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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리뷰] ‘이런 노래’

    [공연리뷰] ‘이런 노래’

    ‘드르르르….’ 연극은 한밤중 홀로 작업실에 남은 영옥(이혜경)의 나지막한 재봉틀 소리로 열린다. 한복 짓는 솜씨를 자랑하던 독백은 어느새 남편과 자식을 잃은 신세한탄으로 바뀌고, 곧이어 기억 저편에 있던 아들과 남편이 차례로 불려 나온다. 영옥은 ‘남편 잡아먹고, 자식마저 잡아먹은’ 여자였다. 영옥이 남편과 아들을 지키기 위해 했던 일들이 결과적으로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남들처럼 떵떵거리며 살고 싶은 영옥은 정계로 남편(김영필)의 등을 떠밀고, 비판적 지식인인 남편은 간첩조작사건에 연루돼 투옥된다. 영옥은 남편을 석방해 주겠다는 경찰의 회유에 속아 남편의 간첩혐의를 위증하지만 이로 인해 남편은 사형된다. 영옥은 유일한 희망인 아들(김주완)이 위장 취업해 노조 활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자 아들의 안전을 위해 집회장소를 경찰에 밀고하고, 비극은 어이없이 대물림된다. 간첩조작사건에 위장취업이라니. 서울연극제 30주년 기념작으로 1994년 초연 이후 1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연극 ‘이런 노래’(정복근 작, 박근형 연출)는 얼핏 유통기한 지난 옛 유행가처럼 들린다. 적어도 눈에 보이는 현실은 연극에 등장하는 폭압적인 군부 독재때와는 다르니 말이다. 사회정의, 노동자 권리 같은 대의명분을 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남편과 아들의 굳건한 신념도 왠지 빛바랜 유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영옥이란 인물만은 묘하게도 현재성을 획득한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든 내 가족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중산층의 이기주의가 지배 체제에 얼마나 쉽게 악용당하는지를 영옥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980년대 영옥의 모습은, 경제불황에 먹고 살기 어렵다는 핑계로 사회문제에 등돌리는 지금 우리의 서글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옥이 회한의 절규를 쏟아 내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마지막 장면은 관객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힌다. ‘이런 노래’가 흘러간 유행가가 아니라 여전히 우리 귓가에서 맴도는 노래라는 각성. 이 연극이 아직도 유효한 이유다. 6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1만~3만원. (02)762-4242.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격동의 50년대… 댄스에 빠진 ‘자유부인’은 쾌락 때문?

    격동의 50년대… 댄스에 빠진 ‘자유부인’은 쾌락 때문?

    6·25전쟁에서 4·19혁명에 이르는 1950년대는 격동의 혼란기였다. 전쟁의 폐허 복구 과정에서 경제원조 등을 통해 자본주의의 토대가 형성되는 한편으로 반공주의가 지배이데올로기로 사회 전반을 통제했다. 무엇보다 ‘자유’와 ‘민주’, ‘실존주의’ 같은 근대 서구화 사상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유교적 전통과 관습에 기반한 사회문화적 가치관도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아프레걸= 전후(戰後)+girl ‘아프레걸 사상계를 읽다’(동국대 출판부 펴냄)는 무정형의 욕구가 사방으로 분출되던 1950년대 문화 현상의 실체와 내면을 본격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1950년대는 전근대사회로부터의 탈피를 강력히 추동하는 가운데 새로운 문화가 형성될 수 있는 자양분으로 작용했고, 격렬한 지각변동을 거치게 된다. 권보드래 동국대 교수를 비롯한 10명의 필진은 전통적 가치관과 근대적 가치관, 지성적 열망과 퇴폐적 향락이 뒤엉킨 채 공존했던 당대의 문화를 읽는, 나름의 독법을 제시한다. 그 중심에는 미국 문화에 대한 강렬한 열망과 복제의 욕구가 놓여 있다. 저자들이 주목한 키워드는 ‘아프레걸(Apres girl)’이다. 전후(戰後)를 뜻하는 프랑스어 ‘아프레 게르(apres guerre)’에 영어 단어 소녀(girl)를 합성한 이 조어는 향락, 사치, 퇴폐를 상징하는 이름이었다. “분방하고 일체의 도덕적인 관념에 구애되지 않고 구속받기를 잊어 버린 여성들”로 ‘성적 방종’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신상옥 감독의 영화 ‘지옥화’, 이강천 감독의 ‘아름다운 악녀’ 등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육체적 쾌락과 돈에 대한 욕망을 직설적으로 내뿜는다. 1950년대 서울신문에 연재돼 숱한 화제를 뿌렸던 정비석의 ‘자유부인’은 남편의 제자와 춤을 추러 다니는 중산층 ‘아프레 걸’의 모습을 보여 준다. 영화와 소설에 등장하는 이 아프레 걸들은 비난과 경멸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저자들은 아프레 걸을 ‘자유를 갈망하던 사회적 약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테면 ‘자유부인’의 주인공 선영이 댄스나 계, 자모회 같은 영역에 진출하게 된 것은 사회적 요구가 작용한 것인데 그 책임은 오로지 여성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지적한다.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아프레걸들의 일탈은 쾌락과 욕망을 위한 값싼 방종이 아니라 잃어 버린 자아를 되찾는 과감한 모험이라는 주장이다. ●현모양처 여성상 계몽했던 잡지 ‘여원’도 흥미 아프레걸이 미국의 문물을 소비하고, 댄스와 같은 미국식 문화를 향유함으로써 자유와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당대의 새로운 여성상을 대변한다면, 1950년대 지적 운동의 한복판에 있었던 잡지 ‘사상계’는 미국식 합리주의와 실용주의에 기반한 지식 엘리트의 문화를 상징한다. 1950년대 중반 창간된 여성지 ‘여원’을 통해 여성담론의 변화를 읽어 내는 대목도 흥미롭다. 현모양처 여성상의 계몽을 표방했던 ‘여원’은 짧은 기간이지만 독신여성 같은 다양한 여성 담론을 형성해 냈다. 하지만 곧 농촌여성을 중심으로 한 비도시 하층민 여성이 주 독자층으로 형성되면서 ‘여원’의 편집방향은 대중적 통속화의 길을 걷는다. 2만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뾰족한 해법 없다” 교과부 골머리

    “아이디어 차원이죠.” “당정협의도 해야 하고 입법화하려면 내년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교육과학기술부가 미래기획위원회발 사교육비 절감추진 방안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좋은 취지에서 나왔지만 근본적인 원인진단에 따른 해법이 아닌 데다 부처간 협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불쑥 나와서다. 교육과학기술부 고위관계자는 28일 ‘2~3주내에 세부대책이 나오는 것이냐.’는 질문에 “당정협의도 해야 하는 등 쉽게 될 것 같지 않다.”면서 “외고입시 개선 등 대책도 이야기했으나 구체적으로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우리가 발표를 하더라도 큰 뉴스는 기대하지 말라.”는 말로 대책마련이 쉽지 않음을 실토했다. 교과부 일각에서는 “차라리 대책도 미래기획위원회에서 발표하는 게 맞다.”는 불만 어린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앞서 대통령자문기구인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은 이번 여름방학부터 학원영업시간을 밤10시까지로 규제할 방침을 발표하며 교과부에서 2~3주내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교과부가 추진 중인 사교육비 절감 대책은 정규 교육과정 살리기에 방점이 있다. 곽 위원장이 대안으로 제시한 방과후 학교 강화는 부분적인 대책이라는 뜻이다. 류혜숙 인재정책총괄과장은 “사교육비 문제를 전담할 팀을 따로 두지만 우리로서는 정규 교육과정 정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과부는 다음달 6일로 예정된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당정협의에 맞춰 대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교과부에서 ‘중산층을 키우기 위한 휴먼뉴딜’ 시책으로 준비 중인 대책으로는 ▲사교육 없는 학교, 전원학교, 교과교실제 도입 등 다양한 좋은 학교 만들기 ▲국가장학재단 설립을 통해 학자금 대출업무 지원 ▲입학사정관제 전형 확대를 통한 대학입시 부담 완화 등이다. 오프라인 강좌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온라인교육 활성화 방안도 모색 중이다. 한편 외국어고 입시제도 개선에 대해 교육계 현장에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다. 지금도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하는 만큼 수학 가중치를 없앤다 하더라도 외고 운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실업계고에 가서도 대학 진학을 노리는데 외고생들에게 어문계열로만 대학에 진학하라고 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특목고 입시전문기관인 하늘교육 임성호 이사는 “외고 영어듣기시험이 수능보다 3배 정도 어렵게 나오는데도 대부분 90점 이상을 받는 실정에서 수학이나 과학 등 다른 과목에 가중치를 두지 않으면 변별력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면서 “너무 높은 영어시험 난이도를 누구나 응시할 수 있게 낮추고 내신반영 비율은 더 높이는 쪽으로 가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신해철 “(욕 많이 먹어서)죽어도 부활할듯”

    22일 ‘마왕’ 신해철과 ‘날선 논객’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의 입담 대결이 큰 관심을 끌었다.  둘이 맞붙는(?) 특별 대담 ‘진중권의 이슈 in 이슈-마왕 신해철 독설인가 궤변인가’가 이날 오후 4시 시작되기 전부터 야후! 코리아 게시판에는 네티즌이 몰려들어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2명 모두 게시글 혹은 토론회 등을 통해 신랄한 비판과 날카로운 언변을 선보이며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인물들이었기 때문. 신해철과 진 교수 모두 지난해 MBC의 ‘100토론 400회 특집’ 당시 실시됐던 여론조사에서 최고의 비정치인 논객 1위와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언변’을 인정받았다.  아이돌 그룹 ‘빅뱅’의 권지용을 연상시키는 ‘쑥대머리 헤어스타일’을 한 신해철은 고동색 선글라스를 끼고 대담에 응했다.일부 네티즌은 빅뱅을 따라 했다고 비아냥댔고 두 사람은 댓글을 보고 비웃었다.  하지만 찬반을 가리는 토론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란히 앉아 말을 주고 받았고 ‘입씨름’도 거의 없었다.다만 ‘씨팔’ ‘양아치’ ‘찌질이’ 등 정제되지 않은 언어가 간혹 튀어나와 오히려 인터넷 대담에 어울렸다.  진 교수는 신해철을 소개하면서 “영생의 길로 들어서기를 작정했다.”고 말했고,신해철은 “그 정도가 아니라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부활을 할 수 있을 정도”라고 응수하면서 대담이 시작됐다.최근 여러 차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욕을 먹기도 했던’ 신해철의 최근 상황을 빗댄 대화였다. ● “덩달아 난리치지 말자는 뜻이었다”  이어 ‘북한 로켓 발사 경축 발언’과 관련한 얘기들을 주고받으며 본격적인 대담이 시작됐다.  신해철은 지난 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같은 글을 올렸고 17일 일부 보수단체로부터 국보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진 교수가 “세월이 하수상한 때라 잡혀갈까 불안하지 않냐.”는 식의 질문을 던지자 신해철은 “날 집어 넣게 되면 역사상 사식 반입수로 최대를 달리지 않을까 생각한다.서로 안 겹치게 불고기,단무지 등 다양하게 해달라.”고 재치있게 받아넘겼다.  신해철은 자신에게 “김정일 정권 하에 살아야 한다.”고 비난한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에게 “천황(일왕)한테나 가라지.”라고 글을 쓴 것에 대해 “오는 말이 너무 저질이라 저질로 받아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 로켓 경축 발언’에 대해 “아직도 50년 전 냉전 시절의 패러다임으로 북한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패러다임을 바꿔보자는 뜻에서 일부러 말도 안 되는 문장을 쓴 것이었다.”며 “문장 하나하나를 직접적으로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또 대한민국이 주권을 올바르게 행사할 수 있는지,그런 여건에서 북한핵과 로켓 발사를 바라보고 대응하는지 따져보자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는 “이 글 속에 숨어 있는 비꼬인 유머를 읽어낼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공유해주기 바라는 굉장히 좁은 커뮤니티 안에서의 발언이었다.”며 “그걸 4대 일간지들이 3시간도 채 안돼 타이틀로 뽑고 그런다는 게 당혹스럽다.”고도 말했다.  진 교수가 조금 더 정제된 표현을 썼더라면 하고자 했던 얘기를 더 잘 전달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떠보자 “그날 17시간 음악하고 30초 가량 쓴 건데,내가 음악인인데 왜 그래야 하느냐.”며 원래 구미에서도 록 뮤지션은 ‘노이즈’를 일으키는 존재라고 피해나갔다.그런 진중하고 사려 깊은 논의는 직업 정치인들에게나 맡겨야 한다는 논리였다. ● “사교육 하향 평준화될 때까지 악역 맡자는 생각”  신해철은 또 네티즌들로부터 갖은 욕을 다 들어먹은 학원 광고 출연과 관련해서도 “사교육이 지금은 비정상적으로 과잉됐지만 앞으로 대형화되고 기업화되면 진정한 시장경쟁이 이뤄져 인터넷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훨씬 싼 값에 지식을 전수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며 자신은 “그날이 올 때까지 당분간 악역을 맡자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이에 진 교수는 “사교육에 대해 너무 나이브(순진무구)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고 신해철은 “인류의 역사를 보면 모든 문화나 사회 현상은 하향 평준화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미국에서 일고 있는 홈스쿨링 열풍 등을 열거하며 몇십년 안에 아주 싼값에 지식을 전수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다시 강조했다.  광고 관련 돈이 궁해서 그랬냐는 비판에 대해서 신해철은 ”돈이 필요하면 지방 업소에 소문 안나게 찌라시(전단지) 안 뿌리는 조건으로 나가도 학원 광고 찍은 것에 3배는 벌 수 있다.”고 응대했다.그러고는 “예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후배 가수들을 육성하다가 남은 건 빚 20억원’이라고 말한 것 때문에 오해를 산 적이 있지만,광고를 찍을 당시에는 다 갚은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이어 진 교수가 2002년 대선때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고 사람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는데 요즘 신경이 어떠냐고 묻자 “조금 더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하다.임기를 끝낸 대한민국의 모든 대통령들이 가족과 돈 문제로 국민들에게 고통을 줬다.며 노 전 대통령이 정치에선 낮은 평점을 받았지만 그것(돈 문제)만은 깨끗할 것이라고 믿었던 국민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자신도 일종의 죄의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마음이 아프다고 털어놓았다.  노무현 정권을 평가해달라는 진 교수의 주문에 신해철은 “숲을 지났을 때 숲을 전체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제하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잃은 것은 뭐고 얻은 것은 뭔지에 대해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더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386세대의 끄트머리인 87학번 세대인 내게 노무현 지지는 미완성이었던 6·10 민주항쟁의 복수전이자 완성이었다는 색다른 해석도 내렸다.  진 교수는 계속해서 노 전대통령 집권 기간에 중산층이 몰락됐다는 등 노무현 평가를 유도하자 신해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득과 실은 있는 것이다.평검사와 삿대질하는 등의 일은 경제적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우리에게 줬다고 본다.권위주의 해체와 같은 손톱만큼의 성과도 그것마저 잃게 되면 (우리 국민에게) 남는 건 뭐냐.”고 되묻기도 했다.이명박 정부 들어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조짐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신해철은 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선 취임 직후 “박정희를 꿈꾼다지만 전두환이 보인다.”고 했던 인식에 ‘털끝만큼의’ 달라진 것도 없다고 했다. ● “앨범이나 공연이나 사운드를 똑같이”  신해철은 또 넥스트 6집의 파트2가 언제 나오느냐는 진 교수의 질문에 “최근 드러머가 교체되면서 트립팝(느릿한 비트에 몽환적인 사운드) 쪽으로 완전히 밴드가 지향하는 음악적 경향이 바뀌어 사실상 밴드 이름을 고치는 고민을 하고 있다.”며 “6집이냐 7집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현재 우리 밴드들이 우리 음악에 너무 행복해하고 있다.”고 밴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7월4일 포드 디어터 공연을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의 200~300석 규모 공연장을 찾아 동양인의 록연주가 어떻게 들리는지를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당찬 각오를 내비쳤다.또 앨범 녹음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 전,홍대앞 클럽에서 기습 공연을 갖고 음반에 실릴 음악들을 한꺼번에 다 들려줄 구상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밴드의 주축인 김세황의 기타 솔로가 없다는 한마디로 앨범 전체 분위기를 함축했다.  진 교수는 1시간10분 만에 대담을 마무리하면서 “이런 논란으로 잃기엔 너무 아까운 뮤지션”이란 한 신문의 칼럼을 인용해 신해철을 치켜세웠다.  한편 네티즌들은 대담이 시작되기 2시간여 전인 오후 1시55분 첫 댓글을 시작으로 대담 12분 전인 오후 3시48분쯤 댓글 수 1000을 돌파한 뒤 대담이 한시간쯤 진행된 오후 5시쯤 5000을 넘었다.  게시판에는 “신해철 진짜 용기있는 음악가라 생각한다.” “이렇게 재미있는 대담은 처음”이라는 반응부터 “신해철 진중권 타이틀 걸고 겨우 이거야? 그저 신해철 해명방송에 불과할 뿐”이라는 의견까지 다양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 최영훈기자 bsnim@seoul.co.kr
  • [5080] 아름다운 노후를 위하여]③ 마지막 보루, 부동산

    [5080] 아름다운 노후를 위하여]③ 마지막 보루, 부동산

    노후 부동산 투자는 안정성이 생명이다. 고정적인 수입이 없기 때문에 손실이 생길 경우 회복력은 ‘0’에 가깝다. 자칫 잘못하다 땅값 폭락이라는 된서리를 맞을 수도 있다. 특히 부동산은 금융상품처럼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지 않아 섣불리 손대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몇 가지 원칙만 지키면 안정적인 부동산 운용도 가능하다. 노후에 관심 가질 만한 임대·매입 등으로 어떻게 하면 부동산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알아 보자. ●노후엔 임대하라 노후에는 임대수입만큼 힘 적게 들이고 큰 수익을 올릴 만한 것도 없다. 단, 임대에도 요령이 있어야 한다. 자금이 부족할 경우에는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구매해 임대하면 위험부담이 적어서 좋다. 소형일수록 임대료가 저렴해 세가 잘 놓이고 월세일 경우에도 회수율이 높기 때문. 특히 저금리시대라 전세를 줄이고 월세의 비중을 최대한 높이는 게 좋다. 또 섣불리 부동산을 매입하기보다 소유하고 있는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게 실속있다. 겉보기에는 낡은 주택일지라도 내부 구조를 개조해 활용가치를 높여 임대하면 적은 돈을 들이고도 반짝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자금이 넉넉하고 약간의 위험 부담을 무릅쓸 수 있다면 다가구주택이나 상가를 매입하는 게 좋다. 특히 전철 역세권에 위치해 있다면 금상첨화. 상가 하나로 한달에 임대료로만 200만원에 가까운 소득도 거뜬히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노후에는 가급적이면 소형 임대를 권장한다. 규모가 큰 대형 임대 부동산은 입주자의 자금 부담이 커서 세가 잘 놓이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도 펀드처럼 장기 투자로 부동산도 펀드처럼 장기 투자해야 한다. 부동산은 갑자기 치솟았다가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치는 증시와는 다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침체기와 호황기는 어지간하면 3년은 간다.”고 말한다. 또 정부나 지자체가 계획하는 건설사업들은 대부분 계획에서부터 완공까지 5~10년 정도의 긴 기간에 걸쳐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그 기간 지역에 들어서는 업체에 따라 건설 전·후 부동산 가격은 달라진다. 계획할 때 별 볼일 없었던 부동산 가격이 완공과 함께 인근에 대형 마트와 지하철역이라도 들어서면 순식간에 뛸 수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격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단, 부동산 투자는 인내와 끈기 뿐만 아니라 경기의 회복세를 잘 파악하는 안목도 필요하다. 현재 10억짜리 아파트 한 채가 5년 후 20억짜리가 될 수도, 5억으로 반토막 날 수도 있으니 항상 주의깊게 시세 현황을 살펴 봐야 한다. 특히 노후에는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부동산의 특성상 한 종목에만 큰 규모로 투자하기보다 여러 종목에 작게 투자해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하락할 때 투자하는 역발상 투자 부동산 침체기에는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팔려는 사람이 늘어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 사람들은 가격이 떨어지면 더 떨어지기 전에 팔려고 하고, 오르면 더 오르기 전에 사려고 한다. ‘한 번 떨어지고 나면 다시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때가 기회다. 주식은 한 번 불량주로 낙인 찍히면 회복하기 쉽지 않지만, 부동산은 재개발 등으로 한 때 불량주였어도 언제든지 우량주가 될 수 있을 만큼 차별이 없다. 때문에 “떨어지면 오를 일만 남았다”라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여기선 경기가 언제 회복될 것인가를 점치는 게 포인트. 1년 안에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면 최근 하락폭이 컸던 아파트의 분양권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경기가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면 계속 상황을 지켜보는 편이 낫다. ●전원주택은 가깝고 소박하게 노후에 전원주택 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전원주택을 마련할 때 지켜야 할 원칙은 ‘가깝고 소박하게’다. 땅값이 싸다고 해서 무턱대고 먼 시골로 내려가서는 안 된다. 도시에서 멀수록 주택을 되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되팔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꿈에 그리던 전원생활도 그렇게 녹록지 않다. 전원생활 경험이 없는 은퇴자들은 불편함을 이기지 못하고 얼마 못 가 도시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병원이 멀고 각종 편의시설이 없어 불편하다. 주변에 주민이 적어 노후 외로움도 견디기 힘들다. 게다가 의욕이 넘쳐 지나치게 화려하게 지었다가는 후회는 두 배가 된다. 전원주택이 비싸기까지 하면 되팔기란 사실상 어렵다. 그래서 전원주택은 교통이 편리하고 되팔기도 좋은 도시 근교가 좋다. 막연한 동경심은 금물. 헐값에 팔아치워도 후회하지 않도록 적은 돈으로 작고 소박하게 지어야 한다. 특히 전국 20만호에 달하는 빈 농가들을 잘 이용하면 값싼 전원주택을 장만할 수 있다. 집을 꾸밀때는 손자, 손녀를 위해 집 근처에 작은 텃밭하나쯤 마련해 두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조주현 교수는 “노후에는 안정된 수익이 창출되는 부동산에 눈을 돌려야 하는데 그 중에서는 부동산을 매개로 하는 주식형 금융 상품이나 펀드를 권장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은퇴자의 부동산 활용법 당장 생활비 급할 땐 종신형 역모지기론… 다주택자 6월前 처분해야 세부담 적어 당장 생활비가 급한 은퇴자라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주관하는 종신형 ‘역모기지론’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60세 고령자들이 자신의 소유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사망시까지 노후생활 자금을 연금형식으로 대출받는 제도다. 2007년 7월부터 제도가 시행됐다. 가입자 본인과 배우자는 사망시까지 정해진 월 지급금을 받기 때문에 종신생활비를 보장받는다. 주택금융공사는 매달 지급되는 생활비를 가입자 사망 후 주택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회수한다. 처분한 주택가격이 대출금보다 작아도 부족한 금액을 가입자나 상속자가 갚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일반 은행에도 역모기지론 상품이 있지만 일정기간까지만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 종신형 역모기지론은 나이가 많을수록, 주택가격이 높을수록 연금지급액이 많아진다. 다만 담보대상 주택은 9억원을 초과하지 않아야 되고 부부가 모두 만 60세 이상이면서 1가구 1주택으로 전세나 근저당 설정이 되어 있지 않아야 가입할 수 있다. 대출금리는 변동금리로, 3개월 만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1.1%를 가산해 결정한다. 현시점에서는 약 3.5% 수준이다. 여기에 주택가격의 2%는 환급되지 않는 ‘초기 보증료’로 내야 한다. 주의할 점은 연금을 지급받는 동안에는 전·월세 계약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화재 등으로 주택이 소실되거나 부부 모두 1년 이상 거주하지 않는 경우에도 연금지급이 중단될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부 박성재 팀장은 “사망시 대출금을 정산하는 종신형 상품이기 때문에 본인의 건강상태를 잘 고려해 가입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면서 “대출 지급액도 1년마다 일정액이 증가하는 증가형, 감소하는 감소형, 고정인 정액형 등 다양하기 때문에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주택 보유자라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만만치 않다. 특히 서울지역에 사는 소득이 없는 은퇴자라면 더욱 그렇다. 세부담이 걱정돼 꼭 부동산을 처분해야 한다면 과세 기준일인 6월1일 이전에 처분하는 것이 좋다. 잔금처리와 등기까지 모두 6월 이전에 마쳐야 한다. 물론 양도소득세가 걱정될 수 있다. 이때는 저렴한 외곽지역 전세를 구하고 기존 주택은 전세나 월세 임대를 통해 세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있다. 1가구 1주택자는 3년 보유, 2년 거주 기준을 채우면 양도세가 면제된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실전! 부동산 임대 노하우 대학가 23년 된 단독주택 개조…원룸 6가구서 月300만원 수입 ‘5080 세대’는 재테크 수단으로 부동산만큼 믿음가는 것이 없다고 말한다. 웬만한 중산층이라면 은퇴할 즈음에는 적어도 자기 집 한 채씩은 갖고 있을 정도다. 부동산으로 은퇴 이후를 안락하게 보내는 사연을 들어봤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사는 전모(65)씨는 살고 있는 집의 터를 이용해 부동산 임대업을 시작했다. 전씨는 지하철역 근처에 지은 지 23년 된 허름한 단독주택을 갖고 있었다. 자녀들이 모두 결혼한 뒤 부인과 적적하게 지내던 와중에 원룸 임대업을 생각해 냈다. 다행히 주변에 대학가가 가까워 원룸을 하기에 최적의 입지였다. 건씨는 연면적 290㎡에 하나당 36㎡짜리 원룸 6가구를 들였다. 기존 단독주택을 원룸으로 바꾸더라도 다가구주택으로 허가가 나기 때문에 별도의 변경 절차는 없었다. 집을 짓기 위해 1억 5000여만원을 들였지만 매달 월세로 얻는 수익이 300만원가량 된다. 전씨는 “60대에 한 달에 300만원 이상 버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며 “원룸을 관리하다 보니까 힘이 저절로 생긴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홍모(61)씨는 10년 전 여윳돈으로 경기도 광주 시골 마을에 3층짜리 낡은 상가건물을 7억에 사뒀다. 근처에 철물 공장이 있고, 인구도 많지 않은 동떨어진 곳이라 아내와 가족 모두가 만류했다. 현재 건물 인근 마을이 아파트촌으로 바뀌었지만 시세는 구매할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래도 홍씨는 후회하지 않는다. 애당초 홍씨는 돈 벌기 위해 상가를 구매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은퇴 후에 고향인 경기도 광주에서 살면서 세를 받기 위한 노후 대비책이었다. 그는 “10년 동안 꾸준히 세를 받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앞으로 20년은 더 받을 수 있다.”고 만족해 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다른 기사 보러가기] “초등생 성추행교사, 성폭력치료 강의 받아야” 눈 감고 돈 벌던 국내포털 사면초가 불황 속 휴대전화 통화는 ‘뚝’ …문자는 ‘쑥’ 그 무뚝뚝하고 왁살스럽던 사투리가 문무대왕함 덴마크 商船 구하기 25분
  • 美전역서 조세저항 ‘티파티’ 시위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의회의 재정정책과 대규모 구제금융 지원에 항의하는 이른바 ‘티파티(tea party)’ 시위가 15일(현지시간) 미 전역에서 열렸다. 연방세금 신고 마감일인 이날 항의 집회에는 보수 성향의 블로거들과 공화당 정치인들, 수만명의 일반시민들이 참여했다. 백악관 앞뜰에 일부 시민들이 차봉지를 집어던져 통행이 차단되기도 했다. 티파티 참석자들은 미 의회가 최근 통과시킨 오바마 행정부의 3조 5000억달러(약 4650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과 7870억달러의 경기부양자금, 세금인상 정책과 정부의 방만한 예산집행 계획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최근 담배와 주류세를 인상한 켄터키 주 의회 앞과 연방정부로부터 15억달러 경기부양자금을 수용하기로 한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주 정부 앞에서는 존 헌츠맨 공화당 주지사를 비난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번 티파티는 전직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인 딕 아미(텍사스주)가 이끄는 보수적인 비영리단체 ‘프리덤워크스’가 주도했다. 주최측은 웹사이트를 통해 이날 전국에서 750여건의 집회와 시위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주최측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온라인과 보수성향의 폭스뉴스 보도를 통해 자발적으로 조직, 확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국의 티파티 집회에 공화당 지지자들과 차기 2012년 대선 공화당 주자로 거론되는 정치인들이 참여, 당파색이 짙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2000여명이 참석한 뉴욕 시청앞 집회에서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연설을 통해 과도한 지출정책에 반대표를 던지도록 지역구 정치인들에게 압박을 가하라고 촉구했다. 차기 공화당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보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도 지지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티파티 개최 사실을 알렸고, 마크 샌퍼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직접 티파티 2곳에 참석했다. 미주리주 켄자스시청 앞에서 열린 티파티에 네 자녀와 함께 참석한 칼라 웨이트(28)는 “구제금융에 엄청난 세금을 쏟아붓는 걸 보면 이 나라가 사회주의로 치닫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건 내 아이들이 살기 원하는 사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휴가원을 내고 11살 딸과 함께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조 홀링거는 “의회가 우리 자녀세대에 지운 엄청난 부채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21세기판 티파티’는 지난 2월19일 CNBC의 릭 샌텔라이가 부실 모기지론 구제를 위해 75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한 오바마의 결정을 보스턴 차사건에 빗대 비판하면서 ‘새로운 티파티를 벌일 때가 됐다.’고 언급하면서 촉발됐다. 한편 이러한 ‘안티 오바마’ 행렬에도 미 행정부는 세법개혁 의지를 단호하게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보통 시민이 세금신고로 골치 아프게 만드는 세제상의 허점을 없애겠다.”면서 중산층·서민 중심의 세제 개편 의지를 밝혔다. kmkim@seoul.co.kr ●용어클릭-티파티(Tea Party) 시위 정부의 과도한 재정지출과 세금부과에 반대하는 시위를 일컫는 말로, 1773년 12월16일 영국의 식민지 자치에 대한 지나친 간섭과 과중한 세금 징수에 격분한 보스턴 시민들이 항구 안에 정박 중인 선박을 습격, 차(茶) 상자를 모조리 바다로 던졌던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을 본따 만든 용어이다. 특히 티(Tea)는 ‘이미 세금을 낼 만큼 냈다.(Taxed Enough Already)’라는 의미의 약어다.
  • 국민이 낸 세금으로 ‘공짜점심’ 먹는 미국판 봉이 김선달 판친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공짜점심’ 먹는 미국판 봉이 김선달 판친다

    1991년 7월31일 전미철도여객수송공사(앰트랙)의 플로리다발 뉴욕행 실버스타호가 탈선해 8명이 숨지고, 77명이 다쳤다. 탈선의 이유는 선로변경장치 고장이다. 대부분 합의로 보상금을 받았지만, 한 유족은 사고의 진실을 알기 위해 소송을 냈다. 그 결과 선로 관리를 맡고 있는 민영철도업체 CSX가 안전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안전 점검이나 유지·보수와 관련한 비용 24억달러를 아껴 수익을 높였던 것이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철도 민영화가 방아쇠였다. 시민에게 부상이나 죽음의 위험을 전가하며 높은 수익과 주가를 올린 CSX 경영진의 지갑은 두툼해졌다. 당시 CSX의 책임자였던 존 스노는 훗날 아들 부시 대통령 시절 재무부장관으로 발탁됐다. 연방 대법원은 사고가 난 지 10년 만에 CSX에게 징벌적 배상금을 포함한 5000만달러 지급을 확정했다. 회사 순자산의 1%에 달하는 금액이다. CSX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정의가 실현됐을까. 아니다. CSX는 이 돈을 공기업인 앰트렉으로부터 받아냈다. 세금으로 배상금을 떼운 셈이다. 데이비드 케이 존스턴은 ‘프리런치’(옥당 펴냄)를 통해 신자유주의로 인해 고성장을 이룩했다고 치장된 미국 경제의 허상을 낱낱이 고발했다. 저자는 예산 삭감으로 국세청 탈세 조사 인력이 줄어든 틈을 타 자행된 미국 기업의 탈세를 고발해 2001년 퓰리처상을 탄 뉴욕타임스의 금융 담당 기자다. 책 제목인 ‘공짜 점심’은 정부의 개입 여부에 관계없이, 경제적 혜택을 누리는 자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황당한 상황을 뜻한다. 저자가 바라보는 현재 미국의 소득 분배 상황은 캐나다나 유럽,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이 아니라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와 닮았다. 1980년대 이래 미국 경제는 실질적인 규모 면에서 두 배 이상 성장했고, 건국 이래 축적된 부의 절반 이상이 최근 25년 동안 창출됐지만 하위 90%에 해당하는 미국인의 연간 소득은 30년 전에 견줘 줄어들었다. 줄여 말하면 경제 성장으로 파이는 엄청나게 커졌지만 그 파이는 대부분 부유한 사람들의 입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앞서 미국이 취했던 중산층 강화정책이 최근 25년 동안 부유층과 권력층에 유리하게, 편파적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저자는 미국 정부가 철저하게 부자들의 종으로 전락했다고 단언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공짜 점심을 먹고 배를 두드리며 이빨을 쑤시는 미국판 봉이 김선달이 수두룩하고, 또 미국은 공평한 룰에 의해 경쟁을 하는 사회로 포장돼 있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아담 스미스가 땅을 치고, 울고 갈 불공정 경쟁이 판을 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정부보조금의 현실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의 회사는 정부로부터 수억달러에 달하는 대출금을 28년 이상 무이자로 지원받았다. 뉴욕 양키즈의 구단주 조지 스타인브레너를 비롯한 프로야구, 프로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등 미국 4대 스포츠 구단주들도 구단 운영으로 흑자를 내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엄청난 보조금에 힘입어 부를 늘리고 있다. 젊은이들의 선망인 패리스 힐튼은 그의 할아버지가 빈곤층 어린이들에게 가야할 돈을 정부 덕택에 가로챘기 때문에 문란하게 놀 수 있는 지갑을 가질 수 있었다. 아들 부시 대통령도 빼놓을 수 없다. 저자는 그를 ‘우리 시대 최고의 영업사원’으로 평가한다. 조세 회피용 투자를 판매하는 영업사원이나 다름없던 부시는 미국 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를 인수하고 매각하는 과정에서 받은 2억 250만 달러의 보조금을 통해 부를 쌓았고, 주지사를 거쳐 대통령까지 올랐다. 공기업의 민영화도 ‘공짜 점심’의 파생상품이다. 저렴한 값에 전기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시작한 전기의 민영화는 외려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는다. 수지에 맞지 않는다고 발전회사들이 전기를 공급하지 않아 대규모 정전사태가 일어나기도 한다. 정부기관으로 출발한 대표적인 학자금 대출회사 샐리매는 민영화된 뒤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서도 고리대출을 해 학생들의 등골을 빨아먹는다. 덕분에 이 회사의 사장은 프로야구단 인수를 추진하는 재력가가 됐다. 의료보장을 공공서비스가 아니라 이익을 내는 사업으로 보는 미국 정부의 정책은 2006년 전세계 유아사망률에서 쿠바보다 높은 36위에 미국을 올려놓았다. 그럼에도 의료 서비스 질이 뛰어난 비영리 의료기관보다 영리 의료기관에 보조금이 몰리고 있다. 무상지원과 세제 혜택 등의 형태로 수많은 예산이 부유한 사람과 기업에 집중되고 있는 동안 교육이나 복지, 환경 등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한국은 부유층 감세 정책이나 공기업 민영화 등 미국식 선진화, 신자유주의 방식을 따라가려 하고 있다. 반면 오바마의 미국은 그들이 걸어왔던 신자유주의에서 다소 벗어나려는 조짐을 보인다. 이쯤해서 한국 사회는 저자의 경고에 귀를 귀울여 볼 만하다. 취약계층의 요구에 대응하지 않는 사회는 가장 소중한 자원인 시민들의 정신과 재능을 소모하면서 내부로부터 약해지고, 소수의 부자들에게 부를 나눠주는 사회는 결국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만 19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씨줄날줄] 개인채무조정/조명환 논설위원

    서울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지하광장은 밤이면 노숙자들로 채워진다. 겨울철이면 바람을 덜 타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실랑이도 자주 벌어진다. 등산용 매트리스와 오리털 침낭까지 갖춘 웰빙형 뜨내기 노숙자가 눈치없이 끼어들어 사달이 난 경우를 공중파 방송에서 본 적이 있다. 빚 독촉을 견디다 못해 가족들이나마 편안하게 해주려고 집을 나왔다고 했다. 빚쟁이 무서운 것은 동서고금이 마찬가지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바사니오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친구 안토니오의 ‘싱싱한 살 1파운드’를 담보로 잡는다. 인기 TV미니시리즈 ‘쩐의 전쟁’에서는 사채피해 사례가 생생하게 묘사되기도 했다. 시도 때도 없이 돈 갚으라고 전화를 한다. 집으로 들이닥쳐 가재도구를 다 꺼내기도 한다. 불법채권추심업체 직원들은 신체포기각서 요구도 마다하지 않는다. 경제위기가 확산되면서 중산층도 까딱 잘못하면 신용불량자로 추락하기 십상이다. 은행 대출연체율이 말해준다. 지난 2007년 0.55%에서 지난해 말 0.6%, 올 2월말 0.89%로 가파른 오름세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도 지난해 6월 12.98%에서 연말에는 14.78%로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2·4분기 가계신용위험도는 5년 6개월만에 최고치였다. 빚 갚을 능력이 크게 떨어져 신용대란이 우려되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예방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부와 금융권이 빚에 쪼들리는 서민들을 구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신용불량자로 추락하는 것을 막고 재기를 도우려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빚갚지 말라.’는 쪽으로 잘못된 방향으로 갈 우려도 커지고 있다. 3개월 미만 연체자를 대상으로 10년까지 상환을 연기해주는 사전채무조정(프리 워크아웃)이 어제부터 1년간 한시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파산·개인회생(법원)과 개인워크아웃 등의 채무조정 제도와 비교해 현명하게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농어촌에서조차 법무사들까지 나서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며 부추기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는 버티기 요령도 유료로 판매되고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가난구제는 나라님도 못 한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닌 셈이다. 조명환 논설위원 river@seoul.co.kr
  • 수도권 주민 21% “은퇴 후 강원도 살고파”

    은퇴 후 지방 이주를 희망하는 수도권 주민 5명 가운데 1명은 강원도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강원발전연구원은 12일 ‘수도권 시니어계층의 강원도 이주 이전과 정책지원 방향’을 주제로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은퇴 후 지방 이주를 고려하고 있는 수도권 주민 가운데 21.4%가 강원도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서울 근교(경기도) 55.2%에 이어 가장 높은 수치다. 다른 지방도시 선호 비율은 9%에 그쳤다.강원지역 이주를 선호하는 이유는 70.1%가 ‘자연과 어우러진 쾌적한 주거환경’을, 10.3%는 ‘자녀·친척과의 가까운 거리’, 6.5%는 여가생활의 편리성 때문인 것으로 꼽았다. 조사는 은퇴 후 지방 이주를 고려하고 있는 중산층 이상의 수도권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강원발전연구원 김승희 책임연구원은 “이주 희망자 중 도내로의 이주를 위해 토지를 확보하고 있는 이들은 지방정부의 지원범위 및 내용에 가장 관심이 많았고 토지가 없는 이들은 생활문화시설의 편리성을 중요시했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도시생활 은퇴자 유치를 위해 2015년까지 20여개의 시니어마을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우리 역사 제대로 알지 못하면 나라가 거꾸로 갈 수 밖에 없어”

    “우리 역사 제대로 알지 못하면 나라가 거꾸로 갈 수 밖에 없어”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가 열린 지난 10일 오후 서울역사박물관 강당. 주제발표가 한창이었지만, 청중은 아무리 넉넉하게 헤아려도 50명이 넘을 것 같지 않았다. 행사를 준비한 김자동(81)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장은 “그래도 90주년인데 하는 기대도 없지 않았다.”면서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와서 들었으면 했는데….”라고 섭섭함을 숨기지 않았다. 김 회장은 “젊은이들에게 임시정부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를 물으면 대부분 김구 선생이 주석이었다는 것 정도”라면서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교육이 문제”라고 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정의로운 선조들에 관한 교육을 아주 안 하는 것은 아닌데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사법시험은 법률 조목과 판례를 다 외워야 한다지만 컴퓨터로 검색하면 금방 알 수 있는 시대 아니냐.”면서 “민족의식과 역사의식이 있는 사람이 제대로 재판도 할 수 있는데, 법조인의 태반이 그걸 모르니 출세와 돈만을 지향하고, 현실에 아첨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의 가족사는 임시정부의 역사이다. 그의 할아버지 동농 김가진 선생은 한일합병 이후 국내에서 항일비밀결사인 조선민족대동단을 이끌다 임정이 있던 중국 상하이로 망명했다. 대한제국 시절 병조참판과 공조판서를 지낸 동농 같은 거물이 임정에 참여함에 따라 일제는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 동농은 당시 맏아들인 김의한 선생을 데리고 망명했고, 김 회장은 1928년 상하이의 프랑스 조계에서 태어나 김구·이동녕·이시영 선생 등 독립운동가의 품에서 자랐다. 김 회장은 2006년부터 임시정부기념관 건립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는 “중국여행을 해보니 남경학살박물관이 있더라.”면서 “일인들이 중국 사람 수십만명을 학살한 사건을 설명해놓았는데, 가장 열심히 박물관을 돌아보는 사람들은 일본 관광객들이었다. 우리도 그런 장소를 만들어 일본의 후세들이 보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일본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지금도 임시정부기념관 건립에 써달라고 적지 않은 국민들이 성금을 보내주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은 기념관 건립과는 거리가 먼 액수라고 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1946년 국내에 들어온 뒤 조선일보와 민족일보 기자 등 언론인으로 일했다. 임시정부기념사업회로 범위가 넓어지기 이전에는 무려 50~60명이 일제에 붙잡혀 징역살이를 한 조선민족대동단을 기념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그는 그때 ‘항일투쟁하면 3대가 못살고, 친일하면 대대로 잘 산다.’는 말을 실감했다고 한다. 일년에 한 차례쯤 모여 식사라도 같이하는 조촐한 모임을 생각했지만, 대동단의 후손 가운데 회비라도 낼 수 있는 중산층으로 분류할만한 후손은 단 한 사람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13일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90주년 기념일. 지난해 이른바 뉴라이트 진영과의 ‘건국 60주년’ 논쟁과 관련해 김 회장에게 정부에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역대 정부도 마찬가지지만 이번 정부도 첫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 같다.”면서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우리나라의 역사쯤은 알아야 한다. 잘된 점이든, 잘못된 점이든 자기 과거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거꾸로 가는 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일본판 88만원 세대 체험 보고서

    ‘세상을 바꾸는 법, 참 쉽죠~잉.’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비판하지도 않는다. 신자유주의니 뭐니 하며 현란한 이론을 동원하지도 않는다. 가난뱅이들의 절박한 처지를 구질구질하게 늘어놓거나 가진 자들에 대한 울분을 터뜨리지도 않는다. 또한 지역공동체의 복원, 연대투쟁의 중요성을 빽빽 소리지르며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저 유쾌하게 어울려 춤과 음악의 난장을 벌이고, 꽁치굽기 데모, 맥주 먹기 투쟁, 찌개 끓이기 등 뻔뻔하고 희한한 데모판을 만들며, 누군가 내다버린 ‘쓰레기’를 씩씩하게 돌려쓰면 된다고 얘기한다. 낄낄거리며 따라 읽다 보면 이미 ‘가난뱅이 해방구’에 절반쯤 발을 들여 놓은 셈이다. 마쓰모토 하지메(35)가 쓴 ‘가난뱅이의 역습’(김경원 옮김, 이루 펴냄)은 ‘유쾌한 불온서적’이다. 어떤 궁핍한 상황에서도 먹고, 자고, 입고, 놀 수 있는 구체적 비법을 전수하는 가난뱅이들의 ‘서바이벌 키트’이자 가난뱅이들끼리의 지역공동체 활동의 ‘체험적 보고서’다. 일본은 얼핏 안정과 풍요로운 중산층의 두터움을 자랑한다. 하지만 지난 15년간 안정된 직장은 없어지고 ‘격차사회’(양극화사회)는 더욱 두터워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기발한 아이디어의 시민운동가 마쓰모토의 등장은 필연이다. 그는 사립명문대학인 호세(法政)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노숙동호회’에 가입하고, ‘가난뱅이 신문’을 창간하고, ‘전국빈곤학생총연합’을 만든다. 도쿄 한복판에서 합법적인 축제의 난장을 만들기 위해 2007년 구의원 선거에 나서 신나게 놀고, 덤으로 1061표를 얻었다. 그는 도쿄에 재활용가게 ‘아마추어의 반란’을 12호점까지 열고 지역 공동체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본에서 이미 인기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이 책은 ‘일본판 88만원 세대’로도 불린다. 하지만 우석훈 교수가 쓴 ‘88만원 세대’가 세대론에 갇혀 젊은층의 계급 의식을 거세시켰다는 지적을 받는 것과 달리 계급과 지역내 연대를 실천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 가장 큰 미덕이다. 5, 6월쯤 한국을 찾을 예정인 마쓰모토는 아마도 무뚝뚝한 경찰, 진지한 시위대 등 ‘엄숙한 한국식 시위 문화’를 접하게 될 것이다. 1만 1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강석진 칼럼] 의료 민영화 시기상조다

    [강석진 칼럼] 의료 민영화 시기상조다

    평균적인 한국인은 병원에서 태어나고 병원에서 죽는다. 의료기관은 삶의 시작이고 끝이다. 보편적인 의료 혜택은 복지국가의 핵심이다. 최근 의료 민영화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민영화 의지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 민영화는 영리 병원 설립 허용,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민간보험 도입 등 세 개의 기둥으로 이뤄져 있다. 윤 장관이 말하는 것은 영리 병원 설립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시민단체는 국민을 사지로 내몰 것이라면서 맹반대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전재희 장관은 “찬반 양측에서 과도한 기대와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당 내부에서는 전 장관에 대해 “사회주의자 같다.”며 소극적 자세를 질타하는 말도 들린다. 반대 주장부터 들어보자. 병원이 주식회사처럼 돈벌이를 추구하면 서비스 질이 떨어질 것이다. 부당청구나 과잉 진료도 많아질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당연지정제가 폐지되거나 민영보험이 도입될 것이라는 데 있다.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영리 병원들은 건강보험 체제에서 자유로워지고, 치료비를 꽤 올리게 될 것이라고 한다. 민영보험이 도입되면 고급 치료는 부자나 받을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한다. 건강 양극화까지 우려된다는 게 반대론자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왜 의료 민영화를 하려 할까. 기재부의 한 고위관료는 “경쟁을 통해 의료비가 줄고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태국이나 싱가포르처럼 외국 환자를 불러들여 외화 수입도 올릴 수 있다. 의료산업에 자본이 투입되면 일자리도 창출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구체적 효과를 질문하면 답은 모호하다. 기재부 실무 국장은 “얼마나 고용이 창출될지 알 수 없다.”고 답한다. 복지부 실무 국장은 “추계치가 없다.”고 말한다. 외국인은 얼마나 올까? 기재부쪽은 “태국이 연간 140만명을 유치하고 있다.”며 꽤 유치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복지부쪽은 “이것도 추계가 없다.”고 말한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와 국민개보험 체제에 대해서는 두 부처 모두 반드시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허문다고 하면 얼마나 반발이 클지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민간연구소는 이미 2007년 보고서에서 영리병원을 도입하려면 “수가 현실화, 민간보험 활성화, 당연지정제 폐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리병원의 문이 열리면 다음 디딜 걸음은 정해져 있는 것이다. 일본인 르포 작가가 쓴 ‘빈곤대국 아메리카’(쓰쓰미 미카, 문학수첩)나 타임 3월16일자에는 의료 민영화 대국 미국에서 중산층이 단 한번의 질환으로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사례를 집중 조명한다. 반면 네덜란드나 일본은 영리병원을 도입하지 않고도 의료체제에 대한 평가가 꽤 높게 나타난다. 경제위기와 사회 양극화로 한국 사회도 편할 날이 없다.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은 중산층을 ‘하산층’으로 만들고 있다. ‘이 아픈 날 콩 밥 한다.’는 속담도 있지만 의료 민영화가 도입되면 중산층과 빈곤층의 삶은 한결 고달파질 가능성이 크다. 의료 민영화는 한번 실시하면 되돌아 올 수 없는 ‘불가역적 과정’이다. 게다가 코스트(cost)에 대한 우려는 큰데 얻을 수 있는 이익(benefit)은 어림 추계조차 없지 않은가. 의료 민영화를 지금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 윤 재정 “인턴, 정규직 전환방안 추진”

    윤 재정 “인턴, 정규직 전환방안 추진”

    8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의에서는 추가경정 예산의 규모와 내용을 놓고 정부·여당과 야당이 팽팽하게 맞섰다. 여야 간에 일자리 창출, 경기전망 등에 대해서는 우려가 일치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대책과 관련, 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내수 진작 효과가 높은 사업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석현 의원도 “정부가 창출하겠다는 55만개 일자리 중 40만개는 6개월짜리 공공근로이며 나머지 15만개도 인턴 등 단기 일자리에 불과한 나쁜 일자리”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일자리 대책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에 대해 “민간과 공공 부문에서 시행 중인 인턴 제도를 정규직 전환으로 연결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다. 윤 장관은 “제조업 중심이던 예전에는 1% 성장하면 고용유발 효과가 8만~9만명이었는데 요즘은 4만~5만명으로 줄었다.”고 설명하고 “그래서 서비스업 성장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야당의 공무원 증원 요구에는 “지난 5년간 공무원이 7만 1000명 늘었다.”면서 “불요불급한 공무원 증가는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는 만큼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원 동결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장관은 추가경정예산에 세수 감소액 11조 2000억원을 반영한 것을 수용할 수 없다는 야당 주장에 대해서는 “세수 감액분을 반영하지 않을 경우 지출을 11조 2000억원 줄여야 하는데, 그래서는 경기 회복을 위한 예산 편성 자체가 안 된다.”고 반박했다. 법인세 등 감세 조치를 유보하자는 야당 요구에 대해서는 “현재 부동산을 매각할 경우 주민세를 포함, 세금을 많게는 66%까지 내야 하는데 이는 누가 봐도 과다한 것이며 부동산 거래 실종의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시장경제 논리에 맞춰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면 서민층과 중산층에 일자리가 창출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28조 9000억원의 정부 추경예산 규모와 관련해 “아무리 경기 예측이 어려워도 한 달 사이에 30조원의 추가 수요가 생기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한승수 총리에게 30분 가까이 집요하게 사과를 요구했다. 한 총리는 “정부가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추경 편성을 하는 것인데 사과를 하라는 것은 지나치다.”면서 “추경 때문에 국무총리가 사과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거부했다. 그러다 사회를 본 문희상 국회부의장의 중재로 한 총리가 유감을 표시하는 정도로 정리됐다. 반면 한나라당 유일호 의원 등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금융 시스템의 마비로 돈이 돌지 않고, 기업과 가계가 무너지고 있다.”면서 “추경 편성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29조원이면 충분한가.”라며 규모가 적은 것 아니냐고 따졌다. 추경 재원 조달과 관련해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겁도 없이 국가채무를 늘리다간 국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국가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태균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5080] 실전 2억원 굴리기

    은퇴 후 현금을 2억원가량 보유하고 있는 중산층 가정에 맞는 재테크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퇴직금으로 받은 현금 2억원을 그냥 갖고 있자니 왠지 아깝고 투자하자니 불안한 심정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자산관리서비스 전문업체인 티앤브이어드바이저 백정선 대표를 만나 2억원을 굴리는 방법을 들어봤다. 백 대표는 우선 은퇴자 재테크의 정석인 ‘안정성‘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퇴 이후의 현금은 은퇴자의 생활수준을 결정짓는 가장 기초적인 부분이다. 자산가라면 모르지만 중산층이라면 거주를 위한 부동산과 현금 약간이 재산의 전부이기 때문에 일확천금을 노리고 잘못 투자하면 쪼들리는 상태가 되기 쉽다. 현금 2억원을 굴리기 위한 최적의 투자 비율은 안전성 자산에 60%, 주식 연계 상품에 40% 정도를 들 수 있다. 이 경우도 노후생활에 도움이 되는 국민연금이나 기타 연금수단이 있는 사람에게만 권유한다. 은퇴한 대부분의 노년층은 매월 들어가는 생활비를 가장 걱정한다. 살 곳이야 마련돼 있지만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지출해야 하는 생활비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험회사의 ‘일시납즉시연금보험’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일시금 2억원을 일시납즉시연금보험에 가입하면 다음달부터 즉시 매월 생활비로 쓸 수 있는 연금이 나온다. 10년 이상 유지할 경우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자녀에게 상속도 가능하다. 특히 금리가 떨어져도 연 4, 5% 수준의 금리를 보장하고 있어 저금리 시대에 적합하다. 주의할 점은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과장광고에 속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년층이 상가분양업자들의 과장광고에 속아 사기를 당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또한 일시납즉시연금보험의 경우 15년확정연금형, 상속연금형, 종신연금형 등 연금수령방식을 살펴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골라야 한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부고] 알폰신 전 아르헨 대통령 타계

    라울 알폰신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폐암과 폐렴으로 타계했다. 82세. 아르헨티나 최초로 민주경선으로 대통령에 취임한 그는 아르헨티나 민주주의의 표상이었다. 8년간의 군부독재가 끝난 1983년 12월 민주적 과정을 거쳐 첫 민선 대통령에 취임, 1989년까지 중산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고 아르헨티나 민주주의를 회복시키는 데 주력했다. 1927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20㎞ 떨어진 남부 소도시 출신인 알폰신 전 대통령은 군사독재 정권의 잔재를 청산하는 과감한 정책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1987년 과거사 청산작업에 불만을 품은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자 쿠데타 세력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일부 독재자들을 사면, 민중의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블로거 1인 기업’ 육성

    블로거 1인 기업시대가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 ‘중산층 키우기 휴먼 뉴딜’ 의 후속대책으로 ‘콘텐츠 분야 1인 창조기업’ 육성에 나선다고 1일 밝혔다. 문화부 김종율 콘텐츠정책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부터 ‘콘텐츠 1인 창조기업’을 선정해 최고 5000만원에서 최저 1000만원까지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1인 창조기업이란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전문 기술,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출판기획을 하거나 온라인으로 지식정보 제공, 디지털 콘텐츠의 개발 및 판매 등을 하는 개인기업을 말한다. 전문 블로거 등도 포괄하고 있다. 문화부는 이를 위해 올해 1차적으로 12억원의 예산으로 50명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벌인 뒤 2010년 200명, 2011년 500명, 2012년 1000명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는 출판기획, 문화기술(CT) 개발, 스토리텔링, 원소스 멀티유즈(OSMU) 분야의 아이디어를 이달 중 모집한다. 공모작들은 심사와 네티즌 평가를 거쳐 기술개발, 저작권 등록, 마케팅 등 일련의 과정을 지원받게 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시론] ‘휴먼뉴딜’의 성공을 바라며/이숙종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시론] ‘휴먼뉴딜’의 성공을 바라며/이숙종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최근 정부는 중산층 지키기를 위한 ‘휴먼뉴딜’을 발표했다. 경제분야의 ‘녹색뉴딜’과 병행하는 새로운 사회정책기조로서 ‘휴먼뉴딜’을 제시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성장의 혜택이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돌아갈 때만이 성장도 지속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경제위기에 처한 대개의 선진국들은 중산층을 지키려고 애쓰고 있다. 중산층의 위기는 고용불안에 따른 실직자 증대에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2010년쯤 선진국들의 실업률이 10%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노동시장이 분리된 나라에서는 위기의 부담이 불공평하게 비정규직에 쏠리고 있음을 지적한다. 선진국의 중산층은 세계화 과정에서 산업경쟁력과 노동요소가 국경을 넘어 재편되면서 점차 축소돼 왔다. 최근 경제위기는 중산층의 일자리를 빼앗으며 더 많은 중산층을 빈곤의 위협을 받는 위기 가구로 만들고 있다. 우리는 중산층의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탓에 가장이 실직하면 바로 빈곤층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크다. 보통 소득으로 볼 때 중위소득의 50~150%를 중산층으로 본다. 한국의 중산층은 1992년 75%까지 늘었다가 외환위기로 급격히 줄었다. 이후 복원이 쉽지 않아 지난해의 중산층 비율은 59%에 불과하다. 빈곤층은 공공부조 프로그램에 의해 제한적이나마 보호받고, 고소득층과 상위 중산층(중위소득의 70%에서 150% 사이의 770만가구)은 사회보험이 보호막이 된다. 사회보험 수혜자가 되기에는 일자리가 변변치 않은 한계중산층(중위소득의 50%에서 70% 사이 213만가구)과, 최저생계비 지원을 받기에는 근로소득이나 적은 자산이 있는 차상위 빈곤층(최저생계비 이상 소득과 중위소득 50% 사이의 84만가구)이 특히 문제이다. 이들에 대한 정부의 ‘휴먼뉴딜’ 기본 정책방향은 한계중산층의 빈곤층 전락을 막고, 차상위 빈곤층의 탈빈곤화를 지원하여 중산층 진입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미래중산층을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더하고 있다. 정부가 ‘휴먼뉴딜’을 발표한 이후 일부 언론은 자녀 과외비 지출 부담을 줄여주는 중산층 대책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는 중산층 가계지출을 줄여주려는 대책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중산층 탈락 방지의 핵심은 뭐니뭐니 해도 소득을 가져오는 일자리 유지이며, 일시적으로 일자리를 잃은 중산층이 빈곤해지지 않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 전자(前者)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서, 후자(後者)는 정부가 한계중산층 사회안전망을 한시적으로 대폭 강화해서 해결해야 한다. 기업들이 해고하지 않도록 지원해주고, 실직 자영업자도 한시적이나마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게 하거나, 직장 잃은 남편을 대신하여 아내가 새로운 일자리를 얻게 도와주는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정부는 여러 방향으로 가지쳐 나갈 수 있는 중산층 지키기 대책 가운데 무엇을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인지를 가리면서 정책효과를 높여야 할 것이다. 어려울 때 정부만 바라보고 있을 수도 없다. 위기에 처한 가정들은 읍·면·동에 설치된 민생안정지원팀의 공공부조만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이나 시민단체의 이웃사랑을 요청한다. 오늘 어려워진 중산층을 돌보는 일이 내일 갑작스레 어려워질 수 있는 우리들의 가정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이숙종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 [대한민국 극&극] 최대 지역구 서울 강남甲 vs 최소 지역구 경북 영천

    [대한민국 극&극] 최대 지역구 서울 강남甲 vs 최소 지역구 경북 영천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했다. 남의 지역구를 부러워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산 넘고 물 건너 찾아가 만나는 유권자가 여남은 명도 안 될 때, 시골 지역구 의원은 도시 의원이 부럽다. 그러나 15층짜리 거대한 아파트를 대하는 도시 의원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다. 한 동(棟) 한 동이 100가구, 200가구가 넘는, 그야말로 ‘표밭’이지만 도대체 ‘표심(標心)’을 제대로 만날 수 없다. 한 도시지역 의원은 29일 “농촌이나 산골은 좀 고생스럽더라도 찾아가기만 하면 유권자도 만나고 생색도 나지 않느냐.”고 말했다. 도시에서는 굳게 닫힌 아파트 철문을 열기 위해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에 나오는 특별한 주문이라도 외워야 할 판이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그것이 노하우이고 당선의 열쇠”라고 말했다. 그래서 ‘철문 속의 표심’을 읽기 위해 편법에 불법까지 동원되기도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유권자 정보를 수집해 나이, 직업, 본적, 학력, 가족사항, 정치성향, 종교부터 활동모임 내역까지 세세하게 적은 리스트를 쥐고 있는 의원들도 있다. 그러나 ‘몸으로 뛰어야만 하는’ 산간지역 의원에게는 모든 것이 ‘배부른 투정’일 뿐이다. 여권의 한 중진의원은 “솔직히 말해 선거운동 기간 지역구를 한 바퀴도 못 돌고 끝날 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동 트고 해질 때까지 100가구를 찾아가기가 어려운 날도 있다고 한다. 논으로 밭으로 일을 나간 유권자를 찾아내는 일도 쉽지 않다. “도시에서야 ‘스펙’과 ‘경력’만으로 버티는 의원들이 많지 않으냐. 시골에서는 ‘발바닥’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는 의원도 있다. 저마다 다른, 그들의 ‘고충’을 들여다본다. ■ 서울 강남甲 국회의원 선거구 가운데 유권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곳은 역시 도시 지역이다. 서울 강남갑이 24만 3349명으로 가장 많다. 부산 해운대·기장갑이 23만 2983명으로 두번째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미세한 지역구 조정이 있기 전까지는 해운대·기장갑이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었다. 유권자 밀도가 높은 도시지역이다 보니 두 지역의 공통점도 많지만 지역의 특수성으로 인한 차이점도 있다. ●의정보고서 한번에 3000만~4000만원 공통점이라면 우편요금 부담이 벅차다는 것이다. 유권자가 많으니 가구 수도 많고 그만큼 의정보고서 발송비가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 이종구(강남갑) 의원은 11만 7864가구인 지역구에 의정보고서 한 차례 보내는 데 3000만~4000만원이 든다. 그러니 다른 지역구에서 1년에 2, 3차례 의정보고서를 발송하는 것과는 달리 1년에 한 차례만 발송하는 것도 버겁다고 했다. 이 의원 쪽 관계자는 29일 “국고에서 일정 부분 보조되는 부분도 있지만 의정보고서 비용이 항상 빠듯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서병수(해운대·기장갑) 의원도 “10만 가구가 넘다 보니 1년에 한 차례 이상 의정보고서 보내기는 정말 힘들다.”고 밝혔다. ●사람은 많지만 사람구경 하기는 힘든 곳 두 지역 모두 사람은 많지만 아이러니하게 선거 유세 때 모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아파트 밀집지역이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강남갑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대규모 아파트 밀집지역이다. 이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 때도 주말이면 주택가를 돌며 유세 행군을 벌였지만 ‘아파트 숲’에 싸인 동네에서 주민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의원은 “그저 아파트 안에서 ‘내 유세를 듣고 있겠지.’라는 기대감을 갖고 연설한다.”고 털어놨다. 유세 거점인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앞에서도 유세를 듣는 청중은 20명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총선에서 선거를 도운 한 관계자는 “유동 인구는 많지만 이 의원의 유세에 관심없이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뿐”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 역시 아파트 밀집 지역인 해운대구의 미니 신도시인 센텀시티에서 유세할 당시를 회고하며 “사람 구경하기 힘든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 지은 아파트라 주차장이 모두 지하에 있다. 승용차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지하에서 바로 아파트로 올라가 버리니 참 막막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서 의원의 지역구는 아파트 밀집지역과 일반 주택지역이 혼재돼 유세 때는 평균적으로 200여명의 청중이 꾸준히 나온다는 전언이다. ●강남갑… ‘강남시민’의 자부심 두 지역의 차이점도 있다. 강남갑에는 중산층과 상류층이 많이 모여 있다 보니 유권자의 수준도 두드러진다. 학력과 소득, 문화 수준은 물론 주민들의 자부심도 남다르다. 지방의 국회의원들이 지역 행사에 가면 ‘금배지’의 위력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강남갑은 예외다. 유권자들 상당수가 국회의원에 ‘꿀리지 않는’ 사회적 지위를 갖추고 있다. 그러니 국회의원에게 딱히 민원을 제기할 것도 많지 않다. 다만 수십억원에 이르는 고가의 아파트와 주택이 즐비하다 보니 종합부동산세나 재건축 사업 등에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는 많다. 그래도 국회의원이라면 수도 없이 밀려드는 경조사 참석 요청은 드문 편이다. 이 의원 쪽은 “참석해 달라고 하면 가겠지만 요청이 없으니 굳이 찾아 가기도 머쓱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기장갑… 지역구 안의 양극화 골치 해운대·기장갑은 특이한 지역구 중 하나다. 같은 지역구 안에서 ‘부자동네’와 ‘가난한 동네’가 확연히 구별된다. 센텀시티와 신시가지가 들어선 좌동·우동·중동은 아파트 가격도 서울 못지않다. 서 의원 쪽의 한 관계자는 “센텀시티 아파트값은 서울 서초동 못지않다.”고 전했다. 이곳은 벡스코가 위치한 곳으로 문화·체육 시설에 대한 요구가 많고 해운대가 관광특구여서 전시와 컨벤션 시설 확충에 대한 수요도 많다. 반면 재송·반송·반여동은 수해민이나 철거민이 모여들면서 정착한, 정책이주지역이 많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곳이다. 당연히 도로와 주차장, 상·하수도 등 도시 기반시설이 열악해 서 의원이 항상 관심을 두는 지역이다. 그는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이곳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지역구 사무실도 이곳에 둬 낙후된 동네 사정을 더 가까이에서 보고 관심을 가지려고 했다. 하지만 마땅한 사무실을 찾지 못했다. 워낙 개발이 더딘 곳이라 규모가 작더라도 쓸만한 사무실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지역에 석대·반송·안평역 등 부산지하철 3호선이 2010년 개통되는 등 사정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경북 영천 전국에서 유권자가 가장 적은 지역구는 경북 영천이다. 유권자가 8만 5759명에 그친다. 서울 강남갑과 비교하면 3분의1에 불과하다. 사람이 적다고 지역구 면적이 좁은 건 아니다. 1000만명 이상이 모여 사는 서울 면적의 1.5배나 된다. ●한 집 사이 30분 걸리기도 면적은 넓은데 유권자가 적다 보니 유권자 접촉에 들어가는 품이 만만치 않다고 이 지역 출신인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이 29일 귀띔했다. 국회 의정 활동을 위해 거처로 잡은 경기 고양시 집에서 출발해 영천에 도착, 지역구를 돌아보자면 분 단위로 촉박하게 일정을 잡아도 1박2일이 기본이다. 정 의원은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의 집을 직접 찾아 다니기도 한다.”면서 “한 집 들렀다가 옆집으로 이동하는 데만 30분씩 걸릴 때도 있다.”고 말했다. 발품을 팔다가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기도 했다. ‘영천지역 단일요금제’가 광활한 지역구 탐방에서 얻은 정 의원의 아이디어 작품이다. 당초 거리별로 버스 요금을 내야 했는데, 지난해 12월부터 단일요금제를 시행하면서 주민 부담을 덜어주게 됐다. ●55세 국회의원은 ‘청년뻘’ 영천에는 농가가 대부분이다. 주민은 주로 노년층이다. 40~50대가 각 읍·면·동의 청년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올해 55세인 정 의원은 ‘팔팔한’ 청년에 속한다. 그래서 정 의원은 ‘어르신’인 주민들에게 ‘정 의원님’이 아니라 ‘정 의원’으로 불린다. 정 의원은 “모두 옆집 살림을 훤히 알 정도로 인맥이 좁은 곳이라 국회의원이랍시고 존칭을 받는 게 더 어색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더 열심히 챙겨야 할 대소사가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이 ‘문중’ 챙기기다. ‘영일 정씨’ 문중을 비롯해 영천을 본관으로 하는 문중의 종친회에는 빠짐없이 찾아가 인사해야 한다. 대부분 혈연 관계로 엮여 있어 지역 주민들의 관혼상제도 빠뜨릴 수 없다. 다들 잘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소홀히 여기면 “누구는 챙기고 누구는 빼먹었다.”며 서운한 소리를 들어야 한다. 대신 정 의원은 식사 대접과 화환 제공은 금물이라는 철칙을 갖고 있다. 주민들이 워낙 서로 잘 알다보니 유난히 선거법 위반으로 중도 하차하는 정치인이 많았기 때문이다. ●난처한 민원에 미안함 느끼기도 여의도 국회에 특별한 의정 활동이 없으면 꼬박꼬박 영천을 찾는 정 의원에게 지역 의정보고회는 굵직한 정치포럼의 토론 때 보다 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시간이다. 지역 주민 대부분이 전문 정치인에 버금갈 정도로 정 의원의 의정활동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설과 추석을 앞두고 의정보고회를 열면 보통 200~300명씩 모인다. 표정들도 진지하다. 주민들의 집을 찾아가 보면 의정보고서를 순서대로 차곡차곡 모아 둔 곳이 제법 많다. 주민들의 민원도 많은 편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으면 주민들은 곧바로 의원실에 전화를 건다. 한 주민은 최근 “아들이 실직했는데 정 의원이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이니 주택공사나 토지공사에 취직시켜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정 의원으로서는 난처한 일이다. 그는 “주민들과 그만큼 가깝게 소통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부탁을 들어줄 수 없을 때 미안함을 느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털어놨다. 인구가 적어 좋은 점도 있다. 정 의원의 보좌관들은 우표값이 덜 드는 점을 꼽는다. 의정보고서를 발간하면, 이를 모든 가구에 한 부씩 발송해야 한다. 가구수가 적다 보니 한 부에 310원 정도 들어가는 우표값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우표값을 아낀 만큼 주민을 위해 더 유용한 곳에 쓸 수 있다는 게 정 의원 쪽의 설명이다. ●유권자 유출로 심각한 고민 최대 고민은 유권자들이 자꾸만 도회지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주민 수가 적고 고령화 되다 보니 교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문화 생활을 누릴 공간이 전무하다. 신작 영화 한 편 보려고 극장을 찾아가자면 시외버스를 타고 대구까지 1시간이나 이동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아예 대구로 생활 터전을 옮겨 떠나는 일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 의원은 이를 막기 위해 영천에 일반 및 국가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동대구와 영천을 잇는 대구선 복선 전철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도 민원은 발생한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지하철 역이나 경전철을 서로 자기 지역과 아파트 단지에 가깝게 설치하려고 민원을 제기한다. 하지만 영천 주민은 정반대다. “왜 우리 과수원에 전철이 지나가게 하느냐.”, “왜 우리 문중 산사에 철도를 설치하느냐.”라는 읍소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열린세상] 조세를 통한 형평성 제고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열린세상] 조세를 통한 형평성 제고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조세를 통해서 형평성을 개선하는 것이 얼마나 가능한가? 우리나라의 여러 전문가들은 조세의 형평성 제고 효과는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조세를 효율성 제고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높지 못하다. 우리나라에서 조세를 통한 형평성 제고 효과가 낮은 이유는 조세 제도 내에 많은 예외 조항이 존재하고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 파악 비율이 낮음에 기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여러 선진국에서는 조세의 형평성 제고 효과가 매우 높다. 조세와 재정 지출의 형평성 제고 효과에 관해서는 많은 연구가 존재한다. 가계 소득과 납세에 대한 원자료를 사용하여 조세와 재정 지출의 형평성 제고 효과를 비교 연구한 2004년의 한 논문(Mahler and Jesuit)에 따르면 선진국에서 조세는 형평성 제고에 상당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흥미롭게도 조세를 통한 형평성 제고는 유럽대륙 국가에서보다 미국과 영국에서 더욱 효과를 보는 것으로 관찰된다. 유럽의 복지국가들은 재정 지출을 중심으로 형평성을 추구하는 데 반하여 미국과 영국은 조세를 중심으로 형평성 제고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개인소득세 최고 세율을 오히려 높여 세수를 확대하고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발표를 하였는데 이러한 정책은 조세 중심의 형평성 제고라는 미국의 접근 방식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형평성 제고 측면에서 재정 지출과 조세는 각각의 장점과 단점을 가진다. 조세는 보다 체계적으로 납세자의 소득 수준을 파악하고 이에 연계하여 소득을 보전해 줄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지만 면세점 이하에 속하는 저소득층에게는 더 이상 조세를 통한 지원이 불가능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저소득층 지원은 조세 감면이 아닌 재정지원 확대라는 형태를 띨 수밖에 없다. 반면에 복지 지출은 저소득층을 선별, 지원하여 저소득층 소득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전해 준다는 장점을 가졌지만 복지 혜택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고 이러한 전달 체계가 소득세 체제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오·남용될 수 있다는 단점을 지닌다. 더욱이 복지 지출은 근로의욕을 약화시켜 경제 효율성을 낮추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복지 지출과 조세가 가지는 장점만을 잘 결합한 정책 수단이 최근 우리나라에 도입되고 있다. 근로장려세제(EITC)가 바로 이러한 정책이다. 근로장려세제는 일하는 저소득층에게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조세가 가진, 상대적으로 낮은 오·남용 가능성과 운영 비용이라는 장점을 지니면서도 재정지출이 가지는 저소득층 선별 지원이라는 장점을 함께 갖고 있다. 더욱이 근로에 따른 보조금이기 때문에 이름 그대로 근로를 장려하는 효과까지 볼 수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 침체로 위기에 처한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대한 전방위적인 지원정책들이 ‘휴먼 뉴딜’이라는 이름 하에서 추진되고 있다. 일자리 유지, 주거비·교육비·의료비 등 가계지출 경감, 저소득층 자녀 돌봄과 학습에 대한 지원, 근로장려세제 도입 등이 ‘휴먼 뉴딜’ 정책에 포함되어 있다. 근로장려세제가 주요한 내용으로 포함된 것은 바람직하나 또 다른 형태의 조세를 통한 중산층 살리기 정책이 장기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는 바로 소득세를 중심으로 해 고소득자에게 보다 높은 과세를 하는 정책이다.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미국에서와 같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고소득자들에게 적용되는 공제항목들을 줄이고 세원을 보다 양성화하면 조세 정의가 좀 더 충실히 실현되고 정책에 대한 일반 국민의 수용도가 높아지게 될 것이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 [데스크 시각] 중산층보다 빈곤층 살리기 급하다/손성진 미래기획부장

    [데스크 시각] 중산층보다 빈곤층 살리기 급하다/손성진 미래기획부장

    어느 방송사의 다큐 프로에서 보여 주는 빈곤층의 실상은 눈물겹다. 끼니 거리나 급한 돈을 구하러 이웃을 찾아가서 면박을 받는 모습은 가난으로 고통받던 60년대의 한 장면 같다. 국민소득 200달러 시대의 모습이 2만달러 시대에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공식 집계로 빈곤층의 숫자가 700만명을 넘은 지 이미 오래됐다. 기초생활보호대상자와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20%에 못 미치는 차상위 계층을 더한 수치다. 몰아닥친 경제난으로 소득원을 잃은 신빈곤층은 더욱 늘고 있다. 게다가 고령화로 소득이 없는 노인층은 두터워지고 있고 농업 개방으로 농촌의 빈곤화는 도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 20%에 가까운 사람들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당장 먹고 자는 것이 해결되지 않는 벼랑 끝 사람들의 생활은 주변인들에게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무엇보다 급한 것은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또 정부나 지자체가 긴급구호책을 더 효율적으로 운용해 삶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선택만큼은 막아야 한다. 정부가 마냥 손놓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현금이나 쿠폰을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한 6조원 규모의 민생 지원 대책이나 위기 가정 특별지원책이 발표됐다. 그러나 그런 정도로는 불충분하다고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주장한다. 가령 정부의 지원 대상은 260만명인데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가 보고한 비수급 빈곤층은 370만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혜택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어려운 생색내기 미봉책이라고 비판한다. 6조원 외에도 사실 적지 않은 예산이 저소득층에 투입되고 있기는 하다. 문제는 그동안 드러났듯이 시행 체계에 있다. 투명하고 신속한 전달 체계를 갖추도록 재점검해야 한다. 빈곤을 일시적으로 면하는 데 써서는 안될 것이며 지원금이 재기의 발판으로 활용돼야 한다. 정부는 최근 ‘휴먼 뉴딜정책’을 발표했다. 중산층을 살려야 경제위기를 빨리 극복할 수 있다는 취지다. 중산층은 국가경제의 근간이기 때문에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러나 저소득층, 빈곤층을 위한 정책이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서는 안 된다.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아야 하지만 빈곤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리는 정책도 무시되어서는 곤란하다. 시민단체들은 현 정부가 부자와 재벌을 위한 정부라고 비난한다. 그동안 추진해 온 감세정책이나 복지예산 삭감 등을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을 깎아 주는 것이 부동산 투기를 방조하고 부자들을 더 잘살라고 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부동산 가격이 붕괴되고, 그래서 돈을 쥐고 있는 부자들의 자산가치가 급락하면 우리 경제에 어떤 여파가 몰아칠지 자명하다. 그러나 이런 규제완화와 경제 살리기 정책들이 자칫 양극화를 더 악화시킬 여지는 없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부유층의 세금을 깎아 준다고 반드시 소비진작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제 회복, 또는 성장과 양극화 해소 중 어느 하나의 가치만이 우선시될 수는 없다. 더 늦기 전에 부(富)의 집중화, 가난의 대물림의 고착화를 막아야 할 시점이 지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인천 모녀의 사연을 보고 받고 해소할 길을 열어 주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대통령의 쇼맨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욱 없다. 그래서 국민들은 세밀하고 폭넓은 복지 대책을 기다리고 있다. 손성진 미래기획부장 sons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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