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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밖의 아이들] 돈 떨어지면 갈 곳 없는데…쉼터도 열악

    가출 청소년들은 PC방이나 찜질방을 전전하다가 돈이 떨어지면 선택의 기로에 선다. 금품을 훔치며 계속 떠돌지, 쉼터를 찾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절도 등의 범행을 저지르지 않는다면 일반적으로 ‘쉼터’를 찾는다. 그런데 그 쉼터가 열악하다. 현재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는 전국에 83곳이 있다. 24시간 이내 일시 보호 쉼터는 10곳, 3개월 내외의 단기 쉼터 48곳, 2년 내외 중장기 쉼터 25곳이다. 가출 유형에 따라 시설에도 차이가 있는 셈이다. 문제는 쉼터가 늘어나는 가출 청소년을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쉼터의 총 정원은 889명이지만 쉼터를 이용한 가출 청소년 수는 2만 3427명이었다. 잠시 머물렀다가 떠난 가출 청소년을 감안하더라도 적어도 20배 이상 정원을 초과했다. 예산도 부족하다. 2010년도 예산은 58억 7400만원이다. 같은 해 쉼터를 이용한 청소년 수가 1만 6687명이니 1인당 35만원에 불과한 셈이다. 쉼터 운영비·인건비로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쉼터 내 직원들의 처우도 열악했다. 직원의 50%가량이 1년 미만 근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임 연봉이 2000만원도 채 안 되다 보니 1년도 못 버티고 더 나은 직장을 찾아 줄행랑을 친 탓이다. 때문에 쉼터 내에서 심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취업 기술, 약물 중독 예방법 강의 등을 해도 효율적인 교육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더구나 가출 청소년들도 쉼터를 치유의 공간이 아닌, 그저 잠시 머물렀다 가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김은영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회장은 “쉼터가 가출 청소년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가출은 예방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아·명희진기자 jin@seoul.co.kr
  • KFC 트위스터 먹고 뇌손상 소녀 94억원 배상 판결

    KFC 트위스터 먹고 뇌손상 소녀 94억원 배상 판결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업체 KFC의 ‘트위스터’를 먹고 뇌손상을 입은 소녀의 가족들이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최근 호주 뉴 사우스웨일스 최고법원은 “KFC 측은 모니카 사만의 가족에게 800만 호주달러(약 95억원)의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호주 KFC 측과 사만 가족의 법정 공방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7세 였던 사만과 가족들은 시드니 인근 KFC 점포에서 ‘트위스터랩’을 먹고 살모넬라균에 의한 식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더 큰 문제는 사만이 휴유증으로 뇌손상을 입어 평생 휠체어 생활에 말 조차 할 수 없게 된 것. 가족 측 변호인은 “법원이 적절한 판결을 내렸다.” 면서 “사만을 치료하기 위해 가족들은 전 재산을 탕진했다. 지금은 숙녀로 자란 사만을 돌보기 위해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KFC 측은 법원 판결에 항소할 뜻을 밝혔다. 호주 KFC 측은 “사만의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한다.” 면서도 “우리는 좋은 품질과 안전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만이 우리 음식으로 인해 뇌손상을 입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며 항소할 계획임을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술 끊고… 가족·배우자 만나고… 취업도 “건강·자활의지 찾아 기뻐요”

    술 끊고… 가족·배우자 만나고… 취업도 “건강·자활의지 찾아 기뻐요”

    구로구의 노숙인 자활 프로그램인 디딤돌축구단 단원 김성준(50·가명)씨는 지난해 12월 헤어졌던 딸과 다시 만났을 때를 잊지 못한다. 그는 당시 오랜 거리 생활을 정리하고 노숙인 전세 주택인 영등포구 오류동 ‘자활의 집’에 들어갔다. 김씨는 “아내와 일찍 헤어져 아이를 키울 수 없었기 때문에 어린이집에 장기간 맡겨 뒀었는데 어린 딸을 다시 만나게 돼 세상을 다 얻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병째로 들이켤 만큼 즐기던 술도 뚝 끊었다. 배우자를 만난 축구단원도 있다. 김상엽(45·가명)씨는 노숙인 쉼터 ‘행복한 우리집’에서 벗어나 고시원으로 옮겼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예비신부와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그는 “배우자는 노숙생활을 한 사실을 모른다.”면서도 “거리 생활이 힘들었지만 건강과 자존심을 완전히 되찾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26일 구로구의 주선으로 자활을 다짐한 노숙인 33명으로 첫발을 뗀 디딤돌축구단이 창단 1년을 맞았다. 7명이 팀을 떠났지만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벌이며 자활을 꾀하고 있다. 노숙인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술’이었다. 대부분 알코올 중독에 가까울 정도여서 정상생활이 불가능한 터였다. 노숙인 자활 대책을 준비하던 구로구 사회복지과는 이 점에 착안해 축구로 술을 끊도록 유도해 대박을 터트렸다. 매주 토요일 2시간씩 공을 차면서 알코올 중독자가 사라졌다. 술을 끊은 노숙인에게는 공공근로 일자리를 제공해 자연스럽게 돈을 벌도록 도왔다. 그러자 한 50대 ‘선배 노숙인’은 택시운전사로 취업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도움을 받은 노숙인들은 자연스럽게 지역 노숙인들의 귀감이 됐다. 이들에게 관내 공원을 관리하도록 하자 터줏대감처럼 머물던 노숙인들이 일시에 자취를 감췄다. 구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창단 1년 동안 5명이 노숙 생활을 접고 고시원에 터전을 마련했다.”면서 “처음에는 5분만 뛰어도 헉헉댔지만 이제 20분쯤 쉬지 않고 뛸 수 있게 돼 스스로 기뻐하며 서로를 북돋고 있다.”고 귀띔했다. 디딤돌축구단은 24일 창단 1주년 기념행사로 고척2동 계남근린공원에서 드래곤연예인축구단과 30분 친선경기를 가졌다. 1대2 아쉬운 패배였지만 ‘자활’이라는 값진 선물을 자축하며 그라운드를 나왔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길섶에서] 봄 그리고 낚시/최용규 논설위원

    조인(釣人)의 계절이다. 충주호, 대청호 같은 큰 저수지는 물론이고 숨겨진 소류지에도 산란철 봄 붕어를 잡으려는 꾼들로 북적인다. 꽤 오래 낚시를 탐닉했다. 중독으로 치면 낚시는 마약과도 같다. 모진 맘을 먹고 몇해 전에 낚싯대를 버렸지만 TV 낚시채널은 아직 끊지 못했다. 예부터 많은 문인·묵객들이 낚시를 예찬하며 서화를 화폭에 담았다. 만사를 잊고 싶으면 낚시가 제격이다. 백미는 역시 밤낚시가 아닌가 싶다. 고요함이 깃든 물가에 앉아 찌톱 위 케미컬라이트를 넋 놓고 바라보고 있노라면 상념은 절로 사라진다. 잡는 재미도 있지만 못 잡으면 어떠랴. 맑은 공기와 자연을 벗삼아 하룻밤을 보냈으니. 그렇다고 미끼 없는 바늘로 낚싯대를 드리운 주나라 여상(강태공)이나 ‘내 뜻이 낚는 데 있지 물고기에는 없다.’는 이승만의 경지를 흉내낼 필요도 없다. 낚시는 외로움을 달래주고, 견디는 법을 가르쳐준다. 지인이 낚시 한번 가잔다. 혼자 노는 법을 배워야겠단다. 외로움과 사귀는 법도 미리 배워 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최용규 논설위원 ykchoi@seoul.co.kr
  • [커버스토리-우울한 명품학군 아이들] 우울증 부추기는 어른들

    [커버스토리-우울한 명품학군 아이들] 우울증 부추기는 어른들

    1등이 아니면 안 된다는 강박과 부모들의 무리한 기대가 청소년들의 마음을 병들게 하고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도벽이 생기거나 음식을 먹지 못하는 여학생도 있고, 성적 때문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방문을 걸어 잠근 채 인터넷 게임에 빠진 남학생도 있다. 과도한 입시 교육과 공부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는 우리 사회의 거울이다.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우울증 불러” A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반에서 항상 1·2등을 다퉜다. 한 번도 공부 때문에 부모님이나 선생님을 속상하게 한 일이 없는 착한 모범생이었다. 그런 A양이 중학교 3학년 겨울부터 갑자기 바뀌었다. A양은 2010년 서울의 명문 외고에 응시했으나 실패했다. 그 일로 정신적 충격을 받고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한 번도 남의 물건에 손을 댄 적이 없던 그는 한 대형서점에서 책을 훔치다 직원에게 들통 났다. 전문직 부모 덕에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A양이 책을 훔칠 이유는 없었다. A양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당시 내가 무슨 행동을 했는지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식사도 못 했다. 부모가 보지 않으면 음식을 입에 대지도 않았다. 부모가 지켜보면 마지못해 밥을 입에 넣었다가 다시 뱉어 내곤 했다. A양은 부모에게 이끌려 청소년상담센터를 찾았고, 결국 눈물을 쏟아내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A양은 상담사의 조언으로 정신과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았다. A양의 상담사는 “부모의 기대치도 문제지만 우등생의 경우 자신의 실패를 용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여유를 뺏고 대신 강박을 준 것 같아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송파구의 한 고등학교 출신인 B군은 음악을 하고 싶었으나 부모의 반대에 부딪혔다. B군은 결국 서울대 음대로 진학한다는 조건으로 음악 공부를 할 수 있었다. B군은 서울대에 다니는 형을 따라가려고 노력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에게 음악 공부를 한다고 추가로 부담을 지우는 게 항상 미안했다. B군은 결국 우울증 증상을 보여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밥도 못 먹고 자괴감에 결국 약물 치료 C군은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경기도의 한 도시에서 서울 강남 대치동으로 이사했다. C군의 부모는 그가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하라고 배려한 것이지만 C군은 이사를 한 뒤 학교 가기를 거부했다. 인터넷 게임에만 빠져 있었으며, 학교 가라는 부모의 채근에 욕설로 대응했다. 정신과를 찾은 C군은 “친구도 없고, 녹물 나오는 낡은 집으로 이사 와서 학원 뺑뺑이만 돌리는 것이 나를 위한 것이냐.”고 의사에게 되물었다. 이후 C군은 부모와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점점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 ●“우울증 폭력·도벽으로 나타나기도”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은 우울증 증상이 폭력성이나 인터넷 중독, 거짓말, 도벽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 ‘가면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천근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우울증을 앓는 학생들이 게임·인터넷 등을 자가 치유수단으로 삼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부모가 ‘우리는 항상 네 편이다’라는 마음으로 자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은진 인제대 일산백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청소년기에 학업 등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우울증만이 아니라 다른 유형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동현·신진호기자 moses@seoul.co.kr
  • [커버스토리] 성적·경쟁·진학… 당신의 자녀는 행복합니까

    [커버스토리] 성적·경쟁·진학… 당신의 자녀는 행복합니까

    이른바 ‘명품학군’으로 불리는 서울 서초·강남·양천 등 3구에 거주하는 초·중·고교 학생들의 우울증 비율이 전체 25개구의 평균보다 최대 50%가량 높았다. 서울신문이 20일 지난해 서울 시내 25개구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은 초·중·고교 학생(7~19세)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학생 121만 9799명 가운데 6134명이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평균은 1000명당 5명꼴이다. 분석은 건강보험관리공단으로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은 지역별 학생과 서울시교육청의 구별 학생 수를 비교했다. ●서울 1000명당 5명… 서초 7.4명·양천 7.2명 지역별로 우울증을 겪는 학생 수는 서초구가 7.4명으로 가장 많았다. 양천구가 7.2명, 강남구가 6.8명으로 뒤를 이었다. 동작구는 6.3명, 성동구는 6.2명, 송파구는 6.1명이었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형편이 낫고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학업열이 높은 지역일수록 우울증에 걸린 학생 비율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종로(2.9명), 중구(3.4명), 동대문구(3.9명) 등은 우울증에 걸린 학생의 비율이 비교적 낮았다. ‘교육특구’로 분류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차이는 1.5배 정도다. 학업열이 높다는 평판을 받는 노원구가 4.4명로 나타난 것과 관련, “중계동 이외에 특별한 학군 지역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교육청의 설명이다. 지난 6년간 우울증 진단을 받은 학생 수를 비교하면 더욱 뚜렷하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에서 우울증을 앓은 학생은 3만 7074명이다. 강남구가 3462명으로 전체의 9.3%를 차지했다. 송파구는 8.8%인 3276명, 노원구는 7.7%인 2880명, 서초구는 6.5%인 2426명, 양천구는 6.2%인 2281명으로 집계됐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목동이 있는 양천, 노원 등 학군이 발달한 다섯 곳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은 학생이 1만 4325명으로 전체의 38.6%다. 같은 기간 부산과 대구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은 학생 1만 3249명보다 1000명 이상 많은 수치다. 반면 종로구는 500명, 중구는 375명, 동대문구는 823명으로 교육특구에 비해 크게 적었다. ●강남구 우울증 학생, 서울의 10% 육박 김재원 서울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학군이 좋은 지역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관심이 더 많아 조기에 발견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러나 구체적인 조사를 해 봐야 하겠지만 학업 스트레스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교수는 “무단결석·게임중독·가출 등 행동 문제로 나타나거나 신체 증상 이상, 성적 하락 등으로 위장되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강조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용어클릭] ●우울증 우울감과 삶에 대한 흥미 및 관심 상실이 핵심적인 증세다. 정신·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이다. 심각할 경우 자살로 이어진다. 우울증은 일시적 우울감과는 다르다.
  • [영화프리뷰] ‘아르마딜로’

    [영화프리뷰] ‘아르마딜로’

    탈레반 진영에서 1㎞도 떨어지지 않은 아프가니스탄 최전선 덴마크군 주둔지 아르마딜로 캠프. 매드, 다니엘, 킴 등은 묘한 설렘과 두려움으로 6개월의 복무를 시작한다. 막상 그곳에서는 탈레반 게릴라들은 보이지 않는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정찰과 훈련이 일상화된 현실뿐이다. 영내에서 포르노를 보거나 모터사이클과 수영으로 무료함을 달랜다. 그러다 탈레반이 설치한 폭발물에 동료가 하나둘 쓰러진다. 어느 날 교전이 벌어지고 덴마크 병사 2명이 중상을 입는다. 복수심과 분노로 이성을 잃은 덴마크 병사들은 배수로에 숨어 있던 탈레반에게 수류탄을 던진다. 생사를 확인도 하지 않고 무차별 난사를 가한다. ‘아르마딜로’는 기존의 극영화나 다큐멘터리와 전혀 다른 시점에서 전쟁을 바라본다. 야누스 메츠 페더슨 감독과 라스 스크리 촬영 감독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덴마크군의 아르마딜로 캠프에 텐트를 치고 6개월을 보냈다. 병사들의 헬멧에 최첨단 디지털 카메라를 장착했다. 페더슨과 스크리 감독은 이동성이 간편한 캐논의 5D 마크Ⅱ를 사용해 병사들의 표정과 미세한 움직임을 잡아냈다. 전장의 한복판에 카메라를 들이댄 덕에 날것 그대로의 전쟁을 보여 준다. 전투기의 폭격과 총성은 물론 부상을 입고 잔뜩 겁에 질린 병사들의 표정까지 ‘리얼’, 그 자체다. 물론 전투 장면은 화려하지 않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 할리우드 특수효과에 길든 관객에게는 소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섬뜩할 만큼 사실적이다. 다큐멘터리 작가들이 즐겨 쓰는 내레이션이나 인터뷰도 없다. 평범한 젊은이들이 총탄과 화약 연기를 맡으면서 서서히 아드레날린에 중독되는 변화를 지켜볼 뿐이다. 페더슨 감독은 “전장은 평범한 병사들의 머리에 잔인성을 자리 잡게 한다. 우리 모두에게 그런 유혹이 있다. 누구라도 전쟁에 굴복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가 공개된 이후 ‘현존하는 다큐 중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다’(빌리지보이스), ‘영화사에 남을 최고의 전쟁영화’(가디언) 등 극찬이 뒤따랐다. 2010년 제63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영화로는 처음 비평가 주간 대상을 받았다. 덴마크에서는 개봉 이후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동료의 부상에 화가 난 덴마크 병사들이 탈레반을 향해 무차별 난사를 가하고 시체를 총으로 파헤치며 총과 전리품을 수거하는 장면이 문제가 됐다. 전쟁 범죄 논란이 불거지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 교전에 연루된 병사들은 군사재판에 회부됐다. 또한 파병의 당위성을 재고하는 계기가 됐다. 개봉 당시 할리우드 영화들을 따돌리고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여러모로 지난해 국내에서 화제를 모았던 ‘도가니’를 떠오르게 한다. 흥미로운 점은 촬영이 덴마크 정부의 협조 속에 이뤄졌다는 대목이다. 페더슨 감독은 “당국과 군에서도 수천 마일 떨어진 아프간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갈등을 여과 없이 담아내길 원했다.”고 말했다. 26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2012 봄스크린 “男心을 잡아라” 新흥행전략

    2012 봄스크린 “男心을 잡아라” 新흥행전략

    올봄 극장가에 ‘남심’(男心)을 겨냥한 영화가 뜨고 있다. 영화는 전통적으로 2030 여성들이 주된 소비층이었지만, 최근 남성들의 욕망과 판타지를 자극하는 영화가 잇달아 개봉하면서 극장가에 남성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 2월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②)에서부터 시작됐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나간 거친 남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권력에 대한 속성과 남자들의 로망을 통쾌하게 표현해 직장인 넥타이 부대의 단체 관람이 줄을 이었고, 46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1분기 최고의 흥행작에 올랐다. ●‘간기남’ ‘은교’ ‘돈의 맛’ 잇단 개봉 기대만발 여성들의 전유물이다시피 했던 멜로 영화도 남자 주인공의 시각에서 풀어 나간 작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2월과 3월에 각각 개봉한 영화 ‘러브픽션’과 ‘건축학개론’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이 두 작품은 남성 감독들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러브픽션’은 ‘찌질남’인 소설가 구주월(하정우)이 꿈에 그리던 완벽한 여자 희진(공효진)을 만났지만 환상이 깨지는 과정을 통해 남성들의 솔직한 연애담을 풀어 놓아 인기를 끌었고, ‘건축학개론’(①)도 승민(이제훈)을 통해 본 남성들의 첫사랑 판타지를 공략하며 300만 관객을 돌파해 역대 한국 멜로 영화 흥행 1위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건축학개론’의 경우는 남성 관객들의 재관람 비율이 높고, 4050 남성 관객들까지 첫사랑을 떠올리며 극장을 찾게 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흥행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편 올봄에는 남성들의 욕망을 건드린 영화도 잇달아 개봉을 앞두고 있어 ‘남심 마케팅’이 계속적으로 성공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 11일 개봉한 에로틱 스릴러 ‘간기남’은 영화 ‘원초적 본능’을 오마주한 작품인 만큼 섹시한 여주인공 김수진(박시연)을 통해 성적 판타지를 자극한다. 이 영화의 배급사인 쇼박스의 관계자는 “‘간기남’의 경우 기존 영화에 비해 남성 관객의 예매율이 10%가량 높고, 극장에 20대 후반 30대 초반 남성 관객들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26일 개봉하는 ‘은교’(④) 역시 70대 노시인 이적요(박해일)가 싱그러운 젊음을 지닌 열여섯 살 여고생 은교(김고은)에게 매료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다. 물론 나이듦에 대한 철학적인 성찰도 담겨 있지만, ‘나의 영원한 처녀’라는 영화의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이의 금기를 뛰어넘고자 하는 남성들의 숨겨진 욕망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은교’의 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오희성 영화영업팀장은 “영화 속 은교는 남성들의 판타지이자 욕망의 매개체”라면서 “젊음을 갈구하는 이적요를 통해 남성뿐만 아니라 인간들의 근원적인 욕망을 짚은 영화”라고 말했다. 5월과 6월에 각각 개봉을 앞둔 영화 ‘돈의 맛’이나 ‘후궁: 제왕의 첩’도 돈과 권력을 둘러싸고 욕망의 덫에 빠진 남성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재벌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돈의 맛’(③)은 순수했던 엘리트 청년 영작(김강우)이 윤 회장(백윤식)의 집안에 들어오면서 점차 돈에 중독돼 가는 과정을 담는다. 영화는 물질 만능주의에 빠진 남자 주인공 영작을 통해 현대 시대상을 풍자한다. 사극 ‘후궁: 제왕의 첩’도 ‘욕망의 도가니’로 묘사되는 궁이라는 공간에서 사랑과 권력을 갖기 위해 몸부림치는 두 남자 권유(김민준)와 성원대군(김동욱)이 등장한다. 연출을 맡은 김대승 감독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화연(조여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두 남자의 욕망을 통해 현재의 모습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자, 가부장적 상징 버리고 속내를 드러내다 영화 관계자들은 이전에는 주로 가부장적인 남성상을 그렸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남자들의 약한 감성과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는 영화가 각광받고 있다면서 이 같은 흐름이 영화 관람 패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과거에는 영화 속 남성 캐릭터들이 과장되고 가부장적인 모습으로 그려졌지만, 최근 작품에는 남자들의 약한 모습을 숨김 없이 보여 주고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작품들이 늘고 있다.”면서 “남성 관객들은 순수한 첫사랑의 판타지나 남자들의 로망을 그린 작품에 호기심을 느끼고, 여성 관객들도 남성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홍보사 딜라이트의 장보경 대표는 “기본적으로 국내 영화 감독의 90%가 남성이기 때문에 남자들의 시각을 담은 영화들이 많지만, 요즘 더 특히 남성적인 시각에서 그려진 영화가 부각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남성 관객들은 액션 장르를 선호하는 성향을 갖고 있지만, ‘봄날은 간다’나 최근 ‘건축학개론’처럼 자신들의 내밀한 감성을 대변하거나 건드려 주는 영화에는 적극적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보수적인 관람 패턴을 보이던 남성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영화의 정보를 습득하고 관람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어서 남성 관객들 사이의 입소문 마케팅도 중요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아프간 여고 독극물 테러

    아프가니스탄의 한 여자 고등학교에서 17일(현지시간) 여학생 150여명이 독극물로 오염된 식수를 마시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아프간 북동부 타크하르주의 루스타크 마을 관리들은 여성 교육에 반대하는 강경 보수주의자들이 식수가 담긴 물주전자에 독극물을 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물을 마신 뒤 두통과 구토, 현기증을 호소한 150여명 가운데 일부는 상태가 위독하며, 나머지 학생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주 교육부 대변인 모하메드 나비자다는 “기초조사 결과, 학생들이 교실에서 마신 물이 독극물에 오염됐다고 100% 확신한다.”면서 “여성 교육에 반대하는 집단이나 무책임한 개인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나이는 14~30세”라면서 “여학생과 교사를 겨냥한 고의적인 행동”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관리들은 보복이 두려워 독극물을 살포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특정 집단을 언급하지 않았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씨줄날줄] 허핑턴 포스트의 진화/구본영 논설위원

    아리아나 허핑턴의 마법은 끝나지 않은 것인가. 그녀가 창업한 미국의 블로그 기반 인터넷 매체 ‘허핑턴 포스트’의 진화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판 뉴욕 타임스를 제치고 방문자 수 1위를 차지하더니, 엊그제는 퓰리처 상을 받은 기자를 배출했다. 퓰리처 상은 언론 분야에선 노벨상 격의 권위를 갖는다. 이번에 데이비드 우드 기자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에서 중상을 입은 상이군인의 사회 적응을 다룬 기사로 영예를 안았다. 허핑턴 포스트 소속 기자로선 첫 수상이다. 허핑턴 포스트가 권위지 못잖은 여론 주도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그 동안 엄청난 상업성에도 불구하고, 의제 설정 등 영향력 면에선 여론주도층의 평가가 엇갈렸다. 그리스계 미국인인 허핑턴의 경영 방식에 대해선 포폄이 교차한다. 영국의 텔레그래프 지는 아테네 태생인 그녀를 “이카루스 이후 가장 상승 지향적인 그리스인”으로 묘사했다. 동료 블로거 2명과 함께 시작한 블로그를 미국에서 트래픽 1위 매체로 성장시켰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 그녀는 여세를 몰아 ‘공룡’ 인터넷 기업인 아메리칸온라인(AOL)에 3억1500만 달러(약 3800억원)란 거금을 받고 팔아넘겼다. 이쯤 되면 깃털과 밀랍으로 만든 날개로 하늘로 치솟은 신화 속 이카루스에 견줄 만할 정도다. 하지만 그녀는 그 과정에서 일부 블로거들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3000여명의 블로거를 운영하면서 대부분 무료 기고에 의존한 후유증이었다. 한때 민주당 하원의원을 남편으로 두었던 그녀는 폭넓은 인맥으로 거물 정치인 등 유명 인사들로부터 ‘협찬 기고’를 받아내는 데 수완을 발휘했다. 당대의 논객 월터 크롱카이트도 그중 한명이었다. 무료 기고에 의존하는 방식이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인가. 그녀가 AOL에 회사를 넘긴 사실 그 자체가 스스로 이를 부인한 방증일 수도 있다. 그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인 블로거들은 자신들이 “현대판 노예였다.”고 분개하지 않았는가. 지금까지 허핑턴 포스트는 사양길의 종이신문을 대체할 만한 몇 가지 성공적 실험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중독된 젊은 세대들의 기호에 가장 잘 부응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도 있었다. 독자적 취재인력이 부족해 다른 매체 뉴스를 짜깁기한 뒤 논객들의 비평을 잘 버무려 내놓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퓰리처 상 수상이 고품질의 콘텐츠가 언론의 기본임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녀의 신화는 더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서울플러스]

    안양천 보행자 전용보도 설치 양천구(구청장 추재엽) 안양천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쾌적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 구비 4억원을 투입해 6월까지 안양천변 5㎞ 구간에 ‘안양천 보행자전용보도’를 설치한다. 치수방재과 2620-3668. 독서심리지도 전문가반 개강 강남구(구청장 신연희) 오는 24일 주민을 대상으로 독서를 통해 아이들의 심리적 문제에 접근하는 ‘독서심리지도’ 전문가반을 개강한다. 기본반은 다음 달 중순 모집해 6월 19일 개강한다. 교육지원과 2104-1684. 차상위계층 등 영정사진 무료 촬영 구로구(구청장 이성) 경제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영정사진을 촬영해 준다. 대상은 구로구에 주소를 둔 만 65세 이상으로 기초생활수급권자 및 차상위계층, 사회복지시설 이용자다. 노인청소년과 860-2445. 식품위생감시원 청렴·위생교육 영등포구(구청장 조길형) 18일 소비자 식품위생감시원 105명과 학부모 식품 안전 지킴이 208명에게 청렴·위생 교육을 실시한다. 식품 위생 법령, 식중독 예방 점검방법, 업종별 식품 위생 감시 요령 등에 대해 전문강의를 한다. 위생과 2670-4709.
  • [씨줄날줄] SNS판 침묵의 나선/구본영 논설위원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대세인가. 4·11총선에서 낙선한 지인으로부터 토종 SNS 격인 카카오톡 인사를 받고 이를 실감했다. 비용과 속도, 그리고 전파력에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 다른 소통 채널을 압도하는 모양이다. 우리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세계적으로도 SNS가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추세다. 미국 시카고대 연구진은 몇년 전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알코올이나 니코틴보다 중독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냈다. 미 MIT대 등의 연구진은 얼마 전 페이스북 사용 중 뇌파도·근전도 등 심리생리학 지표를 측정해 그 원인을 규명했다. SNS 이용 때의 강한 심리적 각성과 긍정적 정서가 SNS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요인이라는 점을 밝혀낸 것이다. 4·11 총선 선거전에서 SNS가 맹위를 떨쳤다. 하지만, 막상 개표를 해보니 SNS 위력이 기대 이하라는 분석이 나온다. SNS의 거품이 걷혔다는 것이다. ‘나꼼수’ 김용민 후보의 낙선이 그 상징적 징표다. 여성·노인·기독교 비하 발언에도 불구하고 투표일 직전까지도 SNS에서는 그에 대한 지지 멘션이 넘쳐났었다. 총선에서 SNS가 고개 숙인 까닭은 디지털 디바이드(정보기술 활용 격차)가 주요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SNS 사용자의 70%가 대도시와 2040세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에서도 SNS의 위력이 예전 같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생각이 같은 사람끼리만 얘기하면서 자신들의 생각을 고착시키고 강화하는 게 SNS의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미디어 효과는 ‘침묵의 나선’ 이론으로 설명된다. 누구나 “자신의 의견이 사회적으로 우세해 보이는 여론과 일치하면 적극 표현하되 그렇지 않으면 입을 다문다.”는 차원에서다. 서울 강남을에서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는 여당의 김종훈 후보에게 큰 표차로 졌다. 그러나 SNS상에선 유독 강세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파워 트위터리안 공지영 작가가 타워팰리스 투표율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리트위트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전말을 살펴보면 영락없이 SNS판 ‘침묵의 나선’이 작동한 결과일 듯싶다. 앞으로도 SNS는 전자민주주의에 큰 기여를 할 게 분명하다. 다만 자칫 ‘집단사고’의 오류에 빠지면 SNS 공간 역시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위험성도 다분하다. 소통과 설득에는 미디어 채널 못잖게 전달할 메시지의 진정성도 중요한 법이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열린세상] 고진감래(苦盡甘來)/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열린세상] 고진감래(苦盡甘來)/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고진감래(苦盡甘來), 즉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은 힘든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사람이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주곤 한다. 하지만 신경생물학적으로 본다면 이 말만큼 우리의 행동을 적절히 설명하는 말도 드물다. 실제로 우리의 뇌는 고통 뒤에 오는 쾌락을 한 세트로 받아들인다. 1970년대, 신경생물학자들은 개를 대상으로 다소 잔인한 실험을 실시했다. 개에게 일부러 전기자극을 가하고 반응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전기자극을 주면 개의 심장박동은 빨라졌다. 신체에 위급한 자극이 주어지면 교감신경이 흥분하여 심박동이 빨라지고 혈액이 뇌와 심장, 근육으로 몰리며 모근이 조여져 털이 곤두서는 현상이 나타난다. 깜짝 놀랐을 때 심장이 쿵쾅거리며 털이 쭈뼛 서는 느낌이 드는 것은 바로 이 교감신경이 흥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기에는 자극 시 순식간에 무섭도록 치솟던 심박동 수가 시간이 지나면 약간 빠른 상태로 일정한 리듬을 유지한다. 그러다가 전기자극을 멈추면 갑자기 심장박동은 평상시보다도 훨씬 아래로 뚝 떨어졌다가 다시 서서히 평정을 되찾는 현상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즉, 전기자극→심박동 급상승→흥분 상태 유지→전기자극 제거→심박동 급강하→안정시로의 복귀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 과정에서 전기자극의 강도를 높이면 심박동의 급상승 정도가 더욱 강하게 나타날 뿐 아니라, 자극 제거 시 나타나는 심박동 급강하, 즉 이완 현상도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점이었다. 즉, 강한 자극이 더 큰 고통을 가져오는 경우 그 자극이 제거되었을 때의 안정감 역시 더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실험이 반복되면서 나타났다. 전기자극을 반복해서 받게 되면 개는 어느새 이에 익숙해졌는지 더 이상 심박동이 빨라지지 않는 순간이 오게 된다. 그런데 심박동의 급상승이 없다고 해서 자극 제거 시 나타나는 이완 현상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고통스러운 자극에 적응하게 되는 것인데, 이를 순화(馴化) 현상이라 한다. 이제 앞서와 같은 수준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전기자극의 강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 이를 내성(耐性)이라 하는데, 내성이 생기는 순간 금단 증상도 나타난다. 고통이 클수록 더욱 크게 찾아 오는 이완과 평온함은 일종의 쾌락이 되어 대상을 옭아매는 것이다. 자극의 반복→순화→내성→금단 증상으로 이어지는 ‘중독의 고리’는 꽤나 강력하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이 보이는 반응은 개가 보이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어떤 면에서 본다면 인간이 오히려 더 격하게 반응한다고 말할 수 있다. 개에 비해 대뇌가 발달한 인간은 신체적 자극뿐 아니라, 정신적인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중독의 고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상이 반드시 고통을 수반할 필요도 없고, 그저 ‘자극적’이기만 하면 되며, 실질적 대상이 없어도 상관없다. 즉, 굳이 그 자극 대상이 마약이나 알코올, 니코틴 등의 물질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게임, 쇼핑, 섹스, 권력, 인터넷, 도박 등등 뭐든지 ‘자극’으로서 기능하기만 한다면 중독의 고리는 쉽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변화무쌍한 개인의 취향을 고려한다면, 중독의 고리를 만들 수 있는 자극 대상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중독의 고리는 한 번 형성되면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독의 고리는 내성에 의해 증폭되는 특징이 있기에 그 끝은 파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현대 사회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얽히게 되면서 중독의 고리를 형성하는 원인들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게다가 자가 증폭된다는 특징상 중독의 고리는 점점 더 커지고 집단화되는 듯하다. 조금만 눈을 돌려 보자. 막말은 수위를 높여가며 비수보다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고, 단지 쳐다보는 눈빛이 기분 나빴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일 정도로 폭력의 반응 정도는 강해지고 있으며, 겨우 몇 백만원의 돈을 빼앗길까봐 맨 정신에 시신을 몇 백 조각으로 갈가리 찢는 이도 있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의 결말은 폐차장 신세이듯, 점점 더 격해지고 집단화되는 중독의 고리 증폭을 내버려 둔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을 것이다.
  • [영화프리뷰] ‘멋진 악몽’

    [영화프리뷰] ‘멋진 악몽’

    툭하면 늦잠에 지각, 실수투성이 변호사 에미는 법정에서 백전백패한다. 의기소침한 에미에게 상사는 마지막 기회를 준다. 부인을 죽인 혐의의 중년 남성을 변호하라는 것. 문제는 피의자의 알리바이를 입증하는 게 대략 난감이라는 점이다. 사건 발생 당시 피의자는 외딴 산속 여관에서 전국시대 유령 무사에게 가위 눌렸다고 주장한다. 에미는 알리바이를 입증하려고 찾아간 여관에서 400여년 전에 숨진 유령 로쿠베를 만난다. 배신자로 몰려 참수형을 당한 로쿠베에게 피의자의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 설득한다. 우여곡절 끝에 유령 증인을 내세운 초유의 재판이 시작되지만, 유령은 몇몇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지라 논란은 점점 커진다. ‘멋진 악몽’(원제: ステキな金縛り)은 코믹 법정드라마를 표방한다. 법정드라마가 흥행과 거리가 먼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한 상황(한국에서도 올초 ‘부러진 화살’ 이전의 법정영화는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웰컴 미스터맥도날드’(1997) ‘더 우초우텐 호텔’(2005) ‘매직아워’(2008) 등 일본 연극·영화계에서 웃음의 연금술사로 통하는 미타니 고키 감독은 “내 영화들이 다소 연극적이기 때문에 법정이란 곳이 잘 맞을 것 같았다. 배심원 재판이 생기면서 검사와 변호사가 겨루고, 그것을 배심원이 관객으로 보고 있다는 구도가 이전보다 더 영화적으로 정립됐기 때문에 반드시 법정물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며 덤벼들었다. 2시간 22분의 상영시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던 건 공들여 설계된 캐릭터와 명배우들의 ‘오버’하지 않는 연기 덕이다. 감독의 전작 ‘매직아워’에 함께 출연, ‘미타니 군단’으로도 불리는 후카쓰 에리(에미 역)와 니시다 도시유키(유령무사 로쿠베 역)의 연기궁합은 인상적이다(둘이 함께 부른 주제곡 ‘원스 인 어 블루문’도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 특히 ‘춤추는 대수사선’ ‘악인’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후카쓰는 39세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어리바리하면서도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살려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올스타급 조연진도 흥미롭다. 객석을 웃음바다로 물들인 또 하나의 축인 니시다는 물론, 에미의 상사로 등장하는 드라마 ‘트릭’ ‘결혼 못하는 남자’의 주인공 아베 히로시, 일본과 할리우드를 종횡무진하는 아사노 다다노부 등도 활력을 불어넣는다. 일본 코미디 특유의 슬랩스틱이나 억지웃음(혹은 설정)을 걷어낸 것도 흥미롭다. 일본에선 큰 성공을 거둔 ‘춤추는 대수사선’ ‘노다메 칸타빌레’ 시리즈 등이 국내에선 기대에 못 미쳤던 점을 떠올리면 현명한 선택이다. 지난해 10월 일본 개봉 당시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머니볼’ ‘신들의 전쟁’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따돌리고 약 4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19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게임중독’ 비정한 20대 미혼모

    게임 중독에 빠져 PC방 화장실에서 낳은 아이를 비닐봉지에 담아 화단에 버린 20대 미혼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5일 미혼모 정모(26)씨를 영아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정씨는 지난달 25일 오전 9시쯤 송파구 잠실동의 PC방 화장실에서 출산한 뒤 아이를 양육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 인근 모텔 화단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숨진 아이는 다음 날 같은 건물에 위치한 마트 직원이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했다. 정씨는 현재 서울 여성보호센터에서 치료감호를 받고 있다. 정씨는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를 간암으로 잃었다. 그 충격으로 어머니마저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부모가 자신을 돌볼 수 없게 되자 정씨는 상습적으로 가출했다. 학교 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했다. 겨우 고교를 졸업했지만 PC방과 찜질방을 전전했다. 그때부터 온라인 게임 ‘리니지2’에 빠졌다. 정씨는 지난해 5월 초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남성과 사귀다 동거를 시작했다. 정씨는 밤새도록 PC방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만 했다. 중독이었다. 지난해 12월 동거남은 임신 사실을 이유로 “둘이 먹고살기는 힘들다.”며 정씨를 내쫓았다. 정씨는 만삭인 채로 다시 PC방을 전전하며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점점 몸이 불편했지만 게임을 멈출 수는 없었다. 출산일이 다 돼 양수가 터지는 줄도 모르고 게임에만 빠졌다. 그러다 지난달 25일 출산했다. 이후 정씨는 피묻은 남색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편의점, PC방 등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정씨에게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라는 말 한마디 건네며 도와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는 게임을 친구라고 생각할 만큼 중독자였다.”면서 “한편으론 비정한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배틀쉽 속편엔 이병헌 캐스팅하고 싶어”

    “배틀쉽 속편엔 이병헌 캐스팅하고 싶어”

    “‘배틀쉽’ 속편에는 한국 배우 이병헌을 캐스팅하고 싶네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배틀쉽’ 홍보차 방한한 피터 버그 감독이 한국과의 인연과 한국 배우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5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배틀쉽’의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피터 버그 감독은 “아버지가 미국 해병대 출신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늘 그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셨다.”면서 “개인적으로 중독에 가까운 김치 애호가다. 한국에 와서 24시간 김치를 먹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버그 “난 중독에 가까운 김치 애호가” ‘배틀쉽’은 태평양 한가운데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 생명체와 전 세계 다국적 연합군함과의 전면전을 다룬 SF 블록버스터 영화로 동명의 전투 보드 게임을 원작으로 했다. 영화에는 2차 대전 종전 조인식이 열렸던 미주리 호에서 미국과 일본이 함께 외계인에 대항하는 장면이 나온다. 피터 버그 감독은 “영화 사전 조사 과정에서 진주만을 갔는데 항구에 미국과 일본의 군함이 나란히 정박돼 있는 모습을 봤다.”면서 “2차 대전 당시 적이었던 두 나라가 끈끈한 우방이 된 것이 감동적인 변화라고 생각해 아이디어를 얻었고 영화를 통해 용서의 힘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속편 제작 기회가 온다면 해군 장교 역에 이병헌을 캐스팅하고 싶다.”고 말했다. ●키치 “다니엘 헤니와 친해요” ‘배틀쉽’의 주인공인 하퍼 역은 최근 개봉한 ‘존카터:바숨 전쟁의 서막’의 주연을 맡기도 한 할리우드의 핫 스타 테일러 키치가 열연했다. 키치는 “극중 하퍼는 처음에 실패를 두려워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회피하지만 형 때문에 해군에 입대한 뒤 지휘관이 되면서 자기 안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두 편의 블록버스터에 연이어 출연한 그는 “배우로서 많은 경험을 하면서 성장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특별한 장면을 찍었을 때 100% 감독을 신뢰했으며 9월에 다른 영화 한 편을 더 찍기로 했다.”고 말했다. 함께 작업을 한 경험이 있는 다니엘 헤니와 친분이 있다는 그는 “얼마 전 한 지인으로부터 한국영화 명작리스트를 받았는데 아직은 영화를 챙겨 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옆에서 이를 듣던 피터 버그 감독은 “한국 영화 ‘올드보이’를 좋아하며 키치에게 꼭 보여 주고 싶다. 격투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고 그의 취향과도 어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팝스타 리한나와 리암 니슨 등이 출연한 ‘배틀쉽’은 오는 11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강제 성매매 피해女 美 시의원에 도전장

    강제 성매매 피해女 美 시의원에 도전장

    1989년 여름 어느 날, 그녀는 10명의 조직폭력배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방 안에 감금돼 매일 저녁 8시부터 다음 날 아침 6시까지 매춘을 강요당했다. 하루에 15명의 남자를 받아야 했고, 매일 화대로 받은 돈에서 300달러(약 33만 8250원)를 폭력조직에 바쳐야 했다. 그로부터 23년이 흐른 지금 그녀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시의 시의원 선거에 도전장을 냈다. 4일(현지시간) CNN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다음 달 15일 포틀랜드 시의원 선거를 겨냥해 이날 출마를 선언한 제리 윌리엄스(50)는 19살에 결혼해 4명의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남편은 갈수록 폭력적으로 변했고 견디다 못한 그녀는 집을 나와 포틀랜드에 사는 한 여성의 집으로 옮겼다. 그런데 윌리엄스가 친구처럼 생각했던 그 여성은 알고 보니 조폭 두목인 오빠 밑에서 인신매매할 여자들을 유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몇달 뒤 포주가 경찰에 체포되면서 윌리엄스는 지옥 같은 삶에서 극적으로 벗어났다. 그녀는 악몽을 잊고 포틀랜드 지역 대학에 입학해 알코올·마약 중독 상담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불행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녀가 학교에 있는 사이 애인이 집에서 마약을 팔았고, 어느 날 밤 집에 들이닥친 경찰에 윌리엄스는 체포, 수감됐다. 교도소에서 풀려난 그녀는 14개월 동안 노숙인 쉼터에 몸을 의탁했다. 윌리엄스는 “그때가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2006년부터는 교회 등에 나가 자신의 인신매매 경험담을 들려줬다. 윌리엄스는 “내 경험담을 얘기할 때마다 너무나 많은 여성들이 다가와 ‘나도 그런 일을 당한 적이 있다’고 고백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밝혔다. 이제 손자 8명의 할머니이기도 한 윌리엄스는 “인신매매 범죄와 더 효과적으로 싸우기 위해 시의원 출마를 결심했다.”면서 “피해자들이 나를 통해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민·관 102개 기관 ‘IT 희망나누기’

    민·관 102개 기관 ‘IT 희망나누기’

    정부와 시민단체, 민간기업 등 102개 기관이 참여하는 ‘스마트 정보문화 실천연합’이 출범했다. 5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별관에서 행정안전부와 어린이재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네이버, 다음, 삼성SDS, LG CNS, KT, SK브로드밴드, EBS, 유한킴벌리 등 민·관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스마트 정보문화 실천연합’ 출범식을 가졌다. 정보활용, 역기능예방, 지식공유의 3개 분야에서 건전한 정보문화 실천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IT 희망나누기 운동’을 위해 자원봉사자가 전국의 300개 지역아동센터 아동 1만명에게 올바른 정보활용교육과 음악, 미술, 체육 등 봉사자별 특성에 맞는 교육과 체험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또 다음 달 12일 서울광장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진행하는 ‘인터넷 중독·음란물 추방 캠페인’에서는 음란물 경험 자가진단 등이 펼쳐진다. 전국 초·중학교에서 성교육 전문강사들이 체험형 성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서필언 행정안전부 제1차관은 “더욱 폭넓은 정보문화 운동의 추진체계가 정립된 만큼 시민단체 등 민간이 중심이 되고 정부가 지원하는 상생의 스마트 정보문화 운동을 펼쳐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광부가 된 中 백만장자…왜?

    실제 광부로 일하고 있는 중국 백만장자의 사연이 알려져 눈길을 끈다. 중국 충칭시에 사는 장 용치앙(39)은 지난 2008년 9월부터 마을 내 팡춘 탄광에서 광부로 일하고 있다고 2일 데일리칠리 등이 전했다. 2개의 대형 슈퍼마켓과 서너 개의 자산을 소유한 그는 지역 언론에 “스스로 도박을 그만두려고 이 일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예전 도박 중독에 빠졌던 그는 하룻밤 만에 8만위안(약 1400만원)을 탕진하기도 했다고. 이에 대해 그는 “많은 돈을 잃고 난 뒤 도박을 끊기로 결심했었다”면서 바깥 세상이 아닌 곳에서 일하려 탄광을 선택했지만 곧 자신의 일에 푹 빠졌다고 전했다. 그는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 동료 광부들과 매점에서 아침을 때운 다음 일터로 향한다. 탄광 앞에 도착한 그는 다른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개인 사물함에 휴대전화 등의 소지품을 보관해두고 터널로 들어간다. 12인승 카트에 몸을 실은 그는 약 7,500m를 들어간 뒤 또 거기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640m 지하로 내려간다. 이 때 그는 40여 분동안 낮잠을 즐긴다고. 그는 오후 4시가 넘어서야 지상 위로 돌아간다. 이에 대해 그는 “난 지난 3년간 도박을 하지 않았고 지금 이순간이 내 인생 최고의 시기”라고 말했다. 한편 그를 지지하는 부인과 부모는 이 개과천선한 광부가 탄광에 있는 동안 그의 두 슈퍼마켓 운영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술 마시면 상대방 멋져 보이는 이유? “얼굴 대칭이 열쇠”

    술 마시면 상대방 멋져 보이는 이유? “얼굴 대칭이 열쇠”

    한 음료광고처럼, 술만 마시면 상대방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가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영국 런던의 렘튼대학교 연구팀은 100명의 남녀를 두 집단으로 나누고 한 집단에게는 강한 도수의 보드카와 토닉을, 또 다른 집단에게는 무알콜 성분의 음료를 마시게 한 뒤 이성에 대한 호감도를 점수로 나타내게 했다. 그 결과 술을 마신 뒤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가 술 마시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얼굴에서 뿜어 나오는 매력은 얼굴이 얼마나 ‘대칭’이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술을 마시게 되면 대칭을 구분하는 판단력이 흐려지면서 쉽게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루이스 헬세이는 “설사 상대방의 얼굴이 비대칭이라 해도, 술을 마신 뒤에는 대칭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는 일종의 ‘비어 고글’(Beer Goggles) 현상”이라고 말했다. 음주로 인해 상대방이 실제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상태를 이르는 ‘비어 고글’은 남녀 행동학과 관련해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다. 과거 연구에서는 비어고글 현상이 나타나는데 맥주 500cc 정도면 충분하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으며, 특히 과음한 남성은 술기운 때문에 이 현상이 24시간 지속되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렘튼대학교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비어 고글 현상과 관련해 ‘술이 얼굴의 대칭을 알아보는 판단력을 흐릿하게 한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와 관련한 리포트는 ‘중독 저널(journal Addiction)’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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