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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박한 위협 있었나… 군사행동 정당성 입증 책임 커지는 트럼프

    임박한 위협 있었나… 군사행동 정당성 입증 책임 커지는 트럼프

    폼페이오, 美언론 인터뷰서 합법성 강조 “수십~수백명 죽음으로 내몰 공격 계획” 국제사회는 “이라크 동의없이 공습 단행” 美 내부서도 “기존 이란 외교정책 폐기 되레 美가 코너 몰려… 이젠 전쟁만 남아”미국이 이란의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 제거를 두고 연일 ‘임박한 위협에 대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물론 미 내부에서조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라크 공습의 정당성을 좀더 설득력 있게 입증해야 할 책임을 떠안게 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CNN과 폭스뉴스, ABC, CBS, NBC 등에 잇따라 출연해 미국이 솔레이마니를 사살한 데 대한 정당성과 합법성을 강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ABC 인터뷰에서 “미국이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더 큰 위험을 초래했을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가 미국을 상대로 벌인 테러를 막고자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CNN 인터뷰에서는 “이란 지도부가 나쁜 결정(미군에 대한 보복공격)을 내린다면 우리는 큰 힘과 기운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날 ‘이란 인터내셔널’과의 인터뷰에서도 “솔레이마니는 수십~수백명의 미국 시민과 이라크인, 무슬림을 죽음으로 내몰 공격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솔레이마니가 머물던) 이라크 정부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공습 작전을 단행한 것은 주권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6일 공동 사설에서 “미국이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죽인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4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군사작전은 국제관계의 기본 규범을 위반한 것”으로 우려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도 3일 폼페이오 장관과의 통화에서 “유엔 회원국이 다른 회원국 관리를 살해한 건 국제법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난했다.미국 내부에서도 트럼프 정부의 ‘최대 압박 전략’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최대 압박 전략은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 등에 경제 제재 수위를 끌어올려 압박하는 기조를 말한다. 이 작전이 외교로 풀 수 있었던 미·이란 싸움을 더욱 악화시켜 전쟁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갔다는 것이다. 미 보수성향 싱크탱크 카토연구소의 존 글레이저 외교정책연구국장은 5일 워싱턴포스트(WP)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할 때만 해도 (이란과의 소통) 채널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면서 “이란이 어떻게 해야 (제재를) 피할 수 있는지 알려 주지 않고 제재를 가했다. 사실상 ‘이란이 기존 외교정책을 전부 폐기하기 전까지 해제는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고 지적했다.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바버라 슬라빈 국장도 “(최대 압박 전략으로) 이란이 코너에 몰린 게 아니다. 되레 우리가 코너에 있다”면서 “이제 미국이 (전쟁 말고는) 뭘 더 할 수 있나? 우리는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을 제재했다. 하지만 뭐가 남았나?”라고 반문했다. WP는 현재 트럼프 대통령 곁에 노련한 참모나 믿을 만한 첩보의 원천, 동맹과의 강력한 유대 같은 자산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충동적 성향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직감을 내세워 이란에 대해 최악의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솔레이마니 제거에 대해 ‘임박한 위협이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그런 위협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노동신문 “기대할 것도, 주저할 것도 없다” 메아리 “중동, 美의 무덤 될 것”

    노동신문 “기대할 것도, 주저할 것도 없다” 메아리 “중동, 美의 무덤 될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대체한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 제재에 대응할 자력갱생 기조를 선포한 가운데 북한이 연일 대미 강경노선을 밝히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일 ‘주체적 힘을 더욱 강화하는 것은 현정세와 혁명 발전의 요구’ 제목의 논설에서 “적대적 행위와 핵위협 공갈이 증대되고 있는 이상 우리에게는 기대를 가질 것도, 주저할 것도 없다”고 밝혔다. 신문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어떤 세력이든 우리를 상대로는 감히 무력을 사용할 엄두도 못 내게 무적의 군사력을 질량적으로 계속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만일 우리가 제재 해제를 기다리며 자강력을 키우기 위한 투쟁에 박차를 가하지 않는다면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과 자주권, 안전은 엄중히 침해당하게 될 것”이라며 선제 대응도 주문했다. 경제 부문을 향한 질타도 이어졌다. 주민들이 보는 대표적 매체인 노동신문에 부진한 경제 상황이 연일 실린다는 점은 북한 당국의 절박감을 고스란히 전한다. 신문은 “자력갱생, 자급자족하자고 계속 말하고 있지만 이를 실행하는 우리의 사업은 지난날의 타성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담하게 혁신하지 못하고 침체하여 있는 것이 국가관리사업과 경제사업 등의 현실태”라고 꼬집었다. 이어 “역사적 교훈은 내부가 째이지(짜이지) 못하면 나라가 쇠약해져 자연히 남에게 굽신거리고 종당에는 먹히게 된다는 것”이라며 “모든 일꾼(간부)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주체적 힘, 내적 동력을 백방으로 강화하는 것만이 사회주의 승리의 날을 앞당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당부했다. 신문은 이날 ‘정면돌파전의 열쇠’ 제목의 별도 기사에서도 경제 혁신을 호소했다. 신문은 “지금 우리에게는 모든 것이 부족하고 어렵다.준엄한 시련은 중중첩첩으로 우리의 전진을 막아나서고 있다”며 과학기술로 난관을 극복하자고 말했다. 지난 5일 평양시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궐기대회에서는 ‘우리의 전진을 저애하는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 나가자!’,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인재중시’, ‘과학중시’ 등의 구호가 눈에 띄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중국과 러시아, 유엔헌장을 위반한 미국의 미사일 공격 규탄’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지난 3일 새벽 미국은 이라크의 바그다드시에 있는 한 비행장에 미사일 공격을 가하였다”면서 지난 4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전화 통화 소식을 전하면서 이들이 “미국의 미사일 공격을 규탄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제3국의 입을 빌어 민감한 소식을 전한 셈으로, 북한은 조만간 외무성 등을 통해 미국을 직접 비난하는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대외 선전매체들도 중동지역의 정세를 빠르게 전했다. ‘메아리’는 이날 ‘미국의 제82공수사단 중동지역에 대한 파병검토’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이 중동지역에 약 3000여명의 병력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라고 한다”고 보도했다. 전날 ‘군사전문가들 중동지역은 미국의 무덤이 될 것으로 전망’ 제목의 기사에서는 “최근 세계 군사 전문가들이 미국이 중동 지역 전쟁이라는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고 분석 평가하고 있다”며 “친미 국가들도 내부의 정치, 경제적 위기를 핑계로 미군의 파병 요청에 소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하여 미국을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트럼프 美우선주의 ‘올인’… 자유무역·안보동맹·세계화 흔들다

    트럼프 美우선주의 ‘올인’… 자유무역·안보동맹·세계화 흔들다

    2019년이 미중 패권 경쟁으로 점철됐다면 2020년은 좀처럼 세계 평화를 위해 힘을 쓰지 않는 ‘미국의 공백’에 대응하는 각국의 경쟁이 심해질 전망이다. 지구를 거대한 체스판으로 보고 군사력이 미치는 범위에 따라 미국 편과 중국 편으로 나누던 기존의 지정학은 금융·과학·무역·사이버 등 ‘하이브리드 무기’로 무장하고 각자의 이득에 의해 민첩하게 움직이는 ‘신지정학’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소위 ‘각자도생’으로 일컬어지는 새로운 판에서 한국은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선택해야 할까. 5회 시리즈로 짚어 본다.2017년 1월 20일 최강국 미국의 수장으로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통상·외교·안보 등 기존 질서를 뒤흔들었다. 제45대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미국에 대한 학살을 멈춰야 한다’는 섬뜩한 문장으로 ‘미국 우선주의’ 시대가 왔음을 선포했고, 지난 3년간 소위 ‘질서 파괴자’라고 불리며 `예측 불가능’한 접근법으로 세계를 술렁이게 했다. 국경을 맞댄 멕시코에는 불법이민을 막겠다며 장벽을 들이댔고, 유럽연합(EU)과 이란 핵 및 시리아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무역전쟁,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 무역전쟁 등 각 분야에서 벌어지는 중국과의 패권경쟁으로 주변국이 몸살을 앓고, 중동 또한 일촉즉발의 화약고가 됐다. 무리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은 한국, 일본, EU 등 전통적 동맹관계도 위태롭게 했다. 2020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방주의 정책기조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외정책 방향을 세계주의가 아니라 ‘미국 우선주의’, ‘일방주의’로 급격하게 바꿨다. 이는 지구촌이 ‘더불어’에서 ‘각자도생’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사흘 만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탈퇴를 선언하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을 몰아붙이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버리고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새로 체결하는 등 기존의 통상 협약을 다시 썼다. 이른바 ‘ABO (Anything But Obama·오바마만 아니면 돼) 정책’에 따라 미국이 2015년 영국과 프랑스, 중국 등 주요 6개국과 함께 이란과 체결했던 ‘핵 합의’에서도 2018년 돌연 탈퇴한 데 이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복원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 국제사회의 우려와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트럼프는 급기야 지난 3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공습으로 이란 군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제거, 미·이란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외교를 모르는 트럼프의 일방주의는 세계 곳곳에 긴장을 심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로부터 무단 점령하고 있는 골란고원을 이스라엘의 영토로 선언한 데 이어 요르단 서안의 정착촌 건설이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고 41년 만에 미국의 외교적 입장을 뒤집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느닷없이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발표함으로써 미국을 도와 대테러전을 수행하던 쿠르드족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이에 시리아가 이란과 러시아, 터키 등의 각축장으로 변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극단적인 중동 정책은 중동을 일촉즉발의 화약고로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이) 시리아를 혼돈으로 밀어 넣고 이슬람국가(IS)를 대담하게 하는 진행 중인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자국에 도움이 되지 않고 중국을 견제한다는 이유로 올해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도 연내 탈퇴를 목표로 절차를 밟고 있으며, 글로벌 통상질서를 유지해온 세계무역기구(WTO)의 상소기구 기능도 무력화시켰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세계 보안관 역할을 하던 미국이 자국의 이익만을 쫓으면서 세계 안보·외교 질서를 조정하는 글로벌 리더십에 공백이 생겼고, 국제기구나 협약도 미국의 일방주의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더욱 ‘미국 우선주의’에 몰입하면서 전 세계는 ‘더불어’가 아니고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맹=돈’으로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 때문에 EU뿐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안보 지형도 흔들렸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가장 강력한 안보동맹이었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지난해 창설 70주년을 맞은 기쁨보다 존재의 위기에 직면했다. 나토와 상의 없이 시리아 철군을 결정한 미국의 일방주의와 시리아 쿠르드족 침공·러시아제 방공미사일 시스템 도입에 나선 터키의 독불장군 행태로 상처를 크게 입었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나토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며 나토 결속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지 않으면 무역으로 걸겠다’는 트럼프 으름장에 공평 분담을 약속하는 등 미국에 끌려다니는 무기력한 모습을 표출했다. 노골적인 분담금 증액 압박은 한미, 미일 등 동북아에서 미국의 안보이익을 위해 조력하는 전통 동맹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일에 올해 방위비 분담금을 지난해보다 4~5배 높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 올해 방위비 분담금으로 지난해(약 1조 389억원)의 다섯 배인 50억 달러(약 5조 8000억원)를 요구하고 있다. 무리한 방위비 분담 압박은 한미일 안보협력체계에 연쇄적으로 균열을 일으켰다.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이유로 한국에 수출 규제를 가하자 한국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계획으로 맞대응하면서 한일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지소미아 조건부 연기로 군사정보 공유에 균열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한일 간 소원해진 관계는 아직 봉합되지 않았다.17개월 동안 세계 경제를 위협하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오는 15일 ‘1단계 무역 합의’에 대한 서명으로 일단락될 예정이다. 2018년 3월 중국의 ‘불공정 무역을 바로잡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선공으로 시작된 미중 무역 전쟁은 양국이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세계 경제를 출렁이게 했다. 지난해 12월 15일로 예정됐던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직전에 미중이 전격적으로 1단계 합의를 이뤄 한숨 돌렸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이 앞으로 2년간 제조업, 에너지, 농업, 서비스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서비스의 추가 구매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2017년 중국의 대미 수입 총액이 1880억 달러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했을 때 2년간 미국산 제품·서비스 수입을 두 배로 늘려야 하는 셈이다. 미중이 완전히 무역분쟁을 타결하기까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100년 이상 미중의 무역전쟁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2단계 협상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하는 핵심 의제 중 하나가 중국의 대규모 산업 보조금 문제다. 미국은 그동안 보조금과 첨단기술 등을 2단계 의제로, 무역 합의에 대한 이행 강제 메커니즘 논의를 3단계 의제로 거론해왔다. 하지만 중국도 이 쟁점에서 쉽게 물러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보조금은 중국의 국가 주도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중국 지도자들에게 경제 관리의 주요 도구”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중의 전략적 경쟁 구도가 치열해질수록 한국은 정책적 선택의 압박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이 지금까지 미중의 패권싸움에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입장을 취해왔지만, 장기적으로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처럼 미중에 더 큰 압박과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워싱턴의 한 통상전문가는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한다면 한국은 중거리미사일 배치 등을 강요당할 수 있다”면서 “지금부터 명확한 원칙을 세우고 이에 따라 행동해야 미중에 불필요한 오해를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이란 핵 막자”…국제사회, 긴박한 중재

    “이란 핵 막자”…국제사회, 긴박한 중재

    미국의 드론 폭격으로 지난 3일 이란 혁명수비대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망하자 독일, 프랑스, 중국, 러시아, 영국 등이 긴급하게 전화외교에 나섰다. 미국과 이란의 물밑 접촉을 돕는 오만과 카타르의 움직임도 있었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 재개라는 최악의 선택을 하지 않도록 중재에 나선 것이다. 중러는 유엔 회원국에 대한 미국의 경고 없는 공습을 규탄했다. 4일(현지시간)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통화를 하고 “프랑스는 핵합의 유지와 긴장 완화라는 핵심 목표를 독일과 완전히 공유한다. 중국과도 이란에 추가적인 핵합의 위반이 없도록 촉구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이란이 핵 동결과 제재 완화를 명시한 2015년 핵합의(JCPOA)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하지만 아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5일 “핵합의 5단계 후퇴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외무장관은 이날 이란 테헤란을 방문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및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을 만나 ‘긴장 상황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중러는 미국의 이번 공습을 국제법 위반으로 정의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국무장관은 지난 3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이라크 모르게 이라크 영토에서 유엔 회원국의 관리(솔레이마니)를 제거한 것은 이라크의 주권을 무시한 것이며 국제법 위반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측도 미국의 무력 남용을 반대했다. 반면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과 통화를 했다며 “국제법상 미국은 자국민에 대해 임박한 위협을 가하는 세력에 대항해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전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중동 상황이 격화되겠지만 주요국들이 중재에 나서는 계기가 된 측면도 있다”며 “향후 이란과 미국이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탈북민 강제북송 60일, 그들은 16명을 죽였나(하) [강주리 기자의 K파일]

    탈북민 강제북송 60일, 그들은 16명을 죽였나(하) [강주리 기자의 K파일]

    정부가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로 탈북한 남성 2명을 강제 북송한 지 두 달이 됐다. 2019년 11월에는 한국행을 시도하다 베트남에서 체포된 탈북민 10명이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중국으로 추방됐다. 그들은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유엔 총회는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본회의를 열고 북한의 인권 침해를 규탄하고 즉각적인 개선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전원 합의로 채택됐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60개국이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렸지만 한국은 한반도 사정을 이유로 빠졌다. 탈북민 사회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숨죽인 탈북민 사이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탈북민 정책이 바뀐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생존과 자유를 위해 남한으로 넘어온 탈북민 수는 약 3만 5000명(추정치). 남한에 정착한 20~30대 탈북민 5명을 만나 이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인터뷰한 탈북민들의 신변 안전을 위해 이름은 모두 가명 처리했다.정부 “순수 귀순 의사 있다고 보기 어려워”탈북민 “5일 만에 북송…더 철저히 조사했어야” Q. ‘16명 살해’ 남성 2명 강제 북송한 것에 대한 탈북민 사회 반응은. 탈북민 사회에서는 16명 살해 남성 2명의 강제 북송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북송된 2명의 귀순 의사와 살인 혐의에 대해서도 더 철저하게 조사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2일 동료 선원을 살해한 혐의로 북한 남성 2명을 조사 5일 만인 같은 달 7일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했다. 이들이 북에서 타고 온 15m 길이(17t)의 오징어잡이배에서 가혹 행위를 하는 선장을 죽인 뒤 처벌이 두려워 잠을 자던 16명을 2명씩 차례로 불러내 40분 간격으로 살해하고 도주했다고 자백해 추방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승철(2012년 탈북)씨는 “(살해 여부를 떠나 북송된 2명이 이번 탈북을) 정말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탈북) 해본 사람들은 얘기한다”고 주장했다. 김지은(2002년 탈북)씨도 “탈북민들은 북송된 2명이 타고온 선박에서 쌀 95㎏, 옥수수가루 10㎏, 마른 오징어 40㎏(포대 40여개) 등의 음식물이 나왔다”면서 “배로 귀순 시도를 했던 탈북민들 말로는 대개 오징어잡이배를 가지고 나왔다가 한국 군에 의도적으로 잡히기 위해 공해상에서 표류하는데 버티기 위한 식량이 필요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씨는 “배를 탔던 탈북민들 얘기로는 배를 세워 놓고 잠을 자는데 상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엔진 시동을 끄면 매우 고요한 해상에서 2명이 16명을 아무도 모르게 죽이기는 정말 어렵다고 본다”고 의문을 제기했다.김씨는 “(탈북 과정을 미뤄볼 때) 두 사람이 한국 정부의 조사 과정에서 살인했다고 하지 않았다면 배에 탔던 자들의 신원을 다 불어야 했을텐데 그러면 북에 남은 사람들이 다치게 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탈북민 사회에서는 정부가 조사과정에서 북송된 2명이 흉기를 이용해 살해했다면서도 혈흔 감식 등 정밀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배를 북한으로 돌려보낸 점도 살해 가능성이 낮은 이유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북한 주민 2명이 16명을 살해한 뒤 시신과 살인도구 등을 모두 바다에 버렸다고 발표했다. 살해 가담자 1명은 북한에 체포됐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검역당국에 따르면 북한 주민이 타고 온 배와 선원의 옷 등은 나포 당일인 지난해 11월 2일 국가정보원의 요청으로 그날 오후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의해 즉각 소독됐다.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소독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야당에서는 증거인멸 의혹을 제기했다. 살인 증거와 관련해 김연철 통일부 장관(2019년 11월 7일)은 국회에서 “배에 여러 가지 흔적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이후 정부는 북의 증거 훼손 시비를 우려해 혈흔 감식 등 정밀조사를 하지 않은 채 8일 오후 배를 북한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김은한 부대변인도 “실체적 진실 규명에 한계가 있어 추방을 고려했다”며 증거 확보의 어려움을 밝혔다. 이에 따라 남겨진 진술 외에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물증은 사라졌다.앞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북송 당일(2019년 11월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들은 우리 해군에 진압된 직후 귀순의사를 표명했으나 일관성이 없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해 추방했다”고 밝혔다. 귀순의사의 진정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국정원도 이들이 나포 과정에서 북방한계선(NLL)을 넘나들며 도주해 해군이 나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합동심문 조사 과정에서 범행 사실과 이동 경로, 북한 내 행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들이 순수한 귀순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보호 신청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30일 강제북송과 관련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김연철 통일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형법상 살인방조죄, 불법체포·감금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언론은 이들 청년 2명이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했다는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살인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목선을 통해 탈출을 주선하던 탈북브로커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어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탈북민 “남한에서 법대로 처벌했어야”헌법학자 “헌법 3·4조 충돌 문제…통치행위 영역”  Q. 그렇다면 북송 대신에 어떻게 처벌했어야 한다고 보나. 탈북민 사회에서는 살해 여부를 떠나 귀순의사를 밝힌 만큼 헌법이 탈북민들을 한국 국민으로 규정하는 대로 법에 따라 처벌하면 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하선우(2017년 탈북)씨는 “정말 죄를 지었다면 한국 감옥에 보내 영원히 수감시켰어도 됐는데 귀순하겠다며 한국에 온 탈북민을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냈다”면서 “북에서 한국 드라마만 봐도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는데 북으로 보낸 것은 가혹했다는 게 탈북민들의 대체적인 견해”라고 말했다. 하씨는 “탈북민들 중에 북한으로 조금이라도 다시 돌아갈 마음이 있다면 절대로 한국 귀순의사를 밝히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탈북민의 북송은 곧 ‘죽음’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민준(2007년 탈북)씨는 “탈북민 가운데는 말을 못하거나 글을 못 쓰는 사람들도 있는데 통일부에서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다들 의문”이라고 답답해했다. 탈북민들은 탈북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북한군 등을 살해하고 온 경우들이 있었지만 과거에는 이런 것들에 대해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고 전했다.하씨는 “북에서는 살기가 어려워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많고, 탈북 과정에서 살기 위해 북한군을 죽인 사람들도 있다”면서 “제가 탈북했을 때는 범죄 유무를 물어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도 “설령 사람을 죽인 흉악범이라도 한국에서 재판 받고 감옥에서 교화 과정을 거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씨는 “2012년 10월에도 북한군 2명을 죽이고 온 탈북민을 한국군이 전투태세를 갖춰 대응하며 받아줬는데 이번과는 정말 상반된다”고 전했다. 이번 강제 북송과 관련해 헌법 학자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강제 북송에 대해 “헌법 3조와 4조가 충돌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헌법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기 때문에 고전적으로는 헌법 3조에 우선해 탈북민들이 한국 헌법의 적용대상이며 북한 주민도 한국의 국적을 가진다고 본다”고 전제했다.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 4조는 ‘한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추진한다’고 돼 있다. 한 교수는 “정부가 변명할 법리가 공허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법적 고려보다 정치적 고려를 우선한 통치행위 영역에 가깝다”고 판단했다.다만 한 교수는 한국의 국적법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한 교수는 “현재는 시대가 바뀜에 따라 3조의 영토조항과 4조의 평화통일 조항을 어떻게 설정할지에 논란이 있다”면서 “대법원은 지금까지 관행상 북한이 한국의 영토라고 해석해왔지만 헌법재판소는 북한에 대해 반국가단체인 반면 교류협력의 대상이라고 규정해 북한의 국가 지위를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헌재에 의하면 체제유지를 위한 북한은 부정의 대상이지만 북한 내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영역은 존중해줘야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북한 주민의 생활은 우리가 보호해야할 대상이라고 보기 때문”이라면서 “탈북민이 북한 주민의 생활상 안전을 침해한 사범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정부가 탈북민에 대해 충분한 조사를 했는지 안했는지 여부는 법적인 영역에서 유무죄를 가리기는 어렵다는게 학계의 판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헌법학자는 “헌법을 제정할 때 대한민국은 대한제국과 그 이전에 한국을 계승한 것으로 돼 있다”면서 “현 정부가 건국 100주년을 강조하는 상해 임시정부 때부터 현재의 헌법을 계승한다는 점에서 당연히 그때의 한반도 국민과 영토는 다 한국의 것이라고 헌법 3조는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주민이 중국에서 망명을 원한다고 말할 때 헌법에 의한다면 어디까지나 한국 국민인 만큼 우리나라에서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면서 “헌법에 따르면 한국의 주권은 부속도서뿐 아니라 한반도의 북한 주민들에게도 적용하기 때문에 만약 그들이 살인을 저질렀다면 한국에서 처벌할 수 있고 한국 법률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북한이탈주민법 9조에 집단살해 등 국제형사범죄자나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에 대해서는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는다고 보는 규정을 북송 근거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 것에 대해 헌법학자들은 하위 법령이 상위 법령인 헌법과 상충될 경우에는 통상 상위 법령을 더 존중하는 관례가 있다고 설명했다.탈북민 “강제 북송으로 탈북민 수 줄어 들 것”美 인권단체 “유엔 고문방지협약 묵살한 것” Q. 정부의 탈북민 정책이 변화했다고 보는가. 탈북민 사회는 대북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탈북민들을 한국 정부가 강제 북송하거나 외면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탈북민들은 북과의 대화와 인권 문제는 별개로 다뤄줄 것을 희망했다. 탈북민들은 한국 사회 정착을 위해 통일부 소속기관인 하나원에서 한국의 법과 제도 등 여러 가지 교육을 받는다. 하나원과 국정원에서는 그들에게 “헌법에 따라 한국땅을 밟으면 한국 사람이 된다”고 가르쳤다고 전했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북한이탈주민법) 3조에는 한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의사를 표시한 북한이탈주민을 적용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탈북자들은 이 법에 의해 신속히 한국 생활에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보호와 지원을 받는다. 해당 법 4조 기본원칙에는 보호대상자(탈북민)를 인도주의에 입각해 특별히 보호하고 한국의 자유민주적 법 질서에 적응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김씨는 “탈북민 사회에서는 이번 일로 한국으로 오는 탈북민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우리도 평범한 국민으로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내비췄다. 김씨는 “고문과 처벌의 위협이 있을 때 강제로 본국에 보내지 않는 강제송환금지 조항이 있다”면서 “강제 북송을 막을 수 있는 특별법이 만들어지기를 다들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14일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도착한 북한 주민은 한국 국민이 될 수 있는 헌법적 권리가 있다”면서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들과 인도 요청 대상자들에 대한 보호 조치 없이 추방이 이뤄졌다”고 한국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커비 전 위원장은 “한국과 북한 사이에는 신병 인도 문제를 관장하는 법률이나 조약 의무가 없다”면서도 “관련 조약이나 법조인의 도움 없이 추방 조치가 이뤄졌다”며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다.미국의 인권감시기구 휴먼라이트워치(HRW)도 같은 달 12일 성명을 통해 ‘한국 정부 조치에 불법적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필 로버트슨 HRW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해당 성명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 선원 두 명을 고문 위험 국가인 북한으로 추방한 것은 국제법상 불법”이라면서 “(한국 정부의) 빠른 북송 조치는 유엔 국제고문방지 협약을 묵살(disregard)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HRW이 지적한 ‘유엔협약’은 고문 위험 국가로의 추방·송환·인도를 금지한 ‘유엔 고문방지협약 제3조’를 뜻한다. 미국 대북 제재 및 인권전문가로 알려진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역시 “북한 주민들을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따라 처우하고 한국 법원에서 재판했어야 했다”면서 “이번 사건은 확인되지 않은 북한의 일방적 주장에 따라 탈북민을 강제로 북송할 가능성을 열었다. 매우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같은 달 북한 선원의 강제송환에 대해 “범죄 행위가 있다고 해서 개인의 난민 지위가 자동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북한 주민) 두 사람의 범죄 행위가 확인도 되기 전에 범죄자로 낙인찍어 북한으로 송환한 것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위반한 것이며 비인도적인 국제인권 규범 위반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강주리 기자의 K파일은 강주리 기자의 이니셜 ‘K’와 대한민국의 ‘K’에서 따온 것으로 국내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다룬 취재파일입니다.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사까지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온라인 서울신문에서 볼 수 있습니다.
  • 北노동신문 “미국과 평화는 환상…제재 완화 미련은 자멸”

    北노동신문 “미국과 평화는 환상…제재 완화 미련은 자멸”

    제5차 전원회의 사상 학습 촉구 사설“제국주의 침략적 본성 변하지 않아”“자력 난관 극복 공세적 자세” 강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4일 미국과 평화를 기대할 수 없고, 제재 완화에 대한 미련을 가지는 것은 자멸이라면서 자력으로 난관을 극복하려는 ‘공세적’ 자세를 주문했다. 노동신문 이날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사상을 깊이 학습하자’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적과 평화에 대한 환상, 제재 완화에 대한 미련을 가지는 것은 곧 자멸의 길”이라는 전원회의 기본 사상을 깊이 체득해 “자신의 뼈와 살로, 확고한 신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재 해제 미련을 버리라는 메시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원회의 발언 보도를 통해 이미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된 바 있지만, 이날 사설에서는 “평화도 환상”이라는 지적까지 나온 것이다.사설은 “전원회의의 기본 사상, 기본 정신은 정세가 좋아지기를 앉아서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정면돌파전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제재 압박 등을 “과감한 공격전,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혁명정신”으로 짓부술 것을 주문했다. 또 모든 당원과 근로자가 “남에 대한 의존심을 깡그리 불사르고 혁명을 자체의 힘으로 수행하려는 확고한 입장”을 받아들이도록 사상교육을 강화하고 자기 부문, 자기 단위에서 이행하기 위한 방안을 찾을 것을 당부했다. 노동신문은 별도 논설에서도 “전원회의의 기본 사상, 기본 정신에는 적과 평화에 대한 환상, 제재 해제에 대한 미련은 금물이라는 역사의 진리와 교훈이 반영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과 적대 세력들이 우리가 편하게 살도록 가만두리라는 꿈은 꾸지도 말아야 한다”면서 “승냥이가 양으로 변할 수 없듯이 제국주의의 침략적 본성은 절대로 변할 수 없다. 오늘 미국의 행태가 바로 그러하다”고 주장했다.신문은 “적들은 우리 공화국의 국방 분야뿐 아니라 경제 건설과 인민 생활과 관련된 모든 통로를 완전히 폐쇄하고 차단하기 위하여 봉쇄 압박의 도수를 더욱 높이고 있다”면서 미국이 북한을 약화하려고 ‘대화 타령’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미국의 강권과 전횡이 판을 치는 오늘의 세계에서 누구도 우리를 도와주려고 하지 않으며 도와줄 수도 없다”면서 제재 해제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제재를 자력으로 무력화할 힘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유엔 회원국들은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조치를 내렸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유엔 회원국 20여개국은 북한 노동자 송환에 대한 이행보고서를 내년 3월까지 제출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최근 북한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결의안 초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했지만, 미국 등의 반대로 채택 가능성은 거의 없다. 노동신문은 이어 “(전원회의에) 피동적인 방어가 아니라 주동적인 공격만이 부닥친 난국을 유리하게 전변시켜 나갈 수 있다는 혁명의 철리가 구현돼 있다”면서 “제국주의 반동들과의 치열한 대결전에서 피동적인 방어는 곧 자멸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北 전원회의 분석 2] “북미 ‘현상 동결’ 후 4자회담 통해 중국 활용해야”

    [北 전원회의 분석 2] “북미 ‘현상 동결’ 후 4자회담 통해 중국 활용해야”

    전문 1 보러가기 정성장 북한은 금강산 개별 관광이 유엔제재 대상이 아닌데도 남한이 미국 눈치 보느라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불만이 크다. 그리고 북한은 한국정부가 앞에선 평화를 말하면서도 뒤에선 스텔스 전투기 도입 등 군비 증강과 예산 증액에 매달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조성렬 당국자간에 신뢰가 없어서 조기 재개하기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민간 부분에선 오히려 북미협상 장기화 국면에 민간교류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고, 북한으로서도 대남관계 관리 위해 고려해야만 할 것으로 생각한다. 사회 우리 정부의 대북 라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어떻게 해야 하나. 정성장 적에게도 배울게 있으면 배워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방 간부들까지 불러 3박 4일 동안 북한이 나아가야할 방향, 생존전략과 안보전략 방향에 대해서 장시간 얘기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 전원회의 개최 전까지 치열한 내부 토론 통해 종합된 의견을 갖고 김 위원장이 얘기했다고 봐야 한다. 상황을 어떻게 주도할지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고 북한과 상대해서는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정부는 강한 비핵화 의지만 보여주었지 북한과 미국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북한처럼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이대로라면 북한이 주도하는 방향에 끌려 갈 수밖에 없다. 평화에 대한 의지만으로는 안 되고 그야말로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기존의 외교?안보?대북 라인에 문제는 없는지, 정부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조성렬 하노이 회담까지는 우리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넘어 어느 정도 당사자 역할도 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은 볼턴을 경질하고 비건이 부장관에 오르는 등 쇄신이 있었다. 북한도 김영철 국무위원이 뒤로 물러나고 외무성 중심으로 바뀌었다. 이에 비해 우리는 마땅히 바꿨어야 할 기존 라인이 그대로이고 변화된 상황에 따른 대응도 바뀐 게 없어 정책피로가 상당해 보인다. 부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김정은 위원장을 초대하는 친서를 보낸 데 대해 북한당국은 남한 당국자들이 북한체제의 특성을 이해 못하고 있고 정세 판단도 제대로 못한다고 비판하는 보도문을 내보냈다. 흔히 보수정부보다 진보정부가 북한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북한의 불만을 보면 우리 정부가 북한을 너무 모르고 자신들의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대북정책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성장 우리 대북 라인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현실적이지 못하고, 북한이 어떤 입장과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사회 한중 정상회담 때 철도 얘기한 것도 이상했다. 조성렬 북한이 관심을 두는 것은 단순한 남북철도 연결이 아니라 고속철 건설이다. 북한은 단번 도약(퀀텀 점프)를 바라는데 우리 정부의 제안은 1980년대식의 기존 철도 연결에 머물러 있다. 김 위원장이 집권하면서 절대로 남측의 지원을 일방적으로 받지 말고 호혜적으로 하라고 간부들에게 당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가 지원량도 얼마 되지 않으면서 원조, 원조하니 북한이 반응을 안 보이는 것이다. 정성장 중국이 북한에 지원한 것에 비해 1/20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규모의 식량 지원 가지고도 한국정부가 여기저기 눈치 보느라 찔끔 지원하고 생색내려고 하니 북한으로선 한국정부에 대해 반감이 생길 법하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제재 대상 아니므로 보다 과감하게 했어야 한다. 사회 전문가들이 많이 지적하는데 도대체 바뀌지 않는다. 정성장 한국정부가 2018년의 남북 및 북미 대화 국면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큰 역량을 발휘했지만 그 후 국면에서 대안 제시에 명백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한반도 냉전구조의 해체를 위해 북한과 미국 모두에게 큰 그림을 제시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정부는 한미 워킹그룹에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같은 작은 문제들만 주로 논의했다. 북미협상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우리 스스로를 위축시키는 결과만 초래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전문가들과 활발한 토론이 진행되었는데 현 정부에서는 그것이 매우 부족하다. 사회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여 다자간 구도로 바꿔나갈 것이다. 우리가 휘말릴 위험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조성렬 중국은 본질적으로 한반도 문제 당사자를 자임해왔다. 미중 무역분쟁이 한숨 돌렸으니 여력이 생겼다. 시진핑 주석이 작년 상반기에 평양을 방문해 북중 정상회담을 가졌으니, 금년 봄 서울을 방문해 한중 정상회담을 가져 판을 4자 논의구조로 바꾸자고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으로선 중국을 ‘뒷배’ 삼아 대미 협상력 높이고, 북미협상이 끝내 결렬되더라도 미국의 보복을 견제하는 안전판으로 중국을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시 주석이 2018년 5월 다롄 2차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약속한 것은 ‘비핵화 약속을 위반하면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해도 우리는 책임 못 진다. 반면에 북한이 약속 지켰는데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깨면 체제안전과 경제번영은 우리가 보장한다’는 것이었다. 정성장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에서 첫 번째 목표는 한반도 안정이고 두 번째 목표가 비핵화다. 중국도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의 진전을 가져오려면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대북 제재의 구멍을 메울 수도 크게 할 수도 있는 것이 중국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비교적 잘 견뎌온 것도 중국과의 협력 덕분이다. 현재 대북 제재가 북한에게 심각한 고통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굳이 미국과 자신의 핵포기를 논의하는 협상에 나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과 한국 대통령에게 거짓말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비핵화 협상 의지가 약해진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북한의 경제상황은 호전됐고, 북미가 접점을 찾지 못했으며, 북한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리비아 해법’을 미국에 요구한 것 등이 북한의 협상 의지를 약화시켰다. 결국 다시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내기 위해선 중국과의 협력이 필수다. 북한은 미국에서 정권이 바뀌어 북미 합의가 깨지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핵포기 후 미국에서의 정권 교체로 북한의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중국의 대북 안전보장 제공 및 비핵화 협상 참여가 필요하다. 북미 양자회담을 남북미중의 4자회담으로 확대하면, 4자회담의 틀 내에서 남북 간 접촉이 가능해진다. 4자회담에서 중요한 진전이 이루어지면 일본, 러시아도 참여하는 6자회담으로 발전시키는 방안까지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6자회담과 다르게 관련국들 간 실무회담과 정상회담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정부가 북미협상을 4자 또는 6자 협상으로 확대하는 것의 장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조성렬 조심스럽게 제안한다면 현상 동결(stand still) 합의가 필요하다. 미국 대선의 중요 이벤트가 줄줄이 이어지고 우리 4·15총선, 7월 24일~8월 9일 도쿄올림픽 등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나드는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 파국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모멘텀들이 줄줄이 있다. 이런 상황에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모든 조치들을 하지 않고 그대로 멈춰서는 잠정합의가 필요하다. 이런 합의를 해놓고 북미, 남북 대화 재개 노력을 하고 현상 동결 합의를 위한 보증자로 중국과 러시아를 참여시켜 실질적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노력을 미 대선 때까지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북한이 여기에 응하면 상응 조치로는 한미 훈련 중단 정도로 안 되고, 가능하면 해외파견 노동자들의 강제입국 동결이나 유예 조치, 제재를 일부 동결함으로써 북한의 숨통을 틔워주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성장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노력과 함께 또 다른 한편으로 남북관계와 북미 교착 장기화를 염두에 둔 대북 전략의 수립도 필요하다. 북한은 ‘정면돌파’ 노선 발표와 함께 핵과 미사일을 질적, 양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의 전략무기의 양이 늘어날 텐데 북한의 핵무기가 100여개로까지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비관적 상황에 대해서도 대비하는 균형적 태도와 냉정한 현실 인식 및 치열한 고민 그리고 현실성 있는 대안 마련을 위해 한국 정부는 보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北 전원회의 분석 1] “北은 치열하게 생존전략 고민하는데 우리는”

    [北 전원회의 분석 1] “北은 치열하게 생존전략 고민하는데 우리는”

    “북한이 저렇게 치열하게 생존 전략을 고민하는데 과연 우리 정부는…” 조성렬(62)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과 정성장(55)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연말 나흘 동안의 당 전원회의 결과 보고서로 신년사를 대체한 새해 첫날 서울신문 평화연구소와의 신년 대담을 통해 하노이 결렬 전후에 미국과 북한의 협상 라인이 교체됐는데 우리 대북 라인에는 일정한 쇄신이 없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아주 치열하게 앞날을 고민하는 데 견줘 우리는 너무 고지식하고 답답하게 대응해왔다는 날선 지적을 내놓았다. 또 올해 북한이 미국 대통령 선거와 한국 총선, 도쿄올림픽 등 전략무기로 도발할 수 있는 모멘텀이 널려 있어 현 상태에서 ‘그대로 멈추는’ 합의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또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당사자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해 남북미중 4자회담으로 북미 협상의 틀을 확대하고 다시 6자회담으로 넓혀 향후 평화체제 구축의 디딤돌로 삼자는 얘기도 나왔다. 사회는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이 봤다.사회 전원회의 결과 보고서 총평부터 해달라. 조성렬 많이 우려했지만 생각만큼 파격적인 내용은 없었다. 특히 전원회의 결과 보고서로 신년사를 대체한 것은 단순한 형식의 변화가 아니라 2018년 신년사 이후 한반도 정세 변화를 주도해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톱다운 방식이 하노이 노딜로 타격을 입고, 이제는 중견 간부 이상의 의견을 수렴해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고, 비핵화 조치를 일방적으로 중단하지 않고 조건부로 여지를 남겼다. 전반적으로 김 위원장이 파국으로 끌고가기보다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상황을 관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김 위원장이 나흘 동안 평양에 간부들을 모아 안보전략과 생존전략에 대해 논의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공언하지 않았지만 내용적으로는 미국과 협상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간접적이지만 명확하게 드러냈다. ‘정면돌파 노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국제사회의 어떤 제재가 닥쳐도 북한은 선택한 길을 간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북한이 사실상 핵·미사일 능력을 질적 양적으로 강화하겠다고 정확히 밝힌 마당에, 우리 정부는 북한이 치열하게 고민한 것에 대한 대응을 역시 치밀하게 해야 할 것 같다. 사회 나흘의 전원회의, 신년사 생략이 처음부터 계획됐다고 보는가. 정성장 할아버지 김일성 따라한 것으로만 보는 건 적절하지 않다. 늘 북한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느끼면 나흘이고 닷새고 전원회의를 이어갔다. 1990년 1월 5~9일 전원회의를 했는데 동구권과 베를린 장벽 붕괴로 어렵다고 판단되는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 닷새 동안 토론했다. 1974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후계로 지명했을 때도 길게 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7시간이나 보고했다는 것은 작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당과 정부 간부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지침을 전달했다는 점 등에서 아주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볼 수 있다. 사회 ‘새로운 길’이 생각보다 약해 보인다. 우리가 놓친 것은 없는지. 정성장 북한의 표현이 과거에 비해 덜 거친 것은 중국과 러시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2017년 12월 이후 상황을 나름대로 잘 관리할 수 있었던 배경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다. 노골적으로 과거의 핵경제 병진 노선으로 간다고 강경하게 표현하면 북중관계 악화가 불가피하다. 해서 이번 보고서 내용을 보면 상당히 추상적이고 모호한 표현이 많아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보인다. 조성렬 지난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 가능성을 처음 얘기했고 그 뒤 그것을 제대로 정의한 적이 없다. 지금 결정서에도 새로운 길의 실체가 없다. 추정하자면, 김 위원장이 지난해 4월 20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얘기한 세 가지, 자립자력의 열풍을 통한 자력갱생, 국가방위력 향상을 통한 군사력 강화, 세계평화애호세력과의 국제연대라고 정리할 수 있다. 결정서를 보면 자력갱생을 자력부강, 자력번영으로 표현하였고, 지난해 시정연설에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장기적 성격을 띤다고 했는데 이번에 다시 천명하였다. 다른 산업 분야도 일정한 성과를 올려달라고 주문했다. 북한이 지난해 병진노선 종료 선언하면서 경제총력노선으로 넘어갔는데, 결정서에는 핵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음으로써 다시 병진노선으로 돌아간다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과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해 6·12 싱가포르 합의한 레드라인을 넘느냐가 관심사인데 결정적인 파기 선언은 하지 않았다. 협상 중단을 선언하지도 않았다. 대미 강경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판을 깬다는 비난은 피하고 싶었던 것으로 읽힌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 제재 일부 완화 초안을 제출했고 회람 중이라 두 나라의 체면도 살려주자는 뜻도 있겠고, 자신들이 레드라인을 넘으면 되돌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 김 위원장이 ‘시간은 북한 편’이라고 본다고 했는데. 정성장 2013년 병진노선을 채택할 때만 해도 국제사회 제재가 지금처럼 강력하지 않았다. 북한의 군사기술이 제대로 발전하지 않아 재래식보다 핵미사일에 집중했다. 그러나 지난해 단거리 시험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면서 이제 북한은 핵무기 집착에서 벗어나 재래식 무기도 강화하는, 포괄적 국방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7년 전만 해도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정상회담도 못하고 관계 개선도 안됐는데 지금은 북중관계가 정상화됐다. 또 북한 제조업의 국산화도 진척됐고, 북한 스스로 발전 모색이 가능하다는 자신감도 갖게 됐다. 사회 많은 이들이 북미 대화의 전기가 4~5월에 만들어질 것이라고 보는데. 조성렬 매년 2월 말부터 3월 말까지 키리졸브 훈련을 실시했는데, 작년에는 동맹2019-1이라는 이름으로 실시했다. 올해도 이걸 강행하겠다고 하면 북한은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작년엔 평창올림픽 이후로 한미 군사연습을 미루고, 실제 훈련도 아주 간략하게 형식적으로만 치뤘는데, 이를 통해 남북과 북미 관계 돌파구를 마련한 것도 사실이다. 해서 4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더욱 신경쓰는 건 핵비확산조약(NPT) 창립 50주년을 맞아 5월초 뉴욕에서 NPT평가회의 열리는 것과 맞춰 트럼프 대통령의 치적으로 자랑스럽게 과시할 수 있지 않느냐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미국 대선 예비경선이 치열해질 시점이고 우리도 4·15 총선이 있어서 우리 정부는 그 전에 북미협상 돌파구를 마련하고 싶겠지만 그 때까지 북미의 입장 차는 결코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미국도 시간 끌면서 상황 나빠지지 않게 관리하는 선에 그치지 않을까 싶다. 북한도 트럼프가 재선되지 않을 가능성 때문에라도 무리하게 나서지 않을 것이다. 사회 지난해 신년사와 비교해 남북관계가 딱 한 줄 스치고 지나가듯 언급됐는데. 정성장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 중요하게 고려된 적도 있었다. 1990년 1월 전원회의 직후 남북 정부정당 연합회의를 제안해서 이것이 고위급 회담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번에 남북관계를 언급 안한 것은 한국정부 역할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에서 자율성을 보여주지 못했고, 북미협상 관련해 특별히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거나 건설적 역할을 못했다고 보기 때문에 지난 4월 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이후 북한은 의도적으로 남한을 배제해왔다. 조성렬 지난해 하노이 결렬 이전만 해도 남북이 긴밀하게 협의했던 것 같다. 하노이 노딜 이후 강한 불만이 표출됐고 북한은 제재 완화에서 안보 문제로 중심점이 이동했는데도 남쪽이 이를 무시하고 계속 경제문제만 얘기하자 불만이 극에 달했다. 예를 들어 G20 회의 직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경제론을 주창하고, 8·15 경축사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되풀이하고,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DMZ국제평화지대를 위한 남북철도연결을 공언하자 안보리 제재 같은 것 하나 풀어주지 못하면서 허황된 약속만 늘어놓는다고 보는 게 아닌가 싶다. 더욱이 첨단 무기 도입하고 한미 군사연습 계속하는 데 대한 불만들이 쌓여 북한 내부에서도 대남 불신이 커진 것 같다. 최근 북한 내부적으로는 남북 당국간 대화의 동결은 북미 관계와 연동돼 있어 상당 기간 교착이 불가피하지만 민간 교류까지 막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얘기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사정 때문에 당 전원회의에서 남북문제를 논의했으면서도 결정서에는 담지 않은 것 같다. 북미 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정부가 독자적으로 움직일 여지가 없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우리측을 무시했다기보다 4월 총선도 있고 해서 과연 한국정부를 비난하는 게 도움이 될지 정치적 고려를 한 것 같다. 봄이 되면 민간 교류에 관한 제안이 올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 볼턴 “한미 훈련 재개를”… 中 “한반도 긴장 고조 바람직 안 해”

    볼턴 “한미 훈련 재개를”… 中 “한반도 긴장 고조 바람직 안 해”

    北·이란 위기 트럼프 ‘채찍’만 구사 의문 中 “북미 서로 마주보고 협상 모색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재개할 수 있음을 시사한 데 대해 미국 여론이 득실 계산에 나섰다. 한미 연합훈련 전면 재개 및 포괄적 대북 제재 강화 등 강경론이 주를 이루었고, 남북 관계보다 북중 관계를 주목하는 분위기였다.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일(현지시간) 게재한 트위터에서 “미국은 한국에서 취소되거나 축소된 모든 군사 훈련을 완전히 재개해야 한다”며 “미군이 진정으로 ‘오늘 밤 싸울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한 의회 청문회를 개최하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도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이 주장해 온 ‘대북 최대 압박 2.0’ 전략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다. ‘김 위원장의 위협을 무력화하기 위해 공격적인 장기 프로그램으로 지금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중국·러시아의 대북 제재 완화 움직임을 막는 동시에 북한의 해외 은닉자산을 찾아내고, 달러 유입 채널도 막자는 것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채찍만 구사하기에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북한과 함께 양대 외교 난제로 꼽히는 이란의 저항이 이어지면서 이라크의 바그다드 주재 대사관이 친이란 시위대의 공격을 받을 정도로 중동 정세가 심상치 않다. 미국이 일방적인 대북 강경책을 이어 갈 경우 중러가 대북 제재 공조 틀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외 6자 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날 정치전문매체 더힐 기고문에서 북한이 소위 ‘성탄절 선물’(추가 도발)을 보내지 않은 건 중국의 외교 노력이 관련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중 간 이해관계 등을 제대로 파악해 대처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한편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현 한반도 정세에서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리는 관련국, 특히 북미 양국이 대화 협상을 견지하고 서로 마주보고 걸으며 교착 국면을 깨뜨릴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실질적으로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3월 한미훈련도 축소 방침…北 ‘레드라인’ 도발 막는다

    3월 한미훈련도 축소 방침…北 ‘레드라인’ 도발 막는다

    국방부 “한미 긴밀 공조로 조정 시행 입장” 연합훈련 실시 땐 北 ICBM 발사할 수도 인민군 창건일 도발땐 훈련 재개 가능성文대통령 “남북관계 운신의 폭 확대 노력”북한이 지난 1일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며 ‘새로운 전략무기’ 공개를 예고하면서 한미가 오는 3월 예정된 연합훈련 실시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대규모 훈련을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2일 연합훈련과 관련해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하에 조정 시행한다는 기조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한미는 대규모 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연습과 독수리훈련(FE)을 폐지하고 대신 기간과 규모를 축소한 ‘19-1 동맹’을 진행했다. 올해 훈련도 일단 이와 같은 형태로 계획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한은 축소된 훈련조차 ‘침략연습’이라고 비난해 왔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일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보도하며 “조미(북미) 사이의 신뢰 구축을 위해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를 중지하고 핵시험장을 폐기하는 선제적인 중대 조치들을 취한 지난 2년에도 미국은 이에 응당한 조치로 화답하기는커녕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크고 작은 합동군사연습들을 수십 차례나 벌려 놓았다”고 주장했다. 오는 3월 어떤 형태로든 연합훈련이 실시된다면 이를 명분으로 ICBM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한미가 연합훈련 유예라는 결단을 내려 북한이 ‘레드라인’(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북한이 연합훈련을 명분으로 ICBM을 발사한다면 그동안 ICBM 발사 중단을 성과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 국면에서 곤경에 처할 것”이라며 “미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까지 훈련을 유보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북한이 다음달 8일 인민군 창건일을 계기로 군사 도발에 나선다면 한미가 기존 대규모 훈련을 재개할 수도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남북 관계에서도 더 운신의 폭을 넓혀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년 합동인사회 신년인사에서 “지난해에도 우리는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며 한반도 평화를 향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고 북미 정상 간의 대화 의지도 지속하고 있다. 평화는 행동 없이 오지 않는다”며 이렇게 밝혔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5차 전원회의 발언에 남북 관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던 점에 비춰 더 주목된다.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에서 북한이 사실상 핵·경제 병진노선 회귀를 시사하며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만큼 촉진자의 입지는 위축된 게 사실이지만,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이어 나가겠다는 의미다. 동시에 김 위원장을 향한 메시지로도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러의 유엔 대북 제재 일부 완화 결의안에 대해 논의하는 등 최근 북한의 비핵화 실천에 대한 ‘상응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문 대통령은 향후 미중 정상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고, 대화 모멘텀이 유지되도록 적극적인 상황 관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정부 대북 전략 아쉬워… 남·북·미·중 4자회담 확대 가능성 대비”

    “정부 대북 전략 아쉬워… 남·북·미·중 4자회담 확대 가능성 대비”

    “북한이 저렇게 치열하게 생존 전략을 고민하는데 과연 우리는….” 조성렬(62)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과 정성장(55)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과 보도로 신년사를 대체한 새해 첫날, 서울신문 평화연구소 신년 대담을 통해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미국과 북한의 협상 라인이 교체됐는데 우리 대북 라인에는 쇄신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아주 치열하게 앞날을 고민하는 데 비해 우리는 대북전략 수정 없이 관성대로 대응해왔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또 올해 북한이 미국 대통령 선거와 한국 총선, 도쿄올림픽 등 전략무기로 도발할 수 있는 모멘텀이 널려 있어 현 상태에서 ‘그대로 멈추는’ 합의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당사자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만큼 남북미중 4자회담으로 북미 협상의 틀을 확대하고 다시 6자회담으로 넓혀 평화체제 구축의 디딤돌로 삼자는 얘기도 나왔다. 사회는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이 봤다. -전원회의 총평부터 해달라. 조성렬 많이 우려했지만 생각만큼 파격적인 내용은 없었다. 특히 전원회의 결과 보고서로 신년사를 대체한 것은 단순한 형식의 변화를 넘어선 것이었다. 2018년 신년사 이후 한반도 정세 변화를 주도해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톱다운 방식이 하노이 노딜로 타격을 입었다. 이제는 중견 간부 이상의 의견을 수렴해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고, 비핵화 조치를 일방적으로 중단하지 않고 조건부로 여지를 남겼다. 전반적으로 김 위원장이 파국으로 끌고가기보다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상황을 관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김 위원장이 나흘 동안 평양에 간부들을 모아 생존전략을 논의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공언하지 않았지만 협상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간접적이지만 명확하게 드러냈다. 북한의 새로운 노선을 ‘정면돌파 노선’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데, 북한은 국제사회의 어떤 제재가 닥쳐도 선택한 길을 간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북한이 사실상 핵·미사일 능력을 질적, 양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명확하게 밝힌 마당에 우리 정부는 북한이 고민한 것 이상으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새로운 대북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조성렬 지난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 가능성을 처음 얘기했고 그 뒤 그것을 제대로 정의한 적이 없다. 지금 결정서에도 새로운 길의 실체가 없다. 추정하자면, 김 위원장이 지난해 4월 20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얘기한 세 가지, 자립자력의 열풍 통한 자력갱생, 국가방위력 향상을 위한 군사력 강화, 세계평화애호세력과의 국제연대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지난해 병진노선 종료를 선언하면서 경제총력노선으로 넘어갔는데, 결정서에 핵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음으로써 다시 병진노선으로 돌아간다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신경을 썼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 제재 일부 완화 초안을 제출한 것을 감안했고, 레드라인을 넘으면 되돌아가기 힘들다는 것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시간은 북한 편’이라고 보는 것 같은데. 정성장 북한이 2013년에 경제핵 병진노선을 채택할 때만 해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지금처럼 강력하지 않았다. 7년 전만 해도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정상회담조차 못했는데 현재는 북중, 북러 관계가 상당히 개선됐다. 또 북한 상품의 국산화도 상당히 진척됐고 북한 스스로 경제발전이 가능하다는 자신감도 갖게 됐다. -많은 이들이 북미 대화의 전기가 4~5월에 만들어질 것이라고 보는데. 조성렬 매년 2월 말부터 3월 말까지 키리졸브 훈련이 있다. 올해도 이걸 강행하겠다고 하면 북한은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미 군사연습을 미루고, 실제로도 아주 간략하게 형식적으로만 치러 남북과 북미 관계 돌파구를 마련한 경험이 있다. 해서 4월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이 더욱 신경 쓰는 건 핵확산금지조약(NPT) 창립 50주년을 맞아 5월 뉴욕에서 평가회의 열리는 것과 맞춰 트럼프 대통령의 치적으로 과시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 같다. 미국도 시간 끌면서 상황이 나빠지지 않게 관리하는 선에 그치지 않을까 싶다. 북한도 트럼프가 재선되지 않을 가능성 때문에라도 무리하게 나서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신년사와 비교해 남북 관계가 딱 한 줄 지나가듯 언급됐는데. 정성장 북한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가 중요하게 고려된 적도 있었다. 1990년 1월 전원회의 직후 북한은 남북 최고위급 정부, 정당 협상회의를 제안해서 이것이 고위급 회담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이 남북관계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한국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에서 자율성을 보여주지 못했고, 북미협상과 관련해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했다고 보기 때문에 지난해 4월 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이후 북한은 의도적으로 남한을 배제해왔다. 조성렬 지난해 하노이 회담 결렬 이전만 해도 남북이 긴밀하게 협의했던 것 같다. 하노이 노딜 이후 강한 불만이 표출됐고 북한은 제재 완화에서 안보 문제로 중심점이 이동했는 데도 남쪽이 계속 경제 문제만 얘기하자 불만이 극에 달했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남북 당국간 대화는 북미 관계와 연동돼 있어 상당 부분 교착이 불가피하지만 민간 교류까지 막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얘기가 많았던 것으로 안다. 이런 속내 때문에 당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남북 문제가 빠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봄이 오면 민간 교류에 관한 제안이 올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우리 정부의 대북 라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성장 적에게도 필요하면 배워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방 간부들까지 불러 3박 4일 동안 북한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장시간 얘기한 것은 그 전에 치열한 내부 토론을 통해 종합 된 의견을 갖고 그런 것이다. 상황을 어떻게 주도할지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고 북한과 상대해서는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정부는 강한 비핵화 의지만 보여주었지 북한과 미국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북한처럼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 조성렬 하노이 회담까지는 우리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넘어 어느 정도 당사자 역할도 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은 존 볼턴을 경질하고 스티븐 비건이 부장관에 오르는 등 쇄신이 있었다. 북한도 김영철이 뒤로 물러나고 외무성 중심으로 바뀌었다. 이에 비해 우리는 기존 라인을 바꾸지 않고 대북 정책의 재검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책 피로가 상당해 보인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여 다자간 구도로 바꿔 나가려 할 것이란 예측이 많다. 조성렬 중국은 본질적으로 한반도 문제 당사자를 자임해왔다. 미중 무역분쟁이 한숨 돌렸으니 여력이 생겼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상반기 북중 정상회담에 이어 올봄 서울 방문을 통해 판을 4자 논의 구조로 바꾸자고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으로선 중국을 ‘뒷배’ 삼아 대미 협상력 높이고, 북미 협상이 끝내 결렬되더라도 미국의 보복을 견제하는 안전판으로 중국을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정성장 중국의 첫 번째 목표는 한반도 안정이고 두 번째 목표가 비핵화다. 중국도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의 진전을 가져오려면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북한은 미국의 정권이 바뀌어 북미 합의가 깨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핵포기 후 미국에서의 정권 교체로 북한의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중국의 대북 안전 보장 제공 및 비핵화 협상 참여가 필요하다. 북미 양자회담을 남북미중의 4자회담으로 확대하면 4자회담의 틀 안에서 남북 접촉이 가능해진다. 4자회담에서 중요한 진전이 이뤄지면 일본, 러시아도 참여하는 6자회담으로 발전시키는 방안까지 고려할 수 있다. 조성렬 조심스럽게 제안한다면 현상 동결(stand-still) 합의가 필요하다. 미국 대선의 중요 이벤트가 줄줄이 이어지고 우리 4·15 총선, 7월 말 도쿄올림픽 등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나드는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합의를 한 다음 북미, 남북 대화 재개 노력을 하고 보증자로 중국과 러시아를 참여시켜 실질적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노력을 하반기까지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여기에 응하면 한미 훈련 중단은 물론이고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강제 입국 동결이나 유예, 제재를 일부 동결함으로써 북한의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다. 임병선 사무국장 bsnim@seoul.co.kr 정리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전문 1 보러가기 전문 2 보러가기
  • “김정은, 트럼프 양보 얻어내려 압박 증대…위험한 치킨게임”

    “김정은, 트럼프 양보 얻어내려 압박 증대…위험한 치킨게임”

    美전문가들 北전원회의 분석…트럼프 ‘꽃병 언급’ 빗대 “원자핵 꽃병” 北 대화 여지 열어둔 데도 주목…“참을성 있고 유연한 접근법 필요”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정책 노선을 결정하는 전원회의에서 내놓은 발언과 관련,대미 압박 수위를 최대한 높여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려는 조치로 분석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북한이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중단 폐기를 시사하면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는 않았지만 이는 대북 적대시 정책을 바꿔야 가능하다며 공을 미국에 넘긴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미 국익연구소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담당 국장은 31일(현지시간)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해 “김정은은 위험한 지정학적 치킨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그들이 가장 원하는 두 가지 양보, 제재 해제와 모종의 (체제)안전 보장을 얻기 위해 사실상 ICBM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들이밀었다”고 말했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도 “2020년 북한의 대미 접근법은 과거 접근법과 매우 유사할 것”이라며 이는 점점 도발적인 시험을 통해 압력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니얼 디페트리스 디펜스 프라이오리티스 연구원은 트윗에서 “김정은의 새로운 길이라는 것은 ‘우리는 외교 게임에 지쳤고 인내심을 잃었다.그래서 우리는 핵 억지력을 최대한 발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관련, 전문가들은 언제 어떤 형태로 이뤄질 것인지와 함께 미국의 대응이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엄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모종의 무기 시위를 진행할 것”이라며 “진짜 문제는 김 위원장이 어떤 형태의 ‘새로운 전략무기’를 시험할 것인지, 언제 할 것인지, 미국(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북한이 ICBM을 발사할 경우 “역효과를 낼 것”이라며 미국의 더 많은 제재,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스타일 위협 등의 대응을 이끌 것으로 우려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영향력과 외교적 레버리지(지렛대)를 극대화하기 위해 긴장을 점차 고조시킬 것이라며 먼저 중거리 미사일 시험을 수행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ICBM 발사에 대응해 ‘화염과 분노’ 시기로 돌아가는 등 과잉 반응해서는 안 되지만, 거듭된 양보도 안 된다며 “진로를 잘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의 책임자 제프리 루이스 소장은 트윗에서 북한의 ‘시나리오’와 관련, 고체(연료) ICBM과 부분궤도 폭격체계(FOBS·탄두를 지구궤도상에 쏘아 올리고 표적 부근에서 그것을 강하시켜 공격하는 방식) 등을 열거한 뒤 “북한은 너무나 많은 다른 것들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충분히 발전했다”고 지적했다. 핵 비확산 전문가인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트윗에서 “북한이 스스로 선언한 시험 모라토리엄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면서도 북한은 핵 전력을 시험하고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단지 언제인가의 문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이 ICBM·핵실험 모라토리엄(유예)을 끝낼 것을 선언했다고 전한 다른 전문가 트윗을 소개하며 ‘열(원자)핵’(熱核)이라는 단어를 써서 “열핵 꽃병(The thermonuclear vase)”이라고 적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성탄절 선물’과 관련해 “예쁜 꽃병이길 희망한다”라며 그 의미를 축소, 도발을 원하지 않는다는 유화 메시지를 보낸 것에 빗대어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 사항과 달리 실제로는 고강도 도발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의 입장 변화를 전제로 대화 여지를 남겨놓은 데 주목했다. 엄 연구원은 북한 입장에 대해 “ICBM 시험발사·핵실험에 대한 비공식 모라토리엄은 끝났다고 밝힌 것을 제외하고는 크게 바뀐 것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김 위원장은 또한 미국이 협상 접근법을 바꾼다면 북한은 여전히 외교에 열려있음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클링너 연구원도 북한이 (핵)억제력 강화의 폭과 깊이가 미국의 입장에 따라 조정될 것이라고 한 데 대해 “미국의 정책 변화에 달려있다고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카지아니스 국장은 “미 대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북한이 ICBM을 날려 보내는 순간 타협 분위기는 연기 속에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의 애덤 마운트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미국과 한국은 여전히 대화의 길을 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화염과 분노’나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는 입장을 보여왔다면서 “둘 다 나쁜 상황을 악화시킨다. (양자) 사이의 넓은 공간에서 책임감 있는 옵션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대북 접근 방식과 관련,“어느 대통령이 보여주려고 했던 것보다 훨씬 더 참을성 있고 유연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랑 교수도 “김 위원장은 무장 해제를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김 위원장이 ‘(핵)억제력의 폭과 심도’를 언급한 대목과 관련, “그가 ‘범위와 깊이’, 즉 시스템 및 탄두의 수와 다양성에 대해 기꺼이 논의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것은 우리가 시급히 밀고 나아가야 할 문”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연합뉴스
  • 美와 대화 문 열어놓고, 핵 만지작… 김정은 ‘장기전’ 채비

    美와 대화 문 열어놓고, 핵 만지작… 김정은 ‘장기전’ 채비

    “美 강도적 행위들로 北 달라진 것 없어” 핵·ICBM 직접 언급 없이 에둘러 표현 무력시위 수위·美 입장 변화 연계하며 한반도 정세 등 관망… 상황관리 의지 대화 판 먼저 깬다는 책임 회피 의도도지난달 31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발언을 놓고 대미 강경 노선과 북미 협상 유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북미 협상의 중단’이나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재개’ 가능성을 드러내면서도 명시적 표현은 피했다. 미국이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핵·ICBM을 직접 언급하는 대신 ‘전략무기’라고 에둘러 표현했으며, 핵·ICBM 실험 모라토리엄(중단)과 관련해서도 “공약에 우리가 더이상 일방적으로 매여 있을 근거가 없어졌다”고 했을 뿐 ‘실험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하지는 않았다. 전략무기 개발·강화 등 무력시위 수위와 미국의 입장 변화를 연계시키면서 대화의 여지를 남긴 것이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미국이 시간을 끌면 끌수록, 조미(북미)관계의 결산을 주저하면 할수록 예측할 수 없이 강대해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미국의 강도적 행위들로 하여 우리의 외부환경이 (핵·경제) 병진의 길을 걸을 때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기 위한 투쟁을 벌리고 있는 지금이나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며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핵·경제 병진 노선으로의 회귀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협상 중단을 공식화하지 않은 배경에는 미국이 군사 대응을 경고하고 중러가 북미 대화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판을 먼저 깼다는 책임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반도 정세와 미국 대선 등을 관망하며 협상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기 전까지 상황 관리에 나서겠다는 뜻도 읽힌다. 북한이 저강도 군사도발에 나서면서도 협상의 판을 깰 ICBM 발사는 자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미국이 북한의 ‘선(先)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낮아 협상은 장기 공전될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장기적 대립을 예고한다”고 한 점도 장기전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ICBM을 발사할 경우 미국이 강력 반발하고 중러도 대북 제재를 완화할 명분을 잃게 된다”며 “지난해 5월부터 시험발사한 신형무기를 발사하는 수준에서 군사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이 전통적으로 미국 행정부 마지막 해에는 협상을 하지 않았기에 11월 미국 대선 이후를 바라보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북한이 미국의 입장 변화를 압박하다 레드라인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한미연합훈련이 재개되는 3월 도발 수위가 결정될 수 있다”며 “연합훈련을 핑계로 ICBM을 발사하면 중국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말폭탄 자제한 김정은 “자립 경제·무장력 공세적 조치할 것”

    말폭탄 자제한 김정은 “자립 경제·무장력 공세적 조치할 것”

    사업 규율·과학농사·증산 절약 등 강조 핵 실험 언급 없이 ‘전략적 모호성’ 제기 결정서 통해 ‘강경노선’ 선택 관심 커져 美 “北 위협적 조치 땐 실망감 보여 줄 것” 안보리 회의 앞두고 트럼프·푸틴 통화도북한이 제시한 비핵화 협상 시한 종료를 이틀 앞둔 지난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 2일차 회의에서 ‘국가 건설 전반서 제기된 문제를 해부학적으로 분석’했다고 공개했다. ‘새로운 길’ 선포를 앞두고 30일 3일째 회의를 열고 경제·안보 분야를 총괄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전원회의 결정서와 신년사에서 안보 분야 강경 노선을 선택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군사적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며 대북 압박을 이어 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30일 전날 열렸던 5차 전원회의의 2일차 회의 내용을 보도하며 “김정은 동지께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서 결정적인 전환을 가져오기 위한 투쟁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기했다”고 했다. 경제 분야가 주로 다뤄진 데 대해 대북 제재가 여전한 상황에서 북미 대화를 접고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음을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통신은 김 위원장이 자립 경제를 강화하기 위한 경제사업체계의 규률, 다수확 과학농사 제일주의, 증산 절약 등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해외 파견 근로자가 철수되는 등 대북 제재 때문에 내부 경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2020년은 국가경제개발 5개년 전략이 마무리되는 해이기도 하다. 안보 분야에 대해 김 위원장은 “조성된 정세의 요구에 맞게 적극적이며 공세적 조치”를 언급하면서도 군수공업 부문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보도에선 핵실험을 거론하진 않았다. 이에 새로운 길이 고강도의 대미 맞대응을 포함할 우려와 함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재개를 언급하지는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띨 가능성이 제기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3일째 이어진 전원회의는 북미 협상 불발을 앞두고 총괄적으로 당·경제·국방 시스템을 점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30일 회의에서 국방건설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이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미국과의 대화판을 완전히 깨뜨리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강경해질 수 있다는 식의 전략적 모호성을 취할 것”이라고 봤다. 지난 28일 시작한 5차 전원회의가 3일째 이어진 것은 김 위원장 집권 이래 처음이다. 갈림길에 선 비핵화에 대해 심각하게 바라본 것으로 풀이된다. 전원회의 참석자 규모도 1000명에 가까워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이 제시된 2013년 2차 전원회의에 버금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뿔테 안경을 끼고 여러 마이크 앞에서 연설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은 김일성 주석 통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이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 크렘린은 “러시아 측 제안으로 미러 정상 간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에 대해 30일(현지시간) 비공식 안보리 회의가 열린다는 점에서 양측이 대북 제재 공조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달 들어 한국, 중국, 일본 정상 등 북핵 관련국 모두와 접촉하는 ‘전화 외교’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 공조 및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위한 역할을 주문했을 수도 있다. 미국은 이날 미국 공군 정찰기 리벳조인트(RC135W)를 남한 상공에 띄우는 등 대북 압박을 이어 갔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나 핵실험 등 위협적 조치를 취한다면 미국은 매우 실망할 것이고 그 실망감을 보여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北 목선 뱃머리에 참혹한 시신, 올해 日해안에 156척 떠밀려와

    北 목선 뱃머리에 참혹한 시신, 올해 日해안에 156척 떠밀려와

    올해 들어 북한 배로 추정되는 난파 목선이 일본 서부 섬이나 해안에 156척이나 떠밀려왔다고 일간 요미우리 신문이 29일 전했다. 2015년 45건을 기록했고, 이듬해 66건, 2017년 104건으로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 225건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뒤 그나마 올해는 조금 줄어든 것이다. 지난 27일에도 니가타(新潟)현 서쪽 사도(佐渡) 섬 해안에 북한 목선의 일부로 추정되는 뱃머리가 떠밀려왔다. 다음날 길이 7.6m, 높이 2.25m, 폭 4.3m의 뱃머리를 살펴보니 백골화가 일부 진행된 시신 일곱 구가 있었는데 세 구만 제대로였고, 두 구는 몸통 없이 머리만, 다른 두 구는 머리 없이 몸통만 있었다고 AP통신이 29일 전했다. 몸통이 있는 다섯 구는 모두 남성이었다. 몸통과 머리가 따로인 시신들이 동일인의 것인지 아직 밝혀내지 못해 우선 일곱 구라고 발표했다고 일본 해상보안청은 설명했다. 사도해상보안서(署)는 뱃머리의 흰색 바탕 부분에 붉은 페인트로 한글 ‘서’(또는 ‘세’)와 아라비아 숫자가 적혀 있는 점을 근거로 북한 선박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요미우리가 소개한 어부 출신 탈북자 증언 등에 따르면 핵·미사일 개발로 유엔 안보리 주도의 경제 제재를 받는 북한에선 중국에 수출해 외화를 벌 수 있는 해산물을 잡도록 할당량을 정했는데 자금난 탓에 대형 선박을 만들지 못하면서 소형 목선에 의존해 목숨을 건 원양어업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어업이 본업이 아닌 기업이나 군(軍)도 고기잡이에 나선다는 정보도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지난 10월 일본 수산청 단속선과 충돌해 침몰한 북한 어선도 배의 크기 등으로 미뤄볼 때 군 당국이 운영한 선박이라는 분석이 있다. 당시 침몰한 배에 타고 있던 60여명은 일본에 의해 전원 구조돼 곧바로 주변의 다른 북한 선박에 인도됐다. 일본에 표착하는 북한 어선들은 황금어장으로 불리는 ‘대화퇴’(大和堆·일본 이름 야마토타이)에서 조업하다가 난파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해 중앙부에 자리한 대화퇴는 수심이 최저 236m 정도로 얕은 편이고 난류와 한류가 교차해 오징어, 꽁치, 연어 등의 어족 자원이 풍부하다. 대화퇴의 대부분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속하지만, 한일 공동관리 어장이어서 한국 어선도 조업할 수 있다. 일본은 북한 어선에 대해서는 불법 조업으로 간주해 단속선을 투입해 쫓아내고 있다. 그러나 북한 어선은 안보리 제재가 강화된 2017년 이후 외화벌이용 수산물을 확보하기 위해 대화퇴로 진출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고, 목숨을 걸고 조업하다 난파한 목선이 계절풍을 타고 일본 서해안에 떠밀려 온다는 것이다. 통일부 차관 출신인 김형석 대진대 통일대학원 객원교수는 요미우리 인터뷰를 통해 “ 경제난을 겪는 북한에서 어업은 비료 등이 필요한 농업만큼 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원양어업을 장려하고 있다”며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고 보는 한 앞으로도 (북한 주민들의) 무리한 어업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미국 연준 “미국 보복 관세로 오히려 실업률·제조업계 비용 증가”

    미국 연준 “미국 보복 관세로 오히려 실업률·제조업계 비용 증가”

    미국이 중국 등 주요 무역 파트너 국가들을 대상으로 유례없이 대폭 인상한 관세로 미국의 제조업 부문에서는 오히려 높은 실업률과 원가의 인상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보고서는 27일(현지시간) “수입 관세의 인상 효과로 제조업계의 고용은 소규모 증가하기는 했지만, 생산비용의 증가와 보복 관세 등으로 결과적으로는 더 커다란 손해와 일자리 감소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미 연준 경제분석가 아론 플라엔과 저스틴 피어스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2018년 초부터 미국은 사상 유례가 없는 관세 인상을 시작했으며 그런 정책의 목표중 하나는 제조업계를 부양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그러나 무역 정책을 국내 제조업계에 대한 보호와 부양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던 전통적인 방식은 요즘처럼 전 세계가 수요공급의 체인으로 긴밀하게 연결돼어 있는 시대에는 복잡한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2018년의 관세 인상이 오히려 국내 제조업계의 고용의 상대적 감소와 생산 비용의 상대적 증가를 초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결론내렸다. 이 보고서는 외국에 대한 관세 인상과 그에 대한 보복관세로 가장 타격을 입은 10대 제조업계는 광학 및 전자 제품 업계, 피혁관련 업계, 알루미늄박(薄)과 철강, 금속, 자동차, 가전 업계, 제재소, 오디오·비디오 장비, 살충제, 컴퓨터 장비 제조업계라고 밝혔다. 이어 생산 제품의 가격도 순전히 관세로 인한 원가 상승 요인에 의해서 상대적으로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무역전쟁에 따른 미래의 무역 정책 관련 불확실성의 증가로 인한 악영향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상 많은 경제 분석가들은 올해 기업 투자 감소의 가장 큰 요인으로 무역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을 꼽고 있다. 소비자 구매활동의 회복과 노동시장 활성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올해 기업투자는 2분기 연속으로 감소했다. 2분기 감소율이 1%, 3사분기 감소율은 2.3%에 이른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김연철 통일부 장관 “모두스 비벤디 지혜 필요”…모두스 비벤디란?

    김연철 통일부 장관 “모두스 비벤디 지혜 필요”…모두스 비벤디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현재 교착상태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모두스 비벤디’(Modus Vivendi)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관심이 쏠린다. 김 장관은 지난 26일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협상시한이 임박했고 향후 한반도 정세 불확실성이 매우 커 관련국 모두 엄중함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면서 이 순간에도 외교적 노력을 다양하게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 악화를 막고, 협상 동력을 살리기 위해 최종합의로 가는 징검다리로 잠정합의, 모두스 비벤디의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두스 비벤디란 사전적 의미로는 ‘생활방식’이라는 뜻이다. 외교용어로 사용될 경우 ‘잠정협정’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국제법상 분쟁해결을 위해 당사자 간에 편의적으로 체결되는 잠정적 협정이나 일시적 합의를 의미한다. 잠정적·일시적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형식을 가지며 별도의 국회 비준 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때문에 국제협정의 유효기한을 해마다 연장하기 위한 잠정합의를 나타내기 위해 이용된다. 김 장관의 이날 발언은 북한이 언급한 비핵화 협상 시한인 연말이 다가오면서 국면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 별도의 잠정합의가 필요하다는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일각에서 대안으로 제시됐던 북미 간 중간 단계의 주고받기를 통해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살려나가자는 취지다. 하지만 북미 모두 서로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팽팽한 대치 국면에 접어들어 김 장관의 이러한 구상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으로 김 장관은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제출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을 언급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제출된 중러 결의안 초안에는 남북 간 ‘철도·도로 협력 프로젝트’를 제재 대상에서 면제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김 장관은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제재 완화 결의안을 정부도 주목하고 있다”며 “다양한 창의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중러 결의안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공식적인 정부 입장을 얘기할 수밖에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그 자체로 상황 관리의 의미가 있고, 앞으로 협상에서 입장차이를 좁히기 위한 노력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김 장관은 또 비무장지대(DMZ) 남북 공동실태조사, 철도·도로 연결사업 후속조치, 관광분야 협력 확대 등을 추진과제로 언급했다. DMZ 남북공동실태 조사는 남측 구간부터 우선 착수하고,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은 추가 정밀조사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여기는 중국] 中 대형 상장사 74%, 환경 평가는 ‘나 몰라라’

    [여기는 중국] 中 대형 상장사 74%, 환경 평가는 ‘나 몰라라’

    중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중 70% 이상이 자사 환경 영향평가 지수 정보 일체를 비공개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있다. 최근 공개된 ‘중국 상장사 환경책임정보공개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상하이와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3567곳 중 약 928곳만 기업의 환경 책임과 사회 책임 및 지속가능발전 지수를 공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보고서를 조사한 중국환경언론근로자협회와 베이징화공대학 측은 환경 영향평가 지수 일체를 공개한 기업체의 비율은 전체 상장사 중 약 26%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나머지 70% 이상의 대형 상장사 기업체가 환경과 관련한 자체적인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셈이다. 더욱이 지난해 기준, 환경 영향평가 정보 일체에 대한 공개 거부를 밝힌 상장사의 상당수가 과거 환경법 위반 혐의로 처벌 받은 경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표적인 국유 기업으로 꼽히는 싼웨이(三維)그룹은 지난해 폐기물을 불법 투기한 사실이 중국 국영 언론 CCTV 보도로 대중에 알려진 바 있다. 산시성 남부 린펀(臨汾)시 훙퉁(洪洞)현에 위치한 싼웨이그룹은 이미 선전주식거래소에 상장된 대표적인 국유 화학제조사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해당 기업이 제조공정에서 발생한 석탄재와 슬래그(금속제련 폐기물)를 축구장 2개 면적인 깊이 30m의 야외 구덩이에 내다버린 사실이 적발되면서 당국의 처벌을 피할 수 없었던 것. 문제의 행위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당시 중국 당국은 중앙부처인 생태환경부를 현장에 파견, 증권감독관리위원회를 통해 해당 기업체에 대규모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벌금 부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이어 문제로 지적받은 다수의 기업체가 자체적인 환경 영향 평가 점수 및 지표지수 일체를 비공개해오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 최대 규모의 민영 철강 회사인 사강그룹(沙钢集团) 역시 같은 기간 공업 고체 폐기물로 인한 토양 오염 및 수자원 오염 초래 혐의로 대규모 벌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해당 기업 역시 지난해 자사 환경 정보 일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해당 기업은 지난 2012년 기준 중국 철강 그룹 중 전체 생산액 규모 순위 5위, 세계 8위에서 지난해 기준 중국 국내 1위로 크게 성장하는 등 중국의 건축 ‘붐’과 함께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업체다. 또, 셴허환바오(先河環保)는 자체적인 환경 모니터링 정보를 조작, 공개한 혐의를 받아서 질타는 받은 바 있다. 더욱이 해당 기업체가 중국의 오염된 수질 문제로 인해 깨끗한 ‘생수’를 생산, 관리 감독하는 전문 업체라는 점에서 환경 영향 평가 점수 일체를 조작,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질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인 환경 영향 평가 점수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는 업체에 대해 뚜렷한 후속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분석이다. 리샤오량 생태환경부 산업환경정책실 주임은 “상장된 대형 상장사 그룹의 환경 행정 처벌 정보 자체가 심각한 수준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면서 “지난 2017년 기준으로 환경 평가 점수와 관련해 이를 위반하거나 조작한 혐의로 국가로부터 벌금을 부과 받은 기업의 수는 무려 885곳에 달했다. 하지만 이들 중 대중에 이름이 공개된 업체의 수는 단 22곳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리 주임은 이어 “만약의 경우 모든 위반 사실과 업체 리스트 등을 공개했더라면 더 효율적인 제재와 후속 책임을 물을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로는 관련 제한 정책이 효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사설] 北 ‘새로운 길’ 외통수 안 되게 제재·안전 묘안 찾아야

    북한이 예고했던 ‘크리스마스 선물’ 없이 성탄절이 지나갔다. 북한이 군사행동을 자제했다고 도처에서 안도하는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시한을 연말까지로 설정했으며, 연말을 어떻게 보낼지는 미국에 달려 있다고 공언해 놓은 상태이다. 아직도 연말까지는 닷새가 남았다. 문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월 1일에 발표할 신년사의 내용에 달려 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비핵화 협상이 제대로 진전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선언하고,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대미 협상 시한을 연말까지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길’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대내외에 제시할 것으로 보이며, 조만간 열리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그 윤곽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북한의 ‘새로운 길’에 대해서는 핵 보유국 선언과 동시에 핵실험·미사일 발사 중단(모라토리엄) 해제, 북미 및 남북 관계의 중단, 자력갱생, 옛 사회주의권 국가와의 연대 강화 등 여러 갈래의 가능성이 거론된다. 뭐 하나 우려스럽지 않은 게 없지만 2년간 중단했던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시험 발사 재개를 비롯해 군사력 강화를 드러낼 다양한 수준의 행동으로 한반도 긴장이 재현될 것이 가장 걱정스럽다.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중에도 지난 5월 이후 북한판 이스칸데르 등 신형 4종 무기 외에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쏘아 올렸다. 얼마 전에는 동창리에서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 강화’라고 표현한 신형 미사일 엔진 시험을 했기 때문에 내년 초 정찰용 위성 로켓 발사, ICBM 시험발사를 통한 성능 확인과 대외 과시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다. 위성이든 ICBM이든 레드라인을 넘는 행동이어서 국제사회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일관되게 주장한 체제안전 보장과 제재 완화, 대북 적대시 정책 폐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핵화 실천에 맞게 북한이 바라는 조치들이 이뤄져야 했지만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 선제적 행동에 비해 미국의 상응조치는 미흡했다. 김 위원장의 ‘새로운 길’이 외통수로 빠지지 않도록 한미가 묘안을 찾아야 한다. 안전보장과 관련해서는 내년 상반기 혹은 하반기까지 한미연합훈련의 완전한 중단을 포함해 북한이 받지 않을 수 없는 구체적인 안을 제시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동북아철도공동체’와 더불어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제재 완화 결의안도 미국은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이 평화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대화에 복귀할지 여부는 미국 하기 나름이다.
  • 文 “北 비핵화 실천 땐 국제사회도 상응 모습 보여야”

    文 “北 비핵화 실천 땐 국제사회도 상응 모습 보여야”

    제재 완화 강조하며 “행동엔 행동 화답을” 여야 64명“ 제재 완화해 협상 재개” 성명문재인 대통령은 26일 “평화는 행동 없이 오지 않으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하다”면서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를 실천해 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고 했다. 지난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최근 중국·러시아가 유엔에 제출한 대북 제재 일부 완화 결의안 초안을 논의한 데 이어 비핵화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 가기 위한 유인책으로 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언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세계 157개국 508개 언론사를 회원으로 하는 기고 전문 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게재한 ‘무수한 행동들이 만들어 내는 평화-한반도 평화구상’ 기고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북한은 여전히 마음을 다 열지 않고 있다. 북미는 서로 상대가 먼저 행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다행인 것은 북미 정상 간 신뢰가 여전하고 대화를 이어 가고자 하는 의지도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행동에 행동으로 화답해야 하고, 국제사회가 함께해야 할 때”라고 했다. ‘행동에 행동으로 화답’이란 대목은 청와대 관계자가 지난 23일 중러의 유엔 결의안 초안과 관련, “한반도 안보 상황이 굉장히 엄중한 시점에 다양한 국제적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싱가포르 합의 사항이 북미 간 ‘동시적·병행적으로 이행’돼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평화가 아무리 절실하다고 해도 한국이 마음대로 속도를 낼 수는 없다. 평화를 함께 만들어 갈 상대와 국제질서가 있다”고 했다.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까지는 유엔의 대북 제재가 필요하다는 점을 밝히는 동시에 북한을 향해서도 ‘중대도발’을 자제하고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라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어 “북미 간 실무협상과 3차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며 “어느 때보다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동행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평화는 혼자 이룰 수 없다”며 “우리 편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더라도 결국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면 경기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축구 경기와 같다”고도 밝혔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소속 여야 의원 64명은 미국과 유엔이 대북 제재 일부 완화를 통해 북미 비핵화 협상을 재개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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