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실종자 확인 어떻게 했나
◎「시신」 부위별 10여개분야 종합감정/유전자 분석·수퍼 임포즈 등 첨단기법 동원/해부학 등 박사 70여명 참여… 상설기구 필요
오는 29일 1주년이 되는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수사는 실종자 1백9명 가운데 30명의 신원을 끝내 규명하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시신 식별작업을 계속해온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는 신원확인에 필수적인 시신 및 뼈·모발 등의 부패·손상상태와 인력 및 장비부족 등을 감안할 때 79명의 신원을 밝힌 것도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국과수는 사고 다음날인 6월30일 사고현장에서 신원미확인 시신이 대량발굴될 것에 대비,부검팀 및 정보수집팀·연관지원팀·자문위원팀으로 구성된 「시신식별특별반」을 편성해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법의학·해부학·치의학박사및 보건연구사·사진연구사 등 70여명으로 구성된 특별반은 8월13일까지 사고현장과 난지도 쓰레기매립장 등에서 수거된 뼛조각·모발·살점 등 2백69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아 본격적인 신원확인작업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신체의 절반이상이 남은 시신은고작 62건에 불과했다.그나마 불에 타거나 부패가 심해 육안식별이 가능한 것은 단 한건도 없었다.지문감식도 대부분 불가능했다.
또 1백46건은 뼛조각과 모발이었다.첨단기법을 통한 감정결과 동물뼈와 플라스틱조각도 각각 36건과 6건이 포함돼 있었다.
신원식별을 위해서는 10여개 분야의 감정결과를 종합해야 했다.
시신의 중요부위별 방사선촬영을 실시,생전에 병원 등에서 촬영한 것과 비교했다.모발이나 음모·신체조직·골수 등을 채취,생전의 혈액검사결과와 대조하기도 했다.
분야별 검사결과가 일치할 경우 신원을 확정했으나 차이점이 있거나 실종자 유가족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와 일치하지 않으면 유전자분석이나 슈퍼임포즈(시신 안면골격 및 두개골과 생전의 모습과의 중첩검사) 등 첨단기법을 병행해 최종결론을 내렸다.
특별반은 경찰로부터 의뢰받은 일반사건의 분석은 가급적 미뤄둔 채 실종자 신원확인에 전력투구,9월28일까지 여자 65명,남자 14명 등 모두 79명의 실종자 신원을 확인했다.
특별반에 참여한 정낙은박사(41·검시관·법의학 전공)는 『자연재해 및 대형사고의 가능성이 나날이 커지면서 시신식별작업의 중요성도 늘고 있다』고 밝히고 『삼풍사고를 교훈삼아 전문인력 및 장비확충과 함께 시신식별팀의 상설기구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김환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