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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프타임]

    탈북복서 최현미 타이틀 방어 세계복싱협회(WBA) 여자 페더급 챔피언 최현미(21·동부은성)가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최현미는 17일 서울과학기술대 특설링에서 열린 57.150㎏ 이하 5차 방어전(10라운드)에서 세계복싱평의회(WBC) 아시아 챔피언인 사이눔도이 피타클론(23·태국)을 5라운드에 TKO로 제압했다. 프로 전적은 6전 5승(2KO)1무가 됐다. 최현미는 1990년 평양에서 태어나 2004년 가족과 함께 북한을 탈출해 그해 7월 한국에 정착했다. 2006년 국내 아마추어 무대를 거쳐 2007년 프로로 전향한 최현미는 2008년 10월 WBA 챔피언결정전에서 쉬춘옌(중국)을 심판 전원일치 판정으로 꺾고 챔피언 벨트를 획득했다. 정몽준 “조광래 해임 몰랐다”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인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가 18일 조광래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의 경질 사태에 관여한 것처럼 일부 보도된 데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감독 해임에 관여한 것처럼 보도되고 있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해임에 대해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사전에 알았다면 내용에 관해서는 몰라도 적어도 절차에 관해서는 조언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애초 기자들의 문의에 협회 측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는데 이런 미숙한 처리가 사태를 키운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절차상으로만 볼 때 이번 결정 과정이 정관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신한은행 3연승… 선두 질주 신한은행이 단독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 신한은행은 18일 안산와동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농구 4라운드 홈 경기에서 삼성생명을 67-65로 꺾었다. 3연승을 거둔 신한은행은 1위(16승3패)를 지켰다. 신한은행은 올 시즌 삼성생명에 4전 전승을 거두며 천적임을 과시했다. 2위 삼성생명(11승8패)과의 격차도 5경기로 벌렸다. 강영숙은 눈가가 찢어지는 부상에도 붕대 투혼을 발휘했고, 최윤아는 동점(65-65)이던 경기종료 6.6초 전 자유투 2개를 꽂아넣으며 승리를 매듭지었다. 둘은 나란히 18점을 몰아쳤다. 반면, 삼성생명은 연승행진을 ‘4’에서 멈췄고 KDB생명(11승8패)에 쫓기게 됐다.
  • [씨줄날줄] 술 권하는 사회/구본영 논설위원

    벌써 한해가 저물어 간다. ‘새해 결심’을 한 지가 엊그제인데…. 올 한해는 뜻깊게 살겠다던 그 다짐을 지키지 못했다는 회한을 잊고 싶은 탓일까. 요즘 연례행사처럼 이런저런 망년회(忘年會)에 자주 들르게 된다. 그러나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똑같은’ 후유증이 찾아 온다. 간밤에 마신 술로 머리가 아프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술을 예찬한 글은 동서고금을 통해 넘쳐난다. 주선(酒仙)이라던, 중국 당대 시인 이태백의 시가 대표적이다. 서양에서도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가 ‘취하시오’라는 산문시를 남겼다. ‘시간으로부터 탈출하려면 취하는 길밖에 없다.’면서 애주가들을 부추긴 것이다.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사랑은 눈으로 들어가나니…”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의 ‘술의 노래’도 유명하다. 물론 직접적으로 음주를 권장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가 사랑한 여인의 뺨 위 보조개를 ‘천사의 실수’로 비유했을 때 술의 마력을 한껏 치켜세운 게 아닌가 싶다. 보조개란 게 신이 인간을 만들 때 천사가 ‘신성(神性)의 액체 한방울’을 실수로 떨어뜨린 자국이라니…. 우리 국민 4명 중 1명은 1주일에 한 번 이상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적정 권장량보다 술을 많이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공개한 실태조사 결과다. 응답자의 26.5%가 1주일에 한 번 이상 ‘고위험 음주’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WHO가 규정한 ‘고위험 음주’란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성은 60g(소주 8잔), 여성은 40g(소주 5잔) 이상 알코올을 섭취하는 경우라고 한다. 이런 통계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는 소설가 현진건이 일찍이 개탄(?)했던 ‘술 권하는 사회’임을 누구나 안다. 송년회를 비롯한 각종 모임에서 독한 술을 많이 마시는 이들이 인기를 끄는 풍속도도 어제오늘 생긴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비용 또한 만만찮다는 것이다. 수레 하나로는 술 예찬론을 가득 실을 수 없다지만, 술의 해악을 알리는 서적으로는 작은 도서관의 서가를 모두 채울 수 있다지 않은가. 술은 인간관계의 좋은 윤활제가 될 수 있다. 적당한 양은 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악마가 바쁠 때 대리인으로 술을 보낸다.”는 서양 속담이 생각난다. 과음으로 건강을 잃거나, 술자리 성희롱으로 추락한 공인들을 보면서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는 뜻의 사자성어가 음주문화에도 적용될 만한 금언일 듯싶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위안부 할머니들 통한의 20년… 수요시위 1000회를 맞다

    위안부 할머니들 통한의 20년… 수요시위 1000회를 맞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지난 4일 94세 최고령의 박서운 할머니에 이어 13일 김요지 할머니가 87세 나이로 별세했다. ‘하얀 저고리 검정치마 붉은 진달래, 조선 땅의 딸이 오늘 떨어진다. 또 진달래 지다.’라는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피지 못하고 떨어지는 꽃잎이 되었다. 몽우리진 아픔, 맺힌 한을 터뜨리지도 풀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난 것이다. 정부에 공식 등록돼 있는 234명의 할머니 가운데 생존자는 63명뿐이다. 올해에만 16명이 떠났다. “이대로는 눈 못 감겠다.”고 절규했지만 시간은 멈춰 주지 않았다. 평균 나이가 벌써 86세에 이르렀다. 1992년 1월 8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작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시위’도 14일 1000회를 맞는다. 무려 20년간이다. ‘추악한 일본의 역사’를 세상 밖으로 끌어냈지만 일본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 우리 정부의 대처도 무기력했다. 그래서 할머니들의 가슴은 더욱 미어지고 아프다. 할머니들은 분명하게 외친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진정성 있는 사과의 말 한마디 그거면 충분하다.”라고. 경기 광주시 퇴촌면 원당리 65번지. 일제강점기에 위안부로 끌려가 고통받은 할머니들의 보금자리 ‘나눔의 집’을 찾았다. 서울에서 승용차로 한 시간 걸렸다. 시골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안신권 소장을 만났다. 안 소장은 나눔의 집과 붙어 있는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국제평화인권센터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할머니 대부분이 노인성 질환, 성적 질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게 안 소장의 말이다. 일본군의 성 노예라는 참혹한 경험은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할머니를 분노케 한다는 것이다. 김화선(85) 할머니는 케이블 채널에서 일본인들의 격투기 보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했다. 나눔의 집에는 현재 8명의 할머니가 살고 있다. 각자 방을 따로 쓴다. 안 소장은 “자신의 상처가 지독해서 다른 할머니들의 말은 거짓말로 여기다 보니 서로 그렇게 친밀한 편은 아니다.”고 전했다. 이 또한 아픔의 후유증이다. 이 때문에 할머니들의 우울증은 더욱 심해졌다. 배춘희(88) 할머니는 인터뷰를 거절한 채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거실에서 박옥선(87) 할머니와 마주 앉았다. 박 할머니는 참혹했던 당시를 또렷하게 기억했다. 경남 밀양이 고향인 박 할머니는 15세 때 저녁밥 지을 물을 길러 동네 우물가에 갔다가 일본군 2명에게 잡혔다. 보내 달라고 울면서 매달렸지만 소용없었다. 높은 트럭에 태워져 어디론가 끌려갔다. 박 할머니는 쑥 들어간 정강이뼈와 흉터를 보이며 “그때 순사 군홧발에 차인 상처”라고 말했다. 다다른 곳은 중국의 모처 전쟁터였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성병이 있나 없나 신체검사도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박 할머니는 진영이 포격을 당하자 뿔뿔이 흩어졌다. 인근에 ‘조선인 부락’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필사적으로 탈출했다. 산은 아주 가팔랐다. “도망치던 말도 산이 높아 오르지 못하고 아래로 곤두박질쳤다.”고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박 할머니는 중국 헤이룽장성으로 빠져나와 머물렀다. 무려 60년을 뜻하지 않게 그곳에서 생활했다. 그러다 2001년 영구 귀국했다. 김군자(85) 할머니는 평소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절했다. 하지만 수요시위 1000회 기념에 맞춰 특별히 문을 열어 줬다. 사진을 찍겠다고 했더니 빗질도 하고 녹색 스카프를 맸다. 김 할머니는 “일본군에게 폭행당해 한쪽 귀 고막이 터져 말을 잘 듣지 못하니 큰 목소리로 이야기해 달라.”며 나라 잃은 서러움 속에 당한 숱한 고초를 털어놓았다. 김 할머니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웃음을 내보이진 않았다.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눈감기 전에 꼭 받고 싶다.”며 수십년간 한결같이 외쳐온 절규도 이젠 힘겨운 듯했다. 거동이 불편할 만큼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1000회 수요시위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김 할머니는 2007년 아름다운재단에 1억원을 쾌척했다. “내가 못 배운 게 한이 된다. 돈이 없어 공부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써 달라며 기부했다.”고 했다. 김 할머니에게 인사하고 떠날 때 박 할머니가 “다음에 또 와요.”라며 현관 앞까지 마중 나왔다. 그리고 손을 꼭 잡아 줬다. 이영준·김진아기자 apple@seoul.co.kr
  • “日, 中에 탈북자 보호 않겠다 문서 서약”

    일본 정부가 중국 내 일본 공관으로 탈출하는 북한인을 보호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중국 정부에 문서로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8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올해 초 중국 정부의 요구로 탈북자 보호와 관련해 “중국 국내법을 존중해 탈북자를 공관 밖에서 공관 안으로 데려오지 않겠다.”고 서약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북한을 의식한 중국의 압력에 양보한 것으로 일본 정부가 중국에서의 탈북자 보호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일본이 서약서를 제출한 시기는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일본 총영사관에서 2008∼2009년에 걸쳐 보호하고 있던 탈북자 5명을 일본으로 이송하기 위해 교섭이 진행 중인 때였다. 탈북자를 ‘불법 월경자(越境者)’로 규정한 중국이 이들의 출국을 인정하지 않아 일본 공관 내 체재가 2년∼2년 8개월로 장기화하자 일본 측은 사태 해결을 위해 지난해 말 ‘탈북자를 보호하지 말아야 한다’는 중국 측 주장에 “유의하겠다.”고 구두로 답했다. 하지만 중국 공안 당국은 난색을 표하며 “지금까지 탈북자가 일본에 갈 수 있도록 인정한 중국 측의 대응을 평가한다. 향후 공관 밖에서 공관 안으로 탈북자를 데려가지 않겠다.”는 내용을 문서화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결국 일본 정부는 중국의 요청을 문서화했고, 선양 총영사관에서 보호하고 있던 탈북자 5명은 중국의 묵인으로 지난 5월 일본으로 출국할 수 있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탈북자 성공시대, ‘기회의 땅’ 한국서 기회 잡다

    탈북자 성공시대, ‘기회의 땅’ 한국서 기회 잡다

    천신만고 끝에 북한을 탈출하여 한국에 도달한 탈북자들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일까? 그러나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새터민이 지난해 2만여 명을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제도적인 부적응, 생활고, 직장 내 편견 등에 시달리며 탈북보다 정착이 더 어렵다는 고충을 털어놓고 있다. 그러나 분명히 정착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바로 2008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출신 사업가 신경순 씨의 이야기다. 처음부터 사업을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본래 중국과 농산품 무역업을 하는 무역회사에서 통역으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나 2009년 다니던 회사가 부도를 내며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신 씨는 중국 현지에서의 경험을 통해 부도난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물론 결심이 쉽지는 않았다. ‘탈북자 여자 혼자 뭘 할 수 있겠냐’는 주변의 시선이 따가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함께 일하던 동료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들에게서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용기를 북돋은 그녀는 본격적으로 회사를 인수하는 일에 착수한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자금이었다. 한국으로 건너온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탈북자에게 목돈이 있을 리 없었고, 은행이 대출해줄 리 만무했다. 그때 그녀에게 희망이 되었던 것은 그동안 모은 월급과 새터민 취업 장려금이었다. 신경순 씨가 모은 월급과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취업장려금을 합하여 단돈 900만 원으로 밀린 사무실의 공과금을 내고 회사를 인수하며 그녀는 무역회사의 통역 사원이 아닌, 무역회사의 오너로서 첫 출발을 하게 된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회사 거래처가 살아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중국 현지의 약단밤 거래처들은 신용거래로 물건을 주겠다고 나섰고, 국내의 약단밤 중소 상인들은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연락을 해왔다. 하지만 신씨는 신용거래, 즉 외상에 대해서는 철저히 선을 그었다. 또한 이전 회사 부도의 원인이었던 사채 역시 멀리했다. 고객에 대한 신뢰와 봉사로 경영활동을 하며 소비자와 거래처에 신용을 쌓은 신경순 대표는 회사설립 2년 만에 두 자리 숫자의 억대 매출을 올리는 신영무역 키즈약밤의 오너로 급부상하였다. 이와 같은 성공에 대해 신경순 대표는 “중국 현지에서 물건(약단밤)을 구매할 때, 중간에 통역의 농간이 작용하는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직접 중국 거래처와 협상하기 때문에 우리 신영무역의 키즈약밤은 믿을 수 있다.”며 “신뢰와 자존심을 걸고 믿을 수 있는 신선하고 품질 좋은 상품을 판매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북한, 중국, 한국(남한) 세 나라를 모두 거쳐온 그녀는 “대한민국은 나에게 기회의 땅이고, 꿈의 땅이다. 북한에서는 열심히 하나 게으르게 하나 차려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중국에서는 탈북자 신분을 들킬까 봐 눈치 보느라 아무것도 못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다르다. 내가 열심히 하는 만큼 돌아온다.”며 “앞으로의 꿈은 신영무역 키즈약밤의 탈북자 직원들과 한가족처럼 일하면서 온라인 시장이건 오프라인 시장이건 신뢰와 품질로 남보다 앞질러 가는 사업가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시론] ‘북한 붕괴’ 시나리오의 전략적 의미/황병무 국방대 명예교수

    [시론] ‘북한 붕괴’ 시나리오의 전략적 의미/황병무 국방대 명예교수

    최근 러시아 국책연구 기관인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가 펴낸 보고서는 북한 붕괴가 가속화해 2030년대 한국에 흡수통일될 것이라고 보았다. 이에 앞서 미국 국방대학교 산하 국가전략연구소(INSS)는 ‘북한정부 붕괴의 미국 외교에 대한 도전’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연구소는 미 국방장관, 합참의장, 지역사령관을 위한 전략연구를 수행하고 다른 미 정부기관과 광범위한 안보 공동체에 연구결과를 제공한다. 보고서는 북한 정부가 붕괴하더라도 국가는 적어도 단기간에 소멸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김씨 왕조는 북한의 현 지배 엘리트의 도전에 의해 붕괴하지만 권력을 장악한 엘리트의 국가 존속 열망, 중국의 지원, 그리고 다수 북한주민의 지지 결여로 인한 국가의 소멸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신생 약체 정부는 대부분 지역에 대한 정치와 군사 통제를 회복하면서 주요 경제활동을 정부통제로 되돌리고 공안, 군, 정보수단을 장악한다. 하지만 배급제 붕괴로 인해 경제, 사회 통제가 약화되고 거주지를 이탈하는 주민이 중국과 인근 국가로 대량 탈출하게 된다. 북한 정부는 위기의 안정과 외부 확산 방지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면서 국가의 생존에 심혈을 기울인다. 중국 의존이 심화하고 중국의 군사 개입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이라도 한국과 미국의 군사 개입을 반대한다. 한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는 북한 내정의 안정과 위기의 국제적 확산 방지의 목표를 공유한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이해와 정책의 우선순위는 일치하지 않는다. 한국은 북한 위기의 안정화와 통일기반의 확보를 위한 군사 개입의 기회 포착 사이에서 고민한다. 미국정부와의 협의는 필수이다. 한국 정부는 중국의 군사 개입을 선제할 수 있는 발 빠른 대응을 촉구하는 국내적 압력에 직면한다. 보고서는 국제적 지지에 대한 한국의 의존이 커질수록 북한 내정과 위기의 결과에 대한 한국의 영향력은 약화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미국 정부는 위기의 전 과정에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국을 정위(定位)시킬 것을 강조했다. 중국은 북한 정보에 밝아 북한 리더십 위기를 가장 먼저 알고 국가의 존속과 신생 정부의 안정, 그리고 외세의 개입을 억제하는 데 정치·외교력을 발휘한다. 중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를 북한 정권의 안정 이후에 국제 감시 하에 둘 것을 주장한다. 중국은 북한이 위기를 평화적 방법으로 안정시키지 못하거나 북한 지도부가 WMD와 미사일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때, 미국과 한국이 군사 개입하거나 선제 개입의 징후가 보일 때 군사 개입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미국은 북한 WMD의 제거에 외교 주안점을 둔다. 외교적 해결이 안 될 때 군사 개입은 어렵고 정치적으로 문제가 많다. 일본은 미국의 군사 개입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과잉반응에 따른 위험 확산을 우려해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또한 북한 문제의 해결 이전에 미국의 군사 개입은 중국의 군사 개입을 초래할 것을 우려, WMD 제거를 북한 정부의 안정 이후로 미루자고 할 수 있다. 미국 군사 개입의 국제법적 근거를 유엔헌장, 안보리 결의, 정전협정 등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보고서 첫머리에는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경고,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적의 전략이 아니라 우리의 실수이다.’라고 적혀 있다. 보고서는 북한위기 기획과정을 총괄할 외교, 안보, 정보, 법률 부서의 차관급으로 범정부 감독 팀을 구성하고 그 산하에 WMD 제거 그룹 등 5개의 기능그룹을 둘 것을 권고했다. 북한 정부의 붕괴 위기는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 평화와 영토 통합에 대한 최대의 기회이며 도전이다. 우리는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대북 정보의 실패를 막고 정책적, 조직적 대비에 만전을 기하면서 외교역량을 주도적으로 발휘해 주변국의 협력을 이끌어내 그 목표를 달성할 채비를 갖추어야 한다.
  • MB “그리스 질타 발언, 내가 총대 멨다”

    “어제(3일) 발언이 좀 셌다. 국민투표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내가 총대를 멨다.” 이명박 대통령은 4일 그리스 총리의 국민투표 시도를 강하게 비판한 전날 자신의 발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프랑스 칸 르 팔레 데 페스티발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취재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다. 이 대통령은 이어 “세계 경제가 어려워서 (정상들도) 다들 힘들어하는 것 같다. 내년 경제 전망도 (당초보다) 다들 낮게 잡고 있는 듯하다.”면서 “(정상들은) 한국은 자기들보다 상황이 낫다고 말들을 한다.”고 밝혔다. 이날 정상회담은 전날 오후 정상회의장에서 에르도안 총리가 이 대통령에게 직접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해 성사됐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 대통령에게 “원전 건설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 대통령은 “실질적인 협상을 해 나가자.”며 수락의사를 밝혔다. 최금락 홍보수석은 “그간 우리 측은 조건이 맞지 않아 적극성을 안 보였는데 우리한테 다시 요구한 것은 조건을 변경하겠다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또 지난달 23일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터키 지진 피해복구를 위해 텐트 지원 외에 추가로 1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총리는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협력을 요청했고, 두 정상은 현재 진행 중인 한·터키 자유무역협정(FTA)도 연내에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업무오찬과 1차 세션(성장을 위한 액션플랜)에서 상당 시간을 할애해 국민투표로 치달은 그리스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시장이 다소 신뢰를 하기 시작했다가 그리스 총리의 국민투표라는 과격한 조치에 의해 세계가 다시 불안감에 빠지게 됐다.”면서 “그리스 총리의 국민투표 제안이 유로존 국가들과 사전 협의 없이 되었다는 데 대해서 나는 놀라움을 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그리스는 세계 위기의 중심에 서 있는 국가인데 그러한 문제를 독단적으로 했다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한국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에서 탈출한 사례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또 IMF 재원 확충과 관련, “서울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쿼터개혁을 조속히 시행해야 하며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 G20의 신뢰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개도국 지원과 관련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서울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개발에 대한 서울 컨센서스를 이행해야 한다.”면서 “신흥국과 개도국의 경쟁 잠재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칸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한국판 전(專)과 홍(紅)의 전쟁/오일만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한국판 전(專)과 홍(紅)의 전쟁/오일만 경제부 차장

    사회주의건 자본주의건 국민들의 배를 곯리면 망하게 돼 있다. 소련식 사회주의가 해체되고 중국식 사회주의가 번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들을 배고픔에서 탈출시키는 유일한 길은 경제성장밖에 없다. 후진국일수록 리더십의 요체는 어떻게 빨리 효율적으로 가난에서 탈출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런데 문제는 좀 살 만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늘어난 파이를 어떻게 자르고 어떻게 나눠주느냐 하는 문제, 즉 분배의 문제 때문이다. 이것은 용의 역린(逆鱗·임금의 노여움)을 건드리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배 고픈 것보다 배 아픈 것을 못 참는 우리 민족의 특성상 정권의 향배를 좌우할 수 있는 뇌관이 되기도 한다. 분배와 성장을 놓고 숱한 토론과 논쟁이 있어 왔고 권력투쟁으로까지 비화되곤 했다. 이런 싸움을 흔히들 홍(紅)과 전(專)의 전쟁이라고 한다. 역사상 가장 치열한 싸움터는 신중국이었다. 홍(紅)은 정신, 즉 이념(이데올로기)을 중시하는 정책으로 평등과 분배를 강조한다. 반면 전(專)은 물질을 중시하는 성장 제일주의와 맥이 닿는다. 후에 홍(紅)은 좌파의 뿌리가 됐고, 전(專)은 우파의 철학이 됐다. 마오쩌둥은 홍(紅)의 사상으로 중국 혁명을 이끌어 신중국을 건설했지만 대약진운동의 실패와 문화대혁명이란 재앙을 겪으면서 파국을 맞았다. 바통을 이어받은 덩샤오핑은 전(專)의 사상으로 경제대국을 일궜지만 무서운 후유증을 남겼다. 심한 부정부패와 세계 최고 수준의 양극화 국가가 되는 불명예도 안았다. 우리 역시 전과 홍의 치열한 갈등과 대결 속에서 성장한 나라다. 18년간의 박정희 시대와 전두환·노태우의 5, 6공 시대는 성장 제일주의가 압도한 시기였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김대중-노무현의 시대는 분배와 복지가 정책의 우선순위가 됐다. 특히 386 운동세력을 주축으로 하는 노무현 정권의 이념 과잉성과 개혁 피로증은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한 측면이 적지 않았다. 우리의 정치·경제는 이처럼 보수와 진보의 대결구도 속에서 갇혀 20세기를 보냈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아주 다른 양상을 보였다. 특히 맹위를 떨친 ‘안철수 신드롬’은 기존의 정치·경제 구도 자체의 대대적 변신을 요구하는 압력이라고 볼 수 있다. 언론들은 이를 2040의 반란으로 규정했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 왔던 기존 시스템의 단순한 수리 정도가 아니라 환골탈태를 요구하는 강렬한 의지의 표출인 것이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600만명에 달하고 이들 가운데 대졸 이상의 학력자가 30%인 180만명을 넘어선 시점이다. 중산층 몰락과 양극화의 심화는 국민들 대다수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을 가져왔고 이들의 절망은 내년에 더 큰 태풍으로 몰아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그동안 그럭저럭 유지해 왔던 우리의 갈등 해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이미 무력화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홍과 전으로 대표되는 이분법적 논쟁은 20세기의 닫힌 정치프레임의 산물이다. 사회의 기능이 고도로 분화되는 상황에서 극심한 변화를 미처 따라잡지 못해 국가적 에너지를 낭비하는 우를 범하고 있지 않은가 반성할 대목이다. 지난해 특별한 해법도 도출하지 못한 채 우리 사회를 양분시켰던 복지 논쟁이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새로운 정치 프레임은 열린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전과 홍의 융합, 즉 보수와 진보의 소통이라고 말한다. 대표적 벤치마킹 대상으로 ‘브라질의 룰라 모델’을 꼽는다. 그는 좌파 대통령으로 선출됐지만 우파의 경제전략도 과감하게 수용했다. 대규모의 빈민 구제 프로그램을 가동시켜 양극화 확대를 막으면서 중산층을 두껍게 해서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틀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 프레임을 원한다. 강력한 카리스마보다는 소통을 중시하고, 갈등을 조정하며, 보수와 진보의 조화를 이뤄내는 리더십을 갈망한다. 이것이 바로 시대정신일 것이다. oilman@seoul.co.kr
  • 美 네바다서 원격조종… 지구반대편 시르테 탈출 카다피 타격

    美 네바다서 원격조종… 지구반대편 시르테 탈출 카다피 타격

    미군 소속 무인항공기(드론)인 프레데터가 무아마르 카다피를 싣고 시르테에서 탈출하려던 차량행렬을 타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한번 실전에서 드론이 차지하는 위력이 부각되고 있다. 이번 작전에 투입된 프레데터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출격했지만 조종사는 미국 네바다 라스베이거스 외곽에 있는 미군기지에 있었다. 미군은 지난 3월 프랑스·영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이 리비아를 공습하기 시작한 이후 프레데터를 작전에 투입해 왔다. 1995년 처음 배치된 MQ-1 프레테터는 대당 가격이 450만 달러(약 51억원)나 되는 최첨단 무기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나 알카에다 고위 간부를 타격하기 위해 실전에 처음 투입된 이래 각종 작전에서 가공할 위력을 발휘했다. 지난달 30일 예멘에서 세력을 넓혀 가던 알카에다 차세대 지도자인 안와르 알올라키 일행을 사살한 것도 바로 미 중앙정보국(CIA)이 출동시킨 MQ-1 프레데터였다. 드론, 혹은 영어 약자 UAV로 부르는 무인 항공기는 조종사가 지상기지에서 원격조종으로 움직이는 비행기를 말한다. 초기에는 RQ-1 프레데터나 RQ-4 글로벌호크처럼 비무장 정찰기가 주종이었지만, 차츰 미사일을 탑재한 공격형 무인기로 발전하고 있다. 공대지 미사일 헬파이어를 장착한 MQ-1 프레데터와 MQ-9 리퍼(프레데터B)가 대표적이다. 위성을 이용해 무선으로 조종하기 때문에 지구 반대편에서도 조작이 가능하다. 미국 정부가 드론을 실전에 투입하는 빈도가 갈수록 증가하는 것은 전투기가 추락하거나 조종사가 피랍되는 등 골치아픈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게 작용했다. 드론을 활용하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육성한 조종사를 잃을 위험도 없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 정부 관리들은 그동안 “드론을 통한 공격이 전면전에 비해 훨씬 비용이 적게 들고 안전하며 적들을 제거하는 데 더 정확하다.”고 주장해 왔다. 해외에 군인 1명을 파견하면 연간 100만 달러나 되는 비용이 발생하는 것과 비교하면 드론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논리다. 최근에는 무인항공기 공습에 따른 민간인 사상자 발생을 줄이기 위해 ‘가미카제’ 식으로 특정 목표물만 공격하는 무인기를 개발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전기모터로 작동하는 무게 2㎏짜리 초소형에, 날개가 접혀 있을 때는 군용 배낭에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이 무기는 목표물을 향해 날아간 뒤 탑재된 폭발물을 폭파시키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하지만 드론이 마냥 미국에 유리한 결과만 가져오는 건 아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IHT)은 지난 10일 중국 등 각국이 경쟁적으로 드론 기술에 집중 투자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만든 선례가 미국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가령 중국이 카자흐스탄에 무인전투기를 보내 독립을 요구하는 위구르족 세력을 제거한다면 미국으로서는 비판할 논리가 없다. 테러집단이 무인전투기를 손에 넣는다면 상황은 더욱 끔찍할 수 있다. 이미 지난 9월 보스턴 교외에서 체포된 26살 테러용의자는 플라스틱 폭발물을 장착한 원격조종 항공기를 이용해 국방부 청사 등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주말 영화]

    ●호우시절(KBS1 토요일 밤 12시 55분) 건설중장비회사 팀장 박동하. 중국 출장 첫날, 우연히 관광 가이드를 하고 있는 미국 유학 시절 친구 메이와 기적처럼 재회한다. 낯섦도 잠시. 둘은 금세 그 시절로 돌아간다. 키스도 했었고, 자전거를 가르쳐 주었다는 동하와 키스는커녕 자전거는 탈 줄도 모른다는 메이. 같은 시간에 대한 다른 기억을 떠올리는 사이 둘은 점점 가까워지고 이별 직전 동하는 귀국을 하루 미룬다. 너무나 소중한 하루,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첫사랑의 느낌. 이 사랑은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처럼 시절을 알고 온 걸까. 누구나 한번 쯤 스스로에게 던져보았음 직한 “그때가 아니고 지금이었더라면.”이란 사랑에 관한 진부한 질문에 대해 상큼한 해답을 제시하는 영화 ‘호우시절’을 만나 본다. ●메밀 꽃 필 무렵(EBS 일요일 밤 11시 40분) 장돌뱅이 허생원은 장이 서는 곳이면 어디든지 나타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이다. 평생을 함께 지내온 조선달, 윤봉운과 함께 오늘도 봉평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이제는 죽음을 눈앞에 둔 나이에도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하루에도 몇 십리 길을 다녀야 하는 처지다. 평생을 장돌뱅이로 지내다 보니 모아 놓은 재산조차 변변치 않은 이들. 신세를 한탄하며 술이나 한잔 하기 위해 충주집에 들른 세 사람은 충주댁이 젊은 장돌뱅이인 동이와 놀아나는 것을 보게 된다. 괜스레 마음이 뒤틀린 허생원은 동이의 뺨따귀를 후려치고는 내쫓아버리고 만다. 한편 메밀꽃 밭을 지나던 세 사람은 우연히 옛 추억을 떠올리다 허생원의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된다. ●천군(OBS 일요일 밤 11시 15분) 남북한 공동으로 극비리에 개발한 핵무기 비격진천뢰가 미국 측에 양도되기로 결정된다. 이에 불만을 품은 북한장교 강민길은 핵 물리학자 김수연을 납치하고, 비격진천뢰를 연구소에서 빼내 탈출을 시도한다. 지구를 지나는 엄청난 혜성이 한반도 상공을 통과하고, 강민길 일행과 그를 추적하던 남한장교 박정우 일행은 압록강에서 대치 중인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회오리 돌풍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정신을 차린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여진족들의 도끼와 화살이 허공을 가르는 무자비한 살육의 현장이다. 일행은 본능적으로 총을 들게 된다. 최첨단 현대무기의 위력에 놀란 여진족은 물러가고 일행은 동굴로 숨어든다. 그날 밤 동굴로 잠입해 무기들을 훔쳐가는 괴사내가 나타난다. 그의 이름 이순신. 그들이 만난 이순신은 그해 무과에 응시했다 낙방한 채 허랑방탕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내였다.
  • 中공무원, 지하 비밀감옥에 성노예 6명 감금

    30대 중국 공무원이 평범한 집을 개조해 은밀한 지하감옥을 만들고 그 안에 여성 6명을 가둬 성노리개로 삼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중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의 영문뉴스 블로그 차이나 허시에 따르면 허난성 뤄양에 사는 공무원 리 하오(34)가 길게는 무려 2년간 여성 6명을 감금하고 피해 여성 가운데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지난 2일(현지시간) 경찰에 체포됐다. 소방관 출신으로 현재 뤄양시 품질 및 기술관리국에 소속된 리 하오는 직장에서 매사에 솔선수범하고 명랑한 성격으로 동료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다. 평범하고 모범적인 가장이라고 알려졌던 리 하오에게는 사실 무시무시한 비밀이 존재했다. 2년 전 리 하오는 집 근처 한 아파트 지하실을 개조해 방 2개짜리 비밀감옥을 만들었다. 이곳은 지하 1층에서도 폭 60cm의 좁은 비밀통로를 지나야 도착할 수 있는 곳으로 외부와는 완전히 단절된 은밀한 공간이었다. 2년 전부터 리 하오는 나이트클럽, 유흥주점 등에서 만난 여성 6명을 차례로 납치해 이 감옥에 가뒀다. 그는 거의 매일밤 감옥을 들락날락하며 여성들을 유린했으며, 여성들을 복종시킨다며 폭력행사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방에는 여성들의 취미생활용으로 컴퓨터 2대가 놓여 있었다. 리 하오는 여성들이 탈출을 감행할까봐 이틀에 한번 꼴로 음식을 내려 보냈다. 순종하지 않는 여성은 때려 숨지게 한 뒤 방 한쪽에 매장하기도 했다. 폭력과 감금에 익숙해진 피해여성들은 리 하오를 ‘남편’이라고 부르기도 했으며, 심지어 서로 잠자리를 하겠다고 싸우다가 1년 전 여성 1명이 리 하오 손에 살해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길게는 2년, 짧게는 3개월 씩 이어지던 피해 여성들의 감금생활이 끝이난 건 한 피해여성의 용기 있는 신고 덕분이었다. 리 하오는 돈이 떨어지자 자오 칭에게 나가서 돈을 벌어오도록 시켰는데, 자오 칭이 리 하오의 감시를 피해 경찰에 이 사실을 알리면서 피해 여성 4명이 구조될 수 있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지하감옥으로 내려갔을 때 여성들이 경찰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면서 “리 하오는 자신의 이중생활을 들키지 않으려고 부인에게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거짓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요동치는 금융시장] 내년 주요국 ‘발등에 선거’… “위기탈출 걸림돌”

    전세계 경제가 또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하면서 각국의 정책적 결단과 국가 간 공조가 절실하지만 내년에 몰려 있는 주요국들의 대선과 총선이 경제 위기 해결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20개국(G20)과 유로존 국가 가운데 우라나라를 비롯해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인도, 멕시코, 터키, 스페인, 핀란드, 슬로베니아 등 10개국이 내년에 대선을 치른다. 최근 그리스 부도설이 증폭되면서 트리플A 국가이면서도 국가 부도 위험도가 높은 프랑스의 경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총선도 겹쳐 있다. 유로존 회생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독일은 2013년 하반기에 총선이 예정돼 있지만, 집권 기민당이 최근 각종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하면서 다음 총선 선거 운동이 조기 과열될 가능성이 높다. ●美·佛·스페인 등 10개국 대선 대기 중 대선 혹은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것은 현 정권이 위기 타개를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뜻이다. 국내용 대책 수립은 물론 국제적 공조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설사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재정 건전성을 위한 긴축 정책을 펴거나 세금을 올리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광상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거시금융연구실 부부장은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낼 만한 리더십이 나와야 시장에 방향 설정이 되고 국민의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다.”며 각국 정치권이 멀리 내다보고 국론을 모아야 세계 경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 같은 이상과 거리가 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근 재정 감축과 관련해 부자들에 대한 증세가 없는 공적 의료보장 감축이 담긴 모든 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단언했다. ●“유로존 자체 해결이 우선” 공화당과 극렬한 대립을 보였던 부채한도협상 과정에서 ‘타협’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럼에도 당시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정치적 갈등을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던 것을 생각하면 미국의 정치 갈등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존 위기 해결을 위한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국가가 구원 투수로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일부 있지만 현재로서는 유로존 자체 해결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유럽금융안정기금(EFSF) 확대, 나아가 유로본드 발행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독일과 프랑스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지만 두 나라의 정치적 상황이 녹록지 않다. 총선이 2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도 독일 내 EFSF 증액 합의가 지지부진하다는 점에서 볼 때 이후 EFSF 역할 확대가 순조롭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내년 재선에 도전하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경우, 불법 정치 자금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 25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 결과 좌파 진영이 승리해 상원 과반을 차지하는 등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아버지 찾아 탈북했지만… “아버지 무덤서 오열”

    아버지 찾아 탈북했지만… “아버지 무덤서 오열”

    헤어진 지 61년 만이었다. 그리고 생전 어머니의 바람을 좇아 북한을 탈출한 지 8년 만의 재회였다. 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찾은 부친은 이미 1979년에 세상을 떠난 상태였다. 그렇기에 지난 8일 전남 순천의 부친 묘역을 이복형제들과 함께 찾은 새터민 강순희(70·가명)씨의 추석은 특별했다. 강씨가 뒤늦게나마 부친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한 경찰서장의 남다른 배려 덕분이었다. 이 사연은 23일 밤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에서도 볼 수 있다. ●8년전 어머니의 뜻 좇아 남한행 강씨의 고향은 함경남도 이원군. 1912년생인 부친은 전쟁이 터지자 부락치안대에 강제 징집돼 체제에 반대하는 이를 숙청하는 일을 맡았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부친은 남하를 결심했는데 당시 여섯 살과 갓 돌을 지난 막내 때문에 가족 모두가 함께 길을 떠나기엔 무리라고 했다. 그러나 석달 뒤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 부친은 30년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부친의 월남을 빌미로 어머니와 큰언니는 감시와 차별을 받으며 어렵게 가정을 꾸렸다. 그러다 각각 1984년과 1986년 숨을 거뒀다. 생전의 어머니는 “죽기 전에 네 애비를 보지 못해 안타깝다. 꼭 아버지를 찾아 보거라.”라고 말했다. 보위부가 다녀간 뒤 갑자기 쓰러진 언니가 약 한번 제대로 못 쓰고 눈을 감은 게 너무 서러웠다. 결국 2003년 남편과 함께 두만강을 건너 중국을 거쳐 한국에 왔다. 앞서 탈북한 조카들의 도움으로 아버지를 찾아‘ 헤맸다.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고향 사람이 출연하자 방송국에 부친의 행적을 아는지 확인했고, 국가정보원에 관련 자료가 남아 있는지 문의했다. 이북5도청에도 확인했지만 탈북 뒤 성(姓)을 바꾸면 찾기 힘들다는 말과 함께 함경남도에서 탈북한 사람 가운데 강씨 성을 가진 사람은 없다는 말만 들었다. 탈북 1년 뒤와 2년 뒤에 한 차례씩 중국 브로커를 통해 북한에 남은 동생들과 전화 통화했다. 강씨는 ‘잘 살고 있으니 내 걱정 말고 아버지를 꼭 찾아라.’라고 당부하던 동생에 게서 힘을 얻었다. 자식된 도리로 묘지라도 찾아야겠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분당경찰서장이 부친 찾는 데 도움 그러던 차에 생각하지도 않은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달 24일 박노현(59) 경기 성남시 분당경찰서장이 새터민 지원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강씨 집을 찾은 것. 절박한 사연을 들은 박 서장은 경찰 내부전산망, 국방부, 통일부, 함경남도청, 이북5도청 등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지난 7일 오후 4시쯤 분당서 관계자가 강씨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강창식(가명)씨 아세요?” “모릅니다.” “그럼 강창형(가명)씨는요?” “모르겠어요. 휴….” 강씨는 “못 찾아도 괜찮다. 내게 너무 미안해할 필요 없다.”고 상대를 달랬지만 허무하기도 해 말이 안 나왔다. 2시간 뒤 박 서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축하드립니다. 아버님을 찾았습니다.” 믿기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가 물어본 이름은 이복형제들의 이름이었다. 분당서 관계자들이 함경남도 이원군 도민회 자료에서 부친의 기록을 찾아낸 것. 부친은 북한을 배로 탈출해 경북 포항에 도착한 뒤 전라도 곳곳을 떠돌다 순천에 정착했다. 강씨는 “살아 계셨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다. 너무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신 게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박 서장은 강씨가 이복형제들과 만나 부친 묘를 참배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평생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복형제들은 첫 만남에서 “이를 어째, 아버지와 많이 닮았네….”라고 말하며 부둥켜 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강씨는 “박 서장이 직접 나서 일처리를 해줘 놀랐다. 정말 고맙고, 그가 아니었으면 이번 추석도 그냥 지나칠 뻔했다.”라고 말하며 연신 고마워했다. 박 서장은 “부녀가 헤어진 뒤 세월이 많이 흘러 찾지 못할까 노심초사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강씨는 61년을 기다린 부친과 함께 특별한 추석을 맞이했다. 성민수PD globalsms@seoul.co.kr
  • 카다피 3남 등 측근 32명 니제르로

    리비아 국가원수에서 도망자 신세가 된 무아마르 카다피의 셋째 아들 알사디가 리비아와 남쪽 국경을 접한 니제르로 탈출했다. 반군은 새 정부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중국 정부도 태도를 바꿔 반군 대표기구인 국가과도위원회(NTC)를 합법 정부로 인정했다. 반면 카다피 측 반격도 계속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AI)는 카다피군뿐만 아니라 반군도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AFP통신은 알사디를 포함한 카다피 정권 핵심 인사 32명이 리비아와 남쪽 국경을 접한 니제르에 입국했다는 사실을 브리기 라피니 니제르 총리가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현지 주재 외교단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일행 중에는 알사디뿐 아니라 군 장성 3명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라피니 총리는 “니제르에 입국한 32명 중 국제 사법당국이 체포영장을 발부했거나 수배령을 내린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리비아의 반군 대표인 무스타파 압둘 잘릴 NTC 위원장은 같은 날 트리폴리 중심지에 위치한 순교자 광장에서 1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처음으로 연설을 하면서 향후 정국 구상을 내비쳤다. 그는 “우리는 법치국가를 추구하며 온건 이슬람에 기반한 민주국가를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다피 정권 치하 가해자들을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하며 이들의 가족들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여성권익 향상을 약속했다. 이와 관련, NTC 2인자인 마무드 지브릴 총리는 지난 11일 기자들에게 “새 정부가 7~10일 사이에 출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군 측이 자신감을 보이는 반면 카다피 친위부대는 리비아 최대 유전지대인 라스 라누프 정유시설을 공격해 17명이 숨지는 등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NTC 석유부 관리인 압달릴 살라는 “이 공격은 카다피군의 소행”이라면서 “정유시설 경비원들에게 공포를 주고 원유 생산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카다피군의 거점인 바니 왈리드, 시르테 등지에서는 반군과 카다피군의 교전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인권단체인 AI는 13일 리비아 반군 역시 카다피를 축출하는 과정에서 살인과 고문 같은 범죄를 저질렀으며 이 중 일부는 전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니컬러스 베거 앰네스티 유럽 지부장은 특히 “지난 2월 카다피가 흑인을 용병으로 고용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라면서 그 결과 이제는 무고한 이들까지 집과 일자리를 빼앗기고 거리로 쫓겨나 고문당하고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과 세계은행(WB)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마지막으로 NTC를 리비아를 대표하는 합법 정부로 인정한다고 밝혔했다. 중국은 내전 발생 이전까지 석유개발과 사회기반시설 건설 등에서 3만 5000여명에 이르는 인력을 파견해 188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50개를 진행하는 등 리비아와 적지 않은 경제협력 관계를 맺어 왔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씨줄날줄] 인왕산 시위/임태순 논설위원

    1968년 청와대를 기습 타깃으로 삼았던 1·21 무장공비사건으로 인왕산이 폐쇄됐다가 시민들의 품으로 다시 돌아온 것은 25년 만인 1993년이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선물로 인왕산 등산로와 함께 청와대 앞길을 활짝 열어 시민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아직 웰빙 바람이 불기 전이었건만 인왕산과 청와대 앞길 개방은 여론조사에서 가장 잘한 정책 중의 하나로 사랑을 받았다. 이에 앞서 김 전 대통령은 5공 신군부가 정치활동에 족쇄를 채우자 ‘등산’으로 탈출구를 찾았다. 1981년 6월 발족한 민주산악회다. 뜻을 같이하는 민주화운동 인사들과 산에 올라 울분을 토로하면서 동지애를 다지고 건강도 다졌으니 절묘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산악회의 산행이 간간이 언론에 비쳤으니 간접적으로 정치활동도 한 것이고, 민주산악회에는 또 김대중 전 대통령 지지자들도 적극 참여해 민주화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희망버스’가 엊그제 인왕산에서 시위를 벌이려다 경찰의 강력한 저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일부가 새벽에 등산객으로 가장, 홍제동 기차바위 능선을 타고 인왕산에 올라 ‘비정규직 정리해고 철회’ 플래카드를 펼쳐 깜짝 시위를 벌인 정도였다고 한다. 희망버스는 여러가지 복선을 깔고 인왕산을 시위장소로 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왕산은 정상에서 청와대가 내려다 보일 만큼 지근거리에 있어 상징성이 크다. 경찰로서는 등산로 전체를 통제하면서 시위를 막기란 쉽지 않다. 27개 중대 2200여명을 배치하고도 허(?)를 찔린 것이 이를 말해 준다. 인왕산은 또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과 연결된다. 인왕산 방어망이 뚫린다면 제2의 1·21사태가 일어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청와대 경비를 담당하는 경찰로서는 악몽과도 같은 시나리오다. 시위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동물보호론자들은 모피를 벗어던지고 알몸으로 자신의 뜻을 펼쳐보인다. 중국에선 공안당국의 감시가 워낙 심하자 자연스럽게 산책하듯이 특정장소에 나와 거닐고 미소를 짓는 것으로 집회를 대신하는 스마트 시위가 제안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광우병사태 당시 촛불시위가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골리앗 시위, 1인시위, 삼보일배 등도 우리나라가 지적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시위다. 인왕산 시위는 앞으로 북악산으로도 번질 가능성이 높다. 이래저래 경찰로선 골머리를 앓게 됐다. 북악산에 이르기 전에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을 텐데….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각국의 지하 벙커는…

    각국의 지하 벙커는…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은신처로 추정됐던 트리폴리의 밥 알아지지야 요새는 함락됐지만 카다피와 그 일가의 행방은 묘연하다. 전문가들은 카다피가 요새의 비밀 지하 터널을 통해 탈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카다피 요새의 비밀 터널을 계기로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25일 북한과 중국, 러시아, 미국, 영국의 지하 벙커를 소개했다. 북한은 1950년대부터 평양을 중심으로 전국 주요 지역을 지하 터널로 광범위하게 연결했다. 전쟁이나 내부 봉기, 핵무기 공격이 발생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 터널을 이용해 중국으로 탈출할 가능성이 높다. 캐나다 사설탐정회사 칸와에 따르면 북한은 백두산에 위치한 김 위원장의 사저 아래에도 대규모 벙커를 만들어 헬리콥터와 전투기 등을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비밀터널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지만 1992년 타임지와 인터뷰한 전직 KGB요원에 따르면 지하 철로를 통해 크렘린과 6, 7개의 공공기관 건물이 도시 외곽에 위치한 거대한 벙커로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2차세계 대전 때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백악관 웨스트윙 지하에 지하벙커를 만들었다. 2001년 9·11사태 때 딕 체니 부통령은 이곳으로 피신해 초기 대응을 논의했다. 버지니아주 베리빌 근처의 마운트 웨더는 자체 발전소와 급수 탱크, 병원 등을 갖추고 있어 만일의 사태 발생 시 임시 백악관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2006년 연방정부는 이곳에서 대규모 민방위훈련을 하기도 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영화프리뷰] ‘샤오린:최후의 결전’

    [영화프리뷰] ‘샤오린:최후의 결전’

    소림 무협은 중국 영화의 단골 소재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킬러 콘텐츠이기도 하다. 소림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 ‘샤오린: 최후의 결전’은 익숙한 소재에 화려한 스펙터클을 결합해 홍콩형 블록버스터로 재탄생했다. 그동안의 소림사 영화들이 주인공의 현란한 무협 액션을 보여주는 데 치중했다면 이 작품은 1920년대를 배경으로 대규모 전쟁 장면을 동원해 당시 시대상을 덧입히는 등 한층 커진 스케일을 자랑한다. 영화의 배경은 군벌이 난무하던 중국 공화국 초기. 유명한 장군 호우지에(류더화 왼쪽)는 절대적인 군사력을 바탕으로 맞수를 제거하고 허난성 일대를 장악한다. 호우지에가 더 큰 군벌로 성장하기 위해 의형제 사이인 송 장군을 없애려는 순간, 부하인 카오만(셰팅펑)에게 배신을 당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뒤 큰 충격을 받은 호우지에는 인생무상을 느끼며 소림사에 들어가 승려가 되지만 카오만의 추적은 계속된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화려한 볼거리다. 극 초반 배신당한 호우지에가 마을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그려지는 마차 추격 장면과 클라이맥스 부분에 호우지에와 카오만이 소림사에서 벌이는 결투 장면은 빠른 속도감과 함께 방대한 스케일로 화면을 압도한다. 총 34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엄청난 물량 공세를 펼친 덕분이다. 소림사 수도승들의 현란한 쿵후 액션과 마지막에 소림사를 폭파시키는 장면도 미국 할리우드와 대비되는 동양 블록버스터만의 매력이다. 반가운 얼굴들도 눈에 띈다. 세계적인 스타 청룽이 소림사 주방장으로 등장해 코믹 쿵후를 선보인다. 류더화와 청룽은 ‘화소도’(1990) 이후 20여년 만에 호흡을 맞췄다. 올 연말 개봉 예정인 한국 영화 ‘마이웨이’에 출연하는 판빙빙도 등장한다. 그러나 물량 공세와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는 탓에 보기 불편한 부분도 있다. 무자비하고 잔인한 장면이 많아 전반적으로 마초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중화중심사상도 보기에 따라서는 거슬릴 수 있다. 무협 영화 팬들에게 향수를 느끼게 하는 장면도 있지만 독선적이던 주인공이 갑자기 깨달음을 얻어 개과천선해 원수를 용서한다는 줄거리는 작위적이고 단순한 인상을 준다. 화려한 액션이 계속되는 초반, 클라이맥스와는 달리 중간 부분에서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도 단점이다. ‘천장지구’(1990), ‘성룡의 CIA’(1998) 등으로 국내에도 익숙한 천무성(陳木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5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英 국방부는 군수품 세일중

    英 국방부는 군수품 세일중

    영국 사회에 드리운 긴축정책의 ‘그늘’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국가 재정난 탓에 허리띠를 졸라매기에 여념이 없는 영국 정부는 일각의 비판을 무릅쓰고 국방부 창고 안의 전투기와 헬기, 군용 오토바이까지 내다 팔기 시작했다. 또 예산 줄이기에 직격탄을 맞은 영국 과학계는 “과학 예산이 줄면 영국 연구자들의 대탈출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국방부는 최근 긴축정책으로 국방예산이 대폭 삭감되자 재원 마련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 각종 구형 장비와 시계, 보석류 등을 매각하기로 했다고 15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내각은 앞으로 10년간 360억 파운드(약 63조 3000억원)의 국방예산을 삭감하겠다고 최근 통보했다. 국방부가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매물 수천개 가운데는 수직이착륙 해리어 전투기와 수십대의 헬리콥터, 재규어 장갑 승용차, 군용 오토바이 등이 포함됐다. 또 사막에서 주로 사용하는 정수 장비와 콘크리트 절삭기 등도 눈에 띈다. 가장 덩치가 큰 물품은 퇴역한 항공모함인 ‘HMS 아크 로열’로 가격이 350만 파운드(약 61억 5000만원)인데 이 함선을 중국에 팔 것인지를 두고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이다. 국방부는 또 명품시계 등을 매물로 내놓았다. 매각 명단에 담긴 한 시계에 대해서는 ‘긁히지 않도록 제작됐으며 사파이어 유리를 사용해 만든, 사용하지 않은 새 제품’이라고 웹사이트에 소개했다. 또 다이아몬드가 48개나 박힌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크리스털 시계나 스위스 명품시계인 레이먼드 바일 탱고 등도 새 주인을 찾고 있다. 국방부의 물품 매각 방침을 마뜩잖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보병 지휘관을 지낸 보수당의 패트릭 메르서 의원은 “구입할 때 엄청난 비용이 든 장비를 헐값에 팔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세계적 과학자 100여명은 영국 정부가 화학 연구분야에 대한 예산 감축안을 발표한 데 대해 우려를 표하는 편지를 캐머런 총리에게 보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광복 66주년] “日 보상전에는 눈을 못감겠다”

    [광복 66주년] “日 보상전에는 눈을 못감겠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고통의 세월을 보내다 각각 일본과 태국에서 살아 온 할머니 두 명이 광복 66주년을 맞이해 귀국했다. 우리말을 잊어 통역이 있어야 대화가 됐지만 일본의 만행을 지적하고 서로의 아픔을 위로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10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 송신도(오른쪽·89), 노수복(왼쪽·90) 할머니를 초청했다. 일본에서 유일한 군위안부 생존자인 송 할머니는 광복 후 두 번째로 고국을 방문했다. 꽃다운 열 여섯 나이에 일본군에 끌려가 중국에서 위안부 생활을 했고, 광복 후 재일교포를 만나 일본에 정착했다. 1993년부터 2003년까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사죄와 보상을 요구하는 법적 투쟁을 벌였지만 패소했다. 송 할머니의 10년간 법적 투쟁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내 마음은 지지 않았다’가 2007년 제작, 상영돼 화제를 모았다.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에 무관심한 일본 정부를 고발하고자 한국에 왔다.”는 송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는 마음과 관심의 문제이며 일본 정부의 합당한 보상이 있기 전까진 눈을 못 감겠다.”고 토로했다. 노수복 할머니는 스물한 살이던 1942년 부산 영도다리 근처 우물가에서 빨래하다 일본군에 끌려갔다. 싱가포르, 태국 등을 옮겨다니며 3년간 위안부 생활을 강요받다 광복과 함께 태국 유엔군 포로수용소에 수용됐으나 탈출해 태국에 정착했다. 모진 풍파 속에 우리말과 자신의 생일마저 잊어버린 노 할머니는 고향과 조국에 대한 마음은 지금도 변함 없었다. 그는 “공항에 내려 태극기를 봤을 때 너무 반가웠다. 그런데 한국 사람인데 한국말을 못하는 게 가슴 아프다.”면서 “광복절인 8월 15일을 새로운 생일로 정했다.”고 말했다. 두 할머니는 17일까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벌이다 각각 태국과 일본으로 출국한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한국 셔틀콕, 파워 스매싱이 살 길이다

    12일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가 열린 영국 런던 웸블리 아레나. 한국 남자단식의 간판 박성환(27)이 최강(세계 1위)인 말레이시아 리총웨이와의 8강 진출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였다. 리총웨이는 현란한 라켓으로 박성환을 가볍게 눌렀다. 리총웨이의 ‘필살기’는 파워 스매싱이었다. 이어 옆 코트에서 벌어진 이현일(31)과 린단(중국·2위)의 남자단식 경기. 이현일과 린단의 기량은 비슷했다. 하지만 스매싱에서 차이를 드러냈다. 린단은 고비마다 강력한 스매싱으로 이현일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스매싱이 ‘승부수’였다. 이에 견줘 박성환과 이현일은 이따금 스매싱을 구사하는 데 그쳤다. 전날 여자단식 32강전에서 패한 배연주(21·인삼공사)는 노장 피훙옌(프랑스)을 상대로 스매싱하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이들뿐만 아니라 한국 대표 선수들은 대체로 스매싱을 주 무기나 승부수로 사용하지 않았다. 스매싱 대신 드롭샷 등을 승부수로 여기는 모습이다. 이에 선수들은 “스매싱이 상대에게 잘 먹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스매싱이 강력한 무기이지만 위력적이지 못한 탓에 상대 수비에 막히기 일쑤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대회에 참가한 톱랭커들은 누구나 파워 넘치는 스매싱을 필살기로 사용하고 있다. ‘파워 스매싱’을 장착하지 않고는 결코 세계 무대를 평정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한국이 세계 무대를 석권할 때도 강력한 스매싱이 주도했다. 파워 스매싱으로 무장한 강경진, 하태권, 김동문 등이 세계를 호령했었다. 스매싱은 셔틀콕 기본기에 해당된다. 어린 선수 시절부터 철저히 익혀야 할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기술이다. 그러나 성적에 급급한 한국 현실에서 스매싱 대신 드롭샷이나 헤이핀 등의 화려한 기술이 득세해 오면서 작금의 위기로 이어진 것이라고 여겨진다. 김학균 대표팀 코치는 “네트플레이 등은 결국 스매싱 찬스를 만들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시 스매싱”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스매싱은 어린 시절부터 충실히 연마해야 할 기본기이며 지도자들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국 배드민턴이 위기에 빠진 것도, 위기에서 탈출하는 것도 스매싱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런던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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