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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 간다던 ‘초딩’, PC방서 “이 XXX야!”

    태권도 간다던 ‘초딩’, PC방서 “이 XXX야!”

    인터넷 게임 중독. 청소년들에게 특히 심각하다. 방에 틀어박혀 밤늦도록 컴퓨터 앞에 들러붙어 있기 일쑤다. 여성가족부가 칼을 빼들었다. 밤 12시가 넘어가면 만 16세 미만 아이들은 오전 6시까지 게임 접속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른바 ‘게임 셧다운제’다. 다음 달 20일부터 시작된다. 오랫동안 속병이 든 부모들이 열렬히 환영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심야 시간에도 부모의 주민번호를 훔쳐 가입할 수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세 차례에 걸쳐 ‘게임 셧다운제’의 실제 효용성, 향후 보완점 등에 대해 짚어본다. 믿기 어려웠다. 평범한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심한 욕을 내뱉었다. 모니터 한쪽 채팅 창에는 온갖 욕설이 올라왔다. 안 되겠다 싶어 집에서 컴퓨터를 못 하게 했다. 그러자 아들은 태권도 도장에 간다고 하고 저녁 시간이 한참 지나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아들을 찾는 아파트 안내방송을 하고, 경찰서에 실종 신고도 했다. 밤 10시. 근처 PC방에서 전화가 왔다. 아들은 그 시간까지 컴퓨터 게임을 했던 것이다. ●부모 하소연에 경찰 “방법 없다” 한 달 용돈은 1000원이지만 ‘후불요금제’ 덕에 게임을 하는 데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PC방 주인에게 강하게 따졌다. “돈 없는 아이에게 후불제라니. 아저씨는 집에 애도 없어요. 아이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생각도 하지 않고 돈만 벌면 다에요.” 하지만 PC방 주인은 물론이고, 경찰 등 관공서에서도 “달리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에서 열린 인터넷 중독 청소년 대상 치유 캠프에 참석한 40대 중반의 학부모 A씨가 지난 5월 실제 겪은 일이다. 경기도 안양시 청소년지원센터 주관으로 열린 캠프에는 수도권 4~6학년 초등학생 가운데 인터넷 중독 ‘고위험군’ 및 ‘잠재적 고위험군’ 학생 23명과 이들의 부모 23명 등 46명이 참가했다. ‘해피 패밀리 넷’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캠프는 부모·자식이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가족공동체놀이나 역할극 등으로 이뤄졌다. 내내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지만, 겉보기와 달리 부모나 아이 모두 속마음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캠프에 참가한 이모(10)군은 게임을 얼마나 하느냐는 질문에 “1주일에 3시간….”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게임에 대해 묻자 활기를 되찾았다. (좋아하는 게임은?) “메이플 스토리요.”, (뭐가 그렇게 재미있나?) “실감 나잖아요. 아이템 모으고 렙업(레벨업)하는게 재밌어요. 1시간에 47개도 모아요. 보스 죽이는 게 좋아요.”라고 말했다. 40대 초반의 학부모 B씨는 “아이를 믿을 수가 없다. PC방 가려고 거짓말을 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면서 “게임 때문에 주말에 친척집에도 안 가려고 하고 저녁에 TV 한번 같이 보기 어렵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게임하려고 친척집에도 안 가 40대 후반인 C씨는 “아이들의 지나친 게임은 단순히 공부에 방해되는 문제가 아니라 가정불화의 요인”이라면서 “요즘 컴퓨터 게임 문제로 고민을 안 해본 부모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시 청소년지원센터의 서선미 상담지원팀장은 ”아이들의 인터넷 이용습관 등을 검사를 해보면 심각한 고위험군이나 잠재위험군에 속하는 아이들이 부모 생각보다 훨씬 많다.“면서 “짧은 시간 동안 포털사이트에서 어린이용 게임만 해도 인터넷 중독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3년간 청소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를 보면 인터넷 중독자 군의 비율은 약간 준 반면 이들의 하루 컴퓨터 사용시간은 뚝 떨어진 것으로 나와 짧은 컴퓨터 이용만으로도 인터넷에 중독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터넷 중독자군과 하루 컴퓨터 이용시간은 2008년 14.3%, 5시간에서 2009년 12.8%, 2.8시간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2.4%, 2.9시간이었다. 또 일반사용자 군은 44.2%가 유아원~초등학교 시기 인터넷을 처음 접하지만 인터넷중독자 군은 65.1%가 같은 시기 인터넷을 처음 접했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다음 달 20일부터 밤 12시~오전 6시 6시간 동안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접근을 제한하는 ‘게임 셧다운제’를 시행한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한국인들이 못생긴 이유는…” 도를 넘은 日 ‘혐한 열풍’

    “한국인들이 못생긴 이유는…” 도를 넘은 日 ‘혐한 열풍’

    “한국인들은 왜 이렇게 못 생겼을까요?”, “문제는 한국인들이 얼굴만 못 생긴 게 아니라 성격도 안 좋다는 거죠.”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일부 몰지각한 일본 네티즌들의 무차별 저질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일본내 한류 열풍이 고조되는 것과 비례해 확산되는 우익 인사 중심의 ‘혐한론’(嫌韓論)이 인터넷에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9일 2채널에는 ‘왜 한국인의 얼굴은 못 생겼을까’란 게시물이 올랐다. 이 글을 쓴 일본 네티즌은 “한국은 못 생긴 얼굴의 특징을 모조리 가지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한국은 세계 제일의 성형대국이 됐다.”고 비난했다. 그는 한국인의 특징을 ▲얼굴이 크다 ▲아래턱이 넓다 ▲코가 둥글다 ▲미간이 넓다 ▲아랫입술이 윗입술보다 나와 있다. ▲눈이 작고 쌍꺼풀이 없다 ▲ 광대뼈가 붙어있다 등으로 규정하고, 그래서 못 생겨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편적인 미의 기준에 벗어나는 조건을 모조리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 여고생은 50%, 여중생은 20%가 성형을 했다.”, “초등학생도 성형을 한다.”, “성형으로 똑같은 얼굴이 많다.”, “10명중 8명이 성형을 했다.”, “성형수술을 축하선물로 준다.” 등 악의적인 주장을 늘어놓으면서 출처가 불분명한 사진들을 인터넷에 대거 게시했다. 이 사진들은 한국 여학생들의 외모를 악의적으로 편집한 내용들이다. 이 네티즌을 모방해 다른 네티즌들도 경쟁적으로 한국 여성들의 사진을 올리고 있다. 그는 또 신문기사와 성형외과 원장의 인터뷰 등을 인용해 한국인들이 마치 성형중독자인 것처럼 묘사했다. “눈과 귀는 6세부터 성형수술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한 의사의 말도 첨부했다. 이 글을 본 일본 네티즌들은 “내가 가발을 써도 한국 여학생들보다는 예쁘겠다.”, “그렇게 성형에 돈을 퍼붓는데도 못 생긴 것이 더 문제”, “한국인들의 열악한 유전자에 문제가 있기 때문”, “한국인들은 성격도 나쁘다.” 등 악성 댓글을 줄줄이 달고 있다. 이는 한국에 대해 일부 적은 수의 일본인들이 갖고 있는 혐오감을 보여주는 사례다. 일본 내에 전체적으로 한류 붐이 일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면서 이를 제지하려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연예계 한류 주역들에 대한 파렴치한 공격도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최근 걸그룹 소녀시대와 카라 등이 “노예계약과 성상납을 통해 성공했다.”는 등 악의적인 유언비어에 시달린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국내 네티즌들도 일본과 일본인들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글들로 맞서고 있어 인터넷 상에서 자칫 양국민들의 대립이 심화하는 상황을 비화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한 국내 네티즌은 “세계적으로 일본인들 얼굴이 최악 아닌가? 자기들 얼굴은 생각도 안하고 말도 안되는 사진만 골라서 시비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음악감독 장소영 “주인공 된 심정으로 작곡 몰입해요”

    음악감독 장소영 “주인공 된 심정으로 작곡 몰입해요”

    뮤지컬에서 음악은 배우와 관객의 감정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음악감독의 자리는 무겁다. 하얀 종이 위에 연출자가 배우들을 스케치하면, 음악감독은 그들에게 각각 어울리는 색깔을 입혀 하나의 그림을 완성한다. 그러자면 극의 흐름은 물론 드라마를 알아야 하고, 장면에 어울리는 노래를 잘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멀티플레이어여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뮤지컬계의 스타 음악감독 가운데 한명인 장소영(40)씨. 그녀는 요즘 하루가 24시간밖에 안 되는 게 아쉬울 정도로 바쁘다. 지난 10일 끝난 뮤지컬 ‘피맛골 연가’와 장기공연 중인 ‘늑대의 유혹’ 음악감독을 동시에 맡아 진행했다. MBC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나가수)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하지만 워낙 일 중독자라 일할 수 있음이 행복하단다.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장 감독에게 최근의 구설수부터 물어봤다. 장 감독은 월간지 여성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남자들 중에 (‘나가수’에 출연했던) BMK를 안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 따지고 보면 예쁘지 않은 때문도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와전돼 거센 비난을 샀다. “너무 억울했어요. 하필이면 BMK가 결혼하던 날, 잘못된 보도가 나와 더 속상했습니다. 아직도 인터넷에서 제 이름을 치면 연관 검색어로 ‘장소영 성형’(‘신상털기’에 나선 네티즌들이 장 감독의 성형 전후 사진을 올렸다)이 나온다니까요. (저를 싫어하는) 안티도 엄청 많아졌어요(웃음).”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그녀는 구김이 없었다. 어찌 보면 말 그대로 ‘유명세’다. 장소영은 7년 전 ‘하드락 카페’로 뮤지컬에 입문했다. 연세대 작곡과를 졸업한 뒤 한동안 영화나 드라마 배경음악 작업을 했다. 2004년 가을, 서울뮤지컬컴퍼니에서 그녀에게 운명적인 전화 한 통을 걸어왔다. 뮤지컬 ‘하드락 카페’를 새롭게 재공연하려는데 음악을 맡아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원래 하기로 했던 음악감독에게 일이 생기면서 그녀에게 기회가 넘어온 것. “당시만 해도 창작 뮤지컬에 대한 개념이 없었어요. 기회다 싶어서 ‘저, 작곡도 할 줄 아는데요. 작곡도 한번 맡겨 보세요. 저, 되게 잘해요’라고 당돌하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뮤지컬 음악감독이 됐다. 이후는 승승장구. ‘와이키키 브라더스’, ‘하루’, ‘형제는 용감했다’, ‘싱글즈’, ‘피맛골 연가’ 등 수많은 뮤지컬의 음악작업을 맡았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가족’, ‘하얀방’ 등의 음악도 그녀 작품이다. 유난히 창작 뮤지컬을 많이 한 이유를 물었다. 답은 간단했다. “전 작곡가니까요. 누가 만들어 놓은 걸 하는 것보다 제가 만들어 나가는 게 더 좋아요.” 그래도 후회한 적은 없을까. “처음엔 고생 좀 했지요. 배우나 스태프 등 인간관계가 특히 힘들더라고요. 저는 동료라고 생각하고 얘기했는데 나중에 들어 보니 제가 학교 선생님이 학생 가르치듯 이야기했대요. 이 바닥(뮤지컬계) 룰을 모르는 것도 힘들었죠. 그래서 초반에는 날 무시할까봐 지레 먼저 방어하기도 했고, 센 척도 했어요.” 그런 시행착오를 이겨낸 비결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이든 죽어라고 한 거…. 스무 살 이후로는 정말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저, 악바리예요.” 그녀는 또 하나의 성공 비결로 ‘팀 플레이’를 들었다. “혼자 뭔가 하려고 하기보다는 시너지 효과를 내려 한 것, 제 욕심을 덜 부리고 함께했던 게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장 감독은 말했다. 지난 7월에는 서울종합예술학교 뮤지컬예술학부장으로도 발탁됐다. 작곡을 할 때 작품 주인공이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감정 몰입을 한다는 장 감독. 몰입과 성실이 오늘날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웃는 모습에서 한국 뮤지컬의 밝은 미래가 보였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마약 중독 치료사가 환자들과 마약 투약

    마약중독자들의 재활을 도와야 할 생활지도사가 재활 중이던 환자들과 함께 히로뽕을 투약했다. 9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3부(부장 김충한)는 히로뽕을 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법 위반)로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부설 재활센터 생활지도사 최모(46)씨와 센터 입소자 4명을 구속했다. 최씨는 과거 마약 사범으로 모범적인 재활센터 생활을 하다 지난해부터 생활지도사로 근무했지만 최근 유혹에 빠져 다시 마약을 투약하게 됐다. 최씨는 최근까지 서울 영등포구 인근 여관 등에서 외박을 나온 센터 입소자 4명과 함께 히로뽕을 투약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도망자’ 카다피 목소리 7개월새 20년 늙었다

    ‘도망자’ 카다피 목소리 7개월새 20년 늙었다

    ‘무아마르 카다피의 목소리가 7개월 새 최소 20년 늙었다.’ 리비아의 ‘도망자’ 무아마르 카다피(69)의 행방과 상태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수도 트리폴리 함락 뒤 보름 넘게 행방이 묘연한 그는 음성메시지를 유일한 ‘힌트’로 흘린다. 목소리가 몰락한 독재자의 심리 및 건강 상태를 알아보는 열쇠라는 얘기다. 서울신문은 소리 분석 전문가인 배명진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교수의 도움을 받아 리비아 사태 개시 뒤 카다피가 내놓은 5건의 연설 목소리를 분석했다. 각 연설의 시점은 ▲2월 22일(반정부 시위 일주일째) ▲3월 20일(다국적군 공습 직후) ▲7월 1일(내전이 장기화되던 시기) ▲8월 24일(트리폴리 함락 직후) ▲9월 1일(반군이 시르테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리비아 전역 장악) 등이다. 카다피는 5차례의 연설에서 시위대를 시종일관 ‘쥐새끼’, ‘마약중독자’에 비유하며 “고향 리비아에서 순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카다피의 ‘진짜 메시지’는 성문의 파동에 숨겨져 있었다. 배 교수는 “카다피가 화병에 걸렸고, 심리적으로 무너져 협상을 원하는 상태”라면서 “목소리 나이도 20~30년 늙었다.”고 말했다. 목소리에 담긴 카다피의 심리·건강을 키워드로 정리했다. ●노령화 카다피의 2월 목소리는 69세라는 생체 나이에 맞지 않게 젊었다. 음성 노화의 지표로 활용하는 저음화 영역에서 카다피의 목소리는 668헤르츠(㎐)를 기록했다. 50대 초반의 음성 상태였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저음화 현상이 뚜렷해졌다. 7월 646㎐와 8월 581㎐를 기록하더니 9월에는 560㎐까지 급락했다. 70~80세 사이의 음성으로 불과 7개월 새 목소리가 20~30년은 족히 늙은 것이다. 북아프리카의 산유국을 호령하던 ‘지배자’에서 반군에 쫓기는 ‘초라한 늙은이’로 전락한 카다피의 처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배 교수는 “음성의 노화 현상이 급속히 진행될 경우 신체적으로도 쇠약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화병 카다피는 전형적인 ‘선동가의 목소리’를 가졌다. 음성이 크고 곧잘 흥분한다. 반정부 시위가 막 시작됐던 2월 22일 연설에서도 목소리의 기본톤이 이미 323㎐로 일반 남성 평균(100~200㎐)보다 높았다. 극적인 심리적 변화는 8월 트리폴리마저 반군에 빼앗기면서 나타났다. 7월까지 323㎐를 유지하던 음성이 8월 연설에서는 366㎐, 9월에는 495㎐까지 올라간다. 짐짓 태연한 척했지만 수도 함락을 지켜보며 독재자의 울분이 2월보다 1.53배 치밀어올랐다는 뜻이다. 칠순을 바라보는 카다피에게 격분은 생명을 위협하는 독이 될 수 있다. ●타협 카다피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머뭇거림이 없었다. 배 교수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등 독재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발언을 해도 제지당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탄압 속에서 신념을 굽히지 않아온 민주주의 운동가나 소신껏 발언하는 연예인 등도 목소리에 같은 특징이 녹아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19일 영국·프랑스 주도의 다국적군이 리비아 공습을 개시한 뒤 카다피의 음성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목소리의 대역폭(기본 톤의 변화율을 보여주는 단위)을 토대로 ‘일관성’을 분석해 보니 2월 66㎐였던 대역폭이 3월 88㎐로 33.5% 높아졌고 8월 172㎐에 이어 9월에는 324㎐까지 치솟았다. 7개월 새 심리적 갈등이 4배 증가한 것이다. 고집불통인 탓에 반군과 ‘타협’하기보다 ‘자결’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목소리에는 타협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었다. ●자신감 결여 카다피의 목소리에는 시간이 갈수록 자신감이 사라졌다. 목소리에 3.0㎑ 이상의 고음 성분이 많으면 그만큼 결의에 찬 호소력 있는 음성으로 들린다. 자신있게 정확히 발음해야 낼 수 있는 목소리다. 카다피는 2월 연설에서 평균 고음폭이 5.5㎑로 자신감에 차 있는 상태였으나 7월 3.7㎑, 8월 3.4㎑, 9월 2.8㎑ 등으로 급속히 하락했다. 내전을 겪으며 카다피의 자신감은 거의 반토막 났다.
  • ‘도망자’ 카다피, “7개월 새 20~30년 늙었다.”

    ‘도망자’ 카다피, “7개월 새 20~30년 늙었다.”

    ‘무아마르 카다피의 목소리가 7개월 새 최소 20년 늙었다.’ 리비아의 ‘도망자’ 무아마르 카다피(69)의 행방과 상태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수도 트리폴리 함락 뒤 보름 넘게 행방이 묘연한 그는 음성메시지를 유일한 ‘힌트’로 흘린다. 목소리가 몰락한 독재자의 심리 및 건강 상태를 알아보는 열쇠라는 얘기다. 서울신문은 소리 분석 전문가인 배명진(54)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교수의 도움을 받아 리비아 사태 개시 뒤 카다피가 내놓은 5건의 연설 목소리를 분석했다. 각 연설의 시점은 2월 22일(반정부 시위 일주일 째), 3월 20일(다국적군 공습 직후), 7월 1일(내전이 장기화되던 시기), 8월 24일(트리폴리 함락 직후), 9월 1일(반군이 시르테 등 일부 지역 제외한 리비아 전역 장악) 등이다. 카다피는 5번의 연설에서 시위대를 시종일관 ‘쥐새끼’, ‘마약중독자’에 비유하며 “고향 리비아에서 순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카다피의 ‘진짜 메시지’는 성문의 파동에 숨겨져 있었다. 배 교수는 “카다피가 화병에 걸렸고, 심리적으로 무너져 협상을 원하는 상태”라면서 “목소리 나이도 20~30년 늙었다.”고 말했다. 목소리에 담긴 카다피의 심리·건강을 키워드로 정리했다. 화병 카다피는 전형적인 ‘선동가의 목소리’를 가졌다. 음성이 크고 곧잘 흥분한다. 반정부 시위가 막 시작했던 2월 22일 연설에서도 목소리의 기본톤이 이미 323헤르츠(㎐)로 일반 남성 평균(100~200㎐)보다 높았다. 극적인 심리적 변화는 8월 트리폴리마저 반군에 빼앗기면서 나타났다. 7월까지 323㎐를 유지하던 음성이 8월 연설에서는 366㎐, 9월에는 495㎐까지 폭증한다. 짐짓 태연한 척 했지만 수도 함락을 지켜보며 독재자의 울분이 2월보다 1.53배 치밀어 올랐다는 뜻이다. 칠순을 바라보는 카다피에게 격분은 생명을 위협할 독이 될 수 있다.   타협 카다피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머뭇거림이 없었다. 배 교수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등 독재자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발언을 해도 제지당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탄압 속에서 신념을 굽히지 않아온 민주주의 운동가나 소신껏 발언하는 연예인 등도 목소리에 같은 특징이 녹아있다. 가수 김C가 비슷한 유형이다. 그러나 지난 3월 19일 영국·프랑스 주도의 다국적군이 리비아 공습을 개시한 뒤 카다피의 음성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목소리의 대역폭(기본 톤의 변화율을 보여주는 단위)을 토대로 ‘일관성’을 분석해보니 2월 66㎐였던 대역폭이 3월 88㎐로 33.5% 높아졌고 8월 172㎐에 이어 9월에는 324㎐까지 치솟았다. 7개월 새 심리적 갈등이 4배 증가한 것이다. 고집불통인 탓에 반군과 ‘타협’하기보다 ‘자결’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목소리에는 타협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었다.   자신감 결여 카다피의 목소리에는 시간이 갈수록 자신감이 사라졌다. 목소리에 3.0㎑ 이상의 고음 성분이 많으면 그만큼 결의 찬 호소력 있는 음성으로 들린다. 자신있게 정확히 발음해야 낼 수 있는 목소리다. 카다피는 2월 연설에서 평균 고음폭이 5.5㎑로 자신감에 차 있는 상태였으나 7월 3.7㎑, 8월 3.4㎑, 9월 2.8㎑ 등으로 급속히 하락했다. 내전을 겪으며 카다피의 자신감은 거의 반토막났다.   노령화 카다피의 2월 목소리는 69세라는 생체 나이에 맞지 않게 젊었다. 음성 노화의 지표로 활용하는 저음화 영역에서 카다피의 목소리는 668㎐를 기록했다. 50대 초반의 음성 상태였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저음화 현상이 뚜렷해졌다. 7월 646㎐와 8월 581㎐를 기록하더니 9월에는 560㎐까지 급락했다. 70~80세 사이의 음성으로 불과 7개월 새 목소리가 20~30년은 족히 늙은 것이다. 북아프리카의 산유국을 호령하던 ‘지배자’에서 반군에 쫓기는 ‘초라한 늙은이’로 전락한 카다피의 처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배 교수는 “음성의 노화 현상이 급속히 진행될 경우 신체적으로도 쇠약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현대판 장발장’ 21달러짜리 물건 훔치고 29년형

    ‘현대판 장발장’ 21달러짜리 물건 훔치고 29년형

     ‘21달러(약 2만 2000원)어치 훔친 죗값이 징역 29년?’  장갑 등 값싼 물건 몇 점을 훔쳤다가 중형을 선고받은 한 40대 용접공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미국에서는 ‘삼진아웃제’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고 미국 일간 LA타임스가 보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 카운티 법원은 최근 절도 혐의로 기소된 스콧 앤드루 호브(45)에게 29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용접공인 호브는 유명 건축자재 유통점인 ‘홈디포’에서 용접용 와이어와 작업용 장갑을 허리춤에 숨겨 나오다 직원에게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호브가 훔친 물건 가격은 고작 20달러 94센트에 불과했다. 그는 “어리석은 행동이었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이미 중형이 선고된 뒤였다.  소액 절도범인 호브가 30년 가까운 옥살이를 하게 된 건 절도 등의 전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주민투표를 통해 1994년부터 ‘삼진아웃제’를 도입, 강도나 절도, 살인 등 중범 전과자가 세 차례 이상 범죄를 저지르면 장기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상습범을 사회에서 격리시킨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사소한 범죄에도 수십년 징역형이 선고된다는 점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마약 중독자인 호브는 1991년 한 호텔 사무실에 침입해 자동응답기와 라디오 등을 들고 나왔다가 5년간 옥살이를 했다. 1996년에는 마약에 취해 자동차를 몰다 손자를 안고 걷던 65세 노인을 치어 중상을 입혀 4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마약 소지나 마약 판매죄로 여러 번 기소됐지만 ‘중대한 범죄’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삼진아웃제’의 적용은 피했다. 하지만 적은 금액이라도 절도죄는 ‘삼진아웃제’의 적용 대상이라서 호브는 21달러어치 물건을 훔친 대가로 남은 인생 대부분을 철창 안에서 지내야 할 처지가 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호브에게 필요한 것은 중형이 아니라 정신과 치료라고 건의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서울광장] 어른들의 재롱잔치/임태순 논설위원

    [서울광장] 어른들의 재롱잔치/임태순 논설위원

    얼마 전 아마추어 풍물단의 공연을 보고 감동을 받은 적이 있었다. 구청 산하기관의 허름한 지하방을 빌려 몇달간 사물놀이, 춤 등을 익힌 회원들이 자신들의 솜씨를 선보이는 자리였다. 출연자들은 4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의 아줌마, 할머니들. 이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펼쳐보여 환호를 받았다. 공연이 끝나자 아들·딸, 손자·손녀들이 꽃을 들고 어머니와 할머니를 찾아가 축하해 주는 광경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50대 초입의 아들이 무대복을 예쁘게 차려입은 노모를 껴안으며 “어머니, 참 보기 좋았어요.”라고 말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대열에 합류하고 있으나 그들의 인생 3막은 막막하다. 이들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군 앞선 세대에 못지않게 일중독자들이어서 놀고, 쉬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이다. 주말이 되면 낮잠을 자거나 TV채널을 돌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직장을 그만두면 그동안 회사 일로 소홀했던 가정을 돌보겠다고 말하지만 집에는 가장의 봉사를 받아줄 사람이 없다. 자녀는 이미 장성했고, 오랜 세월 남편을 기다리다 지친 아내는 취미·동창모임 등 놀이터를 여러 곳에 마련했다. 같이 놀아달라는 남편이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얼마 전 평균수명이 연장돼 90살 또는 100살까지 사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는 응답자가 40% 넘는다는 조사결과가 보도됐다. 노후를 지탱해줄 돈이 궁한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남아도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도 작용했을 것이다. 수명 연장으로 25년 남짓의 사회생활보다 더 많은 시간이 기다리고 있으니 변변히 놀아보지 못한 세대들이 두려움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사무실을 떠난 많은 사람들이 ‘은퇴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직장을 그만둔 뒤 무기력과 우울증에 빠져 무의미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회사 다닐 때에는 승진, 출세 등 목표를 좇느라 빡빡한 삶을 살았지만 은퇴하면 남는 게 시간이다. 옛 직장동료나 동창들을 만나 북한산에서 왕년의 무용담을 호기있게 늘어놓지만 남는 것은 공허함뿐이다. 전문가들은 무력감과 우울증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여가활동에 몰입할 것을 권한다. 편안함에 안주하기보다 취미생활에 적극적으로 빠져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파에 앉아 TV나 비디오를 보고, 드라이브를 하거나 낮잠을 자는 것은 편안할지 몰라도 그런 생활은 반복될수록 긴장감이 떨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만족감도 떨어진다. 그러나 하이킹, 피아노 교습 등 적극적 참여가 요구되는 능동적인 여가활동은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땀과 노력을 쏟아 목표를 달성하면 성취감, 쾌감, 만족감이라는 보상이 돌아온다. 축 늘어졌던 삶이 다시 팽팽한 긴장상태로 조여지고 행복감도 증진된다. 돈이 어디 있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눈을 돌리면 여가생활을 지원해 주는 곳은 많다. 시·군·구 등 지자체에서는 다양한 문화강좌를 개설,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무료 또는 실비만 내면 요가, 요리, 스포츠댄스, 외국어 회화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바이올린, 첼로 등 클래식 악기를 저렴하게 가르쳐주는 곳도 있다. ‘하나를 위한 음악재단’은 5~6명이 그룹을 짜오면 1명당 5만원씩 받고 외국유학을 마친 수준급의 음악도들과 연결시켜 준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것에 눈을 뜬 할아버지, 아버지들은 의외로 많다. 고교 동창으로 구성된 아버지 합창단은 결혼식장에서 축가를 불러줘 아들·딸, 사위·며느리를 감동시킨다. 뒤늦게 문학도가 된 아버지는 딸에게 주는 헌시를 낭송, 결혼식장을 뭉클하게 한다. 서예를 익혀 정성을 다해 쓴 붓글씨를 사위나 딸에게 선물할 수도 있다. 목수가 돼 자녀들에게 멋진 가구 소품을 만들어 줄 수도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아들, 딸의 재롱을 보며 시름을 잊었던 아버지들이 자식들 앞에서 재롱을 떨어야 한다. 공자도 인생 3락(三) 중 최고를 배움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stslim@seoul.co.kr
  • [커버스토리] 월세 살지만 기부… 그들의 DNA는 특별하다?

    [커버스토리] 월세 살지만 기부… 그들의 DNA는 특별하다?

    “기부를 하면 제가 지은 죄를 ‘바터’(물물교환)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지난 10년간 100억원 넘게 기부했지만 정작 자신은 월셋집에 사는 가수 김장훈(44)의 고백이다. 그는 각종 행사와 광고수입으로 번 돈 대부분을 기부에 썼다. 월세까지 내고 나면 그의 통장 잔고는 항상 ‘0’원이다. 그래서 그에겐 ‘기부천사’, ‘기부중독자’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국민 여동생’ 배우 문근영(24)도 대표적인 기부천사다. 지난해 사랑복지공동모금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통계를 집계한 결과 문근영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총 8억 5000만원을 기부해 개인 기부액 1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문근영은 이런 사실을 일절 함구했다. 기부도 남몰래 했다. 사랑복지공동모금회의 발표가 없었다면 그녀의 기부 사실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뻔했다. ‘선글라스맨’ 가수 박상민(47)도 연예계의 ‘숨은 기부 큰손’으로 꼽힌다. 그는 청각장애인들의 달팽이관 이식을 돕는 단체 ‘사랑의 달팽이관’ 회장을 지냈다. 자선 공연 등을 통해 얻은 수입 40억원도 소아 암환자와 독거 노인을 위해 기부했다. 박상민의 기부는 ‘유전’이다. 농사를 지었던 박상민의 부모는 수확량의 반을 항상 양로원이나 보육원 등에 보냈다고 한다. 세 번에 걸친 아버지의 암 수술과 교통사고, 어머니의 갑상선 수술, 18억원대 부동산 사기 등 시련 속에서도 기부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은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는 게 박상민의 고백이다. 결손 가정 어린이 등에게 40억여원을 기부한 방송인 김제동(37), 심장병 어린이들을 위해 20억원을 기부한 가수 조용필(61), 나라 안팎에서 130억원을 기부한 가수 장나라(30), 큰 재해가 휩쓸고 갈 때마다 이재민을 돕는 ‘욘사마’ 배용준(39) 등도 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는 보통 사람들보다 뛰어난 ‘착한 유전자(DNA)’가 있는 것일까. 김장훈의 주치의인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신경정신과 교수는 “기부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스트레스 관리 능력이 뛰어나고 뇌가 건강한 경우가 많다.”면서 “자족감도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일반적으로 사람은 쾌락 중추를 통해 행복감을 느끼는데 기부처럼 남을 돕는 행위를 할 때 사람은 긍정적인 쾌락을 느끼게 돼 있다.”면서 “기부를 경험한 사람은 이를 통한 쾌락의 기쁨을 알기에 계속 기부 활동을 이어 갈 수 있는 긍정적 행동 강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익명 기부도 남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자기 중독적 행동 강화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씨줄날줄] 생부(生父)의 후회/주병철 논설위원

    정(情) 가운데 혈육의 정보다 끈끈한 게 없다고 한다. 부모와 자식 간의 정이야 오죽할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게 부모의 자식사랑이란다. 미국의 딕 호이트와 던 예거의 감동 실화 ‘나는 아버지다’라는 책이 그렇다. 장애를 가졌지만 “달리고 싶다.”며 자신을 포기하지 않은 아들과 그런 아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하는 아버지의 감동적인 얘기다. 그들은 서로에게 이런 말을 한다.“아버지가 없었다면 할 수 없었을 거예요.” “네가 없었다면 아버지는 하지도 않았다.”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아버지를 찾아 멕시코에서 뉴욕으로 밀입국한 10대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아버지’(2007년)도 눈물 없이 볼 수 없다. 김현승 시인의 시 ‘아버지의 마음’은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다짐과 애틋함이 곳곳에 묻어난다.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정이 뭔지, 살다 보면 정 때문에 회한과 후회도 생긴다. 엎지른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고사가 여기에 딱 맞다. 주(周)나라 문왕(文王)의 스승이 되고 나중에 제(齊)나라의 시조가 된 태공망 여상(太公望 呂尙)은 젊었을 때 유달리 가난뱅이였다.독서삼매의 나날만 보냈는데 이를 참다 못한 부인 마(馬)씨가 친정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후 여상이 출세하자 마씨가 다시 찾아왔다. 그러자 여상이 ‘그릇의 물을 엎질러 놓고 저 물을 다시 그릇에 주워담아 보시오.’라고 했다. 여상은 부부지간에도 한번 금이 가면 되돌리기가 어렵다며 마씨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애플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스티브 잡스의 생부(生父)인 압둘파타 존 잔달리(80)가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50여년 전 아들을 입양 보낸 것을 후회한다.”면서 “더 늦기 전에 잡스가 내게 연락해 커피 한잔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죽음을 앞두고 있을지라도 내가 먼저 전화를 걸어 그와 통화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고 전했다. 뉴욕포스트는 부전자전(父傳子傳)이라고 했다. 아들 잡스처럼 아버지도 여든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은퇴를 유예한 ‘일 중독자’다. 게다가 아버지가 보낸 이메일에 잡스가 묵묵부답이라니 자존심도 꼭 닮은 것 같다. 얼마 전 혼혈 가수 인순이는 “아버지는 내게 용서이자 치유”라고 했다. 잡스의 치사랑을 보고싶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마광수의 뇌구조’ 펴낸 마광수 교수

    [저자와 차 한 잔] ‘마광수의 뇌구조’ 펴낸 마광수 교수

    마광수(60).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세상이 손가락질을 해도 한결같이 ‘육체적 쾌락’에 꽂혀있는 문제적 남자. 자신의 표현대로 하면 ‘모난 돌’. 도대체 그의 뇌는 어떻게 생겼을까? 누구나 한번쯤 품어봄 직한 궁금증에 그가 직접 대답했다. ‘마광수의 뇌구조’(오늘의 책 펴냄)라는 책으로 그는 자신의 세계관,여성관,섹스관,문학관.추억관,철학관,미술관 등을 속속들이 드러냈다. “야한 소설을 쓰고 싶어 미치겠어요. 하지만 소설의 형식을 쓰면 여지없이 ‘19금(禁)’딱지가 붙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책을 내려하지 않아요. 어떻게든 하고 싶은 말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난 24일 서울 동부이촌동의 자택에서 마광수(연세대 국문과) 교수를 만났다. 아직 방학 중이라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마 교수는 “커피믹스 중독자”라며 마시고 있던 커피잔을 양은 쟁반에 받쳐 들고 서재로 왔다. 커피잔 옆에는 커다란 사발이 놓여있다. 재떨이란다. 담배는 장미. 그 이름도 아련한 이 담배가 아직도 판매되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1989년)가 떠올랐지만 그는 20년 째 장미 담배만 피우는데 그 이유가 단지 길기 때문이라고 했다. 새 책 얘기로 들어갔다. ‘마교수의 위험한 철학수업’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을 통해 그는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을까? ●국민의 이중성 ‘지긋지긋한 고질병’ “올해 제 나이가 환갑입니다. 소설 ‘즐거운 사라’(1991년) 때문에 구속된 지도 20년이 되어 갑니다. 시대가 바뀌었는 데도 우리 사회의 성에 대한 인식은 똑같이 이중적입니다. 오히려 더 심해졌어요. 성에 대한 자유로운 담론을 위해서,문화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서글프지만 반복적으로 설득하는 수밖에 없지요.” 전 국민의 이중성을 ‘지긋지긋한 고질병’이라고 일갈한 마 교수는 “성에 대한 이중성이 성폭행, 자살, 우울증 등 오늘날 우리나라가 처한 모든 문제를 야기했다.”면서 “우리 사회의 성의식이 지유로워지면 우리나라의 문화도 촌스러움을 벗고 훨씬 세련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적으로 낙후된 나라일수록 ‘섹스’에 대한 얘기에 놀라고, 애써 감추려 하고, 그런 얘기를 꺼내 글로 쓴 사람은 비난받고 매장됩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성에 대해 초연하냐면 그게 아니거든요. 예술의 중요한 기능으로 카타르시스를 꼽는데 그게 결국 대리배설 아닙니까.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점잖은 상수도 문화만 하려고 해요. 하수도 문화도 중요하고, 제가 솔직한 에로티시즘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그가 지치지도 않고 주장하는 것은 동물적 본능의 충족이다. 그 중에서도 ‘섹스’. 그는 에세이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1989년)로 세간의 관심을 모은 이후 시,소설,에세이로 성(性) 담론을 적나라하게 펼치며 이 사회의 이중성을 비판하고, 육체적 쾌락을 일관되게 옹호해 왔다. 이번 책의 내용도 같은 주장이다. ‘명예욕이나 물욕 같은 것들은 모두가 성욕과 식욕의 원활한 충족을 위한 준비단계에 불과하다.’‘육체가 배고플 때 정신이 맑아질 수 없다.’ ‘인간은 별거 아니다. 다른 동물들처럼 태어나서 섹스하고 죽는다.’‘사랑은 환상이고 섹스는 현실이다.’‘사랑에는 불륜이 없고,섹스에는 도덕이 없다.’ ‘밤에는 포르노 보고,낮에는 금욕주의적인 도덕과 윤리를 강조하고….한국사회의 못 말리는 이중성.’ 그는 이번 책에서 ‘마광수식 아포리즘’이라고 제자들이 이름 지어준 독특한 단문 형식을 취했다. 이유는 두 가지. 우선 요즘 젊은이들이 책을 진득하게 보지 않기 때문에 나름대로 머리를 쓴 것이다. “젊은 독자들이 짧은 글을 좋아해요. 니체도 평생 아포리즘으로 글을 썼어요. 논어·맹자도 알고 보면 아포리즘이죠. 책은 가벼워야 합니다. ” 또 다른 이유는 뭘까. “야한 소설을 쓰고 싶어 미치겠어요. 하지만 소설의 형식을 쓰면 여지없이 ‘19금(禁)’딱지가 붙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책을 내려하지 않아요. 어떻게든 하고 싶은 말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난 누구랑 싸움도 못하는데 전과 2범” 그는 소설 ‘즐거운 사라’가 미풍양속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1992년 긴급체포돼 실형까지 받고 강단을 떠나야 했다. 복직 뒤엔 동료 교수들로부터 집단따돌림을 받고 배신감과 울화에 3년 동안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다. 지금도 우울증 치료제를 먹고 있다. 검열의 눈이 그를 항상 주시하는 탓에 2007년엔 자신의 홈페이지에 쓴 글이 문제가 돼 또 유죄판결을 받았다. “난 누구랑 싸움도 못해요. 그런데 섹스에 대한 생각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전과 2범이에요. 은퇴해도 연금조차 받을 수 없어요. 앞날이 막막하지만 더 답답한 것은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다름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이 기막힌 현실이 갑갑해요.” 함혜리 문화 체육에디터 lotus@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9) 두려움이 만든 ‘복합자살’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9) 두려움이 만든 ‘복합자살’

    “형제님, 안에 계신가요?” 2003년 2월 16일 오전 10시 경기 OO시 OO읍 철물점 뒤 단칸방. 인근 개척교회의 유모(당시 45세) 목사는 신도 A씨를 깨우려고 문을 열었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3평 남짓한 작은 방이 천장부터 바닥까지 온통 피칠갑이 돼 있고, 40대인 A씨는 방 한가운데 엎드린 채 숨져 있었다. 뒤통수와 목, 복부 등 상처도 한두 곳에 난 게 아니었다. 방 한 구석에는 파이프렌치와 망치가, 또 다른 쪽에는 깨진 박카스 병과 액자가 널브러져 있었다. A씨의 머리를 때린 것은 바로 그 파이프렌치와 망치였다. 머리 위쪽과 뒤통수에 여러 차례 둔기로 맞은 흔적이 있었다. 턱 아래쪽 목에는 모두 3개의 자상이 있었다. 복부에도 각각 7㎝와 4㎝의 자상이 나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타살의 현장이 분명했다. #알코올중독자 둔기 자해로 안 죽자 유리로 자살 경찰 감식반은 애를 먹었다. 이 작은 방 어디에서도 살인범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천장에 피가 튈 정도로 범행 수법이 잔혹했다면 분명히 범인 몸에도 피가 튀었을 테지만 출입구는 나간 흔적이 없었다. 현장에서 수많은 족적과 지문이 나왔지만 모두 숨진 A씨의 것이었다. 혈흔도 의문을 던졌다. 혈흔이 그려 낸 죽은 이의 최후는 결코 탈출하려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감식반은 마지막으로 DNA와 지문에 기대를 걸었다. 그 결과 또한 실망스러웠다. 어렵게 채취해 의뢰한 11개의 증거 자료 어디에서도 침입자의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죽은 사람의 몸이 크게 훼손돼 있으면 통상 사람들은 타살을 떠올린다. 피범벅 등 현장이 잔혹할수록 이런 생각은 짙어진다. 이건 수사관들도 예외가 아니다. A씨 사건은 한 달여의 수사 끝에 자살로 결론 났다. 경찰이 판단한 사건 정황은 이러했다. 이혼 후 심한 알코올중독 증세를 보이며 삶을 비관해 오던 A씨는 자살할 결심을 했다. “못 박을 게 있다.”며 철물점 주인집에서 망치와 파이프렌치를 빌렸다. 그는 이것들로 여러 차례 자기 머리를 내리쳤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날카로운 것을 찾아 부엌으로 갔다(이런 동선은 문지방과 부엌에서 나온 적하혈흔 등을 통해 추론된 것). 마땅한 것이 없자 그는 유리를 떠올렸다. 그는 깨진 박카스 병과 액자 유리를 차례로 이용해 자기 몸을 찌르고 베었다. 결국 그는 숨을 거뒀다. 부검 결과 목과 배에 나타난 상처는 A씨가 오른손에 거머쥐었던 유리 조각에 의한 것으로 결론 났다. 현장에서 타인의 DNA나 지문이 전혀 나오지 않은 점도 자살로 무게중심을 옮기게 했다. 정황 증거도 참고됐다. 그는 불과 6개월 사이 네 차례나 자살을 시도했었다. 손목을 긋고, 차에 뛰어들고, 돌로 스스로 머리를 내리쳤다. 그때마다 유 목사 등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살아나곤 했다. #70대 자살 노인, 급소 못 찾아 ‘주저흔’ 남겨 현장의 참혹함은 때론 검안의마저 혼란에 빠뜨린다. 다음은 검안의까지 타살로 규정했다가 나중에 뒤집어진 경우다. 2003년 12월 10일 오후 5시 경기 OO시 한 주택가. 방안에는 70대 노인 B씨가 벽을 향한 채 숨져 있었다. 목에 감긴 전깃줄은 벽 위쪽 못에 걸려 있었다.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한 B씨였다. 이마와 머리 곳곳에 각각 칼에 베이고 망치에 찍힌 듯한 상처들이 나타났다. 방 한쪽에서는 피가 엉겨붙은 망치와 칼이 발견됐다. 시신을 검안한 인근 병원 의사는 “목에 있는 끈 자국은 누군가 전기선 등으로 잡아당긴 교사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마와 얼굴에 난 칼과 망치 자국은 각각 열상과 좌상으로 중풍에 걸린 노인이 자해해 생긴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진 부검과 경찰 조사에서 이 말이 뒤집혔다. B씨는 최종적으로 스스로 목을 매 자살한 것으로 결론 났다. 부검의는 “이마와 얼굴에 출혈을 동반한 상처가 여럿 있긴 하지만 뇌 등 주요 장기를 다치게 할 만큼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면서 “목을 구성하는 방패연골이나 목뿔뼈 등이 부러지지 않았고 목 주위 물렁뼈 등에도 손상이 없는 것으로 봐서 죽음의 원인은 타인의 목 누름에 의한 질식사가 아니다.”고 밝혔다. 가족과 건강문제 등을 비관한 노인은 자기 집에서 망치와 칼, 한복끈과 전깃줄 등으로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자살을 시도했다는 게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수사진의 결론이었다. 이렇게 두 가지 이상의 방법으로 자살을 하는 것을 법의학적으로 복합자살이라고 부른다. 첫 번째 시도가 실패하자 2차, 3차 계속해서 자살을 이어가는 것이다. 전체 자살의 5%가 이런 복합자살이라는 외국 통계도 있다. 여기서 드는 깊은 의문 한 가지. ‘기왕 죽을 작정을 했다면 왜 그토록 자신에게 가혹하게 굴까.’ 하는 점이다. 법의학자들은 자살하는 사람들의 미묘한 심리변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흉기로 자살하려는 사람은 고통 없이 빨리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겁을 낸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국과수 관계자는 “영화를 보면 타살의 흔적은 무조건 잔혹하게, 자살의 흔적은 평안하게 그려지지만 실제는 이와 반대인 경우가 상당수”라면서 “때론 자살자의 몸에서도 수십 개의 자상(베이는 것)이나 창상(찔리는 것)이 발견되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상처의 개수만으로 자살, 타살을 구분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스스로 치명적인 곳을 한 번에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처를 모두 법의학적으론 주저흔이라고 부른다. A씨와 B씨의 몸에 난 여러 개의 상처 역시 주저흔이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또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선 이들도 마지막 순간까지 그렇게 고민한다. 생(生)은 그만큼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후임 팀 쿡은…일요일에도 전화회의·운동 마니아

    애플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팀 쿡이 과연 스티브 잡스의 빈자리를 얼마나 메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50세로 미국 앨라배마 태생인 쿡은 오번 대학을 졸업한 공학도 출신이다. 1988년 듀크 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쿡이 애플에 입사한 것은 잡스가 애플 CEO가 된 1998년이었다. 당시 컴팩 컴퓨터 부사장이었던 그는 잡스를 처음 만난 뒤, 전 세계 운영 담당 수석 부사장으로 발탁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잡스는 몇 년 뒤 쿡을 소개해 준 인력채용전문가에게 “쿡은 내 인생에서 가장 성공적인 채용 사례”라고 말했다. 쿡 역시 2009년 오번 대학교에서 연설하면서, 1998년 잡스와 함께하기로 했던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쿡은 전형적인 일 중독자로 알려져 있다. 새벽 4시 30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거나 일요일 저녁 전화회의를 소집해 업무를 준비할 정도다. 전직 애플 직원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쿡은 회사 사무실에서 밤 늦게까지 일하거나 거래처 사람을 만나기 위해 세계 곳곳을 여행한다.”고 말했다. 틈만 나면 체육관을 찾고 사이클과 하이킹을 즐기는 운동광이기도 하다. 쿡은 CEO가 되기 직전까지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회사 경영능력을 확실히 인정받았다. AP는 잡스가 장기간 병가로 회사를 떠나 있을 때 애플을 맡았던 것도 쿡이었고, 애플은 그동안에도 승승장구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애플의 대명사처럼 된, 시대 흐름을 꿰뚫는 통찰력과 달인의 경지에 오른 제품 프레젠테이션 기술 등 잡스의 천부적인 재능까지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블룸버그는 “쿡이 아직 보여주지 못한 유일한 것은 바로 꿈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강원랜드는 ‘비리랜드’

    내국인 카지노 사업을 독점 운영하고 있는 강원랜드의 직원들이 수년간 9억여원의 카지노 칩 판매대금을 빼돌려 온 사실이 적발됐다. 또 잦은 카지노 이용으로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전락한 이들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은 사례도 무더기 적발돼 허술한 도박 중독자 관리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24일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월과 4월 두 차례 실시한 강원랜드 기관운영 감사 결과 카지노 직원 4명이 공모해 2003년부터 2010년까지 7년간 모두 26차례에 걸쳐 카지노 칩 판매로 받은 수표 9억 1500만원을 절취했다. 카지노 감시팀 책임자 A씨는 근무시간이 다른 딜러들과 짜고 고객들에게서 받은 칩 대금을 빼돌린 뒤 이를 반씩 나눠 개인용도로 돌려 썼다. 강원랜드는 또 다른 딜러의 제보로 이 같은 사실을 접수하고도 A씨의 말만 믿고 녹화영상을 정밀분석하지 않는 등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아 절취 사실이 은폐돼 왔다. 이에 감사원은 강원랜드 사장에게 관련자들의 변상 및 책임자 면직 조치를 통보했다. 또 상습 도박으로 경제력을 상실해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전락한 이들에게도 카지노 출입을 계속 허용하는 등 카지노 이용고객들에 대한 강원랜드의 도박중독 예방 조치도 허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한해 동안 최소 13회 이상 강원랜드 카지노를 출입한 5만 2317명을 분석한 결과 지난 2월 현재 생계주거급여 등을 지원받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1307명이나 됐다. 감사원은 “카지노를 이용한 기초생활보장수급자 가운데 729명이 수급자가 된 데에는 카지노 출입이 직·간접적인 요인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강원랜드 측에 카지노를 빈번하게 이용하는 생계곤란자나 도박중독자들을 위한 도박중독 예방 및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또 강원랜드가 2009년 하이원 광장 조성공사를 진행하면서 최저가 입찰방식이 아닌 기존 호텔 증축공사에 광장 공사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업체들과 부당하게 계약을 맺어 46억원의 공사비를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24일 TV 하이라이트]

    ●환경스페셜(KBS1 밤 10시) 인천 연안부두에서 남서쪽으로 약 90㎞ 떨어진 곳에 위치한 굴업도는 인적이 드문 조용한 섬이다. 그런데 최근 대기업의 골프장 건설계획으로 논란이 되면서 굴업도의 자연환경이 재조명되고 있다. 굴업도의 풍광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희귀생물들.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추적 60분(KBS2 밤 11시 5분) 우리나라의 도박 중독자 수 약 300만 명. 해마다 도박 중독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카지노의 메카, 마카오를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인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등, 연이어 일어나는 한인 강력 범죄로 마카오 사회가 들썩인다. 멈출 수 없는 도박 중독, 해외원정 도박의 실체를 따라가 본다. ●수목 미니시리즈 지고는 못살아(MBC 밤 9시 55분) 은재는 인터뷰하기 싫어하는 형우가 안 올까봐 걱정되어 역까지 마중 나간다. 그리고는 형우를 지저분한 자신의 차에 태워 인터뷰 장소로 향한다.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은재는 형우와의 야구장 첫 키스부터 결혼까지 떠올린다. 그 사이 형우가 먼저 자리를 뜨자 은재의 표정이 굳어버리는데…. ●드라마 스페셜 보스를 지켜라(SBS 밤 9시 55분) 무원의 고백을 받은 은설은 당황하고 만다. 그렇게 망설이던 찰나 갑자기 지헌이 자신에게 고백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도대체 왜 이 순간에 지헌이 떠오르는지 생각하던 은설은 갑자기 창밖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지헌을 발견한다. 그리고 지헌은 분노한 채 무원과 따로 대면하게 된다. ●EIDF 2011 월드 쇼케이스-황혼 금메달(EBS 밤 9시)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를 준비하는 선수들의 나이는 80~100세다. 매일을 즐기려는 의지로 가득할 때 인생은 추구한 것 이상의 재미를 선사한다. 무기력하게 집안에 앉아 죽음을 기다리는 대신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와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함께한다. 얀 텐하벤 감독 작품. ●나는 전설이다(OBS 밤 11시) 야구계의 살아 있는 전설, ‘영원한 4할타자’ 백인천과 원년 홈런왕 김봉연, 미스터 올스타 김용희가 출현한다. 1970년대 고교야구에서 1982년 프로야구 출범과 현재의 야구까지, 한국 야구사 속에 숨어있던 그들만이 아는 이야기들을 공개한다. 또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선전하고 있는 추신수에 대해 애정 어린 충고도 전한다.
  • 1년간이나 유명 女앵커 집에서 몰래 산 노숙자

    미국 유명 앵커의 집에서 1년 간이나 몰래 생활한 노숙자가 경찰에 의해 쫓겨나는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이 유명 앵커는 미국 NBC방송의 앤 커리. 미국 내 미디어 영향력에서 10위 안에 들 정도의 거물급 여성 앵커다. 지난 6일(현지시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 노숙자는 8명의 경찰에 둘러싸여 1년간 정들었던(?) 이집에서 쫓겨났다. 사연은 이랬다. 노숙자가 이 집에 살게된 것은 1년 전으로 우연히 커리의 집에 열쇠가 꽂혀 있어 들어갔고 주인이 오지 않자 그대로 눌러 앉은 것. 이 집은 뉴욕 웨스트 71st에 위치해 있는 4층짜리 고급 맨션으로 집 값만 280만 달러(한화 약 30억원)다. 커리는 8년 전 이 맨션을 구입한 직후 대규모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건축법 위반과 소음으로 인한 주민들의 소송으로 5년전 부터 공사가 중지돼 사실상 방치상태 였던 것.      노숙자는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약물 중독자가 아니다. 단지 잘 곳이 없어서 여기 살았던 것” 이라며 “작년 겨울을 이 집에서 보냈다. 관리를 맡겨준다면 다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현지경찰은 이 노숙자를 집에서 쫓아낸 후 구속하지는 않았다. 경찰 측 대변인은 “노숙자가 건물 한 가운데 완전히 침입하지는 않았다.” 며 “주로 현관에서 자고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졸지에 뉴스의 대상이 된 앤 커리는 현재 아프리카 취재 중으로 현지 언론들은 그녀의 코멘트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백색 가루에 빠진 ‘화이트칼라’

    마약에 빠진 각계 인사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희준)는 4일 이른바 ‘화이트칼라’ 계층의 마약범죄가 급증하자 단속에 나서 건설사 대표와 연예기획사 대표, 외국계 회사원, 은행원, 부유층 자제 등 16명을 구속기소하고 31명을 불구속기소하는 등 모두 47명을 처벌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코스피 상장업체 대표 조모씨는 미국에서 귀국한 지인을 통해 필로폰을 처음 접한 뒤, 회사 운영이 어려워질 때마다 수시로 주사를 맞았다. 마약에 탐닉한 조씨는 두 명의 아내를 모두 마약 중독자로 만들었다. 결국 성공한 사업가였던 조씨는 마약 때문에 회사 경영권마저 남에게 넘겼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문화마당] 19금(禁) 대중가요 심의/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마당] 19금(禁) 대중가요 심의/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며칠 전, 인기 아이돌 그룹 비스트의 노래 ‘비가 오는 날엔’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청소년 유해 매체물 판정을 받았다. 지난 5월 초순 비스트 1집 음반에 수록된 노래였다. 발표된 지 두달여나 지나서 이같은 판정을 받았다. 판정 이유가 재밌다. 노랫말 중 ‘취했나 봐 그만 마셔야 될 것 같아.’라는 부분이 음주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이 노래는 청소년 유해물인데도 불구하고 두달여 동안 단속하지 않고 방치된 셈이다. 판정 결과도 짚어 볼 문제지만 유해물 단속의 명분도 없어 보인다. 인디그룹 십센치(10cm)의 곡 ‘그게 아니고’도 마찬가지 사례다. 노래 가사에 ‘감기약’이 나왔다는 이유로 유해매체 판정을 받았다. 한 영화감독은 “한국에선 한복을 입으면 테러리스트로 의심되고, 감기약을 먹으면 약물중독자로 의심을 받는다.”며 판정 결과를 납득하지 못했다. 또 한 여배우는 트위터를 통해 “청소년들, 약국 가서 감기약 사먹는 건 괜찮고 ‘감기약’이 들어간 노래는 들으면 안 되는 건가.”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어찌됐건 이 노래를 포함해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된 다수의 곡들은 오후 10시 이전 보도용 프로그램을 제외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해당 표현을 삭제한 상태에서만 전파를 탈 수 있게 됐다. 음반 및 음원에도 청소년 구입 금지 스티커를 부착해야만 판매가 가능해졌다. 이를 어겼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이른바 ‘19세 이하 금지 스티커’를 붙이지 않는 방법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문제가 된 가사를 바꿔 다시 녹음해야 한다. 물론 콘서트에서도 가사를 바꿔 불러야 법적인 제재를 피해갈 수 있다. 그러나 제재를 피하겠다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바꾼 억지 가사는 전후 내용이 맞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바뀐 부분이 지나치게 도드라지게 된다. 당연히 곡을 만든 사람도, 부르는 사람도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 앞에 허탈감을 감출 수 없게 된다. 이러한 판정 결과에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까닭은 그 기준에 공감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랫말에 술이라는 단어가 있다고 유해매체 판정을 내리는 것은 노래의 전체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단어에만 얽매여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를 저해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요즘 가요의 홍보 주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기도 하다. 발표와 동시에 히트 여부가 판가름나는 가요계의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심의가 방송사 심의보다 두달여나 늦게 발표되고 있는 것이 이러한 불신을 더욱 조장하고 있다. 이미 방송을 통해 히트곡이 된 노래를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판정하는 촌극이 실소를 머금게 하고 있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면, 과연 가요 심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일선 매체에 있는 음악프로듀서들의 음악 선곡 역량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충분히 문제가 될 만한 곡들을 필터링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또 청소년들의 눈높이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술이나 담배 같은 위해 단어가 노래에 들어가 있다고 우려하는 것은 벼룩을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만한 음악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는 창작자가 대체 어디 있겠는가.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를 듣고 청소년들이 담배를 사서 피우고, 전람회의 ‘취중진담’을 듣고 술을 배우게 될 것이라는 기우는 코미디 같은 발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간 우리 사회는 대중문화를 대하는 여유를 가르치지 않았다. 노래를 노래로 받아들이지 않고 또 다른 잣대를 들이대 어떤 형태로든 재단하려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다. 서슬퍼런 군사정권 시절의 사전검열 아래서도 우리 가요는 풀처럼 일어서서 대중의 가슴으로 전해져 왔고 또 오늘까지 사랑을 받고 있다. 세월을 견디는 노래는 검열과 심의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창작의 자유와 고통 속에서 태어나 대중이 키워나가는 것이다. 밟아도 밟아도 일어서는 풀처럼.
  • [빈틈없는 복지 2제] 위기가정 관리 전문요원 구성

    “어르신은 말 그대로 뼈만 앙상한 위급 상황이었습니다. 단칸방에서 며칠째 식사도 못한 채 누워 계셨어요. 젊었을 때 자녀들을 돌보지 않고 혼자 생활하다 질병을 얻었다는데….” 서범석·조영희 동대문구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사례관리전문요원이 2일 건물주 신고로 이용덕(84·가명) 할아버지 집을 찾았을 때 상황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구는 사례관리 실무분과 회의를 열어 동대문노인복지관에서는 재가도우미를 파견하고 청량리동주민센터에서는 직권으로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 신청을 하는 등 발빠른 대응으로 고비를 넘겼다. 전문요원들은 자녀들을 설득해 할아버지를 입원치료해야 한다고 설득했고 노인보호전문기관 임시보호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왔다. 복지관과 구청에서 후원자를 발굴해 지원하기도 했다. 구는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를 가진 위기가정을 발견, 신속하고 지속가능한 맞춤형 그물망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 초 복지시설 상담사·교사 등 11명으로 분과를 꾸렸다. 매월 1회 또는 긴급상황 때 수시로 회의를 열어 알코올중독자, 정신질환자 등 긴급한 위기가정을 구하는 일을 맡는다. 예를 들면 아동·노인학대가 일어나면 아동·노인보호시설로 안내하거나 상담을 통해 더 이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돕는다. 현재까지 165가구의 위기상황에 처한 대상자들이 혜택을 받았다. 사례관리 실무분과가 구성되면서 지역 내 사회복지기관과 시설들이 상호 연계·협력을 통해 민간의 복지역량을 강화하고 중복사업을 조정해 한정된 민간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덕분이다. 김성남 실무분과위원장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위기가정을 적극 발굴·지원하기 위해 워크숍도 열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복지기관끼리 네트워크망을 구축해 신속하게 복지지원을 가능하게 한 점도 고무적”이라고 반겼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나는 국가대표다-조은지 기자의 훈련기] (10) 여름휴가 in ‘강진’

    [나는 국가대표다-조은지 기자의 훈련기] (10) 여름휴가 in ‘강진’

    이번 여름휴가를 단단히 별렀다. 2009년 2월 ‘수습’ 딱지를 떼고 정식기자가 된 후 이렇다 할 바캉스를 즐긴 적이 없다. 밀린 잠을 자거나, 못 만났던 친구들을 만나거나, (일 중독자처럼) 축구장을 찾아 기사부담 없이 경기를 즐겼다. 그래서 올해를 별렀다. 단짝 친구들과 필리핀 보라카이에 가기로 새해 벽두부터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풀 빌라에 앉아 아찔한(?) 비키니를 입고 스노클링도 하고 해산물도 푸짐하게 먹기로…. 하지만 2011년 여름휴가는 어그러졌다. 나는 동남아 에메랄드빛 바다가 아닌 전남 강진군 푸른 천연잔디에 섰다. 비키니 대신 잡아당겨도 절대 찢어지지 않는 쫀쫀한 럭비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풀 빌라 대신 P모텔에서 밤을 보냈다. 시원한 맥주 대신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휴가 5일을 오롯이 럭비대표팀 전지훈련에 쏟아부었다. 아니, 전지훈련을 가면 기사 쓸 짬이 나지 않을 것 같아 휴가를 썼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여자럭비대표팀은 지난 18일 오전 10시, 대한체육회 앞에서 21인승 버스를 타고 럭비전용구장이 있는 강진으로 출발했다. 휴게소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도착하니 자그마치 다섯 시간이 넘게 걸렸다. 짐을 풀자마자 바로 훈련이 시작됐다. 날씨는 ‘휴가’에 제격이었다. 햇볕은 뜨겁다 못해 따가울 정도였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럭비대표팀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찜통 속에서 늘 그렇듯 뛰었다. 바닷물에 들어가는 대신 바닷물보다 짭짤한 땀을 흘렸다. 몸을 푸는데 너무 더워 다리가 풀렸다. 훈련 환경이 바뀌니 기분은 색달랐다. 그동안 훈련하던 송도LNG구장의 인조잔디 대신 천연잔디를 밟으니 축구화가 푹푹 빠져 피로도가 심했지만 잔디에 숨은 새끼 개구리와 메뚜기를 보니 싱그러웠다. 국가대표팀이 왔다고 강진군수와 전남럭비협회장 등이 만찬자리도 마련해줬다. 한우로 상추쌈을 싸며 책임감도 듬뿍 얹었다. 마침 대통령기 종별선수권대회도 열려 전국 럭비인들이 강진에 총집결했다. 그동안도 여러 차례 경기를 보긴 했지만 두 달 넘게 훈련하고 보니 안 보이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라인을 깊게 서서 단숨에 전진하는 장면이나 수비를 제치는 페인팅 동작에서 감탄했고, 노콘(knock on)으로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는 걸 보며 한탄했다. 남 일 같지 않았다고나 할까. 다른 팀 경기를 곱씹으며 새삼 결의를 다졌다. 꿈꾸던 여름휴가는 아니었지만 태극마크와 함께한 ‘2011년 바캉스’는 영원히 잊지 못할 시간이 될 것 같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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