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종말/존 키(미래를 보는 세계의 눈)
◎서구 식민주의의 종식 ‘홍콩 반환’/20세기후반 가장 극적인 경제성장의 촉진제
“1997년 6월30일,중국에의 홍콩 반환과 함께 제국의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바스코 다 가마가 아시아 대륙에 첫발을 내디딘지 정확하게 500년만이다.30년대 초까지만해도 세계인구의 절반이 미국,영국,프랑스,네델란드 식민통치의 신민으로 돼있었다.그후 두세대가 지난후 동양에서 서구 제국들은 모두 소멸했다.그 과정을 지나오면서 한때 고요,신비,정체 등의 수식어로 빈정거림을 받던 동양은 현대적이고 역동적인 모든 것의 대명사가 되었다.그 사이에 무엇이 발생했는가? 500년 식민통치의 유산들은 무엇인가?“
‘제국의 종말(Empire's End)’의 저자인 역사학자 존 키(John Keay)는 중국에의 홍콩 반환을 진정한 의미의 서구 식민주의의 종식으로 규정지으면서 그 참의미를 규명해나가기 위해 이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극동의 역사식민주의 전성기로부터 홍콩까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저자는 동양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홍콩의 반환과 서양 제국주의 지배의 종말을 단순히 ‘승리와 패배’,‘성공과 실패’,‘상승과 하강’과 같은 이분법적 기준을 적용시키지 않았다.그는 백인들이 지난 300여년 동안 우수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극동문제들 장악해온 것이 사실임을 지적하면서도 백인들의 우월성이라는 개념 자체에는 의문을 제기한다.왜냐하면 백인들의 우월성이 동양을 변화시킬수 있었던 요체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이같은 제국의 일원으로서 미국의 경우 비록 후발주자이지만 유럽인들의 식민지 매카니즘에 조금도 손색없는 식민주의를 감행했음을 지적했다.
○홍콩이 ‘마지막 거점’
저자는 동아시아에서 탄탄하던 제국 지배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시기를 1930년대,영국이 조차중이던 산동반도의 위해위를 중국에 반환했을때로 보고 있다.그때를 기준으로 40년후인 70년대,과거와 같은 제국의 위력은 하나도 남지 않았으며,60년후인 오늘날에는 ‘마지막 거점(Last Post)’인 홍콩을 돌려줌으로써 제국의 종말이 오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제국의 종말에 대한 통상적인 의미의 해석을거부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역사적으로 영어 사용권에서의 제국의 종말은 로마제국과 분리시켜 생각할 수가 없었다.즉 제국은 문명과 합리성을 대표하는 용어였고 그 멸망은 상대적으로 야만과 미신으로 가득찬 세계의 도래를 의미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양에서의 제국의 멸망은 전혀 다른 의미를 내포해왔다.식민세력이나 그 신민들이나 어느 누구에게도 궁극적으로 대재앙은 아니었다.야만적인 행동이 나타난 것도 아니었다.오히려 동아시아 또는 동남아시아에서의 탈식민화는 20세기 후반 가장 극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촉진제가 되었던 것이다.서구에서도 식민지 해체의 경험이 보다 평화적이고 통합적이고 번영된 유럽 공동체를 이루는 계기를 만드는데 기여했다는 주장이다.결국 제국의 마지막 거점은 서구의 경제질서와 자유 양심이 적극 수용되고 동양의 자긍심과 민족주의적 야망이 커가면서 그 존립기반을 상실하게된 것이다.
홍콩 반환과 관련,저자는 비관주의자들의 두가지 지적을 소개했다.
첫째는 중국이 홍콩 반환과 관련된 84년의 공동선언을 지킨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또한 그들이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가치를 충실하게 신봉하는 국가들의 박수를 받으며 기꺼이 홍콩을 중국에 이양했고 또 아시아에 최선봉의 민주주의사회를 이룩,그들 주민의 뜻으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수 있는 사회를 건설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그래서 제국은 영광의 팡파레 없이 사라져가도 적어도 ‘마지막 거점’의 숭고한 위업은 간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동양서 서구제국 소멸
이같은 논지를 전개하기 위해 이 책은 전체 3부,15장으로 구성돼 있다.
제1부는 ‘나부끼는 깃발’이라는 제목하에 식민지배가 절정에 달했던 1930년대의 상황을 인도네시아,중국 해안지방,인도지나반도,필리핀,말레이반도 등을 중심으로 기술했다.
2부는 ‘반기’라는 제목으로 1930년부터 1945년까지의 동양 각 신민지의 상황을 나타냈다.
3부는 ‘깃발의 하강’을 제목으로 1945년부터 1976년까지를 대상기간으로 잡고 있다.그러나 실질적인 종말의 시점은홍콩의 중국으로의 반환때로 잡았다.
이 책의 저자 존 키는 주로 인도를 포함한 동양 역사에 관한 서적을 집필해왔다.그의 저서로는 ‘명에로운 회사영령 동인도회사’,‘인도네시아 사방에서 메로키까지’,‘서히말라야의 탐험가들 18201893’등이 널리 알려져 있으며 영국의 스코틀랜드에 거주하며 역사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뉴욕의 스크리브너(Scribner)간,397쪽,30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