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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署 명물]박상준 조폭·마약반장

    [우리署 명물]박상준 조폭·마약반장

    “새벽 2시 전에 집에 가는 형사는 ‘도둑놈’이죠.내가 좋아서 하는 일에 고충 같은 건 없습니다.” 서울 중랑경찰서 조폭·마약반 박상준(45) 반장은 보기 드문 ‘경사 반장’이다.보통 반장은 경위급이 임명되지만 오랜 외근 형사 경력을 높이 산 지휘부의 결단으로 2001년 1월 중랑서 강력 4반장에 임명됐다.지난 3월에는 조폭·마약반장으로 이름을 바꿨다.파격적인 직책을 맡긴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그동안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해결해 명실상부한 중랑서 ‘최정예 부대’로 자리매김했다. 박 반장의 별명은 ‘찬바람’.한번 수사에 돌입하면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다고 조폭들이 붙여준 별명이다.조폭 수사를 오래 하다 보면 “더 큰 것을 불겠으니 나는 좀 선처해 달라.”고 은근히 타협을 시도하기도 하지만,박 반장의 반응은 ‘찬바람 쌩쌩’이다.안면이 있건,제보를 하건 상관없이 벌은 죄 지은 만큼 받으라는 것이다. 박 반장의 집념을 보여주는 일화 한토막.지난해 여름 중랑구 일대에서 3개월동안 무려 24차례나 절도·강간 행각을 벌인 범인을 잡으려 강력 4반 전체가 ‘양아치’로 위장한 적이 있다.박 반장부터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저마다 장발에 귀고리,팔뚝 미용문신까지 새기면서 관내 우범지역에서 깊숙이 잠복한 끝에 범인을 검거했다.4년동안 부하직원들은 줄줄이 특진했지만 본인은 아직도 경사계급장을 달고 있다.중랑서가 문을 연 이후 부하직원 5명을 특진시킨 것은 그가 유일하다.박 반장은 “반장이 욕심내기 시작하면 아무 것도 안 된다.”고 말했다.그는 “표창이든 특진이든 직원이 먼저”라면서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내 차례가 오지 않겠느냐.”며 호탕하게 웃었다.박 반장 자신도 2002년 행정자치부장관 표창을 비롯해 그동안 23차례나 표창을 받았다. 박 반장의 좌우명은 ‘이 생명 조국에, 이 인생 범죄와’.1983년 대학 휴학중 경찰에 입문한 이래 21년동안 오직 강력 외근형사의 길을 걸어온 박 반장이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그렇다고 앞뒤 꽉막힌 경찰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잠시 짬이 나면 배낭 하나 둘러메고 해외로 나간다.해외에서도 박 반장의 관심은 오로지 수사.수사 장비를 구경하고 견학도 한다.직원들에게 상으로 줄 현지 경찰의 수갑을 장만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눈 오는 날이면 긴 코트에 중절모를 쓰고 나타나는 멋도 있다.스스로 “나는 형사”라는 자기 암시를 거는 거란다. 감색 양복에 파란 넥타이를 매고 나서는 박 반장.검거한 중간판매상을 판매상과 접선시켜놓고 사업가로 위장하여 마약 구매자로 직접 나서는 길이다.‘이 양반,앞으로도 계속 마약범들을 잡아야 할 텐데 얼굴이 알려지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앞선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8)임자 타리도·재원도의 민어 복달임

    내일이 중복.‘복날 이름값 한다.’더니 엄청나게 덥다.더러는 개고기를 두고 논쟁도 없지 않으나 복날답게 곳곳의 개장국집은 문전성시다.그래도 ‘복날치레’는 빠뜨릴 수 없어 개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삼계탕집으로 몰려가는데,정작 민어를 먹겠다는 사람은 씻고 찾아봐도 없다.소문난 개장국집,삼계탕집을 꿰는 사람들이 복날 복달임의 민어풍속은 알지 못하니,이 무슨 망각병인가. 복달임 풍습을 살피자니 서글프고 허전하다.육고기 논쟁이 무성한 지금,선조들이 바닷고기로 즐겼던 복날의 내력이 고스란히 빠진 것 같아서다.복날 바다생선으로는 역시 민어가 으뜸이다.듬직한 민어는 스케일도 예사 고기와 달라 흡사 참치 한 마리에서 수백 개의 통조림이 나오는 격이다. 왜정 때까지만 해도 서울의 대갓집이나 부유한 사람들은 복날이면 민어와 여기에 필요한 이런저런 재료를 준비해 숲 그늘 냇가로 나갔다.그곳에서 큼직한 민어를 회뜨고,매운탕을 끓이는 모습은 요새 개 한 마리를 여러 명이 추렴해 해치우는 모습에 비견된다.살은 물론이고 내장까지 깔끔하게 손봐 끓여냈다. ●길이 1m·무게 20㎏ 대형 물고기 세종실록지리지(1432)나 여지도서(1771)에 골고루 민어가 등장하는 품세로 미뤄 민어 복달임이 서해안 전체에 고루 분포했던 듯싶다.반면에 동해나 경상도쪽 남해안에서는 민어가 잡히지 않아 이런 기록을 찾기 어렵다.민어는 민어(民魚) 뿐 아니라 민어(魚),면어( 魚),표어(魚)라고도 했다. 빛깔이 등쪽은 회청색,배쪽은 연한 흰빛으로 몸길이가 1m를 넘고 무게도 20㎏에 달하니 바닷고기 치고는 귀골이요,크기도 가히 팔척장신이라고 할 만하다.그러니 ‘민어 한 마리로 수십 명이 요족하게 복달임을 했다.’는 말이 과히 허언은 아닌 셈이다. 민어는 속살이 백색으로,살집이 탄력있어 횟감으로도 그만이다.고급 횟집에서 큼직하게 썰어주는 민어회(사실은 수입 민어겠지만),그 입안 가득 씹히는 맛과 육질은 다른 횟감과 비교하기 어렵다.그만큼 두드러진 격조를 갖춘 덕에 젯상이나 혼례상에도 빠짐없이 오른다.비늘이 두껍고 커서 의례상 차림에 맞춤인 까닭이다.또 말린 민어포는 굴비 못지않게 한국인이 좋아하는 건어물로,백중절 우란분(盂蘭盆)에 조기와 더불어 활용했다.물량이 많지 않아 결코 만만한 가격이 아니었다.내로라는 장안 건어물가게의 명색을 가꾸는 커다란 민어포를 상상해 보라. 민어찜의 담백한 풍미 또한 뛰어나 이런저런 찜과는 결코 한 줄에 세울 수 없다.서울에서는 예부터 민어찜을 도미찜보다 한 수 위로 쳤다.민어 살의 기름은 그 양이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아 참조기의 그것과 함께 고급으로 쳤다.게다가 민어 머리의 붉은 껍질과 살이 또한 일미라,어두봉미(魚頭鳳尾)의 전통 식도락 기준에도 딱 들어맞는다. ●‘날껍질에 밥 싸먹는다’ 식담도 국을 끓여도 좋고 구워먹어도 좋다.붉은 껍질은 말려서 튀기거나 날로 밥을 싸먹기도 해 ‘날 껍질에 밥 싸먹는다.’는 식담(食談)까지 생겼다.이같이 민어는 머리부터 꽁지까지 버릴 것이 없다.민어 알젓에 저냐,구이,맑은장국과 회는 물론 포와 찌개,국,조림,아가미젓 등등 민어가 연출하는 식탁에서의 변신은 가짓수를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이런 민어의 품격을 현장에서 제대로 보자면 역시나 전남 임자도에 딸린 태이도(일명 타리도)와 재원도로 내려갈 일이다.삼복 더위가 기승인 지금이 민어잡이의 절정기다.과거에는 민어의 주산지가 전남 고흥과 완도,무안,신안,영광,전북의 고군산열도,죽도,경기도의 연평열도,평안도의 신미도,대화도,압록강구 등지였으나 지금은 기록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허균은 도문대작(屠門大爵·1827)에서,민어와 조기,반디,낙지,준치 등 서해에서 나는 고기를 ‘천한 어류’로 분류했다.그의 ‘천하다’는 촌평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아마도 그만큼 ‘흔했다.’는 말이고,‘널리 퍼진 물고기’란 뜻이지,결코 ‘품격이 낮다.’는 의미는 아니리라.민어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흔한 물고기였으나 남획으로 지금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민어복달임’ 운운하면 조금은 ‘호사스러운’ 말치레일 수도 있다.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게 결코 근거없는 호사만도 아니다.개 반 마리 값이면 요새도 민어복달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문제는 먼 남도로 길을 잡아야 해 발품이 든다는 것 뿐. ●오늘날엔 무안 해제반도가 유일한 집산지 전남 무안의 해제반도,그 잘룩한 개미허리를 벗어나면 이내 장암포구에 닿는다.그곳에서 철부선에 차를 실으면 곧장 임자도에 닿고 그곳에서 한참을 달리면 하우리포구가 나온다.하우리는 오늘날 유일하게 민어가 집산되는 곳.일제시대에 이곳은 민어 때문에 ‘동아시아에서 소문난’ 유명세를 치렀다.일본의 나이든 노인들은 지금도 ‘전라도는 몰라도 타리도는 안다.’고 할 정도다. 하우리에서 조금 북쪽에 위치한 타리섬이 바로 민어잡이의 본산이다.섬타리(대태이도)는 타리섬의 큰 섬이며,뭍타리섬(육타리도,육태이도)은 섬타리 동쪽에 있다.섬타리에는 사람이 살고 있으나 육타리도는 무인도다. 오늘날의 타리도는 아무도 찾지 않는 무인절경(無人絶景)이다.모래밭이 드넓고,섬과 바닷물이 조화를 이뤄 많은 이들이 찾을 법도 한데,일제시대 파시 이후로 ‘막 내린 곳’이 되고 말았다.백사장을 거닐면서 그 옛날 한창 주가를 드높였던 민어파시를 떠올렸다.어디선가 술집 작부들의 젓가락 장단에 실린 신명과 애절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곳에는 여름철이면 알을 낳으려는 민어떼가 몰려들었다.민어떼가 몰려들면 민어 우는 소리로 온 바다가 시끌벅적했다.어부들도 민어를 따라서 전국 곳곳에서 몰려왔으니,민어와 사람이 이곳에서 들끓어 흥청거리는 민어파시가 형성되었던 것이다.파시란 직역하면 ‘바다의 시장’이니,조용하던 해변이 잠시나마 여름 한철 시장판으로 바뀌는 것이다.옛말에 ‘위도에서 벌어서 타리에 와서 탈탈 털어버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술집이 번창하고 흥청거렸다.파시가 번성하던 시절에는 목포-타리도-낙월도-영광을 잇는 여객선과 화물선의 항로가 개설되기도 했다. ●음력 4월부터 7월까지 이어졌던 민어파시 파시는 보통 음력 4월에 시작해 7월말까지 이어졌다.모래 언덕에는 판잣집이나 가건물이 줄지어 들어서고,색주가가 형성되었다.민어 따라 돈이 몰리고,돈냄새를 맡은 여자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한창 성할 때는 400여 호의 가겟집 중 7할이 논다니 기생집이었다.이곳에는 한국 기생은 물론 일본 기생까지 있었는데,재밌는 것은 이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장사에 나섰다는 점이다. 파시는 타리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하우리 바로 건너편 재원도도 파시로 흥청거렸다.교통이 불편해 하루에 2번 배편으로 길이 열릴 뿐이지만 돈있는 곳에 파시 들어서는 것은 당연한 일.재원도 포구에서 예미고개를 넘어가면 예미백사장이 나온다.천연의 사구에 아무도 없는 쓸쓸한 해변.고개를 넘는 숲이 너무 깊어 독사가 혀를 날름거리며 달려든다는 그런 오지다.세상에 그런 곳이 있을까 싶은 험한 길을 헤쳐 겨우겨우 달려가니 반갑게 예미가 길손을 맞는다. 인간의 발자취가 끊긴 이 아름다운 해변도 파시로 흥청거렸다.경기도 고양에서 이곳으로 귀양와 입도주(入島主)가 된 진유걸(陳有傑)의 9세손인 진재언(59·전 어촌계장)의 증언에 따르면,어렸을 때만 해도 제철이 되면 민어 우는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한다. 예쁜 양산을 받쳐 든 아가씨들도 꽃잎처럼 나풀거리며 예미고개를 넘어 재원포구로 몰려왔다. 말하자면,임자도를 중심으로 이에 딸린 타리섬 일대와 건너편 재원도 일대가 모두 민어 밭이었고,민어파시가 형성되었던 유서깊은 해양문화사의 거점이었던 것. ●부레풀까지 요긴하게 사용… 버릴 데 없는 고기 일제시대에 전라도 민어는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되었고,경기도 민어는 서울 일원에서 소비되었다.타리 민어는 품질면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방망이로 민어포를 두들기면 곧잘 바스러지는 다른 포와 달리 이곳 포는 육질이 솜처럼 부풀어올라 최고의 술안주로 대접받았다.무더운 복중에 시원한 맥주 한 컵,그리고 쪽쪽 찢어낸 민어포를 고추장에 찍어 곁들이는 맛이란! 이곳 파시는 한국전쟁 이후 명맥만 유지하다가 1960년대 초반부터는 민어 대신 부세나 병어잡이로 대신하고 있다.그래도 60∼70년대까지는 재원 파시가 열려 끝물의 노랫자락이 포구를 물안개처럼 떠돌았으나 지금은 아름다운 해변만 남아 노랫가락을 타고 흥청이던 그 옛날 파시의 추억을 전할 뿐이다. 천만다행으로 민어잡이가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었다.지금도 이 무렵이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지만 몇 안되는 민어떼가 이곳으로 길을 잡아 민어파시의 유서깊은 역사를 증명해 주고 있다.벗들과 어울려 민어 한 마리를 장만해 우리의 복달임을 즐겨볼 일이다.그리고,아귀처럼 먹는 일에만 골몰하지 말고 주변도 돌아볼 한 번 일이다. 지금은 박물관에나 놓인 값비싼 고가구가 모두 민어의 부레풀로 만든 것들이다.어느덧 화학접착제에 밀려나고 말았지만 ‘이풀 저풀 다 둘러도 민애풀이 따로 없네.’란 노랫가사를 음미하며,천년을 간다는 민어풀의 생명력을 고마워 할 일이다.그래서 부레조차 버리지 않을 정도로 알뜰하게 추려 먹고,우려 먹었던 민어복달임을 통해 선조들의 지혜를 곁눈질이라도 해볼 일이다.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8)임자 타리도·재원도의 민어 복달임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8)임자 타리도·재원도의 민어 복달임

    내일이 중복.‘복날 이름값 한다.’더니 엄청나게 덥다.더러는 개고기를 두고 논쟁도 없지 않으나 복날답게 곳곳의 개장국집은 문전성시다.그래도 ‘복날치레’는 빠뜨릴 수 없어 개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삼계탕집으로 몰려가는데,정작 민어를 먹겠다는 사람은 씻고 찾아봐도 없다.소문난 개장국집,삼계탕집을 꿰는 사람들이 복날 복달임의 민어풍속은 알지 못하니,이 무슨 망각병인가. 복달임 풍습을 살피자니 서글프고 허전하다.육고기 논쟁이 무성한 지금,선조들이 바닷고기로 즐겼던 복날의 내력이 고스란히 빠진 것 같아서다.복날 바다생선으로는 역시 민어가 으뜸이다.듬직한 민어는 스케일도 예사 고기와 달라 흡사 참치 한 마리에서 수백 개의 통조림이 나오는 격이다. 왜정 때까지만 해도 서울의 대갓집이나 부유한 사람들은 복날이면 민어와 여기에 필요한 이런저런 재료를 준비해 숲 그늘 냇가로 나갔다.그곳에서 큼직한 민어를 회뜨고,매운탕을 끓이는 모습은 요새 개 한 마리를 여러 명이 추렴해 해치우는 모습에 비견된다.살은 물론이고 내장까지 깔끔하게 손봐 끓여냈다. ●길이 1m·무게 20㎏ 대형 물고기 세종실록지리지(1432)나 여지도서(1771)에 골고루 민어가 등장하는 품세로 미뤄 민어 복달임이 서해안 전체에 고루 분포했던 듯싶다.반면에 동해나 경상도쪽 남해안에서는 민어가 잡히지 않아 이런 기록을 찾기 어렵다.민어는 민어(民魚) 뿐 아니라 민어(魚),면어( 魚),표어(魚)라고도 했다. 빛깔이 등쪽은 회청색,배쪽은 연한 흰빛으로 몸길이가 1m를 넘고 무게도 20㎏에 달하니 바닷고기 치고는 귀골이요,크기도 가히 팔척장신이라고 할 만하다.그러니 ‘민어 한 마리로 수십 명이 요족하게 복달임을 했다.’는 말이 과히 허언은 아닌 셈이다. 민어는 속살이 백색으로,살집이 탄력있어 횟감으로도 그만이다.고급 횟집에서 큼직하게 썰어주는 민어회(사실은 수입 민어겠지만),그 입안 가득 씹히는 맛과 육질은 다른 횟감과 비교하기 어렵다.그만큼 두드러진 격조를 갖춘 덕에 젯상이나 혼례상에도 빠짐없이 오른다.비늘이 두껍고 커서 의례상 차림에 맞춤인 까닭이다.또 말린 민어포는 굴비 못지않게 한국인이 좋아하는 건어물로,백중절 우란분(盂蘭盆)에 조기와 더불어 활용했다.물량이 많지 않아 결코 만만한 가격이 아니었다.내로라는 장안 건어물가게의 명색을 가꾸는 커다란 민어포를 상상해 보라. 민어찜의 담백한 풍미 또한 뛰어나 이런저런 찜과는 결코 한 줄에 세울 수 없다.서울에서는 예부터 민어찜을 도미찜보다 한 수 위로 쳤다.민어 살의 기름은 그 양이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아 참조기의 그것과 함께 고급으로 쳤다.게다가 민어 머리의 붉은 껍질과 살이 또한 일미라,어두봉미(魚頭鳳尾)의 전통 식도락 기준에도 딱 들어맞는다. ●‘날껍질에 밥 싸먹는다’ 식담도 국을 끓여도 좋고 구워먹어도 좋다.붉은 껍질은 말려서 튀기거나 날로 밥을 싸먹기도 해 ‘날 껍질에 밥 싸먹는다.’는 식담(食談)까지 생겼다.이같이 민어는 머리부터 꽁지까지 버릴 것이 없다.민어 알젓에 저냐,구이,맑은장국과 회는 물론 포와 찌개,국,조림,아가미젓 등등 민어가 연출하는 식탁에서의 변신은 가짓수를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이런 민어의 품격을 현장에서 제대로 보자면 역시나 전남 임자도에 딸린 태이도(일명 타리도)와 재원도로 내려갈 일이다.삼복 더위가 기승인 지금이 민어잡이의 절정기다.과거에는 민어의 주산지가 전남 고흥과 완도,무안,신안,영광,전북의 고군산열도,죽도,경기도의 연평열도,평안도의 신미도,대화도,압록강구 등지였으나 지금은 기록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허균은 도문대작(屠門大爵·1827)에서,민어와 조기,반디,낙지,준치 등 서해에서 나는 고기를 ‘천한 어류’로 분류했다.그의 ‘천하다’는 촌평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아마도 그만큼 ‘흔했다.’는 말이고,‘널리 퍼진 물고기’란 뜻이지,결코 ‘품격이 낮다.’는 의미는 아니리라.민어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흔한 물고기였으나 남획으로 지금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민어복달임’ 운운하면 조금은 ‘호사스러운’ 말치레일 수도 있다.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게 결코 근거없는 호사만도 아니다.개 반 마리 값이면 요새도 민어복달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문제는 먼 남도로 길을 잡아야 해 발품이 든다는 것 뿐. ●오늘날엔 무안 해제반도가 유일한 집산지 전남 무안의 해제반도,그 잘룩한 개미허리를 벗어나면 이내 장암포구에 닿는다.그곳에서 철부선에 차를 실으면 곧장 임자도에 닿고 그곳에서 한참을 달리면 하우리포구가 나온다.하우리는 오늘날 유일하게 민어가 집산되는 곳.일제시대에 이곳은 민어 때문에 ‘동아시아에서 소문난’ 유명세를 치렀다.일본의 나이든 노인들은 지금도 ‘전라도는 몰라도 타리도는 안다.’고 할 정도다. 하우리에서 조금 북쪽에 위치한 타리섬이 바로 민어잡이의 본산이다.섬타리(대태이도)는 타리섬의 큰 섬이며,뭍타리섬(육타리도,육태이도)은 섬타리 동쪽에 있다.섬타리에는 사람이 살고 있으나 육타리도는 무인도다. 오늘날의 타리도는 아무도 찾지 않는 무인절경(無人絶景)이다.모래밭이 드넓고,섬과 바닷물이 조화를 이뤄 많은 이들이 찾을 법도 한데,일제시대 파시 이후로 ‘막 내린 곳’이 되고 말았다.백사장을 거닐면서 그 옛날 한창 주가를 드높였던 민어파시를 떠올렸다.어디선가 술집 작부들의 젓가락 장단에 실린 신명과 애절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곳에는 여름철이면 알을 낳으려는 민어떼가 몰려들었다.민어떼가 몰려들면 민어 우는 소리로 온 바다가 시끌벅적했다.어부들도 민어를 따라서 전국 곳곳에서 몰려왔으니,민어와 사람이 이곳에서 들끓어 흥청거리는 민어파시가 형성되었던 것이다.파시란 직역하면 ‘바다의 시장’이니,조용하던 해변이 잠시나마 여름 한철 시장판으로 바뀌는 것이다.옛말에 ‘위도에서 벌어서 타리에 와서 탈탈 털어버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술집이 번창하고 흥청거렸다.파시가 번성하던 시절에는 목포-타리도-낙월도-영광을 잇는 여객선과 화물선의 항로가 개설되기도 했다. ●음력 4월부터 7월까지 이어졌던 민어파시 파시는 보통 음력 4월에 시작해 7월말까지 이어졌다.모래 언덕에는 판잣집이나 가건물이 줄지어 들어서고,색주가가 형성되었다.민어 따라 돈이 몰리고,돈냄새를 맡은 여자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한창 성할 때는 400여 호의 가겟집 중 7할이 논다니 기생집이었다.이곳에는 한국 기생은 물론 일본 기생까지 있었는데,재밌는 것은 이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장사에 나섰다는 점이다. 파시는 타리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하우리 바로 건너편 재원도도 파시로 흥청거렸다.교통이 불편해 하루에 2번 배편으로 길이 열릴 뿐이지만 돈있는 곳에 파시 들어서는 것은 당연한 일.재원도 포구에서 예미고개를 넘어가면 예미백사장이 나온다.천연의 사구에 아무도 없는 쓸쓸한 해변.고개를 넘는 숲이 너무 깊어 독사가 혀를 날름거리며 달려든다는 그런 오지다.세상에 그런 곳이 있을까 싶은 험한 길을 헤쳐 겨우겨우 달려가니 반갑게 예미가 길손을 맞는다. 인간의 발자취가 끊긴 이 아름다운 해변도 파시로 흥청거렸다.경기도 고양에서 이곳으로 귀양와 입도주(入島主)가 된 진유걸(陳有傑)의 9세손인 진재언(59·전 어촌계장)의 증언에 따르면,어렸을 때만 해도 제철이 되면 민어 우는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한다. 예쁜 양산을 받쳐 든 아가씨들도 꽃잎처럼 나풀거리며 예미고개를 넘어 재원포구로 몰려왔다. 말하자면,임자도를 중심으로 이에 딸린 타리섬 일대와 건너편 재원도 일대가 모두 민어 밭이었고,민어파시가 형성되었던 유서깊은 해양문화사의 거점이었던 것. ●부레풀까지 요긴하게 사용… 버릴 데 없는 고기 일제시대에 전라도 민어는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되었고,경기도 민어는 서울 일원에서 소비되었다.타리 민어는 품질면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방망이로 민어포를 두들기면 곧잘 바스러지는 다른 포와 달리 이곳 포는 육질이 솜처럼 부풀어올라 최고의 술안주로 대접받았다.무더운 복중에 시원한 맥주 한 컵,그리고 쪽쪽 찢어낸 민어포를 고추장에 찍어 곁들이는 맛이란! 이곳 파시는 한국전쟁 이후 명맥만 유지하다가 1960년대 초반부터는 민어 대신 부세나 병어잡이로 대신하고 있다.그래도 60∼70년대까지는 재원 파시가 열려 끝물의 노랫자락이 포구를 물안개처럼 떠돌았으나 지금은 아름다운 해변만 남아 노랫가락을 타고 흥청이던 그 옛날 파시의 추억을 전할 뿐이다. 천만다행으로 민어잡이가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었다.지금도 이 무렵이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지만 몇 안되는 민어떼가 이곳으로 길을 잡아 민어파시의 유서깊은 역사를 증명해 주고 있다.벗들과 어울려 민어 한 마리를 장만해 우리의 복달임을 즐겨볼 일이다.그리고,아귀처럼 먹는 일에만 골몰하지 말고 주변도 돌아볼 한 번 일이다. 지금은 박물관에나 놓인 값비싼 고가구가 모두 민어의 부레풀로 만든 것들이다.어느덧 화학접착제에 밀려나고 말았지만 ‘이풀 저풀 다 둘러도 민애풀이 따로 없네.’란 노랫가사를 음미하며,천년을 간다는 민어풀의 생명력을 고마워 할 일이다.그래서 부레조차 버리지 않을 정도로 알뜰하게 추려 먹고,우려 먹었던 민어복달임을 통해 선조들의 지혜를 곁눈질이라도 해볼 일이다.
  • [Doctor&Disease]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김암 소장

    “우리 병원에서 정밀초음파검사를 받는 임신부 10명 중 4명이 태아기형을 가진 사람입니다.이 사람들이 낙태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야만성 아니겠습니까?” 최근 국내 처음으로 서울아산병원에 개설된 태아치료센터 소장으로 선임돼 ‘버려지는 생명,기형태아’ 구원에 나선 이 병원 산부인과 김암(51) 박사는 ‘이제 조금이나마 희망이 보인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태아치료란 대부분의 경우 태아수술을 의미하는데,이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태아의 기형을 미리 진단해 자궁 내에서 외과적으로 교정,치료해 정상적인 아기로 태어나도록 하는 치료법이다.이전에는 태아에게 문제가 생겼을 경우 낙태(인공임신중절)라는 최악의 선택이 유일했으나 이제는 임신 상태의 태아를 치료해 임부와 아기에게 새 삶를 열어주게 된 것이다. ●기형률 10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 태아 산전기형도 추세로 설명할 수 있나.또 기형의 경향은 어떤가. -우리 병원에서 지난해 정밀초음파검사를 거친 임신부 40%가 기형태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10년 전의 17%와 비교하면 엄청난 증가세다.사소한 신체적 결함까지 포함하면 태아기형은 이보다 더 많다.우리 병원이 3차 진료기관이고,고위험 임신부를 주로 다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놀라운 유병률이다.그러나 기형의 경향이 크게 달라진 건 없다.전반적으로는 콩팥 기형이 많고,최근 들어 심장 기형이 느는 추세 정도다. 이처럼 많은 태아기형의 원인은 무엇인가. -고령 임신,즉 여성이 35세를 넘어 애를 갖는 경우가 주로 문제가 된다.여성이 태어날 때부터 몸에 지니고 있는 난자는 의학적 결혼 적령기인 22∼24세를 지나면 방사선,약물,생활환경,전자파 등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또 자체적으로 노쇠해져 기형으로 이어진다.그런데 요즘은 늦은 결혼에 임신까지 늦춰 이런 증가세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약물 등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기형과의 인과성을 입증하기가 어렵다. ●정밀초음파 검사로 대부분의 기형 발견 덧붙여 김 박사는 이런 에피소드도 소개했다.“여성의 의학적 결혼적령기는 22∼24세인데,이런 임신부는 1년에 1∼2명뿐입니다.30대가 압도적으로 많고 40대 초산도 적지 않습니다.지난주에 우리 병원에 입원한 12명 가운데 최연소자는 34세,최고령자는 50대였습니다.” 태아기형은 어떻게 진단하는가. -정밀초음파검사를 이용하면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기형을 찾아낼 수 있다. 태아기형을 임부가 감지할 수 있는 증상이 있는가.자각증상은 없나. -계류유산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증상으로 기형을 감별할 수는 없다.물론 자각증상도 없다.드물게 양수의 양과 임신 상태를 보고 장폐색,콩팥 이상 등을 알 수는 있지만 이는 의사의 몫이다. 태아가 가질 수 있는 질환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질병을 다 갖는다.크게 나눠 다운증후군 같은 유전적 질환,다발 혹은 단발성 기형 같은 구조적 질환이 있다. ●정부 차원의 사회적 합의 도출해야 그는 이 부분에서 다운증후군 유산반대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미국의 예를 들며 기형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우리나라는 님비현상 때문에 기형아시설을 세울 곳도 없고,기형아를 치료할 공익재단도 없습니다.사정이 이런데 ‘기형이라도 낙태는 안 된다.’고 말하니 설득력이 떨어지지요.병원도 그래요.지금의 수가 체계로는 기형신생아 중환자실을 운영할 수가 없거든요.사정이 이러니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라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야지요.” 치료법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기형 부위에 따라 다르다.부위에 따라 각 전문과 별로 팀을 이뤄 수술이나 시술을 하는데,지금 우리가 하는 수술은 단락시술 등 태아를 임부 자궁내에 둔 상태에서 시도하는 ‘자궁내 태아수술’이다. ●수술 40건… 기술적 실패 하나도 없어 그의 설명에 따르면,지금 국내에서 시도하는 수술법은 ‘태아를 자궁 밖으로 꺼내 수술 등 외과적 조치를 취한 뒤 다시 자궁에 넣어 정상적으로 자라도록 하는’ 엄밀한 의미의 태아수술에는 못미친다.“그 방법은 막대한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성공에 대한 기대치도 낮고 특히 태아를 꺼냈다가 다시 자궁에 집어넣는 치료 행위를 사회 일반의 인식이 수용하지 못하는 면도 있습니다.이런 치료는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와 필라델피아 두 곳에서만 시행되고 있습니다.” 치료 성과는 어떤가. -매우 좋다.지금까지 시도한 40건의 단락시술 중 기술적인 문제로 실패한 경우는 한 건도 없다.언청이라는 구순열도 태아수술을 하면 나중에 태어나도 식별이 안될 정도로 경과가 좋다. ●청소년 대상 피임교육도 중요 김 박사는 최근에 만연하고 있는 ‘낙태불감증’에 대해서도 솔직한 의견을 제시했다.“낙태는 죄악이지만 청소년이 출산할 경우 엄마 노릇을 할 수 있느냐도 중요한 문제입니다.그래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피임교육이 중요합니다.저도 제 딸에게 콘돔을 쥐어주는 강심장은 못되지만,주변을 보면 음란한 성 상품이 봇물인데,대책없이 낙태는 안 된다고 떠들어봐야 설득력이 있겠습니까. 처음에 말한 것처럼 기형률이 40%인데 이 중 출산율은 20% 정돕니다.나머지는 증발하는데,정말 가슴아프고 이해도 되지 않습니다.”그러면서 그는 덧붙였다.“그래서 다른 병원이 모두 외면하는 태아치료센터를 만들었는데,이게 정착되면 그게 바로 희망 아니겠습니까.” ■ 김암 박사 ▲서울대의대 및 대학원(박사)▲미국 LA 세다스 시나이 메디컬센터 연수▲국내 최초로 양수주입술 도입▲현 대한주산의학회 학술위원장▲울산대의대 서울아산병원 교수 및 서울아산병원 교육연구부장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 [Doctor & Disease]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장 윤태기 박사

    “생활 여건이 변하면서 갈수록 불임여성이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의학이 더 이상 그들을 불임이라는 어둠 속에 방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 불임의학의 개척자인 포천중문의대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장인 윤태기(53) 박사를 연구실에서 만났다.우리나라 최초의 나팔관아기 시술과 민간병원 처음으로 시험관아기 시술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99년에는 불임의학의 최첨단 기술인 유리화 난자동결법을 통해 임신을 가능하게 하는 등 이 분야에서 수많은 업적을 쌓아 왔다.그는 “불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씻어내고 환자들의 고통을 크게 덜었다는 점에서 오늘날 불임의학이 거둔 성공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먼저,불임을 정의해 달라. -교과서적으로 말하자면,정상적인 부부관계에도 불구하고 결혼 후 1년 이내에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통상 정상적인 상태에서 전체의 85%가 임신에 성공하므로 의학적으로 문제가 되는 불임은 그 나머지가 될 것이다.임상적으로는 처음부터 임신이 안 되는 일차성 불임,임신 경력은 있으나 이후 임신이 안 되는 이차성 불임으로 나눠 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불임 실태는 어떤가. -결혼해 애를 갖고자 하는 여성의 13.5% 정도가 불임의 고통을 겪고 있다.15∼44세의 가임 여성이 680만명 정도이니 전국적으로 100만명가량 되지 않을까. 불임에도 원인이 있을 텐데. -너무 다양해 일률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환경 측면에서 보자면,예전과 달리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나이 들어 결혼하는 사람이 는다든가,적령기에 결혼을 한 경우라도 임신을 늦추는 경우와 피임,임신중절,각종 감염이나 비만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물론 타고난 유전적 요인도 작용한다. ●가임여성 13.5% 100만명이 불임 고통 이 대목에서 그는 불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거론했다.“일부에서 불임이 성개방 풍조에 따른 문란한 성관계나 잦은 낙태수술에서 기인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중요한 편견이자 심각한 현실왜곡”이라며 “이처럼 한 사회의 성숙도는 불임 문제를 보는 시각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고 지적했다.그는 무척 감각이 섬세했다.예를 들어 보통 말하는 ‘늦은 결혼’ 대신 ‘나이 들어 하는 결혼’이라는 말을 썼다.늦거나 이름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이어서 의사가 이를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원인에 따라 치료방법도 다양 의학적으로 규명된 불임 원인은. -가장 흔한 원인이 무월경이나 희발(稀發) 혹은 과다월경,자궁출혈 등의 증상을 보이는 배란 이상인데,전체의 30∼40%가 여기에 해당된다.갑상선질환이나 섭식 장애,지나친 다이어트나 과체중,남성호르몬의 과다분비 등이 원인 질환이다.또 같은 정도의 사람들은 난관이 막히거나 자궁내막증 등 난관과 복막의 문제가 원인이 되며,20% 정도는 자궁경부와 자궁이 원인인 경우다.면역체계에 문제가 있거나 원인이 드러나지 않은 불임도 더러 있다. 치료는 가능한가. -불임은 원인을 찾아 치료한다.예컨대 나팔관이 막혔다면 그냥 뚫기보다 그게 막힌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된다.그런 특성 때문에 일률적으로 치료의 가능성을 말하기는 어렵다.분명한 것은 의학의 발전에 힘입어 치료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시험관아기 시술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처음 성공한 86년 이래 초기에는 1회 성공률이 10%대였으나 지금은 우리나라와 미국이 공히 30%대에 이른다.여러번 시도해 성공률을 따지는 누적성공률은 70∼80%나 된다.지금은 불임이 불치가 아닌 시대이다. 치료법의 흐름은 어떤가. -수술 의존도가 높았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시험관아기 시술이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추측건대,머잖아 외과적 수술치료법이 시험관아기 시술로 대체되지 않겠나.난관에 경미한 문제가 있거나 성과에 확신이 있는 경우 수술을 권하지만,시험관아기에 대한 환자들의 선호도는 생각보다 높다.수술은 수술에 성공한 뒤 자연임신을 기대하는 방법인 반면 시험관 시술은 즉시 결과를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시험관아기 쌍둥이 출생 축소 연구과제 치료법 선택에도 기준이 있나. -우선은 임신이 잘되는 방법을 택한다.또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그러면서 환자의 건강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 시험관아기 시술에 대한 도덕적 논란은 좀 수그러들었나.또 드러난 문제점은 무엇인가. -시험관 시술에 대한 비난은 없다.어차피 과학은 인간의 필요에 따라 존재하고 진보하는 것이다.고작 24∼36시간 정도 체외에서 배양하는 시험관 시술이 문제가 된다고는 보지 않는다. 시험관아기 시술의 문제는 쌍둥이가 많다는 것이다.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배아 숫자를 늘리기 때문인데,이걸 좀 낮춰야 한다.배란유도제에 의해 배에 물이 차는 등의 부작용도 간혹 있다.또 아직까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 약제가 장기적으로 난소에 미치는 영향도 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불임치료 기술의 진보에 대해 얘기해 달라.어디까지 와 있는가. -몇 가지 주목할 치료기술이 선보이고 있다.먼저 미성숙 난자를 채취해 체외수정을 하는 방법이 있고,유리화 난자동결법,착상 전 수정란의 유전적 진단 등이 그것이다.모두 우리 병원에서 가능한 기술이며,지금도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불임치료 보험지원 확대돼야 그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불임으로 고통받으면서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치료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사람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보험체계를 보완하거나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종족의 증식 본능을 가진 사람이 이 일을 자신의 의지대로 하지 못할 때 절망한다.이런 점에서 그가 몰입하는 불임의학은 그의 설명이 아니라도 가히 ‘인간의 의학’이라 할 만했다. 그래서 ‘완전한 불임 정복’을 말하는 그가 더 커보이는 걸까. 심재억기자 jeshim@ ■ 프로필 △연대의대,예일대 수학 △연대의대·경희대의대 교수 역임,현 중문의대 산부인과 교수 겸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장 △한국 최초 나팔관아기 시술 성공(86년) △민간병원 최초로 시험관아기 시술 성공(86년) △미성숙난자 체외 성숙후 체외수정 성공(98년) △난자 유리화 동결후 임신 성공(99년) △세계불임학회 및 미국 불임학회 최우수논문상˝
  • [건강칼럼] 얄궂은 업보

    김수영의 시 ‘性’(성)을 읽자.‘그것하고 하고 와서 첫 번째로 여편네와/하던 날은 바로 그 이튿날 밤은/아니 바로 그 첫날 밤은 반시간도 넘어 했는데도/여편네가 만족하지 않는다/그년하고 하듯이 혓바닥이 떨어져나가게/물어제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어지간히 다부지게 해줬는데도/여편네가 만족하지 않는다’ 외도후 아내에게 미안해하며 ‘참회의 봉사’를 하는 심정을 그렸다.상당수 남성들이 이런 체험을 했음 직하다.그러나 이렇게 아내에 대한 가책은 덜 수 있을지 몰라도 세균마저 속일 수는 없다. 아내에게까지 감염된 세균 질환은 남편이 아무리 치료해도 낫지를 않는다.결국 아내에게 이실직고를 하거나 아니면 어설픈 거짓말을 둘러대 함께 병원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의사인 나로서야 괜히 남의 가정불화를 덧낼 이유가 없어 쉬쉬하곤 해 결과적으로는 의지와 관계없이 ‘외도 남편’과 공모자가 되고 만다. 이러한 경우를 흔히 ‘핑퐁감염’이라고 한다.‘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아야 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특히 부인이 임신중인 경우 임신 중절이나 신생아 기형 등 무서운 후유증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불가피하게 외도를 한 정상은 이해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3주에서 한달까지는 부부관계를 피해야 한다.콘돔도 완전한 예방책은 아니므로 반드시 검사를 받은 뒤 관계를 가져야 한다. 임질은 잠복기가 1주일 안팎,비특이성 요도염은 3주에서 길게는 3개월까지 갈 수 있고,에이즈나 매독은 상당 기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나 3개월 후면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도 알아두는 게 좋다. 혹 죄책감을 못이겨 아내에게 고해를 하려는 ‘외도 남편’이 있다면 이 점 기억하기 바란다.의사의 ‘선의의 공모’를 꼭 이해시켜 달라는 점이다.도와주고 뺨맞는 기분이 어떻겠는가. 김 영 철 선릉 힐비뇨기과 원장
  • [마당] 프리다 칼로와 하오루루

    멕시코를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페미니스트들의 우상인 프리다 칼로의 사랑과 예술을 그린 영화 ‘프리다’를 봤다.프리다는 7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오른쪽 다리가 불구가 되었고,18살 때 교통사고로 등뼈,골반,한쪽 발이 으깨졌다.47세라는 길지 않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세 차례의 다리수술과 일곱 차례의 척추수술,그리고 두 차례 이상의 유산과 임신중절수술이 더 남아 있었다.그 사이에 자궁과 오른쪽 발과 다리가 잘려 나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화가를 꿈꿨고,혁명과 반전과 반핵을 꿈꿨고,열정적인 사랑을 꿈꿨고,아이를 꿈꿨다.그리고 그녀는 세기의 사랑을 완성했고 위대한 화가가 되었다. 프리다만큼 자화상을 많이 그린 화가도 드물다.고통과 절망의 순간과 맞닥뜨릴 때마다 그녀는 자화상을 그리며,자신의 삶을 짓누르는 고통과 절망을 응시하면서 자신을 세웠던 것 같다.인상적인 자화상은 ‘부서진 기둥’이라는 작품이다.‘부서진 기둥’을 그리는 작업과정은 영화 중간쯤에도 나오는데,그림 속에서 프리다의 온몸에는 크고 작은 대못이 쳐져 있고 굴레처럼 척추교정지지대가 감겨 있다.갈라진 몸 안에는 척추 대신 부서진 기둥이 세워져 있다.아니 부서진 기둥을 간신히 세워놓고 있다.머리를 풀어헤친 채 울고 있는 눈은 한 곳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다.‘부서진 기둥’이 상징하듯,프리다의 몸은 절단되고 부서지고 결합되기를 반복했다.그녀의 몸처럼,그녀의 삶 또한 부서진 조각들을 짜맞추는 조각 맞추기와 같았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엉뚱하게도,또 다르게 몸으로 조각 맞추기를 하고 있는 하오루루를 생각했다.하오루루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전신성형미인 프로젝트에 돌입해 화제의 주인공이 되고 있는 중국 신세대 여성 이름이다.그녀는 베이징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유학을 한 지성인이다.본래의 얼굴도 그다지 밉상은 아니다.그런데 수술비 30만위안(3억원)을 들여서 코 높이기,턱뼈 깎기,목주름 제거하기,유방 확대하기,허리와 다리의 지방 흡입하기 등의 대형 수술을 통해 거듭 태어나는 중이라고 한다.수술 전 과정이 CNN을 통해 보도된다니,그녀가 꿈꾸었던 스크린 데뷔는 확실히 보장된 셈이다.절단되고 흡입되고 봉합되어 조각조각 짜맞춰질 그녀의 삶의 모습은 또 어떠할지. 아닌게 아니라 우리 사회도 최근 ‘얼짱’ 신드롬에 시달리고 있다.인터넷 얼짱 스타 박한별,골프계 얼짱 안시현,농구계 얼짱 신혜인,레이싱걸 얼짱 오윤아는 나처럼 낡은 사람도 다 안다.‘좋은 머리’보다는 ‘좋은 몸(얼굴)’을 물려주는 것이 아이들의 미래를 가장 확실하게 보장한다는 말을 들은 지도 꽤 된다.명실상부한 얼짱 스타 이효리 신드롬은 심지어 정치계에도 번져 차기 대선주자후보로 언급되는 법조계·정계의 여성 지도자들이 엉뚱한 모습으로 조명되고 있다. 사실 영화 ‘프리다’는 복잡한 암시들로 가득했고 나는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그 지난함에 대해 생각했다.프리다든 하오루루든,몸이든 마음이든,자의든 타의든,스크린이든 국회든,이 땅에서 여성들이 자기 스스로를 세운다는 것은,이렇듯 절단되고 부서지고 다시 결합된 ‘부서진 기둥’을 척추처럼 껴안고서야만 가능한 것인가.남성들이 욕망할 뿐 아니라 여자 스스로조차 열망하는 ‘환상적’인 얼짱 미인보다는,이 땅의 질곡을 향해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스스로를 세울 수 있는 혼(魂)의 미인이 진정 아름답지 않겠는가.그러기에 공산주의자요 장애자요 약물 중독자였으며 양성애적인 데다가 여자,그것도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였던 프리다의 꿈을 향한 투혼(鬪魂)의 광기야말로 다시 한번 재발견해야 할 여성의 아름다움은 아닐까. 정 끝 별 시인 열린사이버대 교수
  • 촬영감독 40년만에 첫 ‘메가폰’/ 63세 늦깎이 데뷔 박승배 감독

    63세의 데뷔감독.예순이 넘어 신인이라니,어쩐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강수연·정웅인 주연의 스릴러드라마 ‘써클’(제작 무비캠·JU프로덕션,새달 14일 개봉)을 연출한 박승배(사진) 감독은 이 느낌만큼이나 큰 모험을 한 것이다. “과연 요즘 관객들의 입맛을 맞출 수 있을까,관객을 얼마나 모을 수 있을까,이런 생각에 얽매였더라면 영화를 못 찍었을 겁니다.이즈음해서 지긋한 시선으로 인생의 의미를 관조할 수 있는 영화 한편쯤 내야 한다는 신념에 따랐을 뿐입니다.” 박 감독은 충무로에서 근 40년 가까이 촬영감독으로 잔뼈가 굵었다.‘축제’‘게임의 법칙’‘걸어서 하늘까지’‘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넘버3’ 등 그가 앵글을 책임진 한국영화는 줄잡아도 170여편.충무로 영화판에서 그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그는 감각을 인정받고 있다.그래도 연출데뷔는 문제가 좀 다르다.아들뻘되는 20∼30대 새파란 후배들과 흥행경쟁을 벌여야 한다.그뿐인가.수십억원씩 들어가는 제작비를 마련하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촬영기자재를 얼추 갖추고 있어서 제작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었어요.총제작비 20억원이라면 긴축재정이랄 수 있죠?” 뜻이 있으니 통했다.연기자가 꿈이었던 주코그룹 주수도 회장(극중 판사로 출연했다.)이 선뜻 거금을 내놨다.‘내 영화를 찍고 싶다.’는 오랜 꿈이 뜻밖의 귀인을 만나 맺힌 데 없이 수월히 이뤄진 셈이다. 데뷔작을 선보이기까지 공들인 시간은 3년.시나리오는 2000년 영화진흥위원회 사전지원 당선작이었다.여검사와 연쇄살인마가 뜨거운 법정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둘 사이에 숙명적인 전생의 인연이 있었음이 드러나는 게 이야기의 얼개다.전생과 현재를 오가는 영화지만,컴퓨터그래픽을 거의 동원하지 않았다.“시나리오를 몇번이나 고치며 드라마 자체에 힘을 싣는 데 온신경을 쏟았다.”는 그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진중하게 인생을 바라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계에 첫발을 들인 것은 1960년.한형모 감독 밑에서 촬영·조명·편집 등을 닥치는 대로 배워나갔다.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정진우 감독의 ‘폭로’(67년)로촬영감독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이후 청룡영화제 기술상,춘사영화제 촬영상,영평상,황금촬영상 등 상복도 많이 누렸다. 쏘아놓은 살처럼 빠르게 흐르는 게 인생이지만,그래도 그의 카메라만은 늙지 않았다.“곧 크랭크인할 ‘그놈은 멋있었다’의 촬영을 맡았다.”며 활짝 웃는다.‘그 놈은 멋있었다’는 귀여니의 인기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신세대 스타 송승헌·정다빈이 주연하는 작품.푹 눌러쓴 중절모 아래로 한뼘쯤 삐져나온 노(老)감독의 꽁지머리가 재미있다.노감독의 열정은 정말 늙지 않은 것 같다. 황수정기자 sjh@
  • 검찰, 전두환씨 재산 곧 조사

    “저는 양심에 따라 재산목록을 작성해 제출했습니다.숨김이나 거짓이 있다면 형사처벌을 감수하겠습니다.” 23일 오전 서울지법 서부지원 306호실에서 열린 세번째 재산명시 심리공판에 출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법정 선서를 통해 본인과 일가족의 재산은폐 의혹을 정면 부인했다.이로써 ‘전씨의 재산 논란’은 재판부의 손을 떠나 검찰로 넘겨졌다.검찰은 조만간 전씨가 제출한 재산목록이 진실한지를 조사하게 된다. 이날 오전 11시30분쯤 쥐색 중절모에 검은색 정장차림으로 측근과 경호원 등 10여명을 대동하고 서부지원에 도착한 전씨는 5분 남짓 진행된 심리 도중 줄곧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전씨가 이날 선서한 재산은 29만 1000원의 금융자산과 피아노,그림 등 8억원 상당이었다.첫 심리에서 제출한 재산목록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지난 4월28일 심리에서 제출된 재산목록의 진실성을 놓고 전씨측과 설전을 벌였던 신우진 판사는 “제출한 재산목록이 진실이 아닐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차후 형사절차가 개시될 수 있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전씨측 정주교 변호사는 심리 직후 격앙된 목소리로 “재산목록의 사실 판단은 검찰의 몫이지 판사의 소관이 아니다.”면서 “신 판사가 위법사항을 알고 있다면 직접 검찰에 고발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전씨가 제출한 재산 목록을 입수,직계 존비속의 재산에 전씨 재산이 포함돼 있는지를 조사키로 했다.정병대 전문부장검사는 “재판부에 법원 기록 열람·등사 신청을 낼 계획”이라며 “전씨 재산이 드러날 경우 전액 추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씨의 재산관계를 추적해온 민주노동당 ‘전두환 은닉재산 환수 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서부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천문학적 액수의 은행 예치금 등 전씨의 은닉재산에 대한 신빙성 있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이 공개한 자료 중에는 전씨의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S씨의 차명계좌 등 68개의 계좌번호와 7조원에 이르는 은행예치금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민주노동당은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조만간 검찰수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세영기자 sylee@
  • [화제의 사이트] www.piim.or.kr

    ▲질문:“피임약을 먹어서 임신을 미뤘다가 나중에 임신이 안 되면 어쩌죠?-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답변:“정확한 사용법에 따라 복용하면 안전하니 걱정마세요.-종합병원 산부인과 의사” ‘무지한 성(性) 퇴출’을 목표로 삼은 인터넷 홈페이지 ‘피임연구회’(www.piim.or.kr)에 떠오른 문답이다. 현직 산부인과 전문의 20여명이 직접 운영하는 이 사이트는 정확한 피임법과 관련 상식을 알려줘 건강한 성생활을 유도하는 것으로 이름이 높다. 한해 비공식으로 이뤄지는 임신중절 수술이 150만여건이나 되는 한국의 ‘답답한 성문화’가 걱정이 돼 1996년 젊은 의사들이 처음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다.이어 99년 홈페이지를 개설,네티즌을 상대로 ‘피임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문의들은 하루에도 수십건씩 네티즌의 고민이 올라오는 ‘온라인 상담’ 코너에서 병원에 가서도 차마 물어보기 어려웠던 피임에 대한 각종 의학적 진실을 직접 설명해 준다.‘피임실태와 인공유산’,‘피임에 대한 이야기들’ 등 피임에 얽힌 뒷얘기나 관련 역사를 설명한 코너도 인기를 얻고 있다. 현직 의사들이 한달에 한번씩 오프라인 모임을 갖고 ‘피임’을 연구하기 때문에 학계의 최신동향에 대한 정보도 다양하다.지난 11일에는 피임연구회가 국내 최초로 피임 심포지엄을 열 정도로 참여 의료진의 열의가 높다. 이임순 피임연구회 회장은 “피임의 중요성을 알리고 적극적으로 상담해 여성이 원치않는 임신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계획적인 삶을 살도록 돕고 싶다.”고 취지를 밝혔다. 박지연 기자
  • “들고양이를 연구하라”자치구 직원들 생태학습 열풍 양천구, 포획땐 1만원 보상금

    ‘들고양이를 연구하라.’ 자치구 직원들이 때아닌 들고양이 생태 학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 들고양이는 번식력이 대단하다.수명은 10∼30년인데,암컷이 생존하는 동안 ‘자손’이 9대까지 번창하기 때문에 한 마리의 생존기간동안 종족번식은 최대 15만마리나 된다.어린이들에게 위협적이거나 쓰레기통을 물어뜯고,야심한 시간에 구슬프게 울어 주민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도 일쑤.이에 따라 일부 구청에서는 포획 후 불임수술을 통해 번식력 약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고민이다. 양천구(구청장 추재엽)는 주민들이 야생 고양이를 포획해 신고하면 1만원의 보상금을 주는 ‘캐파라치 제도’를 시행중이다.자동차 속도위반을 전문적으로 촬영,제보해 보상금을 타내는 ‘카파라치’처럼 목돈을 거머쥘 요량으로 무차별 포획하는 캐파라치가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아 가구당 월 5건 이하로 포획보상을 제한하고 있다. 송파구(구청장 이유택)도 ‘들고양이 대책’을 만들어 야생 고양이 포획에 열을 올리고 있다.동물보호 차원에서 불임수술을 거쳐‘방생’할 계획이지만 암컷 임신중절수술 한번에 20만원,수컷 거세에 8만원 등 연간 예산이 3000만원 이상 들어갈 전망이어서 고민하고 있다. 들고양이 포획이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보니 구청의 주무부서인 지역경제과 직원들도 모른 척 할 수 없는 처지다.우선 주민들에게 들고양이를 효과적으로 잡는 방법을 홍보하려면 번식력,습성 등 들고양이의 생태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양천구 관계자는 “들고양이의 습성 가운데 ‘확고한 영역의식’을 잘 알아야 한다.”면서 “한 지역의 들고양이 수가 급감하면 공백을 틈타 다른 구역의 들고양이들이 몰려들어 이전보다 수가 훨씬 더 늘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
  • 새영화/캐치 미 이프 유 캔

    ‘나 잡아 봐라~’.우리 말로 표현하면 더 그럼직한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24일 개봉)은 제목 그대로 희대의 사기꾼과 FBI요원의 쫓고쫓기는 상황을 코믹하게 버무린 영화다.그럼 코미디영화냐고? 글쎄,코미디라고 말하기도,아니라고 말하기도 뭣한 영화의 정체를 한꺼풀씩 벗겨보자. ●스필버그·디카프리오·톰 행크스가 만나다 흥행의 귀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뭇여성의 연인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할리우드 최고의 연기파 톰 행크스.셋 가운데 최고로 실력을 발휘한 사람은 단연 디카프리오다.‘길버트 그레이프’의 정신지체아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그의 연기력에 새삼 놀라지는 않을터.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그는 기존 이미지를 흡수하면서도,한층 성숙한 매력을 보여준다.창가에 매달려 약혼녀에게 훗날을 기약하는 장면에서는 ‘타이타닉’의 비극적 연인이,부모의 이혼으로 충격받는 모습에서는 ‘바스킷볼 다이어리’의 상처받은 영혼이,감옥에 웅크린 그에게선 ‘아이언 마스크’의 버림받은 쌍동이 형제가,어린 나이에도 능수능란하게 사기를 치는 모습에서는 ‘토탈 이클립스’의 천재 시인이 겹쳐진다.여기에 시침 뚝 떼고 FBI요원을 농락하는 대담함을 보탰다. ‘A.I.’‘마이너리티 리포트’로 음울한 미래세계를 조명해 온 스필버그는 이번에 1960년대로 시선을 돌렸다.예전 영화보다 발랄하다는 장점은 있지만,허를 찌르는 긴박감을 기대하다가는 실망하기 십상.그보다는 가족드라마를 강조해 감동을 노렸다.행크스는 정 많은 FBI요원을 무리 없이 소화했지만 ‘로드 투 퍼디션’의 카리스마에는 못 미친다. ●조종사·의사·변호사… 이만한 사기꾼이 있을까 실화 속 주인공인 프랭크 아비그네일 주니어는 전학 첫날 교사로 위장,감쪽같이 학생들을 속인 타고난 사기꾼.부모의 이혼으로 가출한 뒤 본격적인 사기 행각에 나선다.조종사로 위장해 모든 항공 노선에 무임승차하는 것은 물론,수표를 위조해 140만달러를 가로챈다.FBI요원인 칼 핸러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의사에서 변호사로 점점 대담한 위장술을 펼친다.현장을 덮친 FBI요원에게 비밀정보국 요원인 척 선수를 치며 빠져나가고,매력적인 매너로 여성들을 홀려 정보를 빼내는 등 17세 청년이 그럴싸하게 사기를 치는 모습은 우선 웃기고 재미있다.게다가 중절모에 검은 양복을 입고 신분증을 거꾸로 보이는 어수룩한 FBI요원의 모습은 추리극임에도 코믹한 분위기를 더한다. ●역시 중심은 가족… 증발한 60년대 하지만 스필버그의 다른 영화와 마찬가지로 영화의 중심축은 가족이다.프랭크가 사기꾼이 된 건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버지를 떠난 어머니에게서 받은 충격 때문이었다.그는 약혼녀의 단란한 가정을 보고 정착을 꿈꾼다.역시 이혼한 뒤 혼자가 된 칼은 아버지처럼 프랭크를 감싼다.일그러진 가족을 가진 인물이 서로를 돕는다는 설정은,이제는 식상한 느낌마저 준다. 아직은 따뜻함과 어리숙함이 살아 있는 ‘순수의 시대’로서 60년대를 바라보는 시선도 불쾌하다.최근 한국영화의 젊은 감독들이 80년대를 향수 어린 시선으로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60년대에 성장기를 보낸 스필버그는 “그 때가 좋았지.”라며 핑크빛 조명으로 그 시기를 비추는 것. 칼에게 프랭크의 아버지는 “아들은 베트남에서 빨갱이와 싸운다.”며 화를 내는 장면이 있다.베트남전과 반전운동으로 얼룩진 60년대는 그렇게 농담처럼 지나가는 대사로 처리될 뿐.그보다는 금발을 휘날리는 스튜어디스와 의젓하게 걸어가는 조종사의 풍경으로 스필버그는 60년대를 기억한다.그것이 시대의 사회성을 담은 영화를 결코 만들 수 없는 그의 한계다.하지만 큰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그럭저럭 재미와 감동을 느끼기에 부족하지 않다. 김소연기자 purple@
  • [대한포럼] 野人과 超人

    요즘 ‘야인시대’라는 드라마가 안방을 평천하했다고 한다.첫 방송이래 50% 안팎의 경이적인 시청률을 8주 이상 이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거품 인기만은 아니다.출연진이 호화로운 것도 아니다.오히려 드라마의 간판으로 내세울 만한 유명 배우도 없다. 스토리 또한 뻔하다.종로를 무대로 삼았던 김두한파가 장안의 조폭계를 평정해 가는 얘기다.딱히 내세울 게 없는 드라마가 야인시대 신드롬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야인시대는 처음부터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엊그제는 김두한이 마지막으로 마포의 용식이파와 결전을 벌였다.무대는 액션 드라마가 늘 그렇듯 외진 곳에 버려진 허름한 창고였다. 바바리 차림에 옆으로 비스듬히 눌러쓴 중절모도 떨어뜨리지 않고 몽둥이로 무장한 30여명의 주먹을 거꾸러뜨렸다.보통 사람이 아니라 초인이다.일본도를 휘두르는 야쿠자 패거리도 맨주먹에 초개처럼 쓰러진다.세상에 거칠게 없다.말발이 먹혀 들어가는 그런 사람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김두한의 세계는 단순하다.주먹이 잣대다.대결은 한번이 전부다.패자가 어느 날 입산하여 가공할 무공을 터득하는 식의 무협극과 격이 다르다. 그들의 사전엔 없는 단어들이 많다.배신,음모,철새,물밑 접촉,밀실,,경선 불복 뭐 이런 말들이 없다.흔해 빠진 무슨 무슨 풍(風)도 없다.‘있다’와 ‘없다’만 있을 뿐이다.사람들에게 세상이 단순하면서도 명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드라마의 야인시대는 도리가 통하는 세계다.왕발이는 김두한의 관자놀이에 권총을 대고 같이 파멸하자고 울부짖지만 허공을 쏜다.구마적이 만주로 떠나며 부하들에게 김두한에게 충성을 당부한다.요즘 사람들에겐 충격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했다.패배를 인정하기 싫어 몸부림치면서도 끝내는 무대에서 사라져가는 그들의 모습이 승자의 당당함 못지않게 화제가 된다.야인(野人)이라며 경멸하는 주먹들이 도리를 지켜 가는 모습이 두고두고 여운을 남긴다. 김두한의 주먹 행각은 명분이 있다.일제 식민 통치에 대항하는 모습이 독립운동으로 비쳐진다.개인의 영달을 꾀하거나 조직의 안일과 치부를 하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야쿠자와 싸움으로 일제에 대한 응징을 대신한다.맨주먹으로 일본도를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야쿠자를 격파한다.일본의 비호를 두려워한 나머지 야쿠자와 타협을 은근히 바라는 주위를 단호히 거부한다.대의를 실천하는 일련의 행보가 새삼 예사롭잖게 느껴진다. 야인시대 신드롬은 세상의 잘못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이다.사회에서 지탄받는 자들을 가차없이 응징하는 김두한의 모습에서 대리 만족을 만끽하는 것이다.폭력을 미화했다는 지적에 소재를 보지 말고 메시지를 주목하라고 항변한다.주먹도 잣대냐고 꾸짖으면 술수와 음모보다는 낫다고 대꾸한다.패배하면 남의 허물을 부각시켜 트집을 잡아 결과를 뒤엎으려 해서는 안된다고 항변한다. 우리 사회는 요즘 ‘어른’이 없다.야인을 꾸짖고 나무랄 초인(超人)이 없다.사회의 지표도 없다.개인의 영달과 당리 당략이 있을 뿐이다.승패 윤리가 실종됐다.승자도 패자도 없는 세상이 됐다.패자가 무릎을 꿇는 대신 뒤편에서 야합을 준비한다.밑도 끝도 없는 폭로가 꼬리를 문다.혼란스럽고 복잡하다.세상이 드라마‘야인시대’에 빨려 들어가는 이유일 게다.김두한으로 요약되는 초인에게 넋을 잃는 까닭일 게다.세상은 지금부터라도 손금을 보듯 야인시대를 꼼꼼히 들여다 볼 일이다. 정인학 논설위원 chung@
  • 선거보다 여배우도둑에 관심?

    (로스앤젤레스 외신종합) 절도 혐의로 기소된 미 여배우 위노나 라이더(31)가 6일 절도와 재물 손괴로 유죄평결을 받았다.선고공판은 오는 12월 6일 열린다. 로스앤젤레스 베버리힐스지역에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라이더가 야만행위와 중절도,업소 무단침입 등 3건의 범죄행위 가운데 무단침입을 제외한 나머지 두 건에 대해 유죄라고 평결했다.그녀는 지난해 12월 고급패션매장 ‘삭스 5번가’에서 재킷과 블라우스 등 5500달러 상당의 고급 디자이너제품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라이더의 절도 혐의를 둘러싼 재판은 공화당의 압승으로 끝난 미 중간선거결과를 제칠 정도로 미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였다.CNN,ABC 등 미 주요 방송들은 라이더가 유죄평결을 받았다는 기사를 일제히 톱뉴스로 전했다.선거결과 기사는 뒷전으로 밀렸다. 라이더는 붙잡힌 뒤 감독이 영화 속의 역할을 준비하기 위해 물건을 훔쳐보라고 시켰다고 주장했었다. 라이더는 12월6일 열리는 선고공판에서 최소한 집행유예에서 최고 징역 3년까지 받을 수 있다.관측통들은 라이더가 초범인 점을 감안하면 징역형 선고를 받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검찰측도 라이더에 대해 집행유예와 사회봉사,삭스5번가 상점에 대한 배상 등을 포함하는 형만 구형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더는 그동안 ‘처음 만나는 자유(Girl,Interrupted)’,‘순수의 시대(Age of Innocence)’ 등에 출연했으며 ‘작은 아씨들(Little Women)’에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순수의 시대’에서는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경력을 갖고 있다.
  • TV리뷰/ 야인시대 ‘폭력’ 미화만 할것인가

    SBS 대하드라마 ‘야인시대’가 승승장구하고 있다.6주째 시청률 1위 자리를 지키면서 동대문옷시장에서는 ‘야인시대’풍 중절모와 더블단추 양복,바바리 코트가 날개돋친듯 팔린다.대형서점에서도 소설 ‘야인시대’가 하루 40∼50권씩 팔려나간다.그 열광적인 인기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30억원을 넘게 들였다는 촬영세트,지난 89년 김두한을 다룬 ‘무풍지대’로 팀워크를 검증받은 이환경 작가·장형일 감독 콤비,이원종(구마적)·박준규(쌍칼)·이재용(미와)같은 탄탄한 조연진 등등 이유는 많을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흥미거리를 잇따라 제공하는 줄거리 자체가 재미없었다면 폭발적인 인기가 가능했을까.최영묵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는 “김두한이 난관을 하나하나 돌파해나가는 컴퓨터게임 형식의 전개방식이 흥미를 유발한다.”고 분석한다.주철환 이화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도 “복수,장애 제거 과정 등 극구조에 남녀노소가 좋아할 요소가 골고루 담겼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그 ‘장애’와 ‘난관’을 돌파해나가는 방법이 폭력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야인시대’의 주요갈등은 ‘주먹’들의 세력다툼이고,해결방법은 언제나 폭력이다.빈번하게 등장하는 폭력 자체를 문제삼자는 것이 아니다.폭력을 빼놓으면 ‘야인시대’의 재미는 사라질 것이다.문제가 되는 것은 그 폭력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야쿠자 조직에 맞서는 김두한의 통쾌한 액션,거리를 어지럽히는 불량배들에 대한 화끈한 응징,전설적인 주먹들과의 화려한 ‘맞장(일대일 결투)’등 ‘화려한’ 폭력과 그것이 가져오는 카타르시스는 이른바 협객물의 묘미다.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시스템에 무력감을 느끼면,합의과정을 생략하고 신속히 ‘일을 처리’하는 폭력에 매력을 느끼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제도로 어찌할 수 없는 ‘불의’를 어딘가에서 온 협객이 단칼에 해결한다.’는 설정은 분명 매력적이지만,매우 위험한 해결책이다. ‘야인시대’에 난무하는 폭력을 단순히 “시청자들의 욕망이 투영된 결과일 뿐”이라고 말해서는 안된다.‘제품’의 일차적인 책임은 제작자들에게 있다.한쪽에만 치우친 접근방식이 작품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정당화·미화된 폭력만 보여주지 말고,상인들로부터 ‘자발적’인 ‘세금’을 걷는 비겁하고 추한 폭력도 가끔은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균형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채수범기자 lokavid@
  • [2002 길섶에서] 강월도 시인

    영화 ‘사의 찬미’(1991년작)는 일제 때 성악가 윤심덕(장미희扮)과 문학청년 김우진(임성민扮)의 꿈과 사랑을 담담하면서도 애잔하게 그려냈다.당시 많은 지식인들의 업보였듯 이들에게도 민족의식,일제 억압과 좌절,그리고 퇴폐미 넘치는 사랑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었다.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지 못한 이들은 부산으로 향하는 관부연락선에서 투신으로 생을 마감한다.비바람치는 갑판에서 포옹하며 일렁이는 파도를 바라보는 불안한 표정의 클로즈업이,비련의 끝을 암시한다.그리고 두 사람의 모자가 바닷가로 밀려나오는 것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며칠 전 강월도 시인이 제주도로 가는 페리선상에서 투신,실종됐다고 한다.가방에선 투신을 예고하듯,중절모를 쓴 신사가 물에 잠긴 모습을 묘사한 합성사진이 발견됐다.극작가,철학교수이기도 한 그는 3년 전부터 병마에 시달려 왔다.그는 이제 하늘에서 시집 제목처럼 ‘사랑무한’을 노래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광막한 광야를 달리는 인생아.’ 윤심덕의 노랫말이 시인의 고단했을 삶과 오버랩된다. 최태환 논설위원
  • 적십자회담 전망/ 남쪽에도 면회소 서나

    ‘1개냐,2개냐.’이번 4차 남북적십자회담의 핵심 의제는 ‘이산가족 면회소 갯수’다. 이미 남북은 금강산에 면회소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 사실상 합의했다. 문제는 실제로 금강산 면회소를 가동하는 일과 더불어 도라산역에 면회소를 추가로 설치하느냐다.대한적십자사(총재 徐英勳)에서 북측 금강산 면회소뿐 아니라 남측인 도라산역에도 면회소를 설치하자고 제안하기로 한 만큼 이 문제의 합의 여부가 최고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면회소 설치만 합의하면 이산가족 수시 상봉은 물론 생사 및 주소 확인,서신 교환 등 남은 과제들이 모두 일사천리(一瀉千里)로 풀릴 수도 있기 때문에 남북이 가장 첨예하게 관심을 두고 있는 대목이다. 그동안 남북은 면회소 설치의 당위성에 공감하면서도 도라산역과 금강산을 면회소의 적재적소로 각각 주장해 왔다. 서 총재는 6일 오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 환담장에 중절모를 쓰고 나타나 “간밤에 무서운 꿈을 꾸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농담조로 얘기하며 이번 회담에 대해 느끼는 책임감을 드러냈다.한편 이번 태풍 ‘루사’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회담장 주변이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 않아 회담의 원활한 진행에 대해 의구심을 낳기도 했다. 현지 도로와 교량 등이 유실되는 피해를 입은 데다 금강산과 서울을 잇는 유선통신시설은 현재 불통된 상태다. 북측은 다만 팩스 시설은 가동되고 있다고 전해왔다. 남측 대표단은 대체수단으로 멀티미디어 위성통신 이동서비스인 ‘인말샛’3대,위성전화 6대 등을 이용해 남북간 연락을 취할 예정이다. 박록삼기자youngtan@
  • 남북장관급 회담/ 합의 ‘실천계획표’ 집중절충

    9개월만에 열린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남북한은 합의를 도출하려는 진지한 자세를 보였다.북측의 적극적인 태도도 예전과 달랐다.한때 일정 협의를 둘러싸고 첫 회의가 2시간이나 늦어지기도 했지만 대체적인 분위기는 서해교전으로 한반도에 드리워진 먹구름을 걷어내는 의식을 치르는 듯 기존 합의사항의 ‘실천 틀’ 짜기에 주력했다. ■첫날 뭘 논의했나 이날 남북한이 집중 논의한 것은 경의선 철도·도로 복원을 위한 비무장지대(DMZ) 내 공사와 금강산 육로관광 활성화를 위한 도로(1.5㎞) 공사의 새달 재개 및 연내 완공이다.이 사업의 착수를 위해 필수사항인 군사당국자 회담의 이달 안 개최도 집중 논의했다.남북은 지난해 2월 제5차 남북군사실무회담에서 DMZ 내 공사 안전을 보장한 ‘군사 보장 합의서’를 만들어놓았다.남북 양측은 군사당국자간 회의에서 이 합의서를 발효시킨 뒤 바로 공사에 들어가면 경의선 철도(12㎞·군사분계선∼개성)의 경우 4개월 내에 공사를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은 또 추석(9월21일) 전 5차 이산가족 금강산 상봉에 의견접근을 이뤘다.면회소를 금강산이나 경의선 연결역에 설치하는 문제를 결정하기 위한 4차 적십자회담의 개최 일자도 집중 논의했다. 남북이 이처럼 합의를 위한 가속 페달을 밟은 것은 이미 지난 4일 실무협의에서 의제를 포함,많은 현안들에 대해 잠정 합의를 해놓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또 양측 모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정부 임기 전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제도적 틀’을 만들어 놓아야 하는 시급성을 갖고 있다. 특히 지난달 31일 브루나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북한과 대화 재개에 합의한 미국과 일본 등 국제사회가 장관급회담의 성과를 예의주시한다는 점도 주요한 배경이다. 남측이 군사당국자간 회담과 경의선 도로·철도 연결,금강산 육로관광 활성화를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와 함께 이번 회담의 ‘최우선 의제’로 삼은 것도 미국 등 국제사회를 겨냥한 것이다.경의선 도로·철도 건설 등은 남북 군사신뢰구축(CBM)의 상징성을 띠고 있어 제대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 미국의 회의적인 대북 시각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는 기대다. 정부 관계자는 “군사당국자 회담의 조속 개최와 경의선 연결에 대한 북측의 실천 여부는 미국이 가장 눈여겨 보고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그는“지난 5월의 2차 경제협력추진위 무산과 서해교전 등이 북한 군부의 반대와 저항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국제사회 우려를 잠재우고,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이 신뢰를 얻는 길은 군사적 신뢰구축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 ■의지보인 김령성단장/ “나는 많은걸 남겨놓고 가는 사람” “잃어버린 시간을 빨리 앞당겨야죠.” 북측 대표단 김령성 단장이 1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던진 첫마디다.2박3일 동안 열릴 7차 남북 장관급회담 전망을 짐작케 할 만한 대목이다. 김 단장은 남북당국간 대화가 9개월여 동안 끊겼음을 의식,이번 회담에서는 그동안 풀지 못한 문제들을 속전속결로 해결,구체적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읽혀진다. 김 단장은 이밖에도 남측 윤진식(尹鎭植) 대표가 공항 귀빈실에서 만나자마자 “면회소 설치,서신교환 등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성과를 내보자.”고 ‘성급한’ 제안을 했음에도 한 술 더 떠 “쌍방이 힘과 지혜를 모아 이산가족뿐만 아니라 민족에게 커다란 기쁨을 주는 알찬 열매를 이번 회담에서 거두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자.”고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김 단장은 또 “선물을 많이 가져왔느냐.”는 정세현(丁世鉉) 남측 수석대표의 농담에 “나는 많은 걸 가져와서 남겨놓고 가는 사람”이라면서 “많은 걸 놓고 가게 해달라.”라며 분위기 정지작업에도 신경을 썼다. 김 단장은 나아가 “날씨가 회담을 축복하는 것 같다.”면서 “평양도 매일 비가 내렸는데 아침부터 날씨가 좋고 비도 안 와 하늘이 축복해주고 있다.”고 날씨와 회담 전망을 연결시키기도 했다. 이같은 김 단장의 도착 발언은 향후 장관급회담에 임하는 북측의 태도와 의지 등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김 단장의 연이은 ‘화답’은 그런 측면에서 이번 회담 성과와 관련,‘상서로운 조짐’으로 이해된다. 박록삼기자 youngtan@ ■단골 빠진 대표단 면모/ 北 ‘대화일꾼' 물갈이 장관급 회담 북측 대표단의 단골 수행원 중 일부가 새 인물로 교체돼 눈길을 끈다. 사라진 인물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권호웅(권민) 내각 참사.권 참사는 90년대 말 금강산 관광 등 현대의 대북사업 협상을 전담하면서 대남사업에 얼굴을 드러낸 90년대 신진 ‘대화일꾼’으로 2000년 정상회담 이후 고위직급의 회담에는 빠짐없이 참여했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빠졌다. 권 참사는 그 동안 회담에서 남측 대표단의 서훈 청와대 국장과 공동보도문안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아 남측과의 최종 줄다리기 상대로 악역을 도맡아왔다. 이에 따라 그동안 권 참사가 해왔던 역할을 누가 맡게 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또 그동안 장관급회담에 단장 수행비서 역을 하던 계봉일씨도 이번 대표단에서는 빠졌다.계씨는 북측 대표단 중에서는 비교적 수려한 외모를 가져 2000년 10월 제주도에서 열린 제3차 장관급회담에서 여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받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장관급회담에서 경제협력문제를 담당해왔던 회담대표허수림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총사장 겸 무역성 처장 대신 이번 회담에는 김춘근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서기장이 나왔다. 그러나 수행원 중 막후 실세로 평가를 받고 있는 최승철·문창근 수행원은 이번 회담에도 얼굴을 나타냈다.이들은 작년 9월 열린 제5차 장관급회담 때 김령성 북측 단장과 함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예방하기도 했다. 남측 회담 관계자는 “북측 수행원의 변화가 대남일꾼의 교체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보직변경 등의 조치는 추측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첫회의 왜 지연됐나/ 서해교전 언급수위 실랑이? 남북한이 12일 오후 4시 예정됐던 장관급회담 1차 전체회의를 2시간이나 지연시킨 속사정은 뭘까.지난 2000년 7월 제1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도 제2차전체회의 직전 물밑접촉을 하느라 2시간30분이나 회의를 지연시킨 사례가 있어 이번에도 모종의 ‘암초’가 돌출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북측 대표단 김령성 단장이 서울 도착 직후부터 시종 ‘과감한 실천’을 강조해 이번제7차 회담이 전례없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란 기대를 던져준 상황에서 이날 회담이 지연됐기 때문에 그 배경을 둘러싼 회담장 주변의 억측은 더욱 무성했다. 우리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실무자 사이의 일정 협의 문제였다.”고 해명했다.북측 김령성 단장도 회담 직전“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그런 것은 아니다.”며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답해 회의 지연이회담 의제와는 무관함을 간접적으로 밝혔다.이봉조(李鳳朝) 남측 대표단 대변인은 “보통 3박4일로 하던 회담을 2박3일로 하면서 일어난 일정조정의 일환”이며 “각기 필요한 곳에 보고하는 등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남북 양측간에 심각한 논의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특히 우리 국민 정서가 아직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에서 기조발언에서의 서해교전 언급 수위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체회의 결과,당초 일사천리로 성과를 도출해낼 것이란 기대에 못 미친 점도 남북 양측이 군사당국자 회담 등 민감한 의제에 대한 재조율에 나섰을 것이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각기 필요한 곳에 보고하느라 시간이 걸렸다.”는 설명도 의제 재조율이 난항을 겪었을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를 실어주는 대목이다. 김수정기자
  • 6.13선택/당선자 분석/기초단체장 131명 ‘물갈이’

    6·13 지방선거 개표 결과 전국 16명의 시·도지사(광역단체장)와 232명의 시장·군수·구청장(기초단체장) 당선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처음으로 단체장을 맡게 된‘초보’다.반면 기초단체장 당선자 가운데 36명은 3선(選) 고지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초보’단체장 대거 양산- 16명의 광역단체장과 232명의 기초단체장 당선자 중절반 이상은 처음으로 단체장에 당선된 ‘신진’들이었다.광역의 경우 서울과 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경기,전북,전남 등 모두 9곳에서 민선 단체장 경험이 없는 후보들이 당선됐으며,기초단체장 선거를 통해서는 131명이 물갈이됐다.광역단체장의 경우 충남과 경남,경북지사가 3선의 영광을 안았다.기초단체장 당선자 가운데에는 36명이 3선 고지 등정에 성공했다. -재산 및 납세- 광역단체장 당선자 16명의 평균 재산은 28억 7800만원이었다.최다재산보유자는 175억 3400만원을 신고한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 당선자였다.가장 재산이 적은 사람은 김진선 강원도지사로 2억 9800만원을 신고했다.광역단체장 가운데 가장 많이 세금을 낸 사람은 이명박 당선자로 4억 1700여만원을 냈으며 안상수(安相洙) 인천시장 당선자는 78만 4000원을 내 최소납부액을 기록했다. -직업과 성별- 광역단체장 당선자 중 7명은 현역 시·도지사였으며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8명이었다.또 기초단체장의 경우 전·현직 기초단체장은 99명이고 정치인은 70명이었다. 교육자 7명,광역의원 6명,농·축산업 5명,의사·약사 4명,상업과 금융업 각 3명,변호사와 기초의원 각 2명 등의 순이었다. 광역단체장 중 여성은 한 명도 없었으며 기초단체장의 경우 부산에서만 허옥경(해운대구)·전상수(남구) 당선자 등 2명이 배출돼 눈길을 끌었다.광역의원의 경우 전체 당선자 682명(비례대표 포함) 가운데 여성은 63명으로 집계됐다. -학력·병역·전과- 광역단체장의 경우 9명은 대졸이었고 7명은 대학원졸이었다.또기초단체장 당선자 중 대졸이 86명,대학원졸도 84명이나 됐다.또 27명은 고졸 이하였으며 초등학교만 졸업한 당선자는 4명이었다. 병역의 경우 시·도지사 당선자 중 5명과 기초단체장 당선자 중 36명이 병역을 마치지 않았다. -최고령·최연소 당선자- 광역단체장 당선자 16명의 평균 나이는 59.6세였으며 가장 나이가 많은 당선자는 64세인 강현욱(姜賢旭) 전북지사 당선자였다.반면 박맹우(朴孟雨) 울산시장 당선자가 가장 나이가 적었다.또 기초단체장 가운데 최고령은 관선 구청장까지 포함해 모두 9번을 역임하게 된 정영섭(鄭永燮) 서울 광진구청장 당선자였다.최연소는 신정훈(辛正勳) 전남 나주시장 당선자였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월드컵/ 톡톡튀는 ‘응원열전’

    16강 진출을 둘러싸고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각국 축구팬들의 기상천외한 응원이 또 하나의 볼거리로 등장했다.월드컵 참가국들의 응원 백태를 소개한다. ●동물도 응원한다-프랑스/ 지난 11일 프랑스-덴마크 경기가 열린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는 살아 있는 수탉이 날갯짓을 하며 응원에 ‘동참’했다. 열성 프랑스 축구팬들이 프랑스의 상징인 수탉을 몰래 들여온 것.경기장 규칙상 장애인 인도견을 제외한 어떠한 애완동물도 가지고 입장할 수 없지만 경기장에 ‘잠입’한 이 수탉은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며 프랑스 응원단에 힘을 북돋웠다. ●샘 아저씨가 돕는다-미국/ 미국의 응원단은 ‘엉클 샘’이 이끌고 있다.축구 열기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지난 5일 포르투갈을 3-2로 꺾은 뒤 엉클 샘이 본격적으로 미국의 마스코트로 등장했다.엉클 샘은 전형적인 미국인을 상징하는 인물.성조기가 그려진 높고 하얀 중절모가 특징이다.포르투갈전에 처음 선보인 뒤 한국전에 이어 14일 폴란드전에서도 응원의 전면에 나설 예정이다.엉클 샘은 84년 LA올림픽마스코트로 사용될 정도로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혼돈 속의 질서-슬로베니아/ 악명높기로 소문난 슬로베니아의 응원 특징은 단결력.응원단의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전체를 집어삼킬 듯한 함성으로 상대팀을 압도한다.심지어 욕을 할 때조차 한 목소리를 낸다.13일 서귀포에서 열린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는 상대팀인 파라과이의 골키퍼인 칠라베르트를 향해 “×× 칠라베르트”를 연호해 경기 초반 파라과이의 기를 꺾어놓기도 했다.이 때 경기장을 뒤흔드는 효과음은 이른바 ‘딱딱이’.빙글빙글 돌리면 ‘딱딱’거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분위기를 주도한다. ●제2의 붉은 악마-코스타리카·중국/ 한국의 붉은 악마를 본뜬 제2의 붉은 악마도 등장했다.C조 조별리그 코스타리카-터키 경기가 열린 지난 9일 인천 문학경기장에는 코스타리카에서 날아온 응원단 수백명이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붉은 셔츠를 맞춰 입고 소고를 두드리며 응원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오성홍기(五星紅旗)가 국기인 중국도 마찬가지.국기 자체가 빨간색인 데다 ‘붉은색이 복을 가져다준다.’는 믿음 때문에 나팔과 북,부채 등 응원도구 일체를 빨간색으로 준비해 한국의 원조 ‘붉은 악마’를 무색케 했다. ●집단의식으로 승화시킨 응원-카메룬/ 응원에 춤은 필수.나이지리아와 세네갈 등 아프리카 국가 응원단의 대부분은 경기 시작 전부터 전통 복장을 차려입고 북을 두드리며 분위기를 돋워 아프리카 전통 집단의식을 떠올리게 했다.지난 11일 카메룬-독일전이 열린 시즈오카에서는 축구팬들이 즉석에서 승리를 바라는 전통 주술의식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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