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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스 꺾은 ‘의료 한류’

    메르스 꺾은 ‘의료 한류’

    메르스 악재 넘어 11.2% 늘어 중국인 환자 9만 9100명 1위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여파에도 외국인 환자 30만명이 우리나라에서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외국인 환자 유치실적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환자는 2014년 26만 7000명에서 지난해 29만 7000명으로 11.2% 증가했다. 2009년 이후 누적 외국인 환자 수는 120만명이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 진료 수입도 6694억원으로 전년보다 20.2% 증가했다. 1인당 평균 진료비는 225만원으로 7.9% 올랐으며 2009년 이후 누적 진료수입은 2조 2000억원에 이른다. 국적별로는 중국인 환자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9만 9100명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총진료비도 중국이 2171억원으로 가장 많았지만, 1인당 진료비는 정부 간 환자 송출 협약을 맺은 아랍에미리트가 1503만원으로 최고액을 기록했다.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진료비를 지원하는 국비 환자는 국내에 평균 70일 정도 머물며, 가족 등 간병인과 함께 오면 1억원 이상 쓸 때도 있다. 이렇게 1억원 이상 고액의 진료비를 내는 외국인 환자는 2014년 210명에서 지난해 271명으로 29.0% 늘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감염병 유행국 다녀오셨군요” 로밍 정보 보며 입국 때 검역

    내년 1월 SKT·LGU+ 로 확대…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우려도 오는 9월부터 감염병 유행 국가와 산발 국가를 여행하고 돌아온 통신사 KT 가입자의 해외여행 정보를 질병관리본부도 볼 수 있게 된다. 해외에서 로밍서비스를 이용하면 현재 위치 정보가 KT에 전달되고, KT는 중동과 남미 등 감염병 위험 국가 방문자의 정보만 걸러내 질병관리본부에 전달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정보를 토대로 입국 단계에서부터 검역을 시행한다. 질병관리본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KT의 협조를 얻어 이런 방식의 ‘로밍 빅데이터를 활용한 해외 유입 감염병 차단 서비스’를 올해 빅데이터 선도 시범 사업으로 선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서비스가 시행되면 여러 나라를 거쳐 최종 목적지인 미국에서 한국행 항공기를 타더라도 이전 경유국 정보를 질병관리본부가 모두 파악할 수 있다. 해외 로밍 정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현지에서 휴대전화를 켜고 데이터 로밍을 이용하는 순간 위치 정보가 전달된다. 국가가 개인의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게 되는 셈이다. 감염병 예방 차원이긴 하지만 정부의 과도한 개인 정보 수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개인 정보 침해 우려도 있어 KT로부터 건네받은 해외여행자의 위치 정보는 감염병 잠복 기간이 지나면 파기하겠다”고 밝혔다. 또 “모든 KT 가입자의 위치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는 게 아니라 이 가운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하는 중동 지역, 지카바이러스 유행 국가인 브라질, 지카바이러스 산발 국가인 필리핀과 베트남 등 81개국 방문자의 정보만 KT가 선별해 정부에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보건당국은 내년 1월까지 위치 정보 수집 대상을 SK텔레콤, LG유플러스 가입자로 확대할 계획이다. 근거법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76조의2)이다. 메르스 사태 이후 개정된 이 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은 감염이 우려되는 사람의 위치 정보를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요청할 수 있다. 보건당국은 해외여행을 하는 KT 가입자를 상대로 문자 안내 등을 통해 개인 정보 제공 동의를 받기로 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사설] 메르스 사태 1년, 달라진 것 없는 병실 문화

    사회 전체를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발생한 지 어제로 꼭 1년이 됐다. 지난해 5월 20일 바레인에서 입국한 내국인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시작된 사태는 12월 23일 종식을 공식 선언할 때까지 217일 동안 일상생활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 감염자 186명 중 38명이 생명을 잃은 데다 1만 6752명이 격리됐다. 사회경제적 손실은 자그마치 30조원에 이르렀다. 모임은커녕 만남 자체를 꺼렸을 정도다. 메르스는 단순한 질병이 아니었다. 허술한 방역체계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정부는 컨트롤타워조차 갖추지 못하고 허둥대다 골든타임을 놓쳐 사태를 악화시켰다. 의료 선진국이라는 자부심은 땅에 떨어졌다. 그 후 1년, 방역체계를 포함해 얼마나 개선되고 달라졌는가. 정부는 지난해 9월 ‘국가 방역체계 개편안’을 내놓았다. 질병관리본부를 1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시켰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소속 기관이라는 한계와 함께 독자적인 인사·예산권도 없다. 컨트롤타워로서 주도적으로 신속한 결정과 함께 현장 지휘가 쉽지 않은 구조다. 게다가 감염병 전문병원은 설립 계획만 잡혔을 뿐 언제 실현될지 백년하청이다. 권역·지역 응급센터 140곳의 경우 감염병 환자에 대한 선별 진료를 의무로 했지만 일부 응급실에서는 여전히 선별 없이 진료하고 있다. 정부가 방역체계 개편을 위해 확실한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 병문안 문화도 사실상 그대로다. 메르스 감염자 중 39%인 73명이 가족·면회객·간병인이었다. ‘병원 감염’인 것이다. 그런데도 ‘문병=예의’라는 전통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혼쭐이 나고도 막무가내다. 정부 차원에서 ‘입원 환자 명문안 기준 권고안’을 마련해 협조를 요청했지만 병원도, 보호자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병실 면회를 제한해도 시도 때도 없이 들락날락하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설문에서 정부가 다른 감염병 발생에 대응할 준비를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73.8%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현실이다. 최근 지카 바이러스 환자와 메르스 의심 환자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구멍이 뚫렸다. 방심하면 제2의 메르스 재앙을 맞을 수 있다. 정부가 방역 시스템을 다시 점검하고 획기적으로 보완해야 하는 이유다. 국민들도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확실하게 가져야 한다. 완벽한 대책이 있을 수 없는 까닭에 예방이 최선이다.
  • 감염병 공포에 격리 전 인권보호 ‘외면’

    감염병 공포에 격리 전 인권보호 ‘외면’

    2013년에 개봉한 영화 ‘감기’에는 정의로운 한국 대통령이 등장한다. ‘괴질’의 발병지인 경기 성남시 분당구를 폭격해 감염원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미군 사령관에게 영화 속 대통령은 이렇게 외친다. “분당 시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닙니까.” 영화 속 이야기로 여겼던 대규모 감염병 유행 사태가 지난해 5월 재현됐다. 단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와 접촉했거나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1만 6000여명이 격리됐고, 격리자들은 순식간에 ‘공공의 적’이 됐다. 정부는 격리자를 출국제한 조치했고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했으며 무단이탈자를 고발조치했다. 세종시 인구의 약 10%에 이르는 국민이 사실상 범죄자 취급을 당했지만 적법성 문제를 제기한 이는 없었다. 감염병 공포 앞에 인권의 기본적인 원칙은 무시됐다. 메르스 사태 당시 보건당국이 격리 무단이탈자 처벌 근거로 내세운 조항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2조다. 이 조항에 따라 제1~3군 감염병 중 일부, 제4군 감염병 중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감염병에 해당하는 환자는 진찰, 동행치료, 입원 등 강제처분 대상이 된다. 의무 위반 시 3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그러나 당시 메르스는 제1~4군 감염병 범주 어디에도 명확히 명시돼 있지 않았다. 메르스가 감염병 예방법에 등장한 것은 지난해 7월 6일 법 개정 이후다. 법 개정 전 정부는 감염병예방법 시행규칙 제2조에서 정한 4군 감염병 중 ‘신종감염병증후군’에 메르스가 포괄적으로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황필규 공익인권재단 ‘공감’ 변호사는 “격리자가 격리를 거부하면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어, 이 법은 범죄와 형벌을 명확하게 정하도록 한 죄형법정주의가 적용돼야 하는 법률”이라고 지적했다. 메르스는 강제처분 대상 감염병 범주에 명기돼 있지 않아 격리와 처벌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한데도 법 개정 전 행정 당국이 무증상 접촉자를 격리하고 이탈자를 처벌한 것은 죄형법정주의를 무시한 행정편의적 발상이란 설명이다. 보건당국은 자유를 제한당한 시설 격리자가 자신의 기본권을 지키고자 격리의 위법성을 다투는 구제청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인신보호법(제3조의 2)에 따라 보건당국은 메르스 접촉자를 격리하기 전 법적으로 구제받을 권리가 있음을 알려야 하지만 실제 고지가 이뤄진 적은 없었다. 혈액암을 앓았던 80번째 환자(35)는 메르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0%에 가깝다는 진단을 받았는데도 격리돼 암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다가 결국 숨졌다. 정부가 이 환자의 가족에게 구제받을 권리를 적극적으로 알렸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메르스 방역이 지상과제였을 때 숨죽이고 오열했던 또 다른 사람들이 있다. 공공 의료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 수원의료원에 입원한 에이즈 환자와 노숙인 결핵환자다. 정부는 메르스 환자를 입원시키고자 갈 곳 없는 이들을 강제 퇴원시켰다. 어느 법에도 환자를 강제퇴원시킬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 강동진 빈곤사회연대 정책위원장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사회적 약자가 제일 먼저 보호받아야 하는데,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자 약자들이 제일 먼저 배제됐다”고 비판했다. 황 변호사는 “정부는 의심환자의 두려움과 개인의 권리를 고려하지 않고 공중보건이란 이름 아래 격리하는 데 바빴다”며 “인권을 제한하는 일인 만큼 위기 상황일수록 수단의 적절성을 신중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메르스는 끝나지 않았다…서울 강동, 감염병 대응역량 강화

    메르스는 끝나지 않았다…서울 강동, 감염병 대응역량 강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끝나지 않았다.’ 메르스 사태 발생 1년.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는 메르스를 꾸준히 대비하고 있는 자치구가 있다. 서울 강동구다. 구는 현재 메르스 선별 진료소 설치를 위한 설계 중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세 곳에서만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아울러 기존 결핵실을 음압 설비를 갖춘 검체 체취실인 ‘감염진료실’로 개선할 예정이다. 최근엔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모기 매개 감염병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대대적인 방역을 실시했다. 지난 4월부터 8개 부서의 협력으로 공원, 빗물 펌프장, 공공주택 등 모기 발생이 우려되는 3977곳을 발굴하고 모기 서식처 제거에 나섰다.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서울시와 연계해 ‘감염병 대응 세부 종합대책’ 수립을 추진하며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메르스는 종식 선포됐지만 여전히 그 후유증과 싸우고 있거나 중동지역 출장·여행 후 의심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보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구는 아직도 그때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다. 강동은 메르스 유행으로 홍역을 치른 지역 중 하나다. 한동안 메르스 사태로 지역 상권은 침체 위기를 맞았다. 당시 구에선 7명의 확진환자가 나왔다. 자가격리자와 능동감시자도 4474명에 달해 전국의 11.7%를 차지했다. 그러나 강동구는 전 부서의 힘을 모아 ‘메르스와의 전쟁’을 치러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병원과 상황을 공유하고, 자가 격리자의 일상생활을 돕기 위해 공무원들이 1대1 매칭으로 밀착보호 상담(모니터링)을 진행했다. 특히 ‘민관합동대응팀’을 꾸려 강동성심병원과 경희대병원, 보훈병원 등 28곳의 민간 병의원과 실무자 핫라인을 구축했다. 수시 모니터링과 신속하고 유기적인 소통으로 감염 확산을 막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 구청장은 “최근 국내에서 5명의 감염환자가 발생한 지카 바이러스도 백신이나 치료법이 없는 메르스와 닮아있어 이에 대한 대비도 하고 있다”면서 “메르스 사태의 교훈을 잊지 않고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와 빈틈없는 감시 체계 구축으로 지역민들의 건강을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도 넘은 감염자 신상 털기… ‘이웃 불신증후군’으로

    도 넘은 감염자 신상 털기… ‘이웃 불신증후군’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L(43)씨는 이 일로 온 가족이 크게 곤욕을 치렀다. 단지 운이 나빠 브라질 출장 중 모기에 물렸을 뿐인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무분별한 신상 털기가 이뤄졌고, 급기야 자녀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있었던 ‘신상 털기, 낙인찍기, 따돌리기’가 어김없이 재현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18일 “첫 번째 환자는 물론 그 부인까지 역학조사와 바이러스 검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줬고, 전파 가능성이 낮은데도 정부의 요청에 전남대병원 1인실에 입원까지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환자의 입원 소식이 전해진 날 전남 지역의 각종 ‘맘(mom) 카페’에는 지카바이러스 환자가 전남에서 발생했으니 모두 조심하라는 내용의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지카바이러스는 사람 간에 전파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믿을 수 없다’, ‘전남대병원에 진료 예약을 했는데 취소해야 하는 거냐’는 문의글도 수십건 눈에 띄었다. 피해자인 환자에게 감염병 낙인을 찍는 도 넘은 이기주의는 지카바이러스라고 다르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의 다른 관계자는 “지카바이러스는 모기 매개 감염병인데도 사람 간 감염될 수 있다며 환자를 죄인 취급하니 환자의 협조를 얻어 방역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메르스 사태 이후 지카바이러스 환자가 거쳐간 1차 의료기관 명단까지 모두 공개하고 있지만 손해를 본 의원과 왕따를 당한 환자를 지켜 주지 못해 국민의 알권리와 개인의 보호받을 권리 사이에서 어떤 판단을 해야 할지 고민될 때가 많다”고 밝혔다. 첫 번째 환자가 다녀간 동네 의원은 의심환자 신고를 사흘간 지연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카바이러스 환자가 오면 병원명이 공개되고 이 의원 사례처럼 자칫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는 데다 병원이 마치 ‘오염 지역’인 것처럼 인식되다 보니 동네 의원들은 점점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만약 동네 의원들이 발열·발진 환자를 보지 않고 돌려보내면 신종감염병 대응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메르스 사태 당시 낙인찍기에 시달렸던 의료진도 저마다 마음의 상처를 얻었다. 송주영 강동경희대병원 인공신장실 간호사는 “메르스 당시 교대 근무를 마치고 새벽에 퇴근할 때는 방역 문제 때문에 다른 간호사들과 함께 구급차를 이용했는데 혹시 이웃이 우리 가족을 따돌리거나 이상하게 보진 않을까 걱정돼 집에서 좀 떨어진 한적하고 어두운 곳에 내려 집까지 걸어가곤 했다”고 말했다. 조영중 국립중앙의료원 당뇨내분비센터장은 메르스 대응 백서에서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어린 자녀를 둔 의료진은 유치원, 학교, 거주지, 주변 사람들이 감염원처럼 취급하는 시선에 힘들어했고, 심지어는 신원이 노출된다며 언론과의 인터뷰조차 사양했다. 참 참담한 현실이었다”면서 “나중을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가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할 일”이라고 적었다. 메르스 낙인찍기는 이웃사촌 간에 ‘불신증후군’을 퍼뜨리며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반대로 환자를 감싸고 의료진을 격려하는 따뜻한 이웃도 적지 않았다. 강동구 주민들은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을 위해 강동경희대병원에 응원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창문이 막힌 구급차로 병원과 집을 오가다 보니 바깥소식을 전혀 알 수 없었어요. 어느 날 현수막이 붙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고 내다봤죠.” 송 간호사는 그때가 가장 뭉클한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메르스 그후 1년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나] 감염병 대응체계

    [메르스 그후 1년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나] 감염병 대응체계

    지난해 5월 20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첫 번째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고서 우리나라는 의사도, 보건당국 공무원도 실체를 모르는 감염병의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186명이 메르스에 감염됐고 그중 38명이 숨졌다. 정부가 자랑하던 의료체계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경영 성과를 내는 데만 급급했던 공공의료의 부실한 민낯이 드러났다. 메르스 사태 종식 이후 구멍 난 감염병 관리 체계를 메우는 작업이 이뤄졌지만 신종 감염병이 다시 닥쳤을 때 제대로 가동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내일이라도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다면 이보다 낫게 대응할 수 있을까. 메르스 이후 우리나라의 감염병 대응 수준을 진단했다. “어떤 나라든 감염병에 대비해 모든 병원에 음압격리실을 만들 수는 없어요. 하지만 우리는 메르스 이전에 이미 2009년 신종플루를 겪었던 국가예요. 당연히 그때 음압격리실을 많이 만들고 체계를 갖췄어야 했는데 메르스가 터지기 전까지 제대로 준비를 안 했던 거죠. 민간 병원에서 환자를 진단하고 격리실이 있는 병원으로 보내기가 쉽지 않았어요. 초반에는 몇 명 보냈지만 나중에는 더이상 병실이 없어 아예 보낼 수 없는 상황이 된 거죠.” 메르스가 대유행한 서울의 한 병원에서 감염 관리를 책임졌던 한 의사는 1년 전 상황에 대해 17일 이렇게 말했다. 감염병 관리는 법에 명시된 국가의 책임이고 어떤 나라도 민간 병원이 나서 감염병을 막는 곳은 없지만 메르스 사태 당시 민간 병원은 총알받이 격으로 메르스 현장에 내몰렸다. 신종인플루엔자 유행을 겪으면서 정부는 공중보건 위기 대응을 위해 국가 지정 격리 병상을 구축하려고 노력했으나 메르스를 감당하기에는 시설, 인력, 장비가 모두 부족했다. 최보율 한양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민간 병원은 병원에서 발생한 환자만 돌봤지 노출자 시설 격리까지 책임지지 않았다”며 “수원의료원, 파주의료원, 포천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이 시설 격리를 도왔고 전국 33개 지방의료원을 모두 동원해도 격리 시설이 모자라는 위기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 공공의료의 부실이 드러났지만 정부는 아직 이렇다 할 공공의료 보완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복지부가 마련한 ‘제1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에는 국립중앙의료원과 국립대병원 등 3~5곳을 감염병 전문 병원으로 지정해 감염 환자 치료 체계를 구축하고 음압격리병상을 2020년까지 현재 610병상에서 1434개 병상으로 확대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애초 감염병 전문 병원을 새로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예산 등의 문제로 폐기됐다. 정부는 감염병 전문 의료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별도 대학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19대 국회 임기 만료로 관련법은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효과적인 감염병 관리는 감시와 역학조사에서 출발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잇따른 공모 미달로 역학조사관 정원도 채우지 못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가급, 나급, 다급의 임기제 역학조사관을 다 뽑긴 했지만 다급 역학조사관 중에 나급으로 상향 지원한 사람들이 있어 다급을 다시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문 역학조사관을 계약 기간 2년의 ‘임기제 공무원’으로 뽑아 2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다 보니 10년 이상 일하기 어렵다”며 “이래서는 전문성이 쌓이지 못한다. ”고 지적했다. 메르스와 지카바이러스가 연이어 터지며 1차 의료기관 의료인에 대한 감염 관리 교육이 이뤄졌으나 아직도 일선 의원 의사들은 막상 감염병 환자가 병원에 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호소한다. 한 내과의원 의사는 “우리 병원에 온 환자가 메르스 환자임이 밝혀지면 환자들 발길이 끊기고 지원도 충분히 못 받을 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당신의 책]

    바이러스가 지나간 자리(메르스 사태 인터뷰 기획팀·지승호 지음, 시대의창 펴냄) 지난해 5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한가운데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져 내린 의료 시스템을 목도했던 의료인들의 증언과 고백을 담았다. 5월 20일 첫 환자가 나온 후 확진자만 186명(사망자 38명), 격리됐다 해제된 사람은 1만 6752명으로 집계됐다. 왜 한국에서 메르스 감염병이 확산됐는지, 무엇이 바뀌어야만 제2의 메르스 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던 의료인 10명이 응급실과 개인병원, 종합병원, 공공병원 의료진의 입을 빌려 실상을 전한다. 356쪽. 1만 6800원. 조선이 버린 천재들(이덕일 지음, 옥당 펴냄) 조선의 시대 질서와 이념에 도전한 인물 22명의 일대기를 들여다본 책이다. 주자 이론이 진리였던 시대에 주자와 다르게 경전을 해석한 윤휴, 이단이라는 낙인이 찍힐 위험을 무릅쓰고 양명학자임을 당당히 밝힌 정제두, 인조에게 인조반정은 쿠데타라고 꾸짖은 유몽인, 소중화사상 속에 오랑캐의 역사로 인식된 발해사를 우리의 역사로 인식하는 파격을 행한 유득공 등이 소개된다. 대다수가 유배지를 전전하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신념을 버리지 않은 이들을 저자는 역사적 선각자이자 시대를 앞서간 천재로 조명한다. 300쪽. 1만 5000원. 소음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의 침묵(틱낫한 지음, 류재춘 옮김, 프런티어 펴냄) 왜 보지도 않는 텔레비전을 켜 두는가? 왜 대화가 끊어지는 짧은 순간의 침묵조차 견디지 못하는가? 이 시대의 정신적 멘토 틱낫한 스님은 우리 삶에서 침묵이 갖는 가치와 의미에 관해 이야기한다. 침묵은 내면의 소음을 잠재우고 고요해지는 마음을 말한다. 침묵 속에서 호흡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내면은 고요함으로 가득 차고 이 ‘깨어 있는 마음’은 우리에게 있는 강력한 힘이다. 침묵의 힘에 대한 원리적 설명뿐 아니라 내적 힘을 기르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수행법도 담겨 있다. 236쪽. 1만 4000원. 아랍 오스만 제국에서 아랍 혁명까지(유진 로건 지음, 이은정 옮김, 까치 펴냄) 우리에게 아랍은 테러와 전쟁, 종교 맹신 등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저자가 전해주는 아랍 세계는 그것이 우리의 편견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랍 지역이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게 된 1516년부터 2011년 아랍 혁명까지를 다루며 방대한 지역의 풍부한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담았다. 저자는 정치인과 문인, 지식인,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빌려 그 시대 아랍인의 눈으로 본 당시 이야기를 균형 있게 전한다. 이 책은 아랍의 현재와 그 현재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알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는 아랍 역사에 대한 입문서다. 784쪽. 3만원. 박스오피스 경제학(김윤지 지음, 어크로스 펴냄) 1000만 관객 영화가 줄줄이 등장하고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는 한류 상품들이 탄생하는 ‘콘텐츠의 시대’. 그러나 여전히 문화산업은 감과 운으로 흥행을 점치는 분야로 치부된다. 이 책은 문화산업만의 블랙박스 비밀을 숫자와 데이터로 분석한 경제학자들의 분투를 담았다. 경제학자인 저자는 다양한 현상의 핵심을 파고들고, 최신 계량경제학의 사례를 다채롭게 소개한다. 저자가 이끌어 가는 문화경제학의 세계를 탐험하다 보면 흥하고 망하는 콘텐츠의 비밀과 복잡다단한 대중의 속마음, 그리고 문화산업을 움직이는 스마트한 전략들을 엿볼 수 있다. 312쪽. 1만 5000원.
  • 메르스 1년… 삼성서울병원 감염병대응센터 설치

    전자태그 카드 소지해야 병실 출입 가능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1주년을 맞아 발열호흡기 진료소와 감염병대응센터 운영 등 감염병 예방대책을 시행한다고 13일 밝혔다. 국내에 메르스 환자가 처음 발생한 건 지난해 5월 20일이었다. 예방대책에 따르면 응급실을 찾는 모든 환자는 보호장구를 갖춘 의료진이 24시간 대기하는 발열호흡기 진료소를 거치도록 했다. 진료실에는 음압격리실 11곳을 둬 고위험 감염병 환자가 다른 환자와 섞이는 것을 방지했다. 응급실 옆에는 고위험 감염병 환자를 관리하는 3층 규모의 음압격리병동을 설치했다. 음압격리병상은 본관 3층 중환자실 내 2개, 격리병동에 8개가 있다. 감염병 환자와 직원의 동선을 분리하고 의료진은 정기적으로 모의훈련을 진행한다. 병문안 문화를 개선하고자 지난달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체 병동에 전자태그(RFID) 카드로만 문이 열리는 슬라이딩 도어도 설치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청계천 같은 사업하라고요? 이달 1000번째 어린이집…시민 삶 개선, 그게 내 행정”

    “청계천 같은 사업하라고요? 이달 1000번째 어린이집…시민 삶 개선, 그게 내 행정”

    -대담 문소영 사회2부장 “행정은 균형과 정의와 공공성 등에 기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시대엔 빈부 격차라든지 큰 불평등이 야기돼 있잖아요. 가난하고 힘들고 억울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균형이고 정의죠. 제가 대학서 법철학 배울 때 “각자의 것은 각자에게”라는 선문답 같은 이론에 감동받았는데 힘이 모자라는 사람에게 힘을 더 보태주는 것, 이것이 정의이자 행정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일 서울시장실에서 서울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한 자리에서 ‘행정’을 이렇게 정의했다. 그 스스로 정치를 시작하게 된 직접적 계기가 불의에 대한 분노였다. 시민단체를 운영하던 그에게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사찰이 있었다. 기업들이 무서워서 협찬을 안 하고, 강연하면 정보과에서 찾아왔다는 사실이 피드백이 됐다. 그는 “정치는 정의롭고 원칙적이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뒤 “민주주의 대명천지에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이지만 ‘3선 서울시장’도 열어두었다고 했다. 그는 “대권, 3선을 고려하기 전에 위임받은 시민의 권력으로 서울시장을 잘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광장에서 집회가 끝난 뒤의 종이 쓰레기를 보고 “폐지 수거 노인 일자리 5개를 만들라”고 지시했다는 그의 꼼꼼함은 거대 담론 위주의 사회에서 단점이자 장점이다. →6년째 서울시장을 하고 있는데 서울시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시민의 삶 속으로 스며든 변화라고 할까. “서울시장이 생각보다 일은 잘하네”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물량과 물질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추상과 거대 담론에서 꼼꼼한 정책으로 원칙을 세워 일한다. →‘박원순 업적’으로 특별히 기억나는 게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 시민 복지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일어났다. ‘모든 국민이 알 수 있는 청계천 같은 사업을 하나 하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받았다. 하지만 시장은 시민의 꿈을 실현하는 자리라고 취임할 때부터 선언했다. 모두가 다 기억하는 건 없을지 몰라도 시민들은 자기 영역의 변화를 알 것이다. 청년은 은평의 혁신 파크나 청년수당과 같은 청년정책을 기억하리라 믿는다. 해외 도시도 서울시 ‘정책바라기’를 하고 있다. →원래 서울시 정책은 전국에서 따라 한다. 서울 구들도 청계천을 따라 했다. -청계천 따라 하다 충북 영동천, 순천 동천, 광주 광주천은 토목공사를 해 아름다운 하천을 다 버려놓았다. 서울 홍제천 상류의 경관을 해치는 콘크리트도 다 들어낼 예정이다. 지난해 서울시의 채무 7조 8000억원을 갚는 대신 4조원을 복지에 투자했다. 강바닥에 갖다 버리지 않으니 시민 복지를 느끼지 않겠나. 복지단체들이 서울시 복지예산을 26%에서 30%로 올려달라 했는데, 내가 34%로 끌어올렸다. 이달에 서울에 1000번째 국공립 어린이집이 문을 연다. 서울시민 삶의 질이 엄청나게 개선된 거다.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추모시설을 철거하지 않는다고 보수 쪽의 불만이 많다. -행정은 균형과 정의와 공공성 등에 기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난하고 힘들고 억울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균형이고 정의다. “각자의 것은 각자에게”라는 법철학 이론에 감동받았다. 힘이 모자라는 사람에게 힘을 더 보태주는 것, 이것이 정의이자 행정이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세월호 미수습자 9명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이지만 소수자에 대한 배려도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 현대사는 세월호가 있기 전과 후로 시대가 구분될 것이다. 세월호 추모시설은 서울시 공무원이 시민의 안전을 다짐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국가의 근본 목표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고, 서울시정의 최우선 순위도 안전이다. →20대 국회에서 세월호 관련 사항들이 어떻게 되어야 할 것 같나. -야당이 다수당이 됐으니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권한도 연장될 것이다. 예산도 배치해야 한다.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 기념관은 일본의 끔찍한 진주만 공습을 기억하고자 침몰한 군함 애리조나호를 인양하지 않고 바로 그 자리에 기념관을 세웠다. 배를 타고 바다에 가면 잠겨 있는 군함을 볼 수 있다. 제가 책임자라면 세월호를 인양해 3분의2 정도는 바다에 잠긴 상태에서 수상기념관을 만들고 싶다. →4·13 총선을 ‘사이다 선거’라고 평가했다. -민심은 참 위대하다.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는 분명한 심판을 했다. 국정 교과서 문제, 세월호 참사, 일본군 위안부 졸속 협상,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늑장 대응 등. 하나만 해도 어마어마한 일이다. 지지도가 꺼지지 않는다고 했지만 잘못된 여론조사가 문제라는 것이 이번에 드러났다. 야당에도 분명히 옐로카드를 보냈다. 더불어민주당이 제대로 했다면 3분의2가 넘는 의석을 차지했을 것이다. 서울은 야당이 3분의2가 넘었지 않나. 공(功) 다툼을 하면 안 된다. →호남의 더민주당에 대한 불신을 회복할 방법이 있을까. -광주·호남은 최근 현대사의 선거 과정에서 보면 가장 나침반 같은 역할을 늘 해왔다. 5·18 광주항쟁 이후 민주화를 주도해 왔고, 두 번의 민주정부를 만들어냈다. 민주당이 민주정부 수립 이후 광주·호남의 전폭적 지지에도 수권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거나 ‘광주정신’의 지향을 제대로 실천했던가, 어버이연합 같은 사태가 비일비재한 일상이 왜 벌어지나, 이런 본질적인 질문에 야당이 답을 못 하면 회초리 드는 것이 당연하다.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방문하고, 민심을 다독여야 할까. -광주 시민은 ‘나한테 와서 엎드리면 봐준다’는 말초적인 반응이 아니다. 광주시민이 바라는 역사적 요구를 과연 수용하고 있는가라는 관점이 중요하다. 국민의당이 잘해서 선택한 것도 아니다. 더민주에 대한 불신·불만의 대안이었다. 선거가 본격화되기 전 호남은 ‘현역 교체론’이 압도적이었다. 지금 국민의당은 당시 현역들이다. 광주·호남의 본질적 선택이 아니라는 거다. →지난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를 누르고 대통령 후보 지지도 1위에 올랐다. 박 시장은 5위다. -지지도는 뜬구름, 신기루 같다. 1년 전엔 나도 1등 했다. 지지도나 여론조사가 민심과 얼마나 다른지 이번 선거하면서 보지 않았나. 요즘 싱가포르의 명품행정에 관한 책 ‘역동적 거버넌스’를 읽고 있는데 참 감동이다. 미리보기, 돌아보기, 둘러보기 딱 세 가지로 설명한다. 6년 전 ‘말뫼의 눈물’로 유명한 스웨덴 항구도시 말뫼를 다녀왔다. 조선산업의 상징인 대형 크레인이 단 1유로에 2002년 현대중공업으로 팔렸다. 말뫼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도시재생과 대학과의 협업으로 완전히 새로운 창조산업을 일으켰다. 유럽에서 일본으로, 한국에서 중국으로, 조선 산업의 흐름을 보면 구조조정도 미리 예측했을 수도 있다. 성찰을 위해 외국 사례를 연구해야 한다.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프로젝트’를 보고 와서 더 낫게 영동권 국제교류 복합지구를 만들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을 못 믿고 시민단체 출신의 ‘어공’(어쩌다 공무원)만 신뢰한다는 비판이 있다. -시장이 되면 1만 7000명의 서울시 공무원과 개혁을 함께하는 것이 신념이었다. 공무원을 적으로 돌려 무엇을 성공할 것인가. 다만 공무원이 순환보직제라 전문성이 떨어지니 외부의 전문성과 혁신성을 들여온 것이다. 과장·국장에 개방형 공무원을 모두 채웠다. →최근 ‘어버이연합 사건’ 덕분에 2013년 ‘박원순 제압 문건’에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박원순 제압 문건’은 아무래도 국정원에서 만든 것 같다. 국정원 아니면 누가 그런 걸 만든단 말인가. 서울시장 출마의 직접적 계기가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사찰이었다. 기업들이 무서워서 협찬을 안 하고 강연하면 정보과에서 왔다 갔다고 피드백이 왔다. 정치를 왜 이렇게 하냐고 분노했다. 정치는 정당하고 정의롭고 원칙적으로 해야 한다. 국정원 개혁은 정치개혁의 1순위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세계를 둘러보는 통찰력과 글로벌한 리더십, 국민과 소통하는 능력, 거버넌스를 구성할 수 있는 협치 능력 등이다. 정리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초대 성남시립의료원장에 조승연 인천의료원장

    초대 성남시립의료원장에 조승연 인천의료원장

    경기 성남시가 현재 신축 중인 성남시립의료원 초대 원장에 조승연(53) 인천의료원장을 다음 달 초 선임한다고 29일 밝혔다. 조 원장은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외과학 박사로, 인천적십자병원 원장과 제16대 지방의료원 연합회장 등을 역임했다. 전국 최초로 인천의료원에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을 설립해 공공의료 확대와 정책제안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4년 제1회 대한공공의학회 공로상을 받았다. 조 원장 이외 이사진들도 보건의료전문가, 공공의료 지역활동가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됐다. 성남시는 초대원장 선임 및 이사진 구성이 마무리되면 곧바로 본격적인 개원준비에 착수할 예정이다. 성남시립의료원은 수정구 태평동 옛 시청자리에 들어서며 내년 12월 개원할 지역거점 공공병원이다. 서민을 상대로 한 의료공백을 해소하고 급성기 진료, 질병예방 관리, 건강증진, 재활 등 수익률이 낮아 다른 민간 병의원이 소홀히 하는 분야를 집중 다를 예정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우리는 지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계기로 공공의료가 얼마나 중요하고 절실한지 경험했다”면서 “성남시립의료원 건립은 내가 정치를 하게 된 계기이자 꿈이었다”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생방 5000명 보면 깜짝 정책 발표” 박원순표 시민 소통? 정치적 행보?

    “생방 5000명 보면 깜짝 정책 발표” 박원순표 시민 소통? 정치적 행보?

    총선뒤 좁아진 입지 만회 시각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진행하는 1인 소셜미디어 방송이 화제다. 서울시 정책 결정의 뒷이야기로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4·13 총선으로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한 박 시장이 시민과의 소통을 강화해 정치적으로 좁아진 자신의 입지를 만회하려는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박 시장은 28일 오후 9시 10분부터 55분 동안 시청사 6층 집무실에서 페이스북(www.facebook.com/hope2gether)과 트위터 페리스코프를 통해 1인 소셜 방송인 ‘원순씨 X파일’ 세 번째 생방송을 진행했다. ‘원순씨 X파일’은 인기 TV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처럼 박 시장이 진행자로 나서 매주 시민의 댓글을 읽고 실시간으로 답하는 방송이다. 이날 박 시장은 2013년에 ‘박원순 제압 문건’이란 것이 있었다며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자금 지원을 받은 어버이연합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어버이연합이 박원순 비방집회를 19번이나 열었다”고 비판했다. 어버이연합에 대한 의혹이 까도 까도 나오는 양파처럼 계속 나온다면서 진실이 단박에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은 안방의 세월호와 같다”며 “필요하다면 20대 국회에서 특별위원회라도 구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세권 2030청년주택, 근로자 이사제, 젠트리피케이션 대책 등 서울시 정책을 집중 홍보한 박 시장은 “청와대로 가 주세요”란 댓글에 “아직은 이르다. 서울시를 더 잘해야죠”라고 답했다. 이런 박 시장의 행보는 정치적으로도 해석된다. 박 시장은 지난해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1위(17%)를 차지했다. 하지만 총선 이후 나온 여론조사에선 5.4%로 5위로 밀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은 ‘노변담화’로 국민과 직접 소통했는데, 정치인이자 행정가인 박 시장이 정책을 알리려고 소통한다면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동시접속자가 5000명을 넘으면 깜짝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최대 접속자 숫자는 3000명대 초반에 그쳤다. 1회 방송 접속자가 4200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관심도가 떨어진 셈이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박원순 페북 생방 5000명 보면 깜짝 정책 나온다

    박원순 페북 생방 5000명 보면 깜짝 정책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진행하는 1인 소셜미디어 방송이 인기다. 서울시 정책 결정의 뒷이야기로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담았다는 평가다. 또 4·13 총선으로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았던 박 시장이 시민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등 야당 총선 승리 이후 좁아진 자신의 입지를 만회하려는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박 서울시장은 28일 오후 9시 10분부터 30분 동안 시청사 6층 집무실에서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hope2gether)과 트위터 페리스코프를 통해 1인 소셜방송인 ‘원순씨 X파일’ 세 번째 생방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원순씨 X파일’은 박원순 시장이 직접 진행자로 나서 매주 시민과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아 시민의 궁금증을 없애는 방송이다. 지난 14일에 시작한 이 방송은 박 시장의 지지층이나 일반 시민이 수 백개의 댓글이나 질문을 올라온다. 박 시장은 5000명 이상 동시 시청 때는 깜짝 정책도 발표하겠다고 ‘약속’도 했다. 이런 박 시장의 행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사실 지난 총선 전 60일 동안 ‘엄격한 선거법’에 묶여 자치단체장인 탓에 특별한 역할을 하지 못했던 박 시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고, 대선 주자로서 존재감을 부각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지난해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적극적인 대응으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1위(17%)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에선 5.4%로 5위로 밀려났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논란이 되는 정책의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고민에서 시작한 것일 뿐”이라면서 “정치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 시장은 원래 SNS로 시민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즐기지 않았냐”면서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의 노변담화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의 형태이기도 하고, 정치인이자 행정가가 자신의 정책을 알리려고 소통한다면 나쁘게만 볼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폭발한 그리스 난민캠프… 소요사태로 7명 중태

    곪았던 유럽의 난민 사태가 기어이 소요로 폭발했다. 영국 BBC 등은 26일(현지시간) 4000명 이상의 난민이 머물고 있는 그리스 레스보스 섬의 모리아 난민 캠프에서 대규모 폭력 사태가 발생해 최소 7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레스보스 섬에는 키오스 섬, 이도메니 지역과 함께 대규모 난민 수용시설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선 중동이나 아프리카, 서아시아에서 건너온 난민들이 유럽행 혹은 본국으로의 송환을 놓고 갇혀 지내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이날 소요는 모리스 캠프의 청소년 거주지에서 일어났다. 목격자들은 “난민 청소년 서너명이 그리스 경찰에게 ‘자유를 달라’고 요구하다 한 소년이 (심하게) 얻어맞았다”면서 “격분한 시리아 난민 남성이 경찰에게 폭력을 휘두르면서 사태가 촉발됐다”고 말했다. 경찰이 최루탄 수백발을 쏘면서 사태는 확산됐다. 수용소 곳곳에서 난민들이 쓰레기통과 담요를 태우고 돌을 던지면서 한때 수용소 일부가 무정부 상태에 빠졌다. 경찰은 수시간 만에 난민들을 진압했으나 이 과정에서 난민 청소년 최소 7명이 중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의 눈’ 등 현지 매체들은 최근 유럽연합(EU)과 터키 간 난민 송환 합의가 난민촌의 분위기를 악화시켰다고 전했다. 지난달 20일 이후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들은 이 합의에 따라 발이 묶여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그리스 레스보스섬 난민 캠프서 대규모 소요사태

    그리스 레스보스섬 난민 캠프서 대규모 소요사태

     곪았던 유럽의 난민사태가 기어이 소요로 폭발했다.  영국 BBC방송 등 외신들은 26일(현지시간) 4000명 이상의 난민이 머물고 있는 그리스 레스보스 섬의 모리아 난민 캠프에서 대규모 소요 사태가 발생해 최소 7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레스보스 섬은 키오스 섬, 이도메니 지역과 함께 대규모 난민 수용시설이 들어선 그리스 땅이다. 이곳에선 중동이나 아프리카, 서아시아에서 건너온 난민들이 유럽행 혹은 본국으로의 송환을 놓고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갇혀 지내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이날 소요는 모리스 캠프의 청소년 거주지에서 일어났다. 목격자들은 “서너명의 난민 청소년들이 그리스 경찰에 ‘자유를 달라’고 요구하다 한 10대 소년이 (심하게) 얻어 맞았다”면서 “이에 격분한 시리아 난민 남성이 경찰에 폭력을 휘두르면서 사태가 촉발됐다”고 일간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경찰이 수백발의 최루탄을 응사하면서 사태는 확산됐다. 수용소 곳곳의 난민들이 쓰레기통과 담요를 태우고 돌을 던지면서 한때 수용소 일부 지역이 무정부 상태에 빠졌다. 경찰은 수시간만에 난민들을 진압했으나 이 과정에서 난민 청소년 최소 7명이 중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의 눈’ 등 현지 매체들은 최근 유럽연합(EU)과 터키 간 난민송환 합의가 난민촌의 분위기를 악화시켰다고 전했다. 지난달 20일 이후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들은 이 합의에 따라 발이 묶였고, 지금까지 340명이 ‘경제적 이민자’로 분류돼 터키로 송환됐다. 유엔난민기구 대변인은 “난민에게 주어지는 급식량이 줄거나 중단되는 등 거주환경도 열악해 졌다”면서 “이로 인해 급식소 안팎에선 크고 작은 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난민들의 불만은 이날 그리스와 네덜란드 외교장관이 난민캠프를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자극받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7일 레스보스 섬을 방문해 EU와 터키의 난민 협정을 비난하면서 시리아인 난민 12명을 바티칸으로 데려갔다. 지난 25일에는 ‘중동의 다이애너비’로 불리는 요르단의 알 압둘라 라니아 요르단 여왕이 레스보스 섬을 찾아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방역업무 전문 공무원 내년부터 따로 뽑는다

    승진대상 최대 7배→10배 확대 5년 일하면 1년 무급휴직 도입 내년부터 방역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방역직’ 공무원을 선발한다.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임용 시험에 방역직류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공무원임용령 개정안’(대통령령)을 입법예고했다고 25일 밝혔다. 개정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6월쯤 시행된다. 이번 개정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로 홍역을 치른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국가방역체계 개편 방안’에 따른 후속 조치다. 공직 내 방역전문가를 양성해 메르스, 지카바이러스 등 신종 감염병의 위협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금까지 보건직에 포함됐던 방역직을 별도로 선발한다. 방역직 공무원은 감염병에 대한 대응, 방역시스템 구축 등 방역 업무를 전담한다. 기존에는 보건·위생 업무를 하는 보건직에 떠안겨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인사처 관계자는 “메르스 확산 사태가 방역직류를 독립적으로 선발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말했다. 방역직 선발 첫해인 내년도 선발인원은 20명 정도로 예상된다. 인사처 관계자는 “방역직 공무원 선발 수요가 가장 큰 보건복지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직류별 선발 인원은 해마다 부처별 충원 수요에 따라 달라진다. 시험 과목과 절차(필기·면접), 채용 방식(5·7·9급 공채, 6급 이하 경력경쟁채용·5급 민간경력경쟁채용 등) 등 구체적인 선발 계획은 올 하반기에 ‘공무원임용시험령 개정안’(대통령령)에 담긴다. 선발 직급엔 제한이 없다. 단, 경채의 경우 6급 이하 공무원은 각 부처에서 선발하고 5급 공무원은 인사처가 전 부처 수요를 받아 민간경채로 선발한다. 아울러 개정안에는 성과를 낸 우수 공무원들이 폭넓게 승진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승진 심사 대상 범위를 최대 7배수에서 10배수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승진 심사 대상 선발 기준은 근무 성적 평정(80~95%), 경력 평정(5~20%)이다. 1명의 결원이 생기면 승진심사 대상이 7명이었지만 앞으로는 10명으로 확대된다. 일단 승진 심사 대상에 오르면 단순 경력보다 성과 위주의 평가가 이뤄져 우수 공무원들에게 승진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인사처의 설명이다. 또 5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은 직무 관련 연구과제를 수행하거나 자기개발을 위해 1년 동안 무급 휴직을 할 수 있다. 자기개발휴직을 하고 복직한 뒤에도 10년 이상 근무하면 재사용이 가능하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왕서방 모셔라… 한·중·일 면세점 삼국지

    왕서방 모셔라… 한·중·일 면세점 삼국지

    지난 19일 오후 2시 일본 도쿄의 최고 번화가이자 쇼핑 장소로 유명한 긴자. 수백 미터에 이르는 거리 곳곳에서 중국말이 왁자지껄하게 들렸다. 한쪽엔 중국인 관광객을 태우려는 관광버스의 불법 주차 풍경도 낯설지 않았다. 특히 중국계 자본으로 설립된 전자제품 판매장 ‘라옥스’ 앞에는 쇼핑백을 어깨에 메고 그것도 모자라 양손 가득인 중국인 관광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라옥스 매장 방문이 중국 관광객의 도쿄 여행 필수 코스로 포함되면서 곧잘 보이는 모습이다. 이들을 피해 무심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일본 직장인들이 묘한 대조를 보였다. 라옥스는 소비세(8%·우리의 부가가치세)만 빼 주는 이른바 ‘택스 프리 숍’이다. 그럼에도 라옥스는 중국인 관광객의 ‘폭매’(폭풍 매입)에 힘입어 빠르게 덩치를 키워 나가고 있다. 3년 전 11곳에 불과했던 매장 수가 이미 34곳으로 늘었다. 긴자에만 3곳이 있어 중국인 관광객을 싹쓸이하고 있다. 매출도 지난해 1조원을 가뿐하게 넘어섰다. ‘왕서방’을 모시기 위한 일본과 한국, 중국 간 면세점 사업 경쟁이 불붙었다. 3국이 면세점 확대 정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쏟아 내고 있는 것이다. ‘고성장 시대’를 마감한 중국도 자국민에게 해외에서 관광만 하고 중국으로 들어올 때 ‘입경 면세점’에서 지갑을 열라고 할 정도다. 라옥스를 비롯한 택스 프리 숍의 성공을 지켜본 일본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소비세뿐 아니라 관세(5~30%)까지 면세해 주는 ‘시내면제점’(Duty Free Shop)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은 국제공항마다 소유 구조가 제각각인 데다 ‘개미’(국민)들도 지분을 보유해 시내면세점 허가가 쉽게 날 수 없는 구조다. 면세점을 하려는 사업자도 일 진행이 복잡하고, 각 공항공사도 기존 면세점 공간을 없애고 ‘인도장’(시내면세점에서 돈을 지불한 뒤 공항에서 면세품을 넘겨받는 곳)까지 내주며 사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다. 이 난관을 뚫고 지난 1월 도쿄 긴자의 미쓰코시백화점 8층에 ‘시내면세점 1호’가 들어섰다. 이날도 손님 태반이 중국 관광객이었다. 판매 사원들은 누가 지나가거나 물건을 쳐다보면 바로 “닌하오”(?好) 인사말을 건네며 다가왔다. 도쿄 최고의 미쓰코시백화점이 아니라 베이징 한복판에 있는 듯했다. 긴자 도쿄플라자 7~8층에 들어선 ‘시내면세점 2호’인 롯데면세점도 비슷했다. 개장한 지 20여일밖에 안 돼 관광버스를 타고 몰려다니는 ‘중국인 단체 고객’은 드물었지만,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나홀로 중국 관광객들이 꽤 됐다. 롯데면세점의 한 판매사원은 “주말엔 중국인 관광객들로 면세점이 바글바글하다”고 설명했다. 이성철 일본롯데면세점 판매본부장은 “일본을 방문하는 ‘유커’(중국 관광객)들이 최근 3년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올해 매출 목표인 150억엔(약 15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면세점에서 중국 관광객의 1인당 평균 구매액이 한국(400~500달러)보다 떨어지는 것이 다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일본 유통업계도 시내면세점을 막 시작한 미쓰코시와 롯데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갈수록 쪼그라드는 시장 상황에서 시내면세점 사업이 ‘제2의 황금알’이 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 본부장은 “지금은 일본 유통기업들이 시내면세점의 성공 여부에 반신반의하고 있지만, 돈이 된다고 판단하면 바로 대규모 자본을 투입할 것”이라면서 “이에 앞서 선발 주자로서 입지를 굳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내년에 간사이공항공사와 합작해 오사카에도 시내면세점을 낼 계획이다. 시장 상황을 봐 가며 추가로 시내면세점 2~3곳을 더 낼 계획이다. 일본 정부도 면세점 사업 확대에 긍정적이다. 해외 관광객들의 지갑을 여는 데 면세점만 한 것이 없는 데다 바로 소비 활성화로 이어지면서 세수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귀현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장은 “일본 정부가 라옥스처럼 소비세만 면세해 주는 유통 판매장을 앞으로 2만개가량 더 늘린다”면서 “침체된 내수 시장의 돌파구로 면세점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 시각, 한국 정부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일본의 ‘택스 프리 숍’을 본떠 부가가치세(10%)와 개별소비세를 매장에서 바로 돌려주는 ‘사후면세점’이 확대되는 가운데 서울시내 사전면세점(Duty Free Shop)도 추가로 허용하기로 했다. 면세점 사업을 확대하려는 주변국과 달리 운영 노하우가 풍부한 업체마저 탈락시켜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궤도를 수정한 것이다. 다음주 서울시내 면세점 추가 허용과 신규 업체 수, 신청 절차 등이 발표된다. 관세청은 서울 시내면세점 2~4곳을 추가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면세점 사업을 진행하는 일부 기업들은 경쟁력 악화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지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해외 관광객이 다시 증가하는 만큼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특히 최근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중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며 ‘한류 열풍’에 불을 지핀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음달 문을 여는 두산면세점이 드라마 주인공인 송중기를 모델로 계약해 한류 스타 마케팅에 나선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업계 매출은 9조 1983억원으로 이 중 외국인이 올린 매출은 6조 1000억원(66.5%)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 매출은 5조원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의 1인당 평균 소비액은 2200달러였다. 중국을 대표하는 단어인 세계의 공장 ‘메이드 인 차이나’가 바야흐로 세계의 소비자 ‘유커’로 바뀌어 가자 중국도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입국하는 국민들에게 면세품을 살 수 있는 ‘입경 면세점’ 19곳(공항 13곳, 항구 6곳)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내수 시장을 키워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중국의 새로운 조치인 셈이다. 중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여행객이 해외에서 소비한 금액은 1조 2000억 위안(약 211조 5000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정부는 이번 면세점 신설로 소비재 판매가 1%가량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인당 면세구매 한도는 기본 원칙인 5000위안(약 88만원)으로 하되 입국 면세점에서는 3000위안(약 53만원)을 더 늘려 최대 8000위안(약 141만원)까지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중국의 내수 소비 진작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인터넷) 면세점까지 활용하고 있다. 하이난 리다오의 면세점은 지난 2월부터 인터넷으로 물건을 팔고 있다. 상품구매 예약과 온라인 결제, 수령지 선택 등이 가능하다. 고객들은 물품 수령 시간 단축과 쇼핑 시간 단축 효과를 얻는 셈이다. 신설 면세점도 온라인 운영 체제를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머지않아 중국 면세점도 ‘온라인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강민주 코트라 상하이무역관은 “중국이 내수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여 한국 면세점 사업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앞으로는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쇼핑 환경을 개선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 사진 도쿄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방역당국, 집단 감염병 대응 또 허점

    방역당국, 집단 감염병 대응 또 허점

    고열·기침에 메르스 의심 진단 환자, 서울 시내 호텔로 이동 당국 4시간이나 지나 신병 확보… 바이러스 1차 검사선 음성 반응 방역 당국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방역에 또다시 허점이 노출됐다.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은 13일 새벽 고열과 기침 증세를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은 아랍에미리트(UAE) 국적 A(22·여)씨에게 메르스 의심 진단을 내리고도 이 여성이 마음대로 귀가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부랴부랴 소재 파악에 나서 오전 7시 20분쯤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A씨의 신병을 확보하고 같은 지역의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했다. A씨가 응급실을 나선 뒤 4시간이 지난 후였다. 1차 검사 결과 이 여성은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메르스 사태의 교훈이 무색할 정도로 방역 당국과 의료기관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종 검사 결과는 15일쯤 나온다. 강북삼성병원에 따르면 지난 8일 입국한 A씨는 고열, 기침, 인후통 등의 증세가 나타나자 이날 오전 1시 30분쯤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 측은 A씨를 메르스 의심 환자로 진단하고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에 신고한 뒤 A씨와 함께 온 보호자에게 격리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A씨는 격리를 거부하고 자신의 승용차로 돌아갔다. 이 병원 의사의 설득으로 A씨는 응급실 외부에 설치된 음압 에어 텐트에 잠시 입실했으나 곧 밖으로 나갔다. 강북삼성병원 관계자는 “보안팀이 차량에서 대기해 달라고 요청하고 의료진에게 이를 설명하러 간 사이 환자와 보호자가 승용차로 귀가해 버렸다”고 말했다. 환자가 격리를 거부하긴 했으나 병원 측도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병원 측은 메르스 의심 환자가 도망갔다고 하고, 의심환자는 대기했는데 사람이 오지 않아 그냥 숙소로 돌아왔다고 하는 등 말이 엇갈린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A씨의 신병을 확보하고도 2시간 후에야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했다. 이송이 지연된 이유에 대해 질본 관계자는 “아랍권 여성에 대한 신체 접촉은 매우 신중하게 해야 해서 UAE 대사관 관계자가 호텔로 오길 기다렸다가 이 관계자에게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이송 동의를 얻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스마트 검역 구축 ‘제2 메르스’ 봉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계기로 방역 현장에 필요한 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이렇게 개발한 신기술을 국가 방역체계 전반에 적용해 감염병에 대응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는 1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12회 국가과학기술심의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제2차 국가 감염병 위기 대응 기술 개발 추진전략(2017~2021)’을 확정했다. 감염병 연구·개발(R&D) 결과물이 방역체계 전 과정에 활용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감염병 R&D가 연구용으로만 설계돼 실제 방역 현장에서 감시와 예측을 하는 데 활용하기가 어려웠다. 우선 신종 감염병이 국내에 유입되기 전에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활용해 신종 감염병 병원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백신·진단기 등을 개발한다. 신종 감염병이 유입된 후에는 연구·자문 역할을 할 감염병 전문가 집단을 구성한다. 또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환자의 이동 경로 정보를 방역 현장과 의료기관 등에 제공하는 스마트 검역체계를 구축한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집중적으로 투자할 감염병 중점 관리 분야를 신·변종 감염병 대응 기술, 미해결 감염병, 국가 감염병 안전망 구축 등 3개 유형으로 선정했다. 신·변종 감염병은 신종·원인 불명 감염병, 기후변화·인수공통 감염병 등이다. 미해결 감염병에는 결핵과 만성 감염질환이, 국가 감염병 안전망 구축 과제에는 생물 테러와 감염병 재난 대비 등이 포함됐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서해 5도 관광객 뱃삯 지원 재개

    인천시가 올해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중단됐던 옹진군 서해 5도 관광객 뱃삯 지원사업이 재개된다. 7일 인천시와 옹진군에 따르면 2013년부터 시와 군은 각각 연간 7억원을 들여 서해 5도 관광객의 여객선 운임 50%를 지원하는 사업을 펴 왔다. 이로 인해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2014년 세월호 사고,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으로 일시적인 굴곡이 있었지만 옹진군 관광 선호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갔다. 백령·대청·연평도 등 서해 5도는 수려한 경관을 갖춰 섬 관광지로는 최적의 입지를 갖췄으나 고액의 여객선 운임으로 제약을 받아 왔다. 인천항∼백령도 왕복 운임은 13만 1500원으로 저가 제주도 비행기 값보다 비싸다. 또 인천항∼대청도는 12만 4900원, 인천항∼연평도는 11만 8100원이다. 이로 인해 도서지역 관광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섬 경제가 침체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이 때문에 서해 5도 방문객에게 여객선 운임 절반을 할인해 주는 사업은 관광객들에게 호평을 받는 동시에 옹진군 관광의 숨통을 트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시는 올 들어 재정난을 이유로 관련 예산을 삭감했고, 옹진군은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관광 위축을 우려한 옹진군이 유정복 시장의 연두방문에서 해당 사업 지속을 강력히 건의하자 시는 이를 받아들였다. 시는 옹진군과의 사업비 분담률 등을 조정해 관련 예산을 제1회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할 방침이다. 옹진군 관계자는 “섬 관광은 5, 6월부터 본격화되기 때문에 서해 5도 방문객 뱃삯 지원사업이 재개되면 올해도 예년과 같이 관광객들이 운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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