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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마처럼 얽힌 동예루살렘, 이스라엘 공습에 가자 13층 건물도 와르르

    난마처럼 얽힌 동예루살렘, 이스라엘 공습에 가자 13층 건물도 와르르

    이스라엘 동예루살렘의 구시가지 지도다. 연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로켓포 발사와 이스라엘 군의 공습 충돌 소식이 들려오는 곳이다. 보통 3대 종교의 시원으로 알려져 있다.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가 모두 이곳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아울러 남서쪽 아르메니아 정교 구역까지 4대 종교가 바로 이웃하고 있다. 철천지 원수들이 등을 맞대고 있다. 무력 충돌의 도화선이 된 알아크사 사원은 동쪽 끝 성전산 구역 안 가장 아래에 있다. 서쪽 담이 유대인 구역의 이른바 통곡의 벽이다. 마침 10일(이하 현지시간)은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통해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것을 기념하는 ‘예루살렘의 날’이었다. 매년 이날 정통 유대교도들은 이스라엘 깃발을 앞세우고 보란 듯이 구시가지를 행진했다. 알아크사 사원에 모인 팔레스타인인들은 종교 활동의 형평성을 요구했다. 또 구시가지에서 북쪽으로 2㎞ 떨어진 셰이크 자라 정착촌 관련 소유권 판결을 똑바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항변은 이렇다. “이스라엘 경찰은 정통(사실 극단이다) 유대교도들의 종교 활동은 방관하며 우리 무슬림들이 알아크사 사원에서 뭐라도 하면 제지하고 방해한다.” 이스라엘 경찰은 최루탄과 섬광탄 등을 쏘며 사원 내 시위대를 해산하고 일부를 체포했다. 사태 악화를 우려한 당국은 유대인들의 구시가지 행진을 불허했고 정착촌 판결을 미루는 유화책을 썼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를 잠재우지 못했다. 유대인들은 통곡의 벽에서 집회를 가졌다. 무력 충돌은 이틀째 더욱 격렬해졌다. 11일 새벽부터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겨냥한 로켓포 공격이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하마스는 이번 작전을 ‘예루살렘의 검’으로 명명했다. 이스라엘군도 ‘성벽의 수호자’란 작전명을 내걸고 전투기 등을 동원해 가자지구 내 수백개 목표물에 보복 공습을 이어갔다. 공습 목표물 중에는 하마스 부대 지휘자와 정보기관 본부, 무기 생산시설, 하마스 등 무장 정파들의 군사기지, 터널 등이 포함됐다고 군은 설명했다. 특히 이날 저녁 가자지구에 있는 13층짜리 주거용 빌딩을 폭격해 무너뜨렸다. 팔레스타인 뉴스통신 와파 등은 보건당국 관리를 인용해 이스라엘의 공습 때문에 아동 10명을 포함해 28명이 숨졌고 152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사망자 가운데는 15명의 하마스 및 무장단체 지휘관이 포함됐다고 조나탄 콘리쿠스 이스라엘군 대변인이 밝혔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하마스 측이 이틀간 이스라엘을 겨냥해 발사한 로켓포는 800발이 넘는다. 다수가 이스라엘 방공망에 요격됐지만, 일부는 남부의 아쉬도드, 아슈켈론, 브네이 아비시 등의 민간인 거주지와 학교 등을 강타했다. 하마스는 또 이스라엘의 고층빌딩 폭격에 대응해 130여발의 로켓포를 중부 텔아비브 인근 리숀 레시온, 홀론, 기바타임 등지에 쏘았다.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으로 남부 아슈켈론에서 처음으로 이스라엘측 사망자 2명이 나왔고, 이어 리숀 레시온에서도 여성 1명이 사망했다.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대부분 경상이지만 일부 위중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슈켈론과 엘라트를 잇는 국영 석유회사의 연료용 파이프가 폭파되기도 했다. 자국민 사망 소식을 접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오전 중 “이제 공격의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고, 텔아비브 인근 도시가 공격을 받은 뒤에는 “하마스가 무거운 대가를 치를 것이다. 그 공격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보복 의지를 불태웠다. 베니 간츠 국방 장관도 “지금까지의 공격은 시작에 불과하다. 테러단체는 큰 타격을 입었고 우리는 계속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추가적인 공격 등에 대비해 남부에 아이언 돔 요격미사일과 2개 공수여단을 추가로 배치하는 한편, 예비군 5000명에 대한 동원령도 내렸다. 또 국내전선사령부는 가자지구로부터 반경 40㎞ 이내의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가, 중부지역까지 공격 당하자 휴교령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아랍연맹(AL)은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이 무차별적이며 무책임하다고 강력 비판했다. 아흐메드 아불 케이트 AL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에서 규칙을 어겼다. 또 극단주의 유대교도의 행동은 용인하고 팔레스타인 주민과 아랍계에는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이슬람협력기구(OIC)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점령군이 무슬림들의 이슬람 사원 접근을 막고 야만적인 공격을 감행했다고 비난했다. 이란 의회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점령 정권의 범죄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란 의회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팔레스타인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보호군을 보내는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피터 스타노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예루살렘 긴장 완화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자제를 촉구했다. 이집트와 카타르 그리고 유엔은 중재를 시도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유엔 안보리도 소집됐지만 뾰족한 방법이 있을 리 없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하마스의 공격을 비난하면서도 양측 모두에 자제를 촉구했다. 또 예루살렘이 ‘공존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며 이스라엘을 압박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인 마무드 압바스에게 서신을 보냈다고 한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 직후 압바스가 축하 서신을 보낸 데 대한 답장이었다. 이 관계자는 “서신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폭력 사태를 누그러뜨리고 안정을 회복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한 팔레스타인 지도부와의 지속적인 활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이스라엘 지원 부족이 동맹에 대한 새로운 공격을 이끌고 있다고 비난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동예루살렘 나흘째 충돌, 팔레스타인 로켓포 100여발에 이스라엘 공습

    동예루살렘 나흘째 충돌, 팔레스타인 로켓포 100여발에 이스라엘 공습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 정파 하마스가 동예루살렘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의 시위를 강경 진압한 이스라엘을 겨냥해 로켓포 일제 사격을 가했다. 10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저녁 6시부터 분리 장벽 인근 이스라엘 남부를 겨냥해 산발적인 로켓포 공격을 가했다. 하마스는 이날 가자지구의 여러 무장 단체들이 100발 이상의 로켓포를 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통해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것을 기념하는 ‘예루살렘의 날’인 이날 동예루살렘의 이슬람 3대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에서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반이스라엘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 섬광 수류탄 등을 동원해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다. 종교 활동 제한과 정착촌 갈등이 불씨가 되어 라마단의 마지막 금요일인 지난 7일부터 나흘째 이어진 충돌이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에 따르면 이날 충돌 과정에서 305명이 부상했다. 이 가운데 228명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위중한 환자도 다수 있다. 하마스는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한 이스라엘에 이날 오후 6시까지 알아크사 사원 등에서 병력을 철수하라는 경고를 보내고, 시한이 되자 로켓포 공격을 시작했다. 하마스의 공격에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 전역의 대피소가 열리고 주민들이 대피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날아온 대부분의 로켓포가 ‘아이언 돔’ 미사일에 요격됐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군은 전투기 등을 동원해 가자지구의 하마스 군사기지와 터널 등에 대한 보복 공습을 감행했다고 설명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미성년자 9명을 포함해 2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으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로켓포 공격을 가한 하마스에 대해 “레드라인을 넘었다. 강력한 힘으로 응징할 것”이라며 “우리를 공격하는 사람은 누구건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마스도 성명을 통해 “예루살렘이 우리를 불렀고 우리는 응답했다. 이스라엘이 계속한다면 우리도 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팔레스타인 주민 수천명은 이날 새벽부터 알아크사 사원에 모여 시위에 나섰고, 경찰은 오전부터 최루탄과 섬광탄 등을 쏘며 사원 내 시위대를 해산하고 일부를 체포했다. 서쪽 벽(일명 통곡의 벽)에는 수천 명의 유대인이 모여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애초 이들은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팔레스타인 주민과 경찰이 충돌했던 장소 등이 포함된 예루살렘 구시가지를 행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태 악화를 우려한 당국은 구시가지 행진을 불허했다. 이스라엘 대법원도 팔레스타인 주민의 반발 확산을 우려해 이날로 예정됐던 동예루살렘 셰이크 자라 정착촌 관련 판결 일정도 연기했다. 셰이크 자라는 예루살렘 구시가지에서 북쪽으로 2㎞ 지점에 있으며, 이곳의 이스라엘 정착촌 유대인들은 부동산을 획득하려고 오랫동안 팔레스타인인들과 법정 분쟁을 벌여왔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김종대의 한반도 시계] 미얀마 군부가 믿는 구석

    [김종대의 한반도 시계] 미얀마 군부가 믿는 구석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이 이끄는 미얀마 군부 세력은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 미국이나 중국이 절대 자신들의 내정에 개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그런 믿음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얀마를 포함한 10개의 아세안 국가들은 다른 나라에 감 놔라 배 놔라며 개입하지 못한다. 아세안 회원국인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을 보라. 민주국가는 보이지 않고 왕정이나 일당독재, 또는 민주화 초기의 혼란을 겪고 있는 나라들이다. 이들 나라는 대부분 소수민족 문제로 분열하고 내전을 겪었거나 가혹한 시민 탄압이 간헐적으로 자행됐다. 그러나 이걸 이유로 회원국 간에 서로 비난하거나 충돌한 적은 없다. 아세안이 설립된 1967년 이후 동남아에서 일어난 전쟁은 모두 외세의 개입에 의한 전쟁이었지 아세안 회원 국가 사이에 무력 충돌이 일어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세안 창립 당시의 방콕 선언은 “어떠한 형태의 외세 개입”도 반대한다는 것을 강력히 천명하고 있고, 그 이후 아세안은 회원국들의 주권과 자결의 원칙을 지켜 왔다. 이는 나폴레옹 전쟁 후인 1814년에 왕정국가들이 만든 빈체제(Vienna system)와 비견된다. 반동적인 왕정연합 빈체제가 유럽에서 100년의 평화를 만들었다. 빈체제에 비해 느슨하기는 하지만 권위주의 공동체인 아세안은 지난 50여년간 동남아시아에서 평화와 번영의 초석이었다. 동남아 국가들의 핵심 문제는 민주주의가 아니었다. 진정한 국가안보는 권위주의건 사회주의건 나라를 잘 다스려 안정시키는 것이고, 남의 나라 일에 쓸데없이 간섭하지 않는 데 있다. 옆집에 불이 나도 내 집만 안전하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아세안 국가들 중에는 팽창주의 국가가 보이지 않는다. 패권을 노리며 지역 질서를 변경하려는 수정주의 세력도 없다. 특별한 규범을 타국에 강요하지 않으면서 공존을 지향한다. 제국주의와의 투쟁 속에서 반외세와 자결의 역사를 써 온 강력한 동남아의 지역 정서라 할 수 있다. 이런 민족공동체 국가주의는 항상 민주주의를 압도한 사상으로 현재 동남아 질서의 토대를 형성했다. 미얀마 군부가 견고한 주권 사상으로 스스로를 정당화하면서 내전으로 악화되는 상황을 안정화한다면 과연 주변국이 개입할까? 지금 미얀마 군부는 북부 소수민족 무장 세력을 제압할 기회를 노리며 명분을 축적하는 중이다. 머지않은 시기에 군부는 탱크와 전투기를 앞세워 소수민족 거주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전개하게 되면 참혹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상황을 깨끗이 정리할 것으로 기대한다. 비극이 다가오고 있다. 안타깝게도 미얀마 시민불복종운동(CDC)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지원할 것을 기대하며 애타게 도움을 요청한다. 미국이 2010년의 시리아처럼 반군에 무기를 지원하게 되면 지정학적 격변으로 이어지는 시리아 사태의 재판이 될지도 모른다. 아랍의 봄에서 좌절한 중동과 달리 아세안 국가들의 시민들은 교육 수준이 높고 기술문명에 친화적이며 훨씬 개방적이다. 근본주의자들도 아니다. 시장경제에 힘입어 성장한 시민세력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세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미얀마 시민은 미얀마 군부가 믿는 신성한 주권의 사상을 잠식하면서 세계의 개입을 촉구한다. 국제사회가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결단한다면 시민을 보호하는 인도적 개입을 구상할 수 있다. 21년 전에 새 천년을 맞이한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제안해 구성된 국제위원회(ICISS)는 개별 국가가 인권보호의 책임을 다하지 못할 경우 국제사회가 개입해야 한다는 ‘보호책임(R2P) 개념’을 고안했다. 이 개념은 주권과 충돌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다. 그러나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국가 주권을 우회하면서 시민에 대한 직접 지원을 촉진하고 학살 위협 피해자들에 대한 긴급 보호, 난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현대 기술문명을 활용한 활발한 소통과 적절한 자금 투입, 외교적 압박을 망라하는 구상이다. 교육과 정치의식 수준이 높은 동남아 시민과 연대하는 새로운 전략은 분명 중동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 군부가 믿는 구석이 사라지는 것이다.
  • 요르단 ‘왕자의 난’ 이틀 만에 봉합, 사우디 어떤 역할 했길래

    요르단 ‘왕자의 난’ 이틀 만에 봉합, 사우디 어떤 역할 했길래

    중동에서 가장 안정적인 나라로 손꼽히는 요르단의 정정 불안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웃 나라들과 멀리 미국의 막후 중재가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의 이복동생 함자 왕자가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쿠데타 음모를 꾸몄다는 이유로 가택연금에 처해졌는데 이틀 만에 국왕에게 충성을 맹세함으로써 봉합되고 있다.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일단 요르단 왕실의 내홍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지만 곧이 들을 일은 아닌 것 같다. 압둘라 2세 국왕은 7일 성명을 내 “함자 왕자는 내 보호 아래 있으며 이번 사태로 상당한 충격을 받고 가슴이 아팠지만 이제 왕국은 안정되고 안전하다”고 밝혔다. 왕실이 5일 공개한 함자 왕자의 서한에는 “나에 대한 처분을 국왕 폐하에게 맡긴다”며 “난 사랑하는 요르단 헌법에 계속해서 헌신하고 국왕 폐하와 그의 (아들인) 왕세자를 돕겠다”고 했다. 함자 왕자의 변호인도 그가 충성 서약서를 썼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영국 BBC에 동영상 두 편을 보내 “합참의장이 찾아와 집 밖에 나가지 말고 사람들을 만나지도 말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한 지 이틀 만이다. 요르단 정부는 “함자 왕자가 외세와 결탁해 국가 안정을 저해하는 행동을 했다”며 그의 측근 15명을 체포하고 그를 가택연금에 처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와 접촉하지 않았느냐는 의심도 제기됐고, 국왕이 공개 비판한 부족들의 회의에 참석한 것이 빌미가 됐다는 얘기도 있다. 1999년 압둘라 2세 즉위 이후 두드러진 권력 다툼이 없었던 왕실에서 불협화음이 노출되자 왕실 어른들이 서둘러 중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압둘라 2세의 삼촌인 하산 왕자의 중재가 결정적이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1952년 즉위한 선왕(先王) 후세인 1세는 1965년 동생 하산 왕자를 왕세제로 지명했다. 하지만 후세인 1세가 1999년 암으로 별세하기 3주 전 하산 왕세제의 왕위 승계권을 빼앗아 아들인 압둘라 2세를 왕세자로 책봉했다. 하산 왕자는 34년간 기다린 왕위를 눈앞에서 빼앗겼지만 입을 굳게 다물고 형의 뜻을 따랐다. 이런 사연을 간직한 하산 왕자가 조카들인 압둘라 2세와 함자 왕자의 갈등 조율에 나서자 모두 수긍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왕은 네 부인과 결혼해 11명의 자녀를 뒀다. 두 번째 부인인 영국인 무나 왕비와의 사이에 큰 아들이 압둘라 2세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함자 왕세제는 네 번째 미국인 부인인 누르 왕비와의 사이에 낳은 큰아들이다. 이복형은 2004년 이복동생 함자의 왕세제 지위를 박탈했다. 왕실이 공개적으로 천명하지 않았지만 압둘라 2세 국왕이 함자 왕자를 처벌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왕실이 이날 성명을 통해 “함자 왕자는 요르단과 아랍 세계에 기여가 높은 인물로서 기후변화 대응 이슈에 대해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힌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왕실 내부의 조율도 있었지만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우방이 일제히 압둘라 2세 지지를 선언한 것도 함자 왕자 운신의 폭을 좁힌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요르단 왕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왔고 미국과 동맹의 한 축으로서 중동지역의 갈등을 중재하거나 봉합해 온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3일 체포된 인사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인물이 요르단 왕실법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제의 경제자문인 바심 아와달라이다. 두 나라 복수 국적자이며 사우디의 고위급 인사가 망라된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포럼’의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는 사우디 외무장관이 이끈 사절단이 암만까지 달려와 아와달라를 데리고 리야드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요르단을 아예 떠나지 않겠다고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사우디 관리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아와달라는 사실 국제적으로도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빈 살만 왕세제와 막역할 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를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무함마드 빈 자예드 왕세제와도 가깝다. 그는 이스라엘 예루살렘 주변의 팔레스타인 토지를 UAE가 사들이는 데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나라 국경은 척박한 사막으로 싸여 있지만 이들은 유목 부족일 때부터 긴밀히 연결돼 있었다. 국경 근처 베두인 부족들은 수시로 사우디 영토를 넘나들었다. 아랍의 봄 봉기가 일어났을 때도 수니파의 두 맹주국은 서로를 챙기며 버텨냈다. 이스라엘이 요르단의 정정 불안을 바란다고 보기도 쉽지 않다. 1994년 중동 평화협정도 요르단 왕실의 중재 없이는 불가능했다. 이웃 나라들이 모두 꺼림칙해 하던 이라크와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인 요르단은 천연자원이 상대적으로 빈약해 경제 토대에 충격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덮쳐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지지율도 현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하셰미테 왕실이 무너지면 지역 전체가 격랑에 휘말릴 여지가 있다. 어쩌면 알카에다와 이슬람 국가(IS)는 그토록 바라던 일이 벌어질까 잔뜩 기대했다가 입맛을 다시고 있을지 모른다고 BBC는 지적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대만서 350명 태운 열차 터널 안에서 탈선, 적어도 34명 참변

    대만서 350명 태운 열차 터널 안에서 탈선, 적어도 34명 참변

    대만에서 청명을 앞두고 성묘 등을 위해 이동하던 이들을 비롯해 350명을 태운 열차가 터널 안에서 탈선하는 바람에 적어도 34명이 숨졌다고 영국 BBC가 2일 전했다. 대만 중동부 화리엔의 도로코 협곡 터널 안에서 이날 아침 9시쯤 열차가 탈선해 차량 4량이 뒤엉켜 전도되는 바람에 72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현지 교통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참사는 터널 안 선로에 있던 유지보수 차량과 충돌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여성 생존자는 현지 UDN 매체 인터뷰를 통해 “갑자기 차량이 튀어오르는 것처럼 느껴졌고 내 몸이 바닥에 떨어졌다”면서 “밖으로 빠져나오기 위해 창문을 깨서 지붕 위로 기어올랐다”고 참사 순간을 돌아봤다. 차이윙원 대만 총통은 아직도 많은 이들이 객차 안에 갇혀 있다면서 긴급 구조인력을 투입하고 있으며 다친 이들을 구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100명 정도가 4개의 객차에서 빠져나와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고 전했다. 이번 열차 참사는 대만 최악의 열차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2018년에도 한 열차가 탈선해 18명이 희생된 일이 있다. 지난 1991년에는 두 열차가 추돌해 30명이 목숨을 잃고 112명이 다친 일이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쓰레기 없는 친환경 녹색경제 ‘앞으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쓰레기 없는 친환경 녹색경제 ‘앞으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원조 사업을 수행하면서 발생하는 폐포장재를 ‘업사이클링 가방’으로 탈바꿈시키거나 잔반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 그린경제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aT는 2018년부터 우리 정부의 식량원조협약 가입에 따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함께 중동, 아프리카에 인도적 목적의 해외 식량 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쇄 불량이나 작업 중 파손 등의 사유로 발생하는 쌀포대를 aT는 ‘업사이클링 가방’으로 재탄생시키기로 했다. 업사이클링 가방이란 단순히 재활용하는 ‘리사이클’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것이다. 가방 제작은 아프리카 우간다 식수 운반용 가방을 제작해 기부하는 사회적기업 ‘제리백’에서 맡고 있다. aT는 지난해 12월 홍수로 피해를 본 미얀마 지역 주민들이나 나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국내 다문화 가족에게 수백개의 가방을 기부하기도 했다. 나아가 aT는 잔반 절감을 통해 환경보호와 기아 퇴치에 기여하기 위해 ‘제로 웨이스트, 제로 헝거’(ZWZH)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WFP가 주도하는 이 캠페인은 개인이 음식 남기지 않기를 실천하고, 식당이 음식물 쓰레기를 줄임으로써 그 절감 비용으로 기아에 처한 이들을 돕고 환경보호와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는 내용이다. 현재 aT는 구내식당에 세계 최초로 ‘잔반 스캔 시스템’을 도입해 정확한 식수 예측으로 잔반을 점차 줄여 나가고 있다. 또 월 1회 제로헝거 데이를 추진해 전 임직원을 상대로 잔반 줄이기를 독려할 계획이다. 김춘진 aT 사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사업을 통해 그린경제를 실천하면서 우리 지역과 국제 사회의 소외계층 지원에 앞장서는 공공기관이 되겠다”고 말했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수에즈 운하 정상화 몇주 걸릴지 모르는 이유, 왜 희망봉 우회 검토할까

    수에즈 운하 정상화 몇주 걸릴지 모르는 이유, 왜 희망봉 우회 검토할까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가장 짧은 항로인 수에즈 운하를 대형 컨테이너선이 가로로 막아 일어난 항행 정체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현재 양 방향으로 항해하려다 하릴없이 멈춰 서 있는 배가 150여척에 이르고 컨테이너선을 다시 떠오르게 하기 위한 작업에 며칠, 최악의 경우 몇 주가 걸릴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각국 해운사들이 멀리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돌아가는 방안까지 심각하게 저울질하고 있다. 대만 회사 에버그린 마린이 소유하고 파나마에 선적을 둔 ‘에버 기븐 호’는 길이가 400m 넘어 축구장 넷을 이어붙인 크기다. 지난 23일 오전 7시 40분(한국시간 오후 2시 40분)쯤 193㎞ 길이의 수에즈 운하 남쪽 진입로에 들어온 지 얼마 안돼 너비가 200m 밖에 안되는 수로를 비스듬히 가로로 막아버렸다. 영국 BBC가 무게가 20만t이나 나가는 컨테이너선을 운하 수로에서 어떻게 들어올려 다시 항해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25일 살펴봐 눈길을 끈다. 부양 작업을 총괄 지휘하는 버나드 슐테 십매니지먼트(BSM)는 애초 세 단계로 나눠 작업하려 했다. 먼저 둔치 기슭의 모래와 쓰레기를 제거하면서 아홉 척의 예인선이 둔치에 닿은 컨테이너선의 방향을 조금 돌려놓는다. 그 다음 배 바닥의 모래와 쓰레기를 제거한다. 마지막으로 3m 높이의 컨테이너 2만개와 연료를 빼내는 작업을 구상했다. BSM은 이날 아침 첫 단계부터 실패했다며 다시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래 둔치에 붙박힌 컨테이너선의 방향을 돌리기 쉽지 않은 것이다. 해서 세 단계 작업을 동시에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세계 최대 중량물 운반선 업체 보스칼리스가 불도저 등을 동원해 모래와 진흙을 걷어내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동시다발로 작업을 하다 배가 균형을 잃기라도 하면 훨씬 엄청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해서 아주 세밀하게 살펴보며 작업을 해야 해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미국 캠벨대학의 해양학자 살 메르코글리아노는 배의 무게 중심을 잘못 배분하면 배가 동강 날 수도 있다고 걱정하고 운하의 준설 작업을 늘 꾸준히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1869년 프랑스 정부가 완공한 수에즈 운하는 수심 8m에, 폭은 바닥에서 약 22m, 수면에서 57m였지만, 1967년에는 수로 폭이 가장 좁은 곳이 54m, 수심은 간조 때 거의 12m 밖에 되지 않았다. 1978년 이 운하에는 하루 평균 58척의 선박이 통과했다. 1975~80년 운하를 확장해 흘수 16m의 선박들까지 운항할 수 있었지만 2015년 이집트 정부는 주 물길의 수심을 더 깊게 파고 35㎞ 구간은 여러 대의 선박이 동시에 통과할 수 있도록 보조 운하를 개통하는 등의 노력으로 정체를 완화하려 했다. 이에 따라 에버 기븐호 같은 대형 컨테이너선도 항행할 수 있게 됐는데 이런 식으로 좌초하니 양쪽 항행이 꽉 막혀버렸다. 남쪽 수에즈항과 북쪽 사에드 항, 그레이트 비터 호수의 지난해 하루 평균 대기 선박 수는 각각 44척과 38척, 9척이었는데 현재 69척, 64척, 24척이 항행이 재개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이 배의 일본인 선주사 쇼에이 키센 카이샤는 사과하는 한편 가능한 문제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규모의 덴마크 선사 머스크는 이날 성명을 내고 “희망봉 경유를 포함한 모든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중요하고 시간에 민감한 화물은 항공기로 운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구체적인 결정은 나오지 않았으며 수에즈 운하가 언제까지 통과할 수 없는 상태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파그로이드도 “수에즈 운하 사태가 운송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으며, 현재 희망봉 우회가 가능한 선박을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덴마크 해운회사 톰은 고객들이 희망봉 우회 노선을 이용할 경우 생기는 추가 비용을 문의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국내 선사 HMM도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항로 변경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봉을 경유하면 노선 거리가 약 9650㎞ 늘어나는데 대형 유조선이 중동산 원유를 유럽으로 운송하는 연료비만 30만 달러(약 3억 4000만원) 늘어난다고 블룸버그는 추산했다. 그런데도 대형 해운회사들이 희망봉 우회를 검토하는 것은 운송 지연 손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선박 운항이 하루 지연되면 선주는 대략 6만 달러(약 7000만원)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해운산업 전문지 로이즈 리스트 분석에 따르면 수에즈 운하가 막혀 매일 96억 달러(약 10조 8576억원) 어치 화물의 운송이 차질을 빚고 있다. 서쪽으로 가는 화물은 51억 달러이고, 동쪽으로 이동하는 화물은 45억 달러 정도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독일산업협회(BDI)를 포함한 많은 금융 전문가들이 이번 사태가 세계경제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IS에 무너져내린 성당 앞에서 교황 “평화가 전쟁보다 위력적”

    IS에 무너져내린 성당 앞에서 교황 “평화가 전쟁보다 위력적”

    가톨릭 교황 중 처음으로 이라크를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7일(현지시간) 수니파 극렬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의 공격으로 크게 파손된 성당과 교회를 찾아 전쟁 희생자들을 다독였다. 이날 아침 북부 쿠르드 자치구의 아르빌에서 헬리콥터를 이용해 모술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IS와의 전쟁 과정에 파괴된 네 군데 교회의 가운데 있는 ‘교회 광장’에서 평화로운 공존을 호소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 된 기독교 공동체 가운데 하나였던 모술은 지난 2017년 IS가 패퇴하기 전까지 최대 거점이었다. 모술이 속한 니나와주(州)에선 IS의 공격으로 수십만명의 기독교인들이 이주해야 했다. 교황은 벽이 부분적으로 무너져내린 모술의 알타헤라 시리아 가톨릭 성당을 배경으로 한 연설을 통해 “기독교인들이 이라크와 다른 지역에서 비극적으로 추방된 것은 해당 개인과 공동체뿐 아니라 그들이 떠난 지역에도 헤아릴 수 없는 피해를 줬다”면서 이라크와 중동 지역 기독교인들이 고향에 머물 수 있도록 기원했다. 교황은 “문명의 요람이었던 이 나라가 그토록 야만스러운 공격으로 피해를 보고 고대 예배소들이 파괴되고, 수많은 무슬림과 기독교인, 야지디족 등이 강제로 이주되거나 살해된 것은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라고 개탄하면서 특별히 IS의 대량 학살과 납치, 성노예 대상이 됐던 야지디족의 역경을 언급했다. 이어 “하지만 오늘 우리는 형제애가 형제살해죄보다 더 오래 가고, 희망이 증오보다 더 강력하며, 평화가 전쟁보다 더 위력적임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어 모술로부터 30㎞ 떨어진 도시 카라코시를 방문해 미사를 집전했다. 카라코시는 이라크의 가장 오래된 최대 기독교 마을로, 2014년 IS가 장악하면서 파괴됐다가 2017년 이후 기독교인들이 돌아와 서서히 복원되고 있다. 모술 성당과 마찬가지로 알타헤라로 불리는 카라코시 성당 미사를 통해 교황은 신자들에게 “꿈꾸기를 멈추지 말라. 포기하지 말라. 희망을 잃지 말라”고 당부하며 “지금은 재건하고 다시 시작할 때”라고 위로했다. 다시 아르빌로 돌아온 교황은 현지 스타디움에서 IS 치하에서 살아 남은 기독교인들을 위로하기 위한 대규모 미사를 집전했다. 코로나19 확산 위험에도 수천명이 참석해 교황을 환영했다. 교황은 “여러분들과 함께 하면서 슬픔과 상실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동시에 희망과 위로의 목소리도 들었다”면서 “이제 내가 로마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지만 이라크는 내 마음 속에 항상 남아있을 것”이라고 축복했다. 아르빌은 지난 몇년 동안 IS의 폭력을 피해 연고지를 떠난 난민들의 수용소가 돼 왔다. 교황 경호대 측은 이라크 북부에 여전히 IS 잔당이 남아 있음을 고려해 경계 태세를 최고조로 높였다.교황은 아르빌 미사를 마친 뒤 2015년 9월 난민선을 타고 가다 익사해 전세계에 난민의 비극을 알린 시리아 난민 아이 알란 쿠르디(당시 3세)의 부친 압둘라 쿠르디를 만나 위로했다. 교황은 오랜 시간 압둘라 쿠르디와 대화했고, 가족을 잃은 아버지의 고통을 경청했다고 교황청은 전했다. 알란과 그의 형, 어머니 등은 다른 난민들과 함께 소형 보트를 타고 터키에서 그리스 코스섬으로 가다 배가 뒤집히면서 익사, 터키 남서부 해안에 떠밀려와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됐다. 아르빌 일정을 마친 교황은 수도 바그다드로 이동하면서 이라크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고 8일 오전 로마로 돌아간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씨줄날줄] 교황과 아브라함/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교황과 아브라함/임병선 논설위원

    이라크 남부 우르는 고대 도시다. 5300년 전에 시작돼 최초의 인류문명이라는 수메르인들의 사원 지구라트 유적이 있다. 아브라함이 태어나 자란 곳이기도 하다. 구약성서 ‘창세기’ 편을 보면 미지의 땅에 새 민족을 세우라는 하느님의 부름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이행한 것이 그였다. 부름을 받고 메소포타미아(갈대아) 우르를 떠나 (지금의 터키 땅인) 하란을 거쳐 미지의 땅 가나안에 도착했으며, 이것이 이스라엘 민족의 태동이었다.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 모두 믿음의 기원으로 아브라함과 우르를 꼽는다. 고대 근동 부족들이 공통의 조상으로 여긴 것이 아브라함이었다. 3대 유일신 종교가 모두 이 도시에 뿌리를 두고 갈등하고 충돌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2000년 가톨릭 역사에 역대 교황이 한 번도 찾지 않은 곳이 이라크였다. 성(聖) 요한 바오로 2세가 1999년 사담 후세인 정권과 교섭을 벌였지만 정세가 나빠져 방문이 무산됐고, 2001년 9·11 테러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얘기도 꺼내지 못하게 됐다. 2013년 즉위한 뒤 여러 차례 아브라함의 고향을 찾고 싶다고 얘기했던 제266대 프란치스코(85) 교황이 지난 5일 바그다드에 도착, 다음날 시아파의 성지인 나자프에서 세계 시아파 무슬림들의 존경을 받는 최고 성직자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90)를 만나 이라크의 기독교인들을 포용해 달라고 당부한 뒤 곧바로 우르를 찾았다. 최근 림프종에 걸린 사실을 털어놓은 교황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이라크를 찾은 것은 선지자 아브라함의 길을 좇겠다는 의지의 발로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15개월 동안 해외순방을 하지 못했던 교황이 첫 방문지로 로켓과 미사일이 수시로 날아들고 성당과 교회를 겨냥한 자살폭탄 공격이 무람하게 벌어지는 이라크를 택한 이유에도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곳이야말로 ‘신의 평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황은 아브라함의 생가 복원터(사진)가 바라보이는 언덕에서 기독교·이슬람·야지디교 지도자들을 만나 “아브라함의 땅이자 신앙이 태동한 이곳에서 가장 큰 신성모독은 형제자매를 증오하는 데 하느님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임을 단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는 기독교인 못지않게 극렬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로부터 핍박과 박해를 받아 온 야지디족들을 끌어안아 달라고 무슬림들에게 호소했다. 7일에는 IS에 철저히 짓밟힌 북부 아르빌과 모술 등을 찾아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이 우르 평원에 불어넣은 조그만 숨결이 종교 간 대화, 중동의 안정을 불러오는 계기가 되고 북한 방문으로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미얀마서 한국 최루탄 사용됐나…문 대통령 “폭력 중단”

    미얀마서 한국 최루탄 사용됐나…문 대통령 “폭력 중단”

    문재인 대통령은 6일 미얀마 군부의 반군부 시위대 유혈 진압이 계속되는 것과 관련해 “미얀마 국민들에 대한 폭력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더이상 인명의 희생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얀마 군과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을 규탄하며, 아웅산 수찌 국가고문을 비롯해 구금된 인사들의 즉각 석방을 강력히 촉구한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와 평화가 하루속히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미얀마 군부의 유혈진압과 관련해 SNS로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지난 4일 미얀마 사태와 관련해 평화적 시위에 대한 미얀마 군과 경찰의 폭력적 진압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평화적이고 민주적으로 미얀마의 헌정질서가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적극 협력하는 동시에 우리 교민과 진출 기업의 안전에도 만전을 기해 나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달 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양국이 최근 미얀마 상황에 대해 우려를 공유하고, 민주적·평화적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전날인 5일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시위 진압 경찰의 총에 맞은 남성 1명이 사망했다. 미얀마 군부의 유혈진압으로 UN이 확인한 공식 사망자는 54명이며,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제 무기 거래와 사용을 감시하는 해외 비정부기구는 최근 미얀마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한국산 최루탄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을 내놨다. 영국의 무기 거래 조사단체 오메가리서치재단(Omega Research Foundation)은 지난 4일 단체의 SNS 계정을 통해 미얀마 노스 오칼라파에서 발견된 최루탄 발사체와 카트리지가 한국의 D사의 제품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재단은 지난달 미얀마 중부의 핀마나(Pyinmana)에서 발견된 수류탄형 최루탄 제품이 D사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오메가리서치재단은 미얀마 경찰이 착용한 장비들이 찍힌 사진을 근거로 한국에서 생산된 최루탄 발사기 또한 미얀마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 2014년 국내 업체들은 미얀마로 최루탄을 수출한 기록이 남아있다. 지난 2014년 당시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이 경남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그해 한해 27만7742발의 최루탄이 미얀마로 수출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들 제품은 모두 D사에서 생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2015년 이후 올해까지는 미얀마로의 최루탄 수출이 확인되지 않았다.최루탄의 외형만 보고 해당 제품이 한국산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2013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최루탄 수출에 대해 인도적 문제가 제기되면서 최루탄 수출이 중단되자 경찰이 안전수칙 준수와 탄피에 한국산 표기 금지를 조건으로 수출허가를 재개했기 때문이다. 제조사로 지목된 D사 측은 “미얀마에 수출한 내역이 없다”라며 “5년 정도까지는 수출 내역을 보관을 하는데 그전에 자료는 폐기돼 확인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년(2011년~2021년2월) 사이 한국에서 국외로의 수출 허가를 받은 최루탄은 모두 1173만4817발로 1년에 평균 100만발 정도 수출이 이뤄졌다. 국제엠네스티가 최루탄 오남용 사례로 꼽은 31개 국가 중 프랑스, 이스라엘, 케냐, 나이지리아, 터키, 페루, 코트디부아르, 인도네시아, 튀니지 등 9개 국가에도 한국산 최루탄이 수출됐다. 이중 터키의 경우에는 10년간 최소 220만발 이상의 최루탄이 수출 허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 한국이 바레인으로 수출한 최루탄이 중동의 봄 이후 촉발된 민주화 시위를 탄압하는 데 사용되고 바레인 정부군이 쏜 한국산 최루탄에 맞아 15세 소년이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한국으로 쏟아졌다. 1999년 경찰이 국가신용도 추락을 방지한다며 최루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면서 국내 시위현장에서 최루탄은 사라졌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교황 ‘아브라함의 고향’ 이라크 방문 “알수 없는 곳으로 걸어들어간다”

    교황 ‘아브라함의 고향’ 이라크 방문 “알수 없는 곳으로 걸어들어간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5일부터 나흘 동안 이라크를 방문한다. 걸핏하면 로켓이 날아드는 곳이다. 교황이 로마를 출발하기 이틀 전인 지난 3일에도 미군과 영국군 등이 사용하는 서부의 공군기지에 로켓 10여발이 날아왔다. 지난 1월에도 극렬 무장집단 이슬람 국가(IS)가 바그다드의 한 시장에서 쌍둥이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해 적어도 32명이 목숨을 잃었다. 가톨릭 신도가 있기는 한 건지 갸웃거리게 되기도 한다. 아브라함의 고향이며 구약성경의 무대인데 역대 교황 중 누구도 찾지 않았던 유일한 나라였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교황이 “알 수 없는 곳으로 걸어들어간다”고 전했다. 워낙 위험 요소가 널려 있는 곳이라 많은 측근들이 재고해 달라고 간청했지만 교황은 종교간 화합과 중동 지역의 평화, 그리스도인 공동체 복원 등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겠다며 물리쳤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15개월 동안 해외 방문을 자제하다 재개하는 건데 처음 찾는 나라가 이라크라는 건 예사롭지 않다. 아브라함의 고향이자 기독교와 이슬람, 유대교, 세 유일신 종교가 발원한 우르를 찾는다.국내 가톨릭 전문방송 cpbc 보도에 따르면 첫날 바그다드의 성 요셉 성당을 찾은 뒤 `구원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을 방문한다. 이라크 칼데아 가톨릭 교회 대변인인 알베르트 히샴 나움 신부는 “2010년 10월 31일 주일 미사가 봉헌되던 이 성당에서 끔찍한 테러 공격이 있었다. 당시 2명의 사제를 포함한 48명의 그리스도인이 희생됐다”고 돌아봤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라크의 그리스도인은 150만명으로 추산됐지만 불안한 정세와 IS의 박해 탓에 25만명 정도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성당들은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 재건에 힘쓰고 있는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교황의 방문을 간절히 바라는 이유다. 나움 신부는 “우리는 교황님이 이라크를 방문하는 동안 이곳을 찾아 순교자들을 기억할 것이라는 희망에 가득 차 있다”고 했다. 교황은 방문 사흘째에 모술과 에르빌, 카라코쉬 등 IS가 거점으로 삼았던 도시들을 차례로 찾아 IS의 만행 탓에 사격장이 돼버린 성당들을 찾아 전쟁의 참혹함을 간접 체험하게 된다. 그의 발언이 주목되는 이유다. 특히 모술은 중동 어느 지역보다 IS의 악행이 광범위하게 저질러진 지역이라 교황의 방문이 의미를 갖는다. 현지 블로거인 오마르 모하메드는 “IS가 어떻게 교회와 유적지를 파괴했는지, 어떻게 사람들을 살해했는지, 그들이 어떻게 모술의 그리스도인을 약탈했는지, 어떻게 그리스도인을 내쫓았는지 난 다 지켜봤다. 교황 방문 소식을 듣고, 수없이 울었다. 믿을 수 없이 기뻐 아이처럼 울었다. 이 일이 실제로 일어나다니! 난 그리스도인은 아니지만 그런데도 내 기도를 들어주신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째인 6일에는 이슬람 시아파의 최고 지도자 알 시스타니 아야톨라를 만나 종교간 화합에도 나선다.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추기경)은 “국가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그리스도인과 무슬림의 대화와 협력, 서로에 대한 이해, 형제애를 증진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다른 나라들을 찾을 때 타던 흰색에 지붕이 없는 자동차 대신 이라크 방문 내내 총탄은 물론 폭탄도 막아내는 차량을 이용한다. 이라크 당국은 그의 경호에 1만명의 군경 인력을 배치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대규모 집회나 미사는 하지 않고 참석 인원을 최소화해 진행한다. 하지만 마지막 에브릴 미사 때는 1만명 정도의 환송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일상이 지치니 뭐니해도, 상상 그대로의 풍경들

    일상이 지치니 뭐니해도, 상상 그대로의 풍경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감염병과의 싸움에서 국면을 전환시킬 방패를 얻은 셈이다. 그간 숨죽였던 해외 관광청들도 조금씩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아직은 ‘지면 여행’에 머물 수밖에 없지만 머지않아 실제 생활여행으로 이어질 것이란 희망이 전해진다.VR로 만나는 홍콩의 숨겨진 명소들 홍콩관광청은 ‘360 홍콩 모멘츠’(360 Hong Kong Moments) 캠페인을 시작했다. 홍콩의 숨겨진 매력을 가상현실(VR) 영상으로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그 가운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대표적인 명소 5곳을 꼽았다. 첫 번째는 홍콩에서 가장 높은 552m의 빅토리아 피크 전망이다. 해마다 700만명 이상이 찾는 홍콩의 대표 명소. 고층 빌딩과 숲, 주변 섬 등이 영상에 꽉 찬다. 두 번째는 역사가 담긴 도심 건축물 순례다. 마천루들 사이로 레스토랑으로 변신한 130여년 된 전당포, 전통 주상복합건물인 통라우 등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세 번째는 무역의 중심지 빅토리아 항구다. 고풍스런 느낌의 스타 페리, 스타의 거리, 최근 조성된 문화예술지구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네 번째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이층 전차, 트램이다. 117년 동안 서민의 발이 되어 준 트램은 주민과 여행자에게 ‘느림의 미학’을 선물한다. 특히 춘영 스트리트 마켓에서 노점상들을 양쪽에 두고 통과할 때가 하이라이트다. 다섯 번째는 화려한 네온사인이다. 수많은 네온사인이 모여 있는 ‘야우침몽’(야우마테이, 침사추이, 몽콕)은 가장 인기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샷 포인트다.태국 격리기간에 즐기는 골프 라운딩 태국에선 골프 격리 여행을 시작했다. 태국에서 2주, 자국에서 2주 격리를 감수하는 여행 상품이다. 쉽게 말해 태국 격리 기간에 지정된 6개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태국관광청 한국사무소에 따르면 이 상품의 첫 이용자는 한국인 41명이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인 단체가 해외 패키지여행을 떠난 것도, 태국 정부가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받은 것도 처음이다. 지난달 18일 출국한 이들은 치앙마이 등에서 골프를 치거나, 친지 방문 등의 일정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도착 후 사나흘은 호텔 객실 밖으로 못 나온다. 식사도 객실에서 한다. 객실 격리 기간은 방역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격리 기간에 유전자증폭(PCR) 검사는 세 번 받는다. 코로나 음성이 확인되면 최대 45일 동안 비자 없이 더 체류할 수도 있다. 태국관광청은 3월부터 매주 목요일 출발하는 골프격리 상품을 진행할 예정이다.그린배지 있다면 이스라엘 여행 OK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역시 빠른 속도로 관광 분야 봉쇄 조치를 해제하고 있다. 이스라엘 관광청 한국사무소에 따르면 백신 접종을 받은 ‘그린 배지’ 소지자는 식당, 스포츠센터 등 다중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여행도 즐길 수 있다. 오는 7일(현지시간)부터는 3차 완화 정책이 시행된다. 백신 접종 전인 ‘퍼플 배지’ 소지자도 일정 부분 상업시설 이용이 가능해진다. 최근엔 예루살렘에서 올해 첫 관광 프로젝트인 ‘예루살렘, 빛을 따라서’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두바이 맛 매력에 푹~ 푸드 페스티벌 ‘중동의 허브’ 두바이는 13일까지 자국 내 최대 미식 페스티벌인 ‘두바이 푸드 페스티벌’을 연다. 두바이 관광청 한국사무소는 “올해는 다국적 요리, 전통 에미라티 음식과 로컬푸드, 이색 레스토랑, 뛰어난 가성비의 요리 등 네 가지를 집중 소개할 것”이라고 전했다.잘츠부르크 웰빙 홀리데이 치유 시작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관광청은 돌소나무(스톤 파인), 꿀, 건초 등 전통적인 치유법으로 즐기는 웰빙 홀리데이를 추천했다. 돌소나무는 흔히 ‘알프스의 여왕’이라 불린다. 소나무의 치유 효과에 대한 믿음이 그만큼 단단하다는 의미다. 솔 숲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평균 수령 400년 이상의 돌소나무가 가득한 치어벤 코스 트레일이 유명하다. 각 호텔 등에서도 돌소나무 사우나를 즐길 수 있다. 건초를 활용한 치유법도 독특하다. 건초에 함유된 아로마와 활성 성분이 관절염, 스트레스 등의 완화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꿀 치유법도 인기다. 몸에 쌓인 독소를 배출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스위스 호반도시 로카르노 동백꽃 축제 스위스 남부의 호반도시 로카르노에선 19~21일 ‘동백꽃 축제’가 열린다. 노련한 정원사들이 화려한 솜씨로 가꾼 250여종의 동백꽃이 전시된다. 동백꽃 외에도 700종에 달하는 꽃들과 만날 수 있다. 에미리트 항공은 코로나 백신을 맞은 승무원들로만 팀을 꾸려 운항을 시작했다. 항공사 측은 “최근 두바이발 미국 로스앤젤레스행 항공편의 전 여정을 백신 접종을 완료한 직원들로만 꾸려 운항했다”고 밝혔다. 아랍에미리트의 자국민 백신 접종 횟수는 세계에서 두 번째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에 트럼프·툰베리·WHO 등 총 329명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에 트럼프·툰베리·WHO 등 총 329명

    역대 세번째로 후보 많아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가 329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자 명단에는 ‘단골’ 후보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노벨위원회는 지난달 1일 접수를 마감한 노벨평화상 후보에 개인 234명과 단체 95곳 등 329명이 이름을 올렸다고 이날 밝혔다. 역대 세번째로 많은 후보 수다. 후보가 가장 많았던 해는 2016년 376명이었다. 노벨상 후보 명단은 원칙적으로 최소 50년간 비밀에 부쳐지지만, 후보자를 추천한 인사들의 입을 통해 상당수가 사전에 공개된다. 일단 코로나19 대응을 최전선에서 이끄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이 후보로 추천됐다. 이들은 코로나19 백신을 공동으로 구매해 공평하게 분배하기 위한 국제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구성했다. 지난해 5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무릎 제압에 목을 짓눌려 숨진 사건을 계기로 전 세계로 퍼져나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 운동도 노벨평화상 후보로 지명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국경없는기자회(RSF), 언론인보호위원회(CPJ) 등도 후보자 명단에 들었다. 노벨평화상 ‘단골’ 후보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올해도 이름을 올렸다. 벨라루스에서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대선 불복 시위를 주도하는 야권 여성 지도자 스뱌틀라나 치하노우스카야, 베로니카 체프칼로, 마리야 칼레스니카바 등 3명도 후보에 올랐다. 지난해 8월 독극물에 중독돼 독일 베를린에서 치료를 받고 올해 1월 귀국한 직후 체포된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도 후보에 포함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도 나란히 이름을 올린 사실이 전해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에이비 버코위츠 전 백악관 중동 특사도 이들과 함께 후보가 됐다. 이들 3명은 이스라엘과 주변국들의 수교를 도와 중동 평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오는 10월 8일 발표되며,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열린다.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코로나19 대유행 와중에도 기아 대응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은 세계식량계획(WFP)이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자크 데리다는 “함께 잘 살아감”(living-well-together)이라고 한다. 너무나 당연해서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이 당연한 듯한 말이 구체적인 우리의 현실 세계에 들어오면 복잡하고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 ‘함께 잘 살아감’이란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종교, 생태 등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전히 남과 북으로 분리된 한반도에서 이 ‘함께 살아감’은 더욱더 커다란 도전을 받게 된다. ●코로나 시국, 모두의 삶이 연결되어 있더라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지구 온난화와 같은 생태위기의 문제가 더이상 정치가들이나 환경전문가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당연한 듯한 일상이 돌연히 중지됐다. 내 아이들, 친척들과 이웃 등 내가 아는 사람만이 아니라 알지 못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모두 나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경험하게 됐다. 나의 안전은 언제나 너의 안전과 분리불가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잘 살아감’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함께 살아감’의 과제는 낭만적인 구호가 아니다. 이 ‘함께’에 우리는 누구를 포함하고 배제할 것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이 ‘함께의 원’은 얼마나 작거나 또는 큰가. 또한 ‘잘 살아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남북한 국적 모두 가질 수 있는 날이 올까 ‘만약 가능하다면, 언젠가 남한과 북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기 원한다.’ 만약 어느 정치인이 이런 발언을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사람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받을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번에 ‘종북’, ‘빨갱이’라는 주홍글씨가 붙고, 보수정치인들과 기독교인들은 광화문에 모여 탄핵을 외치며 성토대회를 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북한과 남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고 싶다고 표현하는 교육자, 작가, 종교지도자, 언론인 또는 예술가가 있다면 단번에 학교에서는 직위 정지되고, 출판계약은 파기되고, 예정됐던 공연은 취소되면서 온갖 사회적 지탄과 공적 활동이 지극히 제한될지도 모른다. 이렇듯 가장 적대적인 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폭력과 살상이 벌어지고 있는 두 나라, 그 두 나라의 국적을 모두 가지는 꿈을 꾸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런 위험하고 불가능할 것 같은 질문을 현실로 옮긴 사람이 있다. 2020년 8월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UAE) 간 평화협정이 맺어지지 직전까지도 남한과 북한 이상의 적대관계를 가지고 테러와 폭력을 가해 오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 ‘원수’ 관계에 있는 두 나라의 국적을 세계 최초로 동시에 획득한 사람이 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이다. 그는 아르헨티나, 스페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명예 시민권을 포함해 모두 네 나라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유대인인 그는 많은 유대인이 여전히 ‘원수’로 생각하는 나라인 독일에서 거주하며 일하고 있다. 1999년 유대인인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 학자이며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 영문학 교수였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이집트, 이란,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그리고 스페인 배경을 가진 청년들을 단원으로 하는 오케스트라를 함께 창단했다. 사이드는 학자로서만이 아니라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음악 평론가이기도 하며 스스로 콘서트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사람이다.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오케스트라의 이름을 괴테의 시에 등장하는 구절을 따서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로 명명했다. 이 오케스트라는 2012년 제9회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기도 했고, 2016년 유엔은 이 오케스트라를 ‘평화와 일치’를 추구하는 모델로 선정하기도 했다. 남한과 북한의 관계 이상으로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 지역의 청년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어떠한 역할을 한 것일까. 바렌보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오케스트라는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평화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것은 무지에 대항하는 프로젝트로서 태동했습니다.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서로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칼을 빼 들 필요는 없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1년 7월 7일 베를린 국립오페라단을 이끌고 이스라엘을 순회공연 중이던 바렌보임이 바그너의 음악을 연주하기 전까지, 이스라엘에서는 반유대주의자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연주되지 않았다. 그는 앙코르곡으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일부를 연주하겠다고 하면서, 연주에 앞서서 청중에게 혹시 이 음악이 불편한 이들은 연주회장을 떠나도 좋다고 했다. 실제로 일부 청중은 연주회장을 떠났다. 이 사건 이후 바렌보임은 이스라엘의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서 강력한 비난을 받았고, 지휘자로서의 바렌보임을 보이콧하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바렌보임은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지만 이스라엘에서 자란 유대인이며, 자신을 이스라엘인이라고 생각했다. 히틀러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거의 금기시돼 온 이스라엘에서, 자신도 유대인인 바렌보임이 왜 바그너의 곡을 연주했을까. 바렌보임과 함께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바렌보임과 바그너 타부”라는 글에서 이 세계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한 종류의 사람은 기존의 관습적 구조에 묻혀서 그대로 따라가는 다수의 사람이다. 이들은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나 행동방식, 사유방식을 가진 사람을 참지 못한다. 한국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종북몰이’는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를 악마화하는 이 ‘다수의 횡포’의 예증이다. 그런데 또 다른 종류의 사람이 있다. 그들은 소수이지만, 다수의 입장이라 해도 그것이 평화로운 삶, 함께 사는 삶에 옳지 않다고 생각될 때 그 다수의 물결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문을 여는 이들이다. 바렌보임은 이들 소수에 속한다고 사이드는 평가한다. ●진정한 일치란 긴장관계 속 포용·포괄돼야 이러한 소수의 존재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상이한 입장을 지닌 이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이들이다. ‘일치’란 모두가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이 생각하는 ‘동질성의 늪’으로 빠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일치’란 서로가 지닌 상이한 입장을 인내심 있게 듣고, 토론하고, 차이를 좁혀 나가는 지난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그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포용과 포괄의 원을 확장하는 ‘목적’에 동조하는 ‘일치’다. 이들 소수야말로 한 사회가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데 동력을 제공하는 이들이다. 진영 논리에 따른 상대방 죽이기에만 몰두하는 정치가 판을 치는 한국 사회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들이 바로 바렌보임과 같은 창의적이고 용기 있는 소수들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사회에 모든 분야가 이전과 전적으로 다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세계적인 장에서는 국가 간 지리적 영토를 넘어서는 북반구와 남반구 나라들 사이의 불균형 문제를 다루는 전 지구적 정의, 생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환경 정의, 젠더 정의,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넘어서고자 하는 성적 정의, 인종적 정의 문제 등 국제적으로 또는 국내적으로 산재해 있다. 2021년 한국의 정황에서 보자면 남북한의 긴장과 갈등 관계를 넘어서서 진정한 ‘함께 잘 살아감’의 긴급한 과제가 또한 있다. 인류의 역사는 ‘불가능한 질문’과 씨름하던 소수에 의해 새로운 장을 열었다. 바렌보임은 이스라엘과 대척 관계에 있는 팔레스타인의 청년들이 함께 음악을 연주할 수 있을까라는 ‘불가능한’ 질문을 가능한 현실로 바꾸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질문’을 하기 시작하던 소수에 의해 우리의 현실세계는 ‘함께 잘 살아감’의 의미를 확장하게 됐다. ‘불가능한 상상’을 ‘가능한 현실’로 만들어 간 것이다. 함께 잘 살아감의 세계를 위해 만들어진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처럼, 우리도 ‘남북한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언젠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남한과 북한이 식량을 함께 나누고, 코로나 백신을 함께 나눌 수 있을까.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불가능한 낮꿈을 꾸는 소수의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TCU)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자크 데리다는 “함께 잘 살아감”(living-well-together)이라고 한다. 너무나 당연해서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이 당연한 듯한 말이 구체적인 우리의 현실 세계에 들어오면 복잡하고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 ‘함께 잘 살아감’이란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종교, 생태 등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전히 남과 북으로 분리된 한반도에서 이 ‘함께 살아감’은 더욱더 커다란 도전을 받게 된다. ●코로나 시국, 모두의 삶이 연결되어 있더라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지구 온난화와 같은 생태위기의 문제가 더이상 정치가들이나 환경전문가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당연한 듯한 일상이 돌연히 중지됐다. 내 아이들, 친척들과 이웃 등 내가 아는 사람만이 아니라 알지 못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모두 나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경험하게 됐다. 나의 안전은 언제나 너의 안전과 분리불가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잘 살아감’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함께 살아감’의 과제는 낭만적인 구호가 아니다. 이 ‘함께’에 우리는 누구를 포함하고 배제할 것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이 ‘함께의 원’은 얼마나 작거나 또는 큰가. 또한 ‘잘 살아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남북한 국적 모두 가질 수 있는 날이 올까 ‘만약 가능하다면, 언젠가 남한과 북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기 원한다.’ 만약 어느 정치인이 이런 발언을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사람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받을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번에 ‘종북’, ‘빨갱이’라는 주홍글씨가 붙고, 보수정치인들과 기독교인들은 광화문에 모여 탄핵을 외치며 성토대회를 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북한과 남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고 싶다고 표현하는 교육자, 작가, 종교지도자, 언론인 또는 예술가가 있다면 단번에 학교에서는 직위 정지되고, 출판계약은 파기되고, 예정됐던 공연은 취소되면서 온갖 사회적 지탄과 공적 활동이 지극히 제한될지도 모른다. 이렇듯 가장 적대적인 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폭력과 살상이 벌어지고 있는 두 나라, 그 두 나라의 국적을 모두 가지는 꿈을 꾸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런 위험하고 불가능할 것 같은 질문을 현실로 옮긴 사람이 있다. 2020년 8월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UAE) 간 평화협정이 맺어지지 직전까지도 남한과 북한 이상의 적대관계를 가지고 테러와 폭력을 가해 오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 ‘원수’ 관계에 있는 두 나라의 국적을 세계 최초로 동시에 획득한 사람이 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이다. 그는 아르헨티나, 스페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명예 시민권을 포함해 모두 네 나라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유대인인 그는 많은 유대인이 여전히 ‘원수’로 생각하는 나라인 독일에서 거주하며 일하고 있다. 1999년 유대인인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 학자이며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 영문학 교수였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이집트, 이란,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그리고 스페인 배경을 가진 청년들을 단원으로 하는 오케스트라를 함께 창단했다. 사이드는 학자로서만이 아니라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음악 평론가이기도 하며 스스로 콘서트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사람이다.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오케스트라의 이름을 괴테의 시에 등장하는 구절을 따서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로 명명했다. 이 오케스트라는 2012년 제9회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기도 했고, 2016년 유엔은 이 오케스트라를 ‘평화와 일치’를 추구하는 모델로 선정하기도 했다. 남한과 북한의 관계 이상으로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 지역의 청년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어떠한 역할을 한 것일까. 바렌보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오케스트라는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평화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것은 무지에 대항하는 프로젝트로서 태동했습니다.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서로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칼을 빼 들 필요는 없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1년 7월 7일 베를린 국립오페라단을 이끌고 이스라엘을 순회공연 중이던 바렌보임이 바그너의 음악을 연주하기 전까지, 이스라엘에서는 반유대주의자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연주되지 않았다. 그는 앙코르곡으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일부를 연주하겠다고 하면서, 연주에 앞서서 청중에게 혹시 이 음악이 불편한 이들은 연주회장을 떠나도 좋다고 했다. 실제로 일부 청중은 연주회장을 떠났다. 이 사건 이후 바렌보임은 이스라엘의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서 강력한 비난을 받았고, 지휘자로서의 바렌보임을 보이콧하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바렌보임은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지만 이스라엘에서 자란 유대인이며, 자신을 이스라엘인이라고 생각했다. 히틀러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거의 금기시돼 온 이스라엘에서, 자신도 유대인인 바렌보임이 왜 바그너의 곡을 연주했을까. 바렌보임과 함께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바렌보임과 바그너 타부”라는 글에서 이 세계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한 종류의 사람은 기존의 관습적 구조에 묻혀서 그대로 따라가는 다수의 사람이다. 이들은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나 행동방식, 사유방식을 가진 사람을 참지 못한다. 한국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종북몰이’는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를 악마화하는 이 ‘다수의 횡포’의 예증이다. 그런데 또 다른 종류의 사람이 있다. 그들은 소수이지만, 다수의 입장이라 해도 그것이 평화로운 삶, 함께 사는 삶에 옳지 않다고 생각될 때 그 다수의 물결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문을 여는 이들이다. 바렌보임은 이들 소수에 속한다고 사이드는 평가한다. ●진정한 일치란 긴장관계 속 포용·포괄돼야 이러한 소수의 존재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상이한 입장을 지닌 이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이들이다. ‘일치’란 모두가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이 생각하는 ‘동질성의 늪’으로 빠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일치’란 서로가 지닌 상이한 입장을 인내심 있게 듣고, 토론하고, 차이를 좁혀 나가는 지난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그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포용과 포괄의 원을 확장하는 ‘목적’에 동조하는 ‘일치’다. 이들 소수야말로 한 사회가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데 동력을 제공하는 이들이다. 진영 논리에 따른 상대방 죽이기에만 몰두하는 정치가 판을 치는 한국 사회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들이 바로 바렌보임과 같은 창의적이고 용기 있는 소수들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사회에 모든 분야가 이전과 전적으로 다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세계적인 장에서는 국가 간 지리적 영토를 넘어서는 북반구와 남반구 나라들 사이의 불균형 문제를 다루는 전 지구적 정의, 생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환경 정의, 젠더 정의,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넘어서고자 하는 성적 정의, 인종적 정의 문제 등 국제적으로 또는 국내적으로 산재해 있다. 2021년 한국의 정황에서 보자면 남북한의 긴장과 갈등 관계를 넘어서서 진정한 ‘함께 잘 살아감’의 긴급한 과제가 또한 있다. 인류의 역사는 ‘불가능한 질문’과 씨름하던 소수에 의해 새로운 장을 열었다. 바렌보임은 이스라엘과 대척 관계에 있는 팔레스타인의 청년들이 함께 음악을 연주할 수 있을까라는 ‘불가능한’ 질문을 가능한 현실로 바꾸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질문’을 하기 시작하던 소수에 의해 우리의 현실세계는 ‘함께 잘 살아감’의 의미를 확장하게 됐다. ‘불가능한 상상’을 ‘가능한 현실’로 만들어 간 것이다. 함께 잘 살아감의 세계를 위해 만들어진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처럼, 우리도 ‘남북한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언젠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남한과 북한이 식량을 함께 나누고, 코로나 백신을 함께 나눌 수 있을까.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불가능한 낮꿈을 꾸는 소수의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TCU)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냉전 끝낸 신뢰외교 대가… 88올림픽 직전 3金 회동

    냉전 끝낸 신뢰외교 대가… 88올림픽 직전 3金 회동

    소련과 INF 협상 주도… 군비경쟁 종식88올림픽 안전 개최 중·소련 협조 구해인류화합 큰 기여… 서울평화상 수상 1986년 ‘전두환 정권 양심수 석방’ 압력 상원의원이었던 바이든에게 요청받기도조지 슐츠 전 미국 국무장관이 6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학 캠퍼스에 있는 자택에서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미 싱크탱크 후버연구소가 밝혔다. 그는 최근까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 후버연구소 특별연구원으로 활동해 왔다. 1920년 뉴욕에서 출생한 그는 프린스턴대학에서 경제학·국제학을 공부한 뒤 2차 세계대전 기간 해병대에 입대해 장교 생활을 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MIT와 시카고대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 벡텔그룹 대표를 지내는 등 정부 기관과 재계, 학계 등에서도 성공한 인사로 평가된다. 슐츠는 62세이던 1982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의해 국무장관으로 발탁돼 1989년까지 7년간 재임하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무장관으로 최장수를 기록했다. 앞서 리처드 닉슨 정부에서도 노동장관과 재무장관, 예산관리국장을 역임했다. AP에 따르면 그는 “1980년대의 대부분을 소련과의 관계 개선과 중동 평화 로드맵 구축에 보낸 인사”다. 1987년 소련과 체결한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협상을 주도하고 성사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INF는 사거리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것으로 냉전시대 군비경쟁을 종식한 협상으로 꼽힌다. 이 조약으로 두 나라는 1991년 6월까지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 2692기를 폐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다면서 2019년 INF에서 탈퇴했다.그는 ‘신뢰’를 중시했다. “슐츠는 ‘신뢰는 나라의 법정통화’라는 말의 가치를 알았고, 그것을 원칙으로 고수했다”고 후버연구소는 회고했다. 국무장관 재직 시절 6차례 방한했으며, 1980년대 한국 민주화에 힘써 달라는 요구도 많이 받았다. 1986년 11월 20일 조 바이든 등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31명이 “전두환 정권이 ‘양심수’로 불리는 정치범을 석방하도록 노력해 달라”고 슐츠 전 국무장관에게 부탁한 사실도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이 공개한 서한을 통해 확인됐다. 1988년 7월 방한 때는 ‘3김(金)’을 동시에 초청해 오찬을 하면서 “중국, 소련 지도자들로부터 서울올림픽의 안전한 개최에 적극 협력할 것이란 다짐을 받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1992년 세계 평화와 인류 화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2회 서울평화상을 수상했다. 당시 “지난 30여년간 대한민국이 이룩한 놀라운 업적은 유능하고 정력적인 국민에게 자유, 격동 그리고 지도력이 주어진다면 어떠한 일도 성취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잘 보여 주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지운 전문기자 jj@seoul.co.kr
  • 아내가 대신 이란에 수감됐는데 일년 만에 남편은 논문 지도교수와

    아내가 대신 이란에 수감됐는데 일년 만에 남편은 논문 지도교수와

    남편을 대신해 이란에 억류돼 스파이 혐의로 804일 수감돼 있다가 풀려난 영국계 호주인 여성 학자가 지난해 11월 귀국한 뒤에야 남편이 다른 여자와 정분이 난 사실을 알고 좌절했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호주 헤럴드 선 등에 따르면 멜버른대학의 중동 전문가인 카일리 무어길버트(33)는 최근 러시아계 이스라엘인 남편 러슬란 호도로프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두 사람은 2007년 이스라엘에서 처음 만나 2017년 결혼했다. 유대계 남편의 뜻을 좇아 전통 유대교 의식으로 혼례를 치렀다. 무어길버트는 이듬해 이란 중부의 성지 곰(Qom)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당국에 체포됐다. 당국은 그녀의 남편이 이스라엘 첩자인 것으로 보고 대신 그녀를 억류했다. 그 뒤 재판을 받고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란군의 최정예 혁명수비대는 호도로프를 이란에 입국하도록 유인하라고 압박했는데 그녀는 극렬하게 저항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에게 극비리에 편지를 보내 이란 당국이 호도로프를 유인하려고 자신을 이용하려 한다고 폭로했다. 남편의 무고를 믿고 단식 투쟁도 벌였다. 교도소는 그녀에게 냉동 감방에 가두는가 하면 정신적 고문도 서슴찮았다. 그런데 이렇게 보호하려고 안간힘을 썼던 남편은 이미 아내가 억류된 지 일년 만에 다른 여성을 마음에 품었다. 바로 무어길버트의 박사학위 논문을 지도했던 카일 백스터 교수와 불륜이 시작된 것으로 친구들은 믿고 있었다. 2012년 태국에서 폭탄 테러 음모를 꾸미다 검거된 이란인 셋과 맞교환하는 형식으로 석방된 무어길버트는 지난해 11월 귀국한 뒤에야 이런 사실을 알게 됐고 낙담하다 이혼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호주 정부는 어렵사리 태국 정부를 설득하고 이란 정부와 6개월 동안 협상을 벌여 그녀의 석방을 이끌어냈다. 텔레그래프는 무어길버트의 이혼을 부른 백스터 교수의 불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멜버른대학에 문의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슐츠 전 美국무 100세로, 냉전시대 미·소 핵감축 주도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슐츠 전 美국무 100세로, 냉전시대 미·소 핵감축 주도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첫 핵무기 감축 조약을 이끌어냈던 조지 슐츠 전 미국 국무장관이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싱크탱크 후버연구소에 따르면 슐처 전 장관이 6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학 캠퍼스 안에 있는 자택에서 숨졌다고 AP 통신이 7일 보도했다. 사인은 즉각 공개되지 않았다. AP 통신은 “슐츠 전 장관은 1980년대의 대부분을 소련과의 관계 개선과 중동 평화 로드맵 구축에 보낸 인사”라며 “그는 생존해 있는 역대 정부 전직 내각 각료 중 최고령이었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수 국무장관이었다”고 전했다.  1920년 12월 13일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뉴저지주 잉글우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해병대원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1955년 경제자문으로 영입하며 정계에 발을 들였다. 리처드 닉슨 정부에서 노동장관과 재무장관을 지낸 뒤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6년 넘게 국무장관을 지내며 1987년 레이건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을 체결할 당시 협상을 주도했다.  INF는 사거리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냉전시대 군비경쟁을 종식한 문서로 꼽힌다. 조약에 따라 두 나라는 1991년 6월까지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 2692기를 폐기하는 성과를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러시아가 이를 준수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INF에서 탈퇴했다.  레이건 정부는 전체적으로 소련 등과 적대하는 인파이터 기질을 드러냈는데 슐츠 장관만 예외였다. 늘 타협적이었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을 끈질기게 설득해 협상으로 이끌어낸 것은 그의 몫이었다. 이란을 상대하면서 더욱 힘들어했다. 2013년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다루기 “까다로운 고객”이라고 표현하며 이란인은 “미소지으며 뭘 하라고 부추기는데 알고 보면 당신 목을 따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고인은 최근에도 미국이 세계질서를 제대로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지난해 10월 일간 뉴욕 타임스(NYT)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시대 백악관에 대해 논평하며 “일들을 성취하기가 어려운 곳에서 놀라울 정도의 엉뚱한 일들이 벌어졌던 것 같다”며 “그들은 이들 합의, 어떤 합의든 회의적인 것처럼 보였다. 합의란 대체로 완벽하지 않은 것이다.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는 법이다. 조금씩 절충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나은 법”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100세 생일을 맞아 워싱턴 포스트(WP)에 기고문을 보내 평생을 정치에 바치면서 얻은 교훈을 갈파했다. “신뢰야 말로 나라의 법정통화다. 신뢰가 있는 방이라면 어느 방이든지, 가족의 방이건 학교의 방이건 라커룸이건 사무실이건 정부 방이건 군대 방이건 좋은 일이 일어난다. 신뢰가 없는 방이면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슐츠가 1985년 레이건 대통령이 정보 유출을 막고자 고도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수천 명의 공직자에게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받도록 하자 “내가 이 정부에서 신뢰받지 못하는 순간은 내가 떠나는 날”이라고 말해 관련 조치를 철회시킨 일화가 있다고 AP는 전했다.  그는 1983년 레이건 대통령을 수행해 한국을 방문하는 등 여러 차례 방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의원이던 1987년 전두환 정권이 양심수로 불리는 정치범을 석방하도록 노력해달라고 슐츠 당시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1992년 세계 평화와 인류화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2회 서울평화상을 수상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후버연구소장 겸 전 국무장관은 “우리 동료는 위대한 미국 정치인이었으며 진정한 애국자였다”면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 남자로 역사에 기억될 것”이라고 애도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지난주 5년 연장하는 것을 타결 지은 조약은 1991년 7월 미국과 옛 소련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의 감축에 합의한 전략무기감축협정(스타트·START)을 토대로 2011년 체결한 뉴스타트 협정이었다. 넓은 뜻에서 슐츠 전 장관이 지적한 방향의 길이 시작됐으니 그가 안심하고 눈을 감게 만든 것은 아닐까.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황성기 칼럼] 비건 실패가 북미 원점이다

    [황성기 칼럼] 비건 실패가 북미 원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플루토늄·우라늄 농축 시설의 폐기와 파기를 약속했다. 위치는 영변 등이다. 미국은 북미 양측에 신뢰를 가져올 많은 행동을 실행할 준비와 싱가포르 약속을 동시적·병행적으로 지킬 준비가 돼 있다. 비핵화 전까지 대북 제재 완화는 없다. 다만 북한이 모든 것을 다 하기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비핵화 최종 단계 전에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프로그램 모두를 신고하고 이들의 제거·파괴를 보증해야 한다.”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에서 물러난 스티븐 비건이 2019년 1월 스탠퍼드대학에서 한 발언이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역사적 합의를 기대하며 카운터파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압박하던 비건의 이 발언은 북한 비핵화를 다루는 미국의 가이드라인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로 교체됐다고 해서 북핵에 접근하는 미국 정책이 ‘비건 연설’을 벗어나 축소되거나 확대될 일은 없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했다. 의사당 난입과 트럼프 탄핵으로 집약되는 미국 분열의 수습과 치유는 정치 인생 50년 바이든에게 마지막 도전이 될 것이다. 바이든 정권의 외교에서 중국, 중동에 이어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 예측하지만 북한 또한 바이든에게 던져진 작지 않은 숙제다. 버락 오마바 시대와 달리 북한 핵·미사일은 양적·질적 진화를 거듭해 코 묻은 장난감이라 무시할 수준을 넘어섰다.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당하면 때린다’는 보복에서 ‘먼저 때린다’는 선제공격으로 군사의 개념도 전환했다. 남한에는 “강위력한 국방력에 의거한 조국통일”을, 바이든에는 선제공격용 핵잠수함 개발을 내밀었다. 북한이 변할 때까지 대화하지 않는다는 미국식 전략적 인내, 반대로 미국이 ‘행동 대 행동’으로 협상 방식을 바꿀 때까지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는 북한식 전략적 인내 모두 구시대 유산이 된 것은 자명하다. 트럼프 4년을 보면서 바이든 임기 내 북핵이 해결될 것이란 꿈은 조금 더 멀어진 듯하다. 3대에 걸쳐 사회주의 체제와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키워 ‘핵보유국’을 자랑하는 총비서 김정은 위원장이 쉽게 내려놓지 않을 것임을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은 충분히 보여 줬다. 하지만 목표 없는 ‘비전략적 방치’는 핵·미사일 능력 증강, 그에 비례할 북한 경제의 피폐를 초래해 세계 안보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다. 바이든 정권의 외교안보 풀, 특히 대북 인재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오바마 정권 전부터 관여한 원로 등 대북협상 지지 그룹부터 강경파까지 바이든이 어떤 비핵화 접근을 쓰느냐에 따라 골라 쓸 수 있는 사람은 널렸다. 다만 트럼프 때처럼 정권 출범 첫해 극한 대결로 시간을 낭비하고 이듬해 가서야 북한과의 대화에 나선다면 북한의 핵능력만 키우는 일이 될 게 뻔하다. 대북특별대표를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겸임하든 별도로 선임하든 최선희 등 미 민주당, 공화당 정권을 두루 겪어 본 북한 외무성 베테랑과의 상견례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대북 정책의 재검토도 질질 끌 이유가 없다. 상반기 내로 끝내고 대화와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 북의 인내심이 바닥나면 파국은 그만큼 빨리 온다. 하노이 회담 실패의 자책점은 북미 모두에 있다. 미국 쪽 실책이라면 북미 정상회담 하나로 노벨평화상을 노리고 보텀업(상향식)을 경시했던 트럼프의 장삿속이 크다. 착실한 실무급 협상으로 토대를 쌓지 않으면 어설픈 톱다운(하향식) 하나로 승부 나지 않을 정도로 북핵은 고차원이다. 트럼프 실패를 청산하겠다고 바이든이 클린턴, 오바마 정권의 차관보급 대북 협상에서 실무 교섭을 끝내고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정상회담에 맡기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면 오산이다. 톱다운과 보텀업의 배합이 답이다. 그나마 바이든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아 다행스럽다. 하노이의 실패는 대북특별대표였던 비건의 실패와 동의어다. 북한에 밝은 민주당 정부라 해서 대북 협상에서 용뺄 재주는 없다. 비건 실패를 원점 삼아 북한의 전략무기가 더 고도화하기 전에 비핵화 입구에 들어서야 한다.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다시 강조한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 요구’를 입버릇이라 흘려듣지 말고 주목했으면 한다. 신뢰 구축 조치로 북한에 먼저 다가설 것을 권한다. 미중 대립이 격화되면 될수록 중국으로 기울 북한의 핵 해결은 점점 어려워진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marry04@seoul.co.kr
  • 美 육군 일병, IS의 뉴욕 9·11센터 공격 돕자는 함정에

    美 육군 일병, IS의 뉴욕 9·11센터 공격 돕자는 함정에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미국 뉴욕을 공격할 수 있게 도와주려던 현역 미군 병사가 붙들렸다. 미국 법무부와 뉴욕 남부연방지검, 연방수사국(FBI) 등은 19일(현지시간) IS의 중동 주둔 미군 공격 등을 도우려 한 혐의(테러음모) 등으로 콜 제임스 브리지스(20) 육군 일병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일명 ‘콜 곤살레스’라고 불리던 브리지스 일병은 조지아주 포트스튜어트에 있는 제3보병사단 기갑부대 정찰병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9년 9월 육군에 입대한 브리지스는 오하이오주 스토우 출신으로 그 해부터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와 그들의 급진 사상을 옹호하는 온라인 선전에 심취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IS에 대한 지지 의사까지 표명한 브리지스는 지난해 10월 온라인을 통해 ‘중동의 IS 전사들과 연락하는 IS 동조자’로 위장한 FBI 비밀요원이 접근하자 “IS를 돕고 싶다”고 밝혔다. 브리지스는 비밀요원을 IS 동조자로 믿고 그에게 9·11 센터를 포함한 뉴욕의 잠재적 공격 타깃에 대한 조언과 미 육군 훈련 매뉴얼, 군사 전술 가이드 등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에는 IS 전투원이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을 공격해 살해하고, 미군 특수부대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조언했다. 이달에는 자신이 IS 전투원들이 사용하는 깃발 앞에서 포즈를 취한 사진을 FBI 비밀요원에게 보내기도 했다. 존 데머스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는 “브리지스는 IS의 일원이라고 믿었던 사람에게 자신의 동료 병사를 죽일 수 있는 방법에 관해 조언과 안내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며 “전우와 나라에 대한 배신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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