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속기사/새 유망직종으로 부상
◎수필속기보다 빨라 구의회 등서 선호/자격증 취득에 6개월… 전국학원 “만원”
최근 심각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구직자들이 컴퓨터 속기사학원에 몰리고 있다.
이는 짧은 기간안에 일반자격증보다 전문직인 컴퓨터속기사 자격증을 따기가 비교적 쉽고 구의회나 출판사 등 앞으로 취업문이 넓게 열려있기 대문이다.
현재 컴퓨터속기학원은 서울의 고려속기학원 등 4곳을 비롯,부산,대구,인천 등 전국에 20여곳이 성업을 이루고 있다.
속기협회에 따르면 현재 수강생들은 2천4백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졸업 예정자 및 취업희망자들이나 최근에는 주부들도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 속기학원들도 컴퓨터속기학원으로 전환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 컴퓨터속기가 등장한 것은 지난 90년 4월.
한국속기협회장직을 맡고 있는 허현씨(60)와 한양대 전산학과 전창호,김한우교수팀이 처음으로 컴퓨터속기타자기를 개발하면서 보급되기 시작했다.
23개의 자판으로 작동되는 컴퓨터타자기는 자판을 칠때전혀 소리가 나지않고 일반타자기나 워드프로세서보다 3∼6배 빠르다.
또 손으로 쓰는 수필속기에 비해 시간에 있어 훨씬 성능이 뛰어나다.
속기사가 5분동안 쓴 수필속기를 풀어 쓰는데 50분,다시 타자로 쳐 문서화하는데 30분 등 모두 1시간20여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타자기속기는 치는 순간 컴퓨터를 통해 풀어쓰고 프린트하는 모든 과정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한글의 한자변환 프로그램을 개발,공문서 자료를 만드는데 더욱 쉽게 됐다는 것이다.
한편 허씨는 지난 9월 기존의 제품에 잘못된 글자를 속기사에게 알려주며 속기사들의 교육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모니터에 직접 속기자를 나타내는 프로그램을 개발,보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학습과정이 9개월정도 걸리던 것이 6개월로 단축됐다.
컴퓨터속기는 서울시의회,중랑구,경기의정부,김포 등의 구의회가 사용하고 있으며 부산의 경우에는 거의 모든 구의회가 쓰고 있다.
또 정당회의실,변호사사무실,출판사 등에서 회의기록이나 문서작성,원고입력 등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심지어 안양의 K교회의 경우에는 목사의 설교를 문서화해 신자들에게 배포하거나 속기사들끼리 모여 전문속기사무소를 설립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전남 순천에서 속기강사를 하는 박모양(23)는 『수필속기 3급자격증을 가지고 있었으나 요즘에는 컴퓨터속기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늘어나 다시 컴퓨터 속기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허씨는 『현재의 국회와 기초의회는 물론 앞으로 광역자치단체까지 구성되면 속기사의 수요는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