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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 인사이드] 초라하게 막내린 MB정부 한식 세계화… 2막은?

    [주말 인사이드] 초라하게 막내린 MB정부 한식 세계화… 2막은?

    “오래 씹어야 하는 고기를 급히 삼키려다 체한 꼴이다.” 이명박 정부가 매년 200억원 가까운 예산을 쏟아부으며 애지중지한 한식세계화 사업에 대한 한 음식 전문가의 평가다. 우리 맛을 세계에 알리겠다던 한식세계화 정책이 정권 말 잇단 ‘굴욕’을 당하고 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한식세계화 지원사업 예산집행의 비효율성을 문제 삼아 감사요구안을 낸 데다 올해 한식세계화 예산은 2년 연속 삭감돼 2011년 대비 38.4%나 깎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얼굴’로 나서고 정권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추진됐던 한식 사업이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주방장과 한식당 운영자, 학계 전문가 등에게서 들어봤다. 한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몇해 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비빔밥 시식회를 찾았다가 화들짝 놀랐다. 비빔밥 위에 익히지 않은 날계란이 올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야 익히지 않은 계란 노른자가 참기름, 고추장처럼 비빔밥의 필수재료지만 살모넬라균 불안감이 큰 서양인에게는 먹을 수 없는 음식이다. 이 교수는 “전시성 홍보에만 열올린 한식세계화 사업의 한 단면”이라고 말했다.  한식세계화 4년을 지켜봐 온 산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한식 가치에 주목해 사업을 시작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식여행 전문가인 최지아 온고푸드 대표는 “한국인들도 중국음식을 먹는줄 알던 외국인들에게 ‘한국엔 한식이 있다’는 것을 알린 게 한식세계화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칭찬은 딱 거기까지다. 전문가 대부분은 “구호만 요란했지 실속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한식 세계화 사업은 시작은 거창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11월 “한식을 2017년까지 세계 5대 음식으로 육성하겠다”며 세계화를 선포한 뒤 이듬해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2009년 5월 정책을 추진할 민관합동기구인 ‘한식세계화추진단’이 발족하자 김 여사가 명예회장으로 나섰다. 한 정계 인사는 “추진단 출범회의 때 영부인을 필두로 농림수산식품부 등 장관 2명과 차관 3명, 국정기획수석 등 청와대 고위 인사 6명 등이 나왔다”면서 “당시 정부가 얼마나 신경을 기울였는지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영부인의 간판사업’으로 각인되면서 무리수가 이어졌다. 법·제도 마련 등 한식 산업 인프라 구축 등 근본적인 대책 대신 홍보나 단발적 이벤트성 사업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 여사는 2009년 이후 CNN 등 외국 매체에 출연해 앞치마를 두른 채 요리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한식세계화 사업을 추적해온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실은 “한식세계화 실무를 주도한 한식재단의 2010~2011년도 사업비 중 홍보예산 비율이 48.3%나 됐다”고 지적했다.  준비 없이 홍보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촌극도 여럿 벌어졌다. 농식품부는 2011년 6월 ‘할리우드 스타 브룩 실즈가 뉴욕의 한인마트에서 고추장의 성분을 살펴보는 사진이 화제가 되고 있다’며 홍보했다. 하지만 이 사진은 정부가 해외홍보 사업차 실즈를 모델로 써 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장을 꼼꼼히 살폈다면 짧은 기간에도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숙명여대가 유치한 프랑스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루 숙명’의 홍일영 총지배인은 한식의 영문 표기 방식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해외 한식당 중 떡국을 여전히 ‘rice-cake soup’이라고 쓰는데 서양사람들은 디저트를 수프에 넣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꺼림칙해한다. 태국이 똠양꿍(전통수프)을 ‘tom yum kung’이라고 쓰듯 그냥 ‘tteokguk’이라고 쓰면 될 일”이라면서 “정부가 교육을 통해 사소한 것부터 잡아줘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해외시장 진출 때 레스토랑 업주가 가장 궁금해하는 ‘현지화 전략’에 있어서도 정부가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권오란 이화여대 교수(식품영양학)는 “중국처럼 다른 나라 요리를 거리낌없이 먹는 국가도 있고 일본같이 현지화해야 음식에 손을 대는 나라도 있다. 정부가 나라별 특성을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초기부터 중장기 로드맵이 없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식재단 관계자는 “한식 영문 표기 가이드를 발간해 배포하고 있지만 현지 한식당들은 여전히 부적절하게 표기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 현재 미국 등 4개국 진출 때 활용할 수 있는 음식 현지화를 위한 안내서적도 향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효율적인 사업 집행 탓에 정부는 4년간 769억원을 투입하고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예컨대 1만개(2007년 기준)인 해외 한식당 수를 2017년까지 2만개로 확대하겠다고 목표를 정했지만 2011년 말까지 늘어난 해외 한식당은 1000개뿐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한식의 세계화를 계속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가 긴 안목의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특히 앞서 세계화에 성공한 아시아권 음식의 경쟁력을 흡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최지아 대표는 “중식의 가격경쟁력, 일식의 이미지메이킹 능력, 태국음식의 표준화 전략 등을 채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식은 5000원짜리 자장면부터 고가의 샥스핀 요리까지 가격과 품질이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다. 100년에 걸쳐 세계화에 성공한 일식은 ‘젠스타일’(동양적 간결함을 중시하는 단정한 이미지의 일본 스타일)이라는 문화 코드를 음식에 씌웠다. 덕분에 세계인들은 일식 하면 ‘깨끗하고 섬세하다’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최 대표는 “태국 정부는 해외에 있는 태국식당 인테리어부터 음식의 질, 종업원의 서비스 방법까지 모든 것을 체계화해 전파했다”고 전했다.  한식에 스토리를 입히는 작업도 시급하다.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 이사장은 “음식마다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프랑스 파리에 있는 볼폼없는 터도 유명 시인 보들레르가 태어나고 죽은 곳이라 하면 사람들이 달리 본다”면서 “복분자에 대해 ‘한번 마시면 소변으로 요강을 엎게 할 정도로 스태미너 음료’라고 설명하면 훨씬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아 대표도 “한식 하면 흔히 음식만 생각하는데 음식 역시 문화의 일부이기 때문에 식자재부터 먹는 행위까지 모든 요소에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외국인들은 맛 이상으로 음식을 먹으면서 한국인의 일상을 체험해 보고 싶어한다고 한다. 최 대표는 “많은 외국인이 2·3차로 이어지는 한국 특유의 회식문화를 경험하고 싶다고 요청해 회식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면서 “새로운 문화 체험을 하면서 느꼈던 즐거움을 동료, 가족 등에게 전달한다면 자연스러운 세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빔밥 체인점을 뉴욕 등 12곳에 진출시킨 CJ푸드빌 장혜원 브랜드마케터는 “민간기업은 외국어를 할 수 있는 주방장을 구하기 어려운 것이 가장 큰 골칫거리”라고 했고 홍일영 지배인도 “해외 인재가 한국에서 교육받고 다시 돌아가 자국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내실 있는 한식 교육기관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교육시설 보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고전 ‘아리스토텔레스 性의학서’ 경매로 나왔다

    고전 ‘아리스토텔레스 性의학서’ 경매로 나왔다

    과거 유럽인들을 사로잡았던 고전 성애서(性愛書) 한 권이 경매에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680년 경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 책의 이름은 ‘아리스토텔레스 컴플리트 마스터-피스’(Aristotle‘s Compleat Master-Piece). 이 책에는 소위 ‘방중술’과 초보 산파를 위한 각종 정보들이 담겨있어 발간 즉시 큰 인기를 끌었으나 18세기 중반 부터 200년 이상이나 판매가 중지될 만큼 논란의 금서였다. 책 제목에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이름이 붙어있으나 실제로는 관련이 없으며 저자 역시 익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경매를 주관하는 도서 전문가 케시 마스덴은 “이 책은 아마도 비공식적으로 가장 많이 출판됐을 것”이라며 “임신 및 혼외정사에 대한 무시무시한 경고까지 담겨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 독자들이 읽어도 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섹스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될 것”이라며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유명인의 이름이 붙어있어 더욱 인기를 끌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경매에 나오는 책은 1766년 판으로 오는 16일 경매에 오를 예정이다.    인터넷뉴스팀
  • [사설] 연금 철폐 팽개치고 단체외유 떠난 의원들

    국회 예산결산특위 소속 여야 의원 9명이 새해 벽두부터 1억 5000만원짜리 해외 시찰에 나섰다고 한다. 예결특위 위원장인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과 간사인 같은 당 김학용·민주통합당 최재성 의원, 그리고 계수조정소위 위원인 새누리당 김재경·권성동·김성태 의원, 민주통합당 홍영표·안규백·민홍철 의원이 이들이다. 외국의 예산심사 시스템을 연구한다는 게 명목이다. 5명은 10박 11일 일정으로 멕시코·코스타리카·파나마 등 중남미 3개 나라를, 4명은 비슷한 일정으로 케냐·짐바브웨·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3개국을 돈다. 경비는 전액 국회 예결특위 예산이다. 국민 세금이다. 이들이 누군가. 국회 옆 호텔 방에 모여 빈곤층 의료비 지원예산 2824억원과 방위력 강화를 위한 국방예산 2898억원을 삭감하는 대신 수천 건의 민원성 지역구 예산 5574억원을 앞다퉈 새해 예산안에 끼워넣은 주역들이다. 겨울철 적도와 남반구의 따뜻하고 울창한 삼림의 나라에서 대체 무슨 예산심의 제도를 배우고 오겠다는 건지 분노를 넘어 허탈과 체념의 실소만 나온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 때 그토록 외쳤던 새 정치가 바로 이런 것이었는지, 이제 선거도 끝나고 표를 구걸할 일도 없으니 국민들이 개탄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라는 것인지 이들의 후안무치한 작태에 말문이 막힌다. 강창희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는 즉각 이들을 귀국시키고, 다른 상임위의 외유성 해외시찰 일정도 전면 중지시켜야 한다. 지금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온 나라가 통합을 위해 합심하고 양보하고 배려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정치권력처럼 가진 자들의 우월적 지위 남용이 스스럼없이 자행되는 일이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되는 시점이다. 힘 있는 자일수록 더 고개를 숙여야 할 시점이다. 예정돼 있던 외유든,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든 그런 지엽말단의 구실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부디 겸손한 국회가 돼야 한다. 지난해 눈에 불을 켜고 제 잇속을 챙겼다면 올해부터는 스스로 내려놓는 정치권이 돼야 한다. 그게 새 정치다. 총선과 대선 때 철석같이 약속한 국회의원 연금 폐지와 면책·불체포 특권 축소 등부터 실천하라. 어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국회 정치쇄신특위 구성을 언급했으나, 이를 구실로 또 시간을 끌 상황이 아니다. 구체적 내용까지 다 제시된 만큼 소관 상임위별로 법안만 만들어 처리하면 된다. 새 정부 출범 전 2월 국회에서 매듭짓기 바란다.
  • LG “협력업체서 경조금 안 받는다”

    LG그룹 임직원은 협력업체로부터 경조금을 전혀 받지 않기로 했다. LG는 모든 임직원이 업무 관련자로부터 경조사와 관련한 금품을 받지 않도록 사내 윤리규범을 변경, 올해부터 전 계열사에 엄격히 적용한다고 3일 밝혔다. 최근 경제민주화 분위기에 따라 ‘윤리경영’을 작은 것부터 실천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5만원 이상의 경조금을 받는 경우 각 계열사 윤리사무국에 신고해야 했으며,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5만원 이내는 별도의 신고 없이 받았다. 그러나 윤리규범 변경에 따라 금액의 크기에 상관없이 아예 한 푼도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LG의 각 계열사는 이런 취지를 담은 공문을 모든 협력업체에 전달해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LG는 또 전무급 이상 임원진부터 ‘작은 결혼식’을 실천하기로 했다. 결혼식 장소로 특급호텔 등 호화로운 장소를 피하고 하객 규모와 예물도 최소화해 검소하게 치르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임원 자녀의 결혼식을 사내 게시판에 공지하는 것도 전면 중지했다. LG 관계자는 “예식장을 이미 예약한 경우 등을 고려해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조사 관련 규정의 강화와 작은 결혼식 실천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LG 측은 전했다. 구 회장은 신년사에서도 “정도 경영과 사회 전체를 생각하는 윤리경영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면서 “협력회사가 성장의 동반자임을 잊지 말아야 하며, 열린 마음으로 사회를 돌아보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적극 동참하자”고 강조했다. 임직원의 반응은 엇갈린다. LG 계열사 관계자는 “경조사 금지라는 가이드라인이라도 있으면 협력업체 사람들이 아무래도 부담을 덜 느끼지 않겠느냐”고 환영했다. 반면 협력업체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는 좋지만, 잘 지켜질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혼의 한 직원은 “뜻에는 공감하지만 규정을 잘 모르고, 성의라며 건네주는 적은 액수의 경조금이라도 받았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는 어떡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박근혜 정부-대한민국의 과제(3)] 참여정부 때 평화협정 직전까지 갔다가 MB정부 들어 단절

    [박근혜 정부-대한민국의 과제(3)] 참여정부 때 평화협정 직전까지 갔다가 MB정부 들어 단절

    2013년은 6·25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0주년이다. 이와 맞물려 박근혜 차기 정부가 지난 5년간 경색된 남북관계를 어떻게 이끌고 나갈지 주목된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남북공동선언 존중을 조건으로 차기 정부에 관계 개선 의지를 타진했다. 박근혜 정부는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국가 안보적 과제를 이뤄내야 할 시험대에 서게 됐다. 1953년 7월 27일 오전 10시 정각. 판문점 휴전협정 조인식장에서 유엔군 수석대표 해리슨 미 육군 중장 일행과 북한군 수석대표 남일 일행이 전문 5조 63항의 정전협정 문서에 서명했다. 이로써 3년 이상 끌어온 6·25 전쟁이 끝났다. 이 회담은 1951년 7월부터 협정체결까지 2년 이상 걸려 역사상 가장 긴 휴전회담으로 평가된다. 이후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으나 이는 아직 요원한 과제로 남아 있다. 1954년 4월 군사 활동 중지에 그친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시도가 이뤄지기도 했다. 당시 유엔 참전 16개국과 한국·북한·소련·중국이 참가한 가운데 우리 측은 유엔 감시하의 남북한 자유선거 등 통일 방안을 제시했고, 북 측은 외국군 철수 및 감군을 선결과제로 요구했으나 87일간의 회담은 평행선을 그은 채 막을 내렸다. 정전협정 체결 19년 만인 1972년 남북한은 7·4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하며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당시 합의된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통일의 3대원칙은 이후 남북 간 모든 합의의 기본 지침이 됐으나 박정희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이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면서 흐지부지됐다. 1992년 노태우 정부 당시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는 한 발짝 더 나아가 남북 불가침 조항을 담고 정전상태를 항구적 평화 상태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명시했으나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사실상 힘을 잃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6·15 남북공동성명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구체적 합의를 담지는 못했으나 남북관계를 대결에서 화해와 공존관계로 바꾼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2005년 9월 19일 4차 북핵문제를 위한 6자 회담에서 당사국들은 9·19 공동성명을 통해 비핵화를 위한 기본 원칙에 합의했다. 당시 관련 당사국들이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하고 그동안 한국을 평화협정의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던 북한이 입장 변화를 보인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2007년 10·4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문제가 양 정상 간에 논의됐으나 현재는 남북관계 단절로 맥이 끊긴 상태다. 새해에도 남과 북의 지도자들은 평화체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공약에 평화협정 체결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평화체제 전환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국제학과 교수는 “북한이 주장하는 정전협정의 평화체제 전환은 남북 간의 평화체제라기보다는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해소해 주한미군을 철수하게 하는 등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라면서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북핵 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평화체제만 만든다고 평화가 오는 것이 아니므로 남북 간 신뢰 구축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유엔사가 정전을 관리하는 체제가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으로 바뀌는 만큼 남북관계의 재설정이 중요하다”면서 “완전한 평화협정으로 가기는 어려워도 평화체제의 중요성을 제기하고 한반도 군비통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핵보유국임을 주장하는 북한을 고려하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재래식 군비 감축은 풀 수 있는 문제”라면서“군사 훈련 상호 통지 등 신뢰를 쌓아 평화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사기 혐의’ 두산家 4세 잠적… 檢 기소중지

    ‘사기 혐의’ 두산家 4세 잠적… 檢 기소중지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김윤상)는 2일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잠적한 두산그룹 가문의 4세 박중원(45)씨를 기소중지(수배)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 3월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 홍모(29)씨에게서 빌린 5000만원을 포함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1억 50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박씨는 영장실질심사 직전 모습을 감췄다. 법원은 박씨가 없는 상태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과가 있고 죄질이 좋지 않아 실형 선고가 예상되는 만큼 영장을 발부받은 상태에서 기소중지했다”고 밝혔다. 고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차남인 박씨는 앞서 2007년 코스닥 상장사인 뉴월코프를 자본 없이 인수하고도 자기자본으로 인수한 것처럼 공시해 주가를 폭등시켜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1,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상태다. 그러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법정구속은 되지 않았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메뉴판에 육류 100g 표시? 처음 듣는데요”

    새해부터 실생활 속 바뀌는 제도가 많지만 정부의 홍보부족 등의 탓에 정작 혜택을 누려야 할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최종가격 제시·육류 100g 단위 표시 ▲반려견 등록제 ▲최저임금 시행 ▲아날로그 방송 종료 ▲군 계급별 복무기간 변경 등에 대해 1일 시민 목소리를 들었다. 올해부터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육류는 메뉴판 등에 100g당 가격을 적어야 한다. 하지만 이날 서울 영등포역 인근 고깃집 10여곳을 돌아본 결과 100g당 가격을 표시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대부분 “처음 듣는 이야기” “왜 그렇게 바꿔야 한대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미 적어놨다”고 밝힌 A 식당도 메뉴판에는 고기 종류·부위에 따라 170g, 250g 등 1인분을 표시하는 식이었다. 주인들은 1인분이 몇 g인지 표시해 놓았을 뿐,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인 100g으로 표시해야 하는 건 전혀 몰랐다. 보건복지부는 위반 시 1차 시정명령, 2차 영업정지 7일(과징금 대체 가능)을 적용한다. 식당·카페·술집도 부가세와 봉사료 등을 모두 최종가격을 포함해 써야 한다. 부가세와 봉사료를 각각 10%씩 받는 고급음식점은 대체로 최종가격 표시를 시행하고 있었다. 서울 중구의 C 호텔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미리 부가세와 봉사료가 포함된 가격으로 안내해 오고 있다”면서 “가격이 올랐다고 놀라는 손님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메뉴 가격을 내니 편리하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3개월 이상 된 개를 키우는 사람은 의무적으로 동물 대행기관에서 이름·연락처·번호 등을 등록해야 하지만, 역시나 행동에 나선 사람은 적었다. 애완견 두 마리를 키우는 박진규(44)씨는 “잃어버렸을 때 쉽게 찾을 수 있고 유기견을 방지하는 차원에서도 제도의 취지에 공감한다”면서 “하지만 애견가들 사이에서는 마이크로칩을 강아지 몸에 넣는 게 부담스럽고, 칩이 중국산이라는 얘기까지 떠돌아 꺼리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박씨는 “집집마다 방문해 등록 여부를 검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실효성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직장인 윤철(33)씨도 “얼핏 소식을 들었지만 아직 등록은 하지 않았다”면서 “유기견을 줄이자는 목적인 듯한데 나처럼 강아지를 애지중지 키우는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그는 “등록을 안 하면 최대 40만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내야해 하긴 하겠지만 꼭 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구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국적이나 고용형태에 관계없이 최저임금(시간급 기준)이 4580원에서 4860원으로 오른다는 소식도 전해듣지 못한 이가 많았다.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에서 7년째 상담업무를 맡은 스리랑카인 푸쉬파 프레마랄(42)은 “최근 하루 50~60통씩 최저임금과 관련한 상담전화를 받았는데 회사에서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해 문의전화를 한 근로자가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적은 인상폭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프레마랄은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더 돈을 많이 부칠 수 있어 기쁘지만 뛰는 한국 물가를 감안하면 낮은 인상 폭이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 휘경동 C아파트 경비원인 김동진(57)씨는 “재취업이 힘든 나이라 그나마 자리를 지키려 하지만 올랐다는 최저임금만으로는 두 식구도 살기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종료됨에 따라 먹통이 된 TV를 보고 당황해 하는 일도 속출했다. 서울 강남구 임대주택에 홀로 사는 윤모(72·여)씨는 “TV를 켜는데 듣기 싫은 지지직 소리만 나오고 멀쩡했던 화면이 검게 변했다”면서 “그나마 TV보는 게 낙인데 적적해서 오늘은 라디오만 들었다”고 했다. 경기 분당구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김모(80)씨는 “정부 지원을 받아 셋톱박스를 설치했는데 오늘 아침 TV가 안 나와서 당황했다”면서 “콜센터에 전화해도 문의가 많은지 한참을 기다리게만 했다”고 전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2013 신춘문예-동화 당선작] 하트/김보름

    [2013 신춘문예-동화 당선작] 하트/김보름

    “그럼 내일 감정 실기시험 잘 보세요.” 거실 벽 스크린 속에서 감정 과외 선생님이 웃으며 말했다. 나도 선생님을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내 왼쪽 가슴에 달린 ‘하트’ 배지엔 초록색 불이 들어와 있다. ‘적정 감정 수준’ 차분하고 안정된 감정 상태에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20년에 나온 감정 조절기 ‘하트’는 이제 초등학생들에겐 제2의 심장이나 다름없다. 중학생이 되기 전에 감정을 통제하는 법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내 하트는 계속 초록빛이다. 후훗, 나도 이제 감정 조절의 대가가 된 건가. 1학년 때부터 5년째 하트를 사용한 보람이 나타나는가 보다. 앗, 괜히 기분이 좋아 하트를 만지작대다 뒷면의 단추를 눌러 버렸다. 음성 녹음된 하트 사용 설명서가 흘러나온다. 하트는 가슴에서 나오는 감정의 파장을 실시간 감지해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깔 중 하나로 나타냅니다. 빨강은 가장 흥분된 감정, 보라색은 가장 침체된 감정입니다. 초록은 기준이 되는 색으로서 편안하고 쾌적한 기분을 나타냅니다. 화가 나거나 마음이 들뜨면 그 정도에 따라 노랑, 주황, 빨강 순으로 색깔이 올라갑니다. 반대로 기분이 가라앉으면 파랑, 남색, 보라색 순으로 내려갑니다. 가장 위험한 상태인 빨강 단계에 이르면 경보음과 함께…. 나는 다시 단추를 눌러 음성 설명을 껐다. 엄마가 거실로 나왔다. “은찬아, 내일 하트 정기 점검하는 날인 거 알지? 이번엔 꼭 점검 받아. 벌써 두 달이나 미뤘잖니.” “알았어요, 엄마.” 나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정기 점검은 딱 질색이다. 가슴에 달린 하트에 푸른 광선을 쬐는 것인데, 아무리 정신 건강에 좋은 알파파가 나온대도 난 속이 메스껍다. “은찬이 너 대답만 하지 말고…. 하트가 개발된 시대에 사는 걸 복인 줄 알아. 엄마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하트 같은 건 상상도 못했어. 애들이 욱하는 성질을 못 참아서 얼마나 폭력적이었는지 알아? 만날 학교 폭력이 일어나고, 전쟁 게임을 실제로 따라 하기도 하고, 심지어 초등학생들이 노인을 폭행하기도 했어. 정말 무서운 시절이었지. 하트가 나오고 나서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엄마의 잔소리는 언제나 하트 예찬으로 시작된다. 엄마는 얼마 전 하트사랑학부모위원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요즘 애들은 얼마나 침착하고 세련됐니? 그게 다 하트 덕이야. 마음이 차분한 아이들이 학업 성취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잖아. 이번에 전교 1등한 규빈이는 벌써 명상전문가 자격증도 땄다더라. 마음공부가 자기 계발의 기본이 된 이 시대엔, 감정 통제력이 성공의 밑바탕이라는 거 항상 명심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다. 엄마는 벽에 설치된 가훈 액정 화면을 눈으로 가리켰다. 거기엔 엄마가 존경하는 세계적인 리더, 수잔나 윌파워의 명언이 적혀 있다. 세상을 다스리려면 먼저 자신을 다스려라. 자신을 다스리려면 먼저 감정을 다스려라. 엄마는 자동명상소파에 앉아 스크린을 텔레비전 모드로 바꿨다. 뉴스가 나왔다. 허름한 옷을 입은 할아버지가 경찰서에 들어가고 있었다. “오늘 오후 서울 ○○동에 사는 일흔두 살 한모씨가 소주를 마시고 시위를 하다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한씨는 인근 초등학교를 돌며 하트를 부수라고 고함을 질러….” “어머, 우리 동네잖아!” 엄마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세상에, 정말 정신없는 양반이네. 소주까지 마셨다니….” 알코올 도수가 1도 이상인 술은 금지돼 있다. 1도가 어느 정도인지 난 알 수 없지만 말이다. 허가를 받아야 구할 수 있는 소주라는 술은 알코올이 20도나 된다고 한다. 엄마는 소주를 마시면 미치광이가 된다고 했다. “은찬아, 너 저 할아버지 보면 얼른 피해. 저런 사람은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이야.” “네, 엄마.” 하지만 나는 그 할아버지가 나쁜 사람 같지 않았다. 얼마 전에 길에서 만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해 주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어렸을 땐, 재미있는 놀이 기구가 많았어. 너희들은 그네, 시소, 미끄럼틀을 책에서만 봤지? 할아버지는 그런 것들을 다 타 봤단다. 가장 재미있는 건 퐁퐁이었어.” “퐁퐁이요? 그게 뭐예요?” “넓고 쿨렁쿨렁한 매트에 올라가 퐁퐁 뛰는 거야. 정식 이름은 트램펄린인데, 한때는 올림픽 경기 종목이기도 했지. 퐁퐁이 불법이 되기 전까지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퐁퐁을 태워 주는 일을 했단다.” “와, 그런 직업도 있었어요?” “그럼. 퐁퐁은 마법의 기구란다. 퐁퐁을 타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져 하늘로 날아오를 듯 행복해지지.” 할아버지는 퐁퐁을 타던 옛날 어린이들 얘기를 해 주었고,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나는 ‘사라진 놀이 기구들’이라는 책에서 그 기구를 본 적이 있다. 거기서 트램펄린은 위험한 놀이 기구로 소개되어 있었다. 마음을 걷잡을 수 없이 흥분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할아버지 말을 듣고 보니 퐁퐁이 그렇게 나쁜 기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차, 뉴스를 보다 딴 생각에 빠졌구나.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내일 보는 감정 실기시험을 준비해야 하는데. 나는 방에 들어가 매직북을 켜고 ‘감정의 스펙트럼’을 클릭했다.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단계로 배열된 감정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 실기시험에선 ‘빨강’에 해당하는 감정들을 평가한다고 했다. 선생님이 어떤 상황을 이야기해 주면, 그때 일어나는 기분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연기해 보이는 것이다. 나는 빨강에 속하는 감정들을 읽어 보았다. “도취, 광란, 분개, 분노, 북받침, 극도의 흥분, 가슴이 터질 듯함….” 가슴이 터질 듯함? 이건 못 보던 거다. 이번에 업데이트된 감정인가 보다. 그런데 가슴이 터질 듯한 게 뭐지? 심장병이라도 일으키는 기분인가? 다음 날, 나는 가슴이 터질 듯한 감정이 어떤 건지 짝 미루에게 물어보았다. “나도 몰라서 엄마한테 물어봤는데, 그건 아주 많이 기쁘고 행복한 기분이래.” 미루가 말했다. 나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쁘고 행복한 기분이 왜 빨강이야? 빨강에 속한 건 위험한 감정들이잖아. 조절이 어려울 정도로.” “나도 그게 이상해서 엄마한테 다시 물어봤더니,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큰 기쁨은 좋지 않대. 그렇게 마음이 들뜨면 평소에 안 하던 행동도 하게 된다고.” “그렇구나. 기쁨도 나쁜 감정이 될 수 있구나….” 나는 조금 의아했지만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감정의 스펙트럼’을 열어 보았다. 다른 행복한 감정들은 초록이나 노란색에 들어 있었다. 만족감, 뿌듯함, 유쾌함, 즐거움, 쾌적함, 편안함, 흐뭇함…. 그런데 빨강에 속한, 가슴이 터질 듯한 기분은 얼마큼 큰 기쁨일까? 이것들을 전부 합친 것보다 강렬한 걸까? “야, 우리 감정 실기 연습해 보자.” 생각에 잠겨 있던 나를 미루가 툭 쳤다. “그래. 네가 먼저 상황을 말해.” “음, 오늘은 너의 결혼식 날이야. 네가 예복을 잘 차려입고 집을 나섰는데, 갑자기 위층에서 물 폭탄이 떨어졌어. 너는 쫄딱 젖어 버렸지. 그럼 기분이 어떨까?” “화가 욱 치밀겠지. 하지만 그 순간 하트가 찌릿찌릿 신호를 보내주니까,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뭐야, 이건 네가 어른이 됐을 때 얘기잖아. 넌 결혼할 때까지 하트 달고 다닐래?” “아차! 그렇지, 참.” 나는 멋쩍어서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때 휘성이가 실실 웃으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얘들아, 나 어제 재밌는 일 있었다.” “무슨 일?” “내가 얼마 전에 최신형 하트로 바꿨잖아. 근데 그걸 달고 나서 어제 처음으로 빨간불이 들어왔거든.” “왜? 어쩌다가?” “우리 형이랑 해적판 만화영화를 보는데 너무 웃겨서 배를 쥐고 웃다가.” “어, 정말? 너무 웃어도 빨간불이 돼?” 나는 조금 놀랐다. 지금껏 웃다가 빨간불이 들어온 일이 내 기억엔 없다. “그것도 몰랐어? 넌 실컷 웃어 본 적도 없냐, 이 감정 샌님아!” 휘성이가 약을 올렸다. “하트는 감정의 파장만 읽어 내니까, 웃는 것도 심하면 빨간불이 되지. 그건 아마 ‘극도의 흥분’에 포함될걸.” 앞자리에 있던 솔비가 돌아앉으며 말했다.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 갑자기 머릿속이 뒤죽박죽된 기분이었다. 심하게 웃어도 빨간불이라니? 웃는 것도 잘못인가? “야야, 내 얘기 아직 안 끝났어.” 휘성이가 말을 이었다. “하트가 빨갛게 삐삐거리는데, 내가 웃느라고 하트를 끄지도 못하고 한참 데굴데굴 굴렀더니….” “어떻게 됐어?” “병원에 가라고, 이 똑똑한 신형 하트가 정신과 전화번호를 불러주는 거야.” “하하하하.” 아이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하트들이 줄줄이 노랑, 주황으로 물들었다. 그런데 나는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야, 강은찬! 넌 왜 그래? 재미없어?” 내 굳은 얼굴을 본 휘성이가 물었다. “아, 아냐. 재밌어.” 나는 억지로 웃어 보였다. 하지만 하트를 속일 수는 없었다. 나는 파랗게 질린 내 왼쪽 가슴을 손으로 감싸고 복도로 나왔다. 하트를 점검 받을 때처럼 속이 메슥거렸다. 뭔가가 잘못된 것 같았다. 며칠 뒤였다. 수업이 끝나고 미루, 솔비, 휘성이와 함께 우주 체험관에 가는 길이었다. 저만치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퐁퐁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나는 얼른 인사를 드렸다. 할아버지 얼굴이 전보다 많이 수척해 있었다. “은찬아, 너 저 할아버지 알아?” “우리 엄마가 저 할아버지한테 가까이 가지 말랬는데….” 미루와 솔비가 속닥거리며 물러섰다. 휘성이도 놀란 눈치였다.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어서 가라고 손짓을 했다. 나는 다시 꾸벅 절하고 돌아섰다. 그런데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마음이 자꾸 할아버지 쪽으로 향했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걸어가는 할아버지의 야윈 등이 눈에 들어왔다. “할아버지!” 나는 몸을 홱 돌려 할아버지한테 뛰어갔다. 뒤에서 아이들이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오냐. 무슨 일이냐?” 할아버지가 푸근하게 웃으며 물었다. “할아버지, 아직도 퐁퐁 가지고 계세요?” “으응? 아, 아니….” 할아버지는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퐁퐁 있는 거 맞죠? 저 퐁퐁 한 번만 태워 주세요.” 나는 할아버지 팔을 붙잡고 매달렸다. “할아버지, 제발요. 정말 꼭 타 보고 싶어요.” “흠….”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할아버지는 말없이 앞장서 걸어갔다. 할아버지의 왜소한 등이 장군처럼 당당해 보였다. 나는 할아버지를 뒤따랐다. 아이들도 멀찍이서 주춤주춤 따라왔다. 할아버지의 집은 낡은 주택이었다. 대문을 열고 뒷마당으로 들어갔다. 거기에 크고 둥근 퐁퐁이 있었다. 가슴이 콩콩거렸다. “얼마 전에 수리하고 용수철도 다 고쳤다. 허름해 보이지만 타 보면 괜찮을 게야.” 나는 신발을 벗고 조심스레 매트에 발을 디뎠다. 올라서자마자 몸이 저절로 출렁거렸다. 퐁퐁이 마술을 부리는 것 같았다. “너희도 올라와!” 나는 아이들에게 손짓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던 미루, 솔비, 휘성이도 머뭇머뭇 퐁퐁에 올라왔다. 우리는 힘차게 발을 굴렸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방방 뛰기만 했다. 몸은 점점 더 높이 튀어 올랐다. “와우!” “와하!” 우리는 신이 나서 맘껏 소리쳤다. 말할 수 없이 커다란 기쁨이 온몸을 감쌌다. 하늘까지 날아오를 듯 짜릿한 기분이었다. “삐삐삐삐….” 빨갛게 흥분한 네 개의 하트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그러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우리는 가슴에서 하트를 떼어 던져 버렸다. 검게 죽은 하트들이 땅바닥에 뒹굴었다. 맨가슴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가슴이 터질 듯했다. ■당선소감 세상에 따뜻한 빛 전하고 싶어 우리의 얼어붙은 마음을 치유하고 인간을 내면의 고향으로 안내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한낱 ‘동화’에 불과한 것만은 아니라고 믿는다. 마법과 환상이 자재로이 활개 치고 영혼이 굴레 없는 자유를 누리는 이상향은 우리가 잊거나 잃어버린, 그러나 결코 쇠하거나 사라지지 않는 무엇이어서, 인간은 삶과 노동을 통해 자기 안의 낙토를 조금씩 넓혀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짧지 않은 시간을 홀로 방황하였다. 그리고 그 길에서 동화를 만났다. 동화는 어둠 속의 불빛이었다. 어둠은 크고 짙었지만 끝내 작은 빛을 이기지는 못하였다. 어둠은 빛에 의해 흐려졌고 빛은 어둠에 아랑곳없었다. 그렇게 우주의 밤하늘에 촛불 한 자루 세우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그러나 처음에는 문학이 아니었다. 고민과 잡념을 내리 쓴 일기였다. 내부에서 들끓는 무언가를 꺼내 놓지 않을 수 없어 하릴없이 적어 온 일기들이 창작의 밑거름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동화를 습작하면서, 흔히 비현실적이라고 여기는 완전하고 이상적인 진리들이, 어떤 면에서는 눈에 보이는 현실보다 더 생생한 리얼리티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맑고 밝은 기운이 나 자신과 이 세계를 조용히 감싸고 있음을 느끼면서, 주변을 좀 더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비전이 담긴 아름다운 작품으로 세상에 따뜻한 빛을 전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더 많이 사랑하고 부딪치고 끌어안아야 할 것이다. 졸고를 너그러이 거두어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서울신문사, 그리고 힘이 되어 주신 분들께 가슴 깊이 감사드린다. 부단한 정진으로 모든 분들의 후의에 보답하고 싶다. ●약력 ▲1981년 경기 부천 출생 ▲한양대 철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심사평 시의성 띠고 상상력 출중해 요즘 같은 팍팍한 시기에 과연 좋은 동화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신춘문예에 응모한 수많은 동화작가 지망생은 물론이고, 당선작을 고르는 심사위원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232편의 응모작 모두가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들이다. 아직도 그렇게 많은 동화를 이 땅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가 썼다는 사실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공모이기에 몇 가지 기준을 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고의 회장’과 ‘춤추는 수건’은 둘 다 휴대전화와 수건이라는 사물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끌어간 공통점을 가진 수작이었다. 하지만 전자는 동화에 담기에는 부적절한 몇몇 표현 때문에 탈락했다. 후자는 마지막까지 손에서 놓기 힘들게 감동적이고 뛰어났다. 결정적으로 어린이들이 읽고 자신의 이야기로 느낄 수 있는 동일화의 덕목을 놓쳐 어른들의 동화가 되어버린 것이 치명적 결함이었다. 결국 우리는 다른 작품 ‘하트’를 골랐다. 후반부에 급박하게 대화 위주로 사건을 전개해 서술이나 묘사가 좀 부족하다는 흠은 있었다. 하지만 시의성을 잘 띠고 있으며, 동화적 상상력이 출중하고, 동일화의 덕목도 지켜냈다. 재치 있는 이야기 구사 능력에서 보여주는 대성할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며 축하해마지 않는다. 사족으로 ‘속담왕’ ‘엄마의 별’ ‘짜잔 정훈이’ ‘꿀벌이 되면’ ‘길잃은 아이’ ‘까마귀와 배시시’ ‘자귀나무 이야기’ 등도 아까운 작품들이었음을 밝히고 싶다. 더욱 분발하여 ‘낭중지추’(囊中之錐)의 미덕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 [키워드로 보는 2013] 불안한 중동, 갑갑한 유로존…해법은 정치다

    2013년 세계는 다양한 도전과 기회를 맞이할 전망이다. 아시아에선 영유권 분쟁을 비롯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이며, ‘아랍의 봄’ 이후 중동 지역의 불안과 변화도 지속될 전망이다. 유럽과 미국의 경제위기에 따른 서방 민주주의와 영향력 쇠퇴, 이란·북한의 핵개발 등도 주요 도전과제로 꼽힌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동아시아 긴장고조 미국과 중국의 동시 권력재편으로 새로운 G2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올해는 중국의 아시아 패권 장악 정책과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이 노골적으로 부딪치며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미 의회가 지난 연말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일본의 행정관할권을 인정하는 내용과 타이완에 F16 C·D전투기를 판매할 것을 행정부에 요구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을 통과시키자 중국이 즉각적으로 성명을 내고 강력반발한 것은 갈등 증폭의 전초전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격화됐던 동아시아 영토분쟁의 암운도 쉽게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지난 연말 실시된 일본 총선에서 극우 노선을 내세운 자민당이 승리함에 따라 아시아의 안보지형이 더욱 복잡해졌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방위계획대강(방위대강) 및 미·일방위협력지침(일명 가이드라인)의 수정, 집단적 자위권 확보 등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향한 로드맵을 제시하며 중국 견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도 중국 항공기의 센카쿠 비행에 일본 자위대가 또다시 전투기를 발진시킬 경우 전투기 투입으로 맞설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첨예한 대립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은 또한 필리핀, 베트남 등 주변국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에서도 강력한 실력 행사로 위협을 가하고 있어 언제든 화약고로 변할 수 있는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40여년간 동북아시아의 질서를 유지해왔던 평화와 번영의 원칙이 흔들릴 위험에 처했다”면서 “동북아시아가 제2의 냉전을 겪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중동 혼란 지속 시리아 유혈사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이집트 내분 등 중동 지역의 불안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시리아는 정부군과 반군 간 22개월간 계속된 내전으로 4만 2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수세에 몰린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여전히 적극적인 개입을 주저하고 있어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해법 찾기도 갈 길이 멀다. 팔레스타인의 유엔 ‘비회원 옵서버 국가’지위 획득으로 양측의 평화협상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팔레스타인 측에 반환해야 하는 관세 수입 송금을 중단하고, 요르단강 서안과 예루살렘 주변에 정착촌 주택 건설을 승인해 팔레스타인과 국제사회의 반발을 유발했다. 중동지역 내 반이스라엘 정서가 더욱 높아지면서 이스라엘과 중동 주변국 간 긴장도 더욱 고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랍의 봄’을 성공적으로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집트 등 일부 아랍권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철권통치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몰아낸 이집트는 60년 만에 처음으로 자유민주 선거를 통해 6월 무슬림형제단 출신인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선출했지만 이슬람주의자와 세속주의자 간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리비아와 예멘도 ‘아랍의 봄’ 여파로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이슬람주의자의 급부상과 무장 단체의 세력 확장으로 정국 혼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기로에 선 유로존 경제위기 2010년 그리스의 구제금융 신청으로 촉발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위기는 세계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며 2013년에도 가장 큰 우려 대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럽연합(EU)의 제도적 장치 및 각 국의 자구책 마련 등으로 유로존이 경제위기의 터널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제기되지만, 재정난과 일자리 창출 등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유로존 위기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2월 EU로부터 유로존 은행들에 대한 감독권을 부여 받은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최근 2013년도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0.5%에서 -0.3%로 대폭 낮췄다.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 경제활동 위축이 2013년에도 확대될 것이며, 후반기에 점진적으로 경제활동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로존 위기 해결을 주도해온 독일은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독일 정부 경제자문위원회는 2013년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유로존 위기가) 길고 어두운 터널 끝에서 빛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포르투갈과 아일랜드가 금융시장의 신뢰를 상당히 회복했고, 그리스가 진지한 개혁에 나섰다는 점을 유로존 위기 극복의 성과로 꼽았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 12월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6단계나 상향 조정한 것도 유로존의 위기 탈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지연과 프랑스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 더딘 구조조정 등의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 흔들리는 서방 민주주의 유럽의 경제위기와 함께 미국도 ‘재정절벽’ 위기 등 경제가 흔들리면서 서방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으며, 이 같은 현상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이 재정·금융위기에 대처하지 못하면서 서방 선진국의 민주주의 모델이 위기를 맞았으며, 이는 2013년 가장 시급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경제에서 발생했지만 근본적 약점은 정치라는 것이다. 서방의 계속되는 경제적 실패는 국력 면에서 국제적 지위가 약화, 국제무대에서의 역할과 국익 추구 등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포린폴리시는 “수십년 동안 미국과 유럽은 국제적 거버넌스(통치·관리)의 두 중심으로 국제적 문제 해결에서 경험을 쌓아왔으나 이 같은 자산은 모두 자신들의 거버넌스의 성공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 뒤 “이들의 모델이 더 이상 성공할 수 없으면 세계는 리더십을 찾기 위해 다른 곳을 바라볼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위기로 촉발된 미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축소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군은 2014년 말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대부분의 병력을 철수시킬 예정이며, 이에 따라 파키스탄과 이란, 인도, 중앙아시아 등 아프간 주변 국가들은 이미 미군의 아프간 철수 후 그들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의 재정적자와 지출삭감 필요성은 앞으로 몇년 내 미국이 국제적 역할을 축소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포린폴리시는 “미국의 후퇴에 따른 조정이 따를 것이며 이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란·북한 핵개발 위협 이란과 북한의 핵개발 위협은 올해 국제사회가 직면한 최대 도전과제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이란은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아 인플레이션, 실업난 등 핵개발 추진에 따른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그러나 이란은 꼬리를 내리지 않고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고, 미국은 전쟁보다는 협상을 앞세우며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는 22일 총선을 앞두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달 선거 유세에서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며 이란의 핵개발을 중지시키는 것을 최우선 정책으로 둘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앞서 외신기자 회견에서 “이스라엘은 이미 레드라인(금지선)에 도착해 있다.”며 “이란이 일단 농축을 시작하게 되면 핵무기 프로그램을 막을 기회는 완전히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3년 봄이나 여름에는 이란이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양의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면서, 국제사회의 보다 강력한 제재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초강경 정책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과 전쟁 반대 여론, 총선 결과 등에 따라 유동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의 핵개발도 농축 정도에 따른 줄타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12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북한의 핵개발도 이달 중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과에 따라 향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북한의 3차 핵실험 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협상 재개가 주목된다.
  • 美 ITC 예비 판정때 삼성전자의 보증금으로 미국 휴대전화 판매액의 88% 책정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 10월 예비 판정에서 삼성전자의 보증금으로 미국 휴대전화 판매액의 88%를 책정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특허전문 블로그 ‘포스페이턴츠’는 30일 ITC의 토머스 B 펜더 행정판사가 지난 10월 24일 예비 판정과 함께 내놨다가 최근 공개한 보증금 권고안을 확인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보증금 권고안은 예비 판정이 받아들여지면 삼성전자가 특허 침해 대상인 모든 휴대전화 판매량의 88%, 미디어 플레이어 판매량의 32.5%, 태블릿PC 판매량의 37.6%를 대통령 심사 기간 보증금으로 맡겨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펜더 판사는 10월 예비 판정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이 보유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관련 상용특허 및 디자인특허 4건을 침해했다고 한 바 있다. 예비 판정은 내년 2월 전체 회의의 검토를 통과하면 최종 판정으로 확정된다. 최종 판정이 나오면, ITC는 미국 관세법 337조에 의거해 해당 제품의 수입금지와 판매 중지를 대통령에게 권고한다. 미국 대통령은 권고를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이를 받아들일지 아니면 유보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 기간에 맡겨야 할 보증금에 대해 ITC가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이다. 삼성전자는 보증금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며 4.9% 수준의 로열티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펜더 판사는 인정하지 않았다. 포스 페이턴츠는 “만약 상황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간다고 해도 삼성 입장에서는 절망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새해 우리 가족 운동설계 나이따라 이렇게…

    새해 우리 가족 운동설계 나이따라 이렇게…

    해가 바뀌는 이 무렵이면 누구나 새해를 준비하고 계획하게 된다. 이런 새해 계획에는 건강과 관련된 아이템이 빠지지 않는다. 금연이나 금주·절주는 기본이고 적극적으로 운동을 하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사실, 새해 계획이 운동이라는 건 보기에 따라 어줍잖게 여겨질 수도 있다. 마치 밥을 먹고 책을 읽듯 현대인에게 운동은 일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굳이 운동을 계획하는 건 그만큼 건강 관리에 소홀했다는 뜻이다.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예방하는 준비로 운동만한 게 없다. 새해에는 온 가족이 나이에 맞춰 자신에게 어울리는 운동계획을 세워 보자. 중요한 점은 장기적으로 실천이 가능한 계획을 세워 꾸준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체력과 나이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덤비다가는 오히려 부상 등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기 쉽다. 따라서 운동의 목적을 염두에 두고 능력에 맞게 천천히, 지속적으로 하는 게 좋다. 예컨대 체력 향상이 목적인지, 체력 유지나 질병 치료가 목적인지, 아니면 비만 해소를 위한 체중감량이 목적인지에 따라 운동의 종류와 강도가 달라야 한다. [어린이] 5∼9세 어린이들의 신체활동은 대부분 일상적인 생활로 채워진다. 이들의 일상적인 활동에는 몸의 큰 근육을 활용하는 게임이나 놀이도 포함된다. 예컨대, 기어오르기나 덤블링, 신체를 지탱하거나 위치를 옮기는 행동 등이 여기에 포함되며, 걸어서 학교가기나 집안에서 이뤄지는 놀이동작도 신체활동의 일부이다. 이들은 가족과 공동 레포츠를 하거나 서로 붙잡거나 밀치기, 뛰어오르기나 달리기 등의 동작이 필요하다. 특히 덤블링, 체조 등 활동적인 놀이동작은 유연성 발달에 도움이 된다. [10대] 어린이와 마찬가지로 10대의 신체활동 역시 대부분 일상적인 생활로 채워지는데, 여기에는 큰 근육을 움직이는 활동적인 놀이와 게임이 포함된다. 이 연령대의 운동은 비경쟁적인 종목이 바람직하나 스스로 선택한 종목이면 무엇이든 큰 제약은 없다. 단,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적어야 하며, 따라서 파트너나 팀별 운동이 아니라 혼자 할 수 있는 종목이 좋다. 청소년들은 학교와 사회활동에서 놀이·게임·스포츠 등 계획적인 운동을 거의 매일 해야 한다. 계단 오르기나 걷기, 자전거 타기, 집안일 돕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연령대에는 중간 강도의 격렬한 활동을 적어도 주 3회 이상, 회당 20분 이상 해줘야 하는데, 조깅·농구·축구·라켓스포츠·댄스와 계단 오르기 등이 적당하다. [20~30대] 운동하기에 가장 적합한 연령대이지만 직장생활 등으로 따로 시간을 내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며, 폭음·폭식과 만성피로 등으로 서서히 건강이 나빠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따로 운동할 짬이 없다면 일상적으로 신체활동을 늘릴 수 있도록 생활습관을 바꿔주는 게 좋다. 운동은 체력의 유지·증진에 중점을 둬야 하며, 운동 종목은 따로 제한하지 않아도 된다. 20대는 주 3회 이상, 회당 20∼30분 이상 몸을 움직여 폐와 순환기의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데, 자전거타기나 농구·테니스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연령대는 어떠한 운동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지고 있어 특별한 운동처방 없이도 스포츠와 레저를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다. 30대는 체력이 점차 떨어지는 시기이므로 무리한 종목은 피하는 게 좋다. 또 개인에 따라 성인병이 생길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강한 스트레스에 노출돼 건강에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시키기 위해 보다 체계적이고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빨리 걷기나 가벼운 조깅 등 컨디셔닝 기간을 거친 뒤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하는 게 좋다. 처음에는 20분씩 꾸준히 걸은 뒤 2개월이 지나면 40분 정도로 시간을 늘리도록 한다. 일주일에 1∼2회 테니스·축구·배드민턴 등 구기운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헬스클럽을 찾아 구체적인 운동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 [40대] 건강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며, 사회적 스트레스도 가장 강해 성인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이다. 그런 만큼 어느 연령대보다 운동이 중요하다. 그러나 운동을 처음 시작한다면 미리 운동부하검사를 받아 운동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심장마비 등의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여성은 골다공증이 있을 수 있으므로 골절을 유발하는 운동을 피하고, 체중지지 운동인 수영이나 빨리 걷기, 등산 등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50~60대] 이 연령대는 사람마다 건강 위험 요인이나 질병을 한두 개쯤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한 운동은 삼가는 게 좋다. 근력이 약해지고 순간 반응이나 평형감각이 떨어져 체력소모가 많은 운동은 위험할 수 있다. 50대는 주 3∼4회, 회당 20∼60분가량 운동을 하되 땀을 뻘뻘 흘리는 과격한 운동은 면역계에 부담을 주거나 노화를 촉진할 수 있으므로 삼가도록 한다. 하루 30분 정도 러닝머신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60세가 넘어서 운동을 할 때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하도록 한다. 신체 기능이 많이 떨어져 기분만으로 덤비다가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령대는 산책·맨손체조·실내 자전거타기 등 가벼운 유산소 운동이 적당하다. 산책은 하루 30∼40분 정도가, 실내자전거는 20∼30분 정도가 알맞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도움말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진영수 교수
  • “내년 신청한 서울 혁신학교 6곳은 예정대로 추가 지정”

    “내년 신청한 서울 혁신학교 6곳은 예정대로 추가 지정”

    문용린 신임 서울시교육감이 혁신학교 확대를 유보하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내년 1학기 혁신학교 지정을 추가신청한 6개교에 대해 지정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직후부터 혁신학교 추가지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기존의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문 교육감은 26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정책질의에 참석해 “후보시절 혁신학교는 좀 더 살펴보고 확대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는데 교육감이 되기 전에 혁신학교 공모 과정이 진행됐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중지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있었던 내년도 혁신학교 추가 지정 공모에는 초등학교 5개교, 중학교 1개교 등 서울시내 6개 학교가 신청했다. 이에 따라 시의회가 교육감 선거 이후로 미뤄둔 시교육청의 2013년 예산안 의결에 앞서 추가지정 혁신학교에 대한 지원금이 추가 편성될 전망이다. 문 교육감은 정책질의에 앞서 이날 오전 열린 시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혁신학교 추가지정을 하지 않겠다는 유보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혁신학교를 확대하지 않으면 ‘중학교 1학년 시험 폐지’ 등 문 교육감의 다른 정책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원들의 입장에 기존의 정책노선을 다소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교육위는 시교육청 예산안 계수조정을 위한 소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 4640억원 가운데 절반을 삭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서윤기(민주통합당) 의원은 “정부와 국회에 누리과정 지원 예산을 중앙정부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영광원전 짝퉁부품 74개 추가 적발

    시험 성적서를 위조해 엉터리 부품을 영광 원자력발전소에 납품한 업체 3곳이 추가로 적발됐다. 원전 부품비리를 조사하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 민·관 합동조사단은 국내 3개 업체에서 영광 5, 6호기에 납품한 6개 품목 74개 부품의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사실을 추가로 적발했다고 25일 밝혔다. 74개 부품 가운데 실제 원전에 설치된 것은 영광 5, 6호기 냉각수 열교환기의 바닷물 차단밸브 연결부위를 밀봉하는 가스켓 40개다. 안전위는 지난 19일에도 영광 5, 6호기에 납품된 12개 품목 694개 부품의 시험 성적서가 위조된 사실을 확인했으며, 지난 5일에는 고리 2호기와 영광 1~4호기에 납품된 180개 품목 1555개 부품의 시험 성적서가 위조됐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5일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부품 납품업체 8곳이 2003~12년 10년간 해외 품질검증기관의 품질보증서 60건을 위조해 237개 품목, 7682건의 제품을 납품했다고 발표하는 등 원전부품 관련 비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안전위 측은 “민·관 합동조사단이 부품 교체 과정에 입회해 안전성을 철저히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광 5, 6호기는 안전성 검증을 위해 현재 가동이 중지된 상태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너무 뚱뚱해 죽기 힘들어…” 美사형수 감형 화제

    “너무 뚱뚱해 죽기 힘들어…” 美사형수 감형 화제

    너무 뚱뚱해 독극물 주사로 쉽게 죽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형을 중지시켜 달라던 사형수의 청원이 실제로 받아들여져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주지사 존 카시치는 사형수 로널드 포스트(53)가 지난 9월 제출한 사형 철회 요구를 받아들여 사형에서 종신형으로 감형했다. 가석방 심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이루어진 이번 결정에서 논란이 된 것은 바로 몸무게가 감형의 이유가 될 수 있느냐는 것. 포스트는 변호사를 통해 제출한 청원에서 “몸무게 218kg으로 남들보다 뚱뚱해 쉽게 독극물 주사로 죽지못해 고통 속에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가석방 심사위원회가 포스트의 감형을 결정한 주된 이유는 몸무게 때문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983년 호텔 종업원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포스트는 당시 변호사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해 이 문제를 현재의 변호사가 강하게 주장했던 것.  한편 포스트는 투옥 후 수차례 무죄를 주장했으며 내년 1월 16일 사형 집행일을 앞두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살이 더 찐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뉴스팀   
  • [열린세상] 북한 로켓 발사의 충격/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북한 로켓 발사의 충격/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북한 미사일 발사의 충격이 크다. 첫 번째 충격은 지구 저궤도에 인공위성이든, 모종의 물체든 올려놓았다는 사실이다. 지구 궤도에 북한 미사일이 그 무엇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은 대륙간탄도탄 기술에 상당히 근접하는 기술력이라는 말이 된다. 부품 일부가 3000㎞ 떨어진 필리핀 서해 상에 떨어졌다는 사실은 동심원을 그려 볼 때 미국 서태평양의 군사거점인 괌을 공격할 수 있는 거리다. 1, 2, 3단 부스터(분사장치)가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되었다는 사실도 놀랄 일이다. 1998년 8월 31일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했던 북한은 이후 5회째가 이번 발사인데 궤도진입에 성공한 것은 최초다. 한국처럼 1.5t 정도가 되는 실용 인공위성을 운영할 기술력과 재정력이 없는 북한에서 기껏해야 100㎏짜리 수준 낮은 인공위성이었다고 하더라도 200㎏의 물체를 궤도 진입에 성공시켰다면 대륙간탄도탄 사정거리 능력이 확보되었다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다만 장거리 투사 능력은 향상되었으나 지구에 다시 들어오는 재돌입 기술은 시간이 더욱 필요하다. 발사대를 떠난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 미사일은 폭탄을 실은 탄두가 관성의 힘으로 날아가다가 지구 대기권에 재돌입하는데 이때 온도가 최고 1만도에 이른다. 그래서 열에 견디는 탄두의 실험이 성공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일본, 중국은 이 기술이 구축되어 있다. 두 번째 충격은 발사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한국의 정보력이다. 1000기 이상의 북한 미사일 공격에 노출된 한국이, 발사대에서 발사를 기다리던 미사일의 발사 계획도 파악하지 못하면 비상사태가 발생할 때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단 말인가? 이른바 ‘노크 귀순’에서 미사일 발사를 예측하지 못한 것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정보획득 능력의 검증에 나서야 하겠다. 휴전선에는 성능 좋은 카메라를 대량 설치하여 북한군이 침입하는 것을 막아야 하고, 공중에는 고고도 정찰기와 인공위성의 확충을 통해 북한을 면밀히 감시하여 예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인공위성의 확충도 광학위성 2기, 레이더 위성 2기 등 총 4기를 우주에 올려놓아야 언제든지 우리의 힘으로 북한과 주변국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래서 인공위성을 한국의 자체 로켓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한국형 발사체의 개발이 절실한 것이다. 세 번째 충격은 북한의 미사일이 핵무기와 결합하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2회에 걸친 플루토늄 핵실험을 했다. 목적은 북한이 필요한 공격을 할 때 핵무기가 제대로 터지는가를 확인하는 실험이었으며 또한 핵무기의 무게를 줄이기 위함이었다. 핵무기의 무게를 줄이지 못하면 미사일에 실을 수 없기 때문에 실험을 거듭해야 한다. 그러나 미사일 능력이 커지면 핵무기를 소형화하는 부담이 줄어든다. 북한은 2회에 걸친 플루토늄 핵실험에 이어 또 다른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세 번째 플루토늄 핵실험이든, 아니면 우라늄 핵폭탄 실험이든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국제사회에 과시하게 될 것이고, 핵과 미사일의 결합을 시도할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북한의 핵무기 개발 수준은 높아질 것이고 미사일 능력도 커진다는 현실이 갑갑할 뿐이다. 북한 미사일과 핵개발을 막아내는 대책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엔과 국제사회를 동원하여 북한을 압박하는 외교적, 경제적 노력이 최선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군사적으로는 한국도 성능 좋은 미사일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사일 확산을 금지하는 국제사회의 원칙과 협조하면서, 북한이 감히 넘보지 못하도록 정확도가 뛰어나고 파괴력이 높은 미사일 개발에 국력을 모아야 한다. 대북정책이 강경으로 나갔던 시절에도, 식량지원을 하며 유연책을 썼던 시절에도 북한은 핵개발과 미사일사정거리를 늘리는 데 변함이 없었다. 한국에 새로운 정권이 탄생하여 그 어떤 대북정책을 써도 북한이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을 절대 중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유념하고 북한을 마주해야 할 것이다.
  • 朴 “성폭력·가정파괴범 뿌리 뽑겠다” 文 “현 정권 유지하려다 치안에 구멍”

    범죄예방·사회안전 분야에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흉악범죄 발생 원인을 놓고 ‘정권유지에 경찰력 남용’, ‘사기저하’ 등 엇갈린 문제의식을 보였다. 노후 원전 재활용 여부를 놓고도 찬반이 갈렸다. 흉악범죄 증가 이유에 대해 문 후보는 “국가의 가장 큰 책무가 국민 안전을 지키는 것인데 새누리당 정부는 경찰력을 불법 사찰, 시위 진압, 노동운동 탄압 등 정권유지에 쓰다 보니 치안에 구멍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 후보는 “경찰력 부족과 사기저하도 폭력 난무의 원인”이라면서 “국민행복을 위해 성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가정파괴범을 확고히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흉악범죄 대책에 대해서는 두 후보 모두 공통적으로 경찰인원 대폭 증원을 언급했다. 박 후보는 경찰력 2만명 증원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문 후보는 “경찰 증원과 더불어 복지국가를 통해 사회적 좌절을 해소시키는 게 근본 대책”이라고 덧붙였다. 노후원전 처리에 대해 박 후보는 “전문가도 참여시켜 검사를 철저히 해서 국민들에게 자료 공개를 투명히 하겠다.”면서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국민들에게 (재활용 원전 안전에 대해) 확신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후보는 “설계수명 이후엔 위험하다. 무리하게 가동하다 사고 나면 엄청난 재앙”이라면서 “고리 1호기만 해도 반경 30㎞ 내에 부산·양산시청이 있다. 설계수명이 만료되면 일단 가동을 끝내는 게 옳다.”고 반박했다. 이에 박 후보는 “무조건 중지보다 테스트해 보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중지하는 것도 방법이다.”면서 “제가 만약 대통령이 되면 확실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언제까지 경고문만 붙일 건가요

    언제까지 경고문만 붙일 건가요

    “매년 반복되고 있는 약수터 오염, 근본적인 대책은 없나요?” 약수터 오염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 동네 근처나 산 등지에 있어 자주 찾는 약수터가 “오염돼 마실 수 없게 됐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주민들은 “그동안 ‘약수’가 아닌 ‘독수’를 마신 게 아니냐.”며 지자체의 안전 불감증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경기도 내 약수터의 14%는 식수로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남 등 일부 시·군의 경우 절반 이상이 마실 수가 없을 정도였다. 13일 도에 따르면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1~9월 도내 약수터 417곳에서 시료를 채취해 수질검사한 결과 1944건 가운데 268건(13.8%)이 음용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약수터에서는 총대장균군과 분원성대장균, 일반세균 등 미생물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 시·군별 부적합률은 하남이 58.3%로 가장 높고 여주 54.5%, 시흥 50%, 용인 43.3%, 광명 40.8%, 수원 28.6%, 의왕 27.3% 순이다. 도는 수원시 2곳과 오산시 1곳 등 3곳을 폐쇄하고 46곳은 사용중지(29곳) 또는 사용금지(17곳) 조치했다. 또 심미적 영향물질 항목이 기준을 초과한 약수터 19곳에 대해서는 이용에 주의하도록 했다. 해마다 약수터 오염이 반복되는 것은 태풍과 장마로 인한 집중호우의 영향이 크다. 약수터 물은 토양층을 통해 자연 정화돼서 흘러나오는데 한꺼번에 많은 비가 내리면 야산 동물 분면이나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 등 오염물질이 지하수에 유입돼 약수까지 오염되는 것이다. 약수터를 관리하는 지자체의 대처 또한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질검사는 보통 분기마다 한번씩 1년에 4차례 한다. 검사에서 심리적으로 불쾌감을 주는 철, 망간 등이 기준을 초과하면 ‘장기간 먹을 경우 건강에 위해를 줄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붙인다. 또 미생물 항목이나 건강상 유해물질 항목이 한번 초과 검출되면 ‘사용중지’, 2~3번 초과 검출되면 ‘사용금지’토록 한다. 약수터 폐쇄는 1년에 4번 연속 초과 검출될 때 적용된다. 더 큰 문제는 지자체들이 이런 경고 문구를 붙이기만 해 사람들이 이를 보지 못하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약수터 일시 폐쇄나 홍보 등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끓여 먹어도 일부 세균은 포자형태로 살아남아 인체에 들어오면 활성화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수원 영통구 영통동에 사는 윤석두(51·사업)씨는 “약수터가 오염 판정을 받으면 경고 문구를 붙이고 끝낼 게 아니라 일시적으로 폐쇄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약수터에 대한 수질검사 및 행정조치는 물 관리법에 의해 시행하고 있다. 약수터 물을 마실 때는 음용 적합 판정을 받았는지 게시판을 꼭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전투기 정비대금 23억 빼돌리고

    수원지검 특수부(부장 이주형)는 12일 허위 서류를 작성해 군부대 항공기 정비대금 23억여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로 항공기 정비업체 A사 대표 김모(66)씨와 방위산업품 무역업체 B사 대표 김모(60)씨 등 2명을 구속 기소했다. 허위 세금계산서 등을 발행해 준 전자부품 도매업체 C사 대표 박모(57)씨 등 4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A사 대표 김씨는 2007~2011년 40여 차례에 걸쳐 군 주력 전투기 F16의 야간투시 레이더 구성품인 전원공급기 등 정비 대상 부품 8000여개를 교체한 것처럼 속이거나 순정부품이 아닌 유사부품을 사용해 정비하는 등의 수법으로 방위사업청 등으로부터 23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2009년 4월 군이 정비부품이 순정부품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서류를 요구하자 B사 대표 김씨와 C사 대표 박씨에게 6억 2000만원을 주고 B사와 C사가 순정부품을 수입해 A사에 납품한 것처럼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도록 했다. 또 B사 대표 김씨의 아들이 중역을 맡고 있는 미국 소재 방산품 회사로부터 부품을 수입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씨의 아들 등 미국 소재 방산품 회사 직원 2명이 김씨로부터 1억여원을 받고 범행을 도운 것으로 보고 사기방조 혐의로 입건, 기소중지 처분하고 법무부에 입국 시 통보를 요청했다. 검찰은 감사원으로부터 넘겨받은 감사결과를 토대로 지난 9월부터 수사에 착수해 이들을 기소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北 “미사일 발사 시기 이달 29일까지 연장”

    당초 10~22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했던 북한이 1단 로켓의 기술적 결함이 발견되면서 발사 예정 기간을 이달 29일까지로 연장한다고 10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사일의 실제 발사는 새로운 예정 기간인 23~29일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는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미 발표한 바와 같이 조선의 과학자·기술자들은 과학기술위성 ‘광명성3’호 2호기의 발사를 위한 준비사업을 마지막 단계에서 추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술위원회는 “그 과정에 운반 로켓의 1계단 조종 발동기 계통의 기술적 결함이 발견돼 위성 발사 예정일을 12월 29일까지 연장하게 된다.”고 전했다. 기술위원회는 앞서 지난 1일 “실용위성 광명성 3호 2호기를 운반로켓 은하3호에 실어 10∼22일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남쪽으로 발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9일 “일련의 사정이 제기돼 발사 시기를 조절하는 문제를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날 미사일 발사 시기를 조정하게 된 배경에 대해 ‘기술적 결함’이라고 밝히고 기존 발사 기간을 연장함에 따라 수리가 끝나게 되면 연내 발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새로운 발사 예고 기간을 기존 발사 기간인 10∼22일에서 1주일 연장함에 따라 실제 미사일 발사는 23∼29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실·국장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한이 실제 발사할 경우에 대비해 잘 대처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중지하겠다고 한 것이 아닌 만큼 발사를 하지 않도록 끝까지 외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배석한 한 당국자가 전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또 전력사용량 최고치… ‘電電긍긍’

    또 전력사용량 최고치… ‘電電긍긍’

    56년 만의 초겨울 한파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전력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더구나 원전 5기의 발전 중지로 전력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당초 이날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1도까지 떨어지면서 전력 피크 시간대인 오전 10∼11시에 최대 전력 수요가 7550만㎾에 달하고 예비전력이 274만㎾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력당국은 수요 관리로 약 200만㎾, 민간 발전기로 50만㎾, 전압 조정으로 100만㎾, 화력발전소 최대 출력으로 50만㎾ 등 모두 400여만㎾의 전력 공급 능력을 확대했다. 또 국민적 절전운동으로 순간 최대 전력 사용량이 전력당국의 예상(7550만㎾)보다 100만㎾ 정도 낮은 7470만㎾를 기록했다. 이는 겨울철 전력 사용량 가운데 최대치다. 오후 5시 44분, 오전보다 수요 관리가 40만㎾ 정도 줄고 점등(네온사인) 수요가 늘면서 한때 관심단계(예비전력 400만㎾ 이하)가 발령되기도 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겨울철에 기온이 1도 하락하면 전력 수요는 40만∼50만㎾ 정도 늘어난다.”면서 “오늘은 국민적 절전운동으로 예상보다 사용량이 크게 늘지 않아 최악의 상황을 피해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주 내내 강추위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아직 긴장을 풀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위조 부품 교체 작업으로 멈춰 있는 영광 5·6호기가 가동되지 않는다면 전력 수급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불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지식경제부 등 전력당국은 영광 5·6호기 조기 재가동을 위한 총력전을 펴고 있다. 이날도 이관섭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이 전남 영광을 찾아 주민들을 설득했다. 이 실장은 “부품 교체에 일주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위원회 구성을 신속히 마친다면 이달 중 재가동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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