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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8학번 女아나 ‘한상궁 따라하기’? 中네티즌 “대실망”

    08학번 女아나 ‘한상궁 따라하기’? 中네티즌 “대실망”

    지적이고 현대적인 이미지의 상징인 아나운서에 네티즌들이 “사극 드라마 속 궁녀와 비슷하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중국스커망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중국 공영방송 CCTV는 중국 아나운서의 상당수를 배출하는 중국전매대학 출신 인턴 일부를 전격 공개하고 아나운서의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지난 18일 오전 3시, 시청자와 네티즌들의 기대를 안고 등장한 여성 아나운서 왕거(王戈)는 중국전매대학 08학번으로, 큰 눈과 동그란 얼굴이 인상적이다. 이날 왕 아나운서는 심플한 컬러의 회색 재킷과 선명한 노란색 톱을 매치해 아나운서로서의 지적이고 깔끔한 이미지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그녀의 등장에 ‘대장금 속 한상궁 코스프레를 한 것이냐.’며 싸늘한 반응을 보내고 있다. ‘한상궁’은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한국 드라마 ‘대장금’ 속 인물로, 중년 여성에 해당하는 캐릭터다. 네티즌들은 왕 아나운서의 짙은 화장과 헤어스타일이 지나치게 나이가 들어 보이며, 의상 역시 다소 촌스러운 느낌의 파워숄더 재킷을 선택했다는 것에 실망을 나타냈다. 특히 지난 달 25일 왕 아나운서에 앞서 먼저 모습을 드러낸 남자 인턴 아나운서인 후웨이신은 키 186㎝의 장신에 슈퍼주니어의 전 멤버인 한경과 매우 닮은 훈훈한 외모로 순식간에 ‘완벽미남’이라는 칭호와 함께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네티즌들은 “후웨이신에 비해 격이 너무 다른 여자 아나운서가 나왔다.”, “한상궁과 나란히 비교해서 나이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은 외모에 실망했다.” 등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임상수 “이번에도 빈손이면 섭섭하겠죠”

    임상수 “이번에도 빈손이면 섭섭하겠죠”

    “이번에도 빈손으로 돌아온다면 조금 섭섭할 것 같네요.(웃음)” 영화 ‘하녀’에 이어 ‘돈의 맛’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두 번째로 진출한 임상수(50) 감독. 그의 화법은 자신의 영화처럼 직설적이고 거침이 없었다.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등 사회성 짙은 작품을 내놨던 그는 영화에서 재벌가를 배경으로 돈을 향한 무모한 질주를 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지난 1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임 감독을 만났다. →돈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 -돈 있는 사람들은 더 가지려고 싸움박질을 하고, 없는 사람은 처절하게 생존하려는 공포 속에서 ‘돈, 돈’ 하는 세상이지 않나. 돈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모욕을 주고 모욕을 받는 사회의 단면을 들춰보고 싶었다. →‘하녀’에 이어 상류층 재벌가의 위선과 탐욕을 꼬집고 있다. 특정 재벌을 겨냥한 것인가. -사실 부자만 위선적인 것도 아니고, 부자들을 비판하고 욕하려고 만든 영화는 아니다. 입장 차이만 있을 뿐, 그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지 않겠는가. 특정 재벌을 그렸다면 진심으로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스캔들에 묻힐 텐데 어리석은 행동 아닌가. 여기저기서 소스를 모아서 썼다. 내가 갖고 있는 의문은 없는 사람은 없어서 불행하고, 있는 사람은 있어서 불행하다는 것이었다. →‘하녀’의 일부 장면이 등장하거나 윤나미(김효진)의 대사에 ‘하녀’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 있다. -‘하녀’를 만들면서 이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하녀’의 리메이크작을 만들지 않았다면, ‘돈의 맛’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하녀’는 틀어질 자격이 있고, 당연히 원작인 김기영 감독의 ‘하녀’도 생각났다. ‘하녀’가 어떤 기획된 틀에서 약간 연극적이고 우화적인 냄새가 풍겼다면, ‘돈의 맛’은 명랑하고 웃기는 원래 내 스타일이 살아있는 영화다. →영화 속 캐릭터의 선이 분명하다. 특히 재벌가 사람들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렇다. 돈 때문에 백금옥(윤여정)과 결혼한 윤 회장(백윤식)은 마지막 사랑인 필리핀 하녀를 만나 돈의 모욕에서 해방되고자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그런 남편에게 상처받아 외롭고 힘든 나날을 보내던 금옥은 충동적으로 젊은 육체를 탐하게 된다. 사랑하지만 경쟁하고 질투하면서 역전을 거듭하는 두 사람의 캐릭터가 영화의 주요 뼈대다. →점점 돈의 맛에 빠져드는 주인공 주영작(김강우)은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하녀’는 상징성이 강한 영화였기 때문에 주인공인 하녀 은이에게 감정 이입을 하지 못한 분들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초반부터 영작을 통해 편안하고 명랑한 분위기에서 영화를 쫓아갈 수 있게 설계했다. 영작을 통해 동일시도 이뤄지고 슬픔과 분노는 물론 안타까움까지 느끼도록 했다. 영작을 다소 찌질하게 그린 것은 비현실인 카타르시스 보다 적나라한 민낯을 보여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뭔가를 느끼게 하도록 한 장치였다.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정사신 등 ‘센’ 장면들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 -평소 돈의 맛을 잘 못 보시는 분들에게 임상수가 그리는 ‘돈의 맛’을 좀 보여드리고 싶었다.(웃음) 무조건 자극적으로만 그리려고 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금옥과 영작의 관계는 늙은 여자에게도 욕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중년의 부자 남자와 예쁘고 늘씬한 젊은 여자가 등장하는 장면은 익숙하지 않은가. 그 반대라고 보면 된다. →‘돈의 맛’이란 결국 씁쓸한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열심히 일해서 노동의 대가로서의 돈은 어떤 면에서 자유롭게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돈을 주머니에 넣으려면 아무리 철면피라도 모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영화는 우리가 과연 남이 보지 않는다면 그런 모욕을 버리고 위엄있는 삶을 택할 수 있을 것인지를 묻고 있다. 우리는 돈만 좀 더 있다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불행한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행복의 의미와 가치 판단의 기준을 묻고자 한 것이다. →장자연 사건과 쌍용차 노조 시위 장면 등 사회적인 문제를 언급한 장면도 눈에 띈다. -사실은 (고)장자연이라는 여성뿐만 아니라 한국의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대부분이 딸 같은 20대들 아닌가. 그런데 40~50대들이 20대들이 취직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놓고 그들에게 매춘을 시키는 것은 사회의 추악한 면이라고 봤다. 쌍용차 노조 시위 장면도 정치인이나 재벌들이 노동자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모른 척하는 것은 리더로서 자질이나 사회적 책임 의식이 부족하다는 맥락에서 넣었다.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두번이나 진출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마 ‘하녀’와 비슷하다면 또다시 칸에 초대되지 못했을 것이다. 칸 영화제는 돈을 많이 버는 할리우드 영화와 상관없이 지적이고 세련된 현대 영화의 답을 내리는 영화제다.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들어오면서 상징이 많고 모호한 유럽식 아트하우스 영화보다 재미있고 풍성한 이야기에 순수한 영화적 쾌감을 주는 영화 쪽으로 추세가 좀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수상 가능성은 어떻게 예상하나. -‘하녀’때는 칸에 간 것만으로 좋았고 상을 못 타고 돌아올 때 섭섭한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빈손으로 온다면 좀 섭섭할 것 같다. 아직 현지 상영을 안 했기 때문에 예상은 할 수 없지만, 작은 상이라도 하나 받을 것 같은 근거없는 모호한 예감이 든다.(웃음)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밤샘노숙… 휴가내고… 40대까지… 못말리는 게임족

    밤샘노숙… 휴가내고… 40대까지… 못말리는 게임족

    서울 성동구 행당동 왕십리역 민자 역사 비트플렉스 앞 광장은 14일 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우산으로 점령된 듯했다. 비에 흠뻑 젖은 피자를 먹거나 길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누운 젊은이들도 있었다. 또 거리에 텐트를 친 이들도 눈에 띄었다. 전날부터 밤을 꼬박 새우고 자리를 지킨 이들도 적잖았다. 빗줄기가 굵어져도 꿈쩍하지 않았다. 낮 12시쯤에는 3000명가량 됐다. 다름 아닌 15일 0시를 기해 전 세계에서 동시에 공식 출시와 함께 서버를 여는 미국 게임업체 블리자드사가 제작한 ‘디아블로 3’ 한정판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게임 마니아’ 인파다. 액션 롤플레잉 게임으로 1, 2편에 이어 12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광장 앞 전광판은 게임 출시 시간을 초 단위까지 안내했다. 대학생 김모(23)씨는 “13일 아침에 와서 밤을 새웠다.”면서 “강의를 빼먹고 왔지만 역사적인 날을 놓칠 순 없죠.”라며 즐거워했다. 연차를 내고 거리에서 줄을 서는 회사원도 눈에 띄었다. 오후에 도착한 백모(28)씨는 “서두른다고 했는데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고 아쉬워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마니아들 사이엔 중년들도 보였다. 뒷줄에 선 한 40대 남자는 “9만 9000원인 한정판 가격의 2~3배를 더 쳐 줄 테니 팔라.”며 흥정하기도 했다. 일반판은 5만 5000원이다. 이날 구매 대기표 2000장은 불과 30여분 만에 동났다. 쏟아지는 비에도 인파가 늘어만 가자 블리자드코리아 측은 낮 12시 비공개였던 한정판 판매 수량을 4000개라고 공개했다. 한정판을 1인당 2개씩만 살 수 있도록 조치한 뒤 대기표를 2000장만 나눠 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업체 측은 “번호표를 받지 못한 분은 아쉽지만 오늘 구매하기 힘듭니다. 비도 많이 오고 하니 돌아가는 편이 좋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안내 방송을 했다. 하지만 인파는 줄지 않았다. 게임광들이 한정판을 구입하려는 이유는 바로 게임 캐릭터의 특별함 때문이다. 한정판은 게임 캐릭터에 날개를 달거나 특별한 문양을 새길 수 있는 등 일반 유저와 캐릭터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또 해골 모양 휴대용 저장장치(USB), 화보집, 게임 제작 뒷얘기를 담은 블루레이 세트도 한정판에 포함돼 있다. 현장을 지나던 주부 박모(48)씨는 “누가 한 명 쓰러질까 걱정”이라면서 “내겐 남의 나라 일 같지만 대한민국의 현주소”라며 혀를 찼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못난 수컷들…“원시인보다 힘·미모·성적 능력 못한데… 솔직하지도 못해”

    못난 수컷들…“원시인보다 힘·미모·성적 능력 못한데… 솔직하지도 못해”

    “지금 이 책을 읽는 남자나 이 책을 선물로 받을 남자는 역사상 가장 ‘못난’ 남자다. 아, 토 달지 말라. 당신은 못난 남자다. 이상.” 이렇게 포문을 여는 ‘남성퇴화보고서’(피터 매캘리스터 지음, 이은정 옮김, 21세기북스 펴냄)는 읽는 내내 배꼽을 잡게 만든다. 저자는 제목 그대로, 오늘날 남성이 옛 시절 원시인 남자만도 못한데다, 그럼에도 감히 옛 조상보다 진화했다고 잘난 척해대고 있다고 논증하는 호주의 고고인류학자다. 첫 포문에서 짐작하듯 저자의 입담은 보통 아니다. 마지막 결론도 이런 식이다. 호모 에렉투스를 현대 세계에 데려와 마이크를 쥐어준다면 예수의 목소리를 비틀어 “아들들아, 아들들아, 어찌하여 나를 버리느냐.”라고 할 것이라 해뒀다. 그렇다면 각론으로 들어가서, 어떤 분야로 비교해볼까. 저자는 두운도 맞췄다. Brawn(힘), Bravado(허세), Battle(싸움), Balls(운동능력), Bards(말재주), Beauty(미모), Bairns(육아), Babes(성적 능력) 등 8개 분야다. 힘, 허세, 싸움, 운동능력이야 그럴 만도 하다. 영화 ‘300’, 미드 ‘스파르타쿠스’를 떠올리면 된다. 근육이 너무 현대적이고 인위적으로 부각됐고 남녀 가릴 것 없이 모두들 늘씬 쭉쭉빵빵하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옛 남자들이 현대 남자에 비해 육체적 힘에서는 월등할 것이라는 점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생존이 달렸으니 말이다. 다만, 저자가 풀어놓은 다양한 사례들을 쭉 읽은 뒤 다시 ‘300’과 ‘스파르타쿠스’를 본다면, 잔혹하고 야한 장면들이 흥행을 위해 적당히 과장을 섞어넣은 게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처럼 보이게 될 것이라는 차이점은 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나오는 말재주, 미모, 육아, 성적 능력 분야다. “그래 원시인이라면 힘은 강할 테지. 그러나 우리 문명화된 남자들은 그런 거 가지고 으스대는 유치한 짓 따윈 안 한다구.”라면서 거듭 자기위안해왔던 남자들을 처절하게 짓밟아 나간다. 아니, 철따라 유행따라 옷 맞춰 입고 화장품 바꿔가며 피부관리하고, 여자 앞에만 서면 목소리 톤을 바꾸고 부드럽게 배려하는 태도로 환심사려고 불철주야 노력을 하고, 결혼 뒤엔 다정다감한 아빠가 되기 위해 분골쇄신하는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낮에는 짐승들 쫓아다니다가 밤에는 툭하면 강간하듯 여자를 취하던 원시인들만 못하다고? 이 가운데 흥미로운 대목 두가지만 뽑자면, 하나는 미모. 저자는 영국의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을 불러낸다. 베컴은 10년간 89가지 헤어스타일을 갈아치웠을 정도로 멋을 부린 남자다. 여성스럽다는 비난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답하고, 동성애 잡지 기자로부터 당신이 동성애자의 우상이라는 얘기를 듣고도 “찬사를 많이 받아서 좋다.”고 응수했다. 그런데 아프리카 니제르의 우다베족이 치르는 게레올축제에 비하자면 베컴의 치장은 새발의 피다. 게레올 축제는 3명의 미녀가 최고의 남자를 뽑는 행사다. 이를 위해 우다베족 남자는 화장을 하고, 구슬로 만든 의상과 벨트를 차고, 깃털머리장식을 한다. 남성적 아름다움을 이으려 잘생긴 아들을 얻기 위해 아내가 잘생긴 남성과 동침하는 것도 허락한다. 아프리카 중부 투아레그족은 아예 남자들이 온몸을 베일로 감싸고 다닌다. 여자가 남자의 아름다움에 충격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고대 타히티족 남자는 백옥 같은 피부를 위해 사춘기가 지나면 아예 바깥 출입을 하지 않았다. 여자가 아닌 남자가. 다른 한 가지는 성적 능력. 저자가 이번에 불러오는 인물은 LA레이커스 센터로 활약하면서 한 경기당 100 득점 등 NBA 기록만 72개를 보유하고 있는 농구선수 월트 체임벌린이다. 체임벌린은 농구실력 못지 않게 난잡한 파티를 즐기는 실력이 유명했고, 스스로도 2만명의 여자와 즐겼다고 떠벌렸던 사람이다. 늘 그랬듯, 저자는 체임벌린 따윈 상대가 안 된다는 이런저런 사례를 제시하는데, 이건 직접 읽는 게 좋겠다. 저자가 이 같은 얘기들을 늘어놓는 이유는 뭘까. 빨리 포기하라는 거다. “우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사람 속(屬) 가운데 ‘몸집이 작은 수컷’에 속한다. 다만, 오랑우탄처럼 솔직하지는 못하다. ‘몸집이 작은 수컷’ 오랑우탄은 적어도 자신의 2등급 지위를 인정하고 활용할 용기를 가지고 있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덩치 큰 수컷’의 가면만 쓰려고 한다.” 인간, 그것도 선조에 비하자면 힘쓰는 일은 물론, 아이 돌보기와 여성 만족시키기 등에서 선배들에게 한참을 못 미치는 주제에 킹콩 가면 쓰고 으스대며 돌아다니지 말라는 얘기다. 그래서 대한민국 중년 남성의 실체를 홀라당 벗긴 김정운 교수가 떠오른다. 모였다면 정치 얘기에 핏대 올리다가, 밤이면 룸살롱에 가서 폭탄주나 돌려돌려 하다가, 어쩌다 쉬는 날엔 우르르 산에 몰려다니면서 막걸리나 퍼마시다보니, 은퇴해서 명함 떨어지고 나면 할 일이 없다는 거다. 그러고보니 김 교수의 주장도 결국 한시 바삐 덩치 큰 킹콩 수컷의 가면을 벗어던지라는 제안이다. 그게 씁쓸한 일인지, 아니면 바람직한 일인지는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18일 TV 하이라이트]

    ●환경스페셜(KBS1 밤 10시) 서식지를 빼앗긴 호랑이와 밀렵으로 생사의 기로를 넘나드는 물개, 관광수단으로 전락한 코끼리, 온난화로 굶주린 북극곰까지. 사는 곳도, 종도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위기에 처해 있다. 벼랑 끝에 선 이들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들을 위기에 몰아넣었다. 이제 동물들에게 우리의 도움이 필요할 때다. ●적도의 남자(KBS2 밤 9시 55분) 괴로워하는 선우(엄태웅) 앞에 나타난 문태주는 자신이 아버지라고 밝힌다. 그렇게 태주와 함께 한국을 떠난 선우. 시간은 흘러 13년 후, 수미는 극사실주의 화가로, 지원은 호텔리어로, 장일은 유능한 검사로 살아가던 어느 날. 용배는 사라졌던 선우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는다. 그리고 긴장한 장일과 용배는 선우를 만나러 간다. ●더킹 투하츠(MBC 밤 9시 55분) 재하와의 접견을 마친 봉구. 재하에게 선물을 건네지만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반응을 보이는 재하의 모습에 기분이 상하고, 계획을 바꿔 왕실에 거액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한편 재강을 기리는 추모공원이 조성되는 가운데 공사현장에서 수상한 물체가 발견된다. 시경은 열심히 공부 중이던 항아를 찾아가는데…. ●옥탑방 왕세자(SBS 밤 9시 55분) 여 회장의 가족이 집들이차 방문한다. 박하는 왕세자 이각이 용태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게 된다. 태무의 아버지 용동만은 태무에게 강제적으로 선을 보라고 하고, 여 회장은 세나에게 태용과 만나 보라며 적극 후원하겠다고 한다. 한편 박하 또한 선자리가 마련되어 왕세자와 3인방과 함께 쇼핑을 나선다. ●달라졌어요:고부가 달라졌어요(EBS 밤 7시 35분) 아내는 큰소리로 남편을 향해 불같이 화를 낸다. 남편은 작은 목소리로 그저 웃기만 하거나 회피하기 일쑤다. 55년의 시간을 함께했지만 아직도 불협화음인 황혼부부. 완전한 사랑을 이루어 가야 할 시기에 반복되는 전쟁과 냉전은 이들을 더 지치게 만들 뿐인데…. 황혼부부를 위한 특별한 솔루션이 시작된다. ●나는 전설이다(OBS 밤 11시 5분) 중년계 차도녀 김청과 화끈한 들꽃 같은 여인 김혜정이 함께한다.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두 여인은 알고 보니 미인 대회 동기라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보이는 것과 다른 모습을 품고 있는 두 여인은 진정한 푼수가 무엇인지 선보인다. 한편 촬영 도중 똥물 먹은 김청의 사연과 전원일기 촬영 중에 밥만 먹은 사연도 공개한다.
  • 고지혈증 환자 100만명 넘었다

    핏속에 지방이 많은 고지혈증 환자가 100만명을 넘었다. 고지혈증은 심해지면 기름 등 찌꺼기가 혈관을 막아 피가 잘 돌지 않는 탓에 뇌졸중, 심근경색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5일 고지혈증 환자가 2006년 54만명에서 2010년 105만명으로 4년간 평균 18.1%씩 증가했다고 밝혔다. 남성은 23만 1000명에서 42만 5000명으로, 여성은 30만 9000명에서 62만 7000명으로 늘었다. 남성은 1.8배, 여성은 2.0배로 여성 증가율이 컸다. 고지혈증 환자는 2010년을 기준으로 남녀 모두 고연령대인 60대, 50대, 70대 순으로 많았다. 10~40대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고, 50~70대는 남성보다 여성이 1.7~2배가량 많았다. 고지혈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와는 별도로 2010년 1차 건강검진을 받은 1085만명을 대상으로 혈액 속에 지방이 많고 좋은 콜레스테롤은 적은 ‘이상 지질혈증’ 의심 환자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24.1%인 261만명이 의심환자로 분류됐다. 고질혈증은 육류, 술 등의 식습관이나 당뇨, 비만 등으로 인해 생기는데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남자는 음주, 여성은 밤에 먹는 간식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 고지혈증을 예방 또는 극복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식사, 유산소 운동, 금연 등 생활습관을 바꾸는 게 필수적이다. 이상현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지혈증의 예방·관리를 위해 체중을 잘 유지해야 하는 것은 물론 기름기 많은 육류나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줄이는 대신 채소와 과일, 콩 등을 많이 먹으면 좋다.”면서 “100m 달리기와 같은 고강도 운동은 중년에게 안 좋을 수 있어 저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충분히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리그렛’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리그렛’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매튜는 고향으로 내려간다. 병상에 누워 있는 어머니는 의식을 잃은 상태다. 남자는 어머니의 팔을 살며시 잡아본다. 그녀의 몸에서 생명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어서일까, 남자는 별다른 감각을 느낄 수 없다. 남자는 한 생명의 빛이 꺼져 가는 병원에서 물끄러미 앉아 있는 것 외에 달리 할 게 없다. 무언가 소멸하면 그 가까이에서 소생하는 것도 있는 법이다. 어머니 집의 낡은 테이블을 고치러 시내로 나갔던 남자는 길 건너편에 선 여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말을 하지 못하는 건 그녀도 마찬가지다. 죽도록 사랑했던 그녀, 마야와 그는 15년 전에 헤어졌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불씨가 꺼진 줄 알았던 사랑을 불태운다. 잠깐 스치는 그녀의 손길에서도 그는 짜릿함을 느낀다. 건축가가 직업인 남자, 15년 만의 재회, 병실에 있는 부모, 어리석은 젊음이 빚은 오해, 상대방 곁에 있는 다른 사람, 남자가 예전에 만든 건축 모형. ‘리그렛’의 설정이 ‘건축학개론’의 그것과 닮았다는 말을 들을 만하다. ‘리그렛’이 뒤늦게 개봉하는 것도 ‘건축학개론’의 성공 덕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영화는 완전히 다르다. ‘건축학개론’이 과거의 추억을 예쁘게 포장하는 것에 주력하는 것과 반대로, ‘리그렛’은 나이를 먹은 두 남녀의 현실에 주목한다. 영화의 제목이 ‘후회’를 의미하는 건 그래서다. 영문을 모른 채 헤어져야 했던 과거가 얄밉고 떨어져 지낸 세월이 후회된다. 두 사람은 과거에 복수라도 하려는 듯이 상대방에게 달려든다. 지금 그들에게는 과거가 아닌 현재의 욕망이 더 중요하다. 눈앞에 선 상대방의 육체의 떨림이 전해오는데 거추장스러운 현실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1998년, 세드릭 칸은 미친 사랑의 이야기인 ‘권태’를 만든 바 있다. ‘권태’에서 철학강사가 어린 소녀에 대한 욕망을 주체하지 못해 숨이 멎을 지경인 것처럼, ‘리그렛’에서 중년남자는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옛 연인 탓에 머리가 터질 판이다. 파리에서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매튜는 반듯하게 자리한 벽과 천장과 창이 어우러진 세계에 사는 남자였다. 곧게 뻗은 고속도로를 달려 고향에 간 그는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지나 마야의 세계로 들어간다. 마야는, 자연에 둘러싸여 야생적으로 보이는 공간에 기거하는 여자다. 두 사람의 미친 사랑은 어두컴컴한 모텔이나 자줏빛 욕망이 흐르는 호텔에서 전개된다. 도망을 치든 다시 돌아오든 그녀는 그 공간의 여왕이다. 결국 남자만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근래 비슷한 음을 반복하는 중인 필립 글래스의 주제 선율은 듣기엔 좋으나 만족스럽진 않다. 글래스의 음악보다 영화에 더 어울리는 건 솔 가수 니나 시몬(1933~2003)의 ‘시너맨’(Sinnerman)이다. 답을 얻으려 마침내 악마에게까지 달려간 죄인의 노래는 매튜의 사랑 이야기에 딱 들어맞는다. 매튜는 불을 품고 악마의 품으로 뛰어든다. 악마의 도움이 없었다면, 대낮의 도로 한복판에서 실신할 정도로 사랑에 미치진 못했을 것이다. 이반 아탈과 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스키의 빼어난 연기는, 선뜻 다가서기에 꺼려지는 인물에게 호소력을 부여한다. ‘건축학개론’에서 예쁘게 보이려 애쓰느라 정작 볼품없는 연기를 펼친 한가인은, 건조함과 풍성함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테데스키의 연기를 보고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19일 개봉. 영화평론가
  • [영화프리뷰] ‘멋진 악몽’

    [영화프리뷰] ‘멋진 악몽’

    툭하면 늦잠에 지각, 실수투성이 변호사 에미는 법정에서 백전백패한다. 의기소침한 에미에게 상사는 마지막 기회를 준다. 부인을 죽인 혐의의 중년 남성을 변호하라는 것. 문제는 피의자의 알리바이를 입증하는 게 대략 난감이라는 점이다. 사건 발생 당시 피의자는 외딴 산속 여관에서 전국시대 유령 무사에게 가위 눌렸다고 주장한다. 에미는 알리바이를 입증하려고 찾아간 여관에서 400여년 전에 숨진 유령 로쿠베를 만난다. 배신자로 몰려 참수형을 당한 로쿠베에게 피의자의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 설득한다. 우여곡절 끝에 유령 증인을 내세운 초유의 재판이 시작되지만, 유령은 몇몇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지라 논란은 점점 커진다. ‘멋진 악몽’(원제: ステキな金縛り)은 코믹 법정드라마를 표방한다. 법정드라마가 흥행과 거리가 먼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한 상황(한국에서도 올초 ‘부러진 화살’ 이전의 법정영화는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웰컴 미스터맥도날드’(1997) ‘더 우초우텐 호텔’(2005) ‘매직아워’(2008) 등 일본 연극·영화계에서 웃음의 연금술사로 통하는 미타니 고키 감독은 “내 영화들이 다소 연극적이기 때문에 법정이란 곳이 잘 맞을 것 같았다. 배심원 재판이 생기면서 검사와 변호사가 겨루고, 그것을 배심원이 관객으로 보고 있다는 구도가 이전보다 더 영화적으로 정립됐기 때문에 반드시 법정물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며 덤벼들었다. 2시간 22분의 상영시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던 건 공들여 설계된 캐릭터와 명배우들의 ‘오버’하지 않는 연기 덕이다. 감독의 전작 ‘매직아워’에 함께 출연, ‘미타니 군단’으로도 불리는 후카쓰 에리(에미 역)와 니시다 도시유키(유령무사 로쿠베 역)의 연기궁합은 인상적이다(둘이 함께 부른 주제곡 ‘원스 인 어 블루문’도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 특히 ‘춤추는 대수사선’ ‘악인’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후카쓰는 39세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어리바리하면서도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살려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올스타급 조연진도 흥미롭다. 객석을 웃음바다로 물들인 또 하나의 축인 니시다는 물론, 에미의 상사로 등장하는 드라마 ‘트릭’ ‘결혼 못하는 남자’의 주인공 아베 히로시, 일본과 할리우드를 종횡무진하는 아사노 다다노부 등도 활력을 불어넣는다. 일본 코미디 특유의 슬랩스틱이나 억지웃음(혹은 설정)을 걷어낸 것도 흥미롭다. 일본에선 큰 성공을 거둔 ‘춤추는 대수사선’ ‘노다메 칸타빌레’ 시리즈 등이 국내에선 기대에 못 미쳤던 점을 떠올리면 현명한 선택이다. 지난해 10월 일본 개봉 당시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머니볼’ ‘신들의 전쟁’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따돌리고 약 4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19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살아남으려 일본 순사가 됐다”… 친일파의 서글픈 변명

    “살아남으려 일본 순사가 됐다”… 친일파의 서글픈 변명

    “지나고 나면 흐름이 보이지만, 그 시대 속에 푹 파묻혀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시대를 성실하게 살아내는 것만으로 힘겨울 수도 있지 않겠나. 일제강점기를 경험하지 못한 우리는 친일파라면 매장하는 분위기다. 그들을 변호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에게도 피치 못할 사정과 고통이 있지 않았겠느냐, 함께 생각해보자고 쓴 것이다.” 장편 역사소설 ‘북성로의 밤’(한겨레출판 펴냄)을 최근에 펴낸 조두진(45)씨는 잘 팔리지도 않는 일제 강점기의 역사 소설을 써낸 이유를 22일 전화로 이렇게 설명했다. 대구 출신으로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성로는 대구 도심 한복판에는 있는 조선시대 대구성의 흔적을 말한다. 남성로, 동성로, 서성로 등과 한 묶음이다. 대구성은 1590년 왜구의 침략을 우려해 흙으로 축성했다가 임진왜란 때 허물어지자 1736년 돌로 성을 다시 쌓았다. 전국에 척화비를 세우던 흥선대원군이 1870년 대구성을 대대적으로 보수했는데, 불과 40여년만인 1906년 경상도 관찰사 서리 박중양의 묵인 아래 일본 상인들이 이 성을 허물었다. 그 성을 허물어뜨린 대표적인 일본 상인이 ‘북성로의 밤’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미나카이 백화점의 창업주 나카에 도미주로였다. 나카에 도미주로는 일본 시가현 곤도에서 반농·반상인의 아들로 1903년에 조선 땅을 밟았다. 1905년 1월 대구에 잡화와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포목점을 열었고, 경부선 열차와 함께 전국으로 지점을 넓혀가던 중 1933년 미나카이 백화점 대구 본점과 경성점을 개장했다. 1941년 중국 남경점까지 연 그는 1945년 해방 직전까지 18개 지점, 종업원 4000명, 연매출 1억엔을 자랑하는 백화점 그룹으로 성장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940년대 일본이 미국에 선전포고한 전후다. 주인공은 미나카이 백화점의 성실한 조선인 배달부인 노정주와 창업주의 딸이자 의전에 진학한 똑똑하고 아름다운 아나코로 설정돼 있다. 마치 청춘소설 같다. 하지만 독자들은 ‘개천의 용’으로 똑똑하지만 일본 순사로 전락한 노태영, 야마모토 쇼시에 더 주목할 것 같다. 소작인의 아들로 일등을 해도 일등 자리를 양반 지주에게 내줘야 했던 태영에게는 설움이 많다. 신분 때문에 인정받지 못한 설움, 가난의 설움, 고문에 이골이 난 악질적인 순사지만 물렁한 일본인 동료에게 승진에서 밀리는 설움 등이다. 가족의 주린 배를 책임져야 할 가장 태영에게 나라 잃은 설움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태영은 독립운동에 나선 친동생 치영을 거론하며, 사촌 동생인 노정주에게 이렇게 말한다. “금 그어진 대로 살아라. 치영은 세상에 금이 잘못 그어졌다고 말하는데, 금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세월에 따라 이렇게도 그어지고, 저렇게도 그어진다.”라고. 또 태영은 “조선 농민은 종일 뼈가 빠지도록 일해도 멀건 죽으로 연명해야 하고, 일본 농민은 쉬어가면서 일해도 쌀밥을 먹는다. 농민의 잘못이 아니라 나라의 잘못이다.”라고. 그는 또한 일본의 조선총독부가 태평양전쟁으로 조선인 징용과 징병에 열을 올리자 “쓸모가 없어야 살아남는다. 살아남아야 쓸모가 있는 것이다.”고 말한다. 치영이 “신념을 팔아서 배를 채우는 것이 부끄럽지 않느냐.”고 추궁할 때도 태영은 “배를 채우는 것이 내 신념이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식민지에서 생활인으로 살아야 하는 태영의 모습은 독재시대 ‘잘 살아보세’를 외치며 살아온 1970·80년대 산업역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두진씨는 “북성로에 가끔 70~80세가 된 백발의 일본인들이 찾아오는데, 다가가 ‘어떻게 오셨냐.’고 물어보면 몹시 두려워한다.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청소년기를 거쳐 중년까지 살았던 일본인들인데, 고향을 잃어버린 불행한 사람들이다.”라고 했다.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가 이뤄지고 나서 아나코는 대구에 찾아와 이렇게 독백한다. “나는 조선에서 22년을 살았고, 일본에서 22년을 살았다. 지금쯤 하얀 찔레가 한창이겠지요. 나는 사쿠라 향기를 몰라요. 어른이 돼서 사쿠라를 접한 사람은 그 꽃향기를 알 수가 없다고 해요.” 이 책은 독일 법학자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소설 ‘책 읽어주는 남자’(the Reader)와 오버랩되는 지점이 있다. 나치 전범이 될 수밖에 없었던 문맹의 한나와 그녀를 사랑한 법학도 마이클의 이야기는 단순 연애담이 아니다. 현대 독일(마이클)이 유대인 학살 등 전쟁범죄를 저지른 구(舊)독일(한나)과 어떻게 화해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과거와 화해가 필요하다. 어떤 방식으로 과거와 화해할 것인가는 과거를 청산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북성로의 밤’은 말하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김승유회장과 30분 싸웠다니… 때 돼서 물러나는 것일뿐”

    “김승유회장과 30분 싸웠다니… 때 돼서 물러나는 것일뿐”

    요즘 김승유 하나금융 그룹 회장 못지않게 만감이 교차하는 이가 있다. 김종열(60) 하나금융 사장이다. 그가 사퇴를 발표한 것은 지난 1월 11일. 워낙 급작스럽게 이뤄진 발표였기에 금융권이 한바탕 떠들썩했지만 정작 퇴임 순간은 김 회장의 ‘퇴진’에 가려 조명받지 못하는 양상이다. 그는 5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개인은 떠나지만 조직은 영원하다.”며 뱅커 정신을 누누이 강조했다. 지독한 독감에도 지난 2일 김 회장이 주최한 만찬행사에 끝까지 남아 불필요한 억측을 차단했던 그다. →다시 한번 물어보자. 왜 사표를 던졌는가. -몇 번을 물어도 같은 대답이다. 그날(11일) 금융위원회 회의에 우리 안건(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이 상정되지 않았다. 설마 했다가 (미상정 사실을) 확인하고는 오후에 바로 던진 거다. →후계 구도에서 탈락한 사실을 알고 ‘욱했다’는 소문이 지금까지 나돈다. -김승유 회장과는 35년 동고동락했다.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김 회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안다. 그런데 김 회장과 30분 싸우다가 사표를 던졌다는 둥 별별 소리가 다 나돌았다. 싸우든 뭘 하든 우리는 3분이면 끝나는 사이다. →진실은 당사자들만이 알 일이다. 어찌 됐든 김 회장에게 서운하지 않은가. -그런 것 없다. 후회 없이 일했고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나는 것뿐이다. →하나드림소사이어티(공익재단) 이사장 직을 맡을 것인지는 아직도 결정 못 했나. -30년 넘게 일했는데 이젠 좀 쉬어도 되지 않겠나. 석 달쯤 실컷 놀고 결정할 생각이다. →무엇을 하고 놀 생각인가. -친구들 중에 두 패가 있는데 하나는 오토바이족, 하나는 댄스족이다. 중년 남자들의 로망이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타는 거라 그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는데 집사람이 죽어도 뒤에 안 탄단다. →앞으로 금융시장 경쟁이 격화될 것 같은데. -가장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DNA(유전자)다. 그 유전자가 강한 은행이 하나, 외환, 신한이다. →그 때문인지 하나나 신한 모두 ‘차갑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여러 차례 합병을 거치면서 주인의식이 희석돼 그런 거다. 하지만 근본 유전자는 어디 안 간다.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사람은 거쳐 가지만 조직은 영원히 남는다. 요령 없는 놈이라고 비웃을지 몰라도 나는 언제나 내가 하나금융의 주인이라는 마음으로 일했다. 텔러에서부터 시작해 은행장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부산고와 서울대를 나와 1977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했다. 당시 면접관이 김 회장이었다.) →말이 나왔으니까 얘긴데 창구 근무 때 서러웠겠다. -말도 마라. 엄청 혼났다. 그런데 나중에 내가 연수부장할 때 이른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들 전부 모아놓고 돈 세는 것 시켰다. 왜? 자존심을 꺾어야 했으니까. 그리고 뱅커 정신을 심어줘야 했으니까. 무의식적으로라도 (계산이) 틀리면 안 되는 게 바로 뱅커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美 흉악범이 치매흉악범 돌본다

    미국 캘리포니아 남자 교도소 욕실. 40대 중년 남성이 60대 노인을 샤워시킨 뒤 면도해 주고 있다. 이어 겨드랑이 냄새 제거제를 발라주고 기저귀도 채워준다. 있는 정성 없는 정성 다 쏟는 이 중년 남성은 한 여성을 칼로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25년째 복역중인 세셀 몽고메리다. 그리고 어린아이처럼 양순하게 몽고메리의 손길을 받는 노인은 여자친구를 잔인하게 살해한 죄로 역시 종신형을 살고 있는 월터 그레고리다. 치매에 걸린 그레고리의 수발을 몽고메리는 매일 들고 있다. 미국에서 흉악범에게 사형 대신 종신·장기형을 선고하는 주들이 늘어나면서 수감자들이 고령화되고 있으며 이에 비례해 치매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재정난으로 신음하는 교도소 당국은 치매 환자를 돌볼 여력이 없어 흉악범 죄수가 치매에 걸린 동료 흉악범 죄수를 돌보게 하는 고육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 전역의 교도소에 있는 기결수 160만명 가운데 10%가 종신형, 11%가 20년 이상의 장기형 복역자들이다. 55세 이상 재소자는 12만 5000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재소자들은 과도한 긴장이나 당뇨, 흡연, 우울증, 약물남용 등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일반인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지적한다. 죄수들이 일반인보다 15년 정도 빨리 늙는다는 점을 들어 50세 이상을 노인층으로 분류하는 주들도 많다. 뉴욕주는 치매 재소자를 위한 특별 수용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비용이 만만찮다. 1명당 연간 비용이 9만 3000달러로 일반 교도소(연간 4만1000달러)의 2배가 넘는다. 펜실베이니아주 등에서는 정신질환 담당자들에게 치매 환자를 위한 특별교육을 병행한다. 반면 캘리포니아나 루이지애나의 교도소처럼 예산과 직원이 부족한 곳에서는 비용은 적게 들지만 훨씬 위험한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정신이 멀쩡한 흉악범들을 교육시켜 치매에 걸린 재소자의 일상을 돌보도록 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남자 교도소의 심리상담 직원 체릴 스티드는 “그들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이곳에 왔다는 것을 우리도 안다.”며 “하지만 그들 없이는 이 많은 치매환자를 제대로 돌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교도소에서 치매환자를 돌보는 흉악범들은 푸른색의 통상적인 수의가 아닌 노란색 재킷을 입고 있어 ‘황금 코트’로 불린다고 한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주말 영화]

    ●인크레더블(EBS 일요일 오후 2시 30분)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지구의 평화를 위해 악당들을 무찌르는 초능력자들이 있었다. 바로 슈퍼 히어로들이다. 그중에서도 시민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슈퍼 히어로는 엄청난 힘을 가진 ‘미스터 인크레더블’이었다. 그는 몸을 자유자재로 늘일 수 있는 여자 슈퍼 히어로 ‘엘라스티 걸’과 사랑에 빠지고, 둘은 죽마고우 ‘프로즌’을 포함한 다른 슈퍼 히어로들의 축하 속에 결혼식을 올린다. 하지만 이들의 삶을 바꿔놓는 사건이 일어난다. 바로 슈퍼 히어로들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시민들의 소송이 이어진 것이다. 이에 미국 정부는 슈퍼 히어로 보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들을 평범한 사람들로 위장한 채 살아가게 한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현재. 미스터 인크레더블과 엘라스티 걸은 밥 파와 헬렌이라는 이름으로 딸 바이올렛과 아들 대시, 그리고 갓난아기 잭과 함께 교외 주택가에서 중산층 가정을 꾸려나가는 평범한 부부로 살고 있다. ●초대 外(KBS1 토요일 밤 12시 55분) 현대인에게 있어 소통이란 것은 사랑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남자와 여자의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남자와 여자는 은밀하고도 비밀스러운 장소로 초대되는데…. 두 번째 이야기, 오랜만에 고향집에 내려간 딸. 어느새 흰머리가 가득한 엄마의 머리카락을 본다. 엄마가 혼자 자신의 머리를 염색하려는 것을 보고, 직접 해 보겠다며 팔을 걷어붙인다. 머리를 만지는 짧은 순간, 그러나 길게 연결된 시간 속에서 모녀는 각자 품고 있던 기억과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세 번째 이야기, 아이들의 돈을 빼앗던 불량소년은 어느 날 자신의 나이를 속이고 자장면 배달을 시작한다. 집 나간 형 때문에 그늘진 엄마에게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뜨거운 햇살 아래 구겨진 지폐처럼 생활은 힘겹기만 하다. ●해피 플라이트(OBS 토요일 밤 11시 15분) 기장 승격 최종 비행을 앞둔 부기장 스즈키(다나베 세이치)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기장 하라다와 함께 호놀룰루행 비행기에 오른다. 시도 때도 없는 기장의 테스트에 이륙 전부터 초긴장 상태의 스즈키. 한편 초보 승무원 에쓰코(아야세 하루카) 역시 마녀 팀장을 만나 혹독한 국제선 데뷔를 치른다. 비행 공포로 탑승을 거부하는 신혼부부부터 점잖은 신사 같던 중년남자의 돌발 행동까지. 에쓰코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객실에서 실수를 연발한다. 한편 호놀룰루에 무사히 도착하면 모든 게 끝난다는 그들의 바람과 달리, 비행기에서는 기체 결함이 발견되고 도쿄로 긴급 회항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과연 부기장 스즈키와 초보 승무원 에쓰코는 무사히 공항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디센던트’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디센던트’

    하와이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남자.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두 딸. 물려받은 거대한 땅을 관리하는 중산층. 매트 킹은 누구나 부러워할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디센던트’는 지상 낙원으로 불리는 하와이를 부정하는 매트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하긴 거기도 사람이 사는 곳인데 그림엽서 같은 풍경만 펼쳐지진 않았으리라. 사실 얼마 전부터 매트의 삶은 난관에 부닥쳤다. 아내가 보트 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면서 아직 10대인 두 딸과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한다. 그뿐 아니다. 큰딸이 던진 폭탄 같은 말은 그를 공황상태로 만들어버린다. “엄마가 바람을 피운 걸 정말 모른단 말이에요?” 아내와 놀아난 녀석의 이름을 알고 싶고 얼굴을 보고 싶고 무슨 말인가 내뱉고 싶은 매트는 두 딸과 큰딸의 멍청한 친구를 대동하고 길을 나선다. 매트는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전작에서 익히 보아온 중년 남자와 다를 바 없는 인물이다. 주변인과 어긋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삐걱거리는 삶을 내버려둔 채 걸어가던 ‘일렉션’의 짐과 ‘어바웃 슈미트’의 워렌과 ‘사이드웨이’의 마일스는 매트의 다른 이름들이다. 풀지 않고 묵혀둔 숙제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때 그들은 비로소 고통스러운 진실과 대면한다. 검소를 미덕으로 삼아 항상 일에 매달려 사는 매트는 아내의 외로움과 두 딸의 고민거리를 모르고 지냈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두 딸이 골칫거리로 자란 게 이상한 일도 아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 페인은 언제나 그랬듯이 인물이 지혜를 찾도록 짧으면서도 긴 여정 위에 세운다. 그는, 가만히 앉아 머릿속으로 풀 수 있는 문제는 현실에 없다고 생각한다. 현대인은 타인과의 관계를 너무나 골똘히 고민한 나머지 병에 이른다. 그들은 도덕이나 선이 아닌 이해득실에 따라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한다. 그러니 관계의 정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행여 해를 입을까 소심증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그런 인물들이 영화에도 등장하는데, 보통의 영화가 일삼는 실수는 상처를 쉬 치유하려는 데서 비롯된다. ‘디센던트’는 다르다. 영화는 못난 남자의 못난 감정에 충실하게 접근하고, 주인공은 복잡한 문제들과 정면으로 부딪친다. 가족 내부의 갈등과 가문의 영지 처분이라는 안팎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매트는 선조의 역사를 되새긴다. 그리고 선조와 후손이라는 거대한 흐름의 가운데 선 자신의 위치를 자각한다. 설령 그의 행동과 판단이 옳지 않다 하더라도 설득력을 구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최소한 얄팍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페인의 코미디를 보며 마냥 웃을 수는 없다. 인물들이 행하는 엉뚱한 짓거리에 연민을 느끼게 되고, 실없는 소동에 웃다 문득 관조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코마에 빠진 아내 앞에서 매트가 숨겨둔 감정을 폭발하는 장면을 보자. 듣지 못하는 사람을 두고 혼자 흥분한 모습이 우스꽝스럽지만, 다른 한편으로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자의 슬픔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페인의 코미디가 매번 각별하게 다가오는 건 그런 까닭에서다. 쉽게 만든 인물을 허투루 사용하는 현대영화와 달리, 페인은 인물 하나하나에 진심을 부여한다. 영화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반대로 현장을 잘 통솔하기를 원하는 페인은 배우에게 최선의 연기를 끌어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디센던트’의 조지 클루니도 리스트에 오를 만하다. 스타가 연기까지 잘할 때, 감탄은 몇 배 커진다. 16일개봉. 영화평론가
  • 다섯 수레의 책을 읽은 견공…인간 탐욕·이중성을 말하다

    다섯 수레의 책을 읽은 견공…인간 탐욕·이중성을 말하다

    2018년, 무술년 개띠를 몇 년 앞둔 2015년 충남 호구고을에서는 ‘개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줄여서 개인공세)을 주장하는 초개들이 등장한다. 초개란 인류를 구원하는 초인들이 홀연히 나타나듯이, 더운 여름날 한 그릇 보신탕으로 전락하는 개를 구원하고자 나타난 초월적인 개를 말한다. 초개는 인간의 언어를 읽고 쓰고, 인터넷을 사용할 줄도 안다. 똥개들의 무리를 이끌고 ‘학익진’과 진법을 펼친다. 특히 다섯 수레의 책을 읽은 초개 ‘혁명이’의 존재는 놀랍다. 개들이 평화시위 10여회를 해나가다 보면 인간들도 개들의 주장에 호응하고 동조해, 유토피아인 ‘개인공세’가 될 수 있다고 제갈공명 같은 초개 ‘빡사’는 강력히 주장한다. 초개를 중심으로 개들은 자신들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달라고 한다. 하지만 세상은 늘 그렇듯이 예상을 비켜가고,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1998년 등단해 이야기꾼의 면모를 보여 준 김종광이 써내려 간 이 같은 내용의 장편소설 ‘똥개 행진곡’(뿔 펴냄)은 막힘 없이 술술 읽힌다. 작가는 이 소설의 서술 시점을 미래인 2015년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지만, 배경은 2000년대 한국의 사회·정치판을 꼭 닮아 있어 다양한 연상작용을 일으킨다. ●국가보안법을 닮은 ‘개 특별 관리법’ 돈 봉투와 각종 이권에 개입한 여권 실세 국회의원 신천수와 그의 내연남이자 국회 보좌관인 조왕렬, 사랑했지만 아기는 원하지 않는다며 낙태를 권유하는 농민과 그의 애인 조해해의 모습도 그렇다. 21살 해해에게 탐욕스러운 눈길을 보내는 중년의 유부남들도 ‘삼촌부대’라는 이름으로 10대 연예인들을 소비하는 중년의 비루한 남자들과 닮았다. 또한 도시 한복판에 나이트클럽을 비롯해 터키탕, 대딸방, 키스방, 마사지업소, 단란주점, 노래방 등 업태도 다양한 유흥업체들이 가득 들어 찬 빌딩, 탄핵에서 생환한 대통령, 개 소탕 실적을 조작하기 위해 돈을 주고 개를 사서 죽이는 경찰의 부조리, 국가보안법을 닮은 개 특별관리법 등은 헛웃음이 나온다. ●‘개티즌’·‘보티즌’·‘박티즌’의 이전투구 김 작가의 입담에 휩쓸려 무협지 읽는 듯한 재미로 휙휙 책장을 넘기다가, 손짓을 멈칫하게 만드는 대목이 있다. 인터넷에서 ‘개인공세’를 두고 찬반으로 나뉘어 여론이 들끓는 모습이다. 네티즌들은 ‘개티즌’(개를 사랑하는 네티즌)과 ‘보티즌’(보신탕을 먹자는 네티즌), ‘박티즌’(박쥐 같은 네티즌) 등으로 갈려 이전투구식 논쟁에 돌입한다. 어떤 네티즌은 개를 사랑하는데 ‘보티즌’에 가입하기도 하고, 보신탕을 먹자고 하면서 ‘개티즌’에 가입하기도 한다. 자신이 어디에 속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중구난방으로 떠들어 대는 것이다. 이 냄비 근성은 신천수가 미국 의회 핵심 실세와 찍은 포르노성 동영상이 유포되자 개들은 다 잊어버리고 다시 신천수를 옹호하는 자인 ‘무티즌’과 비난하는 자인 ‘애티즌’, 양쪽을 다 옹호하고 비난하는 자인 ‘박티즌’으로 나뉘어 치고받고 싸우면서 극대화된다. 김 작가의 소설에서 네티즌 여론은 늘 극단적으로 치닫는다. 열광했다가 한순간에 비난하기를 밥 먹듯 한다. 합리적·이성적으로 사고하지 않는 이런 막무가내 열정은 어찌 보면 파시즘이 자라날 수 있는 또 다른 토양에 불과하다. ●합리적 사고 하지 않는 막무가내 네티즌 요즘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비키니 시위를 둘러싼 논란은 ‘똥개 행진곡’의 네티즌을 연상하게 한다. 나꼼수가 발랄하게 보수적인 정치문화를 바꾸고 있다고 환호하던 사람들도, 비키니 시위에 대한 훌쩍 앞서나간 나꼼수의 발언에 불쾌해한다. 경쾌·발랄한 발언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타고 광범위하게 확산될 때 사람들은 짜릿함을 느끼겠지만, 그 짜릿함은 적절한 책임감을 동반해야 한다. 상황이 바뀌면,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으니까. 1만 3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지방행정의 달인-수상자 릴레이 인터뷰](4) 교통·산업·세정·소송 분야

    [지방행정의 달인-수상자 릴레이 인터뷰](4) 교통·산업·세정·소송 분야

    릴레이 인터뷰 4편에서는 전철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갖가지 기술을 개발하고 예산 수백억원을 절감한 교통의 달인을 소개한다. 대기업을 유치해 지역 살림을 살찌운 공무원의 기업 유치 성공기를 들어보고, 납세자 편의 법률을 만들 수 있게 한 지방세 제도 개선의 달인도 만나본다. 소송 사건의 84%를 변호사 위임 없이 직접 수행해 예산을 아낀 소송의 달인도 소개한다. 5편에서는 소방·시설환경·전기기계 분야의 달인들을 만날 수 있다. ●홍성선 제주시청 세무2과 고졸 임용 후 주경야독 ‘세무박사’ 제주시청 세무2과 홍성선(50·세무 7급)씨는 ‘세무박사’로 불린다. 세무 부서에서 20여년간 일하면서 끊임 없는 자기 개발과 세무행정 개선 연구 등을 해 동료로부터 세무 행정의 달인이란 평가도 받는다. 실제로 홍씨는 2009년 제주대에서 지방세 관련 연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1983년 고용직으로 공직에 들어온 뒤 1990년 기능직 전직, 2001년 지방세무직 공무원 특채시험 합격 등 그의 공직 생활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업무 과정에서 스스로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느낀 그는 1995년부터 주경야독해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차례로 취득했다. “주어진 업무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신념으로 시간을 쪼개 대학, 대학원에 차례로 진학해 세무회계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홍씨는 요즘 제주대에 강의도 나간다. 고졸 고용직 공무원으로 시작해 대학 강단에 서는 세무 회계 분야 전문가가 된 것이다. 그는 ‘부동산 관련 지방세 납세의식 영향요인이 납세 의지에 미치는 영향’이란 박사논문을 통해 법률 제정을 제안했다. 또 성실 납부자와 전자 고지, 자동이체자들에 대한 행정 비용을 환원하는 제도 개선 등을 제안한 게 2001년 반영돼 지방세 제도가 바뀌었다. 이후 홍씨는 국내 최고의 조세 연구기관인 한국조세연구원에 파견돼 지방세제도의 변천, 지방재정의 변화 등을 연구하기도 했다. 2003년에는 딱딱한 세금 문제를 알기 쉽게 풀어 쓴 ‘지방세 바로 보기’라는 책자를 자비로 발간해 지방세 담당 공무원과 납세자들에게 무료로 배부하기도 했다. 지방재정의 걸림돌인 지방세 체납 징수 제도 개선에도 그는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왔다. 토지 보상비 등 각종 대금 지출 시 지출 대상자의 체납 여부를 담당 공무원이 직접 확인해 지급하는 ‘각종 대금 지급 시 지방세 납세증명 운영지침’을 만들어 체납액 징수제도를 변경했다. 그 결과 체납자가 보상금 등을 받을 때 직접 징수가 가능해졌고 각종 인허가 시 접수 담당 직원으로 하여금 행정정보공동이용망 등을 이용해 체납이 있는 경우 세무부서를 경유토록 해 체납세 징수에 철저를 기하게 했다. 이 같은 제도 개선으로 2005·2006년 제주의 지방세 징수율이 전국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세무조사에서도 그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지방세 세무조사 업무를 담당하면서 법인의 비업무용 토지 추적, 소송 등을 통해 연간 20억원 이상의 세무조사 실적을 올려 200억원 이상을 추징, 부과 조치했다. 그는 “세무 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공직자들이 꾸준히 전문지식을 쌓아야만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게 나의 철학”이라며 “앞으로도 지방세 제도 개선을 위해 공부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이남주 인천시 도시철도본부 주무관 전철 운행기술 개발 ‘아이디어 맨’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철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픽픽, 치익’ 하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다. 귀에 거슬렸던 이 소리는 그러나 1996년 인천 1호선을 시작으로 점차 사라졌다. 출입문 작동 방식이 공기작동식에서 모터구동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를 이끌어낸 주인공은 제2회 지방행정의 달인으로 선정된 이남주(44) 인천시 도시철도본부 주무관(차량팀 공업주사)이다. 이 주무관의 전철 운행 기술 개발은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해 견인 제어소자인 절연 게이트 양극성 트랜지스터(IGBT)를 서울 지하철에 앞서 도입했다. 기존 방식보다 부피와 무게를 줄이고 소음을 대폭 줄일 수 있었지만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도입이 미뤄졌던 기술이었다. 하지만 효과가 입증돼 1998년 당시 건설교통부가 표준사양으로 확정했고, 지금은 거의 모든 전철이 채택했다. 이 주무관은 공무원에게 따라붙는 ‘복지부동’이라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열차 내장재·단열재의 난연 성능 감사가 실시됐다. 다른 기관이 운영하는 전철은 불합격률이 56~84%로 나왔지만 인천 지하철 불합격률은 0%로 만점을 받았다. 이 주무관과 동료들이 규정에 따라 철저하게 관리·감독한 결과였다. 이 주무관의 갖가지 아이디어도 빛났다. 예산이 빠듯한 지자체에는 단비 같은 수백억원의 예산 절감 결실을 가져왔다. 스크린도어 도입이 대표적이다. 독일계 신호업체에 의뢰하면 신호체계를 모두 뜯어고치는 방식으로 진행돼 100억원이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달인은 출입문 개폐회로를 스크린도어와 연동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약했다. 처음 도입된 방식이었다.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승객의 안전을 어떻게 책임질 거냐.”는 반발도 심했다. 그러나 소신껏 추진했고, 현재까지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차량 운행 시스템 물품구매 계약 체계를 바꿔 예산 820억원을 절감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새 기술을 도입한 것이 아닌 단순한 행정처리 개선(페이퍼 워크) 결과였다. 물품구매를 물품제작과 건설용역으로 분리해 건설용역 비용에만 적용되는 부가가치세 영세율을 최대한 확대 적용했다. 혈세를 아끼겠다는 집념으로 6개월 동안 기획재정부·국세청 등 관련 부처와 계약자까지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다. 이 주무관은 “세금 수백원억원을 절약할 수 있는 길이 보이는데 주저할 필요가 있느냐.”며 “공무원들이 새로운 시도를 꺼리는 것은 실패에 따른 감사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자기 업무를 적극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근무 여건, 성공했을 때 뒤따르는 인센티브가 제대로 갖춰지면 공직사회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주무관은 1992년 총무처 기계직 7급으로 공직에 입문해 1995년 5월부터 인천시에서 지하철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글 사진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박정화 충남 기업유치팀장 5년간 4182개 기업 유치 ‘대박’ 2009년 8월 한 중년 신사가 충남의 모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서성거렸다. 새벽부터 누군가를 기다렸다. 점심 때쯤 라운드를 끝낸 한 남자가 클럽하우스로 들어오자 득달같이 달려갔다. “안녕하세요. 저는 충남 기업유치팀장 박정화입니다.” 박정화(56) 팀장이 6시간을 기다려 만난 사람은 국내 굴지의 I그룹 회장이었다. 회장이 충남으로 골프 치러 온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기다린 것이다. 회장은 그제야 빙그레 웃었다. 얼마 안 가 I그룹은 충남으로의 공장 이전을 결정했다. 모두 250여 차례에 이르는 박 팀장의 방문과 전화 공세에 조금씩 마음이 움직인 회장은 이날 그의 끈질긴 기다림에 끝내 손을 들고 만 것이다. 박 팀장이 기업 유치를 위해 벌이는 사투는 눈물겹기까지 하다. 그가 2006년 5월 기업유치팀장으로 온 뒤 기업 유치 실적에서 전국 3위를 오르내리던 충남도는 이듬해부터 5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에 모두 4182개 기업을 충남에 유치해 16조 9424억원의 투자창출과 11만 5750명의 고용 효과를 거두었다. I그룹만 해도 2015년 충남에 공장이 지어지면 2조 2153억원의 생산 유발 및 1만 3217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낳을 전망이다. 박 팀장은 “쉼 없는 열정과 협상 능력이 기업 유치의 노하우”라면서 “기업인을 만나서 충남의 우수한 입지 여건과 잠재력을 상세히 설명하지만 무엇보다 겸손하고 신뢰를 주어야 기업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가 사무실에서 일하는 날은 1주일에 하루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4~5일은 기업 관계자를 만난다. 시화·반월·남동공단 기업은 이미 한번씩 다 돌았다. 수도권의 최고경영자 모임은 물론 경제 부처 관계자 모임도 빠지지 않고 찾아간다. 2007년 전국 최초로 ‘수도권 기업 투자·이전계획 전수조사’에 착수한 뒤 매년 이를 실시한다. 박 팀장은 “기업 유치는 정보 수집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기업 관계자를 만나 세상 얘기를 하면서 친해지면 어떤 기업이 이전할 움직임이 있는지 알려준다.”고 말했다. 충남의 입지 여건을 자랑하는 브로슈어를 만들어 기업과 언론사에 뿌리고, 40여 차례 현장 설명회도 열었다. 공장 설립에서 각종 인허가 진행 상황을 수시로 알려주고 신속한 해결에 앞장선 것이 입소문이 나 도움이 됐다. 그가 5년간 기업 유치를 위해 돌아다닌 거리는 모두 27만㎞에 이른다. 지구 6바퀴 반 거리다. 자신의 승용차 미터기에 나타난 수치다. 박 팀장은 2010년 투자 유치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그는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이기 때문에 기업 유치에 목을 맨다.”고 했다. “실업자 1명이 취업하면 가족 모두가 행복해지더라.”면서 “기업은 지역 농수산물로 구내식당을 운영하고, 식품회사는 가공식품을 만들어 농어촌도 살아난다.”는 말도 덧붙였다. 글 사진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이명옥 부산 해운대구 소송전문관 법학 비전공자가 승소율 94% ‘월평균 4.3건 소송, 승소율 94%….’ 행정소송 분야 달인으로 뽑힌 부산 해운대구 기획감사실 이명옥(41·행정7급) 소송전문관이 지난 5년간 올린 행정소송 실적이다. 여느 유명 변호사의 소송 승소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이명옥 소송전문관이 이처럼 높은 승소율을 기록하기까지는 각고의 노력과 열정이 있었다. 1995년 공직에 입문한 그는 지방행정의 최일선인 구청과 동사무소의 민원부서에서 주로 근무했다. 2006년 10월 구청 기획감사실 법무조직팀으로 발령받아 행정소송업무를 취급하면서 5년여 뒤 행정소송 분야의 달인에 오르는 영예를 안게 됐다. 처음 소송업무를 담당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에게 법률은 남의 얘기나 다름없었다. 대학에서 불어과를 다닌 법학 비전공자인 그는 막상 법무조직팀으로 발령이 났을 때 “업무 부담감 때문에 눈앞이 캄캄하고 두려움이 앞섰다.”고 회상했다. 이때부터 그에게 정시 퇴근이라는 개념은 사라졌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근무하면서 법률지식과 업무를 익혔고, 새벽 이른 시간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들으면서 법 지식을 습득했다. 소송 관련 서류와 씨름하다 보면 자정이 다 돼서야 겨우 무거운 발길을 집으로 돌릴 수 있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업무담당 1년이 채 안 된 2007년 구청 1호 소송전문관으로 임명됐다. 그는 지난 5년간 총 259건의 소송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종결된 209건의 송사 중 196건을 승소해 승소율이 94%에 달했다. 또 행정소송 사건 171건 중 143건(84%)은 변호사 도움 없이 자신이 직접 소송을 진행했다. 마냥 승소의 기쁨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패소라는 쓰라린 경험도 해야 했다. 2007년 사건 담당부서에서 민원인에게 등기우편으로 보내야 하는 불이익처분 공문을 일반우편으로 보내는 실수를 해 패소한 사건은 지금도 아쉬운 대목이다. 민원인이 재판정에서 서류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해 결국 법원이 행정절차법 위반으로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그는 이 사건을 통해 소송 수행 못지않게 직원들의 법률교육이 필요함을 절감하고 이후 매년 1차례씩 법률전문가를 초청, 교육을 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2010년부터는 부산에서 처음으로 종합법률시스템인 로앤비 종합법률서비스 제공업체와 사용 체결 협약을 맺고 사건 발생 시 직원들이 처분에 앞서 대법원 및 하급심 판례 등 사례를 참고하도록 했다. 또 그동안 자신이 직접 담당했던 소송 사례를 한데 묶어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이 전문관은 “오늘이 있기까지 밤늦도록 일하는 딸을 위해 집 인근으로 이사 와 어린 두 자녀를 돌봐준 친정 부모님과 곁에서 묵묵히 지켜봐 준 남편의 도움이 컸다.”면서 “앞으로도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열린세상] 사랑도 학습이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사랑도 학습이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방송작가 김수현의 최근 드라마들은 인간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과 마음을 서서히, 그러나 크게 바꿔놓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에 마친 ‘천일의 약속’은 치매에 걸린 수애를 끝까지 헌신적으로 사랑해준 김래원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지만, 진짜 메시지는 고통스러운 사랑을 선택한 아들을 이해하고 또 사랑하려고 애쓰는 엄마 김혜숙의 마음을 통해 말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 정도로 사랑을 이해하고 또 서로 사랑했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와 의식의 흐름 속에서 전혀 강요 없이 자연스럽게 드라마 속에 녹여내고 있다. 바로 이전의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우리 사회의 터부와 몰이해의 대상인 동성애 문제를 가족 이야기 속에서 따뜻한 이해와 사랑으로 감쌌다. 또 2008년의 ‘엄마가 뿔났다’에서는 중년 여성의 심리 문제를 그냥 나이든 여자의 히스테리가 아니라, 가족과 사회가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배려해야 하는 중요한 그 무엇이라는 메시지를 굳이 페미니즘을 들먹이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얘기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경쟁과 효율의 가치에 매몰된 우리 사회에서 사랑은 무엇이고, 사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성찰하고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김수현의 최근 작품과 같은 좋은 드라마 말고는 그리 마땅치 않다. 좋은 책들과 좋은 영화, KBS의 ‘아침마당’과 같은 교양 프로그램 정도랄까. 이해와 헌신의 사랑을 터득하는 법을 생각하고 배울 수 있는 영역은 애당초 많지도 않고 그나마 더욱 줄어들고 있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 인터넷 포털의 연예와 연애 기사들은 지치고 권태에 빠진 사람들을 욕망의 대상으로서 사랑을 가지고 놀 수 있게 할 뿐이다. 이상하리만치 우리 사회의 학교에서는 민주주의를 가르치지도 않지만 사랑도 가르치지 않는다. 시험 잘 보는 법과 취업 잘하는 법만을 가르친다. 학교 교육의 붕괴는 근본적으로는 학교에서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해와 사랑이 결핍된 채 경쟁과 시험 스트레스에 시달린 어린 학생들은 이제 만연한 폭력과 왕따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다. 여기다 대고 왕따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사회는 사랑 대신 처벌이라는 또 다른 폭력을 가하려 한다.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대부분 사랑하는 법을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운다. 그래서 남녀 간의 사랑은 이해와 헌신의 단계에 이르기 전에 욕망과 애정의 본능 단계에서 불필요한 갈등과 파열을 겪으며 생채기를 내고, 때로는 불행한 범죄행위로 이어지기도 한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다른지 이해를 하고,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혹 이별을 해야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사전에 학습하는 법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실 영문도 모른 채 나이가 차면 결혼하고 애 낳고 산다. 성장 배경이 다른 남녀가 같이 살면서 가족을 이루는 혼인생활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부부 사랑을 영위해야 하는지, 자식 사랑은 어떻게 지혜롭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학습이나 성찰의 기회를 갖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많은 경우 부부 간에, 부모 자식 간에 티격태격 불협화음을 내면서 살아가고 그 과정에서 받은 상처 더미들을 가슴속에 묻고 살거나, 또는 소중한 사랑의 시간과 기회가 흘러간 뒤 후회를 한다. 최근 일부 종교, 사회단체들이 여는 아버지학교나 부부 사랑 프로그램이 참가자들에게 사랑의 깨달음을 주고 있다. 사랑 프로그램의 핵심은 사랑의 언어 배우기이다. 내가 사랑을 받을 때 느끼는 고유의 언어가 있듯이 내가 사랑하는 상대방도 그만의 고유한 사랑의 언어가 있다는 것이다. 사랑은 결국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의 언어를 이해하려 하고, 그의 언어에 맞춰 내 언행을 실천할 때 이뤄진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자녀에게 용돈 듬뿍 주고 공부하라고 다그친다고 해서 사랑이 이뤄지지 않는다. 인정하고 존경하는 말을 들을 때 사랑을 느끼는 배우자에게 명품 선물을 백날 해봤자 사랑은 물거품이다. 사랑은 그래서 경청과 성찰, 소통의 학습 과정이다.
  • 北 김정은 나오자 미모의 20대 女아나운서가…

    北 김정은 나오자 미모의 20대 女아나운서가…

    북한의 대표 방송인 조선중앙TV에 20대로 보이는 여자 아나운서가 등장했다. 전투적인 목소리와 비장한 표정의 중년 여성들이 북한 아나운서의 주류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변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고 아들 김정은이 뒤를 이은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최근 조선중앙TV에 20대 초반 또는 중반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여성 아나운서가 등장했다. 분홍색 한복 저고리에 검정 치마를 입은 이 아나운서는 김정은 기록영화를 소개하는 보도에서 고운 목소리로 차분하게 기사를 읽어내려갔다. 이는 과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기의 북한 아나운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특히 북한 방송의 간판으로 1971년부터 활동하며 지난달 19일 김정일 위원장 사망발표를 했던 리춘희 아나운서는 최근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참에 북한 아나운서의 세대교체가 이뤄질지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36) 목졸려 살해된 시신, 라면박스만 없었어도… 범죄가 흔적을 남기기 위해… 35) 그녀와 만난 남자는 모두 죽는다 마약에 눈먼 20대 명품녀의 엽기적 살인행각 34) 하얀 피부와 사후강직이 일러준 토막살인의 진실 전철역 화장실에 유기된 30대女의 시신 33) 억울한 10대 소녀의 죽음…두줄 상처의 비밀 추락에 의한 자살? 몸을 통해 타살 증언하다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전체 시리즈 목차보기 (클릭)
  •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홍루/김가경(본명 김숙희)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홍루/김가경(본명 김숙희)

    소설 당선작 - 홍루/김가경(본명 김숙희) 녀석이 톱밥 속으로 숨어들었다. 녀석은 밀크셰이크처럼 어감이 달콤한 밀크스네이크 종이다. 먹이 줄 것과 따뜻하게 해 줄 것, 간단한 러시아 단어로 적어 놓은 메모지를 들여다보았다. 이반이 출항하기 전 남긴 글이다. 이반은 녀석의 등을 쓰다듬고 마지막 선물처럼 케이지를 앞에 내려놓았다. 한국 사람과 러시아 사람은 닮은 구석이 많아, 이반은 러시아 사람들도 개나 고양이, 새 같은 애완동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뱀이라니, 나는 검정 바탕에 노랑, 빨강 줄무늬가 있는 이국의 낯선 뱀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러시아에서 뱀은 집을 지키는 수호신과 같다고 생각해. 녀석을 보고 놀란 나에게 위로라도 하려는지 이반은 한국에도 그런 얘기가 있다는 걸 어디선가 들었다고 했다. 명자, 이반은 내 이름을 부르고 입으로 휘이휘이 휘파람 부는 흉내를 냈다. 그러면 집안이 텅 비게 돼, 녀석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종종 휘파람을 불던 내게 이반은 러시아 속담을 빗대 말했다. 나는 멀찍이 녀석을 내려다보며 이반의 익살에 웃음을 내보였었다. 이반을 만난 것은 클럽 로즈에서였다. 로즈는 P시에서 속칭 텍사스촌으로 불리는 외국인 거리에 있었다. 예전에는 주로 미군들이 드나들었는데 미군이 철수하고 러시아 선원과 상인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날도 나는 로즈에서 맥주를 마시며 립스틱이 번지지 않았는지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 젊은 러시아 청년 하나가 보드카를 들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마담 장 앞에서 한국 얘기를 듣던 선원 중 하나였다. 술을 마실 때 거울을 보면 안 돼요, 아름다움까지 먹어버리거든요, 귓불에 입술을 갖다 대며 그가 속삭였다. 흔한 작업멘트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그의 나긋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반이라고 했다. 그는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처음 출발하는 곳이 고향이라고 말했다. 나는 시베리아 열차가 끝없이 달리는 드넓은 숲과 초원을 떠올렸다. 그에게 러브 오브 시베리아란 영화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양손을 허공에 올려 내 얼굴을 길게 그려보였다. 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왼쪽 손목에 새겨진 푸른색 돛이 펄럭였다. 그는 눈을 반짝이며 내가 여주인공과 닮았다고 했다. 나는 그가 그린 얼굴이 허공에 그대로 떠 있는 것처럼 시선을 옮기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러시아 사람과 첫 대면을 할 때 영화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면 사람들은 영화 속 여주인공을 만난 것처럼 이국의 여자들에게 마음을 열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대개 영화 속 지명이나 주인공의 이름을 들먹이는 선에서 끝이 났다. 러시아말로도, 한국말로도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순간에 이르면 서로의 손을 잡았다. 그가 턱을 괴고 조용히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낯선 여행지처럼 나를 설레게 했다. 음악이 흘렀고, 클럽 로즈는 마치 떠나는 사람과 돌아오는 사람을 품고 있는 대합실 같았다. 그의 손목에 새겨진 푸른 돛 때문이었을까, 나는 문득 그라면 함께 여행을 떠나도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같이 여행을 떠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월요일만 아니라면 언제라도 좋아요, 월요일 여행은 불행하거든요, 러시아 속담이에요. 느닷없는 제안이었지만 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나는 벽면에 붙은 러시아 달력을 바라보았다. 그날은 금요일이었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는 마치 오래 전에 만난 사람처럼 손을 잡고 아무 손님도 잡지 못한 나타샤를 지나쳐 거리로 나왔다. 밤하늘에는 만국기가 꽃잎처럼 나풀거렸고 만국기의 행렬이 끝나는 곳에서 우리는 입을 맞추었다. 두 블록 떨어진 내 숙소로 걸어올 때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 지금도 이반이 러시아 속담을 말하며 내 입술에 입을 맞출 것만 같다. 시계가 밤 아홉시를 넘겼다. 녀석은 원색의 몸을 감춘 채 아직 기척이 없다. 나는 열선을 펴서 케이지 크기만큼 접었다. 그 위에 타월을 깔고 케이지를 얹었다. 사람 옷 입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판매원이 열선 까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겨울철, 스스로 온도 조절을 하지 못하는 녀석에게 열선은 생명줄과 다름없다고 했다. 녀석에게 25도의 체온으로 이국의 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쩌면 불행일 수 있었다. 나는 콘센트에 코드를 꽂고 케이지에서 멀찍이 물러섰다. 거실의 불을 낮추고 이반이 남긴 메모지를 냉장고에 붙였다. 주방 창가로 가서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북향으로 나 있는 주방에서 밖을 보면 아래층에 있는 중국집 ‘홍루’의 뒤꼍이 훤히 보였다. 홍루 뒤꼍에 가로등 빛이 희미하게 새들었다. 쥐라도 쫓는지 고양이 한 마리가 쏜살같이 담자락을 타고 지나간다. 지난봄, 가게의 주인이 바뀌면서 홍루(紅樓)라는 간판이 내걸렸다. 홍루는 붉은 다락방이라는 뜻이지만 이곳에 사는 화교들은 늙은 기생의 방이라는 별칭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변두리 사거리의 허름한 중국집 이름 홍루를 몇 번이고 되뇌었다. 거리는 스산할 정도로 빛이 꺼져 가고 휑하니 바람만 몰아 불었다. 멀리 텍사스 거리의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등 뒤로 손을 넘겨 자주색 민소매 드레스의 지퍼를 올렸다. 목선이 등 뒤로 깊게 파인 드레스였다. 이반을 만났을 때 이 드레스를 입었다. 이반이 긴 허리를 굽히고 마른 등에 입술을 댈 때면 나는 수줍은 소녀처럼 간지러움을 참아내곤 했다. 나는 거울을 보며 빨강 립스틱을 덧바르고 귓불 뒤에 향수를 뿌렸다. 구제를 구입해 수선한 밍크를 꺼내 걸치고 자투리로 만든 밍크 모자를 머리에 비스듬히 얹었다. 진주 귀걸이를 하고 장갑을 꼈다. 은색 스팽글이 촘촘하게 박힌 카우치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몹시 차가웠다. 텍사스촌에 접어들자 겨울 내내 공중에 걸려 있던 해진 만국기가 바람에 나풀댔다. 그 아래, 술에 취한 러시아 선원 두 명이 러시아 혁명가 스텐카 라진을 부르며 지나갔다. 나는 시애틀 노래주점을 지나고 캄차카 노래방을 지나 클럽 로즈로 걸음을 옮겼다. 로즈에는 러시아 민요인 백만 송이 장미가 흐르고 있었다. 낮고 고혹적인 중년 여가수의 목소리가 담배 연기와 흐린 불빛에 섞여 들었다. 손님이라고는 한국 선원 두 명과 러시아 선원 두 명이 전부였다. 마담 장이 표정 없이 내 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반을 만났던 자리에 앉아 장갑을 벗어 테이블 위에 얹었다. 한국 선원과 함께 있던 나타샤가 다가와 서툰 한국어로 언니, 마셔? 라고 물었다. 나는 보드카와 러시아 닭 꼬치인 샤실릭을 시켰다. 담배를 피워 물고 천천히 로즈 안을 둘러보았다. 마담 장이 무료하게 하품을 해댔다. 필리핀에서 온 구잘은 러시아 선원과 섞여 백만 송이 장미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음악이 끝날 무렵 나타샤가 보드카와 샤실릭을 내왔다. 나는 담배를 끄고 보드카를 한 잔 따랐다. 보드카를 한 모금 마시자 뜨거운 열기가 순식간에 목까지 치닿았다. 이반은 보드카를 마시는 순간이면 고향을 떠났다는 것도, 추운 바다 위를 떠돈다는 것도 모두 잊는다고 했다. 나는 열기가 되뿜어져 나오는 목을 진정시키기 위해 샤실릭 꼬치에서 닭 가슴살 한 점을 빼 마요네즈에 찍어 입에 넣었다. 내가 보드카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미군이 철수하고 나서였다. 러시아 선원들이 골목을 차지하고 거리의 젊은 여자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짐을 꾸려서 떠났다. 고작 러시아 선원의 비위나 맞추며 살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마담 장도 미군을 따라 미국으로 갔던 여자였다. 나는 미군 대신 러시아 선원을, 맥주 대신 보드카를, 영어 대신 러시아어를 몸에 익혔다. 이 거리에 나타샤와 구잘이 찾아들었다. 나타샤는 러시아에서 발레리나였고 구잘은 필리핀에서 가수였다고 했다. 그렇게 누군가는 꿈을 찾아 이곳을 떠났고 또 누군가는 또 다른 꿈을 좇아 이곳으로 왔다. 하지만 텍사스촌으로 되돌아 온 사람들은 좀체 이 거리를 다시 벗어나지 못했다. 마담 장이 러시아 민요 대신 빠른 행진곡으로 음악을 바꾸었다. 선원들이 경쾌한 해군의 노래에 맞춰 무릎과 팔을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보드카 병이 순식간에 비어 갔다. 시계는 벌써 열한 시를 넘겼다. 한국 선원이 나타샤의 뺨을 비비며 등줄기를 훑었다. 선원 하나가 그녀의 치마 속으로 손을 넣는 순간 그녀가 마담 장에게 눈짓을 보냈다. 마담 장이 전화를 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 아가씨가 클럽 안으로 들어왔다.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는 여자였다. 계산을 마친 그들이 클럽 안을 빠져 나갔다. 손님은 이제 러시아 선원만 남았다. 유난히 손님이 없는 밤이었다. 살집이 많은 러시아 선원 하나가 보드카를 마시며 계속 나를 주시했다. 눈이 마주치자 선원은 보드카 병을 쥐고 일행을 벗어나 내 쪽으로 걸어왔다. 구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비틀거리는 선원보다 구잘이 먼저 내 테이블 앞에 와 선다. 러시아 선원이 들으라는 듯 러시아말로 이번에도 손님을 채 가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한다. 나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선원이 멈칫거리는 사이 구잘이 밖으로 나갔다. 선원이 내 앞에 앉는다. 그는 잔에 보드카를 따르며 자신의 고향 이야기로 말을 건넸다. 나는 그에게 이반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어깨를 추켜올리며 자신이 이반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주색 드레스가 마음에 든다며 슬쩍 어깨를 감싸 쥐었다. 해군의 노래가 끝나고 러시아 혁명가가 시작되었다. 구잘이 필리핀 친구와 함께 나타났다. 구잘의 친구가 러시아 선원의 팔을 꿰찼다. 멍청이! 저 언니 나이 많아, 주름 많아, 구잘이 선원에게 하는 말이 들려왔다. 구잘의 말에 선원이 내 앞에 앉은 선원에게 손짓을 보냈다. 동료가 만류하는 손짓을 무시하듯 선원이 지갑을 꺼내 보드카와 샤실릭 값의 두 배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지켜보고 있던 구잘이 거칠게 다가왔다. 언니 년 나빠! 그녀가 내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놀란 선원이 성급히 일어났다. 그리고 테이블의 돈을 챙겨 일행 쪽으로 가버렸다. 망할 년! 어린 년이! 마담 장이 구잘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언니 년, 나빠! 구잘이 악다구니 끝에 손을 풀었다. 그들이 모두 빠져나갔다. 샤실릭 꼬치가 꾸들꾸들 말라갔다. 러시아 혁명가가 끝나고 경쾌한 아코디언 연주와 함께 새로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유난히 손님이 없는 밤이었다. “이 짓도 이제 지긋지긋해, 러시아 년들을 한국 놈들에게 붙이고 필리핀 년들은 러시아 놈에게 붙이고, 이렇게 갈보 년들 불러대는 것도 신물이 난다구!” 그녀가 보드카를 마시며 넋두리를 해댔다. 쿨럭쿨럭, 천식 때문인지 잔기침이 뒤따랐다. “그래도 옛날에 이 바닥에서 명자, 하면 알아줬는데, 사내들을 홀리는 묘한 매력이 있었지, 그 시절에는 먹물 튄 년이 드문 때였으니…….” 그녀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담배를 피워 물었다. 흐릿한 불빛을 타고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거에 혹해서 사내놈들이 많이 찝쩍댔지…… 그때 한 놈 잡아 떠나지, 무슨 미련이 있다구…….” 그녀의 목소리는 무대 위에 홀로 앉은 재즈가수의 독백처럼 한없이 낮았다. “너나 나나, 진즉에 이 바닥을 떴어야 하는데……, 사나운 팔자는 이래도 저래도 막히니…….” 그녀는 마치 거울을 보듯 나를 보고 있었다. 손님은 더 이상 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코트를 걸쳤다. 카우치 백을 열어 계산을 마치고 조용히 로즈를 나왔다. 홍루의 간판이 바람에 흔들거렸다. 나는 홍루 앞에서 머리를 손으로 빗어 넘기고 모자를 반듯하게 썼다. 보드카 때문인지 속에서 열이 올랐다. 어두운 계단을 지나 2층 현관문을 열었다. 녀석은 아직도 톱밥 속에 파묻혀 있다. 녀석에게 다가가 케이지 밑에 조심스럽게 손을 갖다 댔다. 따뜻했다. 월요일에 길을 떠나면 여행이 불행하게 된다고 했던 이반은 정작 월요일에 떠났다. 이반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건 단순히 그가 월요일에 떠났기 때문이리라. 나는 욕실로 들어가 화장을 지우고 드레스를 벗었다. 거울에 깡마른 몸이 드러났다. 이반이 명자, 라고 이름을 부른 뒤 커다란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그려 보이면 나는 러시아 회화 책을 뒤지듯 그가 허공에 그려낸 그림을 꼼꼼히 살폈다. 이반은 종종 그렇게 자신이 탈 배가 지나갈 곳을 손으로 그려 보여주었다. 그럴 때마다 이반의 손목에 새긴 푸른 돛이 허공에서 움직였다. 이반은 지금 어느 바다를 지나고 있을까, 나는 깡마른 몸에 샤워기의 물을 뿌렸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깬 것은 녀석 때문이었다. 문득 녀석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반이 떠나고 녀석을 제대로 본 적도 없다. 나는 가운을 걸치고 거실로 나갔다. 케이지에서 멀찍이 떨어져 톱밥 위를 보았다. 녀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반이 떠나고 녀석은 줄곧 톱밥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일까, 나는 케이지 안을 살폈다. 톱밥의 곡선이 흐트러짐 없이 처음 그대로였다. 나는 냉동실 문을 열고 이반이 사 놓은 먹이를 하나 꺼냈다. 먹이는 알루미늄 포장지에 싸여 있었다. 개수대에 따뜻한 물을 받아 포장된 먹이를 그대로 담갔다. 재스민 차를 우려내 창가로 간다. 눈이 흩날렸다. 홍루 지붕에는 엘피 가스통 4개와 물탱크,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작업복과 면장갑, 깨진 그릇이 나뒹굴었다. 그 낡은 지붕 아래 자장면과 짬뽕 옆으로 적힌, 익숙하나 한 번도 맛을 본 적 없는 횡서 끝자락의 낯선 메뉴를 떠올린다, 어쩌면 남자가 만들어 본 지 너무 오래되어 이제는 감조차 잃어버렸을지도 모를 그 메뉴 밑으로 삐뚤삐뚤하게 적힌 러시아 음식들. 흑빵과 함께 홍루의 남자는 육개장과 비슷한 쌀단까나 빈대떡과 비슷한 블린 같은 러시아 음식도 만들었다. 종종 러시아 사람들이 중국 음식 중에 끼어 있는 러시아 음식을 주문하였다. 눈이 내려앉는 홍루 뒤꼍에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가 등을 보이고 양파 껍질을 벗기기 시작한다. 내가 보는 것은 언제나 남자의 등이다. 남자는 마치 그림 속에 들어 있는 사람처럼 묵묵히 앉아 양파를 깠다. 넓은 고무 대야를 가랑이 사이에 끼우고 물에 붇고 있는 양파 껍질을 벗겨 낸다. 인조털이 달린 두툼한 점퍼에 가려진 남자의 양 옆 어깨가 끊임없이 움직인다. 나는 껍질과 뒤섞인 혼탁한 물에 한 쪽 손을 깊숙이 집어넣고 남은 양파 알을 찾는 남자의 기울어진 어깨를 본다. 언뜻언뜻 삐져나오는 남자의 붉고 물에 불은 손. 남자는 허리를 펴고 위를 올려다보는 법이 좀체 없다. 남자의 등 뒤로 살금살금 나타샤가 다가간다. 그녀는 고양이처럼 허리를 익살스럽게 굽히고 남자의 등 뒤에 몰래 다가섰다. 나타샤가 두 손으로 남자의 눈을 가린다. 남자가 양파 껍질이 묻은 젖은 손을 차마 나타샤 손에 포개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나타샤가 손을 풀었다. 나는 뒤돌아보고 멋쩍어하는 남자의 표정을 바라보며 식어가는 찻잔을 볼에 대고 눌렀다. 나타샤가 남자 앞에 턱을 괴고 앉는다. 분홍색 털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은 그녀의 모습이 클럽에서와는 달리 앳돼 보였다. 남자가 양파 껍질을 벗기는 일을 멈추었다. 나타샤가 일어서더니 뒤꿈치를 모으고 양발을 벌려 발레의 폴리에 자세를 취한다. 두 팔을 뻗어 머리 위로 올리고 천천히 발 앞굽을 세워 잔걸음으로 뒤꼍을 옮겨 다녔다. 한눈에 봐도 그녀가 백조의 동작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타샤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총총걸음으로 뒤꼍을 돌아 남자 앞에 섰다. 그녀가 숨을 쉴 때마다 동그랗게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나는 남자를 향해 웃고 있는 나타샤를 보며 식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개수대에 던져놓은 녀석의 먹이가 녹았다. 먹이를 건져서 접시에 담고 알루미늄 포장지를 벗겨냈다. 손가락 한 마디를 좀 넘긴 연한 핑크색 먹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나는 숨을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쥐가 녀석의 먹이라니. 처음 기지촌에 왔을 때처럼, 처음 러시아 선원을 만났을 때처럼 무섭고 낯설었다. 나는 숨을 가다듬었다. 집게로 새끼 쥐를 집어 올려 녀석에게로 갔다. 톱밥 위는 아직도 텅 비어 있었다. 케이지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고 먹이를 내려놓았다. 휘파람을 분다. 녀석이 나타나기를 바라며 휘파람을 분다. 어릴 적 나는 늘 혼자였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아무도 없는 집 마루에 앉아 허공을 향해 휘파람을 불어대곤 했다. 설령 어른들의 말처럼 뱀이 나온다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휘파람을 불면 곁에 누가 있는 것처럼 무서움이 가셨다. 이반의 말대로 휘파람을 불어서 집이 비었는지 집이 비어서 휘파람을 불었는지 지금도 알 수는 없었다. 나는 케이지에서 시선을 거두고 소파에 앉아 여행자를 위한 러시아 회화 책을 폈다. 90쪽 ‘거리’에서부터 120쪽 ‘모자 가게’까지는 이반이 떠나기 전 러시아어로 읽어주었다. 151쪽 기차여행 편을 한글로 따라 읽는다. ‘그제야 마구 쎄스츠 나 보예즈제?’ 어느 기차에 타야 합니까? 홍루 뒤꼍으로 함박눈이 쌓였다. 나는 눈을 밟으며 홍루로 갔다. 홍루에는 나타샤와 한국인 두 명만이 앉아 있었다. 주방 안으로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종업원에게 이반이 즐겨 먹었던 쌀단까와 흑빵을 주문했다. 종업원 대신 나타샤가 내 쪽을 힐금거리며 주방 입구로 갔다. 그리고 주방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주문을 받아 전해준다. 나는 낮은 선반 위에 펼쳐진 러시아 회화 책을 잠시 쳐다보았다. 남자도 틈틈이 회화 책을 뒤지며 러시아 말을 익히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습관처럼 폴리에 자세로 발을 벌리고 서 있는 나타샤의 뒷모습이 왠지 서글퍼서 고개를 돌렸다. 쌀단까와 흑빵이 나왔다. 이반은 홍루의 쌀단까 맛이 고향의 맛과 같다고 했지만 홍루의 쌀단까 맛은 육개장과 별반 다름없는 맛이었다. 천천히 흑빵을 뜯어 입에 넣었다. 흑빵이 입안에서 거칠게 씹혔다. 나는 반쯤 뜯어 먹은 흑빵을 남기고 홍루를 나왔다. 케이지 안에 먹이가 그대로 있었다. 녀석이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나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케이지의 뚜껑을 열고 먼지떨이를 거꾸로 찔러 넣어 천천히 톱밥을 휘저었다. 녀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막대기로 커다랗게 원을 그은 뒤 안으로 조금씩 좁혀가며 톱밥을 감아 올렸다. 녀석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반이 곁에 있었다면 아마도 내가 휘파람을 불어 모든 게 텅 비어버린 거라고 말했을 것이다. 녀석은 어디로 간 것일까. 눈이 녹고 있었다. 녀석이 사라진 지 일주일째, 부두에 배가 들어왔다. 텍사스 거리는 러시아 선원들과 보따리 상인들로 붐볐다. 나는 클럽 문을 열었다. 로즈도 러시아 선원들로 북적였다. 여전히 러시아 음악 백학이 흘러나왔고 조명은 더 흐려 있었다. 나는 이반을 만났던, 거울이 걸린 자리에 앉았다. 장갑을 벗어 테이블 위에 올리고 카우치 백에서 담배를 꺼냈다. 언니 머? 구잘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나는 보드카와 샤실릭을 주문했다. 마담 장이 새로운 선원들을 앞에 두고 예전 텍사스 거리에 몰려들었던 미군들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선원들이 이야기를 채근하듯 마담 장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 시절 마담 장의 사랑을 구하려는 한 미국 병사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털어 백만 송이 장미를 사다가 거리에 뿌렸노라고 말하자 선원들이 속았다는 듯 몸을 털며 허탈한 웃음을 웃었다. 러시아에 전해 내려오는 백만 송이 장미에 얽힌, 가난한 화가의 슬픈 사랑이야기란 것을 이내 알아챈 모양이었다. 마담 장은 배가 들어올 때마다 선원들을 앞에 두고 그렇게 이야기를 만들어 내곤 했다. 선원들은 이국의 낯선 이야기에 자신들 나라의 이야기가 섞여 든 것을 알아채자 긴장이 풀렸는지 보드카를 연거푸 마셨다. 마담 장이 의자를 돌려 몸을 반쯤 틀고 있는 러시아 선원들을 달래듯 두 손을 들어 허공을 다독였다. 선원들이 다시 마담 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나타샤는 한국인 선원들 사이에 섞여 있었고 이미 취해 보였다. 한국인 선원이 길고 곧은 나타샤의 등줄기를 더듬어 내려가다 허리를 감싸 안고 일어섰다. 마담 장이 재빠르게 나타샤와 눈길을 주고받았다. 나타샤와 한국인 선원이 계산을 마치고 클럽 밖으로 나갔다. 홍루의 남자가 클럽에 들어선 것은 내가 두 번째 담배에 막 불을 붙일 때였다. 남자는 이곳이 처음인 듯 두리번거리며 자리를 찾아 앉았다. 다소 들뜬 표정으로 구잘에게 주문을 했다. 그의 테이블에 맥주와 마른안주가 올려졌다. 나는 보드카를 한 모금 마셨다. 마담 장이 음악을 바꿨다. 빠르고 경쾌한 음악이었다. 러시아 선원들이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한다. 러시아인들의 춤은 마치 목각 인형이 줄에 매달려 움직이는 것처럼 무릎과 팔이 절도 있게 꺾어졌다. 격렬하면서도 율동 사이사이에 강한 매듭이 있는 러시아 춤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정신이 맑아졌다. 춤이 격렬하면 할수록 더 그랬다. 나는 선원들이 원무를 이뤄 추는 가팍을 보며 이반을 떠올렸다. 이반도 어디선가 함성을 지르며 저들처럼 가팍을 추고 있을까, 나는 보드카를 마시고 샤실릭을 한입 베어 물었다. 바에 앉아서 계속 몸을 흔들고 있던 마담 장이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육중한 그녀의 몸이 빠른 리듬에 맞춰 민첩하게 움직였다. 선원들의 함성이 추임새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졌다. 음악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들의 춤은 자정까지 계속될 것이다. 구잘이 나타샤가 없는 빈자리를 대신하여 분주히 움직였다. 마담 장은 점점 술에 취하고 흥에 취해갔다. 가끔 이렇게 마담 장이 흥에 취해 선원들과 춤을 추면 그녀가 어김없이 해 오던 일, 러시아 아가씨를 한국 선원에게 붙이고 필리핀 아가씨를 러시아 선원에게 붙이는 일을 잊었다. 더불어 나의 존재도 잊었다. 그녀가 잊는 것은 단지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녀의 천식처럼 오래된 이 거리의 모든 것들, 그녀를 되돌아오게 만들었던 익숙한 모든 것들, 그녀의 생 모두를 잊을 것이었다. 이반의 말대로 휘파람을 불면 무언가 텅 비게 되는 것처럼 그녀도 텅 비어가는 것이리라. 원무에 끼어 점점 격렬하게 몸을 흔들 때마다 그녀가 한줌씩 사라지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기라도 할 듯 깡마른 손을 허공에 내밀었다. 홍루의 남자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남자는 무릎 사이에 손을 찔러 넣고 눈은 줄곧 나타샤를 찾았다. 나는 마지막 보드카를 입에 털어 넣었다. 남자가 취했는지 점점 고개를 떨궜다. 녀석은 어디로 갔을까, 나는 문득 잊고 있던 녀석을 떠올리며 휘파람을 불었다. 남자가 고개를 든다. 거짓말처럼 녀석을 찾은 것은 소파 밑에서였다. 환전소에 가기 위해 러시아 동전을 지갑에 넣는 중이었다. 소파 밑으로 굴러들어간 동전을 줍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누렇게 바랜 벽지에 노랑 빨강 검정 색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녀석은 소파 안쪽 벽 틈에 일자로 붙어 있었다. 나는 잠시 숨을 멈추고 가만히 녀석을 지켜보았다. 녀석도 움직이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갔다. 냉장고에서 먹이를 꺼내 따뜻한 물에 담근 다음 물기를 닦아 소파 입구에 놓았다. 집게를 들고 소파 위에 웅크리고 앉아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녀석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움직이지 않고 숨을 삼켰다. 먹이 앞까지 조심스럽게 다가간 녀석이 고개를 들며 혀를 날름거렸다. 녀석의 여린 혀가 재빠르게 입속을 반복해서 드나들었다. 녀석이 먹이 앞으로 다가가 먹이를 덥석 무는 순간 집게로 녀석을 집어 케이지에 넣었다. 녀석의 입에는 삼키다 만 새끼 쥐의 여린 몸이 반쯤 물려 있었다. 로즈 앞에는 며칠째 클로즈라는 안내판만 달려 있었다. 겨울이면 도지는 마담 장의 천식 때문에 잠시 문을 닫았다고 했다. 나타샤도 가끔씩 목욕탕이나 환전소에서 마주치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았다. 들리는 소문에 한국 선원을 따라 이곳을 떠났다는 말도 있었고 임신을 해서 로즈에서 쫓겨났다는 소문도 있었다. 텍사스 거리는 다 해진 만국기를 걷어내는 상인들로 분주했다. 나는 만국기가 끝나는 곳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이반을 처음 만났던 날, 이반의 달콤한 입술이 나의 입술에 닿던 순간, 나는 내 여행이 이대로 끝이 나길 간절히 바랐었다. 이반은 지금 어느 바다를 지나고 있을까? 나는 만국기가 걷히는 하늘을 바라보며 블라디보스토크 행 비행기표 판매소를 지나 환전소로 갔다. 마지막 남은 먹이를 녀석에게 넣어주었다. 녀석이 조심스럽게 먹이에 다가간다. 잠시 목을 추켜세우더니 슬그머니 방향을 틀었다. 또 먹이를 먹지 않을 모양이었다. 온수에 목욕을 시키면 좀 도움이 될 겁니다. 수의사는 전화로 간단하게 처방을 내렸다. 소화불량이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정상적으로 탈피를 하기 힘들어진다고도 했다. 대야에 온수를 받아 케이지 옆에 놓았다. 케이지 뚜껑을 열고 널브러지듯 몸을 길게 풀고 있는 녀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는 집게를 들다가 내려놓았다. 녀석의 외피에 손을 조심스럽게 갖다 댔다. 녀석의 차가운 체온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천천히 선을 그으며 머리 쪽으로 손가락을 옮겼다. 녀석의 입을 지나 턱쯤에 손가락이 닿았을 때 녀석이 감미로운 몸동작으로 손에 감겨든다. 소름인지 전율인지 무언가 몸속으로 울려들었다. 나는 녀석을 안듯 들어올려 온수에 담갔다. 녀석이 천천히 물속으로 스며든다. 나는 물끄러미 녀석을 보다가 물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미끄러지듯 내 손을 비켜나가는 녀석의 꽁무니를 따라가며 손을 저어 작은 물보라를 일으켰다. 녀석이 점점 생기를 찾은 듯 작은 원을 그리며 빠르게 움직였다. 잠시 뒤 작은 수건으로 민첩하게 손아귀를 벗어나는 녀석을 떠내 마른 수건을 깔아놓은 그릇에 옮겨 담았다. 녀석을 재빨리 수건 위에 굴린 뒤 케이지 안으로 털어 넣었다. 명자, 아주 잘했어, 이반이 보았더라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나는 홍루를 지나고 로즈를 지나 도로 건너편에 있는 수족관으로 갔다. 파충류 먹이 있음. 간판 옆에 적힌 글씨를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점원이 햄스터 케이지를 열다가 내 쪽을 본다. “뭘 드릴까요? 손님.” 점원이 케이지 안에서 햄스터를 꺼내며 물었다. “밀크스네이크 종인데……먹이 좀 사려고요.” 나는 나무토막을 기어오르는 비단뱀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한다. “뱀을 키운 지 오래되셨나 봐요. 처음 키우는 사람은 그렇게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거든요.” 점원이 손에 쥔 햄스터를 비단뱀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이렇게 한창 클 때는 녀석도 산 먹이를 찾아요, 그래야 탈피를 제대로 할 수 있거든요.” 나무막대를 기어오르던 녀석이 슬그머니 방향을 틀며 혀를 날름거렸다. 케이지에 던져진 햄스터가 꾸물꾸물했다. 움직임을 감지한 녀석도 먹이를 견준 채 꼼짝 하지 않다가 입을 벌리고 먹이를 물어 삼켰다. 나는 고개를 돌리며 점원에게 휘파람을 불면 뱀이 나온다는 말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런 속담이 있었나요?” 점원은 손에 묻은 햄스터 털을 털어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손님, 냉동 쥐로 드릴까요?” 점원이 물었다. 나는 햄스터의 하얀 몸이 비단뱀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점원은 케이지에서 꿈틀거리는 분홍색 새끼 햄스터 한 마리를 꺼냈다. “녀석들이 종종 냉동 먹이를 먹지 않는데…… 그건 아마도 탈피를 하려고 그럴 겁니다. 제대로 크고 있다는 증거죠.” 나는 점원에게서 새끼 햄스터를 받아 골목으로 돌아왔다. 날이 풀리고 있었다. 곧 부두에 배가 들어온다고 했다. 나는 문이 닫힌 로즈를 지나 홍루에 들러 쌀단까와 흑빵을 시켰다. 남자는 여전히 등을 보이고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 탁자 위에는 너덜너덜해진 러시아 회화 책과 비닐도 뜯지 않은 발레 슈즈가 올려져 있었다. 나는 흑빵을 뜯어 쌀단까에 적셔 먹었다. 맞은편 거울에 흑빵을 씹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밥을 먹을 때 거울을 보면 안돼요, 아름다움까지 먹어버리거든요, 이반이 내 귓불 뒤에 입술을 갖다 대며 속삭일 것 같았다. 홍루의 간판이 바람에 흔들거렸다.
  • 귀염둥이 김자옥(金慈玉)의 핑크빛 소문

    귀염둥이 김자옥(金慈玉)의 핑크빛 소문

    「데뷔」1년만에 일약「KBS의 얼굴」로 자란 인기「탤런트」김자옥(金慈玉·22)이 연애를 한다는「핑크」빛 소문이 방송가에 나돌고 있다. 앳되고 청순한「마스크」의 귀염둥이 김자옥(金慈玉)도 이제 한 여성으로서 성장해 가는 것일까? 인기가 오르면서 자연히 소문도 늘어가는 것이 연예가의 통례다. 김자옥(金慈玉)도 예외가 아닌듯.  71년 11월 매일극『심청전』의「히로인」으로 발탁되어 좋은 연기로 기반을 잡자 방송가에는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김자옥(金慈玉)이 가수 이상렬(李相烈)과 뜨거운 사이라는 소문이 번지기 시작했다.  다음『한중록』에서 혜경궁 홍(洪)씨 역을 맡아 폭 넓은 연기로「팬」을 확보해 가자 이번엔 같은 방송국의「탤런트」이(李)모군과 가까운 사이라는 소문이 났다.  그리고 그후『신부들』의 주역을 맡은 다음에는 또 그녀가 30대의 남자와 (서울 중구) 소공동 밤거리를 거닐더라는 소문이 번졌다.  결국 김자옥(金慈玉)이 일일극의 주연을 맡을 때마다 연문(戀聞)이 하나씩 늘어간 셈일까?  동료「탤런트」들은 이러한 소문을 두고 김자옥(金慈玉)이 예상보다 감쪽같이「데이트」를 잘하는 모양이라고 수군대기 시작했다.  『다 큰 계집애가 연애하는 것은 하나도 어색할 게 없잖아요? 그렇지만 하나 같이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화가 날뿐이죠』  소문의 진원을 묻는 기자에게 김자옥(金慈玉)은 이렇게 입을 열었다.  『그렇잖아도 아빠가「탤런트」생활 하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시지 않는데 이런 소문이라도 아신다면 당장 그만두라고 하실 거예요』  「아빠」의 얘기를 할 만큼 김자옥(金慈玉)은 아직도 어리고 순진한 편이긴 한데···.  『말이 많은 곳엔 그런 것이 다 화제가 되겠지만 너무 심해요. 그런 소릴 들을 때마다 집어치우고 싶은 생각밖엔···.』  억울해 죽겠다는 듯 예쁜 두눈에 눈물이 글썽해진다.  『해명을 하면 변명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또 있겠지만 저로서야 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어요』 믿지 않아도 할 수 없다면서 김자옥(金慈玉)이 밝힌 해명은 다음과 같다.  『이상렬(李相烈)씨는 제 친한 친구 이상숙의 오빠예요. 상숙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아주 가까운 친구였고. 그러니까 가끔 만났죠.「탤런트」가 되기 전부터「오빠」라고 따르던 사인데 무슨 연예예요. 그런 감정은 추호도 느껴본 적이 없고 그분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집에서는 다 알아요』  요즈음은 서로 바빠서 얼굴을 본 지도 아주 까마득하다고 말한다.  다음 동료「탤런트」이(李)모군은 언니의 서라벌예대(지금의 중앙대) 동창생이란다. 김자옥(金慈玉)이「탤런트」가 되기 전부터 가끔 집에 놀러 왔기 때문에 스스럼 없는 사이가 되었고 방송국에 들어오자 아는 사람이 없어 자연히 이(李)군과 방송국 근처의 다방에서「코피」를 들고 얘기를 나눈 정도로 만났을 뿐이라는 것.  이에 대해서는 이(李)군도 같은 얘기다.  『방송국에서 선배로 또 오빠로서 대했을 뿐인데 연애라니 어림도 없는 얘기지요』  결국 두 사람은 다 남매처럼 대했다는 것으로 해명이 끝난 셈.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데이트」로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만하다.  다음 소공동을 같이 거닐던 사람은 누구일까? 이에 대해 김자옥(金慈玉)은 형부의 친구라고 말한다.  『재일교포인데 형부와 아주 절친한 친구예요. 형부를 통해 알게 되어 같이「볼링」을 하러 가 본 적이 있지만 그런 사이는 아니에요』  김자옥(金慈玉)의 말을 빌면 그건「데이트」가 아니고 그저 한번 만난 것뿐 그 사람이 일본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그 뒤에는 다시 못만났다고.  혹시 맞선을 본 것이 아니냐고 묻자 자신이나 집에서나 아직 시집을 보낼 생각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어림도 없는 얘기라고 펄쩍 뛴다.  『25살 넘어서 결혼을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에』지금은「데이트」는 해도 결혼 상대를 찾고 있지는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제야 연기가 무언인지 알아가는 햇병아리예요. 도와 주지는 못할 망정 헛소문을 진실처럼 험구하진 말아 줬으면 좋겠어요』  이러다간 아빠와 외출을 해도「핸섬」한 중년 신사와「데이트」하더라고 소문이 나겠다며 웃는다.  연예계 신입생인 그녀가 뒷공론 때문에 신경을 쓰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자기의 인기생활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리라고는 결코 생각지 않는 눈치.  『「탤런트」생활을 생업으로 삼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저도 여자니까 때가 되면 시집을 가서 가정을 꾸미는 것이 자연스런 일 아니겠어요. 꼭 맘에 드는 작품 하나만 흡족하게 하고 미련없이 떠날 생각이에요』  꼭 맘에 든 작품의 배역이 언제 주어질 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주어지면 심혈을 기울여 조용히 연기자 생활을 마무리 짓겠단다.  『연기자는 건강해아 하는데 전 몸이 좀 약해요. 부모님이 반대하시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어요』  지난 여름『한중록』을 마치고 집에서 빈혈로 쓰러진 것을 봐도 연기자로서 치러야 할 중노동을 이겨내기에는 몸이 약한 것 같단다.  단시간내에 인기의 정상에 오른 김자옥(金慈玉)은 시인이자 무용 평론가인 김(金)모씨의 2남5녀 중 세째 딸. 국민학교 4학년 때부터 아동극을 시작했으니 연기 경험은 퍽 많은 셈이다.  배화여중 1년 때부터 배화여고 2년 때까지 TBC-TV에 아역 배우로 출연,『우리집 5남매』등 많은「프로」에 나갔다.  성인으로「탤런트」가 된 것은 여고 졸업 후, 70년 2월 MBC-TV 「탤런트」2기생으로 들어가면서···. 그러나 MBC에서 6개월간 교육을 받다가 그만두고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입학,「브라운」관을 떠났었다. 그러다가 1년 뒤인 71년 11월 KBS-TV의『심청전』에「스카우트」되면서 본격적인「탤런트」로「데뷔」, 1년만에 정상급에 오르게 된 것이다.  붙임성이 있고 상냥해서 동료「탤런트」들간에 귀염둥이로 통하고 있는 김자옥(金慈玉). 이제 그녀도 사랑할 나이가 된 것만은 사실이다. <오(五)> [선데이서울 73년 2월11일 제6권 5호 통권 제226호] ●이 기사는 ‘공전의 히트’를 친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38년전 실렸던 기사 내용입니다. 기사 내용과 광고 카피 등 당시의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한권에 얼마냐고요? 50원이었습니다.  
  • 美서 가장 ‘돈 값’하는 스타 1위는 누구?

    할리우드에서 가장 ‘밥 값’ 잘하는 배우는 누굴까?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최근 발표한 ‘투자 대비 수익이 가장 뛰어난 배우’ 명단에 따르면, 투자사가 배우에게 지급하는 출연료 1달러 당 55.83달러를 버는 것으로 조사된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1위를 차지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최근 전 세계에 개봉한 영화 ‘브레이킹 던 파트 원’을 통해 다시 한 번 스타성을 입증했으며, 영화에 함께 출연한 로버트 패틴슨과 실제 연인관계로 발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그는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끝나면, 판타지 속 백설공주를 그린 영화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의 개봉을 앞두고 있어 또 한번 도약이 예상된다. 밥 값하는 스타 2위에는 앤 해서웨이가 올랐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다크나이트’ 후속편인 ‘다크나이트 라이즈’ 촬영중인 해서웨이는 1달러 당 45.67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1위를 차지한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인 로버트 패틴슨은 1달러 당 39.43달러로 3위에 올랐고,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주인공인 다니엘 레드클리프는 1달러 당 34.24 달러로 뒤를 쫓았다. 5위에는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샤이아 라보프(1달러 당 29.40달러), 6위에는 ‘꽃중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1달러 당 18.74 달러)가 올랐다. 영화 ‘호빗’에 출연한 케이트 블란쳇은 1달러 당 15.17로 8위에, 메릴 스트립은 1달러 당 13.54달러로 9위에 올랐다. 10위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배우로 손꼽히는 조니뎁(1달러 당 12.48달러)이 꼽혔다. 한편 지난 조사에 따르면 할리우드에서 가장 밥 값을 못하는 ‘굴욕 배우’로는 출연료 1달러 당 수입이 40센트에 불과한 드류 베리모어가 꼽혔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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