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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손 귀국’ 바이든에… 中관영지 “중동서 미국 영향력 줄어”

    ‘빈손 귀국’ 바이든에… 中관영지 “중동서 미국 영향력 줄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순방에서 원유 증산 성과를 못 내고 ‘빈손 귀국’한 데 대해 중국 관영매체가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18일 전문가를 인용해 “미국이 석유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중동 국가들과 친해지기 위해 유턴하는 것은 중동 국가들에 미국의 이기심과 위선을 더 노출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방문은 실익이 없고, 부끄러운 것”이라며 “미국은 이란에 대한 효과적인 억지력을 형성하고 러시아로부터 석유 수입을 줄이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증산을 추진했지만, 이 목표 중 달성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비꼬았다. 신문은 또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순방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갈등에 휩싸인 지역에 더 큰 불협화음 내려는 것이 분명하다”며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처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들을 동원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주웨이리에 상하이국제대학 중동문제연구소 소장의 견해를 전했다. 주 소장은 “중국은 중동 국가에 적이 없고, 오직 견고하고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 관계만 있다”면서 “게다가 중국은 중동 국가들에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가치를 선택해야 하는지 설교하거나 그들을 제재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중국 정부도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방문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주이스라엘 중국대사관은 지난 16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중동은 중동 지역 주민의 땅이지 누구의 뒷마당이 아니다”며 “중동 사람들은 무엇보다 발전과 안보를 원한다. 국제사회, 특히 주요국들은 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중동지역 국가와 국민들이 발전과 안보를 실현할 수 있도록 건설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3∼16일 나흘간의 중동 순방 중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를 방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 및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하고 원유 증산을 요청했으나 확답을 얻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와의 회담 직후 회견에서 사우디가 몇 주 내에 글로벌 석유 공급을 늘리기 위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낙관론을 피력했다. 그러나 사우디 측은 회담에서 증산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며 산유량은 미국 요구가 아니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의 계획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 中 진출 한국기업 2분기 매출 등 부진…3분기도 ‘흐림’ 전망

    中 진출 한국기업 2분기 매출 등 부진…3분기도 ‘흐림’ 전망

    수요 부진과 원자재가격 상승, 수출 감소 등으로 지난 2분기 중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전망도 직전 분기에 비해 하락했다.17일 산업연구원이 대한상공회의소 북경사무소, 중국한국상회와 함께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 211곳을 대상으로 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황은 64, 매출은 76에 머물렀다. 시황·매출 BSI는 2분기 연속 하락했고 지난 2020년 2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지 판매(76)가 2분기 연속 하락한 가운데 설비투자(95)는 8분기 만에 100을 밑돌았다. 영업환경(54)은 2020년 1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업종별 매출 현황 BSI를 보면 제조업(77)이 2분기 연속 기준선을 밑돈 가운데 전기전자(110)를 제외한 전 업종이 100에 미치지 못했다. 유통업(70)은 3개 분기 연속 100 아래에 머물면서 지난해 4분기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3분기 전망 BSI는 시황(100)과 매출(113)이 100 이상을 유지했지만, 직전 분기 전망치에 비교해 각각 3포인트와 6포인트 하락 전환했다. 현지 판매(108) 전망치는 기준선을 웃돌았지만, 설비투자(99)는 6분기 만에 100 아래로 떨어졌다. 영업환경(94)은 4분기 연속 기준선을 밑돌았다. 경영상 어려움으로는 현지 수요 부진(21.8%), 원자재 문제(18.5%), 수출 부진(9.5%) 등을 지적했다. 제조업 가운데 전기전자·화학·섬유의류 업종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조달 어려움을, 자동차와 금속기계 업종은 현지 수요 부진을 가장 큰 애로로 꼽았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는 응답 기업의 약 80%가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 “美 주도 열차 타되, 반중 깃발 흔들면 안 돼”[오일만의 글로벌 패권경쟁]

    “美 주도 열차 타되, 반중 깃발 흔들면 안 돼”[오일만의 글로벌 패권경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지난 6월 29~30일)는 글로벌 안보 전략의 변곡점이자 신냉전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표현된다.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나토의 신개념 전략 때문이다. 더 큰 틀에선 중러를 표적으로 삼아 미국이 대서양 및 인도·태평양 전략을 하나로 묶어 미국의 절대적 패권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나토 회의 이후 달라질 국제 질서에 대한 우리의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2010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러시아를 ‘전략적 파트너’로 명시했던 나토는 12년 만에 러시아를 “가장 심각하고 직접적 위협”으로 명시했다. 중국에 대해선 “중국의 명시적 야망과 강압적 정책이 나토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한다”고 규정했다. 이런 나토의 변화 뒤엔 미국이 그리는 글로벌 전략이라는 큰 그림이 숨어 있다. 변화의 원인은 첫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서방의 대립에 있고, 둘째 자본주의 국제 분업체제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경제 안보 시대’가 도래했으며, 셋째 남중국해에서 공격적 확장 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에 맞서 손을 잡고 있다는 데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복잡한 국제 정세를 나토 정상회의에서 종합해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대서양·인태 동맹의 반중 연합전선 미국은 그동안 대서양 동맹의 공간과 역할을 유럽으로 한정하고 집단안보체제를 구축해 러시아에 대항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은 ‘주요 거점’ 형태로 공동 대응이 아닌 개별 국가와의 양자 동맹을 통한 방어체계였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은 두 동맹체제와 ‘연맹하는’(federated) 형태로 중국·러시아·북한 등의 도전에 대응하려 한 것이다. 미국이 한국 외에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4개 우방국을 초청한 것은 이들 국가에 나토의 모자를 씌워 반중 전선으로 끌어들였다는 분석(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과의 동맹을 축으로 자유민주주의 선진국들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보수 정권의 전통적 외교정책으로 회귀했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 입장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의 ‘균형외교’나 전략적 모호성이 국익을 실효적으로 담보하지 못했고 대북정책에서도 무원칙과 혼선을 불렀다는 판단에서 나토 정상회의 참가가 결정됐다. 미중 ‘경제전쟁’을 축으로 국제 관계가 과거 냉전기의 동서 대립을 방불케 하는 신냉전 체제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우리가 어중간한 ‘중립’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도 현실이다. ●11월 美 중간선거… 일시휴전 가능성 미중의 패권 경쟁이 장기화하면서 ‘적대적 공존’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분간 적대적 공존체제를 통해 미중이 글로벌 헤게모니를 분점할 것이란 의미에서 ‘미중 카르텔’이란 용어도 등장했다. 양국의 국익 극대화 전략에 따라 협력과 대결을 오가는 모양새가 예상된다. 당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치로 떨어져 수세에 몰린 상태다. 선거 판세를 뒤집기 위해선 ‘발등의 불’인 인플레이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처지다. 이런 와중에 지난 5일 미중 무역전쟁 최고 책임자들이 ‘휴전’을 타진하는 화상회의도 있었다. 초인플레이션 압박에 시달리는 미국으로선 대중국 관세 인하로 물가를 낮추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전화 회담을 앞두고 ‘일시 휴전’의 길을 탐색 중이다. 미 재무부는 “양국 간 거시경제와 원자재 가격 상승, 식량 안보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했고 중국 외교부는 정례 브리핑을 통해 “대중국 고율 관세를 모두 철폐하는 것은 중미 양국과 전 세계에 이롭다”고 밝혔다. ●차이나리스크 대비책 세워야 급변하는 국제 질서와 정부 대외정책 변화의 핵심은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의 개념이다. 국제 정치와 군사협력을 축으로 움직였던 기존의 안보외교가 자국의 경제안보를 최우선하는 쪽으로 변화한 것이다. 미국 주도의 국제 분업화 체제에서 성장한 중국이 부품·소재·중간재 공급을 장악한 상황이 싫은 미국은 중국을 배제해 패권을 유지하려는 게 제1의 목표다. 미국 중심의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전략도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자유무역에 기반한 기존 국제 무역의 판 자체가 바뀐 것이다.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미국·서방과 함께 반중 전선에 한발 더 다가선 것은 우리의 현실에선 피할 수 없는 선택이지만 ‘차이나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이자는 시장 다변화의 목소리도 높지만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 수출의 25%, 수입의 23%를 차지하는 경제 의존성이 단시간 내 해결되긴 어렵다. 북핵 문제 해결의 주요 지렛대를 잃을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반중 전선 구축이란 미국의 목적을 위해 우리의 국익을 훼손하면서까지 미국에 무작정 끌려가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열차(질서)에 올라타되 노골적으로 반중 깃발을 흔들지는 말라”고 조언한다. 미국이 의도적으로 우방국들을 한데 모으는 상황에서 중국이 특정 국가를 콕 찍어 사드 때처럼 보복할 명분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점점 커지는 반중 정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할 경우 외교안보 차원의 국익 극대화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치인들의 노골적인 대중 혐오나 선동성 발언은 한중 관계에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 외화벌이 영토 넓히는 北… 친러 도네츠크·루간스크 국가 인정

    북한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친러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을 ‘독립 국가’로 승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4일 최선희 외무상이 전날 DPR·LPR에 보낸 서신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가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하기로 결정해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DPR과 LPR은 2014년 우크라이나의 친러 반군 세력이 일방 선포한 미승인 공화국들이다. 러시아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사흘 전 DPR과 LPR의 독립을 승인하면서 이 지역 내 친러 주민 보호를 내세운 ‘특별군사작전’을 명목으로 침략 전쟁을 시작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당시 지지를 표명했던 북한은 시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이들을 승인한 나라에 이름을 올렸다. DPR의 정부 수장인 데니스 푸실린은 “우리 외교의 또 하나의 승리”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매체들은 신홍철 주러 북한 대사가 전날 모스크바 주재 DPR 대사에게 승인서를 전달하는 사진 보도를 전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이날 유엔의 대북 제재에 따라 자국 노동자의 해외 수출이 막힌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외에 외화벌이 판로를 개척하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북한의 결정은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 보전을 훼손하려는 시도로 간주한다”며 단교 조치를 발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모든 수준에서 (북한에)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1991년 수교한 양국 관계는 31년 만에 단절됐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튀르키예(터키), 유엔이 이날 흑해 항로의 안전 보장과 곡물 수출 재개를 위한 ‘공동 조정센터’ 설립 방안에 합의했다고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훌루시 아카르 튀르키예 국방부 장관은 이스탄불의 4자 협상을 마친 후 “흑해 항로의 안전보장을 위한 조정센터 설립과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입 항구에 대한 공동 통제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4자 협상이 다음주 최종 타결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러시아군의 흑해 봉쇄로 고조된 세계 식량위기가 완화될지 주목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에 중요하고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양국 간 평화협상 전망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번 4자 협상은 지난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봉쇄 후 양국이 직접 참여한 첫 회담이다.
  • 대북 제재·국경 봉쇄에 북한 무역 규모 2년 연속 감소…지난해 7억 달러 규모

    대북 제재·국경 봉쇄에 북한 무역 규모 2년 연속 감소…지난해 7억 달러 규모

    지난해 북한의 대외무역 규모가 7억 13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유엔(UN)의 대북 제재가 지속되고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국경봉쇄 등으로 1년 전보다 17.3% 감소했다. 한국(1조 2595억 달러)과 비교해 무역 규모 격차가 컸다.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14일 발표한 ‘2021년 북한 대외무역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전년대비 8.2% 감소한 8196만 달러, 수입은 18.4% 줄어든 6억 3137만 달러로 2년 연속 감소했다. 무역적자는 2020년 6억 8437만 달러에서 지난해 5억 4941만 달러로 19.7% 감소해 무역수지는 다소 개선됐다. 북한의 최대 무역 상대국은 중국이었다. 중국과의 교역 규모는 2020년과 비교해 10.4% 감소한 6억 8166만 달러(수출 5811만 달러·수입 6억 2355만 달러)로 전체 교역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95.6%에 달했다. 중국과 함께 베트남·인도·태국·홍콩이 북한의 5대 교역국으로는 꼽혔다. 다만 중국과 베트남(1.7%)을 제외한 국가의 교역 비중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북한의 최대 수출 품목인 철강 수출은 전년대비 109.7% 증가한 2893만 달러로 집계됐다. 광물성연료·광물유, 시계 및 부분품도 주요 수출 품목에 포함됐다. 수입 품목은 원유·정제유 등 광물성연료(3억 7035만 달러)로 전체 수입의 58.7%를 차지했다. 비료가 새롭게 수입 상위 품목에 들어갔다. 코트라 관계자는 “2020년 이후 코로나19 대책으로 국경 봉쇄를 단행하면서 대외무역 규모가 감소하는 추세”라며 “올해 1∼4월 중국과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하면서 중국과의 교역이 1년 전보다 약 6배 증가했고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무역규모가 다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단독] 미중 대결 넘어 日·대만까지 얽힌 ‘반도체 전쟁’… 또 머리 아픈 한국

    [단독] 미중 대결 넘어 日·대만까지 얽힌 ‘반도체 전쟁’… 또 머리 아픈 한국

    미국의 요청으로 당장 다음달까지 ‘칩4’ 반도체 동맹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하면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장기적으로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추진함에 따라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이 더이상 미중 사이에서 모호한 중립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DC 현지 소식통은 12일(현지시간) “미국 행정부는 칩4 가입에 대해 각국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했지만 퀄컴, 엔비디아, AMD 등 미국 기업들이 설계한 반도체를 생산하는 우리나라가 칩4에 가입하지 않기는 어렵다. 하지만 쉽게 결정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아시아가 반도체 생산 인프라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구도에서 미국이 기술 패권을 쥐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의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부터 삼성전자·TSMC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를 대거 불러 화상회의를 주도하며 반도체 공급망 현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꺼내든 칩4 동맹 구축은 반도체 공급망 재편 정책의 완성판인 셈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우리나라가 경제안보 측면에서 미국의 반도체 새판 짜기에 올라타지 못할 경우 미국 주도의 공급망에서 연쇄적으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미국의 공급망 청사진은 우주항공, 퀀텀,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미래산업 전체 분야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 반도체 설계회사들로부터 하청을 받아 위탁생산(파운드리)을 하는 구도이기 때문에 칩4에서 빠진다면 한미동맹 속에서의 동반 성장은 물론 수주 난항까지 겪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더이상 ‘외교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고집하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미국은 군사안보적으로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오커스(미국·영국·호주)·한미일 3각 협력을, 통상 분야에서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기술 분야에선 칩4 반도체 동맹까지 구축해 중국을 압박하는 그물망을 짜고 있다. 중국을 미래산업인 반도체 분야에서 고립시키려면 우리나라와 대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다만 우리 입장에서 칩4 동맹 참여가 쉽지만은 않다. 중국의 보복 가능성이라는 손실에 비해 실익은 적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이미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상무부 간 ‘반도체 파트너십 대화’가 있어 별도의 채널을 추가로 마련할 필요는 없지 않으냐는 호소도 나온다. 특히 한미 반도체 동맹 강화에는 이견이 없지만 우리나라가 대만·일본과의 협력에 나서는 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대만은 반도체 생산 경쟁자라는 점에서 정보 공유가 어렵고, 일본은 2019년 우리나라를 상대로 반도체를 포함해 소재·부품·장비에 대해 보복성 수출 규제를 실시한 바 있어 앙금이 남아 있고 신뢰도 높지 않다. 외교적으로 중국 없이 대만만 가입하는 협의체에 들어가는 것도 부담이다. 지난 5월 미국, 일본, 인도, 아세안 등과 함께 IPEF에 승선하고 불과 3개월 만에 칩4 동맹까지 가입한다면 중국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중국은 세계 반도체의 절반을 소비하는 거대 시장인 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지 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다음달 초 큰 기조 정도는 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로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 [단독] 칩4 동참하라는 美… 8월까지 확답 요구

    [단독] 칩4 동참하라는 美… 8월까지 확답 요구

    미국 정부가 자국이 추진하는 반도체 동맹에 대한 참여 여부를 다음달까지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5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 문제에 이어 또다시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달 말 우리나라 정부에 다음달까지 ‘칩4(Chip4) 동맹’ 참여 여부를 확답하라고 외교채널을 통해 공식 요청했다.미국은 앞서 지난 3월 한국, 일본, 대만 3국 정부에 자국과 함께 칩4 동맹을 결성하자고 제안했다. 칩4의 ‘칩’은 반도체를 의미하며 ‘4’는 동맹국 숫자를 뜻한다. 미국식 표현은 팹4(Fab4)이다. 미국에는 인텔 등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하는 기업들이 있고,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는 대만과 한국에 있으며, 그 소재를 공급하는 기업은 일본에 있는 만큼 4개국이 함께 동맹을 결성해 반도체의 안정적인 생산·공급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나 대만처럼 가입하겠다고 답하지 못한 채 고심만 거듭하고 있다. 칩4 동맹이 최첨단 반도체의 대중 수출 규제 등 결국 중국을 압박하는 기구가 될 수밖에 없어 보복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은 최첨단 반도체 생산 장비를 만드는 일본 및 네덜란드와 함께 최신 장비의 중국 유입을 막는 채널을 비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는 미국 주도 공급망에서 빠지기도 힘든 상황이다. 워싱턴의 소식통은 “미 행정부와 협의를 하고 있다”면서 “정부 내에서 참여 여부를 두고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단독]美 “한국 ‘칩4 동맹’ 참여 8월까지 답하라”… 또다시 미중 사이에 선 한국

    [단독]美 “한국 ‘칩4 동맹’ 참여 8월까지 답하라”… 또다시 미중 사이에 선 한국

    미국, 한·일·대만에 칩4 동맹 참여 여부 물어칩4는 중국 배제한 파트너 정부 간 협력 채널 한국 정부는 미중 사이에서 아직 결론 못내“미국 공급망 재편에서 소외 안되려면 참여를”“중국의 압박 및 보복 가능성 비해 실익 적어”미국 행정부가 우리나라 정부에 반중(反中) 반도체 동맹 성격의 ‘칩4’(미 정부 공식명칭은 fab4) 참여에 대한 답변을 다음달까지 요구했다. 칩4는 미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주요국인 한국, 일본, 대만 등과 반도체 공급망을 위한 협력 채널을 구축하는 것으로 중국 배제의 포석이 깔려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5월 출범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이어 또다시 미중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 현지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달 말 우리나라 정부에 다음달까지 칩4 참여 여부를 확답해 달라고 외교채널을 통해 요청했다. 미 국무부와 산업부가 그간 내세운 칩4의 취지는 ‘파트너 국가 간에 반도체의 안정적 생산 및 공급’이다. 하지만 칩4가 실제 구성될 경우 최첨단 반도체의 대중 수출 규제 등 중국을 압박하는 합의물을 만들어 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미국은 최첨단 반도체 생산 장비를 만드는 일본 및 네덜란드와 함께 최신 장비의 중국 유입을 막는 협의 채널을 비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로서는 칩4 참여 땐 중국의 압박 및 보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과 대만이 사실상 참여 의사를 보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가 여전히 고심 중인 이유다.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는 미국의 공급망에서 빠지기도, 중국 내 반도체 산업의 피해 가능성을 무시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미국은 칩4를 4개국 외교·산업 고위급 관료들이 참여하는 정부간 워킹그룹 형태로 구축할 전망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 행정부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외교 채널을 통해 칩4 협의를 해왔다”며 “정부 내에서 참여 여부를 두고 논의가 진행중”이라고 말했다.미국이 한국, 일본, 대만과 반도체 공급망 동맹인 칩4를 추진하는 것은 최첨단 산업의 필수부품이자 군사안보 전략산업인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해 대중 기술 격차를 더욱 늘리려는 포석으로 평가된다. 워싱턴 현지에서는 경제안보 측면에서 미국의 반도체 새판짜기에 올라타지 못할 경우 미국 주도의 공급망에서 연쇄적으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미국의 공급망 청사진이 우주항공, 퀀텀,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어디까지 확대될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 반도체 설계회사들이 하청을 주면 한국과 대만 기업들이 위탁생산(파운드리)을 하는 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칩4에서 빠진다면 향후 수주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 경우 미국은 우리나라와 반도체 생산 라이벌인 대만에 밀착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 입장에서 중국의 압박 및 보복 가능성이라는 손실에 비해 실익은 적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사실 한미 간 반도체 동맹은 확고하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5월 방한 때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부터 찾은 것이 이를 상징한다. 우리나라 산업부와 미국 상무부간 ‘반도체파트너십 대화’도 있어 별도의 채널을 마련할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과의 반도체 동맹 강화에는 이견이 없지만 대만·일본과의 협력면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대만은 반도체 생산 경쟁자라는 점에서 정보 공유가 쉽지 않고, 일본은 2019년 우리나라를 상대로 반도체를 포함해 소재·부품·장비에 대해 보복성 수출 규제를 내린 바 있어 앙금이 남아 있다. 지난 5월 미국, 일본, 인도, 아세안 등과 함께 IPEF에 승선하고 불과 3개월만에 칩4에 가입한다면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중국은 세계 반도체의 절반을 소비하는 거대 시장인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장도 운영 중이다.
  • “미국의 반중 전선에 무작정 끌려가는 것은 韓 국익 훼손” [오일만의 글로벌 패권경쟁]

    “미국의 반중 전선에 무작정 끌려가는 것은 韓 국익 훼손” [오일만의 글로벌 패권경쟁]

    마드리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6월29~30일)는 글로벌 안보전략의 변곡점이자 신냉전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표현된다.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나토의 신개념 전략 때문이다. 더 큰 틀에선 중러를 표적으로 미국이 대유럽 및 인도태평양 전략을 하나로 묶어 미국의 절대적 패권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포스트 나토회의’ 국제질서의 우리의 대응전략을 살펴보자. 지난 2010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러시아를 ‘전략적 파트너’로 명시했던 나토는 12년 만에 러시아를 “가장 심각하고 직접적 위협”으로 명시했다. 중국에 대해선 “중국의 명시적 야망과 강압적 정책이 나토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한다”고 규정했다. 이런 나토의 전략 변화 뒤엔 미국이 그리는 글로벌 전략이란 큰 그림이 숨어있다 변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러시아와 서방의 대립이지만 남중국해에서의 공격적 확장 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과 자본주의 국제분업 체제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경제 안보 시대’의 도래 등 다층적 원인이 작용한 결과였다. 미국의 입장에서 복잡한 국제정세를 나토정상회의에서 종합해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었다고 볼수 있다. 대서양·인도태평양 동맹의 반중 연합전선미국은 그동안 대서양 동맹의 공간과 역할을 유럽으로 한정해 집단안보체제를 구축해 러시아에 대항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은 ‘주요 거점’ 형태로 공동대응이 아닌 개별 국가와의 양자 동맹을 통한 방어체계였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은 두 동맹체제를 ‘연맹하는(federated) 형태’로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의 도전에 대응하려 한 것이다.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4개 우방국을 초청한 것은 아태국가들에게 나토의 모자를 씌워 반중전선으로 끌어들였다는 분석(이수형 수석연구위원)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과의 동맹을 축으로 자유민주주의 선진국들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보수정권의 전통적 외교정책으로 회귀했다는 분석이 많다. 문재인 정부의 균형외교나 전략적 모호성이 국익을 실효적으로 담보하지 못했고 대북정책에서도 무원칙과 혼선을 불렀다는 판단에서다. 미중 ‘경제전쟁’을 축으로 국제관계가 과거 냉전기의 동서 대립을 방불케 하는 신 냉전 체제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어중간한 ‘중립’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미중 일시휴전 가능성 미중의 패권경쟁이 장기화되면서 ‘적대적 공존’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분간 적대적 공존체제를 통해 미중이 글로벌 헤게모니를 분점할 것이란 의미에서 ‘미중 카르텔’로 용어도 등장했다. 양국의 국익 극대화 전략에 따라 협력과 대결을 오가는 모양새가 예상된다. 당장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치로 떨어져 수세에 몰려있다. 선거 판세를 뒤집기 위해선 ‘발등의 불’인 인플레이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처지다. 이런 와중에 미중 무역전쟁 최고 책임자들이 ‘휴전’을 타진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초인플레이션 압박에 시달리는 미국으로선 대중 관세 인하로 물가를 낮추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전화 회담을 앞두고 ‘일시 휴전’의 길을 탐색 중이다. 미 재무부는 “양국 간 거시경제와 원자재 가격 상승, 식량안보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했고 중국 외교부는 정례 브리핑을 통해 “대중국 고율 관세를 모두 철폐하는 것은 중미 양국과 전 세계에 이롭다”고 밝혔다. 정교한 차이나 리스크 대비책 세워야 급변하는 국제질서와 정부 대외정책 변화의 핵심은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의 개념이다. 국제정치와 군사협력을 축으로 움직였던 기존의 안보외교가 자국의 경제안보를 최우선하는 쪽으로 변화된 것이다. 미국 주도의 국제분업화 체제에서 성장한 중국이 부품·소재· 중간재 공급을 장악한 상황에서 중국을 배제해 패권을 유지하려는 것이 미국의 제1의 목표다. 미국 중심의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전략도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자유무역에 기반한 기존 국제무역의 판 자체가 바뀐 것이다.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미국·서방과 함께 반중 전선에 한발 더 다가선 것은 우리의 현실에선 피할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지만 ‘차이나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를 줄이자는 시장 다변화의 목소리도 높지만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 수출의 25% 수입의 23%를 차지하는 경제 의존성 해결이 단시간내에 어렵다. 북핵 해결의 주요 지렛대를 잃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반중 전선 구축이란 미국의 목적을 위해 우리의 국익을 훼손하면서 미국에 무작정 끌려가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열차(질서)에 올라타되, 노골적 반중 깃발을 흔들지는 말라”고 조언한다. 미국이 의도적으로 우방국들을 한데 모으는 상황에서 특정 국가를 콕 찍어 사드 때처럼 보복할 명분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점증하는 반중정서를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할 경우 외교안보 차원의 국익 극대화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치인들의 노골적인 대중 혐오나 선동성 발언은 한중 관계에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 [사설] 흔들리는 ‘수출텃밭’, 중국 의존 벗어날 준비됐나

    [사설] 흔들리는 ‘수출텃밭’, 중국 의존 벗어날 준비됐나

    지난 5월 우리나라가 중국에서 무역으로 벌어들인 돈이 마이너스 11억 달러를 기록했다. 1994년 8월 이후 중국과의 월별 손익계산서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28년 만에 처음이었다. 일시적 현상인 줄 알았다. 그런데 6월에도 12억 달러 적자가 났다. 이달 들어서는 열흘 새 벌써 8억 달러 적자다. 30년 가까이 우리의 ‘수출 텃밭’이던 중국이 오히려 밑지는 거래처가 된 셈이다. 아직은 연간으로는 대중(對中) 무역이 흑자이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세계의 공장’이던 중국 수출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요인도 있다. 이 바람에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해 먹고살아 온 우리도 타격을 입었다. 문제는 중국 제조업체의 기술력 향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자동차부품, 2차 전지 등 그동안 우리가 우위였던 분야에서 중국은 빠르게 경쟁력을 키웠다. 대외 요인이 개선돼도 우리의 대중 수출이 예전으로 쉽게 돌아가기 어렵다는 의미다. 반면 대중 수입 의존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중간재만 하더라도 수입 의존도가 2010년 19.4%에서 2020년 28.3%로 늘었다. 2019년 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에 맞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자립’을 외친 것이 역설적으로 대중 의존도를 높였다. 핵심 원자재의 일본 수입이 줄어든 대신 중국 수입이 늘어난 것이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대중 수출 비중이 23%로 압도적 1위인 게 아직은 현실이다. 유럽연합이든 아시아든 대안 시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중 적자가 지속되면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정부와 기업 모두 수출·수입선 및 공급망 다변화를 서둘러야 한다. 근본적인 대비책은 제조업 등 수출 경쟁력 강화임은 말할 것도 없다.
  • [특파원 칼럼] ‘수교 30년’ 시험대 오른 한중 외교/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수교 30년’ 시험대 오른 한중 외교/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2년 가까이 지내며 ‘갈수록 한중 관계가 나빠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최근 알게 된 한인 대학생은 평소 자주 들르던 편의점에서 인기 한국 과자들이 모두 사라져 놀랐다고 한다. 주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요즘 한국이 우리를 적대시해 기분이 나빠 치웠다”는 답을 들었다. 기자가 종종 찾는 가게의 교민 사장도 “요즘 이웃 상인들의 악성 민원으로 장사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예전 같으면 서로 눈감아 주던 사소한 법 위반조차 모두 당국에 신고돼 수시로 공무원이 출동한단다. 자신이 한국인이기에 미운털이 박혀 민원 폭탄이 쏟아진다고 했다. 한 교민은 비자를 연장하려고 출입국관리소를 찾았다가 뜻밖의 질문을 받았다. 담당자가 아이스브레이킹(처음 만나는 사람과 서먹함을 깨려는 대화)을 한답시고 “도대체 한국의 대통령은 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했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요즘 보는 한국 드라마가 너무 재밌다” 같은 이야기를 건넸겠지만 달라진 한중 관계가 인터뷰 내용까지 바꿔 놨다. 베이징에서 지켜본 문재인 정부의 대중 정책은 한마디로 ‘기승전 시진핑’ 외교였다. 시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만 성사시키면 2017년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촉발된 한한령(한류 제한령)을 다 풀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기에 한국을 무시하는 듯한 베이징의 태도에 저자세로 일관했다. “개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 게임 판호 발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던 고위층의 허장성세도 상당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아예 정반대로 ‘중국에 기대하는 것이 없으니 베이징도 우리에게 뭔가를 바라지 마라’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말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의 스페인 마드리드 발언이다. 최 수석은 “지난 20년간 한국이 누려 온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며 “중국의 대안 시장이 필요하다”고 선언했다. 미중 패권 경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탈중국’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간인이 아닌 정부 최고위 관계자가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꺼내 중국을 자극하면 이는 결국 우리 교민들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그의 언행이 경솔했다는 생각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로즈 고트묄러 전 나토 사무차장은 최근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반중 기조를 공식화한다고 해도) 중국이 한국에 대대적이고 강력한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중국이 한국을 다시 괴롭히면 미국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니 ‘걱정 말고 미국의 편에 서라’는 권유다. 그런데 기자의 눈에는 고트묄러 전 사무차장의 주장은 ‘팩트’라기보다는 ‘기대’나 ‘희망’에 가깝다. 우리나라가 사드 배치로 베이징의 압박에 시달렸을 때도, 캐나다가 워싱턴의 요청으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했다가 중국의 보복을 받았을 때도, 호주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을 도와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을 거론해 관세 전쟁에 휘말렸을 때도 미국은 ‘나 때문에 생겨난 친구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한미 동맹 강화에 기반해 ‘한중 관계 재설정’을 추진해도 중국의 추가 보복은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용미용중(用美用中)의 영리한 외교’야말로 한중 수교 30년을 맞은 올해 우리나라가 떠안게 된 숙제가 됐다.
  • “임금 인상 억제, 정부·기업 임원부터 솔선을”[경제人 라운지]

    “임금 인상 억제, 정부·기업 임원부터 솔선을”[경제人 라운지]

    “근로자에게만 임금 인상 자제를 요구하면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와 정치권, 공공기관이 먼저 나서 임금 동결 같은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고, 기업도 임원이 보너스를 반납하는 등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회적 공감대를 얻으며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전광우(전 금융위원장)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집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임금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해법을 이렇게 제시했다. 임금 인플레이션이란 고물가가 임금 인상을 부추기고 오른 임금이 다시 물가를 자극하는 악순환을 말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임금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임금 인상 자제를 요청했는데, 노동계를 중심으로 거센 비판이 뒤따랐다. 전 이사장은 “물가가 오르면 실질구매력이 떨어지고 근로자는 당연히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된다. 하지만 임금 인상이 현실화되면 기업도 생산 비용 부담 증가로 제품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며 “이 같은 악순환을 막으려면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전 이사장은 지금의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맞다고 진단했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둔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 대해서도 전 이사장은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가 2%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최근 시장이 내놓는 전망치는 점점 낮아지고 있고, 하반기에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잠재적 리스크까지 감안하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상당히 높다”고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 위기 때는 국제사회가 한데 힘을 모아 헤쳐 나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같은 공조체제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 중국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대외적 요인으로 인해 우리 경제도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 이사장은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게 하려면 규제 완화 못지않게 사법 리스크도 줄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엄정한 법질서를 세우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적극적으로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민간에 이런저런 사법적 족쇄를 채운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 및 정치인 사면도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단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은 실물과 금융 모두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게 전 이사장의 우려다. 전 이사장은 “미국이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 포인트 인상)과 자이언트스텝(0.75% 포인트 인상)을 잇따라 단행하면 경기는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독일 등 유럽과 중국도 경기가 좋지 않아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버팀목인 수출이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미 금리가 역전될 경우 해외 자금이 이탈하고 외환시장 불안이 고조될 것”이라며 “은행에 추가 대손충당금을 쌓게 하는 등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공자의 말씀 중 ‘겸손한 자가 나아가고 인내하는 자가 높임을 받는다’(겸즉진 인위고·謙則進 忍爲高)란 말이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국민 신뢰와 국정 동력 회복이 필수적입니다. 항상 낮은 자세로 진정한 메시지를 전해야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겁니다.” 
  • 디지털세 도입 1년 연기 합의

    디지털세 도입 1년 연기 합의

    구글,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자국뿐만 아니라 실제 매출을 올리는 다른 국가에도 세금을 내도록 하는 디지털세 필라1(매출 발생국 과세권 배분제도) 도입 시기가 내년에서 2024년으로 1년 미뤄진다. 과세권 규모와 관련한 일부 쟁점을 놓고 회원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까닭이다. 기획재정부는 12일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하는 주요 20개국(G20)·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포괄적 이행체계(IF)가 11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을 담은 필라1 진행 상황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일부 국가 ‘세이프 하버’ 규정 논란 IF 회원국들은 우선 필라1 시행 시기를 당초 합의한 2023년에서 2024년으로 1년 연기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기재부는 “다국적 기업이 특정 국가에서 이미 세금을 부담하고 있을 때 해당 국가에 배분될 과세권 규모를 제한하는 ‘세이프 하버’ 규정과 관련해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업이 이미 세금을 내는 국가에 디지털세 과세 권한이 추가로 배분되면 중복 과세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10월 말까지 모델규정 최종안 마련 이번 보고서에는 필라1 ‘모델규정 초안’이 포함됐다. 모델규정은 필라1을 도입하는 모든 회원국에 같은 내용의 법령이 일관되게 시행되도록 하기 위한 입법 지침이다. 회원국들은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10월 말까지 모델규정 최종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에 합의 이행을 위한 다자협약을 체결하고, 2024년부터 필라1을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모델 규정 초안을 담은 필라1 진행 상황 보고서는 오는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에 보고된다. ●삼성전자·하이닉스 과세 사정권 필라1이 도입되면 연간 연결 매출액 200억 유로(약 27조원), 이익률 10% 이상 대기업은 글로벌 이익 가운데 통상이익률(10%)을 초과한 이익의 25%에 대한 세금을 각 시장 소재 국가에 내야 한다. 완제품은 최종 소비자의 배송지를, 부품도 완제품의 최종 배송지를 시장 소재 국가로 본다. 다국적 A 기업이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고, 이 반도체로 만들어진 스마트폰이 미국으로 수출되면 A 기업은 미국에 세금을 내야 한다. 국내 대기업 중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과세 사정권에 있다.
  • 구글세 ‘필라1’ 2024년 시행…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과세 사정권’

    구글세 ‘필라1’ 2024년 시행…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과세 사정권’

    구글,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자국뿐만 아니라 실제 매출을 올리는 다른 국가에도 세금을 내도록 하는 디지털세 필라1(매출 발생국 과세권 배분 제도) 도입 시기가 내년에서 2024년으로 1년 미뤄진다. 과세권 규모와 관련한 일부 쟁점을 놓고 회원국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까닭이다. 기획재정부는 12일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하는 주요 20개국(G20)·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포괄적 이행체계(IF)가 11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을 담은 필라1 진행 상황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IF 회원국들은 우선 필라1 시행 시기를 당초 합의한 2023년에서 2024년으로 1년 연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기재부는 “다국적 기업이 특정 국가에서 이미 세금을 부담하고 있을 때 해당 국가에 배분될 과세권 규모를 제한하는 ‘세이프 하버’ 규정과 관련해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업이 이미 세금을 내는 국가에 디지털세 과세 권한이 추가로 배분되면 중복과세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에는 필라1 ‘모델규정 초안’이 포함됐다. 모델규정은 필라1을 도입하는 모든 회원국에 같은 내용의 법령이 일관되게 시행되도록 하기 위한 입법 지침이다. 회원국들은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10월 말까지 모델규정 최종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에 합의 이행을 위한 다자협약을 체결하고, 2024년부터 필라1을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모델 규정 초안을 담은 필라1 진행 상황 보고서는 오는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에 보고된다. 필라1이 도입되면 연간 연결 매출액 200억유로(27조원), 이익률 10% 이상 대기업은 글로벌 이익 가운데 통상이익률(10%)를 초과한 이익의 25%에 대한 세금을 각 시장 소재 국가에 내야 한다. 완제품은 최종 소비자의 배송지를, 부품도 완제품의 최종 배송지를 시장 소재 국가로 본다. 다국적 A기업이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고, 이 반도체로 만들어진 스마트폰이 미국으로 수출되면, A기업은 미국에 세금을 내야 한다. 국내 대기업 중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과세 사정권에 있다.
  • S의 공포, R의 공포 마주한 우리 경제…‘빅스텝’으로 물가부터 잡나

    S의 공포, R의 공포 마주한 우리 경제…‘빅스텝’으로 물가부터 잡나

    고물가·고환율·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물가 상승에 대응하고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소비가 위축돼 실물 경제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곧 현실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게다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에도 빨간불이 커진 상태다.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S(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 경기 후퇴를 의미하는 ‘R(리세션)의 공포’가 동시에 거론되는 이유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열리는 회의에서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6%까지 치솟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4%에 근접한 기대인플레이션율은 물론 원달러 환율 상승, 미국과의 금리 역전 등을 감안하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만 올려서는 대응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물가 상승을 겪는 상황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소비·투자가 위축되면 경기 둔화를 넘어 마이너스성장 또는 잠재성장률 이하의 성장을 기록하는 경기 후퇴까지 마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은은 당초 3.0%였던 올해 성장률을 지난 5월 2.7%로 낮췄고,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1%에서 4.5%로 크게 올려 잡았다. 연초 예상보다 경기는 둔화하고, 물가는 치솟는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 경제는 올해 초부터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해 경기 부진과 함께 물가 상승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이는 추가적인 경기 침체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는지를 두고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우리 경제는 이미 경기 침체 초기 단계에 진입해 불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이미 스태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에 모두 해당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경기 침체보다는 둔화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경기 침체 또는 경기 후퇴는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연속해서 낮아지는 것을 말한다”며 “우리 경제가 인플레이션과 함께 역성장 가능성이 잠재돼 있기는 하지만, 아직 침체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는 “물가가 높아지고, 성장 속도가 느려지면서 경제 지표상 이례적인 숫자가 나타나고 있지만, 침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만 앞으로 경기 침체의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와 함께 미국·중국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수출까지 영향을 받으면 경기 침체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경기 침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연초 예상했던 것보다 성장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5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둔화, 물가 상방 압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리 경제 성장률은 잠재성장률보다는 높은 상황이고,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기보다는 물가 상방 위험을 더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당장은 치솟는 물가가 우리 경제에 더 위협적이라는 얘기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면 이후 경기 침체가 와도 양적 완화 등 정책 수단을 꺼내기가 어려워진다”며 “인플레이션의 불씨를 완전히 꺼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 침체 우려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많았다. 지난해 3월 이후 줄곧 낙관적인 수준을 유지해 오던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달 1년 4개월 만에 비관적인 수준인 100 이하로 떨어졌다. 소비심리가 그만큼 얼어붙었다는 얘기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물가 상승보다는 경기 침체가 더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경기 침체로 우리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 1%대의 저성장이 고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우크라이나 사태는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글로벌 경제가 흔들리면서 내년은 경기가 더 좋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 [박홍환 칼럼] 살얼음판 위의 한중, 그 위험한 도박/평화연구소장

    [박홍환 칼럼] 살얼음판 위의 한중, 그 위험한 도박/평화연구소장

    중국 대륙을 여행하다 보면 곳곳에서 우리 역사 속 인물들의 발자취를 마주하게 된다. 아예 여행 목적을 그런 흔적을 찾는 답사로 정한 뒤 비행기에 몸을 싣는 이들도 많다. 특히 상하이와 충칭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유적도 그렇거니와 하얼빈과 뤼순의 안중근 의사 거사 및 순국 장소도 마찬가지다. 이런 곳들은 감염병 확산 이전만 해도 늘 우리 국민들로 붐볐다. 나라를 빼앗긴 선열들은 이웃 국가인 중국으로 건너가 목숨을 건 항일독립투쟁에 몰두했고, 곳곳에 피땀 어린, 두고두고 지워지지 않을 진한 흔적을 남겼다. 시간의 흐름을 되돌려 80~90년 전 그들의 의지와 열정을 확인하는 것은 후손들로선 가슴 벅찬 일이다. 안 의사 거사 100주년 되던 해인 2009년 10월 그의 고달팠던 압송 길을 따라가 본 일이 있다. 안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에게 총탄 세 발을 안기고 체포돼 닷새 뒤 뤼순 형무소로 압송됐다. 포박당한 채 장장 1000㎞에 이르는 하얼빈~뤼순 철도로 이송되던 이틀간 안 의사 심정은 어땠을까. 그는 순국을 각오하고 거사를 치른 군인답게 매우 당당했다고 한다. 다음달 24일은 한국과 중국이 외교관계를 수립한 지 꼭 30년이 되는 날이다. 후손들이 안 의사의 당당했던 정신, 충칭 임시정부의 남루했지만 고결했던 기개 등 선열들의 물적·정신적 유산과 교훈을 비교적 자유롭게 접할 수 있게 된 것도 그때부터다. 그런 의미에서 한중 수교는 우리 입장에서는 분단 이후 잊혀졌던 역사적 사실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할 수도 있다. 지난 30년 한중 관계는 국제 정세 변화 등에 따라 부침을 거듭했지만 지금처럼 위태로웠던 적은 없었다. 양국 국민들의 상대국에 대한 혐오와 반감은 점점 깊어지고 있고, 국제 정세 또한 양국 간의 거리감을 넓히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신냉전 구도 속에서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의 성격과 내용을 한층 강화하는 길을 선택했다. 우리가 중국을 고립시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깊숙이 참가했다는 것만으로도 중국은 긴장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마치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판 위에서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내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페인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경제참모의 발언은 그나마 살얼음판마저 깨버리겠다는 선언처럼 들렸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의미를 설명하면서 유럽연합(EU) 시장 개척과 연계했는데, 문제의 발언은 이때 나왔다. 최 수석은 “지난 20년간 누렸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는 끝났다. 중국의 대안 시장이 필요하다”며 “생존을 위해 EU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발언 그대로라면 대중국 수출을 끊고 대EU 수출로 그 빈자리를 메우면 된다는 논리다. 우리 수출경제의 높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만 그 방식은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여야 한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중국산 굄돌을 빼내 EU산으로 대체하는 것보다는 중국산 굄돌에 EU산 굄돌을 덧대 보강하는 게 훨씬 나은 방안 아니겠는가. 어릴 적 마치 트램펄린 같은 탄성을 가진 저수지 살얼음판 위에서 친구들과 익스트림 경주처럼 위험한 놀이를 즐기곤 했다. 지금의 한중 관계가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모한 도박처럼 보인다. 대등하고 원칙 있는 외교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국익은 최우선적으로 지켜 내야 한다. 급격한 변화는 탈이 나게 마련이다. 새롭게 30년을 준비해야 하는 한중 수교 30년의 해, 균형외교를 위한 연착륙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한중 관계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 [씨줄날줄] 스리랑카/문소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스리랑카/문소영 논설위원

    실론티는 홍차의 종류다. 아삼티나 다르질링티처럼 지명에서 유래했다. 실론은 섬나라 스리랑카의 옛 이름이다. 영국 식민지 시절 사용했는데 1948년 독립 후에도 계승했다. 1972년 스리랑카 민주사회주의공화국으로 개명하면서 스리랑카로 부르기 시작했다. 스리랑카는 ‘위대한 섬’이란 뜻이다. 즉 실론티는 실론섬인 스리랑카에서 생산된 차에 붙인 이름이다. 스리랑카는 세계 3~4위의 차 수출국이다. 원래 스리랑카의 특산품은 계피였다. 그러나 15세기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영국까지 440년간 유럽 국가의 지배를 받으면서 특산품에 변화가 생겼다. 영국은 1815년 실론섬의 싱할라 왕조를 무너뜨리고 섬 전체에 커피 플랜테이션을 시작했다. 19세기 중엽엔 세계 최대의 커피 재배지가 됐다. 그러나 커피나무의 잎이 붉게 변하며 죽어 버리는 병이 돌자 갈아엎고 작물을 차와 고무로 바꾸었다. 1867년 인도 아삼주에서 차 묘목을 가져와 플랜테이션에 들어간 것이 그 시작이다. 중국 차와 도자기 수입으로 무역적자에 시달리던 영국 정부는 스리랑카의 실론티 재배 덕을 톡톡히 봤다. 독립국가 스리랑카는 20세기 한때 일본과 필리핀에 이어 세 번째로 아시아에서 부유한 나라였다. 물론 실론티 수출에 힘입은 것이다. 해외로 도피한 스리랑카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13일 사퇴한다. 최악의 경제난에 분노한 10만명의 시민이 수도 콜롬보에서 시위하며 정권 퇴진을 요구한 결과다. 시위대는 지난 9일 경찰의 저지에도 대통령 관저를 점령했다. 스리랑카가 지난 5월 국가부도를 선언한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가경제의 15%를 차지하는 관광업이 큰 타격을 입어서다. 여기에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곡물 가격까지 폭등했다. 2019년 76억 달러이던 외환보유액이 5000만 달러로 급감했다. 인플레이션과 생필품 부족에 시달린 시민들이 정부의 무능을 탓하게 된 것이다. 약 20년간 권력을 독점해 온 라자팍사 가문은 족벌체계 유지를 놓고 손익계산하다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조요청할 골든타임도 놓쳤다고 한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 입장에선 스리랑카의 혼란이 남의 일 같지 않다.
  • 7월 초 수출 4.7% 늘어도… 무역수지 55억 달러 적자

    7월 초 수출 4.7% 늘어도… 무역수지 55억 달러 적자

    7월 들어 지난 10일까지 무역수지가 55억 28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무역적자가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인 103억 달러를 찍은 데 이어 하반기에도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고환율의 영향으로 무역수지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관세청은 이달 1~10일 수출(통관기준 잠정치)이 157억 83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수입은 213억 1100만 달러로 14.1% 증가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지난해보다 하루 적은 7일이어서 이를 고려해 일평균 수출액을 따지면 19.7% 늘었다. 앞서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5.4% 느는 데 그쳐 증가율이 16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내려왔다. 지난달 수입은 19.4% 증가했는데, 수입 증가율은 지난해 6월 40.9%로 수출 증가율 39.7%를 상회한 이후 지난달까지 월간 기준 13개월 연속 수출 증가율을 넘어서고 있다. 이에 이달 1~10일 무역수지 적자는 55억 28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6억 1100만 달러 적자와 비교해 규모가 늘었다. 무역수지는 지난 4월 24억 6500만 달러, 5월 17억 1000만 달러, 6월 24억 7200만 달러 적자 행진을 이어 갔다. 3개월 이상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6~9월 이후 14년 만이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158억 8400만 달러다. 수출 동향을 보면 품목별로 반도체(10.4%)와 석유제품(96.7%), 승용차(6.1%) 등의 수출이 지난해보다 늘었다. 정밀기기(-20.4%), 가전제품(-27.2%) 등은 줄었다. 국가별로는 미국(6.2%), 베트남(15.5%), 싱가포르(49.7%) 등에서 수출이 증가한 반면, 중국(-8.9%), 유럽연합(-18.6%), 일본(-9.1%) 등에서 감소했다. 수입의 경우 원유(95.4%), 반도체(31.6%), 석탄(125.8%) 등의 수입이 1년 전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석유제품(-1.4%), 기계류(-3.2%), 승용차(-44.1%) 등은 감소했다. 국가별로 중국(13.2%), 미국(4.9%), 사우디아라비아(192.3%), 일본(0.6%) 등지에서 수입이 늘었고 유럽연합(-36.0%)에서는 줄었다.
  • [이필상의 경제정론] 복합위기에, 민생대책과 경제혁신 시급하다/전 고려대 총장

    [이필상의 경제정론] 복합위기에, 민생대책과 경제혁신 시급하다/전 고려대 총장

    경제가 복합위기에 처하고 민생이 불안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월 기준 6%까지 치솟았다. 고물가에 경기마저 침체해 실업이 늘고 있다. 1분기 물가와 실업률을 합한 국민고통지수가 10.6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높다.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침체 국면에 빠지고 거꾸로 수입은 늘고 있다. 상반기 무역적자가 103억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다. 고물가와 무역적자의 영향으로 원화환율이 달러당 1300원을 돌파했다.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종합주가지수가 2300선까지 하락했다. 은행의 대출금리가 6%대까지 올랐다. 부실기업과 가계부채의 부도위험이 급격히 높아졌다. 부동산 시장도 거래가 줄어 거품붕괴의 불안이 크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다. 정부는 유류세를 인하하고 원자재와 농식품 관세를 낮췄다. 또 기업의 세금 부담 완화, 취약계층에 대한 자금 지원도 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정부의 대책은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경제위기는 조기 대응이 중요하다. 자칫하면 제어 능력을 잃어 속수무책이 될 수 있다. 불길이 번지기 전에 진압하지 못하면 모든 것을 태우는 산불과 같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은 물가를 잡지 못하고 부실채권을 양산할 수 있다. 정부가 유류세와 관세를 내려도 물가는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취약계층에 대한 임기응변의 자금 지원은 끝이 안 보일 수 있다. 정부부채가 늘어 국가의 신인도가 떨어질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중국 패권전쟁,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세계경제 불안이 언제 멈출지 모른다. 미국은 최근 소비자 물가상승이 8%대를 넘어 40여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자 기준금리를 빅스텝으로 올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 세계 각국이 어쩔 수 없이 미국을 따르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세계경제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복합위기의 쓰나미를 이겨내고 민생을 살리려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경제가 위기 상태임을 선언하고 진행 상황을 올바르게 알려야 한다. 그다음 가능한 정책을 모두 내놓고 국민과 함께 대처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해야 할 대책은 유류 및 원자재 수급 안정, 농산물 생산과 가격 안정은 물론 공급망 애로 해소와 물류 지원,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과 중소기업 보호, 소상공인과 서민 금융지원, 가계부채 불안 해소 등 다양하다.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불필요한 정쟁을 멈추고 필요한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경제위기에 대응하려면 고통분담이 불가피하다. 고통분담은 미리 해야 위기를 막는 대비책이 된다. 정부가 공공부문의 구조조정, 임금인상 억제, 경비절감 등에 앞장서야 한다. 기업은 비용절약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제품가격 인상 요인을 스스로 흡수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위기 후 시장을 차지하는 미래 투자전략도 필요하다. 근로자는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해 고용을 유지하고 임금과 물가가 맞물려 오르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 은행들도 대출금리 인상을 최소화하고 원리금 상환기간을 연장해 기업과 가계의 부도위험을 줄여야 한다. 정부는 규제를 혁파해 시장 활력을 제고하고 공공·연금·노동·교육·금융 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하려고 한다. 연구개발을 확대해 첨단전략산업을 육성한다고 한다. 기업의 법인세율을 25%에 서 22%로 내리고 기업 승계 시 상속세 납부를 유예할 방침이다.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혁신정책으로 의미가 크다. 그러나 경제력 집중과 빈부격차를 확대하고 대기업과 부자에게 혜택이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정부는 공정한 개혁 논리로 효율적인 혁신방안을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 정치권도 이념이나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경제혁신에 나서야 한다.
  • 쌍용의 ‘거룩한 계보’ 잇는다, 모터를 달고[전기차 오디세이]

    쌍용의 ‘거룩한 계보’ 잇는다, 모터를 달고[전기차 오디세이]

    부활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신차 ‘토레스’의 성공적인 출시로 모처럼 쌍용자동차 임직원들의 어깨가 으쓱해졌다. 하지만 축배를 들긴 이르다. 조짐이 현실이 되기 위해 여전히 거쳐야 할 난관이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전동화. 토레스 이후 출시할 여러 전기차 모델까지 시장에 제대로 안착시켜야 비로소 꿈에 그리던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 터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쌍용차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쌍용차 최초의 전기차는 지난 2월 출시된 ‘코란도 이모션’이다. 지난달까지 내수와 수출을 포함해 156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쌍용차가 계획한 초도물량 3500대를 사전 계약을 시작한 지 3주 만에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1회 충전 시 최대 307㎞를 달릴 수 있고, 보조금을 받으면 2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만큼 저렴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으나 시장에서는 “본격적인 전기차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U100, 토레스의 얼굴은 아닐 것” 10일 현재 쌍용차가 진행 중인 전동화 프로젝트는 총 3가지다. 프로젝트명은 각각 순서대로 ‘U100’, ‘KR10’, ‘O100’이다. 가장 앞선 건 내년 출시 예정인 U100으로 토레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전기차다. 토레스의 플랫폼이 애초 내연기관·전기 겸용으로 개발된 것인 만큼 쌍용차 측은 시장에 선보이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 설명한다. U100에는 중국 비야디(BYD)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지난해 말 비야디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쌍용차는 배터리팩을 비롯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 등을 공동으로 개발 중이다. 비야디는 CATL(중국)과 LG에너지솔루션(한국)에 이은 세계 3위 배터리 제조사로, 올 1~5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6.9%(SNE리서치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U100의 주행거리다. 아직 쌍용차가 구체적으로 공개한 바는 없지만, ‘도편전지’라는 제품으로 대표되는 비야디의 배터리는 주로 주행거리가 짧은 리튬인산철(LFP) 양극재를 사용한다. “전기차도 염두에 두고 만든 플랫폼”이라는 게 쌍용차의 얘기지만, 사실상 전기차 전용 플랫폼도 아닌 상황에서 시장성을 갖춘 주행거리를 뽑아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U100은 토레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지지만 단순히 ‘토레스의 얼굴을 한 전기차’는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이강 쌍용차 디자인담당 상무는 지난 5일 토레스 신차 발표회 현장에서 “이미 디자인은 완성됐다”면서도 “하나의 디자인을 여러 자동차에 쓰는 ‘패밀리룩’은 우리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토레스와 완전히 얼굴이 달라지는지’ 묻자 “그렇다”면서 “많은 변화를 주고 싶었고 우리의 강인함과 전기차가 갖는 미래지향성을 아울러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덧붙였다.●O100, 렉스턴 스포츠칸 계승할 듯 뒤를 이어 2024년 중반 출시될 KR10은 스케치 이미지가 앞서 공개돼 모습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KR10은 쌍용차의 영광을 이끌었던 ‘코란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델이다. 공개된 이미지를 보면 직선 위주로 구성된 거친 느낌의 외관이 돋보인다. 그러면서도 전면부 세로무늬 그릴과 동그란 헤드램프는 코란도의 핵심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이후 그해 말에는 순수전기 픽업트럭 O100을 내놓는다.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지만 쌍용차의 인기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칸’을 계승해 발전시키는 모델이 될 것으로 추측된다. 전동화의 핵심은 확장성이다. 내연기관차와는 전혀 다른 문법으로 다가가야 하는 만큼 브랜드 내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다. 주행거리, 충전속도, 안정성 등 아직은 불완전한 배터리 기술을 보완해 상품성 있는 전기차를 시장에 내놓기 위한 지름길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토레스의 성공은 고무적이지만, 여기에 안주하기에는 여전히 쌍용차가 갈 길이 멀다”면서 “KG그룹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생기는 만큼 전용 플랫폼 및 전기차 전담 인력 확보 등 전동화에 대대적인 투자를 서둘러 이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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