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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징올림픽 한 달 앞두고 인권단체 총공세..“IOC 사퇴해야”

    베이징올림픽 한 달 앞두고 인권단체 총공세..“IOC 사퇴해야”

    베이징동계올림픽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베이징 지도부를 겨냥한 인권단체들의 비난이 줄을 잇고 있다. 미국 등 서방 주요국이 신장위구르자치구 탄압을 문제 삼아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가운데 올림픽 스폰서 기업들도 고뇌에 빠졌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장 문제 연대기구인 ‘위구르강제노역종식연합’이 IOC에 “베이징올림픽 공식 의복 제조에 있어 강제노동이 동원되지 않았음을 보장하고자 어떤 조치를 취해 왔는지 설명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단체는 “올림픽에 IOC 유니폼 등을 공급하는 중국 ‘안타 스포츠’를 우려한다”며 “올림픽 공식 의복이 중국 신장 지역에서 강제노동 없이 만들어졌다는 믿을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유명 스포츠 의류업체 안타는 지난해부터 “(국제사회의 인권 탄압 규탄에도) 신장산 면화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 이날 영국 런던과 독일 베를린, 벨기에 브뤼셀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도 ‘행동의 날’ 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중국 인권 문제를 외면하는 IOC에 항의하고 각국이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도 지난 3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등 지도부에 총사퇴를 요구했다. 벤첼 미할스키 HRW 독일 지부장은 독일 라디오 방송에서 “기업들도 중국의 인권침해 사태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라며 “IOC 수뇌부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목소리를 내지 않을 거면) 총사퇴하고 새로운 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바흐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올림픽을 정치적이거나 분열적인 목적을 위해 활용해서는 안 된다. 스포츠를 정치의 도구로 삼으려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올림픽 스폰서 기업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마코 루비오 미 상원의원은 코카콜라와 인텔, 도요타 등 올림픽 주요 후원사들에 “베이징올림픽 광고를 모두 내리라”고 일갈했다. 일부 브랜드는 올림픽 마케팅 활동에서 개최도시인 베이징을 일절 언급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WSJ가 전했다. 다만 이들 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중국을 대놓고 멀리하는 것은 큰 위험일 수밖에 없다. 민족주의 성향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2008년 베이징하계올림픽 당시 미 올림픽위원회 마케팅 책임자였던 릭 버튼 시러큐스대 교수는 “역사를 되돌아보면 중국에서 기업이 목소리를 내면 정부는 반드시 보복했다”고 말했다.
  • “민주주의 안에서부터 붕괴… 트럼피즘 여전히 계속될 것”

    “민주주의 안에서부터 붕괴… 트럼피즘 여전히 계속될 것”

    지난해 1월 6일은 ‘미국 민주주의 치욕의 날’로 역사에 기록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를 인증하는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를 저지하려 의회 의사당에 난입했고 이 일로 5명이 숨졌다. 한미 정치에 능통한 남태현(52) 미 솔즈베리대 정치학과 교수는 2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1년 전 의사당 난입 사태에 대해 “민주주의가 (외부의 위협이 아닌) 안으로부터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을 드러낸 사건”이라면서 “트럼피즘(반세계화, 미국 우월주의로 대표되는 트럼프주의)이나 한국의 태극기 집회는 소외된 집단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진정한 민주주의라는 점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다음은 남 교수와의 일문일답. -의사당 난입 참사에 대한 평가는. “충격적이었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민주주의는 결국 다수의 뜻을 따르는데, 만일 다수가 민주주의를 원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트럼피즘은 계속될까. “트럼프의 다음 대선 출마는 기정사실인 듯하다. 트럼피즘도 계속될 것 같다. 1990년대 냉전이 끝나고 민주주의 체제가 승리하자 미국은 오만했다. 신자유주의가 만개한 상황에서 미국 내 공장들의 해외 이전이 어떤 의미인지 정치인들은 몰랐다. 고졸로 공장에 취업해 장기근속하면 10만 달러(약 1억 2000만원) 이상의 연봉도 받을 수 있었던 이들이 직장을 잃었다. 그들이 극심한 빈곤·폭력·수명 감소 등을 겪으며 얼마나 깊은 분노를 느꼈는지 몰랐다. 트럼프가 그 분노를 달랬고 이민자 탓이라고 손가락질해 줬다. 지금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바이든은 민주주의 재건을 강조한다. “트럼프는 4년 내내 민주질서를 지탱했던 수많은 암묵적 합의를 깼다. 바이든은 트럼프에 대항해 예전의 미국 민주주의로 돌아가겠다고 하는데 이는 정치적 공세의 측면이 크다. ‘반트럼프’ 대신에 세련되게 ‘나는 민주주의자’라는 표현을 썼다.” -중국은 “민주주의는 천편일률적일 수는 없다”며 바이든식 민주주의에 반발한다. “역사적으로 중국이 지금처럼 잘 먹고 잘 산 적이 없었으니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미국이 민주주의를 보편적 가치로서 주장하는 반면 중국은 ‘주권주의’를 말한다. 다만 바이든이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를 강조하듯 시진핑 역시 정치적으로 자신의 통치체제를 확고히 하려 ‘공격적인 민족주의’를 강조한다. 바이든이 민주주의를 강조하면 할수록 현실과의 괴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바이든의 딜레마다. 중국은 계속 반발할 것이고 트럼프도 바이든의 성과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바이든이 이렇다 하게 답할 만한 게 없는 상황이고, 실제 민주당 지지층의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올해는 한국의 대선과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의 영향력을 시험하는 장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민주화 투쟁이라는 구세대 민주세력 정당성의 유통기한이 끝났다. 정치적인 구호에 가려졌던 경제·사회적 위기관리가 큰 숙제다. 여기에 누가 어떤 대답을 주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민주주의가 나아갈 길은. “미국의 트럼피즘이나 한국의 태극기 집회 등을 보며 뼈아프게 느꼈던 건 민주주의라면 더욱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몰락한 백인 노동자계급이 트럼프를 원한 건 그동안 이들의 목소리가 막히고 막혀 안에서 곪아 터졌기 때문이다. 이런 목소리가 정치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 “美 의사당 난입 참사 1년, 민주주의는 안으로부터 무너질 수 있다”

    “美 의사당 난입 참사 1년, 민주주의는 안으로부터 무너질 수 있다”

    ■남태현 미 솔즈베리대 정치학과 교수 인터뷰“트럼프 출마는 기정사실, 트럼피즘 계속될 듯”“바이든 민주주의는 ‘반트럼프’의 세련된 표현”“바이든 민주주의 외칠수록 현실과 괴리 커져”“미 중간선거, 트럼프 영향력을 시험하는 무대”“한국 대선, 경제·사회적 위기 관리 중요성 커져” “민주주의는 다양한 목소리 담아내야 제 역할”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하는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를 저지하기 위해 의회 의사당에 난입해 5명이 사망한 지난 1월 6일은 ‘미국 민주주의 치욕의 날’이었다. 이후 상원에서 부결됐지만 이 일로 트럼프는 역대 처음으로 임기 중 2번째 탄핵 소추를 당했다. 미영 전쟁 시기 이후 200여년만에 벌어진 의사당 공격으로 지난 1년간 720여명이 기소됐다. 이 사건이 미국 민주주의에서 갖는 의미와 바이든의 민주주의 재건 성과, 그리고 민주주의 미래에 대해 남태현(52) 미 솔즈베리대 정치학과 교수와 2일(현지시간) 1시간 가량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의사당 난입 참사는 민주주의가 안으로부터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미국 트럼피즘이나 한국 태극기 집회를 볼때 결국 민주주의는 소외된 이들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에 대해 정치 전문가인 남 교수는 ‘미국 정치 평전’, ‘왜 정치는 우리를 배신하는가’, ‘세계의 정치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등을 썼다. 다음은 일문일답. -의사당 난입 참사에 대한 평가는. “충격적 사건이었고 민주주의 위기를 상징한다. 하지만 그보다 민주주의가 안으로부터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게 더 큰 것 같다. 민주주의는 결국 다수의 뜻을 따르는 것인데 만일 다수가 민주주의를 원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민주주의도 하나의 정치 시스템인데 환상도 너무 컸고, 너무 많은 가치를 부여했던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트럼피즘은 계속될까. 또 트럼프의 2024년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은. “트럼프의 출마는 기정사실로 본다. 공화당에 대안이 없다. 공화당의 주요 정치인들이나 정치지망생들이 (트럼프가 머무는) 플로리다주로 가서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트럼프가 차기 대선에서 이길지도 모른다. 트럼프의 첫 승리(2016년 대선)가 됐던 그 배경에 모순적으로 민주주의가 있었다. 트럼프를 찍은 사람들 중 많은 비율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었고, (민주당은) 그 사람들의 좌절과 분노를 봐야 했다. 1990년대 냉전이 무너지고 민주주의 체제가 승리하자 미국은 오만했다. 신자유주의가 꽃을 만개하고 샴페인을 터뜨렸는데 그 이면에서 미국 내 공장이 없어진다는 게 어떤 건지 정치인들은, 학자들은 몰랐다. 고졸로 공장에 취업해 장기근속하면 10만~20만 달러의 연봉까지 받고 은퇴 연금을 받던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마을이 붕괴되고 극심한 빈곤과 폭력, 수명 감소 등을 겪었는데 그들의 분노가 얼마나 깊은 지 몰랐다. 트럼프가 그 분노를 건드렸고 이민자 탓이라고 손가락질도 해줬다. 지금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주변 미국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트럼프를 비난하던 이들이 지금은 바이든을 비난한다. 트럼피즘은 계속될 것 같다.”-바이든식 민주주의란. “사실 미국 중도표가 민주주의를 재건할 것이라는 기대로 바이든에게 몰린 게 아니라 트럼프가 싫었던 것이다. 트럼프는 굉장히 권위주의적이고, 미국인들이 그간 보지 못했던 ‘통치’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트럼프가 민주주의 자체를 파괴한 것보다 민주질서를 지탱했던 수많은 암묵적 합의를 깼다. ‘대통령이 호텔을 소유하면 어때’, ‘내 딸이 경력이 없다고 왜 백안관에 자리를 못줘’ 이런 식이다. 이런 행태를 4년 내내 하니까 민주주의가 붕괴됐다는 표현을 쓴 것이고 맞는 얘기다. 반대로 바이든은 트럼프에 대항해 예전의 미국 민주주의로 돌아가겠다는 것으로 정치적 공세 측면이 크다. ‘반트럼프’ 대신에 세련되게 ‘나는 민주주의자’라는 표현을 썼다. 이런 면에서 지난달 110개국이 참여한 민주주의 정상회의도 국내 정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민주주의 동맹을 중심으로 한 대중 압박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민주주의 실현 방식이 천편일률적일 수는 없다”며 충돌 양상을 보인다. “중국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중국 역사를 돌아볼 때 중국인들이 지금처럼 잘 먹고 잘 산 적이 없었다. 미국이 보편적 가치로서 민주주의 주장한다면 중국은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할수 있다는 ‘주권주의’를 강조한다. 다만 바이든이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를 강조하듯 시진핑 역시 정치적으로 자신의 통치체제를 확고히 하려는 의도로 ‘공격적인 민족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시진핑도 호랑이 등에 탔고 내려오기는 힘든 상황이다.” -바이든의 민주주의 동맹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사실 바이든이 민주주의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만큼 현실과 괴리는 더 커진다. 바이든의 약점이자 딜레마다. 중국은 ‘무슨 소리냐’고 계속 비판할테고 트럼프도 2년간 무엇을 했냐고 목소리를 높일거다. 사실 바이든은 답할만한 게 없는 상황이고, 실제 기대했던 사람들의 실망도 커지고 있다.”-올해는 한국의 대선과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의 영향력을 시험하는 장이 될 것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위기 의식은 빛이 바랬고, 사회적으로 트럼프를 요구했던 갈증은 남아있다. 한국에서도 다소 비슷한 시험이 있지 않나 싶다. 민주화 투쟁이라는 구세대 민주세력의 정당성은 유통기한이 끝났고, 정치적인 구호에 가려졌던 ‘경제·사회적 위기 관리’가 큰 숙제다. 여기에 누가 어떤 대답을 주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어떻게 변할까. “미국의 트럼피즘이나 한국의 태극기 집회 등을 보며 뼈아프게 느꼈던 건 결국 민주주의라면, 더욱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를 원한 건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가 가려지고 가려져 안에서 썩어 터진 것이다. 이런 목소리가 정치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 [서울광장] 2022년 시진핑의 중국/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2022년 시진핑의 중국/오일만 논설위원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기류가 완연한 2022년 중국은 새로운 도전의 시기를 맞게 될 듯하다.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10년인 내년 10월에 열리는 제20차 당대회가 최대 변곡점이다. 시 주석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됨과 동시에 대내외 전략 역시 변화가 불가피하다. 1989년 장쩌민 집권 이후 10년 통치 관행이 깨지고 일인 장기집권의 커튼이 열리는 것이다. 지난달 공산당 19기 6중전회의 ‘역사 결의’를 통해 마오쩌둥·덩샤오핑 반열에 오른 시 주석의 위상은 판이하게 달라졌다. 중국의 신문과 방송들은 연일 시 주석을 찬양하는 ‘시비어천가’ 일색이다. 문화대혁명 당시 마오쩌둥 시대로 되돌아간 느낌마저 든다. ‘시진핑 우상화’ 시도 자체가 내년 당대회에서의 장기집권을 향한 포석이란 의미다. 중국 공산당은 건국 100년을 맞는 2049년까지 국가 총력전 체제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내부 단속의 고삐도 한껏 죄는 분위기다. 지난 5월부터 대중 문화계에 들이닥친 연예인 정화 작업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른바 홍색 정풍운동의 신호탄이다. 1940년대 마오쩌둥이 일인 지배권을 확립한 옌안시대의 엄혹한 사상 투쟁과 닮은꼴이다. 1964년 ‘문예정풍’(文藝整風)을 거쳐 1966년 악명 높은 문화대혁명으로 이어진 역사가 있다. 차이샤(蔡霞) 중앙당교 전 교수도 지난 8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의 중국이 개혁개방의 길에서 이탈해 문화혁명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장기집권의 길목에서 마오쩌둥식 사상 검증에 착수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중 ‘신냉전’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침체, 가혹한 빈부격차 등 내우외환의 위기를 돌파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체제 결속과 내부 단속을 위해 정치·경제·사회·문화계 전반으로 사상 검증의 수위를 높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장쩌민ㆍ후진타오 시대에 반체제만 아니라면 묵인했던 무딘 비판의 목소리도 침묵으로 바뀌는 양상이다. 1950년대 마오쩌둥의 대대적인 지식인 탄압(반우파 투쟁)의 서막과 비슷하다. 2018년 7월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 이후 본격화된 중화 민족주의의 향배도 우려스럽다.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사회주의 이념을 포기하는 대신 중화사상을 새로운 이데올로기로 채택했다. 오랜 세월 세력을 키운 이들은 시진핑 시대와 함께 강력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바로 소분홍(小粉紅)이라 불리는 세력이다. 소(小)는 젊다는 의미고, 분홍(粉紅)은 웹사이트의 배경 화면에서 따온 말이다. 문화대혁명 시기 마오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했던 홍위병을 빗대 ‘신(新)홍위병’으로 부른다. 미국은 물론 외세와의 다툼이 벌어지면 인터넷 최전선에서 여론전을 펼친다. 100년의 민족적 굴욕을 끝내고 중화민족의 기상을 세웠다고 자랑하는 공산당 입장에서 이들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다. 외국에 유약한 모습을 보이면 이들이 바로 시진핑 정권에 칼날을 들이댄다. 양날의 칼날인 셈이다. 최근 민족주의 대안으로 신세대 애국주의 개념을 들고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애국주의라는 개념 안에 민족주의를 가둬 관리하겠다는 의미가 짙다. 시진핑 시대 좌파 노선을 강화하면서 마오 시대 유행했던 ‘공동부유론’이 전면에 등장했다. 빈부·도농 격차 해소를 목표로 국유기업의 역할을 강화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를 확대하는 것이 뼈대다. 이 과정에서 시 주석의 정적인 당시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가 추진한 ‘충칭 모델’의 일부를 수용했다. 개혁개방 이후 누적된 빈부격차 등 대중의 불만과 분노를 해소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읽혀진다. 지난 6일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경제운용 회의에서 경기부양으로 경제 정책을 대전환했다. 내년 중국 경제가 30년래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 15일 지급준비율을 0.5% 포인트 인하했다. 경기부양에 앞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함이다. 내년 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에 성공하기 위해 경기침체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묻어난다. 2022년 미중 패권 갈등은 더욱 첨예화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11월 미국은 중간선거가 있고 중국 역시 시 주석의 장기집권이 달려 있다. 선거를 앞두고 한쪽이 물러서면 패배하는 치킨게임의 양상이다. 서로 때리는 강도를 높여야 생존하는 구조다. 큰 틀에서 공존과 생존을 꾀하는 2인3각 대결이 불가피하다. 미중 갈등 구조의 살얼음판을 걸어야 하는 우리로선 균형적이고 전략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 “韓, 김치만 먹어서 멍청해” 환구시보 후시진 은퇴

    “韓, 김치만 먹어서 멍청해” 환구시보 후시진 은퇴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감이 확산되면서 ‘애국기사 제조기’로 불리는 환구시보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는 가운데 ‘중국 공산당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던 후시진(61) 환구시보 총편집인(편집국장)이 은퇴를 선언했다. 후 편집인은 16일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을 통해 “라오후(자신의 애칭)는 새해가 되면 62세가 된다. 이제 은퇴할 때가 왔다”면서 “현재 퇴직 수속을 밟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정부가 개혁개방을 본격화한 1980년대부터 해외 특파원을 보냈다. 국제부 기사도 자연스레 늘었다. 그런데 인민일보는 지금도 평일 20면, 주말 8면에 불과할 만큼 지면이 적다. 전 세계로 나간 특파원 상당수가 기사를 쓰지 못하고 허송세월했다. 이에 회사는 “거액을 들여 각국으로 파견한 이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고 회사 수익도 창출하자”며 1993년 1월 환구시보를 창간했다. 외신 기사에 특화된 인민일보의 ‘서브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환구시보는 하루 200만부 가까이 팔리며 대륙을 대표하는 매체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일본, 호주 등 중국과 갈등을 빚는 모든 나라를 적나라하게 비난해 식자층의 혐오가 상당하다. 중국에 반대하는 모든 대상을 ‘물어뜯어’ 지지자와 반대파를 동시에 양산한다. 일부 전문가는 “환구시보는 인민일보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황색언론 매체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지분 구조에 관계없이 관영 매체로 보는 것이 맞다”면서 “주요국 정부들은 환구시보에 오보가 실리면 (신문사가 아닌) 중국 정부에 항의한다. 매체의 논조를 당국이 결정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언론학계에서는 환구시보가 ‘돌격대장’ 역할을 맡아 중국 공산당의 속내를 국제사회에 ‘질러 본’ 뒤 돌아오는 여론을 가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본다. 일종의 ‘간 보기’다. 그래서 중국 언론이 세계 각국에 ‘막말을 했다’고 하면 출처는 십중팔구 환구시보다. 과거 우리나라 종편 논객들이 한쪽으로 치우쳐 반대 입장을 가진 이들에게 끝없이 조롱과 분노를 쏟아 내던 것과 비슷하다.이 때문에 중국에서도 환구시보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상당수 오피니언 리더는 “이런 기사와 사설이 나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 신문을 읽지 말라고 권한다. 그러나 시 주석 등 지도부가 환구시보의 홍보 방식을 대단히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정부의 ‘늑대외교’(중국과 갈등을 빚는 국가를 강하게 맞받아치는 외교 기조)를 충실히 뒷받침하고 있어서다. 2019년 홍콩 명보는 소식통의 말을 빌려 “시 주석이 후시진을 칭찬하고 인정했다. 당국도 각 기관에 ‘환구시보 선전 방식을 본받으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 기사는 중국 내 매파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면이 있다. 하지만 지나친 민족주의 성향으로 중국 언론 전체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크다. ‘중국은 늘 옳고 서방은 무조건 나쁘다’는 식의 이분법적 논리가 중국의 건전한 발전에 악영향을 준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의 은퇴 선언은 “환구시보에 사장직이 신설되고 인민일보 논설부 부주임 판정웨이가 초대 사장에 임명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은 뒤 나왔다. 사장직을 따로 만들었다는 것은 공산당이 환구시보를 좀 더 독립적으로 키우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판정웨이는 2016년 2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중국중앙(CC)TV를 시찰하고 주재한 회의에서 대표로 연설해 ‘시진핑 맞은 편 청년’으로 알려졌다. 후 편집인의 후임에는 인민일보 국제부 부주임 우치민이 지명된 것으로 알려졌다.환구시보가 지금의 유명세를 얻게 된 것은 후 편집인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1960년 베이징에서 태어나 인민해방군 난징국제관계학원(학부)을 마치고 베이징외국어대에서 러시아학(석사)을 전공했다. 지금은 중국에서 극좌(우리나라의 극우) 언론인으로 분류되지만 1989년 6월 톈안먼 사태 때만 해도 목숨을 걸고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을 정도로 개혁 성향이 강했다. 같은 해 11월 인민일보에 입사해 1991년 구소련 붕괴 당시 현장을 누볐고 1993년 유고슬라비아 특파원으로 발령받아 보스니아 내전도 목격했다. 해외 취재 경험을 통해 ‘아무리 대국이라도 통제력을 잃으면 한순간에 나라가 무너진다’는 사실을 체감했다고 한다. 1997년 환구시보 부편집인을 거쳐 2005년부터 편집인을 맡고 있다. 그는 본토에서 사용이 금지된 트위터와 유튜브 등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중국 공산당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린다. 언론의 자유가 제약된 중국에서 정부나 기관보다 앞서 해당 사실을 파악하고 단독 기사를 내보내는 등 정보력도 상당하다. 하지만 그는 사실관계를 왜곡한 보도와 논조로 수많은 나라와 불화를 겪고 있다. 지난해 10월 방탄소년단(BTS)이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에서 “6·25전쟁은 한미 양국이 겪은 고난의 역사”라는 취지로 말한 것을 두고 “중국을 무시했다”고 호도했다가 전 세계에서 비난 받았다. 시 주석 등 중국 최고지도부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려고 일부러 ‘악역’을 자처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최근 그는 불륜 및 혼외자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말 부편집인 돤징타오가 “후 편집인이 오랫동안 전현직 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2명의 혼외자를 두고 있다”며 공산당 감찰기구에 고발하면서부터다. 언론인으로서 모으기 힘든 거액의 자산을 축적했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돤징타오의 신고가 이번 은퇴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의혹이 사실이라면 후 편집인은 중하게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가 수십년간 공산당에 보여준 충성과 기여를 감안해 ‘명예롭게’ 떠날 수 있도록 베이징 지도부가 퇴로를 열어줬다는 추론이다.
  • [김양희의 국제경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에 대비할 때다/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

    [김양희의 국제경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에 대비할 때다/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

    올해 초 취임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글로벌 리더십 회복과 동맹 복원을 기치로 특히 반도체를 위시한 첨단 신흥·기반 기술의 공급망 재편, 수출통제, 투자심사 등에서 중국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중국도 이에 질세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빠져나간 아시아에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에 전력투구했다. RCEP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일본, 중국, 호주, 뉴질랜드 5개국이 참가한 세계 최대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중국 주도 경제권으로, 바로 그 점 때문에 난항을 겪다 마침내 내년 1월 발효된다. 나아가 중국은 미국이 영국, 호주와 반중 군사동맹체 오커스(AUKUS)를 창설한 날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으로 미국의 허를 찔렀다. CPTPP는 일본, 호주, 캐나다 등 11개국이 2018년 출범시킨 메가 FTA로, 트럼프가 취임 첫날 그 전신인 TPP를 탈퇴한 뒤 일본이 주도해 살려낸 사실상 반중연대 협정이다. 다급해진 미국이 미중 전략경쟁의 최격전지에서 중국에 주도권을 주지 않기 위해 11월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첫선을 보인 반격 카드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ㆍ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다. 내년 출범을 목표로 하는 IPEF의 핵심 의제는 공급망, 디지털 경제, 기후변화다. 미국은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대만의 참여를 촉구하고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브루나이에도 문을 열어 두었다. 이로써 몇 주 후 다가올 2022년에는 아시아에 중국 주도의 RCEP와 반중연대라 할 CPTPP라는 양대 메가 FTA에 IPEF라는 생소한 것까지 더해져 이질적인 지역 질서가 혼재하는 새로운 환경이 전개된다. IPEF는 이제 막 출발점에 섰으나 내년에 지역 질서의 분절화·파편화·진영화가 가속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적지 않은 혼란과 파장이 예상된다. 첫째, IPEF는 사실상 RCEP 무력화 전략이다. 미국이 손 내미는 나라가 대만 빼고는 모두 RCEP 회원국이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둘째, IPEF는 인태전략의 경제 버전이자 CPTPP의 대체재로, CPTPP의 형해화마저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은 IPEF가 CPTPP보다 강력한 21세기 표준이라며, 그 예로 IPEF의 ‘디지털 경제’는 CPTPP의 ‘디지털 무역’과 달리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과 수출 시장 접근성 제고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친노동 규범임을 강조한다. 미국이 CPTPP 가입에 선을 긋는 이유는 행정부가 신속한 통상협상을 위해 의회에서 한시적으로 위임받은 무역촉진권한(TPA)이 6월에 만료됐다거나, ‘노동자 중심 정책’을 내건 민주당이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미 하원에서 TPA 갱신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는데도 미국 정부가 CPTPP에서 IPEF로 돌아선 것은 CPTPP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CPTPP의 노동, 환경, 디지털 무역 등의 조항은 효과적인 대중 견제에 역부족이며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반중 공급망 재편, 반도체, 수출통제, 인프라 관련 규범은 아예 없다. 셋째, TPA가 만료된 상황에서 출범할 IPEF는 의회 승인이 불필요한 행정협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측이 협정이란 용어를 꺼리는 이유다. 그렇다면 국내법적 지위도, 국제법적 구속력도 불확실한 IPEF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한국도 조만간 CPTPP 가입을 공식화할 전망이다. 따라서 이상과 같은 변화 기류를 감지할 때 CPTPP 협상에만 정책 자원을 집중하기보다 IPEF에 대한 냉정한 진단과 RCEP, CPTPP와의 관계 정립 및 향후 전망에 기초한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CPTPP와 IPEF의 관계에 대한 정밀한 계산이 중요하다. 미국의 아시아 전략 중심축이 아세안과 인태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차기 정부가 누가 되든 이 지역과의 긴밀한 관계 강화는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 경제와 안보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환경 변화에 맞춰 국내 통상 거버넌스도 현재의 FTA 협상 중심에서 공급망 재편, 핵심 기술·산업 육성과 보호, 수출통제 등으로 태세 전환이 시급하다. 단 안보를 가장한 경제적 민족주의를 분별하고 강대국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서는 대내외적으로 우리의 전략적 자율 공간을 이중 삼중으로 확보해야 한다. 엄중한 대외 환경의 전환기에 하필 한국은 대선 정국 한복판이다. 그로 인해 정책적 실기(失機)가 없도록 지금부터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
  • 한국신화가 인류 문화·문명의 미래 비전 제시

    한국신화가 인류 문화·문명의 미래 비전 제시

    “인류는 신화를 근원으로 문명을 이루고 문화를 창조해 나아갑니다. 한국신화는 ‘지배-갈등-파괴’로 얼룩진 다른 나라 신화들과 달리 ‘화합-상생-대동’의 신화들로 충만해 있습니다.” 우리 문화의 근원인 한국신화의 방대한 자료들이 독자적인 체계로 정리되고 해석돼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김익두 사단법인 민족문화연구소장(전 전북대 교수)이 펴낸 ‘한국신화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우리 신화의 신화학적인 원형·계보·체계·변이 양상 등을 시공간적으로 엮어 인류신화로서의 새로운 비전과 가능성을 제시했다. 저자가 내용과 체계가 조화롭게 갖추어진 한국신화집이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18년 동안 혼신의 힘을 기울인 노력의 결정체다. 520쪽의 이 책은 환인-선천시대, 환웅-중천시대, 환검-후천시대 등 3부로 구성됐다.제1부 ‘환인-선천시대’에서는 우리나라가 생겨난 내력과 우리 민족의 조상이 탄생한 이야기(환웅과 웅녀의 이야기), 우리 민족의 나라가 건국된 이야기 등을 다루고 있다. 제2부 ‘환웅-중천시대’는 인류 문명의 시작과 전개에 관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인류가 불과 도구를 발명하고, 의사소통 방법을 창안하면서 더 발전된 집단과 문명을 이루는 사이 발생한 신화를 소개했다. 제3부 ‘환검-후천시대’는 단군환검 신화를 시작으로 부여·고구려·백제·신라 등 여러 부족국가의 국조 탄생 신화들을 다루었다. 또 천신·지신·산신·마을신·집안신·수신·저승신 등 이 시기 다양한 신들을 공간별로 정리했다. “한국신화는 새로운 세계문명사와 문화사가 지향해 나아가야 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일본 제죽주의와 중국 패권주의에 의해 변질되고 왜곡된 우리 신화의 정체성을 제대로 찾아 국수주의와 민족주의의 한계를 깨고, 모든 인류의 신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의미를 부여하는데 주력했다.한국신화의 원형을 ‘단군신화’와 ‘마고신화’로 삼아 이를 중심 으로 생성·변이된 다양한 신화의 연원, 계통, 변이 양상을 분석했다. 또 각 신화들 사이의 신화학적 상호 연계성을 해석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신화 관련 책들은 건국신화와 무속신화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으나, 이 책은 ‘단군신화’를 기본 원형으로 하여 무속신화는 물론, 환단고기·규원사화·부도지 등 여러 신화 관련 책자에 실려 전해지고 있는 자료들도 망라하고 정리하였다. “신화는 신들에 관한 이야기로 인류가 만든 가장 오래된 서사적 담론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인류의 ‘과거’이면서 또한 가장 오래된 ‘미래’기도 하지요.” 김 소장은 “한국신화를 통해 우리만의 신화적 정체성을 찾아보는 것은 우리 문명·문화의 근원을 이해하는 일이며, 또한 인류가 앞으로 나아갈 비전까지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며 “한국신화의 세계 속에서 인류구원의 새로운 비전을 찾고 불안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바람직하고 참된 문화창조의 새 길을 마련해 나아가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불편한 현실 대신 메타버스로… 팬데믹이 ‘디지털 이주’ 앞당긴다

    불편한 현실 대신 메타버스로… 팬데믹이 ‘디지털 이주’ 앞당긴다

    “아날로그 현실이 불편한 사람들이 메타버스를 통해 디지털 현실로 이주를 가고, 관계맺기와 소비까지도 디지털 현실에서 하는 시대다.” 뇌과학자인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27일 열린 ‘2021 서울미래컨퍼런스’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특징을 이렇게 요약했다.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가속화한 메타버스와 인공지능(AI)의 발전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시대상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얘기다. 독일 다름슈타트공과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김 교수는 막스플랑크뇌연구소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일본의 이화학연구소에 일하다 미국 미네소타대와 보스턴대를 거쳐 2009년부터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 중이다. ‘당신의 뇌, 인간의 뇌’,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기’ 등 뇌와 AI 관련 도서를 다수 집필했다. 김 교수는 이날 ‘탈세계화의 위기, 기술의 대전환’ 세션에서 앞으로 탈세계화, 기술민족주의, 메타버스 발전에 따라 디지털 현실로의 이주에 속도가 더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AI와 메타버스의 발전을 두고 “팬데믹이 발생하기 5~10년 전부터 서서히 벌어지고 있었던 일들이 급격하게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팬데믹 이후 시대의 특징에 대해 “20세기 세계질서를 유지했던 세계화는 중국과 미국의 대립 등 이른바 ‘냉전 2.0’으로 바뀔 것”이라면서 “기후변화 등의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초불확실성과 대혼란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시대 변화에 맞서 가속화할 트렌드로는 ‘탈현실화’를 꼽았다. 그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지는 않지만 메타버스가 시작됐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메타버스를 통한 디지털 현실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의 상당 부분이 뇌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게 뇌과학 연구가 찾아낸 실질적인 결과”라며 “AI는 2012년을 기점으로 딥러닝 분석이 발전하면서 정량화된 데이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데이터에 대한 분석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의 발전과 AI의 기술 진화로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로지와 같은 가상인간이 각종 광고를 섭렵하는 등 기계가 만들어 낸 콘텐츠는 우리 현실 속으로 성큼 들어와 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제페토에서는 쇼핑 등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활동이 가능하다. 특히 Z세대(1990년 중반에서 2000년 초반 출생자)에 대해 그는 “Z세대는 사람과 관계를 맺기 전에 아이패드나 스마트폰을 먼저 경험한 세대”라며 “이들의 고향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인터넷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아날로그 현실이 불편하면 메타버스를 통해 만들어진 디지털 현실로 언제든지 도피할 가능성이 더 높은 세대라는 얘기다. 그는 “자연콘텐츠와 가상인간과 같은 인조콘텐츠가 혼재된 다중현실은 앞으로 더 가속화할 것”이라며 “아울러 이용자의 선호도를 채굴하고 거래해서 만들어진 ‘필터버블’도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필터버블로 인해 디지털 현실에서도 이미 편가르기가 벌어지고 있고, 상대방과 공감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국가의 역할, 아날로그 현실의 중요성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 김치 중국음식이라던 中 유튜버, 돌연 활동 중단...이유는? [이슈픽]

    김치 중국음식이라던 中 유튜버, 돌연 활동 중단...이유는? [이슈픽]

    김치를 담그는 동영상에 ‘중국음식’(#ChineseFood) 해시태그를 달아 논란이 됐던 중국 유튜버 리쯔치(李子柒)가 파트너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리쯔치는 163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로, 최다 구독자를 보유한 중국어 유튜브 채널 운영자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그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팔로워는 2760만명이다. 27일 기업정보 포털 톈옌차에 따르면, 중국청년망 등은 리쯔치가 운영하는 쓰촨쯔치문화가 지난 25일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파트너 업체인 항저우웨이녠을 상대로 쓰촨(四川)성 법원에 소송을 냈다고 보도했다. 쓰촨쯔치문화 지분은 항저우웨이년이 51%, 리쯔치가 49%를 보유하고 있다. 리쯔치는 지난 7월 소금을 만드는 동영상을 올린 이후 새로운 콘텐츠를 올리지 않고 있다. 이에 리쯔치가 파트너 업체와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 바 있다. 리쯔치는 지난 2015년부터 전통 음식 만들기 등 중국의 농촌 생활을 보여주는 동영상으로 화제를 모았다. 리쯔치는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중국 환구시보의 선정적인 보도로 김치 기원 논쟁이 불거진 이후인 지난 1월 김치가 중국 음식인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설명을 붙인 김장 동영상으로 한국과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 中, 댓글부대 지고 ‘애국 블로거’ 뜬다

    中, 댓글부대 지고 ‘애국 블로거’ 뜬다

    중국의 여성 블로거 슈창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구옌무찬’(외로운 연기, 저녁매미)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한다. 600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거느린 유명인사다. ‘당신은 중국인’, ‘너의 젊음은 중국의 것’ 등 민족주의 성향이 가득한 게시물로 인기몰이 중이다. 그는 “유럽연합(EU)은 미국의 목줄에 끌려다니는 개”,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은 자국민을 죽이려는 생물학전 증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광둥성 정부는 ‘중국의 목소리를 정확히 대변했다’며 그를 인터넷 홍보대사로 임명했다. 21일(현지시간) BBC방송은 “중국이 서구세계와의 갈등이 커지면서 구옌무찬 같은 ‘쯔간우’(自乾五)들이 맹활약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중국에서 인터넷 댓글부대는 게시물당 5마오(약 90원)를 받는다고 해서 ‘우마오’(五毛)로 불렸는데, 몇 년 전부터 애국 청년들이 정부의 지원 없이도 옹호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스스로 나서서 활동하는 우마오’(自帶乾糧的五毛)를 줄여 쯔간우로 부른다. 원래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거짓 정보가 담긴 게시글은 웨이보나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에서 정기적으로 삭제된다. 그러나 쯔간우의 글들은 예외다. 심지어 이들의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 관영매체에 소개돼 파급력이 더욱 커진다고 BBC는 지적했다. 이들은 페미니즘이나 인권, 다문화, 민주주의 등이 ‘중국 사회를 무너뜨리려는 서구세계 이념’이라고 매도한다. 홍콩에서 쯔간우로 활동하는 한 회원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조국을 옹호하는 것은 아이돌을 사랑하는 것과 같다”며 “홍콩에 비판적인 기사나 게시물이 나오면 ‘나는 홍콩을 사랑한다’ 등 긍정적 내용의 글을 쏟아내 해당 게시물을 덮어 버린다”고 전했다. 요즘 쯔간우의 주요 공격 대상은 작가 팡팡이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지난해 1월 23일부터 두 달 넘게 봉쇄된 우한의 참상을 폭로한 ‘우한일기’를 게재했다. 쯔간우들은 “그가 거짓 주장을 퍼뜨려 조국을 배신했다”고 비난한다. 쯔간우 대표주자인 ‘샹디즈잉’(신의 매)은 “그가 우리의 등에 가장 깊게 칼을 찔렀다. 그는 반중 세력이 우리를 비방하려고 사용하는 가장 큰 무기”라고 성토했다. 일부 논객은 과거 한국의 일부 운동권 세력처럼 미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적대감을 드러낸다. 필명 ‘핑민왕샤오시’(평민 왕소석)는 ‘아이들은 아침에 우유를 마셔야 한다’는 의사들의 제안을 두고 “이들은 전통적인 중국 아침 식사의 가치를 거부한다. 그렇게 서구세계와 서양인이 좋으냐”고 비꼬았다. 네덜란드 출신의 중국 연구가 마냐 코에세는 BBC에 “전형적인 ‘패스트푸드 민족주의’”라며 “중국인들은 (쯔간우의 게시물을) 보고 친구들과 신나게 웃고 떠든 뒤 바로 기억에서 지운다”고 말했다.
  • 中 ‘우마오’보다 더 독한 ‘쯔간우’ 뜬다

    中 ‘우마오’보다 더 독한 ‘쯔간우’ 뜬다

    600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거느린 유명인사다. ‘당신은 중국인’, ‘너의 젊음은 중국의 것’ 등 민족주의 성향이 가득한 게시물로 인기몰이 중이다. 그는 “유럽연합(EU)은 미국의 목줄에 끌려다니는 개”,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은 자국민을 죽이려는 생물학전 증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광둥성 정부는 ‘중국의 목소리를 정확히 대변한다’며 그를 인터넷 홍보대사로 임명했다. 21일(현지시간) BBC방송은 “중국이 서구세계와의 갈등이 커지면서 구옌무찬 같은 ‘쯔간우’(自乾五)들이 맹활약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중국에서 인터넷 댓글부대는 게시물당 5마오(약 90원)를 받는다고 해서 ‘우마오’(五毛)로 불렸는데, 몇 년 전부터 애국 청년들이 정부의 지원 없이도 적극적으로 옹호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스스로 나서서 활동하는 우마오’(自帶乾糧的五毛)를 줄여 쯔간우로 부른다. 원래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거짓 정보가 담긴 게시글은 웨이보나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에서 정기적으로 삭제된다. 그러나 쯔간우의 글들은 예외다. 심지어 이들의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 관영매체에 소개돼 파급력이 더욱 커진다고 BBC는 지적했다. 이들은 페미니즘이나 인권, 다문화, 민주주의 등이 ‘중국 사회를 무너뜨리려는 서구세계 이념’이라고 매도한다. 홍콩에서 쯔간우로 활동하는 한 회원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조국을 옹호하는 것은 아이돌을 사랑하는 것과 같다”며 “홍콩에 비판적인 기사나 게시물이 나오면 ‘나는 홍콩을 사랑한다’ 등 긍정적 내용의 글을 쏟아내 해당 게시물을 덮어 버린다”고 전했다.요즘 이들의 주요 공격 대상은 작가 팡팡이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지난해 1월 23일부터 두 달 넘게 봉쇄된 우한의 참상을 폭로한 ‘우한일기’를 게재했다. 쯔간우들은 “그가 거짓 주장을 퍼뜨려 조국을 배신했다”고 비난한다. 대표주자인 ‘샹디즈잉’(신의 매)은 “그가 우리의 등에 가장 깊게 칼을 찔렀다. 그는 반중 세력이 우리를 비방하려고 사용하는 가장 큰 무기”라고 성토했다. 일부 논객은 과거 한국의 일부 운동권 세력처럼 미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적대감을 드러낸다. 필명 ‘핑민왕샤오시’(평민 왕소석)는 ‘아이들은 아침에 우유를 마셔야 한다’는 의사들의 제안을 두고 “이들은 전통적인 중국 아침 식사의 가치를 거부한다. 그렇게 서구세계와 서양인이 좋으냐”고 비꼬았다. 네덜란드 출신의 중국 연구가 마냐 코에세는 BBC에 “전형적인 ‘패스트푸드 민족주의’”라며 “중국인들은 (쯔간우의 게시물을) 보고 친구들과 신나게 웃고 떠든 뒤 바로 기억에서 지운다”고 말했다.
  • 대포카메라 들고 스타 좇던 중국 사생팬들, 당국 규제에 엎드려

    대포카메라 들고 스타 좇던 중국 사생팬들, 당국 규제에 엎드려

    대포같은 긴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들고 스타의 일거수 일투족을 좇던 중국의 ‘사생’ 팬들이 당국의 규제에 납작 엎드렸다. AFP통신은 6일 매일 아침 배우 샤오잔을 띄우기 위해 30분을 쓰는 한 열혈팬의 일과를 소개했다. 샤오잔의 16살 난 팬은 아침마다 웨이보에 접속해 그가 홍보하는 물품을 구매한다. 지난달 중국 미디어 산업 최대 규제기관인 광전총국은 사생 팬과 같이 비이성적으로 스타의 사생활을 좇는 문화를 금지했다. 온라인으로 스타의 순위를 매기거나 좋아하는 연예인을 위해 팬들이 돈을 모으는 행위도 8개의 금지 조항에 포함됐다. 특히 한국 아이돌을 따라 하며, 화장을 하거나 여성스러운 말투와 행동을 쓰는 샤오잔과 같은 여성스로운 남성도 금지했다. 여성적인 외모로 유명한 배우 샤오잔은 2019년 판타지 드라마 ‘진정령’에 출연하면서 수많은 여성 팬을 확보했다. 그의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팔로어 숫자는 2900만명이 넘는다. 중국의 아이돌 산업 규모는 2022년 약 1400억 위안(약 25조원) 규모로 전망됐다. 평론가들은 중국의 팬문화가 착취적 산업이라고 규정했다. 미성년자들로부터 이득을 취하고 인공적으로 소셜 미디어 등 인터넷을 통해 산업이 부풀려졌다며 이번 광전총국의 규제를 환영했다.하지만 많은 팬들은 아이돌을 통해 기쁨을 얻으며, 스타들과 공유하는 온라인 세상에서 착취당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중국 공산당 정부는 아이돌들이 팬들을 이용해 온라인상의 여론과 트렌드를 장악하는 능력을 우려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 대학에서 사회과학을 가르치는 익명의 한 대학교수는 연예인들의 인터넷상 영향력을 정부가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기술산업, 사교육, 연예계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돈많고 영향력있는 이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홍콩중문대학의 팡 커청 교수는 AFP를 통해 “중국 젊은이들은 연예인을 제외한 다른 종류의 우상이 없다”면서 “중국 젊은이들이 연예인에 빠져드는 것 외에 다른 사회적 참여를 할 수 있는 수단도 제한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출산율은 떨어지고, 민족주의가 부상하면서 대안적인 형태의 남성다움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반증이 최근 제작되고 있는 한국전쟁 등을 배경으로 한 애국주의 영화라고 봤다.
  • [특파원 칼럼] 중국에서 실종된 ‘김치’를 찾습니다/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중국에서 실종된 ‘김치’를 찾습니다/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중국에서 살다 보면 한국 음식이 그리울 때가 많다. 단연 으뜸은 김치다. 베이징에는 한국 식당이 많지만 좋은 김치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며칠 전 아내가 김치를 배달시켰다. 우리나라 업체가 만든 최고급 제품이었다. 한 입 베어 물더니 “한국에서 먹던 맛”이라며 즐거워했다. 포장을 찬찬히 살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7월부터 김치의 중국어 표기로 정했다는 ‘신치’(辛奇·맵고 신기한 음식)는 없었다. 전부터 쓰던 ‘파오차이’(泡菜)로 적혀 있었다. 국내 식품회사들이 중국 홈페이지에서 표기를 바꿨다고 했지만 실제로 중국에서 김치를 신치로 부르거나 쓰는 걸 본 적은 없다. 과거 중국에서 ‘조선족이나 먹는 반찬’이었던 김치는 한중 간 교류가 늘어나면서 위상이 바뀌었다. 한국에서 훠궈나 마라탕이 대중화된 것처럼 이제 중국인들도 김치가 ‘한국 음식’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최근 중국 일각에서 “김치 역시 중국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김치공정’ 논란이 불거져 한국인들이 예민해져 있다. 김치가 중국식 절임채소인 파오차이로 번역돼 쓰이는 게 빌미가 됐다. 김치가 언제부터 파오차이로 불렸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한중 수교 이후 한국 기업들이 김치를 수출하거나 수입하는 과정에서 중국인들이 김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식 파오차이’(韓國泡菜)로 쓴 것이 굳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중국에서 외래어는 발음과 뜻을 감안해 한자로 바꿔 표기된다. 미 프로농구(NBA) 선수 스테판 커리가 ‘스디펀 쿠리’(斯蒂芬 庫里), 마이클 조던이 ‘마이커얼 차오단’(邁克爾 喬丹)이 되는 식이다. 그런데 중국어에는 ‘김’ 발음이 없어 김치를 음차하기가 불가능하다. 마땅한 표기법도 없다 보니 자연스레 파오차이가 대세가 됐다. 올해 초 배우 함소원씨가 라이브 방송에서 김치를 물어보는 중국 시모에게 파오차이라고 답했다가 연예 활동 중단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6월에는 방탄소년단(BTS)이 김치를 홍보하는 영상에서 중국어 자막이 파오차이로 표기돼 난리가 났다. 그런데 함씨나 BTS 영상 제작자 모두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는 김치를 파오차이로 부른다. 교민들도 다 그렇게 말한다. 김치라고 칭하면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해서다.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는 방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김치의 중국식 이름 후보군을 추렸다. 4000개의 중국어 발음과 8가지 방언을 분석·검토하고 전문가들의 의견까지 모두 수렴해 내놓은 결과물이 바로 신치였다. 그런데 중국인 누구도 그 단어를 쓰지 않았다. 도무지 김치와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어서다. 중국어에서 ‘김’(金)이 ‘진’으로 발음된다는 점에 근거해 ‘진치’(Jinqi)로 정했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 같다. 요사이 김치공정이 논란이 되자 올해 초 농식품부는 다시 한번 김치의 중국어 번역 후보 16개를 두고 재검토에 나섰다. 장고 끝에 내놓은 것이 또 신치였다. 이만큼 ‘적절한’ 번역이 없다는 주장이다. 김치의 신치 표기는 중국으로 파견 나온 우리나라 공무원들조차 ‘배가 산으로 간 사례’라며 자조하던 것이다. 신치가 중국의 민족주의 때문에 되살아났다. 중국에서 생활하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안다. 조어법에도 맞지 않는 이 단어가 생명력을 얻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일부 교민들은 “그냥 파오차이로 두라”고 한다. 신치가 파오차이보다 더 이상하다는 지적이다. 기자라고 대안이 있는 건 아니다. ‘한국식 파오차이’ 표기 뒤에 ‘kimchi’를 병기해 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지 않나 싶다. 한국인과 중국인 모두 이해 못할 괴랄(괴이하고 발랄한)한 단어 신치는 관료주의의 병폐를 잘 보여 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덕분에 중국에서 김치라는 단어가 영원히 사라지게 생겼다.
  • ‘한국에 문학 있어?’ 했었는데 이젠 중국서 ‘금광’ 같은 존재

    ‘한국에 문학 있어?’ 했었는데 이젠 중국서 ‘금광’ 같은 존재

    “한국과 중국은 같은 유교 문화권이고 침략에 저항한 역사도 비슷합니다. 그래서 한국문학은 중국 독자들의 공감을 얻기 쉽습니다. 아직 해외에 소개되지 않은 뛰어난 작가가 무궁무진한 만큼 발굴할 가치가 있는 ‘금광’ 같은 존재 아닐까요.” 중국 최대 규모 민영 출판사 ‘모톄’(磨鐵) 문화그룹 다위두핀(大魚讀品) 출판 브랜드의 해외문학 담당 런페이(任菲·37) 편집자는 최근 서울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문학은 인간으로 살고자 애쓰는 묵직한 존재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한국문학번역원이 주관한 ‘문학인사 라운드 테이블’ 교류 행사에 참여한 런 편집자는 중국에서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출간했다. 이어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흰’, ‘소년이 온다’와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등도 펴낼 예정이다. 2001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중국어권에서 번역 출간된 한국문학은 198건이다. 영어권(278건) 다음으로 많을 정도로 중화권 독자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그는 “중국에서 한국문학 독자층은 교육 수준이 높은 중산층과 대학생들, 20·30대 여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나영석 PD의 ‘윤식당’ 등 영상물을 통해 한류 콘텐츠를 주로 접했던 그가 한국문학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나서다. 평소 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이 책의 세부 묘사가 저 자신이나 주변 사람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현실적이고, 중국 사회와도 비슷해 공감이 갔다”고 했다. “김지영의 어머니나 외할머니는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그의 궁금증은 ‘엄마를 부탁해’ 출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출판 경력 10년의 런 편집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도 문학이 있어?’라고 얘기했지만, 민족주의적 자존심을 내려놓고 다른 나라 문화에 진정한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국 작가는 취약계층처럼 언뜻 보기에 자신과 무관한 사람들에 의식적으로 주목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여성 작가들은 일상에 대한 놀라운 관찰력과 미묘한 인간관계, 심리 상태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 주고 젊은 작가들은 소재 선택과 표현이 자유롭고 금기가 없다”고 덧붙였다. 런 편집자의 관심 분야는 한국문학계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박완서, 이문열, 황석영 작가 이외에도 김애란, 윤고은, 최은영, 김초엽 등 신진 그룹까지 망라한다. 그는 “김탁환 ‘살아야겠다’, 조남주 ‘귤의 맛’, 조해진 ‘단순한 진심’, 천선란 ‘천개의 파랑’ 등도 곧 번역 출간할 계획”이라며 “부커상을 받은 한강 작가 이외에도 셜리 잭슨상 수상자 편혜영, 대거상 수상자 윤고은 등 신진 작가 작품의 역동성과 소재의 다양성이 매우 인상적이라 한국문학의 국제적 영향력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할 만한 중국 문학으로 그는 “박완서, 황석영, 은희경을 좋아한다면 천중스의 ‘백록원’, 위화의 ‘인생’, 옌롄커의 ‘레닌의 키스’, 모옌의 ‘개구리’ 등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강, 김애란 작가를 좋아한다면 이와 비슷하게 인간 사회를 관찰하는 장아이링의 소설을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권했다.
  • 中모톄출판사 런페이 편집자 “한국 문학은 ‘금광 같은 존재…묵직한 존재감 돋보여”

    中모톄출판사 런페이 편집자 “한국 문학은 ‘금광 같은 존재…묵직한 존재감 돋보여”

    “한국과 중국은 같은 유교 문화권이고 침략에 저항한 역사도 비슷합니다. 그래서 한국문학은 중국 독자들의 공감을 얻기 쉽습니다. 아직 해외에 소개되지 않은 뛰어난 작가가 무궁무진한 만큼 발굴할 가치가 있는 ‘금광’ 같은 존재 아닐까요.” 중국 최대 규모 민영 출판사 ‘모톄’(磨鐵) 문화그룹 다위두핀(大魚讀品) 출판 브랜드의 해외문학 담당 런페이(任菲·37) 편집자는 최근 서울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문학은 인간으로 살고자 애쓰는 묵직한 존재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한국문학번역원이 주관한 ‘문학인사 라운드 테이블’ 교류 행사에 참여한 런 편집자는 중국에서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출간했다. 이어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흰’, ‘소년이 온다’와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등도 펴낼 예정이다. 2001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중국어권에서 번역 출간된 한국문학은 198건이다. 영어권(278건) 다음으로 많을 정도로 중화권 독자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그는 “중국에서 한국문학 독자층은 교육 수준이 높은 중산층과 대학생들, 20·30대 여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나영석 PD의 ‘윤식당’ 등 영상물을 통해 한류 콘텐츠를 주로 접했던 그가 한국문학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나서다. 평소 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이 책의 세부 묘사가 저 자신이나 주변 사람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현실적이고, 중국 사회와도 비슷해 공감이 갔다”고 했다. “김지영의 어머니나 외할머니는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그의 궁금증은 ‘엄마를 부탁해’ 출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출판 경력 10년의 런 편집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도 문학이 있어?’라고 얘기했지만, 민족주의적 자존심을 내려놓고 다른 나라 문화에 진정한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국 작가는 취약계층처럼 언뜻 보기에 자신과 무관한 사람들에 의식적으로 주목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여성 작가들은 일상에 대한 놀라운 관찰력과 미묘한 인간관계, 심리 상태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 주고 젊은 작가들은 소재 선택과 표현이 자유롭고 금기가 없다”고 덧붙였다. 런 편집자의 관심 분야는 한국문학계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박완서, 이문열, 황석영 작가 이외에도 김애란, 윤고은, 최은영, 김초엽 등 신진 그룹까지 망라한다. 그는 “김탁환 ‘살아야겠다’, 조남주 ‘귤의 맛’, 조해진 ‘단순한 진심’, 천선란 ‘천개의 파랑’ 등도 곧 번역 출간할 계획”이라며 “부커상을 받은 한강 작가 이외에도 셜리 잭슨상 수상자 편혜영, 대거상 수상자 윤고은 등 신진 작가 작품의 역동성과 소재의 다양성이 매우 인상적이라 한국문학의 국제적 영향력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할 만한 중국 문학으로 그는 “박완서, 황석영, 은희경을 좋아한다면 천중스의 ‘백록원’, 위화의 ‘인생’, 옌롄커의 ‘레닌의 키스’, 모옌의 ‘개구리’ 등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강, 김애란 작가를 좋아한다면 이와 비슷하게 인간 사회를 관찰하는 장아이링의 소설을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권했다.
  • 中 청소년 98.3% “코로나19 팬데믹 美 책임 크다”

    中 청소년 98.3% “코로나19 팬데믹 美 책임 크다”

    중국이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해 미국 책임론을 들고 나섰다. 중국 공산주의 청년연맹 중앙선전부는 최근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 팬데믹은 방역 책임을 소홀히 한 미국 정부 탓이라는 조사 결과가 도출됐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공산주의 청년연맹 중앙 선전부와 중국 청년신문사회조사센터가 공동으로 진행, 총 4만1332명의 10대 중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중국 청소년 상당수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세계적인 확산을 불러온 주요 문제 국가’로 미국을 지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제적인 책임을 다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전염병이 전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데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친 국가’라고 지적했다.실제로 응답자 98.3%가 코로나19의 전세계적 재확산 추세에 대해 미국 책임론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미국 내 백인 민족주의와 이를 남용한 대통령 선거가 전염병 조기 차단 대응을 미흡하게 하는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 응답자의 96%는 이들은 올 6월 기준, 미국에서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6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사태의 심각성이 계속된 이유에 미국 정부의 미흡한 대응이 주요 원인이었다고 꼬집었다. 특히 지난달 26일 기준,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3900만 명을 초과했다는 점 역시 미국 정부의 부실한 방역 대응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응답자의 86.7%는 이 같은 미국 정부의 미흡한 방역 대응의 주요 원인이 방역보다 경제를 우선 순위에 둔 미국의 섣부른 판단 착오에 있다고 비판했다. 응답자의 81.0%는 미국 대선 등 선거 일정으로 감염자 확산 문제를 조기에 차단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도 비난했다.또 78.4%의 응답자는 미국인들의 과학적 상식 부족이 바이러스 재확산의 원인이 됐다고 답변, 75.3%는 연방 정부와 각 주 정부 등이 통일된 방역 방침이 없었다는 점이 전염병 조기 대처 실패의 원인이었다고 꼬집었다. 또, 응답자의 75.1%는 미국 내 만연한 인종 차별주의 분위기로 인해 전염병 대처에 혼란이 이어졌던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미국에 체류하면서 현지 분위기를 체감한 중국인들의 증언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인용보도했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대학생이라고 신분을 밝힌 20대 중국인 리신(가명) 양은 “미국 정부가 코로나19와 전면적인 전쟁을 치루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병이 발발했을 초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정치적인 선전에 치중했기 때문”이라면서 “오직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조기에 방역할 수 있는 기회들을 모두 놓쳤다. 선거가 종료된 이후에는 이미 방역으로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 기회가 모두 사라졌고, 결과적으로 미국의 방역은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또 다른 중국인 유학생 신량(가명) 씨 역시 미국 내 방역 실패 사태에 대해 “미국에서 오랫동안 공부하면서 체감하는 코로나19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미국 당국의 방역 의무에 대한 무책임성이다”면서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의료 장비와 대규모 의료 인력, 가장 선진화된 의료 연구 기관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그저 방관했다. 정부는 왜곡된 정보를 미국인들에게 전달했고, 국내 갈등을 감추기 위해 달러의 추가 발행을 통한 보조금 지원을 남발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비판했다.
  • 한국계 등 美아시아계 겨냥한 증오범죄, 약 74% 증가했다

    한국계 등 美아시아계 겨냥한 증오범죄, 약 74% 증가했다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증오범죄가 미국 내에서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 FBI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증오범죄는 7759건으로, 2019년보다 6% 증가했으며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확인됐다. 이번 보고서는 전국 1만 5000개 이상의 법 집행 기관의 보고서를 분석한 것이며, 가해자가 피해자의 인종과 피부색, 종교, 출신 국가, 또는 성 정체성과 장애, 성별에 따른 편견으로 발생한 범죄를 증오범죄라고 정의했다.2020년 미국에서 발생한 흑인 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한 범죄는 2755건이며, 이는 2019년에 비해 약 40%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시아계를 겨냥한 범죄 건수는 274건으로, 2019년에 비해 73.4% 증가했다. 2020년 한 해 동안 백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는 2019년에 비해 약 16% 증가한 773건, 유대인에 대한 증오범죄는 676건, 동성애자에 대한 증오범죄는 649건으로 조사됐다. FBI는 이중 아시아계 미국인과 태평양 섬나라 출신들에 대한 증오에 찬 범죄 보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미국 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팬데믹이후 전염병이 시작된 것으로 추측되는 중국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가 급증했다.2020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증오범죄 7759건 중 흑인이 가해자인 사건은 20%(1309건), 백인이 가해자인 사건은 55%(3663건)로 확인됐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1월 초 미 국회의사당 습격사건 이후 백인 우월주의 단체들의 보안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시민단체가 백인 민족주의의 득세와 소수 민족에 대한 적개심 확산을 경고하는 가운데, 증오범죄가 12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흑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늘고, 아시아계를 향한 범죄도 뚜렷하게 늘었다”면서 “FBI가 발표한 지난해 증오범죄 통계는 (증오범죄에 대한) 포괄적인 대응이 긴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이번 보고서는 각 지역 사법기관들이 FBI에 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진 자료인 만큼, 실제 증오범죄 발생 건수와 피해 규모는 과소집계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실제로 아시아계 인권단체 ‘스톱 AAPI 헤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3∼6월 자체 집계한 아시아계 겨냥 증오범죄만 6600여 건에 달한다. 미국은 증오범죄를 막기 위한 법적 조치 마련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아시아인 증오범죄 방지 법안에 서명했고, 이에 따라 연방정부 및 법무부 내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혐오 사건이 접수될 경우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하는 별도 담당자를 마련할 예정이다.
  • 아프간과 신장 잇는 ‘와칸 회랑’ 뭐길래…미·중 충돌할 ‘화약고’

    아프간과 신장 잇는 ‘와칸 회랑’ 뭐길래…미·중 충돌할 ‘화약고’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국을 장악한 뒤 이 나라와 중국을 연결하는 ‘와칸 회랑(Wakhan corridor)’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주변 나라의 지도를 보면 굉장히 특이한 국경선 모양이 눈에 들어온다. 아프간 동쪽에서 위로는 타지키스탄, 아래로는 파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남북 16~22㎞, 동서 350㎞의 길쭉한 골목이 형성돼 있다. 이 회랑의 동쪽 끝이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연결돼 있다. 대영제국이 러시아제국과의 정면 충돌을 피하기 위해 완충 지대를 만든 외교적 책략의 산물이었다. 시곗바늘을 더 멀리 돌리면 고구려 유민 출신으로 당나라 장군이었던 고선지 가 파미르 고원 원정을 갈 때 이용하던 곳이기도 하다. 벌써 알카에다, 이슬람 국가(IS) 요원들이 영내에 진입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다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 요원들도 발호할 가능성이 높다. ETIM은 위구르족 청년들이 신장에 ‘동투르키스탄’ 독립국을 세우려고 1990년 설립했다. 중국의 탄압으로 그 세력 일부가 아프간으로 넘어와 암약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힘의 공백을 틈타 회랑을 통해 신장 지구를 공격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것이다. 중국 환구시보는 이미 이곳 회랑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향후 동향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19세기 대영제국은 러시아제국과 중앙아시아 패권전쟁, 이른바 ‘그레이트 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러시아는 남하하려 했고, 영국은 저지하려 안간힘을 썼다. 영국은 러시아의 인도 진출을 우려해 길목인 아프가니스탄을 세 차례 침공한 끝에 조약을 통해 아프간과 인도(현재 파키스탄) 간의 국경을 완성했다. 대영제국은 러시아 세력과 직접 대치하지 않도록 와칸 회랑을 완충지로 삼으려 했던 것이다.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를 살 길로 제시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정부가 이 회랑의 중요성을 간과할 리 없다. 중국으로선 테러 세력의 차단과 일대일로 개척을 위한 통로이자 향후 역내 군사·경제적 패권을 위한 교두보가 되기 때문이다. 탈레반 역시 자신들에 반대하는 세력이 위구르 분리세력과 손잡는 일을 경계해야 할 상황이다. 위구르의 민족주의 독립 성향이 역내에 유입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얘기다.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도 중국과 탈레반의 교류가 가시화하면서 두 나라의 이동 경로인 와칸 회랑의 경제적·군사적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처음에는 해발 4900m 전후의 고지대라 손대길 꺼려했다가 2008년 아프간에 주둔하던 미국과 영국이 전쟁물자 보급을 위해 이 지역을 개방해 달라고 요구하자 보는 눈이 달라졌다. 중국 정부는 이 요구를 거부하고 이듬해부터 국경 10㎞ 근처까지 도로를 새로 건설하고 이동통신 중계시설도 설치했다.그러다 2013년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이 회랑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중국은 파키스탄과의 경제 회랑(CPEC) 사업을 진행하면서 와칸 회랑을 통과하는 중국∼아프간 연결 도로망 건설도 결정했다. 이 도로는 북쪽 중앙아시아와의 교역을 확대하고 남쪽으로는 파키스탄 서부 과다르 항구까지 이어나갈 것으로 추정된다. 탈레반으로서도 중국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이 지역을 잘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카타르 도하의 탈레반 정치국을 이끄는 2인자이자 실질적 지도자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지난달 28일 톈진을 찾아 회담을 할 정도다. 1조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희토류 등에 대해 중국이 주목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수하일 샨힌 탈레반 대변인은 19일 CGTN 인터뷰를 통해 “중국은 경제규모와 능력이 막대한 대국이다. 내 생각에 아프간을 재건하고 회복시키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를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현재 회랑 지역은 탈레반 근본주의와 거리를 두고 있는 이스마일파의 영향권에 있다. 이 때문에 탈레반은 지난달 초 사절단을 파견해 주민들과 소통에 나서는 등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 세력의 유입에 위기감을 느낀 주민들이 타지키스탄이나 키르기스스탄 등으로 대거 망명을 신청하면서 조용하던 지역에 혼란이 생겨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사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물론, 조 바이든 정부도 중국의 인도 남하를 저지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당장은 탈레반과 중국의 우호적인 태도를 볼 때 긴박한 위기가 조성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역내 워낙 다양한 극단주의자들이 충돌하며 대립하면 미국과 중국이 대리전을획책할 위험성이 상존한다. 시크릿 콤파스 구경 가기
  •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희생자 민족주의’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희생자 민족주의’

    비극적 기억으로 자기 민족 정당화‘나치 희생자’ 폴란드도 유대인 학살역사적 진실 가리는 희생자 의식 위험우열 경쟁 대신 다양한 기억 공유를일제강점기를 기억하는 이에게 ‘일본인 희생자’라고 하면 아마 형용모순쯤으로 생각하기 십상일 것이다. 반대로 ‘한국인 가해자’라고 해도 비슷하게 느낄 듯하다. 현재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나’는 식민지 시대를 겪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에 대해서만큼은 대다수가 ‘나는 희생자’라는 세습된 희생자 의식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런 의식들의 합은 자칫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를 배태하고, 자신의 과실에 대해 집합적 무죄 의식을 갖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이게 우리만의 일이 아닌 인류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는 이처럼 비극이 잉태한 희생자의식 민족주의의 세계적인 실체를 짚고, 출구를 모색한 책이다. 저자가 주창한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는 비극적 희생의 기억을 자기 정당화의 기제로 삼는 민족주의를 말한다. 단순하게 말해 우리는 피해자였으니 우리의 배타적 민족주의는 정당화된다는 식의 생각을 일컫는다. 희생자 의식에만 몰두하면 기억이 세탁되고 역사적 진실은 가려진다. 성찰은 내던진 채 도덕적 정당화에만 골몰하기도 한다. 이는 민족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진다. 희생자의식 민족주의가 위험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1941년 2차대전 당시 폴란드에서 벌어진 ‘예드바브네 학살’을 예로 들자. 주민 수 3000여명에 불과한 폴란드의 작은 마을 예드바브네에서 폴란드인 이웃이 1600명에 달하는 유대인들을 학살한 사건이다. 2000년 폴란드의 유대인 역사학자가 이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이후 폴란드인의 ‘나치의 희생자’ 이미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시 폴란드가 그랬듯 대부분의 사례에서 가해자들은 사실을 부인하거나 다른 쪽에서 핑계를 찾는다(폴란드의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프스키 대통령은 2001년 유대인 단체에 이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수백만명의 유대인이 희생된 홀로코스트 앞에서도 자신들의 고통만 강변했던 전후 독일과 폴란드의 우익,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세습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억압을 정당화하는 이스라엘의 시온주의자, ‘일본군 위안부’가 일본의 명예를 더럽히기 위한 음모라고 주장하는 일본 극우파 등은 희생자의식 민족주의가 얼마나 강력하게 인류 전체의 기억 공간을 지배하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우리 역시 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저자가 우리의 희생자 의식과 ‘집합적 무죄 의식’을 꼬집은 사례는 여럿이다. 부끄럽긴 해도 우리가 반드시 ‘아이 콘택트’해야 할 역사다. 다만 조선인에게 학대당한 일본 피란민의 이야기를 다룬 책 ‘요코 이야기’, 일제의 이간질에 속아 흥분한 조선인들이 무고한 화교 120여명을 학살한 계기가 된 1931년 ‘중국 완바오산 사건’ 등은 논쟁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저자가 말하려는 건 결국 우열을 가리고 경쟁하는 기억이 아닌 ‘연대하는 기억’이라고 여겨진다. 서로 어울리지 않아 삐걱거리면서도 불협화음조차 비판적 긴장 관계로 유지해 나가는 그런 연대 말이다. 그러자면 희생자의식 민족주의의 희생이 선행돼야 한다. 저자는 “희생의 기억을 탈영토화해 ‘제로섬 게임’적인 경쟁체제에서 벗어날 때, 자기 민족의 희생을 절대화하고 타자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 뒤에 줄 세우는 기억의 재영토화에서 벗어날 때, 그래서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를 희생시킬 때 기억의 연대를 막고 있는 장벽이 터지면서 지구적 기억구성체는 다양한 기억이 합류해 흐르는 연대의 실험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 “일본, 대놓고 클라이밍에 욱일기 구조물 사용”[이슈픽]

    “일본, 대놓고 클라이밍에 욱일기 구조물 사용”[이슈픽]

    도쿄올림픽에서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 클라이밍 남자 콤바인 결선. 그 중 볼더링은 암벽에 설치된 인공 구조물을 로프 없이 오르는 종목으로 디자인이 중요하다. 주최 측은 난이도가 가장 높은 3번 구조물을 욱일기 모양으로 디자인했고, 외신은 이를 ‘라이징 선(Rising Sun·욱일)’이라고 소개했다. 스포츠클라이밍 콤바인은 스피드, 볼더링, 리드 세 종목을 모두 치러 종합 성적으로 순위를 정한다. 각 종목의 순위를 곱한 점수가 가장 낮을수록 순위가 높다. 스피드는 15m 경사면(95도)의 인공 암벽을 빨리 올라가는 종목이고, 볼더링은 4.5m 높이의 암벽에 설치된 다양한 인공 구조물을 로프 없이 5분 이내에 오르는 종목이다. 6분 동안 15m 높이 인공 암벽을 최대한 높이 오르는 것은 리드다. 5일 일본 도쿄 아오미 어반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남자 콤바인 결선에서 알베르토 히네스 로페스(18·스페인)가 총 28점으로 1위를 차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메달은 너새니얼 콜먼(24·미국), 동메달은 야콥 슈베르트(30·오스트리아)가 차지했다. 일본의 기대주 도모아 나라사키는 1점 차로 4위(36점)에 그쳐 메달을 놓쳤다.로프 없이 오르는 볼더링 3번 문제은 노란 원을 중심으로 다른 홀드(손잡이)가 배열돼 욱일기를 연상시켰다. KBS에서 스포츠 클라이밍 해설을 맡은 ‘암벽 여제’ 김자인 선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클라이밍 홀드 뉴스리뷰’의 게시글을 공유했다. 김자인 선수는 해설자들이 볼더링 3번 문제의 디자인을 ‘일본 국기에 대한 경의’라고 표현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일본의 클라이머들을 좋아하지만 욱일기 문제는 한국과 일본에서 늘 외교적으로 민감한 문제였다. 왜 굳이 그런 디자인을 볼더링 과제에 사용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주최 측 “이 디자인을 사랑한다” 비판이 거세지자 주최 측은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해설위원들은 이번 남자 결선 볼더링 3번 과제를 두고 욱일기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우리는 이 군기 혹은 군기가 지닌 의미를 홍보할 의도가 아니었다. 우리는 이 디자인을 사랑한다”고 의혹을 키우는 해명을 내놓았다. 올림픽에서 욱일기 허용한다는 일본 욱일기는 기존 붉은 원에 태양 주위에 16갈래로 퍼져 나가는 햇살을 형상화한 깃발이다. 일본 정부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욱일기를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그들은 “정치적인 의도가 없으며 일본에서 널리 쓰이는 깃발일 뿐”이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19세기 구 일본 제국의 군기였던 욱일기는 20세기 들어 일제 군사 침략 피해국인 한국, 중국 등에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기억된다. 일본 정부는 피해국에 정당한 배상을 하고, 자국 역사에 대해 충분히 성찰하지 않았음에도 전쟁범죄를 상징하는 깃발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욱일기는 일본 해양 자위대의 군기이며, 일본 내 극우세력들이 사용하는 깃발이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욱일기는 증오의 깃발”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하와이 대학의 역사학 부교수인 해리슨 김은 일본의 행태를 두고 “현재 일본 정부는 극단적인 국수주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방관하고, 민족주의적 표현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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