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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아소는 민족주의자 아닌 종속주의자”

    “日 아소는 민족주의자 아닌 종속주의자”

    “고이즈미와 아베, 후쿠다 전 총리 등은 ‘민족주의자’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정치적 수사일 뿐 실제론 일본 사회를 미국에 자발적으로 종속시키려는 ‘종속주의자’에 불과합니다. 아소 다로 차기 총리 역시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고이즈미 기점으로 대미 종속화 가속 일본 전문가인 개번 매코맥(71) 호주 국립대 명예교수는 24일 서울 한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일본, 허울뿐인 풍요’‘범죄국가, 북한 그리고 미국’ 등의 저서를 펴낸 매코맥 교수는 신작 ‘종속국가 일본’(창비)의 한국어판 발간에 맞춰 서울에 왔다. 그는 고이즈미 체제를 기점으로 일본의 대미 종속화 경향이 가속화됐다고 진단한다. 정치, 경제, 안보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미국의 요구를 무제한 수용함으로써 국가 전체를 신자유주의적, 대미의존적으로 개조하는 개혁을 7년간 추진해 왔다는 것이다. 그 결과 대내적으론 경제불황과 사회불안정을, 대외적으론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국제사회 신뢰 하락이라는 악재들을 불러 왔다. 특히 최근 미국이 북핵 6자 회담 등에서 일본을 제치고 중국과 더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일본 정치권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고 매코맥 코수는 설명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이명박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와 고이즈미식 개혁정책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일본은 전후 일·미 동맹을 통해 경제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이득을 얻었지만 한국은 동북아 국제질서 재편 시기에 이미 쇠퇴의 길에 접어든 미국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대미종속 극복할 경험 지녀 그러면서 “한국은 1987년 민주화운동을 통해 대미종속을 극복할 만한 역사적 틀을 만든 경험이 있는 만큼 신자유주의가 근본적인 위기를 맞은 지금, 이를 극복할 대안 체제를 모색하는 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대미의존도가 높고 미 군정기를 경험했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되는 지점이 없지 않다. 그는 “고이즈미 전 총리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항상 부시보다 짧게 말했고 새로운 발언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반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나름대로 할 말은 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이는 한국과 일본의 대미 종속도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한·중 지도자 포럼] “韓·中 경제·안보 협력 제도화 머리 맞댈때”

    [한·중 지도자 포럼] “韓·中 경제·안보 협력 제도화 머리 맞댈때”

    한·중 정상이 지난 5월 베이징에서 합의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는 어떻게 구체화되고 있나. 한·중 수교 16년.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 경제관계를 넘어 정치·안보 분야까지 발돋움하려는 양국 관계의 현안 및 동북아 정세를 쉬둔신(徐敦信) 전 주일중국대사와 김한규(전 총무처장관) 21세기 한·중교류협회 회장을 통해 짚어봤다.‘한·중 지도자포럼’ 참석을 위해 22일 서울에 온 쉬 전 대사는 23일 서울 프라자호텔 귀빈실에서 김 회장과 대담을 가졌다. 1 한·중관계 김한규 회장 지난 16년 동안 두 나라는 교류확대를 통해 동반상승의 기회를 누렸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를 통해 이익의 공통기반을 넓혀나가야 할 때다. 쉬둔신 전 대사 한국이나 중국 모두 이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다. 전략적 관계는 몇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양자를 넘어서 동북아 및 국제무대에서 전략적 의의를 지닌 대화상대로 인정했음을 의미한다. 또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 신뢰도 목표로 한다. 기회를 나누며, 도전과 어려움을 함께 대처하는 동반자다. 두 나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 없는 그런 관계가 됐다. 전략적 관계의 많은 발전 여지가 남아 있다. 김 회장 두 나라는 한반도와 양자 관계를 넘어 지역 및 국제무대에서 현안의 해결책을 함께 찾고 같이 대처하는 사이가 돼야 한다는 데 양측이 의견을 접근하고 있다. 식량난, 석유 고갈 및 에너지 수급, 기후변화, 테러리즘 등에 대한 공동 대처를 위한 각종 협력들이 진행 중이다.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을 위한 각종 노력도 그 중 하나다. 쉬 전 대사 동북아 안정을 위한 전략적 대화의 제도화도 빼놓을 수 없다. 북핵 6자회담 등이 제도화의 초보적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는 데 중국도 긍정적인 입장이다. 경제교류 및 안보불안 해소를 위한 ‘협력의 제도화’를 위해 한·중이 머리를 맞댈 때다. 세계화와 함께 지역공동체 진전이란 전 지구적 추세에 동북아가 뒤처져선 안 된다. 2 북핵 문제 김 회장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영변 핵시설 감시카메라와 봉인 제거를 요청했다고 전해진다. 테러지원국을 해제해 주지 않았다며 북한이 미국과 다시 힘겨루기를 벌여 핵 문제는 다시 수렁에 빠진 상황이다. 북핵 문제가 위기상황으로 치닫지 않게 관리하는 데 중국 역할이 컸지만 북한에 대한 영향력 행사에 소극적이란 지적도 있다. 쉬 전 대사 중국이 북한 핵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해 대북 식량 및 석유공급을 중단했더라도 북한이 굴복했을지는 의문이다. 북한 국민들이 겪었을 인도적 재난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평화적 방법과 한반도 비핵화란 두 원칙으로 이 문제를 다룬다는 중국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북·미는 북핵문제의 핵심 당사자다. 손해보지 않으려고 밀고 당기는 두 당사자 사이에 믿음은 적고 서로 더 많은 것을 확보하려는 실랑이는 거세다. 그래도 두 당사자 모두 북핵 해결과 관계 정상화로 가는 과정의 중단을 원치 않는다. 위기도 있겠지만 파국은 없을 것이다. 김 회장 보수 우파 정치인 아소 다로 전 일본 외무상이 22일 자민당 총재로 선출, 사실상 차기 총리로 내정됐다. 고개를 드는 민족주의 속에 보수화·우경화가 동북아 정세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쉬 전 대사 아소 다로가 외무상이 됐을 때 같은 우려가 있었지만 그는 냉각된 중·일관계를 녹이는 긍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미국 추종, 미국 일변도의 정책을 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아시아와 주변국들을 깔보는 듯한 행동도 있었다. 그러다 고이즈미 집권 후기에는 일본 정계와 여론이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변화가 생겼다.‘미국 일변도 정책’과 균형 외교 가운데 어떤 선택이 일본에 도움을 주는지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큰 걱정은 않는다. 경제적으로도 중·일간 무역액은 미·일의 그것을 앞질렀다. 김 회장 동북아지역 협력은 막을 수 없는 대세다. 한국의 제의로 중국, 일본과의 3국 정상회담이 추진돼 왔다. 지난 9월초 후쿠다 야스오 총리의 사임이 없었더라면 지금쯤 첫 동북아 삼국 정상회담은 실현됐을 것이다. 3 중·일 관계 쉬 전 대사 한·중·일 삼국 정상회담에는 중국도 긍정적이다. 그렇다고 미국을 동북아에서 배척하겠다는 배경이 깔려 있는 것도 아니다. 중국은 이 지역에서 미국의 중요한 정치·경제적인 역할을 존중한다. 중·일 두 나라는 댜오위다오(釣魚島·센카쿠열도) 등 영토·역사 문제를 안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수십년이 된 지병 같은 난제들이다. 우리는 이런 문제들이 두 나라 관계발전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우리에겐 평화와 발전이 필요하다. 물론 일본은 역사문제를 더 솔직하고 겸허하게 대해야 한다. 역사문제는 집단적 기억과 민족 감정을 자극한다. 들불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번지게 해선 안 된다. 지난 5월 후진타오 주석의 방일 때 두 나라는 전략적 호혜관계에 관한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의 성의와 노력, 그 성과에 대해 중국은 높게 평가한다. 4 중·미 관계 김 회장 지난 1∼2년새 미국의 중국 대하기가 크게 달라졌다. 중·미간 고위급 전략대화가 시작됐고 대등한 대화 상대이자 국제사회에서 의무와 책임을 같이하는 ‘이해관계자’(stakeholder)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시 정부는 미·중·일 정상회담을 추진해 왔다. 민주당 선거 캠프 관계자들도 버락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면 미·중·일 3국 정상회담을 실현시키겠다고 공언했다. 한국엔 강대국들만의 지역문제 협의가 편치만은 않다. 쉬 전 대사 한·미는 동맹관계고 한·중 관계 역시 좋다. 한국의 이익에 반하지 않을 것이다. 세 강대국이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협의의 장을 갖는 것은 필요하다. 중·미 관계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평온하다. 그렇다고 인권, 종교, 티베트 문제 등과 관련한 미국의 시각은 달라지지 않았고 함정과 굴절도 있다. 중국의 현실과 조건을 고려치 않은 채 지나치게 요구하는 측면도 있다. 이석우 국제전문기자 jun88@seoul.co.kr ■용어클릭 ●한·중 지도자포럼 중국 외교부 산하 중국인민외교학회와 21세기 한·중 교류협회가 차관급 이상의 지도급 인사들을 모아 두 나라 현안 및 관계발전을 위해 협의·토론하는 자리다. 지난 2000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아셈(ASEM·아시아유럽회의) 정상회의에 참석한 주룽지(朱鎔基) 당시 중국 총리 방문을 계기로 2001년 발족, 양국을 오가며 해마다 열리고 있다. 올해는 ‘베이징 올림픽과 후진타오 주석의 방한 이후 관계발전 방안’을 주제로 23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토론을 벌였다.
  • “한국 민주주의 효율적이라고 말하긴 어려워”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그간 한국이 강력한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했지만 다양한 세력의 견해차를 해소할 수 있는 단계로 발전하지 못했다.”면서 “이런 비효율적인 정치풍토가 경제성장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22일(현지시간)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불확실성과 한국의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주제로 한 강연회에서 “한국 정당들은 다양한 목소리와 갈등을 조정하는 합의 방식을 충분히 익히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서울대가 전했다. 이날 강연회는 프린스턴대 국제지역학연구원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그는 “효율적인 민주주의가 발달하지 못한 탓에 경제를 조정하기 위한 법과 제도도 미비한 수준에 그쳤다.”면서 “이 때문에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방해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현주소에 대해 “한국 경제가 최근 몇 년 동안 역동성을 상실한 것은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고 정부가 정책의 일관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면서 “금융위기 이전에는 기업들이 생산설비를 초과구축한 것이 문제가 됐으나 이제는 기업이 투자를 망설이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규제 완화가 양극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구조조정이 취약계층에 가장 큰 부담을 안겨 중간층 및 저소득층 인적 자본의 훼손으로 이어졌고 결국 경제 성장 잠재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한반도가 지정학적으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대 최강국의 세력권이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갈수록 민족주의적이고 자기 주장이 강한 이웃 국가들과 한국이 어떻게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것인지가 주요 과제”라고 진단했다. 정 전 총장은 올해 말까지 국제지역학연구소 객원 특별회원 자격으로 국제 금융위기의 역사 등에 관한 연구활동을 벌인다. 오는 11월과 12월에도 강연회가 예정돼 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美·日의 대표적 反戰영화 알고보면 제국주의 음모?

    美·日의 대표적 反戰영화 알고보면 제국주의 음모?

    무구무패(無垢無敗)하다고 스스로 굳게 믿었던 미국에게 패전의 기억은 그래서 더 쓰라렸다. 대중매체를 통해 베트남 전쟁에서의 패배와 철수를 두고두고 돌이키는 건 그 때문이었다. 보수파는 제국주의의 폭력성에 둔감한 미국 국민들의 정치적 감수성이 지극히 온당한 것으로 인식시키려는 작업을 은연중 끊임없이 해왔다. 그 모색의 흔적들은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우리가 완성도 높은 반전영화로 인식하고 있는 화제작들에서조차 그런 음모는 어렵잖게 찾아낼 수가 있다. 일본은 또 어떤가.1945년 8월 일본제국의 붕괴는 미국의 베트남 패배보다 훨씬 더 사정이 심각했다. 패배의 아픈 기억에 그들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은 이후 한순간도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일본의 제국적 국민주의가 건재함을 과시하는 의도적 장치들은 꾸준히 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미국 코넬대 아시아학과 교수인 사카이 나오키가 ‘일본, 영상, 미국’(최정옥 옮김, 그린비 펴냄)에서 펼치는 핵심 논제다. 일본인이면서도 철저히 국외자적 관점을 견지한 저자의 사유방식 덕분에 균형잡힌 제국주의 비판서로 평가받기에 충분한 책이다. 책은 1994년부터 최근까지 사카이 교수가 여러 매체에 발표한 논문 묶음이다. 미국과 일본영화에 나타나는 제국주의적 이미지에 정확히 초점을 맞췄다. 다시 말해 책은 미국과 일본이 제국주의 이념을 확장해가는 과정에 영화를 얼마나 유효적절한 도구로 활용했는지를 고찰한다. ●미국의 폭력 역사 부인하려는 영화 ‘디어헌터´ 반전영화로 세계적인 대접을 받고 있는 할리우드 화제작 ‘디어 헌터’(1979년). 저자의 날선 시각에 이 영화의 의미도 여지없이 재편된다. 반전 메시지를 담은 대표작으로 포장됐으나, 기실 따져보면 미국이 (비서방국가들에)행사한 폭력의 역사를 부인하려는 집단심리가 깃들어 있다고 해석한다. 비인간적 고문을 자행하는 베트남인 ‘러시안 룰렛’을 캐릭터로 설정한 것도 의혹의 여지가 다분하다. 그를 통해 미국인들을 피해자로 인식시킴은 물론, 아시아인 전체에 대한 불신을 부추겨 ‘국민주의’를 공고히 한다는 주장이다. ●일본인을 동경하는 미얀마 원주민 출연… 우월감↑ 비슷하게 대입되는 사례는 일본에도 있다. 일본의 대표 반전영화로 꼽히는 이치카와 곤 감독의 ‘버마의 하프’(1985년). 패전 이후 포로가 되어서도 일본인을 동경하는 미얀마 원주민 노파를 동원함으로써 국가주의적 우월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 일본의 주요 반전영화들은 이처럼 아시아의 피지배국들을 일관되게 ‘야만’과 ‘미개’의 이미지로 고정시키는 데 주력했다. 미묘한 식민지 권력의 함수관계를 읽어낸 영화들도 많다.‘늑대와 춤을’‘냉정과 열정 사이’ 등이 그들. 인종을 초월한 연애를 그린 영화들에서 지은이는 “더러 강간이라 표현되어도 좋을 (남성의)폭력적 지배”가 연애담에 묻혀 미화되는 지점들을 정확히 짚어낸다.1940년 일본에서 제작돼 아시아 다수국가들에서 선보인 ‘지나의 밤’. 일본인 남성과 중국인 여성의 연애담인 이 영화가 남경학살 사건이 일어난 지 3년 만에 만들어진 데 주목한다. 양국의 남녀를 낭만적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일본의 중국지배가 마치 양자간 합의 하에 이뤄진 정치현실인 양 은유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일본의 민족주의가 미국의 패권주의와 공범관계에 있다고도 주장한다. 일본의 우경화가 정치권에서 표면화된 것이 다름아닌 1982년 레이건 미 행정부와의 동맹 이후였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1만 89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열린세상] 국민 품위 없이 국가 브랜드 없다/김무곤 동국대 신방과 교수

    [열린세상] 국민 품위 없이 국가 브랜드 없다/김무곤 동국대 신방과 교수

    베이징올림픽에서 나타난 ‘혐한(嫌韓)’ 기운은 우리에게 큰 우려를 안겨주었다.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이 현상의 원인을 분석해 내놓았다. 우선, 한국에서 일어난 성화봉송 반대 움직임이 혐한 무드에 불을 지른 가장 큰 원인이라는 의견이 있다. 또 인터넷에 뿌려진 한국에 관한 허위 정보가 주범이라는 분석, 경제발전으로 인해 한껏 북돋워진 중국인의 민족주의가 경쟁자인 한국을 적대적으로 여기게 했다는 주장도 있다. 모두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설들은 혐한의 원인을 정치적인 이유에서 찾거나, 중국 내부의 문제로 돌리고 있다는 점에서 안이한 구석이 있다. 만약 혐한 현상이 일어나는 곳이 중국뿐이라면 그러한 해석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겠지만, 사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일본에서도, 몽골에서도, 또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에서도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감정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모양이다. 따라서 우리가 미움 받는 이유를 굳이 외부에서 찾으려 노력할 일이 아니라, 작심하고 우리 눈의 대들보부터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지난 여름휴가 때 동남아의 리조트에서 그렇게 잘해주던 종업원들이 필자가 한국인임을 알게 된 직후부터 입가에 띠었던 웃음을 싹 없애고 갑자기 차갑게 구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었지만 호텔방이나 식당에서 보이는 한국 관광객들의 언행은 추태를 넘어서 만행(蠻行)의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호텔 룸에서 김치·고추장에 라면 끓여 먹고 뒤처리 않기, 프런트에 여러 명이 둘러서서 큰 소리로 “빨리 빨리”를 외쳐서 공포분위기 조성하기, 격식 있는 레스토랑에 야구모자 쓰고 핫팬츠에 민소매 셔츠 입고 들어오기, 아이들이 소리 지르며 뛰어다녀도 제재하지 않기,‘거리의 여자’ 동행입실을 막는 종업원에게 욕하기 등등. 판소리 흥부전의 놀부 어린 시절 이야기와도 같은 망나니짓이 일부 한국인 관광객에 의해 자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외국인에 대한 기본적 매너 부재(不在)는 비단 외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아시아인 근로자나 유학생들에 대한 일부 한국인들의 무례는 보통 사람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의 몇몇 아시아인 유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물건을 사려고 상점에 가면 대뜸 반말로 “야. 만지지 말고 저리가!”라고 고함치는 경험을 당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일부 한국인의 이런 작태는 가장 가까운 친구들을 가장 큰 적으로 만드는 참으로 우둔한 매국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국가브랜드위원회 설치 계획을 밝혔다. 국가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이 중요한 과제라는 데 공감한다. 낮은 국가 이미지 때문에 기업은 좋은 물건을 만들고도 제값을 못 받고, 국민은 외국에서 많은 돈을 지불하고도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국가브랜드 평가기관 안홀크-GMI가 발표한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는 국내총생산의 37%에 불과해 일본의 224%에 비하면 참담한 수준이다. 국가 순위로는 39개국 중 32위다. 저평가된 국가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국가 이미지를 시정하려는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광고나 홍보, 이미지 조작만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밑바닥에 떨어져 있는 한국의 국가브랜드를 높이기 위한 해법은 방법론이 아니라 내용에서, 나라 밖이 아니라 나라 안에서 먼저 찾아야 할 것이다. 국민의 품위를 높이지 않고 국가의 이미지가 높아질 리가 없다. 그러므로 지금 한국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은 ‘영어몰입교육’이 아니라 ‘예절 몰입교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이제 곧 설치될 국가브랜드위원회는 바로 이런 점을 유념해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김무곤 동국대 신방과 교수
  • “자국 중심의 역사교육서 벗어나야”

    “자국 중심의 역사교육서 벗어나야”

    자국 중심의 일국사(一國史)에 토대를 둔 역사서술의 한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려는 ‘트랜스내셔널 역사(transnational history)’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공동 역사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동북아역사재단 공동 주최로 8일 서울 세종호텔 세종홀에서 이틀간 일정으로 개막한 ‘제2회 동아시아 역사화해 국제포럼’에선 트랜스내셔널 역사 연구의 가능성과 이를 위한 방법으로 다원적 가치를 강조하는 공동 역사교육에 대한 깊이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동아시아 새 역사정체성 형성에 도움”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는 ‘트랜스내서널 히스토리의 가능성과 한계’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트랜스내셔널 역사가 지니는 가장 큰 메시지는 그동안 우리 역사학계가 민족주의적 역사서술 혹은 민족주의 해체의 역사서술이라는 위험한 이분법에 빠져 있다는 점을 환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랜스내셔녈 역사가 아직은 충분한 논의와 개념화 단계엔 이르지 않았지만 그간 역사학이 의존해온 일국사의 한계를 극복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어 동북아 역사분쟁을 둘러싼 갈등을 넘어 화해와 대화를 열어가고, 동아시아의 새로운 역사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도 트랜스내셔널 역사가 방법론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카모토 히로코 일본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자국의 역사는 타자의 눈으로부터의 비판도 필요하다.”면서 “19∼20세기에 걸친 오랜 전쟁의 역사를 지닌 동아시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국가·민족으로부터만 역사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 안목으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초국가적인 트랜스내셔널 역사 연구를 위해선 타자 이해를 위한 공동 역사교육의 중요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럽엔 一國중심 역사 교과서 줄고 있어” 김원종 한국교원대 교수는 강대국 중심의 사관이나 민족·국가 중심 역사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하나의 사관에 함몰된 역사관을 무너뜨리는 것이 다원적 관점을 지향하는 역사교육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하나의 해석이나 관점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롤프 비텐브록 독일 자를란트대 교수는 독일과 프랑스, 독일과 폴란드간 공동역사교과서 편찬작업을 예로 들며 “다수 유럽나라에서 일국사를 주제로 다루는 부분은 줄고 있는 데 반해 유럽이나 전지구를 중심으로 하는 단원은 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공동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는 많다.”고 말했다. 탕종난 중국사회과학원 교수는 2005년 한·중·일 3국이 공동으로 펴낸 ‘미래를 여는 역사’에 대해 “농촌 도서실의 필수 구비 서적이 되는 등 중국에서 커다란 영향을 발휘하고 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동북아시아 역사의 공동집필과 출판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수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9일 포럼에선 ‘기억의 공유와 공통의 정체성’을 주제로 양뱌오 상하이 화동사범대 교수, 안드레아 게네스트 독일 포츠담 현대사연구소 연구원, 사카이 도시키 동경학예대학 교수 등이 발표자로 나선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팍스 시니카 시대로-중국의 비상]‘中華’ 과대평가·폄하 넘어 ‘用中 지혜’ 모아야

    [팍스 시니카 시대로-중국의 비상]‘中華’ 과대평가·폄하 넘어 ‘用中 지혜’ 모아야

    중국은 우리와 지리적으로 너무나 가까운 이웃국가이기도 하지만 경제적으로도 이미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중국의 급부상에 대한 과장된 해석, 또는 지나친 폄하를 경계해야 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시리즈를 마치며 중국 전문가인 정재호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와 이문형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 연구위원의 좌담을 마련했다. 좌담은 3일 오후 서울신문사 편집국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정재호 교수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표출되고 있는 중화주의와 민족주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 같습니다. 중국의 급부상이 동북아 정치질서에도 큰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많지요. 저는 이렇게 봅니다. 외세로부터의 침략에 대한 피해의식이 클수록 민족주의 반동도 크게 나타납니다. 중국은 아편전쟁 이후 100여년의 굴욕의 역사를 겪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일어서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표출되는 민족주의 정서를 시민사회적으로 순화시킬 장치가 없다는 점입니다.‘넷셔널리즘(Netionalism·인터넷과 민족주의의 합성어)’의 영향이 큰 것이지요. 중국 네티즌 2억명의 60%가 18세에서 35세라고 합니다. 특히 바링허우(80後·1980년 이후 출생한 중국의 젊은세대)들에게는 인터넷을 통해 집결되는 민족주의 정서가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해 더 우려됩니다. 중국 정부가 이런 정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1. 中경제 올림픽 타고 연착륙 예상 경제분야에서는 어떻습니까?중화경제권,‘차이완(중국+타이완)경제’ 이야기도 들리는데요. 올림픽 이후 중국경제가 연착륙할지, 경착륙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문형 위원 중국경제에 대해서는 사실 과대포장된 점이 많습니다.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00위권에 불과합니다. 규모가 커서 경제대국이지 사실 대외의존적 시장입니다. 수출의 80%는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이고, 수출 물량의 58%를 외자기업이 담당합니다.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 중국경제의 흐름을 보면 서방이 지나치게 ‘경착륙’,‘위기도래’ 등의 자극적인 단어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중국 경제는 올 상반기 10.4% 성장했습니다. 개혁·개방 이후 평균 성장률 9.8%보다 높습니다. 하반기에도 10.2% 성장이 예상됩니다. 지난해 11.9% 성장한 것이 비정상이고 오히려 지금 상황이 정상인 것입니다. 물가도 지난 4월을 정점으로 꺾여가고 있습니다. 경착륙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올림픽을 계기로 중산층이 일어나면서 소비가 크게 늘어나고,2010년 상하이 세계박람회 등의 투자유발 요소가 많기 때문에 경제가 업그레이드될 가능성이 크지요. 경제 분야에서의 민족주의는 ‘구호’로서의 의미만 갖지 않을까 싶네요. 중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화상’들의 위상이 줄어들고, 홍콩이나 타이완의 역할도 불분명해지고 있습니다. 본토를 제외한 나머지는 ‘변방’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 경제는 소수민족 문제나 민주화 등 정치적 ‘변수’에 더 민감할 듯 한데요. ●정 교수 장애인올림픽이 끝나면 티베트나 신장, 윈난 등 소수민족 지구의 분리독립운동 단체 색출과 함께 정치재교육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분리주의자들 때문에 40명 가까운 중국인들이 목숨을 잃어 중국 정부가 치밀한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인데요. 2. 동북공정 재점화 가능성 배제 못해 소수민족에 대한 정치재교육이 역사재해석과 같은 새로운 움직임으로 연결되면 잠복돼 있던 동북공정에 또 불을 지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적 민주화와 관련해선 중국이 서구의 정치민주화 모델을 따르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중국 정부는 중산층을 강화하는 ‘소강사회’ 등 거시적 목표에 치중할 것입니다. 올림픽은 중국이 지금까지 이룬 것을 외부에 알리는 일종의 ‘이벤트’로 보면 됩니다.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지요. 민주화 등 정치적 행보는 점진적으로, 그대로 흘러갈 것으로 봅니다. 한·중 양국 정상이 벌써 올들어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갖는 등 관계격상 움직임이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정치적 관계보다는 경제적 관계가 우선인 듯 합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교역확대가 화두가 됐는데요. ●이 위원 양국간 교역액 2000억 달러 달성을 2년 앞당기기로 합의했습니다.3년 전 1000억 달러를 돌파했고,5년 만에 2000억 달러를 넘기기로 했는데 그걸 2년 당긴다는 것이지요. 통계상으로도 5년간 연평균 7∼11%씩 증가하면 가능했던 것인데 양국 통계가 다르긴 하지만 지금 현재 양국 교역은 연평균 23∼25%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현실화시킨 목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기술적인 문제이긴 합니다만 대중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들고 있는 점과 대중 투자가 감소하는 것 등은 그만큼 양국간 기술력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인 만큼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중국은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빨리 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한·미, 한·유럽연합(EU), 한·일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쉽게 협상에 임하기 어려운 입장이죠. 업계에서도 신중론이 대세이고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와 관계된 부분에서 중국의 경제구조는 올림픽 이후 세가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교역구조 고도화, 자체브랜드 확대, 세계시장화 등입니다. 우리와 협력 영역은 축소되는 반면 경쟁영역이 늘어난다는 이야기이지요. 대비책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3. ‘혐한론’ 과장됐지만 방치땐 위험 특히 저는 중국내 ‘혐한론’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아직 양국간 교역에 미치는 영향은 없습니다만 너무 민감하게 이슈화시켜 우리 스스로를 묶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혐한론’의 실체는 어떤가요? ●정 교수 중국내 한 여론조사에서 중국인들이 일본보다 한국을 싫어하는 것으로 나왔다는데 조사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중국 매체가 정부의 검열을 받는다고 했을 때 전혀 근거없는 결과는 아닐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국도 고구려사 논쟁이나 동북공정 이후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지 않았습니까.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역사논쟁, 영토논쟁 등이 이상하게 포장돼 오해를 만들어내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국민과 국민이 소통하는 것 못지않게 정부, 비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시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5년후에는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우리에게 중국이 갖는 비중과 중국에 우리가 갖는 비중, 다시 말해 상호의존 격차가 점점 더 커지면서 오해의 소지도 커지고 있습니다. 빨리 교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바람직한 한·중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이제 절실히 필요해졌습니다. 경제 분야에서는 어떻습니까? ●이 위원 지금까지 한·중간 경제 성적은 A플러스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환란 위기를 조기 졸업하는데 중국시장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중국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우리 시장을 통해 경제발전의 효과를 봤습니다. 이처럼 성장과실을 같이 먹는 게 중요합니다. 중국이 필요한 것, 원하는 것을 제 때 파악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잘해왔는데 앞으로가 더 중요합니다.‘황색등’이 켜지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서 잘 세밀하게 점검해서 중국을 우리의 성장동력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관계 정립이 우선이어야겠지요. 4. 관계격상 의문… ‘내용’부터 채워야 ●정 교수 이번에 양국 관계가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됐다는 데 사실 개인적으로 질문이 많습니다.5년 전의 ‘전면적’에서 ‘전략적’으로 접두어가 계속 바뀌는데 지금 하려고 하는 것이 뭔지 와닿지 않습니다. 또 과연 격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중·러 관계 수준으로 격상됐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인도나 파키스탄 수준입니다. 성격이 이렇다면 내용상으로라도 격상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한·미간 전략적 가치동맹과 조화시켜 나가는 것은 우리에게 닥친 숙제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한·중수교 16년입니다. 관계가 계속 쌓여가고 있습니다. 양국 관계의 실질적인 격상이 이뤄지도록 내용 채우기에 있어서 앞으로 매우 치밀한 판단과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정리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中·베트남 외교문제로 비화

    |베이징 이지운특파원|“5일 동안 미사일을 쏘아댄 뒤 31만 병력을 동원한다. 침공 노선은 윈난(雲南)성, 광시(廣西)장족자치구와 남중국해루트. 작전은 31일내 종료….” ‘선(先) 미사일 공격-후(後) 병력 투입’으로 요약되는 이른바 ‘중국의 베트남 침공 계획’이 중국 인터넷망에 유포돼 중국과 베트남의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실제로 1979년 중국의 침공으로 전쟁을 치른 적이 있는 베트남으로서는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베트남 정부는 최근 중국 외교관들을 두차례 불러 엄중 항의했으며 침공 계획 문건에 대한 확인과 후속조치를 요구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5일 보도했다. 침공 계획 문건은 시나닷컴을 포함해 최소한 4개 이상의 포털사이트에 유포됐다.31일 동안의 군사작전 전략은 상세 지도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베트남 군대의 지휘 및 통신센터에 전파 방해를 실시하고 남중국해의 해상로를 봉쇄한다는 내용의 구체적인 군사 작전까지 명시했다. 문건은 “베트남은 중국의 영토 안전에 심대한 위협 요소이며 중국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지만, 모든 측면에서 볼 때 베트남은 삼키기 어려운 가시와도 같은 존재”라고 규정하고 있다. 동시에 “베트남은 남동아시아의 전략적 허브로 중국이 남동아시아를 다시 통제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정복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베트남 정부 당국자들은 이 문건이 분쟁지역인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누적된 관련국 사이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이번 ‘침공계획’ 문건 파문이 남중국해 유전개발을 위해 베트남이 다국적 기업들과 계약을 체결한 데 대해 중국이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 국립대학의 한 베트남 군사전문가는 “중국이 베트남 침공을 검토하고 있다는 문건은 근거가 전혀 없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문건은 양국 내부의 ‘극단적인 민족주의’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베트남 정부는 “이 문건은 세계 평화와 양국 관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근거없는 정보로 양국관계에 매우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서 “이 문건이 더이상 유포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레 중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이 밝혔다. jj@seoul.co.kr
  • [시론] 한·중 문화주권 갈등 어떻게 풀까/ 쑨커즈 중국 푸단대학 사학과 교수

    [시론] 한·중 문화주권 갈등 어떻게 풀까/ 쑨커즈 중국 푸단대학 사학과 교수

    신정승 주중 한국대사는 지난 17일 베이징 철도회관에서 중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쑨원(孫文)은 한국 혈통’,‘(중국의) 인쇄술, 나침반, 화약 등 세계 4대 발명품의 원조는 한국이다.’라는 내용의 중국 언론보도는 없는 사실을 만들어낸 기사였다.”고 해명했다. 한국 언론들이 중국의 문화적 성취를 자기 것으로 주장한다는 일련의 악의적인 기사가 최근 인터넷을 타고 퍼지면서 벌어진 소동에 대해 해명한 것이었다. 한 나라의 전권 대사가 주재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잘못된 언론 보도 내용을 해명한 것은 드문 예다. 최근 중국에서 일고 있는 반한(反韓), 혐한(嫌韓)감정이 얼마나 걱정스러운 수준인지를 방증한다. 날조되고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중국내 영향력 있는 포털에 실리고 인터넷을 타고 퍼져 나가면서 파문을 일으킨 뒤였다. 일부 ‘왕민’(網民·누리꾼)들은 ‘보복’을 주장할 정도로 격분했다. 거짓이 사실인 양 일반인들의 뇌리에 각인되면서 오해속에 한국의 인상에 상처를 냈다.“한국인들은 조직적으로 남의 문화를 훔쳐가고 있다.”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의 문화적 자존심에 손상을 입혔다는 믿음이 일부 젊은이들과 고학력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중국인의 시각에서, 두나라의 문화 주권 갈등은 2005년 11월 강릉 단오제를 유네스코가 인류 무형유산으로 선정하면서 본격화됐다.“단오는 중국풍습인데 어찌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한국이 등재하느냐.”는 들끓음이 있었다. 이를 기점으로 문화갈등의 범위와 반향이 커졌다. 최소한 중국의 일부 식자층과 젊은이들 사이에선 그랬다. 한의학(韓醫學) 경락체계가 중의학을 제치고 세계 표준으로 인정받은 것이나 산둥(山東)반도 전체와 베이징 부근까지 고대 한국인들의 지배 아래 있었다는 주장에 중국인들은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일부 한국 재야사학자들의 주장들, 예컨대 중화민족의 시조로 받들어지는 황제(黃帝)신화 등도 한국에서 온 것이라는 주장 등등. 앞으로도 두나라 간에는 오해 확산과 문화적 분쟁거리들이 산만큼 쌓여 있다. 이런 학술상의 가설과 설익은 주장들이 인터넷을 타고 퍼지면서 독화살처럼 상대방을 겨누고 민족감정을 불붙이며 미움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 한세기동안 전통을 부정하고 돌아보지 않은 중국 탓도 크다. 중국에선 더이상 찾아보기 어려운 박제가 돼버린 문화유산들을 한국에서는 살아있는 풍습으로 지키고 있는데 어찌하랴. 그렇지만 외국인의 눈으로 볼 때, 한국의 일방적인 민족주의 정서의 팽창도 문제의 바탕을 이루고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고대 한국역사의 발전에서 외래 문화와 이주민들이 끼친 영향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지는 않은지. 보편적인 문화 공동체가 대개 그러하듯 외래적인 것의 영향속에 한 집단의 정체성과 고유성도 키워진다. 한국의 민족주의적 정서는 일제 탄압에 대한 반작용적인 측면도 크다. 그렇지만 건국 60주년을 넘어선 이제 한국도 더 자신감 있게 자신을 한번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이런 바탕위에서 한·중간의 각종 대화와 교류의 폭을 넓히고 제도화시켜 나가야 한다.25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청소년을 포함한 인적 교류확대도 이런 측면에서 더욱 내실화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두나라 관계발전의 기틀로 삼았으면 한다. 쑨커즈 중국 푸단대학 사학과 교수
  • “도덕 감정에 기초한 순화된 애국주의 필요”

    “도덕 감정에 기초한 순화된 애국주의 필요”

    “소수 민족과의 통합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등한시하고 있는 중국이 이번 베이징올림픽 개·폐회식에서 보여준 ‘애국적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장면은 우려를 낳게 합니다.” ●“中 맹목적 민족주의 우려 낳아” 처음 한국을 방문중인 마서 누스바움(61) 미국 시카고대 석좌 교수는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권문제 등 인간의 기본권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맹목적으로 민족적 동질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누스바움 교수는 노엄 촘스키, 움베르토 에코 등과 함께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지성’에 두 차례나 뽑힌 미 정치철학계의 석학.‘나라를 사랑한다는 것’‘클론 그리고 클론’ 등의 저서가 국내에 소개돼 있다. 누스바움 교수는 “애국주의에는 좋은 의미의 ‘순화된(purified) 애국주의’와 나쁜 의미의 ‘맹목적 애국주의’ 두 가지가 있다.”면서 “그런 만큼 애국주의라고 무조건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정한 도덕적 감정에 기초한 순화된 애국주의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것은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과 마틴 루터 킹 목사,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 자와할랄 네루 등이 주창한 포용·평등·자유라는 보편적 이념에 봉사하는 애국주의와 맥을 같이한다. 누스바움 교수는 예술의 공적인 영역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예술은 사회의 음지를 조명해 이를 양지로 드러내고 왜곡된 가치를 바로잡는 순기능이 있다는 것. 그는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정책을 그 대표적 예로 들며 “사진 작가들을 지원한 루스벨트 정부의 정책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즉 ‘게으르기 때문에 가난하다.’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교육 등 환경문제 때문에 가난할 수밖에 없다.’고 여기도록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사진이 큰 도움을 줬다는 얘기다. ●“인간성 회복에 예술 역할 긴요” 그는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법의 제정이나 제도의 확립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시·영화 등을 통해 한 사회의 정치적 가치를 구현하는 예술의 역할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주최하는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에 초빙된 누스바움 교수는 이날 고려대에서 ‘순화된 애국주의는 가능한가’를 주제로,27일에는 계명대에서 ‘자유주의와 관용의 정신’을 화두로 강의한다.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서울대에서 ‘약자에 대한 배려 능력으로서의 공감’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Beijing 2008] 中 성공적 ‘성인식’ 치렀다

    [Beijing 2008] 中 성공적 ‘성인식’ 치렀다

    아시아에서 세 번째 개최된 베이징올림픽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13억 중국인이 100년 동안 준비해왔다는 이번 대회는 과연 어떤 성과를 구체적으로 남겼을까. 환태평양 시대를 함께 열어가야 할 대한민국과 한국 스포츠계에는 어떤 과제를 던져주었을까. 이번 올림픽의 의미와 교훈, 과제를 톺아보는 시리즈를 3회로 나눠 싣는다.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서울 임병선기자| 제29회 베이징올림픽이 중국 지도부가 30여년 표방해온 개혁·개방정책의 성과를 오롯이 담아내면서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성화 봉송 과정에서의 티베트 독립시위, 개막 석 달을 앞두고 덮친 쓰촨성 대지진 참사, 개회 나흘을 앞두고 일어난 신장 위구르 테러 등 숱한 방해 요인들을 뚫고 중국인의 기상을 만방에 과시한 것. ●대지진·독립시위·테러 우려딛고 안정된 운영 보기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 있고 올림픽 성공의 이면에 그늘 또한 만만치 않지만 이번 올림픽을 통해 중국은 메달 순위 종합 1위로서 ‘스포츠 시니카(Sinica·중국)’의 위상을 확실히 보여줌과 동시에 ‘차이니스 스탠더드’를 세계인에게 각인시키는 부수효과까지 올렸다. 개회식의 국가별 입장 순서를 영어 알파벳이 아닌 중국어 간체자 획순으로 관철한 것이나 올림픽 기간 선보인 제3세대(3G) 이동통신의 기술표준으로 CDMA2000이나 WCDMA 대신 자체 개발한 TD-SCDMA를 채택한 것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하늘도 도왔다. 개회식 당일 비가 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역(逆)인공강우 기술이 딱 한번 사용될 정도로 날씨도 쾌청했다. 생각보다 베이징 일대 수은주도 높이 치솟지 않았다. 첨단 경기장 시설과 대규모 물량 투입 및 따듯한 미소를 트레이드 마크로 내건 경기 운영도 대체로 합격점을 받았다. ●해외언론 “당나라의 황금시대 재현” 찬사 관영 신화통신은 ‘민족 부흥의 새로운 출발점’이란 제목의 기사로 “197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복귀를 신고해 1984년 LA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딴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한 끝에 이번 대회에서 드디어 미국을 밀어내고 종합우승을 차지했다.”고 스스로 기꺼워했다. 개막 직전 올림픽 성공에 회의적이었던 각국 언론도 ‘세계가 중국을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일본 요미우리),‘차분한 민족주의 속에 성공적인 올림픽’(미국 시카고 트리뷴),‘당나라의 황금시대 재현’(캐나다 글로벌 포스트) 등의 찬사를 쏟아냈다. 몇년째 베이징에 거주해온 한국 교민들조차 쾌적한 경기장 시설, 안정된 경기 운영 등을 돌아보며 “여기가 베이징 맞아?”란 질문을 던질 정도로 ‘중국판 르네상스’는 뿌리를 굳건히 내렸다. ●지나친 시민 통제·소음 응원 등 지적 받아 그러나 중국이 세계 스포츠계의 중심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기 위해선 뛰어넘어야 할 과제들 역시 적지 않다. “담을 높이 치고 빗장을 닫아건 울타리 안에서 자기들만의 잔치를 벌이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 대표적인 예. 대회 기간 베이징 일대에 펼쳐진 삼엄한 경계, 시민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통제, 양궁경기장에서의 도를 넘긴 소음 응원 등은 중국인이 세계시민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하루빨리 고쳐야 할 과제로 손꼽힌다. bsnim@seoul.co.kr
  • [씨줄날줄] 귀화선수/함혜리 논설위원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국적을 바꿔 출전한 귀화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특히 탁구는 중국 출신 용병들이 테이블을 거의 점령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 탁구경기에 참가한 55개국 중 16개국에 중국출신 선수들이 포함된 상태다. 한국 여자탁구의 에이스 당예서를 비롯해 전체 참가선수 172명 중 중국계 선수는 33명(19%)이나 된다. 각국이 앞다퉈 세계 최강 중국의 정상급 선수들을 귀화시켜 자국선수로 출전시킨 결과다. 탁구는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로 정식 자격을 가진 선수만 3000만명으로 파악될 정도로 저변이 넓다. 어렸을 때부터 각 성의 청소년 대표로 선발돼 기량을 발휘해도 국가대표선수가 되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중국 선수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중국이 탁구에서 용병을 배출했듯이 한국은 세계 최강 양궁에서, 미국은 농구에서 귀화선수들을 배출했다. 호주 남자대표팀의 스카이 김(김하늘)과 일본 여자대표팀의 하야카와 나미(엄혜량)가 한국 출신이다. 미국 NBA스타 크리스 케이먼은 할아버지 나라 독일 대표선수로 출전했고,WNBA스타 베키 해먼은 올림픽 출전을 위해 지난 4월 러시아로 귀화했다. 남자 육상 1500m 결승에서 바레인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라시드 람지는 모로코 출신이다. 남자역도 105㎏ 이상급 금메달리스트인 마티아스 슈타이너는 오스트리아에서 아내의 나라 독일로 귀화한 선수다. 이들이 귀화를 선택한 이유는 다양하지만 조국을 버린데 대한 ‘비난의 화살’ 때문에 한결같이 곤혹스러움을 겪는다. 자국 선수들과 겨뤄야 하는 경우 더욱 그렇다. 그러나 자신의 분야에서 한계에 도전하고, 세계 정상을 차지하고 싶어하는 ‘꿈’을 비난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어차피 그들의 가슴 속 깊이에는 조국이 남아 있는 까닭이다. 한국 최초의 귀화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기록된 당예서도 한 인터뷰에서 “한국대표가 된 것은 국제대회 참가의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일 뿐이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중국인”이라고 했다. 스포츠 민족주의도 세계화 시대에 버려야 할 유물 가운데 하나다. 그들의 열정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 주는게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오일메이저 입지 흔들… ‘新석유질서’ 꿈틀

    서방의 이른바 ‘석유 메이저’들이 새 유전 개발권 획득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점차 영향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주요 산유국들이 메이저들이 갖고 있던 개발권을 회수해 국영기업에 넘기는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자원민족주의에 따른 만성화된 공급 부족으로 국제유가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전했다. 엑손모빌, 셸,BP, 셰브론, 코노코필립스 등 5대 석유 메이저의 올해 2분기 석유 생산량은 하루 61만 4000배럴씩 감소했다.2003년 이후 생산량도 하루 1000만 배럴 수준으로 정체 상태다. 메이저들의 시장 점유율도 1970년대 말 50% 수준에서 최근 13%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러시아의 가즈프롬, 이란의 국영석유회사 같은 국영기업체들이 빈 자리를 메우고 있다. 신(新)석유질서가 태동하고 있는 것이다. 생산 노하우와 자금 동원력이 있는 석유 메이저들이 굴착 지점에 접근할 권리도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석유 생산이 정점에 달했다는 주장은 오류”라면서 “사실은 메이저들의 유전 접근권이 감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메이저들이 미국 연안 석유시추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생산 활로를 찾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것이다. 골드만 삭스의 애널리스트인 아르준 무르티는 “개발 가능성이 높은 유전들이 베네수엘라, 러시아, 이라크, 이란 등지에 산재한다.”면서 “최근의 오일 피크는 지리학적인 것이 아니라 지정학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자원민족주의로 국제석유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메이저들의 영향력은 감소한 반면 국영 기업들의 비효율성과 관료주의, 공급 차질이 석유 생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등 이머징 마켓의 석유 수요도 증가추세다. 수급이 팽팽한 상황에선 사소한 공급 차질이 곧바로 유가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中언론 “중국 관중 매너는 금메달 감”

    中언론 “중국 관중 매너는 금메달 감”

    중국 관중은 금메달 감이다? 중국 런민르바오 자매지 환추스바오(環球時報)가 19일 “해외 언론이 중국 관중에게 금메달을 줬다.”는 기사를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환추스바오는 “중국 관중들의 열띤 응원과 함성이 각국 해외매체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면서 “프랑스 및 해외 여러 언론들이 중국 관중들의 반응을 매우 눈여겨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언론에 따르면 지난 17일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중국 관중은 매우 공정하며 쇼비니즘(배타적 애국주의)적이지 않다’는 기사에서 “‘중궈찌아요’(中國加油·’중국 파이팅’의 뜻)라는 응원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중국 관중은 자국이 메달을 획득할 때 마다 미친 듯이 기뻐했지만 지난 봄 성화 봉송 당시에 보였던 과도한 민족주의는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들은 단순히 즐길 뿐이며 때문에 이곳의 분위기는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며 “중국과 미국의 농구 경기 때에는 중국 관중들이 야오밍과 미국 선수의 이름을 번갈아 부르며 응원했다.”고 덧붙였다. 환추스바오는 또 일본 요미우리신문 보도를 인용하며 “올림픽 시작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중국 관중들의 지나친 응원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일본의 수영선수가 시상식대에 서자 중국 관중들은 큰 소리로 환호를 해주었고 일본 국가가 울려 퍼질 때에도 중국 국기를 함께 흔들며 축하해주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독일 언론도 인용해 “중국 관중들도 금메달을 받아야 한다.” 며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선수들에게도 큰 응원을 보냈다. 중국 관중들의 응원소리에는 인간미가 가득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환추스바오는 “지난 여자 양궁 개인전 이후 한국 언론은 중국 관중에 ‘복수’를 했다.”면서 “경기장 관리인이 관중들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다.” 등의 한국 언론을 인용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렇듯 중국 언론의 ‘자국관중 감싸기’ 노력에도 불구, 지나친 응원과 비매너로 한국 선수들에게 피해를 끼친 중국 관중의 태도에 중국 선수들도 ‘발끈’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중국 테니스 선수 리나(李娜)는 중국 관중들의 지나친 응원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지자 관중석을 향해 “Shut Up”(입 다물어)라고 소리쳐 네티즌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news.sports.cn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Beijing 2008] 금빛 물살에 폭염 씻어

    올림픽이 개막되자마자 전해진 최민호와 박태환의 잇따른 금메달 소식에 국민들은 한여름 무더위와 경기침체의 우울함을 모처럼 말끔히 씻어냈다. 전국민적인 축제의 주말이었다. 금메달을 따는 순간 아파트에서는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특히 박태환이 수영에서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순간에는 일요일 아침임에도 서울지역 TV 중계 시청률은 42.1%를 기록하면서 전국민적인 관심을 모았다. 10일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박태환이 금메달을 목에 걸자 시민들은 기쁨에 북받친 감회들을 털어놓았다. 시민들은 불모지에서 ‘하면 된다.’는 정신을 보여준 박태환을 칭찬했고,2·3등에 그친 중국과 미국선수를 전광판에서 가리키면서 “경제·외교 등 분야도 분발하라. 하면 된다.”고 외쳤다. 아이들은 “나도 마린보이가 되겠다.”면서 ‘박태환 키즈’의 탄생을 예고했다. ●“불모지에서 캔 금… TV 시청률 42%” 박태환의 모교인 단국대 죽전캠퍼스 본관 야외로비에서는 동창·동문 200여명이 아침 9시부터 대형 스크린 앞에 모여 응원을 펼쳤다. 이들은 박태환이 금메달을 따자 일제히 만세를 외치며 교직원·학생·시민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교직원 이원진(39)씨는 “비교 기록만 보고 금메달을 따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환상적으로 우승했다. 취업난에 고생하는 학우들에게 ‘하면 된다.’는 희망을 선사했다.”면서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학과동기인 박대용(19·체육교육과 1학년)씨는 “친구들과 목이 쉬어라 응원했는데, 전 국민이 하나가 되도록 축제의 장을 만들어준 태환이가 자랑스럽고 고맙다.”고 말했다. 한강시민공원 잠실지구 자연학습장에서 열린 ‘한강 횡단 수영 대회’에 참가한 2600여명 시민들은 오후 1시 박태환 선수의 금메달 획득에 대한 기쁨을 나누고 다른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하기 위해 2008개의 태극기를 나눠 들고 한강을 횡단했다. 바다수영동호회 수미사(수영에 미친 사람들) 회원 20여명은 가로 12m, 세로 8m 대형 태극기를 들고 한강 공원 잠실 지구에서 뚝섬 지구까지 1.53㎞ 구간을 헤엄쳐 건넜다. 행사를 마련한 배홍모 본부장은 “진보, 보수로 갈린 민심을 수영으로 하나가 되게 했다는 데 금메달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큰 소리로 말했다. ●박태환 키즈 “나도 형 처럼 될래요” 서울 한강시민공원 망원수영장에는 3000여명 시민이 운집해 수영장 안쪽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중심으로 응원전을 펼쳤다. 피켓을 든 여고생들과 부모의 손을 잡고 아이들은 200m 지점에서 박태환이 선두로 나서자 열렬히 환호했다. 박태환이 1위로 골인하자 수영장에는 축포가 작렬했고, 은색 종이가 수영장 안에 있던 시민들을 향해 쏟아졌다. 일부 여고생들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6살 아들과 응원한 유환선(40·성남시 분당구)씨는 “경기침체, 불황으로 시름하는 서민들에게 오랜만에 행복한 웃음을 찾아준 값진 선물”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현초등학교 임준혁(10)군은 “형은 초등학생들의 우상이에요. 저도 열심히 노력해서 태환이 형같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마린보이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서울 홍현초등학교 윤동주(10)양은 “초등학생들에게 열심히 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서 감동받았어요.”라고 울먹였다. ●“중국·미국도 못 따라올 실력 통쾌했다” 서울시 중랑구 D정육점을 운영하는 김인준(53)씨는 “경기가 바닥인데다 미국산 쇠고기까지 들어와서 장사가 더 안 되는데, 이런 불황 속에 전 국민을 기쁘게 하는 소식이 전해져서 기분 좋다.”면서 “가뭄에 단비 같은 통쾌한 질주였다.”고 말했다. 김민주(33·서울 은평구 역촌동)씨는 “중화민족주의의 본고장인 베이징 한복판에서 세계 초강국인 미국과 유럽 선수들을 눌렀다는 데서 통쾌함이 더 크다. 우리나라 정부, 정치권도 독도, 쇠고기 협상 등의 미숙함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제무대에서 성숙한 역량을 발휘해 국민들에게 기쁨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경주 김승훈기자 kdlrudwn@seoul.co.kr
  • 동북아 현대사의 블랙박스 만주

    흔히 동북3성(랴오닝성·지린성·헤이룽장성)을 가리키는 중국의 ‘만주’.17세기말 청나라와 함께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이 지역은 일제하 항일운동의 본산이자 중국 조선족의 본향이다. 최근엔 한국판 웨스턴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의 무대로도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만주, 동아시아 융합의 공간’(한석정 등 지음, 소명출판 펴냄)은 지난 수십년간 역사의 뒷전으로 밀려났던 만주를 객관적 시각으로 분석한다.1998년 창립된 만주학회 회원들이 필자로 나섰다.‘거란과 여진’등 북방민족의 요람으로써의 만주 역사부터 오늘날 탈북자들의 은거지가 된 만주의 현대적 의미까지, 만주의 실체를 살핀 18편의 논문이 실렸다. ‘중국 조선족의 현황’(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만주 이해에 도움을 줄 만한 논문. 개혁·개방 이후 동북3성 조선족의 인구변동, 한국인과 결혼인구 등을 꼼꼼하게 짚어 조선족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산업화로 인한 이농현상과 출산율 저하로 1980년대 전체의 40%선을 넘었던 옌볜 조선족 인구는 2000년대 초반 37%으로 떨어졌다.1990년대 ‘한국 바람’으로 한국내 불법 체류자가 6만명선을 넘어서며 조선족 사회는 심각한 해체 위기를 맞고 있다. ‘만주국과 오키나와의 비교사적 고찰’(임성모 연대 사학과 교수)은 태평양전쟁 당시 ‘대동아공영권´의 중심이었던 괴뢰국 만주국과 2차세계대전 이후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패권 장악에 필요했던 일본 오키나와가 ‘공식 식민지’가 아니라 ‘간접 지배지’였다는 공통점을 지닌다는 주장을 편다.‘간도문제의 시대적 변화상,17∼21세기’(박선영 포항공대 교수)는 조선시대의 모호한 영토개념 이래 20세기의 간도를 둘러싼 국경문제를 살핀다. 편저자인 한석정(동아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제하 항일 민족운동의 본산이라는 우리 민족적 시각으로만 바라보다 보니 만주가 ‘전설의 땅’으로 치부돼 왔다.”며 “항일운동 역사뿐 아니라 가려져 있는 만주의 역사를 추적하는 데 서술의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한족 중심의 중국 민족주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만주가 아닌, 베일 속에 가려진 만주의 본모습을 끄집어냈다는 데 이 책의 미덕이 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글로벌기업 “우린 中응원단”

    베이징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맥도날드, 나이키, 펩시콜라 등 중국 진출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 광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유명 선수들을 모델로 기용하거나 중국 대표단의 선전을 기원하는 문구를 내세운 광고가 TV와 지면은 물론 베이징 거리 곳곳을 장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20일 거대한 중국 시장을 노린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중국 응원단을 자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례로 아디다스는 금메달을 따기 위한 중국 대표 선수들의 활약상을 담은 TV광고를 제작해 매일 방송하고 있으며, 나이키는 중국의 허들 선수인 톱스타 류샹과 동료 선수들을 모델로 활용해 ‘저스트 두 잇’광고를 만들었다. 중국을 응원하는 기업들의 광고 문구도 두드러진다. 폴크스바겐은 승리의 경적을 의미하는 ‘홍크 포 차이나(honk for China)’를, 맥도날드는 선전을 기원하는 ‘치어 포 차이나(Cheer for China)’를 앞세워 중국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이같은 애국심 마케팅 전략은 최근 중국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민족주의 정서와 무관치 않다. 경제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국 젊은이들 사이엔 외국 제품 불매운동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조너선 카젯 인터브랜드 전략팀장은 “올림픽은 중국인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내용의 광고가 홍수를 이루는 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캐딜락부터 중국 전통 약제에 이르기까지 많은 제품이 중국 선수들과 올림픽주경기장을 등장시킨 천편일률적인 광고를 내보내다 보니 오히려 광고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류샹은 나이키와 코카콜라 등 16개 제품의 모델로 활동 중이다. 베이징올림픽의 공식 스폰서와 파트너 회사는 총 63개사이며, 올림픽 관련 광고 규모는 올 한해 40억∼6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건국 60주년] “10년내 통일 구체화… 그후엔 중립국 길 걸어야”

    [건국 60주년] “10년내 통일 구체화… 그후엔 중립국 길 걸어야”

    |도쿄 박홍기특파원|“앞으로 10년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조금씩 통일이 구체화되기 때문이다.‘통일 코리아’가 되면 기본적으로 중립화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나 중국 등 특정국과의 동맹 관계가 아닌 중립화다. 통일 코리아는 중소국의 대표국이자 중립국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향후 60년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 같다.” 강상중(58) 도쿄대 교수를 최근 도쿄대 정보학환(情報學環·언론정보학과에 해당) 교수실에서 만났다. 강 교수는 건국 60주년의 진단과 함께 현재와 미래인 향후 60년을 전망했다. 그러면서 특히 통일된 한국의 청사진으로 ‘중립국론’을 피력했다. ▶건국 60년을 어떻게 보는지. -한국은 지금 세계 제11위의 무역대국이 됐다. 아마도 6·25 직후 한국은 아프리카와 비슷할 만큼 대단히 가난하고 힘들었다. 한국처럼 짧은 시간에 이처럼 경제대국이 된 국가는 어느 곳에도 없을 것이다. 또한 격렬한 변화를 경험한 곳도 없다. 다시 말해 한국은 새롭게 세계사의 무대에 등장했다. 건국 60년은 격동의 시대를 이해한다는 의미도 있다. 또 정치적, 경제적·문화적으로도 굉장히 큰 의미를 갖는다. 민주주의의 성취다. 다만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아직 통일 코리아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한반도 연구자 브루스 커밍스는 많은 것을 잃었다고 말한다. 실제 잃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나는 남북 관계가 여전히 분단되어 있다는 것, 또 하나는 한국사회 내부에서 이념 갈등·격차 등의 대립이 아직도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일을 위한 준비, 통일의 밑그림을 그린다면. -다시 말해 한국사회 속에서 지금은 중국 사람으로 취급받는 조선족이나 북한인에 대한 차별 의식, 이런 것들을 어떤 방법으로 풀어나갈 것인가는 남과 북이 어떻게 통일해 나갈 것인가와 같다. 그 정도로 큰 의미가 있다. 혹시 북한이 통일을 후회한다거나 한국이 북한을 일방적으로 완전 흡수하는 형태가 될 경우, 통일 한국에 있어서 그다지 좋은 의미는 아닐 것 같다. 만약 국가연합이나 연방정부를 통해 점진적으로 시간을 들여가면서 통일 한국이 된다면 아마도 중국이나 일본과 어깨를 견주며 세계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 사람은 동아시아 속에서 일본·중국·러시아·미국을 이어주는, 그야말로 커다란 ‘중간자’ 역할을 해 주지 않을까 본다. 지금부터 10년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10년 안에 조금씩 통일이 구체화되기 때문이다. 통일 방법, 국민들의 마음 준비, 경제적 발전,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 재구축 등이 필요하다. 그래서 가능한 한 한국 속에서의 대립이나 분단, 격차, 이런 것들이 없는 사회를 역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남북 통일에 대한 밝은 전망을 기대할 수 있다.2010년은 한·일합병 100년,6·25전쟁 60주년이 된다. 그러나 앞으로의 10년이 한반도에서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평화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면 해외 동포들 역시 밝은 미래를 전망할 수 있다. 낙관론을 갖고 있다. ▶한국에 대한 바람과 기대는. -한국인들은 60주년을 되돌아보면서 자신들이 지나온 60년 동안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 조금은 자기 반성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재일 한국인으로서 60년 가까이 일본에서 살아왔다. 대부분 건국 역사와 겹쳐진다. 나 역시 많은 것을 얻고 동시에 잃은 것도 적지 않다. 그러나 여기에서 과거를 되돌아보면 재일 동포 1세 때보다 시대는 훨씬 좋은 쪽으로 가고 있다. 동시에 갖가지 고난이 재일 동포를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60년, 틀림없이 남북이 통일 한국, 어떤 형태인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향후 60년을 생각하면 통일이 10∼20년 안에 중요한 테마로 떠오를 것이다. 분단된 남북이 어디까지 화해할 지, 어디까지 진전해 나갈지, 이것이 한국인들이 안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재일 동포의 과거와 현재는. -재일 동포들의 고통이란 역시 차별이다. 차별이 “어디서 오는가.”, 원인은 두 가지다. 재일 한국인으로서 태어난 모든 사람들이 떠안고 있는 문제이다. 첫째는 식민지 지배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한국인들은 해방이 되었어도 연합국의 지위로서 동의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해방의 역사로서 인정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대로 잔존, 재일 동포에게는 여전히 전쟁 전 식민지라는 감각이 남아 있었다. 둘째는 가장 중요한 ‘분단’이다. 재일동포, 조선사람, 한국인, 어느 쪽이라도 관계없다. 호칭이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한국인은 왜 분단되었는가. 왜 자신의 조국, 동포들이 둘로 나뉘어 항상 대립하고 있는가. 대단히 큰 고난이다. 이 영향으로 재일 동포 1세와 2세·3세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1세는 가장 고생했다.2세 이후는 1세의 덕으로 여유를 찾았다. 원래 한국인들의 전통, 즉 언어·문화·풍습을 그대로 간직한 1세는 존경을 받아야 할 입장임에도 불구, 일본 사회에서 가장 박해를 받았다. 그런 1세의 후광 속에서 2세가 살아가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 재일 동포들의 정체성도 변화가 있을텐데. -한국은 세계 유수의 산업국가로서 다시 태어났다. 남북 분단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확실히 남북은 대화를, 교류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고난의 원인이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다는 증거다.1세와 2세의 관계에서 1세는 이제 재일동포 전체에서 꽤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역사적인 역할을 다하고 떠나고 있다. 생각해보면 역사란 무정한 면도 있지만 확실히 고난을 치유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나 싶다. 재일 동포로서의 정체성 문제는 어려워지고 있다. 강한 차별이나 강한 고난이 있어 극복해야 할 과제를 가진 시대라면 괴롭지만 정체성, 아이덴티티는 그다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차별이나 어려움을 별로 겪지 못한 3세,4세,5세, 그들 자신이 생각하는 정체성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재일 동포들의 정체성은 상당히 다양화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절대로 동화된다는 것도 아니다. 여러가지 선택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본 국적을 취득, 한국인 겸 일본인이 된 사람들 중에도 절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 민족적으로 한국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변함없이 조선 국적, 조선을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더욱이 한국과 일본이 아닌 해외로 나가려 하는 젊은이도 있다. 내 생각으로는 마이너리티이지만 마이너리티가 될 만큼 다양성이 성공하고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앞으로 재일 동포의 정체성은 단순한 민족주의의 고정적인 관념으로는 결론내릴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분명한 점은 동화되어가는 방향이 아니다. 재일 동포들의 정체성이 어떤 형태로 자리잡을지, 젊은 세대에 대해 저는 절대로 비관하지 않는다. ▶앞으로 재일 동포의 역할은. -정체성을 생각하면 재일 동포의 역할은 크다. 결국 재일 동포는 어떤 존재인가. 한국과 일본, 북한과 일본, 그리고 남북,3가지의 관계 사이에서 살아가는 이들이다. 재일 동포의 역할은 한국과 일본, 한국과 북한의 사이에서 같은 동포로서 관계될 수밖에 없다. 일본에는 한국과 북한 모두에 연결된 사람들이 많다. 그런 존재가 재일 동포들이다. 때문에 재일 동포의 과제는 절대로 단일화된, 고정된 정체성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3가지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재일 동포는 역사적인 과제를 부여받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재일 동포로서 이 사회 속에서 획득한 삶을 살았다. 앞으로 재일 동포들이 한국과 일본, 북한과 일본, 남북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는 재일 동포라는 마이너리티로서 작은 역할이 오히려 커지지 않을까 여긴다. 구체적으로는 문화운동이나 만남의 장을 만들 수도 있다. 일본에서 북한이나 한국으로 진출 가능한 인재들을 키울 수도 있다. hkpark@seoul.co.kr ■ 강상중 교수는 일본 규슈의 구마모토현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2세다. 한국 국적자로서는 최초로 1998년 도쿄대 정교수로 임용된 정치사상 전문가다. 현재 일본 사회과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회과학자이자 비판적 지식인으로 꼽힌다. 탈제국주의의 세계적 이론가로 동북아 평화공동체론의 주창자이기도 하다. 와세다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던 1972년 처음 한국을 찾았다. 그 후 “나는 해방됐다.”고 밝힐 만큼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 일본 이름이 아닌 본명을 썼다. 특히 정치사회학 연구서인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 내셔널리즘, 글로벌화의 원근법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최근 저서 ‘고민하는 힘’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홍콩 ‘다문화 사회’ 이젠 옛말

    “이제 홍콩인은 없다. 중국인만 존재할 뿐이다.” 1일로 중국으로 주권 반환 11년째를 맞은 홍콩에 중화민족주의 바람이 거세다. 다문화 사회로서의 색깔은 점차 옅어지는 분위기라고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홍콩 언론들이 지적했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에 대형 악재가 이어지면서 오히려 중화 민족주의는 더 강화되고 있다. 티베트 사태, 쓰촨(四川)대지진 등이 방어적 민족주의를 부추겼다. 반중 정서는 약해지고 홍콩과 중국을 동일시하는 시각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매년 7월 1일 열리는 대규모 민주화 요구 가두시위도 올해는 크게 위축됐다. 그동안 시위 규모는 반중 정서를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졌다.지난 2003년과 2004년에는 시민 50만여명이 참가했지만 매년 시위 규모가 줄었다.2006년에는 5만 8000여명,2007년 6만 8000여명이 참가했다. 올해는 4만∼5만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오히려 대륙 아이덴티티는 강조되고 있다. 지난 5월 2일 홍콩 성화 봉송로엔 수십만명의 시민이 나와 ‘중국 힘내라’를 외쳤다. 홍콩대 민의연구소가 지난달 홍콩 시민 10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자신을 중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대답한 비율이 50%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의 대(對) 홍콩 정책에 대한 만족도도 57%였다.99년 주권 반환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달 홍콩 정부가 이중국적자를 대거 고위공직자로 임명하면서 불거진 논란에서도 최근 홍콩의 분위기를 느낄수 있다. 그레그 소(蘇錦樑) 변호사 등 8명의 부국장(차관급) 내정자와 예비 고위공직자인 정치조리(助理) 내정자 9명 가운데 각각 5명,4명이 미국, 캐나다 등의 여권을 갖고 있는 이중국적자로 밝혀졌다. 홍콩 정부는 “홍콩 기본법(헌법)에 공직자의 국적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며 버텼으나 결국 당사자 대부분은 ‘기회주의자’라는 여론에 밀려 이중 국적을 포기했다. 국적과 상관없이 동양과 서양을 포용하던 다문화 사회의 홍콩이 서서히 혈통과 정체성을 강조하는 중국에 녹아가고 있는 것이다. 로버트 청 홍콩대 교수는 “베이징올림픽과 쓰촨대지진은 ‘나도 중국인’이라는 홍콩인들의 정체감을 크게 신장시켰다.”고 분석했다.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후진타오, 네티즌과 온라인 대화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주석께선 인터넷에 접속해 뭘 하세요?” “난 먼저 국내외 뉴스를 읽어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사를 찾아가 웹사이트인 인민망(www.people.com.cn)을 통해 국내 네티즌들과 대화했다. 중국 최고 지도자가 국민과 인터넷 대화를 하기는 처음이다. 온라인 토론방에는 타이완과의 관계, 부패, 물가, 후 주석의 취미 등 300여개 질문이 쏟아졌다. ‘평소 인터넷에 접속하면 무엇을 하느냐.’는 첫째 질문에 후 주석은 “일이 바빠 매일 서핑을 하지는 않지만 시간을 쪼개서라도 자주 접속하려고 애쓴다.”면서 “네티즌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또 공산당과 정부 일에 대한 네티즌들의 조언과 의견을 살펴보길 희망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네티즌들이 인터넷에서 제기한 의견과 건의사항을 볼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후 주석은 “우리는 네티즌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면서 “정책결정을 내릴 때 인민의 목소리를 듣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 주석과 네티즌들의 인터넷 대화는 20분간 진행됐다. 후 주석은 인터넷 대화를 끝내면서 시간제한을 안타까워하며 “인터넷으로 의견을 보내주면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감동적이었다.” “후 주석이 매우 고생한다.” “시간이 짧아 아쉽다.”는 등 댓글을 달았다. 이번 인터넷 대화는 티베트 사태, 쓰촨(四川) 대지진 이후 네티즌들이 민족주의로 뭉쳐 중국에 유리한 국제여론을 이끌어낸 점을 격려하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j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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