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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료 갈등이어 명예훼손 맞고소 위기/이인영, 프로모터와 결별

    여자프로복싱 세계챔피언 이인영(사진·32·루트체)과 변정일(37) BJI 프로모션 대표가 결별했다. 변 대표는 8일 “국제여자복싱협회(IFBA) 플라이급 챔피언 이인영에 대한 권리를 조건없이 포기하기로 했다.”면서 “챔피언이 되기까지 동고동락한 정이 있어 망설였지만 이인영이 나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말을 듣고 결심을 굳혔다.”고 밝혔다. 변 대표와 이인영은 지난달 24일 열린 1차방어전에 앞서 대전료를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으면서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1차 방어전 뒤 변 대표가 “다시 술에 빠져들어 연습을 거의 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한 것에 대해 이인영측이 명예훼손 소송을 검토하면서 두 사람의 사이는 극도로 나빠져 결국 결별 수순을 밟게 됐다.그러나 변 대표는 “법정으로 가더라도 충분한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있으며 만약 이인영이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제기하면 무고죄로 맞고소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이인영을 지도하는 김주병 관장은 “술을 조금씩 입에 댄 것은 사실이지만 운동 이전의 알코올중독자 수준으로 되돌아 갔다는 변 대표의 말은 지나친 과장”이라고 주장했다.이번 사태의 충격으로 최근 행방을 감춘 이인영은 자신의 명예가 회복되기 전에는 운동을 다시 시작하지 않겠다는 뜻을 김 관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석기자
  • [김영희 이혼클리닉 - 만남, 사랑 그리고 헤어짐]무능한 남편, 갈라서고 싶습니다

    35세 주부입니다.여섯살,네살 난 아들,딸이 있습니다.7개월 전 직장에서 해고된 남편(39세)은 일자리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온갖 신경질에다 손찌검까지 합니다.이혼하고 싶습니다.길을 가르쳐 주세요.-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장은영(가명) 장은영씨.지금 우리나라에는 정리해고 당한 실업자가 200여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정부가 2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우리들의 현실은 답답하기만 합니다.얼마 전 모 은행지점 차장이 “요즘엔 전화벨 소리에 심장이 멎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더군요.다섯 식구 생명줄인 직장에서 명퇴하라는 전화가 올까봐 그렇답니다. 39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손발이 다 잘린 듯 밤낮없이 집에만 있어야 하는 은영씨 남편은 자신은 인생의 낙오자란 심정으로 마음속으로 자살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아이들 기죽이지 않고 잘 키우고 싶은데 돈 한푼 못 벌고 있는 남편이 온갖 신경질에다 손찌검까지 하니 정말 속이 뒤집히겠지요.괴로운 마음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은영씨.세상에는 도박·외도·가정폭력·알코올중독·무단가출 등 별의별 행동으로 가정을 뒤흔드는 남편들이 의외로 많습니다.원수,원수하면서도 헤어지지 않고 살고 있는 것은…,아마도 그것이 부부인가 싶습니다. ●경제적 불화로 가정이 깨진다면… 은영씨.우리 이혼을 생각해 봅시다.이혼당한(?) 남편은 그 충격으로 폐인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또한 파괴된 가정 속에서 두 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수 있을까요?지금은 이혼하고 나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날 것 같지만 앞으로 더 큰 시련이 닥칠 수 있다는 걸 꼭 생각해 보세요.정말 뜻대로 안되는 게 세상사거든요.한 가정이 경제적인 불화로 파괴된다면 가정의 소중함을 우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은영씨.오늘 나는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16년 전 어느 날,출근했던 남편이 1시간도 채 안돼 돌아와선 “나 사표 던지고 왔어.”라고 하더군요.성품이 대쪽 같은 남편은 타협이나 두루뭉술 넘어가는 게 없어 시한폭탄 같은 사람이었기에 ‘올 것이 왔구나.’생각했습니다.“여보 잘했다.당신 그동안 일만 했어요.당신같이 실력있는 사람 어디서 찾아? 우리 제주도 갑시다.신혼여행 간 지가 벌써 20년이 넘었네.”라고 했습니다.남편의 마음속에 끓고 있을 울분을 생각하며 가슴속에서 철철 눈물이 흘렀지만 내색하지 않았습니다.얼마나 속상했으면 사표를 던졌을까.호랑이는 배고파도 풀을 먹지 않는다지….남편이 집에서 쉬고 있는 동안 그때그때마다 남편의 지갑에 용돈을 채워 주었어요.친구들 만날 때 얄팍한 지갑 때문에 기죽을까봐 친정에서 돈을 얻어서라도 그렇게 했지요. ●“사랑과 용기로 고비를 이겨봐요” 1년 넘는 남편의 실직으로 집안 사정이 상당히 어려웠지만 나보다 몇 백배 더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있을 남편이 안쓰럽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커피나 과일을 내놓을 때도 아꼈던 예쁜 그릇을 꺼내 썼고,단 한번도 궁색한 형편을 입 밖에 내지 않았습니다.남편을 사랑해서라기보다 부부 사이엔 사랑보다 더 진한 그 무엇이 있는 것 같습니다.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남편은 그때의 내 배려가 참으로 고마웠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은영씨.지난해 11월 뉴스를 통해 남극 세종기지 연구대원들의 안타까운 조난소식을 들었지요.체감온도 영하 30도의 눈보라 폭풍 속에서 그들이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체온으로 감싸 안으며 반드시 구조대가 올 것이라는 ‘희망과 용기’로 극한상황을 견뎌 냈기 때문이었습니다.희망은 빛이고,모든 것을 가능케 하며,우리에게 기적을 만들어 줍니다. 은영씨.지금 남편에겐 하늘 아래 당신밖엔 아무도 없습니다.은영씨는 생명수입니다.지금 남편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자포자기입니다.당신만이 남편에게 용기를 줄 수 있습니다.오늘밤 애들 잠재워 놓고 아파트단지 벤치에 앉아 남편 손을 잡고 “당신을 사랑해.우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요.애들과 내가 있잖아.”라고 말하며 남편 가슴에 안겨보세요. 길은 반드시 있습니다.어려운 인생 고비를 믿음과 사랑,이해와 용기로 극복해 나가는 것,그것이 인생승리 인간승리입니다.결혼은 사랑도 중요하지만 의무와 책임도 따라야 합니다.은영씨 가정이 다시 예전처럼 행복해지는 날 두고두고 남편에게 큰소리쳐가며 사세요.슬기와 인내로 위기를 극복해준 당신에게 한없는 고마움과 존경심을 가질 것입니다.
  •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타원형 감옥의 외부-백민석 소설 목화밭 엽기전과 그 맥락

    강 경 석 1.기율과 충동의 사이 백민석의 소설들은 낯설다.그래서 그는 활동 초기부터 비상한 주목을 받아왔다.그러나 그런 만큼 오해와 풍문속에 내버려져 있기도 했다.그에 관한 논의들 대다수가 “긍정과 부정의 양 극단에 서”(하상일)있다는 지적은 여기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작가 백민석은 과장된 지지와 일방적 폄하 사이에서도 소설적 기율에 대한 자의식과 하위문화적 충동 간의 길항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어 문제적이다.이는 그의 소설을 전위주의(avant garde)나 키치적 신세대론으로 소급하게 만든 흔한 실마리이기도 했다.그러나 이 길항이 가지는 가시적 면모들은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그보다는 하위문화소들의 무잡한 전경화 뒤에 작가가 무엇을 배치해 놓았는가 하는 점이 더 중요하다.그는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 90년대적 공통감각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 혹은 “억지로 깨워 불러들여”(261면)진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작가이다.그의 소설들이 가시적이고 합리적인 범주로의 손쉬운 편입을 수락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이들은버려지고 배제된 것들(abjection) 말하자면 “병원 수술실에서 나온 적출물더미”(74면)의 잡종교배를 통해 태어났다.하위문화적 기시감으로 얼룩진 “적출물더미”들이 작중현실을 대신하면서 이들을 단순한 상징이나 알레고리로 보이게끔 만들지만,백민석의 서사전략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바는 비유적 세계의 너머에 있다. 우리가 길어 올리고자 하는 주제들은 모두 그의 네 번째 장편 ‘목화밭 엽기전’(이하 엽기전)을 경유한다.‘헤이,우리 소풍 간다’(이하 헤이)로부터 본격화된 백민석의 소설 작업은 자못 활력적이었다.그리고 그 도정의 옥매듭을 이루는 작품이 바로 ‘엽기전’이다.이후 출간된 소설집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이하 장원)이나 장편 ‘러셔’도 이 텍스트의 장력 바깥은 아니다.‘엽기전’은 백민석의 성공과 실패를 입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창이다. 2-1.기생(寄生)과 평질변이의 공간들 벤야민은 카프카의 작품을 분석하면서 그것을 “멀리 떨어진 두 개의 초점이 있는 타원과 같다.”라고 썼다.이처럼 ‘엽기전’ 또한 두 개의 초점을지닌 타원 구조를 띠고 있다.그러나 카프카의 작품이 현대사회의 알레고리적 재현이라면 ‘엽기전’은 그 ‘재현’의 재현이다.은폐된 두 개의 초점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는 적절한 축척의 개략도 한 장을 준비하기로 한다. 주인공 한창림은 대학 강사이다.그에게는 수학과외 교사를 하는 아내 박태자가 있다.과천에 살고 있는 이들은 비교적 분명한 사회적 신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괴한 작업에 몰두한다.그것은 미소년들을 자신들의 집 지하실로 납치해 스너프필름을 찍는 일이다.이는 시종 “흰 연기”(281면)에 비유되는 공포스러운 존재 “펫숍삼촌”의 사주에 의한 것이다.‘펫숍의 영어표기 pet에’는 ‘성애의 개념도 포함되어’ 있으며 거기에서는 “도착적인 냄새”(128면)가 난다고 설명되듯 그가 한창림 부부에게 돈을 지불한 뒤 얻는 것은 관음증적 쾌락이다.이야기는 박태자의 제자이기도 했던 소년 윤수영이 이들 부부에게 납치·살해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생면부지의 한 회계사를 양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폭행하게 되고,그 때문에 오장근 형사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일이 “질서에서 어긋나”(188면)자 펫숍삼촌은 박태자를 살해한다.한창림은 오장근과 펫숍삼촌에 대해 복수를 꿈꾸지만 결국 실패하고 체포된다.이 파국의 막바지를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그는 “모자이크 처리가”(280면)된 “목화밭”을 발견한다. 물론 이상과 같은 개략도만으로 우리의 목적지가 금세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도착적 수사들을 일단 괄호치고 나면 텍스트는 의외로 쉽다.그것은 실존공간에 틈입한 우발적 폭력이 파국의 빌미로 된다는,매우 익숙한 플롯을 배면서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같은 맥락에서 “햇빛 때문에” 한 아랍인을 살해했다는 뫼르쏘(‘이방인’) 이야기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한창림과 뫼르쏘가 행사한 폭력은 부조리한 ‘충동’에서 비롯된 것이다.“양담배”나 “햇빛”은 사후에 조작된 것일뿐 폭력의 본질적인 동기는 아니기 때문이다.요컨대 ‘엽기전’은 지식인 주인공의 지리멸렬한 일상이 폭력적 충동 앞에 느닷없이 노출된 상황과 이질적이고 도착적인 수사들의 짜깁기로 구성되어 있다.이 발견을 열쇠로 삼아 텍스트에 좀더 가까이 가 보자. 우선 제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전(傳)이라는 이름의 작품 형식표지 때문이다.이것은 한 인물의 인생유전을 시간의 흐름에 입각해 서술하는,동아시아 고전문학의 대표적 형식 중 하나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현대적 굴절을 거듭해왔다.인물의 궤적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그것은 ‘박씨부인전’‘홍길동전’ 혹은 ‘라울전’(최인훈)‘유자약전’(이제하)과 같이 인물 지시와 이어지게 마련이었다.필경 전 형식을 새롭게 전유하면서 그 스타일이 고안되었을 ‘한씨연대기’(황석영)도 사례에 포함시킬 만할 것이다.그러나 엽기(獵奇)는 인물이 아니라 어떤 사태를 지시하는 말이다.그로테스크(grotesque)의 일본식 번역어일 가능성이 높은 이것은,최근 폭발적인 유행과 함께 하나의 문화적 화두가 되기도 했다.그러므로 ‘엽기전’은 엽기라는 문화적 표상들의 탄생과 성쇠를 기록한 형식이다.그러나 텍스트에 파종된 엽기들은 발생·성장·소멸이라는 시간적 체험과는 무관하게비선형(非線型)적으로 뒤엉켜있다.이런 측면은 자연스레 공간적 상상력을 유도한다.텍스트의 문면에 돋을새김 된 모티프들이 “동물원”“펫숍 건물”“지하작업실”“서울랜드”“목화밭”“과천” 등의 공간 표상들임은 시사적이다.지하분묘(grotta)의 벽에 표현된 반인반수의 기괴한 신체들로부터 파생,매스미디어적 운반을 거치면서 그로테스크는 엽기로 굴절되었거니와 엽기는 먼 기원에서부터 이미 공간 자질(지하분묘/일그러진 신체)을 보유했던 것이다.그런 면에서 ‘엽기전’의 전(傳)은 교란부호 내지 착란이다.그것은 엽기가 전(傳)이라는 선형(線型)적 시간에 뿌리내리면서 빚어진 형질변이의 결과여서,결국 의식의 ‘적출물더미 하치장’을 표상하는 공간 기호로 작동한다.이것의 대표적 작중 용례는 일상의 표면에 묻힌 한창림 부부의 “지하작업실”일 것이다.이곳에서는 마치 무의식 속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다. 설정 자체는 나체의 주술사가,흰 피부의 사내애와 벌이는,섹스의 향연이다.신께 제를 올리는 것이다.제물은 섹스이고,체액이고,신체이다.(212면) 재갈과 가죽 끈으로 포박당한 희생자는 끊임없는 린치의 반복앞에 저항할 힘조차 잃고 있다.한창림 부부는 카메라를 설치하고 상황을 연출하면서 마치 마계의 제사장처럼 행동한다.악마숭배의 제의적 모티프는 하위문화의 단골 레퍼토리이기도 하다.헤비메탈 밴드의 라이브 공연장은 가장 적절한 참조 대상이다.이들은 “무시무시한 대형 두개골 모형이 놓여 있고,사방에 스티로폼으로 만든 시체 조각 뼛조각들”(‘장원’146면)이 널린 무대에서 연주하곤 했다.그들은 관중을 향해 “날엉덩이”까지 흔들어대는 퍼포먼스를 서슴지 않는다.작가가 여기에 깊은 공감을 보이는 이유는 “모든 가식을 뚫고 자신과 현실을 직시하는 추잡한 날엉덩이의 미학”(‘장원’ 147면)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비교(秘敎)적 무대공간은 한창림의 지하작업실과 유사한 공간 자질을 갖는다.성스러운 신의 전당들이 지상으로부터 영원을 향한 상승 이미지라면,엽기전적 공간은 지하로 숨어든 하강 이미지이며,그것은 서구 고딕(Gothic)소설들이 공간적 배경으로 흔히 채용했던 폐쇄공간들(외딴 성,숲속의 저택 등)과도 통한다.한창림의 지하작업실이 “서울랜드와 동물원이 지어질 때 고립”(18면)되었다고 진술되면서부터 이들과 일정한 상호텍스트성을 획득하기 때문이다.실제로 ‘오트란토 성’(H 월폴) 같은 작품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지하실이나 비밀통로,폭력적인 남성형상 등의 모티프들이 두루 겹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엽기전’이 일반적인 공포물이나 고딕소설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그것은 소재주의에 함몰된 비약이다.상호텍스트성이 아무런 매개도 없이 동질성으로 전화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이를 과장하다보면 최인훈의 ‘웃음소리’나 박인홍의 ‘벽 앞의 어둠’,또는 이승우의 몇몇 근작조차 고딕소설의 일종으로 배분해야 지 모른다. ‘오트란토 성’이 봉건 이념의 종식을 징후적으로 포착한 경우라면,‘엽기전’은 근대 자본주의의 세포단위인 부르주아 핵가족의 내파(內破)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내력부터 다르다.이 앞뒤 사이에 가로놓인 역사의 심연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인데,그렇다고 텍스트에 드러난 고딕적 요소를 일방적으로 부정할 수만은 없다.그것은 ‘신체 상해’의 문학적 상관물들이 동시대의 한국문학에서 적지 않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이것이 도시 체험의 축적에서 유래하는 일탈의 감각과 깊이 연루된 것이고 보면 우리 사회 일각에서 나타나는 포스트모던 징후의 하나로 간주해도 좋을 것이다.그런데 테리 이글턴 같은 경우는 여기서 더 나아가 포스트모던 자체를 오히려 “고딕의 뒤늦은 부흥”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그에 따르면 고딕이란,“편파적 시선에 의해 내던져진 괴기스러움의 그림자이며,허구 속에 안전하게 봉인된 팬터지이자 분노이기도 한,중간계급의 정치적 무의식”이다.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한국사회의 포스트모더니티를 과장하는 일도,서구적 맥락에서 고딕을 규정하는 일도 아니다.고딕환상물들이나 하위문화 양식들이 다양한 방향의 역사적 분절과 매체 전이를 경험하면서도 “중간계급의 정치적 무의식”이라는 기원적 동질성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앞에서 말한 ‘재현(가상)의 재현’이란 무엇이 될 수밖에 없고 또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더 중요하다.‘무의식”이라는 표현에서 예상되는 것처럼 하위문화적 충동의 1차적 재현이란 이미 “안전하게 봉인된” 저항에 불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백민석이 수행하고 있는 ‘재현의 재현’ 전략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 것이다.버려지고 배제된 “적출물더미” 혹은 “쫓겨난 나쁜 냄새들의 익스트랙트들”(166면)은 “지하작업실”이나 “펫숍건물”에서 벌어지는 린치행위들(악마적 희생제의)과 함께 표면적으로는 위반의 정치학을 구사하면서도,내면적으로는 “사회체계”의 안전망 안에서 자기보존의 영속적 지위를 획득한 것들이다.그것은 또,하위문화 기제들의 비교(秘敎)적 무대공간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데,‘엽기전’은 이 점을 분명히 자각하고 있다.그리하여 텍스트는 반항의 에네르기를 통제하는 봉인,“과천의 위생 처리된 맨홀 뚜껑”을 해체하는 일대 모험을 감행한다.이때부터 텍스트 전개의 중심축은 지하작업실의 은폐된 사실들이 표층으로흘러넘치면서 발생하는,파국을 향해 이주한다.한창림이 지하작업실을 불태우는 장면(234면)은 그 전환점이다.이 상상적 봉인해체 작업을 통해 백민석은 중간계급의 이상(理想)이 얼마나 안일한 기초 위에 축조된 것인가를 묻는다.한창림은 이를 “몰락”(232면)이라고 말한다.이것은 그의 목소리를 빌려 미리 암시된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얼마나 세상의 위협적인 눈들로부터 폭넓게 노출되어 있는지 깨닫곤 놀랐다.사람들은 다만 망상증에 걸리지 않기 위해,자기가 안전하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 같았다.(68면) 첫 장편 ‘헤이’의 “퐁텐블로”나 ‘엽기전’의 “좋은 냄새가 나쁜 냄새들을 죄다 몰아낸 과천”은 중간계급의 이상(理想)을 외화시킨 인공낙원이다.그리고 이 공간들의 질서를 교란시키는 작업은,그 전제에서부터 “사회체계”의 기초를 탐색하는 작업과 함께 갈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그것은 ‘엽기전’의 전략을 논리적 비약에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럴 듯하다.이러한 종류의 탐색 작업은 늘 집 또는 가족의 문제와 관계 맺는다.근대문학의 전통이 끊임없이 물어왔고 또 동시대의 문학적 상상력들이 여전히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백민석 또한 가족이라는 공간에 대해 묻는다.그곳은 “우리의 지옥”(‘헤이’,244면)이다. 2-2.집의 포자(布子)들과 두 갈래의 초월 근대적 가족 이미지의 거처(topos)로 기능해온 ‘집’은 백민석에게 와서 다시 씌어진다.그는 가족 이념의 내파를 출산과 ‘배설의 이미지’를 오버랩시키는 실존주의 모티프를 통해 보여준다.임신 중인 박태자가 “가족 없이도(…)그럭저럭 결혼까지 하며 제법 꾸려져왔”(142면)던 자신의 삶을 강변하며 아버지의 방문을 거절하는 장면,그리고 화장실에서 사산(死産)하는 장면.이 두 장면의 연속배치는 결정적이다.자신의 기원을 부정하면서 재생산의 고리마저 끊어낸 ‘집’(또는 가족)이란 그 자체로 전복적인 하위문화 공간이자 “지옥”이다.이것은 매우 급진적인 강렬도에 의해 지탱되고 있어서 텍스트의 등장인물들은 아무도 이타카(Ithaca)의 회복을 욕망하지 않는다.이런 점에서 백민석의 인물들은 기억의 서사를 추구하는 윤대녕의 주인공들과 대조적이다.그곳에는 어떤 기억이나 회상도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부조리한 충동은 거의 언제나 우발적인,비가역적 동시성의 소산이기 때문이다.기억의 돌출은 기껏해야 한창림이 자기 어머니를 떠올릴 때처럼 파편적 이미지로 던져지거나(154면),박태자의 경우처럼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암페타민의 환각”(99면)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것은 주인공들의 성격이나 행위가 작가의 궁극적 주제를 직접 매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이는 작가가 한창림과 박태자의 교차진술을 통해 작중 상황을 반복 객관화시키면서 더욱 뒷받침되고 있는 것이다.주인공의 욕망이 작가론의 직접적 상관물로 환원될 수 없다는,일견 단순한 사실이 지금껏 무시되면서 ‘엽기전’은 냉소나 허무주의적 저항담론의 일방통행로에 갇혀 버렸다.물론 ‘헤이’와 같은 초기작의 경우,하위-충동의 허무주의를 준거점으로 삼으면서 결국 세대론적 인정투쟁에 희생된 측면이 없지 않다.그러나 충동의 무정부적 방출을 일삼는 주인공이란 하나의 설정일 뿐이지 궁극은 아니다.이들을 다루는 작가의 시선은 마치 스크린 속에서 만난 괴기사건을 독자들에게 전달,‘재현의 재현’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하는 듯 담담하다.작중인물들에 대한 연민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근본적으로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우호적이지 않다.그러므로 허무주의적 세계관 또한 출발점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헤이’ 이후 작가에게는 단 두 가지 길밖에 없었다.출발점의 진화를 위해 망설임없이 밀고나가는 길,그리고 부조리한 충동들의 존재근거를 되짚는 길이 그것이다.앞의 것은 “목화밭”으로 가는 길이고 뒤의 것은 ‘내가 사랑한 캔디’,‘불쌍한 꼬마 한스’,‘이 친구를 보라’로 이어지는 자전적 소설의 길이다.그것은 단지 선택의 문제이다.“목화밭”으로 가는 길 끝에서 한창림 부부가 몰락한다는 것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자칫 이 끔찍한 존재들의 실패담이 무책임한 냉소로 비칠 수 있겠지만,하위문화의 봉인된 저항이 늘 그런 것처럼 그들은 자신들의 태생적 한계에 의해 몰락하는 것뿐이다.그것은 기원 혹은 자신의 존재근거(집)를 스스로 거절하면서부터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백민석은 이것을 “괴물들”의 숙명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그러나 그렇다고 해서,‘숙명’이라는 말에 이미 전제된 것처럼,한창림 부부의 몰락은 단지 기성질서나 사회체계의 견고함을 인정하고 확인하는 충격적 절차에 불과하다고 말해도 되는 것일까.아니 좀더 일반론적으로 말해서,주인공의 몰락은 늘 체제에 대한 굴복을 뜻하고 마는가.우리는 그 반대의 사례들을 분명히 알고 있다.쥘리앙 쏘렐((적과 흑))의 몰락이 단지 타락한 욕망의 몰락일 뿐이며 이동혁((객지))의 실패가 영웅주의의 실패에 불과한 것처럼,한창림의 파멸은 가상의 식민지 위로 흘러넘친 그 무정부적 충동의 패배 이상은 아무것도 아니다.(엽기전)에서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결정적 토대는,기억의 환원작용을 철저히 단속하면서 “훗날,그의 기억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게끔”(234면) 집이라는 상징을 소각시켜 버린 데에 있다.그것은 다만 지하작업실의 끔찍한 린치와 패악들을 포장하는 초월적 가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위-충동의 공간으로 전락한 집(獵奇傳)은 단순한 상징이기를 멈추고 마치 암세포나 포자식물들이 그렇듯 확산 증식한다.지하작업실에서 “섹스”와 “신체”가 “제물”(212면)이 된다는 진술은 그래서 설명 가능해진다.근대적 주체 재생산의 전제가 되는 남녀간의 성적 교환을 악마적 제의로 탕진하면서,출산과 배설의 이미지를 등치시켰기 때문이다.이 공간이 지닌 능력은 통상적 상상을 넘는 것이어서,거의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에 필적한다.이 “지하작업실의 깜깜한 자궁”(91면)에서 길러져 나온 포자들이란 비정상적 과정을 통해 탄생한 비정상적 존재들이며 체계의 관리망 안에서 “도착적”으로 왜곡된 인공 “수컷성”의 담지자들이기도 하다.“학교 안의 새끼 수컷들”(69면)이나 “동물원의 독방에 갇힌 만드릴 육식원숭이”(175면),“정신병원의 조울증 환자들”(138면) 등은 바로 그 증식의 사례들이다.지하작업실의 포자들은 훈육시설 즉 사회체계의 관리 시스템에서 기생한다. 이것은 빅토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어두컴컴한 실험실이 괴물을 탄생시키는 하나의 자궁으로 기능한다는 지적(G 스피박)을 연상시킨다.그러나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1818년)이 여행(모험)의 구조를 통해 비정상적 존재(괴물)의 정신적 성숙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면,‘엽기전’에는 성숙 혹은 교양(Bildung)의 과정이 삭제되어 있다.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조화로운 가족서사에 대한 강렬한 향수(괴물은 빅토에게 아버지의 역할을 요구하지만 거부당한다)를 지닌 반면 후자는 가족서사 자체를 히스테리에 부쳐버린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이것은 전(傳)이라는 시간적 형식이 왜 엽기라는 그로테스크의 변종과 만나면서 공간화 되는지를 부연한다.가족은 주체의 인큐베이터이며 성숙이란 그 시간적 진화 과정이다.텍스트는 전통적인 소설의 중심축이라 할 성숙의 문제를 수락하지 않음으로써 시간성의 장력으로부터 이탈하려 한다.이 텍스트가 읽기의 습속에 저항하는 것은,한편으로 비선형적이고 공간적인 그래서 공시적 사유방식에 의해 지탱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서사의 절연과 접합된 공시적 사유방식은 의미심장하다.근대적가족 이미지가 학교나 군대와 같은 훈육시설들의 이미지와 함께 자본주의에 의해 수행되는 상징조작의 일환(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이었다는 성찰과 맞닿으면서,90년대에 등장한 이른바 신세대 작가들은 가족의 문제를 자신들의 중심 과제로 삼았던 것이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집단적 주제로부터 ‘엽기전’은 그러나 조금 더 전진해있거나 약간 비켜 서 있다. 약간의 비약이 허락된다면,분단 이후의 한국소설사는 가족의 균열을 중요한 축으로 설정해왔다고도 할 수 있다.이것은 주로 결손의 문제와 연루되어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이데올로기 갈등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이는 아비부재에 집중되어 있었다.이것은 김소진에 이르기까지 승계되었다.이 전통은 근원적 실향의식과 친족관계를 형성하면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발산해왔다.그러나 90년대의 풍속 주체들은 그것을 냉소와 조롱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린다.이들의 공과를 떠나서라도,가장 급진적인 작가로는 배수아가 적임일 것이다.그는 동요하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이미 파산선고를 내린 듯이,“어머니”를 새로운 해체대상으로 설정한다.그러므로 결손의 모티프를 구사하는 경우에도 그것은 아비부재가 아니라 어미부재로 나타난다.그러나 “어머니,나는 이제 죽을 때까지 어머니의 아이가 아니겠어요”(‘부주의한 사랑’)라고 외치는 배수아의 “아이들”마저도 기원에 대한 향수를 무의식적으로 드러낸다.강렬한 향수야말로 이 도저한 거부의 진정한 추동력인 셈이다.‘엽기전’을 동시대의 유사한 징후들 속에서도 분별하게 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텍스트는 가족서사의 부정적 연혁을 작성하면서도 기원에 대한 향수를 음각(陰刻)하고 마는 평균적 해체작업에 만족하지 못한다.그 거부의 의지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혹독한 양상을 띤다.텍스트는 가족서사에 대해 “너무나 흔해서 얘깃거리조차 안”(48면) 된다고 말하기를 서슴지 않는다.이미 논의한 바와 같이 주인공들의 이러한 진술 자체가 텍스트의 궁극적 주제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이것은 잠정적으로 오이디푸스적 환원이라 부를 만한,근대적 가족제도의 구체적 질곡을 겨냥하는 것으로 보인다.작가는 이것을 요약하기 위해 “수컷성”이라는 특유의 조어를 반복 사용하고 있다. 그 외피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오이디푸스적 환원이란 심층에서 남성적 지배질서를 지속시키려는 “사회체계”의 작동 방식을 함축한다.‘아버지와 아들의 경쟁’으로 상징되는 오이디푸스적 세계 안에서 성숙이란 결국 남성적 성숙에 다름 아니며,이는 근대적 가족 제도를 경쟁 이데올로기의 기초로 삼는 자본의 요구이자 동력이기도 하다.텍스트의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수컷성”이란 “영역싸움”“패권주의”“위계질서” 등으로 예시되는데 이것들은 경쟁 구조의 자기보존 양식을 말하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이 질서에 붙들린 존재들은 어떠한 준거로도 윤리적 판단대상이 될 수 없다.이 세계에서는 선악의 이분 구도 따위가 처음부터 허락되지 않는다.충동적 가상들(수컷성)만이 거주하는 끔찍한 세계이기 때문이다.이는 전작(前作) ‘불쌍한 꼬마 한스’에서 오이디푸스적 성숙의 발생학을 탐사했던,백민석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다.잘 알려져 있다시피 꼬마한스는 프로이트의 주력 개념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전형적 사례이다.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아버지에 대한 공포를 낳고,그것이 다시 말(言)에 대한 공포로 전이되어 꼬마 한스의 신경증을 구성한 것이다.백민석의 주인공들도 공포의 기척 앞에서 실어증을 경험하곤 한다. 한창림은 공포에 전율할 때마다 “누군가 입 속에 비닐 빵봉지를 쑤셔박아넣은 것”같다고 느낀다.이 공포감은 “사회체계”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다.이는 백민석의 끈질긴 문제의식 중 하나인데,표현의 추상성을 넘어 은연중 역사적 환기력을 구체적으로 회복한 경우는 그에게 ‘엽기전’이 처음일 것이다.그는 ‘엽기전’의 후기에서 다음과 같이 쓴 바 있다. 이 소설을 구상한 건 이곳 안양 평촌으로 이사오고 나서,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그게 94년이니까 벌써,칠 년 전의 일이다.(…) ‘뭔가 된’ 것은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97년의 일이다.그저 엮어 놓는 것만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함이 컸던 것이다. 97년은 국내 경제를 준 공황시대로 내몰았던 IMF 외환위기 사태 혹은 신자유주의의전경화가 본궤도에 오른 시점이다.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엽기전’은 자본주의 사회체계의 가공할 위력에 대한 충격적 확인을 내면화한,우리들의 보고서다.한창림 부부와 그 혈육들이 하나같이 실업자이거나 비정규직이라는 것과 “뷰티풀 피플”의 남편이 파산한 사업가로 등장하는 것은 흥미로운 예증이 된다.“퐁텐블로”나 “과천”이 보여주는 위장된 혹은 상상적 안온함은 생산자본이 투기자본에 압도된 ‘거품경제’ 만큼이나 “텅 빈”,그리고 아슬아슬한 것이다.그가 작중현실로 설정하고 있는 하위문화적 충동의 세계가 그러한 것처럼 그것은 파국의 예감을 이기지 못한다.작품 구상 단계의 모호함이 명료한 의지를 얻게 된 것도,무정부적 충동의 발산에 기울어 있던 작품세계가 일정한 전환점을 획득한 것도 모두 동시대 감각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엽기전’은 우리 시대의 집단신경증(부조리한 충동)이 자본주의의 세계적 관철 혹은 “수컷성”의 일방통행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이는 백민석이 의도적으로 성숙의 문제를 삭제한 결과이다. 그런데 성숙의 문제를 괄호치는 것은 근본적으로 가능한 일인가.하위문화적 충동의 무잡한 전경화 뒤에는 이런 의문들이 도사리고 있다.성숙은 블랙홀의 심처와 같이 끊임없는 소환의 인력을 발산한다.성숙의 저 끝 간 곳은 초월의 영역일 것이며 이것은 텍스트 내부에서 두 갈래의 길을 연다.하나는 수컷성의 최상층을 차지하는 “펫숍삼촌”을 제거함으로써 빅 브라더(‘1984’)에 필적하는 질서의 지배자 혹은 신적인 관람자(펫숍은 모든 것을 알고,또 본다)가 되는 길이며,다른 하나는 무정부적 충동을 끝까지 밀고나가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편의상 앞의 것을 상승초월,뒤의 것을 하강초월이라고 이름 붙여 본다면,텍스트는 이 두 개의 극점을 지닌 일종의 타원 구조를 갖고 있다.텍스트의 등장인물들은 모두,두 개의 극점이 발산하는 인력 사이에서 진동하는 존재들이다.이는 일반적인 성숙의 서사와 그 음각인 ‘프랑켄슈타인’류의 ‘하위-충동’ 서사를 양 극점으로 삼는 구조이기도 하다.앞에서 벤야민의 카프카론을 예시했던것도 이 때문이다. 하위문화적 충동의 포자들은 소설적 기율(또는 성숙의 플롯)에 기생하면서 ‘엽기전’이라는 변종을 만들어낸다.이 변종의 변종성은 텍스트 내부의 공간 배치,확산에 의해 이루어지며 두 갈래로 나뉘어 각각 상승초월과 하강초월의 공간으로 작동한다.이들의 공동 거처는 “제2정부종합청사”“서울랜드”,“동물원”이 있는 공간 과천으로 설정되어 있다.이곳은 “수도권에서 가장 살기 좋은 시로 뽑힌”(165면) 곳이며 그 이유는 “좋은 냄새가 나쁜 냄새들을 죄다 몰아”냈기 때문이다.이곳은 그러므로 엄연한 실재이기를 그치고 ‘헤이’의 “퐁텐블로”처럼 중간계급적 이상의 재현물로 전도된다.“냄새”나는 “적출물더미”들을 은폐하면서 보편적 행복을 가장하기 때문이다.여기서 “나쁜 냄새”란 “수컷성”의 기화작용 혹은 확산을 말하는 것이다.이데올로기의 상징 조작이 최고의 효율성을 발휘할 때 “살기 좋은” 계획도시 과천의 지하에서는 배제의 프로그램이 가동 중이었던 것이다. 이 배제의 희생물이 되지 않으려면 초월적 수컷이 되는 수밖에 없다.실제로 “펫숍삼촌”의 수컷성은 배제 프로그램(사회체계)을 넘어서 있다.“세상의 눈은 그걸 볼 수가 없”(125면)는 상승초월의 영역에 놓이는 것이다.“어디에도 없으면서 어디에나 있는”(117면) “펫숍 공간”은 삼촌이라는 이름의 친숙성과 결탁하면서,체계로부터 자유로워진다.그에 반해 한창림의 엽기전 공간은 “뷰티풀 피플(사업실패로 와해된 가족 형상)”과 함께 프로그램의 희생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다.그들의 충동은 태생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들은 그저 “쫓겨난 나쁜 냄새들의 익스트랙트”(166면)들이다.영역 싸움과 경쟁에서 밀려난 패배한 수컷들인 셈이다.‘엽기전’은 “흰 연기”(281면)로 표상되는 “펫숍삼촌”의 신적인 수컷성(상승초월)과 결국은 거름이 되고 말,야수의 수컷성(하강초월) 사이에서 전율하고 있는 텍스트다. 2-3.타원형 감옥에서 목화밭으로 ‘야수적 하강’과 ‘비교(秘敎)적 초월’의 두 갈래 길은 서로 다른 방향을 갖고 뻗어나가는 듯 보이지만 결국 동일한 장소-표면에서다시 만나기도 한다.그것은 타원 구조의 양 극점이 자신의 몸을 뒤틀어 다시 만나는 뫼비우스의 띠이다.그 장소란 린치의 장소-표면이다.거기에서는 감시와 처벌,혹은 임의적인 폭력이 끊임없이 미끄러진다.등장인물들의 모든 탈출 기도가 수포로 돌아가는 이유는 텍스트의 세계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벗어날 수 없는 순환의 세계이기 때문이다.마치 버튼만 누르면 언제라도 반복재생되는 스크린처럼,그들을 둘러싼 세계는 거대한 하나의 감옥이자 부서지지 않는 벽들이다. 작중 공간에서 가장 높은 위치인 펫숍공간은 가까이 다가가 “정체를 머릿속으로 짜맞춰보다가는,금세 덩치나 안전문이 떠올라 스스로 사고를 정지해버리”(123면)도록 만들면서 영역침범을 가로막는다.이것은 감시의 내면화라고 부를 만한 것이다.“태어나기 전의 공간”(122면)인 펫숍에 구체적 형상을 부여하는 것은 오로지 벽,“시멘트벽”이다.텍스트 내에서 하강의 경험적 한계인 한창림의 지하작업실 또한 피범벅의 벽들이다.거기서는 린치의 흔적이 끊임없이 번지고 미끄러지지만,벽면들에 안전하게 둘러싸인 채이다.그러므로 상승초월과 하강초월은 주인공들의 폭력적 도주를 이끄는 강한 유혹이자 인력의 중심이면서,동시에 막혀 있는 어떤 것이다.“사회체계”의 어두운 핵심으로 직핍하는 길은 아무 데도 없다.저항도 발악도 체계의 허가 범위 안에서 이루어질 뿐이다.이 출구 없음은 그들이 중심 혹은 주체가 아니라 ‘만들어진 존재’ 즉 “사회체계”로부터 호출받은 타자들이기 때문이다.그들은 한갓 게임속의 평면 캐릭터에 불과한 자신의 실존을 증언한다. 그도 아내도 이 사회에서,날 때부터 운명지어진 존재들이었다.(…)괴물스러운 위력이 얼마나 막강하든,바깥에 존재(타자성-필자)하는 한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가 없다…… 그래서 괴물은 장난감 수준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잠들어 있던 괴물을 억지로 깨워 불러들여 놓곤,재미로 쫓아다니며 괴롭히고,종국엔 괴물이 왔던 곳,사회 체계의 바깥으로 다시 쫓아보내는 악취미의 희생물로 전락하는 것이다.(261면) 그들이 줄곧 “내면 없는” 존재로 진술되는 이유가 그것이다.그들은 오직 표면만을 가질 뿐이며 마치 “뷰티풀 피플” 공간에 진열된 “웃는 플라스틱”(인형)들처럼 속이 텅 빈 존재들이다.신체상해 혹은 “린치”는 텍스트의 시작점에서 끝점까지 수도 없이 자행된다.“텅 빈 목소리” 혹은 “사색하지 않는”과 같은 수사들이 끈덕지게 달라붙는 린치 장면들.‘엽기전’의 등장인물들에게 있어 내면이란 기껏해야 히스테리나 조울증·분노 등으로 표면화된다.신체는 하나의 표면이고 그 내부는 또 다른 해부학적 표면에 지나지 않는다는 참혹한 인식이 텍스트를 무심히 곁눈질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이 피비린내 나는 일상 어디에도 사색이란 물건은 없다.”(134면) 이것은 상승초월과 하강초월이 막힘 혹은 “육중한 안전문”,“지표면”과 같은 일종의 벽면(표면)으로 제시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이것들은 끊임없는 표면들의 연속체로 구성되어 있다.“펫숍의 공간 구조는 자연스레,네 번째 공간,다섯 번째 공간,여섯 번째(…)갈수록 안전문은 육중해지고 접근 불가능해”(123면)지는 것이며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바닥없는 심연으로 사라지는” 것이다.그것은 그들이 스크린의 격자에 갇힌 디지털 화소조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견고한 감옥의 구조 안에서,한창림은 윤수영을 린치하고,펫숍삼촌은 한창림을 공포로 길들인다.여기서 초월의 전망은 ‘성숙한 깨달음’을 통해 생성되는 것도 아니고,절망적 추락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그것은 차라리 두 극단의 장력이 이루어내는 벡터 운동의 산물이다.실제의 공간 과천을 주무대로 배치하면서 실제의 실제성을 마음껏 왜곡하고 있는 ‘엽기전’은 표층 차원의 비현실성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현실주의의 산물이 된다.여기서의 현실은 고정된 무엇이 아니라,벡터운동이라고 했듯 생성과정 중인 어떤 것이다.그것은 근대적 가족이념의 이데올로기적 침윤 혹은 수컷성의 영역 분쟁으로 요약할 만한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의 작동방식을 기괴하게 드러낸다.“현실을 직시하는 날엉덩이의 미학”은 여기서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그런 점에서 텍스트는 현실을 괄호안에 묶는 팬터지도 아니고 은연중에 독단적 현실을 들이대고 마는 낡은사실주의도 아니다.텍스트는 생성과정 중인 현실 자체이며 끊임없이 포자 증식하는 전경화된 공간 표면들의 연쇄이다.이것이야말로 비가역적 동시성의 산물이다.이 찢어지지 않을 것 같은 혹은 “육중한 안전문” 같은 표면들은 박태자가 늘상 바라보는 “텔레비전 화면”이기도 하다.이 표면들의 연쇄는 단지 화소조합에 불과했던 한창림이 스스로를 해방시키려들면서 파국을 맞이한다.이때 자신의 근원적 종속성을 지각한,이 불길한 주연배우의 두 눈 앞에 “목화밭”이 출현한다.“목화밭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3부 제목) 한창림은 파국의 절정을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마치 우연인 듯,이 거대한 감옥의 바깥을 본다.그것은 초월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표면들의 완고함 앞에서,마치 자유의 계시인 것처럼 나타난다.그것은 언어적 해석의 대상이 아니다.너무나 낯설어서 오히려 공포감을 일으키는 어떤 것이다.텍스트는 그것을 “목화밭”이라고 부르지만,이미 통상적 기호로는 지시할 수 없는 대상이다.마치 최초의 인간이 자신의 세계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떼듯,“목화밭”이라고 우연히 발음된 것뿐이다.그것은 숭고(崇高)한 대상이다.체계에 붙들린 어떤 의미도 허락하지 않은 채 그저 “거기 목화밭이 있었다.” 거기 목화밭이 있었다.(…) 그는 알 수 없었다.어째서 여기가 목화밭인가? 씨는 아직 뿌리지도 않았는데,언제부터 목화밭인가? 그는 볼 수도 없었다.둔덕 전체에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었다.(…) 그는 목화밭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다.그는 삽을 놓고,두 손을 들어 눈을 가린 다음 울기 시작했다.누군가 그의 입 속에 비닐 빵봉지를 쑤셔넣은 것 같았다.커다란 쇠뭉치를 그의 입에 처넣은 것 같았다.(280면) 파멸의 순간에 우발적으로 그리고 모호하게 던져진 ‘그것’은 그러나 ‘엽기전’을 허무주의로부터 구원하면서 동시에 미래로 운반해간다.이것은 획기적이다.백민석은 언어적으로 지시하지 않는다.다만 하나의 자족적인 사물을 생성시키고자 한다.그는 텍스트 위에 어쩌면 자기 자신과도 전혀 무관한 자유를 창조하려한 것이다.그러나 이것은 어느 누구의 승리도 견인하지 않는다.우리는 모두 참패한 것이다.작가도 독자도 또 그 사이의 주인공들도 이 무시무시한 자유의 숭고한 출현을 그저 흔적의 형태로 감지할 수 있을 뿐이다.그것은 “모자이크” 너머의 현실,진정한 현실이다.“목화밭”이라는 우발적이고도 가난한 기호가 ‘진짜 현실’의 숭고한 출현을 계시하고 있다.존재의 근본적 종속성을 깨닫는 순간 “아주 작은 한 구멍”으로 그것도 “모자이크”에 가려진 채로 그것은 나타났다.부서진 몸을 이끌고 나타난 벤야민의 “역사의 천사”처럼 자신의 가난함을 최대치로 드러내면서,이 타원형 감옥의 외부로부터 자유의 기억이 도래하는 것이다.그것은 “자유라는 이름의 형벌”(사르트르)일지도 모르지만,그 형벌은 해방의 약속과 함께 하는 형벌이다. 3.어쩌면 위험하기도 한 미래 이 스크린을 바라보는 우리들과 스크린 속의 괴물들은 서로를 되비추는 거울에 불과하다.‘엽기전’은 결국 한창림의 실패담이 우리 자신의 것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어쩌면 우리들 관객조차도 스크린의 표면에 붙들린 디지털 화소조합에 불과할지도 모른다.“인간은 누구도 예외없이,아직 자기 자신이 되지 못했다”는 아도르노의 말처럼,우리는 하나이면서도 여럿인,전지구적 자본주의·수컷성의 경쟁 이념·패악의 은폐전략인 가족로망스·안전처리된 저항의 초월적 가상들에 중독된 채로,우리 자신의 근본적 존재구속성을 망각한 것인지 모른다.이 중독성은 그 바깥을 사유하지 못한다.‘엽기전’은 바로 이 가상의 세계에서 가상을 껴안으며,동시에 가상의 근본적 존재구속성을 뛰어넘으려는,우리들 모험의 기록이다.동시대의 소비적 재현들이 보여주는 무분별한 질주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청신하게 환기시키는 것,이 거대한 감옥에 길들지 않은 ‘고통스러운 자유의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것은 ‘엽기전’이 ‘재현의 재현’을 전략적 준거로 삼으면서 얻어진 결론이며,어떠한 질서에도 구속되지 않으려는 간고한 투쟁의 결실이다. 그러나 ‘목화밭 엽기전’이 도달한 자유의 가능성은 매우 아슬아슬한 역학 장(場) 속에 놓여 있다.그는 알레고리적 재현 전략이 갖고 있는 근본적 허무감과 형이상학적 환원주의를 힘들게 벗어나면서,90년대의 평균서사를 딛고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 중 하나를 열었다.그러나 또 다른의 수준의 위험 앞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해체와 전도의 전략은 얼마든지 동어반복에 떨어질 수 있다.이제는 자신의 전제들조차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그가 출발한 전제들에 동의하지 않은 채로는 텍스트를 거의 읽을 수 없을 만큼 부자유스럽다.특히 그의 유난한 반인간주의가 그렇다.그가 그려내는 인간의 모습은 모두 알 수 없는 장력에 조종당하는 꼭두각시들이다.이것은 주체를 구조의 효과로 소급시키는,전형적인 구조주의식 사유법이다.반인간주의야말로 진정한 인간주의의 전제조건일 테지만,그것은 주장되고 선언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그것은 반인간주의가 지니는 미학주의적 성격 때문이다.계몽이성을 독단으로 몰아붙이면서,그 자리에 광기와 착란을 대신 들어앉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물론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숨쉬고 있는 n개의 가능성들을 하나하나 살려내는 가운데,그것은 소멸해갈 것이다.미래를준비할 시간은 아직 필요하지 않은가. 지면 관계상 당선자의 양해 아래 원고 일부를 줄였습니다. ■당선 소감 먼저 심사를 맡아주신 두 분 선생님께 감사드린다.그 분들은 내게 조그마한 오솔길 하나를 터 주셨다.다만 성실한 보행객이 되지 못할까 염려스러울 뿐이다.당선 소식을 접했을 때 당황했다.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세상을 보는 눈과 귀는 여태 어둡고 그것과 반드시 겹쳐져 있을 문학도,몸과 마음에서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그러나 이왕 엎질러진 물이니 헐거운 공부와 삶을 조금씩이라도 채워나가야 할 것이다.그것이 이 무책임을 모면하는 유일한 길이겠다. 이런 자리에서 문학에 관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일은 내 깜냥도 깜냥이려니와 풋내기로서 주제넘은 짓이다.그러나 한 시대와 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역동적 협업으로서의 ‘문학’이라는,큰 그림 하나는 잊지 않으려고 한다.이 협동작업의 작은 일원으로 미력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돌이켜 보면 내게는 스승 아닌 분이 없다.은사님들은 물론이고 선후배 친구들,가족들까지도 모두 스승이었다.나는 그저 한 장의 백지가 된 것처럼 그들의 말없는 가르침에 어두운 귀를 기울였던 것뿐이다.그들의 빛나는 존재감이 나를 이리로 오게 했다.그래서 오늘의 이 고마운 자리는 영광이 아니라 갚지 못할 부채다.이 또한 잊지 않으려고 한다. 우선 고생하시는 부모님과 하나뿐인 내 여동생 경희에게 공을 돌린다.모자란 글줄이나마 더듬더듬 쓰는 법을 가르쳐준 인하대 국문과의 선생님들,선후배 동료 분들께는 소주라도 한 잔 올려야 할 것이다.학부 시절을 내내 함께 했던 청하 동인들에게는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지 아득하다.그리고 어려울 때마다 마음 뉠 곳을 마련해준 나의 든든한 후원자 금희에게는 사랑과 고마움을 함께 전해야 하리라. 약력 1975년 대구 출생. 인하대 국문과 대학원 재학 ■심사평 강정구씨의 ‘세상을 떠도는 목어들’은 차창룡의 시 세계를 풍자의 범주 안에 넣고 차창룡만의 특별한 풍자의 양식을 찾아내려고 애를 쓴 글이다.텍스트의 고유한 경험을 최대한 되살리는 방식으로 문학작품을 이해하는 것이 평론의 길이라면 강정구씨는 평론의 ABC를 안다고 할 수 있다.다만 문학의 고유한 경험은 무엇보다도 언어의 경험이지 주제의 그것이 아니다.주제를 가지고 경험의 세계를 휘젓다 보니 글이 겅중거리고 성길 수밖에 없다.김용하씨의 ‘비윤리적 세계의 재현과 윤리적 풍경의 기원’은 시적 직관을 통해 순간적으로 구현되는 창조적 공간으로서 시를 이해하고 그 창조적 공간에서만 가능한 인간 삶의 근원적인 조화의 경험을 읽겠다는 의욕이 두드러진 글이다.그러나 하나의 형식에 끈덕지게 매달렸다는 것이 개성의 표지가 될 수도 있지만,글을 도식적으로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이원동씨의 ‘떠도는 가족,주변부 삶을 보듬는 결곡한 서사’는 공선옥의 소설을 길동무처럼 따라 읽으면서 공선옥 소설의 존재의의를 설득력있게 부각시킨 글이다.그럼으로써 이 글은 독자에게는 개안을,작가에게는 위안을,그리고 글쓴 이 자신에게는 텍스트와 더불어 살아보는 경험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텍스트에 충실한 것이 얼마나 큰 미덕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글이다. 강경석씨의 ‘타원형 감옥의 외부’는 백민석 소설의 그로테스크한 세계를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와 미학적 경험 사이의 상관관계를 폭넓게 조망한 글이다.생의 적출물의 의미,폭력적 충동의 존재 형식,고딕의 정치적 무의식,가족 이념의 내파,세계의 남성적 지배와 타원형 감옥 구조,디지털 화소조합으로서의 삶의 경험 등등 현대성의 핵심적인 주제들을 망라하는 한편 문학의 글쓰기가 그 주제들과 동일체를 이루면서 또한 해체·변형을 행하는 가운데 도출되는 미학적 경험의 굴곡을 잘 보여주고 있다.당선을 축하하며 정진을 바란다. 김인환 정과리
  • [건강칼럼] 망년의 술,그 이후

    망년회라는 긴 술의 터널을 지나 새해에 안착했다.우리의 망년회는 술을 빼 놓고 생각할 수 없다.뭘 그리 잊을 게 많은지 술도 그냥 술이 아니라 망가지도록 마셔댔다.연말을 이렇게 지내면서 더러는 좀 쉬고도 싶었으리라.그러나 어떤 모임이든 불참석이 주는 부담 때문에 숙취가 안 풀린 몸으로 참석해야 했다. 이렇게 연말을 나는 동안 낮에는 비몽사몽 헤맸고,덩달아 마누라의 눈초리는 갈수록 날카로워졌다.몸은 몸대로 망가져 식욕이 바닥인가 하면 성욕도 발동이 안 걸려 새벽의 아침인사(?)도 경험한지 오래다.이게 지난 연말 망년회의 망령 때문인가 하는 생각에 덜컥 겁도 난다. 술은 여러가지 내과 질환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비뇨기과적으로도 발기부전의 주요 원인이다.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은 다양한 신경질환을 유발해 발기부전으로 이어지게 한다.물론 직접적으로도 문제가 된다.갑자기 많은 술을 마시거나,장기적인 음주를 한 사람의 경우 대개 발기부전으로 이어지는데,우리나라의 경우 알코올 중독자의 발기부전 발생 비율이 낮게는 8%에서 최고 54%나 된다는 충격적인 보고도 있다. 연구 결과 성적 각성의 둔화와 사정 지연 및 오르가슴 감소는 모두 혈중 알코올 농도와 비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알코올이 발기부전을 일으키는 기전은 아직 명확하지 않으나 학계에서는 ‘아마도 급성으로는 중추신경 작용에 기인하며,만성적으로는 알코올성 다발신경병이나 직접적인 고환 손상 및 간에서의 에스트로겐 대사장애에 기인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한마디로 술에 취하면 ‘마음만 앞서지 몸은 영 아니올시다.’이다.그러니 잔뜩 공 들여봐야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생기고,다음날 해장국 한 그릇 못얻어 먹는 일이 다반사로 되풀이되는 것이다. 세상 이치가 그렇듯 적당한 술은 우정과 사랑의 묘약이지만 지나치면 ‘사랑의 종말’임을 알아야 한다.공자도 ‘과유불급’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김영철 선릉 힐비뇨기과 원장
  • 맛좋은 게 영양까지

    생각만으로도 군침 도는 담백한 맛과 살이 꽉꽉 들어찬 ‘게’.‘사돈하고는 못 먹는다.’는 말도 있듯이 점잖게 먹기는 다소 힘든 게 사실이다.좀 번거로우면 어떠한가.게는 맛뿐만 아니라 영양이 가득 차 있어 공들여 먹을 만한 가치가 있는 식품이다. 게는 스트레스로 가슴의 기(氣)가 막혀 답답한 것을 풀어준다고 ‘동의보감’은 적고 있다.민간요법 중에는 산후 복통,황달,골절에 게 껍데기를 태워 가루를 먹는 것도 있다. 또 ‘식료본초’에 따르면 게는 성질이 차서 몸에 생기는 모든 열을 내리고 혈액 순환이 잘 되게 한다.그래서 먹은 것을 소화시키고 식초와 먹으면 관절을 부드럽게 한다. 사실 예로부터 게는 금기시돼 왔다.게와 꿀,게와 감을 먹으면 ‘죽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낭설이다.게는 신선도가 빨리 떨어져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부패한 게를 꿀이나 감과 함께 먹어서 생겨난 말로 보인다.신선한 게는 어떤 음식과 먹어도 이상 없다.오히려 ‘게 먹고 체하는 사람 없다.’고 할 정도로 소화·흡수가 빠른 식품이다. ●성장·다이어트 돕는 영양 덩어리 게는 성장기 어린이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음식이다.우선 게에는 단백질 함량이 풍부하다.류신,아르기닌,리신,메티오닌 등 필수 아미노산이 많다.또 게는 칼슘,철,비타민D 함량이 높은 음식으로 골격 형성에 좋다.특히 게 살에 함유된 철분은 흡수율이 35% 정도로 야채에 비해 7배 가량 높다. 고단백 식품이지만 게는 지방 함량이 낮은 저칼로리 먹을거리.다이어트에 그만이다.대게의 경우 100g당 49㎉,꽃게는 74㎉ 정도다.단 참게의 경우 175㎉로 다소 높다. ●고혈압 환자에게 좋아 게에는 다량의 타우린이 들어 있다.특히 꽃게가 함량이 높다.타우린은 혈압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조절 작용을 하면서도 부작용이 없다.또 유해한 저밀도(LDL)콜레스테롤 양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타우린은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하는 성분이기도 하다.때문에 게는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작용을 해 당뇨병 치료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흔히 갑각류에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다며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쇠고기·돼지고기는 100g당 65㎎ 정도의 콜레스테롤이 들어있다.꽃게의 경우 105㎎이 함유돼 수치상 높은 건 사실이다.하지만 수분을 뺀 100g을 따지면 육고기와 비슷하다.또 식물성 콜레스테롤도 포함돼 있어 게는 고콜레스테롤 식품으로 분류되지 않는다.설사 콜레스테롤이 비교적 높더라도 몸에 쌓이지 않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뿐만 아니라 음식으로 섭취한 콜레스테롤이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에 영향을 주는 것은 30% 정도.실제 수치를 높이는 것은 중성 지질이다.따라서 콜레스테롤 걱정 때문에 게·새우 등을 꺼릴 이유가 없다. 게는 크게 바닷게와 민물게로 나뉜다.참게 등 민물게는 폐디스토마의 중간 숙주이기 때문에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주로 수컷 게는 쪄 먹고 암컷은 장을 담가 먹는다.암컷은 알이 차면 다리에 살이 없기 때문이다.또 알이 꽉 찬 게는 맛이 조금 떨어진다.선도가 떨어지면 멜라닌 색소가 생겨나 배 쪽에 까만 반점이 나타난다. 글 나길회기자 kkirina@ 사진 강성남기자 snk@ ■ 도움말 곽노규 강남 동일한의원 원장,류홍수 부경대 식품생명공학부 교수,김언경 대전 선병원 영양실장 ■촬영 협조 대게 전문점 왕돌잠(서울 광화문점)
  • 한번만 더 ‘금연’

    금연,새해에 다시 시작하자. 흡연자의 65%가 금연을 생각하지만 실제로 담배를 끊는 사람은 이 가운데 0.5% 정도다.그러나 이 0.5%에 드는 것은 자신과 가족,사회를 위해 행운이다. 직·간접적인 경험으로 알겠지만 금연에 왕도는 없다.오직 결연한 의지가 필요할 뿐이다.이전에 금연에 실패했더라도 다시 한번 시도하자. ●왜 금연해야 하나 무려 4000여종의 독성 화학물질을 함유한 담배 연기는 크게 기체 성분과 미립자 성분으로 나뉘는데,인체에 유해한 기체 성분은 일산화·이산화탄소,니트로자민·질소화합물 등이 있으며 미립자 성분으로는 니코틴·타르 등이다. 니코틴은 중독성이 강해 담배를 끊기 어렵게 만든다.습관성 중독 때문에 약학에서는 마약으로 분류한다.또 말초혈관을 수축시키며 맥박을 빠르게 하고 혈압을 높이는가 하면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동맥경화증을 악화시킨다.대표적 발암물질인 타르는 우리가 담배 연기를 입에 넣었다가 내뿜을 때 생성되는 각종 미립자가 농축된 물질로 흑갈색이며 식으면 액체가 된다.담뱃진이라 불리는 타르에는 독성 화학물질 수천종이 들어 있다.담배의 해악은 대부분 타르 속에 들어 있는 각종 독성 물질과 발암 물질 때문인데,A급 발암 물질만도 20여종이나 포함돼 있다. ●이렇게 하면 나도 비흡연자 1.먼저 금연 시작일을 정한다.연초나 생일,결혼기념일 등 특별한 날이 좋다.스스로 담배를 끊을 자신이 없거든 1주일만이라도 끊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해 보라.시작이 반이다. 2.금연 시작일을 정했다면 이를 주위에 알려라.아내와 아이들,직장 동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이해와 도움을 청한다.담배를 끊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녀와의 약속이라는 것이 금연 성공자들의 경험담이다. 3.금연 시작일까지 흡연량을 최대한 줄여간다.담배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시간을 정해놓고 피우는 것이다.예컨대 낮동안 2시간마다 한 대씩 피운다든가 하는 식이다.흡연 간격은 5∼7일마다 1시간씩 늘린다. 4.드디어 금연 D-데이.아침에 일어나 미리 준비해 둔 ‘금연 패치’를 가슴에 붙인 뒤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금연 시작을 선언한다.하루 전쯤 재떨이나 라이터,남은 담배 등 흡연용품을 모두 치운다. 5.시간이 지나면서 담배 생각이 간절할 것이다.아니,너무나 피우고 싶어 계획을 포기하고 싶을 것이다.바로 금단 현상이다.이런 현상은 처음 2주일이 심하다.이때는 운동이나 취미 생활,심호흡,냉수,껌 등을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금연 패치는 금단 현상을 줄여주므로 금연 시작일부터 매일 아침 새 것으로 갈아붙인다.보통 6∼8주 정도 붙이면 된다. 6.흡연 유혹이 가능한 술자리나 흡연구역 등을 피한다.음식은 맵거나 짠 것,향료를 피해 가볍게 식사를 한다. 7.잠을 충분히 잔다.일과 후 가벼운 냉수 마찰이나 땀을 흘리는 운동을 통해 체내 니코틴을 빨리 빼낸다.담배를 대신해 자주 물을 마시고,간식으로는 팝콘,오이,홍당무 등이 좋다. 8.여유가 있다면 치과에 들러 스케일링을 받으면 훨씬 가뿐한 기분으로 금연을 할 수 있다. 9.중간에 가족이나 직장 동료들에게 금연 상황을 설명한다.주변에서는 금연 노력을 칭찬하고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등 계속 금연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10.혹시 금연에 실패해도 실망하지 말기 바란다.다시 시작하면 된다.금연에 성공한 사람은 대부분 3∼4회,많게는 수십번 시도한 끝에 성공한 경우다.자신의 의지로 이겨내기 어렵다면 주저말고 금연클리닉을 찾아 전문가의 도움을 청한다. 금연 중에는 상상 이상으로 많은 유혹이 기다리고 있다.이 중 가장 이겨내기 힘든 것이 자신의 내면에서 생기는 것이다.‘내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이러나?’라든가 ‘나는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이만큼 줄였으니 괜찮겠지.’라는 등 자기 변명에 불과한 이유를 과감히 뿌리쳐야 한다.금단 현상이 심한 처음 2주간만 지나면 담배 없는 새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자,이제 시작이다. ■ 도움말 김철환 서울백병원 금연클리닉 교수.안형식 고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심재억기자 jeshim@ 흡연에 관한 잘못된 상식들 ●순한 담배가 흡연위해 못 줄인다 순한 담배란 대개 타르와 니코틴의 함량을 줄여 ‘라이트’,‘마일드’ 같은 이름을 붙여 놓았는데,이는 해가 적은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위장일 뿐이다.실제로 흡연자들은 치명적 발암 물질인타르 함량이 적은 담배를 피울 때는 더 깊게 들이마신다.니코틴도 마찬가지다.니코틴 함량이 낮은 담배를 피울 때는 혈액 내의 니코틴 농도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담배를 피우게 된다. ●깊이 들이마시는 담배가 더 해롭다 같은 양의 담배를 피울 경우 연기를 깊이 들이마시지 않으면 본인에게 미치는 해는 덜할 수 있다.그러나 이 경우는 흡연량이 늘어 결과적으로는 비슷하다.더구나 ‘뻐끔 담배’는 주위에 미치는 간접 흡연의 피해가 커 경계해야 한다. ●담배,조금씩 줄이면 된다 담배를 조금씩 줄이다 끊겠다는 발상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이 경우 흡연량을 줄이기는 어렵지만 늘리기는 쉬워 결국 금연에 실패하고 만다.담배는 단번에 끊어야 한다. ●입냄새 양치질로 없어지지 않는다 담배를 오랫동안 피운 사람에게서는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난다.담배 연기는 특정 가스와 화학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데,이 물질이 입 안에 침착해 퀴퀴한 냄새를 풍긴다.이는 양치질이나 가글로도 없어지지 않는다. ●스트레스 해소에 담배가 좋다 흡연자에게 왜 담배를피우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스트레스 해소를 든다.담배에 들어 있는 니코틴 등의 성분에 의해 일시적인 각성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이것은 스트레스 해소와 무관하다.스트레스의 발생 배경은 자신의 욕구나 의지대로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것인데,흡연자는 담배를 피우고 있지 않을 때에도 항상 담배를 피워야겠다는 욕구가 남아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담배와 위궤양의 상관관계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위궤양 발생 위험이 2배나 높다.또 위·십이지장궤양을 앓는 사람의 경우 헐은 위벽을 낫게 하는데 중요한 요인인 위벽의 혈류량을 흡연이 감소시키기 때문에 술보다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 심재억기자
  • [데스크 시각] 공무원들의 ‘수당빼먹기’

    해외에서 공금을 유용해 온 외교관들만 근무기강이 해이해진 게 아니다.이른바 ‘엘리트 집단’이라고 하는 외교관의 비행은 크게 보면 공관장들이 주범이지만 지방자치단체 말단 공무원들의 공금 ‘삥땅’과 뇌물수수도 그에 못지않다. 요즘 정치권의 대형 뉴스에 가려 언론에 제대로 보도가 되지 않아서 그렇지 알게 모르게 국민의 혈세가 슬금슬금 새나가고 있다. 울산시에서는 관급공사를 맡고 있는 6급 공무원이 차명으로 ‘뇌물통장’을 개설해 놓고 한달에 많게는 2000만원씩 송금을 받아 세인들을 놀라게 했다. 전북도의 한 주사는 ‘간 크게도’ 청사내에서 관급공사를 설계변경해준 대가로 470만원이 든 봉투를 챙기다 현장에서 암행감사에 적발됐고,전남 장흥·진도·신안군 일선 공무원들도 해마다 양식장 피해액을 허위신고하거나 부풀리는 수법으로 공금을 축내왔다. 강원도 모 자치단체에서는 수해복구 공사를 발주해준 대가로 계장은 500만원,과장은 200만원을 받아 하위직 실무책임자가 더 ‘끗발’이 세다는 것을 입증해 주었다. 그런가 하면 자치단체들이 요즘 경기불황 탓으로 세금이 잘 걷히지 않는다고 아우성을 치는 가운데 양심불량 공무원들은 초과근무수당을 빼먹는 데 혈안이다.시·군 또는 광역단체에 따라 한해 10억원에서 100억원 가까이 배정된 초과근무수당 가운데 상당액이 허위로 지급되고 있다는 것이다.퇴근시간 이후 일할 때 지급되는 근무수당은 시간당 직급에 따라 대략 4500∼5500원선이다.일주일에 2∼3차례 밤에 나와 인식기에 체크를 하는 것만으로도 연간 300만∼400만원가량의 수당을 챙길 수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시청이나 구청 인근에 거주하거나 퇴근 후 술을 마신 공무원들이 밤늦게 청사로 들어와 체크기를 사용하는 사례가 적발되기도 하고,각 실·과별로 돌아가며 밤늦게 퇴근하면서 여러 장의 카드를 한꺼번에 긁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초과근무수당을 임금보전 정도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수당 빼먹기에 골몰하는 공무원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카드체크기,지문인식기는 물론 정맥·홍체인식기 등 최첨단 장비에 대한 얌체 공무원들의 적응도가 의외로빠르기 때문에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근본적인 방지책이 없다. 민선 자치단체장도 ‘내 식구’를 감싸주는 온정주의를 버려야 한다.근무기강 확립을 위해 법과 복무규정을 엄정히 집행한다면 이런 좀도둑이 왜 생겨나겠는가. 한때 풍문으로 나돌던 ‘결근하지 않고,일하지 않으며,쉬지 않는다.’라는 공무원 3대 철칙(?)이라는 게 있었다.매일 제시간에 꼬박꼬박 출퇴근하니 윗사람에게 책잡히지 않고,뭔가 서류를 들고 만지작거리지만 정작 결정을 하지 않으니 책임질 일이 없어 대충 정년까지 무사히 간다는 말이다. 공무원 신분을 빗대 흔히들 ‘철밥통’이라고 한다.‘한번 공무원이면 영원한 공무원’이란 뜻만이 아니다.예산을 호주머니 돈인 듯 사용하는 풍조에 대한 비판의 뜻도 담겨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노인·장년·청년 가릴 것 없이 실업사태에 떨고 있지 않은가.만약 비슷한 처지의 외국 공무원에 비해 급여가 적다면 적정한 수준으로 현실화시켜 주는 대신 공직수를 줄이고 부정과 비리를 엄벌해 나가야 할 것이다.가랑비에 옷 젖듯이 공무원들이 야금야금 ‘공돈 챙기기’에 중독되면 언젠가 우리 사회의 근간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윤 청 석 전국부 차장 bombi4@
  • 中 가스전 폭발 191명 사망

    |베이징 외신|중국 충칭(重慶)시에 위치한 국영 천연가스전에서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적어도 191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지난 23일 밤 11시쯤 충칭시 남서부의 촨동베이 천연가스전이 갑자기 폭발,고농축 천연가스와 유해한 황화수소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사고직후 현지 관리들은 주변 5㎞ 이내의 주민 3만 1000여명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고 전했다. 병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사고로 병원에 실려간 부상자는 500명이 넘을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부상자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현지에서 가장 큰 병원에는 200∼300명이 가스 중독 증세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어린이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병원에는 눈이 심하게 붓거나 제대로 서있지조차 못하는 환자들이 상당수라고 중국 관련 사설 웹사이트인 www.sina.com을 인용해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사고 당시 가스가 지상 30m나 치솟았으며 “썩은 달걀” 냄새가 주변에 진동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충칭과 베이징의 중국국영석유회사(CNPC)는 중국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폭발 원인을 조사중이다. CNPC 기술자들은 24일 천연가스와 인체에 치명적인 황화수소의 추가 유출을 막기 위해 현재 260㎥의 진흙을 가스 시추공들에 집어넣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구멍들을 틀어막아 유해 가스의 유출을 차단했는 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이날 부상자들을 구조하고 가스유출을 막는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긴급 지시했다. 한편 폭발사고 직후 8명에 불과했던 사망자수가 이틀 만에 20배 이상 급증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 “신혼여행은 3개월 봉사활동으로”‘인간방패’ 유은하씨 기지촌서 결혼

    이라크전 현장에서 ‘인간방패’로 반전운동을 벌인 유은하(29·여)씨가 성탄절 이브에 동두천 기지촌 여성들을 하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25일 다비타 공동체(대표 전우섭 목사·44)에 따르면 유씨는 전날 오후 6시30분 동두천시 보산동 주한 미2사단 앞 USA클럽에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 이기영(27)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결혼식은 다비타 공동체가 마련한 성탄절 행사의 일환으로 열렸으며 양가 친척과 함께 기지촌 여성,AIDS환자,알코올 중독자,혼혈아 등 이 공동체 식구들이 하객으로 참여했다. 지난 2월 고려대 대학원을 졸업한 유씨는 5∼6년전부터 다비타 공동체 활동에 참여했으며,지난해부터 이씨와 자원봉사활동을 함께 하며 사랑을 가꿔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 목사는 “유씨가 ‘낮은 곳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고,그들과 동질성을 갖고 싶다.’며 공동체의 성탄절 행사에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유씨는 전 목사가 추천한 전국의 20여개 공동체에서 3개월간 순회봉사하며 신혼여행을 대신한 뒤 강원도 화천의 아바 공동체에서 신방을 차릴 예정이다. 동두천 한만교기자 mghann@
  • 여자챔프 이인영 힘겹게 1차방어

    여자복서 이인영(32·루트체육관)이 어렵게 1차방어에 성공했다. 국제여자복싱협회(IFBA) 플라이급 챔피언 이인영은 24일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1차방어전에서 동급 3위 일본의 모리모토 시로(31)를 2-1 판정으로 물리치고 롱런의 발판을 마련했다.남녀를 통틀어 한국 유일의 프로복싱 챔피언인 이인영은 이날 승리로 챔피언 벨트와 함께 한국프로복싱의 자존심을 함께 지켰다.또 8승무패(3KO)의 전승 행진을 이어가면서 두둑한 대전료(5000만원)도 챙겼다.반면 시합전 8라운드 이전 KO승을 자신한 모리모토는 이인영의 노련한 경기운영을 극복하지 못하고 눈물을 삼켰다.7승2패를 기록한 모리모토는 600만원의 대전료를 받았다. 이인영은 “버팅이 많아 무척 힘든 경기였다.”면서 “어려운 경기를 이겨 기쁘다.”고 말했다. 3명의 심판이 모두 한국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1 판정승으로 끝난데서 보듯 이인영은 경기 내내 고전했다.파워를 앞세운 모리모토의 파상공세를 노련미로 피하면서 착실하게 점수를 쌓은 것이 그나마 주효했다.특히 초반 상대의 강펀치를연속으로 허용해 7회부터 왼쪽눈이 심하게 부어올라 애를 먹었지만 특유의 파이팅으로 승리를 이끌어냈다. 박빙의 승부를 펼친 두 선수는 8회 모리모토가 강력한 훅을 몇차례 성공시키면서 모리모토쪽으로 승세가 기우는 듯했다.그러나 이인영은 마지막 10회에서 혼신의 힘을 다한 반격을 펼쳐 슬립다운을 빼앗는 등 심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 역전승을 거뒀다. 이인영은 지난 2001년 8월 복싱을 시작해 지난해 6월 프로자격을 얻었고,그해 11월에는 초대 한국챔피언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복싱의 길에 들어섰다.지난 9월 열린 챔피언결정전에서 미국의 칼라 윌콕스(34)를 KO로 물리치고 한국여자복서로는 처음으로 세계타이틀을 거머쥐면서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렸다.한때 알코올 중독자였던 이인영은 자신의 아픈 과거를 진솔하게 고백한 자서전 ‘나는 복서다’를 내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최근 공개 오디션을 통해 뽑힌 정상우(25)씨 등 ‘꽃미남’ 6명이 ‘라운드맨’으로 처음 등장해 관중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용인 박준석기자 pjs@
  • 책/배고픈 유전자

    엘런 러펠 셸 지음 / 이원봉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현대는 ‘비만의 시대’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03년 보건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영국,호주 등 3개국은 비만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비만 선진국’이다. 특히 미국은 10명 중 3명이 비만환자이며 매년 30만명 이상이 비만 관련 질병으로 죽는다.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인 인도에서도 과체중과 비만은 중산층의 풍토병이 되고 있다.비만은 이제 ‘풍요병’ ‘선진국병’이라기보다는 전세계에 만연된 ‘신세기 증후군’이라 하는 게 더 어울린다. ●산모 영양상태가 아이들 비만 좌우 ‘배고픈 유전자’(엘런 러펠 셸 지음,이원봉 옮김,바다출판사 펴냄)는 비만이 유전자 및 환경과 어떤 연관이 있는가를 살핀,비만에 관한 유전학적 보고서다.저자(미국 보스턴대 교수)가 밝히는 비만의 진짜 원인은 탐욕이나 과식,의지박약,게으름 같은 것 때문이 아니다.너무도 약해 쉽게 상처받고 쉽게 굴복하는 우리 몸 안의 ‘배고픈 유전자’ 때문이다.이 연약한 유전자는 끊임없이 음식을먹게 만들어 우리를 비만의 길로 이끈다. 과학자들은 산모의 영양상태가 나쁠 수록 아이가 비만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인 1944∼1945년 네덜란드에 기아가 발생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이런 상황에서도 출산은 이어져 수천명의 아기가 태어났다.1970년대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중년이 된 이 ‘네덜란드 대(大)기아’ 시절의 신생아들을 연구하다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어머니가 임신 첫 6개월 동안 기아를 겪은 경우 아기의 80%가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연구팀은 자궁 안에서 충분히 영양을 공급받지 못한 태아의 유전자는 쉽게 배고프도록 프로그램화돼 아무리 먹어도 허기를 느끼게 된다고 밝혔다. 탄산음료와 지방질 음식이 비만 유전자를 만든다는 가설도 흥미롭다.미크로네시아의 작은 섬 ‘코스라에’ 원주민들은 파파야와 빵나무 열매를 먹던 시절만 해도 어느 민족보다 날씬했다.하지만 베이컨,콜라,콘 비프 등이 들어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이제 섬 주민들은 대부분 육중한 덩치를 끌고 어기적거리다 서른 살도 되기 전에 심장마비로 죽는다. 저자는 이런 현상은 “유전자가 기름진 음식에 굴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기름진 음식에 중독된 사람들은 적절한 수준보다 훨씬 높은 칼로리를 섭취해야만 포만감을 느끼게 된다.어려서부터 탄산음료나 지방질 음식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비만이 많이 나타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빌렌도르프 비너스상도 고도 비만 책은 비만의 역사도 살핀다.‘롤리 폴리(roly poly)’,즉 땅딸보의 역사는 깊다.20세기 초 오스트리아의 빌렌도르프에서 발굴된 구석기 시대 비너스상은 기괴하게 뚱뚱하다.이 빌렌도르프 비너스상은 고도 비만의 경우 흔히 나타나는 무릎 기형을 보인다.그리스에는 악명 높은 대식가들이 많았다.옥좌에서 왕명을 내리다 잠이 들기도 했다는 고대 그리스 헤라클레이아의 폭군 디오니시우스가 대표적인 예다.게걸스럽게 먹는 잔치를 좋아했던 로마 사람들도 비만에 대해서는 눈살을 찌푸렸다.로마의 여인들은 까다로운 남편과 아버지의 요구에 맞추려고 스스로 굶었고 그러다가 죽는 일도 많았다.관용을 몰랐던 스파르타 사람들은 뚱뚱해진 시민은 무조건 추방했다. 비만은 오늘날 중세 유럽을 강타한 페스트를 능가하는 공포의 질병이 됐다.이 책은 비만의 위험성을 새삼 확인해주고 연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우리 ‘비만과학’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1만원. 김종면기자 jmkim@
  • [시론] 정치자금 개선 로드맵

    야당의 엄청난 규모의 불법 대선자금이 검찰에 의해 밝혀지자 또다시 정치자금에 관한 격렬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더욱이 도덕성을 내세웠던 여당도 이러한 불법시비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하다는 사실은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인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훌륭함과 책임감 측면에서,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은 바람둥이,주정뱅이,마약중독자와 함께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활동성 측면에서도 정치인들은 홀아비,게으름뱅이와 함께 가장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한마디로 정치인은 권력은 있지만 훌륭하지도 책임감도 없으며,활동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이러한 부정적인 평가는 일반 국민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정치인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따라서 우리는 정치현실을 개탄하고 정치인을 비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다 함께 고해성사하고 내일부터 깨끗하게 정치를 하자는 주장도 현실감이 떨어진다. 불법 정치자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치현실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개선책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첫째,한국 정치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그동안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 속에서도 우리 국민들은 경이로운 경제성장과 비교적 순조로운 민주화를 이루어왔다.그러나 그러한 사실이 지나친 자만감이나 성급함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우리는 1945년 광복 이후에서야 민주주의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였다.더욱이 민주적인 선거에 의해 대통령을 뽑고 있는 전통을 이제 세우고 있는 중이다.사실 선진국들이 정치부문을 비롯해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이러한 공공영역을 구축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아직 정확하게 파악되고 있지는 않지만,6공화국 초기의 대선자금에 비해,최근에 밝혀지고 있는 불법 정치자금의 규모는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물론 여전히 그것이 불법인 것은 사실이고,더욱더 그 규모를 줄여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둘째,우리가 쓰레기봉투나 은행 순서대기표의 실행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현실에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제도와 체계이다.물론 현행 법체계에서도 충분히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고,문제는 사람들의 가치와 태도에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그러나 적절한 체계와 제도를 만들어 놓지 않고 사람들의 자발적인 협조만을 구하는 것은,상습정체지역에 적절한 교통시설을 만들어 놓지 않고 서로 양보하라고 현수막만 걸어 놓는 것과 똑같다.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비교적 쉬운 방법으로 실현하거나 보장받고 싶은 것은 현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통령 당선이 모든 것을 얻고 낙선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현재의 권력구조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아울러 정치권력이나 행정부가 민간의 경제활동을 불필요하게 간섭하는 각종 규제를,민간이 참여하는 중립적인 기구가 중심이 되어 없애야 한다.정치권력과 행정부는 규제를 권력행사의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하기 쉽고,이로 인해 부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수사는 보다 중립적인 기구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검사 출신의어떤 변호사가 이야기한 대로,정치권력의 영향을 받는 검찰에서 권력을 가진 여당과 그렇지 못한 야당을 공평하게 수사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물론 검찰의 중립에 대한 전통과 사회적인 합의가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수사를 받는 당사자나 일반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사실 여부를 떠나 그러한 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 명 진 국민대교수 정치사회학
  • 고혈압·당뇨 국가서 관리/만성병관리법 내년 제정

    고혈압,당뇨,뇌졸중(중풍) 등 만성병도 암처럼 국가가 나서서 예방,관리하는 만성병관리법이 제정된다. 보건복지부는 18일 만성병관리법을 내년 상반기중 제정,이르면 2005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법이 만들어지면 우선 200여개의 만성질환이 1∼4군 만성병으로 분류된다. 1군 만성병에는 희귀질환인 혈우병,근육병,고셔병,다발성경화증,아밀로이드증,크론병,만성신부전,말기신장질환 등이 포함된다.1군 만성병에 대해서는 지원이 일부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본인부담금,식대,선택진료비 중 일부를 국고에서 추가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군 만성병에는 뇌졸중,간경화,당뇨성족부질환 등이, 3군 만성병에는 고혈압,당뇨병,비만,관절염 등이 들어 간다.4군 만성병은 사고로 인한 사지마비,중독,치매 등이 포함 된다. 만성병관리법이 제정되면 건강검진 외에 만성병관리상 필요한 건강검진 대상자를 따로 선정,관리할 전망이다. 김성수기자 sskim@
  • 개성공단 단기체류 90일까지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개성공업지구 관리기관 설립운영 규정과 출입·체류·거주 규정,세관 규정 등 모두 3건의 규정을 채택했다. 17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30조로 구성된 출입·체류·거주 규정은 적용대상을 남측에서 개성공업지구로 출입하는 남측 인원과 수송수단,해외동포,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하되 테러범과 마약중독자,전염병환자 등과 전염병 발생지역에서 오는 자는 출입을 금지했다.체류기간은 단기체류가 도착일로부터 90일까지,장기체류는 91일 이상이며 체류기일 만료 3일 전에 연장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역사유물의 경우 반출금지 품목에,사회질서와 미풍양속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출판인쇄물,사진,미술작품 등은 반입금지 대상에 각각 포함됐다. 이도운기자 dawn@
  • 10대 온라인 탈선/(하)전문가 좌담

    생활에 편리함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는 한편으로는 탈선을 부추기는 방편이 되고 있다.특히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에게 인터넷은 음란물을 접하거나 불건전한 만남을 매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측면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대한매일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정완 박사와 경희사이버대 사이버NGO학과 민경배 교수,시민사회단체인 미디어교육프로젝트 ‘해모’의 김태황 팀장이 참석한 가운데 청소년 사이버 문화의 현주소와 대책에 대해 좌담회를 가졌다. 정완 형사정책연구원 박사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 김태황 시민단체 '해모'팀장 ●정완 박사 사이버 공간에서 청소년 일탈의 공통점은 익명성과 비대면성입니다.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사이버 공간에서는 얼굴을 직접 대하지 않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표현을 하려고 합니다.부모들은 아이들이 주로 집 밖에서 인터넷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다릅니다.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집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60%를 넘고 있습니다.가정에서부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지요. ●민경배 교수 사이버 공간에서의 일탈은 청소년에게만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인터넷에는 일탈의 욕구가 내재돼 있습니다.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누구나 일탈을 꿈꾸지요.그러나 인터넷이 없어지면 일탈이 사라지나요.인터넷이 없었던 시절 일본에서는 이미 10대 성매매가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10대 성매매의 원인을 배금주의나 성 문제로 접근해야지 인터넷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인터넷을 통해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청소년들의 무지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이것은 교육의 문제입니다. ●김태황 팀장 청소년들이 사이버 문화에 빠져드는 것은 인터넷이 편리성과 익명성을 갖추고 해방구로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그러나 정작 청소년들이 모델로 삼을 만한 사이버 문화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 박사 청소년들이 인터넷 때문에 탈선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 동의합니다.인터넷에도 순기능이 많습니다.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그러나 순기능과 역기능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어요.역기능의 하나가 성매매의 확산입니다.음란물은 더 복잡한 문제입니다.음란물 유통을 금지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극소수입니다.현재 우리는 인터넷상의 음란물을 규제하는 데만 촉각이 곤두서 있어요.이제 형법상 규제도 국제 수준으로 맞춰야 합니다. ●김 팀장 내가 만난 가출학생들은 찜질방 같은 곳에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가출해서 어떻게 생활할 수 있는지 논의하기도 합니다.이 과정에서 평소에 몰랐던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일탈로 접어듭니다. ●정 박사 역기능 중에 게임아이템을 사고파는 문제가 있습니다.몇년 전부터 온라인 게임아이템을 둘러싼 형법상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게임아이템을 재산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지요.최근에는 게임아이템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자는 입법 움직임이 있습니다.미국처럼 ‘전자절도죄’와 같은 항목을 입법화하자는 주장입니다. ●민 교수 온라인 일탈이라고 하면 사회에서는 가해자로서 청소년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인기 온라인게임인 ‘리니지’의 아이템 거래는 이미 지하경제를 형성하고 있습니다.요즘에는 조직폭력배들까지 아이템 거래시장을 통해 자금 강탈과 돈세탁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피해자는 물론 청소년이지요.하지만 피해자인 청소년에 대한 법·제도적인 보호장치는 미약합니다.이 부분이 사각지대입니다. 대한매일에서 ‘여고생의 51%가 성매매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이를 뒤집어보면 결국 문제 있는 성인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청소년들의 온라인 일탈 문제를 바라볼 때 이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정 박사 사이버상에서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캐릭터인 ‘아바타’도 문제입니다.게임아이템을 사거나 아바타를 꾸미기 위해 부모 카드로 몰래 가상 물품을 사는 문제가 자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부모들은 잘 모르지만 민법상 청소년들이 부모의 허락없이 부모의 재산을 이용한 경우 카드 결제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온라인 결제인 060서비스도 부모가 원하지 않으면 결제되지 않습니다.이런 부분에 대한 홍보가 더 필요합니다. ●민 교수 사이버중독,인터넷중독이라는 말을 하는데 ‘중독’이라는 개념 자체가 정신과 의사들 사이에서도 치유해야 할 병으로 합의돼 있지 않습니다.의학적 근거없이 대중적으로 쓰는 것도 문제입니다.현재 인터넷중독은 ‘하루 몇 시간 하느냐.’는 양적 기준으로만 따집니다.이 때문에 최근 TV프로그램에서 프로게이머가 중독자 취급을 당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습니다.인터넷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과 인터넷 때문에 장애를 겪는 사람은 구분해야 합니다. ●김 팀장 인터넷 관련 상담을 하다 보면 평소 의존경향이 강한 아이들이 인터넷에 많이 빠져듭니다.그런 아이들은 인터넷이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습니다.청소년들에게 무조건 중독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서운 일입니다. ●민 교수 중독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니까 청소년 스스로 중독 수준이 아닌데도 죄책감을 느낍니다.그리고 스스로 중독자라고 진단하고,중독자의 통계는 그만큼 높아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됩니다.중독이라고 규정하기에 앞서 청소년들이 적절하게 통제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정 박사 인터넷 중독이라는 말에 어폐가 있습니다.인터넷으로 공부하는 사람에게 중독됐다고 하지 않습니다.행동패턴으로 판단해야 합니다.인터넷으로 도박이나 음란물을 자주 경험한다면 이는 인터넷에 중독된 것이 아니라 도박·음란물에 중독된 것이죠. ●민 교수 청소년들의 사이버 일탈은 탈규범을 넘어 현실적인 문제,즉 돈과 관련된 문제와 연관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성매매나 해킹,게임아이템을 훔치는 등의 행위도 결국 금전적 이해관계를 위한 도구로 인터넷을 활용합니다.이는 결국 온라인을 이용한 범죄로 이어집니다.사회적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해커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우리나라 해커는 외국과는 달리 대부분 10대인 데다 폐쇄적이며,해커의 세계는 거대한 지하세계로 통합니다.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죠.프로그래밍 기술의 양성화·활성화 등을 통해 정보기술(IT) 발전이라는 양지로 끌어내려면 사회적 관심이 필수적입니다. ●정 박사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와 유통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합니다.온라인상의 개인정보저장공간인 웹하드 등을 통한 불법복제는 매우심각합니다.이를 규제할 제도는 완비돼 있습니다.그러나 워낙 광범위하게 이뤄지다 보니 사실상 규제가 이뤄지기 어렵습니다.수사기관이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등에서 비영리 민간단체나 업체들의 자율규제를 장려하고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김 팀장 청소년들은 사이버 문화에서 소통의 불균형 현상을 보입니다.온라인에 익숙해지면서 정작 얼굴을 마주보는 대면 소통에는 어려움을 겪습니다.요즘 아이들은 대화 중에 조금이라도 자기 코드에서 벗어나면 휴대전화를 열어 다른 사람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냅니다.다른 의사소통으로 빠져나가는 셈이죠.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디지털 기술교육이 아닌 디지털 문화교육을 시켜야 합니다.현재 디지털 교육이라고 하면 컴퓨터를 다루는 방법 등 온통 기술적인 것들뿐입니다. ●민 교수 일부 학교에서는 인터넷상의 에티켓인 ‘네티켓’을 가르치지만 계몽적이고 훈육적·일방향적입니다.자발적이고 적극적이고 쌍방향적인 인터넷과는 정반대입니다.이런 식으로 네티켓을 주입시키는 것이야말로 아날로그적입니다.이런식의 교육이라면 안 하느니 못합니다. ●김 팀장 성인들이 사이버 문화를 따로 생각하는 자세부터 바꿔야 합니다.온라인과 오프라인은 겹쳐 있습니다.학교에서 윤리나 사회 시간에 배우는 것들이 인터넷에도 적용됩니다.청소년들이 오프라인에서 배운 것을 온라인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민 교수 청소년들의 자생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얼굴이 잘생겼다,예쁘다.’는 뜻의 ‘얼짱’이 대표적이지요.이는 ‘왕따’와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아이들끼리 서로를 인정한다는 긍정적인 뜻이 있습니다.그러나 성인들은 얼짱 사이트를 만들어 얼짱의 순위를 매길 것을 강요하며 경쟁의 논리를 도입합니다.이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정 박사 눈에 보이는 잘못된 부분은 일부 통제해야 합니다.게시판에 음란물이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해 실명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합니다.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음란물 접근의 주원인인 스팸메일도 보내는 쪽에서 미리 허락을 받는 방식이 돼야 합니다.미국에서는 최근 관련 법안이 통과돼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문제 있는 콘텐츠가 청소년들에게 접근하기 어렵게 하자는 것입니다. 정리 김재천 이유종기자 patrick@
  • 10대 온라인 탈선/(중)어느 여고 중퇴생의 고백

    ‘사이버 탈선’은 결코 일부 ‘문제아’들의 얘기가 아니다.지난해 6월까지 외고에 다니며 컴퓨터라곤 단순한 게임밖에 몰랐던 김미진(가명·16)양이 이른바 ‘사이버 포주’가 되기까지는 한 달밖에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김양을 탈선으로 이끈 것은 친구도,부모도,학교도 아닌 인터넷이었다. ●가정불화-친척 냉대-고교 자퇴 대기업 직원이던 미진이의 아버지는 미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을 때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벌였다.그러나 미진이가 중2 때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한 뒤 집을 나가자 어머니와 시골 외가에 ‘얹혀’ 살기 시작했다. 외가 식구들은 늘 수군수군 미진이의 아버지를 흉봤다.예민한 사춘기라 미진이는 곧 반항아로 변했다.학교를 자퇴한 미진이는 힘겹게 검정고시를 통과했고,외고에 입학했다.외가 식구들이 싫어 기숙사가 있는 학교를 택했던 것.그러나 기숙사의 꽉 짜인 시간표와 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미진이는 “차라리 혼자 공부해 대학에 가겠다.”고 마음먹고 학교를 그만둔 뒤 지난해 7월 상경했다.어머니는 힘든 상황에서도검정고시를 통해 외고에 입학했던 미진이를 믿고 강남구 역삼동에 월세 자취방을 직접 구해줬다. ●외로움 이기려다 수렁에 빠져 서울에 도착한 미진이는 지겨운 학교와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에 홀가분했다고 말했다.일단 고교 졸업 검정고시를 치르겠다고 마음먹고 학원에 등록했다.하지만 외로운 서울 생활에 하나 둘 사귄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생활은 흐트러졌다.학원도 나가지 않게 됐다.“‘이쪽’에선 한 명만 알면 나머지는 저절로 친해져요.오갈 데 없고 당장 먹고 살 돈도 없는 아이들이 모이는 곳은 뻔하죠.” 처음에는 검정고시를 봐야 한다는 중압감,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으로 망설이기도 했다.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봤지만 미성년자라는 것이 탄로나 그만둬야 했다.점차 마음을 잘 알아주는 친구들과 1시간에 2000원인 PC방에 모여 ‘돈벌이’를 찾았다.채팅 실력은 금방 늘었다.인터넷만 잘 뒤지면 ‘돈벌이’할 곳은 무궁무진했다. ●오후 3시 기상,PC방 직행 당시 미진이의 하루는 오후 3시에 시작됐다.밤을 꼬박 새워 PC방과거리를 헤매다 잠들었기 때문이다.늦은 아침식사는 배달시킨 자장면 한 그릇으로 해결했다.이어 샤워를 하고 곱게 화장을 한 뒤 오후 6시가 되면 PC방으로 ‘출근’했다.옷은 어른스러워 보이도록 정장을 입었다. 먼저 채팅사이트에 접속한다.주로 찾는 B,J사이트는 ‘좋은 만남’을 빙자하고 있지만 실제는 성매매를 원하는 ‘아저씨’의 글이 수두룩하다.성매매를 은밀히 거래하는 채팅방은 하루에 몇백개씩 만들어진다.‘부산 사는 24세 남자 대딩(대학생),손이 따뜻한 여동생 구함.자세한 건 문자 보내면 알려 드림.’하는 식이다.또래인 18살짜리부터 대학생,40대 회사원까지 다양했다. 적당한 상대를 골라 메신저로 채팅도 하고,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밤새워 흥정을 했다.모인 친구 6명에게 한 명씩 ‘아저씨’를 주선하기 위해 새벽 6시까지 PC방에서 자리도 뜨지 않고 인터넷을 뒤졌다.상대 남자와 약속이 잡히면 친구들과 함께 나가 선불을 받았다.보통 두시간에 20만원.‘일’을 마친 아이들이 다시 모이면 함께 해장국을 먹고 헤어졌다.1주일에 2∼3일 일한 다음 나이트클럽에서 신나게 놀고 술도 마셨다.백화점에서 비싼 옷도 사입었다.포주 노릇을 그만둔 뒤에는 스스로 성매매에 뛰어들기도 했다.몸과 마음에는 점점 상처가 쌓여갔다. ●“발 담그면 빠져나가기 어려워” 미진이는 지난 8월 10대 성매매 단속에 나선 경찰에 붙잡혔다.경찰은 미진이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이며,친구들에게 상대 남성을 소개하면서 돈을 뜯거나 소개비를 받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풀어줬다.담당 경찰관은 미진이의 사정을 알고 고향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라고 설득했다. 현재 미진이는 경찰관의 충고대로 어머니와 살면서 대입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미술대 디자인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꿈이다.미진이는 “아직도 그 세계에서 발을 빼지 못한 친구들이 안타깝다.”면서 “한 번 발을 담그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다른 친구들이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지연 유지혜기자 anne02@ ■인터넷 사용 부모 10계명 1. 인터넷 사용시간을 자녀와 협의한다. 2. 부모도 인터넷을 활용한다. 3. 컴퓨터는 가족이 공유하는 장소에 둔다. 4. 인터넷을 학습용으로 사용하도록 격려한다. 5. 자녀가 인터넷 이외의 다른 취미를 갖도록 유도한다. 6.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식사나 군것질을 하지 않게 한다. 7. 인터넷 사용에 대해 일관된 태도를 보여준다. 8. 인터넷 사용시간 관리 소프트웨어를 설치한다. 9. 자녀의 평소 생각이나 고민에 관심을 기울인다. 10. 생활부적응이나 갈등이 지속되면 전문상담기관을 찾는다. (자료:한국정보문화진흥원) ■“음란사이트 차단법 몰라 지도 어려워”자녀와 ‘인터넷 갈등' 부모들 주부 이모(42·서울 역촌동)씨는 1년 전 딸 선영(가명·17)이가 가출했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지난해 11월 성적 문제로 말다툼을 벌인 선영이는 집을 뛰쳐나갔다.수소문 끝에 다음날 선영이를 찾기는 했지만 ‘전날 밤 아는 오빠 집에서 잤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씨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친구 집에서 자면 찾아올까봐 채팅으로 알게 된 혼자 사는 남학생 집에서 잤다는 거예요.아무 일 없었다고 하지만 하루만 늦었어도 무슨일이 있었을지….” 대부분 부모들에게 온라인 매체는 아직도 낯설고 어렵다.자녀가 컴퓨터로 이것저것 하는데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 방법이 없다.이씨는 선영이의 가출 이후 집에는 인터넷선을 끊었고 과외와 학원 수업이 끝난 밤 8시에서 10시까지만 선영이 아버지의 가게에서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했다.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이씨는 “옆에서 지키고 서 있을 수도 없고 봐도 뭘 하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환경이 너무 빨리 달라져 아이를 제대로 지도하기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사는 김모(45·여)씨는 아들 태성(가명·16)이가 컴퓨터만 켜면 빨리 끄라고 잔소리를 시작한다.“아이가 인터넷에 빼앗기는 시간이 너무 많아 사용시간을 정해놓고 쓰기로 약속했다.”면서 “하지만 한 번 빠져들면 약속을 어기기 일쑤라서 이젠 아들이 30분만 쓰겠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집에 있는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걸어놓았지만 밖에 나가면 얼마든지 인터넷을 쓸 수 있으니 막을 길은 없다.음란사이트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프로그램과 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별 도움이 못된다.이씨는 “홍보가 부족해 어떻게 해야 할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고 설명을 들어도 잘 이해가 안 간다.”면서 “무작정 인터넷을 하지 말라고 혼만 내다 보니 다툼이 잦고 아들과 사이만 나빠진다.”고 걱정했다. 전문가들은 자녀의 생활 전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고 충고한다.서울 YMCA ‘청소년 약물과 인터넷중독 예방상담실’의 김은정(32·여) 상담사는 “평소 아이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부터 하루에 인터넷을 몇 시간 사용하는지까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면서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공간에 컴퓨터를 설치하고,부모도 적극적으로 인터넷 사용법을 익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 ■탈선 부추기는 온라인 실상 채팅,커뮤니티,해외 인터넷 사이트….온라인을 통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들이다.그러나 상당수의 사이트들이 청소년의 호기심을 이용해 탈선을 부추기고 있다. ●가출 청소년을 노려라 최근 등장한 사이버(cyber)와패밀리(family)의 합성어인 ‘사이버팸’에 가입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같은 취미를 가진 청소년들이 사이버상에서 ‘가족’을 형성해 아빠,엄마,삼촌,이모 등으로 역할을 나누고 가족처럼 지낸다. 처음에는 실제 가족관계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긍정적인 기능을 했지만 차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멤버 가운데 한 명이 가출하면 다른 멤버도 따라서 집을 나가는 ‘번개 가출’을 한 뒤 같이 모여 살거나,생활비 마련을 위해 멤버들이 함께 10대 성매매에 빠져들기도 한다. 현재 온라인에 300곳 이상 존재하는 ‘가출사이트’도 ‘청소년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이들 가출사이트의 가입자는 10만여명으로 추산된다.대부분 가출 청소년이거나 잠재적 가출자들이다.사이트에 가보면 잠잘 곳을 제공해준다는 명목으로 ‘성매매’나 ‘동거’를 요구하는 글이 넘쳐난다.가출 청소년을 묶어 하나의 ‘작은 회사’를 차리는 사이버 포주들의 활동무대로 활용되기도 한다. ●변질되는 채팅의 기능 PC통신이 시작될 때부터 선보인 채팅은 인터넷의 확산과 함께 ‘진화’하고 있다.처음에는 온라인 친구를 만드는 데 이용됐던 글자 채팅에서 화상채팅 단계로 넘어간 뒤 청소년이 서로 벗은 몸을 보여줘 ‘쇼걸’과 ‘쇼보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휴대전화를 통한 ‘문팅’(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채팅하는 것)도 10대에게는 익숙하다.물론 건전한 채팅도 있지만,성매매 상대나 탈선할 친구들을 찾는 수단으로도 쓰인다.특히 최근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디지털 노래방’은 화상채팅과 노래방을 결합시킨 것이다.실시간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인터넷을 통해 화상채팅을 주고받는데 전국적으로 120여곳이 운영되고 있다.처음 생길 때는 ‘또하나의 놀이터’ 정도였지만 일부 청소년은 단체로 옷을 벗으며 노래를 부르는 일명 ‘스트립 미팅’을 하기도 한다.이런 장면을 동영상으로 저장,비밀리에 인터넷에 뿌리는 사례도 있다. ●10대를 돈벌이 수단으로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되는 ‘해외 한글 음란사이트’는 10대들에게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서버가 설치된 국가의 법률에 규제 조항이 없으면 국내 기관은 사이트를 폐쇄시킬 권한이 없다.때문에 회원 가입시 미성년자인지도 철저하게 따지지 않는다.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아도 한 달 2000∼3000원만 내면 이용할 수 있는 사이버폴더를 통해 해외 한글 음란사이트가 제작한 포르노물을 다운받아 볼 수도 있다.정보통신윤리위에 따르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되는 한글 음란사이트 차단 요청건수는 최근 2년 만에 36.8배나 폭증했다.숭실대 정보사회과학과 이성식 교수는 “인터넷 음란물을 접촉한 청소년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성비행을 훨씬 많이 저지르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가학적인 폭력음란물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영표 유영규기자 tomcat@
  • 연말 술자리/ 고단백 안주·찬물과 함께

    직장 생활 15년차의 성기천(43·서울 역삼동)씨의 12월 달력은 검은 글자로 빼곡하다.송년회 약속이 꽉 찼기 때문이다.성씨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날 생각을 하면 즐겁지만 아무래도 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성씨처럼 송년회 스케줄이 연이은 사람들에겐 술이 힘겹다.술이 약하거나 여성의 경우 더욱 벅찬 것이 송년회의 술자리다.연일 과음이나 폭음을 하다 보면 건강에 이상이 생기고,생활리듬마저 깨지기 십상이다. 건강을 위한다면 알코올 양은 개인차가 있지만 50g 이하가 적당하다.맥주는 7잔 이하,위스키는 스트레이트 5잔,소주도 5잔 이하다.또 첫 잔은 음미하듯 여러 차례 나눠 마시는 게 좋다. ●술 마시기전 우유나 식사를 한·양방 의사들은 한결같이 “술로 인한 건강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술잔 옆에 찬물과 단백질이 풍부한 안주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의외로 효과가 크다.술 마실 때 물과 함께 마시면 체내에 흡수되는 알코올의 양이 준다.물을 술에 희석해도 좋고,술과 물을 따로따로 마셔도 괜찮다.가능하면 찬물이 더 좋다.또 물을 충분히 마셔두면 다음날 술깨는데도 도움이 된다.과음한 후 잠을 자면,목이 말라 깨거나 눈이 충혈되고 피부도 건조해지는 경우가 자주 있다.몸 속에 들어간 술,즉 간이 알코올을 분해할 때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술 마시기 전에 우유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는 게 좋다.음식물을 먹어두면 위장 표면에 코팅처럼 막을 씌워 위장벽의 손상을 막고,간의 부담도 덜어주게 된다.빈 속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위에서 대부분 흡수돼 간으로 곧바로 전달된다. 안주도 건강에 중요하다.저지방·고단백질 안주는 알코올 흡수를 더디게 한다.그래서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시기 전에 우유를 마시는 것이 좋다거나 균형식을 하는 사람은 알코올 중독자가 되지 않는다는 말도 생겨났다. 소주 안주로는 생오징어·생선찌개와 돼지고기·어포 등이 알맞다.맵고 짠 음식은 궤양을 촉진할 우려가 높아 피하는 게 상책이다. 맥주 안주로는 단맛이 나는 음식은 피하고 짭짤하고 기름기 있는 식품을 권할 만하다.땅콩·소시지·햄·치즈·팝콘·크래커·신선한 채소·두부요리·부침류·튀김류를 들 수 있다. ●포도주는 샐러드와 궁합 안맞아 막걸리는 김치찌개와 돼지고기가 잘 어울린다.안주가 조금 매워도 막걸리의 여러 성분 때문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 양주는 치즈·육포·호두가 좋다.육식 위주의 식사로 위가 튼튼한 서양 사람들에게 알맞은 술이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양주에 취하면 간장뿐 아니라 위장에도 엄청난 타격을 준다. 웰빙족들이 반주로 많이 찾기 시작한 포도주는 샐러드와는 함께 마시지 않는 게 좋다.샐러드의 소스로 들어가는 식초의 신맛이 포도주의 향미를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맥주와 양주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는 건강에 아주 나쁘다.맥주의 탄산가스가 알코올의 체내 흡수를 촉진하며,주종이 다른 술에 섞여있는 성분들이 서로 반응해 숙취를 심하게 한다.부득이한 경우 약한 술을 먼저 마시고,독한 술은 나중에 마신다. 술을 깨기 위해 일부러 게워내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피할 일이다.위장에 있는 음식물을 토해내면 속이 부대끼는 것은 해소할 수 있지만 술깨는 데는도움이 되지 않는다.토하게 되면 술을 그만 마셔야 한다.토하는 것은 위가 견뎌내지 못할 만큼의 알코올이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신체의 작용이다. ●얼큰한 해장국은 위 벽 자극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선 당분과 수분을 충분히 흡수해야 한다.알코올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아세트알데히드가 혈액을 통해 몸속에 돌아다니면서 대뇌를 자극하거나 속을 뒤집어 우리 몸을 괴롭힌다.하지만 당분과 수분은 알코올 대사를 촉진해 아세트알데히드가 빨리 배출되게 한다. 술 중에 가장 해로운 술은 바로 해장술이다.해장술은 뇌의 중추신경을 마비시켜 두통이나 속쓰림을 못느끼게 할 따름이다. 한편 사우나는 몸속의 수분을 감소하므로 좋지 않고 가벼운 목욕이 바람직하다.얼큰한 국물은 위벽을 자극하기 때문에 좋지 않고 담백한 콩나물국·북어국이 속을 잘 풀어 준다.녹차는 알코올 해독과 분해에 뛰어나다. ■ 도움말< 이계성 대전선병원 내과 과장,윤도경 고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김양진 신명한의원장 이기철기자 chuli@
  • 10대 온라인 탈선/(상)늪에 빠진 청소년 실태

    사이버 세계는 10대들에게 선인가,악인가.10대들은 온라인으로 생각하고 즐기고 공부한다.이미 떼려야 뗄수 없는 생활의 일부가 됐다.온라인은 잘만 사용하면 편리한 ‘문명의 이기’이지만,자칫하면 탈선의 공간으로 변질된다.10대들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온라인 게임이나 채팅에 손을 댄다.하지만 입시 등 생존경쟁에 시달리다 보니 쉽사리 유혹의 덫에 빠져든다. ●평범한 학생이 게임세상에선 영웅 지난 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부근 한 PC방.학교 5교시 수업이 한창일 시간이다.고교 2학년생인 김지훈(가명·17)군은 그러나 온라인 게임 ‘뮤’에 빠져 있었다.며칠전 게임도중 빼앗긴 아이템을 되찾지 못해 점심시간을 틈타,PC방을 들렀다가 눌러앉은 것이다.지훈이는 아이템을 찾고 레벨을 올리는 것이 영어수업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다. “왜 수업시간에 PC방에 있느냐.”라고 묻자 지훈이는 “반은 못 알아듣는 수업보다 훨씬 재밌잖아요.”라고 짧게 대답했다.모니터 속에 빠져 있던 그는 오후 5시 무렵 “종례시간에 빠지면 땡땡이 친 것이 드러난다.”며 서둘러 PC방을 나섰다.게임 세상에서 ‘레벨 300’의 ‘고수’로 통하는 그가 반 성적 30등의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그는 “게임에서는 능력과 경험치만 있으면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지만 학교에서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낮에는 주유소 - 밤에는 PC방 “거리 사람들이 모두 날 알아보는 것 같아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어요.” 김모(21)씨에게 돈을 받고 성을 매매한 이서영(가명·17·여)양은 최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김씨가 자신과의 성행위 장면을 몰래 촬영한 동영상을 성인방송에 판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기 때문이다.동영상은 온라인을 타고 삽시간에 퍼져나갔다.서영이는 학교를 옮겼지만 충격과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서영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큰 문제가 없는 학생이었다.우수한 성적으로 학교에서 표창장도 받았고 친구도 많았다. 그는 “처음 채팅을 하다 원조교제를 제의받았을 때 호기심 반,용돈을 벌어볼 마음 반으로 대수롭지 않게 시작했다.”고 털어놨다.일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지금 서영이는 주위 사람과 인터넷을 탓했다.그는 “나를 이렇게 만든 10대 성매매와 인터넷 채팅,동영상을 인터넷에 뿌린 사람들,그걸 본 사람들 모두 다 밉고,싫다.”고 절규했다. ●가출뒤 인터넷서 만나 합숙 경기 안산시 외곽에 있는 한 주유소에서 만난 박주현(18·가명)양에게 인터넷은 ‘놀이터’인 동시에 생활을 해결해 주는 ‘수단’이다.6개월 전 새 엄마와의 갈등으로 인천 집을 나온 주현이는 낮에는 주유소에서 일하고,밤이면 안산 중앙역 부근 PC방을 찾는다.인터넷에 접속하면 같은 처지의 10대를 쉽사리 만날 수 있다. 그는 “인터넷에서 알게된 친구끼리 만든 ‘가출 커뮤니티’에는 ‘일자리’나 ‘잠자리’ 등에 쓸만한 정보가 많이 올아온다.”면서 “좋은 ‘사이버 패밀리’를 만나면 함께 살면서 생활비를 아낄 수도 있고 아르바이트 자리도 서로 나눌 수 있다.”고 귀띔했다.주현이는 이어 “가출했다고 모두 성매매나 유흥업소 등 나쁜 길로 빠지는 것은 아니다.”고 항변했다. ●“누구든 탈선 유혹에 넘어갈수 있다.” 평범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10대들도 사이버를 통해 언제든 일탈과 탈선으로 빠질 수 있다.석관고 2학년 김미현(17·여)양은 “인터넷을 이용하면 이로운 점이 더 많지만 탈선을 조장하는 면도 충분히 있다.”면서 “의지가 약한 친구들이 나쁜 길로 빠져드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앞선다.”고 말했다. 서울시 청소년 종합상담실 홍지영(33) 상담사는 “인터넷에서 알게된 ‘동지’끼리 힘을 합하면 별다른 죄의식 없이 반사회적인 집단 행동을 할 수 있다.”면서 “10대들에게 억지로 ‘하지 말라.’고 하면 일탈행동이 쉽게 음성화하기 때문에 또래끼리 토론과 대화를 통해 온라인 매체에 대한 비판의식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영규 유지혜 기자 whoami@ 조사방법 대한매일은 청소년의 온라인 이용 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고교 4곳의 도움을 얻어 남학생 54명,여학생 56명 등 모두 1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대상학교는 서울지역 강·남북의 남녀공학 인문계·실업계 고교 각 1개 학급씩이었다.Y,S고와S인터넷고,S전자공고 등이다.학년은 고1,2를 골고루 섞었다. 조사는 교실에서 교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뤄졌다.이 과정에서 고려대 교육학과 박인우 교수와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이성식 교수의 도움을 얻었다.고려대 박 교수는 “이번 조사는 그동안 10대 탈선을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온라인이라는 매체의 특성에 맞게 변화,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초중고생 16%가 인터넷 중독 청소년 10명 가운데 9명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을 만큼 사이버 생활은 청소년에게 익숙하다.한국인터넷정보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올 6월말 현재 6∼19세의 인터넷 이용률은 91.3%로 2000년 3월 51.5%에 비해 3년여 만에 40% 포인트쯤 늘었다. 인터넷 중독 증상을 보이는 청소년도 늘고 있다.지난 3월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조정우 박사가 전국의 중3·고1 학생 25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학생 27.5%,고교생 23.8%가 사이버중독 현상을 보였다.이어 지난 10월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초·중·고생 14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는 응답자의 43.7%와 16.7%가 인터넷에 ‘조금’ 또는 ‘매우’ 중독돼 있는 것으로 스스로 답해 지난 3월 조사 때보다는 증가 추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특히 일부 청소년이 사이버 세계에 몰두하다 다양한 일탈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달 13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장준오 기획조정실장이 발표한 ‘사이버상의 청소년 일탈과 중독 실태’ 논문에 따르면 조사대상 청소년 가운데 8.3%가 ‘음란한 언행을 할 목적으로 인터넷 채팅사이트에 접속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23.4%는 ‘인터넷 도박을 해 봤다.’고 했다.10.1%는 온라인 게임에서 다른 사람의 게임 아이템을 ‘허락없이 가져온’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울지검은 지난 1월 성매수자와 청소년의 78.1%가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났다는 분석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37) 소장은 “문제는 청소년이 사이버 세계의 중독성과 범죄 의식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라면서 “인터넷에서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덕감이 일상과는 달리 희박해지고선악에 대한 개념이 약하다는 점을 학교와 부모가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택동 유영규기자 taecks@ ■서울 중원중 김용미 교사 “기존의 도덕·윤리과목 이상으로 청소년에게 정보통신 윤리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서울 중원중학교 김용미(사진·51·여)교사는 “최근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온라인상의 청소년 탈선은 학교와 가정의 관심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일선 학교에서 30년 동안 청소년 상담·지도를 해온 김 교사는 “최근 인터넷에 파묻혀 사는 청소년은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에 빠지는 경우가 과거에 비해 훨씬 많다.”면서 “지금과 같은 교육·상담 시스템으로는 근본적인 치유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DHD’란 충동적·무절제·과다 행동으로 학습장애와 정서적 불안을 초래하는 아동성 질병.환자의 15∼20%가 성인이 되어서도 증세가 이어지는게 특징이다. 청소년은 온라인에서 겪은 일탈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그대로 끌고 나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문제가 발생하고 나면 이미 손쓸 시기를 놓쳐버린다는 것이다.그는 “청소년이 현실과 사이버 세계를 구분하지 못해 인터넷 동영상에서 본 성폭행·강도 장면을 ‘실습’해 본다며 아무 생각없이 범죄를 저지르곤 한다.”고 말했다.온라인의 특성상 무차별적인 ‘감염’이 이뤄지기 때문에 온라인에 접속하기에 앞서 철저한 사전 윤리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김 교사의 생각이다. 또 온라인상의 일탈은 부모의 관심과도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다고 김 교사는 지적한다. “철저한 ‘시간관리’는 물론 ‘음란물 차단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등 온라인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과 지식이 풍부할수록 자녀의 탈선 가능성을 현격하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측도 지금의 가정통신문이나 정신훈화 등 1회성 교육에 그치지 말고,온라인상 ‘정보통신 윤리’를 정규 교과목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김 교사는 “온라인상의 청소년 일탈은 ‘단순 통과의례’가 아니라 성인이 돼도 치유할 수 없는 치명적인 ‘중독’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당국은 청소년이 자주 찾는 사이트에 계도성 글이 담긴 ‘팝업 창’을 띄우는 등 실질적인 지원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청소년의 온라인 탈선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상담교사와 기구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영표 기자 tomcat@
  • [마당] 프리다 칼로와 하오루루

    멕시코를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페미니스트들의 우상인 프리다 칼로의 사랑과 예술을 그린 영화 ‘프리다’를 봤다.프리다는 7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오른쪽 다리가 불구가 되었고,18살 때 교통사고로 등뼈,골반,한쪽 발이 으깨졌다.47세라는 길지 않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세 차례의 다리수술과 일곱 차례의 척추수술,그리고 두 차례 이상의 유산과 임신중절수술이 더 남아 있었다.그 사이에 자궁과 오른쪽 발과 다리가 잘려 나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화가를 꿈꿨고,혁명과 반전과 반핵을 꿈꿨고,열정적인 사랑을 꿈꿨고,아이를 꿈꿨다.그리고 그녀는 세기의 사랑을 완성했고 위대한 화가가 되었다. 프리다만큼 자화상을 많이 그린 화가도 드물다.고통과 절망의 순간과 맞닥뜨릴 때마다 그녀는 자화상을 그리며,자신의 삶을 짓누르는 고통과 절망을 응시하면서 자신을 세웠던 것 같다.인상적인 자화상은 ‘부서진 기둥’이라는 작품이다.‘부서진 기둥’을 그리는 작업과정은 영화 중간쯤에도 나오는데,그림 속에서 프리다의 온몸에는 크고 작은 대못이 쳐져 있고 굴레처럼 척추교정지지대가 감겨 있다.갈라진 몸 안에는 척추 대신 부서진 기둥이 세워져 있다.아니 부서진 기둥을 간신히 세워놓고 있다.머리를 풀어헤친 채 울고 있는 눈은 한 곳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다.‘부서진 기둥’이 상징하듯,프리다의 몸은 절단되고 부서지고 결합되기를 반복했다.그녀의 몸처럼,그녀의 삶 또한 부서진 조각들을 짜맞추는 조각 맞추기와 같았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엉뚱하게도,또 다르게 몸으로 조각 맞추기를 하고 있는 하오루루를 생각했다.하오루루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전신성형미인 프로젝트에 돌입해 화제의 주인공이 되고 있는 중국 신세대 여성 이름이다.그녀는 베이징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유학을 한 지성인이다.본래의 얼굴도 그다지 밉상은 아니다.그런데 수술비 30만위안(3억원)을 들여서 코 높이기,턱뼈 깎기,목주름 제거하기,유방 확대하기,허리와 다리의 지방 흡입하기 등의 대형 수술을 통해 거듭 태어나는 중이라고 한다.수술 전 과정이 CNN을 통해 보도된다니,그녀가 꿈꾸었던 스크린 데뷔는 확실히 보장된 셈이다.절단되고 흡입되고 봉합되어 조각조각 짜맞춰질 그녀의 삶의 모습은 또 어떠할지. 아닌게 아니라 우리 사회도 최근 ‘얼짱’ 신드롬에 시달리고 있다.인터넷 얼짱 스타 박한별,골프계 얼짱 안시현,농구계 얼짱 신혜인,레이싱걸 얼짱 오윤아는 나처럼 낡은 사람도 다 안다.‘좋은 머리’보다는 ‘좋은 몸(얼굴)’을 물려주는 것이 아이들의 미래를 가장 확실하게 보장한다는 말을 들은 지도 꽤 된다.명실상부한 얼짱 스타 이효리 신드롬은 심지어 정치계에도 번져 차기 대선주자후보로 언급되는 법조계·정계의 여성 지도자들이 엉뚱한 모습으로 조명되고 있다. 사실 영화 ‘프리다’는 복잡한 암시들로 가득했고 나는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그 지난함에 대해 생각했다.프리다든 하오루루든,몸이든 마음이든,자의든 타의든,스크린이든 국회든,이 땅에서 여성들이 자기 스스로를 세운다는 것은,이렇듯 절단되고 부서지고 다시 결합된 ‘부서진 기둥’을 척추처럼 껴안고서야만 가능한 것인가.남성들이 욕망할 뿐 아니라 여자 스스로조차 열망하는 ‘환상적’인 얼짱 미인보다는,이 땅의 질곡을 향해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스스로를 세울 수 있는 혼(魂)의 미인이 진정 아름답지 않겠는가.그러기에 공산주의자요 장애자요 약물 중독자였으며 양성애적인 데다가 여자,그것도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였던 프리다의 꿈을 향한 투혼(鬪魂)의 광기야말로 다시 한번 재발견해야 할 여성의 아름다움은 아닐까. 정 끝 별 시인 열린사이버대 교수
  • 47년째 한국서 봉사의 삶 “나는 영원한 코리안”/필리핀 출신 마리아 할머니 베들레헴 아가방 원장 산티아고 수녀

    지난달 21일 오후,낮잠에서 깬 서울 보문동 베들레헴 아가방 아이들이 칭얼대기 시작했다.방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누워있는 아이들의 울음으로 가득찼다.“울지마,착하지….” 아가방 원장 미켈라 산티아고(71) 수녀는 아이들의 손에 일일이 막대사탕을 쥐어주면서 달랬다.까무잡잡한 피부에 유난히 눈망울이 큰 아이들은 금세 맑은 미소를 띤 ‘아기 예수’처럼 조용해졌다. 베들레헴 아가방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운영한다.수녀는 이곳에서 필리핀,태국 등 주로 동남아 출신 여성 노동자들의 아이들 11명을 돌보고 있다. ●동남아 여성 노동자 아이들 24시간 돌봐 수녀는 1957년 처음 국내에 들어왔다.판자촌 밀집 지역인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성당이 그가 한국 생활을 처음 시작한 곳이다.6·25전쟁의 상흔이 사라지지 않은 때였다.성당 밖 거리는 전쟁 고아와 상이 용사로 넘쳐났었다.산티아고 수녀는 “아침마다 미군 부대로 가서 얻은 우유와 빵,밀가루,약 등을 판자촌을 돌아다니며 나눠 주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갔다.”고 말했다.어려운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우리말은 저절로 익혔다. 1965년부터 광주 살레시오 초·중·고교와 서울 신길동 살레시오 수녀원에서 교육과 봉사활동을 맡았다.79년부터는 마산에서 제2의 ‘봉사 인생’을 시작했다. 농촌에서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마산 자유수출공단에 취업한 여공들을 거기서 만났다.여공 기숙사를 운영하면서 영어와 일본어,타자 등을 가르쳤다.“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밤마다 불을 밝히며 공부하던 여공들이 친딸처럼 사랑스러웠어요.” 36년 동안 힘들게 사는 한국인들을 돌본 수녀에게 지난 93년 새 일이 맡겨졌다.서울 자양동 외국인 노동자의 집에서 일하게 된 것.미군 부대 대신 경찰서,출입국사무소 등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다.한국어에 익숙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입과 손으로 일했다. ●한국 남편에게 맞는 외국 여성 많아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봉사하며 만년을 보내던 산티아고 수녀는 지난 8월 말 아가방이 문을 열자 원장으로 부임했다.동남아 출신으로 한국에서 오랫동안 봉사 활동을 한 그만한 적임자가 없었다.아이들의 아버지들은 대부분 농촌 지역의 한국인들이다.어머니들은 “한국 남자와 결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모 종교단체의 주선으로 국제 결혼을 했다.그러나 결혼 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다.대부분 알코올 중독인 한국인 남편들이 다른 언어와 풍속을 이유로 외국인 여성들에게 상습적으로 주먹을 휘두른 탓이다.이들을 기다린 것은 양말,칫솔 등을 만드는 가내수공업 공장에서 낮은 봉급을 받고 고된 일을 하는 것뿐이었다.그나마 임금 체불로 15만원인 아이 보육비도 못 내는 어머니가 6명이나 된다. “어머니들은 제3세계 출신에다 여성,저임금 노동자라는 ‘3중고’를 겪고 있습니다.아가방에 들어오려고 기다리는 아이들만 50명이 넘을 정도로 많은 외국인 여성들이 한국인 남편의 폭력에 고통받고 있어요.”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한국인 남편과 외국인 여성들이 재결합을 원한다는 것.남편들이 부인을 찾아 서울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며칠 전 한 남편이 필리핀 출신 부인을 찾기 위해 아가방에 들렀지만 부인이 ‘술을 계속 마신다면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는 바람에 그냥 돌아갔다고 한다.수녀는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고된 ‘숨바꼭질’”이라고 표현했다. ●내 고향은 필리핀 아닌 한국… 된장찌개 좋아해 어느덧 50년 가까이 이땅에서 살아온 수녀는 한국 사람과 똑같다.말은 물론 입맛과 생각도 한국식으로 바뀌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된장찌개.필리핀 공용어인 타칼로그어와 영어도 이젠 가물가물하다.말년도 한국에서 계속 보낼 생각이다.몇년 전 수녀회에서 “고향에 돌아가고 싶으면 돌아가도 된다.”고 권유했지만 거절했다.한국이 더 마음 편하다는 이유였다.수녀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그저 ‘도와줘야겠다.’는 생각뿐이었지만 50년 가까이 부대끼며 살다 보니 ‘형제’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수녀는 천주교가 국교인 필리핀 출신이다.처음 수녀 양성 과정에 입문한 것은 18세 때인 1950년.달라 시에 있는 홀리스피리트 대학을 졸업하자마자였다.산티아고 수녀는 “초등학교 때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뒤 남들을 위해 봉사하는 수녀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 말했다. 살레시오 수녀회에 입회한 것은 지난 53년.살레시오 수녀회가 ‘도움을 주시는 마리아의 딸회’라는 이름처럼 어려운 환경에 있는 여성들에 대한 봉사를 주로 하기 때문이었다.한국에 오기 직전 일본 살레시오 수녀회에서 4년 동안 교육을 받으며 봉사활동을 했다. 그러나 한 사회의 ‘생래적(生來的) 타자(他者)’는 더 날카롭게 사회를 보는 법.산티아고 수녀에게 최근 정부의 불법 외국인 노동자 추방은 한국의 국수주의적 성격을 잘 보여주는 일례로 받아들여진다.수녀는 “일부 한국 사람들은 잘 사는 나라 사람들에게는 굽신거리면서,동남아 등의 노동자들이 다치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월급도 제때 주지 않는 인종차별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이제는 필요 없다.’고 무조건 내쫓을 게 아니라 일정 정도의 법적인 기한을 채운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영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사람에 받은 게 많아 감사할 뿐 수녀가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는 ‘따뜻한 정’ 때문이다.수녀는 “예전 영등포에서 봉사 활동을 하면서 만났던 어린 아이들이 이젠 환갑이 다 돼 ‘도와줄 것 없냐.’고 연락을 해 올 때면 ‘하느님께서 이렇게 베풀어 주시는구나.’ 싶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46년 동안 한국 사람들에게 베푼 게 아니라 도리어 많이 받은 것 같아 감사할 뿐입니다.” 베들레헴 아가방을 후원하고 싶은 사람은 국민은행 028-002-04-022668 미켈라 산티아고 수녀 계좌로 입금하면 된다. 이두걸기자 douz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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