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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는 중국] 하다하다 은행도 가짜?…中 당국 ‘불법 은행’ 주의보 내려

    [여기는 중국] 하다하다 은행도 가짜?…中 당국 ‘불법 은행’ 주의보 내려

    중국 상하이에 미국 연준의 비준을 받은 국제 민간 은행이 들어섰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가짜 뉴스’를 주의하라는 중국 당국의 경고문이 공개됐다. 중국 상하이은행보험감독국(이하 상하이은보감독국)은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돼 이목이 집중됐던 ‘훙치은행'(红旗银行) 상하이 지점 개점 소식은 중국 당국의 금융 업무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금융기관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공고문을 26일 공개했다. 앞서 지난 15일 국제금융신문(国际金融报)은 상하이 민항지구에 들어선 훙치은행 상하이 지점 대표 사무소가 개점, 오픈 행사에 세계 중국연맹회장인 우 회장이 개점을 축하하는 사진을 보도한 바 있다. 해당 언론은 보도 당시 훙치은행에 대해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승인을 받아 설립된 민간 은행'이라고 소개하고, 미국 달러와 대규모 자본 투자가 가능한 이점을 활용해 글로벌 투자 사업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기사에 훙치은행 설립자로 등장한 쑨지안 회장이라는 남성은 세계 주요 금융업체와의 긴밀한 협약을 통해 국제 주요 지역에 대한 투자에 집중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돼 이목이 집중됐다. 또, 쑨 회장은 향후 국내외 디지털 통화 사업에 집중, 중국 다수의 지역에서 추가 지점을 오픈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기사가 보도된 직후 상하이은보감독국은 ‘훙치은행’은 당국으로부터 금융업 허가를 받지 못한 불법 금융기관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일반 대중이 속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한다는 공고문을 즉각 공개했다. 상하이은보감독국 공고문에 따르면, 중국 내 은행 및 금융 기관은 중국 법률과 규정에 따른 국무원의 승인이 없을 경우 어떠한 금융 행위도 불법으로 간주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은행’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무원의 승인이 우선 돼야 하며 만일의 경우 불법적으로 은행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기관을 발견할 시 반드시 신고 조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같은 중국 당국의 즉각적인 주의문 공고는 중국 현지에서 가짜 사금융업체의 등장과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옌 모 씨의 한 남성은 일명 ‘세계화교연합회’라는 명칭의 가짜 금융 기관을 설립해 중국 총 27개 성에서 1만 5000명 이상의 유료 회원을 유치하는 등 불법 사기 행각을 벌인 사건이 있었다. 당시 공안국에 붙잡힌 이 남성은 가짜 사금융업체를 설립한 지 불과 수 개월 만에 수 백만 위안의 불법 이익을 취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당시 인민일보 등 다수의 언론은 ‘세계’, ‘글로벌’, ‘중화’, ‘중국’, ‘인민’ 등의 명칭을 사용한 사금융 업체가 등장할 경우 우선 경계해야 한다고 집중 보도했던 바 있다. 또, 지난 3월 하이난성 금융감독관리국은 ‘중국양로은행’, ‘세계양로은행’, ‘하이난양로은행’ 등 3곳의 업체를 공개, 불법 사기 업체라고 주민들의 주의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 중국 당국은 사금융업체를 개점했다는 형식의 허위 광고를 통해 국내외 투자 상품으로 유인해 불법 이득을 갈취하는 업체가 등장하고 있으니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창업자의 노동시간만큼 직원들 노동시간에도 ‘가치’ 부여해야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창업자의 노동시간만큼 직원들 노동시간에도 ‘가치’ 부여해야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최근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직후 자신이 세운 항공 우주기업인 블루오리진의 첫 유인비행 때 탑승을 자처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그 모험으로 그가 받은 관심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올해 초 아마존이 물류노동자들의 노조 결성을 총력 저지한 이후, 뉴욕타임스가 팬데믹 기간 중에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벌어진 일을 탐사 취재한 기사를 내면서 여론이 부정적으로 돌아선 상태였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10분에 불과한 우주여행을 하면서 마치 거대한 업적을 이룬 듯 껄껄 웃는 모습을 (다소 과장되게) 연출했으니 사람들이 좋게 보기 힘들었다. 베이조스는 온라인 매장과 클라우드 컴퓨팅, 그리고 물류 부문에서 혁신을 만들어 냈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다. 그뿐 아니라 많은 실리콘밸리의 갑부가 한때는 대부분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거나 시도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낸 사람들이다. 회사가 망할 위기를 여러 차례 극복해 가며 지금의 대기업을 만들어 냈다면 그들의 업적은 좀 인정해 줘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번 돈으로 우주여행 좀 하겠다는데 꼭 비판을 해야 할까? ●노동자를 보는 창업자의 시각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받는 비난의 핵심이 기업의 돈벌이를 위해 사회를 분열시켰다는 데 있다면, 베이조스가 받는 비난은 대부분 아마존의 노동 환경에서 비롯된다. 특히 앞서 언급한 뉴욕타임스의 탐사보도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노동자는 천성적으로 게으르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그런 그의 사고방식이 현재 아마존의 노동자를 감시하고 대하는 방식에 반영돼 있다고 한다. 물론 그도 모든 노동자들이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시급을 받는 물류, 배달을 담당하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게으르다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 변변한 사무실도 없이 차고에 간이책상을 놓고 밤새워 일했던 경험을 가진 실리콘밸리의 창업자들에게는 시급 노동자들이 대충 시간을 때우면서 할당된 작업량만 간신히 채우는 모습이 게으르게 보일 수 있다. 테슬라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는 지금도 생산라인에 문제가 생기면 퇴근을 하지 않고 밤을 새워 일하다가 공장에서 간이침대를 깔고 잔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최단 기간에 경제성장을 이뤄 낸 한국도 더하면 더했지 다르지 않다. 한국 대기업의 창업 1세대들이 거의 예외 없이 아침형 인간이었다는 얘기는 국민 모두가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다. 정주영은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에 밥을 먹고 6시에 걸어서 집을 나섰으며, 회장 시절에는 “아침에 해가 빨리 뜨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는 얘기로 유명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현 정부의 주 52시간 정책을 비판하며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일 이후에 맘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배경에는 세상에는 시간과 노력을 갈아 넣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다는 생각이 존재한다. 대기업도 만들지 못한 기술을 만들어 내고, 이미 포화한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려는 스타트업이 정시 출퇴근으로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건 분명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새로운 시도에는 비범한 노력과 엄청난 양의 노동시간이 필요하다. ●노동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지만 그런 노력 혹은 노동도 다 똑같은 게 아니다. 예전에 미국의 한 코미디언은 “인류가 이뤄 낸 엄청난 업적들은 전부 노예노동의 결과”라고 꼬집은 적이 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중국의 만리장성, 미국의 대륙횡단 철도는 대부분 노예나 노예노동에 가까운 희생을 통해 만들어졌고, 심지어 21세기 인류의 삶을 바꾼 아이폰도 중국의 젊은이들이 형광등 밑에서 밤을 새워 집중적으로 노동을, 그것도 선진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의 임금을 받아 가며 일한 결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그런 공장에서 자살하는 젊은이들이 생기자 건물에 그물을 설치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그런데 만약 그런 중국의 노동자들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한 연구에 따르면 애플이 아이폰을 미국 노동자들을 사용해 만들 경우 지금 가격의 2배가 된다고 한다. 사람들은 최신 스마트폰의 가격이 100만원을 넘자 충격을 받았고, 애플을 비롯한 제조사들은 저가의 폰을 함께 선보였지만, 만약 중국의 저가 노동이 없어 스마트폰 가격이 처음부터 200만원을 넘었다면 애초에 스마트폰이라는 산업 자체가 생겨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기적적인’ 경제 성장도 마찬가지다. 정주영, 이병철 같은 사람이 아무리 새벽에 일어나 사무실에 출근했어도 현장에서 몸을 상해 가며 저임금으로 일한 노동자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한국의 경제 성장을 기적이라 부르는 것이 적절치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창업자들의 노동은 당장은 힘들어도 성공하기만 하면 훗날 수천, 수만 배로 돌려받을 수 있는 노동이다. 반면 그들의 ‘성공 플랜’에 반드시 필요한 노동력은 오늘, 이번 달에 일한 대가를 받는 것으로 끝이다. 그렇다면 후자의 경우 직원들이 일을 최대한 적게 하고 정해진 임금을 받아 가는 것은 베이조스의 생각처럼 게으른 것이 아니라 똑똑하고 경제적으로 현명한 행동이다. 윤 전 총장은 일주일에 120시간을 바짝 일하고 맘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건 현행법상 불가능한 게 아니다. ‘탄력근로제’를 사용하면 6개월 동안 일한 시간의 평균을 내어 주 52시간을 적용할 수 있다. 제품 출시를 앞두고 그야말로 간이침대에서 잠만 자고 일주일에 120시간을 일한 후에 윤 전 총장의 말처럼 “맘껏” 쉬면 된다. 문제는 그렇게 “바짝 일하고 맘껏 쉴 수 있게” 해 주는 기업이 한국에 얼마나 있느냐는 것이다.●주52시간제를 비판하기 전에 일부에서 하는 “실리콘밸리에도 없는 주52시간제”라는 비난은 문제의 핵심을 비껴 간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업무 관행과 노동 환경이 주52시간제를 낳은 것이지, 한국의 테크업계가 실리콘밸리와 같은 대우를 해주는데 정부가 주52시간제를 만들어 낸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은 성공한 테크기업에 판교에 입주할 기회를 준다. 판교에 입주할 기회는 결국 장래 가치가 오를 부동산을 장만하게 해주는 거다. 그런데 좀 성공했다 싶은 기업들이 판교에 큰 사옥을 지으면 하는 일이 있다. 유럽 열차의 좁은 침대칸, 혹은 닭장 비슷하게 생긴 침대들이 가득한 ‘야근 직원 숙소’를 만드는 것이다. ‘어차피 야근을 해야 하니…’라는 마인드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문화, 그걸 ‘직원을 위한 배려’라고 자랑할 만큼 무감각한 고용주들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들고 나온 궁여지책이 주52시간제일 뿐이다. 궁여지책은 문제가 많은 방법이고,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말 그대로 궁한 나머지 들고 나온 것이고 없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서 만들어 낸 방법이다. 그러니 “창의력이 뛰어나지 않은 정부와 공무원이 나설 때까지 기업들은 직원들의 삶을 챙겨 주기 위해 뭘 했느냐”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갑부 창업자와 부자 노동자들이 모인 실리콘밸리에서는 주52시간제 같은 제도가 필요 없다. 이런 후진 제도는 창업자는 거대한 빌딩을 소유하고, 노동자에게는 그 빌딩 안에 야근용 침실을 만들어주는 후진 문화에서 필요한 거다. 최근 중국에서는 20대 이하의 젊은이들 사이에 ‘마오쩌둥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일주일에 6일을 일한다고 해서 ‘996 근무제’라 불리는 시스템하에서 아무리 일을 해봤자 저임금 노동자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알리바바의 마윈처럼 테크기업의 갑부 창업자들만 천문학적인 돈을 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들이 20세기 초에 자본가들을 비판하며 공산당을 세운 마오쩌둥의 저서를 읽으면서 위로를 받고 중국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 그들에게는 21세기에 들어와서 중국을 넘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중국의 빅테크는 더이상 자랑스런 존재가 아니다. 덩샤오핑 이후로 경제성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듯했지만 알고 보니 자신들에게 돌아온 것은 긴 노동시간과 형편없는 삶의 질밖에 없더라는 자각이 생긴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같이 일하기 힘든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 “35세까지 가난하면 그건 당신 책임”이라는 마윈의 말이 중국 젊은이들의 가슴에 불을 댕기던 시절은 끝난 것 같다. 사람들이 게을러져서 끝난 게 아니라, 그들이 하는 노동에 충분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끝난 거다. 직원들이 야근용 침실에 감사하기에는 창업주의 건물이 너무 빛나기 때문이다. 코드미디어 디렉터
  • 사교육 잡으면 저출산 해결될까… 中 사설학원 비영리기구로 등록

    사교육 잡으면 저출산 해결될까… 中 사설학원 비영리기구로 등록

    중국이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사교육 기업들에 초강력 규제를 내놨다. 인구 감소를 부르는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사교육 문제를 지목했다. ‘과도한 사교육 비용 때문에 출산율이 세계 최저로 떨어진 한국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속내다. 25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전날 중국 공산당은 국무원과 합동으로 ‘의무교육 단계 학생 학업 부담과 학교 외 교육 부담 경감에 대한 의견’을 발표했다. 앞으로 보습학원 등 학과 수업을 가르치는 사교육 기업들은 ‘비영리기구’로만 등록할 수 있다. 외국 자본의 투자도 제한된다. 주말이나 방학에는 학과 관련 교습을 할 수 없다. 사설 학원들이 공교육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게 해 지나친 영리 추구를 차단하려는 취지다. 규제 내용이 미리 흘러나오면서 미국에 상장된 중국 사교육 업체들의 주가가 폭락했다. 23일 뉴욕증시에서 신둥팡교육과기그룹은 54%, 탈에듀케이션그룹은 71%, 가오투그룹은 63% 각각 하락했다. 중국 내 사교육 시장이 많게는 70~80%까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에서도 한국·일본처럼 ‘인구절벽’이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 5월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전체 인구가 14억 1178만명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인구 증가율이 빠르게 줄고 있어 이르면 2~3년 안에 ‘14억 인구’가 무너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2016년 통계에 따르면 6~18세 학생 가운데 75% 이상이 사교육을 받는다. 비용도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부모가 ‘한 자녀’에게 모두 쏟아붓는다는 사실을 업체들이 교묘하게 이용하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듯 중국이 사회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하게 참고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84명으로 전쟁이나 재난이 없는 나라 가운데 최하위다.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머지않아 한국처럼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중국 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월에 열린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사교육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중국 교육 당국은 즉각 “학교 숙제의 양을 크게 줄이라”고 지시했다. 6월부터는 유치원과 학원에서 3~8세 아동에게 초등학교 선행학습을 금지했다. 로이터통신은 “학생들을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고 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줄여 출산율 증가로 이어지게 하려는 조치”라고 전했다. 다만 시 주석의 바람대로 과도한 교육열을 꺾고 출산율을 높이는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벌써부터 ‘정부의 단속을 피해 은밀히 이뤄지는 개인 고액 과외가 성행해 부자들만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한국 전철 밟을라’…저출산 심화에 ‘사교육과의 전쟁’ 나선 中

    ‘한국 전철 밟을라’…저출산 심화에 ‘사교육과의 전쟁’ 나선 中

    중국이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사교육 기업들에 초강력 규제를 내놨다. 인구 감소를 부르는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사교육 문제를 지목했다. ‘과도한 사교육 비용 때문에 출산율이 세계 최저로 떨어진 한국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속내다. 25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전날 중국 공산당은 국무원과 합동으로 ‘의무교육 단계 학생 학업 부담과 학교 외 교육 부담 경감에 대한 의견’을 발표했다. 앞으로 보습학원 등 학과 수업을 가르치는 사교육 기업들은 ‘비영리기구’로만 등록할 수 있다. 온라인 교육업체는 등록제가 허가제로 바뀐다. 기존 업체는 전면 조사를 거쳐 재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교육 기관이 기업공개(IPO)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상장기업들이 이런 기관에 투자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외국 자본의 투자도 제한된다. 주말이나 방학에는 학과 관련 교습을 할 수 없다. 사설 학원들이 공교육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게 해 지나친 영리 추구를 차단하려는 취지다. 규제 내용이 미리 흘러나오면서 미국에 상장된 중국 사교육 업체들의 주가가 폭락했다. 23일 뉴욕증시에서 신둥팡교육과기그룹은 54%, 탈에듀케이션그룹은 71%, 가오투그룹은 63% 각각 하락했다. 중국 내 사교육 시장이 많게는 70~80%까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에서도 한국·일본처럼 ‘인구절벽’이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 5월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전체 인구가 14억 1178만명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인구 증가율이 빠르게 줄고 있어 이르면 2~3년 안에 ‘14억 인구’가 무너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2016년 통계에 따르면 6~18세 학생 가운데 75% 이상이 사교육을 받는다. 비용도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부모가 ‘한 자녀’에게 모두 쏟아붓는다는 사실을 업체들이 교묘하게 이용하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듯 중국이 사회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하게 참고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84명으로 전쟁이나 재난이 없는 나라 가운데 최하위다.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머지않아 한국처럼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중국 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월에 열린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사교육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중국 교육 당국은 즉각 “학교 숙제의 양을 크게 줄이라”고 지시했다. 6월부터는 유치원과 학원에서 3~8세 아동에게 초등학교 선행학습을 금지했다. 로이터통신은 “학생들을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고 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줄여 출산율 증가로 이어지게 하려는 조치“로 전했다. 다만 시 주석의 바람대로 과도한 교육열을 꺾고 출산율을 높이는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벌써부터 ‘정부의 단속을 피해 은밀히 이뤄지는 개인 고액 과외가 성행해 부자들만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디스커버리펀드 대표 장하성 동생 출금…기업은행 등 압수수색(종합)

    디스커버리펀드 대표 장하성 동생 출금…기업은행 등 압수수색(종합)

    2500억원대 피해액이 발생한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운용사 대표를 출국금지하고 펀드를 판매한 은행들을 강제수사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23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디스커버리 펀드 판매와 관련된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또다른 펀드 판매사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지난 21일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본사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전날에는 하나은행을 압수수색하고 장하원 디스커버리 대표를 출국금지했다. 장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인 것으로 전해졌다. 디스커버리 펀드는 미국 현지 자산운용사의 법정관리 문제 등으로 환매가 중단된 투자 상품이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은 지난 2019년 1800억원 규모의 ‘US핀테크글로벌채권’ 펀드의 환매중단을 선언했고 지난해엔 ‘US핀테크부동산담보부채권’ 펀드와 ‘US부동산선순위채권’ 펀드 등에 대해 추가로 환매 연기를 통보했다. 이 회사는 미국의 핀테크 회사인 다이렉트랜딩글로벌의 사모사채에 투자했다가 해당 회사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또 해당 펀드를 미국에서 운용하던 다이렉트 랜딩 인베스트먼트가 실제 수익률과 투자자산의 실제 가치를 부풀린 사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적발되면서 펀드 자산이 동결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환매중단으로 기업, 개인 투자자 등이 2562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해당 펀드를 판매한 곳은 기업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은행 3곳과 증권사 9곳 등 12곳이다.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기업은행 등 판매사가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고 불완전 판매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압수수색을 받은 기업은행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디스커버리펀드를 총 6792억원어치 판매했다. 디스커버리를 이끄는 장 대표는 문재인정부 첫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중국대사의 동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겸임교수를 거쳐 참여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았고, 열린우리당 정책실장, 하나금융그룹 산하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으로 있다가 2009년 사모펀드(PEF) 회사 디스커버리인베스트먼트를 창업했다. 2016년에는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을 설립했다.
  • 디스커버리펀드 수사 속도…장하성 동생 출금·기업은행 압수수색

    디스커버리펀드 수사 속도…장하성 동생 출금·기업은행 압수수색

    2500억원대 피해액이 발생한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운용사 대표를 출국금지하고 펀드를 판매한 은행들을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23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디스커버리 펀드 판매와 관련된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경찰은 전날에 또 다른 펀드 판매사인 하나은행을 압수수색하고 장하원 디스커버리 대표를 출국금지했다. 장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인 것으로 전해졌다. 디스커버리 펀드는 미국 현지 자산운용사의 법정관리 문제 등으로 환매가 중단된 투자 상품이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은 지난 2019년 1800억원 규모의 ‘US핀테크글로벌채권’ 펀드의 환매중단을 선언했고 지난해엔 ‘US핀테크부동산담보부채권’ 펀드와 ‘US부동산선순위채권’ 펀드 등에 대해 추가로 환매 연기를 통보했다. 이 회사는 미국의 핀테크 회사인 다이렉트랜딩글로벌의 사모사채에 투자했다가 해당 회사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또 해당 펀드를 미국에서 운용하던 다이렉트 랜딩 인베스트먼트가 실제 수익률과 투자자산의 실제 가치를 부풀린 사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적발되면서 펀드 자산이 동결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환매중단으로 기업, 개인 투자자 등이 2562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해당 펀드를 판매한 곳은 기업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은행 3곳과 증권사 9곳 등 12곳이다.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기업은행 등 판매사가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고 불완전 판매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압수수색을 받은 기업은행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디스커버리펀드를 총 6792억원어치 판매했다. 디스커버리를 이끄는 장 대표는 문재인정부 첫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중국대사의 동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겸임교수를 거쳐 참여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았고, 열린우리당 정책실장, 하나금융그룹 산하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으로 있다가 2009년 사모펀드(PEF) 회사 디스커버리인베스트먼트를 창업했다. 2016년에는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을 설립했다.
  • [글로벌 In&Out] 새 공식 통계로 본 북한의 경제 현실/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글로벌 In&Out] 새 공식 통계로 본 북한의 경제 현실/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북한 당국은 유엔의 지속가능성 발전 목표 실현과 관련해 ‘자발적 국가검토 보고서’(Voluntary National Review On the Implementation of the 2030 Agenda)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를 보면 흥미로운 것을 많이 알 수 있다. 일단 북한의 대외용 공식 통계자료로서 북한 당국은 대외적으로 경제 실적에서 어떠한 이미지를 조성하려 하는지 추측할 수 있다. 또한 조금이나마 북한 경제의 실체에 접근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북한 공식 문헌에서 북한은 여전히 사회주의 경제이다. 하지만 실제 많은 생산단위들에서 돈주(신흥자본가)의 자금과 기술력이 들어가기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 또한 특히 유통에서 소위 ‘고난의 행군’, 즉 대기근 시절인 1990년대 중반부터 도소매업은 개인들의 사업으로 막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이런 사실들은 북한 공식 문헌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이 보고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 대신 이번 자발적 국가검토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은 국내총생산(GDP)과 1인당 총생산, 최근 경제성장률 (2015~2019년 기준), 곡물 생산 등 여러 지표들을 공개했다. 이 중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다. 최근 경제성장률이 5.1%(일인당 성장률 4.6%)라는 부분이다. 이는 고강도 국제 제재가 있었음에도 꽤 괜찮은 경제 성과를 거두어 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물론 마이니치 신문에서 공개된 북한의 5개년발전전략(2016~2020년)에서 규정된 경제성장 목표치였던 8%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코로나 직전까지 북한 경제는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재를 버텨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자발적 국가검토 보고서를 보면 북한의 1인당 경제 규모는 2019년 1300달러로 3만 달러를 넘은 한국의 1인당 GDP의 4.3% 정도다. 흥미롭게도 한국은행의 북한 1인당 GDP 추정치인 1208달러와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표면상 북한의 1인당 경제 규모는 아시아에서 동티모르나 서아프리카 베닝과 비교될 만한 수준이다. 한국은행 수치는 추정치이지만 북한 중앙통계국 수치는 정확한 건지 대외용 과장인지 알 수 없다. 다만 시장부문과 사적 영역은 북한 공식 경제에 부분적으로만 포함되기 때문에 이 수치에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크고 특권경제(중앙당과 북한군의 무역 단위 등)도 포함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런데 당국이 공개한 북한 식량 수치는 매우 안타까운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NK나 아시아프레스 등의 대북 매체와 더불어 최근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 사정이 악화되고 있어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여러 곳에서 쌀과 옥수수 가격이 폭등하기도 했다. 자발적 국가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재난재해로 인해 2020년 수확량이, 최고 수확량을 기록한 2019년 660만t 정도보다 100만t 이상 줄었다. 제재 속에서 2019년에 최고 수확을 거뒀다는 주장은 매우 의심스럽지만, 지난해에 최장 장마와 홍수, 태풍 등 여러 악재로 수확이 줄었다는 사실은 수긍할 만하다. 올해 북한 당국이 식량위기를 인정한 배경은 과잉 방역정책에 따른 무역봉쇄로 식량수입과 중국 식량원조가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거의 모든 무역이 차단됐으니 식량부족이 외부 공급으로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이다. 며칠 전 휘발유와 디젤유가 원조로 들어왔다는 소문과 가격급락 소식이 전해져 조만간 식량수입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지만, 식량난은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북한 당국이 국제기구에 제출한 문건으로 북한 현실을 파악하기에는 매우 제한적이다. 통계의 신빙성과 정확성도 문제이지만 제출되지 않은 지표도 무수히 많다. 그래도 북한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 ‘공공의 적’ 틱톡

    ‘공공의 적’ 틱톡

    중국 공유차량 플랫폼 ‘디디추싱’(디디)의 미국 증시 상장 이후 중국 데이터 기업에 대한 정부의 ‘군기 잡기’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셜미디어 ‘틱톡’의 운영사 바이트댄스가 올해 초 중국 당국과의 면담 이후 뉴욕증시 기업공개(IPO)를 포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국은 중국 내 개인정보가 미국으로 흘러갈 수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중국 공산당의 첩자’로 비난받은 틱톡이 역으로 중국에서도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힌 모양새다. ●바이트댄스, 中당국 면담 후 美상장 포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바이트댄스의 창업자 장이밍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3월 중국 인터넷 감독 기구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 관계자를 만난 뒤 미국 상장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고 전했다. 당시 CAC는 “틱톡 등 애플리케이션(앱)이 데이터 보안 규정을 위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바이트댄스가 어떻게 데이터를 수집·관리하는지 확인했다. 면담 다음달인 4월 장이밍은 “당분간 상장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5월에는 “연말까지 인수인계 작업을 마치고 CEO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인터넷 당국의 압박이 강해지자 경영 리스크를 줄이고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미국인의 개인정보가 중국 공산당으로 넘어갈 수 있다”며 틱톡의 미국 사업을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바이트댄스는 미 통신장비업체 오라클과 ‘틱톡 글로벌’을 세우기로 하고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 직후 틱톡에 대한 행정명령을 폐기했다. ‘전임자처럼 감정적이고 극단적인 방식으로 중국을 때리진 않겠다’는 의도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국 정부가 미국의 ‘화해 제스처’를 거부하고 바이트댄스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자국 개인정보가 적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미중 두 나라 모두에 미운털이 박힌 바이트댄스의 처지는 너무 많은 개인정보를 거머쥔 빅테크 기업들의 ‘예고된 미래’라는 전망이 나온다. ●中 70여개 민간기업 美서 IPO 불발 위기 디디 상장으로 촉발된 중국의 빅테크 규제 여파는 지금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의료정보업체 ‘링크닥’이 미국 증시 IPO를 포기하는 등 뉴욕 입성을 준비하던 70여개의 중국 민간기업이 불발 위기에 놓였다”고 전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미 증시 IPO를 허가제로 바꾸면서 이들이 뉴욕을 포기하고 홍콩 자본시장을 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 [이의진의 교실 풍경] 자포자기가 인구 감소보다 무섭다/서울 누원고 교사

    [이의진의 교실 풍경] 자포자기가 인구 감소보다 무섭다/서울 누원고 교사

    지금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 올 때, 중개하던 부동산에서 매물로 나온 집이 꽤 있으니 아예 사는 게 어떠냐고 했다. 그러나 경기도에서도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동북부 지역에서만 십 년을, 그것도 전세로만 떠돌던 처지라 서울의 집값은 언감생심이었다. 은행 도움을 받는다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융자는 월급쟁이에게 그림의 떡일 뿐이고. 어찌어찌 반전세로 주저앉은 지 2년이 못 되는 사이에 집값, 정확하게는 전세 보증금만 2억 5000만원이 올랐다. 더 낡은 아파트로 이사했고, 다시 2년이 지난 올해 초 계약을 갱신하면서 보니 그사이 낡은 아파트 전셋값마저 다시 2억원이 올라 있었다. 다행히 기존에서 5% 이상은 올릴 수 없는 전월세상한제 덕분에 재계약할 수 있었으나, 2년 뒤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주변 시세를 보건대 이미 다락같이 올라버린 전셋값을 더는 감당 못하고 이곳을 떠야 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 집은 부부 모두 벌고 있다. “인구 감소보다 무서운 건 자포자기한 중국 청년들이다”라는 제목의 연합뉴스 6월 3일자 기사는 최근 중국에 나타난 탕핑(?平)족에 대한 당국과 기성세대의 우려를 담았다. ‘탕핑’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산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삼포족(연애·결혼·출산 포기)이나 오포족(취업·결혼·연애·출산·내 집 마련 포기) 같다. 중국의 한 20대 청년은 소셜미디어에 직장도 없이 매달 3만 5000원으로 생활하는 법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하루 종일 집에만 있고, 매일 두 끼만 먹고, 낚시나 산책같이 돈이 안 드는 여가활동만 하고, 돈이 떨어지면 아르바이트 한 번으로 또 몇 달 동안 사는 게 비법이라고 밝혔다. 논리는 단순하다. “열심히 일해 봤자 사회 시스템과 자본의 노예로 착취만 당하다 결국 병만 남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꽤 많은 젊은이가 지지를 표했다. 열심히 일한 대가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다. 여기에는 아무리 돈을 벌어도 집값 오르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자괴감도 섞여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선전(深?)의 집값과 소득 비율은 43.5다. 43년간 먹지 않고 일해야 집 1채를 살 수 있다는 말이다. 베이징은 이 지수가 41.7이다. 부모의 조력 없이 자신이 살 집을 구한다는 건 지금 젊은 세대에게는 ‘이번 생(生)에는 글러 버린 일’이 된다. 어쩐지 기시감이 든다. 중국에 탕핑족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삼포’와 ‘오포’를 거쳐 이제 ‘파이어족’이 나왔다. ‘Financial Independent, Retire Early’의 첫 글자를 조합해 만든 파이어(FIRE)족은 젊을 때 임금을 극단적으로 절약, 노후 자금을 빨리 확보함으로써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일찍 은퇴하자는 운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주식 및 부동산 폭등, 비트코인 열풍 등과 결합해 이상한 한탕주의에 휩쓸리기도 했으나 궁극적으로 “사회 시스템과 자본의 노예가 돼 매일 착취만 당하고 살 수는 없다”는 데 맥을 같이한다. 이제 얼마 안 있어 학교는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그러나 고3 담임에게 여름방학은 대입 수시상담 시즌일 뿐이다. 이 시기 단순히 진학상담만 아니라 진로상담도 함께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때마다 꼭 받는 질문이 있다. “대학 나와도 어차피 아무것도 할 게 없잖아요.” 탕핑족의 등장을 단순히 먼 나라 중국의 일로만 치부하고 우리는 상관없다고 하거나, 철없는 젊은 것들 때문에 세상 망조가 든 거라고 탄식만 할 문제는 아닌 듯하다. 아이들이 자포자기하지 않고, 무엇보다 한탕주의에 휩쓸리지 않고 건강하게 자신의 길을 찾아가게 하려면 이 여름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한편으로 사회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그 시스템이 잘 돌아가도록 열심히 일한 ‘나’도 공모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기우일까.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디디추싱을 때리는 중국 당국의 속내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디디추싱을 때리는 중국 당국의 속내

    중국의 사이버감독 사령탑 격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은 지난 2일 밤 느닷없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지 이틀 밖에 안 된 중국 최대 차량공유 업체인 디디추싱(滴滴出行)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은 이날 “국가안보법과 인터넷(사이버)안보법을 바탕으로 국가 데이터안보 위험 방지, 국가안보 수호, 공공이익 보장을 위해 디디추싱에 대한 인터넷안보 심사를 한다”며 “신규 회원 모집을 금지한다”고 짤막하게 밝혔을뿐 조사배경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덧붙이지 않았다. 이틀 뒤 4일에는 개인정보 수집 법령 위반을 이유로 중국 내 모든 애플리케이션(앱) 장터에서 디디추싱 앱을 내리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7일에는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디디추싱에 50만 위안(약 8800만원)의 벌금까지 부과했다.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이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미 뉴욕증시 상장의 기쁨을 제대로 누려보기도 전에 중국 당국의 ‘안보심사’라는 철퇴를 맞아 사실상 뇌사상태에 빠진 모양새다. 중국 당국의 디디추싱에 대한 갑작스런 조사는 지도부의 역린을 건드린 탓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디디추싱이 뉴욕증시 상장 두달 전부터 “지금은 상장을 추진할 때가 아니다”라고 일찌감치 경고를 보냈다.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증권감독관리위원회, 국가외환관리국 등 관계 당국은 4월 29일 디디추싱을 비롯해 텅쉰·징둥 등 13곳 금융 플랫폼 사업자를 상대로 공동 웨탄(約談·예약 면담)을 진행했다. 웨탄은 당국이 문제 소지가 있는 기업을 불러 질타하며 개선책을 제시하는 절차다. 관계 당국은 이날 웨탄에서 ‘증권 발행·거래에 대한 규범과 해외 상장 행위’에 대한 논의했고 디디추싱에 상장 연기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14일에는 교통운수부와 공업정보화부, 공안부 등 관계 당국이 디디추싱과 트럭공유업체 만방(滿幇) 등 10곳의 온라인 차량호출 업체를 불러 웨탄을 실시했다.디디추싱은 당국에 소환될 당시 기업공개(IPO)를 위해 홍콩과 뉴욕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었다.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댄 유명 벤처캐피털 회사 등 투자자들의 압력, 중국 일부 금융규제 기관들의 뉴욕 상장 공개 지지 등 엇갈린 메시지 속에 디디추싱은 IPO를 그대로 밀어붙였고, 지난달 30일 뉴욕증시에 상장하며 44억 달러(약 5조원)를 조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디디추싱이 인민은행의 IPO 연기와 국가인터넷전보판공실의 네트워크 보안에 대한 철저한 셀프 점검을 요구받았으나 IPO 절차를 멈추라는 명백한 명령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해 상장을 강행했다고 전했다. 디디추싱에 대한 조사 소식을 전해지자마자 중국 온라인에서는 인터넷정보판공실이 3주간 디디추싱을 조사한 뒤 뉴욕증시 상장 중단을 요구했지만 디디추싱이 상장을 강행하면서 사달이 났다는 루머가 나돌았다. 특히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디디추싱 이사회에 미국 군인 출신이 5년간 재임해 왔다’ ‘국가 핵심 데이터가 오래 전부터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미확인 의혹도 급속히 확산됐다. 2016년 애플이 디디추싱에 1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면서 이사회 멤버가 된 애드리안 페리카 애플 인수·합병(M&A) 총괄이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데다 미군 복무 경력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가 군부 출신이라는 점을 문제 삼은 것처럼 페리카 총괄의 경력을 문제 삼았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디디추싱 측은 “터무니 없는 소문”이라며 일축했다. 중국은 일반 도로의 교통량 현황이나 상업적으로 운영되는 주유소를 비롯해 전기차 충전소, 버스 정거장 위치까지도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중요 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2017년 시행된 중국 인터넷안보법에 따르면 정보통신(IT)과 운송, 에너지, 금융 등 ‘중요 정보’를 관리하는 기업은 반드시 중국 내에 중요 정보를 저장하고 중국 정부가 요구할 때 이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디디추싱은 뉴욕 상장 추진 과정에서 미 회계기준에 따라 다양한 정보를 미국 측에 공개해야 했다. 이 때문에 위치 정보를 다루는 디디추싱의 민감한 내부 정보가 미 당국이나 해외 대주주에 넘어갔을 공산이 큰 만큼 중국 지도부의 우려를 낳았다. 미중 갈등이 본격화된 이후 중국이 자국 기업들이 당국의 통제권 하의 홍콩 또는 상하이 증시 상장을 선호해온 이유다.차이신은 “디디추싱이 다루는 데이터가 국가 경제안보와 밀접히 관련된 것”이라며 “디디추싱이 다급한 경제적 이익 때문에 회계감독 기구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 등 미국 관계 당국이나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에게 데이터가 넘어갔을 경우 매우 큰 안보 위협이 생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매체 텅쉰왕(騰訊網)은 “전국 도로망과 전 국민의 이동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디디추싱의 데이터가 미국에 넘어가면 특정 회사의 고위 간부가 주로 어디서 누구와 회동하는지 등과 같은 민감한 정보까지 추측 가능해진다”며 “국가 경제와 관련된 실시간 데이터를 미국 손에 쥐여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디디추싱이 뉴욕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 당국이 안보상 민감하다고 여기는 데이터를 미국 측에 제공한 것이 문제가 됐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졌다. 디디추싱이 해외에서 상장한 것은 “중국의 중요 데이터를 미국에 갖다 바치려는 행위”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국부 유출이 디디추싱의 조사를 부채질했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지도부는 자국 시장에서 얻은 이익을 미국 투자자에게 이전할 경우 중국 내 부의 축적과 재분배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인식이 강하다. 중국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엄청난 돈을 번 디디추싱이 미국 증시 투자자들의 배만 불린다는 논리다. 교통운수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디디추싱의 월간 차량 호출 건수는 5억 6200만건으로 집계됐다. 디디추싱이 지방 중소도시를 겨냥해 별도로 출시한 플랫폼 화샤오주(花小猪)는 320만건 수준이다. 두 플랫폼을 합친 시장 점유율은 무려 90.6%에 이른다.디디추싱의 월평균 사용자 수는 5439만 명, 시장점유율은 88.7%다. 디디추싱의 올 1분기 매출은 421억 6300만 위안이며 이중 중국에서 392억 위안을 벌었다. 매출의 92.9%가 중국 내에서 발생하는 구조다. 우웨이창(吳偉强) 저장(浙江)공업대 교수는 중국신문주간(中國新聞周刊)에 “디디추싱은 각종 수단을 동원해 시장 점유율을 높인 뒤 운전기사들이 내는 사납금을 높이는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까닭에 미국 자본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 등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대형 첨단기술 기업이 중국 본토나 홍콩에 상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다. 디디추싱의 이번 위기는 급성장하는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최대 위협이 ‘중국 정부’라는 새삼 확인해 준다. 중국 당국이 디디추싱에 이어 3곳의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안보심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국가 데이터 안보 위험 방지 등을 위해 만방의 자회자인 화물중개 플랫폼 윈만만(運滿滿)과 훠처방(貨車幇), 구인·구직 플랫폼 BOSS즈핀(直聘)을 대상으로 안보심사를 한다”고 5일 발표한데 이어 신규 회원모집 금지 조치도 내렸다. 이들 기업은 모두 5~6월에 뉴욕 증시에 상장한 기업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반독점, 금융 안정, 소비자정보 보호 등의 명분을 내세워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한 대형 기술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왔는데, 이젠 더 심각한 국가안보 카드까지 꺼내 중국 빅테크의 고삐를 죄고 있는 것이다.
  • “월가 큰 타격”vs “제2 마윈 엄벌”… 中, 디디發 해외 상장제한 후폭풍

    중국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디디추싱’(디디)의 미국 증시 상장을 계기로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해외 상장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히자 미국과 중국 모두 큰 혼란에 빠졌다. 미국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중국에서는 ‘디디는 반역자’라는 인민재판식 공격이 가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월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 규제 당국이 자국 데이터 기업의 해외 증시 상장을 제한하면 미국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모두 250개로, 시가총액은 2조 1000억 달러(약 2394조원)다.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중국 기업들의 상장을 주관하고 막대한 수수료를 얻는다. 지난 18개월간 중국 업체들의 기업공개(IPO)를 돕고 챙긴 수입만 24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 투자자들도 피해가 예상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알짜 기업들이 미국에서 IPO를 해 국부가 해외로 빠져나간다고 본다. 이번 기회에 ‘재주는 중국 IT 기업이 부리고 돈은 월가가 챙기는’ 판도를 부수겠다는 속내도 있다. 이런 기업들의 미 증시 상장이 막히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이들은 바로 미국의 투자자들이라고 FT는 진단했다. 중국에서는 디디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규제 당국이 인터넷 여론몰이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디디가 중국 당국의 데이터 보안 우려를 무시하고 미 증시 상장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디디와 창업자 류칭 사장에 대한 공격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디디추싱 앱 퇴출’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였다. 웨이보 사용자들도 디디를 ‘반역자’나 ‘미국의 애완견’으로 표현하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류 사장의 아버지인 류촨즈 레노보 창업자에 대해서도 ‘엄벌에 처해야 마땅한 제2의 마윈’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중국 금융 당국을 비난한 뒤로 온라인상에서 ‘탐욕의 자본가’라는 딱지가 붙었다.
  • 윤고은, 재난시대 통찰해 亞최초 ‘대거상’… 김영하·편혜영 잇는 ‘K-스릴러’ 쾌거

    윤고은, 재난시대 통찰해 亞최초 ‘대거상’… 김영하·편혜영 잇는 ‘K-스릴러’ 쾌거

    윤고은(41) 작가의 장편소설 ’밤의 여행자들’(영문 명칭은 ‘The Disaster Tourist’)이 아시아권 최초로 영국 추리작가협회(CWA) 주관 대거상 번역추리소설 부문을 수상하면서 최근 급부상한 ‘K-스릴러’ 문학 위상에 관심이 쏠린다. ‘밤의 여행자들’은 재난을 소재로 글로벌 자본주의와 삶에 대한 통찰이 녹아있는 작품으로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편혜영 ‘홀’ 등 기존 해외 문학상 수상작들의 계보를 잇게 됐다. 1955년 제정된 대거상은 CWA가 매년 픽션과 논픽션 대상 총 11개 부문의 상을 수여하고, 미국 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에드거상과 더불어 영어권 양대 추리문학상으로 불린다. 이 가운데 번역추리소설 부문은 매년 영어로 번역된 해외 추리 문학 가운데 뛰어난 작품을 기리기 위한 상으로 2019년까지 ‘인터내셔널 대거상’으로 불렸다. 역대 수상자들은 프랑스의 아네로르 케흐(2020), 스웨덴의 헨닝 만켈(2018) 등 유럽권 작가들이 대부분이었다. 올해는 프레드릭 배크만, 록산느 부샤르 등 6명의 작품이 최종후보로 선정됐지만, ‘밤의 여행자들’이 유일한 아시아 문학으로 이름을 올렸다. 윤 작가는 해당 부문이 개설된 이후 우리나라 최초 수상자이기도 하다. CWA는 ‘밤의 여행자들’에 대해 심사평을 통해 “한국에서 온 매우 흥미로운 에코 스릴러로 신랄한 유머로 비대해진 자본주의의 위험을 고발하는 작품”이라고 호평했다.2013년 민음사에서 출간한 이 소설은 재난 지역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회사의 수석 프로그래머인 주인공 ‘고요나’가 사막에 있는 싱크홀로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가 퇴출 후보지로 지목된 싱크홀 ‘무이’를 살리기 위한 인공 재난 프로젝트에 우연히 관여하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린다. 이 책은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에서 번역 출간됐고,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중국어(대만)판 출간도 예정돼 있다. 영국에서는 ‘프로파일 북스’ 출판그룹의 임프린트인 ‘서펀츠 테일’ 출판사에서 프리랜서 번역가인 리지 뷸러의 번역으로 출간됐다. 뷸러는 윤 작가의 2010년 소설집 ‘1인용 식탁’도 번역해 미국 컬럼비아대 출판부에서 출간을 앞두고 있다. 미국 타임지는 이 책을 ‘2020년 8월 필독 도서 12종’에 추천했다. 특히 영국 가디언지는 지난해 7월 9일 서평 기사를 통해 “‘밤의 여행자들’은 재치 있고, 터무니없기도 하며, 긴장감 넘치고 공포스럽다. 이 에코 스릴러는 기후변화가 글로벌자본주의와 어떻게 뗄 수 없는 관계인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4년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아 등단한 윤 작가는 ‘무중력 증후군’,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 등의 작품을 냈고, 이효석문학상, 한겨레문학상 등을 받았다. 온라인 시상식에 참석한 윤 작가는 2일 “수상자로 호명돼 놀랐고 다른 차원으로 가는 ‘웜홀’을 발견한 느낌”이라며 “이 환상적인 ‘웜홀’로 기꺼이 들어가 앞으로 더 자유롭게 글을 쓰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윤 작가의 수상은 최근 몇 년간 스릴러 작품을 쓴 작가들이 해외 무대에서 한국 문학의 위상을 드높이는 양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편혜영 작가는 ‘홀’로 2018년 미국 셜리 잭슨상을 받았고, 김영하 작가는 범죄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독일추리문학상(2020), 독일 독립출판사 문학상(2020), 일본번역대상(2018) 등 해외 문학상을 3개나 받았다. 손원평 작가는 성장 소설과 스릴러 장르를 결합한 ‘아몬드’로 지난해 일본 서점대상(번역소설 부문)을 수상했다.방민호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윤 작가의 수상은 지난 20년간 한국 사회가 세계화되면서 그동안 고립돼 있던 한국어와 한국 문학의 체질이 바뀌게 돼 세계 사회에서 언어적·문법적 소통을 이룬 결실”이라며 “한국 문학이 다른 한류 상품과 마찬가지로 세계로 나갈 수 있다는 잠재력이 확인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방 교수는 “스릴러 장르가 단순히 현실과 괴리된 상황을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에 대한 성찰이 들어가면서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고 덧붙였다. 우찬제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세계인이 존재론적 위기의식을 느끼는 상황에서 재난을 소재로 한 소설이 자연과 인간 삶과 실존에 대한 위기를 본격적으로 다뤄 성찰해야 할 주제로 호응을 얻게 됐다”고 분석했다. 한국문학번역원 관계자는 “한국의 장르 문학이 세계 유수 문학상 수상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은 세계 문학시장에서의 수요 확대와 체계화된 번역 지원이 맺은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 15만 회원 안에 ‘의병 DNA’… 외교부엔 청년대사 왜 없나

    15만 회원 안에 ‘의병 DNA’… 외교부엔 청년대사 왜 없나

    “최근 일주일 사이 정치권 쪽에서 제안이 많이 왔는데 모두 거절했습니다.” 우리 역사·문화를 바로 알리는 데 매진해 온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 박기태(47) 단장은 “정치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제가 잘할 수 있는 건 교육”이라면서 “예전에도 제안이 올 때마다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못다 한 일이 있다”면서 “인생 2막은 청소년, 청년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한국을 빛낼 수 있게 ‘국민외교 아카데미’(가칭)와 같은 혁신적인 교육 기관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라고 자신의 꿈을 내비쳤다. 1999년 야간 대학을 다니다가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한국 바로 알리기’ 운동에 나선 청년 박기태. 당시 25세였던 그는 2년 뒤 사무실을 차리고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반크 회원 수는 외국인 3만 5000여명을 포함해 총 15만명이다. 이 중 한 달간 교육·활동에 참여한 사람은 5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외교관도, 역사가도 아니지만 한국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찾아내고 시정하는 데 앞장선다.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 보문동 반크 사무실에서 만난 박 단장은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반크 회원들을 향해 “기적 같은 일”이라면서 “의병·독립운동가 DNA가 우리 안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짜뉴스·관영매체 비판… 중일 견제 심해 -반크 하면 독도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독도가 주는 교훈은 이 땅을 다시는 뺏기지 말자는 것이다. 유관순 열사, 윤봉길 의사가 못다 한 꿈을 이 시대가 이뤄야 하는 상징과도 같다. 일본은 독도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겠지만 독도를 바라보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도쿄올림픽 홈페이지 지도에서 독도는 확대를 해야 겨우 보인다. 독도 사랑을 크기로 잰다면 그들에겐 1㎜에 불과할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독도는 한반도 5000년 역사 전체다.” -20년 전에 비해 뭐가 가장 달라졌나. “감당할 수 없는 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매일 먹는 김치를 뺏어 가려고 하지 않나. 그래도 다행인 점은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한류 열풍으로 한국을 홍보하기에 좋은 시기라는 점이다. 20년 전에는 일본, 중국에 상대가 안 되는 무명배우에 불과했던 한국이 이제는 해외에서 더 알아주는 스타가 됐다.” -일본·중국의 견제도 만만찮을 것 같다. “일본의 일부 매체, 유튜버들은 반크 뒤에 한국 정부가 있다는 프레임을 씌우려고 한다. 심지어 반크 직원이 100명, 예산이 200억원에 달한다는 가짜뉴스도 올라왔다. 지난 2월 중국 관영매체도 반크를 직접 거론하고 비판했다. 우리 명성에 해를 끼치려는 것 같아서 최대한 반크의 실체를 보여 주려고 한다. 상주 직원 5명에 1년 예산으로 5억원을 쓴다고. 일본 언론에서 취재를 하러 사무실에 오면 ‘여기에 공무원이 있는 것 같냐’고 묻는다.” -화가 날 때도 있을 것 같다. “청소년들을 꼬셔서 선전용으로 이용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흥분을 안 할 수가 있겠나. 우리가 무슨 최면이라도 걸었다는 건가. 그들 사고방식으로는 오늘날 반크의 활동을 이해할 수 없는 거다. 국가가 무기를 주지 않아도 목숨 걸고 싸운 의병의 역사, 독립운동의 역사를 이해 못하면 반크가 걸어온 길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제보의 힘도 클 것 같다. “한 달 전에 프랑스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 학생이 넷플릭스로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프랑스어 자막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사실을 발견하고 제보를 한 적이 있다. 우리는 곧바로 넷플릭스 측에 문제제기를 했고, 4시간 만에 일본해 표기가 동해 단독 표기로 수정됐다. 어떤 건 하루 만에 시정되거나 1년이 걸릴 때도 있다.” -오류 시정을 넘어 등재 쪽으로 활동 범위가 넓어졌다. “제가 그동안 잘못된 걸 고치는 역할을 했다면 지금 반크 청년들은 우리 역사·문화 유산을 일본, 중국이 빼앗아 가기 전에 올바로 등재시키는 일을 한다. 최근 영국의 유명 사전인 콜린스에 ‘한복’(Hanbok)을 등재시키고 한국의 전통 의상이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제가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직지)을 콜린스에 등재시키려고 1년 내내 노력해도 안 됐는데 우리 직원이 한 달 만에 해냈다. 새로운 길이 뚫린 셈이다. 이제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민원 넣듯 ‘고쳐라’ 항의… 외교부 소속 아냐 -반크가 유명해지면서 힘든 점은. “100명 중 1명은 우리를 외교부 소속으로 안다. 민원 넣듯이 ‘이건 왜 안 고치냐’, ‘왜 이렇게 빨리 시정이 안 되느냐’고 항의를 해 온다. 한편으로는 ‘시정하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아나’라고 생각되면서도 ‘그만큼 우리를 믿고 의지하는구나’라고 새삼 깨닫게 될 때가 있다.” -반크에 대한 기대에 맞게 몸집도 키워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작은 조직을 꿈꾼다. 반크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와야만 활동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가 만든 홍보물이 100여개가 있는데 이걸 외국인들한테 보여 줄 수도 있는 거다. 최근에 반크에 대한 기사가 올라오면 댓글에 ‘반크 후원하자’는 반응이 많은데, 그것보다는 ‘나도 한 번 해 볼까’라고 도전을 받았으면 좋겠다. 후원보다는 참여가 필요한 때다.” -외국인들에게 우리 것만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이다. 외국인과 교류를 통해 자연스럽게 우리 역사·문화를 알리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한국을 홍보할 수는 없다. 잘못하면 국수주의가 된다. 반크에서는 제국주의 피해를 입은 아시아·남미·아프리카 국가들의 찬란한 역사·문화를 대신 홍보해 주기도 한다. 이들 국가의 역사·문화 수준이 서구에 비해 낮지 않다는 점을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이 대신 알리는 것이다.” ●국수주의 경계… 후원 보다 필요한 건 참여 -자녀들도 반크 회원인가. “가입은 했는데 교육 이수를 하지 않아 ‘반크 대사’가 되진 못했다. 아빠 강의가 재미없다고 한다. 그때 알게 됐다. 제가 강연을 다니면 늘 200~300명의 청소년들이 모여 있고 관심을 보여서 이런 친구들이 태반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자기 시간을 투자하고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반크 청년들을 보면서 겸손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반크 청년들을 ‘겨자씨’에 빗대기도 한다. “하찮고 작은 씨앗이지만 좋은 땅에 심고 물과 거름을 주면 나무가 되고 새가 깃들이는 숲이 된다. 반크 청년을 통해 한반도가 희망의 숲이 되는 게 제 바람이다. 이 청년들은 마음만큼은 공무원 이상으로 한국을 대표해 활동한다. 다윗과 골리앗처럼 일본·중국을 상대로 맞짱을 뜨는 이들 덕분에 반크가 이만큼 왔다.” -반크 청년들은 외교관 못지않은 것 같다. “지금 사이버상에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 열리고 있는데 외교부에는 사이버를 관할하는 대사가 없다. 언제까지 20세기형 직제에 머물러 있어야 하나. 외교부에 청년대사·디지털대사를 정식 직책 중 하나로 만들어 청년을 앉히면 청년 눈높이에 맞는 대응이 이뤄질 수 있다. 청와대가 20대 청년비서관을 임명한 것처럼 외교부도 못할 것 없다고 본다. 이 분야는 우리가 가장 앞서가야 하지 않겠나.” -얼마 전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반크를 찾았다. 정치권·정부와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보나. “반크의 정체성·독립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우리가 ‘키’를 쥐면 된다. 대권주자든 국회의원이든 배우러 온다고 하면 국민 세금인 예산을 똑바로 쓸 수 있게 알려 줘야 한다. 막상 들어보면 내용도 별 것 없는 국제 콘퍼런스에 수억원의 예산을 쓰는 것보다는 한국을 알리는 홍보물을 만들어 배포하는 게 낫지 않겠나.” -기업들이 후원하겠다고 하나. “반크 활동에 도움이 되는 후원은 받지만 많지 않다. 일부 기업은 반크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 자기네 기업을 노출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후원하는 건 다 거절했다.” -반크 이후의 삶도 그리고 있나. “‘미네르바 스쿨’처럼 캠퍼스는 없지만 가상의 국민외교대학을 세우고, ‘동북아 평화게스트하우스’도 짓는 꿈을 꾼다. 일본인, 중국인들에게는 반값만 받을 생각이다. 그동안 일본, 중국과 싸우는 데 에너지를 썼다면 앞으로는 한중일 청년이 모여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을 이룰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보고 싶다. 지금 하는 일도 그날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 마오쩌둥, 분열된 대륙 통일 ‘국부’ 추앙… 덩샤오핑, 개혁·개방으로 경제 도약

    마오쩌둥, 분열된 대륙 통일 ‘국부’ 추앙… 덩샤오핑, 개혁·개방으로 경제 도약

    중국 공산당은 100년 동안 다섯 명의 최고 지도자를 배출했는데 마오쩌둥을 1세대, 덩샤오핑을 2세대, 장쩌민 전 국가주석을 3세대, 후진타오 전 주석을 4세대, 시진핑 주석을 5세대 지도자로 부른다. 1세대 마오쩌둥(1893∼1976)은 중국 현대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지도자로 이견이 없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논쟁이 분분하다. 그가 매우 불리한 환경에서 국민당 장제스를 격파하고 1949년 중국 대륙에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했다는 점에서 ‘국부’로 추앙받는다. 그러나 1950년 후반 대약진 운동과 인민공사, 문화혁명으로 이어진 그의 계속된 급진적 정책이 중국에 입힌 인적·물적 피해는 수치로 계산이 힘들다. 1957년 반우파 투쟁을 통해 지식인 55만명이 숙청됐고 대약진 운동과 인민공사의 실패로 굶어 죽은 사람이 3000만~4000만명이라는 기록도 있다. 1966~1976년 문화혁명 때에는 360만명이 박해를 받고 75만~150만명이 사망했다는 연구도 있다. 이런데도 마오가 신으로 추앙받는 것은 분열된 대륙을 하나로 통일해 거대 중국을 탄생시켜 상처받은 중국인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준 덕분이라는 게 중국인의 대체적인 평가다. 2세대 덩샤오핑(1904~1997)은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사회주의 이념을 교조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닌, 자본주의의 장점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했다. 그가 내세운 기치가 실용주의 노선의 ‘흑묘백묘론’이다. 사회주의든 자본주의든 중국인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으면 가장 좋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과감한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해 피폐해진 중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교두보를 구축했다. 이후 중국은 40년간 연평균 9.2%에 이르는 고도성장을 통해 미국과 맞서는 ‘주요 2개국’(G2)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1989년 톈안먼 사태 당시 민주화 요구를 무력으로 짓밟는 역사적 오점을 남겼다. 3세대 장쩌민(1926~)은 1989년 톈안먼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최고 지도자에 올라 덩샤오핑이 닦아 놓은 길로 역동적인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중국의 시장경제 발전을 되돌릴 수 없는 경로로 들어서도록 했을 뿐 아니라 중국 경제에 날개를 달아 줬다. 중국은 ‘원바오’(생존을 위한 의식주 해결)를 넘어 ‘샤오캉’(여가생활 가능) 사회도 가시권에 뒀다. 4세대 후진타오(1942~)는 집권 10년 동안 주창해 온 ‘과학적 발전관’과 ‘조화사회 건설론’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앞선 장쩌민 시대까지 성장에만 방점을 뒀던 정책에 대한 보완 성격이 강한 정책을 펼쳤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로지 경제성장만을 추구했던 정책에서 벗어나 분배는 물론 사회, 환경 등 모든 분야를 함께 챙겨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었다. 덩샤오핑과 장쩌민과는 달리 핵심 권력인 당중앙군사위 주석직까지 동시 이양해 완벽한 은퇴를 선언함으로써 ‘원로 정치’를 사실상 종식시켰다. 5세대 시진핑(1953~)은 중국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중화민족의 부흥을 위한 ‘중국몽’을 장기 비전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창당 100주년을 1년 앞두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 달러를 돌파해 샤오캉 사회를 이룩한 시 주석은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에 경제와 문화를 세계 최고로 만드는 부강사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기원을 둘러싼 논란과 홍콩 및 신장위구르족 인권 탄압 등 여러 악재가 겹치는 바람에 세계 무대에서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여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 中 공산당 두 얼굴… 경제 기적·인권 탄압, 세계를 놀라게 하다

    中 공산당 두 얼굴… 경제 기적·인권 탄압, 세계를 놀라게 하다

    “나는 공산주의를 위해 평생을 분투하겠습니다. 당을 영원히 배신하지 않겠습니다.” 중국 상하이의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은 공산당 제1차 전국대표대회 기념관. 중국 공산당 100년의 역사가 시작된 발원지로 ‘혁명성지’다. 공산당 배지를 가슴에 단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낫과 망치가 새겨진 공산당기 앞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입당 선서를 외쳤다. 이들에게 공산당은 종교와도 같아 보였다. 자신을 당원으로 소개한 중년 여성은 “오늘날 신중국(사회주의 중국)의 기적이 여기서 태동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제국주의 국가들의 조계지였던 상하이가 100년 뒤 ‘아시아 최고 도시’로 번영을 구가한다는 사실에 감동한 ‘환희의 눈물’이다.그러나 같은 시간 홍콩에서는 ‘침묵’을 강요받고 있었다. 연일 베이징의 강압 통치를 비난하던 빈과일보가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1년(7월 1일)을 일주일 앞둔 지난 24일 폐간됐다. 창간 26년 만이다. 마지막 신문을 사려고 줄을 선 일부 시민은 “지금까지 홍콩보안법으로 100명 넘게 체포됐다. 입을 틀어막는다고 마음속 생각까지 변할 것 같으냐”며 흐느꼈다. 중국 공산당이 기어이 홍콩의 민주주의를 끝장냈다는 ‘분노의 눈물’이었다. 홍콩 민주화 운동을 이끌다가 7개월여 징역형을 마친 뒤 지난 12일 풀려난 아그네스 차우(24)도 “지금부터는 푹 쉬겠다”고만 밝히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1921년 7월 23일 상하이의 프랑스 조계지에서 13명의 대표가 붉은 깃발을 내걸고 출범한 중국 공산당은 100년이 지난 지금 9200만명의 당원을 가진 세계 최대 집권 정당으로 거듭났다. 한 정당이 명칭도 바꾸지 않고 혁명당에서 집정당(여당)으로 변신해 100년간 성장한 것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민주주의만이 경제 번영을 이끈다’, ‘경제 성장이 정치 민주화를 견인한다’는 오랜 통념도 깨뜨렸다. 세계 최장수 공산당인 중국 공산당의 일당체제는 서구 학자들의 생각보다 훨씬 공고했다.하지만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는 세계의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며 권위주의를 강화하고 주민 통제를 확대하는 모습을 보며 그간 중국을 친구로 여기던 주요국들이 하나둘 등을 돌리고 있기도 하다. 중국 공산당은 어떤 성과와 문제를 안고 있을까. 중국의 오늘을 만든 공산당 100년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봤다. ●세계 최빈국서 최강국 코앞까지 “인류의 4분의1을 차지하는 중국인들이 일어섰다. 다시는 (외세에) 모욕받지 않을 것이다.” 중국 혁명에 성공한 마오쩌둥(1893~1976) 공산당 주석이 1949년 10월 1일 신중국 건국행사에서 던진 말이다. 중국 공산당은 100년의 부침을 견디며 14억명 인구를 사회주의로 무장시켜 중국을 세계 2위 경제대국이자 3위 군사대국으로 이끌었다. ‘외세에 모욕받지 않겠다’던 마오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27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건국 직후인 1952년만 해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300억 달러(당시 가격 기준)에 불과해 소련의 원조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난해 GDP는 14조 7200억 달러(약 1경 6600조원)로 500배 가까이 불어났다. 이 추세면 2028년쯤 중국은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선다.주민들의 삶도 극적으로 개선됐다. 지난해 1인당 GDP는 1만 504달러로 ‘중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14개 도시는 2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들 지역의 인구는 약 1억 5000만명이다. 중국인 가운데 10% 넘는 이들이 이미 선진국 수준의 생활을 누린다고 볼 수 있다. 과학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원자폭탄과 인공위성을 직접 만들고 독자적인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베이더우’를 안착시켰다.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창어4호를 보내고 화성에 톈원1호도 착륙시켜 미국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신화통신은 “인류의 역사에서 100년은 한순간처럼 짧다. 그럼에도 중국 공산당은 역사적 전환을 실현했고 세계를 놀라게 한 기적을 창조했다”고 자평했다.1990년대부터 서구에서는 ‘주민들의 민주화 요구로 중국 공산당도 곧 무너질 것’, ‘중국 국영기업 부채 거품이 터져 외환 위기에 빠질 것’ 등 다양한 붕괴론이 쏟아졌다. 하지만 중국은 이런 예측을 비웃듯 3조 달러가 넘는 외환 보유고를 과시하며 한발씩 초강대국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 공산당 가운데 중국이 유일하게 성공한 이유로 ‘이데올로기의 유연성’을 꼽았다. 덩샤오핑(1904~1997)이 극좌 세력의 반발을 물리치고 사회주의 국가 중 처음으로 자본주의를 도입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는 “엘리트들의 치열한 학습과 경쟁, 정책 노선이 정해지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최빈국이던 중국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국으로 끌어올렸다. 중국 공산당의 성과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인권 탄압에 전 세계 ‘반중 정서´ 확산 반면 중국 공산당은 부정부패와 인권 탄압, 감시 강화 등 상당한 문제도 노출하고 있다. 일당 독재가 고착화되면서 인허가를 성사시키려면 공산당원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의 뇌물을 제공하는 것이 관행이 됐다. 공산당원이 되지 못하면 승진과 출세도 힘들어졌다. ‘모두가 평등해야 할’ 사회주의 국가에서 공산당원은 특권계급이 됐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하나가 된 지금도 중국 공산당은 강력한 통제로 표현의 자유를 차단한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나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등에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면 해당 내용은 곧바로 삭제된다. 글쓴이도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듯 누구든 중국 정부의 관행을 비난하려면 장기간 고초를 겪을 각오를 해야 한다.‘중국 공산당은 첨단 정보기술(IT)로 끊임없이 자국민과 이웃 국가를 염탐하고 사생활을 들여다보려고 한다’는 의구심이 퍼지면서 국제사회의 반감도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실제로 올해 3월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발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에게 ‘가장 큰 적이 누구냐’고 묻자 45%가 중국을 꼽았다. 1년 만에 두 배나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퓨리서치센터가 한국과 영국, 호주 등 14개 선진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도 모든 나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중국을 싫어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부 국가가 ‘중국 책임론’을 거론하자 ‘우리보다 힘이 없으면 도발하지 말라’는 식으로 상대국을 윽박지르는 ‘전랑(늑대전사)외교’가 반중 정서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가 많다.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여전히 개인의 자유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얼굴인식 감시 기술까지 동원하는 등 정치적 통제가 심해졌다. 중국이 ‘디지털 전체주의 국가’로 퇴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을 국제사회로 끌어낸 일등공신인 헨리 키신저는 저서 ‘중국 이야기’에서 “예로부터 중국의 정치인은 힘의 대결보다는 (바둑에서처럼) 섬세한 전략으로 수싸움에서 이기는 방식을 선호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에도 이런 섬세함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되새길 필요가 있어 보인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알리페이 10억명 금융정보, 中 당국에 넘긴다

    알리페이 10억명 금융정보, 中 당국에 넘긴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전자 금융 거래 자회사 앤트그룹이 중국의 국영기업과 함께 신용정보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합작 신용정보회사가 출범하면 앤트그룹의 알리페이 결제 서비스 사용자 10억명의 금융 정보가 당국의 관할권 내로 넘어가게 될 것으로 기사는 전망했다. 알리페이 플랫폼은 17조 달러(약 1경 9300조원) 이상의 결제 거래를 처리했고 중국 인구의 3분의1 이상에 대출을 해 주는 등 수년간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해 왔다. 지난 10년간 앤트그룹 등 핀테크 회사들은 수집한 개인 정보 대부분을 자신들의 시스템에 보관했다. 중국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개인과 기업의 은행 대출 내역 등을 취합해 신용을 평가해 왔기 때문에 은행 대출이 없는 국민에 대한 신용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이에 금융 규제 기관들은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금융 기관들이 접근할 수 있는 중앙 저장소에 공급하라고 핀테크 회사들에 압력을 가해 왔다. 그러나 핀테크들은 사용자들의 동의가 없었다며 저항해 왔다고 한다. 그러던 지난해 11월 앤트그룹이 홍콩과 상하이 증시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하려다 중국 당국의 개입으로 취소된 이후 분위기가 반전됐다. 앞서 10월 알리바바 창립자 마윈이 당국을 공개 비판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금융 당국은 앤트그룹 등 핀테크 기업에 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와 자본 요건 규정을 요구하는 등 압력을 가해 왔고, 광범위한 규제 단속을 본격화했다. 앤트그룹은 이후 당국이 요구에 따라 회사 재편 청사진을 제시한 후 전면적인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 수출·내수 동반 성장에… 위안화 초강세 처방 미루는 中

    수출·내수 동반 성장에… 위안화 초강세 처방 미루는 中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3년여 만에 달러화 대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1일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날보다 0.0116위안 떨어진 6.3856위안으로 고시했다. 2018년 5월 말 이후 3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위안화 환율이 하락하면 가치는 그만큼 상승한다는 뜻이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 4월 이후에만 2.7% 이상 올랐다. 7.13위안대 턱밑까지 치솟았던 지난해 5월과 비교하면 위안화 가치는 10% 이상 급등했다. 위안화의 강세 현상은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세 덕분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을 딛고 지난해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8% 이상의 고성장을 이룰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8.6%로 예측했고, 아시아개발은행(ADB)은 8.1%로 예상했다. 달러화 약세 기조 속에 미중 간 금리차가 커지며 해외 자금이 중국에 밀려든다는 점도 위안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 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31일 89.8로 떨어지며 뚜렷한 달러 약세 기조를 보였다. 이에 따라 상하이종합지수가 2%가량 오른 지난달 25일 홍콩과 중국 본토의 증시 교차거래 시스템을 통해 217억 위안(약 3조 8000억원)의 외부 자금이 유입되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위안화 강세는 중국에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이 동시에 존재하는 ‘양날의 칼’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오름세 속에서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수입 제품 가격을 떨어뜨리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반면 위안화 강세는 수출 가격이 비싸지는 탓에 국제경쟁력이 떨어져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된다. 위안화 강세를 노리고 유입되는 해외 자금이 버블을 부채질할 위험도 상존한다. 이런 만큼 중국 정부의 경제 및 통화 정책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켄 정 미즈호은행 아시아 외환담당 수석전략가는 “해외 자본 유입 급증은 자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인민은행의 레버리지(차입) 안정화 노력을 허사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정부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늪에 빠진 모양새다.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 내에서는 미중 무역 갈등과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무역 감소 탓에 중국이 경제성장의 축을 수출에서 내수로 이동하는 ‘쌍순환’(雙循環) 전략을 채택하면서 구매력 향상을 위해 위안화 강세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온다. 뤼진중(呂進中) 인민은행 상하이총부 조사연구부 주임은 “중국이 시장 흐름에 맡겨 위안화 평가절상을 추가로 용인해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 특히 위안화 강세는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중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 정치권은 그동안 중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위안화 환율을 조작해 자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미국 기업에 피해를 줬다고 맹비난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걸핏하면 중국이 자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고 환율을 조작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고, 실제로 위안화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수출 역시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5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9% 증가하는 등 올 들어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쾌속 순항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중국 금융 당국은 위안화 강세를 비교적 담담한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다. 중국 당국이 지난달 31일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외화예금 지급준비율(지준율) 인상(5%→7%) 카드를 통해 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달러를 사들이고 위안화를 내다 파는 직접적인 시장 개입에 비해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해 보인다. 외화 지준율을 높이면 금융기관이 인민은행에 더 많은 액수의 외화를 예치금으로 맡겨야 하는 만큼 위안화 강세 압력을 완화하는 효과를 낸다. 4월 말 기준 중국 금융기관에 예치된 외화예금 잔고는 1조 달러(약 1108조원)로 지준율이 2% 포인트 상승하면 200억 달러의 자금이 회수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위안화 환율 변동이 극심하다고 판단되면 즉각 시장 개입에 나선다. 2018년 11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 내 경기둔화 우려 속에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자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대거 투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당시 “인민은행이 지난 10월 외환시장에서 320억 달러 규모의 시장 개입에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최근 2년 사이 가장 큰 규모의 시장 개입”이라고 전했다. 인민은행이 지난달 27일 류궈창(劉國强) 부행장 주재로 은행 등 30개 외환시장 참여 기관이 참여한 ‘전국자율규제업무회의’를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참석자들은 “향후 환율에 영향을 끼치는 시장·정책 요인이 매우 많아 위안화 가치는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다”며 “누구도 정확히 환율의 향배를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율은 인위적 조절의 도구가 아니다”라며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을 지원할 수도, 평가절상을 통해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을 상쇄하는 것도 안 된다”고 원론을 밝혔다. 명목상 ‘자율규제’ 차원에서 열린 것이지만 실제로는 인민은행 주도로 열린 외환시장 관계 기관 대책 회의로 대책을 내기보다 지켜보자는 모습이다. 장위(張瑜) 화창(華創)증권 애널리스트는 “중앙은행이 환율 관리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더 많은 거래가 시장에서 이뤄지게 하겠다는 태도를 보여 시장의 탄력성이 더 커질 것”이라며 “시장의 관성이 과도할 때만 적절한 유도 작용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위안화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하는 관제(官製)의 목소리가 나온다. 위안화 강세가 오래 가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시장 개입 등 직접 대응할 필요가 있느냐는 뜻으로 해석된다. 인민은행을 대변하는 금융시보(金融時報)는 지난달 31일 1면에 ‘향후 위안화 약세를 초래할 수 있는 4대 요인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논평을 싣고 위안화가 강세를 나타내지만 반대 흐름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여러 요인이 있다고 밝혔다. 가장 큰 요인은 미국의 경제회복에 따른 통화긴축 가능성이다. 향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통화긴축 정책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며, 이럴 경우 자금이 대거 미국으로 돌아가고 위안화는 약세 압력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빠른 백신 보급 속 달러인덱스 상승 전망 ▲세계의 점진적 코로나19 극복에 따른 각국의 공급능력 회복 전망 ▲미국 자산 버블 붕괴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도 증가 가능성 등을 나머지 요인으로 꼽았다. 그렇다고 위안화 강세가 중국 수출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는 까닭에 무작정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국이 ‘쌍순환 전략’을 채택하고 있지만 실제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을 이끈 것은 강한 수출이기 때문이다. 저우하오(周浩)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강세는 수출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이런 흐름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금융 당국은 미세 조정 등을 통해 위안화 가치의 급등을 막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6.4위안 아래로 떨어졌을 때 국유은행이 달러화를 대거 사들이면서 위안화 강세 흐름을 조정하려고 했다”고 분석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씨줄날줄] 따릉이/박홍환 논설위원

    [씨줄날줄] 따릉이/박홍환 논설위원

    공유경제란 협력 소비를 기반으로 한 경제 방식이다. 20세기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시대였던 반면 지금은 물품부터 서비스까지 개인 소유를 최소화하고, 필요한 만큼 빌려 쓰는 한편 필요 없다면 언제든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공유경제가 보편화하고 있다. 실용주의와 환경보호라는 사회적 가치까지 더해져 더 활성화하는 양상이다. ‘내 것’에 방점을 찍는 자본주의 경제에 익숙한 기성세대에게 ‘남의 것도 내가 지금 사용하면 그것이 바로 내 것’이라는 MZ세대의 공유경제 광풍은 생경하다. 그렇다 보니 ‘타다’, ‘우버’ 등 공유경제 플랫폼의 등장에 전쟁 같은 충돌이 벌어지곤 한다. 중국 최초의 공유 자전거 플랫폼 오포는 2014년 출범 이후 급성장하다 결국 4년여 만에 주저앉았다.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는 회수와 수리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개인 간 잉여 자원의 나눔이라는 공유경제의 탈만 쓴 자전거 임대사업에 불과해 ‘고비용 저수익’ 구조로는 사업 유지가 힘들 수밖에 없다는 혹평도 나왔다. 실제 중국 대도시 곳곳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자전거가 늘어나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공유 자전거 열풍은 식지 않는다. 위치 기반 서비스, 앱결제 등 정보기술(IT)이 접목된 공유 자전거 서비스는 소비자의 ‘라스트 마일’ 교통 수요를 충족시킨다. 수도권 거주지에서 서울 시내 직장으로 출근한다고 치자. 수십㎞ 떨어진 거주지에서 시내 직장까지 지하철, 버스 등 여러 교통편을 이용할 수 있다. 최종 목적지까지는 도보 이동인데 이런 사람들에게 공유 자전거는 유용한 제3의 교통수단이 될 수 있다. 스마트폰 앱으로 주변의 대여소를 조회하고, 이용권을 구매한 뒤 이용 후에는 직접 인근의 대여소에 반납하는 모든 과정은 비대면 언택트다. 2015년 도입된 서울시의 ‘따릉이’는 엄밀한 의미의 공유경제 서비스와는 거리가 멀다. 오포와 마찬가지로 자전거 임대 서비스인데 환경보호 등 공익을 중시한 공공 주도의 사업이라는 점이 다르다. IT가 접목돼 있어 중장년층보다는 청년층의 이용률이 훨씬 높다. 특히 지난해 서울 중심가에 자전거도로가 대폭 확충되면서 시내에서 따릉이를 타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헌정 사상 최초로 30대에 제1야당 총수 자리에 오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고급 세단이 아닌 따릉이를 타고 국회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는 사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대표는 평소에도 따릉이를 애용했다고 한다. 관행에 사로잡힌 기성 정치인들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시도다. 거주지에서 자기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다.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세대 간 충돌을 따릉이가 극명하게 보여 준다.
  • 학교→ 직장→ 결혼→ 양육 ‘쥐 경주’라며 손사래 치는 中 젊은이들

    학교→ 직장→ 결혼→ 양육 ‘쥐 경주’라며 손사래 치는 中 젊은이들

    ‘열심히 공부해 좋은 학교 들어가 성적 잘 받아 안정된 직장을 구하고 결혼해 아이를 낳아 잘 키워라.’ 우리가 부모로부터 듣고 자랐고, 이제 자녀들에게 들려주는 얘기일지 모른다. 한 블로거는 ‘인생의 비극은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곳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많은 시간이 흘러서야’라고 되돌아봤다. 중국 젊은이들이 노력해봤자 이런 인생 경로의 목표들을 달성하기 어렵다며 ‘쥐 경주(rat race)’라고 낮잡으며 부모 세대로부터 물려받길 거부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14일(한국시간) 소개했다. 2017년 대학을 졸업한 Sun Ke(27)는 여느 또래처럼 좋은 직장, 좋은 차, 집 한 채를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상하이로 갔다. 이렇게까지 힘들줄은 미처 몰랐다고 했다. 부모님이 조금 돈을 떼줬는데 지금도 상하이 근처 작은 마을에 여럿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이듬해 그가 식당을 차렸는데 이미 거대 프랜차이즈 체인과 음식배달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너무 늦게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달 어플리케이션에 속한 식당들과 경쟁하려면 제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 배달 수수료를 부담하고 일부 얌체 고객들에겐 값을 에누리해야 했다. 돈을 버는 것은 거대 프랜차이즈 본사 뿐이었다. 2년 뒤 100만 위안(약 1억 7400만원) 이상 까먹고 지난해 폐업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이 오늘날 ‘퇴축(退縮)한(involuted)’ 중국 젊은이들의 표본 격이라고 했다. 한자로는 ‘內卷(neijuan)’인데 글자 그대로 안으로 말려들어간다는 뜻이다. 사회학 개념으로는 인구가 증가한 만큼 생산성이 늘지 않거나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근래 들어선 영어 ‘번아웃(burn out)’의 느낌으로 표현된다.지난해 명문대 학생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는지 보여주는 사진들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진 중에는 칭화대 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도 랩톱 컴퓨터를 켜놓고 공부하는 것도 있었다. 1990년대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 또는 Z세대들에게 이 트렌드는 반향을 일으켰다. 웨이보의 해시태그는 10억회 이상 공유됐다. 같은 해 중국에서 유행한 단어 10위 안에 꼽혔다. 옥스퍼드 대학의 뱌오 샹 교수는 “젊은이들은 열심히 노력하거나 경쟁에 뛰어들지 않으면 사회로부터 축출 당한다고 계속 느끼지만 노력을 거듭해봤자 스스로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괴 ‘쥐 경주’의 한계를 짚었다. Sun Ke는 “부모 세대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기회도 많았다. 모든 것이 다르다. 아이디어와 용기만 있다면 성공할 기회가 널려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 대다수 선진국에서 베이비붐 세대 이후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다만 중국에서의 다른 점이라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좋았던 시절”이 너무도 순식간에 사라졌다는 점이다. Sun Ke 같은 이에게 부모의 성공, 나아가 자신보다 10년 정도 윗 세대들의 성공을 지켜보자마자 곧바로 자신들의 나락을 경험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캠퍼스의 팡 쑤 박사는 “이제 창이 닫혔고, 그들에겐 더이상 가능성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억만장자를 갖고 있지만 인구의 절반 가까이 되는 6억명 이상의 월 수입이 1000위안(약 17만 4300원)이 채 되지 않는다. 얼마 전 하퍼스 바자 중국어판의 편집장을 지낸 기업인 수 망이 이런 극심한 불평등이 “열정으로 뭉친 이들과 게으른 사람의 간극” 때문에 발생했다고 발언해 젊은이들의 극심한 반발을 샀다. 그녀는 나중에 사과하긴 했다. 중국 일자리에선 996란 자조가 쉽게 나온다. 오전 9시에 출근해 밤 9시까지 엿새를 쉬지 않고 일하게 착취당한다는 뜻이다. 한 누리꾼은 “자본가들의 입을 다물게 해야 한다”고 적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일전에 996 일하는 것을 축복으로 알라고 발언해 “피빨아 먹는 자본가“ 등 갖은 욕을 다 들었다. 해서 젊은이들은 탕핑(躺平)이란 풍조에 빠져든다. ‘쥐 경주’ 개념과 탕핑 모두 중국 당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새로운 시대는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광밍일보는 한 칼럼을 통해 탕핑꾼들은 사회에 해악이라고 규탄했다. 난팡일보의 칼럼 필자 역시 최근의 풍조를 “정의롭지도 않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쑤 박사는 이런 풍조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서구에서는 젊은 세대들이 격자(grid)를 벗어나 살지, 아니면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을 살지 선택할 여지가 있지만 중국 젊은이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탕핑 기사 보려면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0604500082&wlog_tag3=daum
  • G7, 中 일대일로에 맞불…“신장·홍콩 권리 존중”압박

    G7, 中 일대일로에 맞불…“신장·홍콩 권리 존중”압박

    바이든표 저·중소득국 지원 ‘B3W’ 출범기후변화·공중보건 등 4개 분야에 투자대만해협·코로나 기원 재조사 등도 논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에 대응하는 대규모 글로벌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와 관련해 주요 7개국(G7) 회원국들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 민주주의를 토대로 결집한 서구 동맹을 반중(反中) 경제블록으로 확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른바 ‘중국몽’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바이든과 G7은 40조 달러(약 4경 4660조원)에 달하는 중·저소득국의 인프라 투자 요구에 응하기 위해 ‘세계를 위한 더 나은 재건’(B3W·Build Back Better World)을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공중보건, 디지털기술, 성평등 등 4개 분야에서 민간 자본을 동원해 세계 각지의 중·저소득국에 투자하는 것으로 “민주주의 국가가 주도하는 가치 중심의 수준 높고 투명한 인프라 파트너십”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이 개도국에 대규모 자금을 빌려준 뒤 빚을 빌미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는 상황에서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앞서 G7은 총 10억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2023년까지 저소득국에 공급하기로 하면서 중국의 백신외교를 견제한 바 있다. G7은 인권을 고리로 한 대중 공세도 강화했다. 로이터통신은 공동성명 작성 과정에 신장 지역 인권을 존중하고 홍콩에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허용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과 함께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성이 강조됐고, 코로나19 기원의 재조사를 촉구하는 것도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G7 정상들은 세계 공급망 내 강제노동 및 반부패, 랜섬웨어에도 공동 대응키로 했으며 동중국해·남중국해에서 현 상태를 바꾸고 긴장을 키우는 어떠한 일방적 시도도 강하게 반대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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