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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트 카트 안에 당신이 담겨 있다

    마트 카트 안에 당신이 담겨 있다

    카트 읽는 남자/외른 회프너 지음/염정용 옮김/파우제/290쪽/1만 5000원‘당신은 슈퍼마켓에서 어떤 행동을 하나요?’, ‘슈퍼마켓에서 구입하는 물건을 통해 당신의 사회적 지위와 성향, 미래를 알 수 있다면?’ 놀랍게도 독일 사회학자 외른 회프너는 ‘슈퍼마켓의 사회학’을 펼쳐 보이고 있다. 2015년 독일 과학교육부가 주관하는 과학 강연대회인 사이언스 슬램에서 ‘광역열차 속의 사회학’이란 주제로 우승해 주목받은 젊은 사회학자. 그가 이번엔 무대를 슈퍼마켓으로 옮겼다. 각종 슈퍼마켓을 훑어 건져낸 메시지가 신선하다. 저자는 고객들의 행동과 구입물품을 토대로 사회 구성원을 10개 부류로 분류해 소개하고 있다. 시민 중산층, 디지털 원주민, 사회생태적 환경주의자, 보수적 기득권층, 진보적 지식인층, 순응적 실용주의자, 전통주의자, 성과주의자, 쾌락주의자로 대별된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독일 사회를 이루고 일궜다”는 각계각층의 집단이다. 비단 독일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나 있을 수 있는 모든 계층과 성향이 망라됐다. 그 군상들이 슈퍼마켓에서 보이는 행동과 구입하는 물품들을 관찰해 분석하면서 독자들의 동참과 판단을 유도하는 구성이 독특하다. 왜 하필 슈퍼마켓일까. 저자에 따르면 슈퍼마켓은 타인을 자세히 관찰해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자 이상적인 여건을 갖춘 곳이다. “많은 낯선 사람들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슈퍼마켓에서 자연스럽게 꾸밈없이 행동한다. 슈퍼마켓은 우리가 사회를 조사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배양접시다.” 그 ‘배양접시’에서 고객들이 구입하는 물품들을 보자. ‘얇게 저민 돼지고기 두 팩, 오렌지 한 망, 샐러드 토핑 다섯 팩짜리 한 묶음, 아침식사 대용 시리얼 두 통, 샴페인 한 병, 레타 버터 두 통.’ 청바지와 평범한 가죽구두, 수수한 실외용 재킷 차림을 한 ‘시민 중산층’ 중년 여성의 구입 목록이다. 그렇다면 이 물품들은 어떨까. ‘포장 안 된 사과 두 개, 유리컵에 담긴 목장우유 하나, 공정무역 초콜릿 한 판, 생강 녹차 한 팩, 통밀빵 한 덩이.’ 한 젊은 여성 환경운동가가 구입한 것들이다. 흥미롭게도 사회 구성원 계층별로 구입한 물품과 그들이 슈퍼마켓에서 보인 언행, 옷차림이 동일한 패턴으로 묶인다.책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그 연관성을 토대로 분석한 계층별 구성원들의 속성과 미래 전망이다. 이를테면 저자는 ‘시민 중산층’을 향해 이렇게 일갈하고 있다. “시대를 초월하며 기능에 충실하고 타협하지 않는다. 자신이 무엇을 얻을지 정확히 알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신분이 하강할 것이라는 불안, 힘들여 얻어낸 것을 더이상 지킬 수 없어 사회적으로 몰락할 것이라는 불안이 심하게 괴롭히고 있다.” ‘과도한 여가활동을 통해 좌절과 자신의 불완전함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려고 노력한다’는 쾌락주의자들에겐 이렇게 묻는다. “얼마나 오랫동안 27세로 남아 있을 수 있으며 얼마나 오랫동안 록스타가 아닌 모든 사람들을 무시할 수 있을까.” ‘사회학자는 인간과 사회를 관찰하는 사람.’ 그 철학과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는 저자가 정작 전하려는 메시지는 책의 맨 마지막에서 돌출한다. “우리는 모두가 자기만의 전망대에서 세상을 바라봅니다.” 메시지의 극적인 반전인 셈이다. 그 반전의 메시지는 이렇게 맺어진다. “누구나 늘 오직 자신의 모든 경험과 가치관이 반영된 유리창을 통해서만 우리를 바라본다. 사람들이 보는 것이 반드시 우리가 보는 것일 필요는 없다. 그러니 곧장 진실을 본다고 가정하지 말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 한번 눈길을 보낼 가치가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서초 내년 예산 30억 ‘주민 뜻대로’

    서초 내년 예산 30억 ‘주민 뜻대로’

    서울 서초구는 새해 예산 편성 때 30억원 이상 규모의 사업에 대해서 주민들이 직접 제안하는 ‘2019 주민참여예산사업’을 진행한다고 8일 밝혔다. 주민들이 아이디어를 낸 사업으로는 중산층 독거어르신 친구모임방, 깨끗한 만큼 안전한 화장실, 서래마을 테마거리 조성, 소규모 아파트 전문가 컨설팅, 저소득층 어르신 ‘반려식물’ 분양, 어린이집 카시트 대여 등 삶의 질과 관련된 생활밀착형 정책이 많다. 구는 올해부터 공급자인 공무원 중심의 사업 제안에서 탈피해 지난 7월부터 ‘주민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실제 수요자인 주민의 다양한 시각에서 사업을 제안받았다. 공모 결과 총 570여건이 접수됐으며, 이 중 관련부서 타당성 검토 및 주민참여예산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50개 사업이 투표 대상으로 결정됐다. 주민들이 발의한 사업의 최종 선정도 주민들이 직접한다. 오는 15일까지 모바일 투표를 진행, 주민의 직접 투표 결과(70%)와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총회 결과(30%)를 합산해 선정한다. 투표는 구민 또는 구 소재 직장인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1인당 7개 사업에 투표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서울시 엠보팅’을 다운받거나 홈페이지(mvoting.seoul.go.kr)에서 참여할 수 있다. 각 동주민센터에 현장투표소를 설치·운영한다. 구는 주민참여예산사업이 사업 제안, 예산 편성 및 집행 등 전 과정에 걸쳐 주민이 직접 참여해 현안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소통과 참여행정을 구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구는 지난해에도 주민참여예산사업을 진행해 구정에 반영한 바 있다. 모차르트 음악산책길 조성, 출산준비교실 운영, 쿠킹할배 스튜디오 운영 등이 호응을 얻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앞으로도 정책 과정에 주민 참여를 확대해 지역사회의 민주적 협치를 강화할 것”이라면서 “주민 분들이 진짜 원하는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주민참여예산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이재명발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시동...국회토론회 열려

    이재명발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시동...국회토론회 열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부동산투기와 경제문제 해결방안으로 제시한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도입을 위한 실행방안을 놓고 8일 국회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는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을 환수해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을 골자로 한 제도다. 이 지사는 이날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토론회에서 “국토보유세를 재원으로 기본소득을 만들어 국민에게 돌려주면 큰 저항 없이 제도를 확대할 수 있다”며 “지방세법에 국토보유세를 만들고 광역지자체에 위임하면 현행 헌법 아래서도 시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재산가치가 소모되고 수익도 없는 자동차는 보유세로 연간 2%를 내지만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토지의 보유세는 자동차세의 7분의 1에 불과하다”며 “소수의 부동산 소유자들이 정책 결정에 집중적으로 관여했기 때문이라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고위공직자의 주식백지신탁을 예로 들며 부동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위공직자에게는 부동산백지신탁제도 도입도 논의해 볼 만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정성호 국회의원은 “부동산 불패신화, 아파트값 급등을 해결할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국토보유세가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 시행된다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의할 만한 가치가 있다. 논의를 통해 제도화하는데 앞장서겠다”고 적극적 의지를 보였다. ‘국토보유세 실행방안’을 주제 발표한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은 “국토보유세는 비과세, 감면을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모든 토지에 과세해야 한다”며 “조세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 세수를 모든 국민에게 n분의 1로 제공하는 토지배당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남 소장은 “2012년 과세표준을 토대로 올해 국토보유세 수입을 추정한 결과 약 17조 5460억원이 된다”며 “종합부동산세 폐지로 인한 세수 감소 2조원을 빼고도 약 15조 5000억원의 세수증가가 발생해 국민 1인당 연간 30만원 정도의 토지배당을 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유자산과 기본소득’ 주제발표에서 “국토보유세 부과의 일차적인 목적은 집값 안정이 아니라 주거비 감소, 기업 장려활동, 창업 증대에 있다”며 “토지배당은 공유자산의 소유자가 마땅히 받아야 할 배당을 받는다는 뜻으로 복지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유자산과 기본소득’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기본소득의 권리는 모든 사람이 공유자산의 공동소유자라는 인식에서 출발하는데 토지는 인류의 공유자산이므로 토지로부터 발생하는 지대를 환수하자는 논의는 예전부터 있었다”며 “기본소득은 중산층 확대, 저소득층의 노동 유인, 복지재원 확대,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토보유세 부과의 1차적인 목적은 집값 안정이 아니라 불로소득을 환수해 주거비 감소, 기업 장려활동, 창업 증대에 있다”며 “토지배당은 공유자산의 소유자가 마땅히 받아야 할 배당을 받는다는 뜻으로 복지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 좌장은 이정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명예교수가 맡았으며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 박상수 한국지방세연구원 과표연구센터장, 오일만 서울신문 편집부국장, 김진엽 전민주당 수석전문위원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씨줄날줄] 호모 헌드레드/이두걸 논설위원

    [씨줄날줄] 호모 헌드레드/이두걸 논설위원

    ‘호모 데우스’는 전작 ‘사피엔스’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오른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의 2017년 작이다. 사람 속을 뜻하는 학명 ‘호모’(Homo)와 ‘신’(God)을 뜻하는 ‘데우스’(Deus)가 합쳐진 말이다. ‘신이 된 인간’이라는 뜻이다.저자는 기아와 역병, 전쟁을 극복한 인류의 다음 목표는 스스로 신이 되는 것으로 상정한다. ‘호모 헌드레드’는 호모 데우스가 점차 현실화되는 모습을 담은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의학기술 등의 발달로 100세 장수가 보편화된 시대의 인간을 지칭하는 용어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빠른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는 전형적인 호모 헌드레드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2005년 961명에서 2016년 3486명까지 치솟은 100세 이상 고령자 숫자는 2030년에는 1만명, 2040년에는 2만명에 다다를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14% 이상인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그러나 호모 헌드레드 시대는 없는 이들에게는 ‘축복’ 대신 ‘재앙’에 가깝다. 2016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3.7%를 기록했다. 중위소득의 50%도 벌지 못하는 노인이 10명 중 4명이 넘는다는 뜻이다. 유럽연합(EU) 국가 중 가장 높은 라트비아(22.9%)의 두 배에 육박한다. 영국(10.0%), 이탈리아(7.5%) 등 비동구권 국가들보다도 크게 높다. 그렇다 보니 늙어서까지 일손을 놓지 못한다. 한국에서는 65~69세의 45.5%가, 70~74세의 33.1%가 은퇴하지 못하고 경제 활동에 종사하고 있다. 건강한 노후에도 경제력이 개입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질병 등을 겪지 않고 지내는 건강수명의 경우 성남 분당구(74.8세), 서울 서초구(74.3세), 서울 강남구(73.0세), 서울 용산구(72.7세) 등 중산층 이상 거주하는 지역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경남 하동군(61.1세), 전북 고창군(61.2세), 경남 남해군(61.3세) 등은 건강수명이 가장 낮은 축에 속했다. ‘호모 데우스’가 신이 되는 첫걸음은 지금껏 전 인류가 희구했지만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노화와 죽음을 극복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인공지능(AI)을 자신의 육체와 결합해 영생과 신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 불평등은 생물학적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은하철도 999’의 철이와 메텔, ‘분해되는 아이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불멸의 신체를 확보한다는 것은 경제력 등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호모 헌드레드 시대가 ‘디스토피아’가 되지 않도록 하는 건 노인이 아닌 채 노인의 날(10월 2일)을 맞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몫이다. douzirl@seoul.co.kr
  • 美·캐나다, 극적 합의로 USMCA 출범… ‘3자 무역협정’ 틀 유지

    美·캐나다, 극적 합의로 USMCA 출범… ‘3자 무역협정’ 틀 유지

    트럼프 “역사적인 거래” 만족감 표시 트뤼도 총리 “오늘은 캐나다에 좋은 날”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개정 협상에 난항을 겪어 온 미국과 캐나다가 마감 시한인 30일(현지시간) 밤 12시가 되기 직전 NAFTA를 대체하는 새 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출범시키면서 극적 타결을 맛보았다. 3국 정상이 60일간 검토해 공식 서명한 뒤 각국 의회의 승인을 거쳐 내년 발효된다. 이로써 1994년 발효된 NAFTA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미국, 멕시코, 캐나다의 새로운 3자 무역 체제가 발족하게 됐다. ‘1호 대선공약’으로 보호무역 강화를 내세웠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에 이어 우리나라와 캐나다까지 무역협정을 타결하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도 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크리스티나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은 이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미국과 캐나다는 21세기에 걸맞은, 새롭고 현대화된 무역협정에 합의했다”면서 “이 협정이 우리 노동자, 농부, 낙농업 종사자, 기업에 더 자유로운 시장과 공정한 무역, 튼튼한 경제성장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USMCA는 중산층을 더 튼튼하게 하고, 보수가 많은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북아메리카를 집이라고 부르는 5억명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1일 트위터를 통해 “NAFTA의 많은 결함과 실수를 해결하고, 세 대국이 세계의 다른 나라들과 경쟁하는데 힘을 합치게 만드는 역사적인 거래”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앞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이날 마감 시한을 두 시간 남겨 놓고 각료회의를 소집한 후 “오늘은 캐나다에 좋은 날”이라고 짧은 소감을 전했다. 새 무역협정은 캐나다가 낙농업 시장의 3.5%인 160억 달러(약 17조 7000억원) 규모를 미국에 개방하고, 미국은 캐나다산 자동차에 연간 260만대까지 관세를 면제하되 이를 초과하면 고율 관세(25%)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멕시코산 자동차는 연간 240만대까지 무관세 수출이 허용된다. 또 무관세 혜택을 위해 자동차 부품의 역내 생산 비율을 기존 62.5%에서 75%로 높이기로 합의했다. 일본 방송 NHK는 NAFTA 역내 무관세 혜택을 노리고 인건비가 저렴한 멕시코와 캐나다에 공장을 늘려 온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울상을 짓게 됐다고 보도했다. 자국 내 반발을 무릅쓰고 낙농업 시장을 개방한 캐나다는 그 대신 미국이 줄곧 폐지를 요구해 온 제19조 반덤핑·상계관세 분쟁처리 절차를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캐나다는 직격탄을 맞을 낙농업주들에게 정부 차원의 보상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월 멕시코와 NAFTA 재개정 협상에 타결한 후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의 임기 안에 최종 합의안에 서명하기 위해 9월 30일을 협상 마감 시한으로 정하고 캐나다를 강력하게 압박해 왔으나 견해차로 난항을 겪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큰 승리를 거뒀다”고 전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김균미 칼럼] 수도권의 비대화, 멀어지는 지방분권

    [김균미 칼럼] 수도권의 비대화, 멀어지는 지방분권

    추석 연휴 밥상머리의 최대 화제는 남북 정상회담과 경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백두산 천지 앞에 나란히 선 남북한의 최고 지도자들 얘기로 시작해 향후 남북 관계, 북·미 관계에 대한 전망으로 이야기꽃을 이어 갔으리라.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더 큰 관심은 당장 먹고사는 문제인 경제가 아니었을까. 특히 일자리와 집값 얘기가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무섭게 오른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추석 연휴 직전에 내놓은 부동산 안정 대책보다 더 따끈따끈한 주제가 있었을까.정부는 지난 21일 서울과 경기도 분당, 일산 사이 지역에 4~5개의 ‘미니 신도시’를 개발해 2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위례 신도시 개발 이후 10년 만에 신도시 개발을 재개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남, 시흥, 과천, 광명 등이 후보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서울시내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방안은 서울시의 반대로 포함되지 않았다. 아직 자기 집을 마련하지 못한 서민과 중산층에게는 최선은 아니지만 나름 선호하는 지역에 내 집을 장만할 기회가 생기게 됐다. 분당이나 일산보다 더 가까운 곳에 신도시가 생긴다는 발표에 경기도 동탄 신도시 모습이 떠올랐다. 추석 연휴 때 지나가본 동탄2 신도시 곳곳에선 아직도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었다. 서울 도심에서 30㎞ 이상 떨어져 있어 서울 수요 분산에 실패했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과 인근 수도권 지역,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집값이 떨어졌다. 미분양 아파트도 속출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서울에 가까운 곳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경부·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에서 지방으로 가다 보면 수도권이 얼마나 빠르게 팽창하는지 알 수 있다. 분당에서부터 죽전, 보정, 기흥, 신갈에 이르기까지 아파트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동백에 이어 동탄까지, 수도권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헷갈릴 정도다. 송재호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7일 국토연구원 개원 4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수도권의 집중 정도를 보여 주는 수치를 제시했다. 송 위원장은 국토 면적의 12%인 수도권에 인구의 50%, 1000대 기업 본사의 74%가 밀집됐다고 했다. 매달 발생하는 신용카드 사용액의 80%가 수도권에서 결제되고 신규 고용의 65%가 이 지역에서 발생한다고도 했다. 수도권의 경계가 명목상의 행정구역을 넘어선 지는 오래됐다. KTX 덕분에 수도권이 충청권까지 확대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종, 오송, 아산에서 서울역까지 1시간 정도 걸리니 매일 출퇴근하는 이들이 주위에 적지 않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서울에서도 출퇴근에 1시간 이상 걸리는 지역이 수두룩하다. 지방 분산 효과가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지방경제 활성화와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조성된 전국의 10개 혁신도시도 아직까지는 지방 분산 효과가 예상만큼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2017년 실시한 혁신도시 정주 여건 만족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홀로 내려온 단신 이주가 55.4%나 됐다. 가족이 모두 이사한 경우는 39.9%에 그쳤다. 학군과 인프라 등이 주요 이유였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수도권에 신도시를 더 짓겠다고 하니 수도권 집중이 더욱 심화할 것은 뻔하다. 이는 대통령의 공약인 국토균형발전, 지방분권과도 정책 방향이 맞지 않는다. 물론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인정한다. 대학과 일자리가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니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교육과 문화, 의료시설, 식당과 쇼핑센터 등 편의시설들도 다양하게 잘 갖춰져 있어 편리함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이를 포기하기 쉽지 않다. 주택 수요는 늘어나지만 공급이 달려 집값이 치솟아도 공급을 계속 늘릴 수도 없다. 결국 지방과 수도권의 삶의 질의 차이를 줄여 수도권 프리미엄을 낮추는 수밖에 답이 없다. 혁신도시를 건설하고 공공기관과 공기업 이전을 통해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은 절반의 성공이다.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과 학교, 종합병원, 문화시설, 녹지, 교통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일자리 따로, 가정 따로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정책 담당자들이 ‘내’가 살고 싶은 환경을 만든다는 각오로 접근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일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함께 대통령이 강조한 생활 SOC에 대한 제대로 된 투자가 그래서 중요하다. kmkim@seoul.co.kr
  • 집 없는 자 vs 집 있는 자… 둘로 갈라진 한국

    집 없는 자 vs 집 있는 자… 둘로 갈라진 한국

    무주택자 “집 있는 사람 모두 금수저” 유주택자 “중산층, 세금 화수분이냐” “열심히 일해도 기회 없어 활력 저하”정부가 종합부동산세 강화 및 대출 규제를 골자로 하는 9·13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집 없는 자’와 ‘집 있는 자’ 사이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동창 모임이나 사내 회식에서도 “너 집 있어?”부터 묻는다. 이념 스펙트럼에 따라 정부 정책을 무턱대고 찬성하고 반대하는 ‘진영 논리’는 부동산 계급 논쟁에선 먹히지 않는다. 참여정부가 종부세를 도입됐을 때 보수 언론이 제기한 ‘세금폭탄’ 프레임에 집 없는 이들도 동참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무주택자들이 “대체 무엇이 세금폭탄이냐. 근거를 대라”고 따지는 것도 예전과 달라진 양상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모(37)씨는 지난 주말 대학 동기 모임에서 9·13 대책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김씨가 “1년 전 산 아파트 가격이 9억원으로 올랐다”고 밝힌 게 화근이었다. 무주택 동기들은 “집값이 수억원 올랐는데 고작 세금 몇 백만원 더 못 내느냐”며 김씨를 몰아세웠다. 김씨는 “모르는 소리 마라. 집값이 올랐다고 그게 바로 소득이 되느냐”면서 “월급의 3분의2가 대출 원리금으로 나가는 마당에 세금폭탄까지 맞게 됐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동기들은 “폭탄이라고 과장하지 마라”고 힐난했다. 무주택자는 유주택자에게 거액의 세금을 물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보증금 8000만원에 50만원 월세를 내는 장모(48)씨는 “집 있는 사람에게 재산세를 10배는 더 물려야 한다. 평생 벌어도 집 한 채 못 사는 나라에서 집 있는 사람은 모두가 금수저”라고 말했다. 2억원짜리 투룸 전세에 사는 김모(43)씨는 “집 있는 사람들이 집값을 올려놓았으니 책임 역시 그들이 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주택자는 자신을 투기꾼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시선이 불편하다. 매매가 12억원 아파트에 사는 오모(54)씨는 “20년짜리 대출 원금을 아직도 다 못 갚아 허덕이고 있는데, 범죄자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짜증 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6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이모(36)씨는 “수십 채를 보유한 자산가나 재벌을 타깃으로 해야 하는데, 대학을 나와 대기업이나 은행에 취업한 중산층만 ‘세금 화수분’이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거주 공간이 계층을 결정하는 기준이 됐고, 이 구조가 더욱 굳어지고 있다”면서 “열심히 일하면 기회가 온다는 믿음이 무너지면서 사회의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 수익으로 집을 샀거나 상속세를 내고 부모에게 재산을 물려받았다면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라면서 “부동산 투기로 재산을 증식하는 사람이 문제다. 그들에게 중과세하는 것에는 국민 대다수가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집 없는 자 vs 집 있는 자… 둘로 갈라진 한국

    집 없는 자 vs 집 있는 자… 둘로 갈라진 한국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강화 및 대출 규제를 골자로 하는 9·13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집 없는 자’와 ‘집 있는 자’ 사이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동창 모임이나 사내 회식에서도 “너 집 있어?”부터 묻는다. 이념 스펙트럼에 따라 정부 정책을 무턱대고 찬성하고 반대하는 ‘진영 논리’는 부동산 계급 논쟁에선 먹히지 않는다. 참여정부가 종부세를 도입했을 때 보수 언론이 제기한 ‘세금폭탄’ 프레임에 집 없는 이들도 동참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무주택자들이 “대체 무엇이 세금폭탄이냐. 근거를 대라”고 따지는 것도 예전과 달라진 양상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모(37)씨는 지난 주말 대학 동기 모임에서 9·13 대책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김씨가 “1년 전 산 아파트 가격이 9억원으로 올랐다”고 밝힌 게 화근이었다. 무주택 동기들은 “집값이 수억원 올랐는데 고작 세금 몇 백만원 더 못 내느냐”며 김씨를 몰아세웠다. 김씨는 “모르는 소리 마라. 집값이 올랐다고 그게 바로 소득이 되느냐”면서 “월급의 3분의2가 이자로 나가는 마당에 세금폭탄까지 맞게 됐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동기들은 “폭탄이라고 과장하지 마라”고 힐난했다. 무주택자는 유주택자에게 거액의 세금을 물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보증금 8000만원에 50만원 월세를 내는 장모(48)씨는 “집 있는 사람에게 재산세를 10배는 더 물려야 한다. 평생 벌어도 집 한 채 못 사는 나라에서 집 있는 사람은 모두가 금수저”라고 말했다. 2억원짜리 투룸 전세에 사는 김모(43)씨는 “집 있는 사람들이 집값을 올려놓았으니 책임 역시 그들이 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주택자는 자신을 투기꾼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시선이 불편하다. 매매가 12억원 아파트에 사는 오모(54)씨는 “20년짜리 대출 원금을 아직도 다 못 갚아 허덕이고 있는데, 범죄자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짜증 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6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이모(36)씨는 “수십 채를 보유한 자산가나 재벌을 타깃으로 해야 하는데, 대학을 나와 대기업이나 은행에 취업한 중산층만 ‘세금 화수분’이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거주 공간이 계층을 결정하는 기준이 됐고, 이 구조가 더욱 굳어지고 있다”면서 “열심히 일하면 기회가 온다는 믿음이 무너지면서 사회의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 수익으로 집을 샀거나 상속세를 내고 부모에게 재산을 물려받았다면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라면서 “부동산 투기로 재산을 증식하는 사람이 문제다. 그들에게 중과세하는 것에는 국민 대다수가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현장 행정] ‘사람 숲’ 가꾸는 강동구청장

    [현장 행정] ‘사람 숲’ 가꾸는 강동구청장

    지난 7일 서울 강동구청 잔디마당 앞 무대. 이정훈 강동구청장이 마을 활동가 30여명과 어울려 흥겹게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하다 들고 있던 흰 종이판을 뒤집었다. 색색의 개성 넘치는 그림과 함께 문장 하나가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가 마을이다. 사람 숲에서 놀자.”이는 이 구청장이 구정을 펴며 ‘금과옥조’처럼 새기는 문구다. 이날 강동구청은 마을 공동체 사업지기와 마을 활동가, 주민 200여명을 구청 앞마당에 초청해 마을 활동가 대회를 열었다. 지난 5년간 마을 공동체 사업을 이끌어 온 주민들이 주인이 되는 축제였다. 18개 부스를 일일이 돌며 살갑게 주민들과 손을 맞잡은 이 구청장은 ‘마을 공동체가 왜 생겨났을까’란 화두를 던지며 행사를 열었다.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 규모 12위로 지금껏 압축적인 경제 성장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나’도 잃고, ‘이웃’도 잃는 등 많은 걸 잃었습니다. 그래서 더 행복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함께 정을 나눌 이웃, 이웃들이 어우러지는 마을 공동체를 가꾸려 노력한 것이죠.” 강동구는 마을 공동체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정성을 다하고 있다. 2012년부터 마을 만들기를 위한 조직 구성, 조례 제정, 마을 활동가 양성 등의 사업을 추진해 왔다. 최근 마을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서울시 마을상’을 받은 ‘웃음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강동구에서 시작됐다. 강동구는 올해만 92개 마을 공동체 사업을 선정해 1억 9300만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이 구청장은 그 이유로 ‘지역 내 소득 격차’를 꼽았다. “강동구는 중산층 지역과 저소득층 지역 간 교류가 단절돼 있어요. 이 때문에 주민들이 서로 삶을 지지해 줄 수 있도록 마을 공동체 사업을 선도적으로 펴 나가려 합니다. 내년에는 주민들의 삶이 더 풍요해질 겁니다. 함께 모여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유 공간들을 권역별로 퍼뜨릴 생각이거든요.” 그는 임기 내 주요 거점 5곳(길동, 강일동, 암사동 등)에 주민 커뮤니티 공간인 ‘마을 활력소’를 세울 예정이다. 다음달 초엔 성내동에, 내년에는 천호동에 마을 활력소가 들어선다. 지난해 세운 마을 공동체 지원센터에 이어 더욱 견고하게 마을 만들기의 뿌리를 내리는 셈이다. 이 구청장은 “다채로운 마을 공동체 활동에서 나눔, 공유의 가치란 씨앗이 뿌려지면서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경제 활성화도 이뤄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며 “강동구를 마을 공동체의 파라다이스로 만들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살인적 집값 상승에… 맥도날드·차에서 잠드는 ‘억대 연봉 난민’

    [글로벌 인사이트] 살인적 집값 상승에… 맥도날드·차에서 잠드는 ‘억대 연봉 난민’

    “집을 살 수 없다고? ‘지구 종말론’을 탓하라.”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최근 이런 제목의 칼럼으로 선진국 가운데 처음 외국인의 주택 매매를 법적으로 금지한 뉴질랜드 정부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냈다. 살인적인 집값 상승에 거리로 내몰리는 국민을 위해 다소 극단적일지라도 뉴질랜드 정부가 자구책을 내놨다는 평가다.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뉴질랜드 전체 인구 450만여명의 1%에 해당하는 약 4만명이 홈리스(노숙자)로 추산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2% 내외)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FT는 뉴질랜드의 집값이 지난 10년여 새 57% 상승했으며, 특히 오클랜드는 상승폭이 90%에 달했다고 집계했다. 국경을 초월한 부동산 투기가 과열되면서 정작 국민들은 자동차, 텐트, 창고, 거리로 나앉는 신세가 됐다. 특히 뉴질랜드는 전 세계 부자들에게 핵전쟁, 생물학전, 상위 1% 부자를 향한 혁명 등으로 인한 이른바 ‘둠스데이’(지구 종말의 날)를 대비한 피난처로 여겨지면서 집값이 하락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참모이자 인터넷 결제 서비스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인 피터 틸이 2011년 비밀리에 뉴질랜드 시민권을 취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외국 투기자본이 집값을 끌어올려 젊은 키위(뉴질랜드인)들이 집을 살 수 없게 됐다”며 외국인 주택 매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한 한편, 노숙자 주거시설을 지을 목적으로 1억 뉴질랜드 달러(약 756억원)를 투입했다. ● 실리콘밸리 일자리 29%↑… 주택은 4% 늘어 살인적인 집값 상승에 ‘주거 적신호’가 켜진 나라는 뉴질랜드만이 아니다. 10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올해 1분기 또는 지난해 4분기 기준 ‘글로벌 실질 주택가격 지수’는 160.1로 200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직전 정점을 찍었던 2008년 1분기의 159.0을 추월했다. 국가별로 보면 63개국 가운데 48개국(76%)에서 최근 1년간 실질 주택가격이 오른 것이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워싱턴주 시애틀, 뉴욕의 집값이 폭등하고 있다. 중화권에서는 홍콩과 중국 선전, 상하이 등 역시 대도시를 중심으로 집값이 치솟고 있다. 영국 런던, 캐나다 밴쿠버 등에서도 투기자본에 의한 집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억대 연봉을 받고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차에서 노숙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미 연방정부는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에서 4인 가족 기준 소득 11만 7400달러(약 1억 3000만원) 이하를 저소득층으로 분류한다. 막대한 주거비 부담 때문이다. 치솟는 수요에 비해 경직된 주택 공급이 비극을 불렀다. 컨설팅사 맥킨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캘리포니아 일대에는 주민 1000명이 유입될 때 신규 주택 공급은 325가구에 불과했다. 반면 1973년부터 2010년까지 27년간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의 실질 소득은 2배로 증가했다. 반세기가 흐르는 동안 도시의 풍경은 별로 변한 것 없이 갈수록 퇴락해 가는데 집값만 미친 듯이 오르는 상황이다. 292개 회원사를 둔 조직인 실리콘밸리리더십그룹(SVLG)의 칼 가디노 회장은 “지금의 주택·교통난이 지속한다면 얼마 안 있어 ‘실리콘밸리 엑소더스’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SVLG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 동안 정보기술(IT) 기업의 집중으로 실리콘밸리 지역의 일자리는 29%나 증가했지만 이들이 머물 주택 공급은 겨우 4%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의 도시’이자 ‘스타벅스의 고향’으로 불리는 시애틀은 지난 4년간 뉴욕 집값을 뛰어넘었다. 시애틀 시의회는 노숙자 복지 기금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5월 인두세 부과 법안을 꺼냈으나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이에 맞서 도심에 짓고 있던 17층짜리 오피스빌딩 건설 계획을 중단하는 등 역풍을 맞아 백지화됐다. 이 법안은 영업이익 2000만 달러가 넘는 기업에 직원 1명당 275달러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골자였다. 시애틀에서만 4만 5000여명을 고용해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아마존이 타깃이었다. ●‘맥난민’ 5년새 6배 급증… 57%가 직장인 중국 광둥성 선전시도 비슷한 요인으로 신음하고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의 흔한 시골 중 한 곳이던 선전은 덩샤오핑 개방정책의 일환으로 1980년 경제특구로 지정되면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화웨이, 인터넷서비스 전문업체인 텐센트, 배터리·전기차 제조업체인 BYD 등이 들어서 있다. 기업의 성장과 함께 인구가 집중되면서 임대료가 치솟았다. 글로벌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넘베오에 따르면 2018년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초인플레이션을 겪는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를 제외하면 세계 1위는 홍콩이고 베이징이 2위, 상하이가 3위이며 선전은 그 뒤를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집값 폭등으로 새로운 풍속이 생겨났다. 홍콩에서는 집 대신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날드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을 일컬어 ‘맥난민’이라 부른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국제청년회의소(JCI)가 지난 6~7월 홍콩 시내에 산재한 110개 맥도날드 매장을 조사한 결과 맥난민의 수는 334명에 달해 2013년에 비해 6배로 급증했다고 조명했다. 놀라운 사실은 이들 중 57%가 멀쩡한 직업을 가진 직장인이라는 점이다. 천문학적인 집값 부담이 그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홍콩 중산층 아파트 가격은 평(3.3㎡)당 1억원을 넘어서 내 집 마련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시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영국 런던 리젠트 운하에 정박된 보트에서는 일명 ‘보트족’이 모여 산다. 폭등한 월세를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주거용 선박에서 수상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런던의 주택 평균 거래가는 9억원대인데 비해 보트는 3000만원 정도면 구할 수 있다. 보트에서 생활하는 영국인은 3만명에 이른다. 집값은 지난해 영국 노동자들이 평균적으로 벌 수 있는 연간 소득의 8배로 폭등했다. 이는 영국에서 집값과 연소득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7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의 집값은 1997년부터 2016년까지 259%나 폭등했다. 이 기간 연소득은 68% 오르는 데 그쳤다. 영국 왕립경제학회는 “외국인의 투자가 없었다면 2014년 영국 평균 집값은 실제보다 19% 낮았을 것”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내기도 했다. ●호주·홍콩, 빈집에 세금 부과 추진 전 세계가 집값 폭등으로 신음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갈 곳 잃은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에 몰리고 있는 탓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는 금리를 낮추고 역사상 유례없는 돈 풀기에 나섰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기준 금리를 0.25%까지 낮춰 기업과 가계에 대한 대출을 대폭 늘렸고 민간이 가진 미 국채를 사들여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당시 시중에 풀린 수조 달러가 넘는 천문학적 액수의 유동자금이 투자처를 찾던 끝에 각국의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현상이 일부 도시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오를 만한 곳에만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른 각국의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의 주택 구입 금지 법안을 의결한 뉴질랜드 의회를 비롯해 호주는 외국인이 주택을 사들인 경우 6개월 이상 빈집으로 두면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홍콩 정부도 ‘빈집세’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주택 개발업자가 분양한 아파트가 1년 이상 팔리지 않고 빈집으로 남아 있으면 임대료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금으로 매긴다는 방침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장하성 “강남 다 세금 올리는 방식은 곤란”

    장하성 “강남 다 세금 올리는 방식은 곤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5일 “강남이니까 다 세금을 높여야 한다는 방식은 곤란하다”며 “다만 투기가 생기는 부분은 분명히 세금으로 환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 실장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급격하게 세금을 올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부동산 관련 세금 증가에 대한 시장의 과도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장 실장은 “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정부가 다 제어할 수 없고 제어할 이유도 없다. 예를 들어 맨해튼이나 베벌리힐스 등의 주택 가격을 정부가 왜 신경 써야 하나”라며 “그러나 중산층이나 서민이 사는 주택 가격에는 정부가 관여하고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국민이 강남에 가서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거기 삶의 터전이 있지도 않다”며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가 어떤 부동산 정책을 내놓아도 결국은 시장이 이기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거주를 위한, 국민의 삶을 위한 주택 정책은 시장이 이길 수 없다”며 “국민의 실거주를 위한 정책은 시장에 맡겨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지금 상황을 두고 우리 경제가 망했다거나, 위기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고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며 “거시적으로는 적정한 성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성장률이 상당한 상위권에 속한다”며 “우리보다 성장률이 높은 나라 대부분은 우리보다 소득이 매우 낮은 나라들”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중산층이 사라지고 난 후…

    중산층이 사라지고 난 후…

    순수한듯, 자극적이며 중독적인 필력 죽음 향해 살아가기 급급한 인간의 삶 승자·패자 양극화된 이분법 세상 그려아내가 임신할 무렵 두 집 살림을 차린 대기업 회장의 아들, 시아버지와 남편을 제치고 기업을 손에 넣겠다고 마음먹은 금수저 며느리, 기업 회장 아들과 사귀며 화려한 ‘톱’의 세계를 꿈꾸게 된 평범한 젊은 여성. 김사과(34) 작가가 2013년 ‘천국에서’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장편 ‘뉴(N.E.W.)’(문학과지성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막장 드라마’에서 본 듯 익숙하다. 작가는 부와 권력을 좇는 그들의 욕망보다 그들이 세계를 대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소설은 대기업 오손그룹을 이끄는 정대철 회장 일가 사람들과 우연히 이들과 얽히게 된 젊은 여성의 이야기다. 아버지인 정 회장의 카리스마에 눌려 무능력하다는 평가를 받는 정지용은 겉은 멀쩡하지만 어쩐지 의뭉스럽다. 학벌과 미모, 집안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춘 최영주는 정지용과 정략결혼을 하지만 이내 자신 앞에 놓인 절망적인 삶에 괴로워한다. 두 사람이 신혼집을 마련한 아파트에 우연히 입주한 이하나는 정지용의 유혹에 이끌려 그의 내연녀가 되고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중독된다. 미국에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전작 ‘천국에서’를 통해 몰락하는 중산층의 삶을 묘사하고 난 뒤, 정말로 중산층이 사라져버리고 나면 남는 풍경은 어떨지 궁금했다”면서 “승자와 패자, 먹는 자와 먹히는 자로 양극화된, 흑과 백의 완벽한 이분법의 세상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집필 계기를 설명했다. ‘200평짜리 최고급 펜트하우스’에 사는 상류계층과 ‘5평짜리 서민용 원룸’에 사는 하류계층의 배경과 특징은 다르지만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극단적으로 순응한다는 점에서 같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곤경에 처해 있지만 곤경의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기보다는 그저 가능한 한 빨리, 스마트하게 그 곤경에서 빠져나오는 데 몰두한다”면서 “그 수단으로서 하는 행동들이 누군가의 눈에는 유령처럼 보일 수도 있을 만큼 괴상한 방식이지만 최선을 다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나가려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가능한 한 긍정적으로 그려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불륜 치정극이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듯하다가 후반부에서 작가 특유의 파괴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정지용은 무표정한 얼굴로 아버지에게 자신을 위해 제발 죽어 달라고 호소한다. 최영주는 지용의 후계자인 아이를 제 손으로 죽이고, 아이 잃은 슬픔을 태연하게 연기한다. 정지용에게 삶을 송두리째 ‘잡아먹힌’ 이하나의 왼쪽 팔은 쥐도 새도 모르게 잘린다. 돈과 물질에 집착하는 시대,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세태를 꼬집는 것처럼 보이지만 작가는 “그보다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인간 종족은 대체로 비이성적이고, 공격적이며, 단기적인 사고를 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따라서 진보주의자들이 말하듯 세상이 점점 더 나아진다는 개념은 사실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고 느낍니다. 그저 죽음을 향해 매일매일을 살아가기에 급급할 뿐이죠.” 세상을 향한 분노를 격정적으로 표현한 작가 특유의 형식 실험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편하게 술술 읽히지만 현 세태를 조명하는 날카로운 문제의식은 여전하다. “여러 가지 심각한 이야기들이 뒤섞여 있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소설을 읽는 것이 순수한 즐거움, 순도 높은 쾌락에 가깝기를 바랍니다. 텔레비전, 극장, 스마트폰이 줄 수 없는 복잡하고 세련된 수준의 자극적이고 중독적인 경험으로서의 독서를 제공하는 것이 저의 작가로서의 야심 가운데 하나입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장하성 “강남 다 세금 올리는 방식은 곤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5일 “강남이니까 다 세금을 높여야 한다는 방식은 곤란하다”며 “다만 투기가 생기는 부분은 분명히 세금으로 환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 실장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급격하게 세금을 올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부동산 관련 세금 증가에 대한 시장의 과도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장 실장은 “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정부가 다 제어할 수 없고 제어할 이유도 없다. 예를 들어 맨해튼이나 베벌리힐스 등의 주택 가격을 정부가 왜 신경 써야 하나”라며 “그러나 중산층이나 서민이 사는 주택 가격에는 정부가 관여하고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국민이 강남에 가서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거기 삶의 터전이 있지도 않다”며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가 어떤 부동산 정책을 내놓아도 결국은 시장이 이기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거주를 위한, 국민의 삶을 위한 주택 정책은 시장이 이길 수 없다”며 “국민의 실거주를 위한 정책은 시장에 맡겨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지금 상황을 두고 우리 경제가 망했다거나, 위기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고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며 “거시적으로는 적정한 성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성장률이 상당한 상위권에 속한다”며 “우리보다 성장률이 높은 나라 대부분은 우리보다 소득이 매우 낮은 나라들”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보수 정책도 포용…참여정부와 다른 길 간다

    이해찬 대표 “국민소득 4만弗 달성할 것” 진보의 전유물 분배보다 성장 먼저 강조 장하성 실장,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언급 보혁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유연한 대응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청와대와 여당의 경제정책기조가 전향적이고 공격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큰 틀은 굳건히 유지하면서도 보수층이 주장해온 일부 정책을 과감히 채택하는 식의 변화상이 나타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서민·중산층을 위해 추진했던 정책이 보수층의 공격 등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보수 프레임’ 자체를 결벽증처럼 경계하다가 여론전에서 패한 뼈아픈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이번에는 보수 프레임을 정면으로 돌파해 여론전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 대표 등 당·청 수뇌부가 참여정부 시절 정권 핵심이었다는 점에서 ‘두 번 당하지는 않겠다’는 의도라는 분석도 여권 일각에서 나온다. 이 대표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우리의 과제 중 핵심은 경제”라며 “문재인 정부의 포용적 성장모델은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게 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소득 운운은 주로 보수당에서 강조하는 공약인데, 거침없이 4만 달러 시대를 공언한 것이다. 다만 그냥 성장이 아니라 ‘포용적 성장’임을 강조했다. 여권 관계자는 “진보는 성장에는 관심 없고 분배만 신경 쓴다는 식의 말은 보수가 덧씌운 프레임”이라면서 “성장론은 보수의 전유물이 아니며 분배를 챙기는 진보도 충분히 국민을 잘살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이 대표의 연설에 묻어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전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는 집값 폭등 대책과 관련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급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유연성을 과시했다. 청와대의 경제정책을 총지휘하고 있는 장하성 정책실장의 발언도 예사롭지 않다. 장 실장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작년에 (2018년분) 최저임금이 16.4% 오른 것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았다. 솔직히 저도 깜짝 놀랐다”며 속도조절론을 사실상 수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정치라는 마당에서 승부는 결국 경제에서 나더라”고 회한을 밝힌 바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조성룡·심세중의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통하는 길·공존하는 삶… 사람 품은 도시, 근대 문화를 낳다

    [조성룡·심세중의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통하는 길·공존하는 삶… 사람 품은 도시, 근대 문화를 낳다

    한결 선선해진 서울 광화문의 한밤, 하수도 정비 공사 소리가 늘 같은 고요를 비집는다. 노숙자가 모로 누운 화강석 벤치, 한 칸 건너 형광색 조끼를 입은 인부들이 어둠 속에 잡담을 뿌린다. 어제는 가로등을 정비하더니, 맞은편에는 물청소차가 천천히 지난다. 폭염도 폭우도 갔나 보구나. 내일이 밝으면 또 몇 군데 크고 작은 시위가 있을 것이고, 이 가을에도 광화문 모서리에서 몇 구절 시구가 태어날 테지. 이 익숙한 도시의 밤 풍경은 150년 전 프랑스 제2제정 시대(1852~1870년) 파리에서 시작되었다.나폴레옹 3세의 독재 치하에서 오늘날 파리의 밑그림이 그려졌고, 당시 파리 시장(정확하게는 센(Seine) 구의 수장)을 맡았던 외젠 오스만의 과감한 개조 사업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편이다. 그 소개에는 언제나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못 치게 하려고 대로를 뚫은 독재의 조력자, 빈민가를 순식간에 철거하고 집세를 급등시킨 자본주의 첨병이라는 평가가 덧붙는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오스만이 잘못했다고 배웠어요. 노동자들을 쫓아내고 철거민을 만들고 부자들 좋도록 재개발을 했으니까. 그런데 요즘 돌이켜 보니까 당시에 오스만이라는 사람이 그나마 생각을 많이 했어요. 물론 오스만이 처음은 아니고, 나폴레옹 때부터 그런 구상을 했다고 해요. 파리를 유럽의 수도로 만들자. 나폴레옹 3세도 좋은 도시가 되려면 어떻게 돼야 하는가를 나름대로 연구했어요. 독재를 하면서 시위 진압하기 편하게 하려고 시작했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그거로 끝나지 않고 결국에는 좋은 도시가 되게 하려고 노력했거든요.” 그러나 여전히 찜찜하다. 독재자가 독재적 방법으로 만드는 것이 좋은 도시일 수 있는가? 좋은 도시라는 것은 무엇인가? “좋은 도시라면, 우선 통해야 돼.” 음, 스승의 가르침은 이렇게 간단한 것인가? 발자크와 위고의 소설에 등장하는 파리의 골목이라고 하면, 종로의 피맛골 같은 대로의 뒷골목을 상상하곤 하지만, 사실 1850년까지 파리라는 도시의 거의 모든 길은 평균 폭이 1~2m에 지나지 않았다. 4층 넘는 건물이 빽빽한 인구 백만의 도시에, 곧은 길이라고는 없이 구불구불하고 막다른 데다가 가장 넓은 도로라고 해 보았자 폭이 5m도 되지 않았으니 파리에는 오로지 골목밖에 없었다. 마차나 수레가 드나들지 못했다. 당시 한 보고서에 따르면 5㎡짜리 옥탑방 한 칸에 23명의 어른과 어린이가 바글바글 살면서 그 생활 오물과 폐수를 그냥 길 앞에 내다버렸으니, 하루 종일 해도 바람도 들지 않는 좁은 골목 환경이란, 사람들이 하수구 속에 사는 꼴이었다. 콜레라가 창궐한 것은 그 하수가 그대로 상수에 섞여들고 집들이 너무 다닥다닥했기 때문이다. 도시 생활을 견디지 못한 성난 민중들이 집앞 바닥 포장돌을 파내서 쌓으면 바로 기마대를 막을 수 있었으니 그것이 혁명기에 고안되었다는 바리케이드의 정체였다.파리를 개조해야 한다는 제안은 18세기부터 꾸준히 있었다. 그러나 어떤 전제 군주도 손댈 생각 없었던 도심을 가꾸기 시작한 것은 나폴레옹 황제였다. 콩코르드 광장부터 루브르를 지나는 리볼리 가를 닦기 시작했지만 마치지 못했다. 나폴레옹의 실각으로 유년기를 유럽 여러 나라를 전전하며 보냈던 조카 루이 나폴레옹은 자유주의에 관심을 가졌고, 영국 런던에 머물면서 그 도시 경관에 크게 감동했다. 그가 1848년 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초대 대통령에 당선된 데에는 나폴레옹이라는 이름의 향수에 더해 서민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공약에 힘입은 바 컸다. 파리는 프랑스의 심장이고 위대한 도시라고 열을 올리며 불로뉴 숲을 런던 하이드 파크를 능가하는 공공 공원으로 조성하고 삼촌이 못 마친 리볼리 가의 연장 공사에 착수했지만 사업이 더뎠다. 임기 내에 공약을 이행하지 못할 형편이 되자 재선이 불투명해졌고 불안감에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종신을 선언한 나폴레옹 3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신임 파리 시장을 찾는 것이었고, 그때 배짱과 열정에 충만한 오스만을 만났다. 1853년 취임 첫 주인 오스만에게 파리 지도를 펼쳐 보이며 “통하게, 통합되게, 그리고 아름답게” 만들어 보라고 명했다.“오스만이 처음에 한 일이 동서하고 남북으로 대로를 십자(그랑 크로아제)로 내요. 이렇게 하면 도시가 고르게 발전되죠. 그다음에 동서남북 네 길 끝에 역을 연결하고 도시를 순환하는 대로를 내요. 모든 게 연결되도록 만든 거지.” 6년 만에 1단계 사업이 완료되자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파리 시민들은 환영했다. 나폴레옹 3세는 오스만에게 어째서 같은 건축가와 계속 작업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던 사업이 갑자기 순조로워졌는지 오스만에게 물은 적이 있는데, 자신만만하게 ‘시장이 다른 사람이니까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대로는 정말 독재자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서 뚫은 것일까? 나폴레옹3세 치하 파리에서 진압할 만한 봉기는 일어난 적이 없었다(파리 코뮌은 정작 실각 후다). 오스만은 훗날 보수적 의회에서 예산을 따낼 명분으로 내세웠을 뿐이라고 변명한 바 있다. 실로 오스만은 치밀했다. 폭 20m가 넘는 대로는 시위꾼 노동자들이 우글거리는 불량 주택만 없앤 것이 아니었다. 교통 정체와 오물과 매연도 사라졌다. 거기에 인도가 생겼고, 빛과 바람과 가로수가 도로를 채웠다. 오스만의 파리 개조에서 더 중요한 것은 대로의 지하, 보이지 않는 데 있었다. “첫 번째, 위생이다. 그래서 파리의 하수도 계획이 선 거예요. 굉장히 잘한 거죠.”파리 인구 전체에 배분될 분량을 계산해 상수원을 끌어왔다. 새로 판 거대한 하수도는 가스등과 다음 세기에 지하철이 지날 관이기도 했다. 시에서 받은 제복을 입은 인부들이 매일같이 하수에 모인 빗물로 도로를 청소하고 수만 그루의 가로수를 다듬고 가스등을 켜고 끄는 도시 풍경이 처음 탄생했다. “두 번째, 도시에 빈 데가 많아야 된다. 사람들이 숨 쉴 수 있는 공원도 숲도 만들었죠. 관통하고 호흡하게 만든 거예요. 오페라 극장이며 에펠탑도 서는 건 그다음이죠. 그렇게 함으로써 지금의 파리가 탄생했습니다.” 오스만은 공원 울타리, 벤치, 신문 가판대, 공중 화장실, 광고판 같은 도시의 공공시설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설계하고 도시 전체에 고루 일관되게 적용했다. 그것은 상하수도처럼 시민 모두가 누릴 것이었기 때문이다. 또 중요한 것은 가로변에 철거한 다음 새로 지은 건축물들이었다. 같은 길에 면한 건물들은 서로 주인이 달라도 모두 하나로 이어져 보이도록 짓게 했다. 실내에서야 아무리 개성적으로 호화판으로 살든, 대로변 외관에 건축주의 부를 뽐내는 조각품이나 맥락을 끊는 디자인은 엄격히 금했다. 외벽 마감은 인근에 흔한 석재로 통일하고, 같은 형태의 테라스 난간을 설치하게 했다. 모든 건물은 최소한 10년에 한 번씩 일제히 보수하고 청소해야 했다. 사소한 데까지 꼼꼼하고 일관된 규제 속에 지어져 ‘오스만 건축’이라고 불리게 된 이 건물들은 하나하나 튀지는 않지만 방문객을 파리의 장대한 원근법으로 초대한다. 그러나 그것은, 관광용 유물이 아니라 삶의 풍경이다. 대로변 건물의 2~3층은 가족이 많은 부유층의 아파트고, 5층이나 6층에는 독신자나 노동자, 학생들이 살았다. 도시 전체가 상가이자 동시에 주택가고, 빈부가 한 지붕 밑에 공존했다.파리 도심에는 고층 아파트가 없지만 인구 밀도는 1㎢당 2만명이 넘어 서울보다 훨씬 높다. 근대의 수도, 파리 시민들은 추리닝 차림으로 자가용을 끌고 외곽의 대형 쇼핑몰을 가는 대신에 차려입고 1층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작은 가게들을 산책하며 쇼핑하고, 길이 끝나는 데서 저녁의 오페라를 즐긴다. 위정자의 영광을 향한 길이 아니었다. 오스만은 파리의 오래된 역사적 건축들이 돋보이는 각도로 새 길을 냈고, 도시의 구마다 고르게 크고 작은 녹지 공원과 광장을 조성했다. 이 대대적 사업을 순식간에 시행하기 위해서 권력을 등에 없고 법을 개정하고, 자본가의 도움을 빌어 투자 회사를 설립했으며 수만 명의 노동자를 동원했다. “일을 끊임없이 벌이고 세금 많이 걷으니까, 결국 오스만은 그래서 실각하죠. 자동차 시대를 예견했는지는 모르지만, 모던한 도시 계획인 거고, 유럽의 근대 도시가 여기서 출발하는 겁니다. 미국 시카고, 워싱턴, 바르셀로나, 빈…, 그런 대도시가 다 파리를 따르거든요. 그 기틀이 뭔지 자세히 봐야 할 거예요. 여러 사람을 괴롭혔지만 결과적으로 도시를 문화적으로 굉장히 성숙하게 만들었어요. 사람들이 불도저 김현옥 시장을 오스만하고 비슷하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쉽게 말할 게 아니에요. 그리고 그들은 한 세기 전에 오스만이 해 온 것을 비판도 하지만 새로 연구하고 근사하게 이어받아서 라데팡스를 만들었어요. 그러면 정도전이 만들어 놓은 서울이 확장될 때 우리는 무엇을 놓친 건가….” 르코르뷔지에를 위시한 모더니스트들이 비난을 퍼부은 오스만의 파리 개조가 왜 모던한 도시의 출발인가. 데이비드 하비는 모더니즘의 본질을 획일적 전통에 대한 ‘창조적 단절’이라고 말한다. 황현산 선생이 평생 연구했듯, 누구나 뻔히 공감할 완결된 서정성을 과감하게 뚫는 아이러니가 프랑스 상징주의의 모던한 시 정신이고, 그 정신이 제2제정기의 파리에서 태동했다. 1960년대 쿠데타 이후 반세기, 서울이 낳은 시와 도로를, 서울이 남긴 역사와 어둠을 지운 야경을 떠올려 본다. 격자 대로를 가도 가도, 600년 전 북악과 광화문에 맞먹을 비스타를 마주칠 일이라고는 없는 강남과 여의도에서 터전을 닦은 중산층은 이제 그들이 세운 도시를 깨끗이 철거하고 역사를 지우는 데 바쁘다. 폭염이 지나자 여기저기서 재개발과 폭등과 재생이 터져 겨루는 서울은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기획 수류산방 조성룡 건축가·도시건축 대표 심세중 수류산방 편집장
  • 장하성 “실수요자 위해 서울 등 수도권 주택 공급 늘릴 것”

    장하성 “실수요자 위해 서울 등 수도권 주택 공급 늘릴 것”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3일 “정확하게 투기와 실수요를 구분해 실수요자가 필요한 곳에는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라고 촉구한 데 대해 청와대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장 실장은 이날 JTBC와의 인터뷰에서 “실제 신혼부부나 중산층 서민 실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주택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공급을 늘릴 것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공공 임대주택도 있고, 신혼행복주택도 있고, 또 일반 사업자가 하는 주택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과거처럼 대규모 단지를 조성해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거나 투기 수요가 몰리게 하진 않을 것”이라며 “생활권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역세권에 소규모로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부분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택지)는 지자체들과도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추가 30만호 공급 방침과 별도로 추가 공급을 계획하고 있는 건가’라는 질문에 장 실장은 “관련된 것도 있고 새로운 것도 있다. 국토교통부에서 추가 설명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국토부는 30만호 이상의 주택 공급을 위해 공공 택지를 추가로 개발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장 실장은 이어 최저임금 문제와 관련, “올해분 최저임금 16.4% 인상은 생각보다 높아 솔직히 놀랐다”면서 “2022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을 실현하려면 14.3%면 됐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대상의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며 “적어도 이달 안에 일자리 안정자금 추가 인상분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사설]정부, 금리동결 함의 새겨 경기 회복 최선 다해야

    한국은행이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로 유지했다. 지난해 11월 금리인상을 단행한 뒤 9개월 째 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국회에서 “내년까지 경제가 괜찮다고 한다면 그 이후를 생각할 때 정책여력 차원에서 금리 수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은은 정부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관리물가 품목을 제외하면 물가상승률이 이미 2%를 넘었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 총재는 금통위 이후 열린 간담회에서 금리 인상 여부를 둘러싼 고민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은 총수요 정책이기 때문에 총공급이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도 “(주택가격 상승은) 풍부한 유동성이 하나의 요인이 되는 것도 사실이고, (가계부채 증가세 등) 금융 불균형 축적을 방지할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에 이어 이번까지 2회 연속 인상 소수의견을 낸 이일형 금통위원도 금리인상의 근거로 금융 불균형을 근거로 제시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번 한은의 금리동결은 ‘울며 겨자먹기’식 결정에 가깝다. 통화정책이나 부동산 시장 등을 감안하면 당장이라도 올려야 하지만 실물경제만 보면 되려 금리를 낮춰야 할 정도로 우리 현실이 암울하기 때문이다. 7월 취업자 증가 폭이 8년 6개월 만에 최소인 5000명으로 떨어지는 ‘고용쇼크’가 닥친데다가 소비자 심리와 기업 체감 경기 등도 최악이다. 고소득층을 제외한 중산층 이하 계층의 소득도 줄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확대 우려 등 대외 환경도 좋지 않다. 같은 날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7월 산업생산은 전달 대비 0.5% 증가했지만 설비투자는 0.6% 감소했다. 지난 3월 이후 5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환란 이후 최장기 투자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와 향후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동반 하락한 상태다. ‘경기 하락의 초기 단계’라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대세로 자리잡을 정도다. 경제는 심리다. 정부가 나서서 시장의 심리를 위축시킬 필요는 없다. 그러나 ‘9개월 연속 경기 회복세’(8월 기획재정부 경제동향)라거나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하고 있다”(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는 식의 장밋빛 전망만으론 경제 회복에 도움이 안 된다. 제대로 된 정책 대응을 하기 어려운데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어서다. 증가율 10%에 가까운 슈퍼 예산을 내년에 편성한 것도 경기가 안 좋기 때문이 아닌가. 정부는 지금이라도 경기 상황을 솔직히 인정하고 위기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한다. 예산이 집행되기 전까지 실물경제의 추가적인 악화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미·중 통상분쟁 등 리스크 관리와 일자리 창출, 민생 개선 등을 위해서도 전력을 다하는 게 필요하다.
  • 기로에 선 ‘한국형 복지국가’ 성공하려면

    기로에 선 ‘한국형 복지국가’ 성공하려면

    최근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싼 논쟁에서 보듯 복지국가로 가는 길은 평탄하지 않다. 이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각 나라가 처한 사회경제적 상황과 정치적 제도, 역사적 유산 등에 따라 장애물의 양상이 다를 뿐이다. 우리나라는 복지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유독 이념 논쟁이나 대중영합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성공적인 복지국가들은 이념적 편향이나 교조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민생정치의 관점에서 합의적이고 실용주의적으로 문제에 접근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교육부총리를 지낸 안병영 연세대 명예교수 등 행정학자 4명이 함께 쓴 이 책은 한국형 복지국가에 대한 합리적인 모색을 목표로 복지담론에 관한 이론과 지식을 총망라했다. 사회복지 정책의 개념과 철학, 복지국가 이론과 역사, 보건의료와 연금정책 등 어느 한 분야 놓치지 않고 꼼꼼히 다뤘다. 저자들은 “한국 복지국가는 발전의 기로에 서 있다”면서 “이제 복지를 좌우의 문제도 이념의 문제도 아닌 우리 사회의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유용한 수단의 하나로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이를 위해 우리가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네 가지 사항을 제시한다. 첫째, 기초보장 사각지대 해소와 중산층도 의지할 수 있는 탄탄한 소득보장제도의 확립이다. 이 바탕 위에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의 결합이 필요하다. 둘째, 소득 격차와 사회적 이동성 저하를 막기 위한 공보육과 공교육의 역할 강화다. 셋째, 사회보장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효율성 제고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복지국가의 물질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경제 활력과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과제지만 복지국가를 향한 여정에 반드시 필요한 길잡이임에 틀림없다. 이순녀 논설위원 coral@seoul.co.kr
  • [서울광장] 더 담대한 세제개혁을 기대한다/이두걸 논설위원

    [서울광장] 더 담대한 세제개혁을 기대한다/이두걸 논설위원

    2009년 초 당시 이명박 정부는 노후차 교체 세제지원책을 내놨다. 새 차를 사면 개별소비세와 취득·등록세 등 최대 250만원의 세금을 깎아 준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누구도 재벌 특혜 논란을 제기하지 않았다. 한국 경제가 망하는 줄 알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천하’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고 미국 자동차 ‘빅3’ 업체들은 도산 위기에 몰려 미국 정부의 긴급 자금에 연명하고 있었다. ‘공공기관 대졸 초임 30% 삭감’ 같은 정책도 버젓이 시행될 정도였다. 당시 한국 경제를 지탱했던 유일한 동아줄은 재정건전성이었다. 그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3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90.0%를 크게 밑돌았다. 이후 4대강 사업 등에도 불구하고 국가부채 비율은 39.5%의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당장 빚을 지면 후세가 고생한다’는 간명한 진리를 누구나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정부는 내년부터 확장적 재정정책을 본격화한다. 급격한 고령화나 통일 등을 감안했을 때 나라 곳간은 충분히 채워져야 한다. 향후 경제가 더 나빠졌을 때 예금처럼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지금은 적금을 당겨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고용 부진과 소득 양극화 등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한 데다 서비스업 등 산업 구조조정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사정이 어렵다고 무조건 지갑만 닫는 건 하수(下手)의 정책이다. 제대로만 쓴다면 재정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국제통화기금(IMF)조차 “국가채무를 GDP 대비 45% 수준으로 높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권고할 정도다. 나라 살림의 최선은 쓸 돈은 쓰면서도 곳간은 튼실히 가져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돈을 덜 쓰거나 세수를 통해 돈을 더 많이 거두면 된다. 그러나 장기적인 나라 가계부인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세수 확대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내년 국세수입은 지난해 법인세 인상 등의 효과로 11.6% 증가하지만 2020년 이후에는 증가율이 4% 초반대로 뚝 떨어진다. 통합재정수지가 2020년 이후 적자로 전환되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이 40%를 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중산층을 뺀 고소득층만의 증세는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이다. 2016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펴낸 ‘소득수준별 세 부담 평가와 발전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명목소득세율 3% 포인트 인상을 ‘초고소득층’, ‘중산층 이상’, ‘전 계층’에 적용했을 때 각각의 세수 증대 효과는 6.3%, 23.7%, 8.6% 등으로 분석됐다. 내년 종합소득세와 근로소득세 추정치가 대략 55조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중산층 이상 증세는 13조원, 전 계층은 21조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반면 초고소득층만 적용했을 땐 3조원 남짓에 그친다. 소극적인 세제정책은 국정운영의 핵심 과제인 소득 양극화 해소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다. 대표적인 소득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 2분기 5.23을 기록했다. 10년 만에 최대치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은 실제 소득에서 세금을 떼거나 연금을 지급하는 등 국가의 재정정책이 적용된 뒤의 소득을 말한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의 균등화 전후 소득 증가율은 각각 10.3%, 10.2%로 변함이 거의 없었다. 국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재정정책이 상위층을 대상으로는 전무하다는 뜻이다. 고소득층의 소득 급증이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물론 증세는 섣불리 접근해서는 안 된다. 세금을 많이 걷을수록 민간의 경제 활력은 줄어든다. 지지율도 떨어질 수 있다. 보유세 면에서는 다행스럽게도 3주택 이상이거나 초고가 주택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검토한다는 목소리가 여당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는 서민 중산층을 기둥으로 삼는 ‘촛불 정부’의 모습으로는 부족하다. 빈부격차는 천정부지로 벌어지고 아파트 가격은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상황에서는 창업 욕구는 떨어지고 출산은 미루기 마련이다. 증세는 더이상 미룰 수 있는 숙제가 아니다. 소득주도성장을 위해서는 중부담 중복지를 통한 보편적 복지가 필수적이다. 복지확충 없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서민 중산층의 몰락을 가져왔다는 현실을 이미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다행히 앞으로 1년 9개월간 선거가 없다. 중산층 이상의 보편증세를 위해 여론을 설득할 시간은 충분하다. 그래야 집토끼도 떠나지 않으면서 우리를 튼튼히 만들 수 있다. 더욱 담대한 개혁을 기대한다. douzirl@seoul.co.kr
  • ‘종부세 강화’ 카드 꺼낸 이해찬… 2005년 집값 트라우마 벗을까

    ‘종부세 강화’ 카드 꺼낸 이해찬… 2005년 집값 트라우마 벗을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급등한 서울과 수도권 지역 집값을 잡기 위해 30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강화’ 카드를 꺼냈다. 문재인 정부가 10여년 전 노무현 정부 때의 부동산 정책 실패 사례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이날 국회에서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고 민생 현안 대책을 논의했다. 가장 논의가 뜨거웠던 주제는 부동산 문제였다. 이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투기로 의심되는 동향을 보면 필요한 조치를 즉각 해야 한다”며 “특히 3주택 이상이나 초고가 주택은 종부세를 강화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강력하게 검토해 달라”고 강조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집값 안정과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단호하게 하겠다”며 이 대표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한 강력한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문제는 어느 정권이든 지지율을 출렁이게 하는 화약고 같은 사안이다. 노무현 정부의 뒤를 이은 문재인 정부로서는 ‘종부세 트라우마’와 겹쳐 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노무현 정부 국무총리이던 시절 2005년 종부세가 도입됐다. 도입 초기에는 과세기준이 공시가격 9억원 이상, 부과기준이 개인이라 해당자가 많지 않아 조세저항이 적었다. 그러나 2006년부터 과세기준을 6억원 초과로 낮추고 가구별 합산으로 기준을 바꿔 중산층의 반발이 컸다. 그럼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았고 결국 노무현 정부의 지지율 하락을 가져온 가장 큰 원인이 됐다. 종부세가 부유세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과세 기준과 과세율을 대폭 낮추면서 누더기 법안이 됐다. 최저치를 기록한 취업률,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 중반으로 떨어지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경제 문제를 이대로 뒀다가는 2년 후 총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크다. 때문에 정부는 집값을 잡고자 지난달 6일 6억원 초과 고가주택 보유자에게 부과되는 종부세율을 과표 6억원을 초과하는 구간별로 0.1~0.5% 포인트 올리는 내용의 종부세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기대보다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여의도 개발 계획과 맞물려 서울 지역 집값이 급등하게 됐다. 따라서 이 대표의 종부세 강화 발언으로 향후 민주당이 주도해 정부의 발표안보다 과표 기준과 세율이 강화된 종부세 개편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당에서 부동산 과세 부담이 크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국회에서 종부세 강화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이날 당·정·청 논의에서도 종부세율을 몇%로 하겠다고 확정하진 않았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부동산 시장이 조기에 안정화될 수 있도록 투기적 요인 제거를 선제적으로 하자는 의미였다”고 선을 그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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