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정국’…여·야·청와대 ‘3각 입씨름’
여야 영수회담이 무위로 끝난뒤 5일 회담과정을 놓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뒤엉켜 서로 공세를 퍼붓는 등 정치권이 이전투구의 양상을보이고 있다.특히 정치와 거리를 두던 청와대 박준영(朴晙瑩) 대변인까지 이 총재의 회담태도와 결과설명 방식을 지적하고 나서 현 대치의 끝이 어떻게 귀결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주당.
‘오도된 자기도취에 빠진 독선적 시국관’ 시인(詩人)인 민주당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5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현실인식과 정치관을 이렇게 비판했다.
그는 이 총재가 영수회담 결과를 소개한 것을 놓고 “구체적 사실까지도 왜곡·호도하는 작태에 오만불손한 태도를 보였다”라고 표현했다.장황한 설명에 그치지 않고 이 총재가 가진 문제점을 망라해 공격했다.
시국인식과 관련,그는 “경제살리기를 위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4대 개혁에 박차가 가해지고 있는데,이를 실패했다고 단정한 뒤 아무성과가 없었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심지어 “경제가 잘못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비친다”고 꼬집었다.
김대변인은 “평소 정국 운영에는 협조하지 않으면서 DJP공조를 하지 말라고 하는,마치 경기장에서 다른 팀의 선수를 바꾸라는 무리한논리를 반복하는 것도 독선과 오만”이라고 말했다.이어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남의 시국관을 일방적으로 매도한 것은 상생의 정치를내던진,최소한의 예의도 못갖춘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안기부자금 총선 유입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중단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여당에는 성역없는 수사에,걸핏하면 국정조사와 특검제를주장하면서,명백히 야당이 관련된 불법행위에는 야당탄압이라며 수사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초법적이고 오만방자한 법치 유린행위”라고쏘아붙였다.
이지운기자 jj@. *한나라당.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당내의 대표적 ‘전사(戰士)’로꼽힌다.이회창(李會昌)총재 못지 않은 강경파라는 우스갯소리도 곧잘 듣는다.
4일 영수회담 이후 그의 ‘입’이 유난히 바빠졌다.팽팽한 긴장이감돌면서 상대를 가리지 않고 독설을 퍼붓는 등 강성 기질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날 권 대변인이 내놓은 3건의 성명은 ‘DJ비자금의 실체를 밝혀라’,‘의원 꿔주기는 대통령의 작품’,‘20억+α의 정체부터 밝혀라’ 등 제목에서부터 전의(戰意)를 풍겼다.
권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의 안기부 자금 관련 발언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이 총재의 인지설을 “어이없는 발언”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총선 직전 영입돼 중앙선대위 의장으로서 유세에 전념한 이총재가 자금 내용을 알 리 없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라면서김 대표를 고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대표의 ‘안기부자금 리스트 확인’ 발언에는 “여당 대표가 검찰의 수사내용을 수시로 보고받고,입을 맞추는 해괴망측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여권 지도부가 이적사태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의혹도 거듭 제기했다.
권 대변인은 특히 청와대 박준영대변인이 “한나라당이 영수회담 결과를 왜곡 발표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우리는 그래도 대통령에게 흠이 될 것은 절제하며 발표했는데,정말 유치하다”고 쏘아붙였다.
박찬구기자 ckpark@. *공세나선 청와대.
4일 열린 여야 영수회담과 관련,청와대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정면으로 공격하고 나서 주목된다.
청와대 박준영대변인은 5일 오전 정례브리핑을 통해 한나라당과 이총재를 싸잡아 공격했다.그동안 정치적 사안에 대해 말을 아껴 온 그는 작심한 듯 자신의 이름을 공개해도 좋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영수회담이 끝난 뒤 야당 총재가 직접 ‘고함을 쳤다’‘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고 브리핑한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한마디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흥분했다.이어 “브리핑한 내용을 보니 이 총재는 대화보다는 갈등지향적이고 싸움을 좋아하는 스타일 같다”고 비판했다.
이 총재에 대한 불신도 서슴없이 토로하면서 정치지도자로서의 ‘자질론’도 제기했다.“대통령이 민주적 리더십을 갖고 각계와 대화를하고 있지만,국가원수와 만나 나눈 대화에는 예의와 금도(襟度)가 있는 것”이라며 이 총재를 몰아붙였다.
또 이 총재가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은 채 하지 않은 말까지 지어냈다고 노골적 불만을 털어놓았다.이 총재가 여의도당사로 돌아가발표한 내용 중 ▲정계개편과 개헌론 ▲DJP 공조 ▲경제위기 극복 등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대변인은 “이 총재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실을 왜곡하고 하지않은 얘기를 했다”면서 “국가원수와 회담한 내용을 왜곡하고 과장한 저의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대통령의힘을 빼 ‘실패한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정략이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오풍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