라.”며 ‘응수’, 긴장감이 흘렀다. 핵심 현안에는 이견이 거듭 확인됐다. 원희룡 의원이 박종근 의원에게 “참여 정부의 경제정책 중 좌파라서 문제가 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박 의원은 “큰 정부, 큰 예산이 좌파”라고 답했고, 이에 원 의원은 “종합부동산세는 좌파라고 할 수 없다. 근거를 알아야 반대할 수 있다.”며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방호 의원은 식사 중간에 기자들을 만나 “현 정부를 보는 시각과 북한의 실체를 어떻게 보느냐에 대해 후배들과 생각이 달랐다.”며 회동 분위기를 전했다. 수요모임의 정병국 의원은 “소장파 그룹이 이념논쟁에 있어 최전방 공격에 서고 중진의원들이 이를 지원하는 수송부대 역할을 하며, 여의도연구소가 당의 싱크탱크로 이를 뒷받침하는 식의 역할 분담에 대해 참석자들의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열린세상] 화롯불 같은 민생정치를/이성규 서울시립대 사회정책학 교수

    첫눈도 내렸다. 그런데 포근한 그림같은 눈송이는 아니었다. 내리던 빗속에 섞여 내리다 마지못해 몇 송이 보여주고는 찬 바람만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그 전 날 있었던 청와대 여야합동 영수회동이 스산한 국민의 마음을 따뜻하게 풀어놓지 못한 아쉬움을 대변하는 것 같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핵문제 해결에 관하여 떠도는 의혹을 일부 잠재운 작은 성과는 있었다. 그러나 정치갈등의 본체이며 여야 모두가 선언한 ‘상생의 정치’를 소거시키고 있는 4대 쟁점법안에 대한 대립적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으키지 못했다. 보스 중심의 한국정치 관성상 영수회담에서 트지 못한 영역을 실무원탁회의에서 해결하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한동안 한국의 정치는 계절을 따라 갈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정치권은 경제상황을 체감하는 국민들의 우려와 근심이 얼마나 큰지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지난 추석 때 귀향했던 의원들이 분노한 민심을 머리와 가슴에 담아왔다고 걱정하는 듯하더니 지난 정기국회를 치르면서 망각한 것 같다. 민생고에 대한 정치적 치매현상은 아예 여야의 대립구도 속에서 편안하게 합리화되는 것 같다. 만날 상황이 아니라서 논의를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구실이다. 영수회담에서 민생문제는 쟁점도 아니었지 않나. 여야의 대립 이외에 각 정당이 직면해 있는 내부요인과 외부의 새로운 움직임도 차분한 민생정치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될 것 같다. 여당도 차기주자를 둘러싸고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제1야당도 소장파와 중진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듯하다. 자민련은 행정수도 건으로 인하여 정체성의 위기를 맞고 있으며 새로운 중부권정치결사체에 대한 담론이 무성하다. 게다가 최근 뉴 라이트(new right)를 지향하는 인사들이 뉴스의 초점을 받고 있다. 모두다 4대 법안이 중요한 것인지 아니면 투자환경을 조성하여 우선 경제를 살리는 것이 중요한 것인지, 국민들의 연금이나 노인요양보험, 그리고 차상위 계층을 위한 근로연계프로그램 등 복지관련 정책이 더 중요한지를 머리 맞대고 논의하는 틀을 형성하는 데에는 원심력으로 작용할 요인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만남의 시작이다. 그리고 만남의 의미를 찾기 위한 여유 있는 자세다. 어느 원로 정치가가 한국정치가 메말라가는 것은 ‘요정의 낭만’이 가라오케의 삭막함에 밀려서 여야간 대화의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농담같이 던진 말이 생각난다. 이제는 여야의 만남만이 나라를 살릴 것 같다. 여유를 갖고 자주 만나야 한다. 본원적 권력을 획득한 청와대와 여당은 자신 있게 나라살림을 이끌어 가야 한다.‘탄핵까지 한 세력이 앞으로 무슨 일을 못하겠는가. 라는 상상에 머무는 동안 정부여당은 야당의 또 다른 공세에 직면할 것이다. 그리고 고정지지층을 이해시키고 반대세력을 끌어안는 것이 종국적인 승리를 가져다 주는 전략이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 영국의 노동당이 1997년 총선에서 승리한 것은 일부노동자의 이탈을 감수한 중산층 끌어안기 전략이었다. 그리고 제1야당도 마찬가지다. 구체적 대안이 결여된 경성보수정당에서 ‘연성국민정당’으로 새로 태어날 때 국민들이 화답할 것이다. 만성실업을 걱정하고 있는 20∼30대의 지지를 받아내는 것은 연성화의 한 부분일 수도 있다. 이러고 보면 역시 중요이슈는 경제와 복지로 수렴되는 것 같다. 다음에는 기존의 정치적 울타리를 초극하여 경제와 복지를 조용히 융합시키는 정치적 연금술사를 국민들은 선택할 것이다. 국민들은 지금의 상황이 ‘해뜨기 직전의 가장 어두운 시간’이기를 바란다. 여야는 자주 만나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이성규 서울시립대 사회정책학 교수
  • [녹색공간] 환경비상시국회의/김하돈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정책위원장

    많은 이들이 또 밥을 먹지 않고 있다. 단식이란 무릇 목숨에게 있어 가장 절체절명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삶의 모든 근원이 먹고 사는 일에 있음으로, 그 먹고 사는 일을 포기하여 생명을 담보로 불의와 부당함에 맞서는 가장 삼엄한 항의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전국 각지에서는 환경문제에 따른 참으로 많은 이들의 단식이 있었다. 지리산 댐건설을 반대하는 세 분 실상사 스님들의 단식,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에 대한 지율스님의 수차례 단식, 보길도 댐 증축에 맞선 강제윤 시인의 단식, 원흥이 두꺼비 서식지 보호를 위한 성직자들의 단식 등등…. 우리는 그때마다 20일,30일,40일, 날짜를 꼽아가며 시나브로 졸아드는 고귀한 생명의 외침을 안타깝게 지켜보곤 했었다. 일이 반드시 그리되어야만 한다고 동지적 애정을 건네는 이들마저도 제발 밥만은 먹으면서 싸우자고 그때마다 애간장을 졸이면서 말이다. 한데, 그래도 밥은 먹으면서 하나씩 실마리를 풀어가자던 바로 그 환경운동 일선의 중진 활동가들이 이번에는 스스로 단식을 선언하고 광화문 앞 차디찬 공원 바닥에 나앉아 바투 농성 중이다. 거기에 붙인 이름,‘환경비상시국회의’도 짐짓 심상찮다. 선언문에는,“최근 참여정부의 환경 규제 완화와 각종 개발 정책의 발표로 말미암아 한국의 환경은 비상 상황에 접어들었으며, 수십 년간 무분별한 개발정책에 대항하여 온몸으로 환경을 지켜온 사람들로서 엄숙한 마음으로 환경비상상황을 선포한다.”고 했다. 관리지역내의 공장설립 면적 제한 폐지, 수도권 안의 공장 신·증설 허용, 전국에 골프장 230개 추가건설 및 대폭적인 규제 완화, 토지수용권과 개발이익을 보장하는 기업도시 특별법 제정추진, 경유상용차 배출가스 기준 유예조치 등등 최근 정부가 발표한 각종 개발정책에는 환경적 측면을 고려한 흔적이라고는 아예 눈을 씻고 찾아도 전무하다. 게다가, 부안사태로 불거진 핵 폐기장 문제나 새만금 간척사업, 경부고속철도와 경인운하같은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한 이렇다 할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갈등구조만 증폭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그쯤 되고 보면, 가히 환경비상시국이라는 말이 옳을 성싶다. 세계적으로 이제 환경문제는 모든 개발과 경제성장의 가장 중요한 잣대 가운데 하나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는 추세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만 이렇듯 모든 정책에서 유독 환경문제가 후퇴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정부는 그 이유로 당장의 경기 침체를 내세우는 모양이다. 하지만 환경문제를 도외시한 몇몇 단기경제 부양책으로 경제가 회복되거나 튼실해질 것이라고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오히려 어려운 경제여건에 떠밀려 환경문제를 포기할 경우, 가까운 미래에 안팎으로 닥쳐올 엄청난 재앙이나 손실과 만나게 될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일찍이 소속과 분야를 초월한 모든 환경운동가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환경비상시국을 선포한 경우는 이전에 없었던 일이다. 본래 활동가란 일선 현장을 부리나케 쫓아다니며 업무에 전념하는 존재들이다. 나라 방방곡곡의 중심 환경활동가들이 모두 활동을 중단한 채 단식농성을 벌이는 상황이라면 이미 매우 촉급한 지경이 틀림없다. 첫눈이 내리고 얼음이 지는 겨울의 들목, 저 차디찬 공원바닥에 모여 밥을 굶으며 전하는 말씀들이 무언지 정부는 진지하게 귀를 곧추세울 때이다. 김하돈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정책위원장
  • [코드로 읽는책] 역사의 교훈/어네스트 메이 지음

    과거를 흔히 현재를 비추어주는 거울이라고 한다.‘현재와 과거의 끊임 없는 대화’라는 EH 카의 역사에 대한 정의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래선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 지도자들은 역사에 관심이 많고, 거기서 치세의 교훈을 얻고자 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역사적 실체 하나하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이 있다는 가정하에 가능하다. 역사에 대한 오용은 오히려 오판을 부르는 위험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하버드대 교수로, 미국외교사학회 중진인 어네스트 메이의 ‘역사의 교훈’(이희구 옮김, 한마음사 펴냄)은 금세기 들어 미국 대통령들이 범한 외교적 실패들을 그들의 역사 해독의 오류와 연결시켜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우선 미국 대통령들은 ‘역사적 교훈’을 어떻게 오용했는지,2차대전과 냉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에 초점을 맞추어 규명하고자 한다. 2차대전이 터지면서 루스벨트는 1차대전 당시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의 ‘외교적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독일과 일본을 재기불능할 정도로 제압하는데 치중했다. 한편으로는 소련과의 공생을 통해 세계평화를 이룬다는 외교적 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소련은 결국 동유럽과 한반도의 절반에 대해 세력을 넓히며 미국의 최대 강적으로 부상했고, 냉전과 전쟁의 축으로 자리잡았다. 냉전시대에 접어들면서 비로소 소련의 팽창정책을 깨달은 트루먼과 측근들은 소련에 대해 적대 일변도의 관계로 몰고 간다. 거기서는 ‘전체주의’ 소련과 과거 ‘전체주의’ 추축국가, 즉 독일·일본·이탈리아가 동일시되고, 여기서 도출된 역사적 교훈은 30년대의 유화정책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절대적 명제로 집약되었다. 트루먼은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직전까지도 한국에서의 전투는 피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의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트루먼은 1930년대와의 유사성을 생각하며 곧바로 솔선하여 군대를 파견하고 전쟁으로 치달았다. 즉 독일과 일본, 이탈리아가 국제연맹 규약에 도전했을 때 즉시 연맹이 결속해 싸우지 않음으로써 2차대전을 가져왔다는 인식하에 즉각 한국전에 개입했던 것이다. 이어지는 베트남 전쟁의 분석을 보면 1961년부터 65년까지 대통령과 그 측근은 전쟁 개입을 둘러싸고 많은 역사적 사례에서 모범답안을 찾는다. 그러한 과정에서 인도차이나 전쟁에서의 프랑스의 패배, 한국전쟁을 비롯하여 필리핀, 말라야의 반군 진압 사례에 이어 중국 ‘상실’의 뼈아픈 상처가 되살아나게 된다. 그러나 결국 수많은 역사적 추론이 동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피상적 논쟁으로 그치게 되며, 다시금 전쟁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만다. 9·11 이후 한층 시계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여전히 브레이크없이 달리기만 하는 미국 외교에의 불안감과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지도층이 어떠한 역사적 사례를 교훈삼아 대 한반도 외교를 펼쳐나갈 지 지켜볼 일이다.304쪽,1만 2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우리 역사 속의 사람들/노용필 등 지음

    지금까지 우리가 흔히 배워온 역사는 사건이 그 축을 이뤘고, 거대한 사건의 틀 속에서 인간의 숨결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그럴수록 역사는 현대인들에게 먼 옛날얘기로만 다가왔다.‘우리 역사 속의 사람들’(노용필 등 지음, 어진이 펴냄) 시리즈는 사건 위주의 역사 집필에 반기를 들고, 그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쉬었던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춰 역사를 재구성한 책이다. 필진은 책임편집을 맡은 노용필 덕성여대 교수를 비롯해 이배용(이화여대)ㆍ박경자(대진대)ㆍ홍경만(신구대) 등 한국사학계의 중진·중견 학자 20명. 모두 ‘한국사신론’을 통해 역사는 인간 중심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천명한 해방 이후의 대표적 사학자 고 이기백 선생의 제자들이다. 이들은 지배세력은 물론 평민, 천민까지 아우르며 거주지역과 출신 신분에 따라 분류한 책을 1년에 한 두권씩 발간할 계획. 이번엔 ‘개화기 서울 사람들1-왕실ㆍ중인ㆍ천민’ ‘개화기 서울 사람들2-양반ㆍ평민’ ‘대한제국기 서울 사람들’ 등 세 권에 24편의 글을 담았다. 다양한 세력들과의 대립 속에서 쇄국정책을 펼친 대원군, 가장 부침이 심했던 시기에 여성으로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다 비운 속에 스러진 명성황후 등을 통해 개화기 역사에 대한 비판적 지도를 그렸고, 역관 오경석, 화원 장승업, 백정 박성춘 등 역사책에서 몇 줄로 처리했거나 보기 힘든 이들의 삶도 생생히 살려냈다. 구식군인들이 임오군란을 일으킨 이유, 박정양 대통령 추대설과 독립협회의 만민공동회 개최와의 관계 등 한 인물의 미시적 삶을 넘어 거시적 역사 속에서의 의미까지 통찰해냈다. 독창적인 해석보다는 다양한 사료를 바탕으로 새롭지만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어,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권할 만하다. 딱딱한 글이지만 중학생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쓰여졌다. 각권 1만원.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기획] 욕, 난세의 ‘문화코드’로…TV·문학 ‘점령’

    [기획] 욕, 난세의 ‘문화코드’로…TV·문학 ‘점령’

    ‘욕’. 그것은 저급한 소통수단인가, 필요악인가-. 우리사회의 정치권과 뒷골목에서 욕설이 난무하는 것 못지않게 문화예술계에서도 온갖 욕과 쌍소리가 넘쳐난다. 그 때문인지 극장 가기도,TV 보기도, 라디오 켜기도, 소설을 들추기도 겁이 난다. 말 그대로 욕의 홍수다. 아무리 문화가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해도 이건 너무하다 싶다. 하지만 문화예술 각 장르에 만연한 이같은 욕들은 우리시대의 한 코드로 통용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나게’ 스크린은 욕설 경연장? “내 입술 부빈 ×은 니가 처음이야.”“×나게 좋아한다.” 10대 청소년 대상의 영화 ‘그놈은 멋있었다’의 대사중 일부다. 인터넷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동명의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 영화에서 욕은 분노나 위협 등의 격한 감정을 표현하는 특수한 용어가 아니라 10대들의 일상어로 등장한다. 새달 3일 개봉하는 ‘발레교습소’(15세)에서도 주인공 민재가 감정이 격해지면서 ‘18’이라는 말을 쓰고, 양아치들은 ‘×만한 게’‘×발년’같은 욕을 예사로 내뱉는다. 영화 ‘말죽거리잔혹사’(15세)에서는 “대한민국 학교 ×까라 그래!”라고 외치고,‘위대한 유산’(15세)에서는 ‘미친년아’‘변태 또라이 새끼’등 거친 표현이 쉴새없이 쏟아진다. 중년층을 겨냥한 ‘고독이 몸부림칠 때’(15세)에서도 ‘염병할 놈’‘우라질 놈’‘뭔 지랄이여’등이, 전쟁영화인 ‘태극기 휘날리며’(15세)에서도 ‘×팔’‘×나게’라는 표현이 수도 없이 나온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보리울의 여름’‘달마야, 서울가자’‘신부수업’등의 몇몇 영화는 욕설이 없는 무공해표 영화라는 점을 홍보문구로 내세웠을 정도다. 한국 영화에서 ‘이 자식’‘이 새끼’를 넘어서는 욕이 등장한 것은 90년대 초반부터. 욕설 표현의 금기를 깬 선구자는 여균동 감독의 ‘세상밖으로’(94년)다.‘×만아’같은 욕설을 무려 250회에 걸쳐 쏟아놓았다. 이후 송능한 감독의 ‘넘버3’를 시작으로 ‘친구’‘피도 눈물도 없이’등 잇단 조폭영화를 거치며 욕은 코믹한 수준을 넘어섰다. 폭력, 노출과 함께 욕설이 3대 심의 기준의 하나인 미국과 달리 국내 심의에서 욕설은 18세 관람가에서는 아예 문제시되지 않을 뿐더러 15세 이상 관람가에서도 관대한 편이다. ●안방까지 침범한 욕설 최근 방영된 MBC 드라마 ‘아일랜드’에서 에로배우 시연(김민정)은 ‘지랄’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이 상대적으로 엄격한 탓에 영화에서처럼 적나라한 욕설은 등장하지 않지만 비속어나 은어의 사용은 빈번해졌다.MBC FM 신해철의 고스트네이션(3월10일 방송)은 ‘맞장을 까고’‘쪽팔리는 얼빵함’‘지들이 구라치거나’등의 비속어를 사용해 방송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대중가요에서의 욕설도 점차 강도가 세지는 추세다.SBS 심의팀이 올 11월까지 심의한 4675곡 가운데 방송불가 판정을 받은 가요는 총 143곡. 이 가운데 욕설을 포함한 비속어 사용이 문제가 된 경우는 70곡이었다. 조pd의 ‘SHOW MUST GO ON’은 ‘띨빡한’‘까발려진 개수작’‘fucker’‘god damn’ 등의 표현 사용으로 불가 판정을 받았다. 올해 나온 서태지의 노래 ‘F.M Business’에서는 ‘fucking’이 사용돼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고,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2집에 수록된 ‘뒷담화’는 무려 35초 동안 온갖 욕설이 이어진 뒤 노래가 시작된다. 저항을 사명으로 하는 힙합 가수들의 경우 욕설은 거의 필수항목이나 마찬가지다. ●문학속의 욕 한국소설 속에서의 욕설은 오랫동안 ‘갖은 양념’ 같은 것이었다. 이문구 김주영 윤흥길 조정래 등 문단을 이끈 중진작가들은 주요 작품들 속의 등장인물들에게 거의 예외없이 질펀한 욕을 쏟아내게 해 독특한 작가적 질감을 일궈냈다. 예컨대 이문구의 대표작 ‘우리동네’같은 작품은 쉴새없이 끼어드는 욕설이 줄거리보다 더 선명하게 기억될 정도. 사정없이 내다꽂는 욕설이 주요한 문학적 장치가 되는 추세는 서사가 강한 중진작가들의 작품활동이 뜸해지면서 거의 사그라든 형편이다. 그러나 10대가 점령한 인터넷 소설쪽은 사정이 다르다. 아예 ‘욕설의 바다’ 수준이다.10대의 폭발적인 호응을 업고 문학시장 깊숙이 침투한 인터넷 소설은 거침없는 욕설과 원색적 비아냥이 이야기를 엮는 필수 소재가 돼버렸다. 최근 그 경향은 초등학생들쪽으로까지 침투해 내려갔다. 또래끼리 문화층을 갖춘 이들은 나름대로의 변형된 욕 글들을 주고받는다. 한글 자체의 글꼴을 변형하는가 하면 알 듯 모를 듯한 욕설을 일삼는다. 팍팍한 삶에 윤활유가 돼 주었던 욕이, 인터넷 소설판에서는 이제 특별히 감동적일 것도 없는 일상용어로 돌변해버린 셈이다. 연극에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막을 내린 뒤 앙코르 공연예정인 ‘청춘예찬’만 보더라도 극중 불우한 환경 속에 고등학교를 4년째 다니고 있는 22살의 청년과 친구들의 대화 속에는 “X발, 개새끼”는 양념 격으로 등장하기 일쑤다. 그런가 하면 “중삐리 관중 X나게 많은데서”“물레 돌리지마 이 X새끼야”“씨박 새끼 넌 술이 들어가냐?”같은 욕과 비속어가 즐비하다. 순수예술의 꽃인 연극의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문화부 종합 coral@seoul.co.kr
  • [여의도 IN] 한, ‘靑만찬’ 격론

    24일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모처럼 격론이 벌어졌다. 평소라면 각자 준비한 ‘연설 원고’를 낭독하며 “자세한 것은 비공개 때 논의하자.”고 미뤘을 참석자들이 이날은 서로 앞다퉈 한마디씩 거들었다. 화두는 청와대 만찬 참석 여부였다. 박근혜 대표가 당내 이견을 인식한 듯 “가야 하느니, 안 가야 하느니를 말하는 것 자체가 정치 구태”라고 먼저 손을 썼다. 그러자 5선(選)의 강재섭 의원은 “아무 조건 없이 대통령 얘기를 들어보는 게 좋다.”고 일단 옹호하면서도 “그렇지만 박 대표가 타이밍을 봐서 ‘대통령의 LA발언이 골목대장 수준’이라고 지적해야 한다. 할 말은 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 정치 얘기를 안 한다면 정말 치졸한 것이고, 아직 구태를 벗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쓴소리’도 보탰다. 바통을 이어받은 이규택 최고위원은 직설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사람 초청하는데 곁다리로 제1야당을 끼워넣어 부르는 자리에 가면 안된다.”,“자존심이 상한다.”,“갔다 와서 뒷말이 조금 있으면 의총에서 시끄러울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도 곁들였다. 박희태 부의장도 “제1야당을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취급하는데 엄청난 실망”이라고 성토했다. 그럼에도 박 대표는 거듭 “저는 가겠다.”고 못을 박았다. 그리고는 답답하다는 듯 “국민에게 보고하는 형식인데, 야당이 참석하지 않는다면 (국민이)어떻게 생각하겠는가.”고 강조해, 옆자리에 있던 이강두 최고위원으로부터 “박 대표 심정이 이해가 된다. 국민 보고 정치하는 것이다.”는 지원을 받아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3개법안’ 연내 처리 가능성

    ‘4대 입법’ 중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제외하고 사학법·언론법·과거사진상규명법 등 3개 법안의 연내 처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 ‘4대 입법’에 대해 야당과의 ‘타협론’이 확산되고 있고, 한나라당은 ‘국보법’을 제외한 나머지 3개 법안을 확정하고 해당 상임위에서 병합심리에 들어가 ‘각개격파’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타협으로 3개법은 처리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17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한나라당의 대안이 마련되는 대로 내주 초부터 민생개혁법안을 발의해 심사하겠다.”면서 야당과의 대화·타협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초대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도 전날 국민정치학교 강연에서 ‘4대 입법’과 관련해 “적절한 선에서 타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도 “(한나라당과) 끝까지 좁혀질 수 없는 것은 타협정신에 입각해서 표결할 수 있지만 대안을 내놓을 경우 토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임종석 대변인은 “우리가 모든 걸 걸고 밀어붙인다고 하면 저쪽은 모든 걸 걸고 막을 것”이라며 “4대 법안에 대한 야당의 강경 기류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국보법 외에 3개 법안은 상임위에서 조정해 보고, 국보법은 최종적으로 전원위원회에 보낼 수 있다.”고해법을 제시했다. 한편 이부영 의장은 외신기자와의 오찬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이 계속 반대만 하고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연내에 법안들을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하지만 청와대 일각에서 국가보안법 우선 처리를 고수해 여권 내 조율 과정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나라당, 국보법 폐지 협상은 불가 한나라당은 국보법 개·폐 문제에 대해 여권이 폐지안을 철회하기 전에는 국보법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협상에도 응하지 않기로 당론을 결정한 가운데, 사립학교법·언론관계법·과거사진상규명관계법 등 3개 법안의 제·개정안을 제출하고 사안별로 대응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17일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이같이 당론을 확정했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4대 입법’ 처리와 관련,“정부 여당이 이성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치열하게 투쟁할 수밖에 없다.”면서 “싸울 것은 치열하게 싸우고 참을 것은 국민을 보고 참아야 한다.”며 사안별로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여당이) 국보법 폐지를 철회하고, 개정에 임한다면 최선을 다해 협상하겠다.”면서 “다른 법안들도 위헌적 소지, 정략적 의도를 제거한다면 우리 안을 제시해 충분히 토론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소영 전광삼기자 symun@seoul.co.kr
  • 4년만에 연작소설집 ‘모구실’ 낸 서정인

    4년만에 연작소설집 ‘모구실’ 낸 서정인

    중진작가 서정인(68)씨가 4년 만에 새 창작집 ‘모구실’(현대문학 펴냄)을 내놓았다. 그런데 그의 새 책은 팬들에게만 반가운 게 아닐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문학이 ‘실종’됐다는 시대. 지리멸렬한 줄 알았던 소설에도 활어처럼 팔딱팔딱 뛰어오를 힘이 남았다는 사실을 서가에서 두고두고 웅변해줄 소설이다. 작품을 낼 때마다 조금씩 그래왔듯 이번에도 소설장르를 실험한 흔적은 여실하다. ●14편 이야기 모은 실험소설 14편의 이야기가 고리를 건 소설은 명백히 연작소설의 틀거리를 빌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평범한 연작 형식과는 거리가 멀다. 엇비슷한 유형의 인물과 내용이 시간이나 환경변화에 따라 맥을 이어 나가는 연작소설의 장르적 통념을 싹 뭉개 버렸다. 등장인물이나 주변상황이 똑같은 색채로 반복되는 게 아니라 때론 전혀 생경하게 ‘지능적’으로 이미지를 바꿔 버린다. 첫번째 작품 ‘모구실’과 14번째 끝 작품 ‘불나방’은 과연 이야기의 원천이 같았나 의심스러울 만큼 생김새가 달라져 버리는 식이다. 이를 두고 평론가 김윤식은 “한 작품이 증식을 일으켜 자기성장을 이루어 내는 ‘자기증식형 연작소설’”이라고 평했다. 소설은 쉰을 넘긴 등산복 차림의 ‘그’(천수건)가 산간벽촌 모구실을 찾아가는 설정으로 운을 뗀다. 사내는 모구실의 보건소장으로 일하는 딸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자질구레한 사실들을 친절하게 일렬로 나열해 줄 생각이 없다. 왜 그가 지금 딸을 만나야 하며, 딸의 소식을 새까맣게 모르고 산 이유가 뭔지 독자들은 알 길이 없다. 급한 독자는 애가 끓겠으나, 모호한 상황에서도 ‘그’는 짐짓 뜸만 들인다. 칠순 노파가 홀로 지키는 허름한 점방에 들러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세상사를 놓고 이런저런 한담을 주거니 받거니 할 뿐이다. 무대로 치면 영락없는 실험극이다. 공연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서두를 것 하나 없는. 딸(천미리)을 만나지만 천수건은 딸의 냉대에 보건소를 나서고 폐교를 지키는 서존만, 점방 아들 조성달과 다시 술판을 벌이며 ‘본론’을 꺼낸다. 소소한 집안내력에서부터 동서양 고전과 신화를 녹인 철학담론을 쏟아내는 천수건(작중 직업은 대학교수)은 유장한 논객이 되곤 한다. ●판소리 한마당 연상하게 하는 대사 통속적 개념의 소설읽는 재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묘사보다는 운율감 있는 대사들로 채워지다시피 한 글은, 때로 남도 사투리를 걸지게 풀어내는 판소리 한마당 같다. 꼼꼼하고 성실하게 정독하는 독자 쪽이 유리하다. 건성건성 책장을 넘기다가는 번번이 맥락에서 비켜나 소설 속에서 길을 잃는다. 태만한 수행자의 어깨에 죽비를 내리꽂듯 작가는 불호령을 속으로 삼키고 있음에 틀림없다. 아직도 소설이 그리 만만해 보이냐?! 노림수가 곳곳에서 의미심장하다. 책이 나오기 무섭게 짧은 여행길에 올라버린 작가는 책머리에 그 흔한 서문 한줄 달지 않았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정가 카페] 강재섭 “수요자 중심 정치를”

    [정가 카페] 강재섭 “수요자 중심 정치를”

    한나라당의 강재섭 의원은 15일 강원도 속초 농협수련원에서 열린 경희대 언론홍보대학원 주최 강연회에서 “오늘의 정치는 국정의 주인이자 수요자인 국민들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특정계층의 이해관계에 매몰된 공급자 중심의 정치”라고 비판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고, 지난해 대표 경선에서 자신이 잇따라 패배한 뒤 침묵을 지켜온 강 의원의 이날 특강은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위한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5선 중진이자 한나라당의 ‘잠재적 대권후보’이면서도 그동안 이렇다 할 정치적 행보를 보이지 않던 그가 최근들어 주요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에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만 있는 게 아니다.”며 대권 도전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정치권은 표피적 구호와 이벤트로 가득찬 위선과 독선의 정치를 청산하고 국민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의회]이만의 관악구 부의장

    [의회]이만의 관악구 부의장

    ‘100% 순수 지역 일꾼’ 이만의(60·신림13동) 관악구의회 부의장을 주민들과 동료의원들은 이렇게 부른다. 평소 지역사회를 위해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는 탓이다. 그는 관악구에서만 30년 넘게 살면서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 자유총연맹, 한강감시원 등 지역사회 활동을 활발히 펼쳐왔다. 구의원으로 나서게 된 것도 평소 이러한 그의 성품을 잘 알고 있는 이웃 주민들에게 등을 떠밀려 시작된 것이다.3선의 중진으로서 10여년째 식지 않는 지역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것은 이 의원을 아끼는 주민들의 마음에 보답하는 차원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켜 보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요즘은 오는 30일부터 열리는 행정사무감사를 준비하느라 일요일도 없이 자료수집에 열중이다. 평소 의회활동에도 성심을 다하지만 연말 정기회 때는 예산심의 등 중요한 회기인 만큼 준비에 남다른 열정을 쏟는다. 그는 “올해는 신청사 건립문제, 관악산 입장료 폐지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쌓여 있다.”며 “시민생활과 밀접한 문제인 만큼 꼼꼼히 되짚어 보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그는 “최근 집행부가 지나치게 주민여론에 휩쓸려 일을 조급하게 처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이번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신청사 건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예산낭비문제를 집중 추궁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그는 또 “설계과정에서의 차질로 1억여원이 낭비된 예산에 대해 구상권 청구를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상권 청구가 담당공무원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으나 주민들의 세금을 아끼는 마음과 두려움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또 서원어린이집을 옮긴 후 짓기로 한 지하주차장 건설사업이 난항을 겪게 된 과정 등을 되짚어 볼 계획이다. 그는 이와 관련,“민원에 떠밀려 행정이 차질을 빚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정확한 원인과 문제점을 찾아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무엇보다 예산낭비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이 부분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그는 “내년부터 예정된 ‘관악산 입장료 폐지방침’으로 인해 우려되는 자연환경보전의 문제점 등을 깊이있게 살펴보겠다.”며 의정활동에 열정을 쏟고 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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