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중독성
    2026-04-19
    검색기록 지우기
  • 전동화
    2026-04-19
    검색기록 지우기
  • 계룡
    2026-04-19
    검색기록 지우기
  • 전환점
    2026-04-19
    검색기록 지우기
  • 최종전
    2026-04-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889
  • [씨줄날줄] 게임 셧다운/진경호 논설위원

    게임 인구만 4600만명이라는 중국의 인터넷 게임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 중국 당국이 오는 7월부터 ‘게임 셧다운(shutdown)제’를 시행키로 한 때문이다. 이는 한번에 3시간 넘게 즐길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이다.3시간 이상 게임을 하면 점수나 레벨이 반토막 나고,5시간 이상 하면 몽땅 날아간다. 이른바 ‘반(反)중독 시스템’이다. 중국 당국은 이 극약처방을 모든 인터넷 게임에 적용토록 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를 놓고 개인의 여가를 정부 당국이 통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비난이 거세다고 한다. 그러나 당국의 의지는 요지부동이다. 그만큼 청소년에 미치는 인터넷 게임의 중독성이 심각하다는 게 중국 당국의 주장이다. 대한청소년정신의학회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을 호소하는 우리 청소년의 85%가 우울증과 충동조절장애, 주의력결핍행동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인터넷 중독과 청소년 자살이 높은 상관관계를 지닌다는 조사도 있다. 롤플레잉(RPG)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에게서는 우울증이,1인칭 슈팅(FPS)게임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에게서는 충동장애나 주의력결핍처럼 공격적 증세가 많이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놀이미디어교육센터가 전국 24개 초등학교 4∼6학년 2000명을 조사한 결과 초등생들이 즐기는 게임 상위 20위 안에 14개가 상대를 주먹이나 흉기, 총기로 죽이는 내용이라고 한다. 또래를 익히고, 상대를 배려하는 가치를 배워야 할 나이에 사람을 해치는 데서 희열을 느끼는 훈련을 받는 셈이다. 조승희 사건이나 2005년 최전방 GP 총기난사사건도 결국 이런 살상게임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문화관광부의 게임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국가청소년위와 교육계가 반발하고 있다. 청소년 보호에 크게 미흡하다는 것이다. 아마 청소년위는 번지수를 잘못 찾았는지 모른다. 법안이 게임산업을 진흥하자는 법 아닌가. 여기에 청소년 보호조항을 담는 건 난센스다. 게임 셧다운제 도입을 위한 별도 법안이 필요하다. 오프라인을 넘어 이제 사이버 세계의 환경보호를 생각할 때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여성&남성] 실연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내가 너를 처음 본 곳 마지막 한번 가보고 싶었어. 비가 오는 이 밤길을 정신없이 그냥 걷고 있네. 한도 없이 걷다보면 너를 잊을 수 있을 것 같아….”(서태지와 아이들,‘널 지우려 해’ 중에서) 한 사람이 내 머리에, 그리고 몸에 남긴 각인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때로는 끊기 힘든 마약처럼 정을 다 줬던 사람의 기억은 일상의 하나 하나를 파고든다. 하지만 사람의 뇌는 기억력의 한계를 지니고 있는 법. 남자와 여자, 그들은 실연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할까. 그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영화 속 비련의 주인공처럼 천모(27)씨는 실연이라는 아픔을 겪을 때는 항상 ‘재연 배우’가 된다.“이제는 제목도 잊어버렸는데요. 아주 오래 전에 영화에서 옷을 입은 채 샤워기 앞에 서서 물을 틀고, 쏟아지는 물과 함께 눈물을 흘려보내는 장면을 본 적이 있어요. 한번 따라해 봤을 뿐인데 이제는 여자 친구와 헤어지면 영화 속 그 장면을 반복 연출하고 있지요.” 대학생 방모(29)씨는 영화속 주인공처럼 다리가 후들거려 일어나기도 힘들 정도가 될 때까지 달린다. 평소에도 마라톤을 즐기던 방씨는 “실연당하면 심장이 터질 때까지 뛰고 또 뛴다.”고 밝혔다. 그는 “땀으로 범벅이 되어 내 몸의 수분이 모두 빠져나간 듯한 느낌이 될 때까지 뛰고 나면 더 이상 슬프지 않다.”면서 “눈물로 흘러넘칠 물기까지 모두 땀으로 내보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며 미소를 짓는다. 몰입을 통해 잡념을 버리는 또다른 방법으로 대학원생 지모(29)씨는 요즘 텔레비전에서 한창 인기인 ‘무한도전’을 권한다. “계속 봅니다. 재방송도 보고 인터넷에서 다시보기도 하고 유선방송도 봅니다. 등장인물이 벌이는 도전을 하나씩 따라해 봅니다.”지씨는 “무모한 목표를 달성하느라 헤어진 여자 같은 건 이미 기억에 사라지고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고 난 뒤 남는 허탈함은 지씨도 어찌 할 방법이 없다. ●애인의 모든 흔적을 없앤다 취업준비생 추모(26)씨는 애인과 헤어질 때 미니홈피 싸이월드에서 애인과 맺었던 일촌관계도 같이 끊었다. 하지만 꽤 오래 사귀었기 때문에 애인과 추씨를 모두 아는 사람이 많아 일촌 파도타기를 해야 했다. 그는 “처음에는 내가 더 좋아했던 사람이라 잊기가 힘들었다.”면서 “일촌 파도타기를 하면서 처음에는 나 자신이 초라하고 비굴해 보이기까지 했지만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추씨는 “싸이월드 일촌 파도타기를 하며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니 옛 애인을 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촌 파도타기를 할 때는 조심해야 할 게 하나 있다. 일촌 파도타기 덕분에 이별의 아픔을 잊어가던 회사원 마모(29)씨. 이벤트에 당첨되는 행운까지 거머쥐었다. 아뿔싸! 그토록 잊고 싶던 옛 애인 미니홈피였다. 마씨는 파도타기를 다시 시작해야 할까. ●그녀 흔적이 없는 곳으로 상처가 너무 커서 이 나라가 싫어졌다는 사람도 있다. 대학생 공모(21)씨는 이번 달이 끝나기 전에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간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훌훌 털어버리기 위해 군 입대를 자원했지만 입대일이 예정보다 늦어지자 학교를 휴학하고 해외연수를 택했다. 공씨는 “그 친구 흔적이 남아 있는 캠퍼스를 도저히 다닐 자신이 없다.”면서 “새로운 환경이 상처를 아물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군대 신병교육대에 붙어 있는 유명한 글귀 “피할 수 없는 괴로움은 즐겨라.”를 실천하는 사람도 있다. 지난달 여자친구와 헤어진 대학생 피모(27)씨는 “여자친구 때문에 방해받았던 일이 많았다.”면서 “그동안 못 해본 걸 다하면서 그 여자 따윈 잊겠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 여자친구한테 들킬까봐 자제하던 무도회장과 클럽 같은 ‘야간생활’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피씨는 상대의 입맛에 맞추느라 먹고 싶어도 참았던 것들도 즐겨 먹는다.“여자친구와 모든 걸 함께해야 하는 생활이 아니라 나 혼자의 삶을 찾고 있습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동병상련’ 동지 만나 아픔 치유 회사원 이모(26)씨는 최근 오래 사귀어오던 남자 친구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받았다. 늘 그랬듯 남자들은 별다른 이유는 말하지 않은 채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표정으로 “헤어지자.”는 말만 했다. 헤어짐의 고통은 그나마 참을 수 있는데 왜 헤어지자는 건지 이유가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고 남자란 동물을 믿어버린 자신이 미치도록 싫었다. 그러다 찾아낸 방법이 이른바 ‘동지 만들기’. 이씨는 남자 친구와 헤어진 다른 친구와 만나 남자 친구의 험담을 하며 아픔을 치유했다.“친구와 헤어진 남자 친구의 험담을 하면서 자연스레 실연을 극복했어요.” 대학생 정모(25)씨는 1주일에 3일은 술을 마실 정도로 친구들 사이에 ‘주당’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남자 친구가 영문을 모르는 이별 통보를 해온 날. 정씨는 소주 10병을 사온 뒤 자기 방에다 나란히 나열해 놓고 초록생 병들만 바라보며 밤을 지샜다.“아침이 되어 잠이 들었더니 모든 것이 희미해지는 것 같더군요.” 대학생 김모(25)씨는 실연을 당했을 때 그 남자의 기억을 하나씩 지우는 걸로 분풀이를 한다. 최근 남자친구와 헤어진 김씨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그가 쓴 모든 댓글과 사진 등을 하나씩 지운 뒤 그의 홈피에 있는 자신의 흔적도 하나씩 지웠다.“글이 모두 삭제된 걸 그가 알고 황당해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통쾌하기 그지 없더군요. 그러고나니 한결 기분이 가벼워졌어요.” ●추억을 곱씹으며 기억을 지운다 대학생 박모(23)씨는 떠난 연인의 단점을 하나씩 기억나는 대로 적으면서 아픔을 지웠다. 그의 못된 버릇, 마음에 들지 않았던 행동과 말투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그의 부정적인 모습만 각인시키려 애썼다.“아름다웠던 추억은 나만의 아픔이 될 뿐이더라고요. 그를 미워하기 위해 나쁜 기억만 떠올리면 점점 그는 잊혀지고 나는 또다른 시작을 준비할 수 있게 되더군요.” 전문직으로 일하는 이모(26)씨는 반대로 추억을 곱씹으면서 기억을 지워나가는 스타일이다. 이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다녔던 단골 밥집이나 커피숍 등의 아지트들을 동성 친구와 함께 가거나 혼자 다니면서 추억과 아픔을 떠올려본다.“언제부턴가 저 혼자 그 집을 편하게 다닐 수 있게 됐을 때 ‘이제 그가 정리됐구나.’ 싶더군요.” 회사원 배모(24)씨는 학구적으로 실연을 극복한다. 평소 가이드책을 읽길 좋아하는 배씨는 실연당했을 때도 서점으로 달려가 ‘실연극복하기’에 대한 지침서를 사들고 그에 따라 조금씩 아픔을 잊어간다.“예전에는 흥밋거리로 읽었는데 차츰 가슴 속에 하나씩 와닿는다는 생각이 들어 주변에 실연당한 친구에게도 이 방법을 권하고 있어요.” ●다른 일에 몰두해 상처 보듬어 학원강사 박모(26)씨는 집중할 무언가를 찾아 실연의 아픔을 극복한다. 최근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이것저것 찾아헤매던 박씨는 그 결론으로 ‘쓰레기 분리수거’를 찾아냈다. 생전 집안 일이라고는 손도 대지 않았지만 열심히 분리수거를 하자 어머니가 웬일이냐며 기특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거뒀다.“남자친구의 얼굴을 쓰레기라고 생각하면서 분리수거를 하다보면 어느덧 그 남자는 기억 저 구석에 처박히게 되죠.” 회사원 송모(29)씨가 선택한 취미는 웨이트 트레이닝. 땀을 흘리며 조금씩 몸매를 다듬어가는 운동에 집중하면서 기억도 땀샘으로 내보냈다.“헤어진 남자 친구보다 더욱 흥미진진한 일이 세상에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죠. 웨이트 트레이닝 외에 다른 취미들도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고 있어요.”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게임시장 규모 9조 육박

    게임시장 규모 9조 육박

    심심풀이로 간주되던 게임이 중추 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은 13일 지난해 게임시장 규모가 8조 8663억원에 직접 종사자는 6만여명인 것으로 추산했다. 전년도에 비해 26% 성장했다. 게임은 수출에서도 상당한 몫을 하는 효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68억달러 수출(로열티 포함)에 28억달러를 수입해 4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대표적 수출 게임으로는 리니지, 카트라이더 등을 들 수 있다. 한류(韓流)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게임산업이 지금의 규모로 커진 데에는 청소년이 중심에 서있다. 중독성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여가·동호회의 주요 활동으로도 자리매김을 했다. 이제 ‘프로 게이머’는 ‘초딩’에게 선망의 직업이 됐다. 스타 선수들에겐 수많이 팬들이 몰린다. 2000년에는 대회 진행과 운영 등을 맡은 한국e스포츠협회가 출범했다.e스포츠 공인종목으로는 스타크래프트, 킹덤언더파이어 등 24개가 있다. 공군을 비롯해 KTF, 삼성전자,SK텔레콤,CJ,STX 등 12개가 프로 게임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세계 대회로는 게임올림픽격인 WCG와 축구 월드컵 대회와 비슷한 ESWC가 있다. 테트리스나 갤러그에 익숙한 40∼5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게 이같은 게임은 여전히 접근하기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자고나면 새로운 게임이 나와 익히기가 복잡하다. 종류도 너무 다양하다. 게임의 종류는 크게 이용기반(플랫폼)과 장르로 구분한다. 오락실에서 하는 아케이드게임에는 갤러그, 스트리트파이터 등이 대표적이다. 또 PC게임은 노트북이나 데스크 톱 컴퓨터에 CD나 DVD를 넣고 실행하는 게임으로 화이트 데이, 하얀마음 백구 등이 있다. 비디오게임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나 마이크로소프트사의 X-box를 이용해 하는 게임이다. 비디오게임은 콘솔게임으로도 불린다. 주로 집에서 많이 한다. 온라인게임은 컴퓨터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해 게임을 실행한다. 컴퓨터에 게임 프로그램이 깔려있지 않아도 된다. 모바일게임은 휴대전화나 PDA 등을 통해 무선인터넷으로 내려받아 즐기는 게임이다. 장르로 구별하면 시뮬레이션게임은 다양한 전략과 전술이 등장하며 스타크래프트·심시티·팔콘 시리즈 등이 있다. 롤플레잉게임(RPG)은 이용자가 게임의 캐릭터가 돼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게임이다. 여러 명이 동시에 접속해 각각의 캐릭터가 돼 경쟁하는 것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PRG)이다. 리니지, 뮤 등이 대표적이다. 캐주얼게임은 온라인에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으며,5∼10분이내 승패가 결정된다. 슈팅게임은 총이나 활을 쏘는 전통적 방식으로 최근엔 1인칭(FPS) 슈팅게임이 인기를 끌고있다. 대표적으로 퀘이크3, 스페셜포스 등이 있다. 레이싱게임은 차·오토바이 등으로 실제 주행하는 느낌을 주고, 액션게임은 복싱·쿵후 등의 대전 게임으로 스트리트파이터, 철권시리즈가 있다. 야구·축구·테니스 등을 소재로 삼은 스포츠게임과 모험을 소재로 삼은 어드벤처게임, 바둑·장기·체스·오목 등과 같은 보드게임도 있다. 장현영 한국게임산업협회 사업팀 과장은 “최근에는 게임의 흥미를 더하기 위해 장르가 겹치는 복합장르 게임이 대세”라고 말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의사 한송이의 요리짱건강짱] 불포화 지방산의 보고 홍어

    [의사 한송이의 요리짱건강짱] 불포화 지방산의 보고 홍어

    삭힌 홍어를 먹어본 적이 있을 터이다. 처음 먹을 때는 역하고 매운 냄새에 약간 꺼리게 되지만 일단 맛을 들이면 그 독특한 맛의 중독성에 빠진다. 한 점 입에 넣고 숨을 들이쉬면 알싸하게 매운 맛과 지릿한 냄새가 입과 코 안을 자극하며 숨이 탁 막히는 듯 하다가 금방 코가 뻥 뚫리며 개운해진다. 이는 홍어에 들어있는 암모니아 냄새 때문이다. 홍어는 홍어목 가오리과의 바닷물고기이다.‘본초강목’에는 태양어(邰陽魚)라 하였고, 모양이 연잎을 닮았다 하여 하어(荷魚), 생식이 괴이하다 하여 해음어(海淫魚)라고도 하였다.‘자산어보’에는 분어, 또 속명을 홍어(洪魚)라 하여 형태와 생태 및 음식으로서 나주(羅州)지방의 홍어에 대한 기호를 소개하고 있다. 가오리와 홍어는 매우 흡사한 모양이다. 하지만 가오리는 주둥이 부분이 둥글거나, 약간 모가 나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비해 홍어는 주둥이가 뾰족하며, 굵은 꼬리 윗부분에 2개의 지느러미와 가시가 2∼4줄 늘어서 있다. 홍어는 우리나라에서 특히 상업적 가치가 높은 어종이다. 톡 쏘는 맛이 나도록 삭혀서 막걸리를 곁들여 먹는 홍탁(洪濁)이 가장 유명하며, 삭힌 홍어와 묵은 김치, 돼지고기 수육을 곁들여 먹는 것을 삼합이라 한다. 전남 서남해안 지방에서는 잔치 음식에 삭힌 홍어가 거의 빠지지 않는다. 이른 봄에 나는 보리싹과 홍어 내장을 넣어 ‘홍어앳국’을 끓이기도 하며 회, 구이, 찜, 포 등으로 먹기도 한다. 진짜 홍어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은 진한 암모니아 냄새를 물씬 풍기는 ‘홍탁’이나 찜을 선호하게 마련이다. 홍어의 맛은 코, 날개, 꼬리 순으로 매긴다. 날개 지느러미 부분은 적당한 크기로 썰어 회로 먹는다. ‘웰빙’이라는 코드에 꼭 맞는 홍어는 그 효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슬로푸드 발효식품으로 pH(수소이온농도)9.5의 강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산성체질을 알칼리성으로 바꾸어줄 뿐 아니라, 단백질이 많고 심혈관 질환 예방에 좋은 불포화지방산과 관절에 좋은 황산콘드로이친도 풍부하다. 처음부터 홍어를 좋아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괴로움을 견디고 먹다 보면 어느새 그 자극이 쾌감으로 바뀐다. 제대로 삭힌 홍어로 만든 찜이나 탕을 먹다가 입천장이 홀랑 벗겨지기도 하지만, 그 고통이 싫지 않을 만큼 짜릿하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남도향기’는 여러 가지 남도 음식 중에서도 홍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이다. 흑산도 홍어와 칠레산 홍어를 모두 취급하는데, 어획량이 적은 흑산도 홍어는 당연히 가격이 비싸다. 칠레산 홍어라도 숙성이 잘 된 것을 취급하므로 맛이 흑산도산에 비해 과히 떨어지지 않는다. 이 곳은 홍어탕이 특히 유명한데, 잘 삭힌 홍어와 내장(애), 시래기나물 등을 넣고 직접 담근 된장과 고추장으로 칼칼하게 끓여낸다. 조미료를 넣지 않고 직접 담근 조선간장으로 간을 맞추는 것이 개운한 국물의 비결이다. 녹아 내릴 듯 부드러운 살과 오돌오돌한 뼈도 맛있고, 진한 국물은 한 입 떠서 먹는 순간 코를 찡하게 만든다. 막걸리를 넣어 쪄낸 홍탁찜이나 홍어전, 홍어삼합 등도 모두 수준급이다. 식사를 시키면 딸려 나오는 나물과 젓갈도 하나같이 담백하고 깔끔하다. 전화 (02)567-4470. 흑산도 홍어탕 12만원, 홍어탕 5만원, 홍어삼합 5만원, 홍어전 3만원.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여성전문병원 유비여성클리닉 원장
  • 엄지족들 “내게 덤벼라”

    엄지족들 “내게 덤벼라”

    “초보입니다. 도발장 보내주세요∼.”(bmclub). “도발장 보내주세요,1000점 이내임. 반사필수!”(silver). “절묘한 공격 200만이요, 덤비삼.”(y880928). “도발장 좀여 쉬운 걸로여, 바로 반사입니다”(tkdelslasla). 네이트 휴대전화 게임 서버에 올라온 댓글들이다.‘도발(挑發)’이란 단어로 도배를 하고 있다. 인터넷에 도발장에 관한 카페나 블로그가 생겼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포털과 모바일 커뮤니티 등에서도 도발장 관련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에 ‘도발’ 열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게임 자체의 짜릿한 재미뿐 아니라 이같은 ‘도전과 응전’의 흥미도 만끽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용자들간의 치열한 승부욕과 과시욕을 자극한 것이 게임의 흥행을 성공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약간의 ‘중독성’이 있는 것이 흠이다. 이런 도발성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절묘한 타이밍’이다. 지난 1일 출시된 절묘한 타이밍은 도발장이 하루 최고 1만건을 넘어서는 등 인기가 폭발적이다. 지금까지 누적 도발장이 20만여건에 이른다. 게임을 내려받은 횟수도 10만여건이나 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국내 모바일 게임 선두업체인 게임빌이 개발한 ‘절묘한 타이밍’이 이런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게임빌 관계자는 28일 “자신의 기록을 다른 사람에게 ‘격파하라.’고 보내는 방식은 국내 모바일 게임사상 국내 최초”라고 말했다. 절묘한 타이밍은 휴대전화의 조작 버튼 하나만 이용하는 간단한 게임이다. 하지만 다양한 캐릭터와 연출 효과를 즐길 수 있다. 절묘한 타이밍은 절묘한 수리·절묘한 유혹·절묘한 공격·절묘한 횡단·절묘한 회피 등 6개 미니 게임의 합본이다. 게임은 출시 전부터 ‘빨간 마후라의 절묘한 타이밍’이라는 이용자제작콘텐츠(UCC) 동영상이 화제가 돼 유명해졌다. 게임빌 관계자는 “절묘한 순간에 독특한 사운드와 화면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 이 게임 최고의 묘미”라고 소개했다. 이러한 도발 열풍은 ‘엄지족’ 사이에 삽시간에 번져나갔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기존에 혼자만 즐기던 스탠드얼론 형태의 게임 플레이 방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서로 끊임없이 주고 받으며 경쟁하는 플레이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같이 게이머간의 경쟁 방식은 기존의 온라인 게임이나 비디오 게임에 도입된 양식과 비슷한 면이 있다. 절묘한 타이밍은 한번 내려받는 데 정보이용료가 2900원이다. 휴대전화로 내려받는 법은 ▲555+NATE/매직엔/ez-i>절묘한 타이밍 ▲SK텔레콤은 NATE>게임Zone>장르별 게임 보기>아케이드>절묘한 타이밍 ▲KTF는 멀티팩>게임>슈팅/액션/아케이드>원버튼/미니게임 합본>절묘한 타이밍을 선택하면 된다. ●‘도발( 挑發 )’이란? ‘도발´은 게임 이용자들이 자신의 최고기록 점수를 친구들에게 ‘깨보라.’고 휴대전화 단문 메시지(SMS)로 보내는 방식이다. 상대방 휴대전화에는 “도발장이 도착했습니다.”는 메시지가 뜬다. 이런 메시지를 받은 사람들은 게임을 통해 상대방이 보낸 기록을 돌파한 다음 ‘반사’(되돌려 보내는)하는 방식이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신안 ‘흑산도’ 홍어 아리랑

    신안 ‘흑산도’ 홍어 아리랑

    뱃길이 요즘 같지 않았던 시절, 섬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곳이었다. 요즘은 참 많이 변했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뭍사람들이 한없이 그리는 곳이 바로 섬. 특히 흑산도 등 1004개의 섬을 거느린 ‘천사의 섬’ 신안군은 도시인들에겐 신기루와 같은 곳이다. 파시를 이루던 시절, 항구의 개들도 돈을 물고 다녔고, 요즘처럼 보궐선거라도 치를 때면 일가붙이 3대가 말을 안 할 만큼 작은 대륙 흑산도와 소금처럼 하얗게 빛나는 비금·도초도를 다녀왔다. 글 사진 흑산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다도해 뱃길 여행의 진수 유달산을 뒤로하고 흑산도행 쾌속선이 미끄러지듯 목포항을 빠져나갔다. 목포에서 흑산도까지는 92.7㎞. 뱃길로는 230여리나 된다.5월이 지나야 겨울이 끝났다고 말할 정도로 일교차가 심하고 바람과 안개가 많은 곳. 쾌속선을 타고 나는 듯 달려도 2시간30분가량 걸린다. 그나마 배가 연중 120일 가까이 출항을 못할 만큼 변덕 심한 날씨는 체감상의 거리를 더욱 멀게 한다. 목포에서 비금·도초도까지는 그야말로 다도해 뱃길의 진수다. 하늘보다 파란 옥빛 바닷길에 늘어선 섬들이 다가서는가 하면 어느새 멀어져 간다. 섬 어귀를 돌아서면 조그만 수중여 위에 앉아있던 바다 가마우지들이 길동무 하자는 듯, 물수제비를 뜨며 날아 오른다. 도무지 지루할 틈이 없다. 잠시 비금·도초도에 들러 승객을 내려준 배가 드디어 큰바다로 나왔다. 물길이 험해지기 시작했다. 비금·도초도까지 포장도로를 달려왔다면, 흑산도까지 1시간 남짓한 바닷길은 마치 놀이공원의 ‘롤러 코스터’나 ‘바이킹’을 타는 듯했다. 홍도의 절경에 취해 웃다가 사나운 흑산도 바닷길에 눈물 흘린다더니, 딱 그 모양이다. 흑산도에 다가서자 속도를 줄인 쾌속선이 길게 누운 S자 모양을 그리며 예리항 여객터미널로 들어섰다. 이미자의 노래 ‘흑산도 아가씨’가 흘러나왔다. 서울의 어느 오래된 다방에서 듣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 어디선가 ‘머나먼 그 서울을 그리던’ 흑산도 아가씨가 뛰쳐나와 팔을 부여잡을 것만 같다. 관광객과 주민들을 내려놓은 쾌속선은 더 머무를 이유가 없다는 듯 지체없이 사라졌다. 뭍과 단절된다는 생각에 묘한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도 섬사람들은 오랫동안 이런 단절감을 느끼면서 살아왔을 게다. # 처녀신과 피리부는 소년 서둘러 섬 일주에 나섰다. 해안선을 따라 유람선을 타고 구경할 수도 있지만, 섬마을의 속살을 보기 위해서는 육로여행이 제격. 섬 일주도로 포장률이 85%에 달해 별 어려움 없이 둘러볼 수 있다. 본섬을 비롯해 홍도, 가거도 등 유인도 11개와 무인도 89개 등 100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25개 마을에 5000명 가까운 주민이 사는 제법 큰 섬이다. 가장 먼저 닿은 곳은 바다에 제물로 던져졌던 처녀의 혼을 모신 진리(鎭里)의 처녀당. 귀신을 부른다는 초령목(招靈木)을 타고 앉아 있는 모습이다. 처녀의 단심(丹心)인 양 붉디붉은 동백꽃이 흩뿌려진 이곳엔 처녀신과 피리부는 소년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고 있다. 어느 날 뭍에서 잘생긴 소년 하나가 옹기 장수들과 함께 섬을 찾았다. 소년이 사당 옆 소나무 위에 걸터앉아 피리를 불었더니, 아름다운 피리소리에 반한 처녀신이 옹기배가 떠나지 못하도록 바람과 파도를 일으켰단다. 소년을 놔두고 가야만 배가 뜰 수 있다는 무당의 말에 옹기 장수들은 소년을 마을로 심부름 보내고는 몰래 떠나버렸다. 결국 소년은 마냥 옹기배만 기다리다 굶어 죽었다는 얘기. 그래선가, 한서린 소년의 무덤에는 이상하게도 풀이 자라질 않는다. 가끔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소년이 추울까 하여 덮어준 솔잎만이 무덤 위에 수북하다. 큰 소나무 밑이라 그늘이 져서 풀이 자라지 못할 뿐인데도, 어쩐지 스산해지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 흑산도 최고의 절경 상라봉 죄인을 감금했던 옥섬과 흰 비단을 펼쳐놓은 듯한 배낭기미 해수욕장을 지나 상라산으로 오르는 12굽이 ‘용고개’와 마주했다. 일주도로 여행의 백미인 곳. 꽃보다 아름다운 잎이라던가. 상라산을 뒤덮은 100∼150년된 동백나무의 잎들이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였다. 사면이 뻥 뚫린 상라봉 전망대에서 굽어본 다도해의 모습이 장관이다. 흑산도 최고의 절경이라더니, 과연 명불허전.12굽이 도로와 함께 진리, 예리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뒤편으로는 기다란 장도와 홍도가 줄을 섰다.‘흑산도 아가씨’ 노래비 주변 스피커에서 예의 낭랑한 가락이 울려퍼지자 물밀 듯 감흥이 몰려왔다.‘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들은 대부분 뭍을 향해 떠났지만, 비경만은 남아 이방인들을 반겨주는 듯하다. # 절경들과 나란히 달리는 일주도로 24㎞에 달하는 해안 일주도로는 곳곳에 아찔함을 숨겨 놓았다. 가파르고 꼬불꼬불한 도로를 달리다 보면 절벽 따라 길을 낸 480m짜리 ‘하늘다리’와도 만난다. 리아스식 해안의 절경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일주도로의 가장 큰 장점. 어느 화가가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려낼 수 있을까. 한반도 모양의 지도바위와 서산머리 칠형제 섬, 그리고 곤촌리, 심리 등 아름다운 해안마을들이 캔버스를 수놓는다. 문암약수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사리마을(모래미)로 들어섰다. 다산 정약용의 형 약전이 유배돼 15년을 머물렀던 곳. 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돌담길이 인상적이다. 돌담길 끄트머리에는 정약전이 섬마을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쳤다는 복성재(復性齋)가 퇴락한 모습으로 서있다. 이 마을 이장이었던 박찬식(70)씨는 바닷가 마을 주변 해안에도 저마다 주인이 있다고 했다. 바닷가에 있는 지형지물을 경계로 마을과 마을간, 그리고 마을내 주민들간에 일정한 해산물 채취 구역이 정해져 있는 것. 이태원이 쓴 ‘현산어보를 찾아서´는 장다랭이 토지바위에서 대구밀인 둔벙까지’‘상낭기미 취개에서 짝지개까지’‘줄여목에서 이참봉 손 씻는 개까지’ 등으로 적고 있다. 순 우리말 표현이 정겹다. 섬을 통틀어 논이라곤 한뼘도 없는 까닭에 쌀 대신 인동초와 더덕, 천궁 등으로 농주(農酒)를 만들었다. 사리마을 부두민박(061-246-3587)에서는 마을마다 맛이 다르다는 흑산도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1ℓ 한통에 5000원. 거북손과 톳 등 인근에서 채취한 싱싱한 해산물 안주는 무료다. # 홍탁에 취하고 흑산도 절경에 취하고 흑산도를 대표하는 해산물은 단연 홍어. 수놈의 경우 ‘같잖은 가오리’가 생식기는 두개인 데다 ‘암컷을 잡으면 수컷은 부록’이라고 할 만큼 연중 짝짓기를 해 ‘본초강목’에서는 ‘해음어(海淫魚)’라 일컫기도 했다. 모두 9척의 배가 20∼60마일 떨어진 동지나해 주변 어장에서 ‘걸낙’을 이용해 잡는다. 걸낙은 미끼를 쓰지 않는 낚시방법. 홍어가 다니는 길목에 4∼5일, 많게는 10일 정도 설치해 둔 다음, 오가는 홍어를 잡는 것이다. 시기적으로는 꽃이 필 무렵인 3월까지가 절정이다.5∼6월은 산란철 금어기. 여름철에 잡히는 놈은 ‘개홍어’라고 해서 맛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출어를 안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흑산 홍어가 맛이 좋은 이유는 산란을 위해 연평도로 올라가기 직전 잡히기 때문. 살이 찰지기도 하려니와 불그레한 고깃결이 슬레이트 지붕처럼 올록볼록하다. 다소 밋밋한 칠레산과 비교해 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무게를 기준으로 8㎏이 넘는 1등급 대홍어(40만∼50만원을 호가한다)부터 2㎏ 미만의 ‘폴랭이’까지 모두 7등급으로 나뉜다.‘1코 2날개 3꼬리’라 해서 몸의 각 부분마다 맛 등급을 정해 놓기도 했다. 내장은 물론, 뼈까지 연해 어디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이른 봄 보리싹과 함께 끓인 ‘홍어애(간 또는 내장) 국’은 애간장을 녹일 지경. 수컷은 대부분 5㎏ 미만으로, 몸무게도 적고 맛도 덜해 암컷에 비해 값이 훨씬 눅다. 요즘 흑산도엔 홍어가 풍년이다. 눈엣가시 같던 중국어선들이 해경의 지속적인 단속으로 눈에 띄게 줄어든 데다, 어부들의 자발적인 불법조업 규제로 홍어의 개체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칠레산 가오리에 만족해야 했던 식도락가들에게 입맛 당기는 희소식이다. 코끝이 찡할 정도로 삭힌 홍어가 오늘날 대표적인 발효음식의 하나로 자리잡은 배경에는 흑산 어부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체험이 숨겨져 있다. 돛단배로 뭍에 이르기 위해서는 1∼2주일이 걸리던 옛날, 잡은 생선을 내다 팔아야 하는 어부들에게 순풍만 있었던 것은 아닐 게다. 육지에 도착하는 날이 늦어지면 생선이 모두 썩게 마련. 끼니를 잇기 위해 상한 생선을 먹는 과정에서, 다른 생선과는 달리 홍어는 전혀 탈이 없었다. 오히려 암모니아처럼 톡 쏘는 냄새가 심해질수록 맛 또한 깊이를 더해 갔던 것. 나주 영산포에 이르러 삭힌 홍어를 먹는 ‘즐거운 고통’이 세인들을 ‘별스러운 중독성’에 빠뜨리면서 오늘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요즘은 현지에서 택배도 가능하다.18만∼45만원선. 흑산도수협 (061)275-5033. # 하얗게 빛나는 비금도 큰 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닮았다는 섬, 비금도(飛禽島)는 소금의 섬이자 바람의 섬. 여름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생겨났다는 천일염전에서 희디 흰 소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목포에서 54㎞, 쾌속선으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3900여명의 주민이 48㎢ 크기의 섬에서 올망졸망 살아간다. 선왕산과 함께 비금도를 대표하는 여행지는 하누넘 해수욕장. 아담한 하트모양을 하고 있어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딱 좋은 곳이다.‘하누넘’은 ‘산 너머 그곳에 가면 하늘밖에 없다’는 뜻. 이처럼 비금도에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작은 해변이 많으니, 시간이 된다면 나만의 해변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도초도는 1996년 우아한 아치형의 서남문대교가 완공되면서 비금도와 형제섬이 됐다. 반달처럼 생긴 백사장이 3㎞ 가까이 이어진 시목해수욕장과 거무스름한 절벽이 이채로운 시목리 일대의 해안 절벽지대가 가볼 만한 곳. 오는 2020년엔 세계 최대 규모의 야생동물 사파리가 들어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초면사무소 (061)275-6696. # 여행정보 ●홍도+흑산도 여행 홍도와 흑산도는 하나의 여행코스로 묶어지게 마련.1박2일 여행 프로그램을 계획해 보자. 서울 용산역 오전 8시30분 KTX→11시57분 목포 도착→오후 1시 흑산도행 쾌속선→오후 3시 흑산도 도착후 섬 일주→이튿날 오전 9시50분 홍도행 쾌속선→오전 10시20분 홍도 도착→12시20분 홍도유람선(2시간,1만 7000원)→오후 3시40분 홍도 출발→오후 6시10분 목포 도착→오후 7시 서울행 KTX. 홍도 해상 유람선 (061)246-2244. 솔항공여행사(www.soltour.co.kr)는 함평해수찜과 비금·도초도를 KTX전용차량으로 둘러보는 상품을 준비했다. 어른 18만 5000원, 어린이 16만원.(02)2279-5959. ●제1회 흑산도 개매기 체험축제 4월14일 배낭기미와 진리해수욕장 일대에서 열리는 숭어잡이 축제. 매년 이곳에는 한식을 전후로 맨손으로 잡을 만큼 숭어떼가 몰려든다. 각종 체험행사와 청정해산물 판매행사 등이 열린다. 신안군청(www.sinan.go.kr)문화관광과 (061)240-8356. # 가는 길 목포에서 비금·도초도와 흑산도를 거쳐 홍도까지 가는 쾌속선이 오전 7시50분, 오후 1시 두차례 운항한다. 성수기엔 오후 2시에 출발하기도 한다. 비금·도초도까지 1만 4900원, 흑산도 2만 6700원, 홍도 3만 2600원. 동양고속 (061)243-2111∼4, 남해고속 (061)244-9915∼6. 흑산도에는 택시 9대와 관광버스 5대가 운행 중이다. 섬 일주 택시요금은 2시간 기준 6만원, 버스요금은 1인당 1만5000원. 동양택시 (061)246-5006,(011)9559-1429, 개인택시 (061)246-4110,(011)644-9776. 관광버스 (061)275-9744. 해상유람선은 오전 8시와 오후 1시,5시 세차례 운항.1인당 1만 5000원.(061)275-9115,(011)633-9115.
  • [인문학 ‘희망 밑거름’ 될까 (상)] 위축된 자존심 되살려 ‘다시서기’ 부축

    [인문학 ‘희망 밑거름’ 될까 (상)] 위축된 자존심 되살려 ‘다시서기’ 부축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어머님” 시를 읽던 K(57)씨는 이 말을 몇 번이고 되뇌었다. 술에 기대던 자신을 세 차례나 정신병원에 보낸 어머니가 떠오른다. 시를 읽고 감상을 말하라는 면접이 영 거북하다.K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정신이 났지만, 노숙생활에 찌든 습관은 버려지지 않는다.”면서 “돈도 필요 없고, 그저 열심히 공부해 정신을 강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결과는 면접통과. 13일 오후 1시 K씨는 서울 용산의 다시서기센터의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과정 성프란시스대학 예비과정 강의실에 앉았다.K씨처럼 스스로 인문학을 선택한 노숙인들의 수업은 약간의 당혹감을 내비친 의정부 교도소 수용자들의 수업과는 달리 활기찼다. 서울 대방동 여성성공센터 W-ing의 성매매 피해 여성들도 3개월째 인문학 과정을 밟고 있다. 이날을 시작으로 교도소에 파고든 인문학은 이미 노숙인과 성매매 피해 여성 쉼터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돈을 쥐여 줘도 곧 노숙 대열로 복귀하고, 죄의 대가를 치르고 출소했다가도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직업교육을 받아도 또 성매매를 하는 순환을 끊기 위해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길러줘야겠다는 생각이 인문학 과정 탄생의 밑거름이 됐다. 인문학 과정은 2∼3년 전 다시서기센터와 성공회대 평생학습센터, 광명시 평생학습센터 등에서 처음으로 시도됐다. 강사는 대부분 박사 학위 소지자로 서울대 김문환 교수도 올해부터 노숙자 대상 강의 하나를 맡았다. 문학과 역사, 철학을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으로 가르친다. 노숙인 대상인 성프란시스대학은 두 차례, 성매매 피해여성 대상인 W-ing 인문학 코스는 한 차례 수료생을 배출했다. 지난 학기 성프란시스대학 학생들은 명화를 보러 미술관을 찾고, 선사시대 집터를 보러 답사도 갔었다.W-ing 인문학 코스 강의에서는 소설 ‘제인에어’를 재구성하거나 성매매에 대한 기사를 읽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한다.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도, 학생들끼리 관계를 만들어가는 작업도 쉽지만은 않았다. 임영인 신부는 “인문학을 배우면 자기 자신을 성찰하게 돼요. 안 보이던 허물이 보이게 되니, 얼마나 힘이 들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견디지 못하고 3개월이 채 못돼 과정을 포기한 학생도 많았다. 하지만 인문학은 ‘중독성’이 있었다. 학생들은 강의실로 돌아왔다. 택시기사 일을 얻은 학생은 3시간 동안의 벌이를 포기하고, 수업을 챙겨들었다.W-ing을 뛰쳐나갔던 한 여성도 결국 돌아왔다. 12년 전 ‘클레멘트 코스’라는 이름으로 미국 뉴욕에서 노숙자와 에이즈 환자, 빈민을 위한 인문학 과정을 창시한 얼 쇼리스. 그는 소외된 이들이 밤하늘 별처럼 수많은 희망을 품게 되고, 도망쳤다가도 돌아오게 만드는 이 과정의 원동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인문학의 힘은 끈질기고, 가난한 우리 학생들은 정말 훌륭합니다.” 그의 말은 우리나라에서도 통하고 있다. 홍희경 김민희기자 saloo@seoul.co.kr
  • [일요영화]

    ●어페어 오브 더 넥클리스(SBS 밤 1시5분) 나폴레옹은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세 가지 이유로 로스박에서의 7년 전쟁의 패배, 네덜란드에서의 외교적 중재 실패, 그리고 ‘목걸이 사건’을 꼽았다고 한다. 그 거짓말 같은 실화인 ‘목걸이 사건’을 다룬 영화가 바로 ‘어페어 오브 더 넥클리스’다.1786년 프랑스 파리. 잔은 왕실과의 불화로 어렸을 때 집안이 몰살당하고 혼자 살아남는다. 잔은 자신의 몰락한 가문의 저택을 되찾을 돈을 구하기 위해 사기극을 벌인다. 잔은 2800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박힌 목걸이를 이용한 사기극을 꾸민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편지를 위조해 추기경의 환심을 사고, 왕비에게로 갈 목걸이를 중간에 가로채겠다는 것. 그러나 영적인 힘을 지닌 한 백작이 잔의 정체를 꿰뚫어본다. 한 여인이 만들어낸 ‘목걸이 사건’스캔들이 예기치 않게 왕실의 사치를 폭로하고 다가올 프랑스 대혁명의 기운에 불을 지핀다. 아카데미 의상상 후보에 오른 작품인 만큼 시대 의상과 왕정 풍경은 볼만하다. 조너선 프라이스가 맡은 타락한 추기경이나 애드리언 브로디가 맡은 잔의 건달 남편은 시대 분위기를 설득력 있게 전해준다.‘소년은 울지 않는다’로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수상한 주인공 힐러리 스웽크의 새로운 변신도 눈에 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을 내려친 프랑스 대혁명을 유발한 요부의 성적 매력을 그대로 발산하며 열연을 펼쳤다.2002년 작품. 상영시간 108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아치와 씨팍(캐치온 오후 10시) 임창정과 류승범이 더빙해 화제를 모았던 애니메이션. 모든 자원이 고갈되고 인분만이 유일한 에너지원이 된 어느 도시. 자체 생산이 가능한 이 에너지원을 많이 만드는 사람에게 중독성 강한 ‘하드’(아이스크림)가 부상으로 주어진다.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오늘도 하드를 찾아 헤매는 아치와 씨팍. 그리고 이들의 앞 길을 방해하는 ‘보자기 갱단’. 불의를 못 참는 과묵하고 냉철한 형사 개코가 합세하면서 숨막히는 싸움이 시작된다.
  • LA 핵폭탄 테러를 막아라

    배우 김혜수가 즐겨본다는 외화 ‘24’.10만명이 넘는 인터넷 동우회 회원들이 찬사를 보내는 드라마다. 드라마 24의 시즌2가 29일부터 매주 월·화 오후 11시에 케이블 FOX채널을 통해 방영된다. 총 24부작으로 24시간 동안 벌어지는 일을 1편당 1시간씩 담은 리얼타임 액션 스릴러물이다. 시즌2는 1년전 대통령 후보였던 데이비드 팔머를 암살위기에서 구한 잭 바우어가 그 임무 수행 과정에서 사랑하는 아내 테리가 죽게 되자, 연방정부 대테러본부(CTU)를 그만두고 은둔생활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모든 것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해 딸 킴 앞에도 당당하게 나서지 못하는 그. 어느 날, 중동 테러리스트들이 LA 어딘가에 핵폭탄을 숨겨 놓았다는 팔머 대통령의 긴급전화가 걸려 온다.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핵폭탄을 찾아 테러를 막아야만 하는 잭의 숨막히는 하루가 또다시 시작된다. 미국 FOX사에서 제작, 방송한 드라마로 한 시즌이 하루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1회는 오전 8시부터 9시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마지막회인 24회는 다음날 오전 7시부터 8시까지의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시즌2에서도 24시간 안에 LA에 숨겨진 핵폭탄을 찾아야 하는 ‘인생에서 가장 길고 힘든 하루’를 보내게 되는 주인공 잭 역은 키퍼 서덜랜드가 맡았다. 냉철한 성격의 CTU요원 잭 바우어 역을 맡아 열연한 그는 ‘24’로 2002년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수상에 이어 2006년 에미상 남우주연상까지 휩쓸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단 한회도 놓칠 수 없는 강한 중독성과 엄청난 반전에 있다. 한 시즌이 하루의 이야기로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한편을 보고 나면 그 다음 편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국내 첫 담배소송 ‘흡연자 패소’] “암유발 관계 보완 항소” “불법행위 인정 무리”

    25일 담배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이 내려지자 원고측은 “1심 법원이 사건을 끝냈지만, 해결한 것은 아니다. 즉시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피고인 KT&G측은 “과거 공기업이었던 회사가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일이 없다는 점을 항소심에서도 인정받겠다.”고 대응했다. 원고측 배금자 변호사는 “재판부가 흡연과 폐암의 역학적 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도 각 원고들의 질병과 흡연간의 구체적 인과관계, 담배회사의 불법행위, 니코틴의 중독성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판결에 대해 실망을 감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 논리대로라면 유해 제조물이나 공해에 노출된 국민들이 질병을 얻어도 이를 보상받을 수 없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원고측 또 다른 대리인인 홍영균 변호사는 “그나마 담배와 폐암의 역학적 인과관계를 인정한 이번 판결은 아예 인과관계를 무시하는 일본 판례 등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라면서 “판결문을 받아본 뒤 담배와 폐암 발병의 관계를 입증할 자료를 더 모아 2심에서 다투겠다.”고 말했다. 한편 피고측 박교선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그동안 현대 예방의학 분야에서 역학상 받아들여지고 있던 흡연의 일반적 위험성을 지적한 것으로 기존 상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판단”이라면서 “소송 과정에서 원고측이 청구한 조정에도 응해봤지만 회사의 불법행위를 무조건 인정하라는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항소심 재판이 열리더라도 이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국내 첫 담배소송 ‘흡연자 패소’] “암유발 관련성만으론 증거 부족”

    [국내 첫 담배소송 ‘흡연자 패소’] “암유발 관련성만으론 증거 부족”

    재판부 판결의 요지는 장기간의 흡연과 폐암 발병간의 역학적 관련성은 인정하지만 이를 특정 개인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폐암과 같은 비특이성 질환은 다른 원인에 의해서 발병할 수 있고, 비흡연자에게도 생길 수 있다.”는 재판부의 판결이 이를 뒷받침한다. 수많은 요인에 의해 발병할 수 있다는 KT&G측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공해소송과 같이 원고측 입증책임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배척한 것도 눈길을 끈다.KT&G측이 흡연과 폐암 발병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음을 입증할 사회적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니코틴의 중독성에 대해서는 “담배 속 니코틴의 의존성은 인정되나 상당부분 심리적인 이유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1967년부터 담배의 유해성에 관한 경고문구를 표시해 와 경고의무·규제조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제조물책임법 적용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품질상 안전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담배 제조회사로서 판매·관리하는 데 큰 문제점을 지적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60년대부터 80년대 말까지 한국 담배가 미국산 담배보다 타르·니코틴 함유량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으로 비추어 보면 품질에 문제점을 지적할 수 없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으로 항소심에서의 판결은 1심 재판부의 ‘입증 책임은 원고에게 있다’는 판단을 받아들이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실제로 제조물책임·의료소송·공해소송 등의 경우 일반인이 거대 기업을 상대로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예외적으로 제조물책임·의료소송·공해소송 등에서는 원고의 입증 책임을 완화해 피고측이 원인을 유발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게 하고 있다. 이번 담배소송에서도 양측은 입증 책임을 놓고 논박을 벌였지만 1심에서는 원고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장유식 민변 공익소송위원장은 “우리나라 법은 소송제도 상으로 한계가 있어 미국보다는 파급력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기 때문에 거액의 배상 판결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임광욱기자 limi@seoul.co.kr
  • [사설] 아쉬움 남긴 담배소송 1심 판결

    7년여를 끌었던 ‘담배소송’ 1심에서 폐암환자 등 원고측이 패소했다. 재판부는 장기간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에 ‘역학적 인과관계’는 인정했지만 그러한 통계적 관련성이 특정 개인의 발병이라는 개별적 인과관계에 직접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피고인 KT&G측의 불법성과 고의성, 무책임 입증책임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함께 흡연의 의존성과 중독성에 대해서도 원고측의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로서는 해외의 판결 사례, 전문가들의 견해 등을 종합해 내린 판단이겠으나 흡연의 유해성이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건강권’에 대한 인식이 너무 소극적인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가 금연빌딩을 지정하고 담뱃값을 올려 흡연율을 떨어뜨리려는 것은 흡연이 그만큼 국민 건강을 해친다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미국 암협회는 지난해 매년 1000만명이 흡연으로 인한 암 발병으로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았다. 비흡연자의 건강권이라는 단어도 이젠 귀에 익숙할 정도다. 그럼에도 재판부가 흡연의 발암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불법성과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담배제조업체의 손을 들어준 것은 발암의 책임을 흡연자에게 떠넘긴 것과 다를 바 없다. 우리는 1심 법원이 흡연과 개별 암 발병자간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부인했다고 해서 흡연을 용인한 것으로 봐선 안 된다고 본다. 최근 일기 시작한 금연운동은 더욱 확산돼야 한다. 암협회 등 관련단체와 의료계는 말할 것도 없고 정부도 흡연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연구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특히 전반적인 흡연율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흡연 연령층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1심 판결이 우리에게 던진 과제다.
  • [국내 첫 담배소송 ‘흡연자 패소’] 美 필립모리스사 ‘99년 5150만弗 배상 판결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다투는 담배소송은 1954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미국에서 흡연 관련 소송 4000여건이 있었지만, 담배회사에 배상금을 물린 확정 판결은 10여건에 불과하다.일본과 유럽 각국에서도 여러 차례 담배소송이 제기됐지만, 대부분 담배를 피운 흡연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회사측 손을 들어줬다. 폐암 발병 흡연자들이 담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사례가 많은 미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흡연자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 드물게 나오기 시작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미국에서 흡연자가 승소할 경우 배상액은 천문학적 액수를 기록한다. 99년 샌프란시스코주 법원은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사는 흡연 피해자에게 5150만달러를 배상하라.”며 흡연자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필립 모리스사가 배상액에 대해 이의를 제기, 미 연방 대법원에서 재심이 진행중이다.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대법원도 40년간 담배를 하루 두갑씩 피우다 폐암에 걸린 리처드 보켄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회사들은 보켄에게 500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선고가 아닌 재판부의 중재를 통해 담배회사가 배상을 하는 선에서 양측이 합의한 경우도 있다.98년 미국 46개 주정부가 “흡연으로 주민들의 건강이 나빠져 복지 예산이 많이 든다.”며 담배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미국 연방 대법원은 “주정부에 25년에 걸쳐 2460억달러를 지급하라.”며 조정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미국 법원들도 “담배와 폐암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흡연자 패소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라이트’‘저타르’ 등 문구를 사용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흡연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미 대법원은 “순한 담배라는 사실과 함께 유해성을 알렸기에 회사에 배상책임이 없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지난해 2월 폐암 환자 6명이 일본담배회사(JT)와 국가를 상대로 낸 담배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담배가 유해성이 있기는 하지만 이미 기호품으로 정착했고, 중독성이 술보다 약해 본인의 노력으로 충분히 끊을 수 있다는 게 판시 내용의 골자였다.프랑스와 독일에서도 2003년 “건강 악화와 흡연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며 잇따라 흡연자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흡연·폐암 연관성 7년공방 오늘 법정 결판

    흡연·폐암 연관성 7년공방 오늘 법정 결판

    국내 첫 담배 소송 판결이 18일 오후 2시에 내려진다.1999년 9월과 12월 폐암환자와 가족 등은 “담배를 피우다 폐암 등에 걸렸다.”며 담배인삼공사(현 KT&G)를 상대로 4억여원의 배상 소송을 냈다. 그동안 원고측 암환자 4명은 사망했다. 이번 소송 사건은 일반적으로 6개월을 넘기지 않는 민사 재판의 통례를 깨고 만 7년 이상 지루하게 전개돼 왔다. 선고를 앞두고 양측의 쟁점을 정리해 봤다. ●원고·피고 양측의 견해 소송의 쟁점은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 ▲니코틴의 중독성 여부 ▲흡연의 위험성에 대한 고지 ▲제조물책임법(PL법) 적용 여부 등 4가지다. 우선 원고측은 흡연자가 폐암에 걸릴 확률이 비흡연자보다 10.8배 높다는 미국 정부의 보고서를 근거로 담배가 폐암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하지만 암은 수많은 요인에 의해 발병할 수 있기 때문에 원고측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KT&G측은 주장한다. 니코틴의 중독성에 대해서 원고측은 대부분의 흡연자가 금연을 원하지만 좀체 끊지 못하는 현실을 강조했다.“흡연자의 70%가 담배를 끊고 싶어하지만 고작 2.5∼3%만이 성공한다.”는 미국의 니코틴 중독 전문가 닐 베노위츠 박사의 미국내 법정 증언을 논리의 근거로 든다. 반면 피고측은 니코틴의 내성(耐性)이 심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헤로인과 같은 약물은 투여량을 점차 늘려가야 효과를 보는 내성이 강하지만, 니코틴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원고측은 또 KT&G가 구체적인 유해성을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추상적으로 유해하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으로 담배 속에 4000여종의 독성물질과 40종의 발암물질이 있다고는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피고측은 “흡연의 유해성은 담배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조선시대부터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임광욱기자 limi@seoul.co.kr ■ 외국 판결은 어떻게 났나 원고측은 외국에서의 최근 판결 경향도 강조하고 있다.80년대 말까지는 흡연자의 책임을 강조해 모두 패소했지만 담배회사의 내부문건이 폭로되면서 90년대부터 양상이 달라졌다고 주장한다. 담배회사가 폐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대중을 속여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겹쳐 거액의 배상금이 선고된 사례가 있다.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40년간 담배를 하루에 두 갑씩 피우다 폐암에 걸렸다며 담배회사 필립 모러스를 상대로 소송을 낸 리처드 보켄의 손을 들어주었다. 보켄은 최종적으로 5550만달러(약 520억원)를 배상받았다. 그러나 피고측은 이런 승소 사례가 아주 예외적인 것이라고 반박한다. 미국에서 현재까지 약 8000건의 흡연 관련 소송이 있었으나 2003년까지 배심 차원에서 원고가 승소한 것은 16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23건의 흡연 소송이 있었는데 모두 패소했다고 KT&G는 주장하고 있다.
  • [의사 한송이의 요리짱 건강짱] 햇메밀로 만든 겨울 평양냉면

    [의사 한송이의 요리짱 건강짱] 햇메밀로 만든 겨울 평양냉면

    연말연시를 맞아 온갖 모임이 잦아지는 요즈음, 술자리 후 찾게 되는 해장메뉴는 무엇이 있을까? 해장국이나 콩나물국밥, 북어국 등 각자의 취향마다 다양하겠지만, 필자는 ‘냉면’을 가장 즐겨 찾는다. 실제로 많은 미식가들이나 식도락 동호인들이 추천할만큼, 냉면은 그 시원한 육수 덕분에 해장메뉴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냉면을 사랑하는 이들은 계절에 관계없이 마치 인이 박인 듯 냉면을 떠올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평양식 물냉면. 평양냉면은 메밀을 주원료로 사용하고, 전분을 소량 섞기 때문에 감자전분 위주의 함흥냉면의 면발에 비해 면이 굵고, 덜 쫄깃거리며 부드럽다. 굳이 가위로 자르지 않아도, 이로 뚝뚝 쉽게 끊어진다. 더구나 겨울에 먹는 평양냉면은 가을에 수확한 햇메밀로 만들었기 때문에 좀 더 초록빛이 돌며, 향긋한 메밀 특유의 향이 진하게 느껴진다. 햇메밀은 묵은 메밀에 비해 찰기가 있으므로 전분을 거의 섞지 않아도 면을 뽑을 수 있다. 전에는 잔칫날이나 제삿날 등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치미 국물로 냉면 육수를 썼던 까닭에, 햇메밀로 만들어진 면에 잘 익은 시원한 동치미가 어우러지는 한겨울이 바로 냉면의 제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계절인 것이다. 메밀은 단백질이 다른 곡류보다 많으며 필수아미노산인 리신의 함유량도 많다. 또한 혈압을 낮추고 모세혈관의 작용을 강화시켜주는 ‘루틴’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고기를 우려낸 맑은 육수에 메밀로 만들어진 면을 넣고, 무김치, 돼지고기 또는 꿩고기가 곁들여지는 평양냉면은 맛뿐 아니라 영양의 균형도 우수하며 칼로리 제한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음식이다. 평양냉면 육수의 맛은 누가 표현한 대로 처음엔 ‘행주 삶은 물’처럼 밍밍하게 느껴질 수 있다. 양념이 세지 않고 담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맛에 한 번 빠지게 되면 문득문득 생각이 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평양냉면은 커다란 냉면 그릇을 두 손으로 잡고 시원한 육수부터 들이켜야 제 맛이다. 그 다음에 본래 육수와 어우러지는 면의 맛을 느끼고, 취향에 따라 식초나 겨자, 고춧가루 등을 타서 먹는다. 진하고도 깊은 육수의 맛이 평양냉면의 매력이기 때문에, 필자의 경우도 보통 육수를 한 번 더 추가해서 먹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 서현동에 위치한 ‘평양면옥 분당점’은 알려진 바대로 서울의 장충동, 논현동에 있는 평양면옥과 한 집안 주인이 경영하는 곳이다. 평양냉면도 가게마다 스타일이 다른데,‘평양면옥’은 직접 메밀을 반죽해 뽑는 면이 아주 맛있기로도 유명하다. 양지를 우려낸 육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서서히 식혀서 만들기 때문에 준비과정만 꼬박 하루가 걸린다. 다른 곳에 비해 좀 더 안정적인 육수 맛을 낸다고 평가받는다. 야채와 두부가 듬뿍 들어간 만두도 인기 메뉴이고, 겨울이면 생각나는 따끈한 어복쟁반도 요즘 즐겨 찾는 메뉴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곳을 찾게 되는 주된 목적은 그 시원하고 진한 육수 맛의 냉면일 것이다. 평양냉면이라고 해도 집집마다 육수나 면의 스타일이 다르다. 간혹 평양냉면을 사랑하는 이들끼리 어느 곳이 더 나은지 설전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다 특색이 있으므로 딱히 어느 곳이 더 맛있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좋은 곳을 찾아가면 된다. 평양냉면 7000원, 사리 5000원, 접시만두 7000원, 제육 1만 5000원. 연중무휴.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전화 031-701-7752. 여성전문병원 ‘한송이 W클리닉´ 원장
  • 2006년 말… 말… 말

    다사다난했던 병술년도 수많은 말이 명멸했다. 언어의 성찬이 아니라 막말과 가시돋친 말이 많았다. 서울신문은 그 가운데 16개를 선정했다.‘개도 짖지 않았다.’ 등 청와대가 진원지인 것이 7개,‘세금폭탄’ 등 부동산과 관련된 것들이 4개나 돼 올 한해 세태를 가늠케 했다. 국민 사이에서 회자된 말들을 통해 2006년을 되짚어본다. ●고건총리는 실패한 인사 “고건총리 임명은 하여튼 실패한 인사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1일 민주평통 상임위원회에 참석, 결기에 찬 모습으로 연설을 하던 중 고 전 총리를 거론했다.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를 겨냥한 이 말은 대선 정국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전주곡이었다. 고 전 총리가 다음날 “자가당착, 자기부정”이라며 노 대통령을 비판했고, 청와대 측은 “고 전 총리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를 한 게 아니다.”며 해명했지만 상황은 돌이킬 수 없게 됐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정계개편 및 대선 구도와 맞물려 정치권에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세금폭탄 종합부동산세 도입, 양도소득세 강화 등으로 부동산관련 세금부담이 늘어난 것을 일부 언론이 ‘세금폭탄’으로 빗댄 것이 발단이 됐다. 지난 5월 청와대 김병준 정책실장이 이에 반발,“오늘 신문에 ‘종합부동산세가 8배 올랐다.’며 세금폭탄이라고 하는데 아직 멀었다.”는 글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널리 퍼졌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참여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집값이 계속 올라 서민들의 가슴을 울렸다. ●판교로또 올해 분양시장의 키워드였던 판교에 당첨되면 엄청난 시세 차익을 챙길 수 있다고 해 ‘로또’라는 이름이 붙었다.3월 1차 동시분양에선 9428가구 모집에 46만 5791명이 몰려 평균 50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가운데 풍성주택 신미주 33평형이 2073대 1의 최고경쟁률을 기록, 복권당첨을 실감케 했다. 판교는 주변 집값도 덩달아 오르는 부작용을 낳았다. ●된장녀 ‘된장’은 한국토종을 뜻하는 대명사이지만 인터넷을 통해 유행하게 된 된장녀의 의미는 전혀 딴판이다. 된장녀는 유명 배우가 광고하는 상품만 이용하고, 명품에 집착하고 뉴요커의 삶을 지향하며 남성을 ‘수단’으로 여기는 미혼여성을 일컫는다. 어원에 대해서는 설(說)이 많지만 ‘젠장녀→덴장녀→된장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스타벅스 커피값을 놓고 왈가왈부하던 사이버 논쟁에 “스타벅스에 집착하는 여성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남성 네티즌들의 의견이 모아지면서 된장녀란 말이 탄생하게 됐다. ●꼭짓점 댄스 올 1월 영화배우 김수로가 KBS 2TV ‘상상플러스’에 출연해 처음 선보인 뒤2006 월드컵 응원 열풍으로 이어졌다. 춤은 피라미드 대열의 맨앞(꼭짓점)에 선 리더를 따라 흔들기·걷기·찍기·돌기 등 단순동작을 반복한다. 전문가들은 꼭짓점 댄스의 열풍을 누구나 따라할 수 있을 만큼 쉽고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검찰 수사기록을 던져버려라 이용훈 대법원장이 9월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방법원들을 순시하면서 “밀실에서 비공개로 만들어진 검찰의 수사기록을 던져 버려라.”라고 해 법·검 갈등을 촉발시켰다. 이 대법원장은 일선 판사들에게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이라고 해명했지만 법원과 검찰은 이 발언으로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건너게 됐다. 정상명 검찰총장이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는 등 법·검 갈등은 한층 고조됐다. ●신이 내린 직장 감사원은 9월26일 한국은행 등 국책은행의 청원경찰·운전기사 연봉이 최고 9100만원이라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직원들의 평균 연봉도 웬만한 기업 임원보다 많았다. 한은은 8218만원, 산은은 7781만원에 달했다. 실직 불안과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근근이 버텨나가는 직장인들에겐 고용과 상당한 처우가 보장되는 공기업은 ‘신이 내린 직장’일 수밖에 없다.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모럴 해저드가 민초들의 삶의 의욕까지 빼앗아버릴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다. ●임기 못마치는 대통령 노 대통령은 취임 3개월도 안 돼 “대통령 못해 먹겠다.”고 하는 등 정치적 고비 때마다 ‘임기 문제’를 이슈화했다. 노 대통령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의 지명철회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임기를 다 마치지 않은 첫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중도 하야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제 임기 문제는 노 대통령 이외에 아무도 모를 정도로 시한폭탄이 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뉴라이트 2005년 11월 ‘뉴라이트전국연합’이 출범하면서 공식화한 ‘뉴라이트’는 올 들어 보수·진보 논쟁을 가열시키면서 키워드로 자리매김했다.‘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 김진홍 목사는 창립취지문에서 “‘뉴라이트’는 글자 그대로 새로운 보수주의를 일컫는다.”면서 “특히 종래의 보수주의와 차별화하기 위해 ‘뉴(new)’를 붙였다.”고 강조했다. 뉴라이트는 지난 반세기 동안 기득권에 길들여져 자기 혁신을 게을리한 ‘올드(old)라이트’에 대해 비판의 강도를 높였으며,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유명세를 치렀다. ●양극화 노 대통령은 연초 신년특별연설을 통해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등 양극화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고 말해 양극화가 사회적 어젠다로 자리잡았다. 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과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의 교육안전망 구축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했으나 이에 대한 재원 마련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지속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각 부문의 양극화가 사회병리 현상으로 공동체를 짓누르고 있는 만큼 정치적 공방에서 벗어나 진지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먹튀 로비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헐값에 기업을 인수한 뒤, 단기간에 시세 차익이나 배당금 등 잇속을 챙기고 뜨는 외국 투기자본을 말한다. 론스타는 지난 2003년 1조 4000억원에 사들였던 외환은행을 올해 국민은행에 매각,4조 5000억여원의 수익을 내고 빠지려 했지만 검찰 수사의 벽에 부딪혔다. 금융계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지금 집사지 마라 지난달 10일 청와대브리핑에 홍보수석실 명의로 ‘정부, 양질의 값싼 주택, 대량 공급’이라는 글이 게재됐다.‘지금 집을 살까 말까 고민하는 서민들은 조금 기다렸다가, 정부의 정책을 평가하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비싼 값에 지금 집을 샀다가는 낭패를 볼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 말은 현실과 괴리된 탓에 집없는 서민들의 감정을 폭발시키고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켰다. ●버블세븐 청와대가 만들어낸 대표적 신조어 가운데 하나다. 청와대는 정부의 잇단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잡히지 않자 5월15일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목동, 경기도 분당, 평촌, 용인 등 집값이 폭등한 7개 지역을 ‘버블세븐(bubble seven)’으로 지목했다. 정부는 버블세븐의 집값을 잡는데 부동산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지만 ‘투기광풍’을 잡는데는 역부족이었다. ●미국 하자는 대로 해야 하나 노 대통령의 외교·안보코드는 ‘자주’다. 지난 8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미국 하자는 대로 ‘예, 예’ 하길 국민이 바라는가.”라는 발언도 ‘자주외교’ ‘자주국방’의 연장선상이다.“한·미관계가 100년 이상된 역사”라고 전제,“약간의 입씨름 한다고 파탄되는 관계면 심각한 문제가 있는 관계”라는 발언 뒤에 나온 말이다. 한미 관계,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둘러싼 보수세력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황제 골프·황제 테니스 지난 3월 고위 공직자들의 특권 의식과 운동 파트너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나라가 떠들썩했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3·1절에 입장료를 내지 않고, 앞뒤 팀의 간격을 여유있게 잡는 이른바 ‘황제골프’방식으로 골프를 즐기다가 옷을 벗었다. 또 같은 달 사용료를 내지 않고, 일반인의 출입을 원천봉쇄한 채 테니스 라켓을 휘두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황제테니스’의 주인공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운동 종목만 달랐을 뿐 고위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공분을 샀다. ●순신불사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지난 13일 대학 특강에서 “아직 배가 12척 남아 있고, 이순신이 죽지 않았다.”(상유십이 순신불사·尙有十二 舜臣不死)고 말해 연말 정가를 달궜다. 그는 이날 “후회할 바에야 차라리 한 번 더 맞는 것이 맞다.”며 정계복귀 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이회창씨는 불패의 군대를 이끌고 두 차례 대선에서 패배했다.”면서 “이회창씨는 충무공이 아니라 원균에 가깝다.”며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 의사에 직격탄을 날렸다. 각부 종합
  • 사람잡는 ‘낮술’

    사람잡는 ‘낮술’

    #1지난해 12월20일 오후 5시쯤 부산시 연제구에 있는 ○○종합건설(주)이 시공하는 현장에서 미장 작업자가 오후 새참 시간에 막걸리를 마신 뒤 동료 인부들과 작업을 한 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계단으로 내려 가는 도중에 발을 헛디뎌 사망했다. #2경기도 화성군 동탄면에서는 지난 4월18일 철근 작업자가 점심때 소주 1병을 마신 뒤 작업에 나서 변을 당했다. 그는 작업반장의 귀가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하 1층 옹벽 배근 작업을 하다 오후 1시30분쯤 중심을 잃고 2.5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3경기도 용인시 구성면의 공사장에서 지난 6월 25일 오후 3시30분쯤 전기배관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2.8m 아래로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 이 근로자는 새참시간에 소주 1병 정도를 마신 상태에서 사다리에 올랐다가 사고를 당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직장인들의 술자리가 점점 잦아진다. 특히 점심시간 동료들과 나누는 3∼4잔의 반주가 그야말로 꿀 맛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직장인들의 이런 음주 습관은 사무직이나 현장 근로자 모두가 비슷하다. 문제는 출근 이후 작업장에서의 음주 습관이 각종 안전사고를 일으키는 심각한 원인이 된다는데 있다. 직장인들의 점심때 반주로 인한 사고 통계는 아직 없다. 하지만 소방방재청이 지난해 구조 출동을 한 시간대를 분석해 보면 그 심각성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소방방재청은 지난해 모두 10만 5382차례의 구조 출동을 했다. 시간대별로는 하루중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가 1만 2164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4시부터 6시까지로 1만 1609건이었다. 소방방재청 김종선 계장은 “점심 시간이나 새참시간을 이용한 반주가 주요 원인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급자의 묵인이 원인, 그래도 해고 사유는 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작업중 근로자의 음주에 상당히 관대한 편이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외국에 비해 직장 상사나 동료와의 회식, 고객 접대(business)와 같은 차원에서 비자발적인 음주가 많고 횟수도 잦은 편이다. 또 동료 또는 상하간 격의를 빨리 없앤다는 이유로 폭음 분위기(폭탄주 등을 원샷으로 마시기)가 일반화되어 있다. 한국경제경영연구원은 최근 연구자료에서 이같은 현상이 “한국의 직장 관리자(상급자)들이 부하 직원의 감정이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과도한 음주 행위를 하는 부하 직원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관대하기만 했던 직장내 음주문화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근로자의 음주 습관에 대한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적이 있어 주목된다. 노동위원회는 고속버스 운송사업에 종사하는 운전기사가 운행 전날 먹은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출근, 승차전 자체 음주 측정에서 혈중알코올 농도 0.05%가 나왔다는 이유로 해고한 회사측의 결정을 정당하다고 판정했다. 그동안 비슷한 사건에서 ‘해고 사유는 부당하다.’는 노동위원회의 판정 사례를 뒤집었다. 음주에 대한 회사의 관대함은 자칫 모든 직원들이 치명적인 부상을 입게 하는 등 각종 안전사고를 당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서울·경기·전라도 지역의 건설업과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 700명을 대상으로 ‘음주와 산업재해에 관한 실태분석’을 실시한 결과 작업장에서 음주로 인해 재해를 경험한 사람이 33.1%에 이른다. 또 전체 응답자의 16.5%는 음주로 인해 불량품을 생산하는 등 작업 실패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음주로 인해 작업 과정에서의 실패 가능성보다 산업 재해로 이어질 확률이 훨씬 높은 것을 뜻한다. 작업장에서 얼마나 음주를 하는지 알기 위해 작업중 음주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6.4%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72.6%가 작업중 음주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중 음주장소로는 식당이 47.5%로 가장 많았고 작업현장에서의 음주도 20.6%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중 음주를 하는 이유는 ‘피로를 잊기 위해서’가 52.4%로 가장 많았고 ‘스트레스 해소’ 20.8%,‘습관적으로’ 14.6% 순이었다.10명의 근로자 가운데 6명이 작업의 피로를 잊기 위해 작업장에서 음주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산중앙병원 건강관리센터 서동식 소장은 “개인차가 있지만 낮술은 뇌졸중, 심장질환을 일으킬 우려가 높다.”면서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근로자, 납, 망간 등에 노출되는 근로자는 술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음주 측정제도와 예방프로그램 갖춰야 산업현장의 음주 현상이 위험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근로자들의 알코올 남용을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부족하거나 거의 없는 실정이다. 미국·프랑스 등 선진국처럼 직장에서의 음주로 인한 재해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직장내 음주 테스트가 일반화되어야 한다. 특히 종업원 1000명 이상의 대기업이나 조선, 플랜트업 등 비교적 야외 작업이 많은 제조업과 건설업 등에서는 이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조사 결과 제조업과 건설업의 38.2% 정도만이 음주와 관련된 규제 규정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자의 음주 예방을 돕는 프로그램(EAP)을 운영하는 곳도 제조업은 11.1%, 건설업은 15.5%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의 경우 등록된 대기업들의 80% 이상이 음주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작업장내 알코올의 배포나 소비가 금지돼 있다. 벨기에와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한국산업안전공단 관계자는 “소주 한잔이면 음주 운전으로 주의하면서도 정작 낮술에는 훨씬 더 위험한 작업에 나선다.”면서 “우리나라 직장에서 술로 인한 사고 발생 위험성이나 생산성이 떨어질 가능성은 세계 1위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고 심각성을 알렸다. 이동구 기자 yidonggu@seoul.co.kr ■“하루 1~2잔, 내성생겨 중독 위험” “농경문화의 산물인 반주는 잠시의 피로를 잊게 하지만 판단력과 행동을 굼뜨게 해 작업장 안전사고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산업의학전문의인 강성규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보건국장(의학박사)은 “새참때 반주를 곁들이는 오랜 풍습으로 근로자들은 요즘도 작업중 술을 마시는 것에 익숙하다.”면서 “육체 근로자나 사무직 근로자 모두가 반주로 인한 나른함으로 오후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반주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는 특히 “반주는 판단력을 떨어지게 하고 반사신경을 무디게 해 외부의 위험에 쉽게 대처하지 못하도록 한다.”면서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건설현장이나 운전작업자, 정밀기계를 사용하는 작업자 등은 소량의 음주라도 큰 사고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학적으로 알코올은 체내에서 완전히 배설된 후에도 신체 행동기능은 24∼48시간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전날 밤 늦게까지 마신 술은 다음날 오전까지 체내에서 완전히 배출되지 않는다.“면서 “또다시 반주를 즐기는 것은 하루종일 음주 상태로 근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병원 정영철 교수는 “똑같은 양이라도 낮에 먹는 술은 뇌반응의 정도가 다르다.”면서 “낮술이 훨씬 민감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유에 대해 의학적인 연구결과가 밝혀진 것은 없지만 바이오리듬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같은 양의 술이라도 개인의 기분이나 분위기에 따라 취하는 정도가 달라지듯 낮술은 밤술에 비해 취하는 정도가 훨씬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교수는 “술에 대한 뇌 또는 신체 반응의 감수성이 높은 만큼 직장인들이 반주로 먹는 술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1∼2잔 먹는 반주라도 횟수가 거듭되면 내성이 생겨 양이 늘어나게 된다.”면서 반주의 중독성을 더욱 경계했다. 이동구 기자 yidonggu@seoul.co.kr
  • [게임중독 방치 더 무섭다] 정실질환 인식 부족…3명중 2명 치료 실패

    [게임중독 방치 더 무섭다] 정실질환 인식 부족…3명중 2명 치료 실패

    인터넷·게임 중독은 치료를 시작하기까지의 과정도 그렇지만 막상 치료에 들어가더라도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는 지난 여름 한양대병원을 찾은 인터넷게임 중독 학생 15명 중 10명이 치료에 실패한 데서도 나타난다. 한양대병원을 다녀간 학생들의 실패와 성공 사례를 분석해 본다.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 치료 이래서 실패했다 ●사례1 : 박형석(18·재수생)군은 고2 중반까지만 해도 줄곧 전국석차 1000등 안에 들 만큼 공부를 잘했다. 그러나 온라인게임에 미치면서 성적이 급전직하로 떨어졌다. 이색적인 것은 ‘카트라이더’와 같이 비교적 중독성이 약한 게임인데도 깊숙이 빠져 버렸다는 것이다. 결국 대학입시에서 낙방하고 올해 재수의 길을 택했지만 게임에 대한 충동을 억누르지 못해 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박군은 완치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서울대 입학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박군은 자기 미래에 게임이 큰 장애물이 된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박군은 병원에 제 때 오지 않다가 결국 발길을 끊었다. 의료진은 “박군이 문제 인식을 하고 있다고 겉으로는 이야기했지만 자기 합리화에 치중해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즉 상담에서 게임중독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긴 했지만 이 또한 ‘이렇게 문제를 잘 알고 있는 내가 왜 게임중독이냐.’라는 자기 변명에 불과했던 셈이다. ●사례2 : 삼수생 김성연(19)양은 고3 말에 게임에 손을 댔다. 김양은 ‘리니지’ 등 중독성이 강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에 빠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게임 채팅으로 만난 사람들하고만 대화를 했고 아이템 구입 등 게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로도 모자라 집에서 돈을 훔치기까지 했다. 가족의 잔소리를 피해 PC방에서 숙식을 하던 김양은 급기야 나무라는 부모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 의료진은 김양이 중증이라고 보고 입원을 시켰다. 약물치료와 가족토론 등 다양한 방법을 썼다. 얼마 후 상태가 호전돼 퇴원한 김양은 “다시는 게임을 안 하기 위해 게임 아이템을 모두 팔아치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짝 효과’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었을까. 김양은 다시 게임에 빠져 들고 말았다. 병원비까지 게임 아이템을 사는 데 써버린 뒤 PC방을 전전하고 있다. 그동안 중독성이 너무 강한 게임들을 해 왔고, 순간적인 심리상태 변화를 ‘치유’로 오해한 게 실패의 원인이었다. ●사례3 : 이명수(17·고2)군은 아버지의 알코올중독 때문에 방황하다 게임중독에 빠졌다. 술만 마시면 폭언과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로부터의 도피처로 게임을 찾았고 이 상황이 지속되면서 중독 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이군의 아버지는 뒤늦게 술을 끊고 아들 손을 잡고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이군은 아버지를 믿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머릿속에 박힌 가정폭력에 대한 기억도 폭력적인 게임과의 결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됐다. 상담치료와 약물치료 등 고강도 치료를 병행했지만 전혀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다. 의료진은 아버지의 알코올중독과 폭력 등 가정내 문제가 치료에 최대 장애물이 된 것으로 파악했다. ■ 치료 이렇게 성공했다 ●사례1 : 초등학교 6학년 이태균(12)군은 일정 부분 부모가 중독을 키운 경우였다. 집중력이 부족한 아들이 ‘스타크래프트’‘워크래프트’와 같은 게임만 잡으면 집중을 하자 부모는 “그래, 게임에라도 집중할 수 있다면 다행”이라며 방치했다. 급기야 이군은 게임말고는 어디에도 집중을 하지 못하게 됐다. 학교 생활 자체가 힘들 만큼 산만해졌다. 의료진은 이군 어머니에게 “잔소리로 들릴 수 있는 게임에 대한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마라.”고 당부한 뒤 약물치료에 나섰다. 또 이군이 다른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줬다. 이를 위해 사람들과 직접 만나서 해야 하는 ‘브루마블’‘젠가’ 등 보드게임을 하도록 유도하며 친구들을 다시 사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자 차차 이군의 컴퓨터 접촉 시간이 줄어갔다. 이군은 요즘 온라인게임에 대해 “재미없다. 따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게임을 완전히 끊은 것은 아니지만 한창 때의 10분의1인 하루 1시간 정도만 하고 있다. ●사례2 : 김현갑(13·중1)군은 공부가 힘들어지자 게임에 몰두했다. 초등학교 때 경시대회 입상 경력도 있었던 김군은 늘어나는 학교·학원 수업에 흥미를 잃으면서 게임에 몰두했다. 중독성이 높은 MMORPG는 아니었지만 방학때 게임시간이 급격히 늘자 깜짝 놀란 부모가 병원에 데리고 왔다. 김군의 치료는 자기 생활관리에 대한 약속에서부터 시작했다. 김군은 의료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게임시간에 대해 부모와 약속을 했다.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그만큼 인터넷 접속시간을 줄이는 벌을 받았다. 반면 약속시간을 지키면 책을 선물로 받았다. 약속을 지키는 날이 쌓이면서 시간관리를 자연스럽게 체득한 김군은 게임시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단계에 다다랐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Book Review] 신성의 상징에서 창작의 벗으로

    ‘인간은 연기를 마시는 동물’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하지만 분명한 건 인간이 수천년 동안 담배뿐 아니라 아편, 대마초, 코카인 등 뭔가 끊임없이 들이마셔 왔다는 사실이다. 고대 마야인들은 담배를 신의 화신으로까지 여겼다. 미국 일리노이대 의대 샌더 길먼 교수 등이 쓴 ‘흡연의 문화사’(이수영 옮김, 이마고 펴냄)는 고대 마야의 종교의식에서 미술과 오페라 속 흡연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흡연’을 문화사적 관점에서 꼼꼼하게 다룬 백과사전적인 성격의 책이다. 아즈텍 사람들은 담배를 생식과 출산의 여신 시우아코아틀의 화신으로 보았다. 그들은 이 여신의 몸이 담배로 이뤄졌다고 믿었다. 담배, 담배박(tobacco gourd), 담배쌈지는 다른 중앙아메리카 민족들 사이에서도 신성의 상징으로 통했다. 그들의 흡연 풍습은 신대륙을 발견한 유럽인들에 의해 유럽으로 확산됐다.16세기 영국에 들어온 담배는 처음엔 치료제로 소개됐지만 그 중독성 쾌락으로 인해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1604년 극렬한 흡연 비판자였던 제임스 1세가 담배세를 4000%나 인상했지만 ‘황홀하도록 편안한 느낌’을 주는 담배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유럽인들은 아프리카, 아시아 등으로 담배문화를 퍼뜨렸다. 이들 지역에는 담배가 전해지기 이전에도 이미 다양한 흡연 관습이 존재했다. 아프리카에서는 남성들이 호전성을 기르는 주요 방편으로 대마초를 피웠으며, 인도에선 아유르베다 전통의학을 통해 3000년 전부터 흡연을 질병의 치료와 예방에 이용했다.16∼17세기경 기독교와 함께 담배를 받아들인 일본에서는 다도와 흡연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했다. 에도시대에 이르러 담배는 유흥가의 필수품이 됐다. 한편 중국에 전파된 담배는 남녀노소 모두를 사로잡았다. 한때 크게 유행한 아편이 도덕적·정치적으로 압박받을 때도 담배는 꾸준히 인기를 이어갔다. ‘창작의 벗’ 담배는 예술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예술가들의 담배 사랑은 가히 고질(痼疾)이라 할 만하다.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담배에 “완벽한 기쁨의 완벽한 형태”라는 극도의 찬사를 보냈다. 이 책은 예술작품 속의 흡연 이미지를 소상히 살핀다.17세기 네덜란드 화가들은 흡연을 가난한 이들의 오락으로 묘사했으며,20세기 입체파 화가들은 파이프에 몰입했다.19세기 오페라에서는 흡연 장면을 통해 남성의 폭력성과 질투, 관능적인 쾌락과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표현했다. 흡연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오페라를 들라면 단연 비제의 ‘카르멘’(1874년)이 꼽힌다. 세비야 여송연 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이 담배를 꼬나물고 서로 싸워대며 합창하는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흡연의 개념에는 담배뿐만 아니라 아편, 마리화나 같은 것을 피우는 것도 포함된다. 아편전쟁이 상징하듯, 아편은 근대 중국을 좀먹은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중국에 전략적으로 아편을 퍼뜨린 유럽도 물론 아편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영국 이스트엔드의 음침한 아편굴, 프랑스 몽마르트를 중심으로 예술가들 사이에 퍼진 아편 때문에 유럽은 심한 몸살을 앓았다. 한편 자메이카에서 단절된 아프리카 정신을 잇는 정체성 회복의 수단이었던 마리화나는 그래도 미국 뉴올리언스의 재즈문화를 살찌우는 데 일조한 ‘공’이 있다. 오늘날 담배는 옛 영광을 뒤로한 채 점점 공공의 적 신세로 전락해 가고 있다.‘흡연자의 천국’이라는 프랑스에서도 이제 공공장소에서는 흡연을 하기가 어렵게 됐다. 암과 담배의 합성어인 ‘캔서레트(cancerette, 암배)’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흡연무상이라 아니 할 수 없다.3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사회·생활상징(중)

    한·중·일 삼국의 문화를 비교할 때 일본은 날(生)문화, 중국은 불(火)문화, 한국은 비빔밥 문화라 할 수 있다. 일본은 날 것을 주로 먹는다. 대표적인 것이 생선회이다. 소나 돼지처럼 네발 달린 동물을 주로 먹기 시작한 것은 메이지(明治)유신 이후라 한다. 중국 음식은 거의가 높은 온도에 순간적으로 데치거나 튀겨 먹는다. 물론 이는 기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 비빔밥- 조선 3대음식중 하나로 멋·맛 듬뿍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일본처럼 날 것을 먹거나 그렇다고 중국처럼 전적으로 튀겨 먹거나 데쳐 먹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특징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 음식은 비빔밥처럼 여러 가지를 섞었을 때 본래의 재료와는 다른 독특한 맛을 낸다. 그래서 한국 문화를 비빔밥 문화라 한다. 이 같은 삼국의 문화 차이는 집과 탑들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일본은 날 것을 주로 먹듯이 집들의 재료도 하나같이 나무를 써 집도 깔끔하고 반듯하다. 그래서 탑도 목탑이 주류를 이룬다. 중국의 전통 집들은 거의가 불로 구운 벽돌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탑도 구운 벽돌로 만든 전탑이 주류를 이룬다. 반면 우리나라 집은 일본이나 중국과는 달리 나무, 돌, 벽돌을 두루 써 탑도 목탑, 석탑, 전탑 등 종류가 다양하다. 우리문화는 한마디로 다양한 문화가 섞인 비빔밥 문화라 할 수 있다. 우리 문화의 특징처럼 비빔밥은 쌀과 달걀, 참기름, 나물, 쇠고기, 김 등 온갖 재료를 넣어 고추장에 비벼 먹는 복합음식이다. 비빔밥의 특징은 간단하게 먹을 수 있으면서도 가격에 비해 영양과 내용물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거기에 특별히 저항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없고 또 저 열량이면서도 맛과 멋의 흥취를 느낄 수가 있어, 기능성 식품 또는 다이어트식품으로도 개발이 가능하다. 비빔밥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주비빔밥이다. 전주비빔밥은 평양의 냉면, 개성의 탕반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음식의 하나로 꼽힌다. 그 이유는 천혜의 지리적 조건하에서 생산된 질 좋은 농산물의 사용과 거기에 장맛과 깊은 정성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전주비빔밥에 포함되는 자료는 무려 30여 가지에 이르며, 모두 음양오행에 근거를 두고 오색오미의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조선후기 고추가 들어오면서 우리의 음식문화에 혁명을 가져온다. 강렬하고 매운 맛의 고추장은 김치와 함께 한국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고추와 소스는 여러 나라에서 먹지만 고추장은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의 독창적인 음식이다. 정작 고추를 우리나라에 전한 일본도 먹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도 부족해 매운 고추장에 고추를 찍어 먹는다. 맛 중 가장 오래 기억되는 것이 매운맛이라 한다. 그래서 고추장과 김치는 중독성이 강해 한번 맛을 들이면 쉽게 잊지 못한다. 고추장은 강렬한 맛으로 그 자체로도 훌륭한 반찬이 된다. 이를 이용한 비빔밥은 물론 각종 반찬과 국, 찌개, 심지어 떡볶이에 이르기까지 사용범주는 반찬 가지 수 만큼이나 무한하다. ■ 된장 - 식물성 단백질 문화의 정수 김치와 밥처럼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이 된장이다. 거기에 항암효과까지 있다하여 웰빙 식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마디로 된장은 식물성 단백질문화의 정수이다. 장맛은 그 집안 음식 맛의 척도다. 그래서 ‘광속에서 인심 나고 장독에서 맛 난다.’,‘장맛 보고 딸 준다.’고 했다.‘동의보감’에 의하면 “장은 모든 어육·채소·버섯의 독을 지우고, 또 열상과 화독을 다스린다.”고 하였다. 된장의 주원료는 콩이다. 우리는 콩으로만 된장을 만드나 일본에서는 콩과 쌀누룩으로 빚는다. 만주어로는 장을 미순이라 하고, 우리는 메주라고 하며 일본에서는 이를 미소라 부른다. 장은 고구려 때부터 있어와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 우리의 장은 현해탄을 건너가 일본의 된장, 미소가 된다. 우리가 즐겨먹는 청국장은 삶은 콩을 짚에 감싸서 온돌 방의 뜨끈한 아랫목에 모셔놓고 발효시킨 ‘즉석된장’이다. 볏짚에 붙어 있는 야생 고초균이 번식하여 실 모양의 끈끈한 점물질을 생성하여 일종의 항생물질이 된다. 장기적으로 먹는 저장식품인 된장과는 달리 즉석된장이지만 그 영양가와 항암효과는 대단하다고 하겠다. ■ 김치 - 한국문화 상징 ‘미래의 식품’ 이제 김치를 빼놓고 한국문화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김치하면 한국, 한국인하면 김치라 할 정도로,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상징이 되었다. 김치는 배추김치를 비롯해 무김치, 오이김치, 해조류 파김치 등 가지 수가 무려 187종이나 된다. 김치의 독특한 맛과 영양학적 가치가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많은 국내외의 영향학자들에게 ‘미래의 식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더욱이 조류독감이나 다이어트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빠른 속도로 세계인의 음식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김치는 무, 배추, 오이 등을 소금에 절여서 고춧가루, 마늘, 파, 생강, 젓갈 등의 양념을 버무려 담가놓고 먹는 반찬이다. 김치에 있는 고추를 먹으면 ‘캡사이신’이라는 성분에 의해 몸의 많은 에너지를 사용토록 하여 체지방을 분해시킨다. 고춧가루가 범벅인 김치를 오래 먹으면 자연히 다이어트가 된다. 또한 김치는 담근 직후보다도 완전히 익었을 때 비타민이 가장 많이 함유된다고 한다. 그래서 김치는 채소가 나지 않는 겨울철 비타민 A,B,C 등의 공급원으로, 김치에 첨가된 부재료와 함께 다양한 영양성분을 공급해 주는 한마디로 종합 영양식품이라 할 수 있다. 불고기는 세계에 가장 널리 알려진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자극적이지도 않으면서 맛이 있어 누구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불고기는 일반적으로 고구려 때 고기구이인 맥적(貊炙)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어 역사가 아주 길다. 고기를 불에 구워 먹는 음식문화는 세계 여러 나라에도 있지만 우리처럼 양념에 저민 고기를 불로 연기를 내며 구워 먹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 삼계탕- 여름철 보양식의 백미 우리나라처럼 음식종류가 다양하고 철에 따라 체질에 따라 달리 먹는 나라도 없다. 여름철의 보양식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삼계탕이다. 삼계탕은 100일쯤 자라 볏이 돋아 제 빛을 띠어갈 무렵에 영계를 잡아 뱃속에 수삼, 마늘, 대추, 찹쌀 등을 넣어 배를 실로 아물려놓고 푹 끓여 먹는다. 삼계탕에는 허한 기를 보충해주는 인삼, 몸속의 혈액을 보족해주는 보혈(補血)식품인 대추, 양(陽)이 허한 것을 보해주는 보양식품인 닭고기 같은 요소들이 음양조화를 이루면서 서로 궁합을 맞춰 몸에 더 좋다. ■ 냉면 - 담백·고상한 민족적 풍미 삼계탕 못지않게 사랑을 받는 것이 냉면과 자장면이다. 냉면은 겨울철에는 이열치열의 음식으로, 여름철에는 그 자체 시원한 국수 맛으로, 가히 사계절음식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메밀가루를 반죽하여 국수틀로 뽑은 면발을 펄펄 끓는 물에 넣어 삶아 찬물에 바로 씻어내 국수사리를 만든다. 여기에 육수를 부으면 물냉면, 비벼서 먹게 되면 비빔냉면이 된다. 소고기, 돼지고기, 김치, 배, 파, 마늘, 깨소금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 냉면은 뛰어난 맛과 높은 영양가, 고상한 민족적 풍미로 입맛을 돋운다. 국수를 주재료로 한 음식은 이웃 중국이나 일본에도 많지만 냉면처럼 영양가가 복합적이고 담백한 맛을 내는 국수는 많지 않다. 소주와 막걸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술로 대중·서민문화를 상징한다. 소주는 태워서 만든 술이라는 뜻으로 증류방식에 의해 만든 술로서 노주(露酒)·화주(火酒)·한주(汗酒)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시기는 고려 충렬왕 때 칭기즈칸의 손자 쿠빌라이가 일본 원정을 하기 위해 고려 왔을 때 전해졌다고 한다. 소주는 특히 몽골의 주둔지이던 개성, 전진 기지가 있던 안동, 제주도에서부터 소주 제조법이 발달하였다고 한다. 이에 반하여 막걸리는 한국에서 개발된 전통술로 빛깔이 뜨물처럼 희고 탁하며, 도수가 낮으며 탁주(濁酒)·농주(農酒)·재주·회주라고도 한다. 고려 때에는 이화주(梨花酒)라고 부르기도 하였는데, 이는 배꽃이 필 무렵 누룩을 만든데서 유래되었다. 막걸리는 술밥에다 누룩을 섞어 빚은 술을 오지그릇 위에 #자 모양의 체다리를 걸치고 체로 막 걸러 만들었다. 막걸리라는 이름은 ‘막걸렀다’고 하여 붙여진 것이라 한다. 정종수 국립춘천박물관장 협찬: 삼성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