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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인 연출 거장 니나가와 유키오 “내 연극은 비빔밥이다”

    일본인 연출 거장 니나가와 유키오 “내 연극은 비빔밥이다”

    ‘일본 연극계의 상징’은 자신을 “헤엄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물고기”에 비유했다. “괴롭거나 슬픈 연극을 만들어도 그걸 본 관객들은 살아가는 희망을 품고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본 연극을 세계에 알린, 그것도 서양이 자부하는 셰익스피어 등 ‘고전’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연출가 니나가와 유키오(76)는 2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연극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를 들고 한국을 찾은 그는 “관객을 빠른 시간 안에 연극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게 연출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막을 올린 지 3분 안에 극의 방향성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안토니’는 그가 연출한 스물 네 번째 셰익스피어 작품이다. 지난달 일본 사이타마 예술극장에서 초연한, 말 그대로 ‘따끈따끈한’ 최신작이다. 재일교포 3세 아란 케이가 주인공 클레오파트라를 맡아 국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니나가와는 “아란 케이는 (일본에서 가극스타로 성공하기까지) 재일 한국인으로서 (수많은 편견과) 싸워왔다. 클레오파트라는 자기 주장이 강하고 패기를 지닌 아름다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아란 케이가 꼭 필요했다. 그녀의 용기를 응원하고, 존경과 우정을 표시하고 싶었다.”면서 “한국에 가볍게 오고 싶진 않았다.”고 했다. 이어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봐줄지 흥분되고 겁도 난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은 나이 든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이야기 같은 거다. 중년 남자와 매력적인 여왕의 얘기인 만큼 정치, 질투, 이루지 못한 사랑 등 셰익스피어 작품의 많은 요소가 담겼다.” 1969년 연출가로 데뷔한 니나가와는 사회성 짙은 실험극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셰익스피어 대표작을 강렬한 무대 연출로 담아내 아시아 연극의 저력을 세계에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초기 실험극 정신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상업 연극과 손잡았다.”며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나는 일본을 대표하는 연출가가 아니다. 나를 싫어하는 비평가도 많고 (나에 대한) 찬반이 있다. 거장이라고 해서 늘 존경받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유럽 연극이 이상적인 것이라고 배운 세대다. 거기에 우리 민족과 아시아인의 정체성을 연결하고 싶었다. 유럽에 나가면 어떤 반응일까 궁금해 (공연하러) 나갔는데 새로운 표현이라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때 ‘이제 알았냐, 일본이 만든 셰익스피어, 아시아가 만든 희랍극은 이런 거다’ 하는 마음이 든 게 솔직한 심정이다.” 스스로 거장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는 그는 자신을 “싸우는 노인”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왜 그토록 강렬한 무대에 집착하는 것일까. “셰익스피어를 일본어로 공연하다 보니 설명할 수 없는 게 있었다. 이를 보충하고 언어를 공유하고자 (관객이) 눈으로 보면서 미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것에 집착하게 됐다.” 연출 철학을 묻는 질문에는 ‘한국의 비빔밥’을 예로 들어 눈길을 끌었다. “비빔밥 위에는 나물도 있고 고기도 있다. 그런 게 각각 제 작품의 하나다. 세계에 대한 감각, 인간에 대한 느낌을 한 작품으로 표현하긴 어렵고 다양한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언젠가 그는 “서울은 그리스 비극을 하기 적합한 도시”라고 말한 적 있다. 그 이유를 물었다. “창덕궁도 돌아보고 (서울)거리도 다녀봤는데 도시 안에 산이 있는 이미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보다는 바위가 많다. 그래서인지 뭔가 분출해 내는 힘이 느껴진다. 그리스랑 비슷하다. 야외극, 희랍극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변함없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니나가와 유키오의 가장 큰 특징인 강렬한 무대연출이 살아 있는 작품. 흰 액자를 연상시키는 무대에 스핑크스 등 거대 조형물이 현란하게 등장한다. 24~2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3만~7만원. (02)2005-0114.
  • [사건 inside] (8)“내 애인이 ‘꽃뱀’이라니”…70대 재력가의 비극적 순정

    [사건 inside] (8)“내 애인이 ‘꽃뱀’이라니”…70대 재력가의 비극적 순정

    “그 여자가 그럴리가 없어요. 뭔가 잘못 알고 계신거 아니에요?” 경찰을 찾은 최모(72)씨는 자신의 애인이 사기도박단의 ‘꽃뱀’이었다는 말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는 형사의 말에 끝내 눈물을 보였다. 지난 10일 경기 양주경찰서가 밝힌 ‘사기도박단 사건’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과 같았다.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 관계자 역시 “영화 ‘타짜’의 수법과 너무나 똑같아 깜짝 놀랐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들의 타깃은 경제적으로 윤택한 모든 남성들이었다. 이들은 ‘정보통’, ‘꽃뱀’, ‘바람잡이’, ‘선수’, ‘꽁지’ 등 치밀한 역할 분담을 통해 완전 범죄를 노렸다. 이 모든 사기 행각은 이른바 ‘왕회장’ 김모(57·여)의 계획과 지휘로 이뤄졌다. ● 마치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처럼…아리따운 ‘꽃뱀’의 유혹 “최 사장님, 알게 된 동생이 있는데 같이 만나보지 않으실래요?” 최씨가 미모의 여성 이모(44)씨를 만난 것은 지난 3월 쯤. 연 매출 100억원대의 건실한 주류 도매업체를 운영하고 있던 그는 자신이 종종 들르던 경기도 성남시의 한 기원에서 알게 된 바둑친구 또 다른 이모(53)씨를 통해 그녀를 소개받았다.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만난 그녀는 40대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한 외모와 세련된 감각을 뽐냈다. 게다가 마치 자신에 대해 미리 알고 있기라도 했던 듯 취미와 취향마저 똑같았다. 특히 최씨는 평소 즐기던 골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금세 친밀해졌다. 최씨는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며 다정하게 대하는 이씨에게 마음을 빼았겼다. 두 사람 사이는 이내 내연의 관계로 발전했다. 달콤한 연애에 푹 빠진 최씨는 이씨와 전국 각지를 돌며 골프를 치고 맛집을 찾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그까짓 1만원쯤이야”…재미로 시작한 도박이 깊은 수렁으로 “오빠, 다음엔 우리 양평으로 나가보지 않으실래요? 예전에 친하게 지냈던 언니가 그쪽에 있는데 오빠 얘기를 했더니 꼭 뵙고 싶다고 하네요.” 최씨에게 도박의 유혹이 찾아온 것은 지난 8월 중순. 여느 때와 같이 데이트를 즐기던 중 이씨로부터 양평 쪽으로 놀러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사랑하는 애인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인 최씨는 경기도 양평군의 한 식당을 찾았다. 풍광 좋고 공기 맑은 곳에 위치한 식당은 여느 휴양지 식당과 다를 바 없었다. 최씨는 이 곳에서 이씨의 지인들을 소개받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자. 이제 술도 한잔 돌았고 이렇게 즐거운 날 그냥 헤어질 수는 없죠. 최 사장님, 고스톱 치실줄 아시죠? 가볍게 한 게임 어떠세요?” “고스톱? 좋지. 1점당 얼마 걸고 칠까?” “깔끔하게 1점당 1만원. 괜찮죠?” “그럼. 1만원쯤이야.” “와~ 우리 오빠 진짜 화끈하다. 내가 남자보는 눈이 있다니까.” 애인과의 달콤한 밀회에 푹 빠져있던 최씨는 이들이 자신을 먹잇감으로 삼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사기도박은 이렇게 시작됐다. 흔히 고스톱·섯다·포커 등 도박으로 분류되는 게임들은 이기고 지는 데 일정한 확률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일반인들에게나 통용되는 일. 이른바 ‘타짜’, 즉 전문 도박사가 낀 도박판에서 일반인이 돈을 딸 확률은 절대로 없다. 처음에는 평범한 화투판과 다를 바가 없었다. 최씨가 이기고 지는 것을 반복하며 전체적으로는 돈을 조금씩 잃어가는 상황에 놓였다. 패가 나오는 순서를 미리 설계해 둔 ‘탄카드’는 ‘선수’들이 원하는 대로 점수를 조작할 수 있게 했다. 주변에서 권하는 술에 조금 취한 최씨가 한눈을 파는 사이 ‘선수’는 1200점을 냈다. 최씨는 순식간에 1200만원을 잃었다. 이런 식으로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어진 도박판에서 최씨는 무려 9000여만원을 잃었다. 처음부터 도박을 하려고 간 게 아니었기 때문에 나중에는 차용증을 쓰고 돈을 빌리게 됐다. 최씨가 한눈을 파는 사이 화투는 탄카드로 바꿔치기 됐다. 패가 나오는 순서를 미리 설계해둔 탄카드는 선수들이 원하는 대로 점수를 조작할 수 있게 했다. 보통 고스톱판에서 나오기 힘든 1200점이란 점수도 탄카드 때문에 가능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는 화학약품을 통해 화투패 뒷면에 표시를 남기는 등 다양한 사기수법이 나오고 있지만 이보다 원시적인 방법인 탄카드가 오히려 ‘봉’들을 현혹시키기 쉽다. 이씨 일당은 최씨로부터 딴 돈을 몰래 밖으로 빼돌렸다가 ‘꽁지’를 이용해 배달하는 척 하면서 다시 최씨에게 빌려줬다. 최씨는 이런 방법으로 2개월여 사이 5차례의 도박판에서 모두 5억 3000여만원을 잃었다. 재력이 충분했던 최씨에게는 수억원을 잃은 것보다는 자신과 잠자리를 함께하는 애인이 자신을 속이고 사기 도박했다는 사실이 더 충격이었다. ●‘정보통’·‘꽃뱀’·‘선수’가 혼연일체…치밀한 사기도박단의 정체 양주경찰서가 관내 제보자를 통해 이들 조직의 실체를 파악한 것은 최씨가 사기도박의 마수에 걸렸던 때보다 조금 앞선 지난 7월. 꽃뱀에게 속아 돈을 잃은 피해자가 최씨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수사 결과 이 일당들은 2006년 사기 도박단을 조직해 최근까지 17회에 걸쳐 최씨를 비롯한 남성 재력가 5명에게서 10억여원을 뜯어냈다. 이들은 서울·경기는 물론 광주광역시 등 전국적인 규모로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 5명의 손해는 1000만원에서 5억여원까지 다양했다. 이들의 도박행각을 계획한 총책 김씨는 이씨 등 유인책 2명을 고용했다. 40대인 이씨는 50~70대의 노년층을, 30대인 또다른 유인책은 40대 중년층을 공략했다. 김씨는 속칭 ‘정보통’이라고 불리는 모집책을 통해 돈 많고 유혹하기 쉬운 남성들의 정보를 얻었다. 처음 최씨에게 이씨를 소개해 줬던 바둑친구가 바로 모집책이었다. 모집책이 정보를 제공하면 유인책이 봉에게 접근해 성관계를 맺는 등 친밀한 관계를 만든 뒤 도박판으로 끌어들였다. 한 번 도박판에 발을 들이게 하면 돈을 뜯어내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었다. 전문 도박사는 물론 돈을 잃어주는 바람잡이 역할까지 있어 피해자들은 사기도박일 것으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일부 피해자들은 한 게임에 큰 점수가 나오는 것이 미심쩍긴 했지만 사기일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최씨는 이들 일당이 검거된 뒤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끝까지 이씨가 이들과 한패일리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이씨는 나와 같은 피해자”라며 그녀를 감싸기까지 했다. 사랑에 목마른 중장년 남성들을 유혹해 사기 도박의 나락으로 떨어트린 도박단은 결국 덜미를 잡혔지만 믿었던 애인이 자신을 이용했다는 사실에 피해자들은 허탈감과 배신감을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안게 됐다. 검거된 일당들은 유치장에서도 서로 입을 맞추기 위해 다른 공범에게 메모지를 건내다 적발되는 등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총책 김씨와 유인책 이씨 등 4명을 구속하고 또 다른 유인책 1명과 모집책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달아난 ‘선수’ 최모씨 등 전문 도박사 3명을 쫒고 있다. 양주경찰서 관계자는 “이들은 신원과 관련된 모든 정보들을 차명으로 이용했다.”면서 “검거된 일당 외에도 이른바 ‘대포폰’, ‘대포통장’을 이용한 공범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화장실도 경쟁력이다] (5·끝) 전문가 제언

    [화장실도 경쟁력이다] (5·끝) 전문가 제언

    한국의 공중화장실 시설은 2002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불과 19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불특정한 다수가 이용하는 공중화장실은 악취가 진동했고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는 철제로 된 일체형으로 칸막이도 없이 생면부지의 사람끼리 서로 ‘은밀한 곳’을 드러내 놓고 생리 현상을 해결해야 했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 각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공중화장실은 꽃향기가 나고,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곳으로 변모했다. 화장실 문화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시민단체들은 이제 ‘하드웨어’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개선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중화장실 점검 기획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 봤다. ●“생활 눈높이에 맞춰야” 김원철(69)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 본부장은 공중 및 공공화장실 수준을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중화장실은 상당한 수준으로 개선됐지만, 초중고교 등 학교 화장실은 시설이 열악한 곳이 많다.”면서 “학교 화장실이 가정의 화장실보다 지저분해 이용하지 않고 용변을 참는 학생도 많다.”고 말했다. 아파트 등 현대식 건축물이 보편화되면서 가정의 화장실 또한 깨끗해진 반면 오래된 학교는 화장실도 낡고 지저분해 학생들의 생활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 본부장은 또 “이 같은 눈높이의 문제는 군대가 더욱 심각하다.”며 “정부가 학교, 군대, 농어촌, 다중이용업소를 중심으로 화장실 개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중화장실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일반 가정에 대한 화장실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송철호(65) 한국화장실협회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공중화장실 개선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저소득층, 빈민가 등 사회 소외계층의 화장실 복지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면서 “서울만 하더라도 변두리 지역으로 나가면 아직도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송 사무총장은 “화장실은 단순히 생리 현상을 해결하는 공간을 넘어 삶의 수준과 행복에도 영향을 미치는 공간”이라면서 “지난해부터 행정안전부의 지원을 받아 사회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사랑의 화장실 지어 주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독거노인, 결손가정 등 8개 가정에 현대식 화장실을 지어 줬다. 올해는 연말까지 10여 곳의 가정에 화장실을 새로 만들어 줄 방침이다. 그는 “정부가 화장실 복지 예산을 늘려야 하며, 중앙 및 지방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사용자 의식 높아져야” 표혜령(61)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는 시설 개선보다 이용자의 선진 의식을 강조했다. 아무리 깨끗하게 잘 만들었더라도 사용자의 의식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개선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공중화장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표어가 표 대표의 작품이다. 표 대표는 “이제 어느 정도의 하드웨어 개선은 이뤄졌고, 관리의식 등 소프트웨어 정착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청소용역 시스템 개선안을 제시했다. 그는 “국내 어디를 가도 화장실 청소는 중년 여성들이 담당하고 있어 남성 화장실 이용자나 청소 담당자 모두 불편한 경우가 많다.”면서 “화장실 관리는 용역업체가 대행하는데, 업체는 경영논리상 인건비가 가장 낮은 중년 여성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 남성 청소원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과 유럽 국가처럼 별도 청소 시간을 공지해 그 시간 동안은 다른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기다리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아프리카·중앙아시아 등 저개발 국가의 공중 보건 및 위생 향상을 위해 2007년 우리나라에서 창립된 ‘세계화장실협회’는 정부의 예산 지원 중단으로 운영에 위기를 맞고 있다. 조용이(75) 협회장은 “우리 협회는 한국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로 68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으며 지금까지 아프리카 국가 등 13개국에 27개의 화장실을 보급했다.”면서 “아직도 저개발 국가에서는 오수 시설 미비 등으로 연간 200만명이 죽어 가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국내 사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예산 지원을 중단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6·25 전쟁 때 많은 나라의 원조를 받아 지금의 위치까지 성장하게 됐다. G20 회의 같은 국제 행사를 유치하는 것보다 저개발 국가에 꼭 필요한 지원을 해 주는 것이 진정 국격을 높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딱봐도 남자네…의욕 없는 ‘여장강도’ 체포

    어설픈 변장으로 은행을 털려한 여장 강도가 체포돼 주목을 받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미러 등 외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의 한 은행을 털고 도주한 여장 강도가 튀는 외모 때문에 어이없이 체포되고 말았다. 체포된 용의자의 이름은 마틴 볼러(42). 그는 키가 큰 전형적인 유럽의 중년남성으로, 은행원들을 방심시키기 위해 여장을 했지만 누가 봐도 남자 임이 드러난다. 이 범인은 펌이 들어간 긴머리 가발에 선글라스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고 꽉 끼는 원피스 차림에 니트, 레깅스를 입고, 여성용 샌들까지 신었지만 역시 남자 임을 숨길 수 없었다. 잘 보면 손과 발에 핑크빛 매니큐어까지 칠하는 정성을 들이기도 했지만 어떻게 봐도 남자로 보인다. 범인은 은행을 턴 이후 준비 중이던 차량을 타고 체코 국경까지 도주했다. 하지만 그 특이한 외모로 인한 많은 목격자들의 신고로 결국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은행의 한 직원은 “불행히도 그의 여장은 완벽했지만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충격적인 외모였다. 그가 올바른 길로 가길 희망한다.”라고 전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총맞아 숨진 만삭 여성서 아기 기적적 탄생

    예배 중인 교회에 총을 든 남자가 난입해 만삭의 여성을 사살했으나 뱃속의 아기는 무사히 태어난 충격적이면서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타 마리아 델 피나 교회의 저녁 예배 중 한 남자가 총을 들고 난입했다. 이 남자의 이름은 이반(34). 마드리드 경찰이 자세한 신원공개를 거부한 이 남성은 교회에 들어와 만삭의 여성 로시오 피네이라(36)의 머리에 총을 쐈다. 피네이라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으며 이반은 다른 중년 여성에게도 총격을 가한 뒤 결국 자살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구급 의료진은 피네이라가 만삭의 임산부임을 확인하고 교회 바닥에서 제왕절개에 들어갔다. 의료진의 노력 끝에 기적적으로 아기는 태어났다. 의료진 측은 “현장에 도착했을 때 피네이라는 약간의 맥박만 뛰고 있었다.” 며 “아기를 구하는 것 이외에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 안타까웠다.” 고 말했다. 이 아이의 이름은 알바로로 출산 직후 인근병원으로 후송됐다. 담당의사는 “아기의 상태가 위중한 편으로 현재 인큐베이터에 있으며 며칠 더 지켜봐야 한다.” 고 밝혔다. 현지 경찰의 조사결과 총격을 가하고 자살한 이 남자는 과거 마약소지와 폭력전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사망한 여성의 전 남자친구 등 지인 관계라는 일부 추측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마드리드 경찰 대변인은 “살인범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 같다. 무작위로 희생자를 골랐던 것 같다.” 며 “현재 자세한 사건의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뉴 캅스-수사버전을 올려라] 고발장 받고도 임의파기… 청소년 윽박질러 진술 받기도

    [뉴 캅스-수사버전을 올려라] 고발장 받고도 임의파기… 청소년 윽박질러 진술 받기도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57년 만인 지난 6월, 경찰의 숙원인 ‘수사 개시권’이 명문화됐다. 검사 지휘에 관한 구체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하는 ‘수사권 조정 2라운드’ 싸움 역시 불과 2개월 남짓 남은 상황이었다. 서울신문은 독자적인 수사주체로 처음 인정을 받은 경찰이 현장에서 어떻게 사건을 처리하고, 얼마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힘을 쏟았고 쏟고 있는지 등을 살필 계획이다. 또 신고·수사 절차에서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 부족한 시스템 등 수사 전반을 둘러싼 고질적인 병폐와 문제점, 원인을 짚고 해법을 모색할 방침이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사주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뉴 캅스(New Cops), 수사버전을 올려라’라는 시리즈는 크게 ▲피의자에서 피해자 중심의 수사로 ▲과학적 수사가 해답이다 ▲국민의 경찰로 가는 길 등으로 나눠 다룰 예정이다. 형사정책연구원·인권연대·경찰대·시민단체 등의 관계자로 ‘전문 자문단’을 구성, 조언을 들었다. white@seoul.co.kr로 제보 및 의견을 받는다. ●자문단=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행렬(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유정현(한나라당 의원), 이동희(경찰대 법학과 교수),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표창원(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특별취재팀=백민경, 이영준, 윤샘이나, 김진아기자 경찰은 지난해부터 지난달까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121건의 시정권고를 받았다. 권익위가 경찰 수사과정에서 발생한 과실과 인권침해, 직권남용 등 부당함이 인정돼 개선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린 것이다. 시정권고 처분이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경찰의 수사과정과 태도 등에 부당함을 느낀 국민들의 민원 신청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았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공공질서 유지에 힘써야 할 경찰이 기본적인 의무를 다하지 않아 국민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권익위 시정권고 현황을 중심으로 경찰의 불합리한 수사관행과 수사상 과실로 국민들이 입은 피해사례를 살펴본다. ●6시간 방치 60대 남성 결국 숨져 2006년 12월 초. 112신고센터에 경북 포항시 항구우체국 앞에 한 60대 남성 A씨가 술에 취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이 A씨를 발견했을 때 다행히 의식은 남아 있었지만 비까지 내린 혹독한 겨울 날씨에 몸은 이미 언 상태였다. 경찰은 A씨를 병원이 아닌 지구대로 데려갔다. A씨는 그 뒤로 차가운 지구대 의자 위에서 6시간 이상 방치됐다. 평소에도 술에 취해 지구대를 자주 들락거렸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의식을 잃은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항의하는 유족에게 경찰은 “주취자의 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형식적인 해명을 했다. 그러나 지구대 안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는 경찰의 잘못된 대처가 고스란히 담겼다. 경찰은 A씨에게 냄새가 난다며 신문지로 얼굴과 가슴 쪽을 덮고, 가슴을 발로 차기도 했다. 결국 경찰은 폭행사실 등 과오를 시인했다. 권익위는 지난해 12월 해당 경찰서에 대해 ‘보호조치 대상자 처리매뉴얼 위반’에 대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사적인 용도로 개인정보 조회 경찰이 수사상의 필요에 의한 것처럼 속여 자신과 민사소송 중인 상대방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한 직권남용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서울에 사는 한 40대 남성 B씨는 사적인 이유로 서울의 한 경찰서에 재직 중인 C경감과 민사소송을 진행하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C경감이 B씨 가족의 주민번호와 은행계좌정보 등 개인정보를 재판에 증거로 제출한 것이다. C경감은 B씨 가족의 은행 계좌가 개설된 지점, 이사를 간 시점까지 세세한 정보를 모두 알고 있었다. 권익위의 조사결과 C경감은 수사과정상 필요한 정보라며 수개월 동안 B씨의 거주정보를 조회해 오고 있었다. C경감은 또 은행 콜센터에 자신이 경찰이라고 밝히며 B씨 가족의 개인정보를 요청했다. 권익위는 당시 C경감이 소속된 경찰서에 시정권고를 내렸고 C경감은 경찰 내부 징계위원회에도 회부돼 감봉조치를 받았다. ●청소년·장애인 등 인권보호 뒷전 인천에 사는 중학교 3학년생 D군은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권익위에 진정서를 냈다. D군은 이른바 ‘일진회’ 멤버로 인근 학생들을 대상으로 500만원을 빼앗는 등 상습공갈 및 협박, 특수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 경찰 조사과정은 문제투성이였다. 겁에 질린 D군을 윽박질러 진술을 하게 하는가 하면 늦은 시간 조사가 끝난 뒤 차비도 없는 D군을 혼자 돌려보냈다. 경찰은 보호자나 변호인이 입회했을 때만 청소년을 조사할 수 있다는 범죄수사규칙을 위반해 결국 D군의 진술은 모두 효력이 없게 됐다. 이 밖에도 경찰은 D군에게 “바른대로 말하지 않으면 교도소 간다.”라고 겁을 주고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밤 9시에 조사를 마칠 때까지 밥도 주지 않았다. 권익위는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에 대해 욕설과 폭언을 하고 인권보호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며 경찰에게 시정을 권고했다. 해당 경찰들은 자체적으로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견책처분을 받기도 했다. ●“내 업무 아냐”… 수개월 기다려야 경찰이 수사를 오랫동안 지연시켜 공소시효가 지나 버리는 등 수사 지연과 업무태만도 도마에 올랐다. 경남 통영시의 한 어촌마을에 사는 70대 노인 E씨는 마을에 조직된 어촌계에서 왕따를 당하는 등 마을사람들과 불화가 있었다. E씨는 경찰서에 마을사람 중 한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어업피해 보상과 관련한 어촌계 내부의 비리를 알고 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담당경찰은 비리사건은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면서 담당자를 찾아 연락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E씨가 고발장을 제출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참다 못한 B씨가 6개월 뒤 직접 경찰서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물었지만 그제서야 “고발장이 제대로 접수되지 않았다.”는 어이없는 답변만 늘어놓았다. 화가 난 B씨는 고발장을 내놓으라고 했지만 경찰은 “문서를 이미 파기했다.”며 사과했다. 권익위는 경찰이 제출한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하지 않고, 임의로 없애 범죄수사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전남 여수의 한 어촌계장이 6년간 저질러 온 임대료 횡령, 편취 등의 각종 범죄행위를 알면서도 묵인해 공소시효를 넘기게 한 경찰도 있었다. 마을 주민 F씨는 어촌계장이 6년간 공동어업권을 무단으로 빌려주고 임대료를 횡령하거나 여수 인근의 무인도인 수리섬의 소유권 이전을 두고 돈을 챙기는 등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며 어촌계장을 고소했다. 그러나 수사의뢰를 받은 경찰관은 수수방관했다. 특히 경찰은 어촌계장의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탓에 지난해 6월 공소시효가 지났다. ●접수하면 신고자 보호 나 몰라라 경찰은 사건의 신고자, 목격자 등에 대한 보호를 소홀히 해 오히려 이들이 피해를 입은 사례도 포함됐다. 40대 남성 G씨는 길거리에서 폭행사건을 목격하고 112에 신고했다가 되레 봉변을 당했다. G씨는 그날 경기도 부천에 일을 보러 갔다가 중년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길거리에서 여성을 마구 때리는 모습을 보고 곧바로 경찰에 알렸다. 잠시 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자 방금 전까지 때리고 맞던 남성과 여성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맞던 여성은 경찰에게 자신을 때린 사람은 G씨라며 거짓말을 했다. 여성이 막무가내로 우기는 통에 경찰도 G씨를 폭행 피의자로 생각하고 남녀와 함께 경찰차 뒷좌석에 태웠다. 다행히 현장을 떠나기 직전 또 다른 목격자가 “때린 사람은 G씨가 아니라 다른 남자”라고 진술해 오해는 풀렸지만, 경찰이 목격자 진술을 듣기 위해 차에서 내린 사이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있던 남녀는 G씨의 멱살을 잡고 얼굴을 때리며 분풀이를 했다. G씨는 사건을 신고하고도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됐다. 권익위는 “경찰이 신고자 보호에 소홀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던 피해를 입혔다.”고 시정권고했다.
  • 소 따라 목숨 끊은 인도남자 ‘끔찍한’ 동물사랑

    소 따라 목숨 끊은 인도남자 ‘끔찍한’ 동물사랑

    끔찍하게 소를 사랑하던 인도의 한 중년남자가 자식같은 소를 잃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도 비하르 주의 농촌에 살던 45세 남자가 죽은 소의 뒤를 따라 자살했다고 외신이 16일 보도했다. 인도 경찰은 “기르던 소가 죽은 뒤 고통을 견디다 못한 남자가 14일 밤 농장에 나가 나무에 목을 맸다.”고 밝혔다. 생전 남자의 소 사랑은 유별났다. 소를 자식처럼 아끼면서 밤이면 외양간에서 소와 함께 잠을 잤다. 자살한 남자의 부인은 “남편이 소에 대해 무조건적이고 변치않는 사랑을 갖고 있었다.”며 “외양간에서 잠을 자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부인은 “이번 주에 소가 죽은 뒤 남편이 우울증상을 보이며 고통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사진=인터넷 자료사진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
  • ‘대륙의 꽃’ 중화 뮤즈를 만나다

    ‘대륙의 꽃’ 중화 뮤즈를 만나다

    양쯔충(楊紫瓊), 궁리(??), 수치(舒淇), 가오위안위안(高圓圓), 리빙빙(李氷氷), 쉬징레이(徐靜?), 장쯔이(章子怡), 탕웨이(湯唯), 판빙빙(范??), 구이룬메이(桂綸?)…. 몇몇은 낯익고, 몇몇은 낯설다. 외래어표기법 때문일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중화권을 대표하는 여배우들이란 점이다. 특히 탕웨이는 ‘만추’에서 현빈과 호흡을 맞췄고, 가오위안위안은 ‘호우시절’에서, 양쯔충은 ‘검우강호’를 통해 정우성과 짝을 이뤄 국내 팬들에게 더 친숙하다. 판빙빙은 12월 개봉을 앞둔 ‘마이웨이’에서 장동건과, 리빙빙은 지난 7월 북미에서 개봉한 ‘설화와 비밀의 부채’에서 전지현과 공동주연을 맡았다. ‘대륙의 꽃을 만나다-중국영화의 뮤즈 특별전’이란 부제를 내건 2011 중국영화제가 오는 26일부터 새달 2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CGV 용산과 부산 우동 CGV 센텀시티에서 열린다. 맏언니격인 양쯔충(49)부터 가장 어린 구이룬메이(28)까지 세대를 망라한 중화권의 대표 여배우 10명을 한자리에서 만날 기회다. 말레이시아, 타이완, 중국 등 출신 지역은 제각각이다. 국내 미개봉 작품에 먼저 눈길이 간다. 장쯔이 주연의 ‘자스민 우먼’은 1930년과 1960년, 1980년 상하이를 배경으로 ‘모’와 ‘리’, ‘화’라는 3대에 걸친 여인의 삶을 중국 역사와 오버랩시켜 여인의 인생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다. 장쯔이는 1인 3역을 맡았다. 2004년 상하이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청초하면서도 지적인 이미지로 인기를 끄는 감독 겸 배우 쉬징레이의 ‘두라라승진기’는 지난해 중국에서 1억 3000만 위안(약 224억원)을 벌어들인 히트작이다. 현대판 신데렐라인 두라라의 직장생활 고군분투기를 경쾌한 터치로 다룬 로맨틱코미디. 판빙빙의 ‘관음산’은 2008년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관음산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힘겨운 삶을 사는 세 젊은이와 사고로 아들을 잃고 우울증에 걸린 중년여성의 삶과 치유과정을 다뤘다. 판빙빙에게 지난해 일본 도쿄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말할 수 없는 비밀’, ‘타이베이 카페스토리’로 잘 알려진 구이룬메이의 ‘어깨 위의 나비’는 한 남자가 세 명의 여자를 만나 각기 다른 사랑을 키워가는 판타지 로맨스다. 올여름 중국에서 개봉한 따끈따끈한 영화다. 중국의 강제규로 통하는 펑샤오강의 ‘쉬즈 더 원2’에서는 섹시스타 수치를 만날 수 있다. 중국 개봉 당시 ‘아바타’를 누른 로맨틱 코미디 시리즈물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푸른 소금’ 송강호…치열함 벗고 여유를 입다

    ‘푸른 소금’ 송강호…치열함 벗고 여유를 입다

    ‘국민배우’ 송강호(44)가 돌아왔다. 신세대 여배우 신세경(21)과 호흡을 맞춘 영화 ‘푸른 소금’(31일 개봉)을 통해서다. 감성 액션 드라마를 표방하는 이 작품에서 그의 모습은 전작들과 사뭇 다르다. 이전보다 훨씬 날렵해졌고 진한 감수성마저 느껴진다.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송강호를 만나 변화를 감행한 이유를 들어봤다. →아름답고 감각적인 영상미를 추구하는 이현승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다. 이제는 좀 멋있게 보이고 싶었나. -스타일리시한 남자 주인공을 짐작했다거나 멋지게 나오기를 기대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다양하게 연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스타일리시한 감독의 작품은 처음이다. 이런 종류의 영화를 독창적으로 만드는 분과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2000년 9월 이 감독이 만든 ‘시월애’와 내가 출연한 ‘공동경비구역 JSA’가 함께 극장에 걸렸고, 해외 영화제 등을 다니면서 친분을 유지했다. ‘푸른 소금’은 이 감독이 11년 만에 연출한 작품인데, 섬세한 촉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 연기한 두헌은 은퇴한 조직 폭력배 두목으로 과거를 숨기고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하는 중년 남성이다. 네 번째 조폭 역할인데. -15년 연기 생활 동안 유독 조폭과 형사가 중첩되는데, 특별한 로망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두 직업군은 드라마틱한 느낌이 있고 인물을 풍성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초록물고기’와 ‘넘버 3’는 막내라서 생존을 위해 사는 느낌이 강했다면, ‘우아한 세계’는 나 외에 가족을 생각하는 지점이 생겼다. 일인자가 된 ‘푸른 소금’에서는 좀 더 인생에 대해 철학적이고 여유로워지게 됐다. 인생에 대해 집착하지 않고 물 흐르듯이 감정이 가는 대로 살아가는 편안한 느낌이랄까. 지금 배우로서의 내 모습과도 비슷한 것 같다. →두헌은 요리학원에서 자신을 감시하기 위해 접근한 어린 여자 세빈(신세경)을 만나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송강호와 신세경의 조합을 두고 충무로 안팎에서 말들이 많다. 극 중 애꾸(천정명)의 대사처럼 ‘원조교제’로 보기도 하고 중년 남성의 로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하. 개인적으로 나이 어린 여자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 영화는 물리적으로 나이 차가 많아야 성립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영화에서 둘의 관계는 통상적인 남녀의 사랑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처음 두헌이 세빈을 만났을 때의 시선은 사랑보다 연민이 우선이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어떤 색깔로 표현할 수 있을까. -자줏빛이다. 자주색은 빨강색처럼 화려하고 강렬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고 깊이가 있다. 자극적이진 않지만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것이 이 영화의 사랑 표현법이 아닌가 싶다. →두 사람의 사랑이 너무 잔잔하고 밋밋하게 표현된 것이 아닌가. -그들의 관계나 감정이 명확하게 떨어지지 않아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감독도 명확한 얘기를 하기보다는 관객들이 은은한 느낌을 갖고 극장을 나섰으면 한 것 같다. 영화는 다소 생경하더라도 그런 지점을 표현하려고 했다. 시원한 카타르시스는 많지 않겠지만 여운이 남는 영화로 감상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문법의 영화, 이런 감성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영화의 그런 점에 끌려 출연을 결심하게 된 것인가. -물론 스마트폰 등 엄청나게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비해 영화의 감성이 구식의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인간이 갖고 있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은 소중하다. 조폭의 메마른 감성에서 튀어나오는 윤두헌식 사랑법이 그렇게 느껴졌고, 영화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흥행 요소가 투입된, 대박이 보장된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혹시 상업적으로 잘 안된다고 하더라도 후회는 없다. →영화 속에서 살이 많이 빠졌던데. -작품을 위해 감량했다. 멋있게 보이려고 한 게 아니라 그럴듯한 느낌만 주려고 했다. 홀아비 느낌이 나던 영화 ‘의형제’ 때보다 5㎏ 정도 빠진 것 같다. →신세경씨는 사실상 스크린 첫 주연작이다. 연기를 평가한다면. 아울러 세대 차이는 못 느꼈나. -세대 차이는 별로 못 느꼈다. 나이에 비해 성숙하다기보다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배우로서의 결이 좋다. 신인이라 연기자로서의 경험이 부족해 미비한 점도 있겠지만 나이에 비해 이룬 성과는 크다. 본인도 이번 작품으로 지적받고 칭찬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여배우로서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맡아보고 싶은 배역이 있나. ‘국민배우’로서 또 다른 목표가 있나. -특별히 어떤 역을 맡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작품이 좋고 인물이 자극을 주는 역할이라면 선택한다. 배우로서의 목표는 따로 없다.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좋은 연기를 하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도 일상성 속에서 의외성을 표현하고 싶다. 배우는 1~2년 하고 끝나는 직업이 아니다. 시간과 함께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푸른 소금’은 무슨 뜻인가. -소금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지만 과하면 독이 되는 양면성이 있다. 푸른색은 희망적인 느낌을 준다. 전체적으로 삶의 희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그의 다음 작품은 이나영과 함께 찍은 ‘하울링’이다. 연이은 젊은 여배우들과의 작업이 부러움을 살 법도 하지만 이제는 상대역과 나이 차가 크게 벌어지는 역할은 사양하겠다며 손을 내젓는다. 그는 “농반진반으로 마치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면서 너털웃음을 지었다. 거창한 명분이나 명예를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의 가치를 스스로 느끼고 보람을 찾기 위해 연기를 한다는 송강호. 그의 소탈하고 진정성 있는 연기 철학이 국민배우라는 칭호를 얻게 해 준 것이 아닐까.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왕궁에서 ‘사랑’ 나눈 女시장 ‘국제 망신’

    왕궁에서 ‘사랑’ 나눈 女시장 ‘국제 망신’

    미모의 벨기에 여자시장이 관광지에서 은밀하게(?) 사랑을 나누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 파문이 일고 있다. 망신살이 뻗친 문제의 여자시장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미 4년 전의 일”이라며 애써 스캔들을 외면하고 있다. 욕망을 이기지 못한 여자시장이 사랑을 나눈 곳은 스페인 나바라 지방에 있는 올리테 왕궁. ‘스페인의 불가사의’로 불리는 이 궁은 16세기에 지어진 성으로 관광객이 붐비는 곳이다. 여자시장은 한 중년의 남자와 함께 성의 타워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사랑을 나눴다. 하지만 은밀한 추억(?)은 없었다. 한 외국인관광객이 일행과 함께 성을 둘러보다 우연히 사랑을 나누는 커플을 발견하고 동영상을 찍어 유투브에 올린 것. 문제의 동영상이 유투브에 오른 건 지난해 10월이지만 화제가 된 건 최근이다. 동영상의 주인공이 벨기에 알스트의 현직 시장 일스 우이터스프롯으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여자시장은 스캔들이 일자 트위터에 “동영상에 나오는 건 내가 맞다.”고 털어놨지만 “정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파문 확산을 경계했다. 스페인 등 유럽 언론은 28일(현지시간) “고궁에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만들려던 여자시장이 굴욕과 망신을 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유투브 캡처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심장이 뛰네’

    주리(유동숙)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친다. ‘서른 중반에 상아탑의 선생 자리를 꿰찬 여자’의 우아한 삶 같은 건 그녀에게 없다. 학생들 앞에 선 직업인으로서의 모습은 그나마 낫다. 혼자 지내는 숙소에서 그녀가 때우는 밤의 풍경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포르노를 보며 독신의 쓸쓸함과 무료함을 달랜다. 그러다 자위를 통해 끓어오르는 욕망을 해결한다. 어느 날 그녀는 포르노를 보다 비슷한 처지의 여자를 발견한다. 처진 가슴과 늘어진 뱃살의 여자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주리는 문득 자신이 포르노에 출연하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마침 그 포르노의 제작사는 동창 명숙이 운영하는 곳. 주리는 그녀에게 떼를 쓰기로 한다. 그리고 명숙을 찾아간 주리는 심장이 뛰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주리의 궁색한 처지는 과장된 감이 있다. 아무리 중년에 가까운 여자라 해도 교수라는 직업을 가진 여자가 ‘자자고 하는 사람도 없고, 남자 살 돈도 없다.’고 푸념하는 데는 현실감이 모자란다. 주리는 차라리 비루한 일상을 은유하는 인물에 더 가까우며, 다른 인물들의 삶도 주제에 맞춰 정형화되어 있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심장이 뛰네’의 인물들은 모두 욕망을 배신하는 현실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 자질구레한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지친 선배 여교수는 제자와 은밀한 관계를 나누다 화를 입는다. 학창 시절 멋진 영화인이 되기를 희망했던 명숙은 꿈과 반대로 포르노그래피를 만들어 돈을 번다. 밥벌이로 포르노그래피를 찍는 감독은 너저분한 현장을 떠나지 못해 괴롭다. 현재가 미래를 망칠까봐 걱정하는 포르노 배우는 얼굴을 가리고 목소리를 숨긴 채 연기한다. 주리의 욕망은 멋진 남자와 육체적 관계를 나누는 것이지만, ‘심장이 뛰네’는 그녀가 진입한 쾌락의 현장을 시시덕대며 바라보는 영화는 아니다. 적나라한 촬영 현장도 관객의 호기심 만족과는 무관하게 묘사된다. ‘심장이 뛰네’는 주리의 육체적 경험보다 그녀가 맺는 타인과의 관계에 주목한다. 주리에게 계약서를 내놓으며 명숙은 “사인하는 순간부터 나는 네 친구가 아니야, 너는 내가 고용한 한 점의 살덩이야.”라고 잘라 말한다. 명숙의 말은 극 중 인물들의 관계를 대변한다. 인물들이 하나같이 쓸쓸해 보였다면, 그건 그들이 계약적 관계 위에서만 움직이기 때문이다. 주리가 친구의 옛정을 확인하려는 명숙을 차갑게 대하는 것처럼, 극 중 본질적인 관계를 향한 몸짓들은 거부당한다. 공적인 약속인 계약은, 어쩔 수 없이 그것에 동의한 인간을 억압하고 병들게 한다. 소박한 외양을 지닌 ‘심장이 뛰네’는 거창해 보이는 주제에 대해서도 수수하게 접근한다. 주리는 현실을 타파하고자 날뛰지 않으며, 육체적 욕망은 허무하다는 헛소리를 늘어놓지도 않는다. 욕망은 현실의 결핍을 반영한다. 그러므로 죽음에 이르지 않는 한 인간은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욕망을 완벽하게 충족시키거나 욕망에서 벗어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주리는 지금까지와 다른 시선으로 욕망을 바라보게 된다.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임으로써 비로소 자유에 한 발짝 다가서는 것이다. 영화의 짧은 클라이맥스에서 주리는 처음으로 과감하게 행동하는데, 그 장면은 평범한 성적 상황을 과감하게 비튼다. 통쾌한 웃음으로 응원하고 싶은 장면이다. 영화평론가
  • [22일 TV 하이라이트]

    ●독립영화관-귀(鬼)(KBS1 밤 1시 10분) 한 소년이 학교 안에서 어느 소녀와 눈을 마주친다. 그 소녀는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학교 안을 떠도는 귀신이다. 소녀는 유일하게 자신을 알아본 소년에게 도움을 청한다. 한편 아무도 모르게 사라진 아이가 있는 학교 안 폐건물 교실에 들어선 소녀. 그 아이는 혼자인 게 싫었던 것일까. 소녀에게 출구는 점점 멀어지기만 한다. ●VJ특공대(KBS2 밤 9시 55분)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경남 통영. 이곳엔 한려수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수영장이 있다. 바로 산꼭대기에 위치한 야외 수영장이다. 산꼭대기에 위치해 탁 트인 360도 파노라마 전망을 자랑하는 것은 물론 수영을 즐기며 욕지도·사량도·비진도 등 아름다운 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이 독특한 수영장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 본다. ●몽땅 내 사랑(MBC 밤 7시 45분) 혜옥은 김 집사에게 이별을 통보받아 상처를 받는다. 그러고 혜옥은 자신이 여행 갔다 돌아오기 전에 김 집사를 해고하라고 김 원장에게 얘기한다. 한편 두준을 핑계로 비밀 데이트를 하다가 미선과 영옥에게 거짓말을 하게 된 옥엽과 샛별. 미선과 영옥은 옥엽과 샛별 중 누가 거짓말을 했는지 두준과 삼자대면을 하자고 한다. ●궁금한 이야기 Y(SBS 밤 8시 50분) 중년 남자가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울고 있다. 스물셋, 젊고 예쁜 나이에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져버린 딸 윤미선씨 때문이다. 아버지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딸의 죽음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건, 한 마리의 ‘산 낙지’였다. 그리고 딸 앞으로 2억원짜리 생명보험이 가입되어 있었다는데…. ●인생 후반전(EBS 밤 11시 30분) 김민철씨는 옥상에서 꽃을 키우고 나무를 가꾸는 사장이다. 아이들에겐 숲 속 놀이터를 만들어준 남자이기도 하다. 옥상 위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그가 처음 직장생활을 한 곳은 옥상과는 정 반대에 있는 땅속이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강원도 삼척에 있는 탄광회사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그런 그가 옥상 위에서 나무를 키우게 된 사연은 뭘까. ●세계의 아이들(EBS 밤 8시 50분) 모로코는 북아프리카 서쪽 끝에 위치해 있다. 모로코는 유럽과 아랍, 그리고 아프리카 문화의 교차로로서 다양한 문화가 융합된 나라이다. 인구의 20% 이상이 수공예 관련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때문에 다른 나라 정부 부처에서는 볼 수 없는 ‘수공예부’가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장인들의 자부심 또한 대단한 그곳, 장인을 꿈꾸는 아이들을 만나본다.
  • 보험의 양극화…일시불 10억쯤이야 vs 月 1만원도 버거워

    보험의 양극화…일시불 10억쯤이야 vs 月 1만원도 버거워

    사례1. 경기 안산의 사무용 가구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사장 김모(55)씨. 사업이 순조로워 전체 자산이 50억원에 이른다. 이 중 현금으로 바꾸기 쉬운 금융자산은 5억원이 채 안 된다. 운영하는 회사의 비상장 주식과 사업용 부동산, 재고 자산 등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김씨는 최근 친구로부터 상속세를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는 충고를 들었다. 자신이 죽은 뒤 재산을 아내와 아들에게 물려줄 때 25억원을 상속세로 내야 하는데 그때 가서 세금으로 낼 현금을 만들려면 부동산 등 나머지 자산을 헐값에 처분해야 한다는 것. 김씨는 그 즉시 초우량 고객(VVIP)만 상대하는 A생명보험사의 재무설계사에게 연락해 사망 시 20억원의 보험금이 나오는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사례2. 서울에서 트럭에 채소를 싣고 다니며 장사를 하는 박모(42)씨의 한달 벌이는 180만원이다. 이 돈으로 당뇨를 앓고 있는 아내와 딸 2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 2월 물건을 나르다가 허리를 다친 박씨는 5일 동안 일을 못하고 통원치료를 받았다. 치료비가 50만원 정도 나왔지만 지난해 9월 우체국에서 들어둔 ‘만원의 행복’ 보험 덕에 20만원을 보험금으로 지급받았다. 미래의 예기치 못한 사고나 질병에 대비하기 위해 가입하는 보험의 세계에도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수십억~수백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이른바 ‘슈퍼 리치’(super rich)들은 매월 1000만원, 일시에 10억원 이상의 보험료를 내는 ‘황제보험’에 가입한다.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는 본래 보험의 목적 외에도 상속세 등 세금을 납부하는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반면 하루 먹고 살기 바쁜 탓에 한달에 1만원 내는 보험에 가입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저소득층 서민들은 갑자기 다치거나 질병 등으로 인해 파산 상태에 이를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정부와 복지기관 등에서 자기부담금이 1만~5만원인 소액보험(micro insurance)을 내놓긴 했지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이 제한적이고 보장내역도 부실해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황제 보험의 세계 고액의 보험료를 내는 부자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신문이 8일 A생명보험사의 부자 고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월 1000만원 이상 보험료를 내는 부자들은 2008년 말 2601명에서 올해 3월 말 3182명으로 22.3% 증가했다. 가입과 동시에 한꺼번에 10억원 이상의 보험료를 내는 부자들은 2008년 말 776명에 불과했으나 올해 3월 말 1093명으로 40.9% 늘었다. 고액 보험에 가입한 슈퍼 리치들은 중년층의 고소득 사업가, 기업체 고위 임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A보험사가 2008년 VVIP 재무 상담을 받은 2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평균 연령은 50.6세였다. 40대가 34.9%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32.3%, 60대가 14%로 뒤를 이었다. 직업별로는 기업체 고위 임원이 23.1%로 가장 많고 사무직 종사자 18.3%, 사업가 13.1%, 가정주부 11.9%, 의사 및 약사가 7.7% 순이었다. 부자들이 고객 보험에 가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세금 때문이다. 과세 표준이 30억원을 초과하는 상속재산에 대해서는 50% 이상의 세금이 부과된다. 이를 상속인이 사망한 지 6개월 안에 납부해야 한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한국 부자들의 특성상 현금화가 어려운 법인 지분, 부동산 등 고정자산의 비중이 높아서 세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사망 시 수십억원의 보험금을 탈 수 있는 고액 종신보험은 부자들 사이에서 세금 납부용 필수 가입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주부의 고액 보험 가입도 크게 늘었다. 남편이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종 종사자나 법인 사업가라면 사업 승계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남편이 사망하면 소득이 단절된다.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연금 또는 종신보험에 가입한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위 20%의 고객이 영업이익의 80%를 가져다 준다는 ‘80대 20의 파레토 법칙’(전체 결과의 80%가 20%의 원인에서 나온다는 법칙)이 있듯이 슈퍼 리치는 금융기관의 핵심 고객으로 갈수록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면서 “이들을 위한 특화 보험 상품과 전문상담 서비스가 진화하는 추세에 있다.”고 전했다. ●가난한 아빠 엄마는 1만원 보험에 반면 저소득층 가구의 보험가입률은 고소득층에 크게 못 미친다. 보험연구원의 2011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소득 2000만원 이하 저소득층 가구의 생명보험 가입률은 75.9%로 연소득 4000만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층 가구의 가입률 90.6%보다 14.7% 포인트 낮다. 저소득층 가구의 손해보험 가입률은 79.9%이지만 고소득층 가구의 가입률은 94.9%로 15.0% 포인트 낮다. 정부와 민간기관은 저소득 서민계층을 위한 소액보험을 마련해 놓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우정사업본부가 지난해 1월 출시한 만원의 행복 보험이다. 1만원만 내면 1년간 상해에 대한 보장을 해주는 보험이다 이 보험은 가구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50%(연 2590만 8000원) 수준이고 국민건강 자기부담 보험료가 일정 기준 이하인 사람만 가입할 수 있다. 평균 보험료가 남자는 3만 5000원, 여자는 2만 5000원이지만 가입자는 1만원만 내면 된다. 나머지는 우체국 보험사업의 이익잉여금 5% 이내에서 마련된 재원(연 23억원)으로 충당한다. 저소득층 가장으로 사망했을 경우 유족에게 2000만원이 지급되고 상해로 인한 입원의료비 등을 최대 5000만원까지 지급한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의 저소득층아동보험 사업은 2008년 시작됐다. 기초생활수급권이 없는 차상위계층의 한부모·조손·다문화가정 아동과 부양자가 가입할 수 있다. 약 105만원의 보험료로 3년 동안 보장을 받을 수 있는데, 본인 부담금은 전체 보험료의 5%인 5만원 정도다. 복지적인 성격이 짙어 기초·광역자치단체의 추천을 통해 가입을 받는다. 미래설계자금 명목으로 매년 30만원을 3년간 주고 부양자가 사망하면 500만원을 지급한다. 후유장해보험금과 입원급여금 등도 지원된다. 소액보험은 재원 때문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는 한계가 있다. 질병에 대한 보장 내역도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질병 통원의료비, 질병 입원의료비 보장이 추가돼야 보험 가입자가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다.”면서 “병원 치료비가 비싼 암 등 중대 질병에 대한 보장도 추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민들의 노후 대비를 위한 보험 가입 실태는 더욱 취약하다. 보험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연 소득 20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의 개인연금저축 가입률은 4.3%에 불과했다. 이경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금저축 상품을 활용해 노후소득을 마련할 필요성이 높은 저소득층의 가입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개인연금에 가입하면 정부에서 가입금액의 20% 등 일정 수준을 보조해주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주말 영화]

    ●가타카(EBS 일요일 오후 2시 30분) 유전자 조작을 통해 완벽한 조건의 아이들만 태어나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 하지만 빈센트는 부모의 사랑에 의해 잉태된 이른바 ‘신의 자식’이다. 그러나 이름만 신의 자식일 뿐, 실상 빈센트는 수많은 결함을 안고 태어난 하등인류에 지나지 않는다. 빈센트의 부모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빈센트의 동생을 낳을 때는 유전공학의 힘을 빌린다. 이렇게 해서 유전적으로 완벽한 빈센트의 동생 안톤이 태어난다. 형제는 나이가 들면서 바다에 나가 수영시합을 하곤 했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매번 안톤의 승리였다. 동생에 비해 모든 것이 부족한 빈센트였지만 그에게도 꿈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주비행사가 되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수영시합에서 안톤을 이긴 빈센트는 집을 떠나 전국을 떠돌며 잡역부 일을 시작하게 된다. ●티파니에서 아침을(KBS1 토요일 밤 12시 55분) 1940년대 초 미국 뉴욕. 검은 선글라스에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한 한 여성이 보석상 티파니 앞을 활보한다. 그녀는 바로 뉴욕의 한 아파트에서 홀로 살아가며 부유한 남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화려한 신분상승을 꿈꾸는 홀리(오드리 헵번)다. 이웃집에는 가난한 작가인 폴(조지 페퍼드)이 살고 있다. 그는 부자 여인의 후원을 받으며 곤욕스러운 애인 노릇을 하던 중이다. 폴은 귀엽고 매력적인 홀리에게 점차 호감을 갖게 된다. 그녀는 마음에도 없는 중년 남자가 귀찮게 군다며 한밤중에 폴의 침대 속으로 들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의 팔에 안겨 잠이 든다. 길 잃은 고양이를 귀여워하고, 무료함을 이기지 못해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기타를 치며 ‘문 리버’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이런 모습에 폴은 홀리를 더욱 사랑하게 되는데…. ●코요테 어글리(OBS 토요일 밤 11시 15분) 21살의 바이올렛(파이퍼 페라보)은 빼어난 미모만큼이나 목소리가 아름답다. 그녀의 꿈은 송라이터가 되는 것이다.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뉴욕으로 떠난 바이올렛은 자신이 만든 곡을 들고 음반사를 찾아다닌다. 그러나 음반사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용기를 잃어갈 무렵 바이올렛은 여러 명의 미녀들이 바텐더로 일하는 ‘코요테 어글리’란 이름의 바를 발견한다. 마련해 온 돈이 바닥나고 앞날이 막막해진 바이올렛은 일자리를 찾아 코요테 어글리를 찾아간다. 코요테 어글리의 주인 릴(마리아 벨로)은 바이올렛에게 오디션 기회를 준다. 하지만 바텐더 경험이 없는 바이올렛은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실수를 연발한다. 노련한 바텐더 캐미(이자벨라 마이코)와 레이철(브리짓 모이나한)의 현란한 쇼 앞에서 주눅이 들어버린 바이올렛은 코요테 어글리를 떠나려 한다. 그러나 싸움에 휘말린 취객을 노련하게 다루는 바이올렛의 솜씨에 감탄한 릴은 그녀에게 바텐더 일자리를 맡기는데….
  • [27일 TV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1 오전 7시 50분) 전남 곡성에는 짚풀과 사랑에 빠진 임채지 할아버지와 논밭을 남편 삼아 살아온 아내 정애님 할머니가 살고 있다. ‘짚풀공예가’ 임채지 할아버지는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관광객들에게 늘 인기 만점이다. 하지만 곡성군의 자랑으로 자리 잡은 그도 아내 정애님 할머니 앞에서는 그저 ‘속 썩이는 애물단지 노인네’일 뿐이다. ●월화 드라마 동안미녀(KBS2 밤 9시 55분) 소영은 배우 채슬아에게 드레스 디자인 컨셉트를 설명한다. 잘 안될 거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화려하고 섹시한 디자인을 선보인 소영. 한편 진욱의 아버지는 자기 밑에서 일하는 미중년 남자의 딸이 진욱과 사귀는 바로 그 아가씨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시간 소영과 진욱은 첫 데이트를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몽땅 내 사랑(MBC 밤 7시 45분) 김 원장은 아들 자랑을 하는 친구의 말에 자신의 아들도 공부를 잘해 유학 갔다고 자랑한다. 옥엽은 속상해하면서도 김 원장을 위해 자신이 집사 보조라고 거짓말을 한다. 그 모습에 김 원장도 속상하기만 하다. 한편 우진은 학생들이 두준에게 선물을 전달해 달라고 하는 것을 본다. 그리고 자신이 두준보다 인기가 없음을 알게 된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SBS 밤 9시 55분) 아정은 문광부에서 파면당하고 힘들어한다. 기준은 그런 아정을 위로해 주고 아정은 기준의 위로에 마음이 편해진다. 아정은 문광부에 들어가기 전 고시원에서 공부하며 코피 흘리던 모습, 합격자 명단에서 이름을 발견했던 순간, 공무원이 되서 열심히 일했던 모습까지 파노라마처럼 지난 일들을 회상하는데…. ●희망릴레이(KBS2 오후 5시 30분) 철거 예정인 달동네에서 9년째 벽화를 그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마을을 그림으로 꾸미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거리의 미술’ 대표 이진우씨다. 그가 생활하며 벽화를 그리는 동네는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이다. 뜨거운 햇볕 아래서 벽화를 그리며 황폐해진 동네를 희망으로 바꾸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본다. ●경찰 25시(OBS 밤 11시) 새벽 귀갓길 피해자는 노골적으로 자신을 겁탈하려는 남자의 행동에 깜짝 놀라 도망쳤다. 하지만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에만 급급했던 범인은 계속해서 피해자를 쫓았고, 급기야 피해자는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이렇게 힘이 약한 여성들만을 노려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는 파렴치한 범죄행각을 OBS ‘경찰25시’에서 전면 공개한다.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일루셔니스트’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일루셔니스트’

    가짜 예언자는 대중을 현혹한다. 반대로 진짜 예언자는 대개 비운의 인물로 산다. 대중이 진실을 종종 놓치는 탓이다. 영화감독 자크 타티(1909~1982)도 그런 인물 중 한 명이다. 대중은 그가 의욕적으로 제작한 ‘플레이타임’을 외면했고, 타티는 끝내 재정적 실패에서 회복하지 못했다. 그는 현대사회를 꿰뚫어보는 혜안을 지녔다. 그의 영화는 기계문명과 소비의 거품에 짓눌려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풍자하곤 했다. 시큰둥한 얼굴로 어리석은 행동을 비판하기보다 지긋한 미소로 현대인의 모습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그였다. 관객 스스로 눈을 키우게 한 것인데, 정신없이 지내느라 바쁜 이들은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 ‘일루셔니스트’(L’illusionniste)는 타티가 1950년대 후반에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그 시나리오가 자기 모습에 너무 가깝다고 생각한 타티는 영화화를 단념한 뒤 ‘플레이타임’으로 옮겨 갔다. 50년이 흐른 어느 날, 애니메이션 감독 실뱅 쇼메는 데뷔작 ‘벨빌의 세 쌍둥이’를 준비하던 차에 타티의 딸과 만났다. 타티의 ‘축제의 날’을 영화에 삽입하려고 그녀와 접촉한 거다. 쇼메의 진가를 알아본 그녀는 묻어둔 시나리오를 건네며 영화화를 부탁했다. 사실 ‘일루셔니스트’의 시나리오는 타티가 딸에게 보내는 연서였다. 보내지 못한 편지가 운명처럼 쇼메에게 전달됐고, 그는 우편배달부가 되기로 했다. 때는 1959년. 중년남자 타티셰프는 이곳저곳을 떠돌며 공연하는 마술사다. 도시 사람들은 그가 펼치는 예스러운 마술에 별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그는 스코틀랜드의 바닷가 마을로 공연을 떠나는데, 하필 그날 전기가 처음으로 마을에 들어오는 바람에 타티셰프의 공연은 또다시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그러나 그를 눈여겨본 사람이 있었으니, 여관에서 잡일을 하며 지내던 소녀는 마술에 매혹된다. 공연을 마친 그가 마을을 떠나는 날, 소녀도 그를 따라나선다. 이제 언어와 세대가 다른 두 사람은 예상하지 못한 여정에 오른다. 단편영화 ‘노파와 비둘기’, 데뷔작 ‘벨빌의 세 쌍둥이’의 곳곳에 타티를 향한 애정을 이미 심어 놓았던 쇼메는 작정하고 타티와 노닌다. 타티셰프는 다름 아닌 타티의 본명이며, 우스꽝스럽게 걷고 행동하는 장신의 남자는 타티의 분신인 ‘윌로시’를 쏙 빼닮았다. 그리고 헌사에 그치지 않게끔, 타티를 통해 작품의 주제에 도달한다. 타티셰프가 우연히 들른 극장에서 타티의 ‘나의 아저씨’(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은 1958년 작품)와 만나는 장면을 보자. 타티가 타티와 대면해 영화의 마법이 완성되는 순간, ‘일루셔니스트’는 관객이 ‘나의 아저씨’의 현실적 주제를 읽도록 권한다. ‘일루셔니스트’의 마법은 현실과 연결된 것이기에 더욱 값지다. 타티의 영화에서 대사는 별 의미가 없다. 마찬가지로 쇼메의 영화에서도 대사의 기능은 미미한 편이다. ‘일루셔니스트’의 많은 장면은 무성영화 또는 판토마임처럼 보인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관객이 이미지에 집중하고 이야기를 자유롭고 능동적으로 구성하는 게 가능하다. 빠른 장면 전환과 끊임없이 떠들어대는 인물을 특징으로 하는 요즘 애니메이션과 전혀 다른 차원의 작품이라 하겠다. 이미지가 낭비되고 이미지의 소중함을 모르는 이 시대에 ‘일루셔니스트’는 각별한 가치를 지닌다. 영화평론가
  • [길섶에서] 요리하는 남자/허남주 특임논설위원

    요리하는 남성이 늘고 있다. 요리법을 묻는 남성도 있다. 볶음 요리와 찌개는 실력이 붙었는데 국 맛내기가 어렵단다. 요즘 고민이란다. 일단 국물을 적게 잡아보라고 ‘팁’을 줬다.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좋아한다. 기력이 떨어진 직장인 아내의 아침잠을 단 5분이라도 늘려 주려는 남편의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의지하지 않고 독립하는 것이 당당해서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이라면, 중년 남성의 요리 도전이야말로 최고의 독립으로 칭찬받아야 하지 않을까. “남자는 부엌에 드나드는 게 아니다.”는 특별대우를 받고 자란 ‘아들’들의 독립이니까. 아이의 독립이야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이지만 중년의 독립이야말로 자신의 틀을 스스로 깨야만 하는 어려운 결단이 아닌가. “나는 철저히 분업을 택했어. 아내는 요리하고, 나는 먹지!” 이런 남성이라고 흉볼 필요도 없다. 독립이 힘들수록 독립한 후가 더 당당한 법. ‘결단코’ 부엌에 들어가지 않겠다던 남성일수록 요리의 즐거움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 허남주 특임논설위원 hhj@seoul.co.kr
  • 관록 꽃중년, 파릇 꽃청년 ‘꽃남전쟁’

    관록 꽃중년, 파릇 꽃청년 ‘꽃남전쟁’

    패기의 20대냐, 관록의 40대냐. 안방극장의 남자 배우 격돌이 흥미진진하다. 관록으로 무장한 40대 ‘꽃중년’들이 주말극은 물론 미니시리즈 주연까지 꿰차자, 패기를 앞세운 20대 ‘꽃남’ 스타들이 반기를 들고 나선 것. 마흔 안팎 남배우들의 존재감을 확연히 드러내준 삼총사는 차승원(41), 김승우(42), 김석훈(39)이다. 이들은 20대 청춘 스타들의 전유물이었던 밤 10시대 미니시리즈의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드라마의 주연으로 활동하고 있다. 30대 후반이나 40대에 접어들면 멜로보다는 성격파 배우로 전향하거나 조연급 연기자로 한발짝 물러나는 과거 사례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대목이다. # 30대 후반~40대 꽃남의 로맨스 MBC 수·목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 출연 중인 차승원은 이기적이고 깐깐한 톱스타 독고진 역을 맡아 특유의 코미디와 진지한 멜로를 오가는 연기력으로 호평받고 있다. 특히 그가 입에 달고 다니는 대사 “나, 독고진이야.”는 이미 유행어 반열에 올랐다. 드라마 ‘아테나’와 영화 ‘포화속으로’ 등을 통해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변신을 꾀했던 그는 데뷔 초기 자신의 장기였던 코미디를 다시 살려 입체감 있는 캐릭터를 그리고 있다. 김승우는 오는 30일 첫방송하는 MBC 새 월·화 드라마 ‘미스 리플리’에서 능력 있는 호텔 총지배인 장명훈 역을 맡아 정통 멜로 주연에 도전한다. 김승우는 “내가 데뷔할 때만 해도 30살이 넘으면 주인공을 못한다고 했었다.”면서 “나이에 걸맞은 역할을 통해 깊이감 있는 연기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주말에는 김석훈이 여심을 꽉 잡고 있다. MBC 주말연속극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송편’(송승준 편집장) 역으로 나오는 그는 까칠하지만 우직한 매력이 있는 캐릭터를 잘 살려내며 왕년의 인기를 회복하고 있다. 극 중 정원(김현주)과의 로맨스가 급진전되면서 시청률도 20%를 돌파했다. # 솜털 막 가신 20대 초반의 꽃남 이에 대항하는 20대 스타들도 만만치 않다. 그 선두에는 청춘스타 이민호(24)가 있다. 25일 첫방송되는 SBS 새 수·목 드라마 ‘시티헌터’를 통해 1년여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다. 그는 청와대 국가지도통신망팀 요원이라는 신분을 숨기고 도시의 ‘해결사’ 역할을 하는 이윤성 역을 맡아 전작 ‘꽃보다 남자’, ‘개인의 취향’ 등과는 다른 거친 매력으로 승부한다. ‘한국형 액션 히어로’를 연기하게 된 그는 “액션과 멜로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사람의 본질적인 측면을 다양하게 표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미스 리플리’의 박유천(25)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연기자로 성공적으로 데뷔한 그는 이번 작품에서 배려 깊고 섬세한 성격과 능력을 갖춘 리조트 후계자 유타카 역을 맡아 또 한번의 바람몰이에 도전한다. 같은 드라마에서 대선배인 김승우와 매력 대결을 펼치게 된 그는 “김승우 선배님이 워낙 강한 느낌을 갖고 있어서 부담을 느끼지만, 상반되는 캐릭터인 유타카의 느낌을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회가 거듭될수록 눈물과 웃음이 교차하는 인물의 내면을 잘 표현할 테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 씨앤블루의 리더 정용화(22)는 다음 달 방송되는 MBC 새 수·목 드라마 ‘넌 내게 반했어’의 주연을 맡는다. ‘풀하우스’, ‘그들이 사는 세상’ 등을 연출한 표민수 피디의 신작으로 예술대학 학생들의 꿈과 사랑을 담는다. 정용화는 ‘꽃미남’ 밴드 보컬로 여학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실용음악과 학생 이신 역을 연기한다. # 군복무 스타들 대신해 40대 약진 방송가는 이 같은 남배우들의 격돌에 크게 반색하는 분위기다. 우선 시청층 다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스 리플리’ 연출을 맡은 최이섭 MBC 피디는 “소재 확대 차원에서도 20대의 삶뿐만 아니라 그 이후 나이대의 삶도 드라마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멜로야말로 배우의 연기력이 중요한 장르이기 때문에 40대 연기자들이 깊이 있는 연기 관록을 선보인다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시청자들의 공감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40대의 약진에는 ‘20대 기근 현상’ 요인이 자리한다는 분석도 있다. 20대 남자 배우들이 잇따라 군대에 입대해 안방극장은 물론 충무로에도 젊은 남자 배우 기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티헌터’의 김영섭 SBS 책임 프로듀서(CP)는 “미니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젊은 장르이기 때문에 20대 배우의 젊고 신선한 이미지를 필요로 하지만, 배우 기근 현상과 함께 신인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그들의 희소가치는 높아졌다.”면서 “그동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40대 배우들이 공백을 메운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20대 스타들의 폭발 효과와 영향력은 훨씬 강력하다.”고 말했다. 아직 군대에 가지 않았거나 갓 제대한 20대 스타들의 희소가치는 당분간 더 높아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프리메라리가] 호날두, 또 해트트릭… 역대 최고 골잡이 찜!

    [프리메라리가] 호날두, 또 해트트릭… 역대 최고 골잡이 찜!

    잘생긴 외모와 탄탄한 초콜릿 복근, 거액의 연봉(1300만 유로)과 잊을 만하면 터지는 스캔들.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에서 뛰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6·레알 마드리드)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 이미지와 맞아떨어진다. 호날두와 현대 축구를 양분하고 있는 같은 리그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아담한 키에 방글거리는 웃음으로 환심을 사는 것과 대척점에 있다. 빤질빤질한 생김새 탓에 호날두는 괜히 더 욕먹을 때도 많다. 하지만 나쁜 남자가 한번 다정한 모습을 보이면 팬들은 더 녹아내린다. 이런 의미에서 호날두는 11일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을 찾은 홈팬들의 ‘슈퍼스타’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물론 첫째는 화끈한 골 퍼레이드였다. 호날두는 혼자 3골을 뽑아내며 헤타페와의 36라운드 경기를 4-0 대승으로 이끌었다. 지난 8일 세비야 원정경기(6-2승) 4골 이후 두 경기 연속 해트트릭. 올 시즌 49골째로 본인의 한 시즌 최다골(42골)을 새로 쓴 호날두는 리그 36호골을 채우며 득점왕 등극을 눈앞에 뒀다. 메시(31골)의 추격권에 있지만, 호날두의 발끝이 워낙 매서워 역전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관심은 오히려 호날두가 ‘프리메라리가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세울까.’에 모아진다. 득점왕 중 가장 많은 골을 넣었던 건 38골로 지금까지 두번 있었다. 1950~51시즌 텔모 자라(아틀레틱 빌바오·30경기)와 1989~90시즌 우고 산체스(레알 마드리드·36경기)다. 호날두가 지금 같은 페이스라면 남은 두 경기에서 2골 이상 넣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16일 비야 레알(원정)은 까다로운 상대지만, 강등이 확정된 알메리아와의 23일 홈 경기에서는 대량 득점을 기대할 만하다. 호날두가 ‘레알 훈남’으로 등극한 장면은 따로 있었다. 이날 경기 중 호날두가 수비하면서 강하게 걷어낸 공이 관중석 맨 앞에 앉아 있던 한 중년 남성의 얼굴을 강타했다. 공을 맞은 관중은 코피를 흘렸고 충격 탓인지 눈물도 그렁그렁했다. 굴욕(?)도 잠시, ‘코피남’은 경기 후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호날두가 유니폼 상의를 벗으며 성큼성큼 다가와 유니폼을 안기고 포옹한 것. 호날두는 “공을 깔끔하게 처리할 생각뿐이었다. 미안하다.”고 찡긋 ‘살인 미소’를 날렸다. ‘코피남’은 유니폼을 두 손으로 신성하게 받아든 채 사랑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2009년 여름 역대 최고 이적료(8000만 파운드)를 갈아치우며 레알 마드리드에 둥지를 튼 호날두는 ‘일(득점)과 사랑(팬서비스)’을 동시에 잡으며 성공 시대를 활짝 열고 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29) 남해 창선도 왕후박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29) 남해 창선도 왕후박나무

    28일, 466년 전 이순신 장군이 이 땅에 태어난 날 아침이다. 긴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민족의 귀감인 장군의 흔적이나마 찾아 보전하려는 노력은 오랫동안 계속돼 왔다. 그중에 ‘이순신 나무’로 불리는 나무도 있다. 경남 남해군의 작은 섬 창선도 대벽리의 단항마을 바닷가에 서있는 왕후박나무가 그 나무다. 단항마을은 통영의 한산도에서부터 여수에 이르는 한려수도의 중간쯤에 위치한 바닷가 마을로, 노량해전 때, 이순신 장군이 혁혁한 전공(戰功)을 세운 곳이다. 마을 어귀에 서 있는 한 그루의 왕후박나무는 이순신 장군의 흔적으로 오랫동안 마을의 자존심으로 살아남았다. ●용왕이 어부에게 보내준 씨앗서 싹 터 이 왕후박나무는 아주 오랜 옛날, 바다의 용왕이 보내준 나무다. 그때 이 마을에 살던 늙은 부부가 어느 날 마을 앞 바다에서 매우 큰 물고기를 잡았다. 워낙 큰 물고기여서, 부부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잔치를 벌이기로 하고, 모두 모인 자리에서 물고기의 배를 갈랐다. 그 물고기의 배 안에서 이상한 씨앗 하나가 나왔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 씨앗은 바닷가 깊은 곳의 용왕이 보내준 선물이라며 마을 들판의 양지바른 자리에 심어 키우기로 했다. 씨앗은 새싹을 틔우고 무럭무럭 자라나 마을의 상징처럼 우람하게 잘 자랐다. 사람들은 고기잡이 하는 어부를 보호하는 나무라고 생각하고, 해마다 음력 3월 10일에 제사를 올렸다. 용왕이 보내준 나무이니, 나무에 올리는 제사는 곧 용왕께 올리는 제사라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긴 세월이 흘러 지금 9m 가까이 자란 나무는 마치 납작한 공을 덮어놓은 듯한 푸근한 모양으로 아름답게 자랐다. 나뭇가지는 키보다 훨씬 넓게 펼쳤다. 동서로 21.2m, 남북으로 18.3m에 이를 만큼 넓게 펼친 나무 그늘은 마을 사람 모두가 들어서도 남을 만큼 널찍하다. “옛날에는 훨씬 더 컸는데, 10여년 전쯤에 태풍을 맞아서 큰 가지가 부러졌어요. 그때 키가 조금 작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만큼 멋있는 나무가 어디 있겠어요? 얼마 전에 우리 민박집에 머물던 한 아저씨가 있었는데, 그 양반은 하루 종일 이 나무만 바라보고 있다가 ‘남해에 와서 이 나무 하나로 본전 다 뽑았다.’고 하더라고요.” 마을 앞 포구에 몰려 든 조개잡이 배에서 걷어올린 바지락, 피조개 등을 바삐 나르는 임시 장터에서 만난 바닷가 민박집 아주머니 이야기다. 나무가 좋아 나무 아래 산다는 아주머니는 민박집 이름도 아예 ‘후박나무 민박’이라고 붙였다. ●이순신 장군이 전열을 정비한 그늘 왕후박나무는 후박나무와 같은 종류의 나무로, 잎 모양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일반인으로서는 구별이 불가능하다. 학자에 따라 두 나무를 같은 나무로 보아야 한다고도 주장하는 이 나무는 울릉도와 남해안의 바닷가에서만 자라는 상록성의 나무다. 후박나무는 분명 우리 토종의 나무인데, 일본에서 들여온 나무를 후박나무로 잘못 부르는 경우가 있다. 5월쯤에 가지 끝에서 목련을 닮은 하얀 꽃을 소담하게 피우는 낙엽성 나무로, 본래 이름은 ‘일본목련’이다. 무려 40㎝나 되는 넓은 잎을 가진 이 나무에서 후덕한 인심을 연상하고 ‘후박나무’라는 이름과 나무의 이미지가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한 탓이다. 또 이 나무 껍질을 약재로 쓸 때의 이름이 ‘후박’인 탓도 있다. 특히 우리 시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후박나무나, 중부 지방에서 부르는 후박나무는 십중팔구 일본목련이다. 남해 창선도 왕후박나무는 일본목련과 달리 지름 1㎝도 안되는 작은 꽃이 핀다. 천연기념물 제299호인 이 나무에 ‘이순신 나무’라는 별명이 붙은 건 400년 전. 정유재란(1597)의 마지막 전투였던 노량해전이 이 마을 앞바다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던 때였다. 당시 이순신은 군함 500척으로 왜군과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었다. 이때 단항마을에 잠복했던 장군은 주변에 무성하게 숲을 이룬 대나무를 꺾어내 작은 배에 가득 싣고 불을 질렀다. 불이 붙자 대나무는 마디가 터지면서 마치 대포를 쏘는 듯한 큰 소리를 냈다. 이순신 함대의 동정을 엿보던 왜군은 끝없이 이어지는 포성에 주눅이 들어 줄행랑을 놓았다고 한다. 왜군이 모두 물러간 뒤, 장군은 여유있게 해안에 상륙하여 이 왕후박나무 그늘 아래에 모여 쉬면서 전열을 정비하고 다음 전략을 세웠다. 마을 사람들은 승전을 축하하고, 장군을 성원하는 마음으로 제가끔 푸짐한 음식을 내와서 군인들을 성원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이순신 장군이 전공을 세우고 쉬어 간 나무라는 자부심으로 이 왕후박나무를 이전보다 더 살갑게 돌봤다. 용왕이 보내준 이 신령한 나무를 아예 ‘이순신 나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우리 민족 모두가 돌아봐야 할 나무 “옛날에는 나무 앞에서 해마다 풍어제를 지냈는데, 지금은 안 지내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그런 거 안 하잖아요. 그래도 이 나무가 신성한 나무라는 건 다 알고 있어서, 둘씩 셋씩 모여서 나무에 저마다 무슨 기도를 하는지 자주 찾아온답니다.” 나무 앞의 완두콩밭에서 김을 매던 아낙은 구경하러 오는 사람도 많고 때로는 소원을 빌기 위해 제물을 차려셔 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아낙의 이야기를 증거하기라도 하듯, 콩밭 가장자리의 둔덕에 앉아 아낙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지나가던 자동차가 나무 앞에 멈춰선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중년의 한 남자가 내려 넋을 놓고 나무를 바라보더니 휴대전화로 사진을 몇 장 찍고는 돌아간다. “농사 일이 한가해지는 여름에는 마을 사람들이 나무 주변에서 풀뽑기를 하지요. 하지만 우리 마을 사람들이 보살피지 않아도 군에서 잘 보호하고 있어요.” 더듬더듬 풀어내는 아낙의 이야기에는 ‘이순신 장군의 혼이 담긴 이 왕후박나무야말로 온 나라 사람들이 소중하게 가꿔야 할 나무 아니겠느냐’는 극진한 자부심이 담겨있다. 아낙의 자부심을 타고 흘러온 봄바람이 푸근하게 펼친 나뭇가지 품으로 흐뭇이 파고 들었다. 글 사진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경남 남해군 창선면 대벽리 669-1. 남해고속국도의 사천나들목으로 나가서 사천공항 방면의 국도 3호선을 이용해 21㎞ 쯤 가면 삼천포대교가 나온다. 대교를 건너자마자 나오는 단항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단항마을 쪽으로 간다. 바다를 끼고 이어지는 아름다운 길을 따라 1.6㎞ 정도 가면 오른쪽으로 단항마을 경로당이 나오고, 이어서 새로 지은 모텔이 보인다. 모텔을 지나면 곧바로 언덕 아래 바닷가 쪽으로 나무가 보인다. 나무 가까이 자동차로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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