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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호정 “치열하게 산 엄마들에게 쓴 편지 같은 작품”

    유호정 “치열하게 산 엄마들에게 쓴 편지 같은 작품”

    공장·판매원 등 물불 안 가리는 싱글맘役 “장미네 모녀 반지하방이 침수된 장면서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나 마음이 아팠죠” 첫사랑 명환·순정남 순철과 코믹 멜로도 “‘파리로 가는 길’ 같은 인생작 남기고 싶어”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16일 개봉)는 조석현 감독이 초등학생 때 우연히 본 사진 한 장에서 비롯됐다. 그의 어머니가 젊은 시절 수상스키를 타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다. 그저 가족들 뒷바라지하고 집안일을 돌보는 사람인 줄로만 알았던 어머니의 낯설지만 강렬한 모습이 영화의 시작이 됐다고 한다. 꿈 많은 소녀에서 ‘누구 엄마’가 돼 버린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장미 같은 인생을 응원하는 이 영화의 주인공에 배우 유호정(50)이 나섰다.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유호정은 “시나리오를 보는 내내 ‘엄마’라는 단어만 떠올랐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저의 모습보다 저희 엄마의 젊은 시절을 생각하며 연기했다”면서 “치열했던 삶을 살았던 엄마에게 쓰는 한 통의 편지와도 같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영화는 미싱공장 직원, 밤무대 가수, 녹즙기와 금융상품 판매원 등 온갖 일을 맡으며 딸 현아(채수빈)와 살아온 싱글맘 홍장미(유호정)가 20년 전 헤어진 첫사랑 명환(박성웅)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유명한 가수가 될 뻔한 범상치 않은 과거를 뒤로한 채 하나뿐인 딸 현아를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헌신적인 엄마로 변신한 홍장미의 인생은 모든 어머니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금은 돌아가신 저희 엄마를 생각할 때 꼭 떠오르는 장면이 있어요. 중학교 때 홍수가 나서 집에 물이 찼었거든요. 저는 근처 5층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던 사촌언니 집으로 피신했는데 엄마는 저희 집 옥상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셨어요. 사촌언니 아파트 옥상에서 저희 집 옥상에 있는 엄마를 바라보는데 얼마나 불쌍하던지요. 극중에서 반지하방에 사는 홍장미 모녀가 홍수를 겪는 장면이 나오는데 촬영을 하면서 저희 엄마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렇다고 영화가 먹고살기 힘들었던 그 시절의 신산한 풍경만 전하는 건 아니다. 영화 전반부에서 가수의 꿈을 지닌 젊은 시절 홍장미(하연수)가 들려주는 복고풍 감성의 음악이 귀를 즐겁게 한다면 후반부에서는 중년이 되어 오랜만에 만난 장미와 명환, 그리고 장미에 대한 일편단심으로 20년간 그녀의 곁을 지킨 순철(오정세)이 겪는 삼각관계가 웃음을 자아낸다.“아쉽게도 하연수씨와 함께 촬영하는 장면은 없었는데 영화를 보니 연수씨가 노래를 참 잘 부르더라고요. 저는 춤과 노래에는 영 소질이 없거든요. 배우를 어떻게 하게 됐는지 신기할 정도로 무대를 두려워하는 사람이라서요(웃음). 연수씨가 제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대신 해준 덕분에 처절한 홍장미가 아니라 힘들어도 희망적인 홍장미의 모습이 예쁘게 그려진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유호정이 ‘써니’(2011) 이후 8년 만에 참여한 장편작이다.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 그는 “자극적인 소재의 강한 역할보다 부드러운 역할과 따뜻한 울림이 있는 작품들에 끌린다”고 말했다. “한창 성폭행당한 딸을 둔 엄마, 유괴된 딸을 둔 엄마 역할이 들어왔을 때 시나리오를 잘 못 보겠더라고요. 젊었을 때라면 모르겠지만 요즘엔 강한 배역이 들어오면 한숨부터 나와요. 몇 달 동안 (그 배역에) 갇혀 있다가 잘 빠져나올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과거에 비해 많이 생겼거든요. 그런 작품은 여운도 더 오래가고요. 그러던 와중에 모성애를 자극하는 이 영화가 제게는 딱이었죠.” 1991년 드라마로 연기 인생의 첫발을 뗀 이후 30여년간 다양한 얼굴을 보여 준 유호정은 요즘 들어 ‘인생의 후반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2년 전 우연히 영화 ‘파리로 가는 길’을 보면서 ‘저런 명화 속에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연인 다이앤 레인이라는 배우가 참 아름답게 늙었더라고요.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무얼 잘할 수 있는지 스스로 묻게 된 작품이었죠. 그런 영화를 꼭 인생작으로 남기고 싶어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캡슐 꽂으니 수제맥주 ‘뚝딱’… 시간·물 조절 땐 풍미 다양

    캡슐 꽂으니 수제맥주 ‘뚝딱’… 시간·물 조절 땐 풍미 다양

    발효·온도 등 까다로운 절차 IT로 처리 송대현 사장 “美서 프리미엄 전략 가속…기술 추구 미식가 ‘테크큐리안’ 잡겠다”지난 11일(현지시간) 폐막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19’에서 LG전자가 글로벌 미디어의 관심을 집중시킨 제품은 ‘롤러블 올레드TV’뿐만이 아니었다. 개막 전날인 지난 7일 LG전자 프레스콘퍼런스에서 캡슐형 수제맥주 제조기 ‘홈브루’가 소개될 때 객석에서 터져 나온 환호와 박수는 이후 롤러블TV 때 못지않았다. CES 2019에서는 주류를 제공할 수 없는 전시회 룰 때문에 시음하지 못했지만, 11일 방문한 LG전자의 최상위 빌트인 가전 브랜드 ‘시그니처키친스위트’의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 쇼룸 개장 행사에서 그 맥주 맛을 볼 수 있었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제품인 만큼 사실상 첫 시음기를 쓰는 셈이다. 캡슐 커피 제조기는 누구든 균질한 맛을 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지만 수제맥주의 경우 조금 다르다. 누가 만들든 똑같은 맛이라면 수제맥주가 편의점 맥주와 다를 게 뭐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필스너, 스타우트(흑맥주), 밀맥주, 페일에일, 인디아페일에일(IPA) 중 현장에서 시음할 수 있었던 건 스타우트와 페일에일뿐이었다. 그런데 나란히 위치한 두 제품에서 같은 페일에일이 나왔는데 맥주 맛이 많이 달랐다. 완성된 지 4일이 됐다고 기기 외부 액정표시장치(LCD)에 표시된 페일에일은 IPA가 아닌가 생각된 정도로 맛이 묵직하고 맥아 향이 강했다. 색도 불그스레했고, 뭉근하게 단 맛과 솔향이 느껴졌다. 반면 바로 옆의 완성된 지 12시간이 된 페일에일은 연한 노란색이었고, 입에 머금자마자 상큼한 맛이 났다. 쓴맛이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웠고, 과일향이 났다. 같은 페일에일 캡슐을 사용해 만든 맥주 맛이 전혀 다른 이유에 대해 혹시 맥주가 완성된 뒤에도 추가로 숙성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지 물었지만 LG전자 관계자는 “별도로 그런 기능은 없지만 물양을 달리하는 등 약간은 맛이 다르게 나오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우트는 거품이 많았고 크림 같은 질감이 느껴졌지만 텁텁하진 않았다. 쓴맛이 약간 강했고 캐러멜 같은 단맛은 약했다. 역사가 있는 회사인 영국 문톤스가 맛을 디자인한 만큼 시음해 본 두 종류는 주변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맥주들보다 맛이 좋았다. 수제맥주 제조 키트는 홈브루 전에도 많이 있었지만 적정 온도 유지, 발효도 체크 등에 실패하면 맥주 수십리터를 그냥 버려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까다로운 절차를 IT로 처리해 주는 기기가 나왔다는 건 어쨌든 의미가 있다. 한편 LG전자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 사업본부장 송대현 사장은 13일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쇼룸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의 ‘테크큐리안’ 소비층을 타깃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송 사장이 밝힌 테크큐리안은 ‘기술’(Technology)과 ‘미식가’(Epicure)의 혼성어로 기술 수용력이 높은 중년의 고소득층을 말한다. 송 사장은 “(보급형 제품으로만 경쟁하는) 레드오션에서 돈은 못 벌고 고생만 한다”면서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브랜드 밸류를 수립하고, 그 낙수효과가 중간 수준 범위의 제품군까지 미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글 사진 나파(미국 캘리포니아주)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왜 그래 풍상씨’ 전혜빈, 송종호와 한밤 중 밀회 포착 ‘어떤 관계?’

    ‘왜 그래 풍상씨’ 전혜빈, 송종호와 한밤 중 밀회 포착 ‘어떤 관계?’

    ‘왜 그래 풍상씨’ 전혜빈이 송종호와 한밤 중 밀회를 갖는 현장이 포착됐다.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꼭 잡는가 하면 포옹까지 나누는 등 돈독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대체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일지 궁금증을 높인다. 10일 KBS2 새 수목드라마 ‘왜 그래 풍상씨’ 측은 진지함(송종호 분) 앞에서 평소와 다른 반전 매력을 뽐내고 있는 이정상(전혜빈 분)의 모습을 공개했다. ‘왜 그래 풍상씨’는 동생 바보로 살아온 중년남자 풍상씨(유준상 분)와 등골 브레이커 동생들의 아드레날린 솟구치는 일상과 사건 사고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볼 드라마. ‘우리 갑순이’, ‘왕가네 식구들’, ‘수상한 삼형제’, ‘소문난 칠공주’, ‘장밋빛 인생’ 등으로 다양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특유의 필력으로 재미있게 펼쳐내 시청률과 화제성을 잡고, 재미와 감동까지 안긴 문영남 작가의 신작이다. 지난 9일 방송된 ‘왜 그래 풍상씨’ 1-2회에서는 아버지 장례식까지 발칵 뒤집는 풍상씨 5남매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 중 셋째 정상은 가족들에게 시크하게 팩트 폭격을 거침없이 날리는 팩트 폭격기로 등장, 쌍둥이 동생 화상(이시영 분)과 만났다 하면 싸우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 가운데 정상이 가족들 앞에서 보여줬던 냉철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정반대되는 반전 매력을 뿜어내고 있어 시선을 강탈한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정상이 지함과 손을 꼭 잡고 부드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어 관심을 중폭시킨다. 정상을 무장해제 시킨 주인공은 바로 그녀의 선배 의사 지함. 그는 정상과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로 정상에게는 존경의 대상이다. 지함은 자상하고 훈훈한 선배미로 정상의 신뢰를 한 몸에 받을 예정이어서 기대를 끈다. 이와 함께 지함이 정상에게 의문의 상자를 건네고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정상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지함이 건네는 상자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어 그가 건넨 상자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한껏 끌어올린다. 마지막으로 정상과 지함이 차 안에서 포옹을 나누고 있는 가운데 그 모습을 화상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어 이목을 집중시킨다. ‘왜 그래 풍상씨’ 측은 “항상 냉철했던 정상이가 지함이 앞에서는 부드러운 매력을 뽐낼 예정”이라면서 “지함이 정상에게 내민 상자가 무엇인지, 그리고 정상과 지함의 만남을 본 화상이 어떤 일을 벌이게 될지 본 방송을 통해 확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KBS2 새 수목드라마 ‘왜 그래 풍상씨’는 10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경남도 2022년까지 상용일자리 12만개 창출 등 일자리종합대책 추진

    경남도 2022년까지 상용일자리 12만개 창출 등 일자리종합대책 추진

    경남도는 10일 스마트산업 육성 등을 통해 올해부터 2022년까지 상용일자리 12만 6000여개를 포함한 모두 29만 2000여개의 일자리를 지원한다고 밝혔다.이를 위해 모두 10조 3296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문승욱 경남도 경제부지사는 이날 도청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민선 7기 4년간 추진할 ‘경남도 일자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도가 이날 발표한 일자리 종합대책은 스마트 일자리 확산, 맞춤형 일자리 강화, 사회적 일자리 확대, SOC 일자리 확충, 일자리 생태계 조성 등 5대 핵심전략과 전략별로 모두 20개 중점 추진과제와 68개 세부추진과제를 담고 있다. 산업별·지역별 고용실천 전략과 중점추진과제도 포함돼 있다. 도는 스마트 일자리 확산을 위해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 스마트산단 조성, 스마트 물류, 스마트 팜·양식 등 스마트 산업 육성을 선도할 계획이다. 청년·여성·노인·신중년 등 정책 대상별 맞춤형 일자리 강화를 위해 지역 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경력단절여성 취업 지원 서비스를 강화한다. 신중년을 위한 인생이모작지원센터를 설립해 재취업을 지원한다. 사회적 일자리 지원을 위해 2021년까지 사회적경제 혁신타운을 설립해 통합지원 체계 및 생태계를 구축하고,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 확대와 사회적·마을 기업을 육성한다. 서부경남KTX(남부내륙철도) 조기착공,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어촌뉴딜 300사업 조기 추진, 창원국가산단·진주상평공단·양산일반산단 등 노후화된 산단 재생사업, 양산도시철도 건설, 대형신항(Mega-Port) 건설, 항만물류 연구센터 설치 등을 추진해 SOC 일자리를 창출한다. 기업하기 좋은 일자리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 노동자·농민·여성 등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일자리위원회를 구성해 사회적 대화·타협·양보·협치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경남 경제진흥원도 설립한다. 도는 이같은 일자리 종합대책을 추진해 청년 일자리 3만 7000개, 여성 일자리 4만 9000개, 노인 일자리 5만 1000개, 장애인 일자리 3000개, 취약계층 일자리 1만 3000개, 신중년 일자리 2000개, 소상공인 일자리 8000개, 전연령층 일자리 12만 9000개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체 재정지원 일자리 가운데 상용직 일자리 비중을 2018년 기준 31.3%에서 2022년까지 43.2%까지 높여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도는 제조업 스마트 혁신, 조선해양산업 구조 고도화,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나노산업 성장기반 조성, 세라믹산업 육성, 항노화산업 성장기반 강화 등 산업별 고용 실천전략 12개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창원·밀양 중심의 중부권, 진주·사천 중심의 서·북부권, 통영·거제 중심의 남부권, 김해·양산 중심의 동부권 등 4개 권역별로 특화된 지역별 고용실천전략도 수립했다. 도는 일자리 종합대책 올해 시행계획을 2월 말까지 확정해 공시할 계획이다. 도는 일자리 창출을 도민들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올해 일자리 사업비를 상반기에 65%까지 조기집행하고 국비 등 공모 사업예산 확보에도 전력을 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승옥 경제부지사는 “이번 대책은 주력산업 침체에서 촉발된 고용위기를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 기반의 제조업 혁신을 통한 경남형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전북도 2조 투입해 일자리 13만개 만든다

    전북도가 대규모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 전북도는 2022년까지 2조 633억원을 투입해 13만 4000개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부문별로는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특화 일자리’ 1만 1922개, ‘미래 혁신을 주도하는 성장 일자리’ 4396여개, ‘삶의 품격을 높이는 활력 일자리’ 6991개, ‘더불어 잘 사는 포용 일자리’ 9만 7361개, ‘한 발 더 다가가는 공공 일자리’ 1만 3932개 등이다. 특화 일자리는 농산어촌과 신재생에너지 산업, 지능형 농산업·기계·부품산업 분야의 일자리다. 4800여억원을 투입해 관련 산업을 육성함으로써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계획이다. 성장 일자리는 미래 신산업과 4차 산업 맞춤형 인재를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4810억원이 소요된다. 활력 일자리는 문화예술과 관광·체육 분야다. 2428억원을 투입해 새만금박물관 건립, 신시도 자연휴양림 조성, 어린이집 보육교사 확충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포용 일자리는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쟁력 강화와 신중년·노인·장애인 등의 취약계층 지원 확대하는 것이다. 공공 일자리는 공무원 채용 확대 등의 방법으로 각각 만들어낸다. 6837억원과 3599억원이 가각 들어간다. 전북도는 이를 통해 현재 38만명 수준인 상용 근로자 수를 41만명으로 확대하고 전체 취업자 수도 93만명에서 96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경우 고용률은 59%에서 61%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나석훈 전북도 경제산업국장은 “신재생에너지, 미래 신산업, 사회적 경제 등 지역 특색이 반영된 분야를 적극적으로 육성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려고 한다”며 “당면한 고용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올해부터 지역 성장의 패러다임을 일자리 중심으로 전환하고 도정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역시 유준상”…‘왜그래 풍상씨’로 성공적 귀환 ‘하드캐리 60분’

    “역시 유준상”…‘왜그래 풍상씨’로 성공적 귀환 ‘하드캐리 60분’

    역시 유준상이었다. 유준상은 지난 9일 방송된 KBS 2TV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 첫 회에서 동생 바보 풍상씨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역시 유준상’이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왜그래 풍상씨’는 동생 바보로 살아온 중년 남자 풍상씨와 등골 브레이커 동생들의 아드레날린 솟구치는 일상과 사건 사고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작품이다. 이 날 방송에서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장례식장에 모인 풍상씨네의 모습이 그려졌다. 장례식장까지 빚쟁이들을 찾아오게 만든 둘째 진상(오지호 분), 옳은 말만 하지만 가족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지 않는 셋째 정상(전혜빈), 장례식장에서 눈물 셀카를 찍으며 마냥 해맑은 넷째 화상(이시영 분)과 아버지에 대한 적대감으로 영정을 깨버리는 소동까지 일으킨 막내 외상(이창엽 분)은 ‘힘’이 아니라 ‘짐’만 되는 가족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었다. 풍상의 고난은 이제 시작이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엄마 노양심(이보희 분)은 혹시나 남편이 남겼을지도 모르는 금덩어리에만 관심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유산은커녕 아버지의 빚까지 떠안게 된 상황은 혼자서 아등바등 자식의 도리를 다하려는 풍상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었다. 화장터에서 혼자 쓸쓸히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오열하는 풍상은 유준상 그 자체였다. 유준상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유의 따뜻함과 내공 있는 연기력은 풍상이라는 인물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느끼게 만들었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시청자들은 “역시 유준상이다.“, “짠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가족사가 너무 서글프다“, “유준상의 긍정적인 에너지 그리고 캐릭터의 상황이 조화를 이루면서 슬픈 장면은 더 슬프고 재미있는 장면은 더 재미있는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수목드라마의 판도를 뒤흔들 조짐을 보이는 ‘왜그래 풍상씨’ 1회, 2회는 전국 가구 시청률 5.9%, 6.7%(닐슨 기준)를 기록하며 유준상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시청자와 통(通)했음을 입증했다. KBS 2TV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 3회,4회는 오늘 밤(10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왜그래 풍상씨’ 유준상 “완벽한 대본 소화 위해 보충수업까지”

    ‘왜그래 풍상씨’ 유준상 “완벽한 대본 소화 위해 보충수업까지”

    ‘왜그래 풍상씨’는 동생 바보로 살아온 중년남자 풍상씨(유준상 분)와 등골 브레이커 동생들의 아드레날린 솟구치는 일상과 사건 사고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볼 드라마다. 유준상 외에도 오지호, 이시영, 전혜빈, 이창엽이 진상, 정상, 화상, 외상이라는 이름의 남매로 출연한다. 올해 연기 23년차인 유준상을 긴장하게 한 이 드라마는 ‘왕가네 식구들’, ‘수상한 삼형제’, ‘소문난 칠공주’, ‘장밋빛 인생’ 등 가족드라마를 집필한 문영남 작가의 극본이다. 연출 또한 문 작가와 ‘수상한 삼형제’, ‘왕가네 식구들’에서 호흡을 맞췄던 진형욱 PD가 맡았다. 드라마 출연 배우들은 문 작가의 완벽한 대본에 대해 침이 마르게 칭찬해 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9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주인공 풍상 역의 유준상은 “미니시리즈라 인간에 대한 탐구가 극대화 되는 부분이 있다.문 작가가 글을 정말 잘 쓰시기 때문에 이를 현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출연하는 배우들이 모두 경력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리딩이 끝나면 ‘보충수업’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오남매가 실생활에 밀접할 정도로 연습을 많이 했고 캐릭터에 딱 맞는 옷을 입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오늘도 행사가 끝나면 연습하러 갈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연출의 진형욱 PD는 배우 캐스팅에 대해 “기적적으로 잘 된 캐스팅이다. 배우들이 ‘대본이 재밌어서 모였다’라고 이구동성 한다. 캐릭터를 즐기고 있어서 현장에서 재밌다. 실명을 잊을 정도로 싱크로율이 100%”라고 밝혔다. 이어 “배우들 연기할 때 NG가 하나도 없다. 오래 산 남매처럼 호흡이 좋다. 이 사람들이 이 역할을 하기 위해 태어났나? 경력을 쌓아왔나? 라는 생각을 했다. 큐와 컷만 하면 된다”고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탄광의 끝에 희망이 없는 곳을 ‘막장’이라고 한다. 현재 대한민국과 풍상씨네 상황을 보면 ‘막장’이 맞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이 사람이 희망을 잃지 않고 힘을 내서 살아갈 수 있는가 보여주는 드라마”라면서 “근래 가족들 사이에서 여러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 문 작가는 과연 가족이 힘일까, 짐일까에 대한 질문을 하다가 작품을 기획하게 됐다고 한다. 저도 이 드라마를 하면서 답을 찾을 예정이다. 시청자에게도 그런 계기가 될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오늘(9일) 오후 10시 첫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후진하는 트럭에 깔린 여성에게 일어난 기적

    후진하는 트럭에 깔린 여성에게 일어난 기적

    인도의 한 50대 여성이 후진하던 트럭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지난 6일 인도 수라트의 한 도로에서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서 있던 여성이 후진하던 트럭에 깔린 뒤 구사일생으로 위기를 넘겼다. 당시 사고 순간은 인근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찍혔고 현지 매체를 통해 소개됐다. 공개된 영상은, 한 중년 여성이 사원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신발을 벗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때 트럭이 그녀를 미처 보지 못하고 후진을 하면서 순식간에 여성이 차 밑에 깔리는 사고를 당한다. 사고 트럭은 이후에도 여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계속 후진해 아찔한 상황을 연출한다. 다행히 트럭이 멈추자마자 엎드려 있던 여성의 모습이 드러나 보는 이들을 안도케 한다. 현지 매체는 사고를 당한 여성이 운 좋게도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전했다.사진 영상=CGTN 유튜브 채널 영상부 seoultv@seoul.co.kr
  •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몸캠’에 낚인 남성들, 친구들이 내 영상 본다 생각하니…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몸캠’에 낚인 남성들, 친구들이 내 영상 본다 생각하니…

    온라인 채팅 통해 성적 영상 촬영 유도 대화 시작되면 ‘해킹 프로그램’ 심어져 휴대전화 연락처 빼내 영상 유포 협박 피해자 1만명 추산… 중고생 40% 최대 계속 돈 주거나 몸캠피싱 ‘앞잡이’ 전락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의 절대다수는 여성이다. 그래서 남성은 피해자의 고통을 모른다. 아무리 근절을 외쳐도 절반뿐인 공허한 메아리가 되는 이유다. 그런데 피해자의 대부분이 남성인 디지털 성폭력이 있다. ‘몸캠피싱’이다. 서울신문이 만난 몸캠피싱 피해자들은 “죽는 게 낫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실제 2014년엔 몸캠피싱을 당한 남자 대학생이 투신 자살했다. 피해 남성들의 이야기를 모아봤다. 피해자의 입장이 된 남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몰카나 국산 야동이 왜 사라져야 하는지 남성들이 고민해 봤으면 한다.남성 피해자들의 줄은 한없이 길었다. 마치 맛집 앞에 대기번호를 받고 기다리다 주인이 번호를 부르면 반갑게 입장하는 듯했다. ‘오후 8시 9분, 12분, 20분, 22분, 28분, 32분, 34분, 39분….’ 지난달 10일 저녁 전국 곳곳에서 ‘몸캠피싱’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 시간이다. 서울신문이 한국사이버보안협회와 함께 중국에 거점을 둔 몸캠피싱 조직 서버에 접속한 결과, 2시간(오후 8~10시)만에 31명의 휴대전화에 이 조직이 배포한 해킹프로그램이 깔렸다. 평균 4분에 한 번꼴로 피해자들은 낚싯대에 걸렸다. 몸캠피싱은 온라인상에서 만난 피해자를 성적으로 유혹해 알몸이나 자위 영상을 찍도록 유도한 뒤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걸 말한다. 피해자 휴대전화에 몰래 해킹 프로그램을 심어 영상을 녹화하고, 지인 주소록(연락처)을 빼낸다. 해킹프로그램이 깔렸다는 건 몸캠피싱에 걸렸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몸캠피싱범은 이렇게 확보한 피해자 지인 휴대전화로 녹화한 영상을 유포한다고 협박한다. 피해자는 극심한 공포에 시달리고, 돈을 건네거나 다른 피해자를 낚는 ‘앞잡이’가 되는 등 범인의 ‘노예’로 전락한다. 낚시는 주로 저녁 시간에 시작된다. 먹잇감이 혼자 자기방에 앉아 휴대전화나 PC를 볼 시간을 기다린다. 이날 오후 8시 9분 당한 피해자는 학생이었다. 주소록에 ‘담임쌤’ ‘중2담임쌤’ 등 학생 휴대전화에 있을 법한 연락처가 연이어 나온다. 이런 경우 범인들은 주로 부모에게 접근해 “자식 인생 망치기 싫으면 입금하라”고 협박한다 불과 3분 뒤인 8시 12분 걸려는 피해자는 젊은 직장인 남성으로 추정된다. ○○○팀장님’ ○○○주임님’ 등 회사 동료와 ○○○누나’ 등 지인 연락처가 유출됐다. 다시 10분 뒤인 8시 22분 피해자는 무려 1456개나 되는 주소록이 유출됐다. ‘○○○부장’ ‘○○○사무장’ 등의 연락처와 함께 경남 지역 지명이 많았다.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는 중년 인사로 추정된다. 서울신문은 이런 방법으로 지난달 9~12일 나흘간 273명의 휴대전화에 해킹프로그램이 깔린 걸 확인했다. 김현걸 사이버보안협회장은 “해킹프로그램만 깔리고 실제 몸캠피싱을 당하진 않았을 사람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연간 국내 피해자는 1만명이 넘는다”고 말했다.하지만 수사기관이 파악하고 있는 몸캠피싱 피해는 실제의 1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2017년 몸캠피싱은 1234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다수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신고조차 못한 것이다. 몸캠피싱의 최대 피해자는 청소년이다. 성적 호기심이 왕성해 선정적인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서울신문이 파악한 피해자 중 약 40%는 중·고등학생인 것으로 보인다. 경제력이 없는 청소년은 다른 범죄에 악용하는 경우도 많다. 채팅 앱 등에서 성인 여성인 것처럼 가장해 다른 피해자를 낚아오라고 협박하거나, 계좌번호를 빼앗아 대포통장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사회를 알 만큼 아는 성인도 걸려든다. 특히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는 직업군인 피해자가 많다. 이들이 피해를 당하면 주소록에 있는 다른 군인 이름과 연락처도 통째로 범인에게 넘어간다. 한 몸캠피싱 피해 지원 업체 관계자는 “범인들이 자주 활동하는 채팅 앱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 600만원을 내걸고 ‘장성들의 연락처를 구한다’는 글을 올린 걸 봤다”고 전했다. 피해자의 외모가 뛰어날 경우 영상을 온라인에 유출하기도 한다. 남성 피해물이 동성 간 성행위를 취급하는 사이트 등에선 인기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구글 검색이 되는 성인사이트 3곳에선 ‘○○대 ○○남’이란 제목의 영상이 잠시 돌아다녔는데, 몸캠피싱 피해자였다. 해당 영상을 삭제한 디지털 장의사는 “피해자가 외출도 못하는 등 극도로 불안해했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 같은 걱정이 돼 오랜 시간 대화하며 진정시켰다”고 회상했다. 디지털장의업체 오케이 연구소의 신재선 대표는 “몸캠피싱범에게 한번 돈을 보내면 또 요구하는 만큼 결코 협박에 굴복해선 안 된다”며 “가족 등 가까운 지인에게 사실대로 말한 뒤, 범인 메신저 아이디와 대화 내용을 캡처 해 수사기관과 피해지원 기관을 찾아가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이정수의 B-Side] 누구를 위한 진혼굿, 무엇을 위한 ‘젖가슴’인가

    [이정수의 B-Side] 누구를 위한 진혼굿, 무엇을 위한 ‘젖가슴’인가

    지난 4일 강동수(58) 작가의 소설 ‘언더 더 씨’의 한 구절이 온라인상에서 크게 논란이 됐다. 기자는 이튿날 해당 논란을 ‘세월호 희생자 시점 소설 ‘젖가슴’ 논란… “고민 없는 개저씨 문학”’이라는 제목으로 온라인에 출고했고, 강 작가와 출판사 측의 힐난과 “법적 대응”이라는 심난한 상황에 처했다. 논란은 ‘개저씨 문학’으로 일컬어지는 기득권 남성 중심의 기성 한국문학이 단 한 문장에 절묘하게 축약된 것에서 촉발했다. 이에 대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폭넓은 반감이 일었다. 현재 우리 사회의 문학 흐름이 투영돼 빚어진 사건이었다. 6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강 작가로부터 메일 한 통이 와 있었다. 원고지 19매 분량의 장문의 글이었다. “전직 기자로 30년 ‘신문밥’을 먹었다”며 대선배임을 자처한 그는 “여성의 그 부위를 지칭할 때 젖가슴이 아니면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유방?”이라고 되물었다. 오랜 세월 문학담당 기자였고 등단한 소설가이자 한 대학의 교수인 그가 적은 질문이 이랬다. 강 작가의 소설 ‘언더 더 씨’ 도입부의 ‘내 젖가슴처럼 단단하고 탱탱한 과육에 앞니를 박아 넣으면 입속으로 흘러들던 새큼하고 달콤한 즙액’이라는 표현이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그 문장이 세월호 참사로 사망한 여고생을 화자로 한 1인칭 시점 서술이기 때문이다. 우리 문학에서 여성, 생명, 풍요 등을 상징해온 닳고 닳은 상투어 ‘젖가슴’에 국한한 찬반이었다면 논란이 이 정도로 커지진 않았을 터였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여고생이 결코 쓰지 않을 법한 어휘와 표현을 한데 모아 놓은 것도 모자라 자두에 앞니를 ‘박아 넣으며’ 자신의 가슴을 떠올린다는, 그 또래의 독자라면 누구도 공감 못할 발상이었기에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강 작가는 기자에게 보낸 메일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해명글에서 ‘언더 더 씨’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일종의 문학적 진혼굿이라는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에게 “단편소설 전부를 읽어보지 않고 쓴 엉터리 기사”라고 비난했지만, 차라리 문제의 한 단락만을 봤던 때가 마음이 편했다. 1인칭 화자인 10대 여고생 입장에서 고민한 흔적이 좀체 느껴지지 않는 진혼굿과 바리데기 설정은 더욱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2014년 4월 16일 그날, 아직 수습 딱지를 붙이고 있던 기자는 세월호 침몰 소식이 전해진 직후 경기 안산 단원고로 달려갔다. 강당에 모인 학부모들이 언론의 ‘전원 구조’ 오보에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다가 다시금 불안감에 어쩔 줄 몰라 하던 모습을 지켜봤다. 이후 몇날며칠 전남 진도 팽목항에 머물며 시신이 한 구씩 수습될 때마다 울부짖던 가족들의 모습, 슬픔과 분노에 몸서리치던 현장 분위기를 생생히 느꼈다. 그렇기에 더 세월호 희생자와 그들을 잃은 가족의 슬픔을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망자가 된 10대 여고생이 누군가가 자신의 진혼굿을 한다며 ‘젖가슴’을 입에 담거나 ‘불가사리에 종아리를 한 움큼 파먹히는’ 묘사하는 걸 듣는다면 반기기는커녕 소름 끼쳐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문학에 엄숙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려는 게 아니다. 여론을 등에 업고 창작의 자유를 옥죄려는 시도 역시 아니다. 강 작가가 50대 남성 화자의 시점에서 같은 주제를 다뤘다면 ‘61년생 강동수’가 그대로 드러나는 문체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 기성세대의 서사와 은유가 문학이요 예술이라고 배워왔으니까. 그러나 거의 손녀뻘인 화자를 1인칭 시점으로 삼는 어려운 도전을 선택했다면 접근 방식도 당연히 달랐어야 했다. 강 작가는 독자들이 이 문장에서 ‘생기발랄한 젊디젊은 여학생’을 떠올리길 원했지만 대다수 독자들의 귀엔 중년 남성의 탁한 음성만 들렸고, 결과적으로 불쾌한 이질감만 갖게됐다.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려 했다는 강 작가의 주장은 분명 선의였을 거라고 믿는다.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개저씨 문학’이라는 말이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개저씨’는 나이와 지위를 내세워 자신이 옳다고 믿고 큰소리치는 중년 남자를 비하하는 신조어다. 강 작가는 중년 남성에게 너무도 익숙해 새삼 문제될 것 없는 시각에서 글을 썼지만 젊은 세대는 성별을 막론하고 그것을 거부하고 조롱했다. 온건하고 합리적인 수많은 지적마저 해명글을 통해 ‘파블로프의 개’에 비유해 “가련하다”며 귀를 닫은 태도는 스스로 비난을 자처한 대응이었다. 출판사는 한술 더 떠 독자와 기자의 “문해력”을 지적했고, 일련의 비판을 “대중파시즘”으로 받아들여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강 작가는 지난해 8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쓴 칼럼에서 ‘홍대 몰카 사건’과 ‘안희정 사건’ 등을 언급하면서 “여성이 세상을 바꾼다”고 역설했다. 그는 칼럼에서 “세상이 변하고 있다”면서 “남성과 사회, 국가가 열린 마음으로 여성들의 항변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글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모두 ‘극렬 페미니스트’로 몰아붙인 그의 지금 모습과 대비된다. 강 작가와 출판사는 6일 오후 게재했던 각각의 입장을 이날 자정을 전후에 삭제했다. 출판사 호밀밭은 최초 입장문 삭제 후 페이스북 공지사항에 “더 듣고, 더 살펴보려 한다. 이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조만간 다시 글을 올리겠다”고 알렸다. 독자들이 강씨와 출판사에 바라는 것은 이 상황을 비껴갈 절묘한 대응책이 아닐 것이다. 그저 상식적인 수준의 진심 어린 사과와 그에 걸맞는 조치면 충분하지 않을까.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와우! 과학] 불로장생의 비밀, 이 작은 벌레에 숨어 있다

    [와우! 과학] 불로장생의 비밀, 이 작은 벌레에 숨어 있다

    불로장생은 인간의 오래된 꿈이다. 고대 수메르의 길가메시 신화부터 진시황의 불로초 이야기까지 비록 헛된 꿈이기는 하지만, 많은 이들이 늙지 않거나 혹은 죽지 않는 비법을 찾아 헤맸다. 사실 현재를 사는 우리들도 다르지 않은 인간이다. 비록 불로초를 찾아 헤매지는 않지만, 더 오래 살기 위해, 그리고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생명 현상을 연구하는 과학자들 역시 노화에 관심이 많다. 불로불사를 꿈꿔서가 아니라 우리가 왜 늙고 결국은 죽게 되는지 아직 완전한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노화의 원인을 알아내면 이를 완전히 막지는 못해도 억제할 수 있는 현대판 불로초가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다만 고대인과 달리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생물은 신비로운 풀이 아니라 몸길이 1mm에 불과한 작은 벌레다. 예쁜 꼬마 선충 (C. elegans)는 몸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고 관찰이 쉬운 데다 키우기도 쉬워서 실험동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수명이 3-4주 정도로 짧기 때문에 노화와 수명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사람처럼 수명이 긴 생물은 노화 과정을 연구하기가 어렵고 노화를 촉진하거나 막는 약물을 테스트하는 일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당연히 수명이 짧은 실험동물을 통해 노화와 죽음의 비밀을 밝히는 것이 먼저다. 이런 이유로 예쁜 꼬마 선충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미시간 대학의 연구팀은 노화에 따른 운동 기능 감소의 비밀을 풀기 위해 예쁜 꼬마 선충을 이용했다. 나이가 들면 운동 능력이 쇠퇴하는 것은 수명이 한 달 남짓인 예쁜 꼬마 선충도 마찬가지다. 연구팀은 SLO-1 (slowpoke potassium channel family member 1)라는 신경 전달 물질이 그 이유일 것으로 생각하고 연구를 진행했다. 이 물질이 운동 신경이 흥분을 억제해 근육의 힘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과 약물을 이용해서 SLO-1을 억제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젊은 예쁜 꼬마 선충에서는 별 변화가 없었으나 중년 이상의 예쁜 꼬마 선충은 근력이 유지되는 것은 물론 수명까지 늘었다. SLO-1은 선충은 물론 인간까지 많은 동물에서 발견되는 물질이기 때문에 연구팀은 이 과정이 동물의 노화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결과는 저널 Science Advances에 발표됐다 . 물론 이 연구 결과가 옳다고 해도 SLO-1 하나만 억제하면 불로장생의 꿈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생명체 내의 화학 반응은 매우 복잡하게 일어나며 특정 물질이나 유전자를 억제하는 것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인간은 선충보다 훨씬 복잡한 노화 과정을 지니고 있어 정확히 이해하기 전까지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인간보다 단순한 예쁜 꼬마 선충을 통해 우리는 노화와 죽음의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오랜 세월 인간이 품었던 궁금증이 이 작은 벌레를 통해 밝혀질지도 모른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세월호 희생자 시점 소설 ‘젖가슴’ 논란… “고민 없는 개저씨 문학”

    세월호 희생자 시점 소설 ‘젖가슴’ 논란… “고민 없는 개저씨 문학”

    소설가 강동수(58)씨의 최근작 ‘언더 더 씨’가 소설 속 여고생의 ‘젖가슴’ 표현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언더 더 씨’의 일부 구절이 문제가 되며 논란이 확산됐다. 소설은 세월호 참사 때 가라앉은 ‘나’가 화자가 돼 바다 밑을 떠도는 이야기를 그린다. 문제가 된 구절은 바다 밑에서 떠도는 화자가 과거 엄마가 사온 자두를 먹던 일을 회상하는 장면이다. 강씨는 화자가 자두를 떠올리는 장면에서 ‘내 젖가슴처럼 단단하고 탱탱한 과육에 앞니를 박아 넣으면 입속으로 흘러들던 새큼하고 달콤한 즙액’이라고 적었다. 네티즌들은 “어느 여고생이 자신의 가슴을 떠올리면서 과일을 먹느냐”며 “나이 든 남자 작가가 쓴 게 티가 난다”고 반발했다. ‘젖가슴’이라는 표현을 쓰는 여고생도 없을뿐더러 ‘자두’에 비유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많다. “10대인 화자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비판과 “문학으로 포장한 ‘개저씨’(중년 남성을 비하한 말) 감성” 등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화자가 세월호 희생자로 설정된 점이 논란을 키웠다. “위로를 가장한 성희롱”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젖가슴’을 떠올리고 난 후 ‘과육에 앞니를 박아’, ‘입속으로 흘러들던 즙액’ 등 표현을 쓴 것은 남성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할 때 가능한 것으로 이해되는데 그것을 여고생 화자의 입을 빌려 어색하게 표현했다는 주장이다. 논란은 ‘젖가슴’ 등 표현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한국 문학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9월 출간된 강씨의 소설집 ‘언더 더 씨’는 세월호 희생자를 화자로 설정한 표제작을 비롯해 모두 7편의 단편을 담았다. 강씨는 현재 경성대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나이 듦… 우리는 리어왕을 닮아 간다

    나이 듦… 우리는 리어왕을 닮아 간다

    세계적인 두 지성 노년 해부 대화집 현명하고 우아하게 늙는 법 고민 끝이 아닌 생의 지속에 관한 사색‘지혜의 보고이자 살아 있는 경고문.’ 노인과 관련해 겹쳐지는 인상이다. 삶의 지혜를 전하고 가르치는 존경의 대상이자 죽음 등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위험한 존재라는 상반된 위상의 혼합. ‘100세 시대’, ‘120세 시대’라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지만 노인은 여전히 기피와 불안의 존재로 인식되기 일쑤다. 그 어두운 이미지를 털고 현명하면서 우아하게 노년을 준비하고 살아 낼 방법은 없을까. 이 책은 세계적인 두 지성의 대화를 통해 ‘노년’을 집중 해부한 대화집이다. 시카고대 석좌교수 마사 누스바움과 같은 대학 로스쿨 학장을 지낸 솔 레브모어가 주인공.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지성’에 노엄 촘스키, 움베르토 에코와 함께 나란히 이름을 올린 석학들이다. 두 석학이 노인의 인식 개선에 초점을 맞춰 잘 준비하고 잘사는 방법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책은 노인 관련 8개 소주제에 걸쳐 두 석학이 나눈 대화를 각각 두 개씩의 에세이로 붙였다. 고대 로마의 걸출한 정치가 겸 철학자 키케로가 쓴 ‘나이 듦에 관하여’의 형식과 닮은꼴이다. 절친인 아티쿠스에 헌정한 책의 서문에서 60대의 키케로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아직 많이 늙진 않았지만 앞으로 남은 삶에서 무엇을 찾아야 할지를 미리 생각해야 한다.” 키케로의 일갈대로 두 석학은 기발한 탁견과 절묘한 해법을 쏟아내고 있다. 우정, 나이 들어 가는 몸, 적절한 은퇴 시기, 나의 과거, 무엇을 남길 것인가…. 우선 우정을 보자. 노년기에 우정은 어떤 작용을 할까. 마사 누스바움은 말한다. “나이 들면서 우정이 깊어지는 것과 함께 세상 이해도 깊어진다는 것. 이것은 매우 귀중하며 다른 경로로는 얻지 못하는 혜택이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나이 듦에는 필연적으로 불행이 따라오지만 유머, 이해, 사랑은 따라오지 않는다. 이런 것을 제공하는 건 우정이다.” 나이 들어가는 몸은 어떻게 대해야 할까. 레브모어의 말을 들어 보자. “은퇴한 노인들은 드디어 자기 외모를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주름살이 있으면 그 피부 뒤에 감춰진 인격이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중년 이후의 사랑을 놓고 누스바움은 “노년기의 사랑은 허풍 속에 진실한 감정을 담고 있다”고 쓰고 있다. 두 사람이 펼치는 고전의 향연도 도드라진다. 노년에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만드는 방법을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미국 극작가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 같은 명작으로 연결해 쏠쏠한 재미를 얹는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왕’ 해석은 특히 눈에 띈다. 누스바움은 은퇴와 유산, 가족관계에 대해 현명하지 못한 결정을 내린 리어왕을 빗대 말한다. “우리 모두는 좋든 싫든 노년기에 돌봄을 필요로 하게 될 때 어떤 대접을 받을 것인가에 대한 징표를 찾으려 한다는 점에서 리어와 닮은꼴이다.” 철학자와 법률·경제전문가의 대화. 그 어색한(?) 만남이 빚어내는 견해 차도 흥미롭다. 철학자인 누스바움은 은퇴자들이 모인 공동체에서 순간의 쾌락에 탐닉하는 현재지상주의를 비판한다. 반면 법학자 겸 경제학자인 레브모어는 좀더 현실적인 입장에서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는 그들의 모습을 인정한다. 또 정년퇴직을 놓고 레브모어가 대다수 미국인과 달리 ‘계약의 자유’를 부활시킬 것을 주장한 반면 누스바움은 정년퇴직 없는 현재의 미국식 사회제도가 노인들의 존엄성을 더 잘 지켜 준다고 여긴다. “노년기에도 깊은 사색을 필요로 하는 그 시기만의 수수께끼가 있다. 그 시기에만 맛볼 수 있는 기쁨, 즐거움, 고통이 있다. 그것은 끝에 관한 게 아니라 생의 지속에 관한 질문들이다.” 서문에서 책의 방향을 밝힌 누스바움의 매듭말이 인상적이다. “나이 들면 우리 모두 두 번째 아동기에 들어선다. 이 시기에는 자아의 절박한 요구와 육체의 본능적 요구가 그동안 형성했던 좋은 습관들을 방해하고 우리를 넓은 세상의 가치와 멀어지게 만든다. 우리는 이 같은 도덕적 위험을 인지하고 있어야 하며 최선을 다해 그 위험과 맞서 싸워야 한다. 되도록이면 품위와 유머와 겸손을 보여 주면서.”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남편 퇴직하면 이혼”…일본 40대↑ 여성 30% ‘정년이혼’ 응답

    “남편 퇴직하면 이혼”…일본 40대↑ 여성 30% ‘정년이혼’ 응답

    자녀가 있는 40대 이상 일본 기혼여성의 30% 정도는 이른바 ‘정년이혼’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이혼은 배우자나 본인이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하고나면 부부관계를 청산하고 갈라서는 것을 말한다. 또 일본 기혼여성의 4분의3은 이혼을 하지 않으면서 부부가 각자 독립된 생활을 하는 ‘졸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3일 일본의 대형 보험회사인 메이지야스다생명 계열 메이지야스다생활복지연구소가 중년 이상 기혼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이나 배우자의 정년을 계기로 이혼을 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유자녀 여성 응답자의 28.1%가 ‘그렇다’고 답했다. 유자녀 남성의 응답률은 19.6%로 여성보다 8.5%포인트 낮았다. 조사는 일본의 전국 40~64세 남녀를 대상으로 지난해 인터넷에서 실시됐다. 자녀가 없는 사람들일수록 정년이혼을 꺼리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무자녀 부부의 경우 정년이혼을 생각해본 적 있다는 응답이 여성 13.3%, 남성 11.1%로 유자녀 부부에 비해 크게 낮았다. 정년이혼을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여성들은 ‘퇴직 후에 매일 함께 생활하는 것은 견딜 수 없다’는 응답이 45.1%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남성은 ‘아내로부터 애정을 느낄 수 없다·아내에 대해 애정이 느껴지지 않는다’가 37.6%로 가장 많았다. ‘나이 들었을 때 배우자 수발을 하고 싶지 않다’는 응답은 남성은 1.9%에 불과했지만, 여성은 8.5%에 달했다. 한편 ‘졸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도 여성이 73.5%로 남성(56.4%)을 크게 웃돌았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앙상블/채기성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앙상블/채기성

    사실 경희를 만나려고 만난 것은 아니었다. 내가 먼저 경희를 봤다면 나는 아마도 버스에 타지 않았을 것이다. 나와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 J가 그녀의 어머니를 논현동 게장 집으로 퇴근 시간에 맞춰 모셔 오지 않았더라면 굳이 몸을 구겨 가며 버스를 탈 일도 없었을 것이다. 경희를 만나고 나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정체 탓에 긴 행렬로 이어진 차들 사이를 뚫고 버스는 간신히 일 차선으로 빠져나와 정류장 쪽으로 겨우 몸을 돌렸다. 출입문 앞 쪽까지 가득 찬 사람들의 무게를 견디며 몸을 늘어뜨리고 천천히 기어 오는 버스를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일찍 나오지 그랬어. 조금 늦을 것 같다는 내 문자에 대한 J의 회신에도 한숨이 생략된 것처럼 느껴졌다.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남들보다 도로 쪽에 위태로울 정도로 바짝 붙어 섰다. 버스 앞문이 열리기는 했지만 입구까지 막아서 있는 사람들을 어깨로 밀어내며 올랐다. 내 바로 뒤에서 어깨로 등을 떠밀던 한 남자는 문이 닫히지 않자 결국 내릴 수밖에 없었다. 남자의 낭패한 표정이 나에게는 왠지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 같았다. 버스 문이 겨우 닫혔다. 수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몰려들었지만 선택받은 사람은 나 혼자였다. 근래 들어 가장 운이 좋은 순간이었다.다음 정거장에서 앞쪽으로 몇 사람이 내리면서 문이 열렸다. 출입구 난간에 서 있던 나는 다시 사람들을 밀치고 버스 안쪽으로 올라섰다. 정류장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좁은 버스 출입구로 몰려들었지만 탈 수 있는 사람은 몇 사람 없었다. 출입구 쪽의 사람들에게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거기에는 퇴근 때보다 더 짙어진 어둠이 있었다. 버스 안의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무표정하게 저마다의 핸드폰을 보며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버스 창에 반사되어 보였다. 차례로 사람들을 훑어보다 버스 중간 즈음에서 나처럼 창밖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낮은 조도의 등 아래에서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경희였다. 오래전부터 나에게 닿아 있었던 것 같은 무거운 시선. 사람들을 비집고 버스에 탈 때부터 나를 알아봤을 것 같은 시선. 아니면 그전부터. 우리가 서로 보지 않았던 시절부터 그래 왔다고 하더라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 경희의 무겁고 오래된 시선에 사로잡혀 나는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무표정한 사람들의 흔들림을 사이에 두고, 경희와 나는 창을 통해 비친 서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앞으로 내려도 되죠?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한 여성이 기사 쪽을 향해 몸을 치켜세웠다. 버스 기사는 대답이 없었다. 버스 앞쪽으로 끼어들어 미적거리는 차량 때문에 예민해졌는지 기사는 후미 등을 반복해서 껐다가 켜 댔다. 버스 기사는 앞쪽 출입문은 되도록 열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앞쪽으로 내리는 사람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 줄 수밖에 없었다. 기껏해야 한두 명 탈 수 있는 공간이라도 타기 위해 정류장에 있던 사람들이 몰리면서 어깨로, 등으로, 자기 곁에 있는 사람들을 밀어냈다. 버스 기사는 혼잡을 피하기 위해 뒷문을 먼저 열어 사람들을 그쪽으로 유도한 다음 앞문을 열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뒤쪽이든 앞쪽이든 누군가 탈 만한 공간은 없었다. 일단 버스 앞쪽 난간에 매달린 다음, 문이 닫힐 수 있도록 까치발을 하고 몸을 앞으로 밀어대는 사람들이 여러 명 있었지만, 위험하다는 기사의 만류로 내려설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타겠다며 몸을 구겨 넣다가 버스를 출발조차 못 하게 만들었던 나를 경희가 봤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얼굴에 열이 올랐다. 고개를 쭉 뻗어서 경희가 있는 쪽을 보려고 했지만 그렇게 해서는 경희를 볼 수 없었다. 다시 창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 움직이지 않고 내게로 향해 있는 경희의 시선이 머물러 있었다. * 경희를 마지막으로 봤던 것은 그녀가 독일로 떠나기 바로 전날이었는데, 그날은 그녀의 생일이었다. 나는 경희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먼저 연락하지는 않았다. 매년 경희의 생일을 챙겨 온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때만큼은 그녀의 생일을 챙길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먼저 연락을 한 것은 내가 아니라 경희였다. 독일로 떠나기 전에 꼭 나를 보고 떠나야 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러마 했다. 신용카드 연체 독촉 전화와 문자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외출을 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 됐다. 수개월간 회사의 급여가 체납된 끝에 회사를 그만둔 상태였다. 밀린 임금과 퇴직금이 언제 들어올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한동안 내지 못했던 월세 비용과 저축, 보험, 통신 요금의 더미에 묻혀 나는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억지로 그 더미를 뚫고 나가 경희를 만나 웃으며 생일을 챙겨 줄 수 있을 만한 여력이 전혀 없던 것이었다. 그녀를 만나는 시간만큼이나 연체된 카드 대금이 불어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돈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적어도 커피 한 잔은 사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 비참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오늘은 내가 살게. 함께 밥을 먹거나 술을 먹고 나서 경희가 보통 그렇게 얘기하면 나는, 배우가 무슨 돈이 있어, 하고는 늘 그렇듯이 그녀보다 한발 앞서 호기롭게 계산을 하고는 했다. 정말 유명한 배우가 되면, 그때야말로 나를 잊지 말고. 그리고 내가 다짐하듯이 경희의 눈을 보며 얘기하면, 보통 그녀는 익살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명한 배우라는 말이 낯간지럽다는 듯이. 오늘은 내가 살게. 경희가 그렇게 말하면 그렇게 하게 내버려 두어야겠다고 다짐하고 나서야 나는 옷을 챙겨서 나갈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늘 만나던 홍대입구 8번 출구에서 만나 경의선 숲길 쪽으로 걸어가면서 경희는 딱히 어디를 가자거나 뭘 먹고 싶다고 선뜻 말하지 않았다. 둘이 자주 가던,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듣기에 괜찮고, 또 무엇보다도 술이며 안주가 그리 비싸지 않은 익숙한 곳 몇 군데를 얘기해 봤지만 경희는 하나같이 마뜩잖은 표정을 지으면서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와인을 마시고 싶어. 그럼 어디? 뭘 하고 싶은데. 그렇게 물으려던 참이었다. 와인. 경희를 따라 입 밖으로 뱉어진 단어의 모음 두 개가 허공에서 공허하게 떠돌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두 개의 원 안으로 와인이 무한대로 부어지고 있는 게 떠올려졌다. 경희와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함께 와인을 마셔 본 적이 없었다. 가자, 안 그래도 생일인데. 그건 비싸잖아. 사실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건 결국 나에게 향한 말일 뿐, 경희에게 닿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경희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가지 않을 수는 없어 나는 그렇게 하자고 말했다. 걸음을 옮기는 중에도 와인과 곁들여져 나올 샐러드와 안주 같은 것을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내가 낼게. 와인을 다 마시고 나서 자리를 뜰 때 경희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이 그저 작은 위안이 되었다. 경희가 그 말을 할 때면 아주 단호하고, 무엇보다 진짜 멋있어 보일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좋아 보인다며 경희가 앞장서 들어간 곳은 이층짜리 주택을 개조해 만든 건물이었다. 그냥 보기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건물 앞에 주차된 차들은 거의 대형 수입차 세단이었다. 광택이 도는 창문 안쪽으로 와인을 마시며 앞에 앉은 남자를 그윽이 바라보는 여자가 보였다. 푸른색을 띠는 롱 드롭 귀걸이가 여자가 웃을 때마다 흔들렸다. 거기 안쪽에 있는 여자와 양복을 입은 남자, 그리고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어쩐지 다른 세상의 사람들 같았는데 그래서 그 안쪽으로 들어간다는 게 여간 내키는 일이 아니었다. 진짜인 사람들은 저기에 있는데, 여기에 어울리는 사람들은 저기 있는데, 그 사람들을 따라 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사람처럼 스스로 여겨져서 그랬다. 와인을 좋아하는 줄 몰랐네. 경희는 그 말을 듣고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옷가지들을 풀지 않고 걸치고 있던 머플러를 더 조여 맸다. 춥기도 하고. 와인을 마시면 몸이 좀 따뜻해지지 않을까. 그렇게 말하고 경희는 익살스럽게 웃었다. 마음도. 그 말과 동시에 머금고 있던 웃음이 바람에 꺼진 촛불처럼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그 순간, 경희의 표정은 차갑고, 두 눈은 아래쪽 어딘가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일 것이라고 나는 직감했지만 그에 대해서 바로 묻지는 않았다. 경희는 나와 대화 중에도 반복해서 몇 번쯤 웃다가 다시 떠오르는 생각을 제어하지 못하겠는지 허공에 떠 있는 생각들을 겨냥한 채 눈을 겨눴다. 경희는 내가 한 말을 자주 놓쳐서 무슨 말을 했는지 반복해서 물었다. 경희와 나 사이의 대화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계속 어긋나고 있었다. 딱히 서로에게 닿을 만한 대화가 없었는데, 생각해 보니 그건 우리가 서로에 대해서 내적 요구가 가장 큰 마음속의 것들을 꺼내 놓지 않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경희가 와인 한 병을 더 마시자고 하기 전에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고, 경희는 와인을 마실 때마다 잔을 비웠다. 처음에는 와인 잔에 반쯤 따르던 나도 양을 삼분의 일로 줄였다. 와인의 건조한 습기가 그녀의 입술에 붙어 입술 틈 사이로 갈라졌다. 깊숙이 몸 안으로 채워 넣을 것이 필요한 사람처럼 경희는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잔으로 담은 붉은색 와인을 몸속으로 들이부었다. 미처 저어할 틈도 없이 경희는 추가로 와인을 주문했다. 경희처럼 단번에 와인을 마셔 버려도 취기가 오르지 않았다. 그곳을 나올 때 경희보다 앞서 나오면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금액이 이십오만 원쯤이었는데, 내가 낼게, 라고 경희가 나선 것은 아니었다. 오늘은 네 생일이니까, 이 정도쯤 괜찮아. 내가 먼저 그렇게 얘기하자 경희는 고맙다는 말을 했다. 평소보다 돈을 더 많이 쓴 게 아니냐며 한 번쯤 얘기해 줄 수는 없는 것일까. 나도 위로받고 싶다고. 와인을 마시는 내내 대화가 엇갈린 경희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이 마음속에서 웅얼거렸다. 내가 힘들 때도 타인을 챙겨야 한다는 모순이 나를 초라하게 만들고 있었다. 경희가 독일로 떠난 이후, 우리는 만난 적이 없었다. * 팔꿈치로 등을 짓이기는 듯이 세게 문질렀다가 신경질적으로 툭툭 치는 사람은 내 뒤에 서있던 중년의 여성이었다. 등을 마주 보고 서 있었는데 등을 찌르듯이 뾰족한 팔꿈치로 계속 찔러서 나는 최대한 여자의 등과 멀어지려 앞쪽으로 몸을 바짝 당기고는, 등을 활자로 폈다. 상대적으로 배가 앞쪽으로 들이밀어지는 바람에 이번에는 바로 앞에 서 있던 남자가 고개를 돌려 나를 흘겨봤다. 배를 살짝 집어넣자 다시 여자의 팔꿈치 찌르기가 계속됐다. 내가 앞쪽으로 바짝 다가설수록, 그렇게 해서 생긴 빈 공간을 여자가 오히려 좁혀오는 것 같았다. 앞 남자는 몸이 닿는 게 싫은지 어깨춤으로 나를 살짝 밀쳐냈다. 하는 수 없이 활자로 핀 등을 일자로 세우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자의 날카롭고 뾰족한 팔꿈치와 닿았다. 왜 자꾸 밀고 그러냐는 여자의 거친 음성과 얼굴이 동시에 나에게 쏟아졌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내 쪽을 쳐다봤다. 저도 계속 밀려서요. 여자에게 따지려 들면 더 싸움이 날까 봐 나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젊은 사람이 싸가지가 없긴. 여자는 그렇게 자기 말만 하고는 몸을 획 돌렸다. 결국 그 말을 타인, 상대방에게 던지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의도한 사람처럼 여자는 그 말을 던지고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여자의 팔을 붙잡고 지금 뭐라고 한 거냐며 따지며 물었을 텐데 나는 일부러 평정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저 뒤쪽의 경희도 여기를, 지금 나를 보고 있을 것이었다. 여자의 신경질적인 목소리와 방어하는 내 목소리를 들었을 것이었다. 버스에 탈 때부터, 여자가 팔꿈치로 나를 찌르고, 싸가지 없다는 말을 듣고 있는 순간까지 전부 그대로를 경희는 다 보고 있는 것이었다. 경희와 친구로 지내면서 보여 준 적이 없었던 민낯의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만 있는 것 같았다. 버스에 타지 말았어야 한다니까. 나를 탓하는 목소리가 뇌에서 진동 주파처럼 반복적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거기요, 그런 사람 아니에요, 아주머니. 경희의 목소리였다. 아주머니, 방금 뒤에 있는 남자한테 소리 지르신 아주머니요. 차들이 밖으로 늘어서 있었다. 옆 차선으로 옮기려는 차들이 켠 주황색 방향지시등이 깜빡이고, 좁은 틈 사이로 조금이라도 움직이려 하거나 끼어드는 차선을 막아서는 차들의 붉은 후미등이 헤드라이트 불빛과 뒤섞여 흔들리고 있었다. 여자는 사람들로 가려진 버스 뒤쪽을 고개를 돌려가며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뭐야, 누구야. 방금 전의 격앙된 목소리보다 누그러진 신중한 목소리로 여자는 중얼거렸다. 그런 사람 아니라구요, 아주머니 옆에 있는 남자. 싸가지 없는 사람 아니에요. 김이 서리기 시작한 창 위로 희미하게 얹힌 도로의 풍경이 캔버스에서 흘러내린 물감들이 아무렇게나 뒤섞여 만들어 낸 그림 같았다. 경희의 목소리가 내게는 비현실적으로 들렸기 때문인지 바로 앞의 풍경도 아득하게 느껴졌다. 뭐야, 누구야. 누군데 그래 지금. 여자는 연신 뒤쪽을 쳐다보다가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아줌마, 이제 조용히 좀 하세요. 여자 앞쪽에 앉아 있던 중년의 남자가 여자를 향해 말했다. 아니, 내가 괜히 그래요? 여자가 정색을 하고 남자를 내려 봤는데 동시에 여자의 목소리가 버스 기사의 욕설에 묻혔다. 버스 기사는 이제는 참기 힘들다는 듯이 운전석 옆의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버스 앞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싸가지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뚫고 경희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사람들의 고개와 시선이 다시 버스 뒤쪽으로 향했다. 경희의 그 말이 귓속에서 울리더니 가슴으로 내려와 울렸다. * 경희와 만나지 않고 지내던 시간 동안 나는 딱 한번 그녀의 연극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연극을 시작했다며 한번 보러 오라는 문자를 받고 나서였다. 경희가 독일로 떠난 이후 연락이 뜸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는 그녀가 언제 한국에 돌아왔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이후에도 몇 번쯤 경희가 먼저 연락을 해 왔지만 나는 받지 않았다. 한동안 일을 하지 않고 있다가 다시 들어간 직장에서의 일이 절실하기도 했고, 그만큼 일상과 일과 중에는 일보다 중요한 일을 만들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운 마음도 있었다. 책상 한쪽에서 진동으로 울리고 있는 휴대폰 액정 화면 위에 경희라는 이름이 몇 번인가 떠 있었고, 손을 키보드 위에 올려놓은 채 나는 그것을 무심하게 지켜보았다. 진동이 그치고 이름이 사라진 자리에 매번 무표정한 내 얼굴 표정이 비쳐 보였다. 다시 전화가 오면 받아야겠다고, 아마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도 같았다. 그러나 경희가 두 번 연속으로 전화를 하는 일은 없었다. 경희에게 연락도 없이 소극장으로 향한 건, 한 번도 그녀가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시작할 만큼 간절히 원하던 뮤지컬을 떠나 갑작스럽게 다른 장르의 무대로 간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고, 연극 무대에 선 경희가 어떤 모습인지 멀리서 한 번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다. 나는 애써 그녀의 변화를 모른 척하고 싶었지만 그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독일로 그녀가 떠난 뒤로 내게 몇 번이나 연락했는지, 언제 연락했는지를 모두 세고 있었던 것처럼 노력해도 지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회사 휴게실에서 커피를 내릴 때, 누군가 뒤에서 손으로 등을 짚을 때, 차를 운전하다가 커브를 돌 때 같은 평범한 순간들의 틈을 타고 떠올려지는 기억들이었다. 나랑 사귀자. 농담이라며 경희가 무심코 던진 말이 한동안 얼마나 나를 들뜨게 했는지,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선 그녀를 단순히 객석에서 바라보던 일이 그렇게나 떨릴 만한 일이었는지를 재차 묻는 것 같은 기억들이었다. 기억들은 금세 사라졌다가 다시 불현듯 나타났다. 그래서 경희와 멀어지기 위해서는 갖고 있던 기억들이 완전히 소진되어 떠올릴 거리가 없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한때 삶의 중심과 사건들을 나누고 공유했던 경희와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슬픈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이상할 것도 없었다. 어떤 시절 속에 존재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관계의 인과와 고리가 있는 것일 뿐이고, 우리는 지금 막 그 인과를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완전히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그 힘에 저항하는 관습과 기억의 뜨거운 층위를 뚫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경희의 연극을 보러 온 것은 그런 생각의 연장이었다. 연극 무대에 선 경희를 확인하면 끝내 그 층위를 완전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내가 그 기억들의 저항에 설득되었기 때문이었다. 중년 남자의 독백으로 시작된 연극의 삼분의 일이 지나갈 무렵까지도 경희는 무대에서 보이지 않았다. 진한 화장을 하고 등장한 중년 남자의 딸이 경희일 것 같았지만 아니었다. 중년 남자의 내연 관계인 직장 후배도 아니었다. 극의 중반 즈음을 지나서 등장한 중년 여성이 경희였다. 앞서 등장한 여성들이 모두 경희가 아닐까 생각했던 탓인지 중년의 여성으로 나타난 경희가 뜻밖에도 낯설게 느껴졌다. 훨씬 나이가 들어 보이게 분장을 한 이유도 있겠지만 그동안 경희가 뮤지컬에서 맡아 왔던 역할들에 비하면 지나치게 정적으로 보였다. 정돈되지 않은 머리와 유행이 지난 옷들을 차려입은 그 역할이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중년의 역할은 조금 더 나이가 들면 적정하게 소화해 낼 수 있는 게 아니냐며, 연극이 끝난 후에 찾아가 경희에게 얘기해 주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그런 나이가 되면 말이야, 표현하지 않으려 해도 연기가 자연스러워질 텐데 굳이 왜. 나는 경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거기까지 떠올리다가 멈췄다. 넌 내 말을 들은 적이 없지. 정작 내가 경희에게 하고 싶던 말은 그 말이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사실은 그 말 안에 내가 경희를 미워하는 감정이 얼마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그 감정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있을 때, 이상하게도 경희가 독백을 할 때마다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일부러 무대 뒤편으로 자리를 잡아 놓기도 했고, 소극장이지만 그래도 무대 조명이 밝아서 어두운 객석의 사람들을 쉽게 알아보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음에도, 경희의 시선이 내게로 고정되어 있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경희를 외면하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 그때 혹시 말없이 소극장을 찾아가 공연을 보고 있던 나를 경희가 알아봤는지, 그리고 그녀가 뮤지컬에서 연극무대로 전향한 이유 중에 어떤 것을 먼저 물어볼지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경희네가 했던 연극 공연을 보러 갔었다고, 차라리 그렇게 말을 시작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경희는 알아, 혹은 그랬어? 그렇게 둘 중에 하나로 대답하고, 나는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먼저 알게 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렇게 다시 관계가 시작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145번 버스는 여전히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정체가 심한 신사동 고개에서부터 가로수길 입구를 거쳐 신사동 사거리 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차들이 어지럽게 엉켜 있었다. 신사동 고개에서 정차했다가 출발한 버스는 그나마 정체가 덜한 좌회전 차선으로 옮겨 갔다가, 신사역이 가까워오자 사 차선에서 일 차선으로 한 번에 가로질러 갔다. 그사이 각 차선에 겹쳐 있던 차들 몇 대가 신경질적으로 클랙슨을 울려 댔다. 버스 기사의 거친 운전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자리에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사람들 모두 금요일 퇴근길의 정체가 지겨운 표정이었다. 이번 정류장에 내리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과 앉으려는 사람, 내리기 쉽도록 문 옆으로 가 있으려는 사람들이 뒤섞이는 동안 사람들에게 밀려났는지 경희의 모습은 창에 보이지 않았다. 버스가 느릿하게 가는 동안 나는 자주 버스 뒤편을 쳐다보았다. 사람들의 등과 머리 사이 틈새 어딘가에 경희가 목에 두른 파란색과 검은색 도트 무늬가 새겨진 스카프가 보이는 것도 같았다. 버스는 신사역 정류장 바로 앞에 차를 대지 못하고, 조금 미치지 못한 곳에 정차한 상태에서 문을 열었다. 사람들이 앞 뒤 문 밖으로 쏟아져 내렸다. 나는 내리려는 사람들을 먼저 비집고 들어가 버스 뒤편으로 향했다. 이제는 텅 비다시피 한 버스를 아무리 찾고 둘러봐도, 경희는 없었다. * 아마도 신사역에 도착하기 전이나 아니면 그보다 전 정류장에 내렸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혹 다른 사람을 경희로 착각한 것이 아니었는지 의심도 해 보았지만 그건 분명히 아니었다. 그렇게 깊고 말간 눈빛으로 나를 빤히 쳐다볼 수 있는 사람은 경희밖에 없었다. 화가 렘브란트는 자신의 연대기에 따라 자화상을 그려 냈는데, 청년기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은 비록 달라졌어도 눈빛만큼은 그대로인 것처럼 느껴진다. 육체는 사라져도 눈빛만큼은 영겁의 시간을 살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나는 한눈에 경희의 눈빛을 알아볼 수 있었다. 경희의 모든 것이 달라진다고 해도 눈빛 하나로 그녀를 구분해 낼 자신이 있었다. 그녀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버스 창을 통해서였지만 서로를 알아보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랬으므로 버스에서 내려 신사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고 집에 도착해서도, 날이 지나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며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그녀가 있었으나 사라졌던 자리와 음성을 지우지 못하고 더듬거리며 있었다. 몇 번쯤 핸드폰을 들고 경희의 연락처를 훑다가 말고, 통화 버튼을 누르려다 멈추고를 반복했다. 갑자기 사라진 그녀에게 집중되는 생각의 관성이 오히려 나 자신을 괴롭힐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버스에서 경희를 만나기 이전으로 그저, 돌아가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시, 그녀와 연결된 세계에 살고 머물게 될 것이었다. 그녀와 단절된 삶으로서의 세계. 그것이 내가 원하는 일이었으므로 나는 그날의 일을 기억 속에서 정리하기로 했다. 버스에서의 만남과 기억에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버스에서 경희가 사라진 이유도 묻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마음먹은 대로 경희가 정리가 된 적은 없었다. 삶의 어디선가 경희는 꼭 뛰쳐나오는 것이었다. 145번 버스에서처럼. 전우영씨죠. 굵고 낮은 목소리 톤을 가진 한 남자의 전화를 받은 것은 내가 어느 정도 경희에 관한 일을 어느 정도 잊고 있을 때였다. 회사 연수원에서 승진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받다가 밀려오는 졸음 때문에 잠깐 교육장을 나와 라운지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던 때였다. 그렇습니다만. 차경희씨의 오랜 친구라고 들었습니다. 남자의 입에서 경희의 이름이 불려졌을 때, 그녀를 생각지 않고 지내던 시간들은 금세 증발되고, 애써 한쪽에 치워 놓고 쌓아 두려 했던 경희의 기억들이 눈앞으로 함몰되어 쏟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남자의 음성에서 느껴진 알 수 없이 무겁고 감당하지 못할 어떤 예감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남자가 전한 것은 경희의 죽음이었다. 그저 한번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우영씨가 가장 친했던 친구라고 해서요. 마지막에 경희는 우영씨에게 연락을 하지 못했지만요. 제가 대신이나마 한번 만나 뵈어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남자의 무거운 목소리는 내 무의식의 심연보다 깊어 그곳에서 나를 끌어내리는 소리 같았다. 온 힘을 다해 끌어내리는 목소리. 반드시 나를 만나야만 한다는 의지와 무게로 나의 목을 끌어안는 목소리였다. 그건 그래서 남자의 목소리라기보다 내 목소리인 것 같았다. 남자를 통해서라도 경희를 알아내야만 한다는 목소리. 그런데 혹시, 전화를 주신 분은 누구시죠. 아, 제 소개를 하지 않았네요. 남자가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다듬었다. 경희의 소식이 믿어지지 않았으므로 나는 섣불리 어떤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남자의 말을 들으면서도 나는 반쯤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다. 저는 김재철이라고 합니다. 남자는 굵은 톤으로 지금까지의 조심스러운 말투와 다르게 기운차게 자신을 소개했다. 남자의 이름이 상당히 낯익다는 생각이 들어 기억 속 어딘가 존재하는지 떠올려 보고 있었는데, 남자가 이어 꺼낸 말을 듣고 나서 나는 그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경희와 같은 배우였습니다. 뮤지컬을 오래 같이 했습니다. *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지만 나는 남자를 만나지 않았다. 남자의 얘기를 듣고, 동창들이나 친구들을 수소문해 경희가 안치되어 있는 납골당을 찾아갔다. 그리고 근 한 달 동안 계속 술을 마셨는데 그때마다 경희에 대한 모든 사소한 기억까지 기억해 내려고 애를 썼다. 경희에 대한 기억을 꺼내면 꺼낼수록 그 기억들의 중심에는 어떤 죄책감이 놓여 있었다. 그녀와의 관계를 단절하고, 기억들을 끊어 내려 했던 죄책감을 희석시키고자 나는 끊임없이 그녀의 기억들을 불러일으키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도 한 가지 이상했던 것은, 오 개월 전에 이미 떠난 그녀가 어떻게 불과 이 개월 전에 버스 안에서 나를 마주칠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나는 술을 마시면서도, 출근을 하면서도 서류 더미 위로 떠올려지는 그 물음에 대해 제대로 답할 수가 없었다. 내가 본 것은 경희, 차경희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남자에게 먼저 연락을 한 것은 그 일에 대해 한 번쯤 말해 보고 싶어서였다. 내가 본 것이 경희에 대한 일종의 환영이었는지, 아니면 착시였는지, 혹은 다른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어서였다. 고백하자면 내가 그녀에게 갖게 된 어떤 죄책감이 버스 안에서의 기억과 강하게 밀착되어 내게서 한시도 떨어져 나가지 않고 있음이 괴로워서였다. 남자는 예상대로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경희가 했던 한 뮤지컬 공연에서 수도 없이 그녀를 머리 위까지 들어 올리던 상대 남자 배우. 남자는 그때처럼 팔 근육이 여전히 우람했다. 콧수염뿐이었던 수염이 턱 밑까지 깊고 거칠게 길러져 있었다. 더 달라진 게 있다면 한데 묵어 허리까지 내렸던 긴 머리를 잘라내 버린 것이었다. 그가 자신을 들어 올리기 쉽도록 해야 한다며 경희 스스로 다이어트와 금식을 하면서 몸무게를 조절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분명히 버스 안에 있었던 겁니다.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남자는 경희가 버스 안에 있었던 게 분명하다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실은 버스에 없었던 게 아니구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어긋난 겁니다. 그런 일이 종종 있어요. 과거의 시간에 놓여 있던 어떤 순간의 지형이 어긋나거나 뒤틀려서 현재의 시간 어딘가에 다시 배치가 된 겁니다.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우영씨가 본 건 경희가 맞아요. 그럼, 시간의 잘못된 인과다? 그렇다기보다 찢어 붙이기 같은 거죠. 저쪽 시간에서 잘못 끼워진 시간이 현재의 어떤 시간에 다시 조합된 거예요. 껴 맞춰진 거죠. 그런들 어쩔 수가 없어요. 그건, 시간이 하는 일이니까. 깨진 거울의 한쪽 면에 새 거울 조각을 맞추듯이. 가급적 오류를 그런 방식으로 해결해 가면서, 되도록 완벽한 시간성을 구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죠. 그러나 모든 것들을 통제할 수는 없는 겁니다. 그러니 우영씨가 본 건 그와 같은 통제에서 벗어난 시간의 왜곡으로 일어난 일이다, 이겁니다. 이 세상에 없는데도 나타날 수 있는? 내가 반문하자 남자는 한쪽 눈으로 윙크를 하며 한 손으로는 엄지와 검지를 ㄴ자로 만들어 나를 쏘는 흉내를 냈다. 쿨. 언제나 만날 수 있다 이 말입니다. 돌이켜 보면, 내가 경희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언젠가부터 그림자처럼 그녀 곁에 붙어있는 남자가 같이 떠올려졌다. 그 남자에 대해 아직도야? 그렇게 물으면 경희는 다른 얘기를 하고 싶어 했다. 왜 대답을 안 해? 그렇게 다시 경희에게 물으며 본론으로 돌아가면, 네가 싫어하잖아. 경희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 깊고 비어 있는 눈빛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그런 대화는 경희와 만날 때마다 반복이 됐다. 나 역시 경희가 싫어할 것을 알면서도 그게, 매번 집요하게 그 남자에 대해 물었다. 그 사람. 그 사람 뭐? 취기가 볼에 붉게 오른 경희의 오른쪽 눈가가 엷게 떨렸다. 이런 얘기를 더 이상 주고받고 싶어 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 사람 만나러 가지 말라고, 독일에. 독일로 떠나기 전 만났던 그때를 생각해 보면 그래서, 내가 잔인하게 느껴졌다. 언제까지 아내가 있는 사람을 만날 건데, 너. 그래도 그 정도는 늘 경희에게 하는 얘기였으니 어쩌면 거기까지만 말하고 멈췄어도 괜찮을 법했다. 경희는 내가 연이어 던진 말을 듣고 감정적으로 완전히 무너지는 것 같았다. 너는 그 사람의 아내까지 망치려는 거야. 그때, 경희에게 그렇게 소리치며 화를 내고 짜증스럽게 말한 게, 오랜 실직 상태로 지쳐 있던 나 자신에 대한 분노였는지, 아니면 정말 경희가 나의 상태와 상관없이 자신의 생일만 챙기려 드는 것 같다고 여긴 것 때문이었는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분명한 건 내가 오랫동안 그녀의 편이 돼주기보다 조언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며 화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었고, 어쩌면 경희는 내가 자신을 혐오스럽게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녀에게 실망하며 마음을 닫아 버리려 노력했던 나와 달리, 이제는 세상에 없는 경희에 대해서도 언제든 만날 수 있다고 말하는 남자에게서 나는 어떤 종류의 패배감을 느꼈는데, 자세히 그 감정을 살펴보니 더 깊은 안쪽에는 경희에 대한 부채의 감정이 거기 머물러 있었다. 나를 실망스럽게 쳐다보는 것 같은 경희의 얼굴처럼. * 경희는 그즈음 자주 뮤지컬계를 떠나고 싶다고 얘기를 했다. 그럴 때마다 그렇게 사랑하는 뮤지컬을 떠날 수 있겠냐고 농담조로 말하면 경희는 별 말없이 허공을 쳐다보고는 했다. 그제야 그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있다는 듯이. 더 큰 박수를 받는 건 주연급뿐이잖아. 그래서 경희가 그렇게 덜컥 그 얘기를 꺼냈을 때, 정말 그녀에게 뮤지컬에 대한 권태로움이 심각하게 찾아왔구나 싶었다. 경희는 수년째 뮤지컬 무대에서 코러스와 춤을 뒷받침하는 앙상블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자랑스러워했기 때문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출연 배우들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박수를 받는 주연의 뒷모습을 같은 무대에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고 했던 그녀였다. 주연에게 기립 박수를 치는 사람들 중의 하나에 불과한 것처럼 경희가 말했을 때, 경희에게는 뮤지컬을 더 이상 할 수 있는 어떤 동력도 남아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주연을 맡는 사람은 따로 있더라고. 경희의 그 말이 내게는 인생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될 일은 없는 것 같다고 토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자조 섞인 말투로 뮤지컬을 떠나야 하는 이유들을 말하던 끝에, 경희는 그 남자, 김재철이라는 사람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그는 최근에 막을 내린 뮤지컬에서 경희의 파트너 역할을 했던 남자 배우라고 했다. 경희의 뮤지컬을 빠지지 않고 보던 나에게도 익숙한 남자 배우였다. 한데 묶은 긴 머리와 양 팔의 근육을 드러낸 화려한 의상을 입고 경희와 호흡을 맞추던 강한 인상의 그를 나도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무대에서 경희를 몇 번씩이나 어깨 위로 들어 올리고, 경희의 두 손만을 잡고 몸을 쭉 뻗은 경희를 회전시키는 등의 고난도 동작을 소화해야 하는 역할이었다. 남자가 유부남이었다는 사실은 서울 공연이 끝나고 시작한 지방 투어 때, 회식이 끝나고 각자의 숙소로 돌아가기 전, 자신에게 입맞춤을 하고 난 다음에야 알았다고 했다. 남자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고 마음을 돌리기에는 그때는 이미 늦었었다고 경희는 고백했다. 경희는 남자의 아내가, 그 공연을 주최한 뮤지컬 회사의 안무가라는 사실은 남자와 조금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한 후에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남자의 아내가 보는 앞에서 경희는 매일 남자와 공연 연습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묘해. 경희는 남자와 남자의 아내 앞에서 연습을 하고 있던 순간을 그렇게 묘사했다. 미쳤어?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듯이 경희에게 소리를 질렀다. 나를 의심하는 눈초리로 바라보는 아내와 나를 부서질 정도로 사랑하는 남자 사이의 중심에 내가 있는 거잖아. 그런 셋을 단원들이 바라보고 있고 말이야. 너와 남자의 관계를 단원들이 알아? 아내도? 알고 있는 것 같아. 경희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내가 이 극의 주인공이야. * 경희가 뮤지컬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된 것이 한정된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뮤지컬에 대한 권태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남자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경희를 버스에서 마주쳤을 때, 나는 먼저 그 이유를 묻고 싶었었다. 사실 나는 경희가 뮤지컬을 떠난 이유보다 남자와의 관계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지를 묻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그걸 더 궁금해할 것이라는 것을 경희는 아마 알고 있었을까. 그래서 버스에서 사라진 걸까. 나는 오래 경희의 곁에 머물러 있었지만, 생각해 보니 그녀의 편에 서있던 순간들은 많지 않았다. 내가 경희에게 던지고 싶던 질문들은 그래서 수거되어야 할 것들이었다. 더 이상 경희에게 닿지 말아야 할 것들이었다. 퇴근 시간 무렵 145번을 탈 때면, 발뒤꿈치를 들고 버스 안쪽을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가만히 서서 고개만 돌려가며 사람들 사이 틈으로만 봐서는 경희를 찾아낼 수가 없는 것이었다.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어 가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경희를 다시 만난다면, 아무것도 묻지 않고, 함께 춤을 춰야겠다고 생각했다. 버스 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 편을 들어 주는 경희의 목소리가 가끔 환영처럼 들렸다.
  • 최대호 안양시장, 2019 기해년 시정운영 구상과 방침 밝혀

    최대호 경기도 안양시장이 2019년 신년사를 통해 복지와 고용, 교육, 주거 등 부문별 시정운영 구상과 방침을 밝혔다. 최 시장은 “변화의 기회 앞에서 머뭇거리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기꺼이 도전할 때 비로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해년 주요 시정계획을 소개했다. 먼저 출마 공약인 ‘시민이 주도하는 활력있는 도시’를 내세웠다. 그는 “시민이 시정에 직접 참여하는 ‘시민참여위원회’, 재정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주민참여 예산제’는 열린 시정을 구현하기 위한 근간”이며 “‘주민참여 원탁회의’, 정책제안플랫폼 ‘안양행복 1번가‘, ‘시정현장평가단’은 시민의 시정참여 폭을 넓혀줄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정책으로는 ‘차세대위원회’를 운영하고, 청년공동체 공간도 조성할 계획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시는 중소기업 청년 채용을 지원하는 ‘안양형 청년일자리 두드림’, 공약 사업인 ‘청년창업펀드 300억원 조성’, 전통시장 내 ‘청년야시장 조성’ 등을 주요 사업으로 꼽았다. 이와 함께 5060세대인 신중년 재취업과 소득 보전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도 펼친다. 소상공인을 위한 시책으로는 ‘안양상권활성화재단’을 설립해 안정적인 경영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지역화폐 안양사랑상품권을 ‘카드’로도 발급 이용 편의성을 높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소외되는 이웃이 없도록 복지도시를 실현하기 위한 시책도 추진한다. 안양형 복지모델 ‘복지상담콜센터’,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운영 등 꼼꼼하게 복지정책을 펼쳐나갈 방침이다. 임산부에게 축하금을 지급하고 산모에게는 건강관리사를 확대 지원한다. 권역별 24시간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교육복지 보편화를 위해 중·고등학교 신입생에게는 지난해에 이어 교복구입비를 지원한다. 장애인을 위한 대책으로는 장애인복합문화회관 건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경로당을 친목도모와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성화하고, 가족센터로 확대해 소통공간으로 활용한다.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도시 구축을 위한 구상도 내놨다. ‘안전귀가앱’을 운영 시민 귀갓길을 책임지고, ‘안전폴리스단’을 구성해 여성안전과 학생 등하교 교통지도를 맡는다. 박달, 비산 권역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천지하철’을 안양까지 연결하는 방안을 관련 부처와 적극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시외버스 공영터미널 건립 실시설계, 박달스마트밸리와 스마트시티 종합계획 등 용역도 실시한다. 마지막으로 4차 산업 혁명을 주도할 스마트시티 구축 구상으로 옛 농림검역축산본부 부지에 스마트시티 거점 역할을 할 4차 산업 융복합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인덕원 관양고 일원은 친환경 주거단지와 청년스마트타운을 조성하는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한다. -민선 7기 첫해 주요 성과 소개 민선 7기 취임 후 첫해 주요 성과도 소개했다. 먼저 장애인의 자립기반과 취업문제를 예로 들었다. 시는 지난 3일 안양·과천상공회의소,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기지사와 장애인 고용증진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최 시장은 “3개 기관이 정보를 공유해 장애인 취업을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돕는 긍정적 결과를 도출했다”고 말했다. 화성시에서 5개 시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공동형 종합장사시설’ 조성 참여도 주요 성과로 소개했다. 비산동 경로당에는 ‘마을공동체 사랑방’ 1호를 개소했다. 지역주민이 모여 소통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소규모 커뮤니티 공간이다. 노인을 위한 공간을 일반 주민에게도 개방해 활용 폭을 넓혔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최 시장은 “측정·분석장치 분야 세계적 기업을 석수 스마트타운에 유치해 청년 일자리를 다소나마 해결했다”고 평했다. 한국과학기술원과 협약을 맺고 시가 참여하고 있는 정부의 ‘복합인지기술개발사업’ 현장 실증도 매우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이 기술은 아동, 치매환자 등 실종자 신분을 신속·정확하게 확인해 안전한 귀가를 돕는 새로운 인지기술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내 최초로 성결대에 확장현실(XR)센터 개소, 청년실업률을 해소하고 창업 및 스타트업을 지원한 2018 안양창업페스티벌 개최도 주요 성과로 내놓았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안양시, 4년 동안 일자리 10만 6000개 창출한다.

     경기도 안양시가 일자리 10만 6000여개를 목표로 민선 7기 지역 일자리 대책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4년 동안 4대 핵심전략과 12개 전략과제를 중심으로 총 52개의 실천과제를 담고 있다.  30일 시에 따르면 4대 핵심전략은 청년 일자리 창출, 5060신중년 인생 2모작 일자리 발굴, 사회적 약자 생활보호 공공일자리 확대, 취업지원 인프라·서비스 강화를 주 내용으로 한다. 이 중에서도 시는 민선 7기 공약인 청년과 신중년층 일자리 발굴에 집중할 계획이다.  10만 6000여개 일자리 중 산하기관 청년의무채용과 신중년 디딤돌, 노인 일자리, 공공근로·지역공동체일자리 등 사업에 3만 5900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다. 원스톱(ONE-STOP) 일자리센터 운영과 베이비부머 지원센터, 여성인력개발센터 운영 등 고용서비스 사업 5만 7980개, 고용 장려금 및 창업지원 5100개, 기업유치 3850개, 직업능력개발훈련 3150개 등이다.  시는 민선 7기 지역 일자리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연평균 2만 7000여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계층별 지역 특성에 맞는 일자리를 발굴하고 지원한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총 사업비 2254억원을 투입한다. 지난해 11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추진을 위해 일자리정책과를 신설했다. 부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일자리대책본부도 운영하고 있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민선 7기 동안 4차산업 중점 육성, 청년창업펀드 300억 조성, 청년창업기업 100개 육성 등을 추진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여기는 중국] 13세 여아, 실종 5일 후 5000만원 돈다발들고 귀가

    [여기는 중국] 13세 여아, 실종 5일 후 5000만원 돈다발들고 귀가

    중국 농촌에서 외할머니와 단 둘이 거주하는 13세 소녀가 실종 후 5일만에 극적으로 귀가에 성공, 그의 가방에 무려 5000만원에 육박하는 현금이 들어있던 사건이 보도돼 화제다. 지난 26일 중국 현지 유력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실종된 후 약 5일 만에 귀가한 추단단 양(이하, 단단 양)의 책가방에는 책 대신 30만 위안(약 4900만원)의 현금이 무더기로 들어있던 것이 확인됐다. 단단 양과 함께 거주하는 외할머니 정 씨는 “불과 일주일 전쯤 학교에서 귀가 도중 홀연히 사라진 단단 양을 찾기 위해 사방 팔방으로 찾아다녔다”면서 “하지만, 말없이 사라진 손녀를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후 줄곧 암흑같은 날들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정 씨는 실종 후 5일 만에 평소보다 말끔한 옷차림으로 귀가한 단단 양 책가방에서 무려 30만 위안의 현금 뭉치를 발견한 것이다. 정 씨는 “손녀에게 실종된 직후 어디에서 지냈는지를 물었더니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면서 “아이를 데려간 남자는 다름 아닌 친부 추 씨였다”고 설명했다. 단단 양의 설명에 따르면, 학교에서 집으로 향하던 중 한 대의 고급 승용차가 그녀의 앞에 섰고, 차 안에는 8년 전 집을 나간 뒤 감감 무소식이었던 그의 친부 추 씨가 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단단 양은 친부 추 씨와 함께 그가 살고 있는 곳으로 이동, 실종된 줄만 알았던 지난 5일 동안 함께 지냈다고 설명했다. 외할머니 정 씨의 설명에 따르면, 8년 만에 단단 양 앞에 나선 친부 추 씨는 이미 고인이 된 단단양의 친모 향 씨와 약 6년 동안 혼인을 유지했던 남성이다. 하지만 추 씨는 단단 양이 5세가 되었을 무렵 대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뒤 돌아오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추 씨가 집을 비운 사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친모 향 씨는 건강이 악화되며 지난 2011년 무렵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향 씨의 건강 악화와 사망 소식을 추 씨에게 전하려고 그의 소재지를 찾았던 정 씨는 그가 이미 도시에서 또 다른 결혼을 하는 등 새 가족을 꾸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절망했다.더욱이 추 씨가 결혼한 여성은 그보다 나이가 10세 연상으로, 이미 수 차례 결혼과 재혼 경험이 있는 여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정 씨는 딸의 사망 소식을 전하지 못한 채 고향으로 돌아와 단단 양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아버지 추 씨가 새로운 가족을 꾸렸다는 사실을 외할머니에게 전해들었던 단단 양은 줄곧 친모 향 씨의 죽음의 가장 큰 원인이 아버지 추 씨에게 있다고 여기며 성장했다. 단단 양은 평소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엄마는 아빠가 우리 모녀를 버리고 떠난 후 불과 1년 만에 급작스럽게 사망했다”면서 “아빠가 우리 모녀를 독하게 떠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이 모든 불행이 아버지의 배신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라는 것 만큼은 확실하다”고 말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단단 양은 평소 학교 친구들에게 “나는 아버지를 미워하고, 세상을 증오한다”고 말했던 사실이 그의 외할머니 정 씨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반면, 알려진 바에 따르면 모녀의 곁을 떠났던 추 씨는 8년 전 이들을 떠날 수 없던 이유에 대해 “아내는 오래 전부터 질병을 가지고 있었는데 치료비료 약 100만 위안이 필요했다”면서 “이를 위해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고, 이때 10세 연상의 한 중년 여성이 자신과 결혼하면 계약비용으로 약 10만 위안을 선수금으로 줄 것이라 약속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그 때 받았던 10만 위안이 계약금은 이미 단단 양의 외할머니인 정 씨에게 병원비 명목으로 사용할 것을 부탁하며 전달했다”면서 “꿈은 아름답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결혼 이후 내게는 경제권이 전혀 없었고 그녀는 내가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두려워한 탓에 줄곧 행방을 단속하기 바빴었다”고 했다. 한편, 이 같은 설명을 접한 단단 양은 그동안 친부에게 가졌던 원망을 거둘 수 있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책꽂이]

    [책꽂이]

    내가 문화다(이대현 지음, 다할미디어 펴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로 글과 문화 콘텐츠랩인 ‘씨큐브’를 운영하는 저자가 말하는 “일상이 모두 문화다”. 영화, 드라마, 소설, 미술, 문화재 등 문화 관련 칼럼 40편을 엮었다. 270쪽. 1만 5000원.현대 중국의 사상적 곤경(허 자오톈 지음, 임우경 옮김, 창비 펴냄) 세계의 경탄과 우려를 동시에 자아내며 ‘경제 기적’이라고까지 불리는 성취를 달성한 중국.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개인들은 불안과 고뇌를 겪어야만 했다. 당대 정신적 위기를 타개할 자원으로서 사회주의 실천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중국이 세계와 만나는 자세를 성찰한다. 348쪽. 2만 5000원.보통배우 한석규, 추억을 선물하다(강성률·이용철 외 지음, 문화다북스 펴냄) ‘국민배우’ 한석규의 삶과 영화, 드라마를 총체적으로 살펴본 책. 딱히 특출난 외모도, 개성도 없는 ‘보통배우’ 한석규가 우리 시대에 어떻게 영상 속에 재현되었는지, 그 재현을 통해 우리는 어떤 욕망을 충족했는지를 분석한다. 336쪽. 1만 6000원.나는 아빠다(이성규 지음, 한국표준협회미디어 펴냄) ‘가정보다는 특종을 좇던’ 기자 아빠가 쓴 세 살 난 딸의 백혈병 극복기. 중년 남성의 눈물나는 성장기이기도 하다. 불쑥불쑥 찾아오는 공포에 눈물 지으면서도 손수 농사지은 고구마를 보내주는 이름 모를 수녀님과 헌혈차를 부르는 동료들이 있음에 아직 어둡지 만은 않은 세상을 실감한다. 232쪽. 1만 2000원.자본가의 탄생(그레그 스타인메츠 지음, 노승영 옮김, 부키 펴냄) 15~16세기 유럽. 군소 가문에 불과했던 합스부르크 가의 부상, 면죄부 판매와 종교개혁, 자본가와 노동자의 갈등 격화 등을 거치며 유럽은 근대 자본주의 사회로 나아가게 된다. 이 모든 일의 중심에 있었지만 일반 대중에 알려지지 않았던 자본가 야코프 푸거의 일생을 파헤친다. 384쪽. 1만 8000원.피뢰침(헬렌 디윗 지음, 김지현 옮김, 열린책들 펴냄) 경쾌한 문체로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미국 작가 헬렌 디윗의 장편 소설. 실패한 세일즈맨 조는 장애인 전용 화장실 벽에 구멍을 뚫고 직원들의 성행위가 이뤄질 수 있게 한 ‘피뢰침’ 시스템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둔다. 성·인종 차별, 종교, 정치, 지배권력, 자본주의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유쾌하게 끄집어 올리는 블랙 코미디. 432쪽. 1만 3800원.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1020세대, 보헤미안 랩소디·아모르 파티에 열광하는 이유는?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1020세대, 보헤미안 랩소디·아모르 파티에 열광하는 이유는?

    지난 10월 말 개봉한 ‘보헤미안 랩소디’는 영국 록백드 퀸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로 개봉 당시 흥행순위 2위에 그쳤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몰이에 성공하는 ‘역주행’으로 1000만명 관람 돌파를 노리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퀸을 잘 모르는 20대의 예매율이 높다는 점이다. CGV 집계에 따르면 연령별 예매분포에서 20대가 36.1%로 제일 많다. 이어 30대 29.5%, 40대 23.2%다. 실제 발권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가수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도 5년 전 발표 당시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으나 올해 대학 축제 무대에서 떼창을 일으킨 데 이어 수능금지곡 1위에 뽑히기도 했다. 김연자씨는 이 노래 덕분에 BTS 등 아이돌 29개 팀과 함께 트로트 가수로는 유일하게 연말 한국방송공사의 가요대축제 무대에도 선다. 1020세대들이 장년층 노래에 매료되는 이유는 뭘까. ●노래가 재미·감동 있으면 유튜브 올려 체험 문화계에서는 이를 뉴트로(Newtro) 현상이라고 해석한다. 뉴트로는 학창시절 들었던 음악 등에 다시 빠지는 중년층의 복고 열기인 레트로(Retro)에 빗대, 기성세대 음악을 모르는 청춘들이 예전의 문화를 추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롭게 재해석한다는 의미다. 레트로 현상은 음악 평론가이자 저술가 사이먼 레이놀즈가 ‘레트로 마니아’(2014)라는 책에서 소개하며 알려졌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디지털세대의 재미(FUN)를 추구하는 놀이문화 코드로 설명한다. 퀸이나 김연자 세대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라디오에서 듣거나 영화관람 방식으로 소극적으로 즐겼다면, 요즘 세대들은 이를 짧은 영상형태로 유튜브에 올리는 등 자기 방식대로 재해석하며 즐긴다는 것이다. 정 평론가는 “국내외 콘텐츠를 디지털 세대의 감성으로 재해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옛 음악을 현대적 음악과 믹싱해서 다른 사람들과 즐기려는 것들이 유튜브에 많다”고 설명했다. 강태규 음악평론가는 “재미와 감동이 있으면 따라 부르게 되고 나아가 직접 해 보기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경기불황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불황기에 복고 트렌드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과거에 눈길을 주는 것은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주는 현실에서 위로받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실망하지 마, 모든 걸 잘할 순 없어”라거나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는 가사는 취업난에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청춘들로서는 자신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다독이는 힐링이 아닐 수 없다. ●문화 향유 따른 감정 표현 수단 다양화 강 평론가는 “음악은 불안을 떨쳐내려고 어떤 것에 몰입해서 그 순간을 잊고 나아가 활력소를 재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되는 등 위로받을 창구가 없는 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불황기엔 복고가 인기를 끈다는데 현실이 안 좋아서 끌기도 하고 최신 것은 디지털적이다 보니 과거 아날로그에 매료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문화 향유에 따른 감정을 표현하거나 재생산할 수 있는 수단이 다양화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과거에는 TV, 라디오 등 미디어의 플랫폼을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문화를 향유했으나 지금은 누구나 플랫폼을 활용해 자신의 문화생활을 할 수 있다. 노혜령 전 CJ E&M 상무는 “지금은 문화소비층의 성별이나 연령 구분보다는 내가 어떤 기호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문화소비 유형이 세분화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현갑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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