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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량국 러시아에 현대판 황제 시진핑까지…올해 세계 최대 리스크는?

    불량국 러시아에 현대판 황제 시진핑까지…올해 세계 최대 리스크는?

    미국의 글로벌 위기 자문회사인 유라시아그룹이 러시아와 중국을 올해 세계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 유라시아그룹은 3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2023년 세계 10대 지정학적 리스크 보고서’를 발표했다. 올해 10대 리스크는 ▲불량국 러시아 ▲현대판 황제 시진핑 ▲ 인공지능(AI) 기술 혼란 ▲인플레이션 충격파 ▲궁지에 몰린 이란 ▲에너지 위기 ▲글로벌 개발 중단 ▲미국의 양분화 ▲Z세대 급부상 ▲물 부족 위기다.유라시아그룹은 올해 가장 큰 위협인 러시아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불량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의 고립과 서방의 보복으로 더는 잃을 것이 거의 없고,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내부의 거센 압력에 직면했다. 이제는 핵무기 위협을 강화하고, 사이버 공격 등을 통한 ‘비대칭 전쟁’으로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서방 내부에 사이버 공격 및 기반 시설 파괴 공작, 가짜 정보 확산을 통한 선거 개입 등을 계획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유라시아그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현대판 황제’라고 표현하며, 두 번째 위협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그가 내리는 독단적 결정에 따라 공중보건과 경제, 외교 등 3가지 분야에서 폐해가 나타날 것이라고 봤다. 또 “시 주석은 ‘중국 건국의 대부’ 마오쩌둥 이후 독보적으로 강한 권력으로 중국 정치체제를 통제하고 있고, 국가주의·민족주의 정책 의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를 제한할 브레이크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고려할 때 시 주석 리스크는 심각한 도전”이라고 부연했다. 3위는 인공지능(AI) 등 기술혁신에 의한 세계적 혼란이다. 보고서는 AI로 인해 자동 생성되는 가짜 뉴스와 정보가 확산해 많은 사람들이 진위를 파악할 수 없어 사회가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AI 기술의 왜곡이 민주주의 국가들을 혼란케 하지만, 독재국가들엔 내부적으로 반체제 세력을 억압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외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2021년 미국에서 시작돼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올해에도 강력한 경제적, 정치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란에 대해선 “서방과 대결을 펼칠 것이며 지정학적 요인이나 경제적 요인 등 복합적 이유로 올해 하반기에는 에너지 시장이 훨씬 긴장된 상태를 맞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재일 정치학자 강상중의 조언…“한국 ‘내셔널리즘’ 낮춰야 더 나은 미래 만든다”

    재일 정치학자 강상중의 조언…“한국 ‘내셔널리즘’ 낮춰야 더 나은 미래 만든다”

    “한국은 일본을 뛰어넘었나 아닌가의 수준만 따질 시기는 지났습니다. ‘한국만의 내셔널리즘’(민족주의와 국가주의)을 낮추고 지역 전체의 평화와 남북 간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합니다.” 지난달 18일 일본 도쿄 마루노우치 호텔에서 만난 강상중(73) 도쿄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국에서 ‘마음의 힘’,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 등의 저서로 유명한 강 교수는 90분 넘게 이어진 인터뷰에서 한국이 ‘내셔널리즘’의 압력을 줄여야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한일 관계에 대해 “역사 문제 해결이 어렵다”면서도 “한일 국민 간 교류가 진전되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다국화 시대의 한국을 평가한다면. “20세기가 미국과 자본주의를 중심으로 한 1개 국가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그 30년을 끝내고 중국이라는 존재를 통해 다국화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강 교수는 일본어로 인터뷰했지만 한국을 표현할 때는 한국어로 ‘우리나라’라고 분명하게 말했다)의 문제는 지정학적 최전선에 위치해 행동 범위가 상당히 제약돼 있다. 이런 한국의 지정학적 행동 제약을 문재인 정부가 신남방정책을 통해 경제를 중심으로 아세안과의 관계를 넓혀갔다면 윤석열 정부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고 하며, 미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에서 유력 국가가 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보조를 맞추다 중국과의 무역관계 침해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의 (미국 중심) 외교 정책을 보면 대중 관계를 굉장히 어려운 상황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경제적 문제 때문에 중국과 완전히 거리를 둘 수 없는 현실이 있는데 이런 딜레마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세계가 다국화되고 있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이것이다, 저것이다의 선택으론 안 된다는 것이다. 또 한국 주도로만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미중 갈등, 남북 대립 문제 등을 한국만의 힘으로 풀기 어렵다는 것은 지난 문재인 정부가 보여줬다.” -윤석열 정부의 미국 쏠림은 북한 위협 때문 아닌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한계는 북한 문제를 남북과 미국이 먼저 해결하면 다 끝난다고 본 것에 있었다.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을 신경 쓰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역으로 일본은 한국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갖게 됐다. 일본은 남북 문제에 관여할 수 없고 미국은 남북 문제에 집중하게 되면서 일본은 배제됐다는 위기감을 갖게 됐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는 일본이 남북 문제 해결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한국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나. “독일의 통일 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독일은 동서 통일이 독일에 이익이 되는 것을 넘어서 곧 분단된 유럽을 하나로 하는 것이라는 점을 프랑스와 폴란드 등 주변국에 몇 번이나 이해를 구했다. 남북 문제도 이런 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남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게 절대 불안한 일이 아니며 지역 안정에 공헌하는 일이라는 점을 몇 번이고 주변국에 설득해야 한다. 남북 문제를 민족만의 문제로 여기면서 한일 관계에 소홀했던 그 내셔널리즘이 문제였다.”(강 명예교수가 지칭한 ‘한국만의 내셔널리즘’은 남북 분단과 북핵 문제 등을 민족 간 문제로만 접근해 해결하려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정학적 위기에 따라 한일이 가까워지는듯 하나 역사 문제가 남아있다. “한일간 역사 문제 해결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한국 내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하겠다는 컨센서스가 정리되지 않은 데다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또 이와 관련해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등이 맞물려 있다는 것도 문제다. 다만 국민 레벨의 교류는 꽤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 일본 내에서 젊은 세대를 보면 한국에 대한 동경이 있고 따라하고 싶어하는 움직임도 있고 한국을 가장 가고 싶은 나라로 꼽는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교류가 좀 더 진전되는 게 필요하다.” -일본의 ‘반격 능력’ 확보 등 군사력 강화에 대한 한국 내 우려가 크다. “일본으로서는 한미일 협력으로 중국과 북한에 대응하면서도 한편으로 불안감이 크니 방위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방위력 강화가 세금 사용의 우선순위가 될 이유가 없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같은 일이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 (북한과의 대립으로 언제 충돌이 벌어질지 모르는) 한국과 입장 자체가 다른데 지진 등 대비가 아닌 토마호크 등 무기를 구입하는 데 세금을 쓴다는 게 맞지 않다.” -일본 정부가 방위력 강화의 근거로 삼는 중국 위협에 대한 평가는. “대만의 위기를 자꾸 거론하는데 대만 내에서 중국과 관계 개선을 원하는 국민도 있다. 힘이 약해진 미국으로서는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대만이라는 ‘레버리지’(지렛대)를 사용하고 싶은 것이고 일본이 이를 따라가고 있을 뿐이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국가로 올라서는 데 성공할까. “앞으로가 문제다. 아직 중국의 화웨이 등이 반도체 생산을 완벽하게 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미국 등이 경제안보를 내세우며 다른 나라와 협력하고 있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2년 후 미국의 차기 대통령 선거가 관건이 될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 당시 미국 우선주의, 인권 등에 대한 미국만의 가치관 추구 때문에 각국으로부터 원한을 사게 됐고 이 때문에 중남미 등이 미국과 거리를 두게 되지 않았나. 이런 점을 볼 때 앞으로 중국이 세계의 패권을 차지할지 아닐지 결정하는 데는 차기 미국 대통령이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이 될지에 달렸다.” -일본 정치의 변화 가능성은. “한국과 일본의 정치 상황은 전혀 다르다. 한국은 현재 국회의원 수도 야당이 많고 정권 교체가 일어나지 않았나. 하지만 일본은 자민당이 좋다, 싫다가 문제가 아니라 이노베이션(혁신)이 없다는 게 결정적 문제다. 이노베이션을 일으킬 정도로 야당이 실력을 갖고 있지 않다. 이렇다 보니 정치적 무관심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일본 정치 변화가 없다는 뜻인가. “다가오는 일본의 지방선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자민당이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물가 상승에 대한 고통이 심각하며 이 때문에 여당에 대한 비판이 점점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30년 동안 임금도 오르지 않고 물가도 오르지 않는 정체 상태가 계속돼 왔다. 이러한 일본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불안감이 크고 쉽지 않다. 다만 조금씩 바뀔 수 있다. 그 시작이 이번 지방선거일 수 있다.”
  •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보고, 성균중국연구소 옮기고 엮음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보고, 성균중국연구소 옮기고 엮음

    지난달 16일 막을 올린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보고문을 분석한 책이 나온다. 이 대회가 지난달 22일 폐막했으니 한달 만에 발빠르게 번역 출간했다. 지식공작소(대표 박영률)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보고’를 25일 발간한다. 이 책은 시진핑 시대 중국 진단에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성균중국연구소’가 해설을 덧붙여 보고문의 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중국의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자 향후 국제정세를 가늠할 척도를 제공한다. 중국 정부의 경제와 외교안보, 복지와 민생, 인재양성, 환경, 노동, 당 조직과 지도체제 등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미중 경제전쟁, 타이완 문제, 북핵문제 등에 대한 혜안도 얻을 수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한 이번 대회는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위대한 기치를 높이 들고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의 전면 건설을 위해 단결 분투하자”라는 다소 긴 보고 제목을 달았다. 이 <보고>에는 중국 미래 전략에 대한 방향, 중국 경제에 대한 총체적 방향, 국내 정치의 새로운 방향, 사회 문제와 사회 복지에 대한 방향, 건강과 환경 문제, 안전과 국가 안보 문제에서 중국이 나아갈 길을 명시했다. 중국은 시진핑을 재신임함으로써 강도 높은 대외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타이완 문제에 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그 예다. 20차 당 대회에서 출범한 시진핑 3기 지도부 체제는 사회주의와 당이 국가를 지배하는 ‘이당치국(以黨治國)’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정체성의 정치’는 전환의 시대가 가져온 새로운 변화에 대한 위기의식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단결의 정치’를 강조하는 가운데 형성된 것이다. 다음으로는 사회주의 현대화를 위한 매진이다. 개혁 개방과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을 심도 있게 추진해 비약적 경제 발전과 사회 안정이라는 두 가지 기적을 만들었으며 특히 지난 5년간은 신속하고 안정적인 개혁을 추진해 사회주의 선진 문화를 적극 발전시켰다고 자평했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5년을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기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로 설정했다. 또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실현하고 2035년부터 2050년까지는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만들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초 일류국가를 건설한다는 목표다. <보고>는 중화 문명의 서사 및 담론 체계의 전파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일례로 2050년경 ‘중국의 꿈(中國夢)’ 실현에서 소프트 파워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대내적으로 자국 문화의 우수성을 강조하면서 민족주의적 사상 업무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전 중화 인민의 민족적 단결, 당 중심의 사회적 통일성을 기할 것을 천명했다. 대외적으로는 일대일로 공동 건설, 개발도상국과의 연대 등 대외 협력 정책에서 중화 문화 전파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은 이번 20차 당대회의 핵심 키워드로 ‘새로운 중국의 길’,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일국양제’, ‘공동 부유’, ‘중국적 가치’ 등을 제시하면서 이 책을 통해 중국식 현대화의 실체를 제대로 살펴볼 것을 권했다. 그는 또 “보고문의 맥락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주석과 부록, 해설을 덧붙였다”며 “국제정세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필독서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특히 <보고>에는 국가 및 사회에 대한 당의 영도, 마르크스주의의 중국화 및 시대화, 중국의 이야기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보면 향후 중국공산당의 집권 방향은 마르크스주의 기본 제도에 의존하면서도 중국만의 고유한 특징을 바탕으로 하며, 서구와의 담론 경쟁을 가미한 형식이 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또한 <보고>는 중화 문명의 서사 및 담론 체계의 전파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2050년경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목표 및 ‘중국의 꿈(中國夢)’의 실현에서 소프트 파워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향후 중국공산당은 대내적으로 자국 문화의 우수성을 크게 강조하며 민족주의적 사상 업무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전 중화 인민의 민족적 단결, 당 중심의 사회적 통일성을 기할 것이며, 대외적으로는 일대일로 공동 건설, 개발도상국과의 연대 등 대외 협력 정책에서 중화 문화 전파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체제 및 이념을 달리하는 중국의 역사 복합체, 이당치국(以黨治國) 등 정치 담론과 구조를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 5년 만에 열린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이 대회가 향후 국제 질서 변동의 핵심적 단초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 [서울광장] 무함마드 빈 살만의 美中 줄타기/오일만 세종취재본부장

    [서울광장] 무함마드 빈 살만의 美中 줄타기/오일만 세종취재본부장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최근 방한이 연일 화제를 뿌리고 있다. 고작 20시간의 체류 동안 국내 주요 대기업과 26개 사업에서 투자·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무려 40조원을 웃도는 투자 규모다. 재력과 권력을 모두 갖춘 그가 ‘모든 게 가능한 남자’라는 의미의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으로 불리는 이유다. 무함마드의 행보는 신냉전 기류 속에서 국제질서를 뒤흔들 ‘게임 체인저’가 될 개연성도 높다. 사우디와 미국은 1945년 ‘석유와 안보의 교환’ 합의 이후 77년간 맹방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우디는 미국에 석유를 주고, 미국은 사우디의 안보를 책임졌다. 아랍을 휩쓸던 아랍민족주의 열풍과 반왕정 군사정변, 빈라덴 등 급진 이슬람 세력의 위협 때마다 미국은 사우디를 보호해 왔다. 미국 역시 사우디의 안정적 석유 공급을 토대로 미소 냉전을 승리로 이끌었고, 세계 제일의 패권국으로서 호령하는 위치에 올랐다. ‘찰떡궁합’을 자랑하던 양국의 이해관계는 그러나 냉전 해체와 셰일혁명 이후 틀어지기 시작했다. 산유국 ‘사우디 카드’의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미국이 2011년 아시아 회귀전략(Pivot to Asia)을 발표하며 중동에서 발을 빼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의 일방적 철수를 목도하면서 사우디는 미국을 더이상 믿기 힘든 나라라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 다급한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7월 자존심을 굽히고 사우디로 날아가 무함마드를 만났지만 빈손으로 돌아갈 정도로 양국 관계는 틀어졌다. 냉랭해진 양국의 틈을 파고든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현재 사우디 전체 원유 생산량의 4분의1을 사들이는 최대 수입국이다. 사우디에 대한 중국의 누적 투자는 2021년에 435억 달러에 이른다. 사우디와 중국의 협력은 최근 군사 분야로 확대 중이다. 중국산 드론을 사들이고 중국의 기술지원 아래 사우디는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다음달 사우디를 방문해 무함마드를 만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때만큼이나 극진한 환대가 예상된다고 보도할 정도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외교정책의 중심축을 중동에서 아시아로 옮기려 하지만 중국이 중동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면서 미국을 중동에 묶어 두려는 성동격서의 전략이다. 전문가들이 미국은 걸프 지역을 떠나기 어렵다고 느낄수록 중국에 이득이다. 사우디 역시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최대한의 이익을 취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인 사우디가 중국ㆍ러시아와 손을 잡을 경우 미국의 중동정책과 에너지정책, 기축통화 체제가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무함마드는 ‘석유는 반드시 달러로 사야 한다’는 페트로 달러 체제에 균열을 일으킬 힘이 있다. 과거 ‘악의 축’으로 지목됐던 리비아·이라크·이란 모두 페트로 달러 체제에 도전했다가 정권 자체가 무너지거나 경제제재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무함마드 입장에서는 중국을 지렛대로 미국에 압력을 넣어 사우디 입맛에 맞는 미ㆍ사우디 관계 재정립을 노리고 있다. 사우디가 주도한 OPEC의 대규모 감산 발표 이후 바이든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자국 기업에 사우디 투자 확대를 확대하지 말 것을 요청한 상태다. 네옴시티 성공을 위해선 바이든 대통령의 협조가 절실한 무함마드는 중국 카드를 이용해 미국의 투자를 끌어들이려는 노림수를 갖고 있다. 사우디는 수천 년 사막을 가로질러 목숨을 걸고 무역에 종사한 민족이다. 무함마드가 풀어놓은 선물 보따리에 혹하지 말고 우리와 맺은 26개 MOU가 최종 계약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끈기 있게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 韓 축구 카타르서 김치 먹는다 소식에 中 네티즌 분노 왜? [여기는 중국]

    韓 축구 카타르서 김치 먹는다 소식에 中 네티즌 분노 왜? [여기는 중국]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대량의 김치가 지원될 것이라는 소식을 두고 중국 관영 매체들이 때아닌 ‘김치 종주국’ 논란을 부추기는 분위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관찰자망 등 다수의 매체들은 지난 9일 한국 대한축구협회가 대표팀 선발대가 카타르 현지에 도착한 직후 곧장 200㎏의 김치가 전달될 것이라고 공고한 내용을 인용해 ‘월드컵 시작 전 한국 선수들보다 김치가 먼저 카타르에 도착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11일 보도했다. 앞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대회 기간 중 선수단에 김치를 무상으로 제공, 선수단이 카타르 현지에 도착하기 이전인 지난 11일부터 훈련 캠프에 우선 전달키로 한 바 있다. 해당 보도가 나간 직후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 등 또 다른 매체들은 ‘월드컵 기간 동안 한국팀은 최소 200㎏의 김치를 보급받는다’, ‘한국, 김치 200㎏ 들고 월드컵 참가, 김치가 얼마나 중요하길래’, ‘김치 먹는 한국 대표팀, 힘낼 수 있나?’ 등의 제목으로 보도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그런데 이 보도를 접한 현지 누리꾼들은 때아닌 김치 종주국 논란을 재점화하는 등 논란을 키우는 양상이다.한 누리꾼은 ‘중국은 이미 5000년 전부터 절임 음식 문화를 시작했지만 그 식문화를 후손들이 잘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이 자신들의 문화라고 거짓 주장을 하고 있는 꼴을 보게 됐다’면서 ‘TV예능에 출연한 한국 연예인들이 김치를 한국 것이라 옹호하는 것을 그대로 지켜봐야 하고, TV드라마 속 배우들이 김치를 한국 것인냥 홍보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게 됐다. 5000년 중국의 절임 김치 역사가 마치 한국 전통인 것처럼 보여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한국은 중국 문화를 모방하고 조작해 자신들의 문화라고 도략질하는 가장 심각한 수준의 국가’라면서 ‘한국인이 아무리 김치를 자신들의 것이라 주장해봐야 그들이 먹는 김치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수출한 중국산'이라고 적었다. 한편, 이 같은 중국인들의 주장은 지난 2020년 중국이 서부 내륙 도시인 쓰촨성 김치 제조법을 국제 표준 단체인 국제표준화기구(ISO)표준에 맞춰 제정했다고 주장하는 등 일방적으로 김치 종주국이라고 발언하면서 더욱 거세졌다. 당시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환구시보가 나서 ‘중국이 주도해 김치 산업의 6개 식품 국제 표준을 제정했다’면서 ‘중국의 ISO 인가 획득으로 김치 종주국인 한국은 굴욕을 당했다면서 한국 매체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환구시보가 국제 표준이라고 주장하는 ISO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국제 교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1947년 설립된 국제기구로 공식 관급 기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ISO의 회원국이 165개 국가라는 점을 강조해 ‘중국의 김치 산업은 국제 김치 시장의 기준이며 세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는 일방적 주장을 해오고 있다.  
  • 이달의 독립운동가 박건병 등 3명… 전쟁영웅에는 이창환·한규택 선정

    이달의 독립운동가 박건병 등 3명… 전쟁영웅에는 이창환·한규택 선정

    국가보훈처는 6·25전쟁 당시 전사한 해병대 이창환·한규택 하사를 ‘11월의 6·25전쟁영웅’으로, 박건병·강경선·배천택 선생을 ‘11월의 독립운동가’로 각각 선정했다고 1일 밝혔다. 이 하사와 한 하사는 각각 해병대 제1연대 제11중대 제2분대장과 소대 기관총 사수였으며, 1950년 11월 평양~원산 도로 요충지인 평안남도 양덕군 일대에서 전투에 참여했다. 이 하사는 분대원들을 이끌고 적진에 접근하던 중 중화기로 무장한 북한군 200여명의 기습 공격을 받아 전투 도중 전사했다. 한 하사는 부상을 당한 속에서도 중대원들이 안전하게 철수할 수 있도록 끝까지 엄호하다가 쓰러졌다. 해병대는 경북 포항시 해병대 교육훈련단에 흉상을 건립해 이들의 사명감과 희생정신을 기리고 있다.박건병·강경선·배천택 선생은 1920년대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독립운동을 통합한 단체였던 ‘한국독립당관내촉성회연합회’ 결성에 참여했다. 박 선생은 1892년 강원도 김화 출생으로 1920년 1월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강원도 의원으로 선출됐다. 임시의정원은 오늘날 국회에 해당하는 기구였다. 1891년 평북 정주에서 태어난 강 선생은 1924년 6월 임시의정원 평안도 의원으로 선출됐다. 배 선생은 1892년 대구 출생으로 촉성회 상무위원으로 활동했다. 정부는 1993년 박건병 선생, 1995년 강경선 선생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으며 배천택 선생에게는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 보훈처 이달의 6·25 전쟁영웅과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

    보훈처 이달의 6·25 전쟁영웅과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

    국가보훈처는 6·25전쟁 당시 전사한 해병대 이창환·한규택 하사를 ‘11월의 6·25전쟁영웅’으로, 박건병·강경선·배천택 선생을 ‘11월의 독립운동가’로 각각 선정했다고 1일 밝혔다. 이 하사와 한 하사는 각각 해병대 제1연대 제11중대 제2분대장과 소대 기관총 사수였으며, 1950년 11월 평양~원산 도로 요충지인 평안남도 양덕군 일대에서 전투에 참여했다. 이 하사는 분대원들을 이끌고 적진에 접근하던 중 중화기로 무장한 북한군 200여명의 기습 공격을 받아 전투 도중 전사했다. 한 하사는 부상을 당한 속에서도 중대원들이 안전하게 철수할 수 있도록 끝까지 엄호하다가 쓰러졌다. 해병대는 경북 포항시 해병대 교육훈련단에 흉상을 건립해 이들의 사명감과 희생정신을 기리고 있다. 박건병·강경선·배천택 선생은 1920년대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독립운동을 통합한 단체였던 ‘한국독립당관내촉성회연합회’ 결성에 참여했다. 박 선생은 1892년 강원도 김화 출생으로 1920년 1월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강원도 의원으로 선출됐다. 임시의정원은 오늘날 국회에 해당하는 기구였다. 1891년 평북 정주에서 태어난 강 선생은 1924년 6월 임시의정원 평안도 의원으로 선출됐다. 배 선생은 1892년 대구 출생으로 촉성회 상무위원으로 활동했다. 정부는 1993년 박건병 선생, 1995년 강경선 선생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으며 배천택 선생에게는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 대만 침공 현실화?…美 중국통 “후진타오 퇴장은 시 주석 권력 과시용”

    대만 침공 현실화?…美 중국통 “후진타오 퇴장은 시 주석 권력 과시용”

    미국에서 중국통으로 불리는 외교전문가들이 오는 2024년을 기점으로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 매체 자유아시아방송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사안과 관련해 ‘미국의 전 외교통들이 일제히 중국이 2024년을 기점으로 대만과의 완전한 통일을 강제하는 등 양안 사이의 첨예한 갈등이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25일 보도했다. 최근 미국의 학술 격월간지 포린폴리시가 지난 24일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동아시아정책을 보좌하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으로 활동했던 에반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가 참석해 이 같은 비관적 전망에 힘을 실었다. 에반 메데이로스 교수는 향후 5년간 중국의 정치·외교에 영향을 미칠 20대 정치국 상무위원들을 겨냥해 “가장 놀라운 점은 시 주석이 공산당을 얼마나 완전하게 장악했는지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라면서 “시 주석의 권력이 최고로 극대화된 시점에서 중국 공산당은 내부적으로 균형을 요구할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리창 정치국 상무위원이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그동안 중국 총리들이 최소 5년 이상 부총리로 취임해 경력을 쌓았던 공산당의 관례를 완전히 비껴가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중국이 기존의 규범을 준수하는 것보다 시 주석 1인에 대한 충성심을 얼마나 보였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이와 함께, 20차 당대회 폐막식 당시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강제 퇴장당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행됐다. 당시 사건과 관련해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의 제임스 팔머 부편집장은 “시 주석의 권력이 가장 강한 수준으로 극대화됐다는 것을 외부에 표시하기 위한 의도적인 사건”이라면서 “과거의 공산당이 당내 문제 해결에서 고위급 원로들의 목소리에 경청해야 했다. 하지만 이날 시 주석이 후진타오 전 주석을 강제로 퇴장시키면서 모든 권력이 자신에게 쏠렸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증명하려 했고, 실제로 의도한 대로 증명이 됐다”고 했다.그는 이어 “후진타오 전 주석의 마지막 뒷모습은 이 자리에 있었던 모든 고위 관료들에게 시 주석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으며 그가 원한다면 그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 사건이 됐다”고 덧붙였다. 또 이 매체는 왕이 외교부장이 정치국 위원으로 승격된 것과 관련해 ‘왕이가 중국 외교 분야의 1인자로 자리매김하면서 과거의 양제츠를 계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한편, 왕이 부장은 과거 중국 외교부장으로 취임하기 이전 대만 국무원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대만 해협 사이의 관계 회복에 기대가 쏠린 분위기다. 반면 이 매체는 ‘왕이 외교부장의 정치국 위원으로의 발탁이 대만해협의 관계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 매체는 오는 2024년 새 총통 선거를 앞둔 대만에서 각 정당들은 중국과의 통일 문제에 시종일관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에 집중했다. 이에 대해 ‘현재 중국 내부에는 강력한 수준의 민족주의가 대두되고 있다’면서 ‘시 주석이 대만과 전쟁을 벌이겠다고 해도 누구도 말리지 않고, 오히려 전쟁을 반기는 분위기가 연출될 수도 있다’고 했다. 
  • [정재정의 독사만평] 한중일, ‘동아시아 패러독스’ 극복을/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정재정의 독사만평] 한중일, ‘동아시아 패러독스’ 극복을/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박근혜 정부 때 잠깐이나마 ‘동아시아 패러독스’라는 말이 화두에 올랐었다. 당시 정부는 한중일 사이에 물자교역·인간왕래·문화교류 등이 증대하면 서로 이해·존중이 촉진돼 우호·협력이 진전되리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현실은 거꾸로 혐오·경멸이 확산돼 갈등·대립이 심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실제로 2016년 삼국 간 무역액은 5253억 달러, 방문객은 2593만명으로, 10년 전보다 배 이상 늘었는데 호감도는 한국과 일본이 12%, 일본과 중국은 11%, 한국과 중국은 33%에 그치며 큰 폭으로 나빠졌다. 박 전 대통령은 이런 현상을 ‘동아시아 패러독스’라 부르고, 그 원인을 역사인식의 충돌에서 찾아 삼국이 함께 교과서를 편찬해 사용하면 좋겠다는 뜻을 비쳤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동아시아 패러독스’는 더 심해졌다. 2018년 한중일의 상호 무역액은 1조 3980억 달러, 방문객은 3050만명으로 크게 늘었는데, 호감도는 한국과 중국조차도 한국과 일본, 일본과 중국처럼 10%대로 추락했다. 물자·인간·문화 교류가 아무리 왕성하더라도 영토분쟁·역사갈등·안보대립이 자주 발생하면 국민감정은 더 악화된다는 역설이 다시 증명된 셈이었다. 한중 수교 30년, 중일 수교 50년을 맞은 올해 ‘동아시아 패러독스’는 더욱 심해져 각국 수뇌는 기념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2018년 현재 세계에서 한중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인구 20.7%, 국민총생산 23.6%, 무역액 18.7%에 이른다. 삼국이 이렇게 막중한 위상을 차지하고 상호 의존이 심대한데도 불구하고 국민 대다수가 서로 싫어하고 미워하며, 국가마저 이에 편승해 충돌을 되풀이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하루빨리 ‘동아시아 패러독스’에서 벗어나는 게 삼국은 물론 세계의 평화·번영에도 도움이 된다. 다행히 한국은 매년 국제교류재단의 후원 아래 ‘한일포럼’ ‘한중포럼’ 등을 개최해 상호 관계와 현안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 그렇지만 국민 사이의 감정 충돌, 곧 정체성 싸움은 주로 역사·문화 갈등에서 비롯한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동아시아 패러독스’가 기승을 부리는 동안 한중일 상호 간의 공동연구나 집단대화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궁여지책으로 동북아역사재단이 필자 등에게 부탁해 2018∼19년 한중일의 역사학자·정치학자 40여명으로 ‘역사화해포럼’을 구성해 활동한 것이 거의 유일한 사례일 것이다. ‘역사화해포럼’은 2020년에 ‘역사화해를 위한 한일대화-역사편’, ‘역사화해를 위한 한일대화-정치편’, ‘한중 역사인식의 공유’,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중 관계의 모색’을 출간하고 임무를 마쳤다. 짧은 기간 효율적 운영으로 훌륭한 성과는 거두었는데도 ‘동아시아 패러독스’의 광풍 속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금 동아시아를 비롯한 국제정세는 제2차 세계대전 이래 가장 큰 변동과 불안에 휩싸여 있다. 한반도 주변에서의 전쟁 위험성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런 때일수록 한중일은 끓어오르는 민족주의·애국주의가 상대국에 대한 적개심·증오심으로 폭발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여기에 불쏘시개 노릇을 하는 역사·문화 갈등을 잘 관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계자들의 공동연구·집단대화가 꼭 필요하다. 한국은 이미 동북아역사재단 등의 그루터기를 갖추고 노하우도 축적하고 있어 이를 선도하기에 적합하다. 다만 연구자들은 원래 개성이 강한 데다 얽매이기를 싫어해 ‘화해’ ‘공생’ 등의 목표를 내건 학술활동에 참여하기를 꺼린다. 따라서 정부가 권유하고 지원하지 않으면 공동연구·집단대화를 조직하기 어렵고 간신히 시작했더라도 장기간 지속할 수 없다. 한중일에서 새로 등장한 정부가 서로 ‘화해’ ‘공생’을 위한 공동연구·집단대화를 추진해 ‘동아시아 패러독스’라는 덫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 [여기는 중국] 애국 열풍 타고 승승장구한 中 브랜드, 日 군복 연상 제품 논란

    [여기는 중국] 애국 열풍 타고 승승장구한 中 브랜드, 日 군복 연상 제품 논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입으며 중국에서 고속 성장을 한 스포츠웨어 브랜드 리닝(李宁 Li-Ning)이 일본군 복장과 유사한 신제품을 출시해 논란에 휩싸였다. 리닝은 최근 올겨울 방한 제품을 선보이는 자리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복을 연상케 하는 제품을 다수 선보였기 때문이다. 미국 매체 자유아시아방송은 최근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리닝의 신제품 ‘주멍싱’(逐夢行) 시리즈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리닝은 중국의 애국 소비 열풍 덕을 톡톡히 본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중국 체조 스타 리닝이 1989년 설립한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난해 매출은 전년도 대비 20% 이상 급증했다. 특히 중국의 애국주의 세대인 10~20대 소비자를 겨냥해 의류 전면에 ‘중국 리닝’이라는 한자를 크게 써넣은 제품을 출시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중국 Z세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국풍이라는 의미의 신조어 ‘궈차오’가 리닝의 이러한 행보에서 시작됐다고 분석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였다. 거세진 중국 내부의 민족주의와 애국주의가 더해지면서 중국 시장에서 오랜 기간 동안 승승장구했던 다수의 외국 브랜드 콧대를 꺾었다는 평가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그런데 돌연 리닝의 올겨울 신제품 중 상당수가 제국주의 시대의 일본 군복과 유사하게 제작됐다는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중국 누리꾼들은 크게 실망한 분위기다. 의류는 물론이고 신제품에 포함돼 출시를 앞둔 모자의 색상과 형태가 일본군의 군모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 누리꾼들의 지적이다.더욱이 논란이 뜨거웠던 지난 17일 기준 리닝의 주가는 14% 가까이 하락하기도 했다.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되자 리닝 측은 지난 19일 공식 웨이보 채널을 통해 사과문을 공개하며 고개를 숙였다. 리닝 측은 ‘모든 혼란과 논란을 초래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면서도 ‘비행을 테마로 한 제품 디자인은 비행사의 장비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됐다. 제품 디자인은 보온과 기타 기능적인 측면에 주력해 디자인된 것’이라고 논란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귀중한 소비자들의 의견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목소리와 피드백을 경청해 제품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만시민참여협회 허종쉰 이사는 “리닝의 즉각적인 사과가 발표된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면서 “독재국가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기업이 내부 논란 발생 시 공개 사과하지 않을 경우 그 기업의 존재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중국과 같은 독재 국가에서 기업체가 고개 숙여 논란을 직접 감당하는 것은 결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고 했다. 
  • 中 관영매체 美 달래기 “중국의 GDP 역전 겁내지 말라”

    中 관영매체 美 달래기 “중국의 GDP 역전 겁내지 말라”

    중국 관영매체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성사시킬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16일 개막)를 앞두고 ‘국내총생산(GDP) 세계 1위 국가’ 자리에 욕심내지 않는다는 취지의 사설을 실었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퇴출시키려는 미국의 전방위적 견제를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사인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영문판)는 12일자 공동 사설에서 “오늘날 중국의 발전 전략은 끊임없는 자기 초월로 미국이나 다른 어떤 국가를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며 “중국인은 미국이 왜 이리 중국의 GDP에 집착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사설은 “중국의 GDP 순위 상승은 (노력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다. 중국인은 (세계 1위에 오를지를 두고) 노심초사하지 않는다”며 “그런데 미국은 중국에 GDP를 추월당할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의 성장 속도를 늦추려고 탈동조화에 나서는 등 자해까지 서슴지 않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며 “중국은 케이크를 크게 만들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더 많은 발전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미국이) 집착을 내려놓기만 하면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고 중국과 함께 협력과 공영의 거대한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GDP는 16조 6423억 달러로 미국(22조 6753억 달러)의 73% 수준까지 따라왔다. 중국 관영지가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결정할 될 것으로 보이는 당 대회를 앞두고 ‘GDP 초탈’을 거론한 것은 ‘시 주석이 미국과의 대결 및 경쟁 심화를 조장할 생각이 없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미국의 경제 패권에 도전할 생각이 없으니 우리를 더 이상 적대시하지 말라는 뜻이다. ‘우리는 (중국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미국을 품을 만큼 관대하다’는 속내도 담겨 있다.  다만 관영매체의 주장과 달리 일선 초중고교에서는 “중국이 머지 않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국가로 올라선다”는 내용을 강조하며 학생들에 중화민족주의 고취에 나서고 있다.
  • “독자 핵무장은 최후의 수단” 이대한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문 전문

    “독자 핵무장은 최후의 수단” 이대한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문 전문

    “독자 핵무장은 최후의 수단이며 한국이 직면한 외교안보 및 통일 분야에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이 되지 못하더라도 불가피하다.” 한국의 독자 핵무장론을 앞장서 주장해 온 이대한 디펜스 뉴스와 네이벌 뉴스 한반도 담당 특파원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게재한 ‘독자 핵무장 불가론에 대한 반론’ 전문을 소개한다. 이 특파원은 주한 미국대사관과 주한 벨기에대사관에서 일했으며 해군 통역병 출신이다. 이 특파원의 글을 27일 소개한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지난 7월 한달에만 ‘포린 폴리시’에 로버트 켈리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기고가,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최승환 일리노이대 교수와 이 특파원의 기고가 실린 데 이어 이번에 이 특파원의 기고가 다시 실리는 등 한국의 독자 핵무장 또는 한국과 일본의 동시 핵무장을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특파원은 11월 초에 공식 출범할 예정인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자강전략포럼’ 간사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다. 서울신문 7월 28일자 서울광장 ‘커지는 핵무장 목소리’ :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729027028&wlog_tag3=daum 이대한 특파원 기고문 원문 : https://nationalinterest.org/blog/korea-watch/case-south-korean-nuclear-bomb-204995핵무장은 한국 정부 내에서 오랜 금기로 여겨져 왔다. 한국의 독자적 핵개발에 반대하는 주장들을 분석해보면, 한국이 핵무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안보적 이익을 간과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한 채 무형의 손실들을 과장하고 있다는 점이 명확하다. 미국과 서방 진영이 막지 못한 중국의 군사 굴기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발전을 보면 한국이 핵무기에 대한 목소리를 아직도 감추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생길 만하다. 한국이 ‘제한적 핵확산’과 ‘조건 핵무장’의 프레임 하에서 핵개발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한국의 핵무장에 반대하는 주요한 논거들은 설득력을 상실한다. NPT와 핵도미노 이론 핵무장에 대한 가장 흔한 우려는 한국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는 유엔 안보리로부터 혹독한 제재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해당 조약에서 탈퇴하였지만 유엔이 북한을 제재한 이유는 조약 탈퇴가 아니었다. 또한 NPT는 가맹국들로 하여금 핵심 이익이 위협받을 경우 탈퇴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북한의 점증하는 핵위협이 한국의 핵심 안보이익을 침해한다는 명분에 기반해 탈퇴할 수 있다. 한국은 북한보다 핵기술이 이미 더 발전하였기에 별도의 대대적인 핵실험이 필요치 않을 것이므로 제재마저 피할 수도 있다. 더욱 중요한 점은 한국이 NPT 탈퇴를 말한다면 모든 사용가능한 옵션에 열려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중국과 북한에 보내어 김정은의 핵무기에 대한 한-미 양국의 영향력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반대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북한과 중국을 모두 억제하기 위해 결국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경제대국 중 하나인 한국이 핵개발을 한다는 이유로 제재가 가해지더라도 한국의 핵무기가 미국의 대중국 견제 노력을 뒷받침할 경우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인도가 1998년에 5차 핵실험을 하였을 때 미국 주도의 국제 제재는 불과 3년 동안 지속되었다. 그 후 2005년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인도를 방문해 양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핵협정을 체결했다. 인도의 사례가 보여주듯 민주주의 국가가 핵보유국으로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세이프가드 조치와 핵비확산 의무를 받아들인다면 NPT와 워싱턴의 예외를 인정받을 수도 있다.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은 이러한 기준을 충족할 수 있으며, 한국의 핵무장은 결국 미국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다. 널리 퍼진 우려에도 불구하고 NPT 체제는 한국이 핵개발을 하더라도 무너지지 않을 것이며,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의 안보협의체로서 호주에 핵잠수함을 제공하는 AUKUS(오커스)와 사실상의 핵보유국을 용인하고 있는 NPT에 대한 논란이 있음에도 NPT 레짐은 건재하므로 추가적인 핵도미노 현상 또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핵보유국이 나타날 때마다 항상 핵확산과 불안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핵확산이 물밀 듯 밀려오지도 않았고 국제 질서 또한 무너지지 않았다. 여전히 김정은의 핵위협에 비례적인 대응을 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핵국가인 한국이 핵보유국들의 기득권을 걱정하는 것은 사치에 불과하다. 엄밀히 말해서 핵도미노 현상은 동아시아에 이미 발생했다. 이 현상의 두 가지 요인은 중국과 러시아의 묵인과 함께 개발된 북한의 핵무기, 그리고 동아시아 내 미국 동맹국들의 대등한 전략적 무기의 부족에서 오는 핵불균형이다. 그러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자국을 지켜야하는 한국과 일본 같은 국가들에게 핵경쟁의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 한국이 핵무장을 할 경우 다른 나라들로 핵확산이 진행될 것이라는 두려움은 과장된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경제력, 발전된 핵기술, 농축 우라늄 또는 플루토늄, 핵 투발수단 등이 부족하므로 핵무장을 위한 필요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 또한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상황이므로 이 국가들은 핵무장을 위해 경제 개발을 포기하기 보다 선진 개발도상국으로서 입지를 다지는 것에 더 끌릴 수 밖에 없다. 대만의 핵무장도 중국과 맞닿은 특성 상 비현실적이다. ‘하나의 중국’ 정책을 무너뜨려 중국이 대만을 병합하는 트리거가 될 수 있는 레드 라인이기 때문이다. 이전의 방사능 피폭 경험들로 인해 누적되어 형성된 일본 대중의 매우 강한 반핵 감정을 고려하면 한국의 핵무장이 반드시 일본의 핵무장을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이 핵무기를 개발하기도 전부터 일본은 군사용 ICBM으로 전환가능한 우주 로켓과 언제든 사용이 가능한 플루토늄을 확보했다. 그러므로 한국의 핵무기가 이미 완성된 일본의 핵역량에 변화를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다. 낮은 확률로 일본이 먼저 핵무장을 할 수도 있으나, 미국과 한국은 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일관계가 역사적, 민족주의적 반감에 영향을 받아왔으나 양국은 공통된 민주적 가치와 중국, 북한을 억제해야 하는 안보 이익을 공유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지지한다. 일본이 북한과 중국을 역내에서 포위하기 위한 핵 안보분담을 지원하고자 결심한다면, 한-미는 ‘인도태평양 핵동맹’을 형성하기 위해 일본 또는 호주까지 환영해야 할지도 모른다. 핵무장한 한국이 여전히 중국의 군사경제적 힘에 맞서려면 이들 국가와 협력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 설득 유럽이 북한과 매우 멀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럽연합은 한국의 핵무장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단순히 외교적 우려만 표명할 것이다. 따라서 서방 국가들이 한국의 핵무장이 북의 핵위협과 중국에 대항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음을 납득하는 한 EU의 묵인을 받아낼 수 있다. 그러면 곧 한국이 설득해야 할 핵심 파트너인 미국만 남는다. 북의 증가하는 핵무력, 중국의 군사굴기 및 불법적인 북한 핵개발에 대한 침묵, 한국과 일본의 우려들이 워싱턴의 선택지를 좁힐 것이고, 머지않아 미국이 은밀히 핵심 동맹국의 핵무장을 환영하게 만들 수도 있다. IAEA와 미국을 통한 제3자의 핵사찰에 동의함으로써 한국은 핵무장 후에도 백악관의 비확산 원칙과 핵통제 정책을 존중할 수 있으며 원자력 및 안보 협력 측면에서 한미동맹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 널리 퍼진 인식과는 달리, 중국의 한국 핵무장 묵인을 이끌어 내는 것은 꽤 간단하다.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비핵국가인 한국과 핵 레버리지를 가지고 더 융통성있게 행동할 수 있는 핵보유국인 한국 중에서 중국이 선택을 해야 한다면, 미국에 반하는 헤징을 한국이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에 기반해 후자를 고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한미동맹과 역내 미국의 영향력은 한국의 핵무기 개발로 인해 약화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강대국들이 누리고 있는 핵 카르텔 또한 해치지 않을 것이다. 10명 중 9명의 한국인들이 미국에 호의적인 시각을 가졌다는 점이 보여주듯 한국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적성국가들로 인해 미국과 핵무장한 한국 간의 친밀한 관계는 필수적이며, 이는 워싱턴이 역내 반미국가들을 견제하는 데에 있어 한국의 핵자산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뜻한다. 확장억제와 비용효율 일각에서는 여전히 나토식 핵공유나 미 전술핵 재배치를 통한 향상된 확장억제를 해결책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전술핵 사용을 위해 미국의 최종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이 그러한 방안을 상징성만 갖는 해결책으로 만들 것이고 핵균형을 가져오지도 못할 것이다. 또한 역내 미국의 핵무기는 중국과 북한을 자극하고 미국의 영향력 강화에 대해 반발만 불러올 뿐이며 한국을 핵보유 국가로서 보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대공 방어무기인 사드를 한국에 배치했을 때 경제보복을 가한 반면 한국이 신형 탄도미사일을 선보였을 때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할 만 하다. 따라서 핵우산은 북한의 핵프로그램이 초기 단계에 있었을 때나 유용했을 철 지난 미봉책이다. 핵우산은 일시적인 억지만 제공할 뿐이며 한반도에서의 핵 교착상태에 대한 영구적인 안보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안타깝게도 미국은 자국과 동맹국들의 핵심 이익을 수호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최근의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에서 마저도 적의 핵공격에 대한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 핵보복이 언제 어떻게 즉각적으로 이루어질지 정의하는 명확하고 문서화된 기준 또한 지금까지 없었다. 예산에 대한 우려를 고려하였을 때, 핵개발 및 그에 따른 유지보수 비용은 천문학적이지 않다. 이미 한국이 지상 및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과 폭격기로 사용가능한 핵 3축 체계를 모두 확보하였기에 핵무기가 제공하는 정치적 메시지와 억지력을 생각해보면 핵무장이 재래식 전력보다 훨씬 값싼 전략자산이다. 또한 잘 정립된 핵시설 안전관리 시스템은 한국에 풍부한 기술적 경험도 가져다주었다. 게다가 한국의 핵개발 목적이 인접한 구공산권 국가들을 억제하기 위함이므로 비싼 전략폭격기나 장거리탄도미사일을 반드시 필요로 하지도 않을 것이다. 또한 북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2022년 국방예산으로 460억 달러(약 65조원)를 투입한 반면 북한은 자신들의 핵개발을 위해 6억 4천만 달러(약 9천억원)만을 사용하였던 점을 미루어 보면, 산업화된 한국은 그간 재래식 무기에 사용해온 금액보다 훨씬 더 적은 비용을 핵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경제적, 국방기술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 결과적으로 핵무기는 재정적으로 확실하고 효율적인 국방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비확산 옹호론자들이 제기하는 다른 우려는 지리적으로 동북아시아의 큰면적을 차지하고 압도적인 수의 핵무기를 보유한 역내 동구권 국가들로부터 역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핵 대치 상황이 당사국들을 죽느냐 사느냐의 상황에 놓이게 하므로, 수십 년간 핵전쟁을 억제해온 고전적인 상호확증파괴 법칙이 한국의 경우에도 유효하다. 이상주의자들이 주장하듯 핵무기가 그 어떠한 전략전술적 의미도 갖지 않는다면 미국은 왜 나토 동맹국들에게 핵억지력을 제공하였으며 이게 어떻게 전쟁을 예방할 수 있었는가? 모두가 이해하다시피 핵을 보유한 한국은 중국이나 북한을 위협하기 위한 공격적인 메세지를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인접한 적성국가들에게 조차 정제되고 관리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정상적인 민주 국가의 표준 행동 절차이다. 한국은 김정은의 잦은 핵협박과 호전적인 언사가 반감을 불러일으켰으며 한국의 핵무기는 방어적 태세를 통한 레버리지 확보가 목적일 것임을 알고 있다. 북한이 자초한 고립이 한국에도 찾아오는 것은 핵 대전략이 없을 경우에나 가능한 것이지 정당화된 핵무기 보유 때문이 아니다. 한국의 핵무장이 북의 핵무기를 정당화 할 수 있다는 비판은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적국의 선제 타격이나 임박한 위협에 대한 비례적인 대응을 취한다고 해서 적국 행위자의 잘못된 선제 행동을 정당화 하는 것은 아니며, 대응을 하는 것은 정당방위의 범주에 속한다. 한국은 비핵화에 대한 굳건한 입장을 견지했고, 김정은이 이를 존중했다면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북이 정권의 생존을 위해 핵 선제사용 독트린을 채택하고 비핵화를 거부함으로써 핵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으므로 한국이 일방적으로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다. 독자적인 핵무기를 획득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고, 외교안보 및 통일 분야에서 한국이 직면한 모든 문제를 위한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다. 또한 미국이 당장 빠른 시일 내에 한국의 핵개발을 용인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와 그러지 못한 국가 간에는 핵불균형이 항상 존재하며, 가장 강력한 재래식 전력조차도 핵무기에 비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한국의 핵무장은 북과 중국으로부터의 현존하는 위협에 있어 한미동맹을 위한 최고의 억제력이자 안보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핵개발을 하겠다는 한국의 결심은 이 안보 문제를 해결하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도 뒷받침할 것이다. 힘이 없는 평화는 절름발이이다. 독자 핵무장을 하겠다는 한국의 생존 본능을 죄악시하는 자들은 한국이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안보 무임승차 비핵국가로 남는 것이 동아시아의 안보를 영구히 보장할 수 있다는 순진하고 나약한 논리에 매달려 있는 모양새다. 이는 한국을 더욱 위험한 곳으로 몰고 갈 뿐이다.
  • 세계 홀린 K콘텐츠, 세계 울린 한반도 순혈주의

    세계 홀린 K콘텐츠, 세계 울린 한반도 순혈주의

    미국 방송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 6관왕에 오른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넷플릭스)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이 드라마가 파키스탄에서는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는 점이다. 캐릭터 중에 파키스탄 출신 무슬림 이주 노동자 알리가 있는데, 역할을 맡은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가 인도 출신의 힌두교도라는 게 논란의 이유였다. 물론 파키스탄인만 그 배역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문제는 양국의 관계다. 오랜 기간 카슈미르 지역을 둘러싼 영토 분쟁과 종교 갈등을 겪고 있는 만큼 캐스팅에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거다. 다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아 생긴 일이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기생충’, 칸영화제의 ‘헤어질 결심’, 그리고 ‘오징어 게임’까지 K콘텐츠가 바야흐로 세계 무대를 뒤흔들고 있다. 과거 국내와 해외 마니아 일부에 그쳤던 한류 팬층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성장,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려 최근 몇 년 새 빠르게 두터워졌다. 거기다 국제 시상식에서도 인정받으면서 한국 작품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 알리처럼 한국 드라마, 영화 속에서 타 국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배역이나 장면은 끊임없이 문제로 지적된다. 문화적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국가나 인종에 대해 편견을 재생산하는 낯 뜨거운 작품도 있다.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각광받는 가운데 정작 국내에선 인종차별적, 후진적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국가명 쓴 ‘수리남’ 외교 위기 불러와 지난 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수리남’은 외교 위기까지 불러일으킬 뻔했다. 남미 국가 수리남에서 실제 있었던 한인 마약상의 얘기를 다룬 픽션인데, 국명을 시리즈 제목으로 쓴 게 ‘수리남은 마약 국가’라는 인식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알베르트 람딘 수리남 외교부 장관이 “오랫동안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노력했는데, 드라마가 다시 나쁘게 만들고 있다”며 강력하게 항의했고, 한국 외교부는 현지 한인을 상대로 안전 공지를 발령했다. 외교 문제까진 아니지만 특정 국가나 국민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 주는 장면도 잇따른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빅마우스’에서는 주인공이 상대방을 비하할 때 태국 음식 얌꿍을 예시로 드는 대사가 나와 현지 시청자들이 반발했다. tvN 드라마 ‘별똥별’에선 아프리카에 자원봉사를 가는 장면에서 낙후 지역을 돕는다는 식의 편견이 그대로 드러났고, 지난해 SBS 드라마 ‘라켓소년단’에선 배드민턴 경기를 하러 인도네시아를 찾은 한국 코치가 현지에 대해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장면이 논란이 됐다. 잊을 만하면 비슷한 논란이 반복되는 건 기본적으로 국내 업계 내에서 타 문화와 인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디어 속 차별과 혐오 표현을 담은 책 ‘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를 쓴 태지원 작가는 이를 유구한 ‘단일민족주의’의 영향으로 설명한다. 그는 “한국은 단일민족, ‘순혈주의’에 대한 정체성이 강한 나라”라며 “여기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에 타 민족이나 문화에 배타적인 특성, 저항감이 이어져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그중에서도 미국, 유럽의 백인은 동경의 대상으로, 아시아, 아프리카의 유색인종은 동정의 대상으로 보는 이중적인 시선이 강하다. 한국과 멀리 떨어진 나라, 한국과 교류가 적은 낯선 인종일수록 콘텐츠에서 그려지는 편견도 심해진다. 지난해 SBS ‘펜트하우스3’에선 주인공 로건 리의 친형 알렉스가 드레드록(레게 머리)에 문신을 한 모습으로 등장했는데, “흑인 특성을 과장했다. 흑인 문화를 희화화하고 모욕했다”는 비판을 받아 이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박은석이 사과했다. 드레드록이 태생적으로 머리가 곱슬거리는 흑인의 전유물이자 흑인 차별의 역사까지 담고 있다는 사실을 몰라 벌어진 사건이다. ●대림동 비하시킨 ‘청년 경찰’ 소송전 SBS 드라마 본부장 출신인 제작사 타이거스튜디오의 김영섭 대표는 “기본적으로 기획, 제작 단계에서 이런 논란에 대해 게이트키핑이 제대로 안 되는 게 문제”라고 했다. 그는 “지상파 방송사엔 자체 심의 기구가 있지만, 대본이 급하게 넘어오고 제작 일정이 촉박한 경우 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며 “과거에 비해 시장이 굉장히 넓어진 만큼 연출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인종차별적 묘사가 법적 공방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2017년 개봉한 영화 ‘범죄 도시’와 ‘청년 경찰’은 중국 동포(조선족)가 많이 거주하는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과 영등포구 대림동을 범죄 소굴처럼 그려 큰 논란이 됐다. 당시 중국 동포 60여명이 ‘청년 경찰’ 제작사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항소심에서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내용으로 하는 화해 권고 결정이 내려졌다.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백세희 변호사는 이에 대해 “법원이 인격권 침해를 명시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영화 속 혐오 표현에 대해 법원이 처음 공식 개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 속 소수자 이야기를 담은 책 ‘납작하고 투명한 사람들’을 펴내기도 한 그는 “대중은 대개 미디어라는 간접경험을 통해 소수자를 접한다”며 “인종적 편견이 계속되는 이유를 시청자의 탓으로만 돌리면 안 된다. 미디어가 먼저 책임 있는 태도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디즈니 유색 인종 공주 캐스팅 화제 해외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다문화와 다양성을 작품 제작과 캐스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디즈니는 최근 실사 영화 ‘인어공주’와 ‘백설공주’에 각각 흑인 가수 겸 배우 핼리 베일리, 히스패닉 배우 레이철 지글러 등을 캐스팅해 화제가 됐다. 100년 가까이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도 흑인 공주는 ‘공주와 개구리’ 속 캐릭터 티아나 한 명뿐이었던 디즈니의 전향적 결정이다. 디즈니는 ‘인어공주’의 주인공 에리얼에 대해 “인어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애니메이션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 선택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건 당신의 문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일부에서 “디즈니의 ‘PC주의’(정치적 올바름) 때문에 동심이 파괴됐다”는 식의 인종차별적 반응이 나온 것과 상반된다.마블 스튜디오 역시 전형적인 백인 히어로 대신 인종도 외양도 다양한 캐릭터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배우 마동석이 출연해 화제가 된 ‘이터널스’는 제마 찬, 쿠마일 난지아니 등 아시아계 배우를 비롯해 흑인 배우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등이 극을 이끌어 나갔다. 이에 대해 태 작가는 “해외에서는 인종차별과 관련한 법규가 많이 마련돼 있고, 제작자들도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며 “기존 문법과 다르게 캐릭터나 인종을 전복시키며 새로운 재미와 신선함을 주는 건 결국 콘텐츠의 장점이 된다”고 했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이재원 연구위원은 “한국 콘텐츠는 이제 기획 단계부터 ‘수출용 상품’이라는 관점을 가져야 하는데, 아직까지 외국 소비자를 염두에 두는 시선이 부족하다”며 “OTT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가 전 세계 어디에나 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문화권에서 봤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슈에 대해선 미리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선제적으로 해당 국가와 소통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는 문제 발생 시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서울광장] 3연임 시진핑, 마오쩌둥 시대로 회귀하나/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3연임 시진핑, 마오쩌둥 시대로 회귀하나/오일만 논설위원

    이변은 없어 보인다. 다음달 16일 중국의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확정되는 시진핑(69)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은 이미 4년 전에 종결된 사안이다. 2018년 헌법 개정으로 국가주석 3기 연임(매 임기 5년) 금지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시 주석의 장기집권 길을 열어 놓았다. 국제사회의 시선은 집권 연장이 아니라 20차 당대회 이후 중국의 정치 시스템은 물론 장기적인 전략·전술적 변화 여부에 쏠려 있다. 마오쩌둥은 1인 독재의 길을 닦았고, 덩샤오핑은 이를 막기 위한 집단지도체제 시스템을 고안했다. 시 주석의 집권 연장으로 덩샤오핑 집권 시 작동했던 정치 시스템이 소멸되면서 자연스레 마오쩌둥 시대의 색채를 가미한 새로운 지도체제와 의사결정, 권력 운용 방식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시 주석의 3연임은 중국 정치 권력구도와 운영체제의 일대 전환점이다. 홍콩 언론들은 집단지도체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1인 독주의 ‘집중통일 영도체제’가 공식화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마오쩌둥 시대의 ‘무소불위 1인 통치’에 버금갈 정도로 시 주석의 권력이 강화되는 구도가 예상된다. 권력 내부의 변동도 관전 포인트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2인자’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권력 3위인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옮길 가능성과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파의 차세대 주자인 후춘화 부총리가 총리 자리를 물려받을지, 천민얼 충칭 당서기와 리창 상하이 당서기, 딩쉐샹 중앙 판공청 주임 등 시 주석의 측근들이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얼마나 진출할지 등이 최대 관심사다. 1인 독재의 길을 걸었던 마오쩌둥 시대에도 파벌을 안배해 온 전통이 유지될지 지켜봐야 한다. ‘대국굴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강조해 온 시 주석의 집권 3기는 필연적으로 미중 신냉전의 심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도다. 이 과정에서 시 주석은 ‘대만 통일’의 기치를 내걸고 장기집권의 명분을 삼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자신의 장기집권 통치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대만 통일’을 통해 중국 내 민족주의 정서를 기반으로 최대한의 정치적 결집을 이끌어 내려는 계산이다. 중국 통일을 최대 과업으로 삼을 경우 강력한 중화민족주의를 토대로 마오쩌둥 시대의 배타적 대미 투쟁 노선이 부활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 경쟁이 체제·이념 대립기를 거쳐 10년 내 최고조의 대결 구도로 확산되면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만 침공 예상 시점으로 2027년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이나 2049년 신중국 건국 100주년 등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시 주석의 국내 통치는 대미 항전을 내걸면서 체제·이념을 강화할 것이다. 모두가 함께 잘살자는 ‘공동부유’(共同富裕)와 무역ㆍ내수를 동시에 발전시키는 ‘쌍순환’(雙循環) 전략이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2020년 전 세계 신흥 억만장자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나왔지만, 인구 14억명 가운데 6억명의 월수입이 1000위안(약 18만원)밖에 안 될 정도다. 빈부격차로 따지면 세계 선두그룹이다. 시 주석은 이를 방치하면 공산당 일당체제가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 인식이 강하다. 중국 사회에 만연한 각종 불평등을 줄이면서 인민들의 지지 기반을 넓히는 것이 체제를 유지하는 데 급선무다. 쌍순환 전략은 사실 미국의 공급망 재편 구상에 맞서 자급자족이 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자는 배수진의 의미가 담겨 있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경제 재편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경제·과학 기술의 ‘홀로서기’ 전략인 것이다. 시진핑 3기 집권기는 미중 간 치킨게임 양상의 대결 구도가 보다 격렬해지는 시기일 것이다. 그 엄혹한 여파가 시도 때도 없이 한반도에 덮치게 되는 위기의 시간이지만, 이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것 역시 우리의 몫이다.
  • [오길영의 뾰족한 읽기] 이웃 나라를 아는 법/충남대 교수·문학평론가

    [오길영의 뾰족한 읽기] 이웃 나라를 아는 법/충남대 교수·문학평론가

    서양 문학을 연구하고 틈틈이 한국문학 평론을 하는 내게 친숙한 것은 서양 문화와 문학이다. 그 이유가 내가 영미문학을 연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요즘은 학교에서도 세계사를 필수로 배우지 않는다고 하던데, 오래전 학교에서 배웠던 세계사에서도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건 서양사와 서양 문화였다. 일면 이해할 만하다. 17세기 이래 세계사를 서양 문명이 선도한 것은 부인하기 힘들며 그 영향력은 여전하다. 특히 2차대전 이후는 미국이 두드러진다. 영문학 전공자로서 나는 미국 문학과 문화 혹은 그 이전 세계제국을 경영했던 영국에서 배울 건 배워야 한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내 경험을 돌아보면 그렇게 지리적으로 먼 서양 문화는 친숙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동아시아 이웃 국가에 대해서는 그다지 아는 게 없다는 걸 동아시아 교류 관련 공동연구에 참여하면서 실감했다. 그 이유를 생각하게 된다. 제도권 교육에서 이웃 나라인 중국, 일본, 우리와 비슷한 식민지 경험을 지닌 베트남, 대만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과목이나 국가관 관계를 다룬 균형 잡힌 교육 과정을 찾기 힘들다. 균형 잡힌 교육이란 매사를 자국 중심으로만 바라보는 편협한 민족주의나 국가주의를 넘어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동아시아 전체의 시야를 갖도록 해야 한다. 그럴 때 동아시아 평화체제의 실마리가 생긴다. 특히 앞으로 그 중요성이 더해질 동남아시아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국가든 우리가 관계 맺는 상대에 대한 무지는 몰이해를 낳고 몰이해는 편협함을 낳는다. 편협한 인식에서 건강한 관계가 싹틀 수는 없다. 이웃 국가와 맺는 관계에서 문학예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특정 국가와의 관계가 좋지 않고 대립이 날카로울수록 그 문학을 읽고 배우는 것이야말로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다. 문학이란 그 문학을 배태한 사회의 내면, 그 내면 정서의 흐름을 보여 주는 거울이다. 예컨대 러시아가 침략을 계속해 억압 체제로 가면 갈수록,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노예성을 척결하는 것을 그 문학의 존재 목적으로 여겼던 체호프의 작품들을 더 읽어야 하고 더 가르쳐야 한다. 그 작품 속에서는 침략과 억압의 나라가 아닌, 또 다른 러시아의 존재 가능성이 보이는 것이다.”(박노자, ‘문학인’ 2022년 가을호) 이웃 나라를 이해할 때 그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역사 등을 아는 것은 필요하다. 나도 뒤늦게나마 중국, 일본, 대만을 공부하면서 그 나라와 한국의 관계, 공통점과 차이점을 배웠다. 그러나 거기에 더해 다른 나라를 깊이 이해하는 방도는 문학예술, 영화 등을 통해서다. 문학예술은 그것을 낳은 ‘사회의 내면, 그 내면 정서의 흐름을 보여 주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그 거울은 이웃 나라만이 아니라 그 이웃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도 비춰 준다.
  • 열강과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동유럽 ‘끼인 국가’ 험난한 줄다리기 [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열강과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동유럽 ‘끼인 국가’ 험난한 줄다리기 [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 격변기 동유럽…두 지도자의 다른 길 “혼혈 국가는 국가가 아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2022년 여름 열린 한 정치 집회에서 인종 차별적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외 언론과 정치인들은 그를 거세게 비난했다. 오르반 총리가 이런 말을 한 의도는 2015년부터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에 몰려들어 유럽인이 비유럽인과 뒤섞여 살게 됐다면서 단일 민족인 헝가리인은 혼혈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1998년 서른다섯 살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총리 자리에 오른 오르반은 2010년 재집권한 뒤 올해 4월 총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승리하면서 모두 5회에 걸쳐 헝가리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그는 20대부터 정치 일선에서 활동했다. 1963년생인 그는 동유럽 민주주의 혁명이 일어난 1989년 20만 군중 앞에서 소련군 철수와 자유 선거를 요구하는 연설로 유명해진 ‘민주 투사’였다. 그러던 그가 2010년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우파 민족주의자로 180도 변신했다. 서구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의 열렬한 신봉자로 헝가리를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시키려고 노력했던 그가 극단적 민족주의 노선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친서방 일변도의 기존 노선에서 벗어나 러시아, 중국 등과 손을 잡는 이른바 ‘동방 정책’(Eastern Opening)을 추진했다. EU에서 지급되는 보조금의 중요성을 알기에 ‘휴식트’(Huxit, 헝가리의 EU 탈퇴)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동양과 서양의 선착장을 오가는 왕복선(ferry)과 같은 외교 정책은 지속될 전망이다. 가스 80%와 석유 65%를 러시아에서 수입하며 중국의 자본 투자를 절실히 기대하는 상황에서 오르반 총리는 당분간 서방과 거리를 두며 친중·친러 행보를 계속할 것이다. 이는 강대국 세력들이 맞부딪치는 헝가리의 지정학적 위험 요인과 기회 요인을 ‘중간국 외교 전략’으로 관리하면서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실용 노선으로 풀이할 수 있다.헝가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사뭇 달라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선사시대부터 동서 교통로의 중심이었다. 게르만족, 훈족, 아바르족 모두 이곳을 거점으로 유라시아의 초원 지대를 넘나들었다. 하지만 유라시아의 ‘지정학적 중심축’으로 불리는 우크라이나의 중요성 때문에 이곳에 정착한 어떤 정치 세력도 오랫동안 통일된 국가를 유지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Ukraine)는 동슬라브어의 u(인근)와 kraina(변경)의 합성어로 ‘변경·접경 지대’라는 의미다. 12세기에 등장한 이 명칭은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세워진 ‘우크라이나 인민공화국’의 국명으로 채택됐다. ‘변경’을 의미하는 일반명사였던 ‘우크라이나’가 고유명사가 된 것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때 ‘우크라이나’가 국가로서 지도상에 처음 등장했다는 것이다. 국명에서부터 지정학적 특징이 드러나듯이 우크라이나는 역사적으로 독립된 국가 형태를 길게 유지한 적이 별로 없다. 우크라이나는 역사적으로 주변의 강력한 세력들의 침략과 지배를 받으면서 국제 정세에 따라 이리저리 귀속됐다. 19세기에는 합스부르크 제국과 러시아 제국이 현재의 우크라이나 동부와 서부를 각각 분할 점령했다. 그나마 신생 독립국인 우크라이나 인민공화국도 불과 몇 년 만에 소멸했고, 결국 1922년 서쪽은 폴란드, 동쪽은 소련 영토가 됐다. 서유럽과 러시아의 경계에 위치한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우크라이나의 역사는 러시아의 영향을 받는 동부와 서유럽의 영향권에 있는 서부로 나뉜 채 전개됐다. 이렇듯 수백년 동안 계속된 종족적·문화적·종교적 이질감은 우크라이나인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동서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족 국가를 형성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1991년 소련 해체와 더불어 독립한 우크라이나의 최대 문제점이자 과제는 여전히 동부 지역과 서부 지역의 대립과 갈등이 심하다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동과 서가 번갈아 권력을 잡으면서 정치권에서 동과 서의 힘의 균형은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헝가리 건국 이야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는 그리스정교회의 성인인 올가(Olga)의 하얀색 대리석 동상이 서 있다. 오늘날의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러시아 일대에는 북쪽의 발트해에서 도래한 바이킹들이 현지 슬라브족들과 함께 882년 키예프 루스 공국을 건립했다. 945년 공국의 제2대 통치자 이고리 1세가 죽자 그의 부인 올가 대공비가 어린 아들을 대신해서 섭정했다. 남편의 급작스러운 사망으로 국정을 총괄하게 된 올가는 자신의 정치적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 신흥 국가의 취약점을 보완하려고 외세에 의존하는 전략을 택했다. 당대 최고 강대국이었던 비잔티움 제국의 힘을 빌리고자 토착 신앙을 포기하고 직접 콘스탄티노플로 가서 그리스정교회 세례를 받기로 한 것이다. 올가의 개종은 키이우에 그리스정교회가 전파되는 계기가 됐고, 그의 손자인 블라디미르 1세는 정교회를 국교로 선언했다. 그러나 비잔티움 제국의 황제가 올가와 결혼해 비잔티움 제국의 영향력을 넓히려고 적극적인 구애 전략을 펼치자 올가에게는 이에 대항할 방안이 절실해졌다. 그래서 올가는 비잔티움 제국에 편향된 의존도를 낮추고자 좀더 균형 잡힌 외교 전략을 모색했다. 올가는 당시 새롭게 부상하던 서유럽의 신흥 강국 독일 왕국에 사절단을 파견했고(959년), 이들을 접견한 독일의 왕 오토 1세는 키이우에 심복인 아달베르트를 보낸다. 하지만 비잔티움 제국의 견제와 키예프 루스 공국 내부의 반발로 아달베르트는 도망치듯 키이우를 떠나야 했다. 그 이후 1000년이 지난 지금 이와 유사한 일이 우크라이나에서 다시 벌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려고 서방의 나토로부터 지원을 받고자 했으나 오히려 러시아의 공세적 정책을 불러오는 결과가 됐기 때문이다. 강대국 사이에 ‘끼인 국가’인 지정학적 중추국(pivot state) 우크라이나는 자국 문제를 해결하려고 외세(EU와 나토)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또 다른 외세(러시아)가 개입하는 빌미를 준 것이다.이슈트반 1세(975~1038)는 헝가리 왕국을 세운 초대 국왕으로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는 그를 기리는 ‘성 이슈트반 대성당’이 있고 그의 동상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가 지금의 독일 지역을 통치하던 신성 로마 제국 출신 기젤라와 결혼함으로써 헝가리 왕국은 유럽의 변방에서 경계 너머의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또한 이 결혼으로 헝가리와 서유럽 사이의 이주와 교류가 본격화했다. 이슈트반 1세가 1015년경 자기 아들을 위해 작성한 보감(寶鑑)인 ‘십훈’(十訓)은 왕이 지켜야 할 열 가지 덕목을 정리한 것인데, 이 중 하나가 ‘이주자들의 환대와 대우’다. 여러 지역 출신인 이주자들은 다양한 언어, 습성, 학식, 군사 기술 등을 가져옴으로써 왕국과 왕실을 이롭게 하지만 단일 언어와 풍습은 오히려 왕국을 나약하고 쉬이 쇠락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주자들을 현지인과 동등하게 보살피고 그들에게 합당한 직책을 부여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즉 외국인 차별 금지는 헝가리 왕국의 건국 이념이었다. 이렇게 해서 이주자 수가 늘어나고 이들의 사회·정치적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그때까지 낙후했던 헝가리 사회는 점차 발전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후에도 중세의 헝가리 왕들은 종교나 종족에 개의치 않고 모든 이주민을 동일하게 대우하는 관용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오늘날 ‘외지에서 온 이주민을 환대하라’는 왕국 건설자의 유훈은 완전히 잊히고 말았다.● 역사의 가르침을 외면한 지도자들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는 서방의 진보적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대신 러시아나 중국 같은 국가를 모델로 삼아 나아가야 한다”면서 서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고 있다. 서구, 러시아, 중국이 유라시아 중부 지역에서 벌이는 ‘뉴 그레이트 게임’(New Great Game) 속에서 오르반 총리가 보여 준 이러한 균형 정책에 헝가리 유권자들은 기꺼이 표를 던졌다. 그러나 자국의 이익만 극대화하려는 오르반 총리는 ‘이주민 환대’라는 건국 아버지의 유언을 망각한 나머지 주변 국가로부터 인종주의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국모 올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특정 강대국에 치우치는 선택을 하지 말고 동서로 분단된 자국이 협력적으로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이러한 고민은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에 사는 우리에게도 남의 일 같지 않다. 민족 명절인 추석을 맞아 대한민국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자 북한에 회담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그나마 다행이다. 중앙대 교수·작가
  • ‘중국의 양심’ 칭화대 법대 교수…과한 방역 비판 직후 SNS 돌연 사라져

    ‘중국의 양심’ 칭화대 법대 교수…과한 방역 비판 직후 SNS 돌연 사라져

    얼굴만으로 다 되는 중국의 안면인식기술 상용화 남용과 과도한 제로코로나 방역 지침의 위험성을 수차례 경고했던 칭화대 법대 라오둥옌 교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돌연 삭제돼 논란이다. 라오둥옌 교수는 지난 2월과 5월 수차례에 걸쳐 ‘진실의 세계를 직시하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며 방역을 이유로 한 중국 당국의 과도한 주민 감시 체제에 대한 비판을 가한 바 있다. 중국 정부의 안면인식기술을 남용한 개인 정보의 과도한 수집과 제로코로나 방역 지침으로 발생하고 있는 시민권 침해 부작용에 대한 문제점을 요약한 의견이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매체 자유아시아방송은 직설적인 화법으로 정부 당국의 제로코로나 지침과 과도한 탄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던 라오 교수의 SNS가 지난 17일 알 수 없는 이유로 삭제됐으며 18일 현재는 그의 웨이보 계정이 폐쇄된 상태라고 이날 보도했다. 라오 교수는 지난 2016년 중국 인문사회부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청년 학자 1위로 선정되는 등 국내외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의 지침에 비판적인 그의 발언을 담은 SNS에 중국 당국이 날선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현지 누리꾼들의 반응이다. 이 매체는 현지 누리꾼들의 반응을 인용해 ‘라오 교수가 정부의 비위를 건드리며 시종일관 진실을 말해왔기 때문에 그의 SNS 계정이 강제로 삭제됐을 것’이라고 짐작했다.라오 교수가 게재한 뒤 삭제된 의견 중에는 ‘중국은 어디서나 중국 당국을 찬양하는 목소리만 넘쳐난다’면서 ‘하지만 그런 사회일수록 불안감은 오히려 사회 전반에 빠르게 번진다. 거짓된 정보 속에 갇혀 살고 있다’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에 앞서 지난 2월 말, 게재한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이 가진 위험성을 지적한 글에서는 ‘전 국민에게 전자팔찌를 채운 것과 같은 악효과를 낼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해당 글은 라오 교수의 SNS에 게재된 지 불과 2시간 만에 영문도 모른 채 돌연 삭제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라오 교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판한 뒤 해임된 전 칭화대 법대 동료 교수 쉬장룬을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서방 언론에서는 라오 교수는 가리켜 ‘중국에 살아있는 마지막 지성’, ‘중국의 광적인 민족주의 하에 유일하게 깨어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해왔다. 한편, 라오 교수의 SNS가 삭제되자 일각에서는 그가 일명 ‘칠불강’(七不講)으로 불리는 중국에서는 절대로 논해서는 안 되는 7가지 금지 주제를 건드려 중국 당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이 주요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칠불강’은 2013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한 직후 취임 초기부터 강조해온 보편적 가치, 언론의 자유, 시민 사회, 시민 권리, 중국 공산당의 역사, 권력층 자산 계급, 사법부 독립 등에 대해서라면 신분을 불문하고 발언이 금지된 불가침 영역이다.   
  • “우크라의 사보타주” 친러 관리 줄초상…전쟁 계속한다는 푸틴 [권윤희의 월드뷰]

    “우크라의 사보타주” 친러 관리 줄초상…전쟁 계속한다는 푸틴 [권윤희의 월드뷰]

    친러시아 관리가 연이어 사망한 것을 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의 '사보타주', 즉 파괴 공작이라고 주장했고,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의 '숙청' 아니냐고 맞섰다. 16일(이하 현지시간) 친러 분리 세력이 독립을 선포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검찰청 본부에서 폭발이 일었다. 리아노보스티는 이날 정오쯤 검찰청 본부 내 검찰총장 집무실에서 급조폭발물(IED)이 폭발해 세르게이 고렌코 검찰총장과 예카테리나 스테글렌코 검찰부총장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LPR 수반 레오니트 파센치크는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를 테러 국가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루한스크 당국이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며 주민을 안심시켰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폭발에 대한 즉각적 반응이 없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다만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트위터를 통해 이들의 죽음이 조직범죄의 결과이거나, '전쟁 범죄'를 목격한 자에 대한 러시아의 숙청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비슷한 시각, 폭발이 일어난 루한스크 검찰청과 약 360㎞떨어진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 항구도시 베르댠스크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러시아가 임명한 베르댠스크 행정부는 "키이우 정권이 해방된 영토에서 유혈 범죄를 계속하고 있다"며 "올레그 보이코 주택 및 공공사업 담당 부국장과 그의 아내 류드밀라 보이코 지방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차고 근처에서 살해됐다"고 밝혔다.  리아노보스티는 보이코 부부가 정오 무렵 차고 근처에서 총에 맞아 사망했으며, 암살에는 마가로프 권총이 사용됐다고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특히 사망한 류드밀라 보이코는 베르댠스크의 러시아연방 병합에 대한 주민투표를 준비 중이었다고 전했다. 러시아 측 행정부 요인의 잇단 사망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사보타주'(파괴 공작) 의혹을 제기했다. 알렉산드르 바스트리킨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 위원장은 "키이우 정권과 타협하지 않고 민족주의와 계속 싸우는 모든 이에게 큰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일련의 사건이 단순 사고가 아닌 키이우 정권에 협조하지 않은 친러 관리를 겨냥한 우크라이나 방해 공작이란 전제가 깔린 발언이었다. 요인 줄초상에 "우크라의 사보타주"…주민투표는 불발이처럼 연이은 암살 의혹으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우크라이나의 탈환 공세까지 거세지면서 점령지 병합 투표는 차질을 빚는 모양새다. 러시아는 애초 9월 11일 정기 지방투표와 연계해 헤르손, 자포리자, 돈바스 등 우크라이나 점령지의 러시아연방 합병 주민투표를 추진했다. 그러나 돈바스 완전 점령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남부 점령지까지 우크라이나의 공세에 시달리면서 투표가 연기됐다.  러시아가 임명한 헤르손주 행정부 부수반 키릴 스트레모우소프도 "우크라이나군 포격으로 통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민생과 안전 보장이 우선이니 병합 관련 주민투표 계획은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러시아 집권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은 11월 4일 '국민 통합의 날' 주민투표를 치르자고 제안한 상태다. 통합러시아당 총회 서기(사무총장 격)이자 상원 부의장인 안드레이 투르착은 "11월 4일에 우크라이나 돈바스와 해방된 영토의 합병 주민투표를 시행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제정 러시아가 폴란드 지배에서 벗어난 날인 11월 4일을 2005년부터 '국민 통합의 날'로 정해 국경일로 기념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가짜 주민투표를 강행할 경우 모든 대화 기회가 차단될 것"이라고 경고한 데다, 우크라이나군의 항전 의지도 확고한 터라 러시아가 11월 영토 병합 계획을 의지대로 실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인도 '거리두기' 변수…전쟁 계속한다는 푸틴'우군'이었던 중국과 인도가 러시아와 거리두기에 나선 것도 변수다.  15∼16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연이어 양자 회담을 했다. 그러나 회담 분위기는 이전과 사뭇 달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16일 회담 초반부터 카메라 앞에서 공개적으로 "지금은 전쟁의 시대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전쟁으로 인한 식량·에너지 위기는 개발도상국에 더 가혹하다며 "우리가 어떻게 하면 평화의 길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지 논의할 기회를 찾자"고 강조했다.15일 시 주석 역시 전쟁에 관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모두발언에선 러시아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지만, 이어진 비공개 회담에선 '의문과 우려'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이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푸틴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인정한다'고 언급하며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대화가 오갔다는 점을 인정했다. 문제는 푸틴 대통령이 더 강력한 군사 행동을 시사했다는 점이다.  푸틴 대통령은 모디 총리에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에서 테러를 자행해 보복하고 있을 뿐"이라며 "우리는 정말로 자제하며 대응해 왔는데, 당분간만 그럴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협상을 끝내버린 우크라이나가 평화를 원하지 않기에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며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푸틴 대통령은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의 도발과 자극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푸틴 대통령은 17일 기자회견에서도 우크라이나 민간 시설을 겨냥한 최근의 미사일 공격은 '경고성 공습'에 지나지 않으며, 더 잔인한 작전의 전조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우리는 완전한 전력으로 싸우고 있지 않다"며 전쟁을 계속할 의지를 내비쳤다.
  • 英 여왕 추모 인증했다가… ‘반중’ 낙인 찍힌 中 유명 배우 결국 사죄

    英 여왕 추모 인증했다가… ‘반중’ 낙인 찍힌 中 유명 배우 결국 사죄

    중화권 스타 주성치 사단의 대표 배우로 불리는 뤄자잉(75)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를 애도한 것을 두고 중국 누리꾼들의 반발이 거세자 공식 사과 영상을 올려 고개를 숙였다. 수천 명의 홍콩 시민들이 홍콩 주재 영국 영사관을 둘러싸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애도 행렬을 이어갔던 지난 13일 중국 광둥성 출신의 스타 배우인 뤄자잉도 시민들의 조문 행렬을 함께 했다. 당시 그는 장장 4시간에 달하는 조문 대기 행렬 속에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대기 행렬을 촬영한 사진을 게재, ‘홍콩은 엘리자베스 2세의 통치 기간 동안 축복받은 땅이었다’는 애도 글을 게재한 것이 논란이 됐던 것. 인스타그램은 중국 본토에서 접속이 금지된 대표적인 SNS지만 그의 게시물을 캡쳐한 사진이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 등을 통해 일파만파 번졌고, 상당수 중국 현지 누리꾼들은 그를 겨냥해 ‘반역자’, ‘민족 분열 분자’, ‘매국노’ 등의 근거 없는 비난을 가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그는 지난 15일 자신의 웨이보 계정을 통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애도 발언을 한 것을 반성한다”면서 사과의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게재했다. 그는 이 영상에서 “원래 의도는 나이가 지긋한 한 여성이 사망한 것에 대한 애도를 표현하려던 것”이라면서 “모든 분들께 나의 발언에 대해 부디 확대 해석하지 말아 주기를 부탁한다”면서 연신 고개 숙여 사죄했다.그러면서 “나의 출신이 중국 본토라는 것과 내 조상에 대해 결코 잊지 않고 있다”면서 “(내가)중국 여권을 지키고 있다는 것은 그 모든 사실을 증명한다. 나는 중국인이며 조국을 영원히 사랑한다”고 했다. 반면 앞서 그가 게재했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를 애도하는 게시물은 그의 SNS에서 모두 삭제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홍콩 매체 더스탠다드는 ‘중국에서 가장 독단적이고 권위주의적 지도자인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직후 중국에 민족주의자들이 급증했다’면서 ‘유명 인사와 기업들은 중국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아주 미미한 증거만으로도 엄청난 비난에 직면할 수 있으며, 소비자들의 반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중국의 친정부 신문인 타 쿵 파오(Ta Kung Pao)는 유명 인사들의 조문 참여를 겨냥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에 대한 애도를 조장하는 반중 인사들의 행태’라면서 ‘식민지 통치를 정당화하고 쫓는 간악한 행위’라고 공개 비난한 바 있다. 한편, 홍콩은 지난 1997년 무려 150년 만에 중국에 반환됐지만 여전히 홍콩 거리 곳곳의 공식 명칭과 법률 시스템 등 영국식 관습을 유지해오고 있다. 이 때문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한 직후 그를 추모하기 위해 16일 기준 총 6700명의 홍콩 시민들이 영국 영사관을 찾았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 “한국 외교정책도 유교 원리에 호소, 중국 활용이 중요” [평화연구소의 창]

    “한국 외교정책도 유교 원리에 호소, 중국 활용이 중요” [평화연구소의 창]

    의로움으로 대표된 ‘한국 가치’한국 외교 원리 국가 평등으로유교적 관념과도 깊이 연결돼 미·중 치열한 전략경쟁의 시대 북한과 한반도 화해 진력하고 중국과 외교적 대화 지속해야“한국의 외교정책은 국가의 평등이라는 원리에 호소하는 전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유교적 관념과도 깊이 연결된다. 난 한국의 일부 외교정책 결정권자들이 이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2월 국내 독자들의 시선을 모은 ‘제국과 의로운 민족’(너머북스)을 집필한 오드 아르네 베스타(62) 미국 예일대 교수는 지난 9일 서울신문 평화연구소와의 줌 화상 인터뷰를 통해 미중 전략경쟁의 시대에 북한과의 한반도 화해에 진력하면서도 중국과의 외교적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르웨이 출신으로 중국 역사를 전공한 그가 우리의 외교정책이 유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석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지난 6월부터 출판 에이전시들을 통해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답이 없었던 베스타 교수는 지난달 말에야 이메일로 수락 의사를 전해와 책을 옮긴 옥창준 서울대 정치학 박사, 이 책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한 이욱연 서강대 중어중문학과 교수와 함께 집필 과정에서 어려웠거나 고민했던 대목, 서구인과 중국인·한국인 독자들의 반응 비교, 의로움을앞세우는 성리학(유학)의 폐단, 미중 대립시대에 한국과 중국에 던지는 조언 등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반도 분단, 한중 관계 여전히 중요 임병선 한국이 중국에 복속되지 않은 이유로 정체성과 지식을 꼽은 한국어판 서문이 인상적이었다. 한국 독자들은 우리 민족이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고, 거대한 이웃 중국 옆에서 잘 버텨왔고 앞으로도 잘 지낼 수 있으리라 지적한 것에 주목했다. “2017년 하버드대 라이샤워 강연에 기초를 두고 있는데 2019년 봄부터 여름까지 베이징에 머무르며 원고를 마무리했다. 가장 어려운 점은 책의 구성이었다. 600년의 한중관계 역사를 소책자 분량으로 다루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책은 한중관계를 개괄하는 장으로 시작해 조선의 건국부터 병인양요까지, 병인양요부터 한중수교까지, 한중수교 후 현재까지 다루고 있다. 문제는 마지막 장의 내용이 지금도 계속 변하는 점이다.” 임병선 집필 과정에 중국 고위 관료들과의 인터뷰를 많이 활용했다고 들었다. 반면 한국의 문헌 조사나 인터뷰 등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책을 쓴 뒤에도 베이징과 서울의 전문가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중국인 지인들은 현대 한중 관계를 다룬 장이 지나치게 한국의 관점을 많이 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난 동의하지 않는다. 지적한 대로 난 한국의 자료를 많이 활용한 한국 전문가가 아니라 중국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중 관계를 다루는 책을 쓸 때 한국처럼 작은 나라의 관점을 반영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반도 분단은 한중 관계에서 여전히 중요하다. 한국 독자들은 아쉬울 수 있겠지만 난 이 책에 남북한의 관점을 최대한 반영하려 했다.” 임병선 서구인 독자와, 중국인 독자, 한국인 독자의 반응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물론 있다. 한국에서는 한반도의 입장을 일정하게 반영한 책이라 환영받는 것 같다. 일부 한국인은 조선과 중국의 관계를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그린 것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중국인 독자들은 조금 더 비판적이었다. 특히 현대사 대목에서 그랬다. 그들은 중국이 남북한 사이에서 균형을 잡느라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난 동의하지 않는데 일부 중국 독자들은 북한을 상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미국인 독자들은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내가 한반도 문제를 한반도인이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 것을 일부 미국인은 미국의 책임을 덜 강조하는 것 아니냐고 봤는데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제대로 본 것이 있다면 한반도 문제를 더 이상 미국 혼자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주의 한중관계만 봐도 한국은 보수 정권이 들어섰어도 미국의 노선을 그대로 추종하지 않기 때문이다.” 옥창준 우리 독자들은 한국이 중국을 잘 알고 있어서 중국에 복속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고무돼 다소 ‘민족주의적’으로 이 책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 “민족주의적 분위기란 것이 분명 있을 수 있다. 내가 서술한 조선과 중국 관계에 대해서 비판적인 이유 역시 민족주의적 태도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아주 긴 호흡으로 본다면 조선은 중국의 직접 지배, 특히 청나라의 지배를 받는 일을 피했다는 측면에서 아주 잘했다.” 이욱연 성리학은 한국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관념주의로 빠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기에 명청 교체기 등 시대 변동기에 실용주의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저자가 조선의 강점으로 지적한 의로움이 망국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가능한데. “조선은 전체적으로 보면 의로움이라는 가치를 통해 이득을 봤다고 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분명 실용적인 접근이 있었다. 명청 교체기에 대해서도 관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조선이 의로움이라는 가치만 고집했다면, 조선은 청의 일부가 됐을지 모른다. 실제로 청이 등장할 때 많은 지역이 청의 직접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이런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다. 전쟁을 겪긴 했지만 조선은 의로움과 실용주의의 균형을 잘 잡았기에 국가를 보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19세기 들어 성리학적 가치들이 교조화되고 경직돼 근대 사회에 대한 적응이 힘겨워졌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그런데도 일본과의 투쟁 속에서 줄곧 한국인이 지니던 ‘의로움’과 같은 성리학적 가치가 계속 역할을 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이욱연 성리학에서 강조했던 의로움이 현대 한국의 외교적 지침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이 동아시아의 다른 어느 국가보다 유교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한국은 중국, 대만, 일본과도 다르다. 유교적 가치는 개인적 관계만이 아니라 국가 간 관계,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투영되기 때문에 분명 의미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다시 이웃 국가들과 지역을 어느 정도 지배하려 하고, 한국은 중국의 전략에 맞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싶어 한다. 그저 경제대국이라 가능한 전략이 아니다. 한국의 외교정책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원리’, 예를 들어 국가의 평등이라는 원리에 호소하는 전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평등 관념은 베스트팔렌 조약과 같은 서구적 관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유교적 관념과도 깊이 연결된다. 난 한국의 일부 외교정책 결정권자들이 이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난 의로움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가치’가 현대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믿는다. 중국의 정책 결정권자들과도 이런 대화를 자주 하는데 그들이 한국과의 관계가 어렵고, 한국이 지나치게 미국 편에 서 있다고 얘기할 때 난 과거에도 그랬듯이 원리에 기초한 관계를 한국과 맺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더 일관되고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중국 친구들이 얼마나 입장을 바꿀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국가 평등 관념은 국가 승인의 차원 옥창준 유교적 가치와 국가 평등의 관념이 연결된다는 발언은 흥미롭다. “유교적 가치는 위계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내가 말하는 국가 평등의 관념은 국가 승인의 차원에서 생각해 보면 좋겠다. 모든 국가가 평등하다는 의미로 이 말을 쓴 것은 아니다. 중국은 안과 밖을 구분한다. 대만, 신장, 티베트는 중국의 안이다. 하지만 한반도는 명백하게 중국의 바깥이다. 조선과 중국은 서로를 상대로 인정해 왔다. 바로 이 점이 배타적 주권에 가까운 서구적 의미의 국가 평등 관념과 다른 유교적 의미의 국가 평등 관념이라 생각한다.” ●윤정부, 對中 합리적인 관계 유지 필요 이욱연 현대 동아시아의 상황 전개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중 대립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과 한국인에게 조언을 건넨다면. “한국은 미국, 중국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한 채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 긴장이 높아 가는 상황에서 그렇다. 윤석열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유지하는 일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책의 말미에 적었듯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심화되는 국제질서는 한국에 매우 문제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아마 미중 대립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는 나라다. 미국과 중국 관계는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좋아지기 어렵다. 긴장이 고조되기 전에 한국은 이웃인 일본과의 관계를 일정하게 개선하고, 중국과 실용적이면서도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 매우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임병선 북한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문제도 있다. “한국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중국과 북한의 관계다. 나도 뾰족한 답이 없다. 최근 2~3년의 북중 관계를 관심 있게 들여다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중국은 북한과의 연결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곧바로 중국과 미국, 한국, 일본과의 관계를 악화시킨다. 한국이 직접 나서 해결하거나,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원론적이지만 가장 좋은 방안은 결국 한국이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중국과의 외교적 접촉을 지속하는 일이다.” 옥창준 이 책은 한중관계를 다루는 역사책이면서도 중국의 외교정책에 대한 일종의 전략 지침서라는 인상을 갖게 된다. 특히 중국이 제국이 되기 위해서는 한반도가 과거에도 그랬듯, 일종의 ‘동향계’이자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중국어 번역이 진행되고 있는지? “이미 번역됐으나 공식 출판되지 않고, 정책결정자들이나 몇몇 사람들이 알음알음 읽고 있다고 들었다. 아주 재미있는 현상이다. 얼마 전 뉴욕에서 중국의 외교정책을 담당하는 고위 관료를 만났는데 중국어로 훌륭하게 옮겨진 책을 읽었다고 했다. 중국에 조언한다면 남한과의 좋은 관계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정치적, 이념적 문제로 중국과 남한은 완전히 밀접해질 수 없겠지만 서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남한은 중국 경제에 기여할 수 있고, 중국도 남한에 마찬가지 기여를 할 수 있다. 또 중국 지도자들은 자국의 북한 정책이 남한과의 관계에서 왜 문제가 되는지 의외로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 특히 중국의 북한 정책은 남한의 중국 인식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북한 문제는 중국 외교정책의 취약점이다. 한국전쟁 때부터 축적된 역사적 경험에 기인하지만 조금 더 깊은 차원의 문제가 있다고 난 생각한다.” 임병선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남북한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일은 이상적으로는 가능할 수 있어도, 현실적으로는 매우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고 생각한다. 만약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에 좀 더 관심을 쏟는다면, 중국이 외교정책에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고, 중국 입장에서 전략적 실책이 될 것이다. 물론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거나,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중국 안에 존재하는 흐름, 즉 북한이 우리 편이고, 남한은 미국의 식민지에 가깝다는 사고의 틀을 조금 더 유연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 입장에서도 커다란 비용과 투자 없이도 남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남한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중국이 기존에 주장해 온 여러 외교적 원칙을 포기할 필요도 없다. 남한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중국과의 실용적인 관계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남한과 중국의 이익을 합치하는 일은 가능하다.” 임병선 현재 연구 관심사는? “중국 개혁개방 정책의 뿌리를 다루는 책 집필을 마무리해 내년 봄에 출간할 예정이다. 중국인 친구이자 뉴욕대 상하이캠퍼스 교수인 첸 지안(陈兼)과 함께 집필했는데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지식 차원에서 진행된 변화를 다룬다. 중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던 시대로 보고 분석한다.” 임병선 오는 11월 서울대 초청으로 한국을 찾을 계획이 있다고 들었다. “코로나19 탓에 쉽지 않다. 한번에 중국과 한국을 방문하고 싶은데, 중국이 빗장을 잠그고 있다. 그렇다고 두 나라를 따로 찾을 여유는 없다. 오늘 아침 베이징의 친구에게 들었는데 내년 봄까지는 중국을 방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기회가 주어지면 중국과 한국을 방문할 생각을 갖고 있다.” 임병선 좋은 말씀 잘 들었다. 이른 시간 안에 얼굴을 맞댔으면 좋겠다. “같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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