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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버트 알트만 감독 특별전…22일부터 서울아트시네마

    ‘할리우드의 반골’로 불리는 로버트 알트만 감독 특별전이 22일부터 새달 4일까지 서울 종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개최된다. 지난 2006년 11월 20일 타계한 그의 5주기 기일에 맞춰 열리는 이번 특별전에서는 알트만의 영화 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로버트 알트만은 할리우드의 주류 시스템과는 거리를 두면서도 미국 영화의 중심에 인디영화의 정신을 주입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초기작 ‘매시’(1970)는 군의 지휘 체계를 유린하는 외과 전문의를 전면에 내세우며 미국이 주도한 전쟁을 조롱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한 ‘플레이어’(1992)와 ‘패션쇼’(1995)를 통해 미국 대중문화의 선봉에서 화려함을 뽐내는 패션계와 할리우드의 허상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숏 컷’(1993)에서는 아홉 쌍의 부부를 등장시켜 미국 중산층의 허약한 내면을 날카롭게 폭로하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반골기질 때문인지 알트만은 생전에 다섯 번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오르고도 단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 사회의 치부를 거침없이 드러낸 그는 할리우드에 ‘아메리칸 뉴 시네마’라는 새로운 영화 사조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내슈빌’(1975), ‘플레이어’, ‘숏컷’, ‘캔자스시티’(1996), ‘고스포드 파크’(2001), ‘프레리 홈 컴패니언’(2006) 등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관통하는 미국영화의 대표적인 유산 중 하나로 평가받는 알트만 감독의 영화 총 6편이 상영된다. 특별전 기간에는 로버트 알트만의 팬을 자처하는 전문가들이 그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네토크’가 마련된다. 이 행사에서는 명지대 교수이자 영화평론가인 김영진과 인디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멤버이자 시인인 성기완이 각각 ‘플레이어’와 ‘내슈빌’의 상영 후 그의 영화에 대해 관객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진다. 보다 상세한 정보는 서울아트시네마 홈페이지(www.cinemathrque.seoul.kr)를 참고하면 된다. (02) 741-9782.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한·미 FTA 찬반집회 가열…시민단체·네티즌 간 갈등 확산

    오는 10일 정기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회 앞이 연이은 집회로 들썩이고 있다. 국회 정문 앞을 비롯해 여의도 일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촛불집회가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일반 시민과 네티즌까지 가세하는 등 시위 규모가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런가 하면 보수단체들도 FTA 비준을 촉구하는 맞불집회를 이어갈 방침이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국회에서의 여야 대립이 급기야 ‘국민 간 대립’으로 비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 FTA 범국민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는 7일부터 매일 국회 앞에서 한·미 FTA 저지 촛불문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본회의가 예정된 10일에는 ‘한·미 FTA 저지 긴급국민행동’을 선포하는 기자회견도 예고돼 있다. 범국본 관계자는 “한·미 FTA는 소수 재벌과 관료집단 등 1%만을 위한 협상으로,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더욱 힘겹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촛불집회에는 최근 들어 시민사회단체뿐 아니라 일반 시민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네티즌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지난주에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주부 김영현(39)씨는 “한·미 FTA는 의료민영화를 비롯해 수도, 전기 등의 민영화까지 가져오는 문제”라면서 “내 아이들에게 양극화로 암울한 사회를 물려주기 싫어 이번 주에도 집회에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보수단체들도 ‘맞불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대한민국 어버이연합, 납북자가족모임, 미래를준비하는청년연합, 한미우호증진협의회 한국지부 등 보수단체들은 9일까지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등 각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여는 한편 10일에는 국회 앞에서 한·미 FTA 비준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은 “미국시장을 개척해 수출을 증대시켜야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면서 “국익을 위해 국회가 협력해야 한다. FTA의 잘못된 부분은 비준 후에 고쳐나가도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국회 근처에서 한·미 FTA 비준 촉구집회를 열었던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도 이번 본회의를 주시하고 있다. 한·미 FTA 비준안 처리가 계속해서 지연될 경우 또 한번 움직일 태세다.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FTA가 비준되지 않으면 우리 기업들이 세계 최대의 미국시장을 선점할 수 없고, 투자유치 기회도 잃어버린다.”고 말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부자정당 탈피” 사활 건 한나라…3대 포인트

    한나라당이 ‘부자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는 데 목숨을 건 듯한 모습이다. 부자와 대기업편만 든다는 지금의 이미지로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고전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의 전매특허인 ‘부자 증세’까지 거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1)소득세 최고세율·구간 신설 검토 현 정책기조와 배치…진통 전망 지난 9월 청와대와 정부를 압박해 추가 감세 계획을 철회시켰던 한나라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부자들에게 적용되는 세율을 높이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다. 미국의 ‘버핏세’ 논쟁이 한국의 보수 집권 여당에서 불붙을 조짐이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6일 “과거 민노당이 주장한 식의 과격한 ‘부유세’는 아니지만, 소득세 누진성 강화 차원에서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을 하나 더 늘리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친박(친박근혜)계의 한 중진 의원도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선 우선 줄줄 새는 세금을 막아야 하지만, 아무리 틀어막아도 부족하면 부자들에게 더 걷을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감세 철회를 결정하면서 소득세 최고구간(과표 8800만원 초과)의 세율이 35%로 그대로 유지되는데,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최고구간을 하나 더 만들어 ‘초특급’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는 생각이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에서조차 공론화하지 못한 ‘증세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증세에 저항할 부자의 수는 적고, 세수 확대 효과는 크기 때문이다. 국세통계 연보에 따르면 2009년(귀속분) 과표 8800만원 이상인 소득세 납세자는 13만 1413명으로 전체 소득세 납세자의 4.7%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들이 부담한 세액은 8조 2591억원으로 전체 소득세의 69.96%를 차지했다. ‘표’가 훨씬 많은 중산층과 서민층에게 바짝 다가가는 동시에 집권당으로서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모습도 ‘부자 증세’를 통해 보여 주겠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같은 구상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완전히 뒤흔드는 것이어서 당내 진통도 따를 전망이다. 이주영 정책위의장도 “특정인의 개인 아이디어일 뿐”이라며 거리를 뒀다. (2) “공정거래법 개정 불공정 개선” 일각선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한나라당은 대기업에 부가 편중되는 현상도 뜯어고칠 작정이다. 당 정책위 부의장인 김성식 의원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입증할 책임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부과한 공정거래법을 고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2009년 폐지된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부활도 거론한다. 그러나 김 부의장은 “대기업 규제의 여러 방안 중 부작용이 많아 폐지된 출총제를 부활하는 것은 핵심이 아니다.”면서 “더 효과적인 방법이 많다.”고 말했다. 출총제를 부활하지 않는 대신 내부자 거래 공시 제도를 강화해 공시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공시 내역에 특수관계인의 지분 이동뿐 아니라 계열사 지분 비율 문제도 포함시키겠다는 설명이다. 이와 더불어 대기업이 출자 회사에 이익을 몰아줘 대기업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때 이사진을 처벌할 수 있도록 상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대기업의 하도급 규제, 정부조달 사업에 대한 대기업의 참여 제한, 대·중소기업 성과공유제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3)정부예산 2조 삭감 복지예산으로 보육·노령연금 등 1조 증액 추진 한나라당은 당장 7일부터 ‘예산 국회’가 막이 오르는 만큼 내년 예산안에 복지 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을 침몰 직전으로 내몬 박원순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반값 대학등록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쾌도난마식으로 추진하면서 한나라당은 더 초조해졌다. 예결위 소속 한 의원은 “당·정 민생협의에서 미처 해결하지 못한 보육과 기초노령연금, 보훈 예산을 1조원 정도 증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20~40세의 현실적 고민인 전셋값, 물가, 일자리, 비정규직 문제 등에 초점을 맞춰 파격적인 정책을 제시할 수도 있다. 복지 예산 증액을 위해서는 증세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다른 사업의 예산 감액이 필수적이다. 한나라당은 정부가 편성한 예산에서 2조원가량을 깎고, 이를 모두 복지 예산으로 돌린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비슷한 입장인데, 어떤 사업의 예산을 깎느냐를 놓고 여야 간 다툼은 물론 지역구 의원 간 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될 게 뻔하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용어 클릭] ●버핏세 부유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는 부자 증세 방안의 하나로 미국에서 논의되고 있다. 미국의 억만장자인 워런 버핏이 지난 8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나 같은 슈퍼 부자는 비정상적인 감세 혜택을 받고 있다.”고 밝힌 데서 ‘버핏세’ 논쟁이 촉발됐다. 미국은 투자를 통해 얻은 자본소득에 대한 최고세율이 15% 수준으로 봉급생활자의 근로소득에 대한 최고세율 3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버핏은 “나처럼 돈을 굴려 돈을 버는 사람들이 노동하고 돈을 버는 사람보다 훨씬 낮은 세율을 누린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간 100만 달러(약 11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계층을 대상으로 자본소득세율을 근로소득세율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 [커버스토리] 다시 열풍… 복권의 사회학

    [커버스토리] 다시 열풍… 복권의 사회학

    복권 열풍이다. 일확천금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 사정이 나빠져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시기일수록 복권에 손을 대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복권 바람도 심상찮다. 지난 7월 발행된 ‘연금 복권’이 당첨의 꿈을 자극한 탓이다. 복권을 사는 행위는 심심풀이로 가볍게 해석하기도 하지만 한쪽에서는 종종 도박과 마약에 비유하기도 한다. 당첨이 돼도 상당수가 ‘탕진’의 길을 걷는 사례가 많아 복권은 인생의 ‘독’(毒)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그래도 복권 한 장에 삶의 ‘희망’을 얹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경남에 사는 황모(31)씨는 2006년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됐다. 26세 때다. 총 상금은 19억원, 세금을 뺀 14억여원을 손에 쥐었다. 황씨는 부모님에게 집을 마련해 주고, 친형의 사업자금에 4억원을 사용했다. 나머지는 도박과 유흥비에 쏟아부었다. 말 그대로 물 쓰듯 썼다. 10억원을 탕진하는 데 겨우 8개월이 걸렸다. 빈털터리가 됐다. 황씨는 2007년 5월 금은방에서 금품을 훔치다 붙잡혀 1년 동안 교도소 신세를 졌다. 절도범으로 전락한 것이다. 2008년 4월 출소해 교도소 동기와 함께 금은방을 털다 또다시 검거됐다. 복권 당첨자의 끝은 대체로 어둡다. 신세를 망쳤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복권 당첨자 5명 가운데 4명은 불행한 삶을 살게 됐다. 5명 중 3명은 이혼하고, 도박에 손을 댔다. 대체로 당첨자들은 직장을 그만뒀다. 경제 활동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때부터 마이너스(-) 인생으로 들어선다. 지출만 있지 수입은 없다. 평소 큰돈을 만져본 일이 없기에 씀씀이를 자제하지 못한 채 무턱 대고 돈을 쓰는 게 일반적이라는 게 복권을 취급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 부담스러운 주변 시선은 인간관계를 단절시킨다. 돈을 가졌지만 삶은 무미건조해진다. 견디기 힘든 협박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회로부터 스스로 격리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1997년 미국에서 복권 당첨으로 265억원을 벌었다가 파산한 재미교포 이옥자씨의 사례는 또 하나의 본보기다. 8년 뒤 텅 빈 원룸에서 정부보조금으로 연명하는 신세가 됐다. “당첨 이후 ‘돈을 달라’, ‘안 주면 자살하겠다’ 등 온갖 협박 편지를 받았고 금융권에서도 귀찮게 투자를 권유해 왔다.”면서 “친구를 잃은 게 아쉽지만 무일푼이 마음이 더 편하고 삶도 행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복권 당첨의 폐해가 많이 알려진 때문인지 당첨에 대처하는 자세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말마따나 인생을 거는 사례가 드물다. “복권에 당첨돼도 직장생활을 이어가겠다.”거나 “당첨금 이자로 살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첨금을 매월 일정하게 연금 형태로 받을 수 있는 연금복권의 인기를 이 같은 변화의 하나로 보고 있다. 물론 당첨되지 않은 경우에 한해서다. 당첨되면 마음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를 일이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민이나 중산층이 주로 사는 복권은 당첨의 환상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데스크 시각] 한국판 전(專)과 홍(紅)의 전쟁/오일만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한국판 전(專)과 홍(紅)의 전쟁/오일만 경제부 차장

    사회주의건 자본주의건 국민들의 배를 곯리면 망하게 돼 있다. 소련식 사회주의가 해체되고 중국식 사회주의가 번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들을 배고픔에서 탈출시키는 유일한 길은 경제성장밖에 없다. 후진국일수록 리더십의 요체는 어떻게 빨리 효율적으로 가난에서 탈출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런데 문제는 좀 살 만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늘어난 파이를 어떻게 자르고 어떻게 나눠주느냐 하는 문제, 즉 분배의 문제 때문이다. 이것은 용의 역린(逆鱗·임금의 노여움)을 건드리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배 고픈 것보다 배 아픈 것을 못 참는 우리 민족의 특성상 정권의 향배를 좌우할 수 있는 뇌관이 되기도 한다. 분배와 성장을 놓고 숱한 토론과 논쟁이 있어 왔고 권력투쟁으로까지 비화되곤 했다. 이런 싸움을 흔히들 홍(紅)과 전(專)의 전쟁이라고 한다. 역사상 가장 치열한 싸움터는 신중국이었다. 홍(紅)은 정신, 즉 이념(이데올로기)을 중시하는 정책으로 평등과 분배를 강조한다. 반면 전(專)은 물질을 중시하는 성장 제일주의와 맥이 닿는다. 후에 홍(紅)은 좌파의 뿌리가 됐고, 전(專)은 우파의 철학이 됐다. 마오쩌둥은 홍(紅)의 사상으로 중국 혁명을 이끌어 신중국을 건설했지만 대약진운동의 실패와 문화대혁명이란 재앙을 겪으면서 파국을 맞았다. 바통을 이어받은 덩샤오핑은 전(專)의 사상으로 경제대국을 일궜지만 무서운 후유증을 남겼다. 심한 부정부패와 세계 최고 수준의 양극화 국가가 되는 불명예도 안았다. 우리 역시 전과 홍의 치열한 갈등과 대결 속에서 성장한 나라다. 18년간의 박정희 시대와 전두환·노태우의 5, 6공 시대는 성장 제일주의가 압도한 시기였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김대중-노무현의 시대는 분배와 복지가 정책의 우선순위가 됐다. 특히 386 운동세력을 주축으로 하는 노무현 정권의 이념 과잉성과 개혁 피로증은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한 측면이 적지 않았다. 우리의 정치·경제는 이처럼 보수와 진보의 대결구도 속에서 갇혀 20세기를 보냈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아주 다른 양상을 보였다. 특히 맹위를 떨친 ‘안철수 신드롬’은 기존의 정치·경제 구도 자체의 대대적 변신을 요구하는 압력이라고 볼 수 있다. 언론들은 이를 2040의 반란으로 규정했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 왔던 기존 시스템의 단순한 수리 정도가 아니라 환골탈태를 요구하는 강렬한 의지의 표출인 것이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600만명에 달하고 이들 가운데 대졸 이상의 학력자가 30%인 180만명을 넘어선 시점이다. 중산층 몰락과 양극화의 심화는 국민들 대다수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을 가져왔고 이들의 절망은 내년에 더 큰 태풍으로 몰아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그동안 그럭저럭 유지해 왔던 우리의 갈등 해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이미 무력화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홍과 전으로 대표되는 이분법적 논쟁은 20세기의 닫힌 정치프레임의 산물이다. 사회의 기능이 고도로 분화되는 상황에서 극심한 변화를 미처 따라잡지 못해 국가적 에너지를 낭비하는 우를 범하고 있지 않은가 반성할 대목이다. 지난해 특별한 해법도 도출하지 못한 채 우리 사회를 양분시켰던 복지 논쟁이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새로운 정치 프레임은 열린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전과 홍의 융합, 즉 보수와 진보의 소통이라고 말한다. 대표적 벤치마킹 대상으로 ‘브라질의 룰라 모델’을 꼽는다. 그는 좌파 대통령으로 선출됐지만 우파의 경제전략도 과감하게 수용했다. 대규모의 빈민 구제 프로그램을 가동시켜 양극화 확대를 막으면서 중산층을 두껍게 해서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틀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 프레임을 원한다. 강력한 카리스마보다는 소통을 중시하고, 갈등을 조정하며, 보수와 진보의 조화를 이뤄내는 리더십을 갈망한다. 이것이 바로 시대정신일 것이다. oilman@seoul.co.kr
  • [서울광장] 부의 양극화와 부자증세/주병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부의 양극화와 부자증세/주병철 논설위원

    유럽발 재정위기로 글로벌 경제가 연일 멀미를 한다. ‘롤러코스트 경기’다. 미국·유럽은 재정위기와 단일통화체제 문제로, 중국은 긴축정책 지속에 따른 성장세 둔화로, 일본은 경기침체 장기화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왜 이렇게 깊은 늪에 빠져들고 있을까. 최근 경제학자와 전·현직 경제 관료들은 미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장관을 지낸 UC버클리대 로버트 라이시 교수의 저서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에 주목하고 있다. 궁금증을 풀 수 있는 단초라고 한다. 라이시 교수는 지금의 경제위기는 근원적으로 부와 소득의 양극화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양극화의 주범은 세계화와 정보통신(IT)이라고 지적한다. 그동안 주택가격의 상승과 막대한 국가재정 투입으로 경제(소비시장)가 지탱돼 왔는데, 2000년대 들어 각국마다 재정이 거들나기 시작하고 부동산가격의 거품이 붕괴되는 가운데 심각한 부의 쏠림현상으로 소비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 경제학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2007년 기준 미국의 총소득 가운데 상위 1%에게 돌아간 몫이 23%를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위 0.1%가 전체의 11%, 상위 10%가 50%를 차지했다. 부가 편중되면 소비시장은 죽게 돼 있다. 부자가 하루 세 끼 이상을 먹을 수 없는 논리에 비유된다. 따라서 중산층 이하의 자산이 감소되고 나라의 곳간이 비게 되면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둬 이를 메우는 방법이 현실적이라는 게 라이시 교수의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위기도 미국과 사정이 비슷하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종합소득세 신고자 중 상위 20%의 1인당 소득액은 1999년 5800만원에서 2009년 9000만원으로 10년 새 55%가량 늘었다. 하위 20%는 306만원에서 199만원으로 54%가 급감했다.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보다 45배나 많다. 계층별 소득비율에서는 양극화 정도가 더 심하다. 2009년 종소세 신고자의 총소득 금액은 90조 2257억원인데, 상위 20%가 가져간 소득금액은 64조 4203억원으로 71.4%에 이른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성장의 과실이 고소득자에만 집중되는 구조적인 문제 탓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미국·유럽의 재정위기와 비교하면 양호하다. 국가채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98%)과 비교했을 때 33% 수준으로 재정건전성이 건실하다. 거시정책수단인 재정,환율, 통화정책 운영 여건도 다른 나라에 비해 낫다. 문제는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중산층과 서민층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소득을 늘려 소비여력을 키워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부의 양극화 해소가 급선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그래서 이참에 부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방편의 하나로 부자 증세를 논의해 봤으면 한다. 경제 전문가와 전직 경제 관료들은 부자 증세가 양극화 해소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부자 증세 문제를 ‘진보진영은 증세, 보수진영은 감세’라는 이분법적이고 이념적인 잣대로 들이댈 사안은 아니다. 지금은 누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과세표준 8800만원 이상의 경우 최고세율 35%만 적용받는다. 그래서 8800만원에서 2억원, 2억~5억원, 5억원 이상 등 과세표준 구간을 넓히고 그에 따른 세율도 40%, 50% 등으로 높이면 누진세율이 제대로 적용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비과세 공제 등을 없애 실효세율과 명목세율을 비슷하게 하는 방안도 거론한다. 조세 공정성과 세수 확보 차원에서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조 143억 달러로 세계 15위다. 하지만 고령화사회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복지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소득과 부의 양극화도 쉽게 줄어들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국가 재정이 어려우면 세금을 더 많이 거둘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세금을 더 낼 사람이 수긍하고, 세금 많이 내는 사람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면 못할 것도 없을 듯싶다. 부자 증세를 공론화해 볼 때가 됐다. bcjoo@seoul.co.kr
  • ‘정치·경제·세대·이념’ 서울 4대 중간층이 표심 갈랐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4대 중간층’이 승부를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적 중립층(무당파)과 경제적 중산층, 이념적 중도층, 세대적 중년층(40대)이 바로 그들이다. ●정치적 중립층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992년 대선 당시 중립층 비율은 22.7%였다. 이후 대선에서 30%대를 유지하던 중립층 비율은 2002년 대선에서는 40.5%까지 상승했다. 2008년 18대 총선 이후 중립층 비율은 40% 안팎으로 평가된다. 이는 보수·진보를 대표하는 그 어떤 정당의 지지율보다 높은 것이다. 중립층 증가의 원인으로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대변해 줄 정당을 찾지 못하는 ‘대표성의 위기’가 꼽힌다. 그러나 이들이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이유로 선거에서 기권하는 것은 아니다. 선거 때마다 새로운 인물을 찾아내고 바람을 일으켜 한 표를 행사한다. 사실상 중립층이 ‘대한민국 제1당’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정치평론가인 박상훈 후마니타스출판 대표는 “중립층은 투표 무관심층이 아니라 정치 비판층”이라면서 “선거 때마다 중립층의 향배에 따라 극단적인 쏠림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적 중산층 서울시가 지난 4월 발표한 ‘2010 서울 서베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시내 중산층 가구 비율은 전체의 50.3%였다. 고소득층은 19.3%, 저소득층은 30.4%였다. 중산층은 전체 가구 중 중간 소득을 기준으로 70~150% 범위에 속한다. 지난해의 경우 중간 소득이 월 300만원이었으며, 월 210만~450만원의 소득을 올리면 중산층으로 분류됐다. 문제는 ‘수치’가 아니라 ‘의식’이다. 지난 18일 서울 잠실올림픽경기장에서 음식점 주인 7만 5000여명이 벌인 ‘솥뚜껑 시위’가 여실히 증명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체감 경제에 대한 불만이 정부와 여당에 등을 돌리게 만든 이유”라면서 “한강 르네상스 사업(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보다 무상급식·임대주택(박원순 시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대적 중년층(40대) 40대는 1980년대 민주화 이후 늘 선거의 주역이었다. 진보와 보수 성향이 혼재한 40대는 선거 때마다 지지세력도 달랐다. 2002년 대선에서는 ‘변화’를, 2007년 대선 때는 ‘실용’을 각각 선택하며 노무현·이명박 정부를 탄생시켰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박 시장에게 ‘몰표’를 줬다.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40대 유권자 3명 중 2명꼴인 66.8%가 박 시장에게 표를 던졌다. 정당정치에 대한 염증과 생활정치에 대한 요구로 해석된다. 치솟는 물가와 날개 달린 전셋값의 직격탄을 맞은 세대가 이들이다. ‘하우스 푸어’(house poor·집 가진 빈곤층)’, ‘하우스리스 푸어’(houseless poor·집 없는 빈곤층) 등도 쏟아진다. 박 대표는 “박 시장의 개인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변화에 대한 강한 욕구를 지닌 40대가 20~30대와 유권자 동맹을 형성한 점이 선거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이념적 중도층 선거를 일주일여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과 나 후보는 오차 범위 안에서 각축을 벌였다. 하지만 투표 결과는 박 시장(53.4%)이 나 후보(46.2%)를 7.2% 포인트 차로 크게 이겼다. 여론조사에는 반영되지 않았던 ‘숨은 표’, 즉 부동층이 박 시장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앞서 18~19일 서울신문·엠브레인 여론조사에서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았던 부동층(‘모름·무응답’ 답변층)은 8.8%였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박 시장을 지지한 숨은 표를 3~7% 정도로 제시한다. 지난 24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 시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점도 부동층 표심을 움직이는 데 한몫했다. 박호성 서강대 교수는 “부동층은 이번 선거에서 새로운 상황에 직면했다. 정치권에 몸담지 않았던 시민후보가 나왔고, 이는 (부동층에게) 새로운 정치 국면이 열리는 것으로 비춰졌다.”고 설명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한국정치 뒤흔드는 ‘안철수·박원순 현상’에 담긴 3대 키워드

    한국정치 뒤흔드는 ‘안철수·박원순 현상’에 담긴 3대 키워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막을 내렸다. 커튼은 내려졌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안철수·박원순’이라는 두 주연 배우다. 지난 두 달 동안 이들은 온 국민을 사로잡았다. 때로는 감동으로, 때로는 분노로. 전에 없는 연기였다고 사람들은 열광한다. 이들이 무대 위에 남긴 흔적은 그만큼 깊고도 치명적이었다. 이른바 ‘안철수·박원순’ 현상은 선거 승리를 넘어 새로움으로 통칭됐다. 새로운 정치, 새로운 리더십, 새로운 문화였다. 기존 정치의 화법으로는 도무지 설명하기 힘들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원순 범야권 단일후보가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를 따라가 봤다. ●소통 ‘안철수·박원순’ 현상은 ‘소통’이다. 정치적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두 사람의 등장은 이전과 결을 달리한다. 유권자들은 처음엔 정당에서, 그러다 정당 밖에서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민 스스로가 자신을 대변하는 후보를 직접 정치 무대에 세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현 정권의 독단, 불통이 심해지자 어느 때보다 소통에 대한 요구가 강했던 상황에서 안철수 원장을 시민들이 직접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여느 기성세대와 달리 젊은 층의 취업, 학업, 미래 문제에 직접 개입해 수평적인 리더십을 발휘한 점, 백신·주식 무상배분 등에서 드러난 원칙의 미덕 등이 시민들의 정치적 소통을 이끈 것이다. 박원순 시장을 지지할 때도 참여, 변화, 양보 등 ‘아름다운 원칙’을 앞세우며 소통을 다졌다. 소통의 욕구는 선거 기간 내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 들끓었다. 대리할 수도 없고, 알바를 쓸 수도 없는 사적인 공간에서 시민들은 안 원장과 박 시장을 쉴 새 없이 불러내며 정치적 소통을 시도했다. 물론 밑바닥에는 불통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정권심판론이 함께 작동했다. ●생활정치 ‘안철수·박원순’ 현상은 생활정치의 진화로도 해석된다. 이제 시민들은 이념적 슬로건이 아니라 일상에서 정치를 바라보고 있다. 이 때문에 생활 환경에 맞지 않는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은 두 사람을 대안으로 삼게 했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특정한 이념에 기초하지 않고 시대 변화에 조응하며 살아온 점에 열광했다.”고 바라봤다. 안 원장이 막판 지지 때 박 시장을 편들지 않고, 진영 대결을 유도하지 않았던 점이 대표적이다. 대신 투표와 참여, 변화 등 보편적 가치를 주장하면서 시민들에게 접속했다. 이는 단순히 젊은 층이 아닌 동시대 40대층에 어필하는 매력으로 작용했다. 2000년대부터 촛불시위와 선거 등 정치적 상황에 따라 시민들 자신이 스스로 통제하는 정치력을 길러온 부분도 생활 정치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심판 ‘안철수·박원순’ 현상은 분노에 대한 표출이기도 하다. 성장 위주의 사회, 중산층과 기득권층의 갈등이 깊어지는 구조가 만들어 낸 대안이다. 전형적인 세대 투표를 보였다. 계층 투표적 성격도 강했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특권과 독점체제에 대한 저항과 다시 권리를 되찾아 오려는 대중적 의지가 압축된 것”으로 해석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새달 3일 개봉 ‘워리어’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새달 3일 개봉 ‘워리어’

    물리학 선생인 브렌든(조엘 에저튼·오른쪽)은 정직을 당한다. 선생 신분으로 무허가 격투기에 나선 게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아픈 딸의 치료를 위해 돈이 필요한데, 집을 저당 잡은 은행은 그를 빚쟁이로 몬다. 그의 동생 토미(톰 하디·왼쪽)는 중동지역 전투에 참전했다 돌아와 아버지를 찾아간다. 14년 만에 만난 아버지에게 지난날의 울분을 토한다.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로부터 도피하던 어머니를 병으로 잃고서 토미는 깊은 상처를 품고 살았던 것. 분노의 탈출구가 절실한 토미는 우연히 격투기 챔피언십 리그를 접하고 출전을 결심한다. 이어 브렌든도 출전 기회를 얻으면서 소원하던 형제는 링 위에서 재회한다. ‘워리어’는 그룹 ‘더 내셔널’의 노래를 짧게 삽입하며 시작한다. ‘복서’ 앨범에 수록된 ‘전쟁을 시작하다’라는 영화의 주제를 잘 요약한다. 기대했던 미래가 오지 않았을 때, 문제를 회피하면 전쟁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어린 시절에 형제가 꿈꾼 미래는 현재와 달랐을 것이다. 아버지가 초래한 비극은 죄 없던 형제를 서먹서먹한 관계로 만들었고, 형의 허무한 손짓은 성난 동생을 위로하지 못한다. ‘워리어’의 마지막 경기를 보노라면 누구의 편을 들지 갈등할 수밖에 없다. 슬픔으로 무장한 형제가 피 터지게 싸우는 광경이 가슴을 적신다. 브렌든은 중산층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무너진 가장이다. 초라한 아파트에 살다 돈을 모아 예쁜 집을 장만한 것까지는 좋았다. 부동산 시장의 붕괴는 그에게 다시 하층민의 삶을 떠안긴다. 부동산 평가액이 은행 차입금 아래로 떨어지면서 그와 아내는 밤낮으로 돈벌이에 매달린다. 동생 토미는 평생 하층민의 삶 속에서 허덕인 남자다. 군인이 되어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나눈 기쁨도 잠시, 전쟁은 그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명예심마저 앗아버린다. 격투기 리그를 개최한 인물은 아이러니하게도 헤지펀드로 갑부가 된 자다. 우승 상금은 그에겐 최소단위 투자액에 불과한데, 하층민의 양산을 가져온 인간이 내민 알량한 미끼를 희생자들이 덥석 문 형국이다. 하층민 선수의 이야기란 점에서 ‘워리어’는 작년에 좋은 평가를 받은 ‘파이터’와 얼핏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야수 같은 남자들의 격투가 빚는 진한 드라마는 멀리 월터 힐의 ‘투쟁의 그늘’부터 가까이로는 데이비드 마멧의 ‘레드 벨트’의 영향 아래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연출을 맡은 개빈 오코너는 10여년 전 ‘텀블위즈’로 소개된 감독이다. 모녀의 갈등을 유머러스하고 섬세하게 묘사했던 그는 표정을 완전히 바꾸어 거친 형제와 부자의 묵직한 드라마를 완성했다. ‘워리어’는 여러 빈틈을 지녔으나 주먹이 매서운 격투기 선수를 닮은 작품이다. 첨언할 사실은, 영화의 허술한 면이 수입사의 삭제 탓이라는 거다. 원본에서 20분 가까운 장면이 사라졌으니 영화가 구멍을 드러내는 건 당연하다. 요즘 인도영화를 사들인 몇몇 회사를 필두로 일부 영화사들이 자진해서 상영시간을 줄여 극장에 내걸고 있다. 그들은 대중성을 감안해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한다. 바람직하지 못한 상영 행태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디지털 상영이 늘어나면서 장비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열악한 화질로 상영되는 일도 빈번한 실정이다. 두 가지 문제점은 지적해 마땅하다. 영상 문화 발전을 저해하는 실수들이 고쳐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11월 3일 개봉. 영화평론가
  • [열린세상] 역진적 국민연금 개선해야 미래가 밝다/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역진적 국민연금 개선해야 미래가 밝다/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국민연금은 미래의 삶이다. 현재와 미래 노인의 생계를 책임질 노후 보장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 인구의 11.3%이며, 2020년에는 15.6%로 늘어날 전망이다. 노인인구는 급속히 증가하여 2030년에는 4명당 1명, 2050년에는 3명당 1명이 노인인 사회가 된다. 국민연금을 바로잡지 않으면 노인인구를 감당할 수 없어 애써 가꾸어 놓은 경제성장이 물거품처럼 산화될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현재 국민연금 총가입자 수는 1923만명으로 경제활동인구 2500만명의 77%에 해당된다. 1988년 출범 당시 총가입자 443만명에 비하면 크게 증가했다. 그만큼 국민연금에 대한 기대가 높으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남미나 유럽에서처럼 연금위기가 국가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국민연금을 보면 미래가 어둡다. 국민연금은 사회보험이기 때문에 사회안전망과 금융상품 기능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그런데 두 기능 모두 부실하다. 국민연금은 2011년 현재 최저 1등급에서 최고 46등급으로 보험료를 징수하고 연금을 주는 구조이다. 20년을 가입하면 100% 연금을 받고 최저 1등급은 22만 5050원, 중간인 23등급은 32만 3650원, 최고 46등급은 61만 520원을 받는다. 이 금액으로 최저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금융상품 기능이 크게 훼손되어 있다. 소득재분배 기능은 더 엉망이다. 소득재분배 기능은 현재 46등급 연금보험 등급체계를 보면 알 수 있다. 1988년 출범 당시 국민연금은 45등급으로서 최저 1등급의 소득이 22만원, 최고 45등급의 소득이 360만원이었다. 이 등급체계는 물가를 기초로 주기적으로 조정돼야 하는데도 20년이 넘도록 방치해 두다가 2010년에야 비로소 국민연금법과 시행령을 개정하여 물가상승 반영 근거를 마련했다. 2011년도에 하한액은 22만원에서 23만원으로, 상한액은 360만원에서 375만원으로 조정하는 데 그쳤다. 1988년 출범 당시 소득분포를 보면 최저 10분위 소득은 31만 6239원이었고, 최고 10분위 소득은 208만 5117원이었다. 당시 국민연금의 등급기준소득은 표준보수월액이었기 때문에 국민연금 최저 1등급의 소득이 22만원이면 실제소득은 최저 10분위의 소득수준인 31만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국민연금 최고등급 360만원은 당시 최고 10분위소득 208만원보다 더 높았다. 따라서 사회보험으로서 소득재분배 기능을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 현재 국민연금 최저 1등급의 하한기준소득 23만원은 이해할 수 없다. 정부에서 정한 2011년 1인가구 최저생계비 79만 8875원, 4인가구 215만 9129원이 허수가 아닌 한 소득이 23만원이면 빈곤층이며, 생계비를 지원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보험료를 낼 여력이 없다. 상한액 375만원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월소득 375만원이면 연봉 4500만원으로서 대기업 중간간부의 소득에 불과하다. 이들의 연금보험료와 고급간부 및 임원이 같은 수준이라면 소득재분배 기능이 지극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2010년 우리의 소득분포를 보면 최저 10분위 소득이 81만 6758원이고, 최고 10분위는 836만 2964원이다. 설계 당시 소득재분배 기능을 수행하려면 국민연금 등급체계에서 하한액과 상한액도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보험료 납부 기준으로 삼고 있는 소득상한액 375만원은 2010년 6분위소득 353만 7403원과 7분위소득 407만 5993원의 중간지점이다. 설계 당시대로라면 상한액은 836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그래야 고소득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소득재분배가 된다. 월소득이 113만원이면 국민연금 등급체계에서는 중간인 23등급이고, 이보다 소득수준이 높으면 재분배를 해야 한다. 소득수준 113만원은 10분위 소득분포에서 2분위소득인 158만 6918원보다 낮다. 저소득층에 속하는 2분위까지도 재분배를 해야 하는 구조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 상한액도 지금처럼 1년에 7만~8만원 올리는 데 그친다면 50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는다. 급진적 개선을 요구하지 않겠지만 현재처럼 중산층을 위축시키는 국민연금체계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 ADB “韓 1인당 GDP 2030년 日 추월”

    ADB “韓 1인당 GDP 2030년 日 추월”

    구매력평가(PPP) 환율로 환산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30년 일본을 추월하고 2050년에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5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기획재정부와 공동으로 연 ‘아시아 2050’ 보고서 발간 기념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아시아 2050’은 아시아의 2050년 모습을 조망하고 아시아의 균형된 지속성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와 국가·지역·글로벌 차원의 대응방안을 제안하는 보고서다. 지난 8월 발간됐으며 오는 12월 한국어판이 나온다. ADB는 보고서에서 중산층 육성과 지식 경제로의 전환 등을 통해 중진국 함정에서 성공적으로 벗어난 모범 국가로 한국을 제시했다. ADB는 한국의 1인당 GDP(PPP기준)는 2030년 5만 6000달러로 일본(5만 3000달러)을 넘어서고 2050년에는 9만 800달러로 미국(9만 4900달러)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2030년 1인당 GDP는 2만 3400달러, 2050년에는 5만 2700달러로 전망됐다. ADB는 교육·과학기술 발전, 에너지 효율성 개선, 기후변화 대응 등에서 한국을 모범 사례로 제시했다. 전체 연구·개발(R&D) 지출이 GDP의 3%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선진국 따라하기’(catch-up) 발전방식에서 벗어나 기업가 정신을 통한 기술과 혁신 주도의 경제 발전 방식으로 전환한 대표적 국가라는 점 등을 들었다. 성공적 도시개발과 인프라 분야의 공공민간협력 활성화를 위한 모범적 법 체계, 에너지 효율성 증진, 지역 협력을 위한 주도적 역할 수행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ADB는 고령화 등으로 인해 재정의 지속가능성 유지가 주요한 도전 과제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여성의 경제·정치활동 참여가 더욱 확대돼야 하고 기업 진입장벽과 높은 에너지 수입의존도 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제윤 재정부 제1차관은 축사를 통해 아시아 국가들이 공동으로 준비해야 할 과제로 ▲금융안전망 확충 및 실물경제 통합을 통한 자생적 성장기반 확충 ▲기후변화 공동대응 ▲국가 간 개발 격차 완화를 제시했다. 신 차관은 “아시아 경제를 흔들어 왔던 외부의 금융충격에 대해 든든한 방어벽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 규모 확대와 위기 예방 기능 도입 등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명배우들과 6년만에 돌아온 거장의 수작

    명배우들과 6년만에 돌아온 거장의 수작

    미국 할리우드에서 ‘은둔자’의 삶을 산다는 게 가능할까. 철저히 사생활을 노출하지 않는 그에 대해 일부는 오만하다고 이죽댄다. 지인들은 그가 수줍음을 탄다고 옹호한다. 지난 5월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생명의 나무’(The Tree of Life)에 돌아갔다. 정작 테런스 맬릭(68) 감독은 시상식에 오지 않았다. 평론가들의 상찬이 쏟아졌다. ‘맬릭의 어떤 작품보다도 특별하고 탁월하다.’(버라이어티) ‘이 영화의 예술적 아름다움에 대해서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을 것’(USA 투데이) ‘영화가 삶을 머금고 사유하며 그 이상을 이야기하는 예술임을 보여준다.’(빌리지보이스) 등등. 맬릭의 삶과 필모그래피(연출작 목록)를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레바논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로즈장학생(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거친 엘리트 코스)으로 뽑혀 영국 옥스퍼드대를 다녔다. 미국으로 돌아와 MIT공대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한편, 프리랜서 기자로 뉴스위크와 뉴요커, 라이프에 기고하기도 했다. 서른이 되던 1973년 연쇄 살인을 저지른 10대 남녀의 실화를 다룬 ‘황무지’로 데뷔했다. 1978년 두 번째 작품 ‘천국의 나날들’도 탁월한 영상미학과 철학적 깊이로 호평을 받았지만 흥행에는 참패, 이후 현장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21년 만에 복귀작 ‘신 레드 라인’(1999)으로 독일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받으면서 화려한 복귀전을 치렀다. 2005년 ‘뉴월드’에 이어 6년 만의 신작이 ‘생명의 나무’다. 30년 동안 감독 생활을 하면서 연출작은 단 5편뿐. 그럼에도 하나같이 걸작 반열에 올랐다. ‘생명의 나무’의 이야기 구조는 간단하다. 건축가 잭(숀 펜·가운데)은 늘 같은 꿈을 꾸며 눈을 뜬다. 19살에 죽은 동생에 대한 기억. 오랜만에 아버지와 통화한 잭은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텍사스의 한 중산층 가정. 오브라이언(브래드 피트·오른쪽)과 아내(제시카 채스테인·왼쪽)는 세 아들과 가정을 이룬다. 자애로운 엄마와 달리 말끝마다 ‘서’(Sir)를 붙이기를 요구하는 권위적인 아버지와 맏아들 잭은 사사건건 부딪치고, 분노가 싹트게 된다. 137분의 만만치 않은 상영시간. 특히 초반 30분은 이를 악물고 버텨내야 한다. ‘내가 땅에 기초를 놓을 때 너는 어디 있었느냐?’(욥기 38장 4절)라는 구약성경 구절로 영화는 시작한다. 둘째 아들의 죽음을 전해 들은 오브라이언의 아내는 ‘신이여, 왜인가요. 당신은 어디에 있었나요. 우리는 당신에게 무엇인가요?’라는 물음을 던지며 절규한다. 순간 화면은 텍사스의 작은 마을에서 우주로 공간 이동한다. 약 15분 동안 마치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처럼 우주의 빅뱅과, 세포분열, 화산 분출,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까지 생명의 역사를 담은 영상이 이어진다. 카메라의 시선은 다시 오브라이언 가족에게 돌아온다. 오브라이언과 잭의 갈등은 신과 인간의 갈등으로 대치해도 무리가 없다. 잭은 자신(인간)의 행동을 규율과 약속에 묶어두려는 아버지(신)에게 회의를 드러내고 엇나간다. 오해와 상처로 엇박자를 놓던 부자(父子)는 결국 화해하고 함께 성장한다. 언뜻 종교영화 화두를 꺼내들 듯 하던 맬릭은 인류를 지탱해온 생명의 나무가 ‘가족’과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제작비 조달이 절대 쉽지 않았을 영화가 빛을 보게 된 것은 브래드 피트의 공. 피트는 자신이 설립한 플랜B의 프로듀서 겸 제작자 데드 가드너를 영화 제작자로 참여시켰다. 맏아들 잭 역할을 맡은 숀 펜은 짧은 분량에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맬릭과는 ‘신 레드 라인’에 이어 두번째. 독선적인 남편과 아들들 사이에서 가정을 지켜내는 구심점 역할을 맡은 배우는 떠오르는 별 제시카 채스테인이다. 두 아역배우의 연기력도 눈부시다. 1000대1의 경쟁률을 뚫은 3명의 아역배우 가운데 어린 잭 역할을 맡은 헌터 매크레켄은 숀 펜의 시니컬한 미소까지 닮아 10년 후를 기대하게 한다. 클래식 마니아라면 행복할 영화다. 음악감독 알렉산더 데스플랫은 말러(교향곡 1번)와 스메타나(나의 조국), 브람스(교향곡 4번)의 곡을 길목마다 절묘하게 배치했다. 27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금반지 빼고’ 물가 산정한다

    오는 12월 1일에 발표될 11월 물가부터 개편된 산정 기준이 적용될 예정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코엑스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개원 40주년 기념 국제회의에서 축사를 한 후 기자들과 만나 “개편된 지수로 11월 물가가 발표될 것”이라면서 “국민들과 감각이 다른 금반지가 들어가 안 좋으니까 (그렇게 한다).”라고 말했다. 지수 개편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플러스·마이너스 요인이 다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통계청은 지난 4일 9월 소비자물가를 발표하면서 금반지가 이제는 소비가 아닌 투자 목적으로 구입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물가지수 조사 품목에서 제외하고 다른 장신구를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 장관은 이날 축사를 통해 ▲경제구조의 성숙과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추세적인 성장률 하락 ▲소득분배구조 개선을 통한 중산층 확대와 기업·산업 간 균형성장 도모 ▲인구구조의 변화 ▲기후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 등 4가지를 우리 경제의 미래 도전 과제로 꼽았다. 25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국제회의에는 배리 아이켄그린 버클리대 석좌교수, 드와이트 퍼킨스 하버드대 명예교수, 리처드 프리먼 하버드대 교수를 비롯한 해외 석학들도 다수 참석한 가운데 한국이 과거 이룬 경제 발전상과 미래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특히 구매력균등(PPP) 환율을 기준으로 1970년 미국의 12% 수준이었던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향후 연평균 1인당 GDP 증가율이 미국보다 2% 포인트 높게 유지될 경우 20년 내에 미국과 같은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장애인·유공자 ATM 수수료 면제 추진

    장애인·유공자 ATM 수수료 면제 추진

    금융당국과 시중은행들이 자동화기기(ATM)의 사용 수수료를 절반으로 낮추기로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수수료 면제까지 추진되고 있어 수수료 인하가 탄력을 받고 있다. 19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등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고객에게는 자행 현금 인출 및 타행 계좌 이체 등 ATM 이용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국민·하나·신한·우리·외환·기업은행 및 농협 등 7개 은행의 실무진을 서울 여의도 금감원으로 불러 불합리한 수수료 관행 개선 방안을 협의했다. 금감원은 이날 우리은행의 최근 수수료 인하 사례를 본받으라는 주문을 시중은행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이날 6개월마다 실시하는 카드고객 개인신용등급 평가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객의 신용등급 상향 효과로 리볼빙 금리, 신용판매 연체이자율, 현금서비스 금리 등이 평균 0.4~0.6% 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달 장애인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ATM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한 바 있다. 65세 이상 노인도 50% 할인된다. 우리은행 ATM을 이용해 영업시간 후에 자행 통장에서 돈을 인출할 경우, 2회차 이후에는 모든 이용자에게 50%까지 수수료를 할인해 주기로 했다. ATM을 이용한 자행이체와 타행이체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이전에 비해 17~37.5% 깎았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이 ATM 수수료 인하 경쟁을 벌일 경우 지방은행뿐 아니라 새마을금고와 신협 등도 자연스레 동참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은행 관계자는 “첫 회의에서 우리은행이 지난달 인하한 정도까지는 ATM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참석자들은 다음 주 초까지 각 은행마다 인하 방안을 마련해 금감원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 은행은 일반 고객이 영업시간 이후 ATM을 이용해 현금을 인출할 때 같은 날 2회차부터는 ATM 수수료를 무료로 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들은 다음 주 금융당국과 협의절차를 마치는 대로 수수료 인하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은행들은 하지만 미국의 씨티은행이나 영국의 바클레이즈은행과 같이 영업시간 이후 현금인출 초기 수수료까지 무료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수수료를 인하한 우리은행의 경우 수백억원의 수익이 감소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면서 “인프라 유지 비용뿐 아니라 은행이 다른 곳에 지불하는 수수료도 많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면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수수료나 금리 책정 시 과도한 차별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회사는 공익성과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다.”면서 “은행이 정말 고소득층과 VIP 계층에서 더 많은 수익을 내는지, 중산층과 서민층에서 수익을 내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주·오달란기자 kdlrudwn@seoul.co.kr
  • 김진표 “피해대책 먼저” ‘국내 우선’ 특별법 추진

    민주당은 18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에 앞서 피해대책을 마련할 것을 정부와 여당에 거듭 촉구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미 FTA의 독소조항을 제거해서 이익의 균형을 바로잡고 농수산업, 중소기업에 대한 피해산업보전대책을 철저히 마련하기 전에는 결코 비준안 통과는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중소상인과 골목상인 보호입법, 개성공단 국내 원산지 인정, 농수축산업 피해보호 예산 확보, 통상절차법 개선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통상조약 절차 및 국내이행 법률’ 제정을 추진키로 했다. 제정안은 정부가 통상협정의 기본계획과 추진계획·중요 진행상황을 국회 및 소관 상임위에 즉각 보고토록 하고, 통상조약의 어떤 규정도 우리나라의 경제 주권과 권익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규정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제규범상 허용된 국내법이 한·미 FTA 조항과 충돌할 때는 국내법이 우선 적용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한·미 FTA를 반대하는 데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민주당이 한·미 FTA 국회 비준안 처리에 앞서 중소상인과 골목상인을 강조하는 것은 10·26 재·보선을 앞두고 서민층과 중산층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여야 간에 대립하고 있는 한·미 FTA 국회 비준 논란은 결국 야당 간의 대립으로 격화될 소지가 있다. 민주당은 피해보전 대책만 마련되면 비준안을 통과시켜도 된다는 입장인 반면, 진보신당 등은 한·미 FTA 처리에 무조건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진보신당 김혜경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민주당이 말만 앞세운 논리로 정부와 한나라당과 타협한다면 민주당 역시 노동자, 서민의 심판 대상이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박재범칼럼] ‘이웃집 암소를 죽여 주세요’

    [박재범칼럼] ‘이웃집 암소를 죽여 주세요’

    ‘부잣집 옆에 살고 있는 농부가 있었다. 부자에게는 암소 한 마리가 있었다. 농부는 평생 뼈 빠지게 일해도 갖지 못할 가축이었다. 농부는 하느님께 도와달라고 기도했다. 마침내 하느님이 무엇을 원하느냐고 묻자, 농부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웃집 암소를 죽여주세요.’ 미 클린턴 대통령 때 노동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가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원제 After Shock)라는 저서에서 소개한 러시아의 민담이다. 그는 러시아에서는 대개 모든 사람을 일으켜 세우기보다 끌어내리는 쪽으로 기운다며, 추세가 바뀌지 않는다면 미국도 러시아와 비슷한 처지가 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한 전직관료는 자리에 앉자마자 대뜸 이 얘기를 끄집어냈다. 정부와 민간부문에서 골고루 일했던 그는 금융통으로 독서광이다. 연초 나온 책을 읽고 동료였던 전직 장·차관들에게 일독을 권했더니 모두 ‘현직 시절 책을 봤더라면….’ 하며 아쉬워했다는 것이다. 금융위기가 한창인 가운데 미국에서 ‘우리가 99%’라는 반(反)월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도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까닭은 무엇일까. 단순화시켜 보면 보통 사람들의 부자에 대한 시선이 달라진 탓이 아닐까 싶다. 대공황 시절 미국은 케인스의 처방에 따라 총수요 관리를 통해 중산층을 두껍게 육성하는 일에 나섰다. 아울러 유럽을 친구 삼아 시장 규모를 넓혔다. 절정은 1970년대였다. 돈 흐름이 좋아지면서 일자리와 보수가 넉넉해졌다. 중산층의 호주머니가 두툼해졌다. 지금 부자에 대한 반감은 중산층에 돈이 돌도록 하는 장치에 문제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1928년과 2007년 개인소득 상위 1%가 국민소득 23% 이상을 가져갔다고 한다. 1970년대에는 7~8%였다. 돈이 적절히 분산되면 안정과 번영을, 돈이 쏠리면 불안과 위축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관점은 한국에도 시사점이 많다. 우리는 40여년 전까지만 해도 보릿고개를 넘는 게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이제는 주변에 수천억원대 부자가 즐비하다. 70년대에는 포니 자동차만 굴려도 빛이 났다. 요즘 경차를 타고 다니면 대접받기 힘들다. 모두 가난했을 때에는 심정적 안정감이 있었으나, 돈이 제법 모이자 비교를 하게 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강남권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분위기가 형성된 연유다. 우리는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접근법을 영점에서 뜯어고쳐야 한다. 성장을 해치지 않으면서 중산층 호주머니에 돈을 담아줄 수 있도록 발상과 제도를 전환해야 한다. 그럼에도 지금 정부와 정치는 가난으로부터 굴기하려 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틀에 안주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휘발유에 붙는 세금이라고 본다. 30~40년 전만 해도 자동차는 특수계층만 가질 수 있었다. 그때는 휘발유를 특별하게 바라보는 것이 타당했다. 자동차가 생필품이 된 지 오래됐음에도 발상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위치가 달라졌음에도 관행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 우물가에서 살다가 강가로 터전을 옮겼음에도 여전히 우물 물을 길어 먹는 식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안철수 바람을 이해할 수 있다. 젊은이들은 정부·정당을 과거 낡은 틀을 부여잡고 매달리는 기득권층으로 본다. 젊은이에게 보릿고개를 얘기해봤자 공허할 뿐이다. 눈높이에 맞춘 일자리와 실질임금이 필요하다. 소득불균형을 알려주는 지니계수는 2000년 0.279에서 2010년 0.315로 악화됐다. 무상급식처럼 골고루 나눠 먹자는 식의 단세포적 해법이 판을 칠 수밖에 없다. 성장의 과실을 소수만 독식하는 것은 결단코 막아야 할 일이다. 마찬가지로 무작정 골고루 나눠 먹자는 것도 나라와 개인의 삶을 망치는 일이다. 사람의 심성은 다 똑같은 법. 우리나라에서 ‘이웃집 암소를 죽여달라.’는 기도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파탄을 막으려면 정치와 정책의 일대 개혁이 시급하다. jaebum@seoul.co.kr
  • 홍준표 “여야 연말까지 싸우지 말자”

    홍준표 “여야 연말까지 싸우지 말자”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가진 ‘중산층 빅뱅’ 출판기념회에 여야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 외에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 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 등이 나왔고 박희태 국회의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손학규 대표는 축사를 통해 “민주당이 서울시장 경선도 제대로 치를 수 없는 상황에서 추 의원에게 경선 참여를 요청했다.”면서 “추 의원은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지만 당을 위해 조금이라도 기여할 길이라면 기꺼이 나서겠다고 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추 의원은 “무너져가는 중산층을 살리기 위해서는 중산층과 서민의 정부로의 정권교체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민주당이 앞장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부터 내년 총선, 대선까지 반드시 승리하자.”고 말했다.  추 의원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홍준표 대표는 “몇 년 전부터 여야가 상시 싸움체제로 들어가 참 안타깝다.”면서 “당이 달라도 정치판이 선거를 앞두고 두 달 전에 싸움을 시작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선거 두 달 전부터 격렬히 싸우고 선거가 끝나 승부가 나면 다시 나라를 위해 일하는 풍토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민주당과 금년 말까지는 싸우지 말고 내년 1월부터 격렬하게 싸웠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서울광장] 지방대학 더 어려워질 등록금 대책/곽태헌 논설위원

    [서울광장] 지방대학 더 어려워질 등록금 대책/곽태헌 논설위원

    지난 5월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취임하자마자 나라의 재정형편, 대학의 구조조정은 생각하지 않고 ‘반값 등록금’을 불쑥 내놓으면서 온 나라가 반값 등록금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떠밀리듯 정부와 여당은 1조 5000억원을 투입, 소득 하위 70%의 학생에게는 내년 등록금을 평균 22% 인하하는 내용의 대책을 지난달 내놓았지만 반값 등록금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소득 상위 30%는 대학의 자구노력에 따라 5% 정도의 인하 혜택만 볼 수 있으니 말할 필요도 없다. 잔뜩 기대수준이 높아진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미흡하기 짝이 없다. 정부의 등록금 대책은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는 것 외에도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잘못됐다. 첫째, 엉터리 대학의 학생들에게도 국민 세금으로 등록금을 깎아주는 것은 문제다. 정부는 등록금 경감 대책 발표에 앞서 전국 346개 사립대를 평가해 이 중 43개 대학을 ‘정부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했다. 대학 구조조정의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평가가 객관적으로 됐는지는 모르지만 43개 대학의 학생들은 등록금 경감 혜택을 볼 수 없게 됐다. ‘정부지원 제한 대학’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이름뿐이 대학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곳에까지 아까운 세금으로 등록금 경감 혜택을 준다는 것은 올바른 처방이 아니다. 사립대 구조조정을 더 확실하게 한 뒤 등록금 대책이 나왔어야 했다. 듣도 보도 못한 대학의 학생들에게 세금을 쓰는 것보다는 의무교육이 아니어서 수업료롤 꼬박꼬박 내야 하는 중산층 이하의 고등학생에게 연간 140만원 정도의 수업료를 면제해주는 게 훨씬 유익하고 시급한 일이다. 지난해의 경우 199만명의 고등학생 중 특성화고 학생과 저소득층, 기초수급자, 한부모 자녀 등 76만명은 수업료를 면제받았으나 이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부 등록금 대책의 다른 문제점은 전국 모든 대학의 학생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그러지 않아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학생이 몰리는 상황에서 지역적인 차이 없이 등록금을 지원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등록금 부담이 대체로 경감되기 때문에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유학’을 올 경우 경제적 부담이 다소 덜어진다. 서울행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적어도 서울에 있는 대학에는 등록금 인하 혜택을 최소화하고, 남는 예산으로 수도권 이외의 대학에 등록금 인하 혜택을 대폭 늘리는 게 ‘합리적’인 처방일 수 있다. 미국 주립대의 경우, 해당 주 출신에게는 등록금을 상당액 깎아준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가령 대전에 사는 학생이 국립인 충남대에 입학하면 대학 등록금의 절반 이상을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식으로 하면 지방대 위축현상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30여년 전만 해도 지방 국립대의 위상은 대단했다. 부산대, 경북대 입학생의 수준은 고려대, 연세대에 뒤지지 않았으나 1980년대 이후 지방 국립대의 위상도 떨어지고 있다. 지방대가 위축되는 이유는 복합적일 것이다. 가령 부산의 목재나 대구의 섬유 등 대표적인 산업이 위축된 것도 이유가 될 것이고, 서울에서 취직하려면 서울에 있는 대학을 나오는 게 유리하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자녀 수가 줄어들면서 서울로 유학을 보낼 여력이 종전보다 더 생긴 것도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이유가 어찌됐든 서울과 지방의 대학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방 거점대학인 국립대를 살리고 지방 사립대에도 우수한 자원이 더 많이 몰릴 수 있도록 등록금 경감 대책이 바뀌어야 한다. 지방대학이 살아나면 지방사회도 활기를 띨 수 있다.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지방산업은 육성돼야 한다. 정부는 ‘획일적’인 등록금 대책으로 지방대학의 발전, 서울과 지방의 균형성장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날려 버리고 있다. tiger@seoul.co.kr
  • [씨줄날줄] 위장전입/곽태헌 논설위원

    맹자는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손에서 교육을 받고 자랐다. 맹자가 어머니와 처음 살았던 곳은 공동묘지 근처였다. 놀 만한 친구가 있을 리 없던 맹자는 자주 보았던 곡(哭)을 하는 등 장사 지내는 놀이를 하며 지냈다. 맹자의 어머니는 안되겠다 싶어 이사했다. 시장 근처였다. 맹자는 이번에는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장사꾼들의 흉내를 내면서 놀았다. 맹자의 어머니는 시장 근처도 좋지 않다고 보고 글방 근처로 다시 옮겼다. 그랬더니 맹자는 제사 때 쓰는 기구를 늘어놓고 절하는 법, 나아가고 물러나는 법 등 예법에 관한 놀이를 하며 지냈다. 맹자 어머니는 이곳이야말로 아들과 함께 살 만한 곳이라는 생각을 하고 그곳에 오래 머물러 살았다고 한다. 아들 교육을 위해 세 차례 이사한 맹자 어머니의 교훈을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고 한다. 전한(前漢) 말의 학자 유향(劉向)이 지은 열녀전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자녀 교육에서 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인용된다. 자녀 교육을 위해서라면 맹자 어머니에 뒤지지 않는 한국의 어머니들이 많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이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된 것은 맹자를 뛰어넘는 어머니들이 넘쳐난 결과다. 서울에는 고입·대입 학원이 몰려 있는 대치동, 목동에 맹자 어머니에 뒤진다면 서운해할 어머니들이 많다.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실제는 살지도 않는 곳에 위장전입을 하는 것도 보편화됐다. 특히 현 정부의 장관, 대법관 등 고위직 상당수는 부동산 투기를 위해서든, 자녀 교육을 위해서든 위장전입에 관한 달인이다. 위장전입한 과거가 없으면 팔불출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가 됐다. 미국에도 자녀를 위한 위장전입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고 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위장전입이 성행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소득이 낮거나, 흑인이나 히스패닉이 많은 지역의 학부모들이 소득수준이 높거나 백인이 많은, 교육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학군으로 위장전입시킨다는 것이다. 자녀를 위한 마음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를 게 없다. 한국에서는 고위공직자 등 힘있는 계층이 주로 위장전입을 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주로 중산층 이하에서 하는 게 다르다. 미국 상류층은 1년에 수만 달러의 수업료를 내는 사립학교로 자녀들을 보내기 때문에 위장전입을 할 필요가 없다. 미국의 위장전입에는 서민들의 슬픔이 깔려 있다고 하면 지나칠까.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 자발적 기부 후 생활고 부작용 방지

    당정이 기부연금제도 도입에 적극 나서는 배경에는 기부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선의로 기부한 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불행한 노후를 보내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남편이 기부 후 쪽방 투병생활 지난 1974년 남편이 국가에 화천경찰서 부지를 기부했음에도 불구, 쪽방에서 투병생활을 한 손부녀(71)씨와 같은 사례를 미리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손씨는 최근 화천경찰서와 화천군, 국민권익위원회의 도움으로 뒤늦게 59.4㎡(18평) 규모의 무상임대주택을 받았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나눔정책추진단장은 2일 “빌딩을 갖고 있는 거액의 자산가라고 해도 건물을 기부해 버리면 생계가 곤란해지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한 측면도 있고, 기부자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는 방안을 구상하던 중 미국 기부연금제의 도입을 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부연금이 고액 자산가의 기부를 활성화하는 방안이라면 기부자조언기금은 중산층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편이다. 이 단장은 “용어 그대로 기부자의 의지대로 투자해 금융 수익을 기부하고 나중에 원금까지 모두 기부하는 방식으로 중산층의 참여가 많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기부자 보호… 기부활성화 유도 미국은 기부금의 50%를 적립해 기부연금 형태로 돌려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한국형 방식에 대해서는 논의가 추가로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부자가 직접 단체와 약정을 맺어 연금 액수를 정하는 방식과 일정 비율을 돌려주는 방식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무엇보다 기부재산의 소유권 이전 뒤 일정 금액을 돌려줄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갖춰야 한다. 이 단장은 “현재는 빌딩을 복지재단에 기부한 뒤 소유권이 이전되면 기부자에게 일정 금액을 다시 돌려주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면서 “이달 중순 당정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관련 법을 연구하고 있고 당정 논의가 빨리 끝나면 내년에라도 바로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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