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중국집
    2025-09-05
    검색기록 지우기
  • 고발
    2025-09-05
    검색기록 지우기
  • 짜장
    2025-09-05
    검색기록 지우기
  • 카레
    2025-09-05
    검색기록 지우기
  • 눈빛
    2025-09-0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75
  • 가수 세븐 ‘궁2’ 주연 확정

    가수 세븐이 내년 초 방송 예정인 MBC 드라마 ‘궁’ 시즌2의 주연으로 확정, 연기자로 데뷔한다. 세븐의 상대역으로는 신인 허이재가 낙점됐다. 또 그룹 ‘더 자두’의 강두와 SBS 드라마 ‘천국의 나무’에 출연한 박신혜가 함께 캐스팅됐다. 세븐은 황족이지만 그 사실을 모른 채 중국집 ‘궁’에서 자장면을 배달하는 ‘이후’역을 맡았다. 가난하지만 자유롭게 살던 그에게 갑자기 황위계승 서열 1위로서의 인생이 시작된다. 허이재가 맡은 ‘양순의’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처럼 함께 살아온 이후가 황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얼떨결에 그와 함께 궁궐생활을 시작한다.‘궁’ 시즌1의 혜명 공주가 여황제로 즉위한 지 1년 후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며,11월부터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된다.
  • [토요영화]

    [토요영화]

    ●위대한 유산(XTM 낮12시 30분) 이보다 더 좋은 캐스팅이 없다 싶을 정도로 임창정과 김선아의 매력이 듬뿍 묻어나는 영화. 혼자서도 잘 놀지만(?) 두 배우의 앙상블도 기대 이상이다. 미심쩍은 상황도 두 배우가 연기해버리면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덜그덕거리는 대목이 아주 없진 않지만 그 정도만 해도 단순 ‘조폭 코미디’수준은 훌쩍 뛰어넘는다. 각자의 집에서 형수와 언니로 출연한 신이와 조미령의 감초 연기와 김선아에게 마음을 품고 있던 중국집 배달원 공형진의 맹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우아한 백수와 백조를 ‘참칭’하는 세력 창식(임창정)과 미영(김선아)은 하루하루가 바쁘다. 하는 일 없이 노닥거리니, 좋을 턱이 없는 주변 시선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디오 가겟집 딸 미영은 별로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배우를 꿈꾼다. 창식은 조금만 눈높이를 낮추면 일할 수 있는데도 눌러붙기, 빈대붙기로 허송세월이다. 그러니 얼마나 주변 시선이 따가울까. 버티기 위해 갖춰야 할 필수품은 절대 기 죽지 않는 배짱. 이것 하나는 그 누구보다 단단하게 품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조폭이 저지른 뺑소니 사건을 목격하게 되고, 곧 이어 증인을 인멸하려 드는 조폭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선 심각하다기보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만발한다. 인터넷 소설 ‘백조와 백수’를 모티프로 삼았다는데 단순한 코미디로도 볼 수 있지만 빈털터리에 눈칫밥이나 먹고 살아야 하는 청년실업자에 대한 페이소스가 보통은 넘는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출생의 비밀과 ‘위대’하다기보다 ‘거대’한 유산에 집착하는 쪽으로 두 배우들의 동선이 쏠리는 것은 ‘로또 열풍’이나 ‘바다 이야기’ 같은 퇴행적인 한탕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찜찜함도 남긴다. 오상훈 감독의 데뷔작. 오 감독은 후속작 ‘파 송송 계란 탁’에서도 임창정과 호흡을 맞췄다.2003년작,115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머시니스트(KBS2 밤 12시25분) ‘아메리칸 싸이코’의 연쇄살인범,‘이퀄리브리엄’의 건카터 액션으로 눈에 익은 크리스천 베일의 또 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 1년 정도 불면증에 시달린 기계공 트레버 역을 소화하기 위해 하루 사과 한알, 커피 한잔으로 30㎏가량 감량했다. 이런저런 스토리도 있고 반전도 있지만 뭐라해도 영화의 압권은 산업화사회 육체노동자의 모든 것을 몸뚱이 하나로 드러내보이는 트레버라는 캐릭터 그 자체.2004년작,101분.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In&Out] 정치인과 술버릇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In&Out] 정치인과 술버릇

    오늘은 가벼운 소재를 꺼낼까 한다. 정치인의 술 버릇 얘기다.20년 가까이 정치부 기자 생활을 하면서 숱한 정치인들과 술잔을 기울여 봤지만 지금도 뇌리에 생생한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그 때를 떠올리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곤 한다.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지만,1990년대 여의도 정가는 ‘술을 어느 정도 넉넉하게 마시느냐.’가 정치인의 능력을 재는 또하나의 잣대였다. 낭만과도 통했다. 아마도 2002년까지도 그랬던 것 같다. 이른바 ‘두주불사형’이란 프로필은 그 정치인이 꽤나 능력을 갖춘-의협심도 강하고 호탕한-사람이란 뜻이기도 했다. 그런 표현을 써달라는 ‘민원’ 아닌 민원을 하는 지역구 의원도 있었다. 아마도 지역구에서 표를 얻는 데 유리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혹여 독자들은 웬 술자리가 그렇게 많았느냐고 고개를 갸우뚱거릴지 모르겠다. 당시는 유력 정치인이나 고위 당직자 집을 아침, 저녁 찾아가는 게 필수 취재코스였다. 대부분의 정치부 기자들은 이런 생활을 반복하는 피곤함의 연속이었다. 간혹 홀로 집을 방문, 독대 기회가 생길 경우 망외(望外)의 특종거리를 건지곤 했다. 이처럼 정치인들과 하루에도 두, 세번씩 만나다 보니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레 술자리로 이어졌던 것 같다. 정치인들도 저마다 술 버릇을 갖고 있다. 회식 장소에서 만나자마자 “여∼반갑다.”며 낭심을 잡는 김종호 전 국회부의장.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낭심잡기는 한동안 여의도 정가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대부분 그의 기습에 놀라지만 이내 친밀감의 표시로 받아들이고 호탕하게 웃어 제낀다. 하지만 그도 낭패를 당한 적이 있다.11대 전국구 초선 시절 동료 의원에게 같은 행동을 하다 그만 ‘반격’을 당해 순간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고통을 호소한 것. 술 실력에 관한 한 덩치와는 비교가 안되게 센 최재욱 전 의원은 몇 순배가 돈 뒤 먼저 웃통을 벗는다. 그리고는 “우리가 양반인데, 의관은 정제해야지.”라며 맨살에 넥타이를 맨 채로 술잔을 기울이곤 했다. 어느 정도 취기가 돌 때쯤 넥타이를 풀고는 림보게임(낮게 가로놓인 막대 밑으로 빠져 나가기 게임)을 제안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기억이 난다. 그가 정치 초년병 시절인 1993년쯤인가 90㎝ 높이의 ‘넥타이 막대’를 거뜬히 통과한 유연성은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로부터 십몇년이 지났지만 그때와 용모에서 별 차이가 없는 것도 빼어난 건강관리 때문이 아닌가 싶다. 취기가 오르면 종종 연예인을 호출하던 6공의 황태자 박철언 전 의원, 의원시절 걸쭉하게 술잔이 돌아가면 삼각팬티 차림-그것도 언제나 흰색이었다-으로 좌중을 휘어잡은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특이한 성격 탓에 절대 술잔을 돌리는 법이 없는 권노갑 전 의원, 맥주병에 슬그머니 소변을 보고선 이를 폭탄주 재료로 활용(?)한 P모 의원도 생각난다. 술자리를 세미나로 착각케 하던 몇몇 인사들도 있다. 고건 전 총리는 동숭동 J중국집에서 중국 술로 폭탄주를 몇잔 돌린 뒤 주제어를 제시한다. 이어 참석자들의 백가쟁명식 난상토론이 벌어진다. 경기고·서울대 동기동창인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비슷한 유형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아예 술을 못한다고 밝히는 의원도 늘어나는 추세이고, 골프가 술을 대체하는 기류도 있다. 이것도 패러다임이 변하는 것일까. jthan@seoul.co.kr
  • 때론 애처롭게… 때론 코믹하게… TV속 아버지像

    때론 애처롭게… 때론 코믹하게… TV속 아버지像

    알츠하이머에 걸린 경찰 아버지. 결국 어린 아들과 딸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가 됐지만 혼신을 다해 아이들과 나들이를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는, 대기업 간부 아버지. 아내와 이혼한 뒤 수년째 아들을 찾지 않다가 어느날 이뤄진 부자 상봉 이후 아버지는 아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며 어머니 역할을 한다. 한동안 TV 드라마에는 아버지가 없었다.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의 주변인물로 전락하거나 ‘엄마 파워’가 커지면서 아예 아버지가 없는 가정이 다뤄지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드라마에서 아버지들이 살아나고 있다. 때로는 애처롭게, 때로는 코믹하게 그려지면서 아버지들이 오랜만에 제자리 찾기에 나선 모습이다. ●‘아버지도 눈물 흘린다’ KBS 수목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에서는 알츠하이머에 걸려 사경을 헤매면서 뒤늦게 가족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며 눈물을 흘리는 경찰 최장수(유오성 분)를 만날 수 있다. 최장수의 눈물과 가족들의 안타까움에 시청자들도 매회 눈시울을 적신다. 직장인 오유경(33)씨는 “오랜만에 아버지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보니 진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엄격하면서도 따뜻한 아버지의 표상인 탤런트 박인환은 KBS 주말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에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둘째 딸 설칠(이태란 분)이 집을 나가자 회한의 눈물을 흘리다가 쓰러진다. SBS 주말드라마 ‘사랑과 야망’의 주인공 태준(조민기 분)과 태수(이훈 분)는 세월이 흘러 각각 출세밖에 모르는 냉정한 아버지와 뒤늦게 개과천선한 철 없는 아버지가 됐지만, 자식들에 대한 애절한 마음은 똑같다. 특히 4년여 만에 처음 만난 아들에게 선물을 사주고 책을 읽어주는 태준의 모습은, 권위적인 아버지의 이면에 숨어 있는 부드러운 부성애를 느끼게 한다. 가족드라마를 표방하는 MBC 주말극 ‘누나’는 자수성가한 사업가 아버지(조경환 분)가 실종되면서 아버지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남은 가족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아버지의 변신은 무죄? 브라운관 속 친근하고 재미있는 아버지들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어느새 20대 청년을 자식으로 둔 아버지가 된 강남길과 김창완은 각각 KBS 일일드라마 ‘열아홉 순정’과 월화드라마 ‘포도밭 그 사나이’에서 자식의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 같은 아버지로 등장한다.MBC 수목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에는 밤무대 가수 활동을 하다가 뒤늦게 앨범을 출시하고 어린 아이처럼 기뻐하는 소시민 아버지 임하룡이 감칠맛을 더한다.KBS 성장드라마 ‘반올림3’의 주인공 박이준의 중국집 주방장 아버지(이원종 분)는 엄마 없이 아들을 키우면서 아들 친구들에게 자장면을 대접할 줄 아는 의리파다. ●현실에서의 아버지 모습은 드라마 속 아버지를 보면 현실과 가까운 듯하면서도 동떨어진 모습도 종종 보인다. 아버지로서의 역할은 뒤로 한 채 바람을 피우거나, 가족에게 필요하지 않은 존재로 비춰지기도 한다. 지난달 31일 첫 전파를 탄 EBS 5부작 휴먼 다큐멘터리 ‘다큐-아버지’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진솔한 삶을 진지하게 조망하고, 우리가 함께 찾고 만들어갈 진정한 아버지의 상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암 판정을 받은 어머니를 정성스레 간병하는 아버지, 기러기 아빠와 초보 귀농 아빠, 육아를 위해 과감히 휴직계를 낸 아빠 등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아버지들의 헌신과 사랑을 깨닫게 해준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경이로운 물속 체험 ‘스노클링’

    경이로운 물속 체험 ‘스노클링’

    여름휴가 어디서 보내세요? 바다? 계곡? 강? 어디건 물이 없는 곳은 없네요. 더위를 피하기엔 역시 물이 최고죠. 그런데 물가로 놀러가면서 혹시 물속세상이 궁금하신 적은 없으셨나요? 한마리 물고기가 되어 물속을 유영해보고 싶었던 적은 없으셨나요? 깊은 계곡 연못속에 발을 담그고 된장 등 먹을 것을 발등위에 올려놓아 보세요. 잠시만 있으면 아무것도 없는 듯하던 물속에서 어느샌가 작고 예쁜 물고기들이 몰려듭니다. 우리가 가까이 가려 하지 않아서 그렇지, 육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분명히 있습니다. 아름답고 경이로운 세계지요. 스노클링이라는 레포츠가 있습니다. 물안경을 쓴 채 숨대롱을 통해 숨을 쉬고, 핀(오리발)을 낀 발로 물을 살살 저어가며 수면 아래를 염탐하는 놀이죠. 저렴한 비용으로 물속세상을 훔쳐 보기에 ‘딱’입니다. 물론 좀더 숙달되면 아예 물속을 헤엄쳐 다니는 것도 가능합니다. 바다건 계곡이건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즐길 수 있습니다.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으니 가족단위 레포츠로 손색이 없죠. 이번 여름엔 스노클링을 통해 물속세상을 들여다보자고요. 재미도 있으려니와 무엇보다 시원합니다. 글 속초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도움말: 한국스노클링협회 # 스노클링은? 오리발(fin)과 숨대롱(snorkel), 물안경(mask), 구명조끼 등을 착용하고 수심 5m 안팎의 얕은 곳에서 잠영(潛泳)을 즐기거나, 얼굴을 물속에 담근 채 스노클을 이용해 호흡하면서 수중세계의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레포츠다. 수영실력이나 나이, 체력 등에 구애받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 마스크와 핀, 그리고 구명조끼 등의 부력으로 물위에 두둥실 뜬 상태에서 물안경을 통해 물속을 들여다보며 어슬렁거리기만 하면 된다. # 네모선장 고영식씨 따라잡기 자, 이제 본격적으로 스노클링을 배워보자. 강사는 강원도 속초시 공현진 해수욕장에서 네모선장 리조트(nemocaptain.com)을 운영하고 있는 고영식(35)씨.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다이빙 명소들을 두루 정복한 베테랑 다이버다. “스노클링이 쉬운 수상레포츠이긴 하지만, 반드시 전문가로부터 장비 사용법 등의 기본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가장 먼저 익혀야 할 것은 입으로 숨쉬는 법. 코로 숨을 쉬었다가는 바닷물이 들어왔을 때 낭패를 볼 수 있다. 초보자들이 당황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다. 숨대롱으로 바닷물이 들어왔을 때는 급작스레 머리를 드는 등 당황하지 말고 힘차게 불어내면 된다. 물안경을 착용할 때는 머리카락이 안으로 쓸려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 물에 들어가기 전 물안경에 김서림 방지액을 바르거나 침을 발라 뿌옇게 흐려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핀킥, 즉 오리발 차는 방법을 제대로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다리와 오리발이 물위로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 고씨는 또 “파도가 심한 날은 스노클링을 삼가고, 잠수용 슈트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는 저체온증이 우려되기 때문에 가급적 2시간 이상 물에 있지 말라.”며 “해수면에 반사되는 강한 자외선을 차단하려면 얇은 긴팔 옷을 입을 것”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 남성미 물씬 풍기는 우리 바다 스노클링하면 해외의 열대바다를 연상하는 것에 대해 고씨는 “해외의 유명 포인트들은 처음엔 화려하게 느껴지지만, 변화가 없고 단조로워 금방 싫증을 느끼게 된다.”며 “오전과 오후의 느낌이 다를 정도로 변화무쌍한 데다, 해저지형이 깊고 험준해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우리 바다가 스노클링을 제대로 즐기기에 제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낙산내기, 봉우내기 등 잘 발달된 해저 산봉우리들이 육지의 태백산맥과 나란히 달리고 있는 동해바다의 물속은 그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치 웅장하다는 것. # 속초 앞바다의 작은 산맥 옵바위 강원도 속초시 공현진 해수욕장에서 150m가량 떨어진 옵바위는 규모는 작지만 동해의 웅장함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군데군데 형성된 협곡사이로 유영하는 열대어를 볼 수 있는 다이빙의 명소. 특히 공현진 해수욕장은 해안에서 조금만 나가도 금방 물이 깊어지는 동해안의 여느 해수욕장과는 달리,70m를 나가도 수심이 어른 가슴정도밖에 되지않아 가족단위로 스노클링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 이은씨의 스노클링 도전기 속초의 해안가에 살면서도 물이 무서워 제대로 해수욕 한번 못 해본 이은(21)씨. 같은 동네 사는 김동우(19)군과 함께 스노클링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다음은 이씨가 처음 도전해 본 스노클링에 대한 단상. “바닷물에 들어가기 전 안전요원으로부터 주의사항을 들었다. 무엇보다 코로는 숨을 쉬지 말고 입으로만 쉬라는 것이 제일 어렵게 느껴졌다. 당황해서 코로 숨을 쉬면 어떡하지? 이런저런 주의사항을 듣고 안전요원의 손에 이끌려 얕은 바다로 나갔다. 가르쳐준 대로 머리를 숙이고 손을 등뒤로 올리니 신기하게도 몸이 둥둥 뜬다. 별로 어렵지 않네 뭐…. 다소 어색하긴 하지만 숨쉬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고…. 몇번 반복해서 연습하면 곧 익숙해 질 것 같다. 이제 물에 대한 친화력을 높이는 연습을 끝내고 좀더 깊은 물로 가자신다. 장소는 옵바위다. 이곳에 살면서 항상 봐왔으면서도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이다. 바닷물이 검푸른 빛을 띠고 있는 옵바위에 도착하니 더럭 겁부터 났다. 안전요원이 항상 옆에 있는다지만 그래도 무섭긴 마찬가지. 동우가 먼저 들어가서 얼른 들어오란다. 눈을 질끈 감고 바닷물로 뛰어 들었다. 처음엔 다리가 땅에 닿지 않아 허둥댔지만, 머리를 숙이고 몸에 힘을 빼니까 두둥실 떠오른다. 물에 처음 들어올 때는 겁도 나고 무서웠지만, 이젠 용기도 생기고 재미도 난다. 눈을 떠 바닷물 속을 들여다보았다. 신기하게 생긴 물고기들. 참 많기도 하다. 수중여를 둘둘 말고 있는 듯한 해초 사이를 풀방구리처럼 들락날락거리는 녀석들. 가까이 다가오다가도 손사래 한번치면 금세 쪼르르 달아났다.TV에서나 보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젠 제법 자신감이 생겨서 안전요원의 손을 놓고도 돌아다닐 만하다. 날씨가 안 좋아서 물속 깊은 곳까지는 잘 안 보였지만, 그래도 할 만했다. 물속을 들여다보니깐 새롭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 때문에 조금 춥긴 했다. 그래도 내가 이런 것도 해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세계를 들여다 본다는 것이 마냥 신기할 뿐이다. 이런 것도 경험해보면 좋을 것 같아!” # 나에게 맞는 장비는? ●물안경은 자신의 얼굴크기에 맞는 것을 써야 한다. 부피는 적을수록 좋다. 물안경의 끈 또한 길이조절이 용이하고 쉽게 풀리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가격은 5만∼6만원선. 김서림방지 처리가 되었거나, 시력조정이 가능한 물안경도 나와 있다. ●오리발은 너무 크면 벗겨지기 쉽고 작으면 발이 조여 아프다. 초보자들이 추진력이 좋다고 해서 면적이 큰 오리발을 고집하는 것은 금물. 다리에 경련이 올 수도 있다. 또 체력소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부드럽고 가벼운 것이 좋다.5만∼6만원선. ●숨대롱은 길이가 짧으면 물이 쉽게 들어오고, 너무 길면 숨쉬기가 불편하다.30∼35㎝ 정도가 적당하다. 또 입에 물기 쉬운 것으로 골라야 한다.3만∼4만원선. 시중의 다이버 숍이나, 스쿠버 피엑스(www.scubapx.com)등 인터넷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해수욕장 인근의 다이버 숍에서는 대여를 해주기도 한다. 특히 고영식씨가 운영하는 네모선장 리조트에서는 서울신문 애독자에 한해, 스노클링 체험료(보트이용료 포함 3만원) 및 각종 장비 대여료, 땅콩보트 등 각종 물놀이기구 사용료 등을 20% 할인해주기로 했다. # 스노클링 강습받고 물안경도 받고 산호수중(www.ssd.co.kr)은 한국스노클링협회(www.cusa.or.kr)와 공동으로 스노클링교육 행사를 벌인다. 장소는 서울 올림픽공원 잠수전용풀.29∼30일 양일간 스노클링 호흡법 등을 교육하며 물속사진도 찍어준다. 참가비는 6만원. 마레스 수경세트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문의 (02)478-2663. ●옵바위 가는 길 경기도 양평→4번국도→홍천→44번국도→미시령터널→속초. ●둘러볼 만한 곳 전통 건조물 보존지구로 지정된 주광면 오봉리 왕곡마을은 북방식 ㄱ 자형 겹집구조가 그대로 남아있는 남한 유일의 곳. 현재 50여가구가 살고있다.8월2∼6일 ‘2006 왕곡마을 전통민속축제´가 열린다. 문의 (033)680-3369. ●맛있는 집 공현진항 뒤편의 수성반점(033-631-1492)은 ‘짬뽕’으로 소문난 중국집. 각종 해산물로 가득한 국물이 진국이다. ■ 새로운 명소를 찾아라…스노클링 꿈은 ▶경기도 연천군 동막계곡 서울에서 2시간 거리. 당일로도 다녀올 수 있다. 성인 허리 깊이의 소(沼)가 군데군데 있어 물놀이를 겸해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물이 맑아 쉬리, 꺽지 등 1급수에 사는 어종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강원도 홍천군 칙소폭포 열목어를 비롯해 금강모치, 갈겨니 등 우리 물고기를 관찰할 수 있는 포인트. 내린천의 최상류로 오대산과 계방산 등에서 흘러내린 물이 합쳐지는 곳이다. ▶강원도 강릉시 문암, 사천 해수욕장 암반과 해초가 많아 바닷물고기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스노클링 포인트는 사천 앞바다의 작은 섬. 수심 5m이내의 넓은 자연암반 아래 서식하는 놀래미, 망상어, 전복 등 다양한 어패류들이 스노클링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근덕면 일대는 전천후 스노클링 포인트. 수심은 7∼10m정도. 잘 보존된 바다속 환경덕에 다양하고 화려한 수중생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충남 공주시 갑사계곡 한여름에도 가을을 느끼게 할 만큼 시원한 곳. 약 3㎞에 달하는 갑사계곡 중, 용추교에서 용문폭포까지의 약 1.5㎞구간이 폭도 넓고 수량도 풍부해 스노클링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대구광역시 치산계곡 웅장한 폭포와 울창한 삼림이 6㎞ 가까이 이어진다. 손꼽히는 팔공산의 숨은 명소. 수도사에서 6㎞ 정도 떨어진 치산폭포는 수량이 풍부하다. 한여름에도 오래 손을 담글 수 없을 만큼 시원한 물이 자랑. ▶광주광역시 남창계곡 내장산 국립공원 백양사지구에 속한 남창계곡은 은선동, 반석동 등 6개의 계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유명세에 비해 피서객들이 붐비지 않아 스노클링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부산광역시 내원사계곡 천성산 기슭의 내원사계곡과 노전암계곡은 예로부터 소금강이라 불리던 곳. 사시사철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른다. 가족단위로 스노클링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경남 통영시 매물도 한려수도에 위치한 매물도는 해상경관뿐 아니라 수중세계 또한 아름답다. 병풍바위, 촛대바위 등 기암괴석군이 압권. 섬 전체가 스노클링 장소다. ▶제주도 쇠소깍 제주도에서도 가장 독특한 곳. 폭은 10∼30m, 길이는 120m 정도. 깊은 산속의 호수처럼 생겼다. 수심은 1.5∼2.5m.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고 투명한 물이 자랑. ▶인천광역시 옹진군 소이작도 예전에는 해적들이 은거했다 해서 이적도라고도 불렸던 곳. 서해안 섬들 중에서 드물게 물이 맑다. 인근의 사승봉도 주변에서는 다양한 어종을 관찰할 수 있다.
  • [2집이 맛있대] 서울 강서 김포공항 입구 중국음식점 ‘도일처’

    [2집이 맛있대] 서울 강서 김포공항 입구 중국음식점 ‘도일처’

    어린 시절 부모님 손에 이끌려 갔던 식당에서 이젠 아이의 손을 잡고 앉아 “아빠가 너만했을 때 할아버지 손 잡고 왔던 집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음식점이 전국에 몇 개나 될까. 그래서인지 서울 강서구 방화동 김포공항 입구의 도일처란 중국음식점은 유난히 돋보인다.1966년 김포공항 입구에 자리잡은 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름이나 메뉴, 이사도 가지 않고 묵묵하게 자장면과 중국 요리를 만든 유서 깊은 식당이다. 얼핏보기에 그저 동네 중국집과 비슷하다.‘여기가 40년된 집 맞아.’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박하고 겉치레에 신경을 전혀 쓰지 않는다. 메뉴판을 보았다.‘역시’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생전 듣도 보지도 못한 이름의 요리들이 100여 가지가 빼곡하게 적혀 있다. 메뉴판 맨 처음에 적혀 있는 동파육과 꽃빵. 소동파 시인이 즐겨 먹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요리다. 통삼겹살을 ‘팔각’이란 향료를 넣고 4시간을 삶아 청경채와 꽃빵을 곁들이는 요리로 ‘생각만 해도 느끼해.’라고 말하기 쉽지만 일단 맛을 보면 머릿속이 상쾌해진다. 입안에 퍼지는 오묘한 팔각의 향.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다섯 가지 향의 매력과 흐물흐물한 돼지고기의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100여 가지의 산둥식 전통 중국요리뿐 아니라 10여 가지의 퓨전 요리도 인기다. 티베트의 매콤한 고추에 땅콩과 비슷한 캐시넛 그리고 갑오징어를 넣고 볶은 ‘고추 꽁바우 갑어’는 퓨전 요리의 대표. 고추의 매콤함과 갑오징어가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가히 ‘예술’이다. 닭 안심에 야채를 말아넣은 라풍기말이 등 다양한 퓨전 음식도 ‘강추’. 도일처의 또 하나의 즐거움은 전통 소룡포(중국만두)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만두피 안에 가득한 육즙을 먼저 먹는 소룡포도 정말 색다르다. 이밖에 신선한 해물이 푸짐하고 간이 잘 맞아 바삭하게 튀겨진 누룽지가 잘 어울리는 해물누룽지탕, 국물이 개운하고 국수발이 쫄깃한 짬뽕, 약간 달달한 자장면 등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2집이 맛있대] 토속 제주맛 ‘삼대 국수회관’

    [2집이 맛있대] 토속 제주맛 ‘삼대 국수회관’

    ‘좋은 재료가 좋은 맛을 낸다.’ 제주시 이도 1동 삼대 국수회관은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제주산 청정 돼지’만을 고집한 ‘고기국수’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국수전문점이다.‘고기국수’는 육지에는 없고 제주도에만 있는 토속 먹을거리 중의 한가지. 푹 곤 돼지 뼈 국물에 돼지고기 수육을 넣어 먹는 ‘고기국수’는 육지 사람들에게 ‘느끼하다.’는 맛을 주는 낯선 음식이지만 제주 사람들에겐 너무나 친근한 먹을거리다. 3대째 국숫집을 하고 있는 이곳은 우선 국수 국물내기부터 정성을 쏟는다. 수입육이나 잡뼈 등은 일절 사용하지 않고 제주산 청정 돼지의 사골뼈만을 골라 24시간 우려내 깊고 진한 국물맛을 낸다. 여기에다 국수에 넣어 먹는 돼지고기 수육도 제주산 오겹살만 고집해 쫄깃쫄깃 씹히는 육질이 일품이다. 국수 면가락은 육지에는 주로 가는 소면을 사용하지만 ‘고기국수’는 소면보다 굵은 중면을 사용하는 것도 특징. 반찬으로 나오는 마늘 장아찌는 ‘고기국수’의 느끼한 맛을 싹 없애주고 적당하게 잘 익은 배추김치와 깍두기도 국수맛을 돋우는 찬거리다. 육지의 잔치국수나 칼국수의 반찬으로는 생김치가 제격이지만 ‘고기국수’는 알맞게 잘 익은 김치가 어울린다는 게 주인 정준호(45)씨의 설명. 조미료는 사용하지 않고 소금으로만 간을 내고 국수 면의 양도 중국집으로 치면 곱빼기라 할 수 있도록 한그릇 가득 푸짐하게 내준다. 돼지다리 발목 아래뼈만으로 만든 아강발(돼지족발)도 애주가들의 안줏감으로 인기가 높다. 주인 정씨는 “제주사람들은 해장국으로도 즐겨 먹는다.”면서 “술을 마신 후 고기국수 한그릇이면 속이 편안해지고 든든해진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중국집 주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중국집 주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지난 14일 쌍문동 도봉노인복지센터. 창동에서 중국집 ‘상하이’를 운영하는 김정태(47)씨가 요리 재료를 싸들고 ‘출동’한다. 아침 잠이 많지만, 이날만큼은 오전 7시에 일어났다. 치매·중풍 어르신들에게 선보일 요리는 옛날 자장면과 마파 두부. 어르신들의 소화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부러 두부 요리를 골랐다. 또 자장면은 양파와 감자를 큼지막하게 썰어 넣어 추억이 되살아나는 ‘옛날 자장면’을 만들기로 했다. 이날 김씨는 600명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선물했다. 김씨가 이렇게 봉사활동을 펼친 것은 햇수로 꼬박 8년. 매달 2번씩 동네 노인복지관, 지체장애인 시설, 종합복지관 등에 직원 4명을 이끌고 가서 중국 요리를 만들어준다. 음식 재료도 직접 준비하는 등 모든 비용은 김씨가 준비한다. “우리 중국집 음식을 사먹는 동네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보답하려고 하는 것이지요. 제가 만든 자장면을 그 분들이 먹어줬기 때문에 가게도 차릴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이쯤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에 대한 개념이 달라진다. 주로 높으신 분들이 번만큼 사회에 환원한다는 뜻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테이블 4개만 덜렁 놓고 중국집을 운영하는 김씨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계열에 제대로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김씨가 ‘사랑의 자장면’을 만들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1989년. 둘째아이가 미숙아로 태어나면서부터다. 의료 보험도 적용되지 않아 1000만원의 빚더미에 올라앉게 됐다. 당시 식당 요리사로 일하던 김씨의 월급이 30만원이었으니 눈 앞이 깜깜할 수밖에. “둘째가 태어난 뒤 급한 마음에 친구 소개로 독일로 건너갔어요. 당시만 하더라도 환율 차이가 많이 나서 한달에 130만원은 벌어들일 수 있었거든요. 그러면서 막연하게나마 나중에 자리잡히면 좋은 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들이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하잖아요.” 한국에 돌아온 김씨는 빚도 털어내고 창동에 가게도 차렸다. 처음에는 사정이 여의치 않아 가게를 임대했으나 김씨의 손맛이 입소문나면서 손님들은 많아졌고 1998년 건물을 사들여 지금의 가게를 내게 된 것이다. 이 때부터 사랑의 자장면 봉사가 시작됐다. 김씨는 동료 요리사들과 다른 지역으로 ‘봉사 출장’을 나가기도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로 충북 음성 꽃동네에 가서 3500명분의 자장면을 만든 일을 꼽는다. “20㎏짜리 밀가루 30포를 반죽해야 합니다. 상상해 보세요. 밀가루를 쌓아 놓으니까 ‘조그만 산’이 되더라고요. 어찌나 즐겁던지요. 밤새 준비하고 이튿날 힘든 줄도 모르고 꽃동네 사람들고 공차기까지 했다니까요.” 김씨는 올초 도봉구청 자원봉사센터에 가서 중국집 상하이를 ‘사랑주식회사 사랑 19호점’으로 등록했다. 사랑주식회사는 도봉구가 기업들과 연계해서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프로그램. 대기업, 은행, 대형 마트 등 마을의 쟁쟁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 업체에 비해 김씨가 주인인 상하이는 그야말로 구멍가게 수준이다. 그래도 사랑주식회사는 ‘회사’의 규모(?)와 상관없이 이웃들에게 주는 사랑은 컸으면 컸지, 작지 않다. “나이가 들더라도 자장면 만드는 기술은 썩지 않으니까 계속해서 봉사활동을 할겁니다.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면 한 달에 딱 한번씩 온 가족이 모여 사랑의 자장면을 만드는 게 제 꿈이에요. 작은 일이지만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사랑의 자장면’으로 채워 나가고 싶습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2집이 맛있대] 경기도 일산구 장항동 ‘수리나’

    [2집이 맛있대] 경기도 일산구 장항동 ‘수리나’

    간단하게 부인이나 혹은 연인과 술 한잔 생각이 날 때 얼른 갈 만한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런 분들을 위해 경기도 일산구 장항동에 있는 창작(創作)요리주점 수리나를 권하고 싶다. 창작 요리주점이란 프랜차이즈의 형태로 모든 식재료를 본사에서 공급받는 형태의 식당이 아닌 주인이 나름대로 요리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음식을 개발해서 선보이는 ‘장인’ 정신이 살아있는 주점을 말한다. 일단 수리나 메뉴판이 정말 화려하다. 간단한 닭꼬치부터 떡볶이, 해물탕, 가이바시 석쇠 한판까지 무려 50여 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메뉴에 놀라고, 두번째는 안주가 5000원에서 1만 2000원대로 저렴하다.“어라 떡볶이가 빨간색이 아니네.”,“야 참 쫄깃하고 담백, 고소하네.” 수리나의 떡볶이를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의 감탄사이다. 주방장겸 주인인 전택경(35)씨는 오징어, 새우, 홍합, 조개 등에 온갖 양념과 춘장으로 맛을 낸 소스에 일반 가래떡이 아닌 조랭이떡을 살짝 조려내 새로운 맛과 느낌의 떡볶이를 만들었다. 20여분만에 해물탕을 끓여내온 전 사장은 “죄송합니다. 저희는 원래 주문이 들어와야 야채를 썰고 음식을 해 시간이 좀 걸립니다. 그 대신 싱싱하고 살아있는 야채와 해물이 만들어내는 맛은 자신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일반 중국집의 짬뽕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맛은 전혀 다르다. 텁텁하거나 느끼한 맛이 없이 아주 개운하고 시원하다.“이렇게 수족관에 살아 있는 조개를 넣고 끓여 육수를 내는 곳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래서 맛이 개운하고 시원하지요. 음식은 싱싱하고 좋은 재료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음식철학입니다.” 앙증맞은 화로에 상큼하고 쫄깃한 가이바시의 속살을 구워먹는 가이바시 한판이 8000원, 노란 알의 씹히는 맛이 가히 예술인 도루묵 구이가 7000원. 영업을 마친 새벽 3시쯤이면 어김없이 서울 강서 농수산물센터에 들러 경매를 통해 직접 수산물과 야채를 싼 가격에 구입하는 전씨는 진정 ‘장인´이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王서방요리 金서방이 판다

    王서방요리 金서방이 판다

    자장면집 「王서방」들은 요즘 입맛이 쓰다. 한국인 경영의 중국 음식점이 자꾸 늘어나 이제는 그들의 경제권 마저 위협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람이 이거 장사 안돼. 정말 안돼 이거-』. 장안 「자장면 재벌」의 판도가 「王서방」에서 「金서방」으로 국적이 바뀔 판국이라는데…. 한국인 경영의 본격적 중화 요리점 제1호는 지난해 11월 15일 서울 삼풍상가에 문을 연 「W」. 어찌된 셈인지 문을 열자 마자 손님이 몰려 들기 시작, 개점 반년만에 화교가 경영하는 명문 「A원(園)」과 어깨를 겨루는 대요식업소로 성장했다. 「W」은 특히 가족 동반, 외국인 동반 손님이 많아 재미를 보고 있으며,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은 한번 꼭 들러 음식을 시식(試食)할 정도로 어느새 서울시내 관광「코스」의 하나로꼽힐만큼 되었다. 「W」의 「클린·히트」에 고무되었음인지 이번엔 스타일」의 새 한국인 경영 중국 음식점이 종로 번화가에 선을 보였다. YMCA근처 8층 「빌딩」안에 자리잡은 「H」-지난 7월 23일 문을 열었다. 8층 「빌딩」의 1층부터 5층 까지를 몽땅 도려 냈으니 규모는 「W」나「A園」보다 오히려 더 큰셈. 가위 「매머드」급이다. 기성 「자장면 재벌」의 판도를 바꿔놓을만한 두개 한국인 경영 중화 음식점의 면모를 먼저 살펴 보자. 「W」는 개점하자 마자 손님이 쇄도, 이틀뒤 문을 닫고 주방을 넓히는등 시설을 개조하여 그달 25일 재개점했다. 주인은 군출신의 김응한(金應漢)씨. 「W」은 「홍콩」의 「얌차」(飮茶)식 식당에서 「힌트」를 얻은,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중국 음식점이다. 전통적으로 「코리아나이즈」된 재래식 중국음식을 지양, 사천(泗川), 광동(廣東), 북경(北京)식 요리를 도입하여 선을 보이면서 내부적으로는 식당 경영을 기업화 하는등, 「머리를 쓴」흔적이 보이는 음식점, 『청결·친절·음식맛 이세가지를 「모토」로 삼고있읍니다. 유흥장으로 보다는 가족동반 친지동반으로 조용한 한때를 보낼 수 있는 식당으로 가꾸려고 애를 많이 썼읍니다. 외국인들과 아이들이 많이 드나들더니 술 취해 떠드는 사람들이 없어지더군요. 분위기가 아늑하고 순수하게 지켜지는 편입니다』 김영한(金寧漢)상무는 무엇보다 「W」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고심했음을 실토한다. 중국집에서 흔히 불 수 있는 떠들썩한 분위기와 음식이 나올 때까지의 오랜 기다림, 한국인의 생리에 잘 맞지 않는 「서비스·매너」등 많은 「터부」의 요소들을 「W」는 대담하게 청소해 버렸다고 자랑이다. 4백여평의 넓은 「홀」에 「테이블」은 70여개. 10여개의 「카트」(손수레)가 이리저리 돌아 다니며 음식을 판다. 철두철미한 「빌」제, 복잡한 중국 요리의 한국식 표기등도 고객에 「어필」된 큰 요소인 듯 하다. 지난 7월 23일 개점한 「H」는 우선 손님수용력이 「W」보다 월등하다. 2층과 3층은 고대 중국의 호족 내실을 연상시키는 휘황한 「데코레이션」의 넓은「홀」이다. 2층의 「테이블」은 42개, 3층이 32개. 4층엔 11개의 방이 있고 5층에 4백명 수용의 대 연회실이 있다. 전관(全館)의 치장은 홍대(弘大) K모 교수 솜씨. 『3개월동안 시장조사를 했읍니다. 거기서 W「스타일」은 안되겠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그래서 연회석 위주로 음식도 보통 재래식 중화요리로 내 놓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사장 홍형표(洪瀅杓)씨의 말. 「H」의 음식은 90원짜리 특제, 자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비싼건 한 상 1만 몇천원짜리까지. 중국인 「쿠크」11명을 세종 「호텔」등에서 「스카우트」했다. 붉은 「꾸냥」복의 아가씨들도 특수 훈련된 반 중국인 처녀들. 한국인 경영이기 때문에 분위기는 보다 「중국적」이어야 한다고 洪사장은 알 듯 모를듯한 경영론을 편다. 『외국서도 보면 큰 중국 요리점을 중국인 경영 아닌게 많습니다. 중국 음식의 맛을 분명히 살리면서 그네들 식당의 단점을 개선해 나간다면 실패 할 염려는 없으리라 믿습니다』 홍형표(洪瀅杓)사장의 자신에 찬 경영론. 한국인 경영의 중국음식점은 서울 변두리에만 50여개소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은 물론 호떡이나 자장면류를 만들어 파는 영세업자들. 분명히 중국음식점쪽에 위협이 되기 시작한건 W와 H의 출현이다. 이들 두 업소는 하루 매상 1백만원대를 올리고 있다. 지난 7월 말 현재 서울시의 집계에 의하면 서울시민이 유흥업소에 뿌리는 돈은 하루 평균 9천4백41만원꼴이다. 이중 3종 음식점의 경우만을 보면 한식이 하루 1천7백58만원, 중국음식 9백2만원, 양식 4백32만원, 일본식 3백9만원의 순서. 중국 음식의 경우는 값이 1백원 이상인 것만을 대상으로 계산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하루 1천~1천5백만원의 매상을 올릴 것으로 추상하고 있다. 이렇게 볼때 W·H등 한국인 경영 중국음식점이 기존 중국음식점 사회에서 얼마나 두려운 존재로 「크로스·업」되고 있는가 하는 것은 짐작하기에 어렵지 않은 일.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되도록 중국인들이 비위를 건드리지 않는 방향으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전통적인 「韓中친선」도 그렇지만 잘못하다가는 음식 재료 공급 중단등의 압력(?)을 중국사람들로부터 받을 것을 두려워 한 때문. 몇 년전 진해(鎭海)에서는 시민들이 중국음식 불매동맹(不買同盟)을 벌여 큰 소동이 일어난 적이 있다. 이 소동의 발단이 한국인 경영 중국음식점에 재료 공급을 중단한 때문이라니 딴은 신경을 안쓸 수도 없는 일. 새로운 요리, 청결, 친절한 「서비스」, 거기다 「플러스·알파」로 국가의식 같은 것까지 호소하는 한국인 경영 중국 음식점의 상혼은 제법 인기를 모으고 있는 셈. [ 선데이서울 69년 8/10 제2권 32호 통권 제46호 ]
  • [깔깔깔]

    ● 등급별로 본 성질 급한 사람 * 중국집에서 3등급 : 자장면 하나 빨리요. 2등급 : 제일 빨리 되는 거 뭐예요? 빨리요. 1등급 : 젓가락 잡으면서 “자장 빨리.” * 삼겹살 먹을 때 3등급 : 색깔 변하면 먹는다. 2등급 : 3도 화상이면 먹는다. 1등급 : 김 나면 먹는다. * 소주 마실 때 3등급 : 안주에 눈길을 주며 마신다. 2등급 : 술을 털어 넣으며 안주를 뒤적인다. 1등급 : 안주를 입에 먼저 넣고 마신다. * 화장실 갈 때 3등급 : 빨리 뛴다. 2등급 : 지퍼를 열어가면서 빨리 뛴다. 1등급 : 흐르는 바지를 잡고 빨리 뛴다. 이미 벗었다.
  • 詩로 돌아와 삶을 굽어보다

    詩로 돌아와 삶을 굽어보다

    시로 출발했지만 소설, 산문으로 더 명성을 쌓아온 두 작가가 오랜만에 친정으로 돌아왔다. 소설가 송기원(57)이 15년 만에 전작 시집 ‘단 한번 보지 못한 내 꽃들’(랜덤하우스중앙)을 펴냈고, 베스트셀러 산문집 ‘쏘주 한잔 합시다’의 유용주(46)는 10년 만에 시집 ‘은근살짝’(시와시학사)을 발표했다.“시를 잊고 지냈다”는 송 시인은 지난 두달간 꽃봉오리 터지듯 한꺼번에 쏟아져나온 44편의 꽃시를 묶었고,“잠을 잘 때도 시를 생각했다.”는 유 시인은 묵은지처럼 잘 익은 43편의 시를 모았다. 개성과 스타일은 다르지만 삶의 현장에서 온몸으로 체득한 깨달음으로 산문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건네고, 더 깊은 울림을 전달하기는 마찬가지다. ●송기원 시인 붉은 능소화 꽃 그림이 강렬하다. 생동감 넘치는 표지 이미지에 끌려 시집을 펼치면 아예 지천에 꽃그림, 꽃향기다. 바람꽃, 찔레꽃, 각시붓꽃, 배꽃, 석류꽃…. 왜 하필 꽃을 소재로 택했을까.“중학교 3학년때 유서에 ‘내 피는 더럽다’고 썼어요. 결손가정 출신이라는 자괴감으로 문청시절에는 탐미, 퇴폐같은 어두운 에너지에 시달렸고, 그런 자신을 혐오했습니다. 그런데 그 에너지가 사라지는 나이가 되고보니 자기혐오마저 아름다운 꽃처럼 느껴지더군요.” 첫 장에 실린 서시는 “한번도 내안의 꽃을 보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시인의 뒤늦은 한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나온 어느 순간인들/꽃이 아닌 적이 있으랴.//어리석도다/내 눈이여.//삶의 굽이굽이, 오지게/흐드러진 꽃들을//단 한번도 보지 못하고/지나쳤으니.’(‘꽃이 필 때’) 송씨는 1974년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와 소설이 각각 당선돼 등단했다.1983년 첫 시집 ‘그대 언 살이 터져나올때’로 신동엽창작기금을 받고,1990년 옥중체험과 뒷골목 기행을 그린 시집 ‘마음속 붉은 꽃잎’을 펴냈다. 하지만 소설집 ‘인도로 간 예수’‘사람의 향기’, 장편소설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또 하나의 나’등 산문이 워낙 승해 시인으로 그를 기억하는 일반인들은 많지 않다. “이번 시집에서 즐겁게 내 자의식을 털어버려 이제 시를 그만 쓸까 하는 생각도 든다.”는 시인. 그래서일까. 그리움과 사랑의 표상, 황홀하게 피어오르다 순식간에 져버리는 정념의 상징, 찰나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명상적 깨달음 등 세상사를 꽃에 빗댄 모든 시편들은 하나같이 간절하고, 격정적이고, 뜨겁다. ‘어디엔가 숨어/너도 앓고 있겠지.//사방 가득 어지러운 목숨들이/밤새워 노랗게 터쳐나는데//독종의 너라도//차마 버틸 수는 없겠지.’(‘개나리’)‘그럴 줄 알았다.//단 한번의 간통으로//하르르, 황홀하게//무너져내릴 줄 알았다.//나도 없이/화냥년!’(‘모란’) 예전 시골다방에서 열리던 시화전의 추억이 그리웠다는 시인은 비록 시골다방은 아니지만 ‘소원’을 이루게 됐다. 시인의 시편과 짝을 이룬 중견화가 이인씨의 그림들이 교보문고와 문학사랑 주최로 16∼26일 교보문고 강남매장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85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유용주 시인 중학교를 중퇴하고 중국집 배달원, 구두닦이, 벽돌공, 출판사 직원, 술집 지배인 등 수십개의 직업을 전전하던 유용주가 시인이라는 천직을 얻은 건 1991년이다. 그해 ‘창작과비평’가을호에 ‘목수’외 두 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가장 가벼운 집’(1993년),‘크나큰 침묵’(1996년)등 시집 두 권을 냈다. 하지만 시쳇말로 그를 띄운 건 시집이 아니라 산문집이다.2000년 발표한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가 MBC ‘느낌표’에 선정되면서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부상했고, 지난해 가을 내놓은 두번째 산문집 ‘쏘주 한 잔 합시다’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워낙에 과작이라고 해도 내심 10년만의 시집 출간은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그가 먼저 “먹고 살기 힘들어 시에 소홀했다.”고 실토한다. 시집 첫머리에 “꼭 십년만에 친정으로 돌아왔다.”는 말로 소회를 대신한 그는 “친정엄마는 무슨 잘못을 해도 용서해주지 않느냐. 그런 심정으로 이번 시집을 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들보다 더 모질고 고된 세상을 경험한 시인의 성찰은 때론 깊은 사유로, 때론 웃음 가득한 해학으로 피어난다.‘길 위에 서는 자는 안개도 짐이 된다/길 위에 서는 자는 이슬도 짐이 된다’(‘길 위의 날들’중)거나 ‘전신을 물결에 맡기고/때리는 게 아니라 어루만지며 나가야 한다/물살을 찢는 게 아니라 기우면서 나아가야 오래 간다’(‘물 속을 읽는다’중)에서는 삶의 이치를 깨달은 자의 고요한 시선이 느껴진다. 표제작 ‘은근살짝’은 지난해 현대상선 하이웨이호를 타고 인도양 한복판을 항해하던 중 불쑥 떠오른 시다.‘…수심 5000m인도양 새벽을 건너고 있을 때 누군가 뜨끈한 이마를 쓰다듬는 차가운 손길이 있어 소스라치며 일어났더니 바다보다 더 넓게 퍼진 하늘에 떠 있던 한 떼의 별무리, 은근살짝 내려와 글썽이고 있더라’ 시집에는 가족과 가난의 기억에 대한 시들이 많다. 시인은 “자꾸 뒤를 돌아보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다. 내 시도 이제 과거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시도 시지만 시집 말미에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소설가 한창훈이 입심좋게 쓴 발문이 인상적이다. 시인은 “1994년 창훈이가 소설집 ‘가던 새 본다’를 낼 때 발문을 썼는데 그때의 빚을 이자 쳐서 갚은 것”이라며 웃었다.9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겨울 ☆미 삼총사

    겨울 ☆미 삼총사

    추운 겨울을 이기는 몸에 좋은 별미 음식은 뭐가 좋을까?먹고 나면 속이 부대끼는 육류보다 아무래도 담백하면서도 영양가 높은 해물을 찾기 마련이다. 홍합, 굴, 매생이 등 겨울철 별미 ‘3총사’는 부드러우면서도 싸근싸근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입에 물면 싸하게 밀려오는 바다 향취 가득한, 이들 겨울철 별미는 입맛을 잃은 가족들에게는 속이 확 풀리는 최고의 보양식. 특히 홍합과 굴의 속살에는 영양이 듬뿍 담겼다. 예로부터 홍합은 허약체질과 빈혈, 식은땀, 현기증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졌다. 노화억제와 골다공증, 피부미용에 좋다는 굴은 남성들에겐 최고 스태미나 음식으로 통한다. 매생이는 향이 좋고 단백질이 많이 함유돼 숙취해소로는 단연 최고. 글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촬영협조 ‘T원´(연세대점) # 서울 연세대 동문회관내 ‘T원´ 홍합요리 고급스러운 호텔 요리를 먹고 싶지만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다면 방법이 있다. 호텔에서 운영하는 캐주얼 식당은 지갑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맛은 호텔 수준이다. 서울 중구 태평로 프라자호텔의 중식당으로 명성이 자자한 도원의 캐주얼브랜드인 T원(T園). 서울 신촌의 연세대 동문회관내 티원은 독특한 인테리어와 맛있는 홍합요리로 조용히 입소문이 난 곳. 검은색을 바탕으로 빨간빛 중국 가구와 연둣빛 테이블보가 묘한 색의 조화를 이루며 세련미를 더해준다. 홀은 평평한 마루가 3개의 계단식으로 꾸며졌고, 주방은 마치 요리사들의 경연장처럼 훤히 들여다보인다. 주방장 유원인씨가 최근 개발한 신선한 야채와 홍합, 새우 등 해물이 듬뿍 들어간, 매콤한 사천식 볶음면(1만원)은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 만점. 꼬들꼬들한 면발에 홍합의 시원한 맛이 잘 어울리는 이 요리는 굴소스와 고추기름 등으로 매운 맛을 냈다. 이수연(38·서울 마포)씨는 “특색있는 홍합 요리와 중국요리를 먹기에 좋은 곳”이라며 “친구들과 모임하기에 적당한 곳”이라고 추천했다.(02)365-6564. 홍합요리가 있는 프랑스 레스토랑을 원한다면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라 시갈 몽마르뜨’가 제격. 토마토 소스 홍합요리 등 홍합요리만 무려 20∼30가지.(02)796-1244. 신촌의 ‘머슬&머글’은 벨기에 홍합전문 요리점으로 홍합을 넣은 파스타, 오븐 요리, 수프 등을 먹을 수 있다.(02)324-5919. # 서울 세종로 ‘신안촌´ 매생이국 매생이국으로 유명한 서울 세종로의 정부중앙청사 인근 ‘신안촌’을 지난 12일 점심때 찾았다. 때마침 이해찬 국무총리도 이곳을 찾아 매생이국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조간신문에 봉황이 그려진 골프공 기사가 났던 터였다. 이 총리가 온 줄 모르는 손님들은 “어찌 대통령만 쓰는 봉황무늬를 총리가 사용하도록 했는지 누가 아부를 해도 세게 했다.”고 여기저기 봉황 골프공이 화제만발이다. 매생이국(1만원)은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바로 끓여 신선하다. 얼핏 보기에는 해초의 긴 머리채를 풀어 놓은 듯 다소 별로일 것 같지만 먹으면 향긋한 냄새에 감칠 맛이 난다. 속풀이용으로는 그만이다. 주인 이금심씨는 “매생이는 1월이 제철이어서 지금이 가장 맛있을 때”라며 “전남 강진과 장흥 앞바다에서 최상품을 가져온다.”고 자랑했다. 특히 이번주 나오는 매생이가 일년중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매생이는 현지에서 급랭한 채로 서울로 공수, 냉동 컨테이너에 보관해두었다가 그때그때 요리한다.(02)365-6564.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앞 순두부집‘백년옥’에 가면 초록빛 매생이가 실타래처럼 얽혀 넘실거리는 매생이 칼국수와 뽀얀 굴이 박혀있는 매생이 굴전이 일품.(02)528-2860.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있는 ‘분당칼국수’도 매생이 칼국수와 매생이국을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031)703-1977. # 서울 시청옆 김명자 굴국밥 전문점 서울 시청옆 국가인권위원회가 입주한 금세기빌딩 지하 1층 김명자 굴국밥·굴요리 전문집에는 점심 시간에는 미리 가지 않으면 줄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맛있다. 담백한 굴 맛이 우러난 국물을 훌훌 마시면 스트레스마저 날아간다. 국물을 헤집고 감춰진 굴을 숟가락 위에 얹어 놓으면 보물찾기에 성공한 것처럼 입안에 웃음이 저절로 감돌기 마련. 굴국밥에는 굴만 있는 게 아니다. 작은 날계란을 하나 넣어 뜨끈한 국물에 살짝 반숙으로 익혀 먹는 맛도 재미있다. 반찬 가짓수는 깍두기, 부추무침, 고추로 단출하기 그지없는 ‘소박한’밥상이다. 그러다 보니 밥을 먹고 나면 다른 음식보다 빨리 허기진다. 그래서 국물도 남김없이 먹고 부족하다 싶으면 공기밥을 하나 추가해야 한다. 다행이 밥은 공짜. 열량이 적은 굴국밥은 다이어트에 제격이다. 출출해질 오후가 걱정된다면 3명이 함께 가서 굴국밥에 굴전을 추가로 시키면 된다. 통통한 굴의 속살이 부서지지 않게 계란 옷을 입혀 접시에 선보이는 굴전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굴국밥 만드는 비결을 묻자 주인 김선옥씨는 “통영에서 신선한 굴을 가져온다.”며 “국물맛은 누구에게도 가르쳐 줄 수 없다.”고 비법 공개를 꺼렸다.(02)778-0567. 서울 중구 회현역 근처 ‘굴사랑’에 가면 20∼30가지의 다양한 굴요리를 맛볼 수 있다.(02)778-2807. 맛있는 굴짬뽕은 서울 연남동 중국집 ‘매화’에 가면 후회하지 않는다.(02)332-0078. # 가족과 함께 만드는 요리 1. 사천식 매운 홍합볶음 재료:홍합 300g, 양파 40g, 적피망 40g, 청피망 30g, 청양고추 약간, 다진 마늘 약간, 육수 100cc, 고추기름 30cc, 굴소스 1ts, 두반장소스 1ts, 간장 1ts, 청주 1ts, 물전분 2ts 만드는 법: (1) 홍합은 소금물에 살짝 담가두어 깨끗이 한다.(2) 양파, 적피망, 청피망, 청양고추를 모두 곱게 다진다.(3) 프라이팬에 고추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볶는다.(4) (3)에 간장과 청주를 넣어 향을 내고 (2)를 넣고 함께 볶는다. (5) (4)에 육수와 홍합을 넣고 굴소스와 두반장소스를 넣어 조린다.(6) 물전분으로 마무리한다. 2. 사천신면 재료:홍합 60g, 숙주나물 40g, 새우 2마리, 관자 10g, 비타민 20g, 적피망 30g, 청양고추 20g, 마늘 10g, 면 200g, 고추기름 30cc, 두반장소스 1ts, 굴소스 1ts, 청주 1ts, 간장 1ts, 설탕 약간 만드는 법: (1) 준비한 해산물을 깨끗이 손질한다.(2) 야채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준비한다.(3) 프라이팬에 고추기름을 두르고 마늘을 볶은 후, 청주와 간장으로 향을 낸다.(4) (3)에 준비한 해산물과 야채를 넣어 함께 볶는다. (5) (4)에 준비된 면을 넣고 두반장소스, 굴소스, 설탕을 넣고 볶아 마무리한다. 3. 굴덮밥 재료:굴 200g, 표고버섯 40g, 양송이버섯 40g, 새송이버섯 40g, 죽순 30g, 청경채 40g, 마늘 약간, 육수 100cc, 식용유 40cc, 굴소스 2ts, 간장 2ts, 청주 2ts, 물전분 약간 만드는 법: (1) 굴을 잘 씻어 준비한다.(2) 표고버섯, 양송이버섯, 새송이버섯, 죽순, 청경채를 모두 한 입크기로 썰어놓고 마늘은 편으로 저민다.(3)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청주와 간장으로 향을 낸다.(4) (3)에 준비한 굴과 야채를 넣고 볶는다.(5) 육수와 굴소스로 간을 한 후 물전분으로 농도를 맞춘다.(6) 완성된 (5)를 밥 위에 얹는다. 4. 깐풍 굴튀김 재료:굴 300g, 적피망 30g, 청피망 30g, 대파 30g, 건고추 15g, 마늘 약간, 밀가루 70g, 육수 40cc, 고추기름 30cc, 식초 2ts, 설탕 3ts, 간장 2ts, 청주 1ts, 참기름 약간, 양상추 등 좋아하는 야채 만드는 법: (1) 굴을 잘 씻어 준비한다.(2) 적피망, 청피망, 대파를 모두 잘게 다진다.(3) 굴을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4) 후라이팬에 식용유를 붓고 180도 정도가 되면 데친 굴에 밀가루 옷을 입혀 튀긴다.(5) 프라이팬에 고추기름을 두르고 마늘과 건고추를 볶은 다음 (2)와 나머지 양념을 넣고 함께 볶는다.(6) 튀긴 굴을 (5)의 프라이팬에 넣어 살짝 섞은 후 접시에 야채와 함께 담아낸다. 5. 매생이국 재료:매생이(200g), 굴(39g), 참기름(1큰술), 소금(약간), 다진 마늘(2큰술), 생강(약간) 만드는 법: (1)매생이는 서너 번 헹궈 물이 잘 빠지는 바구니에 밭쳐 둔다.(2)굴에 소금을 넣고 으깨지지 않도록 살살 주무른 후 물로 서너 번 헹궈 바구니에 밭쳐 둔다.(3)매생이가 잠길 정도의 물을 끓여 굴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한다.(4)굴물이 우러나도록 끓인 다음 매생이를 넣고 잠깐 끓여 참기름과 마늘, 생강 약간을 넣어 불을 끈다.
  • [녹색공간] 짜장면이든 자장면이든…/우석훈 녹색정치연대 정책실장

    표준어로는 ‘자장면’이라고 표현하게 되어 있는 자장면을 ‘짜장면’이라고 부르지 않는 국민은 아마 우리나라에는 TV 아나운서와 그 언저리의 몇 사람 외에는 없을 것 같다. 표준어를 결정하는 선정위원회에서 한표 차이로 자장면이 되었다는 얘기나, 경음 발음을 하지 못하는 지역의 위원들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얘기까지 그야말로 ‘짜장면’이라고 속 시원하게 이 이름을 부르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 ‘짜장면’이라고 부르는 국수류의 음식과 비슷한 음식을 고르라면 짬뽕이 있겠지만 진짜로 자매식품은 쫄면이다. 태어난 고향이 인천인 이 두 음식은 소위 ‘짠돌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인천식 발음대로 짜장면과 쫄면이 맞지 않을까. 경제학에서는 짜장면은 면과 아마포에 해당하는 단어이다.18세기에서 19세기에 나온 대부분의 경제학 교과서는 사람들에게 상품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면과 아마포를 사례로 가격과 교환을 설명하는데, 아마 우리나라에서 동일한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짜장면이나 짬뽕 그리고 쫄면이나 설렁탕 정도가 여기에 해당할지도 모르겠다. 광복 직후 짜장면(당시에는 어쨌든 짜장면이라고 불렀다)과 설렁탕의 가격이 같았는데, 지금은 2배 차이가 나게 되었다. 똑같이 서민들이 먹는 음식이라서 강력한 가격 정책과 보조정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차이가 나게 된 과정을 화교들에 대한 재산소유 제한과 같은 인종주의 정책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하고, 그야말로 민중들의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한 박정희 개발정책 시대의 문화적 산물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동일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으로 프랑스에서는 바게트와 크라상의 관계를 설명한다. 원가는 바게트가 몇 배 높지만 대개는 비슷한 가격에서 판매된다. 바게트는 우리나라의 쌀과 비슷한 것이라서 정부보조금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100집 걸러 하나씩 중국집이 있다.’는 표현을 보면 우리나라의 서민경제와 문화풍습 같은 것들을 조금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부자이든 가난하든 상관없이 먹는 기본적인 음식 정도는 안전하게 먹을 수 있어야 하는데 선뜻 그렇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유통기한이 명기되지 않은 수입 밀가루의 중간관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튀김용 돼지기름의 선도도 문제가 되지만 무엇보다도 얼마나 많은 화학조미료를 사용하는지 알기가 어렵다. 밀가루 반죽할 때 조미료 한 움큼씩 넣는 일이 허다하다. 국제적으로 얼마나 문제가 심각했으면 ‘중국음식 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겨났겠는가! 최근 일본에서는 화학조미료 소비량과 아토피 발병률이 통계적으로 거의 인과관계에 있다는 주장도 있고, 무엇보다 산모와 태아 사이에 화학물질이 전이되는 것을 막아주는 방어막을 통과한다는 의료계 일부의 지적도 있는 것을 감안하면 온 국민의 기호식이 온전하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선호하고 자주 먹는 음식에 대해서는 가격과 상관없이 기본적인 관리정책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아직 우리나라의 식품행정은 적발과 사후관리 위주여서 식중독을 막는 정도의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자장면을 ‘짜장면’이라고 속 시원히 부르지 못하는 건 괜찮지만, 이렇게 서민들이 자주 먹는 음식이 안전하지 않다면 말이 안 되는 거 아닌가. 정부에 안전한 자장면을 위해 화학조미료 적정사용량 같은 걸 권장하고, 우리밀가루를 사용하고도 지금처럼 저렴한 자장면을 먹을 수 있도록 국가정책을 조율하는 ‘짜장면 담당관’ 한 명 정도는 있어도 되는 거 아닌가 싶다.‘면류’의 하나가 아니라 ‘짜장면’이라도 안전하게 해주는 것이 서민정책의 출발이고, 행복한 국가의 근본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자장면 하나 안전하게 먹게 해주는데 좌파정부와 우파정부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지금 같아서는 다음 대선에는 ‘안전하고 값싼 짜장면!’을 구호로 들고 나오는 후보에게 한 표를 기꺼이 주고 싶다. 우석훈 녹색정치연대 정책실장
  • 화마입고 길거리서 새해맞은 우면동 비닐하우스촌 사람들

    화마입고 길거리서 새해맞은 우면동 비닐하우스촌 사람들

    “이런 곳에 사는 게 죄지요. 끔찍해서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병술년 새해가 밝은 1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화훼단지 안 무허가 비닐하우스촌. 주민 박옥희(42·여)씨는 요즘 습관적으로 결리는 오른쪽 어깨가 유난히 더 시리다. 박씨는 지난 12월30일 오전 갑자기 들이닥친 불길에 4평 가량의 단칸방 살림살이를 모두 잃고 새해 첫 아침을 근처 구립 노인정에서 맞았다. 지난해 중풍과 치매로 쓰러진 시어머니(75)는 더욱 말을 잃었다. 고2 아들과 중3 딸은 책부터 새로 사야 할 처지다. 식당에서 하루 8시간 일하고 한달 130만원을 받아 다섯 식구를 건사해온 박씨는 일손도 놓은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치매노모 말을 잃어… 보금자리 걱정에 한숨만 우면동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의 새해는 쓰라린 악몽과 함께 시작됐다. 이곳에 갈곳 없는 빈민들이 모여든 건 1980년대 초. 농지에 무허가로 비닐하우스를 개조해 쪽방을 만들었다. 때문에 이곳 주민 212가구 400여명은 주민등록상으로는 다른 곳에 살고 있다. 호구조사를 할 때마다 주소지를 옮겨야 했다. 제대로 된 상수도 시설이 없어 지하수를 이용하지만 화훼단지인 탓에 물에선 농약 냄새가 진동한다. 전국이 세밑 분위기로 한껏 들떠 있던 지난달 30일 오전 8시쯤 여러 집이 함께 쓰는 바람에 과부하가 걸린 전기선에서 갑자기 불꽃이 일었다. 불은 거센 칼바람을 타고 주거용 비닐하우스 150여평을 30여분만에 재로 만들며 22가구 61명을 차가운 거리로 내몰았다. 박씨는 지난 89년 경기도 수원시에 살던 시절 기계 납품대금을 받지 못해 남편(42)의 전기사업이 부도나면서 겨우 백일 지난 아들을 등에 업고 비닐하우스촌에 들어왔다. 그는 “가족들 모두가 허리띠 졸라가며 힘들게 살아왔는데도 2000여만원의 빚이 있다.”면서 “그나마 이대로 있으면 이 땅에 붙어 있을 권리마저 빼앗길 것 같아 또다시 1000여만원의 빚을 내 새로 비닐집을 짓고 있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이웃에 사는 김경숙(51·여)씨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91년 수원 세류동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다 도산하면서 세 딸을 데리고 이곳에 들어왔다. 화훼단지에서 꽃농사를 하는 친척의 도움으로 방 3개에 부엌 하나 딸린 15평짜리 비닐하우스를 겨우 마련해 남편(51)과 함께 중국집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왔지만 최근 경기불황으로 이마저도 접었다. 그나마 안산의 한 공장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매월 30만∼40만원씩 돈을 부쳐주는 큰딸(25) 덕에 입에 풀칠을 해왔지만 갑작스러운 불은 삶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김씨는 “지금은 머리가 텅 빈 것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나는 친척들이 다시 조금씩 도움을 줘 그나마 낫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부족하기만한 온정의 손길 따뜻한 손길이 있어 사회복지관과 동사무소, 교회와 절 등에서 성금과 쌀, 라면 등 각종 생활필수품이 답지하고 있다. 하지만 화마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이들에겐 한참 모자란다. 허술한 비닐하우스집이라도 다시 지으려면 모두 합쳐 수천만원이 든다. 거주민 주거대책위원회 최윤규(55) 위원장은 “당장 갈 곳 없는 사람들이 한숨만 쉬고 있을 순 없어 다시 망치를 들었지만 외부 도움의 손길 없이는 상황이 뚜렷하게 나아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2집이 맛있대] 전북 전주시 완산벌왕족발

    [2집이 맛있대] 전북 전주시 완산벌왕족발

    동장군이 몰려오고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계절이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영양 만점의 족발요리와 연탄구이가 바로 그 것이다. 전북 전주시 우아동 3가 747의 10 완산벌왕족발(주인 임규환·52)은 대를 이어 맛을 지켜온 전주의 토종브랜드다.45년 동안 족발요리를 고집해온 친정 아버지로부터 전수받은 맛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는 부인 조춘임(48)씨는 돼지고기 요리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왕족발 상표를 내건지 26년째인 이들 부부의 철학은 ‘가장 신선하고 좋은 재료로 최고의 맛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집 족발은 순수 국산 돼지만 고집한다. 정성들여 깨끗이 손질한 족발에 계피, 감초, 오향, 가시오가피, 월계수잎 등 24가지의 약재를 넣고 가마솥에 푸욱 삶는다. 한 솥에 60㎏의 족발을 넣고 2시간 30분 동안 고아낸 뒤 식히는 과정이 중요하다. 자연바람을 쏘이면서 서서히 말려야 족발에 붙어 있는 힘줄과 지방층, 껍질이 최적의 상태로 응고되기 때문이다. 특히 완산벌왕족발은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기 때문에 체인점 족발과는 비교 할 수 없는 맛을 낸다. 당일 삶은 족발만 팔고 재고가 전혀 없어 냉장보관이 필요 없다는게 주인의 설명이다. 약재를 넣은 족발은 돼지 특유의 역한 냄새가 전혀 없다. 적당히 촉촉하면서 졸깃졸깃 탄력이 넘치는 맛은 이 집만의 비결이다. 첫 느낌은 부드럽지만 씹을 수록 고소하다. 느끼하지 않고 감칠맛이 넘쳐 자꾸만 젓가락이 가게되는 족발 본연의 풍미를 만끽 할 수 있다. 게다가 상추 깻잎 당근 풋고추 등 싱싱한 야채를 듬뿍 준다. 중국집에서는 1만원 정도 줘야 하는 탕수육과 최근 웰빙음식으로 각광 받는 새싻, 막국수 등은 덤으로 제공된다. 김치, 콩나물국, 무채 등 밑반찬도 맛깔스럽다.2만원짜리 족발 중자를 하나 시키면 어른 네명이서 충분히 먹을 만큼 푸짐하다. 최근 개발한 ‘복분자 돼지갈비 연탄구이’는 인기가 상한가이다. 전통고추장과 복분자즙에 숙성시켜 연탄불에 지글 지글 굽는 돼지갈비는 매콤 달콤하면서 물리지 않는 맛이 자랑이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서울戀街](6)신촌거리

    [서울戀街](6)신촌거리

    신촌(新村)은 대학가와 함께 서울시내에서 가장 ‘젊은 거리’이다. 이름뿐이 아니다. 인근 연세대와 서강대, 이화여대, 홍익대 학생뿐 아니라 서울시내 젊은이들이 ‘청춘’을 향유하는 장소다. 신촌은 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문화의 공간이었다. 많은 음악인들과 연극인들은 이곳에서 각박한 현실을 쓴 소주로 달래며 예술의 열정을 불살랐다. 이후 신촌은 ‘소비 공간’으로 바뀌었지만 다양한 문화 공간이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뜻맞는 이들과 겨울밤 추위를 술 한 잔에 날려 버리기에 신촌만 한 곳도 많지 않은 까닭이다. ●신촌수제비 15년 넘게 수제비를 떼어온 집이다. 사골 국물에 감자와 호박, 당근이 들어간 전형적인 수제비 맛이다. 양도 푸짐해 끼니 때면 수십 미터의 긴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다. 함께 먹는 김밥 맛도 괜찮다. 두명이서 수제비와 김밥 1인분씩만 시켜도 든든하다.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수제비 3500원 김밥 1500원.334-9252. ●이끼 1990년대 후반 납작한 돈가스만이 전부라고 여겼을 시절 치즈·야채·김치를 속에 채우고 김밥처럼 고기를 말아 만든 ‘롤가스’를 선보였다. 이곳에서 히트를 치자 홍익대·명동·대학로 등지에도 분점이 생겨났다. 김치치즈·카레치즈·고구마치즈 롤가스 등이 있으며 24시간 이내의 생고기를 쓴다. 공예품 같은 접시·사각사각한 무생채·후식으로 나오는 콩알껌은 이끼만의 특징이다. 가격대는 5000∼8000원선.337-1089. ●파스타12 은은한 조명 아래 아기자기한 소품이 놓여 있어 소개팅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고소한 두유에 크림소스의 부드러움을 가미한 두유 카르보나라·두유 버섯크림 스파게티(각각 7500원)가 특이하다. 오전 11시∼오후 5시에는 스파게티를 샐러드·음료와 함께 내놓는 런치세트를 6000∼6500원으로 저렴하게 내놓고 있다. 스파게티는 모든 메뉴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샐러드·음료는 무한정 리필된다. ●복성각 고추기름, 청양고추, 시금치 등의 식재료로 갖가지 색깔의 자장면을 만들어낸다. 이른바 파란 자장, 빨간 자장, 노란 자장 등이다. 밀가루를 넓게 펼쳐 만든 굵은 손칼국수 같은 면에 감자를 썰어넣은 납작자장도 유명하다. 이쯤되면 주인이 메뉴개발을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지 읽을 수 있다. 여느 중국집과 달리 젊은층의 기호에 맞게 인테리어를 깔끔하게 했다.5∼10명이 식사할 수 있는 작은 방들도 많아 학생들의 단체 회식장소로 애용된다.364-1522. ●만리향 규모는 아담하지만 중국 분위기를 자아내는 빨간색 간판으로 눈길을 확 끈다. 중국인 아주머니의 서비스에 불만스러운 목소리도 들리지만, 신라호텔 출신의 주방장이 만드는 사천식 요리를 먹기 위해 손님들은 줄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여름에는 땅콩버터를 풀어놓은 시원한 육수에 쫄깃한 면발이 담긴 중국식 냉면이 인기다.393-5863. ●간사이 일본풍의 선술집 분위기가 풍기는 일본 음식 전문점. 신촌 지역에 일본식 라면을 처음 선보인 곳이기도 하다. 지금이야 한국인으로 주인이 바뀌었지만 한동안 일본인이 운영했다. 육수에 일본식 된장을 풀어 숙주를 잔뜩 넣고 편육 두어점을 띄운 미소라면 등 메뉴가 40여가지나 된다.332-1333. ●진미락 도시락 전문점으로 노란색 간판의 허름한 외관만 보고 섣불리 지나치면 안된다. 직접 맛을 보면 진미락이 1985년부터 신촌의 금싸라기 자리를 꾸준하게 지키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도시락 메뉴(4500원짜리)에는 도시락 그릇에 오이무침, 계란말이, 생선튀김, 어묵 등 갖가지 반찬이 정성스레 나와 학창시절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을 떠올리게 한다. 햄버그스테이크, 돼지 불고기·돈가스 도시락은 각각 4000원. ●완차이 홍콩식 중국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대표 메뉴는 아주매운홍콩홍합. 중국 사천고추와 우리의 청양고추 등이 홍합과 함께 어우러져 놀랄 만큼 매우면서도 고소한 맛을 낸다. 마파두부밥도 ‘강추’ 요리. 특유의 소스 맛과 함께 야들야들한 두부와 고기를 씹는 맛이 일품이다. 자장, 짬뽕, 탕수육 등 중국집 기본 메뉴도 웬만한 곳보다는 낫다. 아주매운홍콩홍합 2만원, 마파두부밥 6000원.392-0302. ●가문의 우동 조개·오징어·낙지 등 갖가지 싱싱한 해물이 들어간 나가사키 짬뽕(6000원)은 추운 겨울에 훅훅 불어먹는 재미가 있다. 먹을수록 매워지지만 속풀이로 먹기에 딱이다. 볶음식인 해물야키우동(5000원)은 매콤달콤한 소스가 독특하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가 음식 맛을 돋운다.325-8325. ●면빠리네 서울에서 라면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다시마, 미역, 고추장 등으로 직접 만든 수프로 맛을 낸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해짬라면’. 양은냄비에 조개와 오징어 등의 해물과 다섯가지 야채 등이 어우러지면서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예술이다.‘김콩라면’(김치콩나물라면),‘오너라면’(오뎅너구리라면)도 인기다. 가격은 3000∼3300원선.그놈이라면도 식도락가라면 놓쳐서는 안될 곳이다.324-6574. ●송아저씨빈대떡 대나무로 만든 간판에 발길을 멈추게 하는 집. 가게 안과 천장, 벽 등이 모두 나무로 돼 있다. 인기 메뉴는 모둠전. 동그랑땡과 깻잎전, 부추전 등 7가지의 전들이 푸짐하게 나온다. 무척 부드러우면서도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 일품이다. 모둠전과 해물야채전 등이 1만 3000원.338-4919.동래파전도 부산파전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밖에 신촌 먹자거리에 있는 신촌영양센터와 신선설농탕, 현대백화점 후문 맞은편의 함흥냉면도 괜찮다. 특히 신촌영양센터는 젊은 층을 위해 통닭 반마리·빵·수프·샐러드로 된 런치세트를 5500원에 내놓는다. 김유영 이두걸기자 carilips@seoul.co.kr ●섬 신촌이 원래 ‘젊고 활기찬 공간’보다는 시대의 어둠에 고뇌하던 젊은 지성들의 공간이었음을 증명하는 몇 안되는 곳이다. 1981년 고(故) 유향숙씨가 현재 먹자거리 자리에 가게를 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술 한잔과 함께 민주주의를 염원했다.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과 시인 김정환씨, 소설가 김인숙씨 등 유명인사들도 이곳을 아꼈다. 유씨가 2003년 11월 지병으로 세상을 뜨면서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지만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창천교회 뒤편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섬의 새 주인도 이곳 단골출신이다. 국산병맥주 4000원선. 안주는 단출한 편이다.392-7896. ●태 1998년부터 독수리다방 뒤편 지하에 둥지를 튼 술집이다. 네댓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발을 내딛는 순간 향긋한 인도 향과 이국적인 장식품이 손님을 맞는다. 흡사 외국 바에 온 듯한 자유로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곳의 가장 큰 미덕은 음악. 70년대 하드록부터 얼터너티브록, 브릿팝, 모던록, 하드코어 등 다양한 록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분위기에 맞는다면 곡 신청도 가능하다. 가격도 무겁지 않다. 맥주는 3000원, 양주는 5만원부터 시작한다.365-3824. ●Studio 70’s 이름처럼 70년대 선술집의 편안한 분위기다. 비틀스와 이글스와 시카고 등 8000여장이 넘는 70년대 명곡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여기서는 간단한 공연 무대도 있다. 신촌블루스 엄인호씨 등 뮤지션들이나 프로급 아마추어 손님들이 가끔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우드스탁 이국적인 분위기에서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기울일 수 있는 곳. 이름처럼 60년대 히피 운동을 선도했던 ‘플라워무브먼트’ 세대 음악과 70년대 하드록을 주로 들을 수 있다. 연세대 어학당에 다니는 외국인들도 자주 찾는다.334-1310. ●벨벳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좋아하는 이라면 가볼 만한 곳. 벨벳언더그라운드는 60년대를 풍미했던 록 그룹. 폴 매카트니, 지미 페이지, 지미 헨드릭스 등 시대를 풍미했던 록 스타들의 얼굴이 가게 벽면에 새겨져 있다.336-8635.도어스에서도 ‘빵빵’한 하드록과 헤비메탈을 맘껏 들을 수 있다.334-5463. ●원조껍데기집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웬만한 안주가 3000원이 넘지 않을 정도로 싸다. 이름 그대로 이곳은 돼지껍데기가 주 메뉴다. 쫄깃쫄깃하면서도 담백한 껍데기는 비위 약한 사람도 곧잘 먹을 정도로 괜찮다. 새벽까지 가게가 시끌벅적할 정도로 인기다. 껍데기 3장에 3000원.‘가장 비싼’ 소갈비살양념구이와 안창살이 5000원이다. ●미네르바 1975년부터 문을 연 ‘신촌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숍’이다. 특히 지금껏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클래식 전문 커피숍으로 유명하다. 이곳의 커피맛 역시 역사만큼이나 그윽하다. 모카, 브라질산토스, 과테말라 등 10여종의 원두커피가 준비돼 있다. 직접 내려먹다 보면 커피향이 온 몸을 감싼다.3500∼4000원 선으로 저렴한 편. 리필은 1000원을 더 내면 된다.3147-1327. ●몽환(夢幻) ‘복합문화놀이공간’을 표방한 클럽. 붉은 색의 어두운 조명 아래 중국풍의 고가구가 몽환적인 음악과 묘하게 어우러진다. 아담한 건물을 통째로 쓰는데 지하는 클럽,1층은 라운지,2층은 갤러리 카페로 쓴다. 친구네 집에 놀러온 것처럼 신발을 벗고 방석에 앉아 푹신한 쿠션에 기대어 술이나 음료수를 마실 수 있다. 때때로 2박3일 동안의 ‘48시간 파티’ 등 독특한 컨셉트의 파티가 열린다.325-6218. ●향음악사 몇 안 남은 음악전문 카페와 함께 신촌이 한때 음악인의 거리였다는 것을 방증하는 곳이다. 바깥에서 보는 매장은 좁은 편이지만 허공과 벽에는 빼곡히 앨범이 쌓여 있다. 이곳만의 특징은 한국 인디음악 등 쉽사리 구하기 힘든 앨범이 거의 다 있다는 점이다. 핫트랙이나 신나라레코드에 없더라도 이곳에서는 구할 수 있어 음악마니아 치고 향레코드를 이용해보지 않은 이는 없다. 인터넷(hyangmusic.com)에서도 주문할 수 있다.337-7598. 이두걸 김기용기자 douzirl@seoul.co.kr
  • 작가 김유정의 지독한 짝사랑

    작가 김유정의 지독한 짝사랑

    30이란 아까운 나이로 병마와 싸우다 요절한 작가 김유정의 애인이 살아 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운니(雲泥)동 109의 2. 계(桂)동 입구에서 휘문(徽文)고교 쪽으로 가다 보면 한 가닥 청아한 가야금 소리가 들려 온다. 길가에 연한「시멘트」2층집이 바로 김유정의 옛 애인이 살고 있는 곳. 국창(國唱) 박녹주(朴錄珠·65) 여사의 집이다. 판소리 다섯 마당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명인 박녹주 여사가 일세(一世)의 문사(文士) 김유정의 처음이자 마지막 애인이라는 건 거의 숨겨진 사실. 이 40년 전 사랑의 이야기를 박여사에게 들어보면 - . 이상(李箱)과 단짝 친구인 천하의 외고집 작가 김유정은 이상과는 둘도 없는 단짝. 우선 그의 사람 됨됨을 보면 - . 『모자를 홱 벗어 던지고, 두루마기도, 마고자도 민첩하게 턱 벗어 던지고, 두 팔 훌떡 부르걷고, 주먹으로는 적의 볼따구니를, 발길로는 적의 사타구니를 격파하고도 오히려 행유여력(行有餘力)에 엉덩방아를 찧고야 그치는 희유의 투사가 있으니 김유정이다. 설복할 아무런 학설도 이 천하에는 없다. 이렇게들 또 고집이 세다』(李箱의『소설체로 쓴 김유정론』에서) 이 외고집장이 김유정은 또 한 소리(唱)를 무척 좋아했다. 『「김형! 우리 소리 합시다」하고 그 척척 붙어 올라올 것 같은 끈적끈적한 목소리로 강원도 아리랑 팔만구암자(八萬九庵子)를 내 뽑는다』(李箱의『김유정론』에서) 이런 김유정이니까 판소리 명인 박녹주를 미치도록 사랑할 만도 했다. 김유정과 박여사가 처음 알게 된 건 김유정이 23세 되던 해. 그러니까 나이 2살 위인 박여사가 25세 때였다. 당시 김유정은 수운동(현 묘동)에 살고 있고 박여사는 봉익동에 살고 있어 서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연전(延專)다니던 23세 유정이 극장 공연 보고 홀딱 반해 당시 연전학생이던(아직 문단에 나오기 전) 김유정은 당시 조선극장(지금 낙원동에 있었음)서 공연 중인 박여사를 보자 홀딱 반해버렸다. 그날 저녁으로 박여사에게「러브·레터」를 띄웠다. 다음날 박여사가 그 편지를 받아보니「박녹주 누님 전(殿)」해놓고는『당신을 연모(戀慕)합니다』라고 서 있더라는 것. 박여사는「연모라는 게 무슨 뜻인지 몰랐으나」「레코드·재키트」에 든 자신의 사진까지 오려 보낸 것으로 미루어 사랑편지임을 알고 되돌려 보냈다. 그러자 이번엔『누님』소리가 싹 빠지고「박녹주씨 전」으로 또 편지가 날아 들었다. 이번엔 상세한 자신의 이력소개와 집안 사정 그리고 자기와 결혼해 달라는 사연이었다. 박여사는 그 편지를 그대로 받아두었다. 그러자 하루에 꼬박 2통씩 편지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혈서까지 써 보내왔다.『무슨 학생이 편지만 쓰고 공부는 언제하나?』싶더란다. 어느 날 국창 이동백(李東伯)의 양녀인 원채옥(元彩玉, 현재 포항서 살림)이 놀러 왔다. 박여사에게 이 이야기를 듣곤 그 성의가 놀라우니 선이나 한번 보라고 권해왔다. 그러지 않아도 과연 어떤 사람인가 한번 보고 싶던 차에 친구의 권유도 있고 해서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편지를 김유정에게 띄웠다. 그 이튿날 새벽같이 김유정이 들이닥쳤다. 보니 키도 훤칠하고 잘 생겼다. 박여사는 원채옥을 다락에 숨기고 유정과 마주 앉았다. 金 = 난 당신을 지극히 연모하오. 朴 = 연모가 무슨 소리요? 金 = 즉 말하자면 당신을 사랑한단 말이외다. 朴 = 학생 신분으로 소리하는 여자 사랑하면 되오? 金 = 학생하고 소리하는 사람 연애하지 말란 법, 법률 몇 조에 있소? 朴 = 그래도 공부 잘 해서 훌륭한 사람 되면 얼마든지 우리 같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게요. 金 = 당신이 날 사랑해주어야 공부 잘 되고 훌륭한 사람 되지. 첫 대면은 이렇게 끝났다. 다락에 숨어있던 원채옥은 유정이 가고 나자 박여사에게『이년아- 너 서방 하나 잘 얻었다』고 놀려대었다. 그러나 당시 박여사는 이미 명인 소리를 듣기 시작한 국창. 이름도 없는 일개 문학도 유정을 사랑하기엔 두 사람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가슴 한 구석에 헌칠히 키 큰 유정의 순정을 간직한 채 어느 갑부와 살림을 차리고 들어 앉았다. 불응하자 집에 찾아 들어 편지선 누님이 이년으로 그렇다고 김유정의 외고집이 꺾일 리 없었다. 살림을 차린 줄 알면서도 편지는 여전히 날아들었다. 박여사는 편지를 받을 때마다 영감 눈에 띄지 않게 찢어버렸다. 한번은 사각모자를 쓴 유정의 사진이 끼여 있었다. 살아있는 사람의 사진을 차마 찢어 버릴 수 없어 깊이 간수해둔 것이 이제 40년을 지난 오늘까지 박여사의 수중에 남아 있다. 유정의 편지는 점점 악이 받쳐갔다.「누님」이「씨」로, 그러다「녹주야」가 되더니 종내는「이년, 저년」이 되어버렸다.「연모」소리만 늘어놓던 편지가『너 오늘 운수 좋았다. 내 눈에 뜨이기만 했으면 죽었다』로 나왔다. 그러면서 집으로 찾아 들기 시작했다. 이때는 영감도 눈치를 챈 뒤라, 박여사는 영감과 상의, 유정을 피해 두 번이나 이사를 했다. 그러면 유정은 용케도 또 찾아오는 것이었다. 갑부와 살림을 차렸는데 설이면 세배하러 왔다고 설이 되면 금반지 하나, 마른신(가죽신) 하나, 양단저고리 한 감을 갖고『세배하러 왔노라』며 찾아 들고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와 버티고 앉기 일쑤여서 박여사가『이러다 우리 영감 만나면 어쩌느냐』고 안달하면 유정은 배포 좋게『그래야 영감과 헤어지고 나하고 살 수 있게 되지 않느냐』며 버티었다. 한번은 어느 중국집에서 손님이 부른다기에 갔더니 방에는 유정 혼자 버티고 앉았더란다. 『나하구 살자』『그렇겐 못한다』설왕설래 끝에 유정이 하는 말이 - . 『너 돈이 좋으니? 그럼 내 나랏님 진지밥상이라도 훔쳐다 주마』하더라는 것. 이러길 꼬박 3년. 정 모씨(월북)가 쓴『조선창극사(朝鮮唱劇史)』에까지 이 연애사건은 기록이 되어버렸다. 박여사가「관」에서 노래하는 줄 알면 그 앞 골목에 숨어있기 일쑤요, 집을 비우면 집에서 버티고 기다렸다. 마침내 박여사는 모든 세상살이가 귀찮아 졌다. 김유정의 손길도 피할 겸 피로한 몸도 쉴 겸 삼방약수터로 훌쩍 떠나버렸다. 이것이 유정과의 마지막이었다. 꼬박 3년 - 열병 앓듯 하던 유정은 그 해 조선(朝鮮)·중외(中外) 두 신문에 소설이 당선되고 이어 계속 수작들을 발표했다. 사랑의 열병이 한물 가시고 나자 유정은 흡사 박여사에게 미치던 것처럼 문필(文筆)에 미쳐버린 것. 그러나 이때 이미 유정은 폐결핵을 앓기 시작할 때. 결국 그는 30이란 아까운 나이로 한 많은 세상을 하직했다. 『그럴 줄 알았으면 한 번 손목이라도 잡고 다정히 대해주었더라면 싶어』- 박여사는 사각모를 쓴 유정의 사진을 어루만진다.『이제 다 지나간 일이지만 - 』하며 박여사는 담배연기를 훅 내뿜곤『나보다 더 오래 살아 내 소리보다 몇 백 배 더 좋은 글을 써주길 바랐더니…』박여사의 눈동자엔 40년 전 사랑이 당장 쏟아질 듯 가득히 괴어 있다. <작가 김유정씨 약력> 1908년 강원도 춘천서 태어났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상경, 형의 집에 머무르면서 휘문(徽文)고보를 거쳐 연희(延禧)전문학교 문과를 중퇴. 1935년 단편『소나기』가 조선일보에,『노다지』가 중외일보에 당선됨으로써 문단에 등장. 그 해『금따는 콩밭』『산골』을 발표, 다음해에『동백꽃』『야앵(夜櫻)』『봄봄』『땡볕』, 37년에『따라지』등의 수작을 발표했다. 문단생활 단 2년 만에 30여 편의 단편을 발표한 그는 향토적 서정이 풍부한 독특한 문장으로 각광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고백한 바와 같이 빈곤, 실연, 병고로 말미암아 우울이「성격화」되어 그의 작품 뒤에는 언제나 인생을 방관하는 애수가 깃들여 있다. 27세 때부터 폐결핵으로 고생하기 시작, 1938년 30세의 아까운 나이로 요절. [ 선데이서울 69년 4/27 제2권 17호 통권 제31호 ]
  • ‘번개’ 다시 달린다

    ‘번개’ 다시 달린다

    중국집 배달원에서 일약 스타강사로 떠오르며 신지식인에 선정됐다가 9년간 남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살아온 사실이 드러나 나락의 길로 떨어졌던 ‘번개’ 김대중(40)씨가 강단으로 다시 돌아왔다. 공문서 위조와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처벌을 받은 지 2년여 만이다. 할머니 손에서 자란 김씨는 고교 중퇴 후 1986년 서울에 올라와 자장면 배달을 처음 시작했다. 고대 앞 중국집에서 일하며 신속배달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장안의 명물이 됐다.TV와 신문 등 언론도 그를 주목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맡은 일에 대한 열정까지 인정받아 ‘배달철학’과 ‘서비스 정신’을 설파하는 명강사가 됐다. 하지만 영광도 잠시.2003년 7월 그동안 써온 조태훈이란 이름이 법을 어기며 다른 사람 것을 훔쳐 쓴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92년 자신의 주민등록이 말소되자 중국집 동료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9년 동안 조씨 행세를 해온 것. 번개의 화려한 날은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졌다. “내 이름이 아니란 걸 먼저 밝혔어야 했는데 상황이 손댈 수 없이 커져 바로잡기엔 이미 늦었더라고요.” 이후 2년여간 대인기피 증세까지 보이는 등 마음고생이 심했던 그에게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번개’의 인생역정과 서비스 철학을 담은 ‘오디오북’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후 김씨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서 온라인에서 다시 유명세를 되찾았다. 스스로 재기의 용기도 얻었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그에게 지난해 말부터 다시 강의 요청이 밀려들었다. 현재 김씨는 일주일에 3∼4차례 전국을 돌며 강단에 선다. 이달 17일에는 ‘인적서비스전문인협회’란 사무실을 열고 서비스 철학 전파도 본격화했다. 재기를 꿈꾸는 그는 “지금까지는 경험중심의 강의를 했지만 마케팅 같은 전문 분야를 제대로 공부해 좀더 체계적인 강의를 하고 싶다.”면서 “이젠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취업·재기 막는 ‘1201코드’ 낙인

    취업·재기 막는 ‘1201코드’ 낙인

    한번 실패한 사람의 재도전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면 시작도 있을 수 없다. 절망을 넘어 경제적 재기를 찾아 선택한 파산이라는 길. 개인파산 신청 1만명을 넘은 지난해 파산 실태를 탐사보도한 서울신문은 올해에는 파산 이후 재기를 어렵게 하는 장벽과 면책 이후에도 ‘불량 인생’의 굴레에 갇힌 파산자들의 ‘희망찾기’를 5회에 걸쳐 짚어본다. 탐사보도팀은 1998년 초기 파산자 182명에 대한 7년 후의 현재를 추적,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했다. 또 전국 법원의 개인파산 담당판사와 면책자 2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방법과 대안을 모색해 봤다. “제 세대에 금융 전과자라는 낙인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창 일할 나이에 재기의 기회마저 막는 건 너무 가혹합니다.”(41·면책된 중소업체 사장) “파산자 딱지가 붙은 사람은 은행도 갈 수 없습니다. 파산을 하기 전 세금을 내고 살았습니다. 나랏돈을 받고 싶지 않지만 뭘 하며 어떻게 살까요.”(39·모자가정 이혼 주부) “면책을 받았지만 먹고살 길이 막막합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은 불이익을 받지 않으면서 왜 개인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낙인을 찍습니까.”(35·파산한 회사원) ‘주문, 파산자를 면책한다.’ 빚이 탕감된 면책자의 꿈은 ‘경제적 재기’이다. 그러나 한번 찍힌 불성실의 낙인은 이들을 빚에서만 벗어나게 할 뿐 파산자라는 굴레에 가두고 있다. 무일푼에서 시작한 새 출발은 면책 후 금융거래 소외, 직장마다 따라다니는 ‘파산 꼬리표’ 등 차별의 장벽 앞에 무너지기 일쑤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기업주는 한번 망해도 재기를 하면 칭송을 받지만 일반 서민은 파산을 하고 면책이 되어도 일상적인 경제활동마저 막혀 재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들이 기초생활수급자로 떨어진다면 또다시 정부의 부담이 되는 만큼 정부와 금융권은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98세 노모와 자녀 등 6명의 가장인 최병진(42·가명·보험설계사)씨. 그는 올 1월 완전면책을 받고 희망의 환호성을 질렀다. 지난 5년동안 그를 눌러왔던 원금 5000만원과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 8000만원이 사라졌다. 국가가 “나를 도와준다.”는 생각과 가족의 격려로 그는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다. 면책 이후 1년이 다 돼가는 요즘 최씨는 자신이 면책신분임을 알리는 ‘1201’코드가 따라다니는 ‘금융전과자’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내 통장에서 내 돈을 인출할 수 있는 직불카드마저 만들 수 없었다. 그가 상담한 은행만 4곳.1곳만 빼고 모두 “직불카드마저 자격이 안 된다.”는 답변만 듣고 돌아섰다. 최씨는 자기 이름으로 할부거래도 불가능하다. 통화료 할인 광고에 번호이동을 위해 이동통신사를 찾았지만 “파산자이시네요.”라는 답변만 들었다. ●주택금융공사 보증 있어야 전세대출 “고객님은 사망자이거나 파산자입니다.”(A은행에 기재된 특수기록) 작은 광고회사 직원이었던 유지영(가명·32·여)씨는 지난 9월 남편(31)과 함께 소액 전세자금 대출 1000만원을 신청하려다 눈물만 삼켰다. 그녀는 지난해 11월 사기로 진 빚 3000만원을 갚지 못해 면책을 받았다. 유씨 부부는 전세 700만원의 단칸방을 방 2개짜리 전세로 옮길 계획이었다. 연봉은 적어도 신용만큼은 깨끗한 남편의 대출은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A은행은 남편뿐만 아니라 유씨의 신용까지 확인했다. 모니터에‘1201’코드가 뜨자 1000만원 소액대출의 꿈은 사라졌다.1201코드는 금융기관에서 면책을 받은 파산자를 7년 동안 관리하는 일명 ‘특수기록’이다. 유씨는 “나 때문에 남편마저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걸 확인하자 앞이 캄캄했다.”면서 “시댁에서 알까 두렵다.”고 말했다. 중국집 요리사 박성수(가명·31)씨는 지난 6월 5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기 위해 B은행에 갔다가 “부인 때문에 어렵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의 아내는 올해 5월에 면책된 파산자. 이들에게 ‘신용 연좌제’는 미래마저 계획할 수 없는 장벽이다. A은행 관계자는 “전세자금은 주택금융공사가 신용보증서를 발행하지 않으면 대출이 불가능하다.”면서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의 신용도 참고하며 특수기록 보유자는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쫓아다니는 파산 꼬리표 반년 전만 해도 대기업 과장이었던 윤상구(가명·37)씨. 그는 지난 5월 면책 결정을 받고 복권됐지만 쓰라린 좌절을 맛보고 있다. 파산자라는 신분이 회사에 알려지면서 입사한 지 50일 만에 해고됐다.1993년 대기업에 입사한 윤씨는 금융자산관리사 자격증을 땄다.2002년 명예퇴직을 한 뒤 투자상담사가 됐다. 그러나 고객 20여명의 투자금 2억원이 3개월 만에 반토막이 나자 손실금만 떠안은 채 퇴사했다. 미처 갚지 못한 주택 융자금 6000만원은 돌려막기를 한 지 1년 반 만에 1억 500만원이 됐다. 면책 절차를 밟고 있던 중 희망이 생겼다. 대기업 재직 경력을 인정받아 올 3월 과장으로 동종 업체에 스카우트됐다. 입사 서류 어디에도 그의 ‘과거’는 드러나지 않았다. 두달여가 지난 4월말. 인사팀에 그의 과거가 알려졌다. 윤씨는 인사팀에 경위서와 면책 결정문을 제출하며 호소했지만 해고는 피할 수 없었다. 이후 취직을 하려고 해도 번번이 떨어지고 있다. 윤씨는 “정상적으로 살아갈 기회마저 박탈당한 느낌”이라고 착잡한 속내를 털어놨다. 안동환 이효연기자 sunstory@seoul.co.kr
위로