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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행 육탄저지 강효백영사 “이런 수모 당해야 합니까”

    (베이징 김규환특파원) “사건발생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시간이 점점 지나니까 온몸이 욱신거려 다니기조차 힘듭니다.” 지난 13일 오후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대사관 영사부 밖의 외곽 경비초소에서 탈북자 원모(56)씨가 중국 공안(경찰)에게 강제 연행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온몸을 던져 한국 민족주의 정신을 고양시킨 한국대사관 영사부의 강효백(姜孝伯·사진·43) 영사. 특히 중국 공안의 무차별 폭력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이 일본 TV를 통해 방송되자,‘탈북자가 같은 동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선양(瀋陽)주재 일본 총영사관 영사들의 대응자세와 큰 대조를 이뤄 일본 언론의 초점 인물로 떠올랐다. “우리 동포가 왜 남의 나라에 와 이같은 수모를 당해야 합니까.정말 참담한 심정입니다.” 자신이 백주에 술취한 20대 중국 공안들에게 폭행당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그는 같은 동포가 바로 눈앞에서 강제로 끌려가는 장면을 목도하고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이 더욱 가슴 아팠다고 전한다. 강 영사가 보여준 민족주의 정신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타이완 정치대 박사인 그는 바쁜 외교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틈틈이 한국의 민족주의 정신을 높이는데 노력해왔기 때문이다.지난해에는 중국 대륙 땅의 항일사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중국내 한민족 항일독립운동 100대 사적’을 CD롬으로 출판했다. 앞서 2000년 7월28일 그가 상하이(上海) 총영사관 근무 시절 수차례 답사했던 상하이의 한국 관련 유적지에 관한 글이 중국 인민일보(人民日報)에 게재돼 호평을 받았으며,‘차이니즈 나이트 Ⅰ,Ⅱ’ 등 6권의 중국 관련 저서와 ‘중국 중심항구선정 논쟁’ 등 중국 관련 논문과 칼럼을 썼다. “영사 업무를 맡고 난 뒤 여행사로부터 격려의 e메일을 받을 때가 가장 즐겁다.”는 강 영사는 “미력하나마 한국 외교가 발전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hkim@
  • 책/ 한국인은 좋아도 한국민족은 싫다

    “한국인은 정이 많다고 하는데,소년소녀 가장은 왜 그렇게 많지? 어째서 아이들을 해외 입양시켜? 또 외국인 노동자는 왜 때리는 거야.” 누군가 이렇게 물으면 대답할 길이 없어 막막해질 것 같았다.그런데 옹졸하고 편협한 한국인의 자화상을 지한파저널리스트인 이토가 지적해 ‘아이쿠’ 싶었다. 80년 광주항쟁으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이토는 1990∼2000년 10년간 한국에서 살면서 ‘민족주의의 망령’을 경험했다.상대가 일본인임을 확인하면 단 한명의 예외도 없이 “독도는 우리 땅!” 하며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어 질리게 한 것이다.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정이 넘쳐부담스러울 정도였다. 한국의 민족주의는 또한 유감스럽게도 일본의 제국주의와 너무 닮아 있다고 한다.민족주의의 피해자는 힘을 얻게될 때 언제든지 가해자로 변할 수 있고,또 과거에 당한 방식을 가장 악질적으로 계승·발전시키기 때문이다. 그는 우려한다.세계 교역규모 11위로 국제사회에 영향력이 커지는 한국이 ‘우리의 민족주의는 정의’라고 아직도 주장하지 않을까 해서.우리의 그것은 나치즘이나 시오니즘과도 흡사하다고 설명한다.일본과 중국·동남아에서 한국 가요와 영화가 인기를 끄는 한류(韓流)가 마냥 좋아할일이 아니라,기대에 걸맞은 행동을 하고 있는지 자화상을점검해 봐야 한다. 결론적으로는 이토는 낙관적인 것 같다.한국인의 심성에는 ‘우리 민족만 잘살면 돼’와 정반대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9000원. 문소영기자
  • [기고] 과장된 北체제위기론

    이번 주중 스페인 대사관으로의 탈북자 집단 피신 사건은 중국 정부의 신속한 대응으로 일단 사태가 확대되는 것은 막았다고 보여진다.이 사건은 우선 중국 동북 지역에 떠도는 북한 탈북자들을 이대로 방치해도 좋은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인도적 차원에서 그 대책이 마련되어야한다는 것은 당연한 요구이다.다만 이 사건을 가지고 북한 체제에 이상이 있다거나 심지어는 붕괴 조짐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 아닐 수 없다. 중국에 나와 있는 탈북자들은 대개 1995∼1997년 사이에빚어진 식량 위기중 그야말로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국경을 넘은 사람들이다.그리고 북한 당국은 이들 ‘식량 난민’에 대해서는 다시 북한으로 돌아오더라도 눈감아주는 정책을 펴 왔다.일부 탈북자에 대한 처벌이 있었다고 해도정치적 이유가 아닌 한 이는 일벌백계 차원의 경고성 조치였다고 볼 수 있다. 또한 30만명 이상이라고 주장되는 중국 거주 탈북자 수도 과장되어 있다.장기적으로 중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은 말도 통하지 않는 중국 땅에서 거의가 조선족사회에의탁해서 살아가고 있다.조선족 사회는 200만명 이상이라고 얘기되지만 도시로의 이농이나 한국 등 해외 노무 등으로 약 150만명 정도가 집단적인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고알려져 있다.30만명 이상 탈북자가 있다고 하면 이는 조선족 사회의 수용 능력을 훨씬 넘어선 수이다.이는 동북지역의 중국 사회에도 엄청난 치안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 수없다.실제는 10만명 이하나 좀 많이 잡으면 10수만명 대의 수로 보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어떻든 이번 피신자들을 포함하여 탈북자들은 현재의 북한 체제 위기의 산물이라기보다는 5∼7년 전 경제 위기의 희생자들로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 체제는 고도의 동원 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북·미,북일 간 긴장 상태나 남북 대치 상황 때문에 이러한 태세는 이완될 수 없는 나름의 이유를 지니고 있다.또한 북한체제는 자체의 뿌리 깊은 민족주의를 지니고 있으며 쉽게흔들릴 수 없는 강한 체제 결속력을 유지하고 있다.이러한 체제 성격이 민족주의가 없는 채 소련에 종속적이었던 과거 동독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동독은 정치적으로 소련에 의존적이었을 뿐 아니라 북한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은군사력도 소련군이 장악하고 있었다.따라서 소련의 변화가 즉시 동독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었다. 물론 북한 내부에서는 경제적 곤란 때문에 주민들이 김정일 체제에 상당한 불만을 느끼고 있을 수는 있다.하지만이러한 불만이 정치화되고 있지 않으며 집단적인 저항 세력이 형성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오히려 북·미,북일 관계,남북 관계가 개선되며 상당한 정도로 북한 체제의 개혁·개방이 진행되지 않는 한 이러한 상태에 변화가 생기기는어려울 것이다. 북한 체제에 대해 김정일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여 대처하겠다는 발상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정권과 체제가 완전히 일체화된다는 것은있을 수 없겠지만 현재 북한 체제하에서 둘 사이에 눈에띄는 분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탈북자 사태는 어디까지나 남북 화해·협력과 한반도 냉전 해체라는 큰 방향과 궤를 같이하며 대응해야 할 것이다.탈북자 문제가 남북 화해나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를 저해하는 구실이 되는 결과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이번 사건이나 지난 번 장길수군 사건 배후에서 일본의 탈북자 지원단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있다.이 단체들은 북일 수교를 가장 앞장서서 반대하는 세력이다.탈북자 문제나 북한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야말로 바로 대북 화해·협력에 있다는 인식이 절실한 때이다. ◆ 서동만 상지대 교수
  • ‘9·11테러’ 이후 세계는?

    9.11 뉴욕테러와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악의축’ 발언 등 연이은 미국발 사건들이 지구촌을 뒤흔든 지난 반년이었다.이 시기는 또 ‘미국의 시간표’가 ‘전세계의 시간표’가 됐음을 절절히 실감케한 기간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역사적 사건들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한반도와는 어떤 관계설정을 할 수 있는 것일까?세계를 자기식으로 이끌려는 미국의 ‘양심’이란 어떤 모양일까? 새 봄을 맞아 계간 창작과비평과 당대비평이 이러한 의문을 향한 국내외 학자들의 다양한 담론을 특집으로 다루었다. 창작과비평은 ‘테러 이후의 세계의 한반도’란 특집을통해 한반도와 주변 정세,앞으로의 전망 등을 집중 조명했다. 여기서 백낙청 서울대 교수는 9.11테러 이후 한반도는 오히려 ‘상대적 안전지대’로 떠오른 느낌이라며 상당수 학자들의 ‘긴장과 냉전의 새로운 시작’이란 우려를 불식하고자 한다.백 교수는 “확고한 안전지대라고 믿고 있던 미국 한복판에서 테러로 수천명이 목숨을 잃었고,아프간에선 보복전쟁으로 그 몇배의 인명이 살상됐다.또 올해도 ‘전쟁의 해’를 선포하는 한편 후속테러를 염려하고 있다.하지만 20세기 중반 참혹한 전쟁이 겪은 이래 아직 ‘준전시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는 오히려 혼란과 위험이덜한 상황임이 눈이 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미국 웬트워스공과대 인문사회과학부 조지 캇찌아피카스교수는 9.11테러후 이전의 어떤 역사적 사건들에서도 볼수 없었던 미국인들의 ‘단결된 모습’속에서 미국인의 양심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그는 승용차,트럭,회사건물,정부청사 등에 걸려 있는 성조기,즉 ‘애국심의 물결’이 ‘거의 보복주의적 민족주의’라고 진단한다.수천명이 살해당한 테러로 인해 그간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있는 주변화된 세계에서 미국의 월등한 부와 권력의 과시를 주저하게 하던 도덕심이 마치 사라져버린 것 같다고 걱정한다.그는 “베트남전 시기에 많은 미국인들이 호치민을 지지했지만 오늘날 적을 동정하는 여론은 미국 어디서도찾아볼 수 없다.”며 “미국이 수단의 제약공장을 파괴해수만명의 민간인을 말라리아와 결핵으로 죽게 한 사건과 9.11테러를 비교한 노암 촘스키가 학자들로부터 심각하게공격받고 있다.”고 강조한다. ‘당대비평’은 ‘고삐풀린 전쟁과 세계화,그 ‘준비’된 길 위에 선택은 있는가’란 특집을 통해 9.11사태 이후의 정세를 짚고 있다.특히 지난해 말 있었던 노암 촘스키 MIT대 교수와 강원대 전규찬 교수의 대담이 눈길을 끈다. 여기서 촘스키는 “테러를 저지른 가해자들과 이들의 행위에 쏠린 동정과 지지의 목소리를 구분해서 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그는 “미국이 잔혹하고 억압적인 정권을 지지하면서 중동지역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민주화 노력을 저지해왔다.”며 “이러한 점을 지적하는 오사마빈 라덴의 메시지가 이슬람세계에서 상당한 호응을 받고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이어 촘스키는 “‘미국의 국제 반테러동맹’에 러시아,중국이 동참하고 있지만,러시아는 체첸에서 벌이고 있는 엄청난 만행,중국은 위구르족에 대한 잔혹한 억압조치에 대해 미국의 지지를 얻고 싶어한다는 점을 먼저 알아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아무리 죄질이 나쁘더라도 일단 가해자를 찾아 법정에 세우고 정의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며 “이번 테러도 그렇게 처리됐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
  • 국민의 정부 4년 평가와 과제 전문가 4인에 듣는다

    대한매일은 24일 오석홍(吳錫泓) 서울대 명예교수,임혁백(任爀伯) 고려대 정외과 교수,김경민(金慶敏) 한양대 정외과 교수,정문건(丁文建) 삼성경제연구소 전무와 편집국에서 긴급대담을 갖고 ‘국민의 정부 4년 평가와 남은 1년의 과제’를 진단했다.이날 대담은 정치,통일·외교,경제,사회·행정 등 4개 분야에 걸쳐 평가보다는 과제에 초점을 맞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임 교수=지난해 여당의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당 총재직을 사퇴했다.이는 당 총재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는 한국식 정당제에서 상당한 개선으로볼 수 있다.집단지도체제로 바뀌면서 권력이 분산되고 원내총무와 정책위의장의 권한이 강화됐다.국민들로부터도 높은호응을 받았고 이런 분위기는 야당으로까지 확산됐다. ▲김 교수=정치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이 정도만으로도 상당한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정권 후반기를 맞아 주로 실패한 부분에 대해서만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제대로 된 부분에 대한 평가도 같이 해야 한다.과거 정권에 비해 갈수록 진전된모습을 보이고 있다.세부적으로 고쳐가야 할 부분이 많이 있겠지만 인정할 부분은 인정을 해야 한다.대통령이 총재직을내놓은 것,재계가 정치헌금을 하지 않겠다는 것 등 제도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 전무=정치가 혼란스럽고 사회기강이 안 서는 데는 정치자금이 뒤에 있기 때문이다.우리나라에는 정당을 통한 정치자금의 동원이 일반화돼 있다.역대 대통령 중 누구도 정치자금에서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행정부에서 법인세의 1%를 공명선거 자금으로 쓰자고까지 할 정도다.그만큼 개혁이 가장안 되고 있는 부분이 정치분야임을 반증하는 것이다.남은 임기 1년 동안 정치자금법이라도 고쳐 대통령들이 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이것이야말로 모든 사회기강들이 바로 서는 전기가 될 것이다. ▲오 교수=국회에서의 거친 말이나 대정부 질문의 파행운영등은 우리사회 내 극한 대립구조의 반영이다.단기적으로는국회발언 제한 등 조치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오히려 정치권 외부에서 할 일이 더 많다.국민들이 국회의 이런 행태를 달가워하지 않음을 정치인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임 교수=50년만의 수평적인 정권교체를 한 현 정권은 역대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띠고 있지만 정치분야의 개혁은 거의 이루어진 것이 없다.이는 정치개혁의 속성 때문이다.정당들은 정치개혁의 주체이면서 동시에 대상이어서 자기 개혁에스스로 나서기가 어렵다.때문에 외부로부터의 압력이 있어야만 한다.정치개혁이 부진했던 중요한 이유로 외환위기를 들수 있다.정부 출범 직후부터 기업,금융,노동 등 경제사회 개혁이 중심축을 이루다 보니 애초부터 정치개혁은 논의에서밀려버렸다.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어떤 식으로 자발적인 개혁을 이뤄낼지 의문이다. ▲김 교수=남북 정상회담과 금강산 관광사업 등은 의미있게평가해야 할 부분이다.다만 대북정책의 목표는 정부가 잘못세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근시안적인 민족주의적 접근방법보다는 거시적으로 북한을 남한과 중국,일본으로 연결되는 경제권으로 끌어들여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높이는 쪽으로정책이 추진됐어야 한다.일부에서 ‘퍼주기’ 논란이있는데 경제지원은 인도적 측면에서도 보다 늘려야 한다. ▲정 전무=그동안 정부의 햇볕정책이 성공을 거둔 것은 미국과 대외정책 조율이 잘 됐기 때문이다.과거 민주당 클린턴행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최대 관심사는 경제개혁과 시장개방 등 경제부문에 있었다.때문에 남북간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의 우선권을 인정해주었다.그러나 공화당 부시행정부로 넘어오면서 이런 기조가 바뀌었다. ▲임 교수=9·11 테러 이후 햇볕정책의 미래가 비관적으로바뀐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역설적으로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우리 내부에서 햇볕정책에 대한 회의가불식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악의 축’ 발언으로 한반도에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음이 국민에게 각인되기 시작했다.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줄여주고,외국인들의 한국내 투자를 촉진했던 것은 햇볕정책의 효과였다. ▲정 전무=97년 말 우리가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상환 불이행) 직전까지 간 것은 외환유동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유동성 극복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우리는 성공적으로 위기를넘겼다고 볼 수 있다.그러나 구조조정 정책 등 민주시장경제를향한 개혁이라는 관점에서는 짚고 넘어갈 부분이 많다.현 정부 개혁의 핵심은 ‘강요된 구조조정’이었다.미국 클린턴행정부는 현 정권 출범 초기 한국의 유동성 위기 해결을 지원하는 대가로 미국식 패러다임에 입각한 경제시스템을 수용할 것을 강요했다.한국경제를 개발경제에서 영미식 금융중심의 시장경제로 전환하라는 메시지였다.개혁정책이라는 게 우리 스스로 오랜 기간 준비하고 국민적 컨센서스가 바탕이 되지 못한 채 우리 경제·사회·문화의 구조를 완전히 180도돌리는 식이 돼 버렸다.개혁의 추진전략 면에서도 점진적 개혁이 아니라 빅뱅(대폭발)식 개혁이었다.이런 개혁정책의 부작용은 지난 4년 동안 한국경제에도 나타났다.1∼2년은 벤처기업과 정보기술(IT) 부문이 살아나면서 빠르게 회복하는 듯했지만 대우사태 이후 시장이 마비됐다.지난해에는 시스템이 경색되면서 경제가 급랭하는 상황이 됐다. 우리사회가 개혁을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혁전략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임 교수=다른 나라와 비교할 경우,한국의 금융 구조조정은 일본보다도 과감했던 측면이 있다.지난해 말부터 주식시장이 활황을 띠고 있는 것은 이런 부분에 대해 시장이 반응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주가상승의 주역은 외국투자자본이다.과거 재벌위주의 경제시스템을 혁명적으로 바꾼 결과다. 일본은 혁명적인 방식을 통하지 않고 정상적인 방법을 썼기때문에 현재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우리나라에서는 재벌을 대체할 수 있는 세력으로 IT와 벤처산업이 나왔다.그 과정에서 일부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한국 전체의 경제구조를바꿨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정 전무=지난해 우리경제는 97년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어려운 외부적 충격이 있었다.일례로 97년에는 반도체 값이 떨어지기는 했어도 원가 밑으로까지 내려가지는 않았다.미국경제도 4%나 성장을 했다.그러나 지난해에는 IT부문 거품이 꺼지면서 반도체 값이 원가 이하로 떨어졌고 유가도 산유국들의 감산으로 급등했다.일본 엔화 절하에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미국의 경제성장률도 마이너스로 떨어졌다.하지만 97년 6% 성장을 했을 때 우리나라 기업의 대부분이 적자 결산을 했지만 지난해에는 3% 성장 속에서도 대부분 기업이 흑자를 냈다.부채비율 감소 등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저성장 국면에서도 수익을 낼수 있도록 체질이 개선된 때문이다.그러나 아쉬운 점은 이런 한국기업에 대한 평가를 우리 스스로 하지못했다는 것이다.외국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을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아 큰 시세차익을 남기고 있다.그동안 우리나라 구조조정의 열매를 외국투자자들이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임 교수=우리가 중국과 일본 등 양쪽에서 협공을 받고 있다는 말이 있다.하지만 이는 거꾸로 봐야 한다.우리가 베이징을 마주보고 있고 세계 두번째 경제대국 일본과 인접해 있다.우리나라의 상황은 지정학적으로 큰 축복이다.중국이 우리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한국과 중국은 아직 기술과 생산능력에 엄연히 차이가 있다.중국과 함께 공동으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을 강구하는 것이바람직하다. ▲김 교수=중국이 급부상하는 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유리하다.근시안적인 태도를 갖고 이 문제를 다룬다면언젠가는 어려운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이 나라들을 활용해서 이제는 한국도 세계 4대 강국으로 갈 수 있다는 비전을 가져야만 한다. ▲오 교수=현 정부는 개혁을 기치로 많은 일들과 시도를 해왔다.이로 인해 우리 국민 전체의 기대수준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말썽이 나기는 했지만 건강보험 개혁이 시도됐고 여성보호,부패방지 등에 많은 작업이 이루어졌다.작은 정부를만들기 위해 애쓴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정책 과시를 위한각종 위원회가 신설된 것을 비롯해 의약분업 등 무리하게 추진된 개혁정책들도 많다.정책의 정리정돈이 미진하고 전문성이 결여된 부분도 있었다.인사문제에 있어 각 부처 장관의권한을 살려주어야 하지만 대통령이 개별부처의 일에 지나치게 관여한 감이 있다. 앞으로 1년 동안 개혁의 부작용과 후유증을 치료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부문별로 샅샅이 점검해서 이를 고쳐야 한다.과시용이거나 형식적인 조직은 과감하게 없애거나 고치는 일이 필요하다.또한 투명성을 더욱 더 높여야 한다.정책이 다음정권으로까지 승계될 수 있도록 하는 데도 주력해야 한다.정권말기여서 여야 협조가 어렵다면 장기적으로 다음 정권이이전 정권의 정책들을 싹 슬어버리지 않게끔 만드는 제도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임 교수=정부의 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인정을 하고 있다.그런데도 현 정권의 인기도는 바닥수준이다.그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가 인사의 난맥상이다.인사의 등용 풀이 너무 좁다는 점이다.소수파 정권으로서 지지 기반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도 인재 풀의 규모를 확대했어야 한다.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지적이라고 평가받는 김 대통령에 대한 지식인들의 지지도 낮은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정 전무=지금까지 상당수 개혁정책이 실패로 돌아간 원인은 사회의 주변 인프라는 갖춰져 있지 않은데 정책만 양산됐기 때문이다.의료체계가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의 의약분업은 의료재정의 파탄을 가져왔다.입시제도 역시마찬가지다.공무원 개방형 임용체제도 노동시장의 유연성이없는 상태에서는 아무런 효과도 낼 수 없다.개혁이 성공을거두기 위해서는 전략도 중요하지만 인프라 정비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또한 현재와 같은 대통령 5년 단임제에 대해서도 재고해 볼 시점이다.정권들이 선진시스템을 위한 기초기반을 조성하기보다는 5년간의 가시적인 성과에 더 집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리 진경호 김태균기자 jade@
  • 한·일 문화월드컵 어떻게/ 그라운드 밖서 펼치는 지구촌 향연

    단순히 자기 나라 팀의 승리,축구 달인들의 묘기와 그림같은 팀플레이를 보기 위해 전 세계가 월드컵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월드컵은 생의 환희를 폭발적으로 고양시키는대 스케일의 축제로서 우리들을 매혹시킨다.월드컵의 축제적 진면목,공동개최국 일본의 축제문화,주요 국내 월드컵문화행사 소개를 통해 보다 알찬 ‘축제로서 월드컵 즐기기,월드컵 문화축제 즐기기’를 준비해본다. ■한국에선. ‘월드컵을 통해 한류열풍의 열기를 전세계로 확산시킨다.’ 월드컵축구대회를 앞두고 문화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의발길이 바쁘다.이들에게 월드컵은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여러 곳에서 불고 있는 한국문화 열풍을 전세계로 퍼뜨리기 위한 절호의 기회다.특히 한국문화의 독창성과 보편성을 드러내는 문화축제를 통해 ‘문화한국’의 이미지를 확산시켜 나가기 위한 준비가 한창 진행중이다. 중앙단위에선 문화관광부를 중심으로 국립중앙박물관,국립중앙극장,예술의전당,서울예술단 등 15개 문화예술기관·단체가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조선시대 풍속화전’‘남산골 사랑대축제’‘동방의 등불,한국’기획전 등 24개의 굵직굵직한 프로그램들이 ‘외국인 문화전도사’들을기다리고 있다. 지방단위에선 10개 월드컵 개최도시들이 ‘세계와 함께하는 지방’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그 도시만의 특화된 이미지를 최대한 반영한 77개의 문화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 중 ‘종묘대제 봉행’(서울) ‘한일 해변민속축제’(부산) ‘한국전통의상 2000년전’(대구) ‘심청 축제’(인천) ‘동방의 빛 광주’(광주) ‘처용의 북울림’(울산)‘한지 페스티벌’(전주) ‘제주 해녀축제’(제주) 등이독특한 지방문화를 선보임으로써 외국인들의 눈길을 모을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축제는 해외에서도 이어진다.문화관광부는 다음달부터 4월말까지 월드컵 본선진출국을 대상으로 ‘문화사절단’을 파견할 예정.독일 아일랜드 터키 세네갈 남아공 등 5개국에선 전통음악과 춤 공연행사를 벌이며,베트남·중국에선 각각 10주년,40주년 수교를 기념한 전통예술단 공연및 영화제 등을 펼친다. 임창용기자 sdragon@ ■일본 열도 '사카마쓰리'로 들썩. 단순히 자기 나라 팀의 승리,축구 달인들의 묘기와 그림같은 팀플레이를 보기 위해 전 세계가 월드컵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월드컵은 생의 환희를 폭발적으로 고양시키는대 스케일의 축제로서 우리들을 매혹시킨다.월드컵의 축제적 진면목,공동개최국 일본의 축제문화,주요 국내 월드컵문화행사 소개를 통해 보다 알찬 ‘축제로서 월드컵 즐기기,월드컵 문화축제 즐기기’를 준비해본다. “일본은 지금 ‘사카마쓰리’(축구축제)가 한창이다.축구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른다.”일본이 지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 결승전에 진출했을 때 한 신문이 현지의들뜬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보내온 기사의 첫 대목이다.마쓰리,즉 축제의 나라 일본.수천종에 이르는 일본 고유의마쓰리에 실제로 ‘사카마쓰리’란 것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일본인들이 축구를 통해 축제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일본 축구의 부흥 과정 자체가 ‘마쓰리’의 대량생산과정과 유사한 점에 생각이 미칠 때 ‘사카마쓰리’란 표현이 매우 유의성있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마쓰리는 신을 향한 인간의 바람과 감사에서 출발했다.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신사를 중심으로 그 지역주민들에 의해 오랫동안 행해져온 집단적,종교적 제사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적 마쓰리 외에 일본에는 현대적 마쓰리가 함께 성행한다.현대적 마쓰리는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까지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 50∼60년대 고도경제성장의 부산물로서 중앙집중화·지방과소화 현상이 심하게 나타나자 침체된 지역사회를 재생해 보려는 지역활성화 정책으로 ‘무라오코(村起)’‘정주권구상’이란 이름하에 많은 지역에 마쓰리가 파종된 것이다.삿포로시의 유키마쓰리(눈축제),고베시의 고베마쓰리,고치시의 요사코이 나루코 오도리 등은 지역 주민들이 1년내내 손꼽아 기다리는 현대적 마쓰리들이다. 일본인들이 이처럼 마쓰리를 좋아하고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무엇보다 마쓰리에는 엄숙함을 주조로 한 제사의국면과 소란과 난장으로 이어지는 축제의 국면이 함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김양주 배재대 외국학대 교수는 “요사코이 마쓰리에참가한 경험이 있는 한 여고생으로부터 춤을 추는 마쓰리 행렬에서 머릿속이 하얗게 비는 경험을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일본인들은 마쓰리를 통해 자신이 속한 집단을 재확인하고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말한다. 일본프로축구 J리그의 출범도 지역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출발했다는 점에서 마쓰리의 생산과 유사한 점이 많다. J리그는 80년대 거품경제로 자본잉여를 갖게 된지방정부와 기업이 지역공동체 화합을 끌어내기 위한 목표로서 축구에 투자하기로 결정함으로써 93년 5월에 시작되었다. 이바라키현의 해안도시 가시마의 경우 ‘가시마 안트라스’팀의 첫해 우승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도시를 빠져나가는 젊은이들의 수가 현격하게 줄어 들었고 심지어폭주족까지 사라졌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이런 투자는주효했다.일본축구는 여기에 스포츠가 곧 국가권위의 지표라는 민족주의까지 결합돼 만반의 준비로 2002년 월드컵대회를 기다리고 있다.이번 월드컵 대회는 지역을 넘어 이제또 하나의 축제,국가적인 ‘사카마쓰리’의 현장이 될 듯하다. 신연숙기자 yshin@
  • 신간 맛보기

    ●산후 다이어트 요가(이희주 지음 홍익요가연구원 펴냄)= 허리 뒤로 다리가 꼬이고 손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힘든 운동이 출산과 산후조리에 정말 좋을까? ‘산후 다이어트 요가’는 간단하고 쉬운 요가를 소개해 산모들의 산후조리를 돕는 책이다.산후에 좋은 휴식자세,스트레칭,간단한 운동 등을 알려준다.또 임신과 출산에 이르는기본상식을 제공하고 요가요법으로 출산과 산후조리를 거친산모들의 수기를 제공한다. 지은이는 책에서 “산·전후에 적절한 요가운동을 하면 출산이 쉽고 예전의 몸매로 돌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특히 동양인의 체질에 어울리는 산후 조리법이다”고 조언하고 있다.12,000원●북경 25시(이상재 지음 호연지기 펴냄)=지난 92년 타이완을 버리고 중국과 수교를 맺었다.여러 이유가 있지만 십억 인구가 가진 시장성을 간과하기 어려웠다.우리나라 공장들은인건비가 싼 중국 현지에 차례로 세워졌고 중국 대중문화에한류열풍이 불기도 했다. ‘북경25시’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성공 사례와실패 사례를 소개하고 지난 10년동안의 중국교류를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을 조명한다.또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상황도 살펴본다. 지은이는 ‘한국의 장관은 바뀌어도 통역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 중국어 통으로 타이완의 국립정치대학을 졸업했다.그는 책에서 “한국 장·차관들이 한국적 상황만 생각하고 중국 장·차관들에게 함부로진한 농담을 일삼아 당황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7,500원●당신들의 대한민국(박노자 지음 한계레신문사 펴냄)=“냉소와 허무주의가 판쳤던 러시아의 대학생들과 다르게 한국의학생들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순진한 열정을 갖고 있었습니다.그러나 그렇게 경멸하는 정권과 이념을 강요하는보수적인 교수에게도 깍듯한 예절을 보이는 그들을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은 구 소련에서 태어나 한국 역사학을 공부하고 한국으로 귀화한 뒤,현재 노르웨이에서 한국학부교수로 재직중인 박노자 교수의 치열한 한국 비판이다.단순히 이방인의 한풀이가 아닌 ‘한국종교와 패거리 문화’‘대학,한국사회의 축소판’‘민족주의인가 국가주의인가’ 등을 주제로 부조리한 한국 사회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댄다. 8,500원
  • 한국의 아나키즘-이호룡 지음/ 지식산업사

    학문이 엄밀해질수록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다.국내 학계의 한국 근현대 사상에 대한 상상력은 빈곤하다.으레 ‘백(白) 아니면 적(赤)’ 혹은 ‘민족주의와 공산주의’가 있을 뿐이다.그만큼 사상사 조명이 불구였다는 말이다.빈 자리 가운데 하나가 ‘제3의 사상’이라 불리는 아나키즘(무정부주의)이다.그 역할이 작지 않았지만 간헐적 조명에 그쳤다. 이호룡 박사가 내놓은 ‘한국의 아나키즘’(지식산업사)은 이런 틈새를 메우려는 노력의 결실이다.박사논문도 ‘한국인의 아나키즘 수용과 전개’를 쓴 그는 사상의 다양성을 강조하며 아나키즘 연구를 한층 깊게 했다. 지은이는 먼저 1910년대의 역동성에 주목한다.이제까지의 연구가 민족주의에만 집중한 한계를 보는 데서 그의 연구는 출발한다.이 한계는 사회주의 수용 시기와 동기,공산주의 수용의 배경에 대한 기존 연구자들의 시야를 좁게 만들어 20년대의 사상 분화에 대한 오해를 낳았다고 이 박사는 보고 있다.이는 현재까지 이어져 근대 사상계의 흐름을좌우의 대립으로만 파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이런 문제의식에 바탕하여 저자는 한국인 아나키스트들의 사상을 생생하게 복원시킨다.19세기말에서 해방이후 분단정부의 수립까지 한국 중국 일본의 아나키즘을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공산주의가 부각하는 20년대초까지 한국 사회주의의 주류는 아나키즘이었다.이후 아나키스트들은 민족주의,공산주의와의 두 싸움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사상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그 원인으로 테러활동에 대한 탄압과 극단적 좌우대립을든 뒤 지은이는 내적 요인도 중요하다고 꼽는다.“개인의자율성과 창조성 강조,직접민주주의 제와 지방자치 제 등을 특성으로 하는 아나키즘이 통일 후 우리 민족의 새 사상을 정립하는 데 실마리를 준다”는 지은이의 지적도 시사적이다.1만9,000원. 이종수기자
  • [기고] APEC과 중국의 부상

    상하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무역자유화 및 세계경제의 조기회복 추진에 합의하고,반테러선언을 채택했다.지난 21일 폐막된 이번 APEC 회의의 키워드는 테러와 경기부양이었지만,또 한가지 눈여겨봐야 할대목은 중국이다. 회의가 열린 상하이는 중국 번영의 상징이다.덩샤오핑(鄧小平)은 문화혁명의 소용돌이에서 중국을 구했다.검은 고양이든,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좋다는 그의유명한 ‘흑묘백모(黑猫白猫)론’에 따라 중국은 지난 20여년간 개방·개혁노선을 추구해왔다. 세계은행(IBRD)은 중국경제가 구매력 기준으로 2010∼2020년 사이에 세계 최고수준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아화제가 됐다.최근 중국도 국력이 2020년쯤 미국을 앞지를것이라는 자체 평가서를 발표했다.실제 중국은 지난 20년간 개혁·개방노선에 따른 고도성장으로 미래의 경제대국으로 평가되고 있으며,21세기중 경제대국의 일원으로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인구 12억의 중국경제가 규모면에서 세계 1위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경쟁력·기술력 수준에서 초강대국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또한 중국이 경제대국이 되는 것은 세계자본주의 시장에 자신의 경제체제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연착륙시키느냐에 달려 있다.따라서 WTO 가입은 중국에는 매우 중요한 일보이다. 중국은 90년대 들어 고도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국방예산을 부풀리며 군사력을 현대화하고 있다.지난 10년간 중국의 국방예산은 거의 4배나 증가했다.중국 정부의 발표에따르면 90년대 들어 중국의 국방예산은 경제성장을 능가하는 연평균 13%대의 성장을 해왔다.최근 2년간에는 17%가넘는 성장률을 보였다.이같은 증가추세를 감안할 때 중국의 국방예산은 올해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추정된다.중국은 핵전력의 현대화와 장거리 투사능력을 갖춘 병기를 개발,도입하고 있다.최근 핵기술 유출을 둘러싸고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으며,중국 해·공군력 강화는 주변국들에 상당한 경계심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중국의 장래가 장밋빛만은 아니다.중국의 장래는 다원주의 체제를 어떻게 제도화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있다.아시아의 민주화에서 목격했 듯 경제성장에 따라 중국 국민들의 정치참여 욕구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공산당 일당체제로는 국민들의 다원주의적 정치요구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다.이와 관련,눈에 보이는 중국의 처방은 민족주의의 강화로 볼 수 있다. 민족주의 경향과 함께 중국의 외교노선에서 주목되는 점은 부국강병 및 세력균형,주권을 강조하는 19세기형 현실주의를 추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중국의 한반도정책은이러한 노선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중국은 한반도에서 특별한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특히 북한을 완충지역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강력한 중국의 등장이 통일을 모색해야 하는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심도있는 연구와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 덕 민 외교안보硏 교수
  • 대한매일 첫 발굴 항일독립운동사 2題

    ■단재 신채호선생 화장터 찾아냈다. [베이징·뤼순 김삼웅주필] 대한매일신보 창간 97주년을맞아 대한제국시대 본보의 주필을 역임한 민족주의 사학자단재 신채호선생의 시신을 불태운 화장터가 처음으로 밝혀졌다. 중국 뤼순(旅順)시 용하서(龍河西)삼리교(三里橋)부근의옛 화장터가 그곳이다. 뤼순감옥에서 시내쪽으로 1Km지점 8천여평부지에 자리잡은 건물에 일제가 감옥전용으로 설치한 화장장이다.당시의 건물이 퇴락한 채 남아있다. 잡초가 무성한 한켠에 세워진 화장장 건물 2동은 지금 건축 자재를넣어두는 창고로 변했다. 기자를 이곳에 안내한 반무충(潘武忠)대련뤼순 감옥 연구원(52)은 최근까지 일제 말기에 화장장에서 일해온 사람(중국인)이 살아 있었다고 증언했다. 일제는 뤼순감옥에서 옥사하거나 처형한 항일지사들을 이곳에서 화장하였다고 전했다. 단재에 앞서 안중근의사는 뤼순감옥에 갇혔다가 1910년 3월26일 형이 집행되어 순국했다. 안의사의 유해는 형무소공동묘지에 매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까지 유해를 찾지 못한 상태이다.안의사가 순국하고 8년후인 1928년 단재선생이 10년형을 선고받고 뤼순감옥에서 옥고를 치르다가 1936년 2월18일 뇌일혈로 의식을 잃고 2월21일 오후 4시20분 의식불명으로 유언을 남기지 못한채 이국땅에서 옥사하였다. 향년 57세. 단재는 다음날 오전 11시 뤼순화장장에서 한줌 재로 변해달려간 부인 박자혜여사와 어린 아들 수범 그리고 동지 서세충(徐世忠)에 의해 고국으로 운구되었다. 박자혜 여사가 1936년 ‘조광’제4호에 쓴 ‘가신 임 단재의 영전에’는 남편을 이국의 화장터에서 불사른 당시의 애틋한 정경이 그대로 전한다.(다음은 글의 뒷 부문) “지난 2월18일 아침이었지요, 아이들을 밥해 먹여서 학교에 보내려고 하는데 전보 한장이 왔습니다. 기가막힙니다. 무엇이라 하리까. 어쨌든 당신이 위급한 경우에 있다는 것이라 세상이 캄캄할 뿐이나 그저 앉아 있을 수가 있어야지요. 어떻게 되든 간에 수범이를 데리고 그날로 당신을 만나려고 떠났습니다. 뤼순형무소에 닿기는 그 이튿날-2월19일 오후 세시 십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벌써 의식을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15년이나 그리던 아내와 자식이 곁에 온 줄도 모르고당신의 몸은 푸르뎅뎅하게 성난 시멘트 방바닥에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었지요. 나와 수범이는 울지도 못하고 목메인채로 곧 여관에 나와서 하룻밤을 앉아서 새우고, 그 이튿날 아홉시 되기를 기다려 다시 형무소에갔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고 면회를 거절하겠지요. 물론 비참한 광경을 우리에게 보이지 않으려는 관리들의 고마운 생각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세상을 아주 떠나려는 당신의 임종을 보지 못하는 모자(母子)의 마음이 어떠하였겠습니까? 정말 당신은 2월21일 그날 오후 4시20분에 영영 가버리셨다고요. 당신의 괴로움과 분함과 설움과 원한을 담은 육체는 2월22일 오전 열 한시, 남의 나라 좁고 깨끗치 못한 화장터에서 작은 성냥 한 개비로 연기와 재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당신이여! 가신 영혼이나마 부디 편안히 잠드소서-”kimsu@. ■백암 박은식 서거 호외도 입수. 상하이 임시정부에 참여하여 임정기관지 ‘독립신문의 주필과 사장에 이어 임정 제2대대통령을 역임한 백암 박은식선생의 부고를 알리는 독립신문 호외가 처음으로 발굴되었다. 백암 선생은 대한매일신보 창간 직후인 1905년 본보의 주필을 역임하면서 민족정신을 고취하다가 강제합병직전에 중국으로 망명하여 독립운동과 역사연구에 생애를 바쳤다. 기자는 허중전(許中田) ‘인민일보’주필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중 베이징에서 지인을 통해 ‘독립신문’의 호회를입수했다. 대한민국 7년(1927)11월2일자로 발행한 이 호외는 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과 ‘독립신문’의 주필·사장을지낸 백암선생의 부음을 알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반 신문의 호외판형으로 앞면에 “전 임시 대통령 박은식 각하 서거”란 제목으로 “전 임시대통령 박은식각하께서 수월 전부터 노환으로 요양중에 계시다가 마츰내 약석(藥石)의 효(效)를 진(秦)치 못하야 작일 하오7시 상해 ○○의원에서 문득 서거하시니 향수가 67세시라.”란 부음 기사를 싣고 있다. 특히 이 호외에는 백암선생이 임종때에 남긴 ‘위촉(유언)’을 공개했다. 첫째, 독립운동을 하려면 먼져 전족적(全族的)으로 통일이 되어야 하고 둘째, 독립운동을 최고운동으로 하여 독립운동을 위하여는 어떠한 수단방략이라도 쓸 수 있는 것이고 셋째, 독립운동은 오족(吾族)전체에 관한 공공사업이니 운동동지간에는 애증친소의 별(別)이 없어야 된다는 우국충정의 유훈이 실렸다. 백암 선생의 서거를 맞은 임시정부는 최초로 장의를 국민장으로 할것임을 호외를 통해 밝혔다. 그러나 장례날과 장지는 미처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호외를 발행했음이 드러났다. 임정은 11월4일 국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유해를 상하이 정안길로(靜安吉路)공동묘지 600번지에 안치하였다.(현재 동작동 국립묘지 임정묘역에 안장) 백암 선생의 서거 소식이 전해지면서 ‘독립신문’이 11월11일자 전면에 추모특집을 꾸민 것을 비롯 중국의 ‘중화보(中華報)’, ‘상해화보(上海畵報)’등에서 선생의 죽음을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애도해 마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이상재·권동진·김성수등이 ‘고 박은식씨 추도발기회’를 결성하고 동아일보에서는 ‘곡 백암 박부자(朴夫子)’란 사설을 싣기도 했다. 1946년 대한매일의 전신서울신문사에서 백암 선생의 ‘한국독립운동지혈사’를 간행하였으며, 현재 대한매일과 도서출판 동방미디어의 공동작업으로 박은식·양기탁전집이 준비되고 있다. kimsu@
  • [名士의 책읽기] 김진선 前2군사령관 ‘호치민 평전’

    대한매일은 사회 각 분야의 명사들이 신간을 소개하는 ‘명사의 책읽기’ 코너를 신설했습니다.첫회는 호치민연구가로이름높은 김진선 전 2군사령관의 ‘호치민 평전’(찰스 펜지음,김기태 옮김,자인 펴냄)입니다. 호치민은 불란서 영국 중국 옛소련 홍콩 태국과 베트남 등을 돌아다니며 이름을 열 번이나 바꾸어야 했다.홍콩과 중국에서 감옥 생활도 보내는 등 베트남 독립을 위한 그의 생애는 고난의 여정이었다. 약소국의 지도자였기에 불란서와 미국에게 네번이나 피가끓어오르는 배신을 당한 후 내린 결론은 무력으로 이기는길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그러나 베트남인들은 맨주먹뿐이었다. 이때 그들은 호치민이라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쳤다.20세기 최강인 프랑스와 미국에게 차례로 군사적 승리를 거두고 지금의 베트남을 세우게 한 원동력은 호치민의 정의롭고순수한 정신과 베트남인들의 단결이었다. 지도자로서 그의 일생이 존경스러운 것은 그가 겪은 고난의 길이 단 한줌이라도 자신의 영광이나 명예를 위한 것이아니고 오직 베트남 민족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희생하고봉사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린이를 좋아하고 정감적이어서 흔히 세상에서 보는 정치인들처럼 혀끝이나 머리로 말하지 않았고 가슴으로 얘기한 사람이었다. 그가 공산주의 세력과 제휴한 것은 제국주의 시대의 산물로 어쩔 수 없었다.이 책은 그가 오직 베트남인의 자유와독립에 생애를 건 순수한 민족주의자였음을 밝히고 있다. 유서에서 ”나를 영웅으로 만들지 말라.나를 위하여 동상을 세우지 말라.내가 죽거든 화장하여 베트남의 남부 중부북부에 나누어 뿌려라.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자유와독립뿐이다.그들이 사라질 때까지 싸우라”고 했다. 또 주석궁이 호화스럽다하여 수리공의 집에서 살았으며 각료회의도 누각에서 했다. 그는 베트남 민족과 결혼하였다하여 79세의 총각으로 이세상에 자식도 재산도 보석도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 지금도 베트남 사람들은 정부에서 종용하지 않지만 그의시신이라도 보기 위해 줄을 지어 참배하고 있다. 그는 베트남이 군사적으로 미국에 승리하고 민족의 완전한 독립과 자유를찾은 것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베트남은 미국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강대국에 대항하여100% 군사적 승리를 거두었으며 호치민과 같은 훌륭한 지도자의 정신적 유산이 있는 나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나라에도 자기의 욕심과 개인의 명예를 100% 완전히 다 버린 호치민과 같은 순수한 지도자가나오기를 학수고대한다.백성이 그 얼굴만 보아도 사랑을 느끼고 진실을 볼 수 있으며 일할 기분을 느끼게 되는 그런지도자가 나왔으면 좋겠다.아무 것도 가지지 않고 빈털터리로 왔다가 빈털터리로 돌아가는 호치민과 같은 지도자를 보고싶다. 작은 체구이지만 순수성이 태산도 머리를 숙이게 한 호치민,그의 지도자 상에 경의를 표한다.
  • ‘역사’를 갖지 못한 여성들의 삶

    “에미를 원망치 말고 사회제도와 도덕과 법률과 인습을원망하라.네 어미는 과도기에 선각자로 그 운명의 줄에 희생된 자이었더니라.”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이 자식들에게 남긴 유언 아닌 유언이다.출구 없는 미로와 같은 막막한 상황에서 그는 사회와 어울리지 못 한 채 행려병자로 삶을마감했다. “집을 떠난 ‘노라’에게 가능한 미래는 창녀 아니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 양자택일 뿐”이라고 중국 작가 루쉰은 말했지만 나혜석은 창녀가 될 수도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주류(主流)의 역사 밖에 놓인는 여성들의 삶.그것은 아직도 ‘역사’라는 이름을 갖지 못하고 ‘사건’속에 파편으로 존재한다. 최근 출간된 ‘20세기 여성 사건사’는 이러한 여성들의역사를 어떻게 다시 쓸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총체적인 여성의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사건사’라는 접근법을 택했다. 지은이는 권김현영 소현숙 박정애 등 여성사 연구모임 ‘길밖세상’의 멤버들.27개의 사건들을 사회적·역사적맥락에서 재구성 했다. 조선에서 처음으로 단발을 감행한 여성인 한남권번 기생강향난,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며 한밤중에 평양 을밀대위에 올라가 농성한 평원고무공장 노동자 강주룡,작가 김유정이 사랑한 여자였던 당대의 명창 박녹주 등 20세기 초 잊혀져가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생생한 역사로 되살아난다. 책의 초점은 한국사회에서 ‘성별 정치학’이 어떻게 여성의 삶을 왜곡해 왔는가를 살피는 데 맞춰져 있다.전쟁미망인의 정조가 우려돼 미망인의 재혼을 권장했던 50년대우리 사회 이야기는 쓴웃음을 자아낸다.또 일탈한 여성의응징을 외치게 만든 자유부인 논쟁이나 “법은 순결한 여성의 정조만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명언(?)을 남긴 박인수사건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다시금 짚어보게한다. 하지만 저자들은 근대는 남성의 것이라는 ‘선험적인’ 믿음이 그대로 굳어지는 것을 경계한다.그것은 결과적으로여성비관주의를 낳고 여성이 쌓아온 경험을 역사화하려는여성사의 이론적 전망을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다. ‘근대 여성교육의 시작에서 사이버 페미니즘까지’라는부제대로이 책은 20세기 여성 사건사를 폭넓게 다룬다.그러나 저자들 스스로 인정하듯 역사의 장에 제대로 자리매김돼야 할 의미있는 사건들이 빠졌다.‘김활란’을 둘러싼 여성주의와 민족주의의 관계,여성들의 정치적 주류화를향한 노력,90년대 이후에 등장한 레즈비언 조직 등이 그것이다.여성신문사 펴냄. 김종면기자 jmkim@
  • [기고] 右로 휘는 일본

    98년 10월8일 한국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 총리는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서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하여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준 데 대하여사죄하고,앞으로 양국이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 우호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하여 서로 노력하자고 다짐했다.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한·일 양국간에 새로운 선린관계를 수립하자는 약속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일본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일본 역사교과서 검정에서 과거와 같이 편파적이고 고압적으로 서술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교과서를 합격시키지 않았는가? 이것은 신의를 저버리는 일이다. 불과 3년이 지나기 전에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행위이다. 어찌 한국국민이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새 모임’의 일본 중학교 교과서는 민족주의에 가탁(假託)하여 한국사를 폄하하고 일본의 잘못을 호도하는 내용으로 가득 채워졌다.‘침략’을 ‘진출’로 바꾸는가 하면 만행의 상징인 군대위안부 문제를 삭제하고,임나일본부설을추인하는가 하면 임진왜란과 합방의 책임을 한국에 돌렸다. 정부의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대책반’에서 검토된 문제항목을 추리고 추려도 35개가 나왔다. 서술의 흐름이 거의아시아의 모든 역사를 일본이 주도한 것처럼 되어 있고, 승리한 전쟁사와도 같다. 그러면 이러한 역사교육의 내용이 일본에게 도움이 되는것인가.일본의 청소년들이 과거의 잘못을 바로 보지 못하고,우쭐한 기분으로 또다시 아시아의 평화를 저해하는 사고를한다면 일본은 물론 인류의 불행을 자초할지도 모른다. 20세기가 갈등과 전쟁의 시대였다면,21세기는 화해와 협력의 시대이다.지금 세계는 지역단위로 단결하는 추세이고 이미 유럽연합(EU)과 아시아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열고 있다. 아시아가 단결하기 전에 EU와 연대하는 것은 기현상이다.아시아가 단결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일본의패권주의로의 회귀이다. 한·일 파트너십 선언에서 두 나라의 결속을 다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다시 과거로 회귀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시대적으로 아시아의 결속이 필요한데 왜 반대로 나가는지 모르겠다. 물론 모든 일본 사람이 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선량한 일본인들은 교과서 왜곡사건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그러나 극우세력이 성장하고, 일본의 자존심을 되살리기 위해 정부도 이를 음성적으로 지원하는 것 같다. 일본 사회의 분위기가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 든다. 평화헌법을 고치자 하고,평화유지군(PKO)의 출병 가능성을거론하며 신사참배를 공언하고 교과서를 뜯어고치려고 한다.식민지배를 경험한 아시아 제국들은 이러한 일본사회의 우경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미국이 일본과 협력하여 중국을 제압하려는 데도 이유가 있다.이것은 신냉전을 초래할지도 모르고,그 결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장래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한국이 교과서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도 이러한 위기의식때문이다.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좀더 냉철한 판단이 필요할 것 같다.그것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하는일이기 때문이다.양식 있는 일본인들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 △ 이성무 국사편찬위원장
  • 美·日 우경화… 한반도 ‘냉기류’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의 대외정책이 급변하고 있다. ‘강한미국’을 표방한 미 부시 행정부 출범에 따른 동북아지역의역학관계 변화에 촉각이 곤두선 가운데 일본의 역사교과서왜곡사건과 ‘집단적 자위권’ 부활 움직임을 계기로 역내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주변정세 변화에 따라 우리 정부도 4강의 외교전략를 정밀하게 재점검,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미·일의 우경화 경향/ 최근 동북아지역에서 가장 두드러진현상은 미국과 일본의 우경화 경향이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자민당정조회장의 ‘자위대 한반도 파병 가능성’ 언급 등 극우보수파의 움직임은 동북아지역에 미묘한 긴장감을 불러오고 있다.자민당 총재 경선에 나선 후보들이 일제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A급 전범들의 위패가 있는 도쿄의 야스쿠니(靖國)신사를 공식 참배하겠다고 나선 것도 선거전략의 차원을 넘어선 이상기류다. 외교통상부의 고위당국자는 “자위대의 한반도 파병 가능성언급 등 최근 일련의 우경화 움직임은 1868년메이지유신과45년 패전 이후 평화헌법 도입에 이은 ‘제 3의 개국(開國)’이라고 일컬을 만큼 정치·사회적 영향이 심대하다”고 말했다. 미 부시 행정부가 내건 강경한 외교정책은 한반도 주변 4강의 역학관계에 최대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부시의 안보담당 보좌관인 콘돌리자 라이스와 미 무역대표부 대표 로버트 죌릭 등이 미국의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압도적 군사력’의 확보와 사용을 공화당 외교정책의 기본원칙으로 천명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최근 미군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의 충돌을 둘러싼 양국의힘겨루기는 ‘군사력 우위의 국익추구’라는 부시 행정부의외교정책 기조가 동북아지역의 외교무대에 본격 투영된 사건으로 볼 수 있다. ■4강의 패권 경쟁/ 부시 행정부는 미국의 세계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의 적극 추진에서 보듯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 일본내 우경화 조짐도 미국의 동북아지역 외교전략과 함수관계를 맺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주의강화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는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의 강화라는 미국의 입장과정면으로 배치된다. 민족주의 색채가 짙은 러시아의 푸틴 정부도 대륙간 철도문제나 대북관계 개선 등을 통해 역내 영향력 확대와 발언권강화를 꾀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한반도가 엄청난 격랑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있다”며 “철저한 대비와 전략적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북아지역의 패권을 차지하기위한 4강의 동상이몽(同床異夢)에서 한국 정부의 외교력이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박찬구기자 ckpark@
  • 역사왜곡 日교과서 검정통과 파장/ 수정부분과 문제점

    3일 발표된 2002학년도 일본 중학교용 8개 역사교과서 검정결과 가장 문제가 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측 교과서(후소샤·扶桑社) 발행내용 일부가 수정·개선되기는 했으나 자국중심주의적 식민사관에 입각한 역사전반의 왜곡된 시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점 검정후의 ‘모임’측 교과서는 종군위안부 문제를 한줄도 다루지 않는 등 일제의 가해행위 사실을 최소화하고 있다.조선의 군제 개혁지원을 조선의 근대화와 독립을 위한 것으로 기술하는 등 기본적으로 보수·우익적 사관에 사로잡혀 있다. 일본의 대외 팽창정책과 침략전쟁은 긍정적으로 서술한반면 일본에 불리하거나 부정적인 사실은 외면하기 일쑤다.일본의 우월성을 부각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타국의 역사는 자의적으로 폄하하고 있다. 야마토 조정의 ‘임나’ 경영을 사실인 양 크게 취급하고러일전쟁·태평양전쟁을 일본이 황인종을 대표해 백인종과 싸운 것으로 왜곡했다.또 ‘대동아전쟁’이란 용어를그대로 사용하는가 하면 이 전쟁의 목적이 아시아를 구미의 지배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즉 한국과 중국 등이 강력하게 항의한 부분은 표현의 강도나 문구 일부 등을 수정·개선하되 기본적인 역사인식은철저히 고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종군위안부 문제는 기존 7종 교과서도 이전보다 대폭 축소해 다뤘다.오사카(大阪)서적 등 4개 교과서가 이부분을 삭제했고,데이코쿠(帝國)서원·시미즈(淸水)출판등 2개 교과서는 ‘강제성’을 모호하게 하거나 완화해 표현했다. 일본측은 이에 대해 중학생에게 종군위안부 문제를 가르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집필자 스스로의 판단이라는 설명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니혼(日本)서적은 유일하게 이전 교과서보다 ‘강제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 중학교 역사수업 시간이 주 4시간에서 3시간으로 단축됨에 따라 8종 교과서 모두 현행 교과서에 비해 한국 관련 내용이 전반적으로 축소·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정된 부분 ‘모임’측 교과서 검정 신청본에 들어있던‘한반도는 일본에 끊임없이 들이대고 있는 흉기’ ‘일러전쟁에서의 승리에 의해 중국이나 조선 등 아시아제국이근대국가를 지향하는 민족주의에 처음으로 눈을 떴다’는등의 극단적이고 자의적인 문구가 삭제됐다. 또 ‘한일합방’대목에서 ‘국제관계 원칙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부분은 ‘무력을 배경으로 한국내 반대를 누르고 병합을 단행했다’는 표현으로 대체했다. 일본의 만주점령·중국침략·태평양전쟁 등과 관련한 정당화·미화 부분도 상당 부분 삭제되거나 완화됐다.토지조사의 강제성과 황민화 정책,조선인의 반발,강제동원 등 식민지 지배 당시의 가혹 행위도 일정 부분 보완했다. 기존 7종 교과서에서는 강화도조약 체결의 강제성,한일합방과 한국인의 저항,식민지 시대의 가혹 행위,3·1운동 피해,관동대지진 피해 등 한국인 관심 부분이 이전보다 추가됐으나 완곡한 표현이 주를 이뤘다. 일부 교과서는 역사인식의 중요성(日本書籍·帝國出版)을강조하고, 대동아공영권 구상의 허구성(日本書籍)을 폭로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순녀기자 coral@
  • [2001 남북한 주변4강] 흔들리는 일본(상)방향타 없는 대외정책

    *‘지도력 不在’ 日, 경제·외교 최악. 일본이 흔들리고 있다.정치는 실종되고 경제도 위기다.미국 새 정부의 출범으로 동북아 지역에서 격랑이 예고된 가운데 구심력을 잃은 일본이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대한매일은 ‘긴급점검 2001 남북한·주변4강’시리즈의 마지막 순서로 일본의 대외 정책과 북·일 수교전망,한반도 주변 4강의 역학관계를 집중 점검한다. [도쿄 황성기특파원] 지금 일본은 지도력 부재(不在)의상황이다. 거품경제 붕괴 이후 최악의 경제난까지 겹쳤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의 4월 퇴진을 앞두고 ‘포스트모리’를 다투는 밀실의 국내 정치만 무성하다.국제 정치의 방향타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가늠키 어렵다. 모리 총리의 미국 방문을 두고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시간 낭비”라고 헐뜯었다.리더십을 잃은 모리가 조지 W부시 미 대통령과 무슨 알맹이 있는 얘기를 하겠느냐는 회의론 때문이었다. 모리 외교의 자문역인 한 대학교수는 “에히메마루 실습선 침몰사고건 말고는 모리 총리가 미국에 말할 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충고했을 정도였다. 다행히 양국 정상회담에서 일본은 ‘미·일 안보동맹의강화’라는 원칙적인 지지를 얻어냈다.일본은 클린턴에 이은 든든한 동맹 관계를 재확인했다.모리로서도 체면치레는한 셈이다. 그러나 그 뿐이다. 안개 속에 가려져 있는 미국의 대북(對北)·대중(對中)정책,지난해 10월 이후 중단된 북한과의 수교협상,북방영토 반환에 대한 러시아의 어정쩡한 자세,순조롭지 못한 중국과의 관계 등 외교만을 놓고 볼 때 일본으로선 뭐하나뜻대로 되는 게 없다.더욱이 4월3일 역사교과서 검정결과발표 이후 한국·중국과의 외교마찰도 불 보듯 뻔한 상태다.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다쿠쇼쿠(拓植)대학 교수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3국의 공조강화를 약속한것은 좋은 의미로 평가할 수 있으나 북한에 어떻게 대응할지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말했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그 일부인 대한반도 정책이확정될 때까지 일본도 미국 눈치를 보며 포용정책에 대한지지,한·미·일 공조를 유지해 나가는 방법 외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26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그룹(TCOG)은 3국의 공조를 확인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미국이 과거와는 달리 중국을 미래의위협으로 인식하고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다.이런 맥락에서 미국은 일본에 동북아에서의 역할 증대를 요구하고,일본도 이를 적극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케사다 히데시(武貞秀士) 일본 방위청 방위연구소 제3연구실장은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강대국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일본은 점점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없다”면서 “3∼5년 후 안전보장 분야에서의 협력강화가미·일관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역할 증대는 동북아에서의 새로운 긴장을 초래할수 있다.일본 군비증강을 용인하는 미국과 재무장을 가능토록 헌법을 개정하려는 일본 우익세력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 동북아에서 ‘힘의 균형’이 깨질 가능성은 얼마든지있다. 힘을 키워가는 일본에 맞서기 위한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나아가 북·중·러의 3각 연대체제 정립의 대결구도도예견되는 대목이다.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와도 영토반환 문제로 갈등의 골이 쉽게 메워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본의 대중,대러 정책은 선택의 폭이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일본의 예상되는 변신 속에서도 한반도 3대 원칙에는 큰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들의 일치된 시각이다.먼저 남북 통일문제는 한민족끼리 해결해야한다는 ‘통일 불간섭 원칙’은 일본 정부가 계속 지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또 북한과의 수교협상은 65년의 한·일기본조약을 기초로 한다는 원칙도 일본 국민의 여론이 바뀌지 않는 한 변경하지 않을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긴장완화와 관련한 안보정책 수립 때 미·일안보조약에 반하는 한반도 정책은 취하지 않는다는 원칙도지켜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본은 한국이 미·일과의 연대 틀에서 비켜나 러시아,중국에 ‘윙크’를 하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가 다각도의 외교채널을 통해 이런 의구심을 해소해줄 필요는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marry01@
  • [다가오는 시베리아](3) 교통 요지 우수리스크·포시에트

    연해주 남부의 지역 철도들이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만나는 교통요지 우수리스크역은 최근 물동량 증가로 부쩍활기를 띠고 있다. 시베리아 내륙에서 아름드리 원목과 철강재,원유 등을 싣고 남부 항구로 달려오는 화차들과,항구에서 시베리아로떠나는 컨테이너 적재 화차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철로를 어지럽게 교차한다.내리막길을 걷던 러시아 경제가 지난해 668억달러 흑자로 돌아서는 등 소생조짐을 보이며 물동량도 늘고 있다고 블라디미르 브레지네프 연해주 상공회의소 회장은 말했다. TSR는 우수리스크를 지나 종착역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고 이 곳에서 북한 접경지역 하산이나 상업항 나홋카로 가려면 지역철로 갈아타야 한다. 블라디미르 스테그니 연해주 부지사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동쪽의 나홋카,서쪽의 포시에트,자루비노 등의 항구를 묶어 중국 홍콩∼광둥성 연안의 무역벨트처럼발전시키겠다”고 설명했다.중국과 한국,일본을 항구와 배로 이어 삼각무역을 활성화해 부의 원천으로 활용하겠다는생각이다. 남북화해 분위기와 중국경제의 급성장속에 잊혀졌던 두만강개발계획과 포시에트,자루비노 등 러·중·북한 세나라접경 항구들의 중요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이광희(李光熙) 블라디보스토크 관장은 “일본 게이단렌(經團連)은 러시아 연방정부의 투자보장만 이뤄지면 자루비노 항만시설 확대에 4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일본은 중국 동북3성 진출도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전경련도 지난 23일 관련 투자조사를 위한 북한방문 의사를 밝혔다. 연해주 남단 끝,북한의 나진항을 마주보는 포시에트항의물동량은 연간 100만∼130만t.작은 어촌을 연상시키는 포시에트는 북한 국경에서 25㎞ 떨어져 있다.포시에트에서 40㎞ 북동쪽에 있는 자루비노항은 접안수심 11m의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으나 물동량은 연간 120만t 규모에 불과하다.두 항구는 두만강개발계획의 핵심 대상이다. 항구 뒤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평야와 구릉지대는 일제때 착취를 피해 이주했던 한국인들이 논으로 개간했던 곳이다.함경도 어부들이 19세기 중엽 이후 많이 이주를 했던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 명령으로 18만명의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로 떠난 뒤 돌보는 이없는 황량한 갈대밭과 황무지로 남아있다.광활한 대지가개발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투자자본 마련이 숙제다.우수리스크에서 자루비노,포시에트까지 자작나무 숲을 뚫고 낸 290㎞의 길도 3분의1만 포장됐을 정도로 아직 낙후됐다. 다른 러·중 접경지대처럼 우수리스크와 하산지역은 최근 ‘중국 물결’속에 살고 있다.러시아인들은 “중국인들이몰려오고 있다”고 경계섞인 탄성을 지른다.“중국산 아니면 러시아인들은 발가벗고 살아야 된다”는 말이 유행할정도다.우수리스크 외곽의 중국인 시장은 이런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파는 물건은 중국산 농산물과 의류 등소비재 상품.값싼 중국산 보드카도 있다.농산물 가게만 200여곳.쌀,밀,채소,과일 등이 진열돼 있다. 3년전부터 우수리스크에서 장사하고 있다는 조선족 이송림(李松林)씨는 “이익이 쏠쏠해 못떠나고 있다”며 “조선족도 많다”고 말했다.중국 수이펀허 출신상인 왕밍창(王明昌)씨는 “일부 중국인들은 이곳에서 돈을 벌어 아파트를 사서 정착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우수리스크에 수만명의 고려인·중국인이 몰려있고 무역회사가 집중되는등 러·중 무역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다.중국인들은 러시아인을 고용하고 시장을 장악하는 등 경제패권을 확장해나가고 있다.이들은 “중·러 국경에 높은 철조망이 쳐져 있지만 하나의 생활권으로 통합되는 것을 어떻게 막겠느냐”고 으쓱해 한다. 상품과 함께 밀려드는 중국인 불법이민 때문에 연해주에서는 동양인에 대한 불시 검문이 다반사다.여권을 휴대하지 않고 다니다간 불시 검문에 걸려 경찰서까지 끌려가기도 한다.최근에는 중앙아시아의 민족주의로 살곳이 없어진고려인들의 유입도 늘고 있다.중국세력의 거센 유입과 고려인의 회귀추세속에 연해주 남부 국경지대는 다시 기지개를 켜며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우수리스크(러시아) 이석우특파원 swlee@. ■테키에프 베르쿠르트사 회장 인터뷰. 북한의 함경북도와 맞닿은 연해주 국경지대에서도 러시아경제계에 불고 있는 30대 ‘맨손 신화’는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 유통·관광업체 베르쿠르트사의 회장 잠불라트 테키에프씨.35세인 그는 93년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도 안돼지역명망가 반열에 올라섰다.자루비노항이 민영화되자 250만달러를 투자,51%의 지분을 확보해 운영권을 거머쥐었고여객화물 운송과 관광·건설업,호텔운영 등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자루비노∼부산간의 컨테이너 수송,국내 동춘항운과 함께한국인 대상의 중국령 백두산관광 사업도 진행중이다. 속초에서 출발하는 백두산행 한국관광객들이 첫발을 내딛는곳도 베르쿠르트사 소유 부두다. 해마다 6,000∼7,000명의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5,000명 가량의 러시아 관광객을 중국 등으로 보내고 있다.그의 명함 한면은 영어,다른 쪽은 중국어로 돼 있다.사업초기 농수산물 유통업과 중국인 관광객 유치로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벼락 성공’의 비결을 묻자 “민영화 변혁속에서 국경지역 유통·관광의 성장가능성을 읽은 것”이라고 말했다.그의 계획중 하나는 조·러 국경지대에 골프장,수렵장을 만들어 한국 일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다.그는 “북한측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며 추진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하산군수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정계 진출도 노리고있는 그는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물동량 증가로 연해주국경지대와 남부 항구들의 주가도 따라 올라갈 것”이라며“자루비노항을 극동의 홍콩으로 만들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자루비노(러시아) 이석우특파원
  • [기고] 獨·日의 독특한 역사교육

    21세기는 무언가 새롭고 희망찬 세계가 전개되리라고 생각했다.한국 사회는 더욱 그랬다.하지만 또다시 일본의 역사교과서가 과거 식민사관에 입각한 침략주의로 회귀하는 것을보고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강경한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언론도연일 일본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 스스로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몇 가지사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한국바로알리기사업팀에서 각국 역사교과서의 한국관련 내용을 연구한 적이 있다.지난 99년 일본역사교과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과거에 비해 어느 정도 교과서 서술의 내용이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었다.물론 전반적인 교과서 서술의 경향이 크게 개선된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일본은 최근 이같은 사실을 십분 이용하고 있다.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주축으로 한 역사교과서의 우경화의 심각성에도 불구,과거의 개선된 내용만을 크게부각시키는 데 열중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 역사교과서 학술회의에 참석했던 중국학자가 “어느한 국가가 일대 일로 대응하기보다 주변국들이 함께 연대해일본에 맞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일본의 이같은 태도에서 나온 말이다. 그렇다면 일본 역사교과서 서술 경향은 왜 바뀌기가 어려운가.일본을 독일과 비교해 보면 역사적으로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두나라는 근대 산업사회의 진입에 뒤늦게 뛰어들었다.빠른 시간안에 산업화를 이루기 위해 민족주의와 군국주의가 보다 성행할 수밖에 없었다.교육적 측면에서는 국수주의적인 역사교육의 강화로 나타났다.이런 상황은 제2차 세계 대전으로 연결되게 됐다. 전쟁에서 승리한 연합국에서는 전범국인 독일과 일본에 대해 배상금 등의 다양한 전쟁 책임을 물었다.또 교육적 측면에서는 사회과 교육에서 평화를 애호하는 민주시민 양성교육을 강화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 독일이나 일본은 연합국의 다른 많은 조건들은 수용했다.하지만 국가 발전의 생명력인 교육은 연합국의 요구조건을 겉으로만 들어줬을 뿐 실질적·내용적으로는 자기 나라의 실정에 맞는 교육을 고집했다. 특히 독일은 현대사 중심의 역사교육에서 독일 통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독일 통일을 앞당기게 한 원동력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됐다.주목할 것은 한국의 교육이다.한국은 침범국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해방되자 연합국측인 미국의 사회과교육에서 강조하는 민주시민교육 양성에 초점을 두게 됐다. 한때에는 국사교육이 강화되기도 했으나 국수주의적인 요소가 강하게 작용돼 올바른 역사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또인문학의 위기를 맞으면서 역사교육은 약화되고 있다. 현재 21세기의 국가 경쟁력인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국가 정신이 뒷받침돼야 한다.이미 선진국들은 역사교육을 강화하고있는 추세에 있다.일본 역시 이런 추세 속에서 근·현대사중심의 역사교육을 강화,역사 왜곡현상을 빚고 있다. 때문에 일본에 대한 강경 대응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도 일본의 침략과 서구열강의 침략을 다루고 있는 근·현대사와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역사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점이다.역사교육 강화는 겉으로 평화와 화해를 표방하면서 안으로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세계의 추세속에서 우리,한국인이 살아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중요한 구심점이 될 것이다. △정영순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 日우익 “우향우”귀 솔깃하는 列島

    일본 열도에서 우익의 목소리가 ‘주류’의 위치로 당당히들어서고 있다.최근 도쿄 거리에서는 ‘패전 후 잃어버린 역사를 되찾자’는 등의 주제로 보수주의 단체들의 집회가 자주 열리고 있다.인터넷에서도 ‘히노마루’‘기미가요’ ‘종군위안부’‘태평양전쟁’ 등을 주제로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우익성향의 발언을 하는 정치인들의 인기가높아지고,학계에서도 우익계 지식인들이 주목받고 있다.지금까지 ‘소수의견’으로 치부되던 극우단체들의 민족주의 목소리가 경기침체와 정치에 대한 실망으로 가득한 일본 국민들 사이에 소리없이 퍼져나가고 있다.젊은이들 사이에서도“패전국이었기 때문에 민족교육이 모자랐다”는등 애국심을 자극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익단체는 900여개.회원수로 따지면 1만명 정도 된다.가장 큰 단체로는 일본국수회,일본청년사,대일본충성동지회,정기숙,히노마루청년대,대일본애국당,국방정신대 등이다. 최대 규모인 대일본애국당은 회원수가 8,000명에 달한다.창설자는 2차대전 전 국회의원을 지낸 아카오 빈(赤尾敏).이들은 다른 단체들과 함께 협력체를 이루기도 한다.청년사상연구회,전일본애국자단체회의 등이다.이들은 소수이지만 정계·야쿠자 등과 연계해 영향력을 증폭시킨다.또한 정치결사로 등록돼 정치모금이 가능하다. 우익단체는 가두활동을 벌이는 행동우익과 이론·사상 연구에 중점을 두는 우익으로 나뉜다.최근에는 ‘반미·반체제’를 이념으로 하는 ‘신우익’이 등장했다.폭력단체 우익도 많다.이들은 기업공격,정치자금 모금,민사소송 개입,기관지 판매 등으로 경비를 충당한다. 우익화의 기수역할을 하는 것은 정치권.지난해 말 자민당의 하시모토(橋本)파는 ‘군대 보유 및 교전권을 허용하고 일황을 국가원수로 한다’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을 내놓았고,지난 10일 자민당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 전 간사장은 “일본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 언론들도 가세하고 있다.산케이(産經)신문은 ‘일본젊은이에게 일본의 역사,전통을 새롭게 가르쳐야 한다’는등의 글을 연일 싣고있다.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의 반미·반중국론에 관한 저서 ‘아메리카 신앙을버려라’‘승리하는 일본’이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했다. 우익계 지식인들의 그룹인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펴낸 왜곡 역사 교과서는 수정작업을 마쳤기 때문에 2002년부터 새로운 역사 교과서로 채택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과격 우익단체들은 ‘일인일살(一人一殺)을 내걸고테러도 불사한다는 기세다.이런 분위기 때문에 역사왜곡을우려하는 양심적인 지식인들의 목소리는 설 곳을 잃어가고있다. 이진아기자 jlee@
  • 인류 대이동 드라마 쓴 몽골리안

    수만년전 내륙아시아에 깃들어 살던 원시인들이 사냥감을 쫓아 북단의 시베리아로 흘러든다. 이어 동쪽 해안까지 가로지른 뒤 베링해를건넌 이들은 아메리카 대륙을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내리닫는다. 이같은 장대한 인류 대이동 드라마를 써내려간 이들,바로 몽골리안들이다. KBS-1TV가 6일 첫 전파를 쏠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몽골리안 루트’는 몽골리안의 전세계 확산 경로(루트)를 추적,흔적조차 희미해진 선사시대 문명확산의 스펙터클을 복원하려는 기획.10여년된 구상을 제작기간 3년6개월,총 제작비만 10억원을 들여 8부작으로 다듬어낸 KBS다큐멘터리팀 야심작이다. 몽골리안이란 유럽인종,아프리카인종과 대별되는 계통.우리 민족을비롯한 아시아인,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을 한 인종으로 묶는 핏줄이다.아시아 내륙을 발화지점으로 시베리아와 신대륙까지 들불처럼 번져나간 이들의 대이동사는 유럽,중국 등 정주문명권이 패권을 쥐면서 홀대돼온 게 사실.‘…루트’의 감상포인트라면 인류학적상상력속에만 남아있던 몽골리안의 전세계 확산가설에다 방대한 자료수집과 과학적 접근으로 구체적 실체를 부여했다는 점일듯 싶다. 화요일마다 한편씩 안방을 찾을 ‘…루트’는 크게 두개의 키워드를둘러싸고 전개된다.첫번째는 확산 드라마.혹한 적응과정에서 작은 눈,튀어나온 광대뼈 등 고유형질을 획득한 몽골리안들이 북으로는 시베리아 등 툰드라지대,태평양을 건너서는 북미·중남미까지 퍼져나가톨텍,아즈텍,마야,잉카 문명을 잉태하는 과정이 1∼4부에 걸쳐 그려진다.또 하나의 대주제는 유목문화.초목성 스텝기후 확산의 여파로문화접합 끝에 알타이 기마 유목민으로 변신한 북방계 몽골리안들이로마·중앙아시아·터키는 물론 헝가리·이집트까지 넘나들며 정주문명과 교접하는 과정을 5∼8부에 담아낸다. 30일 KBS국제회의실에서는 ‘…루트’ 첫회분인 ‘툰드라의 서곡’시사회가 열렸다.시베리아 야쿠츠크 에벵키족 사슴사냥꾼의 행로를큰 액자삼아,북방계 몽골리안의 착근과정을 기술혁명,유전학,정신세계 등 여러모로 훑어내렸다.구석기혁명을 배태한 세형돌날에 대한 심층분석,토템숭배의식 곰희생제 화면 등이 도드라졌다.절대적 자료부족때문에 컴퓨터 그래픽에 어쩔수 없이 의존,유장한 맛을 끊어먹는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으나 두달간 지켜보는 것이 아깝지 않을 세기와공력이 엿보였다. 제작을 맡은 진기웅 PD는 “프로에 대한 일부의 민족주의적 요구를알고 있지만 우리는 민족의 뿌리찾기,과거의 위대한 유산 재조명 등의 접근은 하지 않았다.잊혀졌던 인류사의 드라마를 되짚어보며 과도한 서양사 의존에서 벗어나 역사적 균형감각을 되찾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루트’는 일본,싱가포르 등과 10만달러 상당의 수출가계약이 체결돼 있으며 미주로도 수출이 타진되고 있다. 손정숙기자 jss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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