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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계법 개정 전 ‘낙태 의사’ 처벌 유보… 미프진 구입은 불법

    성폭행 등 제외 당장 낙태 시술은 안 돼 당국 “유산유도제 허가 대비 정보 수집”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낙태죄는 사실상 사문화됐지만, 아직 낙태를 범죄로 규정한 현행법은 살아 있다. 내년 형법 등 관계법을 개정하기 전까진 의료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예상되는 논란과 문제점을 Q&A 형식으로 풀어봤다. Q.낙태 수술 의사의 1개월 자격 정지 규정은 어떻게 달라지나. A.정부는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관계법을 개정할 때까지 낙태 수술 의사의 1개월 자격 정지 행정처분을 보류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4일 “형법 조항을 위반해 1개월 자격 정지 행정처분 대상이 된 사안을 처리하지 않고 지금도 유보하고 있다”면서 “법 개정 전까지 계속 유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낙태 허용 범위 이외의 불법 낙태 수술을 한 의사에겐 1개월 자격 정지에 처하는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을 공포했다. 이에 반발해 당시 산부인과의사회는 정부가 ‘비도덕적 진료 행위’로 규정한 인공임신중절수술(낙태 수술) 전면 거부를 선언했다. 복지부 측은 “형법이 어떻게 개정되느냐에 따라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그에 따른 후속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형법 개정 후 근거 조항 자체가 사라지면 ‘낙태 수술 의사 1개월 자격 정지’ 처분 또한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Q.당장 낙태 수술 요구가 들어오면 의료 현장에선 어떻게 해야 하나. A.헌재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고 당장 모자보건법에서 허용한 경우를 제외한 낙태가 ‘합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새 법조항이 만들어질 때까진 현행법이 적용된다. 복지부는 의료 현장의 혼란을 고려해 법 개정에 맞춰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Q.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됐다면, 당장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나. A.의사의 낙태 수술과 마찬가지로 임신부의 낙태도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성폭행이나 친족에 의한 임신 등 법적 예외 사유를 빼고는 모두 불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관계법 개정 전까진 현행법에 따라 모자보건법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의 낙태만 하라는 게 헌재의 결정 취지”라고 설명했다. Q.미프진 등 유산유도제도 구입할 수 있나. A.유산유도제 구입도 아직까진 ‘불법’이다. 형법과 모자보건법이 개정되더라도 의약품이 시장에 나오려면 따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위법 사항이 해소된다고 해서 지금 인터넷에 불법 유통되고 있는 미프진 등 유산유도제가 합법화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불법 사항이 해소되고 식약처의 인허가를 받아야 약국이나 병원에 약이 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유산유도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법 개정 이후 허가 요청이 들어올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사설] 사회인식 변화 반영한 66년 만의 낙태죄 위헌 결정

    1953년 제정 이후 요지부동이었던 낙태죄가 6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어제 형법상 낙태 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20년까지 법 개정을 하라고 했다. 그 기한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낙태죄 규정은 폐지된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2012년 합헌 결정과 달리 낙태 허용 범위를 넓히자는 변화된 사회인식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1950년대 사회 분위기와 가치에 근거해 만들어진 낙태죄는 여성들의 자기결정권, 건강권, 생명권 등 기본권을 침해해 왔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국가 중 30개 국가가 본인 요청 및 사회경제적 이유에 의한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 등을 감안한다면 많이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결정이다. 합법 낙태는 2017년 기준 3787건이지만, 불법 낙태는 연간 5만건 정도로 추산된다. 많은 여성이 형법 269조 1항 ‘자기 낙태죄’에 따라 불법의 영역으로 등떠밀렸다. 제대로 된 의료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여성들이 늘어난 만큼 그들의 건강과 안전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었다. 의료인들에게 적용됐던 형법 270조 1항 ‘동의 낙태죄’ 또한 마찬가지였다. 법과 현실의 괴리를 더이상 방치하지 않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다. 물론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측면에서 낙태죄 폐지를 반대했던 이들의 입장에서는 이번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울지 모른다. 태아의 생명권 존중이라는 주장 또한 충분한 타당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임신 지속 여부에 대한 여성의 판단은 태아가 살아갈 사회경제적 조건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태어난 아이들의 삶의 조건을 공적으로 적극 부조하지 않는 사회에서 태아의 생명권을 논하는 것은 공허하거나 비현실적인 주장이 될 수밖에 없다. 종교계나 일부 시민사회에서 진행됐던 소모적인 대립은 이번 헌재 판결을 기점으로 더이상 없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세상은 여성이 경제적·사회적 불안과 공포 없이 마음 놓고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세상일 것이다. 그 과제의 실현을 위해 국가는 행복추구권에 대한 역할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남은 과제는 국회가 헌재 헌법불합치 결정의 정신을 대폭 반영해 2020년 12월 31일까지 모자보건법상 임신중절의 허용 한계를 대폭 넓힌 개정안 등 관련법을 보완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낙태죄 폐지에 따른 생명경시 풍조 등 부작용과 잘못된 인식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적절한 입법 내용도 갖춰야 한다. 또 중고등 교육 과정을 통한 더욱 구체적인 인권 교육 등도 필요하다.
  • 모자보건법 개정 작업 속도낼 듯… 과거 처벌은 소급 적용 안돼

    모자보건법 개정 작업 속도낼 듯… 과거 처벌은 소급 적용 안돼

    민주당 “조속 개정” 한국당 “후속 조치” 정의당 “임신 12주 내 허용” 법안 준비 사회·경제적 사유 허용 신규 조항 가능 수사·재판 ‘스톱’… 무혐의·무죄 가능성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 처벌 조항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며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정부와 여당은 물론 야당도 헌재 결정을 존중해 입법화에 나서겠다고 밝혀 법 개정 작업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낙태 허용 시기와 기준이 쉽게 합의될 것 같지는 않다. 만일 국회가 내년 말까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현행 처벌 조항은 자동으로 효력을 상실한다. 우선 정비해야 할 법은 위헌 판결을 받은 형법과 낙태 허용이 가능한 예외기준을 명시한 모자보건법이다. 모자보건법은 유전학적 정신장애 또는 신체 질환이 있는 경우,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일 때, 임신이 여성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우려가 있을 때에 한해 임신 24주 이내의 낙태만 허용하고 있다. 모자보건법을 개정한다면 임신 12주, 24주, 36주 등 임신 주기에 따라 낙태 허용 범위를 달리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의당은 임신 초기인 12주 이내에 임산부 요청에 따라 의사 상담을 거쳐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는 조항이 새로 들어갈 수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2018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 조사(여성 1만명 대상)’에서 낙태를 한 이유(복수 응답)로 33.4%가 ‘학업, 직장 등 사회 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32.9%는 ‘경제 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고용 불안정, 소득이 적어서 등)라고 답하는 등 다양한 사유로 낙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혼모나 원정 낙태 문제, 불법 낙태 시술로 인한 건강 문제 등 현재의 낙태 법리 체계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면서도 “낙태의 기간만 제한할 것인지 아니면 낙태를 하는 사유나 여건까지 제한할 것인지가 논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법 개정 전까지는 낙태 시술을 한 여성과 의료진에 대한 수사 및 재판이 일단 중단되거나 진행하더라도 무혐의 또는 무죄 선고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에 접수된 낙태죄 위반 사건 84건 가운데 13건만 재판에 넘겨졌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21건이 검찰에 접수됐지만 기소된 사건은 없다. 이미 처벌받은 사람들에 대해선 이날 결정이 소급 적용되진 않지만,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다. 법무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관련 부처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조속히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며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에 따라서 후속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팩트 체크] 낙태 허용해도 낙태율 상향 일시적… 美 합법화 후 16→ 29→15%

    임신 초기 중절… 출산 직전 낙태 땐 처벌 낙태때 부작용 경험 20% vs 안도감 99%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규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낙태죄 폐지를 둘러싸고 상반된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주요 쟁점의 사실 관계를 따져봤다. ①낙태죄를 폐지하면 낙태율이 올라간다 → 대체로 사실 아님 2012년 헌재는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까지 허용하면 생명 경시 풍조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해외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미국은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인 1973년 낙태를 합법화했는데 당시 16.3%였던 낙태율은 1980년 29.3%까지 높아졌다가 2014년 14.6%로 떨어졌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나영 집행위원장은 “합법화 직후에는 비율이 일시적으로 올라갈 수도 있지만, 이는 해야 할 사람들이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②출산 하루 전 아이를 꺼내 죽여도 처벌하지 않는다 → 사실 아님 일각에서는 “낙태를 허용하면 출산 직전에도 아이를 죽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헌재는 이날 결정에서 낙태를 허용할 수 있는 ‘임신 초기’를 ‘임신 22주 내외’라고 언급했다. 실제 인공임신중절은 비교적 초기에 이뤄진다.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 756명의 95.3%가 임신 12주 안에 임신중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③낙태한 여성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 판단 유보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하면 우울증이 생기고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다는 주장이 있다. 김길수 생명운동연합 대표는 “한국에서 인공임신중절 후 출혈, 요통, 복통 등 부작용을 경험한 사례가 많게는 약 20% 가까이 보고됐고 이들은 죄책감, 우울증 등 정신적 후유증까지 앓고 있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윤정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장은 “2015년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99%가 임신중지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오히려 안도감을 가장 많이 느꼈다”면서 “수술 전후 사회가 여성들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다르다”고 강조했다. ④낙태죄 폐지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해친다 → 사실 아님 낙태죄 폐지 반대 측은 낙태를 강요하는 남성에게서 아이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낙태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낙태죄는 일차적으로 부녀에게 형법상 책임을 묻는 법이기 때문에 낙태를 교사한 남편 등에 책임을 묻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또 협박, 폭행 등으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된 경우 현행법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불법 낙태, 66년간 여성의 죄만 물었다

    합법 중절 사유 확대 시도 번번이 무산 11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든 낙태죄는 일제강점기 형법의 유산이었다. 일제가 1912년 만든 조선형사령은 낙태한 여성에게 1년 이하의 징역, 의사 등 낙태에 이르게 한 자는 3개월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해방 후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낙태죄 존치를 옹호한 입법자들은 6·25전쟁 후 인구 증가의 필요성, 생명 존중, 성도덕 유지 등을 근거로 들었다. 처벌 조항은 통과됐고 낙태를 한 여성과 낙태를 도운 사람 모두를 처벌하는 낙태죄의 틀은 66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다. 형법상 죄로 규정됐지만 낙태는 암묵적으로 허용되어 왔다. 산아 제한 정책이 실시되던 1960년대에는 원치 않는 출산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정부도 인구 억제를 위해 초기 인공임신중절 비용을 지원했다. 이후 1973년 모자보건법 통과로 낙태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등 한정된 경우에만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후 합법적 인공임신중절 사유를 넓히려는 시도들이 있었으나 종교계 등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모자보건법이 1999년까지 다섯 차례 개정되는 동안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2009년에는 시행령 개정에 따라 인공임신중절 허용 기간이 임신한 날부터 28주에서 24주로 변경돼 낙태 요건이 더 엄격해졌다. 그러나 낙태는 암암리에 지속됐다. 처벌 조항이 있어도 실제 처벌은 거의 없었고, 여성들은 불법 낙태를 하는 모순적 상황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2012년 낙태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조산사 송모씨가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낙태죄는 처음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다. 2012년 합헌 결정이 내려진 지 5년 만인 2017년 두 번째 헌법소원이 제기되자 낙태죄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폭발하기 시작했다. 여성계를 중심으로 폐지 운동이 일었고 낙태죄 폐지 청와대 국민청원에 23만여명이 동의해 정부가 답변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정부에 ‘모든 임신중절의 비범죄화, 처벌조항 삭제’를 촉구하는 등 국제적 관심도 이어지며 폐지 여론을 거들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불편제거 시류 편승하면 우리세대, 훗날 고려장 대상될 수도”

    “불편제거 시류 편승하면 우리세대, 훗날 고려장 대상될 수도”

    낙태죄 합헌유지 소수의견 보니“우리 세대가 상대적인 불편요소를 제거하는 시류·사조에 편승해 낙태를 합법화한다면 훗날 우리조차 다음 세대의 불편요소로 전락해 안락사, 고려장 이름으로 제거대상이 될 수도 있다.”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한 여성과 이를 도운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며 관련 법규를 개정하라고 결정한 가운데 일부 재판관은 결정문에서 “태아 역시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라며 이같은 소수 의견을 밝혔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조용호·이종석 재판관은 ‘자기낙태죄’와 ‘의사낙태죄’는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두 재판관은 “태아와 출생한 사람은 생명의 연속적 발달과정 아래 놓여 있어 태아와 출생한 사람 사이에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출생 전의 생성 중인 생명을 헌법상 생명권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생명권 보호는 불완전한 것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생명권의 제한은 곧 생명권의 완전한 박탈을 의미한다”며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비해 태아 생명권 보호를 보다 중시한 입법자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아의 독자적 생존가능 시기를 구분한 다수의견에 대해선 “태아 생명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의 중요성은 태아의 성장상태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며 “임신중 특정한 기간엔 여성 자기결정권이 우선하고 그 이후엔 태아 생명권이 우선한다고 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할 경우 식물인간 등 병원의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사람들에 대하여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우려가 없지 않다.”고도 했다.다수의견이 언급한 낙태의 ‘사회·경제적 사유’에 관해서도 “개념과 범위가 매우 모호하고 그 사유 충족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도 어렵다”며 “결국 임신 여성의 편의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자는 것인데 이를 허용할 경우 현실적으로 낙태의 전면 허용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해 일반적인 생명경시 풍조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 허용은 결국 여성의 ‘편의’에 따라 생명박탈권을 창설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사회·경제적 사유들은 그 자체로 원래부터 존재하던 것이지, 낙태를 처벌함으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고도 했다. 이어 “헌법 전문은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라고 선언하고 있다. 성관계라는 원인을 선택한 이상 그 결과인 임신·출산에 책임져야 하는 것이 헌법정신에도 맞는다”며 “임신 여성은 ‘임신상태’란 표지를 제거해 행복을 찾을 게 아니라 태아를 살려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실에서 임신한 여성은 모성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어 국가는 낙태 형사처벌 외에 미혼부 등 남성 책임을 강화하는 ‘양육책임법’ 제정,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 모성보호정책, 임신 부부에 대한 적극 지원과 육아시설 확충 등 낙태를 선택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입법을 해야 한다”고 제도개선을 제언했다.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선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 선고의 길이 열려 있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의료업무종사자가 태아 생명을 박탈하는 시술을 한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 또한 커 벌금형을 규정하지 않은 것이 헌법상 평등원칙 위배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형법 270조1항(의사낙태죄)은 의사가 낙태시술을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한편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은 ①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②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질환이 있는 경우, ③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④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⑤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 한하여 의사가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자 포함)의 동의를 얻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② 제1항의 경우에 배우자의 사망·실종·행방불명, 그 밖에 부득이한 사유로 동의를 받을 수 없으면 본인의 동의만으로 그 수술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28조는 “이 법의 규정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받은 자 및 행한 자는 형법 제269조 제1항 제2항 및 형법 제270조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정하고 있다.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국내 낙태 2017년 기준 5만건…양육·사회활동 지장 이유

    국내 낙태 2017년 기준 5만건…양육·사회활동 지장 이유

    헌법재판소가 임신 초기(12주) 낙태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하도록 한 형법 규정을 위헌이라고 결정하고 2020년 12월 말까지 법 조항을 개정하라고 결정하면서 국내 낙태실태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1일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에 맡겨 낙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를 보면, 2017년 한 해 동안 이뤄진 낙태는 약 5만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사연은 2018년 9월 20일∼10월 30일 만 15∼44세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방식으로 낙태실태를 조사했다. 보사연에 따르면 2017년 인공임신 중절률(1000명당 임신중절 건수)은 4.8%로, 한해 시행된 인공임신중절은 약 4만 9764건으로 추정됐다. 조사 결과 낙태한 이유(복수응답)로는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가 33.4%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제 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고용 불안정, 소득이 적어서 등)’ 32.9%, ‘자녀계획(자녀를 원치 않아서, 터울 조절 등)’ 31.2% 등이었다. 다음은 ‘파트너(연인, 배우자 등 성관계 상대)와 관계가 불안정해서(이별, 이혼, 별거 등)’ 17.8%, ‘파트너가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 11.7%, 태아의 건강문제 때문에‘ 11.3% 등의 순이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성 경험이 있는 여성은 7320명(73%),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은 3792명(38%)이었다. 이 가운데 낙태 경험 여성은 756명으로 성 경험 여성의 10.3%, 임신 경험 여성의 19.9%를 차지했다. 낙태 경험 여성의 낙태 당시 평균연령은 29.4세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보면 25∼29세 227명(30%), 20∼24세 210명(27.8%)으로 20대가 절반 넘게 차지했다. 이어 30∼34세 172명(22.8%), 35∼39세 110명(14.6%), 40∼44세 23명(3.1%), 19세 이하가 13명(1.7%)이었다. 이런 낙태 추정치는 2005년 조사(34만 2433건)의 약 7분의 1, 2010년 조사(16만 8738건)의 약 3분의1수준이다. 보사연은 낙태가 줄어든 이유로 피임이 많이 보급돼 폭넓게 활용되고 응급(사후)피임약도 많이 쓰이며, 만 15∼44세 여성 인구가 계속 줄어든 점을 꼽았다. 실제로 피임 관련 조사를 보면 콘돔 사용은 2011년 37.5%에서 2018년 74.2%로 2배가량 늘었다. 경구피임약 복용도 2011년 7.4%에서 2018년 18.9%로 증가했다. 피임하지 않은 여성의 절반(50.6%)은 ’임신이 쉽게 될 것 같지 않아서‘ 피임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다음으로 ’피임 도구를 준비하지 못해서‘(18.9%), ’파트너가 피임을 원치 않아서‘(16.7%), ’피임방법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서‘(12%) 등의 순이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낙태죄 위헌’ 결론 달라질까… 헌재 11일 선고 확정

    9명 중 3명 “낙태 허용기준 개정 필요” 진보 성향 2명도 전향적인 입장 전망 ‘여성만 처벌’ 규정 폐지 요구 높아져 하급심 선고유예 잇따라 ‘사문화’ 평가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는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오는 11일 나온다. 2012년 8월 헌법재판관 의견이 4대 4로 맞서 위헌 정족수(6명) 미달로 합헌 결정이 난 지 7년 만이다. 헌재는 11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열리는 특별 선고기일에 낙태 행위에 대한 처벌을 명시한 형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을 선고한다고 8일 밝혔다. 헌재는 2017년 2월 의사 정모씨가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이 위헌인지 확인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을 접수해 심리해왔다. 형법 269조 1항(자기낙태죄)은 임신한 여성이 낙태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형법 270조 1항(동의낙태죄)은 의사나 한의사 등이 여성의 동의를 얻어 낙태 시술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에, 동의가 없었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2013~2015년 여성들의 동의를 얻어 69차례 낙태 수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씨는 “태아는 생명권의 주체가 될 수 없고 낙태 처벌 조항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헌재가 낙태 처벌에 대해 이전과 다른 결론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은애·이영진 헌법재판관이 현행 법의 낙태 허용기준이 지나치게 좁아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진보 성향인 이석태·김기영 재판관도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특히 여성만 처벌하도록 한 낙태죄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점이 헌재 판단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의뢰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임신인공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여성 1만명 가운데 75.4%가 “형법 269·27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달 18일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 생명권 등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헌재에 공식 제출했다. 최근 헌재 앞에서는 연일 시민단체 등의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법원 하급심에서도 낙태죄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논란을 거론하며 “낙태 행위에 대해 사실상 국가 형벌권의 행사를 자제해 온 상황”이라며 선고유예 판결이 잇따라 처벌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선고유예 늘어가는 낙태죄… 헌재, 처벌 조항 ‘위헌’ 결론 내릴까

    선고유예 늘어가는 낙태죄… 헌재, 처벌 조항 ‘위헌’ 결론 내릴까

    11일 특별 선고기일에 선고 가능성 높아 진보성향 재판관 늘어 전향적 입장 관측 입법으로 초기 낙태 제한적 허용 가능성 위헌 안 내리고 헌법 불합치 결론 전망도 2017년 1심 14건 중 10건 ‘선고유예’ 받아 처벌 둘러싼 ‘사회적 논의’ 염두에 둔 판결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판단이 곧 나온다. 헌재는 오는 18일 서기석·조용호 헌법재판관의 퇴임을 앞두고 11일 특별 선고기일을 열 예정이다. 이날 낙태죄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헌재 관계자는 4일 “특별 선고기일에 낙태죄 사건이 포함될지는 8일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지난해 2월 낙태죄 처벌 조항인 형법 269조와 270조가 위헌인지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 사건을 접수해 심리해 왔다. 형법 269조 1항(자기낙태죄)은 부녀자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의료진의 낙태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270조 1항(동의낙태죄)은 의사나 한의사 등이 부녀자의 동의를 얻어 낙태 시술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에, 동의가 없었을 땐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지난해 5월 공개변론을 가졌지만 재판관들이 의견을 모으지 못했고 9월 5명의 재판관이 퇴임했다. 이후 지난해 9월과 10월 새 재판관들이 취임하면서 9명 체제가 완성됐다. 특히 진보 성향의 헌법재판관들이 늘어나 전향적인 입장이 나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남석 헌재소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최상위 기본권인 태아의 생명권이 우선 보호받아야 하지만 임신 초기 단계에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도 존중돼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은애 재판관도 “현행법의 낙태 허용 범위가 지나치게 좁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준비되지 않은 임신의 경우 출산에 선택권을 부여하되 (임신)기간이나 사유에 따라 적정한 선에서 제한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중도 보수 성향으로 꼽히는 이영진 재판관도 “외국에선 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는 법이 있는 점 등을 참조해 입법정책적으로 국민 의사를 모아 결정해야 한다”는 뜻을 내놓았다. 진보 성향인 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공개적인 의견표명이 없었지만, 처벌에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다수의 재판관들이 초기 낙태의 필요성을 인정하거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낙태죄 처벌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지는 않더라도 입법으로 초기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헌법 불합치 결론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모자보건법 14조에 명시된 임신중절수술 허용 기준을 넓히라고 주문할 수도 있다. 헌재는 2012년 8월 낙태를 도운 조산사의 헌법소원 제기에 대해 낙태죄를 합헌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심리에 참여한 8명의 입장이 합헌 4명, 위헌 4명으로 팽팽히 맞섰다. 다만 위헌 정족수(6명)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후 일선 법원에서는 낙태죄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를 염두에 둔 판결이 잇따랐다. 법원에서조차 낙태죄 처벌이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7년 낙태죄로 새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8건에 불과했다. 그해 1심 판결이 선고된 14건 가운데 10건은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선고유예는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이 별다른 사고 없이 지나면 형의 선고를 면제하는 것이다. 2016년에는 24건이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25건이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13명이 집행유예, 7명은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가장 최근 유죄가 확정된 것은 지난해 4월 임신 5주 만에 임신중절수술을 받은 박모(29·여)씨 사건이었다. 수원지법 형사13단독 김효연 판사는 박씨에게 벌금 100만원형을 선고유예하면서 “낙태 처벌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라 사실상 국가 형벌권의 행사를 자제해 온 상황”이라고 판시했다. 인천지법 형사항소4부(부장 김현미)도 지난해 1월 “여성의 자기 결정권 및 태아의 생명권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있다”며 임신 9주에 임신중절수술을 받은 김모(28·여)씨와 시술 의사 권모(67)씨에게 각각 벌금 100만원형과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여성 처벌 끝내야”vs“태아 위협은 비극”…서울 도심 곳곳 낙태죄 찬반집회

    “여성 처벌 끝내야”vs“태아 위협은 비극”…서울 도심 곳곳 낙태죄 찬반집회

    이르면 다음달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한 결정이 예정된 가운데, 주말을 맞아 서울 도심에서 낙태죄를 둘러싼 찬반 집회가 열렸다. 이들을 찬반 집회에서 “국가의 필요에 따라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역사를 종결하자”거나 “가장 힘없는 약자인 태아 생명권을 위협하는 것은 비극”이라고 양측 주장이 팽팽히 엇갈렸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민주노총 등 23개 단체가 모여 만든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30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카운트다운! 우리가 만드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라는 이름으로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형법 제269조 폐지’, ‘낙태죄 폐지’라고 적힌 검은색 망토를 입거나 ‘낙태죄 위헌’, ‘낙태죄 폐지 새로운 세계’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집회가 끝난 뒤 광화문광장과 안국동 등 도심 일대를 행진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국가의 필요에 따라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징벌하며 건강과 삶을 위협해온 역사를 종결할 것”이라며 “임신 중지를 전면 비범죄화하고 안전한 임신 중지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국가는) 다양한 상황에 놓인 사회구성원들이 아이를 낳을 만한 사회적 조건을 마련하지 않고, 여성을 처벌하는 것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아이를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 모두를 보장받을 수 있는 인권 존중의 사회를 향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안전한 의료서비스와 복지제도를 통해 누구나 더 나은 삶을 위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한 대학생은 “현재 출산지원정책은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을 만든 것 같지만 정상적인 가족에게도 부족한 정책이고, 미혼모 입장에서는 더욱 심각한 문제”라며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하면서도 막상 아이를 낳으면 몸을 함부로 굴린 여자 사고친 여자가 되는 현실이 과연 바람직한 사회인가”라고 반문했다.이날 집회에 참석한 전남대 페미니즘학회 ‘팩트’의 수진씨는 “여성이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원하는 바에 따라 아이를 낳는 사회를 요구한다”며 “여성은 자궁이 아니다. 형법 269조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학교 밖 청소년이던 시절 임신 3∼4주 때 임신 사실을 알고 20살 지인에게 신분증을 빌려 임신 중절 수술을 받았다는 ‘라일락’씨는 “이 사회가 청소년도 성적 욕망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고 포괄적으로 성교육을 해야 한다고 본다”며 “임신 중절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학교 밖 청소년과 성소수자 청소년에게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상은 청소년에게도 안전하고 주체적인 임신 중절을 보장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청소년으로서 받은 부당한 낙인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준비 안 된 ‘임신·출산’…곳곳에서 버려지는 아기들 비슷한 시각 낙태죄 폐지 집회가 열린 곳의 맞은편인 원표공원에서는 낙태죄 존치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이들은 성명서에서 “가장 작고 힘없는 사회적 약자인 태아들의 생명권이 가장 안전해야 할 모태 속에서 위협받는 것은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어떤 테러와 집단학살 못지않은 최악의 비극”이라며 “낙태죄라는 명백한 기준이 헌법에서 사라지는 순간 우리 사회는 핸들이 고장 난 자동차처럼 결코 침범해서는 안 되는 생명윤리의 중앙선을 마구 넘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헌법에서 낙태죄가 사라진다면 우리나라는 낙태의 천국이라고 하는 오명을 벗을 수 없으며 생명윤리가 땅에 떨어져 사회의 도덕적 타락, 성적 문란과 생명 경시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위헌 판결이 내려졌을 때 일어나게 될 사회문화적, 의료적, 윤리적 파장은 엄청나고 더 나아가 인간 생명에 대한 의식조차 바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은희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 대표는 “태아가 생명이 아니라 세포덩어리라면서 낙태 합헌을 주장하는 하는 사람들이 급진 성평등 세력”이라며 “낙태 합법화가 될경우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일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회에 8살 딸과 8개월 막내를 데리고 나온 ‘5명 다둥이 엄마’ 이신희(43)씨는 “낙태가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낙태는 어떤 이유에서건 허용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팩트체크 저널리즘(김양순 외 5명 지음, 나남 펴냄)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가운데 저널리즘이 지켜야 할 ‘팩트 체크’의 개념과 기법을 알려 주는 책. 내일신문 정재철 기자, KBS 김양순 기자 등 현직 언론인들과 박아란 언론재단 선임연구원 등 전문가들이 참여해 실전 경험과 이론을 조화했다. 312쪽. 2만원.인간의 성에 관한 50가지 신화(페퍼 슈워츠·마사 켐프너 지음, 고경심 외 2명 옮김, 한울엠플러스 펴냄) 어느덧 신화가 돼 버린 성에 관한 편견을 뒤집는 저작. 각각 워싱턴대 사회학 교수, 성 건강 전문가인 저자들은 피임약과 임신중절, 동성애자의 육아와 일생, 남녀의 생식기 등에 관한 편견들에 대해 사회학·심리학·생물학 연구 기록과 실례를 들어 알기 쉽게 파헤쳤다. 464쪽. 3만 9500원.도시로 읽는 조선(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 글항아리 펴냄) 한반도의 도시들이 어떻게 역사 속 특별한 장소가 됐는지 사료에 입각해 재현했다. 한양을 시작으로 전통문화의 보고인 전주, 천혜의 자연을 품고 조선의 학자들을 키워낸 변산, 제국주의 질서 속 조선의 위치를 명백히 보여 주는 인천 등 아홉 곳의 도시를 톺아본다. 272쪽. 1만 8000원.아메리카의 망명자(아리엘 도르프만 지음, 황정아 옮김, 창비 펴냄) 칠레 사회민주화운동에 참여하고 군부독재에 저항한 세계적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의 망명기를 담은 회고록. 1973년 9·11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망명길에 나선 후 파리와 암스테르담을 거쳐 다시 아메리카로 귀환한 자신의 여정을 2001년 두 번째 9·11을 겪은 다음의 시점에서 돌아본다. 480쪽. 1만 6000원.소년을 위한 재판(심재광 지음, 공명 펴냄) 서울가정법원의 소년부 판사인 저자가 소년법과 소년보호제도를 설명한 책. 요즘 소년들이 저지르는 잘못은 무엇인지, 소년보호재판은 형사재판과 어떻게 다른지, 소년법의 문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 만화를 곁들여 상세히 설명한다. 344쪽. 1만 7000원.빈센트 나의 빈센트(정여울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지난 10년간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도시 곳곳을 찾아다니며 기록한 빈센트 반고흐의 흔적을 기록한 에세이집. 세간의 외면과 오해, 비난과 멸시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림을 그린 고흐. 그를 알아가는 여정은 예술과 문학에의 탐구이자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었노라 작가는 고백한다. 356쪽. 1만 6000원.
  • “애 안 낳는 젊은세대 타박만 해서 될 일인가… 사회부터 변화해야”

    “애 안 낳는 젊은세대 타박만 해서 될 일인가… 사회부터 변화해야”

    맞벌이하며 두 명의 아이를 키우는 처지에서 보면 저출산은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 경제·사회적 압력에 대한 개인과 가족의 합리적인 대응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선뜻 누구에게 아이를 키우는 기쁨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이를 가질 것을 권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저출산은 극복해야 할 과제인가. 아니면 사회가 저출산 현상에 적응해야 하는가. 저출산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 세대를 타박하며 사회적 압력을 더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일자리 등 인간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주지 못하는 사회가 저출산을 걱정할 자격이 있을까. 저출산과 관련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차분한 검토가 우선되어야 한다.●한국, 세계 최저 출산율 0.98명 기록 2018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8명을 기록하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국 가운데 합계출산율 0명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1971년 100만명이 넘는 신생아가 태어났으나, 2018년에는 32만 7000명에 그쳤다. 50년도 안 되어 3분의1 토막이 난 셈이다. 2020년대 중반부터는 출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어지면서 인구 자연 감소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1] 출산율 하락의 원인은 가임여성의 감소, 출산연령 상향, 혼인 감소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주 출산 연령인 만 30~34세 여성 인구는 2017년 16만 9000명에서 2018년 15만 6000명으로 5% 감소하였다. 여기에 평균 출산연령은 32.8세로 2017년에 비해 0.2세 높아졌으며, 혼인건수는 2012년 이후 매해 감소하고 있다. 20~49세 여성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9%는 독신이다. 2000년 29.6%이던 여성 독신자 비율은 2016년 49%로 높아진 것이다. 최근에는 결혼 적령기 남성의 결혼 감소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남성 결혼 적령기로 분류되는 만 30~34세 남성의 결혼건수는 2017년에 2016년에 비해 10.3% 감소하였다. 출산율이 높아질 어떠한 희망도 보이지 않는 것이 2019년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그림 2]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 대책을 수립 시행하면서 지금까지 15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문재인 정부도 저출산 대책 명목으로 집행된 예산이 60조원이다. 출생아 한 명당 투입된 예산은 2006년 465만원에서 2018년에는 6669만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그렇지만 저출산 기조가 바뀌기는커녕 더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합계출산율 2명은 돼야 현재 인구 유지 가능 합계출산율 2명은 현재의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간주된다. 우리나라에서 합계출산율 2명선이 무너진 것은 언제일까? 1970년 4.53명을 기록하였던 합계출산율은 13년 후인 1983년 2.06명을 기록하며 급속히 낮아졌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 시기부터 인구관리정책이 시행되어야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1983년 7월 29일 인구시계가 4000만명을 넘어서자 신문들은 ‘핵폭탄보다 더 무서운 인구폭탄’이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전두환 대통령은 40명의 가족계획 유공 의사를 초청해 인구정책을 거국적으로 추진할 것을 강조하였으며, 가족계획협회는 인구 증가 억제를 위해 2자녀 영세민을 대상으로 임신중절을 확대할 것을 정부에 건의하였다. 출산 억제에 초점을 맞춘 인구정책은 그 이후에도 한참 유지되다가 1996년에야 산아제한정책이 폐지되었다. 정책의 관성이 현실의 판단을 불가능하게 한 것이다. 권위주의 정부의 정책 집행력을 감안할 때 만약 1980년대 중반 인구정책을 전환했다면 다른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21세기를 맞이한 2001년과 2002년 우리 사회는 다시 급격한 출생아 감소라는 충격을 경험하였다. 2001년 마이너스 14.35%의 가장 큰 출생아 감소와 더불어 연간 신생아 60만명 선이 무너졌다. 2002년에는 출생률 마이너스 12.76%의 감소와 더불어 출생아 수가 40만명대가 되었다. 1983년과는 달리 당시 참여정부는 2005년 저출산고령화기본법 제정, 2006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였으나 추세를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 이후 20015년까지 43만~45만명을 유지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던 출생아 수는 2016년 40만명을 턱걸이한 후 결국 2017년 35만 7000명, 2018년 32만 6000명을 기록하면서 2000년대 초반과 유사한 급속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출생아 수의 감소는 지속적인 흐름이 아니라 계단형으로 급격하게 추락하기 때문에 미리 대응하는 것이 힘들다.[그림 3] ●비혼 관계의 출산 꺼리는 문화적 배경도 한 몫 저출산의 원인에 대해서는 육아시설 부족, 양육비용 부담 등 보육환경이 문제라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육아와 관련된 제도를 정비하고, 출산 및 양육과 관련한 더 많은 복지제도가 시행된다면 저출산 추세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폴란드의 경우 자국 내 합계출산율은 1.4명 수준인데 비해 복지수준이 양호한 영국이나 독일에 거주하는 폴란드인들은 2.1명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의 국민은 출산·양육 및 복지제도가 우리나라보다 더 잘 갖춰진 나라에 가더라도 여전히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2017년 미국에서 여성 1000명당 신생아 수를 인종별로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인의 경우 1.597명으로 평균 1.765명보다 낮음은 물론 백인, 히스패닉 등 모든 인종을 통틀어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였다. 캐나다에서도 이민 1세대와 이민 2세대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인들의 출산율은 0.79~0.87명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 결과의 원인에는 비혼 관계의 출산을 극도로 꺼리는 문화적 배경이 있다. OECD 평균 혼외출산율은 39.9%를 기록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1.9%에 불과하다. 프랑스,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은 혼외출산율이 50%를 넘어서고 있으며, 이러한 높은 혼외출산율이 안정적인 출생률 유지에 큰 도움을 준다. 한국의 사회·문화적 환경을 고려해봤을 때 이러한 높은 혼외출생률을 기대하기 힘든 만큼 단순한 출산 및 양육환경의 개선을 통해 저출산 현상을 극복하겠다는 목표는 가까운 미래에 달성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마카오 등 동아시아 국가들 모두 ‘골머리’ 시야를 넓혀 우리 주변의 동아시아 국가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저출산으로 고민하고 있다. 인구밀도가 높은 마카오(0.95명), 싱가포르(0.83명), 대만(1.12명)이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1.6명) 역시 계속 낮아지는 출산율로 고민하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많은 인구에 기반한 저렴한 인건비, 높은 인구밀도를 통한 효율성의 극대화를 통해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대도시 주택가격 상승과 과도한 교육열로 극심한 경쟁과 스트레스를 유발하였다. 이러한 경쟁에서 낙오한 다수가 발생하였으며, 결국 이는 경제적 양극화, 그리고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의지를 상실하게 해 저출산을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청년들에 대한 일자리 공급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이 세대들은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경쟁에 출전하는 대신 경기장을 떠나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그림 4] 노동자가 파업을 통해 사용자에게 자신의 요구와 의지를 받아들여 줄 것을 요구하는 것처럼, 동아시아의 청년세대들 역시 ‘출산과 결혼 파업’을 통해 기존 체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은 우리 사회를 무너뜨릴 시한폭탄 같은 존재로 간주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저성장, 저소비, 저고용이 가속화되면서 경제활력이 감소하고, 군 병력이 부족해지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회보장체계가 붕괴할 것이라는 공포스러운 전망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연 그럴까? 한국 경제는 세계적으로 높은 대외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율은 84%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높은 대외의존도는 반대로 국내 소비에 기반한 내수의존도가 낮은 효과를 거둔다. 인구의 감소가 발생해도 경제적 위축은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상 크지 않으며, 대외교역의 비중 확대 등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 국민연금도 피라미드형 인구구조와 제조업 위주의 완전고용을 전제로 한 역사적으로 매우 드문 상황을 기본으로 간주한 복지체제로서 인구 및 고용형태의 변화를 감안해 보았을 때 지속 가능성은 높지 않다. 후속세대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않는 복지체계를 마련한다면 저출산은 결코 복지사회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다. 다소 냉소적일 수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 한국사회의 청년 실업, 임금 불평등, 주택가격 상승, 환경오염 등의 문제는 인구감소로 해결될 수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등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발전은 일차적으로 인간을 노동에서 배제하는 쪽으로 흘러가며, 이후 새로운 직업과 시장을 만들어내면서 새로운 고용이 필요한 흐름을 보여온 것이 산업혁명 이후 기술진보의 일관된 흐름이다. AI와 로봇기술의 발전은 인간이 담당하고 있던 노동의 영역을 급속히 대처한다. 독일 아디다스의 스피드팩토리는 기존 인력의 60분의1 수준인 10명으로 연간 50만 켤레의 신발을 생산한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800개 직업의 2000개 작업 가운데 45%(2조 달러 규모)는 자동화가 가능한 것으로 분류된다. 가까운 미래에 일자리의 감소된다는 의미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모두 AI와 로봇기술의 발전에 힘쓰며 동시에 인간의 일자리 보호를 고민한다. 일자리 감소보다 더 빠른 출생의 감소는 오히려 기술발전 탓에 발생할 갈등을 최소화해 더 빠른 변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저출산은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미래의 부담을 덜어주는 긍정적 요소라 할 수 있다. ●결혼 제도에 기대지 않아도 평등한 삶 살도록 북유럽 등 비교적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산업국가의 공통점은 사람을 귀중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지금의 저출산 흐름은 내가 겪고 있는 고통과 어려움을 다음 세대에 넘겨주지 않으려는 집단적 인식의 결과이다. 단순히 어린이집이 더 많아지고, 학교에서 더 늦게 아이들을 봐준다고 해서 아이를 낳고 키울 만한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더 안전하고 쾌적하게 삶을 살 수 있고, 타의에 의해 경쟁에 내몰리지 않으며, 결혼이라는 제도에 기대지 않아도 평등하게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남을 밟고 올라서지 않아도 존중받으며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일 것이다.
  • “낙태죄 처벌도, 낙태 허락도 거부” 낙태 위헌 촉구 나선 여성단체

    “낙태죄 처벌도, 낙태 허락도 거부” 낙태 위헌 촉구 나선 여성단체

    여성들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낙태죄 위헌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낙태에 대한 처벌도 허락도 거부한다면서 여성의 인권을 지켜달라고 주장했다.‘세계 여성의 날’인 8일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100일 동안 낙태죄 위헌 판결을 촉구하며 헌재 앞에서 1인 시위를 열어왔다. 이 시위는 오는 4월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시위에 참석한 여성들은 임신을 중지한 여성을 형사처벌하고 범죄화하는 낙태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최 측은 “우리는 낙태에 대한 처벌도 허락도 거부한다”며 “국가의 인구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우생학적 모자보건법 안에서 인공임신중절 사유를 허락받고,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머무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여성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 데에는 저마다의 복잡하고 다양한 맥락이 있다”며 “그 맥락을 가장 숙고하여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것은 여성 그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유독 여성의 임신중지에 대한 결정에서만 ‘정말로 책임 있는 결정인지’를 법을 통해 다시 묻고 국가의 허락을 거쳐야 가능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라며 “여성의 주체적 선택을 규율하는 낙태죄는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여성을 위한 여러 행사가 열렸다. 광화문 광장에서는 탈연애선언이 주최하는 ‘정상연애’ 장례식 퍼포먼스가 열렸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남성중심주의로 한정된 정상 연애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자”고 주장했다. 또 청소년 페미니즘모임과 노동당은 성평등 학교를 만들자는 메시지를 담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김정훈 전 여자친구 “친자확인 자체가 2차 가해” 주장

    김정훈 전 여자친구 “친자확인 자체가 2차 가해” 주장

    가수 출신 배우 김정훈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그의 전 여자친구 측이 김정훈의 친자확인 자체가 2차 가해라고 주장했다. 4일 방송된 MBC ‘섹션TV’에서는 UN 출신 김정훈이 교제 중이던 여자친구에게 피소한 사건을 다뤘다. 김정훈의 전 여자친구 A씨는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법에 약정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김정훈과 교제하던 중 임신을 했고 김정훈이 임신 중절을 종용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김정훈이 임대차보증금 1000만원과 월세를 해결해준다고 했지만, 계약금 100만원만 지급한 후 연락이 끊겼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수진 변호사는 ‘섹션TV’와의 통화에서 “청구가 인용될 경우, 즉 김정훈 측이 패소할 경우 약정금에 대한 판결 원리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훈은 원만하게 해결하고 ‘친자일 경우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상대방 측은 친자 확인이 필요하다는 주장 자체가 2차 가해라고 주장하고 있어 연예인으로서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김정훈의 소속사 측은 지난 1일 친자일 경우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소속사는 “김정훈은 여성분의 임신 소식을 지인을 통해 접한 이후 임신 중인 아이가 본인의 아이로 확인될 경우 양육에 대한 모든 부분을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는 뜻을 수차례 여성분에게 전달한 바 있다”면서 “그러나 서로간의 의견 차이로 인해 원활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정훈과 소속사는 앞으로 이 사안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어 “반대로 이번 일과 관련해 허위 사실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모든 법적 대응을 하겠다”면서 “팬분들과 연애의 맛 제작진, 그리고 이번 일로 상처받으셨을 김진아씨에게도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김정훈, “내 아이면 책임질 것” 3일 만의 공식입장 [전문]

    김정훈, “내 아이면 책임질 것” 3일 만의 공식입장 [전문]

    김정훈이 3일 만에 공식입장을 내놨다. 28일 오후 김정훈의 소속사 크리에이티브 광은 “김정훈은 여성 분의 임신 소식을 지인을 통해 접한 이후, 임신 중인 아이가 본인의 아이로 확인될 경우 양육에 대한 모든 부분을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는 뜻을 수차례 여성분에게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서로 간의 의견 차이로 인해 원활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김정훈과 소속사 크리에이티브 광은 앞으로 이 사안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끝으로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과 ‘연애의 맛’ 제작진, 그리고 이번 일로 상처받으셨을 김진아 씨에게도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26일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훈은 연인 관계이던 A씨에게 지난 21일 약정금 청구소송을 당했다. A씨가 제출한 고소장에는 김정훈이 내주기로 한 임대차보증금 잔금을 청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김정훈이 A씨에게 임신 중절을 종용했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김정훈이 A씨를 위해 내주기로 약속한 임대차보증금은 1000만 원이다. 김정훈은 100만 원을 내준 이후 A씨와 연락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훈과 소속사 측은 이와 관련해 그 어떤입장도 밝히지 않아 논란이 됐다. 다음은 김정훈 소속사 크리에이티브 광 공식입장 전문 정확한 소장 내용 확인을 위해 오늘에서야 공식 입장표명을 하게 된 점 죄송합니다. 김정훈은 여성분의 임신 소식을 지인을 통해 접한 이후 임신 중인 아이가 본인의 아이로 확인될 경우 양육에 대한 모든 부분을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는 뜻을 수차례 여성분에게 전달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간의 의견 차이로 인해 원활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김정훈과 소속사 크리에이티브 광은 앞으로 이 사안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반대로 이번 일과 관련해 허위 사실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모든 법적 대응을 하겠습니다. 끝으로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과 연애의 맛 제작진, 그리고 이번 일로 상처받으셨을 김진아씨에게도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불편한 소식으로 상심하셨을 모든 분들께도 다시 한번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김정훈 피소, 김진아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저는 괜찮아요”

    김정훈 피소, 김진아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저는 괜찮아요”

    김정훈이 전 여자친구에게 피소된 가운데, ‘연애의 맛’에 김정훈과 함께 출연했던 김진아가 심경을 밝혔다. 27일 김진아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댓글에 “저 괜찮아요. 막판에 괜히 고생하신 제작진 분들만 욕 먹고 할 때마다 답답했는데 차라리 다행이죠 뭐”라고 남겼다. 김진아는 “(인스타그램 계정) 비공개나 댓글 닫으라고 걱정 많이들 해주시는데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오롯이 제 공간인 이 곳. 언젠가는 다시 열텐데 그 때 또 이 일 상기될 것 같아서 짜증도 나고 제가 숨을 이유는 없으니까 싶다”고 말했다. 김진아는 이어 “어머니 아버지 새벽부터 저 걱정하셔서 잠 안 온다고 연락 오실 때 그 때만 좀 울었지 사실 저는 괜찮아요. 구설수 오르는 게 좀 힏믈기는 한데..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덧붙였다.앞서 26일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훈은 연인 관계이던 A씨에게 지난 21일 약정금 청구소송을 당했다. A씨가 제출한 고소장에는 김정훈이 내주기로 한 임대차보증금 잔금을 청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김정훈이 A씨에게 임신 중절을 종용했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김정훈이 A씨를 위해 내주기로 약속한 임대차보증금은 1000만원이다. 김정훈은 100만원을 내준 이후 A씨와 연락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 이후 김정훈 소속사 크리에이티브광 측은 “현재 사실 관계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정훈이 김진아와 함께 출연했던 TV조선 ‘연애의 맛’ 측은 “김정훈이 프로그램 출연 전 사전 인터뷰 당시, ‘연애를 안 한 지 2년이 넘었다’고 말하며 연애에 대한 각별한 의지를 보였다. 제작진은 그 진정성을 믿고 프로그램 출연을 진행했다”며 “기사를 통해 (김정훈 피소) 소식을 접했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당혹스럽다. 빠른 시일 안에 사실 확인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TV조선 ‘연애의 맛’ 방송 캡처, 뉴스1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김정훈 피소, ‘연애의 맛’ 측 “진정성 믿었는데..당혹스러워”

    김정훈 피소, ‘연애의 맛’ 측 “진정성 믿었는데..당혹스러워”

    김정훈이 전 여자친구에게 피소된 가운데 ‘연애의 맛’ 측이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26일 TV조선 예능 ‘연애의 맛’ 측은 “김정훈이 프로그램 출연 전 사전 인터뷰 당시, ‘연애를 안 한 지 2년이 넘었다’고 말하며 연애에 대한 각별한 의지를 보였다. 제작진은 그 진정성을 믿고 프로그램 출연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기사를 통해 (김정훈 피소) 소식을 접했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당혹스럽다. 빠른 시일 안에 사실 확인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26일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훈은 연인 관계이던 A씨에게 지난 21일 약정금 청구소송을 당했다. A씨가 제출한 고소장에는 김정훈이 내주기로 한 임대차보증금 잔금을 청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김정훈이 A씨에게 임신 중절을 종용했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김정훈이 A씨를 위해 내주기로 약속한 임대차보증금은 1000만원이다. 김정훈은 100만원을 내준 이후 A씨와 연락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 이후 김정훈 소속사 크리에이티브광 측은 “현재 사실 관계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김정훈은 최근 TV조선 ‘연애의 맛’에 출연한 바 있다. 사진=뉴스1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김정훈, 임신한 전 여친 집 구해준다 해놓고,,‘연락 두절?’

    김정훈, 임신한 전 여친 집 구해준다 해놓고,,‘연락 두절?’

    그룹 UN 출신 방송인 김정훈이 임신한 전 여자친구에게 피소됐다. 26일 UN 출신 방송인 김정훈이 전 여자친구에게 피소됐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소속사 측이 상황을 파악 중이다. 한 매체에 따르면 김정훈이 여성이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임신 중절을 권유했다. 또 집을 구해주겠다고 했지만, 임대보증금을 내주지 않은 채 연락이 두절 됐다는 것. 이에 대해 김정훈 소속사 크리에이티브광 측 관계자는 이날 “확인 중이다”며 “사실 확인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훈은 최근 시즌 종료한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연애의 맛’에 출연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월드피플+] 뇌 2%밖에 없다던 소년이 보여준 기적같은 행보

    [월드피플+] 뇌 2%밖에 없다던 소년이 보여준 기적같은 행보

    뇌가 없다던 소년이 숫자를 세고 서핑을 배우는 등 기적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영국 ITV 아침프로그램 ‘굿모닝 브리튼’에는 기적의 소년이라 불리는 노아 월(6)이 출연했다. 노아는 뇌가 없어 살지 못할 거라던 의사들의 진단을 뒤집고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노아는 이제 걷는 법과 스키 타는 법을 배우고 싶어한다. 잉글랜드 컴브리아 주 출신인 롭 월과 셸리 월 부부는 임신 3개월 차에 태아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 노아는 척추이분증과 그에 따른 수두증(뇌수종)을 앓고 있었으며 희귀 염색체 이상이 동반된 상태였다. 척추이분증은 척추의 특정 뼈가 불완전하게 닫혀있어 척수 부분이 외부에 노출되는 선천적 기형이다. 척추이분증으로 인해 수두증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수두증은 뇌척수액 순환로 일부가 막히면서 뇌압이 상승하고 뇌 발달이 막히는 질병이다. 수두증은 태아 5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며 원인과 발병양상이 천차만별이다. 의사들은 노아의 뇌가 없거나 있어도 보통의 2%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며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진단했다.월 부부는 다섯 차례에 걸쳐 의사들에게 중절 수술을 권유 받았으나 끝까지 노아를 포기하지 않았다. 노아의 아버지 롭은 “우리는 아기를 포기하는 걸 고려해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젊은 사람들이었다면 어떤 쪽으로든 선택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을 수 있지만, 우리는 나이 든 부모였다. 노아를 꼭 낳고 싶었고 다행히 우리는 매우 긍정적인 편이었다”고 설명했다. 놀랍게도 노아는 제왕절개 수술을 위해 모여있던 12명의 의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보란듯이 스스로 세상 밖에 나왔다. 셸리는 “아기는 놀라울 만큼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우리는 거기서 노아의 강인함을 엿봤다”고 전했다. 노아가 태어나자 월 부부는 아들을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두뇌센터로 옮겼다. 그곳에서 노아는 신경생물물리학을 기반으로 한 인지운동과 물리치료 등 뇌훈련을 받았다. 롭은 “그 치료는 일반적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치료가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는 노아에게 삶의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다행히 치료에 효과가 있었고 노아가 세살이 되었을 때 노아의 뇌는 80% 가까이 회복돼 있었다. 롭은 “몸의 신경계를 교정하고 치유하는 뇌의 능력은 놀라웠다. 많은 의사들은 노아의 뇌가 발달하지 못할 거라고 했지만 노아는 이제 스스로 일어설 줄도 알고 숫자도 셀 줄 안다”며 벅찬 모습을 보였다. 이어 노아의 뇌가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기 때문에 심각한 정신장애가 동반될 가능성이 높지만 해맑은 아들의 모습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 노아가 아직은 휠체어에 묶여 있지만 언젠가 스스로 걷고 원하는대로 스키도 탈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월드피플+] 미국판 ‘오체불만족’…팔다리 없이 태어난 아기의 기적 생존기

    [월드피플+] 미국판 ‘오체불만족’…팔다리 없이 태어난 아기의 기적 생존기

    희귀 질환을 가진 태아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엄마와 그런 엄마의 바람대로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아기의 이야기가 감동을 주고 있다. 데일리메일은 지난 12일(현지시간) 팔과 다리 없이 태어난 아기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플로렌스 출신인 재스민 셀프(24)는 지난해 4월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호텔 프론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남자친구와 임신에 대해 상의했지만 근무에 치어 병원 검진을 받지는 못했다. 8월이 되어서야 병원을 찾은 그녀는 뜻밖의 이야기에 큰 충격을 받았다. 초음파 검사 결과 태아는 팔과 다리가 없는 희귀 유전 질환인 ‘테트라 아멜리아 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재스민은 “임신 5개월이 되어서야 병원을 찾았다. 너무 늦게 병원을 찾은 탓에 아기가 아픈 건 아닌가 싶어 눈물을 쏟았다”고 말했다. 재스민의 주치의는 슬픔과 죄책감에 빠진 그녀를 위로하는 한편,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적으니 아기를 포기하라고 조언했다.‘테트라 아멜리아 증후군’은 양쪽 팔과 다리가 없는 것이 특징인 매우 드문 유전 질환이다. 이 증후군은 사지가 없을 뿐 아니라 얼굴이나 머리, 심장, 폐, 신경, 뼈, 비뇨기, 성기 등 다른 부분의 기형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 증후군을 가진 태아는 임신 중 유산되거나 출생 직후 대부분 사망한다. ‘오체불만족’으로 유명한 일본 작가 오토다케 히로타다가 바로 이 테트라 아멜리아 증후군을 앓고 있다. 재스민의 아기 역시 생존 가능성은 희박했고 그녀는 중절 수술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실제로 워싱턴에서 수술 날짜까지 받은 재스민은 그러나 차마 뱃속 아기를 지울 수 없었고, 지난해 9월 29일 임신 29주 만에 제왕절개수술로 아들을 출산했다. 아기는 수술 중 문제로 산소와 영양분 공급이 차단돼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얼마 후 안정을 되찾았고 재스민의 품에 안겨 집으로 돌아갔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기적적으로 생존한 아기 RJ 윌슨은 현재까지도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재스민은 “팔다리가 없다는 것만 빼면 윌슨은 모든 면에서 평범한 아기이다. 매우 잘 웃고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과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녀는 “사람들은 윌슨의 증상에 대해 많이 궁금해한다. 이웃집 소녀는 윌슨이 학교에는 다닐 수 있는지 묻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스민은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윌슨에 대한 관심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녀는 “선입견이 있더라도 일단 아들에 대해 직접 물어봐주는 게 편하다. 내가 그들의 편견을 깨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 꾸준히 아들의 상태를 세상과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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