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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0회 맞은 ‘열린토론’

    “2003년 7월부터 진행한 방송이 1000회를 맞았지만 토론을 앞두고 긴장하는 것은 매일 똑같습니다.” 우리나라 방송 사상 최초의 매일 토론프로그램인 KBS1라디오 ‘KBS 열린토론’(월∼토 오후 7시20분∼9시)이 25일로 방송 1000회를 맞았다. 최장수 토론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아온 정관용 시사평론가는 “토론프로그램이라는 성격상 얼마나 매일 진행할 수 있을지, 지속성에 대한 의문도 있었지만 사회 분위기가 바뀌고 토론자·청취자 수준이 높아져 지금까지 유지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열린토론’은 그동안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4000여명이 출연, 열띤 토론을 벌였으며 청취자 1만여명이 직접 방송에 참여한 기록을 세웠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와 정규재 한국경제 논설위원이 18회로 가장 많이 출연했고, 정치인으로는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과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11회로 최다 출연했다.또 ‘호주제 존폐론’ ‘행정수도 이전’ ‘대북정책’ ‘부동산정책’ 등 핫이슈부터 ‘이혼숙려제’ ‘예쁜 남자 신드롬’ ‘불륜드라마 붐’ ‘된장녀 논쟁’ 등 생활밀착형 주제까지 소화했다. KBS1TV에서 ‘생방송 심야토론’도 진행하고 있는 그는 “방송을 하면서 최대의 적은 바로 나 자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스스로 지치거나 시사에 대한 업데이트를 게을리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디오 토론프로그램의 장점에 대해서는 “진행자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중재자가 돼야 한다는 점은 두 매체가 비슷하지만 라디오는 TV보다 조금 더 자유롭고 심도 있는 이야기를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96년 SBS라디오 ‘뉴스대행진’의 진행을 맡으면서 사회자로 첫 발을 내디딘 뒤 전문 토론진행자로 자리잡았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자치단체 경계조정 ‘지지부진’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땅 싸움’을 벌이고 있다. 각종 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기존 행정경계선이 주민 불편을 불러오는 바람에 조정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정구역 조정은 지방세 수입과 직결돼 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27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최근 10년동안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경계조정 사례는 모두 57건이다. 하천정비나 경지정리 등으로 경계가 바뀌어 행정구역을 재조정할 필요성이 생긴 땅이 대부분이다. 올해 말까지 행정구역 변경을 추진하는 인천 동구와 중구, 전남 나주시와 영암군도 각각 철도 부지, 경지정리된 농지가 문제를 불러왔다. 하지만 주민들이 거주하는 땅의 행정구역을 맞바꾸는 작업은 그리 쉽지 않다. 경계 조정은 중앙정부나 상급 자치단체가 강제로 할 수 없으며, 해당 자치단체의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이어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지방의회를 거쳐 행자부에 변경을 요청하면 된다. 주거지역의 행정구역 변경이 어려운 것은 취득세와 등록세, 재산세, 종합토지세 등 각종 지방세 수입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수년째 땅 싸움을 벌이는 지역도 10여곳에 이른다. 서울 구로구와 금천구에 걸쳐 있는 유앤아이아파트는 두 구가 서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8개동으로 이뤄진 이 아파트 부지 5000평 가운데 1000평은 금천구 가산동에,4000평은 구로구 구로동이다.2개동 78가구는 아예 행정경계선이 관통하고 있다. 또 서울 동작구 신대방2동과 관악구 봉천1동에 들어선 보라매우성·우성캐릭터·해태보라매·롯데복합 등 주상복합건물은 위아래층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구의 주민이다. 두 구는 지난 2000년 건물의 대지지분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구에 편입시키기로 합의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뒤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월곡동과 동대문구 청량리동 사이에 들어선 샹그레빌아파트의 경우 주민들은 동대문구를 희망하고 있으나, 성북구가 반대해 두 구가 나눠 관리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와 중구에 걸쳐 있는 한진타운아파트, 부산 진구와 연제구의 유림아시아드아파트, 경북 구미시와 칠곡군의 현진아파트 등도 분쟁 지역이다. 이에 따라 경기 군포시와 의왕시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3년 두 시의 경계지역에 LG아파트 2개동이 들어선 뒤 이곳에 거주하는 60가구에 각종 세금을 이중으로 부과하는 등 주민들이 불편을 겪은 것. 지난해 7월 의왕시는 LG아파트 부지 등을 군포시에 넘겨주는 대신, 이웃 공장 부지를 넘겨받아 경계조정을 마무리했다. 그 결과 행자부는 군포시와 의왕시를 ‘상생협력 우수 지방자치단체’로 선정, 특별교부세 1억5000만원씩을 지원했다. 상급 자치단체가 땅 싸움의 중재자로 나선 사례도 있다. 부산시가 경계조정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던 수영구와 동래구 사이에 끼어든 것. 결국 부산시는 수영구에 땅을 넘기도록 하는 대신, 동래구에는 재원조정교부금 1억 3000만원을 지원했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스포츠 라운지] 스포츠중재위원회 초대위원장 안동수 前법무

    [스포츠 라운지] 스포츠중재위원회 초대위원장 안동수 前법무

    “이제까지 해 왔던 것처럼 봉사하는 마음으로 스포츠 분쟁 조정에 심혈을 기울이겠습니다.” 27일 출범한 한국스포츠중재위원회(KSAC) 초대위원장을 맡은 안동수(65) 전 법무부 장관이 사무국 현판식을 시작으로 업무를 시작하며 밝힌 각오다. 그는 지난 1962년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 이후 줄곧 ‘판관’ 역할을 수행해 온 법조인이다. 또 1990년 무료법률상담소를 개설한 이후 16년 동안 ‘법’에 문외한인 일반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봉사인’이기도 하다. 그는 지방검찰청 근무를 시작으로 1975년 현역에서 은퇴할 때까지 서슬퍼런 칼날을 휘두른 검사였다. 이후 행정자치부 법률고문 등 탄탄대로를 걸은 정치인이기도 하다.2001년에는 비록 잠깐이지만 제50대 법무부장관까지 지냈다. 그러던 그가 스포츠와 인연을 맺은 건 최근이다. 이전까지 스포츠 분야라면 그가 즐기고 있는 등산과 골프가 전부. 고등학교 시절 유도복을 입어보고, 대학 때 테니스 라켓을 쥐어봤지만 수박 겉핥기였다. 법에는 정통했지만 스포츠에는 ‘문외한’이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2004년 대한태권도협회 고문을 맡으면서부터 국내 스포츠계에 눈을 떴다. 이후 아테네올림픽에서의 ‘양태영 사건’과 최근의 ‘쇼트트랙 파동’, 싱크로스위밍의 파벌싸움까지 주의깊게 지켜보면서 미국, 일본 등 스포츠 선진국에 견줘 전무하다시피 한 갈등 조정기구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김정길 대한체육회장의 간곡한 요청을 받아들여 4년 동안 위원장직을 수행하기로 결심한 이유다. 그러면서도 “무쪽 자르듯 판결을 내리는 ‘판관’보다는 중재자로서 국내 스포츠계를 부드럽게 융화시키겠다.”며 “무엇보다 한국 스포츠에 봉사하는 자세로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봉사’를 강조하는 그의 말대로 위원장직은 ‘무보수’다. 자신을 포함해 중재위원 9명이 주요 해당 업무를 수행하지만 법조계와 스포츠법학회는 물론 장애인체육회 등 전문가 50여명 패널들의 조언을 듣게 된다. 중재기구인 만큼 최종 판정에 대한 구속력은 없다. 다만, 이에 불복하고 일반법원 송사에 들어갈 경우 2∼3년의 기간을 허비하는 건 물론 같은 체육인으로서 돌이킬 수 없는 흠만 남길 뿐이다. 안 위원장은 “KSAC의 존재 자체가 분쟁과 갈등을 사전에 차단하는 예방책이 되지 않겠느냐.”며 “이 기구가 유명무실해질 정도로 국내 스포츠 단체와 체육인들의 화합이 이뤄져 스포츠문화가 바로 설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1978년 출범한 미국 스포츠중재기구 AAA나 일본 JSAA에 견줘 경험은 일천하지만 KSAC는 그들 못지않게 중재 역할을 수행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건 몰라도 등산만큼은 그가 가장 아끼는 스포츠다.2000년 1월 눈덮인 관악산을 오르다 넘어져 허리를 다쳤지만 그는 지금도 산에 오르길 주저하지 않는다.40년 넘게 ‘법’과 더불어 산과 살아온 그다. 그는 “이제까지 함께한 이 친구 외에 ‘스포츠’라는 새 동무가 생겼다.”고 흡족해하면서 “처음이라 어려움은 많겠지만 산에서 넘어져도 또 그곳에 오르는 심정으로 임무를 수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생년월일 1941년 3월3일 ●출생지 충남 서천군 한산면 ●학교 한산중-중앙고-서울대-서울대 사법대학원-미국 버클리 법과대학원 ●가족 부인 이귀자씨와 3녀1남 ●경력 15회 고등고시 합격(1962) 육군 법무관(1964∼67) 부산 대구 인천지검 검사(1968∼75) 부산대·영남대 법정대학 강사(1969∼71) 사법시험 시험위원(1987) 행정자치부 법률고문(1999∼2000) 50대 법무부장관(2001) 대한태권도협회 고문(2004∼현재) ●현직 변호사(안동수법률상담소) 한국스포츠중재위 초대위원장 ●취미 등산 골프(핸디캡 9)
  • 뒤늦은 美개입 중동 평화 찾을까

    미국이 뒤늦게 중동평화의 중재자로 나섰다. 24일(현지시간)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예정에 없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깜짝 방문에 이어 예루살렘과 가자지구 등을 돌며 중재역할을 벌였다. 이에 따라 미국이 ‘조기 진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는 ‘희망적인 관측’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자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은 “즉각적인 휴전을 일축해오던 미국이 태도를 바꿨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전했다.●미국, 유화적인 몸짓 레바논 곳곳에서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 사이의 치열한 전투가 전개된 이날 라이스는 키프로스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포연과 위험 속을 뚫고 베이루트로 날아왔다. 베이루트에서 그녀는 푸아드 사니오라 레바논 총리, 레바논 시아파 최고위급 정치인 나비 베리 의회의장 등과 만나 레바논인들의 안전에 대한 미국의 관심과 우려를 전달하는 등 유화적인 몸짓을 보였다. 이어 예루살렘을 방문,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와도 회담을 가졌다. 또 가자서안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방문,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과도 회동하는 등 중재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이 지역 무고한 사람들의 고난에 유감을 표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타임은 “국제적인 비난여론과 레바논 정부의 붕괴 위기 속에 조기 휴전에 무게를 두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미국은 “헤즈볼라의 무장해제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조기 휴전보다 헤즈볼라의 축출에 무게를 두면서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지지해 왔다.●美, 레바논 정부 붕괴 원치않아 타임은 가뜩이나 허약한 레바논 정부가 붕괴돼 무정부 상태가 될 경우 레바논에 헤즈볼라나 시리아, 이란 등의 영향력이 더 강해질 것이란 계산이 정책 변화에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친미 행보를 보여온 ‘온건 아랍국가들’을 달래는 데도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CNN은 25일 “라이스가 레바논측에 절충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가 장악중인 남부 레바논에 국제평화유지군 3만명을 배치하고 이스라엘 국경 30㎞까지의 완충지대내 헤즈볼라 무장을 해제한다는 것. 또 그와 동시에 휴전한다는 것이 골자다.●라이스, 새 중동 탄생 강조 그러면서도 라이스는 (민주주의와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새로운 중동의 탄생’을 강조했고 분쟁의 근원을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메르트 총리도 이날 “헤즈볼라의 무장해제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군사작전은 계속된다.”며 강경한 태도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라이스의 레바논 방문 동안 일시 중지했던 공습을 25일 보란 듯이 재개, 베이루트 남부지역을 집중 폭격했다.AFP 등은 “하루 만에 재개된 이날 공습에서 헤즈볼라의 거점지역인 베이루트 남부지역을 폭격했으며 강력한 폭발음과 남부 거주지역에서 거대한 연기구름이 피어올랐다.”고 전했다. 막바지 공격이란 해석도 있다. 이스라엘군의 베이루트 공습은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하이파에 대한 로켓 공격에 뒤이은 것이다. 한편 타임은 라이스의 방문은 지난 23일 부시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 및 주미 사우디 대사 등과의 긴급회의가 이뤄지고 사우디 국왕의 친서가 전해진 가운데 부시의 결정으로 이뤄졌다고 전했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열린세상] KEDO 해체의 교훈/정종욱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한때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정착의 주요한 징검다리로 간주되었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얼마 전에 해체됐다.4년 전 2차 북핵 문제가 터지면서 그 기능이 중지되어 식물인간이 되었다가 지난달 31일 집행이사회가 사업의 완전 중단을 공식 결의함으로써 출범 10년6개월 만에 안락사 당한 셈이다. 그동안 투자된 막대한 자금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사건에서 우리가 어떤 교훈을 얻는가 하는 것이다. 1차 북핵 문제가 터진 것이 1993년 3월12일이었다. 북한이 핵비확산조약(NPT)을 탈퇴한다고 발표한 게 바로 이날이었다. 그리고 1년7개월 후 제네바 합의문이 체결될 때까지 북핵 문제를 둘러싼 협상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북한의 벼랑 끝 전략이 서울 불바다 소동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한반도에는 심각한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기도 했었다. 그래서 제네바 합의가 타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여론은 대체로 이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컸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합의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 간의 교류 협력을 증진시켜 평화정착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았다. 제네바 합의가 성립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협상의 목표와 전략을 공유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한·미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관철한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고 이를 위해 강온 양면 전략을 적절히 배합한다는 데 합의했다.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지만 만약 외교적 노력이 실패하면 보다 강경한 조치를 모색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했다. 북한이 협력하면 경제적·정치적 보상을 제공하지만 만약 끝까지 협력을 거부하고 핵개발을 강행하면 제재를 포함한 강경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북한이 넘지 말아야 할 금지선도 알아들을 만큼 일러주었다. 북한을 코너로 몰기 위한 게 아니라 북한이 택한 벼랑 끝 전략의 한계를 밝혀놓지 않으면 평화적 해결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실제 협상이 말처럼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북한은 벼랑 끝에 매달려 금지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었다. 벼랑 끝에 가면 달라지는 미국의 입장도 부담이었다. 미국이 강하게 나가 위기가 고조되면 우리가 제동을 걸었고, 반대의 경우에는 미국이 반발했기 때문에 가끔 냉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 모양새가 되어 여론의 질책을 받기도 했다. 벼랑 끝 전략의 도사였던 북한이 이를 최대로 활용했고 그래서 강온책의 선택적 운용이 정말 힘들었다. 그러나 결국은 서울 불바다와 전쟁의 위기를 넘기면서 북한은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왔다. 북한이 전략을 바꾼 것은 한·미 양국의 확고한 공조와 우리 자신의 결연한 의지가 결정적 기여를 했다. 또한 이웃 국가들, 특히 중국의 협력도 큰 도움이 됐다. 중국의 협력을 위해서는 우리가 모든 가능한 외교적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확신시켜주어야 했고 제재 조치 역시 점진적으로 단계를 올려감으로써 북한이 다시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는 문호를 열어놓았던 것이 유효했다. 물론 카터와 같은 중재자가 북한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협상을 재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 혼자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그리고 북한의 일방적 협력에만 의존하는 것이 결코 현명한 선택은 아니라는 것이 1차 협상의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정종욱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 中 두번째 주교 독자적 임명

    중국 천주교가 바티칸 교황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두번째 주교를 임명했다고 뉴욕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교황청은 이에 대해 “종교적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며 교황청과 중국간 수교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마오쩌둥이 교회를 통제하기 위해 세운 중국 천주교 애국회는 지난달 30일 윈난성 쿤밍 교구 주교로 마잉린 신부를 임명했다. 이어 3일에는 안후이성 우후시의 성 요셉 성당에서 류신훙 신부 주교 서품식을 거행했다. 중국 천주교 애국회는 1958년부터 자선자성(自選自聖) 원칙 하에 주교 등을 독자적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교황청은 교황의 승인 없이 주교직 서품을 받는 성직자는 파문토록 규정하고 있다. 중국·바티칸 수교협상 중재자를 자임하고 있는 조지프 쩐 홍콩 추기경은 “두번째 주교 임명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후원을 뜻한다.”면서 “중국 정부는 바티칸과 진지한 수교 협상을 할 의지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바티칸 교황청은 수년간 타이완을 외교적으로 인정해 왔다. 중국에는 현재 400만∼1200만명의 가톨릭 신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사설] 6자회담 北태도 비판한 이종석 장관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어제 한 강연에서 북핵 6자회담 재개가 불투명한 것과 관련해 북한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 장관은 “핵 문제와 금융조치를 연계해 미국이 금융조치를 풀지 않으면 6자회담에 못 나오겠다는 북한의 판단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이례적인 직설화법으로 북한을 공격했다. 북한이 6자회담에 나와 북핵 문제에 전향적인 입장을 취할 때만 많은 국가들이 북한의 사정을 봐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미국에 말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도 했다. 우리는 이 장관의 지적이 옳다고 본다. 북핵문제 해결의 유일한 틀인 6자회담이 현 상태로는 유실될 가능성이 무척 크고, 이는 미국의 강경책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지만 금융제재와 6자회담을 연계하고 있는 북한의 자세에도 원인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6자회담이 무산될 경우 미국의 대북 압박강도는 더 강해질 것이고,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일 정도로 확대될 것이다. 실제로 한반도 주변상황은 이 장관이 밝혔듯이 ‘미묘한 정세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선 백악관과 재무부, 의회 등이 다양한 사안에 걸쳐 대북 압박 조치와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미국은 북한이 회담에 복귀하지 않고 계속 버틸 가능성에 대비해 방어적 조치를 강화해나가려는 것 같다는 천영우 6자회담 수석대표의 발언도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미국이 북핵문제에 우선순위를 뒀던 대북정책에 변화를 주려 한다는 관측마저 나오는 모양이다. 반면 북한과 중국은 최근 경제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밀착되고 있다. 반대로 한국과 중국간에는 북핵문제 해결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으며, 양국간 정보교류도 원활치 않다는 것이다. 6자회담은 반드시 재개되어야만 한다. 지난번 회담에서 가능성을 보인 ‘적극적 중재자’ 역할과 북핵문제의 주체적 해결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서도 빠른 시일내에 회담이 열려야 하는 것이다. 북한의 회담 복귀를 위해선 북한 감싸기에만 치중해선 안 될 것이다. 위폐 등과 관련해 지적할 것은 지적하면서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이끌어야 한다.
  • 공공기관간 갈등 단번에 풀었다

    “새로운 신례원역사(驛舍)를 짓기로 결정했을 때는 예산군의 관통도로 개설계획이 없었으니 별도의 철도횡단 시설물 공사비는 군청에서 부담해야 합니다.”(한국철도시설공단)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철도사업으로 주민들이 겪게 될 불편을 덜어주는 공사인 만큼 철도시설공단에서 공사비를 내는 것이 맞습니다.”(예산군) 장항선 철도개량공사에 따라 이전·확장되는 신례원역사를 지나는 지하통로 공사비를 누가 부담할 것인가를 놓고 한치도 물러서지 않던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예산군이 22일 충남 예산군 예산읍 복지회관에 마주앉았다. 이날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첫 ‘현장 조정회의’에 중재자로 나선 사람은 송철호 위원장. 그는 “오늘 논의의 초점은 두 기관의 갈등이 아니라 두 기관이 주민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에 모아져야 한다.”며 회의분위기를 이끌었다. 예산군 간양리 주민 125명은 지난해 11월 “신례원역사가 옮겨짐에 따라 단절되는 간양리와 신례원리를 연결하는 길이 49m의 지하통로를 설치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사업비 부담을 놓고 철도시설공단과 예산군이 합의점을 찾지 못했던 것. 민원을 제기한 주민 대표 신영균씨는 “연결도로가 없으면 역에서 공단이나 군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 낭비가 많다.”면서 “두 기관이 마주앉은 만큼 오늘은 조정이 마무리되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그동안 철도시설공단과 예산군은 지역발전과 교통난 해소, 철도 이용자 편의를 위해 통로박스를 설치한다는 데 동의했지만 사업비 부담에는 서로 난색을 표시했다.각각 서로에게 공사비를 내야할 책임이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철도시설공단은 공사비를 내도 돌아오는 혜택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예산군은 예산군대로 재정형편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사정을 철도시설공단이 외면한다는 불만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을 오래 끌수록 양쪽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철도시설공단은 신례원역 주변의 철도시설공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 예산군도 도시계획이 확정된 이후 공사가 진행된다면 지하가 아닌 지상통로를 건설할 수 밖에 없고, 도로 길이만 3배에 비용도 5배 이상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결국 조정회의에서 두 기관은 20억원에 이르는 사업비를 50%씩 분담해 신속하게 공사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예산확보를 위해 주민과 기획예산처를 적극적으로 설득키로 한다는 내용의 협약서에 서명했다. 송철호 위원장은 “이번 사안은 우리 사회의 어디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갈등요소를 갖고 있다.”면서 “오늘 처럼 이해당사자가 마주앉아 조금씩 양보하면 주민들의 마음고생을 키우고 예산을 낭비하는 것은 물론 지역발전까지 저해하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예산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수사권 조정·희망한국21… 막막

    이해찬 국무총리가 15일 오후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을 끝으로 물러남에 따라 국정현안 조율의 ‘사령탑’ 역할을 해온 총리실의 위상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날 취임 1년을 맞은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6일부터 총리 직무대행을 맡게 됐지만, 이 총리처럼 ‘강력한 중재자’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총리가 주도해온 국정현안 대부분이 정치력의 뒷받침이 필요한 만큼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한 부총리로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선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난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말 검찰과 경찰이 3년째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이 문제를 총리실로 넘겼다.이 총리는 ‘3월 중 마무리’를 공언했으나, 지난달 경찰청장 경질과 이달 행정자치부 장관 교체 등으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 총리마저 물러남에 따라 논의 자체가 당분간 중단될 수도 있다. 총리실이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희망한국 21 프로젝트’도 힘이 빠질 수 있다. 이 총리는 재원 마련을 위해 부처별 ‘예산 짜내기’에 나서 마무리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총리의 낙마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부처별 불만이 표출된다면 다시 지지부진해질 수도 있다. 이 총리가 지난해 10월 ‘국민대통합연석회의’를 제안한 뒤 지난 1월 출범시킨 ‘저출산·고령화대책연석회의’도 구심점이 사라져 차질이 예상된다. 이밖에 경찰과 시민·사회단체간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평화적 집화·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민관공동위원회’, 부처간 이견이 첨예한 ‘방송·통신 융합추진위원회’ 출범문제 등도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이란核 안보리 회부 합의

    이란核 안보리 회부 합의

    ‘중동 지역의 안정을 위해 방향은 분명히, 문제 해결은 여유를 갖고 천천히.’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들이 31일 영국 런던에서 이란 핵문제를 안보리에 넘기기로 원칙을 정하되 3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미루기로 했다. 전날 런던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집권에 성공한 무장조직 하마스 대응책을 논의한 미국과 유럽연합(EU), 유엔과 러시아 등 중동평화 로드맵 당사자들은 이스라엘 인정과 폭력 포기 촉구에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즉각적인 원조 중단에는 나서지 않기로 했다. 섣불리 대응했다가 이 지역 정세에 돌이킬 수 없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현실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러시아 동의 이끌어내기 위한 고육책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 외무장관들은 이란 핵문제의 안보리 회부에 합의했지만 최소 1개월 이상 이란의 핵개발에 대한 유엔 제재를 미루기로 했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IAEA 절차에 대한 권위를 살리기 위해 IAEA의 3월 정기이사회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제재 결정을 미루기로 했다.”고 설명했다고 BBC는 전했다. 이에 따라 2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IAEA 임시이사회에서 이란 핵의 안보리 회부 결정이 내려져도 안보리 공식 논의는 3월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는 이뤄지지 않게 됐다. 시간을 갖고 안보리 회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버텼던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이번 성명이 우리가 바라는 수준에서 가장 강력한 메시지”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31일 오후(한국시간 1일 오전 11시)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란 정부와 국민에게 별도의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이란인에게는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말하는 대신, 정부에 대해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를 희망한다면 핵야망부터 포기하라.’고 촉구한다는 것이다. ●아난 유엔 사무총장까지 무장 포기 압박 중동평화 4개 당사국의 런던 회동은 하마스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배려로 가득찼다고 BBC는 분석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까지 “팔레스타인 정부의 모든 구성원은 비폭력, 이스라엘 인정 확약 등 중동평화 로드맵을 비롯한 기존의 모든 합의와 의무를 준수해야만 한다.”고 가세했지만 새 정부에 대한 지원 여부는 이런 원칙이 지켜지는지에 대한 검토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하마스가 여유를 갖고 향후 행보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으로 BBC는 풀이했다. 그러나 사미 아부 주흐리 하마스 대변인은 30일 “(중동 평화회담을 중재하는)중재자들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점령과 침략 중지를 요구해야지, 피해자로 하여금 점령을 인정하고 뒷짐만 지고 있으라고 요구해서는 안된다.”고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칼리드 메샬과 이집트 카이로에서 만나 정국 운영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줄기세포는 없었다] ‘황우석 파문’ 중심에 선 인터넷 여론의 힘

    황우석 파문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는 인터넷의 힘이 컸다. 붉은 악마, 촛불시위, 탄핵사태 등으로 덩치를 불리던 인터넷은 마침내 ‘국익’의 이름으로 MBC와 PD수첩을 삼켜버렸다. 비판론과 자성론도 불거져 나오고 있지만 오히려 장점으로 살리자는 견해도 있다. 바로 ‘숙의(deliberative)민주주의’의 가능성이다. 숙의민주주의론의 문제의식은 사회가 전문화·관료화되면서 시민들의 참여가 점차 줄고, 이것이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숙의론자들은 ‘상식적인 시민들의 합리적 토론’에서 대안을 찾는다. 인터넷은 그 마당이 될 수 있다. ●인터넷은 ‘독’이다 강원대 홍성구 교수는 인터넷에 넘쳐났던 애국주의 열풍을 국민들 능력의 한계로 봤다. 그 무엇이든 흑과 백으로 갈려 이리저리 한쪽으로만 쏠리는 현상이 너무 역력했다는 것.PD수첩의 취재윤리 문제가 전부인양 떠들다가, 갑자기 이에 대한 얘기는 쏙 들어가버린 것을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직접적이고 즉각적이지만, 익명이기 때문에 무책임할 수밖에 없는 인터넷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기보다는 일방적인 주장만 남겨뒀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정작 더 큰 문제는 이제부터다. 홍 교수는 “황우석 파문으로 드러난 문제들은 오랜 기간 심사숙고가 필요한 것들”이라면서 “이마저도 즉흥적 여론에 떠밀리면 황우석 파문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대중독재 개념을 냈던 한양대 임지현 교수는 황우석 파문을 성장지상주의에 매몰된 한국사회의 총체적 실패로 규정했다. 임 교수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젊은 과학도들이 활약했던 ‘브릭’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브릭 역시 기술적인 면에서만 접근해 과학적 절차가 이상 없으면 모든 게 다 괜찮다는 식의 결론으로 흐를 우려가 있었다.”면서 “그런 점에서 이들의 주장이 황우석팀의 ‘대한민국 원천기술’ 논리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과학으로 포장된 애국주의’에 매몰됐다는 점에서 네티즌들이나 전문가들이나 별 차이가 없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래도 가능성은 있다 그럼에도 희망을 보려는 이들은 비관론이 너무 성급하고 일면적이라 생각한다. 매연이나 교통사고 등의 문제가 있지만 자동차를 쓰듯, 인터넷도 이런저런 문제가 있지만 어차피 우리 삶의 일부가 됐다는 것. 그렇다면 껴안고 가야지, 비판만 해서는 안된다는 반론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제 마음껏 떠들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아주 낮은 수준이긴 해도 ‘언론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민주화의 진전을 뜻한다. 특히 황우석 파문처럼 어떤 특정 주제를 놓고 온갖 논의를 다 펼칠 수 있다는 것은 고대 민주정의 ‘광장’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황우석 파문을 둘러싼 네티즌들의 격렬한 논쟁은 이제 한국 사회에 ‘공중(public)’이 등장했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이리저리 휩쓸려 다닐 뿐인 군중(mob)이나 대중(mass)이 아닌, 나름의 논리로 의사결정 과정에 참가하는 존재가 공중이다. 다만, 이제 막 등장하는 때다 보니 문제점이 먼저 크게 눈에 띌 뿐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보면 인터넷 그 자체보다 인터넷의 활용이 더 중요한 문제다. ●인터넷,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연구가 있다.2004년 17대 총선 당시 포털사이트 토론방에서 이뤄진 네티즌들의 토론문화에 대한 이준웅(서울대)·김은미(연세대)·문태준(서울대) 3인의 공동연구논문이다. 당시는 탄핵사태에 이은 촛불시위가 절정에 달했던 시기였기에 인터넷 토론방은 친노·반노진영의 논객들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던 때였다. 이들은 논객의 신상정보 가운데 일부를 공개했을 때 리플(답글)이 더 많이 달리는 등 토론의 양이 증가했고, 중재자를 둘 경우 토론의 질이 높아지는 현상을 확인했다. 어떤 조건에서 쓰이느냐에 따라 인터넷이 숙의민주주의에 활용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얘기다. 이준웅 교수는 “인터넷도 하나의 문화라는 점에서 어떻게 가꾸어가야 할지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실전 논술] 윤리의 발생과 존속

    ●다음 글의 저자는 윤리의 발생과 존속에 대하여 특정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저자의 입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600자 내외(±200자)로 쓸 것.) 공평 무사함에 대한 예찬과 그 기원 서로 이웃한 두 명의 족장 사이에 수 년 전부터 불화가 있어서, 그들은 서로 씨앗을 파헤치고 가축을 훔치며 집을 불태웠는데 전체적으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였다. 그것은 그들의 힘이 상당히 비슷했기 때문이다. 영토가 동떨어져서 이 싸움에 휩쓸려들지 않았던 제 3의 족장은 이 호전적인 두 족장 중에서 한쪽이 결정적으로 우위를 차지하는 날이 올 것을 염려하여, 결국 양자 사이를 호의와 친목으로써 중재했다. 그런 다음 그는 그 때부터 평화를 위반하는 자에 대하여는 자신과 상대방이 합세하리하는 것을 각각에게 암시함으로써 은근히 자신의 협상안을 강요했다. 그래서 양자는 그 앞에 모여 여태껏 증오의 도구이며 또한 빈번히 그 증오의 원인이 되기도 했던 자신들의 손을 망설이며 그의 수중에 맡겼다. 그리하여 실로 그들은 성실하게 평화를 추구하려 애썼다. 그 결과 그들은 모두 자신의 복지와 쾌적함이 갑자기 증대했다는 것, 이웃은 더 이상 음험하거나 조롱을 하는 악인이 아니라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는 상인이라는 것, 심지어는 뜻밖의 재난이 닥치면 지금껏 그래 왔듯이 이러한 이웃의 곤경을 이용하거나 그것을 최고도로 높이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 재난에 대해 상대방을 구제해줄 수 있다는 것 등등을 놀라워하면서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흡사 두 지방에 사는 부족인들은 그 이래로 아름다워지기라도 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그것은 눈이 밝아지고, 이마의 주름살도 없어졌으며, 모두가 자신의 미래를 신뢰할 수 있게 된 때문이었다. 인간의 영혼과 육체에 있어 이러한 신뢰보다 더 쓸모 있는 것도 없는 것이다. 그들은 서로 매년 동맹일에 다시 만났다. 족장과 그 부족민들 모두가, 더욱이 그 중재자의 앞에서 모였던 것이다. 그 중재자 덕분으로 얻게 된 이득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들은 중재자의 방식을 경탄하며 존경해 마지않았다. 그들은 중재자가 ‘공평 무사’한 사람이라고 하였다. 그것은 그들이 그 후 자신들이 모으게 된 이익에만 너무도 몰두했던 나머지 그 중재자인 이웃의 행실을 보지 못하여 그의 상태는 중재 이후에도 그전의 상태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몰랐기 때문이다. 즉, 그는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므로 그가 이익을 염두에 두지 않기라도 한 듯이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처음으로 공평 무사함을 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분명 사소하거나 개인적인 경우에서 그 때까지 그와 유사한 일이 종종 일어났음에도 그들이 그런 일이 덕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게 된 것은 그것이 처음으로 전 부족들이 볼 수 있도록 아주 큰 글씨로 벽에 쓰여졌을 때 이후의 일인 것이다. 도덕적 특성은 그것이 ‘가시적’으로 전 사회의 행·불행을 결정한 그 순간에야 비로소 덕으로 인식되고 명명되며 존중되고 함양하도록 권유를 받게 된다. 즉, 그럴 경우엔 ‘대다수’ 사람들에게 있어서 감정의 높이라든가 내면적 창조력의 흥분은 너무 엄청나서 그들은 각각 자신이 갖고 있는 최상의 것을 이러한 특성에 부여한다. 즉, 엄숙한 자는 자신의 엄숙함을, 기품 있는 자는 기품을, 여인들은 온화함을, 청년들은 자기들 본질에 가득 차 있는 온갖 희망과 미래를 그 도덕적 특성의 발치에 놓는다. 시인은 그것에 언어와 이름을 부여하고, 그것을 유사한 계열에 넣어 혈통을 주고, 최후에는 예술가들이 하듯 자기의 상상이 창조한 형상으로 새로운 신격으로서 숭배하는 것이다. 그는 숭배를 ‘가르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것은 하나의 덕이 된다. 만인의 사랑과 감사가, 마치 조각상에 그러하듯, 그것에 작용하여 결국에 가서는 훌륭한 것과 숭배할 만한 것이 ‘결합’하여 일종의 신전인 동시에 일종의 신적 인격체가 되기 때문이다. 그 후 덕은 유일한 덕으로서, 즉 이전과는 다른 독립된 존재로서 서게 되는 것이며, 신성시되는 초인간성으로서의 권리와 권력을 행사한다. 윤리와 윤리적인 것 도덕적·윤리적·윤리학적이라는 것은 오래 전에 설정된 규율이나 관례 따위에 순종하는 것을 뜻한다. 고통스럽게 기꺼이 복종하느냐 하는 것은 중요치 않으며, 복종을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오랫 동안 유전되어 온 천성에 의하여 윤리적인 일을 쉽고도 기꺼이 해치우는 사람(예컨대 고대 희랍인에게 있어서처럼 복수하는 일이 선한 윤리에 속해 있을 때 복수를 해치우는 사람)을 ‘선하다’고 한다. 그는 ‘무엇엔가’ 선하기 때문에 선하다고 불리는 것이다. 그런데 호의와 동정심 같은 것들은 윤리의 변천 속에서도 늘상 ‘무엇엔가 선한 것’으로, 유용한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주로 호의적인 사람, 자비심이 많은 사람을 ‘선하다’고 한다. 악은 ‘윤리적이지 않은 것’, 비윤리를 저지르는 일, 그것이 이성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인습을 역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웃을 해침은 서로 상이한 여러 시대의 모든 윤리 법칙에 있어서 대체로 해악스러운 것으로 간주되어 왔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는 ‘악하다’는 말에서 자유 의지로 이웃을 해치는 일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인간이 윤리와 비윤리, 선과 악에 대하여 구분을 지어 온 근본 대립은 ‘이기적인 것’과 ‘비이기적인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습 및 규율의 속박과 그로부터 자유로운 것 사이에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인습이 어떻게 ‘성립’ 되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국에 가서는 선악이라든가 그 밖에 내재적 지상 명령(도덕 법칙)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무엇보다도 하나의 ‘공동체’, 하나의 ‘민족’의 보존이 목적인 것이다. 잘못 판단된 우연을 바탕으로 형성된 모든 미신적 관례는 인습을 강요하는데, 이 인습에 복종하는 것이 윤리적인 것이다. 인습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는 것은 위험한 것인데,‘공동 사회’의 경우가 개인의 경우보다 훨씬 유해하다. 그런데 모든 인습은 기원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면 있을수록, 더 많이 망각될수록 계속해서 존중될 만한 것으로 되어 간다. 거기에 바쳐지는 숭배는 세대가 지날수록 더 두텁게 쌓여 인습은 마침내 신성한 것이 되고 외경심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지문의 분석 이 글은 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의 일부이다. 이 책은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친구이자 동지였던 바그너와의 절교로 깊은 상심과 사상적 변이를 겪고 있는 시기에 쓰여진 작품이다. 니체에 의하면 도덕은 특정한 습관이나 풍습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따라서 도덕의 준수가 유쾌함을 창출함으로써 도덕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입증한다 하더라도 도덕이 곧바로 선하다고 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 도덕 및 윤리와 관련하여 대단히 파격적인 니체의 입장은 일단 상대주의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나, 그의 도덕 이론을 통칭하기에 딱히 적합한 용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도덕 및 윤리의 발생과 관련하여 니체가 상대주의적 외양을 띠는 것은 분명하지만, 도덕 이론과 관련하여 그가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기존의 나약하고 노예적인 기독교 윤리를 파괴하고 건강하며 활기찬 초인의 도덕을 강조하는 데 놓여 있기 때문이다. ●출제의도와 생각하기 제시문에서 니체는 도덕 및 윤리가 결코 천부적인 것이 아니라 일종의 합의에 의해 우연히 창출되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으며, 아울러 인습적인 힘에 의해 존속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보면 도덕 법칙은 사실 정당한 가치 척도가 될 수 없으며, 우연히 만들어져 인습적으로 강요되고 있는 원칙들을 강제하는 체계일 뿐이다. 비교적 난해한 제시문이지만 나름대로 제시문의 입장을 요약한 다음, 거기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단, 제시문의 주장에 대한 논박과 옹호가 논의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글을 써 나가는 것이 자신의 입장을 명료하게 제시하는 방법이다. 제시문이 비교적 추상적인 차원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입장을 제시할 경우에는 적절한 예를 들어 접근하는 것이 좋다. 제시문의 입장을 찬성한다면 니체의 주장이 맞아떨어질 수 있는 도덕 규범의 예를 보여 주고, 반대할 경우에는 니체의 주장에 대해 반례가 될 만한 예를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어떻게 쓸까 주어진 논제와 관련해 볼 때 주제의 방향은 도덕에 대한 니체의 입장 검토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주제문은 도덕에 대한 니체의 입장이 부분적으로만 타당하다는 점을 제시하면 된다. 이러한 방향과 관련하여 서론은 먼저 전통적 도덕관에 대하여 정리하면서 문제 의식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하면 된다. 본론의 처음 부분에서는 앞서 언급한 전통적 도덕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 자연스럽게 글을 연결해 나갈 수 있다. 이어서 도덕의 발생에 대한 니체의 입장과 그 문제점을 지적하면 된다. 도덕 및 윤리가 합의에 의해 우연히 창출된다는 니체의 입장을 지적하고 그 문제점을 논술하면 된다. 이 때 구체적인 예를 들지 않으면 자의적이거나 추상적인 주장이 될 수 있으므로 구체적 예로써 보완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본론의 마지막 부분에는 도덕의 존속에 대한 니체의 입장을 정리하면 주어진 문제에 대한 성실한 답변이 되겠다. 마지막으로 결론 부분에서는 본론의 마지막 부분인 도덕의 존속에 대한 니체의 입장, 즉 인습적인 힘에 의해 존속된다는 입장에 대해서 비판하는 내용으로 마무리지으면 된다. 단 무조건적인 비판이 아닌, 자신의 견해가 드러난 논리적 비판이어야 한다. 이석록 서울 대치메가스터디 원장
  • 2005년 묻혀진 이슈

    2005년 묻혀진 이슈

    2005년 한해를 보내면서 좀 더 관심있게 집중 보도했어야 할 ‘묻혀진 이슈’는 없었을까. 지면의 제약에다 ‘새로우면서 흥미와 관심을 끌 수 있는’ 뉴스를 찾다 보면 정작 독자들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슈가 가려지거나 묻히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서울신문은 올 한해를 마감하면서 그동안 미처 부각하지 못했거나 외면했던 대표적인 이슈 3가지를 간추려 돌아본다. ■ 1. 파키스탄 대지진 지난 10월8일 발생한 파키스탄 지진 소식이 서울신문 지면에서 사라진 것은 참사 2주째를 하루 앞둔 21일이었다. 구호단체들의 호소는 판에 박힌 것으로 치부되고 지지부진한 구조 작업은 새 뉴스를 전해야 하는 강박감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지난해 말 지진해일(쓰나미)로 인한 동남아시아 5개국의 참상과 겹쳐 보인 점,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미국의 치부가 드러난 것과 같은 사회적 의미가 미미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파키스탄의 참상은 으레 되풀이되는 재난쯤으로 여겨졌다. 우리의 관심이 멀어진 사이 희생자는 참사 직후 추산됐던 4만명의 갑절에 가까운 7만 5000명으로 늘어났다. 인도령 카슈미르의 1400명이 포함된 숫자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8만 700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7일 웨스트 프런티어주 만세라의 난민 텐트에서 화재가 발생,4명의 어린이 등 7명이 몰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를 보도한 국내 신문은 찾기 힘들었다. 특히 인도와 국경 지대인 카슈미르에 12월 평균 1.5m, 내년 1월 2.4m의 눈이 쌓일 것으로 추정되고 예년보다 훨씬 낮은 섭씨 영하 20도의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는 거듭된 ‘제2의 재앙’ 경고도 국내 언론의 눈과 귀를 붙들어매지는 못했다. 더욱이 이 지역의 눈은 4월은 돼야 녹는다. 지난달 28일 첫 눈이 내린 뒤 8명이 얼어죽고 700명 이상이 감기와 폐렴, 저체온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에 더해 동상, 피부병, 전염병 등으로 인한 어린이 희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다행히 WHO 등이 어린이 40만명에게 예방접종을 마쳐 이같은 우려를 조금은 덜었다. 그러나 40곳의 난민 캠프에 의탁하고 있는 350만명의 이재민들은 쏟아지는 눈을 피할 만한 변변한 텐트 하나 없이 겨울을 맞았다. WHO는 지금까지 제공된 구호물품은 텐트 2만개와 담요 32만장으로 집계했지만, 이들 텐트의 90% 이상이 한파를 견뎌낼 수 없는 것으로 파악돼 구호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식량 공수도 문제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450만명 가량이 구호단체가 제공하는 식량으로 갸날픈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각종 자선기구가 내놓겠다고 약속한 금액은 62억달러로 당초 구호기구가 호소한 금액을 훨씬 넘어섰지만, 문제는 내년 1월 이후 쓸 재원이 바닥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헬리콥터를 띄워 오지의 이재민들에게 식량을 공수하려면 7000만달러의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구호 관계자들은 호소한다. 파키스탄의 재난구호를 총괄하고 있는 파루크 아마드 대장은 지난 18일 테드 터너 CNN 창립자 등에게 겨울을 견뎌내려면 200만개의 담요가 더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해가 바뀌더라도 파키스탄의 참상에 눈귀를 기울여볼 일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2. 요르단강 서안 장벽 지난 8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유대인 정착촌을 철거하는 이스라엘 불도저들의 굉음에 파묻힌 것은 정착민들의 절규만은 아니었다. 정착촌 철거가 두 민족의 분규를 끝내기 위한 아리엘 샤론 총리의 ‘역사적 결단’으로 여겨지는 사이 이스라엘은 2002년부터 요르단강 서안에 쌓고 있는 보안장벽 건설을 밀어붙였다. 지난해 6월 국제사법재판소의 ‘국제법 위반’ 판결도 한낱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서구 언론의 시각을 그대로 좇은 국내 언론은 이스라엘의 ‘반칙’을 제대로 부각시키지도, 이슈화하지도 못했다. 지난 14일 사울 모파즈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서안지구 정착촌에 290여 가구가 이주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는 미국이 지원하는 중동평화 로드맵에 엄연히 규정된 신규 이주 동결 원칙을 어긴 것이다. 반칙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의 잠입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샤론 정부는 2002년 6월부터 장벽을 건설하기 시작, 지난 9월까지 총 연장 670㎞의 절반 가까이를 완성했다. 높이 5m의 콘크리트벽 한쪽에는 철조망이, 다른 쪽에는 깊이 2m의 도랑이 파여졌다. 전자 감응장치와 발자국을 확인할 수 있는 흔적 탐지로가 설치됐다. 약 8.5㎞ 구간은 무려 8m 높이의 콘크리트 담으로 둘러쳐진다.1㎞를 건설하는 데 200만달러(2억여원)가 든다. 더욱 큰 문제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 이스라엘과 요르단강 서안을 가르는 국경인 ‘그린 라인’을 무시했다는 데 있다. 일부에서 요르단강 서안 쪽으로 깊이 파고 들어가 팔레스타인 마을들을 고립화시켰다. 지난 2월 샤론 내각이 노선을 약간 변경하긴 했지만 여전히 팔레스타인 땅 6∼8%를 잠식한 것으로 보인다. 존 더가드 유엔인권판무관은 2003년 9월 제출한 보고서에서 “장벽과 이스라엘 사이에 거주하는 21만명의 팔레스타인인이 공공서비스, 학교, 작업장에서 격리되기 때문에 난민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일방주의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뜨뜻미지근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이 장벽은 어디까지나 보안상으로만 기능해야 하며 영구적인 분리를 의미하는 것이어선 안된다. 테러에 가담하지 않는 팔레스타인인에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보안상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했지만 구두선에 그쳤다. 팔레스타인은 또다른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일방주의는 팔레스타인의 고립감을 부추겨 원치 않는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 당장 내년 1월25일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마무드 아바스 총리가 이끄는 파타당이 무장세력 하마스에게 권좌를 내줄 경우, 중동평화는 험한 도전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하마스는 지난 15일 서안지역 지방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전조를 드러낸 바 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3. 유럽연합 통합 |파리 함혜리특파원|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정치·경제력을 갖춘 ‘유럽합중국’의 등장은 그 자체가 관심거리였다. 하지만 지난 5·6월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유럽연합(EU) 헌법이 부결되면서 지금껏 중단 없이 달려온 통합기관차에 급제동이 걸렸다. 이후 EU 통합 관련 기사는 ‘푸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정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인도 등에 밀린 측면도 있지만,EU 통합 자체가 너무 오랫동안 지루하게 진행돼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EU 정상들은 지난 6월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EU헌법조약의 비준이 부결된 뒤 비준일정을 연기한 채 ‘숙고기간’을 갖기로 합의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의회 헌법위원회는 ‘사망선고’를 받은 유럽헌법을 회생시키기 위해 지난 9월 첫 협의를 갖고 다양한 회생방안을 제시했다. 자유당 그룹의 앤드루 더프(영국) 의원은 숙고기간 중 기존 헌법조약을 일부 수정, 새로운 EU헌법조약 초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녹색당의 보겐후버(오스트리아) 의원은 2009년까지 새로운 EU헌법조약 초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국민당 그룹의 알렉산더 스터브(핀란드) 의원은 주요국의 선거 일정이 마무리되는 2007년 헌법조약의 수정을 위한 준비작업을 거쳐 2008년 헌법조약 수정,2009년 비준절차를 취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협의해 나가자고 말했다. 사회당의 카를로스 카르네로(스페인) 의원은 숙고기간 중 논의된 회원국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2007년 말 유럽의회가 각국 의회와 공동으로 회의를 개최하고, 헌법조약 개정방향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묻는 EU 전체 차원의 국민투표를 2009년 6월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원회의 이같은 논의가 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다수 유럽의회 의원들이 2009년을 EU헌법조약 완료시한으로 상정한 점,EU헌법조약을 수정하자는 의견이 개진된 점으로 미뤄 향후 EU 내 헌법조약 처리에 대한 논의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헌법에 대한 논의는 독일이 순번제 의장국을 맡는 내년 상반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와 관련, 취임 다음날인 지난달 23일 브뤼셀을 방문해 EU집행위 및 유럽의회 지도자들과 만난 뒤 “유럽은 헌법을 필요로 한다. 헌법을 포기해선 안된다.”며 헌법비준의 부활을 시도할 것임을 강력 시사했다. 메르켈 총리는 국제사회 ‘데뷔무대’였던 EU정상회의에서 2007∼2013년 EU 예산안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영국과 프랑스, 신·구 회원국들간을 설득, 타결을 이끌어냄으로써 균형잡힌 ‘중재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여세를 몰아 유럽헌법 문제도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lotus@seoul.co.kr
  • 메르켈총리 英·佛중재 EU예산안 극적 타결

    |파리 함혜리특파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국제 외교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메르켈 총리는 17일(현지시간) 타결된 유럽연합(EU)의 오는 2007∼2013년 예산안 마련에서 막후 조정역할을 발휘해 극적 타결을 이뤄냈다. 외교소식통들은 “메르켈이 정상회의 데뷔무대에서 자국 재정적자 증가 우려에도 불구,EU 전체 예산규모를 늘리자고 적시에 제안함으로써 중재자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고 평가했다. 앙숙인 토니 블레어 총리와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분담금 환급금 추가 축소와 농업보조금 감축을 위한 예산안 재검토 방안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조용히 두 정상을 밀어붙인 것도 메르켈 총리란 것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총리가 시라크 대통령과 견고한 짝을 이뤄 종종 블레어 영국 총리를 압박하곤 했던 반면 메르켈 총리는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서 치우치지 않는 균형적 중재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가다. EU 예산안은 이틀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극적으로 타결됐다.25개 회원국 정상들은 브뤼셀에서 심야 전체회의를 열어 순번제 의장국 영국의 블레어 총리가 내놓은 최종 수정안을 격론 끝에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타결된 예산안은 EU 전체 예산규모를 25개 회원국 국민총소득(GNI)의 1.045%인 8623억 유로로 늘리고 중·동유럽 10개 새 회원국들에 대한 지원규모도 크게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논란이 됐던 영국의 분담금 환급금 축소 규모도 당초 80억 유로에서 105억 유로로 늘었다. 프랑스 등 EU의 농업보조금 축소 문제는 2008∼2009년에 삭감을 위해 재검토한다는 선에서 합의했다. EU는 또 이번 정상회담에서 마케도니아에 EU 회원국 후보 지위를 부여했다.lotus@seoul.co.kr
  • 이라크 ‘외국인 납치’ 또 기승

    이라크에서 외국인 납치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독일 ARD방송은 29일(현지시간) 무장단체가 이라크에서 활동 중인 여성 고고학자 주잔네 오스토브(43)를 납치한 뒤 ‘독일이 이라크 정부와의 접촉을 중단하지 않으면 오스토브를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에서 독일인이 납치된 것은 처음이다. 오스토브와 이라크인 운전사는 지난 25일 무장괴한에 납치됐다고 방송은 전했다. 오스토브는 이라크전 발발 이전부터 이라크에 머물며 구호단체에서 일해왔다고 가족들은 밝혔다.독일은 처음에는 이라크전에 반대했지만 현재는 이라크 군·경의 훈련을 돕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취임후 첫 의회연설에서 테러범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알 자지라 방송은 이날 ‘정의단의 칼’이라고 밝힌 무장단체가 이라크에서 활동 중인 평화운동가 4명을 납치, 위협하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방영했다. 시카고에 본부를 둔 ‘기독교 평화중재자 팀’이라는 단체 소속으로 미국인 1명, 영국인 1명, 캐나다인 2명이며 지난 26일부터 행방불명 상태였다. 한편 바그다드 북부 발라드 지역에서는 이란인 순례자 6명이 무장괴한에 납치됐다가 이틀만인 30일 풀려났다.AP통신은 “보름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방해하기 위해 무장단체가 잇따라 납치 사건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고 전했다.장택동기자 외신종합 taecks@seoul.co.kr
  • 다우너 호주 외무장관 “북한이 핵기술 판 증거있다”

    “북한이 핵기술 등 대량살상무기(WMD) 기술을 해외에 팔았다는 증거가 있다. 북한의 핵보유는 한국뿐아니라 전세계적인 위협이다.” 한·호 외무장관 회담과 APEC회의 참석을 위해 한국에 온 알렉산더 다우너 호주 외무장관은 14일 북한핵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국제사회는 핵 등 WMD 확산에 보다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언론재단포럼에 연사로 참석한 다우너 장관은 “북한과 이란 등이 핵 등 WMD 기술을 외부로 이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현안”이라며 “호주, 미국 등이 실행해온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호주는 북한의 핵개발을 단념시키기 위해 호주주재 북한대사의 정기적으로 접촉하는 등 대화채널을 유지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달 말 베이징주재 호주대사의 방북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우너 장관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호주 등 국제사회 주요 구성원들은 북한에 대한 각종 원조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우너 장관은 호주는 “주요 교역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을 완료하거나 상당히 진전시킨 상황이지만 한국과는 잘 되지 않고 있다.”며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를 희망했다. 자유당의원, 재무장관 등을 지낸 다우너는 ‘북핵 문제의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북한과 외교관계를 재개한 지난 2000년 11월과 2004년 8월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농업인의 날’ 155명 시상

    농림부는 11일 ‘제10회 농업인의 날’을 맞아 서울 농협중앙회에서 기념식을 갖고 김치의 국제품질인증(ISO)을 획득한 순천농협의 채대홍(62) 조합장에게 은탑산업훈장을 주는 등 농업과 농촌 발전에 이바지한 유공자 155명을 시상했다. 포상은 훈장 9명, 산업포장 11명, 대통령 표창 22명, 국무총리 표창 28명, 농림부 장관 표창 85명 등이다. 동탄산업훈장은 신덕현(55·축산업)·장근환(66·농업)씨가, 철탑산업훈장은 임중경(60·농업)·박철선(53·농업)씨와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 이흥세(53) 부회장, 석탄산업훈장은 김길재(51·농업)·이오(55·농업)·정종석(68·임업)씨 등이 받았다. 이 가운데 동탑산업훈장을 받은 장근환씨는 고령의 나이에도 고추 전문사이트를 개설, 소득증대에 힘썼다. 석탑산업훈장을 받은 김길재씨는 방아체험장 등 전통자원을 활용해 농외소득을 올렸다. 농민시위 진압을 담당하는 서울 영등포경찰서 정보보안과의 김필수(38) 경사는 농민들의 추천으로 농림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김 경사는 농민시위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농민 사이에 중재자 역할을 자처, 시위가 폭력사태로 번지는 것을 막은 공로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월드이슈-프랑스 소요사태 확산] 소요 진원지 클리시수부아를 가다

    [월드이슈-프랑스 소요사태 확산] 소요 진원지 클리시수부아를 가다

    파리 교외 저소득층 지역에서 지난달 27일 이래 계속되고 있는 소요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소요사태가 독일, 벨기에 등 이민자가 많은 인근 유럽 지역으로까지 번질 조짐마저 보인다. 이번 사태는 주로 북아프리카계 무슬림이 몰려 사는 대도시 교외 저소득층 지역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새삼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청소년들의 분노가 폭발하게 된 이유가 단순히 검문을 피하던 소년들의 죽음과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의 우범지역 범죄에 대한 초강경 대응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저소득층 젊은이들의 뿌리깊은 소외의식이 극단적 방식의 분노로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장기적 안목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방화가 차량 뿐 아니라 학교, 탁아소, 체육관, 상업시설 등으로 확대되고 인명 피해마저 발생하면서 저소득층 지역 주민들조차도 “이제 폭력은 그만”을 외치며 하루빨리 일상의 평정을 찾기를 바라고 있다. |클리시수부아 함혜리특파원| 7일 오후 3시(현지시간) 파리 북동부 교외에 있는 올네수부아의 부아욤 고등학교 앞 광장.400여명의 학생들이 일제히 나와 웅성거리고 있었다. 학생들의 대부분은 흑인, 혹은 북아프리카 계열의 유색인들이다. 아직 학교가 끝날 시간이 아닌데도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도 몇몇 눈에 띈다. 청소년들의 야간 소요사태로 유리가 깨진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한 여학생에게 이유를 물었다. 학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전화가 와 모든 학생들이 대피했다는 것이다. 이 여학생은 “우리 학교뿐 아니라 근처의 3개 학교가 폭발물 위협을 받았다.”며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지 않는 한 소요사태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단의 대책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옆에 있던 친구가 “최소한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감전사 사고에 대해 공개사과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사르코지(내무장관)는 모든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막 도착한 버스에 뛰어 올랐다. 올네수부아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클리시수부아. 지난달 27일 경찰의 검문을 피하던 10대 소년 2명이 감전사하면서 프랑스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소요사태의 진원지가 된 곳이다. 밤마다 차별과 소외에 대한 무슬림 청소년들의 분노와 방화로 점철됐던 것과 달리 이곳의 오후 풍경은 평화스러웠다.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장을 보러가는 무슬림 여성, 길 모퉁이에 삼삼오오 몰려있는 흑인 청소년들…. 대부분이 흑인이거나 아랍인들이다. 클리시수부아의 주민 2만 8000여명 중 이방인은 70%가 넘는다. 파리의 고색창연한 주거건물들과는 달리 노후한 고층 아파트들이 줄지어 서 있어 한눈에도 슬럼가임을 알 수 있다. 아기를 안고 가는 한 주민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20여년 전 터키에서 이민 왔다는 칸(35·전기공)은 “청소년들의 폭력은 물론 나쁘다. 하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고, 정부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곳 사람들의 50% 정도가 실업자라고 소개한 칸은 “부가 세습되는 것처럼 가난도 대를 물린다. 그들이 현재 상황에서 탈피하도록 일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시내에서 외곽으로 조금 벗어나자 왼쪽으로 거의 불에 탄 채 흉물처럼 남아있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6일 새벽 5시쯤 방화로 불에 탄 아르망 데스멧 체육관이다.1997년 준공된 이곳은 바로 옆에 있는 루이즈 미셸 중학교 학생들이 체육시간을 보내고 어린이와 학생, 시민들이 태권도, 유도 등 여가시간을 이용해 체육활동을 하는 장소였다. 루이즈 미셸 중학교에 다닌다는 사디(12)는 “다른 문제는 차치하고 왜 모든 사람들이 이용하는 체육관을 불태웠는지 이해가 안간다.”며 “분별없는 폭력에 분노보다는 차라리 슬픔이 앞선다.”고 말했다. 사디의 학급은 모두 23명. 이 중 순수한 프랑스인은 단 한명이라고 했다. 이날 저녁 5시 30분 클리시수부아 시청 앞에서는 자녀들을 대동한 학부모들과 주민들이 모여 아르망 데스멧 체육관 화재사건과 지난달 27일 이후 끊이지 않는 일련의 폭력사태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클리시수부아 출신의 육상선수 이름을 딴 아르망 데스멧 체육관은 우리들의 자랑거리였고, 청소년들이 유일하게 체육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장소였다.”고 토로한 뒤 25년이 걸려 건설된 체육관을 불과 몇분만에 잿덩이로 변하게 만든 방화범들에게 분노를 나타냈다. 주민 포리셰는 “30년째 이곳에 살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 다른 지역에서도 학교와 탁아소 등 공공시설물에 방화가 잇따르고 있다는데 이번 사태가 하루빨리 진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르망 데스멧 체육관이 불에 탄 것을 가장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은 어린이들을 포함,200여명에 이르는 태권도 동호회 회원들과 태권도를 배우는 어린이들의 학부모들이다. 등에 ‘태권도’라는 한글이 선명하게 박힌 흰색도복을 입은 아들 야쿱(4)의 손을 잡고 시청 앞에 나온 베니나는 “우리 아이가 9월부터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얼마나 즐거워했는지 모른다. 이제 어디에 가서 태권도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허탈해했다. 이민 가정의 청소년들과 클리시수부아 시간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하나시 목데드(28)는 “이곳 청소년들의 삶은 깊은 실망감으로 가득 차 있다.”면서 “열악한 주거환경, 학교생활 실패, 가족과의 갈등, 실업문제는 이곳 청소년들을 끝없는 분노로 치닫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인 상황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그들은 분명 법을 어기고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젊은이들이 사회와 자신의 미래에 대한 믿음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lotus@seoul.co.kr 유럽 각국은 프랑스 전역을 휩쓸고 있는 무슬림 청소년들의 폭력사태가 남 얘기 같지가 않다.9·11 테러 이후 유럽에서 무슬림과 비(非)무슬림간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무슬림의 불만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파리 사태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벨기에와 독일 등 일부 주변국에서 유사 사건이 발생하자 관련국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가까운 예로 지난달 영국에서는 북아프리카계와 아시아계 이주민들간에 유혈충돌이 발생, 인명피해를 낳았다. 앞서 지난 7월 7일에는 런던 지하철과 버스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52명이 숨지고 700여명이 다쳤다. 용의자로 현장에서 즉사한 영국 국적의 파키스탄계 4명이 지목됐다. 2004년 11월 2일에는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보수 성향의 영화감독 테오 반 고흐가 모로코계 이민 노동자 2세인 부예리에 의해 살해됐다. 같은 해 3월 11일 스페인 마드리드역에서 열차 연쇄 폭발로 191명이 숨지고 1800여명이 다쳤다. 알카에다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유럽 땅에서 무슬림과 관련된 공격이 잇따르면서 무슬림에 대한 반감이 커졌고, 그에 비례해 무슬림들의 소외감과 반발 역시 커져만 가고 있다. 현재 유럽에 사는 무슬림 인구는 1500만∼200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유럽 인구의 4∼5%다. 높은 출산율과 이주 인구의 꾸준한 증가로 오는 2025년에는 그 수가 두 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북아프리카계와 아시아계의 유럽 이민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2차대전 이후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저임금 이주 노동자들을 대거 받아들였다. 이번 소요사태의 중심층은 생활고와 싸우느라 여념이 없었던 이민 1세대가 아닌 유럽에서 태어나고 자란 2,3세대. 스스로 ‘유럽인’이라 여기며 성장한 이들은 사회에 진출하는 순간부터 뿌리 깊은 차별대우에 직면하면서 ‘2등 유럽 시민’이라는 냉엄한 현실에 맞닥뜨린다. 주류사회 편입 실패와 가난의 대물림, 사회적 편견, 문화적 소외 등으로 유럽 무슬림들의 인내는 한계점에 도달했다. 9·11 테러 이후 잇단 테러에 대한 대책으로 이민 제한책을 선택했던 유럽 각국은 뒤늦게 다문화통합정책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그런 점에서 5년 이상만 거주하면 국적을 주고, 언어를 배워 현지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스웨덴식 이민지원책이 관심을 끌고 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프랑스 소요사태 일지 ▲10월27일 파리 북동쪽 클리시수부아에서 경찰 피해 달아나던 북아프리카계 소년 2명 감전사. 분노한 청년들 수백명 차량 23대 불태우고 경찰과 투석전. ▲10월28일 클리시수부아에서 청년 수백명 경찰과 충돌. 일부 경찰 향해 사격. ▲10월29일 주민 500명 침묵시위, 야간에 폭력사태 재발. ▲10월30일 경찰 최루탄이 이슬람사원에 발사돼 무슬림 분노 증폭 ▲10월31일 폭력사태 인근 교외지역 확산. ▲11월2일 드 빌팽 총리와 사르코지 내무장관 해외 방문 일정 취소. 파리 주변의 22개 소도시로 소요 확산. ▲11월3∼4일 디종, 마르세유, 루앙 등 전국으로 소요사태 확산 ▲11월5일 파리 중심가서 방화 사건 발생 ▲11월6일 시라크 대통령, 폭력행위 엄벌 천명 ▲11월7일 파리 교외서 첫 사망자 발생. 베를린·브뤼셀서 모방 방화 사건 발생 ▲11월8일 정부, 지역 도지사 야간 통행금지령 발동권 승인
  • [사설] 美, 北의 평화적 핵이용권 인정해야

    평화적 핵이용권을 북한에 인정할지를 놓고 한국과 미국간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 핵사찰을 수용하면 우라늄 농축·플루토늄 재처리를 제외한 평화적 핵이용권을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미국은 북한이 신뢰감을 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큰 차이가 아닌 듯하지만 이 틈이 완벽하게 메워지지 않으면 북한을 설득하기 어렵고, 협상의 진전은 기대할 수 없다. 북한은 제네바 합의를 깨고 영변원자로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한 전력이 있다. 그렇다고 NPT회원국이 가지는 평화적 핵이용권마저 박탈하려는 것은 무리다. 미국은 NPT밖의 인도는 물론 근래 들어 핵문제로 말썽을 피우는 이란에 평화적 핵이용권을 인정했다. 북한에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기 힘든 상황이다. 이달초 휴회된 6자회담에서 미국은 한국·중국의 중재를 받아들여 NPT복귀를 전제로 북한이 NPT가입국의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명시하는 데 동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절충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타결의 실마리는 만들어 놓았다. 6자회담 휴회기간 북·미 양측이 조금씩 양보하는 자세를 보이면 이달말 속개되는 회의에 기대를 걸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태도가 오히려 완고해지는 느낌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언급을 거듭하고 있다. 압박전략이 지나치면 대화 분위기가 깨진다. 북핵이 풀리려면 미국이 좀 더 유연해져야 한다. 북·미 사이에서 한국은 중재자가 될 수밖에 없다. 중재자는 어느 편을 든다는 인상을 주어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한·미간에 이견이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적절치 못했다. 대미 설득은 언론플레이로 될 일이 아니다. 야당에서는 국내정치용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한국이 평화적 핵이용권 인정을 너무 강조하면 북한이 나중에 경수로 지원을 계속하도록 요구하는 빌미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시론] 6자회담 ‘창의적 전략’ 필요하다/양무진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시론] 6자회담 ‘창의적 전략’ 필요하다/양무진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오는 27일을 전후해 베이징에서 개최될 6자회담은 13개월 만의 만남인 만큼 국내외의 관심이 높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발표는 북·미 양자간 합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미국과 북한, 중국, 한국의 인내와 노력의 결실임에 틀림없다. 특히 한국은 지난 연말부터 중재자를 넘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 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순방외교를 통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국제사회에 호소하였다. 미국의 대북 강경책에 의한 한반도의 위기설을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진정시키기도 하였다. 부시 대통령을 끈질지게 설득해 ‘미스터 김정일’이라는 호칭과 함께 “북한은 주권국가”라는 언급을 이끌어 냄으로써 북한의 대미 접촉 실마리를 마련해 주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을 대북특사로 파견해 국제사회의 우려를 전달하고 ‘중대한 제안’ 즉,‘핵을 포기하면 남한의 전력을 공급하겠다.’고 함으로써 북측의 전향적 변화를 이끌어냈다. 북한은 이번 제4차 6자회담 복귀 발표에 이르기까지 형식, 명분, 실리 등 모든 것을 염두에 두면서 결정하고 행동해 온 것으로 보인다.6자회담 개최를 북·미 양측의 수석대표 접촉에 의한 양자 합의형식을 취했고, 미국측 수석대표로부터 주권국가의 인정과 6자회담 틀 속에서 쌍무회담 개최를 이끌어냄으로써 핵문제 해결의 주요 당사자가 북·미 양자라는 명분을 확보하였다.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한·중·일을 방문하기 전에 발표함으로써 3국 방문에서의 대북압박이나 제재보다 협상 진전의 대안마련을 유도하였다. 중국의 대북특사 탕자쉬안의 방북에 앞서 발표함으로써 암묵적으로 자주성을 내비치면서 중국의 압박을 우회적으로 사전 봉쇄하는 효과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중재하에서 북·미간 협의·결정하는 모양새를 갖춤으로써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기도 하였다. 남북 경추위 시작 시점에 발표함으로써 남측의 대북식량지원에 대한 정치적 및 국민적 여론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예측한 것 같다. 김정일 위원장이 6·17 대북특사 면담에서 천명한 7월 중 회담 복귀 약속을 지킴으로써 남측 및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확보하는 한편 미국을 압박하는 효과를 의도한 측면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향해 행동의 단계로 나아가는 느낌을 주고 있다.“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강조한 것은 북측 내부의 설득용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미 핵문제 해결을 위한 군부 및 인민들에 대한 설득은 시작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미국도 나름대로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 국무부 관계자는 3차회담에서 내놓은 미국의 제안은 ‘요구’가 아닌 ‘제안’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북한의 어떠한 제안도 논의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제4차 6자회담은 중요하면서도 좋은 기회임에 틀림없다. 참가국들의 반응도 신중하다. 미국과 중국은 기대치를 낮추는가 하면, 북한은 신중함 속에서도 실질적 진전에 대한 기대를 내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참가국 모두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의 원칙’ 하에서, 해결에 대한 ‘의지’와 ‘주고 받는 식’의 협상 자세를 가진다면 반드시 성과는 있게 마련이다. 한국의 적극적이며 창의적인 대응전략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한국은 미·일·중·러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남한의 전력 공급’이 해결의 접점 마련과 단계적 동시행동의 기본 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 6자회담은 실무회의와 전체회의를 중심으로 운영해 왔다. 이러한 회담운영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안전보장을 다루는 정치분과, 보상과 경제협력을 다루는 경제분과, 핵사찰과 검증을 다루는 기술분과 등 분과위원회 설치를 제안해 본다. 특히 한국은 해결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되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최소한 6자회담의 모멘텀은 유지시켜야 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양무진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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