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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수·금 황우여, 월·목 정의화 회의주재…‘어정쩡한 투톱 체제’

    화·수·금 황우여, 월·목 정의화 회의주재…‘어정쩡한 투톱 체제’

    한나라당 신(新)주류와 구(舊)주류 간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 국면이 11일 가까스로 봉합됐다. 소장파 등의 지지를 받고 있는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가 공석인 당 대표 권한을 대행하는 대신 전 지도부로부터 비상대책위원장에 선임된 정의화 국회 부의장은 기존 최고위원회의 의결권을 확보하는 데 합의하면서다. 비대위는 전당대회 준비 권한과 당 쇄신을 위한 검토 역할도 맡았다. 당규상의 대표 권한은 황 원내대표와 정 부의장이 협의해서 결정하도록 했다. 다만 내용 면에 있어선 소장파와 친박(친박근혜)계가 연대한 신주류와 황 원내대표의 우세승으로 분석된다. 주도권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당초 지난 7일 안상수 전 대표 등 전임 지도부가 의결한 내용에 따르면 비대위원장이 사실상 당 대표직을 승계토록 했다. 원안대로라면 원내대표는 13명이 참여하는 비대위의 당연직 위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이번 봉합이 임시 방편일 뿐이라는 관측도 있다. 특히 중요 당무를 황 원내대표와 정 부의장이 협의해서 결정하도록 한 부분과 관련, ‘어정쩡한 투톱’ 체제라는 지적이다. 각각 소장파와 친이(친이명박)계의 입장만 대변하려 한다면 사사건건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 사무처 유권해석 ‘주효’ 신주류와 구주류의 갈등 봉합까진 4선 이상 중진들의 설득과 중재, 당 사무처의 유권해석이 주효했다. 6선의 홍사덕·정몽준 의원, 4선의 이해봉(상임전국위 의장)·이경재·이윤성·김무성·김영선·남경필 의원 등 중진의원들이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황 원내대표, 정 부의장, 정희수 제1사무부총장과 함께 2시간여에 걸친 회의 끝에 합의안을 도출해 냈다. 중진 의원들은 먼저 정 부총장과 여상규 당 법률지원단장에게서 당헌 관련 규정에 대한 유권해석을 보고받았다. 정 부총장 등은 “지도부 사퇴에 따라 공석이 된 당 대표직은 원내대표가 대행하는 것이 현행 당헌·당규에 부합한다. 다만 최고위에서 지명한 비대위원장은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유권해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홍사덕·이윤성·김영선 의원 등이 “전례에 따라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 권한을 대행하는 게 옳다.”는 개별 의견을 냈지만, 김무성 의원 등의 중재로 유권해석에 따르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양측은 회의에서 정 부의장이 매주 월·목요일 열리는 기존의 최고위원회의를, 황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화요일)·최고-중진연석회의(수요일)·주요당직자회의(금요일)를 각각 주재하기로 합의했다. 중진회의에서 이미 결론을 내린 뒤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는 ‘싱겁게’ 진행됐다. 당초 친이계와 신주류의 치열한 격돌이 예상됐으나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중진회의의 결론을 추인했다. 비대위 회의에는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대신해 원내수석부대표와 선임 정책위부의장이 참석하기로 했다. 의총을 마친 뒤에는 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참여하는 쇄신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가 공식 발족했다. 남경필(4선), 권영세(3선), 김기현·정두언·나경원·주호영(재선) 의원을 비롯해 총 44명이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명규 원내수석… 정책위부의장단 확정 한편 의총에서는 신임 원내대표단과 정책위부의장단을 확정했다. 재선의 이명규(대구 북갑) 의원이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초선인 이두아 의원이 원내대변인을 맡았다. 이들을 포함해 김광림·김세연·김호연·박영아·유일호·유재중·윤영·이상권·이정선·이화수·한기호 의원 등 13명으로 구성됐다. 정책위부의장단은 ▲외교통일·국방 분야 김장수 ▲법제사법·행정안전·운영 분야 김정훈 ▲교육과학·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 분야 임해규 ▲정무·기획재정·예산결산 분야 김성식 ▲농림·지식경제·국토해양 분야 정진섭 ▲환경노동·복지·여성가족 분야 안홍준 의원 등 6명으로 구성됐다. 홍성규·허백윤기자 cool@seoul.co.kr
  • 남북 비핵화회담 급물살 타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일행의 남북한 방문, 북핵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의 방한 등 한반도 외교가 잰걸음을 보이면서 남북 정부 간 비핵화 회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 들어 남북 간 민간 교류가 활발해지고, 통일부 장관 교체 가능성에 따른 대북 정책 변화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정부 당국자는 1일 “6자회담 재개 전 남북대화 및 북·미대화를 하자는 우리 측 제안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돼 남북 대화에 대한 분위기는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당초 우려와 달리 우다웨이 대표가 남북대화를 먼저 하자는 데 힘을 실어 줬고,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도 북한의 대화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흐름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북한에 공이 넘어간 만큼 북한이 어떤 형식과 내용을 갖고 우리 측 회담 제의에 응해올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우다웨이 대표가 조만간 재방북할 가능성이 있어 중국 측의 역할도 주목되며, 한·미 간 공조를 통해 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한·미·일에 이어 러·중도 선(先) 남북대화를 지지함에 따라 ‘남북대화→북·미대화→6자회담’이라는 3단계 접근방식이 동력을 얻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3단계라는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남북 간 수석대표 회담이 열리면 의제를 어디까지 설정하며 결과 평가와 북·미대화 연결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적인 면에 대해 이제부터 더욱 구체적으로 숙고해야 한다.”며 “주변국 공조를 통해 전략을 잘 세워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는 과정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한 협의는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 등도 관건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중국의 중재로 북한이 조만간 남북대화를 제의할 가능성이 높다.”며 “비핵화 회담 채널뿐 아니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오는 메시지도 잘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통일부 장관 교체 가능성에 따라 원칙에 경도됐던 대북정책이 유연하게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이 하반기에 더 강한 압박카드를 쓸 것으로 보여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경·윤설영기자 chaplin7@seoul.co.kr
  • 26일 카터 일행 방북·우다웨이 방한… 신중한 정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26일 북한을 방문하고, 중국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같은 날 방한하면서 북핵 외교가가 이들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방북했을 때 만나지 못했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이번에는 만날 것인지, 만나게 된다면 어떤 대화를 나누느냐에 따라 북핵 문제 등에 대한 북한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2주 전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회동한 우다웨이 대표가 우리 측 관계자들과 만나 어떤 중재안을 내놓을 것인지도 대화 진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들의 방북 및 방한에 대해 공식적인 평가를 유보하며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과 우다웨이 대표의 방한이 우리 측이 제안한 ‘남북대화→북·미대화→6자회담’으로 가기 위한 실질적 비핵화 진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지, 단순히 북측 입장을 대변하거나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 등의 메시지를 전달할 경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즉 이들의 행보가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비핵화 진전을 협의할 남북대화 재개에 기여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지난해 11월 다이빙궈(戴炳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전격 방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중국 측의 역할을 기대했지만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하자는 의견만 전달하는 등 우리 측과 입장 차를 보였다.”며 “중국은 우다웨이 대표의 방한을 통해 3단계 대화가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과의 대화 여부는,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과 우다웨이 대표의 방한을 통해 북한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남북대화에 언제쯤 공식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또 북한이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우리 측이 당장 대화에 나서기는 어렵지만 미·중으로부터의 대화 압력도 고려해야 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과연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김 위원장이 몇 수를 놓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또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수용 등 한두 가지 메시지를 밝힐 경우 우리도 6자회담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돼 곤혹스러워질 수 있다.”며 “우다웨이 대표의 방한이 우리 측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향후 한반도 정세가 우리 정부의 입장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미경·윤설영기자 chaplin7@seoul.co.kr
  • 학생·성직자도 시위… 시리아 정부 압박

    40년 넘게 부자 세습독재가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반정부 시위대를 향한 유혈 진압으로 사상자가 속출하자 대학생과 이슬람 사원이 정부 비판에 동참하고, 서방국가들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몰아붙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시리아 인권단체인 ‘다마스쿠스 선언’은 11일(현지시간) 아랍연맹(AL)에 서한을 보내 아사드 정권의 폭력성을 규탄했다. 서한은 “지난 3주 동안 시위에서 200여명이 숨졌고 수백명이 부상했다.”면서 “시위대는 ‘평화’를 외치고 있지만, 정부군은 도시를 포위하고 시민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서한은 아랍연맹이 시리아 정부에 정치·외교·경제 규제를 시행하라고 요청했다. 대통령의 모교인 다마스쿠스대 학생들도 이날 북서부 바니아스 등에서 숨진 시위자들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학생들이 학교 건물 밖으로 뛰쳐나와 ‘자유’를 외치고, 사복 경찰들이 학생들을 때리는 장면이 유튜브에 올랐다. 집회에서는 적어도 학생 1명이 구타 또는 총격으로 숨졌다. 희생자 장례식이 열린 바니아스에서는 탱크 30대가 도시를 봉쇄하고 정부군이 산발적으로 총격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슬람 사원이 발포 중단을 촉구했다. 아사드 대통령을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는 다른 개혁가로 평가하던 서방도 냉랭해지고 있다. 미국은 아사드 정권에 폭력 사용 자제를 촉구했고, 프랑스는 “개혁과 탄압은 양립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아사드 정권은 국가비상사태 해제와 언론 자유, 정치참여 확대 등을 담은 개혁안을 제시했지만, 야권은 개혁 의지가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리비아에서는 아프리카연합(AU)이 제시하고 카다피가 수용한 정전 중재안을 반군이 거부함에 따라 내전 장기화의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반군 대표기구인 국가위원회의 무스타파 압둘 잘릴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전 조건으로 카다피의 퇴진이 누락돼 있다. 리비아 국민의 열망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국가위원회의 아흐메드 알 아드브로 위원도 아프리카연합 대표단과의 회담에서 “카다피 및 그의 아들들과 관련된 사항에서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며 카다피 부자의 퇴진을 주장했다. 반면 카다피의 차남 세이프 알이슬람은 프랑스의 BFM 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카다피 퇴진 요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카다피군은 서부의 격전지 미스라타에서 반군 세력을 향해 포격을 이어 갔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카다피군이 민간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한 공습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정전 합의는 신뢰할 수 있고, 입증이 가능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글로벌 시대] 오바마와 서방의 리비아 다루기/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글로벌 시대] 오바마와 서방의 리비아 다루기/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리비아 사태가 밀고 밀리는 공방전 속에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무아마르 카다피는 반군의 석유 생산지와 전략 요충지를 탱크로 밀고 들어가 폭탄을 쏟아부어대면서도 해외에 외교적 중재를 시도하고, 반군과의 협상 의사를 흘리면서 출구를 찾고 있다. 카다피는 공습을 중단하고, 리비아 문제는 리비아인들끼리 해결하도록 내버려 달라는 호소를 담은 편지까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보냈다. 오바마는 카다피를 어떻게 하려는 걸까. 미국은 리비아 문제를 어떻게 풀려고 하나. 카다피에 대한 오바마와 미국의 정책 목표는 분명하다. 카다피 축출이다. 지난 2월 26일 연설 등 오바마의 여러 차례 연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여러 발언과 조치들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도 미국의 후속 조치들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나그네처럼 조심스럽기가 그지없다. 정권교체라는 정책 목표와는 달리, 오바마의 미국이 전과 달리 조심스럽고 제한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왜일까. 오바마의 미국은 이라크처럼 미국 혼자 나서서 군사 개입의 모든 결과와 책임을 지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새로운 형식의 대외 개입, 즉 제한적 개입과 국제사회 앞세우기를 내용으로 하는 ‘오바마 독트린’을 미국 정부는 인내심 있게 리비아 케이스에 적용하고 있는 참이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을 앞세우고, 유엔 결의 뒤에 숨어 있다. 오바마가 전쟁 반대와 민주주의라는 기치를 들고 백악관에 입성했기 때문일까. 리비아 문제는 미국 안전의 핵심이익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고 리비아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다. 또 나토 회원국 간의 입장 차는 각자의 국익과 처지가 달라 좁히기 어렵고, 반카다피의 반군세력에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는 물론 반미·반서방적인 세력들이 숨어 있는 것도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저하게 한다. 벌여놓은 아프간·이라크 전쟁의 부담도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에서 미국은 새 전쟁을 벌일 의지도, 힘도 없다. 장기전이 뻔한 리비아 내전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쓰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무고한 국민들의 학살을 중지하고, 민주적이고 공정한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는 점을 국제 개입의 명분으로 내세우며 나토 회원국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이같은 점에서도 ‘오바마 독트린’은 우리에게는 냉전 후 미국의 대외개입주의 정책의 연속 정책으로 읽힌다. 클린턴 대통령 당시 소말리아에서의 군사 개입에 실패한 뒤 미국은 해외파병에서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정했다. 핵심 국익과 연결될 것, 국회 동의를 얻을 것, 군사작전은 속전속결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하고, 투자보다 효과가 클 것 등이다. 오바마 정부 들어서는 미국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 다자적인 행동을 취하고 책임은 다른 나라에 떠맡긴다는 입장은 더 강화됐다. 클린턴 시대 “인도주의적 재난에 인도주의 간섭으로 맞선다.”는 원칙은 ‘평범한 시민 보호’란 말로 포장됐다. 부시 전 대통령이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에서 ‘동맹국들의 자발적인 지원’을 강조했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폭넓은 동맹의 결성’을 입에 담고 있다. 나토 공습만으로는 카다피 축출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인지 영국과 프랑스를 앞세운 서구 국가들의 지상군 개입도 고려되고 있다. 그러나 외국군의 지상전 개입은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인도주의적인 재난에 부채질을 할 우려가 높다. 무정부상태의 악화도 불 보듯 뻔하다. 국제사회에서 다른 나라들의 반발과 견제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인도주의 명분을 내세운, 주권을 넘어선 군사 개입의 관례화는 국제사회를 더 불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 리비아 상황은 군사 개입보다는 협상과 외교적 방식을 통한 해결이 더 아쉬운 처지다. 리비아의 개인 전제정치, 가족통치는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아쉬운 것은 교전 당사자들의 휴전협상과 대화, 대화를 통한 변화와 미래의 모색이다.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국가들이 이를 위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리비아가 미국과 서방국가들에 또 하나의 아프간, 이라크가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 유럽의 이슬람, 리비아 출구 만들까

    유럽의 이슬람국인 터키가 리비아 사태의 출구 마련을 위해 중재안을 꺼내 놓았다. 터키는 리비아 공습을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회원이면서도 아랍권의 입장을 대변해온 터라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와 반군 모두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 중재자로 나선 터키의 카드가 교착 국면에 빠져든 리비아 사태에 마침표를 찍게 될지 주목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7일(현지시간) 수도 앙카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리비아 문제 해결을 위한)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알자지라 등이 보도했다. 에르도안 총리가 이날 밝힌 중재안에는 ▲미스라타 등 반군 거점 도시에서 휴전 및 카다피군 철수 ▲자유선거를 포함한 새로운 정치 체제 논의 ▲인도적 지원을 위한 안전 통로 설치 등 세 가지 계획이 담겼다. 터키가 마련한 평화적 해법은 다음 주 카타르에서 열릴 리비아 사태 관계국 회의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터키는 리비아 정부 및 반군 양측과 접촉해 온 몇 안 되는 국가여서 이번 중재안의 수용 여부에 눈길이 쏠린다. 카다피는 다국적군의 융단폭격으로 궁지에 몰리자 지난 4일 우방국인 터키에 압델라티 오베이디 외무장관을 특사로 보내 “휴전 협정을 바란다.”며 손을 내밀었다. 당시 에르도안 총리는 특사단에 자국이 마련한 중재안을 전달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반군 내에서는 터키의 제안에 대해 엇갈린 입장이 나오고 있다. 터키 정부는 반군과 만나 중재 방안을 제시했고 무스타파 압델 잘릴 국가위원회 위원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그러나 아흐메드 바니 반군 대변인은 터키의 중재안을 두고 “에르도안 총리가 개인적 이익만 챙기려 한다.”고 비난했다. 외교전을 통한 출구 전략 논의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리비아 내 무력 충돌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특히 미군 아프리카 사령부의 카터 햄 사령관은 7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반군이 무아마르 카다피를 축출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 한편 나토가 7일 브레가로 가던 반군의 버스 등을 오폭해 최소 5명이 사망했고 반군 측이 이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나토의 리비아 작전 부사령관인 러셀 하딩 영국 해군 소장은 오폭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과하는 것은 아니다. 반군이 탱크를 사용하고 있다는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코트디부아르 내전 종식 초읽기

    로랑 그바그보의 대선 결과 불복으로 계속되고 있는 코트디부아르 내전 종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총리는 5일 “그바그보와 가까운 장성 2명과 항복 협상 조건에 대한 대화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바그보 측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CNN이 전했다. 제라르 롱게 프랑스 국방장관은 독일 국방장관과의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향후 몇 시간 내에 모든 사태가 종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지난해 11월 대선의 합법적 대통령 당선자로 인정받는 알라산 와타라 측 군 병력이 이날 오후 경제 수도 아비장의 대통령 관저를 장악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와타라 측은 최근 행정 수도를 탈환한 데 이어 아비장을 놓고 정부군과 ‘마지막 전투’를 벌여왔다. 측근들의 이탈도 잇따르고 있다. 참모총장인 필립 망구 장군이 아비장 소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관저로 피신, 망명을 요청한 데 이어 알시드 제제 전 외교장관도 그바그보를 버리고 아비장 소재 프랑스 대사관저로 도망쳤다. 그바그보 대통령은 관저 지하의 벙커에 혼자 피신해 있는 상태라고 유엔군은 전했다. 그바그보 측은 와타라 측의 진격으로 벼랑 끝에 몰린 데다 유엔의 공격을 받자 프랑스의 중재로 투항 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은 전날 코트디부아르 평화유지군이 프랑스 군대의 지원을 받아 헬리콥터로 그바그보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궁, 그바그보 진영의 2개 군 기지를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차 한잔 하실까요]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무상급식은 또다른 교육”

    [차 한잔 하실까요]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무상급식은 또다른 교육”

    “밥 한 그릇을 주는 것도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상급식은 복지가 아니라 교육입니다.” 유덕열(57) 동대문구청장은 5일 집무실에서 가난했던 어린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전남 나주군 가난한 집안의 4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공무원이었던 아버지가 5·16군사쿠데타 때 실직한 뒤 가세가 기울면서 학교 공납금도 낼 수 없을 지경이었다. 밥 한끼의 소중함과 교육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절감한 때였다. “신문배달을 하면서도 고교진학의 꿈을 포기한 적이 없어요. 보급소에서 숙식하면서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꿈을 꾸었어요. 따뜻한 아랫목에서 잠을 자는 것이었죠. 낡은 책상을 몇개 붙여서 그 위에 닭털 침낭을 깔고 잠이 들곤 했는데 깨보면 시멘트 바닥에 떨어져 자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죠.” 그가 올해 교육에 올인하는 것도 너무나 어렵게 학교를 다니던 시절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경비지원조례를 개정해 재정을 확보하고 전농7구역에 우수고 유치를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지난해보다 40억원이 늘어난 105억원을 유치원과 초·중·고교 학생들의 학력신장과 시설개선에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앞으로 5년간 학생 학력신장을 위해 8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전출하는 사태를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내놓은 비장의 카드였다. ●가난한 어릴적 한끼 소중함 배워 1976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에 다니던 시절 그의 꿈은 기자였다. 그러나 그 꿈은 1979년 부마(釜馬) 민주화운동 때 시위에 동참하며 바뀌었다. 민주화의 한복판에 몸을 맡기게 된 계기는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부터다. “삼청교육대에서 겪은 한달은 제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어요. 물 마실 자유도, 화장실 갈 자유도 없는 수용소군도 같은 그곳에서 동물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면서 자유민주주의를 더 갈망하게 됐죠. 군홧발로 짓이기고, 개패듯 곤봉 세례를 퍼부어댔죠. 수갑 찬 팔목이 피범벅인 채 악몽 같은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또 한번 눈앞에서 보는 듯) 말을 잇지 못하다가 “덕분에 어린시절 신문배달로 근근이 살았을 때도 굽히지 않던 자존심과 욱하는 성격이 많이 고쳐졌다.”며 “요즘은 사람 비위를 가장 잘 맞추는 구청장이 됐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부인(정승교 제천 세명대 교수) 얘기로 말꼬리를 돌렸다. 아직도 주말부부로 지내느냐고 묻자 “주말에 만나면 영화를 보러 다니고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먹으러 다니곤 한다.”며 “얼마 전엔 ‘킹스피치’(올해 아카데미 수상작)를 재밌게 봤다.”며 뒤늦게 부인과 함께하는 오붓한 시간이 흡족한 듯 말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신혼부부처럼 사는 그에게 부인의 어디가 그렇게 좋으냐고 시기(?) 서린 질문을 던지자 돌아오는 말이 ‘아내 사랑 종결자’답다. “결혼 전 생머리를 찰랑거리며 걷는데 그 청순함이 확 가슴에 들어와 박혔다.”며 “지금은 친구처럼 믿고 말없이 지켜봐 줘서 더없이 고맙다.”고 말했다. 부인은 그가 민주화추진협의회 선전부장,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가난한 정치생활을 할 때도 그렇게 말없이 지켜봐 준 ‘내조의 여왕’이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한다. 좌우명도 ‘사람 섬기기를 하늘같이 하라’는 사인여천(事人如天)이다. 민추협 선전부장을 지내던 1985년 김대중(DJ) 전 대통령에게 받은 휘호 선물이기도 하다. 민원인들과 목요일마다 대화를 나누는 것도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면 못할 일이다. 심지어 전농·답십리 촉진지구, 이문·휘경촉진지구 등 뉴타운을 비롯, 유난히 많은 재개발·재건축 민원으로 골치가 아플 법도 한데 현장을 일일이 찾아가 다독였다. ●“토박이 많은 동대문 인간적” 그는 지난해 취임 이후 줄곧 재개발·재건축(40곳)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을 찾아가 엉킨 실타래를 풀고 있다. 고된 현장방문 탓인지 그의 머리는 요즘 반백(半白)이 됐다. 그러나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른다. 어르신들을 만나러 현장에 갈 때 반백으로 나타나면 부담스러워할까 봐 염색을 했다. 사소한 것까지 생각하는 섬세한 배려가 통했던 것일까. 얼마 전 답십리16구역을 찾아가 고도 때문에 “일조권이 침해된다.”며 뉴타운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시공사를 동시에 만나 시원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성과를 얻었다. 그는 “조합운영에 따른 부정비리를 막고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 게 더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유 구청장은 차 한잔 끝에 그가 꿈꾸는 명품도시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동대문구에는 토박이들이 많이 살아요. 사람 냄새가 나는 동네죠. 강남과는 다른 끈끈한 정이 넘쳐요. 주민과 소통을 하는 이유도 바로 정을 나누기 위해서예요. 고품격 주거단지와 쾌적한 환경이 조성된다고 명품도시가 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오래 살고 싶은, 인정이 흐르는 도시야말로 명품도시가 아닐까요.” 글 사진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나토로 넘어간 작전권… 리비아 공습 고삐 죄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리비아 군사작전의 지휘를 맡게 됐다. 나토의 개입을 반대하던 터키가 입장을 전격 선회한 데 따른 것이다. 이르면 이틀 안에, 늦어도 내주 초에는 나토가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군으로부터 군사작전의 지휘권을 이양받을 전망이다. 25일(현지시간) 다국적군이 7일째 공습에 나선 가운데 리비아 정부 대표단과 반정부군 중재에 나선 아프리카연합(AU)은 회의에 앞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에 대해 리비아사태 이후 처음으로 질책을 가했다. 장 팽 AU 사무총장은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회의 개막연설에서 “민주선거가 이끄는 권력이양기를 촉구한다.”면서 “리비아 땅에 정치적 개혁은 필수적이며, 무아마르 카다피 친위대와 반군이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반정부군의 참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오는 29일 영국 런던에서 열릴 예정인 리비아 군사작전 참여국들의 접촉그룹 회의에 앞서 “프랑스와 영국이 이번 사태를 봉합할 군사, 정치, 외교적 해결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AFP가 보도했다. 프랑스는 전날 미스라타에서 카다피군 전투기를 격추시킨 것을 증거로 들며 “리비아 영공이 통제되고 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전날 상주대표부 대사급 북대서양위원회(NAC) 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회원국이 리비아 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시행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분간 다국적군 작전과 나토의 작전이 함께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전 지휘권이 초기에는 나토와 다국적군의 이원화 형태로 행사되다가, 단계적 수순을 거쳐 나토로 일원화될 것이라는 의미로 여겨진다. 다만 구체적인 군사작전의 범위와 지휘권 행사의 명확한 시점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나토에 작전권을 이양한 뒤 프랑스는 리비아 사태에서 빠질 것”이라면서 “이는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말했다고 현지통신은 전했다. AFP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나토 관계자의 말을 인용, “비행금지구역의 작전 지휘 통제뿐만 아니라 민간인 보호의 지휘 통제도 이번 주말까지 나토에 이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나토가 전체 작전권을 통제할 명분이 있는지를 놓고 그동안 의견이 엇갈렸지만, 28개 회원국 모두 리비아 군사작전은 나토가 맡아야 한다고 의견 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터키가 나토 개입에 찬성으로 돌아선 것은 미국의 끈질긴 설득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카다피군이 다국적군의 공습으로 밀려났지만 위협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제하고 “(나토의 지휘권 행사로) 더 넓은 범위의 민간인 보호 군사작전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나토 회원국이 지상에서 시행하는 인도주의 임무 수행 등 ‘더 넓은 범위의 민간인 보호 작전’에 합의했는지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부고] 90년대 ‘美 외교의 대명사’ 워런 크리스토퍼

    [부고] 90년대 ‘美 외교의 대명사’ 워런 크리스토퍼

    1990년대 미국 외교의 대명사처럼 한국 국민에게 그 이름이 각인된 워런 크리스토퍼 전 국무장관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8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는 신장암과 방광암에 따른 합병증을 앓아 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성명을 통해 “고인은 단호하게 평화를 추구한 유능한 외교관이자 꿋꿋한 공무원, 충성스러운 미국인이었다.”고 평가했다. 크리스토퍼는 기본적으로 협상론자였다. 그는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으로서 1979년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이 터지자 52명의 인질 석방 협상에 참여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국무장관으로서 1993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탄생시킨 오슬로 평화협정, 1994년 요르단과 이스라엘의 평화조약 체결, 1995년 보스니아 평화협정 중재 등에 참석했다. 그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정부가 민간인에게 주는 최고의 훈장인 자유훈장(Medal of Freedom)을 받기도 했다. 크리스토퍼는 한국의 김영삼 정부와 클린턴 정부 당시 한·미 외교 마찰의 전면에 서 있었다. 1996년 8월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 발생 직후 크리스토퍼는 “모든 당사자가 추가적 도발 행동을 말아주기를 촉구한다.”며 남북 쌍방의 군사적 행동 자제를 요청하는 발언을 해 대북 강경노선을 외치던 한국 정부의 반발을 샀다. 당시 독자적인 대북 군사적 응징까지 검토하던 김영삼 대통령은 “만약 일본이나 미국이 고도로 훈련되고 무장한 외국의 특수부대 침투를 받았다면 아마 그 나라를 상대로 전쟁을 했을 것이고, 특히 미국은 벌써 그 나라를 공격해 이미 그 나라가 없어졌을 수도 있다.”며 크리스토퍼의 발언에 대해 불만을 피력했다. 당시 크리스토퍼는 김영삼 정부의 대북 군사행동을 막기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카터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크리스토퍼를 가리켜 “내가 알았던 최고의 공무원이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힘을 누른 이성적 소통 현대사 이끌다

    1948년 5월 14일 영국이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물러난 후 중동 정세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았다. 팔레스타인을 유대인이 거주하는 지역과 아랍인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분리하자는 유엔의 중재안이 끝내 실패로 돌아가자 이스라엘은 독립을 선포하고 이집트 등 인근 아랍국들을 공격했다. 제1차 중동전쟁이 발발한 것. 유엔은 전쟁의 확산을 막고 휴전을 중재하고자 스웨덴 출신의 외교관 폴셰 베르나도테를 현지에 급파했다. 그는 휴전을 중재하고자 고군분투했지만 예루살렘에서 암살되고 만다. 양측의 공격은 계속됐고 유엔은 베르나도테를 대신해 미국의 정치학자인 랠프 번치를 협상 중재자로 보낸다. 당구 게임이 휴전 협상에 큰 역할을 했다. 당구를 좋아했던 번치는 양측 대표들과 당구를 하며 냉랭한 분위기를 걷어냈고 대표들도 서로에 대한 편견을 씻어 낼 수 있었다. 이듬해인 1949년 결국 휴전이 성사됐다. 번치는 휴전 협상을 중재한 공로로 1950년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노벨평화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회담을 성공시킨 비결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미국에 있는 모든 흑인들이 겪었던 것처럼 나는 온갖 풍파를 겪으면서 성장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편견을 싫어하게 되었다. 달리 말하면, 나는 어렸을 적부터 관용의 미덕을 배웠다.…팔레스타인에서의 협상도 예외는 아니었다. 협상이 속절없이 표류할 때에도 나는 희망에 대해 확신하고 버텨 냈다. 어떻게 해서라도 꼭 성사시켜야 한다고 나 자신에게 다짐했다.” 신간 ‘위대한 협상’(프레드리크 스탠턴 지음, 김춘수 옮김, 말글빛냄 펴냄)은 현대사의 흐름을 바꿔 놓은 8가지 협정을 소개한다. 미국의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번치가 이끌어낸 이집트-이스라엘 휴전 협정을 비롯해 나폴레옹 전쟁을 마무리 지은 빈 의정서, 러·일 전쟁을 종식한 포츠머스 조약 등 현대사에 영향을 미친 8가지 협상 주역들의 활약상과 협상 과정을 마치 눈앞에서 보듯이 생생하게 복원해 낸다. “외교관이나 정치인들 간의 소통은 역사를 만들기도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협상 테이블에서 이뤄진 결정들은 국가의 운명을 뒤바꿔 놓았으며 국제 질서를 재편했다. 저자는 “현대의 외교적 역량은 소통을 통한 대결 구도의 해소를 위해 누가,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승리와 좌절로 점철됐다.”면서 “성공한 협상들의 공통점은 힘보다 이성에 의해 승리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협상 당사자들이 노련한 외교술과 결단력을 겸비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할 각오가 되어 있을 때, 협상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1만 5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리비아 피의 금요일] 2인자 없는 리비아… 장기 內戰·동서 분리 가능성

    42년간 리비아를 철권 통치해온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시민들의 봉기로 벼랑 끝에 몰리면서 ‘포스트 카다피 체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반정부 시위대가 카다피 축출에 성공한다 해도 과도정국이 원활하게 펼쳐지기가 힘든 여건이고, 때문에 소말리아나 수단처럼 장기 내전의 나락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반기 든 엘리트들 나서면 희망 카다피는 40년 넘는 집권기간 2인자를 허락하지 않으며 철저한 ‘1인 독재 체제’를 갖췄다. 차남인 사이프 알 이슬람 등 아들들에게 부자 세습을 꾀했던 것이 그가 세웠던 후계 계획의 전부다. 반(反)카다피 진영도 차기 지도자에 대한 변변한 대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카다피의 압제 속에 제대로 된 야당이나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가 뿌리내리지 못한 탓에 이집트에서처럼 범야권 주도의 민주적 정권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BBC는 분석했다. 무력을 앞세운 부족 간 힘겨루기가 상황을 주도할 것이란 설명이다. ‘카다피 없는 리비아’가 눈앞까지 왔는데도 막상 차기 지도자감이 떠오르지 않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권력 진공상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부족 간 적대감이 심한 리비아에서 주요 부족장들이 근거지에 대한 자치권을 휘두르려 한다면 무정부 상태나 내전으로 빠져들 공산이 크다. 시위대에게 최상의 권력이양 시나리오는 최근 카다피에게 항명하고 시민의 품에 안긴 정권 엘리트들이 혁명 이후의 조율 역할을 하는 방안이다. 압둘 파타 유네스 전 내무장관을 비롯해 시위대의 요구에 화답하며 카다피 곁을 떠난 외교관과 군 장교들이 경험을 살려 부족 대표 등을 설득한다면 희망이 있다. ‘이집트 모델’처럼 군부가 정권이양 과정을 중재하고 감독하는 시나리오도 기대해볼 만하다. 그러나 리비아군은 카다피가 쿠데타를 우려해 조직적으로 육성하지 않은 탓에 정국 수습을 주도할 능력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동부 분리선언 땐 유혈충돌 심화 이 가운데 리비아가 두 동강 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BBC는 리비아의 뿌리 깊은 동·서 갈등은 시위 기간에 더욱 공고해져 동부 지역이 분리독립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고, 이렇게 된다면 전역에서 유혈충돌이 더 격렬히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윤재정, G20서 또 빛난 중재외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프랑스 파리에서 19일(현지시각) 끝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또다시 중재자 역할을 했다. 지난해 11월 G20 서울 정상회의에 이어 두번째다. 이번 재무장관 회의의 주요 의제는 세계 경제의 불균형 해소를 위한 예시적 가이드라인에 어떤 지표를 담을 것이냐 였다.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국인 미국을 포함해 선진국은 경상수지를 주요 지표에 담을 것을 고집했고, 대규모 흑자국인 중국은 강하게 반대했다. 중국은 경상수지를 적시할 경우 위안화 환율 조작 논란이 불거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윤 장관은 경상수지 대신 무역수지, 순투자소득, 이전수지를 보조 지표로 삼는 중재안을 지난 18일 제시했다.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요소 중 서비스수지만 빠진 것으로 하나의 대표적 지표 대신 ‘쪼개진 보조지표’라는 우회로를 제시한 셈이다. 이에 중국은 중재안을 고심 끝에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부 언론은 이번 예시적 가이드 라인을 반쪽짜리 지표라고 평가하나 그나마 한국측 중재 역할로 가능했다. 이번 중재자 역할은 프랑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한국이 미국의 전통적 우방이면서, 중국의 이웃국가이자 신흥국이라는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지난해 G20 의장국으로서 선진국과 신흥개도국들 사이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해봤고, 전 의장국으로서 G20 논의 진행과정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정부 당국자는 “한국은 G20 트로이카 의장단(전 의장국가, 현 의장국가, 차기 의장국가)의 일원으로 G20에 영향력이 있다.”며 “앞으로도 G20 무대에서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계속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윤 장관이 2년 이상 재임, G20 각국 장관들과 친분을 쌓은 점과 지난해 서울 정상회의에서의 성공적 개최가 한국의 중재안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격화되는 시위…이집트 앞날은] 당혹스런 美 ‘30년 우방’ 버리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정연설에서 “미국은 튀니지 국민들의 편이며 민주화에 대한 모든 이들의 열망을 지지한다.”며 23년 독재정권을 축출한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을 지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사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시위 사흘째인 27일이 돼서야 유튜브 웹사이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집트의 장기적 번영을 위해서는 정치개혁이 “전적으로 필요하다.”는 정도의 답변을 내놓았다. 그것도 인터뷰 도중 나온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시위는 좌절감을 억압해 온 결과”라며 “그동안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이집트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말해 온 바 있다.”고 말했다. 무바라크의 퇴진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조심스러운 태도는 무엇보다 지난 30년 무바라크 집권의 이집트와 미국이 맺어온 협력관계에서 비롯된다. 아랍권의 협력 파트너가 절실했던 미국은 무바라크의 인권 탄압을 불편해하면서도 이집트의 독재 정권을 묵인해 왔고, 이집트는 중동평화협상의 중재자로 나서면서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군사적 지원을 받아 왔다. 양국의 끈끈한 관계는 위키리크스가 28일 공개한 외교문서들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권력 승계 계획을 미국은 묵인해 왔다. 이에 무바라크는 인권과 언론자유 보호를 위해 이집트의 긴급조치법을 폐지하고 이를 대신할 대테러 방지법을 제정하라는 미국의 권유를 묵살했다. 미국이 대 중동 정책을 위해 자신을 버릴 수 없다는 점을 철저히 활용한 것이다. 무바라크는 특히 미국과의 관계를 오래 유지할수록 얻을 것이 많다고 판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협상을 오래 끌려 했던 것으로 외교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하마드 빈 자심 알 타니 카타르 총리는 “이집트는 마치 환자가 1명밖에 없는 의사가 환자의 생존을 바라면서 최대한 오래 입원하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한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의 지도자들은 시위 사태를 각국 국민의 ‘합당한 우려’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봐야 한다.”며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에 힘을 실었다. 반 총장은 특히 무바라크 정부가 국내 인터넷과 휴대전화 서비스를 차단한 데 대해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원칙 중 하나가 돼야 한다.”고 비난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해적피랍 빈번…네고시에이터 ‘성업 중’

    해적피랍 빈번…네고시에이터 ‘성업 중’

    ‘해적에 피랍됐나요? 저를 찾아주세요.’ 삼호해운 소속 삼호주얼리호가 지난 15일 인도양 북부에서 소말리아 해적에 의해 피랍되는 등 한국 선박과 선원에 대한 납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비단 한국 선박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적 피랍 사건은 해마다 늘고 있으며, 지능화·산업화되고 있는 추세다. 해적들의 납치 목적은 석방금, 즉 ‘몸값’을 두둑이 챙기는 것이다. 선박뿐 아니라 선원 수에 따라 석방금이 달라지며 보험료와 경호 비용, 몸값을 공중에서 선박으로 보내는 항공화물료 등이 따로 지불되기도 한다. 때문에 해적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소말리아 해역을 비롯해 아덴 만, 홍해, 나이지리아 등 해적들이 준동하는 해역에서 성황리에 사업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해적 측과 선주 측 사이를 오가며 석방금 결정을 중재하는 일명 ‘인질 몸값 협상가’(네고시에이터)들이다. 외교 소식통은 17일 “해적 피랍 사건이 발생한 곳에는 항상 석방금을 협상하는 협상가들이 있다.”며 “납치가 빈번해지면서 이들은 사건 발생 해역 인근에 아예 사무실까지 차려 놓고 해적들과 선주들 사이에서 몸값 협상을 도맡아 한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협상가들은 주로 영국 출신이며, 일당으로 보통 1000파운드(약 180만원) 정도를 챙긴다.”며 “몸값 협상이 이뤄지면 일정액의 성공 보수도 받는다고 한다.”고 말했다. 영국 출신이 많은 것은, 경호 등 보안 전문 회사가 많은 데다 피랍 발생 해역과 멀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소식통은 “일당을 상당히 챙기기 때문에 협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협상가들한테 이득이 된다.”며 “이 때문에 몸값이 올라가거나 협상 기간이 길어지는 부작용도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 세계 해적 사건 발생 수는 지난 2007년 126건, 2008년 114건에 이어 2009년 240건으로 급증했으며, 2010년 상반기에는 196건에 이른다. 석방 합의금도 해마다 올라 지난 2007년 40만 달러 수준에서 2009년 700만 달러 수준으로 폭증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석방금이 더 올랐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석방된 삼호드림호의 석방금은 950만 달러로 알려져 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글로벌 시대] 베이징에서 바라보는 한반도 위기/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글로벌 시대] 베이징에서 바라보는 한반도 위기/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지난 한해 한반도는 긴장의 악순환을 겪었다. 남북 경제공동체를 향해 순항하는 듯 보였던 한반도가 왜 긴장과 위기 속에 빠져들게 됐을까. 남북한 및 주변 주요국가들의 돌출 행동을 순화시키고 제약할 수 있었던 6자회담 같은 다자 틀이 사라진 탓도 있을 것이다. 2008년 말 6자회담이 표류하자 북한은 선군정치로 더 매진하면서 핵 개발을 가속화했다. 한반도 문제가 미국 외교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미국이 이를 방치한 탓도 있다. 전임 정부와 달라진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과 이에 대한 북한의 모험적인 대응이 상황을 더 나쁘게 했다. 남북한의 정책과 실제 행동의 상호작용은 한반도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원동력이다. 한반도가 불안정해지고, 갈등이 깊어지면 가장 피해를 보는 당사자는 남북한이다. 한반도가 긴장되면 어김없이 외세의 개입 강화가 따라온다. 미국의 개입이 심화되고, 일본도 이에 호응하면서 입지 강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국은 이래저래 미국에 더 기대게 된다.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기존 세력 구도에 변화를 가져온다. 그렇게 되면 중국도 새로운 전략 조합과 변화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에서 전략적인 균형 변화를 중국은 바라지 않는다. 한반도에서 새로운 적대적 대치 관계 형성은 남북한이나 중국 모두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반도가 불안정해지면 중국도 남북한 못지않은 피해자가 된다. 한반도 상황 악화로 손해는 누가 보고, 이득은 누가 챙겼을까. 한반도의 긴장은 미국에는 득이다. 동북아에서 전략적 존재와 패권적 지위를 더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긴장을 통해 실제로 미국은 한·미, 미·일 군사동맹이라는 미국의 ‘동북아 패권의 발판’을 더 굳건하게 할 수 있었다. 미국의 군사적 힘과 결의를 과시하고 강화할 수도 있었다. 한반도 불안정은 중국을 견제하고 누르는 유용한 구실로 이용된다. 한반도의 불안정은 중국의 지속 발전에 필요한 평화로운 외부 환경을 훼방 놓는다. 중국에 심리적, 군사적, 외교적인 부담이다. 중국의 발전과 영향력 확대를 도전으로 여기는 미국은 긴장과 갈등을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놓고 한반도 상황을 쥐락펴락하려 한다. 미국의 국익에 따라, 정책적 목적을 위해 상황을 주도하려고 한다. 이달 초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한·중·일 동북아 3개국 순방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6자회담이 표류하고 북한 비핵화과정이 중단되자,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중국에 “책임을 다하라.”고 압박했고, “왜 북한을 굴복시키지 않느냐.”며 중국의 대북 경협과 지원을 비난했다. 중국은 2002년 시작된 2차 북핵 위기 과정에서 미국과 북한, 남북한 사이에서 중재·조정 역할을 시도했지만 그 어느 편에 서서 특정 입장을 옹호하지 않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참여했지만 북한에 대한 채찍과 당근(유인책 및 인도적 지원)의 병행과 균형을 주장해왔다. 안정이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서 최우선 순위를 차지한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이런 선택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북한의 모험주의 행동을 겪으면서 한국 정부는 새로운 장애를 만났다. 화해정책에 대한 반감과 격앙된 여론은 대북 화해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한반도 상황은 긴장과 대결에서 협상 국면으로 옮겨 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평화적인 문제 해결을 주장하면서 공을 한국과 미국 측으로 던졌다. 그동안의 과정과 배경이 어떠했는지에 관계없이, 북한의 평화 공세는 국제무대에서 정치적 호소력과 영향력을 갖는다. 한국 정부가 이를 한 차원 높은 고차원 외교로 다뤄야 할 이유다. 이명박 대통령은 새해 신년사에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지구촌 선진·중심국가로 발돋움하는 한국이 ‘북한 리스크’에 발목을 잡혀서야 되겠나. 한국 정부가 2011년을 동북아 평화 국가의 명실상부한 이미지를 선점하고, 북한 리스크를 국가 도약의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는 계기로 삼기를 기대한다.
  • [글로벌 시대] 대한족주의(大漢族主義)와 연평도 포격/전경수 서울대 인류학 교수

    [글로벌 시대] 대한족주의(大漢族主義)와 연평도 포격/전경수 서울대 인류학 교수

    중국에는 55개로 확인된 ‘소수민족’(少數民族)이 있다. 법령집, 중학교 교과서, 주정부 공문서, 일반인들의 입에도 상식으로 오르내리는 단어가 ‘소수민족’이다. 나는 지난달 베이징의 대학에서 초청강연 도중 이 단어의 차별적 문제를 제기하였다. “숫자가 얼마나 되어야 ‘소수’라는 딱지를 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중국의 ‘소수민족’이라는 개념은 미국에서 진행되었던 ‘인디언’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지배의 목적으로 나왔다. ‘인디언’이라는 것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 그 땅에는 여러 사람들이 나름대로 모여 살고 있었다. 침략자인 유럽인이 선주민의 권리를 박탈하려는 의도에서 제작한 법률과 행정의 용어가 교육용으로 사용되면서 일상용어화되었던 경험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 땅에는 콰키우틀과 이누이트가 살고 있었고, 샤이엔과 아파치가 아주 오래 전부터 살아왔다. 생소하게 들리는 이름들은 모두 그 사람들을 가리키는 단어들이며, 그 단어들의 뜻은 한결같이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굴러 온 돌이 박혀 있는 돌’을 빼내는 과정에서 ‘인디언’이라는 해괴망측한 조어의 등장이 신대륙의 역사적 과정이다. 나는 인류학 현지연구 실습 차 오지브와(Ojibwa) 사람들이 사는 ‘보호구역’에 체류했던 적이 있다. 보호구역 내에는 초등학교가 있었고, 인솔 교수의 의도로 초등학생들에게 서부개척시대가 배경인 할리우드 제작의 영화를 보여주었다. 말을 탄 아파치 전사들이 기병대의 총격에 사살당하고 아파치 촌락의 천막들이 불바다로 변하는 장면이었다. 기병대의 나팔소리가 울리는 클라이맥스에서 오지브와 아동들은 서로 손뼉을 마주치면서 좋아라 했다. 아동들의 머릿속은 기병대의 ‘인디언’ 박멸이 그들의 소원 성취를 이루어주는 것으로 교육되어 있었다. 백인과 선주민의 대규모 접촉이 시작된 17세기에 20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었던 선주민 인구가 20세기에 이르러 25만명까지 감소되었던 ‘에스노사이드’의 경험을 지울 수 없다. 중국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과 함께 청와대를 급방하였다. 외교 절차도 무시하면서 등장한 그가 대통령과의 대담을 장황한 동아시아 역사로 읊었다고 한다. 그는 동물적 감각으로 청와대의 분위기를 염탐하였고, 그 사실을 평양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이것이 대한족주의(大漢族主義)의 발로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웃 꼬마 둘이서 다투는 현장을 옆집의 어른이 중재하는 방식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육지와 해역으로 접해 있는 국가와 민족들을 바라보는 중국 지도부의 사고방식은 거대하게 움직이는 대한족주의에 기초하고 있다. 지방 ‘소수민족’들을 대하는 대한족주의는 그 연장선상의 완충지대를 구축한다. 북조선과 남한 그리고 베트남과 미얀마, 라오스는 중국의 변방과 연결되었다. 베이징의 국무위원이 쓰촨성장을 방문하고 헤이룽장성장을 방문할 때, 걸림돌의 절차는 존재할 수 없다. 지방 소수민족을 대하듯 청와대를 돌파한 다이빙궈의 언행이 대한족주의의 발로 속에서 진행되었음을 아는가 모르는가? 모른다면 무지의 소치일 것이고 안다면, 짓밟힌 주권의 자존심과 체면을 어떻게 할 것인가? 체면과 ‘관시’(關系)의 불균형 구도를 조장하는 중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의 대응책이 조지워싱턴함의 등장만으로 충분한 것인가? 한반도 사람들을 ‘소수민족’으로 몰고 가는 중국에 대한 총체적 대응책은 무엇인가? 외교 체면을 상실한 책임은 긴장과 포성 속에 묻혀야만 하는가?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는 궁극적으로 대한족주의의 심중과 태도에 달렸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 연평도 포격사건의 교훈이다. 냉전시대의 산물인 친미 일변도의 군사외교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시’를 제대로 구축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반성회가 평양과의 기싸움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훗날 나의 손자들이 동아시아의 ‘인디언’ 신세로 전락될까 지극히 염려된다.
  • “中선원 석방은 美·中정상회담 사전 조율작업”

    최근 중국 어선과 우리 해경의 충돌 사태 이후 우리 측의 중국 선원 석방 등 한·중이 조기 봉합에 나선 것은 다음달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중이 사전 조율작업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대북 고위 소식통은 28일 “우리 정부가 중국 선원들을 석방하는 등 중국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고 양국 간 조기에 사태를 해결한 것은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관계국 간 우호적인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며 “미·중 정상회담 전까지 한·미·중 사이에 상당한 의견 조율과 대화 분위기 조성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중국 어선 선원들의 석방이 저자세 외교라는 논란이 일자 최근 “관계당국의 객관적 조사결과에 따라 송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중국이 6자회담 재개 필요성을 강조하며 대화 중재에 나선 데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북 정책과 관련해 모종의 합의가 도출되기 위해서는 관련국들 간 협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소식통은 “미·중 정상회담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금융정책 등 경제협력을 비롯, 타이완과의 3각 관계, 천안함·연평도 도발 후 한·미 군사훈련 등 대결구도에 대해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군사안보적 대결국면을 완화하고 6자회담 재개 조건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서로 조금씩 양보할 경우 돌파구가 마련되고 남북 관계와 한·중 관계의 긴장 해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 정부는 다음달 19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 등 고위급 인사를 다음달 초 한국에 보내 6자회담 재개 조건을 비롯, 양국 간 정세 대응 방안에 대해 사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北, 서해5도 직접 침공 가능성”…국정원 국가안보硏 보고서

    “北, 서해5도 직접 침공 가능성”…국정원 국가안보硏 보고서

    북한이 국지전을 도발할 수 있으며, 서해 5개 도서에 직접 침공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가 26일 밝힌 ‘2010년도 정세 평가와 2011년도 전망’ 보고서에서다. 이 보고서의 ‘2011년도 북한정세 및 남북관계 전망’에 따르면 북한의 국지전 도발 가능성이 상존하며, 연평도 포격 도발에 이어 서해 5개 도서에 대한 직접적 침공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보고서는 “연평도 군사공격은 북한 스스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후계체제와 관련해 북한의 도발은 다양한 형태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은 전면전까지 안 가더라도 육·해·공군력이 동원되는 국지전까지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새달 美·中 정상회담이 분수령 이와 관련, 후계자 김정은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장 또는 중앙군사위 제1부위원장을 맡아 국방위원회를 장악하고, 북한군에 대한 승진인사 등 대규모 시혜조치가 단행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북 군부의 충성경쟁에 따른 ‘돌발행동’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덧붙였다. 우리 군 잠수함에 대한 위협과 공격, 우리 군 초소에 대한 침투·포격, 탈북자에 대한 테러 위협, 우리 측 항공기 및 선박에 대한 전자전 공격 등의 위협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북한 내부의 상황으로 북한이 전격적으로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제안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내부적으로 김정일의 건강이상, 후계구도, 화폐개혁 이후 주민들의 반발과 경제난으로 체제유지가 취약한 상태”라서 손을 내밀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중 국방회담 내년초 베이징서 따라서 내년 중반기 미국과 중국의 중재로 남북관계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보고서는 “북한 스스로도 중국의 압박 및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고 대북지원과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다양한 유화책을 전개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또 “북핵문제 진전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북한이 전향적 조치를 취한다면 남북 경제교류협력의 활성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2011년도 북핵문제 및 대북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는 군사적 수단으로 강력히 응징하되 대화의 문을 열어 두는 스마트(smart)한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중국의 량광례(梁光烈) 국방부장이 내년 초 베이징에서 만나 북한의 군사적 도발 등 지역안보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중 국방장관 회담이 내년 초 개최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내년 1월 초 국장급 실무진이 만나 회담의제 등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내년 1~2월 중 ‘2+2’(외교·국방) 차관보급 회의를 개최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 중이다. 한·미는 ‘2+2’ 차관보급 회의에서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에 대비한 공동 대응태세를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 백악관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내년 1월 19일 미국을 방문,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한·미·중 간 분주한 행보가 이어질 내년 초가 한반도 정세를 가름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김미경·오이석기자 chaplin7@seoul.co.kr
  • [연평도 사격훈련 이후] 팔걷은 러시아 “6자 한반도 核논의 시급… 남북 직접대화 나서라”

    러시아가 남북한 직접 대화와 북핵 6자회담 재개를 다시 촉구하며 한반도 긴장 국면에 본격적으로 가세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연평도 사격훈련을 앞둔 지난 18일 유엔 안보리에 남북한의 자제를 요구하는 안건을 긴급 상정하며 한반도 논의에 본격 가세한 러 외무부는 20일(현지시간) 우리 군의 연평도 포 사격 훈련이 끝나자마자 공보실 논평을 내고 남북 대화를 주문했다. 러시아는 “남북한과 러시아, 중국, 미국, 일본 등의 조율된 노력으로 한반도 핵 문제 논의를 위한 협상이 재개되기를 기대한다.”면서 “남북한 관계 정상화와 동북아 평화 및 안보 메커니즘 구축 문제도 큰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가 이 같은 노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평은 지난 19일 안보리 회의가 남북한 및 주변국들에 적절한 신호를 보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안보리 회의는 모든 안보리 회원국이 한반도 평화 유지와 군사행동 반복 금지, 정치외교적 방법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보리 회의는 관계 당사국에 자제력을 발휘할 필요성과 현재의 군사·정치 대결이 대규모 군사충돌로 번지도록 조장하는 행위를 허용해선 안 된다는 명백한 신호를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유엔 사무총장 특사를 서울과 평양에 보내 중재에 나설 것도 거듭 주문했다. 지난 17일 한국의 연평도 훈련 계획 취소를 촉구했던 러시아는 이날 논평에선 이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외교안보연구원 고재남 교수는 “한반도 불안정 및 남북관계 악화 해소에 러시아의 방점이 실려 있다.”면서 “북한을 두둔하는 중국의 태도와는 확연하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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