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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열병식 공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대 차량은 중국제”

    “북한, 열병식 공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대 차량은 중국제”

    북한이 15일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 열병식에서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발사대 차량(TEL)도 중국에서 들여온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18일 홍콩 인터넷매체 ‘홍콩01’에 따르면 군사전문가인 앤서니 웡(黃東) 마카오 국제군사학회 회장은 중국제 발사대 차량 가능성을 제기하며 중국이 ‘제 발등을 찍는 격’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웡 회장은 “북한이 이번에 선보인 ICBM의 최대 특징은 중국에서 제작된 싼장(三江) 완산(萬山·WS) 시리즈의 8축 특수 수송차량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국유 군수업체인 우주항공과학공업(航天科工) 소속의 중국싼장항천그룹이 제작한 특종차량 브랜드인 WS 시리즈의 한 제품이라는 것이다. 웡 회장은 북한이 과거 열병식에서 선보인 KN-08형 장거리 미사일 역시 중국제 운반차량에 탑재된 적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중국제 미사일 운반차량을 썼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북한은 2012년 4월 김일성 100회 생일을 기념한 열병식에서 초기 ICBM으로 추정되는 KN-08 장거리 미사일을 처음 공개한 바 있다. 곧이어 KN-08 미사일을 운반하던 발사대 차량은 중국제로 중국이 북한에 공식 수출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중국이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며 국제적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일본 매체가 중국산 대형 특수차량 WS 51200(전장 21m) 4대를 실은 캄보디아 선적의 화물선이 2011년 10월 상하이를 출발해 오사카를 거쳐 북한 남포항에 입항했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결국 KN-08 공개로 북한으로 간 특수차량의 용처가 확인되자 한미일 3국은 중국 미사일 운반차량의 북한 수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위반이라고 비판했고 중국은 위법한 물품을 북한에 수출한 적 없다며 잡아뗐다. 미사일 발사대 차량은 첩보위성이나 레이더 탐지 사각지역에 숨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어 전략 무기체계의 하나에 포함되는 품목이다.차량은 당초 중국의 ICBM 둥펑(東風)-31 운반용으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KN-08을 실은 차량과 이번 열병식에서 공개된 차량은 외관상으로 거의 똑같다.따라서 북한이 과거 중국에서 들여온 발사대 차량을 계속 탑재 미사일을 바꿔가며 재활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9일~새달 14일 ‘봄 여행주간’…떠나봄 즐겨봄

    29일~새달 14일 ‘봄 여행주간’…떠나봄 즐겨봄

    국민들의 설레는 봄 여행 계획을 도와줄 ‘2017 봄 여행주간’이 올해도 어김없이 펼쳐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 등과 함께 오는 29일부터 5월 14일까지 봄 여행주간을 시행한다고 17일 밝혔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국내 관광시장이 침체된 상황이어서 봄 여행주간에 거는 관광업계의 기대는 어느 해보다 높다.‘도시의 재발견’ 프로그램이 우선 눈에 띈다. 구도심, 폐산업시설 등이 매력적인 문화관광 콘텐츠로 변화된 곳들이 집중 소개된다. 경기 광명 업사이클아트센터, 충북 청주 동부창고 등 17개 시·도 53개소에 달하는 도심 재생 명소들이 포함됐다. 수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부산 장전시장 등 지역 청년문화기획자가 추천하는 도시 야간 투어 명소를 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신선한 파일럿 프로그램도 선을 보인다. 대구의 ‘김광석 음악 버스’가 대표적이다. 정식 명칭은 ‘더 플레이 버스: 김광석’으로, 문체부와 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개발된 새로운 개념의 시티투어 버스다. ‘움직이는 음악감상실’이라고 보면 알기 쉽겠다. 대구의 관광명소인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과 시티투어를 접목해 60분 동안 운행된다. ‘김광석 음악버스’는 봄 여행주간 바로 전날인 28일부터 매주 금, 토요일 저녁 7시에 각 1회씩 예약제로 운영된다. 인터넷과 모바일 누리집(theplaybus.modoo.at)에서 신청할 수 있다.이번 봄 여행주간에는 관광, 체험, 숙박, 음식 등 총 1만 5224개 업체가 할인 행사에 참여한다. 4대 고궁, 종묘, 국립생태원, 고흥우주천문과학관 등이 입장료를 50% 할인하고, 굿스테이와 고택 등 2586개 숙박업소, 디스커버리 제주 등 관광벤처기업 8곳도 할인에 동참한다. 전국 9개 지역 21개 코스를 도는 ‘팔도장터 관광열차’, 전국 87개 사찰의 템플스테이 등은 1만원으로 할인된다. 연예인 이수근이 아바타가 돼 1박 2일 동안 누리꾼들의 댓글에 따라 여행을 하는 ‘아바탁’ 여행을 비롯해, ‘내가 만든 여행기록영상 탁!큐멘터리’ 등 여러 이벤트도 준비됐다. 조부모와 손주가 함께 체험여행을 떠나는 ‘할머니, 할아버지, 함께 역사여행 떠나요!’와 청년 대상의 ‘청년, 섬을 만나다’ 등 다양한 계층을 위한 초청행사도 함께 펼쳐진다. 충북 단양과 괴산 등 11개 지역에선 걷기 행사가 열린다. 자세한 내용은 여행주간 공식 누리집(spring.visitkorea.or.kr) 또는 공식 누리소통망(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삼성그룹 GSAT ‘반도체·AI 문제’ 많았다

    삼성그룹 GSAT ‘반도체·AI 문제’ 많았다

    AR·IoT 등 미래먹거리 문제 나와 응시생들 “전반적으로 쉬웠다” ‘삼성고시’라 불리는 삼성그룹 공개채용을 위한 직무적성검사(GSAT)가 16일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삼성그룹이 올해 상반기를 끝으로 그룹 공개채용을 폐지하면서 그룹 차원의 GSAT 역시 더이상 치러지지 않게 됐다.16일 삼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GSAT가 서울 단국대 부설고등학교를 비롯해 부산과 대구, 대전, 광주 등 국내 5개 지역과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로스앤젤레스 등 해외 2개 지역에서 실시됐다. 총 5만여명이 응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언어논리와 수리논리, 추리, 시각적 사고, 직무상식 등 총 5개 영역에서 160개 문항이 출제됐다. 이날 GSAT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과학, 삼성그룹의 역점 사업에 대한 문제가 다수 출제됐다. 낸드플래시와 D램, 애플리케이션 응용프로세서(AP) 등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관련 문제들을 비롯해 하이브리드카와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등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문제가 출제됐다. 초전도체의 특징을 묻거나 그래핀, 블록체인(가상화폐 해킹을 막는 기술)과 같은 과학 문제도 포함됐다. 경제 문제로는 핵심성과지표(KPI)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화폐가치의 변화 등 기본적인 상식을 비롯해 옴니채널, 플래그십 스토어, 모디슈머(자신만의 개성으로 제품을 재창조하는 소비자) 등 경제 분야의 최신 트렌드에 관한 문제도 출제됐다. 고령사회에서 생산가능인구를 계산하는 문제도 출제됐다. 역사 분야에서는 한국사와 세계사를 한 문항에 섞어 연도순으로 나열하는 문제를 통해 역사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평가했으며 중국의 과거제도 등 중국사에 관한 문제도 비중이 높았다. 응시생들은 전반적으로 쉬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응시생 최모(26·여)씨는 “전체적으로 시중 문제집보다 쉬웠다”면서 “합격 커트라인이 얼마인지 감을 잡을 수 없어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다른 응시생은 “쉽게 출제됐다고는 하지만 추리 부분은 까다로웠다”며 “상식 부분에서도 역사와 경제는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합격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이 지난 2월 미래전략실을 폐지하기로 함에 따라 1957년 시작된 삼성의 그룹 공채는 60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하반기부터는 계열사별로 독자적인 채용 절차를 실시한다. 일각에서는 미래전략실이 전체 채용 규모를 조율하던 기능이 사라지고 각 계열사가 꼭 필요한 인력만 보수적으로 선발하면서 전체 채용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이 국내 기업의 채용 방식을 주도해 온 만큼 삼성의 그룹 공채 폐지가 재계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은 GSAT 합격자를 대상으로 직무역량 면접과 창의성 면접, 임원 면접 등을 거쳐 다음달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북핵 관련 어떤일 일어날 지 보게될 것”… 트럼프의 경고

    “북핵 관련 어떤일 일어날 지 보게될 것”… 트럼프의 경고

    “왜 中을 환율조작국이라 하겠나” 트위터에 ‘中의 北문제 개입’ 언급 “(북핵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게 될 것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이렇게 올렸다. 그는 “중국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우리와 협력하는데 왜 내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부르겠느냐?”면서 이같이 적었다.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돕기로 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음을 공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보고받았을 때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 머물러 있었다. 관련 보고를 받은 뒤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기자들에게 말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답지 않게(uncharacteristically) 침묵을 지켰다”고 전했다. 특별하게 많은 말로 북한 문제를 다루었던 만큼 그의 침묵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지에 대한 의문점을 압축적으로 던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압축적으로 답했다. 외신들은 특별히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방한 일정에 맞춰 미사일 도발이 이뤄졌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외교가에서는 펜스 부통령의 방한 결과가 북핵 대책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단계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미국의 안보 총책인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ABC뉴스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이는 계속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에 중국과 중국 지도부를 포함해 국제적 동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북핵과 미사일) 문제는 곪아서 터질 때가 됐고, 그래서 군사적 옵션 외에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에 착수할 때가 됐다는 것”이라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정권이 미국과 역내 동맹국을 위협하는 핵무기를 갖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혔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영국 더선데이타임스는 “맥매스터 보좌관이 미국에 북핵 프로그램을 무력화시킬 화력이 있고 이를 위해 선제타격할 가능성이 있음을 영국 정부에 알렸다”고 전했다. 한 영국 고위 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표적이 어디 있는지 알고있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의 한 전직 관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라고 트럼프가 생각한다면 선제타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는 미국과 북한 간의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이날 북한이 지난해 말 기준 최대 30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으며, 2020년 60개로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존 켈리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NBC뉴스에 출연해 “북한이 당장 미국에 대한 동적 위협(탄도미사일 공격 등)을 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분명히 사이버 위협은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 국방장관이었던 윌리엄 페리 스탠퍼드대 명예교수는 LA타임스 인터뷰에서 “대북 타격의 1막은 ‘해피 스토리’가 될 수 있어도, 2막은 아주 우려할 만한 쪽으로 전개될 수 있다. 그리고 3막은 재앙적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 결과에 대해 “북한이 핵 공격은 아니더라도 재래식 전력으로 남한에 보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리언 패네타 전 국방장관은 MSNBC에 출연해 “핵전쟁 가능성이 있다. 중국에 개입할 기회를 줬으니 어떻게 하는지 보자”고 제안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탄도미사일 단계별 요격 체계, ‘사드’만 알고 있나요?

    탄도미사일 단계별 요격 체계, ‘사드’만 알고 있나요?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접경 지역인 골란고원 상공. 헤즈볼라 보급기지로 추정되는 시리아 팔미라 인근 기지를 폭격한 뒤 귀환하는 이스라엘 전폭기의 레이더에 시리아군이 발사한 S200 지대공미사일이 포착됐다. 지상의 이스라엘 방공사령부는 즉각 ‘애로2’ 미사일을 발사해 이를 요격했다. 그 잔해는 이스라엘도 시리아도 아닌 인접국가 요르단에 떨어졌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타격에 실패한 S200을 굳이 지상 발사 요격 미사일로 떨어뜨린 이유에 대해 “S200이 우리 전투기 격추를 맞히지 못하고 이스라엘 영토에 떨어지면 우리 국민들의 피해가 우려돼 요격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이스라엘은 단·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모두 요격할 수 있도록 최첨단 다층 미사일 방어(MD) 체계를 구축한 국가로 자평한다. 우리 국민에게는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가 대표적인 요격 무기로 알려져 있지만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무기 체계는 사드뿐이 아니다. 적군의 미사일이 목표물에 도달하기 전에 탐지하고 궤적을 미리 예측해 요격하는 MD 체계는 미국, 러시아를 포함한 7개 국가가 개발 중이다. 특히 탄도미사일을 단계별로 요격할 수 있도록 하는 다층 방어 체계가 대세가 되고 있다. 탄도미사일은 일단 발사되면 포물선을 그리며 목표물로 날아간다. 비행단계는 정점에 이르기 전까지의 상승단계, 정점에 도달한 이후 대기권 밖(우주)에서 비행하는 중간경로 단계, 목표물의 상공에서 목표물을 향해 급강하하는 종말단계 등으로 구분된다. 미국은 단계별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도록 사드뿐 아니라, SM3 해상발사 미사일, GBI, 패트리엇 등 다양한 요격 무기를 구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이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국 본토를 향해 발사되는 상승단계에서는 1차적으로 태평양 해상의 이지스함에서 유효고도 1500㎞의 SM3 미사일을 발사한다. SM3 미사일이 요격에 실패하고 탄도미사일이 2000㎞ 상공(외기권)의 중간단계를 지나가면 알래스카나 캘리포니아에서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을 다시 발사한다. 만에 하나 GBI가 ICBM을 놓친다 해도 미사일이 미국 본토 가까이 접근하는 종말단계에 이르러서는 유효고도 150㎞의 사드가, 사드가 요격에 실패하면 최종적으로 40㎞ 이내 고도에서 패트리엇(PAC)3가 요격을 담당한다는 계획이다. 이 모든 과정은 ICBM이 비행하는 20분내에 이뤄져야 한다. 요격 기회가 많기 때문에 그만큼 방어 확률도 높아지는 셈이다. 미국 본토 방위의 핵심은 사드보다 GBI를 요체로 하는 지상배치미사일방어(GMD) 체계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 10여년간 400억 달러를 투입해 GMD 개발을 추진해 왔고 2008년 12월 첫 요격 시험에 성공했다.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은 다음달 말 북한 위협에 대비한 GMD 요격 시험을 3년 만에 실시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5일 보도했다.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는 총 33기의 GBI가 배치돼 있으며 미 국방부는 올해까지 14기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GBI의 강점은 ICBM이 미국 본토에 근접하기 전 2000㎞ 상공의 우주 공간에서 ICBM을 요격한다는 점이다. GBI의 속도는 마하 20(시속 2만 4480㎞)에 육박해 통상적인 ICBM이 외기권에서 대기권에 재진입하면서 내는 속도와 맞먹는다. 사드 미사일의 속도는 마하 8.2(시속 1만㎞) 정도다. 다만 한 발당 7500만 달러(약 850억원)에 달하는 고비용은 GBI의 대량 배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미국의 수제자인 이스라엘의 경우 지난 2일 중거리 요격 미사일 체계인 ‘다윗의 물매’(David´s Sling) 포대를 실전배치하고 다층미사일 체계 구축 작업을 마쳤다고 선언했다. 국토 면적이 2만㎢에 불과한 이스라엘은 애로3, 애로2, 다윗의 물매, 아이언돔으로 이어지는 촘촘한 통합 MD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스라엘 IAI와 미국 보잉사가 공동 개발해 올해 초 실전 배치한 애로 3 체계는 사거리 1000~2000㎞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겨냥하며 대기권 밖까지 날아가 미사일을 요격하는 무기로 평가된다. 애로 2 미사일은 300~1000㎞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도록, 다윗의 물매는 사거리 70~300㎞의 단거리 미사일에 대응하도록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 방산업체 라파엘이 2011년 선을 보인 ‘작고 가벼운’(80㎏) 아이언돔의 요격미사일은 사거리 70㎞ 내의 단거리에서 날아오는 로켓을 막는 방어 무기로 분당 최대 1200개의 표적을 요격하도록 설계됐다. 아이언돔은 이스라엘 영토 전체를 둥근 지붕 형태의 방공망으로 둘러싸는 미사일 체계를 의미한다. 이스라엘군은 2012년 11월 14일에는 남부 베르셰바를 향해 발사된 로켓포 15발을 아이언돔으로 모두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인근 결혼식장에 있던 하객들은 대피할 생각을 하지 않고 날아오는 로켓포가 공중에서 폭발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봤다. 이후 사례로도 아이언돔의 요격률은 실전에서 90% 이상으로 입증됐다. 이스라엘이 자체 MD 체계 구축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의 전격적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10년간 이스라엘의 요격미사일 개발 지원에만 30억 달러(약 3조 34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미국이 동유럽의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MD 체계 구축을 서두르면서 러시아도 ‘러시아판 사드’ 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올해 상반기까지 최대 사거리 600㎞(요격 고도는 210㎞)의 S500 ‘트리움파터’(Triumfator) 고고도 미사일을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S500은 시속 2만 5000㎞(마하 20.5)의 속도로 날아오는 미국 ICBM을 파괴할 수 있다. 러시아는 앞서 S400 체계와 S300 체계를 구축했다. 마하 14(시속 1만 7280㎞)로 비행하는 공중 목표물을 요격할 수 있는 S400은 사거리 40~400㎞ 거리의 공중 목표물을 요격한다. S300은 고도 25~30㎞의 하층에서 비행하는 표적을 파괴하는 무기 체계다. 중국도 종말단계 고도에서 요격 능력을 갖춘 방공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중국판 사드로 불리는 훙치(紅旗·HQ)19는 사거리 3000㎞의 중거리 미사일 요격을 목표로 한다. 중국청년망은 중국 방공체계가 2010년 1월 처음으로 중고도 중거리 미사일 요격실험에 성공한 이래 위성 요격 실험, 고고도 미사일 요격 실험 등을 실시하며 육상 기반 중고도 미사일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군의 미사일 방어(KAMD)체계는 종말단계 하층방어인 패트리엇(PAC)3 위주로 구성됐다. 한국군도 2015년부터 이스라엘 애로 2와 비슷한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LSAM)을 개발하고 있지만 요격 고도는 60㎞에 불과해 이스라엘의 사례를 참조해 다층 방어체계 구축에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MD 체계의 요격 신뢰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GMD나 사드 등은 아직 실전에서 핵미사일 공격을 막아본 경험이 없다. 미국의 비영리 단체 ‘걱정하는 과학자 모임’은 지난해 7월 “현재의 GMD로는 미국 주요 도시들에 대한 북한 핵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수 없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국방부가 최근 시행한 7차례의 시험에서 탄두요격에 성공한 것은 3차례에 불과했고 사전에 치밀하게 짜인 비행 시험 각본에 따라 성공으로 조작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미사일 방어청은 사드의 요격률이 100%라고 주장하지만 일각에선 여태까지의 사드 요격 실험은 사전에 계획된 방식에 따라 실험해 본 것이라 실전에서의 요격 성능이 검증되지 않았다. 사드 레이더가 기만탄을 식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러시아가 미국 MD에 대항해 개발한 신형 ICBM ‘토폴M’은 발진 단계에서 엔진을 짧게 가동한 뒤 꺼버리는 방식으로 조기경보위성의 감시망을 회피하고 대기권 재진입 시 탄도 궤도를 바꿀 수 있어 방어가 어렵다. 현 시점에서 미국의 MD체계는 러시아의 ICBM 공격을 막기는 어려운 셈이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현재 미국 MD 체계는 러시아보다 북한, 이란 같은 ‘불량국가’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방패를 개발하면 항상 이를 무력화시킬 창이 등장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中기업, 北에 미사일 기술·부품 제공”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중국 기업들이 기술과 부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현직 미국 정부 및 유엔 관료들과 전문가들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밝혔다. 이들은 익명으로, “중국 정부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은 북한 정권에 미사일이 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부품과 기술을 계속 제공하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 기업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수출을 금지한 민감한 소프트웨어 등을 최근 18개월 전까지 북한에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중국을 통한 미사일 부품과 기술 공급이 북한 기술자들에게 기술적 진전을 이룰 수 있게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 관료들은 공급 날짜와 부품 이름 등 바다에 빠진 미사일 잔해물에서는 밝혀내기 어려운 증거들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민간연구단체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도 이날 펴낸 보고서에서 북한에 부품과 기술을 공급한 중국 기업으로 ‘선양공작기계’를 지목했다. 한편 중국 해관총서(관세청)가 지난 13일 발표한 1분기 무역통계에 따르면 북·중 간 무역 규모는 전년 대비 37.4% 증가했다. 중국의 대북 수입은 18.4%, 수출은 54.5% 급증했다. 1분기 무역 총액은 84억 위안(약 1조 3780억원)이며, 중국이 15억 2000만 위안의 흑자를 냈다. 다만 북한산 석탄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51.6% 줄어든 267만 8000t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지난 2월안보리 결의 이행 차원에서 북한산 석탄 수입을 연말까지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무역액의 증가는 철광석, 아연, 해산물, 가공 의류의 수입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열린세상] 연구중심대학과 대학혁명/전호환 부산대 총장

    [열린세상] 연구중심대학과 대학혁명/전호환 부산대 총장

    2016년 QS 세계대학평가 상위 30위권에는 미국 15개, 영국 7개, 스위스, 싱가포르가 각각 2개, 호주, 중국, 홍콩, 캐나다가 각각 1개 대학이 포함되었다. 영국을 제외한 유럽 대학이 무너지고 왜 미국 대학들이 세계대학 순위를 휩쓸까? 세계 30위 내에 든 미국 대학 15개는 모두 연구중심대학이다. 주립인 미시간대와 버클리대를 제외한 13개가 사립대이다. 작년 8월 나는 앤아버에 있는 미시간대를 방문하여 두데스탯 전 총장을 만났다. 그는 10년간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미국 대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경험하고 고뇌한 내용을 담은 책 ‘대학혁명’(2004년 번역 출간)의 저자로 우리나라에 알려져 있다. 두데스탯 전 총장은 ‘연구중심대학과 미국의 미래’란 책을 나에게 주었다. 미 의회의 요청으로 2012년 출간된 이 책의 부제는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10개의 필수 혁신강령’이다. 미국에는 3600여개의 대학이 있다. 그러나 국가의 핵심 자산인 연구중심대학은 60여개뿐이고, 정부의 강력한 정책과 재정 투자가 성공의 핵심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미국의 연구중심대학은 연방·주정부와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의해 육성됐다. 남북전쟁이 진행 중인 1862년, 미 의회는 ‘토지무상양도법’을 통과시켜 농업과 산업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중심대학을 설립했다. 그 결과 세계를 먹여 살린 농업 녹색혁명이 있었고, 제조업은 20세기 미국을 세계 강국으로 만드는 동력이 되었다.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미 의회는 다시 한번 세계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을 구축하기 위해 기초연구와 대학원 교육에 집중 투자하는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이러한 확장된 파트너십은 미국이 동서냉전에서의 승리는 물론, 세계 최초로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연구중심대학과 미국의 미래’에서 말하는 내용은 혁신을 요구하는 우리나라 대학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 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중심대학들이 최근 들어 고등교육 비용 증가와 정부의 재정 지원 감소로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리고 대학들의 재정 확충을 위한 노력은 대학 본연의 임무인 기초교육과 연구에 집중할 에너지를 분산시켜 궁극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짚었다. 중국 등 아시아권 대학이 급상승하여 외국 우수 학생과 과학자 유입도 어렵다. 강력한 미국을 재창조하기 위해 연구중심대학과 정부, 기업 및 기부단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다시 강화해 장기전략 수립과 함께 연구재정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대학의 재정은 평가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대학들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주립인 미시간대의 경우 기숙사비를 포함한 연간 등록금은 주외 거주자는 약 6만 달러(약 7000만원)이고, 대학재정은 연 4조원 규모이다. 서울대의 5배, 부산대의 10배다. 주립인 버클리대학과 사립인 스탠퍼드대의 등록금(6만 7000달러)은 비슷하다. 영국의 대학 등록금 또한 미국의 연구대학과 차이가 없다. ‘국립대학=등록금이 싼 대학’으로 인식되는 우리나라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성과는 재정 투입에 비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계대학 평가순위가 대학재정 순위와 비슷한 것이 그 증거다. 미국의 대학은 연구중심대학(기초과목 강화 및 박사학위 수여), 교양중심대학(학사 혹은 전문석사학위 수여), 그리고 2년제인 산업중심대학으로 구분된다. 입학자격도 철저히 구분하고, 정부 지원금도 차등화하고 있다. 이는 효율적 재정 지원의 프레임으로 정착했으며, 다양화·차별화·특성화를 통해 대학이 급변하는 21세기의 ‘국가 싱크탱크’로서 제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원천이 되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대학·정부·지자체·연구지원재단·기업 및 기부단체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한번도 시도한 적이 없다. 국립대 재정은 정부가 주도하면서 대학의 자율권을 제한했다. 대선 때마다 교육개혁을 외쳤지만 제대로 시행된 적은 없다. 이제 우리나라도 연구와 교양중심대학으로의 구분·육성과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기본으로 하는 장기적인 대학정책을 수립해야 할 때다. 혁명의 기회는 여러 번 오지 않는다.
  • [2017 제1회 서울신문 정책포럼] ‘소비자 안전’이 대전제… 전안법 방향·범위 공감대 찾아야

    [2017 제1회 서울신문 정책포럼] ‘소비자 안전’이 대전제… 전안법 방향·범위 공감대 찾아야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 시행이 1년 유예된 가운데 대안 마련을 위한 여론 수렴이 한창이다. 전안법은 생활용품 인터넷 판매에 대해 ‘KC 인증’(국가통합인증) 게시 등을 의무화한 것으로, 찬성과 반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동대문상가나 온라인쇼핑몰 등 소상공인들은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고, 소비자단체들은 “소비자 권익을 위해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논란이 이어지자 정부는 법 적용 시점을 올 1월에서 내년 1월로 미뤘다. 그사이에 상공업계와 소비자 쪽의 의견을 더 수렴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신문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태평로 본사 회의실에서 올해 첫 ‘서울신문 정책포럼’을 열어 이 문제를 다뤘다. ‘4차 산업혁명과 전안법… 소비자 권익 보호인가, 과도한 규제인가’(주관 한국제품안전협회)를 주제로 열린 좌담 형식의 포럼에서 각 부문을 대표해 나온 전문가들은 전안법을 둘러싼 주요 쟁점과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문은숙 소비자와함께 공동대표(소비자), 김윤태 한국온라인쇼핑협회 부회장(유통업계), 이재길 한국의류산업협회 총괄본부장(제조업계), 김주찬 광운대 행정학과 교수(학계)가 패널로 참석했으며 사회는 김태균 서울신문 경제정책부장이 맡았다.1. 전안법 논란 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이 왜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나. -김윤태 부회장 인터넷 쇼핑은 해마다 10~20%씩 성장하는 신산업이다. 미국 ‘아마존’ 등 해외 사이트 판매 제품을 국내 소비자에게 배달해 주는 구매대행 시장도 폭발적으로 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여 주지는 못할망정 사전 인증이라는 강력한 규제법을 정부가 만들었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상거래법상 상품고시를 만들어 온라인 판매 제품에 대한 안전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추가로 전안법을 통해 KC 인증 인터넷 게시 의무화 등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재길 본부장 2015년에 제정된 전안법이 올해 갑자기 생겨난 것처럼 인식되며 극심한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데, 여기에는 1차적으로 정부에 책임이 있다. 상공인들과의 소통이나 공감대 형성에 대한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 및 유통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영향 평가도 부족한 상태에서 법률이 강제, 의무화되다 보니 생긴 문제다. 업계가 실제로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 -문은숙 대표 전안법은 기존의 ‘전기용품 안전관리법’과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을 통합했을 뿐 새로운 법으로 보기 어렵다. 기존 안전관리제도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선하고 온라인 사업자도 오프라인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소비자에게 안전정보(KC 마크)를 제공하는 것을 추가한 정도다. 그럼에도 마치 민생에 해가 되는 악법처럼 알려지는 데는 정부 역할과 기업 책임에 대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원칙이 없기 때문이다. 화학적 변화 없이 물리적으로만 통합됐다는 얘기다. 안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규제라고 몰아세워서는 안 될 것이다. 기업이 마땅히 져야 할 부담을 불필요한 영역, 고비용 규제라고들 상공인들이 주장하는데, 예전에 안전관리를 안 했던 비용을 당연히 지불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 비용은 물론 소비자도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 2. 소상공인 법적용 어떻게 →소상공인에 대한 법 적용을 어떻게 해야 ‘규제’와 ‘보호’의 절충점이 찾아질까. -김주찬 교수 소상공인의 명확한 규정이 참 어렵다. 하지만 소상공인이라는 개념보다는 원칙적으로 규제가 엄격히 들어가야 할 대상을 먼저 정하고 나머지 대상을 어떤 식으로 관리할지를 정리하면 문제는 간단해진다. 인증 비용 부담이 생기면 일정 수준의 제품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텐데, 이에 따른 가격 경쟁력 상실을 감내할 만한 수준의 안전 이슈인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안전 문제는 제품 자체의 유해도도 중요하지만 어린이 등 누가 사용하고, 누가 구매하고, 제품 사용주기가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 정부 안전관리 체계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리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 -김윤태 부회장 소규모 사업자들은 상품 회전율이 빠른 제품을 취급하면서 저가의 비용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생활용품의 KC 인증에 대한 품목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 생활에 밀접하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까지 인터넷 게시 의무를 부과해 소상공인에게 무리한 부담을 주기보다는 상품 정보 고시의 틀에서 현상을 유지해도 문제가 없다. 특히 영세 상인들은 인증 부담이 큰 만큼 유해 가능성이 미미한 품목은 제외하고 그 제품들에는 자율적인 정보 표시를 유도해야 한다. -문은숙 대표 안전 책임에는 일반적인 원칙이 적용돼야지 예외가 있어선 안 된다. 다만 제조자, 유통업자, 판매업자의 책임은 각각 다르다. 중소·영세 소상공인은 책임의 면제, 축소가 아닌 인증 절차의 간소화나 공동실험과 같은 인프라 공유 지원 등 안전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재길 본부장 소상공인의 범주는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 섬유 패션산업은 90% 이상이 10인 이하 소규모 업체들로 구성돼 있다. 매출 10만원 이하짜리를 10개도 못 파는 상인이 있는가 하면, 연매출 100억원이 넘는 사업자도 있다. 권리금 2억~3억원짜리 동대문 상가 매장을 가진 사람과 집에서 단순 물건을 만들어 올리는 사람들의 경제활동 능력이 다른데 소상공인이란 이름으로 묶어 버리는 건 어불성설이다. 유통, 제조, 원사 등 독립된 권리 주체와 복잡다단한 공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되는데, 그 과정에서 책임 규명도 쉽지 않다. 3900원짜리 양말 2개 세트를 파는 상인이 소비자와의 접촉점이라는 이유로 전체를 책임져야 하나. 완제품만을 겨냥한 전안법의 적용 대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3. 소비자 안전 보호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소비자 안전 보호와 산업발전 해법은. -김주찬 교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된 섬유 제품은 한류문화 확산 등에 힘입어 후방 연관 산업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안전의 원칙과 함께 우리나라 규제 제도를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야 한다. 온라인 쇼핑은 국경의 경계를 허물고 가는 만큼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제품이 국제적으로 비슷한 기준과 규제의 틀 속에서 거래될 때 비로소 유통업체든, 제조업체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미국, 유럽연합, 중국 등 세계시장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안전기준과 규제 방식이 뭔지 확인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김윤태 부회장 소비자의 해외 제품 구매에 있어 편의를 제공하는 구매대행의 경우 소비자에게 직접 배달되고 유통되는 과정에서 KC 인증 등을 받기 어려운 만큼 해당 판매국의 인증정보로 대체하는 한편 일부는 KC 미인증 제품임을 밝히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 오픈마켓의 경우 6000만~7000만개의 상품이 다뤄진다. 전안법은 벼룩 하나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식이 될 수 있다. 시장 환경에 맞게 풀어 주고 온라인 시대에 맞게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은숙 대표 전안법은 온라인 플랫폼의 모든 거래를 뒤흔드는 엄청난 새 규제가 아니다. 필요한 정보인데도 여태껏 공개하지 않았던 제품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다. 첨단 기술력이나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내라는 게 아니다. 수많은 광고형 정보 속에 정말 안전에 대한 소비자 정보를 찾기가 힘들다. 홈쇼핑과 오픈마켓에 사업자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책임 조항이 만들어졌듯이 이전과 같은 자유는 줄어들겠지만 초가삼간 태우는 정도의 부담은 아니다. 물론 생산부터 유통까지 과정에서 맨 말단에 있는 업체가 모든 책임을 다 질 수는 없다. 섬유제품은 물질 관리와 완제품 관리 등 다른 법규들과 연계돼야 한다. -이재길 본부장 온라인 환경에 대한 규제는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단순히 과거에 안 해 오던 걸 이제 지킬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하기보다 온라인 유통 환경을 어떻게 적절히 양성화할지 방법을 찾는 게 맞다. 사후 규제를 강화하고 KC 검사를 받은 제품과 받지 않은 제품을 자율 표시하도록 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KC 마크는 없지만 한철 짧게 입을 5000원짜리 면티 2장을 사는 것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능할 텐데 그런 선택의 여지를 남기는 것은 어떨까. 특히 시장별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절대 부족한 KC 검사기관 등 인프라 부족 문제와 오랜 검사 기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4. 법 유예기간 보완점은 →정부는 내년 1월까지 법 시행 유예기간 동안 어떤 것을 보완해야 하나. -김윤태 부회장 이왕에 법 시행을 유예하는 것이라면 아예 2년 정도 미뤄 시행 자체가 적절한 것인지 좀더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 ‘청탁금지법’ 시행 때처럼 좀더 사회적으로 부산을 떨어야 한다. 공론화와 적응 가능성에 대한 공감대를 거쳐 불필요한 위법행위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주찬 교수 논의의 중심에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과학적 분석이 있어야 한다. 인증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비용 부담의 주체는 누가 되는지, 비용에 따른 기대 편익은 뭔지, 장기적으로 안전과 관련한 어떤 사회적 변화가 올지, 산업구조의 국제 경쟁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유예기간 동안 추가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업계는 정부와 국회가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자료를 줄 필요가 있다. 참여자들이 제도와 방향에 공감할 수 없다면 방향이 아예 잘못됐거나 혹은 너무 앞서가 시장이 쫓아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이재길 본부장 혼란이 더 길어지기 전에 어느 정도 논의된 것들을 종합해 빨리 방향을 제시해 혼란을 줄여 줬으면 좋겠다. 법률 개정 방향이 빨리 나와야 기업들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인프라, 인증 방식, 단계별 가이드라인에 대한 정보 전달이 현재 너무 부실한 만큼 정부 차원의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 -문은숙 대표 기본적인 안전 인증은 기업의 책임이지만 안전을 확인해야 할 품목을 무엇으로 할지 등은 정부가 정해야 한다. 그래야 생산에서 유통까지 각각의 단계마다 더 효율적으로 제품을 만들고 판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졸속으로 시행되기보다 제품 안전관리에 소비자와 사업자와 정부가 동의하는 원칙이 마련돼야 한다. 소비자 신뢰는 사회적 자산이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서 보듯 소비자 위해 문제는 아무리 큰 보상을 받는다 할지라도 원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제품안전기본법에 나오듯 책임 수행 방법을 기업이 제시하고 정부가 효율적인 감독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리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전안법은… KC 인증 적용대상’ 공산품 →생활용품 ‘가습기 살균제’ 이후 안전성 부각… 인터넷에서 의류·잡화 팔 때도 인증마크 표시해야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제품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마련된 것이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이다. 전안법은 전기용품과 공산품에 따로 적용하던 법(전기용품안전관리법,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을 통합한 것이다. 2015년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돼 통과됐다. 우선 법 적용 대상에 대한 용어부터 ‘공산품’에서 ‘생활용품’으로 바뀌었다. 국가통합인증인 ‘KC 인증’의 분야는 ▲안전 인증 대상 생활용품(재생타이어, 라이터 등) ▲안전 확인 대상 생활용품(건전지, 도어록 등) ▲공급자 적합성 확인 대상 생활용품(의류, 잡화 등)으로 구분됐다. 생활용품을 생산할 때 업체는 반드시 KC 인증을 보유해야 하며, 인터넷에서 판매할 때도 홈페이지에 KC 인증 마크를 표시해야 한다.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구매대행업자들도 생활물품에 대해 KC 인증을 확인할 의무가 있다. 예컨대 해외 제조업체가 KC 인증이 없을 경우 그 회사의 제품은 국내에 수입해 들여오면 안 된다.
  • 평양 르포④/다섯 가지 키워드로 풀어 본 북한

    ■첫날 서울과 평양의 직선거리는 200㎞가 채 되지 않는다. 서울에서 전주와 비슷한 거리인데, 육로와 항로가 닫힌 현재 평양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중국을 경유하는 것이 거의 유일하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B조 취재를 위해 평양을 향할 때도 이 길을 따른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이었다. 지난 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베이징으로 향한 뒤 3일 평양행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연결편이 마땅치 않아 중국에서 하루 체류했기 때문에 한국을 떠나 북한 땅을 밟기까지 30시간 가까이 걸렸다. 남미 대륙의 어느 도시를 향한 것처럼 오랜 시간이 걸린 건 태평양보다 넓은 분단의 벽 때문이었다. 50여 명의 한국 여자축구 선수단과 기자단을 태운 비행기가 3일 오후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처음 반긴 건 2012년 새로 지어진 공항 청사였다. 김일성 초상화가 걸려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공항 상단 가운데 줄에는 ‘평양’이라는 간판만 걸려있었고, 한국의 중소도시에 자리한 여느 공항처럼 아담한 규모에 익숙한 영어 간판까지 평양이라는 글자와 몇 대 보이지 않던 고려항공의 항공기 간판만 없었다면 북한에 왔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국제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는 순안국제공항의 제2터미널로 통하는 통로가 중국에서부터 타고 온 항공기와 연결됐다. 짐칸의 짐을 내려 조금 천천히 발걸음을 떼면서 심호흡을 했다. 처음 본 북한 주민은 통로 입구에 서있던 여성 보안원이었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의미 없는 시선을 주고 받았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야 하는 것인지 몰라 가볍게 묵례한 뒤 걸음을 재촉했다. 검역 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곳에선 역시 아무 말이 없던 보안원이 보였고, 혹시나 트집 잡힐 일은 없을까 신고서를 여러 번 살펴보아야 했다. 입국 심사를 하는 곳에 섰을 땐 이미 우리 여자 대표팀 선수들과 중국 승객 등이 줄지어 있었다. 낯선 ‘위생실’이란 글자는 이곳이 북한임을 깨닫게 했다. 북한군이 입는 황토색 복장을 입은 보안원이 말을 건 것도 그때였다. “축구 때문에 오셨죠.” 조금 강한 억양이지만, 보안원의 얼굴엔 미소가 작게 보였고 “네. 안녕하세요”하고 말하는 내 목소리에 스스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오시는 거겠죠.” 역시 북한식 말투로 묻는 입국 심사대의 관계자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여권 사이에 꽂혀 있던 북한 입국 비자에 도장을 찍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본 입국 심사대의 공항 관계자들과 같은 사무적인 태도였지만, 생소한 광경을 처음 목격한 그런 호기심이 느껴졌다. 방북 전 받은 교육에선 ‘노트북을 키고 여러 내용을 뒤져 본 뒤 트집을 잡을 수 있으니, 웬만한 내용은 모두 삭제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외하곤 모든 자료를 지워뒀다. ’혹시 문제가 생겨 다시 돌아가라 해도 어쨌든 평양 땅은 한 번 밟아봤구나‘하고 생각하며 엑스레이 기기에 짐을 넣었다. ’이건 뭡니까‘하고 가방을 열어보며 하나하나 꼼꼼히 물어보는 보안원은 중년의 한국인과 닮았다. ”이건 감기약이고, 이건 간식으로 가져온 과자에요.“하고 답하자 고개를 자연스레 끄덕였다. 황토색 제복과 왼쪽 가슴에 달린 김일성 부자의 휘장이 없었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내 나라 말을 하는 이의 검사를 받고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는 일은 무척 생소했다. 이런저런 검사를 마치고 게이트를 빠져나오자 미리 나온 영상·사진 선배들이 이미 자리를 잡아놓은 상태였다. 주위엔 생소한 듯 표정을 지은 북한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고, 일부 정장을 입은 이들이 게이트를 빠져나온 우리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다. 바쁘게 공항을 빠져나간 선수들과 인터뷰를 한 뒤 잠시 여유가 생기자 북한 관계자들은 기자들을 모아놓고 ”민화협 참사 아무개입니다“하고 자기소개를 했다. 소위 연락관이라고 불리는 북한 관계자들이 취재는 물론 사소한 행동하나까지 통제하거나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이미 방북 교육에서 들어 알고 있었다. 민화협의 ’민족화해협의회‘의 약자로 민간단체의 외양을 하고 있고, 한국에는 김대중 정부 당시인 1998년 민족화해법국민협의회란 이름으로 만들어진 단체와 인연을 맺으며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교류가 한창이던 시기에는 회담이나 민간 교류 시에 한국 인사들을 안내하고, 관련 내용을 협상하는 역할도 맡았다고 한다. 민화협 관계자들만 연락관을 맡는 건 아니다. 한국에서 온 선수단을 이끌어야 하기에 특별히 배치된 것으로, 이들은 대부분 통일전선부나 보위부 등 대남 활동을 하는 조직의 관계자들이 민화협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화협 북한 관계자들은 민화협 사람들은 기자단이 북한에 머물며 가장 자주 대화를 나눈 북한 주민이다. 매일 아침 식사를 마치면 선수단과 함께 북한을 방문한 통일부 관계자들과 일정을 결정해 기자단에 알려주는 식으로 일과가 시작됐다. 오후 무렵 훈련이나 경기 일정에 맞춰 호텔 1층에 모인 뒤 버스를 타고 떠나는 게 보통이다. 외부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경우에는 조금 일찍 호텔을 떠나는 것 말고는 달라지는 건 없다. 북한 관계자들은 한국의 정치 상황에 큰 호기심을 보였다. 특히 한국의 대선과 세월호 사건, 최순실 사태 등에 대한 질문은 평양에 도착한 첫 날부터 계속 이어졌다. 이들은 보통 오전 8시쯤 출근해 오후 6시 30분쯤 퇴근하곤 하는데, 한국의 뉴스를 보는 것이 자신들의 일이라고 했다. 물론 다른 업무가 많아 지는 날이면 야근을 해야한다는 건 한국과 같았다. 북한 관계자들에게 ’회사가 광화문 쪽에 있다‘고 하자 ”전 선생도 광화문에 나가보셨습니까“하고 물었다. 최근 계속된 촛불시위를 염두에 둔 질문이었다. 그리고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될 것 같습니까“, ”지난 선거에선 누구를 뽑았습니까“, ”이번에 누구를 뽑겠습니까“하는 간단한 질문이 이어졌고, 이어 ”안철수 선생이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선생을 많이 따라잡은 것 같던데요”, “박근혜가 탄핵당하는 수치스런운 일이 있었는데, 그럼 탄기국(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박근혜가 세월호 때 주사를 맞은 게 사실입니까” 하는 식으로 자세한 질문도 쏟아냈다. ’체육부 기자라 잘 모른다‘고 하면 ”어떻게 기자 선생들이 모를 수 있습니까“ 하고 웃어 보이기도 했다. ■평양 평양은 극장 같은 곳이다. 영화가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지만 진실이 아니듯, 평양은 북한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었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기자단이 볼 수 있는 곳은 북한 관계자들의 의도가 반영된 곳으로 김일성-김정일을 찬양하는 선전 문구와 높이 솟은 빌딩, 신식으로 꾸며진 거리 등이었다. 호텔 역시 외국인들이 묵는 호텔이었기에 평양의 일상을 전부 볼 수는 없었다. 북한이 의도대로 짜여 진 모습이 극장에 걸린 영화처럼 상영되었다. 하지만 이런 스크린은 단지 이상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현실을 가리기 위한 것임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한국 선수단이 묵은 숙소는 양각도국제호텔로 해외에서 온 여행객 등 외국인이 묵는 곳이다. 대동강 가운데 있는 양각도에 세워진 47층 높이의 고층 빌딩이다. 사실 평양에는 이 정도 규모의 빌딩은 적지 않은데, 105류경호텔로 불리는 피라미드 모양의 건축물은 아직 완공되진 않았지만, 곧 모두 지어져 호텔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평양 모든 곳에서 건축물은 류경호텔과 양각도호텔, 주체사상탑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대동강 변을 따라 자리한 과학자거리에는 ’인재중시 과학중시‘라는 구호가 적힌 고층 빌딩이 늘어서 있다. 호텔로 오던 길가의 건물엔 초록빛 핑크빛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고, 창문마다 꽃 등 식물이 심긴 화분이 놓여있었다. 도로는 깨끗했고, 차는 많지 않았다. 사람들은 중국의 작은 도시를 연상케 하는 인민복 등 평상복을 입은 시민들이 평범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하지만 평양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북한의 모습은 조금 달랐다. 하늘에선 손바닥 크기 만하게 보이던 북한의 도시들은 큰 도로를 따라 초록색과 핑크빛 고층 건물이 보였고, 그 뒤로 잿빛 건물들이 하늘에서도 위태롭게 보일 만큼 듬성 듬성 자리를 잡고 있었다. 도로 변의 화려한 건물은 큰 길가와 거리를 둔 다수의 건물과 흑백사진처럼 대조를 이뤘다. 평양에서 머문 일주일 동안 흑과 백 같은 대조는 항상 눈에 띄었다. 가깝게는 호텔 방의 창문으로 보이는 방향의 평양 도시와, 방이 배치되지 않은 반대쪽의 도시 모습은 서로 달랐다. 한쪽은 고층 빌딩이 대동강을 따라 늘어섰고, 다른 한쪽은 둔탁한 소리가 울릴 것 같은 시멘트 건물의 앙상한 모습이 주를 이뤘다. 평양 길거리는 서울과 비교해 무채색에 가깝다. 화려한 광고판 위로 각종 영상과 사진이 컴퓨터 그래픽과 어우러져 표현되는 서울의 거리와 달리, 평양에선 상업광고판을 찾아볼 수 없다. 기자단이 평양에 머무는 동안 본 광고판은 김일성경기장 내부 그라운드 주위에 배치된 것들 뿐이었다. 버스 정류장, 건물 외벽, 지하철역 주변에도 광고판은 없었다. 대신 북한의 체제를 선전하는 문구로 가득했고,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구호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의외였던 것은 김정은에 대한 찬양 문구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는데, 아직 평양에서조차 안정적인 기반을 닦지 못한 단면으로 보인다. 한국 기자단은 평양에서 주로 경기장-호텔만 오갔는데, 외부로 향할 땐 북한 관계자들이 버스 기사에게 어떤 길로 갈지를 정확히 일러준 뒤에야 버스가 출발한다. 양각도국제호텔과 김일성경기장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구글 지도 검색을 통해 확인한 결과 평양역을 거쳐 승리역을 지나 만수대를 통과하는 코스로, 15분이 걸린다. 하지만 기자단을 태운 버스는 과학자거리를 지나 여명거리를 통과해 북쪽으로 길게 돌아 영생탑을 따라 내려오는 코스로 향했다. 30분 정도 소요된 이 코스를 벗어난 적이 없기에 기자단은 ”걸어다녀도 외워서 가겠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북한 관계자들이 이런 코스를 택한 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겠다‘와 ’보여주기 싫은 것은 보이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반면 평야에 도착한 3일과 떠난 8일은 순안국제공항을 향하는 길은 한국의 1960년대 시골 풍경과 흡사했다. 도로에는 나물을 뜯는 허름한 차림의 노인이 눈에 띄었고, 페인트 칠이 낡아 곳곳에 금 간 흔적을 드러낸 건물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공항으로 가는 도로는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아 버스가 흔들리기 일쑤였다. 북한 관계자들에겐 ’보여주고 싶지 않은 곳‘이었겠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평양에 사는 이들은 짐작하건대 대체로 만족스러운 삶을 보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부와의 연결이 철저히 차단되었기에 그들이 비교할 수 있는 건 북한의 다른 도시들 뿐이니 말이다. 북한의 TV 채널은 오직 제한적으로 방영되는 한 개의 채널이 전부였다. 외국인이 묵는 호텔방 안에선 알자지라 등 외부 방송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오가는 호텔의 로비와 식당에선 오직 조선중앙TV가 흐를 뿐이다. 조선중앙TV는 평일엔 오후 3시부터 방송을 시작해 김부자 삼대에 대한 철 지난 다큐멘터리나, 북한 체재를 찬양하는 노래가 주를 이뤘다. 이처럼 평양의 시민들은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북한의 식량난 등 열악한 사정과는 다른 삶을 사는 것 같았다. 평양에 주로 모여 사는 북한 로동당 수뇌부들은 주민들의 목숨을 건 보위를 받으며 안정적인 삶을 누릴 테다. 이 도시의 모습을 보면서 ’평양 카르텔‘이라는 생각이 든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생활 북한 사람들은 직업을 마음대로 선택할 자유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평양에서 만난 이들은 학창시절 혹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얻은 직업을 계속해서 했다. 기자단이 손쉽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식당의 봉사원(종업원)들도 그랬다. 평양에서 식사를 하거나 호텔에 묵을 때 만나게 되는 봉사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장철구평양상업대학 출신이다. 지난해 장철구평양상업종합대학으로 이름을 바꾼 이 학교는 봉사학부, 료리학부, 호텔경영학부 등의 전공으로 나뉘며 이곳을 졸업한 이들은 학창시절 배운 내용에 맡게 일을 하게 된다. 호텔이나 공항 식당에서 만난 이들에게 ”평양상업대학 나오셨나요“하고 물으면 모두 ”그렇다“고 말했다. 요리사들에겐 ”평양상업대학 료리학부 나오셨죠“하고 물으면 역시 ”그렇다“고 말한다. 5일 평양의 유명 음식점인 옥류관에서 만난 봉사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옥류관의 대표적인 요리인 평양냉면에 곁들인 음식으로 나온 녹두전은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는데, 봉사원에게 비결을 묻자 ”30년 동안 녹두전만 만든 료리사의 손맛“이라고 설명했다. 김일성경기장 앞에 자리 잡은 개선문에는 35년 동안 가이드를 맡은 중년 여성이 있었다. 이 중년 여성은 1982년 김일성의 70번째 생일에 맞춰 건립된 이 개선문에 새겨진 문양의 의미와, 숫자의 의미를 능수능란하게 설명했고, 아치 위로 적힌 김일성에 대한 노래를 편안히 불렀다. 직업 선택 뿐만 아니라 내가 살 곳을 정하는 일도 개인의 뜻대로 할 수는 없다. 북한 관계자와 버스에서 대화를 할 때면 ’남측 어디에 사냐‘, ’결혼은 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미혼인 기자는 ”요즘은 결혼하기 힘들어서 남측은 조금 늦게 결혼하는 편“이라고 대답했다. ’왜 힘드냐‘는 대답이 돌아오면 ”집값이 비싸서“라는 평범한 대답을 던졌다. ”혼자 살고 있는데 월세로 사는 것도 조금 부담이 될 때가 있어요.“ 기자의 말에 북한 관계자는 ”그 집은 나라 것입니까“하고 물었다. 북한은 이론적으론 사유재산이 없는 곳이기 때문에, 토지와 부동산은 국가가 소유한다. 고층 아파트나 저층 주택이나 나라에서 배정한 대로 살아야 한다. 북한 정권이 살 곳을 배정해주면, 주민들은 일부 사용료를 지불하는 식으로 살아간다. 방이 몇 칸인지, 가족은 몇 명인지 등을 기준으로 배정된다고 북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낮은 곳 말고 저 높은 아파트에 살고 싶으면 어떻게 하냐“고 북한 관계자에 물었을 때 ”그런 건 없다“고 간단히 답했다. ”당이 결정하면 우리는 한다“는 사고방식이 일상생활 곳곳에도 적용되는 셈. 결국 북한에서는 개인의 삶 자체보다는 ’나라와 당‘으로 대표되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이 삶을 결정하는 셈이다. ■인터넷 기자단이 북한을 방문해서 가장 놀란 건 카카오톡을 비롯한 페이스북, 구글, 뉴욕타임스, 인스타그램 등 인터넷 접속이 자유로웠다는 것이다. 물론 무선인터넷(와이파이)가 잡히는 건 아니었고, 랜선을 통한 광대역 연결 방식으로 인터넷에 접속해야 했다. 평양에선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선 아이디를 따로 발급 받아야 한다. 기자단이 머문 양각도호텔의 아이디는 ’yang‘으로 시작해 두 자리 숫자로 끝난다. 랜선을 컴퓨터에 연결해도 아이디를 치지 않으면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하다. 이상한 점은 김일성경기장에서도 호텔에서 발급 받은 아이디로 인터넷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인데, 랜선이 설치된 곳이라면 어디든 이 아이디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인터넷 사용은 물론 컴퓨터 활용도 역시 극히 제한적인 북한의 환경상 인터넷 접속 아이디를 통제하는 것 만으로도 시민들의 외부 접촉을 쉽게 차단할 수 있는 셈. 인터넷 자체를 막아놓았기보다는 극소수에게만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기자들은 중국 베이징에 있는 한국대사관에 한국에서 사용하던 휴대폰을 맡기고 평양에 왔기 때문에 전화가 가능한지, 스마트폰을 통한 로밍이나 인터넷이 가능할 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호텔과 경기장을 오가며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기 때문에 휴대폰 보급률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로 볼 수 있다. 기자단을 ’일대일‘ 마크한 북한 관계자들도 핸드폰을 갖고 있었고, 전화가 오면 ”여보세요“하며 익숙하게 통화했다. ’인터넷은 되는 거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북한 관계자들은 ”물론 되지“하고 아무렇지 않게 답하곤 했다. 실제 평양에 머무는 중국 특파원에 따르면, 유심 카드를 장착한 스마트폰은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한국에서 사용하지 않던 오래된 핸드폰을 평양에 지니고 갔는데, 공항 검문요원은 별다른 검사 없이 한 두 번 보고는 그대로 돌려줬다. 검문요원에게 ’이 전화를 쓸 수 있냐‘고 묻자 ”카드만 사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심 카드 구입은 연락관으로 통칭되는 북한 관계자들이 허락해야 가능하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얘기. 유일하게 접속이 어려웠던 건 한국의 사이트에 접속할 때다. 다음이나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는 접속이 가능하지만, 메인 화면 이후로는 진행이 되질 않는다. 북한에서 기사를 써 한국에 카카오톡 메신저로 전송하곤 했지만, 실제 어떻게 보도되었고 포털 사이트에서 어떻게 다뤄졌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접속이 자유롭지 못한 북한의 웹사이트를 살펴 보았으나 이내 포기했다. 생각보다 찾을 수 있던 웹사이트의 숫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민족끼리나, 구국전선 등 한국에도 잘 알려진 대남 선전 사이트는 모두 확인이 가능했지만, 찾아 볼 수 있는 표본 자체가 적었다. 대신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 등에서 ’록화보도‘라는 제목으로 북측 선전 영상을 확인할 수는 있었다. 북한 시민들이 인터넷을 사용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인터넷 매체와 자료들은 해외 체류 중인 북측 주민이나 남측 언론 등 제한적인 대상만을 상대로 하는 것으로 보였다. 평양 공동취재단
  • 평양 르포①/유채색으로 변한 평양과 그 뒷면

    선수단과 취재단은 지난 2일 서울을 출발해 베이징을 경유, 한국보다 30분 느린 북한시간으로 3일 오후 5시30분에 도착했다. 숙소인 양각도국제호텔까지 가는 길은 평양의 변화를 알려주는 쇼케이스 같았다. 취재진을 태운 버스는 곧 개장할 예정인 ‘고층빌딩 숲’ 려명거리를 시작으로 만수대의사당과 김일성-김정일 동상, 김일성 광장, 개선문 등을 휘저은 뒤 미래과학자 거리의 화려한 건물을 마지막으로 거치고 호텔에 도착했다. 익히 들은 것처럼 취재진 사이사이엔 대남관계 전문 기관인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의 참사 6명이 동승, 사실상 감시했는데 그들 중 한 명은 “려명거리 어떻습니까. 선생님들이 믿지 않겠지만 저 건물엔 전부 노동자들이 삽니다. 간부는 안 삽네다”며 “기회가 되면 꼭 가보셔야 할 텐데…”라고 권유했다. 하늘색 연두색 갈색으로 채색된 두 거리의 다양한 모양, 다양한 높이의 건물들은 북한에 대한 선입견을 어느 정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다만 외신을 통해 몇 차례 소개됐기 때문에 ‘억~’하고 놀랄 정도는 아니었다. 남측 일행 중엔 2005년에 평양은 한 차례 방문했던 인사가 있었는데 그는 “천지개벽할 정도로 바뀌었다. 당시 평양은 말 그대로 회색도시였다. 페인트된 건물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거리의 초등학생에게도 변화를 느낄 수 있다. “학생들 가방이 이쁘다”고 하자 북측 인사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아이들에게 드는 가방 대신 메는 가방을 줘라. 색깔도 분홍색 남색 등 여러 개를 골라 학생들이 선택하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소개했다. 평양 곳곳을 자세히 관찰하면 두 거리 이면에 숨겨진 어둠이 드러난다. 30~40년은 족히 되어보이는 엄청난 크기의 낡은 아파트에서 화분 하나 내다놓고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이런 거리를 촬영할 때면 “선생, 어디에 쓰려고 사진을 찍는 겁니까”란 제지가 이어졌다. 평양을 조금만 벗어나면 어떤가. 순안공항에서 숙소를 오갈 때, 방문 나흘 째 평양 외곽으로 이동할 때가 그랬는데 나이 든 노인들이 호미 하나 들고 길거리에서 나무 심는 모습은 애처롭기 짝이 없었다. ‘온 나라와 전민이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자’,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 ‘유훈 통치’는 한 나라의 중심을 잡아주고 주민들의 결속을 다지는 효과로 연결되지만 평양의 경우는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서 소개한 문구들이 평양 시내 주요 건물들에 내걸렸는데 정작 지금 북한을 통치하는 김정은의 이름은 잘 보이지 않는다. 평양은 해가 지면 불빛을 찾아보기 힘들다. 북측에서도 “전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아낄 땐 아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어둠 속에서도 환하게 빛나는 곳이 있다. 김일성 부자의 초상화가 그렇다. 취재진 숙소 앞 대동강 건너편이 바로 북한이 자랑하는 대학, 김책공대인데 캄캄한 밤이 되면 두 부자의 초상화만이 은은하게 빛을 뿜어낸다. ‘유훈 통치’를 넘어 ‘유령 정치’에 가깝다. 4월15일 김일성 생일이 다가오면서 취재진이 평양을 떠날 무렵엔 김일성 광장에도 번쩍번쩍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북측 인사는 생일 관련 경축 행사를 연습하는 것으로 간주했다. ‘김일성-김정일주의’ 말고 가장 많이 본 단어는 ‘만리마 속도전’과 ‘결사옹위’다. 북측은 “려명거리의 건물이 7시간에 한 층이 올라간다”는 얘기 등으로 ‘만리마 속도전’을 홍보했다. 장비가 변변치 않은 상황에서 주민과 군인들의 고생이 심할 수밖에 없다. ‘결사옹위’는 말 그대로 ‘죽을 힘을 다해 김정은을 지킨다’는 뜻이다. ‘혁명의 수뇌부를 결사옹위하는 제일총폭탄이 되자’, ‘강경엔 초강경으로’ 등의 문구에선 남한 및 미국과 초긴장 대치를 이루는 상황 속에서 김정은 정권의 유지를 목숨 걸고 이뤄내겠다는 처절함이 묻어났다. 그래도 코리아는 코리아였다. 지난 3일 중국국제항공을 타고 순안공항에 내린 뒤 가장 먼저 마주친 이는 수화물 찾기 전 복도 끝에서 제복을 입고 서 있는 공항 여직원이었다. 그는 취재진은 보더니 “안녕하십네까”라며 미소를 짓고 인사했다. 수화물 검사는 예상대로 까다로웠지만 출입국 사무소 직원들은 “인천은 서울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습네까?”, “평양 날씨가 더 추울 텐데 감기 조심하십시오” 등의 말을 건네며 경직된(?) 남측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주려 애썼다. 북한은 이번 여자아시안컵 예선을 국제대회 시리즈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오는 7월 22세 이하(U-22) 아시안컵 예선의 평양 개최가 확정됐고, 10월엔 19세 이하(U-19) 아시아선수권 예선 유치 신청도 해 놓았다. 그런 와중에 남측 인사들이 왔으니 사고 없이 보내면서 최대한 성의를 보여주려 했다. 기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인터넷 문제도 큰 무리 없이 해결됐고, 메신저 서비스나 SNS 등을 통해 기사와 사진 동영상이 송고됐다. 호텔과 김일성경기장, 냉면으로 유명한 옥류관, 개선문 등에서 미소와 친절이 이어졌다. 말이 통하고 음식이 같고, 화제가 비슷하다보니 마음도 금세 통했다. 민화협 젊은 인사들과는 자녀교육 문제 등으로 마음을 터 놓았다. “딸이 세 돌이라 아직 멀었다”는 말을 건네자 민화협의 한 참사도 “저도 아들이 이제 네 살인데 언제 키워서 장가 보냅네까. 우리 둘이 똑같습네다”라며 웃었다. 버스를 탈 때마다 남과 북의 남자들은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웠다. 순안공항에서 출국하기 직전 취재진과 민화협 인사들은 손을 꼭 잡고 기념촬영을 했다. 한 북측 인사는 “지금 북.남 관계가 너무 팽팽하지만 조만간 나아지지 않겠습네까”라며 꽁꽁 얼어붙은 양측의 교류가 곧 재개되기를 바랐다. 체류 기간 내내 취재진은 달러를 썼는데 잔돈을 거의 대부분 중국 위안화로 받았다. 심하면 껌으로 받는 경우도 있었다. 북한 돈은 전혀 볼 수가 없었다. 평양에서 머무는 기간 내내 취재진이 받았던 질문이 있다. 바로 내달 9일 열리는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는가였다. 남측 기자들이 10명이나 오다보니 정보를 하나라도 더 얻어내려는 그들의 노력이 이어졌다. 취재진은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서 “어떻게 북측 분들이 우리보다 더 잘 압니다”와 같은 말로 받아치곤 했다. 평양 공동취재단
  • 한국피부과학연구원 코스메틱 브랜드 ‘비앤진’, 4월 15일부터 한달간 특별 이벤트

    한국피부과학연구원 코스메틱 브랜드 ‘비앤진’, 4월 15일부터 한달간 특별 이벤트

    최근 국내 가습기 살균제나 유해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화장품 공급 등의 문제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 ‘케미포비아’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중국발 미세먼지나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영유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아토피 등 만성 피부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천연유래 화장품, 안전한 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지난 2012년에 한국피부과학연구원(KIDS)이 설립되어 현재까지, 피부과학 분야의 석박사 연구진이 화장품의 인체 적용 시험과 안전성 시험, 세포 시험 등을 진행해 안전한 제품 개발에 기여하고 있다. KIDS는 엄격한 윤리기준에 입각해 세계적 기술력을 활용하는 연구 전문기관이다. 한국피부과학연구원은 화장품 기초연구, 화장품 원료개발, 화장품 안전성유효성 평가, 중국위생허가, 화장품 브랜드 개발 등의 사업 분야에서 매년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화장품연구기업으로 중국의 CFDA, 화장품 학계, 화장품협회, 다수의 화장품회사와 화장품전시회사(PCHi 등)에 의해 추천된 바 있으며, CFDA 자문기관과 국제공동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 내 유일한 기관으로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피부과학연구원은 자사 아이를 가진 연구원이 제안하는 레시피로만 엄격하게 제조되는 순한 성분의 유아 코스메틱 브랜드 ‘아이베베’와, 연구원이 엄선해 자연유래 성분 레시피로만 만들어낸 고기능성 코스메틱 브랜드 ‘비앤진’을 새롭게 론칭해 선보이고 있다. 유아 코스메틱 ‘아이베베’는 EU 화장품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알러지 유발 원료 리스트 240개를 모두 배제해 만든 안전한 아이 화장품 브랜드다. EWG 그린 등급을 준수하고, 최소한의 핵심 성분으로만 미니멈 처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아이베베 로션, 아이베베 크림, 아이베베 클렌저가 있다. 지난 해 론칭한 비앤진은 검증된 특허 효능 성분을 함유한 순한 데일리 케어 아이템을 선보인다. 대표 제품으로는 안티-더스트 클렌징폼, 프로텍트 미스트&픽서, 프로터칭 헤어 에센스 등이 있다. 안티-더스트 클렌징폼은 초미세먼지까지 케어해주는 크림 거품의 클렌징으로, 지치고 약해진 피부장벽을 개선시켜 준다. 쫀쫀한 흡착력과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는 특허 성분 및 피부장벽을 케어하는 자연유래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프로텍트 미스트&픽서는 24시간 피부 보습막을 유지해 주는 미스트 겸 픽서로, 땀, 유분, 미세먼지로부터 메이크업 상태를 보존해 준다. 프로터칭 헤어 에센스는 사용 직후 85.95%의 윤기 개선도 및 48시간 윤기 지속 효과를 임상 시험을 통해 검증받은 에센스 제품이다. 헤어와 손톱 큐티클 및 손등에도 좋은 윤기 보습 성분이 함유되어 있고, 피부와 모발을 구성하는 단백질이자 콜라겐 형성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올라고펩타이드-29를 함유하고 있다. 한편 비앤진은 오는 4월 15일부터 5월 14일까지 한 달 간 대규모 특별 이벤트를 진행한다. 제품 구매자에게 신세계 백화점 상품권을 비롯한 다채롭고 풍부한 선물을 증정하는 내용이다. 이벤트는 11번가, G마켓, 옥션, 네이버 스토어팜 등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참여가 가능하며, 상세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북핵실험 감시의 역설

    [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북핵실험 감시의 역설

    최근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북한의 6차 핵실험 준비가 마무리 단계에 있음을 알렸다. 한국군과 정부도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긴장감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구소련과 미국 등에서 행한 핵실험이 여러 차례 리히터 규모 7을 넘어서는 크기를 보였음을 감안할 때 이번 북한 핵실험의 크기에 대한 우려도 크다. 지금까지 5차례 북한 핵실험은 리히터 규모 4~5에 이르는 중규모급이었다.북한의 핵실험이 관심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120여㎞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백두산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지금으로부터 약 1000년 전 백두산 분화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화산 분화 가운데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백두산 하부 마그마방이 잘 발달해 있을 경우 규모 7의 핵실험은 마그마방 내 압력을 증가시키고 기포 형성에 이어 화산 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도 있다. 한정된 공간을 핵실험장으로 활용하는 북한에서 규모 7 수준의 핵실험이 물리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은 있다. 하지만 자연 지진과 달리 지하 핵실험은 폭발량에 따라 지표 변형의 차이가 크지 않다. 이에 따라 과거보다 강력한 핵실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임박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한국 정부와 관계 기관의 준비도 발 빠르다. 무엇보다 신속한 핵실험의 탐지와 효과적인 핵실험 판별을 위한 준비가 그것이다. 은밀하게 행해지는 지하 핵실험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다양한 과학적 방법이 동원된다. 우선 핵실험장 인근에서 포집된 대기 성분 분석을 통한 핵종 물질 탐지나 인공위성을 활용한 핵실험장 지표 변형 확인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 방법은 기상 상황, 풍향, 수목 분포, 폭발 심도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탐지 성패가 엇갈린다. 특히 산 사면을 수평으로 굴착한 갱도형 매립 방식을 쓰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 핵실험의 경우 핵실험으로부터 발생한 핵종 물질 탐지나 지표 변형을 확인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폭파 환경과 자연 여건에 영향을 받지 않는 지진파 분석 방법이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핵폭발로 만들어지는 지진파는 고주파수 대역의 에너지가 자연 지진에 비해 높은 특징을 보인다. 또 인공 발파에서 흔히 보이는 특정 주파수에서 에너지 증폭 현상이 관측된다. 여기에 지표와 가까운 깊이에서 이뤄지는 폭발로 인해 대기를 타고 전파되는 강한 음파가 만들어진다. 이런 지진파와 공중음파의 분석을 통해 핵실험을 판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핵실험 크기와 그 위치 확인도 가능하다. 현재 북한과 인접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을 비롯해 전 세계 수백여곳의 지진관측소로부터 지진파형 획득이 가능하고 남북 접경지 인근에 공중음파 관측소가 운용 중에 있다. 지진파 분석을 통한 정확한 핵실험 폭발물량 산정을 위해서는 핵실험장 하부 지질 구조, 표토 구성 성분, 폭발 심도, 핵폭발 방식 등 여러 정보가 요구된다. 이들 중 대부분은 정확한 정보 확보가 용이하지 않다. 이에 따라 정확한 폭파량 추정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지진 규모값을 통해 추정이 가능하다. 규모 5.1의 크기를 보인 지난 5차 북한 핵실험의 경우 TNT 폭발량으로 10kt(킬로톤) 내외로 추정된 바 있다. 과거 전 세계적으로 여러 국가에서 이뤄졌던 대부분의 핵실험이 다양한 과학적 분석으로 확인됐다. 육상에서 이뤄진 핵실험뿐 아니다. 바다에서 이뤄지는 핵실험 역시 핵실험방지협약기구에서 대양 여러 곳에 운용하는 해저음파탐지기를 통해 감시되고 있다. 이렇듯 더이상 은밀한 핵실험은 없다. 역설적으로, 핵실험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북한엔 이런 신속 정확한 감시가 오히려 좋은 선전 수단 역할을 하고 있다. 이래저래 복잡하고 숨김없는 세상이다.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극초음속 비행체·스텔스 잠수함… 해외파 中과학자들의 ‘군사 굴기’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극초음속 비행체·스텔스 잠수함… 해외파 中과학자들의 ‘군사 굴기’

    “우리들 손으로 중국의 첨단 군사·과학기술 수준을 세계 1위로 올려놓겠다.” 세계 어디든 1시간 내 핵무기를 실어나를 수 있는 극초음속 비행체, 소나(음향탐지)를 피할 수 있어 절대로 들키지 않는 스텔스 잠수함 등 중국의 군사·과학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해외파 중국계 과학자군단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최근 보도했다. 특히 지난 40년간의 고도 경제성장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중국 정부가 이를 바탕으로 높은 보수와 좋은 연구 환경을 제시하거나 애국심에 호소, 미국과 유럽의 군사·과학기술 분야 중국계 과학자들을 대규모로 유치하는 데 힘쓴 덕분에 중국이 빠른 속도로 첨단 군사·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루고 있다는 게 SCMP의 분석이다.●中 ‘풍동’ 시설 만들고 비행체 개발 추진 해외파 중국계 과학자들의 상당수는 미국의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와 캘리포니아주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오하이오주 라이트패터슨 공군연구소 등 미 국책연구소 출신이다. 이 가운데서도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출신들은 중국 내 각 대학과 연구소에서 ‘로스앨러모스 클럽’이라고 불릴 만큼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해발 2200m의 사막 지대에 있는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는 인류 첫 원자폭탄 개발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의 산실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금도 민군(民軍) 겸용 슈퍼컴퓨터와 입자가속기 등을 갖추고 국가 주도 과학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1만명에 이르는 연구원 중 400명 정도가 중국 등지에서 건너온 아시아계 과학자로 전해졌다.중국 내 로스앨러모스 클럽의 수장은 극초음속 비행체 개발을 주도해 온 천스이(陳十一) 교수다. 중국은 지난해 4월 음속의 10배인 시속 1만 1000㎞로 비행할 수 있는 극초음속 비행체를 시험했다.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를 싣고 세계 어디로든 1시간 내에 날아가 공격을 감행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현재의 미사일방어 체계로는 도저히 대응할 수가 없다. 이 같은 최첨단 무기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실험을 위해서는 ‘풍동’(Wind Tunnel) 시설이 필요하다. 2010년 지어진 ‘풍동’은 미국이 보유한 2개의 풍동에 뒤이은 전 세계 세 번째 시설이다. 중국 정부가 이를 만들게 된 데는 천 교수의 설득이 주효했다. 그가 로스앨러모스에서 극초음속 비행체나 풍동 설계도를 빼왔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과학원 연구원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천 교수의 연구는 기술적 구체 사항보다는 이론적 연구가 주된 것이었다”며 “다만 정부에 제안서는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로스앨러모스 비선형연구센터 부소장 등 고위직에 올랐지만 1999년 퇴직한 뒤 곧바로 귀국했다. 가장 복잡한 자연현상으로 꼽히는 난기류 전문가로 베이징대 국가중점실험실 난류·복잡계 연구책임자를 맡아 중국의 극초음속 비행체 개발에 이바지했다. 2015년부터는 광둥(廣東)성 선전(深圳) 난팡(南方)과기대의 총장을 맡아 이곳을 ‘중국의 스탠퍼드’로 변신시켰다. 그는 난팡과기대 총장에 취임한 이후 베이징(北京)대와 이공계 최고 명문 칭화(淸華)대,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賓)공대, 중국과학원, 중국과학기술대, 상하이푸단(上海復旦)대 등의 로스앨러모스 출신들을 끌어모았다. 로스앨러모스에서 중성자과학센터 팀장을 맡았던 자오위성(趙予生) 박사는 16년 만인 2015년 물리학과 석좌교수로 이곳에 합류했다. 18년 넘게 에너지 저장 장치와 바이오센서 등 보안 응용프로그램을 위한 신물질을 개발해 온 왕샹린(王湘麟) 박사도 지난해 9월 이 대학 화학부 석좌교수로 가세했다. 그는 2015년 미 국방부 산하 홈랜드 방위·안보정보분석센터(HDIAC)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기계항공공학부 학장 산샤오원(單肖文) 석좌교수도 로스앨러모스 클럽 멤버다. 그는 중국이 독자 개발한 첫 국산 여객기인 C919 개발에 참여했다. 난팡과기대는 교수의 95%가 귀국한 해외파 중국계 학자들이다. 스텔스 잠수함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허궈웨이(何國威) 중국과학원 역학연구소 비선형 역학연구실 주임,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대 에너지공학부 리닝(李寧) 학장 등도 로스앨러모스 출신이다. 허 교수는 잠수함이 기동할 때 생기는 난기류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예측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상대국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는 스텔스 잠수함 개발과 적 잠수함 조기 탐지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리 학장은 안전하고 오염 우려가 없는 차세대 원자력발전소를 개발 중이다. 핵 항모와 핵 잠수함 등 군사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중국은 1949년 사회주의 중국 성립 이후 첨단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해외에 진출한 과학자들의 귀국을 종용해 왔다. ‘중국 우주과학 아버지’로 불리는 고(故) 첸쉐썬(錢學森) 박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미국 MIT에서 교수로 지내다가 1955년 귀국해 중국의 ‘양탄일성’(원자·수소폭탄과 인공위성) 연구를 주도하며 중국 항공우주산업의 기초를 세운 인물이다. 당시 빈곤국이었던 중국은 ‘불타는 애국심’에 호소해 해외파 중국계 과학자들을 불러들였다. 중국 최초 스텔스 전투기인 ‘젠(殲)20’의 엔진 동체를 자체 기술로 생산하는 데 기여한 스창쉬(師昌緖) 박사는 미국에서 귀국한 이유로 “조국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99년 핵물리학자 간첩사건 뒤 귀국 행렬 로스앨러모스 중국계 과학자들의 귀국 행렬은 1999년 간첩 사건이 기폭제가 됐다. 그해 연구소의 대만계 핵물리학자였던 리원허(李文和) 박사가 첨단 핵탄두 설계를 중국에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리 박사는 2006년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 처벌을 면했지만, 연구소 내 중국계 과학자들의 귀국 행렬이 본격적으로 이어졌다. 이때 중국 정부가 우수 해외 과학자 유치를 위한 ‘1000인계획’(2008년) ‘1만인계획’(2012년)을 잇따라 시행한 것도 이를 부추겼다. 금전적 보상도 인재를 끌어들이는 주요인 중 하나였다. 천스이 교수의 경우 난팡과기대 총장 자리와 정부 차원의 지원 등 경제적 혜택을 보장받았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양전닝(楊振寧) 박사는 지난해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중국 국적을 취득했고 튜링상 수상자 야오치즈(姚期智) 박사도 같은 해 중국으로 귀화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두뇌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민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미국 내 중국인 고급 인력의 귀국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익명의 안보 전문가는 “미국 정부도 중국으로의 두뇌 유출을 알고 있지만 과학자들이 연구할 나라를 선택하는 것은 자유이기 때문에 막을 도리가 없다”며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정책으로 과학자들을 모두 추방해버리면 미국의 연구·개발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SCMP가 전했다. 제임스 앤드루 루이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도 “미국 내 중국인 과학자들은 중국 정부로부터 스파이 행위를 위한 타깃이 되고 있다”며 “우리는 이들에게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hkim@seoul.co.kr
  • 무턱대고 내비게이션 따라가다 보니 ‘강 한복판’

    무턱대고 내비게이션 따라가다 보니 ‘강 한복판’

    최근 초행길에 나선 중국의 한 남성이 무턱대고 내비게이션의 지시를 따르다가 강 한복판까지 들어가고만 사고가 발생했다. 충칭천바오(重庆晨报)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안후이성의 파출소에 긴급 구출을 요청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강 한가운데 차가 갇혀 꼼짝 못 하니 서둘러 와달라는 요청이었다. 경찰들은 바로 현장에 출동했다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차 한 대가 계속해서 불어나는 강 한복판에 서 있는 것이었다. 자칫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차가 강물에 잠겨 버릴 태세였다. 경찰들은 인근 공사장에서 덤프트럭을 가져와 끈으로 강물 속 차량과 연결했다. 마침내 경찰과 덤프트럭의 힘으로 물에 빠진 차량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무슨 이유로 강 한복판에 차를 몰고 갔는지를 묻는 경찰의 질문에 운전자는 “길을 잘 몰라 내비게이션에서 지시하는 대로 운전을 하다 보니 강 한복판이었다”고 답했다. 운전자는 도움을 준 경찰들이 차를 살린 ‘은인’이라며,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경찰은 “내비게이션도 실수할 때가 있으니 잘 모르는 길을 갈 때는 차에서 내려 잘 알아보고 운전을 하라”고 당부했다. 한편 내비게이션이 뇌 건강에는 그다지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과학자들은 최근 “내비게이션에 의지할 경우 길을 인식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뇌의 일부 기능이 닫힌다”고 발표했다. 영국 런던대학 연구팀은 24명의 실험자를 연구한 결과, 스스로 길을 인식해 운전한 실험자의 대뇌의 해마 시스템과 전두엽은 활발히 움직였지만, 내비게이션에 의지한 운전자의 해마와 전두엽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혼외자 출산, 내연녀 폭행 경찰관 기소

    혼외자 출산, 내연녀 폭행 경찰관 기소

    사기죄로 도피 중인 중국 유학생 내연녀와 혼외자를 출산하고 폭행·협박한 경찰관이 재판을 받는다.전주지검 형사1부는 도피하던 내연녀에게 지명수배 사실을 알려주고 은신처를 마련해준 전 전북지방경찰청 경찰관 A(39)씨를 공무상비밀누설 및 범인은닉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11월부터 2015년 6월까지 7차례에 걸쳐 수사용 휴대단말기를 이용, 사기죄로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지명수배된 내연녀 B(22)씨에게 이런 내용을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동료 경찰관 명의로 빌린 오피스텔에 B씨를 살게 해 범인은닉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지난해 6월과 9월 내연녀의 멱살을 잡고 머리를 때리는 등 2차례 폭행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그는 2013년 10월 전북경찰청 외사수사대 재직 당시 모 대학교 어학 연수생이던 B씨의 사기 피해사건을 담당하면서 불륜 관계를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2015년 1월 A씨와 사이에서 출산한 아들을 호적에 올려달라고 했더니 A씨가 수시로 폭행·협박했다”고 폭로했다. A씨는 폭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내 아이가 아니다”면서 혼외자 의혹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A씨와 B씨 아들의 유전자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두 사람의 유전자 정보는 99.999% 일치해 친자로 확인됐다. 이 사건은 B씨가 지난해 11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이의 아빠인 경찰관이 책임지지 않는다’는 글을 올리면서 불거져 A씨는 지난 1월 파면됐다. 검찰은 이와 함께 중국인 유학생들을 상대로 6400만원 상당의 취업 사기 행각을 벌인 B씨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A씨가 경찰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를 저버리고 수사상 비밀을 누설했다”며 “더욱이 같은 지방경찰청 소속 경찰이 수배하던 내연녀를 적극적으로 도피시키고 은닉시키는 등 A씨의 혐의가 명확해 기소했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KAIST서 ‘환단고기’ 주장하는 학자 수업…“검증 안 됐다” 학생들 논란

    KAIST서 ‘환단고기’ 주장하는 학자 수업…“검증 안 됐다” 학생들 논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과정 수업에서 ‘환단고기’(桓檀古記)를 주장하는 학자가 강연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환단고기는 아직 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 수업이 KAIST 학생들이 졸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과목이어서 더 논란이 커졌다. 수강생들은 비과학적인 수업이 필수 과목 수업에 포함된 건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4일 KAIST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올해 봄학기 기계·항공 정기세미나 과목으로 개설된 프로그램에서 A교수가 ‘광개토대왕비에서 보는 고구려의 천자문화’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세계환단학회 회원이기도 한 A교수는 이날 환단고기에 입각해 고대사 강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1911년 계연수(桂延壽)가 편찬한 것으로 알려진 환단고기는 한국 상고의 단군조선이 시베리아에서 중국 본토까지 지배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류 학계는 선행 사료도 없이 원시·상고사를 자세히 기술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이 책을 위서(僞書)로 간주한다. 기계항공 석사 과정에 개설된 해당 과목은 졸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교양과목이다. 선택적으로 강연을 수강할 수 없고, 수업이 끝난 후에는 반드시 요약본을 제출해야 한다. 수강생들은 “강연자는 강연 내내 환단고기에 대해 언급하며 환국의 존재, 고조선 이전의 역사 등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주장했다”며 “학과가 강연자를 섭외한 만큼,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 A교수는 지난해 말 포스텍 부설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강연을 하려다 포스텍 총학생회의 반발로 무산됐다. 포스텍 총학에 따르면 이 교수는 지난해 12월 ‘동북아 뿌리 역사와 원형문화’를 주제로 역사 강연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총학이 “환단고기는 학계가 인정하지 않는 역사서로 해당 강연이 진행되면 포스텍이 그 진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며 반발해 강연이 취소됐다. 한 학생은 “포스텍에서 문제가 있어 무산된 강연을 KAIST에서 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다”며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KAIST 측은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은 큰 반발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KAIST 관계자는 “한 학기에 12~13번가량 외부 강사를 초빙해 진행하는 수업 중 1회”라면서 “학부생들이 아닌 대학원생들은 사리 분별이 가능하고, 역사를 보는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취지였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데스크 시각] 산신령과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어떤’ 확신/문소영 사회2부장

    [데스크 시각] 산신령과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어떤’ 확신/문소영 사회2부장

    주말에 ‘농심마니’ 행사에 참석했다. 농심마니는 전국의 산에 산삼을 심는 모임이다. 1987년 봄 전남 화순군 모후산에서 처음으로 어린 산삼을 심고, 산삼씨를 뿌렸다. 올봄이 30주년이다. 원래 심마니는 산삼을 캐는 사람들이라 농심마니는 심마니 앞에 농사짓는다는 농(農) 자를 붙여서 차별성을 부여했다. 산삼은 북위 34~36도에서 자생하는 식물이다. 중국에서도 산삼은 자란다. 개화기에는 ‘고려인삼’의 인기를 타고 미국 산삼이 주목받았다. 중국 황실이 왜 ‘고려 산삼’을 조공하라고 했을까. 고려 산삼의 약효 덕분이다. 그러다 조선 후기에 산삼의 씨가 마른 탓에 산삼을 인공으로 재배했다. 그게 고려 인삼이다. 조공품이 산삼에서 인삼으로 바뀌면서 조선 왕실은 산삼을 캐오라고 비탈진 험한 산으로 백성을 내몰지 않아도 됐다. 농번기에 시작되는 산삼 공출에 대한 백성의 원성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었다. 농심마니들은 왜 산삼을 심을까. 산악인이자 소설가인 박인식 농심마니 회장이 작사한 ‘농심마니의 아침’ 노래에 살짝 그 이유가 나온다. 산신령이 지난밤 꿈속에서 “산삼은 이 땅의 뿌리요, 배달의 정기, 조선은 산삼 밭 산삼을 심자”라고 말씀하신다는 것이다. 시인과 소설가, 화가, 가수, 방송인들로 구성된 회원들은 “우리는 풍류도를 구현하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산삼씨를 심는 장뇌삼과 차이가 있나? 박 회장은 “지금은 장뇌삼과 비슷하다. 하지만 어느 날인가 새가 산삼 열매를 먹고 그 씨를 배설한 자리에서 산삼이 자라면 조복삼(鳥腹蔘)이 되고, 조복삼이 스스로 개체를 늘리면 하늘이 내린 천종(天種)이라는 최상급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왜 다시 산삼밭으로 되돌리려는 것인가. 산삼은 산신령의 주식인데, 산삼이 고갈돼 산신령들이 떠났단다. 농심마니가 산마다 산삼밭을 가꾸면 산신령도 산으로 되돌아오고 나라의 정기를 되찾는 것이다. 근대 과학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 이런 도교적 상상력을 코웃음쳐야 하지만, 뭔가 그럴싸한 대목이 없지 않았다. 믿음과 인식은 ‘사실’ 관계를 뛰어넘는 것 아닌가. 광고·마케팅에 휘둘리는 소비자에게 각성을 촉구한 영화 ‘시럽’은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뇌는 ‘믿음’ 앞에서 논리적으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특히 현재의 인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정보를 소비하는 ‘확증편향’의 사람은 진실을 접해도 오류를 바로잡지 않는다. ‘아무개는 빨갱이’라는 인식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아무리 증명해도 그 증명을 믿음으로 무력화한다. 인간의 뇌가 범하는 오류다. 개헌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해소하자고 한다. 1987년 헌법으로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뽑았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거론된 시점은 권위주의 정부인 노태우 정부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가 더 존재하던 김대중(DJ) 정부다. 노태우 정부보다 DJ 정부가 더 제왕적이었을까 하는 의문을 품어야 하지만 사람들은 그러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이 제왕은커녕 동네북 수준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다시 제왕적 대통령제를 탓한다. 똑같은 헌법 체제에서 대통령제가 운용됐는데, 누구는 동네북이고, 누구는 제왕적이었다.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지적했듯이 “국회와 언론이 감시와 견제”를 제대로 못 한 잘못은 간과한 채 ‘87년 헌법’을 탓한다. 산신령이나 제왕적 대통령제의 공통점은 ‘부존재에 대한 믿음’이라고 나는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너의 믿음일 뿐이야’라는 또 다른 주장에 부서질 것이다. symun@seoul.co.kr
  • [김진수의 바이오 에세이] 우리만 모르는 기초과학 경쟁력

    [김진수의 바이오 에세이] 우리만 모르는 기초과학 경쟁력

    한국은 경제 규모를 고려했을 때 연구개발(R&D)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나라로 꼽힌다.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4% 넘게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한국과 이스라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올해까지 이를 GDP의 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복지 수요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며 미래에 투자하는 셈이다. R&D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R&D 투자 구성을 살펴보면 민간이 정부의 투자보다 3~4배 더 많다. 우리 정부는 연간 19조원을 투자해 전체 연구개발비의 4분의1을 담당하고 있다. 이 중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는 1조원대에 불과하다. 해외 선진국과 비교하면 투자액도 미미하고 GDP 대비 상대적 규모도 크다고 할 수 없다. 미국 정부는 의생명과학 분야에만 매년 30조원 넘게 투자한다. 우리 정부가 연구개발비를 대폭 늘리지는 못 하더라도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는 더 늘릴 여지가 있다. 실상이 이렇지만 국내 언론에서는 정부가 막대한 투자를 하는 데 비해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눈에 띄는 가시적 성과가 드물다는 것이다. 이웃 일본은 매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데 우리 정부는 연간 19조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지만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한다. 노벨상은 과학기술 성과의 선행지표가 아니라 후행지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 최근 수년 동안 일본의 기초과학은 눈에 띄게 뒷걸음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일본을 추월한 뒤 무서운 속도로 미국을 쫓고 있다. 기초과학의 성과는 연간 발표되는 논문과 특허 숫자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이는 양적 평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논문과 특허가 사장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전체 숫자보다는 인용이 많이 되는 영향력 있는 논문 수로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네이처’가 집계해 공개하는 네이처 인덱스는 기초과학 분야별로 권위 있는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들만을 고려해서 국가별, 기관별 기여도를 산출한 것이다. 2016년 발표된 논문을 기준으로 산정한 네이처 인덱스를 보면 한국은 최고 권위의 학술지에 연간 2000편 가까운 기초과학 논문을 발표해서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놀랍게도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배출해 기초과학의 출발지라고도 할 수 있는 이탈리아보다 순위가 한 단계 높다. 본격적인 기초과학 역사가 1970년대 정부출연연구소의 출범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불과 50년 만에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기초과학 강국들과 경쟁하게 된 셈이다. 부동의 1위 미국에 이어 중국과 일본이 각각 2위와 5위를 차지해 우리보다 순위가 높지만 GDP 대비 성과를 따져 보면 우리가 중국과 일본보다 더 효율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 국내 기초과학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초과학 성과는 대부분 대학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 대학을 대상으로 한 QS대학평가 결과를 통해서도 한국 기초과학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일례로 서울대 화학부는 전 세계 화학과 중에서 19위를 차지하고 있다. 카이스트 화학과는 간발의 차이로 서울대를 앞서 18위다. 카이스트, 서울대 앞에는 MIT, 스탠퍼드대, 옥스퍼드대, 도쿄대 등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적 명문 대학들만 있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기초과학은 역사가 일천하고 투자도 해외 선진국에 비해 많지 않지만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고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아직 그 과실이 많이 열리지 못해 국민들이 체감하고 있지 못할 뿐이다. 학계가 이러한 성과에 만족해 안주하고 정부도 이만하면 되었다 싶어 투자를 소홀히 한다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아직 우리가 만족할 때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좌절하고 낙담할 때는 더욱 아니다. 우리나라가 기초과학 강국, 과학기술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비난과 질책보다는 격려와 관심,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 [씨줄날줄] 교육칙어 망령의 부활/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교육칙어 망령의 부활/황성기 논설위원

    일본이 1945년 8월 패망을 앞두고 태평양전쟁에서 마지막 단말마의 비명을 지를 때 가미카제(神風) 특공대는 불을 향해 뛰어드는 부나방처럼 미국의 군함을 향해 자살 공격에 나선다. 동남아 각지에서 연합군에 밀리던 일본군은 단 한 명도 적군의 포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대본영의 지침에 따라 부대원끼리 서로를 죽이고 자결하는 옥쇄(玉碎)도 결행했다. 심지어 미군의 본토 공격이 임박해 오자 일본 열도와 식민지가 결사항전할 것을 호소하는 ‘1억 옥쇄’도 외쳤다.자살 특공대와 옥쇄가 당시의 일본인에게 가능했던 것은 ‘교육 칙어’ 때문이다. 메이지 일왕이 1890년 발표한 칙어는 “위급한 일이 생겼을 때 대의에 따라 용기를 내고 한 몸을 바쳐 왕실 국가를 위해 (충성을) 다하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군국주의를 떠받치던 칙어는 미 군정(GHQ) 때인 1948년 일본의 중·참의원에서 “근본 이념이 주권재군(主權在君·주권이 왕에 있다)이고 신화적 국가관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이유로 폐지된다. 학교에 있던 칙어 복사본도 모두 회수됐다.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를 침략, 침탈함으로써 수많은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상흔과 피해를 남긴 군국주의의 반성으로 파묻었던 교육칙어의 망령이 되살아날 조짐이다. 아베 신조 정권에 의해서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31일 각의에서 “헌법이나 교육기본법을 어기지 않는다면 교재로서 사용하는 것까지는 부정할 수 없다”라는 답변서를 채택했다고 아사히신문이 그제 보도했다. 1948년 봉인된 이후 금기시해 온 교육칙어는 2012년 12월 출범한 2차 아베 정권 들어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은 “칙어를 교재로 쓸 수 있다”(2014년 4월),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은 “칙어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2017년 3월)는 수상쩍은 발언을 잇따라 내놓았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주장하고, 교육칙어를 찬양하는 극우단체인 일본회의를 지지하는 ‘일본회의국회의원간담회’ 소속 각료가 아베 총리를 비롯해 십수명이 내각에 포진한 점을 생각하면 결코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아니다. 교도통신의 3월 여론조사에서 이나다 방위상의 교육칙어 발언이 적절한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일본인의 71.8%는 ‘부적절하다’고 답변했다. 국민 대다수의 부정적 기류에도 교육칙어를 무덤에서 꺼낸 아베 정권의 지향은 어디일까. 이런 일들이 쌓여 과거의 군사대국, 천황제를 기반으로 한 군국주의로 회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이웃나라의 의구심을 키울 뿐이라는 점을 아베 총리는 모르고 있을까.
  • 잠수부 50명, 해저면 3만 2000㎡ 두 달간 훑는다

    잠수부 50명, 해저면 3만 2000㎡ 두 달간 훑는다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 또다시 동물 뼈로 추정되는 뼛조각 9점이 나오면서 왜 이런 뼛조각들이 계속 발견되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2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쯤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운반선(화이트말린호) 갑판에서 뼈 9점과 유실물 등이 발견됐다. 길이 5~6㎝의 뼈 9점의 발견 장소는 지난달 28일 동물 뼈 7점이 발견됐던 세월호 선체 A데크 주변이다. 4층 A데크는 단원고 학생들이 있던 객실이고, 바로 아래 B데크는 일반인 객실이다. 앞서 발견된 7점의 뼈는 4시간 만에 모두 돼지 뼈로 추정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번에 발견된 것들도 돼지 뼈로 추정된다”며 정밀 감식에 들어갔다. 제주도에는 돼지 반입이 금지돼 있다. 살아있는 돼지가 선체에 실렸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다. 세월호 탑승자 조사에서는 동물이 탔다는 기록은 없었다. 이 때문에 객실에서 동물 뼈가 발견된 것은 식재료이거나 음식물의 일부일 것으로 추정된다. 승객들이 식사 해결을 위해 족발 등 먹을거리를 사들고 탔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세월호처럼 승객들이 숙박을 배에서 할 경우 선내보다 외부 음식이 저렴하기 때문에 사들고 탈 때가 많고 이를 구태여 제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내에 있는 식당에서 동물 뼈로 추정되는 음식을 조리하거나 판매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애완동물 등 살아 있는 동물들이 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화물로 분류해 동물을 실을 수는 없지만 승객이 애완동물을 숨겨서 태웠다면 기록에 남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철조 해수부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류품 유실 우려에 대해 “선체 좌현 쪽 D·E데크(화물칸)는 창문이 없는 상태이고 객실 쪽은 유실 방지막을 설치했다”며 “세월호 받침대 하부의 진흙(펄) 수거는 리프팅빔(인양받침대) 위치별로 번호를 붙여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실 방지막은 인양 직후 일부 뜯어진 모습이 발견되기도 했다. 해수부는 이날 밤 세월호 침몰 지점의 해저면 수색 작업에 착수했다. 중국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 소속 잠수사 50명이 2인 1조로 유실 방지 사각펜스(가로 200m】세로 160m】높이 3m)가 설치된 해저면 3만 2000㎡를 총 40개 구역으로 나눠 해저 유물을 발굴하듯이 두 달간 샅샅이 뒤진다. 특히 세월호 선체가 해저면에 닿아 있던 선미 쪽 두 개 지점은 ‘특별 구역’으로 지정해 종횡으로 4배 이상 꼼꼼하게 반복 수색할 예정이다. 해수부는 세월호의 무게를 줄여야 육상 거치가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왼쪽 면 평형수 탱크 등에 32개 구멍을 뚫어 배수 작업도 진행했다. 선체정리업체인 코리아쌀베지 류찬열 대표는 “4일까지 (진흙 수거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며 선체 절단을 전제로 진행하지 않는다”면서 “선체조사위원회와 유가족, 발주처와 협의해 최선의 방법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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