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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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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겨울 알아본 원인과 예방법/ 어린이에서 어른까지 무차별 발병 고혈압 ‘세대파괴’

    중학교 3학년 딸(16)을 둔 최정임(41) 주부는 최근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방과후 학원에서 공부하던 딸의 몸이 갑자기 마비돼 병원으로 실려간 것.진찰 결과 뇌졸중이었다.1년전 학교 신체검사에서 혈압이 다소 높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설마 하다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그런가 하면 최근 큰 형의 장례식을 치른 직장인 박준규(38)씨는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사인은 심근경색이었다.이제 갓 50을 넘긴 나이에 평소 건강했던 터라 갑작스러운 변이 실감나지 않는것. 맵고 짠 음식을 즐기는 한국인에게 흔한 고혈압은 그 자체가 위협은 아니다.그러나 앞의 실례에서 보듯 일단 고혈압 상태가 지속되면 합병증이 나타나 생명을 위협하고 삶을 구속한다.특히 최근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서 ‘세대파괴형’고혈압 환자가 크게 늘어 걱정을 더해주고 있다.큰 일교차로 이른바 ‘고혈압 부음’이 부쩍 늘어나는 초겨울,한국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고혈압의 실체를 살펴보자. ●수축기 140·이완기 90㎜Hg 넘으면 고혈압 일반적으로 두번 이상 측정한 혈압이 수축기 140㎜Hg/이완기 90㎜Hg를 넘어서면 고혈압이라고 한다.수축기혈압은 심장이 뿜어내는 피가,이완기혈압은 심장이 빨아들이는 피가 혈관 벽에 미치는 압력이다.통상 18세 이상 성인의 경우 혈압이 130/85㎜Hg이면 정상,130∼139㎜Hg/85∼89㎜Hg이면 약간 높은 정상으로 분류한다.병증의 고혈압은 4도로 나누는데,1도는 140∼159㎜Hg/90∼99㎜Hg,2도는 160∼179㎜Hg/100∼109㎜Hg,3도는 180∼209㎜Hg/110∼110㎜Hg,4도는 210/120㎜Hg을 넘는 경우다. ●패스트푸드·육류섭취 삼가야 지난해 우리나라의 고혈압 관련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0.6명꼴이었다.연도별로는 지난 98년 8.4명이었던 것이 2000년 8.9명,2001년 10.2명 등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특히 최근에는 어린이,청소년 환자가 늘어 삼성서울병원측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이 병원을 찾은 심각한 수준의 어린이 고혈압환자가 13명이나 됐다. 한양대의대 내과 이방헌 교수는 “대체로 맵고 짠 음식을 즐기고 음주,흡연자가 많으며 패스트푸드와 육류 섭취량이 늘어나는 경향을 볼 때 우리나라에서 고혈압의 증가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95%가 원인 규명 안된 본태성 고혈압의 95%는 아직 발병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본태성이고 나머지 5% 정도가 질환이나 약물 등 원인이 확인된 속발성이다.통상 유전,비만,과다한 염분 섭취,경구용 피임약 복용,비활동적 생활습관,과음과 흡연,스트레스 등이 혈압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히는 정도다. ‘소리없는 살인자’답게 증상도 뚜렷하지 않다.때문에 일상적 건강검진이나 심부전,신장질환,뇌졸중 같은 합병증이 나타난 뒤에야 고혈압임을 아는 경우가 많다.임상적 증상으로는 두통과 뒷목의 뻐근함,만성피로감,수족 이상과 시력장애,흉부압박감,이명 등이 꼽히지만 이런 증상이 고혈압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고혈압 자체보다 합병증 위험 고혈압이 두려운 것은 합병증 때문이다.경미한 고혈압도 치료없이 7∼10년을 방치할 경우 뇌 심장 신장 대동맥과 안구 등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온다.통상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은 고혈압환자의 30%는 동맥경화 합병증,50%는 고혈압자체의 합병증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동맥경화 합병증으로는 관상동맥질환과 급사,부정맥,뇌혈관경색,말초혈관질환 등이,고혈압 자체 합병증으로는 악성고혈압,심부전,뇌출혈과 뇌졸중,신장경화증,대동맥질환 등이 있다. ●규칙적 운동·소금섭취 줄여야 고혈압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하며,소금 섭취량을 1일 6∼10g 정도로 줄여야 한다.우리의 경우 짠 음식에 길들여진 점을 감안하면 모든 음식의 염도를 지금의 절반 정도로 낮춰야 한다. 운동은 자신의 신체 조건에 맞춰 종목과 강도를 정하되 매일 30∼40분 정도의 걷기만으로도 혈압 강하효과를 볼 수 있다.반면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에 비해 고혈압 발병 가능성이 최고 50%나 높아진다. 또 야채와 과일,유제품,두부,미역 등을 먹어 칼륨과 칼슘 섭취량을 늘려야 하며,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인 담배는 반드시 끊어야 한다.술은 1일 30㎖(맥주 2캔,소주 2잔)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대한고혈압학회 배종화 이사장은 “특히 어린이와청소년은 정밀검사를 통해 고혈압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홀히 할 경우 심혈관 질환,신장병,당뇨,뇌졸중 등 각종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 도움말 대한고혈압학회 배종화 이사장(경희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한양대의대 내과 이방헌 교수, 한양대구리병원 김순길 교수 심재억기자 jeshim@ 고혈압 Q&A ●저혈압은 위험하다 아니다..대한고혈압학회는 130/85㎜Hg 이하를 정상혈압,120/80㎜Hg 이하를 적정혈압으로 규정,낮은 혈압이 전혀 문제가 안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극단적으로 혈압이 떨어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혈압이 낮을수록 혈관 손상과 심장 부담을 줄여 좋다. ●혈압이 높은 사람은 성행위가 위험하다 전혀 틀린 얘기는 아니다.혈압은 맥박 수에 따라 상승하기 때문에 성교시에는 당연히 오른다.과음,과식 후나 지나친 흥분을 유발하는 부적절한 관계에서 복상사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하지만 일상적인 부부관계라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고혈압은 남자의 병이다 그렇지 않다.중년까지는 남자환자가 많지만 50대 이후의 장·노년층은 여성 고혈압 사망자가 남성의 2배에 이른다.여성은 폐경 후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감소해 고혈압을 초래한다. ●대머리는 고혈압일 확률이 높다 근거없는 얘기다.의학계에는 이와 관련된 어떤 보고도 없다. ●겨울에는 혈압이 낮아진다 그 반대다.차가운 공기와 접하면 체온 유지를 위해 혈관이 수축되므로 자연히 혈압이 오른다.초겨울에 돌연사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혈압강하제는 성기능을 감퇴시킨다 혈압약 때문에 성기능이 감퇴했다는 사람이 있긴 하다. ●새우,게 등 갑각류는 혈압을 높인다 그렇지 않다.새우와 게 등은 오히려 몸의 활력을 촉진한다.과도한 염분과 동물성 지방을 제외하면 고혈압에 특히 나쁜 음식은 없다. 자료제공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미국 기준 옳은가 통상 수축기 120㎜Hg,확장기 80㎜Hg로 통용되던 한국인의 정상혈압 범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최근 광주시에서 열린 대한고혈압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는 120/80㎜Hg 이하를 정상혈압으로 규정한 미국 고혈압학회의 지침을 두고 논란을 벌였다. 미국 고혈압학회는 최근 지침을 통해 정상혈압은 수축기혈압 120㎜Hg 미만이고 확장기혈압은 80㎜Hg 미만인 경우로 정의했다.또 고혈압 전 단계는 수축기혈압 120∼139㎜Hg,확장기혈압 80∼89㎜Hg로 정했다.그러나 이와 달리 유럽에서는 ‘120/80㎜Hg 미만’을 최적혈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정상혈압은 수축기혈압 120∼129㎜Hg,확장기혈압 80∼84㎜Hg로 정의하는 한편 고혈압 전단계는 수축기혈압 130∼139㎜Hg,확장기혈압 85∼89㎜Hg로 보고 있다. 따라서 혈압이 129/84㎜Hg인 사람의 경우 미국 지침에 따르면 고혈압 전 단계에 해당되나 유럽 지침으로는 정상혈압이다. 심재억기자
  • [여성 思秋期]살빼고 몸매 가꾸고 그들의 변신은 활력소

    젊어지는 샘물이 어디 있을까마는 오늘의 중년 여성들은 사라지는 젊음을 아쉬워하며 늙어가지는 않겠다는 듯 샘물을 찾아 헤맨다.소문을 따라갔으나 허상의 오아시스이었음을 확인하고 허탈감에 젖기도 하지만 오늘도 쉬지 않고 새로운 정보에 귀 기울인다.갖가지 고급 화장품,콜라겐을 비롯한 각종 건강 식품 등 한두 가지 비법을 실천하지 않는 여성을 찾기란 힘들 정도다.성형 수술로 얼굴을 더 젊게 만들거나,몸매를 가꾸는 것은 더이상 허영이나 ‘주책’이 아니다.오히려 여성의 자기 관리에 속한다. 왜 젊음을 유지하려는가.여성들은 “나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면서 늙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말한다.젊어 보이려고 노력하는 중년 여성들,그들의 변신은 무죄다.여성의 ‘젊음’은 남성들에겐 ‘아름다움’의 다른 말로 받아 들여진다.사그라지는 젊음을 아쉬워하는 여성들의 의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내가 남자라도 돈 있으면 젊은 여자애들과 놀겠다.”“그∼럼.단물 다 빠진 마누라보다야 야들야들한 애들이 좋지.”“아휴,그러니까 우리도 열심히 운동하고 가꿔야지.안 그래?”세 사람의 40∼50대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다. 말이 떨어질새라 한 ‘의식있는’ 여성의 쓴소리가 이어진다.“참,여성들의 의식이 저 수준이니,남편들이야 더이상 말해 뭐해요?” 그러나 특별히 의식없는 여성들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많은 여성들은 공감한다.젊음을 잃는다는 것,그것은 바로 추함으로 이어진다. ●다이어트 강박증 김명희(49·서울 상계동)씨는 “나는 체중에 관한 한 노이로제 환자다.”라고 말했다.“일이 있어서 단 하루만 헬스와 수영을 쉬면 그날 저녁에는 온 몸에 지방질이 덕지덕지 붙은 것 같고 얼굴이 축 늘어진 것 같은 생각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우울해진다.나이가 들자 체형이 서서히 변해간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시작된 수영은 운동이라기보다는 정신과에 가지 않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체중 조절로 세월의 흔적이 말끔히 없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체중 관리가 되면 젊어 보인다.’는 여성들 가운데 상당수는 골프연습장으로 달려간다.하루 6시간씩 골프연습장에서 운동한다는 한정인(53·인천시 중구 항동)씨는 다소 큰 체구에 굵은 뼈대 때문에 늘 ‘뚱뚱하다.’는 말을 듣고 살았다.그런 그가 40대 후반에 들어서 난생처음 ‘살이 빠졌다.’는 말을 듣게 된 것은 골프연습장의 ‘중노동’ 덕분이다.“살을 빼니 훨씬 젊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관리’ 못하는 사람이란 비난을 듣지 않게 되니 자신감도 생겨요.” 여성들은 체중을 줄이는 것을 ‘자기 관리’라고 말한다.더이상 인간의 몸은 고정된 속성을 갖는 실체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여성들은 이제는 시간과 금전을 투자해서 관리하는 ‘젊음’이 자아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한다. ●마음의 나이로 산다 최근 여성들의 옷차림에 나이가 주는 ‘금기’는 사라졌다.‘뒤에서 보면 20대,앞에서 보면 40대’라든가.오늘날 중년 여성들은 옷에 관한 한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다.오히려 “나이에 맞는 옷을 입어야지.”라고 말하는 중년 여성은 유행에 뒤떨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부인용’이라는 중년 여성들의 브랜드는 없어진 지 오래다.백화점 여성복 코너가 날로 젊어지고,아예 큰 사이즈를 만들지 않고 여성들에게 보다 가는 몸매를 강요하는 의류업계의 흐름은 얼핏보면 중년 여성을 배제한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이는 오히려 업계가 중년 여성들이 중년의 옷을 거부하는 트렌드를 읽은 것이라고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정희 과장은 “브랜드 런칭에 있어 소비자의 연령으로 브랜드를 구분하던 때는 지났다.오늘날은 물리적인 나이보다는 마인드 에이지,즉 심리적인 나이로 옷을 고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아무리 노력해도 세월을 뒷걸음질치게 할 수는 없는 일.그러나 젊은 옷차림이 더 젊게 보이는 성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젠 ‘마음의 나이’로 옷을 고르는 시대가 됐다.여성의 평균 수명이 긴 이유가 ‘현실적으로 살지않기 때문’이라고 했던가.그렇다면 나이를 잊고,젊어지려고 노력하는 것 역시 ‘비현실적’이긴 하지만,그것이 더 오래 살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갖고올지도 모른다. ●젊음,정체성의 확인 젊음을 지키려는 여성들의 노력은겉치레에 집중돼 있는 게 사실이다.그러나 이를 ‘여자들이란….’이라고 폄하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정혜란(50·서울 은평구 구산동)씨는 20대에도 부리지 않았던 멋을 요즘 부린다며 “내 삶의 중요성을 깨달으면서 나 자신을 위해서도 돈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아이들과 남편에게 쓰는 돈은 아깝지 않아도 자신에게는 단 한푼도 쓰지 않으려 애썼다는 정씨는 “애들 입시도 끝나고 시간이 나면서 우울증에 빠졌고,우연히 책에 재미를 들이기 시작했는데 내 자신의 귀중함과 가치 등을 알게 됐다.중년의 나이는 나자신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나이라는 말에 공감한다.내 주변에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자신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이 고작 옷을 사는 것이냐는 비난도 있을 수 있겠다.하지만 정씨는 스스로 ‘집에서 살림만 하는 사람이 무슨 옷이 필요해.’라고 생각했던 것이 바뀌니 자신의 삶도 한결 높은 가치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신과전문의 김준기씨는 “가족에 함몰돼 자신을 볼 수 없었던 여성들,그 중년의 여성들이 자신의 소중함을 깨달으면서 젊음을 부여잡는 것은 남편의 사랑을 위해서도,남의 눈을 위해서도 아닌 자신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그것은 중년기의 특성이자 건강한 자아 존중감에 속한다.”고 말했다. 허남주 기자 hhj@
  • [건강칼럼] 막혀버린 하수도

    가을의 막바지,중년의 만추는 서글프다.문지방 넘어 들어오는 찬 바람이 더욱 시려 인생의 황혼이 멀지 않았음을 느끼기 때문이리라. 이맘때면 추위로 교감신경이 항진돼 화장실을 찾는 횟수가 늘어난다.잔뜩 마려워 화장실을 찾지만 ‘소변발’이 영 아니다.주변 눈치보며 용을 써보지만 쬘쬘거릴 뿐이다.다 눴나 싶어 바지를 올리면 가랑이 사이로 낙숫물처럼 흘러내리는 오줌이 섬뜩하다. 늙어서 그러려니 하고 지내다 보면 갈수록 횟수가 잦아 한 시간도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감기약이라도 먹을라치면 아예 꽉 막혀 소변이 나오지 않는다.비상사태다.부랴부랴 응급실을 찾으니 전립선 비대증이 심해 수술을 해야 한단다. 남자에게는 정액의 3분의 1 정도를 생산하는 전립선이 있다.나이들면 이 전립선이 커지는데,그냥 커지는 게 아니다.가운데로 지나가는 요도를 압박해 방광 쪽으로 밀어 올린다.30대 중반 이후 소변이 잘 안 나오고 잔뇨가 남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남성호르몬과 연관이 있다는 가설이 있으나 아직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전립선 질환은 당장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는다.그러나 마음을 먼저 늙게 만드는 병이다. 심지어는 우울증을 불러 ‘사회적인 죽음’이라는 고립·소외감을 심화시키기도 한다.다행히 현대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해 이런 질환쯤 쉽게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이 위안이다. 요즘에는 남성호르몬의 기능을 부분적으로 제한해 전립선의 크기를 줄이거나 요도의 목졸림을 풀어주는 약들이 많이 개발돼 있다.약이 시원찮으면 수술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평소 이런 증상을 느낀다면 주저말고 병원 찾기를 권한다.초기라면 약물치료로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등 완벽한 조절이 가능하지만 방심하다가는 ‘호미로 막을 일,가래로 막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어 하는 말이다. 이 아름다운 가을 이런 걱정을 모두 털어버리고,사는 것처럼 한 번 살아보자. 김영철 선릉 힐비뇨기과 원장
  • [여성 思秋期](1)폐경

    중년이란 보통 40∼50대를 일컫는다.수명이 짧던 시절,중년이란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시점이었다.그러나 평균수명 80세 시대인 요즘엔 인생의 중간 지점으로 지금부터 ‘늙고 죽는 연습’을 하기엔 너무 아까운 때다.그래서 새로운 삶을 설계해야 할 때라고도 한다.중년기에 이르면 남성은 물론 여성도 외부의 가치 기준이 아닌 자신의 내부로 눈을 돌리는 시기이다.중년을 폐경,젊음,독립 등을 주제로 풀어본다. 폐경(閉經)은 부정할 수 없는 노화의 신호다.말 그대로 초경이 ‘시작’이라면 폐경은 ‘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그래서 폐경을 맞으면 “이젠 여자로서는 끝났다…”라고 우울해지게 마련이다.지긋지긋하던 생리로부터 자유로워진다고 생각하는 여성들도 아쉬움을 완전히 숨길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에는 폐경이 된 이후 30년간을 ‘여성이 아닌 여성’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이는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고,성적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남성적인 시각이라는 지적에 여성들은 공감한다.임신과 출산만이 여성이가진 가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폐경이야말로 임신과 출산으로부터 해방된 여성의 독립된 제2의 인생의 출발점,끝이 아닌 ‘월경을 완성’했다는 뜻으로 ‘완경(完經)’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속절없이 세월만… ” 허무하고 아프고 우울증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최성숙(56·서울 은평구 불광동)씨는 지난 몇 년간을 돌아보며 긴 터널을 통과한 것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어려운 집안에 시집와서 시동생과 시누이 5명을 모두 공부시켜 결혼시키면서도 큰소리내지 않고 잘 지냈어요.그런데 모든 것이 귀찮고,세상사람들과 만나기도 싫어졌어요.남편은 물론 가족들을 돌보기도 싫고,시댁 식구들에게 더이상 ‘희생·봉사’하기 싫어졌어요.머리부터 발끝까지 아프지않은 곳이 없었고….” 자신이 부쩍 늙고 있다는 사실에 우울하기 그지없다는 김영순(48·서울 서초구 서초동)씨.그는 폐경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아무래도 호르몬 요법을 받아야 할 것같아요.그전에는 남편이 짜증을 내도 내가 몇 마디 우스개를 하거나,푼수를 떨면서 풀고 살았어요.그런데 요즘엔 뭐든 못 참겠어요.속절없이 세월만 갔다는 것이 너무 슬퍼요.” 폐경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증상은 아니다.흔히 폐경기 증세로 일컬어지는 우울과 심한 감정의 변화,불안·초조 외 안면홍조,식은 땀,수면 장애 등은 폐경 2∼8년전부터 시작된다.전세계적으로 여성들의 25%는 아주 심각할 정도의 증상을 보이고,50%쯤은 한두가지 증상은 겪으며 폐경을 맞는다. 그런데 왜 여성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생리현상을 이야기하게 된 것일까.왜 대한폐경학회가 설립되고,11월을 ‘폐경 여성의 달’로 정하고 있는가. 이를 포천중문의대 안명옥(산부인과)교수는 “평균수명이 늘어나 폐경 이후 30년을 사는 여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그런데 이 시기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어 곤란하다.”고 말했다.클레오파트라가 살던 기원전 100년경 여성의 평균수명은 25세에 불과했고 15세기까지도 30세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1942년 평균 수명이 45세에 불과했다.폐경기에 이르도록 사는 사람이 드물었기 때문에 40세의여성을 늙었다고 여겼고,50세가 지나면 고령으로 생각했던 것이다.그러므로 폐경기의 고통은 당연한 것이자 부끄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50세 이상 여성은 무려 600만명에 이른다.이들이 고통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폐경에 대한 인식,남성적인 것 폐경기(menopause)란 단어는 ‘남자로부터 자유로워지다(pause from men)’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전성진(49·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씨는 30대 후반에 자궁근종 때문에 자궁적출수술을 받았다.이미 30대에 폐경을 맞았지만 그는 3년 전부터 폐경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나름으로는 열심히 살았고,교회에서 봉사도 해왔는데 잘못 살았다는 생각에 붙잡혀 있어요.잠을 잘 이루지 못해서 늘 피곤해요.” 그러나 자신에게 일어난 최근 현상을 폐경기의 일반적인 현상임을 알게된 후 오히려 우울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단다.“자궁없이 지낸 10년간 생리도 없었는데 이 나이가 돼서야 폐경기가 시작됐다니 놀랍지 않아요?물론 다른 친구들보다는 제가 좀 빠른 편이지만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제게 힘을 줬어요.”라고 말했다. 흔히 갱년기 증세는 호르몬 분비가 감소한 탓으로 돌리지만 그 원인은 신체적·정신적 요인이 복합된 것이다. 미국의 여성건강 전문의 크리스티안 노스럽은 ‘폐경기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란 책에서 폐경은 “여성의 뇌에 변화를 불러 일으킨다.”고 말했다.가임기 동안 가족을 돌보며 자신의 양보로 가정의 행복을 꾸몄던 여성들이 뇌에 열이 오르면 분노의 감정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분노는 결국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고 내면 지향적인 행동을 하게된다는 것이다.자기실현에 일종의 죄의식을 느껴온 대부분의 여성들이 진정 자신을 위한 삶을 생각하기 시작하는 때,그것이 바로 폐경기라는 것이다. 폐경기를 인생의 종말이 시작되는 두려운 변화로 보는 것은 전통적인 시각,남성적인 잣대에 지나지 않는다. 정신과 전문의 김준기씨는 “임신만이 여성의 가치냐는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그렇다면 폐경을 인생의 마무리로 볼 것이냐,더 자유롭게 후반기 인생을 만들어가는 계기로 생각할 것이냐에 대한 답이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폐경을 맞은 여성들에게 선택의 기회는 주어졌다. 허남주 기자 hhj@
  • 뇌졸중 30·40대도 어느날 갑자기

    겨울 문턱에 들어 기온이 떨어지면서 뇌졸중(중풍)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환절기에 주로 발생하지만 그 중 11∼12월 발생률이 연간 발생치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특히 최근에는 왕성하게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30∼40대의 뇌졸중 발병률이 크게 늘어나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뇌혈관질환 중 가장 발병 빈도가 잦은 뇌졸중은 매년 10만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해 이 가운데 20∼30%가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또 생존해도 대부분 치매나 반신불수 등 후유증을 겪어 환자 본인과 가족에게 적잖은 부담을 안겨주는 질환이기도 하다.자칫 자신과 가족들에게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기는 뇌졸중,이제는 모두가 예방에 나설 때이다. ●원인 뇌졸중이란 뇌의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혈액을 공급받지 못한 뇌가 손상돼 나타나는 질환.흔히 ‘중풍’이라고 하는 뇌혈관 질환으로,크게는 혈관이 막히면서 피가 통하지 않아 발생하는 뇌경색,뇌혈관이 터져 발생하는 뇌출혈로 나뉜다.증상은 비슷하지만 치료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초기에 CT(전산화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치료의 기본이다. 예전에는 주로 50대 후반 이후의 연령층에서 발생해 ‘노인병’으로 불리기도 했다.그러나 환자의 병인을 살펴보면 증상이 50∼60대에 나타난 경우라도 빠르게는 20대,보통은 30∼40대 때부터 동맥경화가 진행된 것이 대부분이다.즉,뇌졸중은 수년 혹은 수십년간 우리 몸 속에서 소리없이 진행된 병증의 마지막 징후라고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다음 항목 중 1개 이상 해당 사항이 있으면 잠재적으로 뇌졸중 위험을 안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혈압 ▲최근 수축기 혈압이 140을 넘거나 확장기 혈압이 90 이상인 사람 ▲흡연자 ▲당뇨병 환자 ▲심방세동(부정맥의 일종) ▲심장판막증이나 협심증 등 심장질환자 ▲동맥경화증 환자. ●추이 ‘뇌졸중은 나이들어 발병한다.’는 상식이 최근 들어 깨지고 있다.20∼30대의 뇌졸중 발병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소아 비만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고,이런 비만 체형의 20∼30대에게서 뇌졸중 징후를 찾아내기는 별로 어렵지 않다. 그런가 하면 ‘뇌졸중=고혈압’이라는 등식도 깨지고 있다.최근의 보고 자료를 보면 뇌졸중 환자 중 고혈압 환자는 50%에 불과하다.과거와 달리 혈압이 정상이거나 저혈압인 사람의 뇌졸중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증상 뇌졸중은 갑자기 나타나지만 잘 살펴보면 특징적인 징후가 사전에 감지된다.갑자기 한쪽 팔다리에 힘이 없거나,저리고 감각이 무뎌지는 경우,또 갑자기 말을 못하거나 알아듣지 못하게 말을 하는 경우가 해당된다.더러는 멀미하듯 어지럽고 걸을 때 술에 취한 듯 휘청거리기도 한다.까닭없이 한쪽 시야가 흐리거나 아예 안 보이기도 하며,갑자기 심한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모두가 뇌졸중은 아니다.그러나 이런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다면 뇌졸중 가능성이 크다.오랫동안 양쪽 손발이 저려왔거나,피곤할 때 목 뒤나 뒷머리가 뻐근한 경우는 뇌졸중으로 보기 어렵다. 일단 뇌졸중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으로 가는 일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심장마비처럼 이때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간혹 이런증상이 몇 분 혹은 몇 시간 안에 저절로 좋아지기도 하나 뇌졸중 징후라면 거의 재발하기 때문에 의심되면 지체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 도움말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신경과 이준홍 과장.성바오로한방병원 이광환 진료원장. 심재억기자 jeshim@ ■ 치료법 뇌경색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병원으로 옮기는 일이다.뇌혈관이 막혔더라도 3시간 이내에 혈전 용해제를 투여하면 혈관이 뚫려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3시간이 지난 경우라도 적절하게 약물을 투여하면 뇌경색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뇌출혈은 출혈 부위와 원인,출혈량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출혈량이 적으면 혈관 밖의 피가 자연 흡수될 때까지 내과적인 치료를 하나,출혈량이 많거나 혈관촬영 결과 이상 소견이 나타나면 수술을 받기도 한다.뇌졸중은 후유증이 많으나 모든 환자가 장애를 겪는 것은 아니다.장기적으로 볼 때 80% 정도는 혼자 옷을 입고 용변을 보는 등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 예방법 꾸준하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혈압 관리를 위해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해야 하고,금연 금주와 당뇨 치료도 중요하다.동물성 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이 적은 음식을 골라 싱겁게 먹어야 하며,일주일에 4일,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인 운동을 하도록 한다.달리기,빨리 걷기,자전거 타기 등이 좋다. ■노년의 덫에서 중년의 덫으로 노년에 주로 발생하는 뇌졸중이 최근들어 40∼50대 연령층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뇌졸중학회가 지난해 11월부터 10개월 동안 전국 20개 대학병원에 입원한 급성 뇌졸중환자 2874명을 대상으로 뇌졸중 발병 연령을 조사한 결과 40∼50대 중장년층의 질환 점유율이 26.6%(740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최근 밝혔다. 전체적으로는 60세 이상의 노인 질환자가 71%를 차지해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보였으며,성별로는 60세 이상의 경우 남자(1016명)와 여자(1024명)가 비슷했으나 40∼50대 중·장년층의 경우 남자(499명)가 여자(251명)보다 2배 쯤 많았다. 특히 중·장년층의 경우 뇌졸중의 주요 원인인 고혈압,당뇨,심혈관질환을 가진 사람은 60세 이상의 노인환자보다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고지혈증과 흡연 비율은 오히려 높았다.노인층 흡연자는 28.9%인데 반해 중·장년층은 45.6%가 흡연자였으며,고지혈증도 노인층(20.4%)보다 중·장년층(22.4%)이 더 높았다.지금까지 학회가 집계한 뇌졸중 발병 원인은 고혈압 67%,당뇨병 30%,고지혈증 21%,심장병은 17% 등이다. 또 전체 뇌졸중환자 중 17.3%(498명)가 과거 뇌졸중을 앓은 경험이 있지만,이들 중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치료를 받은 환자는 41%(208명)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심재억 기자
  • [길섶에서] 이기심

    독신의 중년 남자가 있었다.마음은 젊었지만 어느새 머리가 희끗희끗해지면서 나이든 티가 나기 시작했다.그는 못생기지도 않았고 저축도 열심히 해 재산도 꽤 됐다.그런 조건 때문에 주위에 여자도 많았다.그는 독신생활을 청산하고 결혼하기 위해 두 명의 신부감을 골랐다.한 사람은 젊은 여자였고 다른 한 사람은 나이 든 여자였다.두 여자는 경쟁적으로 남자에게 정성을 다했다. 어느 날 남자가 두 여자를 곁에 앉게 했다.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여자는 남자의 머리를 손질하기 시작했다.그런데 두 여자는 자신의 나이에 맞춰 남자의 머리를 손질했다.젊은 여자는 남자가 젊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흰 머리털을 뽑았다.나이 든 여자는 자신의 나이에 맞게 보이도록 검은 머리카락을 뽑았다.남자의 머리에는 한 올의 머리카락도 남지 않았다. 이 우화처럼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이다.그러나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다른 사람을 위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다.그런 사람들이 따뜻한 사회를 만든다.따뜻한 마음이 더욱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이창순 논설위원
  • 홀딱 벗은 여섯남자 의기소침 탈출 행각/변우민·임하룡 출연 뮤지컬 ‘풀 몬티’

    칼날같은 명퇴바람이 ‘사오정’‘오륙도’를 지나 ‘삼팔선’까지 무너뜨렸다는 요즘,한국 사회 중년남성들의 자화상은 그 어느때보다 초라하기만 하다.한창 일할 나이에 일터에서 밀려나 가장으로서의 권위와 자존심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이 시대의 남성들.이들에게 동병상련의 아픔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는 유쾌한 뮤지컬 한편이 온다. 새달 6일부터 내년 1월18일까지 서울 양재동 한전아츠풀에서 공연하는 라이선스 뮤지컬 ‘풀 몬티’(Full Monty,연출 한진섭)는 실직한 철강노동자 여섯 남자가 온몸(?)으로 자신감을 회복하는 과정을 코믹하면서 따듯하게 담아낸 작품이다.세계적으로 히트한 동명의 영국 영화를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각색했다. 속어로 ‘몽땅 벗는다.’는 뜻의 제목처럼 출연진들이 동시에 옷을 홀딱 벗어던지는 마지막 장면으로 유명한 ‘풀 몬티’의 연습장을 찾아 누드 연기도 불사하는 용감한(?) 여섯 남자들을 만났다. “자,음악을 잘 들어봐.그리고 몸이 따라하게 놔두란 말이야.오른발부터 파이브,식스,세븐,에잇”.단 한번의 스트립쇼로 돈을 벌기로 의기투합한 여섯 남자가 남몰래 공장 창고에 모여 스텝 연습을 하는 장면.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던 도나 서머의 ‘핫 스터프(Hot stuff)’에 맞춰 춤을 추는 대목이다.멤버중 유일한 화이트칼라 노동자이자 경제학 박사인 해롤드(박일규)가 왕년의 실력을 발휘해 춤 선생으로 나섰다. 하지만 아들 하나 딸린 이혼남 제리(변우민),실직후 아내에게 쥐어사는 데이브(이무현),자살을 시도했던 나약한 말콤(김장섭),철없는 청년 잇슨(박준혁)등 춤과는 거리가 멀었던 남자들의 몸동작은 영 어설프기만 하다.그나마 한때 댄서였던 퇴직 흑인 노동자 호스(임하룡)가 제법 스탭을 잘 따라해 해롤드의 칭찬을 받는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틈을 타 배우들에게 몇가지 궁금증을 물었다.우선 출연진들의 면면이 여느 뮤지컬과는 사뭇 다르다.20∼30대 배우들이 주역을 휩쓸고 있는 대다수의 뮤지컬과 달리 ‘풀 몬티’의 배우들은 전부 30대에서 50대.호스역의 임하룡이 51세로 최고령자이다. 본업도 제각각이다.탤런트 변우민,개그맨 임하룡을비롯해 화려한 춤솜씨를 자랑하는 해롤드역의 박일규는 서울예대 교수로 재직중인 전문 안무가이다.과연 무엇이 이들을 ‘벗는 공연’에 서슴없이 나서게 했을까. 임하룡은 “벗는다는 의미가 단순히 몸매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 왜 나같은 사람을 뽑았겠느냐.”면서 “가진 건 몸뚱이밖에 없는 남자들이 자아를 찾는 최후의 수단으로 모든 것을 내보이는 의미심장한 행위”라고 설명했다.그는 요즘 뱃살빼기와 흑인 역할을 위한 선탠을 하느라 고생중이다. 박일규 교수도 “벗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지 말고,이들이 왜 그런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메시지가 명확한 만큼 일단 벗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별로 없다는 게 배우들의 공통된 의견.하지만 노출 수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에 대해선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 런던 웨스트엔드 공연에선 배우들이 중요 부위를 가린 모자를 던질때 강렬한 조명을 객석에 쏘는 ‘트릭’으로 수위를 조절했다. 이번 공연에서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공식적으로 ‘노 코멘트’이다. 뮤지컬에 처음 도전하는 변우민의 각오는 남다르다.한때 음반도 냈고,모 방송국 안무단에서도 활동했던 그는 이 작품을 계기로 제 2의 연기인생을 시작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이 작품을 위해 다른 활동을 모두 접고,연습장 오가는 시간도 아까워 일산 집에서 역삼동 연습장 부근으로 거처를 옮기기도 했다. 배우들에게 만약 극중 주인공같은 처지에 놓인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가족의 생계가 걸린 일이라면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임하룡)“일본에선 생계를 위해 남자 스트리퍼가 흔하다는 얘길 들었다.우리도 그럴 가능성이 없진 않을 것 같다.”(박일규).(02)2272-3001. 이순녀기자 coral@ ■영화 ‘풀 몬티'에 대해 피터 카타니오 감독의 1997년작으로 로버트 칼라일,마크 애디 등이 열연했다.영국 남부 요크셔지방의 철강소가 문을 닫은 뒤 이혼남 가즈(로버트 칼라일)가 아들의 양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스트립쇼를 제안하고,실직 등으로 생활이 어려운 다섯 남자가 이에 합류하는 과정을 그렸다.기발한 아이디어와 유머,가슴 찡한 감동이 교차하는 영화 ‘풀 몬티’는 1998년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음악상 등 4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뮤지컬로는 2001년 10월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고,토니상 ‘베스트 뮤지컬’등 10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됐다.
  • 25년후 당뇨환자 4명중 1명

    평생 관리해야 하는 당뇨지만 겨울로 접어드는 이때가 특히 관리에 중요하다.여름,가을을 나느라 체력이 고갈된 데다 과식과 맵고 짠 음식,불규칙한 생활에 길들여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최근 국내에서도 유병률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여 경각심을 더해 주는 당뇨병 예방법과 질환자의 겨울나기를 짚어보자. ●최근의 발병 추이 국제당뇨연맹은 최근 ‘아시아권의 당뇨병 증가추세가 매우 위험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우리나라의 경우 60년대까지 1%대에도 못미치던 당뇨병 발병률이 최근에는 선진국의 2배에 육박하는 7%대까지 높아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과거 40대 이후에 많던 것이 최근에는 20∼30대는 물론 청소년과 중년 여성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연대의대 내과학교실 차봉수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 당뇨병 발병의 특이한 경향은 젊은 연령층과 중년 여성에게서 당뇨질환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여성의 경우 근육 양이 남자의 3분의 2에 불과해 똑같이 체중이 늘어도 대사질환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더 높다.”고 설명했다. ●당뇨병,안 걸릴 수 있다 최근 한국을 찾은 국제당뇨연맹 조지 알베르티 총재(66·영국 임페리얼컬리지 대사내과 교수)는 “한국을 비롯한 일본,중국,인도 등 아시아권의 당뇨병 발생률이 급증하는 추세여서 향후 25년 내에 지금의 2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 나라의 경우 현재 전 국민의 7%대,350만명으로 추정되는 당뇨병 유병률이 25년 후에는 무려 1000만명에 육박할 수도 있다는 놀라운 예시다. 그는 이어 “내 경우 젊어서 비만했던 데다 당뇨에 취약한 체질이어서 40대를 전후해서는 매주 4∼5일을 회당 5∼8㎞씩 달리고 있으며,식단도 육류 대신 야채와 생선 위주로 바꿨다.또 빵도 갈색 빵을 먹는 등 가능한 한 양질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려는 노력 덕분에 지금은 당뇨병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당뇨병은 누구나 의지만 가지면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다.국제당뇨연맹은 아시아에서 당뇨병 발병률이 증가하는 주요 이유로 식생활의 서구화에 따른 음식 섭취량의 증가와 상대적인 운동 부족,고령화 등을 들었다.이런문제제기에서 보듯 당뇨병은 육류 중심의 지나친 열량 섭취와 운동부족이 주요 발병 원인이다. ●질환 관리 당뇨환자는 과식하면 고혈당,적게 먹으면 저혈당이 되기 쉽다.따라서 편·과식을 피하되,일정 양 고른 영양을 섭취하는 섭생법이 중요하다.보통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60대20대20으로 배분하는 것이 적당하다. 잘못된 식습관으로 혈당조절이 안되면 합병증이나 지방·단백질 대사장애를 초래,고혈압이나 관상동맥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일단 합병증이 발생하면 치료가 힘들고 진행을 막기도 어렵다.특히 당뇨질환자는 신장합병증을 조심해야 한다.신장질환자의 40% 이상이 당뇨를 동반하고 있을 만큼 신장질환은 당뇨환자에게 흔하고 심각한 합병증이지만 상대적으로 위험성은 간과하고 있다.당뇨합병증으로 인한 신장질환은 오랜 기간을 두고 진행되기 때문에 본인이 자각증상을 느꼈을 때는 질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우리 나라의 경우 현재 신장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한 중증 신장질환자 3만5000명 가운데 40%가 당뇨성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체중관리도 중요하다.일반적인 표준체중은 자신의 키(㎝)에 100을 곱한 값에 0.9를 곱한 것이다.자신의 체중이 표준체중의 110∼119%면 과체중,120이 넘으면 비만으로 분류한다. 체질량 지수(BMI)의 경우 23 이하면 정상,23∼25면 과체중,25가 넘으면 비만으로 본다.허리 둘레(㎝)는 남자 90,여자 80을 넘지 않아야 한다. ●운동 및 혈당관리 적당한 운동은 혈당을 조절해 합병증을 예방하며,예방 효과도 뛰어나다.당뇨질환자에게는 빨리 걷기,자전거타기,수영 등이 좋으며,식후 1∼2시간이 지난 뒤 40∼60분 정도가 적당하다.강도는 ‘약간 힘들다.’고 느낄 정도면 된다.운동 전 혈당이 300㎎/㎗ 이상이면 운동을 하지 않아야 하며,100㎎/㎗ 이하이면 저혈당이 올 수 있으므로 적당히 간식을 먹고 시작한다.너무 덥거나 추울 때는 혈당 조절이 어려우므로 운동을 피해야 한다. 사실,운동으로 소모되는 열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지만 운동이 체질을 건강하게 바꿔주기 때문에 권장된다.나쁜 체질을 가진 사람은 규칙적인 운동으로 유전적 소인을바꾸거나 당뇨 관련 호르몬인 인슐린의 분비와 작용을 개선할 수 있다. ■ 도움말 연대의대 내과학교실 차봉수 교수.고대구로병원 내분비내과 백세현 교수. 심재억기자 jeshim@
  • 21일 개봉 올드보이/ 소름돋는 복수… 비극의 두 남자

    21일 개봉하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올드 보이’(제작 쇼이스트)는 지면에 소개하기에 난감하기 짝이 없는 영화다.충격적인 반전 자체가 영화의 핵을 이룬,충무로에선 아주 낯선 접근방식의 미스터리 스릴러물이기 때문이다.몇차례의 강도높은 반전과 맞닥뜨리며 ‘충격받는’ 일이 감상포인트의 알파이자 오메가.반전의 힌트를 까딱 잘못 던졌다가는 ‘스포일러’(영화의 온전한 이해를 망치는 요인)가 되기 십상인 작품이다. ●복수심의 실루엣 힘껏 부각 감독의 카메라는 더 ‘악랄’해졌다.딸의 죽음을 끔찍하리만큼 신랄하게 복수했던 전작 ‘복수는 나의 것’보다 화면도 더 절제시켜,복수라는 감정의 실루엣만 힘껏 부각시켰다.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자.’는 인생철학으로 자신의 이름 뜻을 풀이하는 넉살좋은 평범한 중년남자 오대수(최민식).그런 그가 어린 딸의 생일날,영문도 모른 채 누군가에게 납치돼 사설감옥에 갇힌다.영화는 이 극한상황을 도입부에서 곧바로 펼쳐보이며 관객의 신경줄을 팽팽히 조여놓는다. TV말고는 세상과 소통할 수단이아무것도 없는 감방에서 배달되는 군만두만 먹으며 견디길 무려 15년.젓가락으로 벽을 뚫어 ‘쇼생크 탈출’을 시도하지만,그 순간 누군가는 예전의 납치장소에다 그를 다시 풀어준다. 살갗을 뚫고다니는 개미떼,쑥대머리의 폐인이 돼가면서도 탈출을 위해 체력단련에 열중하는 오대수의 감방풍경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영화적’이다.하지만 감독은 그 과정을 짧게 훑고 지나간다.누군가가 오대수를 왜 가뒀으며 하필이면 15년만에 다시 풀어준 이유가 뭔지를 더듬어가는 것이 ‘본론’이기 때문이다. 특이하게도 영화는 복수의 화신이 이우진(유지태)이란 사실을 일찌감치 드러낸다.풀려나온 대수는 일식집의 젊은 요리사 미도(강혜정)를 만나고,그녀와 곧 사랑에 빠진다.치밀하게 계산된 우진의 ‘복수계획표’에 따라 대수의 모든 게 조종당한다는 사실마저 영화는 귀띔해준다. ●소화불량 일으킬 충격의 반전 희미한 복선을 따라 진실에 다가가는 미스터리물의 전형과는 많이 다르다.관객에게 지능게임을 거는 대신,소화불량을 일으킬 만큼 거북한 반전소재를 충격요법에 끌어썼다.아내를 살해한 누명까지 뒤집어쓴 대수가 우진에게 복수하려 하지만,우진은 그런 대수에게 복수극의 진실을 스스로 발견해 경악하고 궤멸할 수 있도록 태연히 과거를 복기(復碁)시켜줄 뿐이다. 밝힐 수 있는 반전의 힌트는 영화제목이다.‘올드보이’의 사전적 의미 중 하나는 ‘동창생’.기억도 못할 무심한 실수로 대수는 인간성이 완전히 짓밟히는 복수의 대상이 됐다.두 남자의 비극은 결국 아주 닮은꼴이 된다. 영화의 원작은 동명의 일본만화다.그러나 주요 모티브만 빌려왔을 뿐 과정이나 결말은 전혀 다르다.과감한 클로즈업 화면,부드러움과 광기가 뒤섞인 유지태의 표정연기,짐승처럼 황폐해가는 최민식의 처절한 연기 등이 소름돋게 사실감을 더하는 미스터리극이다. 황수정기자 sjh@ 박찬욱 감독의 말 이번 영화도 ‘복수’가 주된 정서이다보니 나더러 복수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며 주위에서 놀린다.증오를 억누르며 사는 현대인들에겐 아주 매력적인 소재 아닌가.내친김에 ‘복수 3부작’을 만들까 한다(웃음).반전 장치여서 밝힐 순 없지만 ‘복수’ 아닌,영화속 또 다른 소재도 한국 상업영화에서는 볼 수 없던 것이다.충무로의 금기선을 넘어보고 싶었다. 다른 건 몰라도 나는 배우 복이 아주 많은 사람이다.15년이나 사람을 가둬놓는 악질 캐릭터를,맑은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인 유지태에게 맡길 수 있었던 것도 그렇다. 중년 남자의 고민과 고뇌를 다룬 영화가 내 스스로 그리웠다.그래서 이 영화를 엄두냈다. ‘복수는 나의 것’이 그랬듯 이 영화 역시 무척 감상하기 불편하다는 평가가 들린다.일부러 관객이 불편하길 바라진 않는다.하지만 긴장없이 편하기만 한 영화는 싫다.멜로나 코미디라도 긴장해서 보고나면 온몸이 피곤해지는 그런 영화를 좋아한다.
  • [건강칼럼] 이브는 모른다

    성의학 전문의로 일하다 보면 가끔 사람들의 무지한 성지식 때문에 어이없을 때가 있다.이런 경우다. 사례1.병원을 찾은 중년 여성의 얼굴에 수심과 분노가 어려있다.“아무래도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아요.”“왜 그렇게 생각하세요?”“한달째 잠자리를 같이 안해요.”“그럴 수도 있죠.남편에게 걱정거리가 있지 않을까요?”“있긴 해요.한달 전 증권으로 꽤 손해를 봐 그후론 살기가 등등해요.대하기도 무섭고요.”“그런 상황이면 잠자리를 안하는 게 당연하죠.속에서 천불이 나는데…”“아니,남자는 언제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사례2.20대 젊은 여성이 겸연쩍어하며 병원을 찾았다.“고민이 있어요.최근에 사귀는 사람과 여행을 하며 한방을 썼는데 그이가 도대체 관심이 없는 거예요.”“다행이네요.”“그게 아니라 절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서요.사랑하면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나요?” 남성의 성욕은 스트레스가 주어지면 강하게 억제된다.시각적 자극과 상상력이 남성의 성욕을 자극하는 요인인데,긴장과 스트레스가 주어지면 이런 자극 전달체계가 막혀 성욕 감퇴로 이어지는 것.특히,우울증의 경우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하다. 두번째 사례의 경우,성욕과 사랑은 전혀 별개로 이해되어야 한다.풀어서 말하자면,사랑없는 성욕이 가능하듯,성욕없는 사랑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의학계에서는 성욕의 경우 남녀의 작용 구조가 약간 다르다는 견해를 제시한다.남녀 간에는 서로 이해하지 못할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그런데 서로가 이해하려는 노력 대신 자기 주장만 내세우다 보면 갈수록 공감대의 영역이 줄어 나중에는 사소한 일로도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게 뻔하지 않은가. 남녀가 서로의 입장을 속속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중요한 것은 사랑으로 이런 벽을 넘어설 때라야 아름답고 유쾌한 성생활이 열린다는 것이다.‘노력하는 마음’과 거기에서 비롯되는 감동이야말로 멋진 성생활의 양념임을 명심하자. 김영철 선릉 힐비뇨기과 원장
  • ‘가을의 유혹’ 일본멜로 두편

    멜로영화 한편쯤 보고싶은 가을.‘공식’이 빤히 읽히는 할리우드산에 질린 관객들이라면 색다른 감상포인트를 가진 일본산 멜로 2편에 눈을 돌려보자.간절히 원하면 그리운 사람이 살아돌아온다는 설정에서 출발한 팬터지 ‘환생’(31일 개봉)과,인기감독 기타노 다케시의 ‘돌스’(Dolls·24일 개봉).사랑의 참의미를 느리되 사려깊은 시선으로 되돌아 본 작품들이다. 31일 개봉 팬터지 ‘환생' 누군가의 간절한 그리움 때문에 다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영혼.그러나 이승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단 3주만 허락된 ‘시한부 환생’. 올해 초 일본에서 개봉해 전국 관객 300만명을 끌어모은 화제작 ‘환생’의 중심 소재다.‘믿거나 말거나’식의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가 무슨 수로 그렇게 큰 울림을 만들어냈을까.평범한 일상을 배경으로 그것도 죽음과 사랑이라는 진부한 소재를 끌어들였음에도 극의 감성지수를 높여가는 것은 독특한 시나리오의 힘이다.30년 전 행방불명된 소년이 어느날 갑자기 살아돌아오자 후생성 직원인 헤이타(구사나기 쓰요시)는 진상조사차 고향마을을 찾는다.짝사랑해온 여자친구 아오이(다케우치 유코)를 오랜만에 만났지만,사고로 죽은 옛 애인 슈스케를 여전히 잊지 못하는 그녀를 지켜보며 연민인지 질투인지 모를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남녀주인공이 끌어가는 멜로의 큰 틀에다 주변 캐릭터들을 이리저리 요령껏 끼워넣음으로써 영화는 감동의 폭을 넓혀간다. ‘왕따’로 자살한 남학생,사춘기 때 죽은 소년,임신한 아내를 남겨두고 죽은 남자,아이를 낳다 죽은 여자 등이 누군가의 간절한 바람으로 환생한다.영화는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로 살을 붙인 덕분에 단순한 멜로를 뛰어넘어 광의(廣義)의 사랑이야기로 주제를 확장했다. 평범한 멜로물이 아니라고 끝까지 자기목소리를 내는 영화다.지면에 차마 밝힐 수 없는,가슴 저린 막판반전이 기다린다.주인공 구사나기 쓰요시는 일본의 인기그룹 ‘스마프(SMAP)’의 멤버다.시오타 아키히코 감독. 기타노 다케시 감독 첫 멜로 ‘돌스' 동네 슈퍼마켓 주인아저씨 같은 순박함 속에 어떻게 칼날 같은 영화적 감성을 꼭꼭 숨기고 있을지,한번쯤팬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일본의 중견감독 겸 배우 기타노 다케시.‘돌스’는 ‘소나티네’‘하나비’‘키즈리턴’ 등 강렬한 화면과 메시지를 던져온 그가 처음 연출한 멜로영화다.하지만 달콤한 러브스토리를 기대하진 말아야겠다.감독이 어렵사리 꺼낸 사랑이야기는 그리 편치만은 않다.등장인물들이 풍요로운 연애감정을 누리는 게 아니라 하나같이 사랑에 지독히 상처받은 영혼들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멜로물과는 달리 극의 구도가 우선 독특하다.집안의 반대로 결혼하지 못한 채 정신병자처럼 떠도는 젊은 남녀,죽음에 임박한 늙은 야쿠자와 그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중년 여인,인기절정에 실명한 여가수와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자신의 눈을 서슴없이 자해한 청년. 안온한 상식을 뛰어넘어 치명적이고도 헌신적인 사랑을 나누는 세 남녀커플이 돌아가며 이야기를 엮어간다.엄연히 다른 사연들인데도,스크린 밖에서 보면 마치 한 필의 피륙처럼 감쪽같이 경계를 지워가는 극 전개가 매우 요령있다.열도의 사계를 배경으로 도테라(솜누비 일본 전통의상),분라쿠(文樂·전통인형극) 등이 주요소재로 쓰였다.그래서일까.순간순간 처연한 사랑이야기를 담은 한 편의 분라쿠를 보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황수정기자 sjh@
  • “한국, 뉴스 쏟아내는 뜨거운 나라”/中 인민일보 서울 지국장 쉬바오캉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이라크 파병문제,SK 비자금 파문,정몽헌 현대 회장의 자살….정말이지 한국이란 나라는 뉴스를 끊임없이 쏟아내는 뜨거운 나라입니다.한반도 전문기자로서 한국의 역동성을 취재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중국 인민일보의 서울 지국장인 쉬바오캉(徐寶康·54) 기자.남북한을 오가며 특파원으로 일한 지 15년째다.지난 1975년부터 90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9년간 평양에서,92년 한·중 수교 이후엔 4년간 서울에서 특파원 생활을 했다.지난해 9월 부산 아시안게임 때 다시 한국에 왔다. 베이징대 조선어학과를 졸업하고 줄곧 한반도 문제를 다룬 때문인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쉬 지국장에게선 외국사람을 만난다는 어색함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그는 유창한 한국어 말고도 너무나 한국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었다. “지난 1년,한국을 어떻게 표현할까요.신·구 사고 방식의 치열한 투쟁,민주와 권위 사이의 마찰 갈등,주도권 싸움이 극대화되고 있는 시기로 보입니다.”최근 언론과 정부관계,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카드 등에대한 정확한 기사를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그는 자신이 인민일보의 특파원 가운데 주미 특파원 다음으로 바쁠 것이라고 말한다.중국의 최대 외교 상대국은 미국이고,미국발 기사량이 많지만,3명의 특파원이 상주해 1인당 부담은 그들에게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지난 92년 한·중 수교 직후 첫 특파원으로 부임한 쉬 지국장은 양국 관계 발전속도가 세계사에 드물 정도로 빠르고,깊다고 평했다. “지난달 휴가차 베이징에 갔더니 저녁 8시부터 9시30분까지 거리에 사람들이 없어 의아했습니다.모두 한국 드라마 ‘목욕탕 남자들’을 보기 위해 TV앞에 몰려 있다고 하더군요.” 한국 음식도 고급 음식으로,중·상류층 중국인들에겐 큰 인기라고 했다.“휴가 때 김치를 선물로 가져갔더니 인기상종이었습니다.일본 특파원이 ‘기무치’를 갖고 왔는데 인기가 없었어요.단순히 사스 예방에 좋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개운한 맛 자체로 중국인들이 즐깁니다.” 한류(韓流)와 한풍(漢風)의 교류 등을 들며 양국 관계를 설명하는 그에게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한국의 분위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민감한 질문 치고는 대답이 간단했다.“벗들이 만천하에 있어야 한다(朋友遍天下)고 봅니다.” 마오쩌둥(毛澤東)의 말이다.그러나 외교는 다원화해야 하고,상호 호혜적이어야 하며 포용력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쉰 넷이라는 중년을 훌쩍 넘긴 나이에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혼자 산다.부인(劉敏君·51) 역시 인민일보 문화부 기자로 베이징에서 근무하고 있어 따로 살아야 할 형편이다. 서울 생활이 외롭지 않으냐고 물었다.“중국 사람들은 부부가 함께 살아도 남자들이 요리하고 빨래를 직접 합니다.부당한 게 아니죠.저도 작품을 만들 듯 요리를 만들어 즐기고,한국 친구들에게도 직접 요리를 만들어 대접합니다.” 탕수육,마늘종 돼지고기 볶음,소고기 찜 등이 즐겨하는 요리.한국에 와선 부추와 계란을 볶은 뒤 깻잎에 싸먹는 요리를 개발했다.특히 베이징과 달리 한국에는 낙지·조개 등 해물이 풍부해 해물을 이용한 요리도 즐긴다고 소개했다. “스물 여섯살 때 평양 특파원으로 갔으니 청춘을 한반도에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오는 2006년 임기를 마치고 중국에 돌아가는 쉬 지국장.“남의 나라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하면 안되는 줄 알지만,한국 사회가 교훈을 찾아 안정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한국이 잘돼야 중국도 잘된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김수정기자 crystal@
  • 정주영 체육관 개관식 르포/화장 짙어진 평양

    “뭔가 변한 것 같다.”“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유경(버드나무 고을이라는 평양의 별칭) 정주영체육관 개관식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1100명의 참관단 가운데는 이미 여러차례 방북 경험을 가진 공직자와 학자,기업인,언론인들이 많았다.이들은 “이번에 본 평양은 지금까지 봐온 평양과 분명히 차이가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평양에서 춤추는 베이비복스 6일 저녁 6시30분부터 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개관 축하공연에 국내 여성 댄스그룹 베이비복스가 등장했다. 화려한 의상을 입은 5명의 멤버 가운데 2명은 미니스커트를 입어서 빙글빙글 춤을 출 때는 속옷이 보일 정도였다.체육관 분위기는 다소 썰렁해졌고,남측 기자들조차 “좀 너무한 것 아닌가?”라고 긴장하기도 했다.40대 이상의 중년이 대부분인 남측 관객들조차 다소 생소한 신세대 여가수들을 1만명이 넘는 평양 주민들은 어떻게 ‘소화’했을까. 30대 북측 여성 안내원은 “우리에게는 익지가(익숙하지가) 않아요.”라고 말했고,40대 민화협 여직원은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전달이 안됐습니다.”라고 평가했다. 40대 남자인 잡지기자는 “술을 안 마시고도 저럴 수 있느냐.”면서 “우리는 관능적인 멋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그는 “그러나 남측에서 그런 공연을 준비했다니까 우리는 그저 구경해 주는 것”이라고 멋쩍어했다. 베이비복스가 공연할 때 평양 관객들은 예의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봤지만,그들의 눈은 반짝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이날 참석한 남측 가수 가운데 베이비복스는 가장 적은 박수를 받았다.그러나 공연 뒤 가장 큰 얘깃거리를 남겼다. 당초 협상 과정에서 북측은 “이 정도 행사라면 이미자나 조용필 정도가 와야지 이름도 없는 가수들을 중요한 무대에 세워서야 되겠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남측 관계자들이 “현재 서울에서 가장 인기있는 가수들이니 한번 지켜보라.”고 설득하자 별다른 반대없이 허용했다고 한다.다만 리허설 도중 “배꼽티는 예의에 어긋난다.”며 교체를 요청했다.베이비복스는 800만원의 출연료를 받고 평양공연에 흔쾌히응했다는 것이다. ●“대북지원의 효과가 나는 것 같다” 과거 평양을 방문했던 참관단 관계자들은 평양시민의 겉모습도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우선 여성들의 옷차림이 ‘복장’에서 ‘패션’으로 변해가고 있으며 화장도 진해진 것 같다고 한다. 또 남자들의 얼굴색도 좋아지고,표정도 부드러워졌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이같은 변화에 대해 한 관계자는 “남한과 국제사회에서 식량 등을 지원하면서 생활이 좀 나아진 것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남한 등 외부로부터의 ‘외자유치’를 위해 북한 당국도 유연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당초 이번 행사를 주관한 현대아산과 서울방송측이 참관단 1000명의 방문을 제의하자 북측은 “어림없는 소리”라는 반응을 나타냈다고 한다.그러나 결국 참관단의 숫자가 평양에서 쓰는 돈의 크기와 비례한다는 것을 고려했는지 결국 1100명 규모의 참관단이 확정됐다. 1100명이라는 최대규모의 외부손님을 맞기 위해 북측은 기존의 대남 ‘안내요원’들뿐만 아니라 아태평화위와 북측 민화협 등을 총동원했다.특히 아태평화위와 민화협에는 북한의 3대 대학이라는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대,김형직사범대 출신이 많았다. 남측의 한 관계자는 “인재들이 대남사업팀에 몰리는 것 같다.”면서 “북한의 아태평화위는 남한의 재경부와 삼성전자를 합친 기능을 하는 것 같다.”고 나름대로 해석하기도 했다. ●“조·미 관계는 우리 뜻대로 될 것” 남북한,북·미 관계,이라크 파병 등 최근의 정치현안에 대해서도 물어봤다.북측 인사들의 답변을 종합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먼저 이라크 파병과 관련,“북측과 직접 관련은 없는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다만 우리 민족이 명분없는 전쟁에 끼어들어 역사에 죄를 짓지 말라는 뜻”이라고 반대이유를 밝혔다.북·미관계에 대해서는 “결국 미국이 우리 뜻대로 따라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잘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이미 큰 길이 열렸기 때문에 교류협력이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그러나 “만약 미국이 우리를 공격하면 결국 남측은 미국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평양 이도운기자 dawn@
  • “젊은 남자가 좋아”美 중년 독신녀 33% ‘연하남성과 데이트’

    |뉴욕 연합|40대에서 60대의 결혼하지 않은 미국 여성들중 3분의1 정도가 자기보다 훨씬 나이 어린 남성들과 데이트하는 것으로 29일 밝혀졌다. 미국 여론조사업체 ‘날리지 네트웍스'가 50대 이상의 미국인 남녀들의 권익 보호단체 기관지 ‘AARP 더 매거진’의 의뢰를 받아 지난 6월 40∼69세의 독신 남성 1407명과 독신 여성 209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그같이 나타났다.이번 조사에 응한 40∼69세의 독신자들의 60%가 여성들이며 이들중 대다수가 이혼자들이다.남성들중 42%,그리고 여성들의 24%가 한번도 결혼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스티브 슬런 AARP 편집인은 이번 조사에서 밝혀진 여러 현상들중 여성 응답자들중 상당수가 자기보다 훨씬 어린 남성들과 데이트한다는 사실이 가장 놀라웠다고 밝혔다. “오늘날에는 자기보다 훨씬 나이 어린 남성과 데이트하는 것이 전혀 오점이 되지 않는 듯하다.20년 전만 해도 여성들은 직업을 갖지 않았지만 오늘날에는 직업을 갖고 있고 돈도 있고 명령도 내릴 수 있다.”고 슬런은 덧붙였다. 한편 데이트하는 첫번째 이유로 남성이나 여성 모두 재미를 찾고 동무 삼기 위해서라고 답했다.남성들중 11%,그리고 여성들중 2%만이 섹스를 그 핵심적 동기로 꼽았고 결혼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고 답한 사람은 남성의 10%,여성의 7%에 그쳤다. 결혼에 대한 욕망이 이처럼 상대적으로 낮은 데 대해 슬런은 “과거와는 아주 다른 마음가짐을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독신생활의 편안함,타인과 너무 얽혀들기를 꺼리는 마음을 반영한다.”고 평했다.
  • “스포츠 분야 통해 또다른 세상에 도전”/스포츠 기고가 변신 ‘오체불만족’ 저자 오토다케 히로타다

    |도쿄 황성기특파원|통유리의 탁 트인 창밖으로 차가운 가을비가 추적추적 뿌리는 24일 오후 도쿄 시부야의 호텔 5층 카페는 빈자리 하나없이 사람들로 붐볐다.하필 왜 이런 곳에서 만나자고 했을까.궁금증은 오래가지 않았다.주차장이 카페와 이어지는 같은 층에 있었다.차에서 내리면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도 곧바로 올 수 있는 편리함이 시끄러운 이 곳을 그가 인터뷰 장소로 지정한 이유일 터이다.이런 곳을 찾아내기까지 얼마나 ‘시행착오’를 겪었을까. 약속보다 5분쯤 늦게 나타났다.예의 전동휠체어를 타고.대단히 죄송하다는 표정이다.인사를 나누자 “30분 정도 다른 일을 먼저 봐도 괜찮느냐.”고 이쪽이 황송할 정도로 미안한 얼굴로 동의를 구한다. 새롭게 원고를 쓰게 될 회사 관계자와의 협의가 있다고 했다.얼핏 보니 몇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서류를 놓고 (그의 표현에 의하면)10㎝ 밖에 되지 않는 양 손을 흔들어가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얼굴을 알아본 중년부인들이 힐끗힐끗 그를 쳐다보기 바쁘다. 1시45분부터 45분간으로 예정된 ‘오체불만족’의 저자 오토다케 히로타다(乙武洋匡)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해서 30분 가량 늦어진 2시15분쯤 시작됐다. “하루를 보내는 패턴은 세가지 있는데,첫째가 오늘같은 일 협의나,인터뷰 같은 것이고 둘째가 취재하러 가는 날,셋째가 전혀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 원고를 쓰는 날입니다.” 기자를 기다리게 한 원고협의,기자와의 인터뷰를 포함해 아침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5건의 일이 있다고 했다.행동이 불편한 그로서는 가급적 이동을 줄이고 한 곳에서 몇가지 일을 처리하는 것이 당연한지 모른다. ●작년 운전면허 따 한달에 두번쯤 운전 그는 작년 여름 운전면허를 땄다.그 면허로 차를 몰고 왔을까. “한달에 2번쯤 운전하는 정도입니다.휴일이 그렇게 있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은 매니저가 운전해 주는 차를 타고 다닙니다.오늘도 매니저 신세를 졌구요.”그는 손수 운전하면서 과거에는 몰랐던 운전의 위험을 비로소 깨닫게 됐다고 했다. 와세다 대학 정경학부를 졸업한 2000년 오토다케는 스포츠 전문잡지 ‘넘버’에 선수 인터뷰 연재를 시작하면서 스포츠 라이터의 길을 걷는다.작년 한·일 월드컵 때에는 두 나라를 오가며 TV 리포터로도 꽤 얼굴을 비쳤으나 올들어 TV 활동은 뜸하다. “쓰는 일을 제대로 몸에 익히려고 TV쪽은 삼가고 있습니다.잡지 기고에 힘을 쏟고 있어 상대적으로 TV 출연은 많이 줄었습니다.” 500만부를 넘은 초대형 베스트셀러 주인공의 자유 기고가로의 변신,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 3학년(1998년) 가을 ‘오체불만족’을 낸 뒤 놀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어요.책의 저자라는 이유로 여러 매스컴에서 저를 다루어 주었구요.의외였습니다.나쁘게 말하면 주위에서 추어올려 준거죠.굉장히 무서웠습니다.그때도 이미 언론이라는 것이 금방 달아오르고 금방 식는 속성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요.영화화하자,입사해라,CD를 만들자는 얘기들이 많았어요.그 물결을 탔으면 재미는 있었겠지만,그냥 그렇게 흘러가 버리면 언제가는 질리는 날이 반드시 올거라고 생각했어요.그런 날이 됐을 때 내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몸에 익혀두지 않으면 나만 혼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몇가지 책을 낸 경험을 살릴 수 있는 것이 바로 라이터였습니다.” ●한·일 월드컵때 TV리포터로도 활동 스포츠를 택했던 것은 “나를 바라보는 세상의 이미지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는 뜻밖의 대답. “장애자 운동의 기수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실은 그런 운동에는 별 흥미가 없었습니다.그냥 전동의자를 타고 22년을 살아왔을 뿐이었거든요.그러면 장애자 운동의 정반대에는 무엇이 있는지,했더니 스포츠였습니다.어릴 때 부터 좋아해서 관심도 지식도 있어서 스포츠 분야에서 승부를 내볼까 생각했습니다.” 축구와 야구가 메인이지만 특정종목을 전문으로 취재한다기보다 특정 선수에 흥미가 생기면 그 선수를 인터뷰하기 위해 해당종목을 공부하는 그런 패턴으로 지금은 유도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해준다. 화제를 돌려본다.2001년 3월 대학후배인 히토미(당시 22세)와 결혼했다는 보도가 나왔다.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대신했다는 짤막한 보도였다. “집 사람은 기본적으로 집안 일을 합니다.경리라든가 그런 부분에서는 제 일을 도와주고 있지만 바깥 일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전업주부인 셈이다. “와세다 대학의 어떤 서클이 개최한 세미나에 제가 강사로 불려갔는데 그때 만났습니다.21살 때였으니까,1997년 알게 돼 4년 만에 결혼한거죠.” 결혼한 지 2년 반.아직도 신혼이라고 할 수 있는 결혼생활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결혼을 정했을 때 결혼한 선배들이 ‘너무 빠른 것 아니냐,결혼 그거 그렇게 좋은 게 아닌데’라고 충고는 해줬어요.그렇지만 나는 결혼생활을 꽤 좋아합니다.야구선수들이 결혼 문제로 상담을 해 올 때마다 꽤 권유합니다.”(그는 이 대목에서 ‘꽤’라는 말을 두 번이나 사용했다) 결혼이 글쓰기에 변화를 주었냐고 묻자 그는 “그런 건 없지만 인생의 시점이 하나 늘어난 것은 분명 메리트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혼 전 TV에 출연했을 때의 에피소드.그에게 사회자가 ‘거리에서 느끼는 불편'을 물었다.그는 “러브호텔의 엘리베이터는 (좁아서)전동 휠체어로는 타기 힘들다.”고 대답했다.짓궂은 사회자가 “러브호텔에도 가느냐.”고 재차 질문하자,그는 “가지요,23살의 남자인데요.”라고 응수해 좌중을 웃기게 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얘기를 꺼내자 오토다케는 깔깔거린다.당시 그의 대답이 진실이라면 러브호텔에 같이 간 상대가 부인이라는 심증이 짙었으나 그는 교묘하게 피해나간다. “장애자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일반적 생각 때문에 (실제로 장애인들도 많이 찾는)게임센터,노래방 같은 곳에 의외로 장애자를 위한 시설이 되어 있지 않다.”는 말로 대신한다. ●결혼한지 2년반 “꽤 즐거워요” 한국 선수로는 축구의 홍명보,이동국,박지성,안정환을 취재했다는 오토다케.“홍명보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는 그는 “무거움이라고 할까,인간으로서의 깊이가 느껴졌다.”고 덧붙인다. ‘넘버’(576호)에 실린 안정환 인터뷰 기사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상대와의 거리감을 잘 재면서 깊이 들어오는 것을 절묘한 타이밍으로 피해간다.그것이 후천적으로 익힌 재능이라면 분명 슬프다.”인터뷰 내내 마음을 열지 않는 축구스타 안정환의 심리분석이 독특하다. “스타가 되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고 매스컴의 주목을 받으면서 마음에 벽을 쌓는다면,원래 천진하고 순수한 청년이던 안정환은 좀 아깝고,불쌍한 것 아닌가요.자기만의 자유대로 살아가면 보다 매력적이지 않은가 생각했어요.”분야는 다르지만 ‘오체불만족’으로 유명인이 됐던 자신은 벽을 쌓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지. 27살의 청년,오토다케는 만 3년이 된 스포츠 라이터로서의 자신을 어떻게 채점하고 있을까. “글쎄요.처음 30점이던 것이 70점이 됐다고 할까요.지금부터 (점수를 올리는데 시간이)오래 걸리겠지요.” 모자라는 30점이라면.“기자로서의 착안력,취재력,문장력 3가지 능력이 있다고 할 때 취재력은 다른 사람보다 그리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첫째와 셋째,그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셋째(문장력)”라고 말한다. ●“글쓰기가 재미있어 정치 관심 없어요” 2년간의 산고 끝에 따낸 운전면허와 같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생각은 아직 없다고 한다.“기본적으로 기자로서 미숙하니까,더 힘을 쏟고 싶습니다.혹시 여유가 생기면 스포츠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기자로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싹튼 것은 사실입니다.”예를 든다면 기타노 다케시(한국에 ‘하나비’로 알려진 영화감독)에 수개월간 밀착해 어떤 발상으로 영화를 만드는지 그 과정을 취재하고 싶다고 했다. 얼마 전 어떤 주간지가 11월로 예상되는 일본 총선거에 오토다케가 공명당(연립여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을 보도했었다.‘정치가 오토다케’ 과연 사실인가.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글쎄요,그런 기사가 왜 나왔을까요.”거세게 부인한다.“어쨌건 지금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다.”는 오토다케.어엿한 가장으로 성장한 그에게서 글쓰기에 온몸을 던져 세상의 인정을 받고 싶다는 열정과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marry01@ ●오토다케는 1976년생.팔다리가 없는 ‘선천성 사지절단’ 장애를 안고 태어난 그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일반 초·중·고교를 거쳐 와세대 대학을 졸업했다.밝은 웃음을 잃지 않는 감동적인 삶을 다룬 ‘오체불만족’이 한국,중국,미국 등에도 번역돼 일약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오토다케 리포트’,‘월드컵 전사×오토다케 히로타다’ 외에 그림책 ‘선물’ 등의 저서가 있다.
  • 주현·김무생·양택조·송재호·선우용녀등 혼신의 연기 / 타조농장 달군 ‘거대한 老風’/ ‘고독이 몸부림칠 때’ 촬영장 스케치

    “늙으면 아이가 된다.”는 속설이 있다.주된 이유는 외로움 혹은 고독함일 것이다.자식과 세상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다는,그래서 세상에서 점차 잊혀진다는 애틋함이 밀물처럼 몰려온다.자연스레 동병상련 친구들과 만나 ‘한때 나도 잘나갔다.’타령을 되풀이한다.그러다 보니 아이처럼 옥신각신 싸우고 토라지기도 해 진짜 아이들이 볼 때 웃을 수밖에 없는 해프닝이 발생한다. 개성있는 중년배우들의 공동주연 캐스팅으로 화제가 된 ‘고독이 몸부림칠 때’(제작 마술피리)는 이런 웃음과 애잔함을 함께 머금게 하는 영화다.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찍은 지난 23일 경기도 화성 타조농장에 거대한 노풍(老風)이 불었다.주역은 주현 김무생 양택조 송재호 선우용녀 이주실 등 모두 연기라면 뒤지지 않을 배우들. 오전 촬영 장면은 가벼운 잽을 교환하는 수준.“저 놈이 아침에 처먹은 밥풀이 곤두섰나 왜 핏대를 올리고 지랄이래.”“어따 대고 콩가루라 카노 우리 집안이 콩가루면 너그 집안은 똥가루다.”.온갖 동물을 사육한 끝에 신통치 않아 타조 농장을연 중달(주현)과 앙숙인 진봉(김무생)이 날이 선 말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펼친다.어딜 가도 적은 나이는 아닌 중범역의 박영규는 “50대 초반인 제가 남자 배우중 막내”라며 연신 재롱을 피우며 분위기를 돋운다. 잠시 타조 전골로 점심을 해결한 역전노장들은 곧바로 오후 작업에 들어간다.중달과 진봉의 가시 돋친 설전은 몸싸움으로 번지고 이를 말리는 친구들 필국(송재호),찬경부부(양택조·이주실) 등이 뒤엉키는 장면이다.베테랑들은 뭔가 보여주려는 듯 사전에 서로의 위치와 주먹의 각도,대사 등을 화기애애하게 점검한다.“액션” 사인이 떨어지자 분위기는 살벌하게 돌변,김무생과 주현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싸움을 벌인다.얼굴이 멍든 김무생의 뒤통수에 ‘퍽’소리가 날 정도로 일격을 가한 주현은 성이 차지 않았던지 이번엔 반쯤 공중에 뜬 상태로 발차기를 시도한다.먼지투성이 땅을 뒹굴며 몸을 사리지 않은채 엎치락뒤치락하던 배우들이 단 한 번만에 이수인감독의 “OK”를 받자 촬영장엔 웃음이 번졌다. 이어 도시풍 인주(선우용녀)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확바뀌는 장면.택시 등장 각도 등이 맞지 않아 몇차례 “컷”사인이 난다.오전 8시부터 땡볕에서 시작한 작업에 지친 표정이 역력하다.김무생은 잠시 의자에 기대고 주현은 땀을 훔치느라 정신이 없다.해가 뉘엿뉘엿 넘어갈때까지 이어진 촬영에 고독이 몸부림치기는커녕 엄습할 틈도 없어 보인다. 살짝 맛만 본 걸로도,영화는 걸쭉한 입담과 해학미 넘치는 대사로 연신 배꼽잡게 한다.거기에 관록의 연기력까지 가세했으니 기대수치는 높아진다.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가볍지만은 않은 진지함이 묻어난다.“제2의 인생을 꿈꾸는 홀아비들을 소재로 한 살아있는 얘기”라는 주현의 설명에서 영화의 의도가 읽힌다.고독이 극장가에 몸부림치는 때는 11월 말이다. 화성 글·사진 이종수기자 vielee@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 맑은 화면에 담은 삶·욕망의 화두

    시사회장에서 관객을 졸도시킬 만큼 극악한 화면을 만들기로 악명(?)높은 김기덕 감독이 모처럼 “쉬어가는 영화”를 내놓았다.오는 19일 개봉하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제작 LJ필름·독일 판도라필름).감독이 “설령 중간에 잠이 들더라도 다 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소개할 정도로,담담한 수묵화 한 점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얼핏 화면만 훑어서는 카메라의 여유가 돋보이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를 닮았다는 오해를 살만도 하다. 도입부에서부터 영화는 번다하게 수다를 떨 마음이 없다고 쐐기를 박는다.깊은 산속 외로운 암자와 사계(四季)를 공간·시간적 배경으로 삼아 삶과 욕망의 화두를 화면 위에 무심한 듯 툭툭 던져놓는다. 연못 한가운데에 뜬 꿈속같은 암자에 노승(오영수)과 예닐곱살쯤 돼보이는 동자승(김종호) 단 둘이 산다.티없이 맑은 얼굴로 물고기에 돌을 매달아 죽이는 동자승의 역설적 살의(殺意)가 클로즈업될 즈음 관객들은 김기덕식의 쉬어가기 영화가 아무 고민없이 즐겨도 좋다는 뜻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된다. 영화는 동승의 인생을 다섯마당으로 쪼개,끝없이 순환하는 사계의 이미지로 연결한 드라마다. 물고기를 죽인 동자승에게 “평생 가슴속에 돌을 매달고 살아야 할 것”이라고 깨우쳐준 노승의 한마디는,선(禪)적인 이미지로 가득찬 영화에서 그대로 ‘키워드’가 된다. 인간의 삶은 얼마나 두꺼운 욕망의 더께를 쓰고 있는 걸까.동승이 17세 소년으로 부쩍 자란 ‘여름편’에서부터 본격적으로 깊이를 더해가는 의문이다.암자에 요양하러온 소녀와 사랑에 빠져 육체의 욕망에 눈뜬 소년은 결국 소녀를 따라 절을 떠난다.그러나 세월이 흘러 여자에게 배신당한 뒤 살인을 저지르고 암자로 돌아온 청년의 눈빛은 짐승같은 광기로 가득찼다.산속에서 길을 잃고 계속 한자리만 맴돌게 되는 ‘링 반데룽’처럼 주인공은 집착과 욕망,살의 사이를 안타깝게 헤맨다. 영화는,한 남자의 인생을 쉼없이 돌고 도는 불가의 ‘업’에 빗대 구도자적인 시선으로 그렸다.극도로 압축된 대사와 등장인물,물위에 떠 묘하게 움직이는 절집,암자 나무바닥에 빽빽이 새겨진 반야심경,물소리·바람소리의 미세한 떨림까지 잡아낸 음향 등이 한권의 명상화보집을 연상시킨다.하지만 감독의 장담만큼 감상이 호락호락하진 않다.온갖 세속의 먼지를 다 뒤집어쓴 남자가 퇴락한 산사로 되돌아온 ‘겨울편’에서는 평화보다 슬픔이 더 크게 전해진다.어째서일까. 후반부의 중년이 된 스님은 김 감독이 직접 연기했다. 황수정기자 sjh@
  • 조롱하고 떠나고 싶지만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곳/창작집 장편 동시에 펴낸 이만교

    2000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이만교(36)가 왕성한 글쓰기를 자랑하듯,중·단편집 ‘나쁜 여자,착한 남자’와 장편 ‘아이들은 웃음을 찾지 못한다’를 민음사에서 동시에 펴냈다. ‘나쁜 …’에는 이만교의 재치와 감성이 잘 스며들어 있다.영화로도 만들어진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 보여준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성풍속도 등을 포착하는 솜씨는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중편 4편과 단편 2편으로 이뤄진 이번 작품집에서 작가는 시선을 넓혀 우리 시대의 성과 사랑을 때로는 발랄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그린다. 표제작은 아내와 사별한 중년남자인 ‘나’가 젊은 여직원 ‘그애’와 주부사원 ‘그녀’를 대상으로 주고받는 욕망을 통해 현대인의 사랑 방정식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몸은 욕망에 맡기고 정신은 세태에 순응하는 ‘나’와 ‘그애’와는 달리,‘그녀’는 회사의 편법거래를 감추기 위해 관행적으로 저질러 온 서류변조에 반대하다가 화를 자초하기도 하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순수파다.대조적인 두 인물 유형을 통해 작가는 현대사회의 맹점을 꼬집는다.그는 “이 냉혹한 세상을,이 세상의 기만성을,비웃고 싶었고 경고하고 싶었던 마음의 결과물이 이번 작품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소설로 세상과 맞서는 방식은 ‘시비걸기’만은 아니다.자전적 소설인 ‘너무나도 모범적인’에서처럼 진리를 믿는 이들의 예쁘고 귀여운 마음을 대조적으로 그리면서,그래도 세상은 아직은 살 만한 곳이라는 메시지를 들려준다. 평론가 김미현은 “세상과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넘어서기 위해서 농담과 웃음이 필요함을 아는 발랄한 작가”라고 치켜세운다. 한편 장편 ‘아이들은…’는 시골에서 목회자의 아들로 유년시절을 보낸 작가의 체험이 오롯이 녹아 있는 작품.어느 시골마을 소년 동이가 읍내의 공장에 다니는 큰누나로부터 공을 선물받으면서 맛본 권력을 둘러싼 우쭐함과 갈등을 축으로 전개된다.이후 싸움이 어른들로 번지면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을 다룬다. 작가는 “소설 속의 공은 근대문명이 던져준 욕망의 대상들을 은유한다.”며 “그 달콤함을 맛본 뒤그를 지키려는 측과 앗으려는 측 사이에 생기게 마련인 다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그는 “그런 의미에서 공은 공(空)으로 읽어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작품 의도에 대해서 우리가 끝없이 다투고 싸우는 까닭을 근원적으로 이해하고 싶었다고 했다.그는 “남과 북,좌와 우,진보와 보수 등 싸움과 논쟁은 그 나름의 이유를 갖고 있었는데,그 내막은 복잡하고 심지어 후안무치까지해 그곳에서 도피하려고 시골 소년들 이야기로 숨었지만 그곳에도 나름대로 힘겨운 다툼과 갈등과 상처가 있었음을 새삼 발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이종수기자 vielee@
  • 세계인 - 우리는 이렇게 산다 / “옷은 무거운 짐… 자연으로 돌아가자”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300㎞ 정도 떨어진 베크쉬르메르는 관광지라기보다는 프랑스인들이 즐겨 찾는 해변이다.결이 고운 모래가 끝없이 펼쳐진 데다 파도가 그다지 세지 않고 물도 깨끗한 편이어서 주말이면 근처에 있는 도시 사람들에게 여유로운 시간을 제공해 준다.하지만 이곳이 유명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자연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다시 말해 나체주의자들에게 베크쉬르메르는 반드시 한번쯤 가봐야 할 곳으로 통한다.사람들이 북적대는 일반적인 해변에서 벗어나 바닷가를 끼고 북쪽으로 약 30분 걸어가면 또 다른 해변이 나오는데 이곳이 자연주의자들을 위한 이른바 ‘나체 해변’이다. |베크쉬르메르(프랑스) 함혜리특파원|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후반의 일요일. 베크쉬르메르의 ‘플라주 나튀르’(자연주의자를 위한 해변)는 바캉스의 막바지에서 일광욕을 하며 휴식을 취하는 나체족들로 가득했다.낮은 풀이 아무렇게나 자라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모래언덕이 해변 위쪽으로 끝없이 이어져 있다.검게 그을은 알몸에 배낭 하나만 달랑 메고 모래 언덕을 산책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이곳은 자연주의자를 위한 해변입니다.서로의 안전을 지키고,문제가 발생하면 소방서로 연락하십시오.’라는 팻말이 해변을 따라 군데군데 박혀 있다. ●자연스러운 가족 나들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각양각색이다.꼬마들과 함께 온 젊은 부부,나이 지긋한 노부부,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온 사람들,연인들…어른들은 파라솔 아래서 돗자리나 대형 타월을 깔아놓고 책을 보거나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아이들은 장난을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아이부터 할머니,할아버지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태양 아래서 아무 부끄럼없이 자연으로 돌아가 있다. 두 아이와 부인을 동반한 프랑수아(38)는 “아이들이 수영복을 입는 것보다 맨몸으로 해변에서 뛰어노는 것을 더 좋아해서 이곳을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그는 “3년 전부터 휴가철이면 자연주의자를 위한 캠핑장에서 휴가를 보내고 여름이면 주말마다 이곳을 찾는다.이곳을 찾으면서 가족간에 정이 훨씬 두터워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자연주의를 예찬했다. 자연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니 당연히 화장실도 없다.하지만 이들에게 화장실이 없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듯했다.모래 언덕에서 만난 40대의 남자는 화장실이 어디에 있느냐는 이방인의 질문에 “자연이 부르면 자연스럽게 모래나 바다에서 해결하면 된다.”고 태연스레 대답했다. 여자들의 근사한 벗은 몸매를 감상하기 위해 나체 해변에 관심을 갖는다면 오산이다.실제 이곳에 온 사람들을 보면 남자와 여자의 비율이 70대30 정도 된다.여자들이래야 꼬마아이들이거나 할머니,중년부인이 대부분이다. 남자가 여자보다 많은 이유는 이곳이 동성애자들의 주말 데이트 장소로 잘 알려져 있는 탓이다.남자들끼리 손을 잡고 파라솔 아래 누워 일광욕을 하거나 서로 지긋한 눈빛을 보내며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남자 혼자서 온 사람들도 꽤 눈에 띄는데 이들은 십중팔구 ‘애인’을 구하러 온 사람들이다. 프랑스에서 자연주의자들은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프랑스 나체주의자협회가 지난해 7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의 절반 이상이 나체주의자들의 생각에 동의하고 있다.또 71%는 나체주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18%는 “기회가 되면 나체촌을 찾고 싶다.”고 응답했다.“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람은 4%에 불과했다.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 프랑스에 자연주의자들이 등장한 것은 1920년대부터라고 한다.하지만 대중화되고 사회운동처럼 번진 것은 2차대전 후부터다.현재 전국에는 산,바닷가 등에 45개 정도의 상업 나체촌(자연주의 마을)이 운영되고 유명한 해변에는 자연주의자를 위한 해변이 따로 있을 정도로 대중화되고 있는 추세다. 자연주의자 마을이나 캠핑장을 운영하려면 허가를 얻어야 하고,철저한 규정을 따르도록 돼 있어 어디든 안전하고 청결하다. 자연주의자이거나 잠시 휴가를 이용해 자연주의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더욱 더 자연과 가까운 상태로 다양한 스포츠와 오락거리를 즐기며 휴가를 보낸다.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놀이도 제공된다.다른 방식으로 자연을 즐기도록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갈수록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파리의 경우 1953년 설립된 파리 자연주의자협회(ANP)가 운영하는 자연주의자 수상스포츠센터가 있다.각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누릴 수 있도록 인권존중 차원에서 설립된 이곳은 모든 이들에게 개방돼 있는데 일년 회비 45유로를 내면 마음껏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일주일에 두번씩 회원의 날도 운영된다. 자연주의자들은 각박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연주의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강조한다.파리 자연주의자협회 관계자는 “옷은 거추장스러운 것이며 현대 사회의 스트레스를 상징하는 것”이라며 “온몸을 자연에 드러내는 것은 건강에도 무척 좋고 가족,친구간 맨몸으로 시간을 보내게 되면 복잡한 인간 관계는 단순 명료해지며 더욱 진지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베크쉬르메르에서 만난 뱅상(33)은 “지난주 회사에서 파면을 당해 우울했는데 이곳에서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는 동안 걱정근심이 말끔히 사라졌다.”고 말했다.“처음에는 좀 쑥스러웠지만 아무것도걸치지 않고 해수욕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다른 (일반)해변에는 가지 않는다.”는 그는 “도시 생활의 스트레스를 푸는 데 자연주의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lotus@ ■나체촌 에티켓-허가없는 사진촬영 금지 반드시 알몸으로 지낼 것 |베크쉬르메르 함혜리특파원|해변이든,캠핑장이든 자연주의자를 위한 시설에서는 모두가 내부 규정을 따르도록 돼 있다. 엄격하게 규정을 정해 놓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당장 퇴장시키는 곳이 많다.하지만 대부분 에티켓처럼 되어 있는 사항들을 지키면서 서로를 존중해 주는 가운데 자연주의를 만끽하도록 하고 있다.당연한 말이지만 가장 우선시되는 규칙은 모두가 다 알몸으로 지내야 한다는 것.옷을 입는다는 것은 자연주의자들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또 자연주의자들은 자유와 관용,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자연에 대한 존중도 중요시한다. 자연주의자들이 가장 싫어 하는 것은 자기들이 구경거리가 되는 것이다.따라서 시설 내에서는 남들을 힐끗힐끗 훔쳐보거나 허가없이 사진을 찍는것도 금지돼 있다.서로 기념사진을 찍는 것은 예외지만 외부인이 와서 촬영하는 것은 무척 싫어한다.자연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인 만큼 시끄럽게 떠들거나 음악을 틀어놓는 것도 금기사항이다.모든 사람들이 문명의 소리에서 벗어나 바람소리,물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주차장도 될 수 있는 대로 멀리 만들어 기계문명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그래서 나체촌 내의 주 교통수단은 자전거다. 프랑스 나체주의자 연합은 프랑스 전역의 자연주의자를 위한 시설물에서 다음과 같은 규칙을 준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예컨대 ▲모든 사람들의 안전을 중시하고 ▲가족적이고 순수하며 자연스러운 자연주의를 지향할 것 ▲다른 사람들의 개성을 존중할 것 ▲벗은 채로 있는 것에 대한 우려와 두려움을 갖는 사람들을 이해시키도록 관심을 가질 것 ▲항상 정숙할 것 ▲남을 훔쳐 보거나 과시하지 말 것 ▲어린이들이나 성인들이 충격을 받을 만한 과격한 행동을 하지 말 것 ▲자연을 존중하고 보호할 것 ▲물과 에너지를 아껴 쓸 것 등이다. 파리 자연주의자협회는 보다 엄격한 규율을 정해 놓고 있다.첫번째 규정은 모두 옷을 벗어야 하고,두번째는 어떤 형식으로든 성적인 행동을 하지 못한다는 것.적발시 당장 퇴장시키며 회원 자격도 상실한다.허가를 받지 않은 시설 내 사진 촬영도 절대금지다.
  • 불륜시대 / ‘아내 외도’ 부추기는 사회?

    “요즘 애인없는 사람이 어딨어요?”라거나 “애인없는 사람이 바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다면 “나는 시대에 뒤떨어졌나?”라는 생각에 우울해질지도 모르겠다.‘외도’하는 사람이 부러워서가 아니라 ‘세상과의 괴리감’ 때문이다.그 ‘괴리감’은 주부들의 열등감을 자극한다.최근 텔레비전과 영화에서 온 가족이,온 동네가 함께 불륜에 빠져드는 시추에이션이 전개되면서 소문 속에 흘러다니던 여성들의 ‘바람’이 마치 기정사실로 뿌리내릴 판이다.현실을 반영했느냐,상상이 현실을 잠식하느냐.이를 단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그러나 현실이라기보다는 일탈을 바라는 사람들의 심리가 숨겨졌음은 더 말할 필요도 없겠다. 미국의 진화 생물학자 올리비아 저드슨 박사는 ‘모든 창조물에게 주는 타티아니 박사의 섹스 어드바이스’란 책을 통해 “동물의 세계에서 가장 이상한 제도가 일부일처제”라고 말했다. 그래서 일까.최근 이혼의 증가는 물론 아예 독신과 저출산 등 일련의 현상을 두고 ‘결혼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 시작됐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이혼통계에 의하면 남녀가 배우자의 외도와 부정으로 이혼에 이르는 비율이 전체 이혼자의 40%를 넘는다.대부분 성격차이로 틈새가 벌어지지만 결국은 배우자의 외도가 가장 큰 이유라 한다.‘남편의 외도’뿐 아니라 최근에는 ‘아내의 외도’도 이혼의 사유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시대,남성들의 전유물 정도로 인식됐던 외도가 이제는 여성들에게도 ‘금기’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물론 이는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부부간에는 ‘신뢰’ 즉 ‘정조의 의무’가 깨어져서는 결혼이 유지될 수 없다는 명제만은 흔들림없다는 또다른 방증이기도 하다. ●현실을 반영하나,허구가 현실을 잠식하는가 56년 발표된 영화 ‘자유부인’은 대학교수 부인이 춤바람으로 가정을 버린다는,당시로는 파격적인 내용이었다.그래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용납될 수 없는 죄악’으로까지 지탄받았다. 이른바 ‘불륜’을 담기 위해서는 ‘가정이 있는 여성이 왜 남편아닌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었는가.’라는 나름의 ‘타당성’을 담아야만 했고,결론은 비극적이어야만 했다.이는 40년간이나 계속됐던 ‘불문율’이었다.그리고 96년,드라마 ‘애인’은 가정을 가진 두 남녀의 ‘뒤늦은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 높은 시청률을 올렸다.그러나 이 드라마는 정작 불륜시비로 국정감사장에서 문제가 되기도 했고,‘드라마소재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토론회를 열게 할 만큼 사회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어쨌든 그후 “요즘,애인없는 주부가 없다더라.”는 확인되지 않는 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2003년 여름,‘불륜’은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났다.텔레비전 드라마 ‘앞집 여자’는 온 동네에 감염된 ‘바람’을 그리고 있다.“불륜은 비타민”,“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집안일도 바람도 척척 해낸다.”는 신종 ‘슈퍼우먼’이 등장한다.영화 ‘바람난 가족’은 남편과 아내는 물론 시어머니까지 모두 바람이 났다.‘불특정한 여성들’이 아닌 ‘내 아내와 어머니’의 바람이 그려진 이 영화는 가족해체의 또다른 표현이다. 이젠,결혼 후 새로운 사랑을 알게 된다해도 더이상 가슴조이며 아쉬워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어차피 생활에는 ‘활력소’가 필요하고,잠깐의 외도는 죄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될 판이기 때문이다. 하긴,여성들의 ‘바람기’에 불이 붙기 전,우리 사회는 도덕적이었나? 기혼남성들의 20%정도가 외도를 한다는 통계는 91년,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간통의 실태와 의식조사’에서도 나왔고 최근 한 불륜관련 인터넷사이트의 조사결과로도 입증되는 수치다.오히려 지나치게 낮게 파악된 통계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이런 통계도 있다.2001년 한국가족학회가 전국 15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족문화에 대한 인식조사’에 의하면 남성은 15%,여성은 3%가 ‘외도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또 남편이 외도한 적이 있다고 말한 여성은 16%,아내의 외도를 경험한 남성도 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도,즉 혼외관계란 성적인 관계를 포함한다.‘성적 요소가 없는 경우에는 부부관계에 미칠 불안전성이나 배신의 의미가 적기 때문이다.’고 ‘혼외관계의 이해’란 책에서경북대 전귀연 교수는 쓰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불륜’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현실에서 ‘바람난’ 여성을 찾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집안은 너무 갑갑해 남편이 전문경영인이라는 한 30대 후반 여성은 “남편이 해외출장을 가면 가끔 호텔 나이트클럽으로 놀러간다.자연스럽게 어울려 술 한잔하고 이야기 나눈다.그렇게 이상한 눈길로 볼 것 없다.정말 ‘바람쐬는 것’이다.그 이상은 없다.”고 말했다.“가정에 아무 문제도 없지만 시간없는 남편만 바라보고 불만에 젖어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잠깐의 ‘외출’로 가정을 깰 생각은 더욱이 없다고 말하는 여성들 중에는 드라마에서처럼 ‘활력소’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30대 중반의 한 여성은 “서로 명함을 주고받다보면 교수나 변호사 등 서로 이야기가 될 만한 사람들이 많다.부부이기 때문에 하지 않는 이야기들도 자연스럽게 나누게 된다.그렇게 내 스트레스도 씻어내고,또 남편의 문제도 객관적으로 보게되는 등 오히려 남편을 더 깊이 이해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더라.”고 말했다.그렇게 만난 사람들과 ‘애프터’는 없느냐는 질문을 어렵게 했더니 “뭘 그리 어려워하느냐?”는 듯 스스럼없이 말했다.“가끔,가끔이지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그리고 한두번 밥을 먹기도 했다.” 아내의 외도를 호소하며 상담소를 찾은 한 남성(39세)에게서는 달라진 세상사의 한 예를 볼 수 있었다.“아내(37세)가 얼마전 부터 남자를 만나고 있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다.화가 나서 따졌더니 아내는 잘못을 빌기는커녕,오히려 큰소리다.집안일도 깔끔하고 아이들 뒷바라지도 잘 하는데 잠깐 바람쐬는 것도 안된다면 이혼하자고 한다.아이들을 위해서도 이혼은 원치 않지만 이런 아내를 내가 영원히 용서하고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더욱이 아내가 먼저 이혼하자니 배신감을 느낀다.” ●해체되는 가족속의 여성들 옷가게를 운영하는 40대 중반 여성은 “일에 묶여서 지내지만 나를 위해 가끔 즐긴다.”고 말했다.‘즐긴다.’는 단어의 묘한 어감 때문에 다시 물으니,이혼을 원하거나 남편에 대한 불만을 본격적으로 터뜨리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고등학생 아들의 뒷바라지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내 관리는 내가 한다.남편에게 기대할 것도 아니고,더욱이 아이들에게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고 기대할 것도 없다.”라고 말했다. 40대 후반의 한 여성은 여고 동창들과 ‘일요등산회’를 구성했는데,몇 주 전부터 그 모임에 남성들이 동행하고 있단다.“우연히 등산길에서 만난 이후 일요일마다 함께 등산한다.회사에서 뒷전으로 밀렸다는 50대들이라 이야기가 통한다.남자들처럼 젊은 애들과 노느라 돈드는 것도 아니고,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기분전환을 하는 것인데 문제될 것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그러다 친구들 중,무슨 문제가 생기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그럴 수도 있겠지.”라고 긍정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내가 새댁일 때,우리 동네에 꽤 부잣집 부인이 바람이 났었어.집공사를 했는데 글쎄,도배장이와 눈이 맞았다던가.결국 그 부인이 자살했는데 그때만해도 ‘늙은 여자의 더러운 욕망’이라고 손가락질을 해댔거든.그런데 지금 내가 그 나이가 되니까 그 부인이 바람난 게 아니라 외로움 때문에 사람이 그리웠던 것 같아.돈 좀 번다고 유세하면서 아내를 무시한 남편과는 이미 마음의 담이 높지,아이들은 걔들 나름대로 바쁘지,이럴 때 아마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생겼던 모양이야.이젠 이해가 돼.” 가정기능의 약화는 진작부터 논의됐었다.그래서 이를 여성들의 ‘숨겨졌던 바람기’로 보기보다는 가족해체 현상의 한 단면으로 봐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2001년,한국여성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부산 신라대 공미혜 교수는 15명의 외도하는 여성을 면접,조사결과를 통해 “과거에 비해 여성들이 외도에 대해 관대해진 것은 사실이다.심지어 가부장 중심의 결혼생활에 대한 도전,혹은 능동적 성적주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으로까지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들은 혼외관계를 낭만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하며 상대남성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만으로 자기도취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보고,남성들의성적 접촉과는 차이가 있음을 지적했다. ●행복한 가정에 외도없다 대한 가정법률복지상담원 양정자 원장은 “그전보다 여성들의 생각과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그것은 특별한 일이기 때문에 화제가 된다.”고 확대해석을 막았다.남편의 외도가 아직도 이혼상담소를 찾는 대부분 여성들의 고민거리라는 것이다. 한편 정신과 전문의 김병후 박사는 “경제적으로나 부부관계에서 아무 문제없는 가정의 부인들이 바람이 났다는 말은 모순.”이라고 말했다.외부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고,그들 스스로도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외도의 경우,대부분 ‘복수성 외도’라 한다.배우자에 대한 불만을 풀지못한 채 부부갈등의 절망적 선택,마지막 출구로 외도를 택한다는 것이다. “현실에서의 외도는 영화처럼 그렇게 잠깐 스치고 지나가지 않는다.외도를 선택했을 때,부부관계가 그만큼 피폐해졌기 때문에 외도를 그만둔다고 하더라도 상처는 깊게 남는다.”고 경고했다.결코 바람이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 없음을,중년여성들이 꿈꾸는‘메디슨카운티의 다리’는 허구에 지나지 않음을 강조했다. 허남주 기자 h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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